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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원자력·경북지역 상생… 미래에너지 발전 원동력 돼야

`에너지(energy)`는 산업국가 발전의 근원이다. 에너지 전환시대에 원자력은 곧 지역발전의 `힘(力)`. 최근 공급 중심에서 친환경·고효율 수요관리로 패러다임 전환이 일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과 경북지역의 상생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23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2017 경북에너지포럼`에서는 각 분야 에너지 전문가들이 모여 국내 전력수급계획을 토대로 한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과 부산물 처리방안 등을 점검했다.이날 전(前)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박군철 총장(서울대 명예교수)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박상덕 위원, 한국수력원자력 재난안전팀 서대권 팀장, 전 한국원자력학회 장문희 회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술연구소 조천형 소장이 차례로 나서 주제발표를 했다. 이들은 “원자력과 경북지역의 상생을 통해 미래 에너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이어 종합토론과 질의응답 시간에서도 열띤 공론의 장이 펼쳐졌다. 지역을 넘어 국가산업 발전을 이끌 원동력으로서 원자력을 재평가하기 위한 관심은 뜨거웠다.기조 연설 박군철 서울대 명예교수“미래에너지 원자력산업 발전 `안전` 최우선 돼야”에너지원을 둘러싼 국가 충돌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청정에너지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미래 에너지 전략의 핵심이다.원자력은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안보, 환경개선, 지역발전, 고용창출 등을 이끈다. 원자력 발전 효과는 GDP의 약 2.4%를 차지한다.하지만 정부 방침대로 오는 2030년까지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할 경우 134조~217조원 가량의 경제적 부담이 예상된다. 전기요금도 44.2~71.3% 인상이 불가피하다. 지난 2011년 원전을 정지한 일본은 연료수입 급증으로 2014년 129조원의 적자가 나기도 했다.국내 원자력 발전량을 화석연료로 대체하면 이산화탄소 1억1천만t 배출에다 온실가스 저감손실은 2조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철강·자동차·조선·석유화학·반도체 등 국가기간산업은 에너지 다(多)소비업종이다. 전체소비 전력 중 산업용이 55%를 차지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탈원전으로 인한 원자력기반 붕괴는 △원전수출 봉쇄 △국내산업 경쟁력 상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미달성 △원자력기술 쇠퇴 및 인력 상실 등 부작용이 엄청나다.신고리 3·4호기 건설에만 연간 1천만명의 고용창출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미래를 위한 원자력 발전은 세계적으로도 증가하는 추세다.세계 원전시장 현황 및 수출 전망 분석 자료를 보면 자국건설 공급이 가능한 중국과 러시아, 프랑스를 제외하고도 오는 2030년까지 약 70기, 총 350조원에 달하는 신규 원전 진입이 가능하다.세계 방사선 시장 규모도 지난 2011년 기준 172조원으로 어마어마하다.원자력 지역난방을 비롯해 담수용 원자로, 원자력 수소, 원자력 제철 등 원자력 관련 산업연구가 지금 세계 곳곳의 연구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다.특히 거대 에너지시장인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이 더 진행되면 안정적 공급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충돌과 경쟁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이 같은 세계 에너지시장 흐름 속에서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정책 방향이 과연 최선인지 묻고 싶다.물론 안전확보 없는 원자력 발전은 무의미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교훈 삼아 9·11테러와 경주·포항 지진 같은 천재지변까지 모든 사고 경위를 고려해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원자력 발전에 대한 찬반논쟁이라도 펼칠 수 있다. 종합토론·질의응답`2017 경북에너지포럼`에 참석한 원자력 산학업계 전문가와 경주시의회 의원이 `원자력이 나아갈 방향과 경북도의 관계`에 대해 종합토론을 벌였다. 전문가들은 “탈원전 추진은 아직 이른 것으로 보고 미래 재생에너지 산업의 허브 역할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았다.△김영희 경주시의회 원전특위위원장점은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하고 단점에 대해 말하자면 경북이 원자력 클러스터를 유치하기에 적지라고 하지만, 지난 2013년도까지 주민들은 원자력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다른 지역은 원자력 관련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반면에 경북, 특히 경주가 원자력 이해도가 높은 지역이 이렇게 나왔으면 경주에 원자력 클러스터라는 달콤한 유혹으로 들어오는 시설물들을 시민들이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단점을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이용래 원자력과학단지 경주유치추진단장우리가 탈원전을 하더라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원자력 혜택을 누리고 살았기 때문에 앞으로 50년 동안 폐기물이 나온다. 새로 들어서는 원전까지 합치면 앞으로 50년 동안 운영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때문에 국가 정책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원전에 대한 안전은 지켜져야 한다. 경주에 여러 가지 오해가 있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이고 어딘가 만들어져야 할 일이다.△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센터 연구위원원전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원자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생각 안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재생에너지는 미래적으로 생각하는 반면, 원자력은 과거와 현재 기술로만 바라보는 편견이 있다.2차 대전 이후 50년 정도 된 기술인데, 앞으로 4차 산업 혁명을 통해 로봇이나 AI가 나온다면 핵연료도 로봇이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다.이를 고려하면 미래에는 원전에 대한 관리가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장문희 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려면 연구를 통해 취약한 점을 보강해야 한다.원자력 연구 분원이 경주에 유치된다면 분원의 임무 중에 하나가 미래에 사용핵연료에 대한 방법을 연구하는 결과를 내야 하는 것이다. 경북이 적지로 주목받는 것은 인접한 주민이 없는 인적이 드문 부지에 설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원자력의 단점 같은 아픈 것을 안 아프게 하려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다.△정현주 경주시의회 의원탈핵을 찬성하던 시민들이 원자력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보게 하는 것은 이 포럼에 의미를 사라지게 한다.발제자 모두다 원자력에 대한 공정한 자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데 환경 단체가 없는 자리에서 환경 단체의 의견을 지적하는 부분도 알맞지 않다고 생각한다.서울시에 보다 많은 전기들이 사용되고 서울에 더 많은 인구가 있는데 왜 서울시에 방폐장을 가져가지 않는가. 또 경주에서 이주시켜달라고 말하는 분들의 이야기는 경청하지도 않았다. 전문가들이 모두를 위한 발제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발제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 “ 7차 전력수급계획 수립 예측치·실제수요 일치”전력수급계획은 2년마다 새로 작성한다. 그동안 7차까지 수립된 전력수급계획은 예측치와 실제수요가 일치했다. 전력수급계획은 크게 네 가지 요소를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세운다. 안보적 측면, 환경적 측면, 공평성(경제적) 측면, 안전성 측면을 고려해 완성된다.안보적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의 수입에서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할 때까지의 위험도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5% 이상인 데다 비상 시 외국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연계망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에너지자원 비축량을 보면 석유 130일, 석탄 2개월, 우라늄 2년, 천연가스 1주일 정도다. 환경적인 부분을 고려하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외에 답이 없다. 자연환경에 대한 위해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기상재해 등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후폭풍이 일어나고 있다.전력수급계획에서 말하는 공평성은 뛰어난 접근성을 말한다. 그럴려면 우선 경제성이 확보돼야 한다. 원전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은 원자력 발전비용에 사후처리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해체비용의 경우 해외 평균과 비슷한 6천500억원, 핵연료 관리비용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적립하고 있다.안전성 측면에서 볼 때 최악의 사고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격납용기 안에서 모든 과정이 끝나도록 돼있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얘기다. 심층방어, 다중방호의 개념으로 원전은 설계돼 운영된다.8차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현 정부는 예측치를 대폭 줄인다고 한다.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를 확충해 수급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력수급계획은 연구개발계획이 아니라 실제 우리나라 전력을 운용하는 계획이다. 국가와 산업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치명적이다.원자력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반대하지 않는다. 당연히 확대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는대로 확대해 나가도 늦지 않다고 본다.발제 서대권 한수원 재난안전팀장“경주·포항지진으로 확인된 월성원전 안전 `이상무`”지난 15일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지는 월성원전으로부터 약 45km 떨어진 지역이다. 지난해 발생한 경주지진은 경주시 남남서쪽 9km지역, 지하 15km, 규모 5.8이었다. 당시 월성원전의 최대 계측값은 0.098g로 안전설계값 0.2g에는 못 미쳤지만 원전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설정해 둔 수동정지값 0.1g에 근접한 수치였다.정밀 분석한 결과 응답스펙트럼값이 0.12g까지 나와 월성 1·2·3·4호기 운영을 정지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정밀 점검결과 예상대로 지진으로 인한 영향이 전혀 없었다.11·15 포항지진에 대한 월성원전의 시간대별 대응을 보면, 지진을 감지한 직후 매뉴얼에 따라 위기경보 주의단계인 C급을 발령하고 초동상황반을 꾸려 운영했다. 절차에 따라 약 6시간 동안 원전의 운전변수와 설비를 점검했으며 출력감발, 방사선 수치 등 어떤 이상도 없음을 확인했다.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다. 충분한 해안 높이를 확보하지 못한 고리원전은 이듬해 해발 10m까지 해안방벽을 설치했다. 해일에 의한 비상디젤발전기실의 침수를 막기 위해 전기가 필요 없는 디젤배수펌프를 설치하고 방수문도 설치 중에 있다.외부전원이 상실되고 비상디젤발전기 가동이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해 이동형 대형발전차량도 구비했다. 원자로 비상정지 후 원자로계통에 남아있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수가 부족할 경우 비상냉각수를 외부에서 직접 주입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도 했다.원자로건물에 수소가스 농도가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수소제거설비를 설치하고 격납건물이 내부압력으로 견디기 어려울 때를 대비해 여과배기설비를 설치했다.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추가로 설정치 이상의 지진이 감지될 경우에는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되는 설비도 갖췄다.이 뿐만 아니라 여러 경우의 수를 상정해 다양한 종류의 소규모훈련과 극한재난에 대비하고 있다.대규모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는 민관군합동 비상대응훈련까지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니 완벽한 대비에 가깝다.발제 장문희 전 한국원자력학회장“경북도, 우수한 원자력 산업발전 환경으로 최적지”우리나라는 수요에너지의 97~98% 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가 전체가 단일 전력망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어 전력수급 불일치 발생 시 전국이 `블랙아웃(Black-out)`이 된다. 초고속 압축성장을 지원한 중앙집중식 전력 공급체계가 원인이다.경북도는 우수한 원자력 산업환경을 갖추고 있다. 동해안 원자력클러스트, 한수원 본사 경주이전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가동 등 원자력과 너무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의 메카(Mecca), 중심지로 봐도 무방하다.무엇보다 도민들이 앞장 서 동해안 원자력클러스트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을 목표로 원자력연구원 분원 유치에 적극 나섰으면 한다.현재 대전에 있는 본원은 부지 포화에다 연구 환경 열악 등 여러 제약 조건으로 인해 분원의 필요성과 시급성이 대두된지 오래다. 경북에서 국내 원전의 절반이 가동되고 있고 도민들의 원자력 이해도도 높아 최적지라고 생각한다.분원 부지요건으로는 △임해부지로 지질적 조건 만족 지역 △추가부지 확보 용이 지역 △거주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 △원자력 이해도 높은 지역 △원자력산업 현장과 교류 용이 지역 △연구원 정주여건 양호 지역 △국토 균형발전 명분 유리 지역 등이 있다.분원을 본원으로 변신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전략도 필요하다. 기술이 지역과 산업 발전을 이끌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행복증진을 견인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기기와 부품산업이 원자력발전 지속의 생명 사업임을 염두해야 한다.만약 탈원전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관련 산업까지 사라지진 않는다.원자력 기술개발과 산업연계 및 집적화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할 것이다. 원자력 산업을 기반으로 경제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에너지 안보에 이어 신(新) 기후체제 리더로서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경북은 원자력발전 기기 및 부품산업 유치에도 적극 앞장서야 한다. 전 세계 원자력발전산업 지방정부간 협력체를 구성, 친환경 원자력 진흥 및 기후변화 대응에 주도적 역할을 선도했으면 한다.발제 조천형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술연구소장“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 부족…안전시설 확충 시급”사용후핵연료는 높은 방사선과 고온의 열을 장기간 방출하는 물질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영구처분하기 전까지 관리하는 방법으로는 습식저장과 건식저장 두 가지가 있는데 후쿠시마 사고 이후 건식저장 방법을 선호한다.건식저장 방법은 사용후핵연료를 금속재 혹은 콘크리트재 용기에 넣어 보관하는 방법으로 70년대 상용화 이후 40년간 무사고 운전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됐다.우리나라의 경우 경수로형 사용후핵연료는 습식저장만 하고 있다. 중수로형 사용후핵연료의 경우 90년대 초 건식저장 시설이 도입되면서 원자력발전소 내에서 운영하고 있다.현재 원자력발전소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 공간이 부족해 이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저장시설의 확충이 시급하다. 국내 운반 기술은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또한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하 KORAD)에서는 국내 최초로 운반과 저장이 동시에 가능한 겸용용기를 개발해 현재 규제기관이 설계승인 심사 중이다.건식저장 기술의 경우 중수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기 위한 사일로와 조밀저장시설(MACSTOR-400)을 설계하고 건설, 운영한 경험이 있다. 금속겸용용기와 콘크리트 저장용기 2종을 개발한 것 외에 아직 실제 적용한 사례는 없다.KORAD에서 개발한 건식저장용기는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21다발을 저장할 수 있다. 항공기 충돌, 200m 침수 등 심각한 사고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지 않도록 설계했다.선진국과의 기술격차 해소를 위해 사용후핵연료 운반·저장 분야 12대 핵심기술을 선정하고, 2030년까지 선진국대비 90% 이상의 기술력을 확보할 계획이다.단기적으로는 원전 내 저장과 연계된 제반기술을 확보하고, 중기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운반·저장·처분을 연계한 표준시스템 개발, 장기적으로는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 및 장기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에 중점을 둔다. 사용후핵연료 운반·저장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기술이다. 적극적인 RD 투자가 뒷받침된다면 그간 쌓아온 경험과 원자력발전소 수출 기술력을 바탕으로 충분히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기술력 확보가 가능하다.정리/김민정기자hykim@kbmaeil.com/전재용기자 sport8820@kbmaeil.com

2017-11-24

날자! 환동해 물류중심기지로, 해양관광의 메카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포항시는 환동해권 거점도시로 도약을 위해 힘찬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다. 동해를 끼고 있는 포항시는 지리적 장점과 풍부한 해양자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물류, 교통, 관광 등 다양한 산업 발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북방물류거점 항만으로 개발된 영일만항은 현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북방외교로 서서히 환동해 물류거점항으로서의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여기에 오는 2019년에 이전이 예정된 `동해안발전본부`,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영일만대교 완공 등 풍부한 여건이 갖춰지면 기존 철강산업 위주의 도시에서 벗어나 진정한 해양도시로서의 미래가 펼쳐질 전망이다.해저터널 등 총 길이 17.1㎞ `영일만대교`부산·울산·포항·경주 등 550만 광역경제권물류 수송루트 확보 차원서도 필수불가결경북 유일의 국제컨테이너항 `영일만항`2020년까지 5만t급 접안 여객부두 건설경북 내륙 관광자원 연계 관문 역할 기대□ 천혜의 조건을 지닌 포항포항은 풍부한 해양자원을 지닌 천혜의 도시다. 드넓은 해안선을 따라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분포돼 관광지로서의 가치가 높으며 지질 자원 등의 자원과 교통망 구축 등 산업 발전 기반도 갖추고 있다.포항은 `교통 오지`의 오명을 씻어내고 최근 수년간 포항~울산 간 고속도로와 더불어 포항공항 재개항, 포항~서울 KTX 개통 등으로 동해안의 교통·관광 중심지로 탈바꿈했다.아울러 2018년에 예정된 `동해안발전본부`의 이전도 포항 및 경북동해안지역의 해양관광을 한층 고급화시킬 수 있는 기회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동해안발전본부는 경북도청의 안동 이전으로 공백이 예상되는 경북 동남권 행정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조직으로 포항시는 행정 기능과 함께 향후 도내 다양한 산업·관광분야 등의 육성을 맡게 된다. 수십 년간 국내 철강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아왔던 포항은 지금보다 강화된 관광산업 인프라 구축을 통해 수익성과 고용 창출 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으며, 로봇연구와 타이타늄 등 각종 신산업과 연계, 첨단도시로의 발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동해안발전본부 이전을 `기회`로경북도 제2청사 규모의 동해안발전본부가 내년에 포항으로 완전 이전할 예정이다.경북도는 애초 2019년 8월까지 포항에 신설할 계획이었던 동해안발전본부 조직의 규모를 1국, 1사업소로 확대하고 일정도 앞당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동해안발전본부와 원자력·에너지·산업 분야 1국, 1사업소 등으로 제2청사에 해당하는 지역 본부가 포항에 들어서게 된다.당초 동해안발전본부의 이전 계획이 알려지자 행정 기능과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우려와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이에 `지방자치단체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본청 기능을 별도 장소에서 수행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지역본부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신설돼 가능해진 것이다.지역본부의 인원은 150명 안팎으로 2급 본부장이 총괄한다.경북도는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내년 1월 1일 자로 조직을 개편하고, 새로 짓기로 한 동해안발전본부 청사로 이전할 방침이다.경북도 관계자는 “청사 완공 전이라도 동남권 주민들의 조기 이전 요구와 행정수요를 고려해 규모를 확대해서 옮기기로 했다”며 “동해안발전본부가 계획대로 이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번 동해안발전본부의 이전으로 경북지역의 균형 발전과 더불어 경북도가 계획한 환동해경제권시대를 포항시가 견인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특히 도내 해양수산 분야의 현장행정이 강화될 전망이며 도청의 북부권 이전으로 불편을 겪었던 동남권 주민들의 접근성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경북동해안 시·군의 상호협력을 통한 공동 발전의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포항시도 동해안발전본부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구축하고 북방경제권을 선점하는데 핵심적인 구실을 할 수 있게 됐다. □ 경북동해안 숙원사업 `영일만대교`영일만대교는 포항시 남구 동해면과 북구 흥해읍을 연결하는 9㎞(접속도로 포함 시 17.1㎞)의 해상교량이다.교량이 연결될 경우 울산~포항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영일만대로 중간지점인 동해면의 새로운 나들목과 포항~영덕고속도로 건설로 북영일만IC와 연결돼 동해안고속도로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된다.영일만대교는 총사업비 1조8천55억원이 투입돼 총 길이 17.1㎞ 해저터널 5.4㎞, 교량 3.6㎞, 접속도로 8.1㎞로 이뤄진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영일만대교의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용역을 위해 20억 원의 예산을 편성, 사업추진 의사를 드러냈지만 이번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하지만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포항남·울릉)이 동해안의 오랜 염원인 영일만대교 건설을 위해 예산확보를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박 의원은 지난달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구윤철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및 업무담당 국·과장과 만난 자리에서 사업계획 적정성을 재검토 후 정책적 결정을 앞둔 영일만대교 건설 사업의 필요성과 기대효과를 설명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당시 박 의원은 “부산~포항고속도로와 포항~영덕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영일만대교는 550만 부산·울산·포항·경주·영덕 등 최대 규모의 광역경제권 인프라 구축을 통한 물류 수송루트 확보라는 국가적 측면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영일만대교가 완성되면 포항 남구의 호미곶, 동해면, 구룡포읍 일대의 접근성이 좋아져 동해안 일대 관광활성화가 기대된다. 특히 영일만항을 오가는 물동량 증가와 더불어 포항시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와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등 남구 일원의 관광 코스가 새로운 메카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환동해 물류중심 영일만항포항 영일만항은 환동해 물류중심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올 하반기 중국·러시아 등 북방지역과의 경제협력 사업을 진두지휘할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포항 영일만항 활성화에도 기대감이 높아지는 중이다.여기에 국제여객 및 크루즈 전용부두가 들어서게 됨에 따라 종합물류항만을 뛰어넘는 새로운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포항 영일만항에는 총 342억원을 들여 오는 2020년까지 5만t급 국제여객선이 접안할 수 있는 여객부두가 건설된다. 이는 경북 유일의 국제여객항으로 울릉도와 독도의 해양관광자원과 경주의 신라문화, 안동의 유교문화, 대구의 섬유패션 등 경북 내륙 관광자원을 연계하는 관문으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또한 지난 2009년 환동해 비즈니스 허브항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출발한 포항 영일만항은 현재 경북지역 유일의 국제컨테이너항으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아직 큰 성과를 내진 못했으나 냉동·냉장창고와 인입철도 등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면 성장의 발판이 마련돼 물류항으로서의 부진을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포항시와 포항지방해양수산청 등 관계기관은 부두완공 후 국제여객 정기항로 추가 개설과 국제여객 수요 확보를 위해 지난 2011년 영일만항과 일본 마이즈루항 간 국제페리 정기항로 개설을 위한 `한일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2014년 시범운항을 했다. 이어 러시아, 중국 등과 관광 교류 합의서를 체결하는 등 철강 중심의 지역경제 구조를 새롭게 개편하기 위해 장차 국제여객부두를 활용할 복안이다./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2017-11-23

탄소절감·기후보호 위한 촘촘한 플랜 `세계적 에너지 자립마을` 명성

□ 독일, 신재생에너지,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유럽의 오랜 강대국. 통일국가이자 연방국가. 맥주와 소세지가 유명한 나라. 우리에겐 너무나 잘 알려진 이 나라는 광복 이후 간호사와 광부 파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독일은 전세계에서 신재생에너지사업이 가장 잘 정착한 나라로 유명하다.인구 70만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종교·문학적 역사 깊고 `EU 경제수도`2013년부터 `기후보호` 프로젝트 가동시민들의 쉽고 간편한 동참도 큰 역할2050년내 완벽한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글 싣는 순서1. 문 정부와 탈원전, 그리고 신재생에너지2. 독일은 왜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시작했을까3. 에너지 자립도시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4. 대한민국의 에너지자립마을, 충남 태안5. 포항의 에너지 미래, 지방분권시대에 맞춰현재 독일에서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100% 달성한 지역은 20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중 15곳이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에 속한다.독일 최북단에 있는 해당 주는 사계절 내내 강풍이 불어 풍력발전의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이다. 적게는 인구 100여 명에서 많게는 1만2천명 정도의 농촌 소도시로 이뤄져 있는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는 그야말로 신재생에너지사업 추진에 최적의 지리적 요건을 갖춘 셈이다. 이로 인해 이곳 도시들은 에너지자급자족을 실천하고 있다. 인구 약 70만의 도시. 독일 중서부 헤센 주에 위치한, 이 나라의 수도는 아니지만 둘째가라면 서러운 도시가 있다.정식 명칭은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frankfurt am main). 흔히 프랑크푸르트라고 불리는 이 도시의 시가지에는 `라인 강의 기적`으로 잘 알려진 라인 강 지류인 마인 강이 흐르고 있다. 때문에 도시 이름도 `마인 강의 프랑크푸르트`라는 뜻을 담고 있다.상공업도시인 이곳은 오래전부터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의 상징적인 도시였다.9세기에 완공돼 1562년 이후 모두 10명의 황제들이 즉위식을 가진 `카이저 돔` 대성당을 비롯해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을 집필했던 대문호 괴테가 살았던 `괴테하우스`가 바로 이 도시 한 가운데에 있다. 국가적으로나 종교적, 문학적으로 역사가 오래되고 깊은 도시다.최근에는 유럽중앙은행(ECB) 본사와 독일연방은행을 비롯해 모든 은행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있어 연방정부 독일의 경제와 금융의 중심지이자 유럽연합(EU)의 경제적 수도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항공·철도·자동차 등 교통의 요지이면서 동시에 도심지를 가로지르는 524㎞의 마인강 운하를 따라 뱃길도 나 있어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이유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들에겐 `에너지 자립마을`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지구온난화와 신재생에너지가 지구촌 문제로 대두되기 이전 학계에서나 신재생에너지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할 때부터 이들은 이산화탄소를 버리고 친환경을 붙잡기 시작했다.□ 신재생에너지, 왜 시작했을까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의 소도시들보다 인구가 70배 이상 많은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지난 2010년 한 해 동안 약 2만2천650GWh의 에너지가 사용됐다.난방이 50%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전기 사용에 30%, 교통 분야에서 남은 20%가 소비됐다.하지만 이렇게 소비되는 에너지 중 지역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는 단 5%에 불과하며, 95%가 인근 도시에서 들여오는 수입에너지였다. 공급받는 에너지 역시 천연가스가 57%, 석탄화력이 23%였고,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양은 고작 9% 남짓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 도시는 사용하는 에너지를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을 마련했다.2012년 3월, 프랑크푸르트 시의회에서 `기후보호를 위한 마스터 플랜 100%`프로젝트가 만장일치로 결정됐다.이 프로젝트는 지자체와 시민, 전문가 등 도시를 이루고 있는 모두가 힘을 합쳐 탄소 발생량의 95%를 감소시키자는 목표가 설정돼 있다. 에너지 사용량을 2050년 기준으로 현재보다 절반까지 줄일 수 있는 여러 방안들과 함께 부족한 양은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충당하자는 논의 결과도 담겼다. 독일 연방정부는 오는 2018년까지 총 90만 5천 유로를 프랑크푸르트시에 지원하기로 했다. `모든 것`을 `모두`가 노력하자는 대전제 하에 2013년 1월부터 이곳에서는 본격적인 프로젝트가 시동을 걸었다.우선 시는 프로젝트 가능성 조사 계획안들의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 기간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이었다. 연구는 프라운호퍼(Joseph von Fraunhofer) 연구소가 참여했다. 다양한 자료들이 분석된 결과, 프랑크푸르트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지역 내에서 재활용하는 방법 등을 통해 현재의 에너지 소모량을 줄일 수 있음은 물론, 탄소 배출량도 저감될 것이라는 연구소의 긍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과학자들이 전력과 난방, 교통 등 세 갈래로 나눠 분석한 결과는 프랑크푸르트가 오는 2050년 안에 완벽한 재생에너지를 보급할 수 있다는 목표를 입증했다.계획안의 성공을 위해 프랑크푸르트는 주변 라인마인지역 타 도시들과의 공조체제를 구축했다.2013년 봄 라인마인지역 도시들은 마스터 플랜에 따른 `에너지 전환사업`에 협조할 것을 동의하고 공동지역 에너지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100여 개의 기관과 약 150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단체들은 △에너지 공급 △가동성 △설계 및 생활 △사업 △가치창출 등으로 큰 틀을 잡았다.도시의 대대적인 변화에는 시민들의 의견도 적극 반영됐다. 프랑크푸르트 내 5개의 시범지구(버켄하임, 회흐스트, 북서부, 북동부, 운터리더바흐)에서 수집된 여러 에너지 전환 방법은 현재까지 단기·중기·장기적 방안에 따라 113가지가 목록화됐다.도심지를 도보로 이동하는 `시티 도보 투어` 를 비롯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도심지 보물찾기 `지오캐싱`과 “버리지 말고 수리하자”는 발상 아래 만들어진 `리페어카페`, 의류를 포함해 자신이 사용했던 물건들도 타인에게 기증할 수 있는 `기브박스`까지 단순하지만 쉽게 참여가 가능한 제안들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은 올해 다른 지구에도 확대됐다. 여전히 프랑크푸르트는 `기후보호를 위한 마스터 플랜 100%`을 이어오고 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2017-11-22

