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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필귀정을 위하여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흔히 하는 말 중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것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인데, 불교 경전에 나오는 말이니 진리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일(事)이란 세상사를 말하는 것이고, 세상사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니, 사필귀정이란 인간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 말일 터이다. 인간세상을 고해(苦海)로 보는 불가의 다른 시각과는 어떻게 조화가 되는지 모르겠지만.물리학의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처럼 사필귀정도 만고불변의 진리인지는 확신이 가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를 볼 때 인간사(事)가 반드시(必) 바름(正)으로 돌아간다(歸)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다. 인류가 오히려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사필귀정이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결국 사람들이 만들어내야 하는 것일 터이다. 유사 이래 수천 년 세월이 지난 오늘에도 온갖 범죄와 전쟁 같은 바르지 못한 일들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불변의 진리라기보다는 희망사항이라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아무튼,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의 끈조차 놓아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협동하여 선(善)을 이루라’는 기독교 성서의 말씀처럼, 사필귀정은 우리가 목표로 삼고 매진해야 할 지상과제인 것이다.나라 안이 너무 혼탁해졌다. 좌·우로 갈려서 사활을 건 대결로 치닫다 보니 옳고 바른 것은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특히나 좌파정권 5년 동안 저질러온 비리와 부정과 탈법과 반국가적 행태는 경악을 금할 수 없을 정도다. 그것은 비단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민심을 황폐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어떤 불법이나 파렴치한 짓을 해도 자기편이 한 것이면 용납이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결사적으로 옹호한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은커녕 최소한의 신뢰마저도 무너뜨리는 패역이 아닐 수 없다.사필귀정이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기반이 되고 공동선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국민들 각자가 각성하고 힘을 보태야 할 시점이다. 불의한 세력과 싸우더라도 스스로의 정당성을 잃지는 말아야 한다.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게 없다는 것이 좌파들의 논리다. 그런 좌파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원칙과 공정과 상식을 확고하게 세워야 한다. 대중을 일시적으로는 속일 수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말처럼, 바름(正)을 견지하고 있으면 일시적으로 선전선동과 포퓰리즘에 미혹된 민심도 제자리를 찾기 마련이다. 지금의 싸움은 결국 여론전이다. 민심을 얻는 세력이 승리하는 것이다. 그것이 불의와 정의의 싸움이라면 민심의 각성여부에 승패가 달린 것이다.사필귀정의 실현은 이 시대의 당위다. 그것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나라의 흥망이 내 삶과 직결되는 것일진대, 우리의 삶을 위정자들이나 특정 세력들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물론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국민 된 도리를 다해야 한다. 기울어지고 무너지고 전도된 것들을 바르게 놓을 수 있도록 현정권에 적극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이유다.

2023-09-21

맨발로 걷는 건강한 삶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요즈음 걷기운동이 우리들의 일상에 많은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다. ‘하루 만 보 걷기’를 꾸준히 하고있는 지인도 있다. 지난주 철길 숲과 송도 솔밭과 해변을 걸었더니 약 2만 보가 된다. 싱그러운 숲의 내음과 선선한 바닷바람을 마시며 걷고 나면 땀 젖은 피로감보다는 오히려 몸속의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느낌이다.지난 20일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포항 GreenWay 아카데미 행사인 ‘맨발로 걷는 건강한 삶’이란 주제로 맨발 걷기 국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의 강연이 있었다, 2시간가량 맨발 걷기에 관한 얘기를 듣노라니 그 효과가 신기하여 나도 한번 시작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선다. 맨발로 걷기를 ‘어싱’이라고 하기에 “무슨 말….?” 했는데 영어로 earthing-접지(接地), 즉 피부를 땅에 접촉하게 함으로써 우리 체내에 전기를 없앤다는 것이다. 그냥 걷기보다 맨발의 경우 2배 이상의 효과가 난다고 한다. 그 접지가 이루어졌을 때, 항산화 작용으로 NK 세포(바이러스 및 암세포 대응 백혈구) 증가로 인해 암, 고혈압, 뇌졸중 등 심각한 질환도 벗어났다는 체험담도 여럿 들려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압 효과, 뇌 기능 향상, 숙면 효과, 스트레스 해소 등 놀랄 만한 효과가 있으니 맨발로 걸어보라고 권유하고 있다.최소 10분에서 1시간가량 맨발로 흙 위를 걷는 운동이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며 전국 각 지역에 동호회가 만들어지고 지자체들은 이에 호응하듯 산책로를 다듬어 주고 있다는데 벌써 지방의회 12곳에서는 조례 지정을 하여 국민의 건강한 삶을 보살피고 있으며 각종 축제도 벌어지고 있다.포항시는 그린웨이 추진과를 운영하며 2016년부터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였고 전국 최초로 ‘걷기 좋은 길 맨발로(路) 30선 선정 도시’가 되어 살기 좋은 녹색도시로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있다. 북부에는 영일대해수욕장과 용한리 해변 모래길, 기계서숲과 흥해 북천수 숲길 그리고 천마지 둘레길 등 12곳이 있고 남구에는 송도 솔밭과 해도 도시숲, 포항운하길 그리고 오어지와 달전지 둘레길 등 18곳이 선정되어 건강을 유지하려는 시민들의 맨발 걷기운동을 유도하고 있다.신발을 벗으면 발의 자유로움과 자세 균형 및 전자 흡수로 체온이 올라가 자연과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맨발로 산길을 걸을 때의 몇 가지 우려 사항도 알려준다. 먼저 걷기 전에 몸을 풀고 1~2m 앞을 주시하며 걷고 길 밖으로는 걷지 말고 파상풍 예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발바닥은 제2의 심장이라고 하는데 수많은 인대와 근육, 뼈와 관절이 있고 또한 맨발 걷기는 가성비도 좋으니 일정한 계획을 세우고 집에서 가까운 맨발로를 찾아가서 열심히 걷기운동을 하면 좋겠다. 맨발로 입구에는 발바닥 모양의 알림판이 있는데 신발 벗고 들어가며 그 내용을 읽어보니, 혈액순환개선 up/ 뇌 건강 up/ 불면증 down/ 당뇨 down 등 7가지 효과가 적혀있다.곧 추분이다. 이제 밤의 길이가 길어지고 생명체들이 움츠려드는 계절에 자연 즉, 지구와의 접촉을 통해 숲속 길, 바닷가 길, 호수 둘레길 등을 맨발로 걸으며 건강한 삶을 살자.

2023-09-21

할 말은 하는 ‘장관’

홍석봉 대구지사장 국회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무위원들은 수시로 국회에 불려가 호통 듣고 질책받기 일쑤다. 장관들은 국회만 나가면 어느 정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괜히 꼬투리 잡혀 봉변당하기도 한다. 국회의원들의 추궁과 우격다짐에 곤욕을 치른다. 일상화된 국회 풍경이다.한동훈, 박민식, 원희룡 3명의 장관은 모두 검사 출신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으로 국무위원이 된 이들이 국회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호통과 질책에도 상대를 직시하며 할 말을 한다. 에둘러 말하지도 않는다. 직설적이다. 한 번 붙어보자는 결기가 묻어난다. 꼬박꼬박 대꾸하는 모습은 밉상 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강단 있는 검사의 모습이 겹쳐진다. 답변석에서 고심하며 상대 눈치를 살피지도 않는다. 상대 주장에 논리 정연하게 맞서 상대를 곤혹스럽게 한다.교과서적인 답변에 무기력한 장관 모습은 없다. 아니다 싶으면 작정하고 덤벼든다. 지난 정권의 주축이었던 586 친북좌파들의 김정은·시진핑 바라기에 절망했던 보수가 환호한다. ‘이게 아닌데’하면서 답답해 했던 국민에게는 사이다 발언이다.대통령의 소신 발언과 쾌도난마식 질정(叱正)은 장관들의 투지를 일깨웠다. 말해야 할 때는 주저 없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아니다”고 외친다. 이들은 장관 1년 만에 싸움닭이 됐다. 박·원 장관은 정치인 출신이면서도 논쟁만 일삼는 정치인 모습이 아니다. 뚜렷한 주관을 말하고 야당의 집요한 공격에도 절대 굽히는 법이 없다.박민식 보훈부장관은 광주시의 정율성 공원과 관련, “6·25 남침 나팔을 불던 정율성에 기념공원을 받치느냐”며 전면 철회를 주장하고 질의하는 야당의원에겐 “어떻게 공산당원을 기리자고 하느냐”며 면박 준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친 친일파 발언, 홍범도 장군 관련 발언 등 소신 발언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의 주장에는 결기가 느껴진다.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도 선이 분명하다. 양평고속도로와 관련,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사업 포기 엄포까지 하며 투사 면모를 보였다. 국무위원의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에겐 전직 대통령 사례를 들며 단칼에 잘랐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상대방의 질의와 추궁을 탁월한 논리로 반박한다. 야당 의원의 체면과 입장은 단 한 푼어치도 고려하지 않는 면박에 상대는 말문을 닫고 만다. ‘피의자가 단식 자해로 사법 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는 안 된다’며 입원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도 상처에 왕소금을 뿌렸다. 당하는 처지에서는 무례하기 짝이 없고 기분 나쁘지만, 화를 속으로 삼킬 뿐이다. 한 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기피 인물 1호가 됐다.반면 국민은 시원해한다. 호통과 억지가 난무하는 국회에서 논리적으로 정면 대응하는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벌써 차기 여당의 지도자급으로까지 이름이 오르내린다. 하지만 무조건 상대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말대꾸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전문성을 앞세워 논리적으로 대처하면서도 예의 바른 모습이 필요하다. 그런 장관이 정부와 국민에 신뢰를 준다.

2023-09-21

여전한 입시생의 서울 쏠림

우정구 논설위원 어느 신문기사에서 본 내용이다. 대입 준비에 올인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재수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매년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조사는 최근 3년간 학업을 중단한 일반고 학생 수가 무려 3만8천명에 달한다고 했다.서울 강남 등 사교육 열풍이 거센 곳일수록 고교에서 학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그들이 학업을 중단하는 이유는 더 충격적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낭비로 본다는 것이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또다시 입시철이 다가왔다. 좋은 대학을 갈려는 학생들의 눈치 작전이 지금부터 치열해진다. 특히 서울소재 대학에 도전장을 내는 지방학생의 숫자에 따라 지방소재 대학은 지금부터 가슴앓이가 시작된다.지난 14일 마감한 2024년학년도 수시원서 접수결과에 따르면 올해도 지방소재 대학의 학생 모집은 매우 힘들 것 같다는 전망이다. 학생 자원이 대폭 줄어든 데다 서울쪽 선호가 여전하기 때문.수시원서 접수 결과, 지방소재 4년제 대학의 71%가 사실상 미달상태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 116군데 지방대학 중 82개 대학이 6대 1 경쟁률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 수시모집은 학생 1명이 6곳 대학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계는 6대 1미만이면 사실상 미달로 본다. 특히 올해는 서울 소재 대학과 지방 소재 대학간의 경쟁률 격차가 더 벌어져 정부가 외치는 지방시대가 무색할 지경이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란 말이 아직도 유효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좋은 대학·직장이 있는 서울로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언제까지 지방의 우수한 인재가 서울로 향해야 하는지 안타깝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9-21

또 미뤄진 고준위특별법, 미래가 불안하다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대구 수성을)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 40여년 간 국가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원전의 운영으로 발생한 고준위방폐물 처분의 문제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며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여야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했다.국회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당초 20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돌연 회의가 취소됐다. 산자위 법안소위에서만 벌써 11번째 공전이다. 법안소위의 다음 논의는 국회 일정을 고려할 때 11월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여야가 친원전, 탈원전 등으로 공방을 벌인다면 21대 국회에서 이 법의 처리는 물건너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어 자칫 원전 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준위방폐장 건설은 우리나라 원전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경북민의 입장으로서는 비상한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원전을 가까이 두고 있는 주민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별법은 이런 문제를 포함 고준위방폐물의 운반과 저장, 처분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여야가 특별법을 정쟁을 이유로 다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초 이 문제에 적극적인 야당이 소극적으로 돌아선 것은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에 맞서 정쟁화한 데서 비롯됐다.고준위 방폐장 연구시설은 장소 선정과 기술적 문제 등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금 당장 시작한다 해도 시간이 많지 않다. 여야는 이를 정쟁 대상으로 삼지말고 국가 장래에 관한 문제란 관점에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특별법 제정의 첫 관문인 법안소위조차 제대로 열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21대 국회에서 특별법이 폐기되는 불행한 일은 막아야 한다. 여당도 영구방폐장 건설없이는 국가의 친원전 정책도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음을 잘 인식해야 한다.

