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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영일만, 동해안시대 넘어 신북방시대 열어갈 거점항으로

최근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환동해 물류중심항인 영일만항이 남북교류뿐만 아니라 북방교류협력의 거점항만으로 떠오르면서 활성화와 새로운 도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남북정상회담의 성과로 남북 간 동해선이 연결되면 개통을 앞두고 있는 영일만항 인입철도가 동해선을 따라 북한과 시베리아를 거쳐 유라시아까지 진출할 수 있어 영일만항이 물류중심항으로 부상하기에 충분한 조건이 된다는 분석이다.또한 영일만항 인입철도를 통해 고정 물동량이 늘어나면 중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항로와 화물선 운항횟수도 늘어나 영일만항이 본격적인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민선6기 들어 해마다 개최하고 있는 ‘동북아 CEO포럼’을 통해서 영일만항을 중심으로 환동해권의 도시들과 물류·해양관광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면서 “현 정부의 신북방정책에 맞춰 영일만항을 북방물류 거점항만으로 육성해 나가고, 항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인프라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북~시베리아~유라시아 진출 대비포항~블라디보스토크 등신규 항로 개설로 물동량 확대화물물류기능에 관광기능까지국제항만 확장위한 국제여객부두 건설냉동냉장 국제물류센터, 해외수출 기반□항로 다변화 및 물동량 증가포항시는 영일만항의 신규항로 개설을 통한 물동량 확대를 위해 항로 다변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포항∼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포항∼필리핀 마닐라를 연결하는 항로의 운항을 시작했다. 러시아 항로를 추가로 개설함에 따라 북방항로가 주 3항차로 확대되면서 대 북방교역 서비스도 강화됐으며, 베트남·필리핀 항로 운항으로 철강재와 부원료, 우드펠릿 화물의 물동량도 안정적으로 유치해 나갈 수 있게 됐다.이로써 영일만항은 중국과 일본, 러시아, 동남아 등 7개 항로, 29포트, 주 7항차로 서비스를 확대하게 됐다.특히 이번 정기 컨테이너 항로개설로 영일만항은 항로 다변화와 기항지 증대를 통해 포항지역 화주들의 항로·항차 증대 요구에 부응하고, 남북경제협력과 북방교역 활성화에 대비한 환동해권역에서 북방물류를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이다.포항시의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한때 물동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영일만항 화물 처리량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2016년 9만916TEU였던 영일만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지난해에는 10만3천659TEU로 14%나 늘었다.올해 1분기의 경우는 2만6천450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1천727TEU보다 21.7%가 증가하는 한편, 수입화물이 15.7%, 수출화물은 27.9%가 각각 늘었다. 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이다.이와 함께 포항시는 동해안 유일의 국제무역항인 영일만항이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환동해 국가들을 연결하고 북극해 자원개발의 전초기지 및 북방물류 거점항만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인프라 강화포항시는 우선 현재 컨테이너 4선석과 일반부두 2선석으로 된 영일만항을 총 사업비 2조8천463억원을 투입해 16선석으로 건설하고, 항만배후단지와 방파제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항만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여기에 KTX와 포항공항(에어포항), 울산-포항 고속도로, 동해 남·중부선 등 광역 교통망과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로 포항을 환동해권의 물류 중심도시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다는 방침이다.또한 지금까지 화물 물류기능만 수행했던 영일만항을 관광기능이 더해진 국제항만으로 확장하기 위해 7만5천t급 크루즈선이 정박할 수 있는 국제여객부두를 건설하기로 했다.포항시는 여객부두 준공에 맞춰 중국·일본·러시아를 연결하는 항로를 개설해 국제 크루즈 선을 유치하는 한편, 포항∼울릉∼독도와 포항∼부산∼속초를 잇는 연안 크루즈 항로 개설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이와 함께 영일만항 배후단지에 위치한 (주)포항국제물류센터가 준공돼 운영 중이고, 민간자본 150억원이 투입된 냉동·냉장 물류센터 역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주)포항국제물류센터는 앞으로 농수산물 가공공장을 추가로 증축해 보관 및 가공을 통해 국내공급은 물론 해외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중국 청도에서 양파 240t을 테스트 물량으로 수입해 재포장을 거쳐 전국 농산물시장에 판매하기도 했다.특히 냉동·냉장 물류센터는 4만9천86㎡의 부지에 1만6천547㎡ 규모의 냉동 창고로 이뤄져 1만3천t의 보관능력을 가진 대구·경북 내 최대 규모로 고추와 양파, 마늘, 명태, 오징어 등 농수산물을 유통하고 있다.이로써 영일만항은 건화물(Dry cargo)만이 아닌 농축산물과 같은 냉동·냉장화물의 처리도 가능해지면서 처리 화물 다변화와 서비스 질 개선 등 항만 경쟁력 제고와 함께 물동량 확보를 통한 영일만항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국제물류센터 냉동 창고를 기반으로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을 연결하는 콜드체인(Cold Chain, 어류·육류·청과물 등의 신선한 식료품을 생산지에서 가정까지 저온을 유지함으로써 선도(鮮度)를 떨어뜨리지 않고 배송하는 방식) 클러스터를 조성해 영일만항이 북방물류 거점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영일항만 인입철도를 비롯해서 국제여객부두와 추가 항만배후단지 건설과 같은 기반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한·러 지방협력포럼’ 개최로 청신호올 하반기에 열릴 예정인 ‘한·러 지방협력포럼’의 개최지가 최근 포항시로 최종 확정된 점도 영일만항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지난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갖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양국 지방간 경제·통상, 교육·과학, 문화·관광 등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위한 ‘한·러 지방협력포럼’이 금년도 하반기에 대한민국의 경상북도 포항시에서 출범하고, 제2차 포럼은 2019년 중 러시아 연해주에서 개최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포항시가 첫 ‘한·러 지방협력포럼’을 유치하게 된 것은 그동안 ‘동북아 CEO경제포럼’ 등 국제행사의 개최 경험이 많고, 동해권역 유일의 컨테이너 항만인 영일만항 등 국제물류 인프라와 현재 건설되고 있는 국제여객부두 등이 강점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여기에 남·북·러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사례와 함께 현재 영일만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간에 주당 3항차가 운항하고 있는 점도 향후 포항시와 극동러시아 간의 주요 협력사업 추진에 유리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영일만항의 가치를 새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앞으로 남북경협사업을 포함한 북방경제협력 사업에 적극 참여해 북방교류의 거점도시가 될 수 있도록 모든 가용자원을 동원하겠다”면서 “지역기업의 북방진출은 물론 관련 국내외 기업들의 포항유치 등을 통해 지역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나아가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나가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영일만항 현황△연혁- 2001. 10 : 포항영일만항 1-1단계 민간투자사업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 2004. 05 : 포항영일신항만 주식회사(PICT)- 2005. 08 : 공사착공(컨테이너 4선석)- 2009. 08 : 준공 및 운영개시△주주현황대림산업 29.5%코오롱글로벌 15.3%한라건설 13.5%두산건설 10.8%경상북도 10%포항시 10%포스코건설 7.2%흥우건설 3.6%△민간투자사업(BTO)- 운영기간 : 2009. 8 ∼ 2059. 7 (50년)- 총투자비 : 3천84억(정부 1천232억, 민간 1천852억)△시설현황- 3만 DWT선 4척 동시 접안가능(안벽 1천m / 폭 600m / 수심 12m)- 장비현황 : 안벽 크레인 2기(Q/C), 야드 크레인 5기(RTGC)△주요 수출입 품목- 자동차(쌍용, 마쯔다자동차), 우드펠릿, 철강제품, 철강부원료 등△주요항로 (러시아, 중국, 일본, 동남아 등)- 현재 : 7개국 29PORT, 주7항차△일반부두 : 2선석(수심 10m)/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2018-06-28

일삼은 건 천 권의 책, 평생 낚싯대 하나…노계의 삶과 예술세계, 문학관에 고스란히

‘행장(行狀)’은 고인이 평소 어떤 성품과 몸가짐을 지니고 살아왔는지를 기록한 글이다. ‘조선 가사문학의 대가(大家)’이자 ‘문무를 두루 갖춘 선비’로 알려진 노계 박인로에 관한 행장을 살펴보는 것은 그가 타자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가장 먼저 이런 대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박공(박인로)은 허물이 적었다. 다닐 때는 지름길로 가지 않고 입으로는 바른 말만 하였다. … 사람들이 서사(書史·책)를 읽으면 한 번 듣고 바로 기억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글을 잘 지었는데 일찍이 빼어난 시를 지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박인로의 행장을 쓴 이는 유학자인 정규양(鄭葵陽·1667~1732). 노계가 죽은 이후에 태어난 새까만 후배다.그러니, 선배 학자에 대한 다소 과도해 보이는 칭찬은 후학이 갖춘 예(禮)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글 싣는 순서노계 박인로의 생애와 예술세계노계문학관, 가사문학의 이정표 세우다 영천시, 26일 노계문학관 개관노계의 일생과 문학 부활시켜내년까지 ‘노계문학공원’ 조성현대인과 노계의 예술 어우러지는지역명소 탄생 기대 ◆ 정규양의 ‘행장’을 통해 본 노계 박인로의 품성하지만, 행장은 뒤로 갈수록 구체성과 객관성을 드러낸다. 예컨대 아래와 같은 것이다.“젊었을 때 대마도를 바라보며 탄식해 이르기를 ‘죽은 제갈량이 살아 있는 사마중달을 쫓았는데 내 어찌 왜놈들을 두려워하겠는가?’라고 하였다. 공은 넓고 큰 재주를 가졌으나 세상이 이를 알아주지 못했다.”노계의 담대하고 호방한 무인 기질을 표현한 정규양의 문장은 끊임없이 이어져 이제는 박인로의 효(孝)에 이른다.“공의 성품은 지극히 효성스러웠는데 어머니의 노년에는 매양 근심스러워하며 부지런히 봉양하였고, 행여 가난 탓에 어머니를 소홀히 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여름에는 잠자리에서 부채질을 해드리고, 겨울에는 몸으로 이부자리를 따뜻하게 해드렸다. 아침저녁으로 환히 웃는 얼굴을 보여드리고, 상(喪)을 당하여서는 식음을 전폐해 여러 번 혼절하였다.”임진왜란 때는 무장으로 수백 수천의 왜군과 맞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고, 세상이 자신을 몰라주는 걸 탓하지 않았던 군자(君子)였음에도 부모의 죽음 앞에서는 서러워 수저를 들지 못했던 노계의 효행을 기록한 행장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고 있다.“아, 세상에 어찌 이 같은 사람이 다시 있겠는가? 공(박인로) 전에도 공과 같은 씩씩한 무부(武夫·용맹한 사나이)가 없었고, 공 후에도 공과 같이 독서(讀書)를 수행한 선비가 없었다.” ◆ 영천시에 산재한 박인로의 흔적들이처럼 후세에 내세워 자랑할 만한 인물을 가졌으니 고향인 영천시의 자존심과 긍지도 높다. 영천 곳곳에서는 노계의 생애를 엿볼 수 있는 흔적들이 발견된다.‘도계서원’은 박인로가 세상을 떠난 지 65년 만인 숙종 33년(1707년)에 만들어졌다. 그의 예술적 업적을 기억하고 덕행을 본받아 따르고자 하는 후배 학자들이 적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서원은 1868년 대원군에 의해 훼철(毁撤·헐어 없애버림)됐으나, 1970년 영천시 북안면 현재 위치에 다시 건립됐다. 도계서원의 봄은 활짝 핀 벚꽃으로 눈부시고, 가을은 저수지를 비추는 둥근 달로 아름답다.서원에는 구인당, 주경재, 사성재 등 박인로 문학의 키워드가 된 문구를 딴 건물들이 자리해 있다.서원 뒤쪽에는 노계의 위패를 모신 사당 입덕묘(入德廟)가 있어 아직도 그를 기리는 사람들의 방문이 줄을 잇는다. ‘덕(德)에 들어서는 입구’라는 의미를 가진 ‘입덕’이란 단어가 귀하게 보인다.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68호인 ‘노계집(盧溪集) 판목(版木·인쇄하기 위해 글씨나 그림을 새긴 나무판)’이 보관된 판각고도 ‘영천의 선비’ 노계의 그림자가 일렁이는 공간이다.도계서원 앞에서 만날 수 있는 시비(詩碑) 역시 수백 년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선명히 살아 숨 쉬는 박인로 문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유산.노계의 묘소는 도계서원 앞 저수지 왼편에 아버지, 형제들의 묘와 함께 자리해 있다. ◆ 작품을 읽으며 느껴보는 노계의 예술적 지향가사와 시조, 한시 등 다양한 작품을 남긴 노계 박인로. 노계박인로기념사업회가 간행한 ‘신역(新譯) 노계집’을 보면 그의 문학·예술적 성취를 짐작할 수 있다.아래 시 ‘최상사(崔上舍) 산정을 읊다’에서는 가난하고 겸허하게 살아가려는 노계의 성품이 그대로 읽힌다.일삼은 건 천 권의 책평생 낚싯대 하나하늘이 아껴둔 참된 낙지(樂地)에높이 괴고 누우니 한가롭네. 아래 인용하는 작품 ‘흥취가 일어’ 또한 인간과 자연 속에서 길을 찾고자했던 박인로의 예술적 지향이 느껴지기에 ‘신역 노계집’ 절창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나이 많고 가난하니 손님은 오지 않고보이는 건 스스로 날아오는 꾀꼬리 뿐소나무 창에 낮은 길어 할 일 없는데다시 한가로운 구름 마음대로 오가네.노계 박인로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선생은 자연과 삶을 노래한 구도자(求道者)였다”고. ‘구도자’란 길을 찾는 사람을 뜻한다.그렇다면 ‘길’이란 과연 무엇일까? 노계는 어디에서 길을 찾았을까? 아래 시는 이 물음들에 관한 박인로의 대답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벼슬살이가 밭갈이보다 낫다는 말 말아라벼슬살이가 어찌 이 밭갈이와 같겠느냐벼슬길은 때로 영욕(榮辱)이 있는 법영욕이 없는 이 밭갈이 같지는 않으리. ◆ ‘노계문학관·문학공원’으로 부활하는 박인로위에서 짧게 살핀 행적과 사후의 추모 열기, 몇몇 작품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게 노계 박인로의 삶과 예술세계다.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영천시는 박인로를 현대인의 기억 속에 되살리려는 사업에 꾸준히 심혈을 기울여왔다.그 사업 중 가장 주목 받아온 ‘노계문학관’이 지난 26일 개관식을 열었다. 개관식 행사는 영천시와 노계박인로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3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지 2만7천427㎡·연면적 484㎡로 조성된 노계문학관은 전통과 현대적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 디자인의 강당과 전시장, 관리실 등을 두루 갖췄다.전시장에선 노계의 생애와 예술을 다룬 3D 영상이 상영되고, 가상현실 체험공간과 포토존도 마련됐다.2013년부터 시작된 공사를 무사히 마친 영천시청 관계자들은 “노계문학관 건립은 우리 가사문학의 이정표를 세운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말로 보람과 기쁨을 표현했다.이제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노계문학공원 조성사업’이 이어질 예정이다.도계서원과 노계문학관 인근 저수지를 활용해 문화산책로를 만들고, 십자형 데크, 분수, 나룻배 등을 설치해 낭만적 풍경을 연출하며, 벚꽃길과 배롱나무길을 가꾼다는 것이 영천시가 세워놓은 계획.여기에 전망대와 팔각정까지 들어서면 ‘도계서원-노계문학관-노계문학공원’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지역 명소가 탄생하게 될 전망이다.이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영천시와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의 숙원이 풀릴 날이 머지않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06-28

