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기획ㆍ특집

영양군 청정 산 속의 그윽한 산나물 향취… 입 속에서 봄이 활짝

완연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시기가 다가왔다.아침, 저녁과 달리 따뜻한 햇빛을 받은 산나물도 영양의 도처에서 자라고 있다.일찍이 얼음장 밑에서 파릇파릇 돋아났던 냉이 같은 봄나물이나 화려한 봄꽃이 가득하고, 신록이 아름다운 계절의 여왕 5월 다가왔다. 경북 북부 태백산맥 남단에 위치한 영양군은 서울 면적의 1.3배에 이르는 크기임에도 인구가 1만8천명에 미치지 못해 ‘육지의 섬’이라 불린다. 영양엔 청정 자연이 주는 맑은 공기와 바람, 강한 태양빛으로 빚은 고추와 사과 같은 농산물이 가득하다.낙동강의 상류 지류 반변천의 발원지인 일월산의 청정 자연 속에서 탄생한 산나물의 향연이 5월 2일부터 5일까지 영양군청과 영양전통시장 일원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15번째를 맞이하는 영양산나물축제는 지난 2월 ‘2019 경상북도 우수축제’로 선정돼 도비지원금 4천만원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최우수축제 2회, 우수축제에 8회 선정됨으로써 영양뿐만 아니라 경북도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영양산나물축제는 영양군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가능성을 찾지 못하고 외면했었던 산림, 그리고 산림 도처에 널려 있는 ‘산채’에 주목하면서 시작됐다. ‘산채’라는 소재의 특이성과 발전가능성에 영양의 부족한 관광인프라를 극복하는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될 영양산나물축제. 이제 산채의 무한한 가능성이 하나씩 발견되고 있다.△제15회 영양산나물축제, 초심으로 돌아가다15회를 맞이하는 영양산나물축제는 5월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영양군청, 영양읍 복개천, 영양전통시장 일원에서 개최된다.이번 축제가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작년까지 행사를 진행하던 영양공설운동장에서 영양읍내로 장소를 이전한 점이다.지난 2016년 12회 영양산나물축제를 개최하면서 기존에 군청전정 개최로 인한 좁은 행사장 여건으로 발생한 관광객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메인 행사장을 영양공설운동장으로 이전했다. 보다 넓은 공간에서 행사장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많은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마련해 지난 3년간 축제를 개최했다.하지만 축제장 접근성에 대한 관광객들의 불편함이 꾸준히 제기되고, 특히 민선7기 출범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산나물축제장을 영양읍내로 다시 되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이에 오도창 영양군수는 공약사항인 축제장 읍내 이전을 실행해 제15회 영양산나물축제는 영양군청과 영양전통시장 일원에서 개최하게 된다.△먹GO 보GO 즐겨라!작년 산나물축제는 산나물 판매, 일월산 산나물 채취체험, 별이 빛나는 밤에 콘서트, 산채 가장행렬, 1천219인분 산나물 비빔밥 만들기, 원놀음공연, 읍면풍물경연대회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나 올해는 관광객이 행사장을 방문해 진정으로 ‘먹고 보고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준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승부할 계획이다.차별화의 시작은 지난 축제에 선보인 산촌먹거리촌이 업그레이드 돼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산나물, 약초와 고기를 함께 먹을 수 있는 산촌먹거리촌은 축제장 내에 있는 축협판매장에서 구매한 고기를 굼터에서 산나물과 같이 구워먹을 수 있게 운영한다. 이를 위해 항아리 참숯 바비큐 10곳을 마련해 바비큐와 산나물의 절묘한 맛의 조합을 즐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특별하고 색다른 맛을 느끼다유명 셰프들에 의해 소개되기 시작한 고등어육개장은 찾아보기 힘든 경상도 내륙지방 요리다.영양은 울진, 영덕처럼 항구와 가까워 예로부터 생고등어를 활용한 육개장을 만들어 먹었다.맛이 최고로 오른 대파와 고등어뼈로 육수를 내고 살을 찢어 넣어 고명을 낸 뒤, 고추기름을 뽑아 얼큰하게 만든 영양의 별미가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관광객들이 구입한 산나물을 무치고, 삶고, 포장도 해주는 ‘산나물 요리보고 조리보고’ 부스도 관광객을 기다린다.많은 관광객들이 산나물을 구입하지만 어떻게 요리해야 최고의 맛을 내는지, 적합한 요리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잘 모른다.이를 감안해 산나물 조리사가 친절하게 요리 방법 등을 알려주고 보여준다.△영양산나물축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15살 생일을 맞는 영양산나물축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는 공간도 마련된다.지난 1회부터 축제의 역사와 배경을 관광객들이 알 수 있도록 역대 축제포스터와 사진을 전시할 계획이다.지금까지 흘러온 산나물축제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옛 사진에서 아련한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전시장은 지금까지의 흔적과 앞으로 산나물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소중한 시간여행의 공간이 될 예정이다.△복고를 즐긴다이번 영양산나물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영양축제관광재단은 복고풍 스타일로 제작된 홍보물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영양 버스정류장을 배경으로 1970~80년대 복장, 그리고 이름조차 생소한 이용소와 여인숙 그리고 목욕장을 배경으로 과거의 감성을 끌어내는 홍보물로 영양군을 알리고 있다. 또한 이를 페이스북에 게시해 10만 뷰 이상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이런 흐름에 맞춰 영양산나물축제 기간에도 ‘Back to 1988’이라는 주제로 복고 의상과 소품을 렌탈하고, 관광객들이 홍보 영상에 등장했던 오래된 이용소와 여인숙, 목욕장을 소개하며 사진을 찍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색다른 재미와 옛 추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산나물축제와 조지훈예술제의 앙상블한국 현대시의 주류를 완성한 청록파 시인이자 논객으로 ‘지조론’의 저자인 조지훈 선생의 사상과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자 그의 고향인 영양군 일월면 주실마을에서는 산나물축제 기간인 5월 4일부터 5일까지 ‘제13회 조지훈예술제’를 개최한다.작년까지 ‘지훈예술제’로 불린 축제에서 선생의 이름을 모두 넣은 명칭으로 축제명을 바꿔 의미를 더하고, 한 단계 더 발전된 축제로 나아갈 방침이다.올해 조지훈예술제의 주제는 ‘한국의 지성(知性)’이다. ‘지조는 선비의 것이고 교양인의 것이며 모름지기 지성인이라면 누구나 갖추어야할 덕목’이라는 문장을 ‘지조론’에서 발췌해 예술제의 의미를 부여했다.이번 제13회 조지훈예술제는 백일장, 사생대회, 지훈 시 낭송 퍼포먼스, 강연, 공연 등 문학과 예술이 어우러진 복합문화예술제로 구성해 모든 연령층이 재미있게 즐기며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영양축제관광재단은 축제의 성공적인 개최와 영양군의 친절서비스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관광객들에게 음용수와 화장실을 제공하는 ‘축제참여 착한식당’을 선정한다. 또 기존의 산나물 판매 위주에서 탈피해 영양이 자랑하는 다양한 산촌문화를 체험하고, 특화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해 영양산나물축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오도창 영양군수는 “영양산나물축제가 주민들이 화합하는 계기가 되고 소득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관광객들이 다시 영양을 찾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변화의 흐름에 맞춘 다양하고 독특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

2019-04-29

스치는 곳이 아닌 머물고 싶은 곳… 김천, 관광도시로 거듭난다

사방으로 통하고 팔방으로 닿아 있다는 뜻의 ‘사통팔달(四通八達)’ 하면 생각나는 도시가 있다. 바로 김천시다.김천이 한반도 남한의 가장 중간 지점이기에 옛부터 모든 교통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경부고속도로의 중간인 추풍령 휴게소가 김천에 있고 ‘김천 로맨스’라는 신나는 노래에 나오는 경부선 김천역이 또 도심 한가운데 있다.하지만, 김천으로 통하는 길들이 오히려 김천의 진면목을 가리는 역할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김천은 충청도의 추풍령 밑에 있는, 또는 대한민국 근대산업의 성지 구미 옆에 있는 도시, 지나가는 길에 있는 도시로 기억했다.하지만, 최근 김천이 관광의 중심지로 변화하고 있다. 그냥 지나치는 곳이 아닌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관광도시로서의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1천600년의 역사를 지닌 직지사를 품은 김천시가 어떻게 한국 관광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는지를 조명하고자 한다.△무궁무진한 스토리텔링 ‘직지사’번성했던 감문국은 주변국을 하나 둘씩 통합해 강력한 국가로 발돋움 하려는 사로국에 의해 서기 231년에 통합된다. 이 사로국이 후에 ‘신라’가 되고 신라의 흥망성쇠와 함께한 사찰이 바로 김천 황악산 자락에 있는 동국제일가람 ‘직지사(直指寺)’다.‘팩트’로만 보면 직지사는 신라 눌지왕(418년) 아도화상이 창건한 천년고찰로 조선 2대 정종대왕의 어태가 안치돼 있고 임진왜란 때 국운을 되살린 사명대사가 출가한 사찰로도 유명하다.반면에 ‘흥미있는 허구’로 보자면 아도화상이 절터를 손으로 가리켜서 ‘직지’라는 이름이 비롯되었다고도 하고, 손으로 한뼘 한뼘 절터를 측량해서 절을 지었다고 해서 역시 ‘직지’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있다.그런가 하면 비로전의 문을 열어 1천불의 불상 중 벌거숭이 동자상을 바로 찾아내면 아들을 가진다는 이야기와 같이 사실(fact)과 허구(fiction)가 공존하는 스토리텔링이 직지사에는 넘쳐난다.더군다나 철따라 피는 꽃과 붉게 물든 단풍, 그리고 억새가 상쾌한, 김천의 명산 황악산이 있는 백두대간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일찍부터 전국의 많은 산악인들이 ‘좋은 길’을 타고 이곳으로 찾아오고 있었다.이렇게 관광도시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는 역사·문화콘텐츠로서의 직지사를 김천시가 새롭게 다듬고 있는데 그게 바로 ‘직지문화공원’이다.직지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대자연이 주는 힐링을 체험하고 잠시나마 삶의 쉼표를 찍어 여유를 찾을수 있게 한 직지문화공원에는 170m에 이르는 전통 성곽과 담장이 공원을 감싸고 있어 그 자체가 명소로 훌륭한 포토존이 된다.또 공원에 설치한 원형음악 분수는 음악에 맞춰 화려한 분수쇼를 연출해 이미 오래전부터 화제가 됐었다. 더불어 여러 조각품과 좋은 글을 적어놓은 시비 80여 점이 전시돼 있고, 각종 문화공연을 2천 명이 동시 관람할 수 있는 야외 공연장까지 자리하고 있다.김천시는 추가로 30억원의 예산을 들여 야간 경관개선사업인 ‘빛과 풍경 조성사업’을 추진해 여행객들에게 더 좋은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직지문화공원의 수변공간과 어우러지는 야간 경관조명은 오는 2021년 말 완공 예정이다.좋은 역사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간직한 직지사 주변의 문화관광시설 구축으로 조성되기 시작한 ‘직지사 관광권역’은 관광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이는 SNS에서 좋은 후기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 김천은 ‘스쳐 지나가는 곳’에서 ‘찾아가고 싶은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이야기를 간직한 ‘괘방령’여행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 좋은 스토리텔링의 역사콘텐츠는 직지사 주변에서도 찾아볼수 있다.직지사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괘방령’은 김천시 대항면 향천리와 영동군 매곡면을 잇는 약 5㎞의 고갯길로 조선시대 등용문이었던 ‘과거(科擧)’에 합격한 사람의 이름을 써 붙인다는 괘방(걸 괘掛, 방 붙일 방榜)의 의미로 영남의 유생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갈 때 괘방령으로 넘어 가면 장원급제하고, 추풍령으로 넘어 가면 ‘추풍낙엽’처럼 낙방한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김천시는 이러한 괘방령의 이야기로 ‘괘방령 장원급제길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총 면적 1만7천200㎡ 부지에 30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나들마당, 장원급제 기원쉼터, 장원급제 광장과 상인들과 과거 유생들이 들렀던 주막촌을 재현해 괘방령에 켜켜이 쌓여있는 오래전 시간의 느낌을 관광객들에게 전달할 방침이다.또 합격기원탑과 기원나무, 장원급제 포토존, 금의환향길 등을 조성해 각종 시험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힐링과 행운이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근대역사의 중심 ‘추풍령 휴게소’김천에는 경부고속도로 최초의 휴게소인 ‘추풍령 휴게소’가 위치해 있다.김천시는 직지사 관광권역의 한축을 담당할 거점지역으로 추풍령 휴게소를 테마로 한 ‘추풍령 관광자원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추풍령 휴게소는 대한민국 근대화의 기폭제였던 경부고속도로의 중간기점에 위치해 있어 질곡과 환희가 물들어 있는 근대역사의 향기가 짙게 묻어있다.시는 총 사업비 170억원을 투입해 역사로서의 추풍령 휴게소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는 한편, 7만7천500㎡ 부지에 짚코스터, 전망대, 숲속놀이마당, 발물놀이터 등을 설치해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잠시 들르는 휴게소가 아닌 ‘다시 찾아가고 싶은’ 명소로 재탄생 시킬 계획이다.또 한국도로공사에서도 노후화 된 추풍령휴게소(상·하행)를 새로운 테마로 신축할 예정으로, 상하행선 휴게소 연결을 위한 보행로를 설치해 접근성을 높이는 등 지자체와 공사간의 상생협력 추진으로 사업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관광도시로서의 김천, ‘하야로비’로 날아오르다관광도시로서 면모를 갖춘 김천시를 날아오르게 할 사업이 바로 국가균형발전 전략사업 계획에 따라 3대 문화권 사업에 선정된 ‘황악산 하야로비 공원 조성사업’이다.‘하야로비’는 김천시 시조(市鳥)인 왜가리의 옛말로 대항면 운수리 일원에 14만3천㎡ 부지 위에 총 사업비 930억원을 투입해 문화·생태체험형 복합휴양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직지사관광권역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공원 내에는 지하1층·지상2층 규모의 김천의 역사·문화를 한공간에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이 건립된다. 또 건강문화원, 솔향다원과 같은 건강 관련 인프라와 다도체험 등의 다양하고 색다른 체험을 관광객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특히, 공원에 세워질 한국의 전통 목탑 형식의 ‘평화의 탑’은 높이 41m의 웅장함으로 하야로비공원의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지난 2016년 12월 기반공사와 조경공사가 마무리 돼,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또 이미 조성된 ‘친환경 생태공원’, ‘백수 정완영 문학관’, ‘세계도자기 박물관’과 함께 가고싶은 관광도시 김천의 명성을 굳힐 것으로 기대된다.김충섭 김천시장은 “다가오는 2030년에는 세계적으로 관광객 수가 18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굴뚝없는 공장인 관광산업의 미래는 김천시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면서 “김천에 녹아 있는 풍부한 관광자원의 블루오션을 찾아 각종 관광인프라를 구축해 전국 어디서든 오고싶고, 다시 찾고 싶은 체류형 관광도시 김천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김천/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9-04-28

영주 선비의 삶에 녹아 있는 한국전통문화

우아한 걸음과 날갯짓, 순백색의 순수함과 고결함, 도도하리만큼 고고한 학은 선비의 품격에 비유된다. 선비는 학문을 통해 자신을 수양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자존감, 삶의 근본을 깨우치고 물욕과 속세의 직위를 멀리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조선 500년의 역사를 지탱한 근본 또한 선비문화와 정신이 그 바탕이라 볼 수 있다. 선비정신은 오늘날에도 우리의 생활과 정신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영주시는 선비정신과 선비문화의 중심지임을 확인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류 정신문화를 세계 속에 알리기 위해 2008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를 이어오고 있다.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를 통해 선비정신이 이 시대의 기본 가치임을 부각시키고, 영주시가 현대사회에서 사라져가는 인성 회복의 중심이라는 이미지 제고 확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선비의 의미선비는 순수한 우리말로 어원을 두고 다양한 설이 있지만, 신채호가 ‘조선상고사’에서 삼국시대에 수두 교도의 일단을 선배, 선비라 일컫고 이를 이두로 선인(仙人) 혹은 선인(先人)이라 기록됐다고 주장한 것이 선비 어원의 일반적인 추론이다.선비는 인격과 학문을 갖춘 유교사회의 이상적 인간상을 말한다. 사욕을 극복하고자 철저한 자기 수양에 힘쓰고 잘못된 정책에 대한 상소, 부패한 조정과 관리에 대한 견제, 외적에 대한 의병 활동과 저항 운동 전개 등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했다.선비정신의 본질은 절개(節介)와 의리(義理)로 인간의 도리를 지키고 지조 있게 행동하며, 근검·절약정신을 바탕으로 청렴한 생활과 안빈낙도의 자세를 유지했다.선비라는 단어는 조선시대에 들어 사용된 용어지만 선비정신이란 말은 오래되지 않은 용어다. 선비는 긍정적인 면만 있는 용어가 아니지만, 선비정신은 계승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그러나 선비정신에 대해 단적으로 표현하고 그 뜻을 명확히 하기는 쉽지 않다. 절의, 염치, 숭검 등으로 요약되는 선비정신은 현대사회에서 다시 새겨봐야 할 부분이다.선비정신은 특정시대 과거의 문화적 요소가 아닌 전통성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 감각에 맞는 변화와 새로운 가치 기준의 접목을 통해 해석하고, 문화적 자산으로 지속적인 계승과 계발의 가치가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선비 배출의 요람 소수서원소수서원은 최초로 국학의 제도를 본떠 선현을 제사 지내고 유생들을 교육한 서원이다. 풍기군수 주세붕이 유학자인 안향의 사묘를 설립한 후 1543년 유생교육을 위한 백운동서원을 설립한 것이 시초다.이후 경상도 관찰사 안현이 서원의 경제적 기반을 확충하고 운영방책을 보완했다. 이 시기의 서원은 사묘의 부속적인 존재로 과거공부 위주의 학교로 인식됐다.풍기군수로 부임한 이황은 교학을 진흥하고 사풍을 바로잡고자 서원 보급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 사액과 국가의 지원을 요청해 1550년 소수서원이라는 현판을 하사받았다. 소수서원은 1868년 대원군이 서원을 철폐할 때도 존속했다.소수서원은 사적 제55호로 지정되고 보물 제59호 숙수사지당간지주, 국보 제111호 회헌영정 등과 141종 563책의 장서가 남아 있다.□ 2019 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2019 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는 5월 3일부터 6일까지 영주시 순흥면 소수서원 및 선비촌 일원에서 개최된다. 시는 선비정신과 한국전통문화를 재조명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류 정신문화 축제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영주시의 정체성인 선비문화와 정신을 바탕으로 한 선비문화관광축제는 도시브랜드 이미지 제고 및 관광객 유치증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또, 축제 기획 및 운영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 참여로 시민이 만들어가는 축제로 추진할 방침이다.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인 영주시는 축제기간 중 어린이날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아동 중심의 프로그램 확대로 선비문화 체험을 통해 미래 주역들이 선비정신을 계승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2019 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는 개최 장소를 소수서원과 선비촌으로 일원화 해 축제의 집중화와 선비문화의 정체성 확립 및 실천정신을 축제를 통해 재조명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의 신설과 1020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또, 소수서원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원하는 플래시몹, 한국테마파크 개장을 위한 선비세상 전시체험, 편의시설 보완 등 축제의 수준 향상을 위한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2019 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는 2020년 개장하는 ‘한국문화테마파크 선비세상’과의 연계, 소수서원의 유네스코 등재시 세계문화관광도시로의 도약, 관광 산업 발전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의 볼거리3일 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영주시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고유제가 죽계루 주무대에서 열린다. 같은 날 선비촌 만죽재에서 열리는 ‘우리 모두가 선비다’는 회헌 안향 선생의 육훈인 효, 충, 예, 신, 경, 성 덕목이 실천될 수 있는 내용을 공연과 체험행사를 통해 관람객에게 선보인다.450여 년 전 시행되었던 ‘소수서원 사액 봉안례’ 재현 행사는 선비의 고장 영주의 정신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퇴계 이황이 백운동서원에 대한 사액서원 요청으로 명종이 낙점하는 과정과 대제학 신광한이 지은 ‘소수’라는 서원의 이름이 가진 의미를 재조명한다.5월 어린이날 및 가정의 달을 맞아 아동을 포함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선비문화 어린이 인형극, 선비가 되고 싶은 아기돼지 이야기 등은 어린이들에게 선비문화를 쉽게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둔 소수서원의 가치와 의미를 알리고, 소수서원이 가진 매력과 선비문화를 홍보하는 참여형 야간 콘텐츠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2019 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 및 제33회 소백문화제 행사 일정- 2019 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 일정△5월3일: 고유제, 마당놀이 덴동어미 화전놀이, 대구 뮤지컬 갈라쇼, 우리 가락 국악 한마당, 소수서원 사액 봉안례 재연행사, 유네스코 소수서원 등재 기원 음악회, 이석간 식치 경험방.부대행사: 선비촌 전통 떡메치기, 선비촌이 살아있다, 우리 모두가 선비다, 선비 어린이 인형극.△5월4일: 전국 한시백일장, 선비 세상을 울리다 청소년 선비문화공연, 영광중학교 세라토닌, 국가대표 용인태권도단 시범, 소수서원 야행 밤을 걷는 선비, 세계유교문화재단의 힐링콘서트, 제16회 전국학생 그리기 대회.부대행사: 어린이 마술공연, 회헌 선생 전국휘호대회, 전국 죽계백일장, 민속사진 촬영대회, 제2회 영주시장기 경북 남녀 궁도대회.△5월5일: 미래 선비 선발대회, 선비 세상을 울리다, 선비촌 가정의 달 음악회, 전국 한자경시대회, 선비정신과 힙합의 만남 선비문화 랩배틀, 선비건강 음식체험.△5월6일: 어르신 선비문화 골든벨, 대동단결 순흥 초군청 줄다리기, 선비문화 국악공연, 선비고을 민속장기대회, 폐막식.- 제33회 소백문화제 일정△4월26일~29일: 제19회 도우회 생활자기전시회(영주시민회관).△5월2일: 제11회 유계학술발표회(소수박물관 강당)△5월4일: 제7회 전국 회헌 선생 휘호대회(한국선비문화수련원), 제17회 유향영주 전국한시 백일장 및 제2회 대학생부 전국한시백일장(죽계루 주무대).△5월3일~6일: 서예작품전시 및 가훈 써주기, 자수, 향초, 천아트, 매듭, 야생화, 부채, 민화, 꽃차, 인견 천연염색, 솟대, 천연기념물, 은장도, 비누, 가죽공예, 사진, 도자기, 휘호대회 및 한시백일장 입상작 전시회, 제16회 선비고을 민속장기대회(소수서원 솔밭)./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19-04-25

파란 그림 속에 빠진 듯… 맑은 호수 위를 거닐 듯눈부신 황홀함, 마케도니아

“사람들은 일상이 가장 큰 행복이란 걸 모르고 산다”고 말한 게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였던가? 아니면 발레리(Paul Valery)인가?사실 ‘여행’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길고 먼 여행을 떠나본 이들은 알게 된다. 넓은 범위에서 보자면 결국 여행도 ‘일상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한국인들에겐 이름도 낯선 ‘마케도니아’라는 나라의 조그만 마을 오흐리드(Ohrid)에서 한 달쯤 머문 적이 있다. 수백만 년 전 생성된 맑고 투명한 호수가 여행자의 심장을 설레게 하는.느긋한 마음으로 오래 전에 축조된 정교회성당 주변을 거닐며 발칸반도의 비극적인 역사를 떠올렸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오흐리드 호수를 바라보며 요즘 말로 ‘멍때리기’를 했다. 숙소 주변을 떠돌아다니던 귀여운 고양이와 한나절 놀아준 기억도 난다.▲ 한국이나 유럽이나 ‘사람살이’의 풍경은 비슷하고…익숙한 한국에서의 일상이 아닌 낯선 공간에서 보내는 일상이 지속되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란 세계 어느 도시나 유사하다는 걸 깨달았다.오흐리드에서 만난 젊은 친구들도 포항의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미래와 연애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그 문제들 때문에 울고 웃었다.시장에서 과일과 채소를 파는 상인들의 부지런함 역시 한국과 마케도니아가 다르지 않았다. 거리에 펼쳐진 좌판 주위 왁자지껄한 소음도 판박이였다.한국의 육개장과 흡사한 맛을 내는 스튜(Stew)가 맛있었던 식당의 주인 할머니는 50년을 함께 살아온 할아버지의 지나친 음주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 고민 역시 우리네 옆집 노부부가 다투는 이유와 똑같았다.그랬다. 프랑스 시인이 간파한 것처럼 일상은 여행 이상의 웃음과 행복감을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이의 일상이 때마다 행복할 수는 없는 법. 가끔은 서글픔과 눈물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기도 한다.따스한 햇볕 아래서 오흐리드의 평화로운 풍경 속을 걷던 어느 날. 갑작스레 기억 속에서 소환된 시 한 편이 있었다. 문학의 촉수를 일상으로 뻗어 독자들의 가슴을 울렁이게 한 박철(59) 시인의 절창(絕唱)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였다.▲ 연애편지를 잘 쓰던 병약한 소년, 시인이 되다시를 쓴 박철과는 가끔 만나는 사이다. 그래서였다.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몇 해 전 시끌벅적한 술자리에서 들을 수 있었다.어려서부터 병약했던 한 소년. 공부도 운동도 시원찮았다. 하지만 그의 낭랑하고 물기 젖은 문장은 또래 소녀들을 노란 우산 쓰고 논둑길에서 서성이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박철은 이렇게 고백했던가.“나도 한때 사랑을 했다. 그러나 그 사랑의 절반은 연민이었음을 안다.”소년은 나이를 먹어가며 연애편지가 아닌 시를 쓰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렀다. 변두리 극장에서 여고생의 손목을 수줍게 잡던, 그 떨리는 손으로 쓴 몇 편의 시가 문예지 ‘창작과비평’에 실린다. 스물여덟이었다.그 나이가 되도록 세상과 화해하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던 박철. 절망과 술로 탕진한 청춘이 헛되지 않았음을 아버지에게 자랑하고 싶었다.“아버지, 제가 시인이 됐습니다.”이 땅의 아버지들이란 아들에게 친절한 경우가 별로 없다. 박철의 부친은 기쁨을 숨긴 채 속에 없는 타박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믿으라고? 사실이면 ‘시인 증명서’를 가져와 봐라.” 알다시피 ‘시인 증명서’라는 문서는 세상에 없다.청년시인 박철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불혹(不惑)을 넘겼다. 돈 버는 능력에 관계없이 남편을 아끼는 착한 아내와 눈매가 고운 두 딸을 얻었다. 가난이 불행의 동의어는 아니라며 일부러 소리 높여 웃었다.▲ ‘눈물’과 ‘낭만’이 뒤섞인 인간의 일상어느 날 시인의 집 하수구가 막혔다. 세상엔 못 하나 박지 못하는 사내들도 많다. ‘영진설비’ 아저씨가 수리를 나왔다. 출장비와 노임은 도합 4만 원. 박철의 아내가 말했다. “며칠 안에 인편으로 보내드릴게요.”꼬깃꼬깃 4만 원을 챙겨 넣고 시인은 아내의 심부름을 나섰다. 삐걱거리는 자전거 위로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졌다. ‘목이나 축이고, 잠시 쉬었다 가지 뭐.’럭키슈퍼 평상. 쑥국새가 우는 환청 속에 노임은 내처 마셔버린 맥주 값이 되고. 시인의 첫 번째 영진설비 행은 무산된다.그리고 두 번째. ‘이번에는 한눈팔지 말아야지.’ 럭키슈퍼 맥주의 유혹을 뿌리치고, 포장마차 소주 한잔의 손길도 떨쳐내며 시인의 자전거가 달렸다.그러나 아차! 바로 그때 조그만 화원 앞 쓸쓸히 서있는 자스민 한 그루가 시인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게 뭐람. 짐작처럼 노임은 자스민 화분으로 바뀐다. 다시 영진설비 행은 무산.참다못한 영진설비 아저씨가 찾아온다. “대체 난 뭘 먹고 살라는 겁니까?”아내가 슬픈 눈으로 시인을 돌아본다. 박철은 말없이 웃으며 엄마의 손을 꼭 쥔 채 ‘시인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딸의 고운 눈썹만을 쳐다본다.끝끝내 시인은 “쑥국새가 울었기 때문이야” 혹은, “향기 잃은 나무 한 그루가 쓸쓸해 보여서 그랬어”라는 변명을 아내와 딸에게 하지 못했다.박철의 문단 선배인 신경림(83)은 눈물겹지만 낭만 가득한 시인의 일상이 담긴 이 작품을 읽고는 “밀린 노임을 갚으러 가다가 그 돈으로 자스민을 살 수 있는 박철은 꿈꾸는 사람”이라며 어깨를 다독였다고 한다.사실 시인만이 아니다. 쉽지 않겠지만, 우리 모두는 ‘일상’에서 ‘꿈’을 발견하며 살고 싶다. 한숨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내고, 절망의 순간에도 좌절하지 않고 빛나는 내일을 설계하는 인간으로.멀고 먼 동유럽 마케도니아 오흐리드,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곳’. 두 도시 사람들 모두의 일상이 불행보다는 행복에 가까웠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져본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류태규

2019-04-25

경북 균형발전과 新 해양시대 이끌 컨트롤 타워 ‘책임 막중’

