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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허리는 우리 몸을 지탱해주는 신체의 중심으로 통증이 생기면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크다. 실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약 800억 건의 국민건강보험 전국민 의료이용 통계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이 흔히 걸리는 질병 순위에서 척추 질환 등으로 인한 요통이 1위를 차지 할만큼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 질환이다.허리 통증은 이와 같이 가장 흔한 질환이지만 환자의 고통은 생각보다 크다. 허리는 아프면 걷고 움직이고 하는 일상생활 모든 것이 불편해지기 때문에 다른 부위가 아픈 것 보다 환자의 불편과 고통은 심하다고 할 수 있다.허리 통증은 간단하게 급성과 만성, 그리고 신경이 눌리는 증상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은 일하다가 혹은 무거운 것을 들다가 허리를 삐긋 해서 왔다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급성 상태라 더이상 허리를 써서는 안 되며 즉시 안정을 취해줘야 한다. 치료는 즉시 통처를 찾아 습부항으로 피를 뽑고 약침과 침과 추나로 치료를 해야 한다. 통증이 너무 심해 걷지 못하는 경우는 일주일 정도는 매일 치료를 하고 절대 휴식을 취해야 한다. 심한 경우라도 급성염좌는 보통은 1~2주 열심히 치료하면 거의 다 회복하니 통증이 심하다고 너무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절대 안정을 하고 꾸준히 치료하면 회복이 빠른 편이다.만성 통증은 말 그대로 오랫동안 아픈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라 보면 된다. 아픈지 몇 년 되었고 꾸준히 아프긴한데 최근에 심해졌다 해서 오는 경우가 많다. 보통 40대 이상의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고 퇴행과 약간의 디스크가 같이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요추 골반 고관절의 균형이 무너져 있는 경우가 많다. 치료는 급성과 마찬가지로 하면 되나 허리 복합체의 균형이 무너져 있어 추나를 꼭 같이 해서 허리 골반 고관절의 균형을 맞춰 주는 게 좋다. 일반적인 치료로도 충분히 좋아지니 상태에 따라서 치료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빠른 치료를 원하면 추나를 하면 된다. 허리 통증이 빨리 좋아지고 허리가 안정되면 허리 통증만 아니라 고질적인 무릎 통증과 발목 통증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제일 고통스러운 통증은 디스크나 협착증 좌골신경통 등의 신경 눌림 증상이다. 이런 경우는 신경이 눌려서 허리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의 뒤나 옆을 타고 저림이나 당김 방사통이 생긴다. 허리 장골(골반) 고관절이 복합적으로 틀려 있는 경우이고 거기에 디스크나 퇴행으로 인한 신경 눌림까지 있다. 심한 사람은 걷는 것도 힘들고 걸을 때마다 다리가 너무 당겨 파행이 일어난다. 허리가 아픈 것도 그렇지만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게 너무 힘들어 짜증이 난다고 표현을 할 정도로 환자는 고통스럽다. 치료는 추나를 기본으로 침과 부항 약침 한약 등을 이용해서 치료한다. 당장 걷기 힘들 정도가 아니곤 한달 정도 치료를 하면 일상 생활이 가능해진다.아주 심한 경우라도 허리는 휴식을 취하고 치료를 잘하면 대부분은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거의 다 회복된다. 심하지 않는 경우는 일을 하더라도 꾸준히 치료를 병행하면 대부분 좋아진다.

2023-07-19

경술일주

육십갑자 중 마흔일곱 번째는 경술(庚戌)이다. 천간(天干)의 경금(庚金)은 금(金) 기운 가운데 가장 세며, 지지(地支)의 술토(戌土)는 불타는 평원이다. 동물로는 하얀 개다.경술일주는 자기 주관이 뚜렷하며 냉정하나 내면은 온화하며, 정신적으로는 강한 성격의 소유자다. 마치 산 위에 불쑥 솟아오른 흰 바위 봉우리 모습으로 기상이 높고 변절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집념과 투쟁심이 매우 강한 일주다. 타고난 리더십으로 독립심이 강하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여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머리도 좋아 공부를 잘하며, 몸이 건장하여 운동에도 소질이 있다. 지성미의 매력을 풍기기 때문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어 인기가 높다. 명예와 체면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명분 없는 일은 하지 않는 성격이다. 하지만 평소에 잘하다가도 한순간 성질을 못 참아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어 경계해야 한다.경술일주는 보름달이 떠있는 물상으로 풍류를 즐기고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며 감성적인 성격이다. 안으로는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동시에 성취욕도 강하여 성공한 경우가 있지만, 옹고집으로 독불장군이 되기도 한다. 그로 인해 만년에는 외롭고 고난에 빠지므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이와 같은 사례로 미국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노인과 바다’가 있다. 늙은 어부 산티아고는 84일째 물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그러나 오늘도 물고기를 잡으러 나간다. 긴 항해 끝에 청새치와 마주하게 되고, 며칠에 걸친 사투 끝에 잡게 된다. 하지만 상어 떼로 인해 뼈만 남은 물고기를 가지고 돌아온다. 그리고 노인은 사자의 꿈을 꾸며 잠이 든다.그는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라고 말한다. 늙은 어부를 통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나이 들어 약해진 본인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헤밍웨이다.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단편소설 ‘킬리만자로 눈’에 나오는 표범처럼 강한 노인상을 산티아고에게 투영하지 않았을까. 이 소설 내용은 어느 작가가 아내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우연한 사고로 괴저병에 걸려 다리가 괴사(壞死)해가는 이야기다. 죽음을 예감하며 느끼는 공포와 회한이 녹아 있다.첫 구절에 “킬리만자로는 5천895미터 높이의 눈 덮인 산으로, 아프리카의 가장 높은 산이라 한다. 서쪽 봉우리는 마사이어로 ‘신의 집’을 뜻하는 ‘은가예 은가이’라 불린다. 서쪽 정상 부근에는 말라 얼어붙은 한 마리 표범의 시체가 있다. 도대체 그 높이에서 표범이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아무도 설명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고 쓰고 있다.경술일주 남자는 추진력이 좋고, 독불장군 스타일의 지도자형이다. 관심이 많고 무슨 일이든지 혼자 해결하는 책임감도 뛰어나다. 여자는 남자를 건사할 만큼 힘과 욕망을 가지고 있다. 남자가 무능한 경우가 많으며, 착하고 조용한 사람을 선호한다. 남녀 공히 시원시원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많다.경술일주의 술(戌)은 동물로는 백구(白狗)다. 개 술(戌) 기운으로 보면 하늘이 경(庚)을 치는데, 겁 없는 개(戌)가 홀로 맞이하는 격이다. 개는 전투견이거나 경비견 등 살벌한 기운을 가졌다. 평소에는 얌전하다가 화가 치밀면 칼을 휘두를 정도로 아주 무섭게 돌변한다. 마치 부조리한 꼴은 못보고, 다 쓸어버릴 기세다. 그러니 건드리지 말고 그냥 풀어두어야 한다.평소 말이 없고, 힘들어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슴에 품은 뜻은 아주 크다. 기본적으로 폭력성이 있어 끝내 재물도 얻고 성공도 하지만, 결국 상처뿐인 영광이다. 그러나 거친 인생을 살수록, 많은 경험 할수록 성장하는 타입이다.현대사회의 폭력성은 학교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소위 ‘학폭’으로 사회에 문제가 되기도 한다. 소설가 전상국(1940-)의 소설 ‘우상의 눈물’은 새로운 학교 폭력을 다룬다. 고등학교 2학년 재수생 최기표는 악마의 자식이자, 폭력의 화신이다. 그에게는 독재자의 모든 특성이 남김없이 구비되어 있다. 담임은 기표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공부 1, 2등하는 형우에게 반장을 맡기고, 기표는 달래어 부반장을 시킨다.한 사건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반장 형우가 자발적인 부정행위로 최기표를 도운 것이 발단이다. 달라고 하지도 않은 떡을 주어 자신의 비위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전치 2주의 린치를 당한 형우. 이 일로 형우는 영웅의 길을, 기표는 몰락의 길을 걷는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형우의 복수는 겉으로 아주 감동적이고 아름답게, 속으로는 용의주도하고 치밀하게 전개된다. 담임선생의 침묵 하에, 기표는 가난 속에서도 지극한 효성과 뛰어난 의리를 지닌 것으로 묘사되면서 악마의 자식에서 졸지에 천사로 둔갑된다. 형우는 기표의 삶이 한 인간의 위대한 승리로 포장시켜 매스컴에 조명을 받게 한다. 이 미담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단계에 이른다. 마침내 영화사 제작팀이 찾아올 무렵에 기표는 홀연히 사라진다. 여동생에게 “무섭다. 무서워서 못 살겠다”는 글을 남긴 채.여기에 두 개의 폭력을 다루고 있다. 기표의 폭력은 드러난 물리적 폭력이다. 형우의 상처는 2주 동안의 입원으로 치유될 수 있지만, 담임선생과 반장 형우의 폭력은 진실과 호의로 가장했기에 폭력성이 한층 절망적이고 치명적이다. 기표처럼 악랄한 존재도 무력화시킨다. 기표가 “무섭다. 무서워서 못 살겠다”고 절규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우리는 타인을 알아가고 가까이 사귀어 신분을 공고히 하는 것을 사교 혹은 교제라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사회 속에서 타인과의 교제를 통해 자신의 순수성을 잃어간다. 심지어 비열해지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강인해져야 한다. 타인의 주장이나 인간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본래의 자신을 지켜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언가를 버리는 단호함과 용기, 통찰력이 필요하다. 그런 자만이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고독 속에서 자신만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2023-07-19

눈(雪), 위에 길을 내다

배문경 수필가 “처지가 떳떳했으면 날이라도 좀 밝은 다음에 길을 나설 수 있었으련만, 그땐 어찌 그리 처지가 부끄럽고 저주스럽기만 했던지. 그래 할 수 없이 새벽눈길을 둘이서 나섰다. 시오리나 되는 장터차부까지 산길이 멀기는 또 얼마나 멀더라냐.”-이청준의 소설 ‘눈길’부분큰아들이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마지막 집마저 남의 손에 넘어갔을 때 집주인에게 부탁해서 막내아들이 돌아오면 마지막으로 밥을 먹이고 살던 집에서 잠을 재우려고 어머니는 아들 오는 날까지 쓸고 닦았다. 모든 재산을 다 잃고도 아들의 가슴에 남겨둔 자신의 집 한 채를, 기억 속에 심어둔 어머님의 심정을 알기에 사는 일이 척박할 때는 ‘눈길’을 떠올리곤 했다.친정어머니는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 아니었지만 수완이 좋아 돈을 벌고 집을 사고 논을 샀다. 만물상회도 하고 곰탕집도 하고 방앗간도 했지만 화재로 전 재산을 잃고는 촌의 허름한 집으로 밀려와 온 식구가 같이 살았다. 그곳에서도 방을 만들어 세를 받았고 도랑에는 오리를 길러 중풍에 좋다는 오리 알을 팔았다. 자식들이 객지에서 미용실을 한다며, 양재학원을 한다며, 오토바이센터를 한다며 어머니의 돈을 계속 가져갔다. 돈이 필요하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만들어 보냈다. 내가 태어났을 때는 가세가 더욱 기울어져 막내인 내 학자금을 대줄 여건이 아니었다.투자된 돈은 나가면 다시 들어오지 않았고 집은 점점 빈곤해져갔다. 함석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요란했다. 어머니의 삶은 객지에서 성공하고 올 자식을 기다리는 망부석이셨다. 나는 연로하신 부모님과 유년을 보내야 했다.나또한 낯선 식당업을 시작했다가 모든 것을 잃었다. 그때 피붙이도 아닌 사람이 빈집을 내주었다. 그냥 집이 팔릴 때까지라는 단서만 붙은 상태였다.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던 아이들과 시어머니와 부부가 같이 한 집에서 아웅다웅하며 살았다. 결국 몇 년 후에 아파트가 팔리고 우린 급작스럽게 같은 아파트에 있는 다른 집에 세 들어 살았다.지상에 많고 많은 집 중에 ‘나의 집’이 갖는 의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자리를 차지했다. 한 채의 집을 갖는다는 것은 지구상에 나의 몸을 뉠 완전한 공간이 생기는 일이다. 자식이 자라는 만큼 집을 사고 그곳에서 성장을 바라보는 뿌듯함은 부족한 집을 좋은 집으로 바꾸리라는 염원은 커져갔다. 작은 아파트 두 개를 사서 살게 되었다. 고부간의 갈등도 다소 사라지고 여아와 남아를 따로 키울 수 있으니 좋은 점도 있었다.‘즐거운 나의 집’이란 노래가 있듯이 보금자리가 따뜻하고 안전해야 모든 것이 안정적이다. 아이들이 자라며 독립하게 되자 원룸을 빌리게 되고 매달 집값으로 나가는 금액이 수월치 않았다. 생각한 것이 아이들을 위해 집을 사서 조금씩 갚아나가자, 아이들은 스스로의 돈으로 원룸보다 넓은 공간을 활용하게 될 일이다. 내가 사는 집보다 넓은 공간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뿌듯하다.이사에 대한 생각은 늘 해오던 것이지만 막상 저지르기까지 갈등은 깊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날뛰고 젊은이들이 이생에서 집 한 채 장만을 포기한다고 했을 때 즈음 집값이 폭락했던가. 마음을 내어 덤벼도 집값은 만만하지 않다. 아파트가격은 단단한 양파 속처럼 켜켜이 돈으로 뭉쳐져 여전히 부담되었다. 비어진 공간에 흰색 페인트로 곳곳을 칠했다. 벽지와 장판에 페인트자국이 묻어있어도 개의치 않아도 된다. 벽지와 장판이 새로 붙여지고 깔릴 테니까. 이전의 역사는 종이 뒤에 장판 뒤에 묻혀 질 테니 깨끗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살아온 날들의 힘듦과 절망과 눈물도 새 벽지나 새 장판처럼 새로운 것으로 바뀌어 즐거워진 삶으로 연결되면 좋겠다. 삶의 뒤안길에서 울먹임도 이젠 안녕하며 만사형통이 되면 좋겠다. 씻고 닦으면서 뭉클하니 기쁨이 묻어난다.어머니도 자식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듯 좋은 곳에서 우리형제를 키우고 싶었으리라. 이젠 어머니 나이가 된 내가 아이들에게 따뜻한 잠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지상의 작은 집 한 채, 눈길 속으로 뽀드득 발자국 소리를 내며 앞서 길을 내주는 일이다.