재개발 아닌 `재발명`… 생각의 한 끗 차이가 만든 `산악 관광대국` 스위스

산은 우리나라 국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한반도 면적의 63%를 소유한 `땅의 주인`이다. 산에 깃들어 사는 삶 속에 누구나 산을 오르내린다. 산은 더 이상 산악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산악활동은 산악관광으로 귀결된다. 산과 사람의 공생을 택한 산악관광지에는 사람이 모이고 그 지역은 활기를 띤다. 전 세계 유명 관광지 대부분이 산악지방에 있으며, 관광산업 수익의 최대 20%가량이 산악관광으로부터 기인한다는 통계도 있다. 산악특화 지역인 경상북도는 전체 면적의 70%를 산에 내주고 울창한 산림과 풍부한 물까지 품고 있다. 자연이 곧 자원인 시대.축복받은 산악지형을 활용해 관광체험 활동을 추진할 수 있는 충분조건을 갖춘 셈이다.본지는 세계 관광산업 트렌드에 맞춰 경북도의 산악관광 활성화 방안을 기획기사 5회에 걸쳐 연재한다.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있는 그대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과 자연을 가꿔 경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보존이냐 개발 대상이냐의 시각차이다.이 두 가지 관점의 중심에 미국 초대 산림청장을 지낸 지퍼드 핀초(Gifford Pinchot)가 있다. 그는 공익을 위한 자연보존을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론 공익을 위해서라면 최소한의 개조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연을 자원으로 지혜롭게 사용하는 것이 진정한 보존이라 여겼다.보존과 개발 뜨거운 논쟁 속에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산악관광 경쟁은 시작됐다.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에서는 아이디어를 발휘해 산으로 사람을 부른다.그중에서도 스위스는 알프스 산악관광을 내세워 세계적인 산악관광지로 발돋움했다. 환경보전과 산림개발이 반드시 앙숙만은 아니란 것을 몸소 보여준 셈이다.한국 절반크기 국토 강원도보다 작은 산림면적에도 산악관광 수입 매년 35조 육박일반인도 쉽게 등반, 풍경 감상하도록 산악교통에 주력… 일자리 창출·매출도 급증경북도 산악관광 활성화 방안1. 세계 산악관광의 모범사례 스위스 알프스 산맥2. 산악관광 특성화 모델 스위스 필라투스 쿨름호텔3. 국내 산악관광 선점위한 경쟁 -울산 영남알프스4. 경북도 산악관광 활성화 가능성 및 개발 기대효과5. 경북 산악을 한국의 필라투스로□ 알프스 산악관광 수입 연간 35조원사실 스위스와 우리나라는 닮은 점이 많다. 강대국 틈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로 지낸 것도 그렇고, 산악지대가 많아 땅이 척박하다.비슷하기만 한 건 아니다. 사람 수와 땅덩어리 크기만큼은 우리가 우세하다. 스위스 인구는 한국인의 6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국토 면적은 4만㎢로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다.산악면적은 서로 비슷한데 산악관광을 육성하기 위한 개발투자에는 스위스가 더 적극적이다. 산꼭대기까지 열차가 다니고 산 정상에는 호텔과 레스토랑이 있다.규제나 철폐를 대하는 사회의식도 스위스가 앞선다. 산을 깎아 건물을 짓는데 거리낌이 없다. 산악개발을 추진하기까지 자연환경적 이슈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결국엔 관광산업 진흥을 위한 결론을 내려왔다. 스위스가 산악관광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매년 35조원. 산림면적 125만㏊로 강원도(136만9천㏊) 보다 작은 규모지만 우리나라 전체 관광수입 18조원의 두 배가 넘는 수익을 벌어들인다. 생각차이의 결과다. □ 해상케이블카, 지역 관광지도 바꾸다국내 상황을 들여다보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강원도 양양군은 설악산 케이블카를 설치하려 10년째 애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못 내렸다.이웃지역인 삼척은 지난 9월 개장한 해상케이블카로 명소가 됐다. 개장 한 달 만에 탑승객 4만5천명 돌파, 하루 평균 2천명이 넘는 관광객 유입으로 지역 상권은 활기를 되찾았다.애초 30억원으로 잡았던 관광수입도 40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삼척 주변 관광지들도 반사 이익을 봤다. 해상케이블카 하나로 지역 관광지도가 뒤바뀐 셈이다.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블카 사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1천520억원에 이른다. 이제서야 양양군과 강원지역 지자체·사업자들은 “낙후된 관광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고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국토의 63%가 산지인데도 그동안 각종 규제에 묶여 충분한 투자와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전국경제인연합회는 더 나아가 설악산 대청봉 정상 근처에 4성급 호텔을 짓는 방안을 제안했다. 스위스 체르마트 관광지를 산지개발을 위한 벤치마킹 모델로 삼았다.전경연은 “스위스가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수시로 운행하고 산 정상에 리펠랄프 리조트 같은 5성급 고급 호텔을 운영 중이지만 환경 훼손 없이 전 세계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스위스 산악관광 역사 100년오늘날 산악관광 대국으로 불리는 스위스는 애초 가난한 낙농국가였다. 국토의 25%만 경작지인 데다 알프스 산에 둘러싸여 겨울이면 눈이 쏟아졌다.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 빈곤에 시달리며 풍요와는 거리가 먼 도시였다.경제선진국으로 발돋움할 기회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17~18세기 유럽 전반에 관광문화가 퍼진 가운데 1816년 영국의 대문호 바이런(Byron) 시인이 스위스 여행 중에 만든 시 `시옹성의 죄수`가 주목을 받으면서 유럽인들 사이에 `여행병`이 돌았다. 예술가들은 이를 `그랜드 투어(Grand Tour)`라 부르며 영감을 얻고자 스위스를 드나들었다. 척박한 산골짜기에 사람 발길이 이어지면서 스위스 산악관광 시대가 열렸다.스위스인들은 관광객을 오래 머무르게 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산골짜기를 활용하기로 했다. 1816년 8월 6일 루체른 근교의 리기산 정상에 스위스 최초의 산장호텔인 `리기쿨름(Rigi Gulm)`이 문을 연 배경이다. 리기산에 매료된 모험가, 학자, 작가들은 산정에서 바라보는 목가적 풍경에 발목을 잡혔다. 이후 1871년 유럽 최초의 산악열차가 운행되면서 관광객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개업 당시 침대 6개로 시작한 리기쿨름은 60년이 흐른 뒤 침대 630개를 갖춘 3개의 호텔로 성장했다. □ 산악열차와 숙박시설로 산악관광 선도산악지형을 성장 걸림돌로 여겼던 스위스는 리기를 선두로 알프스산맥을 활용한 산악관광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산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산에 올라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산악교통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 스위스관광청에 따르면 현재 케이블카와 스키용T바 총 2천470개가 설치 운영 중이다. 여기서 창출되는 일자리만 3천300여개, 매출은 7천400프랑에 달한다. 가혹하기만 했던 자연환경이 스위스 경제부흥의 원천이 됐다.알프스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거대한 바위산인 필라투스는 관광객 누구나 쉽게 산을 오르내릴 수 있도록 케이블카와 산악열차, 로프웨이를 운영하고 있다. 산 끝자락에는 필라투스 쿨름호텔이 성업 중이다. 해발고도 2천132m의 산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산악호텔로 관광객 발을 붙잡는 최고의 수단이다. 호텔에서 시작되는 하이킹코스만 5개. 융프라우를 비롯한 알프스산맥에 이어 루체른 호수와 시내, 마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낭만적인 석양과 일출도 빼놓을 수 없다. `별이 쏟아지는 밤`에 매료된 산악인들은 이곳을 반드시 묵어가야 할 곳이라 말한다.□ “지금은 산을 재발명 할 때”`산악관광 대국`이라고 해서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기후 악재로 인해 산악관광 시장이 위태로워진 탓이다.지난겨울엔 눈이 내리지 않아 스키장이 제때 문을 열지 못하고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다.스위스 정부관광청 CEO인 유어그 슈미트(Juerg Schmid)는 한 포럼을 통해 “지금은 알프스관광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산을 `재발명`하기 위해 관광업계가 움직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산을 재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발명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 것이다. 최근 스위스 정부는 산을 재발명하기 위해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산악관광 사업을 폭넓게 시도하고 있다. 자전거 여행자가 잠재성장력을 지닌 고객층이란 분석을 토대로 스위스 모빌리티(Switzerland Mobility)와 함께 산악자전거 관광아이템도 개발 중이다. 산악자전거 루트 개발에 관한 구조 계획을 정부기관에 제안하기도 했다.스위스관광청 관계자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좀 더 `쿨(cool)`한 여행지로 거듭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알프스산맥의 자연경관을 고스란히 보존하면서도 획기적인 방법으로 산을 발명하기 위해 스위스다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치밀한 규제를 토대로 천천히 공들여 성공적인 결과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11-17

울진군, 한국 넘어 세계와 견줄 `생태문화관광도시`로 재탄생

울진군이 군정 전략적 목표로 추진해 온 `생태문화관광도시`건설을 위한 성과가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현재 추진 중인 생태문화관광도시 조성을 위한 인프라는 울진군 내 주요 관광명소와 탁월한 생태자원을 중심으로 조성되고 있다.이들 인프라가 완공되면 명실상부한 전국 최고의 `생태문화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는 한편 울진군의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기틀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울진군의 자치경쟁력이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생태문화관광도시` 울진 건설은 현 민선 6기 울진군정을 리더하는 임광원 울진군수가 지난 2010년 민선5기 울진군정의 사령탑을 맡으면서 본궤도에 올랐다.임 군수는 민선5기 4년 간 생태문화관광도시 건설을 위해 지역 내 주요 관광명소와 생태자원을 중심으로 지역의 특성을 살린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전 행정력을 집중해 추진하고 있다.왕피천 유역·죽변·후포 등대지구 등관광자원화로 관광산업 활성화 도모체험형 힐링공간 `사구습지 생태공원`군민복지 위한 국민체육센터 조성 등지역 특성 살린 개발계획 수립자치경쟁력 강화 위해 전 행정력 집중◇ 생태문화관광도시 울진 건설 순조울진 생태문화관광도시 건설 주요 내용으로는 △왕피천 유역 관광자원화 △죽변·후포등대지구 관광자원화 △울진금강송 관광자원화 △오산지구 레포츠단지 활성화 △백암온천지구 활성화 △지역특화 관광자원 개발 △문화·관광 활성화 등이다.이번에 구체적 모습을 드러낸 권역별 인프라는 민선5, 6기 동안 울진군이 배전의 노력으로 추진해 온 성과물이다. 생태문화관광 분야의 대표적 인프라는 죽변 후정리에 들어서는 국립해양과학교육관을 필두로 후포마리나항만 조성, 금강송에코리움 조성, 월송 수토문화나라 조성, 평해 월송정 사구습지 생태공원 조성, 온정 백암산림휴양밸리 조성 사업, 울진 국민체육센터 건립, 후포 등기산 스카이워크 조성 등이 그 것이다. ◇ 해양과학교육의 메카 국립해양과학교육관죽변면 후정리에 들어서는 국립해양과학교육관은 동해안 바다 생태와 가치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교육·전시프로그램과 해양관광프로그램을 결합한 국내 최대 규모의 멀티 해양과학교육관이다.전체 부지 3만3천600여평에 건축규모 1만2345㎡의 과학관, 해중전망대(해상시설), 야외전시장(육상시설), 숙박동을 갖추고 있다. 또 6m 깊이의 해중에서 바다 속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해중전망대는 새로운 바다 관광의 진수를 보여준다.해양과학교육관 건립으로 예상되는 생산유발효과는 1천980억원, 고용유발효과 1천365명으로 예상된다.지난 7월12일 첫 삽을 뜨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해양과학교육관은 총사업비 1천45억원(국비 926억, 도·군비 119억원)을 들려 2019년 12월 말 완공예정이며 2020년 5월에 본격 개관된다. ◇ 세계적 명품이 될 금강송에코리움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일원에 조성되는 금강송 에코리움은 세계적 명품인 `울진 금강소나무`를 주제로 담은 산림테라피 공간이자 산림문화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휴양체험 힐링공간이다.금강송 군락지가 조망되는 소광리 298번지 일원 5만여평에 조성되는 금강송 에코리움은 크게 금강송 전시체험지구와 금강송 치유체험지구, 금강송 자연체험지구 등 3개의 테마권역으로 조성된다.이 중 금강송 숲체험길은 전국 최고의 `에코힐링로드`로 각광받고 있는 `울진십이령길`과 연계해 숲길걷기, 트레킹, 명상, 스트레칭 등 자연치유프로그램을 적용, 운영한다.국비 277억원을 포함 도.군비 등 421억원이 투입되는 금강송 에코리움은 2018년 하반기 3~4개월 정도의 시험운영을 거처 10월에 본격 개관한다. ◇ 국제항만으로 부상할 후포 마리나항울진군의 해양관광시대를 여는 기틀 중 대표적 인프라가 현재 활발하게 공사가 진행 중인 국립해양과학교육관과 후포마리나항만 조성사업이다.이 중 후포마리나항만 조성사업은 울진군의 남쪽 관문이자 어업전진기지인 후포항에 조성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해상 8만7천277㎡, 육상 8만3천156㎡(매립 7만9천248㎡) 등 17만433㎡ 규모로 조성되는 후포마리나항만은 러시아, 강원도, 울릉.독도,일본, 부산,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중간 기착지에 위치해 거점형 국제 마리나항만으로 조성된다.국비 259억6천200만원을 포함 도·군비 등 553억3천400만원이 투입되는 후포마리나항만은 지난 2016년부터 1단계 사업인 토목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돼 9월 말 기준 44%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올해 11월부터 마리나리조트 민자유치와 위탁관리를 위한 행정 절차를 진행해 오는 2019년 2월부터 마리나항만 계류시설 등 부대시설과 유통시설 조성에 들어가 오는 2019년 12월 마무리된다. ◇ 온천과 산림욕 명소 백암산림휴양밸리전국 유일의 `삼욕(해수·산림·온천욕)의 고장`인 울진의 대표적 온천욕 휴양지온정면 백암온천단지에 조성되는 `백암산림휴양밸리`는 백암온천과 백암산, 신선계곡 등 자연자원과 연계한 산림복지휴양공간이다.온정면 소태리와 금천리, 온정리 일원 99ha에 걸쳐 조성되는 백암산림휴양밸리는 백암숲체험교육장과 백암온천생태공원, 목백일홍 동산, 백암치유의 숲 등 휴양 공간으로 조성된다.백암숲체험교육장은 숲도서관을 포함한 방문자센터지구, 잔디썰매장과 야외족욕장, 숲체험교육장 등으로 조성되며 `백암 치유의 숲`은 국비 25억원을 포함 도군비 등 50억원이 투입되는 산림 테라피 공간이다.백암온천과 연계해 다양하 산림치유시설과 피톤치트숲·밀우너숲·소나무숲 등의 테마숲길로 조성된다. 백암산림휴양밸리는 국비 77억원을 포함, 도·군비 등 204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2012년 백암온천 관광지 활성화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오는 2020년 백암치유의 숲 조성을 마지막으로 2021년 본격 개장한다.◇ 체험관광지 평해 사구습지생태공원생태관광이 각광을 받으며 동해안 해안생태계 보전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울진군인 추진하고 있는 평해 사구습지 생태공원은 자연 해안사구와 습지를 활용한 생태학습·체험형 관광공원이다.평해사구는 강원도 안인진 해안사구와 함께 경북 동해안 유일한 현존 사구습지이다. 3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울진군은 월송리 사구습지 일원 9만5천957㎡에 습지관찰대, 생태전망대, 수변데크, 야외무대, 휴식공간 등으로 조성해 오는 2018년 12월에 완공, 개장한다.▲ 임광원 울진군수◇하늘 바닷길 후포 등기산 스카이워크울진군의 남쪽 관문이자 어업전진기지로서 국제마리나항으로 변신하고 있는 후포항의 해양생태관광의 정수로 자리매김될 `후포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해상 높이 50m, 길이 135m 규모의 동해안 최대 하늘 바닷길이다.동해안 신석기 초기 유적을 품고 있는 후포 등기산과 갓바위를 연결하는 41m 규모의 출렁다리와 바다로 연결되는 스카이워크는 4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오는 11월 말에 완공된 후 스카이워크 전망대 광장에 조성되는 상징조형물 공모를 거쳐 오는 2018년 4월에 본격 개장된다.◇울진군 국민체육센터·생활체육공원울진군민 전 계층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실내 수영장과 아동돌봄실, 다목적 체육관 등을 담은 국민체육센터가 오는 2017년 12월 완공돼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또 국민체육센터가 조성되는 울진읍 읍내리 산4번지 일원은 생활체육공원으로 조성된다. 현재 94%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오는 12월 말 마무리된다.울진/주헌석기자 hsjoo@kbmaeil.com

2017-11-16

포스코 용광로처럼 새로운 희망의 불길로 타오르길…

□ 갑작스러운 사고 … 쉽지않았던 진화작업2015년 KTX 포항시대가 새롭게 열리면서 지난 100년간 포항시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포항역~효자역 구간이 전면 폐쇄됐다.포항시는 이곳을 잇는 4.3㎞ 구간에 설치된 철도 관련 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도심공원을 조성키로 했다.효자역서 900m 떨어진 폐철도부지서 가스 누출 최대 10.4m 높이 화염 7개월째 꺼지지 않고 `활활`시, 현장 주변에 방화유리 등 안전시설 설치쇠사슬로 만들어진 통제선엔 자물쇠 하나둘 채워져포항역~효자역 1공구 이달말 완공 관광상품으로예산 200억 원이 투입돼 시작된 `포항역~효자역 폐철도부지 공원화사업`은 지난해 7월 착공 이후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했다.그런데 공사가 시작된지 6개월 여가 흐른 지난 3월 8일, 공사 현장에서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이 터졌다.이날 오후 2시 53분께 폐철도부지 공사현장에서 가스누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효자역에서 직선거리로 900m 떨어진 장소에서 발생한 이 사고로 현장근로자 2명이 얼굴 등에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공사팀이 지하수 확보를 위해 지하 200m까지 관정공사를 진행하던 중 가스가 누출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최초 화재발생 후 소방당국은 진화를 위해 소방차 10여 대, 소방인력 60여 명을 현장에 투입해 적극 진화에 나섰지만 자정을 넘어 다음날까지도 불은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진화를 시도하면 할수록 활활 타올랐다.지속적으로 새어나온 가스로 인해 2~3일 간의 진화작업에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소방당국은 자연진화를 기다리기로 했다.이에 따라 포항시와의 공조 속에 화재반경 50m지점에 출입통제선을 설치, 일반인의 접근을 막고 화재현장 주변을 흙으로 덮어놓는 등 안전조치를 실시했다. □ 화재의 원인은 천연가스이번 화재의 주요원인으로 지목된 가스의 성분분석을 위한 작업도 진행됐다.화재발생 다음날인 지난 3월 9일 현장을 찾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가스연구센터는 화재 원인이 된 불명의 가스를 생분해가스인 메탄으로 추정했다. 당시 현장을 방문한 황인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가스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불길의 높이와 상태 등을 토대로 자체 분석을 통해 가스매장량이 높다고 볼 수 없어 경제성이 있다고 하기 힘들다”고 밝혔다.한국가스안전공사도 현장에 상주하며 누출된 가스에 대한 성분분석에 나섰다. 가스안전공사는 누출된 가스에 대한 성분분석 결과,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또한 정량적 위험성평가(QRA)을 통해 지난 3월 22일 기준, 15일 간 누출된 가스는 최소 326t에서 최대 801t에 달하며 이를 천연가스요금(주택용 기준)으로 환산하면 최대 6억4천만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아울러 사고 발생 첫날 데이터를 기준으로 역환산 했을 때 최대가스 화염높이는 10.4m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이 경우 QRA프로그램의 가스농도 폭발 하한계 25% 수준에서 가스가 최대 확산될 수 있는 범위는 3.1m이나, 기상조건 등을 고려하면 4~5m이상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지난 5월 자체 조사결과를 통한 1차 기술자문보고서를 포항시에 제출했다. 연구원은 사암 대수층 내의 지하수에 녹아있는 가스가 지하수위 상부의 저류층 공간에 집적돼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지질화학적 분석 결과 메탄이 주요 성분인 이 가스는 생물기원가스로 추정되지만 열기원가스 중 건성가스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원 측은 가스유출량이 이전보다 줄어들었지만 지속적으로 분출되는 양상으로 볼 때 향후 수개월에서 수년간 양이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새로운 관광상품화 논의여러 연구기관에서 화재를 발생시킨 가스에 관한 성분분석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포항시민들이 가장 관심을 쏟은 이슈는 불길이 언제 잦아드는지 여부였다.2개월, 3개월을 넘어 100일이 지나도록 타오른 불길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포항시는 본격적인 정밀조사를 실시키로 했다.시는 이를 위해 지난 7월 19일 포항시청 중회의실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가스공사와 3개 기관 공동으로 천연가스 매장량 등에 관한 정밀조사 연구를 위한 협약식을 진행했다.이들 3개 기관은 1년간 10억 원의 예산으로 지층구조와 천연가스의 특성, 안정성, 자원량 등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있다.조사는 탄성파 조사로 지질탐사 첨단 장비를 활용해 가스분출 발화지점에서 수평으로 1.1㎞ 구간 노면에 20m 간격으로 센서를 심고 수직으로 탄성파(진동)를 가한 뒤 되돌아오는 반사파로 지층의 구조 상태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포항시는 이번 조사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매장량 분석까지는 5개월 가량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와 함께 화재현장을 `불의 정원`이라는 지역의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만드는 작업도 착수키로 했다.협약을 체결한 뒤 포항시 관계자는 “천연가스가 다량 분출된 사례가 없어서 정밀조사에 소요되는 많은 비용확보와 기술적 검토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며 “다행히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지질자원연구의 적극적인 참여로 정밀조사가 결정된 만큼 철저한 조사연구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활용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제2의 자물쇠 명당 `불의 정원`그렇게 불길이 일어난지 239일만인 지난 1일 포항시 남구 대잠동의 화재현장은 `불의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포항시는 예산 3천만원을 투입해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 현장 주변에 방화유리 등 안전시설을 설치했다.방화유리를 통해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불길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천연가스 분출 과정을 담은 안내판도 함께 설치했다. 안내판은 “여기에 타오르고 있는 불꽃에서 생겨나는 붉은 빛을 띤 기운처럼 … 24시간 꺼지지 않는 포항경제의 심장 포스코의 용광로처럼 … 이 땅에 새로운 희망의 불길로 타오르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는 포항시민들의 희망을 담고 있다.아직 개장한지 얼마되지 않아 방문객들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일부 시민들은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르는 불 앞에서 소원을 빌거나 사랑을 맹세하고 있다. 특히 방화유리벽 주변에는 진입을 막기 위해 쇠사슬로 만들어진 통제선이 설치돼 있는데 이 쇠사슬에는 벌써부터 자물쇠가 하나 둘 씩 걸리기 시작했다.이같은 모습은 연인들이 자물쇠로 `사랑의 약속`을 다짐하며 자물쇠 명당이 된 남산타워를 연상케 한다.연인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윤선(28·여·대구 수성구)씨는 “포항에 불이 타오르는 곳이 있다고 해서 `휘익휘익` 소리까지 내면서 불길이 치솟고 있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며 “붉게 타오르는 불빛을 보며 남자친구와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살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고 전했다.포항시는 포항역~효자역 4.3㎞ 구간 폐철도부지 공원화사업을 위한 공사를 3개 공구로 나눠 진행하고 있는데 불의 정원이 있는 1공구를 이달 말까지 완공해 본격적인 관광객 맞이에 나설 방침이다.포항시 관계자는 “수개월째 타오르고 있는 불꽃을 그대로 놔두기보다는 좀 더 시민들이 즐기고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불의 정원을 마련했다”며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특별한 장소인 만큼 관광객들이 더욱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7-11-16

`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원`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시대 도약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신재생에너지사업 추진 의사는 어느 정부 때보다 강하다. 문 대통령은 오는 2030년까지 총 전력량 중 2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친환경적이고 무한한 공급력을 가진 신재생에너지는 탈원전 정책과 함께 문 정부의 투트랙 전략의 톱니바퀴처럼 하나씩 이가 맞춰지고 있다.신재생에너지는 기존의 화석 연료를 재활용하거나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로 태양 에너지, 지열 에너지, 해양 에너지, 바이오 에너지 등이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는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이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친환경·무한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경북도는 산과 바다가 있는,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추진하기에 천혜의 입지조건을 갖고 있다. 일조량도 충분하다. 신재생에너지사업의 중심축인 태양광과 풍력, 지열과 함께 해상풍력까지 모든 조건을 충족할 만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경북도는 이를 활용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오는 2028년까지 태양력, 풍력, 수력 등 동해안에 소재한 풍부 청정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관련 연구인프라 구축, 우수한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동해안 에너지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산학연이 모두 살아 숨쉬는 포항이 있다.가까운 미래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분권 개헌으로, 독립적인 하나의 자급자족 개체로서 생존해야 할 지자체로서는 에너지 수급 계획에 대해 충분히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이에 본지는 총 5회에 걸쳐 정부의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사업 추진 경과, 미래 자치정부 수립에 따른 에너지 수급 계획,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에너지 자립도시`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예를 들어 에너지자립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문 정부 `지방분권 개헌` 더불어탈핵·재생에너지 정책 천명지자체 재정·에너지 등자립 생존시대 도래지자체-주민간 적극적 참여로에너지사업 필요성 공유해야글 싣는 순서1. 문 정부와 탈원전, 그리고 신재생에너지2. 독일은 왜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시작했을까3. 에너지 자립도시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4. 대한민국의 에너지자립마을, 충남 태안5. 포항의 에너지 미래, 지방분권시대에 맞춰□ 탈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상관관계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새로운 정부 출범과 함께 문 대통령은 곧바로 자신의 공략이었던 탈(脫)원전·석탄 정책을 선언했다.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건설계획 백지화를 주창해온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원자력 및 석탄 화력발전을 지양하고 친환경, 무한 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사업을 국가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정부는 현재 7%대인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에는 20%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신재생에너지3020`을 국정과제로 선정했다.지난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폐쇄 선포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탈원전 정책을 확고히 했다. 곧바로 후보시절 자신의 공약이었던 `신고리5·6호기 공사 중단`을 실행했고,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약 3개월간 공론화를 진행했다.재개 59.5%, 중단 40.5%로 결과가 집계돼 신고리5·6호기는 건설이 재개됐지만, 공론화 과정에서 국민의 뜻을 수용한 정부는 탈원전·신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추진의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현재 계획된 신규원전 건설계획 백지화와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등이 담긴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중앙정부 차원의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탈원전은 곧 신재생에너지사업으로 연결된다.정부는 원전 폐쇄로 공급 차질이 예상되는 에너지를 현재 확대 보급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사업으로 충당할 계획이다.특히,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환경요건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가 중심축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산업통산자원부는 지난 3일 기후변화센터와 CSK에너지정책연구원이 개최한 6차 전력포럼에서 “연료전지 등 신에너지를 제외한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발전원의 추진계획을 담은 재생에너지 3020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급 확대로 발전시설 설치 비용이 감소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현재 우려되고 있는 전기세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해결해야 할 과제하지만, 여전히 신재생에너지사업의 확대 보급에는 많은 난제가 남아 있다.대표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의 입지선정이 까다롭다. 일조량과 풍향, 풍속 등 각자 특성에 맞는 환경을 찾더라도, 대규모 시설이 들어설 넓은 부지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주민 수용성 역시 넘어야 할 큰 산이다.설비 설치 시 소음 발생과 환경훼손 등의 이유로 신재생에너지사업은 전국 어디서나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민원과 직결되는 사안이기에 지자체에서도 주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많은 사업체가 산자부 전기위원회의 허가 이후에도 관할 지자체 담당자 앞에서 매번 퇴짜를 맞는 이유다.실제 경북도내 신재생에너지사업이 허가된 5천여 곳 중에서 절반 정도가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을 겪고 있다. 이에 정부는 우선으로 발전시설 입지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계획입지제도를 활용해 설치를 지원할 방침을 세웠다. 이 제도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또는 민간이 주택공급과 산업입지 지원 등의 특정 목적을 위해 개발한 택지개발예정지구, 산업단지 등에서 토지를 분양, 임대받아 시설을 설치하는 형태를 말한다. 토지형질변경 등 대지조성과 관련한 인·허가 절차를 별도로 거치지 않고 입주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계획입지는 체계적인 토지이용계획에 따라 개발됨으로써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음은 물론, 환경보전 측면에서도 장점을 갖고 있다.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 따르면 계획입지가 가능한 땅은 전국에 5억㎡ 정도로 여의도 면적의 172배에 이르고 있어 물량은 비교적 충분하다.사업은 각 지자체에서 주도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전까지 마찰을 빚어왔던 전례를 교훈 삼아 외부사업체의 일방적 추진이 아닌 지자체에서 주민들과 함께 직접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추진하도록 할 것이라고 산자부는 밝혔다.지자체와 지역주민이 사업에 대한 필요성을 공유해 보급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인 `불필요한 마찰`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신재생에너지는 양보다 질신재생에너지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는 큰 단점을 갖고 있다. 반면에 깨끗하고 고갈될 염려가 없을뿐더러, 무공해 재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영구성과 친환경성은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접근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옳다.세계 각국에서 신재생에너지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이유 역시 현재를 지나 미래를 안전하게 설계하기 위해서다.특히, 정부는 미래에는 과거와 현재처럼 대규모 설비시설보다는 소규모 발전사업이 중심을 이뤄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고 있다.신재생에너지 관련 2018년도 정부 예산 총액은 1조 409억으로 올해보다 39% 증가했다. 이 중 발전차액지원(FIT) 예산이 380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발전차액지도는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공급한 전기 거래가격이 정부가 고시한 기준 가격보다 낮은 경우에 차액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발전사업자에게 직접적인 보조금이 지원되기 때문에 사업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사업의 안전성이 담보된 FIT제도는 30㎾ 또는 10㎾ 이하 소규모 발전사업을 중심으로 활용될 예정이다.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일정 규모만 갖춘 사업체가 보다 쉽게 신재생에너지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고, 여기서 파생된 수요·공급량의 증가로 설비 단가를 낮출 수 있다. 결국, 여타의 제반조건들이 모두 성립될 경우, 현재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들이 해결될 수 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2017-11-15

