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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존재와 부재에 대한 사유

어촌 마을의 한적한 골목길은 존재와 부재에 대한 사유의 장소로 내가 즐겨 찾는 곳이다. 간혹 마주치는 할머니께 인사를 건네면 사진은 왜 찍냐고 물으신다. 나는 습관처럼 “보려구요”라고 대답한다.대부분의 할머니는 못 알아들으셨는지 알아들으시고도 관심 없으신지 “뭐 찍을 거 있다고….”하시곤 가시던 길을 가신다. 할머니의 전부인 그 터전에서 보고 또 보고 사유하려는 나의 존재는 그 할머니에게 무엇이며 또 나에게는 무엇일까? 끊임없는 사유의 늪은 그렇게 깊어간다. 그렇게 보고 또 보고 사유하며 관계 맺음하고 있노라면 그 대상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나를 느낀다. 나의 사진 작업은 그렇게 보고 또 보고 그리고 또 보는 것이다.영암리는 포항시 남구 장기면의 작지 않은 어촌마을이다. 여느 어촌마을과 다름없이 한적하고 기다림이 을씨년스러운 빈집들이 드물지 않게 보인다.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과 떠난 사람들의 사연들이 겹겹이 쌓이고 있는 빈집이 공존하며 존재와 부재의 증명이 뒤엉켜 있다. 어촌 마을의 현실은 나로 하여금 나 자신을 더 깊이 되돌아보게 한다.존재한다는 것은 기다림이다. 그리고 부재도 기다림이 증명한다. 우체통마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는 영암리 어느 빈집 앞에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이경진(사진작가)

2020-10-05

공직자의 공상허언증

강희룡서예가진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것을 거짓말이라 한다. 영국의 정치가며 작가였던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거짓말의 종류를 그럴듯한 거짓말과 빌어먹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정리했다. 거짓말은 그 정도가 심해지면 허언증이라는 정신병에 이르며, 사실을 왜곡해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이 진실이라고 믿는 심리적 장애를 ‘공상허언증’이라 한다. 이 증세는 주로 타인에게 주목받기를 좋아하며 지나치게 높은 이상을 가지고 있다. 이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뇌가 스스로 기억을 조작하면서 거짓말의 범위가 확대되고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특히 이들은 거짓말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불안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며 부끄러움 또한 없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을 재미로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거짓말은 정치인과 제일 가깝다. 그 유형을 보면 흔한 거짓말로는 첫째로 후보자 출마 시 무분별한 공약남발로 인해 선거공약을 다 지키지 못했을 경우이다. 둘째로는 국가나 사회 등 공공이익을 위해 진실을 숨기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처칠은 불리한 전황을 숨기고 호도한다는 이유로 언론으로부터 거짓말쟁이라는 비평을 받았다. 그때 처칠은 ‘진실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거짓말로 보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라는 세기의 명언을 남기면서 오히려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처칠의 해학과 진심이 담긴 명언과 연설은 후에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1953년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다. 셋째로 착한 거짓말 또는 선의의 거짓말이다. 이것은 정치인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특히 의사가 환자의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해 상황을 유리하게 설명하는 경우이다.마지막으로 추한 거짓말 즉 빌어먹을 거짓말(새빨간 거짓말)이다. 정치인이 개인이나 가족의 과오를 숨기거나 은폐하기 위해서 하는 거짓말로써, 선진국가에서는 통상 정치생명을 위협 받는 치명적인 일이다. 자신을 잘 보이게 하려는 거짓말은 허세와 허영을 심리적 바탕으로 하지만, 상대를 속이는 악의적인 거짓말은 사기에 해당된다.추미애 법무장관이 언론과 국회에서 27번이나 거짓말을 하였다한다. 보좌관에게 지원장교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아들휴가 연장 건을 조치하라는 카톡내용이 드러났는데도 검찰의 불기소처분을 근거로, 야당과 보수언론의 거짓말이 명백히 밝혀졌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또한 자신이 보좌관에게 아들 부대 지원 장교 연락처를 전달한 것은 지시라고 볼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하리만치 한국은 공직자들의 거짓말 범죄가 많고, 그 수도 증가하는 추세이며 죄질에 부끄러움을 못 느끼는 공상허언증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당신은 사람들을 계속 속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을 잠시 속일 수는 있을 것이나, 모든 사람들을 계속해서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 새겨야 할 에이브러햄 링컨의 명언이다.

2020-10-05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첫걸음

박은미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실장1919년 국제노동기구(ILO)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선언했고, 노동자들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동일가치노동에 동일보수를 받도록 규정했다. 성별 동등한 임금을 보장하고 남성보다 열악하지 않은 근로조건을 여성에게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 성별 임금격차는 2018년 37.1%, 2019년 34.1%로 약간씩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그 격차가 30.0% 이상 불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성별 임금격차는 오래전부터 두드러진 현상이며, 그 격차 수준도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북지역은 2018년 임금근로자 중에서 여성 월평균 임금이 170만4천원으로 남성 월평균 임금 295만3천원의 57.7% 수준에 머물고 있다(통계청, 2018). 경북지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의하면,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53.0%, 남성경제활동참가율은 75.5%로 남성에 비해 여성이 22.5% 낮아 성별 격차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통계청, 2019).한편, 정부는 노동시장 내 성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여성노동정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노동정책에서 제시한 부분은 저출생과 여성인력 활용을 위한 기반마련에만 머물고 있다. 2019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촉진 계획에 의하면, 재직여성 등의 경력단절 예방,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활성화, 보육·돌봄 인프라 강화, 일·가정 양립 환경 조성 및 협력체계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경력단절여성이 가질 수 있는 일자리가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로 양산되면서도 산업별, 직종별 등에 관한 차별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성별 임금격차에 대한 보다 전반적이고 깊이 있는 이해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노동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고 저임금노동자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법’이 제정되고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성별 임금격차 해소에 관한 공감과 필요성을 제시하려면, 먼저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서울시의 경우 2019년에 국내 최초로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시행해 임금격차 개선에 적극적으로 추진했다.투자 출연기관에서부터 시행해서 공공부문의 성별 임금격차를 개선하고, 성별에 따른 고용기회와 차별을 해결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해외 사례의 경우는 영국, 오스트리아, 호주 등에서 성별 임금격차 공시 및 임금 정보 결과를 논의했다.예를 들어, 영국 250명 이상 사업장은 ‘2010년 평등법’ 제78조 젠더 임금격차정보와 2017년 시행령 규정에 근거하여 젠더 임금격차가 공시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2011년에 개정된 평등대우법제 11조에 따라 일정규모 이상의 근로자를 상시 고용하는 기업에게 2년마다 임금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이젠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임금 공시제도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구성항목, 공개방식, 적용대상, 공시 주기 및 시행시점 등에 관한 이해당사자 간의 합리적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0-10-05

정의(正義) : 힘과 도덕의 불행한 관계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인류의 역사는 ‘정의를 둘러싼 갈등과 투쟁의 역사’이다. 이상주의자는 ‘정의가 힘’이라고 역설하지만 현실주의자는 ‘힘이 정의’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규범적 정의’와 현실에서 마주하는 ‘경험적 정의’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권력정치에서는 ‘힘을 가진 권력이 도덕을 외면’하거나, ‘권력이 발휘하는 힘을 정의로 포장’하기 때문이다.정의란 ‘힘으로 상징되는 권력’과 ‘도덕으로 대표되는 철학’이 대결한 결과의 산물이다. 파스칼(B. Pascal)은 힘과 정의의 관계에 대해서 “힘이 없는 정의는 무능이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다. 따라서 정의와 힘은 함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권력의 획득·유지·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현실정치에서 ‘권력의 힘으로 정의(定義)하는 정의(正義)’는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적 정의’와는 다르다.그렇다면 문재인 정권이 추구하는 정의란 무엇인가? 그들의 정의는 ‘힘과 진영논리를 앞세운 편의적·선택적 정의’이다. 국민을 편 가르고 권력의 힘으로 내편만 유리하게 적용하는 ‘외눈박이 정의’다.그들은 소피스트(sophist) 철학자 트라시마코스(Thrasymachus)의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는 궤변을 추종하고 있다. 약자를 외면하고 공정성을 상실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샌델(M. Sandel)의 지적처럼 “정의란 공동선의 추구”이며 “정의의 본질은 보편성과 공평무사(公平無私)”에 있다.문 정권이 ‘압도적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의의 ‘이중성과 폭력성’도 심각하다. 정의를 말하면서 불의를 자행하고, ‘을’의 편에 서겠다면서 ‘갑질’하는 이율배반이 ‘입진보’의 정의다.정의를 담당하는 정의부(법무부)장관들, 즉 조국 딸의 입시비리와 추미애 아들의 황제휴가, 그리고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권력의 특권과 반칙을 수사하던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든 사람들도 바로 그들이다.힘을 가진 정치권력이 도덕성을 상실하여 자신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고, 어용언론·어용교수들을 동원하여 불의를 정당화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 정치적 폭력’이다.따라서 진보정권의 선택적·폭력적 정의는 보편성·공정성을 지닌 진정한 정의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정의에 대한 성찰이다. 대통령은 ‘진보의 정의’가 ‘보편적 정의’와 다름을 인정하고 독선과 아집을 버려야 한다. 하지만 권력의 속성상 ‘힘으로 정의를 포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의로운 힘’이 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결국 정의를 위한 ‘힘과 도덕의 동행’ 여부는 ‘깨어있는 시민들’에게 달려있다. 민주주의에서 정치권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가진 시민의 힘, 즉 여론이다. ‘정의의 심판자’로서 시민은 ‘도덕성을 상실한 권력’이 힘으로 정의를 훼손·변질시키려 할 때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 시민은 ‘권력의 조작대상’이 아니라 ‘권력의 주체’임을 행동으로 증명함으로써 정의를 수호할 수 있다.

2020-10-05

대한제국 칙령 반포 120주년 맞는 독도

매년 10월 25일은 독도의 날이다. 독도가 우리 고유의 땅임을 만천하에 알리고 이를 기념하는 날이다. 특히 올해는 1900년 10월 25일 고종 황제가 대한제국 칙령 41호를 통해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발표한 지 120주년 되는 해여서 독도의 날 의미가 더욱 돋보인다.10월 25일이 독도의 날인지는 대체로 알려져 있지만 10월이 독도의 달인지는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2005년 6월 9일 경북도의회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맞서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고자 10월을 독도의 달로 지정한 조례를 통과시켰다.이달만큼은 공무를 위한 일본 방문을 규제할 수 있도록 조례 내용도 고쳐 만들었다. 경북도의회는 조례 제정 다음해인 2006년 독도 현지에서 정례회를 개최해 독도가 행정구역상 대한민국 경상북도 땅임을 확인시키기도 했다.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시네마현은 2005년 3월 다케시마의 날로 정한 조례를 가결해 독도에 대한 영유권 야욕을 가속화했다. 일본 정부는 검정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라는 왜곡된 내용을 수록하고, 국가 홈페이지에도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을 게시했다.독도는 국제법상으로나 역사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우리의 영토다. 1145년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에 신라 지증왕 13년 이사부가 우산국(울릉도)을 점령한 역사적 기록이 있어 독도는 삼국시대로부터 우리의 역사로 시작한다. 1454년 세종실록에도 울릉도와 독도에 관한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다.고종 황제 칙령 41호 발표는 독도가 우리의 영토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하는 역사적 사실이다. 12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이런 역사적 사실 바탕 위에 역사적 인식의 폭을 더 넓혀가야 한다. 특히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에게 올바른 역사적 진실을 전달하고 이해시키며 대외적으로도 독도가 우리의 영토임을 천명해나가야 할 것이다.경북도가 울릉군과 국립중앙도서관과 함께 디지털 독도 아카이브 협약식을 갖는 등 독도의 달을 맞아 각종 행사를 벌인다. 독도의 달을 맞아 경북도가 계획한 독도관련 세미나나 전시회 등이 열리는 곳을 한번쯤 찾아가 보는 것도 좋다. 독도에 대한 역사적 인식을 키워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2020-10-05

