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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어부들의 안전과 풍어를 가져다 주었던 ‘죽변항의 수호신’

겨울 해변의 풍경은 삭막하고 차갑게 느껴진다. 그러나 해변 모래밭을 거닐고 있거나 산책하는 연인을 볼 때면 낭만적인 분위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녹인다. 붉은 기운을 뿜으며 동해에 솟아오르는 아침 해맞이는 언제나 가슴이 벅차오른다. 푸른 바다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물비늘은 한 줄기 햇살이 만든 자연의 걸작품이다. 그 풍경은 언제 보아도 장관이며 늘 나에게 용기를 심어 준다. 더더욱 고기잡이배들이 새벽의 정적을 깨고 뱃고동 소리를 울리면서 항구를 드나들 때면 항구의 아침은 활기에 차 넘친다.그 옛날 신비의 섬 울릉도에서 바다를 건너 이곳 울진 죽변항에 정착한 노거수가 있으니 바로 울진군 죽변면 후정리 297-2번지에 주소를 두고 살아가고 있는 향나무이다. 그는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찬란한 아침의 장관을 맞이하는 죽변항의 수호신이다. 그의 삶을 높이 평가하여 나라에서는 1964년 1월 31일 천연기념물 제158호로 품계를 높여주었다. 지난해 여름 울진에 살고 있는 집안 조카 집을 아내와 함께 방문했다. 가족과 함께 해변에 있는 횟집으로 점심 먹으러 갔다. 물회가 유명하고 맛있다고 하여 한 그릇을 뚝딱 먹고는 죽변항에 정박해 놓은 낚싯배를 보러 갔다. 그는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을 배에 태워 연안 근처 체험 낚싯배를 운전하고 있었다. “겁나고 위험하지 않니?”라고 물어보니 해양경찰과 항상 연락하고 있어 안전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대왕 문어를 잡고 낚싯배를 운영하는 것이 재미도 있고 행복하다고 덧붙여 말했다.우리를 ‘폭풍 속으로 드라마 세트장’으로 안내하여 주변의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구경시켜 주었다. 우린 ‘하트해변’을 보면서 ‘용의 꿈길’을 걷고 등대를 둘러보고 죽변항을 구경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세계 4대 인류 문명의 발상지는 모두 강을 끼고 있었지만, 오늘날 세계 80억 인구 중에 삼분의 이가 바다에서 60km 이내에 살고 있다. 바다가 우리 삶의 중심축으로 변해가고 있다.”라고 말해 주면서 자긍심을 심어 주었다.지난해 제대로 보지 못한 울릉도에서 왔다는 후정리 향나무 노거수를 올해 ‘나즐로(나 홀로 즐겁게) 노거수 여행’에서 마주했다. 그는 1916년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발행 ‘거수(巨樹)·노수(老樹)·명목지(名木誌)’ 기록에 416살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니 올해는 523살이 된다. 산 나이로 따지면 죽변항의 터줏대감이다. 이를 주민들도 인정하고 죽변항 수호신으로 경배하며 제사를 모시고 있다.향나무 노거수 전설에 콘텐츠의 옷을 입혀본다. “그 옛날 죽변항은 괭이갈매기가 모래밭에 앉아 졸거나 창공을 나르며 고깃배를 호위하고 있다. 어부들은 작은 항구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바쁘다고 총총거리며 뛰거나 서둘지도 않는다. 느긋하게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향나무 한 그루가 괭이갈매기 안내를 받으며 울릉도에서 망망대해 동해를 건너 울진 죽변항에 도착했다. 주민들은 울릉도에서 떠밀려온 것으로 알고 울릉도가 바라보이는 바닷가 언덕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향나무는 밑둥치에서 두 가지로 하늘로 뻗어 자랐다. 한 줄기는 곧게 하늘로 자랐으나 다른 한 줄기는 도로변으로 비스듬히 누워 자랐다. 가지는 아래로 처졌다. 마을 주민들은 더 이상 쓰러지지 않도록 서로의 몸에 쇠사슬로 묶거나 지팡이로 지지해 주었다.그리고 보니 쌍둥이 향나무 노거수라 해도 좋을 듯하고 처진 향나무 노거수라 해도 좋을 듯하다. ‘쌍둥이’란 말은 함께 한다는 외롭지 않다는 느낌이 있으나 ‘처진’다는 말은 뭔가 힘이 빠지는 느낌이 있어 아무래도 ‘쌍둥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주민들의 사랑에 감동한 향나무는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어부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풍어를 가져다주었다. 향나무 노거수는 주민들의 보살핌을 받고 주민들은 향나무의 멋진 모습과 진한 향기에 기쁨과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서로 상생하면서 사랑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향나무는 울릉도와 울진 죽변항을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맺어 주었다”푸른 하늘 흰 구름의 배경에 구불구불한 가지에 몽실몽실한 잎은 향나무 고유의 미를 한껏 높여 놓았다. 눈길을 뗄 수 없다. 아름다움에 빠져 한참을 몸과 마음이 정지 화면이 되었다. 고사 된 두 가지를 제거하지 않고 방부, 방수 처리하여 미라로 만들어 놓았다. 동물 형상의 조형 작품 같았다.또 다른 향나무 두 그루는 하나는 언덕 아래로, 다른 하나는 언덕 위로 누워서 자라고 있다. 땅속에 있어야 할 뿌리가 거의 모두 땅 밖으로 노출되다시피 하여 보는 사람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나무의 생명의 끈질김은 우리 인간의 생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향나무 노거수는 당집을 가지고 있었다. 통나무집으로 지붕은 기와를 얹었다. 태극 문양을 가슴에 달고 바닷가 도로변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인사를 주고받으면 앞으로 수백 년 세월을 또 보낼 것이다. 햇살이 내리쬐는 바다에는 윤슬이 보석처럼 반짝거리고 향나무 노거수 푸른 잎에는 바닷바람이 입맞춤하고 있다. 조그만 항구의 쌍둥이 향나무 무궁하여라. 울진군민의 지극한 나무 사랑울진군은 맑고 깨끗한 바다와 하늘, 그리고 솔이 울창한 산을 가지고 있는 살기 좋은 아름다운 고장이다. 특히 울진군 죽변항은 해산물의 보고이며 동해안 어업 전진기지이다. 울릉도와 직선 거리상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향나무는 측백나뭇과의 상록침엽교목으로 전국에 분포한다. 동해안 지방의 해안과 울릉도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잎에는 인엽과 침엽의 종류가 있다. 침엽은 흔히 3륜생이고 아래가지에 많다. 인엽은 둔두로서 끝이 가지에 거의 붙는다. 자웅이주 또는 드물게 자웅동주로서 꽃은 4~5월에 피고 열매는 다음 해 9~10월에 자흑색으로 익는다.본 향나무는 1916년 일제 강점기에 조사한 내용을 보면 한반도 전역에 향나무 25주 중 경북에 3그루가 기록되어 있다. 당시 수고는 9m, 수령은 416년으로 기재되어 있다. 현재 수령을 계산하면 523년이 된다. 키는 13.5m이다. 울릉도에서 파도에 떠밀려 내려온 향나무 노거수를 심었다는 전설로 보아 울진 군민의 나무 사랑을 짐작할 수 있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3-12-20

교토, 京都, Kyoto… 어디로 가라는 거지?

먼저 옛날이야기 하나.X세대인 기자가 중학교에 입학했던 1984년.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없던 생소한 과목의 교과서를 여러 개 만나게 됐다. 대표적인 게 ‘영어’와 ‘한문’.요즘이야 각종 선행학습이 있어 초등학교 저학년도 영어를 곧잘 하고, 고학년이 되면 중학교 수학을 미리 예습 한다고 하지만, 20세기엔 그런 경우가 드물었다.무슨 그림 같은 글자의 획수를 외우고, 그걸 어떻게 읽는지 알아내야 하는 ‘한문’은 여러 중학생들을 곤혹스럽게 했다.당시 기자의 한문 교사는 시험을 봐서 틀리는 문제의 숫자대로 매를 때렸던 사람. 겨우 열서너 살 아이들의 허벅지에 멍이 들도록 매질을 했으니, 지금이라면 난리가 날 일이지만 40년 전엔 그런 교사가 적지 않았다.어쨌건, 그 ‘무서운 교사’ 덕분(?)에 어거지로 한문을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폭력은 인간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키진 못하지만 쉽게 굴복시키곤 했으니. ▲맞아가며 배운 한자가 일본에서 도움이 될 줄이야세월은 흘렀고, 이제 기자의 나이가 중학교 시절 한문 교사보다 많아졌다. 그 세월 속에서 일본을 여러 차례 여행했다.오키나와, 홋카이도, 후쿠오카, 오사카…. 이 도시들을 돌아다닐 때 한자를 읽을 줄 안다는 게 큰 도움이 됐음을 부정할 수 없다.지하철이나 전철을 이용하며 역 표지판을 볼 때도 그랬고, 식당에서 일본어로 적힌 메뉴판을 앞에 놓고도 그랬으며, 심지어 오키나와의 한 극장에서 상영되는 할리우드 영화의 일본어 자막을 살필 때도 그랬다.맞아가면서 배운 한자의 도움을 중년이 돼서 받았으니, 이걸 ‘스승의 은혜’라고 불러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하다. 각설하고.지난 11월 17일. 오사카에서의 두 번째 날이 밝았다. X세대와 MZ세대를 불문, 오사카를 찾는 관광객 열에 예닐곱은 인근 도시 교토(京都)를 찾는다고 한다.교토는 한국에 비유하자면 경주와 같은 위상을 가진 도시다. 고풍스러운 동시에 거리마다 역사의 흔적이 스며있다고 했다. 흥미가 생겼다. 그러니, 가볼 수밖에.오사카에서 지하철과 전철을 이용해 1시간 정도면 교토에 도착할 수 있고, 거기서 버스로 20여 분을 더 가면 청수사(淸水寺)가 있다고 했다.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이 사찰이 어떤 곳인지 여행안내서 ‘저스트고(Just go) 관광지’가 알려준다.“교토 기요미즈데라(청수사)는 오토와산(音羽山) 중턱의 절벽 위에 위치한 사원으로 들어서기 전까지는 위태로워 보이지만 막상 들어서면 탁 트인 전망에 가슴까지 시원해진다.본당에서 바라보이는 모습이 절경이다. 사찰 안에는 사랑을 이뤄준다는 지슈진자(地主神社)와 마시면 건강·학업·연애에 효험이 있다는 오토와 폭포가 있다. 8세기에 오토와 폭포를 발견한 엔친 대사가 관음상을 모신 것이 이곳에 절이 생긴 시초다. 기요미즈(淸水·맑고 깨끗한 물)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한다. 사계절 모두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지만 4월에는 벚꽃이 만발하고, 11월 말부터 12월 초에는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든다.” ▲교토, 京都, Kyoto… 이것들 중 어떤 게 익숙한지기자가 교토 인근 오사카를 찾은 건 11월 중순. 때마침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철이었다.그래서였을까? 오사카 외곽에서 교토로 향하는 전철을 타는 역엔 여행자 차림을 한 이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물론 거기엔 한국인도 적지 않았다.일본 전철은 한국의 지하철처럼 이용하는 거리에 따라 요금이 정해진다. 정확한 전철 이용 요금을 알기 위해선 먼저 역에 걸린 노선도에서 자신의 목적지를 찾아야 한다. 거기에 지불해야 할 요금이 적혀 있으니까.기자의 눈엔 어렵지 않게 ‘京都(경도)’란 한자라 보였다. 승차권 판매기 앞에서 발권을 하고 있는데,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국인 커플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노선도를 올려다보며 “교토가 어디 있지?”라고 서로에게 묻는다.하기야, 오사카 교외 전철노선도는 서울 지하철노선도 만큼이나 복잡하니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 X세대의 친절함을 발휘해 MZ세대를 돕기로 했다.“저기 노선도 왼편 위쪽에 경도가 있잖아요.”“경도요? 교토가 아니고요?”“한자로 경도면 그게 교토잖아요.”“아, 그래요? 우린 한자를 잘 읽지 못해서.”기억에 의하면 그 노선도엔 영어 표기가 없었던 것도 같다. 어쨌건 MZ세대 여행자들에겐 한자 표기보다 영어 표기가 익숙한 듯했다. 물론, 이런 개인적 경험을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같은 학교 선후배라는 둘은 하루 만에 청수사는 물론, 교토의 또 다른 명소인 금각사(金閣寺)와 은각사(銀閣寺)까지 돌아볼 계획이라고 했다. 오가는 게 만만치 않은 거리다. 그런 일정을 가볍게 소화해낼 수 있는 MZ세대의 에너지가 부러웠다.쉰 살을 넘긴 이후의 여행에선 마음보다 몸이 먼저 지치는 경우가 흔하다. 기자 또한 그런 나이가 됐다.그래서 가능하면 하루에 한두 군데 이상의 관광지는 찾지 않는 패턴이 고착화되고 있다. 무리한 일정을 짜면 다음날이 힘들어진다는 걸 알기 때문.환한 웃음을 남긴 채 손을 잡고 사라지는 MZ세대 커플의 뒷모습을 보면서,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인도 남부 베나울림 해변길을 슬리퍼 신고 6km나 걸어도 멀쩡했던 기자의 청년시절이 떠올랐다. 그 순간, 잠시잠깐 서글퍼졌다는 걸 부정하고 싶지 않다.그렇다. 유행가 노랫말처럼 누구에게나 빛나는 젊음의 시간이 있지만, 그 시간은 너무나 짧고 올 때처럼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게 세상사 불변의 이치다. ▲청수사 아래엔 매력적인 일본풍의 오르막길이 있고…지하철에서 전철을 갈아타고, 다시 버스로 환승한 후 그 버스에서 내려 30여 분 가까이 걸어서 어렵사리 도착한 청수사는 솔직히 말하자면 예상했던 기대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이런 말을 하면 괜한 자국 우월주의자로 오해받을 수도 있겠지만, 사찰의 미학적 완성도는 경주 불국사에 미치지 못했고, 청수사 인근 산의 단풍 또한 설악산 단풍의 휘황함에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외려 기자를 매료시킨 건 청수사를 오르내리는 ‘길’과 그 길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골목’이었다. 고아(高雅)한 일본풍의 목조주택이 늘어선 길과 골목엔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과 카페, 선술집이 여러 개 있어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일본 전통과자의 달콤함을 맛본 것도 좋았다.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한 시기라 인테리어가 독특한 작은 선술집에서 따끈한 청주 한 잔을 청해 마셨다. 옆자리에 앉은 노부부가 조그만 접시에 담긴 완두콩을 맛있게 먹고 있길래, “나도 주세요”라고 했는데, 나중에 계산서를 보니 삶은 완두콩 8~9알까지 돈을 받고 파는 안주였다. 팝콘과 통조림 옥수수 따위의 ‘한국식 공짜 안주’에 익숙한 기자였기에 놀라움 끝에 쓴웃음이 나왔던 기억도 청수사 아래 골목길과 함께 남았다. 오사카로 돌아오니 해가 저물었다. 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도톤보리(道頓堀)로 향했다. 오사카의 야경을 보며 ‘도톤보리 리버 크루즈’를 즐기기 위해 배에 오르는 일본과 한국의 MZ세대가 숱했다.기자 역시 타볼까 했으나 다음날로 미루고, 몰려오는 시장기부터 끄기로 했다. 오사카를 10여 차례 이상 여행한 선배가 추천한 ‘금룡’이란 옥호의 식당에서 ‘한국 사람 입에 잘 맞는다’고 소문난 일본 라면을 먹었다.식당 입구에 한자로 ‘金龍’이라 적혀 있어 찾기 어렵지 않았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 했던가? 부산과 경남 밀양에서 맛본 돼지국밥 스타일의 국물이 썩 좋았다.야식으론 간장과 향신료에 절인 닭고기를 은근한 불에 오래 끓여낸 요리를 먹었는데, 그것도 감칠맛이 그저 그만이었다.그렇다. 일본 음식은 장식이 정갈하고 맛도 있다. 이건 기자만의 오버센스가 아닐 것 같다.(계속)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12-19

“시민 체감 지역발전 목표… 문경 미래투자 역량 집중한다”

