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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 727.9조원 국회 통과

국회는 2일 밤 11시 40분께 본회의에서 727.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번 예산안 통과는 국회가 법정시한(12월 2일)을 지킨 것으로,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국민의힘 송언석(김천)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회동을 갖고 정부안 대비 4조3000억원을 감액하고, 감액 범위 내에서 증액해 총지출 규모가 정부안(약728조원)을 넘지 않도록 하는데 합의했다. 감액대상은 인공지능(AI) 관련 지원과 정책 펀드, 예비비 항목 등이다. 반면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국민성장펀드 등 이재명 정부 핵심 국정과제 관련 예산은 그대로 유지됐다. 대신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재해복구시스템 구축 △분산전력망 산업 육성 △AI 모빌리티 실증사업 △도시가스 공급 배관 설치 지원 △국가장학금 △보훈유공자 참전명예수당 관련 예산은 증액됐다. 쟁점이었던 대미 통상 대응 프로그램 예산 1조9000억원을 감액하고, 감액분 일부를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예산 증액에 활용하는 데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는 막판까지 팽팽히 맞섰던 상황에서 극적으로 도출됐다. 여야 각자의 명분과 실리 속에 ‘주고받기’를 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지역사랑상품권 등 핵심 국정과제 예산을 사수했고, 국민의힘은 AI 등을 감액하고 보훈 예산 확대를 관철한 것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된다. 5년 만에 예산을 법정 기한 내에 처리하게 된 점도 큰 의미가 있다”면서 “이제 중요한 건 집행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예산, 국민의 삶을 바꾸는 예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도 “민생예산이 중요하기에 예산안을 기한 내 처리하기 위해 대승적으로 합의했다”고 했다. 다만 그는 “다수당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지금처럼 소수당을 전혀 배려하지도 존중하지도 않고 일방적 폭거를 일삼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형수(의성·청송·영덕·울진) 의원 역시 “예산안 합의에 대해 국민의힘으로선 100% 만족할 순 없지만 여야 간 조금씩 양보해 원만한 타협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2-02

李 대통령, 비상계엄 1주년 ‘내란청산 시민대행진’ 참석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아 3일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장외 행사에 참석한다. 현직 대통령이 시민단체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통령실은 2일 “이 대통령은 3일 오후 7시에 개최되는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 대개혁 시민 대행진’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시민단체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기록기념위원회’가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도 참여한다. 이 대통령이 시민단체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지난해 민주주의 위기 상황을 이겨낸 원동력이 국민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인 ‘국민주권주의’를 부각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대통령실 김남준 대변인은 “위대한 대한민국에 대한 감사를 현장에서 직접 드리는 것이 여러모로 의미가 있겠다는 판단에서 나가기로 결정됐다”며 “경호 문제도 대통령실에서 세심하게 챙겨보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9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 발표 및 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비상계엄 극복 과정과 향후 국정 방향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등 5부 요인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2-02

민주, ‘1인 1표제’ 둘러싼 내홍 확산

더불어민주당이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를 동일하게 반영하는 이른바 ‘1인 1표제’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거센 역풍에 휘말리고 있다. 오는 5일 중앙위원회를 앞두고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까지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과 향후 당내 권력 구도가 시험대에 올랐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2일 성명을 통해 중앙위원회에 상정될 ‘1인 1표제’ 관련 당헌·당규 개정안 처리 연기를 공식 요구했다. 이들은 “영남 등 전략 지역 가중치를 비롯한 추가 보완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면서 “최선의 방안은 5일 중앙위까지 추가 보완책이 반영된 합의된 수정안을 마련하고 만장일치로 처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더민초’는 “만일 합의된 수정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중앙위에서 공천 규칙 등 지방선거와 관련된 안건만 처리하고 당헌·당규 개정안은 처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제하면서 “법률 전문가 등을 포함해 강화된 당헌·당규 개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당원 토론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해 내년 1∼2월께 추가로 중앙위를 열어 전반적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모든 논의에 앞서 당원주권정당 실현을 위해선 풀뿌리 정당정치를 실천할 수 있는 지역당(지구당) 설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4선 중진인 남인순 의원도 당내 의원들에게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당헌 개정을 위해선 ‘지구당 부활’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친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남 의원은 친전에서 “대의원의 역할을 정책 제안 기능으로 전환한다고 하나, 민주당의 정책 결정 과정이 탑다운(Top-down) 방식이라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결국 전국 대의원을 폐지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당을 설치하고, 지역당 선출 대의원으로 위상을 재정립해 지역당 의사결정에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전국적 지도부 선거 시에는 당세가 취약한 지역에 대해 일정 기준을 정해 보정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최근 당대표·최고위원 선거시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를 추진 중이다. 현재 민주당 대표 선거 시 대의원 1표의 가치는 일반 권리당원의 20배다. 1인 1표제가 시행되면 대의원의 차별성이 사라지고 취약 지역이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 당내 반대파의 우려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2-02