2023-07-19

재난대응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꿔야

피현진 경북부 재난의 범위는 다양하다 말할 수 있다. 겨울과 봄철에는 산불 등 불로 인한 재난이 많이 발생하고 여름에는 장마, 집중호우 등 물로 인한 재난이 많이 발생한다. 더욱이 최근 기상이변으로 재연 재해는 해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더 자주 광범위하게 발생한다.이렇다 보니 이제는 자연재해라고 부르기도 이상하다. 모든 것이 인재다. 고대 로마제국이나 우리나라 삼국시대 만들어진 고지대의 저수지와 깨끗한 생활용수를 이용한 수리시설을 보면서, 2천년이나 지난 지금 가뭄·홍수에 시달린다는 것은 모두 인간이 만든 재난이라는 생각이 든다.지난 13일부터 충청남부와 경북북부지역에 상당한 양의 물폭탄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15일 경북북부지역에서 산사태와 불어난 토사에 휩쓸려 인명피해가 27명이나 발생했다. 이 중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도 5명이나 된다. 같은 날 청주에서는 지하차도에 갑자기 물이 들어차 14명이나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는 등 전국에서 50명에 달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국가적 대재앙이다. 더욱이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때 포항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7명이 목숨을 잃은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지하 공간에 물이 차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후진적 사고가 반복된 것이다.해마다 반복되는 풍수해는 골든타임에 현장에 출동해 기상예보와 재난관리 매뉴얼을 단계적으로 실행하지 않고 탁상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하차도 사고 역시 인접하천에 홍수경보가 내린 것을 알고도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피해를 키웠다. 예보나 매뉴얼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는 매너리즘에 젖은 행정이 빚은 참사라는 생각이 든다.산사태의 경우도 정부 등에서 문자폭탄만 퍼부었지 어디로 어떻게 대피하라는 구체적 실행계획이 없었다. 위험하면 알아서 대피하라니 폭풍우가 몰아치는 한밤중에 안내도 없이 도대체 어떤 수단방법으로 피신하라는 것인지 황당한 일이다. 대부분이 고령자인 주민들이 전쟁터 같은 천재지변에서 각개전투를 하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들 대부분은 그동안 집이 가장 안전한 곳으로 알고 살아오신 분들이었다.여러 사고를 겪으면서 아직 기본적인 매뉴얼로는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송 지하차도의 경우 담당공무원들은 서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매뉴얼 어디를 봐도 교통을 통제하라는 내용은 없다는 책임 회피성 주장만하고 있다.그러므로 이제는 재난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기본적으로 200년 통계기준을 반영구적으로 전환하고 스마트기술 AI까지 동원해 천재지변을 예방할 수 있는 매뉴얼과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더 이상 원시적인 재난관리로 무고한 국민의 목숨을 잃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수량적인 재난관리 뿐만 아니라 수질적인 재난관리시대로 대전환이 필요하다. 백년에서 천년주기로 발생하는 자연재해라고 손놓고 있어선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이번 재해를 반면교사로 삼아 차근차근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phj@kbmaeil.com

2023-07-18

총선시즌 전에 ‘달빛고속철 특별법’ 제정해야

홍준표 대구시장이 그저께(17일)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달빛고속철도 건설 특별법을 연내 제정해 줄 것을 당부했다. 곧 총선시즌이 돼 시간을 끌면 법안 통과가 미뤄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별법 발의에는 현재 118명(국민의힘 76명, 민주당 38명 등)의 의원이 서명했다. 특별법안에 대한 공동발의 의원이 많아질수록 향후 소관 상임위 심사, 국회 본회의 의결 등 후속절차가 수월해진다.달빛고속철도는 총 길이 198.8㎞에 사업비 4조5천158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앞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확정 고시됐고, 올해 말 완료를 목표로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이 진행 중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됐지만, 경제성이 낮다는 치명적인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이 약점을 극복하려면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올 4월부터 본격 추진된 특별법에는 미래 수요를 반영해 복선화 및 첨단화를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으며, 건설 사업 및 주변 지역 개발의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리고 고속철도 건설과 주변 지역 개발 사업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있다.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었던 지난해 12월 30일 대구공약을 발표하면서 “대구~광주간 달빛내륙철도를 건설해 영·호남 협력을 촉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의 공약처럼, 달빛고속철도 건설 특별법은 동서 지역화합과 국가 균형발전의 상징성을 지닌 법안이다. 고속철도 건설의 주요목표도 영·호남의 인적·물적 교류 촉진과 남부 경제권 구축을 통한 국가균형 발전으로 제시됐다. 여야 의원들은 이러한 입법취지를 감안해 특별법이 연내 제정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길 바란다. 달빛고속철도가 완성되면 영·호남이 1시간 30분대 생활권으로 묶여, 해묵은 지역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2023-07-18

사후약방문

우정구 논설위원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사람이 죽은 뒤에 처방전을 내놓는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 지나간 다음 애를 써봐야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서양 속담에도 “말 도둑 맞고 마굿간 잠근다”는 표현이 있다.이달초 인천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밤늦은 시간이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사람이 많이 다칠 수 있는 아찔한 사고였다. 건교부의 정밀조사 결과, 이 공사는 설계부터 감리, 시공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부실로 판단됐다고 한다.이 아파트 공사를 맡은 GS건설은 공정률 67%인 1천666세대 공사를 부수고 재시공키로 결정했다. 회사 이미지를 위한 조치였지만 재시공에 따른 비용이 1조원에 이를 것이란 추정도 있다. 사후약방문이지만 회사는 기업 이미지 추락보다 논란을 종식시키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섰던 것이다.이런 경우는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적합하다. 그래야 다시는 소 잃는 일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폭우와 태풍 등으로 해마다 수많은 수해가 반복 일어나고 있지만 그 고리가 끊어지질 않는다. 자연재해란 점에서 불가피한 부분도 있으나 상당부분은 인재가 원인이다. 폭우로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오송 지하차도는 인근 제방관리와 도로통제만 잘했어도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인재가 빚은 비극이다.아동학대 방지와 취약계층 아동보호를 위한 입법이 사고가 난 뒤에 국회에서 입법 소란을 떠는 것이나 반지하주택에 물이 차 인명사고가 난 뒤 그제서야 건축이 전면 금지되는 것 등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 이 모든 것이 사후약방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18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거는 기대

심충택 논설위원 최근 온라인 과외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사람을 죽여 보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해 여러모로 우리사회에 충격을 줬다.정유정의 동창들은 “말이 없고 혼자 다녀서 반에서 존재감 없는 친구였다”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어도 잘 받아주지 않았다”는 증언을 했고, 범죄심리학자들은 정유정을 은둔형 외톨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정유정의 휴대전화 속에는 단 한 명의 친구 이름이나 통화 내역도 없었다. 철저하게 사회에서 소외된 외톨이였다. 정유정은 고등학교 졸업 후 취직 준비를 했지만 특별한 직업 없이 5년간 무직으로 지냈다.정유정은 은둔형 외톨이가 얼마나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인지를 말해주고 있다.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이번주부터 다음달 말까지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전국 단위 첫 실태조사에 들어간 것은 잘한 일이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지금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는 청년들의 고독사와도 연결된다. 정부는 우선 8월 31일까지 이러한 청년 5천명을 찾아 고립·은둔의 계기, 고립기간, 은둔 양상 등을 파악해서 해법을 모색해 보기로 했다.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사회에는 고립·은둔형 청년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가 아니더라도, 주위를 돌아보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상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비대면 문화를 확산시켜, 1인가구 청년들을 더욱 고립시킨 경향이 있다. 사회에서 고립된 은둔 청년들은 저마다 가족관계 단절이나 진학·취업 실패, 학교·직장 부적응 등 온갖 안타까운 사연을 안고 있기 마련이다. 밖에 나가면 사회로부터 무시당할 것이 두려워 방안에 숨게 되는 것이다.우리나라는 지금 이러한 사회병리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갈수록 혼인율과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은둔형 청년의 증가는 특히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직결돼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청년기는 성인기로 나아가기 위해 교육과 직업훈련이 이뤄지는 중요한 시기인데 교육과 고용의 단절은 만성적 실직, 빈곤, 건강 악화, 고독사 같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는다.은둔형 청년 문제는 이제 두고 볼 수 없는 사회현안이 됐다. 청년시절의 고립과 은둔은 장년, 노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현재 실태조사를 하고는 있지만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사회와 단절된 채 집 안에 고립돼 있던 청년들이 정부조사를 받아들이며 문을 열고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성을 가진 조사인력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성과를 내는 관건이 될 것 같다.정부는 이번 기회에 가능한 한 많은 은둔형 청년들을 찾아내 그들이 왜 우리사회의 이방인이 됐는지, 그 이유와 삶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사회로 흡수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원해야 한다. 관련 업무에 인력을 증원하고 예산도 투입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은둔형 청년들에 대해 지원을 하는 곳도 있지만, 중앙정부가 컨트롤타워가 돼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짜야 한다.

2023-07-18

수해 주민에게 위로와 다시 시작할 용기를

호우와 함께 밤사이 덮친 산사태로 삶의 터전을 일시에 잃어버린 예천군 마을 주민 모두는 망연자실한 상태다.집은 무너지고 논밭은 물에 잠겨 이래저래 아무리 살펴봐도 살아가야 할 길이 막막하다. 그것도 모자라 가족과 이웃이 사망했거나 실종됐다는 소식은 그들을 또 한번 절망 늪에 이르게 한다.18일 오후 4시 현재 군경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경북 예천군에서 실종된 주민 5명의 행방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 실종된 아내를 찾는 이모씨(61)는 “수원에서 두 아들까지 내려와 엄마를 찾고 있다”며 “살아있지 않다면 시신이라도 거둘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산사태 현장인 예천군 감천면 팔방리를 찾아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며 부서진 집 등은 중앙정부에서 복구하도록 돕겠다”고 주민을 위로했다.폭우 피해가 집중된 영주, 문경, 봉화 등 경북 북부지역 지자체는 이달에 있을 각종 축제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피해주민의 아픔을 같이하고 추가 피해 예방과 복구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봉화 은어축제는 수해로 취소되기는 15년만에 처음이라 한다.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와 피해가 발생한 경북 수해지역 주민에게 지금은 따뜻한 위로와 함께 다시 시작해야 할 삶에 대한 용기가 필요하다. 900여 가구 1천800명이 아직 임시수용소에서 생활하고 있으나 부서진 주택이 고쳐지고 새로 지어지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려야 할지 모른다. 당장 먹고사는 것도 문제다. 축사가 부서지고 농작물 등이 물에 잠겨 손쓰기가 벅차다.예천군 백석리에서는 같은 수해를 입었으면서도 수해가 더 컸던 윗마을 주민을 위해 아랫마을 주민들이 밥을 짓고 반찬을 준비해 위로를 전했다는 따뜻한 소식도 들린다. 지금 이들에게는 이런 따뜻한 이웃의 정이 큰 힘이 된다.정부는 하루빨리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고 이들이 다시 삶의 터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각종 지원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이웃의 관심과 애정이 이들을 새로 시작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십시일반 정신으로 온정의 손길이 이어져야 한다.

