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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방 균형 발전 외치더니 서울을 확대한다고요?

유영희 작가 지난 10월 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김포를 서울시에 편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구리, 하남 등 서울과 인접한 다른 도시도 서울시 편입을 요구하자, 주민 합의를 전제로 서울에 편입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하면서 메가시티가 세계적 트렌드라며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를 경기남도 경기북도로 나누는 과정에서 불거진 이 논의에 김포시장은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고 하지만, 주민 설문 조사 보고서 한 장 없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어 그 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갑작스러운 이 소식에 국민들 모두 총선용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고, 도시공학자 등 전문가들은 그 나름대로 도쿄나 뉴욕의 메가시티화는 행정구역을 편입시키는 방식이 아니라면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에 대해 부정적인 상태다.양천구, 강서구의 서울 편입 선례 역시 군색한 변명이다. 김포시는 인구 50만 명이 대도시인 데다 서울과 동심원을 그리는 상태도 아니고 마치 열쇠 모양처럼 길죽한 형태라서 도시 이용 효율성마저 엄청나게 떨어진다. 어떻게 보아도 서울시 인구나 면적이 세계의 다른 나라보다 작지 않은 상황에 서울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의 정당성은 찾기가 어렵다.김포시의 서울 편입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서울시 편중 심화를 가속화한다는 점이다. 메가시티와 서울의 확장은 개념이 다르다. 메가시티 구상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려면, 전국적으로 메가시티를 어디에 어떻게 몇 개를 건설할 것인지 큰 단위에서 행정구역 개편 논의와 맞물려서 이루어져야 한다. 게다가 인접 도시까지 주민만 합의하면 서울 편입을 적극 고려하겠다니, 이것이 책임 있는 여당에서 일하는 방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서툴고 위험하다.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 발표가 있은 지 며칠이 안 되어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모순되기 때문이다. 11월 1일부터 3일간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지방시대 엑스포’ 행사가 있었다. 이 행사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이 행사에서 있었던 ‘제1회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 기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중앙정부는 쥐고 있는 권한을 지역으로 이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10월 29일 지방자치의 날은 2012년에 정했던 것인데,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로 올해 이름을 바꾸었기 때문에 제1회가 된 것이다. 이것만 보면 정부가 지방 균형 발전의 의지가 꽤 있는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이번 서울을 메가시티로 추진하겠다는 발표를 보면서 과연 이런 명칭 변경과 엑스포 행사가 진정성도 없고 그저 형식적으로 행사만 치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방보다 경제보다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공자의 말도 있듯이, 신뢰는 정치의 근본이다. 당리당략으로 졸속 정책을 발표하는 방식은 구시대적 발상일 뿐 아니라 성공하기도 어렵다.장기적인 국토 균형 발전 계획을 세워서 지방의 인구 소멸도 막고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주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2023-11-05

성공을 위한 꿈, 이미지트레이닝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대한민국이 배출한 불세출의 공격수 손흥민 선수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2022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은 물론 올해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고 있는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 이번 시즌 초반 8골을 넣으며 EPL 득점 순위 2위에 올랐고, 9월은 통산 4번째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다. 그는 지구촌 전체의 슈퍼스타이자 ‘월드 클래스’이다. 토트넘 감독 포스테코글루는 “토트넘의 손흥민 주장 선임은 옳은 선택이다. 그는 뛰어난 리더가 될 모든 자질을 갖췄다는 사실에 의심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요즘은 손흥민의 리더십이 뜨고 있다. 그의 리더십에 대해서 Chat-GPT에 물어 요약해 보니 공격적인 스타일과 활짝 웃는 모습에서 동료들의 주목을 받고, 팀의 성공을 위해 개인적인 명예나 성과보다는 팀워크와 협력을 중요시하며, 항상 최선을 다하고, 소임을 신중하게 수행하며, 경쾌하고 긍정적으로 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동료들을 격려하고 배려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또한, 그의 축구의 장점을 물어보니 첫째, 빠른 속력과 뛰어난 기술이다. 그의 스피드와 기술은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리고 수비선을 찢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골을 넣고 득점 기회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전진한다는 것이다. 셋째, 양발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공을 콘트롤하고, 슛을 날릴 수 있는데 이는 양발을 활용하여 공격력과 전술적 다양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기업의 기본활동, 꾸준함, 전략과 전술 또한 기업 성장에 핵심요소이기도 하다.다른 관점에서 그의 성공의 한 축으로 이미지트레이닝을 말하고 싶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TOP3 인물로 호날두, 박지성, 메시를 들었고, 항상 그들의 축구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하고, 배웠다는 것이다. 그들처럼 돼야겠다는 성공의 꿈은 혹독한 부친의 축구 훈련을 견디어 냈으리라 판단한다.이미지트레이닝(Image Training)은 올바른 기술 따위의 습득을 위하여 머릿속에 그 운동이나 동작을 그려 보는 연습법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팔이나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근육을 강하게 수축하는 상상 이미지트레이닝 훈련만으로도 실제 근육이 15%나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명한 선수들은 휴식시간에도 이미지트레이닝을 통해 연습한다고 한다.생각의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베트남 전쟁 포로로 무려 7년간 독방에 수감되었던 미국의 조지 홀 대위는 그곳 독방에서 매일 머릿속으로 골프 코스를 떠올리며 한 라운드씩 상상으로 골프를 하였다고 한다. 7년의 세월이 흘러 귀환 후 첫 라운드에서 그의 골프 실력은 완벽에 가까웠다는 것이다.성공을 상상하면서 동시에 실제 상황에 가깝게 계획된 ‘연습’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좋은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이미지트레이닝 방법들을 적절히 조합하고, 개인의 상황에 목표를 맞게 적용한다면 성공을 위한 기반을 확립할 수 있다.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이 토트넘을 이끌고 커리어 최초 리그 우승을 기록하길 기대해 본다.

2023-11-05

안동 가는 길

김규종 경북대 교수 지난 10월 28일 노문과 졸업생 초대로 포항에서 하루 묵고 왔다. 포항에 간 김에 구룡포에 있는 일본인 거리와 구룡포항 그리고 횟집에 들렀다. 자연산 횟감과 신선한 안주를 푸짐하게 내오는 인심 좋은 주인을 졸업생이 잘 알고 있었다. 이래저래 눈도 마음도 육신도 풍요롭고 넉넉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귀로(歸路)에 오른 것이다.구룡포항과 포항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이어주는 신작로가 돌아오는 길을 상쾌하게 동반한다. 불과 25분 만에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달리다 보니 ‘안동’으로 연결되는 도로 표지판이 얼굴을 내민다. 그 순간 무엇인가 가슴을 ‘쿵’ 소리 나게 두드린 것 같다. 삽시간에 가슴이 아프고 곧이어 눈시울이 따뜻해지는 것이다. 대체 이건 뭔가?!그것은 지나간 날들의 상념과 장면이 갑작스레 들이닥친 까닭이다. 큰아이가 어느 대학 무슨 과를 갈 것인가, 고민할 때 나는 안동대 민속학과를 추천했다. 21세기는 동아시아의 세기이며, 그 중심에 우리나라가 자리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것은 나의 확신이자 예감이며, 어떤 강렬한 계시 같은 확증이 심중을 관통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어리석고 무능한 군왕과 서글픈 사대부들과 한심한 신료(臣僚)들 때문에 숱한 고초를 겪어야 했던 조선 백성은 민주주의 시대에 제대로 빛을 보기 시작한다. 신분 제약의 사악한 족쇄(足鎖)가 풀리자 민초(民草)들은 하늘로 비상(飛翔)했다. 독재자들과 학살자들의 등쌀을 뚫고 21세기 20년대 우리는 세계의 빛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하지만 16년 전 큰아이는 내 결정이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런 아들을 다독여 민속학을 공부하도록 하면서 틈나는 대로 안동대를 찾았다. 언젠가 안동대 정문에서 아이를 만나서 즉시 영덕 강구항으로 차를 달렸다. 대게를 먹는 철도 아니었지만, 둘이 한 상 푸짐하게 받아들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살아가는 얘기를 했다.그 당시 나는 맛난 걸 먹게 되면 모친에게 택배로 부쳐드리곤 했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먹은 것보다 많은 양을 서울 모친댁으로 부쳤다. 그래야 속이 편하고 유쾌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나와 출장을 가는 동료 교수들은 안절부절도 유만부동이다. 제주도에 가면 갈치나 돔, 여수에 가면 말린 생선을, 장흥에 들르면 돼지고기를 부친 까닭이다.그래봐야 10만원이면 충분하다. 그 정도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런 마음의 선물을 보낼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 얘기를 동료들에게 하곤 했고, 몇몇 사람은 나와 함께 택배 행렬에 동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나의 택배를 받아줄 어머니는 이 세상에 아니 계시다. 그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안동 가는 도로 표지판을 보았을 때, 큰아이와 어머니 그리고 나의 16년 전 모습이 동시에 떠올랐다가 사라져간다. 그래서다. 내 마음과 눈시울이 순간 커다란 변화와 마주했던 까닭은 그래서다. 저 멀리 떠나간 시공간과 언어와 인연이 하얀 일광(日光)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2023-11-05

대구시 신청사, 이젠 건립에 지혜·역량 모으길

재원확보 문제로 논란을 빚었던 대구시 신청사 건립사업이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대구시는 건립 재원문제로 1년 넘게 답보상태에 빠진 대구시 신청사 건립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대구시 보유 5곳의 공유재산을 매각한다고 지난 주 밝혔다.당초 건립예정지인 두류정수장 일대 일부 부지 매각은 없는 것으로 하되 대구시 동인동 청사와 의회·주차장, 칠곡행정타운, 성서행정타운, 달서구 용산동 중소기업제품판매장 등 5군데 공유재산을 팔아 재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홍 시장 취임 후 신청사 재원확보를 두고 지역 정치권과 빚어진 논란은 일단락됐다.대구시의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 빚내 청사를 짓지 않겠다는 홍 시장의 원칙이 지켜졌고, 전임 시장 때 결정한 두류정수장으로의 이전 약속도 유지할 수 있게 돼 논란 소지는 줄어들었다. 다만 5곳의 공유재산을 매각하더라도 신청사 건립비용 5천억원을 충당하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재원 확보 대책이 필요하다.시는 공유재산 매각대금(가감정가 3천270억원)과 남아 있는 신청사 기금 600억원 그리고 부동산 경기회복으로 매각금액이 상승한다면 가능할 것으로 예상을 하나 불확실한 면이 없지 않다. 또 행정타운 매각에 따른 해당지역의 반발도 잠재워야 할 문제다.하지만 2004년 대구시청사 건립계획을 세운 지 20년만에 사업시행에 들어갈 수 있다는 면에서 대구시의 청사 건립 확정발표는 의미도 있고 고무적이다. 오랫동안 염원했던 대구시민의 기대감도 상당하다 할 것이다.2030년 완공을 목표로 시작하는 대구시 신청사는 대구를 대표하는 건물로 우뚝 서야 한다. 대구의 상징인 동시에 대구시민의 자존심이 되도록 지어져야 한다. 홍 시장도 이런 점을 고려 “각계각층의 모든 지혜와 역량을 모아 전국 3대 도시에 걸맞는 랜드마크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대구 미래 새역사를 쓰는 대구경북 신공항 개항과 때를 같이하는 대구시 신청사 건립이 지역민의 열망 속에 대역작으로 탄생하길 기대한다.