포항 만의 놀이로 `매력적 해양관광도시` 확고한 이미지 메이킹 필요

관광·레저는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형 산업이다. 특정 물품을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이 필요치 않은 관광산업은 자연환경에 아이디어를 더하는 것으로 목적한 효과를 이룰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물론, 기대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물적 투자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포항은 운 좋게도 `맑고 푸른 바다`와 `경관이 수려한 산`이라는 자연환경을 이미 갖추고 있다.영일대해수욕장과 월포해수욕장, 구룡포와 호미곶, 내연산 보경사와 운제산 오어사 등은 포항이 간직한 귀한 관광자원이다. 여기에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효과적인 투자가 더해진다면 `21세기 관광도시`로 발돋움하는 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이와 관련된 발걸음은 이미 시작됐다. 포항시는 ▲인프라 확충으로 해양관광도시 도약 ▲시민과 소통하는 관광마케팅 전략 추진이라는 굵직한 관광활성화 목표를 세우고 2018년을 준비하고 있다.발전을 위해서는 벤치마킹(Benchmarking)과 반면교사(反面敎師)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 호주의 브리즈번과 부산시는 이미 해양관광과 산악관광이 고루 발전한 도시로 평가되고 있는 곳이다. 포항은 이 두 도시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글 싣는 순서1. 포항 관광산업의 현주소2. 골드코스트가 여행자를 매료시키는 이유3. 글래스마운틴과 선샤인코스트가 선사하는 즐거움4. `해양관광의 메카` 부산을 가다5. 포항이 만들어가는 관광도시의 미래바다·산·음식·재미있는 역사까지천혜 관광자원 두루 갖추고 있는 도시창의적 아이디어·효과적 투자로호주·부산 능가하는 관광도시 비전 제시 ◆골드코스트에서 글래스하우스 마운틴으로 이어지는 관광 인프라 호주 브리즈번 역시 포항처럼 하늘이 선물한 자연환경을 지닌 곳이다. 끝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길게 이어지는 골드코스트 해변과 화산 용암이 만들어낸 매력적인 풍광의 글래스하우스 마운틴은 여행자들의 감탄과 박수를 부른다.하지만, 관광객들에게 행복감을 선사하는 건 단순히 그곳의 자연경관만이 아니다. 호주 정부와 브리즈번 관광정책 입안자들은 여기에 아이디어를 더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골드코스트의 경우엔 `파도타기의 최적지`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각종 편의시설을 갖춰나가는 동시에 관련 이벤트와 축제를 연중 쉼 없이 진행한다. 덕분에 해변엔 서핑보드를 어깨에 걸친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이들이 도시에 생동감과 활력을 주고 있음은 물론이다.골드코스트가 `서핑`으로 특화된 공간이라면, 선샤인코스트는 바로 눈앞에서 고래와 만날 수 있는 체험관광 프로그램과 역동적인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이름이 높다.지역이 가진 특성을 재빠르게 파악해 어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여행자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지 고민의 끈을 놓지 않는 선샤인코스트 관광업계의 노력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글래스하우스 마운틴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화산 봉우리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론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힘들다.`메이플톤`이나 `몬트빌` 같은 예쁘장한 유럽풍 마을을 만들어 `숲 속에서 행복한 휴양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제공한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글래스하우스 마운틴을 호주의 대표적 관광명소 중 하나로 만들었다.브리즈번 시내에서 펼쳐지는 관광활성화 정책에도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세계 각국의 음식과 문화를 맛볼 수 있는 대규모 축제장을 조성하고, 시내 한가운데 인공 해변을 만드는 공격적인 투자가 있었기에 동서양의 적지 않은 관광객이 이 도시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브리즈번 강변에 수십m 높이로 만들어진 관람차에 올라보면 짐작할 수 있다. `다시 찾고 싶은 관광·레저도시`를 만들기 위해 브리즈번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부산, 해양관광·등산·온천욕·쇼핑까지 즐길 수 있는 도시바다를 `수영만 하는 장소`로 생각하는 건 낡은 사고방식이다. 부산은 이런 오래된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뜨렸다.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시기가 되면 해운대해수욕장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평소엔 TV 화면에서나 보던 영화배우와 탤런트를 직접 만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관광객들이 해변 인근 음식점이나 주점을 찾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주는 것이 지역경제 발전으로 이어진 사례다.광안리해수욕장은 광안대교를 통해 `야경이 손꼽히게 아름다운 장소`로 이름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 케이블카가 운행을 재개한 송도해수욕장의 경우와 함께 적절하고 효과적인 투자가 관광활성화에 기여한 경우다.부산은 `바다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금정산 숲길과 동래온천, 영화를 통해 주가가 높아진 국제시장에서의 쇼핑 등을 결합해 `관광 메카`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중이다.부산 시티투어버스는 자동차를 가져오지 않은 여행자의 `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 버스 티켓 한 장이면 도처에 산재한 부산의 관광명소를 어렵지 않게 돌아볼 수 있다. 밀면, 돼지국밥, 곰장어 구이 등의 먹을거리도 이제는 `부산 별미`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았다. ◆포항이 그려가는 `매력적 관광도시`의 청사진 그렇다면 호주 브리즈번, 부산과 유사한 자연환경을 가진 포항은 관광활성화를 위해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있을까.포항시는 우선 `도시 정체성을 살린 관광 콘텐츠 발굴`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역의 환경과 역사, 문화와 특산물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관광 상품을 찾아내겠다는 것.이를 위해 ▲팔각모 문화정신 관광자원화 추진 ▲오감톡톡 포항관광 VR 체험관 조성 ▲미니음식 맛보기 여행 프로그램 운영 등이 기획되고 있다.해병대 1사단 상륙훈련장을 관광명소로 만들고, 가상현실을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해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체험을 제공하며, 물회, 과메기 등 포항의 별미를 맛보는 투어를 개발하겠다는 게 포항시의 계획이다.각종 축제의 내실화도 `관광도시 포항`을 위한 중점 추진과제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포항 해병대 문화축제에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축하 비행과 해상 퍼레이드, IBS 탑승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관련 “포항국제불빛축제와 한민족 해맞이축전, 포항운하축제,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걷기축제 등의 질적 수준도 대폭 높여갈 것”이라고 포항시청 관계자는 부연했다. 여기에 `해양관광도시`로서의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노력도 진행된다. ▲해를 품은 달 `월포역` 연계 관광 프로젝트 ▲구룡포 한 바퀴 골목투어 개발 ▲한국 문화관광해설사 전국대회 유치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하산 등의 의료관광·봉사와 연계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 노력 등이 그 세부 추진계획이다.포항시는 관광활성화를 위한 시민들의 아이디어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역민들에게 관광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수시로 공모하고, 좋은 의견은 관광정책에 적극 반영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이를 위해 `포항관광 아이디어 자유게시판`을 운영하고, 우수 아이디어에 대해선 시상도 할 예정이다. 또한 유학생이나 교환학생의 능력을 활용해 외국어로 관광 동영상을 제작해 마케팅에 이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현재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호미곶의 경쟁력을 강화해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프로젝트도 실행을 목전에 뒀다.호미곶을 `야경 명소`로 만들기 위해 등대 외벽에 LED 패널과 조명을 설치하고, `명사가 들려주는 해돋이 역사기행`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호미곶 스토리북`을 제작하는 등의 사업이 추진될 예정인 것.해양관광 인프라 조성 및 확충사업도 이어진다. ▲영일만 해오름 탐방로 조성 ▲해안둘레길 연계탐방로 정비 ▲신라문화탐방 바닷길 조성 ▲국민 여가 캠핑장 조성 등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포항시의 설명이다.이처럼 다양한 방면에서의 노력이 `찾고 싶은 매력적인 관광도시 포항`으로 구체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끝

2017-11-10

사양화 접어든 철강산업, 축소지향적 구조조정 불가피

포항 철강산업의 앞날을 조망해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8일 오후 `4차 산업혁명 시대, 철강산업의 대응`이란 주제를 놓고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7 포항철강포럼`은 격론의 장이었다. 주제발표를 한 전문가들은 물론 객석에 참석한 방청객들의 관심 또한 매우 높았다. 이날 경제 전문가 4명이 제시한 포항 철강산업의 미래에 대한 해법을 요약, 정리해 본다.스마트 팩토리 구축으로 새 도약 기대-4차산업과 철강산업의 미래연세대학교 손일 교수기술 진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우리가 가장 눈여겨봐야 할 키워드는 바로 `4차산업`이다. 이미 수많은 영화,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4차산업 시대는 예고됐다. 사물인터넷 (IoT), 로봇공학, 3D프린팅,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주요 기술로 대표되고 있지만, 파생되는 기술들은 벌써 우리의 삶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이 가운데 철강산업은 격변기에 놓여 있다. 성장효율성 저하와 양적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새로운 도약의 일환으로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 구축이 가열차게 추진되고 있다.스마트 팩토리는 초연결사회(Hyper Connected), 초지능화(Hyper-Intelligent), 초가상화(Hyper Virtualized)된 4차산업의 집결지라고 할 수 있다. 현장측정 데이터에 대한 수집을 자동화하고 이러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분석과 예측, 자동제어의 구현을 말한다.크게 품질(Quality), 차별성(Differentiation), 데이타운용(Data Driven), 추적(Tracking) 네 가지 측면에서 효율적이다.먼저 철강제품을 만드는데 가장 기본적인 접합이나 용접 등 공정을 최적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제품 교체주기를 알려주는 등 고객서비스 차별화를 시도한다면 소비자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은 신뢰성 있는 제품을 만드는 기본이 된다.데이터기반의 비즈니스 운용은 여러모로 장점을 지녔다. 수요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충성고객 확보도 한결 쉬워진다. 원료가격 변동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시장환경 변화에 적절히 반응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판매제품 추적을 통한 제품교체 주기 추정도 가능하다. 사전 재고량을 확인해 생산 예측도 자유롭다. `굴뚝산업`으로 저평가되는 철강산업이 디지털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무엇보다 스마트 공정을 적용하면 장비 효율성은 16.2% 높아지고 에너지는 17.5% 절감할 수 있다. 제품 결점율은 48.9%까지 낮출 수 있다.철강 스마트팩토리는 단위공정의 최적화를 넘어 공정별 초연결성을 부각시킨다. 전주기 제조공정 효율성을 높여 지능화를 극대화함으로써 철강산업이 우리나라 주력산업으로서 다시 한번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사람중심 경제와 소득 혁신주도 성장 필요 -한국형 제조혁신 플랫폼 전략산업통상자원부 장웅성 MD국내 주력산업의 성장세가 정체되고 있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소비·체인혁명과 제조혁명은 산업 전반에 걸쳐 효율화 및 최적화 요구를 가속화시키고 있다.최근 글로벌 산업은 개별기업 간 경쟁을 넘어 생태계 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향후 주력산업은 산업구조와 경쟁방식, 문화 등에서 4차 산업혁명의 파급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경쟁력 있는 산업 생태계 조성은 경제 성장의 주요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국가대표 주력산업인 철강산업이 글로벌 산업동향에 대응하고 혁신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국형 제조혁신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메커니즘을 구성해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산업기술 정책의 신(新) 패러다임으로서 플랫폼 사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특히 철강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과 보호무역주의를 극복하고 향후 중국과 일본의 철강산업 구조조정 및 고도화에 대응한 산업생태계 진화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의 과도한 반덤핑 상계관계와 철강 수입 안보영향 조사(232조)로 인한 추가적 수입제안 가능성은 철강산업 전반에 우려를 낳고 있다.한국형 4차 산업혁명 플랫폼의 주요 구성인 산업생태계 진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람중심 경제와 소득 및 혁신주도 성장`이라는 정부의 경제 기조와 부합한 산업생태계 발전 방안이 요구된다.경제성장과 관련해 수요 측면에서는 일자리 중심, 소득주도의 성장을 유도하고 공급 측면에서는 혁신성장의 쌍끌이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더불어 사회보장체계 혁신을 통해 경제체질을 공정경제로 전화하고 경제 전반적으로 성장 과실이 고르게 확산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분배와 성장이 선순환을 이루는 사람중심의 지속성장 경제를 구현할 수 있다.철강산업 제조혁신을 위한 플랫폼으로는 글로벌 수요산업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효율적인 대·중소기업 공급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상생 협업을 통한 핵심 기술 자산 공유는 참여 기업은 물론 노동가치까지 동반 성장해 이익 분배를 실현할 수 있다.IoT·빅데이터 통한 제조공정 스마트화 -포스코, 스마트 제철소를 꿈꾼다포스코 기술연구원 김기수 상무최근 독일을 중심으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의 추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도 제조업의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유사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 역시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 50여년 혁신의 역사를 거름 삼아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다.거대 장치산업인 철강업 역시 세계 철강 공급과잉, 각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 녹록지 않은 외부 환경 속에서 2014년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재무건전성 및 수익성 제고 활동에 총력을 다해왔다.포스코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혁신을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력 제고, 철강제조 공정 및 업무수행 방식의 스마타이제이션(Smartization) 추진 역량을 모아가는 중이다. 그 중심에는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 추진 전략이 있으며 차별화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기술 혁신으로 스마트제철소를 구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철강 제조공정에서는 제품 외에도 엄청난 양의 `데이터(data)`가 발생한다. 스마트팩토리는 제조공정 중에 발생한 설비·조업·품질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또 다른 기술혁신 모델이다.현장의 각종 IoT센서로부터 수집되는 수많은 데이터를 수합, 저장하고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해 의사결정하는 새로운 가치사슬(Value Chain)이기도 하다.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플랫폼이 바로 `포스프레임(PosFrame)`이다. 중소기업에도 이 시스템을 오픈해 제조공정 전반의 생태계 관점에서 새로운 가치창출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나아가 포스코 스마트팩토리는 국내 학계와 IT·벤처·중소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필요로 한다. 센서, 인공지능 알고리즘 등의 공동개발은 물론 공생하는 기술 생태계를 만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스마트공장 확산 사업을 통한 중소 제조현장 혁신을 위해 그룹 내 전문가가 직접 지원하고 중소·중견기업 맞춤형 스마트플랫폼도 제공할 계획이다.구조조정 속도 조절과 시장적응력 제고-철강사의 노력과 정부의 역할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우리나라 철강산업 미래를 위해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주체는 개별 철강사와 정부라고 생각한다.개별 철강사 경영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은 시장적응력 제고다. 이제는 개별 철강사의 규모나 힘보다 시장 적응속도가 더 중요시된다는 것이다.철강사가 시장적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세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첫째는 감산을 위한 노력이다. 철강산업의 가장 큰 특성은 생산 경직성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감산능력을 키워야 한다. 가동률을 낮춰도 철강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둘째, 철강사 내부 부문 전략간 통합이 가능해야 한다. 구매 생산 판매부문의 이견이 빨리 조율돼야 시장변화에 대응하는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진다. 통합을 위해서는 부문 간 갈등을 조정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셋째, 공조는 시장적응력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철강사 간 공조와 전후방산업과의 공조, 정부 산업정책과의 공조는 시장적응력을 높이고 시장지배력도 강화할 수 있다. 다른 철강사와의 공조를 통해 생산 유연성을 높이면 투자를 하지 않고도 규모를 키우는 효과를 볼 수 있다.결론적으로 각 철강사는 갖고 있는 시장지배력만큼 전략을 세워 활용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시장적응력을 높이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철강산업은 성장단계에 따라 시장과 정부의 역할이 달라진다. 고도성장기에는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등 정부정책이 강화되다가 성숙기에 들어서면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장의 역할이 강조된다. 사양화 단계로 들어서면 고도성장기와는 다른 더 정교한 정부의 역할이 요구된다.사양화 단계에 접어든 철강산업은 축소지향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산업 특성상 구조조정 속도가 너무 빠르면 사회적 비용이 커진다. 이를 줄이려면 정부의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수입규제 등 다양한 제도적 개입을 통해 구조조정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공정한 심판도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가 직접 구조조정에 개입하거나 공정위를 통한 독과점 규제처럼 공정한 경쟁구도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공정한 경쟁 없이는 산업경쟁력도 기대하기 어렵다.정리/김민정기자 hykim@kbmaeil.com

2017-11-09

포항 철강포럼과 스틸 에세이의 `따뜻한 만남`

`바쁘다 바빠` 잰걸음으로 입장○…`2017 포항 철강포럼`이 열린 포항시청 대회의장에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빠른 걸음으로 입장. 이전 일정을 마치고 뒤늦게 도착한 우병윤 경북도 경제부지사 역시 잰걸음으로 들어선 뒤 축사를 하면서 다급하게 들어온 이유를 농담으로 건네기도.서울 국회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듣고 오느라 뒤늦게 포럼장을 찾은 박명재 국회의원은 미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현장분위기를 재미있게 전하며 굳어졌던 장내 분위기를 풀어주기도. 바쁜 일정에도 포럼장을 찾은 내빈들은 철강 산업의 위기에 맞춰 열린 포럼이 `시의적절`했다고 한목소리.온기 불어넣은 `에세이 공모전`○…2017 포항 철강포럼과 함께 열린 `제1회 포항스틸 에세이공모전`의 공동 심사를 맡은 곽흥렬 수필가는 이날 심사평을 통해 한정된 주제와 `스틸`이라는 차가운 소재에 감성과 온기를 더해 표현한 수상자들의 작품을 극찬.수상 작품에 대한 심사평이 이어지자 수상자와 가족들은 다른 수상자들의 작품이 실린 책자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읽기도.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참석한 고령의 수상자 박순조(73·여·경북 청도군) 씨는 금상 수상작 `쇠, 매화를 피우다`에 대해 “신랑 얼굴도 못 보고 올린 50년 전 결혼 당시 남편이 매화가 그려진 쇠주전자를 들고 왔었다”며 “아직도 가지고 있는데 그 상처가 난 주전자를 보면서 지난 여생을 돌아보고 또 남은 여생을 매화처럼 피우고자 글을 썼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기도.계속 언급된 `철강 위기`에 관심○…본격적인 철강포럼 연구발표에 앞서 개회사부터 환영사, 축사까지 계속 언급되는 `철강 위기`라는 말에 참석자들의 관심이 고조.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시작된 연구 주제발표가 쉬는 시간도 없이 3시간 정도 계속 이어졌으나 자리를 떠지 않고 그대로 앉아 경청하는 방청객들이 수두룩. 연사들이 새로운 기술과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시장적응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 등 철강산업의 `혁신`과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미리 나눠 받은 2017 포항 철강포럼 자료집에 밑줄을 그어가며 몰두하기도.포항철강공단 내 D업체 이모 상무는 “지난해 위기의식이 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 공감했었는데 올해는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내용들이 많아 매우 유익했다”고 소감을 피력.일부 수상자들 끝까지 경청○…이날 철강산업대상 및 스틸에세이 수상자들은 축하하러 온 가족, 직장동료 등과 포항시청 4층 로비에서 기념촬영을 하느라 행사장 입구가 한때 혼잡.봉사대상을 수상한 김태규(OCI 관리팀 매니저)씨는 축하하기 위해 온 직원 및 친지들 10여명과 기념촬영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경영대상을 수상한 이원호(제철세라믹 부사장)씨는 끝까지 남아 포럼을 경청하기도./김민정·이바름·전재용기자

2017-11-09

제 1회 포항스틸에세이 수상작

▲ 금상 수상자 박순조씨. 1945년 출생. 현재 경북 청도군에 살고 있다.“어떤 어려움에도 床과 주전자 보며 살아라”금상 `쇠, 매화를 피우다`-박순조씨지난날을 두고 탓해서 무엇하리눈물에 밥 말아 먹던 날 많았지만남은 생은 매화처럼 살다 가고파반백년이 넘었다. 볼록한 배는 군데군데 상처가 있어도 늘 웃는 얼굴로 나를 지켜준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몸, 가늘면서도 약간 꼬부라진 입, 선비의 깃같이 생긴 머리까지 마치 새끼 백로가 물가 자갈밭에 앉아 엄마를 기다리는 모습처럼 언제 보아도 우아하고 사랑스럽다. 그뿐이랴. 매실 모양으로 생긴 장석은 손잡이를 꽉 쥐고 있어 여간해서는 빠지지 않아 만든 사람의 뚝심과 지혜로움이 돋보인다. 가장 특이한 점은 배 가운데와 머리에 새겨진 매화는 사시사철 화르락 피어 향기를 뿜는다.이 보물이 내게 온 것은 오십여 년 전 눈이 발목까지 차던 설 단대목이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집안 살림을 쥐락펴락하던 오빠 내외는 한 입이라도 줄이기 위해 나와 엄마의 생각은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혼사를 정했다. 스무 살에 선 한 번 못 보고 신랑 얼굴도 모른 채 눈이 쌓인 마당에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혼례를 치렀다. 시내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랑은 그 당시는 매우 드물게 친구 세 명을 데리고 왔다. 그때 그분들이 산수화가 그려진 액자 한 점과 함께 가져온 선물이다. 친구들은 이 그릇에 물을 끓여 오순도순 차를 마시며 하늘이 부를 때까지 매화처럼 향기를 품고 살라는 염원을 담아 가져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깊은 뜻은 하룻밤 사이 망치에 맞은 얼음처럼 산산조각 났다.호롱불 밑에서 신랑 얼굴을 보기는커녕 입 한 번 떼지 못했지만, 천만 리 불길도, 바다 속도 홀로 걸어야만 하는 여자의 일생이 결정되었다. 그렇게 첫날밤이 지나고 새신랑의 아침상이 나왔다. 새로운 가족을 환영하는 뜻에서 친지들도 모였다. 말하자면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고 항렬 소개도 할 겸 새 식구의 인품과 참을성을 시험하는 자리였다. 제일 어르신인 작은아버지와 당숙도 오셨기에 어제보다 더 잔치다웠다. 손때 매운 올케도 당신이 좋다고 한 사람이라서인지 더욱 신경을 써 그야말로 사또 곰배상이다. 또 음식에 걸맞게 맑은 술도 상 위에 올려졌다. 삼백육십오 일 두루마리 갓 벗을 날 없이 큰기침 하나로 좌우가 소통되는 작은아버지는 “고 참 주전자 하나 참해 술맛이 달구나” 하시며 좀처럼 안 하시는 칭찬까지 곁들였다.그 순간 구들목에 앉아 몇 술 뜨던 신랑이 성난 황소처럼 씩씩거리며 밥상을 찼다.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대청을 지난 상은 폭탄처럼 눈 쌓인 마당 가운데 떨어졌다. 도자기에 담긴 갖가지 음식들은 도화지에 가을빛 수채화를 그리듯 했고, 주전자는 야구선수의 땅볼처럼 눈 위에 앉더니 다시 솟아올라 맞은편 돌담 모난 돌에 맞고는 내려 꽂혔다. 올케는 그제야 “내 눈을 내가 찔렀구나.” 했지만, 나는 무당이 잡은 대나무처럼 떨고만 있었다. 새신랑은 눈 덮인 신작로를 향해 달렸고, 엄마는 오빠들을 신랑의 뒤를 따르게 한 뒤 다리가 부러진 상보다 떨리는 손으로 한 쪽 배가 움푹 들어간 주전자부터 집었다. 엄마와 올케가 갖가지 연장으로 아무리 용을 써도 찌그러진 주전자는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엄마가 그토록 애타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청상에 홀로 된 뒤 독 씻어 단지 씻어 아들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온 사돈이기에 딸아이의 시집살이가 불을 보듯 훤했기 때문이다.오빠들의 설득으로 멋쩍게 돌아온 신랑은 주전자 안부부터 물었다. 친구들이 생각나서인지 엄마가 했던 것처럼 한나절을 만지고 또 만졌지만, 원래의 아름다움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때 남편의 얼굴을 지금까지 보아온 것보다 더 깊이 더 세세하게 보았던 것 같다.엄마는 읍에 사는 사위를 생각하며 왕복 사십 리 길도 마다치 않고 장닭 세 마리를 이고 장에 갔다. 다 팔아야 겨우 상 하나를 사 이고는 콧노래까지 부르며 왔지만, 운명의 장난은 너무나 가혹했다.전쟁 같았던 상황이 수그러지고 엄마가 조곤조곤 물었다. 이유인즉 밥 속에 종발이 들어있어 갑자기 화가 났다고 했다. 그것은 새사람의 인내심과 지혜를 시험하기 위해 오빠들이 장난으로 그랬던 것이다. 당시 풍습으로는 어느 집안 없이 다 그런 절차를 밟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겨 눈보다 더 작은 남편의 인내심은 평생 오금으로 남았다.나이 어리다고 일 년을 친정에서 보내고 신행하던 날이었다. 엄마는 부러진 다리를 명주실로 찬찬히 감은 상 위에 상처 난 주전자를 윤기 나게 닦아 올려놓고는 “앞으로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이 상과 주전자를 보면서 살아남아야 한다.” 하시며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었다.엄마의 염려처럼 시집살이는 그야말로 천 리 동굴이었다. 만개한 매화의 꽃술 수만큼이나 남편의 발길에 차여 마당에 내동댕이쳐졌어도 말없이 꽃을 피우는 주전자처럼, 천둥이 치고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엄마의 말씀을 또 삼켰다.키 이십 센티, 배 둘레 사십 센티, 몸무게 이백 그램 남짓한 작은 몸. 쇠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오래도록 나를 지켜주지 못했으리라. 어느 특출한 장인의 손으로 빚어졌는지는 알 길은 없으나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특별한 보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랬기에 이사를 몇 번이나 했어도 이 상처 난 주전자와 절름발이 상만은 내 지난날의 거울 같은 존재이기에 지금까지 털고 또 닦는다.젊은 시절의 충격이 컸는지 남편은 오늘도 주전자를 들고 온다. 예쁘다 싶으면 사다 나르고. 주워온 것만도 여남은 개도 넘는다. 유별나게 주전자만은 소중히 다루는 것을 볼 때마다 측은한 생각이 드는 것은 늘어난 주름이 명약인가 보다.세월은 불촉 같은 성질도 콩물로 만들었고, 예쁜 주전자를 선물해준 친구들마저 다 하늘나라로 보내버렸다. 언제부턴가 아침밥은 먹었는지, 외아들 나이가 몇 살인지는 퍼뜩 떠오르지 않는데, 지난날을 두고 탓해 무엇 하리. 웃었던 날보다 눈물에 밥 말았던 날들이 더 많았지만, 남은 생은 매화처럼 살다 가고 싶다.추석이 다가온다. 거실 진열장에서 자고 있는 제수용 놋그릇을 깨워 곱게 친 기왓장 가루로 닦는다. 당연히 주전자의 몸도 단장한다. 주방용 세제를 풀어 부드러운 헝겊으로 닦으면 매화 문양이 제철보다 환해 당장이라도 벌이 날아올 것만 같다.어언 파꽃 한 광주리씩을 이고 뚝딱거리는 이빨과 어레미에 가린 초점으로나마 서로 마주보며 웃고 있다. 푸른 날의 아픈 기억들은 해질녘에야 정으로 변하는지…….▲ 은상 수상자 배정수씨. 1959년 출생. 현재 대구시 달서구에 살고 있다.“바늘에 반해 꿈을 꿰었고… 노년엔 희망을 꿰고 싶어”은상 `바늘꽃`-배정수씨바늘귀에 주홍빛 실을 꿰어구절초를 무리지어 놓았더니가을이 문을 열고 나오네저녁부터 조물닥 조물닥 꽃을 피운다. 바늘귀에 주홍빛 실을 꿰어 장미 세 송이를 활짝 피우고, 옆에는 라벤더를 곁들인다. 개망초와 노란 씀바귀에는 빨강 열매를 수놓고, 줄기마다 짙고 옅은 초록 잎을 달아준다. 코스모스와 구절초를 무리지어 놓았더니 가을이 문을 열고 나온다. 바늘 지나간 자리가 곱다. 고마운 이에게 손수 만든 자수 브로치를 선물하고 싶었다.봄을 닮은 그녀에겐 수수하고 잔잔한 팬지와 씀바귀를, 여름의 열정이 느껴지는 매사에 열심인 그녀에겐 화려한 장미와 라벤더를, 가을의 분위기를 간직한 차분하고 온화한 친구에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와 구절초를, 겨울의 냉철함으로 늘 많은 조언을 해 주시는 선배에게는 동백꽃을 수놓으며 작은 브로치 안에 사계절을 불러 모아 가득 메우며, 바늘과 나는 하나가 된다.바늘귀에 마음을 속삭이고 바늘 끝을 따라가다 보면 수시로 생이 피어난다. 때로는 바늘과 실이 다퉈 배배 꼬이고, 엉뚱한 씨실과 날실 사이로 들어가 딴청을 부려 속을 썩이기도 하지만, 살살 달래가며 손끝 온기로 꽃을 피우다 보면 어느새 잠 때를 훌쩍 넘기기도 한다.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실과 바늘을 정리하고 있노라니, 귓가에 익숙한 음성이 들려온다.“정수야~ 엄마 볼일 보고 올 때까지 할머니랑 이모랑 잘 놀고 있어”유년시절 엄마가 나들이 하실 때는 매번 편물가게 하는 외할머니 댁에 맡겨졌고, 이모 두 분은 늘 편물 기계 앞에 앉아 뭔가를 짜고 계셨다. 외할머니께서 그 짜낸 조각들을 바늘귀가 크고 통통한 바늘로 꿰매면 하나의 털옷이 완성되었고, 그 작업을 `시아게` 한다고 말했다.온갖 색실 속에서 옆에 앉아 털실을 갖고 놀았고, 그녀의 바느질 솜씨에 감탄하며, 하나의 옷이 완성될 때마다 박수를 쳐 드렸다. 그때가 바늘을 처음 알게 된 때였고, 바늘귀에 실이 꿰이면 뭐든지 이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초등학교 저학년 때쯤, 어머니가 직공 둘을 데리고 편물가게를 차리셨다. 나일론 옷이 질기다며 한창 유행하던 시절, 어머니는 서문시장에 납품을 시작했다. 알록달록한 엄마표 디자인은 항상 인기가 있어 밤늦도록 우리 집은 사르륵 사르륵 편물기계 소리가 울려 퍼졌고, 나에겐 자장가가 되었다. 나는 자연스레 일찍부터 바늘과 친해져, 굴러다니는 실로 이것저것 짜보며, 엄마 몰래 파랑 털실 한 뭉치를 꺼내, 엉성한 벙어리장갑을 떴다가 야단을 맞았다.때로는 동네 양장점에 가서 천 조각을 얻어다 인형 옷을 해 입혀 엄마께 자랑하면, 대견해 하시면서도 여자가 손재주가 많으면 고생한다며 탐탁해 하지 않으셨다. 유년부터 실과 바늘 속에서 자라서인지 나도 모르게 어깨너머로 배운 바느질이 익숙했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바느질이나 자수 숙제가 나오면 늘 자신감으로 신이 났다. 친구들 앞에서 선생님의 칭찬과 최고의 실기 점수는 더없이 나를 으쓱하게 했고 가정 선생이 되는 꿈을 키웠다.그러나 6.25사변 때 군인이셨던 아버지는 부상을 입고, 간호사의 치료를 받을 때마다 큰 위안을 받고, 훗날 큰딸은 꼭 백의의 천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하셨단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가정과를 가겠다고 하자“가정과 안 나와도 콩나물만 잘 무친다”며 일축해 버리고 엄마는 울먹이는 나를 달래며 산파가 되면 의사 못잖게 대접받고 돈도 잘 번다며 한수 더 뜨셨다.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당시에, 아마도 두 분은 은근히 큰딸이 살림밑천이 되어주길 바라셨나 보다. 하지만 두 분의 기대와는 달리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첫선 본 남자와 결혼했다. 집안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채, 23살 철부지 신부는 살림 살고 아이 키우느라 꿈은 아예 접고 살았다.틈이 날 때마다 바늘이 그리웠다. 시어머님 첫 선물로 스웨터를 떠서 드렸고, 옷이며 레이스 받침 등을 만들거나, 십자수와 퀼트를 배운 작품들로 벽을 장식하기도 하며 바늘과의 교제를 이어갔다.수예점의 자수 실을 볼 때마다 그 다양한 색감에 매혹되었고, 바늘에 예쁜 실을 꿰어 하얀 무명천 위에 마음껏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로 남모르게 흥분하며, 언젠가는 꼭 전문 자수인이 한번 되어보리라 꿈을 품었다.두 아이들이 커서 품을 떠나고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자 꿈을 찾아 나섰다. 수소문 끝에 알게 된 팔공산 근처의 명인 선생님을 찾아가, 일급 프랑스 야생화 자격증 과정을 마쳤다.선생님은 과제가 주어질 때마다 나의 바늘땀과 색감이 곱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고 격려해 주셨다. 가는 길이 멀었지만 힘든 줄을 몰랐다. 새로운 스티치 기법에 감탄하며 가슴이 뛰었다. 꿈이 영글어 가던 소중한 시간이었다.나는 중매쟁이가 되어 예쁜 색으로 짝을 지우고, 린넨 천 위에서 밀당 놀이를 한다. 때로는 바늘의 질투가 너무 심해 조금만 한눈을 팔거나 딴 맘을 품었다간 가차 없이 삐딱선을 타고, 실까지 꼬여서 짜증이나 화를 내면 따끔한 맛까지 곁들여 심하면 피까지 봐야 한다. 하지만 바늘귀에 내 마음의 소리를 들려주고, 온 마음과 정성으로 사랑해 주면 단짝인 실과 함께 예쁜 집도 지어주고 온갖 꽃이 만발한 정원도 꾸며주며, 중세 시대로 돌아가 크레놀린 레이디와 놀기도 하고, 세상에서 하나뿐인 가방을 어깨에 걸쳐 주기도 한다. 실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바쁘게 돌아가는 자동화 로봇화가 되어가는 세상 한편에서, 자수는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가 조급함을 내려놓고, 한 땀 한 땀 온 정성을 다해 자신의 손끝 온기로 피운 바늘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된다. 오로지 나를 사랑하며 사치를 한껏 부려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돌고 돌아 바늘과의 끈질긴 사랑이 이루어졌다. 프랑스 자수 강사로 문화센터나 주민센터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바늘과 함께 자수를 사랑하는 동호인들과 웃음꽃을 피워보는 시간이 많아졌다.참으로 작은 쇳조각에 불과한, 몸통 하나에 귀 하나뿐인 바늘 하나의 재주에 반해 꿈을 꿰었고, 노년은 그와 함께 희망을 꿰어 모두에게 예쁜 바늘꽃을 한 아름 선사하고 싶다.손끝에서 가을이 오고 있다.

