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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의관정제(衣冠整齊)

‘옷을 바르게 입고 모자를 바르게 쓴다’는 의관정제는 옷에 대한 우리 조상의 생각을 담고 있다. 옷은 격식에 맞게 잘 차려입어야 하고 옷을 바르게 차려 입음으로써 바른 행동도 나온다고 생각한 것이다.복식 자체로서 신분을 구분하고 복식을 통해 적절한 위엄과 절제된 품격도 표현했다. 우리의 조상은 고름 매는법 등 한복을 입는 순서에서부터 보관 방법에까지 올바른 사용법을 가르쳐 왔다.의복 착용에 대한 기원은 몇 가지 설이 있다. 기후 적응설, 신체 보호설, 장식설, 수치설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어느 것이 맞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옷은 외부로부터 신체를 보호해야 하는 실용성에서 시작했으나 점차 장식의 개념이 가미되고 지금은 사회성까지 그 개념이 확대됐다.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것 중 하나가 의복이라는 사실만으로 의복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반드시 있어야 할 3가지 기본 요소 중에도 의(衣)가 포함된다.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못난 사람도 근사한 옷을 걸치면 달라 보인다는 뜻이다. 속담에 입은 거지는 얻어먹어도 벗은 거지는 못 얻어먹는다는 말도 의복의 중요성을 대변한다.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국회 등원 옷차림이 논란이다. 일부 네티즌은 “소풍 왔나”등 악성 게시물까지 올렸다. 이에 대해 류 의원은 “양복과 넥타이로 상징되는 관행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국회의원 옷차림에 대해 정해진 룰은 없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권위가 마치 양복과 넥타이 차림의 정장에서 나오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직장여성이 입는 보편적 옷차림이면 굳이 깎아내릴 이유가 없다. 국회의원의 권위는 국민을 위해 일할 때 나오기 때문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8-09

‘말 따로, 행동 따로’ 정치학

안재휘논설위원“검찰에서 ‘누구누구의 사단이다’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 애초 특정 라인·특정 사단 같은 것이 잘못된 것이었다. 특정 학맥이나 줄 잘 잡아야 출세한다는 것도 사라져야 한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을 한 사람이 올해 들어 2차례나 검찰 학살 인사를 단행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라면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힘없는 아이를 뒷골목으로 끌고 가 실컷 두드려 패놓고 돌아서서 “폭력은 없어져야 한다”며 으스대는 일진 패악과 뭐가 다른가.모름지기 이 나라 정치권은 이중인격자들의 천국이 됐다. 앞에서 하는 말 다르고 뒤에서 시키는 일 다른 게 ‘유능한 정치’라고 믿는 타락한 정치학이 판을 치고 있다. 여러 번 속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에서 멋있게 좋은 말만 하고 뒤로는 민주당이 ‘독주’ 가속 페달을 밟는다. 대통령은 ‘협치’를 말하며 야당을 다독이는 척하는 선한 역할(굿캅)을 하고 민주당은 뒤에서 176석 의석수로 밀어붙여 매사를 독단으로 처리하는 악역(배드캅)을 맡는다.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은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하며 “검찰이 청와대든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에 엄정한 자세로 임해 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이 시점에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한 검찰은 어떤 몰골이 돼 있나. 중요한 수사를 담당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동료들을 다 잘라내는 게 ‘검찰 개혁’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나.이제 국민의 관심은 이런 만신창이 검찰이 그동안 세상을 놀라게 했다가 흐지부지돼가고 있는 권력형 비리 부정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쏠려있다. 청와대 울산 시장선거 개입 의혹은 어떻게 끌고 갈 건가. 윤미향과 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은 또 어떻게 마무리 지을 것인가. 6개월째 지지부진한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사건 수사는 어디로 가나. 옵티머스 펀드 사건은 핵심 수사가 시원하게 진행될 것인가.윤 총장이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한 말의 파장이 길다. 그는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제 발 저린’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설훈, 김두관, 이재정 의원 등이 윤 총장의 사퇴를 종용하고 나섰다. 자기들은 한사코 ‘독재’와 ‘전체주의’ 아니라면서 왜들 그러나.손발이 다 잘렸다고 하지만 검찰총장직의 권능은 살아 있다. 윤 총장은 권력형 범죄에 대해 원칙대로 수사해야 한다. 포위한 추 장관 패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듣지 않는 대로 그 행태를 역사에 명징하게 남겨야 한다. 온 국민이 진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진짜 검사 윤석열’을 기다리고 있다.윤 총장은 지금 법대로 수사하는 게 “권력형 비리에 엄정한 자세로 임해달라”는 대통령의 당부를 지켜내게 되는 역설의 땅에 도달해 있다. 제대로 되느냐 마느냐는 다른 문제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의 정치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시퍼렇게 멍들이고 있다.

2020-08-09

與 지지율 추락…‘독주’·‘반민주 행태’ 멈춰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아무것도 못 하는 제1야당 미래통합당의 지지는 반사이익 효과로 치솟고 있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잘못해서’ 출렁거리는 한국 정치여론의 구태의연한 고질적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여당에 대한 민심이반은 복합적이다. 4·15총선 이후 펼쳐지는 막무가내 ‘입법 독주’와 갖가지 ‘반민주 행태’가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7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의 8월 1주차(3~5일) 정당 지지도 조사는 민주당 35.6%, 통합당 34.8%를 찍었다.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와 비교해 2.7%포인트 내렸고, 통합당은 3.1%포인트 올라 올해 2월 창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당의 지지율 격차는 불과 0.8%포인트,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한국갤럽이 같은 날 발표한 조사결과(조사일 4~6일)에서도 추세는 동일했다. 민주당 지지도는 지난주보다 1%포인트 하락한 37%, 통합당은 5%포인트 상승한 25%를 기록했다. 4·15 총선 이후 민주당은 최저치, 통합당은 최고치에 해당한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민주당이 깊은 악재의 수렁에 빠져 있는데도 통합당이 무기력하다는 점이다. 통합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대구·경북에서도 부정 65%, 긍정 22%로 나왔다.지난 4·15총선 이후 민주당의 정치행태는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듣도 보도 못한 ‘입법 독재’ 횡포가 일상화되고, 검찰총장을 무장 해제시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모조리 뭉개려는 불순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진보 원로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다수의 지배가 무차별적으로 결정 원리가 된다면, 그것은 다수의 독재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21대 국회에 대해 “20대 국회보다 더 나쁘다. 권력에 대한 절제라는 게 없다”는 그의 혹평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무심한 듯하지만, 국민은 마음의 눈으로 모두 다 낱낱이 지켜보고 있다. 자신들을 속이고 지지자들을 일시 속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영원히, 모두’ 속일 수는 없다.

2020-08-09

40여 일 지속된 장마 피해 최소화에 집중을

6월 24일부터 시작된 장마가 40여일 이어지면서 전국이 물 폭탄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집중호우로 40여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고 이재민도 4천여 명에 이른다 한다. 산사태 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전국에서 주택 및 농경지 침수가 발생했으며 제방붕괴, 선박 전복 등의 사고도 잇따랐다. 기상청은 현재의 장맛비가 이번 주에도 계속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9일 새벽 3시쯤 일본 오키나와 남쪽 600km 해상에서 제5호 태풍 장미가 발생했다. 약한 소형 태풍으로 알려진 장미는 10일 오전 제주도 동쪽 해상을 지나 낮에는 영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돼 또다시 피해가 우려된다.대구와 경북에서도 지난 주말 집중호우가 쏟아져 곳에 따라 300mm가 넘는 물 폭탄 피해가 있었다. 대구는 평균 214.9mm의 비가 내렸고 서구는 311.5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경북 고령이 273mm의 비가 내리는 등 경북에서도 많은 비로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대구는 주말동안 도로침수 등 100건이 넘는 비 피해 신고가 있었으며 경북도 89건의 비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그러나 태풍 장미와 장맛비가 지속되면서 대구경북의 비 피해는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40일 이상 지속된 장맛비로 농작물은 생육이 부진한 가운데 병충해마저 확산돼 농민들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지금 전 세계는 기상 이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중국은 홍수, 유렵은 폭염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는 1912년부터 2017년까지 100여 년간 기온이 1.8도 상승했다. 이는 지구 전체 평균지표 온도 상승(0.85℃)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은 앞으로도 물 폭탄이나 폭염으로 인류를 지속적으로 괴롭힐 것이 예상되고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는 국제적으로 공동 대응한다 하더라도 재난에 대비하는 좀 더 과학적이고 섬세한 지역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행정당국은 장맛비로 발생한 각종 피해는 신속히 복구하면서 40일 이상 지속된 장마 뒤 끝에 산사태 등 큰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업무가 가중되고 있으나 주민의 안전을 위해 공직사회가 최선을 다해주길 당부한다.

2020-08-09

고객의 마음을 얻는 비결

곽지영​​​​​​​포스텍 산학협력교수·산업경영공학과제품과 서비스는 사용자가 부여해 주는 ‘가치’를 기준으로 볼 때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첫 번째는 ‘Usable’ 유형으로, 일관성, 심미성 등 디자인 원칙에 잘 맞아 편리하다고 평가받는 제품들을 말하며, 흔히 ‘맥가이버칼’이라 불리는 스위스 군용칼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칼은 칼, 톱, 가위 등 여러 기능을 포함하고 있지만, 막상 요리나 집안일을 할 때는 사용하지 않는다. 비상시 요긴하고 기능적으로 완벽하지만, 실사용 환경에 잘 맞춰져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두 번째는 ‘Useful’ 유형으로, 식후 이쑤시개와 같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상황에 맞게 도움을 주어 유용하다고 평가받는 제품들이다. 이런 제품은 기능적으로 우수할 뿐 아니라, 실제 이용환경에도 특화되어 있어, 사용자가 의도한 목적을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런 제품에 매겨지는 가치에도 한계가 있다. 이쑤시개는 다 같은 이쑤시개일 뿐 다른 제품 대비 차별화가 느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난 꼭 이 이쑤시개가 아니면 안돼!’라고 말하는 사용자는 없을 테니 말이다.세 번째는 ‘Desirable’ 유형으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차별성을 인정받아 독보적인 선두 위치에 올라간 Market Leader들을 말한다. 경쟁자 대비 월등히 좋은 경험을 제공하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명품의 반열에 올라선 제품들 말이다.자동차, 패션 등이 대표적이며, 고객들은 가격, 기능 등에서 불리한 조건이라도 선호하는 브랜드나 기업의 제품을 선택한다.마지막, 가장 강력한 유형은 ‘Delightful’ 유형으로, 고객을 기쁘게 함으로써 조건 없는 지지와 사랑을 받게 된 제품들이다.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와 팬덤이 형성되고, 종교나 컬트(Cult)에 가까운 숭배와 추종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이런 유형은 모든 기업의 꿈으로, 고객과의 지속적 관계 형성 노력으로만 달성할 수 있다.그렇다면 고객을 기쁘게 하는 제품, 브랜드, 기업의 비결은 무엇일까?Patrick Jordan 교수는 인류학자인 Lionel Tiger 교수의 이론을 토대로, 고객들이 제품을 통해 Physio, Psycho, Socio, Ideo 등 네 가지의 기쁨을 추구하며, 네 가지 기쁨이 균형 잡혀야 좋은 디자인이라 제안한다.Physio Pleasure는 고객을 유혹하는 카페의 원두 향이나 화려한 색과 같은 감각적 기쁨을 뜻한다. Psycho Pleasure는 직관적인 사용법이나 학습을 통해서 얻어지는 인지적 기쁨을 의미하고, Socio Pleasure는 제품을 통한 순위 경쟁이나 커뮤니티 등과 같은 고객 간의 사회적 교류를 말한다.Ideo Pleasure는 친환경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개념 있는’ 소비를 예로 들 수 있다.연예인도 이제 수려한 외모나 목소리(Physio Pleasure) 뿐 아니라, ‘뇌섹남녀’(Psycho Pleasure)에 ‘인싸’(Socio Pleasure) ‘개념돌’(Ideo Pleasure)이 대세인 것을 생각해 보면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비결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까.

