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설레는 마음 안고 달려오신 출향인 여러분.정든 고향에서 가족 친지와 함께하는 추석입니다. 환하고 둥근 보름달처럼 넉넉한 웃음이 가득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연휴에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땀 흘리는 산업역군 여러분께도 격려의 인사를 전합니다.올해는 유례없는 폭염으로 많이 어려웠습니다만, 어느덧 청명한 가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천리 동해안과 백두대간, 낙동강 칠백리 구석구석에도 풍요로운 기운이 솟아나고 있습니다. 이는 삶의 현장을 지켜 오신 도민 여러분과 고향사랑으로 언제나 각별한 성원과 협조를 보내주시는 출향인 여러분 덕분입니다. 참으로 고맙고 자랑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경북의 담대한 도전은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목표는 좋은 일터가 넘쳐나고, 아이 낳아 잘 키울 수 있는 지역을 만들어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우뚝 세우는 것입니다. 경북이라면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을 지키고 이끌어온 경험이 있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이 있기 때문입니다.현실은 어렵긴 합니다만 ‘경북발 새바람’을 불러일으켜 도민 모두가 행복한 경북, 대한민국의 변화를 주도하는 경북을 앞당겨 가야 하겠습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도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 출향인의 고향사랑을 하나로 모아주시길 바랍니다.또 좋은 소식도 들려옵니다. 남북정상이 만나 화해무드가 무르익고 있습니다.북한에서 민족의 행복과 번영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도래하듯 우리 경북민들의 집집에도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원하겠습니다.경북도는 신북방경제의 거점지역인 만큼, 앞으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많은 일자리들을 만들어내 사람들이 몰려오는 경북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습니다. 이번 추석은 고향 경북에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시고, 기운을 충전하기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시고, 안전운전 하십시오.
2018-09-21
사랑하는 대구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일 년 중 달빛이 가장 아름다운 추석입니다. 한 해 결실을 수확하는 농부들의 마음처럼 따뜻하고 훈훈한 한가위를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제8대 대구광역시의회가 개원한 지 100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큰 응원과 충언을 해주신 모든 시민들께 감사드립니다.시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소통하는 민생의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시민속으로 한 걸음, 소통하는 민생의회’라는 새 슬로건처럼,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소통하고, 말보다는 실천하는 의회로 만들어 가겠습니다.시민들의 눈높이에서 불편한 사항을 하나하나 해결해 갈 수 있도록 의정역량과 지혜를 모아가겠습니다.추석을 앞두고 우리 의회뿐만 아니라 대구 곳곳에서 어려운 이웃에 대한 따뜻한 손길과 지원이 이어지고 있어 마음이 훈훈해집니다.앞으로도 소외계층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이번 명절 그리고 연말을 편안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심을 가지고 살펴가겠습니다.대구시내에는 서문시장, 칠성시장, 서남신시장, 방천시장, 달서종합시장 등 지역의 특색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좋은 전통시장들이 곳곳에 많이 있습니다.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을 이용해 알뜰한 장보기를 통해 이웃과 풍성한 정을 나눌 수 있고 동네상권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가져 보시면 어떨까요.대구광역시의회에서도 경기불황으로 어려워하는 골목상권을 지켜내고, 대형유통업체들과 상생·협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살피겠습니다.특히, 특화 잠재력을 갖춘 시장들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특화시켜 시너지효과를 올릴 수 있도록 도와가겠습니다.고향 가시는 길, 안전운전하시고 가족 친지들과 정과 담소를 나누는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환한 보름달처럼 모든 대구시민의 앞길이 언제나 밝게 빛나길 소망합니다.
가족의 정을 느끼게 하는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입니다. 추석이면 부모님이 계신 고향을 찾는 기쁨에 언제나 들뜨고 설레는 마음일 것입니다.올해는 추석 연휴가 조금이나마 길어서 그 어느때보다 넉넉한 추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친지, 지인들과 고향에 대한 정담도 나누고 가정마다 웃음 꽃이 만발하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평소 보고 싶고 사랑하는 가족, 친지들을 만나면 나눌 얘기가 참 많으실겁니다.취직도 잘 되고 아이들 교육이나 집값, 노후 걱정도 덜하고, 살림살이도 좀 넉넉해졌으면 하는 것이 모든 분들의 바람일 것입니다.취직이 안된 청년들도 이번 추석의 넉넉한 기운을 받아 모두 취직될 수 있도록 빌어봅니다.경상북도의회에서도 청년들의 조속한 취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특히 올해는 새롭게 도의회가 구성된 만큼, 도민 여러분의 뜨거운 격려와 질타를 가슴에 품고, 초심의 마음으로 의회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항상 도민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리며, 여러분들께서 걱정하는 문제들, 하나하나 잘 풀어 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경상북도의회는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행동으로 새로운 의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그리고 일자리 창출과 저출산 극복을 위한 혁신적인 의정활동으로 웅도 경북의 희망을 만들어 가겠습니다.아무쪼록 이번 추석 여행길, 고향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 안전운전 하시고, 이웃의 어려움도 함께 나누는 넉넉한 한가위가 되시길 바라며, 편안하고 안락한 고향 방문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아울러 한가위 보름달의 왕성한 기운을 받아 뜻하시는 모든 일 이루시고, 만사형통 하시길 기원드립니다.
뜨겁기만 하던 더위도 물러가고,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됐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풍요의 상징이자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맞게 됐습니다. ‘행복한 한가위 되십사’ 정중히 추석인사 올립니다.550만 대구·경북 시·도민 여러분, 그리고 경북매일신문 애독자 여러분!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사에서 유례없는 기적과 영광의 길을 걸어 왔습니다. 외세의 침략과, 동족상잔이라는 크나큰 아픔을 이겨내고 조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시대의 소명을 이루어 냈던 것입니다. 그 역사의 노정에는 우리 대구·경북인들이 늘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또한 거기에 더하여 우리 대구·경북인들의 의식과 정신의 밑바탕에는 경북매일신문의 정의로운 논조와 날카롭고 곧은 펜이 늘 함께 해 왔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는 또 한 번의 엄중한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청년실업,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의 확대, 사회갈등구조의 고착화 등 사회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대외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화해분위기 이면에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급변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는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사의 중심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새로운 기회입니다.저 또한 그 여정에 시·도민 여러분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이러한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저와 1만 여 대구시 공직자는 지난 4년간 다져온 ‘소통과 협치의 시정’과 ‘산업구조개편’을 토대로, 새로운 4년을 펼쳐 가고자 합니다. 명실상부한 상생을 바탕으로 우리 대구·경북을 세계 속의 메가시티로 가꾸어 가겠습니다.시·도민 여러분, 경북매일신문 애독자 여러분,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어려움을 현명하게 이겨내고, 나아가 청년이 머무르고 싶은 지역, 누구나 살고 싶은 대한민국 행복지수 일등 지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시·도민 여러분들의 협조를 당부 드립니다.
경제적 발전은 사람들의 ‘먹을거리 선호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단 자신이 먹는 음식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는 미식가(美食家)가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수의 한국인들이 이제 ‘양’보다는 ‘맛’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세태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 하다. 지난달 업무 때문에 서울을 찾았다. ‘미식가’의 순위를 정하라면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을 사진작가 하나와 방문한 강남의 레스토랑. 트러플(Truffle·유럽산 송로버섯)을 올린 파스타가 나왔다. 향기 하나만으로도 포크를 든 사람 모두를 매혹할 만했다. 허겁지겁 그걸 먹는 기자를 웃으며 지켜보던 사진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맛있지? 근데 아무리 품질 좋은 트러플도 송이버섯 향기만은 못해. 왜냐고? 송이버섯은 우리에게 보다 친숙하잖아.”거기에 이런 대꾸를 내놓을 수 있었던 건 기자가 경상북도에 사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그럼 곧 열릴 영덕 송이축제 오셔야겠네요. 향기만으로도 배부를 테니.” 전국 송이버섯의 1/3 영덕 생산기온 등 송이 생장의 최적환경 자랑17일부터 ‘2018 영덕 송이장터’직거래마당·시식·체험 등 즐길거리 다양◆ 영덕의 송이버섯은 ‘숲속의 로또’짙푸른 바다와 청정한 산이 조화를 이룬 영덕군은 최상품의 송이버섯이 생산되는 곳으로 오래 전부터 이름을 알렸다. 여름철에는 잦은 비가 내리고, 여기에 타 지역에 비해 기온이 낮은 영덕은 자연산 송이의 고향으로 수백 년 전부터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송이버섯을 성장하게 하는 생육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6월에는 3~4일마다 비가 내려줘야 하고, 기온은 20~23도를 오르내려야 한다. 여기에 송이가 자라기 좋은 산 속 환경까지 갖춰야 하는 것.영덕군은 해마다 2~3t의 송이버섯을 채취농가로부터 구입한다. 이는 농민들의 주요 수입원인 동시에 영덕군 인구가 급속하게 줄어드는 것을 막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우윳빛의 매끈한 몸체에 동그랗게 자리한 머리 부분. 쫄깃한 식감과 매혹적인 향기를 지닌 영덕의 송이는 가을마다 한국 미식가들을 설레게 한다.영덕군청의 공무원들은 말한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송이버섯의 1/3이 우리 고장에서 나옵니다. 사실 영덕 송이는 군(郡)의 보물을 넘어 한국의 보물이지요.”정치적·사회적 변화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게 조그만 지역사회의 경제상황이지만 영덕은 송이 덕택에 이런 걱정에서 훌쩍 벗어나기도 했다. 한국의 전체 경기와 상관없이 송이버섯이 나오는 계절이면 영덕의 송이요리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송이버섯에 곁들일 쇠고기를 판매하는 정육점까지 호황을 누린 것. 이를 반영하듯 해마다 9~10월이면 공중파와 케이블방송 PD들이 송이와 관련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영덕군을 찾는다. 이른바 ‘송이버섯 로드의 탐구’다.오랜 세월 송이를 채취해온 영덕읍의 이상범 씨는 “송이 생산량이 늘면 영덕 사람들의 웃음도 환해진다”는 말로 송이버섯이 자신의 고향에 미치는 영향력을 시적(詩的)으로 설명했다.◆ 영덕 송이가 맛있는 이유는 뭘까한국 최대의 송이 산지인 영덕군. 군청 산림자원과 관계자는 ‘영덕 송이버섯이 맛있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송이가 잘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알아야 한다. 영상 17도 내외의 기온에서 송이버섯은 가장 잘 자란다. 또한 8월을 시작으로 9월과 10월에 생육의 90%를 이루는 게 송이다. 영덕은 이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갖춘 지역이다. 앞으로도 영덕군은 정확하고 치밀한 과학적 조사와 연구를 통해 영덕 송이의 품질을 최고로 유지하려는 노력에 게으르지 않을 것이다.”사실 송이버섯은 경상북도와 강원도에서 대부분 자라고 채취된다. 전국 송이 생산량의 92%가 이 지역에서 나오는 것. 현재는 각종 환경적 영향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앞서 언급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낮아지는 송이 생산량을 현재의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영덕군은 올해 봄 산림청 공모사업에 선정돼 ‘임산식·약용버섯연구센터’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비 5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을 통해 영덕군은 지품면 삼화리에 연구시설과 유량종균 배양시설, 버섯 시험재배시설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이 센터는 송이를 포함한 버섯 생산기술의 첨단화를 지향하며 ‘송이버섯 최대 생산지’ 영덕의 위상을 이어갈 중심 역할을 하게 된다.영덕군청 산림지원과장인 권오웅 씨는 “임산식·약용버섯연구센터의 유치는 영덕군이 ‘버섯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이버섯 채취로 적지 않은 수입을 올려온 영덕 농민들도 “송이버섯의 시장 확대와 관련 산업의 동반 성장, 농가 수입 증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연구센터의 건립을 반기고 있다. ◆ 많은 이들이 기다려 온 ‘2018 영덕 송이장터’지난해 펼쳐진 영덕 송이장터는 지역민과 방문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행사장을 찾은 군민들은 “영덕의 소득증대와 홍보에 이만한 역할을 한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송이버섯을 맛보고 구입한 관광객들은 “평소에는 먹기 힘든 송이가 소량으로 포장돼 판매되기에 우리도 그 풍미를 즐길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영덕군청은 매일 행사장을 찾아 철저한 관리를 통해 상거래 질서를 바로잡고, 송이의 등급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일소시켰다.송이와 함께 판매된 쇠고기, 오징어, 고추, 각종 과일도 영덕 생산농가의 소득을 높여줘 농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이와 관련해 영덕군청은 “앞으로도 장터 운영의 문제점을 개선해 우리 군에서 생산된 송이의 명품화와 산업화에 더욱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은 바 있다.그 약속은 올해도 지켜진다. 오는 17일부터 시작돼 내달 21일까지 35일간 펼쳐질 ‘2018 영덕 송이장터’가 바로 그 현장이다.영덕읍 경동로에 위치한 영덕군민운동장과 ‘사랑해요 영덕휴게소’ 일원에서 진행될 이번 송이장터는 송이 직판장과 농·수·임산물 판매장이 열릴 직거래마당, 송이 불고기와 송이 칼국수 등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마당, 송이차 시식과 송이 깎기 목공예 체험이 진행될 체험마당 등으로 구성됐다.보다 상세한 ‘2018 영덕 송이장터’ 관련 내용은 영덕군 홈페이지(http://www.yd.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행사에 대한 문의는 영덕군청 산림자원과(054-730-6315~6317)로 하면 된다. 이벤트성 축제 탈피해송이직판 실속 장터로 탈바꿈전국 최다 생산량은 물론, 맛과 향에서도 빼어난 송이를 생산하는 영덕군. 이를 관광객과 주민들에게 선보이는 ‘송이장터’는 영덕군이 진행하는 연중 가장 중요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생산자 직판을 통한 채취 농가의 소득 증대’와 ‘송이를 이용한 새로운 먹을거리의 개발과 보급’이란 목표 아래 펼쳐진 지난해 ‘송이장터’에 대한 면밀한 분석은 실수와 미비점을 개선해 ‘송이장터’를 보다 내실 있는 축제로 성장시키려는 영덕군의 노력에서 나온 것이다.지난해 송이장터는 이벤트성 축제를 탈피한 송이 직판 중심의 실속행사,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직거래 장터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 영덕 송이버섯의 전국적 홍보 등을 슬로건으로 추진됐다.영덕군 산림자원과는 ‘2017 영덕 송이장터 운영 결과’를 데이터화 해 올해 펼쳐질 ‘2018 송이장터’가 진일보한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TV와 신문을 통한 적극적인 홍보, 송이장터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주변 환경 조성, 목재를 이용한 자연친화적 홍보물 설치, 송이 직거래 부스의 확대 등이 이미 전문가들의 논의 과정을 거쳐 구체화에 들어갔다. 특히 올해는 송이차와 송이빵, 송이 불고기 등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체험 부스가 더 많아진다.여기에 송이버섯과 함께 ‘영덕의 특산물’로 불릴 수 있는 다양한 농수산식품을 판매하는 장터도 세워질 예정이다.‘2018 영덕 송이장터’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영덕군청 관계자들은 “올해 송이장터는 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이 중심이 되는 주민참여형으로 진행될 것이고, 축제 기간 중에는 다채롭고 흥미로운 문화행사도 함께 진행될 것”이라며 “송이와 함께 향기로운 가을을 맞이하고 싶은 분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09-14