2017-11-09

실증로봇 융·복합 클러스터, 영일만3산단에 보금자리 튼다

오랜 시간 철강산업에 주력해왔던 해양도시 포항은 관광산업과 더불어 로봇·해양자원 등 차세대 미래산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포항은 포스텍 등 각종 우수한 역량을 지닌 RD 인프라가 구축돼 있고, 동해를 끼고 있는 지리적 요인 등으로 해양 기반 로봇산업에 큰 이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강점들을 활용해 포항시는 앞으로 영일만3산업단지 일대를 대한민국 실증로봇 융·복합 클러스터로 조성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포항이 기존의 철강도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떠한 성장동력을 새로이 설계하고 있는지 살펴본다.해양기반 로봇 개발·연구 수중로봇복합실증센터 개소경작업용 원격무인장비 등수중건설로봇 3종 제작 나서재난현장 투입 로봇 개발국민안전로봇 실증시험센터670억 투입 2022년까지 구축로봇산업 중심지 육성 박차국내 유일 물리탐사연구선`탐해2호` 지난해 포항 취항3D·4D기술 장착 `탐해3호`5천t급 규모로 건조 추진□ 수중건설로봇 기술개발포항시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바다 자원의 활용을 위한 수중로봇 개발 메카로 거듭날 전망이다.이를 위해 해양기반 로봇을 개발하고 성능과 기술을 연구하는 수중로봇복합실증센터가 지난 6월 포항 영일만3산업단지에서 문을 열었다.이는 해양수산부의 예비타당성조사 사업으로 지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시행되는 `수중건설로봇 기술 개발사업`의 일환이다. 센터는 해양신산업의 미래를 주도하는 해양구조물 건설을 위한 수중건설로봇을 개발하고 세계 해양플랜트 수주 경쟁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이 사업은 해양수산부, 경북도, 포항시가 공동지원하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수중건설로봇사업단이 주관했다.수중로봇복합실증센터는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4천399㎡ 규모다. 주요 시설로는 연구실 및 사업단 사무실, 교육훈련 공간 등 연구지원시설과 시험설비로 3차원 수조와 회류수조, 조류발생장치, 30t 규모 호이스트 등 13종의 장비가 설치돼 있다.주요 사업 내용은 수중건설로봇 공통기술 및 경작업용 ROV 기술개발이다. `ROV`란 원격무인장비(Remotely Operated Vehicle)을 의미한다.ROV는 종류에 따라 수중 환경조사 및 용접·절단 등 구조물 유지보수, 수중구조물 시공, 해저케이블 및 파이프라인 탐지와 매설, 유지보수, 케이블 컷팅 등의 작업이 무인으로 가능하다. 또한 연약한 암반조건에서 해저케이블 및 파이프라인 매설, 암파쇄 작업, 토공 등 위험한 작업도 실행할 수 있다.수중건설로봇사업단은 이후 수중건설로봇 3종의 제작을 완료하고 연근해에서 성능 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해외에서는 다양한 수중건설로봇을 실제로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관련기술이나 장비를 수입하거나 임차해 사용하는 실정이다.이에 경북도에서는 이 사업으로 2021년까지 수중건설장비 기술 수준이 선진국 대비 90% 가까이 확보될 것으로 전망하고, 현재 100% 해외에서 임대해 사용 중인 것을 50% 이상 자립화해 향후 5년간 해외 임대비용을 2천여억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재난대응 플랫폼 `안전로봇` 프로젝트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재난현장에 투입되는 로봇을 개발하는 `국민안전로봇 프로젝트`가 포항시에서 시행된다. 총사업비 671억원을 투입하는 이 사업은 오는 2022년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경북도, 포항시,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이 국민안전로봇 실증시험센터 구축을 통해 안전로봇 기술 및 제품의 상용화에 앞장설 전망이다.현대의 재난·재해 사고는 갈수록 위험하고 복잡해져 사람이 기존 장비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과학기술의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이에 세계적으로도 지진과 해일, 테러 등의 재난·재해에 대처하는 안전산업 분야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일본은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발생 당시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가 폭발해 엄청난 방사능이 유출돼 피폭 위험없이 투입할 수 있는 구조로봇의 필요성에 주목하고 관련 연구에 매진 중이다.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5년 6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재난구조로봇대회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카이스트 연구진의 로봇 `휴보`가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가상의 원자력발전소 사고 현장에 사람을 대신하는 로봇을 들여보내 냉각수 밸브를 잠그고 나오는 미션을 수행하는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이처럼 한국의 로봇기술이 세계적인 위상을 떨치고 있는 가운데 포항시는 안전로봇 개발 및 수중건설로봇 사업을 연계해 영일만3산업단지를 대한민국 로봇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12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과 지난 2014년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 등 각종 대형재난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재난대응 플랫폼 구축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시는 로봇산업을 포항시의 새 역점사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지곡 테크노밸리 내 RD기관과의 협업을 도모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또한 연구개발 지원 및 관련기업 유치를 통한 로봇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이를 통한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해양탐사산업 육성영일만 바다를 끼고 있는 포항은 환동해 해양자원 개발 전진기지로서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국가출연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해 3월 포항에 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를 개소했다.지질자원연구센터는 포항의 지역적인 특성을 살려 점토 광물 자원을 활용한 지질자원 신소재 연구와 해저 지질자원 탐사를 진행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이를 위해 지난해 8월 국내 유일의 물리탐사연구선 `탐해 2호`가 포항에 취항한 바 있다. 탐해 2호는 그동안 전용 부두시설이 없어 임시로 창원 진해에 머물러 있었다. 탐해 2호는 해저지질도 작성과 석유·가스 자원 탐사 등 바다 밑을 조사하기 위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운영하는 물리탐사연구선으로, 지난 1996년 건조된 이래 국내외 석유탐사와 가스하이드레이트 부존 확인 등 해저자원 확보를 위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왔다.여기에 포항 전용부두를 거점으로 신규 물리탐사연구선인 5천t급 탐해 3호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건조를 추진중이며 향후 한층 심화된 해저자원 탐사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탐해 3호`에는 3D 탐사능력의 핵심인 탄성파 수신 스트리머(해저 물리탐사 신호를 기록하는 장치)가 6km 길이 8조 규모로 장착된다.3D 탐사능력은 조사지의 정밀한 3D 지층 영상을 제공해, 지층의 단면만을 파악하는 기존 2D 탐사에 비해 시추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석유가스자원 탐사의 핵심 기술이다. 4D 탐사기술은 동일지역에서 3D 탐사를 반복·수행해 시간에 따른 지층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로, 탐해 3호는 3D·4D기술을 모두 지니고 있다.이에 따라 포항은 기존 RD인프라 해양을 활용하는 첨단과학 기술을 보태어 환동해권 해양자원의 개발 중심 도시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2017-11-09

포항 철강 상생 플랫폼 구축없인 지속가능 발전 어려워

`2017 포항 철강포럼`에서는 산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철강산업과 포항경제`를 주제로 종합토론을 벌였다. 참여한 패널 7명은 “기술혁신 바람이 불고 있지만 인적자원을 활용한 데이터 연결망 형성으로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철강산업 성공과 지역경제 성장은 결국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진행=김춘식(동신대 교수)◇패널토론=신훈규(포스텍 교수), 김교덕(현대제철 생산기술팀장), 강학주(울랄라랩 대표), 장웅성(산업통산자원 RD 전략기획단 MD), 김기수(포스코 상무), 서정헌(스틸앤스틸 대표), 이관희(RIST 박사)동북아 철강 연착륙방안 고민철강업체 상생플랫폼 갖춰야中企 위해 정보·기술 공유도산업특징 고려 기술도입해야□ 김춘식=철강산업 미래에 대한 거시·미시적 접근부터 시작해보자.▲서정헌=국내 철강산업의 미래를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국한해 바라봐선 안된다. 이들은 개별 기업일 뿐 실체를 정확히 봐야 한다. 철강기업의 성과나 경쟁력이 한국 철강산업을 대표한다고 본다면 정책 대안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개별 기업의 성과를 토대로 미래를 진단해선 안 된다.▲신훈규=우리나라의 주력 산업구조에 대한 이해부터 바로 해야 한다. 내수시장은 변하지 않았는데 주력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선진국을 따라가려고 하고 시장은 따라오지 못한다. 행동은 선진국, 산업구조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부분이다. 실질적인 수단을 찾는 것부터 고민해야 한다.▲이관희=중소기업 상황은 더 어렵다. RD혁신을 하고 싶어도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이 가진 스마트 팩토리 레벨 자체가 낮기 때문이다. 대기업 수준으로 맞추지 않으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업 생태계가 서로 상생하는 환경을 갖추려면 최소한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여건부터 개선돼야 한다. 기술적인 부분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김춘식=산업생태계의 재구조화도 필요한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혁신적인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지만 관점에 따라 접근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장웅성=그동안에는 산업 전반에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한 거부감이 오랫동안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철강생태계 진화방향을 논하는데 정부 개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 80여년간 일본이 철강산업을 이끌어온 과정을 본보기 삼아야 한다. 앞으로 5년 뒤 동북아 철강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철강산업 연착륙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김춘식=철강업계 간 전략적 제휴방안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김교덕=포항시가 발전하려면 철강이 중심이 돼야 한다. 포스코, 동국제강 등 지역 철강업체들과 상호 공존 발전해야 가능한 얘기다. 물리적으로 공유 플랫폼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지만 상생 플랫폼 기반을 갖추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발전이 어렵다고 본다.▲이관희=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플랫폼이 시대를 지배할 것이다. 수요·공급자가 만날 수 있는 고리 역할을 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IT, 인공지능 플랫폼이 성공한 원인은 빅데이터 덕분이다. 하지만 철강산업은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매우 취약한 환경이다. 정보공유가 되지 않는 철강산업 구조에서 시너지를 누리지 못할 우려도 나온다. 중소기업을 위해 정보와 기술부터 공유해야 한다.□ 김춘식=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철강업계가 가장 주목해야 할 핵심은 무엇인가.▲김기수=기술도 중요하지만 사람, 즉 인적자원 활용에 더 집중해야 한다. 중소기업에 우수 인력을 시기적절하게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인적자원은 지속 가능한 플랫폼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력 네트워크망 형성은 공유를 토대로 한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과 인력, 지역과 지역, 기술과 가치공유를 결합(combine)하는 것이 필요하다.▲장웅성=가치 공유는 철강산업의 가장 큰 취약점이다. 스마트팩토리를 통한 플랫폼 구축이 업계간 정보가치 제공을 목표로 해야 한다. 누가 어떻게 전달하느냐도 중요하다. 결국 사람의 힘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김춘식=현재 철강 산업생태계 상황은 어떤지.▲강학주=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현장에는 대기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원자재 생산부터 납품까지 대기업이 산업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그야말로 절벽에 내몰린 상황이다. 이들 기업이 4차 산업이나 스마트팩토리를 몰라서 접근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게 문제다.네트워크 강국이라는 강점을 잘 활용해 데이터 접근성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플랫폼의 시작은 공유다. 각 주체의 역할이 중요한데 산업생태계의 강자인 대기업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김춘식=지역 우수인력 유출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심훈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다. 자본재 투입을 누가 할 것이냐가 근본적인 문제다. 우수 인력 유입을 시장 유연성에 맡길 것인지도 고려해봐야 할 때다. 이 부담을 기업이 지느냐, 정부가 지느냐의 문제다. 정부와 민관이 함께 인력 투입에 대한 지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더불어 산학연 경계가 허물어진 만큼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여러 인센티브 제공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얘기다.▲강학주=기술은 사람을 즐겁게 만들 수 있다. 단위당 생산량보다 종합 생산량을 높이는 효율성이 필요하다. 해외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국내에서는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소비자생산까지 스마트팩토리를 적용했고, 일본은 로봇산업 중심으로 구축했다. 국가마다 산업특징에 맞춰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철강산업 특징에 맞춰 도입해야 한다./김민정·이바름·전재용기자

2017-11-09

“소리없이 생명을 다한 고로 앞에 숙연해진다”

▲ 대상 수상자 류현서씨.대상 `고로`(高爐) 고로는 잡다한 쇠붙이들을 열로 보듬는다. 보기 좋은 것도, 흉한 것도 품어 안고 융화시켜 준다. 고로를 거쳐 나온 쇳물은 사물로 다시 태어난다. 고로는 쇠붙이의 자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뜨거운 쇳물을 끌어안는 동안 쇠붙이로 된 몸도 서서히 닳고 삭아진다.제철공장의 고로 하나가 사라진다. 반세기 가까이 견디며 보수를 거듭해오다가 생명이 한계에 다다랐나 보다. 세월 앞에는 사람도 노쇠하고 쇠도 산화된다. 고로도 사람의 육신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로는 잡다한 쇠붙이들을 열로 보듬는다. 보기 좋은 것도, 흉한 것도 품어 안고 융화시켜 준다. 고로를 거쳐 나온 쇳물은 사물로 다시 태어난다. 고로는 쇠붙이의 자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뜨거운 쇳물을 끌어안는 동안 쇠붙이로 된 몸도 서서히 닳고 삭아진다.나의 고로는 토함산 자락의 마을에서 시작됐다. 산은 그렇게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질펀한 능선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차츰 준엄한 형상을 드러냈다. 길고 짧은 골들은 청옥색 하늘을 이고 신묘한 입체화를 이루었다. 그런 입체화가 펼쳐지는 마을에서 어머니는 태어나서 자랐다.말랐던 풀들도 일어서는 봄날, 열여덟 살 어머니는 이웃 마을에 사는 아버지를 만나 백년해로의 가약을 맺었다. 그 후, 두 분은 제철소의 쇠와 고로처럼 서로를 품기도 하고 녹이기도 하며 가정을 이루었다. 어른을 섬기고 형제들을 보살폈고 자식을 생산해 품어 키우느라 몸과 마음을 녹였다. 특히 어머니는 제철소의 고로처럼 가정의 중심이었고 자식들의 안식처였다.쇠를 녹이는 고로가 뜨겁다 한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보다 더 뜨거울 수 있을까. 혈육에서 우러 나오는 정은 온도로 책정할 수 없다. 혈로 반죽되어 고로를 거쳐 나온 생명체는 떨어뜨리려 해도 떨쳐지지 않는다. 고로는 배출해 낸 살붙이와 피붙이들을 위해 살아왔다.곰곰이 짚어보면 어머니의 생도 내적 외적 고달픔도 있었지만 기쁨과 흐뭇함도 없지 않았다. 권속들을 보살피며 살아온 어머니의 한 생애, 종갓집 종부로서 소임을 다하느라 승새 굵은 삼베치마 허리춤까지 땀에 적시고 또 적셨다. 일 년에 열 번씩 다가오는 봉제사 접빈객에 손끝에 물마를 새가 없었고, 할아버지를 찾아 사랑채를 드나드는 손님들에게도 정성을 다하느라 늘 몸이 달았다. 가족 중 누가 아프다고 하면 어머니 가슴에서는 가을 모과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이순이 다 되도록 늘 그렇게 살았다.흐르지 않는 물이 없듯이 붙잡지 못하는 게 세월이다. 어머니의 구십 성상(星霜)도 하루하루 사는 동안 물같이 흘러버렸다.구순을 갓 넘긴 어머니가 갑자기 위독해졌다. 어둠이 점점 짙게 맥질 되는 시각에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짚불이 사그라지듯 어머니는 서서히 눈을 감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에는 별들이 숨을 죽였고 늦게 뜬 그믐달도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어머니도 달도 구름에 밀려 한마디 말도 없이 조용히 떠나갔다.인생이란 그 자체가 구름이다. 비단 어머니뿐이겠는가. 역사에 이름을 남긴 구국 영웅이든, 숨이 넘어가던 사람을 살려준 의인이든, 수많은 일터를 제공하여 나라의 부흥을 일으킨 사람이든 구름 같은 이 길은 갔다 하면 못 오는 길인 것을.멀리로는 적은 군사로 수없는 적군을 무찔렀던 장수도 한번 가면 끝이었다. 글을 만들어 문명을 밝혔던 학자도, 어두운 곳도 마다치 않고 대중들을 위해 자신을 다 바친 성인(聖人)이든, 어느 항구에서 한 소절의 노랫말 같은 인생을 풀어낸 성격이 털털한 선인(船人)도 이 길은 갔다 하면 다시 돌아왔다는 소리는 아직 못 들어 봤다. 동네 어귀에서 마을의 액운을 막아주던 아름드리 거목도 쓰려져서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영웅은 영웅으로만, 부자는 부자로만 봤다. 명함 그 자체로만 보았던 거였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이름도 명예도 다 허무로 보인다. 누구나 한번 가면 다시 못 오는 것을 어머니의 죽음에서 절실히 느낀다.어머니와 함께한 지난날이 허허롭기 그지없다. 태산이 높은 것이 아니고 만경들판이 넓은 게 아니었다. 내게는 어머니의 가슴팍이 어느 산보다도 듬직했고 어느 평야보다 더 넓었던 거였다. 날숨이 길게 나오면서 온몸에 맥이 빠진다. 팔다리가 마치 아이들이 오래 주무른 헝겊인형처럼 힘없이 겉논다. 이런 걸 보니 어머니는 생전에 내겐 만상의 근원이었고, 내 육체의 원기며 기(氣)를 살리는 생성원리였던 게 틀림없다.이제까지 때로는 충고를, 더러는 칭찬을 받으며 살아왔다. 어머니가 내게 준 염려도 힘이요 충고도 힘이요 칭찬은 더 큰 힘이 되었다.어머니와 함께한 시간들을 조각보처럼 꿰매본다. 다 읽지 못할 책을 펼치다 접었다 한다. 언제라도 찾아뵈면 “아야 배 고프제. 어서 밥 먹어라. 맛있을 때 많이 먹어라.” 연달아 잉잉댄다. “많이 먹고 아프지 마라.” 귀에 익은 목소리를 붙들려면 달아나고 달아났다가는 되돌아온다. 기억은 시간의 흐름을 정지시키기도 하고 세월의 순서를 바꾸어 놓기도 한다.소리 없는 기억을 더듬다가 눈을 뜬다. 거실 유리창에 가늘게 휘어진 반쪽 달빛이 어려 있다. 유난스레 외로워 보이는 오늘의 저 달은 무엇을 생각할까. 우리가 겪는 희로애락을 구경하고 있을까. 어머니는 당신의 영혼을 저 달 속에 깊숙이 새겨두고 떠났을까. 그래서 달빛이 어머니의 영혼을 받아들여 희끄무레한지도 모른다. 넓고 넓은 하늘에 홀로 떠 있는 달은 누구나 혼자 떠나야 한다는 걸 암시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상처의 아픔은 육체적 고통이고 이별의 아픔은 정신적 고통이다. 떠나는 길을 동행할 수 없기에 그 심정은 가눌 길이 없다.근 반세기 전, 철광석을 녹여낸 포항제철의 고로가 원화로 불을 지핀 후 1천도가 넘는 열기로, 짙은 황금색 액체를 뿜어냈다. 그로 인해 조선과 자동차 산업의 발판이 된 제1고로였다. 우리나라를 산업 메카로 발돋움시키고 서서히 장막을 거두었다.어머니도 연세가 들면서 병원에 가는 날이 가지 않는 날보다 더 많았다. 제철공장의 고로가 낡아서 보수해 가며 써 왔듯이 어머니의 건강도 그러하였다. 어머니를 두고 장수했다고 덕담처럼 말하는 분들도 있다. 요즘 백세 시대로 치면 장수라고 할 수 없다는 게 뒤에 남은 자식의 마음이다. 무병장수를 바랐으나 `극병장수`에 그치셨다. 기울어지는 달은 다시 차오르지만 어머니의 쇠잔해진 기운은 다시 실해지지 않았다. 세월은 무심해도 인간사는 유심하다. 철광석을 녹여낸 고로도, 나를 낳아 평생 감싸주던 어머니도 끝내 퇴역을 거부하지 못했다.어머니는 마지막으로 고통도 무상이고 기쁨도 무상임을 나에게 알려 주는 듯하다. 생각해 보면 품에 안아 키워주던 부모도, 마주 보고 살아온 사람도 끝끝내 함께할 수가 없고, 피를 나눈 수족 같은 형제도 같이 동행하지 못한다. 모든 게 무상이라고. 인생은 혼자가 되기까지 아프고 슬프고 기쁘고 행복해하면서 무상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녹슨 쇠를 보듬는 고로처럼, 어머니는 곰살갑게 대해주는 자식이든, 비포장도로를 굴러가는 소달구지마냥 털털거리는 자식이든 질병이라는 불순물까지 다 껴안았는지도 알 수 없다.어느 어머니인들 자식을 품고 자신을 희생하지 않겠는가. 내 어머니만은 그런 것이 아닐 테지만, 소리 없이 뜨겁게 생명을 다한 고로 앞에 숙연해진다. 벽에 걸린 어머니의 사진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묵묵히 말이 없다.류현서▲ 곽흥렬, 김은주심사평“차가운 쇠에다 감성을 불어넣은 작품들”우리 생활 주변의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철을 소재로 한 제1회 `포항 스틸에세이 공모전`은 퍽 신선한 기획이었다. 차가운 쇠에다 뜨거운 감성을 불어넣어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쇠를 소재로 마련한 이번 글잔치는 철의 도시 포항에 아주 잘 어울리는 훌륭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주제가 정해져 있는 글을 쓰는 것은 자유 주제의 글을 쓰기보다 훨씬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공모전에 4백 편이 넘는 많은 작품이 응모되었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국내는 물론이고 호주, 필리핀 등 해외에서도 응모작이 들어온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 대회가 해를 거듭할수록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으리라는 예감을 갖게 된다.예심을 통해 본심에 올린 작품은 20여 편이었다. 이 작품들을 두고 두 심사위원은 심도 있는 논의에 들어갔다. 그 결과 `고로`를 비롯하여 `바늘꽃`, `못을 읽다`, `접쇠`, `가위의 꿈`, `철의 품안은 따뜻했다`, `쇠, 매화를 피우다`, `불매소리`, `철없는 여자들`, `꿈꾸는 칼` 등 10편이 추려졌다.대상 수상작인 `고로`는 쇳물을 녹이는 고로(高爐)와 한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 이 두 대상의 동일시를 꾀한 참신한 발상으로 어머니의 희생적인 삶을 애잔하게 그려냄으로써 수필의 정형을 보여주었다. 함께 응모한 `접쇠`도 대상 수상작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작품이었다. 더구나 여자 응모자임에도 불구하고 남자 응모자의 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선이 굵었던 점이 미덕으로 다가왔다.나머지 본선 진출작들 가운데서 다시 `쇠, 매화를 피우다`, `바늘꽃`, `가위의 꿈` 등 세 편을 골라 각각 금, 은, 동상을 정했다. 이 응모작들은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만큼 자기 색깔이 뚜렷했다.`쇠, 매화를 피우다`가 소재에 얽힌 비밀스런 사연을 문학적으로 짜임새 있게 형상화함으로써 울림이 큰 수필이었다면, `바늘꽃`은 단아하고 정갈한 미감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런가 하면 `가위의 꿈`은 가위를 의인화하여 삶에서의 의미를 붙들어낸 점이 눈길을 끄는 수작이었다. 다만 수필적인 완성도 면에서 `쇠, 매화를 피우다`가 보다 우위에 있어 금상을 차지했고, `바늘꽃`이 아깝게 은상으로 밀려났으며, `가위의 꿈`은 문장력이 다소 처져서 동상에 머물렀다.참고로, 응모작들 가운데 상당수가 지난 체험을 특별한 문학적 장치 없이 단순히 서사 위주로만 풀어놓아 예술적인 미감을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을 밝혀 둔다. 에세이도 수필의 한 갈래이니만큼, 좋은 수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만의 개성적인 시각으로 대상을 재해석하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남들과 똑같아서는 절대 심사위원의 눈을 끌지 못한다. 응모자들에게 앞으로 이 점을 명념하고 정진해 주길 당부한다.수상을 한 분들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선에 들지 못한 분들에게는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심사위원: 곽흥렬(수필가)·김은주(수필가)

2017-11-08

“대한민국 철도중심지로 10만명 자족도시 문경 만들 것”