2020-08-09

형사 콜롬보와 셜록홈즈의 협업

박화진지킴랩 기업탐정본부장전 경북지방경찰청장추억을 소환해 본다. 70년대 중반 사회적 오락거리가 별로 없던 시절, TV가 서민들의 시름을 잠시 잊게 해줬다. 곱슬머리에 후줄근한 트렌치코트를 입은 사내가 한쪽 눈을 찡그린 채 살인사건의 용의자에게 질문을 툭툭 던지며 범행 전모를 명쾌하게 밝혀나간다. 미국 범죄수사 드라마 ‘형사 콜롬보’가 우리를 TV 수상기 앞으로 불러들였다. 어눌하지만 상대방의 신경을 자극하는 한국 성우의 더빙 목소리가 콜롬보 형사의 대명사처럼 여겨질 정도였다.한국 수사드라마 ‘수사반장’이 일반적인 범죄자들의 이야기라면 ‘형사 콜롬보’는 사회적 저명인사, 상류층 등 성공한 사람들의 살인범죄 행각을 밝힌다는 점에서 상대적 박탈감의 서민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줬다.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콜롬보 형사의 끈기와 추리능력에 감탄했다.그의 펌 머리와 트렌치코트 유행을 한 몫 하게 만들었다. 용의자와 자연스런 대화를 이끌며 범죄 혐의점을 찾아간다. 심리적 신경전을 벌이다가 마치 당신은 아닌 것 같다는듯 돌아서다가 툭 던지듯 송곳 질문을 한다.범인의 지능적인 증거인멸과 증거조작 행위에 가슴 철렁할 결정적인 한 방을 먹인다. 형사 콜롬보는 민완형사를 꿈꾸는 경찰지망생들의 로망이었다.사냥용 모자, 파이프 담배, 돋보기를 든 사내. 범죄를 추리해나가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 1890년대 후반 소설가 코난 도일이 낳은 추리소설의 등장인물. 런던 출신의 탐정 대명사 셜록 홈즈다. 주변 환경과 타인의 인상착의를 관찰하여 그 사람의 내력까지 추리해내는 프로파일링의 원조, 준 프로급의 권투실력과 괴력, 걸어 다니는 범죄학 사전, 변장술과 연기력이 뛰어난 그는 범죄사냥꾼의 전형이다. 가끔 사건해결을 위해 불법행위도 불사하는 또 다른 탐정의 모습을 보인다. 학창시절, 흥미진진한 추리전개를 끊지 못해 수업시간 책상 밑에서 침을 발라 책장을 넘기다가 혼이 나기도 했던 흑백사진 같은 추억 속 주인공이다. 법 개정으로 그동안 금지된 탐정이란 직업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수사업무 경력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게 되었다며 흥분감이 감돈다. 미행, 도청, 사생활 침해의 폐해도 우려되는 현실. 감독관청의 체계적인 관리와 같은 법적 보완이 시급하다. 그간 경찰 등 국가기관에게서 부족했던 문제들을 민간영역에서 보완해줄 수 있는 제도로 정착된다면 국민들의 성마른 갈증을 풀어줄 것 같다. 국가적으로도 전문적 인적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셜록 홈즈의 능력이 부럽지만 그가 가끔씩 목적달성을 위해 탈법을 슬쩍 이용한 것이 뒷머리로 손이 올라가게 만든다. 그래도 형사 콜롬보가 근무여건 개선을 요구하며 잠시라도 태업한다면 셜록 홈즈라도 있었으면 하는 것이 범죄 피해자의 심정일 것이다. 콜롬보와 셜록 홈즈의 협업과 공유를 기대해본다. 최고의 케미(조합)가 되었으면 한다.“ 아! 그런데…. 홈즈 선배가 잘 하겠지요?”콜롬보가 대화 말미에 이런 말을 던질지도 모르겠다.

2020-08-09

부동산 대책을 위한 제언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현 정부를 음으로 양으로 지지해온 참여연대 조차 최근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전면 전환 촉구’기자 회견문에서 “문재인 정부 3년간 20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땜질식’핀셋 규제와 일관성 없는 정책 추진으로 주택 가격이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선언했다.이런 와중에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부동산·금융정책을 다루는 주요 부처와 산하기관 고위공직자 10명 중 4명은 주택 2채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6일 기자회견에서 “재산 신고내용을 분석한 결과 국토부와 기재부 등 고위공직자 107명 중 36%인 39명이 다주택자였다”면서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국토부, 기재부, 금융위 등에는 다주택 보유자나 부동산 부자를 업무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부동산정책의 헛발질을 막으려면 역대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집값 상승률의 상관관계를 짚어보는 게 방향성을 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선 위례, 판교 등 2기 신도시건설을 발표했던 노무현 정부시절 재산세인상, 종부세 도입, 양도세 중과 등 세제를 통한 규제와 분양권전매금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시행, LTV강화, DTI도입,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대출 및 재건축제한 등으로 집값 안정을 꾀했다. 그러나 100% 가까운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 부동산가격이 가장 안정됐던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길음, 아현 등 뉴타운개발, 강남 세곡동·내곡동 보금자리 아파트 건설, 도시형 생활주택 등이 공급됐고, 양도세 중과폐지, 세율인하, 일시적 1가구2주택 보유기관 완화, 종부세 합산배제, 투기지역 해제, 후분양제 완화 등으로 아파트분양을 촉진하는 정책이 추진됐다.집값은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했다. 그랬던 집값이 3기 신도시 건설을 발표한 문재인 정부 들어 양도세 중과, 종부세 인상, 취득세 인상 등 세제 규제와 재건축안전진단 강화, 민간택지 본양가 상한제 부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신 DTI, DSR 도입 등 대출 및 재건축규제를 강화하고 나서자 다시 집값이 뛰어올랐다. 부동산가격 상승을 통한 불로소득을 유달리 혐오했던 노무현 정부와 현 문재인 정부시절 집값이 오히려 더 많이 올랐다는 게 불편한 진실이자 팩트다.주택시장 안정대책은 보유세 강화, 공급 확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보유세 강화는 부과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를 합리적으로 산정하면 된다. 또 핀트가 어긋나있는 공급확대책은 바로잡아야 한다. 시장경제 원리상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데, 현 정부는 엉뚱하게 그린벨트를 해제해 3기 신도시를 추진하려한다. 이는 환경을 파괴하고, 원거리 출퇴근자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어떤 정책도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경제학 격언을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한다.

2020-08-06

대구동산병원 코로나 투혼, 오래 기억될 것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이 지난 5일 감염병 전담병원에서 해제됐다. 지난 2월18일 대구에서 첫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고 같은 달 21일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지 166일만이다.대구동산병원은 이 기간에 코로나 누적환자 1천67명의 집중치료를 맡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를 담당했다. 전국 비율로 9%에 이른다. 투입된 의료진만 429명이다. 그렇지만 단 한 명의 병원 내 의료진 감염 없이 임무를 완수했다.대구지역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 사태로 전국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은 곳이다. 지역이 봉쇄될 위기에 처하면서 도시는 페닉 상태로 빠져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원은 그야말로 사투의 현장으로 바뀌었다.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지역의 의료진이 보여준 투혼은 놀라웠다. 죽을 각오로 병마와 사투를 벌였던 대구지역 의료진의 값진 희생정신이 없었다면 과연 대구는 지금과 같은 평온함을 얻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대구에서는 동산병원에 앞서 칠곡 경북대병원과 대구파티마병원, 대구가톨릭병원 등 8곳이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에서 해제됐다. 대구에는 최근 33일 동안 코로나19 지역 감염환자가 발생하지 않아 코로나 상황이 비교적 안정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감염병 전담병원도 순차적으로 해제한 것이다.동산병원 등 지역 의료진을 필두로 대구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의 사투에서 놀라운 저력을 보여준 도시다. 미국 ABC기자는 대구현지를 방문하고 “절제심 강한 침착함과 고요함이 버티고 있는 도시”라 했다. 대구시민의 놀라운 시민의식을 극찬한 표현이다. 이후 대구는 코로나 극복의 모범도시로 많은 해외언론의 주목도 받았다.대구동산병원이 이번에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에서 해제된 것은 동산병원뿐 아니라 대구지역 의료계가 함께 코로나19를 기억하고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된다. 대구지역 의료진의 빛났던 투혼과 희생정신에 다시한번 고마움을 전한다.대구동산병원은 동국대학교가 뽑는 제24회 만해대상 실천대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코로나 극복의 선봉이자 최후 보루의 역할이 빛났다는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극복을 위해 함께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2020-08-06

템플스테이

템플스테이는 우리나라 불교계가 관광객에게 절을 개방하여 숙박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관광프로그램이다. 불교가 성행하는 동남아시아 등 다른 나라에는 한국과 같은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곳은 없다. 원래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모자라는 숙박시설을 충당하는 방법으로 우리나라 몇몇 사찰에서 시작한 것이 발전하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영문 온라인 사전인 위키피디아에도 템플스테이를 찾아보면 ‘한국 불교사원의 문화 프로그램’으로 소개하고 있다. 전국 100군데가 넘는 사찰에서 실시되는 템플스테이는 불자가 아니더라도 참여할 수 있어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사찰문화 체험행사다. 특히 속세를 떠나 산사에서 수행자의 일상을 경험할 수 있고 지친 심신이 휴식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이색적인 프로그램이어서 호응도 좋다.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우리의 일상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으면서 휴가 문화에도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해외여행 길이 막히면서 휴가철에 해외에서 망중한을 보낸다는 것은 옛날 이야기가 됐다. 그렇다고 사람이 많이 붐비는 피서지를 찾아가기도 께름칙하다. 가족형 장박(장기 숙박)이나 차박(자동차 활용의 숙박) 등이 생겨나고 나홀로 트레킹 등 폐쇄형 언택트 액티비티가 늘어난 것도 변화다.최근에는 산속 사찰에서 스님의 수행과정을 경험하고 전통차를 마시며 온몸을 힐링하는 템플스테이가 새로운 휴가방식으로 인기를 모은다고 한다. 일부사찰에선 걷기 명상과 산책, 인근 문화재 관광까지 프로그램에 포함해 템플스테이의 묘미를 더해주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바꾸어 놓은 우리의 일상이 가는 곳마다 실감나게 하는 세상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8-06

대북 전단 금지법, ‘北 협박에 굴복’ 행태 한심

당정이 접경지역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거나 확성기·전광판을 사용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강력한 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반입·반출 허가 물품’에 대북 전단을 포함하고 위반할 경우 과태료 등을 부과하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도 안건조정위에 상정한 상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 ‘국민안전’을 법 개정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북한의 도발협박에 굴복하는 논리여서 다분히 굴욕적이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북측을 향한 방송·전광판·전단살포 행위 등을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내용을 전부 수용할 방침이다.대북 전단살포 금지법과 관련, 야당 등 일각에선 ‘김여정 하명법’, ‘북한 보안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충돌하는 법을 주장하면서 내놓는 명분이 ‘접경지 주민 안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14년 10월엔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쐈고, 지난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대북 전단을 콕 집어 문제 삼으며 개성 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다.민주당 개정안은 지난 3일 외통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돼 90일간 심사를 거쳐 강행 처리될 것으로 예측된다. 남북교류와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대승적으로 북한이 싫어하는 대북 전단살포를 비롯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잠정적으로 자제하자는 견해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공격이 두려워서 형사처벌까지 포함하는 법을 만들어 국민을 속박하는 것은 자존심 훼손을 넘어 진정한 국가안보를 포기하는 굴욕적 행태다.정부·여당은 북한의 도발협박에 대해서는 ‘강력응징’을 천명하고, 전단살포를 해온 민간단체에는 대승적인 협조를 구하는 것이 옳다. 대북 전단살포 단체 출신의 변호사가 나서서 “미국 단체에서 돈 받아 룸살롱 등에서 지출했다”는 폭로까지 하는 것을 보면 여권의 전방위적 작전이 짐작된다. 국민의 자존심을 무참하게 만드는 집권세력의 굴욕적 접근법에 한숨이 절로 난다. 적에 대한 굴종으로 유지되는 안전은 진정한 ‘국가안보’가 아니다.