2023-09-21

손녀가 가르쳐준 취미생활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서울의 큰손녀는 대구할매 집에 와 며칠씩 지내길 즐긴다. 휴가 때 온가족이 내려왔다가도 엄마 아빠를 졸라 굳이 혼자 남아 며칠을 더 묵는다. 이런 손녀가 기껍고 기특한 할배 할매는 단 며칠이라도 알차고 보람차게 보내도록 갖은 프로그램 궁리를 하며 계획을 짜느라 법석을 떤다. 경주 가서 문화재순례 스탬프를 찍자. 미술관과 박물관 체험프로그램도 신청하자. 제 생일을 미리 당겨 사촌동생들과 생일파티도 열어줘야겠다.그러나 정작 손녀는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소위 집순이라며 제 엄마가 귀띔한다. 그렇다면 문방사우를 꺼내 한자로 이름쓰기를 가르쳐 볼까? 같이 놀 장난감 빨대블럭과 젠가도 사 두었다. 그런데 손녀에겐 계획이 다 있었다. 제 놀이감을 챙겨가지고 오는 야무지고 빈틈없는 아이.2년 전 여름방학 때였다. 500 피스 퍼즐상자를 가방에서 꺼냈다. 아빠 어렸을 때 할머니랑 퍼즐 많이 했다고 들었어요. 저랑 같이해요. 혼자 해보니 맞추기가 꽤 어려워요. 좋지 좋아 같이하자 나 이런 거 무지 좋아해. 조손이 엎드려 퍼즐 조각을 맞춘다. 실로 제 아빠 어렸을 적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같이 놀았다. 유달리 게임에 진심인 나는 밤을 새워서라도 완성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때를 떠올리며 손녀와 같이 퍼즐 조각을 맞춘다. 비교적 쉬운 조각은 손녀에게 넌지시 던져준다. 맞추며 기뻐하며 손뼉치는 손녀가 흐뭇하다. 함께 끼워맞추며 도란도란 얘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장 마지막 퍼즐 조각은 손녀가 맞춰 끼워 완성하게 했다. 뿌듯해하며 사진 찍어 제 엄마와 아빠에게 보낸다. 어렵게 맞추었으니 액자에 넣어줄까 했더니 쿨하게 부순다. 서울 가져가서 다시 또 맞출 거라며 가방에 넣는다. 맞춘 후 며칠을 전시해두고 보는 나와는 다른 성격에 속으로만 놀란다. 손녀 떠난 후 나는 서점에 가는 남편에게 1천 피스 퍼즐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사고 맞추고를 반복하며 한동안 퍼즐에 푹 빠졌다. 퍼즐 상자를 세어보니 20개도 넘는다. 직소퍼즐로는 고흐의 명작시리즈도 많으나 제일 예쁘기는 미국의 유명한 달력작가 제인 우스터 스콧의 퍼즐이다. 한국에서 살 수 있는 그녀의 모든 퍼즐을 사모았다. 초등학교 친구들에게도 사보냈다. 허리 아파하는 나를 남편이 책망하자 마침표를 찍었다.올여름 방학에는 또 다른 취미거리를 가져왔다. 이름도 생소한 양모니들펠트. 할머니랑 같이 할 거라며 여러 개를 샀단다. 처음 보는 거라고 했더니 열심히 설명해 준다. 실뭉치를 돌돌 말아 바늘로 콕콕 찌르면서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요. 주로 강아지나 곰인형 같은 거 만들 수 있어요. 그림설명서가 있어도 실습으로 보여주며 꼼꼼히도 설명한다. 따라하다가 바늘에 찔려 피도 봤다. 작품(?) 얘기를 조곤조곤 나누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다. 집에 있는 두 마리 강아지, 베리와 아키를 모델로 만들자며 사진 찍어 비슷하게 만들었더니 할머니 솜씨가 좋네요하며 칭찬도 아끼지 않는 속깊은 손녀 덕에 취미가 또 하나 늘었다. 같이 양모펠트공방을 찾아 구경하며 수강신청을 고민해봤다. 이번 추석에 손녀는 어떤 새로운 취미거리를 가져올까. 몹시 기다려진다.

2023-09-20

경제효과보다는 정치효과가 더 컸던 안전 체험관

김진홍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환동해위원회 위원 지난 연말 정년 은퇴를 하였기에 올해는 편안한 마음으로 은퇴 생활을 즐기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이 뜻대로 되어가지 못하는 것을 알만한 나이인데도 마음 수양이 덜 된 탓인지 가끔 속에서 끓어오르는 마음으로 불편할 때가 적지 않다. 그 원인이야 그저 자기 욕심을 못 채운 미련 때문이다. 더구나 개인적 이득보다는 ‘대의’에 어긋나지 않고 충분한 ‘당위성’을 갖추고 있었던 사안이었기에 더욱 아쉽다.벌써 만 6년이 되어간다. 포항 북구 흥해지역에서 일어났던 지진 말이다. 그날 오후 사무실에서 겪었던 지진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지진 발생 이후 뉴스가 쏟아지고 또 포항시와 경상북도로부터 매일 피해 상황을 전달받는 동안 문득 든 생각이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지진에 대한 경제적인 피해를 계산해본 연구가 있나 하는 것이었다.온갖 연구자료를 뒤져보아도 없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재산 피해액이라는 것도 실제 겪은 피해자들이 느끼는 금액과는 괴리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부의 담당 부서는 명문화된 기준규정에 따라 계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문제는 그러한 피해 기준을 매년 아무런 사건, 사고도 없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이나 부동산가격 상승률을 적용하여 피해 발생에 앞서 보상이나 손해사정 기준을 개정해두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거의 반년에 걸쳐 지진 발생이 잦은 일본의 정부에서 피해액을 계산하는 수식을 어렵게 입수하고, 전문가들이 연구한 지진피해의 영향이나 분석기법을 파헤쳐서 연구한 결과(포항지진의 경제적 영향 추계 및 정책적 시사점)를 발표(2018년 5월)하였었다.나중에 특별법 제정이나 정부에 보상(배상)액을 요구할 때 이 연구 결과가 최저한도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었다는 소식에 개인적으로는 보람도 느꼈다.하지만 필자가 주목했던 점은 과거가 아닌 미래였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정책의 하나는 지진피해 지역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 지진 체험 학습관을 건설하여 관광 상품화하라는 것이었다.그런데 ‘경북 안전체험관’의 발상은 분명 피해지역인 포항시 더 깊이 말하자면 북구 흥해읍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그동안의 움직임과 올해 최종후보지 선정에 포항이 제외되었다는 소식에 기가 찼다. 이것은 후보지를 고민할 필요조차 없는 사안이다.왜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오랫동안 생각해보았다. 답은 분명했다. 경제효과보다는 정치효과가 더 컸다는 이야기다. 지역의 모든 정책은 시정, 도정, 국정으로 연결된다. 시정이야 시장이 책임지지만 시의 영역을 벗어난 도정, 국정과 얽히면 정책은 연결고리인 국회의원 정도의 정치력이 중요해진다.포항시가 제 밥그릇을 제대로 챙기려면 최소한 행정과 정치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만 한다. 적어도 내년부터는 지역의 정치력이 더이상 엇박자가 아닌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었으면 한다.

2023-09-20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홍석봉 대구지사장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뜻으로, 재물에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원불교는 ‘인생의 무상과 허무를 나타내는 말’로서, 재물이나 권세나 명예를 지나치게 탐(貪)하지 말고 분수에 맞게 살라는 가르침으로 풀이한다.고대 선시에서 나온 말로 고려말의 고승 ‘나옹화상’의 누나가 지었다는 ‘부운 (浮雲)’에서 유례했다. 불교에서 연유한 말이기도 하다.‘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空手來空手去是人生)/ 낳을 때는 어느 곳에서 왔으며, 죽을 때는 어느 곳으로 가는 가(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낳는다는 것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나는 것이며(生也一片浮雲起)/ 죽는 것은 한 조각구름이 없어지는 것이니(死也一片浮雲滅)…./’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는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쓴 서예작품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가 걸려 있다. 이병철 회장은 이 글귀를 쓴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건희 회장도 자신의 집무실에 이 작품을 걸어 놓고 늘 가까이했다. 2021년 이건희 회장과 유족은 유산의 약 60%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은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손을 채운 다음 갈 때는 빈손으로 가는 것’이라는 뜻의 ‘공수래(空手來), 만수유(滿手有), 공수거(空手去)’라는 말을 남겼다.얼마 전 100세를 일기로 타계한 그는 생전 1조7천여억 원을 장학재단에 기부, 우리나라 기부문화에 이정표를 세웠다.‘영끌’ 등 재산을 모으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게 현실이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간다. 욕심 부려야 하등 소용없다. 김연자의 노래처럼 산다는 것은 다 그런 것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9-20

대형마트, 골목상권과의 상생협력 확대하길

한국유통학회가 지난 2월부터 시행한 ‘대구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에 대한 효과를 분석한 결과, 주변 골목상권이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학회 주춘한 교수팀(경기과학기술대)이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간 대구시내에 있는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슈퍼마켓, 농축수산물 전문점, 음식점, 편의점 등) 매출을 분석했더니, 전년 동기 대비 19.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골목상권인 전통시장 매출액 분석에서도 전년도 동기 대비 매출액이 2.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우려했던 전통시장 매출액이 의무휴업일 평일전환에도 상승세를 유지해 다행이다. 전체 유통업 매출액 증감률을 부산, 경북, 경남(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일요일 유지)과 비교한 결과, 대구시 매출액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전환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대구시가 최초로 했다.소비자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유통학회가 대구시내 소비자 600명을 대상으로 휴업일 평일전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525명(87.5%)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모든 일요일에 쇼핑하기가 편해져서’가 가장 큰 이유였다.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이 ‘매출액 하락’으로 이어진 곳은 온라인 쇼핑몰이 유일했다. 온라인 쇼핑몰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가 영업한 2·4주 일요일에는 증가율이 감소했고, 대형마트 휴업일인 2·4주 월요일에는 증가율이 껑충 뛰었다. 그동안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의 반사이익을 온라인 쇼핑몰만 누렸다는 방증이다.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은 골목상권 침해를 막기 위해 지난 2012년 전국적으로 도입됐다. 이번 조사에서 일요일 휴업규제가 골목상권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대형마트로서는 그동안 억울하게 규제를 당했다는 감정이 생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대형마트가 전국 대도시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킨 원죄(原罪)는 부인할 수 없다. 앞으로 대형마트는 골목상권과의 상생협력을 더욱 강화해 지역기여도를 확대하길 바란다.