국민의힘, 국감서 수권(受權) 능력 입증해야

7일부터 시작되는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제1야당 국민의힘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시험대이자 기회다. 특히 올해 국감은 ‘코로나19 뉴노멀’ 시대에 맞춰 대폭 축소되고 감사장 풍경도 달라질 전망이다. 야당으로서는 집권당의 실정을 파헤치고 대안을 내놓기에 오히려 심각한 악조건이 형성된 셈이다. 내년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과연 수권(受權) 능력이 있는지를 입증할 마지막 기회다.이번 국감 정국을 관통할 대형이슈는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거짓말 논란, 공수처 등을 둘러싼 논쟁 등이다. 각 당의 정략을 중심으로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정부·여당은 도심 한복판에 소위 ‘산성(山城)’으로 불리는 난공불락의 바리케이드를 치고 불심검문을 자행할 정도로 정치집회에 한껏 예민해진 상태다. 국감은 민심을 표출할 유일한 무대다.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문제는 정기국회의 판을 뒤흔들 메가톤급 뇌관이다. 민주당이 제1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고 공수처 수사단을 이념 집단화할 목적으로 법 개정에 나선 상황에서 야당의 활약은 대단히 중요하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국가부채 비율 등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카톡 문자’로 촉발된 포털사이트 외압 논란이 주요 쟁점이다.그러나 국민의힘이 정부·여당의 실정(失政)에 대해 무분별한 폭로전에 함몰된 나머지 유권자의 감성만 자극하려고 한다면 집권 세력의 작전에 말려드는 것이다. 국민은 야권의 구태의연한 발목잡기, 티 뜯기식 야당 놀음에 질려 있다. 정권의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국정 운영에 넌더리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제1야당에서 신실한 대안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이렇다 할 대권후보조차 부상시키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이번 국감이 수권정당으로서의 능력을 평가받는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야권의 국정비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가슴속에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하는 물음표를 달고 있는 민심을 잠시도 오독(誤讀)해선 안 된다.

2020-10-05

불법사금융 ‘대리입금’ 주의보

불법사금융이자 고금리불법사채의 한 형식인 대리입금은 콘서트 티켓이나 게임 비용 등이 필요한 청소년을 유인해 소액을 단기로 빌려준 뒤 고액 이자를 챙기는 방식이다. 대리입금 업자들은 SNS 등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접근해 1만~30만원 내외의 소액을 2~7일간 단기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친근한 지인 간의 거래처럼 보이게 하려고‘이자’라는 말 대신 ‘수고비’나 ‘사례비’라는 용어를 쓰고, ‘연체료’라는 단어 대신 ‘지각비’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업자들은 수고비로 대출금의 20~50%를 요구하고, 약정기간을 넘기면 시간당 1천~1만원의 지각비를 부과한다.현재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에는 법정 최고금리가 각각 연 27.9%, 연 25%로 명시돼 있지만, 시행령에서 최고금리가 모두 연 24%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어 법정 최고 이자율 상한은 연 24%이며, 이보다 높은 이자를 받으면 불법이다. 대리입금의 수고비와 지각비를 이자율로 계산했을 경우 약 20~50% 수준이며, 빌리는 돈이 소액이라 체감하기 어려울 뿐 실질적으로는 연 1천%에 달하는 곳도 있다.대리입금 피해 사례를 보면, 청소년 B군은 3일 동안 10만원을 빌리고 14만원을 상환했는데도 36시간 연체에 대한 지각비 5만원(시간당 1500원)을 내라는 협박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 업자들은 신분 확인을 빌미로 가족이나 친구의 연락처 등을 요구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 불법 추심 등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대리입금은 코로나19로 호주머니가 텅 빈 가정의 청소년들을 유혹해 경제파탄에 이르게 하는 색깔 고운 독버섯이니 절대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0-05

포항이 국제항로의 MVP가 되려면

가끔 차가운 컨테이너 화물차량만 오가며 삭막함마저 풍기던 영일만항이 조만간 사람들이 북적이는 국제항만다운 모습을 보일 것 같다. 지난 9월 11일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두원상선이 포항을 모항으로 하는 국제카페리선(Eastern Dream호)을 투입하여 러시아와 일본을 오가는 정기 항로를 개시한 때문이다. 앞으로 부두 주변 상가에서 ‘안녕하세요’라는 목소리에 곤니치와(일본어)나 즈드랏스부이쪠(러시아어), 니하오(중국어) 등이 뒤섞여 시끌벅적한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 비록 국가항만 기본계획이 수립된 지 11년 만이기는 하지만, 조만간 국제크루즈 여객부두와 국제여객터미널도 제 모습을 갖추게 된다. 운항을 시작한 국제카페리선은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문제 등을 고려하여 연말까지는 화물만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 코로나19 문제가 서서히 수습됨에 따라 영일만항은 화물과 승객을 모두 수용하게 될 이 국제카페리 항로를 통해 물동량도 착실히 늘어날 것이다.포항을 기점으로 운항을 개시한 국제카페리선의 행선지는 러시아어로 동방을 지배 내지는 정복한다는 뜻을 지닌 부동항 블라디보스톡(Vladivostok)과 일본 서해안 북쪽에 위치한 교토부(京都府)의 관문으로 러일전쟁 당시 일본 전함들이 드나들던 군항이기도 했던 마이즈루(舞鶴)다. 포항-블라디보스톡-마이즈루가 삼각형을 이루는 이 국제항로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 국제카페리선은 포항을 주 2회, 러시아와 일본을 주 1회씩 운항할 예정이며, 매주 토요일은 포항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출항하며 매주 수요일은 포항에서 일본 마이즈루로 출항한다.지금 이 항로에 투입된 국제카페리선은 항차당 최대 여객 480명, 컨테이너 130개(TEU), 자동차 250대, 중장비 50대 정도가 최대치다. 하지만, 향후 이 노선이 활성화되면 투입선박이 늘어날 수도, 보다 대형 선박으로 교체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 항로도 상황에 따라서는 러시아와의 공동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중국 지린성 훈춘(吉林省琿春)과 북한 나진항까지 연결되는 때가 오게 된다면 삼각형의 항로는 오각형을 이루며 그야말로 포항의 별(star)이 될 수도 있다.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한일 간 항로다. 사실 2011년 당시 처음 일본의 마이즈루시와 정기 항로 개설과 관련한 협상테이블에 나섰을 때도 크루즈를 기대하던 일본 측과 달리 필자는 당장 화물과 승객 모두를 조금이라도 수용할 수 있는 카페리에 더 관심이 갔었다. 한일관계를 차치하더라도 당장 일본 서해안지역과 포항 간 국제크루즈선을 채울 정도의 관광 수요가 있을 것으로 상정하는 것은 무리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실무적 관점에서는 화물과 승객을 함께 수용하면서 조금씩 저변을 확충해 나갈 수 있는 카페리항로가 더욱 효율적인 것만은 틀림없다. 물론 이 노선의 관광수요가 결코 작다고 보기도 어렵다. 당시 일본 교토부와 마이즈루시가 계획하고 있던 크루즈상품의 주제는 ‘밀레니엄 시티 투어’였다. 이는 포항이 경주를, 마이즈루가 교토를 배후에 두고 있는데 착안한 것이다. 때마침 영일만항과 마이즈루항은 각국 정부로부터 비슷한 시기에 환동해거점항만, 환일본해거점항만으로 지정받았다. 특히 이번에 개설된 포항-블라디보스톡-마이즈루를 잇는 국제카페리항로는 일본에서 극동러시아를 정기운항하는 유일한 페리항로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그렇기에 2012년 2월 이후 현재까지 3선에 성공한 다다미 료조(多3005見良三) 마이즈루시장은 지난 17일 포항발 국제카페리선 이스턴드림호를 환영하는 자리에서 ‘간사이(關西)경제권의 일본 측 게이트웨이를 지향’한다고 선언하였다. 이날 마이니찌신문은 다다미 시장이 이강덕 포항시장과의 온라인 회담에서 포항과 마이즈루 간 화물 집중을 위한 정기 정보교환체제 구축, 관광세미나 개최, 국제페리를 이용한 청소년교류 3가지를 제안하였으며 이 시장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보도하였다.이번 국제카페리항로의 출범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포항에서 블라디보스톡과 마이즈루를 연결하는 국제카페리의 MVP(Maizuru-Vladivostok-Pohang) 노선이 국제항로 가운데 그야말로 최우수노선(MVP: Most Valuable Player)이 되려면 포항도 러시아, 일본에 뒤지지 않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다음 몇 가지 사안을 제안한다.첫째, 코로나19로 지금 당장이야 연말까지는 여객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미봉책을 세웠다. 하지만 앞으로 코로나19가 수습되더라도 지금 세계 각국이 철저하게 마련하고 있는 선박과 부두 등에 대한 검역과 방역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유사한 수준의 대책은 구축해 둘 필요가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카페리선인 만큼 컨테이너부두와 여객부두, 여객부두와 여객터미널 등에서의 물자와 사람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선박과 화물, 그리고 승객 모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철저한 방역 대책과 시설을 정비하고 점검해두어야만 한다. 이것이 전제되어야만 포항에 도착한 외국인 관광객을 시내 식당, 숙박업소 등에서 안심하고 환영할 수 있고 또 이 항로를 통해 일본이나 러시아로 여행을 가려는 국내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둘째, 포항과 마이즈루 사이의 노선은 경주와 교토라는 두 나라의 천년고도를 배후에 두고 있는 만큼 양 지역 관광객의 교차 방문과 관련 학자들의 학술교류를 정례화된 프로그램으로 만들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포항시는 경주시와 함께 카페리 노선을 통한 영일만항의 물동량 창출과 경주 관광객 유치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해야만 한다. 영일만항은 포항에 있지만 작게는 대구 경북 크게는 우리나라 전체를 시장으로 하는 동해의 관문으로 성장, 정착시킨다는 보다 넓은 범위의 전략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셋째, 이번 국제카페리 항로 개설을 계기로 러시아와 일본의 관광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소비기반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마련해 나가야만 한다. 일례로 숙박 기능을 갖춘 온천시설을 마련하여 북방지역 러시아와 중국 동북 3성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아울러 영일만항에 기항하는 선박의 승무원들이 휴식할 수 있는 호텔 및 위락시설 등도 필요하다. 이왕이면 흥해지역 재건, KTX역세권 개발 등과 연계시켜 시너지효과를 도모하였으면 한다. 가능하다면 일본 교토부의 유명 호텔, 음식점 등의 포항 현지법인 유치도 병행하였으면 좋겠다.넷째, 영일만항에 도착한 국제 여객들이 근거리에서 쇼핑하고 휴식하고 즐길 수 있는 시설, 영일만항에 기항한 다양한 선박들이 필요로 하는 식품 등 주요 보급물자를 공급할 수 있는 보급기지 등도 최대한 빠르게 확충할 필요가 있다. 냉동냉장전용 컨테이너를 수용할 수 있는 영일만항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마지막으로 외국인 승객, 선원이 영일만항에서 포항, 경주 시내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정기 셔틀버스의 운행,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택시 기사의 확보 또는 육성, 러시아 루블화와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을 편리하게 교환할 수 있는 환전센터의 설치 등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도 많은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국제관광객들이 본격적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이 모든 것을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적기다./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2020-10-04