2023-11-05

혁신 외면하면 ‘야권 200석’ 현실화될 수도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호 혁신안’으로 “당 지도부,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은 불출마하거나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라”고 권고했다. 여당 내 기득권 타파의 대상으로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지목하며, 희생을 강요한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혁신위원장 시원하게 한번 지르네. 혁신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긍정평가했듯이, 혁신안에 공감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다만 혁신안의 폭발성을 감안해 김경진 혁신위원은 “인 위원장 개인의 정치적 권고 메시지”라고 강조하면서, 혁신위 공식 의결 사안은 아니라고 말했다. 2호 혁신안의 실현여부는 미지수다. 당 지도부는 김기현 대표·윤재옥 원내대표·이만희 사무총장을, 친윤계는 권성동·장제원·이철규 의원을, 당 중진은 3선이상 의원(31명)을 지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대표는 “정식 제안이 오면 검토해 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혁신위의 이번 쇄신안은 무게감이 크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여당은 국민들 눈에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존재로 보였다. 특히 최근 당 인재영입위원장에 직전 사무총장을 지낸 이철규 의원을 임명하면서 민심을 아랑곳하지 않는 정당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그러나 이번에 파격적인 혁신안을 내놓으면서 민주당보다 한발 앞서 ‘총선바람’을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여당의 이번 혁신안은 절대 용두사미로 끝나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당 전체 구성원들의 선당후사(先黨後私) 희생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 지도부와 친윤계, 중진그룹이 공천개혁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경우, 여당에 대한 민심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여당은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수도권 중산·청년·중도층 모두가 낙제점을 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민심은 급격하게 악화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야권 200석’이 정말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2023-11-05

겨울철 진객 과메기

우정구 논설위원 경상도의 과메기와 전라도의 홍어는 냄새 나는 생선을 그대로 먹는다는 점에서 곧잘 비교된다. 과메기가 경상도의 겨울철 별미라면 홍어는 전라도의 겨울철 별미다. 강한 암모니아 냄새가 풍기는 홍어에 비해 그래도 과메기는 그보다 냄새가 훨씬 덜하다.청어, 꽁치, 고등어 등 어류는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에는 보관방법이 늘 고민거리였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염장, 건조, 훈제 등의 방법이다. 소금에 절인 안동 간고등어가 대표적 예다.포항을 중심으로 경상도에서 주로 먹는 과메기는 바닷가 덕장에 청어나 꽁치를 매달아 바닷바람에 얼렸다 녹였다 반복해 생산한 이 지역 특산품이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고문서에 “생선 눈을 관통했다”는 뜻의 관목(貫目)이라는 말이 등장한 시기로 보아 18세기 후반으로 짐작을 한다.본래 과메기는 청어를 가지고 만들었으나 1960년대 이후 청어의 생산량이 줄면서 꽁치로 대체됐다.겨울철 진객 과메기 철이 찾아왔다. 포항 구룡포에서는 18∼19일 과메기축제가 열린다. 이에 맞춰 벌써부터 많은 관광객이 과메기를 맛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는 소식이다.과메기가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은 아니나 빠르게 시장을 넓혀 지금은 전국적 명물이 됐다. 겨울철 별미로 식당이나 주점의 안주로 큰 인기다. 특히 과메기가 품고 있는 오메가3, 아스파라긴산, 비타민 D 등의 각종 영양가치 때문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더 끌고 있다.올해는 최근 논란이 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덜기 위해 포항시가 식약청 지정의 수산물품질관리센터까지 운영한다니 식품으로서 안정성도 더 높아진 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1-05

멧돼지 소동

우정구 논설위원 지난해 여름. 스페인의 한 해변에 멧돼지가 물속에서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이곳에 있던 많은 관광객이 혼비백산 도망친 소동이 벌어졌다.우리나라도 멧돼지가 주거지 도심까지 나타나 소동을 피우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지난 29일에는 포항에서 서울로 가던 KTX 열차가 경주시 갑산리 터널에서 멧돼지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열차는 긴급 정지하고 승객 200여 명은 다른 열차로 옮겨타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몇 년 전 울산의 한 아파트단지에는 멧돼지가 아파트 현관문을 부수고 달아나는 일이 벌어졌다. 멧돼지 등장시간이 오전 9시 30분쯤으로 사람의 왕래가 많은 시간이라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도 했다.멧돼지는 보통 몸무게가 150kg 정도나 큰 것은 400kg까지 나간다. 날카로운 이빨까지 겸비했으니 멧돼지와 갑자기 마주치면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다.농촌에도 멧돼지의 잦은 출몰로 농사를 망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큰 산 인근의 농촌마을에는 거의 매일 멧돼지가 나타나 이제는 고구마를 심는 사람이 없어졌다고 한다. 정성들여 지은 농작물을 망쳤으니 화나지 않을 농민이 없다.멧돼지의 잦은 출몰은 지금이 짝짓기철로 먹이 활동이 왕성해진 탓이라 한다. 원래 먹이사슬의 중간쯤이던 멧돼지가 천적인 사자와 호랑이 등이 사라지면서 지금은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올랐다. 호랑이 없는 골에 왕 노릇 하고 있는 꼴이다.번식력이 좋은 데다 산림녹화로 서식환경도 좋아져 국내는 35만마리 정도 멧돼지가 서식 중이라 한다. 주민피해 등으로 당국이 엽사를 동원, 포획을 하고 있지만 개체 수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멧돼지 출몰을 줄이는 묘안은 없는 것일까. /우정구(논설위원)

2023-11-02

韓日지사회의 재개, 도시교류 활성화 기회로

6년만에 한일지사회의가 일본 야마나시현에서 개최됐다. 대한민국 시도지사회 회장인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국내 광역단체장 5명과 일본의 무라이 요시히로 미야기현 지사 등 11명의 단체장이 함께 만나 한일간의 공동현안을 두고 의견을 교환했다.한일지사회는 1999년 대한민국 시도지사회가 구성되면서 양국 지방정부간 교류증진과 공동협력을 위해 출범했다. 2년마다 양국이 번갈아 회의를 개최해 왔으나 코로나19와 한일관계 악화로 2017년 11월 부산 개최를 마지막으로 중단됐다.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한일정상간 셔틀외교가 복원되고 양국간 교류가 활기를 띠는 가운데 양국 지방정부 단체장의 만남이 재개된 것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일이다. 특히 도시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글로벌 시대에 우리와 인접한 일본 지방도시 수장과의 만남은 경제, 관광,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도시 상호간에 도움이 될 일이 매우 많을 것으로 보여진다.일본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다. 국가 차원뿐 아니라 지방도시간의 연대와 협력은 시대적으로도 맞는 길이다. 일본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배우고 반면교사도 삼아야 한다. 특히 수도권 집중이나 지역균형발전, 지방소멸, 저출산, 지방일자리 등 우리 지방정부와 유사한 문제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에서 머리를 맞대 공동대응책을 찾아보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이 지사는 한일지사회의 복원을 위해 올초 일본을 방문하는 등 많은 힘을 써왔다. 그 결과 회의 재개가 성사됐고 한일양국 수교정상화 60주년인 2025년에는 한국에서 한일지사회를 개최키로 합의하는 성과도 냈다.다시 시작한 한일지사회를 계기로 양국은 더 자주 만나고 교류폭도 넓혀야 한다. 지방도시간의 협력과 유대강화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지방도시가 선택해야 할 필수 코스다.북한의 핵위협 등 긴장된 국제정세 속에 양국 도시간 유대 강화는 동북아지역의 긴장감을 줄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도시간 교류가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

2023-11-02

‘발등의 불’ 된 험지 출마

홍석봉 대구지사장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가. 최근 정치권에 일고 있는 험지 출마 논란은 정당 공천과 연관이 깊다.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5개월여 앞두고 있다. 정치인들의 마음은 온통 콩밭에 가 있다. 현역 의원은 물론 출마 희망자들은 중앙당과 용산 주변에 안테나를 꽂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이 험지 출마 논란으로 뜨겁다. 험지 출마는 금배지를 오래 달았고 많은 특혜를 누린 이들은 이제 뒷전으로 좀 물러났으면 좋겠다는 신호다. 그런데도 눈치없이 무거운 궁둥이를 비비적거리며 일어설 줄 모르는 이들이 대상이다. 통상 3선급 이상이 해당된다. 유권자들의 피로감도 한 몫한다.부산 출신 3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출마를 선언, 험지 출마론의 불씨를 당겼다. “제 살길 찾는 것”이라는 혹평도 없지 않지만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결단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거기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주호영 의원과 김기현 대표를 콕집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고 말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는 언급에 영남 의원들이 발끈했다. 여당 중진에게 ‘험지 출마’가 발등에 불이 됐다.험지 출마는 정치권의 해묵은 과제다. 정당의 지지세가 약한 지역이 타깃이다.20대 총선때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을 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텃밭을 떠나 사지나 다름 없는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홍의락 전 의원도 대구 북을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이들은 보수 텃밭에서 당선돼 정치 위상을 크게 높였다. 지역주의가 판 치는 우리나라에서 험지 출마는 총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단골 메뉴다. 험지 출마는 위험 부담이 크지만 성공하면 정치권의 스타가 된다.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 길을 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에서 당선된 후 다음 총선때 부산에서 출마, 낙선했다. 이후 ‘바보 노무현’ 별칭이 붙었다. 그의 정치 생명을 건 도박은 대통령 당선에 교두보가 됐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된 것이다.2020년 21대 총선 때는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가 등 떼밀려 종로에 출마했다가 민주당 이낙연 총리에게 고배를 마시고 정치 인생을 마감해야 했다. 이번 국민의힘 혁신위에서 사면 대상자로 거론된 3선의 김재원 의원도 상주·군위·의성·청송을 떠나 서울 중랑을에 나섰다가 분루를 삼켜야 했다.반면 험지 출마 요구에 반발,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 출마했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선됐다. 정치 재기의 기반이 됐다. 국민의힘 텃밭인 대구의 5선 주호영, 3선 윤재옥·김상훈 의원과 부산·울산·경남의 3선 이상 중진들이 험지로 등을 떼밀리고 있다. 험지 출마는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훨씬 높다.험지 출마는 당 쇄신을 위해, 희생을 요구한다. 그러나 공천을 둘러싼 파워 게임 성격이 짙다. 위험 부담이 크지만 정치적 도전과 쇄신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고 했다. 정치인에게 후진을 위한 자리 양보는 숙명이지만 고통이 수반된다.

