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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기 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의 매수청구권

▲ 안병국 포항대학교 세무부동산계열 겸임교수일반적으로 `도시계획`으로 알려져있는 도시·군관리계획 결정이 중요한 것은 쉽지 않은 입안절차와 결정절차 때문이다. 도시기반시설 54가지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도로·철도·운하·공원·유통업무설비시설·수도·전기·가스·열공급설비, 공동구·학교·사회복지시설·하천·화장시설·장례식장·하수도·폐기물처리시설 등이다. 이런 기반시설이 입안절차와 결정절차를 거치게 되면 `도시·군계획시설`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도시·군관리계획시설이 결정되면 집단이익을 얻는 경우도 있고, 집단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도시·군계획시설이 결정된 개별필지의 소유자는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는, 직접적이고 특별한 희생이 따른다. 그래서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는 개인이 관할구역의 행정의 장에게 가지고 있는 토지를 매수청구 할 수 있다. 계획결정의 고시일부터 10년 이내에 시설 설치에 관한 사업이 시행되지 아니한 때에는 당해 토지중 지목이 대지인 토지의 소유자는 관할구역 행정의 장에게 토지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이것이 장기 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부지의 매수청구권이다.여기서 매수청구권의 핵심은 도시·군계획시설으로 결정된 지 10년이 넘어야 하며, 지목이 반드시 대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목이 대지여야 하는 이유는 시설이 결정되면 토지소유자가 지목의 용도에 따라 고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지목이 전·답인 곳에 도시·군계획시설인 도로로 결정돼 장기로 집행이 되지 않았다 해서 농사 짓는데 아무런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목이 대지인 경우는 다르다. 그래서 대지 소유자에게만 매수청구권이 주어진다.토지소유자가 토지의 매수를 청구하고자 하는 때에는 토지매수청구서에 대상토지 및 건물에 대한 등기사항증명서를 첨부해 매수의무자에 제출하면 된다. 이때 매수의무자는 청구가 있는 날로부터 6개월 이내 매수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매수 결정된 토지는 2년 이내에 반드시 매수해야 한다. 가격과 절차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진행된다. 매수청구를 받은 토지를 매수하는 때는 현금으로 그 대금을 지급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매수의무자일 경우 도시·군계획시설 채권을 발행, 지급할 수 있다. 도시·군계획시설채권의 상환기간은 10년 이내이며, 이율은 금융기관이 적용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금리의 평균이상이어야 한다.그러면 매수청구를 한 토지를 매수의무자가 매수하지 아니하기로 결정한 경우와 매수하기로 약속하고 2년 지난 때까지 그 토지를 매수하지 아니한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토지소유자는 허가를 받고 그 대지위에 단독주택 3층이하·1종근린생활시설로서 3층이하·제2종근린생활시설로서 3층이하 공작물의 설치행위를 할 수 있다. 매수청구도 하지 않은 장기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은 어떻게 될까. 시설의 결정고시일로부터 20년이 지나고 도시·군계획시설사업이 시행되지 아니한 경우 20년이 되는 다음날에 효력을 잃는다. 효력을 잃을 때는 일자 및 실효사유, 내용을 관할구역의 장은 지체 없이 그 사실을 일반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20년이 흐르는 동안 관할구역장은 도시·군계획시설의 설치 필요성이 없어지는 경우 또는 그 고시일부터 10년이 지날때까지 사업시행이 되지 아니한 경우 그 현황과 단계별 집행계획을 지방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보고받은 지방의회는 대통령령에 따라 해당 지자체장에 도시·군계획시설의 해제를 권고할 수 있다.헌법 제23조는 사유재산권을 인정한다. 그러나 공익을 위해서 사유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 조항 때문에 과도한 사유권이 제한되어도 국민은 참을 수밖에 없다. 장기미집행 도시·군계획시설의 매수청구권을 적극 활용해 과도한 공익에 대해 사익이 적극 대항할 수 있었으면 한다.

2013-04-25

우리 농업, 곡우를 기다리며

▲ 김주령경북도 농업정책과장 4월20일은 24절기의 여섯째 절기로 봄비가 백곡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이다. 이 시기에 우리 조상들은 못자리를 준비하고, 볍씨를 담그며 풍년농사를 염원했다. 1년 농사의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부정한 행동을 자제하고, 이 시기의 수액이 몸에 좋다하여 박달나무, 자작나무 등에 미리 상처내에 모아놓은 곡우물을 마시러 산에 오르기도 했다. 2013년 곡우를 맞이하는 농촌의 현실은 어떠한가. 희망과 설레임으로 가득차야 할 4월의 푸른 들녁에서 농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온갖 생명의 소산들이 만개하고 있는 시기에 우리 농업·농촌은 이직도 깊은 동면(冬眠)에 빠져있다.전국 제1의 농도인 경북도 농정의 실무 책임자가 아닌 도민의 한사람으로서 요즘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 중국 4대 기서중 하나인 수호전에 나오는 이 말은 `화(禍)가 복(福)을 달고 올 수도 있으니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와 `화가 또 다른 화를 달고 올수도 있으니 삼가고 조심하라`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농업과 농촌의 위기를 마주한 우리의 선택은 자명하다. 물러설 수도, 포기할 수도 없기에, 반드시 지키고, 이겨내야 한다. 화(禍)는 이미 와 있으니 복(福)으로 바꾸면 된다. 수세를 공세로 바꾸어야 된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 하지 않았던가. 복의 징조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먼저, `시장의 변화`라는 복이다. 향후 농업시장은 `쌀`에서 과수, 채소 등 원예작물로 이동(market shift) 하는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강(江)·산(山)·해(海)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최고의 생물 다양성과 특산물을 내포하고 있는 경북이 시장변화의 최대 수혜처가 될 것이다. 여기에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농협의 신용·경제사업 구조개편은 이러한 시장변화의 구심체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두번째 경북이 가진 복의 기운은 기술융합(Convergence Technology), 문화융합(Convergence culture)을 통해 녹색혁명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생산=돈이라는 등식이 더 이상 성립되지 않고 있는 새로운 농업혁명의 시대가 우리 앞에 있다는 것이다. IT·BT·NT 등 첨단 과학기술과 융합되고, 지역의 고유한 유무형 어메니티와 연계된 2,3차산업이 `농업은 곡물을 생산하는 1차산업`이라는 틀을 깨고 있다. 그 흐름은 하이터치(High-touch)로 대변되는 소프트웨어 시대를 넘어 이미 아트웨어(Art-ware)시대까지 넘보고 있다. 전국 최다의 대학과 연구기관 등 과학인재 기반과 천년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신라-가야-유교의 3대 문화를 필두로 새마을운동, 호국, 선비 등 정신·문화적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경북의 강점을 농업과 잘 융합한다면 경북은 농업으로 세계의 중심이 되는 아그리젠토(Agrigento)로 거듭날 것이다.마지막으로 빠뜨릴수 없는 복은 `사람`이다. 극단적으로 박노해 시인이 읊었듯이 `사람만이 희망`이다. 경북도는 `청년리더 1만명 육성 프로젝트`와 (재)경북농민사관학교를 통한 전문 CEO 2만명 육성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고, 도정의 핵심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농업·농촌의 난제를 풀어갈 첫 출발점은 인재육성에 있다. 국토면적이 우리의 절반수준이고, 곡물자급률 또한 30% 이하로 대표적 수입국가이지만 세계적 농업강국으로 우뚝선 네덜란드 농업의 성공비결도 한 마디로 농업인재 육성이었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한다.`화불단행(禍不單行)`의 경고적 의미를 되새기며, 지역농업이 지니고 있는 복(福)의 기운이 경북 농업 발전을 위한 곡우(穀雨)가 되어 우리 가슴에 흩뿌려 지기를 바란다. 도청 마당의 화사한 수목들이 우리의 눈길을 따스한 온기로 휘감듯이….