“문경을 살기 좋은 도시, 교통·산업중심의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한때 무연탄 생산지로 번성했지만 석탄산업이 침체되면서 20만명에 달했던 인구가 8만명으로 감소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었던 문경시. 하지만 지금은 폐광도시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 부자 농촌, 스포츠·관광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또 단순한 관광도시가 아닌 6차산업을 접목한 관광산업형 도시로 탈바꿈 했다. 그로 인해 지가 상승률 전국 1위를 기록하고, 2년 연속 경북도 일자리창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2012년 4월부터 문경시를 이끌고 있는 고윤환(60) 시장의 남다른 철학과 추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짧은 기간동안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낸 고윤환 시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폐광도시 이미지 전면 탈피 부자농촌·스포츠·관광도시 도약남부대륙선·동서횡단철도 예정중부내륙철도 2021년 개통석탄박물관·백두대간 벨트화전국최고 관광명소로 조성- 문경시가 개청 이래 처음으로 예산 6천억원의 시대를 맞았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예산 6천억원 시대 개막은 전국 최고의 중소도시 건설을 위한 문경시의 그동안의 노력과 성장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다. 지난 2014년 민선 6기 출범 후 처음으로 예산 5천억원을 돌파한지, 불과 3년만에 이뤄낸 쾌거로 시민들과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문경시와 같은 자립기반이 취약한 중소도시에서 필요한 사업은 모두 추진하면서,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기란 사실 쉽지 않다.예산의 편성과 집행, 평가와 환류가 꼼꼼하게 이뤄져야 하고, 자주재원으로 활용이 가능한 지방교부세, 국·도비 확보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경시는 국가예산을 효율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 예산 관련 부서를 전략적으로 방문해 지역 현안사업을 설명해 왔다.또 각종 공모사업에 응모해 초곡천 정비사업 170억원 등 올해 현재까지 340억원의 국·도비를 확보했다. 문경시는 예산 6천억원 시대를 마중물 삼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역경제 회복과 품격 있고 안전한 도시 공간 창조에 최선을 다하겠다.- 도심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문경시는 현재 구도심을 되살리는 `도심재창조 20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8년까지 20개 프로젝트에 총 864억원의 예산을 들여 활력이 넘치는 도심의 모습을 갖추는 것이다.현재 흥덕동 회전교차로 설치, 점촌공공도서관 현대화 사업, 문화예술회관 리모델링 사업 등 20대 프로젝트 중 14개 사업은 이미 완료했으며, 문경문화원 건립, 모전천 생태하천 복원, 돈달산생활공원 조성, 인공암벽장 설치, 신흥시장 리모델링, 흥덕종합사회복지관 건립 등 나머지 6개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특히, 전주지중화사업은 도심의 미관을 살리고, 전주가 있던 공간에 주차장을 조성함으로써 인근 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해 지역 상권 발전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도심재창조 20대 프로젝트`가 도심의 외관만 바꾼 것이 아니다. 이 사업으로 장애인 전용 체육관과 청소년문화회관,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을 건립해 지역 주민들의 여가, 문화활동을 지원해 남녀노소 시민모두가 문화복지를 즐길 수 있게 됐다.-2021년 서울~문경 고속철도 개통이 예정돼 있다. 준비는 잘되고 있는지.△중부내륙철도 문경 구간이 오는 2021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에 있다. 이 철도가 개통이 되면 수도권에서 문경까지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더불어 남부내륙선(김천~거제)과 동서 횡단철도(서울~율진)가 개통되면 문경은 말그대로 국토철도망의 중심지로 가듭나게 된다.지도상에 나타나듯이 문경은 남한의 가장 중심지에 위치한 도시로, 이제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우선, 수도권 지역의 접근성 향상으로 관광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문경새재 초입에 위치한 `최초의 땀의 신부`최양업 신부의 선종지인 진안리 일원에 명상과 체험 및 숙박시설을 갖춘 진안유휴양촌을 내년에 문을 열 계획이다. 또 자연을 보는 새로운 방법, 벽 없는 전시관을 캐치프래이즈로 해 가은읍 왕능리 석탄박물관 일원에 총 사업비 1천119억원을 들여 녹색문화상생벨트조성사업(문경 에코랄라)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영상문화콘텐츠와 백두대간 생태자연과 녹색에너지 등을 결합한 복합생태영상테마파크로, 2018년 6월 오픈 예정이다.특히 기존 석탄박물관과 더불어 백두대간을 활력적으로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포레스트 어드벤처(짚와이어, 짚코스터, 마운틴루지) 시설을 민자로 시행해 전시, 체험, 어드벤처 등 차별화된 콘텐츠로 전국 최고의 관관명소를 만들 방침이다.이밖에도, 물류단지 조성의 최적지인 만큼 역세권 개발사업을 고속철도 개통 시기에 맞춰 마무리 할 계획이다.-일자리 창출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비결이 있다면.△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민간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했다. 우수한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확충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청년인구 유입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우선, 우수한 기업을 유치함에 있어 원할한 인력 제공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문경시 기능인력 청년인턴 장려금 지원에 관한 조례`를 도내 최초로 제정해, 지역 중소기업에서 3개월 이상 생산직으로 근무 중인 34세 이하 청년들에게 매월 30만원씩 6개월간 18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또 근로자에게는 근속장려금 300만원, 기업체에게는 고용보조금 200만원을 지원한다. 여기에 활동이 왕성한 젊은층의 안정적인 유입을 위해 지난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구경북지역본부와 공공임대주택(행복주택)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공공임대주택은 문경시 흥덕동 655일원 6천㎡ 부지에 총 사업비 180억원을 투입해 대학생,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등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 세대를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 200세대를 제공한다.올해 고용노동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한국폴리텍대학 영주캠퍼스와 함께 시행하고 있는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사업`도 기업에 필요한 구직자 맞춤형 직업훈련을 통해 청년고용을 촉진하고 기업에 우수한 인력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윤환 문경시장이 폐광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고 문경을 스포츠·관광도시로 바꿔나갈 다양한 방안 등 시정 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경시 제공-그 동안 일을 추진하면서 힘들었던 것과 앞으로의 계획은.△문경시민들과 시청공무원들이 모두 힘을 합쳐 도와 주었기에 특별히 힘든 점을 없었다. 그래도 굳이 힘들었던 점을 찾으라면, 2015년에 열린 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를 들고 싶다. 군인체육대회가 성공리에 끝나기는 했지만,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었다. 대회가 성공하면 지방의 작은 도시인 문경을 지구촌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당시 2012년 재보궐선거로 당선되고 나서 보니 예산부터 경기장 건립계획까지 제대로 되어 있는 것이 없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정도였다.하지만 길을 찾을려고 노력하다보니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문경시민들과 그 큰 대회를 치르기 위해 많은 것을 감수해가며 준비해 저비용 고효율의 스포츠대회를 성공리에 마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매년 3만명 이상의 전지훈련선수단이 다녀가는 스포츠 도시로 도약했다.앞으로 문경시는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일 것이다. 예산 6천억원의 시대와 중부내륙철도와 중부권동서횡단철도 개통 등으로 명실상부한 철도중심지로 거듭날 것임에 틀림없다. 앞으로도 시민들의 생각과 의지를 모아 내부로는 소통하고, 외형적으로는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 문경을 인구 10만명의 자족도시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고윤환 문경시장 문경중, 문경종고를 거쳐 영남대 지역사회개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인하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제24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국무총리실 과장, 청와대 행정관, 인천시 교통국장·경제통상국장, 행정안전부 지역발전정책국장·지방행정국장, 부산시 행정부시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4월 재보궐선거로 민선 6대 문경시장으로 취임해 현재까지 문경시를 이끌고 있다.문경/강남진기자75kangnj@kbmaeil.com

2017-11-07

`부산` `해운대` 이름만으로도 심쿵… 누구나 가고싶은 관광도시 각인

`바다`와 `해양관광`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몇몇 도시가 있다. 호주의 경우 골드코스트가 그렇고, 이탈리아에서는 나폴리, 크로아티아라면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가 이에 해당되는 도시다.호주·부산 사례 취재·분석`해양관광도시 포항` 로드맵 제안글 싣는 순서1. 포항 관광산업의 현주소2. 골드코스트가 여행자를 매료시키는 이유3. 글래스마운틴과 선샤인코스트가 선사하는 즐거움4. `해양관광의 메카` 부산을 가다5. 포항이 만들어가는 관광도시의 미래 그렇다면 한국 도시 중 이런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은 어딜까? 아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산”이라고 답할 것이다. 지난주 토요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갈매기가 바람 속을 날아다니는 해변을 거닐며 가을 바다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는 고성웅(38)씨를 만났다.동갑내기 아내와 금요일 밤기차를 타고 부산에 도착했다는 고씨는 “나는 서울 토박이고, 와이프는 경기도에서 태어나 자랐다. 우리가 연애하던 대학 시절부터 바다가 보고 싶을 때면 언제나 해운대나 광안리해수욕장을 찾곤 했다”고 말했다. `바다`가 주가를 높이던 여름이 끝났지만, 부산은 여전히 많은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해운대와 광안리 해변만이 아닌 다양한 관광지와 색다른 볼거리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정산과 백양산, 해동용궁사와 석불사 병풍암, UN기념공원과 금강공원, 수영만 요트경기장과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강서예술촌, 전통음식 체험을 즐기는 만덕 뜰에장 등은 아름다운 바다 풍광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부산의 관광자원이다. 여기에다 동래에서는 온천에 몸을 담그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다.부산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관광명소는 어디일까. 지금부터 가벼운 발걸음으로 부산의 바다와 등산로, 거리와 맛있는 음식을 찾아 가보자. ◆ 해변, 빼놓을 수 없는 `부산관광의 보석` `부산`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 그려지는 풍경이 푸른 파도와 새하얀 모래알 반짝이는 해변이다. 해운대해수욕장은 넓은 백사장과 미려한 해안선을 지닌 부산의 대표적 해변이다.수심이 얕고, 물결이 잔잔해 가족 단위 피서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여름철이면 TV 화면에서 수십 만 명의 사람들이 몰린 해운대해수욕장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언론사들은 해운대해수욕장 방문객을 통해 그해 피서객의 규모를 가늠하기도 한다.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해운대해수욕장엔 특급호텔부터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까지 다양한 숙박시설이 밀집돼 있다.23년째 해운대 해변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B씨는 “깨끗한 바다와 현대적 건물이 어울려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는 것을 매력으로 꼽으며 자랑을 이어갔다.“휴양과 더불어 각종 오락과 유흥을 즐길 수 있는 해운대는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달맞이 축제와 북극곰 수영대회 등도 흥미로운 볼거리”라는 게 B씨의 설명.해운대 인근 식당에서 부산의 별미로 꼽히는 돼지국밥을 먹었다. “우떻습니꺼? 맛있지예?”라고 묻는 주인아주머니의 사투리가 정겨웠다.지하철로 이동해 찾은 광안리 해변엔 젊은이들이 많았다. 주변엔 개성 넘치는 레스토랑과 독특한 실내장식을 한 카페,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패션잡화점 등이 자리하고 있다.대학생 김민호(21)씨는 “배낭여행에서 본 유럽의 해변과 비슷한 분위기”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광안리는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공간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바다를 가로질러 만들어진 광안대교가 다채로운 빛깔로 화려하게 불을 밝힌다. 이 낭만적 광경을 보기 위해 연인들은 밤의 해변으로 데이트를 나온다. 노천카페에선 라이브 연주자들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특히 이날은 광안리 해변에서 부산불꽃축제가 열린 날. 연인들은 터지는 불꽃 아래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얼굴 가득 웃음꽃을 피웠다.이외에도 △붉은 석양이 아름다운 다대포해수욕장 △해상 케이블카 설치로 관광명소로 재부상하고 있는 송도해수욕장 △넓은 백사장과 깨끗한 수질을 자랑하는 송정해수욕장 등이 부산을 찾은 여행자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 국제시장과 금정산을 거쳐 동래온천으로황정민이 출연해 천만 관객을 모은 영화의 제목으로도 유명한 `국제시장`.부산시 중구 신창동에 소재한 재래시장이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부산관광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로 떠올랐다.국제시장은 1945년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남겨놓고 간 물건과 해외동포들이 가져온 상품을 거래하며 형성된 곳이다. 처음에는 `도떼기시장`이라 불렸고, 1948년 건물을 신축하면서 `자유시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국제시장이라는 명칭을 얻은 것은 한국전쟁 때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물건이 판매되면서부터다.다섯 차례의 크고 작은 화재를 겪은 국제시장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서민들의 삶의 의지를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국제시장 먹자골목에서 `부산식 막장`에 찍어먹는 순대 한 접시를 주문했다. 밀려든 인파로 왁자지껄한 골목엔 말 그대로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했다.`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금정산에 얽힌 전설은 흥미롭다. 산의 꼭대기에 물이 마르지 않는 금빛 샘이 있어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온 금색 물고기가 놀았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 금정산이란 이름도 거기서 생겨났다고 한다.국내 최대 규모인 산성과 범어사로 유명한 금정산은 금강공원, 국청사, 산성마을 등과도 가깝다.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물이 가벼운 산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반겨준다. 또한 14곳 약수터의 물맛도 그만이다. 산길에서 만난 70대 어르신은 “물맛이 좋으니까, 금정산 막걸리도 맛있다 아입니꺼”라며 웃었다.금정산 주변을 산책하다보니 해가 저물었다. 지척에 동래온천이 있었다. 30~40년 전에는 신혼여행지로도 인기가 높았다는 동래온천 일대엔 이미 1천500년 전부터 뜨거운 물이 솟았다.상처 입은 학이 동래온천에 며칠 몸을 담그고는 회복돼 날아갔다는 `백학(白鶴)의 전설`이 전하기도 한다. 거리엔 먹장어 굽는 냄새와 연기가 가득했다.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징그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먹장어. 하지만, 쫄깃한 맛이 일품인 먹장어 숯불구이는 밀면 등과 함께 부산의 대표적 먹을거리 중 하나다.먹장어 구이를 맛보고 숙소로 들어와 욕조에 편하게 누웠다. 따스한 온천욕 20분에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느낌이었다. ◆ 송도 해상케이블카와 시티투어버스를 만나다부산여행 이틀째. 29년 만에 새 단장을 마치고 최근 운행을 시작한 해상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송도해수욕장으로 갔다.송림공원에서 암남공원까지 1.62km 구간 바다 위를 오가는 케이블카는 아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입장권을 구매해 케이블카에 올랐다. 송도 해상케이블카의 바닥은 강화유리로 만들어져 발 아래로 짙푸른 바다가 그대로 보였다. 아찔한 긴장감이 꼬마들의 탄성을 불렀다.어린 딸과 함께 송도 해변을 찾았다는 강현석(35)씨는 “부산에서 산지 20년이 넘었지만 송도해수욕장엔 잘 오지 않았는데 케이블카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타보러 왔다”고 했다.한적했던 송도해수욕장이 케이블카 하나로 인해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부상 중이다. 주변 상인들이 반길만했다.부산에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시티투어 버스`를 “부산의 핵심 관광지를 저렴하고 효과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추천한다.부산역을 출발해 부산박물관-동백섬-영화의전당-평화공원 등을 경유하는 `레드라인`과 해운대-달맞이길-수산과학관-시립미술관을 돌아보는 `블루라인`, 용호만과 오륙도를 오가는 `그린라인`이 운행 중이며, 지하철 부산역에서 출발해 이기대 전망대와 광안리해수욕장의 야경을 둘러보는 `부산 야경투어`도 인기다. 때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때로는 버스나 지하철에 올라 여행한 부산. 바다와 산이라는 자연에 인공적 아름다움을 더하고, 여기에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까지. 부산에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11-03

“주민주도형 도시녹지 조성, 새 도시문화 공간 만들어야”

□ 포항 그린웨이, 시민속으로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다포항시가 친환경 녹색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추진 중인 `포항 그린웨이(Green Way) 프로젝트`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됐다.포항시는 지난 10월 26~27일 김용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 등 전문가 집단을 초빙해 시민을 대상으로 포항 그린웨이 프로젝트 공감대 형성 및 시민 소양 증진을 목적으로 `포항 그린웨이 아카데미`를 개최했다.이번 아카데미는 포항시가 숙원사업으로 추진 중인 그린웨이 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먼저 26일 김용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가 폐철도부지 도시숲을 주축으로 숲과 이어지는 골목길과 둘레길을 걸으며 자연과 여가를 즐기는 포항의 미래에 대한 내용인 `시민이 살맛나는 포항 그린웨이 인문학 강의`를 실시했다.같은날 이어진 현장체험에서는 형산강 장미원을 방문해 전미자 장미사랑회 위원장을 포함한 4명의 강사진의 주제로 장미스토리, 장미식재방법 및 활용방안, 소품을 이용한 인생사진 남기기 등을 실시했다.다음날인 27일에는 김종원 계명대학교 생물학과 교수의 도심 생태하천 복원의 내용인 길 따라 흐르는 도시 미학 인문학 강의가 진행됐다.현장 체험으로는 손가숙 포항환경학교장을 비롯한 5명의 강사진이 도심 속 친수환경체험과 생활 속 환경실천에 관한 함께하는 환경실천 그린웨이에 관한 교육을 형산생태유수지에서 실시했다.□ 김용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포항 그린웨이는 포항시민의 소중한 자산공원녹지 관리 스스로 운영하고 관리해야범추진협의회 중심된 시민운동으로 발전을□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10년 장기프로젝트 `안양천살리기 종합계획`어종 4배나 늘어나는 등 생태계 복원 큰 결실복개된 지역 4대하천도 친환경 복원 서둘러야 □ 포항 그린웨이 사업은 포항시민의 공동체 운동아카데미 첫째 날인 26일에는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김용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가 `포항시 명소로서 그린웨이의 이용과 관리방안`이라는 주제로 인문학 강의를 진행했다.김 교수는 “포항 그린웨이는 회색의 도시에 녹색을 도입하고 시민들과 더불어 외지인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새로운 도시문화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다”며 “물리적인 녹지를 조성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시민추진협의회를 중심으로 포항시민들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운영과 관리에 참여하는 주민주도형 도시녹지를 조성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또 “앞으로의 시대는 공동체의 개념이 사회의 전 분야에서 최고의 화두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포항 그린웨이의 핵심이 될 공원녹지의 관리는 이용자 스스로가 공익목적을 해치지 않도록 훼손이나 오염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그는 서울시가 2002년 발간한 `시민과 함께하는 서울의 공원`이라는 책자를 “서울시 공원관리의 미래지향적인 지표를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다양한 이용프로그램의 개발과 공급을 통해 이용효율을 높이고, 이용자의 여가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이에 김 교수는 포항 그린웨이는 포항시민들의 자산임을 강조하며 시민들이 개인재산을 관리하는 자세로 그린웨이 사업을 통해 조성된 자원을 운영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끝으로 “포항 그린웨이 사업은 외형적으로 조성하는 공사가 아니라 포항 시민들의 공동체 운동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운동의 성격이 강하다”며 “시민들의 관심을 증대시키고, 서로 각 분야의 협조를 강조하며, 시민들 비롯한 모든 분야의 종사자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언론을 통한 사회교육기능이 강화돼야 하며 현재 범추진협의회가 중심이 된 포항시민 운동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같은날 형산강 장미원에서 `어린왕자가 사랑했던 장미꽃을 품다`라는 주제로 열린 현장체험은 포항시화인 장미에 관한 의미를 상기시키고 장미도시 포항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체험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소품을 이용한 사진촬영 등을 즐기고 장미를 직접 식재하는 방법을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안양천 사례를 바탕으로 한 포항 도심 4대 하천 생태하천화둘째 날인 27일에는 `물길 따라 흐르는 도시 미학`이라는 주제로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의 강의가 진행됐다.김 교수는 현재는 복개도로로 개발이 완료된 포항지역의 4대 도심하천을 돌아보고 세계 유수도시의 친환경 복원사례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설명을 이어갔다.김 교수는 “1960년대 이후 하천정비사업은 치수 위주로 이뤄졌으며 하천의 직강화 및 인공화를 위해 하천복개와 주차장, 도로건설이 이뤄지며 하천의 수질은 악화되고 하천공간은 황폐화됐다”며 “1995년 이후 이같은 문제가 이슈화 되면서 환경부와 국토부가 경쟁적으로 하천복원기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생태하천사업에 환경신기술, 녹색기술, 생태계 복원기술을 최우선적으로 적용한 결과 전국의 많은 하천들이 예전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그는 “안양천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는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수리·수문), 국토연구원(공간·경관), 경원대학교(생태계재생), 환경정책평가연구원(유지유량), 안양대학교(수질) 등 5개 기관이 안양시와 함께 10년 장기 프로젝트인 `안양천살리기 종합계획`을 실시했다”며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하천 연속성과 구조적 안정성이 확보되고 2002년 7종에 불과했던 어종이 2015년 24종으로 늘어나는 등 생태계 복원 효과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이어 “이같은 안양천의 사례가 이슈화되면서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Jane Goodall) 박사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생명이 살아숨쉬는 하천으로 거듭난 하천의 모습을 보며 감탄하기도 했다”며 “안양시는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을 통해 생태하천으로 변모하고 있는 안양천의 하천 관리에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09년 SBS 물환경대상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김종원 교수의 강연에 이어 형산생태유수지에서 열린 현장체험에서는 `함께하는 환경실천 그린웨이`라는 주제로 체험활동이 진행됐다.체험은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고 시민의 꿈과 희망이 녹색 네트워크를 통해 포항사랑으로 승화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됐다.특히 교육에 참여한 시민들이 교육이 종료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인적교류를 통해 포항 그린웨이 전령사 역할을 하면서 그린웨이를 시민운동으로 만드는데 포커스를 맞췄다.이강덕 시장은 “이번 아카데미를 통해 지속적으로 친환경녹색도시 기반을 넓혀 나갈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공감대 형성 마련의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강의를 듣고 돌아가 주변 분들에게 그린웨이에 대한 많은 홍보로 시민 운동화에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7-11-02

“잘못된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옳은 길 묵묵히 나갈 터”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춘 지도자가 되고자 했습니다”구미가 회색도시, 산업도시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기까지에는 남유진 구미시장의 남다른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지난 2006년 구미시장에 당선된 그는 처음부터 최소 10년 이상의 사업기간이 필요한 중·장기 프로젝트를 연속적으로 발표했다. `일천만그루나무심기운동`, `한책 하나구미 운동`, `일천억원 장학기금 조성`, `구미 낙동강 7경6락 리버사티드 프로젝트`등이 대표적이다. 남 시장이 3선 동안 중·장기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12년 지난 현재 구미는 새로운 수식어를 얻게 된 것이다.뿐만 아니라 남 시장의 공약 이행률은 지난 6월 기준으로 95.7%에 이른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난 5월 29일 발표한 전국 시도지사 공약 이행률이 59.59%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이다. 12년 동안 구미의 수장으로 바쁜 길을 걸어온 남유진 시장을 만나 그의 남다른 행정철학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10년 중·장기 프로젝트 연속 추진회색도시·산업도시 이미지 탈피기업하기 좋은도시 구미로 성장박정희 우표 발행·역사관 건립 등비난 목소리에 애통… 바로잡을 것한책 하나구미 운동 11년째 이어교육·경제 등 지역발전 위해지역인재 양성으로 미래 투자 - 12년이라는 임기동안 많은 일을 해냈다. 성공 비결은.△선출직에 있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게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았다.구미는 역동적인 도시로, 산업규모도 크고, 민원도 많은 지역이다. 이런 지역의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시민들로부터 욕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처음 구미시장이 됐을 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산업다각화와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자 했다.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도시이미지의 변화가 필요했고, 그래서 중·장기적인 프로젝트들을 시작했다.대부분 10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였지만, 성공적으로 추진해 큰 성과를 이뤘다. 지금은 그 성과의 열매를 구미시민들에게 돌려드리고 있다.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지금은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땅만 준다고 기업이 들어오는 시대가 아니다. 직원들이 와서 살 수 있는 정주여건이 되어야 한다. 난 그런 조건을 만들어 놓았다. 그건 기업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시민들을 위한 것이다.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모여 큰 틀을 구성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췄다.- 정권이 바뀌면서 구미가 추진하고 있는 여러 사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떻게 대처해 나갈 생각인지.△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구미가 딱히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 진행하는 추모 사업에 대해 좋지 않은 여론이 일고 그로 인한 여러 폐해들이 생기는 것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우정사업본부가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을 취소한 일은 잘못된 처사로, 지금 그 일을 바로 잡기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박정희 역사자료관 건립을 두고도 구미시가 우상화를 한다느니 하면서 말들이 많다.하지만 이 사업은 영호남 화합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4년 3월 동서화합포럼에 참석한 당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 등 25명이 논의해 결정한 사업이다. 구미에는 200억원을 들여 박정희 역사자료관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전남 신안 하의도에는 719억원을 들여 삼도대교를 건설하기로 한 것이다.삼도대교는 지난 6월 27일 개통됐고, 박정희 역사자료관은 11월 착공될 예정이다. 동서화합을 위해 시작된 이 사업들을 가지고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특히 지역에서 이 사업을 두고 우상화란 말이 나오는 것에 가슴이 아프다.이뿐만이 아니다. 새마을운동도 마찬가지이다. 새마을운동은 유네스코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구미시는 앞으로도 국민 모두가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고 새마을운동을 문화유산으로 보존,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또 잘못된 시류에 절대 편승하지 않고, 묵묵히 옳은 길을 가도록 하겠다.- 교육 인프라 구축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추진했다. 이유가 무엇인지.△구미시장에 처음 취임했을 때 내건 슬로건이 `명품도시 구미`였다. 명품 도시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선제조건이 교육환경이다.여기서 교육환경이라는 것은 좋은 대학에 학생을 많이 보내는 학교와 학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남녀노소 누구나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쉽게 배울 수 있고, 책과 문화를 가까이 할 수 있는 도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즉 인문학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인간의 기계상이 한계점에 다다른 이 시점에서 인문학으로 그 문제를 풀어야 하기에 인문학을 위해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다.그 첫번째가 바로 `한책 하나구미 운동`이다. 올해로 11년째 진행되고 있는 이 사업에 23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또 누구나 쉽게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서관 건립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공공도서관 7개, 작은도서관 2개, 새마을 문고 39개로, 인구 40만명 이상 지자체 중 전국 열람석 1위, 장서보유 전국 3위의 도서관 도시로 부상했다. 최근 캐나다 뉴마켓시와 조인해 야외 도서관인 `스토리 팟`도 개관했다.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기금 조성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2008년 1천억원의 장학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구미시장학재단을 설립해 현재 300억원이 넘는 기금을 조성했다. 지금까지 총 1천114명에게 20억2천100만원을 지급했고, 서울 구미학숙을 운영하고 있다.일부에서는 무상급식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학교교육예산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구미만큼 교육예산을 많이 지원하는 곳은 드물 것이다.조례상 학교지원관련 예산 지원율은 지방세수입의 5% 이내로 하도록 되어 있지만, 지금까지 매년 7%를 지원해 왔다. 올해만 따져봐도 조례상으론 170억3천700만원을 지원해야하지만, 실제로는 295억700만원을 지원하게 된다.지역 인재에 대한 투자가 결국 지역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 앞으로도 지역 인재 양성에 매진할 계획이다.-최근 구미 경제에 좋은 소식이 많이 들리고 있는데.△사드 파동을 둘러싼 중국의 보복조치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국내 정치불확실성 등으로 경제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구미지역 수출 실적이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올해 9월 현재 구미시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13.9% 증가한 206억달러, 수입은 15.2% 증가한 83억달러, 무역수지는 13% 증가한 123억달러를 기록했다.특히 이 기간 구미국가산업단지 수출액은 28억5천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억3천300만달러보다 34%나 증가했다.구미시가 그동안 경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구미시는 산업다각화와 경제영토확장, RD(연구·개발) 인프라 확충, 국제도시간 경제네트워크 구축, 투자유치 기반시설 확충 등에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이러한 노력으로 2005년 835개였던 기업체가 2017년 상반기 2천167개로 늘어났고, 인구도 2006년 38만6천여명이던 것이 올해 9월 기준으로 42만여명으로 늘어났다. 구미가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춘 셈이다.또 최근 일본 도레이사가 구미에만 5천150억원을 투자함으로써 구미는 탄소산업의 메카로 자리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구미시장으로서 가장 보람됐던 일과 앞으로의 계획은.△가장 보람된 일이라면 님비현상을 해결한 것이다. 주민 기피시설인 장사시설, 쓰레기 소각장과 매립장을 임기동안 마무리한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물론 주민들의 협조와 이해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문제해결을 위해 끊임없는 대화가 성공의 방법이었다.주민들과 만나 대화하고 또 대화를 나눴다. 그 결과 하루 하루 200t을 소각하고, 50t을 재활용 선별할 수 있는 구미시 환경자원화시설을 갖추게 됐다.또 3차 연소 공해방지시스템을 갖춘 최첨단의 구미시추모공원은 공개모집에서 개원까지 4년이라는 최단기간을 기록하며 전국 명품 화장시설로 탄생했다.현장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앞으로의 계획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눈 앞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지역 발전을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남유진 구미시장 프로필1953년 구미에서 태어나 서울대 철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조지타운대 공공정책대학원을 수료했다.제22회 행정고등고시 출신으로 경북 청송군수, 내무부장관 비서실장, 대통령비서실 행정수석실, 정무수석실 행정관, 국가청렴위원회 홍보협력국장 등을 역임했다.2006년 구미시장에 당선돼 지금까지 시장으로 지내면서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공동회장과 경북 시장군수협의회 회장을 맡았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7-10-30