2023-11-02

윤석열 정부 ‘지방시대 종합계획’, 실천이 중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그저께(1일)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년)을 내놓았다. 이번 종합계획은 지난 20년간 별도로 수립된 국가균형발전계획과 지방분권 종합계획을 최초로 통합 수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종합계획의 핵심은 기회발전특구와 교육발전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 등 4대 특구 정책이다.그동안 간헐적으로 발표되긴 했지만, 비수도권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회발전특구에는 10종 이상의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도입된다. 소득세, 법인세, 양도세, 취득세, 재산세, 가업상속세 등의 세제 혜택과 금융·재정 지원, 각종 특례, 근로자 대상 민영주택 특별공급 등이 추진된다.교육발전특구에서는 지역인재가 해당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지방정부에 공교육 발전전략을 자율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실질적인 교육자치 시행의 첫걸음으로 보면 된다. 비수도권 대도시에 들어설 도심융합특구에는 첨단·벤처 일자리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복합거점이 조성되고, 문화특구에선 해당지역의 관광자원과 문화를 ‘자산’으로 키워내는 사업을 벌인다.우리나라는 지금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수도권에는 절반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의 51.9%가 집중돼 있다.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86곳의 본사가, 1천대 기업의 90%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수도권 중심의 교육 여건 때문에 지방 인구가 계속 유출돼 전체 시군구의 40%(89개)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수도권 집중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더이상 국가균형발전이 미뤄지면 나라전체가 멸망한다. 그래서 지방시대위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려되는 점은 역대 정부가 그랬듯이, 윤석열 정부 지방정책도 선거용 도구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번 종합계획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실행력이 담보돼야 하고, 지방정부에 실질적인 권한이 대폭 이양돼야 한다.

2023-11-02

법을 무시하는 판사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선거범과 그 공범에 관한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하여야 하며, 그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월 이내에, 제2심 및 제3심에서는 전심의 판결의 선고가 있은 날부터 각각 3월 이내에 반드시 하여야 한다.’공직선거법 제270조(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의 법조문이다. ‘강행규정’으로 못 박아 놓은 것은 판사가 재량의 여지없이 법규대로 처리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그런데도 버젓이 이 법을 무시하는 판사들이 있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18년 울산시장선거에 대한 재판과 2021년 대선기간 이재명 후보의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한 재판이다.2018년 6월 울산시장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선거법 위반 사건은 크게 세 갈래였다.문재인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송철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상대 후보인 김기현 시장에 대한 표적수사를 경찰에 지시한 것과 청와대 고위공무원들이 송 후보의 선거공약을 지원해주었다는 것, 그리고 민주당 내 경쟁 상대가 경선에 출마하지 않도록 매수한 혐의 등이 수사 대상이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들은 최상위 권력기관을 동원해 경쟁 후보를 표적 수사하고, 상대 공약을 흠집내고, 당내 경쟁자의 출마 포기를 종용하는 등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며 “대한민국 선거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최악의 반민주 선거였다”고 주장했다.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였던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와 지난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허위로 답변한 혐의다. 울산시장선거 관련 재판은 2020년 1월 29일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후 3년 7개월여 만에 재판 절차가 종결됐다. 1년 넘게 공판준비절차로 공전하다가 2021년 5월에서야 정식 공판이 열려 2년 넘게 진행된 것이다. 그 사이 송철호 시장은 지난해 6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고, 그 사건에 연류되었지만 재판지연으로 국회의원이 된 황운하와 한병도는 내년 5월에 임기가 끝난다.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위반 재판 역시 일 년이 넘도록 결심공판도 열리지 않고 있다.사법부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위한 최후의 보루다. 판사가 외부의 압력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개인적인 선입견이나 주관적인 의견도 배제하고, 차별이나 편견이 없이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선거법 위반 제판을 지연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다.더구나 위의 두 사건처럼 정치판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건일 경우는 그 죄과가 더욱 크다. 판사가 이념에 치우치거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법을 무시하는 행위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

2023-11-02

겨울을 준비하며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달력을 또 한 장 넘겼다. 겨울의 초입, 11월이다. 그런데 날씨는 푸근하다. 주말부터 전국적으로 소나기가 오겠다는 예보도 있는데…. 달력을 살펴보니 공휴일이 없어 좀 쓸쓸한 달이지만 1일부터 청송 사과축제가 열리고 3일에는 포항문화재단이 주최하는 포항음악제가 시작되며 10일에는 구룡포 씨푸드축제가 준비되고 있다.저녁 먹고 영일대 바닷가로 나갔다. 40여 일째 해오고 있는 해변가 ‘맨발로 걷기’를 하기 위해서다. 바다시청 신발장에 신발을 벗어두고 잔잔한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에 서니 하루의 일과가 머릿속에 정리된다. 붉게 물든 큰 보름달이 수평선 위에 떠 있고 많은 사람이 깨끗한 모래 위를 걷고 있다. 나는 찰방찰방 물을 밟으며 영일대 쪽으로 걷는다. 많은 사람이 스치며 조용히 뒷짐 지고 걷거나, 팔을 크게 흔들며 걷는다. 대부분 혼자서 걷는 사오십 대가 많고 노년의 부부도 조용히 얘기하며 걷고 몇몇이 놀러 나온 젊은이들은 불꽃도 터뜨리고 사진도 찍는다. 무릎 깊이의 물속에서 발가락을 꼬무락거리며 조개를 줍고 있는 아줌마가 있는가 하면 모래사장에 해초와 함께 밀려 나온 조개를 도로 바다로 던져주는 아저씨도 있다.영일대 부근까지 오니 스페이스워크가 알통을 재는 것 같은 포즈 위로 달이 보인다. 집을 나설 때는 춥지는 않을까 하고 따뜻하게 입고 나왔으나 물속에 발을 담구어 보면 차갑지가 않다. 요즘은 바람도 잔잔하다. 해변에 서 있는 스틸아트 이정표를 보니 먼 나라 도시 10개 정도가 거리가 표시되어 있는데 뉴욕이 약 1만1천km이고 서울은 270km이다. 되돌아 오면 포스코의 휘황 찬란한 불빛이 포항의 힘을 빛나게 하고 있다. 남쪽 끝 여객터미널 앞까지 와서 체조를 하며 잠깐 쉬고 되돌아간다. 이렇게 약 3천500 보 2.5km를 걷는다. 오늘도 버스킹 그룹 몇 개가 노래를 들려주고 큰길 옆 식당에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떠들고 카페에는 연인들의 모습이 조용하다.이처럼 바다는 맑고 깨끗한데 근래 갑자기 들려오는 ‘럼피스킨’이라는 소 전염병이 전국 74곳이나 발생하였고 약 5천 마리가 살처분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다. 다행히 경북은 아직 피해가 없다니 다행이다. 이 병은 모기 따위가 옮긴다는 데 또 빈대가 출몰하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도 들린다. DDT(다이클로로다이페닐트라이클로로에테인) 뿌려서 1970년대에 없어진 줄 알았던 빈대가 또 말썽이다. 아마 해외에서 유입된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맨발 걷기를 마치고 모래밭을 나와보니 스틸아트 작품들은 거의 철거되고 몇 개만 남겨두었는데, ‘Time’의 흰 딱따구리는 기둥을 쪼고 있고 ‘비상(飛上)’의 20마리 포항갈매기들은 하늘을 향해 뜨겁게 날아오른다.집에 와보니 땀이 조금 났다. 이제 여름철 옷은 빨아 넣고 길고 두꺼운 겨울옷을 꺼내야겠다. 벌써 마음먹고도 행하지 않았던 에어컨 청소도 전기 코드는 이미 빼놓았지만 필터도 닦고, 이방 저방 흩어져 있는 선풍기도 씻어 넣어야지. 시골집 뒷간도 정리하고 황토방에 불을 때어 주어야겠다. 곧 겨울이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이니 더 추워지기 전에 주위를 정리하고 마음 조용히 11월을 맞이하자.

2023-11-02

아키는 여전히 슬프다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베리의 마지막 날. 병원 예약시간에 맞추기 위해 바삐 준비했다. 이동용 켄넬을 깨끗이 씻어 희고 폭신한 새 수건을 깔았다.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베리의 몸을 정갈하게 닦았다, 연노랑의 옷을 입혔다. 한손으로도 가뿐히 들 만큼 가벼운 베리. 평소 좋아하던 장난감과 함께 켄넬에 들였다. 아키를 베리 앞에 데려가 마지막 인사를 하게 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 켄넬을 들고 내려갔다.남편을 기다리며 주차장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괴로움의 숨소리만 가쁘게 들릴 뿐 베리는 기척이 없었다. 그때였다. 웬 늑대울음 소리가 들렸다. 집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얼른 뛰어 올라갔다. 현관문을 여니 세상에나…. 아키는 아까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서 하울링을 하고 있었다. 나를 보고도 꼼짝않은 채, 얼마전까지 베리가 있었던 안방을 향해 고개를 돌려 더욱더 크게 늑대 소리로 울고 있었다. 나도 울음이 왈칵 터졌다. 아키를 껴안았다. 너도 베리와의 이별이 슬프구나. 아키의 목줄을 찾아 일단 데리고 내려갔다.베리의 켄넬 옆에 두자 울음을 그쳤다. 작년 4월, 베리가 입원했을 때 식음을 전폐한 아키의 증상을 얘기했더니 문병을 허용해 준 수의사에게 전화했다. 이번에도 아키의 동행을 허락받았다.남편에게 얘기했더니 놀라고 애달파했다. 아키는 남편에게 안겨서, 내 품에 안겨 숨을 거두는 베리를 다 지켜보았다. 아키는 베리의 마지막까지 함께했다.빗속을 뚫고 도착한 장례식장에는 베리의 빈소가 마련돼 있었다. 미리 보낸 베리의 사진이 TV모니터로 보였다. 강아지 간식이 들어 있는 조그마한 제기, 그리고 조화이긴 하지만 예쁜 꽃들도 장식되어 있었다. 또 한 켠 벽엔 베리의 사진으로 만든 가랜드도 걸려 있었다.화장이 진행되는 두세 시간을 우리 부부는 베리의 사진이 반복적으로 바뀌는 TV모니터만 지켜보며 말이 없었다. 그런데 아키는 달랐다. 우리 둘 사이에 앉아있다가 사람 기척이 나면 부리나케 뛰어나갔다. 아키를 본 사람들이 몇 마디 말을 걸고 애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다시 조문실로 들어와 우리 곁에 앉는다. 그러다 문소리가 들리면 또 튀어나갔다가 그들과 잠시 지내고 들어오곤 했다. 넋을 잃고 앉아있다가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키의 행동이 마치 조문객을 맞는 상주의 그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말없는 남편에게 내 생각을 얘기했더니 남편도 슬쩍 웃음을 보였다.작은 보자기에 싸인 베리의 한 줌 뼈를 들고 집으로 온 그날 이후, 이웃 분이 날 붙들고 긴한 얘기를 하겠단다. 여태껏 강아지가 둘이나 있어도 우는 소리도 안 들렸는데 요즘은 매일 하울링 소리가 들려 이상하네요. 베리의 마지막 날, 목청 높여 하울링하던 아키였다. 내가 집 비운 사이 슬픔을 못견디어 울었나 보았다. 베리와의 슬픈 이별, 그로 인한 분리불안증 때문일까. 평소 베리와 아키는 깊이 의지하던 사이였고, 어쩌면 우리들보다 훨씬 더 애착관계였을 터. 아직도 슬픔을 삭이지 못한 아키를 혼자 두어선 안되겠다 싶어 웬만하면 어디든 데리고 다닌다.

