위로가기 버튼
기획ㆍ특집

일자리 찾아 몰려드는 사람들… ‘읍’에서 ‘시’로 파격적 발전 이끌어

1978년 구미읍·칠곡군 인동면 합쳐 구미시로 승격작은 읍에 불과했던 구미, 공단조성으로 ‘인산인해’1971년 고용인구 1천여명에서 1979년 4만명 달해 30배 증가2000년대 들어서 정주여건 개선에 총력낙동강 이용 레저문화 구축, 국내 최고 수변공원 조성 목표△구미공단, 구미읍을 시로 승격시키다구미시가 인구 43만의 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구미공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구미시의 연혁을 한번 살펴보면 신라 초 일선군(一善郡)으로 불리다가 616년(진평왕 38) 일선주로 승격했고, 757년(경덕왕 16) 숭선군으로 불렸다.고려시대인 995년(성종 14) 선주(善州)로 승격되었다가 1143년(인종 21)에 일선현으로 강등되기도 했다.조선시대인 1413년(태종 13) 선산군으로 고쳐 부르고, 그후 인접한 해평현과 합병돼 도호부로 승격했으며, 1896년(고종 32) 18개 면을 거느린 선산군으로 개편됐다. 1914년 부(府)·군(郡)·면(面) 통폐합으로 9개 면이 되었고, 1963년 구미면이 읍으로 승격됐다.1978년 2월 구미읍과 칠곡군 인동면(仁同面)이 합쳐져 구미시로 승격·분리됐다.1979년 5월 선산면이 읍으로 승격돼 선산군은 1읍 7면이 되었다. 1988년 해평면 일선리를 신설하고, 1995년 3월 구미시와 선산군이 다시 합쳐 현재의 도농복합형(都農複合型)의 통합시가 됐다. 작은 읍이었던 구미가 어떻게 선산군을 두고 시로 승격될 수 있었을까. 바로 구미공단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1969년 6월부터 구미공단은 전자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산업단지의 확충과 수출 진흥을 통한 지역 간 균형발전 및 국민경제 향상을 위해 조성됐다.구미공단 제1단지는 1969년부터 1973년까지 약 4년간의 공사를 거쳐 조성되었고, 2단지는 1977년부터 1982년까지 약 5년간의 공사를 거쳐 조성됐다.공단이 조성되면서 일자리를 찾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자연히 작은 읍이 불과했던 구미는 시로 승격된 것이다. △구미공단의 고용증대구미공단 제1단지 조성된 1973년부터 1979년까지의 기간은 난관도 많았지만, 구미공단의 고용효과는 매우 큰 폭으로 증가했다. 1973년 한 해만 하더라도 전년에 비해 4배 가량의 고용증가를 보였고, 고용인구가 1973년 기준으로 6천790명에서 1979년에는 6배에 가까운 3만9천456명으로 증가했다.단지건설 초기인 1971년 총 고용인구가 1천313명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30배가 증가한 것이다.1980년 9월에 집계된 구미공단의 고용인구를 보면 가동업체수가 69개인 전자부문이 2만2천832명으로 전체의 59%를 차지하고, 가동업체수가 87개인 섬유부문이 1만5천275명으로 39%, 12개 업체인 기타부문이 2%로 나타났다.전체적인 고용증가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으나 1973년 석유파동의 여파로 구미공단의 고용은 잠시 감원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1979년까지의 고용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하지만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공장자동화로 인해 생산직 근로자가 급감하게 된다. 경영 합리화를 위한 생산설비 자동화, 경기부진으로 인한 신규채용 축소 등의 영향으로 구미공단근로자수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관리 사무직에 비해 생산직 근로자수가 많이 감소했다. 1993년 기준으로 사무직은 전년에 비해 4.5% 정도인 651명이 줄었으나, 생산직은 전년대비 6.7%인 4천178명이나 줄었다.당시 구미공단은 전년보다 가동업체수가 10개나 증가했지만 경기침체 등으로 근로자수는 6만4천264명으로 1천870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또 인건비를 낮추려는 기업들로 인해 외국근로자들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하지만 구미공단이 지속적으로 조성되면서 구미의 전체 인구수는 계속 증가했다. 구미인구는 2008년 39만9천989명, 2009년 39만6천419명, 2010년 40만4천920명으로 처음으로 40만 인구시대를 맞았다.이후 2014년 42만320명, 2016년 41만9천890명을 기록하다 2018년 1월 42만2천106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이는 국가산업단지 5단지 준공에 따른 대규모 주건단지 조성이 큰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다.△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낙동강의 변화1990년대 구미공단 자동화로 인해 고용인구가 줄어들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첨단산업으로 공단의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하자, 구미시는 첨단산업의 고급인력 유치를 위한 정주여건 개선에 총력을 기울인다.도농복합도시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산업도시, 회색도시 이미지를 벗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그 중에서도 천혜의 자연자원인 낙동강을 이용한 정주여건 개선 사업을 시작해 큰 효과를 거둔다.구미시는 4대강 사업으로 한층 넓어진 낙동강 둔치를 활용하기 위한 첫 번째 사업으로 구미낙동강체육공원을 조성했다.2009년 3월 착공해 2012년 5월 7일 준공한 구미낙동강체육공원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과는 별도로 국비 350억원을 들여 도심과 가까운 낙동강하천둔치에 산책로, 초화원, 체육시설, 생태습지 등 친수와 복원을 병행해 조성한 수변휴식공간을 탄생시켰다.구미낙동강체육공원은 종합경기장 1면, 천연잔디 축구장 10면, 야구장 2면, 인라인스케이트장 1면, 인조잔디 풋살장 5면, 게이트볼장 4면, 농구장 5면, 배드민턴장 10면, 족구장 10면 등 총 9종 48면의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다.여기에 산책로 15㎞, 자전거도로 11㎞, 이벤트 공간, 피크닉장 등 다양한 휴식공간이 있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특히, 구미낙동강체육공원 개원 첫 해인 2012년에만 14만여명이 이용했고, 그 다음해에는 30만여명이 이용했다.현재는 연 평균 50∼60만명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구미의 대표적인 명소가 됐다.이와함께 구미시승마장, 구미캠핑장, 낙동강 수상레포츠 체험센터 등으로 구미시는 산업도시, 회색도시의 이미지를 벗고 수상레포츠의 도시라는 명성을 얻었다. △구미7경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구미시가 낙동강을 이용한 레저문화 구축을 위해 ‘구미7경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이 프로젝트는 동락, 양호, 지산, 해평, 강정, 구미보, 옥성 등 7개 특화지구와 남구미, 비산, 구미보, 선산, 도개, 옥성 등 6개 수변시민공원으로 나눠 2025년까지 3단계에 걸쳐 추진될 예정이다.수변시민공원 조성 특화 전략은 △윈드서핑, 카누, 조정 등 수상레포츠 체험 공간 조성 △물놀이장, 오토캠핑장 등 가족테마 체험 공간 △다양한 레포츠 시설 도입과 공간 조성 △익스트림 체험을 위한 공간 조성 △낙동강 인접지역의 낙후된 경관 개선 △둔치 내 쾌적한 쉼터 공간 조성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구미시는 현재 230억원을 들여 1단계 사업으로 △낙동강 수상레포츠 체험센터 △구미 캠핑장 △낙동강 체육공원 △낙동강 실버 그린볼 파크 △강바람 물놀이장 등을 조성했다.이어 2단계 사업은 2020년까지, 3단계 사업은 2025년까지 총 660억원을 들여 국내 최고의 수변공원 조성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8-10-25

사과가 더 붉을까 단풍이 더 붉을까

낙엽이 물드는 가을이면 생각나는 과일이 있다. 바로 사과다. 그 중에서도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 누구나 한번 맛보면 그 맛을 잊을 수 없다는 문경사과. 제철을 맞아 맛있고 영양도 풍부한 사과 맛을 보고 저렴한 가격에 구입도 할 수 있는 문경사과축제가 문경새재도립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는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사과’라는 주제로 예년보다 더욱 풍성한 볼거리로 준비했다. 올 가을 가족, 연인과 함께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사과를 한번쯤 맛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13일부터 28일까지 16일 동안 단풍이 짙어지는 문경새재도립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2018 문경사과축제’ 현장을 가본다.28일까지 문경새재도립공원 일원서 열려개장 9일만에 26만명 관광객 찾아… 역대 최다사과 낚시·사과 다트·사과 활쏘기·사과탑 쌓기 등색다르고 다양한 체험행사 큰 인기문경 비옥한 토지서 자란 감홍·후지 품종당도 특히 뛰어나… 사과 특판장도 연일 북새통◇ 문경새재 거닐며 즐기는 축제이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빨간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는 건 문경사과’라는 슬로건으로 마련된 다양한 체험행사다. 사과밭 도서관에서 자연과 함께 독서하고 글짓기를 통해 베스트 글귀를 선정, 게사하는 사과나무아래 도서관이 교보문고와 함께 마련됐다.또 어린이 미술 교실 등 문경사과스쿨과 문경사과 낚시, 문경사과 다트, 문경사과 활쏘기 등 가족단위 행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이밖에도 사과 높이 쌓기, 사과 길게 깍기, 사과 바구니 게임, 사과 옮기기, 사과 빨리 쪼개기, 동네방네 콘서트 등 사과와 관련된 전시·판매·체험·특별행사도 풍성하다. 공식행사(개·폐막식)를 제외하고는 전 프로그램이 행사장 일대 거리에서 펼쳐지면서 문경새재의 가을도 만끽할 수 있다.축제를 위해 제1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영남 제1관문 앞 잔디광장까지 이동 구간 도로로 설정하고, 모든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전시관을 도로 주변 공간에서 운영하고 있다. 다른 축제와는 달리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관광객들이 직접 문경새재를 거닐며 천혜의 자연 공간에서 축제의 자유로움을 추구할 수 있어 해마다 문경사과 축제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 개장 9일만에 26만명 돌파 역대 최다문경사과축제는 지난 13일 개막한 지 이틀만에 8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방문했고, 축제 2주째를 맞는 21일에는 하루에만 5만9천12명이 축제장을 찾아 역대 최다 관광객을 기록했다.지난 21일까지 누적 관람 인원도 26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2만 522명 보다 무려 124%가 늘어난 것이다. ㅂ올해 축제는 문경새재 단풍 성수기와 맞아 떨어지면서 일찌감치 흥행을 예고했다.행사장인 문경새재도립공원은 주말이면 도로가 차량으로 뒤엉키고, 주변 음식점이 연일 만원사례를 이룰 정도였다. 문경사과축제추진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축제 입장객의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위해 무인 계측기 등을 설치해 일반 축제의 통계와 달리 객관적인 계측방법을 적용하고 있다.문경시와 문경사과축제추진위원회는 16일 간의 일정을 마치는 이번 주말 4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축제기간이 문경새재 단풍 성수기와 겹친 것도 있지만, 추진위원회가 축제를 다양하고 알찬 프로그램으로 준비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즐기는 축제문경사과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눈에 띈다.문경새재 제1관문 앞 잔디광장에 마련된 사과홍보관은 △재미있는 사과이야기, 맛있는 문경사과 이야기 △유용한 사과이야기, 역사가 있는 문경사과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사과 △문경사과 품평회 출품 사과 전시 등으로 구성해 문경사과에 대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 등으로 문경사과의 인기를 날로 높아지고 있다.문경새재관리사무소 앞에 마련된 사과특판장에서는 사과 품종 가운데 문경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감홍이 일찍이 완판 되는가 하면, 문경지역 사과 판매도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또 문경시는 지난 17일 감홍사과를 명품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감홍사과 6천개를 사과축제장과 문경새재 방문객에게 홍보용으로 나눠주기도 했다.전국 최고의 사과 주산지인 문경은 경상북도 서북부에 위치한 분지로 연평균기온 8~10℃, 생육기평균기온 15~18℃, 생육기 강우량 630~740mm로 맛좋은 사과를 생산하는 데 최적지다.특히 한반도 내륙성 기후의 특징인 온난한 기후와 풍부한 일조량, 주야간의 큰 일교차 등으로 맛좋은 사과를 생산하는데 최적지로 꼽힌다. 또한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는 다른 자연조건과 더불어 천혜의 사과재배 적지로, 다른 지역보다 문경사과는 과즙이 많으며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 ‘꿀사과’로 불리기도 한다. ◇ 비옥한 땅에서 자라 당도도 높아주요 품종은 조생종 쓰가루, 선홍, 중생종 홍로, 홍장군, 감홍, 양광, 요까, 히로사끼, 미시마, 미안마, 시나노스위트, 만생종 후지(부사) 등이 있다.이중 감홍과 후지는 대표적 품종이다.감홍은 과피색이 매우 짙은 초콜릿색이며 당도 15~16도, 산도 0.4%로 특유의 사과향이 있다.후지는 노란색의 바탕에 붉은 줄무늬로 단단해 저장성이 좋으며 과즙이 풍부하고 아삭아삭해 풍미가 좋고 당도도 높다.1930년경부터 재배해온 문경사과는 친환경자재를 주로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으며 문경사과의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예부터 문경사과는 달콤한 향의 냄새가 나고 꼭지 반대편에 녹색빛깔이 거의 나지 않는 사과로서 손가락으로 두드렸을때 경쾌한 소리가 나는 좋은 품질의 사과로 알려져 있다.사과는 식이섬유, 칼륨, 비타민C 등이 풍부해‘기적의 과일’로도 불린다.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닷컴에 따르면 사과는 피부미용에 좋고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함암, 뇌졸중 예방, 심장 보호 등의 효능도 있다고 알려졌다.특히 요즘처럼 기온이 크게 떨어져 10도 이상 일교차가 벌어질 때 사과를 섭취하면 급격한 기온 변화에 따른 인체 저항력이 높아져 감기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현재 280㏊인 감홍사과 재배면적을 앞으로 5년간 400㏊로 확대하기 위해 국비 등 70억원을 투입하고, 유통교섭력 강화와 재배기술 확립을 통해 농가소득 극대화를 꾀할 방침이다.문경사과의 특징은 당도가 높다는 점이다. 문경사과 맛이 특별한 이유는 문경의 비옥한 땅에서 정성으로 키워 냈기 때문이다.문경에는 2천29㏊의 면적에 1천870여 농가가 연간 4만1천395t의 사과를 생산하고 있고, 특히 당도가 높은 감홍사과는 전국 최대 생산지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문경/강남진기자 75kangnj@kbmaeil.com

2018-10-24

발 끝을 물들이는 붉은 단풍빛… 안동, 가을色에 취하다

발길 닿는 곳곳 오색빛깔이 사뿐히 내려앉은가을이다.안동 낙동강변의유려(流麗)한 물길 옆으로크고 작은 산 능선에 물든알록달록 단풍길과너른 황금들판 사이의 오랜 가옥그리고옛길이 이룬 고즈넉한 가을이여행객들의 발길을사로잡고 있다. ◇ 이국적인 풍경 ‘낙강물길공원’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아 등이 주를 이룬 안동댐 수력발전소 입구는 10월 말이면 울긋불긋 색깔의 향연을 펼친다. 특히 발전소 입구 좌측에 자리한 낙강물길공원(구 안동폭포공원)은 초록의 수련이 짙게 깔린 인공연못 위로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드리워진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연못의 징검다리는 물론 나무 아래 곳곳의 벤치가 여행객들로부터 사랑받는 포토존이 되고 있다. 여기에 안동댐까지 에두른 산책로와 월영공원까지 이어지는 수변데크가 있어 평상시 산책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 옐로우 카펫 따라 거니는 ‘월영공원’국내 최장 목책교로 안동호를 가로지르는 월영교의 월영공원 은행나무 길은 짙은 가을을 만끽하기에 최고의 장소다. 단풍이 드는 절정에 이르면 파란 하늘에 걸린 황금빛 오로라가 일렁이는 가을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변을 따라 100여m가 넘게 조성된 은행나무 길은 샛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의 단풍잎들이 월영공원 길 위로 소복이 내려앉을 때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단풍 숲길 ‘안동호반나들이길’안동댐 보조호숫가를 따라 도는 호반나들이 길은 호수 속에 반영된 단풍과 고요한 숲 내음으로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 국토경관디자인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이력만큼 누구나 걷고 싶은 수변문화공간으로 안동 인근지역에서도 많은 여행객이 찾는 장소다.특히 숲속 길에서 바라보는 월영교는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 신비감을 자아낸다. ◇ 안동호를 품에 안은 ‘안동민속촌’안동호가 내려다보이는 성곡동의 안동민속촌은 또 하나의 작은 안동이다. 안동댐으로 수몰된 민속 문화재가 한자리에 모여 있어 그 의미로도 남다르지만 안동호의 풍광을 안고 에두른 8만여 그루의 나무가 안동민속촌의 가을을 붉게 물들여 지나는 발길을 저절로 멈추게 한다. ◇ 천년사찰 세계유산 ‘봉정사’ 천년사찰인 세계유산 봉정사는 늦가을 정취가 만연할 때 고즈넉함이 더욱 깊어진다. 봉정사의 고목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축물인 봉정사 극락전의 품위에 걸맞게 고혹적인 붉은 단풍으로 자태를 뽐낸다. 특히 붉게 물든 산 아래 아침 안개가 드리운 봉정사의 새벽녘은 봉황이 곧 날아오를 듯 그 유래만큼이나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 퇴계와 나란히 걷는 ‘도산서원’ 도선서원 진입로의 진 붉은 빛깔 단풍나무는 물론 도산서당과 전교당에도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 아름다운 서원의 곡선미와 함께 더욱 화려해진다. 시사단을 마주하고 앉아 나지막이 내려다보이는 풍광은 퇴계의 사색을 잠시나마 벗하며 바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이다.◇ 하회마을의 가을세계유산 하회마을에 가을이 오면 제방을 따라 심긴 벚나무와 전통가옥, 그리고 집안에 심어진 감나무 등이 단풍에 물들어 각각의 색깔을 뿜어내며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 마을 뒤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은 더욱 평화롭고 고즈넉한 목가적 분위기로 잔잔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곳이다. ◇ 갑시다, 나랑. 나랑 같이 ‘만휴정’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에 자리한 만휴정은 조선 중기 문신 보백당(寶白堂) 김계행(金係行, 1431∼1517)이 말년에 독서와 사색을 즐기던 곳이다. 가파른 기암에 흐르는 송암폭포 곁으로 자리한 아담한 정자가 눈에 띄는데, 바로 만휴정이다.최근 종영한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 장소로 입소문이 퍼져 만휴정으로 들어서는 다리는 인생샷 명소로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 가을에 핑크샤워 ‘핑크뮬리 그라스원’ 탈춤공연장 앞 낙동강변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울긋불긋 익숙한 가을단풍 대신 조금은 특별한 나들이를 찾는다면 바로 핑크뮬리 그라스원을 추천한다. 영가대교를 배경으로 다양한 포토존을 담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핑크뮬리는 실물로도 고혹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사진에 담을 때 더 빛을 발한다. 살짝 밝은 필터를 적용하면 어디서나 이른바 ‘인생사진’을 건질 수 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2018-10-23