2013-04-18

학교의 봄

▲ 조현명 시인봄이 어떻게 왔는지 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날들이 가고 있다. 무슨 일인지 해가 거듭할수록 잡무들이 늘어나는 게 교직이 되었다. 급기야 선생님들의 푸념에는`학생들 가르치는데 전심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공문 처리하느라 진이 다 빠지네`가 가장 많다. 학교를 기업처럼 바꾸어 버린 게 지난 5년인데, 사업을 공모하고 사업을 낙점받으면 잘 시행해서 실적위주로 인센티브를 받고, 시행 과정을 보고하고, 그것을 감사하는 기관이 있어 실제 초등학생 숙제검사하듯 하니 일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칫 교육의 본질은 뒷전이고 형식적인 행사와 겉치레가 많아지기 마련인데, 교무업무시스템이나 학교회계업무처리시스템 등 각종 행정시스템들이 여러 개 설치되고 나니 더욱 업무가 폭주한다. 명령을 내리는 쪽은 쉽게 내리도록 됐고, 실제 시행하고 행동해야 할 쪽에서는 더딜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조금만 늦추면 곧바로 전화가 오고,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벽에 구멍이 있어도 형식적으로 겉만 발라 마감처리하는 못된 미장이 같이 된다. 시스템으로 명령을 내리는 상위부서는 여러개여서 서로의 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충돌할 때 일선학교는 어느 장단에 춤춰야할 지 모를 때도 생긴다. 이를테면 한 쪽에서는 보안을 강조하고, 한 쪽에서는 정보공개를 강조하니 웃음만 나온다. 뜬금없는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요즈음 호두가 값비싸다고 한다. 그런데 호두나무를 심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한다. 호두나무가 귀하니 호두가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럴만도 한것이 호두나무는 땅에다 심고 5~6년은 지나야 첫 결실을 맺고, 20년에서 30년은 지나야 최대로 수확할 수 있다. 사람들은 5~6년 기다려야 한다니 기다림이 두려워 심지 않는 것이다. 심고 곧바로 수확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 사람의 성품, 그것이 문제였다. 교육현장도 성과를 빨리 내기위해 안달복달이다. 교육이란 호두나무를 심어놓고, 오랜 후에 호두열매를 거두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기다림과 여유 속에서 만들어가는 것이 교육일진대 이제 공모제나 온갖 시스템과 같은 것은 걷어내고 교육의 본질을 찾아갈 때가 된게 아닐까. 교육의 본질은 다른 게 아니다. 바로 여유에 있다.여유가 있으면 생각도 하고, 창의력도 발휘하고, 온갖하고 싶은 동기도 유발되는 것인데, 그것 없이 가두어놓고 쥐어짜내니 동기유발도 안되고, 자기주도성도 없고,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귀차니스트만 양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고등학생 때는 아침과 오후 통학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여유가 있었다. 친구들과 매일 저녁 별일 없이 모여서 떠들기도 하고, 들판이나 마을을 쏘다니기도 하고, 강가에 나가 낚시도 하고, 부모님 일을 돕기도 하고…. 공부는 언제했었나 싶다. 그래도 공부를 했었고, 하기싫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별로 걱정도 없이 진학했었고 어쩌면 그런 여유가 나를 이렇게까지 만든 스승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친구들도 굳이 애써서 진학할 필요가 없으면 공장으로, 장사하는 길로 갔는데, 꽤 성공한 경우가 많다. 교실에 앉아 책과 머리로만 무엇을 알고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란 것이 오래전에 드러났다. 차라리 책을 읽고 토론하거나 세상을 여행하고, 직접 체험하는 편이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 아이들을 그냥 교실에 가두어놓고, 두꺼운 옷을 입히고, 일제히 참새처럼 조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학교에서 바라보는 현실은 `나라와 민족의 앞날이 걱정된다.`이다. 봄날 교사가 여유가 없으면 학생도 여유가 없다. 꽃이 지고, 피고, 다시 져도 그것을 돌아보는 사람도 없고, 피고 지는 이유를 생각해보는 이도 없다. 학교의 봄은 저만치 홀로 피고 있다.

2013-04-18

날조꾸 쓸럽

▲ 김현욱 시인무슨 말인가 의아하겠다. 날조꾸는 뭐고, 쓸럽은 또 뭔가? 날조꾸는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의 줄임말이다. 쓸럽은 쓴다의 쓸과 클럽의 럽, 합성어다.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글 쓰는 클럽이 바로 `날조꾸 쓸럽`이다. 지난 4일 포항문학 부설 문예아카데미 16기 개강식이 포항시청 문화복지동에서 열렸다. 올해는 따로 광고하지 않았는데도 등록한 사람이 스무 명을 넘었다. 대부분이 40, 50대 중년으로 저마다 가입 동기와 포부가 진지했다. 무엇보다 배움에 대한 열의와 몸에 밴 부지런함이 돋보였다.그때 문득, `날조꾸 쓸럽`이 떠올랐다. 알다시피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 그저 `날마다, 꾸준히, 조금씩 쓰는 것`외에는 별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날조꾸가 쉬운 일은 아니다. 전업 작가가 아니고서야 날조꾸 하기가 어디 쉬운가?그날 16기로 오신 분 중에 “나는 야간 전문입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 공부합니다. 문예아카데미가 낮에 있었다면 저는 못했을 겁니다. 매주, 문학이 있는 목요일 밤에 공부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렙니다.”라고 말한 분이 있었다. `나는 야간 전문입니다`란 말이 그대로 가슴에 꽂혔다. 곱씹어도 참 멋진 말이다.날마다, 조금씩, 꾸준히는 글쓰기의 제1원칙이다. 학창시절 일기쓰기가 그 출발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기만 날조꾸 해왔다면 자서전 따로 쓸 필요가 없다. 애석하지만 그런 사람 찾아보기 어려운 세상이다. 그렇다고 늦은 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면 된다. 하늘이 두 쪽이 나더라도 날조꾸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면 된다. 올해 문예아카데미에 들어온 분들에게 날조꾸 말고는 별로 할 얘기도 없다.지난해 세 번째 시집 `사슴공원에서`를 출간한 고영민 시인은 매일 밤 자정에 일어나 두세 시간 시를 쓴다. 몸에 밴 습관이고, 자신과의 약속이다. 그렇게 매일 밤 공들인 시간이 독자의 사랑을 받는 시집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정호승 시인은 조금 다르다. “나는 끊임없이 메모를 해두었다가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몰아서 쓴다. 한번 시 쓰기가 시작되면 그 긴장이 몇 달간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다른 일은 손대지 않는다”이런 방법이 날조꾸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끊임없는 메모와 몇 달간 계속`이 바로 날조꾸다.원고지로 하루 6~7매가 적당하다. 구상이나 퇴고를 포함하지 않는 그야말로 초고 쓰기다. 구상과 퇴고에 부담을 가지면 초고 쓰기가 어렵다. 생각이 많으면 몸(손가락)이 둔해진다. 날조꾸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이라도 반드시 쓴다`는 것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날조꾸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쓰기`보다 `생각하기`와 `고치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시 쓰기의 절차는 세 단계다. 생각하기-쓰기-고치기. 모든 시가 창의성의 자장(磁場)에서 벗어날 수 없듯이, 모든 시 쓰기는 이 세 개의 터널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시의 나라에 입국할 수 없다. 내가 문예창작 강의실에서 확인한 바로는, 대부분의 습작기 학생들(일반 시민도 결코 다르지 않다)이 생각하지 않고 쓴다. 또 생각하고 썼다고 하더라도 고치지 않는다. 한 편의 시를 쓴 다음,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라. 아주 냉정하게. `나는 이 시를 쓰기 위해 얼마만큼이나 생각했는가. 이 시를 쓰고 나서 몇 번이나 고쳤는가`새로운 의미와 표현을 생각해내지 못했다면 쓰지 마라. 쓰고 나서, 최소한 열 번 이상 소리 내어 읽으며 고치지 않았다면 발표하지 마라. 쓰는 단계가 가장 쉽다. 생각하기가 어렵고, 고치기는 더더욱 어렵다”어느 문예지에 발표한 이문재 시인의 심사평이다. 쓰는 단계가 가장 쉽다는 말에 공감할 때까지 우리는 `날조꾸` 해야 한다.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일 때까지. 쓴다는 행위가 밥 먹고 숨 쉬고 똥 누는 일이 될 때까지. 그건 그렇고 `날조꾸 쓸럽`에 관심 있는 분은 `나중에, 다음에`라고 변명하는 자기 자신에게 한번 연락해보시길.

2013-04-11

4·1부동산대책 지방혜택 없다

▲ 안병국 포항대학교 세무부동산계열 겸임교수과거 어느 정부든 부동산가격 때문에 발목 잡히지 않은 정부는 없다. 지금의 부동산가격은 과거와 달리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시장 중에서도 주택시장이 원활하지 못한데 있다. 국내 부동산시장은 거래 실종으로 극심한 빙하기다. 반면 미국, 중국, 유럽 등의 세계 부동산시장은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부동산시장의 현실적인 문제는 주택가격 하락과 거래 부진에 따른 하우스 푸어 문제,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는 전세금 등인데 정부는 이에 대해 주택거래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따라서 우리가 사는 지방에 대한 영향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주요 발표내용을 보면 실수요자가 집을 사거나 전세자금을 마련하는데 쉽게 해주기 위해서 세금이나 대출금리를 줄여주는 것이 골격으로 돼 있다.첫 번째로 올해 안으로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32평형)이하인 주택을 생애 처음으로 구입하는 실수요자에게는 취득세를 면제해준다. 조건은 부부합산 소득이 연 6천만원이 넘지 않아야 하며 세대원 중 누구라도 집을 취득한 경험이 있으면 취득세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두 번째는 9억원이하 전용면적 85㎡이하의 신규주택, 미분양주택 및 1세대1주택 보유자의 주택을 취득하여 5년간 가지고 있다가 가격이 올라도 양도소득세를 면제 시켜주겠다는 대책이다. 세 번째는 현재 처음으로 집을 사는 사람은 대출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이 연소득 50%(지방60%)를 넘지 못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와 집값의 60%까지만 대출을 해주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받는데 정부는 DTI 규제를 연말까지 없애고 LTV 규제 한도도 집값의 70%로 올려 주겠다는 것이다.이것 외에도 몇 가지 더 있는데 정부가 1일 발표한 대책은 세제지원에서 규제완화, 자금지원에 이르기까지 사용할만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정책은 서울의 일부를 제외한 수도권 내 조차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에서 발표한 내용이 포항시민들의 반응을 알아보고자 졸업생들이 운영 중인 몇몇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화를 해보았다. “교수님 4·1부동산대책이 우리 동네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어요.” 명확한 지방의 차별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면적은 85㎡ 넘지만 가격은 9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2~3억원의 지방주택은 면제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방에는 소형주택 미분양은 찾을 수 없다. 어쩌다 있는 신규분양의 소형주택도 불티나게 팔린다. 85㎡ 이하 소형주택은 구할래야 구할 수가 없다는 사정을 잘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지방에는 면제대상에서 제외되는 85㎡ 넘는 신규주택, 미분양주택이 남아돌고 있다. 소형주택은 거래할 물량이 없는데 무엇이 거래활성화 대책이란 말인지 모르겠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8억원에 사서 5년 후 13억원에 팔면 혜택을 받는다. 강남에 8억원의 소형주택을 가진 사람이 지방의 2억5천만원 이하 40평형의 주택을 가진 사람보다 더 서민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조세형평성도 문제다. 다주택자가 내놓은 주택에 양도세 감면혜택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 반면 1주택자가 매도한 주택을 다주택 소유자가 아무리 많은 주택을 매입하더라도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면 부자 특혜 시비에 자유로울 수 없다. 4·1부동산대책은 매수 촉진에 치우쳐 나머지 주택매도자의 입장을 소홀하게 다루었다. 정치권이 입법과정을 통해 면제기준에서 면적(85㎡)을 빼고 가격만 9억원 이하로 단순화하여 수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지방은 이번 대책에서 다른 것을 별로 원하지 않는다. 85㎡ 초과되는 신규주택 미분양주택 다주택보유자의 주택을 취득하더라도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2007년 말부터 빙하기에 접어든 부동산시장에 봄기운 돌듯이 온기가 돌기를 기대해 본다.

