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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소년소녀병의 희생 잊어선 안돼”

대구시의회는 9일 시의회 회의실에서 ‘특별한 희생과 보훈의 필요성’이란 주제로 6·25전쟁 소년소녀병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대구시의회 육정미 의원(비례대표)의 제안으로 마련됐으며, 이만규 의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박태승 소년병 생존자의 증언, 전문가의 발제 및 토론으로 진행됐다. 발제자로는 TBC 박정 기자와 하경환 변호사가 나섰으며, 토론자로는 인권실천시민행동 김승무 대표, 영남이공대 김태열 교수, 대구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 대구시 강경희 복지정책과장, 대구보훈청 이방훈 현충교육팀장이 참여했다. 소년소녀병의 현주소 및 명예회복에 대한 전문가 발제를 시작으로 6·25전쟁 당시 병역의 의무가 없던 17세 이하의 소년소녀병들이 전투병으로 참전했던 역사적 현실을 재조명하고, 지금까지 정당한 보상과 예우를 받지 못한 상황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외면당해 온 지난 75년을 되돌아보고, 6·25전쟁 참전 소년소녀병의 명예회복과 제도적 보상을 위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함께 모색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토론회를 주관한 육정미 의원은 “이제까지 보훈의 렌즈로만 바라본 소년소녀병 문제를 인권의 렌즈로도 들여다보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고자 한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그들의 명예회복과 실질적인 보상방안을 모색해 늦었지만 정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시의회 이만규 의장은 “6·25전쟁 당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나선 소년소녀병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의회는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6·25전쟁 소년소녀병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위한 정책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은희 기자 jangeh@kbmaeil.com

2025-07-09

“주민과 가까운 의회되도록 소통 강화”

“남구 구민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제9대 후반기 대구 남구의회를 이끌고 있는 송민선 의장의 말이다. 초선 의원인 송 의장은 지난 8대 후반기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여성 의장이다. 그는 구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남구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 목표로 의정을 이끌고 있다. 특히, 의회의 본연의 역할인 집행부 감시와 견제를 충실히 수행하고 협력을 통해 더 나은 정책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는 남구의 주요 현안으로 인구 감소 문제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꼽았다. 송 의장은 “남구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활력 저하, 지역 경제 침체라는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했다”면서 “경제적 자립과 취업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청년 기본조례 개정 및 정책 지원 방안 토론회 개최, 청년 자격증 응시료 지원, 지역 최초 신혼부부 주택구입 대출이자 지원, 방과 후 돌봄 프로그램(늘봄학교) 확대 등 정책 마련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골목상권 활성화 방안에 대해 송 의장은 “기존 법적 기준으로는 남구 어느 단 한 곳도 골목형 상점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전통시장법 시행령’의 단서 조항을 연구해 중소벤처기업부 등과 협의해 지역의 실정에 맞게 기준을 완화하는 데 주력했다”면서 “그 결과 지역 내에서 가장 많은 8곳이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구만의 특색 있는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지원 재단을 설립해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자생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송 의장은 또 “남구청 신청사 건립, 3차 순환도로 완전 개통, 이천동 행정복지센터 건립 등 지역의 굵직한 현안 사업에 주민 의견 반영을 위해 집행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남구의회는 지난 1년 동안 의원이 직접 발의한 조례 20건과 규칙 2건을 제·개정하고, 구정 질문 2건, 7분 자유발언 14회를 통해 구정 전반에 대한 감시와 정책 제안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왔다. 이와 함께 6회에 걸친 토론회와 2건의 연구단체 활동을 통해 현안 해결을 위한 다양한 해법을 모색했다. 또 주민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의회는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주민 간담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주민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의정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들이 의회와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남구의회 페이스북을 신규 개설했으며 내년에는 의회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해 의원별 개인 누리집을 개설해 풍부한 의정활동 정보 제공과 소통의 장을 만들 계획이다. 송민선 의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주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가겠다”며 “주민과 가까운 의회가 될 수 있도록 소통을 강화하고 신뢰받는 지방자치의 모범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7-09

지역 의료기관 13곳, 복지부 공모 선정

대구시는 9일 신용보증기금 중회의실에서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과 ‘혁신도시발전위원회 간담회’를 개최했다. 새 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간담회에는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변창훈 대구한의대 총장,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를 통해 대구시는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위한 민관 협의체 구성, 유치 홍보전략 등을 집중 논의하고,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키로 했다. 또 대구시가 수립한 대통령 지역공약 계획도 함께 공유해 공약 실행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참여기관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 펀드 확대(신용보증기금) △AX 실증산단 구축사업 신규 유치(한국산업단지공단) △사립대학 연계 학교복합시설 사업(한국사학진흥재단) △공공기관과 지역은행간 금융거래 확대(대구시) △혁신도시 상생마켓 운영(동구청) 등 다양한 상생 사업들을 제안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은 “공공기관 2차 이전은 혁신도시 발전은 물론, 지역성장,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대구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새 정부의 균형성장발전 전략인 공공기관 2차 이전은 지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구시도 공공기관 유치에 총력을 다해 균형발전을 견인하는 핵심축이자 성장거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시는 지난 13년간 대구시는 교통, 문화, 교육, 의료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혁신도시의 정주 여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다. 대구한의대 병원 개원 및 혁신캠퍼스 개교, 대구한의대역 개통, 복합문화센터 개관, 동부소방서 이전 등으로 시민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으며, 어린이 특화 생활 SOC, 제2빙상장 건립, 제2수목원 조성, 안심하이패스 설치 등도 조만간 완료될 예정이다. 1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지역인재 582명이 채용됐으며, 2024년 기준 지역물품 구매 규모는 1287억 원에 달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혁신도시 내 일부 지역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등 전략산업도시로 성장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7-09