2020-08-06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김병래시조시인나이를 먹으니 단순하고 소박한 것에 마음이 간다. 젊은 시절에는 복잡하고 난해한 것에 더 오묘한 진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차츰 바뀌게 되었다. 물질과 현상의 이면에는 물론 아주 복잡한 물리와 화학과 수학적 법칙이 작용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모두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살 필요는 없는 것이다. 자명(自明)하게 드러나서 보이는 것만 보고 사는 것이 순리(順理)라는 생각이다.사람의 성격도 소탈한 것이 좋다. 가진 것이 많고 지위가 높아도 거만하지 않고 털털한 성격이면 한층 돋보인다. 쥐꼬리만 한 권세라도 잡으면 ‘갑질’을 일삼고, 아니면 허세라도 부려야 성이 차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남이 알아주지 않을까봐 초조해하는 소인배들과는 달리 돈이나 학벌이나 지위가 없어도 소박함으로 오히려 넉넉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 행여 소박함을 천박함과 혼동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천양지차로 다른 말이다.소위 ‘운동권’세력들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졌던 내로남불, 적반하장, 후안무치, 오만방자, 표리부동, 이중인격과 같은 말들이 버젓이 용인되고 일반화되는 전례 없는 세상이 되었다. 이른바 ‘대깨문’이라는 무조건적 지지층들에겐 내편이 하는 짓이면 뭐든지 옳고 정당하다는 ‘막가파’식 인식이 팽배해서 윤리나 법치도 안중에 없는 전대미문의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적폐로 몰아붙인 지난 정권에는 적어도 명백한 잘못에 대해서는 부끄러운 척이라도 하는 일말의 양심이나 양식은 없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파탄지경인 경제에다 법치가 무너지고 안보가 위태로운 것도 심각한 문제지만 그에 못지않은 것이 국민들의 의식이 거칠고 천박해지는 거라는 생각이다. 편을 가르고 진영논리에 빠져 물불을 안 가리다 보면 뒷골목 불량배들이나 다를 게 없어진다. 한 마디로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천박해지고 지리멸렬해지는 걸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외치고 인권과 도덕성을 앞세우던 사람들의 이율배반과 자가당착적 행태에 무턱대고 동조를 하다보면 어느새 도덕적 해이와 불감증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권력을 잡다보니 갈수록 부실과 비리가 불거지고 위선과 가식의 민낯도 드러나서 총체적 난국의 양상을 보이는 실정이다. 이 정권의 국정운영이란 것이 그런 무능과 비리와 허구성의 노출을 수습하지 못하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오기로 무조건 밀어붙이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과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사람을 천박하게 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정권을 잡은 자들이 독선적인 이념을 관철시키고자 할 때 가장 쉬운 방법의 하나가 우민화정책이라고 한다. 백성들이 어리석고 천박할수록 프로파간다나 포퓰리즘이 잘 먹혀들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말초적이고 경망스러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정치권까지 앞장서서 천박함을 조장하는 형국이니 실로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다.

2020-08-06

정치와 과학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최근 검찰이 카이스트 총장을 불기소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착잡한 심정이 다가왔다.필자와 고교, 대학,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하였던 그를 너무도 잘 알기에 그가 어떤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였기에 이번 결과는 예측된 것이었다. 과학계에서 오래 연구에 매진하고 과학계에 공헌한 각종 연구소의 소장이나 원장들, 그리고 일부 과기대 총장들이 이번 정부 들어 여러 명 사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과학계가 정치에 휘둘려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정권교체에 따른 ‘기관장 찍어내기’ 논란은 사실상 진보, 보수 정부를 가리지 않고 오랫동안 자행되어온 아주 나쁜 관행이다. 백보 양보하여 정치, 안보, 경제 계통의 연구소의 수장들은 정권이 바뀌면 갈릴 수 있다고 하여도, 과학계는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과학은 10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해야 하며 국가의 미래와 먹거리가 과학의 발전에 의해 좌우되는데, 정권이 바뀌면 기관장 자리를 ‘전리품’처럼 여기는 풍토가 만연해왔다. 정치권 낙하산 인사나 정치권에 줄을 댄 과기계 인사가 점령군처럼 과기계의 수장으로 부임해 오는 것이 역대 정권마다 반복돼왔다. 따라서 기존의 수장들을 사임시키기 위해 무리한 감사를 통해 흠집을 잡아내려는 과정이 전통처럼 자리잡았다.이번 경우도 과기부는 무리한 감사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 있는 로렌스버클리연구소(LBNL) 장비 사용을 위해 진행한 용역 계약이 국가계약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으나, KAIST 이사회는 신성철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안건을 유보시켜 과기부의 주장을 유보시켰다. 이에 반발한 LBNL은 “연구비의 집행에 문제가 없다”는 서한을 보내왔고,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도 이를 보도했다. 또한 800여 명의 국내외 과학기술계 인사들은 과기부의 처사에 이의를 제기하고, 신중한 절차와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확대해 나갔었다. 당시 LBNL은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것에 당황해 하고 있다. 다만 세계적 연구기관으로서 예산의 집행에 아무런 하자가 없고 어떠한 의혹도 없다는 발표를 했다. 한국의 많은 대학들이 LBNL과 연구협력을 하고 있고, 미국의 여러 대학, 연구기관들과 연구 협약을 맺고 있다. LBNL은 한국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이후 한국대학들의 LBNL과의 협력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세계적 연구기관에 한국정부가 창피를 당한 모양새이고 결국 한국과학계의 심각한 피해를 가져왔다. 과학자, 연구자를 소중하게 여기고 보호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세계 역사를 보면 과학자를 소중히 여기는 국가가 선진국이 되었고 발전의 선봉에 서 있었다. 이제 한국정부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새 정부가 들어서면 전 정권의 과학계의 수장들을 몰아내고 무리한 감사를 통해 사임케 하는 나쁜 전통은 이제 더 있어서는 안 된다. 이 정부는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모토를 내세웠다.이 모토가 제발 과학계에 대하여는 지켜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2020-08-06

마르크시즘 민주주의론 생각

지지지난 정부 시대에 모두들 드디어 민주주의가 정착됐다고들 했다. 어느 시대였던가는 숫자를 따져봐 주기 바란다. 그러나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성찰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두들 민주주의다, 독재다 말하지만 정작 민주주의는 얼마나, 어떻게, 어느 정도나 훌륭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대학 고학년 시절에 마르크시즘에서 말하는 민주주의와 독재의 ‘변증법’에 관한 책을 한 권 읽은 적이 있다. 거기서 이렇게 말한다.부르주아를 위한 민주주의는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독재다. 또 프롤레타리아를 위한 민주주의는 부르주아에 대한 독재다. 그러니까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요, 독재는 독재인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독재를 거느리고 있다.흔히 말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개념은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부르주아에 대해 행사하는 독재를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이러한 논리는 그럴듯해 보였다, 젊은 날의 내게는 말이다. 뭐든 A는 A일뿐이고 B는 B일뿐이라는 논리는 단순투명하지만 그 대상의 복잡한 양상을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바로 이 복잡함에 매달리는 사람들을 향해 한 승려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 했던 것을 기억해 두기는 하자.민주주의는 언제나 독재일 수 있다고 나는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다 마코토는 국내에 번역되기도 한 작은 책자에서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주의에 관해, 그것은 아테네 전체 인구의 10퍼센트에 불과한 자유민들을 위한 민주주의였다고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는 역사상 가장 호전적인 도시국가여서 전쟁을 그렇게 다반사로 치를 수가 없었다고도 한다.1980년대가 가고 김영삼 정부 시대도 가고 김대중 정부 시대가 열리자 ‘드디어’ 직선제 개헌의 참된 효과로서 정권 교체가 현실화 되었다. 그 무렵 마르크시스트들은 한국에서의 민주주의 확대, 비약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했고, 덕분에 ‘절차 민주주의’라는 말이 성행했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니 민주주의니 하는 원리론과 구별해서 선거 절차의 개혁이나 혁명을 설명할 필요가 생겨났던 것이다.그렇다면 이 절차 민주주의를 통해 나타난 권력은 민주주의의 진정한 담지자라고 확신할 수 있나? 옛날에 히틀러의 나치즘은 절차 민주주의로 탄생한 야만적 권력이었다고들 한다. 한 마디로 말해 표 많이 얻었다고 다 민주주의는 아니라는 것인데, 요즘 이 나라도 이 민주주의다, 독재다하는 말로 꽤나 왁자지껄할 태세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

