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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퍼주기 경쟁

3월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나면 과연 살만한 세상이 올까. 여야 대선후보 누가 당선돼도 청년 일자리가 늘고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불공정과 양극화 문제도 해결될 것 같다. 또 국민소득 5만 달러와 경제규모 세계 5위권 대국도 멀지 않을 것 같아서 해보는 소리다.선거를 앞두고 대선후보들이 쏟아내는 공약을 보면 이런 착각에 빠진다. 선진 복지국가가 바로 문턱 앞에 와있다. 대선 후보들의 뻔한 공약인 줄 알면서도 국민의 귀는 그래도 솔깃하다. 공약 실천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제시가 없어 황당하다고 말하지만 나에게 덕이 된다면 기대감을 떨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이번 대선 후보들의 퍼주기 경쟁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과열된 분위기다. 한 후보가 연말 기본공제액을 1인당 20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니 같은 날 오후에 다른 후보는 자녀세액 공제를 올리고 인적 공제연령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치 도박판에서 맞받아치기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정치인의 포퓰리즘이 국가 경제를 멍들게 하고 나아가 나리를 망친 사례가 많은데도 표만 된다면 그들은 무차별적으로 공약을 쏟아낸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공약이 쏟아질지 걱정이다.정치는 약속이다. 공자도 “정치는 올바름(正)”이라 했다. 바르게 하는 것 이상의 정도는 없다는 뜻이다. 지나친 것은 모자라는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정치에도 적용되는 말이다.좋은 정치는 국민을 기만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부족한 부분들을 공평하게 채워준다. 넘치는 게 있다면 이를 덜어내고 우리 사회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다. 대선후보들의 경쟁적 퍼주기는 이미 적정선을 넘었다. 국가 미래부담으로 남는다는 사실이 곤혹스럽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1-23

헌혈 줄어 응급환자 수혈 못 할 수 있다니…

설 연휴를 앞두고 대구·경북지역에 또다시 혈액 수급 비상이 걸렸다. 새해들어 지난 18일까지 헌혈자가 8천540명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1만112명보다 15% 이상 줄었다. 이로 인해 지난 3일 6.5일분이던 대구·경북혈액원의 혈액 보유량이 보름 만에 3.7일분이 감소해 18일 오후 3시 기준 2.8일분까지 떨어졌다. 이 혈액량은 수급위기 ‘주의’ 단계다. 대구·경북지역 혈액 보유량이 2.8일분까지 떨어진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혈액보유량이 3일 미만이면 ‘주의’, 2일 미만이면 ‘경계’, 1일 미만이면 ‘심각’ 단계로 분류된다.혈액원 측은 이 지역 헌혈량이 급감하고 있는 것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한파, 백신 접종 등으로 단체헌혈 취소가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코로나 사태가 확산하는 추세라서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는데다, 학교나 직장, 군부대 등의 단체 헌혈도 잇따라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특히 지금은 각급학교가 방학기간이고 설 연휴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헌혈자는 계속 감소할 전망이다. 전국적으로 헌혈자의 80% 정도가 학생들이다. 혈액원측에서는 코로나 사태도 있지만 겨울철에는 각종 사건·사고가 많아 지금과 같은 헌혈 추세가 이어진다면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수혈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대구와 경북의 월평균 혈액 보유량은 1월 3.6일분을 시작으로 3월 3.3일분, 4월 2.8일분, 9월 3.5일분으로 한 번도 4일분을 넘기지 못했다. 전국 평균보다 높았던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 적정 혈액보유량은 5일 이상분이다.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 어떻게든 헌혈로만 확보가 가능하다. 헌혈운동에 국민 모두가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백신접종자도 접종일로부터 일주일만 지나면 헌혈을 해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연례행사처럼 계속되는 혈액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군인에게만 쏠려 있는 헌혈대상의 범주를 넓히는 것이 급선무다.

2022-01-20

오미크론 우세종 시작…선제 대응 맞서야

20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천명대 중반에 들어섰다. 그저께 하루만에 확진자가 1천700명이 늘어나더니 어제는 800명가량이 또 늘었다. 증가 속도가 숨가쁠 정도다. 정부는 하루 확진자 7천명을 넘으면 오미크론 대응 단계에 돌입한다고 밝히면서 5천명을 일종의 사전 경고기준으로 보았다. 이미 7천명 문턱까지 왔으니 대응책이 나와야 할 텐데 아직 구체적 실행 계획이 안 보인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금주 내 오미크론이 국내 우세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건 당국자도 “오미크론의 우세종으로 확진자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의료전문가들은 “다음 달 1만∼2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말 이러다 일본처럼 하루 수 만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대구와 경북도 오미크론 비상이다. 연일 신규 확진자 수가 늘면서 오미크론 변이 영향권에 접어들었다. 20일 대구는 전날보다 142명이 늘어난 355명을 기록했고, 경북은 50명이 증가한 22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대구에서 300명 이상 발생은 2020년 3월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어제는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2년째 되는 날이다. 그동안 국내서는 70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6천4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구 100명당 1.4명 꼴이다. 전 국민의 90% 수준의 백신 접종률에도 전염병이 꺾일 기세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대유행의 종식은 아직 멀었다”고 경고하고 있다.사람 이동이 많은 구정을 앞두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기승을 부릴 것 같아 불안해하는 국민이 많아졌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생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뿐 아니라 불가피하게 일상의 불편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당국의 선제적 대응만 바라보고 있다.보건당국은 오미크론 환자 폭증에 대비, 의료체계 준비에 나서고 있다고 말만 말고 구체적 실행계획을 보여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꼼꼼한 대책과 개인의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로 오마크론 위기를 잘 넘겨야 한다.

2022-01-20

공영방송의 퇴조

1927년 영국 왕실의 칙허장을 받고 시작한 BBC 방송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강력한 공영방송사로 유명하다. 공영방송이란 방송의 목적을 영리에 두지 않는 데 있다. 시청자로부터 받은 수신료를 재원으로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송이다. 국가가 재원을 맡아 관리하는 국영방송과 민간자본으로 운영되는 민간방송과는 다르다.공영방송은 정부나 광고주의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 엄격하게 공영을 유지하려는 것은 방송으로서 공적책임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이 존립해야 하는 이유 중에는 상업방송이 방송의 공익성을 유지토록 견제하는 기능도 있다.영국 정부가 BBC방송의 수신료를 2년간 동결하고 면허기간이 끝나는 2028년에 폐지키로 했다는 외신이다. 현 총리의 정국 타개용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수 백개 채널이 경쟁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등으로 존재감을 잃은 것이 근본 원인이다.BBC는 2020년 시청자 평가에서 넷플릭스에 선두자리를 내주었고 유튜브에 추격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또 최근에는 젊은층이 거의 보지 않는 방송사로 조사돼 수신료 폐지에 결정타를 맞았다는 분석도 있다. 시청자나 독자가 없는 언론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는 것은 저널리즘의 냉혹한 현실이다. 저널리즘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언론사에 시청자나 독자가 남아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진보 언론학자 강준만 교수는 최근 야당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통화녹취 파일 방송과 관련, “공영방송의 선택적 공익”이라는 비판을 했다. 어느 한쪽이 생각하는 공익만으로 진정한 공익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공영이든 그 어떤 언론도 본분을 잃으면 수용자가 외면하는 것은 당연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1-20