2023-11-01

무릎통증과 예방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무릎은 우리 몸의 체중을 대부분 지탱하면서도 운동을 하는 관절이다. 관절도 크고 그 기능은 단순히 앞 뒤로만 운동이 가능하다. 어깨나 다른 관절처럼 다방향 운동이 안되고 오직 앞 뒤로만 움직인다. 체중의 대부분을 지탱하면서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어깨처럼 다방향으로 움직이면 불안해지고 그럼 이에 따른 다른 관절이나 몸의 균형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기에 선택된 진화의 결과이다.일반적인 인간이 서 있을 때 골반은 앞으로 살짝 넘어가는 전방경사가 되어 있고 허리뼈는 신전 되어 있으며 허벅지 뼈와 종아리 뼈는 안쪽으로 내회전 되고 발목은 평발처럼 되어 있다. 장애가 있거나 특수 상황이 아니라면 모든 인간은 서 있을 때 이 상태로 몸을 지탱한다. 톱니바퀴가 서로 딱딱하게 맞물려 있는 것처럼 서로를 당겨주고 받쳐주면서 허리부터 하체의 균형이 유지된다.이중 어느 하나라도 과사용, 손상, 질병 등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 톱니바퀴 전체의 균형에 문제가 생기고 통증이 발생한다. 보통은 허리쪽에 무리가 많이 가고 발목이 이런 부하를 대신 받아 삐거나 하지만 무릎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특히 나이가 들면 들수록 무릎은 구조적으로 닳기 때문에 무릎 쪽에 무리가 많이 간다.무릎은 무리가 가기 시작하면 염증이 생기고 파열이 되고 닳기 때문에 허리나 발목처럼 다시 회복되는 게 쉽지 않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킨다. 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걸어야 하기 때문에 걸으면서 다시 무릎에 무리가 가는 악순환이 생긴다. 그래서 무릎은 아프기 시작하면 빨리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시간 지나면 회복되겠지 생각하고 방치하면 회복이 되지 않았을 때 더 심해진다. 처음엔 단순히 무릎 쪽 인대나 근육의 문제로 시작된 것이 붓게 되고 압박이 심해지면서 지속적인 염증 반응과 함께 무릎이 조금씩 닳게 되는 구조적 문제로 진행된다.무릎의 치료도 역시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일시적인 통증과 부분적인 통증은 통상 1~2주 이내의 치료로 좋아지나 부어 있으면 기본 한달 정도는 열심히 치료해야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나이가 많거나 닳아서 무릎이 울퉁불퉁한 경우는 완치는 힘들고 통증을 줄이고 보행을 편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치료를 해야 한다. 몇 달은 기본으로 치료 해야 하고 심한 경우 한약과 병행을 해야지 효과를 볼 수 있다.개인이 해줄 수 있는 운동은 가능하다면 허벅지쪽을 단력시킬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계단 오르기나 자전거 타기 스쿼트 같은 운동을 무리가지 않는 선에서 하면 된다. 통증이 있을 때 걷기운동은 좋지 않다. 달리기나 등산도 무릎에 큰 무리가 가니 무릎이 아픈 사람은 하면 안 된다. 치료가 되고 무릎 염증이 사라지고 통증이 사라지면 걷기 달리기 등산을 하면 된다.음식은 단백질 섭취를 위해 육식 위주로 해야 한다. 근육량을 늘리려면 육류 위주의 식사를 하고 밥과 빵 국수 등의 탄수화물 섭취는 줄인다. 그리고 물은 일부러 많이 먹지 않는다. 무릎 통증이 심한 사람은 보통 무릎이 부어 있는데 이때 몸에 좋다고 수분을 과다 섭취하면 무릎 부기가 가라앉지 않으니 물을 일부러 먹는 것은 삼가야 한다.

2023-11-01

한국교회에 묻는다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506년 전 엊그제, 약관 34세 독일 청년이 세상을 바꾸었다.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의 종교개혁은 교회를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세상의 물줄기를 소용돌이치게 하였다. 가톨릭교회의 부패와 교황의 부당한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여, 오직 믿음으로만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개신교의 출발을 알렸다. 루터 자신은 ‘종교개혁’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본인의 소신과 하나님의 이끌림에 따라 하는 수 없이 한 일이라고 술회하였다. 1517년 10월 31일 아침에 95개의 문장으로 적어 교회 정문에 내걸었던 선언문에도 그의 다짐과 경고는 물론 누구와도 토론하겠다는 의지를 함께 담았다. 개신교가 태동했으며, 사회와 역사가 크게 변화하기 시작하였다.오늘 우리 교회는 어떤가. 웬일인지 교회는 권력과 금력 앞에 무릎을 꿇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가. 루터의 개혁은 교회를 ‘돈’의 그림자로부터 떼어내지 않았는가. 당시 면죄부로 상징되는 교황의 금권을 반성경적인 것으로 규정하면서 종교개혁을 시작하였다. 우리 교회가 권력을 탐하고 돈을 좇는 모습을 언론에서 만날 때, 목사님과 교회를 믿고 따르는 착한 교인들이 무슨 생각을 할까 걱정이 된다. 교회는 개인의 복락만을 추구하는 기복(祈福)의 구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렵고 힘든 민생을 이어가느라 지치고 고단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을 찾아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전해야 하지 않을까. 정치적으로 부당하고 문화적으로 왜곡된 이슈들에 대하여도 윤리적 도덕적으로 반듯한 목소리를 만들어 전해야 하지 않을까.우리가 목격하는 한국교회는 사회적 담론 형성의 권위를 스스로 잃어버렸다. 오늘 들리는 교회의 목소리는 누구보다 앞서 돈과 힘을 따라 세상에서 성공하여 행복하길 바라는 욕망을 전할 뿐이 아닌가.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거나 정치적으로 건강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교회로부터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오백 년 전 독일 청년이 꿈꾸었던 교회의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이전의 교회로 다시 돌아간 모습이 아닌가. 사람과 이웃을 섬기는 목사가 아니라, 교인들과 주변으로부터 대접받는 목사. 동네의 여느 집들보다 화려하게 우뚝 선 교회 건물들. 힘없는 이들을 보살피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힘있는 자들을 따르는 교회. 사회의 건강을 돌보기 보다 개인의 행복에만 천착하는 메시지.구석구석에서 선한 목회를 펼치는 목사님들도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 싱싱한 포부와 멋진 믿음으로 신학에 도전하는 젊은이들도 많을 터이다. 16세기 독일 청년의 용기와 도전을 21세기에도 만나보고 싶다. 저렇듯 무너져 내리는 오늘 한국교회의 모습 앞에 든든한 믿음으로 무장한 기개와 다짐을 목격하고 싶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두 번째 종교개혁을 일으킬 수는 없을까. 이대로는 안 된다. 착한 교인들이 불쌍하고 수렁에 빠진 사회가 심각하다. 마지막 보루 한국교회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 나라에 치유와 회복이 깃드는 날이 어서 찾아왔으면 한다.

2023-11-01

포스코 노사 합의, 55년 무파업 전통 이어가길

55년만에 첫 파업 위기를 맞았던 포스코 노사가 지난달 31일 극적 합의를 도출했다. 노사협상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지역사회가 이제 안도의 한숨을 돌리게 됐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달 30일 오후 3시부터 12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임금 및 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했다. 이날 열린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는 파업시한인 0시를 넘겨 한때는 창사 후 첫 파업이라는 위기감도 나돌았다. 그러나 노사가 파업만은 막자는 생각으로 파업시한 이후에도 성실 협상을 벌여 잠정안을 도출했다. 55년 무파업의 포스코 전통이 저력을 발휘한 셈이다.합의된 주요 내용은 기본금 10만원 인상, 주식 400만원 지급, 일시금 250만원, 격주 4일 근무제 도입 등이다. 포스코 노조는 이날 합의된 잠정안을 9일 조합원 투표에 부칠 예정인데, 과반이상 찬성이면 올해 임단협은 최종 타결된다.포스코 노사는 지난 5월 24일 상견례를 시작한 이후 10월 5일까지 24회 교섭을 벌였으나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는 쟁의 행위 찬반 투표에 부쳐 77%의 찬성을 얻기도 했다.이에 따라 포스코 노조 파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와 걱정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포항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포스코의 파업이 안겨줄 후폭풍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직원뿐 아니라 고객사, 협력사, 지역사회는 물론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이런 면에서 포스코 노사의 협상 타결은 지역사회만 아니라 국가 경제적으로도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노사는 상생의 관계다. 노사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경영조직이나 관리가 아무리 좋아도 생산성을 높일 수 없는 게 지금의 시대 흐름이다.55년 무파업의 포스코 노조 전통이 지속 이뤄지길 바란다. 전통이란 공동체 내에서 형성된 사상이나 행동 등을 말한다. 조직의 정신적 가치를 이르는 말로도 표현된다. 상호 신뢰와 양보로 상생의 길을 걸어온 포스코의 노사 협력정신이 지역사회와 국가 경제발전에 힘이 되는 모범사례로 계속 남길 희망한다.

2023-11-01

TK 국가산단의 成敗, 속도전이 중요하다

지난 3월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된 대구와 안동, 경주, 울진 4곳의 국가산단 사업추진 속도가 빨라진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열린 ‘신규 국가산업단지 기업설명회’에서 신속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 도입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신규 국가산단에 대한 신속예타 방침은 지난 3월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가첨단산업벨트 구축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 예타 조사 기간을 7개월에서 2개월까지 단축하고, 이르면 2026년 착공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었다.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이날 기업설명회에서 “국가산단 조성과 관련해 신속한 추진이 중요하다”면서 입주 기업에게 각종 세제·보조금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서 3년(중소기업은 2년) 이상 공장시설을 갖추고 사업한 기업이 공장시설 전부를 수도권 밖으로 이전하는 경우 최대 10년간 법인세를 면제받을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인구감소지역인 안동·울진으로 이전하는 기업은 10년간 법인세 100% 감면 후 2년간 추가로 50% 감면혜택을 받는다. 대구·경북 국가산단에 입주하는 기업들은 복잡한 행정 절차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도 받는다. 오랜 기간이 소요됐던 인허가나 교통·환경 영향평가 같은 경우 사전 컨설팅을 통해 신속하게 통과시켜 준다. 기업유치 발목을 잡아왔던 각종 규제들도 정부가 나서서 해제해 주기로 했다.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전국 15개 첨단 국가산단 중 대구·경북에서는 4곳이 선정됐다. 대구는 미래 자동차와 로봇산업이, 안동은 바이오의약, 경주는 소형모듈원전(SMR), 울진은 수소생산 산업이 집중 육성된다. 현재 세계 각국이 첨단산업 육성에 너도나도 뛰어든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산단 조성은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 주요기업들이 대구·경북지역 국가산단에 신규투자를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 물론 대구·경북 각 지자체와 정치권의 ‘기업유치 총력전’이 전제돼야 한다.

