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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숨가쁘게 달려온 날들… 달성군 100년 미래 길 열었다”

민선 8기 최재훈 대구 달성군수의 ‘군민이 빛나는 달성’이 취임 1년을 향해가고 있다.지난해 7월 37대 달성 군수로 당선된 초선의 최 군수가 이끈 달성군의 1년간 변화는 다른 지역의 10년의 시간 이상 급물살을 탔다. 법정문화도시 선정, 국립근대미술관 화원 유치 노력, 제2국가산단 유치, 농수산물도매시장 하빈 유치 등 큼직한 사업들을 이룩하며, 달성군의 100년의 미래를 책임질 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특히 문화·관광·교육·경제·복지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성과를 이끌어낸 최 군수의 1년은 더욱 값진 시간임을 증명했다. □ 예술의 향기가 흐르는 문화관광도시최 군수가 취임 후 처음 달성군에 다가온 성과는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된 것이다.군은 지난해 12월 2번째 도전 끝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하는 ‘제4차 법정 문화도시’ 공모에 선정돼 올해부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5년간 국비 100억 원을 포함한 최대 2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기반으로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이번 법정 문화도시 선포식을 계기로 유휴공간을 기반으로 한 달성문화도시 플랫폼 조성, 시민 문화역량 강화, 일자리 창출, 문화관광 활성화 등 분야 전반에 걸쳐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에 기여해 문화적 포용을 통한 달성문화도시 환경 조성에 나선다.특히 법정 문화도시 조성을 위해 달성문화재단 내 달성문화도시센터를 중심으로 운영지원팀과 문화도시사업팀의 전문 조직체계 구성을 통해 향후 5년간 △시민주도형 문화기획 사업 △지역 문화원형 발굴 및 재생산 사업 △문화콘텐츠 제작 및 관광 활성화 사업 △문화도시 생태계 조성 사업 등 총 22개 사업 47개 세부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일자리로 활력 넘치는 젊은 도시달성군의 제2의 경사는 제2국가산단을 유치한 것이다.군은 지난 3월 15일 화원읍 구라리와 옥포읍 간경리 일원에 약 100만 평 규모의 대구 국가 스마트기술산업단지(제2국가산단)이 최종 선정됐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2조2천억 원의 사업비로 글로벌 미래모빌리티 산업거점을 육성할 산단을 조성할 예정이다.현재 LH와 대구도시개발공사가 공동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이 확정됐으며, 대규모 재정 사업과 산단개발 경험, 협업 노하우를 가져 빠르게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각종 첨단사업들이 유치될 제2국가산단에는 미래차와 로봇이 융합된 미래모빌리티 제조업과 스마트한 주행방식인 전기 수소차, 자율차, 이동형 로봇과 같은 자율주행 기반 이동체 그리고 빅데이터와 AI 등 지식서비스업 기업들이 들어설 예정이다.미래 모빌리티산업 육성과 동시에 타 산업과의 융합 활성화를 통한 미래 모빌리티 산업파급력을 확대하고 기존 성장거점과의 연계와 협력을 통한 산업가치사슬을 완성해 국가 미래 모빌리티산업단지를 조성한다.최적의 산단 구성을 위해 사업타당성조사 실시를 통해 최적의 산업 업종을 선정하고 구역을 조정한 뒤 신속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친다. 행정절차를 비롯해 산업단지계획이 수립되면 산업단지 지정을 완료 후 보상절차를 시작해 최종적으로 오는 2030년 완공이 목표이다.□ 농수산물도매시장 하빈 유치지난 3월 30일 대구시는 달성군 하빈면 대평리 일원 27만8천26천㎡(8만4천평)에 오는 2031년까지 첨단도매유통시설을 갖춘 도매시장이 들어선다고 발표했다.4천여억 원을 투자해 첨단 도매유통 시설을 갖춘 도매시장 건립을 목표로 삼고 있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은 미래 확장성 등 중장기적 잠재여건, 이전 사업비 등 경제적 여건, 교통 및 개발여건 등 20개 평가항목에 따라 면밀한 현장조사와 분석 및 전문 평가단의 검증으로 선정됐다.21세기 첨단 도매시장으로 건립하기 위해 온라인 거래소 개설, 전자송품장, 빅데이터 유통정보시스템 등 스마트 물류시설을 구축하고, 집배송장 및 전처리 시설(세척·선별·가공, 소분·소포장 등) 등 고도화시설을 운영한다. 출하품목 스케줄링, 반입·배송 차량관제 등 물류통합관리시스템을 마련하고 온라인 전문 유통인 양성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지역의 품질 높은 농특산물을 신속하게 도매시장에 공급해 지역 농업인들의 소득향상에도 도움을 드릴 것으로 보인다.군은 다소 변방에 치우쳤던 하빈면을 유통산업의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교통접근성 향상을 위해 기존에 좁았던 하빈 군도7호선(감문~대평)도로의 폭을 확장하고 한국도로공사와 협의해 하빈IC를 설치한다. 더불어 대형화재로부터 안전하게 도매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매곡 119안전센터도 하빈면 동곡리로 이전할 계획을 잡고 있다.□ 국립근대미술관 화원 유치 노력달성군 국립근대미술관 유치는 오랜 시간 차근차근 준비가 뒷받침된 결과이다. 당초 대구교도소 후적지 개발은 LH의 아파트단지개발 조정안이 나왔지만, 최 군수는 취임 직후 기재부를 방문해 문화창작공간 조성의 일환인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건의하고 이어 지난해 12월 국내 미술계 전문가로 구성된 달성군 국립 근대미술관 유치를 위한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진행해 당위성과 추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지난 4월 대구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공약인 국립근대미술관·국립뮤지컬콤플렉스 등 문화예술허브 조성을 위한 사업 부지를 달성군 대구교도소 후적지로 변경해 추진할 것”을 밝히며 미술관 유치가 가시화하고 있다.달성군은 지난 1970년대부터 강정현대미술제를 개최하며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달성대구현대미술제를 개최한 역사가 있는 곳이고, 무엇보다 화원 대구교도소후적지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같은 사례를 보았을 때, 도시재생차원에서 폐공간을 문화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이다.또 교통접근성이 매우 편리한 곳이기도 하다. 대구교도소 후적지는 300m의 거리에 지하철 1호선 화원역이 있으며, 2027년 대구산업선철도가 준공되면, 지하철 1호선인 설화명곡역과 환승도 가능하다.이와 함께 대구 서부권(서구, 달서구, 달성군)은 상대적인 문화 불모지로서 주민들의 문화향유권 확대와 문화의식 제고를 위해서는 문화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대구 시민의 약 41%(100만 명)가 거주하고 있는 서부권에 위치한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수는 시 전체의 18%에 불과한 실정이다.이에 화원 국립근대미술관 유치는 현 정부의 공정한 문화접근성 보장과 대구 미래 50년 대도약을 위한 문화인프라 균형배치를 위해서도 최적의 장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재훈 달성군수 □ 지역 곳곳에 적재적소 행정 선봬최 군수는 굵직한 사업 외에도 지역 곳곳의 필요한 행정을 선보였다. 아이를 키우기 좋아야 군민들이 살기가 좋은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어린이집에 영어교사를 파견하고, 거점 도서관을 만들었고, 교육문화복지센터를 조성을 앞두는 등 교육 맞춤형 도시를 조성하고 있다.또 코로나 팬데믹으로 문화 향연에 목마른 군민들을 위해 의미있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대표적으로는 ‘달성 100대 피아노’축제와 이달 진행된 송해가요제가 있다. 이를 통해 군민들과 소통하고 문화를 즐길 기회가 마련됐다. 이에 보답하듯 두 행사에 군민들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행사장을 찾아줬다.이뿐만 아니라 최 군수는 달성군에 꼭 필요한 ‘24시간 응급의료센터 운영’을 올해부터 시작했다. 젊은 부부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대구테크노폴리스 지역의 경우 영유아 환자들의 골든타임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4월 1일부터 ‘행복한 병원’에서 운영되는 응급의료시설에는 5월 말 기준 평일 야간과 주말, 공휴일을 포함 환자가 1천700여 명이 찾았고, 평일 야간에는 평균 20여 명, 주말 및 공휴일에는 평균 50여 명이 하루에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등 의사 3명이 상주해 24시간 산부인과 및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해 10세 미만 환자가 두 달간 1천여 명이 방문하는 등 많은 주민들에게 반응이 좋은 것으로 드러났다.최재훈 군수는 “어느덧 더위가 찾아오고 취임한 지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려고 앞만 보고 숨가쁘게 달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여러 성과로 달성군 발전에 이바지를 한 것 같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며 “남은 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체계적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준비해 남겨진 공약들을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3-06-26

일본인에 포경선 인수받아 자수성가한 아버지

“그 어른 참 대단한 분이셨지.” 구룡포항에서 만난 한 어민이 ‘강두수’ 석 자를 듣고 한 말이다. 구룡포에서 오래 살았다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라고 덧붙였다. 구룡포의 수산업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자본과 기술력으로 형성되었다. 광복 후 지역 수산업계는 한국인으로 재편되는데, 그 과정에서 구룡포 수산업을 주도한 인물 중에 강두수가 있다. 그는 포항과 구룡포에서 고래잡이를 처음으로 허가받은 포경선 선주이자 구룡포수협 초대, 3대 조합장을 지냈다. 구룡포 수산업의 황금기로 일컬어지는 1960~70년대, 구룡포 수산업을 이끌었던 강두수의 생애를 그의 아들 강신규 선생을 만나 들어보았다. 배은정(이하 배) : 고향 구룡포에서 지내고 계시지요?강신규(이하 강) : 배를 타지 않지만, 뱃일은 하고 있어. 어선의 사무장을 맡아 출항을 돕고 잡아온 고기를 새벽 경매시장에 내다 팔지. 선원을 충당하는 것도 내 일이야.배 : 1947년생인데, 어린 시절의 구룡포를 기억하시나요?강 : 구룡포항은 지금과 다르게 모래사장이었어. 모래사장을 매축(埋築)해 항구를 만든 거지. 구룡포항 맞은편 대로변의 적산가옥에서 살았어. 천장이 높은 다다미방으로 여름에는 통풍이 잘되고 겨울에는 햇볕이 들어 따뜻했어. 지금은 식당으로 쓰이고 있지. 다락방은 예전 그대로였는데, 최근에 다 정리했다더군. 1960~70년대의 구룡포는 포항보다 부촌이었고, 우리 집도 부유한 편이었어. 어릴 적에 친구들이 양은 도시락을 가지고 다닐 때 나는 보온 도시락을 갖고 다녔으니까. 점심시간이 되면 외삼촌이 교실로 가져다주었지.배 :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나요?강 : 할머니, 부모님과 함께 살았어. 위로 누나가 셋인데 둘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나와 일란성 쌍둥이인 형이 그다음이야. 열 살 아래 남동생이 있었고. 어쩌다 보니 둘째 누나와 나, 막내만 살아 있군. 할머니와 아버지, 동생은 몸집이 컸지만 나와 쌍둥이 형은 왜소했어. 우유가 귀한 시절이어서 마을 아주머니들에게 젖동냥을 했지. 그분들을 ‘젖엄마’라고 불렀는데 열두 명이나 되었어. 쌍둥이 형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연탄가스 사고로 먼저 저세상에 갔고. 어머니는 7남매의 맏이였는데, 막내 외삼촌이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았어. 배 : 윗대부터 구룡포를 터전으로 살았나요?강 : 대보에서 살다가 개종하면서 구룡포로 왔다고 들었어. 할머니가 허씨였는데 한마디로 여장부였지. 곰방대를 입에 물고 장작을 피워 무쇠솥에 밥을 안치던 분이야. 당시는 무속이 강해서 다들 갯바위에 초를 피우고 기도했어. 그러다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선교사의 말을 듣고 개종했지. 찬장 위에 둔 신줏단지를 깨뜨리고 담배도 끊고 교회를 다녔다고 하니 대단한 분이지. 대보 1리에 강씨 문중 입향조 묘가 있지만 개종한 뒤로는 발길이 뜸했어.배 : 구룡포에서 태어나서 줄곧 고향에서 보내셨나요?강 : 구룡포교회 부설 유치원과 지금은 폐교된 동부초등학교를 다녔어. 동부초등학교는 학생 수가 줄면서 구룡포초등학교와 통폐합돼 구룡포생활문화센터 아라예술촌으로 바뀌었지. 중·고등학교는 대구에서 다녔어.배 : 대구로 유학을 가셨군요?강 : 고모가 대구 남산동에 방을 구해 우리 쌍둥이와 사촌들을 보살폈지. 내가 중·고교를 다니던 때가 1960년대인데, 대구는 4·19혁명의 도화선인 2·2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곳이야. 어린 나이에 시위에 휩쓸렸다가 경마 진압대에 붙잡힌 적이 있어. 당시는 말을 타고 시위를 진압했거든. 다행인지 하숙집 주인이 경마 진압대여서 다시 가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풀어줬지. 그 소식을 들은 아버지가 한달음에 달려와서 다듬잇방망이를 휘둘렀어. 얼마나 놀랐는지 2층 방에서 뛰어내렸지. 부친의 성미가 불같았거든. 자식에게 굉장히 엄해서 눈도 똑바로 못 쳐다봤지. 그런 아버지도 꼼짝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할머니였어. 누나 셋에 쌍둥이 아들이 둘이어서 할머니가 쌍둥이 아들을 엄청 챙겼어. 할머니에게 우리 쌍둥이는 귀한 손자였기 때문에 손도 못 대게 했지. 어린 시절에는 할머니 치마폭에 자주 숨었어.배 : 강두수 선생과 할머니가 닮으셨나 봅니다.강 : 방학이 되면 바람도 쐴 겸 외삼촌 배를 탔는데, 한번은 저인망어선을 타고 속초 앞바다로 가서 노가리와 기름가자미, 참가자미, 도루묵을 잡았지. 그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가 왔어. 얼마나 놀랐던지 그 추운 겨울날 구룡포로 돌아가려고 거의 전쟁을 치렀지. 속초 비행장에서 ‘세기 항공(1960년대 후반 영업했던 국내 항공사)’을 타고 김포로 갔어. 거기서 서울로 이동해 기차를 타고 대구로 갔지. 대구에서 차를 대절해 구룡포로 왔고. 그런데 돌아가셨다는 할머니가 두 눈 뜨고 살아 계시더군. 할머니 말씀이, 결혼하라고 불렀다는 거야. 쌍둥이는 같은 날에 결혼해야 잘 산다면서 말이지.배 : 젊은 나이에 받아들이기 힘들었겠어요.강 : 할머니를 이길 수는 없었지. 결국 스물다섯 살 되던 해에 형과 같은 날 결혼했어. 결혼하던 날이 마침 경부고속도로 대구-부산 구간이 개통되던 날이었어. 웨딩카를 타고 고속도로를 난생처음으로 달렸지. 그 뒤로도 그레이하운드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에 놀러 다녔던 기억이 나. 1970년대 구룡포에는 자동차가 드물었거든.배 : 살림살이도 할머니가 하셨나요?강 : 할머니와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어. 배가 출항하기 전에 준비할 게 많거든. 바다에 나가면 주로 고기를 잡아먹지만 그래도 김치나 된장, 채소를 싣고 갔어. 우리 집에서는 해마다 김장을 몇백 포기씩 했지. 출항하면 김치를 단지에 넣어 갔거든. 메주를 뜰 때면 온 동네에 콩 냄새가 퍼졌지. 물 긷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야. 집 안에 우물이 있었지만 해수가 섞여 짭조름했지. 배 : 부친은 어떤 사람인가요?강 : 아버지는 몸집만큼이나 배포가 컸어. 일을 밀어붙이는 힘도 강했지. 집에서 바깥일은 함구했고 술과 담배는 입에 대지 않았어. 고등학교는 대구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어. 할머니의 먼 친척이 지금은 포항제철이 들어선 동네에 살았거든. 아버지는 그 집에서 대구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고 해. 선교사가 사위로 삼아 미국에 데리고 가려 했지만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해. 아버지는 공부에 한이 맺힌 분이었어. 자식들이 진학할 학과도 아버지가 정해줬지. 판검사의 위세가 대단할 때라 나한테는 법대를 추천하셨어. 나중에 들으니 수협조합장 시절에 워낙 시달렸다고 하더군. 자식이 법대에 가면 하다못해 경찰이라도 되겠다 싶었던 거지. 강두수 초대 구룡포 조합장 배 : 기독교 학교를 다닌 부친이 어떻게 수산업에 종사하게 되었나요?강 : 구룡포로 돌아와서 일본인이 경영하는 수산회사에서 행정을 보신 것 같아. 생전의 부친 말씀이 그 시절엔 일본어를 못하면 수산업을 할 수 없었어. 광복 후 일본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수산 행정에 공백이 생기자 일본어를 잘하는 부친이 그 일을 도맡았을 거야. 기독교 학교를 다녔으니 영어 실력도 있었고. 당시 구룡포에서 영어와 일어를 잘하고 수산업 실무에 밝은 사람이 누가 또 있었겠어. 부친은 일본인에게 포경선을 인수해 자수성가했지.당시 상황을 ‘구룡포수협사’는 이렇게 전한다.강점기 시절 구룡포의 부를 지배하고 독점했던 일본인들의 빈자리를 차지하고 가치가 높은 적산을 적은 돈으로 인수하여 큰 이익을 남기는 기회를 가지게 된 사람들은 단숨에 지역을 이끌어가는 유지로 성장할 수 있었고 큰 부를 누리게 되었다. 해방 후 어업을 통해 구룡포 지역의 유지로 성장하였던 대표적인 사람들로는 이상택, 안원수, 최사준, 신석주, 이완백, 고치원, 강두수, 문용화 씨 등이다. ‘해방 후의 수산업과 어업조합’, ‘구룡포수협사’, 구룡포수산업협동조합, 2016, 225쪽 배 : 강두수 선생이 운영한 어선은 몇 척인가요?강 : 포경선 세 척과 꽁치 배 두 척이 있었어. 흑산도까지 가서 조기와 꽁치를 잡았지. 포경선 생김새는 구룡포읍 행정복지센터 앞마당에 있는 제1동건호를 보면 돼. 실제로 고래를 잡던 어선이야. 고종사촌인 김건호 형님이 기증했지.강신규1947년 구룡포에서 부친 강두수와 모친 하순분의 1녀 3남 중 셋째로 태어났다. 강두수(姜斗洙, 1919~1998) 선생은 광복 후 포항과 구룡포에서 처음으로 고래잡이를 허가받은 포경선 선주이며 구룡포수협 초대, 3대 조합장을 지냈다. 적산가옥에 살면서 구룡포항을 놀이터 삼아 자란 강신규(姜信圭) 선생은 구룡포 동부초등학교를 나와 대구 계성중·고등학교, 국민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 완구진흥공단과 구룡포수협, 장로회신학대학에서 근무하다가 1990년대 부친과 함께 호미곶 강사 2리에서 냉동공장을 운영했다.대담·정리 : 배은정(소설가) / 사진 촬영 : 김훈(사진작가) /사진 제공 : 강신규

2023-06-25

‘경제·인구회복’ 두 토끼 잡기 나선 구미

경제, 문화, 인구 등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이른바 ‘수도권 블랙홀’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방소멸’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처지가 됐다. 수도권 블랙홀 현상으로 인한 국가 불균형으로 국가적 재난(災難)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이러한 상황에서 기초자치단체인 구미시가 경제와 인구회복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 눈길을 끈다. 대한민국 경제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이를 극복하고 성장을 주도했던 K- 제조산업의 중심이었던 구미시였지만, 다른 지방도시들과 같이 침체기를 보내던 구미시. 그런 구미시가 기지개를 켜고 대한민국 최첨단 산업도시로 다시 태어나려 한다. 이에 본지는 구미시가 준비하고 있는 경제와 인구회복 방안을 들여다봤다. □ 경제가 살아야 인구도 늘어난다많은 지자체들이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전개하고 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출산율은 급감하는 가운데 지역 인구를 늘리는 방법은 전입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주소갖기운동’등을 전개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효과만 거둘 뿐 실질적인 인구 증대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구미시는 민선8기를 시작하면서 지역경제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굵직굵직한 경제회복 정책들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다. 지역경제가 살아야 인구도 늘어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미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초격차 달성을 위한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 유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준비했다.구미에는 신속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입지(국가5산단 2단계 81만평)에 풍부한 공업용수와 전력, 통합신공항과의 거리가 10㎞ 이내로 수출 물류 경쟁력 등 기반시설이 확보돼 있고, 여기에 반도체 소재·부품 등 반도체 관련 기업이 359개사가 밀집해 있어 클러스터 구축이 용이하다. 여러모로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구미시이기에 7월 발표에서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다. 또 구미시는 방산혁신클러스터 유치, 이차전지 육성 거점센터 구축, 동북권 메타버스 허브 구축 등 총 1천615억원에 이르는 국가 공모사업들을 유치해 추진하고 있다. 국가공모사업 뿐만 아니라 민간투자에 있어서도 민선8기 1년 만에 약 4조원에 이르는 투자유치를 이끌어 내면서 지역경제 회복에 신호탄을 올렸다.□ 청년 인구를 잡아라구미시는 경제회복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인구를 유입한다는 기본 전략과 더불어 기존 청년(19∼39세)인구가 더이상 빠져 나가는 일이 없도록 다양한 청년정책들을 전개하고 있다. 시는 지난 1월 인구청년과를 신설하고 청년정책과 인구감소문제에 대응하도록 했다.특히, 청년 문제에 초점을 두고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구미시가 청년인구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미래산업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청년인구가 2023년 1월 기준 11만5천956명으로, 2018년 13만6천677명에 비해 15%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2022년 전체 전출자의 51.6%(2만4천231명)가 20∼30대 청년으로, 지역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청년들의 이탈은 구미시의 평균연령을 40.5세로 끌어올렸다. 이에 구미시는 취업부터 주거, 결혼까지 전 생애를 아우르는 ‘구미시 SE7EN UP 청년정책’을 지난 2월 발표하고 청년 지역 정착 다지기에 나섰다. 3대 분야 7개 과제 68개 사업으로 구성된 ‘구미시 SE7EN UP 청년정책’은 구미지역 학생들에게 지역 기업에 취업을 보장해주고,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지역 기업에는 우수한 청년 인재를 적기에 제공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취업 지원과 더불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치는 청년들을 위해 창업 지원사업도 활발하게 추진해 청년 CEO 육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청년들이 저출산 원인의 1순위로 지목하고 있는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 월세 지원사업 확대 △청년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보증료 지원사업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 지원사업 등 청년들의 주거 부담 완화 대책과 더불어 청년들의 안정적 자립 기반, 결혼 장려를 위한 지원사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만들기구미시는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 ‘아이 키우기 가장 좋은 도시 만들기’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구미시가 아이 키우기 가장 좋은 도시 만들기에 집중하는 것은 민선 8기 김장호 시장의 시정 운영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그 중 올해 1월 문을 연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는 김 시장의 공약사업으로 소아청소년 전문의가 연중 24시간 상시진료하는 체계를 갖춰 지역 소아응급 의료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소아청소년과 입원진료를 중단하고 소아과 폐과를 선언하며 소아진료 대란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구미시의 선제적인 대응 사례는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는 구미지역 뿐만 아니라 인근 다른지역 주민들도 이용하면서 개소 첫 달인 1월에는 464명, 지난 4월에는 918명이 진료센터를 찾아 4개월 동안 2천200여 명의 환자가 센터를 이용했다.또 구미시는 도내 최초의 ‘구미형 아픈 아이 돌봄센터’도 하반기 개소를 준비하고 있고, 지난 4월부터 자정까지 운영하는 ‘야간연장 어린이집’은 10개소 더 지정해 총 29개소를 운영 중이다. 밤 12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마을돌봄터(9개)’도 도내 최대 규모(70명 정원)로 비산동에 추가 조성한다. 여기에 시민들의 선호가 높은 국공립어린이집(18개소)은 올해 3개소, 내년에 4개소를 추가 설치해 공공보육을 강화할 방침이다.구미시는 최근 다자녀가정 혜택도 강화했다. 공영 주차장 이용시 다자녀가정 감면 기준을 19세 미만 2자녀 이상으로 확대하고 주차요금을 50% 감면에서 전액 감면으로 확대했다.또 공공시설 이용료를 50∼60% 감면한다. 내년 상반기부터 다자녀가정이 전기자동차 구입시 보조금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종량제봉투 무상 지급혜택과 지역화페인 구미사랑상품권 충전시 구미 다둥e카드와 연계해 자녀수별 추가 마일리지도 지급한다. 세자녀 이상 가정에는 기존 소외계층에게 지원하는 공용차량 무상공유사업과 수도요금 지원 대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여기에 공공부문 고용과 출산·양육 친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올해부터 환경관리원 채용시 다자녀 가산점 제도를 대폭 확대하고 공무원 다자녀 직원에 대한 근무성적평정 실적 가점을 부여하고 승진우대도 보장한다.□ 인구유입 견인할 성장동력 확보구미시는 지속적인 인구유입을 위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시는 우선 내년부터 국가5산단 1단계(분양률 95%)에 기업들의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면 인구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분양받은 기업 83개사 중 입주 완료한 기업은 10개사이며, 입주예정인 73개사 중 토지사용허가가 완료된 기업은 32개사이다. 토지사용허가 후 입주완료까지 통상 대기업은 2∼3년, 중소기업은 1∼2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부터 인구유입이 점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또 건국이래 대구경북 최대사업이라 일컫는 대구경북신공항이 인근지역에 건설되면서 구미시는 공항배후도시로서 성장할 기반을 갖추게 됐다. 여기에 인천공항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던 항공물류의 변화도 구미지역에는 큰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한국무역통계진흥원 2022년 항공수출입 기준에 따르면 대구경북 항공수출입의 구미시 비중은 금액으로는 전체 200억달러 중 159억달러로 79.5%를 차지하고, 중량으로는 6만8천790t 중 2만2천618t으로 32.9%를 차지하고 있어 대구경북신공항의 항공물류 최대 수혜지역을 될 전망이다.구미시는 신공항 배후도시와 항공물류를 위해 신공항연계 광역철도망구축, 5개 고속도로 연결, 국·지방도 개량 등을 추진하고 있다.김장호 구미시장은 “학업부터 취업, 주거, 결혼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별 청년 지원 정책을 마련해 청년들이 지역 기업에 취업하고 기업과 구미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3-06-22