‘곱작골, 질바들…’ 들으면 정겨운 마을이름 속 켜켜한 역사와 의미

영주시의 지리는 역사적인 면에서는 삼국이 연관 돼 있고 다양한 문화와 역사적 숨결이 고스란히 간직 돼 있는 고장이다.지명 유래는 기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수차례의 행정구역 변화로 지명에 대한 혼란과 중요성이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어 안타깝다. 영주지역 역사에 대한 이해와 중요성을 다시한번 인식시키기 위해 영주의 지명과 전해오는 유래를 재조명 해 본다.화랑들이 무술 익혔던 ‘달밭골’퇴계 이황이 첫 장가 든 곳 ‘사일’조선총독이 만든 신사가 있는 ‘신사골’신라·조선·일제시대까지 역사성 담아상망동조선 영조 때 영천군 봉양면 상망동에 속했다.▷보름골현 영광고등학교 부근 마을을 보름골이라한다. 배치암(裵癡巖)이란 선비가 이곳 치바위에서 살았는데 거기서 마을이 보인다고 해 망동(望洞)이라 불렀다. 또 다른 이야기는 이 마을이 고을의 동쪽에 있어 보름달을 가장 먼저 보는 곳이라 해 보름골이라 불렀고, 위쪽 마을을 웃보름골(上望)이라했다는 구전이 있다.▷사례골장물도가(구동부파출소옆)앞에서 시내 방향으로 가면 오른편 동산교회 언덕 아래에서 영주여고 입구까지의 마을을 사례(寺禮)라 한다. 영주향교 아래쪽에 옛날 정토사(淨土寺)가 있었다는 사실은 1983년 영주시와 영풍군이 공동으로 발간한 우리 고장의 전통문화에 기록돼 있다. 지금 안양원의 자리로 추정하고 있다. 절골 또는 사례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금도 이 길은 사례길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하망동조선 영조 때 영천군 봉양면 하망동, 성저동의 일부에 속했다.▷원댕이영동서 철길 옆 하망동사무소가 소재한 인근에 마을이 있으며 이 마을을 원댕이라 불러오고 있다. 조선 명종 때 고령 박대령이란 사람이 처음 터전을 이루고 살 때 마을 뒤편에 있는 큰 절 마당에 원당지라는 넓은 연못이 있었다고 해 마을 이름을 원당이라 불렀는데 그후 발음이 변해 원댕이가 됐다고 한다.▷곱작골동부초등학교 뒤편 골목에서 청구아파트 방향으로 넘어가는 골짜기에 마을이 있었는데 이 마을을 곱작골로 불러오고 있다.이 골짜기는 계단식 밭으로 햇볕이 잘 들어서 농산물 수확이 다른 곳 보다 배 이상 수확한다고해 곱작골로 불리게 됐다고 전해진다. 영주동조선 영조 때 영천군 봉양면 하망동, 성저동 일부와 망궐면 노상동에 속했다.▷신사골영주시의회 오른편 골목길을 따라 약 200m쯤 가면 영주초등학교 뒤편 철탄산 기슭에 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을 신사골이라 부른다.1935년 당시 부임한 조선총독 미나미 지로오가 우리 민족의 황민화를 강요하면서 각 군마다 신사를 만들어 일본의 국조신인 천조대신을 모셔놓고 매일 아침 참배하도록 했다. 이 당시 마을 아래 영주초등학교 교실 옆에 영주의 신사가 있었는데 신사가 있었던 곳이라 해 신사골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숫골제일교회 옆 골목을 따라 약 100m쯤 가면 둘리원룸이 있는 곳에서 영광중학교 사이에 철탄산 비탈까지 이어진 오래된 마을이 있는데 이곳을 숫골이라 부른다. 이 마을 뒤편에 뻗어 있는 철탄산 줄기가 호랑이가 잠을 자고 있는 수형형이라 해 마을 이름을 잘수 睡, 골곡 谷자를 써서 수곡이라 불렀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숫골로 불려지게 됐다고 한다.휴천동, 적서동▷광시이, 광승휴천동 사무소 남쪽 거북바위(뚜껑바위)아래에 동부맨션이 있는 마을로 광승이라 불러오고 있다. 조선 중기에 야성 송씨 일족이 이 마을을 터전으로 이루어 살면서 마을 뒤편 골짜기에 신라고찰 광승사란 절이 있었다고 해 마을 이름을 광승마을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 마을 뒤편 거북바위가 있는 산이 옛날 고을의 외적을 막아주는 토성이라 해 광성이라 불렸다고도 한다.▷사일수청거리 마을 앞 국도에서 오른편 사일교를 건너서 왼쪽 농로를 따라 약 400m쯤 가면 경북선 철길 옆에 작은 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을 사일이라 부른다. 조선 선조 때 임진왜란을 피해 경남 의령에 살던 오운이 이곳에 이주하면서 마을 앞 서천의 고운 모래가 햇빛에 아름답게 반짝인다 해 모래 사(沙), 해 일(日)자를 써서 마을 이름을 사일이라 부르게 됐다. 조선시대 주변 숲이 울창해 초곡이라 불리기도 했으며 남평 문씨로 창계 문경동이 우서했으며 사위 김해 허씨가 살다가 퇴계 이황이 이 마을 김해 허씨(첫번째 부인) 집안으로 장가든 곳이기도하다.▷질바들노벨리스코리아가 있는 곳이 질바들이다. 옛날 이 곳에 질그릇을 만드는 진흙이 많이 나오고 비오는 날은 온통 질펀하다고 해 질그릇 도(陶), 들 평(坪)자를 써 도평이라 뜻으로 질바들이라 불렸다.가흥동, 문정동, 고현동▷대부내시민운동장 입구에서 우시장 방향으로 600m쯤 가면 오래된 느티나무가 서 있는 갈림길이 있고 그곳에서 왼쪽길로 약 200m쯤에서 굴다리를 지나면 저수지마을이 있는데 이를 대부내라 부른다. 오래된 마을이었으나 광복 후 빨치산 출몰이 잦아 소개령으로 모두 흩어졌다가 최근 다시 마을이 형성되고 있다.▷한정제2가흥교에서 장수 방면으로 약 300m쯤 가서 첫 번째 신호등 왼편 제방길을 따라 약 1.4km를 가면 오른편 산 아래 마을이 있는데 조선시대 마을 앞 서천 물가에 박녹이란 선비가 하한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지냈다 해 한정이라 불려오고 있다.▷서릿골(蟠谷)조선 영조 때 반남 박씨 박정구라는 선비가 터전을 이루고 살았는데 나을 입구 느티나무 주변 바위돌이 마치 용이 기어가는 모습으로 서리어 있다고 해 반곡(蟠谷즉 서릿골)이라했다.▷핑구재귀내마을 입구에서 영광여자중학교 방향으로 넘어가는 고개가 있는데 이를 핑구재라 부른다. 겨울에 소백산에서 내려 부는 차가운 바람이 이 고개를 지나면서 핑핑 소리가 난다고 해서 핑구재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풍기읍▷금계촌(金鷄村)풍기읍 금계리 골짜기에 금계라는 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닭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 금계바위라 불렸고 이 근처 마을을 금계촌이라 한다. 마을 지세가 금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며 정감록 십승지 중 1승지로 지목 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옛날 이 금계바위 닭의 눈에 해당하는 부분에 빛나는 보석이 박혀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이 보석이 탐나 바위에 올랐다가 갑자기 천둥소리와 벼락이 떨어져 죽었다고 하는 전설이 전해내려 오고 있다.▷금선정과 금선대금산계곡의 금선대에 금계 황준량이 명명하고 군수 이징계가 바위에 금선대란 글씨를 새겼다고 전한다. 조선 정조 5년 군수 이한일이 높다란 반석위에 정자를 지었는데 이를 금선정이라 부른다. 금선정에서 서북편 마을 뒷산 중턱에 1565년 황준량이 독서하던 금양정사가 있다.▷적전들, 윗두들백1리 속계마을회관에서 약 700m쯤 가서 왼편 농로를 따라 가면 마산 앞으로 작은 들판이 있는데 이곳을 적전들이라 부른다. 옛날 이곳에서 고려와 후백제의 군사들이 큰 접전을 벌렸다 해 접전들이라 했으나 세월이 흐르며 발음이 변해 적전들로 불려지고 있다고 한다. 이산면, 평은면, 문수면, 장수면▷우금약 400년전 김우익이라는 선비가 마을을 개척해 살았으며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의 형상이 마치 하늘에 선녀가 거문고를 타는 모습과 흡사하다해 마을 이름을 우금이라 불렀다 한다.▷장골평은교 다리를 건너면 길 오른편에 작을 골짜기가 있고 이를 장골이라 불렀다. 조선시대 평은리가 역촌을 이루고 있을 때 이곳에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 있었다 해 장골이라 부르게 됐다고 전한다.▷멱실약 300년전 경주 김씨와 예천 임씨가 내성천 연안에 12실의 피난처가 있다고 해 이것에 정착했다. 실자가 든 곳을 찾았다고 해서 멱실이라 불리고 있다.▷은단지골두전1리 신교에서 좌측 방향으로 600m쯤 가면 작은 골짜기가 있는데 옛날 이 골짜기에 사찰이 있었으나 사찰이 철폐될 무렵 당시 주지가 사유자화를 큰 단지에 넣어 땅에 묻어 감추었다고 해 은분지골이라 불리다가 현재는 은단지골로 불리고 있다. 안정면, 봉현면, 순흥면, 단산면, 부석면▷홍다리중국의 주자가 구곡선동을 찬양한 홍교일촌이란 글에서 마을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안정면 단촌2리의 유일한 자연부락으로 홍교마을을 가로지르는 무지개 같은 다리가 있어 홍다리란 지명을 붙였다 한다.▷핏끈안정면 판타시온리조트에서 순흥 방향으로 낮은 고개를 넘어 동촌 1리에 위치한 자연부락이다. 1456년 세조에 의해 순흥부에 유배됐던 금성대군이 순흥부사 이보흠과 함께 단종복위를 도모하던 중 사전에 전모가 드러나 역모에 가담했던 사람들이 순흥 청다리 밑에서 살해됐는데 그 피가 죽계천으로 흘러 4km나 떨어진 이 마을 앞까지 흘렀다 해 피끝이라는 지명으로 불려지게 됐다고 한다. 지금은 발음이 변해 핏끈이라 불린다.▷새마봉현 사리미마을에서 서북편 노좌3리골짜기 방향으로 약 90m쯤 가면 오른편 산비탈 위로 작은 마을이 있는데 이곳이 새마다. 이 마을은 1905년경 입주자가 생기며 새로운 마을이 생겼다는 뜻으로 새말이라 부르게 됐다 한다.▷달밭골초암사에서 500m쯤 국망봉쪽으로 오르다가 왼편 시냇물 건너편 골짜기로 들어서면 달밭골로 가는길이 나온다. 달뙈기만한 밭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해 달밭골이라 한다. 달밭골은 옛날 화랑들이 무술을 익혔던 훈련장이란 이야기도 있다.▷태장리순흥 비봉산 아래에 있는 마을로 고려 충렬왕, 충숙왕, 충목왕 등 세분 왕의 태를 비봉산에 묻어서 그 아래 마을을 태장이라했다.▷법수동단산면 마락리 동쪽에 있는 마을로 한국전쟁 때 인가가 모두 소실됐다가 다시 마을이 형성된 곳으로 이곳 사람들이 남달리 예의가 바르고 법을 잘 지킨다 해 법수동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탑드리부석면사무소에서 부석사 방향으로 가다 보면 도로변에 동네가 있는데 탑드리라 부른다. 마을에 뱀이 많아 집을 지을수가 없어서 동네에 탑을 세워 뱀을 없앴다해 탑드리라 하고 혹은 탑평이라 불리기도했다.현재 3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이밖에도 영주 지역에는 위에 소개된 지명 유래보다 많은 곳이 있지만 지면에 다 소개 할 수 없어 일부만 소개한다. 영주/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18-06-27

역사·인재·실질적 시스템 갖춘 ‘포항 국립방재공원’ 건립을

지진을 피할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해야 한다.국내 최대규모의 지진안전체험관을 비롯해 지진과 관련한 모든 시설을 포함한 ‘국립방재공원’ 건립이 포항에서 추진되고 있다. 지진부터 태풍, 해일, 화재 등 한반도 재난대응의 제어탑 역할이다.이전까지 경상북도에는 마땅한 안전체험관이 없어 늘 교육분야에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국립방재공원은 11·15 포항지진을 겪은 포항이 대한민국 대표 방재도시로서 우뚝 일어설 수 있는 교두보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앞으로 경북 중심도시인 포항에 조성될 방재공원은 좁게는 한반도, 멀리는 대륙철도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모든 국가들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본지는 창간 28주년을 맞아 방재선진국 일본의 사례를 들어 포항에 들어설 국립방재공원이 갖춰야할 기능과 역할을 알아보고자 한다.방재선진국 일본 본보기지진발생~구출 체험활동지형변화모습·현장 보존방재자료 강습·학습화 등체계적 단계별 능력 강화한반도 방재 전문가 육성후세에 위험 경각심 갖도록파손 일부 건축물 보존해야 □ 사적 가치,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호쿠단신사이공원, 1998년 4월 2일).아직 ‘일본 최악의’ 지진으로 불리는 한신·아외지 대지진의 현장이 보존된 곳이다. 면적 51.07㎢, 1만1천214명 약 3천700세대가 살았던 그날 아와지시의 평화롭고 한적한 마을에서 보인 지진의 실상이 공원에 보존돼 있다.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은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활성단층인 노지마단층 바로 위에 세워졌다. 이곳은 민가가 있는 사유지였지만, 일본 정부는 부지를 횡단해 지표면으로 표출된 노지마단층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이 일대를 사들였다. 생생한 지진 현장과 함께 단층의 이동, 지형의 변화 모습을 보존하는 동시에 고용한 해설사의 설명을 통해 보다 사실적으로 지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 관계자는 “지진 당시의 현장을 재현해놓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사유지를 사들였고, 20년이 넘도록 내부 온도와 습도, 햇빛 등 자연환경을 항상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며 “일본에 있어 이곳(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은 역사적 가치이자 지진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현장”이라고 말했다.내부에는 가장 먼저 노지마단층 보존관이 나온다. 국가지정천연기념물인 노지마단층은 지진 당시 평평했던 땅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시켰다. 지면과 함께 일직선으로 뻗어 있던 배수관은 45도 정도가 어긋났고, 마름모꼴로 가꿔놓은 나무정원은 알 수 없는 형태로 배열이 바뀌었다. 이곳에는 지진의 흔들림으로 발생한 현상을 자연 그 상태로 보존해놓고 있다.단층 보존관을 지나면 ‘고베의 벽’이 전시돼 있다. 고베시 나가타구 와카마츠시장에 있었던 이 방화벽은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한 당일 고베시 건물 대부분이 무너지고 화재로 아수라장이 된 와중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킨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이전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고베대공습에도 견딘 이력이 있다. 지난 2009년 1월17일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으로 이동 설치됐다. 지진의 위력을 실감했던 고베시민들이 지진의 위협을 후세에 전하고자 하는 의미와 마음을 담고 있다.‘메모리얼 하우스’도 있다. 지진단층이 뒷마당을 가로질렀던 민가를 사들여 ‘메모리얼 하우스’라고 명명, 당시 건물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내부에는 지진을 겪어보지 않은 관광객들에게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지진 직후의 부엌’ 모습을 재현해놓았다. ‘신사이의 이야기’를 통해 주민들로 이뤄진 자원봉사자들이 매주 화요일 두 차례에 걸쳐 직접 겪었던 지진체험담을 들려주기도 한다.지진의 구조나 전 세계의 활성단층을 살펴볼 수 있는 활단층 연구실도 마련돼 있다. 특히, 11·15 포항지진 당시 한반도에서 처음 관측된 액상화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을 이곳에서 직접 실험해볼 수 있다. 또 해일의 시뮬레이션 영상 등 다양한 각도로 지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교육장과 효고현 남부지진과 같은 진도 7의 흔들림을 체험할 수 있는 지진체험관도 있다.□ 체험형 방재학습시설, 오사카시립 아베노 방재센터‘대지진 발생, 화재 발생…그럴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실 수 있습니까?’‘아베노 방재센터’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북단지진재해기념공원의 의의가 사적가치의 보존에 있다면, 오사카 중심부에 있는 아베노 방재센터는 말 그대로 체험을 통한 총괄적인 방재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이곳에서는 체계적인 방재를 체험할 수 있는 ‘지진재해 체험존’이 단계별로 마련돼 있다. 가상 지진코너에서 뉴스 형식으로 지진을 소개하면서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세트장을 이동하면서 화재 발생부터 소화, 구출, 구급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가장 쉽게 노출되는 화재사고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몸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장점이 있다. 내용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과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지진 발생을 가정해 실내에서 가스 밸브를 잠근다거나 냉·난방기 전원을 꺼야 다음 단계로 이동할 수 있는 방식이다. 연기가 자욱한 연결통로를 지나갈 때 취해야 할 행동과 실제 소화기를 사용해 불을 진화하는 요령, 전화기를 사용해 119에 직접 신고하는 세세한 부분까지도 ‘이론’만이 아닌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총 14가지로 구성된 프로그램 중 체험활동만 9곳에 달할 만큼 이곳에서는 체험을 통한 실질적인 방재지식 함양을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처럼 꾸며진 세트장에서 이뤄지는 체험활동을 통해 방문객들은 간접적인 지진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체험활동 이후에는 준비된 화면으로 녹화된 자신의 행동이 방영되면서 부족한 점과 보완해야 할 점 등을 전문가가 직접 설명해준다.또한, 이곳에서는 건물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스프링클러 등 각종 소방설비를 이용해 구조와 작동학습을 할 수 있다. 방재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인 지식학습을 비롯해 재해 발생상황과 대책 등 방재에 관한 강습도 진행할 수 있는 방재연수실도 따로 마련돼 있다.□ 연구,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고베시에 있는 인간과 미래 방재센터는 일본 방재의 제어탑 역할을 한다. 이곳 역시 한신·아와지 대지진 재해기념으로 건립됐다.서관과 동관으로 나뉜 건물은 서관에서 지진 체험과 기억, 방재·감제 체험공간이 마련돼 있다. 동관에는 풍수해를 중심으로 물과 감재를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이자 자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공간들이 있다. 모두 연구를 통한 방재와 감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외에도 지진을 비롯한 재난과 방재에 관한 자료를 열람, 대출받을 수 있도록 자료실을 공개하고 있다. 큰 틀에서 △전시 △자료수집·보존 △재해대책 전문직원 육성 △실천적인 방재연구와 젊은 방재전문가 육성 △재해 대응 현지조사·지원 △교류 및 네트워크 6가지 기능으로 이뤄진 센터는 재해 극복사례를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인간과 방재 미래센터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방재전문가 육성’이다.일본 본토에서 방재전문가 육성을 전담으로 하는 곳은 인간과 방재 미래센터가 유일하다.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자 등을 3∼5년 임기로 상근 채용해 상급연구원의 지도로 실천적 방재연구를 수행한다. 상급연구원은 나카가와 하지메 교토대학 방재연구소 소장, 야마자키 노보루 NHK 해설주간(자연재해·방재담당), 후쿠와 노부오 나고야대학 감재연계 연구센터장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센터에서 교육·연구를 통해 육성된 방재전문가들은 타 지자체나 대학, 방재전문기관에 고용돼 선진 방재정책을 마련하거나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또한, 센터는 △재해대책행정대응 △응급피난대응 △구명 및 구급대응 △2차 재해대응 △자원동원대응 △정보대응 △자원봉사대응 △인프라대응 △이재민지원대응 △지역경제대응 등 10가지 연구분야를 세워 실천해나가고 있다. 30년을 전망해 5년 주기로 계속적·조직적인 중점연구영역을 추진한다. 또다시 핵심연구와 특정연구로 구분해 주제별로 해결과제를 모색하고 있다. 대학과 사설연구소는 물론, 사회·시민단체와의 협력도 이뤄지고 있다.□ 국립방재공원, 3마리 토끼 다 잡아야국립방재공원은 역사적 가치와 연구원 양성, 실천적인 방재 등 3가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11·15 포항지진으로 필로티 건물의 위험성이 대두됐고, 내진설계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이 많아졌다. 경북권에 밀집한 원전에 대한 안정성 요구 역시 포항지진 이후부터 본격화됐다. 이전까지 이론상으로만 존재했던 지진대책과 이재민 구호활동 등 모든 부분에서 문제점이 드러났고, 정부와 국회가 직접 나섰다.이제 포항은 이미 한반도에서 상징적인 도시가 됐다. 남은 건 들어설 국립방재공원을 어떻게 구성해 한반도 방재선구도시로 나가느냐다.우선 역사적 가치를 위해 파손된 일부 건축물을 선별해 보존, 후세에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통해 자손들에게까지 지진에 대한 위험성을 전달함과 동시에 재앙에 대비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한다. 또 지진을 직접 체험해 본 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아 실질적인 방재대책과 체험시설 등을 완비해 타지역과 차별화된 체험형 방재시설을 만들어야 한다.특히, 행정안전부의 지진방재분야 전문인력 양성학교와는 별개로 지역 대학인 포스텍과의 연계를 통해 한반도를 이끌어갈 새로운 방재전문가 육성에도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지진뿐만 아니라 화재, 태풍과 같은 풍수해, 지진해일까지 연구분야를 확장해 고차원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재난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포항 국립방재공원을 필두로 좁게는 한반도 전역, 넓게는 대륙열차를 타고 유라시아까지 방재전문가를 파견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2018-06-22