‘미러링 대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요즘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용어가 ‘미러링 현상’이다. 서로 다른 정당 후보의 주요 정책이 닮아가는 현상을 가리킨다. 실제로 20대 대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제1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주요 정책이 매우 비슷하다. 그러다보니 이들 후보의 정책공약 발표 현장에서 만난 상당수 당원들도 “우리당 후보의 정책공약과 상대당 후보의 공약이 서로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는 관전평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졌다.특히 두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파괴력이 큰 정책으로 꼽히는 부동산정책 해법과 코로나19 피해 회복을 위한 지원방안에 대해 사실상 똑같은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두 후보의 부동산 정책 해법은 파격적인 규모의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것과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 후보는 임기 내 전국 25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설 연휴 전후 구체적인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윤 후보 역시 서울에만 50만호, 전국적으로 250만호를 신규 공급하겠다고 했다. 또 이 후보는 최근 서울 노원구 노후아파트 현장에서 500%까지 용적률 상향이 가능한 4종 주거지역을 신설한다고 밝혔고, 윤 후보 역시 민간 재건축 용적률을 현행 300%에서 500%로 상향하겠다고 공약했다.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과 영세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방안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앞다퉈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위기 극복을 위한 부담을 국가가 가계 및 국민 개개인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면서 25조~30조원 규모의 설 전 추경을 제시했다. 윤 후보 역시 지원 규모를 50조원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낸 데 이어 국민의힘은 1인당 지원금 규모를 1천만원까지 늘리는 요구안을 정부에 제시했다.미러링 현상의 원인은 뭘까.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부동산 가격폭등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너나할 것 없이 고통을 받아은 국민들 사이에 국민적 합의가 형성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또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기성 정치인과 다른 성장배경을 가졌기에 민심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나타난 결과라는 설명이다.정책이나 공약의 유사성으로 이뤄진 미러링 대선은 누구에게 유리할까. 이 대목에선 여야 모두 자신의 후보가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후보측은 ‘이재명은 합니다’란 캐치프레이즈가 보여주듯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검증된 실천력을 내세우며 윤 후보에 대한 우위론을 강조한다. 반면 윤 후보 측은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김건희 리스크’등 양 진영의 네거티브전이 뜨거울수록 정책적 차별화는 사라지게 될 것이며, 후보 간 정책적 차별화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선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과반수 표심이 윤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다.정치권에선 예측불허의 승부가 펼쳐질 미러링 대선의 결말이 다가오는 설을 전후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2022-01-20

정상과 비정상 사이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조지 오웰의 에세이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다.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하여 방 하나에 열 한 명이 살고, 화장실은 공용으로 사용하는데 200미터를 가야 하는 곳에서 사는 광부들에게 “주거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하고 기자가 물었다. 광부가 대답했다.“심각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다들 그렇게 사는 것 아닌가요?”기자는 이들에게 정상적인 마을의 집을 보여 주면서 다들 이런 집에서 산다고 했다. 그제야 광부는 자신이 사는 마을의 주거 환경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개선 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루주 캉길렘은 이것을 질병과 연관시켜 ‘정상과 질병’이라는 책을 썼는데 그 책에 보면 대부분 중환자가 되는 사람의 공통점은 자신이 병들었다는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건강한 정상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 하면서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상관관계에서 질병은 자란다고 했다.예수 시대에 가장 주류가 되는 사람들은 바리새파 사람들이었다. 누가는 바리새파 사람들에 대해 “자기를 의롭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멸시하는 자”라 했다. 예수는 “자기 눈에는 들보가 있어도 그것을 보지 못하고 잘 보이지도 않는 남의 눈의 티는 밝히 보는 자들”이라 했다. “병 없다 하는 이에게는 의사가 필요 없고 병이 있다고 하는 자에게 의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바울은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을 향해 “의인은 없나니 한 사람도 없다”고 하면서 100% 정상인은 없음을 강조했다. 심지어는 남의 병을 치료해야 할 의원도 자기가 병들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해 예수에게서 “의원아 너의 병부터 먼저 치료하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리새인들은 끝까지 자신들은 정상이요 다른 사람들은 비정상이라면서 정죄하고 징벌하였다. 이스라엘의 주류를 이루는 이들이 이런 생각을 가짐으로 이스라엘의 몰락을 초래했다. 조지 오웰이나 캉길렘이나 예수가 동일하게 주장하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비정상이라는 것을 깨닫지 않는 한 사회의 개선과 발전은 없다는 것이다.지금 우리는 어떤가? 내로남불 남 탓만 너무하고 있지 아니한가? 나는 정상이고 너는 비정상이라고만 공격하고 있지 않은가?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서 나는 정상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예수는 비정상인 사람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회칠한 무덤과 같은 사람이라 했다. 육신의 병이든, 마음의 병이든, 사회적 병이든, 신앙의 병이든 그 병을 치료하려면 먼저 무슨 병에 걸렸는지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속이 썩어 있는 회칠한 무덤과 같이 되지 않으려면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나는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2022-01-19

② 어선과 어업인의 안전을 기원하다

겨울이다. 변화무쌍한 파도가 맹렬함을 드러낸다. 바닷가 곳곳에도 경고문이 나부낀다. 일상의 표어지만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어민들에게 경고문은 공포이자 아픔이다.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한 어촌마을이지만 사고 소식은 언제나 가슴 철렁하다. 안전사고와 충돌, 어선전복이 주된 이유라고 한다. 깨지고 흔들리며 뒤집어지는 순간, 바다는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50여 년 전 발생한 최악의 어선참사도 그 중에 하나다.동해 일대 항·포구에는 1976년을 기억하는 어민들이 많다. 함께 조업하던 동료들이 실종됐던 그 날의 비보는 반세기가 지난 현재까지 가슴 미어지는 상처로 남아있다.1976년 10월 28일, 대화퇴 어장으로 조업 나갔던 선원들에게서 긴급 조난 신호가 들어왔다. 우박과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6m가 넘는 파도가 덮친다는 것. 동시에 선단 주변의 어선에서도 하나 둘씩 무전신호가 끊겼다. 성난 파도에 구조를 나설 수도 없는 상황. 결국 사흘간 이어진 폭풍우에 20여 척의 어선, 300여 명의 선원이 실종됐다. 곧바로 수색이 시작됐지만, 생환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얼마 뒤 일본 연안에서 해류에 떠밀린 실종자들이 발견됐다. 정부는 수색을 종료하고 실종·사망자 집계를 발표했다. 실종 및 사망 총 325여 명, 역대 최악의 어선사고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참사 후 본격적인 원인 규명이 이뤄졌다. 소형 어선들이 어로장비만 갖춘 채 원거리 조업에 나선 것이 밝혀졌다. 대화퇴 어장은 울릉도에서 직선거리로만 55㎞에 달한다. 어족자원이 풍부하지만 그 만큼 위험천만한 곳이다. 당시 선박 안전조업규정도 15t 미만의 선박은 동경 131도 밖 항해를 금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어민들은 출어를 강행했다. 연근해 어장이 황폐해 먼 바다 조업으로 내몰렸다는 게 생존자들의 전언이었다. 당시 저인망어선들은 연안의 밑바닥까지 훑으며 남획과 혼획을 일삼았다고 한다. 게다가 치어 어획도 허용된 상황. 생계를 위해 무리한 조업에 나섰던 소형 어선들은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노후 어선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선령 10년 이상의 노후 목선에 발전기와 선도용 얼음 등을 과도하게 실어 복원성을 헤쳤다는 것이다. 오징어잡이 배 특성상 집어등을 밝히기 위한 발전기는 필수장비다. 다만 노후 어선의 만선을 실현하기에는 어로장비의 무게가 지나치게 과했다. 오가는 거리가 멀어 짜낸 고육지책이 결국 악천후 대참사로 이어졌다.대화퇴 참사 발생 후 46년이 지났다. 오늘의 어선과 어업인의 현실은 어떨까. 소형어선은 여전히 원거리 조업에 나선다. 기후변화라는 시대적 과제까지 더해져 연근해 어업은 악화일로다. 텅 빈 그물을 올리는 날이 늘고 있다. 게다가 2020년 기준, 5t 미만 소형 어선은 전체 어선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어족자원 보호와 어선감척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어선사고 발생건수는 매년 증가세다.물론 사고의 종류는 달라졌다. 악천후 사고보다는 기관손상과 부유물 감김, 안전사고 순으로 발생한다. 원인으로는 경계소홀과 안전수칙 미준수 등 운항과실이 80% 가량을 차지한다. 기관 손상의 경우, 기관설비의 결함이나 취급불량이 원인으로 꼽힌다. 결국 어선의 안전이 담보되지 못한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여기에 하나의 원인이 더 추가된다. 바로 어촌마을의 노령화다. 운항과실은 사람의 문제로 귀결되고 어업인의 문제로 좁혀진다. 어가인구의 약 40%가 만 65세 이상 노인이다. 고령화에 인구마저 적다. 전국의 어가인구는 2021년 기준, 9만 7천여 명이다. 어선관리에 힘이 부치고 안전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현미작가 대화퇴 참사 3년 후 정부는 한국어선협회를 발족했다. 다시는 동일한 참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협회는 역할의 변화와 확장을 거쳐 현재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거듭났다. 해양교통안전을 총괄하지만 정체성은 여전히 선박검사다. 어선을 꼼꼼히 살펴 해양 사고를 줄이고, 어업인과의 소통을 통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것이 공단의 존재 이유다.타이타닉 침몰 사고 이후 ‘솔라스 협약(SOLAS·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이 채택됐다. 솔라스 협약은 현재 국제항해 선박의 안전 기준이자 척도로 여겨진다. 대참사 후 새로운 기준이나 단체가 만들어지는 현상은 안타깝지만 그동안 해양사고에 대처해온 우리의 방식이기도 하다.어선과 어업인의 안전, 수산업의 미래 등은 예측의 범주를 넘어선다. 기후변화는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며, 수산업 역시 규모의 경제에 편입될 것이다. 그 이후의 변화상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다시 예방의 문제로 돌아간다. 현재 처한 상황을 면밀히 살펴 사고예방에 앞장서는 것, 다시 정공법이 소환된다. 지난 달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해양사고 예방대책이 이번만은 실효를 거둘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2022-01-19