“60년 낙후·소외지역 벗자” vs “여기서도 복지혜택 누려” 갈등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여부가 올 상반기 지역을 달구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기행위)는 23일 대구시가 제출한 ‘수성구와 달성군의 담당구역 경계변경 조정 신청 동의안’을 심사한다.이때 동의안이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동의를 얻으면 큰 막힘 없이 편입이 진행되겠지만, 부결될 시 상황은 또 한번 복잡해지게 된다. 하지만, 대구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심의 유보를 촉구하는 등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미뤄질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대구참여연대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정책적 숙고와 주민 공론이 필요한 사안이 홍준표 시장의 막무가내식 행정 속에 권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달성군과 달성군의회가 편입에 반대하고 주민 찬반 의견도 분분한 만큼, 대구시의회는 동의안을 유보하고 합리적인 절차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가창면의 수성구 편입론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3월 9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기자실을 찾아 시정 현안에 대해 설명하다 처음 언급했다. 당시 홍 시장은 “가창면의 위치가 복잡하다. 달성군 다른 지역으로 건너가려면 비슬산을 지나야 하는 등 섬처럼 돼 있는 상황”이라며 “수성구에 편입시키는 게 가창면민의 편의를 위해서도 좋은 일 아니겠나”고 편입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 가창면 주민들, 극심한 대립가창면의 수성구 편입은 홍 시장이 추진의사를 밝힌 이후 상황은 급물살을 탔다. 지난 3월 15일 대구시는 가창면 수성구 편입 관련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이때부터 가창면 주민의 분열이 본격화됐다.특히 최재훈 달성군수는 편입과 관련, “가창을 잃어버린 군수가 되고 싶지 않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즉 달성군수로서는 다음 지방선거에서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창이라는 지역을 잃고 싶지 않다는 말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셈이다.가창면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하중환 대구시의원(달성군1) 역시 “일방적 가창면 수성구 편입은 달성군 자치권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주민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주민들도 각자의 입장차이로 인해 찬·반으로 양분되면서 양측 간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갔다. 지난 3월 21일 가창면 주민 10여 명으로 구성된 ‘수성구 편입반대 추진위원회’는 수성구 편입 반대 현수막 30여 개를 지역에 내걸었다.바로 다음날 이에 대응하는 ‘수성구 편입찬성 추진위원회’도 가창면 곳곳에 수성구 편입을 찬성하는 현수막 100여 개를 게시했다. 또 가창면의 편입 찬성 주민들을 제외한 달성군 타 지역의 번영회는 일제히 달성군 전역에 편입 반대 의사를 표시한 현수막을 붙이는 등 찬반 의견이 현수막 경쟁으로 옮겨갔다.이런 상황에서 최 군수를 포함한 대구시 관계자들이 주민설명회를 여러차례 열었지만, 결과를 낼 수가 없었다. 심지어 한 설명회에서 찬반 양측 주민들 간의 사소한 언쟁이 결국에는 몸다툼으로 번지는 등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결국, 현 시점까지 주민들 간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어제까지 웃고 즐기며 형·동생으로 불리던 주민들이 원수가 된 것 처럼 ‘으르릉’ 대고 있는 것이 현지 분위기다.찬성 측은 “가창면은 개발제한구역에다 상수도보호구역으로 규제가 심한데, 수성구로 편입되면 시장 권한으로 조정이 가능하다고 들었다”며 “지상철 3호선 개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이어 “지난 60년 동안 가창면은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이었다”면서 “노인이나 여성들이 달성군 노인복지회관·여성문화복지센터를 이용하려고 단체로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 이상 이동하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반대 측은 “달성군에서 더 많은 복지 혜택도 누릴 수 있다. 그린벨트 해제도 근거가 없다”며 “달성군과 수성구의 연간 예산은 비슷한데, 인구는 수성구가 갑절이 많다. 달성군이 가창면에 지원하는 예산이 한해 300억 원 수준인데 이같은 지원이 계속될지 미지수”라고 반박했다.아울러 “수성구로 편입되면 그린벨트가 풀린다는 보장도 없고 부동산 개발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불확실한 기대일 뿐”이라고 일축했다.한 주민은 “갑자기 동네 주민들끼리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면서 “의 좋던 가창면 사람들이 서로 으르릉대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고 넋두리했다. □ 정치적 책임에 대한 관계자들의 부담주민들의 극심한 대립으로 홍 시장과 대구시의회 역시 찬반 어느 한쪽 손을 들 경우 불어올 역풍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눈치다. 홍 시장의 경우 “대구시의회 판단을 맡기겠다”고 언급해 시의회 기행위에 공을 넘겼다.시의회 기행위는 찬성이든 반대든 입장을 표명해야 하지만, 서로 얽히고설킨 이해 당사자와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데다 홍 시장과의 관계도 고심해야 상황에 처했다.이렇다 보니 기행위는 달성군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동의안의 찬반 표결을 앞두고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달성군과 달성군의회를 중심으로 편입 반대 기류가 강한데다 일부 시의회 기행위 의원들은 노골적인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대구시의회 기행위의 한 위원은 “수성구 편입 동의안을 유보 판단으로 유예하고 앞으로 안건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지역 사회 내 갈등을 줄이는 길”이라며 “설익은 판단으로 각종 역풍을 맞는 것보다 나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시의원은 “대구시가 이해 관계자들과 합의를 거쳐서 다시 시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하면 그때는 시의회가 큰 부담 없이 찬반 의사를 밝힐 수 있지 않겠느냐”고 언급하며 이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앞으로의 진행은23일 시의회 기행위의 심사에 따라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결과는 드러난다.가결로 끝날 시 편입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고 부결 시 편입 추진은 중단되지만, 다시 한번 조정을 거쳐 동의안에 대한 심사를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임인환 기획행정위원장은 “해당 지역 주민과 전문가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으며 결정만 남았다”며 “심도있는 심사를 거쳐 찬성이든, 부결이든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동의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시의회는 주민들의 찬반 의견도 팽팽하게 대립하는데다 동의안을 유보하고 합리적인 절차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동료 시의원들의 주장도 있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형국이다.현재 대구시는 수성구 편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당사자가 공식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는 자율협의체 구성까지 가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의회 관계자는 “자율협의체에서 협상이 결렬되면 분쟁조정위원회 심의를 받게 된다”며 “이 단계까지만 가도 대구시로써는 충분히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만일, 이날 시의회 기행위가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을 결정하게 되면 대구시는 지방자치법 6조에 따라 △대구시의회 동의 △행정안전부에 편입안 신청 및 자율협의체 구성 등 단계를 거쳐야 한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3-06-22

“미래 먹거리 ‘전력투구’… 시민들이 행복한 경산으로”

6월 말로 민선 8기의 1주년이 다가온다.재선 등으로 민선 8기를 시작한 자치단체장들의 기쁨도 크지만, 초선으로 자치단체의 행정을 1년간 꾸려본 시장·군수들의 감회는 새로울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지역민으로 바라보던 행정과 집행자로서의 행정은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다.인구의 지속적인 유입과 10개의 대학, 젊은 층이 생동감 있게 활동하는 경산시의 행정을 1년간 이끈 조현일 시장은 재선 도의원의 경험이 시의 행정을 이끌어 가는 것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꽃피다, 시민 중심, 행복 경산’을 시정의 최대 화두로 중앙정부와 지역민의 중간자 역할, 대변자 역할에 충실한 조 시장을 만나 1년의 소회와 앞으로 경산시장의 방향을 들어보았다. △ 먼저 축하하며 민선 8기 1주년을 맞는 심정은?-정말 빠르게 지나가고, 쉼 없이 달린 시간이었다. 코로나 팬더믹 시기를 지나오는 과정에서 함께 노력해준 시민들과 공직자들에게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지난 1년은 코로나19로 인해 미뤄졌던 현안 사업들을 챙기기에 바쁜 시간을 보내는 등 쉼 없이 달렸지만, 경산지식산업지구의 대형 아울렛 유치와 상방공원 민자 개발, 제4일반산업단지의 공공주택의 표류 등 눈에 보이는 성과를 시민들에게 보여주지는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이지만 지역에 필요한 국비 등의 예산을 확보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등 시민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쾌적한 도시환경을 위해 1천 300여 명 공직자와 시민들의 협조로 남천 둔치를 시민들에게 돌려준 것은 뿌듯하다.△ 1주년의 성과와 아쉬운 점이 있다면?-경산시에는 지난 1년간 많은 일이 있었다.긴급재난지원금으로 소상공인과 시민을 지원하고 분야별 소통간담회와 지역 청년들의 애로사항 청취, 대학과의 상생 방안 마련을 위해 대학발전협의회 개최 등의 노력에 공직자들이 변화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지역의 벤처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지식산업센터와 창업 열린 공간 등을 포함하는 ‘임당 유니콘파크’의 선포와 프랑스의 소프트웨어 혁신 교육기관인 애꼴42를 런칭한 ‘42경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설립’,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뢰받는 행정을 추진하기 위한 기본계획의 용역, 지역 특성에 맞는 문화콘텐츠 개발과 체계적인 문화정책을 추진할 ‘경산문화관광재단’ 설립을 추진했다. 지역의 경제를 살리고자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단을 파견해 1천200만 달러의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으며 2030 도시 경관계획 재정비 수립을 위해 일본의 도쿄와 요코하마의 우수사례를 견학해 지역의 아름다운 야경을 점쳐보기도 하는 등 국내·외를 바쁘게 움직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경북도의 2023년 시군종합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상 사업비를 확보했다.하지만, 시민의 처지에서 바라보면 민원창구와 허가부서에서 민원 해결의 속도가 나지 않고 불친절한 면에 익숙해 있어 개선해야 하는 것은 안타깝다.무조건의 꾸지람보다는 사기를 북돋우며 개선하려고 노력 중으로 민원실을 이전하며 사무실 공간의 확장, 당직 개선 등이 하나의 방편이었다.특히 경산지식지구의 대형 아울렛 유치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은 가장 큰 아쉬움이다.△ 앞으로 경산 시정을 이끌어 나갈 주요 포인트는 무엇인가.-미래 먹거리다. 미래 먹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한 것으로 100년 앞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제는 2~30년 앞을 걱정하는 것이 맞다.이를 위해 임당 유니콘파크 조성, 42경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설립 등 첨단산업이 지역의 산업을 주도하고 반도체 산업공단을 유치할 계획이다. 또 대학을 살릴 방안과 일상에서 시민들이 피로를 풀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집중과 선택으로 지역과 대학이 함께 사는 방안을 마련하고 시민들이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남천과 남매지, 문천지, 삼성현역사문화공원, 조성할 갓바위 생태공원 등에서 시민들이 일상의 피로를 풀게 할 것이다.이들의 바탕에는 시민의 행복과 안전이 깔렸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편안한 삶 보장이 최우선 돼야 한다. △ 시민들의 주요관심사인 신세계 명품아울렛의 경산 입점의 현주소는?-대규모 아울렛의 경산 유치는 지역의 경제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고 경산의 추진력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가 된다.시민들도 알다시피 대형 아룰렛은 지난 2000년 9월 경북도와 경산시, 경제자유구역청, (주)신세계사이먼, 경산지식산업개발(주)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해 지식산업지구 1단계 부지에 입점할 예정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추진되지 못하다 지난해 9월 경산지식산업개발(주)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에 제19차 개발계획 변경안(아울렛 유치)을 신청하고 이후 주민의견 청취와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행정적인 절차에 유치 건의 범시민 서명 부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하는 등 최대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제19차 개발계획 변경안은 경산지식산업지구 2단계 15만 4천 120㎥(4만 6천621평)에 대규모 명품 프리미엄 아울렛을 건축하는 것이다.지난 2월과 4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에 제19차 개발계획 변경안에 대한 보완자료를 요청해 보완자료를 제출해 이를 통한 경제자유구역 자문회의가 지난 1일 개최되었고 대형 아울렛의 경산 입점 문제는 8월까지는 결론을 지을 생각이다.대규모 아울렛이 들어서면 연간 500만 명의 방문으로 지역 경제와 관광이 활성화되고 2천여 명의 직·간접고용,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인구 유입과 지역 브랜드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특혜의혹은 아울렛 부지의 공개경쟁 입찰과 개발이익 지역산업 발전을 위한 공적 환원으로 불식시킬 것이다.△ 이외에도 시가 추진하는 많은 현안 사업들이 있다. 이들의 진행 상황도 알고 싶다.-청년 도시 경산을 위해서는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이를 위한 것이 임당 유니콘파크로 창업 열린 공간과 지식산업센터의 복합공간으로 스타트 기업부터 경쟁력을 갖춘 성장 벤처기업까지 혁신벤처생태계를 구축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되며 임당역 인근에 2025년 준공된다. 유니콘파크라는 명칭에는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스타업 기업을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에 비유해 경산의 창업기업들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대한민국 ICT 벤처창업 분야 최대 랜드마크로 만들 것이다.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 혁신 교육기관인 42경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많은 지역의 청년 인재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꿈을 실현하도록 돕는 것으로 7월에 프랑스 현지에서 에꼴42와 3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이미 시는 아카데미 준비강좌의 교육생 모집에 나섰고 이를 통해 교육받은 청년 인재들이 다시 지역에 정주해 지역 산업역량 증진과 벤처창업 활성화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던 남천은 둔치에 아름다운 화초를 식재하거나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러 공간을 조성했고 앞으로도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두루 다녀보면 IMF 때보다 더 힘들다는 시민들이 많지만, 경산시가 미래 먹거리를 위해 1~2년 내 전력투구해 고용창출과 세수확대로 시민들이 골고루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특히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시민들을 구해 내는 등 시민들에게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니 시민들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 경산/심한식기자

2023-06-22

‘포항시립박물관 건립’ 희망의 불꽃을 쏘다

2026년 개관을 목표로 건립 예정인 ‘포항시립박물관’이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앞두고 있다. 올해 말 평가를 통과하면 실시 설계, 조직 구성 및 예산편성 등 향후 추진 과정에 돌입하게 된다.반세기 넘도록 지역의 역사 유물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고 연구하는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공간과 기관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포항시는 지역 여론을 수렴해 지난해부터 포항시립박물관 건립을 추진해왔다. 인구 50만의 경북에서 가장 큰 도시인 포항시가 ‘철강산업도시’에서 ‘해양관광역사문화도시’로 변신하기 위한 시립박물관 건립을 앞두고 시와 시민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포항시립박물관 건립은 포항 시민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다.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담고 미래 비전을 제시해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외지인들에게 포항을 알리는 전진기지 역할을 할 시립박물관 건립에 대해 중앙정부는 적극적으로, 그리고 시급히 응답해야 할 책무가 있다. ◇ 포항시, 랜드마크로서 포항시립박물관 건립 준비 박차최근 포항시는 시립박물관 건립에 대한 기초적인 방향 설정과 실천 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시는 그동안 과업 지시서 등 제반 서류 준비와 함께 박물관 기본구상에 대한 내부 협의 절차를 거쳐 여수, 영천, 창원 등의 타 지역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실무 검토를 마친 상황이다. 지난 2021년 1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포항시립박물관 기본계획 및 건립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했고, 지난 4월에는 박물관 조성 관련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효율적인 운영방안 등을 논의했다.시는 이 수행 결과물을 중심으로 오는 7월 문체부 사전평가를 신청해 8∼11월 평가 결과에 따른 보완작업을 하기로 했다. 이후 포항에서 출토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라 비석 중성리 신라비와 냉수리 신라비 등 국보를 비롯해 서울과 대전, 경주 등 다른 지역 수장고에 보관 중인 문화재 수만 건을 모으는 한편 유물 구입·기증 공모를 통해 전시 유물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어서 2024년 박물관 건축·전시설계를 마치고 2025년 상반기에 건립공사를 착공, 오는 2026년 완공과 동시에 개관하겠다는 구상이다.박물관 건립 사업은 도비 170억원(문체부가 경북도로 이관), 시비 190억8천만원 등 총사업비 476억8천만원이 투입되는 부지면적 1만5천㎡, 연면적 1만㎡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포항시는 지난해 포항시립박물관 건립을 위한 문화체육관광부 건립 타당성 사전평가에서 부적정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유물 확보 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둘째, 유물 편성 예산이 부족하다. 셋째, 전시 주제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박물관 건립 예정부지(당시 포항시 남구 동해면 일월리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 인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포항시는 지적된 사안을 보완하기 위해 ‘매머드급’ 자문단을 꾸렸다. 국립중앙박물관장과 문화체육부 장관을 역임한 최광식 고려대 명예교수가 자문위원장을 맡고, 천진기 전 국립민속박물관장 등 전문가 13명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지난 4월, 1차 회의에서 박물관의 콘셉트 개발, 건축 방향 규정의 필요성, 특색있는 박물관을 위한 전시 방법과 콘텐츠의 중요성, 박물관 건립 추진 전담팀 신설 등을 제안했다.현재 포항에는 지역의 역사성과 문화적 특성을 드러내는 박물관으로서의 시설과 공간이 갖춰진 공립계 박물관이 없다. 포항시에 시립박물관이 조성된다면 지역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뿐만 아니라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 국보 2점 등 포항 출토 다른 지역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포항에서 발굴된 문화재 수만 건이 지역에 보관 전시되지 못하고 다른 지역에 흩어져 있다는 것은 지역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수치다. 국보인 포항 냉수리 신라비는 신광면사무소 앞마당 비각 안에 허술하게 보관돼 있다. 2009년 포항에서 발굴된 국내 최대 나무화석이자 천연기념물인 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화석은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 천연기념물센터에 들어가 있다. 포항 흥해읍에서 발굴돼 현존하는 신라비 가운데 가장 오래된 포항 중성리 신라비(국보)도 국립 경주문화재연구소에 있다. 포항은 지난 1995년 옥성리고분군 발굴조사를 통해 많은 유물을 수습했고 이후 성곡리 및 호동 유적지 등 많은 조사를 통해 1만5천점 가량의 유물을 발굴했다. 그러나 수장고를 갖춘 박물관이 없어 발굴된 유물은 인근의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등지에 분산 소장돼 있다.◇ 도시에 박물관이 건립돼야 하는 까닭▲지역의 문화적 정체성 수립= 박물관은 하나의 사회적인 인프라로서, 그 건물이나 유적지가 지역의 유형적 문화 자산인 동시에 지역의 자랑거리다. 자체 건축물 이외에 관련 도로나 주차 공간의 확충, 인근 녹지 확보를 통해 지역의 준사회간접자본의 시설로 존재한다. 동시에 지역성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전시물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역사적 삶의 증거로, 지역 주민들에게 강한 정체성을 부여해 준다. 박물관은 비공식적인 교육 기관인 동시에 지역문화의 중심체로서, 잠재적인 관람객과 지역 주민에게 시설과 공간을 제공해 다양한 문화행사와 활동을 용이하게 해준다. 또한 지역공동체의 주거환경, 서비스와 제조업, 도서관, 극장, 콘서트홀과 같은 문화공간을 총체적으로 묶어 문화 인프라 기반이 된다.▲생활문화 공간으로서의 박물관= 박물관은 지역 공동체의 일상적인 삶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문화시설을 총체적으로 묶어서 발전시킬 수 있는 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행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지역민을 위한 사회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박물관이 대중들에게 일상생활의 연장으로서 다가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로 하며 박물관의 물리적 영역에 얽매이지 않고 대중과 좀 더 적극적인 만남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박물관은 지역문화의 요체로서 후원자 그룹, 자원봉사자 프로젝트 등과 같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지역 공동체가 박물관 업무에 실질적인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 지역 문화재는 지역에 있어야 생명력이 있다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고, 문화관광사업을 통해 지역발전 동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에서 지역박물관이 폭발적으로 건립되고 있다. 지역박물관은 지역문화의 보존센터인 동시에, 그 지역의 역사나 민속자료를 수집 보존 조사 연구 전시 보급함은 물론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적 지역 문화시설이다. 지역박물관은 지역 연구 및 지역발전 실천의 장이며 지역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제대로 된 박물관 하나 없어서 소중한 지역 문화유산이 타 지역으로 보내져야 하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일 뿐만 아니라 중대한 모순이다. 박물관 건립과 함께 문화유산 되찾기의 당위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박물관 건립은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와 지역문화의 정체성 확립, 역사의 보고(寶庫)라는 측면에서 높은 가치를 갖는다.◇ 중앙정부도 포항시립박물관 건립에 용단 내려야포항시립박물관 건립 필요성은 2009년 중성리 신라비가 발굴된 이후 15년째 꾸준히 거론돼왔다. 청동기 시대부터 고려와 조선,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풍부한 문화유산에도 불구, 소규모 박물관만으로는 제대로 된 지역 역사 보존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포항의 국립박물관 유치·건립을 위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포항시도 국립역사박물관을 비롯해 민속박물관, 해양박물관 등 각종 박물관 건립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중복 투자 문제, 전시물 확보 어려움, 부지 선정, 예산 등의 문제로 모두 무산됐다.포항시는 그런 실패의 경험을 거울삼아 이번에는 제대로 된 포항시립박물관 건립을 위한 절차를 빈틈없이 차곡차곡 밟아나가고 있다. 지역의 자존심과 결부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깊은 이해와 용단이 필수적이다. 포항시립박물관은 포항의 참다운 지방자치를 이끄는 민심의 중심 기둥을 세우는 일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3-06-22

“국가산업 DNA 가진 포항, 이차전지 특화단지 최적지”

포항시가 정부의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포항시는 최근 글로벌 산업기술 패권의 핵심으로 부상한 이차전지산업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여기에다 포항시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까지 얻을 수 있다면, 중장기적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확고히 다질수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지난 2014년 이강덕시장 취임 이후 ‘제2 영일만의 기적’을 실현할 미래 먹거리로 이차전지(배터리)의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을 예측하고 어느 도시보다 발 빠르게 생태계 육성과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포항은 세계적인 철강도시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견인해 왔으나 ‘성숙기의 철강 중심 산업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면 자칫 미국 피츠버그 처럼 쇠락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20여년간의 최대 고민거리였다.하지만 포항은 미래를 안정적으로 이끌수 있는 신성장 동력을 찾아냈다.‘3+1(이차전지·바이오·수소+철강고도화) 신경제지도’를 승부수 전략으로 추진하면서 특히 이차전지의 역점 육성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지난 2017년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에코프로가 신축공장 부지를 물색한다는 소식을 접한 포항시는, 이강덕 시장이 직접 기업을 방문하는 등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펼친 결과 유치에 성공했다.이어 2019년에는 포항시가 전국 최초로 ‘배터리 규제 자유특구’ 지정에 성공했다.‘배터리 규제 자유특구’는 혁신·전략 신사업 육성을 위한 각종 규제가 대폭 완화돼 포항의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 조성을 촉진시키는 근간이 됐다.결국 포항배터리 특구는 지역 경제 성장과 국토 균형 발전,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성과를 인정 받아 ‘전국 유일’ 3년 연속 우수특구로 선정되면서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특구사례로 손꼽히고 있다.2021년에는 ‘이차전지 산업 육성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가 문을 열었고 지난해에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이차전지산업 육성 조례를 제정하는 등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 조성에 불을 붙였다. 포항시의 이같은 노력은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로 이어져 2027년까지 포항에 확정된 투자액만 무려 12조 원에 달하게 됐다.먼저 이차전지 선도기업인 에코프로는 영일만산단에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구축에 나서고 있다.에코프로는 이차전지 생산 수직 계열화를 위해 양극 소재 생산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집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양극재 밸류체인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국내 유일의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함께 생산하는 포스코 퓨처엠의 경우 포항에 양극재 공장을 건립중이며, 음극재 2단계 공장 추가 건립에도 나섰다.에너지머티리얼즈(GS계열사)는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을 건립하고 있고 전구체 생산 글로벌 1위인 중국 CNGR도 포항에 생산 공장을 세우기로 확정했다.이외에도 솔루엠과 미래세라텍 등 영일만산단과 블루밸리국가산단에 입주했거나 예정인 중견기업은 모두 25개사에 이른다.이들 기업들은 배터리 원료와 리사이클링, 부품 생산 등 동반 성장을 위한 상생·혁신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치열한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 경쟁에서 기업 투자에 따른 성장과 RD에서 포항이 최적지임을 대규모 기업 투자가 입증한 셈이 됐다.포항시는 수년 동안 산 넘고 물 건넌 끝에 ‘배터리 분야 국내 최초·최고 도시’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거어쥐면서, ‘대한민국 글로벌 배터리 강국을 선도하는 도시’라는 닉네임을 얻어냈다.한편 포항시는 앞으로 다가올 배터리 산업의 미래에 대한 준비 작업에도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이차전재 시장 확대에 따른 폐배터리 재활용 및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고안전 보급형 배터리 상용화 기반 구축‘ 등의 신산업 인프라 기반 작업에 이미 돌입했다.△ 포항은 ‘배터리 심장’인 양극재, 2030년 100만톤 생산 70조 매출기대.- 포항은 이미 이차전지 핵심소재 대량 생산과 소재 공급 요충지로 급부상했다. 원소재부터 양극재, 음극재 생산까지 대량 생산시설 집적에 성공했기 때문이다.특히 지난해 포항은 양극재 생산량 15만t을 기록하며 생산량 1위에 올랐다.‘배터리의 심장’이라 불리는 양극재는 이차전지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며 출력,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소재이다.포항시는 2030년 양극재 연산 100만톤을 점치고 있는데 그럴 경우 연매출 70조원이 추정된다.연매출 70조원은 글로벌 양극재 수요량 605만톤의 약 16.5%를 차지하는 막대한 규모다.여기에다 포항의 리튬과 전구체, 음극재 등 원료·소재 생산량까지 더하면 총생산은 200만톤을 웃돌게 된다.포항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배터리 허브도시’로 대도약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기준 포항 지역 철강산업의 총 매출액은 35조원이었던 반면 이차전지 산업의 총매출액은 5조원이었다.하지만 이차전지 산업의 빠른 성장성을 감안할 때 머지않아 지역 내 이차전지 매출액이 철강 매출액을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포항이 ‘산업의 쌀’ 철강에 이어 ‘미래 산업의 쌀’ 이차전지로 대한민국 신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는 것이다.△ 포항은 ‘기업 집적+RD인프라+인재 양상’ 3박자 갖춘 도시.- 포항시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지정될 경우 핵심 인프라 구축, 인허가 간소화, 세제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글로벌 산업 패권·경제 안보 경쟁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포항시는 특화단지 유치를 위해 ‘지속가능한 인프라 구축’, ‘초격차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건실한 산업 생태계 확립’ 등 3대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물론 포항 특화단지 지정이 국가 발전과 큰 맥을 함께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현재 포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 인프라와 전문 인력 공급이 원활하고 글로벌 물류 인프라를 갖춘 점 등이 최고 장점으로 인정 받고 있다.포항은 포스텍과 가속기연구소 등 대학과 연구소, RD기관이 밀집해 있어 이차전지 분야 연구 및 기술 개발을 지원할 최적의 생태를 갖추고 있다.여기에다 포스텍을 중심으로 4개 대학과 마이스터고 2개교에서 배출하는 이차전지 전문인력은 연간 5천600명에 달하고 있다.포항시는 맞춤형 미래 인재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현장 운영과 전문 연구인력 양성 투트랙 전략으로, 지역 대학부터 마이스터고까지 이어지는 산업 최적화한 인력 확보 범위를 대구·경북 대학 등지로 확대하는 중이다.포항이 특화단지로 지정 되면 2030년 이후 7천200명에 달하는 핵심 인력을 매년 배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또 포항시는 ‘물류 요충지’로서 동해안 유일 컨테이너항인 영일만항과 동해선 철도, 대구-포항, 울산-포항고속도로, KTX, 포항경주공항 등 광역 물류망을 보유하고 있어 배터리 원료, 소재 수출입이 매우 수월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포항이 특화단지로 지정 되면 대구, 경주·경산, 울산 등지의 전기차 부품·소재 벨트를 연계시키면서 대구·경북의 새 성장동력으로 부상시킨다는 폭 넒은 구상도 가지고 있다.이는 포항의 양극재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대구경북 전기차부품 산업벨트, 울산의 완성차와 연계한 클러스터를 조성해 미래차 신산업 대전환을 주도해 나간다는 복안인 것이다. △ 포항시민들의 용광로보다 뜨거운 유치 열기.- 지난해 11월 유치 구심점인 ‘경북 이차전지 혁신 거버넌스’가 포항시와 경북도,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등 도내 민관산학 30개 혁신 기관이 모여 출범했다.이어 혁신 산업 생태계 구축 및 인재 양성을 위한 기관 간 업무 협약, 국제컨퍼런스 등이 이어지고 있다.최근에는 이차전지산업의 미래 인재들인 대구·경북지역 대학생들이 포항을 방문해 현장 투어를 한 후 유치를 기원하는 종이비행기를 날려 눈길을 끌었다.지난 10일 ‘포항시민의 날’ 행사에서도 각계 각층의 시민 1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포항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 을 기원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신병 치료 중인 이강덕 시장 역시 이차전지 특화단지 포항 지정을 위해 최근 국회와 중앙정부, 포항시를 오가며 광폭 행보를 펼치며 유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이 시장은 지난달 서울 스퀘어에서 진행된 특화단지 전략 발표 평가에도 참석, 포항 지정 당위성을 역설한데 이어 13일에는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이창양 산업부 장관을 국회에서 만나 ‘이차전지 특화단지 포항 지정’을 건의했다.특화단지 공모사업 최종 선정 결과 발표가 7월 초로 예정됨에 따라 이 시장은 향후 국회와 정부 기관을 연이어 방문, 포항이 이차전지 특화단지 최적지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다.이강덕 시장은 “포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철강으로 국가 산업화를 견인한 특별한 DNA를 가지고 있다”라면서 “포항에 특화단지를 유치해 국가적 미래 먹거리뿐 아니라 경제·안보 전략 자산인 이차전지의 글로벌 시장 선점과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진홍기자