포항 ‘잃어버린 10년’… 도시재생 총력 쏟아 새 돌파구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철강산업에 직격탄을 날린 2009년 이후 철강도시 포항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포항지역 정치인, 지식인, 상공인 등은 머리를 맞대고 위기에 빠진 도시를 구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철강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도,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도, 통하지 않았다. 반복된 실패가 이어지고 있던 지난 2017년 11월 15일, 포항은 또 한 번 시련을 맞이했다. 지진이라는 예고없이 다가온 재난으로 도시는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다행히 목숨을 잃은 시민은 한 명도 없었지만, 이후에도 수개월 동안 여진이 이어지면서 포항시민들은 역사상 가장 추운 겨울을 보냈다.봄이 오고 지진도 잦아들었다. 지난 3월 31일 새벽, 100번째 여진이 발생한 이후에는 여진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포항시는 지진으로 흔들렸던 마음을 부여잡고 도시재건을 향한 채비를 마쳤다.구도심인 중앙동 일원과 지진 최대피해지역인 흥해읍이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에 나란히 포함된 것이 강력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본지는 창간 28주년을 기념해 포항시와 시민들이 함께 그리는 포항의 새로운 지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포항 지도가 바뀐다□ 10년 넘게 침체된 포항 ‘시내’, 도시재생이 유일한 돌파구“시내 우체국 앞에서 12시에 만나자.”휴대전화나 무선호출기(일명 ‘삐삐’)가 없던 시절, 포항의 젊은 청년들이 약속장소를 정할 때 주로 나눴던 대화다.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포항의 번화가는 흔히 ‘시내’라고 불린 중앙상가, 불종로 일원이 유일했다.포항 ‘시내’(이하 구도심)는 주말과 휴일이면 친구, 연인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젊은 청년들로 가득했다.그런데 2000년대 들어 구도심을 찾는 사람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지난 2006년 구도심과 인접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던 포항시청이 대이동으로 신축·이전하고 2010년대를 전후해 ‘쌍용사거리’, ‘영일대해수욕장(당시 북부해수욕장)’, ‘양덕’, ‘문덕’ 등 부도심에 자리잡은 번화가가 성장한 것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올라가기는 힘들어도 내려가기는 어렵지 않다.쇠퇴기를 맞은 구도심은 순식간에 생기를 잃었다.찾는 사람이 줄어들며 자연스레 상권은 위축됐다.빈 점포는 늘어났지만 대부분 수개월, 수년이 흘러도 새로운 임차인을 찾지 못한 채 ‘점포임대’현수막 만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포항 중앙상가에서 3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은 “매년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중앙상가는 경기회복을 위한 동력자체가 사라진 상태라 암담한 상황이다”며 “포항시에서 중앙상가를 중심으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여기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 문화와 청년이 공존하는 공간으로‘11·15 지진’이 발생한 지 1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14일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9차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열고 포항시를 포함한 전국 68곳을 2017년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 대상지로 의결했다.공공기관(LH) 제안 사업으로 포함된 포항시 북구 중앙동 일원은 경제기반형, 중심시가지형, 일반근린형, 주거지지원형, 우리동네살리기 등 정부가 구분한 5개 사업유형 중 중심시가지형에 포함됐다.여기에 사업지당 30억원씩을 추가 지원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스마트시티형에도 부산 사하, 인천 부평, 세종 조치원, 경기 남양주 등 4곳과 함께 선정됐다.포항시는 이번 도심재생 뉴딜 시범사업 선정을 바탕으로 중앙동 일원의 쇠퇴한 구도심을 되살리고 일대를 새로운 청년·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새로운 도시 재창조의 기회로 삼을 방침이다.이번 도심재생 뉴딜 시범사업 선정을 바탕으로 중앙동 일원의 쇠퇴한 구도심을 되살리고 일대를 새로운 청년·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새로운 도시 재창조의 기회로 삼을 방침이다.총사업비 1천442억이 투입되는 중앙동 도심재생사업은 옛 중앙초등학교 부지, 현 북구청 부지, 육거리 및 중앙상가 등을 문화예술허브와 청년창업허브 2개 거점으로 나눠 추진된다.먼저 문화예술허브는 옛 중앙초등학교 부지에 집중적으로 추진된다.포항시는 지난해 2월 중앙초가 우현동으로 이전하면서 같은해 6월 교육청으로부터 이곳 부지를 모두 매입했다.이렇게 확보된 1만8천729㎡에는 △문화예술팩토리(58억원) △주차장(71억원) △북구청 신축건물(108억원) △버스환승장소(5억원) △시청어린이집(50억원) △공공임대주택(120억원) 등이 들어선다.문화예술팩토리는 연면적 1천600㎡에 문화예술인력을 양성하고 창작공동작업이 가능한 공간이 조성된다.이 공간이 마련되면 포항지역 문화예술인 1천100여명이 개인작업에서부터 전시 및 판매, 상호 커뮤니케이션까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지진으로 사실상 건물사용이 불가능하게 된 북구청은 오는 2020년 이전을 목표로 연면적 4천700㎡ 규모로 건립돼 북구지역 주민들에게 민원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다.아울러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건립하는 공공임대주택 120세대와 인근 지역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한 300면 규모 주차장도 들어설 전망이다.청년창업허브는 옛 북구청 부지, 육거리, 중앙상가 등이 포함됐다.북구청(면적 6천942㎡)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청년창업 플랫폼(27억원) △청소년문화의집(60억원) △환동해 메이커스페이스(43억원) △스마트복합문화광장 및 주차장(46억원) 등이 조성된다.청년창업 플랫폼은 청년들의 기술창업(ICT, 핀테크 등) 특화지원과 청년창업 인큐베이팅 및 지원프로그램 운영 등을 담당하게 된다.청소년문화의집은 진로상담과 토론실, 공연실 등을 제공하는 청소년 아지트 역할을 수행한다.환동해 메이커스페이스는 3D프린트 등 공영장비를 지원하는 시제품 제작 공간과 사무실, 카페 등을 제공한다.육거리 일원을 대상으로는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이 준비돼 있다.8억3천만원이 투입돼 육거리 차량통행 및 보행자들의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위한 스마트교차로가 조성된다.이밖에 중앙상가 실개천에 청춘 공영임대상가(16억6천만원), 꿈틀로 일원에 예술문화 창업로(12억9천만원), 중앙동 전체에 스마트시티 조성(50억원) 등이 이뤄진다.포항시는 오는 7월 중에 사업이 착공될 수 있도록 지난 8일 국토부에 신청한 도시재생 활성화계획 승인절차를 7월 이내에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 포항시와 흥해주민이 함께 그리는 새지도중앙동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발표 1주일 전인 지난해 12월 7일, 정부는 제19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포항 흥해읍을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했다.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흥해읍 지역을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에 포함시켜 재해복구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한 정부의 조치였다.현행법에 특별재생지역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제도 신설을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이 필요했다.이에 따라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정재 의원은 이듬해 1월 19일 도시재생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2개월여 만인 지난 3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흥해 특별재생지역은 법적 근거를 얻었다.그동안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지진 등 대규모 재난에 대한 대응 시스템은 단순히 복구 보조금을 지급하는 ‘긴급복구’ 위주라 기존의 도시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종합적인 지원에는 한계가 있었다.법 개정으로 앞으로 단일면적 기준 100만 ㎡ 이하의 범위에서 합계 피해 금액이 100억원을 넘으면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된다.피해항목별 피해금액 기준은 각각 기반시설 20억원 이상과 주택 60억원 이상이다.이 기준을 충족한 흥해읍은 최초의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돼 주택과 도시재생기반시설의 정비와 공급은 물론 피해주민의 심리적 안정대책, 지역거점 육성 대책 등의 특별재생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포항시는 총 6천50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오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우선 지진피해지역 중 피해가 심각한 주택가를 중심으로 전체 사업비 중 절반이 넘는 3천8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3천억원은 주택 및 공동주택단지를 포함한 사업성이 있는 재개발·재건축 지역에, 800억원은 사업성이 부족한 나홀로아파트 등 재건축지역에 투입한다.또 공공편의시설 조성, 소규모주택 정비, 상가리모델링 지원, 지역명소화 사업 등 주거복지실현 도시재생뉴딜사업에 870억원, 소파 및 노후불량 주택 내진보강 사업에 330억원이 책정됐다.아울러 1천억원의 사업비로 30만㎡ 부지에 연면적 1만3천㎡규모로 국립 지진안전교육장을 건립하고 300억원을 투입해 지역 6곳에 다목적 재난 대피시설을 설치한다.지역 내 주요 지점에 지진감시센터 설치와 재난 위험지도 구축, IoT(사물인터넷) 활용 위험예측, 감지, 컨트롤, 분석 등 지진대응시스템을 구축하는 스마트 안전도시 건설에도 200억원이 들어간다.포항시는 이같은 청사진을 구체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시에 따르면 지진발생 당시 흥해지역 내 공동주택 130단지 중 재건축이 필요한 노후·불량 공동주택은 115단지(88%)였다.포항시가 지난 3월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주민들은 주거안정 부분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으며 대다수가 재개발·재건축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포항시는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상황과 주민분담금을 낮추기 위해 국가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고 지역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또한 사업추진시 재산세, 취·등록세, 상·하수도 원인자부담금 감면을 검토하고 있다.포항시는 주민 의견도 적극 수렴하고 있다.우선 ‘주민참여컨설팅단’에 소속된 도시재생분야 전문가들이 직접 주민들과 만나 마을 부흥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흥해’를 설계한다.또 한동대나 포항대, 선린대 등 지역 대학생들의 집합체인 ‘특별재생 영아이디어 발굴단’을 통해 대학생들이 보고 느낀 아이디어를 수집해 도시계획에 반영한다.아울러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대변하고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주민 대표모임인 ‘흥해 도시재생 주민협의체’를 지난 5월 24명 규모로 구성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강진으로 흔들린 지반과 노후주택 복구 및 내진보강, 재개발과 재건축을 포함한 모든 사업은 주민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시민공감대 속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라면서 “무엇보다도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박동혁기자phil@kbmaeil.com

2018-06-22

대구공항통합이전과 대구 미래

지난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대구공항·K-2 군공항 통합이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권 시장은 14일 새벽 당선자 인터뷰에서도 “민간공항을 두고 군공항만 옮기자는 것에 단 1%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그 가능성을 찾겠지만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앞으로 4차혁명 시대에 소음피해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등 대구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이러한 권 시장의 일성은 ‘대구공항통합이전’ 문제를 두고 선거 기간에 불거진 불협화음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 경선에 참여한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과 더불어민주당 임대윤 후보는 ‘대구공항 존치’를 주장하며, 수성구와 동구 여론을 움직이기도 했었다. 경북매일신문은 창간을 맞아, 향후 ‘대구공항통합이전’ 문제를 재점검한다.권영진 시장“군공항만 이전은 불가능한 일통합이전 흔들림 없는 추진” 의지市, 이전 주변지역 지원계획 수립 등올해말까지 이전 문제 완료국방부8월 이전 부지 선정·계획 수립 공고신청 지자체 중 심의 거쳐12월께 최종 결정군위군 우보면·소보면 일대의성군 비안면 일대 후보지 물망권영진 시장 “흔들림없이 추진”자유한국당 권영진 대구시장이 재입성에 성공하면서 ‘대구공항통합이전’의 문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구공항통합이전’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대구시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관점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이를 의식한 듯, 권 시장은 지난 14일 시청 기자실을 찾아 “김해공항은 확장이 되더라도 항공 물류가 (되지 않아)남부권 공항이 되지 않는다. 통합대구공항은 김해, 광주공항이 할 수 없는 항공물류가 되는 남부권 공항으로 1천900만 영·호남 주민을 위한 것”이라며 “올해 연말 최종부지가 결정되면, 그 다음부터 달라진다”고 말했다.그는 “지금 대구공항은 청사, 계류장, 주차장밖에 없지만 이전하는 공항은 12만 평을 확보해 천만 수요의 터미널, 주차장, 계류장, 화물처리장 등 민간 공항 시설이 들어가는 것으로 대구·경북이 원하는 최적의 사업”이라면서 “통합 신공항을 만들어 놓으면 항공사가 오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공항정책을 전혀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장거리 항공물류 공항시설이 안되면 죽었다 깨어나도 세계적인 관문공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 시장은 특히, “이번 선거 결과로 심판을 받았다”면서 “제대로 안된다면 ‘대구시는 문닫아야(한다)’”라고 강조했다.대구공항통합이전, 왜 추진되나지난 1961년 4월 개항한 대구공항은 57년째 대구와 경북의 유일한 국제교류 중심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경산과 영천 등 대구 인근 지역은 30분 이내이며, 경주와 포항 등에서는 90분 이내로 접근할 수 있어 영남권 거점공항으로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특히, 지난 2004년 KTX 개통 이후 100만 명도 되지 않는 이용객은 지난 2013년 108만 명에서 2016년 250만 명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또 지난 해에는 350만 명을 돌파했고, 2018년에는 여객 수용 한계치인 375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처럼 이용객이 늘어난 이유는 저비용항공사 취항, 국외노선 확대, 통행금지 시간(야간운행통제시간) 단축 등으로 항공 공급력이 늘어나면서 노선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이처럼 이용객이 늘고 있는 대구공항의 이전을 왜 추진하는 걸까.가장 큰 문제는 도심에 위치한 K-2 군사기지 때문이다. 대구공항이 K-2의 활주로를 빌려 쓰고 있는 상태이며 수시로 활주로를 오르고 내리는 전투기의 소음으로 대구 동구와 북구지역의 주민 수십만 명이 수십 년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실제로 대구공항 이전 문제는 K-2 군공항 이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1월 20일 대구 동구와 북구 피해주민을 주축으로 하는 ‘K-2 이전 주민비상대책위원회’가 발족했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K-2 이전’을 선거공약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특히, 지난 2013년 4월 5일에는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대구공항통합이전’ 문제가 현실적으로 대두된 것은 지난 2016년 7월 11일이다. 영남권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되고 김해공항 확장이 발표되면서, 성난 지역 민심을 달랠 필요가 있었던 정부는 ‘K-2,·대구공항통합이전’을 발표한다. 이에 대구시도 다음 날인 12일 최종 이전건의서를 국방부에 제출했다.가장 최근인 지난 3월 14일 국방부는 공항 후보지로 경북 군위군 우보면 일대와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 일대를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국방부는 앞으로 공항 이전 후보지 2곳에 지원 계획을 세우고 공청회, 주민투표 등을 거쳐 옮길 곳을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이전 후보지인 의성군은 “이전 후보지 지원 계획을 대구시와 함께 마련해야 한다”며 “주민 기대를 충족하고 정부도 받아들일 수 있는 실제 지원책을 수립하겠다”고 했으며, 군위군은 “후보지 2곳 결정은 통합공항 이전과 관련한 논란에 쐐기를 박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각 기관과 행정 협의 등으로 순조롭게 옮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어떻게 추진되나‘대구공항통합이전’을 두고 난타전 양상으로 치닫던 찬반논란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으면서, 대구시는 올해 말까지 이전 문제를 완료하겠다는 복안이다.대구시의 향후 추진절차에 따르면, 국방부장관과 대구시장은 이전주변지역에 대한 지원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대구시는 군 공항 이전사업 지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이르면 8월 국방부는 이전부지 선정을 위해 이전부지 선정계획을 수립 및 공고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전후보지 지자체장에게 주민투표를 요구하게 되며, 이전후보지의 지자체장은 주민투표 결과를 반영한 유치 신청을 해야 한다.모든 절차를 거친 이전부지 선정은 이르면 올해 12월 결정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유치신청을 한 지자체 중에서 선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전부지를 최종 선정한다. 마지막으로 ‘이전사업 시행(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은 국방부와 대구시, 이전 대상 지자체 등이 논의하게 된다.다만, 대구시가 ‘대구공항통합이전’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미흡했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CBS대구방송과 영남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월 2일 발표한 여론조사(성인 남녀 1천631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4%p,응답률은 4.7%)에 따르면, “대구공항통합이전이 공론화를 거쳤느냐”는 질문에 과반을 넘는 55.2%가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반면, “공론화 과정­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1.9%였다.또 공항 이전 방안과 관련, “군공항만 이전해야 한다”는 응답이 40.4%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민간공항과 군공항 모두 이전해야 한다”는 응답은 27.2%였으며, “공항 이전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12.5%였다.대구공항통합이전 이후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2016년 말 ‘대구공항통합이전’ 이후를 조사한 결과, 대구·경북의 생산유발 효과는 12조9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었다. 또 5조5천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예상되고 12만 명의 취업유발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연구를 맡은 한국교통연구원은 “여러 분석모형 중 현실가능성, 공신력, 활용성이 높은 다지역산업연관표분석모형(MRIO)을 활용해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정량적인 파급효과를 공항 건설단계와 운영단계(건설 후 30년간)로 나누어 산출했다”며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역사회 변화형태, 소음 및 고도제한에 따른 영향 등은 별도로 제시했다”고 밝혔다.특히, 대구는 종전부지 개발사업(5년, 6천363억원) 시행에 따라 약 8천억원의 생산유발, 3천억원의 부가가치유발, 6천여 명의 취업 유발효과가 예상됐다. 경북은 통합신공항 건설공사(6년, 5조2천625억원)와 주변지역 지원사업 토목·건설공사(6년, 1천393억원) 시행에 따라, 약 7조5천억원의 생산유발과 2조7천억원의 부가가치유발, 5만3천여 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뿐만 아니다. ‘대구공항통합이전’은 접근성을 위한 새로운 공항고속도로와 공항철도의 필요성을 유발시킨다. 중앙고속도로를 활용한 공항도로는 물론 서대구KTX를 중심으로 하는 공항철도의 건설도 기대할 수 있다.대구 정가의 한 관계자는 “아직 공항이전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야기하기에는 이르지만, 접근성 개선을 위한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공항고속도로와 공항철도, 주변개발 등이 대구와 경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2018-06-22

“보수 인적 쇄신이 알파와 오메가… 한국의 마크롱 찾아야”

“국민 여러분!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그 어떤 말과 행동으로도 상처나고 성난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음을 잘 압니다. 국민들께서 자유한국당에 등을 돌린 참담한 현실 앞에 처절하게 사죄를 드리며 반성문을 올립니다.”민주당 후보 14명 광역의원에 당선지역구 도의원 당선은 23년만에 처음대구 수성구의회는 민주당 ‘1당’ 부상한국당 해체 통해 처음부터 다시해야인적쇄신으로 새로운 인물 영입 필요구조·체제·관행·관습 모두 바꿔어야“국민들의 바람은 냉엄한 반성과 뼈를 깎는 혁신과 변화였습니다. 당명을 바꾸고 두 차례의 혁신위원회를 운영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희망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중략) 보수의 가치가 희생과 책임에 있음에도, 소홀히 했습니다. 정부의 경제 민생 실정에 합리적 대안을 내놓지도 못했습니다. 결국 혁신을 위한 처절한 반성도, 뼈를 깎는 변화의 노력도, 새로운 미래도 준비하지 않는 집단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란 말도 부끄럽습니다. 국민 여러분!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국민께서 주신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민주당의 압승과 자유한국당의 참패로 마무리된 6·13지방선거 직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지난 1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무릎을 꿇고, 내놓은 반성문이다. 6·13지방선거를 통해 본 TK민심은 어디로 어떻게 흐르고 있으며, TK 정치권은 앞으로 어떤 정치적 과제를 풀어나가야 할까.6·13지방선거에서 ‘보수의 심장’ ‘자유한국당의 텃밭’으로 불렸던 대구·경북지역 민심이 무너졌다는 사실이 자유한국당에 가장 뼈아픈 패배가 됐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기초단체장 가운데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이자 친박계의 성지로 불리는 구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을 낳았고,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는 돌풍을 일으켜 TK 밑바닥 민심이 온통 흔들렸다.◇ TK 일당독재 바꾼 민주당 바람6·13지방선거 개표 결과는 자유한국당이 독식해왔던 TK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에 민주당이 대거 진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렀다. 우선 경북도의회에 민주당은 지역구 7명, 비례대표 2명 등 총 9명이 입성했다. 이로써 60명이 정수인 경북도의회가 자유한국당 41명, 더불어민주당 9명, 바른미래당 1명, 무소속 9명으로 재편됐다. 민주당 후보가 경북도의원에 당선된 사실만 해도 지난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영양군 제1선거구에서 류상기 전 경북도의원이 당선된 이후 23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구시에서도 30명이 정수인 대구시의회에 비례의원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이 당선돼 보수의 장벽을 허물었다. 또 TK지역 기초의원에서 민주당의 약진은 놀라울 정도였다. 대구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공천 기초의원 후보 46명 가운데 단 한명을 제외한 전원이 당선됐다. 특히, 대구 수성구에서는 민주당 소속 구의원이 9명으로, 8명 당선에 그친 한국당을 제치고 구의회 1당이 되면서 의장직까지 챙겼다. 중구도 3명이 당선돼 자유한국당과 의석 수가 같았다.특히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대구지역 전체 기초의회 의석 수 차이가 8석에 불과해 기초의회는 문자 그대로 양당체제에 돌입했다. 경북 포항지역의 경우도 12개 지역구에서 28명의 당선인이 배출된 가운데 민주당은 출마한 10명의 후보 중 8명이 당선됐다. 민주당 중앙당 당직자 출신을 비롯 여권 불모지인 지역에서 목소리를 높이고도 남을 만한 강경파들이 많아 향후 지방의회 운영을 놓고 다수당인 자유한국당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이 독식하며 지방의회 운영을 좌지우지하던 시절은 가고, 민주당과의 협치가 원만한 지방의회 운영에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당 지도부 총사퇴…수습방안 고심한국당은 선거 참패직후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 전면사퇴와 함께 비대위 구성을 통한 당 수습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방선거 직후 지난 15일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의원 총회 분위기는 자못 비장했다.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이번 선거는 저희들에게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국민적 분노가 우리 당에 대한 심판으로 표출된 선거였고, 국민들이 자유한국당을 탄핵한 선거”라면서 “국회청산, 기득권 해체,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려는 보수로는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 무사안일주의, 보신주의, 뒤에서 딴생각만하고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는 구태보수 청산하고 노욕에 찌든 수구기득권 다 버려 보수이념의 해체, 자유한국당 해체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그는“우리당이 처해있는 정치생태계도 바꿔야 한다. 우리당의 구조, 체제, 관행과 관습, 그 모든 것을 바꿔야 새로운 세력이 등장할 수 있고 새로운 도전이 가능해진다”면서 “물러날 분 들은 뒤로 물러나고 확실한 세대교체 이뤄야 한다”고 당의 인적쇄신과 환골탈태를 예고했다. 4선 이상의 중진의원들은 당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가 기자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취소했다. 일부 중진의원은 선거 패배 직후부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마음이 가있어 혁신적 결정이나 자기희생 방안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초·재선 의원들의 움직임도 비판대상에 올랐다. 김순례, 성일종, 정종섭 의원 등 초선의원 5명이 “중진 의원 은퇴 촉구”를 한 데 대해 “자기 희생없는 역대급 철판”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전여옥 전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홍준표 대표 시절 입 한 번 뻥끗도 하지 않았던 이름만 초선인 사람들이 ‘갑자기 왜저러지?’싶다… ‘진박 인증 사진’ 찍던 한국당 초선분들은 ‘중진 찜 쪄 먹는 노회한 초선’”이란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번 선거 패배의 큰 원인 중 하나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책임이 있는 한국당 의원들이 ‘나몰라라’한 것인 데, 서로 손가락질하며 물러나라는 태도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중진의원인 김무성 의원은 이 자리에서 “새로운 세상을 주도할 보수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당에 새바람을 일으켜야 하며, 새로운 보수정당 재건을 위해 저부터 내려놓겠다”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어 초선인 윤상직·정종섭 의원이 불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좌장’인 8선의 서청원 의원도 “당에 도움을 드릴 수 없기에 조용히 자리를 비켜드리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보수당에 바라는 TK민심의 속내보수당을 지지하는 시민단체인 경북희망연대 강형우 대표는 논평을 통해 “이번 6·13선거는 보수의 참패가 아니라 자칫 극우로 추락하는 ‘보수정당’을 국민들이 심판한 선거였다”면서 “국민의 충분한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한국 보수의 이념과 진영을 도덕으로 재정립하고 보수와 중도, 아울러 진보까지 거중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온건 보수의 어른들이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수당의 18대 총선승리를 선사했던 전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나 민주당의 전남도시자 출신인 이낙연 국무총리만큼이나 포용력과 확정성이 강한 야전사령관으로 일컬어지는 김관용 경북지사 등이 백의종군해 ‘노마지지’의 길을 찾아 온건한 보수의 씨앗을 청년들에게 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지난 1993년 설립된 전국 환경운동단체의 연합체인 환경운동연합도 지방선거 직후 논평을 통해 “이번 선거는 지난 과오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정치세력에 대한 냉엄한 심판”이라며 “신규원전 중단, 물관리일원화, 4대강재자연화 등의 주요 국정 과제에 대해서 뚜렷한 명분 없이 무조건적인 반대를 일삼아온 보수당은 뼈저린 반성없이는 당의 존립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궤변을 내려놓고 사회의 건전하고 합리적인 시민을 대변하는 보수로서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번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보수의 등장을 바라는 목소리는 어느때 보다 높다. 사실 TK지역이 보수당의 텃밭으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해오는 동안 지역 정치권의 경쟁력은 차츰 활력을 잃고 무너졌다는 분석을 내놓는 이들이 적지않았다. 선거때면 TK지역은 늘 ‘집토끼’ 신세였고, 보수당은 ‘산토끼’를 잡으러 산과 들로 다녔다. 그 동안 집토끼는 굶주리고, 외면받는 찬밥신세에 처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구가 수 십년 동안 지역총생산이 최하위에 머물러도 획기적인 대책 하나 세우지 못한채 시들어가고 있고, 경북지역 역시 지역 출신 대통령을 여러 번 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속도로망이나 국도,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인 SOC투자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많은 지역이 발전의 동력을 원활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보수재건은 인적청산과 쇄신이 열쇠보수당인 자유한국당, 그중에서도 텃밭이었던 TK지역에서 보수당을 재건하기 위한 핵심은 인적쇄신과 함께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는 데 있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일관된 진단이다.막말로 악명높은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지막으로 막말 한 번 하겠다”며 “고관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 추한 사생활로 더 이상 정계에 둘 수 없는 사람, 국비로 세계 일주가 꿈인 사람, 카멜레온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변색하는 사람,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이 한국당에 있다”고 썼다. 또 “친박(친박근혜) 행세로 국회의원 공천을 받거나 수차례 하고도 중립 행세하는 뻔뻔한 사람, 탄핵 때 줏대 없이 오락가락하고도 얼굴·경력 하나로 소신 없이 정치생명 연명하는 사람, 이미지 좋은 초선으로 가장하지만, 밤에는 친박에 붙어서 앞잡이 노릇 하는 사람”이 있다고도 했다. 홍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당을 이끌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을 우선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자신이 대표로 있는 동안 한국당의 인적쇄신을 이루지 못했던 점을 아쉬워했다. 막말이긴 하지만 보수당의 쇄신에 있어 핵심을 찌른 말이었다.황태순 정치평론가 역시 “보수당의 쇄신은 인적쇄신이 새로운 보수재건에 있어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단언하면서 “보수당이 국민들에게 새롭게 다가서려면 영국의 토니 블래어총리나 엠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처럼 젊고 개혁적인 정치인을 영입해 정치에 희망을 불어넣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래어 영국총리는 지난 1994년 41세의 나이로 최연소로 노동당(Labour Party) 당수가 된 데 이어 1997년 총선에서 승리해 18년 만에 노동당 출신의 총리가 된 인물이며, 엠마뉴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대통령 경제보좌관, 경제산업디지털부 장관을 지낸 뒤 39세의 나이로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요약하면 오랫동안 TK지역민들의 표심을 독차지해온 자유한국당이 TK민심을 잃고 환골탈태의 요구에 직면하게 된 원인은 보수당으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책임있는 정치인들의 자성과 희생이 없이 심판대에 오른 점, 그리고 당내 새로운 권력의 구심점이자 대권후보를 잉태하지 못한 점 등 두 가지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이 새로운 보수로 거듭 나려면 바로 인적쇄신과 새로운 인물의 영입, 두 가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라는 게 TK지역민들의 한결같은 견해다./김진호기자kjh@kbmaeil.com

