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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구 학부모 선언문의 의미

홍석봉 대구지사장 대구시교육청이 최근 ‘학부모 인식 정립 슬로건 선포식’을 열었다. 대시민 협약식도 함께 가졌다.때마침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였다. 학부모의 갑질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열린 행사라서 의미를 더한다. 선포식은 학교의 온전한 교육활동이 이뤄지도록 학교를 믿고, 지지하고, 함께하며 기다리겠다는 학부모들의 다짐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했다. 전국 처음이다.이번 선포식은 ‘학교교육 지원자’로서 학부모의 인식 정립을 통해 ‘다:행복한 대구교육캠페인’의 출발을 알리고자 마련됐다. 행사에는 학부모단체를 비롯한 종교계, 시민사회 단체, 협약기관 대표 등 약 1천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서울의 한 새내기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담임교사 폭행 등은 참담한 학교현장의 모습이다. 고인의 분향소에는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전날 열린 추모 집회에는 진상 규명과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5천여 명의 동료 교사들이 참여했다. 교사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그만큼 절절이 공감했다는 반증이다.교사를 극단적 선택으로 모는 건 학생 지도의 어려움과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급증 탓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교권이 무너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몫이다. 이런 아픔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부모들의 자세다. 학교를 믿고 맡긴다는 마음가짐이 없으면 아무리 선포식을 한들 소용없을 터이다. 하지만 학교와 학부모들이 함께 참여하며 이해하고 서로 돕는다면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대구 학부모 선언문이 뒤틀린 교육 현장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24

누구를 위한 정쟁(政爭)인가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정치’는 실종되고 ‘정쟁’만 난무한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둘러싼 정쟁이 점입가경이다. 정쟁의 외관은 국민의 건강과 편익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은 권력의 획득·유지·강화를 위한 투쟁일 뿐이다. 정치인들의 선동·거짓·과장·왜곡이 갈수록 태산이다.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정치인들의 행태는 가관이다. 여당의원은 방류를 시작하기도 전에 해수가 안전하다면서 어패류 수조의 물을 마시는가 하면, 야당의원은 ‘핵 폐수’라고 하면서 “차라리 X를 먹겠다.”고 국민을 겁박한다. 2년 전 문재인정부의 합동TF에서는 “오염수 방류의 유의미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반면,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은 방류를 강력히 반대했었는데 정권이 교체되자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이처럼 오염수 문제는 이미 과학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정치적 이슈가 되었다.오염수의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괴담과 과학’ 그리고 ‘과학과 과학’이 충돌하고 있다. 과학까지도 이미 정쟁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과학적 입장을 수용하느냐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성격을 띠게 된다. 누구의 주장이 과학적인지, 누가 과학을 빙자한 거짓말을 하는지는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알기 어렵다.한편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둘러싼 정쟁은 더욱 한심하다. 야당이 고의적으로 의혹을 증폭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전면백지화를 선언한 원희룡 장관의 직권남용은 더 큰 문제다. 양평군민의 15년 숙원사업이자 대통령의 공약인 국책사업을 어떻게 장관이 하루아침에 중단시킬 수 있는가. 여당의 자충수로 의혹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민주당만 살판났다. 각종 비리와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역공할 수 있는 호재를 만난 것이다.“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변경된 노선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많으니 의혹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정부여당을 견제·비판하는 것은 야당이 해야 할 당연한 역할이다. 정부가 떳떳하다면 사업을 백지화시킬 것이 아니라 변경된 사유를 투명하게 설명하고 그 타당성을 입증하면 된다.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전문가들이 원안과 변경안을 비교분석한 후 양평군민을 비롯한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객관적 판단을 구해야 할 것이다.정쟁은 정치적 목적을 가진 권력투쟁이다.‘정치는 국민’을 생각하지만 ‘정쟁은 권력’을 생각한다. 권력투쟁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승리’이며,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여야가 권력의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쥐고 있는 국민의 표심을 잡기 위해 선동과 왜곡을 일삼고 있는 이유다.결국 중요한 것은 ‘정쟁을 심판하는 국민’이다. 정치인들의 잘못된 습관과 버릇을 고쳐줄 수 있는 것인 주권자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은 정쟁에 휘둘리는 ‘노예’가 아니라 그것을 심판하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혜안(慧眼)은 여야의 잘잘못을 정확히 평가하여 내년 총선에서 투표로 심판하게 될 것이다.

2023-07-24

이차전지·수소산업이 포항미래를 밝힌다

이차전지 생산거점으로 떠오른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관련기업들이 입주하고 싶어도 이제 남은 용지가 없어 수용을 못 할 상황이다. 블루밸리 국가산단은 포항시 남구 동해면, 장기면, 구룡포읍 일원에 607만8천938㎡(183만8천879평) 규모로 조성 중이다. 이차전지와 수소연료전지, 첨단신소재 등 주로 탄소중립 산업이 유치대상이다. 1단계 단지조성(293만8천193㎡)은 2022년 8월 끝났고, 2019년부터 2단계 조성공사(314만745㎡)가 2025년말 완공 목표로 진행중이지만, 그동안 분양이 잘되지 않아 포항시가 애물단지 취급을 하던 곳이다. 주거와 상업시설을 제외하고 블루밸리 국가산단이 분양할 수 있는 부지는 109만평 정도인데, 이미 이차전지 선도기업인 에코프로·포스코퓨처엠(62만평)을 비롯해 절강화유코발트JV, 미래세라텍 등이 분양신청을 해 남은 부지는 10만 평 정도다. 포항시는 남은 부지에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수소연료단지 클러스터’를 입주시킬 예정이다. 전국을 순회하며 용지분양 홍보활동을 벌였지만 실적이 저조해 임대방식까지 도입했던 블루밸리 국가산단이 완판(完販)된 것은, 포항시가 일찌감치 이차전지와 수소 등 미래산업 육성에 행정력을 집중시킨 결과다.지난주 포항지역 국가산단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됨에 따라 블루밸리 국가산단은 이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정부는 앞으로 특화단지 입주 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과 혜택을 집중해서 민간투자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 첨단산업 기업들의 경우 미국과 일본의 강력한 인센티브에 이끌려 해외로 빠져나가는 추세였다. 국내 어느 국가산단도 마찬가지지만 블루밸리 국가산단도 현재 전력이나 용수·폐수처리 등 핵심적인 기반시설 구축과 관련한 현안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특화단지에서 요청하면 민원을 즉시 해결해 주는 ‘타임아웃제’를 도입한다고 하니, 이러한 현안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2023-07-24

늦었지만 교권회복 위한 특단조치 마련해야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고 이후 교권회복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20대 젊은교사가 왜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아직 정확한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사건의 발단이 교권침해였다는 데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악성 학부모 민원에 대한 글들이 넘쳐나고 학생, 학부모 인권만큼 교원의 인권도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의 글도 쏟아지고 있다.진보 교육감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서 교권이 상대적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이 조례 제정이후 교육현장에선 학생들에게 가벼운 처벌조차 제대로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가 2021년 2천19건으로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해마다 느는 추세댜. 그럼에도 이에 대한 교육계의 대응은 소극적이다.최근 5년간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수사를 받은 사례만 1천건이 넘는다.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지만 그 과정에 교사가 받을 부담과 고통은 크다. 교육적 낭비 요소다.교육부가 교사의 권리와 지위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 사건 이후 교권이 무너졌다는 여론에 교육부가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교사의 지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경북도교육청도 교사 보호를 위해 교원보호 긴급지원단을 조직, 변호사 지원 등 각종 교사 지원체제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도 학교를 믿고 지지하는 학부모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교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비록 늦었지만 일선 교육청 등이 교권회복에 관심을 갖고 대안 마련에 나선 것은 다행한 일이다.교권의 회복없이는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교권회복에 교육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다.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간 다양한 갈등을 중재하는 교육당국의 역량과 지혜가 필요하다. 또 교권 회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만큼 교권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 전환도 뒤따라야 한다.

2023-07-24

로마네스크 건축조각의 특징

중세미술에서 조각의 발달 과정을 살필 때 우선 눈여겨 보아야하는 부분은 건축과 조각의 관계이다. 중세시대에는 아직 ‘순수미술’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순수미술이라는 말에는 유용한 쓰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술작품에 내재된 아름다움 자체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이런 관점에서 중세미술은 ‘순수’하지 않다. 중세미술은 종교적 목적을 위해 기능하는 것이었고 물질로 된 미술품 자체가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았다. 미술품이 가리키는 성스러운 대상, 미술품이 상징하는 종교적 가치가 아름다웠던 것이다. 중세미술 중심에는 건축이 있고 그것을 목적과 기능에 맞게 장식하는 것이 그림과 조각이었다. 그림과 조각이 건축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된 것은 르네상스 때부터이다. 특히 건축으로부터 조각의 해방은 그림보다 조금 더뎠다. 매체의 특성상 조각과 건축이 가지는 밀착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나는 입체라는 특징 때문에 다른 하나는 재료의 유사성 때문에 둘 사이의 관계는 밀접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잘 보여주는 좋은 예가 남부 프랑스의 오래된 도시 아를(Arles)에 세워진 교회 생 트로핌(St. Trophime)이다.생 트로핌 교회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된 것은 1100년과 1150년 사이이다. 정면 파사드를 장식하는 조각 역시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면 출입구 상단 부분에 마련된 반원형의 팀파늄에는 ‘심판자 그리스도’가 부조로 묘사되어 있다. 전신 후광에 둘러싸인 그리스도는 옥좌에 앉아 오른손을 들어 세상을 축복한다. 왼손에는 생명의 책이 들려 있다. 그리스도 주변으로 4복음서자의 상징이 나타난다. 팀파늄 아래의 가로로 긴 띠처럼 생긴 상인방이 출입문과 경계를 이룬다. 그곳에도 역시 인물들이 부조로 새겨져 있는데 이들은 열 두 사도들이다. 흥미롭게 상인방이 좌우 벽면으로 길게 연결되어 파사드 전체를 가로지르는 프리즈(Frieze)를 만들어 낸다.프리즈는 파사드를 아래와 위로 나누는 명료한 경계가 되지만 전체적으로 통일된 느낌을 만들어 준다. 프리즈에도 어김없이 수많은 인물상들이 부조로 나타난다. 팀파늄의 심판자 그리스도를 바라보았을 때 왼쪽 프리즈에는 구원받아 천국으로 초대된 사람들의 행렬이 반대편 오른쪽 프리즈에는 사슬에 묶여 지옥으로 끌려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그려져 있다. 프리즈의 좁은 공간에 일렬로 서있는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비슷한 생김새에 비슷한 머리모양, 입고 있는 옷과 옷의 주름도 비슷하다.프리즈 아래에는 고전적 형태의 기둥들이 설치되어 있다. 프리즈를 지탱하는 기둥들 사이로 깊이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그곳에 사도들과 성인들의 모습이 전신 조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 조각상들은 프리즈의 인물들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세부 묘사가 섬세하지만 독립된 입체조각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건축에 종속되어 있어 평면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고 부조라고 부르기에는 꽤나 입체적이다. 부조보다는 입체적이고 독립 조각상보다는 평면적인 이 조각들은 앞으로 조각이 어떤 방식으로 건축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될 것인지 예견해 준다. 물론 건축에서 완전히 해방된 독립 입상이 등장하기 까지는 적어도 200년 이상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육체를 정신의 감옥으로 보았다. 전성기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플라톤의 사상을 이어받아 이미 돌 속에 내재되어 있는 형상을 발견하고자 했다. 조각이 교회건축을 장식하기 시작한 12세기 무렵 조각에 대한 그런 정도의 논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평범해 보이는 생 트로핌 교회의 파사드 조각들은 서양미술사의 조각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들은 초기 로마네스크 조각의 특징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조각이 건축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정확히 보여준다. /미술사학자 김석모