2023-06-22

신공항 조기 개항… ‘글로벌 대구’ 성큼

지역 전통산업인 섬유산업 몰락과 함께 새롭게 대체할 산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지난 30년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던 대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아 비상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과거 대구는 대한민국 3대 도시였다. 하지만 기득권 세력의 폐쇄성과 현실 안주로 지난 10년 간 인구가 250만 명에서 237만 명으로 감소하고, 경제는 30년 연속 1인당 GRDP 전국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으며 몰락의 길을 걸어왔다.그러나 민선 8기 홍준표 시장이 취임하면서 대구는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구 50년 미래 먹거리 발굴과 하늘길 개척을 통한 ‘미래번영 대구’를 슬로건으로 공공혁신, 재정혁신, 민생혁신, 3대 대구 대혁신으로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대구는 세계와 경쟁하는 ‘글로벌 대구’로 도약을 위해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후적지 개발, 투자유치, 국제교류 확대 등 대구 미래 50년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후적지 개발홍 시장이 대구 미래 50년을 위해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핵심사업은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후적지 개발이다. 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지난 4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함에 따라 2030년 개항을 목표로 ‘항공산업 허브 도시’로 힘찬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일극 체제인 공항 산업에 맞서 ‘중남부권 항공물류 허브 기지’가 되기 위한 신공항 마스터플랜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신공항 건설 사업은 특별법 통과로 국가가 보증하는 사업이 되면서 안정적이고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군 공항의 기부 대 양여 차액 국비지원, 예타 면제, 종전부지에 대한 특별구역 지정 등 핵심 내용이 반영됐다. 법안의 발효 시기도 당초 6개월에서 4개월로 2개월 단축하는 등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게 돼 당초 2030년 개항 보다 2년 일찍 개항한다는 목표로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최근 대구시는 최초로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국제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LH와 대구도시공사, 중앙·대구 1군 건설업체 간 공동출자법인(SPC) 구성에 집중하고 있다. 특별법을 토대로 국가가 보증하는 사업인 만큼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신공항 건설과 후적지 개발사업은 역대 지역 최대 규모의 사업으로 30조 원 이상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신공항은 인천공항에 집중된 항공 여객물류의 30% 이상을 책임지고, 미주, 유럽을 드나드는 3.8㎞ 이상 활주로를 갖춘 글로벌 첨단 물류 중심 여객 복합공항을 목표로 건설된다. 커퓨 타임 없는 ‘24시간 잠들지 않는 공항’으로 만들고, 유사 시 30분 만에 마비되는 인천공항을 대체하게 될 대한민국 핵심 안보의 새로운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대구시는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사업설명회를 열고 건국 이래 대구·경북 최대인 30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대구경북신공항의 군 공항 이전과 후적지 개발을 맡을 SPC 설립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두바이식 후적지 개발군 공항은 기부 대 양여 방식, 민간 공항은 국토교통부가 재정사업으로 건설한다. 후적지 개발 등 미래 50년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지난 5월 17일부터 24일까지 두바이(아랍에미리트), 싱가포르, 조호주(말레이시아) 출장을 다녀온 홍 시장은 대구국제공항 후적지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처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후적지는 대규모 공공개발과 함께 세제감면, 규제개혁 등 투자유치를 위해 금호강 물길을 돌려 마리나 베이처럼 수변도시로 조성하고 랜드마크 대표빌딩을 중심으로 첨단기업, 상업 밀집 스카이라인을 이룬 글로벌 명품 도시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또 특별법에 따라 관광, 규제자유, 자역특화발전, 연구개발, 특별건축경제자유구역, 스마트도시 특화단지, 6개 특구를 반영해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로 만들어 대구의 신성장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대구시는 사업대행자(공공+민간) 선정 후 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 실시계획 수립의 절차를 거쳐 2030년 공항 후적지 조성공사를 착공해 2032년 조성완료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대구 신공항 중심의 거대 신경제권 출범신공항이 개항되면 인천공항 여객과 항공 물류의 역할 분담에 따라 신공항을 중심으로 대구·경북과 호남·충청권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제2경제권이 생기게 된다.그동안 높은 분양가와 민원 등 때문에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에 한계에 부닥친 대구시(883.552㎢)에 군위군(614.34㎢)이 편입되면 대구는 1천497.86㎢ 확대된다. 신공항이 건설되는 군위·의성지역은 각종 규제 완화, 세제감면 혜택 등 대한민국 최초의 규제프리존이 만들어진다.인천공항에 버금가는 중남부권의 중추공항 역할을 하게 될 군위군 신공항 만항청사 주변으로 도심항공(UAM), 호텔, 컨벤션센터, 공공시설 등이 들어거게 된다.또 신공항 배후지에는 항공·물류 중심의 초거대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되는 등 공항 및 주변 산업단지 종사자와 가족 등 군위는 30만 인구 수용이 가능한 새로운 에어시티로 변신하며, 첨단산업단지 전초기지로 자리잡아 미래 대구의 산업·경제를 견인하는 핵심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글로벌 항공교통 요충지로 부상신공항을 중심으로 광역교통망 등이 건설되면 대구는 하늘길을 여는 새로운 항공교통 요충지가 된다. 현재 발표된 광역교통망은 총 9개의 노선이다.대구 외곽순환도로가 지난해 3월 개통됐으며 신천대로와 팔공산터널을 잊게 될 조야~동명 간 광역도로가 기본 및 실시설계에 들어가 2027년 개통 예정으로 진행 중이다. 중앙고속도로 6차로 확장과 북구미IC~신공항 도로는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반영됐고, 군위관통도로도 군위군의 대구편입으로 대구시가 대구시민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또 서대구와 신공항을 잊는 대구경북 광역철도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됐다. 중앙선 도담~영천 간 복선화는 올해 개통을 목표로 공사 중이며 김천에서 신공항간 철도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광역교통망 건설이 완료되면 신공항은 국내 항공 물류의 30%를 책임지는 물류공항으로 거듭나며 이를 계기로 대구·경북은 물론 호남권과 충청권을 아우르는 새로운 하늘길의 교통요충지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5대 신성장산업 육성과 대구 산업단지 재편대구시는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5대 신산업(UAM, ABB, 비메모리 반도체, 로봇, 헬스케어) 육성에 돌입하면서 산업구조도 속속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지난해 SK텔레콤, 한화시스템, 한국공항공사, 티맵모빌리티와 UAM 시범사업과 상용화 추진, UAM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시는 2030년 신공항 개항에 맞춰 항공모빌리티 서비스까지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서울 등 외지 기업 10여개가 대구 수성알파시티로 본사를 옮기거나 지사, 연구소를 신설하는 등 ABB 산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30년까지 수성알파시티에 2조 2천억 원을 투자키로 해 수성알파시티를 비수도권 최대 디지털 혁신거점 지구로 육성할 계획이다.올해 센서 반도체용 ‘D팹(Fab·반도체 기반 생산공정)’ 건립을 위한 설계 용역비 193억 원을 확보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D팹을 구축할 예정이다.대구는 2020년 7월 로봇 분야 전국 최초로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다양한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의료 분야도 제조업 중심에서 인공지능, 디지털치료기기, 전자약 등 디지털 헬스케어로 전환해 육성할 계획이다.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 미래 50년 밑그림을 시작으로 핵심 사업들도 힘차게 출발했으며, 올해 연말까지 기본 틀을 완성 시키는데 모든 역량을 결집하겠다”며 “다시 한번, 대구가 한반도 3대 도시의 영광을 반드시 되찾을 수 있도록 250만 시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이곤영기자lgy1964@kbmaeil.com

2023-06-22

친환경 우선 경영, 지속가능한 철강 제조기업으로 진화

포스코스틸리온(옛 포스코강판)은 1988년 설립된 포항도금강판 주식회사를 모체로 1999년 컬러강판 제조사인 포항강재와 합병하여 현재 도금과 컬러강판을 생산하는 포스코그룹의 철강 표면처리전문 사업회사이다. 2002년 증권거래소에 상장, 2007년에는 제품 생산 누계 1천만t을 돌파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외형적 성장 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친환경 시대를 대비한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2013년에는 환경부로부터 ‘녹색 기업’으로 선정됐으며 2015년에는 수자원 절약과 폐수처리 약품 사용 절감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SG 열풍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환경을 중시하는 경영을 펼쳐온 것이다.2022년에는 34년간 사용해 왔던 ‘강판’이라는 단어 대신 철의 완성을 뜻하는 ‘스틸리온’이라는 사명으로 변경했다. 포스코강판이라는 사명은 때로는 포스코의 제품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있어 왔으며 회사의 비전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사명을 포스코스틸리온으로 변경하면서 정체성을 보다 확실히 드러내고 미래지향적인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채비를 마쳤다. ◇ 뛰어난 내식성과 내구성을 보유한 도금제품 보유포항시 남구 장흥동에 위치한 포스코스틸리온의 도금공장에서는 포스코의 미소둔강판을 소재로 사용한 용융 알루미늄 도금강판, 용융 알루미늄·아연 합금 도금강판, 용융 알루미늄·아연·마그네슘 합금 도금강판 등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 가전, 건축 자재 등으로 사용되는 이러한 제품들은 포스코의 고품질 소재에 포스코스틸리온의 도금 기술력이 더해져 내식성과 내구성에서 탁월한 평가를 받고 있다.특히 용융 알루미늄 도금강판인 알코스타(ALCOSTA)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선정하는 세계일류상품 중 하나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상품이다. 알코스타는 가전, 주방용품, 자동차 부품 등 부식에 강한 소재를 사용해야하는 고객사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왔다. 특히 고유의 도금 기술을 통해 경쟁사 제품 대비 미려한 표면을 자랑하기에 오랜 세월 동안 포스코스틸리온 도금강판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해왔다.용융 알루미늄·아연·마그네슘 합금 도금강판인 맥코스타(MACOSTA) 또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포스코의 포스맥과 마찬가지로 알루미늄과 아연, 마그네슘을 사용한 삼원계 도금강판으로 내식성과 가공성이 매우 우수하다. 특히 포스맥과 동일한 원리로 삼원계 금속에서 나오는 생성물인 ‘시몬클라이트’가 표면에 필름처럼 형성돼 부식을 방지하는 것이 특징이며 이는 포스코그룹의 고유 기술 중 하나이기도 하다.이외에도 포스코스틸리온은 알루미늄·아연 합금도금강판과 알루미늄 도금 스테인리스강판 등 고객이 원하는 용도와 성능을 충족하는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도 포스코스틸리온은 용도에 맞게 온도, 습도 등으로 인한 부식이나 변색에 강한 고품질 도금강판을 지속적으로 개발 및 생산해나간다는 계획이다. ◇ 색상과 디자인을 넘어 가치까지 전달하는 컬러강판, ‘인피넬리(INFINeLI)’포스코스틸리온은 지난 2021년, 고객사와 이해관계자들을 초청하고 자사의 컬러강판 브랜드인 인피넬리를 론칭했다. 인피넬리는 컬러강판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Infinite)과 정교하고 아름다움(Finely)을 표현한 합성어로 포스코스틸리온이 앞으로 추구해나갈 컬러강판 사업 방향을 드러내고 있다.컬러강판 시장은 과거 단순한 색상을 지닌 제품 위주의 판매가 이뤄졌다. 하지만 중국재의 시장 범람으로 인해 현재 다양한 디자인과 패턴으로 차별화를 추구한 고급재 중심 시장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포스코스틸리온은 이러한 상황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피넬리를 통해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은 물론이고 고객에게 새로운 감성과 가치를 전달한다는 계획이다.친환경 시대에 걸맞게 대리석이나 나무 소재를 그대로 구현한 제품들은 유심히 보더라도 질감과 무늬가 자연 소재의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여기에다 철강재이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자원의 선순환에도 이점이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불연, 항균, 유해물질 저감 등 기능성을 보유한 제품들까지 연이어 개발되며 고객에게 안전 최우선의 가치도 새롭게 제공한다.포스코스틸리온의 인피넬리는 포스아트(PosART)라는 고해상도 잉크젯 프린트 강판을 새롭게 내놓아 제품군을 확장했다. 고객이 원하는 어떠한 이미지도 구현이 가능하고, 소량으로 제작 가능한 포스아트는 2019년 세계철강협회로부터 ‘올해의 혁신상’을 수상할 정도로 기존의 철강 제품과는 결을 달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디자인에 한계가 없고 적층 인쇄를 통해 질감의 구현까지 가능한 포스아트의 특징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됐다. 독특한 느낌의 건축 내외장재부터 미술작품, 안내판 등 문화 컨텐츠에도 적용되는 등 다방면에 활용된 것이다. 최근 경복궁과 청와대 등 문화 유산에 안내판 또한 포스아트로 제작됐는데 선명한 해상도는 물론 적층인쇄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를 구현해 관람 편의성을 증진시켰다. 기존 알루미늄 소재의 안내판 대비 강한 내구성과 높은 재활용률, 낮은 탄소배출량 등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어 관계자들의 호평을 들은 바 있다. 문화재청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적용을 확대해나가는 한편, 작년에는 이와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재청으로 적극 행정 우수사례로 표창을 수여받기도 했다.이처럼 인피넬리는 친환경, 안전, 아름다움, 어떠한 디자인 니즈도 구현할 수 있는 기술 등의 다양한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또한 고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적 브랜드를 표방, 끊임없는 소통에 의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인 제품을 지속생산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 ESG 선도, 지역사회와 함께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도약도금강판의 품질 향상을 통한 사용연한 증가, 디자인 기술력을 통해 자연의 소재를 대체하는 컬러강판 등의 발전 방향은 친환경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의 트렌드에 부합한다. 포스코스틸리온은 제품 뿐만 아니라 생산 공정에서도 친환경을 지향한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화하는 ‘탄소중립 로드맵’ 수립과 함께 생산공정에 사용되는 도료, 후처리 용액 등의 원료에 바이오매스 성분을 적용, 각각 미국 인증기관인 UL 시험성적 취득과 농무부(USDA) 승인을 획득하는 등 생산 과정에서도 환경 친화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지역사회공헌 활동도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포스코스틸리온은 그동안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활동들을 매년 전개해왔다. 자사 제품을 활용해 지역 복지시설과 취약계층 주택 보수, 인근 지역인 대송면의 농산물을 이용한 김장 나눔 등의 공헌활동은 수십년 째 이어져 오는 포스코스틸리온의 고유한 사회공헌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최근에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3억원을 출연, 포항시 농어업 관계부처와 함께 지역 농어촌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농촌 영유아 보육 환경 개선을 위한 교육도구 지원을 시작으로 향후 폐어구 수거를 통한 해양 생태계 보존, 친환경 농업용 장비 지원, 농어촌 관광 명소화를 위한 리모델링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포항 농어촌 발전에 기여할 예정이다.이런 노력들과 함께 중대재해 제로의 안전한 일터 구축, 지배구조 개선 등의 결과로 인해 포스코스틸리온은 국내 철강기업 중 포스코와 함께 지속가능성 평가에서 항상 상위권을 유지해왔다. 현재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글로벌 기준은 ESG다. 즉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에 대해서 기업이 어떠한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기업이 지속가능한지를 평가하고, 이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되는 한국ESG기준원의 ESG평가가 가장 대표적이고 공신력 있는 평가인데, 포스코스틸리온은 컬러강판 동종업계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A등급을 획득해오고 있다. 그리고 지난 5월 3일에는 기획재정부, 환경부 등이 후원하는 ‘제17회 국가지속가능 ESG 컨퍼런스’에서 ESG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최고상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앞으로도 포스코스틸리온은 제품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의 친환경성확보와 지역사회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협력 강화 등 ESG 우선 경영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해나간다는 계획이다./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3-06-22

경북 지방시대 대전환, 신규 국가산단 3곳이 책임진다

지난 3월 15일 국토교통부가 신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를 선정했다.경북도는 이번 국가산업단지 후보지에 경주SMR과 울진 원자력수소, 안동 바이오생명 3곳을 국가산업단지 후보지에 신청했고, 3곳 모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로써 경북도에는 1969년 구미1공업단지를 시작으로 이번에 후보지로 선정된 3개소가 정식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되면 총 13개소 80.20㎢(2천431만평)의 국가산업단지를 보유한 광역자치단체가 됐다. 여기에 영주시도 첨단베어링을 앞세워 올해 6월 국가산업단지 지정을 목표로 현재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다.국가산업단지는 건국 이래 계속되어온 수도권 독과점 시대를 타파하고 △500만 명 규모 광역경제 공동권 구축 △지역별 혁신생태계 조성 △지방정부 권한이양으로 교육혁명, 일자리혁명, 지방정주시대 혁명 등 경북이 추진하고 있는 ‘지방시대 대전환 프로젝트’의 핵심적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경북도가 추진하는 지방시대 대전환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 등 경제적인 부분이다. 지역에 일자리가 많아야 젊은이들의 유입이 조금이라도 더 쉬워지고, 그렇게 일자리를 찾아온 젊은이들로 인한 인구 증가는 경제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서 수도권 독점화를 자연스럽게 타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를 위해 경북도는 지난해부터 윤석열 정부가 지역주력산업 경쟁력 제고 및 산업거점 조성을 위해 추진하는 신규 국가산업단지 유치를 위해 국정과제 및 지역정책공약에 반영된 사업 중 지역의 주력육성산업으로 원자력과 수소, 백신산업이라 판단하고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선정과정에서 국가산업단지의 필요성, 국정과제와의 정합성, 산업 입지적 장점 등을 내세우며 지역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력 대응해 신청한 3곳이 모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경북도는 현재 이들 국가산업단지 후보지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함께 각 후보지별 사업시행자 선정결과 보고 및 신규 국가산단 추진계획 발표, 지원 사항을 논의한 끝에 경주 SMR국가산단는 LH공사 단독시행하고, 안동 바이오생명국가산단과 울진 원자력수소국가산단은 LH공사와 경북개발공사 공동 사업시행자로 선정하고, 예비타당성조사, 산업단지계획 수립 등 후속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사업시행자와 실무협의체 구성하고 실무회의를 통한 기본협약체결 및 기업수요 확보에도 만전을 기해 예비타당성조사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지원할 방침이다.경주, 안동 울진군에서도 사업을 위한 발걸음도 빨리하고 있다. 현재 각 지자체는 정부의 계획에 발맞춰 신규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위한 행정절차를 착실히 밟고 있다. 경주SMR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먼저 문무대왕면 두산리 일대 150만㎡에 총사업비 3천966억 원을 투입, 2030년까지 SMR국간산단을 조성할 계획인 경주시는 SMR국가산단 조성사업과 관련해 빈틈없는 사업추진을 위해 LH공사와 6월 중 상생협약을 체결과 지역의 현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경주시는 SMR국가산단 지정과 관련해 국민들의 이해와 관심을 제고하고 향후 차세대 SMR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자리인 만큼, 슬로건을 ‘경북, 소형모듈원자로(SMR) 시대를 열다’로 정했다. SMR산업은 오는 203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85GW 규모, 최대 620조 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짧은 건설기간과 운영·관리 비용 등을 감안하면 대형원전에 비해 발전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한국은 이미 지난 2012년 원자력연구원이 한국형 SMR인 ‘SMART’를 개발해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면서, 전세계 SMR시장의 새로운 강자가 될 것으로 확실시 되고 있다. 경주시는 SMR국가산단이 경주의 미래 100년을 견인할 신성장동력인 만큼, 국가산단 지정까지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는 SMR원자력 국가산업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과 원전기업 유치로 지역경제의 동력을 갖췄다”며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산업의 침체로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 경제를 도약시킬 구원투수이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안동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 후보지안동시도 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 후속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단은 서안동 IC 및 국도35호선과 인접한 안동시 풍산읍 노리 일원 132만㎡(약 40만 평) 부지에 사업비 3천579억 원을 투입해 바이오·백신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대마(헴프), 천연물 활용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융복합 신소재 산업 육성한다는 계획이다.안동시는 안동에 구축된 바이오·백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외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바이오·백신 생산거점 국가산업단지로 조성하고자 한다.특히, 핵심업종에서는 의약품 및 의료용품 제조, 의료용 화합물 및 생물학적 제제 등의 연구개발 기업을 유치하고, 연관업종으로는 헴프(HEMP)를 기반으로 한 특수직물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바이오식품과 헬스케어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이를 통한 경제효과는 산단 조성 완료 시점에는 70여 개의 입주업체가 4조 원을 투자하고, 이에 따른 생산유발 효과는 8조 원, 고용창출은 3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안동시는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백신 및 헴프(HEMP) 시장이 매년 20%대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이를 주요 핵심 산업군으로 하는 국가산업 단지로의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를 위해 안동시는 기업지원 및 유치전략으로 취득·등록세를 50% 감면하고 기반시설 설치비를 최대한 지원해 분양가를 70만 원/평에 공급할 예정이다. 조성 원가 대비 차액 부분은 안동시가 부담해, 준공과 동시에 분양이 완료되도록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권기창 안동시장은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가 세계적인 첨단바이오 국가산업단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현 정부 지방발전 정책인 기회발전특구 지정에도 총력을 다해 국가산단 추진과 맞물려 지역 경제 활성화에 주춧돌로 삼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울진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 후보지울진군도 원자력 수소 산업의 역할과 발전 방안을 찾고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 기반을 다지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특히 지난 9일 포럼에서는 울진 원자력 수소 생산·실증단지 협력방안, CF100(Carbon Free 100%)의 현황과 시사점을 주제로 한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울진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는 국내 최다 원전집적지로 잉여전력을 활용한 수소 대량생산과 연계산업 육성을 위해 울진군 죽변면 일원에 약 158만㎡규모로 총사업비 3천996억 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는 생산유발 효과 7조1천억 원, 고용유발효과 2만4천 명 등 미래 백년을 책임질 성장동력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이곳에는 청정수소 RD 연구실증단지 등을 조성하고 저비용의 수소 생산·저장·운반·활용과 수소산업 전 분야에 대한 미래가치 창출을 통한 경쟁력 강화로 에너지자립 실현을 뒷받침해 나갈 예정이다.특히, 수소 1kg 생산 단가가 재생에너지는 7천500~1만1천 원/kg인데 반해 원자력은 3천500원/kg에 불과하다. 수소 1kg 생산 시 탄소 배출량은 천연가스는 10.4kg, 석탄은 16.9kg에 이르지만 원자력은 없다. 이에 따라 울진군은 원자력 수소 국가산업단지에 한수원을 비롯한 공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원자력 활용 수소 생산·실증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2030년까지 연간 20만t 규모의 수소 생산기반을 갖춰나갈 계획이다.손병복 울진군수는 “수소 전주기 산업생태계 구축, 산학융합지구 지정 및 대학 유치를 통한 산업 현장인력 양성, 물류·수소 운송을 위한 철도·고속도로·수출항만 등 산업기반SOC를 확충, 글로벌 원자력수소 허브로서 일자리가 넘쳐나고 사람이 모이는 지방강소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한편, 경북도는 3곳의 국가산업단지가 약 22조 원, 고용유발효과는 8만 2천여 명에 달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지역의 혁신성장을 선도하는 산업생태계로 조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3-06-22

‘2025 APEC 정상회의’ 가장 한국적인 도시 경주에서!

□ 2025 APEC 정상회의2025 APEC 정상회의는 미·일·러·중 세계 4강을 비롯해 태평양 연안의 21개국 정상·각료·언론인 등 6천여 명이상이 한국을 방문하는 경제번영과 평화구축의 대규모 국제행사다. 참가 21개국 인구는 약 30억만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40%에 해당한다. GDP는 61.5%, 교역량은 50.4%를 육박하는 세계 최대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이다.이번 한국 APEC 정상회의는 2005년 부산 개최 후 20년 만에 열리는 국제회의로 단순회의가 아닌 5천년 유구한 한국의 역사문화를 소개하고 개도국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제기적을 공유함으로써 한국의 국격을 드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경주시는 경북도와 함께 2021년 7월에 APEC 유치의향을 공식표명하고 본격적인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다. 올해 11월 도시 결정을 목표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이자 APEC 준비된 도시 경주가 최적이라는 당위성을 가지고 전 시·도민들이 혼연일체가 돼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다. □ 지금은 지방화 시대, 지방 중소도시 성장 발판현재 경주, 부산, 인천, 제주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경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광역단체이다. 일각에서는 지방 중소도시인 경주에서 어떻게 국제행사를 치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엄청난 착오다. 경주는 2005 APEC 에너지장관회의를 시작으로 2012 APEC 교육장관회의, 2015 세계물포럼 등 총 16회의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풍부한 노하우가 있어 이는 쓸데없는 기우에 불과하다.또한 경주는 현 정부의 지방화시대 및 국가 균형발전 철학과 APEC 비전의 포용적 성장가치(소규모 도시개최) 실현의 최적지로 꼽힌다. 그간 개최된 정상회의 중 멕시코 로스카보스(2002), 러시아 블라디보스톡(2012), 인도네시아 발리(2013), 베트남 다낭(2017) 등지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한 사례를 보면 경주유치의 당위성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이를 증명하듯 2005년 APEC이 부산에서 개최되었을 때 한미정상회담은 보문단지에서 열렸다. 단순히 회의만 한다면 서울, 부산 같은 대도시에 하면 된다. 그러나 APEC 정상회의의 개최 의미와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리고 싶다면 그 도시는 바로 경주가 되어야 한다.□ 경호 안전·안심 최적, 편리한 교통접근성경주는 정상 경호와 안전의 최적도시이다. 주 회의장인 화백컨벤션센터가 있는 보문단지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항아리 모양으로 반경 1.5㎞ 이내 고층건물이 적고, 모든 회의장과 숙박시설이 밀집해 있어 이동 동선이 매우 짧다. 특히 단지 내 특급호텔 등 354개소의 1만1천405실의 풍부한 숙박시설을 갖췄다. 이 중 10개소 164실은 정상용 숙소로 활용이 가능하다.특히 보문단지 내 일부 통제만으로도 경호,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어 타 도시처럼 도심 구간봉쇄에 따른 시민불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여기에 주 회의장인 화백컨벤션센터의 리모델링 사업이 2024년까지 완료될 예정이어서 굳이 새로운 회의시설을 지을 필요도 없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화백컨벤션센터와 보문단지 일원 178만㎡가 비즈니스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선정됨에 따라 APEC 경주유치에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지방이어서 교통이 불편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경주는 1시간 거리대의 보잉 747급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김해공항이 있고, 40분 거리에 울산공항과 포항경주공항이 있다. KTX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2시간 만에 올수 있는 편리한 교통접근성도 갖추고 있다.특히 강대국 정상들이 전용기를 타고 성남서울공항을 이용한다고 볼 때 그곳에서 인천으로 가는 시간보다 김해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가깝고 편리하다. □ 다양한 산업시찰이 가능한 가장 한국적인 도시경주는 최근 SMR 국가산단 유치를 비롯해 한수원, 원전,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양성자가속기센터, 중수로해체연구원, e-모빌리티 연구단지 등 원전·자동차 첨단과학도시로 급부상 하고 있다. 더욱이 포항(철강), 구미(전자·반도체), 안동(바이오산업), 울산(완성차, 조선)이 인접해 있어 개발도상국들에게 한국의 경제산업 기적을 소개할 수 있는 인프라도 풍부하다.또한 경주는 불국사, 석굴암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4점, 국가문화재 36점, 사적 77점 등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전통문화 유산의 보고다.전 세계 여행객들의 바이블로 불리는 ‘론니플래닛’, ‘내셔널지오그래픽’, 타임지 등 세계 최고의 저널리스트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꼭 가봐야 할 세계 100대 관광도시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경주를 소개하고 있다.또한 1400년 전 찬란했던 옛 신라를 복원하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전력질주 중이다. 총 1조 150억을 투입해 월성·황룡사·동궁과월지 등 15개 핵심유적 복원정비가 완료되면 APEC 참가자들에게 신라 천년고도의 위엄을 한껏 보여줄 수 있다.아울러 APEC이 개최될 11월은 형형색색의 단풍 최절정기로 세계 정상들이 한복을 입고 불국사, 석굴암, 동궁과 월지, 대릉원, 첨성대 등에서 찍은 사진이 전 세계에 방영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감동 그 자체로 세계의 이목이 경주와 한국에 집중될 것이다. □ 2025 APEC 유치효과 및 유치활동APEC 경주 유치로 1조원 육박하는 생산유발효과와 5천억 규모의 부가가치 효과, 8천여명의 취업유발 효과를 비롯해 무엇보다 국제MICE 관광도시 위상제고 등 경주의 미래 100년 대계를 앞당길 마중물이 될 것이다.그간 APEC 경주유치 기원 콘서트, APEC 유치 범도민 추진위 발족, 국무총리 면담 등 정부 각 요로를 통한 경주유치 지지 협조를 요청해다. 또한 한중일 3개국 협력사무국(TCS) 언론인 및 인플루언서, 지역 문화 전문가를 대상으로 경주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등 정계, 경제계, 법조계, 문화계, 학계, 외교 등 여러 요로로 경주유치 홍보 및 세일즈에 전력을 기울였다.경주는 20년 전 태권도 성지가 경주임에도 태권도공원 유치 무산의 뼈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이번 APEC 정상회의 만큼은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일념으로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주낙영 시장은 “2025 APEC 정상회의는 21개국 정상들의 안보·경제 등 국제회의를 비롯해 우리의 5천년 유구한 역사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유일한 도시이자 지방시대 국가 균형발전의 가치를 실현하는 최적지는 오직 경주뿐이다”고 강조했다.주 시장은 이어 “중소 지방도시의 국제행사 성공개최 의구심은 기우에 불과하며, 풍부한 국제회의 성공 노하우에 경호·교통은 물론 원전·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시찰이 용이한 점 등 강점을 최대한 알려 정상회의를 기필코 유치해 경주발전의 100년 대계로 삼겠다. 또한 APEC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 행사를 개최할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국민들의 성원과 협조를 당부했다./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3-06-22