2018-06-22

“TK, 다시 대한민국 중심으로… 활력 불어넣기에 총력 ”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가운데 유일하게 TK지역 단체장만 한국당이 그 자리를 지켜냈다. 앞으로 도정과 시정을 운영하는데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자와 권영진 대구시장을 만나 향후 도정과 시정 운영 방침, 중점 추진과제 등을 들어봤다. 일자리 창출·부농 건설·선진복지 실현 ‘안간힘’경북문화관광공사·농수축산업유통공사 설립20조원 규모 투자 유치로 10만개 일자리 창출▥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자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자는 “준비된 현장도지사의 면모로 정면 승부, 경북전체에 활력을 불러 일으키겠다”고 향후 도정운영 철학을 밝혔다.그는 “도지사출정식에서 ‘경북을 다시 대한민국 중심으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던 만큼 △일자리 넘치는 경제 △활기찬 부자농어촌 △따뜻한 이웃사촌 복지 라는 3대 목표 달성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우선 ‘일자리 넘치는 경제’를 위해서 경북 역사 이래 최대 규모의 문화관광 사업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신라시대 이래 풍부한 역사문화자원, 화랑·선비·호국·새마을 4대 정신, 낙동강 및 백두대간 등 아름다운 자연, 블루오션 동해안 등을 활용해 문화관광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일자리를 쏟아내 경북 전체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구상이다.이를 위해 경북도는 물론 23개 시군과 민간까지 함께 투자해 경북문화관광공사를 설립하고, 경북 전체가 유기적인 글로벌 문화관광 수용체계를 갖추도록 추진할 계획이다.산업경제 부문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존 산업단지 및 중소기업에 4차 산업혁명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각종 규제를 파괴해 실리콘밸리형의 창의적인 경제 생태계를 탄생시키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해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기업을 대상으로 20조원의 투자를 유치해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활기찬 부자농어촌’은 생산과 판매, 소득이 걱정 없고 인구가 늘어나는 농어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추수기 등에 농촌에 일손이 부족할 때 노동력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도와 23개 시군이 함께 경북농수축산업유통공사를 설립해 생산과 판매가 걱정 없는 농어촌을 만들겠다. 또 “농업이 ‘경제안보’의 공공적 성격을 가지는 만큼, 농업인 기본소득을 검토하고 월급제 등 소득 안정화 정책을 확대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령화 및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 도시 청년들을 농촌으로 직접 이주시키는 ‘농촌부활청년대’를 실시하겠다는 약속도 했다.‘이웃사촌 복지’는 기존 복지정책과 다르게 정이 넘치는 공동체 복지를 지향한다. 복지 대상자에게 행정에서의 지원과 함께 이웃과 출향인의 지원을 묶어 패키지로 지원하고, 특히 이웃이 지원하는 만큼 도에서 함께 지원하는 매칭형 복지를 도입해 공동체 정신을 확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돈만 나눠주는 사무적 복지가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이 돕는 경북형 복지를 ‘이웃사촌 복지’ 브랜드로 정립하고, 국가의 복지정책이 가야할 방향을 경북에서 먼저 보여주겠다는 각오다.더불어 ‘동해안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 관문’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경북도 동부청사 설립, 동해안축 중심의 네트워크형 국가기간교통망 확충, 환동해권의 새로운 성장거점 ‘스마트 해양도시‘ 건설 등을 통해 국토균형발전에서 소외된 동해안을 상전벽해(桑田碧海) 수준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저출산 극복을 위해 ‘행복 출산, 육아 천국’, 경북형 육아공동체 육성을 목표로 경상북도출산장려기금 조성, 행복경북카드 발급, 3째 이상 다자녀가정 대상 지원 확대, 신혼부부 대상 직주일체 지원, 경력단절 여성 육아휴직 후 재취업 지원 대책 강화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광역교통망 확충을 통한 국토균형발전 기반’ 에 대한 철학도 밝혔다. 동해안고속철도, 동해안고속도로, 동서내륙철도 추진, 울릉공항 조기 건설 및 대구통합공항과 연계한 지역공항 활성화, 중부권 동서내륙철도, 남부내륙철도, 영일만 횡단대교 고속도로 건설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대구·경북협력부문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대구와는 ‘협력을 넘어 하나 된 대구경북 위상 확보’를 목표로 대구지하철 경북지역 연장 사업, 대구경북 공공부문 빅데이터 구축, 4차 산업혁명 선도형 ‘대구경북 창의인재’ 공동양성 등을 목표로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이어 ‘세계의 기업을 경북으로, 경북의 기업을 세계로’를 정책기조로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융합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4차 산업혁명 선도 산업단지 혁신기반 강화, 성장주도산업 중심의 글로벌 부품소재산업 벨트 육성, 가속기기반 RD비즈니스 단지 조성, 중소·중견기업 맞춤형 연구개발지원체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안전하고 품격 있는 자속 가능한 경북’실현을 목표로 1시군 1개 지역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 지진 등 재해·재난 대응역량 강화, 생활안전망 구축, 청소년 친화도시 건설, 스마트 트래픽(Smart Traffic) 및 스마트 에코(Smart Eco) 기반 구축 등을 제시했다.행·재정부문에서 ‘도지사,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현장행정 실천’을 목표로 ‘경북을 하나의 나라처럼’ 자족형 지방분권 실현, ‘출근하지 마라’, 부르기도 전에 찾아가는 현장 행정, ‘클린(Clean) 경북 9.9 실현’으로 전국 최고의 ‘청렴 경북’ 을 실현 하겠다고 밝혔다. 자랑스런 대구 만들기 ‘희망프로젝트’ 본격 가동통합신공항 건설·동촌스마트시티 개발 등 추진미래형 車 선도도시 구축·물산업 허브市 육성도▥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자“재선시장으로서 ‘자랑스런 대구, 행복한 시민’을 내걸고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 무엇보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과 공항후적지 동촌스마트시티 개발은 반드시 추진하겠습니다.”‘오로지 시민행복’이라는 정치철학으로 대구를 변화시켜 왔던 권영진 대구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며 민선2기 대구 성공시대를 완성하는 ‘대구 희망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 그는 지난 4년전 대구시장에 취임한 후 대구 직할시 승격 36년만에 처음으로 현대로보틱스(주)와 롯데케미컬 등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을 비롯해 164개 기업, 4조 원 투자 유치, 고용 1만600명 등 창조적 에너지와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어 ‘새로운 대구, 그 희망의 싹’을 틔웠다.재선에 성공한 권 시장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및 동촌스마트시티 본격 개발, 4차산업혁명의 선도도시 도약, 청년 희망도시 대구,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와 서대구 고속철도 역세권 개발 등 민선 2기의 역점사업들의 성공적인 추진이 더욱 가속도가 붙게 됐다.권 시장이 가장 역점적으로 추친할 프로젝트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및 동촌스마트시티의 본격적인 개발이다.대구공항 통합이전은 대구·경북 관문공항 및 남부권 경제 물류공항 건설을 통한 남부권경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소음 피해 및 재산권 침해를 해결하는 동시에 접근성 향상을 위한 공항철도 건설과 4차순환도로망 완전 개통, 조야~동명 광역도로 건설·광역도로 연결교통망 구축·중앙고속도로 확장 등으로 지역 경제활성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특히 대구공항 이전으로 인한 공항후적지와 금호강, 동촌유원지를 연계한 400만평을 친환경 수변개발을 통해 센텀시티를 능가하는 ‘동촌스마트시티’로 건설해 대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고 고도제한과 소음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북구, 동구, 수성구 일원 1천만평의 도심을 새로운 도시계획으로 도시 재창조를 추진할 계획이다.권 시장은 “현재 대구공항은 청사, 계류장, 주차장밖에 없지만 이전하는 공항은 12만평을 확보해 1천만 수요의 터미널과 주차장, 계류장, 화물처리장 등 민간 공항 시설이 들어가게 된다. 특히, 장거리 항공물류 공항시설이 안되면 세계적인 관문공항이 될 수 없다”며 대구통합공항 이전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대구경제 체질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해 대구를 친환경 첨단산업으로 혁신해 4차산업혁명의 선도도시로 만든다.그동안 전기차 선도도시를 구상해 왔던 대구시의 계획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대구에서도 전기화물차 생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기화물차 생산 설비를 갖춘 (주)제인모터스가 최근 대구국가산업단지에서 신설공장을 준공해 1t 전기화물차 ‘칼마토’를 연간 3천대 이상 생산하는 등 자율주행차 등과 함께 미래형 자동차 선도도시를 구축한다. 또 달성국가산단 물산업클러스터를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물산업 허브도시 육성, 로봇산업의 메카, 첨단의료산업 및 외국인 의료관광 10만 시대, 기계·부품산업 경쟁력 강화, 제2국가산업단지 조성 및 맞춤형 산업용지 공급 등을 통해 대구 산업 구조를 재편해 대구 경제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복안이다. 또 ‘행복하고 잘 사는 대구’를 만들기 위해 전통시장 등 상권활성화와 50개 골목경제권 조성, 자영업자·중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1조원 지원 및 일자리 지원센터 건립, 사회적경제 기업 발굴 육성 및 판로 지원 등 서민경제 부흥을 통해 청년·중년·노년 모두가 행복한 대구를 만들 계획이다.‘청년 희망도시 대구’ 시책도 박차를 가한다. 지난 4년간 청년정책을 펼쳐온 결과, 2017년 한 해 동안 20~30대 청년인구 유출이 2014년 9천64명에 비해 37%(3천348명)가 감소하는 등 성과를 보여 민선 2기는 맞춤형 청년정책을 마련해 추진한다.생애이행단계별 맞춤형지원시스템인 대구형 청년보장제를 도입하고 청년창업자 발굴 육성, 청년창업펀드 확대, 청년고용실적 우수기업 인센티브 지급 등 청년창업 및 일자리를 지원하고 산학융합 오픈 캠퍼스 조성, 지역기업 맞춤형 인재양성 체계 구축 등 산·학·연·정 컨소시엄을 구축해 지역 청년이 지역에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한다.250만 대구시민을 상해보험에 가입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대구시는 연간 10억원의 예산으로 대구시민이 일상생활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할 경우 신체·경제적 피해를 지원하는 대구시민 안전보험 정책 용역을 대구경북연구원에 의뢰해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아울러 서대구 고속철도역 및 복합환승센터 건립, 염색산업단지 재생사업 등 서대구 역세권 대개발 프로젝트 추진, 도시철도 역세권 용도지역 재지정, 칠곡, 성서 등 대구 도심공간 대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4년 동안 대구 도약을 위한 준비는 끝났다. 이제 힘차게 나아갈 일만 남았다”면서 “앞으로 4년 동안 꽃을 피우고 열매를 수확해 시민의 삶을 바꾸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이창훈기자myway@kbmaeil.com

2018-06-22

문재인 정부 말로만 ‘인사 대탕평’… TK는 어디 있나

“선거 때가 되면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TK) 홀대론을 계속 이야기한다. 민주당 정부는 대구를 홀대하지 않았다.” 한국당 텃밭인 대구에서 재선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 홍의락(대구 북을) 의원이 6·13 지방선거에 앞서 대구시당 지방선거 필승 전진대회에서 한 말이다. 홍 의원은 “그들은 홀대론으로 중앙정부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기며 기득권을 유지해왔다”고 강조했다. 또 TK인사 홀대론이 나올 때마다 해당 고위 관계자들은 “TK홀대론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정부 부처 1급 고위공무원 인사를 살펴보면 TK인사들이 서운할 만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배치된 TK출신 인사들을 보면 홀대론을 주장할 수 있을 만한 비율이다.자유한국당 추경호(대구 달성) 의원실이 통해 입수한 26개 정부부처 1급 고위공무원 127명의 출신지를 분석한 결과 대구 6명, 경북 13명에 불과했다. 전체 127명 가운데 19명만 TK지역 출신으로 채워진 것이다. 반면 서울·경기·인천는 29명, 광주·전라는 30명, 대전·세종·충정 15명, 부산·울산·경남은 24명, 강원은 10명이었다. 표 참조26개 정부부처 1급 고위 공무원 127명 중대구 출신 6명·경북 출신 13명 등 19명 불과고용노동부 등 15개 부처에선 단 한명도 없어20개 부처에 골고루 배치된 ‘호남권’과 비교고개드는 ‘TK 홀대론’… 지역균형인사 ‘공염불’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권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수도권, 부산·경남(PK)지역 순이었다. TK출신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다. TK출신 고위공무원들 사이에서 “정권교체를 실감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인사 대탕평을 강조, 지역균형 인사를 하겠다며 국민대통합 정부를 구상하겠다고 밝혔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1년동안 이런 약속은 공염불이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TK차별이 아니라 TK출신들이 홀대를 받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부 정부부처에서는 TK출신이 전멸됐기 때문이다. 실제 고용노동부(1급 총원 6명), 공정거래위원회(4명), 교육부(4명), 국가보훈처(1명), 국민권익위원회(7명), 국방부(5명), 국토교통부(6명), 금융위원회(4명), 법무부(3명), 법제처(1명), 산업통상자원부(9명), 여성가족부(2명), 원자력안전위원회(1명), 인사혁신처(4명), 환경부(4명) 등 15개 정부부처에서는 1급 인사 가운데 TK출신은 단 한명도 없다. TK명맥을 겨우 유지하는 부처도 있긴 하다. 농림축산식품부, 중소벤처기업부, 통일부 등 3곳에서 TK출신 1급인사가 1명씩 포진해 있다. 그나마 TK출신 인사가 다수 포함되는 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외교부,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등이다. 외교부와 행정안전부에는 TK출신 3명이 포진됐고, 그 외 부처에서는 2명씩의 TK출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반면 호남권 출신인사는 국방부와 금융위원회, 법무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외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6개 부처에서만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TK출신들이 소외당하거나 특정 부처에 쏠려 있는 가운데 26개 부처에서 호남권 출신 인사들은 골고루 배치된 셈이다. 지역정가에서 지역안배와 탕평 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18-06-22