2023-11-01

대중교통전용지구의 명암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도로 전체를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과 보행자만 다닐 수 있도록 조성한 교통 시설이다. 자가용 통행이 24시간 차단된다. 일부 조업차량과 긴급자동차, 준대중교통만 제한적으로 진입이 허용된다. 주로 상업시설의 밀도가 높고 보행자 통행량이 많은 도심 지역에서 설치한다. 도로 폭은 왕복 2차로, 제한속도는 30km/h, 버스베이 등의 시설이 갖춰진다. 통행 위반시 과태료가 부과된다.대구시는 2009년 12월 국내 처음으로 중앙대로 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 구간을 대중교통전용도로로 지정, 시행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교통정책이었다. 시민들은 기대반 의구심 반으로 지켜보았다. 이후 보행환경개선과 상권활성화, 상징거리조성, 소음·대기오염 감소 등 도심 활력을 도모하는 효과가 컸다. 이에 서울시와 부산시도 뒤따랐다.대구 중앙로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이후 5년 만에 시내버스 이용객이 33.8% 증가했다. 유동인구도 17.7% 늘었다. 자가용 통행이 줄면서 이산화질소,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아황산가스가 20~40% 줄었다. 소음도 낮아졌다.하지만 시행 14년이 지난 현재 중구 태평로 일대의 활발한 재건축과 재개발 등으로 교통환경이 크게 변했다. 동성로 경기가 침체됨에 따라 전용지구 검토 요구가 높아졌다. 게다가 서울과 부산시가 같은 이유로 운영 중단 및 일시 해제한 점도 작용했다. 대구시가 1일부터 대구역네거리~중앙네거리 구간의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했다.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한다. 도심 활력을 되찾고 동성로 상권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교통 환경은 유동적이다. 아쉽지만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부 해제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1-01

등대를 읽다

배문경 수필가 “햇살이 사라질 때 그 불빛은 거친 파도를 좀 더 밝은 은색으로 물들였고, 푸른색이 바다에서 밀려나가고 순수한 레몬색 불빛이 밀려들어 곡선을 그리면서 부풀어 오르다가 해안에서 부서질 때 그녀의 눈은 황홀에 빠졌고, 그녀의 마음 밑바닥에서도 순수한 기쁨의 파도가 출렁거렸다.”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 중에서바다를 바라보다 등대와 눈이 마주쳤다. 멀리 있으니 작고 앙증스러워 보이는 빨간 등대다. 어쩌면 파도 그리고 바다와 저렇게 잘 어울릴까. 그 주위를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갈매기 떼는 한 폭의 그림이 된다.지금 나는 구룡포 대보 호미곶 등대박물관에 와 있다. 등대박물관이 큰 규모로 새로 지어졌다. 들어서자 맞은편 유리창으로 펼쳐지는 바다가 푸르게 다가온다. 천정에서 내려온 디지털 화면에는 일몰부터 일출까지의 풍경과 바다와 선박을 이어주는 역동하는 등대를 표현했다. 생명의 빛으로 만들어진 육각형 화면은 수시로 변화해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분수를 뒤집어 놓은 듯이 생긴 조명나무 밑에 서자 전구가 켜지고 뿌연 물방울이 떨어진다. 보물선 조타체험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페달을 밟자 시원하게 대포가 발사되어 문어괴물을 물리쳤다. 빛의 마을 캐릭터와 함께 기념사진도 찍다보니 어릴 적의 나와 조우하는 느낌이다. 그때는 이렇게 좋은 세상도 아니었다. 슬리퍼를 신고 바다의 모래사장을 헤매다보면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던 모래알들이 간지럽고 즐거웠다. 바다는 늘 푸른빛으로 나를 유혹했다.등대는 항로표지의 한 종류다. 빛으로 배를 안내하는 광파표지다. 바다에서 튀어나온 곳이나 섬과 같이 배가 목표지점으로 삼을 수 있는 곳에 설치한다. 그래서 해안의 긴 선착장 끝에는 육지에서 차와 사람을 조절하는 신호등처럼 등대가 있다. 어둠이 깊을수록 별이 빛나듯이 어둠이 짙어진 바다를 향해 불빛을 쏘는 등대야말로 바다를 지키는 수호신이다.내 삶의 수호신은 무엇일까. 어릴 적, 연로하신 부모님과의 소통되지 않는 우울한 유년을 위로해주던 사람은 큰 오빠였다.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길에서 나는 오빠에게 작은 한 송이 꽃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빠는 막내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학을 다닐 때는 교수님께서 나를 지지해주셨다. 인생의 선배인 그 분은 힘든 일도 가볍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셨고 삶의 애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소통을 함께 나누었다. 세상의 풍파에 흔들릴 때마다 등대 같은 그들이 있어 나는 난파되지 않고 여기까지 온 모양이다. 1세기에 만들어진 스페인 라코루냐등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다. 세계 수많은 나라의 유명한 등대가 있겠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는 인천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위치한 팔미도 등대다. 크고 작은 등대가 이제는 불빛을 쏘아대며 배를 순항하도록 하는 것 외에도 자연 암초로 인해 스노쿨링으로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감포항 인근의 송대말등대처럼 친근한 것도 있다.등대는 다양한 방식으로 배를 돕는다. 캄캄한 밤, 빛을 이용해 육지를 알려주는 광파표지와 먼 바다에서 위치확인이 어렵거나 배들이 서로의 위치를 알 수 없을 때 도움을 주는 전파표지, 안개나 비, 눈 등으로 시야가 흐릴 때 음파표지, 보이지 않는 바다 속의 위험지역을 모양과 색을 이용해 알려주는 형상표지가 있다.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등대이거나 누군가는 나의 등대일 수도 있다. 보이거나 보이지 않더라도 가슴속에 십자가처럼 빛나는 무엇 하나.우리 삶에 등대와 같이 어둠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먼저 인생을 살다간 사람들의 발자취가 아닐까. 잘 들여다보면 삶을 통해 남보다 조금 더 앞서가며 역사에 오래토록 남을 발자국의 주인인 그들의 삶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겐 등대가 아닐까. 불빛처럼 빨간색등대는 오른쪽에 장애물이 있으니 왼쪽으로 다니라는 뜻이고 흰색등대는 왼쪽은 암초가 있으니 가면 안 된다는 위험신호를 보낸다. 우왕좌왕 갈팡질팡 삶이 흔들릴 때 그들이 남긴 삶의 발자국에 슬며시 발을 올려보자.

2023-11-01

24절기(節氣)와 명리(命理) 이야기

우주의 현상과 질서인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순환한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주변 환경을 관찰하고 기록하여 자연 변화의 규칙에 순응하여 이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천체의 주기적 변화를 관찰하여 시간을 구분하고 날짜를 매겨 기록한 것이 역법(曆法)이다. 달을 기준으로 하는 태음력(太陰曆)과 해를 기준으로 하는 태양력(太陽曆)을 절충한 태음태양력(太陰太陽歷)을 지금 사용하고 있다.자연현상 가운데 풍열습조한(風熱濕燥寒)의 변화 원리를 담아낸 것이 절기(節氣)다. 절기에는 인간의 생존과 활동을 위한 조건이 되는 시간, 날짜, 온도, 습도 등의 정보가 모두 담겨져 있다. 절기는 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의 황경이 0도인 날을 춘분으로 하여 15도 이동했을 때를 청명으로 구분하는 등 15도 간격으로 24절기를 나누었다. 따라서 90도인 날이 하지, 180도인 날이 추분, 270도인 날이 동지다.명리학은 계절에 따른 자연과 사람 사이의 기운을 보는 학문이기 때문에 절기는 명리학의 기준이 된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농경문화이기에 계절의 변화가 삶에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 농경문화에서 절기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농사짓는 일이 계절의 시간과 흐름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절기는 양력 즉 태양력을 사용한다.명리학에서 한 해의 시작은 입춘이다. 양력으로 새해 1월 1일이 아닌 입춘일(2월4∼5일)을 한 해의 시작으로 잡는 이유는 농경사회이기 때문이다. 농사의 관점에서 새해는 봄을 알리는 때로 하는 것이 유리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절기에는 농사와 관련된 이름이 많다. 24절기는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 즉, 황하지역의 기후에 맞추어졌다.명리학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과 낮과 밤이 순환하는 자연의 원리를 인간의 삶에 적용시켰다. 어떻게 하면 풍족하고 질병이 없이 장수할 수 있을 지 긴 세월을 거쳐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음양과 오행, 계절의 순환과 반복을 관찰하고 그 경험을 축적하여 원리를 찾아내어 인간의 삶에 반영하였다.중국 고대의 천문학 자료 중 전한(前漢)의 회남왕 유안(劉安·기원전 179~122)이 저술한 회남자 ‘천문’편은 가장 오래된 자료로 손꼽힌다. 천문(天文)에 대해 고유(高誘)는 “천문에 문(文)이라는 것은 상(象)이다. 하늘은 일의 발생에 앞서 먼저 조짐의 형상을 드러내 보인다. 해와 달,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의 오성(五星), 그리고 혜성 등으로 사람에게 미리 꾸짖고 경고한다”고 해석했다.이 자료에서 우주의 생성과 발전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사고를 엿볼 수 있다. 여기에는 만물의 생성과 변화의 기본 요소를 기(氣)라고 보았다. 또한 자연계와 인간계의 상관관계에서 생존에 유리하기 위해서는 각 계절에 합당한 정치를 시행해야 함을 강조했다. 세성(歲星, 목성) 또는 태음(太陰, 달)의 운행에 따라 인간의 삶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우주(宇宙)를 설명하는 문헌으로는 진나라 상앙의 스승이었던 시교(尸佼 기원전 390~330)가 저술한 시자(尸子)가 있다. ‘상하사방왈우(上下四方曰宇),왕고래금왈우(往古來今曰宙)’. 위아래 사방을 ‘우’라고 말하고, 예로부터 지금까지를 ‘주’라 한다. 회남자에도 ‘예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것을 ‘주’라고 하며, 사방과 위·아래를 ‘우’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우(宇)는 공간이고, 주(宙)는 시간이다. 즉, 시공간(時空間)을 말한다.시공간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성격 형성에도 계절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봄 태생은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기운을 맞으므로 생동적이다. 여름 태생은 불처럼 확산시키고, 오지랖도 넓고 일도 잘 벌이는 것이 특징이다. 여름에 태어났음에도 ‘나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사주에 차가운 금수(金水) 기운이 강해서 그렇다. 다시 말해 여름 태생답지 않게 소극적이고 안전한 것만 선호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가을 태생은 결실을 맺고 열매를 수확하는 때에 태어난 것이다. 가을은 열매가 여물고 사람도 성숙해지는 시기로 목표를 완성하는 시기다. 겨울 태생은 수확한 작물을 보관하고 저장하여 다음해 종자로 사용하기 위해서 기다리는 시기다. 사람은 이러한 계절 변화에 따라 생활해야 하는 이유로 명리학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에 놓이게 된 것이다. 춘추시대 제나라 안영의 ‘안자춘추’에 나오는 남귤북지(南橘北枳)는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이다. 또 귤화위지(橘化爲枳)는 귤이 변해서 탱자가 된다는 말이다. 즉, 기후와 풍토가 다르면 동일한 것이라도 그 성질이 달라지는 것처럼 인간도 주위의 환경에 따라서 생각과 행동이 달라질 수 있음을 나타낸다. 그만큼 태어난 장소와 계절의 중요성을 말한다.회남자 ‘인간’ 편에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변방에 사는 노인이라는 뜻으로, 세상만사에 변화가 많아 어느 것이 화(禍)가 되고, 어느 것이 복(福)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현실이 이와 같이 변화무쌍하여 앞날을 예측하기 혼란할 때는 지난날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2023-11-01

