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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무겁지 않다, 아프지 않다… 집에 돌아가면 나는 아버지니까

이제는 한국 관광객들에게 익숙한 유럽과 북아메리카와 달리 아직은 ‘미지의 땅’으로 인식되는 인도. 여전히 물질이 아닌 정신의 우월성을 믿고, 세상 모든 사물에 신(神)의 숨결이 스며있다고 생각하는 인도 사람들.운 좋게도 30일쯤 그 나라를 여행하며 인도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건 기자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만큼 ‘인도 여행’은 기다리고 바랐던 것이었다.짙푸른 남중국해 위를 날아 홍콩을 거쳐 도착한 인도의 ‘경제 수도’ 뭄바이(Mumbai). 그런데 이게 뭐지? 국제선 비행기가 오가는 공항이 한국의 조그만 도시 시외버스터미널 수준으로 조그맣고 지저분했다.놀라움과 탄식은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 내내 이어졌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울퉁불퉁한 아스팔트 도로 위에 누워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 그 곁으로 씽씽 내달리는 차량. 대체 그들은 왜 집에 가지 않고 길에서 잠을 청하는 것인지….적지 않은 돈을 주고 예약한 호텔도 마찬가지였다. 숙소의 문과 바닥 사이는 10cm쯤 떠있었고, 그 사이로 손가락 크기의 도마뱀이 들락거렸다. 창문 밖이 환하게 밝아올 때까지 그걸 지켜봐야 하는 심정이라니…. 여성 여행자라면 비명을 지를 게 분명했다. 기자 역시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한숨도 자지 못하고 날이 밝자마자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콧수염을 멋있게 기른 종업원이 조식을 제공하는 식당으로 안내해 따라갔는데, 콧속으로 스미는 낯선 향신료 냄새 탓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당연지사 어떤 음식도 먹지 못했다.혼잣말이 나왔다. “TV에서 본 ‘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가 이제 현실로 다가왔구나.”허기진 상태로 거리로 나섰다. 다음 날 인도 중남부로 출발하는 기차를 예약하기 위해서였다. 뭄바이역(驛)으로 가는 길. 도로는 그야말로 ‘난리 북새통’이었다. 버스와 택시, 오토바이는 물론 소가 끌고 가는 수레까지 뒤엉켜 있는 상황.패닉에 빠져있던 그때. 새까만 얼굴의 깡마른 사내 하나가 자전거를 개조해 만든 ‘사이클 릭샤(Cycle Ricksaw)’를 끌며 나타났다.“어디로 가세요?”“뭄바이역에 갈 겁니다.”“타세요. 택시 절반 가격으로 모셔다 드릴게요.”“그래요? 고맙습니다.”“제가 감사하죠. 어서 타세요.”그 조악한 ‘사이클 릭샤’의 뒷자리에 타고 20분쯤을 갔다. 달리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한국 중학생보다 조그만 사내의 등과 목덜미에서 흐르는 땀과 종아리 근육이 아프게 꿈틀거리는 걸 바로 목전에서 봐야 했던 탓이었다.뭄바이역이 가까워질 무렵. 기자는 ‘인간’과 ‘신’이 맺고 있는 관계를 더없이 따스한 시선으로 끈질기게 탐구한 시인 김현승의 작품 ‘아버지의 마음’을 떠올렸다. 때때로 ‘아버지’란 인간에게 신을 대위(代位)하는 존재이기도 하기에.김현승 시인은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시를 썼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대학교와 숭전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했던 그는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서정적이며 감각적인 작품 여러 개를 독자들에게 선보였다.언급한 시에 드러나는 ‘아버지의 휴머니즘’은 적지 않은 독자들의 가슴을 흔든다. 왜냐? 바깥에서 보여지는 아버지의 다양한 모습이 자식들 앞에선 단 하나의 모습으로 합일된다는 것. 그 ‘지향’은 바로 맹목적인 사랑. 언젠가는 사라질 인간이란 존재의 덧없음을 바라보며 변하지 않는 가치로 눈을 돌렸던 작가. 그에게 세상이 사람들에게 주는 서러움과 즐거움이란 어떤 의미였을까?신과 인간에 대한 회의와 신뢰를 번갈아 보여준 김현승 시의 가장 큰 미덕은 ‘맹목적 사랑을 지향하는 삶에 대한 낙관’이 아니었을까 싶다.땀을 바가지로 흘리며 목적지인 뭄바이역에 도착한 사이클 릭샤 기사가 “50루피만 주세요”라고 말했다. 한국 돈으로 1천 원이 되지 않는 금액. 그 돈이면 채소를 넣어 끓인 묽은 커리에 찰기 하나 없는 밥 한 주걱을 사먹을 수 있을 터였다. 인도에서라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차비.갑작스레 진원지 불분명한 슬픔에 휩싸여 100루피를 내밀었고 “잔돈은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뜻밖에 얻은 조그만 돈에도 터무니없이 기뻐하는 사이클 릭샤 기사의 웃음에 괜스레 미안해졌다.한국에서라면 커피 한 잔도 마시지 못할 100루피짜리 지폐를 받아든 그가 수차례 기자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인사를 전한 뒤 다른 손님을 태운 채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땀에 젖은 낡은 셔츠와 새까맣고 야윈 다리. 아, 이상스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돌이켜 생각해보면 ‘가난한 아버지’가 냉혹한 세상을 버티는 방식은 인도나 한국, 미국이나 프랑스가 다를 바 없을 터. 그들의 희생과 ‘뜨거운 포옹’이 아들과 딸을 키웠다. 그게 세상 어느 나라라고 다를까?20대에서 30대로 건너가던 무렵. 아버지를 생각하며 아래와 같은 졸시를 썼다. 지금 보면 부끄러운 문장일지라도.아버지꽃아이는 울며 돌아왔다다그치는 나에게 학교 안 동백나무가 베어졌다는의외의 대답망연자실, 묵묵부답먼 진원지에서 서러움이 괘종시계처럼똑딱거렸다아·버·지눈썹에 이슬 맺히는자욱했던 물안개길불 맞아 웅크린 짐승의 눈빛으로선홍색 동백은 점점이 반짝였다눈물 덜 마른 얼굴로 잠든꽃 그림의 셔츠만 찾는기르는 고양이와도 얘기를 나누는식물 같은 아이나의 아이세상 젤 서러운 꽃이라던잠시 한눈이라도 팔라치면시샘하듯 목을 꺾는 생명 같은어린 목숨 같은 꽃이라던 동백아버지는 흩어진 생명목숨의 조각들로 목걸이 만들어날 무등 태웠다아이의 꿈속에서 나무는 살아날까평화로운 잠으로 가고 싶건만다시 아기가 된 아버지의 응석에모조청자는 푸른 비명으로 깨어지고아버지당신 닮은 저 아이는저 아이의 아버지인나는./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류태규

2018-12-27

돌고래 뛰어올라 큰 눈 한번 흘깃, 그 속에 세상 담아 갔구나

많은 사람들은 착각 속을 산다. 자신이 발 디딘 땅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혹은 지구가 나를 가운데 놓고 자전과 공전을 한다는.이런 터무니없는 착각과 미망(迷妄)에서 벗어나면서부터 우리는 ‘어른’이 된다. 그런데 그건 행복할까? 이 땅에서 힘없는 어른이란 겨우 ‘외롭고 우울하며 더불어 아무 것도 아닌 존재’에 불과한데.인천공항을 차고 오른 비행기가 10시간 30분을 날아 호주의 브리즈번에 도착할 즈음. 내려다본 바다는 막막하고 드넓었다.지구라는 땅덩어리 전체를 보자면 호주 역시 하나의 ‘섬’이다. 그러나 그 섬이 기자가 50년 가깝게 살아온 나라보다 수십 배가 크다면….브리즈번 공항으로 마중 나온 지인의 차를 타고 시내로 향하는 길. 모든 게 한국보다 컸다. 운행되는 버스가 그랬고, 대형 차량이 달리는 도로의 폭이 그랬고, 길옆으로 보이는 공장과 호텔이 그랬다.무지막지하게 큰 땅 위에 지어진 거대한 건물과 아스팔트 길. 그게 호주를 생전 처음 본 사람의 첫 느낌이었다.비단 사물만이 아니었다. 브리즈번은 사람들도 컸다. 기자의 키는 183cm, 몸무게는 87kg 정도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선 결코 작은 체격이라 할 수 없는 몸피. 그러나 호주 사내들 앞에선 ‘아기’처럼 보였다.시내에서 만나 정류장의 위치를 알려준 청소부의 몸무게는 족히 120~130kg은 넘어 보였고, 버스운전수 역시 키가 2m에 육박했다. 뿐 아니다. 해가 저물고 술집에서 만나 맥주 한잔을 나눈 호주 술꾼이 악수를 하자며 내민 손바닥은 야구 글러브 크기였다.전우치의 황금대들보 /최두석옛날 어느 극심한 보리 흉년 쌀 흉년에 전우치는 구름을 타고 세상 임금들의 처소에 야간 돌입해 옥황상제의 궁궐을 짓는다고 속여서 금대들보 금서까래를 거두어갔다.그래 백성들을 구휼하는 데 서까래를 쓰고 대들보는 남아 내 고향 들판에 묻어 두었다고 전하는데 가을 벌판이 온통 황금빛으로 출렁일 때면 정말 믿고 싶던 이야기였다.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개울이나 두엄자리에 던져두고 동무들 모두 들을 떠났다. 이발사, 운전수, 자개공, 면서기, 외판원이 되어.유일하게 남아 있던 김오중이는 땅마지기에 과수원까지 착실한 그래도 부농이었지만 마땅한 색시가 없어 시무룩했다.마침내 농약 먹고 뒷산에 묻혔는데, 오랜만에 귀향한 내가 캄캄 무소식인 채 그의 집에 들었더니, 애써 결혼한 신부의 가슴에서 젖이 물큰 솟아나왔다 한다.▲ 모든 게 다 큰 호주에서 떠올린 한국의 작은 마을놀라움은 계속적으로 이어졌다. 조그만 동네에 갖춰진 바비큐장도 컸고, ‘호주 마트’의 주류 코너 하나는 어지간한 한국 마트 전체 크기만 했다. 숫자를 헤아리기 힘든 다양한 종류의 포도주와 맥주, 위스키와 버번. 거기에 보드카와 테킬라까지.점심을 먹고 산책하러 간 브리즈번 ‘동네 바닷가’ 역시 그 사이즈가 어마어마했다.다음 날 1시간쯤 자동차를 타고 가서 만난 골드코스트(Gold Coast)는 ‘크기로 여행자의 기를 죽이는 호주 관광’의 절정이었다. 아무리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해변의 길이가 30km가 넘는다고 했다.부산 해운대와 강릉 경포대, 포항의 영일대해수욕장 백사장을 산책하면서도 힘겨워했던 기억이 새삼스러웠다.그런데 무엇 때문이었을까? 사람을 압도하는 호주의 거대한 풍경들 앞에서 기자는 괴이하게도 아주 ‘작디작은 한국 마을’의 말없는 한 시인을 떠올리고 있었다.▲‘가난하고 외로운 꿈’도 짓밟히지 않는 세상시인 황지우(66)로 하여금 “친구와 선후배 중 진짜 시인은 두석이 뿐이다”라고 말하게 만든 사람 최두석(62)은 서울대를 나와 교수로 일하고 있다. 10여 년 전이다. 그를 서울 북쪽의 어느 강변 허름한 식당에서 만났다.그날 동석한 소설가 두 명과 기자 하나가 취중에 오만 가지 잡설을 내뱉는 가운데서도 최두석은 바위에 새긴 부처처럼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보일 듯 말듯 희미한 웃음만을 머금었을 뿐.최 시인은 한여름에도 울울창창 어둡고 서늘한 그늘을 만드는 대나무 숲으로 유명한 담양에서 태어났다. 피 뜨거운 선비 양산보(梁山甫·1503~1557)가 스승 조광조의 죽음에 절망해 은둔했던 소쇄원(瀟灑園)이 있는 조그만 도시.위에 언급된 시에선 자신의 고향이 가렴주구(苛斂誅求)에 시달리던 백성을 구하고, 새로운 세상을 세우려던 봉건시대의 영웅 ‘전우치’가 금으로 만든 대들보를 숨겨 놓은 곳이라 믿는 최두석의 ‘문학적 순정’이 그대로 드러난다.하지만 어린 날의 꿈과 순정이 깃든 고향은 더 이상 아름다운 ‘추억의 공간’이 아니다. 그곳에선 먹고살기조차 힘들어 ‘이발사, 자개공, 면서기, 운전수, 외판원’이 돼 고향을 떠난 친구들. 어떻게든 거기서 삶의 뿌리를 내리려던 친구는 슬픈 죽음과 마주해야 했다.긴 세월이 흐른 뒤 마침내 텅 빈 창고 같은 고향을 찾아간 시인. 거기서 만난 죽은 친구 아내의 젖먹이를 보는 심정은 어떠했을까? 모두가 알다시피 ‘아기’란 희망의 메타포이자 상징이다.당연한 이야기지만, 큰 나라에서 태어난 큰 인물만이 세상을 바꾸는 건 아니다. 때론 조그만 마을의 보잘것없는 서생(書生)도 거대한 변혁을 꿈꾼다. 최두석 또한 그런 꿈속을 달리지 않았을까. 이는 시인의 본원적 역할이기도 할 것이기에.▲ 거대한 고래를 보며 떠올린 ‘소박한 희망’브리즈번 여행의 마지막 날. 고래를 보러 바다로 나갔다. 커다란 꼬리를 휘두르며 짙푸른 물결 속으로 자맥질하는 20m짜리 포유류. 신비롭고 아름다웠다.거대한 고래가 아득한 수평선 너머로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돌아온 오후. 브리즈번 강변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과 만났다.“당신 나라는 뭐든 다 큰 것 같다”는 동양인 여행자에 말에 푸른 눈동자를 빛내며 호주 사내가 웃었다. 돌아온 그의 대답은 의외로 소박했다. “다들 고래를 꿈꾸지만 모든 사람이 고래처럼 살진 못하겠지요.”바로 그때였다. 호주 ‘큰 바다’가 아닌 포항 ‘작은 바다’에 기대 살아온 ‘평범한 사내’에 관한 시를 쓰고자 다짐한 것은. 아래 졸시는 그 결과물이다.대게잡이배 선원 철구 씨45세 철구 씨는 우즈베키스탄으로 간다여기서 구하지 못한 아내 거기라고 찾아질까성질 마른 철구 씨, 고등학교 2학년 때선배 둘 코뼈를 내려앉히고머리통 쥐어 박히며 아버지와 대게잡이 배를 탔다바닷바람은 매웠고 손등은 갈라 터졌다그러나 정직한 노동은 정직한 돈을 가져다주고솜털 같은 턱밑 수염이 어느새 억세진 서른여덟포항운하가 내려다뵈는 아파트의 주인이 됐다영어로 제 이름을 쓰지 못하는 철구 씨‘세진 베르체’라 적힌 제 집의 스펠링도 뜻도 모른다흑룡강성에서 왔다는 여자는 곰살맞았다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철구 씨 매일 웃었다그녀가 빚은 커다란 만두와 독한 고량주가 달았다겨울 태풍에 조업이 난항을 겪었다예정된 3박4일을 넘겨 현관문을 열었다.손에는 여자가 좋아하는 매운 돼지찜을 들고없었다 아무도, 아무 것도 없었다싸구려 헤어드라이어까지 사라졌다며칠을 주저앉아 제 잘못을 떠올리고자 했다그러나 없었다, 아무 것도 없었다칠순 노모는 같이 울었고팔순 아비는 돌아서 줄담배를 피웠다열일곱 때처럼 철구 씨 머리통을 쥐어박았다그리곤, 우즈베키스탄행 비행기 표를 내던졌다중앙아시아 사막을 내려다보며 홀로 돌아오는 길비행기 창은 왜 이리 좁디좁은 것이냐공짜 위스키에 취한 철구 씨는 눈물을 쏟았다폭풍에 흔들리는 주먹만한 배 위백척간두 목숨 앞에서도 흘린 적 없는 눈물이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호주관광청

2018-12-20

경제·관광·복지 모든 분야 역량 총동원해 대가야 부흥역사 재현

고령군민들의 만족도 1위, 삶의 질 1위 도시 완성을 위한 힘찬 도약이 시작됐다. 곽용환 고령군수는 민선 7기 출범과 동시에 새로운 군정 목표로 ‘더 큰 고령, 더 행복한 군민으로’정했다. 지역경제, 문화관광, 복지, 열린행정을 표방하고 있는 고령을 완성하는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곽 군수는 군민 삶 속으로 더 가까이, 더 친밀하게 다가가 군민에게 박수 받는 군수가 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열린마음으로 군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58만평 4개 산업단지 조성 순항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추진도로 확·포장, 전선지중화로도시미관 바꾸고 안전성 높여◇ 100년 내다보는 경제기반 구축고령군은 산업단지와 미래전략산업으로 신 낙동강 시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준비하고 있다.고령군은 광주-대구간 고속도로와 중부내륙 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사통팔달의 교통 여건과 대구광역시 성서공단 및 대구국가산업단지가 인접하고 있어 기업입지의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현재 산업·농공단지 5개소가 운영 중이며 낙동강을 축으로 동고령, 월성, 열뫼, 송곡지구 4개 단지 58만평에 조성중이다. 동고령일반산업단지는 성산면 박곡리 일원에 23만평 규모로 조성중이며 공정율은 80%이고, 월성일반산업단지는 다산면 월성리 일원에 20만평 규모로 올해 3월에 착공해서 202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또한 송곡일반산업단지는 다산면 송곡리 일원에 8만평 규모로 올해 8월 행정절차를 마치고 보상 중에 있다.3개의 신규 산업단지는 기존 고령 1, 2차 산업단지와 연계해 대구 성서산업단지는 잇는 경제 축이 될 것이다. 또한 개진면 직리 일원에 7만평 규모로 조성중인 열뫼일반산업단지는 2019년 준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올해로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 2년차를 맞이한 고령대가야시장은 지역민과 관광객들의 소통을 위해 매월 대가야 시장 토·일 문화축제를 개최하고 있다.또한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는 고등학교와 상인, 지역민이 함께 시장활성화와 먹거리 개발을 위한 요리경연대회 개최, 가을여행 주간과 함께 쇼핑관광축제인 코리아세일페스타 개최, 사진전과 미술대회 등 다양한 사업들을 통해 특색있는 전통시장으로 탈바꿈해 가고 있다. ◇세계속의 대가야문화벨트 완성문화관광산업은 굴뚝없는 황금산업이다.고령군은 독특한 매력과 테마로 1천600년전 찬란하고 아름다운 대가야문화를 현재로 불러오고 있다. 또 관 주도의 관광체계를 벗어나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관광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령군관광협의회를 통해 민간중심 체제로 탈바꿈했다.올해로 14회째를 맞은 대가야체험축제는 신4국의 개벽이라는 주제로 3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고령을 다녀갔다.11년 연속 대한민국 문화관광 우수축제에 걸맞게 매년 새로운 주제로 특화된 프로그램을 펼쳤다. 정부 국정과제인 가야사 복원에 동참하고 가야문명을 재조명하고자 가야문화권지역발전 시장군수협의회에 소속된 영호남 22개 지자체들이 동참해 우애를 다졌고 11월에는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가야의 노래라는 주제로 가야문화권 합창연합회 합창제가 고령군에서 개최돼 노래를 통해 통합과 공동발전을 염원하는 자리가 됐다. 대가야 역사복원과 부흥을 위해 추진중인 지산동 대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는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공동추진단 발족에 이어 지난 8월 영호남 10개 지방자치단체가 손을 잡았다. 문화재청, 경상남도, 전라북도, 경상북도, 김해시, 함안군, 창녕군, 고성군, 합천군, 남원시, 고령군 등 영호남 3개 도와 7개 시군이 참가한 가운데 업무협약을 맺고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안전하고 편리한 도시기반 구축고령군의 첫 인상이 확 바꿨다. 26번 국도에서 도심으로 진입해 고령광장으로 잇는 주요 관문대로의 확장사업을 통해 450m 구간에 조형소나무 52그루가 식재돼 회전교차로의 경관은 고령의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도심에 작은 솔숲을 옮겨놓은 듯한 고령관문도로는 운전자와 보행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다.2020년까지 예산 65억원을 투입해 고령파출소~하수처리장 기존 2차로 구간을 4차로로 확포장하는 고아리 대가야 역사·문화벨트 연계도로 확포장 공사를 시작한다. 가야문화권 특정지역 개발계획 시행에 따른 거점지역 개발사업 일환으로 추진되는 본 사업은 지역균형발전 촉진 및 지역경제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산뜻하고 쾌적한 도시를 위한 전선지중화 사업은 계속된다.2008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0년간 총사업비 235억원을 들여 대가야읍 전체 4천320m에 대가야읍 왕릉로, 우륵로, 시장1길 및 지산도로, 중앙로까지 이어왔다.대가야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도 시장통로, 대가야우회도로 2천400m 구간을 계속 지중화하고 있다. 군민의 안전한 생활 환경 조성을 위해 총 3억9천만원의 예산을 투입, 관내 주요도로변 및 우범지역 55개소를 대상으로 방범용 CCTV 74대를 설치 완료했다.올해도 CCTV 설치는 신설도로와 주민 밀집지역 및 마을방범, 농산물 절도, 여성 안심구역, 주민민원과 건의 등에 집중하여 군민의 체감도를 높였다. ◇신성장동력 구축 농업경쟁력 향상 연초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마늘, 양파 등 밭 작물의 피해가 우려됐다.과거 3년 평균 53%인 90mm에 그쳐 가뭄 해갈을 위해 10억원대 스프링클러 지원을 통해 밭 작물 재배 농가 470여명 큰 피해를 예방했다. 군의 발 빠른 농정으로 군민들의 시름을 덜 수 있었다. 또한 폭설로 인한 시설하우스 피해의 신속한 복구를 위해 220명의 인력을 투입해 긴급복구를 추진했다.민선 7기 농업부문 중점과제인 농업회의소 설립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2018년도 시범사업에 선정됐다.농업회의소는 농업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역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간주도형 대의기구다. 농업인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농정에 참여해 행정과 민간의 협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 한해도 새로운 소득원 개발과 농업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교육과 컨설팅을 실시했다. 농식품 수출확대 및 수출현장 애로해결을 위한 목적으로 찾아가는 수출현장 종합컨설팅을 실시했고 국제 전문가를 초빙해 관내 딸기고설양액재배 전 농가를 대상으로 강소농 경영개선 교육을 실시해 농가 소득증대에 도움을 줬다.◇더불어 다 함께 잘사는 복지 실현고령군 복지브랜드인 대가야희망플러스는 민선6기 공약사업으로 시작된 지역연계모금사업으로 고령군·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고령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의 협약을 통해 지역민의 기부금을 어렵고 소외된 복지 사각지대 이웃을 위해 생계비, 의료비 외에도 지역특화사업 등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화사업으로서 취약계층 독거노인의 건강 및 안전관리를 위해 응급안전알리미시스템 설치 사업을 추진했다.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70여대 외 응급안전 담당자와 생활관리사가 선정한 고위험군 30가구에 대하여 우선 설치해 독거노인 가구의 안전을 지키고 있으며 기획사업으로서 중증장애인과 거동불편 저소득층 100세대를 대상으로 원격조정 LED 실내등 설치 사업을 추진해 장애인들의 생활속 불편함 해소에 도움을 줬다.▲ 대한민국발전대상을 수상한 곽용환 고령군수.장기요양 1~2등급자와 1~2등급 장애인 중 뇌병변, 지체장애인을 사업대상으로 선정해 중증 장애인들에게도 도움을 주게 된다. 또 가스사고 예방과 서민층 생활안정을 위해 작년까지 2천19가구에 가스시설을 개선했고, 780가구에 타이머콕을 보급했으며 금년에는 6천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취약계층 670가구(금속배관 교체 180, 타이머콕 설치 490)에 지원할 예정이다. 고령군에는 현재 176개소의 착한가게가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매출액의 일정액을 약정해 나눔을 실천하는 착한가게는 가입률이 경북 시·군 중에서 5번째로 높아 지역의 나눔문화 확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령/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18-12-18

세계로 뻗어 나가는 ‘문경 오미자’ … 붉은 돌풍 예고

문경오미자가 딜리셔스 오미자로 대변신 중이다. 대한민국 6차 농업 모델로 각광받던 문경오미자산업이 다소 주춤해 지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문경의 오미자농가와 문경시가 ‘맛있는 오미자 만들기’로 위기 탈출을 노리고 있다.지난 2017년 오미자축제를 계기로 마을마다 가장 맛있는 오미자음식을 만들어 경진대회를 열고, 그 음식들을 축제장에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맛보여 오미자축제가 성공을 거두는데 크게 기여했다.올해 문경오미자 축제의 슬로건은 ‘오미자의 맛있는 변신은 무죄’,‘딜리셔스 문경오미자’였다.축제장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오미자청과 오미자음료에 머물러 있던 오미자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오미자 한우갈비, 오미자 요구르트 등 100여 가지의 다양한 음식으로 체험할 수 있어 놀라워 했고 오미자의 맛과 향이 어우러진 음식 맛에 또 한 번 놀랐다.북오미자 최대 생산지 문경건강·미용 식품으로 해외서도 인정다양한 요리 등으로 로컬 특색찾아도시 브랜드 가치 높이기 최선◇ ‘맛있는 문경 오미자’로 승부올해 문경오미자는 국가적 경기침체와 기상악화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다시 활기를 띠면서 농가들은 희망을 갖기 시작했으며 다소 침체기를 맞았던 오미자산업 또한 ‘맛있는 문경오미자’라는 비전으로 제2의 부흥을 꿈꾸고 있다.문경에 오미자가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993년 백두대간에 자생하고 있던 야생오미자를 시험적으로 이식 재배하면서 부터다. 재배가능성을 알고 난 뒤 1996년 1ha의 시범사업을 거쳐 재배면적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2004년 전국의 45%를 생산하면서 명실공히 제1주산지이자 오미자의 메카로 자리잡았다.2005년부터 2010년까지 오미자건강클러스터사업으로 확실한 오미자산업의 기반을 구축했고 2006년 문경오미자산업특구로 지정됐다.2009년 지리적표시제로 등록했고 2015년부터 6차 지구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대통령상이나 친환경브랜드 10년 연속 수상 등 다른 작목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뒀다.오미자는 ‘본초학’이나 ‘동의보감’, ‘향약집성방’ 등 옛 문헌에 나타나듯이 시고, 달고, 맵고, 쓰고, 짠 다섯 가지 맛을 가진 영약으로 거담, 진해, 보신, 강음강정, 부녀음냉 등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전해오고 있다. 쉬운 말로 하면 오미자는 성기능 및 면역력 강화, 원기 강화, 시력강화 등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오미자는 노니나 아사히베리, 아로니아 등과 비타민C, 무기질 등의 함량을 비교했을 때 칼슘은 최고 30배, 칼륨은 5~30배, 마그네슘은 10배 이상 많이 함유 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활성 성분도 리그난 화합물 17종 등 건강기능 성분이 뛰어나다.◇ 세계 최고의 오미자 생산 자신문경시는 2007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의뢰해 ‘고혈압 및 심혈관 질환예방과 신물질탐색 및 신물질의 작용기전 규명’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등 지금까지 10개 분야의 연구과제를 통해 건강기능을 규명해 왔다.국내 자생오미자는 북오미자(S.Chinesis Baill)와 흑오미자, 남오미자 등 3종류로 문경에서는 일반적으로 오미자라 불리는 북오미자가 재배되고 있다.전 세계적으로 오미자는 우리나라 백두대간의 산간지역과 중국 종북구와 북부 일부지역, 일본 홋카이도와 혼슈 중부지역,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 생산되지만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곳이 문경이다.문경은 남한에서 가장 긴 구간의 백두대간 지역이기도 하지만 가장 먼저 오미자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체계적인 재배방법, 품종연구 등을 해 왔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오미자생산을 자신하고 있다.문경오미자가 세계 최고로 꼽히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생산자협회를 중심으로 한 청정제품 생산과 우수한 기술연구 시스템, 가공산업에 대한 당국의 지원, 업체들의 자생력이 그것이다.오미자생산자협회는 친환경 오미자를 생산하기 위해 뭉친 생산자 단체로 오미자 가공제품에 질 높은 원료를 공급하는 주역이다. 문경의 오미자연구기반은 당연히 다른 지역에서는 쫓아올 수 없는 수준으로 친환경미생물센터, 토양검정실, 오미자연구소, 친환경오미자대학 등 다양하게 운영된다.특히 문경시농업기술센터가 운영하는 가공지원센터나 향토음식학교는 새로운 오미자 음식 개발과 가공제품의 테스트 등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실제적으로 문경오미자 가공산업의 산파역을 한 곳이다. ◇ 美 멜라니 여사가 마신 오미자주스 비즈니스센터나 창업보육센터는 유통마케팅을 지원한다. 창업에 따른 위험도를 낮춰 가공이나 유통업에 뛰어든 업체들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이 같은 노력 덕분에 가공기술 100여종을 보유하게 됐고 가공업체 및 체험관은 50여 곳에 이른다. 기술과 가공, 유통에 이르기 까지 문경시의 적극적인 보육정책은 자생력 높은 오미자산업의 밑거름이 됐다.상당수 업체가 자생력을 가지고 국내 시장 뿐 아니라 해외시장도 많이 개척했다. 독자적 오미자음료 개발에 적극적인 문경오미자밸리영농조합이나 오미자 김을 만드는 문경미소 등이 대표적인 업체로 세계 각국에 수출 길을 뚫었다.지난해 청와대를 방문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 여사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바쁜 일정으로 아침식사 대용으로 비타민주스를 마시는 멜라니 여사를 위해 오미자주스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2018년 1월에 개최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오미자막걸리가 공식 건배주로 활용되어 조선왕실에서 이어진 오미자의 위상이 그대로 현대에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프랑스 음식박람회에서 선풍적인 찬사를 받는 등 오미자음료나 와인의 글로벌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됐다.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수출에 성공한 것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세계적인 음료 체인인 스타벅스에서도 오미자제품으로 히트를 쳤으며 서울 하얏트호텔에서도 오미자칵테일을 판매하고 있다.◇오미자, 문경만의 독특한 문화로올리브는 스페인에서 최다 생산을 하지만 올리브유를 통해 소득을 가장 많이 올리는 나라는 이탈리아다. 지중해 기후를 배경으로 올리브 생산적지를 강조시키고 올리브유와 절임올리브, 발사믹식초와 올리브유를 콜라보해 미용건강식품으로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속에서도 오가닉시장과 건강, 뷰티시장은 매년 성장가도를 걷고 있다. 건강과 미용은 세계적인 소비 트렌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문경오미자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식품 소재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강력한 항산화 기능을 갖고 있는 로맨틱한 안토시아닌의 천연색소, 고전문헌과 과학적 규명을 통해 밝혀진 다양한 건강기능, 오감을 충족시키는 다섯 가지 맛에 문경이라는 청정자연환경에서 한국 최고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오미자는 이제 세계인의 식탁을 매혹시킬 최고의 식품소재로 떠오르고 있다.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은 미슐랭 스타를 가장 많이 보유한 도시로 유명한데, 코펜하겐은 도시를 활성화시키는 수단으로 푸드투어 가이드를 육성하고 푸드투어를 활성화하고 있다.코펜하겐의 식도락사업은 도시의 브랜드 가치 제고는 물론, 로컬 식재료의 소비확대 및 부가가치 다양화로 관광객이 급증하는 큰 변화를 끌어냈는데 여기서 가장 주목할 점은 바로 로컬 식재료로 음식을 차별화했다는 것이다. 딜리셔스 문경오미자를 내세운 문경시의 전략은 앞으로 그 성과가 크게 기대된다.문경오미자는 문경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경/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18-12-17