2023-09-20

대구 新川의 명품 공원화, 시민 기대 크다

대구 신천은 낙동강, 금호강과 함께 대구를 대표하는 하천이다. 규모는 작지만 대구 남구에서 북구로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기 때문에 대구시민에게는 가장 친숙한 공간이다. 가창면 비슬산에서 발원해 금호강으로 흘러드는 신천 양편 둔치에는 산책로와 운동로, 체육시설 등이 설치돼 있어 하루에도 수많은 시민이 휴식과 건강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대구시가 신천의 수질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면서 물도 맑아져 신천에는 지금 수십 종의 물고기가 서식한다. 깨끗한 물에서 산다는 멸종위기 1급의 수달까지 등장, 전국적 화제가 됐다.대구시가 1천296억원을 들여 신천을 휴식과 생태, 문화가 어우러지는 복합시민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한다고 한다. 다음달부터 신천 둔치 대봉교~상동교 좌안 구간에 느티나무 등 수목 500여 그루를 심는 것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모두 3천여 그루의 수목을 심는다. 신천에 하나의 새로운 숲이 조성된다.또 신천수변에 무대를 설치해 소규모 공연과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도 열 수 있도록 하고, 신천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인 대봉교 리버뷰 테라스도 현재 설계 중에 있다. 매년 설치와 철거가 반복되던 간이 물놀이장과 스케이트장도 내년부터 사계절 활동이 가능한 고정식으로 바꾸고 전국 최초로 하천 둔치에 파도풀이 있는 수영장도 선보인다고 한다. 이제 시민들은 푸른 숲길과 미니공원 등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하거나 음악을 듣고 문화와 휴식을 즐기게 된다. 신천은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대구시민들의 최대 휴식과 여가 공간이다. 대구시의 신천 생태공원화 사업은 도시의 품격을 높일 수 있을 뿐아니라 도시민의 안락한 휴식공간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 공원처럼 규모는 크지 않으나 수변을 따라 조성되는 숲과 물이 흐르는 도심의 명품 휴식공간으로 변모된다면 관광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대구시는 신천이 시민이 일상에서 느끼는 가장 친숙한 공간이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이름 그대로 전국 최고의 명품공간으로 만들어 내길 바란다.

2023-09-20

우리 말이 위태롭다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우리 말이 위태롭다. 생각을 담아 표현하는 도구로서 우리는 언어를 사용한다. 글로 쓰고 말로 전한다. 마음에 품은 생각과 느낌을 말에 실어 전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 세상에 배울 일이 많지만, 말하기와 글쓰기만 제대로 습득한다면 필요한 교육의 절반쯤은 이미 성취한 게 아닐까.품은 생각을 조리있게 정리하고, 남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새롭게 구성하며, 품격을 싣고 안정감있게 표현하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필요한 소양이었다. 사회와 국가가 다양한 의견들을 조율하여 균형있게 발전해 가기 위해서도 공동체 구성원의 건설적인 제안과 아이디어가 풍성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모든 표현은 말로 해야 한다.그처럼 중요한 말이 흔들린다. 우선, 표현에 논리를 잃어간다. 조리있는 표현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게 논리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논리적으로 표현해야 하며 조직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말에 논리가 정연하면, 듣는 사람에게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가지게 한다. 쉽게 이해하고 정리된 응답도 가능하다.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하여 말을 사용하면 논리보다 ‘한 방’을 찾게되어 정연한 표현구조는 힘을 잃는다.‘사이다’라 불리우는 공격포인트를 올리기 위하여 논리쯤은 쉽게 무시하고 만다. 말은 논리를 잃고 논리가 빠진 표현은 질서를 잃는다. 심각해야 할 사회적 담론을 단답형 공격형 어조로만 응대하다 보니 누구든 일방적 외침에만 의지할 뿐 의사소통에서 배우거나 얻어가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말이 품격을 잃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소통과정에서 보이지 않는다.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하여 사용하는 언어에는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수다한 정책적 아젠다에서 실패를 거듭하는 정치권은 우리 말을 훼손하고 격식을 잃게 만든다는 면에서도 책임이 크다.정치에도 공격 뿐 아니라 조정과 숙고, 협상과 타협의 묘를 기해야 할 가닥이 있어야 한다. 정치적 언사를 직선적인 공격으로만 채우다 보니 우리 정치인의 언어는 품격을 잃고 허공을 헤매고만 있다. 말이 격식을 잃어가면서 국민의 마음도 잃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국민 앞에 노출이 빈번한 정치인의 언어는 시급히 그 품격을 가다듬어야 한다.말이 안정감을 잃었다. 보수도 진보도 자신들의 생각조차 안정감있게 전하지 못한다. 공격의 다급함과 수비의 분주함에 쫓기다 보니 차분하게 안정적으로 생각을 다듬고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을 잊어 버렸다.정치권의 불안정하고 일회적인 언어의 난무를 날마다 만나는 국민도 의견을 조리정연하게 간추릴 기회를 빼앗겨 버렸다. 공동체의 언어가 논리와 품격, 그리고 안정감을 회복하기 위하여 우선 정치권이 책임감을 느끼고 돌이켜야 한다. 우리 말의 높은 격조와 아름다움을 다시 찾기 위하여 국민적인 캠페인이라도 벌였으면 싶다.정치, 사회, 문화, 경제가 모두 중요하지만, 언어의 품격과 자존심만큼 우리의 바탕을 확인하게 하는 소양이 다시 있을까.

2023-09-20

기미일주(己未日柱)

육십갑자 중 오십여섯 번째는 기미(己未)다. 천간(天干)의 기토(己土)와 지지(地支)의 미토(未土)는 토(土)기운으로 뜨겁고 메마른 흙이다. 또한 정원이며 작은 텃밭이다. 동물로는 황금 양이다.기미일주는 항상 부지런하고 분주하며 성실하게 살아간다.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가려고 노력하며 독립적이고, 성격은 온화하다. 저돌적이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개척정신, 투쟁심, 명예심이 있어 어려움이 있어도 굴하지 않고 칠전팔기의 각오로 값진 성과를 얻어내는 자질이 있다. 대체로 사회적인 일에는 끝까지 이루어내는 힘이 있으나, 대인관계에 있어서는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은연중에 남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노련하지 못하지만 패기 하나만큼은 엄청나다. 허나 한 번 감정이 격해지면 물불을 안 가리고 울분을 터트리지만 항상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특히 특유의 배짱과 뚝심, 용기로 일단 부딪혀 보자는 심리가 강하다. 출세 지향적 삶을 추구하며, 자기 개발에도 충실한 사람들이다. 항상 부지런하고 분주하며 성실하게 살아간다. 늘 공부를 많이 하고 교양을 쌓고 정신수양도 많이 한다. 손재주가 남달라 전문기술 분야로 진출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기미(己未)는 음기운인 토(土)이며, 흙이다. 흙은 만물을 낳아서 자라나게 하는 품성이 있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정화하기 때문에 더러움에서 깨끗함을 창출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채근담 전집 24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굼뱅이는 몹시 더러우나 매미로 변하여 가을 바람결에 맑은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으나 반딧불로 변화하여 여름밤 밝은 빛을 발한다/ 그러므로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늘 어두움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굼뱅이는 징그럽고 더럽지만, 매미는 깔끔하다. 썩은 풀은 냄새나고 더러우나, 반딧불은 황홀한 빛을 낸다. 참으로 놀라운 변신이다. 매미는 땅 속에서 굼뱅이로 7년을 살다 매미로 된 후 일주일에서 삼주일 살고 죽는다. 반딧불의 알이 썩은 풀더미 속에 떨어지면 반딧불은 썩은 풀을 먹고 자란다. 여름밤의 반딧불은 무척 아름답다. 항상 변화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모든 씨앗은 땅 속으로 들어가 싹이 되어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땅의 어둠을 견디어 낸다. 고난을 참아내면서 찬란한 결실을 이루어내는 것이다.인간의 마음도 그냥 내버려두면 욕망의 싹이 자라 어느새 잡초로 우거진다. 탐욕이 도둑처럼 찾아오는 것이다. 굼뱅이에서 매미로, 썩은 풀에서 반딧불로 탈바꿈하는 것과 같이 비록 지금 힘이 들지만 과거와 현재의 미혹과 속됨에서 벗어나 밝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배움과 수양을 통해 항상 깨어있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기미일주의 남자는 배우자 덕이 없는 편이다. 밖에서는 무골호인이나 집에서는 무뚝뚝하고 폭군 기질이 있다. 일복이 많아 분주하며 남의 일에 많은 신경을 쓴다. 여자는 고집이 있고 남자 알기를 우습게 보는 기질이 있다. 남편 복보다는 사회활동을 하는 게 적격이다. 남녀 모두 늦게 결혼을 하면 좋다. 사회적인 성공이 있더라도 배우자와 갈등이 있기 쉬우니 서로 이해하고 살아야 한다.기미일주의 미(未)는 동물로 양(羊)이다. 소위 ‘사막 위의 별’이라 한다. 많은 사람을 가르치고 인도하는 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원래 양(羊)의 기운은 가르치는 것과 돌보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 거기다가 천간 기(己)라는 기운은 뻗어주고 확산하는 양(陽)의 기운을 수렴해서 챙기는 음(陰)의 기운으로 변동하는 변곡점의 기운이다. 사막의 안내자처럼 사람들을 인도하고자 하는 기운이 있다. 화수분 같은 사람이다.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대사.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야. 눈으로는 찾을 수 없어, 오직 마음으로 찾아야 해”라고 여우가 말한다. 사막의 오아시스는 마르지 않는다. 땅 밑에서 물이 계속 솟아 올라오는 분지(盆地) 즉, 남방의 사막 오아시스가 바로 화수분이다. 오아시스는 원하는 일, 원하는 곳을 향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기미(幾微)이지 완성은 아니다.기미일주는 기운이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을 보는 사람들이다. 기미년(1919년) 3월 1일에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났다. 일제의 억압에서 분연히 일어난 한민족의 독립운동이었다. 전국적인 범위에서 각계각층을 망라하여 전개된 3·1운동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한민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였다.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으로 이어졌다. 이민족에 대한 끈질기고 강렬한 독립투쟁정신을 고취하였을 뿐 아니라, 나아가 민족의식과 민족정신에 새로운 자각과 힘을 주어 민족 자립의 기초를 다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중국에서는 3·1운동 영향으로 1919년 5월 4일 중국 북경 학생들이 일으킨 반일투쟁, 반제국주의, 반봉건주의 혁명운동이 일어났다. 학생운동에서 민중운동으로 번진 소위 5·4운동이다. 학생, 지식인, 노동자 등 각계각층이 참여해 서구 열강의 불공정한 태도에 분노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표출한 행동이었다.한반도에서는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아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 중국은 5·4운동을 전개했지만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되었다. 우리는 자본주의를 중국은 공산주의를 선택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민주국가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어 시민들은 자유롭게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반면 독재체제에서는 국가의 권력이 우선되므로 개인의 자유와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시민의 자유를 추구하며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정치체제를 선택해야 할지 자명하다.