2023-07-24

신라의 독특한, 영주 순흥 벽화고분과 어숙묘

영주 순흥은 예부터 소백산을 넘기 위한 주요 거점으로서 고구려와 신라가 패권을 다투던 지역이었다. 한때는 고구려의 영토였다가 신라의 세력이 확장하고 고구려의 영향에서 벗어나고자 힘을 쏟을 때 신라의 영토에 편입되었다. 고구려와 신라의 영향을 모두 받았던 만큼 이 지역의 고분은 수용과 융합적인 고분과 벽화가 발견된다. 무덤의 고분벽화는 당시의 생활 풍속·신앙·종교·사상 등을 짐작하게 하며, 회화 기술과 재료·표현 기법 등에 대해 알 수 있게 한다. 신라는 무덤 양식으로 인해 공예품 위주로 발굴이 되어 회화는 매우 희귀한 편에 속하는데, 특이하게도 영주에서 신라의 고분벽화가 발견되었다. 이후 현재까지 신라의 고분벽화는 순흥 벽화고분과 순흥 어숙묘 딱 두 곳만이 있다.봉황이 알을 품는다는 비봉산 서남쪽 구릉에 순흥 벽화고분을 중심으로 고분군이 형성되어 있다. 이 고분은 한반도 중부의 고구려계 벽화고분으로 법흥왕 26년(539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 약 4m, 지름은 약 14m이며, 널길과 널방으로 나눠지는 굴식돌방무덤으로 신라의 주류를 이루는 중대형 돌무지덧널무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내부에는 석회를 덧바른 벽 위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주로 먹선으로 윤곽을 잡은 후 채색한 것으로 보인다. 순흥 지역에 전파된 불교와 불교문화에 융화된 타신앙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신라에 불교가 전해진 시기는 실성마립간(402~417)이나 눌지마립간(417~458) 시기이며, 공인은 한참 후인 법흥왕 528년에 이르러서야 이뤄진다. 한 지역의 내세관이 변화하여 다른 종교의 내세관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림에도 순흥 벽화고분은 신라의 불교가 공인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성되었다. 이는 이미 오랜 시기 동안 순흥에 불교 신앙이 확산되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로국(신라)은 국경의 소국에게 기존의 지배 구조를 인정해주면서 변경 방어를 맡긴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순흥은 국경이므로 거의 자치 행정이 이뤄졌을 것으로 짐작된다.이러한 도시의 유연한 분위기 속에서 순흥은 불교 수용과 융합의 통로로서 기능했음을 알 수 있다.또한 ‘삼국유사’의 불교 전파 흔적-고구려에서 온 승려 묵호자와 아도의 노력-을 살펴보아도 경주의 영향력이 다소 적었던 순흥과 그 인근이 선진문물 수용에 용이했음을 알 수 있다.순흥 벽화 고분의 널길 벽에는 널방을 지키는 천왕형 역사(力士)가 그려져 있다. 역사는 근육질 몸과 부리부리한 눈, 붉은색 상체가 거의 드러나는 인도식 승려복을 걸치고 있으며, 입은 크게 벌리고 소리를 지르는 듯하다.전체적으로 이국적인 생김새를 지녔다. 널방의 동벽은 훼손이 심한 편으로 상서로운 새를 그린 서조도(瑞鳥圖)와 원근감 없이 둥글고 원만한 산악도(山岳圖)만이 일부 남아 있다. 서조도의 새는 ‘해 안의 새’에서 고구려의 ‘삼족오’를, 세련된 선에서 백제의 ‘봉황’과 유사한 면을 연상하게 한다. 북벽에는 산·구름·새·연꽃·연못 등의 그림을 통해 불교적 이상향을 내세의 공간으로 표현하였다.이를 지키는 이는 서벽의 뱀을 쥔 역사와 버드나무이다. 뱀과 함께 그려진 역사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흔하지만 귀가 달린 뱀은 신라만의 변형으로 보인다. 재생과 순환을 상징하는 신수로서의 뱀에 대한 신앙이 일부 불교에 수용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버드나무는 벽사와 재생을 뜻하는 신목으로 동북아시아에서는 신성시했으며, ‘귀신 쫓는 나무’로도 유명하다. 버드나무에 대한 관념도 타신앙의 불교 수용으로 볼 수 있다.남벽에서는 무덤의 축조 시기를 예측할 수 있는 묵서 명문과 삼지창에 고리를 걸어 어형기를 달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는 5세기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유사한 형태를 찾아볼 수 있다.순흥 벽화고분에서 300m 떨어진 어숙묘는 자연적 습기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고분벽화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파손되었다. 다만 널길의 돌문 안쪽에 있는 명문을 통해 진평왕 17년(595년)에 조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널길 천장에는 활짝 핀 7엽3중판 형식의 연꽃이 남겨져 있다. 3~4중판 연꽃은 5세기 평양과 가야 고분에서도 볼 수 있으나 잎맥을 그린 것은 어숙묘가 유일하다.새로운 삶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고분의 통로에 연꽃을 그려 내세의 이상향으로 향하는 불교적 의미를 더했다. 돌문 바깥면의 두 여인은 긴저고리와 치마·허리띠를 하고 있어 삼국시대의 회화 양식을 확인할 수 있다.순흥의 두 고분은 신라의 고분 중 특이한 경우로, 고구려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과 6세기 삼국의 회화 양식을 알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발굴 전 이미 도굴되어 대부분의 부장품이 사라진 점이 아쉽기만 하다.현재 벽화고분의 가치를 보존하고 관광자원으로서 정비하기 위한 계획이 수립되었다고 하니 신라의 독특한 고분과 벽화가 어떻게 거듭날지 기대된다.◇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최정화 스토리텔러

2023-07-24

장마가 아닌 ‘한국형 우기’가 온다

홍덕구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정말 지루한 장마였다.”1973년에 발표된 윤흥길의 소설 ‘장마’의 마지막 문장이다. 작중에서 한 달 가까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장마는 이야기에 음울한 분위기를 더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이념대립과 전쟁이라는 민족의 비극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장마를 경험하기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장마철이라고 하면 6월 말에서 7월 말까지의 기간을 가리킨다. 이 시기 한반도에는 남쪽에서 올라온 고온다습한 고기압과 북쪽의 차가운 고기압이 만나 기압골이 형성되어 많은 비가 오게 된다. 이를 장마 전선이라 부르며, 7월 말 장마 전선이 한반도를 지나 북상하면 비로소 장마가 끝나고 8월 무더위가 찾아오는 것이 상식이었다.장마철에는 우중충한 날씨가 길게 이어지고, 그동안 비가 약해졌다 강해졌다를 반복하게 된다. 하지만 요 몇 년 동안의 장마철 날씨는 그렇지 않았다. 뙤약볕이 내리쬐다가 갑작스럽게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비가 그치면 다시 하늘이 개어 폭염이 이어지곤 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쏟아지는 폭우는 동남아시아 같은 아열대성 기후의 특징인 ‘스콜’, 즉 열대성 소나기를 연상하게 한다. 아열대 지역에만 서식하던 새, 곤충, 물고기, 식물 등이 최근 들어 한반도 남부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차가운 물에 서식하는 냉수성 어류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의 기후 자체가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그러다 보니 몇몇 기상학자들은 ‘장마’가 아니라 ‘한국형 우기’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장마’라는 단어로는 지금의 기상현상을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7월 9일부터 전국을 강타한 집중호우는 50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졌고, 그에 대한 대비 또한 충분하지 못했다. 14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간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건은 시간당 30.5㎜라는 집중호우로 인해 인근의 하천(미호천)이 넘치며 일어났다. 미호천에 설치된 임시 제방이 집중호우로 인해 불어난 수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붕괴한 탓이다.기존의 장맛비가 아니라, 아열대성 집중호우 상황을 가정해 하천을 정비하고 제방 또한 그 기준에 맞춰 설치했다면 이와 같은 불의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유행했던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개념을 기상이변 상황에도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작년 9월, 8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지역사회에 큰 슬픔을 가져왔던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를 기억한다. 당시에도 냉천이 그토록 급격하게 범람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피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안전불감증의 문제인 동시에, 수십 년간 쌓아온 기상상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기후위기 시대로 돌입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기후위기를 ‘뉴 노멀’로 상정하고 ‘한국형 우기’에 대비해 기상정책과 인프라를 정비하자. 탄소 배출량을 줄여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 상황 자체를 해결하려는 근본적 노력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2023-07-24

해외직구 트렌드

강길수 수필가 세 번째 해외직구다. 국내 한 오픈마켓 사이트를 통해 필요한 생활용품을 해외에서 직접 샀다. 그 첫 품목은 자동차용 점프스타터였고, 두 번째는 배터리형 물 분사기였으며, 세 번째가 배터리형 예초기다. 셋 다 중국제품이다.지난겨울, 일주일 정도 세워두었던 자동차 시동이 안 걸렸었다. 개선책을 알아보다가 새 배터리 마련보다 점프스타터를 사는 게 더 경제적이란 판단을 했다. 오픈마켓 사이트를 돌아보다가 ‘해외직구 상품’을 알게 되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하는 해외직구를 한번 해보자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보다는 상품가격이 국내 구매보다 훨씬 쌌다.더욱이 국내 생산 동종상품과의 가격 차이는 생각보다 너무 컸다. 직장에서 품질관리 업무를 해 왔던 나도 ‘고장 나면 두어 번 새로 사도 더 싸겠다’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여, 비슷한 성능에 싼 상품을 고르게 되었다. 하긴 우리나라도 산업화 초기에 품질보다는 저가에 승부를 걸었지 않은가. 아무튼 품질을 중시하던 나도 너무 싼 가격 앞에서 생각을 바꾸고 말았다.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따져 보는 요인은 다양하겠지만 마케팅이나 품질관리, 생산관리 등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세 요소는 가격, 품질, 납기라 본다. 해외직구 세 상품이 다 ‘마무리 품질’은 아무래도 모자라 보였다. 우리나라 상품에 비하면 겉모양 세련미가 덜 했다. 하지만, 걱정했던 성능은 일단 셋 다 제대로 나왔다. 수명이 문제겠지만, 가성비(價性比)를 고려하면 쓸만하다는 잠정 결론을 얻었다.웹사이트의 나무위키 사전에서 우리나라 해외직구 통계를 찾아보았다. 2022년 전체 온라인 해외직구 구매액은 5조3천억원이다. 나라별로는 미국 2조, 중국 1조4천800억, 유럽 1조1천300억, 일본 4천200억이다. 상품군별로는 의류, 패션 2조1천500억, 음·식료품 1조4천200억, 가전·전자·통신기기 2천964억, 컴퓨터 주변기기 885억, 생활용품, 자동차용품 3천85억, 화장품 2천507억, 스포츠·레저용품 1천558억이다. 이 통계에 ‘우리는 해외직구 트렌드 시대에 살고 있구나!’하고 놀랐다.1990년대 중후반, 나는 작은 공장의 책임자로 일했다. 그때 처음 중국에서 클로르칼크를 사서 소분, 포장하여 판매하기로 했다. 국내는 생산 중단, 일본제품은 고가에 구하기도 어려웠다. 품질 의심이 들지만, 할 수 없이 중국제품을 처음 샀다. 제품 도착 날, 상태 확인과 소분 포장 교육을 위해 직원들이 모였다. 포장 용기부터 엉성하고, 녹슬어 찌그러지기도 했다. 황당한 일은 뚜껑을 여는 순간 벌어졌다. 내용물의 거친 정제(錠劑) 상태에다 담배꽁초 네댓 개가 함께 들어있는 게 아닌가! 이 일은 중국상품에 대한 품질 불만과 의구심을 갖게 했다.그 후 4반세기가 흐르는 동안 중국상품도 품질이 많이 좋아진 모양이다. 올 해외직구 상품 셋이 과거 클로르칼크의 품질 불만과 의구심을 조금은 엷어지게 한 기분이다. 우리 집에도 주문자 위탁생산 해외제품이 여럿이다. 다른 나라 제품은 아직 직구는 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해외직구 트렌드’에도 잘 대처해 나가면 좋겠다.