글 싣는 순서 1. 밀라노 예술가들의 성지 ‘토르토나’의 탄생2. 이탈리아 넘어 세계 최고를 꿈꾸다 ‘슈퍼 스튜디오 그룹’3. ‘두마리 토끼 한 번에’ 순천 문화의 거리4.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에서 가능성을 보다5. 자생적 문화생태계 구축을 향해 가야할 길□ 예술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생적 생태계 구축공업과 예술. 두 단어에서 연결고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그런데 놀랍게도 앞서 살펴본 국내외 사례에서 두 단어는 매우 핵심적인 요소로 평가받는다. 19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공업도시였던 밀라노는 현재 세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문화예술도시로 완벽히 재탄생했다.전남지역 최대도시 중 하나인 순천도 인근 광양, 여수와 함께 중공업을 바탕으로 성장했지만 현재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문화예술지구인 문화의 거리가 정착과정에 있다.철강도시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어울리는 포항도 이러한 변화의 바람에 동참하려 하고 있다. 단순히 공업도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목적만은 아니다.도심공동화로 활력을 잃은 원도심을 사람들이 다시 찾고싶은 장소로 만들고 더 나아가 이곳에서 새로운 먹거리산업을 창출해 도시발전과 인구증가라는 선순환적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다.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생적인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이탈리아 문화예술지구 ‘조나 토르토나’는 수십년의 시행착오를 거쳐 자생적 생태계를 구축했다. 밀라노시의 지원에 의지하기 보다는 지구 내 입주한 예술가들이 직접 협회를 만들고 입주환경을 바꿨다. 유명예술가들이 앞장서서 실천적 행동을 보이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들은 안심하고 이곳에 터를 잡기 시작했다. 저렴한 임대료와 장·단기로 설정 가능한 임대기간은 자본이 부족한 예술가들에게 커다란 메리트로 작용했다.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필두로 한 크고 작은 축제도 이곳 예술가들에게 긍정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전세계에서 밀라노를 찾은 수만명이 넘는 방문객들 앞에서 예술작품을 선보이며 자신을 어필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토르토나 내 최대 문화예술기업인 슈퍼 스튜디오 그룹(Super Studio Group) 지셀라 보리올리 대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심각한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폐허나 다름없었던 토르토나는 이제 이탈리아를 넘어 전세계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지구로 거듭났다”며 “열정을 지니고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으로 전진한다면 포항 꿈틀로도 성공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포항만의 브랜드 ‘꿈틀로’포항 꿈틀로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은 경관 위주의 물리적 재생보다 장소성이 가진 서사성을 살리고 주민 공동체가 자발적 중심이 된 사회적 재생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포항문화재단은 예술가와 기존 주민이 삶터로서의 관계성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먼저 예술가와 주민이 1:1 자매결연을 맺어 서로에게 필요한 도움을 나누며 공동체적 삶을 영위해 나가는 프로그램인 ‘문화품앗이’가 운영되고 있다. 구제옷가게, 소규모 양품점, 분식집, 세탁소 등 꿈틀로 내 영세상가 대부분은 제대로 된 간판이나 사람의 발길을 끄는 세련된 실내 인테리어를 갖추지 못했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영세상인을 위해 꿈틀로에 입주한 예술가들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통해 이색적인 간판을 만들어 주거나 실내 인테리어를 단장해 주면서 영업에 활력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문화반상회’는 음식이라는 매개체가 가져다주는 소통과 연대의 효과에 착안해 주민과 입주예술가가 정기적으로 함께 밥을 먹으며 주민과 예술가의 문화간극을 좁히고 서로 소통하며 공동체 형성을 돕는 프로그램이다.이밖에 ‘철수와 목수’는 철공과 목공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지역사회 자원활동가가 주민(상인)이 필요한 간판이나 생활용품을 만들어 주면서 꿈틀로의 환경을 변화시키는 문화공작소 기능을 담당한다.예술가들이 자생력을 키워 스스로 꿈틀로의 경쟁력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브랜드를 개발하고 입주작가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예술가를 대상으로 전문가의 1:1 컨설팅을 통한 1작가 1콘텐츠를 개발해 예술가의 역량 강화와 참여도를 높이고 적극적인 활동 유도를 위한 평가 매뉴얼을 새롭게 구축할 예정이다. 또 꿈틀로만의 브랜드와 문화상품 개발을 위해 향후 맞춤형 교육과 추가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꿈틀로 축제 등 꿈틀로 자체 문화행사는 물론, 지역축제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의 문화특화 브랜드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숭숭 뚫린 빈 점포에 예술·창의성으로 공간재생예술가 역량강화 프로그램 통해 꿈틀로 자생력 키워예술가-주민 ‘문화 품앗이’ 통해 공동체 문화 창조이강덕 포항시장 인터뷰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사업이 본격화된지 벌써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짧은 시간이지만 꿈틀로 거리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꿈틀로 사업을 단순히 문화부흥사업을 넘어 도시재생사업으로 이끌고 있는 이강덕 포항문화재단 이사장과 사업에 대해 대화를 나눠봤다.- 꿈틀로 사업이 추진된 포항 상원동 일대는 몰락한 구도심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어떤 가능성을 봤는가.△꿈틀로는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3∼4집 건너 빈점포가 방치될 만큼 도심공동화가 심각한 곳이었다.가능성을 가지고 시작했다기보다는 원도심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에서 정책적으로 시작한 사업이다.골목 일대 숭숭 구멍 뚫린 것처럼 비어있는 빈 점포에 예술가들을 불러들인다면 그들이 가진 창의성으로 공간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을 거란 계획이었다. 이미 도심공동화에 대한 대안으로 물리적인 투자방식보다는 예술가가 중심이 된 국내외 도시재생의 성과사례를 통해 봐왔기 때문에 예술과 사람중심의 공간재생이 보다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것이란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오히려 그 절박함이 희망의 가능성이 아니었나 싶다.- 꿈틀로 사업이 첫발을 내딛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어떠한 성과가 있었는지.△꿈틀로는 2016년 하반기에 21개팀의 입주작가가 공모를 통해 선정됐고 이들이 둥지를 틀면서 꿈틀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17년 5월 공식 오픈을 했으니 본격적으로 운영된지는 이제 1년을 조금 넘겼다. 그동안 예산 등 여러 가지 조건적 한계로 인해 입주후 1년간은 작가들이 정착하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쏟았고 지난해 말부터 꿈틀로 축제, 꿈틀로 미식여행 등 입주작가들이 자신의 창작활동을 기반으로 한 시민 커뮤니티 활동을 해오고 있다. 올해는 추가로 6개팀의 신규 입주작가들이 선정돼 회화, 공예, 스틸아트, 연극, 사진, 음악, 일러스트 등 총 27개팀의 다양한 장르의 창작활동과 꿈틀로를 알리는 대외활동을 해오면서 조금씩 거리에 활기를 보태고 있다. 덕분에 꿈틀로가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지는데 일조를 했고 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오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내외 문화예술지구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자생적인 생태계 마련이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 꿈틀로가 자생적 생태계를 갖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이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예술가들이 중심이었고 당연히 그들을 위한 지원과 자생력 강화가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사업을 추진하면서 깨달은 것은 꿈틀로의 자생력을 위해서는 작가들의 노력을 강요한다거나 ‘월 임대비를 지원했으니 나머지는 작가들이 알아서 하겠지’하는 작가 의존적 방식을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문화재단에서는 꿈틀로 입주작가들이 스스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도록 예술가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예술가들은 자신의 창작이 브랜드로 다듬어 지는 과정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더욱 완성도 높은 아트상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이러한 결과물들이 꿈틀로의 자산이 되고 지역사회에 환류되는 선순환을 통해 꿈틀로의 자생적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 믿고 있다. 또 꿈틀로는 입주 예술가들의 공간이기에 앞서 오랜시간 동안 거주한 주민들의 공간이다. 서로 생각과 관점이 상반되는 두 집단이 하나가 되어서 꿈틀로의 새로운 주민공동체로 거듭날 때 꿈틀로가 온전한 기반이 형성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꿈틀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어떠한 계획을 갖고 있는가.△앞서 언급했듯 꿈틀로는 우선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환경개선도 필요하지만, 입주작가와 주민이 단순히 공간의 점유자가 아닌 공간을 살려 나가는 주체자로 만드는 의식변화가 먼저 시작돼야 한다.현재 추진중인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의 주된 의제는 바로 그러한 주민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내부 커뮤니티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입주작가가 주민에 먼저 다가가서 간판개선과 같은 실내환경 조성을 해주면 주민은 작가들의 활동 시 자원봉사라든가 음식제공을 통한 ‘문화품앗이’를 해주는 방식으로 공동체 문화를 쌓아 가는 것이다.‘내가 사는 공간은 내가 지킨다’는 공동체 의식은 꿈틀로의 성공적인 정착에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이외에도 꿈틀로가 가진 서사성, 즉 원도심이 가진 의미와 요소를 되살리는 내용을 더해 꿈틀로를 문화적 깊이가 느껴지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끝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2018-09-11
그 어떤 해보다 길고도 지루했으며 무더웠던 2018년 여름이 이제야 꼬리를 보이며 우리 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견디기 힘겨웠던 폭염과 동남아시아의 스콜처럼 예고 없이 쏟아 붓던 무시무시한 폭우. 그것들도 이제 곧 불어올 서늘한 가을바람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누구도 이길 수 없는 게 시간이고 세월이다.휴가를 즐기는 방식에도 변화가 왔다. 많은 이들이 피서를 떠나는 피크 시즌을 피해 ‘나 홀로 또는, 우리 식구만의 조용한 휴가’를 기다려온 독자들도 적지 않을 듯하다.최근의 여행 패턴을 고려해 9월에 떠나도 좋을 멋진 해외 휴가지 3곳을 소개한다. 1천 년 전 만들어진 사원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캄보디아 씨엠립 앙코르와트10세기를 전후해 인도차이나 반도의 지배로 군림했던 크메르왕조. “나는 신을 대신해 인간을 통치하는 지배자”로 스스로를 칭했던 왕들이 남긴 캄보디아 씨엠립의 사원들은 21세를 사는 우리들을 압도한다.‘앙코르와트’와 ‘앙코르톰’을 비롯해 할리우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를 매혹한 ‘타 프롬’까지 사방 몇 km에 산재한 1천 년 전의 힌두교-불교 유적은 ‘인간과 세계는 어떻게 생성되고 소멸하는 것인지…’라는 본원적인 물음을 여행자에게 던져준다.그런 거창한 ‘철학적 기대’가 아니라도 좋다. 독일과 네덜란드, 프랑스와 스웨덴 등 유럽인들이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찾아오는 아시아의 대표적 유적지를 많은 비용 들이지 않고 둘러볼 수 있다는 건 한국 여행자들의 특권이라면 특권일 수도 있다.만약 캄보디아 씨엠립을 휴가지로 정했다면, 미학적 완성도에서 세계 최고라 불러도 좋은 사원들과 함께 아시아에서 2번째로 큰 호수인 톤레삽의 붉은 석양을 꼭 만나보라고 권한다.3시간 30분 남짓 짧은 시간에 전세기로 날아갈 수 있는 캄보디아는 요즘 한국인들에게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 라오스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수도는 프놈펜. 인구의 90%가 크메르족이다. 그들은 외국인을 환한 웃음과 친절로 대한다.겉으로는 ‘왕정국가’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권력은 정부 수반인 총리가 행사한다. 그의 이름은 캄보디아인민당(CPP)의 지도자 훈센(Hun Sen).화폐 단위는 리엘(Riel)인데, 여행지에선 달러가 자국 화폐처럼 사용된다. 가벼운 식사 한 끼는 1~2달러 이내에서 해결이 가능하다.1975년부터 1979년 사이에 프랑스에서 유학한 사회주의자 청년 폴 포트 등이 주도한 대학살 ‘킬링필드(Killing Fields)’는 영화와 소설 등으로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하다. 그 역사적 상처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건 이 나라를 여행하는 또 다른 ‘목적’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앙코르와트와 톤레삽 호수가 자리한 씨엠립엔 ‘캄보디아의 미래’라 불러도 좋을 청년들이 흔하다. 그들을 만난다면 마음을 터놓고 친구가 되려 노력해보자. 낭만과 함께라면 ‘더위’ 속에서도 행복하지 않을까* ‘열대의 섬’ 일본 오키나와고전 소설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율도국(栗島國)은 실제로 존재했을까?일본 본토보다 타이완에서 더 가까운 오키나와를 “홍길동이 자신을 따르던 무리를 이끌고 가서 세운 나라”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오키나와는 일본과 중국 건축 양식이 묘하게 결합된 궁성과 미국과 일본 문화가 뒤섞인 요리가 매력적인 휴양지다.조그만 해수욕장들은 깨끗하게 정돈돼 있고, 식당과 카페에선 전형적인 ‘일본식 친절’을 만나게 된다.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한국의 1970~80년대 풍경과 유사한 바다와 산이 관광객을 유혹한다. 정겹다. 중심가라 할 국제거리의 휘황한 네온사인과 흥청거림은 한국의 홍대거리와 비슷하다. 연인과 함께라면 더욱 좋겠지만, 아기자기한 선물을 쇼핑하고 예쁜 찻집에서 향기로운 차를 마시고 싶은 여자 친구끼리의 여행에도 최적지.오키나와는 세계 제2차대전 이후 지속적인 성장일로를 달려 만만치 않은 경제력을 갖추며 국제사회에서의 지위를 확고히 한 일본이 자랑하는 휴양지다.미국과 유럽 사람들은 물론, 최근에는 중국 관광객도 많이 몰려들고 있다. 일본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2개의 축으로 운행되는 나라지만, 오키나와에선 인간적인 정과 의리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일본 풍속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토속적인 매력이 방문자를 매혹한다.통상 일본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선회와 초밥도 맛있지만, 오래 전부터 주둔한 미국 군대의 영향 때문인지 오키나와의 스테이크도 일품이다.일본 쇠고기가 가진 풍미를 맛보고 싶다면 조금 부담스럽더라도 레스토랑 웨이터에게 “여기 잘 익힌 스테이크 하나 주세요”라고 청해보길 권한다.여기에 정보 하나 더. 오키나와는 ‘아름다운 여배우와 가수가 많이 배출된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고적한 풍광 속 동유럽 낯선 공간에서 맛보는 적요함* 마케도니아 작은 마을 오흐리드조금 긴 기간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비교적 넉넉한 예산이 준비됐다면 알렉산더 대왕(Alexandros the Great)이 태어난 나라 마케도니아로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마케도니아는 인구 200만 명 정도의 조그만 나라지만, 멋진 호수가 여행자를 반기는 도시 오흐리드는 유럽의 어떤 관광지보다 매력이 가득한 공간이다.아시아와 유럽을 이어주는 지점에 위치했기에 다양하고 이색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건 ‘맛집 순례’를 좋아하는 요즘 세대들의 취향에도 맞는다.해질 무렵, 호숫가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백조와 함께 물속으로 사라지는 태양을 바라보는 건 두말 할 것 없이 낭만적인 체험이 될 것이다. 여기에 비극적 역사 속에서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은 발칸반도 사람들과 맥주 한 잔 기울이는 건 늦은 휴가가 주는 덤이다. 쓸쓸하고 고적한 풍광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마케도니아는 유럽 동남부 발칸반도 내륙 중앙에 위치한 나라. 북쪽으론 코소보, 동쪽으로는 불가리아, 남쪽으론 그리스와 국경이 닿아 있다. 마케도니아정교를 믿는 이들이 대다수지만 이슬람교도도 적지 않다. 소수의 가톨릭교도도 존재하는데,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인도에서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생애를 바친 테레사 수녀. 그녀는 알바니아계 마케도니아인이다. 최소 400만 년 전에 생겨난 맑고 투명한 물빛의 오흐리드 호수는 마케도니아 전통문화와 이슬람문화가 어우러진 스코페의 ‘올드 타운’과 함께 이 나라의 대표적인 여행지.한국에서 마케도니아로 가는 배낭여행자들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출발하는 야간열차를 타고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로 입국해, 거기서 마케도니아 국경을 넘는 국제버스를 탄다. 하지만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관광객이라면 오스트리아 비엔나 혹은, 프랑스 파리에서 오흐리드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도 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09-07