지방소멸 위기론 속 인구정책 조정 컨트롤 타워 구축

지난해 태어난 신생아 수가 사상 처음으로 30만 명대로 추락한 36만여 명에 그치면서 인구절벽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전년대비 11.6%나 감소한 것으로 이 같은 감소추세라면 2040년 전국 신생아 수는 26만7천명, 2060년에는 20만 명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그야말로 ‘초저출산’ 시대, 경북도뿐 아니라 전국 시·도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은 아직 미지수다.특히 경북도는 합계출산율과 자녀 생산 가능 인구, 출생아 수, 혼인율 모두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다른 시·도보다 심각성이 더하다. 또 노령화지수도 전남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높다. 이에 경북도의 저출산 실태를 분석하고 저출산 위기 극복에 대한 대책들을 살펴본다.노령화지수 최근 2년새 16% 포인트 이상 높아져30년내 생존 가능성 나타내는소멸 위험지수도 0.58 달해도청 소재지 안동시조차도소멸 위험 단계로 진입도내 읍·면·동 74%가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 17년째 이어지는 ‘초저출산’전국 합계출산율이 1.3명 미만으로 떨어진 지난 2001년 이후 ‘초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2016년 전국 합계출산율은 1.17명, 경북도는 1.396명으로 조금 높지만 천명당 인구 증가율인 자연증가율은 2000년 4.7명에서 2016년 -0.1명을 보이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는 -1.2명으로 자연감소가 더 심화됐다. 그러다 보니 매년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더 많던 것이 급기야 2016년이 지나면서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합계출산율이란 출산 가능한 여성(15∼49세)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를 말한다.여기에 2016년 기준 15∼64세 생산 가능 인구는 전국적으로 사상 최고 인구수인 3만7천784명에 이르렀지만 이마저도 감소할 전망이라 저출산 대책이 시급하다.통계청에 따르면 총인구 연령대 비중에서 2020년에 생산 가능 인구는 71%지만 2030년에는 63%, 2040년에는 57% 가량으로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출생아 수도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전국으로 봤을 때 2016년 40만6천여 명에서 지난해 36만여 명으로 하락했으며 경북 또한 같은 기간 2만829명에서 1만8천211명으로 12.5%나 감소했다.이와 함께 혼인율도 떨어지고 있어 저출산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997년 38만8천여 건이던 혼인 수가 지난해 26만4천여 건으로 12만4천여 건이 하락했다. 이는‘비혼(非婚)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노령화지수 전국 2위저출산 영향으로 출생아 수가 계속 줄고 있는 반면 의료기술 발달로 인한 수명 연장으로 고령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지역 노령화지수가 최근 2년 사이 16% 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령화지수란 15세 미만 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로 유년 인구 대비 고령층의 상대 규모를 나타내주는 지표다.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경북도 노령화지수는 159.7%로 2016년 143.1%보다 16.6%포인트 높아졌다. 전국 노령화지수인 110.5%와 비교해 49.6%포인트나 높다. 전남이 178.1%로 가장 높았고 이어 경북(159.7), 강원(155.7), 전북(151.1) 순이다. 수도 서울과 제2의 도시 부산의 노령화지수도 각각 125.4%와 148.1%로 100%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충남(125.7)과 충북(122.7), 대구(114.1), 경남(110.8)도 노령화 지수가 100%가 넘는다.제주(95.1)와 인천(89.7), 대전(89.2), 광주(86.4), 경기(80.4), 울산(71.8)이 그 뒤를 이었고 세종이 45.4%로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령 인구가 유소년 인구를 처음 추월한 것은 지난해다. 통계청이 발간한 ‘2017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고령 인구는 707만6천명으로 유소년인구(675만1천명)보다 처음으로 많아졌다. 이처럼 출생아 수가 줄면서 고령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경북도의 노령화지수는 2020년 175.8%로 높아져 2030년에는 300.4%, 2040년에는 434.8%로 예상됐다.□ 전남에 이어 소멸 위험지수 전국 두 번째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의 지방소멸2’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28개 지자체 가운데 3분의 1이상이 30년 후 없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앞으로 30년 이내 특정 지역의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소멸 위험지수는 0.48이었다. 소멸 위험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 인구로 나눈 것이다. 지수가 1에 못 미치면 쇠퇴 위험 단계에 진입하고 0.5 미만은 소멸 위험,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 단계로 본다. 비수도권의 모든 도 지역이 1 아래로 떨어졌다.전남이 처음으로 0.5 미만으로 떨어졌으며 이어 경북 0.58, 전북 0.60, 강원 0.61, 충남 0.70, 충북 0.76등을 기록했다. 시·군·구 기준으로 228곳 가운데 37.3%인 85곳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2014년 7월보다 6곳, 지난 5년간 10곳이 늘었다.경북도청 소재지인 안동시(0.48)도 소멸 위험 단계로 진입했다.경북 의성군(0.158), 전남 고흥군(0.167), 경북 군위군(0.174), 경남 합천군(0.174) 등은 지수가 가장 낮은 지역이었다.읍·면·동 기준으로도 소멸 위험지역은 전국 3천708곳 중 1천490곳(40.2%)이나 됐다. 경북은 351곳 중 260곳(74.1%)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경북도내 합계 출산율 2022년 1.7명 목표 정해저출산극복 선도모델 발굴아이낳기 프로젝트 협업 등인구정책 5대 추진전략 마련영주시 가정·해피투게더영양군 영양맞춤프로그램 등공모사업 선정된 시·군엔5천만원 사업자금 지원도◇2022년 신생아 2만5천명 목표이처럼 인구 절벽의 위기감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경북도는 초저출산 시대를 탈피하기 위해 신생아 2만5천명을 목표로 합계출산율을 오는 2022년 1.7명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도는 올해 인구절벽 해소를 위한 인구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인구정책 경북 5대 추진전략을 마련했다.도에 따르면 인구정책 경북 5대 추진전략은 인구조정 컨트롤 타워 구축, 교육 및 홍보를 통한 도민인식 개선, 저출산 극복 선도모델 발굴, 아이 낳기 프로젝트 관련부서 협업 추진, 저출산 대책 평가·환류 시스템 구축 등이다.우선 도는 인구절벽 해소를 위한 중앙 정책과 연계한 도 정책 연계 강화가 필요함에 따라 경북도 인구정책 조정 컨트롤 타워 구축에 나섰다.도는 지난해 인구정책팀 신설로 준비단계를 마치고 올해 연도별 및 5개년 중장기 기본계획 수립했다. 경북도는 출산, 보육, 일자리 등을 포함한 종합적 시책 80개 사업에 6천714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도는 저출산 극복에 대한 실질적인 효과를 도모해 정책에 대한 체감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도는 시·군과 민간이 협력해 저출산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동 책임을 강조하고자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저출산 인식개선 홍보영상을 제작하는 등 출산 친화적인 사회분위기 조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특히 경북도는 ‘경북도 저출산 극복 시·군 공모사업’을 통해 4개 시·군을 선정,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지역 특화형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도는 최근 저출산 극복 시·군 공모사업을 심사한 결과 △영주시(가정투게더, 해피-투게더사업) △상주시(작은학교를 활용한 아이돌봄교실 사업) △영양군(영양맞춤 저출산극복 프로젝트) △영덕군(출생에서 출산까지! 생애맞춤형 출산 육아상담 지원)을 선정했다. 선정된 시·군에는 5천만원씩 총사업비 2억원이 지원된다.영주시의 아이디어는 가사와 양육에 남성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남편·아빠 인증사업을 진행한다는 내용, 상주시는 읍면 지역의 작은학교를 리모델링해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돌봄과 교육·체험 등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또 영양군은 예비부부 건강검진비 지원 및 스마트폰을 활용한 영양군 여성 전용앱 개발 등 분야별 맞춤형 사업을 진행한다는 내용, 영덕군은 군청 청사를 활용해 생애 맞춤형 출산·육아 상담지원을 추진한다는 아이디어다.경북도는 올해 사업성과에 따라 지원규모를 확대하고 선도 모델로 육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이 밖에 도는 저출산 정책 대비 및 유기적인 공조체제 구축과 저출산 관련 업무의 집중화를 도모하고자 ‘아이 낳기 프로젝트’ 관련 부서 협업추진을 추진한다.또 이들 정책의 단계적 피드백을 통해 장애요인을 예방하고 실효성 제고를 위한 ‘저출산 대책 평가·환류’ 시스템도 구축한다.이경곤 경북도 미래전략기획단장은 “저출산 및 인구감소 문제의 해결 열쇠는 결국 현장에 있다”면서 “도와 시군, 지역주민이 함께 고민하고 도민이 필요한 다양한 맞춤형 시책을 지속해서 추진해 저출산 극복과 인구 유지 체계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2018-06-22

포스코, WP 제품으로 ‘보호무역주의’ 파고 넘는다

포스코가 지난 2012년 이후 6년만에 분기단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1분기 동안 연결기준 매출 15조 8천623억원, 영업이익 1조 4천877억원, 순이익 1조 835억원을 기록했다. 별도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한 7조 7천609억원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은 27.7% 상승한 1조 159억원을 기록했다. 별도기준 최대 실적은 지난 2012년 2분기 1조572억원 돌파한 이후 6년만에 재진입했다. 포스코의 영업이익 1조원 달성 배경은 해외 법인들의 눈부신 실적개선과 WP(월드프리미엄)제품 판매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WP제품은 이제 세계 최고의 철강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외 법인 실적개선·WP 제품 판매 주도, 분기단위 영업이익 1조 돌파기가스틸, 차세대 철강재로 급부상·전기차 소재 리튬도 국산화 성공◇올해도 4조원대 이상 영업이익 무난포스코는 지난해 4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6년만에 최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글로벌 철강사 가운데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이다. WP 제품으로 승부한 전략이 세계 시장에서 통했고 해외법인과 비(非)철강 자회사의 실적도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포스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조원대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중국발 철강 공급 과잉으로 2012~2016년 5년간 연간 영업이익이 2조~3조원대에 그쳤다. 별도기준(개별) 영업이익률도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10%대 이상을 달성하며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회사 아르셀로미탈은 2017년 1~3분기 영업이익률이 7~9% 수준이었다. 중국 최대 철강사 바오강은 6~7%, 일본 최대 철강사 신일철주금(NSSMC)은 2~4%에 그쳤다.포스코 내부에서는 초고강도강판(기가스틸), 고망간강 등 WP제품 판매 비중이 늘어난 것이 수익성 향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WP 판매량은 2014년 1천만t에서 지난해 1천700만t으로 급증했고 판매 비중도 52%로 절반을 넘었다. 기업별 맞춤 철강을 공급하는 솔루션마케팅 연계 판매량도 같은 기간 130만t에서 450만t으로 3.5배 증가했다. 그동안 부실 계열사와 해외법인이 정상화된 것도 실적 호조에 기여했다. 적자를 내던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와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 베트남 포스비나 등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WP제품 중 단연 돋보인 ‘기가스틸’포스코가 내세운 차세대 강판 기가스틸은 WP제품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인다. 기가스틸은 1㎟ 면적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고, 양쪽 끝에서 강판을 잡아당겨서 찢어지기까지의 인장강도가 1기가급인 980MPa 이상이다. 십원짜리 동전 크기만으로도 10t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이는 약 1t 가량의 준중형차 1천500대를 가로 10cm, 세로 15cm의 손바닥만한 크기의 기가스틸에 올려 놓아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철강소재는 일반적으로 강도를 높이면 단단하기 때문에 구부러지지 않아 여러가지 형태로 모양을 만드는 가공이 어렵다. 하지만 포스코는 강도와 가공성(연신율)을 동시에 높이는 역설적인 기가스틸인 TWIP강, PosM-XF강 개발도 성공했다.전세계 철강사들이 TWIP강, PosM-XF강과 같은 ‘단단하면서 잘 구부러지는’ 기가스틸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아직까지 상용화에 성공한 철강사는 포스코뿐이다. 같은 면적과 두께 등의 동일한 조건에서는 철강재인 기가스틸이 알루미늄 소재보다 약 3배 정도 더 무겁지만, 강도가 훨씬 높은 기가스틸 두께를 3 분의 1 이하로 줄이면 알루미늄 소재와 동등하거나 훨씬 가벼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알루미늄 소재는 자동차 제조업체나 소비자 입장에서 제조원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가스틸은 높은 경제성을 가지고 있다. 기가스틸(DP980)과 알루미늄(AA5182)으로 차체를 생산 했을 때 소재비는 3.5배, 가공비용은 2.1배 가량 차이난다. 자동차의 무게를 30% 줄인다고 가정했을 때 대당 재료비만 2배 넘는 차이가 난다. ◇기가스틸로 만든 르노삼성자동차‘SM6’르노삼성자동차의 ‘SM6’은 기가스틸이 가장 많이 사용돼 만든 차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만들어 지는 SM6. 차체 골격인 A필러(전면부 기둥), B필러와 중심 기둥, 사이드실, 바닥 부재, 범퍼 빔 등에 기가스틸이 쓰이고 있다. 정면 충돌시 1차 충격이 가해지는 엔진을 감싸는 골격(프론트 사이드 멤버)에도 기가스틸을 사용했다. SM6는 차체 18.5%에 기가파스칼(GPa)급 초고장력 강판을 적용했다. 이는 1천300메가파스칼(Mpa) 이상으로 국산차 중 포스코의 기가스틸이 가장 많이 사용됐다.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출시 때 강조하는 초고장력 강판은 대부분이 780Mpa로서 기가스틸 인장강도에 못 미친다. 튼튼한 차체는 차량 간 충돌 시 탑승객을 보호하는 안전성이 높다. 기가스틸은 알루미늄보다 가벼우면서 강도는 3배 강하다.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백호선 차체팀장은 “국산차 중 포스코의 기가스틸을 가장 많이 사용된 차는 르노삼성 SM6”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가 정면 충돌시 1차 충격이 가해지는, 엔진을 감싸는 골격(프론트 사이드 멤버)에도 기가스틸이 사용됐다”면서 “경쟁차는 아직 이 전면부에 기가스틸을 적용하는 기술이나 생산능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충돌, 보행자, 주행, 사고예방 등 총 4개의 안전성에 대한 평가중 충돌안전성 부분에서 14개의 차량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인 65.1점(97%)을 기록, 1등급을 받았다. 그 외에도 차체 뒤틀림 강성이 높으면 주행 안정성이 높아 승차감도 좋아지고 운전이 불안하지 않다. 또 확보한 강성만큼 가볍게 차를 제작할 수 있어 연비성능도 동시에 높아진다. ◇전기차 핵심소재 리튬도 국산화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배터리전기차(BEV), 수소전기차(FCEV) 등 다양한 전기차가 등장했고, 시장 규모도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전기차를 만드는 핵심 소재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해왔다. 특히 2차 전지 주요 원료인 리튬은 전량 수입했다. 그러다보니 리튬 주요 생산국인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상황에 따라 수급 영향을 크게 받았다. 중국, 미국 등 대형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높아지면서 가격도 크게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는 전기차 핵심 소재인 리튬의 국산화를 실현했다. 지난해 2월에는 탄산리튬 국내 생산을 최초로 성공했다. 평균 12∼18개월 소요되던 기존 ‘자연증발식’추출법과 달리 최단 8시간에서 길어도 1개월 내 리튬을 추출해낼 수 있게 됐다.2차 전지 주요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도 국산화했다. 양극재는 리튬을 기본 원료로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을 섞어 제조한다. 통상 니켈 함량이 60% 이상인 경우 고용량 양극재로 분류한다. 현재까지 니켈 80% 이상 고용량 양극재(NCM 방식) 양산이 가능한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포스코ESM을 포함해 단 2곳뿐이다.포스코ESM의 구미 양극재 공장은 전구체는 물론 소재인 코발트, 니켈, 망간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돼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포스코켐텍은 지난 2011년 천연 흑연계 음극재 사업에 진출해 국내 최초로 독자기술을 적용한 고용량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음극재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지속적인 기술개발 및 투자로 현재 8천t 규모 생산능력을 갖췄고, 2020년까지 단계적 투자를 통해 총 3만t 생산체제를 구축한다. ◇WP제품 60% 확대…확실한 미래 먹거리포스코는 이제 WP 제품 판매 확대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를 넘는다. 포스코는 지난 2013년 905만t의 WP제품을 판매해 전체 판매 가운데 30.3%를 차지했고, 2016년 47.3%(1천597만t)에 이어 지난해 53.4%(1천733만t)으로 처음으로 매출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당초 목표치(52.0%)를 초과한 것이다. WP 제품 중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으로 수익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제품을 ‘WP+’로 선정해 고부가가치강 중심의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했다. 포스코는 주요 산업별로 WP와 WP+제품을 개발해 기술력을 선도하고 수익성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월드프리미엄 플러스(WP+) 제품 판매 비중도 지난해 25.7%(836만1천t)에 달했다.포스코는 올해 WP 제품 판매량을 1천890만t까지 늘리고, 내년까지 전체 제품 가운데 WP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60~70%까지 끌어올려 수익성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2018-06-22