‘인요한 혁신위’가 할 일은 공천이 아니다

심충택 논설위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의 주장대로, 과연 ‘영남스타’인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5선)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수도권 험지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을까. 나는 가능성 제로라고 생각한다. 주 의원은 이미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자리를 잡고 있는 수도권 지역구에 낙하산공천을 받아 총선을 치르겠다는 가정 자체를 하기 싫을 것이다.총선취재를 여러번 해봤지만, 어떤 지역구든 현역의원을 이기기는 힘들다. 특히 수도권 현역들의 경우 당선직후부터 다음 선거에 대비해 지역구 관리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정당별 지지도가 엇비슷하고, 공천경합자도 많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다음선거 공천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지금 비판받는 민주당의 팬덤정치는 현역의원들의 끊임없는 조직관리 때문에 생긴 측면이 강하다.이런 수도권 선거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주 의원이 인 위원장의 서울 험지 출마요구를 받아들일 리가 만무하다. 주 의원은 지난 4월 대구지역 한 방송에 출연해 TK현역 공천 물갈이설에 대한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당시 그는 2016년 총선에서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험을 상기시키면서 “어떤 이유로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정말 괜찮은 정치인이라면 다시 당선시켜주는 경우가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만약 대구 수성갑에서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무소속 출마를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지는 부분이다.여기서 주 의원을 예로 들었지만, 인 위원장이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며 TK정치권을 비하하고, 김기현 대표(울산 남구을·4선)와 주호영 의원을 콕 집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라고 요구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다. ‘잘 모르는 사람끼리 술집에 앉아서 할 수준의 말을 혁신위원장이 함부로 얘기한다’는 비판에 공감이 간다. 당사자들은 애써 감정을 누르고 있겠지만,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라는 말은 사실 정치를 그만두라는 얘기와 다름없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최근 이와 관련해 “TK중진 서울 차출은 그냥 죽으라는 얘기다”라고 했다. 사실 국민의힘이 김 대표나 주 의원을 서울험지에 출마시킨다고 해서 감동할 국민도 없다.여당은 이번주 총선기획단과 인재영입위 가동을 시작으로 총선준비에 들어간다. 12월 12일부터는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당 사무총장이 단장을 맡는 총선기획단은 선거전략과 공천기준 수립 등 밑그림을 그리는 기구다. 향후 출범할 공천관리위원회의 실무기구로 생각하면 된다. 인재영입위는 말 그대로 당선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국민의힘은 앞서 호남, 수도권, 청년 등을 영입 키워드로 제시한 바 있다.앞으로 두 기구가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면 그동안 혁신위가 제기했던 이슈들은 묻힐 수밖에 없다. 혁신위가 공천에 관여해 봤자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다. 혁신위가 지금 긴급하게 해야 할 작업은 수도권 선거판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을 견인할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이다.

2023-10-31

경북도 투자유치 12조… 이게 단체장 성적표

국내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경북도와 각 시·군이 기업들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액이 9월말 현재 12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2차전지 분야에만 5조9천12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내 경북도가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를 굳혔다. 경북도는 그동안 포항(양극재 전주기), 구미(양극재, 분리막), 상주(음극재), 경주(리사이클링)와 함께 2차전지 투자유치 활동에 총력을 쏟아왔다. 경북도는 앞으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선정된 포항을 중심으로 2차전지 기업 집적화를 위한 투자유치 활동에 올인할 예정이다. 포항은 현재 영일만 산단과 블루밸리 산단을 혁신거점으로 삼아 2030년까지 세계 1위 양극재 생산도시가 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2차전지에 이어 투자유치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선 산업은 반도체(2조1천443억원)와 데이터센터(1조5천200억원) 분야다. 기계금속(방산·4천550억원)과 관광서비스(4천340억원) 분야의 투자유치금액도 4천억원을 넘어섰다. 경북도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기업은 SK그룹이다. SK에코플랜트는 DCT텔레콤과 KB자산운용 등과 함께 포항에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조성하는데 1조5천200억원을 투자했다. 그리고 SK실트론은 구미 국가산업 3단지에 1조2천360억원을 투입해 2026년까지 300㎜(12인치) 반도체 실리콘웨이퍼 제조설비를 증설한다.국내 모든 지자체와 경쟁해 경북도가 올들어 벌써 12조원이 넘는 투자유치 금액을 달성한 것은 놀랄만한 성과다. 이철우 도지사를 비롯한 도내 시·군 단체장들의 역량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유치실적은 바로 단체장들의 성적표다. 앞으로 경북도는 대구경북신공항이 2030년 개항하면 투자유치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특히 최근 제정된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에 근거해 전기요금이 전국 최저수준이 되면 세계 어느 도시 못지않은 ‘기업친화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앞으로 경북도가 최적의 투자 인프라를 갖춰 국내 첨단산업의 중심지가 되길 바란다.

2023-10-31

TK 국비확보, 지자체와 정치권 원팀돼야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국회의 예산 정국이 이달부터 본격화된다. 예년과 다름없이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금부터 내년도 국비확보를 위한 비상 상황에 돌입하게 된다. 정부는 내년도 국가 예산안을 복합경제 위기상황 등을 고려, 올해보다 2.8% 늘어난 657조원 규모로 편성했다. 예산 확보가 예년과 달리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특히 예산안이 전례 드물게 소폭 인상에 머묾에 따라 전국 지자체간 확보전도 매우 치열할 것이 예상된다.대구시는 지난달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대구시 주요 간부 그리고 국민의힘 양금희 대구시당 위원장 등 지역정치권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예산정책협의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대구시는 TK신공항 특수목적법인(SPC) 연내 구성과 달빛고속철도특별법 연내 제정, AI로봇 글로벌 혁신특구 선정, 신공항 철도, 중소기업은행 대구 이전 등 정책 현안 5건과 국비사업 13건을 등을 건의했다. 대구시로 봐선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현안이나 정부 예산과 부처 의견 등을 종합해 볼 때 쉬워보이는 것도 하나 없는 상황이다.지자체의 국비확보는 내년도 지역 살림살이의 규모를 가늠하는 잣대인 동시에 지역성장동력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사활을 건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정치권의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대구시의 건의에 따라 지역정치권도 상임위별로 열심히 챙기기로 했으나 내년도 예산안 사정이 예년과 다르게 팍팍하다는 점을 고려,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경북도 지난 9월 예산정책협의회를 갖고 지역현안에 대해 지역정치권의 협조를 구한 바 있다. 대구와 경북은 윤석열 정부 들어 국가산단 추가 지정이나 반도체 특구 지정 등으로 지역 현안들이 비교적 순항을 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신공항 건설과 미래전략 산업 육성 등은 하루가 빠르게 진행돼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어서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은 원팀이 돼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예산 국회가 끝날 때까지 잠시도 긴장을 풀지 말고 최상의 성과를 내는 데 노력해 주길 바란다.

2023-10-31

지방시대와 징비록

우정구 논설위원 조선시대 선조 때 영의정과 도체찰사를 지낸 서애 유성룡이 쓴 징비록(懲毖錄)이 새삼 전국의 이목을 끌었다.이목을 끌게 한 주인공은 바로 이철우 경북도지사다. 지난달 27일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 참석차 경북 안동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지사가 징비록을 선물한 때문이다. 징비록은 “과거의 잘못을 경계해 삼간다”는 뜻인데, 임진왜란의 발발 원인과 전쟁 과정에서 조정의 실정 등을 상세히 기록한 책이다.때마침 대통령이 안동 유림인사들을 만나 간담회를 가진 장소인 병산서원도 유성룡이 징비록을 쓴 장소이기에 이 지사의 징비록 선물에 담긴 의미에 관심이 더 갔다.언론들은 이 지사가 징비록을 대통령에게 선물한 이유에 대해 “지방시대를 여는 것이 나라의 근간을 튼튼히 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날 이 지사는 책을 건네면서 “징비록은 부끄러운 역사를 이겨내고 오늘이 있게 한 위대한 기록”이라며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지방시대를 여는 것”이라 말했다.이 지사는 또 “조선시대 대부분 지방관료가 한양에서 파견돼 주인 의식이 없고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관료가 먼저 도망가는 일이 벌어졌으니 지방이 무너지고 불과 20일만에 수도 한양이 함락된 것”이라 설명했다.징비록은 임진왜란 전란사로 임진왜란의 공과를 냉정히 따져 기록한 책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조차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인기를 모은 책이다.이 지사는 평소에도 지방시대를 열어야 하는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직원들에게 징비록 일독을 자주 권했다고 한다. 지방시대에 대한 이 지사의 남다른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0-31

詩香으로 깊어 가는 가을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소슬바람 결에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오색영롱한 단풍이 물들어가듯이 10월엔 각종 축제나 문화행사, 기념식이나 체육대회가 도처에서 열리고 한 켠에선 풍년가를 부르거나 단풍놀이로 화색이 감도는 등 시월 한 달이 짧게만 여겨진다.등을 치며 떨어지는 낙엽 한 잎에서 새삼 삶의 의미를 깨우친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가을엔 누구나 가슴 설레는 시인이고 시에 젖어 어디론가 떠나고픈 계절이기도 하다. 문화적인 테마와 이벤트로 풍성했던 시월을 뒤로 하고 깊어 가는 가을과 함께 시향(詩香)의 추임새로 11월이 열리고 있다.미틈달의 첫날은 우리나라 ‘시의 날’이다. 한국 최초의 신체시인 최남선의 ‘海에게서 少年에게’가 한국 최초의 월간지인 ‘소년’ 창간호에 발표된 1908년 11월 1일을 기념하여 1987년부터 시의 날을 제정, 기념사업을 열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만산홍엽으로 물들어가는 산야나 은빛 억새의 몸짓을 보면서 아름다운 시상을 떠올리고, 그렇게 쓰여진 시에서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연상(聯想)작용이나 감성의 바다에 빠질 수 있다면, 시의 울림은 여전히 삶의 큰 위안과 감동을 줄 것이다. 그만큼 시적인 효능과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시는 감정의 순수한 발로이듯이, 자연의 변화나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절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섬세하면서도 유려하고 짧으면서도 유장한 의미를 담고 있는 한 편의 시가 문자로만 머물지 않고, 현대 들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표출되고 변용되고 있음은 지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시의 구절에 음색을 입혀 말과 목소리로 표현하면 시낭송이 되고, 시의 행간에 곡조를 붙이면 시노래가 되며, 몸동작이나 대화를 곁들여 연기하듯이 시의 퍼포먼스를 펼치면 시극(詩劇)이 되듯이 시의 확장성은 실로 다양하고 무진하다 할 것이다.이러한 측면에서 최근에 시낭송과 시극 등이 다양하게 열리면서 ‘시의 날’을 마중한 것 같아 반갑고 넉넉하기만 하다. (사)한국문인협회 경상북도지회는 예천에서 열린 제8회 시낭송 올림피아드에서 회원들의 자작시 또는 경북문협 회원의 발표시로 시낭송의 격조와 향기를 더했고, 포항시낭송회는 10월 중순 울릉도 초청공연에 이어 지난 주말 구룡포읍 아라광장에서 열린 ‘경상북도 해녀 한마당 축제’에서 해녀스토리 시극을 성황리에 펼쳐 갈채를 받았다. 또한 포항문인협회는 시민문화행사의 일환으로 회원들의 작품을 시민들과 함께 낭독함으로써 문화도시 포항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고 포항 문학의 숲을 풍성하게 가꾸는 계기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시는 시인이 쓰지만 쓰고 나면 결국 독자의 것이며, 시낭송이나 시극은 개개인의 독특한 목소리나 몸짓이 말과 감성의 조화를 통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하는 언어적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시의 날을 맞아 시를 즐겨 읽고 감상하며 시처럼 살아가는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2023-10-31