경북도가 민선 7기 비전과 목표에 대한 구체적 실천방안을 담은 ‘도정 운영 4개년 계획’을 확정했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3일 도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자리, 4차 산업혁명 선도, 관광, 이웃사촌 복지, 소득 걱정 없는 농촌, 365일 안전, 사통팔달 교통망, 자긍심이 높아지는 감동 경북 등 경북발전 8대 분야 100대 과제를 발표했다. 기업과 관광 서비스, 스마트 농업, 건설, 사회적 경제 등을 중심으로 임기 안에 좋은 일자리 10만 개를 만들고 이를 위해 투자유치 20조원, 농업 수출 7억 달러, 내국인 관광객 2천만 명, 외국인 관광객 200만 명 시대를 연다는 구상이다. 도는 이를 위해 2020년까지 4년 동안 13조5천억원(국비 9조1천억원, 도비 1조 1천억원, 시·군비 1조7천억원, 기타 1조6천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민선7기 경북도 슬로건 ‘새바람 행복경북’경북도는 민선 7기 새로운 슬로건을 ‘새바람 행복경북’으로 확정해 발표했다. 도민, 공무원 등을 상대로 공모해 접수된 534건 가운데 전문가 자문과 선호도 조사를 거쳐 정했다.도는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의 새바람을 일으켜 도민 모두가 행복한 경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이를 위한 도정 4대 목표로 △일터 넘치는 부자 경북 △아이 행복한 젊은 경북 △세계로 열린 관광 경북 △이웃과 함께 복지 경북으로 설정했다.첫 번째 도정목표인 ‘일터 넘치는 부자경북’은 일자리야말로 최고의 복지라 인식하고 도정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 단순한 기업 유치뿐만 아니라 권역별 신산업을 육성하고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촉진한다. 중소기업의 성장사다리를 구축해 고용효과도 높인다. 청년벤처, 청년농부, 청년상인 육성으로 청년의 꿈을 실현하는 등 모든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두 번째 ‘아이 행복한 젊은 경북’은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경북의 현실을 직시하고 아이가 많아지는 활력 넘치는 경북을 목표로 경북형 온종일 돌봄시스템, 출생에 대한 인식변화 유도 등 전방위적인 출산지원정책을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겨있다.세 번째 ‘세계로 열린 관광경북’은 수많은 문화자원을 간직하고도 관광객을 불러들이지 못하는 현실을 반드시 타개하겠다는 의지에서 채택된 것으로 보인다. 관광컨트롤타워인 문화관광공사를 설립하고 공격적인 마케팅과 세일즈를 통해 관광경북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것이다.마지막 ‘이웃과 함께 복지경북’은 더불어 함께하는 공동체 복지실현을 목표로 공동체를 통해 함께하는 복지체계를 구축하고 계층별 맞춤형 복지기반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공동체 기반 복지정책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4대 목표 달성 위한 8대 핵심 분야 100대 과제경북도의 도정 방향의 핵심은 일자리와 아이, 관광과 농촌이다. 경북 발전을 위한 8대 핵심 분야에는 일자리, 신성장 산업, 문화관광, 복지, 농산어업, 안전, SOC, 상생협력과 정체성 분야가 있다.이들 8대 분야 100대 과제를 살펴보면 우선, 일자리 분야는 안정적인 좋은 일자리 10만개 창출과 투자유치 20조원 달성을 중점 추진 방향으로 설정하고 △일자리창출 컨트롤타워 및 거버넌스 구축 △산업단지 리노베이션을 통한 경쟁력 향상 △청년일자리 종합지원시스템 구축 △취약계층 맞춤형일자리 창출 등 12개의 실행과제가 있다.신성장 산업 분야에서는 권역별 신산업융합 클러스터 조성과 경북의 강점을 활용한 미래 먹거리 마련, 전문기관 설립과 인재 양성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중점 추진 방향으로 설정하고 △4차 산업혁명 지원전담기관 설립과 핵심인재 양성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산업생태계 △인공지능 거점센터 △해외석학·과학기술인·기업가 협의체 △강소형 연구개발특구 △북부권 생명바이오·신소재벨트 △남부권 첨단소재클러스터 △서부권 ICT 프론티어 벨트 △동해안권 융합에너지 클러스터 등 18개 과제를 설정했다.문화관광 분야에서는 △문화관광공사 설립과 관광기금 1천억원 조성 △천년고도 경주 본모습 재현 △경북 산야·아시아 알프스 프로젝트 △낙동강 글로벌 문화관광 거점화 △스마트 문화관광인프라 △해양관광레포츠벨트 △환동해 마리나 루트 등 12개 과제다.복지 분야에서는 △지방소멸 극복 모델 이웃사촌 시범마을 △민간·국공립 차별 없는 경북형 보육환경 △경북형 온종일 돌봄 체계 △초·중·고 의무급식 확대 △장애인 복지공동체 △찾아가는 3대 의료서비스 △경로당 중심 이웃사촌 복지공동체 △다자녀가정 행복더하기 등 13개 과제가 반영됐다.농산어업 분야에서는 △농식품 유통전담기관 △경북형 농업복지모델 △스마트팜 혁신밸리 △청년창농 및 미래농업인재 육성 △6차 산업화 전진기지 구축 △경북형 두레공동체 △경북형 생태복지축산단지 △임산물 6차 산업화단지 △풍요로운 어장, 살맛나는 어촌 만들기 등 15개 과제가 제시됐다. 이밖에도 안전 분야 7개 과제, SOC 분야 16개 과제, 상생협력과 정체성 분야에 7개 과제가 계획에 반영됐다.100대 과제 실천을 위한 세부 사업은 277개로 이 가운데 신규 119개, 기존사업 확대 88개, 기존사업 보완 70개다. □ 도정 투명 공개… 일·성과 중심으로 조직 운영경북도는 모든 도정시책을 도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도 소유의 각종 시설을 도민에게 개방하는 열린 도정을 펼치기로 했다. 이미 도지사실을 개방한 것을 필두로 모든 도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도민과의 소통시스템도 획기적으로 보강할 방침이다.온라인을 통해서는 ‘경북은 지금’이라는 도정 라이브 방송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도민과 함께하는 공감토크쇼를 정례화한다. 경북도 홈페이지에는 도민들의 민원을 청취하고 도지사가 직접 답변하는 ‘도지사에게 쓴소리!’라는 코너를 운영해 도민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또 출자·출연기관이 30여 개로 너무 많다는 지적에 따라 신규 설립을 지양하고 기존 기관 간 연계체계, 경영혁신을 강화하기로 했다. 재정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일에도 적극 나선다. 세출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소모성 경비는 과감하게 감축해 나간다. 공직문화도 확 바꾼다. 일과 성과 중심으로 조직과 인사를 운영하고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애고, 도와 시·군간의 협력시스템도 제도적으로 강화한다.이철우 지사는 “도전과 변화의 새바람을 주도해 도민 모두가 행복한 경북을 만드는 것이 민선7기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로 보고 전 공직자가 변화의 중심에 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도정 4개년 계획… 톡톡 튀는 기발한 시책들경북도의 민선7기 도정운영 계획에는 톡톡 튀는 이색 정책들도 여럿 제시됐다.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이 ‘세계 드론 축구대회’다. 경북 드론축구단 창단해 경북형 드론 축구규칙을 마련하고 세계적인 드론 기업들을 대거 초청해 온다면, 드론산업 육성에도 크게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테크노파크(TP)하면 신산업과 벤처기업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경북이 농업테크노파크를 만들겠다고 한다. 농업도 과학이란 인식에서 나온 발상이다. 경북도는 경북농업기술원 이전지 부근에 ‘농업TP’농산업 과학시범단지를 조성해 농업을 첨단과학과 접목해 나가겠다는 것인데, 그 시도가 벌써부터 주목된다.경북도는 미혼남녀의 짝을 찾아주는 일에도 발 벗고 나선다. 바로 ‘내짝은 어디에, 미혼남녀 대축제’가 그것이다. 여기에는 도와 시군은 물론, 학교, 기업, 공공기관 등이 대대적으로 참여한다. 미혼남녀의 고민도 듣고 그들끼리 소통하는 기회도 준다. 얼마나 많은 미혼남녀가 참여할지, 또 짝은 얼마나 맺어질지 기대된다.또 관광에 청년을 끌어들이는 시책도 나왔다. 바로 ‘경북청년관광콘텐츠랩’이다. 문화관광에 일가견이 있는 청년 PD들을 선발해 경북의 비인기 관광콘텐츠를 초기화해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시책이다.그리고 ‘경로당 행복도우미’도 눈길을 끈다. 경로당 두 곳마다 한명씩의 행복도우미를 배치해 경로당을 단순히 쉬는 곳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즐기고 배우는, 동시에 일감까지 찾아주는 그런 행복공간으로 만들고, 행복도우미라는 새로운 일자리도 만드는 일석이조의 시책이다.‘경상북도 사회적 경제 실리콘밸리’도 신선한 아이디어다. 사회적 기업들이 한곳으로 모이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이곳에 금융과 교육 등을 집적화하는 한편, 1천명에 달하는 사회적 경제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지역 화폐를 만들어 경북사랑상품권과 연계, 수수료 없이 스마트폰으로 도내 어디서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경북 GB페이’. 도지사와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조언도 구하는 ‘도지사와 한 끼’ 프로그램 등 기발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2018-09-04
□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의 시작1980∼90년대 포항에 거주했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아카데미극장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시절 포항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곳 주변을 설명할 때 “옛날에 아카데미극장 있던 곳”이라는 부연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쉽게 와닿는다.2017년 전국공모 통해 오랫동안 비어있던 점포에임대료 등 지원받은 예술가 21개팀 둥지 틀어올 3월 ‘문화적 도시재생사업’ 선정, 총 27개팀 입주민간전문기구 ‘포항문화재단’ 으로 사업 이관거리축제·문화장터·시민커뮤니티 프로그램 등다양한 행사 개최, 도심문화 앵커공간 조성 박차글 싣는 순서1. 밀라노 예술가들의 성지 ‘토르토나’의 탄생2. 이탈리아 넘어 세계 최고를 꿈꾸다 ‘슈퍼 스튜디오 그룹’3. ‘두마리 토끼 한 번에’ 순천 문화의 거리4.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에서 가능성을 보다5. 자생적 문화생태계 구축을 향해 가야할 길지난 1979년 포항시 북구 여천동에 문을 연 포항 아카데미극장은 이후 20여년간 포항극장, 시민극장, 가고파극장, 명보극장과 함께 포항시민들의 문화생활을 책임졌다. 특히 이중에서도 아카데미극장은 598석으로 포항극장(518석), 시민극장(400석) 등을 제치고 지역에서 가장 많은 관객이 동시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극장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그런데 지난 2003년 포항지역 최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메가라인(현 CGV 북포항)이 등장하면서 급격한 변화의 시기가 찾아왔다.최고급시설의 대형 스크린 8개를 보유한 메가라인은 관객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였고 경쟁에서 밀린 단관들은 하루 입장관객이 10여명으로까지 줄어들며 사실상 괴사 수준에 이르렀다.포항극장, 시민극장 등 경쟁업체들의 줄폐업 속에서 입장료 대폭할인, 예술영화관 지정 등 자구책을 찾아나섰던 아카데미극장도 끝내 버티지 영업난을 못하고 2003년 9월 문을 닫았다. 이후 이곳은 대형주점, 성인 나이트클럽 등으로 10여년간 활용되다 4년전 옛건물을 허물고 32세대 규모 나홀로아파트가 새롭게 들어섰다.사라진 것은 극장만이 아니었다. 상가, 음식점, 주점 등 극장 주변에 형성된 상권이 극장폐업 후 불과 4∼5년 새 급격히 무너졌다.상인들은 대부분 이 곳을 떠났고 거리는 빈점포들로 가득했다.그런데 최근들어 폐허로 변해버린 이곳에 다시 희망의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포항시가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주무대로 이곳을 낙점한 것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포항시는 지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문화도시 조성 시범사업에 선정돼 국비 15억원, 도비 6억7천만원, 시비 15억8천만원 등 총 37억5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이를 바탕으로 2016년부터 옛 아카데미극장 일대 중앙로 거리를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로 명명하고 사업에 본격 돌입했다. □ 문화적 도시재생사업 선정으로 사업 박차꿈틀로는 시민공모를 통해 정해진 공식 명칭으로 ‘꿈틀꿈틀’이라는 생기 있는 움직임과 ‘꿈의 틀’이란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포항시는 꿈틀로 주변의 오랫동안 비어있던 점포를 활용,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공간으로 만들었다.지난 2017년 11월 전국공모를 통해 회화, 공예,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21개팀이 빈 건물에 입주했다.입주가 확정된 예술가들에게는 매월 30만원의 임대료와 간판지원비를 지원하며 이외의 비용은 예술가들이 직접 부담케 했다.2018년에도 6개팀이 신규작가를 추가로 공모·선정해 현재 27개팀의 예술가가 꿈틀로에 입주해 있으며 그림책 마을, 꿈틀로 갤러리, 꿈틀로 운영지원센터 등 문화공간도 마련돼 있다.입주예술가들이 중심이 되어 꿈틀로는 다양한 예술체험 및 교육의 장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자전거 톱니바퀴를 모양의 입체벽화와 포항북부경찰서 중앙파출소 건물을 활용한 부엉이파출소 등 스토리가 있는 독특한 조형물들이 거리 곳곳에 설치돼 꿈틀로의 상징성을 담아내는 스토리텔링 포토존으로 변신했다.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에 꿈틀로가 선정되면서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은 도시 공간을 문화적으로 활용해 침체된 도심과 공동체의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이다.포항시를 비롯해 충남 천안시, 전북 군산시, 부산 영도구 등 4곳이 사업지로 선정됐다.꿈틀로는 꿈틀 문화공작소인 ‘철수와 목수’와 꿈틀 시민 디자인 팅킹(Design Thingking) 스쿨, 꿈틀 예술자판기, 꿈틀로 문화카페 ‘청포도 다방’ 조성 등 지역의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주민·시민과 예술가가 중심이 되는 공유가치를 살린 차별적 프로그램을 제시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포항시는 이번 사업 선정으로 국비 8천만원을 지원받아 올해 1년간 총사업비 2억5천만원으로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한 꿈틀로의 장소성 회복과 커뮤니티 활동, 장소디자인 구축 사업을 펼치고 있다.문화적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됨에 따라 전문가 현장실사와 컨설팅을 통해 꿈틀로의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사업의 실효성을 위한 예술가, 상인, 건물주 등 사업관련 주체들과의 거버넌스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꿈틀로의 경우 현재까지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이지만 타지역 사례를 살펴보면 공간재생사업을 시작으로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예술가와 주민이 해당 지역 밖으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흔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포항시는 사업시작 당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예방책으로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포항지회, 건물주, 예술가간 공동 협약을 맺기도 했다.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들 협의체간 지속적인 관계형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 예술가들만의 공간이 아닌 시민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포항시는 지난 5월부터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재)포항문화재단으로 이관했다.지난 2017년 2월 문화중심도시 도약을 목표로 출범한 포항문화재단은 1년여 동안 활동을 거쳐 민간전문기구로 잡으며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사업 이관으로 포항시 공무원 중심에서 전문가 중심의 민간주도형으로 추진주체가 달라지면서 효율적인 사업추진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포항문화재단은 문화도시TF팀을 새롭게 구성하고 그동안의 사업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사업의 완성도를 높일 새로운 밑그림 구상을 마쳤다.특히 꿈틀로에 대해서는 전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먼저 한국예총 포항지회와 함께 꿈틀로에서 거리축제를 열어 예술가들이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지난 7월 6∼7일에는 꿈틀로 작가와 시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여름날의 소소한 축제’가 열렸다.축제에는 꿈틀로 예술가 18개팀이 참여하는 시민 예술체험을 비롯해 △아트마켓 △아틀리에 라면 토크 △작은음악회 △기획사진전 △캐리커처 그리기 △페이스 페인팅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졌다. 또 도시재생 마을공동사업인 문화장터 ‘꿈짱’이 함께 열려 예술가들이 직접 제작한 아트상품을 전시·판매하고 즉석에서 캐리커처 그려주기와 예술체험 등을 진행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가을에 접어든 지난 1일부터 2일까지는 꿈틀로 입주예술가들이 마련한 시민커뮤니티 프로그램 ‘꿈틀로 예술산책’이 열렸다. 이번 행사는 예술체험, 아트마켓, 캐리커처 그리기, 페이스페인팅, 아틀리에 팥빙수 토크, 꿈틀로 작가전 및 작가전 경매, 작은 음악회 등 다채로운 예술행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아틀리에 팥빙수 토크에서는 지역 유명예술가인 박수철 화백이 시민들과 함께 팥빙수를 나눠먹으며 그의 작품세계에 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꿈틀로 작가전 출품작 경매에서는 꿈틀로 작가들이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준비한 행사로, 시민들은 예술가들이 그동안 작업한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고, 경매를 통해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포항문화재단은 앞으로 꿈틀로에서 정기적으로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커뮤니티프로그램을 마련해 꿈틀로를 시민이 즐겨 찾는 도심 문화 앵커공간으로 조성해나갈 계획이다.황상해 포항문화재단 문화도시TF팀장은 “꿈틀로는 포항시와 지역 전문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 탄생한 공간이다”며 “성공적인 도시재생의 모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참여자 간의 협업과 소통, 이를 지원하는 행정지원체계, 전문가의 컨설팅 등 다각적인 거버넌스 구축과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경북 북부권 청년창업지원센터의 지원 덕분에 사업 초기 일찍 자리를 잡았고, 창업 1년 만에 12억원의 매출을 달성 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됐습니다.” 새로운 창업에 대한 수많은 정부의 지원과 정책들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지만, 신규 창업에서 살아남는 창업주는 극히 드물다. 10명 중 한두 명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극악의 성공률을 보이는 창업, 그러한 창업 전선에서 창업 1년 만에 500%의 급성장을 이룬 (주)에이디 권기봉(35) 대표를 만나 청년창업의 성공담을 들어봤다.- (주)에이디의 간단한 소개해 달라△(주)에이디는 곤충 페로몬을 이용한 친환경 해충 방제 전문회사로 현재까지 곤충 페로몬 관련 자체 기술과 제품을 보유한 국내 유일한 회사이다. 곤충 페로몬 및 물질 합성 기술, 곤충 페로몬 루어 및 트랩 개발, 개발 제품의 현장 적용 등 최적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 안동대 화학과 출신 청년 5명이 모여 지난해 6월 초기 자본 2천만원으로 창업. 