어린 여직공들에게 지식과 교양을… 배움의 열망 채워준 ‘오운여상’

△ 기능근로자 수요 증가구미공단의 산업활동이 가시화 됨에 따라 기능근로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공단 내 기능근로자양성소 설치 등 적극적인 수급대책이 절실히 요구됐다.1973년 노동청이 집계한 지방 사무소 관하 23개 공업단지의 1973년 7월말 근로자 수는 1만6천여명으로 나타났다.하지만 1976년까지 입주업체의 증가에 따라 20만7천명의 근로자가 확보돼야 했기에 3년간 11만1천여명의 새로운 인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이 같은 기능근로자 수요는 대부분 가발, 전자제품, 완구 및 선반 등의 분야에 집중됐다. 특히, 공업단지는 동일업종의 업체들이 많이 몰려있어 기능근로자 부족 현상이 야기될 경우 업체간 스카우트 과열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하지만 기능근로자양성소 설치가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지면서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특히, 영세한 직물공장이 집단으로 들어서자 직공들을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이직자가 속출했다. 대부분 인근 회사에서 숙련공을 스카우트를 하면서 회사끼리 사이가 좋을리 없었다. 회사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다른 회사 직원들의 접촉을 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임금은 오르고 생산율은 떨어져만 갔다.결국에는 건축한지 얼마되지 않은 공장을 팔겠다는 기업주까지 나왔다.근본적인 기능근로자 수급대책이 절실했다. 기업들은 스스로 자체양성소를 만들어 필요한 인력을 수급해 나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 기업들 직접 기술양성소를 짓다공업단지관리청은 전국 주요 공업단지의 급증하는 전문 기능근로자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방안으로 1975년까지 노동청과 하브이해 마산, 창원지구 및 주안, 이리지구 등 3개소에 공공직업훈련소를 설치키로 했다.당시 구미공단은 공단 인근에 기술계 학교가 많고, 대구 및 구미지역의 기존 공대, 공고 또는 전문기술학교에서 배출되는 졸업자로 부족한 인력을 충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또 단순 기능근로자는 적령의 취업자에 대한 단기간의 자체훈련으로도 양성할 수 있어 각 공단 관리기간으로 하여금 취업희망자를 등록 시켜 입주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원을 선발할 수 있도록 기업체 스스로가 자체양성소를 통해 양성하도록 했다.자체양성소를 갖추기 어려운 소규모 입주업체를 위해 각 공단별 단기양성소를 하나씩 설치하도록 했다. 구미공단은 전자공단이 1977년 초까지 설치토록 했다. △ 근대산업유산으로 지정된 오운여상기업체가 직접 기술양성소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좀 더 체계적인 교육의 필요성이 요구되기 시작했다.거기에 섬유업체에서는 대부분 어린 여자 직공들이 대부분이다보니 학교 교육에 대한 목마름도 거세지고 있었다.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1977년 2월 28일 산업체 근로청소년의 교육을 위한 부설학교 설치 기준령(대통통령 제8426호)이 제정됐다.그해 3월 1일부터 특별학급 및 산업체 부설학교를 설치 운영할 것을 각 기업체에 권장했고, 3월 16일 교육부령 제406호로 동령 시행 규칙이 제정됐다.이에 구미공단에서는 코오롱과 동국방직이 각각 오운여상과 동국여고를 개교했다.당시 코오롱 구미공장은 화학섬유 제조업체로 2천여명의 종업원이 종사하고 있었고, 그 중 중학교만 졸업한 여사원 중 90%이상이 고등학교 진학을 원했다.이에 코오롱은 공장 내 교지 667평, 체육장 시설 690평을 마련하고, 난방시설을 갖춘 보통교실 4실, 특별교실 6실, 시청각실, 도서실, 음악실, 미술실, 상담실, 양호실 등의 시설을 갖춘 코오롱 부설 실업고등학교(1981년 오운여상으로 명칭 변경)를 1979년 3월 개교한다.초대 교장은 당시 코오롱 대표이사였던 이상득 전 국회의원이 취임했다.교감 1명, 교사 8명으로 어느 학교 못지 않은 교사진과 시설을 완비하고 신입생 280명이 입학했다. 입학생들에게는 재학 중 학비 전액을 무상으로 하고 전교생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했다.오운여상은 ‘참되게 배워 바르게 일하고 슬기롭게 살자’라는 교훈을 바탕으로, 가정과 사회에서 꼭 필요한 여성이 될 수 있는 교양과 지식을 교육했다. 이는 당시 코오롱 명예회장이던 오운 이원만 선생의 남다른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명예회장은 오운여상 개교 당시 “여사원은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앞으로 이나라의 주부가 될 여성으로, 교양 있는 여성이 되도록 교육해야 한다”면서 서예와 수예 재봉, 꽃꽂이, 음식 조리, 예절 등의 교육에 각별한 신경을 쓸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오운여상은 여성 직공들이 3교대 작업으로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교육에 대한 열망과 꿈을 위한 공간이었다.이러한 오운여상도 시간이 흘러 개교 20년만인 2000년 2월 마지막 졸업생 24명을 배출하면서 역사의 뒤로 모습을 감췄다.하지만 경상북도는 향토뿌리기업 및 산업유산 지정 사업을 펼치면서 2013년 오운여상을 근대산업유산으로 지정했다.현재 오운여상 건물 입구에 산업유산 현판이 걸려있다.당초 경북도와 구미시는 오운여상을 조극근대화 산업역사관으로 복원하고, 근대화 산업유산을 교육체험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려고 했으나, 여러 이유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20년간 3천116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오운여상은 비록 폐교가 되긴 하였지만, 한국의 근대산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산이기에 지금이라도 보존하고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낙동강은 근로자들의 안식처구미공단이 급속도록 발전하면서 근로자 수도 급격하게 늘어났다.공업화로 인한 인구 급증은 주택난이라는 심각한 문제까지 낳았다.주택 보급이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돈이 있어도 셋방을 구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기업들이 기숙사를 만들기는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근로자들은 강 건너편에 있는 마을에서라도 숙식을 해야만 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 출·퇴근 하는 근로자가 많을 수 밖에 없었다.근로자들에게 낙동강은 출·퇴근을 힘들게 하는 요소이기도 했지만, 낙동강이 있었기에 구미공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주말이면 낙동강 나루에서 배를 타고 유희를 즐겼다. 당시 구미는 정주여건 등이 미비해 근로자들이 마땅히 쉴 곳이 없었기에 낙동강 둔치는 가장 인기있는 휴양지였다.이후 1995년 지방자치 이후 정주여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낙동강도 변하기 시작한다.4대강 사업으로 한층 넓어진 낙동강 둔치를 체육공원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개발한 것이다.특히, 구미시가 시민들의 레저와 관광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구미 7경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명소들이 생겨났다.그 중에서도 구미승마장, 구미캠핑장, 낙동강 수상레포츠 체험센터 등은 구미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매김 했다. 이러한 명소는 공단 근로자들에게도 큰 각광을 받고 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8-10-19

어떤 풍경화가 이토록 강렬할까… 섬, 빛과 색으로 물들다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는 21세기를 특정 짓는 키워드 중 하나다. 한국 역시 홀로 생활하는 이들이 세대와 관계없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1인 메뉴를 내놓는 식당이 늘어나고, 혼자서 카페를 찾아 커피를 마시는 이들이 더 이상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여행업계도 이런 상황을 재빠르게 받아들였다. 가족, 친구, 연인을 겨냥한 여행상품과 함께 ‘나홀로 여행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는 것. 사실 10년 전 쯤부턴 틀에 박힌 여행사의 패키지상품을 피해 혼자 계획을 세우고, 숙소와 교통편을 예약한 후 국내외 관광지로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럿이라면 더욱 즐겁겠지만 제주도는 혼자 여행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운전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주를 종횡 또는 일주하는 버스 노선이 그물망처럼 형성돼 있고, 혼자서 밥을 먹거나 맥주 한 잔을 즐기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홀로 떠나온 젊은이들은 스쿠터로 해변도로를 달리거나, 게스트하우스 등 저렴한 숙소에 머물며 친구를 만들기도 한다. 혼자서 제주도의 가을을 즐기기로 마음먹은 독자들을 위해 기자의 ‘나홀로 제주여행’ 경험을 소개한다. 김해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제주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기분 때문일까?공항을 나서자마자 감귤 향기가 풍겨오는 것 같았다.3박4일의 ‘나홀로 여행’이 시작되고 있었다.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운전하지 못하기에 이번 제주여행은 순전히 대중교통만으로 이동해야 했다. 불편하지 않을까?그러나 그런 걱정도 잠시. 공항 앞에서 여행자를 안내하는 50대 자원봉사자 한 분이 친절하게 버스 환승법을 알려주며 노선도까지 한 장 건넨다. 일본에서 오랜 기간 관광가이드로 일했다는 그분의 미소가 선량해 보였다. ▲ 함덕해수욕장에서 ‘청춘의 기억’을 떠올리다어렵지 않게 첫 번째 목적지인 함덕해수욕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위치한 이 해수욕장은 하얀 모래밭과 짙푸른 바다 빛깔로 유명하다.공항에서 동쪽으로 14㎞ 정도 떨어진 함덕해수욕장은 경사도가 완만해 아이들이 수영을 하기에도 그만이다. 또한 시내버스가 자주 운행되는 터라 제주시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공간이다.터무니없이 심장만 뜨거웠던 20대 초반. 연인과 함덕해수욕장에서 이틀을 묵었다. 인적이 드물어진 자정 무렵. 그녀는 함께 해변을 걷다가 취한 목소리로 읊었던 박재삼(1933~1997) 시인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이 좋다고 했다. 돌아보니 벌써 25년 전이다. 아득한 기억을 떠올려 옮겨본다.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저것 봐, 저것 봐네보담도 내보담도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가는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가을 햇볕’ ‘가을 강’ ‘바다’라는 간단한 단어를 통해 생성과 소멸, 그리고 정신적 부활이라는 삶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시인의 문장이 세월을 뛰어넘어 이제는 중년이 된 ‘나홀로 여행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스물셋 그날 밤처럼. ▲ 협재해수욕장을 지나 대평항으로…그녀와 또 다른 추억을 새긴 한림읍 협재해수욕장까지의 거리는 함덕해수욕장에서 50km. 버스를 갈아타면서 2시간 가까이 달렸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제주의 해변을 지나는 코스가 많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버스가 지나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선 오징어를 말리고 있었다.수심이 얕고 백사장 폭이 넓은 협재해수욕장은 검은색 바위로 달려와 새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근사하다. 붉은 물감을 뿌린 듯 타오르는 일몰 풍경 또한 멋지다.협재해수욕장 바다 건너편 비양도를 가리키며 “여기서 저기까지 헤엄칠 수 있다”고 큰소리치던 20대 청년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 호언장담(豪言壯談)에 낯을 붉히며 환하게 웃던 그녀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꿈꾸는 것만으로도 우리 앞에 다가올 생이 두렵지 않았던 청춘시절이 그리워졌다. 그래서였을까? 홀로 바닷가 주점에 앉아 해삼을 안주 삼아 마시는 소주가 평소와 달리 달콤하지 않았다.맞다. ‘나홀로 여행’이 나쁠 건 없지만, 때론 이렇게 견디기 힘든 외로움 앞에 마주서기도 하는 것이다.숙소로 정한 대평항 민박까지는 또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2시간을 가야 했다. 제주도의 길과 하늘에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서귀포 시내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하는 조그만 촌락.겨우 한나절 만에 제주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자락까지 부지런히 헤매 다닌 것이다. 그것도 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당연지사 피곤했다. 반가운 지인을 만나 칼칼한 매운탕으로 저녁을 먹으며 피로함을 달랬다.그분이 이야기해 준 ‘제주에서의 삶’이 때론 유쾌하게, 때론 쓸쓸하게 들렸다. 하기야 어느 곳에서의 생이 마냥 유쾌하거나 쓸쓸하기만 하겠는가. 우리는 모두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이란 대극(對極)의 단어를 동시에 품고 사는 존재다.잠시 대평항 밤거리를 산책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조용한 포구에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가 울었다. 낭만적인 자장가였다.여행자는 언제나 새로운 체험을 원한다. 하지만 세상에 온전한 ‘새로움’이란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또한 여행자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여행은 삶의 모순과 부조화를 가르치는 선생이다.홀로 떠났던 제주 가을여행에서 기자 역시 ‘여행’이란 이름을 가진 선생의 혹독한 가르침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 한라산을 오르는 ‘나홀로 여행자’를 꿈꾸며 대평항의 아침이 밝았다. 잠이 줄어서일까. 오전 7시가 채 못 돼 눈을 떴다. 부지런히 짐을 챙겨 서귀포시 동홍동을 향했다. 정방폭포 아래서 먹는 삶은 문어와 멍게의 맛이 기막히다는 소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싶었다.이른 시간임에도 적지 않은 관광객들이 폭포 아래서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어린 아들의 손을 잡은 젊은 엄마, 할아버지를 모시고 온 착한 손자,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듯 다정하기 짝이 없는 연인들….그 가운데서 해산물 한 접시를 주문해 바위 위에 앉았다. 다행히 혼자 정방폭포를 찾은 여행자도 드물게 있었다.사실 제주는 슬픈 역사를 지닌 섬이다. 70여 년 전 ‘이데올로기’라는 괴물이 수많은 섬 주민들의 목숨을 빼앗아갔다. 이른바 ‘제주 4·3 사건’이다.시인 이산하(58)는 시집 ‘한라산’을 통해 “제주에 핀 아름다운 유채꽃에는 비극의 칼날이 물려있다” “우리가 만나는 제주의 유명 관광지는 한때 죽음의 공간이었다”고 노래했다.정방폭포 역시 그런 ‘비극적 사건’이 발생한 곳일까라는 의문이 이어졌다. 생각이 길어질수록 아침부터 마시는 술의 양이 늘어날 게 분명했다. 상념을 떨쳐내며 일어섰다. 한라산이 보고 싶어서였다.제주도를 처음 찾았던 건 스물한 살 때다. 허름한 여인숙에서 함께 묵었던 선배들 모두는 한라산에 올랐다. 몸살을 핑계로 등산에 빠진 것은 기자 하나였다.이후에도 열 번 정도 제주도를 여행했지만 이상스럽게 한라산은 단 한 번도 온전히 올라보지 못했다. 요즘 말로 ‘저질 체력’과 ‘의지 부족’이 문제였다.사실 ‘나홀로 여행’을 떠난 그때도 ‘한라산 등반’을 중간에서 포기하고 내려왔음을 고백한다. 그랬기에 백록담은 아직 사진으로밖에 보지 못했다.가을이 완연해지고 있다. 다시 제주 바다와 한라산이 그리워진다. 작은 배낭을 꾸려 훌쩍 비행기나 배에 오르고 싶은 날들.이번에 가게 된다면 기필코 한라산 정상에 서보리라. 백록담을 마주하고 제주의 역사와 제주 사람들의 삶을 돌아볼 기회가 어서 왔으면 좋겠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구창웅