문경역을 중심으로 역세권 도시개발을 진행한다.  한국체육대학 문경이전도 추진한다. 외식테마파크를 조성한다. 문경시가 올 한해 추진하려고 하는 주요사업들의 골자다.  문경시는 9천 300억 원 규모의 2024년 본예산을 편성해 지난달 21일 문경시의회에 제출했다.내년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보다 100억 원(1.09%) 늘어난 규모이며, 일반회계는 1.47% 증가한 8천300억 원, 특별회계는 금년과 동일한 260억 원, 공기업특별회계는 2.63% 감소한 740억 원이다.일반회계 분야별 주요예산은 △일반공공행정 분야 471억 원 △공공질서 및 안전 분야 96억 원 △교육 분야 54억 원 △문화 및 관광 분야 455억 원 △환경 분야 635억 원 △사회복지 분야 1천857억 원 △보건 분야 109억 원 △농림해양수산 분야 1천364억 원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 분야 124억 원 △교통 및 물류 분야 357억 원 △국토 및 지역개발 분야 1천49억 원이다.시는 경기침체 등 대·내외 경제상황 악화로 지방교부세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업 우선순위를 면밀히 검토한 전략적 세출 구조조정으로 전년보다 증가한 규모의 예산을 편성할 수 있었다.민선8기 출범 이래 시민행복에 힘쓴 결과 경북소방장비기술원 및 경북농민사관학교 유치, 더본 코리아(대표 백종원) MOU 체결, 4대 축제 성공 개최, 각종 국제대회 유치 등 값진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이를 발판으로 새로운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대학·기업 유치 및 지역경제 활성화중부내륙고속철도 개통에 맞춰 역세권 도시개발사업과 농산물 도매시장 건립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문경역을 중심으로 신도시 건설의 큰 그림을 구상해 나간다.또한, 지난달 통합이 결정된 숭실대와 문경대는 연내 MOU를 체결해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고, 한국체육대학교 이전의 돌파구도 함께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아울러 외식창업 테마파크 조성사업 7억 원, 중장기 소상공인 활성화 대책 마련 57억 4천만 원, 중소기업 지원 10억 2천만 원, 도시민 전통시장 등 마케팅 투어 1억 원 등의 예산을 편성해 지속되는 경기 침체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관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특히, 경제선순환 효과가 큰 ‘지역사랑상품권’은 국비가 전액 삭감된 만큼 시비 43억 5천만 원을 투입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고, 지역경기에 활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활력 넘치는 스포츠도시 육성스포츠·체육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체육행사 지원 48억 6천만 원, 실업팀 육성 46억 4천만 원, 체육시설 설치 및 보강에 54억 6천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각종 대회의 원활한 운영을 통해 상권회복에 힘을 더하고, 소프트테니스·육상·씨름 등 실업팀을 육성해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지역홍보 효과를 이끌겠다는 방침이다.또한, 실내테니스 경기장 및 필드하키장 건립, 국제소프트테니스장 및 국민체육센터 개보수 등 스포츠 인프라를 확충하고, ‘세계군인 태권도 선수권 대회’, ‘세계 태권도 한마당’, ‘아시아 유·청소년 유도선수권 대회’, ‘국무총리배 세계 바둑선수권 대회’ 등 국제대회를 차질 없이 준비해 2025 아시아 소프트테니스대회, 2031 세계군인 체육대회 유치에 다시 한번 도전한다.□ 명품 문화·관광도시 완성천만 관광객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주흘산 케이블카 조성사업 220억 원, 문경새재지구 관광지 조성계획 수립 용역비 6억 원, 미디어사업 지원 8억 3천만 원, 에코월드 운영 18억 4천만 원, 문경돌리네습지 탐방센터 조성사업에 21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먼저, 주흘산 케이블카와 하늘길을 연계해 세계적인 관광시설로 조성하고, 대규모 워터파크 및 5성급 호텔 투자유치를 위한 문경새재지구 관광지 조성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더본 외식산업개발원과 협력해 상권을 활성화하고, 에코월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실내 서바이벌 스포츠, VR 실감컨텐츠존 조성 등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도 보강해 나갈 계획이다.아울러 오픈세트장·실내촬영 스튜디오 등 우수한 촬영 인프라를 활용한 영화·드라마 제작 지원을 강화하고, 문경돌리네습지 탐방센터 조성 및 람사르 습지도시인증을 차질 없이 추진해 시 관광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여나갈 계획이다.□ 일등 농업·농촌 실현농업 분야 보조금 지원 595억 3천만 원, 축산업 보조금 지원 91억 원 등 어려운 세입 여건 속에서도 농·축산 분야 보조금은 올해 대비 35억 원이 증액된 686억 원으로 편성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문경 농업의 명품화를 실현한다.감홍사과, 오미자를 특화해 과실생산 전문단지를 조성하고, 재배장려금을 대폭 늘리는 등 생산면적 확대에 총력을 기울인다.한우 풀사료 및 톱밥 지원, 조사료 생산지원, 마을형 공동퇴비사 조성 등 축산업 기자재 및 환경개선 관리를 지원해 약돌 한우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벼 육묘대, 채소·특작 기자재 지원 등 식량작물 농가와 원예특작 농가에 대한 지원도 빠짐없이 챙긴다.또한, 농촌인력지원센터 건립 12억 5천만 원, 농어촌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24억 3천만 원을 편성해 농촌일손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해 나간다. □ 교육·복지도시 건설기초연금 678억 4천만 원, 노인일자리사업 112억 8천만원, 장애인 지원 80억 4천만 원, 저소득층 생계급여 지원 162억 9천만 원을 편성해 어르신과 장애인, 저소득층에게 촘촘하고 두터운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또한, 영남진폐재해자 복지회관 신축, 아동청소년 어울림센터 조성, 가족센터 건립 등 다양한 복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흥덕생활공원 물놀이터 및 놀이시설 설치, 영강 어린이 물놀이 축제를 확대·운영해 부모와 아이가 행복한 놀이문화도 조성한다.지역 인재양성을 위해 장학회 운영 및 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교육취약지역의 평생학습을 보편화해 배움으로 행복한 평생학습도시 조성에도 힘쓸 계획이다. □ 안전·청결·친절한 도시 구현안전을 위한 예산으로 집중호우 피해복구사업 260억 원, 하천재해 예방사업 40억 원,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 15억 원, 소하천 정비사업 39억 원, 풍수해생활권 종합정비사업 42억 원 등을 편성했다.신속한 피해 복구와 체계적인 재해예방사업으로 불편을 해소함과 동시에 점점 예측이 어려워지는 자연재해에 선제적으로 대비하여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주력한다.또한, 정부 국정과제인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열분해 기술을 활용한 순환자원 활성화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친절에 대한 평가를 체계화하여 전국 최고의 친절도시 만들기에 앞장선다.신현국 문경시장은“경기침체에 따른 국세 감소 등으로 세입여건이 어느 때보다 열악한 상황이지만 계획적인 재정운용을 통해 민선8기 공약사업과 현안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역발전을 목표로 대학·기업유치, 스포츠·관광·농업 등 미래투자에 시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23-12-18

“더이상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취급 말아야 한다”

민법상 반려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된다.‘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란 조항이 신설된 개정안은 국회에 머물러 있다. 그러므로 누구나 돈만 지불하면 원하는 동물을 살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버릴 수 있다. 구매자를 보호하기 위한 매매계약서에는 동물의 기본 정보와 건강에 관한 사항을 적도록 하지만 구매자의 사육 능력이나 사육환경에 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 반려동물 인구에 비례해서 유기동물의 수가 늘어나는 이유이다.겨울비가 장맛비처럼 내리던 저녁. 어둠이 내린 시골길을 더듬어 포항시동물보호센터를 찾았다. 불과 몇 시간 전에 구조되었다는 강아지가 유리 부스 안에서 부산스럽게 오가며 끙끙 앓았다.직원의 말로는 사람의 손을 많이 탄 모양인데 도대체 어떤 사연으로 버려졌을까. 김태연 센터장과 만난 사무실은 어린 강아지들을 보호하는 집중실과 문 하나로 통하는 위치했다. 김 센터장과 인터뷰하는 내내 낯선 곳에서 첫날을 맞은 강아지들의 불안한 짖음이 이어졌다. -포항시동물보호센터에는 어떤 동물들이 생활하나.△현재 130여 마리의 개와 10여 마리의 고양이를 보호한다. 지난 11월에만 63마리의 개를 구조했다. 12마리가 원래 주인을 찾았고, 39마리는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건강상의 이유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폐사한 개체가 25마리이다. 개와 고양이 외에 토끼나, 햄스터, 염소나 앵무새도 구조한 적이 있다. 야생 동물의 경우, 건강상의 문제가 없으면 방사하고 나머지는 경상북도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인계해 치료하거나 야생 적응 훈련 등을 받도록 한다. 다섯 명의 직원이 돌아가면서 구조와 보호, 방문자 응대까지 한다.-주된 유기 장소는 어디인가.△우리 센터에서는 연간 천여 마리를 구조해서 보호한다. 대부분 도심 지역에서 발견되며, 드물게 센터 앞에 묶어두고 가는 경우도 있다. 봄과 여름철에 구조하는 수가 늘어나는 편이다. 유기가 많아서라기보다 그 시기에 번식하는 길고양이나 들개가 많은 영향인 듯하다. -유기동물의 구조 과정과 보호 시스템은 어떠한가.△센터나 관공서를 통해 신고가 들어오면 구조 담당자가 현장으로 출동한다. 동물의 안전 확보를 위해 포획 틀이나 구조물을 설치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개와 고양이고 그중에서도 개의 비중이 월등하다. 입소한 동물은 전염병이나 기생충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 1주일 정도 대기실에서 지낸다. 그러면서 동물보호 관리시스템을 통해 주인을 찾는 공고를 열흘간 올린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새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기본적인 건강 관리를 하며 사진도 예쁘게 찍는다. 고양이도 동일한 공고 과정을 거친 뒤에 고양이 전용 보호동에서 지낸다. -주인을 못 찾으면 어떻게 하나. 안락사를 시키는 기준이 있는지.△주인을 찾지 못해서 삼사년 씩 센터에서 지내는 아이들도 있다. 건강상의 문제로 자연사하는 경우도 있고 불가피하게 안락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안락사를 선택하는 첫 번째 이유는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해를 끼칠 때이다. 전염병에 걸렸거나 고령으로 정상 생활이 힘들 때도 안타깝지만 안락사를 선택한다.-포항시동물보호센터는 강아지 사진을 잘 찍기로 유명하다고 들었다.△센터에서 구조하는 동물의 60% 정도가 입양된다. 많을 때는 한 달에 50마리가 넘는다.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은 사진 한 장으로 첫 인상을 결정한다. 사진을 예쁘게 찍어 올리면 확실히 입양률이 높다. 센터 한 쪽을 스튜디오처럼 꾸며서 강아지들을 촬영한 지 3년 정도 됐다. 지금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많이 따라하지만 첫 시작이 포항이다. 서울에서 취재해 갔을 정도로 유명하다. 현재 입양 업무 다수는 포항시산림조합 숲마을에 위치한 ‘포항시유기동물입양센터’로 옮겼다. 포항시동물보호센터는 구조와 보호 업무를 위주로 한다.입양을 원하신다면 도심에서 더 가까운 포항시유기동물입양센터를 찾아달라. 김태연 포항시동물보호센터장 -피치 못할 사정으로 파양하기 위해 보호센터를 찾는 사람도 있는지.△올해부터 입대나 건강상의 이유로 반려동물을 더 이상 키우기 어려운 경우, 지자체의 심사를 거쳐 동물보호센터에서 동물을 인수하여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전까지는 누구에게 부탁하거나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파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궁핍이고, 홀로 사는 노인의 요양원 입소나 사망 등으로 지인들이 센터로 연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동물보호센터는 앞서 언급한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라 단지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파양을 받아주는 곳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의 동물보호 시스템에서 아쉬움이 있다면.△입양 후에 아이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늘 궁금하고 염려스럽다. 현재의 시스템은 구조와 보호에 집중하고 있고 입양 후 동물들의 생사나 복지를 담당하기 어렵다. 입양 후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입양자들이 입양 동물의 근황을 시스템에 올리도록 강제하는 조치가 있으면 어떨까 싶다. -센터장께서도 반려동물을 키우시는지.△대학생 때 유키라는 하얀색 암컷 페키니즈를 키웠는데 유기견 출신이었다. 처음 키우다 보니 배변 훈련이나 산책 등 어려움이 컸다. 12년 정도 키우다가 병으로 떠나보냈는데, 상실감이 얼마나 컸던지 여전히 마음 한쪽이 아린다. 지금은 열 살 된 고양이를 키운다. 사랑스럽고 위안을 주는 존재지만,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는 가족이 있어 안타까움도 가진다. 동물을 키우려는 분들은 반드시 미리 확인하길 바란다.-수의학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길을 의심해 본 적은 없는지.△수의과대학 6년 동안 그런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학업이 버거운 면도 있었지만 가장 큰 갈등의 순간은 따로 있었다. 본과 3학년에 살아있는 동물을 치료하는 전공수업이 있었다. 그때 관리하던 동물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고 골든타임을 넘겨 안락사시켰다. 과연 이 길을 계속 걷는 게 맞는지, 나 자신이나 동물을 위해서 옳은 선택인지 한동안 심각하게 고민했다.-동물권 인식이 확산하면서 개 식용을 비롯해 산천어축제, 소싸움, 승마 체험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이해당사자들 사이에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는 이슈들이다. 결국 사회적 합의를 거쳐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추구해야 할 가치를 법으로 녹여내야 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식용견 문제의 경우 수십 년간 케케묵은 갈등을 유발하다 올해부터 실질적으로 식용견 사육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식용견 협회 등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소싸움 대회도 학대 요소가 명백하지만 지자체마다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쉽지 않다. 결국 동물의 복지 증진과 그에 따른 동물권 증진이라는 시대정신을 현실에 투영시키는 것은 일방의 도덕적 우위에만 의지해 실현할 수 없다. 보다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논의해야 한다.-동물에게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나라도 있다는데 동물권을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까.△우리나라 민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본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유럽이나 미국과 차이가 있다. 법은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 현재 동물권과 관련한 시대정신은 더 이상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동물의 권리는 차근차근 늘어날 것이고 미국처럼 재산을 상속받는 동물이 나타날 수도 있겠다.-동물권 증진을 요구하는 한편에서는 동물 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동물을 대하는 인식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것 같다.△예전과 비교하면 동물을 대하는 태도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마당에 묶어 기르는 시골 개만 봐도 그렇다. 예전에는 잔반을 주거나 목줄이 짧아서 움직이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대부분 사료를 먹이고 목줄을 길게 해서 기른다.반면 일부지만 동물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동물을 키우는 건 시혜를 베푸는 일이 아니다. 동물과 함께하며 그들과 생태계를 공유하는 것은 어쩌면 지구에 사는 존재로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의무가 아닐까. 한 번쯤 고민해보길 소망한다.-동물을 대하는 인식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을까.△동물권 증진과 관련해서 축산업에는 과연 동물권을 보장하느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다. 좁은 케이지, 스툴 안에서 알을 낳고 분만하는 양계·양돈농장, 인위적으로 수정시켜서 지속해서 송아지를 낳게 만드는 한우 사육 농장들 모두 시대정신에 비춰봤을 때 분명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기존의 산업과 동물권 증진의 시대정신이 부딪히는 현시점에서 시대정신만 고집하는 것은 기존 산업 종사자들에게 가혹하다. 해당 산업 자체적으로도 동물권리증진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동물복지농장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등 법적, 제도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다.저 역시나 동물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폭넓게 생명으로 존중받고 권리를 보장받기를 바란다. 하지만 본인의 의견만을 고집하는 방식은 동물권 이슈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옳지 않다.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나와 다른 생각을 마주하다 보면 동물들이 존중받고 인간과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리라 믿는다. /배은정 작가김태연 센터장은포항 흥해에서 태어나 포항고등학교를 다녔고 강원대학교에서 수의학을 공부했다. 포항시청 축산과에서 공중방역 수의사로 근무한 뒤, 경기도 안산시에서 동물병원을 개원했다. 4년여 전, 연로한 부모님과 가까이서 지내고자 고향으로 돌아왔다. 포항시동물보호센터의 민간위탁 법인인 영일동물플러스 이사장이자 포항시동물보호센터장이다.

2023-12-18

고령군 ‘전략사업 추진’ ‘투자유치’로 미래성장 토대 다진다

고령군이 다가올 미래를 위한 각종 전략사업 추진과 투자유치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친환경 청정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하고,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추진하며, 동고령IC 물류단지와 송곡일반산업단지 조성에 진력하고 있는 것.이와 더불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산동 고분군의 디지털 서비스 구축과 인공지능 전문가 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고령군의 관련 사업과 투자유치 현황, 향후 계획까지를 아래에서 꼼꼼하게 알아보고자 한다.□ 친환경 청정에너지 발전소 건설 협약고령군(군수 이남철)은 최근 한국중부발전과 ‘친환경 청정에너지 발전소 조성’을 위한 투자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이 협약을 통해 조성될 발전소는 고령군 성산면 오곡리 일원에 500MW급 LNG 발전소 1기. 발전소가 들어서면 사용연료는 천연가스며, 최첨단 환경설비를 갖춰 운영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8천억 원이 투입된다.고령군은 이번 투자 협약을 계기로 기업 투자유치 등에 유리한 안정적인 에너지 및 공업용수 공급을 확보함으로써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서의 조건을 갖추게 됐다.더불어 향후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변 지원사업과 발전소 건설 및 운영기간에 지역 업체 참여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방재정 증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여기에 더해 운영 인력 등 상주 인력 유입에 따른 인구 증가와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올해 고령군은 지역 산업·경제 환경에 대응하는 체계적인 투자유치 전략 수립을 위해 투자유치 종합계획을 세웠다.계획의 주요 내용은 고령군 투자여건 및 기업유치 환경에 대한 진단·분석과 기업체 유치에 필요한 개발 가용지 발굴과 입지 분석, 정부 국정과제와 민선8기 사업계획에 연계된 투자유치 전략 수립, 대구·경북 등 투자의향 기업에 대한 수요조사, 투자유치 목표산업 등이다.이를 통해 첨단기술산업과 중견기업 등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활동으로 고령군의 미래 산업지도를 새롭게 구축할 계획이다.이외에도 고령군은 2024년 관내 중소기업의 해외 수출판로 개척을 위해 해외무역사절단 파견을 추진하고 있다.참여업체는 약 10개로 현재 수출 품목에 대한 예비 수요조사를 실시 중이다. 참여 품목은 식품, 타포린, 농자재 등으로 해외 수요가 많은 품목에 관해 사전 현지 시장 수요조사를 철저히 진행해 파견 국가 선정 등에서 내실 있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 기회발전특구 지정 지역경제 활성화고령군은 또 정부 균형발전 핵심 과제인 기회발전특구 제도 시행에 따라 특구지정을 추진하게 된다.기회발전특구란 지방에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세제 및 행정 지원, 규제특례, 정주 여건 개선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제도다.고령군은 “기회발전특구 지정을 위해 준공 예정인 산업단지 부지를 대상으로 앵커기업 유치활동을 열정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를 통해 각종 세제감면 및 규제특례를 통한 대규모 투자유치로 지역 일자리 증가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색하게 될 것”이라는 게 고령군의 부연이다.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을 통한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도 모색하고 있다. 올해 1월 1일 서석홍 고령군 명예군수의 1호 기부를 시작으로, 고령 출향인과 고령을 사랑하는 기부자들의 자발적인 기부 참여를 통해 현재 시행 11개월 만에 목표 모금액인 2억 원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고령군이 목표 모금액을 조기에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국 각지에 있는 출향인들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개인 기부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뿐만이 아니라 향우회, 사회단체, 공무원, 농협임직원 등의 활발한 상호 교류를 통한 기부가 큰 힘이 되었다는 평가다.고령군 다산면 월성리 일대에 668천㎡(20만 평)의 대규모 계획 입지로 월성일반산업단지 조성도 원활하게 추진 중에 있다.월성일반산업단지는 반경 7km 이내에 중부내륙고속도로 화원옥포IC, 유천하이패스IC, 대구외곽순환도로 달서IC, 광주-대구고속도로 동고령IC가 인접하고 있기에 산업단지로서 최상의 접근성을 가졌다.동시에 인근 대구성서일반산업단지와 연접해 각종 산업물류 비용 절감 및 생산활동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와 관련해 고령군은 “월성일반산업단지는 2024년 말 준공 예정으로 첨단기술산업과 중견기업 유치를 위해 다방면으로 투자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동고령IC 물류단지와 송곡일반산업단지중부내륙고속도로와 광주-대구고속도로의 교차점에 위치한 성산면에는 동고령IC 물류단지가 114천㎡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현재 토지 보상이 문제없이 진행돼 2024년이면 착공할 계획이다. 이 물류단지가 2025년 준공되면 고속국도 IC에 바로 인접한 물류단지로 광역교통망에 대한 용이한 접근성을 가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그렇기에 물류 수송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대한민국 중부권과 경남·전라권을 잇는 물류산업의 요충지가 될 것으로 고령군은 기대하고 있다.여기에 더해 고령군 다산면 일대에는 262천㎡ 규모의 송곡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되게 된다.이곳 역시 토지 보상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기에 2026년 준공되면 고령1·2차일반산업단지, 동고령일반산업단지, 대구성서산업단지와 연계해 낙동강을 축으로 하는 기계, 금속, 자동차산업 클러스터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관내로 근로자의 전입을 유도하는 것도 고령군의 향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2022년 말 ‘고령군 기업지원 및 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조례 제정을 통해 고령군에 소재하는 기업의 경제활동을 지원·육성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했고, “이를 통해 탄소중립형 스마트공장 구축사업 등 관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각종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추진 중”이라는 것이 고령군의 설명이다.높은 금리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대출이자의 일부를 지원하는 중소기업 운전자금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금리 부담을 덜어줘 경영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게는 청년일자리 지원사업을 통해 인건비를 지원해, 청년인구 유입과 지역 정착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것도 고령군의 방침이다. □ 지산동 고분군 디지털 서비스 구축고령군은 최근 지산동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로 대가야의 역사를 잇는 문화관광 도시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이에 대가야 고분의 경관 및 역사성·장소성 등을 메타버스로 구현해 대가야 역사문화 및 유산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홍보하고, 관광 콘텐츠로 활용한다는 것이 고령군의 향후 계획이다.이를 위해 ‘대가야 고분 디지털 트윈 서비스’를 2023년 11월부터 구축하기 시작했고, 이 프로젝트는 내년 6월에 완성돼 서비스가 제공된다.이 프로젝트는 지산동 고분군의 대표 고분인 44, 30호분 2기의 고분 구조 및 부장 유물을 디지털 트윈 DB로 구축해 과학적 학술연구, 전시와 문화재 관리에 활용함으로써 세계유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4차 산업혁명에 따른 국정과제인 ‘디지털플랫폼 정부’의 핵심이자, 지난 9월 13일 정부의 ‘초거대 AI 산업 도약 방안’ 발표와 함께 주목을 끌고 있는 ‘전국민의 AI 일상화’ 실현에도 고령군은 적극 부응하고 있다.지능정보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행정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고령군은 관련 전문가도 양성하기로 결정했다.이 계획에 따라 직원들을 인공지능 전문가로 성장시킴으로써 국민이 불편을 느끼는 공공서비스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행정의 효율성까지 극대화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