지역 주도형 다각적 지원으로 청년 일자리 1만 명 이상 창출 목표

지방중소도시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떠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게다가 실질성장률 하락의 저성장기조가 고착화되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 일반화되고 있다. 특히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 소멸로 인한 청년 고용 부진이 심화되고 있어 청년 일자리 문제는 이제 한국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실제 청년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과의 격차가 2배 이상 확대되면서 청년 체감실업률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청년일자리 예산으로 3조1천여억 원을 투입, 다양한 청년일자리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과 17개 광역단체 시·도지사가 모인 자리에서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일자리 선언’도 채택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본격적인 협력 체제를 구축해 ‘총력전’에 나서기로 한 셈이다. 경북도도 4년간 3조원을 투입해 일자리 10만개를 만들기에 나섰다. 이를 위해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위원장으로 지역 노·사·정이 함께 하는 ‘좋은 일자리위원회’가 본격 출범했다. 정부와 경북도의 정책 맞춰 안동시도 다양한 일자리 정책들을 마련해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청년일자리 현황우리나라의 청년고용률은 2013년 이후 지속해서 증가추세에 있으나, 그 증가 폭은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청년고용률(15∼29세)은 42.1%를 기록했다.통계청의 최근 10년간의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청년 취업자 수는 2013년을 기점으로 감소추세를 멈추고 증가추세로 접어들었지만 그 증감률은 미세하다.지난해 청년 취업자 수는 전년대비 1만2천여 명 감소한 390만7천여 명을 기록했다.이는 20∼24세 연령층의 취업자 수 감소 때문으로 전년대비 4만7천여 명이 감소했다.반면 다른 연령대에서는 증가했지만 그 폭이 작았다.최근 청년 취업자 수는 감소한 반면 고용률이 오른 것은 청년층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청년층 생산가능인구는 2013년 이래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청년층 생산가능인구는 2016∼2017년 1년 사이 약 7만7천명이나 감소했다.우리나라의 청년고용률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2016년 우리나라의 15∼24세와 15∼29세 청년고용률은 각각 27%와 42%로 OECD 평균보다 각각 14, 10%p 낮았다.청년실업률은 청년고용률이 증가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함께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경제활동인구의 증가에 따른 청년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지난해 9.9%(전년대비 0.1% 증가)를 기록했다. 이는 공시생 등 취업준비생의 시업응시 확대 등의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또 힘겨운 취업난을 뚫고 첫 일자리에 취업한 청년들 대부분은 2년 안에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청이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를 통해 드러났다.청년들 절반이상이 ‘근로여건 불만족해’ 그만둔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도 청년일자리 정책과 방향경북도의 청년 실업률 역시 10% 이상을 상회하고, 지역 고령화와 청년유출의 원인으로 청년경제활동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하는 등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특히 도는 2022년이 되면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20대 청년인구가 현격히 줄어들어 노동시장 구조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향후 4년간이 지역 일자리 문제 해결의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했다.이에 따라 경북도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위원장을 포함해 3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좋은 일자리 위원회’를 출범했다.경북도는 우선 양(量) 위주 일자리 정책에서 탈피해 일자리 질(質)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로 일자리정책의 방향을 재설정했다.이를 위해 △문화관광 일자리 △기업 일자리 △농업 일자리 △투자 일자리 △복지 일자리 △사회적 경제 일자리 등 6대 중점 추진과제를 선정했다.도는 재정 3조원을 투입하고 투자 유치 20조원을 달성해 좋은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최근 경북도의 이 같은 계획에 청신호가 켜졌다. 도가 추진한 행안부 주관 청년일자리 창출 사업에 무려 37개 사업이 최종 선정되면서 국비 266억원을 확보했다.이들 대부분의 사업이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으로 기존 국고보조사업 추진방식을 탈피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지역자원을 활용해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지자체 주도의 상향식(Bottom-up) 일자리 사업으로 △지역정착지원형 △창업투자생태계조성형 △민간취업연계형 등 3개 유형으로 추진된다.이에 도는 내년부터 지역정착지원형에 11개 사업, 207억원(국비)을 투입해 1천725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또 중소기업 및 사회적 경제기업 등에 1천435개의 청년일자리를 제공하고, 신규로 경북형 월급을 받는 청년농부 일자리 사업(16명)과 청년복지 행복도우미 사업(225명)도 새롭게 추진해 청년농업인 일자리와 복지 분야 일자리를 늘려간다는 방침이다.창업투자 생태계조성형에는 3개 사업(26억원)을 추진해 328명(창업 280명, 직업훈련 48명)에게 일자리 기회를 제공한다.도는 도시청년 시골파견제(200명)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이번에 국비를 확보한 청년마을일자리 뉴딜사업(80명)으로 지역 청년들을 위한 창업 지원과 공동체 복원에 나설 계획이다.민간취업 연계형에는 23개 사업에 33억원(국비)을 투입해 721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한 고급인력 양성사업인 청년 연구인력 지원 사업을 300명(올해 48명)으로 확대하고 벤처기업 청년인재 매칭과 AI·빅데이터 청년일자리 사업(40명)을 새로 추진하기로 했다.◇ 안동시 청년일자리 정책과 방향안동시의 경우 2015년 3만8천여 명이던 20∼30대가 해마다 1천여 명 이상씩 줄어 지난달 기준 3만4천여 명으로 3년 사이 4천여 명이 줄었다.이처럼 지역의 청년 인구가 줄어든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이에 따라 안동시는 청년들이 지역에서 머물며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청년 중심의 정책을 선도적으로 발굴하고 집중적으로 육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선제적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앞서 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일자리경제과와 투자유치과 업무를 조정, 청년일자리 창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을 일부 개편했다.또 일자리 1만 명 이상을 목표로 설정하고 경북도와 함께 청년일자리 정책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우선 안동시는 경북 최초로 ‘같이 모여 함께 일하는 창업 공간’인 ‘경북 북부권 청년창업지원센터’를 설치했다.이 센터는 낙후된 경북 북부지역의 특화분야 청년 창업자를 발굴·육성해 청년 취·창업 활성화 및 우수 청년 창업자와 기업 배출하기 위해 조성됐다.경북도와 시는 2021년까지 34억2천여만 원을 들여 안동·영주·문경시와 예천·의성·봉화·영양·청송군 등 8개 시·군의 청년 예비창업가를 대상으로 도내 협력기관들과 유기적 협업을 통해 장기적인 창업 보육 모델을 구축한다.안동시는 올해 시비 18억3천여만 원을 투입해 △외국어 통역안내원 △자활사례관리사 △농촌 이동복지관 사업 △영구임대아파트 활성화사업 △사회복지관 사례관리사 △통합사례관리사 지원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 △1사1청년더채용 릴레이 운동 △취업박람회 개최 △청년·창업 지원사업 △대학생 공공기관 직무체험 지원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경북형 사회적경제 청년일자리 사업 △청년괴짜방 조성 △중앙신시장 청년몰 조성사업 등 약 33개 사업에 대해 총 377명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했다.최근에는 중앙신시장 청년몰 조성사업을 통해 창업가 20명의 새로운 창업 도전기를 시작했다. 시는 앞서 지난해 15억원을 투입, 중앙신시장 1·2지구 포목상가에 청년몰을 설치해 현재 27명의 청년CEO들이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시는 올해는 경북도와 함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시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 5천680여만 원을 투입해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2억1천여만 원을 투입해 사회적 경제 청년일자리 사업도 벌인다.또 시는 청년 등 미취업자에게 직장체험과 경력을 쌓는 기회를 제공하고 정규직으로의 취업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중소기업 인턴사업제’를 운영하고 있다.이 제도는 인턴을 채용한 기업에게는 청년 1명당 100만원씩 2개월간 200만원 지급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한 근로자에게는 10개월간 300만원을 직접 지급하는 제도이다.시는 올해 1천900만원을 투입해 현재까지 6명을 지원하고 있다.이밖에도 대학일자리센터를 지원, 취업·진로·창업·해외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대학교와 연계해 만18∼39세 이하 예비 청년 창업가들에게 창업활동비를 지원하고 있다.권영세 안동시장은 “이젠 외형보다는 사람 중심 가치를 실현하는데 시정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극심한 취업난을 타개하기 위한 청년일자리 창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한편 안동시의회는 최근 안동시 청년일자리 창출 및 고용 촉진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조례안을 발의한 김경도 의원(중구·명륜·서구)은 “청년 일자리창출은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 등 최근 산적한 난제 해결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농촌 삶의 질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청년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발굴에 지혜를 모으자”고 말했다.◇ 청년일자리의 현실과 과제일각에서는 청년일자리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시각과 달리 청년들의 고용사정이 곧 개선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반면, 4차 혁명시대에 기인한 고용형태 다변화에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이는 청년고용 문제가 청년일자리의 양적부진에만 치우쳐 있지 않기 때문이다.청년고용 문제는 일자리의 질뿐만 아니라, 교육·주거·연애·결혼·출산 등 청년 삶의 전반적 영역에 걸쳐 악화되고 있다.청년일자리의 상당비중이 비정규·저임금·단기 일자리에 몰려 있어 근로조건, 고용안정성 측면에서 열악한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청년 주거 빈곤율이 증가하고, 결혼 및 출산 연령이 지연되는 등 일자리 외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이에 따라 청년고용의 근본적 장애요인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대책의 일환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근로와 임금조건 격차 해소가 요구되고 있다. 또 청년고용정책의 효율성과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따라서 다양한 청년일자리 정책은 기업들이 양질의 미래가치형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고 정책지원을 바탕으로 미래가치형 양질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손병현기자why@kbmaeil.com

2018-12-14

메콩강변 쌀국수 한사발, 기억을 깨고 추억을 부르다

인도차이나 반도 가운데 위치한 라오스는 ‘가난한 사람들의 환한 웃음’과 ‘여행자에게 베푸는 친절’로 기억되는 나라다.얼마 전부터 TV 여행 프로그램에 자주 소개된 탓에 급속도로 ‘특색 없고 흔한 동남아 관광지’로 변해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문명의 때가 덜 묻고, 영악한 장사치들의 속임수가 비교적 덜한 곳.라오스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도인 비엔티안에서 여행을 시작해 ‘작은 유럽’으로 불리는 강변마을 방비엔을 거쳐, 불교 유적이 매혹하는 루앙프라방을 향해 가는 북쪽 코스를 선호한다.조금 더 모험심을 발휘한다면 낯선 원시의 향기가 곳곳에 산재한 라오스 남부 팍세, 시판돈, 사완나켓을 둘러볼 수도 있다. 젊은이들은 이 루트도 곧잘 선택한다. 영어를 못하는 이들조차 길을 묻는 외국인에게 손짓에 발짓까지 동원해 목적지를 알려주려 애쓰는 라오스 사람들.담배와 맥주를 사러 들어간 구멍가게의 주인 할머니는 “여기까지 왔으니 저녁을 함께 먹자”며 생전 처음 보는 기자를 자기 식구들이 둘러앉은 방으로 밀어 넣기도 했다. 한국의 1970년대와 같은 인심이 있는 나라였다. 너나없이 가진 그들의 따스함이 좋았다.정님이 - 이시영용산 역전 늦은 밤거리내 팔을 끌다 화들짝 손을 놓고 사라진 여인운동회 때마다 동네 대항 릴레이에서늘 일등을 하여 밥솥을 타던정님이 누나가 아닐는지 몰라이마의 흉터를 가린 긴 머리, 날랜 발학교도 못 다녔으면서운동회 때만 되면 나보다 더 좋아라 좋아라머슴 만득이 지게에서 점심을 빼앗아 이고 달려오던 누나수수밭을 매다가도 새를 보다가도 나만 보면흙 묻은 손으로 달려와 청색 책보를단단히 동여매 주던 소녀콩깍지를 털어 주며 맛있니 맛있니하늘을 보고 웃던 하이얀 목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지만슬프지 않다고 잡았던 메뚜기를 날리며 말했다.어느 해 봄엔 높은 산으로 나물 캐러 갔다가산뱀에 허벅지를 물려 이웃 처녀들에게 업혀 와서도머리맡으로 내 손을 찾아 산다래를 쥐여 주더니왜 가 버렸는지 몰라목화를 따고 물레를 잣고여름밤이 오면 하얀 무릎 위에정성껏 삼을 삼더니동지섣달 긴긴 밤 베틀에 고개 숙여달그랑잘그랑 무명을 잘도 짜더니왜 바람처럼 가 버렸는지 몰라빈 정지 문 열면 서글서글한 눈망울로이내 달려 나올 것만 같더니한 번 가 왜 다시 오지 않았는지 몰라식모 산다는 소문도 들렸고방직공장에 취직했다는 말도 들렸고영등포 색시집에서누나를 보았다는 사람도 있었지만어머니는 끝내 대답이 없었다.용산 역전 밤 열한시 반통금에 쫓기던 내 팔 붙잡다날랜 발, 밤거리로 사라진 여인.▲ 방비엔 재래시장 쌀국수집에서 만난 남매라오스를 처음 찾았던 몇 해 전이다.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온 유럽 청년들이 마을 전체를 점령하다시피 한 방비엔에서 나흘을 머물렀다.조그만 보트를 타고 강 위를 떠다니거나, 투명한 물빛의 연못에서 종일 수영하는 것도 지겨워질 무렵. 낡은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재래시장을 찾았다.이름을 알 수 없는 커다란 민물 생선과 밀림에서 잡은 도마뱀 따위를 구경하는 재미가 만만찮았다.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찾았던 오일장의 기억이 떠올랐다.지친 다리도 쉴 겸 쌀국수를 파는 좌판에 앉았다. 한 그릇에 우리 돈으로 500원 정도. 양이 적었지만 국물 맛은 나쁘지 않았다. 그때 옆에 앉은 누나와 남동생이 눈에 들어왔다. 누나라고 해봐야 열네댓이나 됐을까? 그런데 겨우 쌀국수 하나를 시켜놓고 대여섯 살로 보이는 동생의 입에만 그걸 넣어주고 있다. 자기는 전혀 먹지 않고.그랬다. 40~50년 전이라면 한국에서도 흔했을 풍경. 시인 이시영(69)의 절창 ‘정님이’가 눈앞으로 영화 자막처럼 흘러갔다. ▲ 우리들 사이엔 있던 ‘정님이 누나’는 어디로…농경사회의 붕괴와 도시의 산업화가 동시에 진행되던 한국의 1960~70년대. 시골마을에서 남의 집 부엌일 등을 돌봐주며 살았던 10대 여성들이 대거 도시를 향했다.학력이 높지 않았고, 든든한 배경 또한 없었던 그들 중 상당수는 낮은 임금을 받으며 노동집약적 산업현장에서 혹사당했다.그런 힘든 상황이었으니 몇몇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술집을 찾기도 했다.대부분의 국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의 아픈 역사다. 이시영의 시에 등장하는 ‘정님이’ 누나 역시 그랬을 것이다.‘학교를 다녀보지 못했음에도 운동회 때면 누구보다 기뻐했고’ ‘산나물 캐고, 물레를 잣고, 목화를 따던’ 순박한 처녀 정님이는 “나도 남들처럼 살아보겠다”는 독한 결심을 하고 도시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을 터. 하지만 각박한 세상은 물정 모르는 어린 여성에게 쉽게 행복을 허락하지 않는 법. 풀풀 먼지 날리는 방직 공장에도 다녀보고, 주인아주머니가 호랑이처럼 무서운 부잣집의 식모로도 일했지만 형편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그래서였을까? 정님이 누나는 영등포 술집 여급이 된 것일까? ‘정님이’라는 시는 우리의 과거를 아프게 돌아보게 한다. 가난이란 죄가 아니지만,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 그렇지 않은가?▲ 누이들과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향해그날 기자가 방비엔 재래시장에서 본 누나와 동생의 모습. 얼마 되지 않는 면발과 국물을 동생 입에만 넣어주던 ‘라오스 누나’와 반세기 전 한국의 ‘정님이 누나’는 지독하게도 닮아 있었다. 시골마을 허름한 재래시장 좌판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던 착하디착해서 눈물겨운 누이들.라오스를 다녀온 몇 주 뒤. 아래와 같은 졸시를 쓴 것은 ‘아픔과 가난의 시대’를 온전히 자신의 몸으로 버텨냈던 ‘누이들’을 향한 미안함 때문이었을 것이다.누이 하나 가지고 싶었다어깨 둥글고턱선 고운누이 하나 가지고 싶었다멀건 멸치국물 국수 보며도제 허기보다버짐 핀 사내동생 먼저 떠올리는물 낡은 나일론치마단발머리 계집아이야물고 새침한 눈매앙다문 빨간 입술로읍내 건달 휘파람 잠재우던서슬 푸른 치마바로 그 치마 걷어 올려김 오르는 가래떡 같은 종아리로동짓달 찬 내 건너며업힌 코흘리개 달래는나눗셈 서툰 열여섯파락호 아버지 술주정에열두 살 많은 새어머니 박대노망 난 할머니 요강 수발에도달랑대는 막내 고추만 보면 웃던어깨 둥글고턱선 고운누이 하나 가지고 싶었다.다행히 한국사회가 변하고 있다.그 변화의 과정 속에서 차별의 고통을 겪어야 했던 ‘누나들’이 차츰 줄어들고 있다는 건 재론의 여지없이 반가운 일이다. 동생과 함께 자신 또한 소중하게 생각하는 누이들이 앞으로는 더 많아져야 한다.그건 세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기에. 라오스도 마찬가지다. 방비엔 재래시장 노점에서 남동생에게 쌀국수를 먹이던 누나가 누구보다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이 소박하지만 간절한 바람은 언제쯤 이뤄질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류태규

2018-12-14

조용하고 조그만 어촌마을이라고? 상상 그 이상의 ‘문화 예술꽃’ 활짝

‘삶의 질이 높은 도시’를 선정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시절엔 축적된 지역의 부(富)와 눈에 보이는 경제적 지표로 살기 좋은 도시와 낙후된 도시를 구분했던 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21세기 한국 도시에 사는 주민들은 경제적 풍요만이 아닌 정치적 민주성, 남녀의 평등한 성 역할, 선진화된 복지 시스템까지 원한다. 여기에 더해 적극적인 문화·예술의 향유를 꿈꾸고 있다.단순히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보다 높은 차원의 욕구를 지향하는 건 발전된 사회의 보편적인 모습이다.대구·경북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공연장을 만들고, 각종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기획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변화한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다.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유럽이나 북아메리카, 아시아의 작은 도시들에서 펼쳐지는 문화 이벤트와 예술 공연 하나가 그 도시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 나아가 나라의 위상까지 높이고 있다는 걸.2018년 오늘. 한국 사회는 ‘모두가 문화와 예술의 창조자이자 향유자인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이에 발맞추려는 국가와 민간단체의 노력 또한 동시에 진행 중이다.영덕은 인구가 4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소도시다. 하지만 은은히 풍기는 문화·예술의 향기는 어느 대도시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는다.그러한 평가의 중심에 ‘예주문화예술회관’과 영덕군의 앞선 문화 마인드가 있다.바닷가 조그만 마을을 넘어 ‘공연예술이 화려하게 꽃피는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영덕군이 주민들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위해 쏟아온 노력을 살펴보고자 한다.2016년 33억 투입 2년간 리모델링개관 14주년 업그레이드 재탄생아기 동반 여성들 편의 높이고로비 곳곳 카페같은 인테리어 눈길다양한 계층 위한 행사 연중 개최‘군민 어울림·화합 다짐’ 큰 역할◆ 여름엔 해변, 가을·겨울엔 실내 공연장에서햇살이 세상을 뜨겁게 달궜던 지난여름. 영덕에 자리한 고래불·대진·장사해수욕장과 야영장에선 제4회 ‘영덕 썸머 뮤직 페스티벌’이 펼쳐졌다.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걸그룹 모모랜드, 가수 휘성, 김연자 등의 노래가 바닷가를 찾은 영덕군민과 관광객들을 한여름 무더위에서 잠시나마 해방시켜줬다.대중음악만이 아닌 클래식도 함께 선보여 관객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켰다. 테너 류정필과 소프라노 한경미 씨는 ‘뮤지컬 갈라쇼’를 선보였고, 인디 록밴드 ‘두고보자’의 무대는 신선함과 흥겨움을 고루 갖췄다는 호평을 받았다.강구정보고등학교 치어리더 공연과 영덕군 여성합창단의 노래도 눈길을 끌었던 페스티벌의 마지막은 화려한 불꽃놀이로 장식됐다.대진해수욕장에서는 ‘동물원’으로 유명한 김창기 씨가 이끄는 밴드가 4050세대의 감수성을 자극했고, 장사해수욕장에서 열린 ‘자전거 탄 풍경’의 콘서트는 때 묻지 않은 편안함으로 관객들을 이끌었다. 고래불 국민야영장에서 펼쳐진 재즈팝 밴드 ‘클래시 도미넌트’의 감미로움 역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폭염의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될 무렵엔 영덕의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이 마련됐다.영덕문화체육센터에서 진행된 ‘2018 로봇과 함께하는 SW페스티발’은 대형 로봇과 마술사가 펼치는 공연과 로드쇼, 로봇 퍼포먼스 등의 특별 이벤트가 자리를 함께한 아이들의 환호성을 유도했다.3D펜 모델링, 로봇 팔 만들기, VR·코딩·드론 체험 등의 프로그램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호보트 체험부스에선 3D 프린터로 제작한 피규어 색칠하기와 블록·종이접기 체험도 펼쳐졌다.이어 예주문화예술회관에선 아이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번개맨, 번개걸과 함께하는 EBS 모여라 딩동댕’ 공개방송이 3회에 걸쳐 진행됐다.EBS의 대표적인 유아 공개방송인 ‘번개맨-번개걸 뮤지컬’은 부모가 어린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공연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1부 ‘꿈 저장소 번개타운’과 2부 ‘뚝딱! 이야기마법’으로 구성된 이 공연은 번개맨, 번개걸, 마리오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신나는 춤과 노래를 선보여 어린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공연을 준비한 영덕군청 관계자는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며 아동 대상 문화·예술 공연을 더 많이 무대에 올려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며 웃었다. ◆ 깔끔하게 단장하고 관객들 맞이하는 예주문화예술회관“영덕군의 문화적 인프라를 한 단계 상승시켰다”고 평가받는 예주문화예술회관은 개관 14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전폭적인 리모델링으로 깨끗하고 쾌적하게 단장된 것이다.지난 2016년 국비 13억 원과 군·도비 20억 원을 확보해 2년간 진행된 예주문화예술회관 리모델링은 지난 9월 완료됐다. 영덕군청 문화관광과는 이 사업의 핵심이 “객석의 확대와 유아실과 분장실의 개설”이었다고 설명한다.새롭게 문을 연 예주문화예술회관의 객석은 기존 531석에서 고정석 610석과 가변좌석 69석을 포함해 679석으로 늘었다. 아기를 동반하고 공연장을 찾는 엄마들을 위해 2층에는 유아실을 신설했다.여기선 창과 스피커를 통해 다른 관객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연을 즐길 수 있다.남성과 여성 분장실이 따로 없어 출연자들이 불편해하던 것도 분장실 증설 공사를 통해 개선했다. 붉은색 벽돌의 질감을 살린 외벽과 현대적인 감각으로 디자인된 로비도 신경을 쓴 부분이다. 로비 곳곳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고급스런 카페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처럼 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 예주문화예술회관에선 최근 개그맨 박수홍 등이 출연한 ‘코미디 리사이틀’, 전통문화예술 공연 ‘상생의 비나리’, 마술사 최현우의 ‘매직 마술쇼’, ‘마리오네트’ 공연 등이 관객들과 만났다. 특히 인기 TV 프로그램인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 중인 개그맨 박수홍이 영덕을 찾은 날은 젊은 관객은 물론, 적지 않은 어르신들이 예주문화예술회관을 찾았다. 이날 최종적으로 집계된 관객 수는 1천58명. 박수홍은 신명나는 ‘DJ 쇼’도 펼쳐 객석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한국 비보이 최초로 뉴욕에 진출한 ‘익스프레션 크루’의 퍼포먼스 ‘마리오네트’ 역시 많은 박수와 함성을 받은 공연이었다.공연장을 찾은 영덕군민과 관광객들은 “누구나 편안하게 마음을 열고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예주문화예술회관이 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 장르를 뛰어넘어 국악과 클래식, 대중가요 공연까지특정 계층을 위한 편향된 장르의 공연이 아닌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문화·예술 관련 행사가 연중 펼쳐진다는 것도 영덕군의 자랑이다.문화관광부의 지원 하에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으로 추진된 ‘타락 콘서트2013상생의 비나리’는 국악과 서양 음악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관객들에게 예술의 다양성을 직접 체험하게 해줬다.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과 명창 박준영 씨가 출연한 이 공연은 연주자와 예주문화예술회관에 모인 청중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진경을 보여줘 주목받았다.또한 ‘타락 콘서트2013상생의 비나리’ 공연은 영덕군민만이 아닌 인근 도시에 거주하는 이들도 다수 참석해 문화향유 기회를 공유했다는 것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았다. 지난 4일 저녁 영덕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2018 영덕군 송년콘서트’도 군민 화합과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공동체의 축제라는 차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행사였다. 무료공연으로 진행된 영덕군 송년콘서트는 태풍으로 인한 피해로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낸 사람들을 위로하고, 희망의 2019년을 맞이하자는 취지에서 준비됐다. 무대에 오른 가수 조항조와 홍진영, 박강성과 설하윤 씨는 관객들의 귀에 익숙한 히트곡을 연이어 부르며 어울림과 화합의 한마당을 만들어냈다.영덕군청 문화관광과는 “지금까지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더욱 다채롭고 수준 높은 문화 이벤트와 예술 공연을 군민과 관객들에게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12-07