사업 시작 약 6개월 만에 2억원의 매출 기록했고, 현재까지 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고 올해까지 총 12억원의 매출 달성을 앞두고 있다.- 어떤 계기로 곤충 페로몬 사업을 하게 됐는지△지역에서 중·고등학교에 이어 안동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처음 취업한 곳이 곤충 페로몬을 이용한 친환경 농업 해충 방제 회사였다. 그곳에서 곤충 페로몬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당시 국내 곤충 페로몬 관련 회사 대부분이 페로몬을 분석해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 수입해 포장재만 바꾸는 식으로 판매를 하는 실정이었다. 해외에서 생산한 곤충 페로몬 제품의 경우 국내 곤충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아 국내에선 그만큼 방제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국내 곤충 페로몬의 정확한 화학식을 분석해 국산화된 제품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방제 효과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그 기대감은 적중했고, 국내 곤충 페로몬 관련 자제 기술 제품을 보유한 국내 유일한 회사가 됐다. - 곤충 페로몬은 무엇이며, 국내외 시장 규모는△곤충 페로몬의 사전적 의미는 곤충이 몸 밖으로 분비해 같은 종류의 다른 곤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화학 물질이다. 즉 곤충의 종(種)내에서 의사 교환이나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체내에서 합성해 냄새로서 이동, 먹기 찾기, 짝짓기, 알 낳기 등을 위해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것이다.이런 곤충 페로몬을 이용, 농작물과 산림에 유해한 곤충을 유인해 포획하는 ‘곤충 페로몬 제품 시장’의 전 세계 규모는 현재 1조5천746억원에 이른다. 북중앙아메리카가 9천908억, 유럽 2천900억, 아시아 1천10억, 오세아니아 820억, 남아메리카 670억원 순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80억원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4차 친환경 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을 통해 친환경 농업 육성정책이 추진하고 있어 시장 규모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농림축산식품부의 국내 친환경 페로몬 제품 지원 사업 분석에 따르면 유기농과 무농약 등의 친환경 농산물의 시장규모가 지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그 사업 규모도 매년 증가해 2020년에는 193억원, 2024년에는 726억원대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최근 정부는 내년 1월부터 농산물에서 ‘등록되지 않은’ 농약이 0.01ppm 이상 검출되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분류됨에 따라 잔류 농약 걱정이 없는 곤충 페로몬 친환경 해충 방제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창업 초기 힘들었던 점과 어떻게 극복했는지△창업 초기 페로몬 국내 기술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나를 비롯한 전 직원 전원이 연구원으로 시제품을 만들어 유통하기까지의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제품 판매에 앞서 특허 등록·출원, 디자인 등록 등 막대한 초기 자본도 필요했다. 그러던 중 경북 북부권 청년창업지원센터로부터 창업초기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또 제품 특허 등록·출원, 디자인 등록 등에 대한 재정적 지원에서도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우리 사업과 관련된 기관들과 네트워크 형성을 할 수 있어 제품 개발 후 유통경로 확보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를 통해 낸 특허를 담보로 특허기술보증기금에서 저금리 대출을 받아 사업을 운영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현재까지 특허등록 5건(국내 3건, 중국 1건, 일본 1건), 특허출원 1건, 디자인등록 4건, 유기농업자재공시 4건의 지적재산을 갖출 수 있었다. 또 농촌진흥청과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연구 과제에 선정돼 지원을 받게 됐다. -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소나무재선충병 매개 하늘소를 친환경적으로 유인·포획하는 트랩을 비롯해 농작물에 매우 심각한 피해를 주는 노린재를 유인·포획하는 트랩, 성페로몬을 이용해 나방류의 교미를 교란하는 제품과 예찰 트랩, 골프장과 그 밖의 잔디밭에 피해를 주는 풍뎅이류를 포획하는 트랩 등 다양한 제품이 있다. 그중 노린재 트랩의 경우 최근 국내 농업 대표기업인 팜한농과 연간 7억6천만원 규모의 제품 계약을 체결했다. 또 경북능금농협 판매처에 나방류 교미 교란제와 예찰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현재 경북 도내 소나무 숲은 재선충에 시달리고 있다. 제품 중 소나무재선충병 매개 하늘소 유인·포획 트랩이 있던 데 어떤 제품인가△‘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를 잡아야 해결할 수 있다. 솔수염하늘소는 4월에 부화해 건강한 소나무를 갉아먹으면서 소나무재선충을 감염시키고, 가을철 나무껍질에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이런 하늘소 포획에 최적화된 유인 물질(페로몬, 카이로몬)구성과 산림환경에 적합한 유인제 방출기, 매개 하늘소 포획 전용 트랩으로 갖춰져 매우 우수한 유인 포획력을 자랑하는 제품이다. 특히 강력한 유인제의 시기별 복합적 역할로 윤인해 매개충 우화후부터 시작해 후식·교미·산란시기까지 전 기간에 걸쳐 유인한다. 현재 정부에서는 항공방제와 나무주사를 이용한 예방에 나서고 있다. 방제의 경우에는 꿀벌과 같은 좋은 곤충들도 함께 죽일 수 있고 소나무 근처에서 자라는 송이버섯에 잔류할 수 있다. 나무주사의 경우에는 나무에 구멍을 뚫어 약제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주사를 맞은 소나무의 경우 침입하는 선충의 번식을 막음과 동시에 잎이나 줄기를 갉아먹은 솔수염하늘소의 수명을 절반 이상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감염 시기를 늦출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이 때문에 매개충인 하늘소를 포획할 수 있는 이 제품을 함께 써야 소나무재선충병의 원천 차단이 가능하다. 이 제품의 경우, 산림청에 검증을 받아 국제방제메뉴얼에 등록된 제품이다.- 진행 중인 사업과 신제품 개발 상황은△최근 농촌진흥청이 12억원을 들여 3년간 해외에서 들어오는 해충을 유인하는 페로몬과 트랩 개발에 대한 연구과제에 참여하게 됐다. 이를 통해 3년간 약 2억여 원의 연구과제비를 확보했다. 또 단독으로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에서 1억8천만원을 들여 2년간 노린재 유인을 위해 빛과 페로몬을 연구하는 사업에도 선정됐다. 이는 빛에 대한 노린재류 반응을 규명하고 트랩 형태 및 구성, 후각 및 시각 기반 친환경 노린재 전용 유인등 개발하는 사업이다.이밖에도 담배나방과 담배거세미나방 2종에 대한 교미 교란제, 노린재류 기피제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페로몬을 활용한 친환경 해충 방제 외에도 시장 흐름과 소비자들의 충족에 맞춘 모기류 기피제와 바퀴벌레 트랩, 진드기 트랩도 개발했다.- 창업에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무모하고 즉흥적인 도전보다는 사전에 경험을 쌓으면서 착실하게 준비를 한 뒤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도 역시 학교를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취직해 7년간 경험을 쌓았다. 그곳에서 창업 아이템을 찾았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없다. 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고 거기에 미치지 않고서는 성공의 길에 가까이 갈 수 없다.‘곤충 페로몬’이라는 것이 지역 농가에서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큰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국내 시장 자체가 크지 않아 해외 제품이 고가에 팔리고 있고 해외 환경에 맞춘 제품이다 보니 국내 해충에는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곤충 페로몬 제품 자체의 신뢰성을 떨어트려 농가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여기에서 착안해 곤충 페로몬 국산화에 성공한 (주)에이디는 안동에 위치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남도를 비롯해 성남시, 용인시, 경북산림환경연구원 등과 함께 다양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앞으로는 경북도를 비롯해 안동지역 농민들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안동/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2018-09-03
영화 ‘이유 없는 반항’과 ‘에덴의 동쪽’ 주연배우로 잘 알려진 제임스 딘(James Dean·1931~1955). 겨우 스물네 살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그가 다음과 같은 근사한 말을 남겼다는 걸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살아가는 이유를 발견하고자 하는 건 인간이란 존재만의 특징이다.”다분히 철학적인 문장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제임스 딘이 지적한 바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는 어디에서 찾아내야 하는 것일까? 역사학자들은 이렇게 조언한다.“과거를 통해 현재를 인식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우리의 오늘을 보다 명확하게 해석하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아득한 옛날 존재했던 왕국 신라. “그 시절 여성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란 단순하고 소박한 질문에서 이 기획기사는 출발했다.여성의 삶을 탐구하는 건 인간보편의 삶을 학습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믿음 또한 있었다.그랬다. 10세기 저편 신라 시대 사람들의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빛과 그림자, 꿈과 환멸이 궁금했다. 하지만 이것들 모두를 짧은 지면에 다 담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신라의 여인들’에 포커스를 집중해 보편적 신라인(人)의 삶을 조명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그 때문이다.기사를 연재하며 신라 시대 여성의 지위와 사회활동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높았고 활발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현상·해석학적 교육연구’에 실린 하현진의 논문 ‘화랑세기에 나타난 신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활동’에서의 서술은 과장이 아니었다. 이런 대목이다.“유교적 여성관이 강조되기 이전 한국 고대 사회에 관한 기록을 살펴보면 여성도 남성 못지않게 사회적 지위가 높았고, 공적인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신라는 고구려나 백제는 물론 그 후대인 고려나 조선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여왕이 세 명이나 등장한다.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 더 큰 힘을 지니고 정치 분야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 여왕 이상의 정치적 실권 가진 여성도 존재했던 신라사실이 그랬다. 신라는 이 땅에 존재했던 어떤 왕조국가에도 없었던 여성 최고 통치자가 3명이나 있었다.선덕여왕, 진덕여왕, 진성여왕이 바로 그들.탁월한 미학관을 갖춘 선덕여왕은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당대 남성 엔지니어들을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줬다. 진덕여왕 역시 실질적 군사 지휘권을 장악하고 있던 김유신을 왕궁으로 불러 호통을 칠 정도로 드높은 기개를 가진 여성이었다. 진성여왕은 ‘무능력’과 ‘성적 타락’이라는 학계의 공격을 받고 있지만, 재위 기간에 보여준 ‘백성에 대한 애정’과 ‘사리사욕 없음’은 재평가 받아야 할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비단 여왕들만이 아니다. 신라 역사에는 왕과 어깨를 견줄만한 정치권력을 행사한 여성도 등장한다. 바로 ‘미실’이다. 아래는 이와 관련된 하현진의 논문 중 한 대목.“신라는 개방적인 성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남녀 관계는 쌍방향적이고 호혜적이었다. 미실은 색공(色供)을 통해 자신의 신분을 단계적으로 상승시켰고 정치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왕의 즉위와 폐위에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이처럼 여성이 왕이 될 수도 있었고, 여성 정치실력자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신라 사회가 여성과 남성을 동등하게 생각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신라의 여성들은 남성과 평등한 인격체로 존중받았고, 남성보다 더 많은 권력을 지니기도 했던 것이다.”신라의 여인들이 정치 분야에서만 두각을 드러낸 것은 아니다. 고전문학 연구자들로부터 신라 시대 대표적 시가로 평가받는 ‘헌화가(獻花歌)’와 ‘해가(海歌)’의 주인공인 수로부인은 그 미모가 전설 속 짐승인 용까지 유혹할 정도로 빼어났다고 전해진다. 그녀는 우리 고대문학에 비밀스런 상상력의 숨결을 불어넣은 매력적인 여성임에 분명하다.‘화랑의 전신’으로 불리는 원화(源花)를 주도했던 두 여성 준정과 남모의 이야기도 여러 가지 함의를 담고 있기에 흥미롭다. 준정과 남모의 행적을 기록한 문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백 명의 남성을 이끌던 리더십 강한 두 여성이 단순히 ‘질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로를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했을까”란 의문이 생기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여기에 오십 살의 나이 차이를 훌쩍 뛰어넘은 소지왕과 벽화의 열정적인 ‘러브 스토리’, 비단 한 필로 언니의 꿈을 사서 태종무열왕의 아내가 되는 문희의 에피소드도 낭만적이다. 동시에 보다 심도 깊은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 전하지 못한 신라 여성들의 이야기새삼스럽게 에드워드 카(Edward Carr·1892~1982)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역사란 결국 과거의 ‘그들’과 현재의 ‘우리’가 나누는 끊임없는 대화”라는 걸.신라 시대를 살았던 세 명의 여왕(선덕·진덕·진성)과 미실, 수로부인과 준정·남모, 벽화와 문희…. 독자들이 대화하고 싶은 신라의 여성이 이들만은 아닐 게 분명하다.‘삼국유사’ ‘삼국사기’ ‘화랑세기’ 등에는 그녀들 외에도 수많은 신라 여인들의 삶과 죽음이 길게 혹은, 짧게 기록돼 있다. 어떤 이야기는 슬프고 어떤 건 재미있으며, 몇몇 일화는 놀랍고도 감동적이다.지금으로부터 2천여 년 전 태어난 알영부인(閼英夫人)은 신라의 첫 번째 왕 박혁거세의 아내다. 용의 옆구리에서 나왔다는 설화가 전하는 알영은 닭의 부리와 같은 입을 가진 여자아이였는데 신성한 우물에서 목욕을 시키자 그 부리가 떨어졌다고 한다.그녀는 외모만 빼어났던 것이 아니라 인성까지 선량하고 자애로웠기에 박혁거세가 인자한 군주로 자리매김 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선화공주(善花公主)의 이야기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진평왕의 딸 중 가장 미모가 빼어났던 선화공주는 훗날 신라의 라이벌인 백제의 무왕(武王·재위 600~641)이 되는 서동(薯童)의 계략에 의해 혼인에 이르게 된다. 개인적으론 그 결합이 크게 불행하지 않았으니 다행스런 일이다.신라에는 여성 시인도 드물지 않게 존재했다. 희명(希明)은 서라벌 백성들이 인정한 향가(鄕歌) 작가다. 경덕왕 시절 쓴 것으로 알려진 ‘도천수관음가(禱千壽觀音歌)’. 이 향가에는 병을 얻어 눈이 멀어버린 자식을 위해 애절한 기도를 올리는 어머니의 서러운 마음이 잘 표현돼 있다고 한다. ◆ 지속돼야 할 ‘신라’에 대한 탐구이외에도 요석공주, 선묘낭자, 원명부인, 도화녀, 강수부인 등 독자의 관심과 역사학자들의 연구를 기다리고 있는 신라 여성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언젠가는 그녀들의 생애에 관해서도 쓸 날이 오지 않을까? 길고 지루했던 여름이 우리 곁을 떠날 준비를 서두르던 며칠 전. 경주시 인왕동 국립경주박물관을 찾아 1천 년 전 서라벌 시내를 재현해놓은 조형물을 오래 들여다보았다.“그 시절 신라 사람들은 어떤 꿈을 꾸고 무엇을 희구하며 살았을까”, “그들을 웃기고 울린 건 뭐였을까”란 궁금증이 이어졌다. 바로 이러한 ‘지적 호기심’이 앞으로도 신라의 여인들, 아니 ‘신라’라는 나라 전체에 대한 탐구열정을 자극할 것이 분명하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끝
2018-08-31