신라 왕도 북방을 지키던 숲에서 민중의 삶 품는 공원으로

박목월노래비와 목양 오세재선생 문학비 황성공원의 숲길을 걷다 보면, 나무와 나무 사이 조용히 서 있는 비석 하나를 마주하게 된다. 박목월의 시 ‘나그네’가 새겨진 노래비다. 시인은 이곳 경주 출신이다. 낙엽이 지는 숲길을 따라 떠도는 마음을 노래한 시는, 낯선 도시의 공원에 놓인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나고 자란 고장, 경주의 흙과 바람 속에 놓여 있다. ‘강나루 건너서 /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는 구절이 돌판 위에서 바람과 함께 울리고 있다. 떠남과 고독의 정조가, 고향 땅의 숲속에서 다시 유순해진다. 시를 따라 걷는 이에게 이 비(碑)는 단지 감상의 대상이 아닌, 한 시대와 개인의 생을 가로지르는 공명의 지점이 된다. 노래비에서 멀지 않은 자리에는 목양 오세재 선생의 문학비가 있다. 조선 중기의 문인이자 학자였던 오세재는 경주의 산수와 심성을 읊은 시로 이름을 남겼다. 그의 글은 당대의 문풍 속에서도 수수한 경관과 겸허한 마음을 담아내려 했고, 그 정신은 지금도 비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풍월은 산에 들고 / 마음은 물과 더불어 흘러간다’ 목양의 문장은 산책자가 걷는 걸음보다 한 걸음 앞서 흘러간다. 유려한 글과 고요한 마음이, 오늘의 나무숲에서조차 숨결을 남긴다. 두 문인의 문학비는 단지 글을 새긴 돌덩이가 아니다. 황성공원의 나무들 사이에 숨겨진 정신의 표식이다. 자연을 노래한 시와 마음을 기른 문장이 한곳에 나란히 놓여 있다는 것은, 이 공원이 단순한 쉼터가 아니라 사유와 성찰의 공간임을 말하기 위해서다. 걸음을 멈춘 이에게 문장은 다가오고, 마음은 비로소 조용히 가라앉는다. 한 사람의 시선과 언어가 숲에 새겨질 때, 그것은 비로소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황성공원의 문학비들은 이렇게, 계절과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침묵의 목소리로 남는다. 도시의 소음 벗어나 시민의 활력이 되고 아이들 웃음·노년의 산책 이어지는 숲 박목월 시비·최시형 동상·충혼탑 등엔 문학과 종교·역사와 사색 새겨져 있어 ■충혼탑과 임란 의사 추모공원 숲을 따라 좀 더 깊숙이 들어선다. 나무들 사이로 비석 몇 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공원 중앙에 우뚝 솟은 충혼탑이 보인다. 비바람에 오래 닳은 듯한 표면은 그 자체로 세월을 증언한다. 이 탑은 이름 없는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한 구조물이다. 무명의 병사, 알려지지 않은 희생, 묵묵히 스러져간 이들의 영혼을 기리기 위한 자리다. 도시의 한복판에 세워진 탑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무엇이 이 땅을 지켜왔는지. 숲의 끝자락, 바람이 멈추는 방향에 이르면 임란 의사 추모공원이 있다. 아늑한 언덕 아래, 지극히 조용한 자리다. 박무의공비, 창의거병기념비, 충모탑은 안압지 길가에서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 세운 것이다. 사람의 눈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이지만, 묵직한 비문들은 읽는 이의 마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킨다. 단지 글이 아니라, 검과 불, 흙과 땀으로 쓰인 생의 기록이다. 꽃 한 송이 없어도, 담백하게 서 있는 비(碑)들은 오히려 더 많은 말을 전한다. 거기엔 체념이 없고, 다만 끝까지 버틴 사람들의 혼이 남아 있다. 추모공원은 황성공원이 단지 녹음의 공간만이 아니라 역사의 한 페이지가 숲의 구석에 남아 있고, 우리는 그 기억의 그늘 아래를 지나고 있음을 각인시켜 주는 셈이다. ■해월 최시형 선생 동상 황성공원 서편, 실내체육관과 씨름장 사이 나무 그늘 속, 해월 최시형 선생의 동상이 서 있다. 이 동상은 1979년, 천도교 경주교구와 용담교구, 그리고 동학을 사랑하는 시민과 학생들의 정성으로 세워졌다. 경주가 동학의 발상지임에도 불구하고 동학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현실 속에, 이 동상은 민중 속 동학의 뿌리를 되살리고자 하는 시대적 응답이었다. 최근에는 시민들과 종교단체의 노력으로 동상 옆에 해월 선생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설치되었다. 안내문에는 도올 김용옥이 쓴 ‘해월 최시형에 관한 글’과 ‘동학과 우리의 역사’가 담겨 있다. 무심히 지나치던 동상의 의미가 다시금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황성공원에 세워진 해월의 동상은 단순한 기념 조형물이 아니다. 이는 동학이 추구했던 인간 존엄과 민중 주체의 사상을, 경주라는 고도 한가운데 다시 불러내는 정신의 상징이다. 천년 왕도의 북쪽 가장자리에 조용히 놓인 해월의 동상은, 존재만으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는 사람을 하늘처럼 대하고 있는가.” 박목월과 오세재의 시비가 자연과 언어의 조화를 보여주는 한편, 해월 최시형의 동상은 인간과 삶의 무게를 품는다. 황성공원은 그렇게 문학과 종교, 역사와 사색이 교차하는 경주의 살아 있는 정신 지도 위에 서 있다. ■신라의 터에서 경주 시민의 공원으로 숲을 빠져나오며, 오래된 나무 한그루를 돌아본다. 바람 한 줄기 잎을 흔들고, 그 흔들림은 문득 마음속 어떤 결을 건드린다. 황성공원은 단지 그렇고 그런 도시공원이 아니다. 신라 귀족의 사냥터였고, 화랑들의 훈련장이었으며, 이제는 시민들의 일상이 스며든 공공의 숲으로 거듭났다. 계급과 시대, 목적이 달라질 때마다 이 땅은 목적과 형상을 바꿔왔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늘과 바람, 그리고 숲에 깃든 쉼의 본질이었다. 통일신라의 북방 균형을 위해 의도적으로 조성된 인공의 숲은, 천 년 뒤 경주 시민들의 활력이 되고 있다. 아이들의 웃음이 놀이기구 사이를 누비고, 맥문동 꽃밭 사이엔 어머니들의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또 노년의 고요한 산책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진다. 숲은 사람을 품고 사람은 숲을 가꾼다. 도시의 소음 속으로 걸어 나오며 자꾸 마음이 거기 남는다. 숲의 그림자가 멀리까지 따라 나와 어깨 위로 길게 드리운다. 황성공원은 나무를 심은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묻고 되새기는 장소다. 왕도의 북방을 지키던 인공의 숲에서, 민중의 삶을 품는 공공의 공원으로 이어져 온 길 위에서, 나는 작은 물음을 품는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무심히 스쳐 가며, 다만 이름만 기억한 채 그 자리에 깃든 삶들을 외면하고 있는가. 오늘 한 이름의 속살을 들여다보았다. 황성이라는 말 아래 겹겹이 쌓인 생의 결들을. 그 결이 가만히 내게 말을 건넨 하루다. 조용히, 그러나 오래 남는 말. 황성공원은 그렇게, 오늘도 하나의 시(詩)가 되어 경주 시민의 마음을 두드린다.