2018-10-19

이발사의 슬픈 사랑 품은 비산나루터, 아이들 웃음소리로 되살아나다

△ 물류기지 역할을 하다예로부터 구미는 낙동강이 중앙으로 가로 흐르면서 지역에 있던 나루는 물류기지 역할을 해왔다.위치상 낙동강 중간 기착지로서의 기능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곳이다. 그렇다보니 구미지역 낙동강에는 나루가 많았다. 염창나루를 비롯해 연산, 원흥, 월림, 이곡, 도방, 신풍진, 태조, 용산, 여진, 고도진, 도부진, 강창, 새도방, 강정, 양진, 계동, 비산, 동락, 감천 등 22개의 나루터가 운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하지만 고대부터 근대까지 수십 개의 나루가 시대에 따라 존폐를 거듭해 왔기에 정확한 사실은 알기 어렵다. 이들 강나루는 조창(漕倉)이나 사창(社倉), 염창(鹽倉)을 지어 세곡이나 곡물을 비롯한 필요 물픔을 받아들이거나 출하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 나루를 통해 각 지역의 주요 산물이 출하되고 상선들이 외지산 거래 산물을 실어와 물품을 거래하면서 나루 인근에는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었다.비산나루와 강정나루, 계동나루, 이곡나루가 대표적인 곳으로 외국 사신 접견과 영접지로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다. 그 중 여진나루는 선산부의 관문에 월파정을 만들어 사신들을 직접 영접한 곳이다. 교통의 중심지라는 특성상 국가적인 위난이 닥쳤을 때 도하를 위한 요충지이기도 해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기도 했었다.22개의 구미지역 나루, 예로부터 나라의 주요 물류기지 역할근대엔 주민·공단 근로자의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이용돼수많은 사연과 애환 서려있는 구미지역 나루터향토문화 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문화축제’ 열어옛 향취 물씬… 구미 대표 문화행사 자리매김△소통의 중심지 비산(飛山)나루비산(飛山)의 원래 이름은 지역의 흙이 붉다고 해서 비산(緋山)이었다고 한다.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에 의해 비산(飛山)으로 개칭된 것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지금의 비산은 신라시대부터 선산부(일선군)소속으로 남부지역 운하와 동서 교통의 요충지였다. 사서에는 신라 명장 김유신이 백제 정벌을 위해 660년 병사 5만명을 거느리고 군위, 효령, 장군동을 거쳐 구미 비산나루를 지나 지산을 거쳐 진군을 했다는 기록이 있어 예로부터 중요한 교통의 요지였음을 알 수 다.특히, 근대로 넘어오면서 구미지역의 동서안을 건너는 소통의 중심 나루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강동지역의 양포동, 거의동, 옥계동과 산동, 장천 등지의 주민, 학생, 근로자, 농민들이 많이 이용했다. 그 중에서도 공단으로 출·퇴근을 하는 근로자들이 많았다고 한다.비산나루는 주민들과 근로자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교통이면서 일상이었다.농부는 각종 곡물과 채소, 가축 등을 배에 실었고, 영농 철이면 농사를 짓기 위해, 겨울철이면 땔감을 구하기 위해 강을 건넜다.1970년대에는 구미공업단지로 인해 외지에서 구미로 온 근로자들이 주말에 배를 이용해 유희(遊戱)를 즐겼다. 특히 주말이면 400∼500여 명의 근로자들이 양호동 강가 버들 숲을 찾기 위해 배를 이용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근로자들이 이 곳을 찾으면서 나루의 전통 식품 매운탕을 하는 식당들이 많이 생겨났다.지금도 비산나루 인근에는 매운탕 식당들이 전통의 맛을 이어오고 있다. △젊은 이발사와 공단 아가씨의 슬픈 사랑 이야기오랜 세월을 지낸 나룻가는 숱한 사람들의 사연과 애환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비산나루터 역시 6.25 비산전투를 비롯해 빈수골 총각 사랑 이야기, 물놀이 사고, 나무지게를 지고 얼음 위를 걷던 이야기, 홍수 때 소·돼지 등을 건져올렸던 이야기, 공단 근로자들의 버들숲 유희놀이 이야기 등이 수도 없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그 중에서 빈수골 총각과 공단 아가씨의 사랑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1981년 어느 여름, 강변에서 발생한 일이다. 용수골에 살던 조씨(당시 28세)는 군대를 마치고 이발관을 운영하고 있었다.조씨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비산나루터를 자주 이용했다. 그러다 같은 마을에 살던 한 아가씨를 좋아하게 됐다. 20대 초반이었던 이 아가씨는 구미공단에서 일하고 있어 비산나루터에서 배로 출·퇴근을 했다. 이 아가씨 역시 조씨의 잘생긴 외모에 반해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의 반대로 이 두사람의 사랑은 성사될 수 없었다. 그러던 여름 어느날 밤 10시 경 두사람이 함께 비산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귀가를 하게 됐다. 당시 아가씨와 올케,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귀가하는 이발사 4명이 타고 있었다.배가 강 한 가운데에 이르자 조씨는 자신이 아가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증명하겠다며 신발과 예비군 옷을 벗고 강에 뛰어들었다.어두운 밤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모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조씨의 일행이었던 이발사들은 평소 조씨가 헤엄을 잘 했기에 약간의 시위라 생각했다. 하지만 조씨는 끝내 강물에서 나오지 않았다.조씨는 다음날 칠곡 석적에서 발견됐다. 이 이야기는 사랑의 진실을 몸소 보여준 비운의 사랑이야기로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나루의 퇴진과 동락 신나루낙동강의 나루는 1894년 갑오경장으로 조선시대 공부제도가 현물에서 금납제로 바뀌고, 1905년 경북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급격한 쇠퇴의 길로 접어든다. 구미지역의 나루 역시 1967년 용산 나루터에 일선교가 건설되고 이어 여러 대교들이 들어서면서 그 모습이 사라져갔다.다만, 용산나루터, 비산나루터, 동락나루터 부근에 아직까지 강나루 매운탕 식당들이 지역음식을 이어가고 있어 이 곳이 나루터가 있었던 자리였음을 짐작케 할 뿐이다.구미시는 사라져가는 나루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보전하기 위해 2015년 4월 동락공원 일대에 ‘동락 신나루 문화벨트사업’을 완료했다.이 사업은 구미시가 2011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의 옛 나루문화 활용을 통한 강변관광문화 개발계획에 따라 사업비 48억원으로 비산나루를 중심으로 추진하다 사업부지 및 진입로 확보가 어려워 동락나루로 변경한 것이다.기존에 조성된 동락공원과 낙동강 수상레포츠 체험센터와 연계해 수변 문화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동락 신나루는 낙동강을 조망할 수 있는 나룻배 형상의 전망대, 돛을 상징하는 조형물, 야간조명이 어우러진 바닥분수, 구미과학관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등이 조성돼 있다. 또 안에는 옛 나루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나룻배가 전시돼 있다. △ 비산나루문화축제나루가 사라지면서 이를 추억하기 위한 노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비산동은 비산나루의 문화를 기억하기 위해 2010년 6월 19일 제1회 비산나루문화축제를 열었다.축제는 그네뛰기, 널뛰기, 씨름, 나룻배 진수식, 나룻배 체험하기 등 다행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주민들이 직접 나서 비산나루의 옛 문화를 살리기 위해 추진했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주민들은 “나룻가는 향토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깃든 곳”이라며 “그 중에서도 비산나루터는 비산향교와 낙서정의 선비문화, 갈뫼시장의 시장문화, 강나루의 나루문화, 당산의 동제문화, 강변 전통음식문화, 공단문화 등 여러 문화가 혼재한 곳인 만큼 그 문화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러한 이유로 주민들이 직접 나서 비산나루문화축제를 열고 있다.이 축제는 지금까지 매년 열리면서 구미의 대표적인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역문화인 나루문화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바램이 실천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8-10-18

어디를 바라보아도… 한라산, 돌 그리고 감성 충만한 바다

한국에서도 연가(年暇)의 사용이 여름 한 시즌에만 몰리지 않고 있다. 자신이 필요한 시기에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는 증거다. 투명한 햇살이 구슬빛으로 환한 10월. 가을의 낭만을 제주도에서 즐기려는 이들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익숙한 음식과 눈에 익은 산과 바다의 풍경, 여기에 해외처럼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는 제주로의 가을여행이 적지 않은 이들의 관심사다.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 해도 좋고 요사이 트렌드가 된 ‘나홀로 여행’도 어색하지 않은 아름다운 섬. 기자가 겪은 ‘친구와 함께’ 그리고 ‘혼자 떠나는’ 제주 여행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행복한 가을 휴가’를 준비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세상이 강제하는 규범과 틀을 거부하는 경우가 흔하다. 매일 같은 업무와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의 일상은 세상 누구에게나 “지겹다”는 한숨 섞인 넋두리를 하게 만든다.사실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과 하는 일에 관한 회의는 누구에게나 보편적이다. ‘정말 좋아서 사는 사람’은 세상에 없거나 몹시 드물다. 그중에서도 글을 쓰는 것으로 밥을 버는 이들은 항상 발 딛고 선 땅에서 날아가고 싶어 한다. 지향점 불분명한 비상(飛上)의 욕망.도시에서는 바다를 꿈꾸고, 바다로 가서는 또 다른 이상향을 그리워하는 대책 없는 철부지들이 바로 소설가와 시인이다. 몇 해 전. 그 철부지 중 하나인 소설가가 또 다른 철부지 둘에게 ‘매혹적인 일탈’을 권유했다.“제주도 갈래?”장편소설 ‘아버지’를 써서 수백 만 권을 판매하고 책을 낸 출판사가 빌딩을 올리게 만든 김정현. 조직폭력배와 도둑을 잡던 강력계 형사에서 작가로 이름을 바꾼 그가 소설가 J와 형편없는 시집 한 권을 낸 기자에게 제주로의 여행을 권유했다.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거기로 가서는 ‘육지’에서의 지루한 일상을 버리고 ‘즐거운 제주도민’으로 살고 있는 또 다른 소설가 Y를 만나기로 전화를 넣어뒀다. Y와 J는 한 살 터울로 문단에서 유명한 막역지우(莫逆之友)다.“제주로 태풍이 몰려온다”는 기상청의 예보가 협박처럼 들려오던 날. 그 협박을 무시하고 비행기가 이륙했다. 기내에 오르자마자 환해지는 얼굴들. 일행 셋 모두는 전생이 길짐승이 아니라 날짐승이었던 듯 땅에서 발을 떼자마자 즐거워하고 있었다. 일상탈출의 유쾌함이 온몸을 흥분시키던 주말 오전이었다. ◇ 지상에서 꿈꾸는 천상... 제주도를 향해침대에서 담뱃불에 타죽은 오스트리아 시인 잉게보르크 바하만(Ingeborg Bachmann·1926~1973). 그녀는 “추락만이 인간이 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맞다. 추락하는 자만이 비상의 공포와 희열을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추락하더라도 지금 ‘이곳’이 아닌 미지의 ‘다른 곳’으로 가고자 열망하는 사람들. 여행은 그런 인간의 욕망을 해소시키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아닐까.그래서였다. 그날 1시간이 채 못 되는 짧은 비행시간 속에서 승무원이 가져다준 커피의 향은 그 어느 때보다 향기로웠다. 공항에서 만나는 익숙하지 않은 열대의 풍경 또한 반가웠다.제주 출신의 소설가 현기영(77)의 ‘순이삼촌’과 ‘바람 타는 섬’을 읽었던 건 열여덟 시절. 그 아득한 기억을 떠올리며 섬세해지는 마음을 추스를 사이도 없이 서정적인 문장과 매혹적인 문체로 독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소설가 Y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문학평론가 김윤식(82)은 Y를 향해 “나는 그의 소설 속에서 존재의 시원(始原)을 보았다”고 극찬한 바 있다.우리는 Y의 ‘화끈한’ 운전 실력에 놀라워하며 제주 이곳저곳을 쏘다녔다.“얼마 전에 한적한 제주 내륙 도로를 달리다가 시비가 붙어 창문을 내리고 목소리를 높였어요. 근데 상대방이 ‘새 책은 언제 나와요’라며 웃더군요. 그때 이후론 어지간하면 양보운전 하려고 합니다”라는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으며.한라산을 제외하고는 제주에서 가장 높다는 송악산 꼭대기에 올라 대한민국 최남단 가파도와 마라도를 안타까운 눈길로 마주한 순간. 일행은 할 말을 잃고, 역사를 압도하는 풍광의 아름다움에 취했다.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초지를 내려다보며 먹었던 데친 문어와 동동주의 맛이라니…. 술이 아니라 제주 바다와 푸른 초원이 우리를 취하게 했다.◇ 마라도, 가파도, 송악산, 서귀포 그리고 쓸쓸함한국의 어떤 도시와도 다른 환경 탓에 폭우와 햇살이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제주도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서귀포항으로 향했다. Y는 변덕스런 제주의 날씨마저 자랑했다. “여긴 비가 오면 보통 이렇게 오더군.” 말끝에 달리는 웃음이 그가 온전한 제주 사람이 돼있음을 짐작케 했다.도착한 서귀포항. 발령된 폭풍주의보 탓에 무리 지어 정박한 어선들. 그 어선들마다에 걸려있는 만선(滿船)을 기원하는 깃발. 깃발의 미세한 떨림이 한 인간의 전 생애를 아프게 돌아볼 수도 있게 한다는 생경한 깨달음에 가슴이 시렸다.왜 우리는 사람들 사이에 살면서도 이토록 외로운가? 왜 인간은 결국 각각의 섬일 수밖에 없는가?쓸쓸한 마음은 사내 넷의 발걸음을 술집으로 향하게 했다. 길을 되짚어 올라와 도착한 제주항. 바다를 향한 통유리창이 시원스런 횟집에 들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라는 제주의 저녁놀이 핏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제주 바다가 선물한 도미와 보말, 등이 붉은 해삼과 옥돔구이, 거기에 성산포에서 태어났다는 인심 좋은 주인이 “남자들에게 좋다”며 서비스로 가져다준 청각으로 차려진 술상. ‘한라산물 맑은 소주’의 비워지는 속도가 빨랐다. 이윽고 찾아온 만취. 어느새 바다는 먹물 닮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 제주 밤바다, 그가 물었다 “당신도 외롭지요?”자리는 Y의 단골집이라는 제주 시내 한복판 재즈카페로 옮겨졌다. 페르시아 고양이를 안고 있으면 잘 어울릴 것 같은 검은색 벨벳드레스를 입은 마담이 캐롤 키드(Carol Kidd)의 ‘웬 아이 드림(When I Dream)’을 멋들어지게 불렀다.어두운 카페를 울리는 피아노와 색소폰 소리. 그 견딜 수 없는 분위기에 젖은 소설가 Y가 기자를 돌아보며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홍형도 사는 게 외롭지요?”그때서야 알 수 있었다. 김윤식을 포함한 문학평론가들이 상찬한 Y의 소설이 지닌 매력을. 그것은 다름 아닌 ‘뼈가 아플 정도의 외로운 문장’이었다.결국 문인이란 자신의 상처를 덧내 타자를 위로하는 존재, 소설가란 인간으로선 견디기 힘든 거대한 절망과 고독을 짊어지고도 웃는 얼굴로 살아가는 슬픈 사람이 아니었던가.제주에서의 두 번째 날. 숙취는 끈질기고 지독했다. 먼 바다에서 물을 끌어다 만들었다는 노천 해수탕에 잠시 몸을 맡긴 후 서귀포시에 자리한 이중섭기념관을 향했다.“생전의 예술적 영예란 덧없는 허깨비”란 명제를 자신의 온몸으로 보여준 불우했던 화가의 삶이 고스란히 새겨져있는 현장.가난 탓에 아내를 친정으로 보내고, 제주바다의 암초처럼 외롭게 연명했던 화가의 그림자가 현실인양 앞으로 다가섰다. 개펄을 기어 다니는 게와 해초로 먹을거리를 해결했던 빈곤. 이중섭 또한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때다. 전날 밤 Y가 던진 물음이 다시 떠오른 것은. “홍형도 외롭지요?”대답해주고 싶었다. 자본의 절정 프랑스 파리를 떠나 아프리카에서 풍토병으로 다리를 잘라야 했던 시인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1854~1891)의 문장을 인용해. “지상에 외롭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으랴.”돌아가고 싶지 않던 일상을 향해 억지로 발을 옮기는 길. 제주공항으로 가는 내내 모두는 말이 없었다.심장 속 미망(迷妄)을 온전히 떨치지 못한 가여운 영혼들. 얼마나 더 살아야 “외롭지요”라는 물음에 “그렇지 않소”라고 답할 수 있을지. 그런 날이 올 수는 있을지….안개를 뚫고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북쪽을 향해 날았다. 제주도에서 발을 떼는 바로 그 순간, 다시 제주가 그리워지고 있었다. 바다, 파도, 그리고 일생 몸의 일부로 안고 살아야할 외로움까지가 그리워지고 있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구창웅

2018-10-12

공장 만들며 생겨난 지산샛강의 낙조와 고니… 한 폭의 수채화

◇ 철새들의 낙원 ‘지산샛강’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낙동강변에 진행된 제방 공사로 낙동강 물길이 바뀌면서 기존에 흐르던 강물은 습지로 바뀌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구미 지산샛강이다. 지금은 지산샛강 생태공원으로 지정돼 있다.구미시는 지난 2009년 58억여원을 들여 연꽃단지, 산책로, 야외무대, 전망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생태공원으로 지정했다.지산샛강이 보기 드문 도심의 습지였기 때문에 보존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곳 지산샛강은 일명 ‘고니(백조)공원’이라고 불리울 만큼 많은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2호)가 겨울을 보내는 곳이다.겨울이면 이 곳에는 큰고니 수백 마리가 강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해 이를 보기 위한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지산샛강에는 큰고니뿐만 아니라 수배 마리의 청둥오리와 쇠기러기, 왜가리 등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흑고니(Black Swan)’의 모습이 포착돼 큰 관심을 불러 일이키기도 했다.하얀 큰고니 수백 마리가 노니는 곳에서 몸 전체가 검은빛을 하고 있는 흑고니가 쉽게 눈에 띄면서 더 관심을 받았던 것이다.흑고니는 태어난 곳에서 평생 사는 텃새임이 알려지면서 흑고니가 어디에서 날아왔는지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지난해 흑고니로 인해 국내에서 사진을 좀 찍는다는 사람들에게 구미 지산샛강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구미시, 2009년 58억 투입연꽃단지·산책로·전망대 조성지산샛강 생태공원으로 지정겨울철 찾아오는 철새 보호 등도심 속 습지 생태계 보존 위한주민들의 숨은 노력도 한 몫마을주민들이 직접 기획·진행매년 여름 ‘생태문화축제’ 개최시민 휴식공간·생태체험장 각광 ◇철새와 생태 보존을 위한 노력구미시와 지산샛강보존회는 지산샛강이 여름에는 연꽃 군락지로, 겨울철에는 철새들의 월동지로 이용됨에 따라 그에 맞는 보존방안과 활용방안을 강구하고 있다.처음부터 철새인 큰고니가 지산샛강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정확한 이유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나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낙동강 수심이 깊어지면서 낙동강변의 모래밭이 없어지자 철새들이 지산샛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10여년 전 지산샛강을 찾은 큰고니 등 철새의 수는 고작 수십마리에 불과 했으나 매년 그 수가 늘면서 2년전에는 650여마리가 지산샛강을 찾았다.지산샛강에서 월동하는 큰고니들의 개체수가 늘어난 것은 지산샛강 주변 생태환경이 좋은 것도 한 이유겠지만, 지산샛강보존회와 환경보호단체와 주민들의 노력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이들은 겨울을 나고 산란지인 시베리아 등으로 떠나는 큰고니를 위해 고구마, 볍씨, 식빵 등의 모이를 주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또 생태환경 보존을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지산샛강에서 발견된 청둥오리 폐사체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되자 주민들은 구미시와 함께 예찰활동과 소독을 강화하고 가금류 이동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주민 노력으로 일궈낸 생태공원지산샛강이 생태공원으로 조성되기 까지에는 지산동 주민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주민들은 지산샛강의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이들은 지산샛강보존회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지산샛강을 위한 사업을 진행했다.지역 시의원과 시청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지산샛강의 생태계 보존의 필요성을 알렸다. 생태학자를 초빙해 도심 습지의 특성과 보존의 필요성에 대해 시민들에게 직접 알리기도 했다.또 지산샛강이 생태공원으로 조성되는 것이 결정되자 전국 습지에 대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2011년에는 지산샛강 연꽃단지 조성을 위해 충남 부여 서동공원, 전남 무안 회산백련지, 부산 삼락공원 등 3곳을 벤치마칭 했다. 이들은 당시 연꽃뿐만 아니라 각종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테크, 주민편의시설, 수상유리온실, 야외수변무대, 홍보관 등 다양한 시설로 조성된 3곳을 둘러보면서 현재 지산샛강 생태공원의 밑그림을 그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연꽃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시설관리에 대한 사항 등을 꼼꼼이 챙겨 현재의 지산샛강 생태문화축제의 발판을 만들기도 했다.지산샛강보존회는 샛강 한켠에 다양한 연꽃 수종을 심어 샛강을 더욱 빛낼 연꽃 수종도 연구하고 있다.또 이들은 지산동과 매월 샛강생태공원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통해 샛강 보존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이밖에도 매년 여름에 지산샛강 생태문화축제를 개최해 도심의 습지를 널리 알리고 있다.마을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이 축제는 공연, 체험, 참여, 전시마당 등 20여개의 콘텐츠를 구성해 다채롭게 꾸미면서 매년 3만여명이 축제장을 찾고 있다.특히, 지산샛강 생태습지와 대규모 연꽃군락지 등 지산샛강이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차별화된 콘텐츠로 축제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특히, 송어잡기 체험과 경북무형문화재 제27호 발갱이들소리 공연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주민들의 이러한 노력으로 지사샛강 생태공원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이면서 연꽃 군락지의 자연환경으로 생태체험과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안강호 지산샛강 생태보존회 회장 인/터/뷰“주민도 잘 모르는 ‘구강습지’ … 불법 매립 등으로 훼손돼 안타까워 ”“도심 습지인 구강에도 관심을 좀 가져주세요.”지산샛강 생태공원을 취재하기 위해 만난 지산샛강 생태보존회 안강호(66)회장의 첫 마디다.경북도 무형문화재 제27호인 구미발갱이들소리보존회 이사장이기도 한 안 회장은 지산샛강과 발갱이들소리를 보존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인물로 알려져 있다.안 회장이 말한 구강은 지산샛강과 불과 200여m 떨어진 습지로, 구미공단 조성을 위한 낙동강 제방공사로 물길이 바뀌면서 지산샛강과 함께 습지로 남게 된 곳이다.안 회장은 “지산샛강은 생태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보존이 되고 있지만, 구강은 시람들이 잘 몰라서 그런지 전혀 보존이 안되고 있다”면서 “자연스럽게 조성된 도심 습지가 더 훼손되기 전에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안 회장과 함께 찾아간 구강은 인근 논과 밭으로 가려져 있어 그 위치를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좁은 농로를 가로질러 풀숲을 지나서야 구강을 만날 수 있었다.안 회장은 “구강 주위에 논과 밭이 들어서면서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다. 여기 사는 주민들도 구강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구강도 샛강처럼 연꽃 군락이 조성돼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게 생태계 보전을 위해 더 좋은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안 회장은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구강에 대한 관심이 없다보니 일부 사람들이 구강을 매립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매립이 되다보면 구강이 모두 사라질 수도 있기에 더이상 매립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그는 또 “구강에는 샛강과 마찬가지로 큰고니 등 겨울철새들이 많이 찾고 있는데 강을 매립하는 행위로 인해 물길이 좁아지면서 강물 흐름이 여의치 않아 물이 오염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불법으로 강을 매립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지역까지 생기고 있다. 지금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곧 사라질 수도 있는 도심의 습지인 구강을 살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안 회장은 “지산샛강과 구강은 구미공단 조성을 위한 개발로 인해 만들어진 습지이긴 하지만 지금은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도심의 자연습지로 자연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이런 도심 습지를 보존하고 가꾸어 나가는 것이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인간이 침범한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8-10-12