글 싣는 순서 1. 밀라노 예술가들의 성지 ‘토르토나’의 탄생2. 이탈리아 넘어 세계 최고를 꿈꾸다 ‘슈퍼 스튜디오 그룹’3. ‘두마리 토끼 한 번에’ 순천 문화의 거리4.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에서 가능성을 보다5. 자생적 문화생태계 구축을 향해 가야할 길□ ‘도시재생’, ‘문화도시’ 두마리 토끼 한 번에순천시는 1980년대까지 순천 동천과 봉화산을 중심으로 서쪽지역에 위치한 원도심을 중심으로 도시가 성장했다.그런데 1990년대 들어 원도심에 자리잡고 있던 법원, 검찰청, 교육청, 세무서 등 공공기관이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동천 동쪽지역의 연향, 조례, 금당, 신대지구에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향동, 행동, 중앙동 일원의 원도심은 재래식의 좁은 골목길, 생활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급기야 도심공동화로 이어지면서 거리는 활력을 잃고 말았다. 원도심 중심상권에 위치한 상점들은 시설노후화에도 대부분 투자여력이 부족한 영세상인들로 구성돼 재투자가 전무하다시피 하면서 죽은 도시로 변한 반면, 신도심은 각종 의료기관과 대형상가가 형성되면서 사람들이 스스로 찾고 싶어하는 거리로 바뀌었다. 도심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순천시는 칼을 빼들었다. 침체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순천의 문화자원들이 후세에 전해질 수 있도록 보전하는 이른바 ‘도시재생’과 ‘문화도시’조성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한 번에 달성하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를 구상한 것이다. 이를 위해 순천시는 지난 2008년 순천 문화의 거리 조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해 원도심 일부를 문화의 거리로 지정하면서 문화도시 만들기 사업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2009년에는 당시 국토해양부가 추진한 ‘살고싶은 도시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총 30억원의 예산를 확보했다. 순천시는 사업 선정을 바탕으로 향동, 행동, 중앙동 등 원도심 일원 14만7천㎡에 문화의 거리를 본격 조성했다.우선 향동 삼성생명 빌딩에서 금곡사거리 구간 보도블럭 및 가로등 교체, 간판정비사업, 냉각탑 리모델링, 가로화단 조성 등 거리 경관을 개선했다. 또 아름다운가게∼호남사거리간 130m 구간에는 부읍성곽 이미지 재현, 성돌배치, 잔디블럭, 화강석포장, 수목식재 등 문화광장 조성과 함께 매산고등학교 앞 공터를 주차장으로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특히 문화의 거리 내 입주한 문화예술인 육성 및 지원, 각종 문화공연 운영, 문화시설·예술공방 연계한 테마스토리텔링 코스개발 등 문화예술거리가 지니는 본질적 요소를 강화하는데 주력했다. □ 주민 돌아오고 유동인구 늘어나2010년부터 2013년까지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추진한 ‘살고싶은 도시 만들기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순천시는 또다른 사업에 관심을 두게 됐다. 국토교통부가 2014년 공모한 도시재생 선도지역 사업에 ‘자연의 씨줄과 문화의 날줄로 엮어내는 천가지로(天街地路)’라는 주제로 응모해 당당히 선정되며 무려 200억원을 확보하게 됐다.순천시는 도시재생 사업이 원도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생태·문화·역사가 통합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전략으로 이 사업에 응모했다. 확보된 예산을 바탕으로 대부분 단독주택으로 이뤄진 노후주택은 집수리사업과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통해 창호와 단열재를 모두 친환경 자재로 바꿨고, 전등도 LED로 교체했다. 정돈되지 않은 도로는 차 없는 거리를 신설해 보행자들의 편의를 도모했고 거리 곳곳을 아름다운 벽화와 정원, 바닥분수 등으로 꾸몄다. 원도심의 빈 상가는 문화예술인을 위한 창작스튜디오, 전시실, 예술학교로 운영하며 전문예술인이 양성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입주를 희망하는 문화예술인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 상가 임차료를 연간 400만원 한도로 최대 3년간 지원했다.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은 우수한 성과로 이어졌다. 순천시에 따르면 사업 초기인 지난 2010년 20곳에 불과했던 문화의 거리 내 문화예술업종 점포수는 지난 2017년 기준 77곳으로 급격히 증가했다.2009년 당시 문화의 거리 주변 빈집은 190개에 이르렀으나 현재는 10여개로 줄었으며 유동인구는 2015년 10월 1만여명에서 지난해 10월 2만5천여명으로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주민들이 참여한 마을협동조합 등 사회적기업 30여개가 생겼고 일자리도 150개 가까이 늘어났다. 옛 순천중앙파출소 건물을 리모델링한 ‘조강훈 아트스튜디오’와 순천 출신 한복명인 김혜순 디자이너의 작품이 전시된 ‘김혜순 한복스튜디오’등은 문화의 거리를 상징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 순천 대표축제, 문화재 달빛야행문화의 거리가 순천을 대표하는 문화예술거리로 성장하면서 이곳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순천 문화재 달빛야행은 순천부읍성 재생사업의 의미를 되새기고 지역 문화유산과 주변 문화콘텐츠를 하나로 묶어 달빛아래 문화재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로 마련됐다. 올해도 지난 8월 3일부터 5일까지 ‘순천가(順天歌)와 함께 하는 풍류기행’이라는 주제로 행사가 열려 큰 인기를 끌었다.이번 순천문화재 야행에서는 선암사 승선교 조형물을 설치해 순천가의 한 대목에 언급된 승선교의 가치 복원 및 지난 6월 말 유네스코 세계유산 선암사 등재에 대한 축하 의미를 부여했다.축제 개막행사에서는 승평지 편찬 400주년을 기념해 순천시민 400여명이 음악의 선율로 하나되는 합창을 선보였고 24개 읍면동에서 발원한 ‘청수(淸水)’를 모아 화합을 표현하는 합수식이 이어졌다. 달빛 야행에 참가한 시민, 관광객들은 문화의 거리를 중심으로 500m이내의 순천향교, 팔마비, 근대문화유산, 기독교 유적 등 14곳의 지역명소를 둘러보며 순천의 아름다운 야경을 즐겼다.이번 축제는 문화의 거리에 입주한 문화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전에 열린 2차례 행사에 비해 두배 이상의 체험부스를 마련했다. 체험부스는 시민들이 직접 예술품 제작을 체험하고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구성됐다.또한, 혹서기를 대비한 휴게 공간 및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광객들의 편의 서비스를 확대해 만족도를 높였다.무더위를 식혀주기 위해 대형 선풍기를 행사구간에 설치하고, 대형 얼음을 이용해 문화재를 만드는 아이스카빙 체험도 진행됐다. □ 자생적 생태계 조성 목표3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이 10년차를 맞이하면서 순천시는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됐다.문화예술인을 한데 모으고 특화된 거리를 조성하면서 문화의 거리라는 이름에 걸맞는 구색은 갖추게 됐지만 또다른 부작용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일부 양심없는 업자들이 점포 월 임차료를 90% 범위 내로 연간 4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3년간의 임차료 지원이 끝나면 점포를 고스란히 외부로 이동시키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순천시는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례 개정을 통해 올해 1월 1일부터 문화예술인 지원제도를 개편했다.개편된 지원제도에 따르면 2018년 이전에 임차료 지원금을 신청한 문화예술인들을 제외한 신규 신청자의 경우 소요액 40% 범위 내로 회당 200만원 한도로 연 1회 창작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이를 통해 가파른 월세 상승속도로 인한 시 재정부담을 감소시키고 지원 종료 후에도 문화예술인들이 자생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를 마련할 방침이다. 지난 2017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되며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확보하게 된 37억5천만원의 사업비는 지역의 특화된 문화자원을 창조적으로 발굴, 활용해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는 작업에 쓰인다.1년차에는 사업추진을 위한 사업추진체 조직 및 도시의 문화 핵심가치 실현을 위한 프로세스를 구성하고, 2년차부터는 본격적인 시민참여형 문화기획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업기간 종료 후에는 도시별 사업평가를 통해 지속 관리를 위한 2년간 추가 지원이 가능하며,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업 중간평가를 통해 문화도시 지정 신청 및 문화도시 인증을 받게 된다.순천시 관계자는 “순천이 문화도시 사업을 시작한지 어느덧 10년이 지나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제는 새로운 도전보다는 사업진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문화의 거리가 자생적인 생태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2018-08-28
문경시가 글로벌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문경시는 최근 미국 여러 도시와 우호증진을 위한 자매결연을 통해 국제 교류도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여기에 잘 짜여진 교육 인프라를 활용한 학생들의 영어교육과 우수한 체육시설을 바탕으로 외국팀을 유치하는 등 글로벌 도시에 걸맞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문경시의 이러한 노력이 문경의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문경시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도시를 위한 정책들을 점검해 본다.미국·중국 등 해외도시와 자매결연지속적 국제교류 확대로 관광객 유치우수한 체육인프라… 세계 스포츠인 유혹문경오미자 효능 해외 홍보에도 열성△미국 3개도시와 자매결연 등 국제교류 추진문경시 권기섭 부시장 일행이 지난 7월 14일부터 21일까지 미국 뉴욕주 Putnam County(풋남 카운티), 뉴저지주 Bergen County(버겐 카운티), 캘리포니아주의 Orange County(오렌지 카운티)를 방문, 국제관계자와 미팅을 통해 자매결연을 협의하고 금년 중 답방 의향을 받았다.이번 교류에는 명상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봉암사 스님 등 불교계 인사들로 구성된 문경세계명상마을추진단도 함께 동행했다.미동부의 뉴욕주 Putnam County는 인구 약 10만 명으로 뉴욕시에서 승용차로 1시간 20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으며 인근에 문화유산, 명상센터, 사찰이 많이 있어 문경과 유사한 점이 많은 곳이다.미국 서부의 캘리포니아주의 Orange County는 인구 340만 명으로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LA에서 승용차로 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다.County 산하 제2구역 Michelle Steel위원장은 적극적인 결연 의지를 표명했으며, 봉암사 템플스테이 등 문경체험을 위해 조만간 문경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미국 거주 동포들도 만나 문경시와의 국제비즈니스에 대해 논의했다. 예천 출신으로 미국, 캐나다 전역에 100여 개의 대형마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북지역 수십 명의 인턴학생을 채용하고 있는 권일연 H마트 회장과 경주출신으로 의류, 디자인 사업을 하고 지역 대학생 수십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경북도해외자문위원인 이돈 Active USA 회장 등 한인 기업인을 만나 현지 세일즈 외교를 추진했고 이용규(운강 이강년 선생 손자)국제로터리회장, 영남향우회 회원들을 만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또 조계종 관계자들과 문경세계명상마을 건립과 관련해 뉴욕시와 LA 인근의 Zen Moutain Monastery, Blue Cliff Monastery, Garrison Institute, Lake Shrine 등을 방문해 예산확보, 건축, 디자인, 운영방식, 직원 채용 등 벤치마킹했다.문경시는 세계화를 촉진하고 국제교류협력의 확대를 위해 2008년 중국 이싱시와 자매결연을 추진한 이래 11차례 방문교류를 했다.올해 4월 베트남 송콩시와 우호교류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초중고 영어 캠프로 외국어 능력 향상 교육문경시의 글로벌도시화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먼저,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글로벌 선진학교의 초중학생 영어체험 캠프를 2010년도부터 해마다 실시해 오고 있다.지역 초등학생 300명이 4박 5일간, 중학생 100명이 4박 5일간의 합숙훈련을 통해 원어민교사의 직접지도 아래 다양한 영어체험학습의 기회를 제공 받고 있다.또 문창고 1학년 20명 내외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부터 뉴질랜드 영어캠프를 실시하고 있으며 문경시청 직원들도 외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 외국인 새마을 행정인턴과 함께 1주 1회 영어학습반을 운영해 세계화 시대에 맞춤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체육인프라 우수해 외국팀 전지 훈련지로 각광2015세계군인체육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우수한 체육시설을 바탕으로 2016년부터 말레이시아 등 4개국 100여명의 선수들이 다녀간 이래 올 6월까지 일본, 중국 등 11개팀 1천400여명의 외국팀이 수영, 농구, 태권도, 근대5종 등 훈련을 위해 문경을 다녀갔으며 인원수와 종목이 해마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문경시는 공격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전지훈련으로 매년 3만여 명이 넘는 선수 및 임원들이 다녀가고 있으며 25억 원의 지역경제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이는 문경시가 전지훈련 유치를 위해 매년 적극적이고 활발한 스포츠 마케팅을 벌이는 한편 스포츠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한 결실이다.지금까지 문경시는 배드민턴 경기장, 온누리체육관 건립 및 시민정구장 리모델링, 국궁장, 인공암벽장, 영순천마광장 조성 사업 등 많은 체육시설을 확충했다.문경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스포츠도시 문경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자 ‘문경종합스포츠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사업용역을 시작으로 지역 스포츠 발전을 견인할 것은 물론 문경시와 국군체육부대간의 상호협력 관계가 더욱더 돈독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더불어 진천선수촌 개장에 따른 국군체육부대와 상호 협력하에 제3국가선수촌 조성 등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 전지훈련 메카 육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또한 기존 문경실내체육관의 협소한 장소 및 접근성이 낮아 국제대회 및 큰대회 개최가 어려운 문제점을 보완 문경시 종합체육관건립 중장기계획을 수립, 국·도비 확보 후 총사업비 500억 원으로 신축을 검토 중에 있다.이 시설이 완공되면 2015세계군인체육대회 성공 개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대회 개최 및 전지훈련 확대 유치는 물론 국군체육부대 시설과 연계한 스포츠 도시 문경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될 것이다. 또한 문경시민정구장 돔 설치를 위해 도비 11억 원을 확보해 여름철 폭염 및 우천과 강설 시에도 대회 개최 및 전지훈련을 할 수 있는 사계절 스포츠 도시가 된다.△아리랑 도시 문경새재국제아리랑제 개최 추진아리랑의 도시 문경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미지를 제고시키며 문경아리랑을 세계에 홍보하고 아리랑 국립무형문화센터 건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문경시는 2008년부터 아리랑 관련 사업을 꾸준히 준비해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아리랑을 한데 묶어 우리 민족 고유의 정체성 확립,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해 국내 아리랑 전승자와 해외동포 예술가가 함께 하는 아리랑 공동체를 결성해 아리랑 허브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올해 11월, 2018문경아리랑제(세계아리랑제)를 개최 할 예정이다.△문경오미자 해외 홍보 및 판매 추진지난 3월 세계3대 식품박람회중 하나인 FOODEX JAPAN 2018에 참가해 문경 오미자의 세계적 홍보와 국제 판로 확대를 모색했다.이 자리에서 문경오미자 학술세미나를 개최해 오미자 효능의 우수성을 해외 바이어들에게 홍보했으며, 문경오미자전시관운영을 통해 120여명의 바이어 발굴 및 미팅, 오미자시음 5천여명, 캐나다, 멕시코, 태국, 일본, 대만 음료회사와 스페인, 오스트리아 와인 회사 등 7개국의 바이어들의 수출 오더 진행이 예상됐으며, 오미자외에도 표고버섯, 사과, 배 등이 바이어들을 사로 잡았었다. △문경찻사발축제 등 외국인 방문 증가문경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관광지 중 1위를 차지하고 한국관광의 별 1위로 선정된 ‘문경새재’를 비롯한 천혜의 청정 환경과 관광지를 보유하고 있다.지난해 문경새재도립공원 오픈세트장 일원에서 열린 제19회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무인계수기 확인 결과 23만6천여 명이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2016년 보다 22.5% 늘어난 수치이다. 입장료 수입도 2016년 1억2천550만원에 비해 25.8% 늘어난 1억5천8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특히 문경전통찻사발 축제는 대한민국 대표축제, 최우수축제 6회 등 관광축제의 대표주자이다.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을 통해 적극적인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문경전통찻사발 축제에 다녀간 해외관광객수가 2017년도에는 7천600여명에 달했으며, 해마다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이 같은 노력을 통해 문경시는 미국도시와의 자매결연을 통해 국제교류 도시의 다변화를 꾀한다. 문경의 우수한 관광자원과 휼륭한 체육시설에 국제 우호증진을 더해 해외관광객 유치와 특산물 판매를 모색해가는 한편 잘 갖춰진 우수한 관광 인프라에 글로벌 역량을 보태 명실상부한 글로벌 도시로 도약할 것이다.문경/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금으로부터 최소 1천 년 전을 살았던 신라 사람들도 21세기 우리와 똑같이 사랑을 하고 결혼도 했다. 까마득한 과거 서라벌에도 비극적인 사랑 때문에 가슴 아파하던 청년이 있었고, 매력적인 사내와의 결혼을 꿈꾸며 노심초사하던 처녀가 있었다.‘삼국유사’ ‘삼국사기’ ‘화랑세기’ 등 신라의 역사를 기록한 고문헌을 읽다보면 드물지 않게 ‘러브 스토리’가 등장하는 걸 알 수 있다. 어떤 것은 재미있고 웃음을 부르는 반면, 또 다른 어떤 것들은 슬프고 애절하다.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신라의 여인들도 오늘날의 여성처럼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에 애태우고, 근사한 남성과의 화려하고 성대한 결혼식을 꿈꾸곤 했다.그중 일흔 살의 왕이 사랑했던 열여섯 살 소녀의 이야기와 ‘꿈을 거래한 덕분’에 왕비가 된 김유신의 여동생 이야기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회갑 넘긴 소지왕, 16세 소녀 벽화를 만나다“통치하는 기간 내내 백성의 삶을 가까이서 살폈고, 무엇보다 민생을 중시했다”고 평가받는 소지왕(재위 479~500).자비왕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부모를 극진히 모시고 겸손한 태도를 가졌기에 많은 이들의 칭송을 받았다.재위 기간에도 고구려와 일본의 침략을 효과적으로 방어해 나라가 곤경에 빠지는 걸 막았고, 서라벌 곳곳에 성을 쌓아 국방을 튼튼히 했다.행정 시스템을 개선하고, 백성의 결속을 다짐으로써 정치력을 극대화시킨 것도 눈길을 끈다. 신라에서 최초로 역참(驛站)을 설치하고 관도(官道·국가가 관리하는 길)를 보수한 것도 소지왕의 업적이다.여기에 더해 사람들이 굶주린다는 소식을 들으면 왕궁의 곳간을 기꺼이 열었고, 고생하는 군사들을 직접 찾아 따뜻한 겨울옷을 나눠주기도 했으며, 고통 받는 고아와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로했다니 분명 자애롭고 좋은 왕이었다.그런 소지왕이 생애 단 한 번 ‘좋지 못한 소문’에 휩싸인 적이 있으니, 열여섯 소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 것이다. ‘삼국사기’에 실린 관련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회갑을 넘겨 일흔이 가까워오던 소지왕이 신라의 북쪽 국경마을 날이군(捺已郡·현재의 영주 지역)으로 순시를 나갔다. 왕을 맞이한 그 마을 유력자가 자신의 딸 벽화(碧花)를 치장해 바쳤다. 겨우 16세 소녀였다. 받을 수 없다고 거부하며 돌아왔지만 얼핏 본 소녀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손녀 또래의 여자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이후 소지왕은 누구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변복(變服)하고 날이군을 찾아 여러 차례 벽화와 통정했다. ‘왕이 신중하지 못하게 처신한다’는 고약한 풍문이 떠돌았다. 