2013-04-10

생멸심(生滅心)과 진여심(眞如心)

▲ 정석준 수필가마명보살은 `대승기신론`에서 우리의 마음에는 두 가지 마음, 즉 생멸심(生滅心)과 진여심(眞如心)이 있다고 했다. 생멸심이란 마음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측면을 말한 것인데, 이 생멸심이 바로 중생심이다. 중생은 대상에 따라서 온갖 마음을 일으키기 때문에 번뇌 망상이 마치 죽 끓듯 일어나,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진여심이란 우리의 본래 마음으로서, 이 마음은 맑고 청정하다하여 청정심(淸淨心), 부처님의 성품과 같다고 하여 불성(佛性), 여래의 씨앗을 간직하고 있다고 해서 여래장(如來藏), 이 마음이 나의 참된 주인이라고 해서 주인공, 이 자리는 무엇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다하여 `이 뭣고` 등으로 부르고 있지만, 마음의 참된 모습을 언어로 설명할 수가 없다. 따라서 대승기신론에서는 진여를 `언어를 떠난 진여`라고 하였다.생멸심과 진여심은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별개의 마음이 아니라 마치 바닷물과 파도의 관계와 같은 것이다. 바닷물이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파도요, 파도는 바닷물을 떠나서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파도와 바닷물은 둘이 아니다. 또 거울이나 푸른 하늘과도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의 본 바탕은 맑고 푸르다. 그러나 때때로 흰구름·뭉개구름·먹구름이 낄 때도 있지만, 맑고 푸른 하늘의 본 바탕은 변함이 없다. 여기서 맑고 푸른 하늘은 우리의 본래 마음이고, 구름 낀 하늘은 생멸심이다. 여기 거울이 하나 있다. 이 거울은 본래 맑고 깨끗했다. 그런데 이 거울에 때가 묻고 먼지가 끼면 물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코가 둘로 보이기도 하고, 한 쪽 눈은 작고 다른 한 쪽 눈은 크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때가 묻었다고 해서 거울이 아닌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맑고 깨끗한 거울이 우리의 진여심이라면, 때 묻고 먼지 낀 거울이 생멸심이다. 때 묻고 먼지 낀 거울도 깨끗이 닦아내면 맑고 깨끗한 거울이 될 수 있듯이 우리 중생도 열심이 수행정진하면 부처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이 마음을 깨치기 위한 방법으로 간경·염불·주력·참선 등 여러 가지 수행 방법이 있으며, 참선 수행법에도 관법·묵조선·간화선 등이 있다. 관법(위빠사나)은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조용히 관하는 수행법이고, 묵조선은 일체의 사량(思量)과 분별을 끊고, 고요히 앉아서 마음을 묵묵히 한 곳에 집중하여 닦는 수행법이며, 간화선은 화두를 참구하는 수행법이다. 화두란 말씀 `화(話)`자, 머리 `두(頭)`자, 즉 `말의 머리`란 뜻으로, 화두에 의심을 일으키고 정신을 집중시켜 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이 간화선법에 의한 참선수행을 하고 있다.화두를 참구함에 있어서 서산대사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기가 참구하는 공안(公案)에 대해서는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해야 한다. 마치 닭이 알을 안은 것과 같이 하고, 목마른 사람이 물 생각하듯 하며, 어린애가 어머니 생각하듯 하면 반드시 꿰뚫을 때가 있을 것이다. 닭이 알을 안을 때는 더운 기운이 지속되며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는 마음과 눈이 움직이지 않게 된다. 굶주릴 때 밥 생각하는 것과 목마를 때 물 생각하는 것이나, 어린애가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고, 억지로 지어서 내는 마음이 아니므로 간절한 것이다. 참선하는 데에 이렇듯 간절한 마음이 없이 깨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선가구감)

2013-04-09

꿈과 성공

▲ 조현명 시인고등학교 동기 A는 학교 다닐 때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다정다감하고 의리가 있었던 좋은 친구였는데, 어느 날 회사 사장이 되어 명함을 내밀었다. 아버지가 경영하던 회사를 착실한 경영자 수업 끝에 물려받은 것이었다. 또 하나의 동기 B는 역시 공부와는 담을 쌓았던 농뗑이였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에 동대문에서 옷을 떼어다가 보따리장사를 시작해서 모은 자본금으로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빵가게를 내었다. 그게 크게 성공해서 시내의 가장 좋은 길목에서 성업 중이다.A나 B는 모두 다 공부와는 무관하게 자기의 꿈을 따라 열정을 가졌던 친구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성공기준이 사장이 되고, 돈을 많이 벌고, 권력을 쥐고, 명예를 얻는 그런 것 만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행복의 조건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꿈과 행복을 이루는 것이 성공으로 말하여지는 것이 아닐까.또 C는 고교시절 전교에서 1등한 수재였다. 당연 S대 법대에 진학했고, 마흔 네 살까지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젊음을 보내버렸다. 아깝게도 늘 합격의 문 코앞에서 돌아섰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고, 나중에는 오기로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늦게나마 낙향해서 학원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친다.`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이 있었다. 당시에는 학력위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주입식교육에 대한 비판의 말로 사용했을텐데. 지금은 그 말의 뉘앙스가 약간 달라진 듯 하다. S대 출신 실업자와 수많은 박사들이 실업자로 떠도는 세상에서 학교 다닐 때 성적이 좋았다고 앞으로 성공할거라는 보장은 없다. 학력이 고졸만으로도 꿈을 갖고 성공할 수 있다는 말들이 플랭카드처럼 붙기도 했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에 주문한 결과 반짝 고졸자들의 취업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학력차별이 여전한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사회 분위기가 변하여서 핀란드나 호주처럼 중고교에서 진로희망이 정해지면 성적과 관계없이 꿈을 향해 준비하고, 희망하는 직업을 가지는 그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학교교육의 목표가 된지 오래되었다.`꿈이 있는 사람은 성공한다`는 공식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어떤 학생은 이렇게 묻는다.`선생님 꿈이 있는데 성적이 그것을 이룰 정도가 아니라면요 어떡해요` 그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긴 하지만 `꿈 = 장래희망 +실현할 구체적 계획 +열정`이라고 말해준다. 그러나 얼마나 서글픈 현실인가. 이미 앞서간 사회들은 성적과 무관하게 아이들의 꿈을 보장해주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학력, 성적 위주의 서열화로 해마다 몸살을 겪고 있다. 대학입시와 취업의 현실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나 `꿈이 있는 사람은 성공한다`라는 말을 의심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자신의 자녀에게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자녀에게는 `공부해라. 그래야 성공하지`라는 말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이런 현실 속에서 학생들에게 내가 자주 말해 주는 것은 다음과 같은 말이다. “꿈이 없는데 성적만 좋으면 그놈은 나쁜 놈이 된단다. 의사, 판검사가 될 꿈도 없었는데 성적을 따라 `사`자를 달고 나니 온갖 나쁜 짓을 일삼는 공공의 적인`사`자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나 성적이 나쁜 아이들이나 `꿈`이라고 하는 것을 가지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인 듯 하다.앞의 이야기의 A나 B는 비록 성적과 학력은 낮지만 꿈을 가지고 자신의 적성과 조건에 주목해서 자아실현을 이룬 경우이다. C의 경우처럼 성적이 매우 좋았지만 모든 사람의 기대처럼 좋은 직업을 가지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또 똑똑하게 생긴 한 녀석이 “에이 그건 매우 희귀한 경우죠. 우리에겐 적용되기 힘든 경우에요”라고 말한다.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꿈과 성공의 관계는 많은 성공학 강사들이 약방의 감초같이 사용하는 주제이다.