2023-12-17

노거수 아래 망망대해… 우주에 떠 있는 지구를 상상케 해

포항에서 울진으로 동해 해안선을 따라가 보면 올망졸망한 아름다운 크고 작은 항구가 즐비하다. 바다는 맑고 푸르며 해안 모래밭은 파도에 씻겨 햇살에 반짝인다. 해안을 따라 바다에 닿아있는 나지막한 산자락 모양이 예쁜 주름치마 입은 여인의 모습으로 겹쳐 보인다.천혜의 아름다운 섬 울릉도를 가장 짧은 시간에 오가는 뱃길이 여기 후포항에 있다. 작지만, 아름다움으로 치면 후포항은 세계 3대 미항이라 불리는 나폴리, 시드니, 리우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다.영덕과 울진 경계 사이에 있는 후포항 등기산 공원은 신석기 유물을 품은 팽나무 노거수가 자생하고 있다. 자연과 문화, 역사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마을 동산처럼 오르기 쉬워 많은 사람이 찾는다. 볼거리와 먹을거리 못지않게 생각거리가 있는 곳, 울진군 후포항에 있는 등기산 공원의 신석기 유물을 품은 팽나무 노거수를 찾았다. 먼저 등기산 정상에 있는 원통 모형의 신석기 유적관에 들어섰다. 유적관에는 이곳 등기산에서 발굴된 BC 10,000년에서 BC 2,000년 사이 살았던 우리 조상의 무덤 모형을 전시해 놓았다.계단식 구덩이에 집단 매장 무덤으로 20세 전후로 보이는 남녀 유골이 40인 이상으로 나왔다고 한다. 유골의 남녀 성비가 비슷하다고 한다. 그리고 100여 점이 넘는 장대형 석부들이 유골 위에서 출토되었다고 한다. 농경 생활 이전의 수렵 생활을 하던 우리 조상의 무덤으로 여타 발굴된 무덤과는 달랐다.불현듯 인신 공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0인 이상의 유골 주인이 20대 전후의 젊은 남녀로 성비가 비슷하다는 것도 그렇고 전망 좋은 언덕 위 구덩이에 묻혔다는 사실도 그렇다. 고대 중국에서는 동지에는 하늘에 제사 지내고 하지에는 토지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신에게 올리는 제사는 제물을 바쳤다. 이때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인신 공양이 최고의 제물로 여겼다고 한다. 사람을 제물로 바쳤다는 것이 너무 끔찍한 일이라 머리를 도리질하면서 부정해 보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인신 공양은 바다와 하늘에 대한 최고의 예우가 아닐까 싶다. 사실 하늘에 지내는 제사의 제물보다 정성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그 간절함의 소원을 빌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그 이상의 정성은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신석기 유적관을 나와 등기산 공원 산책길을 걸었다. 팽나무 노거수 아래에서 먼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막힘없이 망망대해를 180도까지 시야를 넓혀서 볼 수 있다. 수평선은 희끄무레한 물안개 띠로 직선이 아닌 둥그렇게 그어져 있다. 이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끝도 없는 무한히 넓은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지구를 상상해 본다.배를 육지로 인도하는 작은 항구의 등대가 있는 이곳은 바다를 조망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바다는 물론 아름다운 후포항과 주변의 자연경관을 오롯이 한눈에 넣을 수 있다. 바다에 떠 있는 조각배는 밤하늘에 떠 있는 초승달을 연상케 한다.어찌 보면 바다와 하늘은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았다. 여자와 남자, 어머니와 아버지와 같은 음양의 느낌으로 와닿았다. 먼바다 수평선 구름 띠에 숨어 바다와 하늘이 밀회를 즐기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너머는 볼 수 없으나 상상하는 것으로 즐겁다.팽나무 노거수에 눈길이 옮겨갔다. 위아래를 톺아보면서 그의 묘한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 나무는 곧은 한줄기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이 보통인데 눈앞의 팽나무는 여러 가지가 뭉치고 꼬이고 비비대면서 묘한 모습이다. 위로 또는 옆으로 뻗어나간 가지의 모습이 어쩜 그렇게 특이한 모습을 취하고 있는지. 보는 이로 하여금 넋을 잃게 한다. 카메라 렌즈에 들어온 모습은 낚시꾼에게는 대어이고, 약초를 캐는 사람에게는 대물처럼 나에게는 대박이다. 자연의 걸작품을 카메라 렌즈에 담는 것은 누구의 허락도 제지도 없다. 순간의 멋진 모습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세월이 해풍과 합작한 팽나무의 신비스러운 모습을 톺아보니 기쁨과 즐거움 배가된다.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언덕 위 팽나무는 과히 대장부 기개답다. 앞뒤 위아래 탁 트인 언덕 위라 무엇 하나 막아주는 방패막이도 없다. 그런데도 세차게 휘몰아치는 바닷바람에 맞서 늠름하게 살아가는 그 인내와 용기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인내와 용기의 배짱을 좀 일찍 배웠다면 나 또한 살아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가까이 다가가 살며시 두 팔 벌려 안아 본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온다. 눈을 감고 그 기운을 받는다. 지난 세월 힘들다고 포기하고 주저한 적이 얼마나 많았든가. 용기를 잃지 않고 참고 인내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면 더 나은 삶을 살았을 것이 아닐까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는다.잘 다듬어진 공원 산책길에는 각 항구의 등대, 교회 모형, 전망대, 조형물, 스카이워크 등 다양한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햇살을 먹으면서 바닷바람에 춤추는 팽나무 노거수에 따뜻한 온기를 느낀다. 가까이하고 싶은 감정의 샘물이 솟는다.신석기 유물을 품은 팽나무 노거수는 묘한 모습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을 볼 수 있고 세계 3대 미향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후포항을 내려다볼 수 있는 등기산 공원을 ‘후포항 팽나무숲 공원’으로 부르고 싶다.팽나무에겐 최적의 환경 갖춘 등기산 공원팽나무는 해안단구 및 하안단구의 돌출 지형에서 통기성과 통수성이 우수한 토양 환경에서 잘 자란다. 뿌리가 발달 되어 강한 바람에도 견딘다. 그런 토양 환경이라면 등기산 공원이 최적지가 아닐까 싶다.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이 언제나 불어오고 있다. 하늘에는 햇살이 막힘없이 푸른 잎에 쉽게 닿을 수 있다. 동해안, 남해안 지역은 팽나무의 서식처이다. 팽나무는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방풍림, 정자목으로 안성맞춤의 나무이다.신석기 유적관을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등기산을 지키는 자생 팽나무 노거수 품격을 높여주면 어떨까? 성주 성 밖 왕버들숲처럼 등기산을 ‘후포항 팽나무숲 공원’으로 조성하면 어떨까.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3-12-13

X와 MZ의 여행은 비행기 안에서부터 달랐다

지난달 초. 드물게 20대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선물(?)처럼 다가왔다. 20~30년 전과는 크게 달라진 직장문화로 인해 50대 중년의 간부 직원이 20~30대 신입 직원과 함께 점심을 먹거나, 밤늦도록 술을 마시는 풍경은 보기 어려워졌다.추석을 전후해 일본 오사카에 다녀왔다는 그들은 “시내 번화가에 가면 일본어보다 한국말이 더 많이 들린다”며 “요사이 MZ세대들은 가깝고, 볼거리 많고, 음식 맛있는 일본에 자주 간다”고 했다.얼마 전부터 약세인 일본 엔화로 인해 체감 물가가 저렴하다는 것도 일본을 찾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편의점 샌드위치와 도시락은 오히려 한국보다 싸요. 맛도 좋고요”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세칭 ‘X세대’로 불리는 기자 주변엔 ‘MZ세대’가 드물다. 불과 한 세대 차이임에도 사고와 인식 체계는 물론,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기준과 잣대가 확연히 다르다는 걸 느끼는 두 세대.그래서였을 것이다. MZ세대의 여행 패턴이 궁금했던 X세대는 한국의 MZ세대가 대거 몰려든다는 오사카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그래서 마음먹은 김에 곧바로 김해공항 출발 오사카 간사이공항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한 후 숙소까지 예약을 마쳤다. 그리고, 지난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오사카를 여행했다. ▲X세대, MZ세대의 여행 성지를 향해 비행기에 오르다떠나기 전 먼저 개념 정리부터 해보기로 했다. 입버릇처럼 “MZ... MZ세대”라고 하지만 그 명칭이 무얼 의미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나무위키’는 “1980년생부터 1990년대 초중반생인 밀레니얼세대(M세대)와 1990년대 중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생인 Z세대를 묶어 부르는 한국의 신조어”라고 MZ세대를 정의하며 아래와 같이 덧붙이고 있다.“일단 한국에서 MZ세대는 대체로 군사정권 시기를 겪지 않았거나, 아주 유년기 때 겪은 사실상의 민주화 이후 신세대를 의미하는 용어이며 X세대 이전의 기성세대와의 대비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기성세대 측에서 젊은 세대를 한데 묶느라 지나치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세대가 탄생해버렸다.”위에서도 다시 한 번 언급되는 X세대는 “1960년대와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서, 전체적으로 정확한 특징을 묘사하기 어려운 모호한 세대”를 지칭한다. 이는 ‘상담학 사전’의 정의다. 같은 책은 X세대를 다음과 같이 부연한다.“주로 1990년대 초에 이르러 신세대의 특징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었으며, 베이비붐 세대 마지막 10년을 이루는 시기에 태어났다고 해서 베이비 버스트 세대(baby bust generation)라고도 부른다. X세대라는 말은 캐나다 작가인 더글러스 쿠플랜드가 1991년 출간한 소설 ‘X세대(Generation-X)’에서 처음 사용했고, 이전의 세대들과는 분명히 다른 특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마땅히 한마디로 정의할 용어가 없다는 뜻으로 X를 붙여 새로운 세대를 지칭하게 됐다.”전혀 달라 보이는 두 세대에게서도 공통점은 발견된다. “지나치게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세대(MZ세대)라 마땅히 한마디로 정의할 용어가 없다(X세대)”라는 것. 이는 양측 모두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모호한 세대’라는 뜻이겠지.어쨌건 막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11월 중순. 1971년생 만 52세의 X세대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MZ세대가 유명 관광지와 맛집마다 넘쳐난다는 오사카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안에서부터 느낀 ‘세대 차이’기자와 격의 없이 지내는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중년들은 가끔 이런 속내를 털어놓으며 허탈하게 웃곤 한다.“내 자식이지만 20~30대 마음을 모르겠어. 걔들은 우리와는 다른 종류의 인간인 것 같아. 지구인과 화성인의 차이도 그렇게 크지는 않을 걸.”여행을 준비하는 모습에서도 X세대를 포함한 기성세대와 MZ세대 사이에선 현격한 차이가 보이는 듯하다.친구들 여러 명이 모여 여행 기간 동안 사용될 숙박비와 식비 등의 돈을 여행사에 미리 지불하고, 가이드를 따라 주요 관광지를 돌아보는 패키지여행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에겐 스스로 관광 스케줄을 짤 이유가 거의 없다.반면 MZ세대들은 혼자서 여행지를 결정하고, 어떤 장소를 돌아볼 것인지 체크하고, 가격을 비교해가며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하는 것에 익숙하다고 한다. 그러니, 여행을 결정하는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X세대인 기자의 경우 패키지여행과 나 홀로 자유여행을 몇 번씩 두루 경험했다. 확실히 패키지여행이 편하긴 했다. 이제 가이드를 따라 이름난 관광지와 현지 식당을 향해 어슬렁거리며 걷는 게 어색하지 않은 걸 보면 나이를 먹기는 먹은 모양.그런데, MZ세대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자유여행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서설이 지나치게 길었다. 어쨌건 숙소 예약과 비행기 티켓 예매 후 시간은 흘렀고, 김해국제공항에서 간사이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는 날이 됐다.바로 옆 좌석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커플이 앉았다. 둘 모두 비행기 이륙 전부터 분주해 보였다.핸드폰을 열어 유심(USIM) 카드를 바꾸고, 한국어를 입력하면 즉시 일본어로 번역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문제없이 실행되는지 확인하고, 저녁에 찾아갈 오사카의 맛집 정보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MZ세대.비행기가 날아가는 1시간 10분 내내 견과류를 안주 삼아 포도주를 마시며, 잡념에 빠져있던 기자와는 여행의 시작부터가 달랐다. 그래서다.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이것도 일종의 세대 차이겠지?” ▲통천각 아래 번화가 맛집에서 줄서는 MZ세대오사카 간사이공항의 입국 절차는 비교적 간단했다. 한국에서 관련 서류를 핸드폰에 저장해온 이들은 불과 20여 분 만에 입국장과 세관을 빠져나올 수 있었으니까.급행 전철을 타고 숙소까지 가는데도 40분이면 충분했다. 버스나 일반 전철을 이용한다고 해도 1시간가량이면 오사카 시내 어디건 가닿는 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단출한 여행 가방을 숙소에 두고 발걸음 가볍게 거리로 나섰다. 예약한 숙소에서는 통천각(通天閣)이 지척이었다. 일본인들은 ‘쓰텐가쿠’라 부르는 통천각은 어떤 건물일까? ‘저스트 고(Just go) 관광지’의 설명은 이렇다.“쓰텐카쿠(통천각)는 오사카를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다. 신세카이에 자리해 있다. 쓰텐카쿠는 ‘하늘과 통하는 높은 건물’이라는 뜻. 메이지 시대 초기 유학자 후지사와 난가쿠가 이름 지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을 모방해 만든 첫 번째 쓰텐카쿠는 1912년 만들어졌다. 당시 높이 64m로 동양에서 가장 높았다. 일본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기도 했다. 하지만 화재로 소실됐고, 1956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만들어졌다.”건물을 돌아보고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통천각 주변은 덴노지 동물원 등이 자리하고 있어 오사카의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당연지사 거리가 일본인과 한국인, 그 외에도 중국인과 백인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했다.일본 사람들이 ‘줄 서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볼거리다. 유명한 음식점과 간식 가게 앞에 하루 종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반듯한 줄’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모습을 여러 매체가 영상과 사진을 통해 보여준 바 있다.통천각 아래 번화가에선 그 줄에 섞여 있는 적지 않은 수의 한국 MZ세대를 볼 수 있다. 이는 맛집 앞에서 1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행위 자체도 여행에서 느끼는 또 다른 즐거움으로 생각하기에 가능한 행동이 아닐까 싶었다.그럼 기자의 저녁 식사는 어땠냐고? 그냥 손님이 적은 한적한 식당에서 초밥을 먹었다. 그럼에도 썩 맛있었다.여행의 첫날이 저물고 있었다. ‘내일은 MZ세대가 더 많이 찾는다는 도톤보리(道頓堀)에 가봐야지’라고 마음먹었다.(계속)/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12-12

