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내외 빗물에도 경기장 잠겨<br/> 곡강간이야구장도 상황 마찬가지<br/> 지난달 행감서 관련 문제 제기돼<br/>“배수로 확충 추진” 약속했지만<br/> 현재까지 예산확보 등 진행 안돼<br/> 관리당국 땜질식 처방 언제까지
3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건립한 포항야구장이 고작 빗물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생활체육야구장과 함께 제2구장으로 사용되는 곡강야구장 역시 비가 내린 이후에는 강물이 넘쳐흘러 구장 사용에 애를 먹고 있다.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포항시 등은 10여년 가까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어 포항은 물론, 전국 야구 동호인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거세다.
12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총 사업비 317억원(국비 80억5천500만원, 도비 19억원, 시비 217억4천500만원)이 들어간 포항야구장은 연면적 2만334㎡에 1만5천석 규모로 지난 2012년에 지어졌다. 완공 이후부터 우천시 경기장 내에서 물이 빠지지 않는 배수 문제가 매번 발생했지만, 그때마다 포항시와 관리주체인 포항시시설관리공단은 예산 부족 또는 땜질식 처방에만 급급해 오늘날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포항야구장에서 치러진 경북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및 전국체전·전국소년체전의 예선 경기에서는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10㎜ 내외의 비로 경기장이 잠기자 직접 고인 물을 퍼내면서 경기를 치르는 등 전국적인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지역에서 제2구장으로 사랑받고 있는 포항 곡강간이야구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곡강야구장은 지난 2012년 2억원의 예산으로 건립됐다. 내야 일부를 제외하곤 바닥이 전부 잔디가 아닌 모래(마사토)라 우천에 속수무책이다. 더군다나 구장 바로 옆으로 흐르는 곡강천이 많은 비에 범람하면서 구장으로까지 흘러넘치는 까닭에 사고 위험은 물론, 물이 모두 빠질 때까지 구장을 사용하지 못하는 등 야구 동호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야구동호인 A씨(51·포항시 북구)는 “매번 곡강천이 흘러넘쳐서 야구장을 사용하지 못한 날이 셀 수 없다”며 “포항시의 잘못도 있지만, 곡강천 상류에 있는 용연저수지의 수위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의 잘못도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포항울릉지사 관계자는 “공사 측에서 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라면서 “신광 상류에서 들어오는 물이 그대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저수지 수량을 조절해서는 문제 해결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야구장 문제는 포항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지난달 16일 포항시의회 건설도시위원회가 포항시시설관리공단을 대상으로 한 행감에서 공숙희 의원은 “2012년 준공 이후 지금까지 수차례 배수 문제가 제기됐다. 오는 10월에 전국체전이 예정돼 있는데 지금 (포항야구장에)배수가 안된다”면서 “땜질식 처방만 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포항시시설관리공단 측에서는 2억원 정도의 예산을 확보해서 배수로 확충 공사를 실시하겠다고 답변했으나, 현재까지 예산 확보 등이 진행된 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포항시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관련 예산이 3천만원이 넘기 때문에 사업 시행은 포항시에서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면서 “포항야구장은 완공 이후부터 문제가 조금씩 있었지만, 사실 2019년 11월에 야구장 시설 보수공사를 실시한 이후부터 배수 문제가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성토지반에 야구장 공사를 하면서 침하가 이뤄졌고, 배수로보다 지반이 더 내려앉아진 상태다. 보수공사는 시일이 그리 걸리지 않기 때문에 추경이 있다고 하면 최대한 빨리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라면서 “곡강야구장의 경우는 장기적으로 대체구장을 계획, 조성해서 야구동호인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