2023-07-18

드라마 같은 노래

요즘 대중가요 노랫말은 비문학적 말장난 투성이다. /언스플래쉬 “몰랐었어, 나를 용서해. 요즘 네가 술에 기대어 말 못하고 아파했던 이유가 나인 줄은 몰랐어. 한동안 넌 사랑을 하고 이별한 걸 알았기에 너를 떠난 그 사람이 그리운 그 탓인 줄 알았어. (…) 날 사랑한다고 지금까지 왜 말 못 했어. 나 얼마나 그 말을 기다려왔는데. 그래 늦지 않았어. 미안하단 말은 하지 마. 이제 시작해. 우리 사랑을 위해.”며칠 전 운전하며 집에 가는데 라디오에서 녹색지대의 옛 노래 ‘그래 늦지 않았어’가 흘러 나왔다.비도 자분자분 내리고, 비에 젖은 네온사인 불빛들이 알록달록 글썽거리는 밤의 낭만에 취해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노래를 목청껏 따라 불렀다. 그러다 문득 ‘요즘은 왜 이런 노래 가사가 없지?’하는 생각이 들었다.상호 호감이 있던 남녀가 바보 같이 서로의 마음을 모른 채 친구처럼 지내다가, 뒤늦게 사랑인 걸 알고 “그래 늦지 않았어” 외치는 노래다. 4분짜리 짧은 노래를 들었는데 16부작 미니시리즈 드라마 한 편을 본 것 같다. 가사 한 마디마다 서사가 있고 장면이 있다.“술에 취한 네 목소리, 문득 생각났다던 그 말. 슬픈 예감 가누면서 네게로 달려갔던 날 그 밤. 희미한 두 눈으로 날 반기며 넌 말했지. 헤어진 그를 위해선 남아있는 네 삶도 버릴 수 있다고. 며칠 사이 야윈 널 달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지막까지도 하지 못한 말 혼자서 되뇌었었지. 사랑한다는 마음으로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있어. 나를 봐, 이렇게 곁에 있어도 널 갖지 못하잖아.”이 노래는 또 어떤가? 한국 대중가요 불후의 명곡이라고 생각하는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다. 추운 겨울밤, 짝사랑의 대상인 ‘너’가 술에 취해 전화를 건다. 생각났다고, 보고 싶다고. 쿵쾅거리는 가슴 안고, 허연 입김을 뿜으며 술집으로 달려가 마주 앉았더니 그녀는 개차반인 전 남친 얘기만 한다. 우는 모습을 보자니 가슴이 찢어진다. 한 편의 멜로 영화다.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핸드폰을 가졌는데, 그때 대리점에서 뒷 번호 네 자리를 의미 있는 숫자로 하라고 해서, 자주 가서 부르던 우리 동네 만남노래방 금영코러스 ‘가질 수 없는 너’ 3668로 한 게 아직까지 내 전화번호다.“사랑한다는 마음으로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있어” 어릴 때부터 이 노래를 좋아했는데, 마흔이 되도록 이 노래대로 살줄은 몰랐다.“머리를 쓸어 올리는 너의 모습. 시간은 조금씩 우리를 갈라놓는데 어디서부턴지 무엇 때문인지 작은 너의 손을 잡기도 난 두려워. 어차피 헤어짐을 아는 나에겐 우리의 만남이 짧아도 미련은 없네.(…) 멈추고 싶던 순간들 행복한 기억,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던 너를 이젠 나의 눈물과 바꿔야 하나. 숨겨온 너의 진심을 알게 됐으니.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날 보는 너의 그 마음을 이젠 떠나리. 내 자신보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널 아끼던 내가 미워지네.”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 사이’다. ‘남녀 사이에 친구는 있다 혹은 없다’는 영원한 화두를 우리에게 늘 던져주는 노래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친구 사이지만 미묘한 긴장 관계에 있는 두 남녀가 사랑이 깊어져 연인이 되면, 언젠가 이별의 순간 친구로마저 지낼 수 없게 될 것을 두려워한다는 내용이다. 2절에 “연인도 아닌 그렇게 친구도 아닌 어색한 사이가 싫어져 나는 떠나리”를 따라 부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단 몇 줄의 노래 가사인데도 가사에 없는 수많은 장면들, 벚꽃부터 첫눈까지 두 사람이 나눴을 우정 또는 사랑의 추억들, 서로를 바라보는 애틋한 표정이 그려진다.프랑스 철학자 리오타르는 포스트모던 사회에서는 서사가 사라지고 파편적인 작은 이야기들만 남는다고 말했다.장편소설이 점점 자취를 감추는 문학의 풍조도 시대적 현상이다. 현대사회는 찰나의 감각적 도취, 말초적 자극, 일회성 흥미로만 가득하다.그래도 90년대까지는 노랫말도 문학이었는데, 요즘 대중가요 노랫말을 보면 뜻을 알 수 없는 의성어, 조어, 외국어, 심지어 욕설까지 온갖 비문학적 말장난 투성이다. 내용을 정서적으로 ‘전달’하는 것보다 비트와 멜로디를 직관적으로 ‘투척’한다.아아, 영화 같은, 드라마 같은 노래 어디 없을까? 노래의 주인공이 되어, 애절한 발라드풍의 연애 한 번 해보고 싶다.

2023-07-18

우울 유리병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고 고된 일상이라면 우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처음 누군가에게 우울감에 대해 토로했을 때 그는 나에게 마음이 약해지지 않기 위해선 그 누구보다 부지런히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만원 버스를 타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장에 가서 그들이 일구어내는 땀과 피로 가득한 삶의 현장을 똑똑히 지켜보라고, 우울은 인생을 안일하게 대할 때 따라오는 것이고 그러니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는 당부를 또박또박 힘주어 내게 말했다.그 긴 이야기를 듣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잘 이해했다는 제스처를 취했으나 결국 나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인생의 중대한 비법을 털어 놓는 것처럼 은근히 상기되어 있는 타인의 기분을 맞춰 주느라 필요 이상으로 눈을 반짝이는 척 했던 나의 모습에 작은 분노가 일렁였다. 더는 누군가에게 이런 피곤한 질문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주먹에 힘이 실렸지만 모든 게 피로해졌고, 결국 다시 우울이라는 이불을 덮고 무력감에 빠졌다.흔히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깊은 슬픔에 빠져 온종일 눈물을 흘린다거나, 바깥세상과의 단절을 자처하거나, 엉망인 꼴을 하며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울증은 그렇지 않다. 온 힘을 다해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도,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람도, 사랑하는 이들이 곁에 있어도, 인생에 정말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어도 우울은 자연스레 따라 붙는다. 태어날 때부터 지어 입은 오래되고 낡은 옷처럼 늘 아주 가까이 붙어 있다.그러니 별 수 있는가. 어쩔 수 없이 나는 이 옷을 입고 우울과 친하게 지내려 애쓰며 살아간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선 고생했다며 나를 씻기고, 밥을 만들어 먹고, 흥미로움을 느끼기 위해 무언가를 보거나 읽는다. 새로운 취미를 생기는 것에 대한 열망이 가득해서 보석십자수도 하고 뜨개질도 배운다.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는 강의를 듣거나, 새로운 사람들과의 대화에도 끼어 본다. 어느 하루는 이 정도면 괜찮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다른 하루는 이 모든 애씀이 발버둥처럼 느껴질 만큼 우습고 지루해진다.우울이 없는 정상적인 삶의 압박에 시달리며 괴로워하지만, 그 괴로움 속에서 삶은 결코 단순하고 명쾌히 굴러가지 않는 다는 걸 안다. 어떤 삶이든 인생은 평범한 즐거움만을 느끼며 살 수는 없고, 이성적인 계산과 행동, 의지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인생의 굴곡은 누구나 있기 마련이라고. 그러니 우울로 지은 옷을 입는 나를 이제는 필요 이상으로 가엽게 여기지 않고, 이해 받지 못한다고 타인에게 분노를 느끼지도 않는다.최근엔 우울과 친해질 수 있을까 싶어 자괴감에 빠질 때마다 눈에 보이는 종이에 우울의 이유를 적어 유리병에 담아두고 있다. 유리병은 불투명한 유리 재질로 속이 훤히 보이지 않고, 꽤나 두께가 두터워서 묵직한 편이다. 뚜껑은 단순히 덮여 있는 게 아니라 다소 열기 힘든 까다로운 구조로 되어 있어 여닫기가 불편하다. 때문에 반쯤 열어 책상 위, 잘 보이는 곳에 뒀다. 그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든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요즘은 그래서 기분에 대해 많이 기록하고 있다. 지금 어떠한 종류의 우울을 느끼고 있는 지에 대해 골똘해지고, 종이에 쓰는 순간 우울을 더욱 자세히 파악하게 된다. 종이를 반으로 접어 유리병에 넣을 때엔 무겁고 눅눅했던 기분이 조금 덜어지곤 한다.어느 날은 유리병 속 쌓여 있는 우울을 꺼내어 본다. 종이를 열어볼 때마다 들쭉날쭉 쓰인 지난 우울이 드러나고 그것을 다 읽고 나면 생각보다 힘없는 우울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 우울의 색은 어느샌가 옅어져 있고 날것으로 퍼덕이던 힘은 시들해진 채 홀쭉히 놓여 있다. 그것이 퍽 안심이 된다.기분이 조금 정리가 된다면 그제야 몸을 움직여 운동을 한다. 힘을 반복되게 실어 울적함을 밀어 넣고, 운동이 끝나면 얼음 띄운 물을 마시며 성취감을 온 감각으로 느낀다. 찬물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인스타그램, 유튜브, 넷플릭스를 거치는 콘텐츠 유목민 생활을 하다 잠이 든다.새로운 아침. 우울은 정해진 크기나 깊이가 없어 언제, 어떻게, 얼만큼 앓을지 쉽게 가늠할 수 없지만 그래서 삶을 더욱 겸허히 살아가게 되고, 나는 얼마만큼 작으면서 또 얼마나 거대한 사람인지를 자꾸만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2023-07-18

기후 위기는 현실이다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미국 국립환경예측센터(NCEP)가 2023년 7월 4일이 1979년 위성 관측 이래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날이라고 발표했다. 불과 하루 전인 7월 3일에 17.01℃로 최고 기록을 기록했으나, 하루 만에 17.18℃로 다시 바뀐 것이다. 문제는 2023년에 더 더운 날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인류는 한 번도 가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지금 인류가 만나고 있는 이례적인 기후 현상은 몇 해 전부터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2020년 초 호주의 대형 산불로 희생당한 코알라와 캥거루의 사진은 우리를 안타깝게 했다. 2021년 서유럽, 특히 독일이 홍수로 큰 피해를 겪었으며, 2022년 방글라데시는 10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홍수로 수십 명이 사망하는 비극을 겪어야 했다.당연히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지난 5월, 해외 IT업체의 7월 한국에 사흘을 빼고 모두 비가 내린다는 기록이 널리 공유된 바 있다. 그리고 7월이 절반 이상 지난 지금, ‘장마 괴담’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여기서 정확히 사흘을 빼고 비가 모두 왔느냐를 따지는 것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이상 기후로 한국의 7월에 예년과 다르게 비가 지속되고 우박이 동반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주 전국적인 호우로 도로가 붕괴하고 제방이 유실되어 시민들이 긴급대피하고 안타까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우리는 이미 작년의 집중 호우로 안타까운 목숨을 잃는 경험을 한 바 있다. 똑같은 일이 더 큰 규모로 올해도 반복된 것이다. 기후 위기는 우리 삶을 통째로 뒤바꾸는 사건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여전히 기후 문제를 피부로 실감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당장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진학이나 취업, 연봉 인상 등 경제적인 문제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론은 늘 개인이 자신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재난 영화의 논리로 수렴된다.2020년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치고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기업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가진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어서 ‘ESG 대학’을 실천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이런 움직임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ESG 경영은 성장 중심의 정책을 보완하는 것으로 문제의 본질은 외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기후 위기는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이 만든 결과이다. 뒤집어 말해서 기후 위기를 막아내려면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경제의 방향성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탈성장은 불필요한 생산을 줄이고 다른 존재와의 근본적인 친밀함을 회복하는 것이다. 성장 중심의 경제가 만든 위계와 경쟁의 구도를 생각한다면, 탈성장이 가지는 문제의식이 가지는 함의를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기후 위기는 생존을 위협한다. 더 많은 생명을 잃기 전에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