문경시, 새해 예산 6천770억 편성… ‘인구증가·일자리’ 집중투자

문경시가 2019년도 예산안을 올해 당초예산 6천200억원보다 570억원(9.19%) 증가한 6천770억원으로 편성했다.일반회계는 510억원(9.65%) 증가한 5천796억원, 특별회계는 60억원(6.56%) 증가한 974억원으로 편성했다. 내년도 세입분야는 자체수입인 지방세와 세외수입이 987억원으로 전망되며 이전수입인 지방교부세가 2천820억원, 국·도비 보조금은 역대 최고수준으로 올해 대비 192억원이 증가한 1천847억원이 반영됐다.2019년도 예산안은 ‘혁신과 변화의 일등문경 완성’을 목표로 △문경의 내일을 만드는 역동적인 혁신성장 인프라 구축 △출산·보육·주거의 균형 있는 투자로 인구증가도시 실현 △좋은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중점을 두고 시정 전반에 재정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했다.◇ 내년 예산 주로 어디에 쓰이나미래 문경의 역동적인 혁신성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문경 역세권 개발사업 용역 10억원을 반영해 2021년 중부내륙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제2의 도시성장 기틀을 마련하고 돌리네 습지 보전과 생태관광 자원화사업 10억원, 만세지 개발사업 7억5천만원, 살고 싶은 건강힐링도시, 아이 키우고 싶은 명품교육도시, 또 오고 싶은 매력도시 조성을 위한 3대 WISH분야 사업 17억원, 신북천 주변 활성화사업 23억원, 오미자테마공원 주변시설 조성사업 등에 지속적인 투자로 문경발전의 든든한 기반을 마련한다.인구감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강력한 인구증가 시책 추진에 51억원을 편성했다.특히 내년부터 넷째아 이상 출산장려금 3천만원 확대에 따른 출산장려금 16억원을 반영하고, 출산장려기금 13억원, 아이돌봄지원사업 13억원, 신혼부부 주거비 이자지원 2억원, 전입세대 이사비용 및 주택수리비 2억5천만원, 셋째아 이상 출생아 건강보험료, 출산축하용품 및 임산부 의료비 등을 지원하며, 출산·보육·주거 등 생활 전반에 걸친 균형 있는 투자로 인구 늘리기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 추진한다.경제활력의 돌파구로서 일자리 창출 분야에 151억을 편성했다. 청년 일자리사업 17억원, 노인 일자리사업 33억3천만원, 장애인 일자리사업 7억7천만원 등 시급한 고용 취약계층의 일자리 기회를 늘리고, 산림분야 일자리 21억6천만원, 농업분야 일자리 10억원 등 지역맞춤형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노력한다.시민 건강증진과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보건·복지분야에는 1천372억원을 편성했다.기초연금 449억원,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64억원, 경로당 지원 38억원, 국가유공자 유족 명예수당 및 사망위로금 5억5천만원, 생계급여 94억원, 주거급여 34억원, 장애인연금 28억원, 장애인종합복지관 기능보강사업 14억원, 영유아보육료 49억원, 아동수당 27억원, 가정양육수당 15억원, 누리과정 17억원, 어린이·노인 국가예방접종 8억2천만원, 치매안심센터 운영 8억5천만원 등을 지원해 생애주기별·대상별 책임복지 및 의료서비스를 강화한다.농민이 잘사는 부자농촌 만들기를 위해 농업분야에는 830억원을 편성했다.농작물재해 및 농업인 안전재해 보험료 39억원,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사업 23억5천만원, 문경로컬푸드문화센터 건립 19억원, 가뭄대비 관수장비 및 빗물 저장시설 지원사업 5억원, 문경약돌축산물 융복합 명품화사업 10억원, 축산업 생산성 향상사업 10억원, 동로면, 농암면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35억원, 고요2지구 신규마을 조성 15억6천만원, 도시민 농촌유치지원사업 2억3천만원 등을 반영해 뿌리산업인 농업발전에 활력을 불어넣고, 농가 소득안정 및 농촌정주여건 개선에도 힘쓴다.◇ 스포츠도시분야 417억원 투입일류명품 문화·관광도시·글로벌 스포츠 도시 분야에는 417억원을 투입한다.단산모노레일 설치사업 26억원, 고요아리랑민속마을 조성사업 20억원, 단산숲속별빛전망대 조성사업 13억원, 진남교반 주변 관광자원화사업 10억원, 하늘재 옛길문화 관광자원화 사업 4억원, 시립중앙도서관 리모델링 10억원 등을 지원해 특색있는 문화관광, 스포츠 기반 조성 및 관광흑자도시를 선도한다.아이 키우기 좋은 명품 교육도시 조성을 위한 교육분야에는 95억원을 편성했다. 내년부터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 실시에 따라 초중학교 무상급식 11억원, 고등학교 급식지원 9억원을 지원하며, 친환경농산물학교급식지원 7억2천만원, 문경시장학회 출연금 33억원 등을 반영해 교육경쟁력 강화와 교육환경 개선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나간다.자생적인 지역경제 기반을 조성을 위한 경제·산업분야에는 82억원을 편성했다.문경전통시장 아케이드 설치 및 먹거리장터 조성 11억3천만원, 점촌시장·중앙시장·가은아자개시장 클린5일장 육성 2억7천만원, 소상공인 경영지원 및 이차보전 6억원, 중소기업 운전자금 이차보전 4억원, 복지시설 태양광설치사업 9억6천만원 등을 배정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어내고, 지역경제가 승승장구 할 수 있도록 빈틈없이 지원한다.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생태도시를 위한 환경·산림분야에는 1천338억원을 편성했다.한반도 생태축 연결 복원사업 7억원, 대기오염측정망 설치 2억원, 음식물폐기물 전처리시설 설치사업 6억7천만원, 재활용 동네마당 설치 1억5천만원, 숲가꾸기 12억원, 백두대간 생태축 복원사업 15억5천만원, 도시숲 조성사업 14억원, 숲길조성 9억원, 농어촌생활용수개발사업 20억원, 하수관로정비사업 125억원 등을 반영 해 환경·산림서비스의 공공성을 더욱 강화한다.사통팔달 편리한 도로망 확충을 위한 수송 및 교통분야에는 406억원을 편성했다.산업단지~국군체육부대 진입도로 확충사업 11억4천만원, 흥덕생활공원 연결도로 개설 6억원, 영강교 위험교량 보수보강공사 13억원 등을 신규 반영하고, 하신마을~모전2지구간 연결도로 30억원, 산북 석봉도로 개설공사 20억원, 교통안전 시설물 설치 13억원 등은 계속 추진해 지역발전 인프라를 한층 보강한다.◇ 주민 복지분야에 예산 집중 투입지속가능한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국토 및 지역개발분야에 945억원을 편성했다.신규 사업으로 전원마을 조성사업 부지매입비 10억원, 한옥마을 조성 부지매입비 10억원, 옥외광고 시범거리 조성사업 5억원, 봉명산 출렁다리 조성사업 실시설계비 1억2천만원 등을 반영하고, 계속 사업으로 영강·조령천·초곡천 하천재해예방사업 129억원, 궁기천·황사천·솥골천·상하리천·관음천 소하천정비사업 55억6천만원, 금천 생태하천복원사업 18억원등을 반영해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매진한다.▲ 고윤환 문경시장시민 불편사항 해소를 위한 주민숙원사업은 올해보다 170억원이 늘어난 575억원을 편성해 시민 편익증진 및 생활형 민원해결에 앞장서며,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시민안전보험 가입 1억1천만원, 읍·면·동 마을 무선방송장비 시스템 구축 10억원, 노인 및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시설 정비 6억8천만원, 횡단보도 LED블럭 설치사업 2억원, 문경새재 건강체크기 설치, 희망택시 탑승비용 지원사업 등을 반영해 언제나 시민 중심의 행정을 펼쳐나간다.아울러 2019년도에 공기업특별회계 채무를 전액 상환해 2018년도 일반회계에 이어 공기업특별회계도 채무 제로를 달성하게 된다. 앞으로 기타특별회계에 있는 신기산업단지와 산양농공단지 채무 잔액은 기업을 유치해 부지 매각대금으로 상환할 계획으로 건전재정 운용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고윤환 문경시장은“2019년도 예산안은 민선 7기 역점 시책들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시민행복과 문경의 역동적인 성장에 중점을 두고 예산을 편성했으며,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재정 운용으로 혁신과 변화의 시정을 시민들이 즉시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문경/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18-12-03

쌓이고 쌓인 것은 간절함과 그리움… 돌이 아니라 누군가의 꽃이다

‘몽골’이란 단어를 발음할 때면 어디선가 풀꽃 향기가 나는 것 같다.실제로도 몽골은 초원의 나라다. 그 너른 풀밭에서 유목하는 것으로 대다수 국민들이 생계를 유지한다. 떠돎과 유랑이 보편적인 국가.수도인 울란바토르(Ulan Bator)의 풍광은 아시아의 보통 대도시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늘어선 상가와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 가게, 양고기 구이와 몽골 특산 보드카를 파는 카페와 식당들….몇 해 전. 기자는 시인과 소설가가 대부분이었던 여행단에 끼어 몽골을 찾았다. 낮에는 박물관과 몽골의 대학을 찾아 세미나와 회의를 진행했고, 어둠이 내리면 ‘술 좋아하는’ 몽골 사람들의 권유에 못 이기는 척 매일 같이 폭음을 했다. 무색무향의 독한 술 보드카는 기름진 고기 안주와 썩 잘 어울렸다. 한때는 지구의 1/3을 지배했던 원나라의 후예들은 그들 선조인 칭기즈칸과 쿠빌라이칸처럼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을 가졌다.며칠이 지나니 울란바토르 도심을 벗어나고 싶었다. 갑갑함이 일탈 욕구를 불러들인 것. “내일은 회의에 빠지고 교외로 나가보자”는 한 사람의 은밀한(?) 제의에 몇몇이 웃음으로 동의를 표했다.▲ 신성한 돌무더기 ‘어워’를 보며 떠올린 연애시조그만 차량을 이용해 울란바토르 시내를 빠져나왔다. 확 트인 풍경에 가슴부터 시원해졌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이름 모를 꽃과 풀의 냄새가 자연스레 청춘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햇살 눈부신 풀밭에서 연인의 무릎을 베고 누워 달콤한 사랑노래를 흥얼거리던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 그때 우리는 조그만 희망에도 환하게 웃었고, 이루지 못한 작은 열망에도 크게 슬퍼했다. 너나없이 무언가를 ‘간절히 비는 마음’으로 살았다.이제는 아득해진 과거를 떠올리던 그때, ‘어워’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워는 돌무더기를 쌓아놓고 소원을 비는 몽골의 서낭당이다. 초원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이 돌무더기는 내비게이션(navigation)이 보편화되지 않은 몽골에서 이정표 역할도 해준다.대체 어디서부터 걸어온 것일까? 70대로 보이는 노파가 어워에 돌 하나를 올리고는 주위를 세 바퀴 돈다. 동행했던 몽골인이 조용하고 나직한 말투로 알려줬다.“우리나라에선 이게 소원을 비는 형식”이라고.할머니는 무슨 소원을 이루려고 홀로 인적 없는 먼 길을 터벅터벅 걸었을까? 불현듯 ‘남도의 김소월’이라 불리는 송수권(1940~2016)의 시 한 편이 떠올랐다. 명징하고 올곧은 역사의식과 능수능란한 구어체로 한국 문학사에 이름을 새긴 송수권 시인.자신과 함께 존재하는 자연과 타자의 본질을 누구보다 절절하게 노래한 그는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을 따스하게 껴안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게 시인의 마음이다.‘죄 없이 떨어지는 꽃잎’에서 연인의 모습을 보고, 애타는 마음 전하지 못한 채 돌아서 울어본 사람은 안다. ‘석남꽃 꺾어’가 얼마나 아픈 시(詩)인지를. 그러나 시는 아픔에서만 멈추지 않는다.‘이승이나 저승 안 가는데 없이’ 피는 세상 가장 아름다운 석남꽃을 들고 ‘밤이슬에 옷자락 적시며 네게로 가겠다’는 구절엔 누구도 함부로 멸하지 못할 사랑이 오롯이 담겨 우리를 울린다.석남꽃 꺾어 /송수권무슨 죄 있기 오가다네 사는 집 불빛 창에 젖어발이 멈출 때 있었나니바람에 지는 아픈 꽃잎에도네 모습 어리울 때 있었나니늦은 밤 젖은 행주를 칠 때찬그릇 마주 칠 때 그 불빛 속스푼들 딸그락거릴 때딸그락거릴 때행여 돌아서서 너도 몰래눈물 글썽인 적 있었을까우리 꽃 중에 제일 좋은 꽃은이승이나 저승 안 가는데 없이겁도 없이 남나들며 피는 그 언덕들석남꽃 이라는데나도 죽으면 겁도 없이 겁도 없이그 언덕들 석남꽃 꺾어들고밤이슬 풀 비린내 옷자락 적시어가며네 집에 들리라.▲ 할머니의 ‘소원’과 우리의 ‘사랑’은 같은 무게가 아닐지어워 주위를 돌며 간절히 무언가를 빌던 몽골 할머니의 가슴 안에도 분명 사랑이 존재했을 터. 사물에 대한 애정 없이는 희망과 열망이 생겨나지 않는 법이다.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송수권 시인과 우리 일행, 할머니 모두는 아직 ‘완성되지 못한’ 사랑을 앓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막막한 초원이나 사막에 사는 사람들은 ‘전생(前生)’을 믿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간의 지식이나 경험만으로 해석할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가.때로는 과학과 합리가 아닌 꿈과 신화(神話)에 기대고 싶은 게 인간이다. 끝을 짐작하기 힘든 드넓은 풀밭과 깎아지른 절벽, 말을 타고 달리는 소년과 몽골식 천막을 보고 울란바토르로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자동차 안에서 아래와 같은 졸시를 끼적였다. 내 안의 ‘막막함’이 불러온 문장이었다. 타클라마칸(Taklimakan)은 몽골에서 가까운 사막이다.타클라마칸 혹은, 전생의 기억취한 눈에겐 세상이 오렌지빛거울을 올려다보면 언제나처럼 내가 낯설다집밖에서 만난 가족에게 품은 살의생은 분홍 리본 묶인 선물상자가 아니다타클라마칸의 양들은 끔찍한 기억 속을 산다열정이 부재한 시처럼 구차한 육체손목이 가는 여자에서선 더운 밥 냄새가 나고모래 섞인 바람이 지배한 사막길 위에서 길을 찾다 길에 누우면이미 나를 용서한 하늘엔 거짓말 닮은 별이 총총낙타의 눈에 깃든 막막한 암흑이곳엔 오아시스가 없다가난하고 짧은 사랑 서너 번이 이울면이윽고 황혼으로 치닫는 생돌이킬 수 없는 그 밤들 사이로전생의 아내가 울음도 없이 걸어온다.▲ ‘전생’과 ‘사랑’에 관한 생각으로 밤은 깊어가고…불어오는 바람에 풀꽃 흔들리는 초원에서 네온사인 환한 도시로 돌아온 우리는 그날 밤 늦도록 어워 앞에서 두 손을 모으던 몽골 노파와 전생, 그리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누군가는 “내 전생은 중앙아시아 풀밭을 뛰놀던 야생마였을 것”이라는 농담으로 좌중을 웃겼고, 그리움과 기다림의 고통에 관한 소설을 써온 한 작가는 “사랑이 없다면 세상도 없다”는 공안(公案) 같은 문장을 읊조리기도 했다.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술자리를 파하고 잠을 청하러 모두가 자기 방으로 돌아간 시간. 자정을 넘긴 캄캄한 울란바토르 거리를 홀로 거닐었다. 머리에서 생겨난 세 가지 궁금증이 가슴으로 옮겨가고 있었다.“간절한 표정으로 돌무더기 주위를 돌던 할머니는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전생의 나는 누군가의 손가락질을 받던 악인은 아니었을까? 마흔을 넘긴 사내에게도 가슴 설레는 사랑이 다시 찾아와줄까?”모두 대답을 찾기 힘든 어려운 질문이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구창웅

2018-11-30

청년들 세련된 솜씨에 시장골목 북적북적 젊음·재미 퐁퐁 솟는 안동 ‘오고가게’ 거리

안동시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창업, 그리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해 주목을 받고 있다. 중앙신시장과 서부시장 일대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청년몰 조성사업과 서부시장 청춘야시장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들은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안동시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인 ‘청년상인 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돼 이곳에 우선 10곳의 청년몰을 설치하고 청년상인 창업점포를 상징하는 ‘안동오고가게’ 거리를 조성했다. 이곳은 다양한 품목으로 소비자들에게 먹을거리, 볼거리, 살거리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안동을 오고 가게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안동 중앙신시장을 중심으로 한 ‘청년몰’은 전통시장 활력과 청년 상인들의 창업을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과 젊은 층들의 유입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안동 중앙신시장·서부시장 일대청년상인 창업점포 거리 조성전통시장 활력·청년 일자리 ‘일거양득’◇ 포목상가에 청년몰 27곳 운영안동시는 지난해에 이어 15억원을 투입, 중앙신시장 1·2지구 포목상가에 최근 청년몰 20곳을 추가 개업해 총 27곳의 청년몰이 운영 중이다. 새롭게 문을 연 청년몰에는 초밥, 수제돈가스, 토스트, 모바일 카페, 닭발, 햄버거 등 젊은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업종이 입점했다. 이처럼 젊음과 성공에 대한 의지로 채워진 ‘오고가게 청년몰’은 SNS와 블로그 등을 통한 홍보로 벌써 전통시장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시장상인들도 반기는 분위기다.안동시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4월 안동중앙신시장 2지구에 창업한 ‘착한부엌’ 카페. 안동중앙신시장에 최초로 생긴 카페 1호점이다. 시장에선 상냥한 말투로 친절하게 손님을 맞는 ‘착한 사장’의 ‘착한 카페’로 더욱 유명하다. 기존 국수집이 폐업을 한 후 몇 달간 비어져 있던 26.4㎡(8평)짜리 점포를 청년창업자가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인테리어 해 모던하고 세련된 카페로 재탄생시켰다.썰렁했던 시장통에 새빨간 지붕과 감각적인 실내 인테리어로 꾸민 카페가 들어서자 주변 상권의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 청춘야시장 ‘마풍상회’ 인기몰이‘착한부엌’ 카페는 시장을 찾은 시민들보다 인근 상인들이 많이 찾는 점포이다. 전통시장 내 카페란 특성을 고려해 음료의 가격을 일반 시중가 보다 낮추고, 비싸지 않은 금액으로도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토스트’를 메뉴로 넣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착한 점포’의 이미지를 굳혔다.특히 대표메뉴인 ‘착한 토스트’는 손님들 사이에서 맛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각종 단체 등에서 대량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먹거리가 부족하고 커피전문점이 없다는 점을 노려 틈새시장을 공략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청년창업자인 권달우(39) 씨는 “창업 전 기존 상권의 특성을 충분히 검토한 후 현지 상황에 맞는 적절한 메뉴선택이 중요하다”라며 “인근 상인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안동이 고향인 마재훈(36)씨는 올해부터 안동 서부시장 청춘야시장을 운영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오고가게거리에 ‘마풍상회’라는 상호로 옛날식 햄버거점을 개업했다.마 씨는 학교를 마치고 젊은 패기로 구미에서 작은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후 마 씨는 푸드트럭을 운영하면서 옛날식 햄버거 장사를 시작했고, 지난 4월 서부시장 ‘청춘야시장’에서 같은 메뉴로 본격적인 손님몰이에 나섰다.하지만 마 씨는 일주일에 한번 열리는 청춘야시장을 찾아오는 손님 이외에도 평소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연락해 오는 손님들을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안동시의 ‘청년상인지원 및 청년몰 사업’ 얘기를 듣고 신청하게 됐다.그는 안동시로부터 1년 점포 월세와 인테리어 비용의 60%인 1천여만 원을 지원받아 24㎡(7평) 남짓한 햄버거점을 열었다.가게명은 그의 어릴 적 별명인 ‘마풍’을 붙여 ‘마풍상회’라고 정하고 오픈한지 이제 겨우 보름째지만 벌써부터 단골이 생길 정도로 그의 햄버거는 인기몰이 중이다.마 씨는 획일화된 페스트푸드식 햄버거가 아닌 매일 인근 전통시장에서 구입한 신선한 국내산 돼지고기와 계란, 야채를 재료로 만든 옛날식 햄버거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마 씨는 “신선한 재료와 착한가격을 항상 유지해 고객이 만족해 다시 이곳을 찾게끔 노력하겠다”며 “꾸준하고 오랫동안 이 가게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목표고 그것을 위해 열정을 쏟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마 씨가 참여했던 안동 서부시장 ‘청춘야시장’은 안동시가 지난해 말 시범 개장했다. ◇ 주말엔 20∼30대 젊은고객 인산인해지난 4월 20일부터 매주 주말에 열린 서부시장 청춘야시장에는 16명의 열정 있는 청년 상인들이 참가해 다양한 메뉴와 이벤트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지역 청년들에게는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장기적인 침체로 시장기능을 상실한 서부시장에 새로운 문화코드인 야시장을 조성해 시민 및 관광객 방문을 유도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서부시장 청춘야시장이 열리는 주말이면 아이들 손을 잡은 가족 단위 고객들과 20∼30대 젊은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안동시가 가족 단위와 젊은 층을 겨냥한 찹스테이크, 칠리버터갈릭새우, 야채뚱땡삼겹말이 등 서문 야시장 인기메뉴와 구워먹는 아이스크림, 닭꼬치, 옛날햄버거 등 신선한 메뉴를 꾸준하게 보완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는 판매대를 15개로 확대하는 한편,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풍선아트, 페이스페인팅, 네일아트, 추억의 오락게임 등 즐길거리를 비롯해 인기가수 초청공연 등 볼거리까지 풍성하게 마련했다. 하지만 조성 초기부터 시작된 일부 상인과 주민들의 불협화음이 야시장 운영 1년 동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안동시는 최근 동절기 휴장 기간 더욱더 원활한 청춘야시장 운영을 위해 문제점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추진 방향에 관해 검토하는 등 여러가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서부시장 청춘야시장은 동절기 휴장에 앞서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청춘야시장과 안동간고등어의 컬래보레이션’이라는 주제로 ‘서부시장 청춘야시장 먹거리 축제’가 열렸다.안동시 관계자는 “동절기를 맞아 휴장을 실시하게 된 만큼 야시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내년에도 변함없는 성원과 응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2018-11-30

첨단베어링 집적화·핵심거점 도약 ‘자족도시 영주’ 디딤돌 구축

영주시는 지방분권에 대비하고 미래 먹거리 100년을 위한 착실한 준비를 해 왔다. 지방분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족도시로의 성장이다.시민들이 원하는 행복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기반의 조성은 무엇보다 경제력의 성장과 이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그 중심에 있다 할 수 있다.또 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웃 지역과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한 계획을 세워 왔고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첨단베어링국가산단 조성사업이다.첨단 베어링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완료되면 영주시를 중심으로 한 충북, 강원 일대에 1만5천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영주시는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필수 요건인 교육시설, 의료시설, 문화예술 공간, 역사 유적 등 다양한 부분의 사회적 기반에 첨단 베어링산업 클러스터 사업을 더해 지방분권 시대에 대비한 자족 도시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2022년 클러스터 조성사업 완료지역 중심 1만5천개 일자리 창출일진그룹 베어링아트 발판 삼아지역 대표산업 육성 적극 추진지역경제 활성화 새 동력 전망◇ 영주시 첨단베어링 산단 유치하기까지지난해 7월 첨단베어링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 경북지역공약으로 선정되면서 영주시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베어링관련 사업이 미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확신과 베어링 관련 국가 산단 사업 추진 확정에 따라 영주시는 미래 먹거리 100년을 향한 첫발을 내딛게 됐다.제조기술은 선진국 대비 64% 수준에 그쳐 첨단베어링 기술개발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계적 육성이 요구되고 있다.영주시는 국내 베어링산업 앵커기업인 일진그룹 (주)베어링아트를 발판으로 첨단베어링산업을 지역 대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내 유일의 베어링 전문연구기관인 하이테크 베어링시험평가센터를 건립하고 베어링 관련기업, 연구소 유치에 나서는 등 베어링산업 중심지 기반구축을 적극 추진해 왔다.올해 3월 30일 시민추진위원회를 구성, 발전세미나, 시민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시민 대토론회, 시민서명운동,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초청간담회, 4만2천450명의 지역민의 뜻을 담은 국가산단유치 시민서명부를 국토부에 전달하는 등 민간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지난 8월 영주시와 경북도, 일진그룹,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영주첨단베어링산업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공동협력 MOU 체결을 통해 사업추진을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시는 베어링산업을 지역 대표산업으로 육성하고자 2015년부터 2019년까지 270억원의 사업비로 베어링클러스터 조성의 선행사업인 하이테크 베어링시험평가센터를 구축하고 올해 10월 개소했다.영주시는 이달 15일 서울 양재aT센터에서 장욱현 시장과 산업통상자원부·경상북도 관계자, 산학연 전문가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주 첨단베어링산업 클러스터조성 사업을 위한 제1차 전문가 기술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뿐만 아니라 영주시는 올해 7월부터 국정과제 지역공약인 영주첨단베어링산업 클러스터조성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응을 위한 학술용역을 진행 중이고 베어링관련 국내 최고의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술위원회를 구성해 전체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 영주 베어링 산업의 전망과 비전영주첨단베어링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오는 2022년 마무리된다.국책사업으로 첨단베어링 제조기술 기반구축, 알루미늄 융복합부품 양산화 플랫폼 구축, 베어링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의 세부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사업이 완료되면 전국에 분산된 베어링 생산기업과 협력기업, 연구소와 물류센터가 집중되면서 베어링 관련 정보와 지식공유로 연구개발에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영주시는 사업이 마무리되는 2022년에는 RD 중심의 첨단베어링 관련기업 100개 이상을 육성해 핵심 기술개발 및 고부가가치 제조기술 확보로 영주를 포함한 경북 북부권에 1만 5천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영주첨단베어링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전국에 분산된 베어링 기업의 집적화와 고부가가치 베어링 제조 산업으로 산업구조 전환을 통해 영주지역이 우리나라 베어링산업 핵심 거점으로 성장시켜 인구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동력이 될 전망이다.베어링 클러스터 사업은 총 6천억원의 규모로 추진되며 국토부가 2천500억원의 사업비로 베어링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산자부는 3천500억원을 투입해 첨단베어링 제조기반 구축, 핵심원천기술 개발과 고부가베어링 제조기술개발, 베어링 전문인력 양성 및 사업화를 지원한다.사업대상지는 영주시 문정, 적서동 일원에 130만㎡ 규모로 조성된다. ◇ 베어링 국가산단 지정 후의 변화지역의 낙후도를 보면 경북도는 16개 광역시도 중 13위, 영주시는 170개 시군 중 122위로 자립도가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고 경북 북부권 일대 지역에 국가산단이 전혀 없는 상황이어서 베어링 국가산단이 들어서게 되면 지역 불균형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특히 영주를 중심으로 인접한 중부내륙 3개도 8개시군(충북동부, 강원남부, 경북북부)인력에 대한 1만5천개 일자리 창출과 영주소재 동양대학교 외 6개 지역대학 인재확보 및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주시는 한반도 국토의 중심에 있어 수도권과 남부권을 연결하는 허리 경제 주도, 소재부품 유통 등 베어링 산업 생태계 체질개선, 전국에 분산된 혁신자원 집적화 등에 큰 효과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첨단 베어링클러스터 사업이 추진되면 베어링 국산화 83.9%, 수출 5조원에서 10조원, 베어링 세계시장 4.1%에서 10% 점유, 세계베어링 시장 10위에서 5위 진입 달성 목표가 현실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내 베어링산업의 현주소초정밀, 초고속, 고내구성, 고정숙성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세계 베어링 시장은 2015년 776억5천 달러에서 2025년 1천345억달러 성장이 예상되며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4.1% 수준, 제조기술은 64% 수준에 머물러 있다.SKF(스웨덴), 셰플러(독일) 등 세계 6대 메이저 업체가 세계시장 34% 차지해 독과점 형태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들 업체에서 가격 담합 등 세계 베어링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국내 베어링 기업 수는 350여개이며 90% 이상 중소기업형태, 국내 총생산의 50% 이상이 외국계 기업이 독점하고 수입의존도 70% 이상 차지, 만성수지 적자품목으로 고부가베어링은 연간 2천억원 적자를 보이고 있다. 또 기술력은 선진국에 비해 3~5년 뒤떨어진 수준이며 선진국의 경우 1900년대 초반부터 국가주도의 산업으로 지원하고 있다.이러한 여건에서 영주시에 확정된 첨단베어링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국내 베어링산업의 선진화는 물론 국제적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가는 신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 국내 베어링 업체 및 고용현황국내 베어링 업체는 2017년 기준 500여개 업체가 등록돼 있다.이 가운데 매출 1천 억 원 이상 중견기업은 (주)일진베어링, (주)일진글로벌, 셰플러코리아 등 20여개다. 국내기업으로는 일진베어링, 일진, 일진글로벌, 베어링아트, 삼익THK가 있으며 국내 진출 해외기업 셰플러코리아(독일), 한국NSK(일본), GMB코리아(일본)가 있다.2017년 기준으로 베어링산업 종사자수는 약 2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기업 규모별로는 일진그룹, 셰플러코리아 등 TOP7 종사자가 6천여 명으로 30%에 수준이며 나머지 70%는 400여개의 중소기업 종사자로 구성돼 있다.업체 수 기준으로는 부산, 경남이 43.3%, 경인 29.1%, 대구·경북 12.9% 순이며 매출액 기준으로는 대기업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창원, 대구지역이 순위권에 속해있다.영주/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18-11-26