2023-07-24

지도층은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

김진국 고문 중국의 역사는 치수(治水)로 시작한다. 하(夏)나라를 세운 우(禹)왕은 치수에 성공해 선양(禪讓) 받았다. 나라를 경영하는 근본이 치수였다. 4천 년 전에 세워진 지도자의 역할이니, 지금은 당연히 많이 바뀌었다. 그렇지만 4천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치수에 실패하는 건 아이러니다.조선시대에는 가뭄·홍수·지진 같은 재해를 임금에 대한 하늘의 경고라고 생각했다. 세종도 즉위하고 몇 년간 가뭄에 시달렸다. 고기를 좋아하던 세종도 수라상을 줄이며(減膳) 근신했다. 임금이 소박하게 먹는다고 비가 내리지는 않지만 굶주리는 백성들과 고통을 나누는 것이 군주의 덕목이다.경주 최부자댁의 가훈은 이런 군자의 도덕을 담고 있다. 재산이 불어나면 소작료를 줄여서라도 만석 이상은 하지 않고, 흉년기에는 땅을 사지 않고,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했다. 며느리가 시집오면 3년 동안은 무명옷을 입혔다. 높은 벼슬을 마다한 최 부자댁이 그러한데, 지도자를 자처하면서도 이런 공감(共感) 능력이 결핍된 사람들이 있다. 사방이 물난리고,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고개를 치켜들고, 그게 왜 내 책임이냐고 소리친다. 농민이 죽건 말건, 산사태가 나고, 집이 부서지건 말건, 남의 일이다. 가뭄이 들어 논밭을 헐값에 내놓을 때 곳간을 열어 사들이면 땅은 계속 불어난다. 그러나 어려운 이들 형편을 헤아리지 않고, 그들의 약점을 이용해 불린 부(富)는 하늘이 용서하지 않는다고 선현들은 생각했다. 공감이 없는 사람은 지도자가 될 수 없고, 그런 사회 체제는 오래가지도 못한다.그래도 이번 물난리 중에 집을 잃은 이웃을 재워주고, 밥을 먹이고,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을 구하고, 내 일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복구를 도운 사람이 많다. 그런 따뜻한 이웃들이 살아갈 희망을 준다. 국회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지난주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에 대해 제명을 권고했다. 김 의원은 상임위 중에만 200번이 넘게 코인 거래를 했다고 한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절, 민생을 논의하는 상임위에서 청년들의 눈물이 묻은 ‘흉년 땅’을 사고도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김 의원과 생각이 비슷한 의원들이 많아 제명안이 본회의를 통과할지 의문이다.홍준표 대구시장은 물난리 중에 골프 친 일로 사과했다. 처음에는 “주말에 테니스를 치면 되고 골프를 치면 안 되느냐”, “공직자들의 주말은 비상근무 외에는 자유”라며 트집 잡지 말라고 반발했다. 더구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라고 사과한 뒤에도 이를 ‘과하지욕’(跨下之辱)이라고 표현했다. 한신이 큰 뜻을 위해 불량배의 사타구니 사이를 긴 것을 말한다. 국민이 불량배인가. 국민에게 사과한 것이 그렇게 치욕스러웠나.21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수백억 원의 잔고증명서를 여러 차례 위조한 혐의다. 최씨는 공범에게 속았다며 울부짖었다. 그러나 사회 지도층이라면 아무리 큰 이익이 돌아온다고 해도 그런 불법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속았다 하더라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최 씨가 그 일을 저지른 건 사위가 대통령이 되기 전이다. 그렇지만 그때도 사위가 검찰의 고위층이었지 않나.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12일 리투아니아에서 명품 가게 5곳을 들어가 논란이 됐다. 명품을 샀다, 아니다. 매장 직원의 호객 행위에 끌려 잠시 들렀다, 아니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문화·예술계에 전문성이 있는 대통령 부인이 부가가치가 높은 명품 시장을 둘러볼 수도 있다. 그러면 떳떳하게 공식 일정에 넣을 일이다.때를 가리고, 장소를 가려야 한다. 물난리가 나기 직전이지만 큰비가 예보된 때다. 더구나 김 여사는 국민의 주목을 받고, 민심에 큰 영향을 주는 대통령의 부인이다. 일거수일투족이 메시지다. 서민의 삶은 고달프기 짝이 없다. 나라 살림이 위태위태하다. 환난이 닥친 유대 왕처럼 자루 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 쓰지는 않더라도, 최 부자 댁 며느리처럼 무명옷을 입지는 않더라도 근신할 때다. 명품매장은 임기 뒤에 얼마든지 갈 수 있지 않은가.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7-23

허리 통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최근에 약 800억 건의 의료이용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이 흔히 걸리는 질병 1위는 요통이 차지했다. 선진국에서도 허리 통증은 흔한 질병이다. 독일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2가 1년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 허리 문제를 겪는다. 요통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수진자수는 연간 4천만 명이 넘는다.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면서 한 번은 요통으로 고통을 겪는다. 허리 통증은 다른 어떤 질병보다 일상생활에서 받는 불편함이 크다. 그런데 허리 통증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리고 허리 통증의 예방 및 개선에 무엇이 좋은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허리 통증에 대한 속설이 많다. 구부정한 자세나 가부좌 자세 또는 추간판 탈출증이 허리 통증의 원인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마사지는 항상 허리 통증에 도움이 된다는 사람도 있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자세가 구부정하면 허리 통증이 생긴다는 것은 오해에 가깝다. 나쁜 자세는 일반적으로 허리 통증의 원인이 아니다. 구부정한 자세, 앉은 자세, 서 있는 자세는 허리 통증의 원인과 무관하다. 문제는 한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장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거나 작업대 뒤에 서 있기 때문이다. 운동 부족은 척추 관절에 많은 부담을 준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통증은 보호 반응으로 발생한다. 그러므로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자세를 가능한 자주 바꾸는 것이 허리 통증에 도움이 된다.가부좌 자세나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이 허리에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체중이 75kg인 남성의 경우 척추의 천골 부위에 있는 추간판은 약 100kg의 무게를 지탱한다. 등을 곧게 펴고 앉으면 130kg, 등을 굽고 앉으면 180kg까지 하중이 걸린다. 따라서 앉아 있을 때 수시로 일어나고 앉은 자세를 자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앉을 때 약간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가 뒤로 기대고 규칙적으로 휴식도 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직된 등 근육을 이완시키는 데는 매달리기와 같은 신전운동이 좋다.허리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 탈출증이 항상 심한 허리 통증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다. 독일에서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에서 추간판 탈출증은 환자 100명 중 4명만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됐다고 한다. 따라서 추간판 탈출증이 허리 통증의 원인이라는 생각도 오해에 가깝다. 다만 추간판 탈출증으로 인한 염증성 통증 질환은 허리뿐만 아니라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등에도 통증 및 저림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할 경우 감각이상과 운동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예로부터 허리 통증이 있으면 마사지로 통증을 완화하려고 해왔다. 그러나 그것도 옛말이다. 적어도 인지할 수 있는 원인이 없는 급성 요통의 경우에는 아직 과학적 연구를 통해 마사지의 이점이 입증되지 않았다. 그래서 선진국의 경우 의료지침은 운동을 처방한다. 수동적인 행동보다는 등 근육의 움직임과 능동적 운동이 치료의 초점이 되도록 권장한다. 다만 만성적이고 오래 지속되는 요통의 경우 마사지는 적어도 수동적인 근육의 움직임으로 통증을 치료하는 보조 요법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물건이나 짐을 자주 들면 허리 건강을 해친다는 것도 오해다. 등은 척추를 지탱하고 완화시키는 근육을 단련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움직임으로 강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등 문제는 등이 제대로 훈련되지 않고 등 근육이 너무 약할 때 발생한다. 극도로 힘든 스포츠가 아니면 규칙적인 운동과 물건이나 짐과 같은 자극은 허리 건강에 좋다. 이미 허리 통증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운동은 유익하다. 자전거 타기, 수영, 규칙적으로 걷거나 빠르게 걷는 것도 도움이 된다.허리 건강을 위해 중요한 것이 근육이다. 척추기립근은 경추에서 골반까지 길게 뻗어있는 허리를 바로 세우는 역할을 한다. 허리와 골반을 이어주는 장요근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엉덩이 근육, 허리에서 등에 걸쳐 있는 광배근, 목 주위의 승모근도 척추의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허리를 뒤로 젖히게 해주는 신전근의 약화는 요통의 발병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심할 경우 디스크 수핵 탈출로 이어지기도 하므로 척추 주변 근육 강화를 위한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허리에 통증이 생기면 막연히 척추 디스크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허리 통증의 대부분은 척추 근육의 약화로 인해 발생한다. 생활 습관을 고치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허리 통증이 개선되고 재발 빈도도 줄어든다.평소 바닥에 앉는 습관을 삼가고, 같은 자세로 1시간 이상 있지 말고, 숨이 살짝 찰 정도의 강도로 일주일에 세 번 이상 1시간 정도 걷기나 수영, 실내자전거 타기도 허리 건강에 좋다. 특히 척추 주변 근육을 이완하고 강화해주는 운동이 효과적이다.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의 스트레칭과 복부와 등배 근육의 강화 및 골반의 안정화 운동은 정확한 원인 규명이 어려운 비특이적 요통의 재발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2023-07-23