2013-04-04

폭력 없는 학교를 위한 노력

▲ 하재영 시인십여 년 전 일본의 학교를 방문했다. 당시 일본의 학교 곳곳은 `이지메`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었고, 우리의 교육 현장은 강 건너 불 보듯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여겼었다. `이지메`가 우리나라에서 `왕따`문제로 불거지더니 급기야는 `자살`로 이어지고, 오늘날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학교폭력 문제로 확산되었다.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많은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학교폭력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일본 역시 지난 해 2012년 4월부터 9월까지 초중고에서 14만4054건의 이지메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 숫자는 전년도에 대비해서 줄어든 숫자가 아니란다. 결국 일본 자민당은 교사 체벌까지 포함하는`이지메 방지 기본법`을 만들기까지 하였다.우리나라 역시 학교폭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국교육개발원(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위탁)을 통해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4월31일까지 실시한다. 그 목적은 학교폭력 발생 실태 및 관련 인식을 체계적으로 조사해 학교별 현황 정보를 제공하고,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 등 정책 수립에 활용뿐만 아니라 학교폭력에 대한 적극적 해결책을 찾으려는데 있다고 했다.학교 폭력 가해자들은 일반적으로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피해자 역시 쉬이 자신의 피해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 번 찍히면 끊임없이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현상이 학생들 사이에 묵시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현실 속에서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 자체에 불만을 갖고 있는 학생들도 한둘이 아니다. 학교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빈부와 성적 순위를 떠나 모든 학생이 우리 사회의 소중한 일꾼임을 깨닫게 하고, 학교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닌 즐거운 공간이 되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문제 학생 뒤에 문제 가정이 있다는 말이 시사하듯 가정 역시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녀들이 폭력에 개입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부모 교육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더불어 학교 폭력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일으킬 것 같은 학생을 미리 찾아 지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며칠 전 시내 D중학교 K교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좋은 사례를 듣게 되었다. 학교에 입학해서 급우의 코뼈를 부러뜨리는 등 폭력을 일삼던 학생이 천사가 되었다고 했다. 자초지종 그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손 가정의 그 학생은 수시로 아버지의 손찌검 속에 자랐다고 한다. 그런 사정을 안 학급의 어머니들이 자기 자식의 피해만을 위해 신고하고, 가해자만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을 내 자식으로 생각하고 어머니들끼리 매주 모여서 해결 방법을 공부하고, 자녀들이 그 학생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만들었단다. 물론 담임과 교장도 그 학생을 만날 때마다 격려하였더니 조폭 같은 학생이 천사처럼 변하더란 것이다. 소중한 사례임에 틀림없다.학교 폭력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으로 포항시에서 추진하고 있는`감사나눔운동`을 학교 실정에 맞도록 도입해 보는 것이다. 학생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찾을 수 있는 감사의 꺼리를 발견케 하는 인성교육은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적이면서 바르게 확립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이지메`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일본의 예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학교 폭력 문제는 다양한 대책이 있더라도 학생과 학생의 갈등을 쉽게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학교 폭력 문제를 내 일처럼 생각하고,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지도할 때 귀하고 귀한 우리의 아들딸들이 학교폭력의 아픈 굴레에 갇혀 신음하는 일이 사라질 수 있다.

2013-04-03

`스타십`을 위하여

▲ 손경옥 포항성모병원장·수녀나는 작년 연말 시상식 때 전 직원들에게 일년 내내 감추어 두었던 푸른빛의 아름다운 루시별을 가슴에 달아 주었다. 물론 나의 가슴에도 달았다. 다이아몬드 루시별은 2004년 2월 미국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연구소 관측팀이 지구에서 약 50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푸른빛을 내는 별을 처음 발견했다. 전체가 다이아몬드와 같은 탄소결정체로 이루어져 있는 별은 수천억 이상 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를 보여 주었다. 별의 이름을 고심하던 관측소팀은 비틀스의 노래 중 떠나간 소녀의 그리움을 노래한`다이아몬드를 지닌 하늘의 루시`에서 따온 이름을 지어주었다.루시는 본래 태양처럼 밝았으나 별이 핵의 물질을 다 소모하고 중심부가 식으면서 탄소 중 무거운 원소들로 이루어져 고밀도 상태의 다이아몬드인 백색왜성으로 변한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태양 역시 50억년 후 수명이 다하고, 그 뒤 20억년 정도 더 지나면 이 별과 같은 다이아몬드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태양보다 나이가 많은 루시는 2004년에야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첫 이름을 선물로 받았다. 당장 세상이 나의 가능성을 알아보지 못한다 해도 초조할 필요는 없다. 오랫동안 그 빛을 잃지 않는다면 세상의 눈은 자연스레 빛을 따라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타십(Starship)은 비교적 최근에 생겼다. 스타십은 세상에 드러 낼만한 자신만의 색깔, 능력이나 잠재된 끼를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는 신조어다. 그런데 막상 이름을 달아놓고 보니 걱정이 앞선다. 그 빛을 갈고 닦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타십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첫째, 물을 주면서 지켜보는 인내와 시스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젊은 친구들은 자기만의 끼와 꿈을 발견하는 시간이 충분하지 못하고, 이미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이들은 여기까지 오는데 여러 가지로 많이 지쳐있다. 1~2년 조직에 적응하느라고 꿈이고 뭐고 할 것 없이 휴식을 달라고 외친다. 여기에 병원의 핵심가치이니 사명을 요구할 수도 없다. 참 미안하다. 기성세대는 사회성을 길러야 하고, 조직이 요구하는 인재를 위해서 시스템을 갖추어 물을 주어야 하고 그 싹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고 거름을 주고 길러야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막막하다. 이것은 현장책임자들로 하여금 보람도 있지만 가끔 미치게 한다. 의외로 잘 따라와 주는 이도 많다. 이 효과는 우리 세대에 보지 못할 수 있지만 루시별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둘째, 고전을 포함한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우리 병원에는 독서 동호회인 마중물이 있는데, 많은 책을 읽고 자기의 생각과 주장을 정리하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4년차 마중물지기로 독후감을 읽으며,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에 오히려 경탄할 때가 많다. 마중물에는 반드시 고전이 몇 권정도 들어간다. 고전은 무미건조하고, 현대인의 언어로 이해하기가 난해한 경우도 많지만 막상 책장을 덮고 나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셋째, 자기 자신과 소통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다.자기만의 시간을 꼭 가져야한다. 20%는 자기 자신에게 투자해야 한다. 조용히 산책하면서, 운동을 하면서 하루를 마치기전에 일기를 쓰면서, 기도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좋은 영화상영이나 음악회, 강연 등도 좋다. 타인을 돌보고 사랑하는 것과 존경하는 것 역시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하느님의 유일한 창조 작품인지를 알아가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사람을 살리고, 사랑하고, 돕고 함께 살아가는 것, 이것만큼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이 있을까? 그래서 매일 넘어지지만 다시 일어나야 한다. 우리의 생은 너무 소중하다.

2013-03-29

성장거점전략으로 성장한 포항과 울산

▲ 안병국 포항대학교 세무부동산계열 겸임교수우리나라의 지역개발은 1950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 된지 5년이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3년이 된 후이며,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이 시기는 일본 식민지 하에 왜곡된 국토공간을 바로 잡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토를 재건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1960년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경제개발 5개년이 수립되고 추진됐던 시기이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1962~1966년)의 기본목표는 경제적인 악순환을 시정하고, 자립경제 달성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데 두었다. 1차계획에서는 산업의 근대화를 통한 공업화에 있다고 강조해 전력 공급원 확보, 국가기간 산업의 확충과 사회간접자본의 충족, 수출증대 기술진흥에 중점을 두었다. 도시계획법이 제정되고(1962년), 국토건설종합계획법(1963)이 입법화된 이 시기에 일정한 지역대상으로 한 특정지역개발계획이 처음으로 실시됐다. 이때 계획하에 만든 사업이 경인특정지역과 울산특정지역, 포항특정지역이다. 이 특정 지역이 박정희 정부의 성장거점도시로 탄생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도시가 포항과 울산이다.성장거점도시는 성장거점전략이라는 이론에서 나왔다. 스웨덴의 경제학자인 미르달(Myrdal) 교수에 따르면 한 지역은 중심도시와 그 주변지역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중심도시는 성장거점이 되고, 그 주변지역은 성장거점의 배후지역이 된다. 그리고 이들 중심도시와 주변지역간에는 순환인과(Circular causation)관계가 이루어지고, 역류(Backwash)와 확산(Spread)효과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순환인과관계란 중심도시가 지니고 있는 유리한 성장요인 때문에 중심도시는 계속 성장하게 되고, 반대로 주변지역은 그것이 지니고 있는 불리한 성장요인 때문에 계속 침체 상태에 남아있게 되는 관계를 의미한다. 역류효과란 주변지역의 인구, 기능공, 자본 등이 중심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말하며, 주변지역 발전은 둔화된다. 확산효과란 중심지의 기술, 자본, 인력 등이 주변지역으로 확대되어 나가는 것을 말하며, 주변지역 발전은 가속화된다. 그런데 도시계획학에서 역류효과는 확산효과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결국 성장거점만이 과도하게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보릿고개시절 시골 농사짓는 집에 장남만이 부모의 정성과 재정적 지원을 받고 도시에서 대학을 졸업해 판사 검사 의사가 된 후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나머지 동생들을 거두는 일을 볼 수 있는데 성장거점전략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예이다.낙후지역의 발전을 위해 성장거점전략을 실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한 곳이나 몇 군데 선택된 거점에 투자를 집중함으로써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유도할 수 있고, 낙후지역에서 도시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인구 유출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의 경제성장이 촉진되려면 추진력 있는 산업이나 기업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몇 가지 성장에 대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장거점전략은 오늘날까지 지역개발의 중요한 수단과 방법으로 채택된다.포항과 울산이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의해 임해공업 성장거점도시로 출발한 것은 기록에 의해 틀림이 없다. 50년 이상 흐른 이 시점, 두 도시가 갖고있는 산업경제면에서의 위상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출발부터 산업의 다각화로 시작한 울산과 국내산업의 뒷받침하기 위해 철강재만 꾸준히 생산해 온 포항과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2014년 말이면 두 도시 성장극이 고속도로에 의해 물리적으로 연결된다. 균형이 깨져있는 상태에서 극의 연결은 힘센 극으로 끌리게 되어 있다. 포항은 힘센 극에서 무엇을 끌어들일 것인가를 이제부터 고민할 때이다.