2023-09-20

파랑새를 찾아다녀도 괜찮아

정미영 수필가 바람이 불어온다. 형산강 둔치를 걷다가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강바람에 몸이 흔들리니 마음까지 출렁댄다.강변에 서 있으니 풀들이 초록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넨다. 토끼풀이다. 여기저기에 모도록모도록 소담스럽게 모여 있다. 나는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클로버를 눈으로, 손으로, 훑으면서 찾는다. 나폴레옹이 포병장교 시절에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자세히 보려고 고개를 숙인 순간, 머리 위로 총알이 지나갔다고 한다.그 뒤로 네잎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이 되었다. 사람들은 기적적으로 총알을 피해 살아남아, 훗날 황제가 된 나폴레옹의 행운이 자신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나에게도 그 믿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유년 시절부터 토끼풀이 모여 있는 풀밭이 보이면 눈을 반짝이며 찾았던 기억이 있다. 오늘도 습관적으로 네잎클로버를 얻기 위해 찬찬히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네잎클로버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그럼 행복이라도 챙겨야지. 행복을 상징하는 앙증맞은 세잎클로버는 강변에 오보록하게 자라고 있어 쉽게 눈에 띈다. 손바닥에 작은 잎을 나비 모양으로 펴놓고 들여다본다. 문득, 벨기에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가 떠오른다. 마테를링크만의 철학이 담긴 대표작이자, 그가 1911년 노벨 문학상을 받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작품이다.나는 시공주니어 출판사에서 발간한 원작 형태 그대로인 희곡을 최근에 다시 읽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몇 가지 있다. 동화인줄 알았는데 ‘파랑새’는 원래 희곡이라는 점이다. 국내 출간된 작품 대부분이 중역본이거나, 원작을 짧게 요약하거나 동화로 고쳐 쓴 각색본이다. 또 하나는 주인공 이름이 틸틸과 미틸이다. 내가 기억했던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일본어로 중역된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요술쟁이 할머니의 부탁으로 틸틸과 미틸은 행복이란 이름의 파랑새를 찾아 떠난다. 한참을 찾아다녔던 파랑새를 마침내 집에서 찾게 되는데,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다는 줄거리다. 내가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제일 마지막이다.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행복한 삶이다. 내 품에 안긴 행복을 남에게 나눠주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틸틸과 미틸은 옆집에 사는 소녀에게 파랑새를 기꺼이 준다. 안타깝게도 그 소녀의 품에서 파랑새는 날아가 버린다. 그래도 주인공들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의 여운이 길게 남았다얼마 전에 네잎클로버를 선물 받았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상북도교육청 영일도서관에서 특강할 때였다. 글쓰기 강의를 진행하는 첫날이었다.쉬는 시간에 한 학생이 다가와서는 “선생님, 이것 드리고 싶어요”라면서 네잎클로버를 건네는 것이었다.나는 학생의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네잎클로버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선뜻 받기가 조심스러웠다.“어머나, 이런 귀한 것을 나에게 줘도 괜찮겠니?”자신이 찾은 행운을 처음 본 나에게 선뜻 주겠다니! 순수한 학생의 진심이 느껴졌기에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내 마음이 행복했다.조던 피터슨은 ‘행복이 삶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행복이란 개념은 모호하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것을 삶의 목표로 삼아야 된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목표가 인류, 사회, 가족과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어야 된다. 그런 목표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면서.그렇다면 파랑새를 찾아다니는 것이 가끔 삶의 목표가 되어도 괜찮을 성싶다. 틸틸과 미틸, 네잎클로버를 선물한 학생처럼, 타인에게 행운이나 행복을 나눠줄 수 있다면! 그래서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모두 행복해진다면, 조던 피터슨이 말한 삶의 목표에 근접하는 것은 아닐는지.

2023-09-20

線넘은 이준석의 TK비난, 이유가 뭔가

심충택 논설위원 내년 총선(4월 10일)이 다가오면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대구·경북(TK) 비난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최대지지기반인 TK를 공격해서 뭔가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속셈이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치러진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좌파진영이 TK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4·15총선을 코앞에 둔 2020년 3월 6일 김어준은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를 통해 코로나 발생 원인을 대구시민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했고, 민주당 한 청년위원은 “대구는 손절해도 된다”는 막말을 했다. 좌파시인 김정란은 “대구는 독립해서 일본으로 가시는 게 어떨지”라고 조롱했다. 당시 이런 발언들은 TK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좌파진영의 결속력을 높이는 도구가 됐다.이준석은 최근 MBC 정치대담 프로에 출연해 단골 비난 메뉴인 ‘TK 현역의원의 수준’을 언급하면서 TK지역민들이 마치 일반국민과는 동떨어진 비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것처럼 표현했다.그는 ‘TK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라는 사회자 질문에 “요즘 들어 여론조사 기사를 보면 항상 붙는 2개의 문구가 있다.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층에서 어쩌고 저쩌고, 그리고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어쩌고 저쩌고, 이게 모든 여론조사에 들어가 있는 문구”라고 대답했다. 마치 TK지역이 60대 이상 노인세대와 함께 타지역과는 다른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언급한 것이다.이준석은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장군 흉상이전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그 사례로 들었다. 노인세대와 TK지역에서만 흉상 이전에 대한 찬성률이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 홍범도 장군의 경우, 항일투쟁에 앞장선 것은 맞지만, 러시아 스탈린체제에 부역한 공산당원이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나는 유사시 북한과 최일선에서 맞서 싸워야 할 육사생도들이 매일 공산주의자 조형물을 보면서 거수경례를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비정상적이라고 본다.이준석은 한때 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과 함께 우리나라 청년정치인의 역동성을 대변했다. 그는 대표로 취임한 이후 당의 외연을 호남까지 확장시키면서 국민의힘 전성시대를 만들어냈다. 박지현의 성과도 대단하다. 민주당내 팬덤정치와 86그룹을 정면으로 공격한 것은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박지현도 최근 단식 중이던 이재명 대표를 찾아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표리부동하다는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다. 청년정치인들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이준석 전 대표도 잘 알겠지만, TK지역은 우리나라 근대화의 산실이다. 6·25전쟁 때는 북한과 중국공산당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곳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때는 TK지역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자유와 민주를 중시하는 보수정권이 탄생할 수 없었다. 이 지역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라는 사실은 정치적인 판단대상이 아니다. 이준석이 정부·여당에 대해 비판일색인 다양한 방송 대담프로에 출연해 TK를 타깃으로 비난을 퍼붓는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2023-09-19

DGB금융 회장 선임, ‘투명성’이 생명이다

DGB금융지주가 김태오 회장의 임기 만료 6개월을 앞둔 오는 25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하며 차기 CEO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 때까지다. 통상적으로 금융권의 경우 회장 임기 만료 2개월 전에 승계 절차를 시작하는데 DGB금융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지주 회장 승계과정을 6개월간 진행한다. CEO 후보군을 충분히 검증하기 위해 김 회장이 취임한 이후 경영승계 규정을 바꾸었다. 회장추천위 멤버는 DGB금융 7명의 사외이사다. 이사회 의장인 최용호 이사가 위원장을 맡는다. 이번 DGB금융 회장 승계 프로그램에는 외부 자문기관도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후보들에 대해 외부 자문기관이 리서치 결과를 내면 이를 토대로 회장추천 위원들이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대구은행장을 선임할 때도 외부 자문기관의 개별 인터뷰와 평판 조회 절차를 거쳤다. 타 금융그룹 지주 회장 선임과정에는 없는 절차다.금융그룹 중에는 최근 KB금융지주가 회장 인선을 마쳤다. KB금융 회장 인선은 최종후보군 선정 과정부터 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인들로만 후보군을 채워 관료 출신 인사는 철저히 배제됐고, 결국 내부 출신인 양종희 부회장이 이변 없이 회장직에 올랐다. KB금융은 사외이사 선임 때도 후보군 평가 권한을 이사회 외부에 넘겨 공정성을 확보했다.최근 은행 임직원들의 각종 비리행위가 잇따르자 금융당국은 특히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조해 왔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권의 횡령·배임 문제와 관련 “현재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법 개정안 등 여러가지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DGB금융 사외이사들은 이처럼 예민한 금융권 상황 때문에 어깨가 더 무겁게 됐다. 최용호 이사회 의장이 최근 “금융권 최고 수준의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정립하겠다”고 밝혔듯이, 이번 DGB금융 CEO 선임 절차가 처음부터 끝까지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 뒷말이 나오지 않길 바란다.

2023-09-19

세계 명주 안동소주

우정구 논설위원 안동소주의 세계화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구상하는 주요 사업의 하나다. 이 지사는 “안동소주는 세계 명주라 부르는 스카치위스키와 중국의 백주, 일본 청주들과 같이 어깨를 겨눌 수 있는 오랜 전통의 술인데도 너무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지난 2월 그는 안동소주 업계 대표들과 함께 스카치위스키 본고장인 스코틀랜드를 방문했다. 스카치위스키의 성장 노하우 등을 벤치마킹하고 안동소주의 세계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국내서만 판매되는 안동소주를 세계시장으로 진출시키겠다는 그의 생각을 구체화하기 위해 도청 내에 전문가로 구성된 TF팀도 가동했다. 민속주인 안동소주를 국제화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하다. 우리 고유 민속주가 단숨에 세계화 문턱에 들어서진 않겠지만 한류 분위기를 타고 국제시장에서 명성을 떨치는 것이 꿈같은 이야기도 아니다.15일 경북도는 라오스를 방문해 현지 수출입공사와 안동소주의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안동소주의 해외 진출의 물꼬가 조금씩 열리는 조짐이다.기록에 의하면 안동소주 1281년 일본정벌을 위해 충렬왕이 안동에 행궁을 설치하고 한달동안 머물 때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이 된다고 한다. 1494년 만들기 시작한 위스키보다 더 긴 역사를 가진 술이다. 특히 안동소주는 희석식 소주와 달리 증류식 방법으로 제조돼 45도의 고도주이면서도 뒤끝이 깨끗해 인기다. 안동지역 명문가에 의해 가양주(家釀酒) 형태로 전수돼 온 것도 술의 품격을 높여준다. 1987년 안동소주 제조법이 경상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1988년에는 국가지정 8대 민속주로 지정됐다. 세계 명주 안동소주를 상상해 본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9-19