풍부한 일자리·명품교육·문화복지 조화로 ‘중단없는 김천발전’ 견인

▲ 김충섭(오른쪽) 김천시장이 송편을 빚으며 시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더 큰 김천, 더 강한 김천, 더 행복한 김천을 만드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를 꺾고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충섭(64·사진) 김천시장의 시정 포부다.김 시장은 청도 부군수, 김천시 부시장, 구미시 부시장 등 42년간 다진 공직생활을 경험으로 행정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 후 항상 시민의 뜻을 시정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해 온 김 시장은 지난 8일로 100일을 맞았다. 김 시장을 만나 그동안의 소감과 앞으로의 시정계획에 대해 들어봤다.혁신도시와 원도심 조화·균형발전에 최선농촌 인력지원센터 활성화·첨단 스마트팜 등농업생산 소득 늘려 ‘부자농촌’ 만들 터- 취임 100일을 맞았는데…△ 할 일이 많아서인지 눈 깜짝할 사이에 100일이 지나간 것 같다.취임식을 하기도 전인 7월 1일, 태풍 쁘라삐룬의 북상으로 호우주의보가 내렸고 김천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수해위험지구부터 먼저 살피러 나갔었다.배수펌프장, 감천·직지천 둔치, 수해취약시설을 점검하는 것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지난 100일을 돌아보면 하루하루가 귀중하고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진다. 실과소 업무보고와 읍면동 초도방문을 통해 시정전반을 두루 파악할 수 있었고, 전통시장, 경로당, 기업체 주요기관단체 등의 방문으로 밑바닥 서민들의 고충도 알았다.지역경제의 어려움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일자리친화형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시민들이 만족할 만한 결실을 거두도록 하겠다. - 민선7기 시정목표와 운영방향은△김천시가 안고 있는 현안사업과 미래를 준비하는 신 성장동력 사업을 추진해 ‘중단없는 김천발전’을 견인하겠다.지역발전의 연속성을 이어받아 ‘더 큰 김천, 더 강한 김천, 더 행복한 김천’을 만들겠다.이를 위해 △일자리가 풍부한 경제도시 △더불어 잘 사는 균형발전 △미래를 대비하는 명품교육 △삶이 여유로운 문화복지 △시민이 중심되는 열린행정을 시정의 5대 방침으로 세웠다.또 김천이 새로운 도약의 시점에 있는 만큼, 혁신도시는 공공기관을 추가 유치하고 연관 기업 및 연구소 유치를 통해 더욱 발전시키겠다. 원도심 재생사업과 도시보강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혁신도시와 원도심이 서로 상생 발전하도록 해 전국에서 가장 으뜸가는 균형 잡힌 조화로운 도시로 만들겠다.이와 함께 김천1일반산업단지(3단계) 조성을 마무리 짓고 부품소재산업벨트 및 자동차 튜닝기술지원 클러스터 조성으로 많은 기업을 유치하고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 시티투어 등 문화·관광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확충해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김천이 되도록 하겠다.국내외 기업 유치와 투자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김천 청년 허브 설립으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경력단절 여성,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자리 늘리기 정책을 펼치겠다.- 혁신도시 공공기관 추가 유치 상황은△지난 9월 4일 국회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수도권에 있는 122개 공공기관을 적합한 지역으로 옮겨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이에 김천시는 큰 환영의 뜻을 표하고, 공공기관 추가유치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 9월 6일 추가이전 공공기관 유치 TF팀을 구성하고 활동에 들어갔으며, 또한 경북도도 9월 11일 TF팀을 구성하는 한편, 9월 14일에는 김천시와 합동으로 국토교통부 혁신도시 발전추진단을 방문하는 등 추가이전 공공기관 유치업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대경연구원에 ‘추가이전 공공기관 선정 및 유치방안 연구’를 의뢰해 유치대상 공공기관을 분류하는 작업을 완료하고, 이미 이전한 공공기관의 의견을 반영한 유치기관 확정을 앞두고 있다.이러한 활동을 통해 추가이전 대상 공공기관 중 이전 파급효과가 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혁신도시에 이미 이전한 공공기관의 기능별 연계성을 반영한 10여개 기관을 추가로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유치하면 혁신도시 조기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김천시는 이번 공공기관 122개 추가이전 발표를 계기로 기존에 입주해 있는 공공기관과 연계한 공공기관, 지연산업을 육성하고 선도해 나가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공공기관을 유치해 김천혁신도시의 추가확장을 통해 산학연 클러스터 조기구축과 자족도시로의 발전을 앞당길 계획이다.- 농업과 농촌 활력화를 위한 방안은△농업경제 활성화와 농촌 활력화는 무엇보다 농업생산 소득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본다.농부가 도시 근로자의 평균 연봉 3천360만원 못지않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부자농촌이 되면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나고 농업과 농촌지역이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농촌일손 인력지원센터를 활성화하고, 첨단 스마트팜, 농업의 6차산업화, 친환경농업 육성, 농촌체험 프로그램 및 축제 활성화, 농기계임대은행 서비스 확대 등 농민들이 변화하는 농업경영 방식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또 원예작물 냉해·폭염 등 기상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김천형 ICT 융복합 스마트팜 모델 정립으로 노동력 절감과 정밀농업기반을 구축하겠다.시설포도 첨단 스마트팜은 스마트폰 연동 원격 모니터링 및 제어장치를 통해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다.시설원예작물 ICT 장비 보급사업은 농장원격제어, 병해충 무인방제, 실시간 환경 모니터링 등을 제공하고, 정밀약제 살포용 드론과 자율자행형 트랙터 도입을 통해 노동력 절감형 농장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현재 5개소에 운영 중에 있는 농기계임대은행을 1개소 추가 신설해 농기계 구입부담을 낮추고 농업 기계화율을 높이도록 하겠다. 또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농기계 기종을 확대 구비·보급해 농기계임대은행의 이용도와 효율성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여기에 찾아가는 농기계수리 기동반을 신설해 농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다.김천시는 지난달 31일 경북 농식품수출정책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상사업비 4천만원과 시상금 200만원을 수상했다.또한 2017년 6개국(미국, 캐나다, 네들란드, 호주, 독일, 말레이시아)에 새송이 버섯 906t, 289만9천달러(32억3천만원)를 수출했으며, 포도(거봉, 샤인머스켓 등)는 10개국(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대만, 태국 등)에 284t, 184만7천달러(20억6천만원)의 수출성과를 올렸다.- 김천의 가장 큰 당면 과제는△지방자치의 핵심가치는 주민참여와 투명행정이다.민생현장의 소리를 가감 없이 생생하게 듣고 시정에 반영하면서, 결과에 대한 평가도 직접 시민들에게 받을 방침이다.또 기존 행정의 틀을 깨고, 적극행정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변화하는 행정수요에 맞춘 조직진단을 통해 연말까지 조직을 새롭게 개편하고, 시청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겠다.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통해 일하는 공직사회를 만들겠다. 공무원의 존재이유가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행정’임을 실감토록 하겠다. 그리고 혁신도시 활성화와 원도심 재생사업이다.도시의 균형개발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혁신도시와 원도심이 상호 상생하는 지역발전의 모델을 만들겠다.혁신도시가 2만7천명의 자족도시로 발전하도록 첨단산업과 산업단지를 연계한 국가혁신 클러스터를 조기에 조성하겠다. 보건소, 정신보건센터, 치매안심센터, 건강증진센터의 기능을 통합하는 가칭 통합보건타운을 원도심에 건립해 맞춤형 보건서비스를 제공하겠다. -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튼튼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시장’, 말과 마음이 잘 통하는 ‘소통시장’, 따뜻한 배려와 행복을 더하는 ‘복지시장’,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신뢰시장’이 되겠다.‘경제, 소통, 복지, 신뢰’라는 시정운영 철학을 가지고 오직 시민의 뜻으로, 시민과 함께, 김천인의 꿈을 활짝 꽃 피우겠다.김천시정의 중심에는 오직 시민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시민중심의 행정으로 지역 정체성, 문화, 시민의식, 가치관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불어 넣겠다.땀 흘려 노력한 만큼, 가을들판이 풍성해 지듯이 1천여 공직자와 함께 중단없는 김천발전을 위해 더욱 매진할 것을 약속드린다./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8-10-11

전쟁의 참혹함으로 얻어진 이 평화의 소중함, 오감으로 직접 체험

남북한은 이제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평화의 시대에는 평화를 위한 희생을 기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역사적 시점에 호국평화의 도시 칠곡군에서 제6회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이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동안 칠곡보 생태공원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를 총 지휘할 축제위원장인 백선기 칠곡군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본다. 임진왜란·병자호란·6·25전쟁 등대한민국 최대 격전지 칠곡군참전용사·호국용사 기리고그들의 노력과 희생 되새겨국내 유일 호국평화축제다양한 인프라와 스토리로색다른 고품격 축제 자리매김5가지 스토리로 구성된‘평화 로드 투어’국군 최신무기·군 문화 체험 등100여개 넘는 전시 체험 마련12일(금)~14일(일)까지칠곡보생태공원칠곡호국평화기념관 일원-칠곡군이 평화의 도시로 불리고 있는데…△ 분쟁과 다툼이 없이 서로 이해하고, 우호적이며, 조화를 이루는 상태로 지구촌에 전쟁이 없는 평화가 유지되는 상황을 우리는 ‘세계평화’라고 흔히 칭한다.하지만 현재까지도 세계 여러나라에서는 수많은 내전과 다툼이 어이지고 있다.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은 항상 불안함이 가득차 있다. 최근 한반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4·27 남북정상 회담과 평양방문으로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평화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현재 평화의 목소리를 전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준비하는 고장이 있다. 바로 칠곡군이다.칠곡군은 과거로부터 국방의 요충지로 임진왜란, 병자호란, 6·25전쟁 최대의 격전지이다. 이곳은 6·25전쟁 당시에도 55일간 혈전이 벌어진 곳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전세를 역전시키고 대한민국을 지켜낸 호국평화의 도시다. - 축전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자’다.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기에 앞서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평화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함을 알고 감사해야 한다.하지만 오늘의 평화를 위해 희생했던 참전용사의 고마움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볼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이 어떠한 노력과 희생으로 나라를 지키려했는 지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이 축전에 마련돼 있다.축전에 참여해 많은 것을 보고 느낀 후 우리가 누리는 평화를 위해 누군가는 자신의 모든 것과 가족의 행복까지도 희생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문화대축전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우리 군은 호국평화를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을 6년째 개최해 오고 있다.통상 자치단체는 3년간 중앙정부로부터 축제 경비를 지원받으나 낙동강 대축전은 6년째 지원을 받을 정도로 국가가 인정한 국내 유일의 호국 평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또 칠곡군에는 호국과 관련한 다양한 인프라와 스토리가 있다. 호국평화기념관, 다부동전적기념관, 호국의 다리, 관호산성 등 지금까지 조성해 온 호국 인프라와 앞으로 들어설 한미우정의 공원, 호국문화체험 테마파크 등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돼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 되도록 할 계획이다.이렇게 호국 인프라의 유기적인 연계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여기에 스토리까지 입힌다면 살아 숨 쉬는 명품관광의 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문화대축전이 다른 축제와의 차이점은?△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해 먹고 즐기는 먹거리 축제와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다르다.매년 10월 축제의 계절을 맞아 각 자치단체마다 주민이 화합하고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하지만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은 단순 즐기는 축제가 아닌 전쟁의 잔혹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오감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뜻 깊은 행사다.군민들의 마음가짐 역시 남다르다. 호국의 고장에 걸맞게 우리 군민들은 평화대축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호국과 평화의 가치를 널리 전파하는 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부여한 신성한 의무이자 책임이라 생각하고,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이번 축제에는 정말 많은 군민들이 축전 홍보를 위해 앞장 섰다.종택 종손, 가정주부, 시장 상인 등 각계각층의 칠곡군민들은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문화대축전 카운트 다운 날짜를 적은 홍보판을 들고 낙동강평화축전 공식 SNS와 개인 SNS에 인증샷을 올리며 많은 참여를 부탁했다.이뿐만 아니라 내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시리아 어린이와 6·25전쟁 참전국인 에티오피아 대리 대사까지도 축전 홍보에 나선다.이러한 노력들은 언론에도 많은 주목을 받으며 축전 인기몰이에 기여를 했다.- 6.25 참전용사 엘리엇 중위 자녀 초청으로 큰 주목을 받았는데 △6.25전쟁 참전용사인 엘리엇 美 육군 중위는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불행히도 그는 1950년 8월 호국의 다리 인근에서 야간작전 중 실종되어 영원히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엘리엇의 부인은 평생 동안 기다렸던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자신의 유해를 남편이 잠들어 있는 호국의 다리에 뿌려줄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지난 2015년 그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아들과 딸이 호국의 다리 아래에서 어머니의 유해를 뿌려 부모님이 사후 만남을 도왔다.이와 같은 사실을 접한 칠곡군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훈하기 위해서 엘리엇 자녀들을 찾고자 주한 미국대사관, 주미 한국대사관, 국방부, 국가보훈처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또 영문으로도 보도자료를 작성한 후 외신에 보도요청을 했으며, 영자신문에도 제공했다.그 결과 그들과 연락이 됐고, 우리의 초청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엘리엇 가족의 슬픈 사연을 알게 된 칠곡 군민들은 이번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에 제임스 엘리엇의 아들과 딸이 방문하면 그의 희생을 기리고 명예군민증을 수여할 계획이다.- 대축전 광고에도 큰 성과가 있다고 들었다△제6회 낙동강세계평화 문화대축전의 성공적인 개최와 축전의 의미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대학생 평화 광고 공모전을 개최했다. 공모전에는 평화, 통일, 감사의 3가지 주제로 영상광고 40편, 인쇄광고 50편이 접수됐다.그 결과 박새미(22·여)씨 영상광고 대상에 수상됐다. 그의 영상광고는 다수의 케이블 채널을 통해 ‘스팟 광고’로 방송되며 축전을 알렸다.또 인쇄광고로 최우수상을 받은 김도영(25)씨의 작품은 모든 광고인의 꿈이라 할 수 있는 ‘美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광고가 송출됐다.특히 뉴욕 타임스퀘어 축전광고와 칠곡군 로고가 송출돼 군민들이 칠곡군의 위상을 피부로 느끼고 자긍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이번 축전에 놓쳐서는 안 될 것은△5가지 스토리로 구성된 ‘평화 로드 투어’를 순서대로 걸어보실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평화 로드 투어는 치열했던 낙동강 방어선 전투의 현장을 만나보는 미디어 왜관철교로 시작된다.이어 68년 전 기억되길 바라며 사라진 용사들을 AR증강현실로 만나보는 나를 기억해줘 코너를 만날 수 있다.이후 평화의 우산을 쓰고 대한민국과 세계평화를 약속하며 430m부교를 통해 낙동강을 건너는 평화의 행진이 이어진다.낙동강을 건너면 국군의 최신 무기와 군 문화를 체험을 할 수 있는 평화를 지키는 사람들 코너를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평화를 맘껏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안녕! 평화야’ 코너로 평화로드 투어는 막을 내린다.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방부 3대 전승행사의 하나인 낙동강지구 전투전승 행사와 통합 개최되어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한다.특히 430m 부교, 프린지 공연, 헬기고공강하 등 평소에 접합 수 없는 군(軍) 콘텐츠와 낙동강 대축전의 100여개 넘는 전시·체험 콘텐츠가 만나서 볼거리, 즐길 거리가 더욱 알차고 풍성해졌다.또 현역 군인과 함께 병영 문화를 체험하고 우리 국군이 자랑하는 공격헬기를 비롯한 최첨단 무기를 직접 만져 보고 탑승할 수 있다. 실명을 공개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청소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 출신 병사도 깜짝 방문할 예정이다.칠곡/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18-10-08

