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 ‘까마귀와 여우’편에서 여우는 고기를 물고 있는 까마귀에게 이렇게 말한다. “까마귀님의 아름다운 목소리 듣는 게 소원”이라고. 그러자 우쭐해진 까마귀가 “까악”하며 소리를 내자 고기가 땅에 떨어진다. 여우는 잽싸게 이를 물고 달아난다.
듣는 이에게 이득이 되면 칭찬, 아부하는 자신에게 이득이 되게 과장된 칭찬을 하면 아부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정확한 대답은 아닌 것 같다. 칭찬과 아부의 경계가 모호하다.
역사를 보면 정치인에게 아부는 필요불가결한 요소로 보여진다. 아부를 해서 손해를 본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부를 한다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요, 아부했다고 고소를 당할 일은 더 없다.
인격적으로 훌륭하다고 평가를 받는 사람도 자신을 칭찬하는 소리를 아부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람을 안목 있는 이로 생각한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미화하거나 칭찬하는 법안들이 줄줄이 상정돼 논란이라 한다. 미 일부 하원의원이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250달러 지폐를 만들고 거기에 트럼프 초상화를 넣자는 법안을 상정했다. 또 일부는 100달러 지폐에 들어 있는 미국의 건국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 초상화 대신 트럼프 대통령 초상화를 넣자는 법안도 만들었다 한다. 워싱턴 덜레스국제공항 이름을 트럼프 공항으로, 트럼프 대통령 생일을 기념일로 지정하자는 법안까지 등장했다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정치인에게 아부가 출세의 중요한 수단이라고는 하지만 도를 넘은 법안들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를 “비열한 충성 경쟁”이라 꼬집었다. 정치인의 아부는 동서양이 따로 없는 모양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