2020-08-06

포항우체국, 추억을 갈무리하다

정미영수필가포항우체국 풍경이 역동적이다. 우편번호를 찾는 눈길과 주소를 쓰는 손길이 분주하다. 오고가는 발길이 끊어지지 않자 우편물은 자루 가득 담긴다. 분분한 사연들이 제비 떼처럼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한다.문득, 며칠 전 읽었던 신문 기사가 떠오른다. 포항우체국은 1905년 6월 9일 연일임시우편소로 개소한 이래 올해 115년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포항우체국은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오랜 세월동안 소식을 전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든든하게 수행하고 있다.사람들의 모습을 눈여겨본다. 상기된 얼굴로 편지를 들고 있는 그들에게서 달콤 쌉싸래한 표정이 느껴진다. 떨어져 지내는 가족에게 소식을 전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지금 이 시간, 그들 누구도 타인처럼 낯설지 않다.학창 시절, 집집마다 전화기가 놓여 사람들이 드문드문 편지를 쓸 때에도, 나는 편지 쓰는 일에 열심이었다. 친구가 바닷가 고향 마을로 되돌아갔기 때문이었다. 편지는 전화가 없는 친구와 나를 이어주는 소통의 끈이었다.친구는 도시로 이사를 왔다. 배를 탔던 아버지가 풍랑에 휩싸여 돌아가셨기에 어머니가 포구에서 힘들게 일했다. 하지만 접힌 삶은 곧게 펴지지 않았다. 도시 공장에 나가면 수월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먼 친척의 말을 믿고 옮겨왔다.전학 온 친구는 반 아이들과 서먹서먹했다. 나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두 살 많고 늘 무표정이었기 때문에,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새 학기가 되어 내가 부반장이 된 직후였다. 부반장에게 솔선수범을 기대했던 선생님은 친구와 짝이 되어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데면데면한 내 행동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았다.어느 날, 수업을 마친 뒤였다. 친구는 나에게 자신의 집에 가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레 물었다.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친구의 단칸방에 들어갔을 때, 나는 한쪽 구석에 놓인 앉은뱅이책상 위의 불가사리들을 보았다. 친구는 여러 조각으로 잘라도 죽지 않고 살아나는 불가사리가 마음에 들어 모았다고 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친구는 불가사리를 닮은 것 같다. 불가사리는 단단한 석회질 속에 싸여 있지만 몸이 수분으로 되어 있다. 친구는 겉으로 강한 척했지만, 속으로 눈물을 가득 담고 있었는지 모른다. 빽빽한 가시를 지닌 불가사리처럼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무표정이라는 딱딱한 가시를 달고 살았던 것이리라.친구의 어머니는 건강이 나빠졌다. 바다에서 나고 자랐던 어머니는 고향이 그리웠을 수도 있다. 결국 모녀는 바닷가 마을로 돌아갔다. 이제 겨우 서로의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되었는데…. 나는 그 후로 바닷가 소식 들려올 때면 친구를 생각하며 편지를 썼다.우정(郵政)은 우정(友情)을 이어주는 끈끈한 조력자였다.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닐 때에도 편지지 가득 낱말을 쏟아 부었다. 메마른 현실에 물꼬가 트이지 않을 때 친구에게 편지를 쓰면 속이 후련했다. 삶의 목표가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내뱉고 나면, 옅어지는 의지가 다시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친구 또한 사연을 옹골지게 적어 나에게 보냈다. 마을버스를 타고 읍내 우체국에 나와 편지를 부치면, 젊은 가장으로서 짊어졌던 생활의 무게가 조금은 줄어든다고 했다.열려진 창문으로 노을빛이 찾아든다.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졌는데도 여전히 우체국 안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어쩌면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부치면서, 발신자와 수신자가 동일인이 아닌 사실에 감사할 수도 있다. 안부를 건네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위안이 되는 일인가.포항우체국에서 모처럼 추억을 갈무리한다. 흘러간 세월에 아랑곳없이 편지 행간에 스며있던 의미를 떠올리니 가슴 한 자락이 따스하다. 기억을 넘나드는 진실한 편지 하나 품고 있으니 살아가는 힘이 된다.나는 지금, 포항우체국 창가에 서서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띄운다.

2020-08-05

꽃 진 자리

능소화가 집니다. 무너진 꽃잎들, 담장 아래로 붉은 꽃그림자를 이룹니다. 오점의 예견도 없이 추락의 예감도 없이, 찢어지고 오므라들다 마침내 누렇게 타들어갑니다. 담담한 생의 끝자락에서 스스로 길을 내는 저 화흔(花痕)들. 제아무리 화려하고 향기로운 꽃도 지고 나면 찐득한 상처를 남깁니다.그 상처는 아이러니하게도 우연에 기댈 때가 많습니다. 꽃나무로 마당에 발을 들이는 순간, 운명이 된 우연은 상처인 줄도 모르고 꽃을 피웁니다. 그러다 돌풍 실은 바닷바람 한 점에, 여름을 재촉하는 다급한 장맛비 한 방울에 꽃잎을 떨굽니다. 일견 화려한 꽃이 안타까운 꽃 무덤으로 보이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건 너무 당연한 자연현상일 뿐입니다.진물로 끈적이는 그 자리는 끝이 아닙니다. 결코 흉물스럽지도 않습니다. 생의 이면을 날 것으로 보여주는 고해성소입니다. 살다보면 사물이나 사람을 그릇 이해할 때가 있습니다. 넘치는 욕심에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고, 어림없는 오해로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작은 우연에서 시작될 때가 많습니다. 꽃 진 자리는 이러한 우연이 마련한 통곡의 바다이자 상처의 실존입니다.하지만 그 상처는 힘이 됩니다. 그것으로 새로운 꽃망울을 말아 올릴 수 있으니까요. 결곡하게 피운 꽃은 또다시 향을 내뿜고 열매로 보답합니다.칠월의 꽃 능소화, 그 꽃 진 자리는 서러움도 추함도 아닙니다. 죽음이 아니라 또 다른 생의 시작점입니다. 곡진 생의 사이클을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증거물입니다. 그 상처가 풍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 안에서 몇 번의 개화와 몇 번의 낙화가 필연처럼 이어집니다. 싹틈 또는 꽃피움으로 이어지는 환희의 이미지, 그것이 자연의 전부는 아닙니다. 필연으로 이어지는 떨굼 또는 추락의 순환까지 거쳐야 완전체의 자연이 되는 것이지요.생각하면 모든 결실은 추락이 그 시작이었지요. 떨어져보지 않는 시간은 가짜입니다. 더럽혀지지 않은 추억은 엉터리이지요. 뭉개져보지 않은 열매는 껍데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 생애, 깊어지거나 단단해졌다면 그 모든 것은 충분히 꽃 진 자리를 살폈다는 뜻이겠지요.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의 환희와 절정, 우연처럼 이어지는 청춘의 혼란과 불안. 짓무른 그 시간의 힘으로 다시 꽃망울을 맺고 피는 중년, 머잖아 운명처럼 맞이할 노년의 허무와 고독. 숨 쉬는 한 우리 삶은 비상과 추락의 변증법을 연주합니다. 저 먼 우주의 먼지로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무대 위 그 사이클은 계속됩니다.누군가 묻습니다. 어느 때로 돌아가고 싶으냐고. 망설임 없이 대답합니다. 지금 이 순간 말고는 어느 시절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혹시라도 이십대 시절은 어떠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완강히 젓겠습니다. 끝없이 흔들리고 하염없이 추락하던 한 시절이었으니까요. 결실 없던 열매, 비상 없던 날개의 나날만 지속되었지요. 새벽이 올 때까지 무너지던 버거운 한 시절은 그것으로 족합니다.김살로메소설가지금의 청춘들도 별달라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겠지요. 하지만 짓무른 꽃잎 같은 시간 없이 어떻게 단련할 수 있을까요. 하염없이 떨어져본 나날들은 알게 모르게 스스로를 단단하게 부릴 줄 압니다. 싹 틔우는 모든 힘은 한 시절의 상처가 원동력이 되니까요. 떨어진 꽃잎의 선명한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굳건한 힘으로 일어설 수 있는 것이지요. 꽃의 진실은 피어서 화사하느냐, 떨어져 시드냐가 아니라 꽃 자체의 한 살이에 있습니다. 피는 꽃은 화사해서 아름답고 지는 꽃은 안타까워서 눈물겹습니다. 그러니 꽃 진 그 자리, 처절한 아름다움이라고 불러도 될까요.핀 꽃의 진실은 나뭇가지에 달리지만 진 꽃의 진실은 꽃 진 바위에 내려앉습니다. 꽃 진 자리를 톺아봅니다. 누군가 꽃 핀 자리에 눈을 높이 맞출 때, 누군가는 녹아내린 꽃무덤 속으로 마음을 보탭니다.그 속에서 생환의 뿌리를 다지고 활력의 가지를 뻗는 나무를 봅니다. 꽃 핀 나무가 단순히 밝은 눈을 선사할 때, 꽃 진 자리는 성찰이라는 깊은 우물을 보여줍니다. 생과 멸로 이어지는 이 우주적 질서는 아름다운 추락이자 처절한 비상으로 명명할 수 있겠습니다.꽃 진 그 시간을 최상의 것으로 추억하기 위해 저마다 길을 냅니다. 구구절절 말을 잇긴 했지만, 실상 떨어진 꽃잎은 해석이 필요치 않습니다. 이해되기 전에 전달되는 그 무엇이기 때문입니다. 실존의 상처로 단련된 꽃무덤은 그 자체가 사유의 통로가 됩니다. 필연으로 떨어져 꽃길을 내고, 깊이 내려가 진물을 이루는 모든 것은 생의 이면입니다. 견고한 잉태와 단단한 도약을 위한 전초전입니다. 절절하게 떨어져 본 꽃잎일수록 절실하게 꽃피우는 자양분이 됩니다. 꽃 진 자리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추락 없는 꽃잎이 어디 있으며 짓무름 없는 성장이 가당키나 할까요.

2020-08-05

영남권 미래발전협, 균형발전 목소리 높여야

대구와 경북, 부산, 경남, 울산 등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은 5일 경남도청에서 모임을 갖고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는 앞으로 국가의 균형발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내며 영남권을 수도권에 대응하는 그랜드 메가시티로 육성·발전시키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했다.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5개 광역단체장이 공동의 협의체를 통해 초광역 현안 등을 해결하기로 뜻을 같이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특히 이 단체는 상설 협의체로 정기적 모임을 갖기로 함으로써 향후 역할에 따라서는 영남권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날 단체장들은 협약을 통해 3가지 과제를 발표했다. △낙동강 물 관리 △영남권 광역 철도망 구축 △국가균형발전 및 지방분권을 위한 공동 대응 등이 그것이다.이 모임은 낙동강 물 문제나 광역 철도망 구축 등 초광역권 현안에 공동 대응해 중앙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두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수도권 일극화로 치닫는 국가정책에 대한 대응력을 키워가자는데 목적이 있다. 최근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이 수도권 과밀화 해소 방법으로 행정수도 이전론을 제기함으로써 지방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이 여당이 의도하는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 것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특히 영남권의 입장에서 보면 국토균형발전과는 거리가 멀고 수도권 인구분산 효과도 별로로 보인다.정부여당이 진정으로 국토균형발전을 위한다면 좀 더 세밀한 준비와 계획으로 효과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은 대통령 직속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있어 국가가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정부가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면 지방이라도 목소리를 제대로 내야 한다.그런 점에서 영남권 미래발전협은 시의적절하고 할 일도 많다. 5개 단체장의 소통의지와 실천력이 관건이라 하겠다.수도권은 국토 면적의 12%이면서 작년 말 기준으로 인구는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 상태로 라면 지방도시의 소멸은 불을 보듯 뻔하며 국가의 경쟁력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게 된다. 균형발전을 위한 영남권 미래발전협 역할을 주목하는 이유다.