동해풍 맑은 공기에 맑고 깨끗한 물 공급, 군민 삶의 질 업그레이드

무엇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한 시절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 절대다수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1960~70년대. 정부의 복지정책은 국민이 ‘덜 굶고, 덜 헐벗게 하는 방향’에 맞춰져 있었다. 그 방침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지속됐다.그리고 2018년 오늘. 높은 교육열과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 부모세대의 자기희생과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은 단기간에 나라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국토는 좁고, 자원도 풍부하지 않지만 한국은 이제 경제 규모면에서 세계 10위를 오르내리는 국가가 됐다.이런 상황에 발맞춰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정책도 변하고 있다.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무게추가 옮겨간 것이다.깨끗한 물을 마시고, 오염되지 않은 공기 속에서 숨쉬며, 청결하고 위생적인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에 속하는 것들. 또한 이 문제는 일정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삶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대부분의 한국 지자체들과 마찬가지로 영덕군 역시 군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미세먼지 등 공기 오염물질의 위험성을 알리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된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과 ‘사물인터넷 기반 미세먼지 측정망 구축사업’ 등은 그 생생한 사례다. 실생활에서 주민들의 미소를 부르는 깔끔한 공중화장실 신축도 빼놓을 수 없다.영덕군청이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인다”는 슬로건 아래 의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관련 사업들을 세부적으로 점검해보고자 한다. ◇ 깨끗한 물의 안정적 공급은 빼놓을 수 없는 복지환경부가 주관한 ‘2018년도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 대상지로 영덕군이 선정된 것은 지난해 10월. 5년간 총사업비 315억 원을 확보함으로써 시작된 이 사업의 목표는 “지방상수도 관로와 운영 체계를 개선해 효율적인 물 관리를 이뤄낸다”는 것이었다.노후 상수관로 비율, 유수율, 사업의 기대효과, 사업 의지, 재정건전성 확보 노력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영덕군은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후 ‘깨끗함 물 공급’을 위한 계획을 단계적으로 수립했다.사업이 완료될 2022년에는 오래된 상수도관이 전면 교체·정비되고 블록시스템과 유지관리시스템으로 선진화된 상수도 체계를 구축하게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취수원 보호와 가뭄에 따른 주민불편까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사업 대상지 선정 직후 이희진 군수는 “주민들에게 양질의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복지”라는 말로 향후 적극적인 사업 추진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이후 영덕군은 올 초 K-water와 노후 상수도시설 개선을 위한 ‘영덕군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 위·수탁 협약’을 맺었다. K-water는 노후 수도관 교체, 블록시스템 구축, 누수 탐지와 복구, 수도관 정비 및 실시간 유량 감시체계 구축 등을 협약에 따라 진행했다.영덕군은 낡은 수도관이 적지 않아 누수가 많았다. 요금 현실화율(37%) 또한 낮았다. 물 전문 공공기관 K-water는 전국 23개 지방상수도를 위탁 운영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수율 향상 등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올해 본격화된 영덕군의 상수도 현대화사업은 영덕읍 등 8개 급수구역 유수율을 사업 완료 시점인 2022년까지 85%(현재 55.9%)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새는 수돗물만 줄여도 연간 35억 원의 생산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블록시스템과 유지관리시스템은 ‘물의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관리’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이와 관련 영덕군청은 “지방 상수도 현대화사업은 누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줄이고 물 복지를 향상시키는 필수 사업”이라며 “사업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K-water와의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 블록시스템으로 물 처리시설의 원격 감시·제어 가능영덕군의 상수도 현대화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올 초봄엔 ‘영덕 상수도 현대화사업소’가 문을 열었고,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첨단 시스템을 통해 공급하겠다”는 주민과 맺은 약속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상수도의 유지 및 관리 비용과 수돗물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설의 개선과 재투자’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의 정착 없이는 사업의 완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영덕군은 현재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사업추진안에 대한 논의와 토론은 2022년까지 끊이지 않을 듯하다.하성찬 영덕부군수의 “K-water의 축적된 수도 분야 노하우와 기술로 누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없애고 주민불편도 최소화 해달라”는 부탁도 이런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영덕군과 K-water의 노력이 합해진 ‘영덕군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의 성과는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노후된 상수관과 정수장 등이 개량·현대화됐고, 사업 지역인 영덕군 전역(1읍·8면)의 급수구역을 대블록, 중블록, 소블록의 형태로 계층화했다. 이로써 취수장, 정수장, 가압장 등 물 처리시설의 원격 감시·제어가 가능해진다.블록구축과 관망 정비를 위해 (주)건화 등 4개 업체와 용역계약이 체결됐고, 기초데이터 분석 등의 작업 후 올해 말 실시설계가 완료되면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이와 관련 영덕군 관계자는 “현대화사업소 개소 후 127건의 누수탐사를 시행해 하루 9천326㎥의 누수를 복구했다”는 희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는 ‘수돗물 절약’이라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성과였다. ◇ 노력의 결과 드러나는 ‘영덕군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여름이 끝나갈 무렵엔 영덕·영해·병곡 일대의 상수도관 세척작업도 진행됐다. 고질적인 수질 민원의 발생 경로를 파악하고 빠른 대책 수립을 위한 것이었다.통상 상수도관의 기대수명은 40년 정도다. 오래된 상수도관이라 해도 쉽게 녹이 슬거나 이물질이 남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압이 낮은 상태로 공급될 경우 유속이 느려지면 관 내벽에 이물질이 쌓인다. 이런 찌꺼기를 첨단 세척공법으로 제거한 것.‘영덕 상수도 현대화사업소’는 상수도관 세척작업이 진행된 당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야간작업을 진행해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했고, 관련 소식을 마을방송과 홍보물 등을 통해 미리 알려 당황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배려했다.이처럼 ‘깨끗한 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영덕군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대하는 군민들이 적지 않다. ‘모바일로 보는 우리동네 공기질’ 미세먼지 대책 적극 추진, 깨끗한 ‘숨’ 쉬는 영덕군오염물질이 섞이지 않은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는 것은 현대인들의 공통적인 욕구다. 영덕군은 올 2월 군 단위 지자체로는 전국 최초로 KT와 ‘사물인터넷(IoT) 미세먼지 측정망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공기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미세먼지 오염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영덕은 읍면사무소 등 20개 주요 지점에 IoT 미세먼지 측정망 시스템을 설치해 시시때때로 변하는 공기질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전광판과 앱(App)을 통한 휴대전화 시스템으로 실시간 제공할 계획을 세웠다.이희진 군수는 “미세먼지 문제는 군민의 생명과 직결된 것”이라며 “미세먼지 측정망 구축을 통해 군민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김경일 KT 대구 고객본부장 역시 “영덕군이 대기환경 오염 예방을 위한 미세먼지 대책을 추진하는데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4월 초순 시작된 ‘IoT 기반 미세먼지 측정 서비스’는 미세먼지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타 지역의 주목을 받았다. 1개월의 시험가동 후 5월부터 본격적인 대기 질 측정이 시작됐고, 미세·초미세먼지 상황도 실시간으로 전해졌다.측정된 자료를 빅데이터로 축적한 영덕군은 이를 공기질의 선제적 관리에도 활용한다.또한 미세먼지의 발생을 억제하는 ‘도로 재비산먼지 청소차량’의 구입 계획도 세웠다. 상대적으로 쾌적한 영덕 지역의 대기환경을 전국에 홍보해 관광객도 끌어들일 예정이다.더불어 영덕군청은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인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사업의 확대와 공사장과 대기오염 물질 배출사업장 점검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지난 6월부터는 모바일 앱과 인터넷 홈페이지 연결로 이용할 수 있는 ‘공기질 알리미 서비스’도 시작됐다. 이 역시 전국 지자체 최초다.영덕 주민과 관광객은 스마트폰과 개인 컴퓨터로 미세먼지 등 공기 오염물질의 정보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영덕군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미세먼지’ 메뉴를 누르면 ‘영덕군 공기질 서비스’ 화면에 접속이 가능하다. 이곳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습도, 야외활동 지수 등 실시간 정보가 1분 간격으로 업데이트 된다.영덕군청의 한 공무원은 “깨끗한 공기와 우수한 환경정책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미세먼지 등 대기 정보를 축적해 빅데이터로 활용하면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환하게 웃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10-05

구릉지·논밭 밀고 한국 최초 전자단지 우뚝… 낙동강 물길을 바꾸다

1971년 구미공단 조성의 첫 주춧돌전자단지 제1공구 총 85만6천㎡ 건설통수 위한 제방·한국 최초 유수지 축조용수처리·여과지·배수지 시설 확장해총 7만㎥ 용수 넉넉히 공단에 공급제3공구 건설때 대규모 제방 축조물길 변화로 오늘날 지산샛강 탄생◇ 전자단지의 조성한국전자공업공단은 창립과 함께 첫 사업으로 구미공단 조성의 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전자공업전용단지 건설에 착수했다.1971년 11월부터 조성지의 구릉지와 전답 등 60만5천㎡를 매입하고 이미 입주한 한국도시바(주)가 원상태로 분양받아 조성한 부지를 편입해 총 85만6천㎡의 전자단지 제1공구를 조성했다.제1공구가 조성된 1972년 6월은 이미 완료중이거나 공장건설에 착수한 업체가 늘어나 이 지역의 풍경은 완전히 변해 산업화의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전자단지 제1공구 조성공사는 제1단지 전체로 보면 북쪽 비산동 일대와 신부동 일대의 구릉지와 전답을 개발해 조성했다.비교적 표고상 골곡이 많은 지역이어서 단지조성 형태는 지형적인 특성으로 야산 절토와 전답 몰입이 대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단계식 소규모의 블록으로 조성해 약 9천920㎡단위의 전자업체를 유치하기 편리하도록 조성됐다.◇공단 조성을 위한 낙동강 제방을 만들다구미공단이 조성되고 산업활동이 늘어나면서 그에 대한 지원 수요가 요구되기 시작했다.이 같은 지원 수요를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전자단지 제2공구와 제3공구를 함께 건설하게 된다. 1972년 12월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구미공업단지 조성에 관한 회의에서 전자2공구의 조성과 일반단지의 확장에 대해 지시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와 함께 단지 동편의 하천부지 개발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수자원개발공사에 지시했는데, 이것이 전자단지 제3공구의 시발점이 됐다.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수자원개발공사는 합동조사단을 만들어 단지 동편 낙동강 하천부지 매입을 위한 현지 조사를 마치고 기본계획을 수립한다.이 기본계획에 따라 한국전자공업공단은 수자원개발공사와 단지조성 업무계약을 체결하고 하천부지 매립면허와 공단조성 실시계획의 승인을 얻어 제3공구 조성을 시작했다.제3공구 공사는 당초 462만8천㎡로 계획돼 있었으나 실시계획의 변경으로 계획보다 줄어든 454만6천㎡로 준공됐다. 이유는 당초 계획대로 제방을 축조할 경우 낙동강의 홍수 시 통수(通水)에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측량이 나왔기 때문이다. 즉, 소용돌이 현상을 억제해 물의 흐름을 빠르게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하천단면을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제방은 홍수를 고려해 높이와 안전도를 충분히 주었고, 배수효과를 높이기 위해 비교적 지형이 높은 구간의 배수는 외각배수로를 설치해 집수면적을 최소화하고 배수로의 하류부분은 유수지를 두고 매립표고를 낮춰 매립토량을 최소화했다.강물의 흐름을 무리없이 해 수위의 평형을 유지하도록 제방설계를 조정한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수지를 축조하다전자단지 제3공구의 제방공사와 함께 22만1천㎡의 유수지를 축조하는 공사를 추진하게 된다. 당시 유수지를 둔다는 개념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공법이었다.유수지는 낙동강의 수위가 홍수로 인해 다소 높아질 경우에 단지내의 자연적인 배수가 곤란해질 것을 대비한 것으로, 인공배수 장치로 여기에 400마력 용량의 대형펌프 3대가 설치됐다.유수지는 담수 용량이 100만㎥ 가량으로, 1천200㎜ 흡인관 3개와 1천800㎜ 배출관 1개를 갖춰 단지 내 자연배수가 어려울 경우 낙동강과의 자연배수로를 차단해 낙동강의 단지 내 역류를 막도록 했다. 또 초당 3㎥의 인공배수가 가능토록 했다.여기에 연장 6㎞의 제방이 높이 8m로 축조됨으로써 발생되는 단지 내 침수지의 배수를 무리없이 하기 위해 하수망(下水網)을 연결했으며, 자연배수를 돕기 위해 부제(副提)를 축조했다. 평상시에는 자연배수로, 유사시에는 인공배수로를 이용하는 이중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그리고 약 3㎞의 고지배수로를 만들어 단지 밖의 농경지와 구미시가지, 단지 서쪽의 제일합섬(주), 제일모직(주), (주)코오롱, 윤성방직(주) 등에서 나오는 유수가 단지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낙공강에 직접 자연하류가 되도록 했다.◇용수 걱정이 없는 구미공단구미공단은 풍부한 낙동강으로 인해 용수시설 확충에 매우 유리한 점을 갖고 있었다.1973년 제1단지가 1천52만9천㎡의 거대한 규모로 확장되면서 초기 계획에 비해 3배 이상의 용수공급 능력이 필요해 용수처리시설과 여과지시설, 배수지시설을 급속히 확장했다.이로 인해 제1단지 입주업체들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1980년 당시 단지 내 급수시설은 하루 최대생활용수가 3만㎥, 공업용수가 4만㎥으로 총 7만㎥를 넉넉히 공급할 수 있게 되었고, 취수펌프도 용량 400HP 3대, 250HP 1대로서 최대취수용량이 7만㎥/일이 됐다. 또한 정수장의 저수능력도 7만㎥/일로서 부족난을 겪은 적이 없었다. ◇구미대교 건설구미대교 건설은 구미공단 제1단지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당시 단지가 조성되면서 산업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교통수단이 없어 제1단지와 강 건너 지역인 인동은 나룻배를 이용해야했다.이로 인해 단지조성으로 인한 지역사회의 발전이 인동지역 주민들에게는 딴세상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또 구미공단으로 봐서는 칠곡군 지역의 인력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이에 1973년 8월 총 공사비 13억원을 투입해 교량폭 20m, 총연장 688m의 구미대교를 준공했다. 구미대교는 당시 제1단지가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불편을 해소함과 동시에 후일에 건설된 제2단지와의 교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했다.이밖에도 군위, 상주, 안동 등 경상북도의 동북지역과의 통행거리를 50㎞나 단축시켜 공업단지의 입지접근을 높였다. ◇공단, 낙동강의 물길을 바꾸다구미공단 조성을 위해 낙동강변에 진행된 제방공사는 기존 낙동강의 물길을 바꾸어 놓았다. 특히 전자단지 제3공구 공사지역은 원래 상습적인 수해지역으로 백사장과 습지가 대부분이었다.이로 인해 대규모 제방을 축조해야 했는데 이 제방은 총 연장이 6㎞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로 당시 매우 어려운 공사였다.제방은 공단의 입지만 고려돼 진행되었기 때문에 일부 낙동강의 물길은 변할 수 밖에 없었다. 공단 제방공사로 인한 낙동강의 변화된 물길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구미 지산샛강이다.지산샛강으로 불리는 이 강은 낙동강의 작은 물길이 도심으로 유입돼 강을 이루고 있는 형태로 생태계가 살아있는 습지로도 발전했다.또 지산샛강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도 샛강과 비슷한 옛 구강으로 불리우는 강이 존재하고 있다.샛강의 경우 지산동의 지산샛강 보존회 등이 생태 습지로의 보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학습의 장, 힐링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23만8천760㎡ 규모의 지산샛강은 현재 공원으로 지정돼 있으며, 매년 지산샛강 생태문화축제와 발갱이들소리공연 등이 개최되면서 도심의 습지로 시민들의 큰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하지만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든 옛 구강은 훼손이 심해 관계당국의 보존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8-10-05