경북도 환동해본부는 내년 근대항만 개항 100주년을 맞아 동해안 5개 시·군별 장점을 특화해 장기적으로 거점 육성하는 ‘불가사리 프로젝트’를 수립했다. 이 프로젝트는 향후 100년을 대비해 동해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환동해에 새바람을 불어 넣기 위해 마련됐다.구체적으로 울진(Science)을 환동해 해양과학 거점으로 육성하고, 울릉(Trekking)은 세계적 생태휴양 트레킹 천국으로 개발한다. 경주(Activity Academy)는 아시아 해양체험교육 거점으로 육성하고 포항(Recreation Convention)은 친해양 휴양 컨벤션 도시로 재정립하는 한편 영덕(Smart Fish)은 스마트 수산물 첨단양식 및 수출산업 전초기지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경북도환동해지역본부(이하 환동해본부)가 다음 달 15일 포항시 북구 용흥동 소재 옛 용흥중학교로 이전한다. 환동해본부의 이전을 계기로 이 기관의 주요 조직과 업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포항시 남구 지곡동 포항테크노파크 제2벤처동에 자리하고 있는 현 임시청사는 지난해 1월 15일 개청했으나 좁은 공간에다 주민들이 접근하기에 불편하다는 등의 지적 때문이다. 환동해본부가 이전하면 공간 부족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물론 민원인도 한결 환동해본부를 쉽게 찾을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경북도는 오는 2021년 환동해본부의 임시청사 시대를 마무리하고 포항시 북구 포항융합산업기술지구내로 청사를 신축해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착착 준비하고 있다. 이 부지는 포항시가 구입한후 도에 기부하고 청사 건물은 도가 250억원을 들여 건축하는 방식으로 합의했다. 부지 1만평에 건축 연면적 2천900평 달하는 규모다. 환동해본부는 도청이 대구에서 안동으로 이전하면서 발족됐다. 경북 도내 인구는 2018년 말 기준 273만명. 포항시가 52만여 명으로 가장 많다. 경주는 27만여 명. 도내 인구의 29% 정도가 이 두 지자체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경북도청이 내륙의 안동으로 이전되면서 포항과 경주가 거리상 가장 멀리 떨어지게 됐다. 이 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예상됨에 따라 경북도는 포항에 환동해본부를 설치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관할 구역은 포항시와 경주시, 영덕군, 울진군, 울릉군 등 동해안권 5개 시·군. 업무는 해양개발을 비롯해 원자력, 신재생에너지, 해양수산 등 동해안권 관련 행정을 맡고 있다.또 안동의 도청까지 가야 하는 불편 해소 차원에서 지난해 9월 종합민원실도 문을 열었다.경북도는 특히 본부장 자리에 도청에서 3명뿐인 2급 중에서 한자리를 배정, 위상을 높였고 2국 1실 7과 2사업소 규모의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180명이 근무하고 있다. 조직은 동해안전략사업국과 해양수산국을 틀로 하고 있고 외청으로 기존에 개설돼 있던 어업기술센터와 수산자원연구소가 있다. 총무과와 환동해종합민원실은 신속한 업무 지원차원에서 본부장 직속으로 두고 있다.도청에서 아이디어맨으로 통하는 김남일(행정 2급) 본부장이 지난 1월 1일 부임했다. 김 본부장은 상주 출신으로 1989년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국정홍보처, 국무총리실 등 중앙부처 근무를 두루 거쳐 1996년 경북도에 왔다. 그동안 도청에서 주요 핵심 부서를 관장, 도정에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부장 부임 후 경북 동해안의 미래먹거리 발굴에 심혈을 쏟고 있다. 3급이 맡는 동해안전략산업국장에는 전강원 씨가, 해양수산국장에는 포항 출신인 김두한 씨가 최근 인사를 통해 각각 보임됐다.□ 환동해본부의 실과별 업무와 주요 역점사업환동해본부의 2국 8과 2사업소 모든 업무가 포항시와 경주시, 영덕군, 울진군, 울릉군과 밀접하다. 본부가 대구나 안동에 있던 종전과 달리 가까이 있다 보니 5개 시·군과 업무 협의도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 도 업무는 동해안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개발을 비롯해 예산 확보, 지원 등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동해안전략산업국과 해양수산국 2개국에는 각 3개 과씩, 모두 6개 과가 속해 있다.△총무과최현한 과장(행정 4급) 중심으로 행정지원·회계·홍보 등 3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모두 13명이 근무 중. 지역본부의 총무와 예산회계 그리고 언론을 비롯한 대외업무 등이 주요 역할이다. 신청사 건축 업무도 소관하고 있다.△환동해종합민원실민원실은 지난해 9월 1일에 문을 열었다. 행정 4급의 김승욱 실장 밑에 행정경제팀, 환경산림팀, 건설농지팀 3개 팀이 있다. 현재 11명이 근무 중이다. 동해안권 주민들을 위한 원스톱 민원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경북도 소관 인허가, 등록 및 각종 제증명 민원서류 발급이 주요업무다. 도 본청에서 접수·처리하는 것과 똑같이 처리하고 있다. 고충민원과 국민신문고 민원은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처리를 위한 현장 방문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동해안전략산업국동해안정책과, 에너지산업과, 원자력정책과 모두 3개 과로 이뤄져 있다. 직원은 39명. 동해안권의 장기적인 발전 종합계획을 수립·추진하고 해양신산업을 발굴·육성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해양관광·레포츠 문화 발굴도 맡고 있다. 또 신재생에너지를 보급하고 원자력해체연구소 유치 등 원자력 관련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현안이 많은 관계로 이철우 경북지사가 가장 자주 찾는 부서중 하나다.△동해안정책과동해안 지역의 발전정책을 이끄는 책무가 주어져 있다. 정현표 과장(행정 4급)을 중심으로 정책기획팀, 해양신산업팀, 해양관광개발팀, 남북경협팀 모두 4개 팀, 16명이 근무 중이다. 주요 업무로는 해양관광·문화개발, 레져·스포츠산업의 기획과 육성 등을 비롯해 향후 통일시대를 대비, 도의 역할 등 남북경협 미래사업 전략도 담당하고 있다.경북도는 동해안의 미래를 위해 동해안권 발전 종합계획 수립했다. 이 계획은 동·서·남해안 및 내륙권 발전 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졌다. 앞서 정부가 2010년 울산광역시, 강원도와 함께 묶어 발표됐다. 지난해까지 영덕 고래불 해양복합타운 조성 등 32개 사업에 2조5천900억원이 투입됐다. 올해는 포항 영일만항 건설사업 등 11개 사업에 1천183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동해안 관광인프라 조성 차원에서 경북·울산 연계 협력형 지역계획 수립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도출된 20여 개 사업도 중앙부처에 적극 건의하는 동시에 환동해블루파워 신성장 계획수립 용역도 추진할 계획이다.△에너지산업과청정 동해안의 자연자원을 활용해서 이를 산업화하는 것이 목표다. 에너지산업과장은 김준호 씨(행정 4급)로 에너지정책팀, 에너지신산업팀, 신재생에너지팀 3개 팀 12명이 근무 중이다. 에너지산업 정책을 개발하고 신재생 에너지 개발 및 보급, 그리고 산업화에 집중하고 있다.이 과는 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따라 포항 수소연료전지 파워밸리를 비롯해 경주 지능형에너지 자립기반단지, 영덕 풍력클러스터, 울진 해양바이오에너지단지, 울릉 친환경 녹색섬 등의 조성 등 신재생에너지 융·복합 산업을 육성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도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동해안 에너지클러스터 조성’사업도 신재생 에너지의 수요 증대에 발맞춰 조기에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원자력정책과경북에서 원자력산업은 핵심 중 하나다. 그 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부서가 원자력정책과다. 김승열 과장(공업 4급)이 큰 짐을 맡고 있다. 원자력정책팀, 원자력산업팀, 원자력안전팀 등 3개 팀 12명이 일하고 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업무에 대한 의욕은 넘친다. 전 직원들이 합심해 원자력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원자력 안전연구단지 조성에서부터 원자력 인력양성, 원자력 해체 및 방폐장 관련 등의 일에 매진하고 있다.경북 동해안은 국내 원전 24기 중 12기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원자력 생산의 약 50%를 담당하고 있다. 국가 에너지 공급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해 온 곳이 경북이다. 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일자리 감소, 세수 감소, 지역경제 위축 등 직간접적인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경북도는 국가에서 피해지역에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지원하라는 ‘탈원전 피해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해양수산국해양수산과, 항만물류과, 독도정책과 3개과와 산하에 수산자원연구소, 어업기술센터를 두고 있다. 구성인원은 모두 118명. 현재 환동해본부 상주 직원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그만큼 업무 범위가 넓고 할 일 또한 많다. 해양수산 정책 개발과 어촌어항 사업, 수산물 유통, 연근해어업 관리 등이 주요 업무다. 연안항을 비롯해 특성화 거점 항만, 해양자원 연구개발도 역점사안. 우리 땅 독도를 수호하는 일도 관장하고 있다. 독도수호 종합대책 추진 부서이기도 하다. 도내 어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고부가가치 어패류를 양식해 방류하고 기술을 개발·보급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해양수산과경북의 5개 시·군 해안선은 334.5㎞에 달한다. 경남도와 닿아있는 경주부터 강원도를 경계로 하는 울진까지다. 도내 수산정책을 총괄하는 해양수산과는 허필중 과장(해양수산 4급)이 이끌고 있다. 해양수산정책팀, 수산물유통팀, 수산자원팀, 어촌개발팀, 어업관리팀 5개 팀 30명이 근무하고 있다. 어촌어항을 개발하고 수산물 유통, 가공, 연근해어업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수산업은 잡고 기르는 어업도 중요하나 이제는 그 범주에서 벗어나 수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창출하는 6차 산업화가 핵심과제다. 이에 따라 도는 올해 264억원을 투입해 관련 기반조성에 나선다. 산지 가공시설을 확충하고, 2023년까지 수산물 수출거점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항만물류과연안항 개발과 특성화 거점 항만 육성을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 1월 해양수산부에서 경북도로 파견 온 김종인(행정 4급) 과장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해운정책팀, 연안관리팀, 항만개발팀 모두 3개 팀 12명이 근무 중. 해양자원을 연구·개발하고 동해안 연안정비 및 해양환경 보전, 항만물류 유치 지원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대한민국의 경제권이 미래 개척지로는 북방지역이 손꼽힌다. 현재는 남북교류협력이 지지부진, 북방경제 영토 확장에 한계가 있지만 언젠가 문이 개방되면 지금과는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 이에 대한 기대로 중국 동북지역과 극동러시아를 포함하는 북방물류에 대한 관심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경북도는 북방미래를 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도내 유일한 무역항인 포항영일만항을 북방교역의 중심항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특히 앞으로 북한과 중국의 동북3성, 극동러시아 등의 시장이 엄청 커질 것으로 보고 북방 항로 추가 개발 등 정책 수립이 한창이다. 영일만항 인입철도 개통과 배후산업단지 조성, 국제여객부두 건설 등 인프라 구축사업도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 북방경제의 문이 열리면 영일만항이 명실상부한 전초기지로 자리 매김하기 위한 선제조치다.△독도정책과독도 보존 관리가 주 업무다. 원창호 과장(행정 4급) 이 중심을 잡고 있다. 독도정책팀, 독도홍보팀, 독도연구팀 등 3개 팀 12명이 각자 우리 땅 수호에 앞장서고 있다. 독도수호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독도 정주기반 구축, 국내·외 홍보, 독도 사료 조사·연구 등이 소관 주요 사항이다. 독도는 경북도가 독도정책과를 개설할 만큼 비중을 크게 두고 있다. 이에 도는 독도정주여건 개선에서부터 국제홍보, 현지 문화행사, 독도재단 운영, 독도연구 및 교육 등 각종 영토주권 강화사업을 강력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KIOST(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과 협력, 독도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사업도 추가로 발굴·시행할 예정이다. 독도의 모섬인 울릉도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또 울릉도의 육상과 해저의 고유 특산물을 활용한 생태관광·산업화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이외에도 영덕에 위치한 수산자원연구소(소장 박성환)와 포항의 어업기술센터(소장 김진규)도 환동해지역본부에 속한 기관으로서 어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치어를 길러 방류하는 일과 어업에 관한 다양한 기술을 어민들에게 전파하는 사업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환동해본부의 미래 100년을 대비한 프로젝트환동해본부는 내년 근대항만 개항 100주년을 맞아 동해안 5개 시·군별 장점을 특화해 장기적으로 거점 육성하는 ‘불가사리 프로젝트’를 수립했다.이 프로젝트는 향후 100년을 대비해 동해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환동해에 새바람을 불어 넣기 위해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울진(Science)을 환동해 해양과학 거점으로 육성하고, 울릉(Trekking)은 세계적 생태휴양 트레킹 천국으로 개발한다. 경주(Activity Academy)는 아시아 해양체험교육 거점으로 육성하고 포항(Recreation Convention)은 친해양 휴양 컨벤션 도시로 재정립하는 한편 영덕(Smart Fish)은 스마트 수산물 첨단양식 및 수출산업 전초기지로 육성한다.이를 위한 10대 중점 전략으로 △진취·도전·탐험의 신라 해양 정신 계승 △새로운 동해안 100년 준비 △2020년 ‘동해 방문의 해’지정 △해양 과학기술산업 육성 △울릉도·독도 접근성 강화 △이웃어촌 프로젝트 추진 △지속가능한 원전 및 에너지 사업 육성 △해양수산의 6차 산업화 △통일시대 대비 남북경협 △내수면 마리나 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특히 2020년 포항 구룡포항, 경주 감포항, 울릉항 등 경북 항만 100년을 맞아 전문가 자문 및 공모를 통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한다.올해에는 한국해양학회 기념세미나 개최, 한국해양소년단원 동해 탐방, 동해바다 선포식 등 붐업 행사를 개최한다. 내년에는 경북 항만 100년 국제세미나, 문무대왕 청소년 해양학교 운영, 울릉도 선언, 아시아 청소년연맹 독도캠핑을 추진하는 등 동해바다를 알리고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로 삼는다는 복안이다./손병현기자why@kbmaeil.com

2019-04-21

억겁 세월 솟은 주왕산 바위에도 어느새 봄꽃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다양한 별미가 여행자를 반기는 청송. 여기에 문화와 역사의 향취까지 만끽할 수 있으니 봄날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이번 주말엔 ‘여유로운 산책자’가 돼 주왕산 아래를 걸어보는 게 어떨까.여행에 투자하는 돈을 아끼지 않고,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세대들이 사회의 중추로 성장하면서 ‘관광’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겨우 일주일 안팎의 짧은 기간에 비행기로 12시간을 날아가 영국의 빅 벤(Big Ben), 프랑스의 에펠 탑, 스위스의 설산(雪山), 오스트리아의 슈테판 성당 앞에서 ‘인증 샷’을 찍는 바쁘고 숨 가쁜 유럽 일주 여행 따위는 더 이상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기 힘들 듯하다.이런 패턴의 여행으로는 관광을 떠나는 본래 목적인 휴식과 재충전이 불가능하다. 여행은 노동이 아니며,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 가는 것도 아니다. 쳇바퀴 돌았던 일상을 탈출해 자유로움을 누려야 할 시간에 육체적 힘겨움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서야 되겠는가.이런 문제의식에 동조하는 이들은 이제 가능한 오랜 시간 한 도시에 머물며 그곳의 독특한 문화와 볼거리를 꼼꼼하게 살피는 관광객으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외국 여행을 할 때나 국내 관광에 나설 때나 마찬가지다.청송군 또한 사람들의 관광 스타일 변화에 맞춰 ‘보고 즐길 것 많은 머무는 여행지’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모두가 행복한 관광 청송’은 2019년 청송군이 중점적으로 추진할 주요 관광 정책이다.‘품격 높은 문화관광’이라는 군정 목표을 세운 윤경희 청송군수는 “우리 군의 자연과 풍부한 문화유산을 결합해 체류형 관광지로 도약할 것”이라며 “창의성 가득한 문화공간 조성으로 다시 찾고 싶은 청송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넉넉한 품으로 안아주는 주왕산과 주산지, 그리고…주왕산(周王山)과 주산지(注山池)는 여행자들이 빼놓으면 안 되는 청송의 보석 같은 관광자원이다.주왕산은 1976년 한국에서 12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으로 많은 이들이 “경북 최고의 명산”이라 부른다.산의 형상이 거대한 바위로 병풍을 친 것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이전에는 석병산(石屛山)이라 불렸다.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3대 암산(岩山)으로 불리는 주왕산은 병풍바위, 시루봉 등 기암괴석과 용추폭포, 절구폭포 등이 어우러져 사철 내내 아름다움을 빛낸다.유네스코에 의해 제주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아 지질학적 가치 또한 높다는 게 청송군청의 설명. 관광객들은 장엄하고 신비한 풍경에 압도돼 “주왕산은 신이 만든 미술관”이라고 입을 모은다.주산지는 조선 경종 때 만들어진 농업용 저수지다. 3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어떤 가뭄에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이곳엔 수령(樹齡)이 150년에 이르는 왕버들이 자생하는데,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경치가 감탄을 자아낸다. 물과 나무, 그리고 바위가 만들어낸 풍경화라 불러도 좋은 주산지는 2013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105호로 지정됐다.주왕산관광지에는 한옥 숙박시설인 민예촌, 수석과 희귀한 꽃돌을 전시한 수석꽃돌박물관도 자리했다. 더불어 청송백자전시관도 인근에 있으니 주왕산을 오르는 길에 들러보기를 권한다.민예촌은 8채(28실) 규모로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문화·예술공연과 전통공예 체험도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체류형 문화체험 공간’이라 할 수 있다.타 지역과 달리 ‘도석’이라 불리는 돌을 빻아 만든 도자기를 만날 수 있는 청송백자전시관은 전통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인기다.한국 도자기 역사의 소중한 자료로 평가받는 청송백자는 눈처럼 하얗고 가벼운 게 특징이다. 백자는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던 생활 자기로 민초들의 삶과 애환을 담고 있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420년 전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가서도 청송 심씨 성을 버리지 않고, 현재까지 선조들의 전통과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심수관가(沈壽官家)’의 도자기 30점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심수관도예전시관도 청송의 자랑거리다.◆ 송소고택과 객주문학관을 거쳐 달기약수탕에서 물 한 잔수석에 관심 있는 여행자라면 수석꽃돌박물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살아 숨 쉬는 수석들과 함께 희귀한 ‘청송꽃돌’이 방문자들에게 인사를 건넨다.박물관 관계자는 “기나긴 세월이 빚어낸 아름다운 수석과 신비한 꽃돌을 보고 마음의 묵은 때를 씻어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이제 국가지정 중요 민속문화재 250호 송소고택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이 집은 조선 영조 때의 거부 심처대(沈處大)의 7세손 송소 심호택(沈琥擇)이 1880년경 건축한 99칸 고가옥(古家屋)이다.살림 공간, 휴식 공간, 작업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안채와의 구분이 뚜렷한 전통적 양반가의 형태를 보이는 송소고택은 2011년 문화관광부 지정 ‘한국관광의 별’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유장한 문체와 토속적인 정서로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사람이 된 김주영의 문학적 업적을 기념해 만든 객주문학관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건립됐다.문학을 필두로 미술 등과 관련된 각종 문화 프로그램과 국제 교류가 진행되는 객주문학관은 “전시관과 소설도서관, 창작스튜디오와 연수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작가를 꿈꾸는 문학청년들이 자주 찾는다”고 청송군청이 부연했다.청송야송미술관은 동양화가 야송 이원좌의 작품 36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청송 출신 화가가 걸어온 예술의 행적을 더듬어 살필 수 있으며, 다른 미술가의 기획전시도 관람이 가능하다. 주위에 별도로 만든 청량대운도전시관엔 세계에서 가장 큰 동양화 ‘청량대운도’(46mx6.7m)가 걸려 있다.지친 다리와 갈증을 달래줄 달기약수탕에선 시원한 물 한 잔을 들이켜 보자. 탄산과 철 성분이 함유돼 물맛이 독특하다. 위장병과 피부병에 좋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기에 연거푸 몇 잔을 마시는 이들도 적지 않다.조선 철종 때 금부도사를 지낸 권성하가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달기약수탕에선 매년 음력 3월 30일 달기약수령천제가 열린다. 이곳 약수로 끓인 삼계탕은 오묘한 빛깔과 색다른 풍미를 지녀 청송을 찾는 맛객들을 유혹한다.◆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해 지역 경제도 성장사실 청송은 이미 잘 알려진 ‘작지만 강한’ 관광도시다.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접근성을 더욱 높이고, 숙박과 스포츠·레저 분야의 인프라도 보강하고 있기에 ‘체류형 관광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청송군은 세부적 사업 계획도 세웠다.주산지 테마파크 건립, 병풍바위 지질명소 관광자원화, 얼음골 클라이밍지구 주차장 조성, 솔누리 느림보세상 건설, 객주문학마을 경관거점 확보 등이 그 생생한 사례다.민선7기 공약인 △진보면 문학마을 △파천면 힐링 치유마을 △청송읍 주민 창조마을 △주왕산면 경관·휴식마을 △부남면 미술마을 △현동면 농업체험마을 △현서면 동화마을 조성 등으로는 읍·면별 관광 특성화도 도모하고 있다.“단순히 들렀다 가는 관광지가 아닌 머물다 가는 체류형 여행지로의 전환을 통해 관광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윤경희 군수의 약속과 청송 관광의 미래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경직된 공직문화로 운영됐던 지난 시절과 달리 최근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관광’과 ‘복지’에 행정의 방점을 찍고 있다.부가가치가 높은 관광·문화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다양한 복지정책을 통해 주민들 삶의 질을 향상시켜 더불어 사는 공동체로 진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청송 역시 바뀐 시대의 변화한 추세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있다.지난해 청송군은 관광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청송군청 관광정책과는 “빅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조사한 결과 지난 한 해 군민의 200배가 넘는 543만 명의 관광객이 청송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통계치는 경상북도 시·군 중 최고의 성장률”이라는 게 관계자의 부연.2017년에 비해 20% 이상 늘어난 관광객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16년 개통된 동서4축 고속도로로 청송으로의 접근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임업인종합연수원과 대명리조트 등으로 인해 숙박 환경도 개선된 것이 관광객을 매혹하고 있다는 게 청송군의 해석이다.“동서4축 고속도로는 시간 단축만이 아니라 그동안 지리적 여건으로 상호간 교류가 어려웠던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의 관광객들을 청송으로 불러들이는 효과까지 가져왔다”고 말하는 청송군.“앞으로는 현재 갖춰진 관광 자원과 인프라에 청송만의 차별적인 요소를 찾아내 매력적인 관광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라는 게 청송군의 청사진이다.여기에는 가족, 연인, 친구 단위의 여행자들을 위한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과 특산물을 이용한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의 개발까지가 포함됨은 물론이다. 현재도 청송은 사과와 자두는 물론, 맛깔스런 산나물로 차려낸 산채정식으로 유명하다.‘국제 슬로시티 재인증’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통해 한국을 넘어 세계인이 주목할 독자적인 관광 브랜드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청송군. 그렇기에 관광도시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어느 지역보다 높아 보인다.박물관을 포함한 각종 문화시설을 갖췄으며 백자 체험, 한지 체험, 옹기 체험 등 다른 곳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청송을 향하는 사람들이 올해도 많을 듯하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9-04-18

고분 위 흘러가는 바람… 대가야의 신비한 기운 걸음마다 흠뻑

지금으로부터 1천500년 전. 강위력했던 고대 왕국 신라와 백제 사이에서 특유의 철기문화를 형성하며 독자적인 문화와 예술을 화려하게 꽃피운 대가야.현재의 고령군은 바로 그 대가야의 중심지였다.완만한 산 위로 높이를 달리하며 솟아오른 고분과 봄꽃 휘날리는 하천 산책길, 아직도 농촌의 인심을 잃지 않은 선량한 미소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고령은 몇 해 전 여행한 인도 중남부의 고도(古都) 함피(Hampi)와 유사한 분위기를 풍긴다.600년 전 비자야나가르 왕조의 수도였던 함피는 힌두 왕국과 이슬람 제국이 번갈아가며 통치했다.그 독특한 역사가 힌두 양식과 이슬람 양식의 사원을 공존하게 만들었고, 이는 현대에 와서 전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매력적 요소가 됐다.고대의 인도인들이 현재 인도 사람들에게 준 선물 같은 것이다.함피를 방문했을 때 수많은 사원을 돌아봤다. 15세기 궁궐 인근에 세워진 라마찬드라 사원, 정문의 높이가 50m에 육박하는 비루팍샤 사원, 벽에 새겨진 아름다운 조각들로 유명한 하라자라마 사원….하지만 정작 기자의 마음을 가장 크게 흔들었던 건 함피의 사원이 아닌 길을 헤매다 우연히 발견한 조그만 박물관이었다.입장료가 우리 돈으로 500원에 불과한 함피의 소규모 박물관엔 조선시대 엽전이 전시돼 있었다. 수백 년 전 한국을 출발해 중국을 거쳐 인도의 조그만 도시까지 찾아갔던 옛사람들의 희미한 그림자가 느껴졌고, 이상스레 가슴이 뛰었다.대가야체험축제가 펼쳐지고 있는 이번 주말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령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축제의 현장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푸짐한 먹을거리를 즐긴 후엔 아래 소개하는 ‘고령군의 보물들’을 찾아보는 게 어떨까?노련한 탐험가들은 “여행은 길을 잃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 역설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없을 터.느린 발걸음으로 고대 대가야의 도읍지를 ‘길을 잃으면 어때’라는 심정으로 둘러보자. 거기서 색다른 경험과 놀라운 발견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산동 고분군을 거쳐 대가야박물관에 가면…고령군 대가야읍 지산리에는 가야시대 최대의 고분군이 방문객들을 기다린다. 따스한 봄 햇살 아래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낸 채.대가야읍을 감싸는 주산의 남동쪽 능선을 따라 700여 기의 크고 작은 옛사람들의 유택(幽宅)이 자리했다.한국에서 최초로 발굴된 순장묘 지산동 44호와 45호분을 포함해 이곳 고분들에선 대가야시대의 생활상을 짐작케 하는 철기와 토기, 금관과 금동관, 말갖춤과 각종 장신구 등이 출토됐다. 이것들은 5∼6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분과 고대 유물에 관심이 많은 관광객이라면 발길이 자연스레 대가야박물관과 연계된 왕릉전시관으로 향할 것이다. 왕릉전시관은 순장무덤인 지산동 44호분의 내부를 발굴 당시의 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관람객들은 실물 크기로 복원된 44호분 속으로 들어가 고분의 구조와 축조 방식, 매장된 사람과 순장된 이들이 묻힌 형태, 발굴 때 출토된 여러 가지 부장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어린이 체험학습실로 나눠진 대가야박물관. 대가야와 고령 지역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꾸민 상설전시실은 구석기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역사·문화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평소 보기 힘든 유물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기획전시실은 연간 1∼2회 특정한 주제를 설정해 기획전을 여는 공간이다.“대가야 토기 퍼즐과 탁본 및 인쇄, 흥미로운 민속품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는 어린이 체험학습실은 가족 단위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것이 대가야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빼놓을 수 없는 개경포공원·역사테마관광지농민들의 젖줄 역할을 해온 낙동강으로 통하는 관문인 개경포공원은 팔만대장경을 강화도에서 낙동강을 거쳐 해인사로 이운(移運)한 것을 기념해 조성됐다. 대가야박물관을 다 봤다면 이곳으로 가보길 권한다.고령군청 관계자는 “개포나루의 역사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 팔만대장경 이운 조형물과 낭만적인 주막촌이 자리해 있어 쉼터와 역사 교육장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다시 걸음을 옮겨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좀 더 즐겨보자.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는 토기와 철기, 가야금 문화를 화려하게 꽃피웠던 고령의 지난 역사에 포커스를 맞춰 조성한 공간. ‘신비한 나라 대가야 역사문화체험’ ‘대가야 탐방숲길’ ‘대가야 시네마’ 등 깔끔하게 단장된 시설과 양질의 프로그램이 외지에서 찾아온 방문객들을 반긴다.통나무로 만들어진 왕가마을펜션과 캠핑장, 세미나실이 있어 ‘머무는 관광을 지향하는 고령’의 문화정책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30여 종의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대가야 농촌체험특구도 눈에 띈다. 여기서는 도시에서만 살아온 아이들을 위해 원두막·옛날가옥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잊혀져가는 농촌 풍경이 자리를 함께 한 어른들에겐 향수를 선물한다.최근 개장한 대가야생활촌은 첨단장비를 이용해 대가야 사람들의 일상을 직접 경험해본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등의 영상미디어를 통해 대가야인의 생활을 몸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고 관계자는 부연한다.대가야생활촌은 발굴 체험장과 대가야 먹거리촌, 숙박시설 등 각종 편의시설도 갖춰 향후 가야문화권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성장할 전망이다.◆ 발길은 대가야수목원, 부례관광지, 개실마을로대가야수목원이 조성된 고령 금산재. 이곳은 ‘낙동강 유역 산림녹화비’가 세워진 살아있는 역사 현장이다. 수목원을 찾는 관광객들은 장비와 인력 수급 등이 여의치 않았던 상황에서도 푸른 산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들의 피와 땀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산림녹화 교육장으로 자리매김한 여기엔 대가야수목원 외에도 산림녹화기념관, 수석·분재관, 어린이들을 위한 물놀이 시설이 자리했다. 고령을 찾는 여행객들은 “푸른 색채가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대가야수목원은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어울리는 치유의 장소”라고 입을 모은다.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녹색성장시대’의 새로운 강변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부례관광지도 빼놓으면 서운할 고령의 명소 중 하나다.스포츠를 즐기는 관광객이라면 부례관광지에 마련된 카라반(caravan·이동식 주택)과 바이크텔에서 하루쯤 숙박하며 포레스트 어드벤처와 풋살, 농구 등을 즐겨보길 권유한다. 고령군민들 역시 “건강과 재미를 동시에 제공하는 곳”이라며 부례관광지를 즐겨 찾는다.다산면과 대구 달성을 잇는 강정고령보는 대가야시대 토기와 가야금을 콘셉트로 독특하게 설계된 예술적 가치 높은 건축물이다. 낙동강 자전거길을 따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강변의 운치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꼭 가봐야 한다.조선시대 영남 사림학파의 종조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개실마을은 ‘전통문화 체험 1번지’로 불린다. 마을의 80% 정도가 한옥이라 전통미와 운치가 넘친다. 전국 최우수 체험마을로 선정된 바 있는 개실마을에서는 엿 만들기, 떡 만들기, 전통혼례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한옥 스테이도 가능하다.마지막으로 유럽의 향기가 느껴지는 집들과 잔디광장이 하모니를 이루는 예마을을 찾아가 보자. 균형미와 조형미가 빼어난 여러 건축물이 방문자를 웃음으로 맞는 예마을은 숙박시설과 야외 물놀이장, 오토캠핑장 등도 갖추고 있다.이처럼 고령군 곳곳엔 숨겨진 매력적인 관광지가 적지 않다. 봄을 맞은 고령의 ‘즐거운 보물찾기’가 당신을 기다린다.가야금과 거문고에 얽힌 역사와 두 악기의 연주에 무심한 사람일지라도 ‘우륵’과 ‘왕산악’이라는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터.4세기 무렵 고구려에서 태어난 왕산악은 중국 진나라에서 들여온 악기 칠현금(七絃琴)을 자신의 스타일로 개량해 거문고를 만들었다. 물론 연주로도 이름이 높았다. 그가 거문고를 뜯으면 학이 날아와 춤을 추었다는 설화가 전할 정도다.고령군 쾌빈리 인근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우륵은 가야금 연주와 함께 자신이 살던 나라를 떠나야했던 비극적 삶으로도 기억되는 인물.대가야국(大伽倻國) 가실왕의 권유로 가야금을 만들었고, 제자들에게 노래와 춤도 가르쳤던 그는 악성(樂聖)으로 불릴 만큼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뤘다.그가 기울어가는 대가야국을 떠나 신라로 갔고, 진흥왕의 총애를 받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호화롭게 살았지만 고향을 떠나 낯선 나라에서 노년을 보낸 우륵의 삶이 마냥 행복했을까? 이는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의문이다.고령군 대가야읍 가야금길에 위치한 우륵박물관은 우륵의 삶과 예술세계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공간이다.“고령군의 자랑인 우륵의 업적을 기억하고, 우리 전통음악의 높은 수준을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 박물관측의 설명.박물관 내부로 들어서면 우륵의 생애와 가야금의 기원에 관한 영상을 볼 수 있고, 가야금 외에도 아쟁과 해금 등의 전통 현악기와 만날 수 있다.전시된 각각의 악기들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도 직접 들어볼 수 있어 음악을 아끼는 이들에게 만족감을 선물한다.고령군 대가야읍 정정골길에 마련된 ‘가얏고 마을’에선 가야금과 관련된 각종 체험을 즐겨볼 수 있다. 지역의 역사학자들은 “이곳은 가실왕의 명을 받아 우륵이 가야금을 제작한 곳”이라고 말한다.가얏고 마을은 가야금 연주와 미니 가야금 만들기 등의 문화체험은 물론, 딸기 따기와 김치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봄을 즐기려는 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전병휴·홍성식 기자

