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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운동

등록일 2025-08-03 18:46 게재일 2025-08-0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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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에 몸과 마음을 무너뜨리지 않고…/언스플래쉬

최근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헬스장에 가면 자전거와 런닝머신 밖에 하지 못했기에 매번 꾸준히 다니지 못했지만 이젠 정말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겠단 생각이 간절해져서, 결국 헬스 트레이너 선생님과 함께 하는 PT 수업을 받게 됐다. 

 

처음 수업은 제자리에서 걷기, 다리를 위로 올려 복부를 접는 동작 등 아주 간단한 운동부터 시작했다. 숨을 쉬는 법을 몰라서 늘 힘이 들면 숨을 참기 바빴고, 아주 적게 움직이는 동작에서도 땀이 비오듯 났기에 금방이라도 주저앉고 싶었던 적이 한둘이 아니었다. 다음날이 되면 근육통이 심하게 찾아와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괴로웠고,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것도 꽤나 고통스러워했다.

 

그랬던 내가 얼마 지나지 않아 맨몸 운동의 다음 단계인 기구를 쓰게 되고, 무게를 들게 되면서 전에 혼자 운동했을 때와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자극점과 운동의 기쁨을 알게 됐다. 유튜브 영상으로는 상세히 알 수 없었던 디테일한 동작이라든지, 올바른 자세와 호흡을 유지하는 것도 선생님을 통해 더 자세히 알게 되면서 더욱 잘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운동은 하나의 동작을 일정한 자세와 힘을 들여 단순히 반복한다는 점에서 꽤나 큰 만족감을 줬다. 멈추어 있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다 보면 동작을 완료하게 되고,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경지에 다다라 팔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려와도 어찌 됐든 그 고비를 이기고 나면 결국 미세하게 달라지는 몸의 변화를 빠르게 눈치 챌 수 있단 점이 마음에 들었다.

 

변화하기 위해선 몸과 마음이 함께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아무리 마음의 다짐이 아주 먼 계획까지 그럴 듯하게 나아가 봤자 몸이 움직이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몸을 움직이는 건 생각보다 결코 쉽지 않지만 어떻게든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퇴근을 하고, 다시 헬스장까지 가기만 한다면 그 하루는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 

 

동작을 반복하며 만들어 내는 단순한 리듬을 유지하며 성공과 실패로 하루를 정의하는 것이 아닌, 해냄과 해내지 않음으로 하루를 착실히 쌓아간다. 10kg를 겨우 들던 무게를 이제는 40kg로 추가해서 동작을 해내거나 말랑하고 흐물거리던 피부가 조금은 단단해 졌단 몸의 변화를 느끼거나, 특정 부위의 자극을 잘 느낄 때면 노력 대비 커다란 기쁨을 느낀다. 

 

어깨와 등, 팔을 자극하는 동작은 30회씩, 스쿼트와 런지는 60개씩, 복부 운동은 100회씩, 유산소 30분 정도를 마무리로 곁들어 진행하는 고작 한 시간 남짓한 간단한 운동이지만, 괴로움 속에서 꾸준히 나아가는 힘과 집요함을 얻게 된다. 단순하고도 정직한 움직임은 결국 내가 나에게 주는 다정한 관심이 되어 머지않아 보상처럼 돌아온다.  

 

운동을 가기 전 후, 여름의 하늘을 올려다보는 걸 좋아한다. 초록으로 가득 물든 나무 사이에서 한 포기의 풀잎처럼 흔들리다 올려다보는 푸른 하늘은 드높고 광활한 기쁨을 안겨다 준다. 매미 소리와 함께 풍경의 일부가 되어 아주 먼 곳까지 내다보면 무겁던 마음과 짓눌리던 스트레스도 가볍게 날려보낼 수 있다. 

 

밤으로 향하는 저녁 하늘을 보는 것도 큰 기쁨을 준다. 주홍으로 가득 물들었던 하늘이 오분도 채 지나지 않아 어둠으로 잠기면 내 마음이 가라 앉아 있다거나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것과 상관없이 시간이 흐른단 광경은 조용한 위로가 되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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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한껏 웅크려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시간은 흐른다. 잘려나가는 손톱을 보는 것처럼 붙잡을 새도 없이 허망하게, 또는 모래 위에 쓴 잘 살아보겠단 다짐의 글자들을 자꾸만 파도가 채어간 대도, 나는 또다시 자라나는 손톱을 보고 아무렇지 않게 손톱깎이를 꺼내들어 잘라내고 또 연인의 손을 잡고 바다로 나아가 사랑한다는 글자를 계속해서 쓴다. 

 

주변을 둘러보며 나를 받드는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사랑의 대상들이 나를 보고 있음을 계속해서 몸으로 느낀다. 그럼 하루를 살아내야만 하고, 나는 더 건강해야만 한다.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어찌 됐든 아주 사소한 것에 몸과 마음을 무너뜨리지 않고 더 절망하지도 않고, 실패와 과거에 기웃거리지도 않고 오늘을 살아 낸다. 이왕이면 단순하게, 반복적으로 즐겁게. 

 

그리고 시를 쓴다. 한동안 멈춰 있던 시쓰기였지만 이제는 누군가 부탁하지 않아도, 궁금해하지 않아도 시를 쓴다. 이것이 계속해서 쌓여서 머지않은 날에는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단 생각을 했다. 반복적으로 써내어야만 탄생하는 시와 일정한 움직임을 통해 같은 곳의 근육을 자극하여 만들어 내는 몸의 리듬, 나는 하루를 살아낸다기보단 하루를 만들어 가며 지내고 있다. 
/윤여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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