동네 책방에서 만나는 SF

강지우SF평론가 김초엽 작가가 지난 10월, 중국 은하상의 ‘최고인기외국작가상’을 수상했다. 성운상에 이어 중국의 양대 SF 문학상에서 모두 수상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이렇게 기쁜 소식이 들릴 때마다 작가와 포항의 한 동네 책방에서 진행했던 공개방송 겸 북토크가 떠오른다. 방송을 진행한 지 6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그날은 가장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기억 중 하나로 남아있다.2019년 12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김초엽 작가와 팟캐스트 ‘서바이벌SF키트’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북토크 행사가 열렸다. 포항 효자시장 안 독립서점 ‘달팽이 책방’에서였다. 책방 사장님이 마련해주신 포근한 공간과 향기로운 차, 설레는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 김초엽 작가와 ‘서바이벌SF키트’의 호스트 토끼한마리(내 닉네임이다), 공상주의자가 마법처럼 몽글몽글한 시간을 만들어 냈다. 그 시간 우리가 흠뻑 빠져들었던 작가의 세계는 SF의 언어로 쓰였기에 문화권을 넘어 공감받았는지도 모른다.그러고 보면 ‘달팽이 책방’은 SF와 인연이 많은 곳이다. 영어원서낭독모임 ‘영자’에서는 영화 ‘콘택트(Arrival)’의 원작이기도 한 테드 창의 소설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함께 읽었다. 한국어로 읽어도 만만치 않은 책이라 영어로 도전하기에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의 유려한 문장을 작가가 의도했던 대로 음미하고, 서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나누며 안도의 웃음을 짓기도 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테드 창의 소설은 인물이 아닌 과학이 주인공으로 보일 만큼 과학적 사고나 가치관이 작품의 뼈대를 형성한다. 한 번 읽어서는 이해가 어려운 작품도 간혹 있지만, 궁리하고 이해했을 때 느끼는 경이감은 다른 장르에서 느끼기 어려운 감동이다.얼마 전에는 포스텍SF어워드와 문윤성SF문학상 대상을 받은 지동섭 작가와 함께하는 ‘SF 소설쓰기’ 워크숍도 있었다. SF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창작의 원리를 알면 SF를 비평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까 싶어 서둘러 참가 신청을 했다. 역시나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열띤 합평 속에 SF를 어떤 관점으로 읽어야 할지 많이 배우는 수업이었다. 수강생들의 글솜씨에 감탄하는 한편, 창작의 고통이 무엇인지도 절절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내가 지방에 살면서도 SF적, 문화적 토양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책방 덕분이다. ‘달팽이 책방’에서는 유일무이한 개성의 독립출판물을 구경하는 재미도, 사장님의 안목으로 큐레이션 해 놓은 단행본(과학 교양 도서와 SF 소설도 빠지지 않는다)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시중의 카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홍차와 허브차 컬렉션을 맛보는 사치도 누릴 수 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독서 모임은 지역 문화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포항 지역의 문화예술인이 전시회나 음악회를 열기도 한다.이렇게 소중한 문화 플랫폼이지만 전국의 동네 책방 현황을 보면 운영이 어려워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드문 것도 사실이다.만약 그대의 동네에 운 좋게도 책방이 남아있다면, 이번 주말에는 동네 책방에 놀러 가 보는 건 어떨까?

2023-10-31

가을 장미와 음악 생각

가을은 음악을 깊은 사색으로 바꾸는 계절이다. 숨을 들이마시면 차가운 공기가 가슴 속에 텅 빈 공명을 만드는 계절이다.햇빛은 녹슬고, 바람은 속을 시리게 한다. 불현듯 쓸쓸해지거나 쉽게 회상에 잠기는 것을 두고 흔히 가을을 탄다고 한다. 날씨와 풍경의 변화 등으로 신체의 리듬이 변하면서 생기는 일종의 증후군인데, 감성이 풍부해지고, 골똘히 생각에 잠길 때가 많아지며, 외로움이나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그렇다면 이 텅 빈 마음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가을을 타는 이에게 음악만큼 좋은 약은 없다.가을엔 주로 사이먼 앤 가펑클을 듣는다. 폴 사이먼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선율과 노랫말이 아트 가펑클의 솜사탕 같은 하이 테너 보컬로 울려 퍼질 때, 귀에도 단풍이 든다. 아침엔 ‘Wednesday morning 3AM’이나 영화 ‘졸업’에서 밴 크로포드가 연기한 로빈슨 여사의 테마곡 ‘Mrs. Robinson’을 듣는다. 무명 시절, 폴 사이먼의 연인이었다가 그가 유명해지자 그 명성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다며 사이먼을 떠난 캐시라는 여인을 노래한 ‘Kathy’s song’, 또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을 그린 ‘April come she will’을 오후에 들으면 눈물이 맺힌다.이 계절 노을이 지는 안양천변을 걸을 때는 클라라 주미 강이 연주한 에른스트의 ‘여름의 마지막 장미’가 좋다. 타오르고 퍼붓고 맹렬하던 것들이 쇠잔해지는 풍경은 마음을 시리게 한다. 바이올린 선율에 붉은 넝쿨로 열리는 여름의 마지막 장미를 떠올리면서, 내가 가진 음악의 기억은 엘튼 존으로 비약한다.장미는 여름꽃이지만 가을에 피는 경우도 있다. 가을 장미는 여름 장미처럼 화려하지 않다. 낙화를 앞둔 쓸쓸함에 꽃잎의 빛깔은 어둡고, 차가운 서리를 머금으면 마치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인다.엘튼 존의 ‘Candle in the wind’는 여름 장미처럼 화려하게 피었다가 가을 장미처럼 쓸쓸하게 진 두 여인에게 바치는 노래다. 한 사람은 노마진 베이커, 즉 마릴린 먼로이고 또 다른 한 사람은 다이애나 스펜서, 바로 다이애나 왕세자비다.이 곡은 원래 마릴린 먼로를 애도하는 곡인데, 1997년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장례식 때 다이애나와 절친했던 엘튼 존이 자신의 원곡을 개사해서 불렀다. 원곡의 첫 소절인 Goodbye Norma Jean(노마진 베이커는 마릴린 먼로의 본명)을 Goodbye England’s Rose로 바꿔 부른 이 곡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싱글로 기록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당신은 바람 속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살았죠. 비가 내리면 누구에게 의지해야 할지 모르면서. 당신을 알았더라면 좋았겠지만 난 아이에 불과했죠. 당신의 초는 오래전에 다 타버렸고 당신의 전설도 꺼져버렸죠”라는 원곡의 후렴구는 “당신은 바람 속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살았죠. 해가 져도 사그라지지 않고 비가 내려도 꺼지지 않는 당신의 발자취는 영국의 가장 푸른 언덕을 따라 항상 이곳에 깃들죠. 당신의 초는 오래전에 다 타버렸지만 당신의 전설은 영원할 거예요”로 개사되었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엘튼 존은 공연에서 종종 원곡을 부르긴 하지만, 1997년 버전의 ‘Candle in the wind’는 부르지 않는다.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추모하는 곡을 상업적인 자리에서 부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가 이 곡을 라이브로 부른 건 다이애나의 장례식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마릴린 먼로와 다이애나 왕세자비 둘 다 서른여섯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겉으로는 화려한 장미처럼 보인 삶이었지만 사실 바람 속의 촛불 같은 생이었다. 대중에 의해 섹스심벌 마릴린 먼로로 살아야 했던 노마진 베이커, 영국 왕실의 정치적 목적과 대외 선전의 도구로 살아야 했던 다이애나 스펜서. 이 둘의 삶과 죽음은 전혀 다르면서도 꼭 닮아 있다. 노마진 베이커는 20세기 할리우드의 아이콘으로, 다이애나 스펜서는 전 세계의 헐벗고 고통받는 자들에게 사랑을 전해준 봉사와 희생의 상징으로 인류에 기억되고 있다. 둘 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 붉은 장미로 세상에 남은 것이다.가을은 음악을 깊은 사색으로 바꾸는 계절이다. 세피아톤으로 펼쳐진 가을 햇살 아래, 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단풍 그늘 밑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듣는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삶이란 얼마나 팍팍하고 지루한 것인가.