극한 대결 정치는 종식되어야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물난리로 전국이 비상상황이다.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고 여야가 앞다투어 구조현장에 나섰다. 여야 정치인들이 손잡고 함께 구조 현장에 갈 수는 없을까. 폭우가 그치면 이 나라 정치인들의 극한적인 대결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치인들이 국리민복을 위한 정치를 버린 지 오래고 자신의 영달과 진영 정치에 매몰되었기 때문이다.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야는 사사건건 정쟁으로 치닫고 시원하게 합의했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다. 한여름 대낮 매미 소리처럼 여야의 마찰음은 덕 과열되고 있다. 여야 대변인들의 논평뿐 아니라 당 지도부의 발언까지 가시 돋친 독설로 차 있다. 정치인의 도덕성이나 품격은 찾아볼 수 없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부끄럽다. 여야의 정쟁으로 얼룩진 극한 대결의 정치는 인사, 노동, 뿐 아니라 외교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하고 그 손해는 국민들이 온통 뒤집어쓴다. 이 극한 대결 정치의 악순환은 정치인들이 먼저 끊어야 한다. 그것이 결자해지의 원칙이다.국민들이 우려하는 이 대결정치, 극단의 정치 연원은 그 뿌리가 상당히 깊다. 이 땅의 대결정치, 극한 정치의 연원은 조선조 당파 싸움에서 찾는 사람이 많다. 사색당쟁은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으로 갈라놓았다. 조선조의 당쟁은 유학 특유의 명분론과 의리 론으로 무장하여 사림들의 대결로 연결시켜 권력의 쟁탈과정에서 엄청난 사화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결국 조선 왕조의 비극이 국력의 쇠진으로 나타나 일제의 식민 통치로 연결되었다. 그 후에도 독립운동 과정에서 친일 세력과 항일 세력의 사상적 갈등은 견원지간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해방 후의 정부 수립 과정의 대결은 분단 상황으로 이어지고 진영대결은 더욱 확산되었다. 정부 수립 후 반공 보수 세력과 반독재 민주화 세력의 갈등은 오늘날 대결정치의 토대로 작용하였다. 87 민중 항쟁 이후 두 차례의 정당간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대결 정치는 아직 청산치 못하고 있다. 분열과 갈등의 민주적 조정이 정치의 생명인데도 말이다.한국적인 극한 대결 정치의 모순된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야 공히 상대를 공생의 대상이나 파트너가 아닌 타도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양 진영 정치는 중상모략, 흑색선전이나 가짜 뉴스를 통해 상대를 악마 화하는 거부의 정치로 치닫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내로남불 정치, 마타도어 정치를 통해 상대를 흠집 내고 쓰러뜨리기 위한 네거티브 정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런 대립 정치 구도에서는 이성보다는 감정이나 정서가 앞설 수밖에 없다. 지난 정권에 이어 윤석열 정부는 출범이후 양극화 정치, 극한 대결 정치는 더욱 확대일로에 있다. 집권 1년이 넘은 윤석열 정부는 아직도 국정의 실패를 지난 정권의 책임으로 돌린다. 야당 역시 그 책임을 현 정권의 무지와 무능이라고 받아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강성 지지층의 팬덤 정치가 싸움을 더욱 부추긴다. 여야가 겉으로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지만 실제는 사이비 이념 대결만 지속될 뿐이다. 이곳에 공생이나 협치의 토대는 마련될 수 없다.이 극한 대결정치가 초래하는 비극은 매우 심각하다. 이 나라의 언론, 학자, 시민사회까지 양분하여 대결의 싸움판이 확대되고 있다. 어느 편에도 들지 않는 중도적적 입장을 견지하기 어렵다. 중도층은 여론상 상당하지만 선거 때가 되면 양극진영의 등살에 한 진영에 편입된다. 중도층의 양비론은 먹혀들지 않고 때때로 기회주의자로 몰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선 정치인들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진영 보스에게 충성한다.역설적으로 한국적인 대결 정치구도가 ‘적대적 공조’를 통해 정치인들의 생명을 보전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대결 정치, 진영 정치, 팬덤 정치는 민주 정치의 공적임을 인식한다. 이러한 비생산적인 비효율적인 정치는 패륜의 정치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나라 정치의 대결 정치의 폐해를 공유하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며 후진성이다.우리의 경제도 안보도 미래 전망이 어둡다. 국력의 상징인 국민 총생산(GDP)도 세계 10위에서 13위로 떨어져 버렸다. 북한의 핵 위협은 점입가경이며 한반도의 안보는 더욱 불안할 뿐이다.여야는 국가적 재난과 위기 앞에서도 극한 대결의 정치를 계속되고 있다. 우선 여야는 극단 정치의 악순환이 공멸을 자초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급기야 전직 국회의장 등 정파를 초월한 원로 11인이 ‘정치 복원’을 간절히 호소하고 나섰다. 내년 총선의 승리만을 위해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 식 정치를 막자는 취지이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부터 국정의 효율성과 안정을 위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야당 역시 정치 혁신을 통해 대타협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아직도 대통령과 여당은 야당에게 줄 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대로 가다간 곧 나라가 말할 것 같은데 나라가 절단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정치인들의 결자해지의 결단을 촉구한다.

2023-07-23

100만 관광객 시대를 준비한다

남한권 울릉군수 울릉군의 가장 당면한 과제는 오는 8월 8일부터 11일까지 ‘섬이 그리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리는 제4회 섬의 날 행사다.섬의 가치와 가능성에 대한 국민의식 고취 및 섬 주민들 간 화합의 장을 마련하고 울릉도 독도 관광 활성화를 위해 열리는 이 행사는 행정안전부, 경북도, 울릉군 주관으로 개최된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관광객 및 외빈들이 대거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며 100만 관광객 시대를 맞이하는 전초전이 될 것이다.섬의 날 행사는 한 번도 육지와 닿지 않은 울릉도만의 특수성의 가치와 섬이라면 가지는 보편성을 다양한 컨텐츠와 전문가들의 프로그램으로 보여주려고 한다.태고부터 형성된 울릉도의 천혜의 자연을 만나 볼 수 있는 생태존과 지혜롭게 척박한 환경을 개척한 선조의 발자취도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이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섬의 자연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지속가능한 섬의 미래를 만들 것인지 재고할 수 있는 주제전시관을 준비 중이다.부대행사로 직접 울릉도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떼배 제작 및 체험과 너새너와 놀이 재현, 슬로푸드 시식 및 체험 등과 같이 보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감만족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또한,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해 대대적인 홍보와 축제안전관리계획 실무위원회를 열어 안전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 주요 행사장 및 관광지의 환경정비와 음식 숙박업 종사자의 위생 친절 서비스 교육 등 민관군이 하나가 돼 성공적인 행사가 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울릉군민의 염원을 담은 초 쾌속대형여객선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가 지난 8일부터 상업 운항하면서 포항~울릉도 간 2시간대 여객선이 본격적인 운항에 들어갔다. 총 t수 3천158t급의 초쾌속 대형여객선으로 울릉군민의 일일생활권 구축과 더불어 연안여객해운 발전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지난 11일 독도 교육 강화 및 울릉도·독도 탐방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교육청과 울릉교육지원청 관계자 30여 명인 모인 자리에서 수학여행 추진을 위한 실무방안 마련을 위해 간담회를 개최했다.한반도의 동쪽 끝 섬 독도를 품은 울릉도는 전국 최초의 국가지질공원으로 충분한 자연유산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도를 직접 가보고 가치를 몸소 느끼며 독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애국심을 고취할 수 있어 전국 초·중·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최적지로 부상되고 있다.2022년 7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나 학생들이 독도 수호 의지 함양도 할 수 있는 동해 최고의 자연생태섬 해양관광지인 울릉도·독도 탐방을 추진을 요청했다.이에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과 교육과장 및 지원처별 초·중·고 대표 교장단 31명이 직접 울릉도를 방문, 사전답사를 진행했다.울릉군은 수학여행단 유치를 위한 울릉도·독도 역사체험 홍보영상을 제작하고 울릉도의 다양한 문화재와 역사적 가치가 높은 장소로 2박3일 수학여행 일정 표준안을 전국 교육청에 배포하여 손쉽게 울릉도에 올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대형여객선 취항으로 접근성이 확보됨으로써 전국 학생들의 독도 수학여행의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울릉공항 건설사업은 2020년 11월에 착공하여 2025년 개항을 목표로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이 공사에 앞서 대체도로인 공항터널을 개통했고 이후 공항부지 조성을 위해 가두봉을 잘라 바다에 메우고 있다. 현재 가두봉 상부 진입로 조성 중이고 시험발파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본 발파 진행 중이다.또한, 활주로를 구성하는 케이슨은 전체 30함중 올해 총 12함을 거치 완료했다. 올해 10월까지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최대 18함이 거치될 예정이다.재작년부터 이어진 관급자재 철근수급 불안정 등으로 공사가 다소 지연됐지만, 지금부터는 당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 울릉공항 공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예정대로 울릉공항이 건설된다면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걸리는 이동시간이 1시간 정도로 줄어들고, 연간 440억 원 정도의 교통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또한, 접근성 개선으로 관광객 100만 시대의 현실화와 그로 인한 부차적인 경제적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23-07-23

페이지터너

오랜만에 친구와 앉았다. 귀국 음악회에서 도와달라고 했다. 무대를 떠난 지 오래라서 감각이 무뎌진 상태인 내게 친구는 가볍게 대답했다.“페이지터너야.”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이 페이지터너(Pageturner)이다. 몸은 무대 위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로 설정된 투명인간이다. 하지만 연주와 관객을 잘 이어주는 레가토(legato)로 연주자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다. 친구의 요청으로 연습에 들어갔다. 상대의 결에 맞춰 호흡을 늘이고 줄여갔다. 구름 같은 청중 앞에서 연주했던 나인데, 까짓것 악보를 넘기는 일쯤이야, 그런데 막상 공연에 닥치자 마음과는 달리 심장이 두근거렸다. 작은 실수도 없도록 악보 밑을 예쁘게 접어 손가락에 잘 잡히게 했다. 친구가 박수를 받으며 무대로 나갔다. 조명이 친구만 비추는 사이 나는 단상에 악보를 올렸다. 친구의 손가락이 날래게 한 음절 찍었다. 리스트의 ‘파가니니 에튀드 6번’이었다. 손가락이 탄력 있게 움직이자 음표들이 허공에 튀어올랐다. 묵직하면서도 경쾌한 음이 세게 또는 여리게 흘러나왔다. 음표들이 춤을 춰도 나는 로봇처럼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얌전히 일어났다 앉았다만 되풀이하며 악보만 넘겼다. 한 장 두 장 세 장…, 친구는 음표와 쉼표를 몸짓으로 표현했다. 손가락이 춤을 추는 사이둘은 관객에게는 보이지 않는 언어로 서로의 몸짓을 조율했다.다음은 쇼팽의 ‘녹턴’이었다. 흐름이 느리므로 몸짓이 커 보이고 음정이 고요하므로 숨소리도 들린다. 연주자의 눈길이나 동선에 내가 있으면 안 된다. 이 무대의 주인공은 오롯이 연주자 한 명이다. 연주자가 끝까지 악보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수가 터질 때마다 나는 더 보이지 않도록 몸을 움츠렸다.나도 주인공인 적이 있었다. 동문들과 음악회를 열었을 때였다. 나는 친구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눈과 귀, 몸짓까지 놓치지 않고 오직 나를 위해 움직였다. 재빨랐지만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있기에 나의 연주는 다뉴브강을 미끄러지는 돛단배처럼 순항했다. 내가 주인공이 되게 해주려고 무대 뒤의 사람이기를 자처한 친구가 고마워 눈물이 났다. 다시 친구의 몸짓이 빨라졌다. 흐름이 서서히 느려지면서 친구가 힘을 모아 마지막 음을 찍었다. 정적이 몇 초 흐른 뒤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졌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친구가 연거푸 허리를 숙여 답례했다. 꽃송이와 꽃다발이 한 아름 날아들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다시 갈채가 쏟아졌다. 감동이 밀려왔지만 나는 무엇도 할 수 없었다.지금 이 자리에서는 박수 한 조각도 나의 것이 아니다. 꽃송이 하나까지 모두 친구의 것이다. 지금은 친구가 빛나는 시간이다. 친구에게 눈길이 쏠린 사이에 나는 소리 없이 무대를 벗어났다. 내가 무대 뒤에서 안도의 숨을 쉬는 사이 무대 위에는 여운이 한참 더 이어졌다. 화려한 무대 뒤에는 숨은 사람이 존재한다. 혼자만 빛나며 세상을 지배하던 태양도 서쪽으로 이울면 달에게 자리를 비켜준다. 밤하늘은 짙고 망망한 어둠을 무대로 깔고 그 위에 별자리가 뛰어놀 마당을 펼친다. 카시오페아, 쌍둥이자리, 큰곰자리…. 별들이 초롱초롱 뛰어놀기에 밤하늘은 아름답다. 김경아 작가 바람은 계절의 악보를 한 장 한 장 넘긴다. 해오름달, 시샘달, 물오름달…, 열매달, 초목은 바람의 리듬에 맞춰 자신만의 삶을 연주한다. 흔들리면서도 대궁 끝에 꽃을 밀어 올리고 따가운 뙤약볕을 쬐어 열매를 익힌다. 들판에서 곡식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뒤에 바람이라는 페이지터너가 있다고 믿어도 좋다. 우리는 누군가의 어둠이고 바람이다. 네가 빛날 때 나는 어둠이 되고 내가 춤을 출 때 너는 음악이 된다. 네가 바람일 때 나는 잎새가 된다. 너를 빛내려고 내가 숨어서 도울 때 우리의 협주는 아름다운 진행형 소나타이다.◇ 김경아 작가 프로필 ·수필 오디세이 신인상 ·포항소재 문학상 최우수상(2020) ·포항 스틸에세이 금상(2022) ·청송객주 문학대전 장려상(2022) ·울산 산업문화 축제 최우수상(2014) 외 다수 수상