2023-07-18

폭우의 경고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폭우 피해가 심각해 안타깝기만 하다. 전국 곳곳이 기습적인 폭우와 산사태, 제방 범람 등으로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초래해 애타는 가슴이다. 물폭탄 같은 집중호우가 사정없이 쏟아지니 온전한 곳인들 어디 있었으랴. 난데없는 수마의 할큄으로 국토가 신음하고 국민의 시름이 깊어지니 이 무슨 날벼락 같은 변고란 말인가. 절망이란 불청객과 같다지만, 전혀 예기치 못한 순식간 자연재난의 불청객치고는 갈수록 과격하고 빈번해지는 추세니 망연자실할 따름이다.포항이나 경주 등 인근지역에서는 작년 9월초에 들이닥친 태풍(힌남노)의 막대한 피해를 겪어본 터라 간담이 서늘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상이변은 지역을 막론하고 예고없이 돌변하기도 하고 영향범위나 피해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심각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기에, 철저한 준비와 선제적인 대응만이 최선의 방책이 아닐까싶다. 변화무쌍한 자연현상에서 비롯되는 천재(天災)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응태세와 방재시스템의 체계적인 관리·과학적인 운영에서 비롯되는 실책이나 인재(人災)가 있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음산한 구름떼/회오리에 휘감겨//비바람 사정없이 마구마구 쏟아지고 휘몰아쳐/땅과 하늘이 할퀴고 소스라치니 골(谷)과 내(川)가 요동치고/…./적시고 파고들어 불어나 넘쳐 둥둥 떠서 여지없이 휩쓸려 떠내려가는/과욕의 부유(浮遊)같고 오욕의 민낯 같은 잡동사니의 난무(亂舞)-//삼킬 듯 날름거리는/황토빛 하류의 혀’ -拙시조 ‘下流’ 전문하천 범람이나 제방 유실 등의 물난리는 물길이 모이는 하류지역에서 주로 발생되지만, 최근에는 기록적인 폭우로 순식간에 불어난 물이 급류를 타고 흐르다가 약한 제방이 터지면서 중·상류지역에서도 많은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번 충북 오송의 지하차도 참사 역시 폭우로 인근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흙탕물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데도 긴급통제 미실시, 제방관리 부실 등의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논란 속에 전담 감찰팀이 조사 중에 있다. 수년 전 부산지하차도 침수사고도 있었지만, 반복되는 유사사례는 과연 안전불감증인지, 수해대처 미흡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경북에서 가장 많은 인명·재산피해가 난 예천군의 수해현장은 비참하기만 했다. 도로가 종이처럼 접히고 수백톤의 바윗덩이가 마을까지 덮쳤는가 하면, 산사태로 대대로 살아온 집들의 형체가 없어질 정도로 초토화돼버려 아연실색할 따름이었다. 또한 예천군의 산 속에서 유명 ‘자연인’으로 살아가던 부부나 귀농·귀촌하여 ‘인생 이모작’을 살아가려던 꿈은 산사태에 휩쓸려버려 안타까움을 더했다. 기습적인 폭우가 이어지고 삼킬 듯한 급류와 한밤 중에 들이닥친 산사태에 속수무책으로 참변을 당해 씁쓸하기만 했다.무참한 수해현장과 참혹한 인명피해까지 몰고온 가증스런 폭우는 과연 기상이변의 경고인가, 기후위기의 암시인가. 어쩌면 기후위기의 다른 이름이 ‘기습 폭우’라면 우리는 자연환경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고마우면서도 무서운 자연과의 동행을 언제까지 위태위태 계속 해야하는 걸까?

2023-07-18

‘산사태위험지도’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연구본부장 지난 7월 13일부터 16일 오후 6시 현재까지 충청권과 전북, 경북권 내륙에 300~570mm의 극한의 집중호우가 내렸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16일 오후 6시 현재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37명으로 파악됐다. 경북에서 19명, 충북에서 13명, 충남에서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실종자는 9명, 부상자는 35명이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에서 하천 범람과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로 7명이 사망한 데 이어 이번에는 영주시와 예천군 등 경북 북부지역에서 산사태로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했다.충북 청주시 궁평 제2지하차도가 인근 미호강에서 유입된 물에 잠겨 지나던 차량 15개가 지하차도에 고립되어 사망자가 9명 발생하였고 많은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될 것이 우려된다.작년 포항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재발한 것이다. 이제 겨우 7월 중순인데, 벌써 지난해 집중호우 인명피해 규모를 훨씬 뛰어넘고 있고, 사망·실종자가 12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으로 올라갔다.이번 집중호우의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한반도에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유입되었고, 장마전선과 저기압을 만나 집중호우로 한반도에 쏟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원인물질인 온실가스의 대기중 농도가 극적으로 감소하지 않은 한 기후변화가 진행되어 이번처럼 500년 빈도를 훌쩍 뛰어넘어 1천년 빈도에 근접한 집중호우가 계속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결국 우리는 앞으로 계속 반복될 극한의 기후재난에 현명하게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국민재난안전포털(www.safekorea.go.kr)에서 제공하는 자연재난 행동요령의 산사태 부문을 살펴보았다. 여름철 우기 및 태풍 전에 산사태 취약지역 주민은 대피장소를 확인하고, 잡목 및 배수로 등을 정리하며, 산사태 단계별 행동요령 및 비상연락처를 사전에 숙지할 것을 권고한다.태풍과 집중호우 시에는 방송, 인터넷, 모바일 등을 통해 기상예보 및 위험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PC의 ‘산사태정보시스템’(sansatai.forest.go.kr) 또는 모바일앱 ‘스마트산림재해’를 통해 산사태 주의보·발령 지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라고 권고한다. 대피명령이 발령되면 지정된 대피장소나 마을회관, 학교 등 산지로부터 떨어진 안전한 곳으로 반드시 대피하고, 대피 시 산사태 발생방향과 수직방향의 가장 가까운 높은 곳으로 이동하라고 권고한다. 차량 운행 시에는 저속 운행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며, 산사태 발생상황을 확인한 경우 즉시 신고하라고 권고한다.이처럼 산사태 행동요령은 대체로 이해하기 쉽고 잘 숙지하면 될 것 같으나 민방위 훈련과 같이 평소에 모의훈련을 하지 않으면 행동으로 바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산림청의 ‘산사태정보시스템’에 들어가 이번 경북 북부지역 산사태 피해지역을 살펴보니 ‘산사태위험지도’에 위험등급 지역이 많이 분포하고 있어 미리 대비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크다.

2023-07-17

총선공천 공론화…TK정치권 새바람 불길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TK(대구경북) 물갈이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여당 총선공천이 공론화되는 분위기다. 윤 원내대표(대구 달서을)는 지난 주말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TK현역 교체론에 대해 “대구·경북이 우리 당의 핵심 지지 지역인데도 늘 선거 때가 되면 이런 이야기가 나와 정치권이 피폐해지고 정치 세력이 너무 약해진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기되는 TK 물갈이론에 대해 작심비판에 나선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 의원 112명 중 영남권 의원은 57명이고, 이 중 25명(대구 12명, 경북 13명)이 TK가 지역구다. 지난번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 TK 출신 의원들이 윤 의원을 적극 지원한 것도 내심 TK물갈이를 막아줄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사실 TK현역 물갈이론은 총선 때마다 거론돼온 단골메뉴다. 실제 교체율도 높았다. 21대 총선때는 현역 교체율이 64%였다. 앞서 2016년 총선 때도 교체율이 대구 75%, 경북 46.2%였다. TK지역은 누구를 공천하더라도 당선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총선 때마다 선수(選數)를 가리지 않고 대폭 물갈이됐다.‘보수텃밭’에 대한 혁신적인 공천이 20·30대나 중도층 민심을 잡는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야 모두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 총선공천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물갈이 여론은 상당히 높게 나오고 있다.현역 물갈이론이 고개를 들면서 내년 총선에서 TK지역 선거판세가 역대 선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경쟁력 있는 ‘친박(박근혜) 인사’들이 여당 공천에 가세하거나 무소속 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경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영주·영양·봉화·울진, 유영하 변호사는 대구지역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어쨌든, 대구경북 민심은 내년 총선에서 이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역량있는 인사들이 많이 출마해 TK정치권에 새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하고 있다.

2023-07-17

산사태, 천재지변(天災地變)인가?

홍석봉 대구지사장 빗물이 스며들어 무거워진 토층이 암반경계면을 따라 일시적으로 흘러내리는 재해가 산사태다. 건물과 차량 등이 파괴돼 재산 및 인명피해를 발생한다.우리나라의 산사태는 주로 집중호우가 내리는 시기인 6월에서 10월 사이에 발생한다. 장마와 태풍이 주원인이다. 외국엔 지진이나 화산폭발 시 산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공사현장이나, 주택가 옹벽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산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다양한 징후가 먼저 나타난다. 하지만 산사태 징후를 발견하고 비탈면이 무너질 때까지는 시간이 매우 짧아 대비가 쉽지 않다. 징후를 알아차리는 즉시 대피해야 한다.대표적인 징후가 작은 돌이 떨어지고 비탈면에 균열이 생기며 흙탕물이 나온다. 큰 인명피해를 낸 예천 산사태의 경우 주민들이 산이 울었다고 했다.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2~2021년) 국내에서 모두 2천603ha의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로는 8월 1천271ha(48.8%)와 9월 644 ha(24.7%)가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영남 912ha(35.0%)와 중부 677ha(26.0%)에 피해가 집중됐다.2002년 태풍 ‘루사’ 때는 2천705ha의 면적에 산사태가 발생, 35명의 인명피해를 입었다. 복구비만 2천994억원에 달했다.이번 산사태는 집중호우가 원인이다. 1천년에 한 번 쏟아질 정도의 집중호우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주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300mm의 비가 더 내릴 것이라는 예보다. 당국은 사방댐 건설 등과 함께 산사태 발생지역 예찰 강화와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 천재지변이라지만 방비만 잘하면 얼마든지 피해를 줄이고 막을 수 있을 터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17

인명피해 주범 산사태 취약지 다시 점검해야

지난주 내린 집중 호우로 경북도내에서는 1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다. 경북 인명피해의 주범은 산사태였다. 전체 사망자 가운데 63%인 12명이 산사태로 목숨을 잃었다. 실종자까지 포함하면 산사태로 인한 희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산사태가 발생한 산골마을은 대체로 산비탈에 마을이 형성돼 있고 마을 주변은 논과 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산사태로 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가 이런 형태의 마을이다. 전문가들은 산사태는 경사지에서 빠르게 진행되며 주변에 나무나 숲 등이 없으면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말한다. 영주시 풍기읍 한마을에서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산사태는 산림당국의 조사과정에서 마을 뒷산 나무가 없는 지점에서 토사가 다량 유실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또 전문가들은 산사태 원인을 기록적인 강수량과 함께 산림지역에 대한 난개발이 원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한다. 사흘 동안 200mm 이상 비가 내리면 지반이 약화될 수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산사태 발생 위험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태양광 설치와 무분별한 주택 건립도 산사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경북도내에는 5천군데 가까운 산사태 취약지역이 있다. 이중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지역은 429곳이 된다. 산사태 취약지로 지정됐으나 폭우 등에 대비한 관리가 제대로 되는지는 의문이다. 이번에 산사태가 발생한 곳 가운데 일부는 산사태 취약지로 지정되지 않은 곳도 있어 산사태 취약지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지구촌의 기후변화로 이미 우리나라도 집중 호우가 곳곳에서 게릴라식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번 경북 북부지역에 쏟아진 비도 이런 경우다. 시간당 100mm 가까운 집중 호우가 쏟아지면 언제 어디서 산사태가 발생할지 모르니 산사태에 대비한 안전교육과 취약지에 대한 안전진단 및 재검증이 필요하다.많은 피해가 발생한 경북북부지역에 대한 재난지역 선포와 함께 산사태 취약지역에 대한 세밀한 점검도 서둘러야 또다시 이런 불행을 최소화 할 수 있다.