숭배의 여신 ‘풍백’ 화랑 우두머리 ‘원화’ 그리고 여왕의 탄생

“여자여,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브라질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 (Paulo Coelho)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자신의 소설 ‘포르토벨로의 마녀’를 통해서다. “(여자는) 한 줌의 씨앗, 길들일 수 없는 바람, 영혼을 태우는 불길, 세계의 기원, 그리고 사랑입니다.” 세상 모두가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예술가 코엘료처럼 멋지고 시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온 역사 속에서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명제는 이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보편화됐다. 그렇다면 빛나는 문화와 불교예술을 꽃피운 ‘천년왕국 신라’의 여인들은 어떠한 인생을 살았고,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을까?본지는 3명의 여왕(선덕·진덕·진성)과 비밀스런 풍문 속을 떠도는 1명의 여인(미실), 화랑의 전신(前身)으로 이야기되는 원화(源花)를 이끌던 2명의 여성(준정·남모) 등 신라시대 여인들의 삶과 죽음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남성 중심으로 서술된 역사’ 속에서 이들을 재발견하고자 준비된 이번 기획기사는 10회에 걸쳐 연재된다. /편집자 주신라시대 드높았던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활동… 정치참여·권세장악도 어렵잖아진평왕 딸 선덕여왕의 통치 15년은 남성왕 이상으로 국가적 힘 키워내한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았던 여성에 대한 탐구는 같은 시대의 남성 탐구인 동시에 ‘인간 보편’에 관한 연구와 다를 바 없다.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사람들이 적지 않은 편견과 선입관에 빠져있음을 알게 된다. 신라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자그마치 1천500년 전에 존재했던 옛 나라이니 분명 여성 인권이 형편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그런 선입관 중 하나다.그러나 ‘현상·해석학적 교육연구’에 게재된 하현진의 논문 ‘화랑세기(花郞世記)에 나타난 신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활동’은 위와 같은 편견을 뒤엎는다. 아래 논문의 요약본을 보자.“우리는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온순하고 순종적으로 생활하는 전통적인 여성상을 곧잘 떠올린다. 그러나 유교사회 이전의 신라 여성들은 사회적 지위가 매우 높았고, 공적인 영역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신라사회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이유는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풍백(風伯·바람을 다스리는 신으로 연구자에 따라 여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을 계승했기 때문이다.”이런 전제 속에서 하현진은 구체적으로 신라 여인들이 어떤 권한을 행사했는지 설명하고 있다.다소 길지만 핵심을 알려주는 내용이기에 그대로 인용한다.“풍백은 환웅(桓雄·단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화 속 인물)과 더불어 개벽 실현에 참여하며 동등한 입장을 보여주었다. 풍백의식을 계승한 신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활동은 ‘화랑세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신라사회는 마복자 제도, 삼서제 등을 통해 성적으로 자유롭고 개방돼 있었으며, 부부 관계에서도 여성이 남성에게 무조건적으로 순종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미실은 색공(色供·높은 신분의 사람에게 육체를 바치는 행위)을 통해 직접 정치에 참여하기도 했다. 풍월도와 관련해서도 여성들이 우두머리 원화가 되기도 하고, 경쟁을 거쳐 권세를 장악하기도 했다. 또한 선덕여왕과 진덕여왕은 왕위를 계승하기도 한다.” ◆ 신라, 여왕들은 어떤 인물이었을까?그렇다면 ‘화랑세기’에 등장하는 신라의 통치자 선덕여왕과 진덕여왕 그리고, 진성여왕은 우리에게 어떻게 알려져 있을까.먼저 ‘신라 최초의 여왕’으로 삼국 통일의 기반을 다진 군주로 기록된 선덕여왕(재위 632∼647)은 진평왕의 딸이다. 그녀가 정치력을 행사한 15년의 기간 동안 신라는 남성 왕이 지배하던 시절 이상으로 국가의 힘을 키웠다.인품이 자애롭고 미모 또한 빼어났다고 전해지는 선덕여왕은 중국과의 정치적 불화 속에서도 현명하게 처신해 신라를 외부적 위험으로부터 지키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으로서는 행복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화랑세기’는 선덕여왕이 “2명의 남자와 3번에 걸쳐 결혼생활을 했으나 아이가 없었다”고 기록했다.선덕여왕의 사촌인 진덕여왕은 ‘비담(毗曇)의 난’ 와중에 선덕여왕이 사망하자 뒤를 이어 신라의 통치권자가 된다. 재위기간은 647년부터 654년까지. 높은 인기 속에 방영된 드라마를 통해 진덕여왕의 이름이 ‘승만(勝曼)’이란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성골 출신 마지막 왕인 진덕여왕의 아버지는 진평왕의 동생인 진안갈문왕이고, 어머니는 월명부인 박씨다.김부식의 ‘삼국사기’는 드라마와는 판이한 모습으로 진덕여왕의 외모를 묘사한다. 어찌 보면 기이하기까지 하다. “여왕의 자태는 풍만하고 아름다웠으나 키가 7척이나 되었고, 늘어뜨리면 무릎 아래에 닿을 정도로 팔이 길었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진성여왕과 원화는 ‘악녀’로 떠돌지만…신라의 역사를 기록한 몇몇 사료들을 살필 때 큰 지탄과 오해 속을 살아가는 여성들이 있으니 바로 ‘진성여왕’과 ‘원화’이다. 먼저 진성여왕을 설명하는 책의 한 대목을 보자. 다음은 경상북도가 간행한 ‘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 연구총서에 등장하는 진성여왕에 대한 서술이다.“결국 신라는 9세기 말 진성여왕 시기에 터진 지방사회에서의 농민 반란을 계기로 각 지역의 유력자들이 우후죽순처럼 자립하면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이 표현은 여왕의 무지와 무기력이 왕조의 숨통을 끊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진성여왕은 “정치적으로 무능력했던 동시에 음란하기까지 했다”는 학계의 공격을 받고 있다.‘화랑세기’에 그 원형을 드러내는 원화도 그렇다. 다수의 역사학자들은 원화를 이끌던 ‘준정’과 ‘남모’라는 신라 여성을 향해 “질투심과 시기가 이 조직을 붕괴시켰다”고 힐난한다. 그런데 정말로 진흥왕 3년(576년) 효도·우애·충성·신의를 모토로 만들어진 원화가 단순히 여성이 주도했다는 사실만으로 무너졌을까? 여기서 ‘역사적 호기심’은 새끼를 친다.‘멕시코에서 가장 잘난 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아내였던 프리다 칼로(Frida Kahlo·1907~1954), ‘당대 최고의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연인이었던 까미유 끌로델(Camille Claudel·1864~1943),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사회주의 혁명의 불길 속에서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저평가 받았던 로자 룩셈부르크(Rosa Luxemburg·1871~1919)를 떠올려보면 신라 여성들에 관한 평가 역시 지나치게 인색했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그것이 남성이 주도해온 것이건, 여성을 중심으로 펼쳐진 것이건 역사의 궤적을 따라가는 일은 그래서 의미가 적지 않은 게 아닐까.▲ ‘미실’은 비밀의 베일 속에 숨겨진 한 여성의 모습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최초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미스터리한 신라 여인’ 미실의 삶과 죽음에 세밀하게 접근한 김별아 역사소설 ‘미실’‘성 행위’를 무기로 왕조를 농락한 여성, 아름다움 하나로 수십 명의 왕족과 귀족을 쥐락펴락한 팜므 파탈(Femme fatale·치명적 악녀), 비교 대상이 드문 사악한 여자…. 신라시대를 살았던 미실(美室)에게 덧씌워진 혐의들이다. 그러나 이걸 전해오는 ‘소문’ 그대로 받아들여 이해하는 게 올바른 방식일까?소설가 김별아(49)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2005년 한국 문학상 역사에서 전례가 없던 1억 원이란 상금을 걸고 공모된 ‘세계문학상’. 미실은 그 상의 첫 번째 수상작이다. 김별아는 “내가 장악할 수 없는 인물,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시기”에 미실을 만났다고 고백했다. 또 그녀를 통해 “훈련받은 도덕을 뛰어넘고, 내가 알고 있는 조잡한 역사 지식을 당당히 배반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이 진술은 김별아의 작가적 열망인 동시에 시대는 다르지만 같은 여성으로 남성이 지배하는 세상을 ‘허위허위’ 살아온 동성(同性) 미실에 대한 연민에도 닿아 있는 듯하다.성적 차별과 압박에서 벗어난 남성으로 살았기 때문일까. ‘미실’을 접한 작가 박범신(72)이 내놓은 평가는 후하고도 여미하다.“남성과 달리 여성은 신 또는 우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 그녀들은 본래부터 창조적 생산성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이다.”‘화랑세기’라는 고서(古書), 혹은 공중파 방송국이 만들어낸 대중적 드라마 한 편으로는 ‘존재했던 한 인간’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없는 게 정한 이치. 오늘을 사는 누구도 보지 못했고, 볼 수도 없었던 미실의 굴곡 도드라졌던 삶과 죽음이라면 더 그렇다. 이때 필요한 것이 ‘예술가의 상상력’이다. 김별아는 이를 십분 활용해 이런 문장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그녀의 치마가 펄럭였을 때 세상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돌이킬 수 없는 폐허처럼, 그녀는 돌아보지 않고 끝까지 갔다. 그곳에 검붉은 아가리를 쩍 벌린 단애(斷崖)가 오롯이 자리함을, 발끝이 흔들리는 아슬아슬함을 모르지 않았음에도,”이미 1천500년 전에 ‘유사 페미니즘(Feminism)‘을 삶의 안팎에서 구현한 특이하고 돌올했던 여성.미실에 대한 역사학계의 연구가 미진했던 것은 단순히 왕조 중심의 사관(史觀)과 ‘남성 주인공’을 향한 과도한 주목 탓이었을까? 그게 아니면 그녀가 주목할 만한 시대사적 가치를 가지지 못했던 것일까?이러한 제반의 궁금증은 향후 장편소설 ‘미실’을 쓴 김별아를 만나 심층 인터뷰로 풀어보고자 한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06-22

4차 산업혁명시대 이끌 밑거름 ‘차곡차곡’ 쌓는다

인공지능, SW, 사물인넷,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ICT기술’은 기존 산업이나 각종 신기술과 융합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각종 우리나라의 최첨단 ICT서비스를 제공해 세계 각국의 선수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특히 농작물의 상태를 분석해 최적의 재배환경을 제공하는 스마트팜도 농업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등 ICT산업은 이미 우리 일상과 함께하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는 등 ICT산업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변화에 주목한 포항시는 미래의 고부가가치 신성장산업의 발전을 위한 ICT융복합산업을 육성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경북SW융합진흥센터’ 개소, SW산업 플랫폼 역할 톡톡포항·경주·경산·영천·구미·칠곡 등 하나의 벨트로 이어2021년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 등 40개업체 입주 예정인첨단기술사업화센터, 연매출 1천억 ·일자리 창출효과 기대 □ SW융합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신산업 육성‘2016 SW산업 연간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SW시장 규모는 2016년 1조 966억달러 규모이며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4.6%씩 성장해 1조 3천114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SW산업은 생산 및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업종이다. 생산적 측면에서 SW산업 자체뿐만 아니라, SW를 이용해 생산물을 제조하는 관련 타 산업에 미치는 효과로 볼 때,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다.고용적 측면에서도 제조업 평균보다 1.7배 높게 나타나 자리 창출 정책에서 SW산업의 역할과 중요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항시는 이러한 SW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SW를 활용한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지역에 특화된 산업을 연결하고 지원하기 위해 ‘SW 융합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SW 융합클러스터’는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함께 모여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 협업을 통해 신제품 개발 등 RD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것으로, 지역별 특화된 산업에 SW기술이 결합돼 새로운 기술개발과 창업 및 고용 창출을 유도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자생적인 ‘소프트웨어 융합 생태계’ 구축을 위해 2013년부터 8개 지역에 ‘SW융합클러스터’를 구축해 오고 있다. 이들 클러스터는 지역 산업에 특화된 SW융합 RD 역량 강화, 스타트업 창업 지원 및 SW 인재양성을 위한 다각적인 사업과 프로그램을 수행한다.경북도와 포항시는 지난 2015년에 포항테크노파크에서 경북SW융합진흥센터 개소식을 갖고 경북도내 타 도시와의 협력을 통해 SW산업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센터는 오는 2020년까지 포항, 경주, 경산, 영천, 구미, 칠곡 지역을 하나의 벨트로 이어 SW강소기업 50개 육성, SW융합기업 500개, SW융합 핵심기술 100개 개발을 하여 수출 1조원, 5천명의 일자리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ICBM 기반의 ‘커넥티드카’기업육성을 목표로 한다. ICBM은 △IoT △Cloud △BigData △Mobile의 약자로,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시스템, 빅데이터, 모바일 등 정보통신 분야를 집적해 커넥티드카 핵심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취지다.커넥티드카는 정보통신기술과 자동차를 연결시킨 것으로 양방향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가 가능한 미래형 차량으로, 일종의 도로 위를 달리는 고성능 컴퓨터인 셈이다.현대기아차도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할 미래 커넥티드카 전략을 공개하는데 이어, 핵심플랫폼 기술인 차량용 운영체제 개발에 착수하며 미래차 시장 선점에 나섰다.포항시 관계자는 “지역 내 RD 역량을 활용해 지역 산업과 SW와의 융합분야를 발굴, 자생적 SW생태계를 구축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첨단기술사업화센터 및 포항TP 제5벤처동 건립포항시는 2021년까지 나노융합기술원 옆 부지에 5층 건물규모로 첨단 스마트소재 개발과 제품화 지원시설, 클린룸, KOLAS센터, 국내외 기업 입주공간으로 구성된 첨단기술사업화센터를 구축한다.센터에는 대기업이 지원하는 300억원 규모의 첨단장비도 설치돼 기업 연구개발에 활용될 계획이다.지난해 4월 과기부의 해외우수연구기관 유치사업에 선정된 유럽 최대의 실용화연구기관인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도 입주할 예정이다. 40개 업체가 입주할 기업 입주공간에는 74개 업체가 입주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센터가 건립되면 이들 입주 기업의 연간 1천억원 매출과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또한 시는 ICT/SW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포항TP 부지에 사업비 100억원을 들여 2019년 준공을 목표로 제5벤처동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미 80여개 관련 기업이 입주의향을 보였다. 제5벤처동이 건립되면 지멘스헬스케어 등 글로벌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입주해 지역 ICT산업 발전의 기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지멘스헬스케어도 2020년까지 300억원을 투자해 현재 280명 정도 규모인 포항 사업부 인력을 430여 명으로 확대하고, 사업 확장에 따른 신규인력 고용으로 양질의 지역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포항 사업장은 여성 근로자 비율이 절반에 달해 여성 일자리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한국은행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멘스헬스케어가 포항에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생산유발효과 48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328억원, 세수유발효과 26억원 등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연간 834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포항시 관계자는 “첨단기술사업화센터와 제5벤처동 건립으로 글로벌 ICT기업과 SW, 벤처기업을 유치하여 지역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지역 신성장산업 활성화, 지역경제 다변화를 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창의ㆍ융합형 인재 육성도 필요미래에는 과학기술 등 특정 분야의 성장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걸쳐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포스텍은 ICT명품인재양성사업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마인드를 갖춘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다.스마트폰의 개념을 만들어낸 美 MIT 미디어랩처럼 세계를 흔들 기술개발을 목표로, 과학기술과 인문학 상상력을 융합한 인재를 키운다는 것이다.한동대학교도 정부공모사업인 SW중심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돼 SW중심사회를 선도할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역 초중고교에 SW교육지원 외에도 지역 기업에 대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분야의 기술적 지원, 산학공동연구 과제 수행으로 중소기업의 기술 애로사항 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추진하고 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시는 우수한 RBD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신성장산업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으며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시대적 트렌드가 지역성장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세리기자manutd20@kbmaeil.com끝

2018-06-21

“과분한 사랑 깊이 간직하며 시민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3선의 시장을 지낸 박보생 김천시장이 이달 말 49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한다.일반산업단지 102만평 추진, 일자리창출 4천100개, 경제효과 2조8천억원, 계분공장 폐쇄, 삼애원 이주민 양로주택건립, 화장장 이전 및 종합장사시설 건립, 신음공원 조성, 국도대체우회도로, 시청-혁신도시 간 도로신설 등이 박 시장이 12년간 김천시장을 역임하면서 이룬 대표적인 성과들이다. 근면, 성실이 몸에 붙어 잠시도 쉴 줄 모르는 박 시장은 퇴임을 앞두고도 여전히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항상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는 박 시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9급 공무원서 출발해 3선 시장 ‘관록’‘하수정비사업’ 인한 환경 개선 큰 보람“수해에 안전한 도시 마무리 못해 아쉬워”“현실에 안주 말고 항상 미래 생각해야”- 49년의 공직생활 마감을 앞둔 심경은.△ 시작보다 마무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시장의 모습을 보여야 하기에 지금도 최선을 다해 업무를 보고 있다. 퇴임은 오는 28일쯤 할 생각이다. 새로 부임하는 시장님이 정리정돈을 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조금 일찍 퇴임하려한다. 49년의 공직을 마감한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먹먹해 지기도 한다. 김천시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을텐데△ 당시 이철우 국회의원이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의원직을 사퇴한다고 언론에 밝히면서 저를 지지하는 많은 분들이 출마를 권고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초단체장이 보궐선거에 나가기 위해서는 선거 40일 전에 사퇴해야 하는데 당의 방침으로 인해 이철우 국회의원이 사퇴를 하지 못하면서 저도 출마를 하지 못하게 됐다. 또 이철우 의원과 협조해 지역을 잘 이끌어 왔는데 보궐선거 문제로 협조체제가 문제가 생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솔직히 아쉬운 점은 있다. 지방행정을 책임지고 이끌어 오면서 잘못된 제도나 법이 너무 많다는 것을 실감해왔다. 그런 점들을 고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루 빨리 고쳐지길 바랄 뿐이다.- 지방자치의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한 마디로 실질적인 권한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공단을 조성하기 위한 허가를 받는데 56군데의 결재 과정을 거쳐야 착공을 할 수 있었다. 그 기간이 무려 2년 반이나 걸렸다. 이런 복잡하고 필요하지 않은 제도는 바꿔 지자체가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말로만 중앙권한을 지방에 이양한다고 떠들게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을 하루라도 빨리 이양해야 한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빨리 변하는데 이런 불필요한 규제와 제도로 인해 지방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재임 기간 중 가장 보람된 일이 있다면△ 가장 보람된 일을 꼽으라면 하수정비사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사업으로 인해 환경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업비가 4천300억원 정도 들었는데 그 사업으로 인해 시민분들이 여름철 모기가 많이 줄었다고 이야기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사실 하수정비사업이 눈에 띄는 사업은 아니지만 각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오폐수를 한 곳에 모아 정화해서 1급수로 만들어 배출하는 것으로, 그 사업으로 인해 가정집과 음식점 등에 정화조가 필요없게 된 것이다. 큰 음식점의 경우 정화조 설치비용만 해도 5∼6천만원 정도인데 이 사업으로 인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은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사실 아쉬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김천시를 수해로부터 가장 안전한 도시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2년 태풍 삼바로 인해 황금동 일대가 물에 잠겨 큰 피해를 입었었다. 그때 한 할머니 댁을 방문한 적인 있는데 겨울 난방용으로 구입한 연탄 500장이 그대로 녹아내린 것을 봤다. 망연자실해 하는 할머니를 보면서 김천시를 수해로부터 가장 안전한 도시로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퇴임하게 된 것이 가장 아쉽다. 그래도 수해 예방을 위해 1조2천억원을 마련해 부항댐으로부터 감천내의 퇴적토를 제거하고, 구미시와의 경계지역인 배시내의 퇴적토도 제거했다. 또 감천의 약한 제방을 보수하고, 황금동에 배수펌프 2개, 평화동 1개 등 총 6개를 설치해 수해를 예방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하야로비공원, 시청에서 혁신도시까지의 도로 확충 사업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혁신도시로 인해 원도심이 쇠퇴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천혁신도시는 2016년 6월 농림축산검역본부 이전을 마지막으로 12개 공공기관 5천600여명의 임직원과 가족들이 함께하는 신도시로 거듭났다. 총 380㎡의 규모를 자랑하는 김천혁신도시는 머지않아 2만7천여명을 수용하는 자족도시로의 발전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혁신도시 조성을 통해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이한 김천은 이제 혁신도시와 원도심 간의 균형개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도심이 쇠퇴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도 혁신도시에는 고층건물이 들어서는 등 변화된 모습이 눈에 띄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천시는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김천혁신도시지원단을 균형개발사업단으로 부서 명칭을 변경하고 원도심재생계를 신설했다. 이 결과 전국에서 유일하게 5년내 330억원이 투입되는 국토교통부 원도심 재생분야 3대 공모사업인 ‘도시재생사업’, ‘새뜰마을사업’, ‘도시활력증지지역 개발사업’에 선정됐다. 김천시는 혁신도시와 원도심의 균형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박보생 김천시장.-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다만 시장 재임중에도 이른 새벽에 나가 일했던 농사 일을 계속할 방침이다. 농사를 짓는게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또 나의 좌우명이 ‘정말 필요한 사람이 되자’,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이다. 그 좌우명을 계속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작은 봉사단체를 만들어 시민들을 위해 활동하고 싶다. 한 달에 두번 정도 진정성 있는 봉사활동을 하며 그동안 시민들로부터 받은 사랑에 보답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한다면.△ 그동안 저에게 보낸주신 성원을 잊지 않겠다. 너무 과분한 사랑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앞으로 새로운 시장에게도 많은 사랑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김천의 발전을 위한 일에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지역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젠 사라져야 한다. 김천 발전을 위한 대의에 시민들의 뜻을 모아주시길 바란다. 이젠 저도 평범한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가지만, 시민들이 보내 주신 사랑 잊지 않고 지역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김천/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8-06-21