2023-07-23

오은영과 서천석

유영희 작가 초등교사가 6학년 학생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에 뒤이어 학부모 갑질 때문으로 짐작되는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접하고 나니, 착잡하기 그지없다. 어느 기사를 보니,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초등교사 사망자는 74명으로, 그 이전 4년 동안 46∼55명 사망에 비해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교원 죽음에서 극단 선택 비율도 전체 사망자의 11%라고 한다. 교원단체는 초등교사 사망 급증이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과 극단선택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는데, 그것이 얼마나 실증적인 근거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흘려 들을 일은 아니다. 교사의 정신적 안녕은 교육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난데없이 금쪽이 상담으로 유명한 오은영이 소환되었다. 네티즌들은 상처받은 아이의 마음을 돌봐야 한다는 오은영의 해법이 교사가 훈육을 제대로 못하게 했고 학부모 갑질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이 힘을 보탰다. 서천석은 오은영의 방송이 몇 번의 상담으로 아이의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고 비판한다. 그는 정신적 문제를 가진 아이는 상담이 아니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하면서, 아이들의 치료를 뒷받침할 법과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러나 방송을 가만히 보면, 오은영은 방송에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영상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금쪽이와 부모의 일상까지 관찰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정도 밀착해서 관찰한다면 짧은 기간이라도 문제 원인과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출연자의 문제는 해결된다 해도, 시청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 오은영이 감정 가라앉히는 방법으로 제안한 ‘생각하는 의자’는 많은 부모가 방치의 수단이나 체벌의 형태로 잘못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책이나 방송만 보고 적용할 때는 오남용 여지가 많다.얼마 전, 집이 너무 어수선해서 정리 팁을 얻으려고 유튜브 영상을 수십 개를 봤지만 문제와 해결책을 발견하기 어려웠는데, 컨설팅 업체를 불러 30분 상담하니 다 해결된 경험이 있다. 집 정리 같은 단순하고 물리적인 문제조차 이런데, 인간의 마음처럼 복잡한 문제를 영상을 보고 도움 받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교사에게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힌 초등학생은 작년 5월부터 정서행동장애로 하루 1시간 특수반 수업을 듣고 주 2회 상담수업을 받고 있었고 평소에도 상담 수업에 가기 싫다면서 교사를 여러 번 때렸다고 한다. 현재 이 문제를 교권 침해로 접근하여 엄벌을 청원하고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치료의 적절성을 더 문제 삼아야 할 것 같다.서천석의 말처럼 정신적 문제를 가진 아이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오은영 방송이 상담에 환상을 심어준다는 서천석의 비판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아이들의 정신적 문제는 적극적 치료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은 부모와 정책 입안자들이 경청해야 한다. 그래야 무너진 교권도 회복될 수 있다.

2023-07-23

눈으로 보는 관리의 지혜, 가시화VM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우리나라 속담에 ‘사람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눈이라고 하는 감각기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사람은 오감(시각, 촉각, 미각, 후각, 청각)을 통해 상황을 판단하고 그 상황에 맞는 행동을 취하고 있는데, 시각을 통해 판단하는 것이 전체 오감을 통한 판단 중 약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며, 우리의 일상에서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전체 의사결정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 그만큼 문제를 확인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적절한 상황 대응을 할 수도 없을 것이다.VM(Visual management)은 ‘눈으로 보는 관리’라는 단어로 ‘현장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이 작업 현황이나 업무의 진행 상황이 정상인지, 이상이 있는지를 신속히 판단하여 대책을 세우는 것’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현장은 자율신경이 살아있는 가시화(可視化) 현장이 구축 되어야 한다. 또한 보이지 않거나 볼 수 없는 것을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어떻게 눈으로 보는 관리가 가능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여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가시화의 기본은 상대방의 의사에 상관없이 다양한 사실과 문제가 ‘눈에 들어 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즉 작업자가 ‘본다’ 가 아니라 작업자에게 ‘보인다’라는 것으로 문제가 눈에 보이면 행동을 일으킨다는 인간의 동물적 본능에 호소하는 것이다. 인간은 본래 자율적으로 사물을 판단하고 적정한 행동을 취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보이면 스스로 해결하려는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싹트게 하는 것이다.필자는 철강업에 맞는 VM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동료들과 함께 현장 맞춤형 VM Guidance 연구회를 발족하여 추진하였다. 이 완성된 자료는 모든 관련 회사가 현재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성에 따라 색별 관리, 표시 관리, 형적 관리, 이상 관리의 4대 항목으로 구분하였고, 목적에 따라 작업 관리, 공정 관리, 안전 관리, 품질 관리, 설비 관리, 현품 관리, 환경 관리, 원가 관리의 8대 목적으로 세분화 하여 접목하였으며, 직원들이 자재를 신청하는 것부터 현장에 적용하는 것까지 쉽게 가이드 하여 좋은 호응을 얻었다. 그 결과 현장 곳곳에 VM모범구역의 명소가 선정되어 벤치마킹 장소가 되었다.세계는 급속히 변화해 가고 있다. 이는 기업 활동에서 자칫 우리에게 기본의 소중함을 잊게 하거나 끊임없이 개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환경이 변화할수록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나 문제를 예방하거나 사고 처리를 적절히 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 모두가 기본적인 현장 관리와 개선 활동을 성실히 수행해 나가야 한다.VM은 현장의 문제를 발굴하는 마중물과 같다. 전 종업원이 기본을 충실히 지키면서 이상(理想)을 가지고 주위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스스로 발견하여 해결하는 노력을 지속할 때 체질이 강한 기업, 강한 현장이 이룩될 것이다. 이는 그 기업의 문화가 되고 안전 확보는 물론 기업 경쟁력이 향상되어 성공하는 기업이 될 것으로 믿는다.

2023-07-23

넘치는 자식 사랑, 그만 멈추라!

김규종 경북대 교수 20대 초반 여교사가 학교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죽음을 둘러싸고 숱한 소문과 의혹과 추측이 난무한다. 죽음을 둘러싼 진영 사이의 대결과 충돌도 점입가경이다. 하지만 그들 목소리의 교집합이 있으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이런 주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멀리는 4·16 세월호 대참사와 가까이는 10·29 이태원 참사가 있다. 그런데 결론은 무엇인가?! 유야무야(有耶無耶), 꼬리 자르기,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은 온데간데없다. 이런 일이 어디 한두 번 겪는 일인가?! 반짝하며 타오르는 분노의 불길이나, 절망과 좌절과 탄식의 파고(波高)를 인내하면, 은근슬쩍 지나가게 돼 있음을 원인 제공자들은 잘 알고 있다.1862년 출간된 ‘레미제라블‘에서 빅토르 위고는 프랑스 시민들의 짧은 기억력을 한탄한다. 불과 180일, 여섯 달만 지나면 모든 것을 망각하는 프랑스인들의 어리석음을 오래도록 한탄한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20년대 대한민국 시민들의 기억력은 여전히 40일의 벽을 넘지 못한다. 불과 38일 지나면 그런 일이 있었나, 하며 조용히 손사래 치며, 그만하라고 목소리 높인다.기억은 힘이 있다. 특히 그것이 경술국치(庚戌國恥) 같은 국가 중대사이거나 제주 4·3이나 여순사건 같은 비극적인 참변이거나, 광주항쟁 같은 위대한 투쟁이거나, 87년 평화 대행진 같은 민주항쟁일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사람은 상실과 패배와 고난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일컬어 ‘고난 없이 영광 없다(No cross, no crown)’는 영어 속담도 있지 않은가?!그렇지만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우리 한국인은 비관과 부정에 휩싸인 과거를 서둘러 잊어버리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환향녀(還鄕女)와 호로자식(胡虜子息)이라는 비감하고 쓰라리며 절망적인 단어를 만들어낸 병자호란을 영화관에서 돌이켜보는 자세가 그것을 웅변한다. 어찌 됐든 작은 승리에 도취하고 행복해하는 작은 인간들이 너무도 많다.2011년 개봉된 김한민 감독의 ‘최종 병기 활’에 747만 관객이 들었다. 그들은 조선 신궁(神宮) 남이의 활에서 크나큰 위로와 활로를 찾는다. 작고 여린 남이와 그의 애깃살이 크고 무시무시한 쥬신타의 강궁 육량시(六兩矢)의 대결을 보면서 손에 땀을 쥐고 환호한다. 대국적인 견지의 처참을 극한 패배와 치욕은 사라지고, 남이의 작은 승리에 도취한 군중만 남는다.2017년 개봉된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은 385만의 관객을 모았다.‘최종 병기 활’의 절반 수준이다. 이조판서 최명길과 예조판서 김상헌의 치열한 논리 대결을 바탕으로 조선의 완벽한 패배를 조명하고 인조의 구차한 삼전도 굴욕을 재연한다. 시종일관 무겁고 출구 없는 조선의 암군(暗君) 인조와 그를 보필하는 신하들의 허망한 충성 대결. 그 고갱이를 들여다봐야 한다.낱낱이 파헤치고, 진실을 찾아야 한다. 진실이 밝혀지면 책임자를 법정에 세워야 한다. 죽은 자를 되살릴 수는 없지만, 그의 죽음은 기억해야 한다. 추락한 교권을 일으켜 세우고,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자식 사랑을 억압해야 한다. 당신 자식만큼 교사의 생명과 인권도 소중하니까!