춤추는 ‘허깨비 풍선’

안재휘 논설위원가수 나훈아가 작심 발언을 내놨다. 그는 추석 특집 KBS 실황 공연 도중 “국민 때문에 목숨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을 본 적 없다”면서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僞政者)가 나올 수 없다”는 멘트를 날렸다. “KBS는 공영방송이지요? 두고 보세요. KBS가 거듭날 겁니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했다.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말이다.그런데 이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을 놓고 야당이 먼저 반색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잊고 있었던 국민의 자존심을 일깨웠다”고 무릎을 쳤고, 원희룡 제주지사는 “(정치인으로서) 너무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했다. 반면 여권은 “정치적으로 ‘오버’해서 해석하지 말라”고 야당에 퉁을 놓는다.우리 공무원이 NLL 북방에서 북한군의 10여 발 총탄에 사살되고 불태워진 천인공노할 사태가 발생했다. 비극이 청와대에 보고된 시각은 밤 10시인데,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식보고한 시각은 다음날 오전 8시 반이란다. 안보 부처 장관·참모들은 새벽 1시에 긴급회의를 열었고, 문 대통령의 유엔연설도 나왔다는데 참 해괴한 일이다.사건 직후 잠시 분기탱천하던 집권당은 북한 전통문에 담긴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에 일제히 입을 닫았다. 청와대는 숨겨왔던 김정은의 친서를 강력소화기로 써먹었다. 이 나라 최고 궤변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김정은을 ‘계몽 군주’라고 칭송했다.예상대로, 서울동부지검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시절 황제 휴가 논란에 대해서 면죄부를 선사했다. 예측을 벗어난 것은 추미애 장관의 적반하장(賊反荷杖) 행태다. 동부지검은 수사결과와 함께 추 장관이 보좌관에게 카투사 대위의 전화번호를 알려준 카톡 내용을 함께 까발렸다.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추 장관의 주장을 한 방에 뒤집은 셈이다.추 장관은 “전화번호는 줬지만 지시는 안 했다”는 기괴한 논리를 들고나와 비판자들에 대한 가공할 보복 소송전을 을러댔다. 시중에 “술은 마셨지만, 음주는 안 했다”는 식의 패러디가 폭포를 이룬다.아무래도 집권 세력은 당분간 ‘추미애 사석 놀이’를 더 끌어가고자 하는 게 틀림없다. 문재인 정권은 강력한 팬덤정치의 마력을 중심으로 권력 프로그램을 힘차게 작동하고 있다. 문제는 야당이 맥없이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논리적 사유가 거세된 세상에서 야당은 권력의 바람 장난에 영락없이 놀아나는, 춤추는 ‘허깨비 풍선’이다.정권을 비판하는 여론은 허공에 겉돌 따름, 대안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고도의 정략 아래 뿌려지는 사석 밑밥에 눈이 어두워 도무지 ‘대안 정당’의 위상도, 지지여론을 일궈낼 적합한 수단도 구축하지 못하는 제1야당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이 깊다. 갈곳 잃은 민심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길을 묻고 있는데 마냥 허깨비춤만 추고 있으니 대체 어쩌자는 건가. 가수 나훈아의 상식발언 한마디에 박수나 치는 초라한 야당 수준으로 대체 뭘 할 수 있나.

2020-10-04

LID 증후군

어느 때보다도 조용한 추석명절을 보냈다. 추캉스라 하여 제주도 등 일부 관광지는 추석 연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몹시 붐볐으나 보통의 가정은 쓸쓸할 만큼 조용한 추석명절이었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을 우려, 언텍트 추석을 권하면서 노인들의 추석연휴 뒤끝은 여운이 남는다. 1년에 겨우 명절 두 번 정도 집으로 찾아오는 자식과 손자소녀를 이번 추석에는 만나보지 못함이 마음을 영 편치 않게 했다는 것이다.코로나19로 “올해 추석은 집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막상 명절을 보내고 나니 그 허전함이 크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면 마음의 병이 될까봐 두렵다.LID 증후군은 핵가족화에 따른 노인의 고독병을 일컫는다. 자녀가 분가해 떠나고 주위에 의지를 했던 사람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면서 생기는 손실감(Loss), 자녀와 떨어져 대화될 상대를 잃은 소외감(Isolation), 또 이런 상태가 오래 동안 지속되면서 생기는 우울증(Depression) 등의 표현을 줄여서 한 말이다.전문가들은 LID 증후군이 오래 지속되면 무기력, 방황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삶의 질은 자연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이런 부정적 정서가 기억력, 언어 등 인지능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노인들은 비록 1년에 두 번이지만 명절 때 자식과 손자손녀와의 만남을 삶의 공백을 메우는 기회로 여긴다.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갑작스레 바꿔진 명절 분위기로 어쩔 수 없다고치자. 하지만 노인들의 속내는 섭섭하기 짝이 없는 명절이었다. 비대면 추석을 보낸 젊은 세대는 부모세대의 섭섭함과는 달리 다수가 해방감으로 보냈다고 반응했다고 하니 세대 간의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0-04

먹고살게 해달라는 추석민심 귀담아 들어야

추석연휴 기간 동안 걱정했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세는 보이지 않아 그나마 다행스럽다. 보건당국은 추석 귀성 및 귀경객의 코로나19 감염 확진자는 2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추석연휴 이동이 이제 막 끝났고, 코로나19의 최장 잠복기가 14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섣부른 단정을 하기가 어렵다. 추석연휴 기간 감염사례가 더 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추석이후에도 코로나 방역에 대한 긴장의 끈을 늦춰선 안 된다. 공공방역은 물론 개인도 감염 예방수칙 준수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어야겠다.올 들어 시작된 코로나19는 알다시피 우리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특히 예상보다 오래가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유행은 서민경제에 직격탄을 안겨주었다.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문을 닫았다. 겨우 버티는 상인조차도 거의 빈사상태에 이르고 있어 언제 문을 닫을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특수를 누려야 할 올 추석 대목경기는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고 소비가 움츠러들면서 추석경기라 할 수 없을 만큼 냉랭했다.대구경북지역 추석민심은 날로 악화되는 서민경제를 살려달라는데 여론의 초점이 모아졌다. 서해상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관련사건 등 정치적 이슈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높았지만 먹고 사는 서민경제 해결에 정치권의 더 많은 관심을 촉구했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지난 1년 동안 17만명이나 줄어 코로나19가 자영업 경영 악화에 결정적 타격을 입혔음을 입증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3천여명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경영실태 조사를 해보니 70%가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전체 취업자의 4분1 수준에 이른다. 자영업자들이 경제활동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더욱이 주로 서민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경제적 충격이 주는 사회적 파장은 크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알 수가 없는 마당이라 소상공인과 같은 서민층이 갖는 경제적 위기감은 심각하다. 코로나로 국내 제조업경기도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상태다. 먹고 살게 해달라는 추석민심에 정치권의 진지한 반성과 대응이 있어야 할 때다.

2020-10-04

방역, ‘표현의 자유’ 과잉통제 면죄부 아니다

정부가 일부 우파 단체들이 시도한 개천절 집회를 차단하기 위해 광화문 일대를 완벽히 차단한 과잉통제를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300여 대의 경찰 버스로 차벽을 만들어 광장 일대를 차단하고 1만 명이 넘는 경찰을 동원해 90여 개의 검문소를 설치해 이동을 제한했다. 방역 차원이라지만 아무리 봐도 과다한 조치다. ‘추(秋)캉스’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범람했던 여행지·유원지의 인파는 내버려 둔 채 벌인 과도한 경찰동원은 수상한 행태다. 야당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불심검문’이 대명천지, 2020년의 광화문 네거리에서 자행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수영 의원도 “2020년 10월 3일 개천절의 광화문. 닫힌 광장에 어른거리는 독재의 그림자”라고 표현했다. 박대출 의원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광화문에만 가나?”라고 물었다. 재야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코로나 긴급조치. 재인산성으로 변한 광화문”이라며 “(그리스 화가)데 키리코의 형이상학적 회화를 보는 듯”이라고 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도 “방역 독재의 광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도대체 뭐가 그리 두려운가”라고 반문했다. 이제 이 나라에서 정권비판만 나오면 코로나19 이야기를 앞세우는 일이 일상화됐다. 언론도 집회와 관련된 반정부 비판은 단 한 마디도 전달하지 않는다. 오직 ‘집회가 타당하냐, 아니냐’에만 초점을 모아 떠들다가 만다. 야권의 대응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집회의 목적을 망각한 채 권력이 쳐 놓은 ‘방역 프레임’ 그물에 스스로 갇혀 들어간다.‘방역’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기는 어렵다. 생명안전과 보건에 대한 본능은 모든 정치적 이슈를 우선한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규정한 국민기본권이다. 상황이 이럴수록 현 정권에 대한 합리적 비판과 건강한 대안을 내놓는 일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코로나19는 막아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를 막는다고 반헌법적 조치가 모두 용납돼서는 안 된다. 방역과 국민기본권 모두를 지켜낼 방안이 함께 추구돼야 한다.

2020-10-04

보고? 상황 좀 더 보고 하지

박화진영남대 객원교수·전 경북지방경찰청장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이번 추석은 을씨년스럽게 보냈다. 혈육 간 정 나누기 좋아하는 민족의 최대 명절인데 부모와 조상을 찾지 않는 것이 오히려 효도였으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는 일을 많이 겪게 되는 요즘이다.한가위를 앞두고 우리 공무원 한 사람이 반도 한 쪽 땅에서 총살을 당하고 시신이 불태워졌다. 이런 만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해 아직도 같은 민족이라고 감상에 젖어야하는지? 역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당혹스럽다. 최근에 드물게도 같은 일을 두 번 경험하게 된다. 세월호의 시간, 당시 대통령 행적을 두고 아직도 논란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데 이번에 우리 공무원 한 사람이 총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지는 사건에 대통령의 시간을 두고 비슷한 논란이 쌓여가고 있다. 함정이 출동하고 국가안보실 참모들이 대응태세에 돌입한 상황임에도 정착 최고 사령탑인 대통령에겐 장시간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민안전의 최후 보루이자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이 중차대한 시간에 보고를 받지 않았거나 지연되었다는 것은 어떤 사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일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두 가지로 추론해본다.먼저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참모들의 안이한 판단 아닐까? ‘이 정도의 상황을 심야시간에 곤히 주무시는 대통령을 깨워서야 되겠느냐! 불충스럽게’ 다음은 보고 받는 사람의 평소 태도에 대한 참모들의 생각이다. ‘VIP께서는 심야에 잠을 깨우면 싫어하시니 어지간한 일은 아침에 하는 게 낫다’ 둘 다 문제다. 초임간부시절 상황근무를 하면서 상황보고에 대한 애로를 많이 겪었다. 경찰은 24시간 비상대기 조직이다. 여느 공무원들의 숙직근무와 달리 야간 상황실은 긴장의 연속이다. 특히 관내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단위 지휘관인 경찰서장에게 아무리 심야시간이라도 내선전화로 취침중인 경찰서장을 깨워서 보고하고 지침을 받는다. 긴급한 상황임에도 잠을 깨운 상황요원을 타박하여 보고를 위축시킨 지휘관들이 있었다. ‘머 이런 일로 잠을 깨우고 보고하느냐! 아침에 하지’라는 꾸중아닌 꾸중을 듣게 되면 다음부터는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보다는 보고하느냐 마느냐 여부로 고민에 빠진다. 안하면 보고누락과 지연으로 질타를 받고 하면 하찮은 상황으로 잠을 깨운다며 핀잔을 받게 되니 어지간히 힘든 결정이다. 어느 경찰서장이 부임 일성으로 야간 상황근무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아무리 심야시간이라도 나를 깨워라’ ‘지휘관의 잠을 깨우는 일에 위축되지 말라’고 했다. 이후 심야 보고여부에 대한 부담감 없이 일을 처리했던 좋은 기억이 남아있다. 보고를 받는 사람의 보고받는 태도와 인식이 중요하다. 보고자에게 보고외적인 부담을 주지 않아야 보고는 편히 이루어진다.우리 대통령께서는 그러시지 않겠지만 깨우지 않아서 보고받지 못했다는 변명을 하면 “국민이 위태로울 때 목숨을 거는 왕이나 대통령을 겪어보지 못했다”고 나훈아에게 또 한소리 듣게 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 자주하는 정부인데 국민 위해 목숨 거는 대통령, 이것도 한 번 경험해보고 싶다.