6·25 전쟁으로 무너진 한국 경제, 구미공업단지로 재생의 길 모색

전자공업 육성으로 경제성장 박차1969년 ‘구미공업단지’ 설립 추진도심 중 낙동강 관통, 용수 풍부하고경부고속도·국도 등 교통요건 좋아넓은 평야면서 지내력 좋은 낙동강변국가산업시설 기반 조성에 최적 조건고향인 구미에 조성 정치적 부담에박정희 전 대통령 처음부터 반대이원만 회장 “국가 위해 감수해야” 설득◇ 국가공단의 필요성 제기광복이후 6.25전쟁을 겪으면서 한국경제는 말그대로 파탄에 빠져 있었다.외국의 원조를 통한 전후 환경 개선과 수출을 통한 경제 회복해 안간힘을 쏟았지만 녹녹치 않았다.3년간 치러진 6.25전쟁은 민간부문의 시설은 물론, 도로·철도·항만·통신·전력·수도·학교 등 사회간접자본을 포함한 일체의 직간접적인 생산시설과 공공시설을 파괴해 버렸다.외형적인 피해와 더불어 정신적인 타격 또한 심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한국경제는 4.19와 5.16을 거치면서 고도의 성장을 이루는 전기를 마련한다.특히, 5.16 정부는 미국의 원조가 무상원조에서 차관으로 전환해 원조액을 감소시키는 정책으로 바뀌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출경제에 집중하게 된다.정부의 수출지원정책으로 1960년대 수출은 10년동안 23배나 증가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이룬다.하지만 이러한 수출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외화 가득률의 저하, 수출상품의 단순성, 첨단기술부재 등의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수출정책은 양적 측면에서 질적 측면으로 변화했다.그러다 일본이 1964년 올림픽 이후 전자산업 육성으로 빠르게 경제 성장을 하는 것을 지켜 본 한국도 전자공업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최첨단산업인 전자공업을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1970년대 초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인한 선진국들의 무역장벽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이에 정부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전자공업진흥 8개년 계획’을 수립한다.이 계획을 토대로 전국 각지를 대상으로 전자공업과 중화학공업을 육성할 최적의 장소를 물색하게 된다.수자원개발공사는 당시 4대강 유역 조사사업 자료를 토대로 구미를 산업기지의 최적지라는 결론을 내렸다.낙동강의 풍부한 수량과 강변의 튼튼한 지반이 산업시설 건설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 전자산업 육성에 최적지전자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구미국가산업단지(이하 구미공단)는 1969년 1월 3일 ‘구미공업단지 설립 추진대회’를 기반으로 같은 해 6월 4일 공업단지사업시행자를 지정함으로써 그 대역사가 시작됐다.구미공단이 조성된 것은 도심 한 가운데 낙동강이 북에서 남으로 관류하고 있어 용수공급에 유리한 자연적인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또 서쪽으로 경부선과 경부고속도로와 대구와 김천 등으로 연결되는 국도로 교통의 요충지였으며, 금오산 도립공원과 천생산, 청화산, 냉산 등으로 수려환 자연경관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낙동강변이 대부분 넓은 평야로 되어 있어 산업시설기반이 조성되기에 좋은 환경이었다.많은 사람들이 구미공단이 모래땅 위에 선 공단이라고 말하는 데 이는 제1단지 총 면적의 10% 정도의 모래땅이 전자단지 제3공구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제1단지 부지의 80% 이상이 전답이었고, 10% 정도가 야산, 나머지 10% 정도가 낙동강 유역과 하상이다.토질을 보면 전답매립지역은 원래 실트(silt)질 점토였고, 그 위에 실트(silt)질 모래로 매립해 지내력이 매우 우수하다.반도체 등의 전자산업에 있어 지내력은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조건이다.여기에 낙동강을 비롯해 그 지류인 구미천 등의 풍부한 용수 공급도 장점이다.낙동강의 수질은 Ca+, Mg+의 함량이 비교적 많아 염색에는 약간의 지장이 있는 것으로 판정받았으나, 염색업종이 없는 구미공단의 경우 전 입주업체가 양질의 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그리고 구미지역이 내륙지역이기 때문에 전자산업에 최적지로 꼽힌다.전자산업의 특성상 염분이 많은 바람은 부품의 정밀성과 생산공정에 피해를 줄 수 있기에 임해지역은 피할 수 밖에 없다.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최첨단 전자업종은 생산공정에서 1㎥당 10개의 먼지도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금오산과 천생산 등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의 구미지역은 중국의 황사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최적의 환경조건을 갖추고 있다. ◇ 구미공단과 박정희 전 대통령한국의 실리콘밸리 구미공단의 유치에 있어 고(故)박정희 전 대통령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수출지원에 중점을 둔 강력한 경제개발정책의 일환으로 세워진 구미공단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철학인 ‘빈곤으로부터의 탈피’와 ‘자립경제의 달성’이라는 이상의 실천 현장이기 때문이다.이에 구미에 공업단지가 들어서는데 있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하지만 구미지역이 낙동강의 풍부한 수량 등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그러한 영향력이 작용할 수 있었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오로지 구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에 국가공단이 건설되었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실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가공단이 자신의 고향인 구미에 조성되는 것을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코오롱 창업주인 이원만 회장의 회고록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사석에서 구미에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구미가 자신의 고향이기에 정치적 부담이 많아 반대했다는 것이다.이에 이원만 회장은 “구미에 공장을 짓는 것은 대통령의 고향이기 때문이 아니라 입지여건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고향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국가를 위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처음 정치적 부담감으로 구미에 국가공단 조성을 받대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구미공단 조성이 결정된 후에는 그 누구보다도 애착을 갖고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공단 조성을 위한 기반시설이 하나둘씩 지어질 때마다 현장을 찾아 격려했고, 지금의 산호대교가 있는 비산에 영빈관(迎賓館)을 지어 그곳에 머물면서 구미공단 조성을 지켜봤다. ◇ 지역인들의 국가공단 유치 노력구미지역에 국가산업단지가 조성이 결정되자 단지건설 속도는 엄청나게 빨리 진행됐다.구릉지와 야산이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공업물들이 들어서는 등 갑작스런 변화는 여러 어려운 문제들을 불러일으켰다.당시 지역민들은 구미에 산업단지가 조성되는 것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면서도 대대로 지켜온 생활터전이 상실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컸다.산업단지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지역유지들은 이러한 주민들의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특히 지방공업개발장려지구 지정을 앞두고 용지매입 문제로 난항을 겪던 사안에 적극 개입해 공단측과 지역민의 갈등을 풀어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사실 이 문제는 용지 매입가격도 모르는 가운데 단지 조성 설립에 동의하라는 것이어서 주민들의 양보와 희생이 꼭 필요한 것이었다.이에 지역유지들은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밤을 세워 주민들과 좌담회를 여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하지만 단순히 용지 보상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큰 문제였기에 해결이 쉽지 않았다.하지만 지역유지들로 구성된 추진위가 주민 한명한명을 찾아가 설득해 나가면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문제가 해결됐다.이러한 지역유지들의 노력으로 지역민들은 구미공단 건설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었고, 경제 성장이라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8-10-04

발 닿는 곳마다 ‘재미 팡팡’ 색다른 가족테마파크 ‘문경에코랄라’

문경을 더욱 빛나게 해 줄 새로운 테마파크가 문을 연다.3대 문화권 조성사업으로 873억원(국비 611억원, 지방비 262억원)이 투입된 문화콘텐츠 테마파크 ‘문경에코랄라’가 2일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문경에코랄라는 문경의 천혜 자연환경·생태를 뜻하는 ‘에코’와 ‘룰루랄라’의 합성어다.기존의 문경석탄박물관과 가은오픈세트장을 비롯해 새롭게 조성된 에코타운과 자이언트 포레스트를 통합해 문경이 자랑하는 청정자연과 문경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석탄자원과 영상문화자원을 이제 한 곳에서 즐길 수 있게 됐다.개장에 맞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키즈 플레이 월드’,‘태양의 화가 반고흐 미디어아트전’등 특별전시회도 준비돼 있다.석탄박물관 등 통합, 내일 개장실내촬영·숲 탐험·야외체험 등다양한 콘텐츠로 동심 유혹문경시 대표 관광명소 기대◇ 에코스튜디오 미디어센터(실내촬영체험)에코스튜디오 미디어센터는 영상제작 스튜디오로, 관람객이 직접 영상 촬영의 기획부터 편집까지 감독과 배우가 돼 체험하는 공간이다. 20여 개의 특수카메라로 정지된 동작을 다양한 각도로 연출해 영화 ‘매트릭스’의 슬로우 모션 효과 등을 체험할 수 있다.특히 영화 촬영과 편집을 모르는 초보자라도 이곳 매뉴얼대로 따르면 누구나 영화감독과 배우가 될 수 있다.모션캡쳐 스튜디오에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 골룸과 슈렉 같은 괴물로 변신하는 특수효과도 체험하게 된다. 방문객은 편집실에서 이미지 합성, 이펙트, 자막, 사운드 등을 영상에 삽입하는 과정을 체험한다. 완성된 영상은 자신의 이메일로 전송해 간직할 수 있으며 본인이 원하면 유튜브 등에 올리는 게 가능하다. 기획부터 편집까지 단체 체험에는 총 90분이 제공되며 개별 체험 시는 총 120분이 주어진다. 팀별로 최대 12명까지 구성할 수 있다. 최대 동시 체험 인원은 60명으로, 시나리오는 같지만 편집을 하기 때문에 똑같은 동영상은 나올 수가 없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 ◇에코써클과 에코팜에코써클은 백두대간과 문경의 생태이야기를 배우는 주제 전시관으로, 사람과 자연이 함께 꿈꾸는 숲, 환상의 숲 탐험 공간이다.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에 따라 아름답게 변화하는 백두대간의 주요 산의 모습과 시공간을 초월한 숲 속의 모습이 연출되며 여기에 동화적인 해석과 감상적인 스토리텔링이 가미된다. 이 곳에서는 생명의 진화를 미디어아트적으로 연출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써클영상, 무빙라이트, 파라이트, 실커튼, 패브릭, 입체음향시스템, 바닥조명 등을 사용해 생생하면서도 압도적인 영상미를 자랑한다.에코팜은 첨단 농업기술의 발달과 필요성을 전달하고 식물의 생육 과정, 친환경농업 소개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과 식물을 기르는 지혜를 전달하는 공간이다. 아쿠아포닉시스템(순환농법), 손쉬운 수경재배, 스마트 화분, 수생식물 정원, 스마트팜, 에어플랜트, 친환경 알기, 파종에서 수확까지, 씨앗이 자라면, 힐링테라피 등 10개의 테마로 구성돼 배우는 재미와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 야외체험시설-자이언트 포레스트문경에코랄라의 야외체험시설은축구장 크기로 규모부터 ‘메머드급’이다.문경시의 창작 동화인 ‘거인의 숲’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증강현실 놀이시설로, 관람객들이 갖고 있는 스마트폰에 40m 크기의 거인이 등장하는 동화가 증강현실로 구현된다. 체험자는 증강현실을 통해 주인공이 돼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놀이시설과 함께 즐길 수 있다.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영화 한 장면씩을 보여주지만 ‘거인의 숲’은 전체가 하나의 동화로, 동화의 특정장면들을 증강현실로 보여준다. 거인의 숲 시작은 ‘자이언트 포레스트’로, 거인의 숲 입구에 설치된 문자 조형 시설물로 알파벳 모양이 이색적으로 꾸며져 있고, 알파벳 모형으로 사진 촬영 공간, 편의시설, 휴게·놀이시설을 만들어 놓았다.광장을 지나 처음 맞이하는 ‘숲 마을’은 거인의 숲에 사는 친구들의 마을로, 4마리의 동물 캐릭터 집이 마을을 이룬다. 각 동물 캐릭터의 집에서는 ‘거인의 숲’ 스토리를 소개하고 가이드 앱으로 전체 시설의 위치와 에코랄라 전용 앱의 사용방법 등을 설명한다. 또 포토 체험, 동영상 재생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숲 마을을 지나면 거대한 거미 조형물이 압권인 ‘거인의 숲’을 만난다. 거미를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조형물을 배치한 어린이 체험놀이터다.나무로 만든 대형거미는 아이들이 타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도전정신과 자신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키즈 짚와이어도 설치했고, 거미줄 형태를 활용한 그물형 놀이이설인 스파이더 놀이는 아이들에게 재미를 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진짜 거인을 만날 수 있는 ‘거인의 언덕’‘거인의 언덕’에서는 진짜 거인을 만날 수 있다. 거인의 스케일에 맞춘 미끄럼틀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거인스케일의 숟가락, 포크, 나이프로 디자인된 미끄럼틀로 마치 거인의 나라에 온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물놀이 과학체험시설인 ‘신기한 수도꼭지’는 말 그대로 신기하다. 대형 수도꼭지 조형물과 물놀이 시설인 물펌프, 수차놀이, 물 끌어올리기, 댐건설, 물레방아 등은 재미가 만점이다. 어린이 물놀이 시설로 대형 종이배 놀이조형물과 미스트 놀이시설, 폭포 등으로 구성된 ‘종이배 연못’도 재미와 흥미가 가득한 체험 공간이다.‘거인의 숲’은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가족단위 콘텐츠가 풍부하다. 거인의 손가락과 대형의자, 미끄럼틀 등의 거인 콘텐츠에선 아이들이 놀 때 부모들이 증강현실 동영상을 찍어주면 놀이와 증강현실 속의 동영상을 동시에 느끼고 보여 줄 수 있다. 물놀이 시설에서는 마치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는 느낌인데, 이곳에도 증강현실이 도입돼 하늘로 배가 날아가는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 ◇ LED월(Wall)-에코타운 로비에 설치로비에 설치된 LED월은 방문객들에게 전시체험관의 상징성과 이미지를 전달한다.에코랄라 테마영상, 방문객들의 움직임에 따라 연출되는 인터렉티브 영상, 체험객의 촬영영상 등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천정 지름 20m 스크린에서 360도 써클비전 영상으로 백두대간을 모델로 하는 판타지 영상쇼도 펼쳐진다. 영상주제에 맞춰 특수조명과 특수음향시설이 같이 연동 돼 감동이 배가된다. LED월은 진입로, 석탄박물관 사택촌에서 내려오는 지점, 야외무대 등에도 설치됐다.◇ 리틀 포레스트로비의 ‘리틀 포레스트’는 대형나무와 동물모양의 의자로 조성된 에코랄라 내 숲 속 휴게공간이다. 에코스튜디오 입구홀 및 계단부에 그래픽 등을 이용해 밝고 환한 분위기를 연출해 어린 아이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끌 수 있도록 했다.놀이시설인 동시에 스트리트퍼니처로서의 역할을 하는 조형물을 설치해 포토존이자 휴게공간으로 조성된다. 이 외에도 고흐가 남긴 명작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음악과 함께 감상하는 ‘반 고흐 미디어아트’, 360도 써클비전과 3D사운드·4D효과로 연출되는 ‘메인 영상쇼’, ‘반 고흐클림트 레프리카 전시회’등도 선보인다.문경시 관계자는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가족형 테마파크로 문경새재, 철로자전거와 더불어 문경시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경/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18-10-01

“나도 인제 이름 쓸 수 있데이”… 호미 대신 연필잡은 어르신들

굳이 수백 년 전 선현들의 말을 새삼 인용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 “세상의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행위는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세상의 지식’을 배우고 익히기 위해선 가장 먼저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른바 문해(文解)다.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엔 한글을 읽고 쓸 수 없는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그들에게 세상은 얼마만한 어두움과 답답함의 공간일까? ‘문해’가 가능한 사람들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30년 전쯤으로 기억된다.부산의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80대 할머니 한 분이 잊히질 않는다.“해운대로 가는 100번 버스가 오면 좀 알려 달라”는 부탁을 주위 사람들에게 하고 있었다.바로 눈앞에 ‘해운대’ ‘100’이라 쓰인 버스가 와도 그걸 읽을 수 없는 심정, 평생을 문맹(文盲)으로 살아야 했던 그분의 고통을 누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을까.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어려운 시절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추진해온 ‘한글 교육’은 드물지 않게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곤 한다.일흔 살 혹은, 여든 살이 되도록 읽고 쓰지 못했던 할머니들이 6개월~1년 남짓 한글을 배워 서툴게 쓴 짤막한 시와 수필이 젊은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것.영덕 역시 지난 2015년부터 ‘성인 문해 교실’을 열어 한글 수업과 미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오보리, 영해 사진1리, 덕곡3리에서 시작된 ‘문해 교실’은 이듬해 영덕읍 생활문화교육센터에서 진행되는 합동 교육으로 이어졌고, 현재까지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글을 모르고 살았던 평생의 한’을 풀었다.이와 관련 영덕군청 자치행정과 교육지원 담당자는 “해마다 ‘문해 교실’ 수강생이 증가하고 있고, 교육생들의 만족도 또한 어떤 사업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글공부는 마음공부글을 많이 배우고 싶다남한테 안 빠지게 살고 싶다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파서굽은 허리 유모차에 기대서열 걸음 걷다가 쉬고열 걸음 걷다가 쉬면서글 배우러 온다글 배워서 맘이라도 편하구로. ◇ 심금 울린 아흔두 살 유필순 할머니의 시영덕군 ‘문해 교실’이 해를 거듭할수록 코끝이 찡해지는 장면도 많아지고 있다.늦게 시작한 할머니들의 공부 열기로 강의실이 뜨거웠던 지난 2017년.6개월의 교육 일정을 마친 수강생 15명이 수료증을 받았다.수강생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아흔두 살 유필순 할머니는 직접 쓰고 그린 시화 한 점을 사람들 앞에 내놓았다. 아래와 같은 글이었다.매끄럽고 유려한 문장은 아니지만, 유 할머니의 진심이 담긴 이 작품은 영덕문화예술제 작품관에 걸려 방문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손수건을 꺼내 드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공자는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에서 “교언영색 선의인(巧言令色 鮮矣仁)”이라고 일갈했다.“감언이설과 꾸민 얼굴로는 어진 덕을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유필순 할머니의 글에서는 감언이설도, 꾸민 얼굴도 발견할 수 없다. 그 솔직함이 사람들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한 감정을 자극했던 게 아닐까?이날 문해 교육을 마친 15명 할머니들은 “이젠 나도 이름 석 자를 쓸 수 있다. 서툴지만 간판과 이정표도 읽을 수 있어 혼자 힘으로 어디든 찾아갈 자신감도 생겼다. 손자들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배우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주름진 얼굴에서 환하게 피어난 웃음꽃이 보기 좋았다. ◇ 배움에 끝이 없어 ‘100세 시대 맞춤교육’으로올해 역시 영덕군의 ‘문해 교실’은 수강생과 강사들이 함께 기뻐할 경사를 맞았다. 어려서 못 배운 서러움과 뒤늦은 배움을 통해 찾은 즐거움이 행간마다 담긴 할머니들의 시화 작품이 경상북도를 넘어 전국 단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것.영덕의 이순애(80) 할머니는 ‘엄마의 세월’이라 이름 붙인 시화로 지난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전국 성인 문해 교육 시화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이에 앞서 9월 초순엔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개최된 ‘2018년 경상북도 문해 대잔치’ 시화전 부문에서 김일리(82) 할머니가 입선하기도 했다.‘경상북도 문해 대잔치’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제 문해의 날’(매년 9월 8일)을 기념해 문해 교실 수강생들이 이룬 성과를 공유하고, 이들의 학습 의욕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영덕군청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경북 문해 대잔치엔 우리 군 수강생 30명도 참석했다. 이분들의 늦깎이 열정이 풍성한 결실을 맺은 것이기에 어르신들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고 행사 당일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했다.‘100세 시대’라는 말이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시대다. 사람의 배움에는 끝이 없고, 공부를 향한 열정은 나이와 무관한 것이 아닐까.영덕군은 내년에도 ‘문해 교실’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분들이 한글을 배우고 익혀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 개발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이 믿음직스럽게 보인다. 노래 부르고 체조하고… ‘행복’ 나누는 행복학습터“우리 지역에 사는 주민 모두가 언제든지 교육받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지원함으로써 평생교육을 통한 지역 발전과 주민들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목표 아래 추진됐던 영덕군의 ‘행복학습센터 운영사업’이 가시적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지난 2015년 시작된 이 사업은 영덕군 마을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가 웃음치료, 스마트폰 사용, 짚풀공예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형태로 진행됐다.‘찾아가는 평생학습’으로 소규모 마을 주민들에게 의미 있고 유익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된 것이다. 이 사업은 이듬해 ‘찾아가는 마을행복학교’의 치매 예방교육과 음악수업,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의 세라믹 핸드 페인팅과 아로마 손 마사지 등으로 확대됐다. 수강 인원도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영덕군 관계자는 “마을평생교육지도자들의 적극적인 재능 기부에 참여 주민들의 흥미와 관심도가 높아 마을공동체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사업을 평가하며 “행복학습센터가 영덕 주민들의 쉼터이자 문화 향유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이를 증명하듯 ‘도비 보조사업’으로 2015년부터 3년간 진행하기로 예정됐던 ‘영해 행복학습센터’의 프로그램은 주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는 군비 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다.또한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라는 게 영덕군청의 설명이다.영해 행복학습센터의 평생교육 과정 중 인기 프로그램은 ‘도자기 페인팅’과 ‘풍선아트’, ‘노래교실’과 ‘민요체조’ 등이었다.올 초여름엔 영덕군 강구 행복학습센터 평생교육 과정 개강식이 열려 인근 주민들의 기대감을 더했다. 오는 10월 말까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에코백 만들기, 모듬북, 퍼즐게임, 전통 탈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강구군의 행복학습센터 운영사업은 도비 지원 공모사업에 영덕군이 선정됨으로써 그 출발을 알리게 됐다.행복학습센터의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는 건 마을평생교육지도자들이다.경상북도는 이들을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풀뿌리 평생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8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양성해 왔다. 현재 영덕군에서도 40여 명이 활동 중이다.영덕군 마을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 지만수 회장은 “우리 군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탤 것”이라는 말로 회원들의 단단한 각오를 전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09-28