2023-07-17

미소 짓는,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

‘경주’하면 원안에 사람 얼굴이 새겨진 수막새를 쉽게 떠올린다. 둥글고 커다란 코에 비대칭인 양쪽 눈과 광대뼈, 끌어올려진 입꼬리가 왠지 어색하지 않다. 기와 장인이 일일이 손으로 눌러 형태를 잡았기에 자연스러운 얼굴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왠지 옆집에 사는 사람도 수막새의 미소처럼 웃을 것만 같다.대개 사람들은 수막새의 미소를 ‘신라의 미소’라 부르며, 백제 불상의 미소와 비견하여 얘기한다. 하지만 부처님의 미소처럼 후덕하기만 한 미소로 보기에는 기와 속 오른쪽과 왼쪽 표정이 너무 다르다. 오른쪽은 완전히 웃는 형상으로 광대뼈도 올라가고 눈도 부드러우며 입꼬리도 올라가 있다. 코 옆 팔자주름도 음영이 명확하게 보인다. 반면에 왼쪽은 말 그대로 밋밋하다. 두툼한 눈두덩이를 반쯤 뜬 채 쳐다보는 듯도 하다. 두드러지지 않은 광대뼈와 흔적도 없는 팔자 주름만 봐도 웃는 형상으로 보기에 애매하다. 입꼬리는 깨어져서 알 수 없지만 과연 속없이 웃기만 했을까. 안동의 하회탈도 얼굴 형상이 비대칭이라 탈을 보는 방향에 따라 웃는 얼굴로도 비웃는 얼굴로도 보인다. 얼굴무늬 수막새도 ‘요사스런 귀신을 쫓아낸다’는 수막새인데 액운에게 미소만 건네지는 않을 법하다.수막새는 기왓골을 메워 보호하는 실질적인 역할과 건축물을 돋보이게 하는 조형적 역할과 재앙은 피하고 복을 바라는 주술적 역할을 담아 장식하던 기와의 일종이다. 고구려·백제·신라 모두 연꽃·도깨비 문양 등이 두루 사용되었다. 시기나 지역별로 연꽃잎이 뾰족하거나 넓고, 문양이 깊거나 얕고, 기와와 직각 또는 둔각으로 만들어졌기에 문화재의 시기를 알아보는데 중요한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신라는 ‘삼국사기’에 의하면 2~3세기께 궁에서 기와가 사용되었고, 528년 불교가 공인된 후에는 사찰에서도 연꽃무늬가 장식된 수막새를 장식하였다. 6세기 후반에는 고구려나 백제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연꽃 모양을 만들거나 얼굴 무늬, 도깨비 무늬 등도 제작되었으나 전체적으로 투박한 편에 속한다. 그러나 통일신라에 이르면 다양하고 복잡하고 화려한 무늬가 나타난다. ‘삼국유사’에서는 ‘헌강왕 때에는 초가집이 없고…. 풍류소리가 밤낮이 없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안압지나 여러 절터의 출토된 막새를 보면 지붕조차 사치스럽게 장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연꽃·봉황·기린·사자·도깨비·용·구름 등 다양한 무늬가 사용되었다.얼굴무늬 수막새는 1934년 조선총독부 신문 ‘조선’ 229호에 기사와 사진이 실리면서 알려졌다. “이 와당의 출현은 신라예술 연구상 귀중한 자료의 하나”라 소개되었다. 경주에서 의사로 활동하던 다나카 도시노부가 골동품상에서 100엔에 구입했다고 하는데, 1930년 당시 기와집 한 채가 1000원에 거래되었다고 하니 깨진 기와 하나에 집 한 채 가격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수막새는 경주 영묘사터에서 출토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영묘사는 선덕여왕이 창건한 절로서‘삼국유사’에 따르면 “여러 가지 기예에 통달한 양지(스님)는 영묘사의 장육삼존상과 천왕상, 벽돌탑의 기와 그리고 사천왕사 탑 밑의 팔부신장 등을 제작했다”고 나온다. 얼굴무늬 수막새는 제작자가 새겨져 있지는 않지만 그가 만들었을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1940년 다나카가 일본에 돌아가면서 반출되었다가 1972년 극적으로 국내에 반환된다. 다나카는 “보는 이의 마음 깊이 감명을 주는 기와를 작업한 와공의 절절한 정성을 생각할 때 느끼는 바가 있어 신라의 국토에 안주의 땅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기증 이유를 밝힌다. 우리 땅에서 문화재를 모으고 반출했으며, 태평양전쟁 당시 군의관으로 근무했고, 우리 문화재를 일본 박물관에 다수 기증한 인물의 국내 기증이 고맙지만 애매한 것은 역사에 남은 일본의 잔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한편 이 수막새는 대기업의 로고로도 재탄생되었다. LG는 ‘Lucky’와 ‘Goldstar’를 합친 단어로 구인회 회장이 락히(樂喜) 화학공업사와 금성사의 이름을 합쳐 ‘럭키금성’으로 명명했다가 변경한 명칭이다. 1995년 LG로고는 얼굴무늬 수막새에서 영감을 얻어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를 담아 제작되었다. 신라 얼굴무늬 수막새라는 ‘과거의 얼굴’이 1천400년이 지나 LG의 ‘미래의 얼굴’로 다시 미소 짓는다.신라를 대표한다고 알려진 미소, 얼굴무늬 수막새는 옛 신라의 영묘사에서 액운을 경계하는 주술적 의미로 만들어졌다. 무섭지도 않은 웃음으로 무엇인들 막을 수 있을까 싶지만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 법이고, ‘따뜻함이 겉옷을 벗기는’ 법이다. 내 이웃 같은 미소를 수막새로 만들며 그 안에 담았을 염원을 상상해본다.◇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최정화 스토리텔러

2023-07-17

여름, 우리를 들뜨게 했던 것들

이육사 계절이란 마치 공기 같아 그 변화라든가 그것이 주는 미묘한 느낌은 항상 감각 안에 포착되는 것은 아니다. 홀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어린 시절, 앞만 보고 살아가는 와중에는 전혀 그 변화를 자각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살아가기도 바쁜 와중에 그 찬찬한 변화까지 눈과 귀에 담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좀 더 들게 되면, 유독 계절이 새삼스러워지는 순간이 오게 된다. 나뭇가지 끝에 보송거리는 조그만 솜털이 눈에 보이거나, 살갗에 달라붙는 수분 가득한 공기가 계절의 변화를 보여준다.이럴 때면, 어린 시절 뭐가 좋은지 몰랐던 시의 한 구절도 입에서 마치 노래 가사처럼 맴돈다.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같은 시처럼. 예전에는 일제에 끝까지 굴하지 않았다는 이육사 시인의 삶이 시보다 먼저 들어왔다면, 이제는 청포도가 익어갔다던 그의 고향이 먼저 떠오른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꽃이 뭐가 좋은지, 알알이 박히는 열매들이 뭐가 좋은지도 모르고 살다가, 문득 그 계절이 고향처럼 다가온 것이리라.코로나가 던진 충격 이후, 마스크에 갇혀 서로를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은 서서히 마스크를 벗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한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동안 마치 어떤 계절도 존재하지 않는 듯, 아무런 시간을 느낄 수 없었던 기간을 지나니 사람들의 마스크가 아니라 그들이 입고 있는 옷에서 계절을 느낀다. 긴 옷에서 짧은 옷으로 사람들의 옷차림은 아직 뒤죽박죽이지만, 그 변화가 계절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목련과 개나리, 진달래 등으로 찾아온 봄을 지나 여름이 되면, 세상은 온통 초록색 투성이가 된다. 산이나 계곡에서 이 초록색을 질리도록 봐두지 않으면 여름은 끝나지 않는다. 다양한 명도와 채도를 가진 초록색들을 눈에 담아두고, 풋풋함을 지나 거의 날것의 냄새까지 나는 덥고 습한 열기 속에서 시원함을 뿜어내고 있는 숲속의 공기를 마음껏 숨 쉬지 않으면 여름은 끝나지 않는다. 여름이라는 계절은 그렇게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안도현의 시집 ‘그리운 여우’의 표지. 이제 인간은 여름에는 에어컨으로, 겨울에는 난방으로, 실내에만 있으면 더 이상 계절에 영향 받지 않는, 덥고 춥기가 일정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얼마 안 있으면, 계절의 영향 같은 것은 전혀 느끼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게 될지도 모른다. 계절의 감각이란 문학 작품의 한 구절에나 존재하는 것이 될지도 모르겠다. 계절에 인생을 비유하고, 계절의 감각 속에 감정을 담아내는 일 따위는 한없이 낡은 무언가가 될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는 그러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으니, 지나친 걱정만은 아니리라. 하지만, 그래도 눈앞만 바라보는 삶에서 잠시 벗어나서, 큰 길 옆에 나 있는 작은 길로 나가면, 그곳에는 언제나 숲이 있고, 나무가 있고, 물이 흐른다. 문을 열고 나가면 사람들이 있고, 사람들이 서로의 옷깃을 스쳐가는 소리, 말소리가 들린다. 축축하면서도 치열한 여름의 공기가 느껴진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더 편리해져도,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이 더 이상 여름의 열기가 아니라 디지털 네트워크 속 무언가로 바뀌어가도, 저기 인간 세계의 바깥에 있는 무언가, 자연의 이름을 하고 있는 것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여기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그곳에는 숲이 있고, 소리가 있고, 신선한 냄새가 있다.가끔은 눈 앞에 있는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어 자연이라는 책을 보고, 계절이 보여주는 감각을 찬찬히 느껴보면 어떨까. 그러면 분명 그곳에 예전 우리를 들뜨게 했던 여름의 감각이 우리를 한결같이 부르고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동안 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감정의 바람이 불어오게 될지도 모른다./송민호 홍익대 교수

2023-07-17

포항 원도심 살리기

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원도심은 도시의 옛 중심지를 뜻한다. 포항의 원도심이라면 중앙동, 송도동, 죽도동, 해도동 일대가 될 것이다. 죽도시장을 중심으로 여전히 옛 정취를 간직한 지역이기도 하다.조선 후기부터 주요 항구였던 포항은 형산강과 영일만이 만나는 지리적 요건상 상업이 발달한 곳이었다. 천혜의 어장인 영일만 일대에서 잡힌 풍부한 수산물들, 경북 내륙에서 생산된 물산들이 포항으로 모여들었고, 자연히 그것들을 거래할 시장이 발달하게 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주로 배들이 드나들기 쉬운 포구에서 장이 열렸고, 함경도의 명태, 강원도의 오징어, 포항의 청어와 소금, 경북 내륙의 농산물들이 거래되었다고 한다.1970년대 포항제철의 건립과 함께 주요 산업이 중공업으로 바뀌었지만, 그 영향으로 인구가 증가하며 원도심 지역 역시 더욱 활기를 띠게 되었다. 동해안 최대 규모의 어시장인 죽도시장, 그리고 쇼핑의 메카이자 젊은이들의 거리인 중앙상가는 포항 원도심을 대표하는 장소들이다. 1949년에 개업한 시민제과도 빼놓을 수 없다.그러나 2000년대 이후 산업구조의 변화와 청년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원도심 지역의 활기는 상당히 감소했다. 죽도시장은 여전히 포항 시민들의 부엌이자 대표적인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지만, 인근 지역의 경우 장기간 공실로 남아 있는 상가와 주택이 적지 않다. 도시사회학에서 말하는 ‘도넛 현상’, 즉 도심지역의 주거 기능이 약화 되어 도심이 공동화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이는 포항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대구, 부산, 서울, 인천처럼 역사가 깊고 근대화 이후 급속하게 성장한 도시들은 모두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공동화된 도심은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슬럼화될 우려도 크다.이에 따라 ‘원도심 살리기’를 시도하는 도시들이 많다. ‘힙지로’라는 단어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새롭고 개성 강한 것’을 뜻하는 영단어 ‘힙(hip)’과 을지로의 ‘지로’를 합친 말이다. 서울 을지로는 원래 인쇄소들이 모여 있던 ‘인쇄 골목’이었지만, 인쇄업의 쇠퇴로 인해 공동화 현상을 겪게 되었다. 인적 없이 방치되던 공간들을 ‘힙’한 카페, 바(bar), 레스토랑 등이 채우자 을지로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핫 플레이스’로 되살아나게 된 것이다.물론 ‘힙지로’ 사례에도 문제점은 있다. 실거주자가 아닌 상업자본이 공간을 차지했기 때문에 예전의 을지로 인쇄 골목이 지녔던 서민적이고 정감 있는 분위기는 휘발되어 버렸다. 상권의 발달로 인해 임대료가 상승함으로써 개성 있는 소규모 가게들이 밀려나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문제도 우려된다.결국 이상적인 ‘원도심 살리기’는 상업자본이 아니라 실제 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과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나날이 심각해지는 지역 인구 감소와 청년인구 유출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 해당 지역에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분들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포항의 원도심을 어떤 방식으로 되살릴 것인가. 되살아난 원도심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가.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2023-07-17