아삭! 달달! 청정 숲과 맑은 해풍이 키운 채소, 세계인들도 ‘WOW’

청정한 푸른 바다와 오염되지 않은 초록빛 숲을 동시에 지닌 영덕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가을부터 영덕은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수려한 자연 경관을 만끽하며 특산물인 대게와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기 위해서다. 영덕을 대표하는 먹을거리로는 앞서 언급한 대게와 함께 여름철에 생산되는 복숭아, 가을철 송이버섯이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추가됐으니 바로 배추. 먼저 영덕군의 설명을 들어보자.“깨끗하고 맑은 공기로 이름 높은 주왕산이 지척인 곳이 바로 영덕입니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배추는 싱싱하고 맛있기로 유명합니다. 주왕산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광이 여행자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면 영덕 배추는 사람들의 입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지요.”이런 자랑이 과장이 아닌 사실임이 최근 증명됐다. 영덕군은 10월 말 농가와 수출업체간 사전계약을 맺어 대만으로 가을배추 수출을 시작했다. 지난해 상반기 봄배추 430톤이 대만과 말레이시아로 수출된 것을 출발점으로 올해는 3천톤의 배추 수출이란 목표를 향해 항해를 시작한 것이다. “청정도시 영덕의 특산물을 세계인들에게 선보인다”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는 배추 수출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실현된 것인지 짚어본다.주왕산 자락 깨끗한 공기·땅에서 자라 식감 ‘최고’올 상반기 대만·말레이 730t 수출… 해외 판로개척 열성◆ 영덕 농산물, 전략적 마케팅으로 해외시장 개척영덕군은 지난해 가을 농업기술센터에서 배추 생산농가와 수출업체 관계자들이 참여해 배추 수출과 관련한 실무협의회를 가졌다. 2017년 영덕 봄배추가 대만으로 수출되면서 현지 소비자들에게 호평 받았고, 추가 주문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협의회는 향후 수출 물량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농약 안전사용 기준 준수와 재배 이력 작성, 배추 수출단지 지정을 위한 교육 등을 진행했다. 영덕 배추의 해외시장 판로 개척을 통해 국내 배추시장의 가격 폭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안정적 농가소득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이날 실무협의회에서 영덕군은 “현재 수출 중인 영덕의 특산물 사과, 배, 홍게살 등과 함께 배추의 해외수출 전략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영덕 배추 대만 수출을 위한 실무협의회’가 다시 열렸다. 참석한 생산농가와 수출업체 관계자 30여 명은 물량 확대와 수출국 다변화 방안에 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이날 배추 생산과 수출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영덕 배추 수출작목반’의 구성이 결정됐다. 이인호(창수면) 씨를 회장으로 하는 작목반은 ‘2018년 영덕 배추 3천톤 수출’이란 목표를 세웠다. 함께 자리한 농업기술센터도 “영덕 농산물 해외시장 개척과 배추 생산농가 소득향상을 위해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올 4월엔 대만 수출 배추 재배농가 60여 명에게 ‘찾아가는 수출농가 종합안전성 교육’도 실시했다. 이 교육은 생산과 출하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수출시 발생하는 위반 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농진청 수출농업지원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수출부, 농업과학원 등에서 전문가가 초청돼 농산물 생산 현장의 애로사항을 질의와 응답으로 풀어본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이와 관련 영덕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올해 처음 영덕 배추 수출작목반(70ha·50농가)을 구성해 대만 수출의 기반이 만들어졌다.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해 목표한 수출량을 맞추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삭한 식감의 영덕 배추, 대만에서 큰 인기영덕군과 배추 생산농가, 여기에 농업 관련단체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제 서서히 풍성한 결실이 맺어지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수확되고 있는 영덕 배추의 대만 수출이 시작된 것.영덕군은 이미 올해 상반기 봄배추 730톤을 대만과 말레이시아로 수출했다. 끊임없는 해외 마케팅을 추진해온 영덕군은 현재 1천160톤의 배추를 수출했으며, 금년 안에 3천톤을 해외시장에 내보낸다는 목표를 설정했다.통계청의 ‘가을배추 재배면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만3천313헥타르(ha)의 배추 재배 면적 중 전남이 3천244㏊, 충북이 1천920㏊, 경북이 1천869㏊, 전북이 1천433㏊, 충남이 1천283㏊인 것으로 조사됐다.이들 5개 지역이 전국 재배 면적의 73.2%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은 배추 생산량이 전국에서 3번째로 많아 영덕의 배추 수출 판로확대는 농가의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질 듯하다. 영덕의 배추 재배농가에겐 자긍심이 있다. 그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동해의 바닷바람과 깨끗한 자연 속에서 기른 영덕 배추의 아삭한 식감은 다른 어떤 배추도 따라올 수 없다”고. 이는 영덕 배추가 동남아에서 누리는 인기의 비결이기도 할 것이다. ‘영덕 배추 수출작목반’ 역시 새로운 해외시장 판로개척을 위한 재배 면적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영덕군은 지난해 배추 902톤을 동남아에 수출해 17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이미 말했듯 3천톤, 56억 원이다.영덕군청 관계자는 “배추와 무, 해방풍과 농수산물 가공품 등 수출 품목 확대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수출품을 발굴·육성해 2022년까지 수출 300억 원, 수출 물량 1만톤을 달성하려는 노력에 게으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청정 영덕’의 배추와 농산물은 동남아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꽁치보다 덜 비리고 담백초고추장에 푸욱 찍어영덕 청어과메기“한 입만~!”‘과메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도 인기가 높은 경북 특산물 과메기. 동해안에 사는 사람들은 가끔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과메기는 꽁치로 만드는 거야? 청어로 만드는 거야?”최근 생산·유통돼 전국으로 판매되는 대부분의 과메기는 꽁치로 만든다. 하지만 ‘원조’로 불릴 수 있는 건 청어과메기다. 30~40여 년 전까지는 ‘청어과메기’가 주류였다.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 동해안 청어가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대신한 게 꽁치다. 청어과메기의 원조 생산지로 불리는 곳은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이 조그만 어촌은 현재도 청어과메기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창포리 주민들은 “씹는 맛이 좋고 오메가3가 풍부한 청어과메기도 꽁치과메기와 마찬가지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위생적으로 가공해 판매하고 있으니 한 번 드셔보시라”고 관광객들에게 권한다.영덕군청의 설명에 따르면 “과메기의 주류가 청어에서 꽁치로 바뀐 건 사람들의 입맛이 변한 게 아니라 바다가 변한 탓”이다. 1980년대 동해에서 청어가 거의 사라진 것.청어가 돌아온 건 지난 2007년 즈음이다. 그때부터 어획량이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고, 창포리에 청어과메기 덕장이 다시금 들어섰다. 청어과메기 생산량 역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청어과메기 마니아들은 “꽁치과메기보다 비릿한 향이 덜하고 더 담백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청어과메기가 맛있을까, 꽁치과메기가 맛있을까라는 물음에 정확한 대답을 내놓을 사람은 없다.이는 “콩떡이 맛있을까, 팥떡이 맛있을까” “자장면이 맛있을까, 짬뽕이 맛있을까”처럼 무용한 질문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때문. 과메기는 ‘관목청어(貫目靑魚)’에서 생겨난 단어다. 꼬챙이로 청어의 눈을 뚫어 말렸다는 뜻. 과메기 역시 세월의 흐름에 따라 가공 방법이 변해왔다. 예전엔 청어를 씻어 싸리나무로 눈을 관통시킨 후 부엌의 봉창 근처에서 연기에 그을리며 말렸다.이렇게 하면 밤에 얼었던 청어가 불을 지피는 아침에는 녹는다.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청어과메기의 독특한 맛이 생겨났다.재래식 부엌이 거의 사라진 요즘엔 어판장에서 판매되는 청어를 덕장으로 옮겨 바닷물에 깨끗하게 씻은 뒤 짚을 이용해 양편으로 묶는 방식이 사용된다.나무 기둥에 내걸린 청어는 10~15일 정도의 건조 기간을 거치면서 ‘동해안의 별미’로 재탄생한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8-11-23

“포항 하면 과메기 먼저 생각… 인천 홍보 내게 맡겨 달라”

겨울철 포항의 대표 음식인 구룡포 과메기 상차림 앞에는 여야도 없었다. 19일 과메기 국회 시식회 및 판매 행사에 참여한 여야 국회의원과 국회사무처 직원, 출입기자 등은 과메기를 시식한 뒤 한결같이 과메기 칭찬대열에 가세했다. 이날 행사에 김무성, 장석춘 의원은 가장 먼저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판매 행사장을 찾아 과메기를 대량으로 구매해 눈길을 모았다. 이어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주영 국회부의장, 이강덕 포항시장, 박명재·김정재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비롯해 나경원, 주호영(대구 수성을), 김광림(안동), 김성찬, 정진석, 신보라, 심재철, 권성동, 김영우, 최교일(영주·문경·예천), 강효상, 윤종필,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경북매일 최윤채 대표 등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박명재·김정재 의원은 과메기 전문가에 가까웠다. 과메기의 맛과 영양 성분을 술술 말할 정도. 특히 사회를 자청한 박 의원은 과메기 삼행시를 지어 참석자들로 큰 호응을 받았다. 박 의원은 “과연 좋은 포항 과메기. 메(매)우매우 맛있는 포항 과메기. 기똥차게 좋습니다. 포항과메기”라며 ‘삼행시 달인’임을 입증. 김 의원 역시 과메기 도우미를 자청하며 여야 의원들에게 과메기 쌈을 손수 싸서 입에 넣어줬다. 그러면서 그는 “단순히 지역 특산물 홍보 차원을 넘어 포항시민의 어려움과 간절함을 과메기를 매개로 각 지역의 대표인 국회의원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포항 지역 경제는 물론 시민들에게도 큰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역설하기도. 이강덕 포항시장도 “이 자리를 빛내주고 마련해주신 의원님들께 매우 감사하다”며 “어려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 ○…이날 시식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과메기 특유의 감칠맛에 매료돼 엄지척을 연발. 더 나아가 이날 만큼은 여야 의원들 모두가 한마음이 된 채 과메기 홍보대사를 자임. 문희상 국회의장은 “포항하면 첫번째 과메기, 두번째 영일만 친구가 생각난다.또 과메기하면 대구·경북(TK)를 상징하는 동시에 포항도 상징한다”며 “전국민의 과메기가 될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고 약속. 판매행사장에서 과메기를 구매한 이주영 국회의장은 “가장 좋아하는 안주가 과메기이고, 지금까지 먹어본 안주 중에 과메기가 최고”라고 언급.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다른 일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과메기 냄새 때문에 행사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참석이 어려울 것 같았는데 과메기 때문에 발걸음을 돌렸다”며 “인천은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요청.그러면서 내심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참석하길 기대렸다는 후문. 그는“과메기 먹고 꼬인 정국을 풀려고 했더니 김성태 원내대표가 안 오네∼”라며 아쉬움을 토로. ○…이날 행사에는 대구·경북(TK) 의원들도 참석해 과메기 특유의 감칠맛에 매료됐다. 강석호 외교통일위원장은 “국회생활을 10년하는 동안 국회 행사를 단 한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면서 “품질을 보니 해가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과메기가 서울시 식당가를 주름잡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말로 적극 홍보를 부탁했다.김광림·최교일 의원은 “과메기도 먹고 건강도 챙기고, 포항도 챙겨달라”고 했고, 주호영 의원은 “과메기 냄새를 참을 수 없어서 행사장에 왔다. 포항은 고향이나 진배없다”고 밝혔다. 강효상 의원은 포항 중앙초등학교를 1년 다녔다며 포항과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하기도. ○…여성의원들은 과메기가 산후조리와 피부미용에 좋다는 말에 과메기 사랑에 푹 빠지기도. 나경원 의원은 “김정재 의원이 ‘가끔씩 피부가 좋다는 얘기를 듣는데 그때마다 하는 소리가 과메기를 먹어서라고 한다’ 말했다”며 “과메기에 오메가3가 많다는 말에 과메기 광팬이 됐다”고. 얼마전 출산한 신보라 의원은 박명재 의원이 과메기가 산후조리에 좋다고 말하자, “과메기 많이 먹고, 산후조리 잘하겠다”고 언급하기도./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18-11-20

뜨거운 온천과 시린 눈처럼, 시인의 슬픔이 내 기쁨을 녹였다

북한의 송이버섯이 왔고, 남한의 제주도 귤이 갔다.미국을 주축으로 한 국제사회의 엄혹한 제재. 그 속에서 70년을 헤어져 살았던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미래를 위해 ‘화해의 선물’을 주고받았다.송이버섯과 귤의 향기가 핵무기로 인해 얼어붙은 이 땅 사람들의 마음을 녹여줄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누가 있어 쉽게 할 수 있을까.그러나 오래 전 철학자들의 전언처럼 “희망이란 절망의 끝에서 잉태되는 것”이 아닐지. 낙관은 언제나 비관을 가까스로 제압하며 우리의 앞길을 열어왔다.어둠이 없다면 빛도 없고, 밤의 적막이 주는 서러움을 모르는 이들은 햇살 눈부신 새벽의 희망을 노래하지 못한다. 그게 세상 이치다.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라도 희망을 가지라”는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는 것도 타자(他者)를 향한 오만이 아닐지. 인간이 산다는 것은 답하기 어려운 물음 앞에 위태롭게 서는 것과 다르지 않다.▲ 홋카이도, 한적한 온천마을에서 맛본 외로움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는 아름다운 설경(雪景)으로 한국 관광객들에게 유명하다. 도청 소재지인 삿포로에서 해마다 열리는 화려한 눈 축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사할린보다 더 큰 이 설국(雪國)에 가고자 했던 이유는 일본의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처럼 ‘절대 고독’ 속에서 얼마간 머물러보고 싶다는 욕심에서였다.홋카이도의 화산지대와 호수를 둘러보고 나요로 분지(名寄盆地)까지를 확인한 후 조용한 시골 마을로 향했다. 그곳 온천이 좋다고 했다.여름과 겨울의 온도차가 40도일 정도로 매우 크고, 건강한 사람도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어깨를 움츠릴 수밖에 없다는 홋카이도에서 뜨거운 물이 솟는 온천은 부정하기 힘든 매력적인 관광자원이다.그러나 기자의 선택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도착 후 30분 가량 따뜻하고 매끄러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것까지는 좋았다. 헌데, 그 이후엔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 시간은 겨우 밤 9시. 사방은 불빛 하나 없는 캄캄절벽이었다.한국이라면 초저녁일 그때, 24시간 편의점은 물론 백열등 밝힌 카페나 선술집 하나 찾기 힘든 일본 북부의 촌구석.갑작스레 슬퍼졌다고 말한다면 ‘감정의 과잉’일까. 아주 오래 전 읽은 ‘슬픔’과 ‘쇠퇴’에 관한 시 한 편이 불현듯 떠올랐다. 이런 것이다.슬픔이 기쁨에게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귤 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가마니에 덮인 동사자(凍死者)가 얼어 죽을 때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추위에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정호승(68)은 바닥을 짐작하기 힘든 슬픔의 서정으로 세계와 인간의 고통을 따스하게 다독여온 시인이다.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적지 않은 시편이 노래로 만들어진 작가이기도 하다.위에 언급한 작품 ‘슬픔이 기쁨에게’는 그가 왜 ‘탁월한 대중적 서정 시인’인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하게 해준다.‘겨울밤 귤 몇 개 놓고 간난신고(艱難辛苦)의 삶을 버텨온 할머니’에게 얼마 되지 않는 귤 값을 깎으며 기뻐하는 ‘먹고살 만한’ 우리에게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는 사람, ‘누군가가 얼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이들에게 ‘슬픔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사람….단언할 수 있다. 슬픔 없이 사는 인간은 세상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의 슬픔 외에는 외면하고 사는 경우가 흔하고 흔하다.타인의 슬픔을 함께 울어주기 힘든 세상. 울음을 조롱하는 사회.적요했던 홋카이도의 밤. 여윈 어깨를 안아줄 누구도 곁에 없던 그날의 막막함. 인간이 가진 한계와 얄팍한 자기애(自己愛)를 너무나 명징하게 설파한 정호승의 시는 마음만이 아닌 ‘삶의 뼈’까지 아프게 했다.▲ 고독, 더 큰 절망 혹은 희망 속으로…사실 생각해보면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과 ‘남의 아픔에 무신경한 인간’은 비단 정호승의 시에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들 대부분이 그렇지 않은가.프랑스나 오스트리아, 호주 같은 ‘잘 먹고 잘사는 국가’가 아닌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모종의 쓸쓸함과 죄스러움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생겨난 게 아니었을까. 인생 내내 반복됐던 타자에 대한 무관심. 그에 대한 뒤늦은 반성.그래서였다. 적막강산(寂寞江山) 같았던 홋카이도의 밤이 깊어가던 시간. 언제 올지 모르는 새벽을 기다리며 알코올 함량 45%의 일본 보리소주에 취해 아래와 같은 졸시를 썼다.우리는 맨발로 자란다아버지는 매일같이 취해 있었다공장도 가게도 없는 국경의 오지밥을 구하는 건 엄마의 전쟁이었다먹기보다 굶기에 익숙해진 우리동네 오빠들은 열여섯이면 도시로 떠났다누구는 칼을 휘두르는 건달이 됐다 하고몇몇은 레스토랑에서 먹고 자는 웨이터로.유적지로 가는 길이 뚫리며마을에 전기가 들어왔다휘황한 네온사인의 카지노가 들어서고중국인 부자들이 언니 종아리를 힐끔거렸다열두 살 내 친구들은 껌과 담배를 팔았다아버지는 여전히 술을 마셨고누구도 얼굴 검은 주정뱅이를 반기지 않았다.배수 시설이 없는 거리는쏟아지는 폭우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때마다 물이 넘쳤고여섯 살 동생은 비를 맞으며 춤을 췄다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온 백인들그들은 웃으며 1유로 동전을 던졌다.나와 동생은 일생 신발을 신어보지 못했다미키마우스 그려진 샌들을 사온다던 오빠는열대과일 썩어가는 거리에서 칼에 맞았고그 소식 들은 날 엄마는 구걸을 나가지 않았다오늘도 우리는 맨발로 자란다.▲ 남과 북은 ‘무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지금 남한과 북한은 서로에게 얼마만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대화를 이어가고 있을까.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걸어온 지난 10년의 남북관계는 서로에 대한 신뢰 속에서 개선될 수 있을까?북이 남에 선물한 송이버섯과 남이 북으로 보낸 귤에 담긴 함의를 생각해본다.이 선물이 북한과 남한 국민들의 가슴 속에 오랫동안 자리했던 편견과 증오, 오해와 질시의 그림자를 조금이나마 밀어낼 수 있을지.정호승의 시 ‘슬픔이 기쁨에게’와 기자가 체험한 깊은 밤 홋카이도에서 깨달음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신뢰와 애정은 상대에 관한 무관심을 벗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구창웅

2018-11-16

"세계 최고 원자로 운영 기술 대한민국 탈원전은 ‘불가사의’"

원전의 단계적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등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구체화되면서 ‘에너지 전환시대’가 도래했다. 이와 관련해 원자력과 지역 발전의 상생을 위한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4일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2018 경북에너지 포럼’에서는 전문가들이 모여 에너지 전환시대를 맞아 원자력 사업과 관련한 쟁점을 논의하고 원자력과 경북도, 경주시의 상생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포럼은 전 원자력연구원장인 장인순 박사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송종순 조선대학교 원자력과 교수,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전휘수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 이레나 이화여대 핵의학 과장(교수)가 주제발표를 했다. 기조연설“‘아름다운 금수강산·원자력 기술’ 후손들에 물려줘야”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1965년 한국이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했다는 내용을 보면서 서글펐던 것은 바로 우리 어머니 누이들의 분신인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이 수출의 주 종목이었다는 사실이다. 국민소득 60달러 시대에 원자력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하고, 국민소득 200불 시대에 한해 국가 총 예산의 4분의 1이 소요되는 상용원자로의 건설을 한 무모하기 짝이 없는 모험이 오늘날 세계 1위 원자력발전 국가로 성장하게 했다.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용량 상용원자로, 전기와 해수 담수를 할 수 있는 스마트 원자로, 연구용 원자로 등 3가지 원자로를 수출하는 나라이다.문명을 위협하는 최악의 위험은 비이성적인 두려움이라 했다. 인류가 지금 누리고 있는 찬란한 과학문명을 이룬 뒤안길에는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린 희생이 있었겠는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천연자원은 물론 에너지 자원 최빈국(97% 에너지가 수입)인 대한민국이 무엇으로 에너지 안보를 이룰 수 있는가. 에너지 부국이면서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경험한 구 소련과 미국, 일본이 탈핵·탈원전을 하지 않는데 세계에서 가장 원자로를 잘 운영하는 대한민국이 탈원전을 하는 것은 조롱거리가 될 수 있는 이 시대의 불가사의다.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인간이 만든 어떤 기계도 완전한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교육하고 꾸준히 유지 보수하는 것이다.과학은 결코 후퇴하지 않는다. 에너지 최빈국인 이 땅에서 영원히 살아가야 할 후손을 위해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로 조상으로 이 세대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땅의 산업화 세대는 허리띠가 양식이었던 시대에 배가 고파 책을 읽고 먹을 것이 없어 꿈을 먹고산 세대이다.이들이 전자산업, 자동차·선박산업, 중화학공업, 토목·건설산업, 원자력산업까지 세계 1위에 올려놓았다. 원자력은 전주기 원자력기술(nuclear fuel cycle)을 완성하면 연료비가 전력 단가의 3% 이하로 그야말로 인간의 두뇌가 만드는 청정에너지이다. 이 땅에서 영원히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 딱 2가지를 물려줘야 한다. 하나는 아름다운 금수강산, 또 하나는 더 훌륭한 원자력기술을 물려줘 후손들이 에너지 걱정 없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이 땅은 조상으로부터 빌린 것이 아니라, 후손들로부터 빌린 것이다”라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격언이 무엇을 뜻하는가?주제발표“폐기물·원전·연구개발 공존하는 경주 원자력단지 조성을”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인류는 진화와 함께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 왔다. 100만년전 원시인이 2천㎉, 10만년전 수렵인이 5천㎉, 600년전 농경인이 2만6천㎉, 150년전 산업인이 7만7천㎉를 사용했고 현대인은 23만㎉라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쓰고 있다.네덜란드의 화학자로 199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폴 크뤼천(Paul Crutzen)은 인류의 존재와 미래를 둘러싼 담론으로 인류세(Anthropocene Epoch)라는 용어를 제시했다.지질시대를 연대로 구분할 때 기를 더 세분한 단위인 세를 현대에 적용한 것으로, 시대 순으로 따지면 신생대 제4기의 홍적세와 지질시대 최후의 시대이자 현세인 충적세에 이은 전혀 새로운 시대이다.인류문명이 지구에 끼친 환경적 영향을 지질학적 시대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실제로 최근 엘니뇨·라니냐·라마마와 같은 해수의 이상기온 현상,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인해 물리·화학·생물 등 지구의 환경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정부는 2017년 10월 원전의 단계적 감축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수립했다. 신규원전 건설계획은 백지화되고 노후원전 수명연장은 금지됐다. 반대급부로 태양광,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하지만 에너지전환 문제보다 더욱 시급한 문제는 지구온난화 현상에 대한 대응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기온은 0.9℃ 증가했으며 해수면은 20㎝나 상승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도 약 120ppm 증가해 현재 400ppm에 이르고 있다.IPCC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온도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을 순 제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탈원전 보다는 탈탄소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원전 가동이 중단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보다는 우리사회가 안심하는 안전기준 합의가 필요하다. 안전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원전은 조기 중단하고 안전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계속 운전을 추진하는 것이 옳다.특히 경주지역에 원자력 연구단지를 조성해 과거(폐기물), 현재(원전), 미래(연구개발)가 공존하는 경주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 이를 통해 원자력과 신재생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 실증하고 기존 원전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시험하는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사용후핵연료 관리, 핵종분리·고속로 기술로 핵변환 가능”송종순 조선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우리나라는 핵연료 설계 및 제조 기술을 국산화해 연간 경수로 550t, 중수로 400t 규모 핵연료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UAE에도 수출하고 있다. 핵연료 집합체 한 다발에서 5만명 도시가 1년 사용하는 전기인 약 15만MWh를 생산할 수 있다.원자로 내에서 우라늄 235의 핵분열 후 4% 정도의 핵분열생성물이 형성된다.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폐기물로서 높은 방사선과 열을 발산해 사용 전과 같이 사람이 직접 다룰 수는 없다.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으로는 △직접처분 △재처리 △결정유보 △중간저장 등이 있다. 이 중 중간저장 시설은 습식저장과 건식저장으로 나눌 수 있다. 습식저장은 사용후핵연료를 수조에 계속 저장하는 것이고, 건식저장은 수조에서 냉각된 사용후핵연료를 꺼내 금속 또는 콘트리트 용기 내에 넣고 공기 중에서 냉각하는 것으로 이미 독일, 스위스, 미국, 캐나다 등 14개국에서 수십년전부터 실행 중에 있다.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 내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에서 열과 방사선을 감소시키며 보관하고 있다. 10년 보관 시 방사능과 발열량이 100분의 1에서 1000분의 1정도로 감소한다. 12m 깊이의 수조는 방사선을 충분히 차폐하고 있으며, 수온은 60℃ 이하로 관리하고 있다.국내 사용후핵연료는 매년 750t 발생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16만t이 관리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발생 및 저장 현황 정보는 매분기 한수원 및 원안위에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은 방사성폐기물관리법 제28조에 따라 발전원가에 이미 반영돼 있으며 원자력환경공단에 기금으로 적립되고 있다.한국은 해체와 사용후연료 처분에 세계 최고수준의 금액을 적립하고 있다. 또한 사용후핵연료의 관리에 대한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2013년 10월부터 2015년 6월까지 각종 토론회, 간담회, 설명회, 설문조사, 온라인의견수렴 등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논의하고 2015년 6월 최종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국내외 연구자들은 현세대가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용후핵연료의 독성과 부피를 저감시키려는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핵종 분리 기술과 고속로 기술등을 이용하면 장 반감기의 원소들을 단 반감기의 원소들로 핵변환 가능하다.“방사성물질 영향과 안전한 방사선 활용방안 논의 확대해야”이레나 이화여대 핵의학과 학과장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우리 국민들은 방사성물질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일본산 수산물에서 세슘이 검출되거나 원전 주변의 주민들이 갑상선 암 발병과 관련해 집단 손배소를 제기하는 등 꾸준히 이슈가 되고 있다.원전이나 핵실험 등 인위적으로 발생되거나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성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이론은 잘 정립돼 있다.예를 들어 세슘의 반감기가 30년이고 방출하는 방사선은 베타와 감마선이며 라돈의 경우 반감기가 3.8일, 방출하는 방사선은 알파선이다. 에너지를 가진 알파·베타·감마선이 인체에 들어오게 되면 물리적으로 어떤 특성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는 잘 알고 있다.그러나 방사선이 인체에 들어올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과학적 지식은 완전히 정립되지 못한 상태다.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으로 방사선이 인체에 들어오면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를 죽이기도 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이론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의 몇개가 돌연변이를 일으켜야 암이 생기는지에 대한 정확한 숫자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지금까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방사선량이 얼마인지 등에 대해서는 잘 알려졌기 때문에 암 진단과 질병 치료에 방사선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관련 시장 규모도 상당히 크다. 방사선을 활용한 치료 시장은 6조원에 달하고 장비 시장도 2조5천억원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방사선 장비 분야의 기술력들이 축적돼 의료용·치과·산업용 방사선 장비를 만들어 수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각종 연구를 통해 일반인의 연간 방사선 허용량은 1밀리시버트(mSv)지만 방사선 분야 종사자들은 50mSv로 규정돼 있다.적은 양의 방사선이 인체에 들어왔을 때 얼마만큼의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야 암이 발생하는지는 아직 미지의 세계다. 이 때문에 암 발생에 대한 이슈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방사성물질에 대한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은 방사선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이해와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방사성물질과 방사선의 안전한 활용과 관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 못지 않게 안심시키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신재생 에너지사업 확대 등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전환 계획”전휘수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정부는 지난해 10월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공개했다. 현재 계획된 신규원전 건설계획은 백지화하고 노후원전은 수명연장을 금지하는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로드맵에 따라 월성1호기는 전력수급안정성을 고려해 조기폐쇄하고 2017년 24기인 원전은 2022년 28기로 늘어났다가 2031년 18기, 2038년 14기로 점차적으로 줄어들 예정이다.한수원은 에너지전환 후속조치로 지역부문, 산업부문, 인력부문 대책을 마련했다.먼저 지역부문 대책으로는 지자체의 희망사업에 대해 타당성 검토를 거쳐 지역발전 및 지역주민 소득창출에 효과가 높은 사업에 대해 산업부 및 관련부처 예산지원을 추진한다. 산업부문 대책으로는 20년 이상 장기 가동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설비교체 등에 2022년까지 총 1조9천억원을 투자한다. 인력부문 대책으로 전국 16개 대학에 설치된 원자력 관련학과의 융합교육, 해외취업 지원 등을 통해 신규 인력의 진출경로를 다양화하기로 했다.한수원은 정부의 에너지전환 로드맵에 따라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신재생 에너지사업을 확대하고 기술력 중심의 단계적 해외사업 진출 등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통해 신규 수익원을 창출할 계획이다.또한 국민 눈높이에 맞춘 원전 안전운영 체계를 확립키 위해 모든 의사결정 및 업무수행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있다.특히 지난 2016년 9월 경주일원에 발생했던 지진이 차후에 일어날 상황을 대비해 원전 안전수준 강화를 위한 지진·지질, 내진성능, 비상대응, 기타분야 등 4대 분야 지진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원전의 지진 안전성 지속강화 및 대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본사가 소재해 있는 경주지역과의 상생발전을 위한 계획도 수립했다. 한수원은 10대 생활체감형 사업으로 △안심가로등 설치사업 △어르신 심장마비 예방지원 △밝은 눈으로 행복한 세상만들기 △행복나래 집수리사업 △한수원 문화의거리 조성 △문화도시 경주를 위한 메세나 사업 △한수원 문화가 있는날 행사 △행복더함 희망나래 사업 △아인슈타인 클래스 시행 △지역대학 협력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5대 프로젝트로 △원자력 협력기업 유치 △원전현장 인력양성원 설립 △재경장학관 설립 △한수원 여자축구단 창단 △마이스(MICE) 산업 활성화 등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종합토론14일 열린 ‘2018 경북에너지 포럼’은 주제 발표에 이어 종합토론을 가졌다.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의 미래와 더불어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맞이하는 원자력의 방향 등에 대한 종합토론을 요약한다.△임채영 박사(한국원자력연구원)현 시점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중요하다. 지자체 지역에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거나 변화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까 발표에서 다뤘듯 지역에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지역에서 사안 하나하나에 너무 내몰리지 말고 균형잡힌 시각에서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주를 위해서 그리고 경북을 위해서, 원자력 산업을 위해 무엇이 좋을지 지혜를 모아 현명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이레나 교수(이화여대 핵의학 과장)개인적 생각은 원전이 사고가 나면 위험은 있기 때문에 그보다 안전하고 저렴한 에너지원이 있다고 한다면 원전 건설을 줄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하지만 거기에는 ‘지금의 원자력 발전소보다 더 안전하고 저렴하고 여러 측면을 고려했을 때 더 나은 솔루션이 있다면’이라는 전제가 있다.전 정부에서는 원전을 확대하는 쪽으로 많이 앞서나갔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번 정부는 반대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많다면 아예 짓지 않는 게 아닌 다른 에너지원 개발 등의 정책을 통해서 조절을 했으면 좋겠다.△전휘수 부사장(한국수력원자력)원전은 찬성 반대 양측에서 모두 준비된 답변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일방적으로 충분히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설명되거나 납득을 할 수 있다면 찬·반 논쟁이 치열하지 않았을 것이다.국민들도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어떤 주장이 더 합리적인지 정보를 제공받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원전이 일본의 후쿠시마처럼 사고가 날 확률이 ‘0’이라 할 수 있냐고 질문을 받는다. 당연 0은 아니며, 완전히 0이라 할 순 없다.하지만 한편으론 가능성이 0이 아닌 것에 대해 ‘선택하지 말아야 하나’라는 질문도 하게 된다. 모두들 더 많은 정보를 통해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장인순 박사(전 원자력연구원장)과학은 후퇴하지 않는다. 인공지능, 기술 등이 발전해 원자력도 더 안전하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의 쓰리마일 원전 사고는 우리나라와 같은 경수로인데 다친 이가 없다. 그만큼 안전한 원자로다.최근 언론에서 중국이 많은 원전을 짓는다고 불안함을 조성하고 있는데 중국도 다행히 경수로를 이용한다.고리, 월성 1호기 등은 아직도 10년 이상 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원전 40%가 수명 연장을 했고 40년 이상 수명을 연장했다고 한다. 우리의 기술도 뒤지지 않는다. 후손을 위해 더 훌륭한 원자력기술을 물려줘 에너지 걱정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건 어떨까.△송종순 교수(조선대 원자력과)천년고도의 경주 신라시대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아는가. 신라인들은 ‘숯’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이처럼 불을 다뤄왔던 경주는 어찌 보면 현대의 ‘불’인 원자력 발전소부터 한수원, 양성자 가속기까지 모여있어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불씨를 이 포럼에 참석한 분들과 전문가 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잘 살려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세리기자manutd20@kbmaeil.com/이시라기자sira115@kbmaeil.com/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8-11-15