그러나 남들의 손가락질도 그의 정열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벽화를 왕궁으로 불러들인 소지왕은 그녀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기도 했다.”때때로 사랑은 노인을 ‘철없는 소년’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보편적이지 않지만 스스로 제어할 수 없고, 견딜 수도 없는 연애의 감정은 1천500년 전 신라에도 분명 존재했던 것이다. ◆ 문희, 비단을 주고 언니의 꿈을 사다앞의 에피소드에선 남성(소지왕)이 적극적이었다면, 이번에 소개할 이야기는 ‘능동적인 여성’이 주인공이다. 이미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겠지만 ‘삼국유사’에 기록된 걸 간략하게 소개한다.“신라의 장군 김유신에겐 보희와 문희라는 두 명의 여동생이 있었다. 어느 날 언니 보희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자신의 꿈 이야기를 문희에게 들려줬다. ‘서라벌 높은 산에 올라가 소변을 보았는데 시내가 온통 물바다가 돼버렸다’는. 당시 신라에선 꿈과 별자리로 미래를 점치곤 했다. 그 꿈이 상서로운 것임을 눈치 챈 문희가 비단 한 필을 주고 언니의 꿈을 샀다.며칠 후 김유신의 집에 풍채 좋은 김춘추라는 청년이 찾아왔다. 사소한 사고로 옷이 찢어진 김춘추는 보희를 대신해 바느질을 해주러 온 문희를 눈여겨보았다. 오래지 않아 사랑에 빠진 문희와 김춘추는 밀애를 시작했고, 연이어 문희가 임신을 함으로써 김춘추와 혼인하게 된다. 모두가 알다시피 김춘추는 후에 태종무열왕(재위 654~661)이 되는 인물이다.”겨우 비단 한 필로 ‘왕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문희의 일화는 어떤 측면에선 농담처럼 재미있고, 또 달리 보자면 낭만적이기도 하다.하지만 이 ‘러브 스토리’를 당시 신라의 정치·사회적 현실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는 역사학자들도 다수다.경상북도문화재연구원이 발행한 ‘신라의 사회 구조와 신분제’에선 김춘추와 문희의 결혼 이면에 자리한 김유신의 야심(野心)을 이렇게 쓰고 있다.“김유신은 누이동생인 문희를 김춘추와 혼인시켰다. 또 자기 자신도 김춘추의 딸인 지소부인(智炤夫人)과 혼인하여 김춘추 가문과 중복적인 인척 관계를 맺었다.이는 진골로서 그 가문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자 하는 김유신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김유신 집안은 신라 왕실 안에서 차지하는 지위를 굳히고, 진골로서 신분적 위치도 확고히 할 수 있었다.”둘의 결합은 문희가 우연히 언니의 꿈을 사서 얻은 행운이거나, 김춘추의 애정 공세가 만들어낸 극적인 드라마가 아니라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던 신라에서 자기 가문의 권력을 강화하려 한 김유신의 계략에 의한 것이었을까?지금도 이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내놓을 사람은 없다. 당시로 돌아가 문희와 김춘추, 김유신에게 직접 물어보고 그들의 대답을 들어보기 전엔. 다만 이것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신라 시대나 오늘날이나 사랑을 차지하고 결혼에 이르기 위해선 무엇보다 ‘적극적인 능동성’이 필요하다는 것 말이다. 학계로부터 “음탕한 동시에 무능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라의 진성여왕. 시인 김선향이 “권력자가 아닌 여성으로서 가졌을 진성여왕의 고뇌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시 한 편을 본지에 보내왔다. 역사 인물에 대한 문화적 해석을 독자들과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이를 게재한다.진성여왕을 위한 변명경문왕과 문의왕후의 딸너는 숨 막히는 아름다움이다음란과 방탕, 신라 멸망의 원흉너에게 찍힌 낙인을 지운다오라버니 정강왕의 유언으로 너를 기억한다만(曼)은 총명하고 민첩하여골상(骨相)이 장부와 같으니옛날 선덕여왕과 진덕여왕처럼그녀를 왕으로 받들라즉위 다음해 숙부이자 애인 위홍이 죽자너는 큰 슬픔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밤낮으로 남자들에 탐닉한다이미 신라는 바람 앞의 등불서라벌에 흉년이 들고 해가 뜨지 않는다근년에 백성이 굶주리고 도적이 일어나는데이는 내가 덕이 없는 까닭이다이제 숨어 있는 어진 자 요(嶢)에게 왕위를 물려주노라너는 비단옷을 버리고 탐스러운 머릴 자른다여왕이 아닌 여자가 되어홀연히 순례를 떠난 너는그해 겨울 영원히 세상을 버린다그 무엇도 아닌 본래의 너로 돌아간다.◆ 시를 쓴 김선향 시인은…196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충남대학교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2005년 문학계간지 ‘실천문학’ 신인상에 당선된 후 창작 활동을 본격화했다.2016년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문학적으로 탐구한 시집 ‘여자의 정면’을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수원시 다문화센터에서 여성 결혼이민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오랫동안 했었고, 시 쓰는 모임 ‘사월’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08-24
일반적으로 도시의 버스노선체계를 살펴보면 시내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수많은 노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그 도시의 시민이라도 해당 지역에 살지 않고서는 선뜻 노선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확실하게 아는 노선이 아니면 대중교통인 버스를 이용하기가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남들에게 대중교통의 이용을 권하기도 어렵다.버스가 택시나 승용차와 경쟁하려면 이들을 앞서는 장점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버스를 타면 승용차처럼 편히 앉아서 문 앞까지 갈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불편하지는 않아야 하며, 가능하다면 승용차만큼이나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어야 한다. 포항시는 교통여건 변화에 맞춰 시내버스 노선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시내버스 노선 전면개편 이후 교통여건 변화에 따라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지역주민의 이용 편의와 이용자 중심의 대중교통체계 구현하고자 지난해 2월 노선개편 사업에 착수했다. 올 하반기에는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시민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작년 2월 개편 착수, 올 하반기 주민설명회 개최도심 환승센터 확보·급행좌석 버스제 도입양덕·문덕지구 등 신규 주거지 순환버스 검토철도역·터미널·공항 등 교통 거점시설 연계 등심도있는 분석 통한 최적의 대안 마련 ‘기대’버스수송 분담률 등 각종 통계지표 파악 안돼현실과 동떨어진 결과 나올까 우려도 커□ 노선 개편에 대한 우려노선 개편이 추진 중이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개편이 현실과 동떨어지게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포항시의 버스이용객이 해마다 줄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인 가운데,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으로 시내버스의 경영난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서 적자 노선에 대해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포항시의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이런 가운데 버스 수송 분담률과 같은 교통량 사용 분석을 가늠하는 각종 통계지표 등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 주먹구구식 대중교통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상위 정책인 포항시 도시기본계획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아 하위 개념의 인구 추계 통계는 물론, 버스 수송 분담률과 같은 통계도 나오지 않고 있다. 관련해서 포항시는 내년 하반기 전면적인 버스 노선 개편을 위해 용역을 의뢰해 대중교통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등 시민들의 편의와 수요에 적합한 대중교통 정책을 펴기 위해 전문가 자문 등 다방면으로 최선의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노선개편 어떻게포항시의 이번 버스노선체계 개편은 무엇보다 도시 팽창과 교통여건 변화로 대중교통의 핵심인 시내버스에 대한 시민들이 요구사항이 날로 증대하고 있어서 이에 따른 시내버스 노선개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또한 그동안 교통카드 결제시스템 도입, 무료 환승제 실시, 버스도착 예고시스템 도입, 그리고 읍·면 오지지역중심으로 공영버스 도입·운영하고 있지만 오히려 버스 이용객은 해마다 줄고 있는 점을 심각하게 판단했다는 후문이다.포항시는 이밖에도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저렴한’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막바지 준비에 총력을 쏟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교통안전의 주요 키워드로 꼽히는 ‘보행자’와 ‘고령자 안전’ 등 생활지역에서의 보행자 안전증진에 대한 고려도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특히 버스노선체계의 개편을 앞두고 예측되는 문제점 및 시민, 관광객 등 이용자들의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모아 시행 초기 예상되는 혼선과 민원 등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대책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교통정책이 모든 사람들의 욕구를 만족시키지는 못하지만 서민의 발을 자처하는 대중교통을 서민들이 바라는 시간대에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노선에 대한 편리함 등을 꼼꼼하게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포항시의 이번 노선체계 개편에는 △도심 환승센터 신규확보 및 간선·지선노선 운영방법 재정립 △배차간격의 적정성 검토 및 죽도시장 경유노선 시장주변 분산운영 △급행좌석 버스제 도입 검토(국도 7호선, 국도대체 우회도로 운행) △포항형 교통카드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규 주거지 순환버스 도입 검토(양덕, 문덕지구 등) △교통 거점시설 연계방안 마련(철도역, 터미널, 공항, 여객선터미널) 등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 최적의 대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시민 의견 최대한 반영포항시는 앞서 노선개편 초기 단계에서부터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 반영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용자 중심의 대중교통체계를 만들기 위해 시민 참여단을 모집한데 이어 참여단의 아이디어를 시내버스 정책개선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번 버스노선체계 개편은 민원 ‘0’, 승차불안 ‘0’, 기다리는 시간 ‘짧게’를 목표로 시민을 비롯한 이용자 중심의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노선의 효율성과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를 위한 노선체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관련해서 포항시는 단순히 시민들만을 위한 노선체계가 아닌 지역적 특성과 외지인 유입 등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개방적, 미래적 노선체계 나아가 대중교통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버스는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말 그대로 ‘시민의 발’이다. 개인 중심이 아니라 대중이 중심이 돼야 하며, 서로가 조금만 배려하고 양보하는 생각을 가진다면 모두가 이용하는데 편리한 대중교통이 될 것이다. 포항시의 버스노선체계의 개편이 가야 할 방향이다. 이용객 감소로 위기맞은 포항버스깊어지는 버스업계 노사 갈등부족한 동·서축 연결도로 등산적한 문제점 우선 해결돼야포항시에는 지선 94개, 간선 15개의 노선에 총 200대의 버스가 운행 중이다. 지선은 파란색 버스로 좁은 지역안에서 많은 곳을 다니며 간선버스 등으로 쉽게 환승할 수 있고, 간선은 초록색 버스로 시 외곽에서 도심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시내버스는 ‘시민의 발’로서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장 친근한 대중교통수단이지만 과거의 위상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코리아와이드 포항’에 따르면 버스 이용객 숫자는 2016년 2천680만명에서 2017년 2천56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올해는 월평균 이용객 180만명을 바탕으로 추산하면 2천370만명 수준으로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포항시의 차량등록대수는 2016년 24만8천281대, 2017년 25만4천292대, 2018년 25만8천713대로 해마다 늘고 있다. 더구나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으로 촉발된 버스업계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포항 버스업계의 임금·단체협상이 결렬돼 파업의 먹구름마저 드리우고 있다.이 외에도 드러난 문제점은 많다.우선 동서축을 연결하는 버스 노선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노선이 남북축을 연결하고 있는 실정으로, 인구 7만5천여명이 거주하는 경북지역 최대 동(洞)인 장량동의 경우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할 때 포항역까지 10여분 정도 걸리지만 시내버스를 이용할 경우에는 환승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소 3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되는 현실에 처해 있다. 인접한 흥해와 장량동을 오가는 버스노선도 상황은 비슷하다.일부 지역의 인프라 부족도 이슈다. 일례도 북구 흥해읍 학천교차로 정류장에 드나드는 버스는 고작 배차 간격 20분의 175번 버스가 전부로, 875세대 삼도뷰엔빌과 779세대 학천삼도미래타운1차 및 360세대 삼도뷰엔빌스마트 등 총 2천세대가 넘는 아파트단지가 몰려 있는 곳 치고는 너무 열악하다. 더구나 그 흔한 버스정보시스템(BIS) 하나 없으며 인도도 없어 바로 아래 하천 부지와 도로 사이의 1m 남짓한 폭이 버스를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의 전부다. 안전사고 문제까지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가운데 포항시의 버스 노선 개편에 시민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즉, 포항시가 기본적인 대중교통 인프라와 시민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열린 행정을 펼치기를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자가용 없이 살기 어려운 포항’의 대중교통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인구유출 등의 근본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포항시 버스 노선 개편이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끝
2018-08-23
동서양을 불문하고 ‘여성의 질투’가 가져온 비극적인 사건을 기록한 문헌이 적지 않다. 프랑스의 왕비와 황제의 내연녀였던 백작의 부인, 남아메리카 예술가와 그가 사랑했던 몇 명의 여성들이 만들어낸 추문은 문학작품이나 음악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그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고 놀라운 것 중 하나가 한나라를 세운 유방(劉邦)의 아내와 첩이었던 ‘여태후(呂太后)와 척부인(戚夫人)의 사연’이다. 중국 역사서 ‘사기(史記)’에 기록된 이 일화는 너무도 끔찍해 그대로 옮기기가 어려울 정도다.“여태후는 유방의 조강지처다. 그와의 사이에서 혜제(惠帝·한나라의 2대 왕)와 노원공주를 낳았다. 유방이 초나라 항우와의 싸움에서 고전할 때 힘을 다해 도왔으나, 정작 한나라의 왕이 된 유방은 여태후가 아닌 척부인과 그녀에게서 낳은 아들을 더 아끼고 사랑했다. 질투의 불길이 타올랐다. 유방이 죽자 여태후는 척부인의 아들을 독살하고 무딘 칼로 척부인의 손과 발을 잘라버렸다. 그것으로는 화가 다 풀리지 않았던지 벌겋게 달아오른 숯을 억지로 먹였고, 눈과 귀를 멀게 한 후 오물 가득한 돼지우리에 척부인을 던져 넣어 굶겨 죽였다.”이처럼 호러 영화 수준의 두려움을 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질투가 부른 무시무시한 스캔들’은 신라에서도 발생했다. 화랑(花郞)이 생기기 전 신라의 청년들을 이끌던 전위 조직 원화(源花)의 리더였던 준정(俊貞)과 남모(南毛)가 바로 그 스캔들의 주인공이다. 먼저 원화가 어떤 조직이었는지 살펴보자.◆ 여성 둘의 뒤를 따르던 수백 명 신라 청년들보각국사 일연의 ‘삼국유사’는 원화에 대해 아래와 같이 기록하고 있다.“진흥왕은 천성이 어질고 신선(神仙)을 숭상해 민가의 낭자 중 아름답고 예쁜 사람을 택해 원화로 삼았다. 이것은 무리를 모아 인물을 뽑고 그들에게 충성과 효도, 우애와 신의를 가르쳐 나라를 다스리는데 도움을 받고자 함이었다. 이에 준정과 남모, 두 원화가 선택됐는데 둘을 따르는 청년들이 무려 300~400명에 이르렀다.”‘삼국사기’의 김부식 역시 원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적고 있다. 이런 것이다.“진흥왕은 능력 있는 사람에게 그에 걸맞은 벼슬을 주고자 했다. 하지만 개개인의 능력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걱정 끝에 젊은이들을 함께 모여 즐기게 하고 그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 발탁해 쓰는 방법을 택했다. 그런 필요에 의해 준정과 남모가 원화로 뽑혔다.”‘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적힌 문장을 쉽게 해석하면 어린 나이에 왕좌에 앉은 진흥왕은 인재 발탁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고, 향후 신라의 발전을 이끌 젊은이들을 필요로 했다.그 목적의 달성을 위해 청년들이 기꺼이 따를 수 있는 아름다운 두 명의 여성 준정과 남모를 내세웠던 것이다.역사학계에 따르면 준정과 남모는 원화의 리더 역할과 동시에 당시 신라의 왕이 수행했던 종교의식을 곁에서 돕기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지금으로부터 1천500여 년 전. 서라벌 최고의 미모를 가진 준정과 남모, 거기에 빼어난 용모의 귀족 청년들 수백 명이 말을 타고 풍광 수려한 곳을 찾아다니며 몸과 마음을 닦던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시원스러움을 제공한다.그러나 원화의 결말은 아름답지도 희극적이지도 못했다. 다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인용한다.“준정과 남모, 두 여인은 서로의 아름다움을 질투했다. 이에 준정이 남모를 자기 집으로 불러 억지로 독이 섞인 술을 권했다. 준정은 술과 독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남모를 깊은 연못으로 끌고 가 익사시켰다. 남모를 따르던 무리들은 슬퍼하며 준정의 음모를 노래로 만들어 불렀다. 그 노래는 진흥왕과 진흥왕의 어머니 귀에까지 들어갔고,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자 준정도 사형을 피해갈 수 없었다.” ◆ 남모의 죽음은 단지 준정의 질투 탓?