2020-10-04

양치기 소년의 교훈

곽지영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산학협력교수2018년 방영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스페인 그라나다를 배경으로 개발된 증강현실 게임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사용자가 스마트렌즈를 착용하면 그 위치에서 게임 속 세상으로 자동 로그인되어 현실에는 없는 게임 캐릭터들과 싸운다는 설정이다. 그러던 중 주인공과의 게임 속 전투에서 사망한 사용자가 현실에서도 죽게 되는 심각한 버그(Bug, 컴퓨터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의 오류를 의미)가 생긴다. 더욱이 사망한 사용자는 게임 속 패배할 때의 모습 그대로 망령처럼 반복해서 나타나 주인공을 죽이려 한다.얼마 전부터 나는 차량에 탑재된 스마트 AV 장치의 전원을 아예 꺼두게 되었다. 퇴근 길 차 안에서 음악을 듣는 꿀맛 같은 휴식 시간과 낯선 길을 운전할 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주는 네비게이션을 모두 포기하면서다. 게다가 다음에 차를 바꾸게 되면 그 회사 차는 이제 절대 사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소싯적부터 오랫동안 동경해 온 ‘드림 카’였을 뿐 아니라, 연비, 승차감, 주행감, 코너링 등 차의 성능 면에서는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이 마음에 쏙 드는 차인데도 말이다.그 이유는 요즘 운전자들 사이에 골칫거리로 급부상한 차량용 DMB 재난경보 문자 때문이다. ‘삐삐삐삐삐~’ 뇌를 직접 두드리듯 거슬리는 강한 불협화음 경보음과 함께, 네비게이션 화면을 뒤덮으며 나타나는 그 문자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한국에 비상 경고 발령 / 10:39 / 알 수 없음 / 도/광역시 / 피해 지역 보기 / 취소”. 어떤 재난이 어디에 발생했다는 건지 제대로 확인 가능한 문자는 몇 없다. 재난 내용과 위치 확인이 가능하더라도 벌써 2~3주 전에 소멸한 태풍에 대한 경보이거나, 내 현재 위치와 1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알 수 없는 일’ 때문이다. 알함브라 게임 속 망령을 연상시키는 이 미스터리한 문자는 주행 중 TPEG 수신 상태가 바뀔 때마다 똑같은 모습으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나타난다.한 시간 주행 중 적어도 30번 이상 들리는 경보음과 지워도 지워도 똑같은 모습으로 다시 찾아오는 같은 메시지들. 견디다 못해 차단하는 방법에 대해 제조사에 문의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알함브라 주인공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들며 버그와의 치열한 혈투를 벌인다. 자기를 희생하며 버그와 싸운 주인공의 열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네비게이션 화면을 가려버리는 문자를 지우려다 아찔한 상황을 경험한 후, 아예 시스템 전원을 꺼버리게 된 운전자들의 애타는 마음 정도는 좀 헤아려 줬으면 싶다.재난 알림은 위험한 상황에 피해를 막고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생명줄이 되어야 옳다. 늑대가 나타났다며 거짓 알림을 반복한 양치기 소년의 최후, 있지도 않은 늑대에 놀랐던 동네 사람들이 정작 진짜 늑대를 본 양치기의 외침을 외면한 이유를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양치기 소년의 뒤늦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2020-10-04

시절인연

중학생이 된 그해 여름, 나는 묵계에 갔다. 남후면 개곡 예배당에서 안동 시내로 와서 버스에서 내린 뒤 다시 한참을 걸어서 반대 방향에 있는 길안면 묵계 교회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한나절을 흔들리고 나서야 도착했다. 작은 교회 두 곳이 연합해서 중고등부 수련회를 이곳에서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박 3일이지만 오고 가는 시간이 대부분인 일정이었다. 그 교회에서 내려다보이는 앞들에는 강이라고 하기엔 뭣하고 내라고 하기엔 폭이 넓은 물이 흘렀다. 돌다리도 떠내려갔는지 바지를 둥둥 걷고 신발과 성경을 들고 건너가서 만휴정 계곡 너럭바위에 올라서 예배를 드린 기억도 있다.중학교 이후 묵계리를 다시 찾은 것은 결혼 후였다. 포항에서 본가인 안동을 가려면 죽장을 지나 구불구불한 국도를 달려 묵계리를 지나야 안동 길안에 들어설 수 있었다. 추석, 설을 포함해 1년에 두 번 이상은 지나다니는데 가끔은 차를 세우고 묵계서원과 만휴정을 거닐면 매번 방문객이라고는 우리뿐이었다.어느 해 겨울, 글동무들과 안동 고택에서 하루를 묵고 돌아오며 만휴정에 들렀다. 너럭바위를 흐르는 폭포가 하얗게 얼어 장관이었다. 하회마을, 봉정사는 유명해서 다들 알고 있지만, 묵계서원과 만휴정은 지인들도 처음 듣는 곳이라 안동 곳곳에 숨겨진 보물이 많구나 하며 내 고향 칭찬을 했다. 더불어 이런 좋은 곳을 알고 데려 와줘 고맙다는 말도 얹어주니 더 으쓱했다. 그때도 한적하기만 해 계곡에 우리 발소리만 울렸었다. 지인 여러 무리를 계절 따라 이곳으로 데려와 산책만 해도 모두 고즈넉함에 반해버리곤 했었다. 나만 아는 그런 숨겨진 보물로 남아있을 줄 알았다.지금은 강산이 네 번은 바뀌어 맨발로 건넜던 곳에 차가 다닐 수 있는 다리가 놓였고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높은 인기 덕분인지 관광객들을 위한 주차장도 생겼다. 아무 때나 가도 사람들로 북적이고 이병헌과 김태리가 독립운동하듯 ‘러브 합시다’ 하며 악수를 나눴던 다리 앞에는 인증샷을 찍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다. 묵계서원도 따라 유명해졌다. 옛 건물 그대로에 카페가 생겼고 ‘꼬마 도령 놀이터’라는 프로그램도 생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서원 마루에 사람들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이 몇 안 되는데 이곳은 오래전부터 문이 열려있어서 나처럼 지나는 길에도 읍청루에 올라서 옛 선비들이 느꼈던 정취를 마음껏 맛보게 해주었다.김순희 수필가만휴정은 ‘만년에 휴식을 취할 곳’이라는 뜻으로 묵계의 깊은 산골짜기 송암 폭포 위에 있다. 산수화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아름다운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정자다. 영화 ‘미인도’, KBS ‘공주의 남자’ 촬영 배경이 될만한 경치이다.지난 2015년에 보백당 종가에서 특별한 보물이 발견됐다. 1868년 ‘연시례(延諡禮)’를 지냈던 기록이 있는 일기를 찾아낸 것이다. 2017년에는 보백당 김계행 선생 서세 500주년을 맞아 ‘연시례 재현행사’가 묵계서원에서 열렸다. 연시례는 임금이 내린 시호, 교지를 지역유림과 관원들이 축하하면서 맞이하는 의식이다. 일기에는 시호를 청하는 내용과 서원·사당 수리, 행사에 대한 논의 등 연시례에 관한 모든 과정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지금까지 임금이 내린 시호를 받은 선현들은 많았지만, 그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거의 부재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보백당선생 연시시 일기(寶白堂先生 延諡時 日記)’는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크다.지난해 가을에 수련회를 함께 간 친구들을 이곳에 데려갔다. 드라마의 그 유명한 장소가 여기였다는 것은 몰랐다고 한다. 나만 따라오라고 큰소리치며 만휴정으로 향했다. 가을 단풍에 물든 계곡은 더 아름다웠고 친구들의 탄성에 물소리가 묻힐 정도였다. 교회 옆 묵계서원 마당에서 투호 놀이를 하고 누각 읍청루에 올라 기둥 사이에 시절이 걸어놓은 풍경을 사진에 가득 담았다. 주차장 마당에 동네 주민들이 사과를 내놓고 팔았다. 단풍만큼 붉은 사과를 한 상자씩 싣고 내년에 또 안동에서 보자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좋은 곳은 친구들과 나눌 때 더 좋은 추억으로 간직된다.

2020-10-04

대한민국 철도중심도시 ‘영주’를 말하다

장욱현 영주시장영주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철도도시의 하나로, 커다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도시로 손꼽힌다.영주는 1974년부터 1999년까지 25년간 서울, 부산, 대전, 순천과 함께 전국 5개 지방철도청이 있던 곳으로, 오랜 기간 철도수송과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해왔다.영주에 자리한 한국철도 경북본부는 개청 후 강원도와 경북북부지역 석탄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고 강원도, 경북, 충북지역의 중앙선, 태백선, 영동선, 경북선 등 4개 노선 690km를 관장해왔다.영주지방철도청은 한때 종사원이 7천여 명, 하루 여객 2만여 명, 화물 12만 여t의 수송을 담당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지난 9월 한국철도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구조개혁을 발표했다.발표내용에 따르면 한국철도 경북본부는 대구본부를 흡수해 기존 6처, 4관리 역, 18사업소와 1천300여명에서 1단 7처, 11관리 역, 29사업소와 3천여 명으로 대폭 확대됐다.관할 구역은 경북도청 신도시를 포함해 11개 시와 7개 군으로 대구, 경북 전체를 아우른다.영주시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경북본부와 대구본부 통합과정에서 왜 대구가 아닌 영주로 통합이 이루어지느냐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그러나 중앙선과 경북선 영동선이 모두 통과하는 영주의 경북권역 역할 등을 고려할 때 더욱 타당한 것으로 판단돼 최종적으로 이같은 결정이 내려졌다.실제로 조직개편 후 한국철도 손병석 사장은 지역본부 가운데 대구경북본부를 가장 먼저 방문하면서 큰 관심과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영주에서는 철도도시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사업들이 차근차근 진행중이다.먼저 철도 중심도시를 상징하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영주역사 신축이 본격 추진 중이다.역사신축은 중앙선 도담∼영천 복선전철 건설사업의 일환으로, 시는 역사 신축과 함께 역 광장과 대학로를 활용해 전통과 현대의 어울림이라는 주제로 도시재생뉴딜 공모사업을 추진, 새롭게 지어질 영주역사와 더불어 새로운 관광명소를 조성해 구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영주의 지도를 바꿀 또 하나의 중요 사업인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 사업은 3도(충남, 충북, 경북) 12개 시군(서산~당진~예산~아산~천안~청주~괴산~문경~예천~영주~봉화~울진)에 걸쳐 2030년까지 추진되는 사업으로 총연장 330㎞, 총사업비 3조 7천억에 달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서해안 신산업벨트와 동해안 관광벨트 연결로 국토 균형발전과 중부권 12개 시군의 발전을 견인할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교통물류의 축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 낙후지역의 교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꿈의 노선이다.그동안 소외된 동서개발 축이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서해안 신산업벨트와 동해안 관광벨트를 이어주는 역할도 담당하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동서횡단철도가 완공되면 영주시는 중앙선 복선전철화사업과 함께 1970∼80년대 사통팔달의 철도중심도시로서 옛 위상을 회복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올해는 영주시가 시승격 40주년을 맞이한 역사적인 해다.그동안 영주의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발전했다.이 가운데서도 철도교통의 발달은 경제는 물론 관광분야에서도 많은 변화와 발전을 가져오게 될 기반시설로써 지역의 미래를 여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영주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역사문화도시이자 첨단산업도시, 교통의 중심도시로 다시 한 번 도약을 위해 노력 할 것이다.