경북 힘으로 새 대한민국 건설

지난 1년간은 대한민국 지방시대 원년이었다. 이제는 확실한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제도와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 균형발전 컨트롤타워의 핵심인 ‘지방시대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자치재정, 자치교육, 자치조직권도 과감히 되찾아야 할 것이다.-올해 하반기 도정운영 방향은.△고물가에 수출과 투자는 부진하고 경기는 둔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민생을 잘 챙겨야한다. 최근 일어난 전세사기사건에 도민의 피해는 없지만, 피해사례가 생기지 않게 도차원의 사전 대책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그리고 원자력을 포함한 에너지산업은 경북의 미래 50년을 책임질 먹거리들이다. 현재는 당면 현안인 구미의 반도체 특화단지와 포항의 배터리 특화단지 지정에 전력투구하고 있다.구미는 SK 최태원 회장이 지난 2월 5조 5천억원의 투자를 약속했고 포항은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 등이 올해만 5조원의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고 기대해도 좋다.경주 SMR, 울진 원자력수소, 안동 바이오 등 경북이 추진 중인 국가산단은 지난 4월 대통령의 방미 성과로 날개를 달게 됐다. 한미 기업간 체결된 첨단산업분야, 청정에너지분야 업무협약이 경북도의 주요 전략산업과 관련되어 있어, 반도체, 이차전지, 청정에너지 등 관련 기업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관련산업들이 탄력 받을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도내 공항신도시 조성이 4개 권역으로 나눠 진행되는데.△이전부지 선정 후 일찌감치 공항신도시 조성을 준비해왔고, 4개 권역의 공항신도시 개발계획을 수립했다.첫 번째 권역은 스마트 항공물류단지 조성이다. 중남부권 항공물류 허브공항의 핵심으로 통합물류센터와 백신·신선식품 저온저장유통시설 등이 건설된다. 향후 자유무역지역으로도 지정해 전자상거래 국제물류센터와 첨단제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두 번째 권역은 항공산업의 육성을 위한 항공산업협력단지(클러스터)다. 대통령 지역공약에 반영된 항공전자부품거점단지, 중소형항공기 MRO클러스터를 비롯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UAM 기체 제작과 소재·부품·정비단지, 전문인력양성센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세 번째 권역은 미래식품 기술경쟁력 강화와 농식품 해외수출 거점 마련을 위한 농식품산업협력단지를 조성한다. 스마트팜 연계 첨단생산단지, 가정간편식이나 펫푸드와 같은 첨단식품기업단지, 농식품수출종합지원센터 등을 조성해 지역의 농식품 산업의 판로개척과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계획이다.네 번째는 공항신도시의 교통인프라에 관한 것으로 도시 전체를 미래 모빌리티 특화도시(M-City)로 조성할 계획이다. 도시계획 단계부터 자율주행은 물론 UAM 시범사업과 상용화에 대비한 버티포트 등 UAM 인프라를 구축한다.올해 국토교통부의 민간공항 건설계획이 발표되면 공항신도시 조성 사업시행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사업시행자는 공항신도시 조성계획을 다시 한 번 검토해 사업타당성을 분석하고, 경북도와 협의해 토지이용계획을 수정·보완하게 된다. 이후 2025년부터 관련기관 협의 등을 거쳐 개발계획을 확정하고 2027년에 공사를 착수할 예정이다.-민선 8기 경북도정을 정리한다면.△민선8기의 소명은 한마디로 ‘경북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50년 넘게 이어온 수도권 집중의 물길은 기업,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 등 모든 측면에 격차를 심화시키고, 국토면적의 10%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상이 몰려 과도한 경쟁사회가 됐고, 과밀의 심화는 세계 10위의 부자국가가 되었지만 국민은 행복하지 않은 나라를 만들었다.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만이 살길이라 생각했다. 대통령은 인수위 최초로 ‘균형발전TF’설치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라는 국정목표로 화답했다.국정목표까지 채택된 ‘지방시대’를 우리 경북이 주도하기 위해 농업대전환, 고등교육 혁신 등을 포함한 지방시대 8대 정책과제도 도민들께 보고 드렸고 23개 시장, 군수와도 뜻을 함께 했으며 국회차원에서도 차등전기요금제, 외국인광역비자를 위한 입법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2023-06-22

대구 옛 영광 찾도록 힘 모으자

민선 8기 출범 이후 대구에는 미래 50년을 위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통과로 대구 재건과 대구 미래 50년을 위한 초석을 다진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미래 대구 50년을 위해 대구·경북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 등을 들어봤다.-오는 7월 1일이면 대구시장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 1년간 대구시정을 추진한 성과와 소회는.△국내 3대 도시이었던 대구는 섬유산업 몰락과 함께 산업구조 개편 실패로 30년째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취임 초 지역 폐쇄성과 기득권 카르텔 타파,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5대 신산업 중심의 산업혁신 등 대구 부흥을 위해 지난 1년간 거침없이 달려왔다. 대구 대혁신의 길에 일부 반대와 불만이 있더라도 결코 멈추거나 물러서지 않고 250만 대구시민만 바라보며 당당히 나아가겠다.-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한 통합신공항특별법이 통과됐다. 대구 미래 50년 발전을 위한 신공항 개발 방향과 앞으로 할 일은.△특별법 제정으로, 신공항 사업이 국가가 보증하는 사업으로 전환되어 신속하고 안전하게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신공항은 대구미래 50년 번영을 위한 핵심 기반시설로서,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공항시설 규모를 반영해 첨단 물류·여객 중심 복합공항으로 건설해야 한다.이제 시작이다. 신공항 주변에 첨단산업단지와 에어시티를 조성하고 수도권 첨단산업 기업을 유치해 대구경북신공항 경제권을 만들어 대구·경북이 다시 부활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국토부의 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가 6월말 완료 예정으로 신공항이 조기 개항될 수 있도록 하반기에 기본계획 수립 등 후속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겠다.-최근 두바이와 싱가포르를 다녀왔는데, 양 도시에서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았고 어떤 부분을 지역에 도입하려 하는가?△두바이에서는 대규모 공공주도형 개발사업에 해외 투자자들을 참여시킨 과정과 전략을 살펴보고, 공항 프리존을 둘러보며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유치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싱가포르에서는 글로벌 물류·여객 거점공항으로 운영되는 창이공항과 대표적 수변도시인 마리나베이를 둘러봤다. 커퓨 타임이 없어 24시간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하고, 각종 복합편의시설 및 서비스 등을 갖춘 창이공항의 혁신적인 운영 사례를 신공항에 적극 반영해 민·군 겸용 물류중심의 세계적인 공항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후적지는 금호강 물길 연결을 통한 수변공간을 중심으로 상징적인 랜드마크 건축물과 함께 금융·관광·상업·첨단산업이 들어가는 미래 글로벌 수변도시로 탈바꿈시켜 글로벌 신성장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대구 5대 신산업 중심의 지역 산업 구조개편 정책의 추진 상황과 향후 계획은.△신공항 특별법 통과로 5대 신산업 중심의 산업재편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본다. 신공항 중심의 신경제권이 생기고 그에 걸맞는 산업구조 재편을 위해 5대 미래 신산업에 중점 투자 중이다. 수성알파시티는 과기통신부와 예타사업, 재정사업 등 추진해 ‘비수도권 최고 디지털 혁신 거점’으로 육성키로 했고 반도체 분야는 민선8기 출범 1년 만에 국비 1천73억 원을 확보했으며 테크노폴리스의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조성 사업도 8월에 예타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SKT·한화시스템·한국공항공사 컨소시엄과 함께 신공항 개항 시기인 2030년에 UAM을 상용화할 예정이고 디지털 헬스케어도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내년에 제22대 총선이 치러진다. 현재의 여야 상황을 전제로 한다면 내년 총선은 여당의 압승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의 향방은 어떻게 보나.△(여당 압승은)일부 여론조사에서 나온거라 믿기 어렵다. 120석이 넘는 수도권 국회의원 90%가 민주당이다. 아무리 여당이 우세하다 해도 될만한 사람을 공천해야 하는데, 인재고갈이 문제다. 이에 대한 준비를 안하고 있다. 대통령실 측근도 강남이나 지방으로 가려고 한다.-대구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수도권에 버금가던 대구의 GRDP가 전국 꼴찌다. 대구·경북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는 5대 신산업을 중심으로 대구산업을 개편하고 신공항 중심으로 거대한 첨단산업단지을 만들어 대기업을 유치해 대구·경북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이곤영기자

2023-06-22

“‘군위의 신공항 열매, 대구경북과 함께 나누겠다”

경북 군위군이 다음달 1일 대구광역시에 편입된다. 군위군은 다음달 1일부로 시행되는 ‘경상북도와 대구광역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구광역시 군위군’으로 새로운 행정시대를 맞는다.경북도와 대구시는 지난 2020년 7월 군위군의 대구광역시 편입을 전제조건으로 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에 대구경북신공항을 건설하기로 공동합의했다.군위군의 대구광역시 편입은 지난 1895년 군위현에서 군위군으로 승격하고 1896년 8월4일 ‘13도제 실시’에 따라 경상북도에 속한 지 127년만이다. 또 군위군이 이웃한 의흥군을 통합해 현재의 모습인 ‘경상북도 군위군’으로 개편된 1914년 이후 109년만이다.특히 군위군 대구광역시 편입은 국가 정책적 목표로 이뤄진 기존의 광역시 편입 사례와는 달리 지방자치단체 간 합의로 이루어진 첫 사례로 기록된다.인구 2만3천명의 군위군이 대구시 편입되면 행정, 복지, 의료, 교통, 교육 등 사회전반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대구시 편입을 앞둔 김진열 군위군수로부터 대구시 편입과 관련한 준비 상황과 대책, 비전 등을 들어봤다. -그동안 대구시 편입 준비 과정 전반을 진두지휘해 왔는데,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전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군정 전반에 대해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중이다. 대구편입으로 인해 행정과 복지 등 사회전반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군민들의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 모든 군민들이 편입의 혜택을 골고루 누릴수 있도록 남은 기간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철저히 준비하겠다.-아무래도 행정적이나 지방재정적인 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있 을것 같은데, 편입이 되면 당장 무엇이 달라지나.△경상북도에서 대구광역시로 행정구역이 변경된다. 1896년 13도제 편제에 따라 경상북도에 소속된 이후 128년만이다. 행정, 교통, 교육, 산업 분야 등에서 크고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전형적인 농촌인 군위군의 도시화 진입이 가장 큰 의미를 지닌다. 교통망 확충과 첨단산업단지 조성, 항공산업기반 확대, 생활환경 개선 등의 도시화가 가속화할 것이다.-주민들이 피부로 바로 체감할 수 있는 행정서비스는 어떤 것인지.△군민들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상수도가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로 이관돼 체계적이고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을 수 있다.학군이 조정돼 군위군에 있는 고교생은 대구의 1학군으로 편입되며, 중학생은 대구지역 추첨 배정고를 포함한 모든 학교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경북경찰청 관할인 경찰사무가 대구경찰청으로, 경북 의성소방서 관할인 소방사무는 대구 강북소방서로 변경된다.무엇보다 군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해 진다. 군위군 지역에 시내버스(급행) 노선이 신설되고 마을버스가 도입된다. 택시요금체계도 통합운영된다. 택시요금체계를 대구광역시 기준으로 통합하고 군위군으로 이동 경우 요금부담 경감위해 시계외할증요금은 적용하지 않는다.지역 어르신 통합 무임교통카드도 발급된다. 통합 무인교통 지원 대상은 올해 75세를 시작으로 해마다 1세씩 대상 연령을 낮춰 2028년에는 70세 이상 어르신은 시내버스(경산·영천 포함)와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교통약자 이동 편의 지원서비스 통합, 확대 운영해 군위군 지역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도 크게 신장된다.기존 ‘군위 행복나드리콜’을 ‘대구 나드리콜’로 통합 운영하면서 차량 대수를 기존 특별교통수단 4대에서 14대(특별교통수단 6, 교통약자콜택시 8)로 늘릴 예정이다.-대구편입을 앞두고 지역에서 가장 낙후된 군위를 교육특구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구상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교육정책은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기반의 문제이다. 광역 교통망 확충과 산업기반 조성, 정주환경 개선이 되면 인구유입과 학생 수 증가로 이어져 교육기관과 시설이 크게 확충되게 된다. 군위군교육발전위원회는 약 220억 가량의 교육발전기금 조성하고 다양한 장학혜택과 교육 지원을 해오고 있다. 군위인재양성원이 종합 학생지원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편입에 맞추어 IB교육 도입하는 등 미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교육자유특구 지정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이 탄력을 받을것으로 기대한다. 군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단순히 공항만 옮기는 것이 아닌 공항을 통한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대역사이다. 200만평에 첨단상업단지와 에어시티 조성 등 공항복합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다. 항공산업 종사자 및 군인 등 인구 유입이 크게 증가하면 인구 15만 자급자족형 공항도시로 발전이 예상된다. 하늘길이 열리고 광역교통망이 확충돼 중남부권의 물류를 담당할 항공교통물류 허브도시로 도약할 것이다.-인구변화도 있을 듯한데.△인구변화는 군위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문제이다. 경북을 비롯해 전국의 지방중소도시들이 인구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하지만, 군위군은 신공항과 대구편입으로 다행히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통합신공항이 속도를 내고 대구편입이 완료되면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져 젊은 인구 유입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K2 영외관사 배치로 2천세대, 통합신공항 건설에 따른 취업유발인구 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다 광역교통망 확충으로 인한 점진적 도시화, 출산에서 대입까지 책임지는 다양한 교육지원사업, AI명의 사업 등 스마트 건강관리서비스를 통한 정주여건이 개선되면 인구 유입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마지막으로 군민과 대구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7월 1일이 되면 대구광역시와 군위군이 행정구역상 하나가 되는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에 와 있다. 지방소멸 1순위인 군위군은 대구라는 날개를 달고 새롭게 도약하고 대구시는 전국 최대광역시로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특히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은 대구에는 후적지를 활용한 UAM(도심항공교통) 특화도시 구현을, 군위에는 항공물류와 배후산단에 따른 인구유입으로 자립도시 구현이 가능해 졌다.경제적 효과가 51조원, 취업유발인구가 40만 명이라는 열매를 군위군만이 아닌 대구경북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또한 공항 접근성을 향상을 위한 땅길, 철길의 광역교통망으로 대구와 군위의 접근성은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며 이 역시 군위만의 혜택이 아니라 대구경북이 함께 성장하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대구편입, 통합신공항, 덧붙여 군부대 이전까지 이 3대 키워드로 대구시와 군위군이 상생할 수 있는 그날의 기쁨을 군위군민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시도민과 함께 나누고 싶다.군위/김현묵기자 muk4569@kbmaeil.com

2023-06-21

지략 갖춘 무장·베테랑 외교관, 생사에 깃든 빛과 그림자

서기 660년 백제에 이어 668년 고구려가 신라에 병합된다. 이로써 이른바 삼국통일(三國統一), 혹은 삼한일통(三韓一通)이 완성된 것이라 역사학자들은 말한다.7세기 중반에서 후반은 한반도에 존재했던 나라들 사이에서 수많은 전투가 벌어졌고, 다양한 방식의 외교 전략이 구사됐던 시기다. 오늘날까지도 구전되는 당시의 인물과 사건들이 숱하다.7세기 우리 땅은 어느 시대보다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드라마틱한 공간이었다. 신라, 고구려, 백제는 서로 경쟁하거나 갈등하면서도 때로는 필요에 따라 협력관계를 이어가며 각자의 국력을 키우는데 전력했다.앞서 말했듯 이 과정에서 수많은 전쟁과 전투, 외교 협상과 비밀스런 사건이 발생했고, 오랜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은 인물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신라가 어떤 방식을 통해 백제와 고구려를 복속시켰으며, 압도적 우위의 국력이 없었음에도 삼국통일에 성공한 고대국가로 기록될 수 있었던 이유를 알아보는 건 역사를 통해 현대를 해석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유의미한 행위이자 과정일 터. ◆ 영화처럼 흥미로운 7세기 신라를 찾아가는 여행본지는 2023년 ‘경주의 재발견’이란 타이틀 아래 연중기획으로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과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긴 당시 인물들의 행적을 세밀하게 추적하고자 한다.이는 7세기 신라는 물론, 21세기 현재의 경주를 바라보는 독자들의 호의적 관심을 유발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미래’를 설계하는 가장 주요한 재료는 ‘과거’다. 지난날은 다가올 날의 거울이 된다. 바로 그 지난날, 즉 과거의 총합이 역사라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다소 멀어졌다는 느낌을 받는 신라의 삼국통일 과정과 통일이 가지는 의의.이것들을 다시 한 번 면밀하게 반추함으로써 7세기 한반도의 역사를 환기시키고, 경주시민과 경주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역사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 역시 본지의 연중기획 목적 중 하나다.김유신, 무열왕 김춘추, 문무왕, 황산벌전투, 당시 신라와 당나라의 역학관계, 화랑, 백제와 고구려의 마지막 왕이 겪은 수모와 치욕….이 모든 사건과 인물이 등장하는 7세기 한반도. 그 어떤 영화보다 흥미진진한 그 시절을 향후 경주 현장취재와 관련 논문 검토, 가상 역사소설과 당시를 다룬 문학작품의 해석 등을 통해 다시금 돌아보고자 한다. ◆ 김유신, 신라의 대표적 화랑으로 ‘仁(인)’을 실천하다지난주 목요일. 삼국통일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김유신과 무열왕 김춘추의 유택(幽宅)을 돌아보기 위해 경주로 갔다. 초여름 날씨는 생각보다 더웠고, 조금만 걸어도 흐른 땀이 셔츠를 적셨다.다행히 김유신의 묘와 무열왕릉은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멀지 않았다. 먼저 찾은 곳은 충효동에 자리한 김유신의 묘. ‘신라 태대각간 김유신 묘(新羅 太大角干 金庾信 墓)’라는 글씨가 새겨진 비석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태대각간’은 지금의 국무총리와 국방부장관을 합친 특별한 관직이다. 김유신이 이 벼슬에 오른 건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의하면 668년 고구려를 병합하는데 세운 공을 인정받은 것.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 이상훈 연구교수는 그의 논문 ‘삼국통일기 화랑정신과 김유신의 리더십’에서 7세기 ‘대표 화랑’ 김유신의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 설명하고 있다.“신라의 삼국통일은 우리나라가 하나의 단일국가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 되었다. 삼국 가운데 가장 약했던 신라는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였고, 유연한 사고를 가졌다. 특히 삼국통일과정에서 전쟁에 참여한 화랑집단의 활약은 돋보였다. 이들은 세속오계를 화랑정신의 근본으로 삼고 전쟁에서 물러나지 않고 국가에 대한 충성을 다했다. 화랑정신은 충효사상과 직결되었고, 신라의 장수들은 충효사상을 바탕으로 솔선수범함으로써 부하들을 이끌었다. 이러한 변혁기에 화랑정신을 몸소 구현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김유신이다.”당시 김유신이 가졌던 권력과 권한의 크기는 조성된 묘역만 봐도 어렵지 않게 추정이 가능하다.직경 15.8m 높이 5.6m의 거대한 봉분에 38개의 탄탄한 난간석을 둘렀고, 묘를 호위하는 십이지신(十二支神)까지 탱석에 새긴 것. 이는 여타 신라 왕릉의 규모와 화려함을 압도하는 것이다.사실 김유신은 사후 흥무왕(興武王)으로 추존(追尊·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죽은 이에게 임금의 칭호를 주는 것)되기도 했다.앞서 언급한 이상훈 교수의 논문은 김유신의 당대 활약상과 그가 귀하게 여겼던 정신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런 대목이다.“김유신은 629년 낭비성 전투에 참가해 신라군의 사기를 끌어올렸으며, 642년 압량주 군주로 임명돼 지방의 군사력을 새롭게 확충했다. 이후 660년 백제의 멸망과 668년 고구려의 멸망에 직간접적으로 활약하였으며, 나당전쟁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여겨진다. 김유신은 삼국이 통일되는 시기에 태어나 화랑정신을 바탕으로 삼국을 통일하는 주역이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仁(인)’을 몸소 실천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이처럼 살아서는 그 나라 최고위직 관료가 됐고, 죽어서는 왕으로 추존됐으며, 1천40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사람들의 입에 무시로 오르내리는 이가 바로 김유신이다.그러나, 인간의 생애엔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는 법. 김유신 역시 마냥 행복한 사람만은 아니었다. 김유신의 삶과 죽음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에 관해서 차차 알아보기로 한다. ◆ 서악동에 남은 ‘신라 최고 외교관’ 김춘추의 흔적들신라의 스물아홉 번째 통치자 무열왕의 이름은 김춘추. 그 역시 김유신만큼이나 사람들에게 친숙하다. 유명세로 따지자면 신라시대 인물 중 으뜸과 버금을 다툰다.김유신이 지략을 갖춘 단호한 무장(武將)이었다면, 동시대를 살았던 김춘추는 당대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능숙하게 파악하고, 이를 전략과 전술에 능란하게 적용시킬 줄 알았던 ‘베테랑 외교관’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그가 묻힌 무열왕릉은 경주시 서악동에 있다. 김유신 묘를 살핀 후 가볍게 점심을 먹고 무열왕 김춘추의 유택을 향했다. 두 무덤 간의 거리는 멀지 않다. 택시로 10분 안팎이면 도착이 가능하다.역시 ‘신라 태종무열왕릉비(慶州 太宗武烈王陵碑)’라 적힌 묘비가 제일 먼저 기자를 반겼다. 661년 세상을 떠난 무열왕의 탁월한 외교력에 관해선 ‘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 편찬위원회’가 간행한 ‘통일신라 시기 1-중앙과 지방’에 간략한 서술이 등장한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전략) 뛰어난 외교가 김춘추는 대내외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고구려, 왜(일본), 당(중국)을 대상으로 활발한 외교활동을 펼쳤다. 이는 결국 통일전쟁이 단순히 삼국 간의 싸움에만 한정되지 않고 동아시아 여러 나라가 참전하는 국제전(國際戰)의 성격을 띠게 만들었다. 신라가 삼국 통일전쟁에서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었던 요인은 성공적 외교에 있었다.…(후략)”무열왕 김춘추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엇갈린다. “당(唐·당나라)이라는 외세를 통일전쟁에 끌어들인 사대주의자”라는 사학계의 비판적 견해는 몇몇 상업영화를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되기도 했다.하지만, 7세기 신라의 입장에서 ‘외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한 문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고운기의 ‘인물한국사’는 이에 관해 아래와 같이 쓰고 있다. 비교적 호의적인 평가다.“김춘추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특히 당나라 군대를 끌어들인 데 대해 그렇다. 그러나, 냉정히 따졌을 때 당대 세계문명의 중심인 당과의 외교에 한발 앞선 신라의 노력을 평가절하 할 수는 없으며, 백제건 고구려건 신라로서는 당과 마찬가지로 외국이었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앞으로 전개될 연재기사에선 김유신과 마찬가지로 무열왕 김춘추의 생사에 깃든 빛과 그림자에 관해서도 탐구해 볼 예정이다.(계속)/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2023-06-20

고령 ‘어메이징 가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꿈 영글다

최근 고령군은 오는 9월 예정인 가야고분군(지산동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대비 체류형 지역특화 관광상품인 ‘어메이징 가야(Amazing Gaya)’가 경북 대표 관광상품 왕중왕전에 최종 진출했다고 알렸다.경상북도는 관광객 1억 명 유치를 위한 관광활성화 붐업과 체류형 관광 활성화로 생활인구 증가와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꾸준히 노력해왔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경쟁력 있고 잠재된 관광상품 발굴을 통해 경북 대표 관광상품을 선정하고자 군위군을 제외한 22개 시·군을 대상으로 이번 공모를 진행했다.1차 서류심사에서 권역연계형(2개 시·군 이상 구성) 3개 상품, 단일시군형(1개 시·군 구성) 15개 등 18개 상품계획서를 평가해 9개 상품이 이 심사를 통과했고, 지난 9일 2차 프레젠테이션 발표 심사를 통해 최종 6개 상품(권역연계형 2, 단일시군형 4)이 왕중왕전 본선에 진출했다.이번 ‘경북 대표 관광상품 왕중왕’에 선정된 여행상품은 방송캠페인, 스팟광고 등 홍보마케팅과 여행전문가들이 실제 상품을 체험해보는 참가자 평가, 관광박람회의 상품 홍보 등을 거쳤다.이후 참관객 현장 평가, 방송사 특집방송을 통한 시청자 평가 등을 거쳐 연말 최종 ‘왕중왕’상품 1개를 선정하고 내년 사업비 지원과 상설 운영을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 고령, 경북 유일의 가야문화권 관광상품 개발에 주력고령군에서 신청한 ‘어메이징 가야(Amazing Gaya)’는 경북 유일의 가야문화권 관광상품 개발과 운영으로 양적인 측면에서 체류형 관광객 유치 증대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질적인 측면에서도 관광 트렌드를 반영한 야간 관광으로 여행자들의 만족을 높이는 것도 사업 목적으로 하고 있다.지산동 고분군은 고령군을 병풍처럼 감싼 해발 310m의 주산으로부터 남쪽으로 뻗은 가지능선을 따라 형성돼 있다.능선의 꼭대기 지점엔 비교적 대형 고분이 분포해 있고, 그 주변으로 대형 고분보다 작은 봉분이 점점이 흩어져 있는 형상을 보인다. 지금까지 확인된 봉토분은 706기로 알려져 있다. 봉토가 남아있지 않은 소형 무덤을 포함하면 수천 기의 고분이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지산동 고분군은 5세기부터 6세기에 걸쳐 축조된 대가야 지배층의 집단묘역으로 추정된다. 긍정적 시각을 가진다면 대가야의 역사가 현대에 와서 고령군의 빼놓을 수 없는 관광자원이 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이런 점을 감안해 ‘어메이징 가야’의 핵심 프로그램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예정인 지산동 고분군 야간 트래킹이 당연히 포함됐다. 여기에 국악기 가야금 연주 체험, 전통엿 만들기 체험, 대가야복식(한복) 체험, 가야금 퓨전공연 등이 더해졌다.이와 더불어 참가자 체험프로그램인 족욕 체험, 지역특화음식 미식 체험, 전통주인 대가야 스무주 체험과 오는 7월에 촬영 예정인 음악·예능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창작되는 지역송(노래) 부르기 등으로 구성했다.특히,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스토리텔링화 한 대가야 궁성지와 왕정을 방문하는 것으로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 주목된다.고령의 지산동 고분군을 비롯해 가야고분군은 오는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이런 상황에서 시의적절하게 추진되는 경상북도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어메이징 가야’를 브랜딩하고,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를 개발·운영하며, 다양한 온·오프라인 홍보채널을 통해 관광상품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인 것이다.고령군은 이번 경북 대표 관광상품 왕중왕전 최종 진출로 관광상품 판매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 증대, 체류시 야간관광을 통해 여행자들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복안을 마련했다.이는 궁극적으로 경북 유일의 가야문화권 체류형 관광상품 개발, 고령의 관광이미지 및 관광객 수용태세 개선, 야간 관광 활성화로 이어져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 고령 딸기 활용한 전용서체 개발로 지역 정체성 알려고령군청 관광진흥과 관광마케팅팀은 민선 8기의 시작과 더불어 지역 관광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달성군과 달서구 등 낙동강을 인접하고 있는 지자체간 연계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진행했다.또, 투어버스 ‘달리고(달성군+달서구+고령군)’사업도 의욕적으로 추진했고, 지난해 10월 한 달간 고령 방문 캠페인으로 ‘고령 관광의 달’을 기획해 17개 세부사업을 치밀하게 실행했다.특히, 지역특산물인 고령 딸기를 활용한 전용서체 개발을 완료하고, 전 국민이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배포해 지역의 정체성을 대외적으로 알렸다. 또한, 이를 관광 안내, 상품 포장, 홍보인쇄물 제작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디자인에 적용해 활용도를 높이기도 했다.사실 고령군은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농산물이 다른 어느 지방자치단체보다 많다. 수박과 감자에 이어, 얼마 전부터는 양파까지 소비자들에게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딸기 역시 제외하면 안 될 고령의 특산물이다.오늘날 우리가 먹고 있는 재배종 딸기는 유럽과 미국에서 자생하던 몇몇의 야생종을 교배시킨 것인데, 본격적으로 기르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무렵이다. 고령군에서는 1973년에 처음 딸기를 재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해 쌍림면 안림리 600여 평 밭에 딸기 모종이 처음으로 심어졌다. 이후 1980년부터 ‘반촉성 재배’가 일반화됐고, 1982년에는 쌍림면 곽해석 씨 등이 촉성재배를 시작했다는 것이 고령군청의 설명이다.고령 딸기가 현재의 전국적 명성을 얻기까지는 농민들의 적지 않은 노력이 있었다. 고령에서 딸기를 기르는 농민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가야산 줄기 미숭산과 만대산의 깨끗한 물과 그 일대 기름진 흙이 고령 딸기의 맛을 알렸다”고. 이에 더해 “유기농법에 의한 재배도 품질 향상의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명품 딸기가 된 것이니, 고령군민들이 딸기에 관해 가지는 자부심은 크다. 그러니, 지역 특산물인 딸기를 관광 활성화에도 접목시킨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그렇기에 고령군은 ‘카페 청솔로9’와 공동으로 지역특산물 고령 딸기를 활용해 관광마케팅 협력사업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이를 통해 FB 상품라인을 출시해 농가의 소득 증진은 물론, 협력마케팅으로 지역 이미지 향상과 매출 확대도 실현 중인 것.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 ‘관광 3.0시대’를 열어갈 고령군 만들기 위해 노력고령군은 올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대비하고 군정 목표에 부응하고자 가일층 적극적 행정을 펼쳐 △한국관광공사의 강소형 잠재관광지 발굴·육성사업 △디지털 관광주민증 사업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사업 △경상북도의 시·군 대표 관광자원 발굴·육성사업 △경북 대표 관광상품 왕중왕전 공모에 선정됐다.군청의 1개 팀이 5개의 공모사업에 도전해 모두 선정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것이다.이에 관광업 전문가들은 “민선 8기 들어 3건의 업무협약과 더불어 즉각적인 후속사업 추진으로 상생협력과 관광의 시너지 효과가 상승되고 있다”는 호평을 하고 있다.고령군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각오다. 2023년 관광마케팅팀 본예산의 2배 이상을 공모사업으로 확보했으니, 하반기부터는 선정된 공모사업과 상호 연계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관련 행정 절차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이와 관련해 고령군청 최용석 관광진흥과장은 “지산동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보다 적극적인 관광마케팅 행정을 펼쳐 국·도비 예산울 확보하고, 특화된 관광상품 개발과 보다 많은 관광객 유치로 고령의 관광 3.0시대를 열어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