2025-07-09

500살 느티나무 노거수, 25년 만에 스승으로 우뚝

어릴 적 마을 당산목이라 하면 두려움과 함께 경외의 대상으로 함부로 손을 대면 동티가 나는 그런 근접할 수 없는 신령스러운 나무로 생각했다. 식물사회를 공부하면서 우연히 노거수와 인연을 맺고 노거수를 찾아 연구하고 공부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25년이란 세월이 지나니 이제는 노거수가 나의 스승으로 자리매김했다. 노거수는 우리 전통 민속문화에 깊은 영향을 끼친 민속 식물자원으로 귀중한 자연유산이다. 경북 경주시 현곡면 하구리 507번지 들녘에 계단식 논과 밭이 펼쳐지는 고요한 풍경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하나의 생명, 그것은 바로 마을의 보호수인 500살 느티나무 노거수이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순간들마다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을 잇는 중간자로 동신목(洞神木)·당산목으로 뿌리내려 몸통엔 사철나무 의지해 자라고 있어 하나의 생명이 또 다른 생명 품은 경이 그 아래 서면 시간 멈춘 듯 장엄한 기세 살아 있는 민속박물관이며 자연 유산 수형의 아름다움 등 문화적 가치 충분 천연기념물 지정해 보호 관리했으면 처음 나무와 마주한 날, 나는 말을 잃었다. 잎 하나 흔들리지 않는 잔잔한 여름날, 4m 높이에서 공중으로 솟은 아름드리 가지는 하늘을 덮고 그 원줄기의 키는 가늠할 수 없었지만, 기록에 의하면 29m나 된다고 했다. 그의 몸 둘레는 6.7m, 앉은 자리 폭이 무려 키보다 4.6m 큰 33.6m이다. 큰 키, 굵은 줄기와 무성한 잎이 하늘을 덮은 둥근 수형은 마치 이 땅의 시간과 사계절을 품은 살아 있는 성소 같았다. 그 줄기 가까이 다가가면 이끼와 지의류가 덮인 거친 껍질에는 세월의 결이 흐르고 있었다.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던 순간마다, 마을 주민은 물론 찾아오는 사람에게 기대에 부응했을 것이다. 나무는 단순히 오래된 것이 아니다. 하늘과 땅을 잇는 중간자,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상징물로, 우리 민속문화에 뿌리내린 동신목(洞神木)이자 당산목이다. 마을 사람들이 두 손 모아 치성을 드리던 나무, 재앙과 풍년을 기원하든 그 믿음이 지금도 이 울창한 가지 사이로 흐르고 있다. 실제로 나무의 주변에는 낮은 돌담이 원형으로 둘러쳐져 있고 제단과 나무에는 금줄이 쳐져 있어 그 신성함을 가늠하게 한다. 어떤 가지는 부러진 채로 남아있으나, 그것조차도 존엄의 일부다. 상처 입은 채로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게 되고 뭔가 기대고 소원을 말하면 들어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느티나무가 뿌리 내린 자리는 마을 앞 들판, 뒷산 자락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개울이 있는 평탄한 곳이다. 주변에는 팽나무, 고욤나무, 뽕나무들이 함께 자라고 있다. 특히 느티나무의 몸통엔 사철나무가 의지해 자라고 있어, 하나의 생명이 또 다른 생명을 품고 있는 장면은 경이롭다. 이런 생태적 공존은, 마치 세대와 세대를 잇는 문화의 흐름처럼 느껴진다. 나무는 그저 한 그루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생물들과 함께 하나의 소우주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얼마까지 동거할지 모르지만, 영원했으면 하는 바람을 해 본다. 느티나무는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되어 주민은 물론, 그로부터 경주시의 보호의 손길이 계속 이어졌다. 북쪽 가지는 바람에 부러졌지만, 동남쪽 가지는 왕성하게 뻗어 나간다. 그 긴 가지는 이제 땅으로 내려와 사람이 서서 거뜬히 손으로 잡을 수 있었다. 농로를 따라 조심스럽게 나무에 접근할 수 있으며, 그 길 끝에서 마주하는 나무의 기세는 참으로 장엄하다. 그 아래 서 있으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하고, 내가 살아온 삶조차도 어느 결 하나로 스며들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좁은 농로는 벼농사를 짓는 관계로 늘 질퍽하게 물이 고여 있어 다니기에 불편했지만, 그 불편한 과정을 겪고 만난 거대한 느티나무를 볼 때면 그 불평은 하얗게 잊고 만다. 노거수란 단지 오래되고 큰 나무가 아니다. ‘노(老)’는 세월이 깃든 존엄을 의미하고, ‘거(巨)’는 마을의 정신적 구심점을 뜻한다. 산업화의 물결 속에 많은 노거수들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하구리의 느티나무 노거수는 살아 있는 민속박물관이며, 천년 고도 경주의 문화유산이고 자연유산이다. 나무의 생태적 가치와 더불어, 마을 공동체가 함께 지켜온 문화적 유산으로써 그 의미는 더욱 깊다. 경주는 신라 고도 문화 도시답게 나무 수형의 아름다움과 건강한 생태 그리고 민속문화적 가치로 보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 관리했으면 하는 바람을 해 본다. 느티나무 앞에 서 있다. 새들이 가지 사이로 날아들고, 들판 너머로 바람이 불어올 때면 나무가 나지막이 말을 건네는 듯하다. “흐르되 머무르라.” 그 말은,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도 지켜야 할 뿌리와 중심이 있음을 일깨운다. 500년을 버텨온 그 생명력은 단지 자연의 힘만은 아니다. 그것은 하구리 마을 사람들의 기억, 기도, 믿음이 어우러진 공동체의 숨결이다. 그래서 느티나무 아래 선 누구나 잠시 멈추게 된다. 나 또한, 이 나무처럼 굳건히 살아가기를, 뿌리를 잃지 않고 가지 넓히기를 바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마을 나무 노거수는 주민과 밀접한 생활 관계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나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설 등 재미있는 일화도 있지만, 믿기 어려운 실화도 전해 내려오고 있다. 지켜야 할 법적인 근거는 없지만, 주민들은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다양한 전설로 금지 사항을 정하여 서로를 감시하며 지켜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마을의 평화와 풍년을 위하여 제사를 지내는가 하며 개인적으로도 병을 낫게 해달라, 자식을 갖게 해달라는 등 마음속 품고 있는 갖가지 소원을 빌기도 한다. 민속 신앙의 기능을 노거수가 일조하며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거수는 마을에 여러 그루가 될 수 없다. 자연 부락 마을마다 한 그루가 되거나 여러 마을이 모여 한 그루를 선정하여 동목, 신목이라 하였다. 느티나무 노거수와 마을 주민과의 관계는 외관상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았다. 주민들의 삶의 일부가 되어 오백 년을 함께하여 오고 있다. 앞으로 또 오백 년을 함께 살아갈 것이다. 노거수 조사 연구 발달사 최초로 일제 강점기 시대인 1919년 조선총독부 ‘조선거수노수명목지’를 발간했다. 거수(巨樹), 노수(老樹), 명목(名木)에 대한 66종 5,330개체의 수종과 소재지, 흉고 둘레, 수령, 종류 및 고사, 전설 등 임학상의 자료 및 그 보존을 위한 정보를 포함하여 7가지 수목의 이용 유형별로 분류했다. 1972년 내무부에서 전국에 산재한 노거수 조사하여 ‘보호수지’를 발간했다. 보호수 지정 기준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지정된 천연기념물 이외의 나무로써 수령 100년 이상의 노거수이거나 수목 또는 풍치 경관 수림을 구성하는 개체 등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품격 분류를 위하여 수목의 수령과 진귀성에 따라 시도 나무는 수령이 500년, 시군 나무는 수령이 300년, 읍면 나무는 수령 200년, 마을 나무는 수령이 100년 이상으로 기준을 처음으로 채택하여 적용했다. 1984년 산림청은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노거수 관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노거수를 중요한 식물자원으로써 그리고 문화유산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1992년 경북 포항 지역에 발족한 ‘노거수회’는 ‘노거수’라는 잡지를 발행하고 현장에서 노거수 복원과 보존 시민운동을 오늘날까지 전개하고 있다. 현재 법적으로는 천연기념물 노거수는 국가 문화유산청에서 보호수는 산림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보호 관리하고 있으나 그 중심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을 주민이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7-09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울진군의 전통 산지농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과학자문평가단(SAG) 회의에서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시스템’을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공식 등재했다고 밝혔다.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시스템(Ul-Jin Pinetree Agroforestry System)’은 500년 이상 이어온 금강소나무 숲을 기반으로 한 전통 농업 방식으로, 임산물 채취와 논농사, 자급자족 생활 방식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산지 생태 시스템이다. FAO는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시스템의 등재 배경으로 자연산 송이와 약초 채취, 산림을 이용한 산양삼·산채 재배 ,봇도랑을 활용한 논농업 ,화전민 생가터와 주막촌 등 역사적 가치, 산촌 고유의 생활문화 등을 꼽았다. FAO 관계자는 “울진은 생물다양성과 전통 지식, 문화·경관 요소들이 뛰어나 보존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울진군은 2016년 해당 농업시스템을 제7호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받은 데 이어, 지난해 5월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신청서를 FAO에 제출했다. 이후 5차례에 걸쳐 보고서를 보완했고, 지난 5월에는 SAG 부위원장이자 미국 플로리다대 생태학 교수인 캐서린 터커가 현지 실사를 진행해 최종 등재가 확정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제주 밭담(2014) ,청산도 구들장 논(2014) ,하동 전통차(2017) ,금산 인삼(2018) ,담양 대나무밭(2020)에 이어 총 6건의 세계중요농업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손병복 울진군수는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군민 모두의 자긍심”이라며 “향후 학술대회 개최, 농촌관광 활성화, 지역 농산물 브랜드 향상을 통해 주민 소득 증대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은 FAO가 2002년 창설한 제도로, 수세기에 걸쳐 특정 지역에서 형성된 농업 시스템 중 생물다양성, 문화, 경관 등을 포괄한 유산을 보호하고 계승하기 위해 지정한다. 등재 기준은 식량 및 생계 안정성 ,생물다양성 ,지역 전통 지식체계 ,문화 및 사회조직 ,경관 등 다섯 가지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2025-07-09