2019-04-11

인생 2막 귀농귀촌 꿈 이뤄지는 문경 핫 플레이스로 뜬다

◇ 문경만의 맞춤형 정착 프로그램 운영2019년 문경시가 야심차게 꺼내 든 카드는 바로 ‘맞춤형 정착지원 프로그램’이다. 맞춤형 정착프로그램의 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문경시가 책임진다’이다. 문경은 농업인구의 고령화로 버려진 농지나 시설물이 늘어나고 있어 농지의 효율성을 높이고 귀농 초기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귀농인 체험농장을 운영한다.귀농인 체험농장은 영농 포기 의사가 있는 농업인이 읍면동사무소나 농업인상담소에 사업참여 의향서를 제출하면 읍면동 산업부서와 농업인상담소장은 영농을 희망하는 귀농인과 매칭을 시켜주고, 임대차 계약을 도와준다.그 다음 영농기술 교육은 농업기술센터와 농업인이 직접 실시하고, 귀농인이 하기 힘든 고난도의 농작업도 처음에는 농업인이 대신 해주고 숙련되면 귀농인이 직접하게 된다. 시에서는 임대료(1년차 70%, 2년차 50%, 3년차 30%)를 1천만원 한도내에서 지원하며, 생산된 농산물은 귀농인 소유가 된다.또 문경시는 임산버섯 스마트팜 재배단지를 조성해 귀농인들의 정착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사업은 사람의 노동력을 최소화 한 60평 규모의 첨단 표고버섯 재배시설 40동을 설치해 재배를 희망하는 귀농인에게 우선 임대할 계획이다. 임대기간은 최대 2년을 계획하고 있다.재배 기술교육은 전문 강사가 담당하게 되며, 생산된 버섯은 공동판매가 가능하도록 포장재와 물류비를 지원한다. 시설관리도 전문기술자가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돼 버섯재배 귀농인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미나리나, 애호박, 오이 등 다양한 농산물 재배가 가능한 시설하우스 설치 사업에도 전체 사업비의 50%를 지원해 계절적 제약에서 벗어나 1년 내내 고소득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도록 돕는다.◇ 도시민 유치 톡톡 튀는 전략 구사귀농귀촌 시책의 성공은 도시민 유치에서 시작된다. 문경시는 이를 위해 톡톡 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첫 번째가 퇴직을 앞둔 대기업과 공기업 임직원, 전역 예정 군인, 퇴직공무원을 상대로 한 농촌체험 프로그램 운영이다.농촌체험 프로그램은 1박2일 동안 문경에 머물면서 귀농인 농장과 가공업체를 방문하고, 농기계 임대사업장, 농산물 유통시설, 고요전원마을 등 다양한 시설을 둘러봄으로써 귀농에 대한 두려움을 잠재우게 된다. 밤에는 선배 귀농인들을 초청해 귀농 과정의 애환과 에피소드도 나눈다. 특히 선배 귀농인과의 대화 시간은 계획을 넘겨 밤이 늦도록 이어지는 경우가 잦아 인기 코너로 자리 잡았다.‘농촌체험 프로그램이 귀농귀촌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램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농촌체험 프로그램 운영과 병행해 문경시에서 공을 들이는 또 다른 도시민 유치 전략이 대도시에서 개최되는 귀농귀촌 박람회에 꾸준히 참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문경의 우수성을 전방위로 홍보하고 있다.박람회는 서울과 일산, 대구, 부산 등 귀농귀촌 수요가 많은 대도시의 잠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연간 5회 이상 참가한다. 대도시 박람회는 귀농귀촌 홍보 외에도 문경의 농특산물을 홍보하는 기회로도 활용되고 있다.◇ 적극적 보조 프로그램 운영일단 문경으로 귀농귀촌하기로 마음 먹은 도시민은 문경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예비 귀농인이 주택신축과 농지구입 등 영농기반 확보와 영농기술을 습득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문경시는 귀농인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농촌의 소중한 자원인 빈집을 리모델링 해 예비 귀농귀촌인들에게 임대하는 것이다.현재 6동을 운영하는데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조기에 임대가 완료돼 18명이 입주해 문경을 배우고 있다. 귀농인 보금자리의 1년 임대료는 주택의 상태에 따라 50만원에서 70만원을 받고 있어 부담이 없다. 올해 안에 10동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예비귀농귀촌인은 귀농인 보금자리에서 최고 1년 동안 편하게 머물면서 교육 이수와 주택 신축, 농지구입 등 영농기반을 확보해 농업에 종사하면 된다. 그래서인지 2018년 귀농인 보금자리 입주자의 문경 정착률은 80% 이상이다.문경에 정착하게 되면 본격적인 영농기반 확보를 위한 지원이 시작된다. 먼저 주택수리비를 최고 560만원까지 지원해준다. 신축 3년 이상된 귀농인 소유의 주택 수리를 희망할 경우 지원대상이 된다. 이 사업을 통해 지붕, 화장실, 보일러, 씽크대, 장판 등을 교체해 주거환경이 눈이 띄게 향상됐다.주택문제가 해결되면 농지구입과 시설설치, 동물사육시설 설치에 3억원의 귀농 창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문경만의 비장의 무기인 문경농업현대화사업융자금을 최고 3억원까지 융자지원 받을 수도 있다. 문경 현대화사업은 최고 8년까지 이자를 지원받기 때문에 영농 초기비용 부담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날 수 있다. 융자가 부담된다면 소득지원사업을 신청해 보조 지원을 받으면 된다.◇ 잠재적 귀농귀촌 고객 확보문경시는 지난해 12월 퇴직공무원들의 귀농귀촌을 지원하기 위해 공무원연금공단과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두 기관은 퇴직공무원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사업이 바로 은퇴자 공동체마을 운영이다. 문경시는 운영이 저조한 농촌체험마을 4곳을 일부 리모델링 해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3개월간 일시적으로 머물며 문경을 체험하는 체험형은 2개 마을 12세대 24명이 동시에 거주가 가능하며 전체 계획인원은 72명이다. 10개월간 장기 체류가 가능한 정주형은 2개 마을 4세대이며 8명이 입주해 문경을 맛볼 수 있다. 이번 체험에 참가하기 위해 전국의 퇴직 공무원들이 지원해 6.5: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임대료는 연금공단에서 일시불로 마을로 불입한 후 입주자는 매월 공단에 납부하면 되고, 체류기간 중 발생하는 모든 공과금은 입주자가 부담하게 돼 마을로 봐서도 큰 도움이 된다.입주자들은 공동체마을에 머물면서 기본적인 건강 체크를 시작으로 문경의 관광지를 둘러보고 문화체험, 농업교육, 재능기부를 통한 사회봉사 활동을 전개해 도농상생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문경시는 분야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도시민이 문경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문경시의 귀농귀촌인구는 최근 몇 년간 꾸준하게 600명 선을 유지해 왔다. 다양한 귀농·귀촌·귀향 시책에 힘입어 문경시의 인구 감소가 눈에 띄게 줄었다.문경시는 획기적인 귀농·귀촌·귀향 시책을 성공시키기 위해 70여억 원의 예산을 추경에 확보해 통 크게 보따리를 풀 계획이다.문경시 공무원들은 “문경이 추진하는 귀농귀촌 시책을 타 시·군이 흉내낼 수는 있지만 열정만큼은 흉내낼 수 없다는 신념으로 뭉쳐 일한다”고 입을 모은다.매 분기 아이디어 발굴대회를 개최해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는 담당부서 업무에 바로 적용하고 있으며, 아이디어를 제공한 공무원들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귀농·귀촌·귀향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사회적 현상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면 언젠가는 도시 소멸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문경시의 공무원들은 문경의 미래를 위해 오늘도 도시민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19-04-07

구수한 산나물, 웅장한 암벽, 향긋한 사과향… 고개드니 어느새 ‘청송’

당당하게 솟은 거대한 암벽에선 남성적인 기백이 읽히고, 자신의 품에서 수만 그루 나무와 갖가지 동물을 기른다는 면에선 여성적인 포용력을 보여주는 주왕산.청송의 주왕산은 백두대간을 따라 늘어선 웅장하고 신비로운 한국의 명산들 중 하나다. 청송군을 찾은 여행자들은 주왕산의 기암절벽에 한 번 놀라고, 철마다 바뀌는 미려한 자연의 색채에 다시 한 번 놀란다.1976년 3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주왕산은 ‘사과’와 함께 청송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자리한지 오래다. 특히 가을철 주왕산의 단풍은 전국에서 관광객을 불러들여, 지역경제 발전을 견인하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하지만, 주왕산의 가을만 아름다운 건 아니다. 봄날의 주왕산 역시 길고 지루했던 겨울을 밀어내고 새로운 생명의 호흡으로 가득한 경이로운 공간이다.4월에 청송을 찾는 사람들은 주왕산 인근 식당에서 독특한 맛의 산나물을 즐기며 감탄사를 토해낸다.청송군은 바로 이 주왕산 아래서 탐스럽게 익어가는 사과를 이용해 비약적인 경제 발전과 문화·관광적 풍요로움을 꾀하고 있다.사과 재배와 관련된 기술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사과축제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 것.여기에 더해 최근엔 새콤달콤한 맛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청송자두’의 육성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청송군청의 설명이다.주왕산 아래서 향기로운 꿈을 간직한 채 커가는 사과와 자두.그것들과 만나러 청송을 향하는 차에 올랐다. 청송군이 추진하고 있는 사과와 자두 관련 정책의 방향과 전망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윤경희 군수 “청송사과 알리고 판로 개척하는 세일즈맨 될 터”윤경희 청송군수는 ‘지역의 특산물인 사과를 알리고, 판로를 개척하는 세일즈맨’을 자처한다.‘자연이 만든 명품 청송사과’라는 최상의 평가를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가졌다.그렇기에 청송군민과 언론은 그를 일컬어 “세일즈 군수”라고 부른다.윤 군수를 포함한 청송군 농업 관계자들에 의하면 청송사과는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탁월한 자연조건에서 자라기에 특유의 맛과 향을 지닌다고 한다.청송군의 과수원들은 통상 해발 250m 이상의 고지대에 위치한다. 그렇기에 생육기간 중 일교차가 13.4℃로 매우 크고,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교차하는 지리적 환경 자체가 사과 재배에 알맞다.청송군청의 설명에 따르면 “청송사과는 시대에 맞춰 품종을 갱신하고 있다”고 한다.관수와 지주 시설 등의 투자에도 노력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품질 좋은 퇴비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지속적인 교육으로 사과 재배기술의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청송사과가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이러한 이유가 배경에 있기 때문. “전국 최고의 사과라는 타이틀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홍보 마케팅 활동과 유통시설 확충, 지속적인 브랜드 관리로 농가의 수입을 창출할 것”이라는 게 청송군의 다짐이다.이와 관련해 취임 전부터 “군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최상의 행정이기에 청송 주민들이 잘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세일즈 군수’가 되겠다”고 말해온 윤경희 군수의 행보는 눈여겨 살펴볼 가치가 충분하다.윤 군수는 2013년부터 6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을 수상한 청송사과의 재배 기술을 북한에 이전해 그곳에 청송사과원을 조성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그는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청송사과가 통일의 사과이자 평화의 사과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청송사과의 해외 수출이 확대되는 것은 사업의 성공을 통해 얻어질 덤이다.이를 위해 청송군은 지난해 8월 사업 추진을 위한 전담부서인 ‘농업교류협력 TF팀’을 만들었다.현재는 남북관계가 다소 경색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이 국면이 해소돼 교류가 활성화된다면 윤 군수의 청사진도 더불어 구체화될 것으로 예측된다.그 시기에 대비해 청송군은 교류협력기금 조성과 행정지원 방안을 담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제정과 ‘청송군 남북교류협력위원회’ 구성을 준비 중이다.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통일 대비 역량강화교육’도 실시했다.◆ ‘청송사과축제’의 비약적 발전을 위해…청송군에서는 지난 2004년 청송사과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한 ‘청송사과축제’가 처음으로 열렸다.해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모은 이 축제는 이후 청송군 부남면에 전해오는 ‘도깨비 석교’ 설화와 합쳐져 ‘사과·도깨비 퍼레이드’와 춤 경연대회가 펼쳐지는 ‘청송 도깨비·사과축제’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하지만 청송군축제추진위원회가 “한국 대표 사과 산지로서의 명성을 이어나가는 것이 축제의 주요 포인트”라는 의견을 내놓았고, 주민들의 다양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청송사과축제’로 다시 개명됐다.사실 그간 청송사과축제는 축제장 주요 현장인 청송사과테마공원 오토캠핑장의 효과적 활용이 어려웠고, 그곳이 도심과 떨어진 탓에 야간 활용도도 낮았다. 또한 대중교통의 접근성도 떨어졌다.이를 감안해 윤 군수는 청송사과축제를 군민이 주도하는 참여형 축제로 육성하기 위해 메인 무대를 용전천의 현비암 앞 수변공간으로 옮기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축제 참여자들의 호평을 받았다.‘젊은 세대의 국내산 과일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됐다. 사과의 소비층을 다양화하기 위해 청송군과 윤경희 군수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현장에서 청송사과를 알리는 흥미로운 이벤트도 진행했다.무료로 사과를 선물 받은 야구장 관중들은 이 사실을 SNS를 통해 알렸고, 이는 기대 이상의 홍보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윤 군수는 평소에도 “좋은 품질에 홍보와 마케팅이 더해진다면 청송사과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이런 홍보 활동의 일환으로 청송군은 지난해 겨울 국내 최대 농산물 매장인 하나로클럽 서울 양재점에서 지역 농협과 함께 ‘청송사과 홍보·판촉행사’도 펼친 바 있다.또 청송사과 GAP사업단, 농촌지도자 청송군연합회 등의 농민단체도 부산과 포항에서 청송사과 홍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앞으론 ‘청송자두’도 인기 높은 과일로 육성한편 청송은 사과에 이어 자두를 대표적 특산물로 키워갈 예정이다.“새로운 소득작물의 발굴과 육성으로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청송군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게 군청의 설명.내년 1월부터 12월까지 16억6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청송자두 명품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이 사업은 농업회사법인 주왕산자두와 자두 재배농업인을 대상으로 청송자두공동선별장 등에서 진행된다.최고 품질의 청송자두 재배단지 100ha 조성과 자두 생산을 위한 친환경자재 지원, 기술교육 지원, 병해충 방제체계 개발을 목표로 하는 청송자두 명품화 프로젝트.이 사업은 자두 공동선별과 출하를 위한 기반시설 확충과 비파괴당도선별기 설치, 청송자두 출하기준 정립 등 유통 분야에서도 전개된다.이와 함께 청송자두의 적극적인 홍보에도 노력이 투입된다.자체 프리미엄 브랜드를 개발하고, 지리적 표시제 인증을 통한 이미지 제고는 물론 백화점·대형마켓과의 상호 협력관계 구축 등이 진행되는 것.청송군 농업 전문가들은 “유망 자두 품종을 분산 식재하고,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업시스템 구축 등을 열정적으로 추진한다면 청송자두 명품화가 보다 가까워질 것”이라고 조언했다.이제 머지않아 주왕산 주변엔 청송사과와 함께 싱그러운 청송자두의 향기까지 그득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때가 되면 청송을 찾는 관광객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일제강점기 단순한 방위 개념에 의해 이름 붙여진 부동면이 3월 1일부터 주왕산면으로 바뀝니다. 이는 나라의 독립을 외쳤던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를 정리한다는 것에서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또한,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간다는 21세기적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입니다.”청송군 부동면이 최근 ‘주왕산면’이 됐다. 더불어 청송군 이전리도 ‘주산지리’로 이름을 바꾸었다. 위의 요약된 설명이 행정구역 명칭 변경의 이유다.그간 청송군청은 부동면을 지역적 특색을 살린 주왕산면으로 바꾸는 절차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지난해는 명칭 변경에 대한 주민 찬반 조사를 진행했고, 압도적인 찬성 의견(조사 참여자의 99%)에 따라 관련 조례를 개정했다.명칭 변경이 완료됨에 따라 앞으로는 공문서와 지도, 관광안내문, 도로표지판 등에서 부동면과 이전리라는 명칭은 사라진다. 그 자리를 주왕산면과 주산지리가 대신하는 것.청송군은 주왕산면과 주산지리의 ‘새로운 생일’을 기념해 지난 3월 1일 주왕산면사무소에서 ‘주왕산면 선포식’을 열었다.또 새로운 명칭을 내외에 홍보하기 위해 최근엔 주왕산면사무소 특설무대에서 ‘주왕산면 선포기념 한마음 축제’도 개최했다. 이 행사에선 지신밟기, 풍물놀이, 인기가수의 공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고, 주민을 포함한 참석자들은 명칭 변경의 의미를 되새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윤경희 군수는 “주왕산과 주산지라는 청송의 대표 관광상품을 지역명으로 활용함으로써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겠다”며 “이를 통해 관광객이 늘어나고,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한편 주왕산면은 고려시대엔 송생현으로, 조선시대 때는 청보군으로 불렸다. 근세 이후 1914년부터 지난 3월 1일 이전까지의 명칭은 부동면이었다.주왕산면에는 현재 1천112가구 1천955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주왕산과 주산지, 절골과 얼음골 등 청송의 주요 관광지가 자리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9-04-04

사랑으로 빚은 지구위 가장 아름다운 무덤

풍문을 통해 상상은 했었다. 그러나 마주한 실상은 조잡한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었다. 눈처럼 새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건축물. 1cm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균형미와 완벽한 좌우 대칭. 거기에 미려한 곡선의 아름다움까지.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세계 최고의 석조 건물”이라 칭송받아온 타지마할(Taj Mahal) 앞에는 기자를 포함한 100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놀라움의 순간’을 사진기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타지마할은 외형적 아름다움과 함께 건물이 만들어진 낭만적 내력까지 유명하다. ‘왕의 불멸하는 사랑이 만든 왕비의 무덤’인 타지마할은 고도(古都) 아그라(Agra)의 자무나강(江) 인근에 우뚝 서있다. 17세기 이곳에선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22년의 시간 들여 예술작품처럼 만든 왕비의 무덤무굴제국의 다섯 번째 황제였던 샤 자한(Shah Jahan)은 당시의 왕들 대부분이 그러했듯 자신이 통치하는 땅을 넓히고 싶어 했다. 그랬으니 이웃 나라들과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많은 날들을 영토 확장을 위한 전쟁터에서 보낸 샤 자한.그는 독특하게도 왕자들이 아닌 아내 뭄타즈 마할을 전쟁터에 데리고 다녔다. 다른 왕들과는 판이한 모습이었다. 죽음의 위협이 곳곳에 도사리는 싸움의 현장에서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던 왕과 왕비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둘의 사랑은 전투가 아닌 의외의 사건으로 비극적인 파국을 맞는다. 샤 자한을 따라 데칸고원으로 간 뭄타즈 마할이 초원의 천막에서 14번째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 것. 왕은 절망스런 몸짓으로 오래도록 통곡했다.그 당시 최고 권력자인 왕은 대부분의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봤다. 군왕이 여러 여성을 취하는 게 흠이 되지 않았던 시절. 하지만 샤 자한은 달랐다. 오직 왕비 한 사람만을 영혼을 나눈 친구이자, 사랑의 대상으로 아꼈다. 둘이 결혼생활을 통해 14명의 아이를 낳은 사실이 이를 증명해준다.아그라로 돌아온 왕은 왕비를 그리워하며 자신의 사랑을 증명할 조형물을 만들기로 결심한다.‘이슬람 건축의 최정점’이라 평가받는 타지마할은 그렇게 현실로 성큼 다가섰다. 2만 명의 인부와 수천 마리의 코끼리가 22년에 걸쳐 축조한 ‘지구 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은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지고지순한 사랑엔 ‘비극’이 개입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비극은 사랑을 완성하는 유용한 재료가 된다. 타지마할과 만났던 순간, ‘순정한 첫사랑에 끼어든 청춘의 비극’을 고통스럽게 형상화한 박남철(1953~2014)의 시 ‘첫사랑’을 떠올렸던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비극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사랑은…포항 출신의 박남철은 형식의 파괴와 극단적 시어를 통해 독특한 세계인식을 보여준 시인.그는 순수함과 무구함으로 표현되는 10대의 통상적 사랑에 진원지 불분명한 폭력적 요소를 개입시킴으로써 그 안에 존재하는 비극성을 극대화시킨다.소년은 왜 좋아하던 소녀를 때린 것일까? 소녀는 어째서 가만히 맞고만 있었던 걸까? 소년의 분노와 눈물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시 ‘첫사랑’은 독자들의 가슴에 여러 가지 질문을 새긴다. 어떤 문학평론가도 그 물음에 답하기가 쉽지 않다. 그저 앞서 말한 것처럼 “안타깝지만 사랑과 비극은 발을 맞춰 같이 온다”는 오래된 문장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21세기를 사는 소년의 사랑이 ‘허연 분노가/면도칼로 책상 모서리를/나를 함부로 깎으면서’ 울먹이는 형태의 비극으로 왔다면, 400여 년 전 인도의 황제 샤 자한의 사랑은 어떤 비극으로 끝을 맺었을까?마침내 타지마할이 완성된 순간. 모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순백의 대리석이 햇살을 받아 휘황하게 빛났고, 사용된 돌의 육중한 무게와는 관계없이 건물은 공중에 솟아오른 듯 가벼워 보였다. 이탈리아, 프랑스, 이란에서 온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은 최고급 석재와 보석을 이용해 ‘다시 짓기 힘든 매력적 무덤’을 만들어냈다. 터키, 티베트, 미얀마는 물론 멀리 이집트에서도 주먹만 한 보석들이 상자에 담겨 공사 현장으로 조달됐다고 한다.매끈하게 조각된 아치형의 입구와 수만 송이 꽃으로 장식된 정원, 예술작품에 가까운 수로와 연꽃 모양의 수조까지….하지만 ‘보석 같은 왕비의 무덤’을 둘러싼 낭만적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타지마할은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불러왔다. 공사로 인해 국가 재정이 파탄을 맞은 것.그로부터 10년 후. 경제적 위기로 인한 혼란 끝에 샤 자한은 반란을 일으킨 자신의 아들 아우랑제브(Aurangzeb)에 의해 높은 탑에 갇힌다. 거기서 타지마할을 내려다보며 죽는 날까지 왕비를 그리워했다는 무굴제국의 왕.사랑하는 아내의 몸에서 나온 자식에게 배신당한 샤 자한은 얼마나 비통했을까? 그 심정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느린 발걸음으로 타지마할을 둘러본 뒤 아그라의 밤거리를 걸었다. 사랑을 비극으로 이끄는 인간의 욕망에 관해 생각했고, 욕망의 상징처럼 이야기되는 뱀을 떠올렸다. 아래 졸시는 그날 밤 불면에 시달리며 쓴 것이다.뱀에 관하여철로가 지나는 도시 외곽에 사는 나는밤마다 뱀을 꿈꾼다두 개, 혹은 네 개의 발로는 모자라온몸으로 지상에 어지러이제 흔적을 꿈틀거려 놓는거대한 자기학대뒷걸음질 모르는운명적 무모함을하얀 얼굴 가느다란 손가락의 사내들비대한 욕망을 잉태한 이미 늙은 소녀들이떠다니는 도심붉고 푸른 독을 품고제 살갗에 상처를 내는황홀한 쾌락으로피 흘리는 우주, 고통의 심연으로눈을 잃은 뱀이 간다밤낮 없이 배설되는끈적이는 밑바닥으로밤꽃향기에 끌려, 뱀이눈을 잃은 뱀이 숨 가쁘게 기어간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류태규

2019-03-28

청송사과, 100년 피어오른 향기로운 붉은 맛

옛날과 현재, 동양과 서양, 공업도시와 농업도시를 불문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은 언제 어디서나 있어 왔다. 때로는 그것이 한 도시나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니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 지방은 포도로 만들어진 술, 즉 포도주로 오래 전부터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수많은 나라 애주가들의 혀를 매혹하며.일본의 스시는 애초엔 내륙지역에서 생선을 효과적으로 저장하던 수단으로 만들었지만, 현재는 뉴욕과 런던 등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는 도시 레스토랑에서 최고급 요리로 팔린다.스페인의 ‘하몽’도 마찬가지다. 돼지의 넓적다리를 소금에 절여 건조·숙성시킨 독특한 햄(Ham)은 이 나라 축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고, 동시에 ‘이베리코 돼지’라는 이름까지 세계인의 기억 속에 각인시켰다.그렇다면 수려한 주왕산의 풍광으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청송을 대표할 수 있는 특산물은 뭘까? 누가 뭐래도 ‘사과’가 아닐지.2018년 말 현재 3천339ha의 농지에서 6만2천606톤의 사과를 생산하는 청송군. 이 지역 농가소득의 50% 이상이 ‘새콤달콤한 청송사과’에서 나온다고 한다.전국의 많은 소비자들이 신뢰하며 구입하는 청송사과. 하지만, 청송군 사과 재배의 역사와 사과를 둘러싼 각종 정보에 관해서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청송사과는 언제부터 생산됐고, 어떤 이유로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인가”라는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봄이 기지개를 켜는 청송을 찾았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청송사과’청송사과의 ‘재배 기원설’은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지역에서 독립운동과 농촌계몽운동을 전개한 박치환 씨가 1924년 현서면 덕계리에 사과 묘목을 들여 온 것이 청송사과의 출발점이라는 주장이다.나머지 하나의 기원설은 안덕면 복리에 살았던 신인수 씨가 일본의 레코드 회사에서 일하던 중 인근에 있던 사과농장을 자주 출입하게 됐고, 그때부터 사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신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사과 재배기술을 익혔고, 1927년 한국으로 돌아오며 600여 주의 사과 묘목을 들여왔다. 이후 안덕면 복1동에 5천 평 규모의 사과밭을 조성했다고 한다. 이 2가지 재배 기원설을 종합해 볼 때 청송사과의 역사는 100년에 가깝다.청송군은 서쪽의 대륙성 기후와 동쪽의 해양성 기후가 만나는 지역이다. 해발 고도가 250m로 인근 안동, 영덕, 의성, 영천 등에 비해 높은 지역에 위치했다.여기에 낙동정맥의 서쪽에 위치해 연간 1천mm 정도의 비가 내려 강수량이 비교적 적다. “생육기간 중 연평균 일교차가 13.4℃로 매우 커 청송사과의 당도와 착색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농업전문가의 설명이다.그렇기에 청송군에서 사과를 키우는 농민들은 “우리 고향이 사과 재배의 최적지”라고 입을 모은다.청송군청 관계자 역시 “적절한 일조량으로 사과의 빛깔이 곱고, 사과 재배에 적합한 토질이라 과즙이 풍부하고 저장성도 뛰어나다”고 부연했다.◆ ‘키낮은 사과원’ 도입으로 재배 기술 한 단계 높여청송군은 1995년 전국 최초로 ‘키낮은 사과원’을 도입해 1999년부터 대묘 생산과 표준과원을 운영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의 사과대학 운영, IPM(친환경 병해충 종합관리) 단지 조성 등 선진 재배기술의 조기 도입으로 타 지역에 비해 한 단계 높은 재배기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1990년대 중반 국내 사과산업은 생산의 과잉과 소비 감소, 가격 하락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청송의 ‘키낮은 사과원’이 아래와 같은 과정을 통해 도입됐다.1995년 경상북도청에서 일하던 과수 관계자들은 미국 워싱턴의 사과산업 현장을 견학하며 선진 재배 시스템에 놀란다. 이에 자극받은 경상북도는 ‘신 경북형 사과’ 생산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게 된다.같은 해 안동대학교 원예육종학과 윤태명 교수의 주선으로 청송군 현동과수협업단지 관계자들이 이탈리아 북부 남티롤을 방문한다.그들은 연구기관과 판매조합, 유통 및 가공시설과 과수 묘목 컨소시엄 등을 견학한다. 그 경험을 통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이탈리아 남티롤을 벤치마킹하기로 한다. 한국에 ‘밀식 재배’가 들어오게 된 것이다.이 과정에선 우여곡절도 많았다. 공항에서 묘목을 압수당하는 등의 고충을 겪은 후에야 연구용으로만 활용한다는 조건으로 국내 도입에 성공하게 된 것.이후 이탈리아 남티롤의 M.9 대목(나무의 크기를 매우 작게 하는 특성을 지닌 대목으로 관리가 용이하고 생산성이 높다)을 이용한 ‘세장방추형 고밀식 재배체계’는 신 경북형 사과의 생산 모델로 자리 잡게 된다. 이때는 청송군의 사과 재배가 새로운 도약을 한 시기이기도 하다.청송군은 M.9 대목으로 ‘키낮은 사과원’을 확대했고, 1999년부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매년 10만 주에 가까운 M.9 대목 또는 이중 접목묘를 농가에 보급해왔다. FTA기금 과수생산시설 현대화사업도 ‘키낮은 사과원’ 조성에 큰 도움이 됐다.◆ 사과를 통한 농가소득 증대 노력 이어져청송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된 천혜의 자연환경에 전통과 문화가 하모니를 이루는 고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풍경과 신비로운 전설이 함께 하는 주왕산 역시 청송군의 보물이다. 여기서 소박한 자태를 드러내는 사과꽃을 바라보는 건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적지 않은 위로와 안정감을 준다.청송군은 여러 차례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을 받은 청송사과를 지역을 상징하는 특산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오늘도 계속하고 있다.최고 품질의 사과를 생산하기 위해 ‘명품사과 재배단지 사업’을 추진하고, 사과 재배농가가 늘어남에 따라 농가별 맞춤 방제와 제초의 어려움을 해결할 방초망 등 친환경 자재를 공급하고 있는 것. 이를 통해 고품질 청송사과 재배 기반을 마련해 농가소득을 높인다는 것이 청송군의 복안이다.또, 날로 고령화되는 농촌 현실에 대응해 농번기 영농인력 확보와 사과 공급의 원활한 체계 구축을 위해 21억 원을 들여 청송군영농일자리지원센터를 건립했다. 이에 따라 농촌 일손돕기를 위해 청송을 찾는 사람들도 해마다 늘고 있다.청송의 사과가공지원센터 운영은 지역 특산물 가공으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소비영역을 창출하는데 기여 중이다. 센터엔 사과즙 생산라인, 동결건조기, 열풍건조기, 건식분쇄기, 습식분쇄기, 원통형 볶음솥 등 현대적 가공시설이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2017년엔 가공식품 8종 100t을 생산해 농업 부가가치 창출과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했다.◆ 청송농업의 미래를 위한 교육에도 투자청송군은 사과 재배를 포함한 미래 청송 농업을 이끌 전문 농업인 양성에도 땀을 쏟고 있다. 농업 종사자의 미래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품목조직 활성화 등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것.교육에 참가한 농민들은 이론과 실습, 사례 발표, 선진화된 현장 견학 등을 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최근 4년간 농업인실용교육 37개 과정 5천551명, 청송사과친환경대학 806명, 청송미래농업대학 214명, 경영마케팅 교육 112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여기에 사과 외에도 자두와 복숭아 등 지역 특화 분야의 교육 과정도 운영함으로써 청송의 젊은 농민들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농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관광객의 청송 유입을 위해서는 농촌 체험농장의 조직화와 체험 서비스의 품질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시 찾고 싶은 관광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인들의 친절과 위생적인 환경, 볼거리와 먹을거리도 중요하지만 고급화된 관광 프로그램 역시 필수다.이와 관련 청송군은 관광객의 만족도를 높여가기 위해 농촌관광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대표 체험 14종과 연계 체험 10종, 개별 체험 22종을 개발했고, 농촌 팜파티 프로그램과 지역 축제 체험부스 운영 등을 통해 관광활성화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인심 좋고 살기 좋은 도시 건설’은 모든 지자체의 꿈이다. 청송군 역시 사과 향기 그윽한 풍요롭고 행복한 고장이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청송군은 수입 과일이 대거 유입되는 등 과일 소비 형태가 다양화되고, 청년층의 사과 소비가 많지 않다는 현실을 감안해 청송사과의 다양한 홍보·판매촉진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그런 상황 속에서 지난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열린 야구장에선 ‘청송사과 특별 홍보행사’가 펼쳐졌다.많은 수의 소비자층이 모이는 대규모 스포츠행사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함으로써 청송사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소비계층의 다변화를 도모한 것이다.한국시리즈 개막전과 함께 열린 청송사과 특별 홍보행사는 입장객들에게 무료로 사과를 나눠주는 ‘청송사과 증정’과 시식 행사, 다양한 부대행사가 펼쳐져 현장에 모인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이 홍보행사는 청송군의회와 청송군 농협, 사과생산자 조직 등이 대거 참여해 청송의 단합된 힘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았다.준비 과정에서부터 행사에 참여한 청송군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야구장에서 청송사과의 진가를 보여줄 수 있었기에 기쁨이 컸다”며 “상대적으로 사과 구매도가 낮은 청장년층을 상대로 한 마케팅이라 여러 가지로 신경을 많이 썼는데 호응도가 높아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며 환히 웃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9-03-21