2023-07-23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우정구 논설위원 조금 오래된 조사지만, 영국의 시장조사 기업인 입소스(Ipsos)가 세계 23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신뢰받는 직업을 조사해 봤더니 정치인이 9%로 대상 집단 중 가장 낮았다. 가장 신뢰받는 집단인 과학자(60%)의 반의반도 안됐다.민주주의 정치의 선진국이라는 영국과 미국조차도 정치인 신뢰가 꼴찌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공통으로 정치인을 가장 못믿을 집단으로 규정한 것이 눈길 가는 대목이다.지난 4월 ‘특권없는 공정 세상’을 슬로건으로 출범한 시민단체인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는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이 200개에 달한다고 했다. 1억5천만원에 달하는 세비와 장관급 대우의 사무실, 입맛대로 뽑을 수 있는 보좌진,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국회의원에게 특권이 부여된다는 것은 국민을 대신해 나라 발전에 기여하라는 뜻이다. 이런 뜻에도 불구하고 국민 불신이 높다는 것은 특권을 줄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시민단체의 특권폐지운동의 배경도 여기에 있다.거액의 코인을 보유하고 국회 회기 중 200차례 이상 코인 거래한 무소속의 김남국 의원에 대해 국회윤리특위가 제명을 권고했다. 제명은 의원직 박탈이라는 최고 수준의 징계다. 이제 결정은 국회 몫이다.당사자인 김 의원이 반발하는 가운데 과반수 이상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이번 권고를 받아줄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국정을 논하는 자리에서 코인을 사고 판 행위만으로 이미 의원 자격은 상실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아닌가. 국회는 순리에 따른 결정을 내려야 추락한 정치인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7-23

눈물로 보낸 해병대 아들, 더는 불행한 일 없게

22일 포항 해병대 1사단 김대식관에서 있은 고(故) 채수근 상병의 영결식장은 참석한 이들의 눈물로 바다를 이뤘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비통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제 스물살의 젊은 나이로 군생활 도중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은 모든 참석자의 마음을 애끓게 했다. 특히 채 상병은 군부대가 사전에 안전조치에 조금만 더 신경썼더라면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비판도 많이 나와 장례식을 지켜본 이들을 더 안타깝게 했다.채 상병은 지난 19일 예천 수해현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실종자 수색을 벌이다가 갑자기 강바닥이 무너져 급류에 휘말려 숨졌다. 당시 군이 수색작업을 하던 내성천은 수륙장갑차조차 버티기 어려울만큼 물살이 거셌다고 한다. 그런데도 군은 물속에서 수색작업을 하는 군 병사에게 구명조끼를 지급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수중 수색작업의 기본인 구명조끼가 지급되지 않은 군의 안전불감증을 우리는 개탄할 수밖에 없다.우리 군은 산불이나 수해 등 민간의 재난현장에 자주 동원된다. 군의 이런 노력으로 민간의 재산이나 생명을 구조하는데 혁혁한 공로도 많이 세웠다. 그러나 군 장병이 위험현장에 투입되는 만큼 안전에 대한 매뉴얼이나 규정 준수는 기본상식이다. 내성천 사고처럼 수중수색을 하면서 장화만 지급하고 물속에 내보는 것은 군 장병을 마치 소모품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군부대 정신 상태를 의심케 한다.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러 온 젊은이의 안전은 군이 굳건히 지켜주어야 또 다른 젊은이가 애국심으로 군을 찾을 것 아닌가.고 채 상병과 같은 죽음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이번 사고의 원인과 대책을 잘 살펴 책임을 묻고 다시 정비해야 한다. 또 군의 민간 재난현장 투입이 마치 실적경쟁을 벌이듯 마구잡이 투입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안전을 가장 중시해야 하는 군에서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군 스스로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두 번 다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군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2023-07-23

TK, 반도체·이차전지·미래차 도시가 된다

정부가 반도체·이차전지 등 글로벌 전략산업의 국내 거점 역할을 할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난주(20일) 발표했다. 포항은 이차전지, 구미는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돼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대구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분야 특화단지로 추가지정됐다. 정부는 이날 소부장 특화단지로 대구의 미래차 등 3개 분야 5곳을 지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위해 각 지자체로부터 신청을 받았다. 모두 21곳이 지원해 최종 7곳이 선정됐다. 이차전지 가치사슬 중 가장 중요한 소재인 ‘양극재’ 특화단지로 선정된 포항시는 앞으로 ‘에너지 혁신도시’로 부상하게 됐다. 포항은 에코프로와 포스코퓨처엠 등 이차전지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양극재 점유율 세계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포항은 이번에 ‘수소연료전지 발전 클러스터 구축사업’ 예비 타당성 조사도 최종 통과해 겹경사를 맞았다.구미시는 비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분야 특화단지로 선정됐다.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된 수도권(경기 용인·평택)과 경쟁하지 않고, 반도체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와 반도체기판 시장 국제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게 주효했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열풍에 편승한 대구는 앞으로 전기차 모터 공급망을 구축한다. 현재 50%인 전기차 모터 자립률을 90%까지 높이고, 핵심 부품들을 국산화할 계획이다.특화단지로 지정된 포항과 구미, 대구는 앞으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기업을 유치하고 민간투자를 받는다. 정부는 특화단지 운영에 필요한 핵심적 기반시설 구축(용수·폐수 처리, 전력 시설, 진입 도로 등) 비용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타임아웃제’(60일 내 인허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허가가 나온 것으로 간주)도 도입한다.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확대하고, 주 52시간 규제도 탄력적으로 적용한다. 대구·경북지역에 앞으로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국내·외 유수기업이 입주해, 국가전략산업의 초격차 혁신 생태계가 구축되길 기대한다.

2023-07-23

장마 다음 폭염

우정구 논설위원 지금 미국과 유럽 등 지구촌 북반구에는 살인적 더위로 몸살 중이다. 기록적으로 치솟는 기온을 이기지 못한 온열질환자가 몰려들면서 병원 응급실은 비상이다.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 들어 폭염을 가장 위험한 자연재해 중 하나로 손꼽고 있다.우리나라도 2018년 최악의 폭염을 계기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해 폭염을 자연재해에 포함시켰다.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폭염으로 인한 죽음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 저소득층, 만성질환자에게는 폭염이 매우 위협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돈없고 힘없고 건강이 없는 사람에게 폭염은 잔혹한 재난일 수 밖에 없다.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나라 폭염사망자는 493명이다. 같은 기간 태풍이나 호우에 의한 사망자의 3.6배에 이르렀다.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선 최고 기온이 19일 연속 43도를 기록했다. 유럽의 이탈리아 로마도 41.8도를 찍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스페인의 주요 도시에서도 40도가 넘는 기온이 신기록 행진을 하고 있다고 한다.태풍은 피해자가 눈에 목격되지만 폭염은 실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 침묵의 살인자라 부른다. 지난해 유럽 35개국의 온열질환 사망자가 6만1천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WHO는 살인적 폭염을 이제는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여 할 때라고 설명한다.우리나라라고 살인적 폭염이 예외일 수는 없다. 지난주 쏟아진 집중호우로 홍수와 산사태 등이 일어나면서 적잖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장마 뒤 찾아올 폭염에 대비한 준비도 서둘러야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3-07-20

국민정서법이 뭐길래

홍석봉 대구지사장 #1. 홍준표 대구시장이 ‘수해 골프’ 논란을 사과했다.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고개 숙였다. 고심 끝의 사과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주말 테니스는 되고 골프는 안 된다는 규정이 어디 있냐”며 항변하던 그였다. 재난 대응 매뉴얼까지 내세우며 잘못이 없다며 당당하게 소신을 밝혔었다.그러나 여론은 홍 시장의 뜻과는 반대로 전개됐다. 당 지도부까지 나서 비판하고 징계마저 논의됐다. 결국 홍 시장은 한 발 물러서며 수습에 나섰다. 사태 발발 당시 홍 시장이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한마디만 했으면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대응이 꼬이면서 일이 커졌고 ‘국민정서법’이 더해져 화를 키웠다. 홍 시장은 그동안 누구보다 정국을 잘 읽고 대처해왔다. 적절한 국면에 정치 훈수를 아끼지 않았다. 국민감정과 정서 또한 잘 알 터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해 골프’논란과 수습과정은 아쉬움이 남는다.#2. 국내 입국이 거부된 가수 유승준(47)도 국민정서에 반한 괘씸죄에 걸려 애를 먹었다. 그는 20년 동안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는 고문(?)을 당해야 했다. 유 씨에게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유 씨는 2002년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가 그해부터 입국이 막혔다.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 재판부가 체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무부 등의 협의가 필요하다. 유 씨는 병역 회피가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그의 연예 활동과 인생의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을 터이다.교육과 병역 의무는 우리 국민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다. 자칫 잘못 건드리면 국민이 용납않는다. 국민정서법이 가장 민감하게 작동하는 분야다.국민정서법이란 한 나라의 국민이 특정 사건에 대해 집단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감정이나 정서를 말한다. 통상 ‘국민정서’가 법치에 영향을 주는 쪽으로 작용할 때 사용된다. 부정적인 의미를 부각, ‘떼법’이라고도 한다.‘국민정서’가 실정법과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보다 중히 여겨지는 상황을 비꼬는 말이다. 논리적인 법 잣대로만 재단할 수 없는 것이 국민정서법이다. 한국에만 작동하는 독특한 불문율이다. 실체가 없는 모호한 주장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하지만 국민정서법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작용한다. 우리 국민의 반일정서는 법적으로 해결된 사항을 뒤집기도 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등의 속담처럼 혼자 앞서거나 튀는 행동 등에 대한 반발 심리가 내재돼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남의 눈치를 많이 보게 하는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국민정서법은 ‘법 위의 법’이 됐다. 집단이기주의와 결부돼 각종 국책사업과 정부정책을 뒤흔들기도 한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기도 한다. 평준화 교육에서 보듯 하향평준화의 부작용도 초래한다.공직자와 연예인 등 유명인사는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처신과 사생활을 요구받는다. 특히 선출직 공직자의 경우는 더하다. 청렴과 성실성 기준이 더 높게 적용된다. 국민정서법에 저촉되면 남아날 장사가 없다.

2023-07-20

현안 많은 대구시장과 여당간 갈등 안타깝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전국적으로 폭우가 쏟아진 지난 주말 골프라운딩을 한 것에 대해 그저께(19일) 공식 사과를 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유력한 대권주자인 홍 시장과 여당 지도부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는 시각이 많다.홍 시장은 19일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골프장 방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과거 ‘수해 골프’로 제명된 홍문종 전 의원의 사례를 언급하며 징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국민의힘 윤리강령에는 ‘자연재해나 대형사건·사고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에는 경위를 막론하고 오락성 행사나 유흥·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돼 있다.일각에선 홍 시장의 수해 골프 논란을 당 지도부가 고의적으로 부각시킨다는 해석도 나온다. 홍 시장이 지난 4월 전광훈 목사 논란을 일으킨 김재원 당시 최고위원에 대해 중징계를 촉구하며 당 지도부를 공개 비판했을 때, 김기현 대표는 홍 시장을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홍 시장은 지난 5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다. 대표가 좀 옹졸해서, 얘기하니까 상임고문 해촉하고 그러지 않느냐”며 김 대표를 직격했었다.지금 대구는 도시미래를 결정할 긴급 현안이 쌓여 있다. 홍 시장이 지난 17일 국회를 방문해 윤재옥 원내대표를 만나 ‘달빛고속철도 건설 특별법’의 연내 제정을 당부한 것도 현안해소 때문이다. 홍 시장은 이날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사업과 후적지개발사업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수자원공사 같은 공공기관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지원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러한 현안을 해결하려면 대구경북 국회의원뿐 아니라 집권당 지도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홍 시장과 여당 지도부 간의 갈등을 지켜보는 대구시민의 마음이 무겁다.