흔들리지 않아야 되는 것들

정미영 수필가 아르떼뮤지엄에서 거장들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만났다. 명화를 담은 빛의 정원에서는 르네상스부터 상징주의까지 서양 미술사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그림을 만날 수 있었다. 미켈란젤로, 모네, 피카소, 클림트 등의 작품들이 벽면 가득 펼쳐질 때마다 내 몸의 세포 인자들은 감동으로 소용돌이쳤다.설렘의 순간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 사진을 찍었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의 그림이 천장까지 펼쳐질 때에는 사이프러스나무 옆에 기대어 사진을 찍었다. 여행의 흔적을 고스란히 사진으로 담았다.집으로 돌아와 사진을 보았다. 고흐의 그림들을 살펴보는데 문득 전시관에서 만나지 못했던 화가의 다른 작품이 떠올랐다. ‘감자 먹는 사람들’이 연상되면서, 자연스레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썼던 편지도 생각났다. 고흐는 동생의 생일에 맞추어 ‘감자 먹는 사람들’을 보내고 싶었지만, 마무리 짓지 못했다는 말을 서두로 자신의 예술관을 적었다.“나 또한 물질적 어려움에 주춤하기도 하겠지만, 그것에 무너져 파묻혀 있을 수는 없을 거야.”나는 이 문장에서 목울대가 울컥하고 가슴이 먹먹했다. 고흐는 살면서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직면했을 텐데도, 가난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고흐는 위대했다.산다는 것은 어쩌면 평생 흔들리며 사는 것임에랴. 깃발도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면 깃발이라 할 수 없고, 나무도 바람에 흔들려야 땅을 움켜잡고 안정적으로 뿌리내린다고 했다. 우리네 삶도 무수히 환경에 흔들리면서 중심을 잡고 살아간다. 그러니 인생을 ‘나답게’ 살기 위해서 흔들리지 않는 것을 한두 개쯤 가지고 있어도 좋을 성싶다. 고흐의 예술적 신념이나 학생들의 공부 루틴처럼 흔들리지 않는 것들로 개인의 내면은 단단하게 여물고 성장하리라.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은 초등학생들의 방학이 시작되면 특강 준비로 분주해진다. 우리 아이들이 방학동안 보람되게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강의를 기획하는 것이다. 특강은 차시별로 관련 책을 읽고 주제와 연계한 다양한 글쓰기 독후활동 및 북아트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주고 다양한 영역으로 사고력을 확장시켜 준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다.그런 의미로 도서관 운영 원칙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2020년 여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 조치로 대면 수업으로 진행되던 강좌들이 열리지 못할 뻔했다. 다행스럽게도 도서관 관계자들은 집에서도 안전하고 즐거운 독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비대면 강의를 제공했다. 그로 인해 오랫동안 도서관에서 강의를 해오던 내 삶의 조각들도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온라인 쌍방향 수업을 할 때였다. 학생들은 어색함도 없이 눈빛을 반짝이며 수업에 집중했다. 그 때 나는 심훈 소설 ‘상록수’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일제의 압박으로 학생 인원을 줄여야 했던 영신의 안타까움과 배우고 싶어도 쫓겨나야 했던 학생들의 서러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장면이었다. ‘누구든지 학교에 오너라. 배우고야 무슨 일이든지 한다.’ 나무에 오르고 담에 매달려서도 배우고자 했던 아이들의 얼굴과 코로나19로 외출이 힘들지만 비대면 도서관 수업에 열의를 다하는 학생들의 얼굴이 겹쳐졌다. 고마웠다. 지금도 그 때 학생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주인공 영신처럼 콧마루가 시큰해진다.2022년 1월, 올해도 도서관의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다. 어린이들이 인문학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매개체가 되고 싶다는 내 꿈도 흔들리지 않고 유지되었다. 독서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들이 책을 통해 다양한 간접 경험을 쌓으며 세상과 소통했으면 좋겠다. 그 따뜻한 여정 속에서 학생들이 흔들리지 않고 꿈과 희망을 노래하기를 나는 소망해 본다.

2022-01-19

불확실성의 시대, 무속의 존재 이유

장규열 한동대 교수 이성의 시대라고 한다. 보이지 않는 신의 음성에 의지하며 억눌리기보다 인간의 생각하는 힘을 믿기로 하였다. 논리와 분석이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주변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의 안개를 걷어내면서 눈부신 21세기에 돌입하였다. 이성적인 사고(思考)능력은 인간이 더이상 주술과 무속에 휘둘리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정적인 상태에 도달하였다고 여겨진다.진인사대천명, 사람이 할 바를 다한 후에 마지막 한 자락 하늘의 섭리에 기대하는 것쯤은 애교로 봐줄만 하다. 수험생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실력을 쌓은 다음 시험에 임할 적에 천지신명의 도움을 비는 부모의 심정은 차라리 모든 정성을 모으는 진심이 보인다. 과학기술 뿐 아니라 인간이 복무하는 모든 영역에서 샤머니즘은 설 자리를 잃었다.현대사회에는 무속이 기능할 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섣부른 짐작이었을까. 대한민국 대선판의 권력핵심에 무속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모습에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선거의 결과가 극도의 불확실성을 전제하기는 해도, 근거없는 사술과 허무맹랑한 무속에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거는 모습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기독교계와 천주교계 등이 이런 현상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는 모습은 놀랍지 않은가. 복잡다기한 나라의 문제들에 관하여 이성과 분석으로 접근하지 않고 손쉬운 주술에 의존하려는 원시적인 종교행위에 사회적으로 경계하는 목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탄핵당한 전임 대통령의 경우에도 사이비종교와 무속의 그늘이 드리워져 온 국민의 마음을 힘들게 하지 않았던가.정치가 만나는 불확실성을 해결할 방법은 무속과 굿판이 아니다. 정책과 인물, 구도와 비전으로 겨루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을 향하여 투명하여야 하며 후보들 간의 겨룸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서로 다투기 위해 견주라는 게 아니라 국민이 이성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겨루라는 요청이다. 상대를 깎아내리기에 몰두하기보다 본인의 역량과 비전을 드러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당신의 무엇을 보고 국민이 선택해야 할 것인지 상대적 우위가 확인되어야 하며 국민의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소상하게 알려져야 한다. 국민이 표피적인 구호에 휘둘리지 않도록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충분히 숙성하여 나서는 것도 후보의 정치적 책임이 아닐까.무속은 아니다. 곧 다가오는 밸런타인데이에는 초콜릿판매를 위한 상업적인 계산이 들어있다고 믿지 않았던가. 정치에 길일(吉日)이 따로 있을 턱이 있나. 국민을 섬기는 일에 ‘손없는 날’만 골라 나설 셈인가. 정권을 교체하든 안정을 택하든 당신의 소신과 비전으로 나서길 바란다. 후보의 출세가도가 아니라, 나라의 운명이 달린 길이다. 무당과 박수는 이제 물러서길 바란다. 나라와 국민은 진정한 변화를 바랄 뿐이다. 민생에 주름이 걷히고 국격이 올라가는 길에 무속의 존재 이유는 터럭만큼도 없다. 선거는 이성의 잔치가 되어야 한다.