2020-08-05

누구는 무너진 지구가 자기 일이라는데

장규열한동대 교수비가 오래 내린다. 장마가 그 이름이지만 올해 쏟아지는 빗줄기는 한층 더 길게 느껴진다. 지역에 따라 물난리와 뙤약볕이 함께 펼쳐진다. 자연 앞에 선 인간의 무력함이 다시 보인다. 코로나19 직전엔 호주 대륙이 난공불락의 산불을 겪었다. 감염병의 힘든 언덕을 넘으며 병균 앞에 힘없이 무너지는 문명을 절감하였다. 지구온난화는 인간이 초래했다고 했던가. 북극 얼음이 녹아내린다 하고 그 덕에 시베리아가 고온에 시달렸다고 했다. 온난화의 나비효과 끄트머리에 한국, 중국과 일본이 폭우로 몸살을 앓는다. 이상기후는 유럽에도 영향을 미쳐 영국과 스페인 폭염기록을 다시 썼다는 게 아닌가.지구 반대편도 한가할 겨를이 없다. 코로나19 위기 가운데 유난히 바쁜 기업이 있다. 스페이스엑스(SpaceX). 전기자동차 테슬라(Tesla)를 만들면서 우주개발에도 열을 올리는 일란머스크(Elon Musk)는 ‘화성에 가서 살’ 비전을 파는 중이다. 인간이 망쳐버린 지구는 인류를 수용할 능력을 이미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를 화성에 정착시킨다는 꿈을 향해 나아간다. 사기업으로는 역사상 최초로 유인우주선 드래곤(Dragon Capsule)을 성공적으로 쏘아올렸고 지구귀환에 성공하였다. 지난달 우리 군의 첫 통신위성 아나시스2호를 거뜬히 발사한 업체도 스페이스엑스였다. 한쪽에서 무너져 내리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개인 기업이 열심히 쌓아 올린다.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바꾸어 내겠다는 의지와 지키려는 고집스러움이 부대끼는 것인가. 코로나19와 긴 장마를 배경으로 부동산정책과 검찰개혁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모든 국민이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하도록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며, 부동산을 주거목적이 아닌 불로소득의 원천으로 이해하는 폐습부터 사라져야 한다. 검찰이 스스로 무너뜨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본연의 사명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국가적 과제에도 개인이나 기업이 기여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부동산정책과 검찰개혁이 적절히 펼쳐지기 위하여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부동산에 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일확천금의 꿈을 집과 땅에 걸던 생각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내 집’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주거의 안정과 생활의 공간이 적절하게 확보된다면 지나친 욕심을 품지 않고도 얼마든지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변화해 간다. 검찰이 가진 구시대적 권위는 이제 조정되어야 한다. 수사와 기소에 관련된 전문적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유지하면서 비대하게 집중된 힘은 정당하게 조절되어야 한다. 부동산이든 검찰이든 오늘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로 이해하여야 한다.부동산쯤 되니까 내 문제로 보였을까. 일란머스크는 무너진 지구가 자기 문제라는데. 수다한 정책과제들이 사실은 모두 우리의 문제가 아닌가. 정치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정부 탓만 할 일은 더욱 아니다. 국민이 감시하고 기업이 소매를 걷어 함께 쌓아 올릴 때, 나라가 되고 국민이 산다.

2020-08-05

디지털치료제

디지털치료제는 약물은 아니지만 의약품과 같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애플리케이션(앱), 게임, 가상현실(VR) 등이 디지털 치료제로 활용된다. 디지털 치료제는 1세대 합성의약품, 2세대 바이오의약품에 이은 3세대 치료제로 분류된다.세계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로 평가받는 제품은 미국의 페어테라퓨틱스사가 약물중독 치료를 위해 개발한‘리셋(reSET)’이다. 2017년 9월 미국 FDA로부터 환자 치료 용도로 첫 판매 허가를 받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약물 중독 환자들에게 인지행동치료(CBT)를 수행하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최근 우리나라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응용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웰트와 디지털치료제 ‘리셋(reSET)’국내도입 업무협약을 체결해 화제다. 해당 앱의 임상시험 결과 리셋을 사용한 환자군에서 금욕을 유지한 비율이 40.3%로, 사용하지 않은 환자(17.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정신건강 분야에서도 디지털 치료제가 개발됐다. 최근 아킬리 인터렉티브가 개발한 ‘엔데버Rx’는 FDA 허가를 받은 최초의 게임 기반 치료제다. 스마트폰 게임과 같은 형식으로 개발됐는데, 8~12세 ADHD 환자의 주의력을 개선하는 효과를 냈다. 초소형 센서를 넣은 조현병 알약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도 FDA 허가를 받았다. 조현병 환자가 알약을 몰래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데 착안, 알약 복용 시 센서가 위액을 만나 전기 신호를 만들고 이 신호가 환자가 착용한 전자기기로 의사에게 전송된다. 국내에서도 웰트, 뉴냅스, 하이 등이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나서 디지털치료제가 차세대 바이오산업을 주도하는 핫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8-05

범여, 故 박원순 성추행 의혹에 ‘반격’ 시작했나

친여 성향의 한 시민단체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 A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를 무고 등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 수사는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기각에 포렌식 분석 중단, 서울시청 임직원들의 수사 비협조 등에 막혀 지지부진이다. 여성가족부 장관은 박원순 사건을 ‘권력형 성범죄’라고 부르는 것조차 거부했다. ‘공소권 없음’을 지렛대로 범여권의 수상한 반격이 시작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이하 연대)는 김재련 변호사를 형법 제156조 무고 및 동법 제31조 무고 교사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연대 측은 고발장에서 ‘(피고발인은) 이번 사건의 희생자인 고 박원순 시장과 유가족은 물론 박 시장을 지지하는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정신적 고통과 피해를 주었다’며 ‘다시는 이러한 파렴치한 위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여 엄벌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추행을 허위로 신고하고 고소했다는 무고혐의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박 전 시장의 강제 추행이 있었냐 없었냐’를 밝히는 것이 관건일 텐데 김 변호사가 종전에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고 진단했다.고인의 유족은 물론 서울시청 직원들의 비협조에 수사가 가로막힌 서울지방경찰청은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재신청하는 방안과 함께 서울시 직원들에 대한 거짓말 탐지기 수사나 피해자와의 대질신문을 고려하고 있다. 전직 비서 A씨 역시 대질신문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고소 사실을 고인에게 누설한 혐의에 대한 수사는 깜깜무소식이다. 성추행 피해자에 대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여성가족부의 수장인 이정옥 장관은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오거돈 전 부산광역시장 관련 사건을 ‘권력형 성범죄’라고 부르기를 거부한다.만일 피고소인의 자살로 ‘공소권 없음’ 상태가 된 이 사건의 진실을 뭉개기 위한 진보세력의 음모가 존재한다면, 이는 역사에 큰 죄를 짓는 행위다. 그 누구든지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 밝히는 일에 주저함이 없어야 온당할 것이다.

2020-08-05

사람이 ‘죄’입니다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2020년 참 어렵다. 바이러스 폭탄에 이어 물 폭탄까지 자연은 매몰차게 사람을 몰아세우고 있다. 다음은 어떤 폭탄이 인간 사회를 덮칠지 예측하기조차 두렵다. 많은 전문가가 예측하는 다음 폭탄은 세금 폭탄이다.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그 폭탄의 피해는 상상 초월이다. 그런데 더 큰 걱정은 각종 폭탄에 좌절하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울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양치기 정부와 안하무인 국회는 과거를 잊고 한풀이하듯 자신들의 생각만을 일방적인 법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리고 지신들이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고 떠들어 댄다. 과연 그들이 그토록 말하는 국민은 누구일까? 국민이라는 단어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날이 머지않았다.국민은 힘들다고, 지금과 같은 힘듦은 여태껏 겪어보지도 못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국회는 괜찮다고만 한다. 물론 국민 중에 이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소통 없이 위압적 지시만 있는 우리 사회는 이미 오래전에 불신 사회로 접어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불신 지수가 가장 높은 곳은 교육과 정치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곳은 소통과 신뢰가 제일 필요한 곳이다. 일부 사람들이 학생을 위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교육이 희망이다.”라고 외치고 있지만, 학교 교육이 죽은 이 사회에는 메아리조차 울리지 않는다.지금처럼 전염병이 창궐할 때에 학교 교육은 어떤 모습인가? 분명한 것은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학교 교육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코로나19 예방과 관련한 교육 방침이다.“(자율활동) 단체 활동 및 행사를 가급적 지양하고 불가피한 경우 참여 인원 최소화 (동아리 활동) 밀폐된 공간 내 활동 자제 (봉사활동) 외부 기간 봉사활동 가급적 지양 (….)”위 내용을 요약하면 모이지 말라는 것이다. 과연 모이지 않고 교육이 가능할까? 온라인 학습 찬양자들은 4차 산업 시대에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하자고 한다. 그 말을 비판하는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진 아날로그 적폐라고 몰아세운다. 그리고 EBS 강의를 털어주거나, 의미도 없는 과제를 낸 다음 벌점으로 엄포를 놓고 개인 일을 한다. 그리고 성과급을 생각한다.8월 초 많은 학교가 학기말 시험 중이다. 지구가 멸망하는 날에도 대한민국 학생들은 시험을 쳐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이 나라 교육은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그리고 시험이란 오로지 입시를 위한 성적 산출용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확인해 주고 있다.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중에서 유일하게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종이 인간이라고 한다. 의미 없는 시험지 또한 쓰레기에 불과하다. 전국의 학교를 놓고 보면 시험으로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은 어마하다. 그런데 쓰레기는 치우면 되지만, 오로지 입시를 위한 의미 없는 시험으로 황폐해진 학생들의 마음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교육 또한 인간이 하는 일이라 인간적 실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 교육은 실수를 넘어 재난의 일종이 되어버렸다. 코로나19, 폭우 사태 등과 함께 학교 교육 역시 분명한 인재(人災)이다. 사람들은 얼마나 더 아파야 죄를 멈출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 나라와 교육이다.

2020-08-05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김규종 경북대 교수얼마 전에 영화 ‘1987’을 다시 보았다. 1987년 6월항쟁 30주년을 맞이하여 당시 상황을 정면으로 다룬 장준환 감독의 ‘1987’은 전국관객 723만을 모았다. ‘1987’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당하다가 목숨을 잃은 서울대생 박종철을 전반부에서 다룬다. 후반부에서는 1987년 6월 9일 연세대 정문에서 시위하던 청년학도 이한열의 투쟁과 죽음을 보여준다.불과 30년 전에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대학생 살해사건이 새삼 끔찍하게 다가왔다. 대공업무를 전담하는 경찰관들이 종철이 머리를 욕조에 강제로 밀어 넣어 질식사시킨 희대의 고문 살인사건. 45도 이상 각도로 최루탄을 발사해야 함에도 수평으로 직격(直擊)하여 한열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전투경찰.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된 국가폭력의 실체를 확인하면서 삼복염천에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이다.‘정의’라는 어휘가 반복되는 장면에서 사유가 흔들리곤 한다. 5공의 전두환 일파가 내세운 ‘정의사회구현’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명칭이 왜 자꾸 겹치는지! 분명히 그들은 한글을 공용어로 쓰는 한민족의 같은 일원이었으나, 그들의 정의는 너무도 달랐다. ‘정의’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나 공동체를 위한 옳고 바른 도리”다. 최고 권력자와 하수인들의 정의와 천주교 신부들의 정의가 왜 그토록 다른지, 영화는 묻는다.권부의 기득권 수호를 빨갱이 사냥으로 포장하면서 부하들을 다그치는 박처원 치안감의 종횡무진 활약상은 1980년대의 무차별적인 광기를 몸서리치게 재현한다. “내가 아니었으면 이 나라, 벌써 김일성이한테 멕혔어야!” 하고 강변하는 그의 서슬이 하늘을 찌른다. 당대 2인자로 불렸던 안기부장 장세동의 위세도 두려워하지 않는 박처원. 1950년 월남하여 대공업무의 전설이 되었지만, 그 역시 좌우 이데올로기의 희생자로 보이는 인간.그들에 맞서는 함세웅과 김승훈 신부, 김정남과 이부영의 정의는 민초(民草)들의 바람과 직결돼 있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전말(顚末)을 밝힘으로써 사회정의를 바로 잡겠다는 그들의 신념은 베드로의 반석처럼 단단하다. 영화가 흥미로운 까닭은 이들 양대 세력 사이에 자리한 이름 없는 소시민들의 행적이 곳곳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느 편에 서는가, 그것이 정의의 궁극적인 향배(向背)를 결정할 터였다.민주주의는 일상적인 국민투표로 이루어지며, 그것은 여론의 형태로 발현된다. 그래서 구시대의 반민주적인 정권과 앞잡이들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거나, 여론조작을 공공연히 자행했다. 매주 발표되는 대통령 지지율이나, 여야의 지지율도 여론의 동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2016년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군주민수(君舟民水)’는 의미심장하다. 임금은 배, 백성은 물인데, 물은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요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명시적인 대결과 충돌이 화제다. 그들이 주장하는 사회정의와 권력 그리고 민주와 독재의 고갱이가 무엇인지, 다시 살펴볼 일이다.