대구한의대, AI 기반 처방 검색 시스템 ‘K-Medi Bot’ 개발

대구한의대학교는 송지청 교수(한의예과) 연구팀이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인공지능(AI) 기반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으로 활용 가능한 처방 검색 시스템 ‘K-Medi Bot’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의학 고전 지식인 ‘동의보감’을 AI 기술을 이용해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사용자가 “변이 묽게 나와요”,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돼요”와 같이 일상 언어로 증상을 입력하면, 시스템이 이를 자동으로 한의학 병증과 연결해 ‘동의보감’ 내 적합한 처방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K-Medi Bot’은 한의학 전문용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자연어 처리 기술을 통해 증상을 분석하고 병증을 도출한 뒤, 가장 적합한 처방 정보를 제공한다. 처방 구성 및 출처는 모두 ‘동의보감’ 데이터에 기반해 신뢰성과 일관성을 갖추고 있으며, 복합적인 증상도 인식해 정확한 검색 결과를 제시할 수 있다. 연구팀은 “기존 검색 시스템은 여러 증상 입력 시 오류가 발생하거나 결과가 불명확했지만, K-Medi Bot은 다수의 일상 증상을 자동 해석하고 종합적인 처방을 제시할 수 있다”며 “실제 임상에서 활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송지청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나, AI 기반 한의학 시스템의 실질적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추후 다양한 한의학 고전을 데이터화하여 임상 적용이 가능한 CDSS로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연구에 참여한 학생 연구원들은 “가족이나 친구가 한의학을 더 쉽게 이해하는 모습을 보며 개발의 가치를 다시 느꼈다”고 전했다. 변창훈 총장은 “K-Medi Bot은 누구나 쉽게 ‘동의보감’처방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었으며, 다국어 검색 기능까지 갖춰 글로벌 활용 가능성도 높다”며 “AI와 한의학의 융합은 한의 진료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7-09