성주군, 주민중심·미래지향적 교통환경 조성에 온힘

“군민이 군수입니다”라는 군정 철학을 지향하고 있는 성주군은 현재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남부내륙철도 성주역 유치에 성공해 많은 군민들이 함께 기뻐하는 경사를 맞았고, 이를 통해 명실공히 ‘사통팔달의 교통 요지’로 새롭게 태어난 성주군.성주군은 변화하는 도시 여건과 공간구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이용자 중심의 편리한 대중교통체계 구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래에서 성주군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주민중심·미래지향적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이용자 중심의 맞춤형 교통복지 서비스 제공을 지향성주군 교통환경 조성사업의 골자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용자 중심의 맞춤형 교통복지 서비스 제공’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버스정보시스템(BIS) 구축, 버스승강장 신설 및 교체로 이용객 편의 증진, 교통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이동권 보장 확대 추진으로 다시 세분화된다.지난 2020년 국토부 공모사업으로 시작한 버스정보시스템(BIS) 사업은 지난 10월에 마무리됐고, 이번 달부터는 본격 서비스 제공을 시작한다는 것이 성주군청의 설명이다.버스정보시스템(Bus Information System)은 운행 중인 버스의 실시간 위치정보는 물론, 도착 예정시간, 노선, 날씨 등 다양한 정보를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첨단교통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이 사업에는 국비 포함 총7억3천만 원이 투입됐다. 성주군에서 운행하는 모든 농어촌버스와 전기마을버스에 차량 단말기, 자동 승객계수장치, 내외부 행선지 안내기를 장착하고, 주요 거점 승강장 27곳에는 버스정보안내기(BIT)를 설치해 이용객의 편의를 한층 높였다는 평가다.또한, 대구광역철도 개통 시기인 2024년 12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대구·경북 공동생활권 대중교통(버스·도시철도·광역철도) 광역환승체계는 해당 권역 안에서 대중교통 환승시 무료, 또는 할인 요금이 적용된다. 이는 “교통복지 향상과 대중교통 서비스 편의 제공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성주군은 부연했다.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쾌적한 버스승강장을 디자인하는 ‘아트 성주’도 주목된다.성주군은 대중교통 휴게공간(편의시설)의 획기적 개선과 확충을 위해 스마트 버스승강장을 신설하고, 노후 버스승강장 교체를 진행해 향후 성주의 상징이 될 수 있는 아트승강장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지난해 읍면별 승강장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올해는 3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스마트 버스승강장 1곳, 노후 버스승강장 23곳, 130여 곳의 의자·백보드·태양광LED·유리 등을 보수했다. 이를 통해 지역 이미지도 개선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공공디자인 진흥계획 수립용역을 통해 버스승강장 표준디자인을 개발해 성주참외를 연상시키는 노란색과 부드러운 곡선을 입힌 특색 있는 승강장으로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2021년 16곳(스마트 승강장 신설 5, 노후 승강장 교체 11), 2022년 23곳(스마트 승강장 신설 7, 노후 승강장 교체 16), 2023년 24곳(스마트 승강장 신설 1, 노후 승강장 교체 23)의 승강장 신규 설치 및 시설 개선은 군민을 포함한 이용객들에게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제공했다.성주군은 “앞으로도 주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관련 사업을 계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기마을버스, 성주군민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아2021년부터 군 직영으로 시작한 읍내 순환 전기마을버스는 이제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한다. 군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시장, 병원, 창의문화센터, 종합사회복지관 등 읍소재지 주요 거점지역의 접근성을 높여 지역 경제에 활력소도 되고 있다. 전기마을버스는 농림축산식품부 농촌형 교통모델사업으로 선정돼 국비 지원도 받았다. 2022년에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국가균형발전사업 삶의 질 향상’ 부문 우수사례로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현재 마을버스는 4개 노선이다. 임시 성주버스정류장~중앙로~집단 주거지역(실리안·하나로1,2차·청구APT·신성강변타운 등)을 1일 100회 운행해 월평균 5천300여 명이 이용 중이다. 앞으로는 노선 개편을 통해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성주일반산업단지, 문화예술회관 등으로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다.택시를 활용한 교통복지 정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2014년부터 운영 중인 별고을택시는 63개 리, 107개 마을을 구석구석 운행하며, 대중교통 소외지역인 벽·오지 주민들(일 평균 160명)의 든든한 발이 되고 있다.중증 보행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특별교통수단(일명 교통약자 콜택시·운행차량 6대)도 반응이 뜨거워 예약이 쉽지 않다. 매우 저렴한 금액으로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 어디든 갈 수 있어서다. 내년에는 매일 24시간 운영으로 확대될 예정이라 주민들이 받을 혜택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성주군은 지난 3년간 학생·노인 등 교통약자들의 대중교통 불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교통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했으며, 이런 노력은 내년에도 쭉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 교통 인프라와 미래지향적 지능형 교통 시스템 구축스마트 교통안전환경 조성과 선진 교통행정 추진도 성주군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다.“군민과 함께하는 주민생활 밀착형 교통안전 시설물 구축과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편리한 교통환경 조성을 위해 그 어느 해보다 다양한 정책 발굴과 선진 교통행정 추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성주군은 설명한다.만성적 주차난을 겪고 있는 성주읍 예산리와 벽진면 수촌리 주민들을 위해 마을 안 부지를 활용한 소규모 공용주차장을 조성했고, 이를 통해 주민들은 주차 편의를 누리고 있다.인근 성주역사테마공원과 벽진문화센터를 연계함으로서써 주민들의 여가생활 활성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교통사고 위험지역에 교통안전 시설물을 보급하는 것에도 주력 중이다. 과속단속 카메라, 경보신호기, 스마트신호기, 스마트교차로, 발광형 교통안전표지판, 고원식 횡단보도, 반사경, 표지봉, 표지병 등을 설치해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것. 이는 교통사고 예방에도 효과를 거뒀다.어린이 등 교통약자의 안전한 교통환경을 만들기 위해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된 고원식 횡단보도 등 교통안전시설물 설치사업과 어린이 및 노인보호구역 등 불법 주·정차 단속과 계도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또한 등굣길 교통안전 캠페인을 민·관이 합동으로 실시해 어린이보호구역을 ‘교통사고 제로존’으로 만든다는 목표로 매년 지속적 홍보활동 또한 이어가는 중이다.대구시와 칠곡군 및 성주문화예술회관 방면에서 성주읍내로 진입할 때 교차하는 성산교 앞 성주군 상하수도사업소 진입로 부근은 관내 최고의 교통사고 위험지역이다.이런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주행속도 하향 및 과속카메라, 고원식 횡단보도, 스마트교차로, 가변속도표출기, 횡단보도투광기, 속도제한 표지판 등 교통안전시설물을 설치해 교통사고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것이 성주군의 방침이다.성주읍과 초전면을 잇는 지방도 905호선 내 성주고교 교차로에 운영 중인 신호등으로 인해 좌회전 차량이나 횡단보도 보행자가 없음에도 정지해야 하는 교통불편 사항은 스마트신호등 체계를 도입해 도로 이용자의 불편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2009년부터 현재까지 10년 이상 성주읍 경산사거리, 종로사거리, 희망약국 사거리에 불법주정차 단속 CCTV를 설치·운영해 성주읍 중심 시가지의 장기적인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소하고, CCTV가 없는 곳의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교통단속 요원들의 지속적인 단속과 계도로 원활한 교통 흐름 유지와 교통질서 확립에 노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성주군은 교통 분야는 생명과 직결되고, 군민의 일상에서 가장 먼저 불편을 체감하는 부분임을 인식해 “무엇보다 군민의 안전과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교통환경 조성을 위해 선진 교통 인프라 확충과 미래지향적 지능형 교통 시스템을 완성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

2023-12-11

웅장한 도시 위용, 그러나 호텔엔 냉장고 없고 카페 화장실은 남녀공용…

영국 런던을 여행하면서 느낀점들을 몇 가지 간추려 소개한다.일종의 여행후기인 셈이다.먼저 호텔부터 이야기 해보면 체크인 시간이 비교적 늦다는 점이다.투숙한 호텔은 오후 3시로 정해져 있었지만 그 마저도 룸 청소 미비로 로비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영국에선 잊는게 좋다. 바쁠것 없이 느긋하게 일하는 방식과 코로나때 떠난 인력들이 돌아오지 않다보니 일손부족이 원인으로 보였다. 여행기간 중 어느날은 굿은 날씨 때문에 오후 5시반 쯤 돌아와 보니 룸 청소가 안돼 있었다. 프런트에 이야기하고 40분을 기다린 뒤에야 겨우 입실했다. 물론 호텔마다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이지만 한국과는 다른 것 같았다.첫 날 호텔방에서 깜짝 놀란 게 하나 있다. 냉장고를 찾지 못했기 때문. 호텔에 냉장고가 없는 경우는 처음이었다.영국에선 이처럼 3성급 이하 호텔엔 냉장고가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여행경비 절약을 위해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해결할 생각은 접어야 했다. 심지어 생수는 물론 치약, 칫솔, 슬리퍼도 안보였다. 그나마 커피포트가 있는 게 다행이었다.런던의 마트에서 파는 각종 식재료 가격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우유는 생수랑 가격이 비슷하고 베이커리나 과일도 엄청 싸게 느껴졌다. 하지만 호텔에 냉장고가 없는 상황에서 저렴한 먹거리는 그림의 떡에 그쳤다. 런던은 집값부터 교통비, 외식물가 등 모든 것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 중 한곳으로 꼽힌다. 더욱이 2020년 1월31일 영국이 유럽연합(EU)로부터 탈퇴한 브렉시트 이후 물가상승은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관광객들의 쇼핑유도를 위해 시행중인 세금 환급혜택도 영국은 찾을 수 없었다. 브렉시트 때문에 유명 브랜드제품은 오히려 더 비싼 상황. 이로 인해 영국 현지인들도 유럽 다른 나라를 찾아 쇼핑을 떠난다고 하니 환급은 언감생심일 뿐이다.런던의 거리엔 현대식 건물보다 오래된 건물이 훨씬 더 많다.수 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는 거리를 구경하면서 걷는 것 자체가 바로 관광이고 그런 건물들이 바로 관광상품이었다.하지만 보기에 좋다고 모든 것이 다 좋은 건 아니었다. 현대식 건물과 달리 노후 건물인 만큼 취약점이 적지 않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게 화장실 문제. 오래된 건물인 탓에 화장실 설치나 리모델링이 현실적으로 힘들다 보니 식당이나 레스토랑의 대부분 화장실은 낡고 좁다. 그마저도 남녀공용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아 너무 불편했다. 청결상태 역시 우리와 비교가 안됐다. 영화 ‘노팅힐’의 촬영지 주변 상가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커피와 디저트를 파는 카페들 마다 자체 화장실이 없었다. 점원은 손님들에게 인근 공중화장실 이용을 권했다. 그런데 거기도 남녀공용인데다 대기줄이 엄청났다. 이래저래 참고 지내야 했다.런던 지하철을 이용하는 동안 공중화장실은 한 곳도 볼 수 없었다. 아예 없다고 말하는게 맞을 것 같았다. 지하철역사 군데군데 공중화장실이 설치돼 있어 언제든 편리하게 이용 가능한 한국과 너무 달랐다.런던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대영박물관 투어다. 말로만 듣던 대영박물관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광활한 전시공간과 엄청난 유물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국립 자연사박물관도 마찬가지. 지구의 탄생과정부터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알려주는 각종 전시물과 동식물의 화석들은 자연 세계로의 여행 이었다. 전세계 유물의 집합소라 할 만한 대영박물관부터 자연사박물관, 국립초상화 미술관, 국립미술관의 한 가지 공통점은 입장료가 없다는 점이다. 미술관만 해도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를 비롯 유럽 유명화가들의 걸작들이 무수히 전시돼 있는데도 입장료를 안 받는 운영방식이 의외였다. 대영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은 주마간산식으로 봐도 한 시간 이상 소요될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런던으로 오는 전세계 관광객들의 필수코스가 돼버린 박물관과 미술관은 영국이 지닌 문화와 예술의 힘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무료입장 운영도 그런 의미를 체득하고 느껴보라는 영국의 배려로 해석하면 무리일까. 런던에서 또 하나 놀란 것은 바로 영국인들의 생활 속에 파고든 K-푸드의 위력.대영박물관 주변은 물론 런던 여기저기서 김치찌개, 순두부를 파는 한국 식당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유명 마트나 쇼핑센터는 물론 동네 슈퍼에서도 한국의 신라면과 새우깡, 소주 등 K-푸드가 상품진열대에 빼곡했다. 제품들은 매장내 가장 좋은 위치에 배치돼 소비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게 해놓았다.굳이 한국에서 번거롭게 준비해가지 않더라도 현지에서 얼마든지 구입 가능할 정도로 K-푸드는 일상화되어 있었다. 여행중 버로우 마켓, 대영박물관, 해롯백화점 등 유명 관광지나 쇼핑센터마다 한국인 관광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구 반대편 런던은 이제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해외여행지로, 충분한 매력을 지닌 도시로 손색이 없었다. /글·사진=정상호기자 jyr933@kbmaeil.com

2023-12-11

마을 뒤 높은 곳에 터잡은 거대하고 우람한 자태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에 따라서 인물의 태어남과 기질이 형성된다고 믿어 왔다. 그런 연유로 마을이나 산의 지형을 함부로 변형하거나 훼손하는 일을 싫어하고 못마땅했다. 10여 년 전인가 영덕 인량리 전통 민속문화 마을 노거수를 찾았다. 그때 알고 지내는 지인이 인량리 마을은 옛날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사회적으로 걸출한 인물들이 많이 나는 곳이라 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마을 뒷산에 송전탑이 세워져 지나가게 되었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의 지기가 끊어지고 약해진다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이 마을 출신 박약회 회장이며 인성교육 전문가로 변신한 한국 PC 아버지로 불리는 전 삼보컴퓨터 이용태 회장을 찾았다. 마을의 지기가 끊어지고 약해져 큰 인물이 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이 사업을 중단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때 이 회장께서 하시는 말씀이 걸작이었다. ‘요사이 마을에 아이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무슨 인물이 태어난다고 합니까?’ 마을 주민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인량리 마을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을 등에 업고 넓은 평야를 안고 있다. 낙동정맥에서 발원한 송천을 사이에 두고 원구리 마을과 마주하고 있다. 풍수지리로 볼 때 배산임수형의 마을이 아닐까 싶다. 두 마을은 서로 경쟁과 협력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옛날부터 비교적 부유한 생활을 해 왔다. ‘영해부지(寧海府誌)’에 의하면 “인량리는 팔성종실(八姓宗室)이 거주하고 있는 곳으로 예부터 순후하고 예의와 겸양이 있고 효행과 학문이 높은 선비가 많아 벼슬이 끊이지 않으니 영해부 내에서 으뜸가는 마을이라 했다.” 재령이씨 이애(李璦)가 건립한 충효당 종택을 비롯하여 민속문화재 유산이 무려 9점이나 있는 마을이다. 민속문화란 민간 생활과 결부된 풍속, 신앙, 전설 등 민간에 전하여 내려오는 문화를 말한다. 특히 민속문화는 마을 주민과 마을 나무라 일컬어지는 동신목 노거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량리 마을에는 마을 뒤 산자락 충효당 종택과 은행나무(459-1번지), 마을 서쪽 비보림의 팽나무(438번지), 마을 앞 남쪽 들판 서낭당 회화나무, 팽나무(250번지) 노거수가 있다. 한 마을에 이런 다양한 노거수가 살아가고 있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지령(地靈)은 높은 산의 신령이 아니라 바로 마을 숲과 노거수가 있는 마을과 그 나무들이 지령이 아닐까 싶다.충효당 종택 은행나무는 1982년 10월 29일 보호수로 지정되었다. 나이 520살, 키 22m, 가슴둘레 5m가 넘는다. 앉은 자리 폭이 무려 24m로 면적은 130평이 넘었다. 암그루로 매년 많은 은행을 생산하고 있다. 거대하고 우람한 나무가 마을 뒤 높은 곳에 있어 멀리서도 그의 존재를 알아볼 수 있다. 은행나무 노거수는 마을의 전통 고유 경관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마을의 랜드마크 기능과 마을 역사의 표징이 되고 있다. 또한 충효당이라는 건축물과 입향조 이애란이라는 인물과 관련된 역사의 산 공유물로서 그 증거 및 보완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을 서쪽 비보림은 2004년 4월 17일 새천년 기념 숲으로 지정되었다. 걸출한 품위와 멋있는 외모를 갖춘 팽나무 노거수는 2007년 2월 12일 보호수로 지정하였다. 나이는 350살이고 키는 14m이다. 가슴둘레는 3m가 훌쩍 넘고 앉은 자리 넓이는 90평이나 되었다. 비보림에는 마을 주민들이 느티나무, 주목을 심어 소나무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풍수지리적으로 비보림(裨補林)은 풍수상의 모자라고 허한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조성한 숲을 말한다. 엽승림(擫蕂林)은 풍수상의 불길한 기운이 마을에 미치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하여 조성한 숲을 말한다. 어쨌든 마을 숲은 방풍, 방수, 방온 등 미세 기후를 조절하고 지역 주민과 지역의 야생 생물들의 생활과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숲 생태계이다.팽나무 노거수 나무줄기 위에 어린 노간주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나무뿌리 부근에서 자란 여러 줄기가 자라면서 몸집을 불려 지금은 하나의 원줄기로 변환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화합의 상징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원추형 수형이 아름답다. 가로로 자란 큰 줄기에 세로로 자라는 어린줄기가 꼭 엄마 등에 업힌 어린아이 같다. 예전에는 당산목이었으나 지금은 마을 앞 서낭당으로 옮겨서 동신제를 지내고 있다. 거대한 팽나무 아래 함께 동거하고 있는 어린 회화나무의 모습이 안쓰럽게 보인다. 마을 앞 남쪽 들판 서낭당에 회화나무, 팽나무(250번지) 노거수가 살아가고 있다. 1996년 12월 6일 보호수 지정하여 기와로 얹은 돌담으로 경계를 지우고 남쪽으로는 철책을 둘러쳐서 당산목과 당우를 보호하고 있다. 태풍에 쓰러져 누워서 살아가고 있는 회화나무 나이는 500살이다. 가슴둘레는 약 3m, 키는 8m라 해야 옳은지 아니면 15m라 해야 맞을지 모르겠다. 상처가 나 곪아 있는 몸에 자라고 있는 줄기 모습이 엄마 품에 안겨 있는 아기 모습으로 겹쳐 보인다. 엄마의 몸을 빌려 살아가는 염량 거미를 생각나게 한다. 누운 회화나무를 떠받들고 있는 팽나무 모습이 거룩해 보인다. 이제 팽나무와 회화나무는 한 몸으로 살아가고 있다.마을 숲과 노거수는 우리의 삶에 여러모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가치와 기능은 다양하다. 전통 민속문화로 자리매김한 마을 숲과 노거수를 땅의 효율성과 생활의 편리성만 따져서 함부로 훼손하거나 제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서낭당에 세워진 정자에 마을 노인들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외롭게 보였다. 옛날과 같이 손자 손녀와 함께 정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마을에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그날을 기다리며 어르신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했다. 미래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 것만 같았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노거수는 어떤 가치와 기능을 가졌을까?전통 민속문화의 자연자산인 노거수는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아래 그걸 간략하게 요약해본다.△지구환경을 구성하는 환경재의 기능이다. 인류 공동의 자연자산 즉 공유자산으로서 금전적 가치가 아니라 존재하는 그 자체로서의 비사용가치, 즉 존재가치가 있다. △학술적 잠재 자연식생의 기능이다. 자연적 기원의 노거수는 그 지역의 잠재 자연식생 정보를 제공한다. △생물다양성과 생물서식공간의 기능이다. 노거수 한 그루에는 수많은 생물 종의 삶의 터전이다. 지역의 생물다양성 중심지로서 지역 고유의 생물종다양성과 유전자 다양성을 저장하는 종자은행(Seed Bank)이다. △환경조절의 공익 가치이다. 노거수는 수원함양, 대기정화, 토양정화, 토사유출 방지, 산소생산, 소음방지, 기상완화, 쓰레기 처리 등의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유지하고 증진한다. △미적 가치이다. 자연미를 구성하는 요소로서의 가치이다. △지역의 이정표 기능이다. 노거수종을 따라서 지명을 붙인 사례가 많다. △생명·우주 기능이다. 노거수는 지역 주민과 어린이의 영속적 교육재료가 되며 수령과 수명을 고려한 생물체의 생명환을 이해하는 학습자료이다. △교육, 홍보 기능이다. 노거수는 생태환경과 웰빙에 대한 영상매체를 이용한 교육적 수단으로 유효하며 생태관광 자산이다.