긴 추석연휴… 물가와 민생에 세심한 관심을

추석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6일간의 긴 연휴를 맞게 되면서 많은 사람이 모처럼 맞는 연휴를 알차게 보내기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추석연휴 기간동안 제주노선 항공권이 매진되고 대구공항의 국제선 예약률도 만석이다. 그러나 명절을 맞았으나 우리 주변엔 여전히 생활이 어려운 취약계층은 많다. 여행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저소득층 가구도 많다. 이들은 긴 연휴가 오히려 부담스럽다. 명절이라도 찾아올 가족이 없으니 명절 연휴가 더 외롭다.대구시와 경북도 등 자치단체별로 나홀로 노인 등 취약계층과 기초생활수급자 등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에 나서고 있으나 빈틈이 없어야 한다. 작년 8월 발생한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불행한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지자체별로 복지 사각지대가 없는지 추석을 계기로 다시 한번 점검하고 그들이 따뜻한 추석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취약 어르신의 안부도 확인하고 쪽방 주민의 결식 예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민간단체 차원의 취약계층 지원사업도 잘 전개돼야 한다. 또 민생안정과 더불어 추석물가 안정에도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모처럼 국내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다가 지난 8월 물가가 다시 3%대로 올라섰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사과값은 작년 3배, 배, 포도, 복숭아 등은 50% 이상 올랐다. 제수용 과일값이 천정부지 오르면서 서민들의 제수 비용이 부담스러워졌다. 일부 가구에서는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을 줄이기로 했다고도 한다.정부는 비축 농산물의 공급을 늘리고 대체 농축산물 수입도 더 늘려야 한다. 지자체는 시장가격이 안정될 수 있도록 매점방지 등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우리의 전통적 추석 명절은 부모 등을 찾아보고 기족간의 화목을 다지는 시간이다. 또 이웃간에도 정을 나눠 가을의 풍성함을 함께 누리는 데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공동체 의식이 더 필요하다. 소외계층이 없는 따뜻한 명절이 되도록 사회 구성원 각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2023-09-19

외로움의 총합을 늘리지 않는 철도망으로

강지우 SF평론가 지난주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이 있었다. 40% 내외의 열차가 운행 중지되었다. 필자도 서울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급하게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파업의 가장 큰 요구 사항은 수서행 KTX 운행, 궁극적으로는 KTX와 SRT의 통합 운영을 통한 지방 소외 해소다. 9월 초부터 포항역에서도 SRT를 탈 수 있게 되었으나 하루 2회 운영에 불과하며 대신 부산-수서 SRT 노선이 줄었다. 결국 지방민들이 겪는 불편의 총량은 줄이지 못한 채 아랫돌 빼서 윗돌 고이기인 셈이다. 변두리 지역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은 교통수단의 발달이 결국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 갈 뿐”이라던 한 작품이 떠올랐다.우리나라는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김초엽 작가의 베스트셀러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성간여행이 일상적인 우주 개척 시대에 이산가족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안나는 먼저 이사한 가족을 따라 슬렌포니아 행성계로 가려 한다. 그런데 슬렌포니아로 향하던 ‘워프 노선’이 훨씬 빠른 ‘웜홀 통로’의 개발에 밀려 운항을 중단한다. 슬렌포니아 근방에는 웜홀 정류장이 없다. 별안간 안나와 가족은 빛의 속도로 가도 살아있는 동안에는 닿을 수 없는 머나먼 거리로 가로막혀 버린 것이다. 안나 말고도 이산가족이 적지 않았지만, 우주 연방 정부는 그 외로움들을 무시한다. 그들을 일일이 고향으로 보내기에는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제주에서 가장 먼 곳은 어디일까? 보통 서울이나 인천쯤으로 생각하지만, 제주도민의 체감상 더 먼 곳은 대전이라고 한다. 대전에는 공항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포항에서 가장 먼 곳은 어디일까? 고속철을 타도 오송이나 대전을 거쳐 크게 돌아가야 하는 광주는 서울보다 40분 더 멀다. 2004년에 우리나라에 고속철이 처음 놓이고 20년이 넘도록 영호남을 직통으로 잇는 고속철도가 없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영호남의 오랜 갈등과 불균형한 발전은 이런 상황의 원인일까, 결과일까? 최근 들어서야 진주-광양, 부전-마산 등의 노선이 이어지고 있다. 달구벌 대구, 빛고을 광주의 첫 글자를 따 두 도시를 잇는 ‘달빛고속철도’도 2030년 개통 예정이다. 그런데 수요와 경제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기 어려워 특별법 제정까지 필요하다고 한다.지난 6월 윤 대통령은 ‘평택~오송 고속철도 2복선화 착공 기념식’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어디에 살든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보다 촘촘한 교통인프라 구축이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어느 곳의 교통을 먼저 확충할 것인가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지방이 소외되지 않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리지 않는 교통인프라는 기술의 발전이 아닌 인간의 고민으로 이뤄갈 수 있다.

2023-09-19

‘나’의 영향력

개강이다. 시간 강사라는 특성상 한 여름을 일 없이 지내다 간만에 강의를 했더니 몸과 마음이 무척 피곤하다. 처음 보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유창한 척 말을 하자면 내가 마치 약장수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첨단 기술이 나날이 눈부시게 발전해가는 세상 속에서도 글쓰기는 여전히 필요한 역량이라고 그러니 수업에 집중해서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말을 하고 있자면, 정말 그런 기분이 들기도 한다.아마 이 피로감에는 한동안 하지 않았던 강의를 다시 재개하면서 느끼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처음 보는 학생들과 새롭게 한 학기를 시작하려니 느끼는 피로감도 있을 것이고, 이전에 했던 강의 자료를 새로 배정받은 학과에 맞게 다듬고 고치는 과정에서 느끼는 피로감도 있을 것이다. 사실 시간 강사를 하기 전에는 선생이라는 직업이 꽤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들을 학생들에 맞춰 설명하는 게 다라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수업이라는 게 얼마나 많은 사전 작업을 요구하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누군가 나에게 선생이라는 직업이 어떠냐고 물어본다면, 글쎄. 나는 어떤 대답을 해주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서로 서먹서먹하기만 하고, 별다른 관심도 보이지 않던 아이가 학기가 끝날 즈음 밝은 얼굴로 인사하며 자신이 노력한 결과물을 보여줄 때면 꽤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그렇지는 않아서, 간혹 수업에 관심이 없거나 노력에 비해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을 마주할 때면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 내가 만약에 조금만 더 재밌게 수업을 했더라면, 혹은 조금만 더 잘 설명할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이 아이에게 지금 이 순간의 의미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혹은, 이 아이의 미래가 조금은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책임감. 혹은 사명감. 아마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느낄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나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걸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하리라고 생각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는 좋은 선생도 많이 만났지만, 나쁜 선생도 많이 만났던 것 같다. 개중에는 폭력을 가하는 사람도 있었고, 말도 안 되는 욕설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이해할 수 없다. 왜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에게 욕을 하고 폭력을 가하고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려 안달이었던 걸까.하지만 그런 사람들보다는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던 게 내 인생에는 더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 참 다행이라고 느낀다. 나에게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하면 안 되는 일에 대해 알려주고, 귀찮은 질문들에도 꼬박꼬박 웃으며 대답해준 좋은 선생님들. 내가 지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스스로를 계속 가다듬으려 애쓰는 건 그분들의 영향이 클 것이다. 만약 그때 그 순간 그 사람들이 해준 말과 행동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나 또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그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면, 스스로의 말과 행동을 자꾸만 돌이켜보게 된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물론 나는 아직 완벽한 선생님은 아니다. 그냥 조금 친절하고, 조금은 유머러스한 그런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이 적어도 나로 인해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게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은 믿을 수 있고, 때로는 기댈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실 이건 내가 선생이라서,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다. 내가 내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은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그게 지금의 내가 가진 소박한 꿈이 아닐까 싶다.세상엔 나쁜 사람도 있고 좋은 사람도 있다. 마찬가지로, 나쁜 선생도 있고 좋은 선생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이 경험한 소수의 사람들을 전체로 오해하곤 한다. 어떤 직업이든 직업윤리에 충실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닌 사람도 있는 것임에도, 우리는 자신의 경험을 잣대 삼아 타인에 대해 판단하길 즐긴다. 당장 인터넷 뉴스의 댓글만 보더라도,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알까. 자신들의 인식이,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행동을 미치게 될지. 인간은 모두 사회적 동물이기에, 크건 적건 타인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그걸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조금쯤 선해질 수 있지 않을까. 삭막해진 세상에서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이야기를 적어본다.

2023-09-19

어떤 답은 듬뿍듬뿍

최근 나를 골치 아프게 하는 한 가지가 있다. 다름 아닌 작업실에서 돌보는 식물에 관한 것. 이 생명력 넘치는 푸릇푸릇한 존재는 작업실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다. 보고만 있어도 숲에 온 것처럼 충만해지고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매일 부지런해진다. 작업실에 들르지 않는 날이면 화분들에 대한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것들은 정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무엇보다 역동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여인초는 하룻밤에 거대한 잎을 피워 내고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잎이 다음 날이면 누렇게 변해 우수수 떨어지기도 한다. 너희들, 정말 묘하게 예민하고 조용히 강인하구나. 여린 잎사귀를 매만지면서 생각한다. 식물 키우기는 정말이지 어렵다고.작업실에는 꽤 많은 식물이 있다. 키가 나를 훌쩍 넘어서는 여인초부터 고무나무, 홍콩야자와 크로톤, 고려담쟁이, 선인장, 다육식물까지. 작업실을 함께 꾸려가는 시인과 의기투합하여 하나씩 들여놓은 것이다. 식물에 대해 잘 알아서 들였다기보다 앞으로 알아가기 위한 것에 가까웠다.사실 나는 뭔가를 키우는데 능한 사람은 아니다. 혼자 산 지 십 년이 넘어가지만, 여전히 나 자신을 돌보는 것에도 서투르다. 나의 반려견도 제대로 살피는 건지 알 수 없다. 식물도 내버려두면 알아서 큰다고 생각했다. 생명과 공생하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관심과 관찰이 필요한지 알지 못했다. 누군가가 나를 본다면 혀를 쯧쯧 찰지도 모른다. 뭔가를 키울 자격이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얼마 전부터 해피트리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한쪽 구석에 놓여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자라던 녀석이라 미안한 마음이 너무나 컸다. 나는 해피트리를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햇볕이 가장 잘 드는 자리에 놓아도 보고, 통풍을 위해 창가에 두고, 비 오는 날 밖에 내어놓아도 딱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나는 식물 고수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진을 찍어서 올렸다. ‘해피트리가 갑자기 이렇게 시들시들해졌는데, 이유가 뭔지 아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댓글이 주르륵 달렸다. 대부분 비슷한 이야기였다. ‘과습인 것 같습니다.’아, 그렇다. 식물을 키우는데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 바로 물의 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동생의 작업실에서 키우는 율마가 시들시들하다고 했을 때, 나는 ‘비 오는 날 내어 놓아라’는 답을 준 적이 있었다. 나의 식물들도 그렇게 해서 몇 번 살려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조언대로 동생의 율마는 비를 흠뻑 맞았고, 다음 날 완전히 죽어버렸다고 했다. 뿌리까지 모조리 썩었다는 것이었다. 너무 신경 써서 물을 줬던 것이 문제였던 걸까. 해피트리를 다시 살리기 위해 온 마음을 쏟았지만 노력이 무색하게 녀석은 죽어버리고 말았다.그렇게 한 식물을 보내고, 나는 다른 식물들에 물을 주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흙을 만져서 완전히 마르지 않으면 절대 물을 주지 않았고 분무도 조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크로톤이 시들시들해지기 시작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저번 주 비 오는 날에 밖에 내어놓았던 게 문제였나. 작업실의 공기가 너무 습한 걸까.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돌 하나를 얹은 것처럼 마음이 무거웠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토요일 아침, 작업실 문을 여니 내가 그렇게나 고민했던 크로톤이 잎을 활짝 펴고 살아나 있었다. 함께 작업실을 쓰는 친애하는 시인이 간밤 다녀간 모양이었다. 살펴보니 작업실 모든 식물에 듬뿍듬뿍 물을 준 흔적이 있었다. 식물들은 파릇파릇해졌고 잎사귀는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러니까 결국 답은 물이었다. 물을 아끼는 게 아니라 더 줘야 했다. 그간 엉뚱한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허무했다. 물을 넘치게 주면 죽는다. 그러나 물을 주는 것을 두려워해도 안 된다. 식물을 키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이다.그것은 비단 식물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나는 나를 지나쳐 간 무수한 관계들을 떠올렸다. 사랑을 아끼고 상대가 메마르지 않을 정도만 관심을 표했던 지난날의 나를 상기했다. 마음을 모두 쏟아 부으면 상대가 떠나갈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서로가 시들해진 것을 발견하면 당황했다. 두려워하지 말고 듬뿍듬뿍 물을 주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로 나는 상대를 떠나보내야만 했다.여전히 나는 식물을 키우는 것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잘하지 못한다. 실패할까 봐 쉽게 겁을 먹고 해결 방식이랍시고 엉뚱한 대책을 내어놓는다. 어떤 순간은 일상적이지만 새삼스럽다. 식물로 인해 골치가 아프고 거기에서 뭔가를 배운다. 햇볕과 물과 바람을 듬뿍듬뿍 맞고 나도 식물들도 자라나는 중이다.