포항에 울려 퍼진 서도소리와 이야기

지난 8일 오후 7시, 포항시 북구 장성동의 싸띠스쿨 인문학당에서는 국가무형유산인 서도소리를 주제로 한 특별한 무대가 펼쳐졌다. 지역문화포럼 ‘따로 또 같이’가 기획한 ‘서도소리와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는 전통 민요 공연과 이야기 형식의 토크 콘서트가 결합된 형태로,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서도소리의 정통 계승자인 김단희 소리꾼이었다. 대구시립국악단 단원으로 활약하며 (사)영남민요아리랑보존회 달서구지부장을 맡고 있는 그는,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의 대표 민요를 특유의 청아한 음색으로 선보이며 관객과 교감했다. 세종전국국악경연대회 대상 수상 경력을 가진 김 소리꾼은 공연 중간마다 곡의 유래와 지역적 특성을 설명하며 전통 음악의 매력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이번 콘서트는 단순한 공연의 틀을 넘어 ‘듣는 음악’에서 ‘체험하는 예술’로의 확장을 시도했다. 민요 연주 사이사이에는 김 소리꾼의 해설이 이어졌고, 관객들이 직접 추임새를 넣거나 가락을 따라 부르는 ‘인터랙티브’한 시간이 마련됐다. 지역문화포럼 ‘따로 또 같이’는 “전통 예술이 지역 주민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도록”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포럼 관계자는 “국악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만들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지역 고유의 문화 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민 이민정(57·포항시 북구 흥해읍) 씨는 “서도소리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알리고 전통 민요를 통해 지역문화의 새로운 감동을 경험한 이번 공연에서, 선조의 삶과 정서가 담긴 소리를 체험하며 벅찬 감동과 문화적 자부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임창희기자 ich8601@kbmaeil.com

2025-07-09

경북대, 대학원혁신지원사업 연차평가 ‘우수’

경북대학교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4단계 BK21 대학원혁신지원사업 연차평가’ 예비 결과에서 ‘우수대학’에 선정됐다. 이번 선정으로 경북대는 2020년 사업 1차년도부터 5차년도까지 5년 연속 ‘우수대학’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4단계 BK21사업은 전 학문분야에 걸친 석·박사급 인재양성과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위한 대학원 혁신을 지원하는 대규모 재정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의 일환인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위해 대학원 체제 개편, 대학원 교육 개선, 연구 환경 및 질 개선, 대학원 국제 경쟁력 강화 등을 중점적으로 지원한다. 경북대는 ‘미래 혁신을 주도하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비전으로, 16대 전략과제에 154개의 세부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며, 특히 5차년도에는 융합교육, 연구 질 제고, 국제화 강화 등에 집중 투자했다. 이번 우수대학 선정으로 경북대는 총 90억 원 규모의 2025년도 사업비와 함께 추가 인센티브를 확보해 AI 연구 인프라 강화, 국제화 프로그램 확대 등 대학원혁신 관련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허영우 경북대 총장은 “대형국책사업에서 5년 연속 우수대학으로 평가받은 것은,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경북대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앞으로 글로컬대학30 사업과 대학원혁신지원사업을 연계해 석·박사급 인재 양성과 교육·연구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 결과는 오는 11일까지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7-09

새마을운동 통한 국제개발 협력 논의

영남대학교 박정희새마을연구원은 지난 4일 천마아트센터 이시원글로벌컨벤션홀에서 ‘국제개발협력 효과성 제고를 위한 국가 간 지식·경험 공유 전략’을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영남대 박정희새마을연구원이 글로벌새마을개발네트워크(GSDN), 국제개발협력원(IIDC), 지구촌발전재단(GDF)과 공동 주최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신용보증기금(KODIT)이 후원했다. 행사에는 새마을개발 및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학계, 공공기관, 공기업 관계자, 대학원생과 학부생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세미나는 독특한 한국형 지역사회개발 정책인 새마을운동의 경험과 학술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국제개발협력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과 정책적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새마을운동이 지역사회개발을 넘어 글로벌 개발협력 모델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참가자들은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국제개발협력의 효과성을 제고하는 데 어떤 차별성과 정책적 함의를 지니는지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또 국제사회와의 상생 발전을 위한 전략적 과제에 대해 함께 모색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발전 경험을 글로벌 개발협력 현장에 접목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고, 학문적·실천적 교류를 확대해 나가는 데 뜻을 모았다. 이번 학술 세미나에서는 분야별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기조발표를 맡은 한동근 영남대 국제개발새마을학과 교수는 ‘새마을운동은 특별한가: 새마을개발, CBD, CDD의 비교’를 주제로, 새마을운동이 세계은행이 제시한 지역사회개발 이론보다 앞선 사례임을 강조했다. 이어 조선대 이종하 교수는 한국과 아세안 국가 간 경제협력 사례를 통해 효과적인 국제협력 전략을 제시했으며, 윤상용 영남대 교수(박정희새마을연구원 부원장)는 캄보디아 신용보증공사를 대상으로 한 한국형 KSP(지식공유사업) 사례를 소개하며 현지 맞춤형 제도 개선과 금융시장 효율화 방안을 제안했다. 각 발표 후에는 박승우 영남대 명예교수, 박순홍 충남대 교수, 박재균 신용보증기금 부부장을 비롯한 학계, 공공기관, 금융기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심도있는 토론이 이어졌다. 최외출 영남대 총장은 “새마을운동의 핵심은 신뢰이며, 주민들의 하나된 마음의 변화를 통해 국가 발전을 이끌어낸 발전 전략이라는 점에서 다른 국가의 지역사회개발 정책과는 분명한 차별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개발협력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성과지표 관리뿐만 아니라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식개혁과 자조의식 함양이 중요하다”면서 “앞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지구촌 공동 번영을 위한 ‘스마트새마을운동’을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7-09

붙는 힘 조절로 리튬황배터리 성능·수명 ‘UP’