영천에서 솟아난 노계의 예술혼 조선의 가사문학을 꽃 피우다

고만고만 야트막한 봉우리 사이에서 우뚝한 준봉(峻峯)과 같은 문학적 성취를 이뤘음에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안타까운 예술가가 한 명 있다. 경북 영천 출신의 그는 송강 정철(1536~1593)과는 ‘조선 가사문학(歌辭文學·시가의 한 장르로 고려 말에 생겨났고 조선 사대부가 확고한 문학양식으로 자리매김 시킴)의 쌍벽’으로, 여기에 한 사람을 더해 고산 윤선도(1587∼1671)가 합쳐지면 요즘 말로 ‘가사문학의 트로이카’로 거명되기도 한다.일본의 침략으로 나라와 백성의 운명이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섰을 때는 칼을 든 무신(武臣)으로, 벼슬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와서는 인간과 자연, 더불어 세상의 이치와 순리까지를 문학 속에 담아낸 선비로 살았던 사람. 그는 누구일까?답을 미리 알려주면 글 읽는 재미가 사라진다.그러니 이름은 숨긴 채 먼저 그의 생애를 간략하게 살펴보자.글 싣는 순서1. 노계 박인로의 생애와 예술세계2. 노계문학관, 가사문학의 이정표 세우다문·무 겸비한 시대의 예술가임진왜란 의병 참전 ‘원종공신’전쟁 중에도 ‘태평사’ 등 가사 지어‘노계가’는 76세에 짓기도영천시, 박인로 문학세계 복원 위해춘향제·공연 등 다양한 노력 ◆ 열세 살에 한시 쓴 천재… 서른아홉에 무과 급제1561년 영천시 북안면 도천리에서 박씨 성을 가진 한 아이가 태어난다. 집안은 가난했으나 그 가난에 주눅 들지 않고 총명한 소년으로 자랐다. 겨우 열세 살에 칠언절구 한시 ‘대승음(戴勝吟)’을 지어 동네 어른들을 놀라게 했다.당시의 풍습에 따라 일찍 결혼해 아들을 낳았고, 책을 읽는 것은 물론 무예 수련에도 게으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한다. 30대 청년이었던 그는 분연히 떨쳐 일어나 의병으로 참전한다. 적지 않은 무공을 세웠고 원종공신이 된다. 이어 경상좌도병사의 참모로도 종군한다.화살이 날아드는 전쟁의 와중에도 붓을 놓지 않았던 그는 1598년 조선 수군(水軍)을 위로하는 가사 ‘태평사(太平詞)’를 짓기도 했다.서른아홉이 되던 이듬해엔 무과에 급제해 수문장과 선전관 등을 지냈다. 마흔한 살에는 우리에게 ‘한음’이란 호로 친숙한 이덕형(1561∼1613)과 평생을 이어질 교류를 시작한다.40대 중반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평화로 나아가자는 내용을 담은 절창 ‘선상탄(船上歎)’을 쓴 그는 쉰두 살에 ‘조라포 만호’ 벼슬을 마지막으로 관직을 떠나 고향으로 표표히 돌아간다. ◆ 여든둘 세상을 뜨는 날까지 ‘예술을 향한 정열’ 멈추지 않아영천으로 돌아와서는 옛 성인과 현인들의 책을 읽고 그들의 뜻을 마음 깊숙이 새기는 일을 지속했다. 그가 꿈에서 주공(周公·중국 주나라 시대의 정치사상가)을 만나 받았다는 네 글자 ‘성·경·충·효(誠敬忠孝)’. 그는 죽음을 맞을 때까지 이 글자들이 품은 의미를 잊지 않았다고 한다.초야에 묻혀 지냈으나 그의 품성과 문학적 기량을 알아본 인근 벼슬아치들은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면 그를 초청해 시조 한 수를 청하는 낭만적인 풍경도 연출했다.50대에는 ‘독락당’ ‘소유정가’ 등을 지었고, 회갑을 넘겨서도 예술적 정열을 그대로 간직하며 ‘입암이십구곡’과 ‘영남가’ 등을 지었다.‘권주가’와 ‘상사가’는 나이 일흔을 넘겨 쓴 것들이고, 가사문학 연구자들이 “보기 드문 놀라운 성취”라고 이야기하는 ‘노계가(盧溪歌)’는 자그마치 일흔여섯에 지은 것이다.16세기 중후반에 태어나 17세기 중반까지 살았던 그는 당시로선 드물게 여든두 살까지 장수하기도 했다.자, 이제 ‘그’의 이름을 밝힐 때가 됐다. 본관은 밀양, 자는 덕옹(德翁), 호는 노계(蘆溪). 바로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대가’ 박인로(朴仁老·1561~1642)다.아직도 이 이름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아래 시조를 읽어보자. 중·고교 시절을 지나온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조홍시가(早紅枾歌)’의 첫머리다.한음 이덕형으로부터 조홍감(다른 감보다 일찍 익는 홍시)을 선물 받고는 그걸 가져다줘도 반길 부모가 돌아가시고 없음을 서러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 고와도 보이나다유자(柚子) 아니라도 품은 즉 하다마는품어가 반길 이 없을 새 글로 설워하나이다 ◆ ‘노계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박인로의 인품과 학덕박인로는 생전에 시조 67수와 가사 11편, 그리고 다수의 한시를 남겼다. 1831년 목판본으로 출간된 ‘노계집(盧溪集)’에 작품의 대부분이 실렸지만 안타깝게도 소실된 것 역시 적지 않았다.이런 현실을 감안해 지난해 ‘신역(新譯·새로 번역한) 노계집’의 출간을 주도한 (사)노계박인로기념사업회. 사업회는 발간사를 통해 박인로의 삶과 예술세계를 아래와 같이 요약하고 있다.“노계는 전쟁에서의 공과 학덕, 문학적 역량을 숨기고 평생 가난하게 살았지만 그를 경모하는 사람은 당대에만 그치지 않았다. 작고한 지 60여 년이 지난 1707년 노계의 학문과 덕행을 흠모하던 유생들이 도천리에 도계사(道溪祠)를 세웠으며, 그 후 노계를 우러르는 향불을 꺼뜨리지 않았다.”이 책은 박인로의 됨됨이에 대해서도 짧지만 명료하게 언급하고 있다. 아래와 같은 문장을 통해서다.“노계의 인품은 그가 교유한 인물을 봐도 알 수 있다. 한음 이덕형과는 동갑으로 교분이 두터웠고, 한강 정구, 여헌 장현광, 지산 조호익 등 당대의 유학자들을 찾아가 가르침을 구했고, 그들은 노계를 허여(許與·마음으로 허락하여 칭찬함)하였다.”노계박인로기념사업회는 “노계의 문학은 바로 노계가 발붙였던 곳의 문학이고, 현실의 문학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 영천시, 노계 박인로의 ‘예술혼 복원’에 힘 쏟다노계의 고향 영천시는 현실에 기반해 안빈낙도(安貧樂道)와 충효사상을 빼어난 가사와 시조 속에 담아냈던 박인로의 드라마틱한 인생과 뜨거운 예술혼을 지역 주민은 물론 전국적으로 알리기 위해 그간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왔다.지난해 봄에는 ‘2017 영천, 춤으로 물들이다’ 공연을 통해 조선 가사문학의 대가였던 박인로의 문학세계와 예술혼을 창작무용으로 형상화해 무대에 올렸고, 노계의 작품 ‘태평사’를 은유적으로 묘사한 댄스 퍼포먼스도 펼쳤다. 한국 전통춤의 매력을 박인로의 문학예술과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려 한 시도였다.이에 앞서 지난해 4월엔 영천 지역 유림 등이 참석해 ‘노계 박인로 선생 춘향제’를 봉행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봉진례, 전폐례, 초헌례를 진행하며 용맹한 무신이자 뛰어난 시인이었던 박인로를 추모했다.이날 자리를 함께 한 영천 시민과 유림들은 박인로를 떠올리며 “임진왜란 때엔 위기에 빠진 국가를 위해 칼을 들었고, 영천으로 돌아와서는 먹 갈아 붓을 들어 수백 년을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릴 명문을 쓴 문무겸비(文武兼備)의 선비”라고 입을 모았다.앞서 언급된 여러 사업들에 이어 노계 박인로와 관련된 가장 주목할 만한 기념사업이 현재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오는 26일 개관식을 열고 방문객을 맞을 예정인 ‘노계문학관’과 향후 영천시와 노계박인로기념사업회 등이 힘을 모아 추진할 ‘노계문학공원 조성사업’이 바로 그것이다.지역에서 출생하고 성장해 큰 업적을 남긴 문화인물의 예술혼을 복원시키기 위해 진력하고 있는 영천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06-21

新동해안시대 열어갈 물류·관광 대동맥이 뛴다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이는 지난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후 나온 ‘판문점선언’의 일부 대목으로, 이를 계기로 지난 2007년 단 한 차례 임시운행을 끝으로 기억에서 사라진 동해선이 11년 만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남북 정상이 ‘판문점선언’을 통해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및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직까지 대북제재 해소 등 아직 넘어야 할 장벽이 많지만, 부산에서 북한을 거쳐 러시아와 유럽까지 갈 수 있는 유라시아 대륙 철도망 구축이 현실화된다는 기대감도 크게 작용을 하고 있다. 특히 동해선(東海線)이 이들 지역을 연결하는 최적의 노선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김종식 포항시 환동해미래전략본부장은 “동해선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연결하는 노선 가운데 화물의 환적 횟수와 통관 절차가 적어 가장 경제적인 노선”이라면서 “북한이 추진하는 원산관광특구와 함께 나진·선봉경제특구를 통과한다는 점에서 큰 매력이 있는 노선”이라고 소개했다.부산~北 나진 연결 한 축 이룰 ‘동해중부선’올해 포항~영덕 44㎞ 구간 개통 이어2020년엔 영덕~삼척 122.㎞ 구간 완전 연결중·러·유럽 이어지는 ‘꿈의 노선’ 한발 앞으로철도 통한 물류비용 절감이 기업유치 효과로접근성 개선으로 해양레저관광지 부상도 기대정부 동해중부선 완전개통 2년 연기 방침에“유라시아 물류시대 개막 늦춰질라” 우려 커□ 동해선, 미래를 여는 철길동해선에 대한 정의는 분분하지만,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동해선은 부산에서 북한의 나진을 연결하는 구간을 말한다. 우선 부산과 울산, 두 광역시와 경북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포항, 그리고 관광도시 경주를 연결하는 노선을 ‘동해남부선’이라고 부른다.여객수요가 많고,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울산과 포항을 지나기 때문에 화물수송에 있어서도 중요한 노선이지만 개량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수송에 장애가 되고 있어서, 현재 전 구간에 걸쳐 복선전철화 공사 등 개량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동해중부선’의 경우, 동해선의 미개통 구간인 포항~삼척 구간으로, 올해 초 개통한 포항~영덕 구간에 이어 향후 삼척을 거쳐 북한뿐만 아니라 시베리아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노선의 기점인 포항은 희망의 북방교류를 시작하는 출발도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오는 2020년이면 영덕~삼척 간의 122.2㎞ 구간이 개통될 예정이다. 앞서 개통된 포항-영덕 구간을 합해 166.3㎞의 철도가 연결되면 경강선(서울-강릉)을 통해 삼척과 울진, 영덕, 포항에 이르는 청정 동해를 수도권에서 직접 찾아갈 수도 있고, 부산에서 강릉을 연결하는 철길을 내내 동해와 함께 달릴 수도 있게 된다.여기에 남북정상회담 이후 가장 먼저 개통될 것으로 보이는 강릉과 고성군 제진역을 잇는 104.6㎞의 ‘동해북부선’까지 개설되면, 포항에서 삼척을 거쳐 북한을 통과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지나 베를린과 파리·런던 등 유럽으로 이어지는 ‘꿈의 노선’이 완성되게 된다. □ 동해선의 중심 포항특히 ‘동해중부선’이 개통되고 ‘동해선’이 이어지면 포항시의 경우는 환동해경제권의 거점도시로서 일본과 러시아, 중국을 연결하는 무역의 중심지이자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통요지로 각광받으며, 지역 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현재 KTX 고속철도가 명실상부한 국가의 대동맥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동해중부선’의 경우, 포항을 중심으로 북방교류협력을 견인하며 새로운 국가 대동맥을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또한 그동안 L자형 국토개발논리에 밀려 정체를 벗어나지 못했던 포항과 경주, 영덕, 울진 등의 지역들이 ‘동해중부선’으로 연결되면 U자형 국토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바야흐로 신동해안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이럴 경우, ‘동해중부선’은 신동해안 시대를 열어갈 물류와 관광의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철도를 통해 물류비용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면 그만큼 기업유치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다.여기에 남해(南海)와 서해(西海)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된 동해(東海)의 경우, ‘동해남부선’과 포항~울산 고속도로 등과 연계를 통한 접근성이 훨씬 개선되면서 새로운 해양레저관광지로 관광객 몰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조속한 완공 필요 물론 ‘동해중부선’은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권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훌륭한 접근로 역할을 할 것이다.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당초 2020년 완공할 예정이던 ‘동해중부선’의 완전개통을 2년이 지난 2022년으로 연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해당지역 주민들을 비롯하여 관련업계 등이 술렁이고 있다.남북관계가 급속하게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동해중부선’의 철로사업이 연기되면 남북경협에 따른 한반도 동해안의 철로연결망 건설과 유라시아 물류시대 개막 등이 그만큼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동해안 구간은 향후 전개될 북방경제협력 시대를 대비해 북한과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물류 중심지로 떠오를 전망으로 국가 차원의 조속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처럼 동해안 주요 사회기반시설의 건설 사업은 언제나 홀대를 받아왔다는 지적이다.예를 들어 현재 포항시의 경우, 북방경제협력사업 발굴을 위해 TF팀을 가동, 철로와 영일만항을 통해 북한은 물론 러시아 등과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활성화시켜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막상 이를 받쳐줄 기반시설을 마련하는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진다면 관련 사업들은 그보다 더 미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뿐만 아니라 관련기업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황영만 포항시 건설교통사업본부장은 “포항~영덕 구간의 개통이 ‘끝’이 아닌 ‘시작’이 돼, 동해선이 하나로 이어져서 북한과 러시아까지 철도가 연결돼 포항의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면서 “중앙정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을 찾아 열심히 설명하는 등 그동안 기울여 온 노력이 하루빨리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해중부선 포항∼영덕구간 역 소개 월포역포항시 청하면 월포리에 자리잡은 월포역은 포항의 바다풍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형태의 디자인으로 물 위에 떠있는 달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역사 711.15㎡(1층), 연결통로 253.96㎡, 홈지붕 1천360㎡(1홈 2선)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일일 수송수요는 720명(피크시 51명/시, 2030년기준)이다. 장사역월포역 북쪽으로 자리잡은 장사역은 국내 최초이자 최대규모의 화석박물관이 있는 영덕군 남정면에 건설되는 역사로 단층이 있는 화석의 모습을 본떴다. 열차승무원이 여객을 취급하는 무배치간이역으로, 역사 220.57㎡(1층), 연결통로 230.28㎡, 홈지붕 805㎡(1홈 2선)의 시설규모로 일일 수송수요는 65명(피크시 6명/시, 2030년기준)이다. 강구역장사역을 지나면 영덕군 강구면에 역사 644.12㎡(1층), 연결통로 272.55㎡, 홈지붕 1천190㎡(1홈 1선) 규모의 강구역이 모습을 드러낸다. 일일 수송수요 303명(피크시 21명/시, 2030년기준)인 강구역은 강(오십천)의 입구에 위치한 ‘강구(江口)’의 지역성을 반영해 구불거리는 강의 물결을 형상화했다. 영덕역일일 수송수요 646명(피크시 46명/시, 2030년기준)인 영덕역은 영덕의 고래불 해수욕장을 형상화해 영덕을 품어안은 형태로 표현됐다. 영덕읍 중앙길 269번지 일원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역사 3천388.09㎡(2층), 승무동 201.58㎡, 연결통로 733.78㎡, 홈지붕 2천720㎡(2홈 6선), 주차장 99대 등 역사 규모가 신규역 중에서 가장 크다./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2018-06-14

바닷속 보물 캐내 해양자원 부국 이룬다

21세기에 들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자원고갈, 환경오염 등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해양이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들도 해양을 국가성장의 중요한 동력으로 인식하고 해양개발 및 산업화를 위해 해양과학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세계 해양산업의 시장규모는 해마다 3.45%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해양플랜트 핵심기술 부족, 해양 기자재 수입의존 등 기술경쟁력이 취약한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해양플랜트 기자재의 국산화율은 5∼30% 수준이며 해양레저장비 수입의존도는 63∼100%, 신재생에너지 개발비중은 거의 전무한 상황으로 조사됐다. 이에 천혜의 조건인 바다를 접하고 있는 포항시는 환동해권 해양산업의 전진기지로 도약해 우리나라 해양산업의 구심점이 되고자 노력을 펼치고 있다. 본지는 포항시가 미래 5대 핵심산업 중 하나로 선정한 해양산업을 위해 어떤 정책을 마련했는지 살펴본다.가스하이드레이트 등 ‘광물자원의 寶庫’인 경북동해안 평균수심 1천600m 해양탐사 장비 시험 좋은 조건 갖춰지질자원연구원 해양탐사연구선 ‘탐해 2호’ 뒤이어3D/4D 최첨단연구선 ‘탐해3호’ 영일만항 배치 예정국내 대륙붕 탐사·해저광물자원 조사 등 수행 기대‘포항지질자원연구실증센터’ 3단계 사업 완료땐세계 대양환경 연구 전초기지 구축 ‘한발 앞으로’□ 해저 탐사선 전용부두 마련돼지난 2016년 8월 포항여객터미널 부두에서 3차원 해저 탐사선인 탐해2호의 전용부두 취항식이 열렸다. 그동안 전용부두가 없어 진해시에 임시로 정박해 탐사활동을 하다 포항에 전용부두가 마련됨에 따라 앞으로 탐사선의 영구적인 취항이 가능해졌다.지난 1996년에 건조된 탐해2호는 2천85t 규모로 동해안 해저지질 탐사와 석유가스 자원탐사를 위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물리탐사선이다.정부는 탐해2호 선령이 노후화되어 성능과 효율이 저하됨에 따라, 해외 탐사수요에 충족하고 해양에서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고자 고기능의 3D/4D 물리탐사연구선인 탐해3호를 건조해 포항 영일만항에 배치할 예정이다.1천7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건조되는 탐해3호는 5천t급의 규모로 국내 대륙붕 석유가스 정밀탐사와 한반도 해저지질 연구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러시아, 극지 등 해외 해양탐사도 수행할 계획이다.탐해3호는 국내 대륙붕 탐사, 해저광물 자원 조사, 가스하이드레이트 등 해저자원탐사, 북극권 자원조사 등 세계 모든 해역에서 바닷속 자원을 탐사할 수 있는 최첨단 기능을 갖추게 된다.탐해3호는 단면으로만 보던 해저지층을 입체로 보는 3차원(3D) 기능과 시간적 변화까지 보는 4차원(4D) 모니터링 장비도 갖춰 석유가스 광구를 입체적으로 관찰이 가능해 시추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국가출연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포항을 세계 대양환경 연구의 전초기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지난 2016년 3월 흥해읍에 포항지질자원연구실증센터를 개소했다.센터는 현재 7만6천717㎡부지에 해저탐사장비 시험동, 연구실험동을 구축한 1단계 사업이 완료됐다.향후 조성될 석유해저센터와 지질신소재 연구개발센터 등 3단계 사업까지 완료되면 총 23만3천156㎡의 면적에 4센터 9실 150명 규모를 갖추게 돼 포항이 지질과 해양에너지 개발의 메카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또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함께 실해역 시험·평가시스템 구축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3천t급 시험평가선 건조와 실증센터를 건립하여 수중로봇, 음향탐지방지 등 바다에서 작업하는 각종 해양기기, 시설의 평가와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영일만을 포함한 동해안은 서남해안과는 달리 평균수심 1천600m에 이르러 다양한 해양탐사 장비를 시험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장점을 활용한다는 것이다.포항시 관계자는 “세계수준의 해양자원 탐사기술 인프라 구축을 통해 해양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해양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자원의 보고, 포항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독도와 울릉도 주변은 풍부한 수산자원과 함께 불타는 얼음이라 불리는 가스하이드레이트 등이 매장된 자원의 보고이다.특히 6억t이상 매장돼 있다고 추정되는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 시 우리나라가 4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또한 심해에는 무연탄, 망간단괴, 텅스텐 등 광물자원이 널리 분포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해저 외에 포항 인근지역은 신생대 3기지역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땅으로 지질학적으로도 국내 타지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벤토나이트부터 산성백토, 불석, 규조토 등 비금속광 매장량이 풍부하다.특히, 포항지역에서 채굴되는 고품질의 점토광물인 벤토나이트는 불순물이 포함되지 않은 95%이상 고순도로 해외보다 납, 비소 등 중금속 함량은 낮고 효능은 더 우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특성을 통해 식의약품 소재 등 고부가 바이오 산업재료로 활용하기 위한 기능성 점토광물 산업도 육성하고 있다.또한 벤토나이트를 의약품 원료로 활용하기 위해 연구용 생산시설(BGMP)을 올해 준공할 예정이며, 2020년까지 연간 200t 이상 양산할 계획이다.포항시는 고품질의 점토를 홍보하고자 올해 불빛축제 기간동안 ‘제1회 포항시 머드테라피 축제’를 개최해 관광객 유치와 지역의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했다.포항시 관계자는 “해양도시 포항이 개발과 활용가능성이 높은 해양·에너지 산업육성을 통해 지역 성장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세리기자manutd20@kbmaeil.com

