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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안 맞는 백신, 64세 나는 괜찮아?”

김민정기자
등록일 2021-02-16 20:11 게재일 2021-02-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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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 앞두고
  안전성 문제로 일정 변경되자
“우리가 임상실험 대상이냐”
  60대 시민들, 불안감 고조
“올해 예순다섯인데 코로나 백신을 맞기엔 아직 불안하고, 한 살 터울인 동생은 백신을 맞아도 안전하단 겁니까?”

이달 말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60대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백신 접종의 위험 연령 기준이 65세 이상으로 정해지자 언저리 나이대들 사이에서 임상시험 대상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독감 백신과 같은 일반 예방접종 여부는 보통 지병이 있거나 당일 몸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인데, 코로나 백신은 나이에 따라 1차 접종 대상자를 구분한다. 만 64세는 코로나 예방 백신을 맞아도 안전한지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 논쟁이 벌어진 가운데 정부의 백신 공급 계획이 오히려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단장 정은경)은 지난 15일 백신 공급계획을 발표하면서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는 당분간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 효과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추가 임상자료가 나올 때까지 접종을 미루고 백신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겠단 전략이다.


하지만, 정부 발표 이후 지역사회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1차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각종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는 그동안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은 일반인보다 코로나19 감염에 더 취약하고 사망률도 높다며 의료진과 함께 만 65세 이상을 당초 ‘1호 접종군’에 포함했었다. 초기 백신 확보에 뒤처진 데 이어 지금까지 수차례 공급 계획이 바뀌자 시민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주부 오모(36·포항시 북구)씨는 “당뇨에 혈압약까지 드시는 60대 후반 시아버지는 접종이 연기됐고, 요양병원에 계신 친정아버지는 64세라 1차 대상자에 포함됐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아 불안하다”며 “작년에 독감 예방백신 접종 때처럼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해 연령대에 따라 접종일이 나뉜 적은 있어도 백신 안전성이 문제가 돼 기존 일정이 변경됐는데 어떻게 믿고 따르겠나. 정부가 65세 이상은 백신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데, 그럼 64세는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택시기사인 우모(67·포항시 남구)씨도 “애초에 정부가 65세 이상을 접종 최우선 순위에 올려두고 이들 연령대가 코로나19 감염 고위험군이자 가장 백신이 필요한 집단임을 인정해놓고 뒤늦게 순서를 뒤로 밀어냈다”며 “모든 연령대에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그것도 다른 나라들보다 한참 늦게 들여와 고위험군 대상 접종시기마저 연기하는 지금 이 상황이 코미디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백신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단연 60대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에 퍼지면서 ‘접종을 미루겠다’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고위험군 접종 시행 변경으로 ‘11월 집단면역’ 형성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65세 이상 연령층에 대한 백신 유효성에 대한 임상정보를 확인한 후 3월 말께 접종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청한 포항의 한 전문의는 “조기에 효능이 높은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국내 코로나19 접종 시작이 늦어진 데다, 65세 미만부터 접종하게 되면서 초기 접종자는 예상보다 크게 줄어 이에 따른 대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결국 뒤늦게 확보한 백신으로 인해 코로나 대응이 질적·양적 측면에서 모두 뒤처진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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