2020-10-04

엄마 송편

박완서 선생님의 ‘솔잎에 깃든 정취’란 수필을 읽었다. 사변 중에 맞은 추석에 다른 음식은 몰라도 송편만은 꼭 빚으셨던 박완서 선생님께서 솔잎이 없어 송편의 정수가 빠진 것 같아 괜찮다는 시어머니를 뒤로하고 집을 나서셨다. 전시라 지뢰가 있을지도 모를 정릉까지 사촌들과 먼 거리를 걸어가 솔잎 한 소쿠리를 따왔노라는 이야기였다. 이 글을 읽고 나니 엄마의 추석 음식이 떠올랐다.우리 집도 제사를 지내지는 않는지라 명절 음식이 넘쳐나지도 않았고, 입도 짧고 기름진 음식을 잘 못 먹는 식성이어서 튀김류나 전을 많이 부치지는 않았다. 대신 엄마가 가장 신경 쓰시는 추석 음식은 송편이었다. 햅쌀을 방앗간에서 갈아와 찰지게 반죽한 뒤 작게 떼어낸 떡덩이 안에 푸른 콩 다발에서 까낸 콩과 밤을 주로 넣으셨던 엄마는, 반드시 솔잎을 깔고 송편을 찌셨다.깨끗한 솔잎을 구하기 위해 추석 전에 산에 다녀오시곤 하셨다. 언제고 집어 먹어도 솔잎 지국이 나 있는 솔향이 은은한 송편이 딱 엄마 송편이었다. 평상시 어디 다니다가도 떡집에서 다른 떡은 간간이 사 먹어도 송편을 사 먹어 볼 생각은 단 한 번도 든 적이 없다. 박완서 선생님께 송편의 솔잎은 목숨도 신경 안 쓸 만큼 없으면 미완성이라도 되는 궁합이 맞는 것이었나 보다. 엄마에게 송편의 솔잎은 어떤 기억 속의 음식이었을까?추석은 친정에서, 설은 시댁에서 보내기로 한 어머님의 결정으로 결혼 후 추석은 엄마와 보냈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가는 동안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음식은 못 먹어도 커피라도 한잔 사 마시고 화장실이라도 들르게 될 텐데 모두 조심해야 한다며 이번에는 엄마가 추석 때 오지 말라고 하신다. 엄마 솜씨의 송편을 맛보지 못하게 되었다. 아쉽지만 어린 아들과 함께 햅쌀가루로 익반죽을 해서 몇 개라도 빚어야겠다. 엄마가 좋아하시던 콩과 밤을 넣고 쪄보리라. 거리 두기 추석이라도 보름달은 온달이겠지./권현주(포항시 북구 장성동)

2020-09-28

안중근 의사를 능멸해도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

서상문한국역사연구원 상임연구위원김구포럼 학술기획위원‘나라 위해 헌신하는 것은 군인의 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금언이 심한 모욕을 당했다. 이 말은 동양평화를 유린하고 대한제국의 식민화를 획책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암살한 안 의사께서 1910년 3월 26일 사형집행 2시간 전 일본헌병 간수 치바도시치(千葉十七)에게 써준 유묵의 글귀다. 뤼순(旅順) 감옥 수감 중 검찰을 오간 안 의사를 호송하면서 그의 평화애호사상과 고결한 인품에 감복해 안 의사를 기릴 상징물을 부탁한 것이다. 안 의사를 숭앙한 치바는 죽을 때까지 매일 그의 명복을 빌면서 살았다.이 유묵은 뜻이 간단해 보이지만 언중에 담긴 의미는 결코 공당의 원내대변인이 일개 병사의 탈법을 감싸기 위해 정무적 판단 없이 천박하게 인용할 만큼 가볍지 않다. 현직의 법무장관 아들이 과거 카투사군복무 시절 전화 한 통화로 두 차례 병가와 정기휴가 23일을 부대복귀 없이 단번에 사용한 걸 두고 그 아들이 수술까지 받으며 군인본분을 다 했다면서 안 의사의 “나라 위해 헌신”하는 “군인의 본분”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고 호도했다. 유력정치인 아들이 아니고선 상상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특혜”를 정당화하고 그 아들을 감싼답시고 안 의사의 말씀을 끌어다 썼지만 text와 context도 분간하지 못했다. 비유의 맥락이 전혀 다르고, 격도 맞지 않다. 공당 대변인이 갖춰야 할 역사지식과 역사의식의 천박함을 스스로 세상에 폭로한 셈이다. 자신의 비유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기나 할지 정무적 판단능력마저 의심된다. 그런 무지는 맥락적 이해에 치중할 수 없는 우리 역사교육 때문만은 아니다. 대변인 본인의 역사지식 및 역사의식의 불비 탓이다.일본군인의 부탁에 안 의사는 왜 하필 군인본분을 강조한 글귀를 써줬을까? 여기엔 절대성과 상대성을 지닌 중층적 의미가 내재돼 있다. 하나는 비록 적군이지만 국가 민족을 넘어 개인차원에선 치바를 결코 탓하거나 증오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독실한 천주교신자였던 안 의사의 이러한 국가 민족을 초월한 절대적인 사랑의 실천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승천할 때 보여준 정신에 부합한다. 예수가 빌라도 총독 앞에서 표변해 “예수를 죽여라!”라고 광기로 외친 민중들 그리고 자기 손발에 못을 박아 사형을 집행한 간수들을 보고 “주여 저들의 죄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저들은 저들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라고 한 말과 상통한다.다른 하나는 안 의사 본인을 얘기한 것이다. 자신이 초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것은 이토 개인에 대한 증오와 원한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이토가 아시아평화를 유린하고 대한제국을 식민지로 삼으려던 제국주의적 패도의 설계자이자 집행자였기에 대한의군 의병참모 중장이라는 신분에서 그를 단죄했다는 의미였다.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나라의 군인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군인의 본분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타민족의 고통으로 자기만 잘 살겠다고 남을 짓밟는 침략자를 응징한 의(義)의 실행이었다.과연 추 장관 아들의 탈법행위가 인류 보편의 사랑실천이었고, 나라 위해 일신을 버린 의(義)의 실천이었는가? 보편적 사랑과 의를 위해 몸을 던지기는커녕 극히 일신상의 개인이익에 불과한 휴가를 찾아먹기 위해 “엄마찬스”를 쓴 게 아닌가? 개인차원의 그런 일탈이 안 의사처럼 목숨까지 던져서 나라를 구한, 군인의 본분을 다한 행위가 아님이 명백한 이상 그 대변인에게는 안 의사를 능멸하고 모욕한 죄를 준엄하게 물어야 한다. 여론이 악화되자 바로 글을 내리고 일단 사과를 했지만 바닥이 드러난 공당 대변인의 무지가 어디 사과 한 마디로 메워질 일인가? 현행법으론 어쩔 수 없다 해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정치인의 역사지식과 역사의식은 개인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공당 대변인 정도의 정치인이라면 애초부터 역사의식과 균형감각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자리에 앉아선 안 된다. 새털만큼 가볍고 경박스런 그런 빈천한 역사지식과 정무감각으로 대변인역할을 감당해선 안 된다.여야를 가릴 게 못 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두 거대 정당이 사이비진보와 엉터리보수인 이상 서로 다르지 않다. 정권이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들이 비판하고 질타해오던 상대의 위법을 똑같이 해댄다. 정치인 자질 이전에 사람으로서의 자기성찰이 체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게 무시심(無邪心)은 기대할 바도 못 된다. 나라가 제대로 미쳐간다.

2020-09-28

인생 성공과 행복의 비결

조근식포항침례교회담임목사펩소던트 컴퍼니라는 기업에 찰스 럭맨이 사장으로 취임했는데 사람들은 그의 성공 신화를 부러워했고 그 성공 비결을 알고 싶어 무수한 질문을 했습니다. “사장님의 뛰어난 머리가 성공 비결입니까?” “아닙니다. 제 학력은 별 볼 일 없는 수준입니다.” “그러면 물려받은 재산 같은 것이 원동력이 되었나요?” “아니요. 저는 무일푼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실제로 찰스 럭맨은 물려받은 돈도 없고 학력도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남자였습니다.사람들은 그가 사장이 된 것을 궁금해하며 그 비결을 물어보았습니다.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11년 전 했던 단 하나의 결심 때문입니다. 그것은 일을 중요한 순서대로 처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한 그의 충고에 어리둥절했습니다. “쉽고 당연한 것 같지만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먼저 무엇이 더 중요한 일인지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그래서 매일 새벽에 일어나 오늘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며 어떤 순서대로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바로 그 계획을 실천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11년 동안 이 결심을 위해 노력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중요한 일부터 먼저 처리한다. 나는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저것이 더 중요한 것일 경우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연한 것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판단력과 현명함이 있다면 어떤 일이든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계몽주의 사상가. 철학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유명한 칸트는 행복의 세 가지 조건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첫째 할 일이 있고, 둘째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셋째 희망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지금 행복한 사람이다.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기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심 때문이라고 합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내가 가진 것들과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해야 합니다. 남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길 기다리지 말고 나 스스로 행복을 느끼고 행복을 만들어 가며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리는 것입니다.행복의 씨앗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복이란 향수와 같다고도 말합니다. 자신에게 먼저 뿌리지 않고서는 남에게 향기를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멋진 사람보다는 따뜻한 사람이 되어보시기 바랍니다. 멋진 사람은 눈을 즐겁게 하나 따뜻한 사람은 마음을 데워 줍니다. 잘난 사람보다는 진실한 사람이 되어보시기 바랍니다. 잘난 사람은 피하고 싶지만, 진실한 사람은 곁에 두고 싶어지기 때문입니다. 대단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어보시기 바랍니다. 대단한 사람은 부담을 주지만 좋은 사람은 행복을 주기 때문입니다.