국회 과방위, 쿠팡 개인정보 유출 현안질의···여야 한 목소리로 질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2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불러온 쿠팡의 부실 대응에 대해 긴급 현안 질의를 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쿠팡의 미흡한 고객 계정 관리와 후속 조치를 질타하며 최대 1조 원 이상의 과징금 부과와 영업정지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박대준 대표이사와 브랫 매티스 최고보안책임자(CISO) 등을 상대로 쿠팡이 유출 정황을 인지하고도 늑장 대응했으며 사고를 축소하려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의원은 “2025년은 한 해 매출액 40조 원이 넘는 국내 전자상거래 1위 업체 쿠팡의 민낯이 드러난 한 해”라며 “역대급 개인정보가 털려놓고도 5개월 동안 인지를 못 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주희 의원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정황을 최초 인지한 시점부터 정보통신망법상 신고 기한인 24시간을 거의 채운 시점에서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했다고 질책하며 “쿠팡 대응 과정을 보면 형식적인 기한만 준수했을 뿐이지 법의 실질적 내용을 전혀 준수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이상휘(포항남·울릉) 의원은 “배달의민족은 (모회사가 있는) ‘독일의민족’이 된 지 오래고, 쿠팡은 괴도 뤼팽이 된 지 오래”라며 “이리해서 대한민국에서 돈 벌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다른 질의에서도 “사태가 이만큼 심각한데 실질 소유주인 김 의장의 거처를 모르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한국이 그렇게 우습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출 사고의 배경을 둘러싸고 일부 야당 의원들은 중국 국적 직원 연루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박충권 의원은 “쿠팡의 정보를 관리하는 사람이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국민이 그 정보를 제공했겠느냐”고 추궁했다. 최형두 의원도 “미국은 중국 개발자를 채용해 데이터 접근권을 주는 것 자체를 안보 위협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도 미국처럼 특정 국가 개발자의 민간 데이터 접근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이러한 문제 제기가 반중(反中) 정서를 자극해 논점을 흐리는 ‘물타기’라고 반박했다. 여당 간사 김현 의원은 “처음부터 중국인의 소행이라고 특정되고 보도가 나갔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얄팍한 상술로 대한민국 국민을 호도하지 말라”고 했다. 조인철 의원 역시 “(쿠팡이) 중국인 퇴직 직원이 했다는 것을 강조해 내뱉는가 하면 유출이 아니고 노출이라며 논점 흐리기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굉장히 안일한 대처들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여야 의원들은 쿠팡의 자료 제출 태도를 문제 삼았다. 김현 의원은 “회장이나 사장 증인 출석이 될 때는 득달같이 국회로 달려와서 출석 못 하게 막는 역할을 대관이 했는데 자료 요구에는 연락이 두절됐다”고 했다. 최형두 의원은 “마치 일요일 아침에 공습경보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모든 국민의 공동 현관이 다 뚫렸고 가족관계도 다 뚫렸다. 어디까지 어떻게 방어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신속하게 모든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고 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2-02