2023-07-20

빠른 특별재난지역 선포만큼 복구도 신속히

윤석열 대통령은 집중호우로 피해가 큰 경북 예천군, 봉화군, 영주시, 문경시 등 전국 13개 지방자치단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정부가 중앙합동조사 전에 특별재난지역을 예외적으로 선포함으로써 예년 경우보다 2주가 빠르게 재난지역 선포가 이뤄졌다. 이는 피해 복구도 그만큼 앞당기겠다는 정부의 의지다. 정부도 “집중호우 피해를 신속하게 수습·복구하려면 정부 차원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라 설명했다.정부는 이번에 선포되지 않은 지역도 피해 조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해서 기준을 충족할 경우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복구비 중 지방비 부담의 일부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고, 피해주민에 대해서는 재난지원금 지원과 국세·지방세 납부 예외 등 각종 간접 혜택이 주어진다. 이번 비로 경북에서는 20여 명의 사람이 사망 또는 실종되는 피해를 입었다. 뿐만 아니라 도로와 주택파손 등 재산상 손실도 막심하다. 도로, 하천, 산림 토사 등 공공시설만 655건의 피해가 일었고, 주택 285채가 물에 잠기거나 파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축사 26곳이 부서지거나 물에 잠겨 가축 10만6천여 마리가 폐사했다. 3천여ha의 농경지가 쑥대밭이 됐다. 시간이 지나면 현재보다 그 피해는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특별재난지역 선포로 피해 복구에 따른 재정적 부담은 줄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완전 복구는 어렵다. 아직 3천여 가구 5천여 명이 이재민 생활로 불편을 감수하며 지내고 있다. 이들이 제자리로 돌아가 일상을 회복하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긴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빠른 복구가 그들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좋은 약이다. 경북도가 긴급경영안정자금을 풀고 대출 상환기간을 연장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피해 주민의 일상회복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꼼꼼히 챙겨보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긴급한 상황일수록 정부와 지자체가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수습 결과는 많이 다르다. 정부와 지자체는 빠른 복구에 총력을 쏟길 바란다.

2023-07-20

피스로드 통일대장정의 꿈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19일 포항 덕업관 대강당에서 ‘신통일한국 피스로드 2023 경상북도 통일대장정’ 행사가 열렸다.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경북도회와 경북평화대사협의회 주관으로 6·25 전쟁 정전협정 70주년과 피스로드 10주년을 맞아 마련한 행사였다.마침 장맛비도 그치고 푸른 하늘이 열렸기에 걷기 편한 복장으로 나서는 마음은 가벼웠다. 식장에 들어가 앞자리에 앉으니 ‘6·25 전쟁 참전 학도의용군의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슬로건도 보인다. 초청 내빈과 도민 400여 명이 자리를 채우고 특히 맨 앞줄에 흰 모자 쓰고 훈장 달린 정복을 입은 현재 생존하신 6·25 참전 학도의용군 일곱 분이 눈에 띈다.1부는 6·25 참전용사 추념식. 헌화와 묵념에 이어 낭독한 ‘어느 학도병의 편지’를 듣노라면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라는 중3 의용군의 절규가 가슴을 저린다. 영상을 본 후 팔순이 넘은 노병들을 무대 위로 모시고 꽃목걸이를 달아드렸더니 “오늘 멋진 대접을 받으니 참 고맙다”라고 하신다.2부에서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축사, 격려사, 대회사가 끝나고 청년대표의 평화선언에 이어 ‘통일의 노래’를 합창할 때면 오랜만에 마음이 뭉클해져 우리의 소원을 마음에 새겨봤다. 태극기 흔들며 만세삼창도 힘껏 외쳤다.마지막 3부 순서가 걷기대회였다. 모두 행사장을 나와서 참전국 국기를 앞세워 형산강둑을 따라 20여 분을 걸어 해도근린공원 숲으로 갔다. 6·25 전쟁 당시 44일간 결사 항전했던 최후의 방어선 ‘워크라인’이었던 곳이다. 참전 유공자 명예선양비 앞에 헌화하고 전몰용사 3천234명의 영혼을 기렸다.이 ‘피스로드 통일대장정’ 행사는 1981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제10차 국제과학통일회의에서 문선명 총재가 제안한 ‘국제평화 초고속도로’ 주창을 기반으로 해서 세계의 분쟁과 갈등을 해소하고 지구촌의 평화시대를 열어 보자는 운동이며, 2013년 ‘한·일 3천800㎞ 평화의 자전거 통일대장정’으로 출발했다. 이후 동참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2015년 ‘피스로드’라는 이름으로 되어, 걷기와 자전거, 자동차 등 다양한 방법으로 평화의 길을 간다는 세계적 행사로 확대되었다. 그동안 칠레 산티아고에서 피스로드 세계 출범식을 가졌고 아시아, 유럽, 북·남미, 아프리카 등 6대륙을 하나의 길로 연결하여 서울에서 아프리카 희망봉, 그리고 남미 산티아고까지 ‘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류를 한 가족처럼 묶어 평화에 다가가는 금세기의 기념비적인 꿈의 프로젝트이다. 이미 한·일간 해저 터널은 첫 삽을 떴고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꿈도 그리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북한의 개혁과 개방에 촉매제를 뿌리는 것이다.‘2023 피스로드 통일대장정’은 전 세계 160개국 약 100만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2021년에는 포항영일대해수욕장에서 시민 걷기대회를 열었고 작년에는 영천 시민회관에 모여 금호강변을 걷고 자전거를 달리기도 했다. 올해는 정전 70주년이라 한·미·일 등 8개국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국토종주단이 고성에서 임진각까지 DMZ 자전거 횡단을 계획하고 있다. 이제 남북이 다시 어우러지는 행복한 꿈을 이루어야 하리라.

2023-07-20

난세의 영웅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정국(政局)이 몹시 혼란하다. 난무하는 유언비어와 괴담에 부화뇌동하는 무리가 나라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다. 국가의 흥망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신의 안위와 영달에만 혈안이 된 정치꾼들이 온갖 음모와 협잡으로 국민들을 선동하여 적개심과 분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숱한 부정과 비리에 연루되어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야당 대표와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 반정부투쟁에 영혼을 판 종북좌파들이 퍼뜨리는 악의에 찬 괴담과 루머는 극심한 불안과 불신을 조장하여 나라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대한민국 국민들이 괴담이나 유언비어에 취약한 까닭은 뿌리가 깊다. 조선말기의 가렴주구와 일제 식민통치의 억압과 굴욕, 좌·우 이념투쟁과 동족상잔의 전쟁 등으로 누적되고 잠재된 불신과 적의가 작은 충동에도 기폭제가 되어 쉽사리 폭발하는 것이다. 온 나라를 불안과 공포의 광란으로 들끓게 했던 광우병 괴담과 사드전자파 괴담, 요즘의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에 이르기까지 무언가 꼬투리만 있으면 전염병처럼 괴담이 퍼져 온 나라가 들끓는다. 나라가 이렇게 흉흉해진 것은 극심한 좌·우의 대결 때문이다. 동족을 살상하는 전쟁을 일으키고 아직도 적화통일을 노리는 북한의 세습체제가 상존하는 한, 종북주사파들이 주축이 된 좌파들과 자유우파는 공존할 수가 없다. 북한의 세습체제에 동조하는 좌파집단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우파정권을 타도와 탄핵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한 타협이나 공조의 여지는 없는 것이다.좌파 정권 5년 동안 그들은 국익이나 민생에는 아랑곳없이 우파를 말살하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좌파들의 세상 만들기에만 전념했다. 그러다보니 내세울 만한 공적은커녕 곳곳에 파괴와 파탄이 속출하고 제 잇속 챙기려는 부정과 비리가 만연했다. 그들의 전략은 오로지 루머와 괴담을 퍼뜨려 혼란과 공포분위기를 조장해서 무능과 비리를 호도하고 국고를 거덜내는 포퓰리즘으로 민심이반을 막는 거였다. 그런 실상을 낱낱이 밝혀 민심을 바로잡는 것이 그들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우선 과제이다.세계 최빈국에서 십위권 경제대국에 올라선 것을 두고 흔히 한강의 기적이라고 한다. 그 기적은 물론 저절로 굴러온 것이 아니라 혁신적 비전과 의지와 노력의 결과다. 척박하고 혼란한 처지를 극복하고 새로운 역사를 이룩한 영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투철한 신념과 의지로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승만 대통령이 그러하고, 피폐하고 지리멸렬해진 민심을 다잡아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한 박정희 대통령도 영웅이었다. 그 분들이 영웅인 까닭은 북한의 김일성과 비교해보면 극명해진다. 주민들을 굶겨 죽이는데도 절대존엄으로 떠받드는 김일성 일족에 비한다면 영웅 칭호로도 오히려 부족한 것이다.대한민국은 지금 궁지에 몰린 좌파들의 극렬한 저항과 난동으로 난국에 처해 있다. 그들에 맞서 기대 이상으로 고군분투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 난국을 타개하고 또다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면, 이승만과 박정희를 이은 영웅으로 역사에 자리매김 할 것이다.

2023-07-20

지지부진 냉천 복구사업, 주민은 불안하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 일대 주민들은 지난주 전국에 걸쳐 쏟아진 폭우로 발생한 비 피해 소식에 불안해한다. 작년 9월 태풍 힌남노로 인근 냉천이 범람하면서 이곳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서 차량을 옮기려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주민 7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냉천리 일대 주민들은 많은 비가 올 때면 이런 트라우마로 밤잠도 설친다 한다.테풍 힌남노는 포항, 경주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 저지대 주택 5천여 세대와 상가 점포 1만여개가 침수와 파손되고, 농경지와 농작물도 유실 매몰돼 수백억원에 달하는 재산 손실이 났다. 특히 냉천의 범람으로 포철 고로가 만들어진 이래 처음 물에 잠겨 공장이 수개월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당국이 냉천 재해복구 사업에 나섰으나 사고 난 지 8개월이 지난 5월에야 겨우 공사를 시작했다. 지금은 태풍으로 인한 폐기물과 사토 등을 정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냉천 인근에 파손된 옹벽들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정비사업은 2025년에 마무리될 예정이어서 완공될 때까지 또다시 수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주민의 우려가 많다.작년 힌남노는 시간당 110mm의 기록적 폭우를 쏟아내면서 포항지역은 곳곳에서 물난리를 겪었다. 올해는 시간당 50mm 이상의 극한호우가 전국에 걸쳐 이미 28차례나 발생했다. 경북 북부지역은 13일 이후 500mm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주민이 냉천의 범람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충북 오천읍 지하차도 사고도 인근 미호천 범람으로 물이 넘어오면서 일어난 참극이다. 미리 대비하지 않은 인재라는 비판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똑같은 사고가 번복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방재 당국이 냉천 현장의 실태를 살피고 대책 마련에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한다.충북 오천 지하차도 참변, 산사태 등 최근 폭우 피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도 모든 자원을 동원해 피해를 줄이라고 당부했다.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당국의 확실한 대책이 나오길 바란다.

