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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당국 안전불감이 부른 `人災`

윤종현기자
등록일 2013-04-15 00:09 게재일 2013-04-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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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간 개·보수 전무… 지난달 점검서 D등급 판정<br>경찰, 부실관리·사고경위 조사 후 사법처리 방침

“저수지 제방이 터지는 징후가 있어 수 차례 농어촌공사 경주지사에 신고를 했는데도 이를 무시한 결과 제방이 붕괴된 것이지요”

지난 12일 오후 경주시 안강읍 산대저수지(저수량 24만5천t. 몽리면적 25.5ha) 제방이 붕괴돼 이 일대가 물바다로 변하자 인근 주민 김모씨(65)가 흥분하면서 한 말이다.

산대저수지 붕괴사고는 관리당국의 부실 관리와 안전 불감증이 가져온 명백한 인재(人災)임이 입증됐다.

이 날 오후 2시 5분께 산대저수지 제방(길이 210m.높이 12.2m.폭 3m) 가운데 부분이 붕괴되면서 2시간 동안 23만4천여 t의 농업용수가 쏟아져 나왔다.

사고 당시 이 저수지는 농어촌공사측이 오는 농번기를 대비해 전체 담수량의 99%를 채워둔 상태였고, 이 중 95%가 방류된 것이다.

이 물로 저수지 인근 500m 떨어진 산대리 주택 20채와 상가 20채, 차량 5대가 침수됐고, 농경지 1.5ha가 침수됐다.

다행히 저수지 인근 우방타운, 삼도타운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고지대에 있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고가 나자 경주시 안강읍 사무소는 주민 대피를 위한 `긴급방송`을 했고, 경주시청도 공무원 400여명을 긴급소집해 현장으로 출동시켜 주민대피와 복구를 지원했다.

1964년 준공된 이 저수지는 준공 후 49년 동안 단 한번도 개보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어촌공사 경주지사에 따르면 지난 해 상반기 이 저수지에 대한 점검을 한 결과 노후로 인한 문제가 발견됐고, 특히 올해 정밀안전진단에서도 주의가 요망되는 C등급을 받았다.

또, 지난 달 13일 경주지사 점검에서도 D 등급을 받은 노후 저수지였다.

그런데도 농어촌공사측은 전혀 대응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어촌공사 경주지사 정희진 차장은 “제방 붕괴는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통수관 붕괴가 아닌 토사 제방이 수압을 견디지 못해 무너진 것이고, 제방 건설 당시 점토가 전혀 보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해명했다.

앞서 한국농어촌공사 경주지사(지사장 이진상)는 사고 전날인 지난 11일 경주시의회 정석호의장과 경주시의회 의원에게 금년도 주요사업 추진계획을 설명하면서 공사가 추진하는 지역 농어업 분야 개발사업과 농업생산기반시설 유지관리에 대한 경주시의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사고수습 및 복구 대책

농어촌공사 경주지사측은 사고 이후 응급복구와 함께 본사 기술본부측이 지난 13일 정밀진단을 실시했다.

이 결과에 따라 이 저수지 제방이 항구 복구 또는 부분 복구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주지역 관내 76개 저수지 중 30개소가 노후돼 사고위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어촌공사 경주지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저수지가 해방 후 건설됐고, 당시 건설 공법 수준이 낮아 총제적인 재시공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경주경찰서는 저수지 등 안전관리 및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해 농어촌공사관계자를 소환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경위 등 사실관계와 점검 부실여부에 따라 사법처리를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경주/윤종현기자 yjh093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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