고래도 살지 못하는 지구를

김규인 수필가 방송에서 연일 장마로 인한 대피와 피해 상황을 보고한다. 실종자와 사망자가 나오고 그런데도 다음 주까지 물 폭탄은 계속된다고 한다. 물에 잠긴 논을 바라보는 농민의 시름은 깊어져 가고 하루아침에 살림살이와 가재도구를 잃은 수재민들은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앞길이 막막하다.비 피해로 문화재로 등록된 칠곡 매원마을의 승산대 대문채와 국가민속문화재인 봉화 송석헌 고택 주변의 물도랑 3곳도 무너졌다. 어디 무너진 것이 문화재뿐이랴. 가뜩이나 치솟은 물가와 불황으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국민들의 마음을 지탱하던 마음의 축대마저 부러뜨린다.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은 대응책을 내기보다는 정치적인 유불리에 따라 말과 행동을 달리하는 거대 정치집단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정작 문제의 본질은 홀로 나뒹군다. 오히려 자신의 성향에 맞는 정치에 편승해 거드는 국민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나라가 온통 후쿠시마 오염수로 도배가 된다.바다의 거대한 쓰레기 덩어리인 플라스틱 섬은 인간 탐욕의 크기만큼이나 점점 더 크기를 키워도 어떤 나라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는 효과적인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더 섬이 커져야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까. 코로나 이후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더 늘어만 가는 플라스틱은 이제는 사람마저도 삼키려 한다.부산항 등 대형 항구가 있는 항만에는 선박의 접안 시 충격을 위해 달아놓은 폐타이어가 큰 충격으로 선박에서 떨어져 가뜩이나 힘겨운 항구의 커다란 혹 덩어리가 되어 자란다. 해양수산부가 늦게나마 실태를 조사하고 일제 수거에 착수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나씩 인간의 욕심을 채우고 떨어진 쓰레기가 이제는 바다를 가득 메울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높은 산이나 극지방에서 수십억 년 동안 태양의 빛을 반사하며 지구를 지키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후세 사람들은 빙하가 무엇인지 책에서나 보는 신기한 물체가 될 것 같다. 빙하수가 이루는 호수를 보는 일은 더는 지구에서 볼 수 없는 일이 되고 호수는 바닥을 드러내고 갈라질 것이다.매일 자동차를 몰고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며 열심히 지구를 데우는 지구인들은 급격하게 온도가 올라 몸부림치는 지구의 아픔을 애써 외면한다. 화가 나서 여러 달을 산을 태워도 산이 뭉개지도록 물을 뿌려도 풀리지 않는 지구의 화병을 고칠 수는 없는지. 이제 더는 손 놓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너무나 지구의 아픔에 대해 외면하고 자신들의 떠내려간 살림살이만을 걱정하고 있다.지난 1월 카우아이섬 인근 암초에 길이 17m, 몸무게 60t의 거대한 향유고래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수많은 플라스틱과 해양 쓰레기로 가득해진 뱃속을 보여주며 향유고래는 말한다. 더 이상 지구는 고래가 살 곳이 못 된다고.지금도 우리는 열심히 지구를 데운다. 온갖 가스를 내뿜고 온갖 욕정을 내뿜으며 뱃속 가득 욕심만을 채운다. 고래뱃속 가득 플라스틱을 채우고도 모자라 플라스틱 공장은 24시간 불이 꺼질 줄을 모른다. 그 아름답던 녹색 별이 붉은 별이 되도록.

2023-07-17

스스로 판단해야 좋은 정치 만든다

김진국 고문 정치에 대한 불만이 많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정부 기관 중 가장 국민 신뢰도가 낮은 기관은 국회(24.1%)였다. 4명 중 3명은 국회를 못 믿는다는 말이다.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유권자가 30%였다. 국민의힘 지지가 33%, 더불어민주당 32%, 정의당 5%다. 보수층의 72%는 국민의힘을, 진보층의 59%는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도층은 25%가 국민의힘을, 32%가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가 37%였다.그렇다고 이것만 믿고 제3당을 만들면,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다. 무당층이 50%를 웃돌 때도 제3당 시도는 대부분 실패했다. 성공 신화로 거론하는 사례가 88년 4당 체제다. 소위 ‘1노 3김’ 체제다. 1987년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되고, 분열한 양 김 씨(김영삼·김대중)와 김종필 총재까지 4당 체제가 만들어졌다.통일민주당을 탈당해 평민당을 만들기 전 몇 달 동안 김대중 고문은 필자를 만날 때마다 “한국 국민의 80% 이상이 자신을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고 한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서울대 연구소 조사를 인용해 중산층·서민·노동자·농민을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며 분당(分黨) 논리를 다듬었다.그러나 그 체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지역 할거였기 때문이다. 호남과 영남을 쪼개고, 영남을 다시 경남과 경북으로 나누었다. 그러자 ‘핫바지’론을 들먹이며 충청도당도 만들어졌다. 독재와 반독재라는 구분을 보수와 진보, 지역대결로 바꾼 셈이다. 그 정도 강력한 구심력이 없는 한 쪼개기가 쉽지 않다.4당 체제도 오래 가지 못했다. 3당 합당 탓만도 아니다.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정당의 최고목표는 집권이고, 대통령선거승리다. 내가 좋아하는 후보보다 ‘내가 싫어하는 후보를 떨어뜨리고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찍는 양상이 벌어진다. 차악(次惡)의 선택이다. 지난 대통령선거를 봐도 비호감도가 호감도를 압도했다.양극화된 증오 정치에서는 불만이 넘칠 수밖에 없다. 한때 ‘안철수 현상’이 풍미하고, 국민의힘이 이준석을 선택했던 것도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이 탈출구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패했다. 기대와 차이가 있었다. 정치 혐오가 가득 찬 이 상황에는 유권자의 책임이 크다.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유권자의 수준과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유권자가 스스로 주인이 되어야 한다. 나와 지연·혈연·학연이 얽힌다고 무조건 지지하고, 감싸는 일을 그만해야 한다. 한 가지가 마음에 든다고 무조건 응원해서도 안 된다. 눈을 감고 따라가는 추종자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우리 편도 시시비비를 가려줘야 건강해진다. 유권자를 무시하지 않는다.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과대 대표된다. 사회통신망을 통해 자기 목소리를 증폭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조직적으로 움직일 때 영향력은 더 부풀려진다. ‘킹크랩’ 사건이 그런 경각심을 던져줬다. 최근 ‘개딸’에 휘둘리는 민주당도 그렇다. 국회의원조차 조직적인 온라인 테러에 꼼짝을 못 한다. 유권자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선동가에 끌려다니면 안 된다.4당 체제가 공고하던 시절, 호남에서는 김대중 총재가 막대기를 꽂아도 당선된다는 말이 있었다. 칠곡 출신인 이수인 영남대 교수를 전남 함평-영광에 공천해 당선시킨 일도 있다. 무조건 당선은 정치인을 타락시켰고, 지역 주민들은 당선시키면서도 불만이 커졌다. 무조건 지지의 당연한 결과다.1등만 목표로 하는 제왕적 대통령제, 차악을 선택하는 전략적 투표는 양극적 양당제로 가게 된다. 당선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 틈에 극단세력이 목소리를 높인다. ‘개딸’이나 조국 사태, 태극기 부대, 괴담…. 합리적 주장은 힘을 잃고, 극단적이고, 과장된 선동이 설친다. 결국 부패하고, 쇠망으로 가는 길이다. 유권자가 무조건 지지가 아니라, 스스로 주인이 되어 판단하고,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어야 정치도 건전해진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7-16

표류하는 세계, 무너지는 한국

김규종 경북대 교수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내게 썩 쓸모있는 곳이 있다면, 그것은 서적을 소개하는 지면이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로 무장한 수많은 신간 서적이 출간-유통되는 21세기 20년대는 그야말로 유토피아다. 그래서 일본 최고의 지식인이자 독서광 다치바나 다카시(1940∼2021) 평론가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살아생전에 그는 “이렇게 좋은 책들이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데, 죽어야 한다니 너무나 안타깝다”는 소회(所懷)를 밝힌 바 있다.얼마 전에 ‘표류하는 세계’에 나오는 구절을 보고 즉시 구매했다. “미국이라는 강력한 배는 정치 갈등과 부패, 이기주의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사회를 둘러싼 논쟁들은 폭력적이고, 젊은 사람들은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며, 제일 똑똑하다는 사람들은 나라를 희생해가면서 개인의 영광을 추구한다. 공동체는 쇠퇴하고 있다.” 나는 눈을 의심했다. 아니, 이게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인가?!하기야 세계에서 미국을 가장 열심히 추종하는 나라가 나의 조국이니까 동조성(同調性) 확인은 식은 죽 먹기일 터. 미국인들의 두 가지 금기(禁忌)가 정치와 종교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친구나 가족 간에도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 하는 화제와 어떤 종교를 믿느냐 하는 이야기는 무조건 피한다고 한다. 그만큼 미국 사회는 정치와 종교 갈등을 심각하게 겪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 갈등 역시 미국 못지않다.이른바 제3 당의 출현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지만, 그들의 바람은 번번이 무산되었다. 정부 여당과 제1 야당의 갈등과 대결 양상이 연일(連日) 언론의 주제가 되지만, 적정한 선에서 마무리되는 타협과 해결방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정치에 염증을 내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나이 먹은 축들만 열성적으로 투표장에 나간다. 선거는 미래권력을 선출하는 행위인데, 청년들은 놀러 가고, 노인들만 투표하는 이상한 행태가 되풀이된다.어린 시절부터 똑똑한 전화기 스마트폰에 중독된 젊은 세대는 직접적인 대면이나, 전화 통화를 꺼리고, 문자 소통으로 대신하는 데 익숙하다. 사람을 만나든 전화로 통화하든 완결된 문장으로 이루어진 대화를 한다는 게 그들에겐 어려운 과제라고 한다. 이른바 ‘카카오톡’이라는 문명의 이기(利器)에 노예로 전락한 지 오래이기에 극히 짧은 의사소통 수단에 속수무책으로 길들여진 것이다. ‘ㅇㅋ, ㅇㅇ, ㅋㅋㅋ’ 같은 놀라운 신발명 표기를 보았을 터다.‘표류하는 세계’에 나오는 글 가운데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똑똑한 인간들의 지독한 개인주의와 영광 추구로 인해 공동체가 쇠퇴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미국은 처음부터 개인주의로 중무장한 상태에서 출발한 나라이니까 그렇다 쳐도, 나와 가족보다 이웃과 공동체를 중시했던 미풍양속이 우리 조상들의 전통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나와 가족이 조금 손해 보더라도 공동체를 위해서는 참아야 한다고 배운 세대가 속속 사라지고 있다.나의 결론은 단순하다. 잘난 사람들, 돈 많은 사람들, 배운 사람들, 권력 가진 사람들이 이제는 내려놓고 공동체를 돌보자는 것이다. 공동체 건설을 위해 함께 매진하면 어떻겠는가?!

2023-07-16

베케플레이션(Vacaflation)

우정구 논설위원 인플레이션(Inflation)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대중의 실질적 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반대로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불경기를 뜻하는 Stagnation과 인플레이션이 합성된 말로 경기가 침체된 상태에서 물가가 오를 때를 말한다.서민물가와 직결되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과 연계한 신조어들도 많이 등장했다. 여름 휴가철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베케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휴가를 뜻하는 Vacation과 인플레이션이 합쳐진 말이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여행수요는 폭증했으나 그동안 축소됐던 여행 인프라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항공료, 숙박료 등 휴가관련 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미국에서는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난 것을 빗댄 표현이다.본격적 휴가철을 맞았으나 많은 직장인이 올여름 휴가를 포기할 생각이라고 한다. 한 여론조사기관 조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의 약 70%가 휴가 계획을 못 세우거나 휴가를 포기할 것이란 응답을 했다. 비용 부담때문이다.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으로 시중 물가가 2%대까지 내려갔으나 외식물가와 항공료, 휴양지 숙박비 등이 큰폭으로 뛴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콘도이용료는 전년 동기보다 13.4%, 호텔숙박료는 11.1%가 올랐다. 5성급 호텔 하루 숙박비가 55만원 한다니 여름휴가는 엄두도 못 낼 판이다.코로나가 끝나고 3년만에 홀가분한 기분으로 휴가철을 맞았으나 베케플레이션이라는 복병 때문에 직장인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16

‘포항=이차전지도시’ 에코프로가 증명한다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을 앞두고 에코프로 그룹이 포항에 2조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단일기업의 2조원대 투자는 지자체로서는 최초의 일”이라고 평가했다. 에코프로의 이차전지용 양극재 연간 생산능력은 현재도 18만톤 규모로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다. 포항에 신규투자가 이루어지면 2028년부터 양극재 생산능력이 71만톤까지 확대된다. 포항이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이차전지 도시로 부상할 날이 머지않았다. 에코프로는 지난 13일 경북도, 포항시와 이차전지 양극소재 신규 생산 공장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 내 약 69만4천㎡(21만평) 부지에 오는 2028년까지 2조원을 투자해 ‘블루밸리 캠퍼스’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에코프로는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약 2조9천억원을 투자해 지난 2021년 ‘포항캠퍼스’를 구축한 상태다.에코프로의 대규모 투자로 포항시는 이차전지 앵커기업(포스코퓨처엠, 에너지머티리얼즈, CNGR, 화유코발트)과 전후방 산업 연계기업 간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선순환이 가능해졌다. 특히 포항은 타 도시에 비해 이차전지 현장·연구 인력 배출이 용이하다. 포스텍을 비롯한 4개 대학과 마이스터고 2개교를 통해 매년 5천600명의 우수한 기술 인력이 배출된다. 이 때문에 포항은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과 인프라 확보 가능성, 지역 주요 산업과의 연계성, 전문 인력 확보 등을 평가기준으로 하는 이차전지 특화단지의 최적지로 주목받고 있다.최근 특화단지 지정을 앞두고 정부가 지역을 안배해서 나눠먹기식으로 한다는 말도 나오는 모양이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현재 이차전지는 각 국가별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우리나라보다 이차전지 산업의 우위에 있는 중국을 이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국제 경쟁력을 갖춘 포항이 특화단지로 지정되는 것이 순리다.