전기차 배터리가 더 오래가고 강력해질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이 제시됐다. 포항공과대학교는 김원배 화학공학과·배터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전극 촉매의 ‘붙는 힘’을 원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조절해 리튬황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을 동시에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리튬황배터리는 차세대 배터리의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값비싼 희귀 금속 대신 풍부한 황을 사용해 제조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고, 에너지 저장 용량도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5배 이상이다. 하지만, 배터리 충·방전 과정에서 황과 리튬이 반응해 생기는 ‘리튬 폴리설파이드’가 전해질에 녹아 음극으로 이동하면서 리튬 금속을 손상시켜 배터리의 수명을 빠르게 줄인다는 약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붙었다 떨어지는 힘’을 미세하게 조절하기 위해 촉매 표면에 지르코늄 이온(Zr4+)을 원자 단위로 고르게 분산시키는 방식을 고안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촉매 표면의 전자 구조를 조절해 소량의 지르코늄 첨가만으로도 접착력이 적절히 낮아져 배터리 충·방전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만든 전극은 일반적인 충전 속도로 1000회 이상 충·방전해도 초기 용량의 93% 이상을 유지했고, 고속 충전에서도 뛰어난 내구성을 보였다. 또 실제와 유사한 고밀도 황(4.6~5.4 mg/cm²)과 적은 전해질(8μL/mg 황) 조건에서도 높은 에너지 용량을 오래 유지했다. 김 교수는 “리튬황배터리 상용화를 가로막던 난제를 전자적 접착력 조절로 풀어낸 연구”라며 “저비용·고용량 배터리 생산에 한 걸음 더 다가서 탄소중립 시대의 에너지 저장 솔루션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소재·화학·나노 분야 국제 학술지인 ‘스몰(Small)’에 게재됐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7-09

감척어업인 생계 부담 덜어준다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국회의원(사진, 비례대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 어업 구조개선사업에 따라 자율적으로 감척에 참여한 어업인을 위한 세금 면제 법안인 ‘감척어업인 비과세 특별조치법’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법안은 어업인의 생계 재정비를 돕기 위한 한시적 조세특례로, 최근 어업환경의 악화와 고령화로 인해 많은 어업인들이 정부의 구조개선정책에 따라 자발적으로 어업을 접고 감척에 참여해 왔다. 이들에게 지급된 감척지원금은 폐업지원금과 잔존가치평가액으로 구성되며, 채무 상환과 인건비 정산 등에 대부분 사용돼 실제로 손에 남는 금액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해양수산부와 국세청은 지난해에서야 해당 금액이 기타소득에 해당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과세 절차를 진행해 어업인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이에 일부 어업인은 “생계 때문에 감척을 선택했는데, 되려 세금 폭탄을 맞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4년 감척지원금 중 과세 가능한 기타소득분에 따른 예상 세수는 약 263억 원, 2023년 기준으로는 약 167억 원이었다. 이는 전체 세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금액이지만, 개별 어업인에게는 생계를 위협할 만큼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납세 여력이 부족한 고령 어업인의 경우 이로 인해 생활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임미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감척지원금을 기타소득에서 제외해 소득세와 법인세를 면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해당 조치는 2028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임 의원은 “감척지원금은 어업을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정비하려는 분들에게 주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법 개정을 통해 어업인의 삶을 지키는 첫걸음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법안은 고령화와 환경 변화 속에서 무거운 결단을 내려온 어업인들의 삶을 지원하려는 현실적 조치로 평가되며,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7-09

경북도 여름철 재난 지역 현안 대응 위한 시·군 협력 강화

경북도가 지난 8일 김학홍 행정부지사 주재로 22개 시·군 부단체장 및 실·국장들과 영상회의를 열고, 여름철 자연재난 대비와 지역 주요 현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특히 무더위로 인한 도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먼저 노약자와 농업·축산·건설 현장 근로자 보호는 물론, 지난 3월 산불 피해로 임시조립주택에 거주 중인 이재민을 위한 폭염 대응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또한, 현장점검과 사전 예방을 통해 도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경북도와 시군의 대응 방안도 논의됐다. 특히, 3월 발생한 산불 피해 임시조립주택 이재민들에 대한 폭염 대책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경북도는 임시조립주택에 쿨루프 및 차광막 설치, 냉방시설 점검, 이동형 무더위 쉼터 운영 등을 통해 이재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또한, 4일 국회에서 통과된 제2회 정부 추가경정예산과 관련해, 민생안정 소비쿠폰 지급, 지역사랑상품권 확대 발행 등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조치도 신속하게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2025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시군과의 협조 강화 및 붐업 분위기 조성을 위한 홍보활동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김학홍 행정부지사는 “폭염과 집중호우 등 여름철 자연재난 예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사전 점검과 대응을 통해 도민의 안전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경제 안정과 국제 행사 준비에도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7-09

북극해항로 시대 대비 포항영일만항 중장기 전략 논의

북극해항로 시대를 대비한 포항 영일만항의 중장기 전략이 논의됐다. 경상북도는 9일 포항영일신항만㈜ 대회의실에서 다가오는 북극해 항로 시대 대비 포항영일만항의 전략에 대해 전문가를 초빙 의견을 나눴다. 도는 새 정부 출범으로 ‘북극항로 개척사업’이 국정과제로 추진되는 시점에서, 북극항로 상 가장 가까운 국제컨테이너 터미널인 포항영일만항을 북극항로 관문항으로 만들기 위해 해운 물류 전문가를 초빙, 포항영일만항의 전략을 경청했다. 회의는 경상북도, 포항지방해양수산청, 포항시 등 공무원들과 NEAR(동북아시아지방정부연합), 경북연구원을 비롯해 포항영일신항만㈜, ㈜동방 등 항만운영사가 모인 가운데 남형식 국립한국해양대학교 물류시스템공학과 교수의 ‘북극해항로 시대 대비 포항영일만항의 전략’ 특강을 시작으로 진행됐다. 남 교수는 특강에서 “2035년~2040년경에는 북극항로를 통한 컨테이너 운항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포항영일만항의 경우 지역 내 북극항로 연관 산업인 에너지, 벌크화물, 크루즈 등의 지원과 이를 뒷받침 할 인력 양성 사업을 통해 중장기적인 대비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영일만항 확장개발 예정지에 북극항로 통과 선박 수리조선 서비스 제공 체계와 러시아 수산물 수입 확대를 통한 영일만항 수산가공단지 활성화 체계 구축 등 구체적인 사업모델도 제안했다. 도는 지난해 11월 ‘북극항로 거점항만’ 국회 포럼을 성공리에 개최하고 영일만항 확장개발 구상 용역을 추진하는 등 북극항로 상용화에 대비한 단계별 계획을 수립, 추진해 나가고 있다. 정상원 경상북도 해양수산국장은 “북극항로는 기후 온난화와 불안정한 국제 정세라는 위기 속에 찾아온 소중한 기회다”며 “현재 진행 중인 영일만항 확장개발 구상용역을 시작으로 포항영일만항이 북극항로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2025-07-09