지역 맞춤형 선진기술 도입, 문경사과 명품화 기반 구축

문경사과가 예부터 많은 명성과 품질을 인정받게 된 이유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소백산맥을 분수령으로 충청북도와 경계를 이루고 동쪽의 천주봉에서 문경의 주흘산, 가은 희양산, 농암 청화산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산줄기들이 무수히 발달돼 있어 문경은 대부분 준령에 쌓인 작은 분지로 형성돼 있다.이러한 지역적 특성 때문에 한반도 내륙성 기후의 특징인 온난한 기후와 기상재해가 거의 없는 축복의 땅을 갖고 있어 사과재배 최적지로 알려져 있다.문경지역의 사과재배 역사는 길지 않지만 1930년경에 영순의 채홍우씨가 황해도 사리원에서 사과묘목을 구입해 최초로 재배했고 그후 일본인들이 사과묘목을 들여와 문경, 가은, 마성등지에서 재배하기 시작해 점촌, 호계 지역으로 점차 확대됐다. 이 시기의 주 재배 품종으로는 홍옥, 국광, 축, 욱, 인도 등이었다.특히 문경사과는 사과 비대기인 7∼9월 사이 601㎜의 알맞은 강수와 당(糖)의 축적기인 9∼10월의 풍부한 일조량(436.7시간), 주·야간의 일교차는 9월이 10.9℃, 10월이 12.9℃로 타지역보다 3∼4℃ 높아 전국 최고의 사과 생산지로 군림하고 있다.1980년대부터 가장 납품조건이 까다로운 미8군에도 납품하고 있다.이렇게 축복 받은 문경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당도가 타지역보다 1∼2°BX정도 높고, 과즙이 많으며 육질이 단단해 저장을 오래 동안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천혜 자연조건 갖춘 사과생산 최적지타 지역보다 당도 높고 육질 단단국내 육성품종 ‘감홍’ 주산지 자리매김연구교육관 신축으로 재배기술 발전한·일 사과재배 기술교류로지역농가 선진기술 조기정착 최선◇문경사과가 맛있는 이유문경사과는 주야간 큰 일교차,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 등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고 있어 과즙이 많으며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은 특징이 있다.1930년대부터 재배되어 온 문경사과는 2008년도 1천600여 농가가 1천645ha를 재배해 전국 10대 주산지에 머물렀다. 재배품종도 후지, 홍로, 쓰가루가 주를 이뤄 타 주산지와 차별화가 되지 않았다.2013년 말을 기준으로 볼 때 문경사과는 1천871호가 1천873ha를 재배하며 연간 3만5천여t을 생산해 총 생산액이 950억원(추정치)에 이른다. 재배면적으로 전국 6대 주산지로 성장했고 재배품종 중 당도가 제일 높은 국내육성품종인 ‘감홍’의 전국제일의 주산지로 명성이 높다.문경사과의 유통·판매는 주로 문경거점산지유통센터(문경APC), 문경농협을 비롯한 지역농협, 안동공판장 등 계통출하가 75%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사과축제를 통해 소비자직거래(특판, 택배 등) 및 가공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농업 개방화시대에 대비해 지역특성에 맞는 사과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문경사과의 명품화를 앞당겨 농가소득을 높이기 위해 2007년 설치계획수립, 2008년 부지매입, 2009년 토목, 건축공사를 거쳐 2009년 9월 30일에 마성면 외어리 769번지 2만2천438㎡부지에 과수포장(약 2만㎡)과 농기계창고(230㎡), 퇴비사(165㎡), 저온저장고(100㎡), 관리사(130㎡)등 4개의 건물을 갖추고 있다.국내 육성품종 현지 적응 검정, 경영절감 기술개발, 농업 특허개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공동연구, 현장평가회 등을 수행해 농가의 재배기술발전과 경영절감에 기여하고 있으며 2018년에 연구교육관 신축을 추진해 농업인교육 및 문경사과 홍보역할을 할 예정이다.◇농업인대학에 사과반 운영문경 친환경사과대학은 앞으로 고품질 안전사과 생산만이 대내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사과재배 농업인의 기술수준 향상을 통하여 변화하는 지역과수 산업의 선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5년부터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수강대상은 귀농인, 여성농업인, 기존 과수재배인 등으로 수준별 맞춤교육을 실시하고 있다.2015년까지 1천10명이 수료했으며, 이론 및 현장 위주의 실습교육을 통해 고품질 안전사과 생산을 실현토록 지속적인 정보 및 기술을 지원하는 등 문경사과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하고 문경사과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여가는 배움의 장으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문경사과 재도약의 방향을 제시하고 우리 지역에 적합한 새로운 기술의 도입 및 정착을 위해 한·일 사과재배 기술교류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2002년부터 시작된 기술교류는 일본 이바라기현의 사과재배 전문가인 구로다 야스마사씨와 오카다 오사무씨를 문경으로 초청해 우리지역에 적합한 사과재배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일본 현지과원을 방문해 시기별로 재배기술 교육 및 실습을 병행하고 있으며 2002년부터 2015년까지 68차에 걸쳐 일본방문(538명), 문경초청 순회기술교육(1만1천821명), 세미나 16회(4천132명)를 실시해 농업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2016∼2017년 2년간 일본견학 3회 76명, 초청교육 2회 2천30명을 실시했고 세미나 2회(424명)를 개최했다.한·일 사과재배 기술교류는 우리지역 사과재배 농가들에게 인식 변화의 계기가 됐으며 선진기술의 조기정착으로 문경의 사과재배기술을 한 단계 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사과 꽃가루 은행도 운영과수의 안정적인 결실 확보와 품질향상을 위해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사과꽃가루은행을 운영해 사과, 배 재배농업인 3천86호가 꽃가루 38만1천159g을 채취해 3천352ha에 인공수분을 실시했으며 2016년 270ha, 2017년 236ha에 인공수분을 실시해 정형과 비율을 높여 문경사과의 품질향상으로 농가 소득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또 문경사과발전연구회를 1996년도 신규 조직해 현재의 문경사과발전협의회 육성했으며 지역사과재배농업인 500여명(사과재배농업인의 약 27%)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생산자단체와 매년 문경사과품평회를 개최해 문경사과의 우수성을 홍보하고있으며, 고품질사과생산을 위한 병해충방제교육, 과원순회 현장지도 등으로 문경사과의 명성을 회복하는 기반을 구축했다.문경사과축제 및 사과학술세미나도 개최하고 있다. 청정지역 백두대간 문경에서 생산된 사과의 우수성과 소비자(관광객)와 함께하는 축제를 육성을 위해 2006년부터 문경사과축제를 개최해 시민화합 유도 및 문경의 대내외 홍보,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기여하고 있으며 올해 사과축제에서는 45만 3천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고 13억5천만원의 사과판매를 했다.축제장을 찾는 관광객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07년부터 국내·외 사과관련 전문가를 초청, 사과학술세미나를 개최해 농업인의 기술향상 및 문경사과의 우수성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문경사과의 성공 모델농업인의 가공수요해결과 가공사업의 효율적인 지원체계 구축, 문경사과의 지속적인 소비창출 및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2009년부터 현재까지 농식품 특성화사업을 추진해 사과칩, 사과즙 등 가공농가 40호를 육성했으며, 사과생산량의 25% 정도인 8천400여t을 가공하고 있다.문경사과주스플랜트 운영을 통해 지역내 농가를 대상으로 가공원리 및 가공현장실습교육, 위생교육을 실시해 대량창업보육농 52호를 육성했으며 관내 초중고, 유치원에 백설공주 사과즙을 공급해 로컬푸드 급식시장도 개척했다.또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사과제품시리즈 개발(6종), 농가형 사과즙, 사과와인, 사과식초 표준규격 및 공정도 개발, 창업보육공동브랜드 개발(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사과) 등 창업보육상품화 서비스 연구를 수행하여 생산, 가공, 유통·판매, 체험·관광의 성공적인 6차농업 지도모델도 개발했다.문경/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18-11-12

아름다워서 더 서러운 파타야의 바다

태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세워 “최고”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관광객의 취향에 따라 갈린다. 코끼리 등에 타고 울울창창한 열대의 밀림 속을 돌아보며, 소수 민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자 그 나라를 찾은 사람이라면 태국 북부 치앙마이(Chiang Mai)나 치앙라이(Chiang Rai)가 최고의 여행지로 느껴질 것이다.반면 20~30m의 물속이 환하게 들여다보이고, 거기서 붉고 푸른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광경을 기대한 사람들에겐 푸켓(Phuket)이나 코사무이(Ko Samui), 파타야(Pattaya) 등에서의 체험이 오래 기억될 것이다.5번쯤 태국을 여행했다. 그러니, 북부의 산악지대와 남부의 섬 곳곳을 돌아볼 수 있었다.관광객을 위한 인프라가 잘 조성된 태국은 수도인 방콕(Bangkok)에서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어렵지 않게 치앙마이, 푸켓, 파타야 등으로 갈 수 있다.저녁에 출발해 새벽에 도착하는 기차의 침대칸을 이용해 치앙마이로 가서 치앙라이, 치앙콩, 미얀마 국경지대까지를 돌아봤다.동남아시아 같지 않은 선선한 기후를 즐겼고, 자신이 처한 곤궁한 상황과는 무관하게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낙관적인 태국 사람들과 자주 어울렸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파타야 해변에서 ‘법성포 바다’를 보다태국 북부 여행을 마치고는 값싼 비행기 티켓을 구해 남부 바닷가로 향했다. 푸켓과 피피섬, 코사무이를 거친 후 “한국 관광객이 부산의 해운대보다 더 많다”는 농담이 떠도는 파타야를 찾았다.찾아간 해변들은 재론의 여지없이 아름다웠다. 푸른 보석의 색깔을 닮은 바다와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하얀 모래, 거기에 멀리 보이는 기암괴석(奇巖怪石) 가득한 섬까지.그 서정적이고 평화로운 풍경 안에서 유럽과 북미, 중국과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환하게 웃었다. 제가 살던 공간을 떠나온 그들에게 걱정 따윈 없어 보였다.그러나 늦은 밤, 홀로 거리를 걷다가 발견한 ‘관광지 밖의 풍경’은 낮에 본 ‘관광지의 풍경’과 달랐다. 너무나 달랐다.거친 바람이 불어오면 곧 날아가 버릴 듯한 조악한 양철지붕의 집들, 시궁창 냄새 진동하는 좁은 골목, 목욕시키지 못한 아기를 안은 10대로 보이는 어린 엄마들….그 ‘가난의 풍경’이 한국의 1960~70년대를 떠올리게 했다. 서러운 시절은 ‘서러운 문학’을 낳는다. 서늘해지는 가슴으로밖에 읽을 수 없는 시편(詩篇)들.남도 민요풍의 탁월한 가락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문병란(1935~2015)의 절창 ‘법성포 여자’ 또한 그런 시 중 하나다. 법성포 여자마이가리에 묶여서인생을마이가리로 사는 여자주막집 목로판에 새겨 온 이력서는그래도 화려한 추억항구마다 두고 온 미련이 있어바다 갈매기만도 못한 팔자에부질없는 맹세만 빈 보따리로 남았구나.우리 님 속 울린빈 소주병만 쌓여 가고만선 소식 감감한칠산 바다 조기 떼 따라간 님법성포 뱃사공은 영 돌아오지 않네.어느 뭍에서 밀려온 여자경상도 말씨가 물기에 젖는데알뜰한 순정도 아니면서철없는 옮살이 바다제비서쪽 하늘만 바라보다섬동백처럼 타 버린 여자야오늘도 하루 해기다리다 지친 반나절소주병을 세 번 비워도가치놀 넘어서 돌아올 뱃사공그 님의 소식은 감감하구나.진상품 조기는 간 곳 없고일본 배 중공 배 설치는 바다에허탕 친 우리 님빈 배 저어 돌아올굵은 팔뚝 생각하면 울음이 솟네.진종일 설레는 바람아하 그리 밤은 긴데촉촉이 묻어오는 눈물여인숙 창가에 서서미친 바다를 보네출렁이는 우리들의 설움을 보네.뱃길도 막히고 소식도 끊기고징징 온종일 우는 바다니나노 니나노아무리 젓가락을 두들겨 보아도얼얼한 가슴은 풀리지 않네.용왕님도 나라님도 우리 편 아니고조기 떼도 갈치 떼도 우리 편 아니고밀물이 들어오면 어이할거나궂은비 내리면 어이할거나.오오 답답한 가슴 못 오실 님수상한 갈매기만 울어미친 파도를 안고회오리바람으로 살아온 여자만선이 되고 싶은 밤마다텅 빈 법성포 여자의 몸뚱이도미친 바다처럼 출렁이고 있구나. ‘마이가리(가불)에서 마이가리로 이어지는’ 건조하고 팍팍한 생. 어깨에 기대 울 수 있는 사람 하나 만났으나, 그 역시 ‘가불 인생’일 게 뻔했다.하지만, 알뜰히 그를 기다리는 마음만은 어떤 새색시 못지않은 여자. 그 기다림의 고통과 아픔을 폭음과 울음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그녀. 맞다. 비극적이지 않은 삶이 지구 위 어디에 존재하랴.세상 어디 한곳 몸 붙일 곳 없어 떠돌고, 떠돌다가 결국은 후미진 포구에서 ‘섬동백처럼 까맣게 타버린’ 사람이 어디 문병란의 시에 등장하는 이 여자 하나뿐일까?한국인의 절대다수가 궁핍을 벗어나지 못했던 40여 년 전이라면 ‘법성포 여자’는 ‘포항 여자’가 될 수도 있고, ‘제물포 여자’가 될 수도 있으며, ‘서귀포 여자’나 ‘부산항 여자’도 될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그날 밤, 슬픔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괴이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여행지에서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내가 뭐라고 낯설고 물선 이곳에 와서 가난하지만 선량하게 사는 이들의 삶을 동정하고 평가하려는 것인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그렇다.간난신고(艱難辛苦) 태국의 빈민촌을 목도하고 돌아온 밤. 멀리서 철썩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문병란 시인을 흉내내 아래와 같은 졸시를 쓴 것은 그 미안함과 부끄러움 탓이었을 게 분명하다.우리는 누구인가?놀러온 이들에겐 파타야의 밤이 짧다제 나라 콜라 한잔 값으로 좌충우돌 진행될 흥정이 즐겁다배낭은 무겁지만 삶이란 더없이 가벼운 것일 년 내내 햇살의 세례를 받는 이곳은 천국이 아닐까꾸벅꾸벅 꺾이는 목으로 겨우겨우 버텨내는 밤대체 당신들은 언제가 돼야 잠을 자는가1달러짜리 액세서리는 오늘도 팔리지 않고여동생은 매일 같이 비키니 입고 관광객 앞에서 춤을 춘다썩어가는 과일 향기를 실어온 바람에게 묻는다이 도시는, 이 나라는 대체 누구의 것인가두리안 냄새를 싫어하는 이들로부터 밥을 얻는우리는 대체 누구인가./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구창웅

2018-11-09

한방, 첨단의학의 한계를 넘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다

지난 5월 7일 폐막된 대구약령시한방문화축제는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25만 명 이상의 시민과 관광객이 다녀갔다. 특히 한약사 주관의 ‘한방 환 만들기’와 7가지 한약재를 우린 물에 발을 담그고 힐링하는 ‘한방족욕체험’, 대구 약령시에서만 만날 수 있는 ‘테마한약재 전시 체험관’ 등은 지역 한방의료의 특색으로 자리 잡았다.성황리에 끝난 대구약령시한방문화축제는 대구시의 미래전략산업인 의료분야에서 한방의료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실제로 대구시 최운백 미래산업추진본부장은 “대구 약령시가 대한민국 한방산업 대표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대구시의 한방의료 현주소를 살펴본다.한방고유 처방 자금정,아토피성 피부질환 효과 입증도라지 사용 동물실험서비만 ·당뇨 치료 효능 발견‘나노 다공성 침’ 이용대장암 치료 가능성 발표◇대구시 미래전략산업 의료, 한방 의료도대구시의 8대 미래전략산업 중 하나인 의료 분야에 한방 의료도 포함돼 있다면, 이를 수긍할 수 있는 시민은 얼마나 될까?당장 “침을 놓거나, 한약을 달이는 한방이 어떻게 미래먹거리가 될 수 있냐”며 타박할 수도 있다. 그도 그럴것이 물과 미래자동차, 스마트에너지, ICT융합, 기계로봇 등 첨단분야에 비해 한방 의료가 가지는 이미지는 어르신들이 즐겨찾는 구태의연한 것일 수도 있다.하지만 대구시의 8대 미래전략산업 중 하나인 의료 분야에 한방 의료가 포함된 것은 주지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구시 최운백 미래전략산업본부장은 “최근 한방고유 처방인 자금정이 아토피성 피부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SCI급 논문에 게재됐다”며 “양한방 통합의료 연구의 결과물인 자음강화탕이 미국 FDA로부터 NDI(신규건강식품원료)인증을 받는 등 우리 고유의 한방이 곧 미래산업이 초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한방 의료 산업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15일 대구테크노파크 한방산업지원센터와 한국브이알에이알콘텐츠진흥협회는 대구테크노파크 한방산업지원센터에서 상호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협약으로 양 기관은 한방 의료 산업 분야에서의 가상·증강·혼합현실을 위해 △연구용역 진행 △관련 기술 및 사업 자문 지원 △한방산업 관련 콘텐츠 제작 등을 추진키로 했다.뿐만 아니다. 대구한의대학교 의료원은 최근 대구한방병원 세미나실에서 스리랑카와 보건의료 교류 활성화를 위해 스리랑카 보건복지부와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이를 통해, 대구한의대 의료의원 스리랑카 보건복지부의 협력 병원으로 지정됐으며, 스리랑카 이주 노동자들의 의료 혜택 및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또 의료 인력의 인적 교류와 보건의료 분야의 활성화를 위한 공동 방안 모색 및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사실상 대구의 한방 의료가 수출을 위한 준비 과정에 나선 셈이다.지난 7월 산업정책분석원이 발간한 ‘한방의료산업의 시장동향과 한의약 이용실태 및 정책 추진방향’이라는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의료복지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화학적인 가공을 통한 약품을 사용하는 서양 의학에 대한 소비에서 한의학과 중의학과 같은 천연물을 이용한 대체의학에 대해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또 한방의학은 천연물을 가공시킨 약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화학적인 가공을 통한 양약보다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웰빙시대의 추세에 부합하고 있다.대구의 한 한의학 의료진은 “일본관광객들이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한의학 진료가 여타의 양방 진료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방 의료, 성과도 착착대체의학으로 불리는 한방 의료가 발전이 없는 상태라면, 지역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불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의 한방 의료는 서구의학이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각종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지난 7월 경북대학교 식품영양유전체연구센터는 칼로리 걱정없는 대체감미료를 개발했으며, 도라지 등 전통천연물이 비만 예방에 효능이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입증하는 성과를 올렸다.센터에 따르면, 전분으로부터 얻은 대체 감미료 ‘알룰로스’가 체중 및 체지방을 효과적으로 줄여 비만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16주 동안 사료와 함께 알룰로스를 먹인 쥐(비만 쥐)는 다른 쥐 보다 체중 25%와 지방량 약 6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아울러 동의보감에 기재된 전통천연물 처방전인 ‘태음조위탕’과 ‘방풍통성산’의 공통 소재인 길경(도라지)을 사용한 동물실험에서도 비만 및 당뇨를 줄일 수 있는 효능을 입증하기도 했다. 대구시는 “캐나다, 호주, 미국 특허출원과 녹십자웰빙(주))에 기술이전을 통해 천연물소재의 유용성 확대와 건강기능식품소재 및 차세대 기능성 식품 개발 분야 등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뿐만 아니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방을 통한 대장암 치료 가능성이 열렸다”면서 “한의약 연구개발을 통해 추진된 ‘나노 다공성 침 개발 및 대장암 치료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 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서 주목받았다”고 밝혔다.‘나노 다동성 침’은 전기화학적 나노기술을 적용해 침 표면에 나노미터에서 마이크로미터에 이르는 내부로 함몰된 미세한 구멍을 갖는 한방 침이다. DGIST 인수일 교수 팀에 의해 개발된 이 침을 주기적으로 시침받은 쥐는 대장암 발생의 전조증상 및 진행지표 발현량이 현저하게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노 다공성 침의 시침이 쥐의 대장암 진행속도에 영향을 준 셈이다.해당 연구결과는 지난 해 10월 세계적인 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었으며, 한방 침 분야에서 유일하게 ‘2017 Scientific Reports Top 100 in onclolgy’에 선정되기도 했다.보건복지부는 “나노 다공성 침 연구 성과는 오랜 역사의 침구의학과 최첨단 나노기술을 접목해 암 치료 분야에서의 그 학술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라고 말했다. ◇한방 고유처방 ‘자금정’, 아토피 치료 효과 세계 최초 규명올해 대구 한방 의료가 가장 큰 성과는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응용센터(센터장 정환석)와 대구 약령시가 공동으로 시행한 ‘한방 고유처방 자금정(紫金錠)의 아토피성 피부질환 치료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성과를 보였다는 점이다.대구시는 지난 8월 6일 “자금정에 대한 연구 성과가 INTEGRATIVE COMPLEMENTARY MEDICINE(보완통합의학) 분야 상위 20% SCI급 저널인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7월 최신판에 게재됐다”고 밝혔다.자금정은 한약 가운데 해독약으로는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는 전통 한의약이다. 문합(文蛤), 산자고(山慈姑), 대극(大戟), 속수자(續隨子), 사향(麝香)의 5가지 한약재로 제조되며, 동의보감과 방약합편(方藥合編)에 독소의 축적 해소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소개돼 있다.연구에 따르면, 피부각질세포(HaCaT)에 ‘자금정’을 25와 50μg/ml 각각 처리했을 시 아토피 피부질환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염증성 싸이토카인과 케모카인 생성량(RANTES, TARC, IL-6, IL-8)이 유도군 대비 각 20%와 25~50% 이상 감소됐음이 확인됐다. 또 피부질환에서 중요한 전사인자로 작용하는 NF-kB와 STAT-1의 핵내로의 전좌(translocation)를 억제함으로써 ‘자금정’이 아토피 피부염의 억제 및 치유에 효과를 준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됐다.실험쥐(BALB/c 수컷 5주령)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실험쥐의 등과 귀 뒷면에 면역 교란물질 DNCB(2,4-dinitrochloro benzene)를 도포하여 아토피를 유발하고, ‘자금정’100mg/kg을 경구투여 했을 때 ‘자금정’을 먹이지 않은 쥐에 비해 피부의 부종, 홍반, 각질 등의 피부병변이 유의적으로 감소했고, 이상증식 되어 있던 표피 두께가 회복되는 것이 관찰됐다. 특히, 자금정을 식이한 실험쥐에서 어떠한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자금정’이 아토피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대구시 최운백 미래산업추진본부장은 “한방 고유처방인 ‘자금정’이 아토피 피부질환을 완화 시키고 치유하는데 효과가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함으로서, 대구 약령시를 대표할 수 있는 제품개발 활성화와 지역 한의학의 위상을 한단계 발돋움 시켰다”며 “아울러 한방을 통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2018-11-05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