2022-01-19

대구취수원 이전, 또 제동 거는 구미 정치인

구미시의회가 그저께(18일) 대구취수원 구미이전 반대를 위한 특위를 또 구성했다. 지난해 1월부터 가동됐던 특위 활동기간이 만료되자 시즌2 특위를 결성한 것이다. 대구취수원 구미이전이 아직까지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고, 환경부 용역결과가 엉터리라는 새로운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이유에서다.이날 임시회에서 여당 소속 시의원들은 시즌2 특위구성을 강하게 반대했다. 송용자 시의원은 “특위 구성안이 취수원이전을 반대하는 일방적인 주장만을 대변하고 있어 중립적 입장을 취해야하는 의회의 위상에 배치된다”고 지적했고, 김재우 시의원은 “특위 구성 제안자도 특위가 의미가 없고, 구체적인 활동 계획도 없다고 했는데 왜 특위를 구성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위 구성은 결국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구미시의회의 특위구성 장면을 보면, 대구취수원 다변화에 대한 반대여론이 지극히 정치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구수돗물 해평취수장 공동이용 문제는 지난해 8월 장세용 구미시장이 조건부로 수용하면서 원만히 해결되는 듯했지만, 구미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난항을 겪어왔다. 차기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받아야 하는 시의원들로선 국회의원의 의중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오염된 수돗물을 낙동강 상류에서 취수하는 문제는 250만 대구시민들의 최대 숙원이다. 지난해 한 시민단체가 발표한 자료에서는 대구시민 70%가 먹는 낙동강 원수의 질이 전국에서 가장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매곡·문산취수장 원수에 포함된 전체 탄소량을 의미하는 총유기탄소량(TOC) 농도가 낙동강 최하류에 위치한 부산 물금취수장과 매리취수장의 농도보다 더 짙었다.30여년 전에 발생한 대구 수돗물 페놀오염사태에서 경험했듯이, 대구 낙동강 취수장 원수가 이렇게 오염된 이유는 취수원 바로 상류에 위치한 구미공단 등에서 약 2천종의 화학물질이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민들이 언제까지 구미공단에서 오염된 물을 정수해서 먹어야 하는지 답답하다.

2022-01-19

카카오페이 먹튀방지법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상장 후 스톡옵션을 행사해 수백억원의 차익을 얻는 과정에서 일반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이른바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이 도입될 전망이다.이 법은 상장사 임직원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해 자사주를 매도할 때 이를 시장에 미리 알리는 법안으로, 상장사 임직원 등 내부자가 주식을 매매하기 위해선 사전에 거래 계획을 감사위원회나 상근감사에게 허가를 받고, 회사는 이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고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또 내부자 주식은 공시한 날로부터 90일이 경과해야 거래가 가능하고, 사전에 매도 시점을 적시하도록 했다. 이 개정안은 국회서 협의가 끝나는 설 이후 발의될 전망이다.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의 추진 배경은 이렇다.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지난해 11월 회사를 상장시킨 후 한달여만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 900억원 상당을 블록딜 방식으로 팔았다. 이 과정에서 류 대표는 주당 5천268원에 산 카카오페이 주식을 주당 20만4천17원에 매도해 468억원 상당의 엄청난 차익을 봤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경영진 매도 공시가 나온 당일 6% 급락했고, 최근까지 연일 최저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후 카카오, 카카오뱅크 등 계열사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카카오에 투자한 일반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필연적으로 먹튀논란이 일었고, 류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마침내 국회서 민법상 내부자거래에 해당하는 스톡옵션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일었고, 카카오페이 먹튀방지법이 마련되기에 이르렀다. 경영진의 이익을 탐한 행동 하나가 자신은 물론 기업의 평판을 크게 추락시킨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1-19

세계 톱10 관광지 경주, 글로벌화 전략 필수다

경주시가 세계 최고여행지 톱10에 선정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세계 최대 여행전문 가이드북인 론리 플래닛은 2022년 세계 최고여행지 톱10을 선정하면서 경주를 10위에 올렸다. 아시아권에서는 대만 타이베이가 2위로 10위권 안에 들어갔으며 국내서는 경주가 유일하다.영국의 론리 플래닛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 여행안내서 출판사며 여기서 발간되는 책은 전세계 배낭 여행객의 필독서로 손꼽힌다. 천년고도 경주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또한번 절호의 기회가 생긴 셈이다. 이 책은 경주를 “벽이 없는 박물관”이라 호칭하며 한국의 어느 곳보다 많은 고분과 사찰, 암각화, 탑, 궁궐 등 유적과 역사가 가득 찬 사랑스러운 도시라 소개했다.이 책의 소개대로 경주는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발길이 닿는 곳마다 유적과 역사를 만날 수 있다. 고대국가 신라 천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혀있는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문화와 역사유적의 도시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 등재 분야도 국내서 가장 많다. 불국사와 석굴암은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고, 경주역사유적지구와 양동마을, 옥산서원 등이 뒤따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다보탑, 석가탑 등 국보급 유물과 불국사 대웅전과 같은 보물급 유물도 수두룩하다. 역사 교과서에서 배운 그대로 찬란한 문화유산의 보고가 바로 경주다.그러나 찬란한 만큼 국제적 관광도시로서 경주의 위상을 잘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은 의문이다. 경주의 국제화, 경주관광의 세계화는 오래된 우리의 숙제다. 경주 관광의 세계화를 통해 지방의 경쟁력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여가야 하기 때문이다.세계 톱10 관광지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경주를 이탈리아 로마나 그리스 같은 국제적 명성도시로 키워가는 데 더 많은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관광 인프라의 대대적 개선과 함께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도 모색해야 한다. 세계 최고 관광지를 찾는 외국인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말이다.

2022-01-19

#위문편지는 이제 그만

최근 진명여고에서 군인을 향해 보낸 위문 편지를 보내 큰 논란이 일고 있다.편지 내용은 “군 생활이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 “저도 X지겠는데 이딴 행사나 참여하고 있으니까 님은 열심히 하세요.”,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같은 문장이 쓰여 있다.이 편지를 받아든 군 장병이 불쾌함을 느껴 해당 편지를 인터넷에 올려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기 시작했다.더 심각한 문제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해당 여학생을 찾기 위해 신원 조사를 시작했고 신상 정보를 유출한 것에 이어 SNS에 성희롱 메시지를 보내었다는 것이다.더군다나 해당 학교 졸업생에게까지 무차별적인 폭언을 가하고 있을 정도다. 문제의 본질이 위문편지가 아닌 특정 학교 비하와 개인에 대한 비난으로 바뀌는 것은 심각하게 재고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이러한 제반의 사태가 발생한 후 머지않아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 ‘미성년자에게 위문편지를 강요하는 행위를 멈춰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가 이에 동의하는 사람들 숫자가 2만 명이 넘었으며, 청와대 국민 청원에도 ‘여자고등학교에서 강요하는 위문 편지 금지해주세요’라는 글이 동의자 13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하지만 여기서 보다 중요한 건 이러한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게 마찰을 일으킨 전체적인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누구 한편의 잘잘못을 따져들며 극단적으로 비방하며 조롱하기 보단 시대착오적인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옳은 비판을 해야 함이 우선이다.진명여고 학교 측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국군 장병을 위한 위문 편지는 1961년부터 시작되었고, 이는 해마다 이어진 행사라는 입장을 내놓았다.그러면서 원래 취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사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앞으론 본래의 목적에 맞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전형적인 나 몰라라 방식의 입장문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전통성을 앞세우며 위문편지라는 악습을 진행한 학교측이 두 손 놓고 두어 발자국 물러나 있는 동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남녀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며 유치한 말싸움과 감정 싸움이 난무하는 동안 정작 사건을 일으킨 가해자는 공들여 외면하고 있으니, 제3자인 이들끼리 계속해서 과열화 되고 있는 이 상황이 내가 보기에는 그저 답답할 뿐이다.서울시 교육감은 이 문제에 대해 편견이 반영된 교육활동에 고려하지 못한 지점을 돌아보았다며, 해당 학생에 대한 괴롭힘을 멈춰 달란 입장을 밝히기까지 했다.해당 학생이 위문편지를 쓰게 된 정확한 이유와 사정, 그리고 학생과 학교 편지를 받아든 국군장병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진 사실관계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 없다.정말 확실한 팩트를 알고자 하려면 무조건적인 비방은 멈추고 진실을 바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다 싶어 당사자들의 이해 없이 제3자들끼리 악랄하게 비난하는 일은 이쯤해서 멈추어야 한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더군다나 위문편지라는 악습을 이젠 학교 측이 나서 먼저 끊어내었으면 한다.학계의 입장에 의하면 학교에서 군대로 보내는 위문 편지는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며, 중·일 전쟁을 시작으로 본격 강제화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굳이 일제시대 잔재인 위문 문화를 이어오는 마땅한 이유가 있을까? 그것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필요한 시점으로 느껴진다.편지 쓰기는 사실 미디어가 발달된 시대에서 성장한 10대와 20대에겐 늘 어려운 숙제 같은 존재다. 글을 읽는 것도 난해한데 그것을 넘어 생판 모르는 남에게 진심이 담긴 응원의 편지를 제대로 쓸 수 있을 리 없다.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에 대한 존경심은 위문 편지라는 방식 외에도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젠더 갈등 양상을 띄지 않는, 조금 더 온전하고 건강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시대에 맞추어 고안해보아야 할 것이다.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고, 존중과 배려로 문제가 잘 해결되어 상처 받은 모든 사람이 고통에서 벗어나 회복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2022-01-18