2018-06-07

시간을 달리니, 사람이 모이다

최근 포항은 주말이면 한바탕 난리가 난다.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기 위해 포항을 찾은 관광객들의 발길로 죽도시장을 비롯한 주요 시장과 횟집들이 북새통을 이루기 때문이다. 또 영일대해수욕장을 비롯한 바다에는 벌써부터 요트와 서핑 등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마니아들이 펼치는 풍경으로 장관을 이룬다.서울에서 서핑을 즐기기 위해 포항을 찾은 전 얼(38·서울 한남동)씨는 “국내에서 포항만큼 서핑을 비롯해 해양스포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은 드물다”면서 “KTX가 다니면서 한결 부담이 없어진 덕분에 겨울을 빼고는 매월 한두 번씩 포항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서울서 포항까지 2시간 남짓 접근성 높아져2015년 3월 개통 후 하루 평균 6천명 찾아주말에는 7천명 훌쩍 넘어 가파른 상승세‘하나의 생활권’ 이뤄 산업·문화 시너지 효과□ 포항역, 경북 동해권역 성장 견인지난 2004년 4월 국내에서 KTX가 첫 운행을 시작한 이래, 그동안 KTX는 전국을 하루 생활권으로 묶으며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사회·경제적으로 전국 각지에 큰 발전의 틀을 마련했지만, 경북 동해안은 유독 고속철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러던 중 고속철의 혜택에서 소외돼왔던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권역에 지난 2015년 3월말 수도권을 연결하는 KTX가 드디어 개통했다. 상대적으로 늦었던 개통 덕분인지 그 효과는 엄청났다. 경제·사회·문화·관광 등 전 분야에 걸쳐 전국 모든 곳과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되면서, 누가 보기에도 경북 동해권역이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이뤄가는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났다.특히 서울과 대구, 부산은 물론 경북 내륙 등과 포항을 연결하는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다양한 산업과 문화의 시너지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동안 포항을 비롯한 경북 동해권역은 수도권으로부터 접근성이 열악한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오랫동안 지속됨에 따라 천혜의 해양관광지와 다양한 문화유적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계시키는 데는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KTX의 개통과 더불어 이런 문제점이 크게 해결됐다는 평가이다.서울역을 출발해서 2시간여를 달리면 호미곶 일출을 볼 수 있고, 동해안 최대 어시장인 죽도시장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먹고 가도 반나절이면 서울역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경주와 울릉도, 독도 등 타지역과의 연계까지 이뤄지고 있어서 포항을 중심으로 한 ‘동해안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평가이다.이처럼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가장 먼저 관광산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특히 ‘바다’를 중심으로 한 해양관광산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포항시는 관광과 해양레저스포츠를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관광객들을 맞고 있으며, 실제로 이를 즐기기 위한 관광객 수가 크게 늘고 있다.권용구 포항역장은 “하루 평균 6천명이 KTX를 이용해 포항을 찾고 있으며, 주말의 경우는 7천명이 훌쩍 넘는다”며 “해마다 이용객 수가 크게 늘고 있으며, 전국에서도 포항역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역은 드물다”고 밝히며 향후 증편도 긍정적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통발달 포항시, 투자에도 이점철도 교통의 변방이나 다름없었던 포항은 KTX 개통을 계기로 전국 반나절 생활권에 편입됐으며, 이는 지역의 성장 잠재력을 크게 키움으로써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특히 물류비용이 크게 줄어들면서 경제적인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동해남부선 복선전철과 동해중부선, 영일만항인입선, 중앙선 복선전철 등 5대 철도사업과 순차적으로 연계되고 포항∼울산 고속도로를 비롯한 고속도로에 국내 첫 지역항공사인 ‘에어포항’의 취항 등 포항을 중심으로 한 동해권역은 더 이상 교통의 오지가 아닌 사통팔달(四通八達)의 교통 허브가 되면서 발전에 가속도를 낼 전망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KTX 개통을 계기로 포항시의 투자유치 실적도 크게 나아지고 있다는 것.민선6기가 시작된 2014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포항시의 투자유치 누계액은 3조7천억원으로 어려운 기업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이다. 포항에 투자를 결정한 주요기업으로는 2014년 삼승철강 등 5개 기업을 시작으로 KTX가 개통된 2015년에는 포스로 등 23개 기업으로 급상승한데 이어, 2016년부터는 에코프로지이엠 등 기업의 수는 다소 주춤했지만 투자금액이 크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그동안 세계경제의 어려움에 따른 투자위축과 수도권 규제완화에 따라 수도권에 대한 기업의 새로운 투자유인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들은 포항시의 부단한 노력과 KTX 개통 등 더욱 가깝고 편리해진 교통과 첨단과학 기반 등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비롯한 양호한 입지조건에 힘입어 많은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포항시 황병기 건설과장은 “KTX개통에 따른 실제 효과는 포항시는 물론 시민을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들이 노력한 덕분으로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바탕으로 지역경제가 조화롭게 도약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비전을 통해 사람과 기업이 몰려오고 그 혜택을 포항시 전체가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교통발달을 성장 동력으로지난 1914년 포항에 처음으로 간이역이 세워진 지 100년이 되던 2015년, 포항시는 KTX 개통을 통해 새로운 100년 역사를 써가고 있다. 또 KTX 개통을 시작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각 분야의 교류를 확대해 북방교류협력의 관문, 더 나아가 ‘환동해중심도시’ 건설을 위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고 있다. 포항시는 우선 산업과 문화관광, 자연환경 등 지역자원을 중심으로 기능을 특화해서 포항을 중심으로 한 경북 동해안의 지역경제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아래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예를 들어 국내 최대의 철강산업 기반과 동해안관광지를 비롯해 울릉도·독도 등에 대한 관광수요, 국토 최동단에 입지한 KTX역, 영일만항인입선 개설을 통한 물류 수송, 수도권에서 단시간에 동해안에 접근이 가능한 점 등을 최대한 활용해서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문화·관광 콘텐츠 분야의 경우, 포항국제불빛축제와 스틸아트페스티벌, 칠포재즈페스티벌과 같은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와 ‘연오랑세오녀’와 같은 향토문화자원 등을 적극 개발·활성화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황병기 건설과장은 “KTX의 개통을 계기로 관광산업이 중요한 지역의 먹거리 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면서 “관광 외에도 첨단과학을 비롯한 도시발전의 가속화와 함께 포항이 통일시대를 대비한 북방경제협력의 관문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2018-05-31

시린 눈보라와 뜨거운 보드카 눈부신 하늘과 푸르른 초원 몽골의 겨울과 여름

몽골을 여행하기 몇 해 전. 조그만 문예잡지의 청탁을 받아 ‘상상 속의 몽골’에 대해 짤막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직접 가보지 못한 몽골의 풍경은 황량함과 쓸쓸함, 그리고 한때 그 땅의 지배자이자 주인이었던 ‘정복자’ 칭기즈칸의 이미지로만 다가왔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 원고의 마지막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길들여져 고분고분한 야생마들은 더 이상 숨을 토해내며 먼 길을 떠나지 않는다. 정복자는 정복하는 방식을 잊어간다. 어지럼증에 휘청대며 늙어버린 땅을 훑는 황사. 광대한 제국은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만 떠도는 전설이 됐고, 언제나 부활의 약속은 아프다. 위성항법장치로 찾을 수 있는 황제의 무덤은 세상에 없다.’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이동식 천막이 펼쳐져 있고, 그 주위에서 양과 말이 뛰놀 것이라는 예측은 몽골의 관문인 칭기즈칸 국제공항에서 한 방에 깨져버렸다. 환하게 빛나는 네온사인과 높이 솟은 빌딩들, 거기에 유목민의 전통의상이 아닌 고급 양복과 양장을 차려 입은 신사와 숙녀들이 수도 울란바토르를 당당히 오갔다. 한국의 여느 대도시와 다를 바 없는 저녁 풍경이었다.도착해서 처음으로 밥을 먹은 식당도 깔끔하고 멋스럽게 장식된 곳이었다. 은으로 만들어진 식기는 반짝반짝 빛이 났고, 디저트 역시 유럽 레스토랑에서 내놓아도 손색없을 맛있는 치즈케이크이었다. 특별히 비싼 식당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음에도.“투구에 물을 끓여 말린 고기와 초원에 지천으로 널린 식용 채소를 데쳐 먹었다”는 13세기 몽골식 저녁식사는 그저 관광객이 품을 법한 환상에 불과한 듯 보였다. 울란바토르는 그만큼 빠른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풀이 자라는 곳으로 이동하며 유목생활을 하던 몽골 사람들 중 많은 숫자가 현대적인 도시 생활을 위해 정착한 지역이 바로 울란바토르다.몽골은 두 가지 측면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첫째, 여행자의 상상과 생각 속에 존재하는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울란바토르는 없다는 것. 두 번째는 겨울과 여름의 풍광이 너무나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제 기자가 보고 들은 몽골의 여름과 겨울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나라일까…몽골의 겨울 몽골의 겨울은 9월 하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부터 찬바람이 불고, 일부 지역에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는 풍문이 떠돈다. 추위가 한창인 1~2월의 평균기온은 영하 30도 안팎. 그 즈음에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는 친구의 말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그날 체감온도가 영하 40도였지. 숨을 쉬면 콧속의 물기가 단박에 얼어서 처음엔 숨이 막히더라고. 옷 밖으로 나와 있는 손이나 귀가 얼마나 시린지…. 장난을 좋아하는 동행자 한 명이 으슥한 곳에서 소변을 봤는데 10초도 안 돼서 얼음으로 변했어.” 얼마간의 과장이 섞여들었을 게 분명하다는 기자의 생각은 겨울철 몽골을 여행한 후 변했다. 친구는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다. 1~2월의 울란바토르 거리는 10분 이상 걸어 다니기 힘겨웠다. 불어오는 시베리아의 찬바람에 얼굴이 시리다 못해 아파왔다. 몽골이 ‘눈과 혹한의 나라’ 러시아와 인접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떠올랐다.그래서였을 것이다. ‘추운 나라에 사는 국민은 술을 잘 마신다’는 속설을 증명하는 이들이 몽골 사람들이었다.식당이나 카페엔 맥주와 포도주 등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은 잘 보이지 않았고, 테이블을 채운 손님들 대부분이 독주인 보드카를 물처럼 마셨다. 물론 우리 일행에게도 때마다 보드카를 가득 채운 잔을 내밀었고.과하게 마신 낯선 술에 취해 호텔로 돌아가는 길. 눈보라 치는 거리에서 원나라 기병대를 형상화한 얼음 조각과 만났다. 말에 오른 옛날 군인을 깎아 세운 얼음 덩어리는 800년 세월을 뛰어넘어 현실적인 생동감으로 여행자를 압도했다.이미 10년의 시간이 흐른 오래 전 일이지만 그날 몽골에서 겪은 겨울밤의 체험이 쉬이 잊히지 않는다. 뜨거운 보드카와 차가운 얼음 조각으로 새겨 넣은 투명하고 날카로운 울란바토르의 영상. 그리고 맵찬 바람에 몸과 마음이 동시에 움츠러들던 기억. ▲ 저리 푸른 하늘은 신(神)의 선물…몽골의 여름7월과 8월은 몽골 여행의 최고 성수기다. 항공권 가격은 치솟고 유명 관광지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인기가 높은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여름의 몽골은 일단 관광객들의 눈을 행복하게 해준다.울란바토르 시내에서 차를 타고 1시간 정도만 벗어나면 동화책에나 등장할 듯한 새파란 초원이 일상에 지친 이들을 반겨주고, 올려다보는 하늘은 청옥의 색채로 빛난다. “저 푸른빛은 분명 신이 만들어냈을 것”이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무신론자인 기자 역시 그랬으니까.그 아름다움과 놀라움의 한가운데 자리한 것이 바로 테렐지 국립공원(Gorkhi-Terelj National Park)이다. 드넓은 풀밭과 맑은 물 흐르는 협곡, 웅장한 산맥과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까지 두루 갖추고 여행자들을 반기는 곳.193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그곳은 여름이면 매혹적인 자연환경을 보러 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몽골 아이들은 시원한 냇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누구나 잠깐의 안전교육만 받으면 승마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물론 게르에서의 캠핑도 가능하다.평화로운 테렐지 국립공원을 유유자적 돌아다니다 보면 조선시대 단원의 산수화(山水畵)를 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그만큼 매력이 넘친다는 이야기.트래킹과 말 타기, 여기에 에델바이스를 비롯한 아름다운 야생화를 보며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공간이 도심에서 겨우 50km 거리에 있다는 건 축복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여름에 몽골을 여행한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그 말이 마냥 입에 발린 레토릭처럼 들리지 않는다. 울란바토르는 어떤 도시?‘붉은 영웅’ 의미… 몽골인구 절반 거주서울시와 자매결연 ‘서울의 거리’ 조성도‘붉은 영웅’을 뜻하는 울란바토르(Ulaanbaatar)는 몽골 정칟경제·문화의 중심지이자 수도다.오르혼강(江) 지류 인근에 자리한 이 도시의 면적은 4천704㎢. 몽골 인구의 절반 가량이 생활하고 있다.인접한 나라 중국 사람들은 “우란바투오”라고 부르고, 예전 유럽인들은 “우르가"라 칭했다.해발 고도 1천300m쯤에 위치해 있어 여름철 평균기온이 영상 27도로 비교적 덜 덥고 쾌적하다. 하지만 겨울엔 영하 45도까지 기온이 떨어져 그야말로 ‘얼음왕국’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만큼 계절별 기온 차이가 크다. 대륙성 기후 탓이다.1649년 라마교가 생긴 이래 몽골 라마교의 본산으로 자리매김했다.18세기엔 러시아와 청나라 사이의 무역을 중계하며 경제적 번영을 누렸다.외부인들을 경계하지 않고 쉽게 융합하는 유목민 특유의 기질은 몽골을 찾는 여행자들에 대한 친절과 환한 웃음으로 드러난다.도시는 물론 초원에서 만나는 몽골 사람들은 대부분 관광객을 편안하게 대해준다. 울란바토르가 몽골의 수도가 된 시기는 1911년 외몽골의 독립과 함께였다. 1921년 혁명이 일어나 라마교 국가가 무너지고 공화국이 성립됐다. 러시아의 영향이었다.이후 나라 곳곳에 남아있던 라마교의 종교적 색채와 흔적은 사라졌다.1934년 구 소련의 적극적인 원조가 공업화의 발판을 만들었다고 평가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엔 피혁과 모직물 등을 가공하는 공장이 지어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체코슬로바키아 등이 몽골을 도왔다.식육과 유제품 관련 산업 인프라 확충 역시 러시아가 원조했다. 몽골의 종합대학인 울란바토르대학에선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 청년들을 만나볼 수 있다. 농업과 의학 등을 교육하는 전문대학과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학도 울란바토르에 자리한다.많은 수의 여행자들은 몽골이라고 하면 이동식 천막 ‘게르’부터 떠올리지만, 울란바토르에선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높이 솟은 빌딩과 주택, 관공서와 박물관뿐 아니라 시원스레 뻗은 도로까지 갖춘 울란바토르는 여느 나라의 수도와 같이 차츰 현대식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도심의 랜드마크는 수흐바토르 광장이다. 광장을 중심으로 정부청사와 국립국장, 몽골 영웅들의 묘지와 관광객을 위한 호텔이 들어서 있다.한국과의 관계는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1995년엔 울란바토르와 서울시가 자매 결연을 맺었고, 이듬해엔 ‘서울의 거리’도 조성됐다. 한국인 관광객도 해마다 증가 추세다.글/홍성식기자사진제공/구창웅

2018-05-25

글로벌 철강경기 악화 타개할 선제적 대처 ‘승부수’ 띄운다

그동안 주력산업인 철강으로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주도해 온 포항시는 중국발 철강 공급과잉과 건설, 조선 등 철강 수요업종의 저성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철강 수요산업의 트렌드 변화는 포항시에 자동차산업의 신소재 확대, 조선산업의 고부가 철강재, 건설산업의 친환경·고효율 소재로의 전환 등에 대응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제를 안겨줬다. 이에 시는 신소재 개발과 철강 본연의 경쟁력강화를 통해, 철강산업의 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환동해 경제중심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각종 분야 중에서도 ‘신소재 개발’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포항시의 첨단 신소재 개발 산업화 전략을 살펴보자. ■ 타이타늄포항시·경북도·포스코 ‘협업’… 공동연구·시제품 제작 등 적극 지원블루밸리국가산단 기업 유치로 ‘타이타늄산업 클러스터’ 구축 나서■ 에너지 강관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 ‘강관시험평가센터’ 조성 적극 추진완공땐 철강사-강관사-고객사 ‘맞손’ 품질 개선·시장 개척 등 기대■ 철강산업 신기술 융합사업비 3천억 투입… 기획위 구성, 기술개발·인프라 구축 ‘잰걸음’7월엔 ‘철강산업 글로벌경쟁력 강화 방안’ 산자부 제출 사업 본격화□ 타이타늄 산업생태계 구축타이타늄은 강철과 비교하면 강도는 2.5배 강하지만, 무게는 43%로 훨씬 가볍고 550℃의 고온에서도 우수한 강도를 유지해 △항공우주 △자동차 △의료 △레저용품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이용돼 고성장이 전망되는 소재이다.전 세계 타이타늄 소재 및 부품산업 시장규모는 현재 150조원 수준으로 2025년에는 약 6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연평균 10% 성장)하고 있으며, 국내 타이타늄 시장규모도 2014년 2천426억원에서 2018년도에 4천24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정부의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와 경북도가 선정한 지역전략산업도 타이타늄을 비롯한 신소재산업을 선정해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이에 맞춰 포항시는 경상북도, 포스코와 협업해 타이타늄 기업의 공동연구와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고 있으며,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관련 기업을 유치해 타이타늄 집적단지로의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지난해에는 포항에서 경북 권내 타이타늄 생태계 육성을 책임지고 있는 전문기업들의 기술교류회가 열리기도 했다.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POMIA)이 개최한 이 기술교류회에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과 한국기계연구원부설 재료연구소(KIMS), 경북대학교의 타이타늄 전문가들이 참여해 열띤 강연과 토론 등을 펼쳤다.특히 (주)엠티아이지, (주)제앤케이, 승산산업(주), (주)리코디오코리아, (주)티엔텍, 한국멕케이용접(주), (주)SW IND, (주)삼성, 신아기업(주), 인텔철강(주), (주)범비에스티, 삼정캐리월드(주), (주)한동기술화학, (주)삼희스틸 등 주요 회사들이 참석해 △타이타늄 개요 및 신기술 △시험분석평가 및 지원 사례 △타이타늄 스크랩 재활용 기술에 대한 질의와 토론 등이 이어졌다.포항시 관계자는 “경북도 및 포미아와 협업해 경북권 내 타이타늄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 타이타늄기업 집적화를 통해 지역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의 큰 몫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수출주력형 에너지강관산업 경쟁력 강화에너지 강관산업은 석유, 가스 등의 에너지자원 채굴과 수송에 필요한 강관을 제조하는 산업을 말한다. 세계 에너지 강관시장은 60조원 규모로 추산되나 우리나라의 시장 점유율은 5%에 불과한 수준이다.포항도 넥스틸, 세아제강, 한국맥케이용접 등 강관기업이 있으며, 이들 강관기업 제품의 품질향상과 시험평가 지원을 위한 ‘수출주력형 에너지 강관산업 기반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운송 수단에 사용되는 강관의 수요 증가와 최근 극한지 자원개발 확대 및 에너지 강관 시장의 경쟁심화에 따른 품질 개선이 요구되면서 지역 강관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마련한 사업이다.이와 함께 POMIA는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내에 강관시험평가센터를 구축해 지역 내 강관 제조사들의 품질개선을 지원할 계획이다.센터가 들어서게 되면 철강사-강관사-고객사의 협업 및 기술교류 활성화에 기여하고 시험인증, 품질개선, 공정설계, 기술개발 등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또한 에너지 강관기업의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역 강관사들의 가격 및 품질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수출시장의 다변화를 위한 시장 개척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첨단산업 전략소재부품 기반 조성극한 환경 속에서 사용되는 타이타늄과 니켈은 국방, 에너지, 의료분야 등에 적용되는 고부가가치 금속으로 국내에 총 600여개 기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험·인증기관 및 인프라 부재로 해외 시험·인증에 의존하고 있다.포항시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 경북테크노파크, KIMS(재료연구소)와 함께 첨단산업 분야에 활용되는 소재·부품의 시험평가 및 인증시스템 구축으로 지역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진입과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이를 통해 그동안 해외 인증기관 의존에 따른 비용과 시간을 절감해 국내 관련기업의 부품 국산화와 수출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 ‘철강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부사업 기획 포항시는 대통령의 지역 공약 사항인 ‘포항 철강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지원’ 사업 추진을 위해 중앙 정부와 연계해 포항 철강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을 기획 중이다.고부가 철강재와 경량 소재의 개발 및 상용화 그리고 기존 철강산업에 신기술을 접목한 융합산업 육성이 중점 목표이다. 약 3천억원의 사업비로 철강기업의 관련 기술 개발과 기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현재 포항시, 경상북도, 포스텍,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항테크노파크, POMIA,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재료연구소, 관내 기업 등이 참여하는 기획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세부사업 내용을 작성 중에 있다.시는 발굴된 전략산업이 지역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하게 분석한 후 오는 7월께 산업통상자원부에 ‘포항 철강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출해 사업을 본격화 시킬 계획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은 “글로벌 철강경기 악화와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어 지역 철강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첨단 신소재산업 육성과 산업구조의 개편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급변하는 국내외 산업시장에 기업들의 선제적 대처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상황에서 포항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첨단 신소재산업 육성은 지역기업의 미래 신성장 산업창출에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세리기자manutd20@kbmaeil.com

2018-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