2020-08-05

낙동강 취수원 갈등, 다변화로 해법 찾길

대구시가 대구 물 문제와 관련,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구미로 취수원을 이전하겠다는 기존 정책에서 구미와 안동으로 취수원을 다변화하고 부족한 수량은 대구에서 고도 정수처리공법을 통해 걸러진 깨끗한 물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구체적으로 말하면 구미 해평정수장이나 안동 임하댐에서 원수를 가져오고 일부는 대구 문산·매곡정수장에서 고도 정수처리한 수돗물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대구시는 “취수원인 공동 활용지역에 대한 상생기금을 조성해 보호지역 주민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고 생활편의 시설이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도 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진 시장은 이런 내용을 담화문 형식으로 발표하고 “30년간 깨끗한 물을 갈망했던 대구시민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대구시는 1991년 낙동강 페놀사건 이후 대구시민의 안전한 물 공급을 위해 취수원 이전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2009년 대구시가 구미 해평취수장으로 이전을 정부에 건의했으나 구미측의 반대로 수차례 민간 협의에도 사업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구미산업단지 등에서 흘러나온 유해물질의 낙동강 유입사고는 잊을만하면 터지곤 했다. 대구시민의 수돗물 트라우마 해결은 시의 3대 숙원 과제의 하나로 손꼽혀 왔다.대구시가 제의한 취수원 다변화 정책은 낙동강 물관리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간의 마찰 축소와 상생의지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이기주의에 매달려 현안을 풀지 못하는 고질적 문제를 상생과 협력으로 풀자는 것이다. 때마침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 문제가 해결되면서 물 문제에 대한 해결도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대구와 경북은 행정통합을 목표로 상생의 길로 들어서 있는 상태라 낙동강 물 문제에 대한 양 지역간 전향적 자세변화도 기대된다.2018년 영남권 5개 지방자치단체는 정부가 추진하는 낙동강 물관리 연구용역에 동의하고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번 대구시의 발표가 정부의 연구용역 결과 발표를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향후 추이가 관심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지방자치단체간의 소통과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통합신공항 문제처럼 낙동강 물 문제도 다변화 제의를 계기로 해법을 찾아 상생의 길로 갔으면 한다.

2020-08-04

천도론(遷都論)

국가의 수도를 옮기는 것을 천도(遷都)라고 한다. 요즘은 천도보다 수도이전이란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 천도는 과거 국가에서 일어난 수도이전이라는 뉘앙스가 있어서다.역사적으로 보면 천도는 새롭게 나라를 세우거나 큰 사건이 있을 때 단행됐던 국가의 대역사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한양으로 수도를 옮긴 것이나 백제가 고구려의 침공으로 위례성에서 웅진으로 옮긴 것 등이다. 대한민국은 6·25 전쟁 때 북한으로부터 서울을 함락당하자 부산으로 임시수도를 옮겼다.이처럼 수도이전은 전쟁이나 지진과 같은 큰 재난으로 수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혹은 국가의 더 큰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취하는 대형 조치다.최근 여당이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을 들고 나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처음 등장했으나 2004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정을 함으로써 사실상 폐기된 정책이다. 헌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실현 불가능한 정책이다.그럼에도 국민적 관심과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수도 이전이라는 대형이슈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수도권 과밀화를 명분으로 내놓은 정책이라 야당도 무턱대고 반대하기 힘든 이슈이다. 이 문제의 결말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다.특히 수도권 과밀을 비판해 왔던 지방자치단체들도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집권 여당이 이 정책에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느냐하는 문제다. 국가의 미래발전을 위해 수도권 과밀화를 풀겠다는 정책 의지를 국민에게 솔직하고 설득력 있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여 야당의 주장대로 국면전환용으로 끄집어냈다면 성공 확률은 고사하고 민심만 잃게 될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8-04

장마

이재현동덕여대 교수“더 쏟아져라! 어서 한 번 더 쏟아져서 바웃새에 숨은 뿔갱이마자 다 씰어가그라! 나무틈새기에 엎딘 뿔갱이 숯뎅이같이 싹싹 끄실러라! 한 번 더, 한 번 더, 옳지! 하늘님 고오맙습니다!”윤흥길의 소설 ‘장마’에서 국군 소위로 전쟁터에 나간 아들의 전사 통지를 받은 후 장마철 벼락이 치며 장대비가 퍼붓는 날씨에 외할머니의 저주에 찬 외침이다. 빨갱이가 되어 산으로 들어간 아들을 기다리는 친할머니와 외할머니의 갈등은 퍼붓는 빗줄기보다 더 세차고, 몸을 휘감는 장마철 눅눅한 습기보다도 더 서로를 불쾌하게 만든다. 그러나 집으로 들어와 감나무 위에 올라앉은 구렁이 한 마리를 아들로 생각하는 친할머니를 대신하여 외할머니가 음식 소반을 차려내고 친할머니의 머리카락을 태워 주자 감나무 가지를 친친 감았던 구렁이는 천천히 대밭으로 사라진다. 결국 두 할머니는 화해하고 친할머니의 임종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판교의 아파트 단지에 사람 키보다 길고 큰 뱀이 나타났다고 아내의 지인이 난데없는 뱀 사진을 보내왔다. 아니나 다를까 산골이 아닌 도시 곳곳에서 뱀 출몰이 부쩍 늘어났다는 뉴스 기사가 이어졌다. 장마가 길어지고 비도 많이 내리면서 뱀들이 사람의 생활 영역까지 넘나들고 있다. 오랜 비에 땅 밑에서 기어 나오는 작고 가느다란 지렁이조차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뱀이야말로 혐오를 넘어선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겠는가.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 3년에도 6월(음력) 내내 비가 많이 내렸다고 한다. “임금이 장차 친히 광효전에 제사를 올리려 하였다가, 비가 몹시 내리므로 중지하였다.”라는 6월 1일자 기사를 시작으로 “큰비가 물을 퍼붓듯이 내려…. 풍양궁을 시위(侍衛)하는 군영(軍營)이 거의 물에 떠내려가게 되었다.”(7일), “큰 비가 와서 서울에 냇물이 넘쳐, 하류가 막혀서 인가 75호가 떠내려가고, 통곡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12일), “수재(水災)로 인하여 각 전(殿)의 차비(差備)와 선반(宣飯)을 감하여 줄이도록 하였다.”(25일)라는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비 그치기를 기원하는 제사 기록도 여러 차례(16일, 24일, 28일) 보인다. 세종임금이 수재 대책을 명하고 급기야는 큰 비로 정사를 임시로 중단하고 수재를 걱정하였다는 내용(23일)까지 실록은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올 장마는 8월 중순까지 이어져 역대 가장 길었던 2013년의 49일을 넘어서 최소 51일을 기록하고, 역대 가장 늦은 1987년의 8월 10일보다 더 늦게 끝날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가 나왔다. 장마가 지속됨에 따라 뱀 출몰에 따르는 사람들의 놀람은 가십거리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전국 각지에서 산사태와 농경지 침수 등으로 인한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가 염려되는 상황이다. 뻔한 말이지만, 정부도 민간도 이번 장마를 잘 대처하고 이겨나가야 할 것이다.“정말 지루한 장마였다.”‘장마’의 마지막 문장처럼, 장마가 그친 후 두 할머니 사이에는 구름이 걷히고 해가 떴으리라. 이번 장마 역시 아무리 길어도 결국에는 과거형이 될 것이다. 무지개 뜬 화창한 하늘, 쾌청한 마음을 기대한다.

2020-08-04

검찰총장 “독재 배격” 격정 토로…심상치 않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의미심장한 작심 발언을 내놓아 파장이 예상된다. 윤 총장은 3일 신임검사 신고식 자리를 빌려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의 비판은 눈 뜨고 못 볼 지경에 이른 정치권과 사법부의 드잡이 다툼 속에서 음미할 만한 대목이다. 윤 총장은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고 집행돼야 한다”며 “특히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이해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윤 총장의 이날 고강도 발언은 자리를 꿋꿋이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굳이 윤 총장의 발언을 빌리지 않더라도 문재인 정권 아래에서 일어나는 정치 사회적 현상은 도무지 순리적이지 않다. 청와대의 울산 선거 공작 의혹과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팀을 인사 학살해 공중 분해했다. 민주주의 근본인 선거제도는 여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대통령 친위대 위험성이 여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만들어 헌법기관인 법원과 검찰 사찰을 서두르고 있다.국회를 ‘통법부(通法府)’로 전락시켜 국민 삶과 직결되는 법안들은 야당에 내용도 보여주지 않은 채 속속 통과시키고 있다. 검찰만 하더라도 수상쩍은 특정 사건 수사를 놓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했다. 권력 비리 의혹 사건 수사는 대부분 중단돼 ‘개점휴업’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독재와 전체주의를 강력비판한 검찰총장의 격정 토로가 불러올 후폭풍은 가늠하기 어렵다. 정권 초기 ‘적폐청산’ 광풍 한복판에서 윤석열 총장이 혁혁한 공을 세웠던 일을 생각하면 작금의 상황은 영락없이 ‘토사구팽(兎死狗烹)’ 형국이다. 그의 바람처럼 검사들이 애국심을 발휘해 최전선에서 ‘진짜 민주주의’를 사수해주기를 기대한다. 이 나라 민주주의가 누란의 위기에 다다라 있다.