백파이프 선율 속에서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 한 곳이 스코틀랜드다. 내게 스코틀랜드를 처음 각인시킨 건, 어릴 적 AFKN으로 본 미국 프로레슬링에서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인 킬트를 입고 백파이프 연주곡에 맞춰 등장하던 레슬러 ‘로디 파이퍼’였다. 그 선수를 좋아해서 사탕 봉지에 그려진 백파이프 연주자도 늘 반가웠다. 그 사탕은 초록색 바나나 맛이 맛있다.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첫 장면, 미국 사립 명문 고등학교인 웰튼 아카데미 입학식에서 울려 퍼지던 백파이프 연주는 ‘전통’, ‘명예’, ‘규율’, ‘최고’라는 제도권의 교훈과 ‘카르페 디엠’이 끝내 어긋나는 불협화음을 암시한다. 윌리엄 월레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 처절한 전투 장면에 흐르던 백파이프 선율은 내 가슴을 뛰게 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악기에 소질이 없어 금방 마음을 접었다.늘 패배하기만 하던 로디 파이퍼도, 학생들에게 ‘시인의 마음’을 가르쳤다가 학교에서 해고당한 키팅 선생님도, 키팅 선생에 경도되어 연극배우의 꿈을 꾸다 권총 자살한 닐도, 민중봉기를 일으켜 잉글랜드에 대항하다 처형당한 윌리엄 월레스도 모두 비주류다. 스코틀랜드 역사도 그렇다. 그래서 백파이프는 마이너리티의 악기, 울음 섞인 행진곡, 서글픈데 힘차고, 울면서 웃는, 저녁 황혼보다 새벽놀의 소리다.19세기 독일 작곡가인 막스 브루흐의 ‘스코티시 판타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환상곡이다.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무수히 많이 연주되었는데, 나는 클라라 주미 강이 성시연 지휘의 서울시향과 협연한 것을 주로 듣는다. 스코틀랜드 민요를 차용한 이 곡 4악장엔 로버트 번즈의 시에 곡을 붙인 전쟁가 ‘스코트 사람들은 월레스의 피를 흘렸다(Scots Wha hae wi Wallace bled)’가 바탕 선율로 흐른다. ‘집시의 악기’여서일까? 바이올린에서는 묘하게 백파이프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백파이프 이야기를 꺼낸 건 사실 영화 ‘분노의 역류’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순직한 소방관들의 장례식을 메우는 백파이프 행렬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미국에서는 지금도 소방관이나 경찰관의 장례식 운구 행렬에 백파이프 악단이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한다. 이는 19세기 말엽부터 미국에 정착한 스코티시, 아이리시 이민자들이 당시 3D 업종이었던 소방관, 경찰에 주로 종사했기 때문이다. 구슬프게 울려 퍼지는 백파이프 선율은 미국 다문화, 다민족, 다인종 공동체를 위해 앞장서 희생해온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사람들의 희생을 추모하고 그 헌신의 정신을 기리는 의미인 것이다.얼마 전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평택의 한 냉동창고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 세 분이 화마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순직한 이형석 소방경, 박수동 소방장, 조우찬 소방교의 마지막 사진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짧은 휴식 시간에 검게 그을린 얼굴로 환하게 웃던 소방관들은 그것이 생의 마지막 사진임을 알았을까? 짧은 휴식 후 그들은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 시커먼 연기와 빨간 불길 속으로 기꺼이 뛰어들었다.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했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내홍을 겪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순직 소방관들의 빈소에 함께 방문하는 것으로 갈등을 봉합하고 ‘원팀’을 다시 선언했다. 빈소를 찾아 소방관들을 추모한 것은 잘 한 일이지만,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정치적 쇼맨십을 위해 소방관들의 죽음을 이용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탓이다. 그런가하면 한 여고에서 군인들에게 조롱의 내용을 담은 위문편지를 보내 논란이 됐다. 이는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라 구시대적 관습을 아직까지 강요하는 학교 잘못이다. 하지만 군인들을 폄하하는 단어들이 어린 학생들에게마저 보편화된 현 세태가 안타깝기만 하다.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마지막 장면에서 참전용사 크리스 카일의 실제 장례식 영상을 보여준다.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는다. 미식축구 슈퍼볼과 팝 스타들의 공연이 열리는 댈러스 카우보이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장례식, 운구차가 도로로 나서자 시민 수만 명이 성조기를 흔들며 영웅을 추모했다. 자신들을 위해 고통 속에서 삶 전체를 희생한 이에게, 단 몇 분이나마 평온한 하루의 일부를 내어주며 존경과 감사를 보냈다. 이제 우리 차례다. 최근 마블 히어로 영화 ‘이터널스’가 개봉했다. 순직한 소방관들은 물론이고 경찰, 군인, 제복을 입은 모든 분들이 우리 사회의 진짜 ‘어벤저스’들이다.

2022-01-18

통신조회 스트레스

게슈타포는 독일 나치스정권하에 있던 정치경찰이다. 비밀경찰이라는 뜻이나 나치스친위대와 더불어 체제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악명높은 조직이다. 모든 법적 규제를 초월하여 반정부 위험이 있다고 생각되면 무엇이든 잔혹한 방법으로 수사를 벌였다.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는 최근 정치인과 언론인 등에 대한 무차별적 통신조회로 논란을 빚은 공수처에 대해 “게슈타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일갈했다. 검찰총장 출신이 보아도 공수처가 벌이는 통신조회가 지나치게 남발된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통신조회 대상으로 밝혀진 인사는 윤 후보와 그의 부인을 포함해 야당 정치인이거나 정부 비판 언론인, 교수, 대학생, 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드러났다. 대체로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낸 인물이 공통점이다. 그래서 조회 자체의 편향성이 문제가 된다. 최근에는 5·18 특별법을 비판한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통신조회를 당하면서 “나는 무섭다”고 말했다.통신조회는 개인의 사생활을 수사를 이유로 사법기관에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매우 신중하고 엄격히 통제돼야 할 영역이다. 법률에 따른 절차는 물론 민주주의 정신에 입각한 판단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사법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남발할 수는 더욱 없다.야당이 통신법 위반과 직권남발을 이유로 공수처장을 고발했다. 불법성 여부에 대한 올바른 진실규명을 위해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할 부분이다. 사법기관의 통신조회 남발 여론이 돌면서 괜시리 사생활 노출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다. 보통 시민도 행여 내 일상이 감시당하는 느낌에 섬뜩할 때가 있다고 말하니 사법기관의 통신조회가 주는 스트레스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1-18

‘선거구 수도권 집중’ 두고만 볼텐가

심충택 논설위원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오늘(19일)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을 위한 간담회를 갖지만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해 아쉽다. 대선보도 영향도 있겠지만, 인구만을 기준으로 한 현행 선거구 획정방식이 농어촌지역 정치소멸을 가져온다는 문제의식을 언론사들이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반영하는 현상이다. 현행대로 사람수만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나눌 경우, 인구가 집중되는 수도권은 지방선거나 총선거 의석수가 계속 증가하게 되고, 반대로 비수도권 의석수는 정원을 늘리지 않는 한 줄어들게 된다. 국회의원 선거구의 경우 지금도 수도권 의석이 절반정도를 차지하고 있다.최근 경북 성주·청도군을 비롯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선거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 농어촌 자치단체 13곳이 집단행동에 들어간 것도 언론에서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8년, 광역의원 인구 상하한선 편차를 4대 1에서 3대 1로 바꾸라고 판결하면서 올해 지방선거부터 이들 자치단체의 광역의원이 각각 한 명씩 줄어들게 돼 있다.총선이든, 지방선거든, 농어촌 지역 선거구의 경우 인구 하한선과 함께 선거구 면적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예천군을 예로 들면 현행 선거구 획정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예천군은 19대 총선(2012년)부터 21대 총선(2020년)까지 매번 선거구가 조정됐다. 19대에는 문경·예천 선거구, 20대에는 영주·문경·예천 선거구, 21대에는 안동·예천 선거구에 속했다. 예천군은 2024년 치러지는 22대 총선에서도 군위군의 대구편입이 예고돼 있어 또다시 선거구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선거 때마다 예천군민들이 느끼는 ‘정치적 소외감’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고도 남는다.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선거구획정의 기본방향과 관련해 ‘사람 수가 적은 농어촌지역은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하게 되면 지역대표성이 선거구획정에 반영되지 못한다’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도시로의 인구유입과 농어촌 인구감소가 가속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인구수만을 편향되게 적용한다면 농어촌 선거구는 도시지역에 비해 지나치게 면적이 확대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대부분 주에서 하원 선거구를 획정하면서 인구수 외에도 지리적 인접성, 지역이익의 대표성 등을 일반적인 획정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거구획정 개선과 관련한 입법안이 여러차례 국회에 제출됐지만, 정개특위에서 한번도 심사받지 못한 채 폐기돼 왔다. 총선때마다 수도권 의석 비중이 계속 커지면서, 국회에서는 수도권 규제완화 입법이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4일 수도권 군사시설 제한보호구역이 대거 해제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반의석을 획득한 수도권 국회의원들의 의사결정은 블랙홀처럼 모든 자원을 수도권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국회가 국토 전체를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정개특위에서 선거구 획정 개선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길 기대한다. 선거구 획정이 합리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의석수를 무기로 한 수도권 국회의원들의 권력남용을 막을 수가 없다.