경북도, 독일 프라운호퍼 IBMT와 공동연구 협력

경북도가 독일의 세계적 생체의료공학 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 IBMT(Institute for Biomedical Engineering and Bioinformatics)를 방문해 글로벌 바이오 헬스 산업 진출에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9일 경북도에 따르면 이번 방문은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간담회 이후 이어진 후속 조치로, 첨단재생의료 및 바이오산업 분야에서의 국제 공동연구와 기술협력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붆석된다. 경북도 및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백신상용화기술지원센터 관계자로 구성된 이번 방문단은 독일 뷔르츠부르크(Würzburg)에 위치한 프라운호퍼 IBMT 연구센터에서 헤이코 짐머만(Heiko Zimmermann) 소장 및 피터 호프만(Peter Hoffmann) 행정실장을 비롯한 핵심 연구진과 협력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서는 △첨단재생의료·바이오 분야 공동연구 △경북 기업 및 연구기관과의 기술이전 △연구자 및 전문인력 교류를 포함한 다양한 협력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양 기관은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조직공학, 생체 신호 분석, 정밀의료기술 등 미래형 바이오 헬스 분야의 실질적인 연구 성과 창출을 도모하고, 경북도 내 기업 및 연구기관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프라운호퍼 IBMT는 독일 프라운호퍼 협회 산하 핵심 연구센터로, 생체의료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역량과 기술력을 보유한 기관으로 정밀의료기술 개발과 조직공학, 생체신호 분석 등 다양한 바이오 헬스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경북도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실무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여, 공동연구 및 기술 상용화를 위한 기반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오는 13일까지 진행되는 ‘경북 바이오산업 주간’에 프라운호퍼 IBMT 관계자들을 공식 초청해 양 기관 간 양해각서(MOU) 체결, 초청 강연, 연구자 교류 및 기술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최혁준 메타AI과학국장은 “프라운호퍼 IBMT는 생체의료공학 분야에서 세계적 연구 역량을 갖춘 기관으로, 이번 만남이 경북과의 기술 융합과 공동연구, 산업화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며 “경북도는 이번 협력을 통해 지역의 바이오산업을 한층 고도화하고,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와의 접점을 확대해 대한민국 바이오 클러스터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7-09

세탁비 2500원·짜장면 4000원·커트비 5000원 치솟는 물가에도 주머니 사정 생각

고물가로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합리적인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착한가격업소’가 주목받고 있다. 포항에만 무려 231곳이 운영 중이다. 지역 상권과 시민이 함께 상생할 수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착한가격업소’는 정부와 지자체가 물가 안정을 위해 2011년부터 지정해온 것으로 원가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통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업소를 말한다. 가격·위생·공공성 등을 심사해 선정하며, 상수도 요금 감면·물품 지원·지도 앱 연동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하고, 업소는 행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시민과 상인이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적으로 1만 910개소(7월 9일 기준)가 지정됐으며, 이들 중 231개소가 포항에 있다. 업종별로는 미용업 94곳, 한식 78곳, 이용업 21곳, 기타 요식업 19곳, 목욕업 6곳, 중식 5곳, 일식 4곳, 세탁업·숙박업이 각각 2곳씩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가격 경쟁력이 더욱 돋보인다. 원두커피 1000원(길커피·남구 송도동), 와이셔츠 세탁비 2500원(대명세탁소·북구 죽도동), 손칼국수 3000원(그린손칼국수·남구 오천읍), 짜장면 4000원(짬뽕앤짜장·남구 오천읍), 목욕료(대인) 4000원(효자목욕탕·남구 대잠동), 커트 5000원(송죽미용실·북구 신흥동) 등 최저가 수준의 업소도 많아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다. 9일 오전 파마 가격이 1만5000원인 북구 신흥동의 한 미용실은 이른 아침부터 손님들로 북적였다. 머리에 ‘롯드’를 감고 줄지어 앉아있는 손님들의 모습이 이 업소의 인기를 짐작케 했다. 단골손님 김모씨(75·북구 창포동)는 “여기가 착한가격 업소라는 걸 입소문으로 알게 됐다”라며 “나처럼 소문을 듣고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세상에 파마가 1만 5000원인 데가 어딨느냐”며 “너무 싸서 손님들이 오히려 가격 좀 올리라고 할 정도”라고 업소 이용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 미용실을 21년째 운영 중인 최경자씨(74)는 “처음부터 착한가격업소로 시작했다”며 “가격이 저렴하다고 대충 하지 않는다. 좋은 약을 써서 정성 들여 시술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손님들이 고마워하고 칭찬해 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라며 “그 재미에 계속하게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착한가격업소 관련 정보는 행정안전부 착한가격업소 누리집(https://www.goodprice.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차 가능 여부, 와이파이 제공 등 편의시설 정보도 함께 제공된다. 업소 마다 편의시설 수준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운영한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 대표는 “저렴한 가격의 착한가게는 고물가 시대에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며 “아무래도 착한 가격을 유지하려면 일반적인 기초 편의시설 등에서는 다소 만족감이 뒤떨어질 수있겠지만, 지자체가 나서 ‘백년가게’와 같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조금만 홍보에 관심을 기울여 준다면 지금보다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혜진기자 jhj12@kbmaeil.com