2013-03-28

농어업유산 등재… 지역개발의 새 패러다임 찾자

▲ 권상무 한국농어촌공사 포항지사 농지은행팀장`농·어업유산`제도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전통적 농업제도·생물다양성·문화적 다양성 등이 부적절한 개발 전략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농·어업과 관련된 역사성이 있는 문화·경관·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자원을 발굴하고, 보전해 농·어촌지역의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고자 지난 2002년부터 새롭게 도입 된 세계중요농업유산제도(GIAHS: Globally Impo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s)이다. 농림·어업인이 지역사회의 문화적·농업적·생물학적 환경에 적응하면서 100년이상 오랜기간 형성되고 진화해 보전·유지·전승할만 한 가치가 있는 전통적 농·어업활동과 농·어촌의 경관에 해당하는 시설물과 장소 및 마을 등이 농·어업 유산으로 지정된다. 유산은 시설물과 장소 및 마을 등과 통합적·동태적·공간적 성격을 갖는 농·어촌 경관분야, 토지이용과 활동시스템·지속적·유기적인 성격을 갖는 농업적 토지이용 분야, 지역사회의 농업적·문화적 활동과 농·어촌 환경과의 상호적 적응관계의 성격을 갖는 농·어업 활동 분야의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농·어업 유산은 보전과 활용의 관점이 중시돼 지금까지 역사·문화유산과 함께 분류되고 보존되어 온 규제 중심의 문화재와 차별화되며, 농업활동이 이루어지는 농·어업시스템에 의해 생물다양성이 보존되고, 식량의 안전한 공급이 확보되며,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제도와는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또한 농·어업유산은 자원유산과 중복되는 경향을 보이나, 보존하고자 하는 대상과 관리의 범위가 더 포괄적이고 통합적이라고 할 수 있다. GIAHS로 등재될 경우 농산물의 브랜드화, 농업관광 자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며, 국가와 그 지역의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현재 우리나라의 농업유산제도는 농업생산성 향상 중심에서 농·어촌지역 자원의 보전을 중시하는, 농·어촌개발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시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농·어업 활동이 이뤄지는 토지 및 물 이용시스템과 생태시스템은 전통적 농어업시스템인 소프트웨어적 요소와 이로 이뤄지고 형성된 하드웨어인 경관이라는 두가지 개념으로 구성·운영하고 있다.올해부터는 농·어업 유산을 보전·활용하기 위한 농·어촌 다원적 자원 활용사업이 신규사업으로 본격 추진 될 계획이다. 농·어촌 지역발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여 향후 농·어업유산사업의 확대가 예상된다. 2013년 1월 각 시·군에서 신청한 64건의 유산자원중 `완도 청산도 구들장 논`·`제주도 흑룡만리 돌담밭`을 국가 중요 농·어업유산 제1·2호로 지정했고, 그 중 습지보호 및 자연생태환경 보고로 삼한시대에 축조한 경북 상주의 공검지를 비롯한 후보목록 11건을 심의해 우리나라 농·어업유산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2013년도 3개소 12억원을 포함해 2019년까지 25개소에 국고 287억원(개소당 3년간 15억원)의 재정을 투입할 계획이다.농·어업유산의 지정효과로 2000년대 이후 농촌개발 방식이 과거 농업중심적인 시각에서, 농촌이 보유하고 있는 차별화된 자원을 활용해 발전을 모색하는 장소지향적(the place-based approach) 발전전략이 중시되고 있다. 지역개발의 세계적 동향이 개발에서 보존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지역발전의 동인으로 농·어업 유산의 발굴 및 보존을 새롭게 인식하는 경향이 증대되고, 우리나라 만의 특색 있고 정체성 있는 농촌 공간 창조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또 지역 이미지 제고와 농산물 브랜딩으로 도·시민의 방문 및 상품판매 증가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어 농·어업유산의 활용 가치를 통해 우리 농촌을 활성화 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원이 될 것이다.

2013-03-27

영광의 자리에서 앞으로 이룰 일

▲ 정석수 성요셉복지재단 상임이사·신부사순시기를 지내며 다볼 산에서 예수님의 변모 말씀을 들었다. 루카복음에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는 예수님의 질문에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라는 베드로의 신앙고백이나 다볼 산에서 예수님의 변모 사건은 모두 한 지점에로 시선이 향한다. 그것은 십자가의 수난과 부활이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영광스런 모습에 놀라며 경황없이 그 신적인 영광을 붙잡고자 하였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의 영광은 멈춤 마침표가 아니라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준비다.사십팔일 간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하여 준비한 `국민 행복, 희망의 새 시대`호가 나타났다. 전 세계를 열광하게 한 싸이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준비로 성대한 취임식을 했다. 취임식은 대통령으로서의 영광된 자리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책임이라는 무거움은 그 누가 알아주겠는가. 아직도 함께 할 인선도 마무리되지 않은 미완의 모습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국민행복 호가 희망의 새 깃발을 펄럭이며 시대의 파고를 넘어 가기를 기대한다.북한은 제네바에서 있었던 UN 군축회의에서 막말을 쏟아냈다. 한국을 최종 파괴하겠다는 그들의 바탕은 최근 핵실험 성공에 기반 두고 있을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2세는 2003년 7월 주교황청 한국대사로 부임하는 성염 대사에게 북핵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핵무기는 점진적으로, 평등하게, 또 결연하게 폐기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폐기가 아니라 한쪽은 핵무장으로, 한쪽은 빈손으로 평등한 균형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북한의 핵무장에 따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려는 자세가 없지 않다. 그렇지만 보다 긴 안목에서 평화로이 공존과 번영을 선택할 지혜가 필요하다.스티븐 코비(Stephen Covey) 박사는 “조심씩 자신을 개선하고자 할 때 행동을 고치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대도약을 바란다면 사고방식(패러다임)을 고쳐라”라고 했다. 알베르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는 “하나의 기회의 문이 닫히면, 다른 기회의 문이 열리는 것이 삶의 이치이다. 종종 이미 지나간 과거에 너무 집착하는 바람에 우리 앞에 열려 있는 새로운 문을 보지 못하곤 한다”고 했다. 대도약을 위해서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나이가 들수록 하느님의 도우심과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집니다”라고 요한 바오로2세는 말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로 한 존재이다. 나만을 위해 살게 되면 공동체에서 시너지가 아니라 링겔만(Ringelmann)효과만 나타날 뿐이다. 즉 혼자 있을 때 최선을 다하는 개개인이 집단 속에서 그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스티븐 코비박사는 “시너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대안, 새로운 선택 등에 대해 자신의 마음과 가슴을 열고 받아들이게 된다”고 했다. 시너지와 시노드는 같은 어원에서 나왔는데,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한 집단이 낡은 사고의 틀을 깨어버리고 새로운 각본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그 새로운 각본을 삶에서 경험하게 되면 과거와 다른 생산성을 경험하게 된다. 나와 너, 그리고 남과 북, 아시아를 넘어 시너지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요한 바오로2세 교황은 생의 마지막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에서 자신의 고통을 인류를 위해 바쳤고, 기도로 부활절 메시지를 전했다. “주님, 우리와 함께 계십시오! 그래서 우리한테 평화의 언행을 가르쳐 주십시오…. 골육상잔의 전쟁 위험이 끊임없이 휘몰아치는 온 인류에게 평화를 주십시오”