2023-12-06

찬바람 불때 한 줄 한 줄 ‘마음챙김’ 시 한편 어때요

선현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시간은 시위를 떠난 화살의 속도처럼 빠르다는 자명한 사실을. 그래서다. 그들은 이렇게 부연했다.“후회는 언제나 늦는 법이니, 지금에 충실하며 돌이켜 통탄할 일을 경계하라.”이는 흐르는 세월을 그저 그렇게 보내지 말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라는 생의 경구(警句)로 읽힌다.그러나, 보통의 사람들은 엄정한 위의 사실을 이전에도, 아직도, 아니 앞으로도 온전히 깨닫지 못하고 살다 가기 십상이다. 안타깝지만 부정할 수 없는 일.엊그제 열린 듯한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벌써 저물고 있다. 달력을 뜯어내며 보니 이제 12월을 표시한 마지막 한 장만이 외롭게 남았을 뿐.한 해가 마무리 되는 달인 12월. 무얼 하며 보내야 조금은 덜 쓸쓸하고, 헛되이 지낸 나머지 11개월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 이런 시기엔 좋은 시(詩) 한 편 친구 삼아 긴 겨울밤을 보내는 게 어떨까싶다.시란 세상과 삶이 내포한 진실을 짧고 은유적인 문장에 담아낸 문화예술의 절정이며, 시인은 다른 어떤 이들보다 세계의 본질을 가까이에서 관조(觀照)할 줄 아는 사람이다.아래, 무언가 막막한 심경 속에서 뭘 해야 할 것인지 알지 못해 찬바람 횡행하는 추운 거리를 헤매는 독자들을 위해 세상과 인간의 본질을 노래한 3편의 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연말 선물이 될 수 있었으면. 최승자‘未忘 혹은 備忘 8’- 버석거리는 삶 속에서 ‘푸른 죽음’을 보는 견자(見者)살아있는 모두는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건 인간의 한계이자, 인간만이 가진 인식의 드넓은 지평이 아닐지. 필부필부(匹夫匹婦)는 그 생각이 그저 생각으로만 그치지만, 시인은 다르다.그래서다. 인간보편을 더듬는 예민한 시적 촉수를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시인 최승자(71)는 시집 ‘내 무덤, 푸르고’에 ‘未忘(미망) 혹은 備忘(비망)’이란 제목의 연작시를 싣는다. 그중 여덟 번째 노래는 아래와 같다.未忘 혹은 備忘 8내 무덤, 푸르고푸르러져푸르름 속에 함몰되어아득히 그 흔적조차 없어졌을 때그때 비로소개울들 늘 이쁜 물소리로 가득하고길들 모두 명상의 침묵으로 가득하리니그때 비로소삶 속의 죽음의 길 혹은 죽음 속의 삶의 길새로 하나 트이지 않겠는가.자신을 포함한 ‘살아있는’ 사람의 바깥에 서서 지극히 객관적인 시선으로 ‘푸르름 속에 함몰된’ 죽음을 떠올리는 건 쓸쓸한 일이다. 그럼에도, 그런 명징한 인식을 통해 ‘삶 속에 내재한 죽음’ 또는, ‘죽음 속에 존재하는 삶’을 인식하는 건 ‘고뇌를 통해 진리에 가까워질 수 있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다.최승자의 작품이 여타 시인들의 시와 구별되는 지점도 바로 거기에 있다. 기형도‘엄마생각’- 춥고 마음 아픈 날, 언제나 떠오르는 단어 ‘엄마’시인 기형도(1960~1989)는 요절(夭折)했다. 레토릭(Rhetoric)이 아닌 사실이다. 겨우 만 29세에 어두운 극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으니.만약 살아있었다면 어떤 시적 성취를 이루었을지 감히 짐작조차 어려운 영민한 작가였던 그는 주목받는 ‘중앙일보’ 문화 담당 기자이기도 했다.세상 어떤 아들이 ‘그리움’과 ‘눈물’ 외의 방식으로 엄마를 떠올릴 수 있을까? 그건 시인이나 회사원, 공무원은 물론이고 도둑까지 마찬가지다. 기형도 역시 엄마를 떠올린다. 눈물과 그리움으로. 이런 시다.엄마 생각열무 삼십 단을 이고시장에 간 우리 엄마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아주 먼 옛날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가난한 엄마가 시장에서 열무를 다 팔고 집으로 돌아와도 특별히 달라질 건 없다. 겨우 푸성귀 반찬으로 늦은 저녁을 차려 아들과 함께 먹는 것 외엔. 그럼에도 우리는 바로 그 시간을 기다린다. ‘엄마가 돌아오는’.유년의 아이들만이 아니다. 중년의 아들 역시 “엄마”라고 발음하면 주위 사방 전체가 연탄불 들어오던 아랫목처럼 따스해진다. 그래서다. 기형도의 ‘엄마 생각’은 바로 이 계절에 맞춤한 시다. 이성부‘깔딱고개’- 그래도 ‘살아간다’는 건 아름답고 가슴 벅찬 일사람이 생의 진실을 깨닫기 위해서는 얼마나 오래 살아야할까? 기자처럼 53년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건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순(耳順)이나 고희(古稀)에 이르면 갑작스레 깨달음이 올까?시인 이성부(1942~2012)는 지상에서 꼭 70년을 살았다. 한국문학사에 오래 기록될 절창(絕唱)을 여럿 남겼고, 취미 수준을 넘어서는 등산으로도 문단 안팎에 이름이 높았던 그는 말년에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깔딱고개내 몸의 무거움을 비로소 알게 하는 길입니다서둘지 말고 천천히 느리게 올라오라고산이 나를 내려다보며 말합니다우리가 사는 동안 이리 고되고 숨 가쁜 것 피해 갈 수는 없으므로이것들을 다독거려 보듬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나무둥치를 붙잡고 잠시 멈추어 섭니다내가 올라왔던 길 되돌아보니눈부시게 아름다워 나는 그만 어지럽습니다이 고비를 넘기면 산길은 마침내 드러누워나를 감싸 안을 것이니 내가 지금 길에 얽매이지 않고길을 거느리거나 다스려서 올라가야 합니다곧추선 길을 마음으로 눌러 앉혀 어루만지듯이고달팠던 나날들 오랜 세월 지나고 나면 모두 아름다워그리움으로 간절하듯이천천히 느리게 가비얍게자주 멈춰 서서 숨 고른 다음 올라갑니다내가 살아왔던 길 그때마다 환히 내려다보여나의 무거움도 조금씩 덜어지는 것을 느낍니다편안합니다.산에 오르는 것이 결국은 삶을 살아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진실’을 알게 된 시인은 마침내 ‘편안합니다’라며 자신의 생과 시에 마침표를 찍고 독자들 곁을 떠났다. 이제 ‘그래도 생은 벅차고 아름답다’는 이성부의 가르침만이 문장으로 남았다. 그래도, 슬프지만은 않다. 우리에겐 아직 생이 진행형이므로.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12-05

“피해자 목소리를 지켜내는 일이 ‘인권 활동’의 목표죠”

모든 사람은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고, 똑같은 존엄과 권리를 가진다. ‘세계인권선언’의 첫 문장이다. 인권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리는 당연한 권리를 말한다. 두 발을 딛고 사는 땅이나 한순간도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공기, 생존에 필수인 햇빛처럼 소중하지만 늘상 곁에 있으려니 하기 쉽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2023 인권의식 실태조사’를 보면, 1년 전보다 인권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인식이 증가했다. 인권침해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되는 대상은 경제적 빈곤층이었다. 인권은 누구나 동등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김용식 경북노동인권센터장은 약자의 편에서 인권을 지켜온 사람이다. 김 센터장이 말하는 인권 활동의 목표는 피해자의 옆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를 지키는 일이다. -인권은 당연한 권리지만 당연하게 누리지 못하는 요즘이다.△곳곳에서 인권이 공격의 대상이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직장에서는 노동자가 괴롭힘을 당하고, 시설에서 장애인, 노인이 학대당한다. 정부의 존재 이유를 헌법에서도 국민의 기본권 보장 즉 인권 보장을 분명히 하는데도, 현실에서 행정력은 작동되지 않고 사법기관은 여전히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한마디로 인권은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나무와 같은 처지라 말할 수 있다.-인권의 여러 종류 가운데 노동인권을 중심으로 내건 이유는.△우리 사회의 인권 척도를 노동인권의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인권 문제는 기본적으로 한 사회 속의 구성원과 구성원 또는 집단과 집단, 개인과 개인, 집단과 개인 등 다양한 층위에서 제기된다. 하지만 다양하게 제기되는 인권문제에 대한 접근 또는 이를 보장하기 위한 서비스는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 즉 사람의 노동을 통해 발현된다. 그런 측면에서 노동인권센터라고 한 것이다. 노동인권센터는 노동문제를 중심에 두면서 지역과 사회 전반의 인권 현안을 함께 하겠다는 포부로 출발했다.-경북노동인권센터는 어떤 사람들을 도와주나.△월급을 떼인 노동자가 가장 많고, 직장에서 괴롭힘이나 성희롱 등을 당했거나, 해고나 징계를 당한 노동자, 산업재해 피해자들이다. 80%는 일터에서 생긴 문제이다. 다음으로는 장애인 학대, 보복성 징계나 해고를 당한 공익신고자들이 많다. 이외에도 학교폭력으로 찾아오는 학생과 부모, 석산 개발, 폐기물 소각장, 매립장 설치, 수해나 산불 피해 등 일상에서 위협받는 사람들이나 재난지역 주민들과도 함께한다. 1년에 들어오는 민원만 600~800건이다.-그 많은 민원을 어떻게 상담하고 지원하나.△일반적인 프로세스라면 불가능하다. 민원인 대부분이 행정기관의 문턱을 넘기지 못하거나, 노동조합이 없는 분들이다. 문턱을 넘는 것만 도와주면 스스로 해결한다. 변호사나 노무사, 시·도의원을 연결해 주기도 한다. 나의 역량으로 모두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저 민원인이 됐다고 할 때까지 옆에 서 드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무리한 요구라고 판단되는 민원은 어떻게 하나.△나는 판단하지 않는다. 오죽 억울했으면 나한테까지 왔을까를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내용도 있지만 왜 그런 말을 하게 됐는지를 주목한다. 성장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피해를 당해오다 사건을 계기로 피해를 자각하게 된 것이다. 대부분 민원인이 본인이 그런 입장이 될지는 몰랐다고 말한다. 켜켜이 쌓인 문제가 발현된 것이다. 발현된 그 순간의 목소리를 지키는 것이 인권 활동의 목표이다. 물론 세 차례 이상 만나면서 신뢰가 쌓인 뒤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때도 있다.-타지역과 비교해 경북 지역의 노동 인권 감수성의 수준은 어느 선인가.△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인권 관련 지표 조사 등을 보면 대부분의 영역에서 낮은 수치를 기록하는 현실이다. 예를 들어 경상북도에서 인권증진 조례가 만들어진 것이 2013년이지만,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은 전국에서 꼴찌였다. 경북의 인권 현실이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경북노동인권센터는 변호사와 노무사,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활동가 300여 명의 순수 후원으로 운영된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노동센터는 조례에 근거해 지원받지만, 경북을 비롯해 몇몇 곳만 민간 단체이다.-인권 활동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1990년대 초반 서울 대학로 인근에서 근무했다. 당시는 길거리 검문검색이 일상이었는데, 누가 시민의 걸음을 멈춰 세우고 가방을 뒤지는 권한을 주었을까? 늘 고민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세계인권선언문 읽기 모임을 안내하는 손바닥만 한 포스터를 보게 됐다. 1993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인권대회 참가자들이 주축이었다. 국내에서 조직적으로 참가한 첫 세계인권대회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인권 인식은 폭력행위에 저항하는 자유권에서 사회권 차원으로 확장됐고 국가인권기구 설립 운동으로 이어졌다.-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일이 있다면.△인권 침해를 당해 어디에도 호소할 데가 없거나, 공익 제보를 원하는 분들이 우리 인권센터를 물어물어 찾아왔을 때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보람은 인권을 배우면서 함께 한 사람들과 국가인권기구 설립 운동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제정되고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을 지켜보며 감격스러웠다. 물론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존재만으로 기여하는 바가 크다. 피해 당사자들은 강력한 몽둥이를 바라지만 국가인권위는 솜방망이를 크게 휘둘러야 강해진다. 인권 제도는 형벌 제도가 아닌데도 인권위는 지나치게 입증을 강조한다. 억울한 입장에 서서 51%만 그렇게 보이면 권고해야 한다.-안타까운 순간을 목격하는 일도 많을 것 같다.△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나 공익 제보자 대부분이 가까운 지인에게조차 별난 사람으로 취급받거나 위험한 인물로 낙인되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 그리고 사건으로 짚는다면 경주시체육회 철인3종경기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이다. 생전에 최 선수의 지인이 찾아와 사건을 접수해서 대응 방안을 찾던 중 최 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는데 최 선수가 상처받을까 조심하는 사이 사고가 나버렸다. 그 후 가해자들이 처벌받고, 국민체육진흥법의 목적이 “국위 선양”이 아니라 “체육인 인권 보장”로 변경되는 등 성과가 컸지만, 고인을 살리지 못해 안타깝다. 온갖 구설을 물리치고 끝까지 처벌을 원했던 최 선수의 부모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핑 돈다. 가해자들이 처벌받고 시스템이 바뀌어도 딸은 돌아오지 못하지만, 다시는 그런 아이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끝까지 하겠다고 결심했고, 아직도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다. -피해 정도가 경미한 경우는 어떻게 하나. 가해자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있지 않나.△피해 정도는 따지지 않는다. 본인이 피해라고 하면 피해이다. 아직 우리 사회는 상대적 약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 목소리를 낸 사람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수많은 침묵이 강요될 것이다. 물론 가해자의 인권도 침해당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진실이라도 그 과정에서 부풀림이 있을 수 있으니 늘 주의한다. 사회적 시스템으로 벌을 받아야 하지, 그 외의 것들로 배제되거나 벌에 준하는 일을 당해서는 안 된다.-인권과 관련한 일을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을까.△자기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기다. 감수성이라고 하면 느낌이나 감성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인권은 인류사회가 변화 해오면서 만들어낸 가치이며, 지금도 확장되고 있는 변화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인식의 영역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인권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중요한 일은 자신의 기준이 되는 영역을 넓히는 일, 즉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이 시대에 인권을 더 말해야 하는 이유는.△우리나라 인권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다. 현재는 조례를 통한 전면적 수용과 개인적 수용의 갈림길에 있다. 개별적 구제를 통한 확산은 느리고 한계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처럼 지자체 차원에서 인권증진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가까운 대구에서 인권 기구가 폐지됐다. 학생 인권 문제로 교사가 고통당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러한 얘기들 자체가 반인권적인 이야기다. 인권은 누구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사람들이 가장 평화롭게 사는 세상이다. 인권이 흐릿해지는 지금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가 외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인권을 더 말해야 한다.-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지 하며 활동했지, 한 번도 뭘 이루고 싶다는 생각은 없이 지금까지 왔다. 그래도 한 가지를 말한다면 인권 침해를 당하거나, 공익신고로 고통받는 분들 곁을 지키는 노동인권센터에서 정년을 맞는 것이다.김용식 센터장은대학에서 교육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2000년에 포항에 내려와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포항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공단노동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담당했다. 그 뒤 이주노동자센터에서 상담 활동을 하며 인권 분야에 몸을 담그게 됐다. 도가니 사건이 영화로 알려지면서 장애 분야 인권지킴이, 국가인권위원회 장애분야 위촉강사로도 활동했다. 포항근로자종합복지관장,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집행위원장, 경북혁신교육연구소 ‘공감’ 부소장, 국가인권위원회 위촉강사(장애 분야)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 경북이주노동자센터 운영위원장, 경상북도장애인복지위원회 위원, 경북노동인권센터장을 맡고 있다./배은정 작가

2023-12-04

주황빛 노을은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사계절 푸른 해송을 품은청하 이가리 해변은수평선 너머 물들이는고요한 일출과 가지런히 놓여 있다.바다와 하늘이 만들어내는 전경이정신을 맑게 한다.닻 공원은 해안가로 뻗어나가는산책로가 놓여 있어바다의 소리와 냄새를 만끽하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면 신선한 바다 공기가몸속 가득 스며들어일상의 번잡함을 잊게 한다. 닻을 형상한 전망대는선박과 어업 문화를 상상하게 하고바다에서 생존의 터전을 마련한 어민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운 곳해가 서쪽으로 천천히 저물면서 바다 위로 퍼지는주황빛 노을은 그림 같은 멋스러움을 자아낸다.이 순간, 일상의 소소한 기쁨은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새 희망을 심어 준다.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청하 이가리 닻 공원을 찾아가는 것은시간을 잊고 마음을 채우는색다른 여정이 될 것이다.글 : 김재건(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 최수정 최수정 197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성장했다.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6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현상회, 계명회 등의 회원이며 포항에서 갤러리m을 운영하고 있다. ‘호미곶 이야기’, ‘비밀이 사는 아파트’, ‘꿈꾸는 복치’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2023-12-03