그 옛날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로 불리던 시기, 학교 과제로 제출하던 발명대회를 기억할 것이다. 친구들끼리 갖가지 아이디어를 발굴해 조막만한 손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꿈에 부풀었던 기억이 있을 법하다. 그런데 이제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GIF)’가 열린다. 올해로 4번 째인 GIF는 이미 1만6천88명의 혁신가가 참여해 763건의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GIF의 현주소와 미래를 조명해 본다.2016년 시작해 3회 거치며 1만6천88명 참여 763건 아이디어 발굴, 23건 창업으로 이어져오는 9~10일 엑스코서 개최…메이커톤, 아이디어톤, 루키캠프 등 4개 세션 520명 혁신가 선정市 “4차 산혁시대 전 세계 청년 창업가들의 명실상부한 혁신창업 플랫폼으로 자리매김”◇GIF란?GIF, 즉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는 대구시와 한국가스공사가 주최하고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글로벌 창의형 인재 및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범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다. 국내·외 이노베이터, ICT 분야 전문가, 투자자, 스타트업이 한 자리에 모여 창업문화를 확산하고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연결되며,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창업혁신 플랫폼’이다. 지난 2015년 미래부의 주관으로 제1회 GIF가 진행된 이후 2016년부터 대구시의 자체사업으로 브랜딩했다.GIF에서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현실화 시키려는 참가자들을 혁신가라고 부른다. GIF는 지난 3회를 거쳐오면서 1만6천88명의 혁신가들이 참여했고, 763건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해 열린 제3회 GIF에서는 총 3천245명의 혁신가들이 참여를 신청해, 분야별 최고 1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울러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 7개국에서 63명의 글로벌 인재들이 대거 참여하기도 했었다.GIF의 특징은 여타의 스티트업 페스티벌처럼 우수 스타트업들의 네트워크와 투자유치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GIF에서는 미창업자들의 아이디어 발굴부터 시작해,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성장시키는 단계별 경연으로 이뤄진다.김태운 대구시 창업진흥과장은 “지난 3년 간 GIF에서 총 3천651명이 경진대회 본선에 출전해 763건의 우수 아이디어가 발굴, 23건이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나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된다?인터넷에서 학교 동문을 찾아주는 ‘아이러브스쿨’이라는 사이트가 있었다. ‘아이러브스쿨’은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옛 추억’을 함께 했던 학교 친구와 선후배를 찾게 했다. 특히, 단순하게 친구를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회원들로부터 장학금을 적립해 모교에 기증하는 등의 행사도 진행했었다. ‘아이러브스쿨’은 1999년 10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 가운데 최단 기간 500만 명 회원을 보유하는 기록을 세웠다.이러한 ‘아이러브스쿨’이 단돈 150만원으로 시작했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했던 ‘아이러브스쿨’은 10억원을 투자받아 성장했으며, 이후 야후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인수 제의를 받기도 했었다.핀란드의 스타트업 벤처인 슈퍼셀이라는 기업이 있다. 이들은 모바일게임 제작사로 클래시 오브 클랜과 붐비치, 클래시 로얄, 헤이데이라는 4개의 게임을 제작했다. 슈퍼셀은 단 4개의 게임만으로 3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했으며, 지난 2016년 중국의 IT기업 텐센트에게 10조원의 가치에 매각됐다.이처럼 작은 아이디어가 현실이 된다면,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지난 해까지 3차례 열린 GIF에서도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며 꿈을 이룬 사례가 있다. 지난 2015년 GIF를 통해 발굴된 ‘참드’와 ‘무아’ 등은 스타트업으로 성장했으며, GIF에 참가했던 혁신가 3명은 회사를 설립해 해외창업(베트남)에 성공했다. 또 지난 2016년과 2017년 GIF를 통해 발굴된 ‘그린앤씨’와 ‘태크’, ‘릴리커버’, ‘(주)코어사이트’ 등은 중국과 아프리카 등에 23만 달러의 투자(수출) 성과를 냈다. ◇올해의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는 어떻게?대구시는 지난 9월부터 10월 29일까지 ‘제4회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의 참가자를 모집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분야별로 약 520명의 혁신가들이 선정됐다.‘Startup Rise’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는 올해 GIF는 대구시와 혁신도시 입주기관인 한국가스공사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주관으로 오는 9일부터 10일까지 무박 2일 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다.무박 2일 동안 진행되는 GIF는 4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혁신적인 디바이스 및 SW를 개발하는 메이커톤 △주제별 아이디어 및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아이디어톤 △스타트업의 사업계획 및 아이디어를 피칭하는 오디션 △초·중등학생이 서바이벌 경연인 루키캠프가 그것이다. 4개의 세션과는 별도로 스타트업의 스케일업과 글로벌 진출을 촉진시키기 위해 ‘스타트업 페어’가 마련됐다. ‘스타트업 페어’에서는 제품 및 서비스를 시연하는 데모 스테이지와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피칭 경연, 성장단계별 엔젤·VC 투자연계, 글로벌 창업전문가들의 멘토링 등이 있을 예정이다.특히‘스타트업 오디션’의 우승자는 유럽 최대 규모의 창업 컨퍼런스인 ‘SLUSH 2018’의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SLUSH 2018’은 전 세계에서 약 2천 개의 스타트업이 참가하며 800명의 투자자와 700명의 언론인 등이 참여하는 컨퍼런스다.이외에도 9일 열리는 개막식에는 세계적인 테크놀로지 퓨처리스트인 이안 칸(Ian Khan)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시대변화와 흐름에 따라 혁신기술을 전망하고 첨단 기술에 대한 트렌드를 신생 기업 및 글로벌 기업들에게 제시할 예정이다. 또 계명대학교의 KMU-GIF LINC 캠프와 경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의 대구 스타트업 리더스 포럼 등도 부대행사로 열린다.권영진 대구시장은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새로운 영역에서 창업을 통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우리대구를 창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글로벌 이노베이터 페스타가 전세계 청년 혁신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실상부한 혁신창업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더욱 힘써나가겠다”고 강조했다.◇스타트업 오디션최고상금 3천만원이 주어지는 스타트업 오디션은 예비 창업자 및 7년 이내의 스타트업 200명 내외가 참여한다. 혁신가들은 기업의 서비스와 제품을 시연하고 투자연계를 이끌어내야 한다. 올해 행사에서는 중소벤치기업부장관상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 등 창업과 ICT 분야의 정부부처 2곳에서 후원하며, 역대 최대로 펼쳐진다.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 무대에 올라온 100개팀 200여 명에게는 대회 이후 창업인큐베이팅 공간이 무상으로 제공되고 크라우드 펀딩과 전문가 멘토링이 지원된다. 또 추가 사업화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연결해준다. ◇메이커톤제한시간 내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 보는 메이커톤 대회는 올해 KT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대회주제는 IoT 오픈 플레폼을 활용한 세상을 바꾸는 IoT 서비스다. 대상은 교육부장관상이 수여되고, 대구광역시장상과 기관장상 등이 주어진다. 특히 대회 기간 총 2차례의 전담 멘토제를 실시한다.◇아이디어톤아이디어톤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도시·환경 소셜벤쳐, 천연가스와 에너지 두 분야를 주제로 경연을 펼친다. 대상을 포함해 4개의 팀에게는 1천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특히, 올해 대회에는 대구혁신도시에 입주한 한국가스공사의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천연가스·에너지 주제도 마련됐다.아이디어톤에는 단순 경연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가스공사의 에너지 분야 설명회 및 전문가 멘토링도 마련되어 있으며, 아이디어톤 참가자들에게는 주관기관 창업관련 사업을 진행할 시 가산점을 부여하게 된다. 대상은 행정안전부장관상이 수여되며, 총 7개 팀에서 1천2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루키캠프루키캠프는 ICT 꿈나무들의 상상과 미래를 지원하고, 지속가능한 스타트업 문화의 정착을 위해 중고생을 대상으로 마련됐다. 아울러 대구시 교육정보연구원 주관의 ICT활용 창의성 경진대회도 연계 개최된다. 루키캠프의 대상에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이 수여된다. 대구시에 따르면, 전국 중고생이 참여하는 루키캠프는 공식 홈페이지 오픈 초기에 참가신청이 마감됐다. 루키캠프를 통해 GIF를 경험한 꿈나무들은 아이디어톤과 메이커톤, 오디션으로 연결이 가능하다./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2018-11-02

‘구룡포 과메기 밥상에 오르다’… 장안에서 화제 만발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아띠홀에서 개최된 포항구룡포과메기 서울 미디어설명회와 상생상회에서의 홍보·시식 행사는 과메기 첫 출시일이어서인지 중앙 언론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리는 등 성황을 이뤘다. 포항구룡포과메기의 서울 홍보·시식행사의 이모저모를 엮어봤다.맛 칼럼니스트도 반한 맛훈제 과메기 생산 당부도김정재 “과메기 먹고 피부 고와” ○…이날 참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주목한 것은 ‘과메기, 밥상에 오르다’라는 슬로건.사회를 본 방송인 이홍렬씨는 “과메기하면 소주 안주여서 술상이 생각나는데 밥상 위로 올리겠다는 발상에 깜짝 놀랐다”며 방향을 잘 잡은 것같다고 덕담을 거듭.황광해 맛 칼럼니스트도 “슬로건을 보고 앞으로 과메기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과메기죽은 어떤 맛이 날지 궁금하다”며 동행한 음식전문가에게 즉석에서 과메기죽 개발을 제의하기도.○…황광해 맛칼럼니스트는 특강에서 “고문헌에 나오는 것처럼 포항에서 훈제로 만든 과메기를 생산해달라”고 당부.그는 “이제까지는 과메기 제조방법이 똑같았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있는지”라고 반문하고 “훈제 과메기가 생산되면 반드시 마니아가 생겨나면서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정재 국회의원(포항 북)은 축사에서 “가끔씩 피부가 좋다는 얘기를 듣는데 그때마다 하는 소리가 ‘과메기를 먹어서’라고 한다”면서 “실제로 자주 먹고 있고 그 힘으로 3D직업인 국회의원 생활도 잘 버티고 있다”고 나름의 의견을 적극 개진. 이날 시식 행사장에는 타 지역 언론사 청와대 출입기자도 7명이 나와 관심을 표명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행사 시작과 동시에 교통방송 인터뷰로 이곳저곳을 왔다갔다하며 땀을 뻘뻘 흘렸다. 교통방송은 이날 당초 생방송으로 3분여 시간이 주어졌지만 이 시장의 구수한 말솜씨 때문인지 6분 이상 끌고가며 서울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과메기 홍보에 나서기도.○…이날 초청된 파워 블로거들도 저마다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이강덕 시장과 김정재 국회의원은 “과메기가 밥상 위에 잘 올라갈 수 있도록 해달라”며 일일이 악수. ○…미디어 설명회 후 안국동 상생상회를 찾은 이강덕 시장은 “이곳 상설매장에서 연중 포항농특수산품 등을 판매할수 있도록 해달라”고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요청./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사진/이용선기자

2018-11-02

콜로세움 어떤 싸움도 축제가 될 수 없다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 도착한 것은 뜨거운 햇살이 거리와 고딕의 건물을 태우는 한여름이었다.알바니아에서 배를 타고 아드리아해(海)를 건너 ‘바리(Bari)’라는 이탈리아 소도시를 거쳐 나폴리에서 나흘을 묵었다. 그 기간 동안 “지구 위에서 가장 근사한 풍경”이라 이탈리아인들이 자랑하는 포지타노(Positano)와 아말피(Amalfi)를 다녀왔다.절벽 위에 만들어진 고풍스런 레스토랑에서 눈이 부시도록 멋진 바다를 내려다보며 아말피 특산 레몬차를 마시고, 담백하고 맛깔스런 본토 피자를 점심으로 먹었지만 기분은 우울했다. 8개월을 넘어서고 있던 긴 여행이 건강에 이상을 가져왔다.한쪽 눈의 시력이 급속하게 나빠졌고, 심지어 녹색과 파란색이 잘 구별되지 않았다. 찾아간 나폴리 병원에선 “스트레스와 누적된 피로가 이유인 것 같다”는 애매한 진단을 내놓았다. 기자도 이탈리아 의사도 영어가 서툴렀다.말이 통하는 한국의 안과에 가서 정확한 원인과 치료법을 알고 싶었다. 여행을 지속할 것인지, 귀국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이탈리아 거리에서 ‘시인 이성복’을 떠올리다나폴리에서 기차를 타고 로마로 가서는 가장 먼저 저렴한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수소문했다.‘몇 군데의 여행사와 항공권 발매 대리점을 돌아보고 숙소로 가는 길. 눈앞에 거대한 건물이 나타났다. 콜로세움(Colosseum)이었다.책에서만 보던 걸 실물로 처음 대하는 날이었지만 정상이 아닌 컨디션 탓인지 가슴을 치는 감흥 따위는 없었다. 그저 고교 시절 읽었던 이성복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에 수록된 한 편의 시가 떠올랐을 뿐.어떤 싸움의 기록(記錄)그는 아버지의 다리를 잡고 개새끼 건방진 자식 하며비틀거리며 아버지의 샤쓰를 찢어발기고 아버지는 주먹을휘둘러 그의 얼굴을 내리쳤지만 나는 보고만 있었다그는 또 눈알을 부라리며 이 OO놈아 비겁한 놈아 하며아버지의 팔을 꺾었고 아버지는 겨우 그의 모가지를문 밖으로 밀쳐냈다 나는 보고만 있었다 그는 신발 신은 채마루로 다시 기어올라 술병을 치켜들고 아버지를내리찍으려 할 때 어머니와 큰누나와 작은누나의 비명,나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땀 냄새와 술 냄새를 맡으며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소리 질렀다 죽여버릴 테야법(法)도 모르는 놈 나는 개처럼 울부짖었다 죽여버릴 테야별은 안 보이고 갸웃이 열린 문틈으로 사람들의 얼굴이라일락꽃처럼 반짝였다 나는 또 한 번 소리 질렀다이 동네는 법도 없는 동네냐 법도 없어 법도 그러나나의 팔은 죄 짓기 싫어 가볍게 떨었다 근처 시장에서바람이 비린내를 몰아왔다 문 열어 두어라 되돌아올때까지 톡, 톡 물 듣는 소리를 지우며 아버지는 말했다.이성복은 “아픔의 개인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세상 저변에 상존하는 고통과 눈물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시인”으로 평가된다.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학교 불문과에서 공부했다. 서울 몇몇 대학에서 여러 차례 상경을 요청했지만, 그는 대구의 한 대학 강단을 떠나지 않았다.‘어떤 싸움의 기록’은 동서양 철학을 작품 속에 탁월하게 녹여내는 중진으로 진화한 이성복이 젊은 모더니스트였을 때 쓴 시다.이 작품에서 상소리를 내뱉으며 아버지와 다투는 이가 빚쟁이인지, 앙심을 품은 원수인지, 혹은 광기에 휩싸인 혈육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시인은 ‘싸움’이라는 단어가 가진 본질과 싸움의 민낯과 대면한 ‘인간’의 막막함에 문학적 촉수를 밀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삶과 세계의 비의(秘義)를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로마 정치가들이 펼친 고대(古代)의 ‘3S 정책’콜로세움은 ‘싸움의 공간’이었다. 그래서였다. 로마의 거리에 서서 기자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세상엔 축제가 되는 싸움도 존재할 수 있을까?”플라비우스 원형경기장(Amphitheatrum Flavium)이 정식 명칭인 콜로세움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착공해 티투스 황제 때 완성됐다.직경이 180m에 달하고 둘레가 530m에 가깝다. 바깥에 세워진 벽의 높이도 50m에 육박한다.간단히 설명하자면 콜로세움은 ‘커다란 투기장’과 다름없었다.여기선 목숨을 건 검투사들의 시합이 열렸고, 사자와 호랑이, 곰과 하마, 코뿔소와 코끼리 등의 동물을 사형수와 싸움 붙였다.기독교가 박해받던 시절엔 기독교도들을 집단적으로 고문하고 학살한 공간이었다는 주장도 있다.대다수 로마 정치가들은 우매한 대중이 세상사를 비판적으로 자각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콜로세움은 그런 정치가들의 욕망과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는 게 역사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무료로 입장해 빵과 포도주를 제공받은 로마의 대중들은 죽고 죽이는 ‘사람 대 사람’ ‘동물 대 동물’ ‘사람 대 동물’의 선혈 낭자한 싸움을 보며 콜로세움을 함성으로 채웠다.어떤 변명을 가져다붙여도 결국 콜로세움은 ‘처참한 싸움의 공간’임을 부정할 수 없다.콜로세움을 만든 로마의 지배계급은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s), 섹스(Sex)를 통해 사람들의 정치적 관심과 변혁의 욕구를 차단하는 ‘3S 정책’을 일찍 실천(?)한 선구자였던 것일까?앞서 “축제가 되는 싸움도 존재할까”라는 자문에 대한 자답(自答)을 내놓을 때가 됐다. “그렇지 않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여러분들은 어떤가?▲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지 않은 이유는?콜로세움을 돌아본 다음 날은 로마를 찾은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가게 된다는 스페인 광장과 트레비 분수를 찾았다.오드리 헵번(1929~1993)이 출연한 영화 ‘로마의 휴일’에 등장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린 스페인 광장은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갖가지 꽃으로 장식된 계단에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는 여행자들이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뒤돌아서서 동전을 던지면 로마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이야기로 유명한 트레비 분수 인근도 마찬가지였다. 그곳 역시 구름처럼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거렸다.높이 26m, 너비 20m의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이 분수는 웅장함과 미적 완성도 두 가지 면에서 주목받는다. 새하얀 대리석이 여름날 태양을 받아 보는 이의 눈을 부시게 했다.교황 클레멘스 12세가 준비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람은 로마의 건축가 니콜라 살비. 트레비 분수가 완성된 때는 1762년이다.분수 가운데 조각된 바다의 신(神) 넵투누스(Neptunus)와 양 옆에 선 여신의 생동감이 수 세기의 세월을 뛰어넘어 분수를 찾는 이들을 매혹하고 있었다. 오후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이자 ‘가톨릭 문화의 성지’로 불리는 바티칸(Vatican City)도 찾았다.그날 왜 기자는 ‘빛나는 로마의 영광’이 아닌 ‘콜로세움에 흥건했던 피’를 먼저 떠올렸을까.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온 밤엔 낡은 식탁에 앉아 아래와 같은 형편없는 시를 끼적였다.테베레강(江), 늑대와 만나다캄피톨리오 광장과 스페인 계단을 채운 이방인들베니토 무솔리니와 오드리 헵번이탈리아를 암흑시대로 몰아간 퇴행의 파시즘자전거를 탄 하얀 여배우의 입술에 묻은 젤라또그러나, 무슨 상관여행이 아닌 관광을 온 이들은심각한 생각을 멈추고 바티칸의 비둘기들과 논다이민족 피와 눈물 위에 건설된 로마뻗어나가길 멈추지 않던 영토는인간 욕망의 한계없음을 비명 속에 증명했고불타는 도시를 보며 시를 읊는 미치광이를 만들었다콘스탄티노플이냐? 이스탄불이냐?두 제국 왕의 싸움에 문맹의 노예들만칼날 앞에 쓰러진 풀잎이 되고광포한 노인처럼 허물어진 콜로세움검투사 잘린 팔다리에 흐르던 피 같은붉디붉은 석양이 떨어진다모두가 아픈데 아무도 상처를 찾지 못했다15유로 싸구려 게스트하우스삐걱거리는 낡은 침대에 누워테베레강을 배회하는 늑대의 울음소리를 들었다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고 싶지 않았다.이탈리아 여행에서 돌아온 지 한참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도 모르겠다. 왜 다른 대부분의 관광객들처럼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지 않았는지. 로마에 다시 가고 싶지 않아서? 그게 아니면 슬픈 시(詩)를 불러온 ‘싸움의 역사’가 싫어서?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구창웅

2018-11-02

시민중심·일등문경 밝은 미래 청사진 완성 위해 쉼없이 달린 100일

“지난 100일은 시민과 소통하며 민선 7기 시정운영의 기틀을 다지고, 문경의 밝은 미래 청사진을 그려낸 숨 가쁜 시간이었다.” 고윤환 문경시장이 취임 100일을 보낸 소감을 털어놨다. 민선 5, 6기에 이어 ‘전국 최고의 모범도시 일등문경’이라는 시정 목표를 정해 쉼없이 달려가고 있는 민선7기의 문경시는 시민과 소통을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의 기반 마련은 물론 미래 문경을 책임질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고윤환 시장이 100일 동안 일궈 온 주요 성과를 재조명 해 본다.건강힐링도시·명품교육도시·매력도시WISH분야 등 공약사업 구체적 추진화오늘 시민 대상 ‘열린 대토론회’ 진행지방이전 공공기관 맞춤형 전략 수립국내 유일 禪체험센터 착공 등 ‘탄력’美·中 등 자매결연 협약 등 교류 활성화농특산물 브랜드 ‘UP’ 관광경쟁력 강화◇시민들과 약속한 공약사업 이행 구체화시민들과의 약속인 공약사업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민선 7기 공약사항 실천계획을 수립해 새로운 미래 문경비전을 마련했고 이를 10대 분야 63개의 추진과제로 분류하고 예산반영 등 공약 이행을 위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아울러 임기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해나갈 3대 WISH 분야(살고 싶은 건강힐링도시, 아이 키우고 싶은 명품교육도시, 또 오고 싶은 매력도시)를 선정, 구체적인 추진전략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시민을 위한 공직사회 내외부 혁신에도 박차를 가했다.고 시장은 취임사를 통해 공직사회의 변화를 약속했다. 지난 7월 9일 개최한 ‘문경시 혁신전략회의’개최를 통해 상향식(Bottom-up) 방식으로 대내외 혁신과제를 발굴해냈고, 공직자가 개혁의 주체라는 인식을 갖고 불합리한 관행과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동시에 브라운백미팅, 스탠딩미팅 등 자유로운 방식의 회의를 적극 실시하면서 경직된 공직사회의 회의문화를 캐주얼한 분위기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특히 시민 중심의 일 잘하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조직진단TF팀을 구성했으며 중복된 기능과 기구를 정비하고 업무를 조정하는 등 조직정비 계획을 섬세하게 수립해 나가고 있다.31일에는 문경시민을 대상으로 ‘열린 대토론회’를 열어 행정의 최우선 관점을 시민 소통에서 답을 찾고 모든 정책에 시민이 중심이 되는 시정으로 탈바꿈해 나갈 계획이다.◇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 선제적 대응지난 9월 초 정부 여당대표가 국회연설을 통해 밝힌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계획과 관련, 수도권 공공기관의 문경 유치를 위해 민첩하고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9월 10일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가장 먼저 지방이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문경시장 명의의 서한문과 홍보자료(PPT)를 발송했고, 9월 28일에는 수도권 공공기관 문경 유치 발대식을 열고 시장을 포함한 공직자 2인1조의 팀을 편성, 총 86개 공공기관을 직접 방문해 적극적인 유치 의사를 전달했다.문경시는 방문 결과를 바탕으로 공공기관별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 체계적이고 신속한 유치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또 국내 유일의 선(禪)체험센터인 문경세계명상마을의 첫 삽을 떴다.선이 전래된지 1천2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천년고찰 봉암사에 2021년까지 명상실, 무문관, 토굴, 숙소 등 부지면적 12만230㎡, 건축연면적 1만1천100㎡ 규모의 참선 체험 공간을 조성해 세계적인 선 수행지로 조성해나갈 계획이다. ◇시민 주도형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실질적으로 시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을 위해 9월 18일 ‘도시재생전략계획 수립 주민공청회’를 열고 활기를 잃은 점촌도심을 도시재생의 핵심거점으로 조성하고 관광인프라와 침체된 도시지역을 연계하는 종합적 재생전략 수립의 기반을 다졌다.이를 위해 중부내륙권 7개 시·군(문경시, 여주시, 원주시, 충주시, 괴산군, 음성군, 단양군)으로 구성된 중부내륙권행정협의회, 전국 폐광지역 행정협의회(문경시, 태백시, 삼척시, 보령시, 영월군, 정선군, 화순군) 운영을 활성화 하는 등 지자체간 광역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아울러 현재 중국 이싱시(자매결연), 중국 우한시(우호교류협정), 베트남 송콩시(우호교류협정)와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으며 지난 7월 미국 방문을 통해 뉴욕주 Putnam County(풋남 카운티), 뉴저지주 Bergen County(버겐 카운티), 캘리포니아주 Orange County(오렌지 카운티)와 자매결연을 추진했다.지난 24일에는 미국 오렌지카운티의 사이프러스시와 자매결연 의향서를 체결하면서 경제·교육·문화 등 민간차원을 포함한 국제 교류의 외연을 확장하는 성과를 거뒀다.◇기존 관광자원 연계한 관광경쟁력 확보붕어, 장어, 메기 등 호계 만세지의 풍부한 어족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만세지~오정산 등산로 정비, 만세지 주변 둘레길 조성, 황티기 동굴 관광자원화 등 만세지 주변지역 개발계획을 수립해 기존 관광자원들 간의 시너지 효과를 꾀하고 있다.또 국내 최초의 오미자테마공원의 개장을 앞두고 숲 속 놀이터 조성, 출렁다리 경관조명, 가족 물놀이장 조성 등 오미자테마공원의 흥행을 위한 세부 계획들을 수립해 추진 중에 있다.문경의 농·특산물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였다. 농민 소득을 배가시키기 위해 지역 농·특산물 축제를 더욱 더 풍성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하고 대대적인 홍보 전략을 펼쳐온 결과 문경오미자축제와 문경사과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특히 문경사과축제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4%가 늘어난 26만9천372명의 관광객 찾으며 문경의 대표 브랜드 품종인 감홍을 완판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국내 첫 생태영상테마파크, 문경에코랄라 오픈차별화된 콘텐츠와 즐길거리가 가득한 에코타운, 자이언트 포레스트를 중심으로 기존 석탄박물관, 가은 오픈세트장을 종합적으로 연계하며 생태, 석탄, 영상문화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콘텐츠 테마파크인 문경에코랄라의 문을 열었다.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가족형 테마파크로서 문경새재, 철로자전거와 더불어 문경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윤환 문경시장 혁신전략회의 모습.◇민선 7기 원활한 시정추진을 위한 기반마련그동안 중앙부처와 국회를 쉴 새 없이 찾아가며 적극적인 예산확보 활동을 펼친 결과 비슷한 규모의 지자체들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인 18억 5천만 원의 지방교부세를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또 올해부터 경북도시장군수협의회의 회장직뿐만 아니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부회장, 대한민국의병도시협의회장의 직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앞으로 시민 중심의 원활한 시정추진을 약속드린다.문경/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18-10-31