2020-08-04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른바 ‘2030세대’는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시각과 촉수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본다. 고정된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경제·정치·문화적 현상을 해석하고 있는 20~30대 4명이 ‘21세기 오늘의 문제’를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고전적 매체인 종이신문에 젊은 감각을 더해줄 이병철(시인), 문은강(소설가), 강백수(뮤지션), 윤여진(시인)이 이어갈 새로운 연재에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다. 나 스스로에게 묻고, 만나는 이들에게 질문하고, 그러다보면 갑론을박 토론이 되는데, 나는 여전히 낙관주의자여서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내 주변엔 비관하는 이들이 훨씬 많다. 더디기만 한 백신 개발 현황이라든가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 등 객관적 사실을 논거로 내 막연한 희망을 무참히 짓밟으면 “그럼 계속 이렇게 살자는 거야?” 역정을 내며 자리를 뜨곤 한다.주제 사라마구가 ‘눈먼 자들의 도시’와 ‘죽음의 중지’에서 그려낸 ‘기능 마비 사회’를 우리는 현실에서 체험하는 중이다.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나는 동안 전염병은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우리 삶은 너무나도 많이 달라졌다. 소설보다 현실이 더 소설 같다. 기업, 공장, 상점 등의 생산과 소비가 멈추면서 경제가 침체되었다. 국가 간 입출국이 막히면서 무역, 여행, 문화교류가 중단되었다. 국가고시들은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어렵게 개학한 학교들은 다시 문을 닫고 있다. 종교시설은 집단감염의 온상이 되었고, 공연 및 전시, 스포츠도 집단감염 우려로 취소되거나 관객 입장이 제한되었다. 마스크 착용이 필수 에티켓이 되자 이제는 마스크 쓴 사람들이 안 쓴 사람들을 혐오하고, 안 쓴 사람이 착용을 요청하는 이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배출할 창구들이 막히면서 분노와 우울 같은 감정들이 점점 압력을 견디지 못해, 여기저기서 폭력적인 방식으로 터져 나올 게 염려되는 요즘이다.보편적 삶의 양상들이 달라진 만큼 개인의 내밀한 일상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나는 ‘국경 없는 세계’를 지향하며 한 해에 한 두 번씩은 꼭 외국엘 가곤 했는데, 마음껏 여행할 수 있던 시절이 몹시 그립다. 여행이 사라진 세상은 너무 뻔하고 지루하다. 이 권태를 견디기 위해 인디밴드의 공연장이나 클래식 연주회에 가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을지로 만선호프에서 생맥주를 마시고 노래방에 가 목이 터져라 노래 부르던 날들은 까마득한 옛일이 되었다. 헬스클럽에서 마스크 쓴 채 운동하느라 숨이 턱턱 막힌다. 외출하는 길에 마스크를 두고 온 게 생각나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컨디션이 조금만 안 좋아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까봐 노심초사한다. 지난해 한 매체에 경북 바닷길 기행문 연재한 것을 올해 책으로 낼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직격탄을 맞은 지역에 관한 여행서적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해 결국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가장 안타까운 것은 요양병원 면회가 금지되면서 할머니를 뵙지 못하는 슬픔이다. 고관절 골절 수술 후 침상에 누워만 계신지 4년째다. 앞을 못 보는 데다 흡인성 폐렴을 앓은 후엔 콧줄로 식사를 하기에 오직 청각이 세상을 감지할 유일한 감각이지만, 그마저도 가족들이 면회를 가 보청기를 끼워드려야만 가능하다. 며칠 전 괴로운 낮잠 끝에 “병철이!” 내 이름을 큰소리로 부르며 꿈에서 깼다. 할머니 귀에 대고 “할머니, 나 ㅂ, 벼, 병” 말하려는데 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힘껏 쥐어짜 겨우 외쳤다. 그런 잠꼬대는 말이 아니라 울음에 가깝다. 요양병원에 부모를 모신 이들 누구나 그런 속울음을 우는 중이다.요즘 몇 분의 공연기획자, 축제기획자, 무대감독, 연극연출가들과 함께 ‘평화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작은 움직임’이라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시각예술, 다원예술, 전시, 축제, 음악, 무용, 문학 등 각각 예술 분야에서 ‘평화’에 대해 고민해보는 협업이다. 평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특히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위협 받고 있는지, 평화를 회복하고 널리 함께 나눌 방법이 무엇인지 탐색하고 연구하는 중이다. 홀로 머무는 공간에서 쓴 글을 온라인으로 전송하면 그만인 문학과 달리 공연과 전시, 특히 축제는 사람과 사람의 접촉이 필수적이다. 관객이 없으면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비무장지대에서 평화를 노래하는 음악 축제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의 김미소 총감독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25개 음악 축제 중 17개가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 또는 아예 개최되지 않았다. ‘피스트레인’ 역시 취소되었다. 이틀간의 축제를 준비하는 데 1년 가까운 시간과 상당한 제반비용, 1만 명에 달하는 인력이 소요된다고 하니 스태프와 뮤지션들, 축제를 기다려 온 관객들의 상실감이 클 것이다. 물론 안 하는 게 맞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서로 이질적 타자인 수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자유, 평화, 인권, 소수자의 더 나은 삶, 정치적 올바름을 한 목소리로 외치고, 함께 울고 웃으며 마음의 온도를 나누는 마당이 사라지는 것은, 이미 코로나에 잠식된 우리 일상은 물론 이따금 일상 밖에서 하루쯤 선물처럼 주어지던 평화마저 빼앗기는 일이다. 우리는 다시 모일 수 있을까?사실 나는 코로나 시대를 양가적 감정으로 살아가는 중이다. 이 글 내내 코로나를 원망하며 투정했지만, 나쁜 것만도 아니다. 대학 수업이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 진행되면서 강의실이라는 제한적 장소와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 오프라인에서는 활용할 수 없던 영상, 소리, 이미지, 자막 등을 통해 보다 알찬 수업을 할 수 있었고, 그 결과 강사 생활 5년 만에 강의평가 최고점을 받았다. 강의평가 결과를 확인한 순간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228.56이라는 꿈의 점수를 받고 놀라던 김연아 풍으로 활짝 웃었다. 이런 얘기는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또 보편적이기도 하다. 오프라인 수업이라는 재현 불가능한 원본이 온라인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무한히 반복되면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거나 다른 공부를 함께 하거나 기숙사를 나와 고향집에서 수업을 듣는 등 학생들에게 다양한 삶의 선택권이 생겼다. 100년 넘도록 현장성과 일회성을 무기 삼아온 대학의 강력한 권위가 도전 받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코로나가 가져 온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역설적이게도 사람의 차단이다. 앞에서 한 말을 뒤집는 것은 아니다. 축제에 가는 것은 개인의 자발적 의지이지만 회식이나 회의에는 강제성이 있다. 어쩌면 사회적 격리야말로 코로나 시대의 축복인지도 모른다. 불필요한 회식과 모임이 사라지고 개인이 자기 시간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공공장소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안전거리’가 생겼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집단 안에 개인을 편입시키는 폭력적 스킨십이 얼마나 많았는지 새삼 생각한다. 해병대 체험이나 단체 래프팅 따위 ‘애사심과 단결력 고취’를 위한 전체주의적 행사는 물론 ‘술잔 돌리기’ 같은 비위생적 회식문화는 진작 구시대 유물이 되었어야 했다.너무 많던 경조사들이 듬성듬성해진 것도 반가운 일이다. 황금 주말에 교통체증을 견디며 예식장에 가 축의금 내고 지루한 주례사가 언제 끝나나 하품이나 하다가 뷔페 음식 두어 접시 먹고 오는 결혼식만큼 한심한 의식이 또 있을까? 있다. 돌잔치가 그렇다. 결혼도 아이 돌도 가족들끼리 모여 기념하면 그만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꽉 조이는 색동옷 입고, 억지로 웃어 사진 찍고, 저급한 유머나 던지던 행사 MC로부터 판사봉 잡아라, 청진기 잡아라 강요받는 건 아동학대라고 생각한다. 결혼도 못하고 애인도 없는 나로서는 결혼식보다 짜증나는 게 돌잔치 청첩이다. 이참에 선언한다. 이제 안 간다!이병철 시인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간절히 돌아가고 싶다. 여행하고, 공연장에 가고, 전시를 관람하고, 축제에서 춤추던 때로 가고 싶다. 온라인 수업이 아무리 강의평가 점수를 잘 받아도 현장에서 학생들과 묻고 답하고 토론하고 싶다. 요양병원에 가 할머니 귀에 보청기를 끼우고 ‘도라지 타령’ 들려드리고 싶다. 노래방에 가고 찜질방에도 가고 싶다. 북콘서트와 낭독회에서 독자들과 만나고도 싶다. 그러면서 또 간절히 돌아가기 싫다. 회식과 회의와 온갖 쓸 데 없는 모임과 경조사와 오지랖과 훈수와 원치 않는 스킨십이 있던 시절로는 가고 싶지 않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노력하는 것은 ‘거리두기’이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우리 삶에는 개인과 개인 사이 건강한 간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필요하다. 육체의 질병보다 마음의 감염이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2020-08-04

시호감(詩好感)

김현욱 시인목적과 목표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목적이 ‘방향’이라면 목표는 ‘방법’이다. 목적이 ‘왜?’, ‘어디로?’라면 목표는 ‘무엇을’, ‘어떻게’이다.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목적은 책을 즐겨 읽는 평생 독자를 기르기 위함이다. 평생 독자 양성이라는 목적을 위해 학부모나 교사는 책 읽어주기, 도서관 방문하기, 독서 행사 참여하기 등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실천한다. 목적은 가치 지향적이지만, 목표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이어야 한다.경상북도교육청에서 추진 중인 시울림학교의 목적은 무엇일까? 2020 경북 주요업무계획(1-3-1 바른 성품을 기르는 인성교육)에는 시울림학교의 목적을 따뜻한 인성과 감수성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명시되어 있다. 목적 달성을 위해 시를 즐길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시낭송과 시 포트폴리오 제작, 시 콘서트 개최 등의 구체적인 실행 목표를 세웠다.나는 시울림학교의 참된 목적은 ‘시호감(詩好感)’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시에 호감을 갖는 것, 시를 좋아 하는 것,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 게임과 동영상의 시대에도, 올곧게 시를 가까이 하며 살아가는 것. 그리하여, “선생님 덕분에 시를 좋아하게 됐어요.”, “시울림학교 덕분에 시에 관심이 생겼어요.”, “좋아하는 시인이 생겼어요.”라는 얘기를 듣는다면, 시울림학교의 목적을 아주 훌륭하게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내가 아는 동료교사의 자녀는 탁구 신동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10살인데 웬만한 어른도 상대한다. 탁구를 처음 시작한 계기는 엄마가 탁구를 좋아해서이다. 엄마 따라 탁구장에 들락날락하다가 라켓을 잡게 됐고, 탁구에 호감이 생겼다고 한다. 탁구를 쳐보니 재미가 있어, 탁구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했고, 어느 순간, 탁구를 통해 결정적 경험을 하게 됐다. 결정적 경험이란 몰입과 성취의 카타르시스를 뜻한다. 그 후 아이는 탁구장에 살다시피 하며 엄청난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어떤 대상에 호감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자주 접하는 게 중요하다. 시울림학교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들과 시를 자주 만나게 하는 것이다. 매일 또는 매주 1교시 여는 수업을 교사의 시 낭송과 아이들의 시합창으로 시작하면 참 좋다. 학교 방송에서도 자주 시를 들려주고, 교장선생님의 훈화도 시 낭송으로 대체하면 큰 박수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선생님은 시를 좋아해!”라는 느낌을 아이들에게 주는 일이다. “우리 선생님은 시 낭송 할 때 참 행복해 보여!”같은 교사의 태도는 아이들에게 큰 감화를 준다.안타깝지만, 현장에 시를 좋아하고 애호하는 선생님은 그리 많지 않다. 불행하게도 시를 토막 내 배운 탓이다. 교과서나 문제집에 나오는 시 말고는 다른 좋은 시를 만나본 적이 없는 탓이다. 시를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 낭송이다. 낭독이 의미전달이 중심이라면 낭송은 감정 전달이 중요하다. 낭독이 이성적이라면 낭송은 주관적이다. 낭독을 반복하면 낭송이 된다. 낭송은 시의 재해석이고 나만의 리메이크이다. 낭송과 암송을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다. 낭송이 깊어지면 저절로 시의 맨살에 가닿게 될 테니까.