영남서 한양 가는 천리길 고된 발걸음마다 희망으로 이어진 물줄기

일찍이 인류는 강가나 해안가를 중심으로 정착생활을 하며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구미도 도심을 가로지르는 낙동강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굽이치는 낙동강 물결을 따라가노라면 신석기시대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옛 선인들의 삶과 문화,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구미는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을 기반으로 내륙 수출산업단지로 거듭날 수 있었고, 그 풍부한 수량으로 산업단지와 농업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었다. 그동안 낙동강은 구미의 산업단지가 발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됨과 동시에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휴식과 낭만을 주는 역할도 해왔다. 구미공단의 50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낙동강 이야기는 구미의 역사이며, 노동자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한결같은 모습으로 고고히 흐르는 낙동강을 통해 구미공단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명해 본다.길이 525㎞, 면적 2만3천384㎢한국 4대강 중 가장 길어수월한 물 공급·뱃길 발달해고인돌·대형 고분군 등풍요로웠던 역사 흔적 산재낙동강 길게 끼고 뻗은‘영남대로·낙동나루’조선시대 가장 큰 물자 통로주요 교통요지로 발전◇ 낙동강과 구미강원도 태백시 황지(黃池)에서 발원해 영남일대의 내륙을 깊숙히 흐르는 낙동강은 한강, 금강, 영산강과 더불어 한국의 4대 강으로 불리운다.이 4대 강 중 길이가 가장 긴 낙동강은 길이가 525㎞, 면적은 2만3천384㎢에 이른다. 낙동강 1천300리 중 낙동강이라는 명칭은 상주를 기점으로 작명됐다.조선후기 역사가 이긍익(1736∼1806)이 지은 ‘연려실기술’의 ‘지리고전’편에 따르면 “낙동강은 태백산에서 나와 도의 중간을 그었으며, 남쪽으로 흘러 바다로 들어간다.경상도의 한 도(道)는 모두 한 수구(水口)를 이루니, 낙동강은 상주의 동쪽을 말한다.낙동강의 상·하류는 지역에 따라 이름은 다르지만 통틀어 낙동강이라 부르며, 강의 동쪽은 좌도(左道)가 되고, 강의 서쪽은 우도(右道)가 된다”고 했다.이러한 낙동강 역시 시대의 흐름을 외면 할 수 없었으니 태고의 물의 흐름이 시작되면서 온 천하를 제 멋대로 자유스럽게 흘렀지만, 유역민(流域民)들에게는 기쁨과 아픔을 많이도 안겨다 주었고, 인간이 필요로 하는 식량생산의 손길이 닿으면서 강폭이 좁아지기도 했고,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킬 대대적인 통제에 의해 물길이 막히고, 없어지기도 했다.하지만, 낙동강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이 지금까지도 모든 것을 내어주고 있다. 낙동강은 구미에 물을 공급하는 생명줄인 동시에 농업과 공업 등 산업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 해평면 낙산리 고분군구미지역은 오랜 옛날부터 낙동강이라는 큰 강을 끼고 있어서 취락의 역사가 길다.그로 인해 이 지역에는 고인돌과 고분들이 많다. 고인돌은 신석기시대에서 금석병용시대에 걸쳐 이뤄진 거석(巨石)기념물로, 구미시 도개면 신림리와 궁기리 지석묘군을 비롯해 해평면 낙산리 월호리, 고아읍 다식리, 선산읍 교리·생곡리·원리 등 여러 곳에 분포돼 있다.가야와 신라시대의 고분들도 구미 전 지역에 걸쳐 산재해 있다. 그 중 해평면 낙산리 고분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1990년 10월 31일 사적 제336호로 지정되었으며, 지정 면적은 22만9천245㎡이다.구미시 해평면을 지나 일선교에 이르는 도로의 좌우에 대형봉토분들이 분포돼 있다. 낙산리 고분은 월파정산고분군, 정묘산고분군, 불로산고분군 등 3개의 군집으로 이뤄져 있다.일제강점기 당시 일부 조사가 이뤄지고, 1987년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박물관에 의해 고분군의 분포가 재조사됐다. 당시 고분 20여기가 발굴됐고, 1989년 아 박물관에 의해 다시 몇 개의 묘가 발굴됐다.낙신리 고분들은 확인된 것만 205기에 달한다. 봉토가 유실되거나 고분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은 것들까지 더하면 훨씬 많은 고분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닥치는 대로 도굴을 해 지금은 대부분의 유적들이 유실된 상태다.비록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에 의해 훼손이 되었다하더라도 이 곳은 낙동강이 얼마나 지역에 많은 풍요를 안겨다 주었는지를 증명하고 있다.이곳에 남아 있는 고분들의 크기로 미뤄 고분군을 축조한 집단은 구미지역에 존재했던 정치집단의 최고 지배자들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낙동강과 영남대로조선시대 각 지역에서 서울로 가는 9개의 간선로가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길이 영남지방에서 서울로 가는 영남대로이다.960여 리에 달해 ‘천리 길’이라 불리기도 했다. 영남대로는 경상도 58개 군현과 충청도와 경기도의 각각 5개 군현에 걸쳐 있었고, 29개의 주요 지선으로 구성돼 있었다.부산 동래에서 출발하는 이 길은 경남 양산을 거쳐 밀양 삼량진, 청도 팔조령을 넘어 달성군 가창에 이른다. 그리고 대구, 칠곡 다부동, 구미 장천·해평, 낙동나루를 건너 상주로 향한다.상주 사벌에서 함창, 문경 유곡동을 지나 문경새재를 넘어 충청대로의 시작점인 충주와 용인을 지나 서울에 도착하게 된다.이 중 구미지역은 장천, 산동, 해평, 도개를 지나 낙동마루를 건너는 지점으로, 장천의 장터마을과 의우총, 해평 도리사 입구 의구총, 모례마을, 관수루 등이 좋은 구경거리가 됐을 것이다.조선 초기 간행된 ‘경국대전’과 영조 연간에 발행한 ‘속대전’에는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길이 대·중·소로만 구분돼 있고, 대로만 명시돼 있어 중·소로의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다만 세종실록에 의하면 부산에서 서울 가는 길 가운데 선산 및 인동 지역은 중로의 한 통과지였다. 그 전에는 일본 사절객들은 주로 뱃길을 이용해 상주 낙동에 이르고, 이후 상주읍을 거쳐 조령을 넘어 충주로 나가 한강에 이르는 길을 이용했다.이후 길이 어느정도 정비가 돼 구미 인동에서 상주, 문경을 거쳐 충주로 이동했다. 이렇듯 영남대로 구미구간은 낙동강을 길게 끼고 뻗어있다. 선비와 보부상들이 장천, 산동, 해평, 도개를 지나 낙동나루를 건너 서울로 향했다.낙동강의 수로와 육로가 모두 발달한 것이 구미구간의 가장 큰 특색이다. ◇ 경제 수로였던 낙동강구미는 낙동강 뱃길이 발달해 예로부터 나루가 많았다.특히 낙정마을과 낙동마을을 잇는 낙동나루는 영남 제일의 나루로 꼽혔다. 영남대로를 잇는 주요 나루이자, 소금을 비롯한 각종 물류의 집산기이기도 했다.물자가 가장 많이 유통되는 통로였던 것이다. 영남 각 지역의 세곡(조세로 바치는 곡식)과 부산에서 올라온 소금 등이 이곳으로 모였다.영남대로를 잇는 핵심 나루였던 만큼 조선시대에는 5척의 대형 나룻배와 도선군(渡船軍) 등 16명의 군인을 배치했고, 중앙에서 나루 관리자까지 파견했다고 전해진다.낙정마을은 주요 교통요지로 발전했다. 낙동강 물길을 통해 낙동나루터로 올라온 소금이나 공물(곡식, 특산물)이 문경새재를 넘어 서울로 가기 위해서는 역마나 수레가 필요했다.낙정마을은 바로 역마와 마차 등을 갈아타고, 머루르고, 쉬어가는 역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수천년을 내려온 낙동강의 뱃길은 철길 개통과 함께 쇠퇴해져 갔다.1905년 초 경부선이 개통되고, 그해 말 마산선이 개통되면서 수운은 서서히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8-09-28

“물산업클러스터 성공 위해 물기술인증원 유치 올인”

대구의 미래먹거리 중에서 물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대하다. 지난 6월 13일 지방선거 이후 민선 7기를 시작한 권영진 시장은 “지역의 산업구조 변경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물산업과 전기자동차 산업을 핵심으로 꼽았다. 특히, 전 세계 800조원 규모 (2016년 기준)의 물산업은 연평균 3% 성장이 전망되는 만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대구시는 이 같은 지역 물산업의 전진기지로 달성군 구지면에 위치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대구시는 물산업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 물기술인증원의 대구 유치에 올인한다는 방침이다. 경북매일신문은 대구 물산업클러스터 현 주소와 물기술인중원의 유치 필요성을 진단해 본다. 물산업 클러스터내 물기술 인증원 유치로실증화·인 검증 시설 연계물기업 대상원스톱 서비스 가능市, 2020년까지 50개 기업유치·입주 목표저울질 기업 대부분“물기술 인증원있으면 이전”□ 2018년의 물산업클러스터, 그리고 대구의 물산업대구 달성군 구지면 일대에 조성 중인 물산업클러스터는 64만9천㎡ 규모다. 국내 물 관련 기업 중 투자유치대상을 선정한 끝에 100개 업체가 선정됐고, 대구시가 유치전을 펼쳐 21개 업체가 유치됐다. 앞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물산업 진흥시설과 기술개발의 현장이 되는 실증화단지 등 다양한 물관련 시설들이 들어설 전망이다. 대구시는 달성군의 물산업클러스터를 한국 물산업을 이끄는 메카로 부상시킨다는 전략이다.이 같은 대구시의 물산업 전략은 세계 시장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세계 물산업은 수처리 기술혁신과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물 공급의 스마트화, 첨단기술 기반의 대규모 글로벌 산업, 상하수도 관리시장의 민간 참여 확대, 상하수도 사업의 통합 및 광역화 등의 방향으로 가는 추세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경우 전체 물시장의 60%가 운영시장이고, 노후화된 물 시스템 개량과 보수에 대규모 민간자본이 참여하는 육성정책이 대세다.중국은 수십조(水十條·수오염방지행동계획) 사업으로 장강 등 7대강의 수질개선에 350조원을 투자하는 한편 향후 하수·폐수 분야의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20일 대구시에 따르면, 상·하수가 물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산업은 운영과 설계 등 서비스 분야의 전망이 가장 밝다.중국과 베트남 등이 신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물 전시회 등 참가업체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중국에서 열렸던 물 전시회에서는 487개의 업체가 참가했으나, 지난해 행사에서는 877개 업체가 자리했다. 또 베트남의 물 전시회에서도 2014년 368개 업체에 불과했던 것이 2017년 480개 업체로 늘었다.□ 대구의 물산업, 순항할까.지난 4월 대구시는 물산업클러스터 추진에 빨간불이 들어오기도 했었다. 세계 물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국가전략사업이 수시배정 예산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수시배정은 사업 계획이 미비하거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을 경우 기획재정부가 예산배정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대구의 물산업클러스터 조성도 중단위기에 직면했었다. 하지만 지난 5월 대구시가 물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물관리 기술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이 법안의 통과로 물산업 관련 예산 배정 확보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이다.대구시는 “클러스터 기능을 강화하고 우수 물 기업을 유치하는 데 탄력을 받게 됐다”면서 “유치 기업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고, 국제 물 분야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사업도 원활한 추진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올해 말 클러스터 조성공사 완공과 내년 상반기 시험 운전 등의 계획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물 기업 유치에도 속도를 높인다. 시는 지금까지 클러스터 기업집적단지에 20개 기업을 유치했다. 올해 10개 기업을 추가로 유치하는 등 2020년까지 50개 제조기업을 입주시키겠다는 계획이다.아울러 물 분야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도 다져나갈 예정이다. 올해 9월에 열리는 제3회 대한민국 국제물주간은 국내 물 분야 기관 및 기업의 전시참가를 100여 개로 늘리겠다는 것.대구시는 “불투명하던 예산 확보에 숨통이 트이는 한편 내년도 준공할 클러스터의 운영 주체도 명확해져 물산업 육성에 힘을 받게 됐다”며 “그동안 추가 투자를 미루던 입주 기업들이 법 통과를 계기로 시설투자를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입주 기업 물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물산업클러스터의 날개, 물산업인증원 유치한국물기술인증원은 미국 FDA(식품·의약품)와 우리나라 KS마크(공산품)인증처럼 물관련 분야의 모든 인증을 담당한다. 미래먹거리로 물산업을 추진하며, 물산업클러스터를 조성 중인 대구시로서는 역량있는 물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물산업인증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실제로 물산업클러스터의 입주를 저울질 중인 대부분의 기업들은 “물기술인증원이 대구에 온다면, 대구의 물산업클러스터로의 이전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대구 물산업클러스터를 위탁운영하고 있는 한국환경공단 전병성 이사장도 한국물산업인증원을 대구에 설립해 물산업클러스터와 함께 운용할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그는 지난 8월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재 용역 중인 결과에 따라 정부 방침에 따르겠다. 물기술인증원은 물산업클러스터와 같이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질오염관리와 상·하수도 관리에 대한 환경공단의 30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물산업클러스터를 반드시 성공시키고 대구도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대구시는 “5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한 물산업클러스터는 전주기(life cycle)체계가 제대로 갖춰져야 가능 할 수 있으며, 그 핵심에 ‘인·검증 시설’이 있다”고 밝혔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에 실증화시설과 인·검증시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물기업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의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는 이야기다.대구시에 따르면, 물기업이 개발한 기술과 생산한 제품의 인·검증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실증화 시설이 필요하다. 대구시는 “물산업클러스터는 인증과 검증을 위한 최적의 실증화 시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물기술인증원이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에 입지하지 않으면, 세금 2천335억원을 투입해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한 물산업클러스터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식품클러스터’로 전락하게 된다.대구시는 “현재 예비타당성조사 중인 ‘대구산업선 철도’가 건설되면 수도권에서 국가물산업클러스터까지 편도 2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다”면서 “5년 이후 대구 및 경북 통합신공항이 건설되면, 수도권에서 도달시간이 1시간 이내로 단축되고, 세계 어디든 진출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한편, 환경부는 한국물기술인증원 설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오는 11월께 결과가 나올 예정이며, 환경부는 이를 토대로 물기술인증원 설립위원회 구성과 입지를 결정키로 했다.▲ 강효상 국회의원“물기업인증원 불발 땐 반쪽짜리 물산업 전락”-강효상 “물기술인증원 대구 설립은 필수”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 중에서 대구 물 산업에 상당히 관심을 쏟는 강효상(대구 달서병) 의원은 물기술인증원의 대구 유치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현재 대구에 물산업클러스터가 조성됐지만, 물기술인증원이 유치되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물산업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강 의원은 “물기술인증원 입지선정에 대한 환경부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는 정무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정부는 입지 선정에 있어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와야 한다”며 “물 산업에 대한 인프라가 구성된 대구이기에 물기술인증원의 유치는 당연할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특히, 강 의원은 “물기술인증원이 대구에 유치되면 생산유발 2천805억원, 부가가치 유발 1천100억원, 고용유발 3천800명 등이다. 일자리 창출과 신성장동력의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는 인증원이 물관리 기술 및 제품 등에 관한 인·검증 및 기준개발·조사연구, 증명서 발급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이어 “인증원이 유치돼야 대구 국가물산업클러스터 활성화를 위해 80여개 물기업에 대한 원스톱 지원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면서 “물기술 관련 인·검증 기능은 물기업 육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덧붙였다.그는 “인증원이 대구에 설립되면 국가물산업클러스터와 최적 연계가 가능하고 별도의 건축비가 필요하지 않아 다른 경쟁지역에 비해서도 유리한 점이 많다”며 “관계부처가 정무적인 판단을 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주장했다.강효상 의원이 이 같이 물 문제에 적극적인 것은 국회 환경노동위에 소속돼 있는데다 대부분 대구 경북지역의 문제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그동안 강 의원은 내년도 성서산업단지 폐수 처리수 재이용 시설 구축사업에 국비 14억원을 반영시켜 부산, 울산, 경남 등 낙동강 하류 주민들의 물문제로의 확산을 막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2018-09-21