2013-03-27

안동과 예천은 만나야 한다, 더 늦기 전에

▲ 김부환 유럽경제문제연구소장둘이 만나서 하나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잘만 만나면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이 바로 하나가 되는 만남이다. 남녀가 만나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 결혼이다. 서로가 만나 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식을 낳으면서 많은 것을 일궈간다.지난 2008년 6월 공동으로 도청을 유치하는 그 순간, 안동과 예천은 하나가 될 운명을 가지기 시작했다. 결혼에 비유하자면 하나가 되는 방법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자식과 아내를 외국으로 보내 놓고 아빠는 홀로 남아 경제생활을 하는 기러기 아빠, 냉전기를 가진 채 별거하면서 가정을 꾸리는 부부, 오순도순 한 지붕 아래서 자식을 낳으며 미래를 설계하는 부부도 있다.6:4의 비율로 안동과 예천에 분할 입지한 신도시에 안동시와 예천군이 각기 단독으로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하나의 도시 안에 두 개의 행정이 병렬로 존재하는 이원화된 도시로 존재해서는 과연 명품 신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누구나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청 신도시의 행정서비스 통합공급 관점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도청 신도시 소재지인 안동과 예천은 향후 북부지역의 여타 지자체는 물론 포항과 구미의 산업도시와 상생해야 할 막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내년이면 도청이 이전되고 역사적 과업이 시작된다. 도청이전은 행정구역 일치, 낙후지역발전 등 다양한 이유에서 추진되고 있는데 많은 경북도민들은 도청의 이전이 경북도 역량강화의 큰 전환점이 되기를 염원하고 있다.안동과 예천 두 지역의 문화적 전통과 유산, 그리고 정체성과 애향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획일적인 잣대로 하나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경북 북부지역으로 서로 얼굴을 맞대고 여러가지로 닮아 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안동과 예천의 통합논의는 당위성만 제기되고 있을 뿐,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고있다. 안동과 예천, 그리고 시·군의회는 물론 시군민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경북도청도 적극적으로 중매에 나서야 한다.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당사자들이다. 진전이 없으면 풀어가는 방법도 달리해야 한다. 행정통합 등 지나치게 거창한 이슈만을 중간에 놓으면 원론에서 맴도는 경우가 많다.실타래를 풀듯이 이런 방법은 어떨까. 도청과 유관기관들이 이전하면 사람이 이동한다. 사람이 이동하면 경제와 상권도 이동한다. 도청과 유관기관이 이전하면 크고 작은 업체들이 동시에 이동해야 한다. 안동과 예천은 여기에서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자장면집에서부터 문방구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업체들이 도청과 함께 동시에 대구에서 이동할 수는 없다. 대부분은 안동과 예천지역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천혜의 조건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냉엄한 것이어서 그냥 물꼬를 틀 수는 없다. 천혜의 조건을 이용하면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당 부분은 오랫동안 노하우를 쌓은 대구지역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 있다.`사람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안동과 예천의 상인연합회도 좋고, 상공회의소 관련자도 좋다. 서로 머리를 맞대 대비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입만 벙긋하면 서민 경제 활성화를 외친다. 그런 기회가 도래하고 있다. 안동과 예천지역민들에게 경제 활성화라는 황금 같은 찬스가 오고 있다.업종별로 상권을 그리며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파악하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데, 왜 머뭇거리나. 안동과 예천이 어떤 형태로 통합돼야 하는지, 왜 통합해야 하는지 구구절절한 설명은 뒤로 돌려도 좋다. 그런 다음에 통합을 논해야 한다. 안동시와 예천군도 만나고, 시·군의회도 만나야 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2013-03-26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 박승호 포항시장지난 1962년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한 연설문에서 “물 부족을 해결하는 사람은 노벨과학상과 평화상을 동시에 받을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전 세계 24억여명이 물 부족 위협으로 고통 받고 있어 `물을 물 쓰듯`해서도, 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지난 14일 포항시는 형산강에서 15만 마리의 어린 연어를 방류 했다. 어린 연어는 형산강에서 잠시 머물다 4월 동해를 거쳐 북태평양까지 약 1만8천km의 긴 여정을 마친 뒤 3~5년이 지나 모천 형산강에 어미연어로 성장해 되돌아 올 것이다. 물이 가진 생명의 힘이다.이처럼 물은 우리 인류에게 치유의 기적과 생명의 신비를 증거해주는 중요한 자원이다.3월 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대구와 경북이 오는 2015년 제7차 세계물포럼 행사를 유치한 일은 모든 시도민의 쾌거다. 세계물포럼은 세계 물위원회에서 3년마다 여는 `물 올림픽`으로, 대구·경북에서 열릴 7차 포럼에는 세계173개국 정상 등 3만5천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며, 경제파급 효과만 해도 약 2천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지극한 물의 예찬자는 노자다. 그는 `도덕경 8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극히 착한 것은 마치 물과 같다. 물의 선함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있으면서도 이에 만족하는 데 있다. 그런 까닭으로 도에 가깝다 하리라”(상선약수 수선리만물이부쟁 처중인지소오 고기어도: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라고 말했다.물론 이 구절은 자연과 인생의 순리를 말하는 대목으로, 모든 것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으며 항상 낮은 데로 임하는 물의 덕(德)을 칭송한다. 물은 앞서 가기를 다투지 않지만 사람이 앞서기를 다투다 보니 상호간의 경쟁속에서 시기와 질투, 중상과 모략이 생기고 유수와 같은 자연의 법칙을 어기게 된다는 것을 물의 속성을 빗대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어쨌든 세계물포럼이란 좋은 기회를 얻은 두 자치단체는 `물의 철학`이 담긴 물소리를 귀 담아 듣고,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특히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세계 물포럼`을 차질 없이 잘 준비하고, 진행해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대구·경북이 물 관리산업의 해외진출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구·경북은 더욱 마음과 뜻을 하나로 모아 `세계물포럼`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뛸 때다.아울러 세계물포럼이 열릴 때 명소로 각광받을 수 있는 `국내 최초의 하수처리수 재활용 프로젝트`도 포항에서 무르익고 있다. 하수에서 공업용수로 변신한 이 물은 철강공단 뿐 아니라 국가산업단지와 신항만배후단지, 테크노파크 2단지는 물론 나아가 도시팽창에 따른 만성 물부족현상을 해소하는 효자역할을 거뜬히 해낼 것이다. 이 하수처리장에서 하루 생산될 10만》의 용수량을 쉽게 설명하면 영천댐의 절반, 안계댐의 3배규모의 댐을 건설해야 얻을 수 있는 물의 양으로,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나다.끝으로 새로운 생명과 회복의 물길도 많은 이들의 관심속에 준비되고 있다.`포항운하`의 통수(通水)가 그것이다.묻혔던 환경을 복원하는 사상최대의 도심 환경프로젝트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화합과 회복의 역사를 새로 쓸, 그 가슴 설레는 `물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2013-03-21

작은 차이

▲ 조현명 시인아주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개근상만 생각해도 그렇다.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개근상을 못타는 것이 드문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개근상을 타는 것이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학생이 몸이 아프면 학교에 결석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중에 사회인이 돼 직장에 출근했을 때도 아프면 상사에게 전화 한 통화로 결근하는 것은 아주 가볍게 용인된다. 반대로 우리나라에선 아파도 등교해야만 하고, 아파도 출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로써 우리나라보다 미국이 낫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 이 작은 차이가 모든 부분에 큰 차이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얼마 전 모 방송의 저녁뉴스에 이 차이를 보여주는 사건이 소개됐다. 군 복무 중인 A상병이 두통이 심해 소속 부대와 군 병원에 고통을 호소했지만, 두통약 처방만 받았다고 한다. 별다른 조치 없이 군 복무를 계속 해야만 했고, 결국 A상병은 휴가를 나와 민간병원에서 검사받고 나서야 악성 뇌종양이란 걸 알게 됐다. 군 의료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기본적인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사건이다. `젊고 건강한 놈이 무슨 두통이야 꾀병이겠지`라는 정도로 처리한 것이다. 이것이 서양의 상황이었더라면 자세히 알아보고, 살펴보고 검사해 봐서 뇌종양을 미리 발견해 치료시기를 당길 수 있었으리라. 이런 생각의 차이는 개인의 삶과 인격을 더 존중하는가, 아니면 공동체의 가치를 더 존중하는가 하는 데 있는 듯 하다.서양과의 가치관 차이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든 부정적으로 작용하든 매우 뿌리가 깊다. 또 하나의 예를 더 들어보면 미국 하버드 대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문했다. 어린 시절에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은 무엇인가라고, 그런데 그 답이 `Everything is going to be OK`이었다고 한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다 괜찮을 거야`라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설문한 결과 제일 많이 들은 말은 `공부 열심히 해라`였다. 가문의 영예와 나아가 지연 학연 속에서 자라나 출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 우리나라에서는 충분히 이해되는 내용이다.긍정적인 것도 있다. 전체가 힘을 합쳐서 한 가지 큰일을 이뤄내는 데는 미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외환위기 때 보여준 금모으기 행사라든지 붉은 악마로 대표되는 월드컵 응원전, 최근의 K-팝 열풍, 한류들은 공동체주의와 무관하지 않다.최근 대선을 지나면서 경제민주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재벌의 부정적 지배구조에 대한 말도 많았지만 재벌의 성장은 한국경제의 성장과 맥을 같이 한 긍정적 요소가 있다. 이런 재벌의 성장 배경에는 한국의 공동체주의가 있다. 전체를 위해서 개인을 희생하는 정신이나 출세라는 전통이 없었다면 전쟁의 잿더미에서 눈부신 경제성장은 이룰 수 없었으리라. 개인의 희생이란 가치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산업화의 어두운 그늘이 되기도 했다. 또한 출세를 중시하는 전통은 결석 없는 학교와 결근 없는 회사를 만들고, 그것이 주당 가장 긴 시간 노동을 하는 나라로 만들고 있다.이 작은 차이가 서양과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만들어 냈다. 개근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서양 교육과 우리나라 교육의 작은 차이라면, 큰 차이는 진로교육을 들 수 있다. 여유와 개인의 개성이 존중돼야 하는 진로교육이 핀란드나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발전 정착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잘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것을 빠짐없이 해야 하는 개근 정신때문이다. 사실 진로교육은 자신에게 맞게 특별한 깨달음을 얻으면 충분하다. 개인의 개성이 존중되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진로교육을 정착 시키려면 서양교육과 작은 차이인 개근에 대한 생각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13-03-20