2020-08-04

트럼프의 독선적 정치 행각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지난 대선에서 트럼프가 선거에서 이긴 것은 이변이었다. 그는 ‘힘 있는 미국’,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워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대통령 트럼프는 그간 내치와 외교에서 상식에 어긋난 정책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의 정치는 독선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정치라고 비난받고 있다. 물론 백인 중산층들은 그의 보수적인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인구 3억3천만의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400만 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15만 명을 넘어섰다. 세계의 최고 선진국을 자랑하던 미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방역의 선봉에 서야 할 대통령 트럼프는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았다. 코로나 예방의 기본 수칙임에도 이를 무시하다가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지난주부터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트럼프의 지나친 자만심과 오기가 코로나 미국의 확산을 막지 못한 것이다. 미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과 코로나 확산이 그의 11월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명약관화한데도 그의 수상한 정책은 계속된다.트럼프는 선거를 넉 달 앞둔 시점에서 느닷없이 대선 연기를 주장하였다. 그는 코로나 위기로 치러질 불가피한 우편 투표를 인정할 수 없어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 하원의 결의가 있어야 하며 민주당 의원이 많은 하원에서 이를 통과시키기 사실상 어렵다. 그는 우편투표의 대선 결과는 승복하지 않겠다는 주장도 하였다. 현직 대통령의 괴이한 발상이다. 그가 진정으로 선거 연기를 주장한 것인지 자기 지지층 결집 수단인지는 알 수는 없다. 여론이 좋지 않자 그는 선거 연기주장이 아니라고 입장을 번복하였다. 트럼프의 ‘아니면 말고 식’ 이런 돌출 행동은 그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트럼프는 지난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6배 인상을 요구하였다. 장사꾼들의 거래와 흥정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한국처럼 잘 사는 나라의 방위비는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한미 동맹보다는 실무진에게 인상된 협상안의 타결을 강요하고 있다. 부동산 재벌, 장사꾼 트럼프다운 협상 전술일지 모르지만 우리 측으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사안이다. 트럼프는 이를 수용치 않으면 미국의 전략 무기 판매와 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트럼프의 마키아벨리식 정치 행각은 미국에서도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이밖에도 트럼프는 취임 초부터 외교 관례를 벗어난 외교 행각을 벌였다. 이란과의 핵 협정 파기, 하노이의 북미 회담의 중단 선언, 중국 주도의 WHO 탈퇴, 휴스턴 중국 영사관 폐쇄 등 상식에 어긋난 독선적 외교정책을 펼쳤다. 비정치인 출신 트럼프는 목표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책을 계속 펴고 있다. 그의 위선과 조작의 정치 선전술은 그의 정치 이미지만 추락시킨다. 그는 상대인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 10% 이상 밀리고 있다. 트럼프는 11월 대선 승리를 위해 또 다른 정책을 발표할 것이다. 선거 결과가 매우 궁금한 아침이다.

2020-08-04

울릉도∼포항 간 공모 여객선 공영제로 하자

김두한경북부울릉군과 경상북도는 포항-울릉 간 여객선 노선에 공모를 통해 지난해 (주)대저건설을 선정했다.하지만 1년이 다 돼가도록 사업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공모 여객선이 여객전용선이라 택배, 우편물 등을 실을 수 없기 때문이다.울릉군비상대책위원회와 남진복 도의원에 따르면 공모선의 경우 많은 부분을 세금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원하는 여객선을 건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여객선사 원하는 선박을 건조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울릉도 주민들이 원하는 여객선을 건조해야 한다는 것.이에 공모를 취소하고 재공모의 법적 문제를 등을 고려해 아예 울릉군이 건조, 운영하는 공영제 방법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남 신안군은 최근 하이도와 도초도를 연결하는 항로에 신안군이 운영하는 공영제로 운항에 들어갔다. 신안군은 증도-자은도, 송도-병풍 간 3개 항로에 여객선 공영제로 운항하고 있다. 서·남해는 여객선 공영제 운항이 늘어나고 나머지도 대부분 수협이나 농협 등 공공기관이 운영하고 있다.비대위의 말대로 대형여객선 유치 공모 조건이 맞는다면 울릉군이 운영하는 게 맞다. 여객선의 감가상각비까지 지원하고 선박건조비 이자까지 지원하면 여객선을 세금으로 건조해주는 것과 같다. 더군다나 10% 수익까지 보장해 준다면 당연히 울릉군이 운영해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주민들이 원하는 여객선 건조는 물론 여객선에 지원하는 세금 일부를 울릉군이 회수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울릉도와 포항 터미널에 근무할 인력 역시 모두 울릉도 주민들을 채용할 수 있다. 여객선의 선장, 기관장, 선원도 울릉주민들로 채울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주민의 윤택한 생활을 지원하고 주민복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공모선 유치가 늦어질수록 울릉도 주민들이 고통과, 불편, 피해만 늘어난다. 이번이 절호의 기회다. 울릉군과 울릉군의회, 남진복 도의원이 머리를 맞대고 포항~울릉도 간 여객선 공영제를 검토해볼 때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김병수 울릉군수 역시 대형여객선 유치를 공약한 만큼 이번 기회에 여객선 공영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kimdh@kbmaeil.com

2020-08-03

어떠한 걸림이나 위태로움도 없는 눈빛으로… 영동 반야사(般若寺)

달이 머물다 간다는 월류봉을 지나 석천계곡을 따라 반야사로 향한다. 불어난 계곡물로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는데, 긴 장마를 빠져나온 사람들은 햇살을 업고 백화산 둘레길을 걷는다.줄지어선 잣나무 그늘 끝으로 반야사가 보인다. 반야는 인간이 진실한 생명을 깨달았을 때 나타나는 근원적인 지혜를 말한다. 접근성 좋은 천변에 자리 잡은 널찍한 경내로 들어서는데 계단 옆에서 봉숭아꽃이 무리지어 반긴다. 문턱이 높지 않은 개방적인 절임을 알 수 있다. 템플 스테이로 머무는 참가자들과 관광지에 들른 듯 반바지 차림에 뒷짐을 지고 둘러보는 방문객들로 절은 조금 어수선하다.법주사의 말사인 반야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가 창건했다는 설도 있지만, 성덕왕 19년(720년) 의상의 십대 제자 중 하나인 상원이 창건하였다는 설이 더 지배적이다. 수차례의 중수를 거쳐서 세조 10년(1464년)에 크게 중창하였지만 6.25 전쟁으로 소실되어 고졸미는 찾기 어렵다. 다만 맞은 편 지붕 위로 꼬리를 치켜들고 포효하는 돌무더기 호랑이가 신비감을 자아낸다.이 절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극락전과 오백 년 된 배롱나무, 절이 창건될 당시 세워졌다는 보물 제 1371호 삼층석탑이 섬처럼 모여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배롱나무 꽃그늘에서 바라보는 극락전 주변은 사대부가의 후원처럼 아담하고 운치가 있다. 그 옆 돌계단 위에는 산신각이 홀로 꿈꾸듯 외롭다.아득한 과거를 그리워하는 극락전과 무심하도록 개방적인 대웅전의 훤한 이마, 비밀스런 아픔 하나쯤 풀어놓고 싶은 앙증맞은 산신각,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엄숙한 수행 공간까지 다양한 매력이 숨어 있다. 하나가 아닌 듯 하나로 존재하는 절, 방문객들의 시선을 즐기며 성장하는 사찰 같다.불자들이 많이 찾는 대웅전보다 극락전이 백팔 배를 하기에는 훨씬 아늑하고 편한 공간이란 걸 뒤늦게 알았다. 사람들은 주로 대웅전을 들른 후 약속이나 한 듯 문수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문수전 가는 두 갈래의 길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담장을 끼고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 대신 대웅전 뒤편의 넓은 돌계단을 이용하기로 했다. 참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반야사의 뒷모습은 지극히 평범하고 편안하다.길지 않은 산길을 따라 오르자 뜻밖에도 문수전은 시원스럽게 펼쳐진 허공을 안고 벼랑 끝에 돌아앉아 있다. 아슬아슬한 문수전 절벽 아래로는 장마로 불어난 물길이 울창한 숲을 뚫고 나와 도도하게 흐른다. 법당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기도 중이고 물길은 너른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제 갈 길을 가느라 바쁘다.문수전 법당은 아주 작다. 느긋하게 기도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 서둘러 삼배만 하고 나왔다. 쉼 없이 발길을 재촉하는 물길을 바라보며 불심이 강했다던 세조를 생각한다.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오대산 상원사 계곡을 찾은 세조와 등을 밀어주고 사라진 문수보살 이야기가 이곳에도 전해진다. “왕의 불심이 갸륵하여 부처님의 자비가 따른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는 문수보살은 복덕과 반야지혜를 상징하는 보살이다.문득 반야심경에 나오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 떠오른다. 세상의 본성을 나타내는 공(空)은 무한한 가능성이며 잠재적인 무엇이다. 우리가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것들로 이루어진 이 세상 모든 것들의 실체는 공이다. 양자역학이 있기 수천 년 전에 이미 부처님은 이 모든 색의 실체는 공이라 말씀하셨다. 상식적일 만큼 흔하게 쓰는 철학 용어이지만 여전히 어렵고 먼 세계이다. 내게 공의 세계는 깨달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늘 지식적인 수준의 앎에서 그치고 말기 때문이다.머리로 아는 실존의 방식은 참으로 단순한데 내 삶은 늘 무언가에 목 말라하며 허기져 있다. 수많은 절을 찾아다니며 백팔 배를 하는 것조차 본질을 놓친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어쩌랴. 마지막 문을 열 때까지 내 존재의 크기만큼 발버둥치다 가는 게 인생인 것을.내려오는 길은 다른 길을 택했다. 좁고 가파른 돌계단이 바짝 긴장한 채 나를 이끄는데 나는 자꾸 생각이 많아진다. 격렬하게 굽이치는 계곡물의 힘찬 맥박소리에 숱한 사념들이 자맥질을 해댄다. 반야사로 이어지는 인적 없는 오솔길을 문수전의 자유로운 눈빛이 함께 걷는다. 어떠한 걸림이나 위태로움도 없는 하나의 말씀이 되어.조낭희 수필가다시 만난 반야사는 더 새롭고 깊이가 느껴진다. 한낮에도 백화산 돌무더기 호랑이가 지켜주는 절, 그 신비로운 비경 속에 문수보살의 지혜와 영험함이 숨어 있을 것만 같다. 이른 새벽이나 밤에 기도하러 오는 여성 불자들을 위해 특별히 문수전은 비구니 스님이 관리한다는, 절 앞 카페 여주인의 친절한 설명에도 자부심이 가득하다.사람이 많지 않을 어느 호젓한 날에 백화산 둘레길을 걸어서 다시한번 반야사 일주문을 들어서고 싶다. 그리고 한 번도 온 적 없는 곳에 온 듯 두근거림을 안고 문수전으로 향하리라. 저 참나무 숲 언저리를 오를 때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면, 나는 그를 문수보살로 기억하며 흥분할지 모른다. 그가 평범한 불자여도 상관없다. 깨달음의 길은 멀고 험하지만 그 도상에서 만나는 신기루 같은 기쁨들이 있어 우리는 또 힘을 내지 않는가.

2020-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