2023-09-19

정주하고 싶은 경북을 위하여

홍덕구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경상북도는 지난 9월 14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비전 선포식에서 ‘청년이 살고 싶은 경북시대’ 실현을 위한 ‘경북형 6대 프로젝트’ 구상을 발표했다. 대학에서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그중에서도 지역 청년들이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 기업에 취업해서 지역에서 정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경상북도, K-U시티 프로젝트’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지역 인재의 유출은 비단 경상북도뿐 아니라 모든 지역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가장 큰 원인은 물론 일자리 부족이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일자리도 결국 지역 생태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서울과 수도권이 지역을 대상화하고 착취하는 구조가 형성되었고, 그 결과 지역의 자율적인 생태계가 붕괴된 것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중요한 것은 일자리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소프트웨어 자체를 바꿔 나가는 일이다.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교육 및 문화예술산업을 적극 육성하여 지역 주민들이 물질적·정신적 풍요로움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시적인 생산인구 증가 효과는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지역 인재가 지역에서 정주하는 선순환 모델은 만들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 경상북도의 K-U시티 프로젝트가 지역 생태계를 복원하고 정주하고 싶은 지역사회를 만드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또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외국인 유학생 1만 명 유치. K-드림(Dream) 프로젝트’에 관한 부분이다.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 심각한 저출산 기조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고, 이미 대부분의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그 공백을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문제는 이렇게 대학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학습 능력과 한국어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는 시스템이 부재한다는 것이다. 대학 입장에서야 실적도 되고 등록금 수입도 늘어나니 외국인 유학생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턱이 낮으니 한국 대학은 진지하게 배움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라 한국 체류를 위한 수단 정도로 여겨지게 된다. 많은 동료 교사·강사들이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여 강의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외국인 유학생들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외국인 유학생 1만 명 유치를 진지하게 준비하고자 한다면 언어 능력과 학습 능력이 충분한 학생을 선발하는 시스템, 그렇게 입학한 유학생들의 학습과 생활을 도울 전문 상담 인력, 그리고 부족한 한국어 학습을 담당할 한국어 교육 전담 인력의 확충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을 따라가기 어려운 외국인 유학생을 대량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대학 교육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2023-09-18

이제는 선행 기사가 줄을 잇기를

김규인수필가 한 사람은 수레를 끌고 다른 사람은 우산을 씌워주며 나란히 걸어간다. 자신의 한쪽은 비를 맞으며 우산을 씌워주는 여인의 따뜻한 마음이 뜨겁게 다가온다. 수레를 끄는 노인의 느린 속도에 맞추어 함께 한참을 걷는다. 남을 위해 함께하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몸은 비에 젖어도 마음은 따뜻한 선생님의 선행에 우리는 감동으로 물든다.그동안 여당과 야당의 양보 없는 줄다리기로 피로감은 늘어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우리의 삶을 더 팍팍하게 한다. 거기에 더하여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 다툼은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를 힘들게 한다. 그런 가운데에도 정치가 권력만을 바라볼 때 서민들의 삶은 기댈 곳을 잃는다.이제는 감정 노동자가 되어버린 교사는 점점 죄어오는 족쇄를 풀고자 거리로 나선다. 동방예의지국이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는 지나간 시대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집요한 일부 학부모들의 요구는 교사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린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하는 교사들의 현실에 우리는 너무 무기력하다. 학생들의 잘못한 행동마저도 지적할 수 없는 교사의 오늘이 그저 참담하기만 하다.방송과 신문은 연일 새로운 기사를 쏟아낸다. 신문 지면을 가득 메운 것은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사건으로 채워진다. 하루를 살아가기도 벅찬 서민들에게 ‘묻지마 살인’, ‘성폭력을 위한 폭행과 살인’은 마음마저 움츠러들게 한다. 수없이 달린 감시 카메라를 피해 사건은 줄을 지어서 일어난다.서이초 교사의 죽음에 이어 일어나는 교사들의 잇따른 자살.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어린 학생들의 학교 앞 횡단보도 위에 드러눕기. 공공장소에서의 살인 예고는 신문이나 방송에 보도가 됨으로써 각종 범죄의 학습장이 되는 느낌이다. 여기에 언론의 보도에 문제는 없는 것일까. 독자들이 보고 읽도록 만드는 자극적인 표현이 범행을 자극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선행 기사를 찾아보니 길에 쓰러진 응급 환자를 구조한 버스 기사,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조한 해군과 축구 코치, 꾸준하게 봉사와 후원을 아끼지 않는 인기 연예인들의 기사가 줄을 잇는다. 그들의 기사를 조금 더 비중을 두고 싣는다면 사람들의 관심도 늘어나고 선행도 늘어나리라 믿는다. 신문과 방송에 실린 기사는 우리의 시선을 선행으로 쏠리게 하고 우리가 남을 위해 도와주는 것을 친숙하게 만든다.찾아보면 선행도 사건과 사고에 뒤지지 않게 많다. 물론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기사는 쓰기 나름이 아닐까. 선행이 다 같을 수는 없고 돈 많은 사람이 하는 선행보다 가난한 사람들의 선행이 더 많다.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신문 지면을 아름답게 채울 수 있지 않을까.작은 일 하나에도 소망을 품고 서로를 보듬으며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가 아닌가.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서민들이 더 많이 웃기를 빈다. 함께 사는 세상이 더 밝아지면 서민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나리니. 이번 한가위에는 이웃과 풍성함을 나누는 그런 명절이기를 소망한다.

2023-09-18

‘저영향개발’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연구본부장 대구경북지역에는 9월 15일 전후와 이어진 주말동안 50㎖ 이상의 많은 가을비가 내렸다. 그리고 일최고 30℃ 이상의 날도 점차 줄어들면서 완연한 가을에 접어들고 있다. 아마도 2023년 여름은 역대 유례가 없는 극한의 집중호우와 산사태 그리고 폭염으로 많은 피해를 입은 해로 기록될 것이다.그런데 이러한 달갑지 않은 역대급 기록은 내년에도 여지없이 깨질 것으로 우려된다. 계속 악화된 기후변화 문제가 완화될 여지는 별로 없고 반대로 무분별한 개발압력은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파멸의 길로 내달리는 폭주 기관차의 방향을 바꾸고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희망의 길을 내고, 브레이크를 작동해야 하듯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길은 내고 ‘저영향개발(LID)’이라는 신형 브레이크를 작동해야 한다.‘저영향개발’은 도시발전 과정에서 자연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빗물관리, 자연적 물의 침투 및 증발, 그리고 토지의 원래 생태계 복원을 중심으로 설계된다. 이를 통해 홍수위험 감소, 수질향상, 도시 열섬효과 완화 등 우리가 부딪친 문제의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더 나아가 ‘저영향개발’은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홍수피해 감소와 물관리 비용을 줄여 인프라 유지비용을 절감하고, ‘저영향개발’ 구역은 더 나은 생활환경과 자연경관 제공으로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 가치를 높인다. LID 관련 프로젝트는 건설 및 유지보수 분야에서의 일자리를 제공하며, 자연환경 복원은 관광산업도 활성화시킨다. 환경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둔 기업들은 LID 지역에 투자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처럼 ‘저영향개발’은 지역경제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촉진을 기대하게 한다.‘저영향개발’은 특히 물순환 관리에 보다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 LID는 지표수의 자연적 침투를 통해 지하수 재충전을 강화하며, 지표면 처리를 통해 홍수 위험을 줄이며 빗물 유출을 제어한다. 자연스러운 여과 과정으로 오염물질을 제거하여 물의 질을 개선한다. 아울러 습지의 보호와 복원을 통해 자연의 물순환을 지원한다. 결국 LID는 물의 지속 가능한 관리와 지역 생태계의 건강을 향상시킨다.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는 빗물정원, 침투지와 같은 LID 기술을 도시 곳곳에 구현하여 홍수와 물 오염을 줄였으며, 워싱턴주 시애틀시는 ‘도시의 녹색 인프라’ 계획에 LID 프로젝트를 도입하여 물 순환을 향상시켰다. 호주 멜버른시는 도시내 빗물을 수집, 재사용하고, 녹색공간을 확장하여 도시 열섬효과를 줄였다. 이처럼 이들 도시는 ‘저영향개발’ 전략을 도입하여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며 도시의 생활 품질을 향상시켰다.이들 도시처럼 대구경북에 ‘저영향개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법적기준 제정으로 LID지침을 확립하고, 도시계획에 LID를 통합하여 초기개발부터 반영해야 한다. 아울러 재정지원 확대를 통해 LID 프로젝트 활성화, 시민교육 및 홍보강화, LID 프로젝트 성과 모니터링 및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2023-09-18

고령 지산동고분군 세계 인정 문화유산됐다

고령군 지산동 대가야고분군을 포함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최종 등록되는 쾌거를 얻었다. 17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가야고분군을 세계유산으로 확정함으로써 우리나라는 모두 16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특히 경북은 그 중 6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함으로써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문화유산이 분포한 지역임이 증명됐다.이번에 등재된 가야고분군은 모두 7개 고분군으로 고령의 지산동, 김해 대성동, 함안 말이산, 합천 옥전, 고성 송학동, 강화군 교동·송현동, 남원 인월면 유곡리·두락리 고분군 등이다.그 중 고령 대가야고분군은 대가야 지배층의 집단무덤으로 당시 생활공간을 둘러싼 산지의 능선을 따라 700여 기의 무덤이 축조돼 있다. 7곳 가야고분군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또 가야고분군 양식 중 가장 발전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순장자를 위한 너널을 별도로 만들었고 한 무덤에서 순장자 40여 명이 확인되는 등 대가야의 위상을 증명하기도 했다.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로 1∼6세기 중엽에 걸쳐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작은 나라의 실체를 확인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게 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국내적으로도 가야역사가 재조명되고 가야의 존재와 기록들이 많이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도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무엇보다 오랜시간 세계문화 유산 등재를 위해 힘써온 문화재청과 관련 지자체의 노력이 돋보인 성과다. 이제부터는 세계가 인정한 우리고장의 문화유산을 잘 보존 관리하고 그 가치를 빛나게 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세계유산 보존관리 및 활동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다양한 지원이 따른다.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세계적 유산으로 인정받은 문화재 관리에 빈틈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특히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관광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뛰어난 효과가 있음이 타지역 사례에서 이미 증명됐다.가야고분군 보존가치를 보다 확대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획기적 전기가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2023-09-18

