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이용수 할머니 등 간곡한 호소 소녀상에 묵념·추모도 이어져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지난 9일 오전 대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 행사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이같이 호소했다.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해, 시민, 대구여상 학생 등 3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피해자 현황 보고, 추모사 낭독, 헌정 공연, 평화의 소녀상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생존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는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는 모두 240명으로 이들 중 6명만이 현재 생존해 있는 상황이다. 대구·경북지역에 생존 피해자는 이용수 할머니(97)와 포항 박필근(97) 할머니 2명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마다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가방을 매고 다니다보니 자세가 삐뚤어졌다”며 ”남달리 건강하고 예뻤는데, 점점 나이가 드니 목소리도 변하고 외모도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윤석열 정부가 위안부 피해 문제를 해결해주기로 했지만 결국 약속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 꼭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야만 일본과 보다 견고하고 성숙한 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학생 대표로 추도사를 낭독한 대구여상 학생회장 황성은 양(고2)은 “소녀상은 단순한 동상이 아니라 역사를 기억하자는 강한 외침”이라며 “비록 그 시절을 직접 겪진 않았지만 우리는 그분들의 용기와 아픔을 가슴에 새기며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소녀상에 헌화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소녀상을 쓰다듬으며 “니가 무슨 죄가 있노, 머지않아 웃을 날이 돌아올 것”이라며 “우리 대한민국을 돕고 세상 사람들을 다 건강하게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길을 가던 일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소녀상에 묵념과 추모를 하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1991년 8월 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날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7년 12월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전국 90여 곳에서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한편, (사)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은 오는 14일 대구 한영아트센터 안암홀에서 ‘할머니께 바치는 위로와 희망의 노래’ 기념 음악회를 개최한다. 전석 무료로 진행되며, 온라인 예약 링크를 통해 선착순 예매한다.
글·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