고순도 공업용수 중앙공급체계 구축 추진, 구미산단 발전 모색

기업에 저비용·안정적 용수공급제품 경쟁력 강화·기업투자 유치로제2 구미산업 활성화 기대□ 구미시만의 특화된 전략최근 도시마케팅에 문화적 요소가 중요하게 부각되면서 구미시는 그동안 산업도시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특히, 도심을 가로지르는 37㎞구간의 낙동강 둔치를 개발함에 있어 지역적 특성을 살리고, 기존 관광자원과 연계할 수 있도록 농촌지역, 보호지역, 도심지역으로 나눠 구미만의 특화된 전략을 구상했다.강변을 따라 동락, 양호, 지산, 해평, 강정, 구미보, 옥성지구를 7대 특화지구로 지정하고, 남구미, 비산, 구미보, 선산, 도개, 옥성지역에 6대 수변시민공원을 조성하는 7경 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를 오는 2025년까지 총 660억원을 들여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45% 정도 진행됐다.구미시는 우선 평균 연령 33세라는 젊은 도시라는 특성에 맞춰 도심지역에 다이나믹한 수상레포츠 체험공간과 가족단위의 체험테마공간을 조성했다.수상레포츠체험센터를 준공해 윈드서핑, 카약, 카누, 수상자전거 등 다양한 수상레저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카라반 등을 이용한 오토캠핑장도 만들어 서로 연계가 가능토록 했다. 또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테마공원, 키즈놀이터, 물놀이장을 마련해 가족단위의 체험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또 여가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중·장년층의 여가생활을 위한 실버그린볼파크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18홀 규모의 파크골프장도 조성할 계획이다. 여기에 도심경관을 위해 낙동강 교량 4곳과 강변둔치, 산책로 등에 LED경관조명을 설치하고, 음악분수, 고사분수 등을 설치해 야간에도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 낙동강에 IT기술을 입히다구미시는 국내 최대 전자·IT산업도시인 만큼 낙동강에도 그 기술을 접목시켜 구미만의 낙동강 신(新) 전략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시가 추진한 7경 6락 리버사이트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수변공원과 체육시설에 지역 기업이 개발한 웨어러블/스마트기기에 대한 실증 테스트베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수변공원과 체육시설에 각종 센서 등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지역기업이 개발한 웨어러블 및 스마트기기 신제품을 지역주민들에게 임대해 실제 활용을 통한 제품 실증 테스트를 함으로써, 기업들은 신제품에 대한 실증 테스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내외 바이어들에게도 쉽게 체험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시민들은 첨단 신제품을 활용한 건강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이 사업은 시민들이 임대한 첨단기기 장비를 착용하고 운동이나 레저활동으로 인한 테스트 정보를 통합관리센터에서 받아 건강 상태를 진단, 분석하는 헬스케어와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테스트 결과는 지역기업과 시민들에게 통보하는 사업이다.시는 시스템 구축과 기술개발에 대략 5년 정도의 시간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구미산업의 성장 동력이 되다 구미국가산업단지는 풍부한 수량과 수질이 깨끗한 낙동강이 있었기에 발전 가능했다.80~90년대 한국 경제를 이끈 전자산업과 반도체는 물론, 2000년대의 휴대폰과 TV 등도 낙동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자산업 등이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구미시는 낙동강을 이용한 국가산업단지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바로 낙동강 물을 고순도로 처리해 국가산업단지에 공급하는 `고순도 공업용수 중앙공급체계 구축`사업이다.세계 고순도 공업용수 사업은 2010년 29조원에서 2025년 68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도 2010년 1조1천억원에서 2020년 1조7천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대부분 다국적 물 기업이 위탁·운영을 맡고 있고, 설계분야 역시 외국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구미국가산단의 경우 LG디스플레이, LG전자, 도레이첨단소재, 매그나칩반도체, 아사히글라스 등이 자체적으로 설비를 구축해 고순도 공업용수를 사용하고 있다.구미시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고순도 공업용수 시설을 구축할 경우 별도의 부지 마련과 운용 인력 등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점과 전문성 부족으로 안정적인 고순도 공업용수 공급이 어렵다고 보고, 구미산단 5단지에 국내 최초로 고순도 공업용수 중앙공급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시는 중앙공급체계가 구축되면 기업들의 중복 투자를 방지할 수 있고, 고품질의 고순도 공업용수를 저비용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됨으로써, 제품 경쟁력 강화와 기업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특히, 이 사업은 특정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킴으로써 혼합물을 분리하는 `멤브레인`기술을 가진 기업들에게는 또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구미시 관계자는 “낙동강은 구미를 첨단산업도시로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개발된 낙동강 둔치는 구미에게 관광자원으로서 또 다른 먹거리를 제공하고, 국가산단5단지에 구축되는 고순도 공업용수는 제2의 구미산업 활성화를 이끌게 될 것”이라며 “낙동강은 구미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도 같다. 정말 소중히 아끼고 보존해야 할 보물이다”고 말했다.▲ 정성균 구미수상레저 대표이사정성균 구미수상레저 대표이사 인터뷰무동력 스포츠 시설 갖춰깨끗하고 즐거운 수상레저 제공“낙동강은 개발과 보존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곳입니다”지역에서 수상레저의 대부로 불리는 정성균(46·사진) 구미수상레저 대표이사의 첫 마디다.정 대표는 “구미시가 추진하고 있는 낙동강 7경 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는 구미시민들에게 축복이 될 것”이라며 “이 사업이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그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문제점들도 많이 발생했지만, 구미지역은 수혜를 입은 지역이다”며 “녹조나 이런 문제점이 없어 불어난 수량으로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고, 이와 연계된 수상레저 산업들이 구미로 들어오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구미는 동력을 이용한 수상레저를 하지 않는다. 카누와 윈드서핑과 같은 무동력 수상레저만을 고집함으로써 수질오염을 미연에 방지해 깨끗한 환경에서 시민들이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내륙지역이다”고 덧붙였다.정 대표는 처음부터 무동력 수상레저에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무동력은 경제성이 떨어져 사업에 뛰어들 업체가 별로 없을 것으로 판단해서다.그는 “사실 무동력은 업체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내 수상레저 동호인 대부분이 동력 위주로 되어 있다보니 무동력은 경쟁력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무동력 수상레저 찬성론자가 된 것 남유진 구미시장을 만나고 나서부터다.정 대표는 “구미시가 무동력 수상레저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시장 면담을 요청했었다”며 “시장을 설득해 동력 위주의 수상레저로 바꾸기 위해서였는데 오히려 내가 설득을 당했다”고 했다.남 시장이 낙동강은 개발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보존이 더 우선시 되어야 한다며 설득했기 때문이다.정 대표는 “지역 수상레저 부분에서는 그래도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살아 온 나였지만, 수상레저도 깨끗한 강물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말에 더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었겠나”면서 “개발도 좋지만 깨끗한 강이 되도록 지키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 생각하고 이제는 낙동강 지킴이로서 살아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정성균 구미수상레저 대표는 일반조종면허1급, 요트면허, 소형선박(해기사)면허, 윈드서핑 지도자, 카누 지도자, 인명구조요원, 스쿠버다이빙 강사 등 수상레저와 관련된 자격증만 19개를 보유한 베테랑으로, 현재는 일반조종, 요트의 경북시험관으로 활동하고 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끝

2017-10-27

계절별 특색있는 해양·산악 관광 프로그램으로 세계인 유혹

배는 말 그대로 만경창파(萬頃蒼波) 위에 떠있었다. 거짓말처럼 바로 코앞에서 포말을 일으키며 고래 한 마리가 뛰어올랐다. 고교 시절 읽었던 허먼 멜빌(Herman Melville·1819~1891년)의 소설 `모비 딕`이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등장하는 고래만큼 거대하지는 않았지만, 얼핏 보기에도 몸길이가 20m는 넘을 듯한 제법 큰 녀석이었다.배에 탄 호주 초등학생들이 “서프라이즈(Surprise)!”라는 감탄사를 연발한 건 물론이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70대로 보이는 은발의 노부부 또한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놀라움의 순간은 몇 분의 사이를 두고 반복됐다. 배의 오른편에서 헤엄치던 고래가 바다 아래로 사라진지 후, 이번엔 왼편에서 아까보다 더 큰 고래 2마리가 나타났다. 배에 오른 관광객들이 자기들을 만나러 온 것을 아는 양 어른 키만한 커다란 꼬리를 흔들며 자맥질을 반복하는 고래들. 현실이 아닌 동화 속 풍경 같았다.포항 인구 절반의 도시 `선샤인코스트`고래 관찰 등 다양한 해양관광 제공화산 용암지형 `글래스하우스 마운틴`독특한 풍경·체험관광으로 인기글 싣는 순서1. 포항 관광산업의 현주소2. 골드코스트가 여행자를 매료시키는 이유3. 글래스마운틴과 선샤인코스트가 선사하는 즐거움4. `해양관광의 메카` 부산을 가다5. 포항이 만들어가는 관광도시의 미래 ◆ 고래를 만나러 `선샤인코스트`에 가다 호주 선샤인코스트(Sunshine Coast)는 푸른 바다 위에서 매혹적인 고래의 유영을 관찰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으로 유명한 곳이다.1~2시간 정도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 무료로 제공되는 홍차와 과자를 먹으며 거대한 고래의 귀여운(?) 재롱을 즐길 수 있는 선샤인코스트의 `고래 관찰 체험프로그램`에 지불되는 비용은 100AUD(한국 돈 8~9만원) 정도.퀸즐랜드주(州)의 주도인 브리즈번에서 북쪽으로 96km 지점에 자리한 선샤인코스트의 인구는 약 30만 명. 포항 인구의 절반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사는 크지 않은 도시다. 그럼에도 계절마다 특색 있는 관광 프로그램이 준비돼 이를 즐기려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애초 선샤인코스트는 북부의 누사시(市), 중부의 마루치시, 남부의 칼론드라시로 구성돼 있었다. 2008년엔 이 도시들이 합쳐져 선샤인코스트시(市)가 됐다.선샤인코스트의 매력은 바다에 서식하는 `고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관광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동물원, 오지 월드, 언더워터 월드, 빅 파인애플 공원과 마제스틱 극장 등도 여행자들의 호평을 받는 관광지다. 호주는 한국과 달리 12월과 1월이 무덥다. 이 시기에는 선샤인코스트 곳곳에서 나이트마켓이 열려 `한여름 밤의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다.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 입김을 내뿜는 게 아니라, 수영복을 입고 차가운 샴페인을 마시며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는 것이다.선샤인코스트 `관광의 핵심`이라 불리는 지역은 북부 누사헷즈다. 이곳에서는 수영과 서핑 등 다양한 해양관광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해변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그레이트샌디 국립공원에선 승마와 낙타 타기도 할 수 있기에 연중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다. 또한, 누사헷즈는 모험심 가득한 청년들이 선호하는 `프레이저섬 투어`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 볼 때마다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는 풍경브리즈번에서 1시간 30분 가량을 자동차로 달려 고래 관찰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선샤인코스트 부두에 도착하니 점심을 먹을 시간이었다.우연이었을까? 출입문을 열고 들어간 식당의 운영자가 한국인 부부였다. 초밥과 간단한 면 요리를 판매하는 그곳에서 물었다.“가까운 거리에서 고래를 볼 수 있다는 것 외에 또 어떤 매력이 선샤인코스트에 있나요?”호주에 정착한지 10년이 넘었다는 부부가 환히 웃으며 답을 해줬다.“파도타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길 파라다이스라고 불러요. 해변이 근사한 것은 물론이고, 서핑을 하기에 적절한 파도가 서퍼(Surfer·파도타기를 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죠. 끝이 보이지 않는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경치는 매번 봐도 볼 때마다 새롭고 놀라워요. 고래를 만나고 돌아오면 배를 타고 나가 낚시도 한 번 해보세요. 한국에선 보기 힘든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기자를 포함한 50여 명의 승객을 싣고 고래를 보러 나갈 배를 기다리는 동안 선샤인코스트에서 25년째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밀러(52) 씨를 만났다. 맑은 공기와 눈부신 햇살 아래서 스트레스 없이 살기 때문일까? 그는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였다.“보석처럼 빛나는 바다와 최고의 경관을 하늘로부터 선물 받은 도시”라고 선샤인코스트를 치켜세운 밀러 씨는 ◆관광객과 함께 호주 사람들도 사랑하는 누사헷즈 해변 ◆기묘한 풍경을 자랑하는 알렉산드라 헤드랜드 ◆카란드라 킹스비치 ◆자유스러움이 넘쳐나는 알렉산드리아비치 등을 `꼭 돌아봐야 할 선샤인코스트의 주요 관광지`로 추천했다. ◆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 흥미로운 프로그램”“여러분, 이제 고래를 보러 출발합니다”라는 선장의 안내 방송과 함께 서서히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승객 모두가 기대감에 들뜬 표정이었다.사실 고래를 10~20m 앞에 두고 관찰한다는 건 BBC나 NHK의 자연·생태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에게나 허락된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렇기에 선샤인코스트의 `고래 관찰 체험프로그램`은 여행자에게 흔하지 않은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고 말해도 좋다.시드니(Sydney)에서 남편, 아들과 함께 선샤인코스트를 찾았다는 에밀리(34) 씨는 “호주는 나라 전체가 바다에 둘러싸인 섬이죠. 하지만, 어디서나 고래를 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헤엄치는 고래를 보는 건 정말이지 드문 일입니다. 잊을 수 없는 흥미로운 광경이네요. 마치 근사한 생일선물을 받은 느낌입니다”라며 파도에 흔들리는 배 위에서 아들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34년을 살아온 엄마에게도 흔치 않은 경험이었으니, 아들 마틴(6)에게는 분명 처음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자기보다 수백 배가 큰 거대한 동물이 청옥색 물보라를 튀기며 수면 위로 솟구쳤다가 바다 깊숙한 곳으로 사라지는 광경을 본 것이. 엄마 뒤에 몸을 숨기고 본 신비한 고래의 점프. 마틴의 푸른 눈동자에 새겨진 기억은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게 분명했다. ◆이곳은 조그만 유럽? 글래스하우스 마운틴선샤인코스트를 둘러보기 전 들른 글래스하우스 마운틴(Glass House Mountains)은 호주의 해변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내륙의 관광명소다.영국 여왕의 총애의 받은 `위대한 탐험가` 제임스 쿡(James Cook·1728~1779)이 이름을 지었다는 글래스하우스 마운틴은 화산의 용암이 냉각되며 형성된 독특한 지형으로 방문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곳의 높고 낮은 화산 봉우리들은 호주 관광의 빼놓을 수 없는 자산이다.호주관광청에 따르면 `글래스하우스 마운틴 안내센터`에서는 다양한 현지 상황과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글래스하우스 마운틴 내에 자리한 메이플톤(Mapleton)과 몬트빌(Montville)에선 프랑스나 스위스 등 서유럽 시골마을의 정겨운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울울창창한 숲이 우거진 조용한 산책로와 아기자기한 호주 공예품은 여성 관광객의 환호성을 불렀다.독일에서 왔다는 클라우디아(33) 씨는 “지난해 여행한 남부 프랑스 마을보다 더 예쁜 것 같다. 내일은 티브로가건 산(Tibrogargan Mount)에 올라 아름다운 풍경을 내려다보고 싶다”며 기념품점에서 구입한 팔찌를 자랑했다.선샤인코스트와 글래스하우스 마운틴을 방문하고 브리즈번으로 돌아오는 길. 자연이 준 환경에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것만이 문화관광산업의 활성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교과서적인 원칙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그날 밤, 기자는 선샤인코스트에서 본 고래를 타고 글래스하우스 마운틴 위를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다.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10-27

푸른 바다 지척에 두고 `구름에 달 가듯` 걸으리랏다

포항 영일만의 푸른 바다를 보면서 걸을 수 있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이 마침내 최근 개통됐다. 포항시 남구 청림동 일대에서 도구 해변을 거쳐 호미곶광장까지 백사장과 몽돌을 밟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파도 치는 바다 주변을 걷는 기분은 어떤 힐링보다 상쾌할 것이다. 그동안 포항시는 조성이 완료된 일부 구간을 개통했으나 최근 사업이 완료돼 모두 연결, 이제 하나의 코스로 `바다 트래킹`을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동해면 입암리 선바우~마산리 구간 시작으로 928번도로 따라 총 5개 구간 25.4㎞로 조성1~4코스까지 성인 걸음으로 5~6시간 걸려□ 바다 옆 산책로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비경해안선을 따라 25.4㎞로 조성된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지난 2015년부터 추진됐다.928번 도로를 지나는 호미둘레길은 과거 포항시내에서 호미곶 광장으로 가고자 지나다니던 구불구불한 도로 근처 해안을 따라 조성돼 있다.지난해 1월 동해면 입암리의 선바우부터 마산리 구간이 개통된 것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총 5개 구간이 조성돼 각각의 명칭을 지니고 있다.1코스는 `연오랑세오녀길(6.1km)`로 청림동에서 출발해 인근 해변과 도구해수욕장을 지나 임곡리 마을에 도달한다. 연오랑세오녀의 동네답게, 관련 설화가 벽화로 그려져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임곡리를 지나며 하나씩 만나는 영일만 호미반도 어촌마을의 소박한 모습은 마치 시골 할머니 댁의 풍경을 연상케 한다. 그렇게 추억에 잠시 젖었다가 곧장 길을 따라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 도달하면, 한눈에 푸른 동해안이 눈에 들어오는 광경을 접할 수 있다.2코스는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흥환해수욕장까지의 `선바우길(6.5km)`이다. 동해면 입암리 선바우 데크로드를 따라 하염없이 걸으면 전설이 깃든 하선대, 힌디기, 검등바위, 구멍바위 등을 볼 수 있다. 선바우길 가에는 드문드문 연보랏빛의 해국이 제철을 맞아 반갑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또한 입암리를 지나면 마을 담장에 아기자기하게 그려놓은 벽화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바짝 세워진 돌이란 의미의 `선바우`가 있는 이 길은 전체 구간 중 지난해 가장 먼저 개통해 이미 유명해진 곳이다. 다양한 기암이 있고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하선대, 힌디기, 검등바위, 구멍바위 등 여러 전설이 깃든 바위도 구경할 수 있다.3코스는 `구룡소길(6.5km)`로 천연기념물 제371호인 모감주나무 군락지인 동해면 발산리부터 호미곶면 대동배의 해변을 따라 장군바위, 힐링숲과 더불어 고려 충렬왕때부터 전해지는 용 아홉 마리가 등천했다는 구룡소가 있다.이어 4코스 `호미길(5.6km)`은 우리나라 해맞이 대표 명소인 해맞이광장으로 연결된다. 호미길로 가는 방향에서는 독수리 바위를 볼 수 있다. 오랜 풍화작용으로 바위의 형상이 독수리의 부리를 닮았다 해서 주민들이 붙인 이름이다. 옛날 청어가 뭍으로 밀려나오는 경우가 허다해 까꾸리로 끌었다는 `까꾸리개(갈퀴)`라 불리기도 한다.마지막 5코스는 `해파랑길(33.6km)`. 호미곶 해맞이광장부터 구룡포, 양포항, 장기 두원리 일대를 따라 해안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호미둘레길 1코스부터 5코스까지는 성인 걸음으로 대략 5~6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며 일출 혹은 일몰, 해안경관을 감상하며 일상에 지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동해안의 대표 힐링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걷기축제포항시는 지난 5월 `2017 우리나라 걷기여행길 활성화사업` 공모를 통해 국비예산을 지원받아 이번 축제를 준비했고, 이에 오는 28일에는 1만 명의 포항시민들이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호미반도의 깊어가는 가을 바닷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걷기축제`를 연다.이날 축제에서는 완주 스탬프 투어를 비롯해 캔·PET재생 다육이 화분만들기, 연오세오와 사진찍기, 자연정화 캠페인, 동글동글 몽돌해변 걷기, 해변에서 보물찾기, 축하·버스킹 공연, 경품추첨 등 가족들과 친구, 연인들이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공된다.걷기 코스는 남구 청림동 이날 오전 8시 30분 청림운동장에서 개회식 후 출발해 도구해수욕장, 청룡회관,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선바위, 하선대를 지나 흥환해수욕장 건너 흥환분교까지 가는 약 11㎞의 메인 걷기축제 구간 코스와 걷기매니아들을 위한 흥환해수욕장에서 4코스 호미곶광장까지 총 25㎞를 걷는 완주구간 코스로 나눠 진행된다.걷기 행사가 끝난 후에는 흥환분교 운동장에서 초청가수와 버스킹 공연이 이어지며 먹거리장터와 경품추첨이 준비돼 있다. 또한 참가자들의 교통편의 제공을 위해 도착지 호미곶광장에서 흥환분교, 청림운동장 집결지까지 셔틀버스가 운영될 예정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은 “한반도 지도상 호랑이 꼬리부분으로 국토 최동단의 위치적 강점을 활용해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을 대한민국 대표 걷기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지역 관광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경제 활성화는 물론 기존 관광명소와 연계한 더 나은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나가겠다”고 전했다.한편,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걷기축제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포항시 홈페이지 문화관광홈페이지(www.pohang.go.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사전 인터넷 참가접수도 가능하다. 또한 전화접수(054-270-2371) 및 행사 당일 현장에서도 참가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무료이다. [코스별 구간]▷1코스(연오랑세오녀길 6.1km) : 해병대 상륙훈련장과 도구해수욕장, 청룡회관,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을 연결하는 길.▷2코스(선바우길 6.5km) :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해안선을 지나 동해면 입암리 선바우 데크로드를 따라 전설이 깃든 하선대, 힌디기, 검등바위, 구멍바위, 장기목장성비, 흥환해수욕장을 연결하는 길.▷3코스(구룡소길 6.5km) : 천연기념물 제371호인 모감주나무 군락지인 동해면 발산리부터 호미곶면 대동배의 해변을 따라 장군바위, 힐링숲, 고려 충렬왕 때부터 전해지는 용 아홉마리가 등천했다는 구룡소가 있는 길.▷4코스(호미길 5.6km) : 옛날 청어가 뭍으로 밀려나오는 경우가 허다해 까꾸리로 끌었다는 까꾸리개(일명 독수리바위)와 해가 가장 먼저 뜨는 호미곶 해맞이광장을 연결하는 누구나 쉬게 걸을 수 있는 길.▷5코스(해파랑길 33.6km) : 호미곶 해맞이광장부터 구룡포, 양포항, 장기 두원리의 해안절경을 볼 수 있는 길./자료제공=하이기어/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2017-10-26

휴식·레포츠·교육·축제까지… 행복과 즐거움이 넘실넘실

7경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로승마장·캠핑장·수상레포츠 체험장 등새로운 관광명소 탄생체육대회·수상불꽃축제 등시민들이 즐기는 축제의장으로 거듭나□ 구미낙동강체육공원은 시민들의 휴식처구미시가 4대강 사업으로 한층 넓어진 낙동강 둔치를 활용하기 위해 제일 먼저 추진한 사업이 구미낙동강체육공원이다.2009년 3월 착공해 2012년 5월 7일 준공한 구미낙동강체육공원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과 별도로 국비 350억원을 들여 도심과 가까운 하천둔치에 산책로, 초화원, 체육시설, 생태습지 등 친수와 복원을 병행해 조성한 친수변 휴식공간이다.시는 구미낙동강체육공원이라는 명칭을 낙동강 구미지구 생태하천 준공에 맞춰 시민들의 공모를 통해 확정했다. 시민들이 사용할 공원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구미낙동강체육공원은 종합경기장 1면, 천연잔디 축구장 10면, 야구장 2면, 인라인스케이트장 1면, 인조잔디 풋살장 5면, 게이트볼장 4면, 농구장 5면, 배드민턴장 10면, 족구장 10면 등 9종 48면의 체육시설이 있다. 또 산책로 15㎞, 자전거도로 11㎞, 이벤트 공간, 피크닉장 등 시민 여가공간이 함께 조성돼 다양한 레포츠 활동과 휴식공간으로도 활용 가능하도록 했다.이용객들의 편익을 위해 자전거 대여소, 어린이 놀이시설, 주차장 800여면, 그늘막 30개소, 수목 1천여그루, 계절별 꽃길, 화장실 6동, 방범 무인카메라, 산책로 등을 조성했다.상류에 위치한 생태습지와 자전거도로 주변으로 조성된 계절별 꽃길은 시민들에게 큰 볼거리를 제공하고 어린이들의 자연학습교육장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구미낙동강체육공원은 조성한 2012년 첫 해 14만여명이 이용했다. 다음해에는 30만여명이 이용했다. 현재는 연 평균 50만~60만명이 찾고 있다.구미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시민들의 불편사항에 항상 귀를 기울였다.진입도로와 제방 연결부분이 협소하다는 시민들의 민원을 접수한 시는 2016년 8억원을 들여 낙동강 제방 연결구간 램프 개선 및 진입로를 확·포장하고, 제방 둑마루 유지관리도로(길이 600m, 폭 6m→12m)를 확장했다.진입로가 확장되면서 대형버스를 이용한 기업체와 단체 등의 행사가 늘기 시작했다. 봄, 가을에는 예약하기도 어려울 만큼 인기가 높아졌다.구미시는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구미낙동강체육공원을 발판으로, 오토 캠핑장, 물놀이장, 수상레포츠 체험센터 조성 등 7경 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 낙동강 둔치에 새로운 관광 명소 탄생구미시가 낙동강 둔치를 개발하면서 새로운 관광명소가 탄생하기 시작한다.기존에는 금오산, 천생산, 도리사 등의 한정된 관광지로 인해 증가된 레저, 관광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었다.하지만, 구미 7경 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 추진으로 인한 다양한 레저, 관광 시설이 도심 한 가운데를 지나는 낙동강 둔치를 중심으로 개발되면서 구미의 새로운 관광 명소들이 탄생했다.첫번째가 바로 2012년 옥성면 옥관리 낙동강변 9만여㎡ 부지에 조성된 구미시승마장이다. 이 곳에서는 낙동강을 한눈에 바라보며 승마를 즐길 수 있어 승마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구미시승마장은 1만5천㎡ 면적의 실외 승마장, 2만6천㎡ 면적의 실내 마장, 1천963㎡ 면적의 원형 승마장, 70칸의 마사를 갖추고 있다. 넓은 시설의 승마장에 낙동강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매년 학생승마선수권대회, 유소년전국승마대회, 시민참여행사인 구미낙동강 馬구마구 축제가 열리고 있다.특히, 馬구마구 축제에서는 馬구마구 승마체험, 馬구마구 로데오대전, 경기장(마방) 투어, 말편자 던지기, 낙동강승마길 걷기행사 등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매년 참여하는 가족단위의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두번째 관광명소는 낙동강체육공원 내에 마련된 구미캠핑장이다. 낙동강 7경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 일환으로 지난 7월 준공한 구미캠핑장은 8월 시범운영을 거쳐 9월 개장했다.총 7만1천300㎡ 부지에 카라반캠핑 10면, 오토캠핑 80면, 일반캠핑 80면 등 총 170면의 캠핑시설을 갖추고 있다. 부대시설로 화장실(5개소), 샤워장(6개소), 개수대(3개소)를 설치했으며, 젊은층의 통신편의를 위해 무료 근거리 무선인터넷망도 구축했다. 세번째 관광명소는 낙동강의 풍부한 수자원을 활용한 낙동강 수상레포츠 체험센터이다.지난해 8월 공사를 마친 낙동강 수상레포츠 체험센터는 관리동, 계류장, 샤워장, 회의실 등을 갖추고 카약, 카누, 패들보드, 윈드서핑, 레프팅보트 등의 무동력 수상레저 기구를 체험할 수 있다.지난해 6주간 진행된 무료체험교실에 약 2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면서 수상레포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구미시는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이들 관광명소와 더불어 앞으로 조성될 예정인 강바람 물놀이장, 짚라인, 번지점프 등을 연계해 가족테마체험 공간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 축제의 장으로 변신한 낙동강 둔치구미지역의 낙동강 둔치가 개발되면서 각종 축제와 체육대회의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낙동강변에서는 매년 구미낙동강 전국 수영대회, 구미낙동강 전국카누경기대회, 구미시장배 시민화합 레프팅(IBS) 대회, 대통령기 전국시도대항 조정대회가 열리고 있다.낙동강체육공원에서는 매년 리틀K리그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를 비롯해 각종 전국 단위의 체육대회가 열리고 있다.또 어린이부터 노인, 여성, 장애인 등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실버그린볼파크에도 전국에서 많은 동호인들이 찾고 있다.특히, 지난해부터 구미시가 주최하고 있는 구미낙동강 수상불꽃축제가 새로운 명품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구미 동락공원 강변 일대에서 열리는 수상불꽃축제에는 7만~8만명의 관람객이 몰리면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지난 9월에 열린 제2회 대회에는 국제 자매도시인 일본 오쓰시 관계자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수상불꽃축제에는 2만5천여발의 불꽃이 뮤지컬 형식으로 하늘과 강물에 수놓이면서 큰 찬사를 받았다.남유진 구미시장은 “구미시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낙동강으로 발전한 도시이다. 개발된 낙동강 둔치는 앞으로 구미시를 수상레포츠의 도시, 명품 관광의 도시로 만들어 줄 것”이라며 “구미 7경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해 낙동강이 구미시민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7-10-26