2023-06-19

“임업 공무 30년, 산은 늘 들인 노력보다 더 크게 보상하죠”

나무 그늘을 찾게 되는 계절이 왔다. 포항시 청하면 소재지에서 폭이 좁은 곡선도로를 15분간 오르면 무음(茂蔭)의 수목원을 만난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고산수목원인 경상북도수목원이다. 해발 650미터에 위치한 이곳에는 3천여 종의 식물과 백여 종의 희귀식물이 서식한다. 지형을 그대로 살린 산책로 또한 산 구릉의 굴곡을 닮았다. 수목원의 계절은 도심과 다르다. 봄꽃은 늦게 피고 단풍은 일찍 든다. 우거진 나무의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여름에는 평균 기온이 4도 이상 낮다. 구태의연한 계절과 조금씩 어긋난 계절을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경상북도수목원의 이종환 관리소장을 만났다. - 타 지역과 다른 경북수목원의 특징은 무엇인가.△전국에 68곳(국립 4, 공립 36, 사립 28)의 수목원이 있지만 고산지대는 드물다. 고산에 조성하다 보니 나무는 그냥 두고 평탄한 전답이 있던 곳에 전시원을 조성했다. 도심의 수목원보다 경관이 잘 보존되고 자연과 어우러진다. 지정 면적도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넓다.-고산지대니 수종도 다르겠다.△참나무가 우세한 혼효림이다. 고산지대 치고는 굴참나무가 많아서 양묘협회 관계자들이 신기하다고 말하더라. 굴참나무는 표피가 두껍고 나뭇잎에 수분이 많아 화재에 강한 ‘내화 수목(耐火樹木)’이다. 참나무류와 함께 우리나라 극상수종(極相樹種·안정된 숲에서 나오는 수종)인 서어나무도 많다. 서쪽에 있는 나무라는 뜻의 ‘서목’이 변한 이름이다. 줄기 모양이 사람 근육처럼 울퉁불퉁한 것이 특징이다.-수목원마다 대표하는 식물이 있다. 경북수목원이 자랑하는 희귀종이 있다면.△수목원 내 망개나무 자생지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망개나무는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로 세계적으로 희귀한 수종이다. 충청도와 경북 북부에만 보이는 고산수종으로 경북수목원의 깃대종(한 지역의 생태계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종)이다. 경북수목원에 많이 서식하는 희귀식물은 백리향과 노랑무늬붓꽃이다. 울릉도 식물원에 일부 있고 다수의 희귀종은 관람 구역 이외에 많다.-관람객들의 출입 가능한 구역은 어디까지인가.△경북수목원의 관할구역은 2926㏊로 관람구역(55㏊)과 보존구역(2871㏊)으로 나뉜다. 수목원에 방문하면 관람구역 안의 고산식물원, 울릉도·독도식물원, 희귀식물원 등 26개 분원을 둘러보게 된다. 다음으로 수목원 등산로와 거의 유사한 14.62㎞의 생태관찰로가 있다. 관람구역은 관리팀에서 매일같이 보살피고, 생태관찰로는 수시로 점검한다. 이외 보존구역은 1년에 10㏊씩 숲가꾸기 사업을 실시하는데, 숲가꾸기의 가치를 생각하면 면적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수목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나.△정규직원 7명과 공무직 6명, 산림 관리원들까지 합치면 45명 정도 된다. 주요 부서는 수목원을 관리 운영하는 운영지원팀, 식물종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보존연구팀, 생태체험 프로그램과 전시원을 관리하는 숲문화팀이다. 나를 포함해 8명은 수목원 내의 직원 숙소에서 생활하며 식물들을 보살핀다. -수목원이 공원이나 식물원과 다른 점은.△수목원의 본래 목적은 식물유전자원의 보전이다. 경북수목원은 해마다 300여 종의 종자를 채취해서 반은 자체 보관하고 나머지는 백두대간 수목원의 종자저장소(시드볼트)에 기탁한다. 두 군데에서 병행해서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함이다. 식물원은 풀과 나무 등 식물을 가리지 않는 박물관이라면 수목원은 주로 나무 위주이다. 수목원에 피는 꽃은 특별하게 다가오는지 꽃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맘때면 수국이 개화했는지를 묻는 전화가 걸려온다.-수국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가.△여름이면 수국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삼미담(森未潭) 주변과 전시온실 앞으로 가면 산수국이 피어있다. 우리가 기다리는 수국 명소는 침상원(지면보다 낮은 정원으로 계단식으로 조성)이다. 수국으로 꾸며 놓은 화계(花階)가 두 줄 있다. 바람막이를 할 수 없는 구조라서 겨울철 추위를 잘 견디는 것이 관건이다. 이곳 찬바람이 워낙 매서워야 말이다. 올해는 꽃송이가 풍성하길 바라며 가지를 정리하는 등 여러모로 강구하고 있다.-꽃을 피우는데 그렇게 정성을 들이는지 몰랐다.△경북수목원은 고산지대라 철쭉이나 산벚처럼 산에서 자생하는 종류를 제외하곤 꽃을 잘 못 피운다. 볼거리를 원하는 관람객을 위해 작년에 장미와 맥문동을 심었다. 영하 20도 아래의 거센 겨울바람을 막기 위해 일일이 바람막이를 세운 덕에 장미가 활짝 피었다. 중앙광장 소나무 아래엔 맥문동을 5만4천본 심고 겨우내 짚으로 덮어놓았는데 곧 개화할 것이다.-계절별 수목원의 매력은 무엇인가. 관람객이 많이 찾는 계절도 궁금하다.△봄꽃은 도심보다 보름 이상 늦지만 단풍은 열흘 정도 일찍 든다. 봄은 더디고 가을은 서둘러 오는 셈이다. 관람객이 많은 계절은 가을이다. 삼미담 앞의 단풍이 절경이다. 겨울에는 눈이 있느냐는 문의가 자주 온다. 시내에 비가 오면 여긴 눈이 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눈이 귀했던 지난겨울, 지형이 움푹 들어간 전시구역만 눈이 쌓여 다들 신기하다고 했다.-경북수목원에서 반드시 보고 가야 할 하나를 꼽는다면.△삼미담(森未潭)은 꼭 들러야하는 곳이다. ‘숲에서 미래를 보는 연못’이라는 이름부터 얼마나 멋진가. 수련과 애기부들 등이 서식하고 지금은 노랑어리연꽃을 볼 수 있다. 삼미담 옆 창포원은 꽃창포로 뒤덮인 습지이다. 빽빽하게 들어찬 꽃창포 사이로 올챙이들이 꼬물거리는 재미난 곳이다. 해발 730m에 위치한 전망대 ‘영춘정(봄을 맞이한다는 뜻)’은 대부분의 관람객이 거쳐가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반면 숲해설전시관을 지나쳐가는 경우가 많다. 수목원 입구에 위치한 전시관은 숲해설가들이 상주하며 설명을 해주고 안내서도 구비되어 있다. 지난 14일부터는 올해 새로 제작한 식물표본을 전시하고 있다. -안 그래도 식물표본실을 둘러 보고 왔는데, 제작 과정이 흥미로웠다.△식물표본은 식물의 DNA까지 가진 가장 효율적인 학술적, 교육적 식물 자료이다. 식물 연구에 가장 기본이 되는 식물표본 채집은 ‘수목원 코디네이터’가 참여한다. 채집한 식물을 세척하고 핀센으로 일일이 펴고 압착, 건조까지 품이 드는 작업이다. 레진 기법을 활용한 표본은 산뜻함과 화사함을 더한다.-지대가 높고 숲이 우거져 야생동물도 많겠다.△창포원 습지는 멧돼지들의 목욕탕이다. 습지에서 뒹구는 멧돼지의 몸집이 얼마나 큰지 섬뜩할 정도였다. 삼미담에 오래 살던 팔뚝만 한 잉어를 4년 전 수달이 잡아먹었다고 한다. 그 후 오리를 키웠지만 삵이 전멸시켰다. 올해 다시 잉어를 키우는데 수달이 올까 마음을 졸이며 지켜보고 있다.-새소리도 끊이지 않는다.△손바닥에 땅콩을 올려놓으면 곤줄박이가 날아와서 물어간다. 사무동 옆으로 할미새가 자주 보인다. 노랑할미새와 딱따구리, 어치, 직박구리, 까마귀, 참새, 박새 등도 많다. 유아숲 체험장의 목조는 딱따구리가 여기저기 구멍을 내놓았다. 수목원에는 산책하며 듣기 좋은 배경음악이 흐르는데, 지저귀는 새소리가 좋다고 볼륨을 낮춰달라는 관람객이 있었을 정도다.-면적이 넓고 탐방로, 등산로, 임도가 여러 갈래여서 관리가 쉽지 않을 것 같다.△2005년 개원해 시설이 노후된 편이다. 시설물의 유지와 보수에 투입되는 현장인력들이 안전하게 작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애써 가꿔놓은 숲을 한순간에 잃게 되는 산불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등산객들도 인화물질은 가져오지 않도록 주의를 부탁드린다.-30여 년 산림 공무원으로서 바람이 있다면.△당장 눈앞의 작은 묘목은 엉성해도 세월이 흐르면 울창한 숲이 된다. 산은 늘 들인 노력보다 더 크게 보상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수목원을 찾도록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올해는 전망대로 가는 낡은 목계단을 복구하고 삼미담에 낮은 분수대를 세운다. ‘산림복지’라는 말이 있다. 산림을 활용해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것을 말한다. 수목원을 단장하고 쾌적한 산림을 더 많은 관람객들이 즐기도록 만드는데 자부심을 느낀다.이종환 관리소장은경북대학교 농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김천시청 녹지과를 시작으로 임업 공무에 몸담은 지 30년이 넘었다.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소와 산림소득개발원, 산림생태과학원, 도청 산림자원과를 거치며 산림분야 정책과 현장을 두루 섭렵했다. 주로 산림재해를 예방과 복구, 황폐화를 막는 사방 분야에 매진했다. 2020년에는 산림환경연구원 사방기술교육센터장이 되어 우수한 경북지역 사방기술을 전파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했다. 지난해부터 경상북도수목원 관리소에서 일하면서 경북지역의 산림자원 보존과 식물자원화 연구를 이끌고, 도민에게 심신 휴양과 자연체험 교육장을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배은정 작가

2023-06-19

영주 주민참여예산제 ‘착착’… 정책 입안·프로그램 개발 속도

영주시는 영주의 미래를 위해 주민이 참여하고 주민이 주인 의식을 갖는 정책 입안과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1년 8월 10일 제정된 영주시 주민참여 예산제 운영 조례가 그 대표적인 예다.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가 시의회로부터 제정된지 3년여가 지난 2014년 9월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딘 후 현재까지 제도운영 성과점검 및 제도 운영계획, 주민참여 확대 방안 등을 개선해 오고 있다. □ 주민참여예산 제도의 의의우리는 우리가 선출한 대표자 혹은 전문가 집단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서비스 제도를 마련해 주길 기대해 왔다. 이런 방식을 두고 대의민주주의란 표현을 쓴다.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 변화와 혁신은 주민이 참여하고 결정하는 제도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고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영주시는 이러한 추세 속에 지방자치단체로서는 발 빠르게 주민참여 기회 확대와 지방정부의 권한을 내려놓고 주민이 주인 되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길을 선택했다.주민참여형 예산제도는 사회적 약자 즉 열악한 주거환경과 기본 생활권 영역이 힘든 이들이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 할 수 있다.세계적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의 대표적 성공사례는 1989년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주의 주도인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찾아볼 수 있다.1989년부터 1997년까지 주민참여제도를 시행한 포르투알레그레는 상하수도 보급률 75%에서 98%로 변화시켰다. 주민 건강과 교육을 위한 보건 및 교육예산은 13%에서 40%로 확대, 학교 수는 약 4배, 도로 및 건설 분야는 5배 증가 등 다양한 곳에서 그 성과를 얻었다.1990년 1천여 명의 시민 의회 참여자는 1999년 들어 4만명에 달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이런 현상은 주민참여예산 제도의 성장성과 다양성, 지역 발전을 위한 공동체 의식 강화를 통한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미래형 행정의 한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영주시의 주민참여 예산제영주시는 2011년 8월 12일 영주시 주민참여 예산제 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제정 조례는 영주시의 예산편성 등 예산과정에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예산의 투명성을 증대하기 위한 내용을 담았다.조례 총칙 제5조에 보면 주민은 누구나 이 조례가 정한 범위에서 시의 예산과정과 관련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시는 공정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예산편성 방향, 주민참여예산의 범위, 주민의견수렴 절차 및 방법 등 주민참여 예산제 운영계획을 수립해 시보,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공고해야 한다.또, 공정한 절차 진행을 위해 당연직과 위촉직위원으로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한다.이런 절차는 위원회 참여를 희망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공개모집 절차에 따른 선정과 주민참여예산 지역회의에서 추천한 사람, 지방재정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해 선정한다.이와 함께 지역 균형발전과 우선 사업, 폭넓은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읍면동에는 주민참여예산 지역회를 두고 있다.지역회의는 각 지역에서 발생하거나 우선 사업으로 진행돼야 할 사안에 대한 검토와 이에 따른 의결을 거쳐 시에 안건을 상정하게 된다.이러한 절차는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요구와 의견을 전달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주민참여 예산제 미래를 위한 선택주민참여 예산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그러나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행정 절차에 비교해 보면 아직 많은 주민들의 이해와 참여가 필요한 문제점도 있다.이뿐만 아니라 주민예산참여제도의 적극적인 확대와 행정 전반에 걸친 주민참여의 다양성을 위한 노력도 함께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2011년 시작된 영주시의 주민예산참여제도는 지방행정부로서는 큰 결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세대를 위한 선진형, 미래지향적 제도를 과감하게 시행한 것은 미래를 통찰하고 예견하는 영주시만의 미래를 내다보는 자신감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성공적인 미래를 위해서는 주민참여형 예산 제도의 절차와 범위를 법제화해야 한다.이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뀌어도 제도를 훼손할 수 없게 하고 시민이 지방정부로부터 소외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필요하다면 영주시가 제정한 조례도 시민과 영주 지역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더욱 강하고 단단한 규제의 강화도 필요할 것이다.영주시는 미래지향적 도시 건설, 대한민국 중심으로 성장하기 위해 선택한 주민예산참여제가 깊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현재도 진행형으로 추진 중이다. □ 시민포용을 위한 행정영주시는 주민예산참여제 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시민 포용 정책도 함께 추진 중이다.시는 지역의 관행적 요소를 벗어내기 위한 노력에도 적극적이다. 이는 개선 과정을 거쳐 시대적 요구에 맞는 새로운 변화와 변동을 위한 추진력이 될 것이다.영주시는 지역의 다양성을 위해 교육과 공중보건, 치안유지를 위한 활동, 지역사회의 감독, 인프라 구축, 기후변화에 대한 준비, 미래를 준비하는 시민들의 의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현대 사회의 포용성은 미래 주역인 젊은이들의 자유 표방과 정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이런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영주시는 미래사회의 주역인 청년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참여기회 확대, 지원방안 마련을 위해 다양한 부분에 대해 검토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특히 시민이 정치적 주체이자, 경제적 주체, 미래를 준비하는 카테고리, 새로운 변화의 대응과 변동의 주체, 시민 누구나 애착과 친밀한 공간 영주건설, 수직적 인간관계가 아닌 수평적 사회 구조를 위한 기반을 영주시는 닦아가고 있다.□ 미래를 위해 다양성과 거버넌스 형태의 주민참여제영주시는 주민참여형 제도의 다양성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시는 민주적인 형태의 주민참여 확대를 위해 제도의 활성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각종 위원회 제도를 실질화 시키기 위해서다.위원회의 구성원들을 소수 특정 전문가나 선거를 지원했던 주변 인물 위주에서 불특정 다수의 일반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각종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적극나서고 있다.영주시는 특히 지자체 주도의 정책 결정과 통제, 관리에서 벗어난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주체적인 행위자로 협의와 합의를 거쳐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해나가는 사회적 통념시스템인 거버넌스 방식의 주민참여제도의 정착과 발전에 방점을 두고 있다./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3-06-18

‘태권도 챌린지’ 통해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돕는다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이 6개월도 남지 않았다. 세계박람회(EXPO)는 인류의 산업·과학기술의 발전 성과를 알리고, 개최국의 역량을 과시하는 장으로 경제·문화올림픽으로도 불리는 국제적인 행사다.우리나라는 현재 이 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를 위해 각계각층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행사 개최가 가져올 긍정적인 경제 파급효과를 염두에 둔 주요 기업의 총수들은 물론, 정치권과 문화예술계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는 형국.여기에 한국의 국기(國技)인 태권도를 통해 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를 염원하는 이들도 가세했다. 그 중심에 국기원 이지성(59·태권도 8단) 이론교수가 있다.이 교수는 국기원 남승현 시범단장과 힘을 합쳐 ‘태권도 챌린지’를 기획했다. 서울과 경북을 포함한 한국의 50여 개 지역에서 태권도 시범단과 지역민들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힘찬 발차기를 진행하는 것이다.“내 인생의 전부인 태권도가 세계박람회 유치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하는 이지성 교수가 태권도와 함께한 시간은 자그마치 52년. 삶의 거의 대부분을 태권도와 함께 살아온 셈이다.“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매개체로 나라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고, 불황의 그늘에서 경제적 돌파구를 찾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하는 이 교수가 어떤 경로를 통해 태권도와 만났고, 태권도가 세상에 미칠 수 있는 영역을 넓혀왔는지 궁금했다.얼마 전 청와대와 국기원에서의 태권도 챌린지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고향 포항을 찾은 이지성 교수를 지난 일요일 본사 편집국에서 만났다. 아래는 그날 오고간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다. -나이와 출생지는.△1964년 포항 오천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교사였고 지금 여든여덟이신 아버지도 거기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었다. 위로 누나가 있고 아래 여동생이 있다.-처음 태권도를 접한 시기는 언제인가.△대여섯 살 때다. 포항 동빈동에 허름한 창고를 개조한 태권도장이 있었다. 그때는 몸이 많이 약했다. 건강을 되찾고 체력을 기른다는 단순한 이유로 어머니 등에 업혀 도장을 찾았는데, 지금까지 50년 넘게 태권도와 인연을 이어오게 됐다.-대학과 대학원에선 체육교육을 전공했다. 그 길을 선택한 이유는.△중학교 시절에 서울로 갔다. 그 학교에 태권도부가 있어 거기서 활동했다. 하지만 그때도 초등학교 때처럼 몸이 많이 아파 선수 생활이 힘들었다. 이를 걱정하시던 아버지가 ‘그렇게 태권도를 좋아하니, 선수가 아니라면 지도자가 되라’고 권유했고, 그게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로 진학한 이유가 됐다. 지금은 국기원 이론교수로 ‘지도자를 가르치는 지도자’가 됐으니, 꿈의 절반은 이룬 셈이다.(웃음) -포항시체육회와 경상북도체육회에서도 일했다고 들었다.△미국에서 유학하고, 거기서 태권도장도 운영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지속적으로 태권도 관련 단체에서 일했다. 나이를 먹으니 연로하신 부친이 계신 고향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50대 중반에 포항으로 와서 포항시체육회에 몸담았다. 이전엔 포항시체육회가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내가 근무할 때 18억 원의 예산을 받을 수 있었던 게 보람 있고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더불어 포항 만인당의 효율적인 리모델링과 한마음체육관 건립에도 힘을 쏟았던 시기다. -포항시체육회에서 일하던 시절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면.△구미에게 뺏겼던 도민체전 우승기를 포항으로 가져온 일이다. -미국에서도 태권도장을 운영한 것으로 안다. 미국에서 태권도의 위상은.△미국인들이 태권도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한국과는 조금 다르다. 우리가 직접 배우는 아이들 중심이라면 미국은 가족이 중심이었다. 미국 사람들은 평생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로 태권도를 인식하고 있다. 가족 사이의 화합에 태권도가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태권도를 통해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태권도의 가장 큰 매력은 뭔가.△‘수련(修鍊)’이다. 태권도는 다른 사람을 제압하는 싸움기술이 아니다. 수련은 누구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다스림으로써 스스로를 이기는 것 아닌가. 그런 차원에서 태권도에서는 수련의 개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몸과 더불어 정신까지 함께 성장시킬 수 있는 게 태권도다.-아이들을 위한 태권도 관련 책을 준비 중이라던데.△한국만이 아닌 세계의 많은 아이들이 태권도를 배우는데 그들에게 읽힐만한 책이 거의 없다는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태권도 전집을 기획해 집필 중이다. 현재 1차로 10권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총 40권을 만들 예정이다. 이번에 나오는 것은 역사 이야기를 담은 태권도 동화다. 향후 알기 쉽게 풀어쓴 태권도 교본과 태권도로 국위를 선양한 위인들의 이야기 등이 연이어 출간될 것이다. -판화가로도 활동 중이라 들었다.△어릴 때부터 태권도 만큼이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미대를 가고 싶을 정도였다. 태권도와 미술을 겹합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판화를 해보기로 했다. 나무에 형상을 조각한다는 건 태권도의 주요 개념인 수련과 유사한 행위다. 게다가 판화는 보급하기가 편해 작품을 아이들에게 선물하기도 좋았다. 판화를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엔 경주 미술대전에서 입선도 했다. 태권도와 미술은 둘 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그것들을 접목시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게 행복하다. -판화의 주요 소재는 무엇이고, 왜 그 소재를 사용하는지.△거의 100%가 태권도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걸 소재로 삼는 게 보통의 미술가들 아닐까? 내게는 태권도가 인생의 전부였다.-‘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태권도 챌린지를 진행 중인데.△세계박람회는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큰 행사다. 경제적 파급 효과와 나라의 이름을 높이는데 좋은 영향을 미칠 이런 행사를 우리나라 부산에서 개최했으면 하는 건 나만의 바람이 아닌 전 국민의 희망사항 아니겠는가. 그것에 태권도인들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 태권도가 매개체가 돼 세계박람회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물론,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 힘을 모았으면 한다. -태권도 챌린지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태권도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치는 형태가 될 것이다. 각 도시에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공간, 빼어난 경관을 가진 곳에서 태권도가 가진 매력을 선보이고, 그걸 영상에 담아 대중들에게 배포하게 된다. 가장 먼저 태권도의 헤드 쿼터(Headquarter)라 할 국기원과 청와대에서 태권도 챌린지가 진행됐고, 당연히 경북 지역의 명소도 곧 찾아갈 것이다. 향후 50여 곳에서 태권도 챌린지가 진행될 예정이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태권도 선수들의 근사하고 화려한 시범을 볼 수 있을 것이니 여러분들의 애정 어린 관심을 부탁한다.-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은.△오는 10월엔 충청남도 금산에서 국제무예올림피아드가 열린다. 이 역시 주목할 만한 국제행사다. 여기서 한국총괄위원장이란 역할을 맡게 됐으니, 최선을 다해 행사 성공에 보탬이 되려 한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06-13

“화약을 사용하는 가장 아름다운 일… 환호와 박수에 환희”