2020-09-28

공간에 대한 전혀 새로운 해석 (디에고 벨라스케스)

스페인 바로크 미술의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1599∼1660). 그의 독보적인 회화적 능력은 독특한 공간해석에서 발휘된다. 그림은 실제 대상을 보고 그렸든, 어떠한 장면을 상상해 그렸든, 2차원의 평면에 가상의 공간을 창조한다. 미술사 서적이나 미학이론을 공부하다 보면 ‘미메시스’(μιμησι03C2)라는 용어를 접하게 되는데, 그리스어로 ‘모방’이라는 뜻이다. 모방은 어떠한 대상을 진짜인 것으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그럴 듯하게 그리는 것으로 르네상스가 발명한 원근법도 공간에 대한 모방이라 할 수 있다.동시대 대부분의 화가들이 현실을 모방하는데 몰두하고 있을 때, 벨라스케스는 그림 속 공간을 현실의 실제공간과 연결시킬 방법을 구상한다. 벨라스케스의 독특한 공간해석은 그의 대표작 ‘시녀들’에서 잘 관찰된다. 그림에 묘사된 공간은 스페인 왕궁 화가의 작업실이다. 벨라스케스가 커다란 캔버스를 세워두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동안 어린 마르가리타 공주가 시녀들과 함께 화가의 작업실에 들어왔다. 그런데 공주와 그 일행들이 조금 놀란 듯 보인다. 화가가 국왕 부부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바로 후경에 걸려 있는 거울에 이들의 모습이 비취고 있기 때문이다.벨라스케스 보다 200여 년 앞서 거울을 이용해 그림 속 공간과 실제의 공간을 연결시킨 플랑드르 출신의 화가 얀 판 에이크(1390∼1441)가 있다. 1434년경에 제작된 그의 대표작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에서도 거울이 사용되어 그림 밖 현실 공간을 비춰주고 있다. 그런데 두 그림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얀 판 에이크는 아르놀피니 부부를 앞에 세워두고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직접 모습을 그림에 드러내는 대신 벽에 걸린 작은 거울에 반사되어 보이도록 한다. 하지만 벨라스케스의 그림은 전혀 다른 구성을 보인다. 세워둔 캔버스 앞에 팔레트와 붓을 손에든 화가는 화면 밖을 응시하고 있다. 화면 밖에는 국왕 부부가 그림의 모델을 서고 있고, 이들의 모습이 벽에 걸린 거울에 비춰져 있다. 다시 말해 그림 속 화가는 그림 밖 현실의 공간에 있는 펠리페 4세와 왕비를 그리고 있고, 현실 공간에 자리한 인물들의 모습은 거울이라는 장치를 통해 다시금 그림 속 공간으로 들어오는 한층 복잡해진 구성이다.그림 속 가상의 공간과 국왕 부부가 위치한 현실의 공간 그리고 거울을 통해 비춰지는 현실의 공간. 공간의 확장과 확장된 공간의 재확장. 이렇듯 다양한 층위의 공간을 하나의 작품에 표현하는 것이 벨라스케스의 회화에서 찾을 수 있는 중요한 특징이다. 거울을 이용한 회화적 공간 확장을 경험할 수 있는 벨라스케스의 또 다른 대표작은 런던 내셔널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비너스의 단장’이다.옷을 입지 않은 비너스가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낸 채 등을 보이며 침대에 누워 있다. 아름답고 매혹적인, 심지어 관능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비너스의 모습이다. 큐피드는 거울을 세워 비너스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다.매끄러운 살결의 비너스는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화면을 두 영역으로 나누고 있다. 이를 통해 화면에는 감상자의 시선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비스듬히 누워있는 비너스는 거울로 시선을 던진다. 그런데 거울에 반사된 얼굴이 흐리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에 비너스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 큐피드가 들고 있는 거울의 각도로 미루어 짐작건대 화면 밖에서 그녀를 응시하는 감상자를 향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거울에 희미하게 반사된 비너스는 부드러운 미소를 살짝 지으며 감상자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벨라스케스는 스페인 바로크 미술을 이끌었던 거장답게 비너스의 시선을 통해 그림 속 회화적 공간을 심리적으로 그림 밖 현실의 공간으로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미술사학자

2020-09-28

소박함이 주는 그 편안함… 대구 팔공산 염불암(念佛庵)

가을이 오고 있다. 폭염과 폭우를 피해 산사를 찾아다니던 지난하던 여름은 잊고, 어느덧 새로운 계절 앞에서 나는 또 설렌다. 풍요와 감사함으로 물결치는 계절이다. 매표소를 지나 동화사 산내 암자들이 모여 있는 길로 접어들자 울창한 숲 그늘이 이어진다. 휴일 뒤의 숲은 지친 기색도 없이 평온하다. 잘 닦여진 길조차 서로를 포용하며 숲의 일부분이 되어가고 있다.부도암을 지나자 숲은 더욱 고요하다. 가끔씩 배낭을 메고 도토리를 줍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시끌벅적한 말소리와 배가 터질 듯 불룩한 배낭이 자꾸만 눈에 거슬린다. 그들이 누리는 수확의 즐거움이 내 눈에는 다람쥐의 먹잇감을 뺏는 탐욕으로 비쳐져 씁쓸하다. 나는 묵묵히 산길을 오르고 그들은 더 큰 만족감을 얻기 위해 숲을 헤치며 사라진다.인드라망의 그물 같은 인연과 관계 속에 존재하는 삶, 그들이 주운 도토리는 어떤 통로를 거쳐 내 입을 즐겁게 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나침은 부족함보다 못하다 했던가. 누군가에게는 채우지 못해 안달하는 삶이 또 누군가에게는 비우지 못해 괴로운 게 인생이다. 아름다운 소유, 그것은 인간이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이며 딜레마이다.숲은 도토리 줍는 사람들로 떠들썩하다 다시 조용해지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가을햇살이 비쳐드는 숲은 그 자체만으로 자비롭다. 천천히 걷는 발걸음 사이로 번뇌는 사라지고 진정한 자유가 물결친다. 몸과 마음이 한없이 가볍다. 이 평정심과도 같은 마음, 아라한의 상태가 이와 같지 않을까?염불암은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경순왕 2년(928년)에 영조선사가 창건한 염불암은 동화사 부속암자이다. 고려중기에 보조국사가 중창한 후 여러 차례 중창을 거쳐 지금에 이른다는데 나는 초행길이다. 다리가 아파오자 수없이 떨어진 도토리들이 사랑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가던 길을 멈추고 도토리를 줍는다. 이내 주머니가 가득하다. 해찰하는 즐거움에 빠져 있을 때 산 위에서 차 한 대가 내려오다 멈춘다.“내가 주우려고 봐둔 도토린데 다 주워가면 안 돼요.”창문을 열고 농담처럼 건네시는 스님의 미소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탐욕에 눈 먼 몰지각한 사람으로 비쳐진 건 아닐까. 그런데도 사람을 무안케 하지 않는 스님의 너그럽고 재치 있는 화술이 고맙고 향기가 되어 머문다. 산 아래로 사라지는 차를 바라보며 뒤늦게 염불암 스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토토리를 줍고 버리기를 반복하는 사이 염불암이 보인다. 암자는 가을 햇살 속에서 눈이 부시도록 환하다. 팔공산 암자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절, 돌계단을 오르는 동안 낮은 감탄사가 자꾸만 터져 나온다. 역사의 깊이가 느껴지는,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사찰이다.인적 없는 경내에는 약수 떨어지는 소리만 가득하다. 작은 극락전은 단청이 벗겨져 고졸미가 흐르고, 그 뒤쪽에는 대구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마애여래좌상과 보살좌상이 새겨진 커다란 자연석이 두 손을 모으게 한다. 한 승려가 바위에 불상을 새길 것을 발원하자 안개가 7일 동안이나 낀다. 그 후 바위 양쪽에 불상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은 문수보살이 조각하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또한 불상이 새겨진 바위에서 염불소리가 들려 염불암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마당을 서성이며 암자의 풍경을 마음에 담는다. 극락 전 앞에는 보조국사가 쌓았다는 청석탑이 유리보호막 안에 애처로이 서 있다. 세월의 흔적은 마음을 여미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극락전 법당으로 들어서는데 마룻바닥이 삐걱이며 고통을 호소한다. 세월의 무게조차 기도가 되어 숙연해지는 순간이다. 수많은 불자들의 염원이 실렸을 마룻바닥 위에 내 작은 기도도 더해진다.손때 묻은 카펫에서 어느 불자의 노고와 정성이 보인다. 이곳에서는 평범하고 작은 것들이 더 마음을 끈다. 오늘은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져가는 것을 위해 기도하리라 마음 먹고 백팔 배를 하는데 허리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신기하다. 합장을 할 때까지만 해도 불편했는데, 이런 것을 두고 부처님의 가피라고 하는 것일까?조낭희 수필가마당 한켠에 한 됫박 정도의 도토리가 수행하듯 몸을 말리고 있다. 농담처럼 던지던 스님의 말씀이 떠올라 가슴이 훈훈해진다. 포행 중에 틈틈이 주워 모으신 듯하다. 도토리묵을 좋아하는 스님과 왠지 잘 어울리는 염불암이다. 탱글탱글하게 쑤어진 도토리묵이 공양으로 올려질 걸 생각하니 더 정감이 간다.다람쥐와 도토리를 나눠 먹는 염불암의 소박한 살림, 지나침이 없는 소유는 보는 이조차 겸허하게 만든다. 그 소박함 속에는 염불암의 오랜 기도와 여유로움이 서려 있다. 처음 와보는 절이지만 포근하고 신뢰감이 간다. 작은 도토리가 나를 염불암으로 이어준 것인지도 모른다.염불암 옆 동봉으로 가는 등산로는 휴면 기간이다. 자연도 인간도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몇 차례의 태풍과 자연재해들로 마음을 졸이고 있는 지구촌, 그런데도 삶의 방식은 바뀔 줄을 모른다. 우리는 좀 더 천천히 갈 수 없을까?이 가을에는 소유욕에 물든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풍요로움을 느끼고 싶다. 특유의 떫은맛이 감도는 도토리묵 같은, 그런 소박한 즐거움을 누려 보리라.

2020-09-28

자제와 절제로 코로나 없는 추석연휴 보내야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전쟁에 준하는 사태인 만큼 추석연휴에 고향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방역 협조를 당부했다. 일부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 계획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할 것”을 밝혔다. 방역당국은 전국에 걸쳐 추석연휴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다. 대구시도 28일부터 10월11일까지 추석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하고 정부의 거리두기 강화방침과 함께 지역상황에 맞는 방역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대구 경북에서는 이 기간 동안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 집합이나 모임이 금지된다. 추석을 맞아 열리는 마을행사나 축제 등도 마찬가지다. 프로야구 등 스포츠 경기는 무관중 경기로 진행해야 한다.추석을 맞아 가족단위의 이동을 자제해달라는 분위기 속에 성묘는 물론 각종 모임이나 축제도 제대로 열리기 힘든 상황이 됐다. 명절이라고는 하지만, 가족 만남이 줄고 바깥나들이도 눈치를 봐야 할 형편이라 명절기분이 영 나질 않는다. 기다렸던 가족 만남이 좌절되면서 아쉬움과 섭섭함이 남을 명절이 될 것이다. 그래도 자제와 절제 등으로 명절을 차분히 보내야 한다.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언텍트 명절을 잘 받아들여야 가을철 코로나 대유행을 막을 수 있다.전국 주요 관광지의 숙박시설 예약이 거의 매진되는 등 관광지발 코로나 유행이 우려된다는 소식이 있다. 고향방문을 자제하면서 가족단위의 연휴를 즐기려는 추캉스족이 는 탓이다. 추캉스도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옳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면 그만큼 집단감염 위험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경북의 대표적 관광지인 경주와 포항 등지에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 심상찮은 분위기다. 지난 주말만 이 지역에서 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최근 보름간 50명의 확진자가 늘었다고 한다. 추석연휴를 앞에 둔 시점이라 방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전국적으로도 여전히 세자릿수 확진자 발생으로 조마조마한 분위기다. 이동을 자제해달라지만 많은 사람의 이동은 불가피하다. 연휴 이후 발생한 코로나 재유행의 경험을 잊지 말고 자제와 절제된 행동으로 코로나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2020-09-28