`소비자 이익이 곧 사회 이익` 스위스 국민기업 M의 철학을 배우다

저녁이면 어둠을 뚫고 아름다운 M자 모양의 오렌지색 형광 간판이 빛나기 시작한다. 스위스 최대의 유통업체 미그로스(MIGROS)의 간판이다.미그로스는 그야말로 스위스의 `국민 기업`이라고 불릴 만하다. 국민들로부터 그만큼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에서 미그로스는 오렌지로 통한다. 미그로스의 얼굴인 간판 색깔이 오렌지색이기 때문이다.소비자협동조합체이자 사회적경제기업`생산자-소비자 성실한 다리역할` 목표1925년 트럭 5대로 생필품 팔기 시작경제·생태·사회문제에 지속적 관여외국어·사진 등 사설 학원 설립해스위스 인구 700만명 중 200만명 이용매출의 1% 문화기금으로 적립공익적 문화사업 추진에도 열성오렌지색은 스위스와 인연이 있는 색채다. 기원전 100년경 오렌지색의 바위를 갈고 깎아서 만들어진 남부 요르단의 찬란한 암벽 도시 페트라.사방이 절벽으로 방어된 도시는 지하 왕국이 연상될 만큼 신비로운 모습으로 버티고 서 있다. 일몰이 다가오면 페트라는 황혼과 어울려 환상적인 오렌지 빛 색조의 향연이 펼쳐진다.아름다운 오렌지의 도시 페트라는 오랫동안 지상에서 잊혀 있다가 1812년 스위스의 한 젊은 탐험가에 의해 발견되면서 세상의 품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묘하게도 오늘날 스위스의 국민기업 미그로스도 밤이 되면 아름답고 신비한 오렌지색의 간판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그렇다고 밤에 영업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통상 평일에는 오후 8시, 토요일에는 오후 6시까지 영업이 이뤄지지만 늦은 밤까지 미그로스 간판 오렌지 M자는 스위스 전역에서 빛나고 있다. □ 대통령 이름은 몰라도 창업자 이름은 기억스위스 국민기업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미그로스는 소비자협동조합체이면서도 동시에 사회적기업의 여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사회적경제기업이다.많은 스위스사람들은 자기나라 대통령은 몰라도 미그로스의 창업자는 기억한다.2017년 스위스 대통령 도리스 로이타르트(Doris Leuthard)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기야 내각책임제 형태의 연방공화국인 스위스는 7명의 장관을 두고 있으며, 이들이 서로 돌아가며 국가원수인 대통령직을 1년씩 수행하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대통령 이름을 기억하기는 무리일 수도 있다. 우리와는 권력구조가 다르므로 이상할 것이 없다.그런데 웬만하면 미그로스의 창업자 고틀리프 두트바일러(Gottlieb Duttweiler, 1888~1962)는 기억한다. 후대에 구전되기도 하고 꾸준히 그에 대한 저서도 출간되기 때문이다.미그로스는 지금까지도 창업자의 철학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미그로스를 세운 고트리프 두트바일러가 브라질에서 운영하던 커피농장을 포기하고 자국 스위스로 귀국한 것은 1924년이었다.기후 등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1년 만에 백기를 들고 빈털터리로 귀국한 것이다.달리 당장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었다. 망연자실하면서 무엇인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되뇌곤 했다. 하염없이 취리히 호수만을 바라보기도 했다. 시작할 바엔 내 스스로가 무엇인가를 다시 시도해야 한다고 고뇌하던 어느 날, 그의 눈에 충격적인 사실이 들어왔다. 취리히에서 브라질산 커피가 지나치게 비싸게 거래되고 있었던 것이다.브라질에서 커피농장을 경영했던 그는 수송비 등 여러모로 아무리 따져 봐도 가격이 4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 놀라웠다.놀라움은 오기로 바뀌기 시작했다. 생산자-판매자-소비자의 유통 고리 어디에선가 비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그는 지나친 초과이윤은 생명이 짧다는 신념으로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정상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유통업체를 세우기로 결심한다. 오늘날 미그로스는 이렇게 탄생하기 시작했다.생산자와 소비자의 성실한 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스위스의 국민기업 미그로스는 1925년 8월 15일, 두트바일러의 생일에 탄생했다.소비자의 이익이 사회적 이익이고 기업이 진정한 사회적 공기(公器) 역할을 할 때 기업의 가치가 극대화된다고 믿는 그의 철학은 지금도 고스란히 계승되고 있다. 술과 담배를 팔지 않는다는 창업자의 영업방침역시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켜지고 있다. □ 매출 일정부분 공익적 문화 사업 등에 투자1925년 창업 당시 5대의 트럭으로 커피와 쌀, 국수, 카카오기름, 비누 등을 싣고 전국을 누비던 것이 오늘날 스위스 전역을 빛나는 오렌지색으로 밝히는 미그로스로 성장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스위스 최대 유통업체로 자리 잡은 지금도 미그로스는 수익성과는 무관하게 트럭에 물건을 가득 싣고 규칙적으로 시골과 오지 등지를 방문한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당시 중간 거래와 초과이윤을 줄이려는 전략은 생산자들로부터 광범위한 저항에 이르기도 했는데 고기, 우유, 초콜릿으로 시작하는 요즘으로 따지면 자체브랜드(private brand)를 개발하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도 했다.미그로스의 역사적인 사건은 1941년에 일어난다. 창업자가 개인 자산을 협동조합 출자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것으로 7만5천 명의 사람들에게 소유권이 넘어가 협동조합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이다.두트바일러는 사업체로서 성장하는 것 못지않게 경제와 생태, 사회 문제에 관여해야 하고 지속가능성이 담보되는 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위스에도 사교육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입시 과외 등을 떠올려서는 안 된다. 대부분이 개인의 취미나 여가 혹은 교양과 관련된 분야이다. 이 같은 사교육 분야를 공개념화한 사람이 바로 두트바일러이다.미그로스는 1944~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세계적인 화해와 평화를 위해서는 언어의 장벽을 부숴야 한다는 취지로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의 교육과정을 설립했다.원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강료를 받으면서 부족한 운영 자금은 업체의 수익금으로 충당해 나갔다.이것이 바로 유명한 스위스의 클룹슐레(klubschule)로 미그로스가 운영하는 사설 교육기관(학원)이다.지금은 각종 외국어 교육은 물론 댄스, 화초 가꾸기, 윈드서핑, 사진, 검도, 자동차운전, 헬스, 음악 연주 등 다양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스위스 인구 700만 명 중 연간 200만 명이 클룹슐레를 이용할 정도니 그 영향력을 상상할 수 있다. 완전 무료는 아니지만, 운영비의 일부를 충당할 정도의 수강료만 받는다.이후 미그로스 사업의 일정 부분을 문화·사회·정치·경제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협동조합의 의무라는 생각으로 매출의 1%를 문화기금으로 적립하고 문화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이것이 미그로스의 쿨투어프로첸트 (Migros Kulturprozent, 문화퍼센트)로 불리는 공익적 문화사업이다.오늘날 미그로스는 약 200만명의 조합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그로스는 유통업체뿐 아니라 10개 협동조합이 연합한 조직으로 성장했다.연합은 자회사 운영과 총판, 여행, 금융서비스, 네 가지 분야에 주력하고, 열 개 협동조합은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연합이 관여하지 않는다.유통업체 미그로스는 엄밀하게 얘기하면 조합중에서도 소비자협동조합의 성격을 띠고 있다.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이나 배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조합원의 이익이라면 유통업체 미그로스를 이용하는 정도이지만 조합원이 아니라도 누구나 미그로스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결국 조합원 자격이니 출자금이니 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누구나 원하면 미그로스의 조합원이 될 수 있고 총회에도 참석할 수 있는 그야말로 열려있는 사회적 국민기업으로 발전했다.이를테면 조합원 조직의 주체로서 조합원의 실체는 없이 경영자와 많은 직원으로 특별한 경영이 이뤄지는 형태를 띠고 있다고 보면 된다.미그로스는 1974년부터 무농약이나 자연농법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시작하는 등 지역 농가와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친환경 식품을 제공했으며 1997년에는 질은 그야말로 미약하게 낮지만 가격이 낮아 저소득층들이 마음 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저가 브랜드를 내놓기도 했다. □ 주목해야 할 미그로스의 성공요인협동조합이면서도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한 미르로스의 성장요인은 지금도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그중에서도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되면서 활발하게 사회적 기업들이 육성되고 있는 우리나라와 우리 중소도시에서 주목해야 할 것들이 있다.바로 사회적 기업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의식이다.미그로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유럽인과 스위스인들의 소비의식을 꼽기도 한다. 유럽인들의 소비의식은 미국이나 신흥 경제국들에 비해 나름대로 전통적인 가치관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고 있다.스위스를 비롯한 유럽인들은 미국을 청바지와 콜라 등 천민자본주의의 대명사로 인식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대량으로 생산하고 대량 소비하는 미국의 유통경영 방식, 인건비를 낮추고 오직 가격으로만 승부하는 미국식 경영과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합리적 경영과 정직으로 획득해야 하는 소비자로부터의 신뢰는 일반기업이나 사회적 기업 성공의 필수 요인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그러나 지역의 사회적 기업들이 주요 소비 고객층에 어떻게 다가가고 무엇을 어필해야 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분야임을 미그로스가 말하고 있다./권기웅기자 presskw@kbmaeil.com자료제공=김부환 유럽경제문화연구소장

2017-10-24

구미의 젖줄 `더 가까이, 더 친근하게`… 최고 명품 수변도시 도약

시민 아이디어 총 165건 접수7개 특화지구·6개 수변공원 등낙동강 둔치 8.7㎢ 테마공원 조성 추진□ 시민들이 원하는 수변시설 조성구미시는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의 한층 넓어진 강폭과 둔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모색했다.낙동강 구미구간은 총 39㎞로, 사용가능한 둔치 면적은 습지 등 보전지역 12㎢를 제외하고도 8.7㎢(263만평)에 달한다. 고민을 거듭하던 시는 낙동강 둔치를 생태보존과 개발이라는 환경친화적 계획에 대해 시민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결정한다.지난 2011년 11월 18일부터 2012년 1월 31일까지 총 75일간 구미시민을 대상으로 `낙동강 수변공간 활용 아이디어`공모를 진행해 총 165건의 제안을 받았다.시민들은 수변레포츠 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가장 많이 제시했다. 또 번지점프, 열기구, 테마수영장, 암벽등반코스, 레일자전거 등 다양안 방안을 내놓았다. 문화예술시설에 대한 요구도 많았다. 야외공연장, 수상아트홀, 놀이공원, 아쿠아랜드 등 여러 제안이 나왔다. 생태체험이 가능한 체험학습장, 습지공원, 수목원 등 휴양공간도 원했다. 이밖에도 수상레저 조정면허 시험장, 시뮬레이션장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접수됐다.구미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낙동강 둔치를 활용하는 사업 기본안을 만들어 나갔다. 그 결과가 바로 구미시가 현재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구미 7경(景) 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이다.□ 구미 7경 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구미시는 사용가능한 낙동강 둔치 8.7㎢에 대해 수변레저 테마공원을 조성하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다양한 친수레저시설을 보완하기로 결정한다.이를 위해 시민이용 패턴과 주변 배후지역 토지이용 특성을 고려해 농촌지역, 보호지역, 도시지역으로 나눠 6대 특화전략의 큰 틀을 구상하고, 이를 구체화 하는 7대 특화지구(7景), 6대 수변시민공원(6) 조성이라는 지구별 특화계획을 수립했다.구미를 가로지르는 낙동강 줄기를 따라 수변 레저문화와 친환경 여가생활이 가능한 공간을 조성해 `개발`과 `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 구미시의 전략이다.구미시의 이러한 전략으로 만들어진 `구미 7경 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는 낙동강 둔치를 문화·휴식·레저·관광을 연계한 수변공간으로서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친환경적으로 장래 계획성 있게 낙동강을 가꾸어 나가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구미 7경 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는 동락, 양호, 지산, 해평, 강정, 구미보, 옥성 등 7개 특화지구와 남구미, 비산, 구미보, 선산, 도개, 옥성 등 6개 수변시민공원으로 나눠 2025년까지 3단계로 걸쳐 추진되고 있다.수변시민공원 조성 특화 전략은 △윈드서핑, 카누, 조정 등 수상레포츠 체험공간 조성 △물놀이장, 오토캠핑장 등 가족테마 체험 공간 △다양한 레포츠 시설 도입과 공간 조성 △익스트림 체험을 위한 공간 조성 △낙동강 인접지역의 낙후된 경관 개선 △둔치 내 쾌적한 쉼터 공간 조성 등이다.구미시는 현재 230억원을 들여 1단계 사업으로 △낙동강 수상레포츠 체험센터 △구미 캠핑장 △낙동강 체육공원 △낙동강 실버그린볼파크 △강바람 물놀이장 등을 조성했다. 이어 2단계 사업은 2020년까지, 3단계 사업은 2025년까지 총 660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고의 수변공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계획과 시행 점검을 동시에 진행구미시는 내륙 최대의 명품수변도시를 건설한다는 목표로 `구미 7경 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라는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면서 동시에 낙동강 둔치를 활용하는 여러 정책을 함께 펼치면서 계획과 시행 점검을 동시에 진행했다.우선 구미 낙동강이 수상레포츠를 하는 데 있어 아무런 문제점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지난 2012년 8월 구미대교 인근에서 전국 최초로 조정·카누 대회 동시에 개최했다.2012 전국 수상스포츠대회는 27개 읍면동 대항 용선대회를 시작으로, 제28회 대통령기 전국 시도대항 조정대회(8개부 34종목), 제6회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배 전국카누경기대회(8개부 83종목)를 개최해 구미의 낙동강이 수상스포츠에 최적지임을 입증했다.구미시는 이 대회를 계기로 2015년에도 동락공원 옆 낙동강둔치에서 전국의 카누 선수와 동호인 600여명이 참여하는 `2015 구미낙동강 전국카누경기대회`도 개최했다.구미 낙동강이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최적지임이 증명되면서 구미시는 매년 낙동강 전국수영대회와 회장배 전국 카누경기, 시민화합 레프팅대회, 전국 시도대항 조정대회 등을 개최해 오고 있다. 또 수상스포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를 높이고, 저변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시는 구미시 낙동강 수상레포츠 체험센터가 조성되기 전부터 조정, 카누, 딩기요트, 원드서핑, 래프팅, 수상자전거 등 다양한 수상기구 체험행사를 통해 시민들이 수상레포츠라는 새로운 레저문화를 체험토록 했다. 수상스포츠가 열릴 때마다 시민들에게 무료로 수상기구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직접 수상레포츠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제공해 왔다. 지난 2013년 구미시 해평 청소년수련원 수상훈련장에서 23일간 1천여명의 시민들에게 무료로 `2013 낙동강 수상레포츠교실`을 운영해 좋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수상레포츠 도시로 자리매김구미시 낙동강 수상레포츠 체험센터가 완공된 이후 개장하기 전 시민들에게 카약, 패들보드, 래프팅보트 등 다양한 수상레포츠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시는 2천여명의 체험자를 대상으로 안전교육과 패들링 교육 후 카약, 카누, 패들보드, 고무보트 등 다양한 수상기구를 체험토록 하면서 단 한건의 수상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체험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민들의 구미시 낙동강 수상스포츠 체험센터 이용 만족도가 `매우 높음`으로 조사되기도 했다.특히, 시민들은 구미시가 추진하는 수상레포츠가 모두 무동력이라는 점에 큰 찬사를 보냈다.낙동강 수질에 어떠한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남유진 구미시장은 “구미 7경 6락 리버사이드 프로젝트에는 환경을 훼손하고 수질 오염이 우려되는 계획은 일체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아름다운 낙동강을 구미시민과 함께 만들어 후세에 남길 유산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7-10-20

광활한 해변에 레포츠·쇼핑천국… 세계인 발길 잡는 명품 관광도시

브리즈번(Brisbane)에서 출발한 차는 남쪽으로 향하는 도로를 달렸다. 정체구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원스런 질주. 한국과는 반대인 호주의 계절. 9월 중순은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청명한 시기다.열어둔 차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투명한 햇살에 눈이 부셨고, 불어오는 바람에선 달콤한 체리 냄새가 났다. 1시간을 조금 넘게 달렸을까?이윽고 골드코스트(Gold Coast)가 사파이어 빛깔의 매혹적인 웃음을 드러냈다. 일단 그 엄청난 규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끽해야 2~3km의 백사장만을 보아온 기자에게 총연장 30km에 이르는 골드코스트의 해변은 현실이 아닌 `상상 속의 공간`처럼 느껴졌다.쭉 뻗은 직선도로 한편으론 수십 층의 고층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섰고, 반대편으론 아득한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지는 도시. 첨단의 건축 기술과 원시의 바다가 어색하지 않게 공존하는 골드코스트는 재론의 여지없이 매력적인 관광지다.글 싣는 순서1. 포항 관광산업의 현주소2. 골드코스트가 여행자를 매료시키는 이유3. 글래스마운틴과 선샤인코스트가 선사하는 즐거움4. `해양관광의 메카` 부산을 가다5. 포항이 만들어가는 관광도시의 미래4개 市 연합도시 `골드코스트`깨끗한 해변과 다양한 음식들 유혹치안상태 좋고 인종차별 없어 ◆“바람아 불어라, 우리는 파도를 탈 것이다”골드코스트는 북쪽 사우스 포트에서 시작돼 서퍼스 파라다이스와 벌리헤즈, 쿨랑가타 등 4개 시(市)로 형성된 연합도시를 지칭한다. 앞서도 말한 것처럼 퀸즐랜드주(州) 남동쪽으로 30km에 걸쳐 있는 세계적 관광도시다.골드코스트를 찾은 날은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한국이라면 어깨를 움츠릴 수도 있는 날씨. 그러나, 해변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바람 따위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파도타기를 즐기려는 것인지 서핑보드를 들고 해변으로 내려선 스코트(23) 씨는 “물놀이를 즐기기엔 추운 날 같다”는 기자의 말에 “이것보다 더 센 바람이 부는 날에도 파도타기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서핑을 하다보면 바다에서도 땀을 흘리게 됩니다. 그거 알고 있어요?”라며 웃었다. 역삼각형으로 잘 발달된 상체가 매력적인 청년이었다.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이 투 마마`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삶이란 1분 앞도 예측이 불가능한 파도타기와 같은 것이다. 그러니, 웃으며 물결에 몸을 맡겨라.” 비극으로 치닫는 인생 앞에서도 낙관을 잃지 않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룬 멕시코 영화를 호주의 해변에서 떠올리게 될 줄은 몰랐다. 그렇다. 누구도 1분 앞의 생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생은 아름다울 수 있는 게 아닐까.골드코스트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고 외치며 파도에 몸을 맡기는 젊은 관광객들만 있는 건 아니다. 나이 지긋한 은발의 노인 커플도 느긋하게 해변을 산책하고, 인형처럼 예쁜 아기들도 장난감을 들고 거리와 바닷가를 종종거리고 있었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 이토록 넓은 해변에 쓰레기 하나 없다니…골드코스트에선 서핑과 수상 오토바이, 스피드 보트 등의 역동적인 해양레포츠는 물론, 호주의 매력이 듬뿍 묻어나는 기념품과 젊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세계 각국의 명품 쇼핑도 즐길 수 있다. 서퍼스 파라다이스 캐빌 애버뉴는 `쇼핑의 천국`이다. 쇼핑몰과 기념품 가게, 명품숍이 줄줄이 늘어서있다.식당에서 만난 한 호주인은 “사람들이 몰리는 여름철이면 비키니를 입고 레스토랑에서 바닷가재 요리를 먹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먹을거리 측면에서도 골드코스트는 각광받는다. 유럽 각지에서 일하던 요리사들이 대거 포진한 해변 인근 레스토랑에선 신선한 해산물과 육질 좋은 쇠고기로 만든 수십 수백 가지 음식이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동행한 통역자는 “요즘은 일본산 와규(和牛)로 만든 스테이크가 인기”라고 귀띔했다.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후 다시 해변을 돌아봤다. 왼쪽으로 봐도 끝이 보이지 않고, 다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모래밭의 끝이 어디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거대한 사막 같은` 해변.그 광대한 백사장에 담배꽁초 하나, 빈 과자봉지 하나 보이지 않았다. 깨끗한 해변을 유지하는 데는 시민의식도 작용했겠지만, 골드코스트시 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있지 않았을까.자연이 선물한 관광자원에 환경 유지와 개선의 노력을 더하는 것. 골드코스트 공무원들과 호주 정부는 어떤 것에 신경을 써야 세계의 여행자들이 자신의 나라로 몰려들 것인지 이미 잘 알고 있는 듯했다. ◆ 관광객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호주 사람들 서서히 해가 저무는 골드코스트. 파도타기를 끝내고 모여 앉아 즐거운 수다삼매경에 빠진 청년들이 가득한 레스토랑 한 곳에 자리를 잡고, 해산물 요리를 주문했다. 해변의 석양에 어울리는 스파클링 와인(Sparkling Wine)도 한 병 청했다.이곳에서 1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마크(48) 씨는 “어떤 매력이 골드코스트에 있기에 수많은 관광객이 여기를 찾아오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아래와 같은 답변을 들려줬다. “아름다운 경관과 매력적인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게 부정할 수 없는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나라가 오스트레일리아다. 일단 치안상태가 좋다. 여성 혼자 여행한다고 해도 위험을 느끼는 경우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민족과 인종으로 구성된 나라다. 그렇기에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이나 차별도 거의 없다. 물론, 소수의 백인우월주의자도 있지만, 그건 지극히 일부다. 또한, 만나봐서 알겠지만 호주 사람들은 느긋하고 친절하다.(웃음) 거기에 맛있는 요리 또한 가득하니 여행자가 끊이질 않는 것 아니겠는가.” 적당한 포만감과 취기 속에서 골드코스트를 떠나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거대한 바다 아래로 진홍빛 태양이 숨어들고 있었다.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석양이었다. 루비(Ruby) 수만 개가 동시에 반짝이는 듯한 풍경. 그 아래 선다면 가슴 안 열정이 식어버린 중년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았다. ◆ 골드코스트 못지않은 매력적인 도시 브리즈번길을 되짚어 브리즈번으로 돌아오니 캄캄한 어둠이었다. 그러나, 브리즈번강(江) 일대의 매혹적인 풍경이 숙소로 돌아가려는 여행자의 발길을 막았다. 들어가 잠을 청하기엔 브리즈번이 내미는 유혹의 손길이 지나치게 집요했다.`호주 제3의 도시`로 불리는 브리즈번은 사탕수수와 밀이 많이 생산되고, 각종 낙농품으로도 유명하다. 양모(羊毛)로 만든 제품의 인기가 높고, 쇠고기 요리가 맛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낮의 더위를 식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늦봄 브리즈번은 밤을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강의 양편을 잇는 4개의 다리는 저마다 휘황하게 불을 밝히고 낭만적 감상으로 사람들을 이끈다. 인근에 자리한 카페와 식당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브리즈번 봄밤의 나른한 정취에 매료된 기자는 “호주에서 가장 맛있는 포도주 중 하나죠”라는 웨이터의 추천을 믿고 `바로사 벨리`에서 생산된 쉬라즈(Shiraz) 한 병을 달게 마셨다. 옆 좌석에선 무슨 축하할 일이 있는지 대여섯 명의 손님들이 연신 잔을 부딪치고 있었다. 예약해둔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레스토랑을 나섰을 땐 밤 10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주당이 흔한 한국이라면 초저녁에 가까운 시간. 그런데, 이건 뭐지? 거리에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호주는 아기들만이 아니라 캥거루와 코알라도 저녁 8시면 잠자리로 가요”라는 통역자의 말이 농담이 아니었던가.어쨌건 평소 생활하던 한국에서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1896년 축조됐다는 퀸즐랜드주 의사당과 국립미술관을 둘러보고, 강변에 아찔한 높이로 서 있는 관람차를 타러 가야지`라고 마음먹으며.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10-20

초록빛 맑은 물길따라 걷는 그날이 온다

1970년대 포항철강공단 조성되면서각종 폐수 유입으로 수질오염 시작1980년대 두호천부터 복개공사 나서2003년까지 도심하천 모두 지면 아래로시, 올해부터 4대하천 4.9㎞ 복원 추진타당성 조사·기본계획수립 용역 나서도로·주차장 등 시설물 철거로 물길 터우·오수 분리사업 완료땐 수질회복 기대 □ 초록빛 맑은 물이 시커먼 흙탕 물로1960년대 후반 인구 6만2천 명에 불과한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포항시는 칠성천, 양학천, 학산천, 두호천 등 4대 하천이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했다.초록빛 맑은 물에는 망둥어, 볼락 등 수많은 어족자원들이 서식했고 평소에는 아낙네들의 빨래터로, 여름철에는 어린아이들의 물놀이장으로 변하며 서민들의 생활 터전으로 역할을 수행했다.그런데 1970년대 들어 포항종합제철소를 비롯한 포항철강공단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수십, 수백여곳의 공장이 조성되고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하천에 각종 생활폐수와 공단폐수가 유입돼 수질오염이 시작된 것이다.청정 1급수를 자랑했던 4대 하천은 불과 10여 년 만에 수심 1m깊이도 보이지 않을 만큼 검은물로 변했고 하천에서 시작된 칙칙한 썩은물은 악취를 풍기며 동빈내항으로 흘러들어 강과 바다까지 오염시키는 최악의 상황에 다다랐다.급기야 1980년대 후반부터 형산강과 영일만 포구에서 등이 굽은 기형물고기가 잡히기 시작했고 연안에서 잡힌 해삼, 조개 등 어패류에서는 기름냄새까지 풍길 정도로 수질오염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됐다.1990년대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 수질회복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포항시는 하수종말처리장 건립을 통한 오·폐수 정화시스템 구축을 추진했다.하지만 하수종말처리장은 새롭게 발생하는 오·폐수에 대책일 뿐 이미 오염된 하천의 수질회복을 위한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 시대적 트렌드 복개공사4대 하천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고심하던 포항시는 마침내 죽은하천으로 전락한 하천을 콘크리트로 덮는 복개(覆蓋)공사를 하기로 했다.당시 복개사업은 미관개선을 통한 도시이미지 제고, 여름철 악취·모기 등으로 인한 피해 예방, 부족한 토지확보 등을 명목으로 대한민국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됐다.비록 일부 환경단체에서 “하천을 복개하면 수질오염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이미 복개사업이 시대적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터라 공사는 대부분 순조롭게 진행됐다. 포항시도 1980년대 중반 토지구획정리사업을 목적으로 일찌감치 복개가 완료된 두호천(1.7㎞)을 제외한 나머지 미복개 3대 하천에 대한 공사에 착수했다.197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덮이기 시작한 이들 하천은 포항시가 1990년대 들어 도로 및 주차장 조성을 목적으로 한 대대적인 공사에 돌입하면서 오늘날의 형태로 바뀌게 됐다.우선 죽도시장 옆을 흐르는 칠성천 4.5㎞ 구간을 복개했다.당시 여론은 4대 하천 중 오염상태가 가장 심각했던 칠성천은 마치 기름유출사고를 연상케 하듯 하천 전체가 시커멓게 변한 모습으로 죽도시장을 찾는 방문객들로 하여금 불쾌감을 유발시키고 더 나아가 지역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포항시는 1995년부터 1996년까지 15억 원, 2001년부터 2003년까지 106억 원을 들여 남빈사거리~죽도어시장 사이를 흐르는 칠성천 위를 콘크리트로 덮고 아스팔트 포장을 깔았다.또 현재 롯데백화점 포항점 인근에 흐르는 학산천 1.9㎞ 구간과 양학동과 죽도파출소, 고속버스터미널을 잇는 양학천 3.5㎞도 각각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돼 2003년까지 복개공사가 완료됐다.이로써 포항지역 도심을 통과하는 4대 하천은 모두 지면 아래로 들어갔고 현재는 포항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이들 복개지역이 원래부터 온전한 토지였다고 착각할 정도로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을 떠올리기 어렵게 됐다. □ 청계천의 성공과 생태하천 복원사업1990년대 복개사업이 한창 진행될 때만 해도 모두 콘크리트로 덮일 것 같았던 대한민국 주요 하천은 뜻밖의 계기로 갑작스러운 전기를 맞게 됐다.2005년 서울에서 전국 최초로 시도된 복개천 복원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이다.당시 서울시는 서울의 역사와 문화·환경을 복원하고, 강남과 강북의 균형 발전을 위해 청계천을 복개해 만든 청계천로와 청계고가로를 철거해 청계천을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청계천 복원사업을 추진했다.총사업비 3천600억 원, 연인원 69만4천여 명이 투입된 대공사가 완료되면서 서울시민들은 종로구 태평로 1가의 동아일보사 앞에서 성동구 신답철교에 이르는 5.8㎞구간 하천변을 직접 걸을 수 있게 됐다.복원된 하천에는 수심 30㎝ 이상의 물이 흐르고, 나비·방아깨비 등 곤충 모양과 지역적 특색을 형상화한 21개의 교량이 새롭게 들어섰다.이후에도 다양한 광장과 조경·조명시설을 갖춘 테마공간이 추가로 조성되면서 청계천은 오늘날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도심 속 생태하천으로 자리잡았다.이같은 청계천의 성공신화는 타 지자체에도 상당한 자극제로 작용했다.정부는 이러한 지자체들의 관심을 반영해 청계천의 성공사례를 전국으로 확대하고자 지난 2009년 `청계천+20 프로젝트`를 발표했다.환경부는 총 사업비 2천412억원을 투입해 2009~2010년 연간 10개 하천씩 20개 하천을 대상으로 실시한 1~2단계 사업을 시작으로 해마다 전국의 10개 하천을 대상으로 도심하천 생태복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이같은 성과로 충남 천안시 성정천, 경기 부천시 심곡천 등 전국 주요도시 한복판을 관통하는 복개하천은 도심 속 수변공간으로 재탄생했다.복원된 하천은 생태계 복원, 시민 휴식공간 기능은 물론 바람길 확보로 대기 오염물질을 낮추고 도심지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시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 포항시가 그리는 복개천 생태복원포항시도 이같은 분위기에 맞춰 올해부터 칠성천 등 4대 하천 4.9㎞ 구간을 복원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에 했다.포항시 도심 생태하천 복원사업이라는 명칭으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우선 2억 원이 투입돼 지난 2월부터 11개월 간 사업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수립을 위한 용역이 진행되고 있다.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복개공사 후 도로 및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4대 하천의 시설물 철거로 물길을 복원해 수생태계복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특히 오는 2019년 말 우·오수 분리사업이 완료되면 하천에 우수만 유입되는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져 과거 수질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시는 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지난 3월 수질검사를 진행한 결과 7단계 수질환경기준에서 2번째 등급인 `좋음`으로 나타나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4.9㎞라는 짧지 않은 구간을 모두 복원하려면 수천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돼 국비확보가 우선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우리도 서울의 청계천 같은 수변공간을 만들 수 있다”며 “칠성천을 성공적으로 복원하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 시장은 또 “시민들에게는 쾌적한 환경을 통한 삶의 질을 향상하고 도심에는 생명력을 불어넣어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포항시가 제2의 영일만 기적을 일궈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7-10-19