국내 3대 불꽃쇼에 드는 포항국제불빛축제가 4년 만에 포항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불꽃은 사그라들어도 그날의 밤하늘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축제에서 사람들은 한국팀의 ‘그랜드 피날레’를 단연 압권으로 기억한다. 벅찬 감동의 불꽃쇼 뒤에는 20년 경력의 김주식 불꽃 디자이너가 있다. 그는 불꽃 디자인을 불꽃이라는 물감으로 밤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일로 비유했다.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그저 태어나지 않는다. 찰나의 예술이라는 불꽃은 1초를 서른 번으로 쪼개고 색과 위치, 모양을 철저하게 계산해 배치한 결과라고 한다. -올해 포항국제불빛축제의 그랜드 피날레는 단연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포항국제불빛축제는 10여 년째 연출하는 축제라 애정이 크다. 포항국제불빛축제가 열린 형산강 무대는 부산 광안리와 비견되는 최장 거리의 무대다. 무대의 장점을 살려 웅장하고 가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노르웨이 출신의 작곡가인 토마스 베르게르센(Thomas J. Bergersen)의 ‘지구 생성(Creation of Earth)’을 선곡한 것도 장엄하고 강렬한 분위기를 위해서다. 화약은 컬러가 다채롭게 구현되는 종류로 사용했다. 하나의 색이 단발류로 터지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발이 여러 색으로 변하는 식이다.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웅장함과 감동을 전하고자 했다.-한 편의 웅장한 서사시를 연상케 했다. 형산강에서 열린 올해 포항국제불빛축제를 디자인할 때 포인트를 준 부분은.△연기가 하늘에 꽉 차기 전인 초반에는 고가의 ‘타상 불꽃’과 ‘장치 불꽃’을 사용해 연출 효과를 극대화했다. ‘타상 불꽃’은 하늘 높이 올라 높은 고도에서 터지는 불꽃이고, ‘장치 불꽃’은 낮은 고도에서 터진다. ‘타상 불꽃’의 경우 점화된 다음 하늘로 올라가는 시간이 있어서 개화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장치 불꽃’은 점화하자마자 바로 볼 수 있어 섬세한 연출이 가능하다. 그랜드 피날레의 중반부에는 다양한 색상의 ‘장치 불꽃’을 사용했다. 작은 불꽃이 분수나 지뢰처럼 분출되거나 혜성의 불꼬리처럼 길게 늘어진 형태를 봤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후반부에는 형산강 전체를 골드빛의 불꽃으로 표현했다.-국내 3대 불꽃쇼로 꼽히는 포항국제불빛축제만의 차별성은 무엇인가.△포항국제불빛축제가 열리는 형산강의 최고 장점은 국내 최장거리의 무대에서 초대형 불꽃 연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2019년 형산강에서 1킬로미터 불꽃쇼를 처음 시작했다. 이번에도 열흘 동안 현장을 오가면서 하루에 7~8킬로미터는 족히 걸었다. 물론 부산불꽃축제가 열리는 광안리도 무대 길이로 치면 포항 버금간다. 하지만 관람석과의 거리는 포항이 으뜸이다. 형산강의 강폭은 360미터로, 국내 불꽃쇼 가운데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불꽃을 감상할 수 있다.-순식간에 밤하늘을 수놓고 사라지는 불꽃은 찰나의 예술로 불린다. 찰나의 불꽃쇼가 탄생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축제를 기획하고 행사 운영을 총괄하는 프로젝트 매니저(PM)가 있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축제조직위원회, 문화재단과 큰 틀에서 윤곽을 잡으면 디자인이 시작된다. 계절이나 현장 상태를 충분히 확인한 다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음악 선곡과 편집이다. 정해진 음악의 리듬에 맞게 화약을 배치하는 작업이 그다음이다. 그렇게 작성된 ‘작업지시서(어드레스시트)’에 따라 물류팀과 기술팀은 화약을 준비한다. 현장 세팅은 행사 열흘 전부터 한다. 화약 배치를 할 땐 디자이너도 한 발 한 발 낱낱이 확인해야 한다. 혹여라도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열흘 동안 현장에서 움직인 인원이 하루 50명 정도였으니, 세팅부터 철수까지 100여 명은 족히 수고했을 것이다. 포항국제불빛축제의 불꽃쇼는 백여 명의 인력이 4개월 넘게 공을 들인 결과이다.-음악에 불꽃을 입히는 디자인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달라.△음악의 리듬에 맞춰 어떤 화약을 어느 위치에 얼마나 쓸지를 정하는 일이다. 불꽃의 모양과 색깔, 각도, 위치를 일일이 계산해 프로그래밍한다. 불꽃이 여러 색을 내는 것은 화약물질과 금속이 일으키는 연소반응 때문이다. 어떤 물질을 더 넣느냐에 따라 불꽃의 색과 패턴은 천차만별이므로 우리가 관리하는 불꽃 종류만 천 가지가 된다. 축제에 쓰일 수만 발의 불꽃을 음향의 파장에 맞춰 타이밍을 디테일하게 계산한다. 안전하게 화약을 터트리려면 얼마나 안전거리가 필요한지도 치밀하게 계산해야 한다.-하늘에서 터지는 불꽃을 보며 그 뒤에 누가 있는지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어떤 계기로 불꽃 디자인을 시작하게 됐나.△대학생이던 2000년에 ‘서울세계불꽃축제’를 보고 불꽃의 매력에 빠졌다. 화학을 공부하던 학생이라 더 마음을 빼앗겼던 것 같다. 이듬해 ‘화학류 관리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지금까지 불꽃쇼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처음 3~4년간은 암기와 배움의 연속이었다. 불꽃마다 터지는 시간과 모양, 지속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폭죽 하나하나의 특징을 완벽하게 파악해야 불꽃을 디자인 할 수 있기 때문이다.-불꽃 디자이너의 요건이 따로 있나.△자격증이 필요한 일은 아니다. 디자이너라고 하지만 사실 콘텐츠 기획에 가까운 일이다. 불꽃을 좋아하고 음악적 감각이 있으며 화약의 특성이나 발사 시스템을 잘 알면 된다.-불꽃 디자인을 시작한 지 20년 차인데, 불꽃축제에도 트렌드 변화가 있나.△장비의 성능이 월등하게 좋아졌다. 과거에는 사람이 음악에 맞춰 하나씩 버튼을 조작해서 불꽃을 쏘아 올렸다. 그때도 시스템은 있었지만 불완전해서 수동으로 거들어야 했다. 중소 규모의 불꽃업체가 첫 직장이었는데, 얼마나 긴장되던지 발사 버튼을 누르면서 진땀을 뺐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컴퓨터가 지시하는 전기신호로 불꽃을 자동으로 발사한다. 발사 시점을 0.03초 단위까지 조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나왔다. 1초를 30프레임으로 쪼개어 연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음악과 불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한 편의 이야기를 하는 ‘스토리텔링 불꽃쇼’ 연출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한 땀 한 땀 만든 불꽃은 현장에서 영화처럼 흘러간다.-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 순간 디자이너는 뭘 하나.△연출한 의도대로 잘 나오는지 살핀다. 수정을 거듭하면서 수없이 마주한 장면이다.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실사와 거의 비슷하게 구현되기 때문에 지겹도록 본 장면이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현장에서는 오감으로 전해지는 공기의 울림이 있다. 화약이 펑 하고 터지면서 만드는 공기의 울림이 전율을 전한다. 무대에서 멀리 떨어져서 관람하거나 혹은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떨림이 있다.-오차 없이 준비해도 의도대로 안 되는 것이 현장의 속성 아닌가.△실수로 세팅을 거꾸로 한 적이 있다. 생각보다 결과물이 좋아서 한동안 그렇게 했다. 각도가 틀린 적도 있는데 이것도 나름 괜찮았다. 의도치 않은 실수가 더 나은 연출로 이어지는 사례는 현장이 주는 선물이다.-불꽃쇼가 끝나면 드는 감회는. 디자이너의 감회는 관람객과는 다를 것 같다.△관중의 환호와 박수에 환희를 느낀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설치하고 발사까지 함께 한 모든 기술자들이 관중의 환호에 그동안의 노고를 잊는다. 화약은 세 가지의 기능이 있다. 산업적인 측면이 아니면 생명을 해치거나 혹은 살리거나. 화약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일이니 이만큼 좋은 일이 어딨겠나. 화약을 사용하는 가장 아름다운 일을 하는데 자부심을 느낀다.-불꽃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좋은 불꽃쇼는 무엇인가.△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더 크고 화려한 불꽃도 안전을 기반으로 가능하다. 그 다음으로 연출과 화약의 퀄리티가 중요하다. 그림도 물감이 좋아야 하듯이 불꽃은 화약의 품질이 중요하다. 불꽃 디자인은 밤하늘을 캔버스 삼아 불꽃이라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앞으로 연출하고 싶은 불꽃쇼가 있나.△한국의 불꽃 디자인 능력을 전세계에 알리고 싶다. 국내 3대 불꽃쇼를 전담해오면서 빠듯한 일정에 해외를 거의 나가지 못한다. 우리가 가진 세계적인 실력을 해외의 권위 있는 대회에서 인정받고 싶다. 우리나라의 불꽃 연출력과 기술력으로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싶다. 김주식 불꽃 디자이너는 건국대학교 화학과를 나와 중소규모 불꽃업체에서 경력을 쌓고 2012년 한화에 입사했다. 현재 한화 컨텐츠사업팀 과장이다. 포항국제불빛축제와 부산불꽃축제,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과 메달플라자, 전국체전 100주년 개회식 기념 불꽃쇼 등을 디자인했다. 1년에 10여 건의 불꽃쇼를 담당하고 있다. 2014년부터 포항국제불빛축제를 디자인하고 있으며 ‘2023 포항국제불빛축제’에서 웅장한 스토리텔링 기법의 연화 연출로 ‘그랜드 피날레’를 장식해 관람객들의 갈채를 받았다. /배은정 작가

2023-06-12

“섬유산업 미래, 융복합 활성화 등 과감한 체질 개선에 달려”

섬유산업은 한국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린 중심산업이고 대구경북은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섬유산업의 메카다.AI시대에도 섬유는 여전히 인간 생활에서 의식주를 이루는 근간이다.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 조정문 회장은 “4차산업혁명시대의 섬유산업은 다른 업종과의 융복합 가능성이 매우 크며 섬유산업의 시장 예상규모는 반도체나 자율주행 자동차보다 오히려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EU가 봉제산업으로 먹고 살듯 글로벌 선진국들은 섬유산업 선진국이라며 “대구경북 섬유산업도 체질개선을 통해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탈피하고 과감한 선도적 투자와 기술 도입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어내겠다”고 말한다.섬유산업이 과거의 영광을 넘어서는 미래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 회장을 맡고 2년동안 지역 섬유산업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나.△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책임을 맡았다. 지난 3월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섬유박람회도 그런 성과를 보여준 사례 중 하나다. 참가업체나 참관 기업들, 특히 방문객이나 실질적인 수출상담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 4년만에 공개 개최된 박람회에서 종전보다 많은 성과를 냈다. 이번 박람회가 섬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는 물론 미래산업으로 도약하는 또 하나의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그렇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섬유산업을 이야기할 때 사양 산업이라거나 변화가 필요하다고도 한다. 지역 섬유산업의 수장으로서 섬유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보나.△섬유산업은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한 중심산업이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2008년경부터 추진해오고 있는 첨단산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섬유산업은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 가능성이 매우 큰 산업으로 반도체나 자율주행 자동차보다 시장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패러다임을 변환해 나가고 있다.-코로나 팬데믹으로 또 한 번 고전한 것으로 들었다.△그런 부분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출이 힘들어지고 경영이 악화하면서 대외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대외 환경까지 급변하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업계의 단합된 노력과 정부 지원으로 회복단계에 들어섰다.-전기료 인상이 확정됐다. 가스료 등 에너지의 가격 상승이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지금까지 싼 전기료가 경쟁력의 한 원인이었다면 이젠 그런 시대는 지난 것 같다. 특히 전기료 문제는 탈원전이라는 지난 정권의 거꾸로 가는 에너지 정책 때문에 빚어진 면이 있다. 전기 생산 원가가 낮아져야 회복될 문제 같다. 기업 입장에서는 함께 인내하면서 극복해 나가야 할 문제이지만 국가에서도 정책적으로 빨리 원전 증설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본다.-정권이 바뀌고 1년이 지났다. 기업의 입장에서 정부와 정책이 섬유산업에 우호적인가.△지난 문재인 정권에서도 친기업이라고 노래를 부르지 않았나. 정권마다 말로는 ‘기업 프렌드리’를 외쳤지만 기업에서 공감할 수 있는 체감온도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다. 이제 코로나가 지나갔고 정권이 바뀐 지 1년이 지났으니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다. 섬유연합회 차원에서 건의도 했고 또 염색공단의 첨단화 사업과 탄소중립 그린소재 사업이 채택되어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본다.- 섬유산업의 국내 산업에서의 위치와 지역 섬유산업의 위치는 어느 정도인가.△우리지역 섬유산업은 우리나라의 중심산업이었다. 세계적으로 섬유수출 4위의 실적을 기록했다. 화섬직물 수출은 한 때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고 섬유만으로 무역수지 100억불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구경북 지역 섬유산업은 국내 섬유산업에서 업체수와 종사자수, 출하액과 수출액에서 모두 2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내 산업에서도 사업체수와 종사자수에서 15% 이상, 출하액과 수출액에서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며 국내 최대 화섬산지로서의 입지와 재도약을 위한 잠재력도 갖고 있다.- 기업으로서 섬유산업의 미래를 위해 어떤 정책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나.△섬유산업이 과거에만 안주해서도 안 되고 자존심만으로는 발전할 수 없다. 체질을 바꿔야 한다. 전략을 바꿔야 한다. 협회로서는 업체들에게 방향을 제시해 줄 뿐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체질을 바꿀 것을 조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하나.△우선 경영자의 생각이 바뀌어야 하고 신기술 도입을 위한 시설과 설비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차별화된 기술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디지털과 자동화로 전환해야 한다. 또 산학연 연계를 통한 전문인력 육성도 필요하다.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와 소통을 확대하면서 민간과 정부가 합심해서 역량을 집중한다면 섬유산업도 미래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거기서 연합회가 하는 일은 뭔가.△연합회의 입장에서는 지방 및 중앙정부과 협의하여 지역 섬유패션산업의 미래를 위한 현안과 과제들이 정책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연합회는 지역 섬유패션산업의 거버넌스로서 산학연과의 연계강화와 중장기 비전 제시를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하면서 유관 기관 단체들과 공조를 하는 구심점이 되는 것이다.-우리나라가 세계 4대 섬유수출국이라는데, 그러면 현재 우리의 섬유 산업은 세계적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냉정하게 말해서 중상 정도라고 보면 된다. 선진국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아는 유명 브랜드, 디자인이 지역에 있나? 지금 알고 있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나 디자인 중에서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이 얼마나 있나? 기술이나 디자인, 마케팅에서 우리는 선진국과 경쟁하고 있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중위권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본다.-섬유산업의 부가가치를 이야기한다.△섬유가 첨단 산업에 비해 뒤떨어진 산업처럼 치부하는데 잘못된 견해다. 선진국인 EU가 봉제산업으로 먹고 산다고 하면 이해되겠나. 브랜드의 가치다. 국민소득 5천불 시대의 제품과 3만불 시대의 제품은 달라야 한다. 인건비가 그만큼 올라가면 상품의 형태도 달라져야 하고 거기서 부가가치가 창출돼야 하는 것이다. 과거의 방식을 고집해서도 안 된다. 높은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제품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이유다.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산업의 형태가 바뀌어야 한다. 과거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 만들면 팔리던 의류 중심의 산업에서 고기능성, 고감성의 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거다.- 이 시대의 화두가 융합이기는 하다. 섬유산업에서도 융합이 화두가 되고 있다.△섬유산업에서 융합은 소재간의 융복합과 산업간의 융합이 모두 필요하다. 첨단 융복합 섬유소재 산업은 의류용과 생활용 및 국방, 안전 방재 등 산업용의 융복합 제품 개발을 확대하고 탄소와 슈퍼 등 고강도 고기능성 소재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특히 산업간 융합은 섬유산업이 토목과 건축, 물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올리고 있는데 이를 더 확대해 나가는 연구가 필요하다. 자동차산업만 하더라도 에어백 등 많은 분야에서 섬유와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 섬유산업계를 자주 왔다갔다. 최근의 세계 섬유산업의 동향은?△21세기의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에너지 자원과 환경적 맥락에서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섬유 패션산업 역시 지속가능성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목표를 세워놓고 제품의 수명을 연장시키거나 산업 자체를 순환 경제의 일부가 되도록 섬유 폐기물을 줄이고 지속적인 섬유의 재사용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강하다. 특히 지구환경 보호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지속 가능한 생산방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환경규제 강화와 친환경 제품 사용에 대한 규제가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친환경 섬유 개발을 위한 기술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최근 섬유산업의 글로벌 트렌드이다.- 우리보다 섬유 선진국이나 세계적인 섬유패션산업계의 친환경 소재 사용 동향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나.△EU는 그린 섬유 개발과 섬유공정 전 과정에 친환경 간계 도입 등 순환경제 가속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해서 섬유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화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쓰레기 해결을 위한 재단 설립과 기금 신설, 인프라 구축을 포함하는 법안을 통해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도 첨단 섬유 신소재 개발과 친환경 디지털 제조기술력을 강화하고 있어 질적 성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도 구찌, 발렌시아가, 생로랑, 버버리, 샤넬 등 명품 브랜드와 GAP, HM, ZARA 등 SPA(의류 생산 유통 전문 통합)브랜드, 나이키, 아디다스, 몽클레어 등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자발적으로 친환경 섬유소재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산업용 섬유에서는 BMW, GM, 볼보, 아우디 증 자동차 기럽들이 내외장용 소재를 친환경 섬유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 우리의 섬유 산업은 어떻게 해나가야 하나.△의류용 제품은 축적된 노하우와 글로벌 시장 중심의 친환경 고감성 고기능성 제품 개발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침장 인테리어 같은 생활용 섬유제품은 지역의 우수한 기술력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맞춤형 고부가 제품 개발과 온-오프라인 마케팅 확대를 통해 수입대체와 수출 확대에 나서야 한다. 산업용 섬유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탄소 아리미드 섬유 등 고성능 소재를 국산화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탄소중립과 연계해 전후방 산업에 필요한 소재 부품 장비용 융복합 제품개발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전환해 가야 한다. 입는 에어백 제조기술을 보유한 지역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이 세계 시장을 노리고 있기도 하다. 일회용인 차량용 에어백에 비해 충전용으로 30회까지 재활용 가능한 제품은 바이크나 사이클 같은 레저용에서부터 추락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산업현장에서 크게 히트할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제품들이 개발돼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대구시·경북도와의 협력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대구시와 경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사업들을 섬유산업과 연계해서 산업간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 지능형 자동차와 로봇, 반도체, 스마트, 디지털, 바이오, 뷰티, 탄소소재 부품, 친환경 소재, 신공항 이전 사업 등에서 모두 섬유산업과의 연계 협력이 가능하다. □ 조정문(趙正文·66)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 회장대구 출생. 경대사대부고. 한양대 공대 섬유공학과 졸.미 스탠퍼드대 AMP 수료.국제상사 섬유수출부, 한일합섬 섬유수출부. 새날 이사.1996년 새날테크 대표이사 사장.구미중소기업자문협의회 위원,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신성장전략위원회 위원.구미상공회의소 회장.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역임.대한민국산업포장(2016).선대로부터 이어받은 2세 경영인. 빌 게이츠도 옷을 벗고 살 수는 없다며 섬유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섬유맨.“골프를 몰라서 못 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섬유산업에서도 신기술 도입과 체질개선을 주장하고 변화를 강조한다. /이경우 편집위원

2023-06-11

하얀색 범꼬리가 바람에 살랑이자 스님과 동자 전설이 이내 피어난다

야생화가 바람에 살랑거린다. 호랑이의 꼬리를 닮았다는 하얀색의 범꼬리꽃이다. 조금 더 걸으니 이번에는 스님과 동자의 전설이 얽혀 있는 동자꽃이 보인다. 여기는 강원 태백의 대덕산 분주령이다. 분주령(1천80m) 금대봉(1천418m) 대덕산(1천307m)을 거쳐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로 이어지는 능선은 국내 최고의 야생화 군락지이다.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고 해서‘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여름의 초입인데도 숲길에선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하늘은 맑고 눈에 보이는 곳마다 야생화가 피어 있어 마음까지 환해진다. 미국의 명문장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야생화는 단 한순간도 햇빛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날씨에 감사하는 것은 인간보다 꽃”이라고 말했다. 햇살 아래 빛나는 야생화의 흔적을 찾아 여름 여행을 떠나보자. 금대봉 야생화 군락지. ◇여름꽃만 30여 종…길섶의‘야생화 천국’분주령 야생화 트레킹은 해발 1천268m의 두문동재에서 시작된다. 고지대인 두문동재는 지금도 등산객 외에는 찾지 않는 한적한 곳이지만 예전에는 ‘오지 중의 오지’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조선 개국 후 고려의 마지막 신하들이 조선 태조 이성계의 눈을 피해 이곳에 자리 잡고 두문불출한 데서 지명이 유래했다고 한다.야생화 천국으로 알려진 두문동재에서 분주령까지의 트레킹 구간은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가 날아다니고 꼬리치레도롱뇽, 참매를 비롯해 대륙목도리담비, 오소리, 고라니, 청설모, 방패벌레, 그림날개나방, 꽃등에, 맵시벌 등 다양한 동물이 함께 살고 있다. 대성쓴풀과 모데미풀, 한계령풀 같은 희귀식물도 발견된 곳이다.분주령 트레킹은 늘 새로운 느낌이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산길을 걸으면 신선한 숲의 공기가 산뜻하게 다가온다.숲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울어대는 벙어리뻐꾸기 소리는 산세를 더욱 깊게 꾸며주고, 분주령 쪽으로 오를수록 숲 또한 점점 짙어진다. 심연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야생화 천국 분주령에서만큼은 등산객도 한 명 한 명 야생화나 다름없다.길 양쪽으로 야생화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분주령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갈래길이 나온다. 한쪽은 금대봉 방향, 또 한쪽은 분주령 방향이다. 산불조심 기간이어서 막혀 있는 금대봉을 뒤로하고 분주령 방향으로 걷다 보면 확 트인 산봉우리가 보인다. 정면으로 보이는 것이 분주령, 오른쪽 방향으로 솟아 있는 것이 대덕산이다. 나무데크로 이어진 내리막길이 제법 길게 이어진다.분주령으로 가는 길섶에서 볼 수 있는 여름꽃만 해도 범꼬리를 비롯해 동자꽃, 요강나물, 할미밀망, 산꿩의다리, 좀꿩의다리, 개병풍, 노루오줌 등 족히 30종이 넘는다. 정겹고 미려한 수많은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그야말로 ‘천상의 화원’이다. ◇노루오줌·동자꽃…이름마다 갖가지 사연분주령 가는 길이 매력적인 것은 시기마다 다른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7월에는 개망초와 하늘나리, 일월비비추, 산꿩의다리를 볼 수 있다. 꽃들은 저마다 사연을 지니고 있다. 노루오줌은 노루가 다닐 만한 산에 사는데 뿌리에서 지린내가 나서 노루오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노루오줌이 이런 냄새를 풍기는 건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동자꽃에는 애절한 전설이 깃들어 있다. 옛날 어느 암자에 스님과 동자가 살았는데 스님이 마을로 내려갔다가 눈이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산사로 돌아가지 못했다. 눈이 녹은 뒤 산사에 올라보니 동자가 얼어 죽어 있었다. 스님은 동자를 양지 바른 곳에 고이 묻어줬는데, 이듬해 동자의 얼굴처럼 둥글고 붉은 꽃이 무덤가에서 피었다고 한다.이름이 재미난 꽃도 부지기수다. 할미밀망, 사위질빵, 쥐털이슬, 산꿩의다리 등은 듣기만 해도 절로 웃음꽃이 필 것만 같다. 꽃들 사이로 사향제비나비가 사뿐히 내려앉고 벌들이 웅웅거리며 주변을 맴돈다. 헬기장 옆 길가에는 개망초도 자리를 잡았다. 국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개망초는 낯익은 식물이지만 구한말에 도입된 북미 원산의 신귀화식물이다. 원래 이름은 망초인데 ‘개’자가 앞에 붙은 것은 왜일까. 망초는 왜풀, 개망풀 등으로도 불리는데 ‘왜풀’이란 이름은 개망초가 일본을 거쳐 도입됐음을 유추하게 한다. ◇이무기가 용이 된 전설이 있는 검룡소두문동재에서 약 1시간30분을 걸으니 평평하고 넓은 분지가 나온다. 이곳이 바로 분주령이다. 원래 분주령은 정선과 태백 사람들이 만나 분주하게 물건을 교환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두문동재에서 분주령까지가 평평한 산책길 같았다면 분주령에서 대덕산까지 가는 길에선 다리에 힘이 제법 들어간다. 능선을 따라 1시간 정도 올라가면 드디어 대덕산 정상이다. 바람결에 색색의 야생화가 흔들린다. 대덕산 정상에서 검룡소로 내려가는 길목에도 흑쐐기풀, 짚신나물 등 갖가지 토종 야생화들이 속속 눈에 들어온다. 길을 따라 내려가니 어느덧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다.금대봉 산기슭에 자리한 샘인 검룡소는 하루 2천t의 지하수가 석회암반을 뚫고 나와 20여m에 이르는 계단식 폭포를 만드는데 그 물줄기가 용트림을 닮았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전설에 의하면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한강의 시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왔는데, 시원이 되는 연못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친 자국이라 한다. 금대봉에는 제당굼샘, 고목나무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 예터굼에서 물이 솟아나는데 이 물이 다시 지하로 스며들었다가 검룡소를 통해 분출된다고 한다. 연중 9도를 유지하는 검룡소에서 솟아난 물이 골지천, 조양강, 동강을 지나 단양, 충주, 여주, 양수리, 서울을 지나 서해바다로 들어간다. 총길이 514㎞에 이르는 긴 여정이다. 검룡소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20여 분 정도 걸어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데, 들어가는 길이 완만하고 아름다워 산책하기에도 좋다.검룡소에 도착하면 야생화 여행이 끝지점까지 온 것이다. 두문동재에서 출발한 지 대략 4시간 30분. 꽃향기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새 길이 끝났다. 길은 끝났지만 아직도 야생화의 향기는 코끝에 묻어서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다. 여행팁금대봉~대덕산 야생화 감상 코스는 둘로 나눌 수 있다. 두문동재~금대봉 구간은 산책 같은 코스로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이다. 야생화와 함께 본격 산행을 하고 싶다면 대덕산 코스로 가면 된다. 대략 4~6시간 걸린다. 트레킹을 마친 뒤 원점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대개 검룡소 주차장에 차를 두고 태백지역의 콜택시를 타고 두문동재로 가서 트레킹을 시작하는 게 좋다. 야생화 트레킹로는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관광보존지역이다. 1년에 두 번 출입을 통제한다. 2월 15~5월 15일, 11월 1~12월 15일엔 산길이 폐쇄되니 이 기간은 피해야 한다. 야생화 트레킹을 하려면 국립공원공단 태백산 예약통합시스템에서 미리 예약해야 한다. /최병일 작가

2023-06-08

고령, ‘스마트시티’로 지역소멸·환경문제 해결 나선다

고령군은 스마트도시를 체계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사람을 생각하는 스마트 고령이라는 슬로건’으로 스마트 도시계획 수립용역을 일찌감치 진행했다.스마트도시란 구체적으로 어떤 걸 의미할까? 그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 ‘토지이용 용어사전’을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도시의 경쟁력과 삶의 질의 향상을 위하여 건설·정보통신기술 등을 융·복합하여 건설된 도시기반시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시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지칭한다.”고령군은 미리 시작한 용역의 결과로 지난 2021년 5월 26일 전국의 군 지역에서는 최초로 국토교통부로부터 승인을 받아냈다.이후 사업의 첫 단추로 행정안전부의 ‘2022년 디지털타운 조성사업’에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인구소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건강누리마을 조성사업’을 신청했고, 이 역시 선정됨에 따라 총사업비 10억원(국비 5억, 도비 1억5천, 군비 3억5천)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추진하고 있다.건강누리마을 조성사업은 관내 경로당 20곳을 선정해 각종 의료측정기기와 인공지능(AI) 대화로봇을 비치해 어르신들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강샘터 서비스’를 핵심으로 한다.이외에도 홀몸어르신, 장애인 등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의 건강과 생활안전을 위한 ‘건강두레 서비스’로 함께 구성하여 더불어 추진 중이다. □ 인구소멸과 환경문제 해결 위한 기반시설 조성또한 군청, 경찰서, 소방서, CCTV관제센터, 시장, 주요관광지 등 주요 생활시설과 거주지가 집중된 대가야읍에는 스마트도시의 기반시설들이 조성되고 있다.이는 현재 직면하고 있는 인구소멸, 교통, 환경, 안전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의 ‘2023년 스마트시티 솔루션 확산사업’ 공모에 지난 4월 13일 최종 선정돼 총사업비 40억원(국비 20억, 도비 6억, 군비 14억)을 확보함으로써 추진 동력을 얻었다.고령군은 군민들의 생활안전을 위해 112 긴급영상 및 긴급출동 지원서비스, 119 긴급출동 지원서비스, 재난상황 긴급대응 지원서비스, 사회적 약자·어린이 및 치매노인 보호서비스 등 도시안전 연계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에 진력하고 있다.또한 차량번호 인식, 재난데이터를 연계해 제공하는 등의 스마트도시 통합플랫폼 구축, 신호등이 없는 무신호구간의 보행자나 운전자들의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스마트 횡단보도(20곳), 보차도(보도와 차도)의 정보수집 및 전달용 스마트 폴, 대가야초등학교 주변의 어린이들을 위한 안전용 스마트 폴, 군정을 홍보하기 위한 미디어용 스마트 폴(25곳)도 설치하는 중이다.덧붙여 경로당을 방문하는 어르신들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스마트 헬스케어(13곳), 지산동 고분군을 탐방하는 고객들의 안전과 탐방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스마트 지산동 고분군 탐방로 관리 등을 구축하는 스마트시티 솔루션 확산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 도시 이미지 개선할 지산동 고분군 유네스코 등재특히 대가읍은 대가야의 도읍지로 지산동 고분군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하여 고분군 탐방로 관리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도시 이미지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도 더불어 기울이고 있다.주목할 것은 또 있다. 오는 2023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지산동 대가야 고분군들을 보다 더 체계적으로 관리 보존하고자 국토교통부의 ‘2023년 디지털 트윈국토 시범사업’에 ‘신비의 세계유산 대가야 고분군 디지털 트윈 구축’이라는 부제로 지난 5월 말에 공모를 신청했다.이 사업의 핵심 세부사항은 △고령군 전 지역의 건축물들과 대가야 고분군을 쌍둥이로 만들어 디지털트윈 기반을 갖추는 대가야 고분군 디지털트윈 서비스 △대가야 고분군 지역을 드론으로 촬영해 재해·재난·멧돼지 등에 의해 손상된 고분군을 원형그대로 복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드론기반 고분군 형상관리 서비스 △고분군 발굴현장과 기록들을 가상기술(그래픽)로 재현하는 VR기반 고분군 발굴기록 서비스 등이다.‘지형 공간정보체계 용어사전’은 스마트도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영상회의 등 첨단 IT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미래형 첨단도시다. ‘유시티’라고도 불리며 유비쿼터스 기술을 이용하여 도시 내 모든 시설들이 지능화시키고 통신하면서 다양한 유비쿼터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의 개념이기도 하다.”이에 따르면 고령군의 미래가 스마트도시인 동시에 유시티로 진화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 이남철 고령군수 “방문객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터”앞서 언급한 ‘토지이용 용어사전’에 따르면 아래와 같은 시설을 스마트 도시기반시설이라고 한다.△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기반시설 또는 공공시설에 건설 · 정보통신 융합기술을 적용하여 지능화된 시설 △초고속정보통신망, 광대역통합정보통신망, 지능화된 시설로부터 수집된 정보와 스마트도시의 관리 · 운영시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전달하는 유·무선 센서망 △스마트도시서비스의 제공 등을 위한 스마트도시 통합운영센터 등 스마트도시의 관리 · 운영에 관한 시설 △스마트도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보의 수집, 가공 또는 제공을 위한 건설기술 또는 정보통신기술 적용장치로서 폐쇄회로 텔레비전 등의 시설 등.고령은 이처럼 첨단화된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순서를 밟으며 나아가고 있다.“스마트도시 건설을 위한 일련의 사업들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후 지산동 고분군 형상관리와 향후 가야문화권 지방자치단체 확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해 공모사업에 적극 응하고 있다”는 것이 이와 관련된 고령군 관계자의 설명이다.이남철 고령군수 역시 “대가야읍을 비롯한 고령군 전역을 스마트도시로 조기에 조성해 군민들 삶의 질을 높이고, 고령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스마트하고 아름다운 도시의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고령/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23-06-07