인생의 쇠사슬을 내려놓는 법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자기가 만든 쇠사슬을 걸치고 살아가고 있다. 영화 ‘노스바스의 추억’의 주인공 도널드 설리반의 말이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설리라고 불린다. 사람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이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사연이 있다. 그런 사연이 사람들이 걸치고 살아가는 인생의 쇠사슬일 것이다.설리는 아들이 돌이 되기 전에 집을 나갔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가정폭력 트라우마로 아버지 노릇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설리에게도 추수감사절은 매년 돌아온다. 팁탑 건설회사 사장 칼은 추수감사절에도 설리에게 일을 시킨다. 설리가 일당을 두 배로 달라고 하자 추수감사절은 정상적인 사람들을 위한 시간이라며 칼은 설리의 요구를 무시한다. 슬프게도 칼의 말처럼 명절은 정상적인 사람들, 정상적인 직업과 정상적인 가정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허락되는 것이 현실이다.영화가 만들어진 지 25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그 사정은 변함이 없다. 정규직이 아니거나 직업이 없는 사람들에게 명절은 모욕의 시간이다. 부모나 배우자, 자녀 등 가족 구성원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명절은 외로움의 시간이기도 하다. 설리의 담임선생님이었던 베릴 여사는 재산은 있지만 그녀만의 인생의 쇠사슬이 있다. 선생님의 아들은 엄마의 재산에만 관심을 두었고, 결국 업자에게 속아 사기를 크게 당하고 마을을 떠나버렸기 때문이다.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직업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가족의 모습도 다양해지고 있다. 누구나 정규직을 가질 수도 없고 모든 가정이 정상 가족일 수도 없다. 어쩌면 정상이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있다. 이제는 누군가를 정상이냐 아니냐로 구분하기보다는 그들이 짊어진 쇠사슬 무게가 더 중요하다.설리는 남편 노릇, 아버지 노릇에는 무책임하고 무능했지만, 지능이 모자란 러브를 끝까지 챙기며 영원한 친구임을 약속하고, 치매 노인을 돕는 등 이웃에게 친절함을 잃지 않는다. 담임선생님 역시 설리의 트라우마 치유에 도움을 주고 마침내 설리는 자신이 짊어진 인생의 쇠사슬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따지고 보면, 사람들은 자기가 그것을 왜 선택하는지 분명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팁탑 사장 칼은 대놓고 바람을 피운다. 그의 아내 토비가 설리에게 칼이 왜 그렇게 바람을 피우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설리는 자신이 하는 절반도 그 이유를 모른다고 말한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의식하지 못하는 트라우마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뜻일 게다.누구에게나 트라우마는 있다. 그 트라우마 때문에 어떤 측면에서는 책임 있는 삶을 살아가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삶이 실패했다고 할 수는 없다. 사람에게는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을 뿐이다.해마다 명절이 돌아올 때면 혼자 지낼 누군가가 생각난다. 그 사람 역시 자기 인생의 쇠사슬을 짊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웃에게는 무한정 친절했던 설리처럼, 끝까지 제자를 믿었던 선생님처럼, 누군가에게 연민과 사랑을 품고 있다면 그 쇠사슬의 무게는 가벼워질 것이다.

2020-09-28

뇌 먹는 아메바

아메바는 몸 전체가 한 개의 세포로 돼있고, 크기는 1mm를 넘는 것도 있지만 대개 0.02~0.5mm 정도의 원생동물을 가리킨다. 겉모습이 변하며, 세포의 일부에 위족이란 돌기를 만들어 늘렸다가 줄였다 하면서 움직인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 한 도시의 수돗물에서 뇌를 파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검출돼 비상이 걸렸다.6살 소년이 뇌 먹는 아메바에 감염돼 입원하자 수돗물을 검사했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검사 결과 11개 샘플 가운데 3개에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것. CDC에 따르면 뇌 먹는 아메바 감염은 매우 드물지만, 치사율이 굉장히 높아 감염된지 4~5일만에 대부분 사망한다. 1962∼2018년 미국에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된 사람은 모두 145명이며, 이 가운데 4명만 생존했을 정도다.‘뇌 먹는 아메바’는 수영하는 사람의 콧구멍에 들어가 후각신경조직을 거쳐 뇌에 도달하고, 이로 인해 아메바뇌척수막염이라는 뇌질환을 일으킨다. 이 뇌질환은 사람간에 전염되지는 않는다. 날씨가 더워져 수온이 오르는 6~8월에 많이 발생한다. 초기증세는 두통·열·구토 등으로 나타나며,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이어 균형감각 상실·마비·환시 등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죽음에 이른다.뿌옇거나 초록빛이 도는 호수나 강에서 물놀이할 때 코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특히 잠수를 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감염사례가 없으나 대만, 파키스탄, 타이완, 일본 등 주변국에서 감염사례가 보고돼 조심해야 한다. 예방법은 수온이 높은 민물에서의 수영을 피하고, 부득이 수영할 때는 코를 막는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9-28

金 ‘미안하다’ 한 마디에 안보 내팽개친 민주당

북한이 우리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 소각된 사건에 대해 사과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시신 수습에 나선 우리 군의 NLL 남측 활동을 협박하고 나섰다. 더 심각한 것은 김정은의 ‘미안하다’ 사과 한마디에 청와대와 집권당이 격노한 민심과 국가안보를 내팽개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 대북규탄결의안 채택을 먼저 제안한 민주당은 결의안도 미적대고, 본회의 긴급현안질의도 거부하는 태도로 표변했다. 시신소각을 확인했다는 우리 군이 뭘 찾겠다고 대대적으로 수색 중인지는 모를 일이다. 그나마나 우리가 제의한 공동조사에 대해선 묵묵부답인 북한이 27일 자신들이 해상에서 피해자의 시신을 수색하는 우리 군을 향해 ‘영해를 침범한다’고 경고하는 일은 더 어이없는 일이다.기막힌 노릇은 북한 김정은의 ‘미안하다’는 사과 전통문 한마디에 청와대와 집권당, 여권이 분노하고 있는 민심을 외면하고 그 말마디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려는 정략에만 골몰한다는 점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얼음장 밑에서 강물이 흐르는 것 같은 변화”라고 했고 통일부 장관은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 쓴 것은 전례 없다”고 감격했다.정말 야릇한 일은 사건 발생 직후 “국회의 단호한 입장과 결의를 세계에 알리겠다”면서 ‘원포인트’ 본회의까지 제안했던 민주당이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급선회한 대목이다. 민주당은 나아가 야권이 요구하는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도 “이미 국방위와 외통위에서 했는데 본회의에서 다시 하기는 어렵다”고 거부 의사를 밝혀 조변석개(朝變夕改)의 변덕마저 드러내고 있다.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무참히 사살되고 불태워진 사건을 놓고, ‘전화위복의 기회’라고 말하는 여권은 지금 제정신인가.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28일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은 국민 생명 보호책임이 있다’는 얘기를 누누이 해 왔다”면서 “직접 언론에 나와 분명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정식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우리는 늘 얻어맞다가 밥만 주면 꼬리 흔드는 X개인가”라는 네티즌의 글이 부끄럽게 와 닿는다.

2020-09-28

무상(無常)은 무상(無常)이 아니다

김현욱 시인작년 초, 동병상련(同病相憐)했던 정 많은 지인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38세. 이름도 생소한 소장암. 병원 입원 세 달 만에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어 손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황망히 눈을 감았다.병문안을 갔다가 피골이 상접한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파 병실 밖에서 울먹거렸다. 발인(發靷) 때, 운구(運柩)에 참여해 착하고 따뜻했던 지인의 마지막 가는 길은 지켜보았다. 공자의 수제자인 증자가 이런 말을 남겼다. ‘새는 죽을 때 그 울음이 슬프고, 사람은 죽을 때 그 하는 말이 착하다.’ 열 살 외동딸에게 지인이 남긴 마지막 유언은 분명 슬프고 착한 것이리라.인생무상(無常).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인생의 덧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사실, 무상(無常)은 덧없음, 허무함을 뜻하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뜻이다. ‘주역(周易)’을 ‘역경(易經)’이라고도 하는데, 영어로 ‘Book of Changes’로 변역한다. 변화의 원리가 담긴 책이다. 무상(無常)은 변화에 가깝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니까, 괴롭다.붓다는 괴로움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것, 싫어하는 것(사람)과 만나는 일, 좋아하는 것(사람)과 헤어지는 일, 바라는 것을 얻지 못하는 일은 일반적인 괴로움이다. 둘째, 영원하지 않은 것은 모두 괴로움이다. 셋째, 조건 지워진 것은 모두 괴로움이다.”붓다는 영원하지 않은 것, 변하는 것을 모두 괴로움이라고 설했다. 내 몸과 마음은 순간순간 변한다. 내 마음대로 어찌 할 수 없다. 이것이 무아(無我)이다. 무아(無我)는 ‘내가 없다’라는 뜻이 아니다. 내 몸과 마음은 영원하지 않고 순간순간 변하기 때문에 무상(無常)이고 무아(無我)이고 고(苦)인 것이다.붓다는 괴로움의 원인으로 ‘오온(五蘊)에 대한 집착’,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진리로 ‘욕망의 완전한 소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여덟 가지 길의 진리로 ‘팔정도(八正道)’를 설했다.붓다는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 괴로움의 소멸과 8가지 소멸의 길을 제시했다. ‘장부경’에서 붓다는 수행 방법에 의심이 많은 수밧다에게 위빠사나 수행의 중요성을 설했다.“내 나이 29세에 출가하여 50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나의 가르침인 사념처 위빠사나를 수행하지 않고서 구경각 아라한과에 도달한 사람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네. 위빠사나의 실천법인 팔정도(八正道)가 있는 한 아라한들은 계속 출현하고 승가는 끊임없이 발전하리라.”아침저녁으로 또는 틈날 때마다 사마타와 위빠사나 수행을 꾸준히 하고 있다. 누가 명상이 뭐냐고 물으면, 몸과 마음을 관찰하는 것, 자기 스스로를 보는 것, 이라고 답한다. 죄를 참 많이 지었다. 그렇게 통탄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날마다 크고 작은 죄를 짓고 있다.몇 년 전에 아이를 위해서 했던 일이 얽히고설킨 인과(因果)가 되어 나에게 돌아온 것을 관찰명상을 통해 알아차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가야 할 길이 참 멀다.