산불과 시민의식

▲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상임부회장지난 9일 포항 도심에서 일어난 산불로 시 전체가 혼란에 빠져 있는 가운데 성난 화기(火氣)를 다스리듯 촉촉한 봄비가 내렸다.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비가 와서 다행이다. 황량하기만 한 시민들의 마음에 그나마 봄비가 위안을 주는 것 같아 출근길이 한결 가볍다. 화마(火摩)에 휩싸인 도심이 전쟁터를 방불케 한 이번 산불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20년 전에 난 대형 산불이 새삼스럽게 떠오르며 포항 도시전체가 불바다가 되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이번 도심 산불은 그 위력이 대단했다.용흥동에서 발화된 산불이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주택가를 뛰어넘어 우미골 뒷산을 태우고, 산자락에 다닥다닥 붙어 있던 우미골 마을을 휩쓸고, 다시 덕수공원의 수도산을 덮친 뒤 필자가 살고 있는 우현동 고층아파트촌을 위협하며 산 밑 절간과 고층아파트 몇 가구를 태웠다. 포항여고, 포항중학교, 항도초등학교 등 학교가 밀집해 있는 학산동 뒷산을 불바다로 만들고, 포항고등학교 담장을 태우며 앞뒤에 있던 산들을 마지막 제물로 삼고는 일단락 지었다. 삽시간에 번진 산불은 멀게는 1km이상 미친듯이 날아다니며 곳곳을 벌집 쑤셔놓은듯 도심지를 유린했다. 강풍을 동반한 미친 화마는 산불진화를 통제하는 행정당국과 소방당국을 우왕좌왕하게 만들었고, 일사불란한 재난관리가 이뤄지지 못해 시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기도 했다.하지만 이번 엄청난 재앙을 불러온 산불이 많은 교훈을 남긴 것에 우리 모두가 다시 한번 깊이 인식해야 할 대목이 있다. 사소한 부주의와 남을 생각지 않는 지나친 이기주의, 그리고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오는지 생각하게 한다.산과 늘 함께하는 산악인의 한 사람으로 1천500만명이 넘는 등산인구가 있는 우리나라의 산행문화가 아직도 선진화되지 못하고,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고 있어 불안한 마음으로 안전산행 선도를 하지만 무엇보다 산을 오르내리는 등산인들의 의식이 크게 바뀌어야 한다. 어린 중학생들의 철없는 불장난이 엄청난 재앙으로 번진 이번 사태에서 보듯 우리사회에서의 시민의식이 어릴적부터 철저히 선진화되지 못한 결과가 아니었나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선진국 일수록 기초질서와 안전의식은 어린 시절부터 철저히 교육돼 몸에 밴 습관으로 생활화하고 있는 것을 본받아야 한다.다만 이번 화재에서는 예전과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다. 여기저기 불꽃이 날아들어 사방의 산들이 불바다가 되고 아파트단지로 불씨가 날아와 주변을 태우고 있을 때 뛰쳐나온 주민들이 하나 되어 주변의 불씨를 잡고자 아파트의 소방호스를 끌어내 산 아래로 내려오는 불길을 잡기도 하고, 물통으로 물을 퍼나르는 주민들이 적지 않았다. 이웃의 불행을 막아보려고 애쓰는 선진시민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돋보였다. 소방당국의 늑장 대응에 분통을 터트리면서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뜨거운 불길도 아랑곳 하지 않고 동분서주하는 모습들이 메마른 사회에 단비 같은 일류시민들의 참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화재진압에 나선 모양이 우리지역을 하나로 뭉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 옥에 티로, 앞다투어 진화에 나서는 동네 이웃을 뒤로하고 나만 피하고 볼 양으로 짐싸 나가는 일부 주민들과 연신 불타는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찍어대는 얼빠진 몇몇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번 도심 대형 산불에 대처하는 시민들의 성숙된 시민의식이 보기가 좋았다.많은 사상자와 이재민, 집과 재산을 잿더미로 잃은 슬픔을 시민모두가 함께하며 빠른 회복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돕고있는 훌륭한 지역민들의 모습을 그려보며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웃과 산불진화와 복구에 여념 없는 공무원, 군인, 자원봉사원들에게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2013-03-18

아는 만큼 안심하게 되는법, 중수(重水) 꼼짝 마

▲ 허재열월성교육훈련센터 교수 현재까지 원자력발전소 대형사고는 총 3건으로 구소련의 체르노빌, 미국의 TMI,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다. 이중 우리나라 원전과 가장 유사한 발전소는 미국의 TMI다. 약 34년 전인 1979년 3월28일 새벽, 연료 냉각이 모두 실패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결국 연료가 녹아내렸다. 다행히 원자로를 둘러싼 격납건물 안에서 바깥으로의 피해는 전혀 없었다. 이 사고는 원전의 격납건물이 얼마나 든든한 방폐막이 되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격납건물이 없는 체르노빌 원전이나, 있더라도 너무나 용량이 작았던 후쿠시마 원전과 우리나라 원전을 비교하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이러한 사실을 알던 모르던 우리나라 원전은 보다 안전하다. 다만, 알면 알수록 더 안심할 수 있게 된다. TMI 사고로 돌아가 보자. 1980년 7월23일, 사고 후 16개월 만에 처음 격납건물 안으로 사람이 들어갔다. 그럼, 왜 16개월이나 걸렸을까. 이유는 의외로 황당하다. 그 안으로 들어가도 안전한 지에 대해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들어가 보고서야 훨씬 이전에 들어가도 문제없었을 것이란 사실을 알게됐다. 첫날 2명이 22분간 들어가 본 후, 다음날 비로소 2천명이 출입하게 된다. 아쉽게도 당시에는 사고해석 기술이나, 사고대비 설비나 지침이 부족했다. 이후 원자력 산업계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서 오늘날과 같은 수준의 사고대응능력과 설비를 갖추게 됐다. 즉, 이제는 안심할 정도로 충분히 안다고 봐도 되겠다.이제는 월성원전의 중수로에 대해 알아보자. `중수로`는 연쇄반응의 매개체인 중성자를 감속하기 위해 중수(重水)를 사용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일반 물은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경수(輕水)인 반면, 중수는 중수소(重水素)와 산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물을 말한다. 자연의 물 중에는 약 0.015%의 중수가 포함되어 있다. 중수소는 중성자를 흡수하면 삼중수소(三重水素)가 되는데, 삼중수소는 불안정해서 에너지를 방출하고(베타붕괴) 안정한 원소인 헬륨으로 변하는 특성이 있다. 이때 나오는 에너지 즉, 방사선이 사람에게 약간의 해를 끼칠 수 있다. 더 쉽게 표현하자면, 배 속이 불편해서 방귀를 끼고 나면 편안해 지고, 냄새가 문제되는 것과 같다.또한 99% 농도의 중수는 대단히 고가이다. 1ℓ에 약 26만원 정도. 가격을 떠나서, 삼중수소가 되었을 때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중수로 원전에는 다양한 대처설비가 있다. 중수누설을 탐지하고 수집, 회수하는 설비와 심지어 대기 중에 있을 법한 중수 습분까지도 걸러내는 설비도 있다. 더욱이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삼중수소제거 공장까지 완비해서 가동하고 있다.며칠 전 정비를 위해 정지된 발전소에서 소량의 중수가 흘러나온 것에 대해 우려가 많다. 하지만, 정확히 얼마만큼 위험한지, 왜 위험한지 체감하는 사람은 드물다. 작업자에게 주의를 주는 제한량의 불과 1.7%정도 노출되었다. 위험성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이해해서 안심할 수 있기를 바란다.지난달 중순 월성원자력본부는 경주YMCA와 `원자력 아카데미` 개설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이는 월성본부가 추진 중인 `안심 소통 대책`의 일환으로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줄이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원자력을 올바르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일반시민 대상 `원자력 이해 제고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소식이다. 이제는 원자력 안전을 넘어 국민이 안심할 정도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2013-03-13