굽이치는 강물이 만든 습지 겨울철새 바쁜 날개를 쉬다

강 유역 갈대밭·농경지·습지 등천연기념물 철새 60여종 머물러구미시, 안전한 서식환경 조성위해불법포획 등 교란행위 계도활동 최선□ 겨울 철새의 중간 휴식처낙동강은 예로부터 굽이쳐 흐르면서 산지의 물질을 퇴적시키거나 혹은 지형을 침식시켜 주변에 넓은 들을 형성시켜 왔다. 이러한 토지는 홍수 시 부분적으로 물이 고이면서 습지(濕地)로 변해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로 변했다.구미의 경우 1960년대 초반까지 해평습지를 비롯한 낙동강 본류에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었다. 배후습지(하천의 자연제방 뒤편 낮은 지역에 형성된 습지)의 들판은 논으로 이용됐다.당시 해평습지의 낙동강 변에 인공제방이 건설되지 않아 농사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1970년대 초반 인공제방이 건설되면서 본격적인 농경지로 거듭나게 된다.여기에 1970년대까지 고아읍과 해평면을 지나는 낙동강 본류에는 하중도(강 가운데 생긴 퇴적지형)가 없었지만, 이후에 점진적으로 만들어져 큰 하중도가 해평면의 문량들 앞쪽과 더불어 곳곳에 형성됐다.낙동강 유역의 갈대밭과 모래사장, 하중도, 그 주변의 비옥한 농경지와 습지는 겨울철새들의 안식처로 아주 적합한 환경을 이뤘다.철새도래지인 해평습지를 비롯해 구미 낙동강 유역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세계적인 희귀조류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재두루미, 흑두루미, 고니 등 60여 종의 철새들이 찾는 중간 휴식처이다. □ 새들의 보금자리구미 낙동강을 찾는 겨울 철새는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재두루미,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를 비롯해 쇠기러기, 청둥오리, 큰고니, 큰기러기,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등 60여종에 이른다.철새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10월부터 시베리아와 중국 등지에서 일본으로 날아가는 도중 구미 해평습지를 비롯해 그 일대를 중간 휴식처로 삼고 있다.특히 두루미의 경우 철원 민통선 부근에서나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보기가 힘든 철새다. 전세계 두루미의 80~90%가 일본에서 겨울을 나는데 그 중 50% 정도가 구미지역 낙동강을 경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여기에 텃새들도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독수리, 원앙, 왜가리, 백로, 황조롱이 등의 수도 늘고 있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243호이면서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된 검독수리의 모습도 관찰되면서 새들이 분포하기 적합한 생태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구미지역은 낙동강 유역에 비옥한 농경지와 습지가 잘 발달돼 있고, 여기에 일천만그루 나무심기운동 등으로 도시숲이 잘 조성이 되어 있는 것도 새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또 낙동강에 인접한 지산샛강, 문성지 등이 생태공원으로 조성되면서 새들의 먹이감이 늘어난 것도 하나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구미지역 조수보호원들에 따르면 철새들은 야간에 지산샛강이나 문성지로 넘어가 먹이를 먹고 아침에 다시 낙동강으로 넘어와 쉬는 경우가 많다. □ 철새들을 위한 구미시의 노력구미시는 해평습지와 강정습지가 두루미 등 희귀 철새들의 안정적인 중간 휴식처가 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안전한 서식 환경 조성을 위해 보호 관리원을 구역별로 배치해 불법 포획이나 서식지를 훼손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또 월동기간 민감한 철새들을 위해 철새의 주요 서식지 부근에서의 낚시 등의 교란행위에 대해 계도활동을 강화하고, 매년 5t 상당의 먹이(볍씨)도 공급하고 있다.여기에 낙동강 두루미 네트워크를 통해 두루미과 철새의 서식 장소 및 도래 경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두루미과 철새 서식을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이러한 노력으로 지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흑두루미 1천120마리, 재두루미 388마리,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호) 646마리, 청둥오리 6천100마리, 쇠기러기 7천500마리 등 총 1만6천여 마리가 다녀간 것으로 조사됐다.흑두루미와 재두루미의 개체 수는 2010~2012년 4대강 살리기 사업기간 중 평균 1천222마리에서 4대강 사업이 종료된 2013년 1천543마리, 2014년 2천637마리, 2015년 1천508마리로 평균 64% 이상 증가 추세를 보였다. 큰고니(백조) 역시 2012년 264마리, 2013년 356마리, 2014년 522마리, 2015년 646마리로 매년 크게 증가했다.▲ 이경석씨가 지난해 구미지역 낙동강을 찾은 철새들을 기록한 자료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동·식물 잘사는 환경이 사람에도 좋은 환경”철새 월동지 보호관리원 이경석씨“철새는 매년 구미를 찾는 귀한 손님이죠.”구미시 선산읍 구미보에서 만난 철새 월동지 보호관리원 이경석(72)씨의 첫 마디다. 그는 구미시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운영하는 철새 월동지 보호관리원으로 2012년부터 활동해 오고 있다.이씨는 구미 철새 월동지 보호관리원으로 활동한 것은 2012년부터이지만, 철새들과의 본격적인 인연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 40여마리가 독극물을 먹고 집단 폐사한 사건이 발생하자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소속이었던 이씨가 철새 보호를 위한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철새들과의 인연이 시작됐다.이씨는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식물과 동물이 모두 잘 살 수있는 환경이 되어야지만 사람도 건강하게 잘 살 수 있고, 그게 세상의 이치인데 사람들의 잘못으로 철새들이 그렇게 죽는 것을 보고 조금이나마 철새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새들은 경계심이 굉장히 많은 동물이다. 자기들이 내려 앉고 싶은 자리 주위에 낚시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이동해 버리고, 내려와 앉아 쉬더라도 사람들이 조금만 가까이 접근해도 금세 날아가 버린다”면서 “새들이 이 곳에서 편히 쉬었다가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설명했다.그의 철새들을 위한 마음은 부지런함에서 드러난다.보호관리원 근무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만, 그는 동이 트는 시간부터 해가 져 관찰이 어려워지는 시점까지 시간대 별로 철새들의 종류와 개채수, 상태, 행동, 날씨 등을 세부적으로 기록한다.이씨가 최근 3년동안 작성한 자료를 조류생태환경연구소에서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져갔을 정도로 아주 상세히 기록이 잘 돼있다.이씨는 “추운 계절에 바깥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철새들이 많이 찾아오는 만큼 우리들이 사는 환경이 그만큼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며 “가끔 철새 때문에 낚시를 못하게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철새는 겨울에 잠시 우리지역을 방문하는 귀한 손님이라 생각해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7-10-19

빨갛다… 아깝다 이 가을 보내기엔

한가위를 지나며 계절이 바뀐다는 걸 알리는 비가 한두 차례 내리더니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서늘해졌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다녀야했던 여름이 어느새 우리 곁을 떠나고, 가을을 알리는 귀뚜라미 소리 처연하다.옥계팔봉 바위기둥 웅장한 팔각산일곱가지의 보배가 숨겨진 칠보산영덕~청송 `소통길` 탐방로 주왕산바다·계곡·능선까지 가을낭만 가득이 무렵이면 영덕은 도시의 색깔을 바꾼다. 짙푸른 바다 빛깔에서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아름다운 붉은빛으로.새빨간 보석처럼 제 몸을 물들이는 팔각산과 칠보산, 주왕산의 나뭇잎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시 한 편이 떠오른다. 이상국(71) 시인의 `단풍`이다. `나무는 할 말이 많은 것이다그래서 잎잎이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다봄에 겨우 만났는데가을에 헤어져야 한다니슬픔으로 몸이 뜨거운 것이다그래서 물감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계곡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세상 어떤 것도 저항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 서러운 마음으로 `물감 같은 눈물`을 흘리는 나무. 그러나 계곡에 떨어진 `나무의 눈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슬프다기보다는 아름답다.도시에선 맛보기 힘든 `달콤한 공기`를 마시며 산에 올라, 붉게 물든 가을 풍광을 여유롭게 즐기는 것 이상의 `힐링(Healing)`이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가을날 영덕은 `치유의 공간`이기도 하다.단풍을 포함한 가을날의 풍경이 아름답기로 이름 높은 영덕의 팔각산과 칠보산, 주왕산을 독자들에 앞서 먼저 걸어보았다. 아울러, 매력적인 고택(古宅)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 괴시(槐市)마을까지 둘러봤다. ◆ 팔각산, 동해에 비치는 아름다운 그림자높이가 628m에 이르는 팔각산은 계곡을 끼고 8개의 바위기둥이 이어져 있다. 그런 이유로 `옥계팔봉(玉溪八峯)`이라고도 불린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기묘한 형상의 바위와 경탄을 부르는 깎아지른 암벽이 있어 단풍철이 아닌 평소에도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또한 팔각산엔 전국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70m)도 있다. 봉우리에선 단풍과 함께 삼사해상공원과 옥계계곡의 물줄기를 내려다볼 수도 있다.팔각산과 동대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합쳐지는 옥계계곡은 팔각산이 간직한 보물 중 하나다. 침수정(枕漱亭)이 자리한 이 일대는 경상북도기념물 45호로 지정돼 있다. 계곡 가운데는 꽃봉오리 모양의 진주암(眞珠岩)이 있고, 주변의 병풍바위, 향로봉, 촛대바위 등이 여행자의 눈길을 끌어당긴다. 옥계계곡은 옥(玉)처럼 맑은 물이 흐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상마산 삼림욕장 옆을 스쳐가는 물길 위를 출렁다리로 건너면 또 다른 비경이 나타난다. 영덕 사람들은 이곳을 산성계곡이라 부른다. 바닥이 훤히 보일만큼 깨끗한 계곡물 위에 떠있는 노랗고 빨간 단풍잎은 보는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 칠보산, 일곱 가지 보물을 찾아보는 즐거움영덕군 병곡면에 위치한 칠보산(七寶山)은 태백산맥의 끝자락에서 그 아름다움을 뽐낸다. `일곱 가지 보배가 있는 산`이라는 명칭은 어떤 이유로 지어졌을까? 여기에는 재밌는 이야기가 하나 전한다.고려시대 영덕을 찾은 중국의 학자 한 명이 칠보산 계곡에서 목을 축이고는 물맛에 놀라 “분명 이 산에는 일곱 가지의 보물이 있을 것”이란 말을 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이 산을 다니며 확인해보니 더덕, 산삼, 황기, 멧돼지, 구리, 철, 돌옷(바위에 난 이끼) 등 일곱 가지 귀한 것들이 있었다. `칠보산`은 그렇게 얻어진 이름이다.울긋불긋한 가을 옷으로 갈아입은 칠보산 정상에 오르면 발 아래로 고래불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칠보산 동쪽엔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된 유금사(有金寺)가 있다. 이곳을 찾는 여행자는 보물 674호 유금사 삼층석탑을 돌며 소원을 빌어볼 수도 있다. 또, 거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선 칠보산 자연휴양림이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을 위로한다.산세가 가파르지 않고 완만한 칠보산은 등산 초보자들에게 인기다. 산 아래엔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자연휴양림이 있어 사계절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 칠보산이다. ◆ 주왕산과 괴시마을, 가을 여행객을 유혹하다 영덕군이 가을마다 여는 주왕산 탐방로의 인기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용전리~갓바위~가메봉`의 6.2km 코스는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코스는 주왕산 아래 자리한 두 도시 영덕과 청송을 이어준다는 의미에서 `소통길`이라 불리기도 한다. 기묘한 형상의 갓바위와 왕거암은 산행에 재미를 더하고, 대궐령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가을 산의 정취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영덕군은 주왕산을 찾는 여행자들을 위해 5억 원을 들여 전망대, 안내판, 화장실 등을 설치했다. “주왕산을 연간 40만 명의 등산객이 찾는 명소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영덕은 진입로 확장 공사와 탐방객 편의시설 조성 등에도 노력을 기울였다.대진해수욕장에서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또 하나의 보물과 만나게 된다. 바로 괴시마을. 이곳은 호지촌(濠池村)이라 불리다가 고려의 학자 목은 이색(李穡·1328~1396)이 영덕으로 오면서 지금의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함창 김씨, 수안 김씨, 영해 신씨 등이 어울려 살았고, 지금은 영양 남씨 집성촌이 됐다.다른 지역에 비해 전통 건축양식이 잘 보존된 괴시마을엔 영양 남씨 괴시파종택(槐市派宗宅·경북 민속자료 75호), 해촌고택(문화재자료 199호), 영은고택(문화재자료 459호) 등 오래 전 한국의 주거문화를 짐작하게 해주는 고택 30여 채가 모여 있다.빨갛게 익어가는 가을. 팔각산과 칠보산의 단풍, 괴시마을의 고풍스런 기와가 영덕으로의 낭만여행을 권하고 있다. 산사에서의 하룻밤… 장육사 템플스테이번잡한 세상 속에 섞여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가끔 꿈꾼다. 조용한 산에 자리한 사찰에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고 풍경(風磬) 소리를 들으며 며칠쯤 푹 쉬고 싶다는 소박한 꿈.직장인들의 이러한 꿈을 실현시켜주는 휴양의 한 형태가 템플스테이(Temple stay·절에서 숙박하며 사찰 생활을 체험하는 것)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삭막해질수록 `정적인 휴식`의 욕구는 커질 수밖에 없다.영덕군 창수면의 장육사(裝陸寺)는 온갖 욕망이 때마다 충돌하는 세속의 소용돌이에서 잠시 벗어나 몸과 마음의 생채기를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장육사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마련해 사람들을 자연의 품으로 안내하고 있다.고려 공민왕 재위 시기인 1355년 나옹왕사가 창건한 장육사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138호인 대웅전의 미려한 양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장육사 템플스테이는 불교문화의 원형이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된 전통사찰에서 수행자의 일상과 삶을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관광객에게 제공한다.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이들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장육사에는 주목할 만한 문화재도 적지 않다. 대웅전에는 보물 993호인 건칠관음보살좌상(乾漆觀音菩薩坐像)이 미소를 짓고 있다. 이 불상은 독특하게도 진흙으로 내부를 만들어, 삼베를 감은 틀 위에 종이를 여러 겹 붙이고 그 위에 금칠을 했다.석가가 설법하는 모습을 그린 영산회상도 후불탱화(경상북도 유형문화재 373호)와 지장보살도(경상북도 유형문화재 374호) 역시 예술적 가치가 높은 유물이다. 장육사 템플스테이는 당일 코스와 1박2일 혹은, 2박3일 코스 등으로 나눠져 있어 참여자의 여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불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공양과 예불을 진행하며, 참선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는 것이 장육사 측의 설명이다.차갑고 쓸쓸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10월. 템플스테이는 팍팍한 일상을 사는 현대인의 메마른 감수성과 비어가는 가슴을 따스하게 위로해줄 좋은 치료제의 하나일 듯하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17-10-18

산 속의 보물 `가을송이` 생태환경, A부터 Z까지 `한눈에`

국내 최대의 송이 산지인 영덕군에서 `송이버섯 생태환경 보고서`를 발간했다.보고서에는 송이에 대한 생태와 기상에 관한 실체를 규명했고, 송이가 가장 잘 서식할 수 있는 것은 17℃ 내외의 소나무 단순림인 것으로 확인됐다.또 송이는 8월에 0.7%, 9월에 38.6%. 10월에 48.1%, 11월에 12.7%가 자라는 것으로 조사됐다.송이가 가장 활발하게 서식해 생산되는 가을 시기는 대부분 9월 초순경부터 10월 중순인 것으로 나타났다.우리나라 송이 생산일수는 연평균 28.1일로 적정한 온도, 습도가 조화를 이뤄야 왕성하게 자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 최초로 시도한 것이고 영덕군이 송이를 생산하는 것과 함께 본격적인 연구사업도 진행하고 있다.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송이의 기후 및 기상에 의한 서식조건과 생산량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것이다. 앞으로 정부차원의 송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단순 생산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생산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최적 서식조건은 17℃ 안팎의 소나무 단순림9월 강수량·기온이 생산량에 가장 큰 영향연평균 219t 생산… 태풍 발생하면 생산량 급증□ 기후가 송이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송이버섯의 생장과 서식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인자가 무엇인지 이번 연구결과 밝혀졌다. 송이의 서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기후요인이다.특히 기온이 결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송이가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온도는 17도 가량이다.습도와 강수량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기온에 비해 현저히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송이생산지역의 연평균 기온은 10.8℃~14.0℃ 범위였다.강수량은 1천㎜~1천400㎜의 범위였다. 송이 수량과 연평균 강수량, 연평균기온과의 관계는 일정한 함수관계가 성립된다.최고기온 유효 온도범위는 18.5~25.2℃, 꼭짓점 온도는 22.1℃로 나타났다.평균기온 유효 온도범위는 14.8~19.5℃, 꼭짓점 온도는 17.1℃로 나타났다. 송이가 가장 서식하기 좋은 온도가 17℃로 밝혀진 것이다.최저기온 유효 온도범위는 9.2~16.5℃로 꼭짓점 온도는 12.8℃ 로 나타났다.□ 기후요인과 생산량의 변동추이월별 강수와 기온은 송이생산량과 상관관계를 보인다.6월 강수량이 많을수록 발생량도 증가했고, 6월 기온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으면 송이 발생량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8월 강수량이 많고 기온이 높을수록 발생량은 증가했다. 9월의 강수 일수와 강수량의 영향은 중요했다.이 두 요소는 송이의 생산량 증가에 큰 영향을 주었다. 2009년의 경우처럼 9월 강수가 극단적으로 부족할 때는 대흉작으로 나타났다.최저온도 19℃ 내외에서 송이 균사가 온도자극을 받아 원기(原基)를 형성했을 때, 최저온도가 재 상승해 30℃를 넘으면 고온에 약한 균사는 사멸한다.이런 경우 고온장해(高溫障害) 때문에 흉작이 되고 충해(蟲害)송이가 많이 발생하는 등 품질도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송이의 발생 시기와 지역 분포우리나라 송이는 8월에 0.7%, 9월에 38.6%. 10월에 48.1%, 11월에 12.7%가 생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가을송이는 대부분 9월 초순경부터 10월 중순까지 발생한다. 송이 생산일수는 연평균 28.1일로 확인됐다. 생산일수는 연도별로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지역별로는 차이가 있었다.최근 송이 발생지역은 주로 낙동정맥과 백두대간 등이 주를 이룬다.2000년~2005년의 송이 생산량을 도별로 비교해 보면 경북도가 전국 생산량의 약 65%, 강원도가 약 27%를 차지해 90% 이상이 2개 지역에 집중돼 있다.2005년 전후까지 우리나라 송이 주산지로는 경북도의 영덕, 울진, 봉화와 강원도 양양, 삼척 등을 꼽았다.그러나 2006년 이후에는 강원지역의 송이 생산량이 급감했고, 최근에는 경북의 영덕, 울진, 봉화, 청송, 포항지역으로 주산지가 축소되고 있다.송이의 발생지역은 점차 줄어드는 경향도 있다.1970년대 초반에는 경기도(가평, 광주), 충청남도(예산), 전라남도(담양, 함평, 화순)에서도 송이 수매가 이뤄졌으나 지금은 이 지역에서 송이 수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생산규모에 따른 지역 순위는 해당 연도의 온도와 강수량 등에 따라 변화되고 있다.강원지역의 생산량 급감은 산불 피해와 기후온난화 등의 영향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송이 생산량 갈수록 줄어들어우리나라의 송이생산량은 연평균 219t 가량이다. 송이생산량은 연도별로 큰 차이가 있다.송이생산량은 2010년에 628.3t으로 가장 많았고, 2012년이 409.8t, 2006년 275.9t 2007년 231.6t 2015년 184.6t 2014년 126.4t 2013년 103t 2008년 98t 2011년 85.7t 2009년 59.1t 순으로 많았다.연구조사대상 기간 중 생산량이 가장 많았던 2010년은 연평균의 약 3배, 두 번째로 많았던 2012년은 연평균의 약 2배였다.생산량이 가장 적었던 2009년은 연평균의 1/4배 정도로 나타나는 등 연도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온도와 습도 및 강수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또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태풍이 송이 산지를 강타했던 2010년과 2012년은 송이생산량이 매우 많았다. 송이 산지에 태풍의 영향이 거의 없었던 2009년에는 송이생산량이 급감했다.월별 생산량은 10월이 48.1%.(254t)으로 가장 많았고, 9월 38.6%(204t), 11월 12.7%(66.9t), 8월이 0.7%(3.4t) 순서로 생산되었다. 8월과 11월에도 송이는 나오지만 생산량은 매우 적었다.□ 송이연구 방법과 분석 자료과거 10년간의 송이생산량과 기후관련자료(2006년~2015년)를 수집해 분석했다.조사대상지역은 대표적 송이 산지로 알려진 14곳을 선정했다.경북의 7개소(영덕, 울진, 봉화 안동, 청송, 포항, 청도) 강원 6개소(인제, 홍천, 강릉, 양양, 삼척, 고성) 경남의 1개소(거창) 등으로 선정됐다.자료의 정리와 분석은 첫째, 과거 10년간 우리나라 송이 주산지의 생산 변동에 영향을 주는 기후요인(온도, 습도, 강수량 등)을 지역별, 일별로 조사 분석했다.둘째, 지역 산림조합에서 발표하는 과거 10년간의 송이공판자료를 수집해, 지역별 연도별 월별 등급별 생산실태를 분석했다.셋째, 생산량의 지역별 연도별 차이를 분석하고 기후요인이 송이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이다.영덕송이 생산 관계자들은 이 같은 분석자료를 토대로 송이생산에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일명 `송이박사`로 불리는 권오웅 영덕군 산림과장이 자신이 발표한 송이 관련 논문을 펼쳐 보이고 있다. /영덕군 제공`송이박사` 권오웅 산림과장“지구온난화 계속되면 50~60년 내 멸종될 수도”영덕군의 `송이버섯 생태환경 보고서` 발간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주인공은 권오웅(56)산림과장이다.일명 `송이박사`로도 불리는 권 과장은 지난해 대구한의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일반인들이 송이에 대해 알기 쉽도록 정리한 것이 이 보고서다.그동안 송이균과 소나무에 관한 연구는 많았지만, 기후와 송이의 상관관계를 상세히 정리한 것은 이 보고서가 처음이다.그의 보고서는 송이 생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기온을 꼽고 있다.현재와 같은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우리나라에서도 50~60년 내 송이 구경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이 때문에 여름철 최고 기온이 30도 이상 지속적으로 올라가면 스프링쿨러 같은 관수시설로 습도를 유지해 기온을 낮춰야 하고, 밀도 조절, 하층식물 정리 등 송이 맞춤형 숲 가꾸기, 씨앗 자원 보호 등을 통해 송이 생육조건을 최대한 맞춰야 송이 멸종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권 과장은 “올해 이처럼 송이 작황이 부진한 것은 올 여름 무더위의 영향이 크다”면서“이번 보고서를 바탕으로 앞으로 정부 차원의 송이에 대한 지속적 연구를 통해 단순 생산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생산체제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영덕/이동구기자 dglee@kbmaeil.com

2017-10-17

찬란한 신라불교 싹 틔운 아도화상 발자취, 디지털로 만나다

신라에 불교가 전래된 지 1천600년만에 이를 기념하는 공간이 구미시에 조성돼 관심을 끌고 있다. 구미시는 지난 13일 도개면 도개리에 신라에 불교를 처음 전파한 아도화상의 발자취와 신라 불교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신라불교초전지`를 개관했다.경상북도 3대문화권 문화관광기반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 사업은 지난 2011부터 신라불교문화초전지를 성역화하는 사업으로 추진돼 왔다. 도개리 일대 부지 3만6천919㎡, 건축연면적 2천537㎡ 규모에 국비 131억원, 도비 17억원, 시비 52억원 등 총 200억원을 들여, 자연친화적인 한옥과 초가 등을 조성해 교육과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었다.구미시는 앞으로 `신라불교초전지`를 기반으로 천년고찰인 도리사와 연계한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또 구미시가 첨단 전자산업의 메카인 만큼 다양한 불교문화에 첨단 디지털 콘텐츠를 결합시켜 차별화된 문화관광 도시로 거듭날 계획이다. 이에 불교역사의 성지인 구미에서 `신라불교초전지`개관의 의미와 관광자원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알아봤다.불교문화·디지털 콘텐츠 결합해팔상도·불교역사 등 색다르게 제공자연친화적 한옥 조성해 교육·체험도 □ 아도화상과 구미시 도개면 모례마을아도화상은 신라에 처음으로 불교를 전했다는 고구려의 중으로, 눌지왕(訥祗王) 때 신라 일선군(一善郡, 지금의 선산)에 들어와 불교를 포교하려 했으나 당시 불교에 대한 탄압이 심해지자 모례(毛禮)의 집안에 들어가 3년여간 머슴살이를 하며 숨어살았다.모례는 아도화상으로부터 불교를 포교받은 신라 최초의 신자로, 아도화상을 자신의 집에 숨겨주고 소와 양을 돌보는 일을 맡도록 한 인물이다.이후 아도화상은 산으로 들어가 암자를 짓고 살았는데 이때 눈속에서 오색 찬란한 복사꽃이 피어 그 암자를 도리라 불렀다. 이후 이곳이 신라 최초의 절인 도리사이다. 이후 여덟 곳의 큰 절과 500곳의 선찰이 차례로 건립되고 불법이 크게 융통된 것은 양나라 무제 보통 8년 정미로서 신라 법흥왕 13년부터이다.이후 모례의 집에서 고용살이를 하면서 불교를 포교함으로써 불도가 열렸다 하여 도개(道開)라 했다고 전해진다.현재는 모례의 집에서 아도화상이 함께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우물인 전모례가정(傳毛禮家井, 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296호)만이 `신라불교초전지` 입구에 아직까지 위치하면서 이 곳이 신라불교의 성지임을 알려주고 있다. □ 불교문화와 첨단 디지털 콘텐츠의 만남 구미시는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모례장자의 집에 머물며 신라에 불교와 향을 최초로 전파한 현장을 전승·보존하기 위해 모례마을 일대를 첨단기술과 역사문화가 융합된 문화관광 명소로 조성했다.특히, 신라불교초전기념관은 첨단 전자산업의 메카인 구미시답게 불교문화에 첨단 디지털 콘텐츠를 접목한 기념관으로 주목받고 있다.이 곳에는 아도화상의 발자취와 부처님의 일상을 그린 팔상도, 한반도 불교 전래 과정 등 다양한 불교문화 콘텐츠를 첨단 디지털로 만나볼 수 있다.총 1천467㎡ 면적에 4개의 기획관으로 구성된 기념관은 제1관 아도, 신라로 향하다, 제2관 신라, 불교의 향이 퍼지다, 제3관 신라, 불교의 꽃을 피우다, 기획관 100년 전 선산 불교문화유산과의 만남 등으로 구성돼 있다.여기에 야외에 신라시대 의·식·주·법 생활상이 그대로 재현된 야외 전시가옥 7개 동도 갖춰져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이용시간은 하절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동절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입장료는 무료이다. □ 자연친화적 전통한옥가옥 체험구미시는 `신라불교초전지`를 전통과 첨단이 어우러진 대표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전통한옥가옥체험관과 불교문화체험관을 조성해 운영한다.총 4개의 체험관으로 구성된 전통한옥가옥체험관은 규모에 따라 성불관, 자비관, 해탈관, 견성관, 오도관, 득도관, 대각관으로 4~10명 단위로 사용할 수 있다.특히, 이 곳은 북동쪽으로 해발 700m의 청화산과 남동쪽으로 약 691.6m의 냉산이 자리잡고 있고,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다곡천이 흐르고 있어 한폭의 산수화같은 풍광을 즐길 수 있다.또 신라의 불교가 처음 전해진 곳인 만큼 인근 도림사 등 불교 유적지가 많아 연계한 볼거리가 다양하다.여기에 불교문화와 사찰음식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불교문화체험관도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체험·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수 것으로 기대된다. 국도 25호선과 국도 68호선, 지방도 205호선으로 교통도 매우 편리하다.개관식에 참석한 정토회 법륜 스님은 “구미의 신라불교초전지는 아도화상이 신라에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머슴살이를 하며 노력한 그의 숭고한 뜻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곳으로, 그에 대한 역사적 사실 고증까지 모두 갖춘 진정한 불교의 성지이다”라며 “이곳에 오면 아도화상이 신라에 불교를 전파한 과정과 불교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신라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남유진 구미시장은 “불교성지 조성을 위해 지난 2011년부터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신라불교문화초전지가 자랑스런 구미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역사문화 교육·체험시설이 되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앞으로 천년고찰인 도리사와 지역의 문화자원과 연계되는 관광자원을 구미의 첨단 전자산업과 접목시켜 차별화된 문화관광이 어우러지는 문화관광도시로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한편, 체험시설에 관한 문의는 구미시설공단(054-480-2141~4)으로 하면 된다.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17-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