대통령실 총선 차출, 民意와 동떨어져선 안돼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통령실 참모들의 내년 총선 차출을 요청했다는 말이 나오면서 대구·경북(TK) 의원들이 예민해졌다. 총선에 대통령실 참모진을 전면 배치하면 자연스럽게 현역의원에 대한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TK지역의 경우, 역대 총선에서 현역 물갈이가 항상 절반 이상 이뤄졌고, 그 자리를 낙하산 인사들로 채우는 사례가 많았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통령실 TK참모는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 전광삼 시민소통비서관, 조지연 행정관 등이다. 이 외에 TK지역에 도전장을 내밀 행정관들도 적잖다. 현재 대구북구와 중·남구, 구미, 포항 등이 용산차출설의 대상으로 거론된다. 대구는 대도시 특성상 지역구 이동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당수 현역의원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용산차출설은 추석이후 바로 실시될 강도 높은 당무감사와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현재 전국 당협을 대상으로 한 당무감사를 앞두고 질의서를 준비 중이다. 부산출신이며 의사인 신의진 당무감사위원장은 “질의서를 논문처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는 항목들을 꼼꼼하게 질의서에 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질의서에는 현역의원과 원외위원장들의 당원 관리, 사고 여부, 평판, 도덕성, 인지도, SNS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다. 현역 의원들에겐 당무감사에서 점수화된 공천 부적격 근거자료가 나올 수 있다. 당 안팎에서도 당무감사를 근거로 현역의원을 교체하고 용산참모들이 전략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윤 대통령 입장에선 순조로운 국정운영을 위해 22대 총선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과 매일 소통하며 국정운영 철학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참모들을 국회에 포진시키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참모진 공천은 현역 컷오프를 전제로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참모차출도 민의로부터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2023-09-18

‘경북 해녀협회’의 탄생

홍석봉 대구지사장 경북은 제주에 이어 전국 두 번째 많은 해녀·해남이 활동하고 있다. 해녀·해남은 ‘나잠 어업’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산소 공급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바닷 속에서 호미와 칼 등을 이용해 해산물이나 어류, 해초류 등을 잡거나 따는 일을 한다.경북도가 지난해 나잠어업 현황 조사결과 2021년 말 기준 경북지역 해녀·해남의 숫자는 1천370명이다. 제주의 3천437명에 이어 국내 2위다. 40년 이상 종사자들이 3분의 2이다. 고령화·소득 감소 등의 영향으로 경북의 해녀·해남이 점점 줄고 있다. 해녀·해남이 고령화로 인한 관절염과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이들이 75%다. 이들은 조만간 물질을 그만둘 것이라고 한다.경북의 해녀·해남은 제주도에서 온 이들에서 비롯됐다. 제주 한림읍 출신 30, 40명의 해녀들이 1950~60년대 독도에 진출해 조개 등을 채취하며 생활한 기록이 있다. 경북의 해녀는 이들이 독도와 울릉에 정착하면서 시작됐다. 주 수입원은 미역이다. 이어 성게, 전복, 해삼 순으로 많이 잡힌다.제주 해녀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경북 해녀도 제주 해녀와 못잖은 역할을 한다. 양자 교류 필요성이 높다.‘경상북도 해녀협회’가 최근 창립기념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포항과 경주, 영덕의 해녀 100여 명이 모였다. 해녀들의 교류와 지원, 해녀 문화의 보전 등이 목적이다. 해녀협회는 해녀학교 등을 운영하고 가족단위 관광객을 대상으로 미역말리기, 해양생태교실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 6차 산업화를 꾀하고 있다. 해녀문화의 전승보전과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 고유의 해녀 문화, 잘 지켜나가야 한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9-18

상스 대성당과 초기 고딕건축의 발달

12세기 중반 출현한 고딕건축은 유기적 연결성이라 새로운 접근법으로 중세 건축을 혁신했다.천장에 설치된 교차형 늑재궁륭은 하중을 안정적으로 분산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촘촘하게 맞물려 있는 늑재들은 다발을 이루며 벽을 타고 내려와 기둥으로 연결된다. 건물 외벽에 튼튼한 부벽을 설치해 팽창하는 힘을 지탱했고 구조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플라잉 버트레스’ 공중부벽을 설치했다.그물처럼 견고하게 엮인 늑재와 외부에서 든든하게 힘을 상쇄시키는 공중부벽 덕분에 두꺼운 벽이나 육중한 기둥이 불필요해 졌다. 고딕 건축가들은 오히려 벽의 넓은 면을 유리창으로 대체했다. 더 많은 빛이 실내로 유입되면서 실내공간은 한 층 밝아졌다. 넓은 유리창들은 형형색색 화려한 그림으로 장식되었고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은 신비로운 색을 발하며 교회를 채웠다.1144년 6월 11일 고딕으로 새롭게 단장한 생 드니 교회의 축성식이 거행되었다. 프랑스 국왕 루이 7세가 왕후와 함께 축성식에 참여했고 외국에서 온 축하 사절은 물론 프랑스 각 지역 주교들도 자리했다. 고딕양식으로 개축된 생 드니 교회의 축성식은 파리를 비롯해 일 드 프랑스 지역에 초기 고딕이 확산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120km 떨어진 곳에 상스(Sens)라는 도시가 있다. 상스에 지어진 생 떼띠엔느(Saint-Etienne) 대성당은 생 드니와 함께 초기 고딕 건축구조가 정착하는데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상스 대성당 건축이 시작된 것은 1135년이다. 공사가 시작된지 30여 년이 지난 1164년 경 주제단이 있는 내진 부분이 완성되었다. 1175년과 1180년 사이 회중석이 있는 주랑과 좌우 통로인 측랑이 만들어졌다. 완성된 교회의 전체 길이는 122m에 달했고 13.5m의 폭에 높이가 무려 24.5m나 되었다.상스 대성당의 벽면은 3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구조가 조금 독특하다. 첨두형 아치로 연결된 아케이드가 아래층을 구성하고 그 위로 트리포리움(Triforium)이 나타난다. 트리포리움은 주로 아케이드 층 위에 마련된 열린 공간으로 작은 아치들로 이루어져 있다. 측랑의 지붕 위에 마련된 좁은 공간으로 외부로 창이 나있지 않아 항상 어둡다.2층에 나타나는 트리포리움 위로 넓은 고측창이 설치되어 있어 밝은 빛이 실내로 들어온다. 12세기 초기 고딕성당들은 대개 아케이드, 트리뷴(Tribune), 트리포리움, 고측창으로 구성된 4층 구조를 보인다. 상스 대성당은 넓은 공간의 트리뷴을 생략하는 대신 트리포리움을 설치하고 구조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에 공중부벽을 설치했다. 트리뷴을 없앤 것은 더 넓은 고측창을 확보하기 위한 건축적 실험으로 보인다.상스 대성당의 견고한 늑재궁륭은 십자형의 4분할 대신 세 개의 늑재가 교차한 6분할 형식을 채택했다. 급한 경사를 보이는 궁륭을 교차해 가로지르는 늑재들은 벽면으로 연결되어 벽면을 타고 내려온다. 새로운 공법이 적용된 초기 과정이라 교회 내부에서 수려한 장식적 요소를 찾을 수는 없다. 발견되는 장식이라고 해야 건물을 단단히 잡아주기 위한 크고 작은 둥근 기둥들이 배관처럼 천장에서 벽을 타고 아래로 내려오는 정도가 전부이다. 한 세기나 지나야 등장하는 발달된 고딕의 화려함과 비교한다면 투박하고 소박한 로마네크스에 가깝다 하겠다.이런 무뚝뚝함이 신경 쓰였는지 아래층 기둥 위 아케이드의 연속된 형태가 트리포리움에 그대로 축소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동일한 형태의 첨두형 아치가 다시 고측창에서 확대된 크기로 등장한다. 연속된 아치가 만들어낸 수평적 움직임 그리고 약간의 변주가 가해진 형태의 수직적 반복이 살짝 리듬감을 불어 넣어 기계적으로 복잡한 실내공간에 옅은 표정을 불어 넣었다. /김석모 미술사학자

2023-09-18

따스한 ‘권정생 동화 나라’

짧은 검은 머리를 한 몽실이가 아이를 업고 누군가를 기다린다. 전쟁에 나간 아버지, 재가하여 다른 지역에 사는 엄마네 가족, 식모살이하며 함께 지내는 새로운 가족, 입양 보낸 동생 등. ‘몽실언니’의 표지 속 몽실이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사실 누구든 정몽실은 따지지 않고 따스함을 나눠줬을 것이다. 그저 바보같이 주어진 삶을 업고 묵묵히 돌봤을 것이다. 사랑만을 전할 뿐 그 무엇도 바라지 않던 권정생(1937~2007) 작가처럼 말이다.권정생 작가는 일본 도쿄 변두리 지역인 시부야에서 청소부로 일하던 아버지가 가끔 주워 오던 동화책을 보며 자랐다.해방 후 한국에 돌아오지만, 전쟁과 가난과 질병으로 고생만 하다가 주변인을 하나·둘 떠나보내고 안동에 정착한다. 1967년 일직교회의 종지기로 살면서 집필활동을 한다. 1969년 ‘강아지똥’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하여 이후 무수히 많은 작품을 남긴다.초기에는 주로 ‘강아지똥’과 같은 동화를, 중기에는 ‘몽실언니’와 같은 성장소설을, 후기에는 ‘랑랑별 때때롱’처럼 생태 의식이 깃들여진 판타지 소설과 여러 산문을 집필했다.30세부터 눈을 감던 순간까지 교회의 종지기로서 작은 흙집에서 검소하게 살다가 2007년 어린이들을 위해 모든 유산을 남기고 평소 자주 오르던 빌뱅이 언덕에 조용히 잠든다. 2009년 작가의 유고에 따라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설립되고, 2014년에는 ‘권정생 동화 나라’가 만들어졌다. 이후 지금까지 그를 기억하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권정생 동화 나라’에 가면 작가의 작품들이 책 밖으로 나와 실질적인 사물이 되고, 공간이 되고, 사진의 배경이 되어 손님들을 맞이한다.1층은 작가의 유품과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귀한 초판본이나 원고지에 써 내려간 작가의 필체도 확인해 볼 수 있다.도서관은 판매를 겸하고 있으며, 체험관은 어린이들을 환상의 세계로 데려갈 징검다리로 충분하다. 구연연구소나 여러 포토존 등도 즐길 수 있다.2층은 회의실과 작가에게 대여하는 창작실, 숙소가 있어 현지의 작가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권정생 동화 나라’의 당초 설립 계획이 모두 지켜지지 않았고 축소되었으며, 실내 공간이 예상보다 작은 편이었다. 운동장의 여러 포토존을 둘러보고, 벽화를 따라 인근의 권정생 생가와 교회를 돌아보고, 빌뱅이 언덕을 올려다보면서 아쉬움을 달랜다.‘권정생 동화 나라’에는 작가의 작품을 동상으로 만들어 둔 곳이 여럿 있다. ‘몽실언니’도 그중 한 장소를 차지하고 있다.입체적으로 표현된 ‘몽실언니’표지 동상을 보면서 예전에 ‘몽실언니’를 읽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해방과 전쟁 그리고 가난에 떠밀린 어린 소녀가 어쩔 수 없이 짊어질 수밖에 없던 삶의 무게가 작품 속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식모살이와 구걸, 어린 동생 돌봄과 입양, 이혼과 재혼 가정에서의 학대, 주변인의 죽음 등 말문이 막히는 장면이 너무도 덤덤하게 이어졌다. 작가는 ‘몽실언니는 제가 너무도 어렵게 쓴 작품입니다. 그러나 이만큼이라도 쓴 것을 기쁘게 생각하면서, 끝까지 읽어주세요.(1984년 4월)’라고 했지만 읽는 내내 좀처럼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다.우선은 왜 하필 어른도 아닌 어린 존재가 삶의 짐을 떠안고 구원자가 되어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해방과 전쟁이 휩쓴 그때는 사회적 약자가 배려받지 못하는 세상이었겠지만 어른들은 무엇을 한 것인지 답답하기만 했다.둘째, 주인공은 불행에도 굴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고, 사랑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마치 부처의 가운데 토막이나 예수의 재림처럼 담담하기만 하다.슬픔을 이겨내고 마음이 성장하면,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이나 아픔을 견뎌야지만 만들어지는 진주가 되는 것일까.셋째, 작품의 배경에 깔린 소외된 이웃의 삶이 너무도 진솔하게 전달되어 독자의 마음에 쉽게 전이된다. 진솔한 이야기가 가지는 힘이 세월과 세대를 뛰어넘어 독자의 공감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권정생 작가와 그의 작품은 지금도 사랑받고 사랑받는다.넷째, 도시보다는 자연이 살아있는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많다. 판타지 작품 ‘랑랑별 때때롱’에서는 자연과 멀어지고 있는 현 인류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그려놓았다. 돌고 돌아 결국 자연의 품에 안기는 나약한 존재가 인간인데 자연을 외면하는 오만한 모습에 일침을 가한다.안동의 ‘권정생 동화 나라’는 여러 문학관과는 달리 작가의 작품을 하나의 체험적 공간으로 조성하고 녹여내었다.이것은 독서를 통해 책 속을 여행하던 ‘정적인 활동’을 방문하여 즐기는 ‘동적인 활동’으로 바꾸는 행위이며, 독자를 일상에서 벗어난 환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행위이다.힘겨운 삶을 담담하게 업은 정몽실의 동상을 살포시 안고 눈을 감아본다. 사랑과 희망을 진솔하게 들려주는 몽실이가 내게도 따스함을 나눠주는 듯하다.◇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 /최정화 스토리텔러