2022-01-18

탈원전 보상, 신한울 3·4호기부터 재개해야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원전이 소재한 경북도내 단체장과 국회의원 등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발생한 피해보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그저께(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히고 정부의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경북지역은 국내 원전 24기 가운데 12기의 원전이 있는 곳이다. 원전 보유 수가 많은만큼 탈원전 정책의 가장 큰 피해지역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정부는 그로 인한 피해보상을 논의도 언급도 한 적이 없다.영덕에 계획한 천지원전 1·2호기는 2012년 원전 예정구역으로 묶인 땅이 9년이 지난 뒤 백지화가 결정나고 고시도 해제됐다.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 제한과 원전유치 특별지원금 반환 문제 등 군내는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시끄럽다. 7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보수한 월성 원전1호기 폐쇄도 마찬가지다. 경제성 조작 문제로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고 있다. 실시설계 중인 울진 신한울 3·4호기는 이미 7천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음에도 중단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은 조급하게 서둘면서 갖가지 부작용을 낳았다. 주민 의견을 듣거나 공론화 과정을 생략해 반발여론을 잠재우지 못했다. 국회에서의 논의도 없었고, 정부 일방 추진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기술이 사장된다는 비판도 받았다. 탈원전으로 인한 국민 부담이 느는 데 대한 대안도 보이지 않았다.경북지역 자치단체장의 탈원전으로 인한 피해보상 요구는 당연하다. 주민들은 정부 정책만 믿고 남들은 기피하는 원전을 안고 살아왔다. 오로지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정부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부 정책의 연속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달라진다면 정부가 상응한 대책을 세워주는 것이 옳다.국민의 67%는 원전확대를 원한다. 차기 정부를 이끌 대선후보들도 탈원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감(減)원전을 하든지 친(親)원전을 하겠다고 했다. 경북도는 탈원전이 줄 피해가 60년간 28조원에 달한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울진 한울3·4호기 공사부터 재개하는 것이 피해보상을 조금이라도 덜게 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2022-01-18

대구중·남구 전략공천하면 소탐대실한다

오는 3월 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전국 5곳(대구 중·남구, 서울 종로, 서울 서초갑, 경기 안성, 청주 상당)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다음주부터 공천관리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은 선거인단 유효투표 결과 50%, 여론조사 결과 50%를 반영하여 결정하도록 돼 있다. 여론조사를 위해서는 10일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고, 2월 14일 후보자 등록 신청이 마감되기 때문에 공천작업을 서둘러야 할 상황이다. 특히 대구 중·남구는 국민의힘 공천을 희망하는 출마예상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공관위가 어떤 방식으로 후보자를 결정할지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단 5곳 모두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물리적 시간이 촉박한 만큼 전략공천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특히 대구 중·남구는 국민의힘 공천이 당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공천권한을 가진 측에서 자기사람 챙기기에 나섰다는 소문이 그럴듯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김재원 당 최고위원과 홍준표 의원의 최측근 인사인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이 중·남구 예비후보로 등록한 것이 전략공천설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국민의 힘이 명심해야 할 것은 이번 재보궐선거가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만큼, 공천잡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공천을 두고 주도권 싸움을 벌인다는 말이 나오면 대선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연이은 극한 대립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두 사람이 재보궐선거 공천에서 또 다시 충돌하면 정권교체는 물 건너 갈 수 있다.국민의힘은 대구·경북의 경우 과거처럼 당에서 공천만 하면 무조건 당선된다는 망상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안 그래도 대구 중·남구 지역은 낙하산 공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곳이어서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 이번에도 전략공천을 하면 대선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시간이 없더라도 철저한 공천원칙과 기준을 정해 당규에 따라 공천자를 결정하길 바란다.

2022-01-18

내가 가질 수 있는 것들을 가질 것이다 (Ⅲ)

만식의 아내는 만식보다 여덟 살 어렸다. 스물두 살, 어린 나이에 만식을 만나 결혼했다. 만식이 사업을 하느라 집 밖을 맴도는 동안 그녀가 의지했던 사람은 필립의 형이었다. 필립의 형이 죽던 날 만식의 아내는 첫째 아이의 죽음을 믿지 않았다.-내 아이가 아니야. 어미가 어찌 자식을 못 알아보겠어. 이 아이는 처음 보는 아이야. 필립아, 너의 형은 어디에 있는 거니?퉁퉁 불은 첫째 아이의 얼굴을 이리저리 만지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식이 양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우리 아이 맞아.그녀는 만식의 손을 뿌리치며 악을 썼다.-아악! 이 새끼야! 네가 아이 얼굴을 어찌 알아? 집구석에 들어와 있던 날이 얼마나 된다고. 나만큼 아이를 알아? 이 살덩이는 내 아이가 아니야. 내 눈 앞에서 치워!시신의 팔을 잡아당겼지만 시신은 꼼짝하지 않았다. 시신에서 배어 나온 비릿한 냄새만 흔들렸다.-가지고 가, 저리 치우란 말이야. 내 아이 데려오라고.사람들이 달려들어 시신에서 그녀를 떼어냈다. 필립이 그녀를 안았다.-필립아, 너의 형은 어디에 간 거냐?-어머니, 형 저기 있잖아요. 형 맞아요.필립은 그녀의 등을 쓸어내렸다. 한동안 가쁜 숨을 몰아쉬던 그녀는 필립을 밀어내고 시신에 다가갔다. 검푸른 시신을 끌어안았다.한바탕 소동이 지난 후 정신을 차린 그녀는 필립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가끔씩 고개를 들어 첫째 아이의 영정을 들여다보기만 했다. 어머니, 제가 있잖아요. 필립은 말하지 못했다. 그녀가 찾는 아이를 대신할 수 없다 생각했다.그녀는 첫째 아이를 보내고 난 후 식욕도 의욕도 없이 지냈다. 자식을 먼저 보낸 어미가 꼬박꼬박 밥을 챙겨 먹는 다는 게 말이 되느냐,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들다가도 한숨을 내쉬었다.만식의 아내는 첫째 아이가 죽은 그곳에 가고 싶어 했다.-우리 아이가 외롭지 않게 나도 그곳에서 죽을 수 있게 해줘요.-당신마저 잃고 싶지 않으니 제발 그런 생각도, 그런 말도.만식은 두 손으로 그녀의 차가운 손을 감쌌다. 좀처럼 따듯해지지 않았지만 놓지 않았다.필립이 말했다.-어머니를 모시고 제주도에 다녀오겠습니다. 고향 이곳저곳 다니시다 보면 어머니 마음도 조금 안정되지 않겠습니까?그럴 듯 했다.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게 그녀를 막고 있던 만식이었다.-그래, 그게 좋겠다. 나도 같이 가야겠다. 너의 엄마와 같이 있어야겠다.만식과 그의 아내, 필립이 제주도에 갔다.초저녁이었다. 어두워지고 있었다. 제주시를 벗어나 산업도로로 접어들었다. 만식의 아내는 말없이 차창 밖을 보았다. 만식이 아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뭐를 그렇게 보고 있으신가?만식의 아내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오름이 보이네요. 검은 오름. 검은 오름이 검은 파도처럼 몰려오고 있어요. 검은 나무, 검은 풀들.차창에 입김이 서렸다.-하루에 한 가지씩만 구경합시다,나머지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호텔에 머무르자 했다. 만식의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맛집은 당신이 안내해야 해.만식이 농을 했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제가 찾아 놓았습니다.필립이 거들었지만 만식은 만식대로 만식의 아내는 아내대로 필립의 얼굴을 보기만 했다. 김강 작가 2017년 제21회 심훈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 ‘소비노동조합’ ‘여행시절’(공저) ‘당신의 가장 중심’(공저) 등을 썼다. 가까운 거리의 낮은 오름과 몇몇 유명한 해안가를 둘러보며 일주일을 보냈다. 만식의 아내는 가끔 웃기도 했고 갈치조림을 먹고 싶다 말하기도 했다. 제주로 내려오던 날 저녁보다 나아진 듯 보였다.-내일부터 며칠 동안 뭍에 다녀오겠소. 가서 결재할 일도 있고 만나야 할 사람도 있고.-네, 그러세요. 저 신경 쓰지 마시고 볼 일 충분히 보세요.만식은 공항으로 향하는 차에 오르며 필립을 불렀다.-엄마를 잘 살펴라. 아내마저 잃고 싶지 않구나. 자식을 잃은 것만으로도 이미 넘친다. 감당하기 힘들다. 만식이 육지로 간 날, 만식의 아내와 필립은 둘이서 저녁을 먹었다.-네 원망을 많이 했어. 네 형을 두고 어찌 혼자 살아나올 수 있었는지, 왜 형을 구하지 못했는지. 너 또한 내 자식인데도 너를 원망했구나. 너 하나라도 살았으니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데 말이다. 알아. 그런데 아직도 그래. 너도, 내 마음도 잘 모르겠구나. 너를 보는 것이 여전히 편하지 않구나. 그날, 너의 형이 죽던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너는 무엇을 했던 거니? 네가 형을 대신 할 수 있다 생각한 거니?