2023-07-16

비 피해 큰 경북, 복구와 재발 방지에 최선을

지난주부터 전국 곳곳에 쏟아진 폭우로 전국적으로 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중앙재난 안전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 13개 시도에서 지난 9일부터 내린 호우로 16일 오후 4시 현재 모두 43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에선 1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돼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경북 예천과 영주, 봉화, 문경 등 경북북부지역에 피해가 집중됐으며,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경북북부지역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는 주로 산사태로 무너진 흙더미가 주택을 덮치면서 일어났다. 15일 영주시 장수면 갈산리 한 주택 뒷산의 토사가 가정집을 덮치면서 80대 부부가 매몰됐다. 또 15일 쏟아진 폭우로 예천군에서는 용문면 등 4개 지역에서 주택이 매몰되는 사고가 일어났다.지난주 내린 호우로 전국적으로 7천50여 명이 살던 집을 떠나 대피했고, 경북에서도 2천여 명이 대피하는 불편을 겪었다. 재난본부에 의하면 9천여ha의 농작물이 물에 잠겼고 도로유실 등의 피해도 잇따랐다.올 장마는 지구촌의 기후변화로 좁은지역에 집중적으로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잦은 폭우로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 발생이 우려됐음에도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가 많았던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폭우를 동반한 장맛비가 더 이어지고 올 여름도 예년처럼 태풍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비 피해에 대한 보다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특히 산사태나 저지대, 공사장 등 침수 취약지에 대해선 점검 또 점검의 자세로 폭우에 대비해야 한다. 지자체뿐 아니라 주민 개개인도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기상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잦은 기상이변으로 지구촌이 홍수와 가뭄, 폭염 등의 재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기상이변에 대비하는 재난 대응 방법도 새롭게 강구돼야 한다. 이번 폭우로 발생한 피해는 행정력을 동원, 조속히 복구하는 한편 재발 방지에도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23-07-16

에너지 선도국이 되기 위한 조건들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대한민국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국민 각자가 해야 될 일은 무엇일까. 지난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자립도는 8.6%다. OECD평균이 31.3%이고, 우리가 후진국으로 여기는 중국도 20% 후반이며, 선진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49%다. 세계 경제 10대강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에너지전환 현주소가 너무 초라하다.독일은 당초 우리나라처럼 탄소중립 목표를 2050년으로 세웠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난을 겪은 뒤 2040년으로 앞당겼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달성비율(30.2%) 목표를 21.7%로 대폭 후퇴시켰다. 특히 산업계의 절감목표치를 15.4%에서 11.5%로 낮춰 기후 전문가들과 야당으로부터 “제정신이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서둘러야 할 에너지전환 대책과 관련한 필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첫째, 에너지효율 30% 절감운동을 펴야 한다. 각급 공공기관, 모든 학교, 사무실, 공장, 아파트 등에서는 과다하게 한전과 계약된 계약전력을 적정하게 조정부터 해야 한다. 터무니없이 과다 계약된 계약전력으로 인해 낭비되는 전기가 너무 많다. 아직도 LED로 교체하지 않은 전등은 LED 조명등으로 바꿔야 한다. 모든 조명등과 전기·전자제품의 스위치에 각종 센스를 설치해서 불요불급한 전기를 절감할 수 있다. 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하고 우리나라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생에너지 투자에 앞서 ‘30% 에너지 절감’부터 해야 한다. 밑 빠진 독에 30%나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는 힘들다.우리나라는 소득 상위 13%가 전기 50%를 쓰고, 소득 하위 50%가 전기 10% 정도를 쓴다고 한다. 부자들이 솔선수범해서 에너지를 줄이는 사회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에너지 절감에 따른 각종 혜택도 적극 뒤따라야 할 것이다. 30% 절감은 국민 모두가 나서면 달성 가능한 목표다.둘째, 모든 가능한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해야 한다. 태양광 발전은 엄청난 수익사업이기 때문에 각 가정의 모든 지붕과 옥상에 태양광을 의무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우리나라 모든 건축물(단독주택, APT, 학교, 사무실, 공장 등) 옥상과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탄소중립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30%를 생산할 수 있다. 태양광설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으로 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셋째, 송배전망 보강이 시급하다. 며칠 전 한 에너지 전문가가 “우리나라 송배전망을 신·재생에너지에 맞게 다 갖추기 위해서는 수천조원이 들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했다. 다소 과장된 말이지만, 필자도 ‘스마트 마이크로 그리드’로 신·재생에너지 수급에 맞는 조밀한 송배전망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백조원은 들 것으로 생각한다.산업화 시대에는 한전 송배전망을 통해 훌륭하게 전력 공급이 됐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로 인해 전력 공급원이 다양화하면서 지난해 제주도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18%에 달하자 132차례에 걸쳐 셧다운이 발생했다.한전이 감당하든, 민간에 사업을 개방하든, 신·재생에너지 100% 시대에도 끄떡없는 송배전망을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 송전선로 부족으로 인해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할 수 없는 지경이다.넷째, 산업단지와 대도시 주변 농지에 첨단 스마트팜을 조성해야 한다. 아무리 에너지 절감을 하고 공장이나 사무실, APT, 주택 지붕에 태양광 설치를 하더라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절대량이 부족하다.따라서 전력수요가 많은 대도시와 산업단지 주변 농지를 ‘재생에너지 발전원’으로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 산업과 마찬가지로 농업 또한 고도화할 필요가 있는데 첨단 스마트팜이야말로 농업을 고도화하는 방편이라 할 수 있다.첨단 스마트팜은 연계해서 건설하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폐열을 스마트팜에서 활용함으로써 그레이수소를 그린수소로 전환시킨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와 결합한 첨단 스마트팜을 통해 농업을 고도화하는 한편 산업단지나 대도시가 필요로 하는 막대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끝으로, 2050년 전력공급원을 원자력 25~30%, 신재생에너지 70~75%가 달성되도록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언제 어떻게 에너지 절감 30%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느냐가 아주 중요하다.이와 함께 우리나라 모든 지붕에 어떻게 태양광 발전을 설치할 것인가, 전국에 걸쳐 ‘스마트 마이크로 그리드’는 어떻게 신속하게 만들어 갈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여기저기서 단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첨단 스마트팜 연계 수소연료전지 발전을 전국에 걸쳐 체계적으로 늘려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2050년이 아니라 2040년까지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달성할 수도 있다.늦은 감은 있지만, 에너지 전환 캠페인에 정부와 기업, 전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대한민국이 에너지자립과 에너지전환 선도국가가 되도록 해야 한다.

2023-07-16

은퇴는 내가 결정한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대학 교수인 친구 페이스북에서 “학교가 나의 은퇴를 결정하지 않는다. 은퇴는 내가 결정 한다!” 라는 글을 보고 신선한 감동을 받았다.그 친구는 은퇴 후의 다양한 계획과 생활을 소개하면서 자신은 은퇴하지 않았고 은퇴는 자기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60세에 은퇴하는 공무원이나 그보다 더 빨리 은퇴하는 대기업에 비하면 대학교수는 65세 은퇴라는 혜택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교수로 은퇴한 친구들은 히말라야 산맥 등산을 할 정도로 건강한 친구들이 많다.100세 시대에 은퇴가 너무 빠르고 친구들 재능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간다. 대학은 후학들에게 자리를 내 주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아직 연구, 교육 능력이 충분하고 건강한 교수들을 강제로 은퇴시킨다.미국의 경우는 교수 스스로 은퇴를 결정한다. 일류대학의 연구력이 높은 교수들이나 노벨상급 교수들은 많은 경우 80세가 넘어도 학교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이런 경우 학교도 명성이 유지되어 좋고, 교수도 일을 계속할 수 있어서 좋은 윈-윈의 모양새이다.얼마 전 모교인 미국 스탠퍼드 대학을 가보고 필자를 40년 전 가르치던 교수들이 80세가 넘어 아직 연구도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은퇴 후의 삶은 너무 다양하다. 계속 학교에 남아 비정규직으로 가르치기도 하고 다른 대학으로 가기도 하고 또 개인 연구소를 경영하는 분도 있고 책을 쓰기도 하면서 학술 활동을 계속 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건 여건이 되는 분들이고, 낙향하여 농사를 짓는 분도 있고 다문화 가족 돌봄 봉사를 하는 분도 있고 심지어 여행 가이드를 하는 분들도 보았다. 물론 그냥 쉬시고 노는 분들도 많이 있다.물론, 그러한 일들도 분명히 의미가 있고 보람있는 일이지만, 아직도 가르칠 힘이 있는 교수들이 강제로 대학을 떠나야 하는 것은 무언가 재고되어야 하지 않을까.요즘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65세 교수 정년이 너무 이르다는 의견이 학계에 있다. 기업들이 60세 전후 은퇴를 볼 때 65세도 충분하다는 의견과 미국대학들처럼 교수는 정년을 없애고 교수 스스로가 정년을 결정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유튜브에는 100세 시대에 젊게 사는 방법 등이 넘쳐 난다.눈에 띄는 것 중에 하나가 나이를 20년 세월을 돌려 살아가라는 이론이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 엘렌 랑거 교수는 ‘시계 거꾸로 돌리기(counterclockwise)’ 실험으로 유명하다. 이 실험의 목적은 심리적인 시간을 되돌릴 때 나타나는 사람의 생리적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었다.실험에 참여한 시니어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가 놀랍도록 좋아졌다고 한다. 랑거 교수는 이를 “정신이 젊어지면 육체도 젊어진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논문에 발표하였다.이 실험은 시니어들의 젊게 사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이들은 ‘노인’이라는 단어조차 사용하기를 거부하는데 ‘은퇴’라는 굴레가 거추장스럽다.평균 수명 80세가 넘고, 그리고 곧 평균 수명 100세가 다가오는 시대에 있어서 노인이라는 단어를 적용하여 강제 은퇴를 시키기 보다는 탄력성 있는 은퇴제도가 특히 과학계나 대학에서 필요해 보인다.경북 안동에 이른바 ‘21세기 하회마을·도산서원’으로 불리는‘하회 과학자마을’이 생긴다고 한다.2025년까지 안동 호민지 근처에 하회 과학자마을을 설립할 계획이고, 마을에는 주거용 건물과 함께 영상회의실, 컨벤션, 공유오피스, 커뮤니티 시설 등이 들어선다고 한다.과거 하회마을처럼 천 년간 유지되는 건축 기술로 지은 마을에 과학자들이 지혜를 모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한다. 참 반가운 소식이다.하회 과학자마을 입주자들을 경북연구원 석좌연구원으로 위촉하고, 이들이 앞으로 경북의 국책 프로젝트 유치, 대학과 연계한 강의, 기업·연구기관과 연계한 연구개발, 창업 활동 등을 돕도록 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하회 과학자마을 설립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철우 경북지사는 “하회 과학자마을이 21세기에 하회마을·도산서원 역할을 하도록 해 국가와 지역 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하는데 꼭 실천되길 기대해 본다.나이는 숫자가 아닌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제 “노인”이라는 단어는 쓰지 말자. ‘시니어’라는 말도 좋고 ‘선배님’‘선생님’이란 좋은 단어가 얼마든지 있는데 이제 노인이란 단어는 묻어야 한다. 이제 100세 시대에 우린 살고 있고 시니어들의 활약도 사회의 중요한 몫이 되고 있다.앞서 언급한 엘렌 랑거 교수의 ‘시계 거꾸로 돌리기’이론을 잘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젊게 생각하면 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도 젊음을 유지하고 싶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그건 시니어들도 예외가 아니다.그들은 “내가 은퇴를 결정한다”는 당당한 시니어 세대이다.