수백년 한결같이 서로 품으며 마을의 수호신 되다

영덕군 창수면 수리마을에서 사계절을 맞이하고 보내며 전원생활을 한 지도 벌써 15년 훌쩍 넘었다. 영해에서 창수면 수리로 가는 농촌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뿌리줄기에 붙어있는 고구마처럼 길 따라 옹기종기 붙어있는 자연부락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정겹다.마을마다 작은 마을 숲에는 당우와 함께 당산목이라 불리는 노거수가 있다. 주민들은 마을 수호신으로 모시고 동제를 지낸다. 특히 영해면 원구리 마을 숲 당산목은 나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집으로 오가는 길목에 있는지라 오갈 때마다 들리곤 한다. 이제는 나의 중간 기착지 힐링 쉼터가 되었다. 숲속을 거닐면서 나무가 뿜어내는 산소를 마음껏 들어 마실 수 있다. 마을을 둘러보면서 아름다운 고택과 정원의 나무들을 감상할 수 있다. 덤으로 마을 앞에 펼쳐지는 넓은 들판은 여름에는 푸름으로 왕성한 기운을 느끼게 하고 가을에는 황금물결로 마음에 풍성함을 채워준다. 힐링하기에 원구리 마을은 안성맞춤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원구리 마을은 낮은 언덕 자락에 터전을 잡은 마을로 넓은 들을 소유하여 예로부터 비교적 풍족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왔다. 주민들은 넓은 들판과 고래불 해변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숲을 조성하고 자연을 가까이했다. 어린나무들은 세월에 힘입어 아름드리 큰 나무의 무성한 숲으로 성장하여 휴식처를 제공했다.또한 마을을 지켜주는 방패막이가 되고 아름다움과 품격을 높여주었다. 숲과 마을은 상생의 윈윈(win-win) 전략으로 자연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공존의 이치를 터득했다. 그들은 서로를 품고 살아가는 나무와 주민들이다.숲속에는 많은 수종의 나무가 있지만, 주인공은 600살 되는 세 그루의 당산목 느티나무 노거수이다. 놀랍게도 당산목은 마을을 대표하는 영양 남씨, 무안 박씨, 대흥 백씨 삼 성씨의 단합과 경쟁의 시스템으로 묶어 놓았다. 삼 성씨는 당산목을 경배하면서 단합하고 때로는 선의의 경쟁을 했다. 그들은 힘을 모아 서원을 짓고 학문을 연마하고 정자를 지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향유하고 예와 학문을 숭상했다.한 마을에 성씨별로 서원이 세 개나 지어지고 정자가 세워진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나라가 없으면 가문도 없다는 애국정신으로 남의록, 남경훈, 박세순, 백충언, 백사언 등 임란 공신 다섯 명이 모두 삼 성씨의 종손이면서 의병장으로 나라 지키는데 앞장섰다는 미담은 듣고 들어도 다시 듣고 싶다.마을은 아니지만, 문중 간 화합의 장을 열어가고 있는 삼 성씨, 아산 장씨(蔣), 밀성 박씨(朴), 옥산 전씨(全)의 모임인 강선계(講先契)는 1391년경부터 지금까지 630년간 아름다운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마을 숲에는 소나무, 왕버들, 팽나무, 회화나무 등 많은 노거수가 있지만, 제단 앞에 있는 당산목 느티나무 세 그루는 600살 됨직하고 크기도 비슷하다. 제단 왼쪽 느티나무는 지상 50㎝ 높이에서 다섯 가지가 뻗어 하늘로 높이 솟아올랐다. 키는 21m, 몸 둘레 8m, 앉은 자리는 26m가 넘는다.오른쪽 느티나무는 지상 1m 높이에서 네 가지를 뻗어 하늘로 높이 솟아올랐다. 가운데 느티나무는 조금 늦게 태어났는지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여 서쪽으로 45도 비스듬히 기울어 비켜나 자라고 있다. 양보와 경쟁의 질서를 조화롭게 지키면서 수백 년을 한결같이 평화롭게 숲의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또 한쪽에서는 왕버들과 소나무가 형제처럼 함께 부대끼며 묘한 동거를 하고 있다. 곧은 절개의 소나무가 그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터이고, 왕버들 역시 큰 덩치와 힘자랑을 멈추지 않을 터인데 앞으로도 계속 사이좋게 공존해 갈 것인지 궁금하다. 저녁 햇살이 몸을 낮춘다. 대지에 엎드린 지피식물이 어둠의 이불이 펼쳐지기 전 마음껏 만찬을 즐긴다.마을의 무안 박씨 경수당 종택에는 아름다운 향나무 노거수가 건재하게 살아가고 있다. 1570년에 건립한 99칸의 종택 대청에는 퇴계 이황이 쓴 ‘경수당’ 현판이 있다. 그보다 나는 경상북도 기념물 제124호 향나무에 더 눈길이 끌렸다. 나이가 무려 700살이 훌쩍 넘었다. 키는 6m, 몸 둘레는 3m이지만, 앉은 자리 둘레는 4.7m나 되었다. 울릉도에 자라고 있는 약 300년생 향나무를 경수당 건립자인 박세순(朴世淳)이 이식하였다고 전해오고 있다. 향나무는 무미건조한 고택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향나무 노거수 한 그루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는 용을 그리고 눈동자를 찍는 것과 같은 화룡점정이랄까 금상첨화란 생각이 든다. 전통은 만들기도 어렵고, 지키는 것, 또한 어렵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노력 없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키려는 의지와 노력이 합쳐질 때만 가능한 일이다. 아직도 세 문중이 집성촌을 이루고 오순도순 살아가면서 우리의 전통문화인 동신제를 매년 정월 대보름날 지내고 있다. 신의 경지까지 올려놓고 경배하면서 나무를 보호하고 사랑하는 민족은 세계사에 그 유례를 찾아보기도 어려울 것이다.나무 사랑, 나아가 자연 사랑으로 이어지는 전통 민속문화인 동신제가 차츰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원구리 마을의 ‘영양 남씨, 무안 박씨, 대흥 백씨’ 삼 성씨는 오늘날까지 동신제를 지내며 맥을 이어오고 있다. 마을의 단합과 결속의 중심인 된 마을 숲의 수목들이 주민들과 오래도록 장수하며 전통의 맥을 이어가길 기원해 본다.귀향한 남성근씨가 들려준 원구리 마을 동신제 이야기마을 숲속에 있는 당산목 주변을 깨끗이 청소한다, 마을 삼 성씨 어른들이 모여 앉아 왼쪽 세끼 줄을 꼬아 만든 금줄을 악귀와 부정을 막기 위해 제관들의 집에 두른다. 그리고 마당과 길에 황토를 뿌린다. 이때부터는 외부 사람들은 드나들 수 없다. 출입을 막는 것은 악귀가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마을 삼 성씨에서 각각 한 명의 제관을 선출한다. 제관으로 선출된 세 명은 1년 동안 흉사 등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였으나 지금은 한 달 보름 정도로 줄었다. 그동안 나쁜 생각도 하지 않고 몸과 마을을 정갈히 가다듬는다. 음력 정월 대보름날 하루 전날에 목욕재계하여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한다. 목욕은 용당 샘물을 이용하였으나 지금은 일반 목욕탕을 이용한다.영해 시장에 가서 동제에 사용할 제수를 마련한다, 먼저 생선가게에서 문어, 가오리 등을 산다. 그리고 과일 가게에서 사과 배 등을 산다. 마지막으로 떡을 준비한다. 제물은 크고 좋은 것을 골라 흥정하지 않고 달라는 대로 돈을 주고 산다. 소지를 준비하고 제기를 닦는 일은 제관만이 하는 일이다. 제수는 어물 위주로 하고 육고기는 닭고기만 사용한다. 제관과 마을 주민이 제당으로 가서 행사를 준비한다. 제물을 제단에 놓을 때는 바깥에서 안쪽의 순서로 놓는다. 이렇게 모든 준비는 끝이 난다.동신제를 올리는 순서는 먼저 제관과 참석자가 절을 하고 신을 맞이하는 참신을 한다. 그리고 초헌관이 땅에 있는 신이 세상으로 올라오라는 신호로 세 번 술을 따른다. 초헌관은 다시 절을 하고 참석자 모두 엎드린다. 그리고 축문을 읽는다. 아헌관이 두 번째 잔을 올리고 절을 한다. 종헌관이 마지막으로 잔을 올리고 절을 한다. 부복하고 산신제는 모든 참석자가 절을 하고 축문을 태운다. 신과 주민, 출향 인사 순으로 소원을 빌며 주민의 이름을 기재한 소지를 태워 하늘로 날려 보낸다. 모든 음식을 조금씩 잘라서 신을 위하여 주변 땅에 묻는다. 그리고 음복한다. 이렇게 동신제는 끝이 난다. 제관은 무릎도 풀고 옷도 벗을 수 있다. 오늘 있었던 동제 이야기를 나눈다.정월 대보름 아침에는 금줄을 벗기고 마을 사람 맞을 준비를 한다. 동신제 경비 등 결산보고를 한다. 주민들의 화합 시간을 갖는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3-11-29

‘권력의 욕망’이 부른 쿠데타, 그 끝은…

특별할 것 없는 집안에서 평범하게 태어났다. 일찍부터 군인의 길을 걷기로 결심해 젊은 나이에 군문(軍門)에 들어선다. 뚝심과 과감성이 있고, 처세와 정세 판단에 능했기에 비교적 빠르게 고위 장교로 진급한다. 그리고, 마침내 쿠데타를 통해 국가의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마음껏 누린 이후의 삶은 결코 행복했다고 볼 수 없다. 20세기 중반에서 21세기 초반에 걸쳐 한국,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에 걸쳐 프랑스. 다른 대륙, 다른 국가, 다른 시대, 다른 사회적 상황 속에서 살았지만 전두환(1931~2021)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에게선 적지 않은 유사점이 발견된다. 전두환은 이른바 1979년 ‘12·12 사태’를 거치며 40대 후반에 한국의 정치·사회·군사 권력을 자신의 손아귀에 틀어쥔다. 육군사관학교 동기와 선후배 사이인 신군부(新軍部), 좀 더 구체적으로 특정하면 군대 내 사조직 ‘하나회’가 주도한 반역사적 군사 반란을 통해서다. 나폴레옹은 전두환보다 더 이른 나이에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누구도 흉내 내기 힘든 전략과 전술로 군사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선보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35세의 청년 장교 나폴레옹. 그 역시 1789년 프랑스혁명을 통해 들어선 공화정 정부를 뒤집어엎은 쿠데타를 통해 ‘자유·평등·박애의 국가’라 불리는 프랑스를 자신의 무릎 아래 두게 된다. △ 권좌에 머물렀으나, 추모 받지 못하거나 쓸쓸한 죽음 맞아세상 인간 대부분이 그렇다. 빛나는 시간은 짧고 후회와 회한의 세월은 길다. 전두환과 나폴레옹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7년을 대통령의 자리에 머물며 한국에선 자신의 위에 아무도 없는 ‘만인지상의 권력자’로 군림한 전두환. 그러나, 퇴임 이후 그의 삶은 웃을 일보다 슬퍼하거나 절망할 일이 훨씬 많았다.국회 청문회에 불려 다니고, 타의에 의해 깊은 산 속 절에 유폐되고, 소급입법(遡及立法)으로 재판 받아 감옥에 가고, 그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의 가족들에게 고소되고, 결국은 추모하는 사람 이상으로 반기는 사람 또한 적지 않았던 죽음을 맞았다.영국과 러시아, 오스트리아제국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18세기 프랑스의 전쟁 영웅이자, 자신의 머리에 스스로 왕관을 씌우고 지존(至尊)에 오른 나폴레옹. 그랬던 그가 몇몇 전쟁에서 참패하고 절해고도(絕海孤島)인 영국령 세인트헬레나에서 위암으로 인해 사망한 건 51세 때다. 40대 중반에 유배자가 된 ‘전직 프랑스 황제’의 쓸쓸하고 외로운 최후였다. 전두환과 나폴레옹에 관한 역사적 평가는 엇갈린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대저 세상사와 인간사가 그렇다.다수가 맹렬하게 비판하는 인간도 소수의 측근들에겐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고, 100명 중 99명이 손가락질해도 1~2명은 동정하는 이가 있기 마련.어쨌건 한국과 프랑스의 최고 권력자였던 둘의 삶과 죽음은 어떤 영화보다 영화적이고, 어떤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했다. 이건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사실일 터.그래서였을 것이다. 전두환과 나폴레옹이 주연이나 조연으로 등장하는 드라마와 영화는 그 수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흔하다.그래서다. 두 인물은 너무나 익숙한 영화의 소재라 제대로 잘 만들지 않으면 관객과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같은 인물을 소재로 한 이전 다른 감독의 작품과 비교되며 난타 당할 수도 있다.최근 ‘12·12 쿠데타’가 일어난 밤에 카메라를 밀착한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했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나폴레옹’은 내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2023년 초겨울. 한국 관객들은 두 영화에 어떤 기대를 걸고 있을까? △ 김성수 감독이 연출한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했는데…먼저 1979년 12월 12일 저녁부터 13일 새벽까지 일생일대 결단의 시간 속에서 드러나는 전두환이란 인물의 내외면 풍경과 하나회에 저항하는 장태완(당시 수도경비사령관)의 악전고투를 담아낸 영화 ‘서울의 봄’은 흥행에선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고 있다.개봉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벌써 200만 명의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았다고 한다. 혹평보다 호평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서울의 봄’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속으로 빙그레 웃으며 표정 관리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누가 봐도 당시 보안사령관이자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두환임을 짐작할 수 있는 전두광 소장 역을 맡은 배우 황정민의 연기는 무난하고 매끄럽다.특히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한 ‘10·26 사건’의 수사 책임자가 되면서 언론과의 접촉이 잦아진 전두환이 방송사와 신문사 플래시 앞에 서기 전 거울을 바라보며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에서의 눈빛은 ‘서울의 봄’에서 가장 인상적인 신(scene)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거울 속 자신을 마주한다는 건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욕망의 실체를 보는 행위이며, 동시에 스스로의 아이덴티티를 확인하는 제스처다. 그 역시 ‘쿠데타’라는 수단으로 집권한 박정희의 총애를 받았던 후배 군인 전두환의 내면에서 무슨 욕망이 고개를 들고 있었으며, 그의 진짜 모습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역사를 통해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영화 속 캐릭터 ‘전두광’의 성격 창조가 성공적인 것에 비해, 군사 반란을 막으려 몸부림쳤던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 역할을 맡은 배우 정우성(이태신 역)의 캐릭터 완성도는 다소 떨어져 보인다.영화 ‘서울의 봄’에서 이태신은 하나회 소속 장교가 장갑차를 몰고 돌진하는 행주대교에서 맨몸으로 이들을 막아서고, 쿠데타 주도 세력이 모인 경복궁 지척 광화문에서 혼자 철조망과 바리케이드를 넘으려다 여러 차례 쓰러진다.물론, 그날의 비극을 보다 드라마틱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된 영화적 장치, 또는 영화적 허구로 봐줄 수도 있다.하지만, “이태신이 무슨 계백과 이순신의 결합체도 아닌데”라는 혼잣말을 참기 어려웠다. 결국 영화의 감동은 과도한 오버액션과 감정 과잉이 아닌 핍진성에서 오는 것일 텐데….또 하나. 전두환(전두광)과 장태완(이태신)에게만 맞춰진 카메라의 포커스 탓인지, 1979년 12월 12일 군사 반란과 반란의 저지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은 여타 배역들은 지나치게 우매하고 무능하게만 그려지는 것도 보기 딱했다.어쨌건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기자의 인상 비평일 뿐. 영화를 접한 또 다른 관객들의 관람기가 궁금해진다. △ 영화 ‘나폴레옹’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는…아직 실체가 온전히 드러나지 않은 영화에 관해서는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현재까지 영화 ‘나폴레옹’은 짤막한 분량의 예고편만이 사람들에게 공개됐을 뿐이다.하지만,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란 명제에 동의한다면 2023년 ‘나폴레옹’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이 영화의 연출자는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올해 86세인 그는 ‘실존하는 거장’이란 호칭에 값하는 감독이다.‘창조론과 진화론’ ‘로마의 역사’ ‘디스토피아로 퇴화한 미래’ 등의 소재를 오가며 그가 보여준 연출력은 오랜 세월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열정적인 추종자는 한국에도 많다.적지 않은 이들이 ‘나폴레옹’의 개봉을 기다리는 이유 중 또 다른 하나는 연기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호아킨 피닉스(Joaquin Phoenix)의 출연이 아닐까 싶다.이제는 전설로 남은 형 리버 피닉스(River Phoenix·23세에 요절한 영화배우)의 그늘에서 벗어나 당당하고 뛰어난 배우로 우뚝 선 호아킨 피닉스의 표정 연기와 내면 연기는 극장 안 관객의 모골을 송연하게 할 정도.전작 ‘조커’와 ‘보 이즈 어프레이드’에서 확인한 배우 호아킨 피닉스의 역량은 곧 개봉될 영화 ‘나폴레옹’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는 게 분명한 사실이다.리들리 스콧과 호아킨 피닉스가 만들어낸 19세기 초반 프랑스의 ‘문제적 인물’ 나폴레옹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까? 이런 조바심을 가진 사람이 기자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3-11-28

청암의 정신이 형형히 살아있는 웅숭깊은 터전

일을 한다면 국내 최고여야 했고세계 일류를 향해 나아가야 했다.드높은 꿈과 이상은 포스코를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으로포스텍과 포스코교육재단을 국내 최고의 학교로 우뚝 세웠다.1972년에 조성되었으나 전봇대 하나 볼 수 없고키 큰 나무들 사이로 형형색색 꽃들이 만발하는 곳옛 소련 외교아카데미 부원장 유진 바자노프가“사회주의 이상을 실현한 것이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곳포스코 직원들의 주택단지는 포항 시민들과 함께 어울리는아름다운 살림터가 되었다. 최첨단의 연구개발 기관과 어우러지며포항의 자부심이자 나라의 미래로 빛나고 있는국내 최초의 연구 중심 대학 포스텍지금은 비어 있는 노벨상 좌대에누군가의 이름이 새겨질 날이 오리라. 제철보국과 교육보국청암 박태준의 정신이 형형히 살아있는지곡주택단지와 포스텍그 웅숭깊은 터전에서 나라와 겨레를 빛낼별들이 솟아오르리. 임주은 임주은 1982년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대구가톨릭대 공예과를 졸업했다.개인전 2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서양화 작가로 참여했다.현재 포항문화재단 이사, 포항청년작가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경북청년작가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3-11-27