서강대학교 사학과 조범환 교수는 ‘한국고대사탐구(韓國古代史探究)’에 발표된 논문 ‘신라 원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놓는다.“비록 원화가 오랫동안 유지되지 못하고 화랑도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었지만, 화랑도가 생겨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사실 한국 사학자들의 화랑(남성) 연구에 비하면 원화(여성)에 대한 연구는 극히 미흡한 수준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는 단순히 사료(史料)가 부족했던 탓일까? 그것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우리의 연구 성과가 미약했기에 일제강점기 일본 역사 연구자들은 원화를 창기(娼妓·몸을 파는 기생) 정도로 격하시키거나,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가상의 인물로 치부하기도 했다.이와 관련 조 교수는 “원화의 신분이라든가 원화 아래에 있었던 청년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하며 “남모에 대한 준정의 질투가 원화의 폐지를 가져왔다는 단순한 해석에서 벗어나 원화 해체의 이면적 배경을 밝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원화 신분과 ‘해체의 본질적 이유’ 연구해야앞서 언급한 논문 ‘신라 원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삼국시대 역사에 관심을 가진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주목의 첫 번째 이유는 원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신분이었는지 알려준다는 점이다.“원화는 단순히 미모의 여성이 아닌 화랑과 같은 진골(眞骨)이었고, 왕실의 제사를 보조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 이는 과거 일본 역사학자들의 주장을 정면에서 반박하는 해석이다.또 하나. 조범환 교수의 논문은 원화의 폐지가 단순히 ‘준정과 남모의 스캔들’ 즉, 여성의 질투만이 이유가 아니었을 수도 있음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원화의 해체는 당대 신라가 처한 시대적 상황, 체제 내에서 벌어진 왕과 귀족의 권력 다툼, 약화된 이념 구조의 보완을 위한 차원에서 진행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조 교수 견해에 대한 학계의 연구와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화’ 폐지하고 ‘화랑도’ 설치‘가장 아름다운 절’ 불국사 중건한 지소태후사연과 곡절 많은 삶이라면 법흥왕의 딸이자 진흥왕의 어머니인 지소태후(只召太后· 574년 이후 사망 추정)도 어느 신라 여성 못지않다.‘이차돈의 순교’라는 사건을 통해 불교를 신라의 국교로 공인한 법흥왕과 보도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지소태후는 당시 풍속대로 여러 명의 왕족·귀족과 관계를 맺었다. 여기서 낳은 자식이 6~7명.신라 24대 왕인 진흥왕과 함께 미실의 첫 번째 남편인 세종(조선 4대 왕인 세종과는 다른 인물)도 지소태후의 아들이다. 딸 역시 여러 명이었다.540년 가을이 깊어갈 무렵 법흥왕이 아들 없이 사망하자, 진흥왕은 겨우 만 6세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다. 세상사 이치와 법도를 명확히 분간하기 힘든 나이. 어머니인 지소태후의 걱정은 당연했다. 그런 이유로 진흥왕이 즉위한 이듬해부터 섭정(攝政·임금을 대신해 통치하는 행위)이 시작됐다.지소태후의 섭정 시기에 대해 역사학계는 비교적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그녀는 빼어난 정치가이자 군인이었던 이사부(異斯夫), 거칠부(居柒夫) 등의 조력을 받아 아들이 수행해야 할 통치자의 역할을 큰 실수 없이 해냈다.545년엔 국사(國史) 편찬을 지시했고, 경쟁 관계에 있던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밀리지 않는 뚝심을 보여줬다. 불심이 깊었던 부친 법흥왕의 뜻에 따라 흥륜사를 완공하는 등 불교 중흥에도 공을 세웠다. 지소태후의 섭정은 10년 가량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지소태후는 574년 불국사를 중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시기에 ‘아미타여래상(阿彌陀如來像)’과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이 만들어졌고 이는 불국사에 봉안(奉安)됐다.이를 볼 때 그녀는 아버지 이상으로 불교에 기대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까지도 불국사는 “가장 크진 않지만 가장 아름다운 절”로 이름이 높다.‘화랑세기’에 의하면 지소태후는 원화를 폐지한 인물이기도 하다. 준정이 남모를 죽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소태후는 망설임 없이 원화를 해체하고, 원화를 따르던 무리들을 화랑으로 재편성했다.서강대 조범환 교수는 ‘원화 해체-화랑도 설치’라는 지소태후의 결정이 가진 의미를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새로운 인재 발굴을 통해 어린 아들(진흥왕)이 법흥왕 시절 이루어진 여러 가지 변화를 계속 추진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 것이며, 사상의 변화 과정에서 그것을 수용하고 새로운 종교적인 변화를 이끌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08-17
아득한 옛날 서라벌. 선덕·진덕·진성 등 3명의 여왕과 비교해도 좋을 만큼 큰 권력을 누렸고, 수로부인과 더불어 ‘가장 아름다웠던 신라 여성’으로 손꼽히는 사람. 외형적 미와 함께 내면의 지혜까지 갖췄기에 생의 어느 한 순간도 사랑받지 않았던 적이 없는 여자. 바로 ‘미실’이다.논란과 주목, 부러움과 질시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여성을 ‘화랑세기’라는 책에서 세상 밖으로 꺼내놓은 이는 소설가 김별아(49).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장편소설 ‘미실’의 작가인 그녀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폭염이 지속되던 7월 말 서울에서 만났다.오후 4시쯤 시작된 인터뷰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김별아는 ‘6세기 신라 사회’와 ‘일찌감치 능동적 삶을 실천한 여성 미실’ 여기에 더해 ‘역사소설 쓰기의 어려움과 즐거움’ ‘21세기 페미니즘 운동의 바람직한 방향’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줬다.가장 신라적이자 가장 현대적 여성여성작가의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세상 앞에 당당했던 미실의 욕망오늘날 여성에게 시사하는 바 있어-당신은 6세기 말과 7세기 초를 살았던 신라 여인 ‘미실’을 21세기 사람들의 관심 속으로 끌어들인 작가다. 어떤 매력이 미실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는가.△ 미실은 역사에 없었고 기존에 알려진 여성 전부를 뛰어넘는 캐릭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뿌리박힌 여성에 대한 이분법 즉, 성녀/악녀, 어머니/요부라는 규정을 훌쩍 넘어서는 존재다. 선악으로 분별할 수 없고, 아름다움을 무기로 거침없이 사랑을 쟁취했으며 스스로 권력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처럼 가장 신라적인 여성이자 시대를 건너뛴 현대적 여성에게 관심이 갔던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장편소설 ‘미실’은 1억 원의 상금을 내걸었던 세계문학상의 첫 번째 수상작이다. 역사, 좀 더 미시적으로 말하자면 ‘역사 속 여인’을 소재로 문학상 응모작을 썼던 이유가 있는지.△‘미실’은 내가 역사를 소재로 쓴 첫 번째 소설이다. 등단 후 10년간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작업하다가, 자기 고백을 넘어 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소재를 다각화할 필요성을 느꼈다. 역사는 이야기의 보물창고다. 그러나 현재 남아있는 역사는 남성과 승자의 기록이다. 여성과 약자의 이야기가 합해져야 온전한 역사가 되지 않을까? 기존의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들 또한 주로 남성 작가에 의해 쓰였기에 나 자신이 여성 작가로서 새로운 시각으로 할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했다.-미실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화랑세기’ 필사본은 아직도 ‘진위 논란’ 속에 있다. 그 논쟁과 별개로 이 책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보는가.△‘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갇힌 고대사의 지평을 넓혀줬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유교가 장악하기 전 고대 신라의 사상과 문화와 풍속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유불선(儒佛仙)을 뛰어넘은 ‘풍류’라는 현묘한 도의 실체가 드러나 보이는 것도 매력이다. 학계의 고고학적 연구가 보강돼 진위 논쟁이 학문적 지평을 넓히고 고대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몇몇 논문을 보면 미실이 살았던 신라 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여권’이 신장되고, ‘성적’으로도 개방적이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지.△중요한 건 고대 사회를 이해하는데 현대의 기준, 윤리와 제도의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신라시대의 ‘여권’이나 ‘성적 개방’이 지금 쓰는 말뜻 그대로였을 리 없다. 생산성이 낮았던 고대엔 열악한 삶의 조건 속에서 생존과 번식을 위한 생명력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남녀의 분별이나 도덕적 질서만을 내세워서는 후손인 우리들이 지금 살아남지도 못했을 것 아닌가. 신라는 그런 원초적이고 자연적인 에너지를 국가적 힘으로 활용했다고 본다.-단편적인 자료와 고문헌의 몇 줄 문장을 토대로 장편소설을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미실’을 집필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이었기에 사료를 찾아 공부하고 정리하는 게 가장 복잡하고 어려웠다. 특히 고대사는 자료 자체가 많지 않아 신라뿐 아니라 고구려와 백제, 중국과 일본의 연구서까지 뒤져봐야 했다. 최대한 정사(正史)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내 나름의 창작원칙 때문에 소설에 쓰지 못할지라도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썼기에 더 애착이 간다.-위의 질문과는 반대로 예술가에게 창작 과정은 희열과 환희의 체험이기도 할 것이다. 즐겁거나 행복했던 기억도 분명 있었을 텐데.△자료가 적다는 게 어려운 문제이긴 했지만 소설적 상상력을 펼치는 데는 유리한 조건이었다(웃음). ‘화랑세기’는 학교에서 배운 적 없는, 우리가 알던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신세계였기에 문학적으로 보수적인 내가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미실’을 쓴 그해 벽걸이 달력에 ‘화랑세기’를 ‘삼국사기’ ‘삼국유사’와 비교해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연대표를 만들었는데, 그 빽빽하고 나달나달한 달력이 창작의 기념품이 됐다.▲ 소설가 김별아가 서울 망원동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구창웅-당신이 만난 ‘미실’은 어떤 여자, 아니 어떤 인간이었나.△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세상이 만들어놓은 모든 억압과 약속까지도 뛰어넘으려 했던 여자다. 현대를 사는 비겁하고 둔중한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인간이기도 했다.-미실은 왕과 귀족, 화랑 등 많은 남성들과 육체적으로 교접하고 정신적으로 교류했다. 그중 미실이 가장 신뢰했고 사랑했던 사내는 누구였을까.△처음으로 정을 준 화랑 사다함과 마지막을 함께한 설원랑이 아니었을까? 사다함은 순수의 표지이면서 미실의 운명을 바꾼 남자다. 힘을 갖지 못하면 힘에 지배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 설원랑은 지고지순한 동시에 신뢰와 의리의 사내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면 색이 바래듯 사랑도 흐려지기 마련이라는 이치를 거스른 남자이기에 매력적이다. 병든 미실을 대신해 죽기를 하늘에 빌고 먼저 떠난 것은 로맨틱하기까지 하다.-10년 넘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끊지 않고 관련 공부를 하며 작품을 쓰고 있다. 미실 외에 당신이 주목하는 ‘신라의 또 다른 여인’이 있는지.△신라의 여왕들은 특이한 고대사의 인물이다. 고구려와 백제가 여왕의 존재를 공격의 근거로 삼았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세 나라 중 신라만이 여왕을 옹립하고 통치를 수용했다면 그만큼의 진보성과 순혈주의가 강조되었다는 것이 아닌가. 드라마 ‘선덕여왕’은 활동 시기가 거의 겹치지 않는 미실과 선덕여왕을 동시대에 놓고 꾸며낸 일종의 판타지에 불과하다. 그렇게 소비되기엔 선덕여왕의 존재가 너무 크다.-신라부터 조선, 근대까지를 오가며 ‘역사’를 소재로 작품을 쓰고 있다. 현재 집필하고 있는 소설이 있는가.△얼마 전 출간한 ‘구월의 살인’ 이후 현재는 쉬고 있다. 소설이라는 서사 장르가 현대에 적합한지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면 너무 거창한가(웃음)? 목소리를 대신하고픈 중세와 근대의 인물이 몇몇은 남아있다. 하지만 누가 그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들어줄지는 의문이다.-1천 년 전 신라사회건 오늘날 한국사회건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분명 있을 것 같다. 뭐라고 생각하는가. 당신이 생각하는 그 문제의 해결 방안은 뭔가.△요약하면 투쟁과 조화가 아닐까. 남성들의 오랜 영토 속에서 식민지로 착취당하지 않고 투쟁하며 여성의 영지를 개척해야 한다는 건 인류사적 과제다. 동시에 인류를 보존하는 파트너로서 이성(異性)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협력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AI의 시대에 여성과 남성이 만든 전선(戰線)이 고착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런 낙관이 온당한지는 잘 모르겠다.-이른바 ‘페미니즘 논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어떤 것인지.△현재 페미니즘 운동을 주도하는 젊은 페미니스트들은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생각과 감성을 갖고 있다. 그들의 운동은 남성중심사회에 대한 도전인 동시에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이다. 변화를 위한 모든 운동에는 급진성의 단계가 있고, 의미와 함께 폐해도 있기 마련이다. 때로 싸움이 엉뚱한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이는 혐오에 혐오로 맞서는 젊은 여성과 남성 중 어느 쪽도 강자가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기자는 ‘미실’을 시대를 뛰어넘는 ‘자립과 자존의 여성성’이란 키워드로 읽었다. 동의하는가. 또 신라 사회에서 미실이 가졌던 한계는 무엇이었을까.△미실이 자립하고 자존할 수 있었던 힘이 동시에 그녀의 한계였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권력이 된 근거가 그다지 근대적이지 않은 ‘아름다움’ 때문이 아닌가. 또한 미실이 행사하는 정치권력이 새로운 ‘여성 권력’이 아니라 기존의 ‘남성 권력’과 크게 변별되지 않는 형태를 보인다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자신의 욕망에 당당하고 세상의 잣대에 휘둘리지 않으며, 원하는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했던 미실의 삶은 오늘날 여성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김별아는…196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국문과에서 공부했고, 1993년 문예계간지 ‘실천문학’에 ‘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20대엔 ‘자아 발견’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했다. 30대 중반 이후로는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 관심은 ‘역사소설 집필’로 이어졌다. 장편 ‘미실’과 함께 ‘영영이별 영이별’ ‘논개’ ‘백범’ ‘채홍’ 등이 그 시기에 쓰인 소설들이다.“멈추지 않고 꾸준히 쓰는 성실한 작가”로 문단 안팎에서 인정받는 그녀는 ‘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 ‘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 ‘이 또한 지나가리라’ 등의 산문집으로도 주목받았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08-10