포스코강판, 컬러강판 업계 새로운 바람 일으킨다

표면처리강재 전문업체인 포스코강판이 신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제품개발로 신수요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현재 컬러강판 시장은 중국 저가 수입재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기존과 다른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제품(WTP)만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포스코강판은 이러한 시장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잉크젯프린트 기술인 포스아트(PosART)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과, 포스맥(PosMAC) 계열의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해 컬러강판 업계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국내최초 강판 잉크젯프린트 기술 ‘포스아트’포스코강판은 지난해 ‘포스아트’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포스코그룹이 선도하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뛰어 들었다.포스아트는 포스코에서 생산하는 고내식 강판에 일반 프린트 강판보다 4배 높은 해상도를 자랑하는 포스코강판의 잉크젯프린트 기술을 적용한 제품으로 고객이 원하는 어떠한 이미지라도 구현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며, 특수 제작된 잉크를 사용해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정형적 무늬를 반복해서 코팅하는 일반적인 프린트강판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사진액자, 기념패, 가전제품, 주방가전, 각종 표지판을 넘어 친환경 건축용 내·외장재로 각광받고 있다.지난 7일 열린 신제품 설명회에선 기존의 포스아트에서 한층 더 발전한, 고가의 대리석 무늬를 구현할 수 있는 포스아트 마블(PosART Marble)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 인조대리석에서 포름알데히드 검출과 천연 대리석에서 폐암을 유발하는 라돈 등이 검출돼 사회적 문제가 되는 가운데, 포스아트 마블 제품은 친환경 제품으로 천연 대리석 보다 50% 이상 저렴한 비용으로 시공할 수 있어 고객사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또한 당일 설명회에서는 고내식 강판인 컬러맥(Color MAC)도 함께 선보였다. 컬러맥은 기존의 포스맥(PosMAC)에 착색을 하여 표면광택 유지 및 흑점 발생을 개선한 제품으로 고객의 요구에 따라 블랙, 골드, 실버 등 여러 가지 색상 구현과 함께 각종 패턴을 적용해 맞춤형으로 생산이 가능하다.특히 컬러맥은 도금 공정에서 바로 착색을 하는 방식으로 별도 컬러도장 작업 없이 덕트, 파이프 등에 바로 적용될 수 있어 고객사의 원가절감에도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다.포스코강판에서는 이러한 컬러맥의 장점을 활용하여 건자재 뿐만 아니라 자동차, 가전 등에도 용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또 앞으로 포스아트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을 출시, 관련 분야를 선도한다는 방침이다.앞서 포스코강판은 지난 1월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애국지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포스아트를 활용한 7천700개의 독립유공자 명패를 제작해 포스코와 함께 전달했다.□4컬러공장 개설로 철강재 연간 100만t 생산포스코강판은 지난해 12월 포항에 4번째 컬러강판 공장을 준공하면서 강건재 시장개척도 주도하고 있다.이번에 준공된 4컬러공장은 연산 6만t 규모로 강건재 시장수요에 대응하고, 고급 컬러강판의 수요대응을 위해 추진됐다.특히 4컬러 공장 준공 후 4-Coating(코팅) 4-Baking (건조) 공정을 통해 6개 색상이 조합된 프린트강판 생산이 가능해졌다. 강재를 갖고서 자연에 가까운 색상에다 나무를 만졌을 때 느낄 수 있는 질감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향후 고급 건축재와 가전재 등에 널리 적용될 전망이다.포스코강판은 4컬러공장 준공으로 국내 용융도금공장 2곳, 컬러강판공장 4곳, 미얀마 컬러공장 1곳에서 연간 100만t의 도금·컬러 철강재를 생산할 수 있는 회사로 우뚝 올라섰다.또한, 현재보다 넓은 폭(1천600mm)과 두꺼운 두께(3.0T)의 컬러제품 생산이 가능해져 성형가공 후 도장하던 공정을 간소화함으로써 대형 오피스건물 패널, 가드레일, 토목용 파형강관 등에서 수요확대가 기대된다.UV(자외선) 경화제품도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발생하지 않는 도료를 사용함으로 친 환경적이고, 선영성과 광택이 뛰어나 프리미엄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실내장식용 건축자재로 벌써부터 큰 반응을 보이고 있다.앞서 포스코강판은 지난해 7월 공장 신설을 추진하면서 포항시와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신규직원 65명을 채용하고 연인원 3만3천여명의 건설인력을 참여시키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하대룡 포스코강판 사장은 4컬러공장 준공 당시 “4컬러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고급 건자재 시장과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 포스코강판이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해 컬러시장의 트랜드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과 포항시 발전에 기여하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다.□장수사진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펼쳐포스코강판은 자사제품을 활용한 독특한 사회공헌활동으로도 호평을 받고 있다.포스코그룹의 일원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포스코강판은 지난해부터 독자기술인 포스아트를 활용, 지역사회로 바짝 다가가고 있다.2018년 4월 포스코강판은 자매마을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 북송리 어르신 50여명에게 포스아트로 만든 장수사진을 전달했다.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 강판 위에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진 사진을 전달받은 주민들은 처음보는 포스아트의 고급스럽고 우아한 색감에 매료됐고, 지금은 홍보 전도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포스코강판은 지난해 12월 열린 4컬러공장 준공식에서도 공장 인근지역인 포항시 남구 연일읍 대송리 주민들에게 포스아트를 활용한 장수사진을 선물, 박수갈채를 받았다.이 공장 정문에는 지난 1월 포스아트로 제작한 열린 화장실을 제작하는 이색적인 사회공헌 활동도 전개돼 눈길을 끌었다. 철판에 다채로운 컬러잉크를 입힌 공간 19㎡에 남녀화장실과 장애인 화장실을 설치, 포항지역을 방문하는 누구든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열린 화장실은 자사 제품을 적극 활용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의미 있는 사례로도 꼽힌다.당초에는 회사 내에 장애인 이용 편의시설인 화장실을 만들려고 했지만, 지역사회와 더불어 발전하는 기업시민 역할을 다하고자 계획을 변경해 포스아트를 입힌 열린 화장실로 완성했다. 몸이 불편한 주민들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 문턱을 낮췄고, 열린 화장실 옆에는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까지 마련했다.앞으로도 포스코강판은 포스코1%나눔재단과 함께 포항지역에 포스아트를 활용한 화장실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는 포스코강판 제품의 우수성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기업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포스코강판은 1988년 2월 15일 포항철강공단 1단지에 연산 30만t의 능력을 갖춘 아연도금강판 및 알루미늄도금강판 생산업체로 설립된 포항도금강판을 모체로 출발했다.이후 1999년 3월 1일 컬러강판 제조업체인 포항강재를 흡수합병하고, 포항강판으로 상호를 바꿨다.1999년 5월 1일 포스틸의 냉연강판 가공공장을 인수했으며, 2004년 11월 15일에는 2컬러공장을 준공했다.포스코강판은 오늘날 자동차, 가전제품, 건축재 등에 사용하는 알루미늄도금강판, 아연도금강판, 컬러강판을 주력산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도금강판 분야에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알루미늄도금강판(ALCOSTA)은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어 품질과 기술의 우수성을 글로벌 시장에서 인증받았다. 더 나아가 2015년에는 기존 대비 내식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고내식성 알루미늄도금강판(Super ALCOSTA)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컬러강판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Lami강판, 프린트강판 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로 다색강판을 출시하여 컬러강판의 고급화를 선도하고 있다.지난 2014년 12월 미얀마 양곤에 미얀마 최초의 컬러강판 생산공장인 미얀마 포스코강판(Myanmar POSCO CC)을 준공함으로써 미얀마 내수 선점뿐만 아니라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2018년 연결기준 매출액 9천403억원, 영업이익 177억원, 순이익 108억원을 기록하며 해마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9-03-21

황홀한 꿈처럼 펼쳐지는 풍경들, 걷다보면 더 아름다운…

문경새재의 아름다운 풍광과 매력에 취해 천천히 걷다보면 우리 귀에 익숙한 사극들이 촬영된 문경새재오픈세트장과 만날 수 있다. 여기를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또한 매년 봄 문경새재에선 전국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화려한 축제가 열린다. 올해도 문경시 관계자들은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다.볼거리와 즐길거리, 다양한 먹을거리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문경전통찻사발축제’가 훌쩍 다가온 봄을 즐기고자 하는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각종 사극이 촬영된 문경새재오픈세트장문경새재 제1관문을 지나 500m 가량 이동하면 2만1천평 부지에 자리한 문경새재오픈세트장이 위치하고 있다.문경새재오픈세트장에 도착 전 탐방로 우측에는 조선시대 관찰사나 현감 등의 선정비 와 불망비 20여 기가 위치하고 있어, 관람객들은 옛 선조들의 백성을 향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관광객이 많이 찾는 문경새재오픈세트장은 2000년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조성돼 운영되어 오다가 2008년 조선시대 궁궐과 양반집 및 초가집 130동으로 재건축해 각종 사극촬영의 명소로 이름이 높다.‘해치’ ‘왕이 된 남자 ’‘킹덤2’ 등 각종 드라마와 ‘기방도령’ 등 영화를 촬영한 세트장을 찾는 관광객들은 환하게 웃으며 이곳을 즐긴다.또한 세트장 내에는 조선시대 임금 복장을 대여하고 촬영한 사진을 제공하는 용상체험장을 운영해 특색있는 체험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옛길박물관에서 문경새재오픈세트장까지 1.2km 구간에는 이동이 불편한 관광객을 위해 전기자동차를 왕복 운행함으로써 관광객의 편의도 제공하고 있다.문경새재오픈세트장을 지나 탐방로를 따라 1km 정도 오르다 보면 조령원터와 마당바위가 반기고 곧이어 주막과 용추를 지나 교귀정을 만나볼 수 있다.교귀정을 지나면 조선 정조 때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산불됴심비’를 볼 수 있으며 조금 위에 위치한 조곡폭포에서 인생 샷도 촬영이 가능하다.이어 제2관문을 지나 조곡약수에서 시원한 약수를 들이키고 오르다 보면 ‘문경새재 아리랑비’를 만나 아리랑 한자락을 부르는 여유를 즐기게 된다. 이어 색시폭포와 낙동강 발원지인 ‘초점’을 만나게 된다.초점을 지나 장원급제를 꿈꾸며 선비들이 올랐던 장원급제길을 옛 선비의 바람을 느끼며 걷다 보면 ‘새재 책바위’가 나타난다.조선시대 때 책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어 결국 장원급제까지 하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현재는 입시철에 대학 합격을 기원하는 수많은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책바위를 지나면 어느새 여행의 종착지인 제3관문(조령관)에 도착하게 된다.제1관문에서 제3관문까지 문경새재 탐방로 여행에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두 시간 가량이다. 폭이 넓고 경사가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최고의 힐링 코스다.특히 탐방로 주위의 경치는 전국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고 있으며, 계곡을 따라 흐르는 초곡천의 맑은 물은 마치 거울 같이 투명해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탐방로 사이에는 다섯 곳의 휴게소가 자리해 잠시 들러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문경새재 탐방로 좌우로는 명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우측으로는 주흘산(1천75m)과 영봉(1천106m), 부봉(917m)이 자리잡고 있으며, 주흘산 아래엔 아들을 기원하는 여인들이 소원을 빌었던 ‘꽃밭서들’이 자리하고 있다.좌측으로는 조령산(1천26m)과 신선암봉(937m), 마패봉(925m)이 문경새재를 감싸고 있다.문경새재는 백두대간(조령산~파매봉~부봉) 자락에 위치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찾게 되는 명소이기도 하다. 문경시는 매년 민관이 뜻을 모아 등산로를 보수해 등산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문경새재의 축제매년 4월 말부터 열흘간 열리는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문경새재오픈세트장 내에서 개최되는 흥겨운 축제한마당이다.문경전통찻사발은 전통가마에 장작으로 가열해 제작하는 방식으로, 가스불로 제작하는 현대적인 방법에 비해 많은 노력과 열정이 수반된다.또한 축제기간 중에는 문경 출신 도예가가 만든 작품을 세트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또한 도자기 빚기 체험 등 관람객에게 전통과 어우러진 풍부한 문화체험을 제공함으로써 전통도자기의 우수성을 전국에 널리 알리고 있다.지난해엔 문경전통찻사발축제 기간 동안 축제장을 찾은 관람객이 15만 명에 달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여름철에는 문경새재에 위치한 비포장 탐방로 6.5km 구간에서 맨발걷기대회를 매년 개최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완만한 경사지에 펼쳐진 탐방로를 맨발로 걸어가며 건강도 챙기고, 가족간 화목의 장을 마련해 참석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가을에는 특산품 문경사과를 홍보하고자 문경사과축제를 9월 말부터 문경새재 제1관문 광장에서 개최한다.전국 최다 생산량(80% 이상)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감홍사과 등을 시식하고 판매함으로써 전국에 문경사과의 뛰어난 품질을 홍보하고, 농가소득 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축제 기간 중에는 시식용 사과만 맛봐도 배가 부를 지경이고, 또한 가을철 절경을 자랑하는 문경새재의 풍경으로 인해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또한 뛰어난 품질과 맛을 자랑하는 문경약돌한우를 중심에 세운 축제를 사과축제 기간 중이나 직후에 열고 있다. 이를 통해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문경약돌한우의 우수성도 홍보하고 있다.□ 문경새재의 먹을거리·편의시설“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다. 문경새재를 찾는 관광객은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문경만의 고유한 브랜드 약돌돼지로 만든 석쇠구이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또 백두대간에서 채취하는 산나물로 만든 산채비빔밥도 사시사철 먹을 수 있다. 뛰어난 문경새재의 경치와 특산품의 맛이 어우러져 관광객의 미소를 부른다.이외에도 다양한 카페가 산재하고 있으며, 문경에서 채취하는 산나물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내놓는 음식점도 있어 관광객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선물하고 있다.또한 문경관광호텔, 라마다호텔, 국민여가캠핑장 등 여행객을 위한 다양한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다. 문경새재를 찾는 관광객이 피로를 말끔히 풀 수 있는 공간이다.□ 문경새재의 미래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을 위해 문경새재만의 다양한 체험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문경시는 자연생태공원 내에 ‘문경생태미로공원’을 조성하고 있으며, ‘e생태스포츠 체험관’을 유치할 예정이다.자연생태박물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4D가상생태체험실 외에 다양한 콘텐츠를 확충하고 자연생태공원 내에 위치한 자연생태방문자센터는 리모델링을 통해 전시관으로 새롭게 조성할 예정이다.또한 옛길박물관은 전시관을 확충하고, 특별기획전을 개최해 조상들이 사용하던 유물을 다양하게 전시함으로써 세대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2023년 서울에서 문경까지 1시간30분이면 도착하는 ktx가 연결되면 관광객이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문경시는 앞으로도 문경새재도립공원에 다양한 체험거리와 즐길거리를 확충하고, 시설 투자와 관리에 매진해 관광객들이 불편함 없이 문경새재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매력적인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19-03-18

‘새도 넘기 힘든 고개’를 아리랑 흥얼거리며 걷는 선비의 고갯길

‘새들도 힘에 겨워 쉬면서 넘는 고개’로 알려진 문경새재.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관광지이자 문경시가 으뜸으로 내세우는 자랑 중 하나가 됐다.문경새재의 역사와 그 안에서 새록새록 숨 쉬는 문화유적들, 관광객들이 가족과 더불어 즐길만한 문경새재의 명소를 2회에 걸쳐 상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문경새재의 유래백두대간의 조령산 마루를 넘는 문경새재는 예로부터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영남대로상의 가장 높고 험한 고개로 사회·문화·경제의 유통과 국방상의 요충지였다.새재는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이며, 옛 문헌에는 ‘초점’이라고도 했다. 풀억새 우거진 고개 또는, 하늘재와 이우릿재 사이의 새(사이)재, 새(新)로 된 고개의 새재 등의 뜻이라고도 한다.고려시대까지는 하늘재를 이용했으나 조선 태종 때 영남대로가 개척되면서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문경새재를 이용하는 선비들이 과거 급제를 많이 한다는 소문이 나고부터는 한양 가는 길은 주로 영남대로를 통한 문경새재를 이용하게 됐다. 문경(聞慶)이라는 지명 또한 ‘경사스런 소식을 듣는다’고 하는 문희경서(聞喜慶瑞)에서 유래됐다.□ 문경새재의 문화유적문경새재에 위치한 대표적인 문화유적으로는 제1관문(주흘관), 제2관문(조곡관), 제3관문(조령관)이 있다.조선시대 임진왜란(선조) 중 1594년 파수관 신충원이 적은 병력으로 적을 방비할 수 있는 지형을 찾아 제2관문(조곡관)을 축성했고, 100여년 뒤 왜구의 동란이 심상치 않자 1708년(숙종) 조령산성을 축성하고 제1관문(주흘관)과 제3관문(조령관)을 세웠다.또한 임진왜란(1592년) 당시 왜장 소서행장에게 끝까지 항복하지 않고 저항하다가 순국한 신길원 현감을 기리는 충렬비와 충렬사가 있으며,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에 신구(新舊) 관찰사(종2품 이상) 교인처(交印處)로 교귀정이 위치하고 있다. 지금의 여관과 같은 기능을 가진 동화원도 현재 조령원터에 자리하고 있다.□ 문경새재의 볼거리·즐길거리문경새재도립공원 초입에 2층 목재건축물(약1천200평)로 조성된 문경자연생태박물관은 2007년10월17일에 개관했다.문경새재를 찾는 관광객에게 우수한 자연환경과 생물자원을 간직하고 있는 녹색생태도시 문경의 생태자원을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기후 변화와 생물자원 기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목적으로 조성된 자연생태박물관.개관 시에는 단순한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다가 2015년 박물관으로 등록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자연생태박물관에는 수달, 수리부엉이, 삵과 같은 문경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는 희귀생물자원 등 1천200여점으로 표본과 전시물을 소장해 전시하고 있다. 문경새재의 뛰어난 경치와 어우러진 훌륭한 생태교육의 장이다.자연생태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천200여 점의 표본 및 전시물은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문경의 자산이다.특히 수달은 문경새재에 조성돼 있는 연못에 출현해 탐방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육하고 있는 잉어, 송어 등을 사냥해 골칫거리이기도 했다. 물 위를 헤엄쳐 다니면서 사냥을 하는 고양이와 비슷한 삵은 영강변 도로에서 로드킬 된 개체를 자연생태박물관에서 박제화해 전시하고 있다. 이 삵 박제는 방송에 나와 로드킬에 의한 교육용 자료로 활용된 바도 있다.또한 자연생태박물관은 4D 가상생태체험실을 운영해 관람객에게 즐거운 생태체험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했다.문경자연생태박물관은 전시뿐만 아니라 지역의 생태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7년과 2018년 영유아 생태문화교실과 ‘문경의 생태문화시설로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했다.지역민을 위한 식물표본 제작지도사 자격증반을 운영해 다양한 식물건조표본을 액자, 시계 등 장식품으로 제작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케 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또한 관광객에게 생태교육의 장을 확충하고 보다 더 많은 체험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어린이 숲 체험 공간을 조성해 남녀노소 누구나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문경자연생태박물관에서 데크길을 따라 걷다보면 문경새재유스호스텔이 자리한 것이 보인다. 숙박시설 44실을 갖춘 유스호스텔은 전국 초·중·고등학생 5만 여 명이 매년 찾아오는 배움과 체험의 요람이다.유스호스텔 부속건물로 사계절 썰매장과 풋살경기장을 설치해 유스호스텔을 찾는 학생들과 문경새재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체험거리도 제공하고 있다.문경새재유스호스텔을 지나 탐방로를 따라 걷다보면 선비상이 나오고 우측 편에는 1997년부터 개관한 옛길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옛길박물관은 조상들이 사용한 옛 유물 9천820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국가중요민속문화재 제254호인 문경 평산신씨묘 출토복식과 259호 문경 최진 일가묘 출토복식이 눈길을 끈다.옛길박물관은 관람객의 수요에 맞춰 해마다 유물을 구입해 유물 확충에 나서고 있다.한편 옛길박물관은 1999년부터 매년 특별기획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특히 ‘서예(書藝)로 담아낸 아리랑 일만 수(一萬 數)’라는 주제로 기획전을 열어 문경이 아리랑의 본향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아리랑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요로 각 지역마다 널리 분포돼 있다. ‘문경새재 아리랑’은 1896년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로 서양식 악보로 기록되었으며, 당시 엽서, 민요집 등에도 다양하게 실렸다.특히 올해는 ‘영남선비 여행을 떠나다’라는 주제로 타 지역 박물관과 함께 특별순회전시회를 개최해 관람객의 다양한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또한 박물관대학을 매년 운영함으로써 전시뿐만 아니라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올해는 3·1 만세운동 100주년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과 아리랑’이라는 주제로 박물관대학을 진행할 예정이다.옛길박물관 맞은편 관광안내소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 1만2천 평의 부지 위에 문경새재자연생태공원이 위치하고 있다.자연생태공원에는 120여 종 1만 본의 문경 특산식물자원이 식재되어 있어 관람객에게 유익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우리 생활에 먹거리를 제공하고 한약재로 이용되는 식물를 식재해 전시하고 있어 주목된다.또한, 백두대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문경새재 일원은 남방계 식물과 북방계 식물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특히 주흘산 일원에 서식하고 있는 개비자나무, 백리향, 바위기린초, 꼬리진달래는 문경새재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자연생태공원은 갯버들의 빨간 꽃망울을 시작으로 봄을 알리고 복수초, 생강나무, 목련, 할미꽃, 수수꽃다리, 붉은병꽃나무가 만개해 문경새재를 찾는 관람객에게 봄 향기를 선사한다. 문경 식물자원의 특성과 미적 아름다움을 알려 우수한 생태자원을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관람객에게 생물자원의 가치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또한 생태공원 내에 조성된 조류방사장에는 공작비둘기, 백공작, 청공작의 자태와 봄꽃, 햇살이 어우러져 문경새재만의 독특한 정취를 제공하고 있다.생태공원 내에 조성된 생태탐방로를 따라 산책을 하다보면 초곡천에서 서식하고 있는 버들치, 갈겨니, 꺽지와 같은 물고기들과 초곡천으로 마실 나온 백로, 원앙이와 같은 물새도 관찰할 수도 있다.특히 올해는 보다 더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하고자 문경생태미로공원을 조성해 관람객에게 선보여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공원으로 거듭날 예정이다.옛길박물관에서 500m 가량 올라가면 드넓은 잔디광장이 펼쳐져 있고, 그 끝에 제1관문(주흘관)이 자리하고 있다.제1관문(주흘관)부터 자연 그대로의 흙길로 유명세를 떨친 문경새재 탐방로가 제2관문(조곡관)을 통과해 제3관문(조령관)까지 총 6.5km 구간으로 이어진다.폭이 넓고 완만한 경사지에 마사토를 사용해 관리한 탐방로는 누구나 맨발로 다닐 수 있는 옛길로 주위 경치가 빼어나 전국 제일의 탐방로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이곳은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선정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19-03-17

1천500년 전 대가야의 사람들, 긴 잠 깨우러 떠나볼까…?