봉화 베트남마을, 韓-베트남 관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길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그곳을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누구나 ‘호안끼엠(還劍) 호수’를 찾게 된다. 서울이라면 광화문, 대구라면 두류공원, 포항이라면 영일대해수욕장처럼 외국인은 물론 그 지역 주민들까지 산책과 휴식을 즐기는 공간. 기자 또한 지난 5월 두 차례에 걸쳐 그곳을 돌아봤다.호안끼엠 호수 산책로엔 거대한 조형물이 서있다. ‘리 왕조’의 태조 이공온(李公蘊·974~1028)의 동상이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처럼 우뚝하다. 이공온은 어떤 인물일까? 이 궁금증에 ‘리브레위키’가 답한다.“베트남 역사상 최초로 중앙집권체제를 확립하고, 지금의 하노이를 수도로 정한 황제다. 974년 박린성 뜨선에서 태어났다. 1009년 나라가 내란에 휩싸이자 학식과 인품 모두에서 존경받던 이공온이 차기 황제로 추대된다. 수도를 옮긴 후에는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각 계층간의 화합에도 힘을 기울였다. 불교를 국교로 삼아 문화를 발전시켰고, 주변 국가의 침탈도 막아내 백성들의 존경을 받았다.”한 나라 수도 한복판에 동상을 만들어 그 업적을 기릴 정도라면 ‘리 왕조’와 이공온이 베트남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터.‘리 왕조’는 216년간 지속되다가 사라진다. 영원히 지속되는 영광이란 세상에 없는 법. 차오른 달은 때가 되면 기운다. 왕국 통치자의 성(姓)이 ‘이씨’에서 ‘진씨’로 바뀐 것. 이어 ‘리 왕조’ 혈족들에 대한 살육이 시작된다.글 싣는 순서1. 한국과 베트남 교류 역사의 시작2. 동반 성장의 파트너가 된 베트남3. 봉화군이 조성할 베트남마을4. 베트남인들이 생각하는 한국과 봉화군5. 봉화군과 베트남이 함께 꿈꾸는 내일 ◆봉화 충효당의 주인공 이장발은 베트남 ‘리 왕조’ 태조의 후손이공온의 7대손인 왕자 이용상은 목숨이 백척간두에 선 상황을 피해 먼 고려로 몸을 피한다. 망명이었다. 고려의 왕은 이용상을 내치지 않고 예를 갖춰 맞았다.그가 처음으로 밟은 고려의 땅이 황해도 화산이기에 ‘화산 이씨’라는 성(姓)도 사용하게 했다. 지금으로부터 800여 년 전인 1226년이다.몰락한 ‘리 왕조’의 왕족들은 이후 고려에 뿌리를 내리고 살았다. 세월은 흘러 1392년 왕국의 이름이 고려에서 조선으로 바뀌었다. 화산 이씨 역시 고려의 백성에서 조선의 백성으로 살게 됐다.1592년. 조선 역사에서 가장 큰 비극이라 할 수 있는 임진왜란이 발발한다. 곳곳에서 의병이 일어섰다. 봉화도 다르지 않았다. 봉화가 고향인 화산 이씨 가문의 장발(長發)은 분연히 떨쳐 일어나 문경 일대에서 일본군과의 전투에 나선다. 홀어머니를 두고 이장발이 전사했을 때 그의 나이 겨우 열여덟이었다.‘베트남마을 조성 예정지’ 가운데 들어서 있는 봉화 충효당은 이장발의 기개와 애국심을 높이 평가한 조선의 유림들이 기꺼운 마음으로 만들었다. 자그마치 8세기 가까이 이어진 ‘화산 이씨’와 ‘봉화군’의 인연은 위와 같이 요약될 수 있다.그간 한국과 베트남은 두 나라 모두 왕국에서 공화국으로 변했고, 수없이 많은 통치자가 나타났다가 사라졌지만 양국이 오래 이어온 인연의 끈은 그것들과는 무관하게 아직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60년 전 베트남전쟁에서의 비극을 떨치고,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우방국으로 서로를 인식하며 경제와 문화 교류를 가속화하고 있는 한국과 베트남.봉화군이 전력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베트남마을 조성사업’이 21세기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역사와 문화를 잇는 교류의 다리될 것”인터뷰 박현국 봉화군수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교류의 다리가 되고, 미래세대에겐 두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교육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할 ‘베트남마을 조성 프로젝트’는 박현국 봉화군수의 역점 추진사업 중 하나다.베트남마을 조성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박 군수는 지난 5월 초 17명의 봉화군대표단을 구성해 ‘리 왕조’의 태동지 베트남 박린성 뜨선시를 방문하기도 했다.본지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베트남마을 조성과 관련해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묻고, 박 군수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구체적인 봉화군 베트남마을의 모습을 들어봤다.-봉화군에 ‘베트남마을’이 조성돼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뭔지.△나라가 서구열강에서 독립해 부강해지면 많은 국가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반드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을 거친다. 베트남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 중국에서 독립해 독립된 국가를 이뤘던 베트남 ‘리 왕조’에 대한 문화나 역사에 대한 재조명이 아닐까. 봉화군은 베트남 리 왕조의 역사가 이어지는 국내 유일의 유적지로서 다른 어떤 지역보다 한국-베트남 교류와 협력의 상징이 될 베트남마을 조성의 최적지라고 믿는다.-베트남마을 조성은 봉화군이 추진할 주요사업 중 하나다. 어떤 이유에서 이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것인가.△봉화는 현재 지방 소멸 위기에 직면한 인구 3만의 농촌지역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 된 킬링 콘텐츠가 절실하다. 나는 우리 군과 베트남 리 왕조의 인연이 바로 그것이라 생각한다. 베트남마을 조성, 즉 베트남 콘텐츠 선점은 농촌 일자리, 농산물 판로 확대, 문화교류와 관광 활성화, 인구 증가 등 다양한 방면에서 봉화군에 활력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기에 사명감을 가지고 추진 중이다.-올해 새롭게 추진될 베트남마을 조성 관련 사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우선 하드웨어적으로는 봉화 충효당과 재실을 잇는 ‘교류의 길’과 연꽃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특별교부세 20억 원을 신청해 놓았다. 대규모 사업 전 기초 인프라를 닦기 위해서다.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올 하반기 베트남 뜨선시 우호대표단 초청과 국제 자매결연 체결을 통한 지속적인 문화 교류를 진행할 예정이다.-지난 5월 초 베트남 박린성 뜨선시를 찾았다. 베트남마을 조성에 관해 어떤 구체적인 협조와 지원을 약속 받았는지 궁금하다.△이번 방문에서 많은 성과를 얻었다. 항 바 위 뜨선시장은 베트남 건축양식에 대한 자문을 약속했고, 꾸억 투언 박린성 부성장은 “베트남마을 조성사업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사업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하반기 봉화군 우호교류단 초청과 국제 자매결연 체결 요청에 흔쾌히 응하며 실무단 구성을 지시했다.-예상되는 고용 창출 효과, 인구 증가 효과,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 등을 포함한 베트남마을의 대략적인 모습은.△베트남을 생각할 때 우선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한 역동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붕화군이 만들 베트남마을도 현지 주민과 베트남 다문화인, 다양한 관광객이 공존하는 역동적인 명소가 되었으면 한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고용 창출 및 인구 증가 등의 효과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베트남마을 조성사업 보완용역에 반영해 연말에 가시화 시키려고 한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기대를 부탁하고 싶다.끝/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6-06

"이준석, 당 공천 받기 어려울 듯" 신평 변호사 예측

지난해 대선을 즈음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적 견해를 주고 받는 친밀한 관계가 부각,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신평(67) 변호사. 그후 지금까지 1년여 동안 한국 정치의 민감한 고비 때 마다 매번 강도 높은 쓴소리로 일관해 왔다.그러다 소위 대깨문 등 정치 일각의 집중 포화에 시달리다 가족이 공황장애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여권 일부가 불편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2023년 현재 한국 정치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신 변호사를 3일 경주 황리단길 인근 사정동 그의 자택에서 만났다.신 변호사는 “지난 20여년간 매일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 1시간씩, 하루 2시간 동안 미국 공영 시사 라디오 프로 NPR을 청취해 왔다”며 “이제는 세계 정세에 대해 웬만한 외신 기자 보다 밝다”고 조심스레 말했다.신 변호사는 하루 일과를 오전 6시부터 자택에 붙어 있는 텃밭 500여평에서 농사일로 시작한다. 상추와 옥수수, 감자, 호박, 오이 등을 재배하는 모습은 영낙없는 촌로다. “요즘은 산딸기가 많이 나 지인들과 나눠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자랑했다.“오후 시간에는 서너시간씩 독서 삼매경에 빠진다”고 했다. 텃밭 한켠에 만든 소규모 건물 서재에서 “요즘‘논어’를 읽는 중”이라고 했다. 저녁 식사 후에는 부인과 황리단길 주변 고분공원 등지에서 매일1시간여 동안 산보룰 한다. “서울은 자녀도 만나 볼겸 방송사 출연이 있을 때 가끔씩 간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의 인연은?△ 대선 1년전 쯤인 지난 21년 페이스북과 한겨레신문 칼럼을 통해 윤 대통령을 ‘검찰 지상최고주의와 출세주의자’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지인들이 한번 만나보길 권했다. 당시 윤 대통령과 독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매우 선하고 인품이 훌륭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또 강한 리더십이 느껴졌고 평소 ‘운동권 청산이 차기 정권의 시대정신’이라는 소신이 윤 대통령을 돕게 됐다. 대선 과정에서는 선거 일정을 마친 늦은 밤, 윤 대통령과 전화를 통해 정치적 견해를 주고 받기도 했다.- 현 정국에서 신 변호사의 정치적 입장과 역할은?△ 윤석열 정부 성립에 작은 기여를 한 사람으로서, 윤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다. 직책이 없으니 외곽에서 응원할 뿐이다.- 내년 총선에 대한 전망?△ 여야 모두 내부적인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국힘당은 당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 당대표의 리더십이 약해 보인다. 특히 최근 갤럽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35% 수준에 머물렀다. 40% 중반에는 안착해야 안정적인데 걱정스럽다.일반적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비대위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민주당은 이탄희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상정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국힘당의 경우 ‘올 가을쯤에는 비대위 구성 내지 선대위원장 체제로 가야 하지 않느냐’는 예측이 많다.최대 관건은 ‘양당 모두 내년 총선을 앞둔 향후 11개월 동안, 어떻게 성공적인 진화를 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사실 국힘당 내부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국회 150석 확보가 좀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하는 것 같다.- 내년 총선에서 대구경북의 전망은?△ 국힘당 전원이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구·경북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는?△ 아쉬운 점이 많다. 국정에서 썩 두각을 나타내는 분이 많지 않다.- 내년 총선에서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물갈이 수준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과거에도 매번 절반 가까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은 공천= 당선이기 때문에, 중앙당에서 부담 없이 물갈이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MZ세대 중심 총선이 될 가능성은?△ 그렇게 돼야 한다.- 이준석 전 국힘당 대표에 대한 당 공천은?△ 이준석 본인은 ‘억울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윤 대통령을 너무 비하했고 실제 그렇게 처신을 해왔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계속 비난했다. 과연 그런 사람에게 어떻게 공천을 줄 수 있나. 反윤석열 행보가 너무 멀리 간 것 같다.- 이준석이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MZ세대의 역풍이 없을까 ?△ 없다고 본다. 이준석은 ‘젊은층을 많이 흡수했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젊은 여성 유권자들이 대거 민주당으로 갔다. 이준석이 가진 상징성이 ‘능력주의’와 ‘안티 페미니즘’인데 시대적 흐름에 뒤쳐져 있다. 젊은층의 폭 넓은 지지를 받는데에는, 도리어 이준석이 방해가 되고 있다. 젊은 남성 유권자 표에서는 조금 손해를 보겠으나, 국힘당이 이들을 흡수 할 보완책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조국의 차기 대권 주자설과 내년 총선 관악갑 출마설을 제기했는데.△ 한국의 정치 지도자는 ‘고난의 서사’와 ‘사람을 끌어 모으는 힘’ 등 2가지 덕목이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야권에는 조국을 필적할 만한 인물이 없다. 이재명도 어느 정도 근접하지만, 조국이 이재명 보다 낫다.조국 본인의 입장에서도, 현재의 깊은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는 정치 밖에 없을 것이다. 조국이 현재 진행중인 재판 2심에서 실형을 받는 돌발사태가 없다면, 반드시 출마할 것이다. 현재 여의도에는 조국이 내년 총선을 위해 관악 갑에 공을 들인다는 소문이 나 있다.- 최근 “안철수가 당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 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는데 그 이유는?△ 지금은 밝힐 수가 없다. 시간이 좀 지나면 이야기 할 때가 올 것이다.- 안철수의 미래는 어떻게 보는가?△ 지난 국힘당 대표 선거에는 안철수가 나서면 안되는 타이밍이었다. 왜 출마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안철수가 전략적 사고를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대통령 임기 초반에 안철수 미래권력이 내년 총선을 지휘하겠다고 나선 것은, 현 권력에 대한 도전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 도전하는 세력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안철수는, 그가 가진 상징성 때문에, 국힘당의 상당한 정치적 자산이다. 정치적 지도자의 2가지 덕목을 고려할 때, 현재 국힘당에는 안철수 보다 나은 조건의 정치인은 없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정치적 자질도 높이 평가한다. 내년 총선에서 국힘당에게는, 안철수가 꼭 필요해 보인다. 그 이유는 총선 승리의 키 포인트인 중도층과 수도권 표심을 움직이는데, 안철수의 역할이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얼마전 ‘윤대통령이 자기 지지층 구애를 위해 서문시장을 4번 방문했다’고 지적해 여권에서 논란이 됐는데.△ 내년 총선은 중도층과 수도권 표심이 결정한다. 그걸 간과하면 결코 이길 수 없다. 물론 윤 대통령의 핸디캡인, 지역 기반이 없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대구경북 텃밭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수도권 표심에 무게 중심을 두지 않을 경우 패인이 될까 염려된다. 또 국힘당 일부에서는 현재의 민주당 악재들을 거론하며 “내년 총선은 우리가 질 선거가 아니다”라고 자신하지만,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민주당이 향후 11개월 동안 젊은층을 흡수하는 등 혁신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월 사육비 250만원,국비 지원 안돼 파양’에 대한 발언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는데.△ 제가 얼마전 유기보호견센터에서 안락사 직전의 8개월 된 믹서견 한 마리를 입양했는데, 월 사료비가 10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의‘풍산개 월 사육비 250만원 계산법’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또 사진을 자세히 보면 문 전 대통령은 개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 이미지 정치를 위해 개의 위대한 가디언(수호자)으로 연출하는 것이 우습기만 하다. 반면 본인 입장에서는 거짓 연출이 괴로울듯 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차기 대권 후보 가능성은?△ 홍 시장은 지난해 대선 당내 경선에서 “국민 여론조사에서 이겼으나 당내 투표에서 져 대통령 후보가 못 됐다” “후보가 됐으면 내가 대통령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을 안티하기 위해 국민여론조사에서 홍시장에게 표를 몰아주는, 역선택을 한 결과로 보인다. 시대가 변하고 있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논객 활동의 힘든 점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 했다. 조국사태에서는 제가 처음으로 글을 올려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소위 대깨문들의 정치적 비난 등 인터넷 집중 공격을 받고 집사람이 공황장애로 경주동국대병원에 입원하는 등 1년째 약을 먹고 있다. 나는 끄떡 없지만 가족들의 고생이 많다. 최근에는 조국 교수의 대선 출마를 예견했다가 우파의 심한 공격을 받았다. 한국 정치는 좌·우파 모두 과열 팬덤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뿐이다. 윤 정부에 이어 차기 정부도 우파가 집권하길 바란다. 우파 정권 10년이면 한국이 안정과 번영을 이룰 것이다. 그때쯤 되면 386운동권 세력이 퇴조를 하면서 민주당도 정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이 보수·진보의 건강한 양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 오를 수 있을 것이다.인터뷰를 하는 동안 신 변호사의 부인이 차와 과일, 주전부리 등 3가지를 내놨다. 이날이 3번째 방문이었는데 매번 격식을 갖춘 손님 응대였다.기자가 휴지를 사용할 경우 신 변호사는 바로 일어나 쓰레기통을 가져다 줬고, 노트북 전기코드를 바닥의 콘센트에 연결할 때는 먼저 허리를 굽혀 도왔다.또 신 변호사의 부인은, 현관에 벗어 둔 기자 구두의 방향을 신기 편하게 반대로 돌려 놓아 주었다.신 변호사는 상대 입장을 헤아리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성품을 가진 것으로 보였다. /박진홍기자 pjhbsk@kbmaeil.com

2023-06-04

흥행대박 ‘문경찻사발축제’ 명성 가을 오미자·사과축제가 잇는다

한국의 모든 도시가 마찬가지다. 그 도시를 발음하면 자연스레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기 마련.경북 문경 역시 다를 바 없다. 문경새재의 아름다운 풍광과 숲의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맑은 공기는 문경으로 향하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여기에 더해 문경은 품질 좋은 도자기의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조선 초기부터 분청사기와 백자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으로 이름이 높았던 문경은 미려하고 다양한 형태는 물론, 오묘한 빛깔로 호평 받는 도자기와 찻사발로 이름이 높다. 도자기를 사랑하는 수집가들은 “문경은 도예 부문 무형문화재와 명장의 작품 도자기를 만날 수 있기에 자주 찾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위의 언급처럼 문경에는 전통 방식의 도자기 제작법을 지켜가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유명한 도요지 역시 많다. 규모가 큰 도자기박물관도 있다.그렇기에 지역의 전통을 이어가고,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기 위해 문경시는 오래전부터 ‘찻사발 축제’를 개최해 왔다, 찾는 이들이 많았고 인기도 높았다.이와 관련 문경시 관계자는 “한국 도예의 전통을 지켜가겠다는 건 우리들의 변하지 않는 지향이고, 의지다”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 사태’ 후 첫 대면 축제 ‘2023 문경 찻사발축제’지난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국에선 ‘대면 축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반갑지 않은 손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 탓이었다. 나라 전체가 그런 달갑지 않은 상황을 긴 기간 겪어야 했다.문경 또한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품인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알림으로써 여행자들의 예술적 욕구를 충족시킬 ‘찻사발축제’을 오랜 기간 열지 못했다. 그러나, 영원히 지속되는 불행과 비극은 없는 법.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문경 찻사발의 매력을 대면 축제를 통해 홍보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29일 시작돼 5월 7일까지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에서 펼쳐진 ‘2023 문경 찻사발축제’가 그 생생한 현장이었다.문경시 관계자에 의하면 “축제가 진행된 9일간 24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문경을 찾아 문경 도예의 진수를 만끽했다”고 한다. 특히 장시간 노력을 들인 기획전시와 특별행사, 체험행사와 부대 이벤트 등 50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접한 방문객들은 “알차고 의미 있는 전시와 행사였다”는 평가를 내놓아 축제를 준비한 이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게 문경시의 설명.지역에서 열리는 축제는 그곳을 기반으로 생활하는 소상공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이 형성되는 게 정한 이치이기 때문이다.이번 축제로 문경시가 도자기와 특산물 판매, 간접 고용 등을 통해 얻은 경제 효과는 약 150억 원. 찻사발을 포함한 문경 도자기의 가치를 알리는 효과 외에도 지역민에게 적지 않은 실익이 돌아간 것이다. □ 철저한 축제 준비로 문경 찾은 관광객들 호평 이어져사실 그간 ‘문경 도자기는 좋은 만큼 비싸고 구매하기가 까다롭다’는 선입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23 문경 찻사발축제’는 이런 선입견을 없애줬다.가지려고 하면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5천 원부터 몇만 원대의 생활도자기를 대거 선보인 것. 그러니 적지 않은 축제 방문객들이 문경에서 만들어진 값싸고 실용적인 생활도자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또한,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고가의 명품 도자기도 하루 20~30점을 10만 원대 가격에 내놓은 파격행사도 만나볼 수 있었다는 게 참석자의 전언이다. 이는 축제 기간 펼쳐진 ‘문경 도자기 명품 경매’가 눈길을 끌었던 가장 큰 이유다.21세기형 축제가 지난 시절과 변별되는 가장 큰 지점은 ‘체험’이다. 스스로 행사에 참여해 주인공이 되는 경험은 어린아이들은 물론 어른까지 즐거움 속으로 이끈다. 올해 ‘문경 찻사발축제’는 여기에도 주목했다. ‘체험 행사’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찻사발 빚기, 찻사발 그림 그리기, ‘황금 찻사발을 찾아라’, 다례 시연, 스탠딩 찻자리 등의 다종다양한 소통형 프로그램을 대거 만든 건 이른바 ‘신의 한 수’였다.이 프로그램들은 관람객은 물론 문경시민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어낸 것. 이는 찻사발축제장의 활력소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는 칭찬을 받았다.‘2023 문경 찻사발축제’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그 추억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은 “문경시민과 더불어 즐겼던 시민의 날 행사와 마술사 이은결의 공연 등 참여형 콘텐츠는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문경시 역시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다른 걱정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게 입장료와 주차 요금을 없애고, 행사장을 오가는 전동차를 운행했던 것도 성공적인 축제 운영의 한 축이었다”고 자평했다. □ 올 가을엔 문경 오미자축제와 사과축제가 여행자들 기다려2023년 봄을 ‘찻사발축제’가 장식했다면, 오는 가을엔 문경의 또 다른 축제 2개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문경 ‘오미자축제’와 ‘사과축제’가 바로 그것.앞서 말한 것처럼 특정 도시를 떠올리면 이어지는 관련 이미지가 있는데, 문경의 연상 이미지 중에는 도자기와 함께 오미자와 사과도 있다.여러 문헌에 따르면 오미자는 혈류 개선, 고혈압, 뇌졸중, 심혈관 질환 예방, 면역력 개선, 당뇨병 예방, 호흡기 질환 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약용식물. 덧붙여, 오미자의 항산화 성분은 피부 질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특히, 문경에서 생산되는 오미자는 해발 고도 300m 이상의 깨끗한 자연에서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되고 있기에 좋은 품질을 예전부터 인정받고 있다. 이를 토대로 문경은 오미자를 이용한 각종 제품을 다양하게 생산한다.부끄러움 없이 내세울 수 있는 농산품을 가진 고장은 그것을 핵심 주제로 하는 축제를 만들게 되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 그렇기에 문경의 ‘오미자축제’는 찻사발축제 못지않은 문경시의 대표 행사로 관광객들의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이를 증명하듯 작년 9월엔 문경에서 ‘다섯 가지 맛의 비밀-문경 오미자’라는 슬로건 아래 관련 축제가 성대하게 열렸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축제 현장을 찾아 문경 오미자의 맛과 향을 즐겼다.지난해엔 채 걷히지 않은 ‘코로나19’ 걱정으로 6만 명의 관광객이 문경을 찾았지만, ‘코로나 엔데믹’이 선언된 올해는 더 많은 이들이 새콤하고 달콤하며 약용 성분까지 듬뿍 품은 문경 오미자를 맛볼 수 있을 듯하다. 문경시 역시 “올해는 보다 철저한 준비와 내실 있는 축제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도록 오미자축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비단 초가을 오미자축제만이 아니다. 가을이 좀 더 깊어질 10월엔 ‘문경 사과축제’가 출격 준비를 하고 있다. 그야말로 연이은 행복한 페스티벌이다.문경에서 오랫동안 사과를 재배해온 농민들은 “중산간 지역 비옥한 토질에서 자라는 우리 지역 사과는 당도가 높고 맛과 향이 뛰어나다. 그래서 ‘꿀사과’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며 엄지를 세운다.지난해 10월 중순 개최된 ‘문경 사과축제’에선 200t이 넘는 사과를 방문객들이 구입했다. 이는 현장에서 확인된 문경 사과의 인기를 가감 없이 보여준 사례다.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의 제목에서 착안한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 사과’라는 카피 또한 축제장을 찾은 가족들의 웃음을 불렀다.올해도 문경시 농민들과 문경시청 축제 담당자, 각계의 전문가들이 아이디어를 모아 사과축제의 성공을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이번 주말엔 어디로 가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명쾌한 해답을 주고 있다.‘문경의 봄’은 찻사발축제로 빛났다. 이제 곧 다가올 여름을 넘기고나면 시작될 ‘문경의 가을’. 그 계절엔 문경 ‘오미자축제’와 ‘사과축제’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 기다림은 지루함보다는 행복에 가깝다. 문경/강남진 기자75kangnj@kbmaeil.com

2023-06-04

전국 배드민턴 동호인 2천명 ‘셔틀콕 대향연’

포항시가 주최하고 경북매일신문, 포항시배드민턴협회가 주관하는 ‘포항국제불빛축제 기념 2023 포항시 OPEN 배드민턴대회’가 지난 3∼4일 이틀간 포항종합운동장 만인당 체육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이번 대회에는 전국 950여개 배드민턴클럽 동호인 2천여명과 응원차 방문한 가족 1천여명 등이 참석해 전국 최대 규모의 ‘셔틀콕 대향연’을 벌였다.첫날 개최된 개막식에는 최윤채 경북매일신문 사장과 안승도 포항시 남구청장, 백인규 시의회 의장, 김일만 시의회 부의장, 김종익 포항시의원, 함정호 포항시의원, 박용선 경북도의회 부의장, 김유곤 포항시체육회 부회장, 황종현 포항시배드민턴협회장 등 많은 내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개회식 직후 진행된 황금라켓(18k)과 LED TV, 배드민턴 용품 등 푸짐한 경품이 걸린 행운권 추첨 이벤트는 동호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황금라켓의 주인공으로 선정된 최수영(48·동해면)씨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당첨돼 너무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최윤채 경북매일신문 사장은 대회사를 통해 “포항국제불빛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개최된 본 대회는 올해 18회째를 맞게 됐다”면서 “이번 대회에는 무려 950여개팀이 참석하면서 전국 최고의 배드민턴 대회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본 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협회·동호회의 애정과 성원 그리고 포항시와 배드맨턴 협회의 헌신과 봉사 때문이었다”면서 “이번 대회에 출전한 모든 동호인들은 목표한 성적을 올리면서 포항에 대한 좋은 추억도 함께 가져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안승도 포항시 남구청장은 “배드민턴은 오랫동안 실생활에서 친숙한 생활운동으로 자리잡아 남녀노소 누구든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면서 “대회 참가 동호인들은 땀을 흘리며 모든 스트레스를 날리는 한편 소통과 화합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환영사를 했다.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은 “배드민턴 동호인들의 포항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생활체육 배드민턴 발전과 해양관광·스포츠 명품도시인 포항이 전국에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용선 경북도의회 부의장은 “오늘 대회를 알차게 즐기시고 포항에서 즐거운 추억 많이 쌓아가시길 바란다”고 했다.전국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배드민턴 강호들은 이번 포항대회에서 남·여 복식과 혼합복식 3개 종목에서 20∼60대 연령별로 셔틀콕을 주고 받으며 열전을 벌였다. 포항 형산강클럽 이동현(31·해도동)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클럽 대항전을 통해 1년간 실력을 키웠다”라면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한편 이번 대회 기간 종합운동장 주변 숙박업소와 식당 등이 대회 참가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지역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0대 초급 복식’ 우승자 인터뷰“파트너와의 연습경기 도움 행복한 마음으로 운동할 것”“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승하면서 바라던 C급으로 승급하게 돼 정말 기쁘고 기억에 남는 대회가 됐다”며 “어느 대회든 첫 경기가 매우 중요한데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는 24대 25로 단 1점차 진땀승을 거두면서 우승까지 갈 수 있었던것 같다”고 말했다.포항시가 주최하고 경북매일신문과 포항시배드민턴협회가 주관한 2023 포항시 OPEN 배드민턴 대회에서 포항 지곡동 한마당체육관 사철클럽 소속 정석배(51)씨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50대 초급 복식 종목 우승을 거머쥐면서 파트너 윤기배(55)씨와 함께 초급에서 C급으로 승급했다.그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파트너 윤씨와 최대한 많은 연습경기를 치루면서 호흡을 맞춘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회 당일 첫 게임을 가져오면서 굳었던 몸이 풀렸고 덕분에 남은 게임까지 연승을 거두면서 우승을 차지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정씨는 “배드민턴을 시작한지 6년차가 되면서 점점 더 욕심이 생기고 있다”며 “최종 목표는 A급이지만 배드민턴을 항상 행복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건강도 찾고 삶의 활력도 지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강준혁기자사진=이용선기자