‘경쟁 넘어 상생’ 청년들이 이끄는 사회적경제, 지자체 버팀목 역할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의는 국가·시대별로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구성원 간 협력·자조를 바탕으로 재화와 용역을 생산·판매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민간의 모든 경제적 활동을 의미한다.최근 전 세계적으로 빈부격차, 저성장, 고령화, 고용불안 등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함에 따라 사회적 가치 실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처럼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드러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주거·육아·교육 등 인간 생애와 관련된 영역에서 경쟁과 이윤을 넘어 상생과 나눔의 삶의 방식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하지만 국내에선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 부족과 부정적인 이미지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청년 사회적 기업 창업과 같은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사회적 경제 조직에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이 있다. 이들 모두 단순히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기업’으로 사회서비스의 제공과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주요 특징은 일자리와 사회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목적 추구, 영업활동 수행과 수익의 사회적 목적 재투자,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 등이다.노인돌봄서비스·정보통신·숙박업 등안동 내 사회적 기업 총 17곳지역주민 고용·지역자원 활용 등‘지역밀착형’ 사회적 경제 활성화 견인정부 지원 더불어 시장·금융·인프라 등사회적 기업에 우호적 생태계 조성 시급◇사회적 경제 조직 현황과 지역의 사회적 기업사회적 경제는 프랑스와 벨기에 등 EU 주요국가에서 고용창출 등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사회적경제가 EU 전체 GDP 중 10% 정도를 담당하고 있으며 고용비중도 평균 6.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벨기에의 경우 고용비중은 10%를 웃돌고 있다.국내의 사회적 경제의 경우 단기간에 빠른 양적 성장을 이뤘다. 2016년 기준, 사회적 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 등 운영 중인 주요 사회적 경제 기업은 1만4천948곳이며, 총 고용인원은 9만1천100여 명에 이른다.하지만 유럽 선진국보다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국내 사회적 경제 기업의 고용 비중은 1.4%로 EU의 22% 수준에 불과하다. 또 금융, 판로 등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고, 진출 분야도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경제가 사회의 협력성장·포용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해 질적 성장을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세계적으로 유명한 사회적 기업은 요구르트 회사인 ‘그라민-다농 컴퍼니’, ‘피프틴’ 레스토랑, 잡지출판 및 판매를 통해 노숙자의 재활을 지원하는 ‘빅이슈’, 가전제품을 재활용하는 프랑스의 ‘앙비’, 저개발국 치료제 개발 및 판매기업 ‘원월드헬쓰’ 등이 대표적이다.국내에서도 재활용품을 수거·판매하는 ‘아름다운가게’, 지적장애인이 우리밀 과자를 생산하는 ‘위캔’, 폐타이어 등 재활용품을 활용해 만든 악기로 소외계층을 위한 공연을 하는 ‘노리단’, 장애인 모자생산업체 ‘동천모자’ 등이 있다.특히 안동의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에는 2008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은 ‘유은복지재단 나눔공동체’가 있다. 이곳은 웰빙 시대에 발맞춘 새싹과 베이비채소 재배 사업 운영을 통한 장애인 일자리 창출 성과가 매우 우수하며 특허 받은 재배 공법으로 경북 농업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이곳은 전체근로자 59명 중 취약계층 47명(장애인 44, 고령자 3)을 지속해서 고용하고 있는 등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이 기업은 지난해 제1회 경북 사회적 경제 대상을 받은 데 이어 최근 경북도가 선정한 스타 사회적 기업에도 선정됐다.이밖에도 안동에는 노인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사회서비스센터’, 정보통신업체 ‘(주)나우’, 고택숙박을 운영하는 ‘(재)행복전통마을’, 사회적 경제 제품 홍보 및 판매장을 운영하는 ‘(주)더나눔’, 선식과 한과를 제조 판매하는 ‘안동여성영농조합법인’ 등 17곳의 사회적 기업이 있다. 예비 사회적 기업 12곳을 합치면 총 29곳에 달한다. 이는 경북 도내에서 가장 많다.◇안동시의 사회적 경제 활성화 성과와 방향사회적 경제 조직은 지역 주민들을 고용하고,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지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선도하는 조직으로서 ‘지역밀착형’ 사회적 경제에 대한 지역 사회의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이에 안동시는 유·무형의 지역자원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소셜비즈니스 설계를 위한 전문성을 배양하고, 지역공동체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법론에 대한 학습과 집중 컨설팅 필요한 시점이다.안동시는 2007년 최초 사회적 기업으로 ‘참사랑보호작업장’을 탄생시킨 후 현재 29곳의 (예비)사회적 기업을 보유 중이다. 인증 사회적 기업은 17곳으로 경북도에서 제일 많다.시는 지역 사회적 기업과 함께 2012년 안동시 사회적 기업협의회를 조직해 사회적기업간의 애로사항을 논의하고, 사회적 기업 제품홍보, 지역사회봉사활동 등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특히 지난해 3월에는 취약계층 고용창출과 서비스 확충, 공동체 활성화(농촌 및 도시빈민지역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 주관 사회적 기업 육성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사회적 기업은 일반기업보다 생존 유지 정도가 양호한 편이지만 이는 정부지원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으로, 내부구조개선을 비롯한 성장발전을 위한 시장, 금융, 인프라 등 우호적인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사회적 기업이 존속 유지 발전하기 위해서 우선 경영컨설팅과 원활한 시장진입을 위한 공동판매장 확대, 해외진출지원, 공공기관 우선구매 확대 등의 개선이 절실하다.아울러 사회적기업의 윤리경영과 대외 인지도 향상을 위한 우수사회적기업 광고, 홍보지원, 사회적 기업 관계자 인식개선교육을 비롯한 워크숍 등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안동시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로 ‘따뜻한 공동체 안동시’를 실현하고자 △사회적경제기업의 지속 가능한 자립기반 강화 △사회적 경제 기업가 양성으로 사회적 경제 기업 설립 활성화 △사회적 경제 기업 육성에 대한 주민 공감대 형성 △청년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또 이를 위해 회적경제 지역주체 양성 및 네트워크 활성화와 민간주도의 창의적 비즈니스 모델 발굴, 사회적 경제 판로지원 및 공감대 형성에 나설 방침이다.◇안동시의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위한 지원 사업안동시는 올해 9천700만원(시비 100%)을 투입해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 사업을 펼쳤다.시는 우선 사회적 경제 조직이 지역 주민들을 고용하고,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지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선도하는 ‘지역밀착적인’ 사회적 경제 요구가 확대됨에 따라 더 많은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 아카데미’를 매년 상·하반기에 걸쳐 진행했다. 또 지난 6월 21일부터 이틀간 도산면 소목화당에선 사회적경제 관계자의 마인드 향상 및 전문가 양성을 위한 ‘사회적 경제 워크숍’이 열렸다.특히 그동안 관주도의 공동체 사업으로 인해 활력이 저하된 사회적 경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민간주도의 창의적이고 선순환 구조의 사회적 경제 모델 발굴을 위해 ‘제4회 안동시민 창안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에서 신세동 할매손두부팀의 신세동 주민공동체가 벽화마을을 찾는 관광객에게 따듯함을 기억할 수 있는 집 밥을 대접해 마을을 알리는 식당을 운영하는 ‘500년 손 맛’이 대상을 받았다.우수상으로는 유형과 감자팀의 ‘문화 활동의 장! 함께 만들자!’와 안동 동부초등학교 학부모회팀의 ‘엄마손 만물상회’가 선정됐다. 반짝 아이디어상은 ㈜드론코리아아카데미의 ‘꿀벌을 대신하여 꽃가루를 수정하는 인공수분 드론 Hoeny Bee(허니-비)’와 안동시자원봉사센터의 ‘토요 명품시장, 행복안동 벼룩시장’이 각각 선정돼 최대 1천만원에서 최소 300만원의 아이디어 수행비와 동시에 전문 활동가의 컨설팅을 지원받게 됐다.이밖에도 안동시는 사회적 경제 관계자의 국제적인 감각과 해외 선진 사회적 기업 방문을 통한 견문 확대를 위해 ‘사회적 경제 해외연수’를 지원하는 한편 사회적 기업 이미지 및 제품홍보 등을 위한 ‘사회적 경제 박람회’와 ‘추석맞이 사회적 경제 기업제품 홍보·판촉’ 행사를 추진했다.조명희 안동시 일자리경제과장은 “다양한 사회적 경제 지원 사업을 통해 역량 있는 사회적 기업 전문가를 양성, 지역 내 사회적 경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사회적 기업화 자원을 신규 발굴해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과 사회적 경제 기조 확산 및 인식 제고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경제 기업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우리는 최첨단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아직 많은 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이에 기업이 돈 버는 것 외에 사회적 공익 실현을 우선 시 하는 사회적 기업의 취지는 매우 좋다. 그러나 이제 사회적기업도 자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말로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지만 정작 사회적 기업이 사회적 도움을 받기만 한다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사회적 기업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다양하나 자주 회자되는 필요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고용 없는 성장의 탈피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란 국가경제는 전체적으로 성장해 생산이 늘어나는데도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 현상이다. 또 사회서비스 수요의 증가가 사회적 기업 등장을 견인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회복지의 요구가 증대되고 있으나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부재원이나,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사회적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문 기업을 설립한 것이 사회적 기업이다.이러한 국내 사회적 기업의 현주소는 대부분 정부지원금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상태다.29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달 4일 기준 국내 인증 사회적 기업은 2천30곳이다. 이 가운데 서울이 363곳, 경기 344곳에 이어 경북이 129곳으로 세 번째로 많았다.경북도에는 사회적 경제와 관련한 사회적 기업(인정, 예비), 마을기업, 협동조합을 포함해 945곳에 이른다. 게다가 매년 사회적 기업 30개, 마을기업 10개, 협동조합 50개가 신규 설립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 가운데 정부지원금이 사라지면 15%만 살아남는다는 분석이 나왔다.특히 최근 사회적 기업 활성화 대구네트워크와 대구 YMCA가 세종리서치를 통해 실시한 ‘사회적 경제에 대한 대구시민 여론 조사’에서 10명 중 7명은 사회적 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미지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69.3%가 ‘부정적’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응답자는 14.4%에 불과했으며 14.8%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사회적 경제 기업이 창의적, 혁신적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16.6%만 ‘그렇다’고 답했고 50.5%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또 사회적 경제가 지역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52.2%로 부정적 인식이 만연했다. ‘도움된다’는 응답은 25.9%, ‘보통’ 20.5%였다.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들의 품질에 대해서는 ‘좋다’는 응답자가 30.9%로 ‘나쁘다’는 응답자(19.6%)에 비해 높았다. 하지만 ‘보통’이라고 답한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47.4%로 사회적 경제 기업 제품에 대해서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정부 주도형, 경쟁적인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는 시대는 끝났다. 또 사회적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돈만 벌려는 일부 기업도 사회적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기여를 하면서도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이 시대의 필요한 진정한 사회적 기업이다.◇사회적 경제 활성화 ‘청년정책’으로 푼다정부도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8일 서울 성수동 사회적 경제 창업기업 협업 공간인 헤이그라운드에서 제3차 일자리위원회를 열고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이날 문 대통령은 “사회적 경제는 일자리를 늘리는 동시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착한 경제”라며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즉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은 성장단계별 특성에 맞는 인프라 구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 파급효과가 큰 분야를 집중 육성해 사회적 경제 저변을 확대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이를 위해 △소셜벤처 등 사회적 경제 기업 창업·성장을 위한 금융 인프라 강화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 강화 및 저변 확산 △공공기관의 사회적 경제 기업 판로지원 선도 △신재생에너지 등 주요 분야 진출 지원 등이 핵심 대책으로 추진되고 있다.특히, 정부는 청년 중심의 사회적 경제 기업 창업 활성화를 위해 금융 접근성 제고, 인력양성,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 확대, 소셜벤쳐 활성화, 문화예술 분야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최근에는 후속 계획으로 ‘사회적경제’ 기업이 청년 한 명을 채용하면 연간 최대 2천400만원을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을 의결하고 발표했다. 이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조치다.우선, 정부는 사회적경제로 인재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 기업 취·창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이에 따라 청년이 사회적 경제 기업에 취업하면 정부가 2년 동안 청년 1인당 인건비로 연 최대 2천400만원을 기업에 지원한다. 사회적 경제 기업 창업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 기간을 기존 1년에서 최대 2년으로 연장하고 자금, 사업 공간, 판로 등을 체계적으로 밀착 지원한다. 또 정부 지원을 받는 사회적 경제 창업팀을 한 해 1천 팀으로 대폭 확대한다. 지난해 정부 지원 대상 창업 팀은 500팀이었다.한편, 경북도와 안동시도 청년 사회적 기업 창업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에 나서고 있다.경북도는 지난해 경북의 사회적 기업 청년 취·창업 네트워크 공간인 ‘경북 청년괴짜방’ 1호점(경산, 지난해 8월 개소)을 시작으로 디자인센터(칠곡. 지난해 12월 개소), 로컬푸드연구소(상주. 지난해 12월 개소)에 이어 지난 2월 포항에 ‘경북 청년괴짜방’ 4호점을 개소했다.안동시도 청년 사회적 기업가와 취·창업 희망 청년 간 네트워크 구축 및 다른 지역 우수 청년 유입환경 조성의 필요성이 요구됨에 따라 안동시 ‘청년괴짜방’ 조성 사업에 들어갔다.앞서 2015년 안동에선 도내 첫 청년자립조합 ‘바름협동조합’이 출범했다. 바름협동조합은 전국적인 청년 실업문제와 다양한 재능을 가진 지역 청년들이 모여 청년자립과 지역문화공동체를 실현하고 시대의 한계를 청년들 스스로 돌파해 보자는 취지로 출범하게 됐다. ‘바름’은 지역의 올바른 전통을 계승하자는 뜻의 바를 정(正)의 의미와 함께 바람직하지 못한 기성의 비뚤어진 문화 등을 `발라버리자`는 중의적 의미를 함께 담았다고 한다.특히 30년 이내 소멸될 위험이 가장 높은 지자체 상위 10개 지역 가운데 7개 지역을 보유한 경북도에선 청년 일자리와 사회적 경제 활성화는 지방소멸 위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 비롯한 청년유입 정책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면 그에 따른 시너지 효과로 지방소멸의 위기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정책과 해법들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청년들이 함께 뜻을 모아야 할 때다.안동/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2018-10-30

붉은 지붕·눈부신 해변으로도 감출 수 없는 비극의 역사

CF가 보여주는 것보다 멋진 크로아티아, 그러나…최근 한국의 한 항공사는 새로운 상업광고(Commercial Advertisement)를 만들어 TV에 올렸다. 보석처럼 빛나는 바다와 그 해변 풍경에 고풍스러움을 더하는 성벽, 거기에 아드리아해(海)의 보물 흐바르(Hvar)섬에 몽환적인 꽃을 피운 라벤더를 보여주는 영상이다.그 CF의 배경은 3~4년 전 30~60대 여성 연예인 몇 명이 단체로 다녀온 여정이 케이블방송 전파를 타면서부터 부쩍 한국인 방문객이 늘어난 나라 크로아티아다.거기서 보여지는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 자그레브와 플리트비체를 화이트 와인에 취해 느린 발걸음으로 헤맨 적이 있다. 크로아티아 대부분의 도시는 재론의 여지없이 아름다웠다.그러나 왜 기자에겐 ‘아름다움을 지워내는 어두운 그림자’가 먼저 보였는지 모르겠다.가파른 산을 깎아 만든 마을의 붉은 지붕이 눈부신 두브로브니크의 푸른 해변. 거기서 떠올린 것은 낭만적인 시(詩)나 소설이 아닌, 노(老)시인의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절망적인 문장이었다. 이런 것이다.문의(文義) 마을에 가서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거기까지 닿은 길이몇 갈래의 길과가까스로 만나는 것을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는구나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문득 팔짱 끼어서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는가.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한 죽음을 받는 것을끝까지 사절하다가죽음은 인기척을 듣고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모든 것은 낮아서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시인 고은(85)에겐 너나들이로 지내던 선배 시인 신동문(1928∼1993)이 있었다. 1960년대 어느 날. 신동문의 어머니가 죽었다. 당시는 선후배나 친구 모친의 죽음을 자신의 일처럼 슬퍼했던 시대였다. 당연지사 많은 문우(文友)들이 신동문의 상가를 향했다.충청도의 어느 호숫가 조용한 마을. 동료들과 어머니를 잃은 신동문의 슬픔을 함께 나누던 고은은 만취한 채 홀로 밤거리로 나선다. 거기서 시인은 본다.‘죽음을 껴안는 삶’과 ‘무엇으로도 덮을 수 없는 인간의 슬픔’을. 어떤 방법으로는 비껴갈 수 없는 ‘길’과 그 길에 쌓이는 차가운 ‘눈’, 거기에서 돈오(頓悟·갑작스런 깨달음)로 발견한 ‘삶의 본질’을 목도한 시인은 이렇게 절규한다.“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길“ 바라지만,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고.그랬다. 시인 고은이 새하얗게 눈 내린 아름다운 충청도 시골마을에서 죽음의 습한 그림자를 목격했듯, 크로아티아의 현대사와 그 역사를 비극으로 만든 요소인 ‘인종’와 ‘종교’가 가진 그림자를 본 사람이라면 두브로브니크의 푸른 바다와 흐바르 섬의 보랏빛 꽃밭을 마냥 낭만적으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법. 삶과 죽음, 희극과 비극은 멀리 있지 않다 흐바르 섬에 머물렀던 사흘. 싱싱한 도미를 구워 저녁으로 먹고 라벤더가 핀다는 어두운 꽃길을 산책하고 돌아온 밤이었다. 기자는 아래와 같은 졸시를 썼다.신(神)들만 알지 못한다눈이 시린 아드리아 물결 아래로비극의 그림자가 검게 일렁였다쪽빛 비키니의 소녀들은 꽃을 흔들고그을린 피부의 소년은 이방인에게 조개를 건네는데붉은 기와와 짝을 이룬 푸른 바다는아름다움에 둔감한 이들마저 입 벌리게 만들고누구나 행복해져 먼 나라 라틴의 춤을 추는데민박집 아저씨는 밤마다 술추렴이다“나는 아이들 여덟 명을 죽였다”멀지 않은 시간의 저편화해하지 못한 종교와 인종에 불이 붙었다팔열지옥이 그들을 스쳐갔다화염의 거리에서 어제의 이웃을 도륙한 이들도그마는 행위에 면죄부를 줄 수 있을까아들을 제 손으로 묻고 견딜 수 없는 증오에광기의 총을 들었으나죽음으론 죽음을 덮을 수 없는 법아들보다 제가 죽인 아이 얼굴이 더 자주 떠올랐다어두움 내린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안다이 도시는 학살된 이웃의 피로 붉다는 걸아무것도 모른 척 춤추는 처녀와하얀 포말 일으키며 바다를 가르는 소년그들도 안다모르는 건 그들이 섬기는 신뿐이다. 사실 크로아티아는 다른 발칸반도 국가와 함께 불과 20여 년 전 지독한 비극을 겪은 나라다. 수만 명이 죽거나 다쳤다. ‘인종’과 ‘종교’라는 해묵은 도그마 탓에. 1990년대 초반. 소련 연방이 붕괴한 후 유고슬라비아(크로아티아가 포함됐던 연방) 군대가 들불처럼 타오르던 독립국가의 열망을 진압하기 위해 크로아티아로 들어왔다. 탱크를 앞세우고. 종교적으론 세르비아 정교와 가톨릭·이슬람으로, 인종적으론 크로아티아계와 세르비아계 등으로 갈라져 있던 국민들은 어제 밥을 나누어 먹던 이웃을 종교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죽였다. 그것도 말과 글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잔인한 방식으로.적지 않은 문학작품과 영화로 만들어진 이 ‘처참함의 역사’를 다시 입에 올리는 건 두려운 일이다. 관련된 소설과 드라마를 찾아보라고 말하기도 저어될 정도다. 어쨌건 발칸반도는 이제 민족의 분포에 따라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등으로 분리·독립했다. 겉으로 보기엔 평화의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종교와 인종이 야기한 비극의 불씨가 발칸반도에선 온전히 꺼진 것일까? 이 질문에 시원스럽고 명확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아름다움 속에 내재한 고통, 웃음 속에 숨겨진 눈물을 피해갈 수 없는 인간. 크로아티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류태규

2018-10-26

IT기술 입은 낙동강, 구미공단 첨단산업 이끈다

‘폐수무방류시스템’으로 수계 보전구미산단 5단지에 국내 최초고순도 공업용수 중앙공급체계 구축낙동강의 풍부한 수량·깨끗한 수질구미공단 발전에 큰 젖줄 역할△ 낙동강 수계 보전 위한 폐수무방류시스템 도입구미시와 환경부는 낙동강 전체 수계를 보전하기 위해 구미국가산업단지에 대규모 폐수무방류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폐수무방류시스템 도입은 대구지역 수돗물에서 과불화화합물 검출로 인해 물 파동과 관련해 구미공단에서 발생하는 폐수가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조치이다.폐수무방류시스템은 오염된 폐수를 처리한 뒤 방류수를 외부로 흘러보내지 않고 재사용하는 시스템으로, 구미시와 환경부는 구미공단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정화한 뒤 공장에서 다시 재활용하고, 부유물 등은 고체화시켜 폐기한다.하지만, 많은 이들이 폐수처리수를 용도에 맞게 재처리해 수요처에 공급한다는 점에서 ‘재이용시스템’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폐수처리수 전량을 재처리해 이용한다는 점은 전혀 다르다.기존 하수처리 재이용 시스템은 농축수를 적정처리한 뒤 법정방류수질에 맞춰 방류하지만, 무방류시스템은 농축수를 적정처리한 뒤 폐수처리시설로 전량 보내거나 고체화 시켜 폐기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난다.구미시와 환경부는 구미공단 폐수무방류시스템 구축을 위한 실무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이 사업에 필요한 예산 2천500억원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간의 조달방법과 도입 시기 등을 논의한 뒤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 할 방침이다.물론 일각에서는 폐수무방류시스템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폐수무방류시스템이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도입한 사례가 없고, 기술면에서도 아직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국내에서는 상용화 되지 않았지만 미국 애리조나주 파운턴 힐(Fountain Hill)지역 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는 1970년대부터 시설용량 1만1천㎥/일로 운영하고 있다.구미시와 환경부는 폐수무방류시스템이 구미공단에 도입이 되면 1991년 낙동강 폐놀사태 이후 줄곧 대구취수원 이전을 주장하는 대구시와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순도 공업용수 중앙공급체계 구축 진행구미국가산업단지는 수량이 풍부하고 수질이 깨끗한 낙동강이 있었기에 발전할 수 있었다.하지만 경기침체 등 여러 요건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구미시는 낙동강을 이용한 구미공단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그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낙동강 물을 고순도로 처리해 구미공단에 공급하는 ‘고순도 공업용수 중앙공급체계 구축’사업이다. 고순도 공업용수란 제품생산, 제조공정에서 원료나 세정수로 사용하는 불순물이 없는 공업용수를 말한다.세계 고순도 공업용수 사업은 2010년 29조 원에서 2025년 68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에서도 2010년 1조1천억 원에서 2020년 1조7천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국내 고순도 공업용수 사업은 설계에서부터 운영까지 대부분 외국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구미공단은 LG디스플레이, LG전자, 도레이첨단소재, 매그나칩반도체, 아사히글라스 등 대기업들만 자체적으로 설비를 구축해 고순도 공업용수를 사용하고 있다.구미시는 기업 자체적으로 고순도 공업용수 시설을 구축할 경우 별도의 부지 마련과 운용 인력 등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점과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안정적인 고순도 공업용수 공급이 힘들다고 보고, 구미산단 5단지에 국내 최초로 고순도 공업용수 중앙공급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구미5단지에 고순도 공업용수 중앙공급체계가 구축되면 기업들의 중복투자를 막을 수 있고,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에게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돼 중소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특히 이 사업은 특정 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킴으로써 혼합물을 분리하는 ‘멤브레인’기술을 가진 기업들에게는 또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현재 정부도 미래 먹거리을 위한 물산업 육성 차원에서 구미공단에 고순도 공업용수 중앙공급시설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고 지난 2월 예비타당성 평가를 신청했다.예비타당성 평가가 통과되면 구미산단 5단지에 총 사업비 984억원을 투자해 하루 3만㎥의 고순도 공업용수 중앙공급시설 및 하루 300㎥의 실증화시설(Test-Bed), 건축면적 2천500㎡의 진흥시설(분석·진단·교육센터)을 구축하는 고순도 클러스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낙동강에 IT기술을 입히다.구미시는 국내 웨어러블 디바이스 산업 육성과 협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10월 22일 금오테크밸리에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상용화지원센터’를 설립했다.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증강현실 등과 융합을 통해 인체에 부착하거나 착용하는 다양한 형태의 전자기기를 말한다.구미시가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상북도와 공동으로 투자(국비 75억, 지방비 86억)해 구축한 이번 상용화지원센터는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제품 설계부터 개발·창업지원 및 해외시장 진출까지 상용화 전과정을 지원한다.제작된 시제품에 대해 전자파 적합성 측정, 이동통신망 연동시험 등 다양한 성능시험과 함께 디바이스 제품화를 위한 제작 공정도 함께 제공하고, 중소·벤처기업의 해외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인증 취득도 지원하게 된다.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장세용 구미시장, 장석영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 전우헌 경상북도 경제부지사, 구미전자정보기술원 관계자 및 산·학·연 전문가 등 100여명은 상용화지원센터 시설을 둘러보고 산업계의 현안을 논의하는 시간도 별도로 가졌다.구미시는 그동안 국내 최대 전자·IT산업도시에 걸맞게 지역기업이 개발한 웨어러블 및 스마트기기에 대한 실증화시설(Test-Bed)을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특히 수변공원과 낙동강체육시설에 각종 센서 등의 기반시설을 구축할 방침이다.지역기업이 개발한 웨어러블 및 스마트기기 신제품을 지역주민들에게 임대해 실제 활용을 통한 제품 실증 테스트를 함으로써 기업들의 신제품에 대한 실증 테스트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이 사업은 국내오히 바이어들에게 쉽게 체험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는 잠정과 지역 시민들이 첨단 신제품을 활용한 건강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또 시민들이 임대한 첨단기기 장비를 착용하고 운동이나 레저활동을 한 뒤 그에 대한 정보를 통합관리센터로 전송받아 자신의 정확하게 진단된 건강상태를 받아 볼 수 있어 국내 최첨단 도시의 이미지도 부각시킬 수 있다.구미시는 현재 이러한 시스템 구축과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고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낌없이 주는 낙동강구미공단은 낙동강이 있었기에 조성될 수 있었다. 풍부한 수량과 깨끗한 수질로 인해 구미공단은 첨단산업단지로 거듭날 수 있었다.시대의 변화에 낙동강 또한 그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공단조성으로 인한 강둑 건설로 원래의 강물의 길이 바뀌기도 했고, 4대강 사업으로 강폭이 넓어지기도 했다.넓어진 강둑으로 인해 체육시설과 레저시설을 들어서 시민들에게 큰 안식처가 되고 있다.사람뿐만 아니라 철새에게도 낙동강은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다.말 그대로 낙동강은 구미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도 같다.이제는 구미시와 시민들이 낙동강에 받은 선물에 대한 보답을 해야할 때이다.낙동강은 영남의 젓줄이면서 구미에게는 생명줄과 같다. 낙동강 보존을 위해 모두가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끝

2018-10-26

일자리 찾아 몰려드는 사람들… ‘읍’에서 ‘시’로 파격적 발전 이끌어

1978년 구미읍·칠곡군 인동면 합쳐 구미시로 승격작은 읍에 불과했던 구미, 공단조성으로 ‘인산인해’1971년 고용인구 1천여명에서 1979년 4만명 달해 30배 증가2000년대 들어서 정주여건 개선에 총력낙동강 이용 레저문화 구축, 국내 최고 수변공원 조성 목표△구미공단, 구미읍을 시로 승격시키다구미시가 인구 43만의 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구미공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구미시의 연혁을 한번 살펴보면 신라 초 일선군(一善郡)으로 불리다가 616년(진평왕 38) 일선주로 승격했고, 757년(경덕왕 16) 숭선군으로 불렸다.고려시대인 995년(성종 14) 선주(善州)로 승격되었다가 1143년(인종 21)에 일선현으로 강등되기도 했다.조선시대인 1413년(태종 13) 선산군으로 고쳐 부르고, 그후 인접한 해평현과 합병돼 도호부로 승격했으며, 1896년(고종 32) 18개 면을 거느린 선산군으로 개편됐다. 1914년 부(府)·군(郡)·면(面) 통폐합으로 9개 면이 되었고, 1963년 구미면이 읍으로 승격됐다.1978년 2월 구미읍과 칠곡군 인동면(仁同面)이 합쳐져 구미시로 승격·분리됐다.1979년 5월 선산면이 읍으로 승격돼 선산군은 1읍 7면이 되었다. 1988년 해평면 일선리를 신설하고, 1995년 3월 구미시와 선산군이 다시 합쳐 현재의 도농복합형(都農複合型)의 통합시가 됐다. 작은 읍이었던 구미가 어떻게 선산군을 두고 시로 승격될 수 있었을까. 바로 구미공단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1969년 6월부터 구미공단은 전자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산업단지의 확충과 수출 진흥을 통한 지역 간 균형발전 및 국민경제 향상을 위해 조성됐다.구미공단 제1단지는 1969년부터 1973년까지 약 4년간의 공사를 거쳐 조성되었고, 2단지는 1977년부터 1982년까지 약 5년간의 공사를 거쳐 조성됐다.공단이 조성되면서 일자리를 찾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자연히 작은 읍이 불과했던 구미는 시로 승격된 것이다. △구미공단의 고용증대구미공단 제1단지 조성된 1973년부터 1979년까지의 기간은 난관도 많았지만, 구미공단의 고용효과는 매우 큰 폭으로 증가했다. 1973년 한 해만 하더라도 전년에 비해 4배 가량의 고용증가를 보였고, 고용인구가 1973년 기준으로 6천790명에서 1979년에는 6배에 가까운 3만9천456명으로 증가했다.단지건설 초기인 1971년 총 고용인구가 1천313명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30배가 증가한 것이다.1980년 9월에 집계된 구미공단의 고용인구를 보면 가동업체수가 69개인 전자부문이 2만2천832명으로 전체의 59%를 차지하고, 가동업체수가 87개인 섬유부문이 1만5천275명으로 39%, 12개 업체인 기타부문이 2%로 나타났다.전체적인 고용증가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으나 1973년 석유파동의 여파로 구미공단의 고용은 잠시 감원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1979년까지의 고용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하지만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공장자동화로 인해 생산직 근로자가 급감하게 된다. 경영 합리화를 위한 생산설비 자동화, 경기부진으로 인한 신규채용 축소 등의 영향으로 구미공단근로자수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관리 사무직에 비해 생산직 근로자수가 많이 감소했다. 1993년 기준으로 사무직은 전년에 비해 4.5% 정도인 651명이 줄었으나, 생산직은 전년대비 6.7%인 4천178명이나 줄었다.당시 구미공단은 전년보다 가동업체수가 10개나 증가했지만 경기침체 등으로 근로자수는 6만4천264명으로 1천870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또 인건비를 낮추려는 기업들로 인해 외국근로자들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하지만 구미공단이 지속적으로 조성되면서 구미의 전체 인구수는 계속 증가했다. 구미인구는 2008년 39만9천989명, 2009년 39만6천419명, 2010년 40만4천920명으로 처음으로 40만 인구시대를 맞았다.이후 2014년 42만320명, 2016년 41만9천890명을 기록하다 2018년 1월 42만2천106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이는 국가산업단지 5단지 준공에 따른 대규모 주건단지 조성이 큰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다.△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낙동강의 변화1990년대 구미공단 자동화로 인해 고용인구가 줄어들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첨단산업으로 공단의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하자, 구미시는 첨단산업의 고급인력 유치를 위한 정주여건 개선에 총력을 기울인다.도농복합도시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산업도시, 회색도시 이미지를 벗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그 중에서도 천혜의 자연자원인 낙동강을 이용한 정주여건 개선 사업을 시작해 큰 효과를 거둔다.구미시는 4대강 사업으로 한층 넓어진 낙동강 둔치를 활용하기 위한 첫 번째 사업으로 구미낙동강체육공원을 조성했다.2009년 3월 착공해 2012년 5월 7일 준공한 구미낙동강체육공원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과는 별도로 국비 350억원을 들여 도심과 가까운 낙동강하천둔치에 산책로, 초화원, 체육시설, 생태습지 등 친수와 복원을 병행해 조성한 수변휴식공간을 탄생시켰다.구미낙동강체육공원은 종합경기장 1면, 천연잔디 축구장 10면, 야구장 2면, 인라인스케이트장 1면, 인조잔디 풋살장 5면, 게이트볼장 4면, 농구장 5면, 배드민턴장 10면, 족구장 10면 등 총 9종 48면의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다.여기에 산책로 15㎞, 자전거도로 11㎞, 이벤트 공간, 피크닉장 등 다양한 휴식공간이 있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특히, 구미낙동강체육공원 개원 첫 해인 2012년에만 14만여명이 이용했고, 그 다음해에는 30만여명이 이용했다.현재는 연 평균 50∼60만명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구미의 대표적인 명소가 됐다.이와함께 구미시승마장, 구미캠핑장, 낙동강 수상레포츠 체험센터 등으로 구미시는 산업도시, 회색도시의 이미지를 벗고 수상레포츠의 도시라는 명성을 얻었다. △구미7경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구미시가 낙동강을 이용한 레저문화 구축을 위해 ‘구미7경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이 프로젝트는 동락, 양호, 지산, 해평, 강정, 구미보, 옥성 등 7개 특화지구와 남구미, 비산, 구미보, 선산, 도개, 옥성 등 6개 수변시민공원으로 나눠 2025년까지 3단계에 걸쳐 추진될 예정이다.수변시민공원 조성 특화 전략은 △윈드서핑, 카누, 조정 등 수상레포츠 체험 공간 조성 △물놀이장, 오토캠핑장 등 가족테마 체험 공간 △다양한 레포츠 시설 도입과 공간 조성 △익스트림 체험을 위한 공간 조성 △낙동강 인접지역의 낙후된 경관 개선 △둔치 내 쾌적한 쉼터 공간 조성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구미시는 현재 230억원을 들여 1단계 사업으로 △낙동강 수상레포츠 체험센터 △구미 캠핑장 △낙동강 체육공원 △낙동강 실버 그린볼 파크 △강바람 물놀이장 등을 조성했다.이어 2단계 사업은 2020년까지, 3단계 사업은 2025년까지 총 660억원을 들여 국내 최고의 수변공원 조성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8-10-25