‘천의 얼굴’로 맞이하는 초겨울 낭만 여행지

많은 여행지 중 전북 익산만큼 볼거리가 많은 고장도 별로 없다. 찬란했던 백제 문화의 흔적이 깃든 왕궁리 유적과 미륵사지는 물론 춘포역 일대의 근대 문화유산까지 역사 유적지가 가득하다. 억새가 가득한 만경강은 그야말로 낭만의 절정이다. 여기에다 세상 어떤 수목원보다 매혹적인 정원까지 있다. 그야말로 천의 얼굴을 갖추고 있다. 초겨울 낭만적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전북 익산 여행이 어떨까? ◇화려한 백제문화의 정수가 도시 곳곳에익산은 백제 문화의 중심지다. 미륵사지, 정림사지에서 쌍릉까지 곳곳에 백제의 흔적이 가득하다. 무왕과 선화공주의 낭만이 묻어 있는 1천년 역사의 도시가 바로 익산이다. 익산 여행의 시작점이 미륵사지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미륵사지는 미래에 오실 부처님인 미륵불을 모시는 절터였다.미륵사지는 백제 최대의 사찰로 30대 무왕(600~641년)에 의해 창건되었고, 17세기경에 폐사됐다. 미륵사지가 발굴되기 이전에는 백제 창건 당시에 세워진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 1기, 그리고 석탑의 북쪽과 동북쪽 건물들의 주춧돌과 통일신라시대 사찰의 정면 양쪽에 세워진 당간지주 1쌍(보물 236호)이 남아 있을 뿐이다. 미륵사지는 현재 있는 터의 규모만으로도 한국 최대 규모 사찰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다.미륵사지는 중문-탑-금당이 일직선상에 배열된, 이른바 백제식 ‘1탑-1금당’ 형식의 가람 세 동을 나란히 병렬시킨 특이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폐사된 곳이라 예전의 흔적만 남아 있지만 미륵사지의 형태는 대단히 정교하고 이채롭다. 미륵사지의 석탑은 현존하는 한국 석탑 중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탑이다. 본래 미륵사에는 3기의 탑이 있었다. 중원에는 목탑, 동원과 서원에는 각각 석탑이 있었다. 중원의 목탑이 언제 소실됐는지는 알 수 없다.익산의 또 하나의 역사유적지는 왕궁리 유적터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반도의 유구한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미륵사지와 함께 최대 규모의 백제 유적으로 꼽힌다. 이 유적에는 백제 무왕 때인 639년 건립했다는 제석정사(帝釋精舍)터를 비롯해 관궁사·대궁사 등의 절터와 대궁 터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진 토성터가 있다.‘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 ‘익산읍지’ 등의 문헌들은 이곳이 ‘옛날 궁궐터’‘무왕이 별도(別都)를 세운 곳’ ‘마한의 궁성터’라고 적고 있다.왕궁 보석테마관광지 내에 있는 보석박물관은 11만 점 이상의 진귀한 보석과 원석을 자랑하는 전국 유일의 보석 전문박물관이다. 다양한 기획으로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보이는 기획전시실과 7개의 장으로 구성된 상시전시실에서 펼쳐지는 보석과 원석의 향연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익산은 유서깊은 역사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황산 나루터를 통해 들어온 종교의 도시이기도 하다. 김대건 신부의 상륙을 기념해 성당을 건립했는데 성당이 있는 익산시 망성면 ‘화산(華山)’의 너른 바위 근처에 있다 해서 나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나바위성당은 한국 천주교회에서 성지로 지정한 곳이다. 1906년 순수 한옥 목조건물로 지어진 후 1916년까지 증축을 거듭하면서 한·양 절충식 건물로 형태가 바뀌었다. 성당 앞면은 고딕양식의 3층 수직종탑과 아치형 출입구로 꾸며져 있고, 지붕과 벽면은 전통 목조 한옥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옥목조건물에 기와를 얹은 성당건물은 특히 회랑이 있어서 한국적인 미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나바위성당 근처에 있는 성당포구마을은 50여 가구의 조용한 포구마을이다. 성당포구마을 강변을 따라 색색의 바람개비가 꽂혀 있는 성당포구바람개비길이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바람개비길이 5㎞ 넘게 이어진다.성당면 와초리에 있는 익산교도소세트장도 가볼 만하다. 성당초등학교 남성분교 폐교부지 위에 세워진 국내 유일의 영화 촬영용 교도소 세트장. 30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됐다. ◇무료 양로원의 부속정원이 핫한 명소로익산시 황등면 율촌리에 있는 아가페 정양원(靜養院)은 ‘비밀의 정원’으로 불린다. 고(故) 서정수 신부가 정원을 처음 가꾸기 시작한 후 50년이 지난 최근까지 외부에 개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양원 관계자를 제외하고 익산 토박이들조차도 이곳 정원을 둘러본 이가 손에 꼽힐 정도다.아가페 정양원은 원래 서 신부가 오갈 곳 없는 노인 30여 명을 보살피던 무료 양로원이었다. 국내에서 ‘복지’라는 개념이 정립되기도 전에 자선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정양원이 자리를 잡으면서 서 신부는 시설 내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 자연 친화적인 수목 정원을 조성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다. 매달 적지 않은 돈이 드는데 기부금에만 의지할 수 없어 정원에서 자란 나무를 판 수익금으로 양로원 운영비와 생활비를 충당한 것이다.50년의 세월이 흘러 아가페 정양원의 나무들은 부쩍 키가 크고 수종도 다양해졌다. 여느 수목원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을 정도로 조경이 화사해졌다. 규모도 100만㎡나 돼 하나의 거대한 동산에 가깝다. 넓은 대지 위에 갖가지 수목이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특유의 향기를 발산하는 정원으로 성장했다. 익산시는 사회복지법인 아가페와 함께 아가페 정양원의 부속정원을 ‘아가페 정원’이라고 이름 붙이고 지난 9월부터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전북 제4호 민간정원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길이 1천670m에 이르는 산책로에는 붉은빛 백일홍, 마치 공작새가 화려한 날개를 활짝 펼친 듯한 공작단풍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관상수가 즐비하다. 우아하게 나뭇가지를 늘어뜨린 가문비나무와 쭉 뻗은 후박나무, 잣나무까지 더해져 어떤 정원에서도 보지 못한 이국적인 자태를 뽐낸다.정원의 랜드마크는 하늘과 맞닿은 듯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산책로다. 아가페 정원 설립 초기에 심은 500여 그루의 나무는 높이가 40m에 이르는 명품 산책로가 됐다. 숲길 사이로 들어서면 마치 동화 속 신비의 숲으로 발을 디딘 듯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하늘로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길도 인상적이지만 그 앞에 듬성듬성 있는 당단풍에도 시선이 머문다. 앙상한 가지에 물기가 쭉 빠져버린 꽃이 달렸다. 정원 초입의 어마어마한 밤나무도 이채롭다.숲속에 자리한 작은 도서관에서는 책을 꺼내 들고 의자나 잔디에 앉아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아가페 정원은 수선화, 튤립, 목련 등 34종의 꽃들이 향연을 벌이는 여름철도 아름답지만 가을에서 겨울까지도 인상적인 황금빛으로 물들어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근대 역사의 흔적 남아 있는 춘포아가페 정원과 함께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이 춘포면 춘포리다. 일제 강점기에 대장촌(大場村)으로 불리던 춘포리는 요즘으로 치면 대규모 농업을 위해 만든 신도시였다. 춘포면 중심에 있던 일본인 마을에는 호소카와, 이마무라, 다나카 등 3개 농장을 중심으로 일본 규슈 중부 지방 구마모토에서 건너온 일본인 이주민과 지주들이 조선인과 함께 어울려 살았다고 한다.춘포 역사지에 따르면 전 일본 총리의 할아버지인 호소카와가 운영하던 농장은 3개 군 100촌락에 걸친 9917㎢(1천정보)의 대규모 농장이었다고 한다. 여의도 면적 세 배에 달하는 규모다. 패망 후 일본인들은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아직까지 춘포에는 일본인이 살던 가옥들이 남아 있다. 이 가운데 원형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곳은 호소카와 농장 주임관사 가옥이다. 일본식 정원까지 갖춘 대저택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폐역이 됐지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간이역인 춘포역도 꼭 들러볼 만하다. 역사 벽면에는 춘포역이 아니라 대장역으로 불리던 시절 이곳을 오갔던 학생들의 교복과 기차 시간표는 물론 당시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까지 빼곡하게 붙어 있다./최병일 여행전문기자

2023-11-23

영주 역세권 도시재생사업, 원·구도심 활성화 뉴 패러다임

영주시는 2020년 국토부 공모에 선정된 역세권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원도심과 구도심을 활성화하는 도시재생사업이 한창이다.도시재생사업은 현재 진행중인 중앙선 철도복선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영주역사 신축과 함께 역세권 중심상권 회복을 위해 국비 140억원, 지방비 93억3천만원, 기금 14억원, 민간 3억3천만원, 자체지방비 32억2천만원 등을 포함한 282억8천만원의 예산으로 2025년까지 사업을 추진한다.사업 추진구간은 영주역으로부터 경북전문대 방향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다.특히 이번 사업은 도시문화친화형 가로조성, 지역특화산업, 관광거점 등의 목표로 각 도심 간 연계를 통해 영주시 동지역 전체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역세권개발 주요사업영주시가 ‘역전에서 역전’으로 ‘살맛나는 역전재생, 영주대학로’란 주제로 추진 중인 역세권개발사업은 크게 8가지로 구분돼 추진된다.추진 내용을 보면 △시민(영주역)의 광장 △역세권 상권활성화 도로 조성사업 △현 남부육거리 신호체계 교차로, 6지형 회전교차로 변경 △청년참여형 골목길 조성 △소통하는 골목길 조성공사 △도심이용안내체계 구축 △거점시설 더이음 어울림센터 건립 △주민 역량강화, 상생상가 10실, 대학로건축경관개선 40개소, 노유자복지프로그램 등이다. □ 역세권 종합계획역세권도시재생사업의 기본 및 종합계획은 마중물 사업으로 지역특화산업 거점조성, 문화 친화형 거리 조성, 도심관광 지원시설 구축, 살맛나는 거주공동체 지원사업, 부처연계사업, 공기업사업, 지자체 사업 등으로 구분된다.지역특화산업 거점조성 사업은 영주의 특산물과 사람이 이어지는 곳으로 더이음 어울림센터가 5층 규모로 조성된다.이곳에는 공영주차장, 레시피연구소, 오픈에어레스토랑, 특화음식 아이브러리, 문화스튜디오, 문화컨텐츠 스튜디오, 숙박지원센터 등이 조성된다.문화 친화형 거리조성 사업은 대학로 문화가로 조성과 마이크로 모빌리티 스테이션 4개소, 키오스크형 도심이용 안내체계 20개소가 설치된다.도심관광 지원사업 구축에는 역광장 관광거점화, 역전여관 숙박개선이 추진되고 살맛나는 거주공동체 지원사업에는 공영주차장 복합화, 소통하는 역전골목길 조성, 주민참여 도시 가드닝, 경북전문대 연계 문화복지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부처 연계사업에는 영주역 신축공사(중앙선복선화), 문화특화지역 사업(문화체육관광부), 청년창업랩 구축사업(행안부),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사업(중소벤처기업부)이 추진된다.공기업 사업에는 대학로 전선지중화사업(한전), 지자체 사업으로 상생상가 ZONE 구축, 대학로 건축경관 40개소 개선, 남부육거리 회전교차로 개선, 휴천2동 주거문화복지센터 개선 사업이 실시된다.국토교통부가 주관한 생활밀착형 도시재생 스마트 기술지원사업에 경북도내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영주시는 국도비 5억8천만원과 시비를 포함한 총사업비 8억2천800만원으로 역세권도시재생뉴딜사업 지구내에 다목적 지능형 기둥 10개소 및 스마트 횡단보도 2개소를 설치한다.지능형 기둥은 가로등, 보안등, 다목적 폐쇄회로 TV, 공공 와이파이, 풍력발전설비, 발광다이오드 전광판, 비상벨 등 최첨단 기기를 통합한 지주다.영주시는 도시경쟁력을 높이고 시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환경 개선과 보행자 친화형 역세권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이 밖에도 도시재생 4개소 및 새뜰마을사업 5개소가 지역주민과 함께 소통하며 함께 잘사는 도시활력 사업이 되도록 영주시는 세심하게 사업을 추진 중이다.이 사업들이 완료되면 원도심과 구도심 간 연계성과 도시재생에 따른 균형발전으로 경쟁력 있고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뷰 강성렬 영주시 도시재생과장주민생활과 밀접한 분야 개선재생사업 효과 제고 위한 사업-도시재생사업의 필요성은.△쇠퇴하는 구도심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지역역량 강화와 새로운 기능 도입 및 지역자원의 활용도를 높여 도시경쟁력 강화와 도시기능 활성화를 가져오는데 목적이 있다. 이 사업은 중앙선 복선화 전철 사업과 맞불려 있다. 영주역사의 준공과 맞물려 역세권 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현재 영주시의 정주권, 생활권, 경제권, 교통, 복지 등 다양한 부분에 뉴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생활밀착형 도시재생 스마트 사업 내용은.△시는 역세권도시재생사업 연계성과 서비스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도시재생, 스마트시티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 위원회를 구성 사업 대상지를 선정했다. 이 사업은 생활밀착형 도시재생 스마트 기술지원사업에 선정돼 국도비 5억8천만원을 확보했다. 도시재생사업지의 세부 기능과 연계한 스마트기술을 구축해 안전, 소방, 교통, 생활, 복지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개선하고 재생사업 효과를 제고하기 위한 사업이다.-개발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 역세권 도시재생뉴딜사업은 영주역에서 경북전문대학교 양방향을 중심으로 시행된다. 여기에는 시민의 광장, 역세권 상권 활성화를 위한 도로 조성, 청년참여형 골목상권, 도심이용 안내체계 등 다양한 사업이 추진된다. 인터뷰 우영선 영주시 도시재생센터장사업 추진을 위한 중간지원 조직주민·전문가 의견 반영 정기회의-센터의 역할은.△영주시 도시재생센터는 사업 추진을 위한 중간지원 조직으로 주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사업에 반영하고자 주민, 행정, 전문가가 함께 의견을 교환하는 정기적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회의에서 도출된 내용을 사업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도시재생 사업의 중요성은,△도시재생 사업은 주민들의 의지와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센터는 도시재생 사업의 주체인 주민들의 역량을 배양하기 위해 도시재생대학, 주민제안 사업 등 다양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다.-사업에 대한 기대는.△영주시는 현재 KTX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구 도심의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역세권도시재생사업은 KTX와 영주역을 이용하는 이용객과 신도심으로 유입된 시민들과 관광객을 유입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영주역에서 경북전문대학 구간의 역세권 개발사업은 영주지역 관광의 첫 관문으로서 역활과 지역 경제와 상권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게 될 것이다.역세권개발사업은 구도심의 쇠퇴한 상권 회복과 영주시가 추진 중이거나 이미 완료된 도시재생 사업지구와의 연계성을 통해 지역 균형 발전의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3-11-22

“와송의 강인하고 끈질긴 생명력은 차라리 아름답다”

와송(臥松) 노거수는 우리 민족성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민족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기질을 민족성이라 말한다. 단일 민족인 우리 한민족은 절개와 지조가 있으면서 청초함을 갖추었다.척박한 토양 환경에도 끈질기게 살아가는 애국가에 나오는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이 한 줄의 가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고난을 극복하고 세계사에 우뚝 선 나라로 국제사회에 미담의 주인공으로 회자 되고 있다. 송죽매란(松竹梅蘭)은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는 사군자로 우리 조선의 선비들이 즐겨 심고 노래한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는 늘 푸른 소나무는 화려하지 않으면서 깨끗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으로 청초하기까지 하니 우리 민족성과 많이 닮았다. 젊음의 기개처럼 젊은 소나무는 부러져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는 절개와 지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노거수가 되면 살아온 연륜만큼이나 지혜로움을 보여준다. 곧은 줄기의 불그스레한 모습은 엷은 미소를 띤 온화한 할아버지 얼굴 같다. 가지의 곡선은 세월의 연륜에서 빚어진 은은함과 부드러움, 공간 조화의 미덕을 보여준다.소나무는 우리 민족과 함께 동고동락한 반려자로 민속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삶을 보아도 그렇다. 할머니는 마을 당산나무인 소나무에 누구보다 먼저 새벽에 들러 아들딸 낳아달라고 소원했다. 그리고 아들딸 낳으면 할아버지는 집 사립문에 금줄을 치고 솔가지를 걸고 그해 소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그리고 죽으면 소나무로 만든 관속에서 마을 뒤 선산의 솔밭에 묻혔다. 우리 조상은 소나무로 시작해 소나무로 끝나는 인생사라 해도 좋을 것 같다. 포항시 장기면 두원리 386번지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소나무 노거수는 절개와 지조에 더하여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1992년 9월 14일 보호수로 지정하여 나라의 보호를 받고 있다. 나이는 340살이며 키는 15m, 가슴둘레는 3m 넘는다.뿌리 부근에 두 줄기의 형제가 나와 자랐는데 그중 한 줄기가 태풍에 밑둥치가 부러져 꺾이어 드러누운 채 살아가고 있다.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라 주민 누구도 가져가지 않고 자연 방치되었다. 소나무는 생명줄을 놓지 않고 죽을힘 다해 버티어 살아남았다. 아마 혼자 힘으로는 버티어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형제의 뿌리가 영양분과 물을 공급해 주었으리라. 한 형제가 넘어졌으니 일으켜 세우지는 못하더라도 뿌리에서 도왔을 것이다. 형제의 도움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비록 누워서 살아가고 있지만, 건재한 모습이 오히려 어느 소나무보다 진한 감동을 주었다.부러져 꺾어진 부분에는 벌레나 균의 침입으로 인하여 부식되었다. 그러나 삶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보통의 소나무라면 벌써 숨통이 끊어졌을 터인데 그 강인한 생명줄을 부여잡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다기보다 아름답게 여겨졌다. 참으로 기이하다고 할까, 경이로운 모습도 모습이지만, 살려는 강인한 의지력에 놀랄 뿐이다.몸은 비록 장애일지라도 그의 꿈과 이상은 푸른 하늘을 향하고 있음을 그의 모습에서 볼 수 있었다. 세월이라는 시간만이 만들 수 있는 자연의 걸작품이다. 누워서 살아간다고 와송(臥松)이라 부르고 싶다. 끈질긴 생명의 힘을 보여주는 불굴의 의지를 지닌 와송 노거수는 우리에게 귀감이 아닐 수 없다.얼마 전 신문 기사에 산주가 아름다운 소나무 노거수를 팔아서 주민들이 반발하는 기사를 읽었다. 원상복구 문제까지 번진 일이다. 아름다운 소나무는 정원의 조경수로서 최고의 나무라면서 값을 따지지도 않고 사는 경우가 흔히 있는 것 같다. 조경업자는 산이든 들이든 어디에 있든지 상관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사려고 한다. 물론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고 나무를 감상할 수 있는 공원이라면 그 또한 나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해서 개인의 정원에 함부로 사서 심는다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라 생각이 아닐까. 여기 와송 노거수는 절대로 옮길 수 없다. 주민들이 허락하지 않겠지만, 어느 조경업자도 이식하여 살릴 재간은 없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손을 댄다면 와송 노거수는 지금까지 지켜온 절개와 지조를 죽음으로 증명해 보일런지도 모른다.소나무는 우리 민족성과 많이 닮았다. 오천 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은 동북아 작은 한반도에서 끊어질 듯하면서도 끊어지지 않고 그 맥을 이어왔다. 이웃 나라의 끊임없는 간섭과 침략에도 굳건히 살아남았다.강대국의 말발굽에 짓밟혀 가면서도 아픔을 참고 살아남았다. 제국주의 아래 씨를 말리려는 민족 말살에도 굴하지 않고 고초를 참으면서 맥을 이었다. 한반도를 붉게 물들이려 하는 세력의 집단으로부터도 푸른 기운을 싹틔우며 자리를 지켰다. 무소불위의 일부 세력의 권력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온몸으로 저항했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 자유와 민주, 산업화에도 늘 그 중심에 섰다. 금융위기도 빠르게 극복하고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도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슬기롭게 극복했다. 곧은 절개와 늘 푸른 소나무처럼 불멸의 민족으로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민족을 닮은 소나무한낮이 기울 때 가을 햇살로 인해 소나무 노거수의 온전한 전체 모습을 사진기에 담기에는 어려웠다. 겨울, 그 모두가 잎을 떨구고 나목으로 추위에 떨고 있을 때 소나무는 그때야 자신의 푸름을 자랑한다. 특히 눈이 내린 날에 더욱더 푸름이 빛을 발한다.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겨울 소나무 노거수를 본다면 그 누구도 감탄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흰 눈과 푸른 소나무의 풍경은 우리 민족의 모습으로 겹쳐 보인다. 흰옷을 좋아하고 즐겨 입으며 푸른 기상을 닮으려는 우리 민족이 아니었던가. 주변 다른 나무를 적절히 제거하고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는 와송 노거수를 천연기념물로 격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글·사진=장은재 작가