2023-07-19

공직자와 골프 수난사

홍석봉 대구지사장 골프업계는 국내 골프 인구를 통상 500만명으로 추산한다. 성인 기준 5명 중 1명이 골프를 치는 셈이다. 구기 종목 중 가장 많은 애호가를 갖고 있다. 귀족 스포츠로 취급받던 골프가 이제 대중스포츠 반열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젊은층의 외면 등으로 골프 인구의 증가세가 둔화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급등한 그린피와 캐디피, 카트비 등 골프장 이용료와 골프용품 값은 이용객들에겐 여전히 부담이다.홍준표 대구시장이 ‘폭우 속 골프’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공무원노조와 시민단체의 비난이 쏟아지고 당 징계까지 거론됐다.공직자들이 재난 상황 중에 골프를 쳤다거나, 공무원 비상대기령 속에 라운딩 한 사실이 드러나 지탄을 받는 등 물의를 빚는 경우가 적지 않다.홍 시장에 앞서 지난 3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홍천군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 중인 가운데 골프연습장을 찾았다는 보도로 논란을 빚었다. 2019년 10월엔 오거돈 부산시장이 태풍 미태가 닥친 상황에서 골프를 치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문을 발표했다. 고위공직자들의 골프 수난사다.국무총리가 사퇴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6년 3·1절 골프로 물의를 일으킨 이해찬 총리가 야당의 공세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2007년엔 공군참모총장이 폭탄테러로 전사한 아프가니스탄 파병 용사의 애도기간에 골프를 쳤다가 자진 사퇴했다.신입 사원이 버젓이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말단 공무원들도 골프를 치는 시대다.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골프를 친다고 해서 탓할 일은 아니다. 다만 당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골프 라운딩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서는 곤란하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7-19

‘탄소중립의 모델도시’로 떠오르는 포항시

대구시에 이어 포항시도 산업단지 내 공장 지붕을 활용한 태양광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포항시가 지난 18일 발표한 ‘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는 산업단지 내 공장 지붕이나 유휴부지에 3천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발전사업용 태양광 200MW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인허가 등 행정적 지원은 포항시가 맡고, KB자산운용이 사업비를 조달한다. 그리고 경북도경제진흥원이 참여기업에 대해 맞춤형 지원을 하고, 그린로드포항(주)는 태양광 설계·시공과 플랫폼 구축·관리를 한다. 지자체 차원에서 공장 지붕을 활용해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대구시가 가장 먼저 했다. 대구시는 지난 연말 한화자산운용과 협약을 맺고 성서산업단지 등 대구지역 17개 산업단지 공장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중이다. 포항은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국가철강산업단지가 있어 도시이미지를 위해서도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적극 펼칠 필요가 있다. 포항시는 그동안 도시숲을 조성하는 등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포스코그룹이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를 도입하려는 것도 탄소 중립에 선제대응하려는 것이다.지붕형 태양광 프로젝트 사업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업체가 참여하느냐에 달렸다.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은 탄소중립에 대한 실천의지가 약하다. 탄소 중립은 신재생에너지(태양광이 중심) 100% 사용을 의미하는데, 지난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자립도는 8.6%다. OECD 37개국 중 꼴찌다.공장지붕을 이용한 태양광 발전은 수익사업이기도 하다. 지붕을 태양광 패널로 교체하면 공장환경이 개선될 뿐 아니라, 부가적인 수입과 혜택도 많다. 사업자에게 지붕공간을 제공하는 대가로 만만찮은 임대료 수입이 발생한다. 앞으로 세계 모든 기업들은 탄소 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면 공급망을 포함해 심각한 무역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포항시가 주도하는 태양광 사업이 국내외 타 도시의 신재생 에너지 전환에도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2023-07-19

빗줄기 속에서 생각한다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기다렸던 비가 내렸다. 목이 타도록 고대하던 빗줄기가 시원했다. 청청한 초록이 싱싱한 기운을 흠뻑 들이켰다. 신기하게도 장마는 한반도를 오르내리며 나름 고르게 물줄기를 대었다. 더욱 신통한 것은 장마가 지나면 폭염이 찾아올 터이다. 흠씬 적신 대지를 익히며 뜨거운 햇발이 쏟아질 것이다. 정성으로 심은 곡식들이 장마 뒤 폭염 속에 푹푹 익어갈 참이다. 그래서 ‘장마에는 돌도 큰다’고 했을까. 자연은 이렇게, 소리없이 인간을 돕는다. 장마를 지나며 바라던 대로 풍성한 결실을 내려면, 장마 전에 여러 가닥 준비를 해야한다. 장마를 홍수로 까먹지 않으려면 치수에 미리 손을 써야 한다. 기다리던 장마가 왔다고 저절로 모든 것이 좋아지는 것이 아닌 것은, 인간에게 장마를 대비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하려는 것일까. 하늘이 도울 테니 사람은 준비하라는 소리가, 거의 들린다.윤흥길의 소설 ‘장마’는 마침 이즈음에 맞았던 한국전쟁의 모습을 여러 갈래로 그리고 있다. 준비없이 맞았던 민족의 비극이어서 그랬을까, 어둡고 지겨운 어려움으로 다가온 전쟁을 마침 함께 찾아왔을 긴긴 장마 빗줄기에 빗대고 있다. 삶의 어려움이 지나가면서 장마가 그친다는 복선에 장마를 바라보는 시선이 보인다. 기다림이 기대만큼 열매를 거두려면, 장마가 오기 전에 가져야 할 태도를 가다듬어야 한다. 혹 준비하지 못했다면 퍼붓는 빗줄기 속에라도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지 다짐해야 한다.전국 각지에서 물난리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목마름이 애통함으로 바뀐 뉴스는 안타까울 뿐이다. 애타게 기다리면서 준비하지 못한 결과를 보는 참이다. 더이상 빗줄기가 재난이 되지 않도록 했어야 했는데 나라는 무엇을 했을까. 해마다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각오와 다짐을 새롭게 해야한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모두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물난리에서조차 좌우로 갈라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념이란 결국 더 나은 내일을 만나기 위한 지향성과 방법론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그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은 더욱 나라다운 나라를 당기기 위한 또다른 모습의 간절함이 아니었을까. 진영으로 갈라서 생각없이 손가락질만 퍼부을 일이 아니라, 생각이 다른 마음 가닥들을 모아가야 하지 않을까. 더이상 반목과 비난으로 아까운 날들을 허비하지 않아야 한다. 다가온 장마가 뒤이을 폭염 속에 온갖 과실을 맺는 것처럼 다른 생각들 속에 숨은 모든 이들의 열정을 묶어 진정한 나라다움을 일구어야 한다.기다림이 장마로 이어진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간절함이 기다림을 건너 빗줄기를 만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사람을 도우려는 자연의 마음에 화답하지 못한 인간의 미련함을 다시 보았다.이제 다시 하는 다짐 속에는 간절했던 기억을 반드시 함께 심어야 한다. 장마 후 결실을 위해 무더위가 찾아오듯이 희망과 함께 공동체를 건져 올리려면 열정 가득한 담론과 비평과 함께 구체적이며 실증적인 준비가 있어야 한다. 장마를 홍수로 까먹지 말아야 한다.

2023-07-19

줄무늬와 주름살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며칠 전 독일 사는 사촌이 휴가로 귀국해 모처럼 우리집에 놀러왔다. 집안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벽에 걸린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손녀 린의 돌사진이었는데 우리 가족 외엔 아는 사람이 없어선지 누구냐고 물었다. 건이 쪼르르 달려가더니 사촌에게 자기를 번쩍 들어올려달란다. 독일 할머니 내가 가르쳐줄게요. 이 사람은 큰아빠고요, 이 아이는 서울 동생 은이에요…. 근데 이 사람은 누구지? 아 작은할아버진가? 열심히 가족을 안내해주고 있었다.내친김에 동생에게 두 아이들 결혼식 앨범을 꺼내 보여주었다. 건은 또 옆에 와서 참견한다. 큰아빠 큰엄마 결혼식에 엄마는 왜 없어? 그때 너희 엄마는 아직 결혼 안해서 여기 없지. 그럼 아빠는 왜 있어? 아빤 큰아빠 동생이니까 있지. 건의 물음은 끝이 없었고, 설명에 진이 질 지경이었다. 한복 입은 내 사진을 보더니 한참 들여다본다. 근데 이 사진에는 왜 줄무늬가 없어? 줄무늬? 우린 건을 바라보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의아해했다. 동시에 건에게 물었다. 줄무늬가 뭐야? 건이 대답했다. 할머니 얼굴에 줄무늬가 없잖아…. 아 주름…. 건이가 말하는 줄무늬란 얼굴의 주름을 말하는 거였다. 대답해 주었으나 궁색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나이가 적었고, 화장도 했고, 또 속말로는 ‘아마 사진사가 포토샵도 했을걸’이라며 설명하면서 동생과 나는 다시 또 마주 보며 크게 웃었다. 어쩌면 주름살이라는 단어를 몰라서였겠지만 주름살을 줄무늬라 표현한 건의 표현력과 어휘력에 새삼 찬탄했다.지금 생각하니 주름보다는 줄무늬가 더 아름답고 적합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늬란 옷감이나 조각품 따위를 장식하기 위한 여러 가지 모양이라고 사전에 쓰여있다. 옷감에 수를 놓거나 조각에 새기거나 하여 예쁘게 장식하는 것이니 줄무늬란 줄로 장식을 한 무늬다. 얼굴의 주름은 장식을 위해 줄을 새겨넣은 무늬인 셈이다. 그에 반해 주름이란 피부가 쇠하여 생긴 잔줄, 또는 옷감이나 종이의 구김살이다. 일부러 새긴 무늬가 아닌 피부의 노화로 생긴 줄이요, 원래 팽팽하던 피부가 구겨져 생긴 줄이 주름이다. 그러니 나이가 들면 절로 생기는 주름이라도 되도록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열심히 노화방지에 애쓰고 또 원치 않은 구김살이니 펴려고 갖은 애를 쓰는 것 아닌가.생각의 차이고 표현의 차이다. 나이들면서 저절로 생긴 주름을 무늬라고 치자. 눈가에 잘게 잡힌 눈주름은 실은 평생 열심히 보며 울며 웃으며 만든 웃음줄무늬이다. 또 나이들어 보이게하는 팔자 주름은 한평생 먹고 마시며 말하면서 입가 양옆에 새긴 무늬다. 그렇다면 두 눈썹 사이에 생긴 미간 주름은 걱정근심 고통을 이기며 참아서 만든, 미간에 새긴 세로 줄무늬이다. 돌아가신 엄마의 유난히 굵고 깊게 팬 이마 주름은 오직 자식을 위해 사셨던 극진한 모정의 삶이 새겨넣은 큰 가로줄무늬였던 셈이다. 이제부터라도 내 얼굴에 이런저런 자잘한 줄무늬를 새기려면 더 열심히 웃으며 말하며 살아야겠다 싶다. 아픔과 고난이 닥쳐도 지혜롭게 이기면서 미간과 이마엔 결고운 잔무늬를 새겨넣어야겠다. 손자의 재밌는 말 덕에 나의 남은 삶은 다시 더욱 여유로워질 터이다.

2023-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