사후의 문제

▲ 정석준 수필가육신의 죽음은 생(生)의 끝인가. 또 다른 생의 연속인가? 저 세상-천당과 지옥-은 정말 있는 것인가? 윤회한다는 것이 사실인가?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이 문제는 정말 난제요, 수수께끼요, 아포리아가 아닐 수 없다.이러한 문제는 결국 형이상학적인 문제로서, 과거에는 철학과 종교에서 이를 다뤘으나, 18세기 독일의 철학자 칸트가 사후의 문제는 논증할 수 없는 것이라 해 철학에서 제외시켜 버림으로써 오늘날에는 종교의 영역에서만 다루고 있다.세계 4대 성인 중 공자를 제외한 다른 성인들은 한결같이 내세를 말하고 있는데, 문제는 내세에 대한 견해가 같지 않다는 것이다. 공자는 살아 있을 때, 십대 제자의 한 사람인 자로가 “우리가 살다가 죽으면 어떻게 됩니까?”라고 물으니, 공자는 “금생의 일도 다 모르는 데, 내생의 일을 어찌 알겠느냐”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것을 통해 볼 때 유교는 매우 현실적이다. 유교에는 내세관이 없기 때문에 유교를 종교라고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지금까지 늘 논란이 돼 왔다.소크라테스는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육체로부터 해방된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죽은 뒤에 심판이나 천당이나 지옥도 없고, 오직 자유만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기독교에서는 인간을 신의 피조물로 보았다. 영혼뿐만 아니라 육체까지도 신이 만들었다고 보았기 때문에, 사람이 죽어서 하늘나라에 갈 때에도 남자는 남자의 육체, 여자는 여자의 육체, 그리고 유아로서 죽은 사람은 성인의 육체를 가지고 승천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이 죽으면 천당에 가기도 하고, 지옥에 떨어지기도 하지만, 이때에 그렇게 가는 것은 영혼 뿐만 아니라 육체도 따라서 간다는 것이다.그러면 어떻게 해야 지옥에 떨어지지 않고 천당에 갈 수 있는가? 그 선결조건은 철저한 믿음, 무조건적인 믿음이다.그런데 구원의 문제에 있어서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입장이 다르고, 개신교 내에서도 사뭇 다르다. 가톨릭에서는 전통적으로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과 함께 선행을 실천해야 구원을 받는다”고 가르쳐 왔다. 그런데 루터는 “인간은 선행에 의해서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직 믿음(신앙)으로만 구원을 얻는다”고 주장했고, 칼뱅은 “인간의 구제 여부는 전지전능한 신의 자의에 의해 미리 예정되어 있다”는 예정설(豫定說)을 내세웠다. 16세기 초 교황의 면죄부 판매에 대한 반발을 계기로 벌어진 이 논쟁은 이후 가톨릭과 개신교가 갈라서며, 종교 전쟁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불교에서는 삶과 죽음을 같은 것도 아니며, 또한 다른 것도 아니며(不一不異), 삶이 있기 때문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있으므로, 삶과 죽음은 하나(生死一如)라고 보고 있다.다시 말해서 우리의 마음과 육신은 같은 것은 아니지만 또한 다른 것도 아니며, 마음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 육신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육신에는 생노병사(生病死)가 있기 때문에, 그 육신으로써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을 경우에 마음은 그 육신을 떠나는데, 이것을 죽음이라고 보는 것이다.그러나 이렇게 떠나가는 마음은 육체로부터 해방돼 완전한 자유를 되찾아 그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육신이 생전에 지은 업의 전부를 고스란히 지닌 채 자신의 업에 맞는 새로운 몸을 받는다고 한다. 이것이 이른바 불교의 윤회설이다.

2013-03-12

봄 소식

▲ 김명화경북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 벌써 3월이란다. 동장군의 서슬 퍼런 기색은 온데 간데 없고, 바람 속에 봄 향기가 실려 온다. 공기가 다르니 기분이 들뜬다. 경칩도 지났으니 겨울잠을 자는 땅 속 식구들이 깨어나겠지. 두터운 먼지 씻을 수 있도록 촉촉한 비도 한 줄기 뿌려주면 좋겠다. 봄이 오는 길이 한 길이 아닐진대 그 길 잃어버리지도 않고, 매년 이렇게 찾아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며칠 전 모처럼 베란다를 서성거리던 남편이 바위단풍에 싹이 돋고 꽃도 보인다며 흥분한 목소리로 와 보란다. “정말이네. 여기도, 저기도. 조그만 애기 손같다”일전에 베란다 청소를 하며 거무튀튀하던 뿌리를 다듬고 물도 바꾸어 주었더니 이렇게 보답을 한다. 몇 가닥 보이지 않는 새싹을 서로 찾으며, 바람이 달라졌다는 둥, 날씨가 포근해졌다는 둥, 목련 꽃봉우리가 제법 부풀었다는 둥 서로가 목격한 봄기운을 나누니 옛 생각이 절로 난다.시골에서 자란 나는 봄을 맞는 나만의 특별한 의식이 있었다.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이 들숨을 쉬며 땀 흘리는 기색이 보일 때면 어김없이 들판으로 나가 냉이, 꽃다지를 찾아 다녔다. 추위 때문에 옴쭉달쭉 못하고 갇혀 지낸 지리함도 끝내고, 아직 멀찍이 오고 있는 따뜻한 봄을 한시라도 당겨보고 싶다는 마음에서.집에서 멀지 않는 개울둑 양지쪽을 가장 먼저 찾았고, 볕 좋은 그 일대 논밭도 꼼꼼히 살폈다. 어쩌다 파릇한 냉이 이파리라도 발견하는 날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이제 봄이야`하는 신호를 찾은 것만 같아서. 의식의 마지막은 일봉산이라 불린 뒷산에 올라 참꽃 봉우리가 얼마나 부풀었나, 고개를 내민 할미꽃 싹은 없나를 찾아보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할미꽃 싹은 하얗고, 보송보송한 솜털이 감싸고 있어 정말 어린 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마른 가지에 긁히고 찔릴 때도 많았지만 어떻게 그 설레임과 바꿀 수 있을까?돌아오는 길에서야 혼날 일이 두려워, 먼지 싹싹 털고 친구 집에 다녀온 듯 태연하게 마당에 들어섰지만 셜록홈즈 뺨치는 엄마는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너는 하루 종일 어딜 그렇게 헤매고 다니냐”며 혼을 내시곤 했다. 그래도 이듬해면 또 어김없이 들판을 나섰던 그 때, 넓은 들판이며 산은 내게 정원이나 마찬가지였고, 계절의 변화를 오감으로 실감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은 커다란 축복이었다.나이 들고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요즘에야 찬바람 맞으며 밖을 쏘다닐 일도 없고, 아파트 안에서 고작 화분 몇 개를 돌보는 것으로 소임을 다하고 있으니, 어린 시절에 비해 집은 넓어졌을지 몰라도 내 정원은 훌쩍 줄어든 셈이다. 호기심도 낭만도 그만큼 줄어들었겠지.어쨌건 한 계절을 보내고 맞는 짧은 이 시간이 아쉬워 주말에는 뒷산에라도 나가보자며 의기투합하고 아이들을 부르니, 두 녀석 모두 아이패드와 휴대폰에 빠져 대답도 하지 않는다. 향기도, 촉감도 없는 가상세계가 무어 그리 좋은 건지 눈길을 떼지 못한다. 안 되겠다. 내일 부터는 봄 소식 하나씩 찾아오도록 밖으로 내몰아야겠다.따슨 햇살 아래에서 흙냄새도 맡아보고 볼록하니 삐친 꽃봉오리들도 찾아 생명이 꿈틀거리는 이 축복의 시간을 온몸으로 즐길 수 있도록.그나저나 헌정 사상 첫 여성대통령이 선출되었으니 여성들에게도 드디어 봄은 찾아온 것일까? 그렇다면 어느 때 보다 화사하고 따뜻한 봄날이면 좋겠다.

2013-03-08

우주의 기원

▲ 정석준 수필가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광대무변한 우주의 신비에 경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주의 기원에 대해서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 창조한 것이라고 말한다. 성경 첫 머리(창세기)에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로 시작해 첫째날- 빛과 낮·밤, 둘째날- 하늘, 셋째날- 육지와 바다·식물, 넷째날- 해와 달·별, 다섯째날-물고기와 새, 여섯째날- 가축과 곤충·파충류·짐승·사람을 창조한 과정을 소상하게 기록하고 있다.이러한 기독교의 창조설에 대해서 오늘날 대부분의 책임있는 종교 사상가들은 창세기 제1장과 제2장에 나오는 웅대한 창조의 이야기를 과학적인 기술로 이해하지 않는다. 이해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도대체 누가 창세기 이야기 중에서 첫째날, 둘째날, 셋째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와 달과 별이 없었다고 할까? 그리고 누가 첫째날은 하늘조차 없었다고 할까?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상식으로는 지구는 하루에 한바퀴 자전하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이때 태양의 빛을 받는 때가 낮이며, 태양의 빛을 받지 못하는 때가 밤이다. 그런데 성경은 첫째날에 빛과 낮·밤을 만들고, 넷째날에 해·달·별을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성경에는 셋째날에 식물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식물은 태양의 빛을 받아 탄소동화 작용을 하여 생장(生長)하고 있으므로 태양이 없으면 하루도 생존 할 수가 없다. 이는 엄연한 과학적 사실이다.창조설과 적대적인 입장을 보이는 진화론에 의하면, 생명은 역사적으로 어떤 시기에 무기 물질로부터 발전하였다고 본다. 이 이론은 생명의 출현을 어떤 외적인 힘이나 창조의 힘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고, 생명체가 적자생존의 투쟁을 통해 자연적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진화론자들은 대략 150억년 전에 우주가 형성됐고, 40억년 전에 지구가 생성됐으며, 2억년 전쯤에 포유류가 등장하고, 6500만년 전에 공룡이 멸망한 다음 400만년 전에 처음으로 원시 인류가 나타났으며, 불과 100만년 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현재의 인간 종(種)이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진화론은, 모든 생명을 설계하고 감독하는 절대자의 섭리와 의지를 불필요하게 만들기 때문에 기독교와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우주의 기원에 대해서 오늘날에는 빅뱅(big bang)이론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빅뱅이론 이전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중력이론이, 그 이전에는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많은 지지를 받았다. 뉴턴은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만유인력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이론으로는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떠 있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그 뒤 아인슈타인이 나타나 중력이론을 발표했다. 중력이론에 의하면 우주에 수많은 별들이 떠 있는 것은 중력이 있기 때문이며, 이 중력이 원심력과 평행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우주는 정지상태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1920년대 A.프리드만과 A.G.르메트르가 빅뱅이론을 제안했는데, 1940년대 G.가모에 의하여 체계화됐다. 이 우주론은 우주가 정지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우리 은하계로부터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대폭발설은 현재 `표준 우주론`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3-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