사과가 더 붉을까 단풍이 더 붉을까

낙엽이 물드는 가을이면 생각나는 과일이 있다. 바로 사과다. 그 중에서도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 누구나 한번 맛보면 그 맛을 잊을 수 없다는 문경사과. 제철을 맞아 맛있고 영양도 풍부한 사과 맛을 보고 저렴한 가격에 구입도 할 수 있는 문경사과축제가 문경새재도립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는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사과’라는 주제로 예년보다 더욱 풍성한 볼거리로 준비했다. 올 가을 가족, 연인과 함께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사과를 한번쯤 맛보는 것은 어떨까. 지난 13일부터 28일까지 16일 동안 단풍이 짙어지는 문경새재도립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2018 문경사과축제’ 현장을 가본다.28일까지 문경새재도립공원 일원서 열려개장 9일만에 26만명 관광객 찾아… 역대 최다사과 낚시·사과 다트·사과 활쏘기·사과탑 쌓기 등색다르고 다양한 체험행사 큰 인기문경 비옥한 토지서 자란 감홍·후지 품종당도 특히 뛰어나… 사과 특판장도 연일 북새통◇ 문경새재 거닐며 즐기는 축제이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빨간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는 건 문경사과’라는 슬로건으로 마련된 다양한 체험행사다. 사과밭 도서관에서 자연과 함께 독서하고 글짓기를 통해 베스트 글귀를 선정, 게사하는 사과나무아래 도서관이 교보문고와 함께 마련됐다.또 어린이 미술 교실 등 문경사과스쿨과 문경사과 낚시, 문경사과 다트, 문경사과 활쏘기 등 가족단위 행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이밖에도 사과 높이 쌓기, 사과 길게 깍기, 사과 바구니 게임, 사과 옮기기, 사과 빨리 쪼개기, 동네방네 콘서트 등 사과와 관련된 전시·판매·체험·특별행사도 풍성하다. 공식행사(개·폐막식)를 제외하고는 전 프로그램이 행사장 일대 거리에서 펼쳐지면서 문경새재의 가을도 만끽할 수 있다.축제를 위해 제1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영남 제1관문 앞 잔디광장까지 이동 구간 도로로 설정하고, 모든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전시관을 도로 주변 공간에서 운영하고 있다. 다른 축제와는 달리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관광객들이 직접 문경새재를 거닐며 천혜의 자연 공간에서 축제의 자유로움을 추구할 수 있어 해마다 문경사과 축제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 개장 9일만에 26만명 돌파 역대 최다문경사과축제는 지난 13일 개막한 지 이틀만에 8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방문했고, 축제 2주째를 맞는 21일에는 하루에만 5만9천12명이 축제장을 찾아 역대 최다 관광객을 기록했다.지난 21일까지 누적 관람 인원도 26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2만 522명 보다 무려 124%가 늘어난 것이다. ㅂ올해 축제는 문경새재 단풍 성수기와 맞아 떨어지면서 일찌감치 흥행을 예고했다.행사장인 문경새재도립공원은 주말이면 도로가 차량으로 뒤엉키고, 주변 음식점이 연일 만원사례를 이룰 정도였다. 문경사과축제추진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축제 입장객의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 위해 무인 계측기 등을 설치해 일반 축제의 통계와 달리 객관적인 계측방법을 적용하고 있다.문경시와 문경사과축제추진위원회는 16일 간의 일정을 마치는 이번 주말 4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축제기간이 문경새재 단풍 성수기와 겹친 것도 있지만, 추진위원회가 축제를 다양하고 알찬 프로그램으로 준비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즐기는 축제문경사과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눈에 띈다.문경새재 제1관문 앞 잔디광장에 마련된 사과홍보관은 △재미있는 사과이야기, 맛있는 문경사과 이야기 △유용한 사과이야기, 역사가 있는 문경사과 △백설공주가 사랑한 문경사과 △문경사과 품평회 출품 사과 전시 등으로 구성해 문경사과에 대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 등으로 문경사과의 인기를 날로 높아지고 있다.문경새재관리사무소 앞에 마련된 사과특판장에서는 사과 품종 가운데 문경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감홍이 일찍이 완판 되는가 하면, 문경지역 사과 판매도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또 문경시는 지난 17일 감홍사과를 명품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감홍사과 6천개를 사과축제장과 문경새재 방문객에게 홍보용으로 나눠주기도 했다.전국 최고의 사과 주산지인 문경은 경상북도 서북부에 위치한 분지로 연평균기온 8~10℃, 생육기평균기온 15~18℃, 생육기 강우량 630~740mm로 맛좋은 사과를 생산하는 데 최적지다.특히 한반도 내륙성 기후의 특징인 온난한 기후와 풍부한 일조량, 주야간의 큰 일교차 등으로 맛좋은 사과를 생산하는데 최적지로 꼽힌다. 또한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는 다른 자연조건과 더불어 천혜의 사과재배 적지로, 다른 지역보다 문경사과는 과즙이 많으며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아 ‘꿀사과’로 불리기도 한다. ◇ 비옥한 땅에서 자라 당도도 높아주요 품종은 조생종 쓰가루, 선홍, 중생종 홍로, 홍장군, 감홍, 양광, 요까, 히로사끼, 미시마, 미안마, 시나노스위트, 만생종 후지(부사) 등이 있다.이중 감홍과 후지는 대표적 품종이다.감홍은 과피색이 매우 짙은 초콜릿색이며 당도 15~16도, 산도 0.4%로 특유의 사과향이 있다.후지는 노란색의 바탕에 붉은 줄무늬로 단단해 저장성이 좋으며 과즙이 풍부하고 아삭아삭해 풍미가 좋고 당도도 높다.1930년경부터 재배해온 문경사과는 친환경자재를 주로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으며 문경사과의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예부터 문경사과는 달콤한 향의 냄새가 나고 꼭지 반대편에 녹색빛깔이 거의 나지 않는 사과로서 손가락으로 두드렸을때 경쾌한 소리가 나는 좋은 품질의 사과로 알려져 있다.사과는 식이섬유, 칼륨, 비타민C 등이 풍부해‘기적의 과일’로도 불린다. 미국 과학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닷컴에 따르면 사과는 피부미용에 좋고 피로회복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함암, 뇌졸중 예방, 심장 보호 등의 효능도 있다고 알려졌다.특히 요즘처럼 기온이 크게 떨어져 10도 이상 일교차가 벌어질 때 사과를 섭취하면 급격한 기온 변화에 따른 인체 저항력이 높아져 감기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현재 280㏊인 감홍사과 재배면적을 앞으로 5년간 400㏊로 확대하기 위해 국비 등 70억원을 투입하고, 유통교섭력 강화와 재배기술 확립을 통해 농가소득 극대화를 꾀할 방침이다.문경사과의 특징은 당도가 높다는 점이다. 문경사과 맛이 특별한 이유는 문경의 비옥한 땅에서 정성으로 키워 냈기 때문이다.문경에는 2천29㏊의 면적에 1천870여 농가가 연간 4만1천395t의 사과를 생산하고 있고, 특히 당도가 높은 감홍사과는 전국 최대 생산지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문경/강남진기자 75kangnj@kbmaeil.com

2018-10-24

발 끝을 물들이는 붉은 단풍빛… 안동, 가을色에 취하다

발길 닿는 곳곳 오색빛깔이 사뿐히 내려앉은가을이다.안동 낙동강변의유려(流麗)한 물길 옆으로크고 작은 산 능선에 물든알록달록 단풍길과너른 황금들판 사이의 오랜 가옥그리고옛길이 이룬 고즈넉한 가을이여행객들의 발길을사로잡고 있다. ◇ 이국적인 풍경 ‘낙강물길공원’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아 등이 주를 이룬 안동댐 수력발전소 입구는 10월 말이면 울긋불긋 색깔의 향연을 펼친다. 특히 발전소 입구 좌측에 자리한 낙강물길공원(구 안동폭포공원)은 초록의 수련이 짙게 깔린 인공연못 위로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드리워진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연못의 징검다리는 물론 나무 아래 곳곳의 벤치가 여행객들로부터 사랑받는 포토존이 되고 있다. 여기에 안동댐까지 에두른 산책로와 월영공원까지 이어지는 수변데크가 있어 평상시 산책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 옐로우 카펫 따라 거니는 ‘월영공원’국내 최장 목책교로 안동호를 가로지르는 월영교의 월영공원 은행나무 길은 짙은 가을을 만끽하기에 최고의 장소다. 단풍이 드는 절정에 이르면 파란 하늘에 걸린 황금빛 오로라가 일렁이는 가을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변을 따라 100여m가 넘게 조성된 은행나무 길은 샛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의 단풍잎들이 월영공원 길 위로 소복이 내려앉을 때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단풍 숲길 ‘안동호반나들이길’안동댐 보조호숫가를 따라 도는 호반나들이 길은 호수 속에 반영된 단풍과 고요한 숲 내음으로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 국토경관디자인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이력만큼 누구나 걷고 싶은 수변문화공간으로 안동 인근지역에서도 많은 여행객이 찾는 장소다.특히 숲속 길에서 바라보는 월영교는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 신비감을 자아낸다. ◇ 안동호를 품에 안은 ‘안동민속촌’안동호가 내려다보이는 성곡동의 안동민속촌은 또 하나의 작은 안동이다. 안동댐으로 수몰된 민속 문화재가 한자리에 모여 있어 그 의미로도 남다르지만 안동호의 풍광을 안고 에두른 8만여 그루의 나무가 안동민속촌의 가을을 붉게 물들여 지나는 발길을 저절로 멈추게 한다. ◇ 천년사찰 세계유산 ‘봉정사’ 천년사찰인 세계유산 봉정사는 늦가을 정취가 만연할 때 고즈넉함이 더욱 깊어진다. 봉정사의 고목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축물인 봉정사 극락전의 품위에 걸맞게 고혹적인 붉은 단풍으로 자태를 뽐낸다. 특히 붉게 물든 산 아래 아침 안개가 드리운 봉정사의 새벽녘은 봉황이 곧 날아오를 듯 그 유래만큼이나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 퇴계와 나란히 걷는 ‘도산서원’ 도선서원 진입로의 진 붉은 빛깔 단풍나무는 물론 도산서당과 전교당에도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 아름다운 서원의 곡선미와 함께 더욱 화려해진다. 시사단을 마주하고 앉아 나지막이 내려다보이는 풍광은 퇴계의 사색을 잠시나마 벗하며 바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이다.◇ 하회마을의 가을세계유산 하회마을에 가을이 오면 제방을 따라 심긴 벚나무와 전통가옥, 그리고 집안에 심어진 감나무 등이 단풍에 물들어 각각의 색깔을 뿜어내며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 마을 뒤 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은 더욱 평화롭고 고즈넉한 목가적 분위기로 잔잔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곳이다. ◇ 갑시다, 나랑. 나랑 같이 ‘만휴정’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에 자리한 만휴정은 조선 중기 문신 보백당(寶白堂) 김계행(金係行, 1431∼1517)이 말년에 독서와 사색을 즐기던 곳이다. 가파른 기암에 흐르는 송암폭포 곁으로 자리한 아담한 정자가 눈에 띄는데, 바로 만휴정이다.최근 종영한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 장소로 입소문이 퍼져 만휴정으로 들어서는 다리는 인생샷 명소로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 가을에 핑크샤워 ‘핑크뮬리 그라스원’ 탈춤공연장 앞 낙동강변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울긋불긋 익숙한 가을단풍 대신 조금은 특별한 나들이를 찾는다면 바로 핑크뮬리 그라스원을 추천한다. 영가대교를 배경으로 다양한 포토존을 담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핑크뮬리는 실물로도 고혹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사진에 담을 때 더 빛을 발한다. 살짝 밝은 필터를 적용하면 어디서나 이른바 ‘인생사진’을 건질 수 있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2018-10-23

어린 여직공들에게 지식과 교양을… 배움의 열망 채워준 ‘오운여상’

△ 기능근로자 수요 증가구미공단의 산업활동이 가시화 됨에 따라 기능근로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공단 내 기능근로자양성소 설치 등 적극적인 수급대책이 절실히 요구됐다.1973년 노동청이 집계한 지방 사무소 관하 23개 공업단지의 1973년 7월말 근로자 수는 1만6천여명으로 나타났다.하지만 1976년까지 입주업체의 증가에 따라 20만7천명의 근로자가 확보돼야 했기에 3년간 11만1천여명의 새로운 인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이 같은 기능근로자 수요는 대부분 가발, 전자제품, 완구 및 선반 등의 분야에 집중됐다. 특히, 공업단지는 동일업종의 업체들이 많이 몰려있어 기능근로자 부족 현상이 야기될 경우 업체간 스카우트 과열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하지만 기능근로자양성소 설치가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지면서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특히, 영세한 직물공장이 집단으로 들어서자 직공들을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이직자가 속출했다. 대부분 인근 회사에서 숙련공을 스카우트를 하면서 회사끼리 사이가 좋을리 없었다. 회사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다른 회사 직원들의 접촉을 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임금은 오르고 생산율은 떨어져만 갔다.결국에는 건축한지 얼마되지 않은 공장을 팔겠다는 기업주까지 나왔다.근본적인 기능근로자 수급대책이 절실했다. 기업들은 스스로 자체양성소를 만들어 필요한 인력을 수급해 나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 기업들 직접 기술양성소를 짓다공업단지관리청은 전국 주요 공업단지의 급증하는 전문 기능근로자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방안으로 1975년까지 노동청과 하브이해 마산, 창원지구 및 주안, 이리지구 등 3개소에 공공직업훈련소를 설치키로 했다.당시 구미공단은 공단 인근에 기술계 학교가 많고, 대구 및 구미지역의 기존 공대, 공고 또는 전문기술학교에서 배출되는 졸업자로 부족한 인력을 충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또 단순 기능근로자는 적령의 취업자에 대한 단기간의 자체훈련으로도 양성할 수 있어 각 공단 관리기간으로 하여금 취업희망자를 등록 시켜 입주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원을 선발할 수 있도록 기업체 스스로가 자체양성소를 통해 양성하도록 했다.자체양성소를 갖추기 어려운 소규모 입주업체를 위해 각 공단별 단기양성소를 하나씩 설치하도록 했다. 구미공단은 전자공단이 1977년 초까지 설치토록 했다. △ 근대산업유산으로 지정된 오운여상기업체가 직접 기술양성소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좀 더 체계적인 교육의 필요성이 요구되기 시작했다.거기에 섬유업체에서는 대부분 어린 여자 직공들이 대부분이다보니 학교 교육에 대한 목마름도 거세지고 있었다.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1977년 2월 28일 산업체 근로청소년의 교육을 위한 부설학교 설치 기준령(대통통령 제8426호)이 제정됐다.그해 3월 1일부터 특별학급 및 산업체 부설학교를 설치 운영할 것을 각 기업체에 권장했고, 3월 16일 교육부령 제406호로 동령 시행 규칙이 제정됐다.이에 구미공단에서는 코오롱과 동국방직이 각각 오운여상과 동국여고를 개교했다.당시 코오롱 구미공장은 화학섬유 제조업체로 2천여명의 종업원이 종사하고 있었고, 그 중 중학교만 졸업한 여사원 중 90%이상이 고등학교 진학을 원했다.이에 코오롱은 공장 내 교지 667평, 체육장 시설 690평을 마련하고, 난방시설을 갖춘 보통교실 4실, 특별교실 6실, 시청각실, 도서실, 음악실, 미술실, 상담실, 양호실 등의 시설을 갖춘 코오롱 부설 실업고등학교(1981년 오운여상으로 명칭 변경)를 1979년 3월 개교한다.초대 교장은 당시 코오롱 대표이사였던 이상득 전 국회의원이 취임했다.교감 1명, 교사 8명으로 어느 학교 못지 않은 교사진과 시설을 완비하고 신입생 280명이 입학했다. 입학생들에게는 재학 중 학비 전액을 무상으로 하고 전교생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했다.오운여상은 ‘참되게 배워 바르게 일하고 슬기롭게 살자’라는 교훈을 바탕으로, 가정과 사회에서 꼭 필요한 여성이 될 수 있는 교양과 지식을 교육했다. 이는 당시 코오롱 명예회장이던 오운 이원만 선생의 남다른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명예회장은 오운여상 개교 당시 “여사원은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앞으로 이나라의 주부가 될 여성으로, 교양 있는 여성이 되도록 교육해야 한다”면서 서예와 수예 재봉, 꽃꽂이, 음식 조리, 예절 등의 교육에 각별한 신경을 쓸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오운여상은 여성 직공들이 3교대 작업으로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교육에 대한 열망과 꿈을 위한 공간이었다.이러한 오운여상도 시간이 흘러 개교 20년만인 2000년 2월 마지막 졸업생 24명을 배출하면서 역사의 뒤로 모습을 감췄다.하지만 경상북도는 향토뿌리기업 및 산업유산 지정 사업을 펼치면서 2013년 오운여상을 근대산업유산으로 지정했다.현재 오운여상 건물 입구에 산업유산 현판이 걸려있다.당초 경북도와 구미시는 오운여상을 조극근대화 산업역사관으로 복원하고, 근대화 산업유산을 교육체험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려고 했으나, 여러 이유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20년간 3천116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오운여상은 비록 폐교가 되긴 하였지만, 한국의 근대산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산이기에 지금이라도 보존하고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낙동강은 근로자들의 안식처구미공단이 급속도록 발전하면서 근로자 수도 급격하게 늘어났다.공업화로 인한 인구 급증은 주택난이라는 심각한 문제까지 낳았다.주택 보급이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돈이 있어도 셋방을 구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기업들이 기숙사를 만들기는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근로자들은 강 건너편에 있는 마을에서라도 숙식을 해야만 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 출·퇴근 하는 근로자가 많을 수 밖에 없었다.근로자들에게 낙동강은 출·퇴근을 힘들게 하는 요소이기도 했지만, 낙동강이 있었기에 구미공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주말이면 낙동강 나루에서 배를 타고 유희를 즐겼다. 당시 구미는 정주여건 등이 미비해 근로자들이 마땅히 쉴 곳이 없었기에 낙동강 둔치는 가장 인기있는 휴양지였다.이후 1995년 지방자치 이후 정주여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낙동강도 변하기 시작한다.4대강 사업으로 한층 넓어진 낙동강 둔치를 체육공원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로 개발한 것이다.특히, 구미시가 시민들의 레저와 관광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구미 7경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명소들이 생겨났다.그 중에서도 구미승마장, 구미캠핑장, 낙동강 수상레포츠 체험센터 등은 구미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매김 했다. 이러한 명소는 공단 근로자들에게도 큰 각광을 받고 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8-10-19

어떤 풍경화가 이토록 강렬할까… 섬, 빛과 색으로 물들다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는 21세기를 특정 짓는 키워드 중 하나다. 한국 역시 홀로 생활하는 이들이 세대와 관계없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1인 메뉴를 내놓는 식당이 늘어나고, 혼자서 카페를 찾아 커피를 마시는 이들이 더 이상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여행업계도 이런 상황을 재빠르게 받아들였다. 가족, 친구, 연인을 겨냥한 여행상품과 함께 ‘나홀로 여행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는 것. 사실 10년 전 쯤부턴 틀에 박힌 여행사의 패키지상품을 피해 혼자 계획을 세우고, 숙소와 교통편을 예약한 후 국내외 관광지로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럿이라면 더욱 즐겁겠지만 제주도는 혼자 여행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운전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주를 종횡 또는 일주하는 버스 노선이 그물망처럼 형성돼 있고, 혼자서 밥을 먹거나 맥주 한 잔을 즐기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홀로 떠나온 젊은이들은 스쿠터로 해변도로를 달리거나, 게스트하우스 등 저렴한 숙소에 머물며 친구를 만들기도 한다. 혼자서 제주도의 가을을 즐기기로 마음먹은 독자들을 위해 기자의 ‘나홀로 제주여행’ 경험을 소개한다. 김해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제주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기분 때문일까?공항을 나서자마자 감귤 향기가 풍겨오는 것 같았다.3박4일의 ‘나홀로 여행’이 시작되고 있었다.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운전하지 못하기에 이번 제주여행은 순전히 대중교통만으로 이동해야 했다. 불편하지 않을까?그러나 그런 걱정도 잠시. 공항 앞에서 여행자를 안내하는 50대 자원봉사자 한 분이 친절하게 버스 환승법을 알려주며 노선도까지 한 장 건넨다. 일본에서 오랜 기간 관광가이드로 일했다는 그분의 미소가 선량해 보였다. ▲ 함덕해수욕장에서 ‘청춘의 기억’을 떠올리다어렵지 않게 첫 번째 목적지인 함덕해수욕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위치한 이 해수욕장은 하얀 모래밭과 짙푸른 바다 빛깔로 유명하다.공항에서 동쪽으로 14㎞ 정도 떨어진 함덕해수욕장은 경사도가 완만해 아이들이 수영을 하기에도 그만이다. 또한 시내버스가 자주 운행되는 터라 제주시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공간이다.터무니없이 심장만 뜨거웠던 20대 초반. 연인과 함덕해수욕장에서 이틀을 묵었다. 인적이 드물어진 자정 무렵. 그녀는 함께 해변을 걷다가 취한 목소리로 읊었던 박재삼(1933~1997) 시인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이 좋다고 했다. 돌아보니 벌써 25년 전이다. 아득한 기억을 떠올려 옮겨본다.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저것 봐, 저것 봐네보담도 내보담도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가는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가을 햇볕’ ‘가을 강’ ‘바다’라는 간단한 단어를 통해 생성과 소멸, 그리고 정신적 부활이라는 삶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시인의 문장이 세월을 뛰어넘어 이제는 중년이 된 ‘나홀로 여행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스물셋 그날 밤처럼. ▲ 협재해수욕장을 지나 대평항으로…그녀와 또 다른 추억을 새긴 한림읍 협재해수욕장까지의 거리는 함덕해수욕장에서 50km. 버스를 갈아타면서 2시간 가까이 달렸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제주의 해변을 지나는 코스가 많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버스가 지나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선 오징어를 말리고 있었다.수심이 얕고 백사장 폭이 넓은 협재해수욕장은 검은색 바위로 달려와 새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근사하다. 붉은 물감을 뿌린 듯 타오르는 일몰 풍경 또한 멋지다.협재해수욕장 바다 건너편 비양도를 가리키며 “여기서 저기까지 헤엄칠 수 있다”고 큰소리치던 20대 청년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 호언장담(豪言壯談)에 낯을 붉히며 환하게 웃던 그녀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꿈꾸는 것만으로도 우리 앞에 다가올 생이 두렵지 않았던 청춘시절이 그리워졌다. 그래서였을까? 홀로 바닷가 주점에 앉아 해삼을 안주 삼아 마시는 소주가 평소와 달리 달콤하지 않았다.맞다. ‘나홀로 여행’이 나쁠 건 없지만, 때론 이렇게 견디기 힘든 외로움 앞에 마주서기도 하는 것이다.숙소로 정한 대평항 민박까지는 또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2시간을 가야 했다. 제주도의 길과 하늘에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서귀포 시내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하는 조그만 촌락.겨우 한나절 만에 제주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자락까지 부지런히 헤매 다닌 것이다. 그것도 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당연지사 피곤했다. 반가운 지인을 만나 칼칼한 매운탕으로 저녁을 먹으며 피로함을 달랬다.그분이 이야기해 준 ‘제주에서의 삶’이 때론 유쾌하게, 때론 쓸쓸하게 들렸다. 하기야 어느 곳에서의 생이 마냥 유쾌하거나 쓸쓸하기만 하겠는가. 우리는 모두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이란 대극(對極)의 단어를 동시에 품고 사는 존재다.잠시 대평항 밤거리를 산책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조용한 포구에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가 울었다. 낭만적인 자장가였다.여행자는 언제나 새로운 체험을 원한다. 하지만 세상에 온전한 ‘새로움’이란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또한 여행자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여행은 삶의 모순과 부조화를 가르치는 선생이다.홀로 떠났던 제주 가을여행에서 기자 역시 ‘여행’이란 이름을 가진 선생의 혹독한 가르침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 한라산을 오르는 ‘나홀로 여행자’를 꿈꾸며 대평항의 아침이 밝았다. 잠이 줄어서일까. 오전 7시가 채 못 돼 눈을 떴다. 부지런히 짐을 챙겨 서귀포시 동홍동을 향했다. 정방폭포 아래서 먹는 삶은 문어와 멍게의 맛이 기막히다는 소문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싶었다.이른 시간임에도 적지 않은 관광객들이 폭포 아래서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어린 아들의 손을 잡은 젊은 엄마, 할아버지를 모시고 온 착한 손자,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듯 다정하기 짝이 없는 연인들….그 가운데서 해산물 한 접시를 주문해 바위 위에 앉았다. 다행히 혼자 정방폭포를 찾은 여행자도 드물게 있었다.사실 제주는 슬픈 역사를 지닌 섬이다. 70여 년 전 ‘이데올로기’라는 괴물이 수많은 섬 주민들의 목숨을 빼앗아갔다. 이른바 ‘제주 4·3 사건’이다.시인 이산하(58)는 시집 ‘한라산’을 통해 “제주에 핀 아름다운 유채꽃에는 비극의 칼날이 물려있다” “우리가 만나는 제주의 유명 관광지는 한때 죽음의 공간이었다”고 노래했다.정방폭포 역시 그런 ‘비극적 사건’이 발생한 곳일까라는 의문이 이어졌다. 생각이 길어질수록 아침부터 마시는 술의 양이 늘어날 게 분명했다. 상념을 떨쳐내며 일어섰다. 한라산이 보고 싶어서였다.제주도를 처음 찾았던 건 스물한 살 때다. 허름한 여인숙에서 함께 묵었던 선배들 모두는 한라산에 올랐다. 몸살을 핑계로 등산에 빠진 것은 기자 하나였다.이후에도 열 번 정도 제주도를 여행했지만 이상스럽게 한라산은 단 한 번도 온전히 올라보지 못했다. 요즘 말로 ‘저질 체력’과 ‘의지 부족’이 문제였다.사실 ‘나홀로 여행’을 떠난 그때도 ‘한라산 등반’을 중간에서 포기하고 내려왔음을 고백한다. 그랬기에 백록담은 아직 사진으로밖에 보지 못했다.가을이 완연해지고 있다. 다시 제주 바다와 한라산이 그리워진다. 작은 배낭을 꾸려 훌쩍 비행기나 배에 오르고 싶은 날들.이번에 가게 된다면 기필코 한라산 정상에 서보리라. 백록담을 마주하고 제주의 역사와 제주 사람들의 삶을 돌아볼 기회가 어서 왔으면 좋겠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사진제공/구창웅

2018-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