2023-07-16

유네스코 세계유산 대표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안동시

권기창 안동시장 안동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품고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한다. 안동시는 서울 청량리에서 KTX복선전철을 타고 안동까지 2시간 내 도착하는 1일 관광 접근성을 바탕으로 가장 한국적인 도시 안동의 매력을 알려 나간다.유네스코 3대 카테고리를 석권한 전통유산을 자양분으로 사계절 축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지역 관광사업체의 뿌리를 다지며 관광거점도시 사업을 신성장 동력 삼아 새롭게 비상해 나갈 계획이다.특히, 올해 지역 관광기업의 창업에서 홍보까지 전 단계에 걸쳐 관광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 지역 DMO 조직과 연계한 아이디어 해커톤을 운영해 지역특화 관광상품을 발굴하고, 음식·숙박업소의 위생 환경도 쾌적하게 개선한다. 또한, 지난해 남이섬 신화의 강우현 대표와 협업해 관광상품 패키징 디자인을 개발함으로써 품격있는 안동 기념품 생산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지역의 숨은 고택을 사람의 온기로 재탄생시키는 ‘살아 숨 쉬는 고택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해 연내 5곳의 고택을 카페, 창작공간 등으로 탈바꿈하고 전문 고택매니저를 영입해 명품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다변화하는 관광트렌드를 반영해 마케팅 시스템도 업그레이드 된다. 스마일트립200 사업으로 관광여행상품을 고도화하는 한편, 온라인 유통시스템 OTA(Online Travel Agency)를 새롭게 구축할 계획이다. 점차 늘어나는 체류형 개별 관광객(FIT)에 대응해 단체 관광객 유치뿐만 아니라 개별 관광객에 대해서도 여행 인센티브를 지원한다.다양한 채널을 활용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 마케팅도 눈길을 끈다. 제주항공과 협력해 안동의 탈과 누각(병산서원 만대루)이 래핑(wrapping)된 항공기(Boeing 737)를 통해 관광거점도시 안동을 홍보한다. 또한, 총 1천300만 구독자를 지닌 13명의 외국 SNS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안동 여행 영상을 지속 제작·업로드해 세계 각지에서 안동의 매력을 느끼고 찾아 오도록 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 인도네시아 유튜버 영상은 30만 회를 돌파하고 지속적으로 신규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또한, 관광거점도시 사업을 중심으로 지역 특화 관광인프라를 구축한다. 안동호 내에 수상공연장을 조성하고 월영교 일대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풍부한 수변자원을 활용한 안동만의 관광콘텐츠를 만들어 안동댐 관광자원화를 이룬다는 계획아래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총 1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아울러 댐 일원에 마리나 리조트와 종합 수상레포츠 단지도 조성한다. 안동시가 기반시설을 조성하고 수상 리조트와 수상 경비행장은 민자유치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오는 2027년까지 민자 80억원을 포함해 총 150억 원이 투입된다.원도심의 체류형 관광을 이끌 안동문화관광단지도 올해 새롭게 변신한다. 지난해 문체부 주관 지역연계 첨단 문화기술 실증 공모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유교랜드는 첨단기술 기반의 메타버스를 연동한 융복합 실감형 콘텐츠로 리뉴얼될 예정이다. 가족 캠핑족 수요에 대응해 ‘엄마까투리 야영장 및 상상놀이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161억 원이 투입돼 놀이터, 물놀이시설, 체험관, 복합상영관 등을 조성한다.이를 바탕으로 안동시는 올해를 원년으로 사계절 관광축제 시스템을 전격 도입한다. △봄에는 ‘차전장군 노국공주 축제’ △여름에는 ‘수(水) 페스타’ △가을에는 ‘국제탈춤페스티벌’ △겨울에는 ‘암산얼음축제’를 진행해 사시사철 볼거리 즐길거리 풍성한 축제의 도시로 거듭날 계획이다.독립운동의 성지 임청각에서 월영교까지의 철도 유휴부지는 2025년까지 151억 원을 투입해 테마가 있는 거리로 조성한다. 성락철교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테마화거리 도보길(연장 2.2km) 조성에 46억 원, 와룡터널(연장 200m) 내 영상과 음악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체험형 공간재창출 사업에 55억 원, 낙동강 조망과 함께 이색 콘텐츠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는 성락철교(연장 220m) 랜드마크화 사업에 50억 원을 투자한다. 안동댐 하류 사면부와 여수로에는 미디어 연출 및 경관조명 등을 설치해 관광자원화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도시 안동만의 역사·문화적 특성과 풍부한 수자원을 전략적 관광자원으로 개발해 국내외 1천만 관광객이 즐겨 찾는 글로벌 관광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다.재미와 감동이 있는 역동적인 관광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 사계절 내내 언제나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한 생동감 넘치는 관광도시 도약을 반드시 성취하겠다.

2023-07-16

풀벌레가 가르쳐 준 우정

이희정 시인 풀벌레들 소리만으로 세상 울린다그 울림 속에 내가 서 있다울음소리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나는 지금 득음하고 싶은 것이다전 생애로 절명하듯 울어대는 벌레 소리들언제 내 속에 들어왔는지 나는 모른다네가 내 지음(知音)이다네 소리가 나를 부린 지 오래되었다시의 판소리여이제 온전히 소리판이니누구든 듣고 가라소리를 듣듯이 울음도 그렇게 듣는 것이다저 벌레 소리 받아 적으면 반성문 될까부르고 싶은 절창의 한 소절 될까소절 소절 내 속에서 울리고 있다모든 울리는 것들은 여운을 남긴다―천양희,‘새벽에 생각하다(문학과 지성사, 2017)’ 중 ‘여운’ 전문칠월의 풀숲에는 여름이 부푸는 소리 한창이다. 이른 아침 천양희 시인(1942~)의 시집 한 권을 에코백에 담아 들고 나선 산책길, 이슬 젖은 흙을 밟으며 걷노라니 미성(美聲)의 안개가 나란히 보폭을 맞추며 따라온다.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쳐다보다 접힌 모서리를 펼쳐보니 제목이 ‘여운’이다. 온전히 초록과 풀벌레 소리만으로 가득한 이곳에 여운 아닌 것이 있을까. 세상의 어지러운 소음이 거세된 울울창창한 녹음 안에 시인은 있다. 시인은 풀벌레 소리가 세상을 울린다고 했다. 울린다는 게 뭘까. 울림 소리가 숲을 흔들고 마음을 흔드니 그 울림은 세상을 흔드는 소리지 흐느끼는 울음은 아닌가 보다. 시인은 “울음소리를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득음을 하고 싶은” 거라고 속내를 털어낸다. 부풀 대로 부푼 여름이 마침내 터지는 소리, 득음(得音)이다. 천양희 시인은 벌레를 빌어 시인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가짜 시인은 언제나 타자의 이름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지만 진짜 시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할 때도 타자와 함께 말한다”는 옥타비오 파스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시인은 “네 소리가 나를 부린 지 오래되었다”고 한다. 한가지 일에 평생을 바친다는 것은 운명을 거는 것과 같다고, 운명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토록 고통스러운 혼신을 바칠 수 있으며, 돈도 밥도 안 되는 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시를 쓰지 않으면 살아 있는 이유를 찾지 못할 때 시를 쓰라”는 릴케의 말을 디딤돌 삼아 시인이 되었다는 그녀의 준엄한 고백을 듣는다.“전 생애로 절명하듯 울어대는 벌레 소리들”은 기실 시인 자신과 포개어져 있다. “언제 내 속에 들어 왔는지”모를 시가 그녀를 끌고 가고, 그런 시가 없었더라면 따라가는 그녀도 없었을 것이기에 “네가 내 지음(知音)이다”라고 증언하는 것이다. 중국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수 백아(伯牙)와 그의 친구 종자기(鍾子期)의 고사에서 비롯된 지음(知音)은 소리를 알아듣는다는 뜻으로 자기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를 뜻한다.세상에 진정으로 나를 알아주는 이가 몇이나 될까. 시인은 “누구든 듣고 가라”고 권한다. “소리를 그렇게 듣듯 울음도 그렇게 듣는 것이라고,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고독에 바치는 것이 시라는 것은 요즘엔 쉬이 공감되지 않는 아픔일 수도 있다. 복잡한 곳을 기웃거리는 일상에 내쳐지는 일이 다반사이고 보면 또 그만큼 가슴을 조여올 때도 없다. 고독을 잃어버리면 시의 고갈이 오기에 고독을 잃어버릴 때가 시인에게는 가장 위험한 때다. 요즘 시인들은 고독을 잃어버리고 시에 운명을 걸지도 순정을 바치지도 않으니까 절창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 한 어느 평론가의 쓴소리에 몇 번이나 속으로 “저 벌레 소리 받아 적으면 반성문이 될까”라며 반성문을 쓰는 시인.자신의 삶을 주도하는 진짜 힘은 자신을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누구든 “부르고 싶은 절창 한 소절”이 있기 마련이다. “소절 소절 내 속에서 울리는 소리”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시인이 시 쓰기의 어려움을 고독 속에서 극복한 것처럼 고독의 터널 속에 잠시나마 거해 보자. 사람을 해치지 않는 유일한 것, 아름다움이 자란다면 풀잎에서부터일 것이다. 우정은 보이지 않지만, 마음에 스며드는 풀벌레 소리와 같다. 음원이 동작을 멈추어도 여음으로 인해 혹은 반사로 인해 그 음은 더욱 진향으로 울릴 것이기에.지음(知音)을 듣는 시간, “모든 울리는 것들은 여운을 남긴다.”

2023-07-16

재앙이 아닌 패션을 위하여

유영희 작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국회의원회관에서 ‘옷, 재앙이 되다’ 행사가 열렸다. 패션회사가 팔지 못한 재고를 소각하거나 폐기하는 것을 금지하자는 법안 마련을 위한 자리였다. 이 법안이 필요한 이유는 팔리지도 않은 엄청난 양의 새 옷이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엘렌 맥아더 재단이 2017년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5년 사이에 의류 생산이 2배 증가해서 2015년에는 1천억 벌의 옷이 생산되었으며 그중 73%가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등 폐기되었다고 한다. 국내 의류 폐기물 발생량 역시 심각해서, 2020년의 폐의류 발생량은 약 8만 t이 넘고, 공장의 폐섬유 발생량은 3만 t 가까이 된다. 우리 헌 옷을 수입한 나라에서도 재사용되지 못한 옷이 쓰레기 산을 이룬다.이러한 생산 증가가 단순한 인구 증가 때문이거나 삶의 풍요로움을 의미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2018년 유엔 조사에 따르면 의류 산업의 탄소배출 비중은 10%나 되고, 폐수 발생 비중은 20%를 차지할 정도로 옷 생산에 환경 부담이 크다. 청바지 하나에 물 7천ℓ, 섬유 1t 생산에 물 200t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이렇게 의류 폐기물이 급증한 데는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려는 의류 산업의 상술과 재고 보관에 비용이 든다는 이유도 있지만, 패스트 패션의 유행도 한 몫 한다.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는 계절에 따라 1년에 4번 기획하고 생산하지만, 패스트 패션 브랜드는 1~2주마다 새로운 의류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류 산업 차원에서 대규모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아무리 중고 마켓을 이용하고 재사용을 위해 힘쓴다고 해도 개인의 힘이 닿지 않는 영역이 있다.의류 폐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산자에게 책임을 지워야 한다. 이미 프랑스에서는 재고 의류 재사용을 법제화했고, 벨기에나 독일은 재고 물량을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법안으로 제정했다. 한국에서도 2022년에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제정되기는 했으나 의류 폐기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의 헌 옷 수출량이 미국·중국·영국·독일 다음으로 많은 세계 5위로, 인구를 고려하면 1인당 버리는 옷의 양은 세계 1위인 셈이니, 어느 나라보다 법안 제정의 필요성은 절박하다. 그런 이유로 이번 ‘옷, 재앙이 되다’에서 재고 의류 폐기 반대 법안에 서명해줄 것을 호소한 것이다.아무리 의류 산업이 환경 부하가 크다고 해도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패션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3, 4년 전까지만 해도 패션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작은 집으로 이사 오면서 옷을 다 정리하고 나니 좋은 옷이란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잘 표현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새 옷을 장만할 때는 더 신중해지고 나의 정체성을 잘 표현하는 옷 몇 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잘 맞는 패션을 아는 것도 패스트 패션의 광풍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2023-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