2023-10-31

조용하고 열렬한 싸움

나를 빛내게 하는 것은 타인의 부러워하는 시선이 아니다. /언스플래쉬 지난한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왔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니 슬슬 새로운 운동을 도전해볼까 싶어 주말마다 배드민턴장에 나가고 있다. 배드민턴을 많이 쳐본 적이 없어 막상 코트 위에 서니 다소 자신감이 떨어졌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배드민턴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배드민턴을 치는 동안은 잡생각을 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 날쌔게 날아오는 공을 끈질기게 바라보다 정확한 타이밍에 공을 쳐내야만 상대의 공에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일 아침엔 잠을 깨우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실 것인지 아니면 든든하게 배를 채워줄 따뜻한 라떼를 마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불현 듯 떠올라도 잽싸게 저 멀리 날려 보내야 한다. 잡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동안 날아오는 공은 어느덧 바닥에 구르고 있으니 말이다.상대에게 공을 보내는 흐름 또한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하다 공을 치기 쉽게 주면 상대는 그 틈을 타서 강한 스매싱과 스트로크를 사용하여 거센 공격을 퍼붓는다. 조금이라도 집중을 놓으면 이미 승리의 흐름은 상대의 손에 쥐어져선 상대가 예측하는 대로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다 게임이 끝나고 마는 것이다.선수들의 시합 영상을 보면 숨 쉬는 법을 잊을 정도로 몰입된다. 수비를 하는 동안은 춤처럼 유연한 움직임을 보이다가도 공격할 타이밍이 되면 다이빙하듯 등을 구부리며 잽싸게 공을 보내기 위해 돌진한다. 그렇게 공이 오가는 동안은 마치 둘이 하나가 되어 추는 쌍무(雙舞)가 펼쳐지는 무대를 보는 듯한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배드민턴은 몸을 던져 수비를 함과 동시에 공격의 방향까지 생각해 내어야 한다는 것도 참 매력적이다. 방어와 공격이 빠르게 오가는 동안은 땅과 부딪히는 운동화의 마찰 소리와 라켓으로 공을 칠 때의 타구음 소리만 날 뿐. 코트라는 주어진 반경 안에서 불필요한 소음 없이 이어지는 조용하면서도 열렬한 싸움이란 점이 더욱 마음에 든다.최근 여러 모임 자리를 가게 되면서 불필요한 상황에 놓여 난처했던 적이 있었다. 본인의 사회적 지위가 어느 정도인지, 또는 얼마나 유능한 사람인지 증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인다거나, 필요에 따라 타인을 낮추어 스스로 돋보이게 만드는 거친 언행을 보며 깊은 피로감을 느꼈다.그런 부담스러운 대화에 비하면 코트 속 불필요한 소음이 제거된 채 열렬히 경기에 임하는 배드민턴 플레이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배드민턴 경기에서 욕심은 과한 공격으로 이어지기 쉬우며 공이 코트 밖으로 벗어나는 범실을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 이기고 싶단 욕망만으로 힘을 너무 많이 주거나 공격의 흐름만 생각하다보면 오히려 돌아오는 건 실패라는 결말뿐이라는 것이다.그러니 낮게 몸을 웅크리고 계속해서 움직이며 공이 어느 방향에서 날아오든 빠르게 칠 준비를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급하면 공을 빠르게 치게 되고 불필요한 생각에 빠져 들면 타이밍을 놓쳐 공을 쳐낼 수 없게 된다. 나의 실력과 장점을 잘 아는 것과 동시에 상대가 어떤 점에 강하면서 또 어떤 약점이 있는지 파악해야만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의 흐름을 이끌 수 있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잠이 들기 전엔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의 안세영 선수 경기 영상을 본다. 결승 전 경기도중 심한 무릎 부상이 크게 왔음에도 그녀는 기권하지 않고 오히려 경기를 리드한다. 자신의 소신과 기량을 펼쳐 오히려 상대를 위압하는 그녀의 모습에선 오늘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주었다. 오랜 기간 고통을 감내하고 스스로 개척해나갔을 노력의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나를 빛내게 하는 것은 타인의 부러워하는 시선이 아니다. 타인이 가지지 못한 것을 미리 내가 쥐었다고 해서 어깨를 으쓱이는 것이 아닌, 그 사람만이 가진 특유의 정신력 그리고 고난을 대하는 집념과 기량에서부터 오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는다.일요일 오후, 점심에 다다를 때 쯤 라켓과 셔틀콕을 챙기고서 실외 배드민턴장으로 향한다. 저 하얀 코트 안에서 나는 얼마나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수많은 고난 사이에서 어떤 집념을 가지고 저 수많은 공을 쳐낼 것인지. 금요일 아침부터 든 생각을 일요일 오후가 다되어서야 황급히 마무리 지어 본다. 고귀한 기량은 불끈 쥔 두 주먹과 튼튼한 다리에서부터 나오는 것임을, 월요일을 조금 더 가뿐하게 맞이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힘을 주어 스매싱해본다.

2023-10-31

입주아파트 사전점검·세금도 사전점검

박덕기 대구 서구 세무관리팀장 2022년 서대구역 개통과 더불어 지식산업센터, 공원, 구립도서관 등 사회기반시설이 들어섬에 따라 기존의 노후된 주택을 철거하고 새로운 주거시설을 건축하기 위한 재개발, 재건축사업이 도시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사실 서구는 대구의 중심축이었던 70~80년대 이후 신도시 개발과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진행되는 등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침체기에 빠져들고 있었다.하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 했던가? 지금 서구는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서대구 역세권 개발과 산업철도 등 광역교통 인프라연계를 통한 미래 교통허브 조성으로 서대구권의 주요 거점도시로 급부상하면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재개발사업이 서구 전역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정주여건 또한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두류역e-편한세상 902세대가 2022년에 입주했고 서대구KTX영무예다음(1천418세대), 서대구역서한이다음더퍼스트(856세대)가 올해 상반기에 입주를 마쳤으며 하반기에는 서대구센트럴자이(1천526세대), 서대구역화성파크드림(1천594세대), 서대구역반도유보라센텀(1천678세대) 등 4천798세대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대단지 신축아파트단지가 조성되면 주거환경 개선 및 인구증가뿐만 아니라 취득세 등 관련 세수도 늘어나게 된다. 특히, 입주민들은 아파트가 준공됨에 따라 이주 준비, 분담금 정산, 자금 대출, 취득세 납부 등 그동안 미뤄졌던 일들을 처리하기에 정신이 없다.그래서 우리 세무과에서는 아파트 시공사에서 입주 전 각종 하자나 마감 확인을 위한 사전점검일을 지정하는데 착안해 사전점검 현장에서 안내 책자를 배부하고 취득세 등 지방세 상담을 실시함으로써 입주민들의 세무 궁금증을 해소하고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2023년 3월에 서대구KTX영무예다음, 8월에는 서대구역반도유보라센텀 그리고 9월에 서대구역화성파크드림 사전점검일에 세무상담 부스를 설치해 운영한 결과 200여 건의 세무고충을 상담했으며 특히 은행 부스의 대출 상담과 연계한 편리성으로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이제는 입소문이 나서 다른 재개발 현장에서도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우리 구청에서는 내년에도 신규 입주단지에 대하여 출장 세무상담을 실시할 계획이며 현직 세무사와 일대일 상담이 가능한 무료 세무상담실과 마을세무사 제도 등 구민들이 만족하는 세정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다.

2023-10-30

근대와 현재가 만나는,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

촘촘하고 짙은 나무 창살이 건물의 겉면을 감싸고, 비대칭형 창문이 드문드문 드러난다. 2층에 덧댄 목재들이 툭 튀어나와 있고, 지붕에는 일직선의 기와가 이중으로 처마를 장식한다.건물들은 옆집과의 완충공간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일본 특유의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길게 늘어서 있다.드라마 ‘여명의 눈동자’(1991)와 ‘동백꽃 필 무렵’(2019)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옛 포항의 황금어장이며, ‘포항의 종로’로 불렸던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다.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는 길게 늘어선 해안선을 따라 그 이면도로에 일본인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된 상업지구였다. 1908년 한일어업협정이 체결되면서 일본인에게도 조선인과 동일한 어업권이 보장되었고, 수산자원이 풍부한 구룡포는 가가와현 일본인 어민들이 모여들어 거주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1932년경에는 구룡포 거주 일본인 가구가 287가구·1천100명이 넘었고, 신사에 올라가는 계단 측면에 세워진 공헌비가 120개에 달했다고 하니 당시 그 화려한 성세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일본인 거주지는 조선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일본에 의해 착취당하던 조선인들은 거리의 뒤편 산등성이 후미진 별도의 장소에서 생활했다. 1945년 일본인이 떠나간 후 구룡포 사람들은 120개의 공헌비에 새겨진 일본인 이름을 시멘트로 발라 없애버린다. 이후 적의 재산이었던 가옥이라 하여 적산가옥이라 불렸던 이 거리의 건물들은 국가에 귀속되었다. 1960년 옛 신사가 있던 곳은 충혼탑과 구룡포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재미있는 점은 옛 일본의 공헌비에 구룡포 공원을 조성하는데 기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새겨 계단을 장식했다는 것이다. 착취의 상징이었던 공헌비를 통해 과거를 청산하는 방법이 유머러스하다. 2001년 문화재보호법 개정에 따라 근대건축물의 보존을 위한 등록문화제 제도가 만들어지고 보존과 복원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된다. 2010년 포항은 국가에서 이 거리를 매입하여 일본식 가옥을 중심으로 거리를 조성하였다.일본인 가옥 거리에 남겨진 적산가옥은 한옥과는 다른 이면을 찾아볼 수 있다. 한옥은 기단 위에 1층 건물이 놓이고 온돌이 깔린다. 이 건물에서 중요한 것은 곡선미를 자랑하는 기와와 이를 받치는 기둥이며, 그 외의 벽은 대부분 개방적인 문의 형태로 되어 있다.앞마당에서 데워진 공기가 뒷마당의 화단에서 식어 넓은 대청마루를 통해 순환한다. 마당은 생활 공간이며, 마당을 나누는 담장은 까치발을 들면 안이 훤히 보이는 높이에 불과하다. 한옥은 개방적이고 밝고 마당을 비롯한 공간의 여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이에 비해 일본식 건축물은 폐쇄적이고 어두운 편이다. 일본은 어둠이 차분함을 만든다고 여겨 집을 어둡게 짓는 면이 있다고 한다. 2층 건물의 외벽은 좁은 나무 창살로 촘촘하게 엮어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2단으로 된 기와는 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고, 내부는 좁고 긴 복도가 특징이다. 정원은 나무와 꽃으로 꾸며 차를 마시며 구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그림 같은 정원이다. 습기를 방지하기 위해 건물의 기단부와 복도의 윗면 등에 환기를 위한 통로가 마련되어 있다.하지만 적산가옥은 완전한 일본식은 아니다. 일본식 외관·서양식 입식 구조·한국의 온돌과 벽을 접목시킨 형태를 지닌다. 포항의 일본인 가옥 거리의 건축양식도 비슷하여 크게 3가지 형태의 건물을 확인할 수 있다. 술집·약국·숙박시설 등 상업 거리를 형성하던 건물은 주로 1층 상점·2층 다용도실로 이뤄진 주상복합형 건물이 지어졌다. 1열식 마치야로 도로에서 보이는 건물의 가로면보다 보이지 않는 세로면이 긴 형태이다. 일본식 전통 양식인 좁고 긴 복도가 특징이다. 이와는 또 다른 형태로 건물의 가로면이 세로면보다 길게 드러난 2열식 정방형의 가옥도 눈에 띈다. 이 건물은 주로 어촌민가로 보이며, 중복도가 특징이다. 3열식 이상의 대규모 건물은 서민주택은 아니었다. 하시모토 젠키치와 도가와 야사부로는 당시 구룡포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현재 하시모토의 집은 근대역사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깔끔하게 정돈된 일본식 정원이 있으며, 다다미방과 도코노마-신이나 부처 등을 모셔두는 신성한 공간-와 장식장(도코바시라) 그리고 대문 입구의 간독(생선 소금절임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식 온돌도 적용되어 있다.적산가옥은 주로 일본인이 많이 살았고 수탈의 전진 기지였던 항구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인천·목포·여수·군산·논산·포항·부산·창원 등은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그러나 적산가옥은 일본의 잔재가 아니라 일본·서양·한국식이 결합된 독특한 한국 근대의 건축물로 봐도 무방하다 생각된다.적산가옥과 같은 형태는 한국의 일본인 가옥에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신사로 향하던 계단을 올라 구룡포 공원에서 바다를 내려다본다. 일본인 가옥 거리의 복잡함과 달리 구룡포 바다는 고요하기만 하다.◇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최정화 스토리텔러

2023-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