2022-01-17

사랑이라는 불꽃

노자영의 작품은 권보드래가 엮은 범우비평판 한국문학 ‘사랑의 불꽃반항(외)’에서 실제로 읽어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당시의 연애소설의 인기가 궁금하다면 권보드래의 ‘연애의 시대’(현실문화연구, 2003) 등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사실, 한국의 1920년대는 일제에 의해 강점되어 있던 비극적 시대이기도 했지만, 찬란한 연애의 시대이기도 했다. 국가를 잃고 식민지가 되었더라도 매 순간 슬퍼하기만 하고 있을 리야 없지 않은가. 또 그런 때야말로 사랑의 불꽃은 더욱 타오르기 마련이지 않은가. 누군가를 사랑할 마음이 생겨야 민족이든 국가든 사랑할 수 있을 테니, 청춘들이 꿈을 꾸지 못하고, 사랑을 하지 못하는 시대가 위험한 것이지, 국가의 상실과 사랑의 열망이란 결코 서로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오백 년에 걸친 기나긴 조선이라는 하나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왕이든, 국가든 어딘가 바깥에 삶의 중심을 두고 있던 세계가 종언을 고하고, 개인적인 욕망에 눈뜨기 시작했던 시기 역시 바로 이 무렵이다. 인간이 자기 생의 의미를 온전히 자기 내부에 두기 시작했다는 것은 인류가 중세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근대로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인간 사회의 한 패러다임이 바뀌는 징후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 좋아한다는 것이야 인류가 생겨나면서부터 늘 마찬가지였겠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문제로 세상이 무너질 듯 고민하며 불길 같은 열정을 품는 것, 심지어는 극단적인 선택마저 서슴지 않는 것은 바로 근대적인 연애에서만 일어나는 특징적인 징후였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단지 한 젊은이의 번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은 파문을 일으켰던 것은 바로 중세적인 세계에서 벗어나 근대로 접어들면서 모두가 자기 안에 자기만의 신을 갖게 되어, 누군가를 욕망한다는 문제가 한 없이 불안하면서 또 한 없이 귀중한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그런 의미로, 1920년대는 연애 베스트셀러의 시대이기도 했다. 글로 쓰인 타인이 겪었던 ‘연애’가 겨우 누군가가 겪은 연애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마치 내가 겪을 수도 있었던 것처럼 감정적 전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이 시기 무렵부터 작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사실이 되었다. 연애는 인간의 감정이자, 감정의 분자를 전달하는 미디어가 되었던 것이다.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 속 B사감이 ‘연애소설’에 열광하듯, 기숙사 학생들에게 온 편지를 읽으면서 연애 감정을 고양시키고 있는 대목은 물론 기괴한 장면이지만, 이것만큼 당시의 시대를 잘 요약하고 있는 장면은 또 없을 것이다. 1926년 낭만적 사랑과 불륜이라는 현실 사이를 봉합하지 못하고 현해탄에서 정사(情死)했던 ‘사의 찬미’의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의 사례는 한 없이 비극적인 연애의 시대의 감정적 정점에 해당한다.이 시대 가장 잘 ‘팔렸던’ 연애 작가는 바로 춘성 노자영이었다. 그가 1920년대 초에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펴낸 연애서간집 ‘사랑의 불꽃’은 당시에 센세이션을 일으킬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오죽하면, 당시 세간에는 춘원(이광수)은 몰라도 춘성(노자영)은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 노자영의 연애서간집의 성공에 힘입어, 유사한 일련의 사랑 시리즈가 잇달아 나오게 될 정도로, 이 ‘사랑의 불꽃’은 ‘연애’를 모티브로 한 기획출판물의 시작점이 되었다. 비록 이 연애서간집으로 당시 불꽃과도 같은 사랑의 열정을 마주했던 노자영은 이후 창작에 전념하여 시집 ‘처녀의 화환’’, ‘내 혼이 불탈 때’로 이어졌지만, 그다지 문학사 내에는 기억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마치 청춘의 사랑이 그러하듯 말이다. 노자영은 자신의 단편소설 ‘반항’의 시작에 다음과 같이 쓴다.“이 작품은, 예술이라는 것보다도, 청춘의 핏덩어리요 눈물방울이다. 이로써 나는 나의 청춘의 한 시절을 종이 위에 옮겨, 나와 같이 울고 서러워하는 여러 젊은 사람들에게 이 글을 보낸다.”/송민호(홍익대 교수)

2022-01-17

새로운 끌림, Space Walk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영일만 한 켠의 이색적인 조형물이 최근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해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포항 환호공원 등성이에 구름처럼 걸터앉은 이른바 ‘Space Walk’가 개장한지 8주만에 총 관람객이 15만명에 이르고 있으니, 과연 ‘핫플’이 아닐 수 없을 정도다. 코로나19가 집요하게 일상의 발목을 잡아도 곡선형 루프 조형물을 따라 올라 영일만을 조망하다 보면 어느새 탁 트인 가슴 결로 갑갑함과 침울함이 싹 가시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스페이스 워크는 새로운 매력과 끌림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환호해맞이공원은 한낱 야산에 불과하던 환호동의 바닷가 일대를 포스코의 지역협력사업으로 200억원을 기부받아 포항시가 2001년 8월에 준공하여 시민의 건강과 휴양, 정서생활 향상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활용돼 왔다. 거기에 2019년 4월 포스코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포항시와 ‘환호공원 명소화’ 업무협약으로 세계적인 철강도시 포항에 걸맞는 랜드마크 스페이스 워크를 포스코에서 설치, 포항시에 기증해 오픈한지 오늘로 꼭 두 달이 된 것이다.스페이스 워크는 제막하면서부터 세간에 회자돼 크게 주목을 받았다. 입소문을 타거나 언론, 방송에 앞다투어 보도되고, SNS 등에 일제히 소개되면서 일약 국민적인 이목과 호기심을 부추겼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새로운 체험형 조형물로, 333미터 길이의 계단통로를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공간예술 속으로 빠져들고 마치 구름 위나 우주를 유영하는 것 같은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작품 위에서 360도로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을 접할 수 있고, 무한한 루프(고리)가 보여주는 느림과 여유의 미학을 배우며 사람과 기술, 예술로 이어지는 상상의 발걸음 속에 신기한 듯 놀라운 희열과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연오랑세오녀를 연상하며 해와 달을 상징하는 공중의 두 개의 큰 원과 공간, 시간, 사람을 이어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속도와 균형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 관객의 체험을 통해 완성되는 작품인 스페이스 워크는, 포항시와 포스코가 하나되어 새로운 100년을 함께 할 지속가능한 발전과 상생의 미래를 상징하는 빛과 철의 하모니라 할 수 있다.포항시가 올해 시무식을 바다 건너 포스코가 보이는 스페이스 워크에서 개최한 것도 해양관광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공동체 의식의 확고한 표명이 아닐까 싶다.전국 각지에서 스페이스 워크를 걸어 보려는 사람들로 환호공원엔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거기에 왕래부절의 관람객들을 안내하고 체온 체크, 출입 개폐기 관리, 주변 환경정화 등을 자발적으로 역할 분담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핫플만큼 뜨겁기만 하다. 개장 이후 한번도 빠짐없이 매주말과 휴일을 반납하고 Space Walk 운영 도우미에 나선 포스코 봉사단과 영일만 서포터즈 등의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이 고무적으로 여겨진다. 타지인이 90% 이상인 방문자들에게 개장 초기의 친절하고 편안한 안내로 스페이스 워크가 전국적인 명소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2022-01-17