쉼 없이 달려온 자동차의 엔진은 휴식이 필요하다. 사람이라고 다를까? 매일 이어지는 노동의 피로와 일상의 스트레스를 시원스럽게 풀어낼 시간과 공간이 절실해지는 봄이 왔다. 소설가 무라카미 류는 “새롭게 내일을 시작할 신명난 오늘의 에너지”라고 축제를 정의했다. 인간이 가진 ‘유희 욕구’를 적절하게 표현한 문장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기획하고 준비한 각종 축제가 곳곳에서 펼쳐지는 시기. 어느새 고령군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된 ‘대가야 체험축제’도 준비가 한창이다. ‘2019년 대가야 체험축제’는 어떤 매력으로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까? 궁금증을 안고 고령을 찾았다.△ “대가야의 화합” 슬로건으로 진행될 올해 축제고령군은 서기 42년부터 520여 년간 대가야국의 왕도였다. 토기와 철기문화, 가야금 제작과 조선술 등이 발달해 일본, 중국과 대등하게 교류했다는 사실이 역사에 남아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2019 대가야 체험축제’는 찬란하고 아름다운 대가야의 과거, 현재, 미래가 어우러지는 자리다.“대가야의 화합”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될 축제는 오는 4월 11일부터 14일까지 고령 대가야생활촌과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등에서 펼쳐진다.대가야 체험축제는 1천500년 전 대가야시대 사람들의 삶을 테마로 해 대가야의 독특한 문화를 접목시킨 독특한 체험축제로 알려졌다.축제는 대가야생활촌에서 시작된다. 개막식이 진행될 대가야생활촌은 고령군의 주요 관광거점으로 성장할 공간이다.고령군청은 “대가야 생활체험과 대가야의 ‘철’ 그리고 4차 산업혁명시대 ‘철’의 모습을 보여주는 밀도 높은 프로그램을 구성해, 대가야의 과거·현재·미래를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칠 것”이라고 예고했다.‘2019 대가야 체험축제’의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고령군의 지향하는 축제의 성격을 알 수 있다.체험을 중심이 되는 현대의 축제 경향을 반영해 대가야생활촌을 ‘과거존’과 ‘현재존’으로 꾸미고,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엔 토기·철기 체험, 용사 체험, 가야금 체험구역을 만든다. 여기선 투구, 방패, 금동관, 귀면화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악성 우륵의 고장답게 가야금 만들기 체험도 빼놓지 않았다. 대가야시대의 옷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재미도 쏠쏠할 것으로 예상된다.△ 폰 게임 ‘가야 레전드’와 고분군 야간 트래킹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주차장은 ‘미래존’으로 변신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소재인 ‘철’이 과거 대가야에선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도 알려준다. 철의 과거, 현재, 미래상을 보여주는 ‘철의 역사관’과 로봇댄스, 로봇탑승 체험을 즐기는 관광객들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VR체험관에선 항공, 우주,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미래 철기문화를 가상체험 할 수 있다. 드론 체험과 로봇 코딩은 어린이들이 관심을 가질 듯하다.대가야의 역사를 스토리텔링으로 만든 3D 스마트폰 게임 ‘가야 레전드’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모바일체험이라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축제 기간 밤에 진행될 ‘낭만 고분군 야간 트래킹’은 관광객이 직접 만든 등을 들고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봄밤을 거닐게 된다. 연인이 함께 참여하면 좋을 듯하다.대가야 복식 패션쇼와 지산동 고분군의 유네스코 등재를 기원하는 ‘대가야화합의 띠 행사’도 주목된다. 지난해 방문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던 뮤지컬 ‘가얏고’ 공연은 올해도 계속된다.2019년 관광도시사업으로 개발된 뮤지컬 ‘사랑, 다른 사랑’ 공연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륵의 삶과 사랑을 기본 스토리로 세우고 가야금, 바이올린, 해금 등 다양한 현악기 연주와 퍼포먼스가 하모니를 이루는 공연이라 뮤지컬 팬들의 기대가 크다.개실마을, 가얏고마을 등 고령군 4개 마을이 참여하는 농촌체험도 흥미로운 프로그램. 고령군청은 “이제는 사라져가는 농촌의 소박한 정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의 참여가 기대된다”고 말했다.대가야 체험축제의 피날레는 ‘대가야의 과거·현재 그리고 미래’를 테마로 한 시가지 행진이 장식한다. 고령군민과 관광객들이 함께 참여해 화합의 장으로 펼칠 행진은 가야국을 탄생시킨 천신과 가야산신의 행차를 재현하는 동시에 대가야 고령의 미래까지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대가야생활촌, 숙박동·체험 시설 완비축제의 주요 행사가 진행될 대가야생활촌도 주목받고 있다. 가야문화의 거점관광지이자 고령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하고 있는 이곳에 53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숙박동(기와마을·초가마을), 먹거리마을, 가야숲, 영상관, 전시관, 공방촌, 몰놀이장 등을 만들었다. “대가야인의 문화와 역사를 입체감 있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게 고령군의 설명이다.이외에도 축제 기간 내내 대가야생활촌에선 ‘난닝구맨’ ‘대가야 킹덤’ ‘창현의 거리노래방’ 등 방문객이 웃으며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난닝구맨’에 참여하면 정해진 미션을 수행한 후 기념품을 받을 수 있고, 미로로 만들어진 숲을 헤매는 ‘대가야 킹덤’은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어울리는 프로그램이다.유튜브 스타를 만나는 ‘창현의 거리노래방’과 주민과 여행객들이 같이 만들 ‘플래시몹’도 기대해볼만 하다.△ 대가야 체험축제를 찾는다면 이곳도 꼭!다채로운 체험을 즐긴 뒤에는 고령의 관광지를 돌아볼 것을 추천한다.지산동 고분군은 고령읍을 감싸는 주산의 남동쪽 능선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 최초로 발굴된 순장묘인 지산동 44·45호분을 포함해 크고 작은 수백 기의 고분이 관광객을 손짓해 부른다. 여기선 국보 138호인 가야금관이 출토됐고, 5~6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와 철기, 말갖춤, 장신구 등이 나왔다.대가야 왕릉이 모여 있는 주산 기슭의 대가야박물관도 흥미로운 공간. 순장묘 지산동 44호분을 재현해놓았다. 순장자의 매장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대가야왕릉전시관과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대가야역사관으로 구성돼 학생들에게 유익한 공간이다.가야금을 창제한 악성 우륵의 생애와 음악을 확인할 수 있는 우륵박물관은 고령의 음악을 이해하고 체험하는 테마박물관. 장인이 가야금 공방을 운영하고 있어 가야금의 제작 과정도 볼 수 있다.고령은 ‘암각화의 고장’이기도 하다. 선사시대 사람들이 바위에 도형 등을 새겨 놓은 암각화는 당시 생활상과 신앙 등을 추정할 수 있는 유적이다. 고령읍 장기리 알터마을 입구 암각화와 쌍림면 안림천변의 안화리 암각화가 유명하다.이밖에도 영남학파의 종조인 문충공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들이 사는 개실마을, 푸른 산을 가꾸기 위해 노력한 선조들의 발자취가 생생한 대가야수목원, 토기와 철기 문화를 꽃피운 대가야의 역사를 테마로 조성된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도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2019 대가야 체험축제’와 관련된 사항은 고령군관광협의회(054-950-6424)나 고령군청 관광진흥과(054-950-6652)로 문의하면 된다.대가야 체험축제가 펼쳐질 4월은 벚꽃의 개화 시기와 겹친다. 화사한 분홍빛으로 봄바람 속에서 난분분 하는 벚꽃잎을 보며 평화로운 전원 풍경을 즐긴다는 건 재론의 여지없이 낭만적이다.고령에서 태어나 줄곧 살아온 어르신들은 “지천으로 핀 벚꽃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우리 고향인 고령”이라며 “다른 벚꽃 명소와 달리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기에 조용하고 여유롭게 벚꽃을 즐길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그들이 추천하는 고령군 최고의 벚꽃 명소는 덕곡면에서 시작해 성산면에 이르는 ‘100리 벚꽃길’이다. “아는 사람만 즐길 수 있는 숨겨진 장소”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대가야 체험축제장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금산재(122m) 구간은 산림녹화기념숲으로 화사한 벚꽃길이 이어진다. 꽃의 빛깔로 물든 주변 풍경이 사람들의 감탄사를 부른다. 주민들은 이를 “자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봄의 축복이자 선물”이라고 말한다.벚꽃 구경을 마친 후에는 ‘봄을 대표하는 과일’ 딸기를 만나러 가보는 게 어떨까. 고령에선 체험비용을 치르면 자신이 원하는 만큼 딸기를 따서 즉석에서 맛보는 것이 가능하다. 고령 딸기는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하고, 꿀벌로 자연 수정하기에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고령군 대가야읍에 사는 70대 할아버지는 “새콤달콤한 딸기를 서로의 입에 넣어주며 환하게 웃는 가족들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고 말했다.이외에도 고령에선 캠핑, 말 타기 체험, 한적한 시골길 산책 등이 가능하다. 가족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갖췄다는 이야기.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와 대가야생활촌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펜션과 영화관도 마련돼 있어 잠시잠깐 문화의 향기도 즐길 수 있다.고령군청 관계자는 “대가야의 역사를 체험하고, 벚꽃 아래서 상큼한 딸기까지 맛볼 수 있는 고령으로의 가족 여행을 계획해보면 어떨까요”라고 권한다. “다양한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거리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며./전병휴·홍성식 기자

2019-03-14

넓은 땅·사통팔달 교통·관광 인프라… 축구종합센터 최적지 상주시

경북도청과 혁신도시 유치에 두 차례나 차점 탈락이라는 뼈저린 경험을 맛본 상주시민들이 이번에는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유치에 활화산 같은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지난 2일 프로축구 상주상무와 강원FC의 홈 개막전이 열린 상주시민운동장은 관중석을 꽉 메운 시민들의 함성으로 운동장이 떠나갈 듯했다. 이날 경기장은 찾은 인원은 유료 관중만 5천327명이었다. 인구 10만 도시의 시민 중 5%가 자발적으로 축구를 관람한 것이다.일부 관중은 미리 준비한 피켓을 들고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는 상주다”라고 외쳤다. 시민들은 축구종합센터 유치를 위해 똘똘 뭉쳤고, 이는 개막전 열기로 이어졌다.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27일 축구종합센터 유치를 신청한 24개 지방자치단체 중 상주시를 포함한 12개 지자체를 1차 서류심사에서 통과시켰다.오는 18일 대한축구협회 2차 심사(프레젠테이션)를 앞두고 시민단체와 각급 기관 등은 유치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시민들이 주도한 유치 염원 도심 퍼레이드도 열렸다.상주시민들의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유치 열기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유치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내건 접근성, 용이한 부지 매입, 주민의 축구 열기, 지자체 지원 등 다양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상주시는 일찌감치 황천모 시장과 지역 정치권 및 각계 인사 등으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 막바지 유치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상주시의 탁월한 여건을 하나하나 짚어본다.대한축구협회 1차 서류심사 통과축구협회 구상 면적보다 넓은 부지 확보중부내륙고속도로 등 사통팔달 교통망 구축프로축구팀 운영으로 시민들 축구열기 뜨거워시, 20년 이상 또는 ‘영구 사용’ 부지 제공건립비용·시설지원 등 파격조건 제시▲센터 후보지, 국·공유지가 대부분이라 부지 확보에 용이상주시가 제시한 축구종합센터 부지는 사벌면 화달리와 엄암리 일원이다. 이곳은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 IC와 지방도 96호선 등 반경 5km 내 광역교통망과 간선도로가 있어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부지 면적은 43만㎡로 축구협회가 구상하고 있는 계획 면적보다 10만㎡가 더 넓다.특히 부지 대부분이 국·공유지(94.4%)이고, 사유지는 5.6%에 불과해 부지 매입이 용이하다. 농림지역이나 보전관리지역은 상대적으로 개발에 제한이 많지만 이 지역은 용도가 계획관리지역이어서 개발 여건이 뛰어나다. 부지의 지질 또한 축구종합센터 조성에 적합하고 경사가 완만한 구릉지인 것도 강점이다.기후 조건과 의료 환경도 상주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상주는 태백산맥의 영향으로 일교차가 큰 대륙성 기후를 보이고 있다. 겨울에 삼한사온이 뚜렷하고 가장 추운 1월의 평균 기온도 영하 1도 내외여서 체육시설 입지에 적합하다는 평이다.적절한 강수량과 풍부한 일조량, 연풍 수준의 풍속 등도 야외 구기 종목인 축구를 하기에 적합한 조건이다. 종합의료시설의 경우 상주성모병원, 상주적십자병원 등 2개의 지역 종합병원이 15~17분 거리에 있다. 경북대병원, 동산의료원 등 대구의 종합병원까지도 1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다.▲ 전국이 2시간권으로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상주는 대한민국의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중부내륙고속도로, 당진~상주~영덕간 고속도로, 상주~영천간 고속도로 등 사통팔달의 고속도로망을 갖추고 있다. 그런 만큼 나들목도 6개에 이른다. 주요 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사통팔달 교통 요충지인 상주는 전국 어디서나 2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하다.경북도청, 대구, 대전, 청주, 안동 등은 1시간 거리다. 문경~상주~김천간 고속화 전철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항공편은 대구국제공항이 군위·의성군으로 이전할 경우 30~40분 이내 접근이 가능하고 청주국제공항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황천모 상주시장은 “축구종합센터는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에 들어서야 한다”며 “센터 공모 지자체 중 이처럼 접근성이 뛰어난 곳은 상주가 거의 유일하다”고 밝혔다.▲ 프로축구팀을 운영하는 ‘축구의 고장’ 상주인구 10만 명의 중소도시가 프로축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축구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열의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의미다. 스타플레이어와 국가대표를 포함해 군 복무 중인 상무 소속의 선수들이 상주를 연고로 K리그에서 경기함으로써 축구 붐 조성과 인프라 구축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베트남 축구 영웅인 박항서 감독도 상주상무팀 감독 시절 상주 시민들의 축구 사랑을 높게 평가한 바 있다. 상주상무는 상주의 유소년 축구 인재 육성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초중고 3개 팀의 상주 상무 유소년 축구단은 축구 도시의 위상을 높이고 축구 붐을 조성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또, 상주시민운동장 축구장, 시민체육공원 축구장 외에 낙동강변 중동체육공원에 축구장 3개 면을 조성해 생활축구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25면의 국제규격 축구장을 조성할 수 있는 낙동강 둔치도 있다. 상주는 경북대(상주캠퍼스)의 첨단과학과 연계한 스포츠 관련 연구, 전문 체육인 육성, 교육 기반 등의 이점도 갖고 있다.▲ 풍부한 관광 인프라의 신(新) 낙동강시대 관광 중심지축구센터 부지 주변에는 낙동강 제1경이자 국민관광지인 경천대와 상주자전거박물관을 비롯해 상주국제승마장,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낙동강자전거이야기촌, 도남서원, 상주보수상레저센터, 경천섬, 회상나루관광지 등 숱한 관광지가 있다.낙동강을 따라 산림, 승마, 자전거, 수상레저, 캠핑 등 레저 및 스포츠 활용이 가능한 관광자원이 풍부해 축구종합센터를 유치할 경우 스포츠와 관광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조용문 상주시 행정복지국장은 “상주는 지자체로는 드물게 축구 열기는 물론 스포츠와 레저, 관광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도시다”라며 “이는 상주에 축구종합센터가 와야 하는 명확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파격적인 조건 제시와 예산 지원상주시는 이번 축구센터 공모에서 20년 이상 또는 영구 사용(지상권 설정) 할 수 있는 부지를 제공하고 건립비용 및 기반시설 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또 운영 지원 방안으로 축구종합센터 부지 매입 및 사옥 건립 때 취득세와 등록세를 면제하고 이전 재원 부족액도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기반시설 설치비용을 산업단지 수준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이와 함께 센터 부지 진입도로를 기존 2차로에서 4차로로 넓히고, 이전에 따른 행정업무도 신속하게 지원키로 했다.이외에도 지방세 및 농지 등의 전용부담금 감면, 주택 우선 분양 및 임대주택 우선 입주 지원, 주택자금 장기저리 지원과 주택 분양택지 우선 공급지원, 독신자 기숙사 건립 지원, 주택 구매 시 취득세 및 등록세 감면 등의 혜택도 내놓았다.축구종합센터 직원 가족을 위해 기존 학교의 교육 여건 개선 우선 지원, 이전기관 직원 자녀의 전·입학 지원, 직원 배우자 취업 알선 및 전보 지원, 이주 직원 정착금 및 전·입학 장려금 안내 등도 계획하고 있다.황천모 상주시장은 “여러 면에서 상주의 경쟁력이 뛰어난 만큼 축구종합센터 유치를 자신한다”며 “이를 통해 상주를 대한민국 스포츠 중심 도시로 우뚝 세우겠다”고 말했다./곽인규기자 ikkwack@kbmaeil.com

2019-03-13

그 어떤 색채가 이 웃음보다 고울까

‘국경(國境)’이란 단어를 발음하면 이상스레 어둡고 탁한 느낌이 몰려온다.이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국경이라고 하면 정치·이념적 적으로 규정된 북한을 먼저 떠올리는 탓이 아닐까?누구도 쉽게 넘어갈 수 없는 ‘금지된 선(線)’인 남한과 북한의 국경.하지만 유럽이나 인도차이나 반도를 여행하다 보면 생각이 바뀐다. 그곳에서 국경을 넘는다는 건 공무원에게 여권을 내밀고 조그만 도장 하나를 찍어 달라 청하는 ‘수월한 요식 행위’ 정도에 불과하다.기자의 경험에 의하자면 오스트리아에서 슬로바키아, 헝가리에서 슬로베니아, 터키에서 이란, 라오스에서 베트남으로 국경을 넘을 때 모두 그랬다. 어려울 게 없었다.국경을 지키는 경찰들과 웃으며 담배를 나눠 피울 정도로 긴장감이라곤 생기지 않았다. 이래서 “경험이 무섭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모양. 그렇지만 어렵지 않은 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의 월경(越境)과는 별개로 어느 지역이건 국경 인근 마을은 무언가 스산하고 우울한 풍경을 지녔다.무엇 때문일까? 인종과 문화, 종교와 생활양식이 다른 나라와 얼굴을 맞대고 사는 이들 특유의 표정을 지닌 국경 마을 사람들. 슬로바키아와 터키, 이란과 베트남, 헝가리와 라오스 국경 인근 주민들이 모두 비슷했다. 몸짓과 말투, 표정까지 닮아 있었다.▲ 쓸쓸한 풍경의 국경에서 만난 ‘희미한 미소’이미 100여 년 전부터 캄보디아와 태국 사이에서 영토 분쟁을 겪어온 포이펫( Poipet)은 미려한 석조 건축물이 즐비한 세계적 관광지 앙코르 와트(Angkor Wat)를 찾는 사람들이 거쳐야 하는 조그만 국경 마을이다.경제적으로 열악한 캄보디아의 여타 마을들처럼 포이펫 역시 먼지 날리는 도로 위를 오가는 걸인이 적지 않고, 상하수도와 전기 등 도시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편하고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것이라곤 중국과 태국에서 무시로 드나드는 도박꾼을 위한 고층 카지노 건물 정도가 전부인 황량한 풍경의 마을.소녀를 만난 건 바로 그 포이펫에서였다. 사진작가인 선배와 함께 앙코르와트로 가는 택시나 버스를 알아보기 위해 주변 상인들에게 정보를 구하고 있던 때였다.갑작스레 열대성 소나기인 스콜(Squall)이 쏟아졌다. 무시무시할 정도의 기세로 퍼붓는 엄청난 비.짧은 순간에 사람들의 바짓단으로 흙탕물이 튀었다. 배낭을 둘러멘 젊은 여행자들은 빠른 걸음으로 스콜을 피해 처마 아래 몸을 숨겼다. 그런데 이건 뭐지. 열두어 살쯤이나 됐을까? 조그만 소녀 하나가 빗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 다니며 노래를 부르다가 우리 일행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흠뻑 젖은 채로. 그리고는 웃었다. 선배가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소리를 내거나 잇몸이 보이는 커다란 웃음이 아닌 희미한 미소. 갑작스레 흑백 사진처럼 보였던 주위 풍경이 컬러 사진인양 환해졌다.소녀의 미소가 너무나 맑고 순정해 보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욕심 없는 웃음이었다.그 순간, 10여 년 전 감탄하며 읽었던 정희성(74) 시의 주인공 ‘민지’가 떠올랐다. 민지의 웃음도 포이펫 소녀의 미소 같았을 것이 분명하다. 환하고 순박해서 꾸밈이 느껴지지 않는 아이의 웃음.▲ 모든 소녀들이 꿈을 잃지 말기를…비단 정희성의 노래가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다. 아이들은 세상의 때가 묻은 어른들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살피고 해석할 줄 안다. 그네들은 어른에겐 없는 ‘순정한 눈’이라는 강위력한 무기를 지니고 있다.시는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준다.멀리 산골로 귀농한 제자를 찾아간 노시인. 그는 거기서 꼬마 숙녀 민지를 만난다. 꽃과 풀도 사람들처럼 아침밥을 먹어야 한다고 믿는 맑은 눈망울을 가진 조그만 아이.잡초에게도 인사를 건네며, 생명을 가진 것들 중 하찮은 것은 없다는 명백한 사실을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알려주는 민지는 어떻게 보면 어른들의 스승이 아닐까.‘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는 ‘풋풋함’을 가졌으며, 순수한 ‘말 한마디’로 우리의 편견과 무지를 꾸짖는 당돌함. 그 당돌함 안에 오롯이 담긴 소녀 특유의 선량함.정희성은 어려운 단어 하나 없는 작품 ‘민지의 꽃’을 통해 어른들이 잊고 사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진정한 순수함에 닿으려면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인지를 독자들의 귀에 대고 가만히 속삭이고 있다.이제 시의 무대인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에서 다시 캄보디아의 가난한 국경 마을 포이펫으로 돌아가 보자.초라한 옷차림과 검게 탄 얼굴의 포이펫 소녀. 한빈함 속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음이 분명한 그 아이의 현재가 구구한 설명 없이도 느껴진다. 과거 또한 마냥 밝지만은 않았을 것이다.그렇다고 소녀의 미래까지 흑백 사진 속 그림자처럼 어둡고 우울하기만 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부끄럽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소녀건 소년이건 세상 모든 아이들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누가 함부로 이 문장을 부정할 수 있을까.아래 졸시는 아이들의 웃음을 보며 작은 행복을 느낀 날 세상 밖으로 ‘사라진 소녀’가 세상 속 ‘희망’으로 부활하는 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쓴 졸시다.한국 산골 마을에 사는 다섯 살 민지도, 캄보디아 국경 마을 포이펫에 살고 있을 사진 속 소녀도 그 미래가 찬란한 무지개 빛깔로 빛나기를 진심으로 빈다.그 강, 소녀를 찾았다희망은 기어이 등을 돌렸다만취한 목소리의 사랑노래마주 걸면 따숩던 어깨의 기억을 뺏긴 우리돌아서 안타까워했을 따름이다겨우 꽃들만이 제 빛깔 지킬 뿐인추방자의 도시질척질척 비가 내리고한 치 앞도 분간 못할 안개다어둠의 혓바닥이 삼킨 작은 아이들우울하게 잦아드는 목쉰 속삭임이제는 피라미 한 마리까지 떠나버린검은 기침 쿨럭이는 강상한 가슴으로 그 앞에서면기억은 천식처럼 발작하건만팔이 아프게 돌을 던져도둥근 파문은 말이 없다십수 년 전 안개 속으로 사라진 소녀는목 메인 세상 넋두리에도 대답이 없고하지만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부활했다던 그 옛날 선지자인 듯우리들 어설픈 믿음과 속삭임 속에그 소녀, 가라앉은 잿빛 하늘 찢으며절절한 몸부림으로 돌아올지도./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구창웅

2019-03-07

영주서 최초 결성 무장 독립운동단체 ‘대한광복단’ 뜨거운 의기 기리다

1910년 경술국치 후 국권 침탈과 민족성 말살, 인권 유린, 민족의 정통성과 문화 말살 등 일제 강점기 기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제국주의적 오만함과 악독함,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암흑의 시대였다.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국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독립된 국가로서의 위치를 찾고자 피로써 항일 투쟁을 이어나갔다. 이런 항일 투쟁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불꽃처럼 번져나갔고, 현재의 대한민국과 우리를 이 자리에 있게 한 근본이 됐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최초로 현 영주시 풍기읍에서 결성된 무장독립단체인 대한광복단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대한광복단의 결성대한광복단은 1913년 경상북도 풍기(현 영주시 풍기읍) 서부 한림촌의 채기중을 중심으로 유림, 의병, 대종교 출신, 애국 청년 등 8개 지역 10여 명의 단원들이 조직한 비밀결사대로 전국 규모의 최초 무장 항일투쟁 조직이다.1915년 대구의 박상진을 중심으로 한 조선국권회복단과 통합하면서 대한광복회로 개칭되고, 1916년 노백린, 김좌진 등 애국투사들이 합류하고 1917년 기호, 호남, 관동, 관서지방의 애국지사들이 모여 거국적인 독립운동단체로 자리매김했다.대한광복단은 국내에서는 대구, 광주, 예산, 인천, 해주, 옹천, 충북 등지에서 주로 군자금 조달과 친일파 암살 활동을 하고, 1920년대에는 만주 지역까지 지역망을 갖추고 3.1만세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1910년 대한제국을 강제병탄한 일제는 헌병, 경찰을 이용한 야만적인 무단통치체계를 한반도 전역에 구축했다.대한광복단은 국내 항일운동에 대한 일제의 감시와 노출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비밀결사 형태로 추진되고, 이러한 비밀결사 중 무장투쟁의 노선을 일관되게 견지한 선구적인 단체였다. 대한광복단의 결성은 환경·지리적 여건과 깊은 관련이 있다.풍기는 한말 팔도 이주민의 출입이 잦아 국권회복에 뜻을 둔 애국지사들이 활동하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결성을 주도한 채기중은 경북 함창(상주) 출신으로 을사조약을 당하자 국권회복운동에 투신하기 위해 1906년 풍기로 이주했다.채기중은 풍기에 정착한 후 외지에서 유입된 인사들을 규합해 1913년 대한광복단을 조직했다.대한광복단 최초 구성원들은 참전 사실이 확인되는 의병 출신과 독립운동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던 지사 집단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현지에서 생업에 종사하며 비밀숙의나 화합을 통해 투쟁계획을 수립했다.대한광복단은 국권상실 이후 국내에서 결성된 최초의 무장독립운동단체며 이후 여러 계층의 애국지사들을 흡수하고, 전국적 조직망을 갖춘 항일단체로 성장해 1910년대 국내의 독립운동을 주도했다.당시 대한광복단의 정신은 비밀, 폭동, 암살, 명령의 4대 행동 강령과 △부호의 의연 및 일본인이 불법징수하는 세금을 압수하여 이로써 무장을 준비한다 △남북만주에 사관학교를 설립하여 독립전사를 양성한다 △종래의 의병과 해산군인과 만주 이주민을 소집하여 훈련한다 △중아제국(중국·러시아)에 의뢰하여 무기를 구입한다 △본회의 군사행동·집회·왕래 등 일체 연락기관의 본부를 상덕태상회에 두고 한만요지와 북경·상해 등에 여관 또는 광무소를 두어 연락기관으로 한다 △일인 고관 및 한인반역자를 수시 수처에서 처단하는 행형부를 둔다 △무력이 완비 되는대로 일본인 섬멸전을 단행해 최후의 목적을 단행한다는 7대 투쟁 방향을 정했다.대한광복단이 외치는 바는 광복이다. 하늘과 사람이 도리에 일치된다. 너의 큰 죄를 꾸짖고 우리 동포에게 경고를 주노라. 꾸짖고 경고하는자, 광복회(曰維光復, 天人是符, 聲此大罪, 戒我同胞, 聲戒人, 光復會)란 격고문과 ‘우리는 대한의 국권을 회복하기 위하여 죽음으로써 원수 일본을 완전히 몰아 내기로 천지 신명에게 맹세한다’는 내용의 광복단 선언문을 내놓았다.1913년에 결성된 대한광복단은 비밀결사 조직이었기 때문에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위상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독립투쟁사 연구에도 부족한 점이 있다.채기중과 함께 대한광복단을 설립한 ‘광복단 약사’의 저자 한훈(1889~1950)은 계축년(1913)에 소몽 채기중 선생을 중심으로 유창순, 유장열, 한훈, 강병수, 김병연, 정만교, 김상오, 정운기, 정진화 등과의 협의로 경북 풍기에서 대한광복단을 조직하였는데 참여했으며, 1913년 풍기에서 결성된 비밀결사 단체의 이름은 대한광복단이라 밝히고 있다.‘광복단 약사’의 저자 한훈은 채기중과 함께 광복단을 설립하고 형 한태석과 대한광복단에서 활동했으며,적에게는 호랑이 같고 동지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사람, 누구보다도 담대하게 독립운동에 매진한 사람이었다. 또 해방 후까지 살아남아 대한광복단의 역사를 증언해준 인물이다.□ 대한광복단 기념공원 조성국내 최초·최대의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대한광복단은 광복의 초석을 이룬 영원한 역사의 빛이요, 고장의 크나큰 자랑이다.그럼에도 광복을 맞은지 반세기에 이르도록 독립운동사에 빛나는 광복단의 고향이자 독립운동의 진원지인 영주 풍기에 그들의 숭고한 자취를 기릴만한 표지조차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죄스러움이자 부끄러움이다. 이에 지역민의 열망으로 대한광복단기념공원의 조성이 시작됐다.1985년 지역 인사였던 김계하 씨는 기념비를 사비로 마련하는 등 일을 진행했지만 어려움이 뒤따라 사업을 미뤄 오다가 1993년 뜻있는 인사들이 모여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1995년 1월 광복공원 부지매입을 시작으로 같은 해 5월 한신장학재단 권기호 이사장이 상징탑 건립비 1억원을 헌납하고, 안동대 송기석 교수에게 상징탑 제작을 의뢰해 11월 이의근 도지사를 비롯한 독립유공자, 유공자 가족 등 1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막식을 가졌다.권기호 이사장은 당시 풍기우체국 2층에 있던 한여울회관에 들렸다 벽에 걸린 채기중 씨 등 무장독립군 결성 기록물을 보고 감명을 받아 고 송지향 선생과 협의해 상징탑 건립비를 헌납하게 됐다. 또 광복공원 조성 명예회장직을 수락해 전 김진영 시장, 김형국 씨 등 동문들과 지역민들의 도움을 받아 오늘날 광복공원의 기초가 되는데 힘을 보탰다. 대한광복단기념공원은 항일독립전선에 나섰던 선조들의 거룩한 위훈을 기리며 아프고 어두웠던 그날의 역사를 되새겨 우리 삶을 가다듬게 하는 경각의 표상이다. 기념공원은 독립운동의 진원지로 역사에 빛날 자랑스런 고장 풍기의 역사와 나라 사랑의 상징적인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대한광복단 주요 활동사▷ 1913년 풍기에서 대한광복단 최초 조직 결성▷ 1914년 충남 직산 금광 잠입 군자금 모집▷ 충북 근북면 사무소 습격▷ 1915년 대구에서 대한광복회로 조직확대▷ 영주 대동상점 개설▷ 경주 광명리에서 일제 세금수송마차 습격▷ 1916년 만주사령관에 이석대(본명 진룡) 임명, 김좌진,노백린 합류▷ 보성 벌교의 친일파 양재학, 서도현 처단▷ 오성헌병대 습격 무기 탈취▷ 조선총독 데라우치 암살기도▷ 대구 부호 서우순으로부터 군자금 수합▷ 평북 영변에서 동양금광회사 소속 현금마차 습격▷ 강원도 영월 중석광산 잠입 군자금 모집▷ 우수리스크 니콜리스크에 기지건설 추진▷ 1917년 만주 사령관 이석대의 후임으로 김좌진 임명▷ 장춘에 독립운동 연락기지 상원양행 설립▷ 길림에 조선독립기관본부 설치 추진▷ 군자금 모집을 위해 전국의 부호들에게 통고문 발송▷ 경북 칠곡의 친일지주 장승원 처단▷ 충남 아산의 친일 면장 박용하 처단▷ 1918년 일제에 의해 조직 발각, 지도부와 단원들 연이어 검거▷ 1919년 경성고법 박상진, 채기중, 김한종, 임세규, 유창순에게 사형 선고▷ 1920년 생존단원들 서울에서 광복단결사대 암살단 조직▷ 광복단결사대 군산, 김제, 광주에서 군자금 모집▷ 광복단결사대 미국의원단의 방한에 맞춰 총독 및 고관 암살계획 실패▷ 1945년 대한광복단 재건▷ 서울 연지동에 본부 설치, 재건 선언문, 강령, 단규, 단칙 발표▷ 광복의숙 설립 추진▷ 1950년 한훈 6.25전쟁 중 논산에서 인민군에 의해 학살, 재건 대한광복단 해체