2023-06-04

고난의 역사 겪은 한국과 베트남, 강한 나라로 거듭나다

“현재 경북 봉화군은 ‘베트남마을 조성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그곳 봉성면 창평리엔 당신들의 조상인 ‘리 왕조’ 후손 이장발의 애국심을 기려 세운 충효당이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일대에 역사와 문화, 휴양을 동시에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베트남역사관, 공연장, 연수·숙박 시설, 잘 꾸며진 정원까지 들어설 예정이다.”기자의 말을 들은 주한 베트남관광청 리 쓰엉 깐(65) 대사는 “그 소식은 들어서 이미 알고 있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가 이어졌다.“이미 천 년 전부터 활발하게 교류했던 두 나라의 관계가 재정립되고, 지금 진행되는 한국과 베트남의 협력이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기에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36년, 베트남에서 29년을 살았다. 두 나라는 고난의 역사를 겪었다는 점과 충효를 중시하는 정서 등에서 많은 공통점이 있다.”리 쓰엉 깐 대사는 13세기 초반 베트남에서 고려로 ‘정치적 망명’을 감행한 ‘리 왕조’의 왕자 이용상의 후손이다. 1994년 베트남으로 귀화하기 전엔 이창근이란 이름의 한국인으로 생활했다. 그러니, 누구보다 양국의 국민성과 지향점을 잘 알고 있을 터.비단 이창근 대사만이 아니다.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과 베트남 모두가 과거 식민지였던 경험을 가지고 있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지속적인 독립운동을 전개했다는 사실 정도는 인지하고 있다.글 싣는 순서1. 한국과 베트남 교류 역사의 시작2. 동반 성장의 파트너가 된 베트남3. 봉화군이 조성할 베트남마을4. 베트남인들이 생각하는 한국과 봉화군5. 봉화군과 베트남이 함께 꿈꾸는 내일 ◆식민지 경험과 뜨거웠던 독립 의지라는 공통점한국은 20세기 초반 팽창하던 제국주의 국가 일본에게 국토와 국권을 빼앗긴다.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름을 일본식으로 바꾸고, 자신의 땅에서 생산된 각종 재화를 일본에게 수탈당했다. 국민의 거의 전부가 일본의 종살이를 한 형국이었다.베트남은 이보다 먼저 19세기에 프랑스의 식민지가 됐다. 제국주의의 착취 양상은 유사하다. 프랑스도 베트남 노동자들을 강제 징발했고, ‘아편의 원료를 재배하라’는 부도덕한 명령까지 내리는 등 베트남 국민의 일상을 파괴했다.억압이 심해질수록 한국과 베트남의 독립의지는 뜨겁게 불붙었다. 이민족으로부터 나라를 해방시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독립투사들’이 생겨난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이화여자고등보통학교에 다니던 유관순은 독립 만세를 외치다가 옥사(獄死)한다. 고문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었을 때 그녀의 나이 겨우 열여덟이었다. 윤봉길은 자신의 나라를 탄압하던 일본의 고위관료와 장성을 처단하기 위해 폭탄을 품고 중국 상해로 떠난다. 당시 그의 나이도 겨우 스물넷.한국에 유관순과 윤봉길이 있다면, 베트남엔 ‘보 티 사우’가 있다. 150㎝ 남짓의 조그만 소녀는 자신의 민족을 배반하고 프랑스의 주구(走狗)로 살던 베트남 관료를 폭사시킨다. 보 티 사우가 던진 폭탄에 프랑스 군인 20명도 부상당한다.식민지 베트남에서 열린 프랑스의 법정. 법관은 그 조그만 소녀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총살이 집행되던 날. “내 나라의 강과 산을 보며 죽겠으니 눈가리개를 풀어라”고 당당하게 일갈하며 순국한 보 티 사우는 유관순보다 한 살 어린 열일곱이었다. ◆나라 위해 기꺼이 생명 버린 베트남계 조선인 이장발한국과 베트남 청년들의 순정한 애국심은 비단 20세기 전후에만 발휘된 게 아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에도 봉화 출신의 열여덟 살 청년 하나가 문경새재에서 일본군과의 교전 중 사망한다. 이장발(1574~1592)이다.홀어머니를 지극한 효성으로 섬기던 그는 ‘더 큰 어머니’인 조국을 위해 주저함 없이 생명을 바친다. 그는 ‘리 왕조’의 혈통인 화산 이씨. 그러니, 말하자면 베트남계 조선인이다.1750년 조선 유림들은 이 어린 청년의 기개와 용기를 높이 평가해 ‘충효당 화산 이공 유허비’를 세우고, 충효각을 지어 그의 정신을 기렸다. 이장발이 죽음을 목전에 두고 남겼다는 시는 이런 내용이다. ‘두산백과’를 인용한다.百年存社稷·백년사직을 구할 계획을 가지고六月着戎衣·유월에 갑옷을 입었다憂國身空死·나라를 위해 몸은 죽지만思親魂獨歸·어머니 못잊은 혼백은 돌아가네이장발은 1226년 베트남에서 고려로 이주한 이용상의 후손이다. 이용상 역시 몰락한 외국의 망명객을 따스하게 맞아주며 ‘화산 이씨’라는 성(姓)까지 선물한 고려를 위해 몽골군과의 전투 최전선에서 용맹하게 싸웠다는 기록이 전한다.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난 이창근 대사와 ‘리 왕조’ 건국 기념행사 덴도 축제가 열린 박린성 뜨선시에 동행한 화산 이씨 종친회 이부영 부회장은 입을 모아 말했다.“아무리 강한 외세일지라도 굴복하지 않고, 부모를 섬기는 걸 높은 가치로 평가하며, 무엇보다 자녀들의 교육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예나 지금이나 한국과 베트남은 닮았다”고. 여기에 이런 말도 덧붙였다.“한국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반면, 베트남은 그렇지 않다. 인구의 대다수가 30대 이하인 젊은 국가다. 한국의 경제개발 노하우와 베트남 젊은이들의 열정이 효과적으로 결합된다면 두 나라는 더불어 커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사실 1960~1970년대에 걸쳐 벌어진 베트남-미국간 전쟁에 한국이 참전한 시기를 제외하면 양국의 우애는 나빴던 때가 거의 없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다. ◆한국-베트남간 우호적 교류 전통 이어갈 봉화 ‘베트남마을’‘동북아문화연구 제26집’에 실린 강은해(계명대학 인문대)의 논문 ‘한국 귀화 베트남 왕자의 역사와 전설’의 서두는 아래와 같이 시작된다.“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는 일찍이 서로 동경하고 소통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중국이나 몽골, 일본 등 주변 국가와 달리 양국의 관계는 침략으로 얼룩지지 않았다…(중략) 우리나라 고려시대 황해도 옹진현에는 베트남 리 왕조의 왕자 이용상(李龍祥)이 망명해 화산 이씨의 시조가 되었다는 전설과 문헌 사료가 전해오고 있다…(중략) 조선시대 1598년 정유왜란 때 진주에 살았던 선비 조완벽은 왜구에게 잡혀 일본으로 끌려갔다가 교토의 상인에게 팔려 문자를 안다는 이유로 상선을 타고 베트남을 세 차례나 오갔다. 베트남 사람들은 그에게 이수광의 시를 보여 주며 고아(高雅)한 시를 쓴 조선 선비에 대한 존경과 호의를 표시하기도 하였다…(하략).”위의 논문을 통해 알 수 있듯 2023년 현재 한국과 베트남의 활발한 경제·문화 교류와 양국 사람들이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나, 관광을 하러 서로의 나라를 찾는 건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이미 수백 년 전, 아니 1천여 년 전부터 두 나라가 밀접하고 호의적인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왔다는 건 여러 고문헌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위에 언급한 논문엔 ‘망명객 이용상’이 정치적 박해 탓에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고향 땅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에 관한 구전도 인용된다. 이런 대목이다.“高麗(고려) 때, 安南國(안남국·베트남)의 왕자 李龍祥(이용상)이라는 이가 우리나라에 망명을 해왔는데, 그는 고국 생각을 잊을 수 없어, 항상 이 바위 위에 올라서서 고국이 있는 남쪽 하늘 끝을 바라보고는 방성통곡하였다고 한다. 이런 일로 인하여 뒷날 이 바위를 越聲岩(월성암)이라 불러온다는 것이다.”고려와 대한민국, 13세기와 21세기가 무엇이 다를까? 고향을 그리워하는 건 인간 보편의 감정이다. 오죽하면 미물인 여우조차 죽을 때는 고향 쪽으로 머리를 둔다고 했을까.봉화군이 추진 중인 ‘베트남마을 조성 프로젝트’는 한국인에겐 오랜 친구인 베트남과의 교류 역사를 떠올리게 하고, 한국으로 이주한 베트남인들에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줄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계속)/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05-30

지역 예술가들 ‘형산장여관’에 묵다

여관의 사전적 의미는 ‘여행객이 묵는 집’이다. 누군가에게는 어쩌다 한 번 머무는 공간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에게는 거듭 돌아오는 장소일 수 있다. 어떻든 간에 떠나는 자들의 공간인 여관은 여인숙을 밀어내고 한 시대를 풍미하다 지금은 신축 숙박업소에 밀려 사라졌거나 후줄근한 이미지로 연명한다. 포항시 남구 포스코대로 436번지에도 시류를 놓쳐버린 여관이 있었다. 과거에는 여행객이 묵었지만 오랫동안 방치되었다가 지금은 예술이 묵는 곳이 된 ‘형산장여관’이다. 시간의 더께를 그대로 간직한 공간은 예술과 어우러져 상상 이상의 공간이 됐다. 형산장여관을 ‘ART436’으로 재탄생시킨 문화예술협동조합 ‘잇다’의 안성용 대표를 만났다. 그는 30년 넘도록 송도의 시간을 렌즈에 담는 다큐멘터리 사진가이다. -낡은 여관은 어떻게 갤러리가 됐나.△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으로 지원받고 나머지는 예술인들이 십시일반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허가한 단체는 전국에서도 드문 것으로 안다. 지난해 인가를 받고 꿈틀로 인근의 비어있는 건물을 수소문한 결과, 포항의 스토리를 간직한 건물을 찾았지만 건물주는 예술가들에게 임대하기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매매하길 원했다. 그러다가 오랫동안 비어있던 형산장여관과 연이 닿았고 포스코 집수리 봉사 단체와 예술인이 힘을 모아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낡고 거친 그대로의 인테리어가 독특하다.△별다르게 덧댄 건 없고 벽을 턴 정도이다. 처음에 들어가 보니 10년 전 달력이 그대로였고 천장에서는 빗물이 샜다. 10개 넘는 객실마다 침대와 화장대, 화장실의 세면대와 양변기를 뜯어내니 쓰레기양이 어마어마했다. 원형을 보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최대한 손을 덜 댔다. 전시장이라면 하얀 벽이 기본이지만 부서진 벽돌을 그대로 두었다.-칠이 벗겨진 간판도 그대로다.△사실 초기에는 관람객뿐 아니라 일부 회원들도 민망하다고 간판을 떼버리자고 했다. 여관에 들어가는 걸 누가 보고 오해라도 하면 어쩌냐는 말도 하더라. 철거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한번 파괴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다들 포항역을 아쉬워하지 않나. 포항역은 포항 시민의 추억이 서린 곳이다. 역사는 한번 지워지면 복구가 안 된다. 오래된 것은 파괴할 것이 아니라 고쳐 써야 한다.-갤러리가 되기 전 형산장여관의 스토리를 들은 바 있나.△형산장여관은 1970년대 만들어졌다. 형산큰다리 건너기 직전에 위치해 포스코 협력업체나 연관업체 직원들이 출장와서 묵었다고 한다. 한창 경기가 좋을 때는 지하 주점도 제법 돈을 끌었다고 들었다. 세월이 흐르고 더 좋은 숙박시설이 생기면서 이용객이 줄었다.-형산장여관을 갤러리로 만든 주축은 문화예술협동조합 ‘잇다’이다. 예술가들이 협동조합을 조직한 이유는.△ 작가들에게 늘 아쉬운 것은 관객과 만나는 공간이다. 규격화된 공산품은 온라인으로 봐도 상관없지만 예술품은 실물을 영접해야 진가를 알 수 있다. 작가들이 재능을 마음껏 펼치고 판매를 통해 적게나마 수익을 창출하는 공간이 필요했다. ‘ART436’은 작가들의 필요를 모두 담은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작가 개인은 이루기 어려워도 모이면 힘이 커진다.-기존 전시 공간으로는 부족한 편인가.△50만 인구라면 최소 50곳의 전시장이 있어야 한다. 포항에는 시립미술관, 문화예술회관, 중앙아트홀, 문화예술팩토리(북구청), 꿈틀로 스페이스298 등의 전시장이 있다. 이외에도 몇몇 있지만 예술을 바라보는 형편없는 시각을 드러낼 뿐이다. 시립미술관은 한국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공공미술관의 역할이 있다. 지역 작가들이 전시하기 좋은 곳들은 기획전만 하거나 원하는 일정을 잡기 어렵다. ‘ART436’은 지역 작가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대관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7회 정도 전시를 했다. 현재는 포항예술문화연구소의 정기전 ‘시선의 경계’가 열리고 있다.- ‘ART436’이 된 형산장여관에 숙박객 대신 예술가들이 묵는다고.△ 1층은 갤러리이고 2~3층은 입주작가 작업실이다. 회화와 조각, 사진, 영상, 디자인, 설치, 문학 등 전 장르의 작가들이 입주해 있다. 입주작가는 공모를 통해 모집했다. 월세는 10~15만원으로 전기나 수도요금은 조합의 프로젝트를 통해 충당한다. -문화예술협동조합 ‘잇다’의 특별한 운영 원칙이 있나.△ 특별한 것은 없다. 예술품을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열려있다.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참여한다. 사진을 하다 보니 주위에 사진가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여러 장르의 작가들이 모이니 액자에만 갇혀있던 작품이 설치미술과 결합하고 장르를 넘나들면서 작품이 풍부해졌다.-궁극적인 예술 활동은 예술가 개인의 몫으로 여겨진다.△물론 장단점이 있다. 문이 항상 열려있는 나의 꿈틀로 작업실은 동네 사랑방이다. 손님이 오면 커피를 내려주는데 종이컵 수거함이 금세 꽉 찬다. 하지만 그런 만남 속에서 협업 프로젝트가 나온다. 나의 작업을 위해서는 따로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낮에 사람을 만나느라 여유가 없는 날은 밤늦은 시간을 빌려와야 한다.-30년 넘게 포항 송도를 렌즈에 담아왔다. 요즘도 송도를 촬영하나.△강의가 없을 때는 작업실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송도를 어슬렁 거린다. 대부분의 사진 촬영이 송도 해변이나 송도의 뱃공장 주변에서 이뤄진다. 계절마다 아침저녁으로 풍경이 다르고 찾는 이들도 달라 변화무쌍하다. 뭐 그렇게 찍을 것이 많냐고 하지만 매일 찍는 사람이 더 촬영할 거리가 많다. 요즘은 동빈대교 교각 기둥이 올라가는 모습이 주요 기록 대상이다.-송도에선 너나없이 사진을 찍는다. 사진가의 렌즈가 향하는 곳은 일반과 어떻게 다른가.△사진가는 대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이 드러나야 한다. 내가 다른 걸 찍는다면 그건 두 가지다. 하나는 시간을 수용하는 방식이다. 사진을 찍는 순간 시간은 정지된다. 사진은 시간을 가두는 일이다. 자전거를 타는 풍경을 찍는다고 치자. 어디든 렌즈를 들이댈 수 있지만 자전거의 뒤를 표현한다면 곧 사라지는 시간이 개입된 것이다. 대상에 따라 시간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를 매 순간 고민한다. 그리고 주목하는 또 하나는, 대상과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내용이다. 나는 한 공간에서 다른 커뮤니케이션이 생성되는 체계를 주목한다. 같은 공간 속의 인물들이 동일한 목적에 충실한 장면이 아니라 공감대가 깨진 상황을 포착한다. 다소 엉뚱하고 생뚱맞은 장면이 던지는 새로움과 신선함을 즐긴다.-송도를 고집하는 이유는 뭔가.△작가는 흉내 낼 수 없는 무엇을 해야 한다. 지난 시간을 담은 사진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 송도해수욕장의 전성기는 60~70년대였다. 내가 포항에 온 1990년대 송도는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올여름 재개장을 앞두고 있다. 무려 16년 만이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목격한 기록자이다. 송도 모래사장이 도로가 되었다가 다시 해수욕장이 되는 과정을 촬영했다. 해수욕장이 역사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살아나는 모든 시간을 기록했으니 나는 운이 좋다.-자신의 작업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작가는 작업을 함으로써 의미와 소통이 이뤄진다. 작업을 제대로 하려면 위대하게 해야 한다. 슬쩍 폼만 잡아선 안 된다는 말이다. 나는 아직 작업량이 많지 않다. 30년간 송도 촬영만 몇십만 컷을 했지만 의미 있는 작업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물리적으로 하루에 필름 10롤은 찍어야 한다. 돈으로 치면 하루 30만 원, 1년에 억 단위의 필름을 소비해야 한다. 구구한 변명이지만 현실이 그렇다.-송도의 기록을 통해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송도 사진을 전시하는 뮤지엄을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송도에서 촬영한 100년의 사진이 필요하다. 포항의 2세대 사진가인 이도윤 선생이 60년대부터 송도를 담았다. 선생은 한국사진작가협회의 산증인으로 사진의 미학적 측면을 추구한다. 태풍에 부서지거나 손상된 송도 풍경이 거의 없는 이유다. 황송하게도 필름을 통째로 넘겨주셔서 디지털 작업을 해놓았다. 이도윤 선생의 60년에서 80년대 송도 사진과 90년도 이후 나와 후배들의 사진이 있으니 송도 100년 사진 전시관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전국의 사진하는 친구들이 포항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사진 잘하는 도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포항은 빛의 도시이고 사진은 빛의 예술이다. 지금까지 포항 경제의 주축이 포스코였다면 앞으로는 사진을 비롯한 문화가 차세대 먹거리가 될 것이다.-렌즈에 담고 싶은 단 한 컷이 있다면.△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아직도 송도 주변을 서성거린다. 내일 나타나길 바란다.안성용 사진가는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를 졸업하고 대구대학교에서 사진학 석사와 조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0년 포항공대 홍보과 교직원으로 포항에 정착하면서 송도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2001년부터는 전업으로 사진에 전념하고 있다. ‘더, 포항’ 외 5권의 사진집을 펴냈고, 24편의 방송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다. 현재 포항사진작가협회 회원이며, 문화예술협동조합 ‘잇다’ 대표이사이다. 국내외 사진작가들의 축제인 ‘사진의 섬 송도’를 기획해 올해로 제7회 행사를 앞두고 있다./배은정 작가

2023-05-29

주말엔 화사한 수국길 따라 힐링 산책 어떠세요

프랑스의 시인인 제라드 드 네르발(Gerard de Nerval)은 모든 꽃은 자연에서 피어나는 영혼이라고 했다. 시인의 말대로라면 우리가 꽃을 좋아하는 것은 자연의 영혼과 교감하는 일일지도 모른다.꽃도 유행을 타는 것 같다. 최근까지 가장 인기 있었던 꽃은 유채꽃이었다. 아직도 가을철에는 메밀꽃이 대세고 겨울철에는 동백꽃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꽃은 아니지만 불과 3년 전만해도 전국이 핑크 뮬리(분홍억새)가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9년 국립생태원에서 핑크 뮬리가 생태계를 교란하는 식물로 지정한 이후 빠르게 퇴출됐다. 핑크 뮬리가 사라진 자리를 채운 것이 바로 수국이다. 수국은 한자로 ‘물 수(水)’에 ‘국화 국(菊)’ 자를 쓴다. 이름에 걸맞게 물을 좋아하고 국화처럼 넉넉한 꽃을 피운다. 수국하면 제주도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경남 고성에 있는 그레이스 정원은 조금 덜 알려진 수국정원이다. 정갈하게 조성된 수국정원은 이름 그대로 성스러운 느낌마저 준다. 이번 주말에는 탐스럽게 핀 수국을 따라 꽃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수십만 그루 수국이 맞아주는 민간정원경남 고성 백암산 뒤편에 비밀의 정원이 있다. 2020년 6월 25일 문을 연 그레이스 정원은 수국을 테마로 한 59만5천여㎡ 규모의 민간정원이다. 메타세쿼이아가 마치 군인처럼 도열한 입구부터 보랏빛 수국이 화사한 꽃송이를 자랑한다. 6월 중순은 넘어야 제대로 만개할 터인데 올해는 일찍 찾아온 더위 탓인지 벌써부터 정원 곳곳에서 수국이 얼굴을 들이밀었다.돌담을 따라 올라가니 구릉과 언덕에도 각양각색의 수국이 만발하다. 숲 한가운데는 붉은 벽돌로 지은 작은 교회도 있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공연장도 있다.그레이스 정원은 경남 창원의 마금산 온천에서 온천장을 운영하는 조행연(여·78) 씨가 15년에 걸쳐 가꿔온 정원이다. 그레이스정원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눈치 챘겠지만 실상 이 정원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조 씨가 선교센터를 지을 목적으로 만든 곳이다.정원의 시작은 자신이 운영하는 온천장에 있던 메타세콰이어를 옮겨 심는 것이었다. 길 양옆으로 정갈하게 줄지어 메타세콰이어를 심은 뒤 숲 한가운데 붉은 벽돌로 교회부터 지었다. 그때부터 정원과 식물에 대해 공부했다. 원예와 관련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고 유튜브를 뒤졌다. 하나하나 공부해가면서 정원 만들기를 진두지휘했다. 10여 년이 넘게 정원을 꾸미는 과정에서 조 씨는 자료를 뒤지고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조언을 얻어 식물과 관련한 실전 지식을 익혔다.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는 지금도 매일 창원에서 인부들을 태우고 출퇴근한다. 정원에서는 팔을 걷어붙이고 손수 꽃밭을 일구고 나무와 꽃을 심는다. ◇허세 없이 담백하고 성스러운 수국 천국조 대표가 처음 수국을 심게 된 것은 지난 2006년 창원의 갈멜수도원 수녀들로부터 얻은 수국 300주가 계기가 됐다. 수녀들이 캐낸 수국을 정원에 옮겨 심었는데 이듬해부터 탐스럽게 피어나는 수국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 수국이 꽃이 피는 시기나 토양에 따라 전혀 다른 색깔의 꽃을 피운다는 것을 알게됐다. 처음에는 흰색에 가깝다 시간이 지나면 연한 녹색을 띠고 이후 밝은 파란색을 거쳐 자주색이나 분홍색으로 변했다. 심지어 토양에 따라 꽃의 색이 변하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토양이 알칼리성이면 분홍색이 짙어지고 산성이면 푸른색으로 변한다. 중성이면 흰색꽃이 핀다. 새로운 품종의 수국을 수집해 심는 재미도 있었다.그레이스 정원에서는 다양한 수국 품종을 볼 수 있다. 재래종인 산수국이 특히 많다. 꽃송이가 큰 서양 수국과는 매우 다르게 생겼다. 매우 아기자기하고 화사하면서 품위가 느껴진다. 그레이스 정원은 전문가들이 본다면 어딘가 허술해 보일 수도 있지만 허세나 과장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꽃의 생태적 특성보다는 꽃이 주는 위안을 생각하여 만든 정원이라 더 친근하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메타세콰이어 길에 한쪽은 수국을 심고 반대쪽에는 경사진 물길을 놓고 작은 연못을 만들어 물소리를 배치한 조경이다. 그레이스 정원의 수국은 청명한 날에도 좋지만 장맛비가 그치고 꽃과 잎의 색감이 짙어질 때 더 청량하다.정원에는 수국만 있는 건 아니다. 정원 위쪽의 경사지에는 자작나무와 해국을 심어 멋스러움을 더했다. 이밖에도 꽃산딸나무, 꽃창포, 수레국화, 옥잠화 등 다양한 꽃을 즐길 수 있다. 온 몸을 휘감아 도는 짙은 풀 냄새를 맡으면서 꽃과 미소를 나누노라면 자연이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은총’을 주는지 실감하게 된다. 햇살은 더 농밀해지고 수국을 따라가는 길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여행수첩그레이스 정원은 한 바퀴 둘러보는 데 1시간 40분 정도 걸린다. 정원에는 가벼운 산책 코스 외에 깊은 숲속 트레킹 코스도 있다. 이 밖에 숲속 교회, 갤러리, 연못 등 소소한 볼거리가 걷는 재미를 더한다. 입장료는 어른 5천원, 청소년 4천원, 어린이 3천원이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연중무휴)다. 주말에는 오전 8시~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이곳도 들러보세요△34만㎡ 규모 ‘만화방초’고성에는 또 한곳의 수국 명소가 있다.‘만 가지 꽃과 향기로운 풀들이 있는 곳’이라는 뜻의 만화방초(萬花芳草)가 그곳이다. 규모는 그레이스 정원이 더 크지만 수국정원을 먼저 조성한 곳은 만화방초다. 1997년 정종조 대표가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안식처를 마련해 주고자 수국을 심기 시작하면서 조성한 정원이다.만화방초의 전체 공간은 33만578㎡인데 이중 6만6천115㎡는 야생 녹차밭이며 야생식물도 700여 종이나 서식하고 있다. 정원에는 200종이 넘는 다양한 품종의 수국이 제 색깔로 자라고 있다.일부 수국정원이 수국을 보다 화려하게 보이기 위해 인공으로 색깔을 내는 경우가 있지만 만화방초는 자연을 최대한 살리자는 정 대표의 철학을 충실하게 구현했다.포크레인 작업을 거의 하지 않고 길도 원래 짐승이 다니던 길을 그대로 활용했다. 만화방초는 오래 가꿔온 곳이니만큼 식생도 다양하고 공간도 다채롭다. 노랑어리연꽃이 만개한 작은 연못이 있는가 하면, 계곡 옆으로 울창한 편백나무와 수국이 어우러진 공간도 있다.편백숲에서 돌아 나오면 기억의 동산이 나타난다. 조용히 산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추억에 잠기는 장소다. 잠시 마음을 비울 시간을 갖도록 테이블과 의자가 여러 개 놓였다. 햇빛에 색이 바랜 장독 수십 개도 설치됐다. 장독 아래로는 차나무가 자란다. 그 너머로는 고성 전경이 펼쳐진다. 산 아래로 전경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눈이 시원해진다.만화방초에서 수국이 가장 많이 핀 곳은 수국꽃길이다. 6월 초입인데도 탐스러운 수국이 지천으로 피었다. 정원 위쪽은 벽방산으로 이어지는데 정 대표는 전망대까지 수국을 심어 그야말로 수국천지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최병일 작가

2023-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