소통으로 완성되는 기업의 문화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현재는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팬데믹 상황으로, 비대면 언택트가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바뀌었고, 기업에서도 대면보다는 화상으로 미팅하고 교육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비대면으로 일을 처리하면서 이해관계자와 더욱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야 함으로 소통이란 단어가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소통은 리더의 덕목이 되었을 뿐 아니라 기업 생존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가 되었다. 기업에서 문화로 가는 혁신활동이나 문제를 해결할 때 가장 중요한 항목이 무엇인가요? 라고 물어본다면 필자는 첫번째가 소통이라 말하고 싶다. 소통(疏通)이란 사전적 의미로 막힌 것을 터버린다는 소(疏)의 개념과 사람 간에 연결을 뜻하는 통(通)이란 개념의 합성어이다.필자는 삼통(三通)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한다. 삼통은 소통, 화통, 심통인데, 소주(燒酒)로 통한다, 대화(對話)로 통한다, 마음(心)으로 통한다라고 재미있게 풀면서, 술과 음식을 먹으면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인간관계 형성 방법이라고 한다.생각해 보면 2천년대 이전에는 한 방향 소통이 당연시 되던 시절이었다. 고도 성장을 위해 목표가 명확 했기 때문에 사장의 지시사항이 전 직원에게 얼마나 빨리 전달되는 가가 중간관리자의 추진력 또는 카리스마로 인식되었다.하지만 현재는 직원들과 더 많은 대화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본인의 주장보다는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추진할 때 직원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그들과 같은 방향으로 같은 꿈을 꿀 수 있다고 본다.독일 철학자 헤겔은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있다’라고 하였다. 이는 강제적으로 다른 사람이 문을 열어 줄 수 없고,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가 마음의 문을 열고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해와 바람’이란 이솝 우화를 보면 바람과 해는 누가 더 힘이 센 지에 대해서 다투었고, 지나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내기를 한다. 바람은 강한 바람을 힘차게 뱉어냈지만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데 실패했고, 부드럽고 따스한 햇살을 비춘 해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데 성공한다.이 이야기에서의 교훈은 강함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움이 이기는 것이고, 나그네가 외투를 스스로 벗을 수 있도록 해님이 배려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필자는 소통 노하우라 하면 진심 어린 대화(對話), 존중하는 경청(傾聽), 사려 깊은 배려(配慮)를 꼽고 싶다.P사는 고객, 구성원,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기 위하여 각 부서별 별도의 소통 섹션 조직을 구축하고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해당 직원의 다면 평가가 담당임원 승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기업의 좋은 문화는 진정한 소통으로 완성된다고 본다. 진정한 소통이란 단순한 의사전달을 넘어서서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쌍방향 소통을 말한다. 한사람의 직원이라도 마음의 문을 스스로 열고 나올 수 있도록 나부터 실천해 보길 바란다.

2022-01-17

동백꽃이 정치인에게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권력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정치인들은 ‘자연이 말해주는 거룩한 침묵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권력의 독선과 남용, 오만과 위선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참된 정치인으로서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스승, 대자연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는 혜안(慧眼)이 필요하다.겨울의 꽃, 동백은 ‘청렴과 절개’를 상징하는 ‘선비의 꽃’이다. 동백은 엄동설한(嚴冬雪寒)의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꽃을 피우는 의지와 고투(苦鬪)가 청렴하고 절조 높은 선비를 닮았다. 동백은 눈보라치는 혹한 속에서 꽃을 피우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고, 선비는 ‘견위수명(見危授命)’, 즉 나라가 위태로울 때 자신의 목숨을 바치기 때문에 더욱 위대하다. 대통령 후보들이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즉흥적으로 남발하는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될 수밖에 없다. 말과 행동, 겉과 속이 다른 정치꾼들은 동백의 지조와 절개를 배울 일이다.동백꽃은 정치인들에게 ‘공생과 상생’의 중요성을 가르쳐준다. 동백꽃은 조매화(鳥媒花)다. 벌과 나비가 없는 겨울에 새가 수분(受粉)을 도와준다. 동백꽃은 동박새가 먹이를 구하기 힘든 겨울에 꿀을 주고, 동박새는 동백꽃에게 수분을 도와 열매를 맺게 해준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공생인가? 바로 이 공생이 상생의 기반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이들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한국정치에서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는 공생이 아니라 공멸의 길을 가고 있다. 서로가 상대를 죽이고 나만 살겠다고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다. 진영의 보스가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분열과 공멸의 논리를 거부하고 통합과 공존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동백꽃은 떨어지는 그 순간까지도 커다란 가르침을 준다. 동백꽃은 가장 아름다울 때 ‘툭!’ 하고 송이채 떨어진다. 다른 꽃들과는 달리 꽃잎이 시들어서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동백꽃은 가장 아름다운 날에 스스로 땅에 떨어져 황홀한 꽃길로 다시 피어나니 ‘사즉생(死卽生)’이다. 권력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꺾는 동백꽃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가? 어떤 시인의 말처럼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제 아무리 화려한 권력도 동백꽃이 낙화하듯이 한 순간에 지고 마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은 권력이 영원할 것처럼 착각한 오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스스로 명예를 지키라’는 동백꽃의 가르침을 거역한 권력의 말로가 비극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동백꽃은 세 번 피는 꽃이다. 나무에서 활짝 핀 다음, 송이채 떨어진 꽃은 붉은 융단으로 다시 피어나고, 그 아름다움을 본 우리들의 가슴속에 또 다시 피어나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치인들도 동백꽃이 가르쳐주는 청렴과 절개, 아름다운 공생, 그리고 눈부신 낙화의 의미를 깨달아 국민에게 존경받는 지도자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2022-01-17

법원·검찰청 후적지 개발, 시민 관심 뜨겁다

대구시가 17일 ‘동부소방서 및 법원·검찰청 터 개발 기본계획 수립 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오는 2027년까지 연호지구로 이전할 법원·검찰청 부지는 범어네거리 인근 상업 중심지여서 후적지 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대구시는 해당부지를 포함한 동대구 역세권을 영남권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법원·검찰청 후적지 개발 방안에 대해서는 관할 자치단체인 수성구청도 이미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와 수성구청은 후적지 부지가 대부분 국유지이기 때문에 개발 방향을 일단 그려놓고 정부와 협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동부소방서(3천97㎡)는 2024년 혁신도시로, 법원·검찰청(4만3천998㎡)은 2027년 연호지구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중 법원·검찰청 후적지는 95%이상이 국유지이며, 층수 제한없이 주상복합아파트를 건립할 수 있는 면적도 약 3만㎡에 이른다.정부는 법원·검찰청 후적지를 매각해 연호지구 법조타운 조성비용에 충당할 계획이기 때문에, 대구시의 공공개발 방침이 무산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대구시는 일단 후적지 공간을 ‘동대구 역세권 활성화’라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개발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벤처·창업 중심지인 동대구 벤처밸리의 기능 강화에 주안점을 둔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이를 위해 창업·기업지원기관, 유관 기관·단체 등 수요자 중심의 민관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실행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정해용 경제부시장은 “동대구 역세권은 지역 벤처·창업의 전진기지이자 도시철도 엑스코선 건설 등 주요한 변화가 예상되는 지역인 만큼 신산업 발전을 위한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연호동 법조타운 조성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민간업자에게 후적지 일부라도 팔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다행히 대구시가 용도지역 결정권과 교통환경영향평가 권한을 가지고 제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일방적인 후적지 매각은 불가능하다. 대구시와 수성구청이 구상하는 대로 후적지 개발이 이루어지려면 정부와의 끊임없는 교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2-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