2019-03-05

오래된 책의 푸근한 냄새, 누군가는 그 안에서 나무향을 맡는다

서울 한복판 광화문엔 교보문고라는 한국에서 가장 큰 책방이 있다. 하루에 수만 명이 지나다니는 그 서점의 바로 앞엔 아래와 같은 문구를 새긴 커다란 석비(石碑)가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가끔 서울에 가서 그 앞을 지날 때면 이상하게 우울해진다. 이제는 누구도 감동시키거나 설득시키기 힘든 낡은 레토릭(Rhetoric)이기 때문이다. 책과 인간의 관계를 명료하게 요약한 글귀.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 문구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그저 못 본 척 스쳐 지날 뿐. 이는 ‘책의 시대’가 망해버렸음을 실감케 해준다.하지만 세상 어디에나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 소수가 있기 마련이다. 아직도 책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 안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 축적된 인류의 문화적 유산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것을 종교처럼 믿는 이들이 그렇다.“21세기 한국인들은 책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에 “그렇지 않다”고 당당히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있을까? 아마 드물거나 없을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도서관에서 떠올린 시(詩)3년 전쯤 프랑스 파리를 여행했다. ‘책 속에서 길을 찾고자 했던’ 청년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프랑스 국립도서관(Bibliothque Nationale de France)과 ‘조르주 퐁피두 예술문화센터’를 찾았다.프랑스 국립도서관은 650여 년 전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민간도서관. 한국 사람들에겐 ‘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빼앗긴 ‘외규장각 도서’가 보관된 곳으로 아프게 기억되는 장소이기도 하다.“모든 이들이 가장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도서관”을 지향하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닌 수천 년 축적된 프랑스의 문화가 교육과 결합되는 공간이다.건축 디자이너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건물은 규모와 미려함 모두에서 사람들을 매혹한다. 나무와 쇠, 흙과 유리가 빼어난 교향곡처럼 하모니를 이루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보유한 3천500만 권의 장서(藏書)로도 유명하다.1977년 개관한 조르주 퐁피두 예술문화센터 내부엔 도서관이 있다. 얼핏 보면 투박한 공장처럼 생긴 외관이지만, 그 안에 ‘인류가 축적한 지식의 보물창고’라 할 도서관과 영화관, 갤러리 등을 효율적으로 배치한 것. 철골과 배관이 외부로 노출된 독특한 디자인의 퐁피두 예술문화센터는 에펠탑과 루브르박물관 이상으로 미적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되기도 한다.파리 시민들은 이곳을 “책, 음악, 미술 등 모든 예술이 함께 숨 쉬는 복합문화공간”이라 자랑하고 있다.새롭게 출간된 소설과 시집, 미술과 음악 관련 신간들로 가득 채워진 퐁피두도서관은 프랑스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도서관에 입장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수백 미터의 줄을 만드는 풍경이 거의 매일 연출될 정도다.프랑스 시인 로트레아몽(1846~1870)은 책을 만드는 재료인 ‘나무’를 향해 “스스로는 위대함을 모른다”고 노래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작가들은 책 속에 스며있는 나무의 향기를 어떻게 작품 속에 녹여냈을까? 기자가 떠올린 시인은 오세영(77)이었다.▲ 책에서 ‘삶의 길’을 찾는 시대는 끝난 것일까오세영은 ‘가지와 가지가 손목을 잡고’ 추위를 이기며 어울려 살아가는 나무의 선량함을 보며, 인간들 또한 ‘맑은 하늘을 우러러’ 순정하게 살아가자고 권하고 있다.기꺼이 베어져 사람들에게 필요한 한 권의 책으로 다시 태어나는 나무는 우리에게 어떤 깨달음을 요구하고 있을까?아마도 ‘사나운 태풍 앞에 당당히’ 버티며 ‘꽃과 잎이 피고 질 때를’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닐지.나무와 책의 가치가 한없이 평가 절하되는 안타까운 시절.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기자는 책에서 ‘사람이 걸어야 할 마땅한 길’을 찾던 옛날을 떠올리고 있었다. 또한 이제는 사라진 한국의 몇몇 서점을 아프게 기억하고 있었다.한국에 문학청년이 지천이던 1970~80년대. 기자 주위에도 책 읽기를 맛있는 요리 먹는 것 이상으로 좋아하던 세칭 ‘문학청년’이 여럿이었다. 매번 새로운 책을 사 읽을 돈이 없었던 그들은 도서관과 헌책방을 무시로 드나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즐겨 다니던 서점과 도서관에 얽힌 사연이 없을 수 없다.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은 몰려다니던 문예반 친구들이 시인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를 만난 해다. 남부 바닷가 도시의 번화가에 자리 잡았던 H서점에서 용돈을 쪼개 불문학자 김현이 번역한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랭보의 시집을 샀다.아까워 야금야금 읽으며 결심했다. ‘나도 시인이 되겠다’고. 예민한 영혼으로 상처 받은 심장을 안고 문명의 절정 파리를 떠나 아프리카를 향한 랭보의 역마살. 뒤늦게 닥친 사춘기에 어떤 것에도 열망을 느끼지 못했던 열여덟 살 소년은 ‘정주(定住)를 거부하고 떠도는 시인’에게 사로잡혔다.세계명작동화나 위인전에서 벗어나 단행본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진 것도 그즈음이다. 그랬기에 추억의 공간이었던 H서점이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를 맞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섭섭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그리운 ‘문학청년의 시대’20대 초반 자주 찾았던 D서점도 잊을 수 없다. 카페와 술집이 늘어선 부산 한복판에 돌올하게 존재했던 거기서 ‘루드비히 포이에르 바하와 독일고전철학의 종말’ ‘프랑스 혁명사 3부작’ ‘문학과 변증법’ 등을 구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와 칼 마르크스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폼’이 나던 시대였다.그 시절 혁명을 꿈꾸던 청년들은 세상을 낙관했다. 그 낙관은 독서의 힘에서 온 게 분명했다. 그랬는데…. D서점 역시 경영난으로 2010년 문을 닫았다고 한다.동네마다 조그만 책방 하나 정도는 있던 1980년대는 이미 오래 전 기억이다. 헌책방에 서서 몇 시간이고 주인의 눈치를 살피며 책을 읽던 학생들은 사라졌다. 이제 몇몇 대형 서점만이 겨우 살아남아 ‘한국에도 서점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언하는 오늘.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 것이 부끄러움이 될 수 없는 시대가 서글프다.“세상 가장 좋은 향기는 오래된 책 냄새”라고 말하던 한 스승의 말이 떠오르고, 가난했지만 결코 불행하지 않았던 그 옛날 문학청년의 시대가 그리워진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조용한 파리의 도서관에서 몇 달쯤 책만 읽으며 살아보고 싶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이준성

2019-02-21

‘차세대 철강산업 클러스터’ 프로젝트 실현 사활 건다

□경북도, 포항에 철강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꿈꾸다경북도는 2019년 새해를 맞아 ‘경북 스마트-X 산업혁신 신전략 2022’를 발표했다.도는 7대 핵심분야 30대 프로젝트로 구성된 ‘신전략’가운데 11개 선도 프로젝트를 우선 추진키로 했다.11개 선도 프로젝트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차세대 철강산업 클러스터’ 프로젝트다.경북도는 ‘경북 제1의 도시’포항시 산업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철강산업의 구조를 고도화와 신소재 산업 육성에 전략적으로 집중키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구체적으로는 포스코가 추진하는 미래철강산업 개발전략과 연계한 차세대 철강산업을 육성하고 기존 탄소, 알루미늄 등과 함께 인조흑연, 그래핀 등 신소재산업 육성하는 투트랙 전략을 내세웠다.앞서 지난 2017년 7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포항지역 과제로 ‘포항 철강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정부는 철강제품과 관련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고부가 철강재·경량소재 조기개발을 위한 핵심기술개발·철강전문인력 양성, 활용방안을 찾기로 했다. 설비분야에서는 친환경 제철공법 개발과 스마트제철소 구축, 철강 신시장 개척 방안을 제시키로 했다. 경북도의 차세대 철강산업 클러스터 프로젝트는 이같은 정부 정책의 후속조치 성격을 띠고 있다.이를 위해 경북도는 총 사업비 3천억원 규모의 ‘미래산업 대응 철강혁신 생태계 육성사업’계획을 세웠다. 이 사업에는 철강소재 개발 등 RD 지원에 2천억원, 현재 입주가 부진한 포항 블루밸리 산업단지를 철강기업을 위한 실증 인프라타운으로 탈바꿈시키는 계획에 800억원 등을 투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경북도는 이 사업이 지난해 4분기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실시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아쉽게 탈락하면서 올 2분기께 재신청을 목표로 수정·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다.이에 대해 경북도 관계자는 “최근 침체된 포항지역 산업이 다시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차세대 철강산업 클러스터 프로젝트가 11개 선도 프로젝트에 포함됐다”며 “다양한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적용해 정책을 더욱 세밀하게 가다듬고 구체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철강산업 클러스터, 꿈이 아닌 현실이 돼야차세대 철강산업 클러스터는 철강소재를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하지만 철광석을 포함한 원재료를 중간재(철강제품)로 가공해 타 지역으로 공급하는 현 시스템에는 한계가 있다. 철강제품을 소비하는 주 고객인 자동차, 조선 업계의 업황 변화에 따라 울고 웃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포항에 최초 철을 생산하는 단계부터 가공단계를 거쳐 소비자들이 직접 구입하는 최종재까지 자체적으로 생산 가능한 시스템을 모두 갖춰야 진정한 철강산업 클러스터로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철강산업의 전방산업을 스스로 창출하고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는 클러스터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위그선, 요트, 손톱깎이, 자전거 등 중소규모 제조공정을 통해서도 생산이 가능한 시장 선도제품을 발굴할 수만 있다면 이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산업생태계를 포항에 조성한다면 물류비 절감, 동종산업 간 시너지창출 등 상당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정부와 경북도의 정책적 지원 이외에도 포항시와 포항상공회의소,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등 포항지역 내 유관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아울러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기업 이외에도 300여개가 넘는 지역업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건전한 철강생태계 조성을 위해 힘쓴다면 포항에서 제2, 제3의 시마노(Shimano), 쓰리세븐(777)이 탄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포항지역의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포항지역의 산업생태계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며 “규모가 작은 업체도 2∼3개 이상 모여 컨소시엄 형태를 이룬다면 제품개발에서부터 생산 및 상용화에 이르는 복잡한 과정을 수행하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해 포항, 울산 등 1970∼1980년대 우리나라 산업발전을 이끈 바 있는 공업도시의 재도약을 돕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관련 내용을 ‘100대 국정개혁과제’에 포함시켰으며 현재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통해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철강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여권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오중기사진 전 청와대 균형발전 선임행정관을 만나 포항과 철강산업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철강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문재인 정부는 정부 출범 시 ‘철강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지원’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포함시키며 경북도와 포항시와 함께 노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포항에 방문해 “포항의 철강과 구미의 전자산업이 지난 50년간 대한민국 성장의 밑거름이었지만, 최근 국내외 경제여건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정부에서도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제도와 정책들을 마련하고, 특히 지역의 주력산업을 기반으로 한 핵심 성장산업에 대해서는 다각도의 지원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철강산업의 구조 고도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포항만의 지역문제를 넘어 대통령의 관심 아래 국가적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특히 많은 산업 중 철강산업 분야를 지목한 까닭이 있다면.△우리나라의 철강 산업은 대한민국의 핵심 기간산업으로서, 특히 우리 포항 경제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지역 산업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의 보고서(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우리 주력산업의 대응전략)에 따르면 ‘중국의 철강 등 주요 업종의 품질과 기술 격차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고, 실제로 2012년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포항 철강산업의 수출량이 23.4% 줄었다고 한다. 게다가 전 세계적 철강수요 둔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등 외부적 위험요인이 늘어나고 있어 지역경제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를 위해서 철강산업의 구조 고도화는 국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철강구조 고도화는 어떻게 추진돼야 하는지.△정부의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지원 정책의 핵심은 간단명료하다. 당면한 문제들은 특정 민간기업의 기술 개발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서로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 민간 기업들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지자체가 지원함으로써 미래의 철강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해 경제적 파급 효과는 물론 일자리 창출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특히, 4차 산업시대로 접어들면서 항공기, 드론 등 경량화 소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며 철강의 소재 개발에 대한 혁신적인 전환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중소철강기업의 경우 기술 개발과 연구(RD)에 있어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철강소재 개발이나 융합기술 개발 등 R&D에 대한 선도적 지원을 포함해 인력양성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해 철강산업의 자생력을 높이고, 기업 간 성과가 확산 연계되는 선순환적인 경제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행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최근 장관급 인사를 만나 포항시가 추진하는 철강산업 혁신 사업에 대해 건의하기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얼마 전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포항시가 추진하는 ‘미래철강산업 혁신생태계 구축을 위란 STEEL 플러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성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건의하는 등 포항의 철강산업 구조고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 역시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방법을 모색해야 하며, 저 역시 실질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예정이다./박동혁·고세리기자끝

2019-02-20

붉은 껍질 뽀얀 속살 황홀한 겨울 맛 즐기시라 울진 대게축제

오는 28일부터 3월 3일까지 맛과 영양이 풍부한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의 담백한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마련됐다. 푸짐한 먹을거리와 즐거운 놀거리로 가득찬 ‘2019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가 바로 그것.‘숨쉬는 땅 여유의 바다’ 경북 울진군(군수 전찬걸) 후포항은 전국 최고의 대게·붉은대게 생산지이며 해양레저스포츠의 요람이다. 최근엔 국제 마리나항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이곳에서 열리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는 즐길거리가 풍성한 경북의 대표 힐링축제로 자리 잡았다.◆ 맛·문화 함께하는 신명나는 놀이판올해 축제 주제는 ‘울진의 맛과 문화를 만나다’로, 바쁜 일상의 틈새를 비집고 주민, 관광객들이 직접 만드는 다채롭고 신명나는 놀이판이 한바탕 펼쳐진다.울진군축제발전위원회(위원장 민명강)는 “축제의 관광자원화·공동체문화 정착”을 축제의 기본 슬로건으로 정하고, 지역사회단체와 함께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해 연말부터 축제 준비에 들어갔다.울진의 대표적 명품브랜드를 주제로 펼쳐지는 축제인 만큼 관광객과 주민들이 대게와 붉은대게를 비롯한 후포항의 다양한 해산물을 푸짐하게 맛 볼 수 있도록 ‘먹거리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했다. 또 방송인 겸 쉐프인 홍석천씨의 레시피 콘서트를 비롯해 유명 BJ들의 실시간 방송, 대형 대게 자판기 등의 신설프로그램을 기획해 보다 알차고 풍성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대게경매·깜짝 할인 이벤트’강화지난해 축제에서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방티페스티벌’과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경매 깜짝 할인이벤트’ 프로그램도 강화된다.‘방티페스티벌’은 아름다운 후포항을 배경으로 ‘회 마당’ ‘구이 마당’으로 나눠 운영한다. 후포항이 쏟아내는 다양한 해산물을 축제장 현지에서 저렴하게 맛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축제의 킬러콘텐츠로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또한 레크레이션과 다양한 게임을 통해 진행되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경매 깜짝 할인이벤트’는 당일 입찰가의 절반 가격에 울진대게와 붉은대게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로 관광객들의 참여도가 높다.톡톡 튀는 주전부리인 대게빵, 대게고로케, 대게장비빔밥, 대게국수를 비롯 바다커리, 해산물피자, 멍게비빔밥 등은 싱싱한 울진 해산물의 깊은 맛을 선사하게 된다.축제운영위원회는 ▷축제 조형물과 대게 등 포토존 운영 ▷관광객·주민 동시 참여프로그램 강화 ▷다양한 레크리에이션과 게임 등을 통한 먹을거리 접근성 강화 ▷대게장밥·대게원조마을 국수·대게묵밥 등 전통음식 체험 ▷대게빵, 대게고로케, 대게만두 등 축제 주전부리프로그램 강화 ▷붉은대게 2차 가공품 및 레시피 개발 등 관광객과 주민들이 쉽게 특산물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체험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했다.◆ 대게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플래시몹3월 1일 오후 2시부터 펼쳐지는 월송 큰줄 당기기를 시작으로 도립국악단 공연, 대게춤 플래시몹, 초청가수 축하공연 등 화려한 개막식은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달군다.축제운영위가 울진대게축제를 주관하면서부터 선보인 ‘대게춤 플래시몹’은 축제의 변별력을 담은 대표 킬러콘텐츠로 발전하고 있다.울진의 유아원생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전 계층의 주민들이 대거 참여하는 세련된 플래쉬몹을 연출함으로써 직접 참여하는 축제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울진 지역의 대표적 전승놀이인 ‘월송 큰줄 당기기’와 ‘게줄 당기기’를 통해서는 볼거리와 참여성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지역의 전통놀이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가족단위 놀이·체험프로그램 강화‘홍석천의 울진대게 레시피 콘서트’, 관람객과 소통하는 요리 콘서트로 울진대게만이 보여줄 수 있는 깊은 맛을 전달하는 행사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울진대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 또한 유명 BJ의 실시간 방송을 진행해 축제장과 유튜브 2원화 송출로 온라인을 통한 축제홍보가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대형 대게 자판기’는 축제 상징성 표출과 유쾌한 이벤트로 관람객들에게 울진대게의 브랜드 가치를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는 시그니처 조형물의 역할을 수행한다.축제에서만 진행되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경매 깜짝 할인이벤트’는 놓칠 수 없는 행사다.레크리에이션과 게임에 참여하면 경매와 깜짝 할인이벤트를 통해 울진대게와 붉은대게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직접 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또 축제 참가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바다의 보물을 잡아라! 해산물 잡기 체험’ 프로그램은 횟수를 늘여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운영한다. 축제참가 ‘밴드제’는 축제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유료화(개당 1만원)로 운영된다.깜짝 할인이벤트와 경매프로그램, 바다보물 잡기 맨손체험 등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참가 밴드를 축제장에서 구입해야 한다.◆ 야간 공연, 상설 놀이마당 진행축제기간 중에는 지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이 이어진다. 주민들은 수년째 대게춤 플래시몹과 월송 큰줄 당기기 참여를 통해 자긍심을 높였다.울진의 공연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울진군연예인협회와 울진국악협회 공연, 해동검도·태권도 시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민들의 끼와 재능을 만날 수 있다.축제 첫날인 28일에는 대게 원조마을 거일리에서 풍어를 기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쳐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이번 축제에선 야간공연도 진행된다. 3월 1일에는 울진군연예인협회를 중심으로 지역민들이 만드는 공연이 펼쳐지고, 3월 2일엔 각종 문화공연 및 퍼포먼스공연, 초대가수 공연으로 아름다운 후포항의 밤을 달굴 예정이다.◆ 울진대게전시관 상시 개방나흘간의 축제기간 내내 외지 관광객과 주민들의 먹을거리를 위해 살이 꽉 찬 울진대게와 붉은대게로 만든 다양한 게 요리와 울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토속음식을 장만해 선보인다.또한 축제 주무대가 위치한 왕돌초광장에 있는 대게전시관을 개방해 대게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해양생태계의 신비를 확인하게 해준다.후포항을 잉태한 등기산과 대게원조마을로 이어지는 ‘등기산 대게길 걷기’ 생태체험 프로그램은 벽화마을, 신석기 전기 역사문화유적, 등기산 팽나무 포토존, 스카이 워크 등 힐링 체험을 제공한다.민명강 울진군축제발전위원장은 “축제는 지역사회가 보유한 생태·문화적 자원의 결집과 구성원의 통합을 통한 문화향연의 결정체”라며 “울진의 대표적 수산물인 울진대게와 붉은대게를 주제로 한 이번 축제를 통해 ‘숨쉬는 땅, 여유의 바다’ 울진의 이미지를 적극 홍보하겠다”고 말했다.전찬걸 군수는 “울진의 맛과 문화가 어우러질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를 풍성하게 준비하기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며 “찾아오는 분들이 울진의 청정자연과 축제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의 배려를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주헌석기자 hsjoo@kbmaeil.com

2019-02-19

‘나이듦’의 축복, 그 느긋한 아름다움

‘늙는다는 것’과 ‘사라진다는 것’은 어느 인간에게나 서글프고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누구도 노화와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우스개처럼 “불공평한 세상이지만 이 두 가지에서만은 평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하는 염세주의자도 존재한다.죽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은 동양과 서양이 다르지 않았고, 남성과 여성의 공통된 바람이었으며, 시대가 바뀌어도 그 지향은 변하지 않았다.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제(秦始皇帝)는 나라 안팎으로 사람들을 보내 불로초(不老草)를 찾게 했다. 이 ‘불가능한 프로젝트’에 젊은 남녀 3천 명이 동원됐다.그들은 왕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어 멀리 한국까지 헤매 다니며 ‘먹으면 늙지 않는 풀’을 구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런 약초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음에도 진시황제는 겨우 마흔아홉에 죽었다.16세기 동유럽 귀족의 딸이었던 엘리자베스 바토리(Elisabeth Bathory) 역시 늙지 않는 삶을 원했다.40세를 넘어서면서 노화한다는 걸 스스로 느낀 그녀는 끔찍한 방법을 통해 젊음을 찾고자 했다. 10~20대 여성들의 피로 목욕을 한 것.‘불로불사(不老不死)’라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시녀는 물론 농부의 딸들까지 유인해 살해한 바토리. 수백 명에 이르는 젊은 여성을 죽인 그녀는 결국 재판을 받았고, 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종탑에 갇혀 사망한다. 그때 나이 쉰넷.끔찍한 이야기가 길었다. 황당한 방법을 통해 영원히 살고자 했던 왕과 귀족의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 ‘편안한 표정’이 보기 좋았던 노인들을 만나다당연한 말이지만 세상엔 늙음과 죽음을 거부하고 두려워하는 인간만 있는 건 아니다. 적지 않은 이들은 노화와 그에 따른 소멸을 자연스런 세상사 순리로 받아들인다. 젊음과 늙음, 삶과 죽음 앞에 순명하는 사람을 여럿 봤다.후자의 경우엔 나이를 먹어갈수록 편안하고 넉넉한 표정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적당한 체념과 포기는 정신 건강은 물론 육체적 건강에도 좋다.아무리 거부한다고 해도 노화는 피해갈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인간 모두에게.태국과 프랑스를 여행했을 때 ‘온화한 얼굴이 아름다워 보이던 노인’을 몇 명 만났다.북적거리는 시장 노점에서 맥주 한 병을 앞에 놓고 그윽한 눈길로 젊은이들을 바라보던 방콕의 영감님, 카페에서 매력적인 피아노 연주를 들려준 파리의 할아버지, 환한 미소로 처음 만난 낯선 여행자에게 갓 구운 빵을 건네던 할머니들….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자가 젊은 시절 아껴가며 읽었던 황지우(67)의 시 한 편이 기억 속에서 불거져 나왔다.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라는 작품이다.▲ 늙는다는 사실은 시인도 견디기 어렵지만...앞에서 재롱을 떨던 어린 딸은 어른이 돼가고, 시인인 아버지는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사람들을 피해 바깥을 거닐며’ 늙어간다. 부정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세월이 눈앞에 들이닥쳤다.늙음 앞에서라면 현명한 시인도 ‘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버리고 싶다’.날렵하던 청년 시절의 몸은 어느새 ‘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몰골로 변해버리고, 그게 ‘어색해져서 견딜 수가 없다’고 노래하는 시인. 하지만 황지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왜냐? “시인은 전망을 만들어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그렇기에 절망적인 노화를 지켜보면서도 아래와 같은 위로를 스스로에게 전하고 있지 않은가.더 늙더라도 세상에 항복하거나 일상에 투항하지 않고 ‘먼 눈으로 술잔의 수위만을/아깝게 바라볼 것’이라는 관조(觀照)와 낙관 말이다.청춘남녀가 깔깔거리며 오가는 여행자의 거리에서 하얀 수염을 바람에 날리며 말없이 앉아 있던 태국 노인과 현란한 손놀림으로 젊은 관광객들에게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들려준 프랑스 노인.황지우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들은 이미 ‘견디기 힘든 아름다운 폐인’의 단계를 벗어난 게 아닐까?늙어가는 자신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임으로써.늙음에 대해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다면 그들의 죽음 또한 슬픔과 통곡으로만 오진 않을 듯하다. 진시황제와 엘리자베스 바토리가 이들을 봤어야 했는데….▲ ‘죽음의 향기’는 두렵기만 한 걸까?젊음을 떠나보낸 후 늙어가고 마침내는 세상에서 사라지는 인간의 일생을 아주 가까이서 지켜본 적이 있다. 바로 아버지.황제도 귀족도 아니었기에 그는 언감생심 불멸 따윈 원하지도 않았다. 회갑을 넘기면서는 자신이 늙는다는 걸 웃으며 받아들였다. 대부분의 노인들처럼 간과 위가 나빴고, 혈압도 높았지만 그로 인해 주눅 들거나 하지 않았다.마침내 일흔을 목전에 두고 죽음이 찾아왔을 때도 천명이거니 하며 여유롭게 받아들였다.자신의 존재가 사라져 식구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겐 머지않아 잊힐 것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고, 거창한 유언도 남기지 않았다.어디선가 박하향이 풍겨오는, 야단스럽지 않은 조용한 죽음이었다. 인간이란 자신도 결국엔 늙고 죽는다는 명백한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어른이 된다. 이제 기자도 어른이 돼가는 걸까? 아래는 11년 전 아버지의 상을 치르고 쓴 졸시다.아버지의 죽음에선 박하 향기가 났다도둑담배를 피우러 간 병원 계단실연한 동료를 안아주던 간호사와 눈이 마주쳤다아버지는 여섯 달째 입원 중녹슨 목련이 오래도록 나무를 붙들던그해 봄은 지나치게 길었고마약성 진통제로 견디는 노인키가 큰 레지던트의 치마는 벚꽃 빛깔이다아버지는 여섯 달째 입원 중모래 섞인 바람이 창을 두드리면흐린 눈망울이 벚꽃을 찾고백년 같은 하루가 끝나가는 저물녘녹두죽을 끓여온 엄마가 운다아버지는 여섯 달째 입원 중손을 잡고 무슨 말인가를 하려면모진 힘으로 뿌리치며 자꾸만 돌아눕고샤워도 양치질도 잊은 지 오래행여 숨이 끊겼을까 호흡을 확인한다아버지는 여섯 달째 입원 중다른 세상에서 묻혀온 냄새인 듯머리칼과 목덜미에선 박하향이 났고./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구창웅

2019-02-14

‘포항시 경제살리기 범시민대책본부’ 출범

설 연휴 화두는 서민 경제와 일자리로 모아짐에 따라 포항시의 민생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대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포항시는 새해 들어 ‘민생경제·일자리에 희망이 있는 지속가능한 경제도시 건설’을 시정 목표로 설정하고 본격적인 경제 활성화에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산업구조 개편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항 지역경제 활성화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던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해부터는 공식적인 자리는 물론 사적인 자리에서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민생안정을 강조해 왔다.이 시장은 앞서 2019년도 시정운영방향을 밝히는 자리에서도 민생경제와 일자리에 희망이 있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올해 시정 목표의 중심이 경제와 일자리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이 시장은 “지표상으로는 경기가 양호하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생각 이상으로 싸늘하다. 특히 소상공인과 영세 상인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역의 현실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대안을 찾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서 지역경제에 파란불이 켜질 수 있도록 모든 공직자가 시민들을 위해 힘을 모아야한다”고 강조했다.이 시장은 특히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를 차단하고, 지역의 모든 가용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성과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실제로 포항시는 지난 4년여 기간 동안 지속가능한 포항건설을 위해 지역의 산업구조와 도시환경, 복지여건 등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왔다.하지만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장기침체 국면의 경기는 포항만을 비껴나갈 수 없었고, 특히 철강산업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단일 산업구조는 더욱 불황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이런 이유로 포항시는 그동안 산업구조 다변화 등 지역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사업을 펼쳐왔고, 가시적인 결과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오랫동안 이어진 불황의 그림자는 서민들의 생활에까지 드리우기 시작했다.이에 따라 포항시는 올 한해를 ‘지속가능한 경제도시 포항’을 기치로 민생안정과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경기침체로 계속되는 불황을 극복하는데 시정의 최우선을 두고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시는 최근의 국내·외 경제 위기를 돌파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한편, 경제 살리기에 대한 포항시민의 강력한 의지를 하나로 모아 지역경제 상황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포항시 경제 살리기 범시민대책본부’를 출범시켰다.포항시는 출범선언문을 통해 실업을 해소하고 고용을 늘리기 위한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적극 앞장서고,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에 적극 노력하여 철강산업 혁신과 신성장동력 육성을 통하여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또한 미래를 대비해 투자를 늘리고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나누기 위해서 지역기업과 제품, 서비스를 적극 이용하고 지역경기 활성화에 다함께 동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시는 이를 위해 노사가 상호존중과 상생협력의 정신으로 화합하여, 범시민적 지역경제 살리기 동참 분위기를 확산시켜나가기로 했다.시는 이와 함께 지역경제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이강덕 시장과 김재동 상공회의소 회장을 공동본부장으로 ‘범시민대책본부’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읍·면·동별 추진위원회를 구성·운영한다. 더욱이 시민대책본를 중심으로 소비촉진 등 경제 활성화 분위기 조성을 시작으로 투자 회복과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우선 자금 순환속도가 빠른 ‘포항사랑상품권’을 올해도 1천억 원 규모로 발행해 상품권 제도를 더욱 활성화 시키는 한편,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계기를 지속적으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시는 이미 지난 2017년 전국 최대 규모인 천300억 원 규모의 ‘포항사랑상품권’을 발행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1천억 원 등 2년간 2천300억 원 규모를 발행했다. 각종 경제조사 결과, 사랑상품권은 발행가의 4배인 9천억 원 정도의 지역경제 유발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시는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체 예산의 65%인 6천700억 원을 올 상반기 중에 조기집행하기로 했다.이강덕 시장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예산신속집행을 통한 경제회복을 위해 필요한 사업들이 적시에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시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매우 심각한 상황인 만큼, 시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포항시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시정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도내 최초로 ‘지역 업체 수주확대 및 보호지원 훈령’을 제정해 지역 업체 수주확대와 건설 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훈령은 지역 업체 생산품 우선 구매와 공사 하도급 권장, 분할 발주, 지역 건설근로자 우선 고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이에 따라 포항시는 공사 발주, 설계 단계부터 지역 업체 생산 자재 구매를 의무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시가 구매하는 행정비품과 소모품도 지역 업체를 통한 우선 구매를 권장하고 있다.또한 포항시는 지역경기가 활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업투자와 상권 활성화, 경기회복으로 이어지는 순환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판단아래, 기업에 대한 지원강화와 함께 투자유치 확대, 관광서비스 육성과 같은 기업투자 활성화 방안 등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그리고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와 상권지원 확대를 위한 상점가 등록 추진과 같은 중소 영세상인 보호 및 육성을 통해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소비촉진 분위기 조성을 위한 다양한 시민참여를 확산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이와 함께 포항시는 소외계층의 생활안정을 위한 긴급복지지원제도와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의 공적급여 및 서비스 신청을 유도한다. 또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가구의 경우 통합사례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등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이밖에도 포항시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옛 포항역 개발, 블루밸리산단 기업유치, 경제자유구역 조기 개발, 중앙동·송도구항·신흥동을 비롯한 구도심의 도시재생 등 오랜 숙원사업들을 조속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

