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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26일 만에야 이인지구 ‘도로’ 공고

단정민 기자
등록일 2026-03-11 17:57 게재일 2026-03-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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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오시후 군의 목숨을 앗아간 포항시 북구 이인지구 교통사고 현장. /단정민기자

지난달 13일 포항시 북구 이인지구에서 열세 살 오시후 군이 교통사고<본지 2월 20·24·25·26·27일·3월 9일자 5면 보도>로 목숨을 잃은 지 26일 만에야 해당 구간을 법적 도로로 인정하는 행정 공고가 발표됐다. 

아이가 희생되고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에야 뒤늦게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아이가 죽어야 움직이는 전형적인 사후약방문 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포항시는 11일 ‘포항 이인지구 도시개발사업 준공 전 공공시설(도로) 사용개시에 관한 공고’를 냈다. 이인지구 내 58개 노선(1만1908m)을 정식 도로로 인정해 공용 사용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이인지구는 이미 수년 전부터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 차량 통행이 빈번했지만, 법적으로는 이날 전까지 ‘정식 도로’가 아니었다. 도시개발법상 조성된 도로는 공용개시 공고가 있어야만 도로법에 따른 관리와 교통 규제의 법적 근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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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지구 도시개발사업지. /포항시 제공

정식 도로가 아니다 보니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지정이나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불법 주정차 단속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주민들은 사고 전부터 수차례 안전 시설 확충을 요구했으나 시는 ‘준공 전’이라는 이유로 대처를 미뤄왔다. 

실제 사고 구간은 초등학교 인근으로 어린이 보행이 많은 곳이다. 주민 김모 씨(42)는 “수천 세대가 입주해 차들이 쌩쌩 다니는데도 도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속 한 번 없었다”며 “아이 죽고 나서야 서류 한 장 올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포항시는 “행정 절차상 시간이 소요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본질을 시설 조성과 법적 고시 사이의 시차를 방치한 ‘행정적 과오’로 규정했다.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김의진 교수는 “현장의 시설물은 아이들에게 ‘보호받고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줘 안심하게 만들지만, 정작 운전자는 법적 강제력이 없음을 알고 방심하게 된다”며 “이러한 ‘안전의 착시’를 방치하는 것은 행정이 사고의 판을 깐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공학적 해결 이전에 행정 절차상 지연 요인을 제거해 법적 무법지대인 과도기를 최소화하는 것이 오 군과 같은 희생을 막는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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