가면 갈수록 가고 싶은 곳…짭짤한 삶의 향기 물씬

영덕은 거듭해 방문할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곳이다. 푸르게 빛나는 보석 사파이어 수만 개를 뿌려놓은 듯 청아하게 출렁이는 바다, 짙은 녹음과 붉은 단풍이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산, 거기에 대게와 송이버섯, 시원한 물회와 따끈한 매운탕 등 맛깔스런 음식이 관광객을 반겨준다.바다와 산이 근사하게 조화를 이룬 영덕의 풍광은 유럽의 유명 관광지 어느 곳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이탈리아 남부 아말피(Amalfi)와 포지타노(Positano)는 기암절벽 아래 펼쳐진 바다 색깔이 곱기로 이름난 도시다. 영덕의 바다 빛깔? 그곳에 못지않다. 호주 브리즈번(Brisbane) 근교 글래스하우스 마운틴 숲은 위로와 치유의 장소다. 영덕의 산?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다. 취재를 위해 해마다 1~2차례 영덕을 찾았다. 바다를 산책하며 혹은, 산을 오를 때마다 든 생각은 “이곳 풍경은 크로아티아의 흐바르(Hvar) 섬과 닮았다”는 것이었다. 인기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 여행지로 소개된 이후 많은 한국인들이 찾고 있는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Dubrovnik)나 스플리트(Split) 만큼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흐바르 섬의 바다와 산은 사람들의 입을 절로 벌어지게 한다. 몇 해 전. 흐바르 섬에서 사흘을 묵었다. ‘매혹’이라 이름 붙일 수밖에 없는 그곳에서의 추억이 앞으로도 한참을 잊히지 않을 듯하다. 몽환적인 보랏빛 라벤더가 무더기로 꽃을 피운 흐바르 섬 해변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바로 영덕의 바닷가와 산책길. 이런 축복받은 자연환경에 사람들의 열정적인 노력이 더해진다면 영덕은 분명 크로아티아나 이탈리아 바닷가마을이 부럽지 않은 ‘관광 명소’가 되지 않을까? 그러니, 영덕군이 자신들의 ‘마을’과 ‘길’에 즐거움과 매력이라는 ‘관광 요소’를 결합시키기 위해 환경조성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 부흥리, ‘영덕의 랜드마크’가 된다 남정면 부흥리는 영덕으로 진입하는 관문에 위치한 고즈넉한 마을이다. 조그맣고 소박했던 이 마을이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작년 초 시작돼 올해 말까지 진행될 예정인 ‘부흥리 마을 토탈 경관디자인사업’이 성과를 하나 둘 드러내고 있는 것.“부흥리를 영덕의 랜드마크로 만드는 동시에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마을로 연출함으로써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영덕을 찾은 여행자들에게 행복한 기억을 선물하겠다”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 ‘부흥리 마을 토탈 경관디자인사업’.이 사업은 지하도와 건물에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과 조명을 설치하는 유해환경 개선사업, 광장을 만들고 각종 부조로 마을을 꾸미는 경관디자인 조성사업, 해변 도로에 설치된 음식점 등의 간판을 깔끔하게 정비하는 옥외간판 시범거리 조성사업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영덕군청에 따르면 “벽화거리는 이미 조성됐고, 바람개비와 거북이, 코스모스와 낚시꾼들을 흥미롭게 형상화한 조형물 설치도 마무리 단계”라고 한다. 물론 밤거리를 밝힐 조명과 가로등도 깔끔하게 거리에 들어섰다. 부흥리 주민들은 맑고 깨끗한 바다가 지척인 ‘풍광 수려한 곳’에 산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각종 시설물과 건물 등이 노화된 상태라 “동네를 시대에 맞게 개발해야 된다”는 요구가 없지 않았다. 이번 사업을 통해 마을이 환하게 정비된 것을 본 주민들은 “이제 관광객이 찾아오면 웃으며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목표는 달성된 셈이다.“앞으로는 공사가 진행 중인 시설과 벽화의 세부적인 요소들을 적절한 위치에 조정해 영덕을 찾는 이들이 동해대로를 통해 자연스럽게 부흥리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할 동선 계획을 세울 것”이라는 게 군청 관계자의 이어지는 설명이다. 지역민의 정서와 자연환경을 접목한 공공디자인의 개발은 시골 마을을 ‘지속성장 가능한 공간’으로 바꾸는 방법 중 하나다. 이를 위한 주민과의 소통과 합리적인 의견 교환은 필수다. 이것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영덕의 관광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할 테고, 부흥리를 포함한 영덕군 마을들은 스쳐가는 관광지가 아닌 ‘머물고 싶은 여행지’가 될 것이다. ◇ 블루로드와 함께 ‘오십천 제방 탐방로’도시원스럽게 흐르는 실개천과 깨끗한 시가지가 자리한 영덕읍 덕곡천 친수공간도 이제 그 모습을 군민과 방문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대게의 주산지인 강구항과 영덕 시가지를 잇는 ‘오십천 제방 탐방로 조성사업’도 순조롭다.오십천 제방 탐방로는 바다와 산을 함께 품은 블루로드와 함께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길’로 평가되고 있다. 올 봄에는 덕곡천 보행로와 교량의 통행이 시작됐다. 영덕시장 앞 야성교에서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덕곡교까지 880m에 이르는 구간. 여기엔 차도와 보행로를 분리해 통행하는 이들의 안전성을 확보했다.“향후 덕곡천에 분수대와 공연장 등을 설치하고, 월드컵교와 덕곡교 구간엔 다양한 꽃도 심을 예정”이라고 영덕군청은 말한다. 또 “지속적인 물 공급으로 덕곡천이 마르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덕곡천은 영덕 중심에 위치했다. 여기에 정비된 친수공간이 생긴다면 주민들의 삶의 질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덕곡천 친수공간은 다양한 문화공연과 지역 행사를 진행하는 곳으로도 역할이 가능하다”고 설명한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직원은 “지역공동체 활성화라는 보다 높은 차원의 기대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자연과 잘 어우러진 관광도시 영덕’의 이미지 확산에도 도움을 줄 듯하다.덕곡천 친수공간·오십천 제방 탐방로 조성은 영덕군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3대 문화권 동해안 연안녹색길 사업’의 결과물이다. 사업비 88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지난해 10월 시작됐고 올 연말 마무리될 계획이다. 오십천 제방 탐방로 조성을 위한 포장공사는 이미 마무리됐다. 영덕대교부터 강구 신대교까지 약 7km 구간이다. “이제 조경수를 심고 영덕의 특산물인 대게, 송이, 황금은어, 복숭아를 테마로 한 다양한 쉼터도 만들 예정”이라고 군청 문화관광과는 말한다.주민들은 “영덕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오십천을 따라 형성된 탐방로는 강구항과 전통시장, 시가지를 잇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영덕을 사계절 찾고 싶은 도시, 바다와 산, 맑은 하천과 낭만적인 마을 풍경이 어우러진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군청과 군민의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형형색색 반짝이는 길… 동화같은 환상 속으로 ‘쏘옥’영덕군 창포리 해맞이공원 주변 도로가 ‘낭만 상실의 시대’에 로맨틱한 분위기를 선물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해맞이공원 ‘빛의 거리’ 경관조명이 지난 7월 다시 불을 밝힌 것이다.영덕군청은 “영덕을 향해 뻗은 고속도로와 동해안철도 개통으로 늘어난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고, 군민에겐 특색 있는 휴식공간을 선사하기 위해서”라고 경관조명을 다시 켠 이유를 설명한다.지난 2007년 가을 만들어진 해맞이공원 ‘빛의 거리’는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는 풍력발전단지를 가진 영덕의 이미지와 결합된 공간. 밤은 물론 낮에도 경치가 빼어난 곳으로 이름이 높다. 이에 영덕군은 전망대와 경관조명 시설을 이 지역에 설치했다.이후 해맞이공원 일대는 ‘아름다운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낭만적인 데이트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시원스럽고 아름다운 경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창포말등대와 더해져 빼놓을 수 없는 영덕의 관광명소로도 발돋움했다.하지만, 시설 노후화와 장비와 부품의 단종 등으로 2015년 5월 어쩔 수 없이 불빛을 꺼야 했다.1억8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이번에 다시 환한 조명이 쏟아지는 공간으로 꾸며진 ‘영덕 해맞이공원 빛의 거리 조명 보수공사’는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이와 관련 영덕군 관계자는 “노후된 경관조명을 산뜻한 제품으로 교체하고, 그외 관련 시설도 현대화했다”고 설명했다.덧붙여 “꺼졌던 조명이 다시 켜졌다. ‘빛의 거리’가 낭만적 공간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며 환하게 웃었다.푸른 동해의 물결과 아름다운 야경을 만날 수 있는 해맞이공원이 새롭게 단장됨으로써 관광객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군민들에겐 ‘야간 드라이브를 즐길 명소’가 생긴 것이라 지역에서도 반기는 분위기다.영덕군청은 밤에 해맞이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안전과 조명 시설 도난 방지를 위해 ‘빛의 거리’ 전체를 CCTV로 24시간 촬영 중이다. 이와 함께 “감전의 위험이 있으니 조명은 눈으로만 즐기고 손을 대지는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09-21

즐거운 한가위 황금연휴 어디로 떠나볼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오곡백과(五穀百果)가 영글어가는 가을의 정취 아래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긴 연휴 기간동안 지난여름 폭염으로 지쳤던 심신을 달래고 가족 및 친지와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보자. 추석 기간 지역의 풍성한 볼거리, 즐길거리는 무엇이 있는지 소개해 본다.되짚어보는 옛 선현들의 지혜와 생활영주시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선비촌 일원에서 추석맞이 특별공연과 민속행사를 개최한다.시는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는 귀향객과 관람객들이 가족, 연인과 함께 즐거운 공연을 즐기고 다채로운 전통놀이와 옛 선현들의 생활상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추석 당일인 24일에는 ‘아카펠라 젠틀맨’의 아카펠라 공연이 오후 3시부터 50분간 진행되고, 25일에는 ‘재즈피아니스트와 소리꾼의 만남’ 공연이 오후 3시부터 50분 동안 진행된다.체험행사로는 24일∼25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통공예 매듭체험과 딱지 접기 체험이 있고 낮 12시와 오후 2시에는 떡메치기 행사도 진행된다. 이외에도 윷놀이, 투호놀이, 굴렁쇠굴리기, 제기차기 등 다양한 체험을 준비했다. 한편, 추석 당일에는 선비촌을 비롯한 소수서원, 소수박물관을 무료로 개방하며, 26일도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무료로 개방할 방침이다.이색적인 체험관·도심 버스투어 대구 동구 신천동에 위치한 얼라이브 아쿠아리움에서는 추석을 맞아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닷속 세상을 유영하는 다이버들이 특별한 인사를 한다. 특히, 다이버들은 추석 메인수조에서 한복을 입고 관람객들을 맞는다.아울러 아쿠아리움 곳곳에 있는 보름달을 찾아 개수를 맞히면 한정판 펭귄 뱃지를 증정하는 ‘한가위 보름달을 찾았달’ 이벤트도 진행된다. 또 퀴즈를 풀고 선정되면 대구∼타이베이간 왕복 항공권을 주는 행사도 마련된다.동물들과 함께 뛰어놀고, 만지고, 먹이도 주고, 사진도 찍는 ‘교감형 생태동물원’ Resort 스파밸리 네이처파크도 추석 연휴에 방문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네이처파크는 올봄 기존의 온실 2개동을 4개관으로 변경하고 펫타운을 추가해 5가지 테마 동물원으로 확장 후 새 단장을 마쳤으며, 대만새우낚시잡이 등 이색체험을 더해 인기리에 운영 중이다.추석에는 타지역 방문객이나 한복착용 방문객 입장료를 1만원으로 할인해 주는 이벤트도 진행한다.긴 추석에 교육적인 관광지를 찾고 있다면 국립대구과학관이 제격이다.국립대구과학관은 오는 12월 2일까지 ‘수학나라의 앨리스’를 기획 전시 중이다.이번 특별전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해 신비한 수학나라를 탐험하면서 수학을 재미있게 익힐 수 있도록 기획됐다. 또 경북대학교 김창수 명예교수가 기증한 농기구 80여 점을 활용한 ‘쟁기, 트랙터로 진화하다’ 특별전도 만날 수 있다.추석 방문객은 상설전시관 입장권이 50% 할인되며, 한복 착용 시 상설 전시관 무료입장 이벤트도 진행된다.간송미술관 개관 80주년을 맞아 대구미술관에서 개최된 ‘간송 조선회화 명품전’도 추석 연휴 마지막으로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윤복, 정선, 사임당 등 교과서로만 만나던 조선최고 거장들의 명품 조선회화 100여점과 간송 유품 30점, 현대적인 미디어 아트 등 대구시민들의 문화적 품격을 올려줄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이와 함께 도심 버스투어도 이색적이다. 향촌문화관, 근대역사관 등 도심에 밀집된 8개 중구 명소들을 보고싶다면 청라버스를 타면 된다.또 대구시내 구석구석 14개 대표 관광지들을 모두 보고 싶다면 시티투어 버스를 추천한다. 양쪽 모두 당일 승차권 한 장으로 하루 종일 무제한 승하차가 가능하다. 한복 입고 타면 승차권 50% 할인해주는 ‘청라버스 한가위 이벤트’는 덤이다.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운영되며, 코스 및 요금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한편, 대구 중구(구청장 류규하)에서는 오는 26일까지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계산예가와 쌈지공원, 김광석길 등의 관광안내소를 운영한다.특히, 대구 중구는 연휴 기간 근대골목을 찾는 관광객들이 스탬프 골목투어 리플릿에 6개의 스탬프를 찍어오면 선착순 100명에게 소정의 상품을 제공한다. 바다와 운하를 배경으로 낭만을해양관광도시의 명성에 걸맞게 포항에서는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축제와 포항운하 관광이 연휴 기간동안 인기를 끌 전망이다.국내 유일 ‘철’을 주제로 한 예술축제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에서 ‘호랑이 꼬리를 잡다’를 테마로 진행되고 있다.전문작가 작품 22점과 철강기업체 작품 20여 점, 시민참여작품 500여 점을 전시하는 스틸아트웨이와 크루즈선과 버스를 타고 포항의 문화예술관광자원을 둘러보는 스틸아트투어 프로그램, 매주 주말과 공휴일에 진행되는 다양한 국내·외 거리극, 버스킹, 버블쇼 등을 볼 수 있는 스틸아트웨이쇼가 펼쳐진다.올해는 한국을 대표하는 최정상급 작가인 김구림, 이강소 작가와 오원영, 이용백, 정현, 김병호, 이이남, 이세현, 이상준, 황성준, 장승효, 김승영, 정정주 작가의 설치 작품과 최문석, 노해율 작가의 작품 등 22개의 전문작가 작품을 전시한다.(주)포항크루즈는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는 귀향인사와 연휴를 즐기는 시민 및 타지역 관광객을 위해 추석 연휴 특별할인 행사 및 포스코 LED불빛 야간 해상투어를 실시한다.사상 최대 긴 연휴기간이었던 지난해 추석연휴 당시 10일간 약 1만3천명의 관광객이 찾은 포항운하크루즈는 올해 추석연휴를 포함한 22일부터 30일까지 9일간 포항운하크루즈를 방문하는 타지역 관광객에게 포항시민과 동일한 20% 할인을 적용(대인 8천원/소인 6천원, 주간요금에 한함)한다.특히 이 기간 코레일을 이용한 귀성객이나 일반시민에게는 무려 40%의 할인율을 적용(코레일 티켓 또는 모바일 티켓 제시)할 방침이다.이와 함께 지난 포항국제불빛축제 기간 불꽃타상시간에 맞춰 운행한 특별야간운항에서 전일 매진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포스코 LED불빛 해상투어’도 추석연휴기간 22일부터 25일까지 매일 운항한다.야간승선요금은 대인 1만2천원/소인1만원이며 탑승방법은 사전 전화예약으로만 가능하고, 잔여석에 한해서는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판매되며 출발 30분 전 까지 표를 구매해야 한다.전통놀이로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이 추석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추석 당인일 24일부터 26일까지 경주엑스포공원 선덕광장(경주타워 옆)에서 체험마당과 공연마당이 무료로 펼쳐진다.체험마당은 수막새 등 탁본 뜨기, 전통 팽이 및 제기 만들기와 놀이가 진행된다. 광목 컵 받침대, 솔방울 책갈피, 나뭇잎 차량용 전화번호판 만들기도 선보인다.공연마당은 국악, 성악, 첼로, 밸리댄스 등 명절 흥을 돋울 다양한 전통공연과 현대공연을 준비하고 있다.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마술공연과 지역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버스킹 공연은 관람객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하게 된다.방학기간 수도권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경주로 복귀한 넌버벌 퍼포먼스 ‘플라잉’은 추석연휴기간 40%할인 행사를 가진다. 한복을 입고 입장하면 60%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경주 보문호수의 가을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경주타워’, 경주 최고(最高) 카페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구름 위에 카페’(아파트 30층 높이),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솔거미술관’은 경주엑스포공원에서 꼭 들러야 할 필수코스로 손꼽힌다.이 외에도 8세기 서라벌을 재현해 놓은 ‘신라문화역사관’, 가상현실 기술로 석굴암을 만날 수 있는 ‘석굴암 HMD트래블’, 동양 최대의 화석박물관 ‘쥬라기로드’, 어린이 관광객의 성지인 ‘또봇 정크아트 뮤지엄’ 등 교육과 재미, 체험과 힐링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가득하다. /박순원·황성호·고세리기자

2018-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