2019-02-07

세상 모든 슬픔이 파리의 석양 속에 스며들었을까

자신 내부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영혼의 음성에 귀 기울이는 사람과 한 번도 그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앞의 경우가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여행을 꿈꾸는 삶을 산다면, 후자는 아이들이 부르는 단조로운 동요와 같은 일상을 그저 견디고 있을 뿐, 안타깝게도 일탈의 용기를 내지 못한다. 세상에는 이처럼 두 가지 부류의 인간이 있다.인생이란 단 한 번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 부류의 인간이 되기를 열망해야 할까?이런 질문과 마주 섰을 때 시인과 여행가들은 이렇게 말한다.“한 번 뿐인 인생이니, 당신의 영혼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게 옳지 않겠는가.”높은 연봉과 창의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이들도 가끔은 그걸 포기하고 기꺼이 ‘가난한 떠돌이’ 혹은 ‘전망 어두운 여행자’의 삶을 택한다.인도네시아의 푸른 바다 또는, 네팔의 설산(雪山)과 푸른 하늘이 던져주는 매혹에 취해서.몇 해 전 기자가 만난 백경훈 씨가 그랬다. ‘잘나가는 광고기획자’였던 그는 촬영지로 적합할 지를 검토하기 위해 우연히 회사 자료실에 비치된 네팔 관련 비디오테이프를 본 후 인생을 바꿨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히말라야의 신비로운 풍경에 완벽히 매료되고만 것이다.이후 3년의 짝사랑 끝에 마침내 휴가를 얻어 수천 미터의 설산들이 줄을 지어 달리는 히말라야에 다녀온 백경훈. 이후 그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네팔의 주술’에 걸렸고, 마침내 직업과 일상의 고리를 호쾌하게 끊어버렸다. 이후 그는 고액연봉자에서 ‘가난한 여행 작가’로 직업을 바꾼다.▲ 프랑스 파리의 저물녘 풍경을 보다비단 백 씨만이 아니다. 누구나 제 마음 안에 간직한 ‘이상향’이 있다. “낭만의 절정을 맛볼 수 있다”고 알려진 프랑스 파리도 많은 이들이 여행하거나 머물고 싶은 도시 중 하나다.바로 그 파리에 도착한 첫날. 그곳에 머물며 프랑스어와 철학을 공부하고 있는 지인을 만나 가장 먼저 “에펠탑으로 가자”는 부탁을 했다. 유럽의 진홍빛 석양을 거기서 보고 싶었다. 그건 기자의 오랜 꿈이기도 했다.잘 정돈된 거리를 달려 파리의 랜드마크(Landmark)로 불리는 에펠탑에 도착했을 땐 마침 저물녘이었다.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탑의 위 혹은, 아래서 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러 말이 필요 없었다. 아름다웠다.하지만, 낭만과 아름다움 안에는 언제나 모종의 서러움과 눈물이 잠복해 있는 법. 한국에서나 프랑스에서나 마찬가지였다. 그때 기억 저편에서 소환된 노래 한 편이 있었으니, 허수경(1964~2018) 시인의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였다.▲ ‘슬픔’ 속엔 언제나 ‘희망’이 숨어있고지나온 날보다 앞으로 펼쳐 보일 시 세계가 더 기대되던 허수경 시인은 많은 독자들의 아쉬움 속에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아직은 창창한 54세의 아까운 나이에.“우리네 삶은 슬픔을 거름 삼아 더 아름다운 곳으로 나아갈 것”이라 낙관적으로 전망했던 허수경의 빼어난 시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는 1988년 초겨울 출간된 동명의 시집에 수록된 작품.군사독재가 지배했던 1970년대와 1980년대의 고통과 어두움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당당히 살아갔던 서민들. 그들의 삶을 곡진한 문장과 진솔한 시어로 표현해낸 허수경의 시(詩)는 지금 읽어도 여전히 감동적이다.그렇기에 적지 않은 문학평론가들이 허 시인을 “선명한 역사의식과 시대적인 감각을 뛰어나게 형상화해, 민중에 대한 가없는 애정과 고향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곳곳에서 드러내고 있다”고 상찬했다.‘홀아비 꽃대 우거진 산기슭에서/바람이 내려와/어린 모를 흔들 때’란 문학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읽더라도 ‘수난의 시절’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그런 상황임에도 절망하며 주저앉지 않고 ‘편편이 몸을 누인 슬픔’을 다시 일어서는 힘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숨김없이 드러내는 허수경 시인.맞다. 길고 긴 역사 속에서 언제나 사람들을 일으켜 세운 건 기쁨보다는 슬픔의 힘이 아니었던가. 그걸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지만, 결국 진리란 소수의 깨달음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시인만이 아닌 우리도 알고 있다.그래서다. 허수경이 말한 바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라는 짧은 문장은 30년 세월을 뛰어넘어 아직도 독자들의 심장을 아프게 때리고 예술적 자각으로 이끈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삶이란 없으니…다시 ‘꿈꾸는 삶’으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사람은 어쩔 수 없이 위험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상을 산다. 체코의 작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는 “행동의 끝까지, 희망의 끝까지, 열정의 끝까지, 절망의 끝까지” 가봐야 제대로 된 생을 산 것이라 조언했다.모든 것의 끝, 심지어 세상의 끝까지 가보고 싶다는 많은 이들의 열망을 알고 있기에 전할 수 있는 말이다.그곳이 네팔이건, 프랑스 파리이건 낯선 땅은 오늘도 우리를 부른다. “영혼이 자유로운 자, 내게로 오라”는 목소리가 생생하다. 제 안에서 꿈틀거리며 맹렬하게 끓고 있는 ‘순정한 욕망’을 지닌 이들은 그 유혹을 떨치기가 어렵다.백경훈은 그 유혹을 기꺼이 받아들여 히말라야의 만년설과 만났고, 기자는 아름다운 도시 파리를 붉게 물들이는 석양과 악수할 수 있었다.마침내 수만 가지 유혹과 욕망이 끝나는 날, 꿈이 사라지는 날 인간은 죽는다. 그러나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으니 그 죽음이 마냥 슬픈 것만은 아니리라.아래 졸시는 이런 세상사 진리를 서툴게 표현해본 것이다.망자(亡者)의 명함먹은 귀로 걸어가는 어두운 골목한때 휘황하게 생을 밝히던 네온사인 모두 꺼지고어둑한 길의 끝머리에 선 낯선 사내손짓해 그를 불렀다두려움보다 반가움이 먼저 왔다사라진다는 것이 마냥 쓸쓸한 일이기만 할까즐거움만큼이나 버거웠던 고난의 무게물 먹은 솜을 짊어진 당나귀처럼 힘겨웠다춤추며 노래하는 장미의 나날이 저 너머에 있다면어찌 신(神)의 부활만 아름다울 것인가노래가 아무 것도 될 수 없는 지상에서노래가 모든 것이 되는 천상으로그는 떠나갔다. 총총한 걸음소리 높여 콧노래 부르며 사라진 가난한 사내흔들리고 때론 술렁였던 생애망자가 지상에 머문 흔적을명함 한 장만이 또렷이 증언한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구창웅

2019-02-07

우수한 철강제품 활용할 신사업에 눈을 돌려라

포항시는 철강산업이 성장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부터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포항상공회의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철강생태계 변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들이 그동안 초점을 맞춰온 것은 철강산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보다는 행정·재정적인 지원을 어떻게 더 많이 할 수 있는지 논의하는 정도였다.이는 포항철강공단에 입주한 업체 대부분이 포스코, 현대제철 등 일부 대기업의 철강소재를 납품받아 반제품, 구조물 등을 생산하는 구조적 한계를 감안한 것이기도 하다.포스코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포항제철소에서 약 1천440만t의 철강제품이 생산돼 이 중 30.9%인 약 445만t이 포항지역 업체로 공급됐다. 수출품을 제외하더라도 포항제철소에서 국내시장에 공급한 제품 중 포항에서 소비되는 비율은 절반(45%)도 채 되지 않는다.포스코 등 철강소재 업체 특성상 고객사의 주문 여부에 따라 생산량이 높아지거나 줄어들 수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우수한 철강제품을 보다 많이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산업생태계 구조에 과감한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이를 통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된 제조체계는 그대로 유지하되, 이와 별개로 선진국의 산업클러스터와 마찬가지로 혁신과 경쟁을 통해 스스로 성장·도태할 수 있는 선순환적인 생태계를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특정업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내려고 시도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공정을 처리할만한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는데 포항은 이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앞서 언급된 일본 자전거업체 시마노, 국내 손톱깎이업체 쓰리세븐(777)처럼 철강소재를 활용한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포항지역 산업구조에 대한 명확한 실태조사가 요구된다.무엇을 갖추고 있는지, 무엇이 부족한지를 철저히 분석해야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물 위를 나는 배 ‘위그선’은 철강소재를 바탕으로 생산가능한 고부가가치 최종재 중 하나로 꼽힌다.위그선은 일반 배와 같이 수면 위를 떠다닐 수도, 새처럼 물 위를 날아갈 수도 있다. 수면에 가까이 떠서 사이에 갇힌 공기를 이용해 양력(揚力)을 키우는 점에서 비행기와 차별화된다.국내에서는 경남 사천에 소재한 중소업체인 아론비행선박산업(주)이 독자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고 시속 200㎞로 운항하며, 장애물을 만나면 수면 위 150m까지 상승하는 이 위그선은 연내에 포항∼울릉간 정기노선 운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여객선으로 3시간 20분 이상 걸리는 포항∼울릉 구간을 1시간 10분에 주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론비행선박산업은 양산체제가 본격가동되면 연간 200척의 위그선을 생산하고 매출액이 1조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위그선을 포함한 선박의 선체는 일반적으로 두께 6㎜ 이상인 고강도 선박용 후판을 활용해 만들어진다.국내에서는 철강 빅3인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후판시장을 이끌고 있다.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기준 후판 내수 출하량은 358.9만t으로 전년 동기대비 23.2%가 증가하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조선업계가 지난 2015년 최악의 ‘수주 절벽’을 겪으며 후판을 공급하는 철강업계도 동시에 위기에 빠졌으나 지난해부터 점차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생산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포스코를 포함한 3사가 생산하는 후판은 대부분 포항이 아닌, 타지역(부산, 창원, 거제 등)에 자리잡은 대형 조선사로 보내지고 있다.이 때문에 조선산업이 불황을 겪으면 철강산업도 덩달아 불황을 겪고, 호황이 시작되면 덩달아 호황을 누리는 의존적인 산업구조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다.그렇다면 포항에 철강사와 조선사가 함께 자리를 잡고 철강사에서 생산한 후판을 조선사에서 활용해 선박을 만들어내는 생산체계를 갖춘다면 어떨까.운송비를 대폭 절감하고 공급사와 고객사간 상호 협조를 통해 생산량 조절도 얼마든지 가능해져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현실적으로 대형조선사가 포항에 조선소 이전 및 신설을 시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이러한 이유로 위그선과 같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블루오션’상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모든 생산시설을 갖춘 기존업체를 포항으로 유치하거나, 기술개발 의지를 지닌 포항의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다.한계를 정확히 인식하면 극복할만한 방안을 찾는 것도 쉬워진다.포항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산업구조 재편에 나서기 위해서는 각 기업별 전문분야, 생산품목, 주요공정, 시설 및 인프라 등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위그선 업체를 유치할 것인지, 손톱깎이 업체를 유치할 것인지에 앞서 전공정(全工程)체제를 갖추기 위한 제반 조사부터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포항시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현재 포항철강공단 내 업체에서 1차 철강소재를 생산해 중간재까지 이르는 가공과정을 마치면 대부분 제품이 포항 밖으로 보내진 후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수요산업에 의해 최종재로 완성돼 시장에 보내진다.과거에는 운송비 절감 등을 이유로 완제품이 납품되는 주문처인 소비시장과의 접근성이 가장 중요한 입지조건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전 세계를 상대로 제품판매가 가능해진 오늘날, 시장 접근성은 공장 입지를 제한할 정도의 요소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포항시와 철강업계는 지난해부터 남북관계가 평화무드로 변화하면서 자칫 ‘레드오션’이 될 위기에 처해있는 군수산업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국내 군수업체들은 지난해 4월 판문점에서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 통일국가 독일에 대한 연구에 돌입했다.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서독의 군수업체들이 군비축소 여파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서독 군수업체들은 판매시장을 해외로 돌렸고 기술개발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며 세계적인 군수업체들과 경쟁에 돌입했다.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독일은 전 세계 방위산업 제품 수출액의 5.8%를 차지하며 세계 4위의 방산제품 수출국으로 자리잡고 있다.우리나라가 운용하는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유도미사일과 지상무기에 탑재된 엔진 및 파워팩이 독일에서 온 제품들이다.독일 군수업체의 사례는 남북통일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에 곧바로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내시장에만 의존하던 군수산업이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우리나라는 무기를 구입하는 국가에서 판매하는 국가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다.군수산업 팽창되기 전 포항에 중소 군수업체를 유치하거나 설립할 수만 있다면 기존 철강업체들이 공급하는 최고급 철강소재를 활용해 다양한 무기개발에 나설 수 있다.이와 관련,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은 “포항지역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경영 다각화를 모색하고자 할 경우 철강소재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생산이 가능하도록 포항시 등 유관기관이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 발전에 따라 국내에서 예전에는 널리 활용됐지만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제품 중 동남아·남미 등 해외에서는 여전히 널리 쓰이고 있는 철강제품이 있다면 이를 공략하는 것도 새로운 시장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9-02-06

노인은 아버지를 믿었다… 자식이어서가 아니라 진실이었기에

1.노인은 괴상한 전화를 받았다. 아무리 공권력을 우습게 아는 세상이라지만, 법 무서워하는 사람은 ‘경찰’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 떨리기 마련이다.“경찰이라고요? 아니 왜 경찰이 나한테 전화를 한대요. …. 경찰만 오는 게 아니라 더 높은 데서도 와요? 왜요? 누굴 잡으러 오는 데요? …. 자식들 다 모이냐고요? 당연하죠. 설날이니까 다 모이죠. 내가 가진 재산은 없지만 명절에 코빼기도 안 비치는 녀석한테는 밭 한 뙈기 안 나눠줄 겁니다. 꼭 그래서 그런 게 아니라 제가 자식들은 잘 키웠다고 자부합니다. …. 뭐요, 제 자식이 사고를 쳐요? …. 사고 쳤다면서요? 경찰 찾아오게 만들면 사고 친 거지. …. 뭐가 밝혀져요? 사실은 내가 귀가 어두워서. …. 동네 사람들도 다 모으라고 했나요? 대체 뭘 잘못했는데요? …. 다른 사람 바꿔보라고요? 우리 마누라는 나보다 더 못 알아먹을 텐데. ….”귀가 어둡기도 했고, 처음 들어보는 말도 많고, 무슨 소리인지 당최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자식들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일 저질렀냐고 물었다. 자식들이 하나같이 말했다.“그거 보이스피싱이네요. 암튼 별의별 사기꾼들이 다 있다니까.”그런데 그와 비슷한 전화가 몇 군데서 더 왔다. 분명히 자식 중에 하나가 무슨 일을 저질렀고 그것 때문에 무슨 일이 밝혀졌고 그래서 온다는 것이었다. 하도 답답해서 면사무소 옆 지구대를 찾아갔다. 지구대장도 무질렀다.“보이스피싱 맞네요. 그것들 수법이 빤합니다. 결국 어디로 돈 부치라는 거거든요.”“내가 바보여. 그런 거 당하게.”“제가 이 면 파수꾼으로 염치가 없는 말씀입니다만, 2018년에만 우리 면에서 보이스피싱 당한 분이 열세 분이십니다. 이건 우리가 어떻게 막을 수도 없고 잡을 수도 없어요. 가급적 전화 안 받으시고, 받더라도 돈 부치라고 하면 얼른 끊어야 돼요. 설령 그게 자식 목소리랑 똑같더라도. 진짜 자식 목소리로 착각하고 당한 어르신이 한둘이 아니에요.”경로당 늙은이들한테 말했더니 새로운 의견이 나왔다.“누가 사채 썼구먼.”“사채라니. 내 자식들은 사채의 사 자도 몰라.”“자네가 아직 안 당해봐서 그런 말 하는 게지. 나도 내 자식이 그리 간덩이가 큰 줄 몰랐네.”“우리 자식들은 안 그래.”“자네 자식들한테 물려준 거 아니면 물려줄 거 있나?”“없네. 알면서.”“그럼 제 밥벌이 제가 알아서 하는 은수저 아니면 흙수저인데, 요새 젊은 사람들 사는 게 녹록지가 않아. 돈 들어갈 데가 쌔고 쌨다고. 부모형제한테 손 안 벌리고 급한 돈 쓸려면, 사채 쓸 도리밖에 더 있어?”그냥 장난전화일 거라고 말해주는 이도 있었다. 요새 실업자가 하도 많아서, 할 일 없고 심심한 나머지 그런 이상한 전화질로 시간 때우는 사람들 허다하다고.설 전전날에 또 전화가 왔다. 설날 오후 세 시에 방문하겠다고. 영감님 집에 꼭 있으셔야 한다고. 자식들도 다 있어야 한다고.2.차례 마치고, 노인이 을렀다.“한 녀석도 급히 도망갈 생각을 마라. 너희 중에 사고 친 녀석이 분명히 있다. 죄를 졌든 사채를 썼든. 알고 대처했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모르고 멍하니 있다가 당하는 아비어미로 만들지 말아다오. 혹시 너희 형제끼리는 알고 있는 것 아니냐? 이 아비만 모르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 오늘 아비가 숨넘어가는 꼴 보고 싶지 않거든 어서 이실직고 하거라. 무슨 사정이 있는지 알기 전엔 세배 못 받겠다. 당신도 세배 받지 마.”“아버지, 그거 보이스피싱 아니면 장난전화라니까요. 그걸 왜 자꾸 신경 쓰고 그러세요.”“진짜 생사람 잡으시네. 엔간히 염려하시라고요.”“몇 번이나 말씀드려요. 아무 일 없다고요.”노인은 정말로 세배를 받지 않을 모양이었다. 이따가 딸·사위들이 온 다음에 받아도 될 터였다. 자식들이 일어섰다.“일단 성묘하러 가시지요.”“정말로 할아버지한테 부끄러움이 없는 녀석만 다녀오너라. 나는 거시기해서 너희랑 못 가겠다.”노인은 자식들 데리고 아버지 무덤 앞에 섰을 때가 가장 뿌듯했다. 아무도 아버지의 행적을 믿지 않았지만, 노인은 믿었다. 자식이라 믿는 것이 아니라 진실이기 때문에 믿는 것이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진실 때문에 평생 원통했다. 자기 힘으로는 풀 수 없는 억분이었다. 평생 힘없이 살아왔다. 힘이 있어야 밝힐 수 있는 진실이었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기대했다. 자식들을 힘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자 했다. 자식들이 아버지를 대신하여 진실을 밝혀주기를 원했다. 그러나 자식들은 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했다. 노인은 자식들이 원망스러웠다.노인은 금방 자식들에게 미안해졌다. 자식이 못 되면 부모 탓인 세상이다. 옛날엔 대학까지 가르쳐주면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준 것이었는데, 요새는 그것만으로 부족한 모양이다. 요새 기준으로 치면, 큰딸한테는 당연하고, 고등학교까지 보낸 큰아들 작은아들은 물론이고, 대학까지 가르친 셋째 넷째 막내딸한테도 해준 게 없는 아버지다. 그나마 다행이다. 남들이 복 받았다고 하지 않나. 자식들이 부모한테 손 안 벌리고 제 가족들 건사하며 살아준다고. 개천에서 용은커녕 용 발가락도 못 나는 세상에 그 정도면 개천에서 난 미꾸라지 푼수는 된다고.3.큰아들은 37년 전 고졸 특채로 대기업에 입사했다. 웬만한 대학교 들어가는 것보다 고졸 대기업 입사가 더 자랑이던 시절이었다. 대기업에서 인맥 없는 시골 출신 고졸학력으로 버티자니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했고 남이 가기 싫어하는 오지 일터를 전문으로 해야 했다. 중동 근무만 28년이었다. 당연히 명절 때조차 어버이를 뵐 수 없었다. 용돈도 많이 드리지 못했다. 이러저러해서 아버지가 평생 번 돈보다 큰돈을 두 번이나 말아먹은 일을 이제라도 아신다면 기절초풍할 것이다. 비로소 국내에 자리 잡게 되었다고, 부장이 되었다고, 이제 명절은 물론 달에 한 번씩 찾아뵙겠다고, 용돈도 많이많이 드리겠다고 큰 소리 땅땅 친 게 불과 1년 전이었다. 그런데 정든 직장을 나가게 되었다. 아직 쉰여섯인데 백수가 되고 말았다. 큰아들은 차마 아버지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작은아들은 바람을 닮은 영혼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가출을 일삼았다. 유일하게 아버지한테 맞고 큰 자식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장을 딴 게 기적 같았다.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면서 극한직업에 나오는 별의별 일들을 섭렵했다.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일만 하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아비어미 속을 새까맣게 만든 주범이었다. 결혼이나 할까 싶었던 작은아들이 마흔 살 때 자식 딸린 여자를 데리고 왔다. 다행히 그 자식이 작은아들의 씨라고 했다. 어쨌든 처녀장가가 아니므로 처음엔 싫었지만 시나브로 작은며느리를 딸보다 아끼게 되었다. 작은아들은 정착했으며 형을 대신해 효자 노릇까지 했다. 차로 30분 거리에 살며 어버이가 호출하면 즉시 달려가 어디든 달려 가주는 자식이 되었다. 작은며느리의 내조가 아니었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작은아들은 어버이께 차마 말할 수 없는 사실이 있었다. 그 자식이 사실은 자기 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아버지의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다는 것을.셋째아들은 공부를 잘했다. 대학도 모자라 대학원까지 다녔다. 대학원은 자기가 벌어서 다녔다. 금방 교수가 될 줄 알았다. ‘교수아들’은 노인의 가장 큰 소원이었다. 큰아들이 대기업의 ‘임원’이 되기를, 작은아들이 자기 가게를 가진 어엿한 ‘사장님’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그것은 비현실적인 바람 같았다. 연줄도 없고 보태줄 돈도 없는데 어떻게. 하지만 셋째아들이 교수가 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었다. 교수는 연줄이 없어도 돈이 없어도 오로지 실력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었다. ‘가문의 영광’을 학수고대했다. 십 년이 넘도록 교수가 되지 못했지만 곧 될 거라고 확신했다. 셋째는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자기는 절대 교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박사 학위가 없다는 것을. 큰딸은 중학교를 마치고 산업체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말이 고등학교였지 공장살이였다. 노인은 큰딸에게 평생 미안했다. 그때 너무 어려워서 일반고등학교에 보내지 못했다. 인문계 아니어도 좋다, 제발 상고에만 보내달라고 철철 울던 중학교 때 딸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메어진다.5년 전 큰딸이 자랑했다. 대학에 들어갔다고. 비록 디지털대학교지만 그래도 대학은 대학 아니냐고. 공부하는 재미에 산다고. 미안하다, 그때 네 엄마가 너무 아팠다. 엄마를 살려야만 했다. 늦게나마 네 소원을 스스로 이뤄서 너무 고맙다. 딸에게 용서를 비는 심정으로 고백한 적이 있었다. 그때 큰딸이 해준 말. 아빠, 다 알고 있었어요. 근데 거기서 만난 친구들 얘기를 들으니까 아빠처럼 근사한 분이 없더라고요. 큰딸은 아버지 얘기를 글로 써서 무슨 상을 받은 적도 있다. 상금으로 등심을 사다주었다. 맛나게 먹으면서도 자꾸 눈물이 나는 바람에 무슨 맛인지 몰랐다. 큰딸은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올 추석엔 아버지 어머니를 못 볼 수도 있다는 것을.막내딸은 두어 달 일하고 한 달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투플러스 원 아줌마’로 살아가는 중이었다. 남편이 버는 돈으로는 부족했다. 재벌2세인 줄 알고 결혼했던 남편은 평범한 노동자였다. 생활은 할 수 있었지만 아이를 가르칠 수는 없었다. 처녀 때 경력을 살려 취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트 계산원, 병원 간병인, 청소 아줌마를 전전했다. 남편 직장에서 몇 달 째 월급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돈 좀 빌려달라고 말해볼 참인데, 입이 떨어질는지 갑갑했다.4.딸과 사위들이 왔다. 아들며느리 세 쌍, 딸사위 두 쌍, 손자손녀 아홉. 빠짐없이 다 모였다. 명절 때마다 맛보는 기쁨이다. 아버님, 보고 계십니까? 아버지가 퍼트린 씨앗들 볼 만하지요.아내는 누구를 바보로 안다. 아내와 자식들 저희들끼리만 속닥거리면서, 아버지는 끝까지 모르게 하자고 쉬쉬한다고 해서 모르겠는가. 정녕 모르게 하고 싶다면 지 어머니한테도 말을 하지 말아야지. 무슨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 안 건 아니고 아내 일기를 몰래 훔쳐보고 알게 되었다. 이상한 전화를 여러 통 받고서 아내를 닦달해보아도 나오는 것은 없고, 혹시나 해서 집안을 샅샅이 뒤진 끝에 아내의 비밀일기를 찾아낸 것이다.요즘 그 정도 근심걱정 없이 사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쉰여섯 살 먹은 큰아들이 평생 다니던 직장 그만 뒀다는 게 별 대수인가. 직장 잘리는 사람이 한둘도 아니고. 앞으로 새 길을 잘 찾으면 될 테다. 둘째아들 자식놈이 다른 씨라는 것은 얼추 짐작하고 있었다. 하나도 안 닮았으니. 셋째아들아, 교수 못 되도 좋다. 교수 자리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거 안다. 막내딸한테는 돈을 얼마나 해줘야 하는가. 다른 자식들 몰래 해줘야 할 텐데. 까짓것 얼마나 됐든 해주면 될 일이고. 무슨 암이라는 큰딸은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그저 요새 의술을 믿어볼 뿐이다. 믿고말고.진심으로 바란다. 모두들 건강하게 별 탈 없이 잘 살기를.“내가 너희들에게 할 말이 참 많다만, 꾹 참는다. 겨우 그런 일들 때문에 그런 전화가 왔을 리는 없고, 너희들이 기어이 아무 말도 않겠다니 할 수 없구나. 얼른 올라가봐라. 우리 집 딸들은 벌써 왔는데, 남의 집 딸들은 아직 출발도 안 했으니 사돈댁들에게 미안하다.”5.아들네들이 두 시가 되도록 꿈쩍도 안한다. 며느리들도 친정 가자고 재촉하지 않는다. 이것들이 무슨 일이 있구나.동네 사람들이 하나둘씩 찾아온다. 명절 때 동네사람이 서로 집 찾아다니지 않게 다닌 지 오래되었다. 걸어 다닐 힘도 없거니와 회관서 날마다 본다. 근데 왜들 오는 거야? 아내와 자식들이 당연한 손님을 맞이하듯 한다. 그러고 보니 음식을 많이도 했다. 차들이 몰려온다. 면장과 주무관들, 지구대장과 경찰들, 소방대장과 대원들, 군의원. 여기까지는 그나마 낯익은 공무원들인데 그 다음부터는 잘 모르는 높은 공무원들…. 이거 뭐지? 누구를 잡으러 오는 건가? 자식들이 나한테 숨긴 게 분명히 있다.노인은 괜히 무서워서 달아난다. 아버지에게로 간다. 고갯마루에서 보니 집 앞에서 저 멀리 정류장까지 별의별 차가 다 모이고 있다. 도대체 우리 집에 왜? 자식놈 중에 누구 하나가 큰일을 내도 크게 낸 게 틀림없다. 아내가 일기에 써놓은 일 말고, 필시 더 큰 일이 있다. 그 꼴을 볼 수 없다. 아버지 앞에 무릎 꿇는다.아버지, 저 왔습니다. 무섭습니다, 정말 무서워요. 누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걸까요. 다른 사람은 아무도 아버지 얘기를 믿지 않았지만 저는 믿었습니다. 한 번도 안 믿은 적이 없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아버지 같은 분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있는 거고 우리 자식들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하면서 살고 있는 거 아닙니까. 아버지 앞에 정말 자식들 부끄럽지 않게 키우려고 그랬는데,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어도 단단히 있는 모양입니다. 저 안 놀랄 테니까, 아버지도 놀라지 마세요.“할아버지, 저도 믿었어요.”작은아들의 아들, 그러니까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손자였다. 피가 섞이지 않은 것 빼고는 나무랄 데 없었다.“뭘 말이냐?”“증조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였다는 걸요.”“네 아비가 얘기해주더냐? 자식, 내가 말할 때는 믿지 않더만. 아무도 안 믿는 얘기 밥 먹을 때마다 한다고 성질을 부리던 녀석이. 네 애비가 나한테 특히 맞은 이유가 있다. 다른 자식들은 안 믿겨도 믿는 척하는데 혼자서 못 믿겠다고 대드니 어느 아비가 참겠느냐.”“근데요, 아빠가 저한테 그랬어요. 네가 할아버지의 믿음과 증조할아버지의 진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아빠는 믿지 않은 게 아니었어요. 독립운동가 자손임을 너무 자랑스러워하셨어요. 독립운동가 아들인 할아버지도 너무 자랑스러워하셨고요.”“못 믿겠다.”“할아버지 그거 아세요? 독립유공자 훈장을 받은 분이 만오 천 분에 가깝대요. 그런데 아직 주인에게 가지 못한 훈장(건국훈장, 건국포장, 대통령 표창)이 5천400개도 넘는대요.”“나도 안다. 나처럼 억울한 분을 한둘 만난 게 아냐. 증명을 하래. 내가 그분 아들이라는 것을. 독립운동 하는 사람이 가족관계 다 밝혀가면서 운동 하냐? 자식들 살리려면 숨기면서 할 수밖에 없잖아. 니 증조부가 살아생전에 그런 거 내세우는 분도 아니었고……”“저랑 숙부님이랑, 그밖에 많은 분들이 함께 찾아냈어요. 증명해냈다고요.”허다한 양복쟁이 제복쟁이들이 텔레비전에서 가끔 보던 국립묘지 참배 분위기로 다가오고 있었다. 번쩍번쩍 빛나는 것을 들고.“저희는 국가보훈처에서 나왔습니다. 오래 전에 아무개 의사(義士)님께 훈장을 추서(追敍)했는데, 이제야 자손을 찾게 되었습니다. 늦어서 송구합니다.”“이제서 찾아오면 뭘 하냐고!”“송구합니다. 훈장을 받아주십시오.”“내가 얼마나 억울했는데. 아무도 안 믿어주고. 으이구 자식놈들아, 동네사람들, 높으신 분들, 이제는 내 말을 믿어준다는 거요? 우리 아버지를 믿어준다는 거요?”모두가 무덤을 빽빽이 둘러싸고 절을 올렸다. 대한제국기에 마지막 의병이었으며, 1910년대에 은거하다가 3·1만세운동에 앞장섰던 그 사람. 일본헌병에게 끌려가 무자비한 고문을 받고 겨우 살아나왔던 사람. 죽을 때까지 한 푼 두 푼 모았던 돈을 상해 임시정부에 보냈던 사람. 어린 아들에게 말할 기운이 있으면,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비겁하지 마라!”라고 했던 사람, 그 사람의 오래된 무덤 앞에 훈장이 번쩍거렸다.노인이 울먹였다.“다들 감쪽같이 늙은이를 속여 먹였구먼. 너무 놀라서 죽어버릴 뻔 했구먼. …. 이제라도 알아주니 고맙소. 우리 아버지가 이런 거 바라고 독립운동한 분이 아니외다. 하지만 알아주니까 얼마나 좋아.”무슨 기자도 온 모양이다. 심경을 말해달란다.“설마 이게 다 꿈은 아니겠지요. 꿈이든 생시든 믿고 싶소. 우리 손자 말이 아직 훈장 못 찾아간 분이 오천사백이랍디다. 한 분이라도 더 자손을 만났으면 좋겠소.” 끝김종광(金鍾光)1971년 충남 보령 출생. 1998년 계간 ‘문학동네’로 데뷔.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 ‘모내기 블루스’ ‘낙서문학사’ ‘처음의 아해들’ ‘놀러가자고요’와 장편소설 ‘똥개행진곡’ ‘조선통신사’ 등이 있다.