2025-07-09

소백산 산길 따라 절경·계곡·폭포··· 굽이마다 천년고찰

유·불 문화의 고장 영주시는 가는 곳곳마다 역사의 숨결이 담겨 있고 골골이 전해오는 이야기가 풍성하다. 영주시는 역사 유적, 관광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특산품 등 다양한 자원과 함께 소백산이란 우수한 자연 자원도 품에 안고 있다. 영주시의 많은 볼거리 중 소백산을 중심으로 이색적이며 풍부한 감성과 자연 힐링을 할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둘러본다. 2km 구간에 펼쳐진 죽계구곡 ‘절경’ 새로 복원된 죽령 옛길 탐방객 ‘러시’ 28m 희방폭포 웅장한 물줄기 ‘매료’ 부석사·희방사 등 천년고찰 ‘명승’ □ 소백산국립공원 하늘 아래 야생화의 천국 소백산 국립공원. 빼어난 절경과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는 소백산은 국내 12대 명산중의 하나다. 1987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소백산은 한반도의 남단을 북동과 서남을 양분하며 비로봉을 비롯해 국망봉, 연화봉, 제2연화봉을 거느린 소백산맥의 모산이다. 소백산은 계곡, 능선, 탐방로 등 각각의 풍광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가운데 철쭉군락과 주목군락, 야생화 군락이 대표적 비경으로 꼽힌다. 소백산 정상부는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초본 식물의 분포가 높음에 따라 4계절 중 겨울을 제외하고는 야생 초본 식물로 뒤덮여 천상의 화원이라 불린다. □ 죽계구곡과 희방폭포 퇴계 이황이 빼어난 절경에 빠져 이름 지었다는 죽계구곡. 죽계구곡은 소백산 동쪽 영주시 순흥면 배점리에 위치하고 초암사 앞 제1곡을 시작으로 삼괴정 근처의 제9곡까지 약 2km 구간에 걸쳐 흐르는 계곡이다. 죽계구곡은 각 곡마다 이름이 명명되어 있다. 제1곡은 금당반석(金堂盤石)으로 금당은 석가모니불을 모셔두는 건물이나 크고 화려한 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제2곡 청운대(靑雲臺)로 주세붕은 소백산 흰 구름이 비추는 곳이라 해 백운대라 했고, 이황은 소수서원 백운동과 구별할 수 있도록 청운대로 바꾸었다 전해진다. 제3곡 척수대(滌愁臺)의 척수는 이백의 `우인회숙`이란 작품에서 인용된 것으로 세속적 근심을 말끔히 씻어낸다는 뜻이다. 제4곡 용추비폭(龍湫飛瀑)는 용이 구름비를 뿜는 듯하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제5곡 청련동애(靑蓮東崖)는 청련암 동쪽에 위치했다 해 붙여졌고, 제6곡 목욕담(沐浴潭)은 선녀가 내려와 목욕했을 듯한 바위와 숲에 가려진 웅덩이에서 유래했다. 제7곡 탁영담(濯纓潭)은 초나라 굴원이 지은 `어보사`에서 인용한 글로 마음의 때를 맑은 물에 씻어낸다는 뜻이다. 제8곡 관란대(觀瀾臺)는 물의 여울목을 보면 그 근원을 안다는 뜻으로 근본에 대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 제9곡 이화동(梨花洞)은 주변에 배꽃이 많았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또, 희방폭포는 높이 28m로 수량이 많아 그 소리가 웅장하고 청량함과 상쾌함, 무게감을 줘 탐방객들의 발길을 묶어두기도 한다. □ 죽령 옛길 많고도 많은 애환을 간직하고 있는 명승 제30호 죽령옛길. 조선시대 부산에서 한양을 향하는 가장 중심이 되었던 옛길이다. 영남대로 중간에 위치하고 또 가장 넘기 힘든 구간이였다. 장원급제해 금의환향하기를 기원했을 선비들과 사람 많은 한양에 물건을 팔러 떠나는 장사치 등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서려있다. 영주시는 죽령 옛길이 복원되자 탐방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복원된 죽령 옛길은 주변 경관이 아름답고 거리가 짧아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희방사역에서 소백산을 오르는 등반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죽령 옛길은 신라 8대 임금 아달라이사금이 영토 확장을 위해 소백산맥 넘어 북쪽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해 죽죽에게 명령해 만들어진 길이다. 죽령 옛길은 우리나라 근대화 과정에서 도로, 철도 등이 건설되면서 사실상 통행로의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잊혀졌었다. □ 소백산 내 유명한 사찰 부석사(浮石寺)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왕명으로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종찰로 화엄종의 근본 도량이며 이 절을 창건한 의상대사와 선묘낭자의 애틋한 창건 설화를 간직했다. 중요 문화재로는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물인 무량수전(국보제18호)과 조사당(국보 19호), 소조아미타여래좌상(국보 45호), 조사당벽화(국보 46호), 석등(국보 17호), 3층 석탑(보물 249호), 영주 북지리 석조여래좌상(보물 220호) 등이 있다. 비로사(毘盧寺) 680년(문무왕 20)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신라 고찰로 비로사 입구 좌측 위에는 높이 4.8m의 신라시대에 조성된 영주삼가등 당간지주가 세워져 있다. 비로사 경내에는 거북받침 위에 비신을 세운 진공대사 보법탑비가 있다. 이 밖에도 신라 말기인 9세기 후반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영풍 비로사 석아미타 및 석비로자나불좌상과 석아미타불이 있다. 희방사(喜方寺) 643년(선덕여왕 12) 두운이 창건하고 호랑이에 얽힌 창건 설화가 전하고 있다. 1850년(철종 1) 화재로 소실돼 강월(江月)이 중창했다. 한국전쟁 때 4동 20여 칸의 당우와 사찰에 보관돼오던 월인석보 권1과 권2의 판본(版本)도 함께 소실됐으나 주존불(主尊佛)만은 무사해 두운이 기거하던 천연동굴 속에 봉안하였다가 1953년에 주지 안대근(安大根)이 중건한 뒤 대웅전에 봉안했다. 문화재로는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226호인 동종(銅鍾)과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높이 1.5m와 1.3m의 부도 2기가 있다. 성혈사(聖穴寺) 국망봉(國望峯) 중턱에 있는 성혈사는 원래 작은 암자였으나 계곡 일부를 다진 뒤 승방(僧房)과 나한전을 지형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치해 사역(寺域)을 넓혔다. 보물 제832호인 나한전은 1984년 보수 당시 발견된 상량문에 따르면 1553년(명종 8)에 처음 지어졌고 1634년(인조 12)에 다시 지어졌다고 한다. 유석사(留石寺) 유석사에 얽힌 이야기는 두 가지가 전해지고 있다. 신라 의상조사가 이 절 앞에 있던 느티나무 아래 반석에서 묵고 간 일이 있다고 해 유석사라 불리는 것과 인근에 있는 희방사를 희사한 경주의 호장(戶長) 유석(兪碩)이 두운조사와의 인연을 길이 기념하고자 세운 절이라는 뜻으로 유석사라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이 밖에도 조선시대 역사의 아픔인 단종 복위 운동과 관련 사사된 금성대군 신단, 우리나라 최초 사액서원인 소수서원, 천천히 걸으면 걸을수록 좋은 육지 속 섬마을 무섬마을과 외나무 다리, 소수서원 옆 선비촌과 선비세상은 빠쁜 일상속에서 쉬어가는 공간이다. /김세동기자 kimsdyj@kbmaeil.com

202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