2023-09-18

짜깁기한 사실은 진실이 아니다

김진국 고문 부끄럽고, 부끄럽다. ‘윤석열 커피’ 보도는 명백한 잘못이다. 기자도 실수한다. 그러나 실수와 알고도 잘못 보도하는 것은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윤석열 커피’ 기사는 훈련받은 기자가 할 수 있는 실수가 아니다. 믿고 싶지 않지만, 의도가 개입했다고 의심해도 할 말이 없다.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두고 뉴스타파는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대장동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만배 씨의 녹취에서 윤석열 후보를 의심하기 좋게 짜깁기해 보도했다. 요지는 김만배 씨가 박영수 전 특검을 통해 윤석열에게 로비해 조우형 씨를 수사하지 않고 풀어주게 했다는 내용이다.검찰은 초대형 금융비리사건인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조사하면서 조우형 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조 씨는 뒤에 대장동 사업 자금을 조성하는 데도 관여했다. 민주당은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이 조 씨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대장동사건이 터졌다며, ‘커피게이트’라고 이름 붙이고, 윤 대통령이 대장동 사건의 몸통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대선 후보 토론에서 “조우형에게 커피는 왜 타 줬느냐”고 조롱했다.뉴스타파 기사가 보도에 인용한 한 대목을 보자.(신학림)누가? 박○○검사가?(김만배)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 이러면서….(신)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김)응. 박○○(검사가) 커피 주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물어보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신)박영수 변호사가 윤석열 검사와 통했던 거야?(김)윤석열은 (박영수가) 데리고 있던 애지.(신)데리고 있었기 때문에?(김)통했지. 그냥 봐줬지. 그러고서 부산저축은행 회장만 골인(구속)시키고, 김양 부회장도 골인(구속)시키고 이랬지.이 대목을 읽어보면 어떤가? 윤 검사가 부하 검사에게 커피 타 주게 하고, 사건을 덮어버렸다고 읽히지 않는가? 그 뒤에 붙은 다음 대화는 보도에서 빼버렸다.(신)조우형은 박○○하고 커피 마시고 온 거야? 윤석열하고 마시고 온 거야?(김)아니 혼자. 타주니까 직원들이…. 어떻게 검사와 마시겠어.(신)검사? 검사 누구 만났는데?(김)박○○ 만났는데. 박○○가 얽어 넣지 않고 그냥 봐줬지….이게 뭔가. 조우형은 윤석열 검사를 만나지도 않았다. 커피를 타 준 것도 검사가 아닌 직원이라고 말한다. 정상적인 기자라면 의미가 분명하지 않으면 다시 물어 확인한다. 들었다고 그대로 보도하지도 않는다. 사건 관련자와 증거들을 교차 검증해 확인한 뒤 보도한다. 그런데 다 나와 있는 말도 자르고, 왜곡했다.JTBC는 대선 직전 두 번이나 “윤석열 후보가 검사 시절 조우형 씨에게 커피를 타 주고 대장동 관련 조사를 하지 않았다”라는 남욱 씨의 말을 보도했다.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보도 전에 조우형 씨로부터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이 없다”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도 그 기자는 “의혹 당사자인 조 씨보다 제삼자인 남 씨 진술이 더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라고 주장했다. 최소한 같이 보도했어야 한다. 그는 곧 뉴스타파로 옮겼다.기자는 진실이 생명이다. 사건 윤곽이 뚜렷해도 꼭 반론을 듣고, 기사에 붙인다. 이들은 녹취한 대로 보도했으니 ‘진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을 입맛에 맞게 취사선택하면 이미 진실이 아니다. 같은 기자로서 낯이 뜨겁다. 아니 그들을 기자라고 인정할 수가 없다. 더구나 신 씨는 인터뷰 직후 김만배 씨로부터 1억6천500만 원을 받았다. 책값으로 받았다고 한다. 돈은 정직하다. 신 씨는 책값이라고 자신을 속였는지 모르지만, 김 씨 생각은 달랐다고 확신한다.JTBC는 그나마 사과했다. 뉴스타파는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기자는 가난해도 자존심과 사명감을 먹고사는 직업이다. 진실을 포기하면 기자가 아니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9-17

처절한 인류의 기원, 미래에도 인본주의 가치를

박진홍 부국장 인류의 기원을 찾아, 세월을 거슬러 올라 가 보자. 현대 과학은 ‘지구는 46억년 전에 생성됐고 생명체는 38억년 전에 탄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그 후 지구에서 모든 생물체들이 얽히고 섥키며 살아 오면서, 그 억겁의 세월을 관통하는 대원칙은 ‘생존 경쟁’이었다. 그 생존 경쟁을 자세히 풀어 설명한 것이, 다윈이 1859년 ‘종의 기원’에서 제시한 ‘자연선택설’이다.‘변화 무쌍한 자연 환경에 적응한 생물은 생존과 번식에 성공하지만, 그렇지 못한 생물은 도태 돼 사라진다’는 것.4억6천만년 전 생존의 필요성에 따라 어류가 육지로 올라 온 후 양서류와 파충류로 진화했다.공룡은 2억6천만년전에 출현했다가 6천5백만년전에 멸종한다.거대 운석 충돌이나 기후 변화, 화산 폭발 등이 멸종 이유로 거론되지만 결국 공룡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인류는 600만년전 침팬지·고릴라 등 유인원과 분기 되면서 등장한다. 이 대목에서, 원시인이 공룡을 피해 달아나는 헐리웃 영화가 ‘엉터리’임을 확인하고 실소를 금할 수 없다.반면 현대과학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인간과 침팬지 유전자 98.4% 일치’를 증명했다.불과 유전자 1.6% 차이가 직립 보행과 뇌 크기, 언어 능력, 골반 헝태, 독특한 성생활 등 엄청난 차이를 결정하는 것.진화생물학자들은 “해부학적으로, 침팬지는 원숭이 보다 인간과 더 가깝다.”라며 “혈액의 헤모글로빈 단위 숫자까지 287개로 똑같을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혹자는 “1970년대 유명 영화 ‘혹성탈출’처럼 만약 침팬지가 ‘만물의 영장’이 됐다면 요즘 사람이 동물원에 갇혀 있을 것”이라는 역발상적 시각도 내놓는다.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진화를 거듭한다.400만년전 뒷발을 딛고 서서 걷기 시작 하면서 두손을 사용한다.200만년전을 전후해 석기를 사용하는 호모 하빌리스(솜씨 있는 사람)가, 170만년 전에는 호모에렉투스(직립인간)가 출현한다.이후 네안데르탈인이 나타나고 30만년전 드디어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가 등장한다.이 대목에서 고고인류학자들은 ‘인류들이 2차례 치열한 생존투쟁을 벌였다’고 추정하고 있다.300만년전 초식성 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로우버스투스가 출현했으나 120만년전 쯤 멸종해 버렸다.이에 ‘큰 뇌와 도구를 사용했던 잡식성 호모 에렉투스가, 초식성 인류들을 먹잇감으로 사냥해 멸종 시켰다’고 보고 있다.또 40만여년전 서남유럽 등지에서 살았던 네안데르탈인 역시 3만년전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상대적으로 지능이 높고 무리의 수가 많았던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들을 사냥해 멸종 시켰다’고 추정한다.현생 인류가 ‘전쟁을 즐기는 징후’가 이때 표면화된 것 아닌가 싶다.동시에 ‘인류와 동물간 생존 경쟁’도 벌어진다.인류는 처음에 맹수들을 피해 나무 위에서 생활했으나 나무 아래로 내려 오면서 직립 보행을 시작한다.이어 수백만년 동안 소형동물이나 열매 채집으로 연명했다.당시 석기는 조잡해 멧돼지나 코끼리 등 대형 동물 사냥은 불가능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호모 사피엔스의 사냥 도구 역시 100만년 전이나 별 차이 없었다.그러나 4만년전 현생인류 크로마늉인은 화살촉과 창, 작살 등을 사용하면서 대형 동물 사냥이 가능해졌다.이는 기술과 조직력 등을 갖추면서 확고한 포식자로 자리매김 했다는 얘기다.흥미로운 대목은 인류가 호주 대륙에는 5만년전, 아메리카에는 1만5천년전에 진출했는데 얼마 뒤 양 대륙의 대형동물들이 사냥으로 모두 멸종했다는 사실이다.또 3만년전 늑대가 인간의 가축인 개로 진화하면서, 현재 ‘개가 지구상 동물 가운데 생존 경쟁의 대표적 성공 사례’라는 시각도 있다.지구 생명체의 역사는 잔인하고 처참한 생존 경쟁이었다.그중 사람만이 유일하게 그 이기적인 본성을, 문화와 교육 등으로 갈무리한 존재다.미래에도 인본주의가 인류 최고 가치로 존중 되길 바란다.

2023-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