2019-01-31

품 밖 날아 훨훨 내 새끼들 ‘언제오나’… 주름보다 더 깊은 기다림

20대 후반부터 홀로 떠나는 여행을 오랫동안 즐겨왔다. 그 여정에서 만난 바다와 호수, 석양과 일출은 ‘인간이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란 존재론적 질문을 떠올리게 했다. 그 질문 속에서 기자의 정신은 커왔다.한적한 어촌이나 조용한 농촌으로의 여행에선 드물지 않게 ‘늙은 어머니들’을 만났다. 너나없이 처음 보는 사람의 손을 잡고 “반찬은 없지만 내 집에서 점심이라도 먹고 가라”며 청하는 순박한 존재들.세파에 시달린 주름진 얼굴과 고생의 흔적이 역력한 쭈글쭈글한 손. 그럼에도 세상 모든 어머니들은 어떤 영화배우보다 아름다웠다. 그네들의 넉넉하고 다사로운 마음씀씀이 때문이다.일흔을 훌쩍 넘긴 한 ‘늙은 어머니’로부터 달콤한 감을 3개나 얻었던 지난해 바닷가 여행에서 기자는 역시 일흔을 넘긴 ‘내 엄마’를 떠올렸다.▲ 삶이 아플 때마다 떠올린 ‘엄마 얼굴’서울에서 생활했던 20~30대. 고향의 엄마와 1년에 두어 번밖에 보지 못했다. 짧디짧은 만남을 엄마는 늘 아쉬워했다.기자 역시 가끔 전화로 안부를 물을 때 수화기 너머로 환하게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안타까움을 달래야했다.그러던 어느 겨울날. 아들이 좋아하는 생선구이와 된장찌개 재료를 싸들고 엄마가 서울에 왔다.KTX가 생기기 전이었으니 자그마치 6시간이나 기차를 타고.연락을 받고 일찍 집에 도착하니 이미 밥상 위엔 군침 도는 성찬이 차려져 있었다.“같이 먹어요”라는 권유도 없이 바쁘게 수저를 놀리다가 문득 고개 들어 엄마를 봤다. 어린 새끼에게 먹이를 물어다준 어미 짐승의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기자가 밥을 먹는 내내 그런 눈빛이었을 것이다.그 순간 돈오(頓悟)가 왔다. 세상 모든 아들은 쓸쓸하면서도 환한 엄마 얼굴을 떠올리는 것으로 생의 힘든 고비를 넘겨왔고, 엄마의 눈빛이 우리를 복마전의 세상에서 지켜줬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갖은 풍파와 세파에 찌든 엄마 얼굴이 예뻐 보일 수도 있다는 걸 그날 알았다. 자연스런 수순처럼 ‘애틋한 엄마의 정’이 행간마다 묻어나는 이성부(1942~2012)의 시 ‘어머니’가 떠올랐다.▲ 어머니란 언제나 ‘기다리는 존재’조건 없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자식 향한 어머니의 애정’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다. 이성부 시인이 젊은 시절을 보냈던 50년 전이나, 2019년 오늘이나 다를 바 없다. 앞으로 100년이 흘러도 그럴 게 명약관화(明若觀火) 하다.절대다수의 국민들이 곤궁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던 1960년대. 잘 먹이지도 잘 입히지도 못했던 아들을, 제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을 군대로 보내야하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땠을까?훈련소로 떠나는 기차 소리를 들으며 아들의 책상머리에서 울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이성부의 어머니. ‘어머니가 돼 보지 못한’ 독자들이라면 그 서러움에 완벽히 공감하기 어려울 듯하다.‘흰 눈에 각혈 한 번 하고/한세상 가슴앓이 눈 들어 먼 산을 바라보는’ 한 세대 전의 어머니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세상 어머니들이란 언제나 ‘어떤 불행으로도 빼앗길 수 없었던 질긴 목숨’으로 떠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사람.기자의 어머니도 그랬다. 언제나 아들을 기다렸다. 군대에 갔을 때도, 먹고 살기 위해 타향을 떠돌 때도, 늦은 밤까지 술독에 빠져 있을 때도, 연인에게 매혹돼 아들이 자신을 잠시 잊었을 때도 기다림은 한결같았다. 엄마 앞에서라면 아들은 철들기가 쉽지 않다. 곧 쉰 살이 되지만 기자 또한 그렇다. 부끄러운 에피소드 하나가 기억된다.▲ 늙어가는 어머니의 힘이 되는 자식으로...몇 해 전 여름이다. 퇴근길에 맥주 한잔으로 피로를 씻어내던 저녁 무렵.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낡은 냉장고가 고장났으니 새 걸 하나 사야겠다”는 이야기.돈을 보태줄 것도 아닌데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 그럼 사야지”라는 건조한 대답을 돌려줬다. 그때 엄마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번엔 좀 크고 좋은 걸 살란다. 내 인생 마지막 냉장고인데….” 그 말이 중년이 된 아들을 유년의 기억 속으로 데리고 갔다.우리 식구가 살던 조그만 집에 냉장고가 처음으로 들어온 건 1979년 여름. 금성사에서 만든 180리터짜리 소형 냉장고였다. 그때 엄마 나이는 서른셋.엄마는 작은 냉장고 하나에도 크게 행복해했다. 얼음 띄운 콩국수를 상에 올리고, 차가운 보리차를 꺼내오며 자주 웃었다. 냉장고는 엄마의 ‘친절한 파트너’였다.한국 가전제품은 튼튼하고 오래 쓴다. 엄마의 첫 냉장고는 15년을 우리 집에 머물다 고물상으로 갔다.1994년엔 엄마의 동생이 “이사를 축하한다”며 450리터짜리 냉장고를 선물했다. 커진 냉장고의 용량만큼 엄마의 기쁨도 커졌다. 생애 두 번째 냉장고에 채워 넣을 것들을 사며 미소 짓던 마흔여덟의 엄마.다시 20년 가까운 세월이 쏜살처럼 흘렀다. 그 시간 속에서 냉장고와 엄마는 함께 늙어갔다. 엄마가 전화했던 날은 두 번째 냉장고가 ‘사망 선고’를 받던 날이었다.“큰 냉장고를 사고 싶다”는 말을 듣는 순간 왜 목이 메어왔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엄마도 결국 여자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미안함 탓이었을까?11년 전 남편을 하늘로 보내고 홀로 남은 엄마. 이제는 세 번째 냉장고의 속을 음식으로 가득 채우고 떠났던 아들이 돌아오는 명절을 기다리며 산다.이성부 시인의 어머니가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군대 보낸 아들을 기다렸던 것처럼.엄마의 전화를 받았던 그날. 터무니없이 써대는 술값을 아껴 냉장고 값을 보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일흔셋 엄마를 둔 마흔아홉 아들은 언제쯤이면 철이 들 것인지.새해 벽두. ‘올해는 속절없이 늙어가는 엄마의 힘이 되는 아들이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 약속 또한 지키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주름이 늘어가는 엄마를 보자면 더 늦출 수 없는 다짐이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구창웅

2019-01-31

설 명절엔 한복을 꺼내 입자

돌아오는 설날에는 장롱에 고이 모셔놓은 한복을 꺼내 거풍하는셈 치고 입고 나들이를 해보자. 색깔부터 고운 우리네 한복이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할 것이고, 어른들께 곱다는 덕담도 듣게 될 것이다. 덤으로 세뱃돈도 받게 될지 모르니 복주머니도 꼭 지참하길 바란다. 설 연휴 동안 한복을 입으면 어지간한 궁이나 옛 건물은 입장료가 무료이니 이 또한 덤이 될 수 있다. 포항 한복전문점 소예의 추은월 대표는 “한복은 품위와 격식이 생명인만큼 단정하고 우아하게 입는게 중요하다”면서“돋보이는 한복 스타일을 완성하려면 속옷을 꼭 갖춰 입고 제대로 입어야 한복의 아름다움을 잘 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여자한복 입는 법여성들의 경우 한복을 예쁘게 입으려면 겉옷 못지 않게 속옷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여자 한복은 여성들의 몸매를 속옷에 감추고 그 흐르는 듯한 선을 강조하는 의상이므로 맵시있게 입으려면 속옷을 반드시 갖춰 입어야 한다.속바지, 속치마를 갖춰 입는다. 속치마는 겉치마 보다 2~3cm 짧게 입어 겉치마 밑으로 빠져 나오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옷맴씨가 곱다. 또한 실루엣을 과장시킨 페치코트는 불편할 뿐 아니라 아름다운 곡선을 흐트리므로 평상복에는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복을 입을 때는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한복자태를 나타낼 수 있다. 치마는 겉자락이 왼쪽으로 여며지도록 입는다. 이때 치마 오른쪽 겉자락이 왼쪽으로 여며지도록 입는다. 이때 치마 오른쪽 끈을 치마 말기 안쪽으로 빼면 흘러내리지 않고 잘 고정돼 단정하다. 그다음 저고리를 입고 고름을 맨다. 저고리는 먼저 동정니를 맞추고 깃 고대와 어깨 솔기가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약간 앞으로 당겨 입어야 제 멋이 나며 이때 속적삼과 치마허리가 저고리 도련 밑으로 삐져 나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버선을 신는데 수눅(발등쪽 바느질 한 솔기)의 시접방향이 오른발은 오른쪽으로 왼발은 왼쪽으로 가도록 양쪽을 잘 잡아 중앙으로 마주보도록 당겨 신는다. 두루마기를 입었을 경우에는 치마자락의 앞폭을 여며 잡고 뒷자락을 여민다음 활동하기 좋게 허리띠를 맨다.□ 남자한복 입는 법남자의 한복은 바지-저고리-조끼(배자)-마고자-두루마기 순으로 입는다. 바지와 대님 매는 것만 신경쓰면 그리 어렵지 않다. 바지는 작은 사폭이 왼쪽으로 가도록 입고 큰 사폭을 허리 중앙에 접어서 왼쪽으로 주름이 가게 포갠다.대님은 안쪽 복사뼈에 바지의 사폭 시접선이 닿게 한 후 발목을 감싸 듯 바짓부리를 돌려 바깥쪽 복사뼈에 접은 선이 닿도록 하면 된다. 대님을 대고 두 번 돌려 안쪽 복사뼈에서 한 번 묶는다.매듭은 리본 모양으로 묶되 발목 안쪽에 오게 한다. 외출시에 마고자 차림은 예의에 벗어나므로 반드시 두루마기를 갖춰 입고 마후라를 단정하게 매는 것이 예의다.□ 한복에 어울리는 장신구△노리개노리개는 외형상 섬세하고 다채로우며 호화로운 장식이기도 하지만 정신적인 배경으로 ‘부귀다남’‘불로장생‘백사여의’등 행복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어느 장신구 보다 귀중히 여기고 아꼈다. 철에 따라 또 만드는 재료나 크기에 따라 위치나 방식이 다르다. 금·은 노리개는 주로 가을과 겨울에 사용하고 5월 단오부터는 옥노리개나 비취노리개, 단작노리개, 삼작노리개, 백옥, 비취, 당초, 십장생 등의 길조나 `아(亞)`자 모양을 새겨 여인들의 가족을 위한 염원이 담겨 있다. 자손만대의 뜻인 표주박 삼작이나 박쥐, 고추모양, 매미, 나비 모양의 노리개도 잘 어울린다.△반지반지는 많은 장신구 중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다. 가락지는 예나 지금이나 부부언약을 의미해 정절을 나타내기도 한다. 겨울에는 금지환, 봄에는 옥가락지, 마노지환, 가을에는 칠보 가락지 등이 잘 어울린다.△귀걸이귀에 착 달라 붙는 형태로 착용하는 것이 좋다. 칠보, 금, 은, 옥, 수정 등 계절에 맞게 사용한다. 어떠한 한복에도 목걸이는 절대 착용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한다.머리는 업 스타일이 누구에게나 가장 잘 어울리며 긴머리는 단정하게 모아서 뒤로 넘겨 묶는다든지 뒤꽂이 같은 머리 장신구를 사용해서 멋을 내보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한복의 관리 및 보관한복은 올바른 세탁법과 보관법, 간단한 손질법을 알아두면 언제나 정갈하게 입을 수 있다. 한복은 큰 행사나 명절에만 입기 때문에 자칫 손질을 소홀히 하면 다시 해 입어야 하는 손실이 따르기에 정리 보관하는 법을 제대로 알아두면 편리하다.평상시 한복을 자주 입는다면 꺼내기 쉽게 옷걸이에 걸어둬도 무방하지만 자주 입지 않는 한복을 구겨진다고 옷걸이에 오래 걸어두면 색이 바래고 올이 늘어져서 옷의 형태가 일그러진다. 그러므로 되도록이면 큼직하게 잘 개켜서 장롱에 보관하거나 넓직한 상자에 넣어 보관하도록 한다. 입을 때는 개켜진 부분의 고름, 소매, 치마폭 등은 꼭 다림질 해 입도록 유의한다. 한복은 소재가 얇고 섬세한 깨끼 바느질이 주종을 이루기 때문에 잦은 드라이클리닝을 하면 탈색되거나 바느질이 상할 우려가 많다. 음식물 얼룩이 생기면 마른천을 얼룩 뒤쪽에 대고 벤졸을 묻힌 후 젖은 천으로 가볍게 여러번 툭툭 두드리면서 얼룩을 지우도록 한다. 이때 손으로 얼룩 부위를 문지르거나 비벼서 천이 상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천연섬유인 명주나 자연염색 원단 등을 드라이 클리닝을 해야 하며 합성섬유는 손빨래를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손빨래를 할 경우 세탁기를 사용하면 옷감의 올이 튀거나 모양이 손상되기 쉬우므로 손바닥으로 살살 비벼서 빨아야 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도움말 = 추은월 포항 소예 대표

2019-01-31

설연휴 건강한 보양식겨울철 가족 기력 ‘UP’

이번 설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명절음식으로 더 건강한 보양식을 만들어 추운 날씨에 지친 가족의 기력을 북돋워 주자. 우리 명절 상의 단골메뉴인 떡국과 갈비찜, 식해의 건강하고 쉽고 맛있는 레시피를 소개한다.□ 메생이 떡국떡국은 설날에 먹는 대표적인 전통음식으로 조선시대 이전부터 떡국을 먹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맑은 국물에 쇠고기와 김 가루, 계란지단을 넣은 떡국을 즐겨 먹었다면 이번 설은 바다향 가득한 겨울철 별미인 메생이 떡국을 만들어보자. 청정지역에서만 자라는 매생이는 5대 영양소가 고루 든 식물성 고단백 식품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을 뿐만 아니라 숙취해소에도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재료: 매생이한묶음, 떡국떡 600g, 굴한컵반 정도, 국간장1술반, 다진마늘1술, 소금, 해물육수10컵(종이컵과 밥숟가락으로 재료를 계량한다)△만드는법1. 냄비에 멸치를 살짝 볶아 건새우와 다시마 1토막을 넣고 끓여서 만든 해물육수에 국간장과 떡국 떡을 넣고 센 불에서 떡이 떠오를 때까지 끓인다.2. 매생이는 체에 얹어 살살 흔들어 2∼3번 헹군 뒤 물기를 빼고, 굴은 소금을 넣고 살살 흔들어 씻어서 넣고, 다진 마늘을 약간 넣은 뒤 중불로 낮춰 2분정도 더 끓여 소금으로 간한다.□ 전복갈비찜명절에 가족이 모여 푸짐하게 차려진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을 때 단연 최고의 메뉴는 갈비찜이 아닐까. 타우린이 풍부하고 기력회복에 좋으며, 허약체질 개선에 도움이 되고 소고기와 궁합이 좋은 전복을 넣어 색다르면서도 건강까지 챙기는 전복갈비찜을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재료: 소갈비1kg, 전복5마리, 밤10개, 대추10개, 무1토막, 당근1개, 잣1술, 은행15개, 불린 건표고버섯, 양파1/4개, 대파1/2대, 통마늘5개, (종이컵과 밥숟가락으로 재료를 계량한다)△만드는법1. 소갈비1kg을 찬물에 담가 3시간 정도 핏물을 빼 준비해서 기름기를 떼어내고 칼집을 낸뒤 끓는 물에 손질한 소갈비를 넣고 겉면이 살짝 익으면 통마늘5개, 양파 1/4개, 청주3술, 대파1/2대를 넣고 20분 정도 익혀서 건져내고 국물을 면포에 걸러 육수를 만든다.2. 솔로 문질러 씻은 전복5개는 내장을 잘라내고 밑면에 바둑판 모양으로 칼집을 낸다.3. 진간장8술, 다진마늘2술, 다진파2술, 설탕2술, 배즙6술, 조청3술 참기름3술, 깨소금1술, 청주2술, 후추 약간 넣고 양념장을 만들어 1/2에 갈비를 버무린 다음 20분정도 재운다.4. 무는 큼직하게 썰어 모서리를 둥글게 돌려 깎고, 당근은 밤 크기로 썰어 모서리를 둥글게 돌려 깎는다. 불린 마른 표고버섯은 이등분 한다.5. 재운 소갈비에 육수4 1/2컵을 붓고 뚜껑을 닫아 센 불로 한소끔 끓인 뒤 중불로 낮춰 10분~15분 정도 더 끓인 후 무, 당근, 밤, 표고버섯, 돌려 깎아 씨를 뺀 대추를 넣는다.6. 남은 양념을 넣고 뚜껑을 닫아 센 불로 한소끔 끓인 뒤 중불로 20~30분정도 졸인다.7. 은행, 잣을 넣고 국물을 끼얹어가며 윤기 나게 졸여서 색깔 맞춰 푸짐하게 그릇에 담아낸다.□ 횟대기 밥식해전, 나물 등 명절 음식이 칼로리 높고 고소하고 맛있지만 계속 먹다보면 질린다면 우리의 향토음식 밥식해를 준비하면 어떨까. 새콤달콤하고 아삭하게 씹히는 무와 비린내 없이 쫀득한 생선과 잘 발효된 밥알이 입맛 돋우는데는 최고다.△재료: 홍치500g, 고춧가루150g, 고운고춧가루150g, 무1개, 설탕3T, 매실액2T, 엿기름가루4T, 멥쌀300g, 다진마늘3T, 다진생강1T, 소금(종이컵과 밥숟가락으로 재료를 계량한다)△만드는법1. 횟대기는 내장을 제거하고 머리 잘라내고 다듬어 뼈째 알맞은 크기로 썰어 물기를 제거해서 소금과 엿기름가루에 버무려 냉장고에서 하루 숙성시킨다.2. 멥쌀로 고슬하게 밥을 지어 식혀둔다.3. 무는 나무젓가락 굵기로 채썰어 소금에 절여둔다.도움말= 김미옥 포항시여성문화회관 요리 강사4. 절인무에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려서 양념과, 식힌밥, 숙성시킨 생선을 넣고 살살 버무려서 소금으로 간을 맞춘 뒤 항아리에 꼭꼭 눌러 담은 뒤 이불을 덮어 따뜻한 곳에서 3일 정도 두면 설 명절에 맛있게 먹을 수 있다.5. 명절 후에는 냉장고에서 보관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9-01-31

새해 첫 황금연휴 설 명절엔대구·경북서 제대로 즐겨보자

경북도는 전국에서 면적이 가장 넓다. 단순히 면적만 넓은 것이 아니다. 가장 길고 역동적인 동해안, 최고의 힐링과 웰니스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는 백두대간, 그리고 수많은 문화유산이 곳곳에 널려 있다. 한마디로 경상북도 전체가 관광지며 어딜 가든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경북도는 5일간 이어지는 기해년 설 연휴를 맞아 가족과 함께 즐기며 보낼 수 있는 민속놀이와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 다채로운 문화공연을 준비하고 있으며 설을 맞아 특별히 관광객들에게 세계문화유산인 경주 양동마을, 안동 하회마을과 봉정사 등 많은 관광지를 무료로 개방하거나 입장료를 할인해 운영할 계획이다. 도청 이전 후 경북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북부권, 울진에서 시작해 경주까지 800리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동해안권, 그리고 중서부권과 남부권까지. 설 명절 기간 방문하면 좋을 경북의 관광지를 권역별로 소개한다.안동과 영주를 중심으로 한 경북 북부권은 우리나라에서 전통문화유산이 가장 잘 보전된 곳이다. 하회마을과 무섬마을 같은 전통마을이 가장 많은 곳이며,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소수서원, 선비촌 등 유교문화가 살아 있는 곳이다.이번 설날에도 안동에서는 하회마을과 도산서원, 봉정사 그리고 영주 소수서원과 선비촌 소수박물관은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제기차기, 굴렁쇠, 연날리기 등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전통놀이 체험도 빠지지 않는다. 영양의 대표적 전통마을인 두들마을에 있는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은 조선시대 전통음식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하지만 전통문화만 있는 북부권이 아니다. 안동 문화관광단지에 조성된 유교랜드는 유교문화를 콘텐츠로 하는 테마파크로서 이번 설 연휴기간에는 20% 할인된 가격으로 운영한다.추운 겨울에 맞춰 운영되는 재밌는 겨울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도 눈에 띈다. 안동 암산유원지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꽁꽁 얼어버린 얼음 위를 썰매와 스케이트를 타며 신나게 달릴 수 있다. 암산얼음축제 때 만들어 놓은 이글루, 북극곰 등 신기한 얼음조형물도 그대로 있다. 청송 부동면 얼음골에는 국제아이스클라이밍이 열렸던 62m 대형 빙벽 아래에서 아이들과 함께 얼음조각을 공으로 놓고 하는 얼음축구를 즐겨 볼 수 있다.지난해 12월 23일 개장해 현재까지 7만여 명의 관광객이 몰려든 봉화 분천역 산타마을도 대표적인 북부권 겨울 여행지이다. 그리고 겨울에 추울수록 건강해지는 것을 한층 더 느낄 수 있는 온천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 바데풀과 수영장을 갖추고 있는 영주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주왕산 등산과 함께 이용하면 더욱 좋은 청송 대명리조트 솔샘온천, 경북 최초 보양온천으로 지정됐고 국내 유일의 100% 자연 용출수로 이뤄진 울진 덕구온천도 꼭 한번 이용해 볼만하다.대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다. 우선 많은 시민들과 귀성객들이 우리의 소중한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해 생각해 보고 대구의 원로작가와 신예작가의 작품도 감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회가 준비돼 있다.방짜유기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근대의 다양한 계층 여인네들 모습을 전시한 ‘근대의 우리네 여인들’이 열리고 있다. 또 국립대구박물관에서는 근대 여성의 한복을 재조명하는 전시회와 ‘영주 금강사터에서 만난 보물’이라는 주제의 전시회를 열고 있다. 또 대구미술관은 3·1운동 정신의 현재적 계승을 예술적 발현으로 살펴보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전’과 대구의 대표적인 원로작가인 전선택화백의 회고전을 동시에 개최한다. 설 연휴 동안은 무료로 개방되며, 돼지띠 관람객에게 기념품 증정 이벤트도 실시한다. 국립대구박물관과 문화예술회관 등에서는 팽이, 제기차기, 굴렁쇠 등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전통 민속놀이와 체험행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그런가 하면,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설을 맞아 미술관을 무료 개방한다. 전시관람과 함께 미술관 앞 광장에서는 전통놀이 체험도 가능하다. 전시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며, 설날 당일인 2월 5일에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전통놀이 체험은 미술관 앞 야외광장에서 가능하며 2월 4일부터 6일까지 매일 12시에서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이외에도 대구 중구의 ‘근대문화체험관 계산예가’에 방문하면 윷놀이와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 한복 및 근대의상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근대문화체험관 계산예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쌈지공원·김광석길 관광안내소는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개방(설 당일 제외)해 관광객의 편의를 도울 예정이다. 김광석 스토리하우스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관(월 휴관, 설 당일 제외)해 운영한다.경북남부권에 있는 경산, 영천, 청도, 고령, 성주는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경북관광의 핫플레이스라고 할 수 있다. 대구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대구시민들의 방문이 특히 많은 곳이기도 하다. 경산 갓바위는 연중 많은 불교 신자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평소에 찾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설 연휴에 꼭 한번 찾아가 보자.영천에는 보현산 가는 길에 별빛마을에 들러 보아야 한다. 이 마을에는 천문대 관측을 돕기 위해 가로등마다 갓이 씌워져 있고 골목길 돌담에는 어린왕자 이야기가 그려져 있어 동심을 한없이 자극하고 있다. 청도에는 이국적 이름과 분위기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프로방스 포토랜드와 와인터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화려한 조명과 색색의 빛깔이 함께 하는 산타마을 크리스마스 빛 축제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꿈꾸는 연인들에게 최고의 데이트 코스가 돼줄 것이다.고령과 성주에는 가야문화 탐방을 떠나 볼만하다. 고령에는 지산동 고분군 성주에는 성산동 고분군과 대가야박물관에서 옛 가야문화의 웅장함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성주 세종대왕자태실은 전국 최대 규모의 태실지로서 수양대군을 비롯한 세종의 왕자태실 18기와 왕손인 단종의 태 등 총 19기가 안장돼 있는 곳이다.푸른 바다와 함께 시원한 파도소리는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 줄 수 있다.경북의 동해바다를 걸으면 한국의 진짜 바다를 만날 수 있다.동해안 해파랑길 770㎞ 중 경북은 포항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영덕 블루로드 등 총 4개 구간(경주, 포항, 영덕, 울진) 18개 코스 약 295㎞를 차지하고 있다.경주에서는 주상절리와 대왕암, 포항에서는 호미곶과 영일대해수욕장, 영덕에서는 축산항과 괴시리 마을, 울진에서는 월송정과 망양정, 후포 등대 등을 따라 걷기를 추천한다.바닷길 따라 여행을 하며 겨울철 대표 먹거리 과메기와 대게, 물곰탕을 먹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경북에서 가장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경주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이번 설연휴에도 보문관광단지 보문호반광장에서는 레크레이션, 마술쇼, 통기타 공연이 포함된 특별행사와 민속놀이 체험부스를 운영하며 버스킹 공연도 예정돼 있다.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역사문화유적이 도시 곳곳에 펼쳐져 있다.이번 설을 맞아 양동마을, 대릉원, 동궁과 월지, 포석정, 오릉 등에서는 한복착용자에게 무료입장의 혜택을 제공한다.그리고 실질적으로 기해년의 첫날인 설날 아침에 감포 문무대왕릉을 찾는다면 최고로 멋진 일출을 볼 수 있을 것이다.경북 중서부권에 위치한 의성, 군위, 문경, 상주, 김천, 구미 등은 동해안권이나 북부권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이지만 그래도 지나칠 수 없는 관광지가 적지 않다.의성 조문국박물관에서는 제기차기, 투호놀이 등 전통놀이 체험이 준비돼 있다. 군위에서는 작지만 더없이 한적한 대율리 돌담마을과 화본마을, 그리고 사라온 이야기 마을을 만날 수 있다.해마다 걷기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문경새재 옛길, 김천 청암사 인현왕후길 등은 걷기 좋은 길로 추천할 만하다. 또한 김천 부항댐에서는 국내 최대 높이 93m의 짚와이어와 스카이워크를 즐길 수 있다. 상주에서는 낙동강 1경 경천대에 오른 후 상주자전거박물관에 들러 자전거로 낙동강을 달릴 수도 있다. 연휴기간에는 무료입장도 가능하다./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2019-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