2023-11-22

온기 불어넣는 한 잔, 밤의 낭만을 즐기다

환한 대낮의 역동성과 활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는 밤이 가진 안온함과 고요한 평화를 기다린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취향과 성정의 차이다.기자의 경우엔 밤의 매력에 이끌리는 사람. 그래서다. 오래전 아래와 같은 시를 읽었을 때 잠시잠깐 가슴이 술렁였다.시인 나희덕(57)은 어둠이 내려앉은 밤의 미지(未知)를 아래와 같이 노래한 적이 있다.“…(전략) 우리는 어둠의 온도와 속도도 느낄 수 없지알 수 없기에 두렵고 달콤한 어둠아, 얼마나 다행인가어둠이 아직 어둠으로 남겨져 있다는 것은.” ‘어둠이 아직 어둠으로 남겨져 있는’ 시간을 요절한 시인 기형도(1960~1989)는 “진짜 밤은 검지 않고 푸르다”라고 썼다. 비단 기형도와 나희덕만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의외로 낮보다 밤을 사랑하는 인간도 많다.2개월 전 늦은 휴가로 떠난 후쿠오카. 낮에는 유명한 신사(神社)와 현대적으로 만들어져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 타워, 중세에 축조된 고풍스런 성(城),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휴양을 즐기는 해변을 찾아다녔다. 나쁘지 않았다.후쿠오카는 낮 이상으로 밤 또한 좋았다. 세상사와 인간사를 말없이 지켜보며 수천 년을 조용히 흘러온 강을 등지고 앉아, 이러저런 요리를 안주 삼아 한잔 술을 즐길 수 있는 서민적 공간이 있다는 것이 ‘밤의 후쿠오카’가 지닌 매력 중 하나.기자는 후쿠오카를 찾은 관광객들이 ‘나카스 야타이 거리(中洲屋台街)’라고 부르는 곳을 4박5일 머무는 동안 매일 밤 찾아갔다. 이지앤북스의 ‘일본 후쿠오카 여행’은 그곳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밤이 찾아오면 긴 밤을 지키는 불빛들이 하나씩 밝혀져 도시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어묵, 꼬치, 라면, 만두는 물론 다국적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후쿠오카 포장마차 거리가 있다. 일본 내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 중인 후쿠오카는 ‘야타이’가 대규모로 정착된 유일무이한 도시다. 야타이는 후쿠오카 상징 중 하나이기도 하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음식과 즐기는 밤의 낭만일본이란 국가에 대한 호오(好惡) 평가와는 별개로 일본 요리가 깔끔하고 보기 좋게 장식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서너 군데 일본 도시를 여행한 경험에 의하면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후쿠오카의 번화가라 할 수 있는 하카타역 인근엔 일본인과 외국인 여행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식당이 수백 개다. 거기서 맛본 음식은 입보다 먼저 눈을 즐겁게 해줬다.떼어 낸 새우의 머리와 나뭇잎 따위가 그처럼 화려한 요리 장식 재료로 사용되는 걸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보지 못했으니까.하지만, ‘나카스 야타이’라 불리는 술집들은 노상에 늘어선 포장마차. 화려함이나 정갈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야타이’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부터 알아볼까? 앞서 언급한 ‘일본 후쿠오카 여행’으로 돌아가 보자.“(야타이는) 에도 시대에 도쿄에서 생겨난 일본식 포장마차로 1940~1950년 사이 경제 발전과 함께 전국적으로 붐이 일었다가 1964년 도쿄 올림픽과 함께 서서히 사라졌다. 그러나 후쿠오카에서는 야타이 문화를 보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현재는 후쿠오카시로부터 법적 허가를 받은 야타이만 운영된다. 야타이 문화는 후쿠오카에서 꽃을 피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최대 야타이 도시답게 후쿠오카에는 크게 나카스와 텐진 두 곳의 대표적 야타이 거리가 있다.”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몇 해 전 ‘코로나19 사태’를 혹독하게 겪었다. 그 영향 탓인지 한창땐 100개 넘게 운영됐다는 야타이 중 현재는 20~30개만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그럼에도 ‘포장마차’만이 줄 수 있는 낭만은 사그라들지 않아 보였다.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오렌지색 전등을 밝히고 소박한 요리를 안주 삼아 옆 자리에 앉은 처음 보는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게 포장마차, 즉 야타이 아닌가. 한국이 그렇듯 일본도 그랬다.그래서다. 하카타역 주변 근사한 식당에서 비싼 식기에 담긴 고급 요리를 먹는 것 이상으로 나카스 야타이의 요리가 마음에 들었다.싸구려 플라스틱 접시에 담아낸 한국 돈 8~9천 원짜리 명란 구이와 닭 꼬치도 맛있다는 이야기다. 제법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수차례 다녀오는 것도 귀찮게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한국에서라면 마주 보거나 나란히 앉아 이야기 할 기회가 거의 없었을 대학생, 20~30대 젊은 친구들과 격의 없이 이러저런 잡담을 나누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해본 건 더 즐겁고 행복했다.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 그들 내면을 들여다보다후쿠오카에 도착한 날. 피곤함을 잊고 가볍게 저녁을 먹은 후 강변으로 갔다. 숙소에서 가까우니 산책이나 해보자고 나선 길이었다. 그날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나카스 야타이’와 만났다.명란 구이에 청주 한 잔을 주문하고 홀로 앉아 있는 기자의 바로 옆에 오사카에서 대학을 다닌다는 학생 넷이 왔다.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런 합석이었다.한국말을 못하는 일본 젊은이들과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한국의 중년. 그러니, 소통은 양측 모두 서툰 영어로 이어졌다.그럼에도 ‘후쿠오카만이 아니라 오사카에도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서 번화가를 걷다보면 일본말보다 한국말이 더 많이 들린다’ ‘나도 한국에 두 번 가봤다. 삼계탕이 맛있더라’ ‘한국 걸그룹 멤버 중엔 일본인이 적지 않다’라는 것쯤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여행이 가진 매력은 ‘나이와 국적을 넘어선 친구를 만들어준다’는 게 아닐지. 그날 밤, 새삼 그걸 깨달았다. 겨우 생맥주 한 잔씩 사준 것뿐인데도, 깍듯하게 고마움을 전하는 예의 바른 일본 청년들이었다.후쿠오카 여행 둘째 날과 셋째 날엔 서울과 여수, 대전과 청주에서 왔다는 한국의 젊은 여행자들과 대화하는 흥미로운 경험을 선물 받았다. 역시 나카스 야타이에서였다.30대 초반인 남성들은 대기업과 독립 프로덕션에서 일한다고 했고,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스물네 살 여성들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새내기 회사원이었다.그들이 뿜어내는 밝고 환한 에너지가 부러웠다. 기자 역시 그런 시절을 지나왔음에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역동적인 활기와 거침없는 웃음.2023년을 사는 30대 한국 남성이 생각하는 결혼과 출산은 기자가 청년일 때 느꼈던 것과는 크게 달랐고, 같은 회사를 다니면서도 50대 이상의 부장·이사와 함께 점심을 먹거나, 술 마시는 걸 꺼려하는 솔직한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20대 여성들이 바라보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에 대한 견해와 여행하는 인간으로서의 즐거움에 관해 들어본 것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전화기를 가리키며 “내 엄마와 똑같은 핸드폰을 쓰시네요”라고 하길래, 모친의 나이를 물었다가 기자보다 두 살이 적다는 답을 듣고는 잠시 서글퍼졌던 기억까지 웃음과 함께 남았다.3주에 걸쳐 지극히 개인적인 ‘후쿠오카 여행기’를 쓰다 보니 또 한 번 조그만 배낭을 꾸려 낯선 도시로 떠나고 싶어진다.다가올 다음 여행에선 어떤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맛보고, 어떤 낯선 사람들과 국적과 인종, 나이와 종교를 뛰어넘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만으로도 벌써 설레니 “여행자는 몸은 집에 있어도 마음만은 언제나 길 위를 떠돈다”는 이야기가 생겨난 게 아닐지./사진 제공: 홍성민/홍성식기자 hss@kbmaeil.com끝

2023-11-21

한 걸음마다 이야기가 살아나는 순례길

아침 든든히 먹고 신발 끈 다시 꽉 묶고길을 나서면 거기서부터 순례다.날숨 가다듬고 들숨 잠잠할 때파도소리 갈매기 소리에 실려오래 묵은 이야기가 들려온다.내 고향 땅에 청포도 알알이 익어가는 시절에고달픈 몸으로 찾아올 손님을 기다린 시인 이야기마침내 그 손님 맞이하여 함께 살아가는 오늘도연둣빛 포도알이 거리 가득 열매 맺는다는 이야기 신라시대 연오랑세오녀 부부 해초 뜯으며 살 때연오랑이 신이한 바위 타고 바다 건너 왕이 된 이야기그래서 해와 달이 시들시들 빛을 잃어버렸을 때세오녀가 고운 비단으로 하늘에 빛을 수놓은 이야기갈매기 장미꽃 잠자리 코스모스 모두 모아하얀 벽 캔버스 삼아 물감으로 새겨 놓은 거리에도한 폭 한 폭의 그림마다 소복이 내려앉은세월의 흐름에도 사라지지 않는 동화 같은 이야기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나무 데크 위로 걸어가면용왕과 선녀가 사랑을 나누었다는 하선대와서 있어서 선바우, 검어서 먹바우……무수한 바위들 제각기 이름을 가지고 살아나는 이야기기암절벽에 새겨진 태곳적 비밀 이야기와암벽의 아홉 구멍에서 승천한 아홉 마리 용 이야기그렇게 새겨진 고대의 온갖 이야기 위에서오늘도 그물을 씻는 한적한 어촌 마을 이야기한 걸음 한 걸음마다 이야기가 살아나는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이야기 순례길이다.글 : 이가은(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임주은 1982년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대구가톨릭대 공예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2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서양화 작가로 참여했다. 현재 포항문화재단 이사, 포항청년작가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경북청년작가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3-11-20

오늘, 살아보고 싶은 도시 내일, 행복 스마트 시티

“나는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철학자 바뤄흐 스피노자의 명언처럼 우리는 현재를 충실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내일을 이야기하고 대부분 장밋빛 내일을 기대하며 그 꿈을 실현하고자 오늘을 살아간다. 28만여 명의 시민이 생활하는 경산시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당장 눈앞에 다가올 2030년의 모습, 그리고 계속해서 다가올 미래 경산은 어떤 모습일지 현재를 돌아보며 내일을 그려본다. □ 경산의 현재2023년을 마무리하고자 달려가고 있는 현재의 경산은 대구광역시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던 배후도시에서 경북도의 3대 도시로 위세를 자랑하며 발전 가능성이 무궁하며 한번은 살고 싶은 도시가 됐다.지속으로 늘어나는 유입인구와 상주인구에서 볼 수 있듯이 교육과 일자리, 주거생활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도시로 성장했으며 국가의 주요 연구소 등도 자리 잡는 등 대한민국 내에서도 기틀이 튼튼한 도시가 되었다.1900년대부터 시작된 택지조성은 409만 935㎥의 택지개발과 45만 855㎥의 도시개발 등으로 정주권을 보장하고 603만 6천990㎥의 산업단지는 일자리와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도시로 자리 잡았다.특히 지역의 산업지도를 바꾸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경산지식산업지구는 지금까지 지역에 없던 업종을 유치해 산업구조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차세대 건설기계와 자동차, 철도차량 부품산업, 첨단 메디컬섬유 융합소재산업 등과 미래의 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차세대 건설기계부품 설계지원센터와 차세대 건설기계부품 융복합센터, 무선전력전송기술센터, 미래 모빌리티기술센터, 메디컬융합소재 실용화센터, 차세대 차량융합부품제품화 지원거점센터, 사물 무선충전 실증기반구축사업 등의 7개의 국책 연구기관의 입주는 경산의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조영·임당동 고분군 등 고대국가의 압독국의 문화유산, 불교 기도 도량으로 유명한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갓바위), 귀신이나 액운을 쫓는 명물로 알려진 경산의 삽살개 등 2%가 부족한 느낌은 들지만, 충분히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부존자원들도 넉넉하다.또 60곳의 초중고와 13개의 대학, 1곳의 특수학교 등으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인재 양성의 최적 교육환경도 제공하고 있다.여기에 한국에서는 두 번째로 프랑스의 ‘에꼴42’의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창의적 역량을 갖춘 우수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는 ‘경산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는 자기주도학습·동료학습 기반의 문제해결식 소프트웨어 교육에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된 학습 공간으로 그 결과에 기대감을 주고 있다.경산시는 ‘지켜주는 행복 복지’를 목표로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사업을 확대하며 주민복지와 노인복지, 여성복지, 어린이 복지, 장애인 복지에 최선을 다하는 등 도농복합도시의 특색을 살리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현재의 경산은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경산형 성장 전략 수립, 지역 균형 발전의 토대를 구축해 일상 속 행복이 보장되는 머물고 싶은 도시로,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지 않는 행복공동체 구현, 지역 농업과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는 정책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 2030년의 경산2030년의 경산은 인구 30만 명에 미래 신산업 육성과 건강과 휴식이 있는 푸른 도시, 문화기반시설 균형 실현, 초고령 사회를 대비한 복지체계 구축을 중심으로 시민이 행복하고 산업이 성장하며 문화 향유로 도전과 혁신이 있는 지속 발전도시 경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를 위해 경산시가 만든 2020년부터 2030년까지의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르면 경산과 진량, 자인, 하양 생활권의 지역 여건을 최대한 살리며 발전시켜 연간 250만 명의 관광객을 기대하고 있다.또 일부 지역에서 발생하는 도시쇠퇴 현상을 특색 있는 도시재생사업으로 도시 활력을 높이며 지역 균형개발과 범죄와 재해 위험이 없는 안전 도시, 쾌적하고 깨끗한 청정도시를 목표로 행복 스마트시티를 비전으로 삼고 있다.고속도로와 철도, 버스 등으로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구축하고 있으나 비효율성이 지적되고 있는 버스노선, 경산 오거리 등 중심 시가지 도로 혼잡문제를 대중교통과 공유교통, 자율주행차 등이 연결되는 통합교통서비스로, 도심지역 혼잡 불편은 주차공간 마련으로 해결을 제시하고 있다. 시는 이처럼 2030년의 경산을 위해 △도시·주거 △도로·교통 △산업·경제 △문화·관광·체육 △복지·보건 △공원·녹지·환경 △교육 △농업·농촌 등을 아우르는 중장기계획이 세웠으나 이 중장기 발전계획이 지난 2018년도에 수립돼 현실과 차이가 발생하는 점을 확인하고 내년에 2030~2040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에 나서 실현 가능성을 높일 예정이다.현재에서 예측하는 2030년의 경산의 모습은 정형화되지 못해 사람마다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모순을 안고 있다. □ 경산의 내일경산의 내일을 뚜렷하게 정형화를 할 수 없다 하여도 “더 나은 곳으로 발전”이란 명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경산시는 경산4일반산업단지에 자원순환형 셀룰로오스 나노섬유소재 산업화센터를 구축해 미래 모빌리티 신성장 동력 창출 및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의 활력을 높이고 특구로 지정된 전기차 차세대 무선 충전 규제 자유 특구에서 차세대 무선 충전 신기술 규제혁신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생태계와 전·후방의 산업생태계 조성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특히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의 유기적인 네트워크 구축과 벤처기업의 투자·협업, 연구지원을 수행하는 스타트업 창업생태계를 구축하는 임당 유니콘파크는 스타트업 60개, 지식산업센터 69개 기업 입주, 1천여 개의 일자리 창출과 창업 전진기지 역할로 인재들의 지역이탈 방지에 한몫하게 된다.이외에도 게임산업 육성과 글로벌 코스메틱 비즈니스센터 운영, ICT융복합 어린이재활기기 실증센터 구축, 청년 지식 놀이터와 웹툰 창작소 운영, 로봇 선도기술 사업화 지원,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으로 생동감 있는 지역경제를 체감한다.문화예술회관과 임당유적전시관으로 지역문화를 꽃피우고 문화관광재단으로 지역문화의 가치를 높여 누구나 찾아오고 싶어 하는 고장으로, 틈새 없는 복지안전망 구축과 여성 안전 클러스터 구축에 따른 누구나 행복을 느끼며 소외감이 없는 도시로 사람들이 기억한다.새마을운동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움직인 것처럼 발상의 전환에 따른 특색있는 시책의 도입으로 국민의 의식을 선도하는 지자체로 자리 잡았다.여기에 지역의 간절한 희망인 명품아울렛의 영업으로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2천여 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 경산은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고대의 압독국이 자리 잡아 일찍부터 고대인들의 생활문화 공간이었던 경산에 남은 문화유산과 자연 자원, 문화재, 기타 문화·역사자원 등 다양한 관광자원을 활용한 쉬어가는 관광자원의 개발로 수익 창출과 지역을 알리는 홍보 효과, 특히 대구의 명소로 알려진 팔공산 관봉 갓바위도 경산의 명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을 것이다.특히 2030~2040의 중장기 개발계획의 로드맵을 따라 진행된 경산의 새로운 모습은 현재의 우리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 될 수도 있다./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3-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