2020-09-27

춤추는 이벤트 풍선

박화진영남대 객원교수·전 경북지방경찰청장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한참 전 일이다. 동네 귀퉁이 작은 빵가게를 개업하는 곳을 지나치게 되었다. 동네 자영업의 어려움과 단기 폐업을 많이 들었기에 ‘잘 돼야 될텐데’라는 막연한 걱정을 하며 물끄러미 쳐다봤다. 네 출발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동네 자영업은 잔뜩 기대로 시작하여 낭패를 경험하고 초라하게 마감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가게의 인지도를 빨리 높여야 한다는 조바심 탓인지 개업식은 꽤 거창하게 벌리는 경우가 있다. 축하화환을 가게 앞에 진열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벤트 회사에 의뢰하여 치어걸 같은 차림을 한 여성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가게 앞에서 춤을 추거나 홍보성 멘트를 큰소리로 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개업사실을 알린다. 사람모양의 풍선이 흥겹게 춤을 춘다. 인형풍선이 이벤트에 동원되어 흔들거린다.불어넣는 바람에 따라 춤을 추는 인형 풍선을 보고 있노라니 반평생 보낸 공직생활의 자화상을 보는 듯했다. 깊은 연민이 밀려왔다. 경찰직을 평생업으로 삼고 살아오면서 여러 형태의 정부를 겪었다. 정부의 성향과 최고 통치권자의 국정철학을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직업공무원으로서 냉탕과 온탕을 오갔던 것 같다. 공무원은 특정이념이나 정파에 관계없이 정치적인 중립이라는 헌법가치에 충실해야하는 규범적 의무감이 있다. 인형풍선처럼 뒤에서 바람을 불어넣는대로 춤을 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관료제를 주창한 막스 웨버는 ‘공직자는 영혼이 없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가치중립적으로 정부의 업무를 충실히 이행해야한다고 이해했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그 정부의 국정 기조에 맞춘다는 인식을 가지고 일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자신의 의지나 생각은 앞세우지 않아야 기계적인 도구로서 관료제의 기본 취지에 맞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효율적 관료제를 위한 지침이었을 것이다.언제부턴가 ‘영혼이 없다’는 말은 비난의 말로 통용되고 있다. 아무 생각이나 개념없는 행동에 대한 비아냥섞인 말로 변질되었다. 뚜렷한 주관과 의식 있는 행동을 촉구하는 말이기도 하다. ‘영혼이 없는 공직자’, 과연 이벤트 인형풍선 같은 것일까? 국정을 수행하는 통치권자의 정책들은 오른손이 달린 곳으로 바람을 세게 불어 넣으면 오른손이 춤을 추고 왼쪽으로 바람을 세게 불어 넣으면 왼손이 춤을 추는 그런 행태가 될 수 있다. 이에 맞춰 열심히 춤을 춘 공직자를 영혼이 없는 공직자라고 몰아세울 수만 있는 것일까? 공직자의 영혼, 공직을 맡는 동안 주권자인 국민에게 위탁해 둔 것은 아닐까? 국민은 자신들이 선택한 정부에 공직자의 영혼을 재위탁하여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닐까? 공직을 끝마치는 날 자신들의 영혼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지나친 아전인수식 해석일까?맡긴 영혼을 찾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낡고 헤진 구멍으로 바람이 새나가서 용도 폐기된 인형풍선이 된 것 같다. 맑은 기운으로 빈 영혼을 다시 찰지게 채우고 싶다. 지금부터 내 영혼의 장단에 맞춰 신바람나게 춤을 추고 싶다. 바람따라 춤추는 이 땅의 많은 이벤트 인형풍선들이여 힘내시라!

2020-09-27

이제는 ‘환울릉(Ulleung Rim)’ 시대다

동해(East Sea) 명칭에 대한 한일 간 외교전쟁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는 일본해(Japan Sea 또는 Sea of Japan)로 표기되고 있던 동해의 명칭을 최소한 일본해와 나란히 병행 표시되도록 국제외교무대에서 첨예한 각축전을 벌여왔다. 한반도 동쪽의 해역, 동해가 국제기구가 발행하는 지도에 일본해로 표기되기 시작한 것은 1928년부터다. 국제수로기구(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 IHO)가 그해 발간한 각국 해도에서 해양의 명칭과 경계의 기준이 되는 ‘대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 Special Publication No. 23), 초판’에서 동해를 일본해(Japan Sea)로 표기한 때문이다. 초판 발행 당시는 일제강점기였기에 한반도와 일본 본토 사이의 해역명칭을 IHO가 일본해로 표기한 것에 대해 우리는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없었다. 이후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제3판(1953년)이 발행될 때는 6·25전쟁이 겨우 휴전되어 초토화된 국토재건에 여념이 없었던 때였기에 동해 명칭에 신경 쓸 여유가 있을 리 만무했다.대한민국이 비록 서울올림픽을 개최하면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지만, 국제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1991년 9월 국제연합(UN)에 가입한 이후부터다. UN 동시 가입을 이루었던 남북한은 이듬해 개최된 제6회 국제연합지명표준화회의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국제무대에서 처음으로 이의를 제기하였다. 적어도 동해에 관한 한 남북한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이후 정부는 물론 사이버 외교사절단인 반크 (VANK: 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 등 뜻있는 민간단체들까지 가세한 한일 간 외교전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1999년 시점에는 세계의 주요기관, 지도제작회사, 출판사 등이 발간하는 세계 지도에서 동해/일본해로 해역을 병행 표시하고 있던 비율은 불과 3% 정도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전방위적인 노력으로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12년 시점에는 세계 지도 가운데 동해를 일본해와 나란히 표기한 지도 비율이 30% 수준까지 높아졌다.일본도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였다. 각국이 우리 주장을 받아들여 동해로 단독 표기하거나 일본해와 동해를 함께 표기할 것을 결정할 때마다 정치, 경제, 외교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반박하며 원상복구를 종용하였다. 일본 외교부 등 중앙정부, 지자체 등은 물론 미쓰이물산전략연구소 등 대기업 산하 민간연구소들도 연구보고서 등에 교묘하게 지도를 넣으면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2014년 10월 도쿄 무사시노시(武藏野市) 시립중학교에서 일본해(동해)로 병행 표기한 지도가 배포한 사회과목 교재에 실린 적이 있었다. 당시 도쿄도와 무사시노시교육위원회는 전례가 없고, 학습지도요령의 취지에 어긋난 부적절한 교재라며 학교 측에 바로잡으라고 강요하였다. 이에 따라 지도가 들어간 교재는 다시 교체되었고 담당 교사도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2017년 8월에는 니가타현 묘코시(新潟770C妙高市)가 발행한 한국어판 관광안내책자(17쪽 지도부분)에 동해로 표기된 것을 발견하자 이미 인쇄된 5천 부를 전량 회수하여 폐기하고 일본해로 수정한 책자를 재인쇄한 사례도 있다.이처럼 한일 양국이 수십 년에 걸쳐 동해에 대한 명칭과 표기에 대한 외교전쟁의 최종 결과는 오는 11월경 어떤 형태로건 결착을 보게 될 것 같다. 최근 IHO 사무국장은 현행 제3판(1953년 간행) 개정과 관련하여 ‘바다를 고유의 숫자로 식별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한국과 일본에 제안하였다고 밝혔다. 디지털화 시대에는 문자로 된 이름보다도 숫자가 지리정보시스템의 활용에도 유용하기 때문에 모든 바다 해역에 고유 숫자를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 경우에는 동해도 일본해도 모두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 안건은 IHO 가맹국에 이미 회람된 상태이며 11월 총회에서 대양과 바다의 경계 개정안(제4판)이 의결될 예정인데 가맹국들의 의견도 대체로 긍정적이어서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우리나라가 일본과 동해 명칭을 둘러싼 외교전쟁을 치르는 동안 국내 각계에서는 해양과 ‘환동해(East Sea Rim)’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현재 한반도에서 동해안을 접하고 있는 강원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등을 중심으로 ‘환동해’, ‘환동해경제권’이라는 말은 일반화된 지 오래다. 환동해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분야도 적지 않다.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행정조직, 주요 금융기관의 지역본부, 학계나 주요 단체가 개최하는 주요 포럼이나 국제심포지엄 등에 이르기까지 ‘환동해’라는 용어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물론 일본에서는 ‘환일본해’지만.이와 같은 시점에서 우리는 앞으로 그동안 일상적으로 사용해온 ‘환동해’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더욱 미래지향적인 시각에서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오는 11월 IHO 총회 결과 사무국의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어 바다와 해양에 대한 명칭이 문자가 아닌 숫자로 표기될 것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물론 결과를 아직 모르는 상태이고, 어쩌면 숫자로 표기되는 명칭을 사용하기 위한 과도기적인 모습을 띨 수도 있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미래에는 동해와 일본해 모두 사용되지 않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동해에 대해 우리나라, 경북도, 포항이나 울릉군이 주도권을 가지게 될 가능성은 지금까지 이상으로 높아진 것만은 틀림없다. 러시아(극동연방 관구), 중국(동북 3성), 북한(동해안), 우리나라(동해안)와 일본(서해안) 전역에 접하는 해양의 중심에 유일한 한국령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울릉지역이다. 우리는 바로 이 울릉군이 북동아시아의 해양 중심지에 있다는 지정학적 중요성을 지금까지 이상으로 인식하고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지금부터 마련해 나가야만 한다. 국제 사회에서 그 어떤 지역이나 국가라고 하더라도 명칭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는 부동의 명칭은 ‘환동해’도 ‘환일본해’도 아닌 ‘환울릉’이다. 울릉군을 중심축으로 삼은 주변 해역과 주변 경제블록을 논의할 때 그 어느 국가라고 하더라도 이 명칭에 대해서만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울릉군은 한반도 가장 동쪽 국경 최전선에 있고 동해 해역의 유일한 거점이기에 미래 환울릉경제권시대의 중심지로 부상할 전망은 밝다. 당장 단체, 포럼 등이 사용하는 ‘환동해’ 명칭을 ‘환울릉’으로 쉽게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동해가 숫자로 표기된다면 앞으로 국제행사에서 ‘환동해’는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환울릉’이라는 용어를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울릉군은 그저 경북도 23개 시군 중 하나가 아니다. 동해 한복판에서 대한민국 해양주권을 수호하고 대표하는 ‘국제적 도서’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특별군’으로 승격시켜 우리나라의 미래 ‘환울릉’시대의 거점으로 손색이 없도록 지금 추진 중인 공항, 항만시설도 국제수준으로 격상시켜 확충, 정비해 나가야만 한다. 우리나라가 미래 해양강국을 지향한다면 미래의 해양영토, 해양주권의 교두보인 울릉지역에 대한 전략부터 새로 구상해야만 할 것이다./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2020-09-27

2차 공공기관 대구 유치에 만반의 준비를

대구시가 2차 공공기관 유치 대구 범시민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수도 이전과 연계해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지역 재배치가 적정 시기에 가시화될 것을 예상한 선제 대응이다. 학계와 시민단체, 상공단체 등 민관공동의 위원 20여명으로 구성했다. 범시민 추진위는 향후 대구에 적합한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전략 수립과 유치기관 선정 등에 중추적 역할을 한다. 2차 공공기관 유치에 따른 선제적 대응이라고 하지만 이미 부산을 비롯한 전국 다수의 광역단체도 이미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어 사실상 지자체간 경쟁이 불붙었다 해도 틀리지 않다. 2차 공공기관 지방 분산배치는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할 국가 과제다. 국가적으로는 지역간 불균형 해소지만 지역의 입장에서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중차대한 산업 유치나 다름없다. 지역과 연관된 어떤 기관을 지역에 유치하느냐에 따라 지역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1차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아직은 미미한 성과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2차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전체적 효과를 가속화 할 수 있는 전기가 된다는 점에서 광역단체마다 기대가 크다.지난 7월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대통령에게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청사진을 보고하면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왔다. 하지만 아직은 정부의 소극적 대응으로 추진일정이 불투명하다. 그러나 적정시기에 논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아야 한다.이런 점에서 대구시의 추진위 출범은 당연하다. 추진위는 사즉생의 각오로 공공기관 유치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정치적 입지가 불리한 지역사정도 고려해 전방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대구시가 최우선 목표로 한 중소기업 전담은행인 IBK기업은행 유치는 중소기업 도시인 대구가 유치해야 할 당위성도 명분도 있다. 중소기업은행 유치의 효과성을 볼 때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대상이다. 2차 공공기관 유치는 지자체간 목숨 건 싸움이나 다름없다. 도시의 생존에 관한 선택이기에 조금의 양보도 안 된다. 정부가 지역산업과의 연관성, 국토균형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안배도 하겠지만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노력도 과소평가돼선 안 된다. 추진위의 분발을 기대한다.

2020-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