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가 스마트 모빌리티 활성화를 위해 포항역 앞에 설치한 ‘타보소 호출 택시존’이 되레 교통 혼잡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포항시는 시민들의 택시 이용 편의를 높이겠다며 택시존을 마련했지만, 실제 위치는 일반 차량이 몰리는 상습 정체 구간이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 주말에도 혼잡이 극심한 이곳에 호출 존이 더해지면서 일각에서는 “편의는 커녕 혼란만 키웠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퇴근 시간에 맞춰 찾아간 포항역 타보소 호출 택시존은 기차 도착 시간에 맞춰 몰려든 차량으로 북적였다. 가족이나 지인을 태우러 온 일반 차량이 정차 구간은 물론 갓길까지 점거하며 통행은 더욱 어려웠다.
기차에서 내린 승객들은 대부분 기존 택시 승강장에서 미리 대기 중이던 택시에 오르거나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타보소 호출 택시존에서 택시를 부르거나 기다리는 승객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서울에서 출장차 포항을 방문한 김준형씨(39)는 “타보소 존이라는 팻말은 봤지만, 굳이 이용할 생각은 안 들었다”며 “앞에 택시가 줄지어 있고 버스도 많으니, 굳이 일반 차량 구역에서 택시를 따로 호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타보소 가맹 택시 기사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기사 A씨는 “호출 존이 생긴 건 알지만, 포항역 앞에서 실제 호출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기차 도착 시간엔 일반 차량이 몰려 택시가 정차할 틈조차 없다”고 했다.
또 다른 택시 기사 B씨는 “원래부터 일반 차량 통행이 많은 곳이라 늘 혼잡한데, 호출 택시까지 섞이면 도로가 마비되는 건 시간문제”라며 “주말이면 대기 차량이 몇 줄씩 이어지는데, 이런 구조에서 호출 존이 제 기능을 하긴 어렵다. 처음부터 위치를 잘못 선정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포항시는 지난달 13일 타보소 택시 이용 활성화를 위해 포항역 일반차량 정차 구역에 타보소 호출 택시존 을 설치했다. 그러나 호출 존 설치 이후에도 포항역 인근에서의 실제 호출 이용 건수는 전체 앱 이용량 대비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모빌리티 시스템이 정착하기 위해선 시민 접근성과 동선, 물리적 여건 등을 충분히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며 “직관적인 안내와 이동 동선이 확보되지 않으면,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혼잡 구간에 호출 존을 설치하면 운영 효율성도 떨어지고 시민 체감도 역시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포항역 앞 첫 번째 줄은 기존 택시 승강장이 있고, 두 번째 줄은 버스 정류장이다. 버스 탑승 승객이 없을 경우 버스가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승객들의 안전사고 위험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며 “세 번째 줄은 일반 차량이 정차하는 곳인데 상대적으로 차량 속도가 느리고 안전사고 우려도 적어 해당 위치를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여건상 마땅한 대체 공간이 없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아직 초기 운영 단계인 만큼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실효성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