먼저 얼핏 보기엔 ‘난잡한 여성의 남성 편력기’로 오해될 수도 있는 기록부터 옮긴다.“14살에 황후의 아들과 혼인한 그녀는 첫 남편의 곁을 떠나 신라의 전쟁영웅 중 하나였던 화랑 사다함(斯多含)과 뜨거운 연애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가 한 사내 옆에 머무는 것을 신라의 지배자와 귀족들은 견디지 못했다. 진흥왕과 진평왕을 비롯해 금륜태자와 화랑 설원랑까지….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남성들이 귀애한 그녀는 5명의 왕·왕족·귀족 사이에서 8명의 자녀를 낳았다.”궁금증이 생긴 이들이 ‘대체 그 여성이 누구냐’는 질문을 해올 게 빤하다. 미실(美室·549~606 추정). 외형적 아름다움과 내면에 잠재한 정치력으로 6세기 말 신라를 자신의 치마폭에 가둔 여걸.한국여성문학연구회장을 지낸 정영자(77)는 미스터리와 비밀 속에 존재해온 미실을 이렇게 정의한다.“3명의 왕과 왕자들, 화랑 사다함을 비롯한 숱한 호걸영웅을 미색으로 녹였고 왕실의 권력을 품었던 여성, 욕망에 솔직하면서도 자유를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당당하고 지혜로운 여자”였다고.◆ 세상의 모든 여성이면서 그 모두를 뛰어넘은 ‘어떤 존재’정영자가 평론가다운 정제된 문장으로 미실을 표현했다면, 소설을 통해 그녀를 21세기 한국사회로 불러낸 장본인 김별아(49)의 서술은 좀 더 드라마틱하다. 읽어 보자.“이러저러한 매체를 통해 이제는 세간에 그 이름이 제법 알려진 미실은 짧지 않은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여인이다. 성녀와 악녀, 어머니와 창부의 바탕을 한 몸에 가진 그녀이기에 누군가는 그녀에게 매혹되어 열광하고 누군가는 질시하며 비난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미실은 세상의 모든 여성이면서 그 모두를 뛰어넘은 어떤 존재다.”혹자에겐 ‘미색을 무기로 권력의 정점에 섰던 여인’으로, 또 다른 어떤 이들에겐 ‘고대(古代)를 살았던 희귀한 페미니스트’로 불리는 미실.그녀와 관련된 가장 많은 기록이 담긴 건 필사본 ‘화랑세기(花郞世記)’다.그 책에 따르면 미실은 왕가의 사내들은 물론, 귀족과 화랑들을 자신의 품에 넣고 좌지우지하며 왕을 능가하는 권력을 휘둘렀다. 미실의 출생에 관해 ‘화랑세기’는 아래와 같은 설명을 덧붙인다.“신라 왕족과 귀족에게 색공(色供·높은 신분의 사람에게 제공하는 성적 서비스)을 바쳐 자신의 권세를 유지했다. 출중한 아름다움과 함께 학식도 가졌던 여인으로 외할머니는 초대 풍월주(風月主) 위화랑의 딸 옥진이었다. 미실의 아버지는 2대 풍월주인 미진부다.”역사학자 신재홍의 논문 ‘미실과 사다함, 송사다함가와 청조가’에는 미실의 아름다움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대목이 등장한다.“미실은 용모가 절묘했다. 풍만하고 도톰함은 외조모를 닮았고, 마음까지 밝고 총명하면서도 오묘했으니 온갖 꽃들이 그녀를 질투할 정도였다.”하지만, 미실과 ‘화랑세기’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태어난 날과 사망일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미실. 필사본 ‘화랑세기’가 가짜라고 주장하는 연구자들은 “미실은 실존했던 여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 과연 미실은 권력만을 탐했을까?아득한 옛날의 사건이나 인물을 놓고 벌어지는 학계의 ‘진위논쟁(眞僞論爭)’은 별스런 것이 아니다. ‘화랑세기’와 ‘미실’에 얽힌 사학자들 간의 설왕설래 역시 그런 차원에서 보면 될 터.필사본 ‘화랑세기’를 부정적 관점이 아닌 긍정적 시각에서 해석한 하현진의 논문 ‘화랑세기에 나타난 신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활동’엔 6세기 말부터 7세기 초까지 미실이 가졌던 정치권력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는 서술이 눈에 띈다.“미실은 색공을 통해 진흥왕, 진지왕, 진평왕대(代)에 이르기까지 30년 동안 신라 왕실에 큰 힘을 발휘했다. 미실이 정치 일선에 있으면서 왕의 즉위와 폐위에 관여했을 정도니 얼마나 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미실의 삶을 통해 신라 사회에서는 여성도 권력을 지닐 수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이쯤에서 자연스레 질문 하나가 이어진다. 그렇다면 미실은 오로지 정치적 권력만을 탐한 여자였을까?아래 인용하는 향가(鄕歌·향찰로 표기된 신라시대의 노래)인 ‘송사다함가’(학자에 따라 ‘풍랑가’ 혹은 ‘송랑가’ 등으로도 부른다)’는 이 물음에 대한 답변으로 읽힌다.바람이 분다고 해도랑 앞에 불지 말고물결이 친다고 해도랑 앞에 치지 말고어서 빨리 돌아와다시 만나 안아 보기를마주 잡은 손만으로도 좋은데우리 행여 헤어지진 않겠지‘화랑세기’에 의하면 미실이 썼다고 전해지는 이 향가는 신라가 대가야와 전투를 벌일 때 참전한 연인 사다함에게 노심초사의 애틋함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송사다함가’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전쟁터로 사랑하는 이를 보내야 하는 여인의 안타까운 심정이 고스란히 담겼다.TV 드라마를 포함한 대중문화 매체에선 미실을 성적 기교와 미모를 무기 삼아 수많은 남성들 위에 군림한 ‘냉혹한 여성 권력자’로 묘사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그게 미실의 본모습일까?그런 사람이 과연 위와 같이 ‘따스한 문장’을 쓸 수 있었을까?어쩌면 미실은 우리의 선입견과 달리 여러 사내들의 마구잡이식 사랑이 아닌, 한 남성의 완전하고 오롯한 사랑을 받고 싶었던 ‘순정한 여인’이었을 수도 있다. 미실을 역사 속에서 불러낸 책 ‘화랑세기’“인간의 상상 밖에 존재하는 바다 풍경을 묘사했다”고 평가받는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소설 ‘백경(白鯨)’. 그 작품의 주인공은 ‘크기를 짐작할 수 없을 만치 거대한 고래’다.급속하게 진행된 산업화의 과정에서 ‘뿌리 뽑힌 사람들’로 전락한 이들의 서러운 풍경을 빼어난 문장으로 형상화한 황석영의 수작(秀作) ‘삼포 가는 길’의 주인공은 타락과 순수의 경계선을 위태롭게 걸어가는 작부 백화.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화랑의 리더 풍월주들의 전기’로 기술했다고 전해지는 책 ‘화랑세기’의 주인공은 ‘미실’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화랑세기’는 7세기가 끝나갈 무렵 ‘신라의 문장가’로 이름 높던 김대문이 썼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원본은 소실돼 전하지 않는다. 다만 필사본으로 추정되는 것들이 1989년과 1995년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필사본을 베낀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일제강점기 일본 왕실 도서관에서 일한 박창화(1889~1962).다수의 사학자들은 필사본 ‘화랑세기’를 두고 “상상력으로 만든 창작품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다른 쪽에선 “여러 정황과 사실 묘사의 핍진성으로 볼 때 위서(僞書)로 보이지 않는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어쨌건 ‘진위 논란’과는 별개로 ‘화랑세기’의 진정한 주인공이 ‘문제적 신라 여성’ 미실이라는 것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에 관해 ‘화랑세기, 또 하나의 신라’를 쓴 김태식은 이렇게 부연한다.“‘화랑세기’를 대중문화의 영역으로 치고 들어가게 만든 신호탄은 소설가 김별아의 ‘미실’이다. 소설이 주인공으로 삼은 미실은 ‘화랑세기’가 아니면 영영 매몰되었을 인물이었다. 김별아는 ‘화랑세기’에 등장하는 무수한 인물 중에서도 어쩌면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 여성을 문학으로 극화해냈다.”조선시대 때부터 “이미 사라져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만 풍문처럼 전하는 책”으로 평가절하 된 ‘화랑세기’.하지만, 일부 사학자들은 “화랑과 당대 신라 귀족들의 성 풍속을 거침없이 드러냈기에 유학이 지배했던 사회가 ‘화랑세기’를 배타적으로 대했던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어쨌건 필사본 ‘화랑세기’가 지닌 가치와 의미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그러나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1천400년 전 아득한 기억 속 서라벌을 들었다 놓았다 했던 매력적인 여성 미실에 대한 ‘대중적 주목’은 ‘화랑세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08-03
포항시의 문화적 도시 재생 정책 일환으로 문을 연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포항시 북구 중앙로에 위치한 이곳은 지역 예술가 21개팀이 입주한 창작예술촌으로서 공예, 사진, 회화, 연극 등 다양한 창작활동과 아트프리마켓, 거리축제 등이 펼쳐지는 등 포항의 새로운 문화 거점이 되고 있다.2016년 꿈틀로 사업초기만 해도 4~5 점포 건너 문을 닫은 빈 점포가 즐비하던 노후한 골목이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하나둘씩 채워지면서 예술가의 창의성이 덧입혀진 예술간판과 조형작품이 설치되고 공예, 사진, 회화, 연극 등 다양한 창작활동과 아트프리마켓, 거리축제 등이 펼쳐지는 등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에 꿈틀로가 선정되면서 도시재생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문화와 더불어 도시성장을 견인할 포항시 도시재생 정책의 추진방향과 문화적 도시재생의 의미, 발전방향 등을 알아본다.다양한 장르 예술가들 입주문화 체험·젊은 예술가 ‘허브’로도심에 불어넣는 문화 성장동력주민_입주 예술가 결속상인에 간판 만들어 주고작가 활동땐 자원봉사함께 ‘밥’ 먹으며 상생 공동체 형성1:1 결연해 서로 도움주며함께 살아가는 ‘삶터’로 인식단발적 지원금에 의한시스템 아닌지속적 생명력 갖춘 공간 ‘과제’△사람중심의 문화공간으로서의 문화적 도시재생최근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전국의 낙후지역 500곳에 매년 재정 2조원의 예산을 들여 도시활성화를 도모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이 본격적으로 착수되면서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특히 지난해 11월 지진이후 재난지역으로 지정된 포항시의 경우 물리적 정신적 재건의 도시재생이 그야말로 절실한 상황이다.도시재생은 급격한 산업화가 이뤄는 과정에서 도시공간의 재편에 따라 나타난 도심공동화 현상을 막고 침체된 도심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공간활성화 전략으로 국내에서는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됨에 따라 도시재생사업의 변화 양상이 가시화됐다.도시재생이란 단순히 기존의 것을 허물고 새로운 것들로 채워지는 개발사업이 아니다. 1960년도 이후 진행돼온 도시개발사업의 물리적 개발방식에서 탈피, 지역의 공동체를 중심으로 공간적 특성과 경제·사회·물리·환경 등의 비물리적 측면을 고려해 재생해 가는 도시재생 패러다임으로 변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도시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사람중심의 문화공간으로서의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것이 최근의 주요 트렌드가 되고 있다. 특히 유휴지나 폐공간을 박물관, 갤러리 등 이색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매개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어 도심을 활성화시키고 관광산업으로까지 확대시킨 사례는 너무나 많다.최근 몇 년사이 국내에서도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역사문화마을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라든가 공연과 푸드 패션 분야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플랫폼 창동 61 등 문화를 접목한 도시재생으로 성공시킨 사례가 늘고 있다.이처럼 도시재생에 있어 문화중심의 장소성 복원과 커뮤니티 활성화는 도시재생을 관통하는 핵심 아젠다가 되고 있다.1970년대 북미대륙에서부터 문화예술을 활용한 새로운 의미의 도시정책에서 시작된 문화주도의 도시재생 정책은 1980년대 유럽을 중심으로 더욱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공예와 민속예술 분야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지정된 일본 가나자와, 세계 최대의 광산 지역을 산업시설과 도시환경을 문화적으로 재생시킨 독일 루르지역, 20년간 방치된 화력발전소를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변모시킨 영국의 테이트모던 등 산업화 이후 침체되고 낙후된 도시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은 바로 ‘문화’라는 공통분모를 지닌다. 또 단순히 문화적 색깔을 덧입히는 방식에서 나아가 문화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관광산업을 견인하며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성장시켰다.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7년 도시재생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원 도시재생지역 선정사업이 시작되면서 도시재생이란 의미가 피부에 조금씩 와 닿기 시작했다.올해 첫 시행된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시범지역으로 전국의 68개의 지자체가 선정된 가운데 포항시에서도 국토부가 주관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문화적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로 각각 선정되면서 도심 활성화에 기대감을 주고 있다.이 가운데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재생사업과 연계를 통해 도시공간을 문화적으로 활용해 도심과 공동체의 활성화는 물론 문화적앵커로서의 장소구축사업을 펼치는 사업이다. △포항시의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의 중심 꿈틀로포항시의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은 지난 2016년부터 포항시가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꿈틀로를 거점으로 이뤄진 다양한 문화적 활동이 기반이 돼 공모에 선정됐다.꿈틀로에는 현재 올해 6팀의 신규작가를 추가로 공모·선정해 총 27팀의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입주해 있으며 그램책 마을과 꿈틀갤러리 등 소규모 문화공간이 자리하고 있다.2016년 꿈틀로 사업초기만 해도 4~5 점포 건너 문을 닫은 빈 점포가 즐비하던 노후한 골목이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하나둘씩 채워지면서 예술가의 창의성이 덧입혀진 예술간판과 조형작품이 설치되고 공예, 사진, 회화, 연극 등 다양한 창작활동과 아트프리마켓, 거리축제 등이 펼쳐지는 등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난 2월 문화체육관고아부 공모사업인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에 꿈틀로가 선정되면서 도시재생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포항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은 올해 1년간 총사업비 2억5천만원이 투입돼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를 통해 예술가와 주민, 지역 문화리더, 시민이 상호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꿈틀로의 장소성 회복과 커뮤니티 활동, 장소디자인 구축 사업을 펼치게 된다.그러나 꿈틀로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은 경관 위주의 물리적 재생보다 장소성이 가진 서사성을 살리고 주민 공동체가 자발적 중심이 된 사회적 재생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주민과 입주예술가가 결속이 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대응하고 제대로 된 간판조차 갖추지 못한 영세 상업자들에게 입주작가들이 간판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반대로 주민이 작가들의 활동에 자원봉사를 하는 ‘문화품앗이’ 등의 상생의 과정을 통해 삶터로서의 관계성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기존 외관 중심의 도시재생사업과는 차별성을 둔 것이다.△2018년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포항시의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및 작가협업 프로그램으로 ‘철수와 목수’‘문화반상회’‘문화품앗이’‘주민영화제’ 등이다.이 중‘철수와 목수’는 철공과 목공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지역사회 자원활동가가 주민(상인)이 필요한 간판이나 생활용품을 만들어 주면서 꿈틀로의 환경을 변화시키는 문화공작소 기능을 담당한다. ‘문화반상회’는 음식이라는 매개체가 가져다주는 ‘소통과 연대’의 효과에 착안해 주민과 입주예술가가 정기적으로 함께 밥을 먹으며 주민과 예술가의 문화간극을 좁히고 서로 소통하며 공동체 형성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꿈틀로 조성사업에 있어 주차문제, 공간조성 등 현안을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 주민과의 소통은 매우 중요한 지점을 차지한다. 결국 거주자가 아닌 정주자로서 주민과 입주예술가가 ‘우리 동네’라는 삶터로서의 인식을 가지고 서로 함께 현안을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문화품앗이’는 꿈틀로 작가와 주민(상인)이 1:1 자매결연을 맺어 서로에게 필요한 도움을 나누며 공동체적 삶을 영위해 나가는 프로그램이다. 구제옷가게, 소규모 양품점, 분식집, 세탁소 등 꿈틀로의 영세 상업체 대부분은 제대로 된 간판이나 사람의 발길을 끄는 세련된 실내 인테리어를 갖추지 못했다. 이처럼 하루하루 벌어서 겨우 살아가는 꿈틀로의 상인들에게 입주작가들이 자신이 가진 재능을 통해 이색적인 간판을 만들어 주거나 실내 인테리어를 단장해 주고 혹은 식기나 찻잔을 제작해 주면서 영업에 활력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반대로 주민들은 꿈틀로에서 펼치는 문화행사때 자원봉사를 한다거나 음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서로 상생해 나간다.이러한 상생의 기반을 위해 수차례 주민과 입주작가가 식사자리와 간담회를 가졌으며, 지난 6월 개최한 ‘꿈틀로 여름날의 소소한 축제’에서 주민과 입주작가 자치회가 중심이 돼 차없는 거리를 요청하고 함께 문화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포항문화재단 문화도시TF팀은 이런 사회문화적 재생에 방점을 둔 주민, 입주작가간 커뮤니티 활동을 정례화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을 위해 꿈틀로 내 구 아카데미 극장 부지에 ‘문화공판장’을 조성 중에 있다. 또 1960년대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문화사랑방이었던‘청포도 다방’을 재현해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주민과 입주예술가들이 함께 마을 발전궁리를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계획이다.또 주민의 일상과 꿈틀로의 모습을 기록해 함께 영화를 제작하고 상영하는 ‘주민영화제’ 개최와 지역의 이슈를 그들만의 유쾌한 방식으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여러 가지 방안들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 △지속적인 생명력 갖춘 공간으로 거듭나야 이처럼 문화가 매개가 된 커뮤니티 중심의 도시재생사업 방식은 시간이 더디 걸린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보다 지속적이고 영속성을 가진다.장기불황에 따른 경기침체에 지진이라는 악재를 겪으면서 재난상황이 직면한 포항은 현재 사회적 관점의 도시재생이 절박한 시점이다.수 백억을 투자해 대형 신축건물을 짓고 갖은 편의시설을 조성하는 천편일률적인 백화점식 개발사업 형태의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보다 나아가 도시의 철학을 세우고 사람이 중심이 된 인문적 도시재생방안에 대한 연구가 보다 깊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실례로 수년간 3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들여 조성했지만 올해 사업비 지원이 끝나게 되어 입주작가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투자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창동예술촌의 사례는 향후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포항이 중요하게 되짚어봐야 할 사안이다.지역의 한 인문학자는 “도시재생사업이 단발적인 지원금에 의해 사업의 성패가 좌지우지 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생명력을 갖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철학적 베이스가 된 사업추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황상해 포항문화재단 문화도시TF팀장은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이 사회문화사적인 도시철학을 바탕으로 도시에 문화가 관통하고 시민의 삶을 바꾸고 지속가능한 도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존의 문화도시 조성사업과 각종 부처연계사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8-08-01
대한민국 대표 축제 ‘제15회 포항국제불빛축제’가 4일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하늘 위를 수놓은 불꽃의 향연은 폭염에 시달리는 시민·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특히 17일째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는 포항시민들에게는 산소같은 존재였다. 이번 축제는 메인 행사인 국제불꽃쇼 뿐만 아니라 전국배드민턴대회, 반짝반짝 퐝퐝쇼, 불빛테마존, 불빛퍼레이드, 빛트니스, 그랜드 EDM페스티벌, 불빛버스킹 페스티벌, 시민공모공연 등 10여개 연계행사가 함께 진행돼 포항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했다. 추억의 장면들을 지면에서 다시 감상해 본다. /박동혁기자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018-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