TK신공항 민간공항 총 사업비 2조6995억 최종 확정

대구·경북(TK)통합신공항 건설의 핵심인 민간공항기본계획이 약 2년여의 진통 끝에 이달 중순께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연내 확정·고시될 예정이다. 특히 오랜 쟁점이었던 의성군 화물터미널 추가 설치안이 최종 반영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일 의성군 화물터미널 추가 설치안이 포함된 ‘TK신공항 민간공항기본계획 총사업비 변경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신속히 기본계획 고시를 진행하고 올해 확보된 예산(667억 원) 집행을 서두르게 된다. 기재부가 확정한 총사업비 변경안은 기존 2조 3835억 원에서 3160억 원이 늘어난 2조 6995억 원 규모다. 증액된 사업비에는 약 900억 원이 소요되는 의성 화물터미널 부지조성비를 포함한 토목비, 보상비 등 9개 항목이 포함됐다. 이로써 이달 중순 확정·고시될 민간공항 기본계획에는 '의성군은 전용 화물기 화물을 처리하는 전용 화물터미널로 활용하고, 군위군은 여객기 벨리카고 화물을 처리하는 상용 화물터미널로 활용한다’는 내용이 명시된다. 이는 의성군에 ‘항공물류와 항공정비산업단지’의 발판이 될 화물터미널이 조성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의성군 화물터미널 조성안은 지난 2020년 대구시·경북도 간 공동합의문에 명시되었으나 2023년 ‘사전타당성조사’에서 제외되면서 의성군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해 신공항 건설이 교착상태에 빠진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 박형수(의성·청송·영덕·울진) 의원이 문제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박 의원은 경북도·의성군과 긴밀히 공조하며 기재부, 국토부, 국방부 등과 100여 차례 협의를 진행했다. 특히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설계적정성검토’에서 화물 수요 부족이 지적돼 기재부가 부지조성 수용 불가 입장을 보이자, 재검토를 요청하고 지방비 분담안을 조율했다. 최종적으로 박 의원이 지방비 분담비율을 10%(약 80억) 수준으로 조정할 것을 요청했고, 경북도와 기재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총사업비 변경이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박형수 의원은 “2년여의 진통 끝에 의성군 화물터미널이 기본계획에 반영되게 돼 다행으로 생각하며, 의성군민들의 강력한 열망이 있어 가능했다”면서 “성공적인 신공항 조성을 위한 도로·철도 등 SOC사업 예산확보는 물론, 의성군이 항공물류와 항공정비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모든 사업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12-02

‘꿈틀로 298 놀장’ 원도심 활성화 기여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지난달 29일을 끝으로 올해 ‘꿈틀로 체험마켓 298놀장’의 모든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올해 298놀장은 원도심 활성화를 목표로 기획된 대표 체험형 예술마켓으로,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3회씩 총 6회 운영됐다. 298놀장은 매월 계절과 지역의 감성을 반영한 체험 프로그램과 독창적인 이벤트를 선보이며 시민들의 높은 참여와 호응을 이끌어냈다. 올해 행사에는 4500여 명의 시민이 방문해 지역에서 보기 드문 탄탄한 고정 팬층까지 형성하며, 원도심 문화행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단순 소비형 행사를 넘어 지역 예술인과 시민, 그리고 주변 상권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형 상생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체험에 참여한 이진희 꿈틀로작가연합회장은 “시민들이 체험을 위해 꾸준히 찾으면서 공방에도 자연스럽게 방문이 이어지고, 다른 작가들과의 협업 기회도 늘어났다”며 298놀장이 창작 활동과 지역 예술 생태계에 긍정적 효과를 줬음을 강조했다. 방문객들 역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시민 김미향(46·포항시 북구)씨는 “멀리 가지 않아도 새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고, 올 때마다 프로그램이 달라져 매번 기대하게 된다”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포항의 대표 문화 플랫폼이 되었다”고 말했다. 298놀장은 참여자에게는 문화 향유 기회를, 예술가에게는 안정적인 창작 기반과 판로 확대를 제공하는 한편, 인근 상가에도 활기를 더하며 도시 공간 전체에 파급효과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성과는 꿈틀로가 단순한 거리나 공간을 넘어 ‘지역 예술인과 시민이 함께 문화를 생산하고 향유하는 생활문화 기반지’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올해는 스페이스298 프로젝트, 포스코 제강설비부와의 파트너십 프로그램 등 연계 사업을 통해 꿈틀로 공간의 활용도와 확장성을 한층 강화했다. 다양한 기획과 협업 프로그램이 적극 추진되면서 꿈틀로 일대는 예술, 체험, 지역 네트워크가 만나는 복합 문화거점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올해 298놀장은 지역 예술인과 시민이 함께 만들고 성장시키는 따뜻한 공동체 문화의 힘을 보여주었다”며 “내년에도 더 많은 시민이 일상 속에서 문화를 경험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꿈틀로 체험마켓 298놀장’은 매년 상반기・하반기 3회씩 정기 운영되는 체험형 예술마켓으로, 지역 예술인과 참여자가 한 자리에서 만나 소통하며 참여하는 자리로 자리매김해왔다. 2025년 마지막 행사인 이번 11월 298놀장에는 꿈틀로 일대의 공방 작가를을 포함한 18개의 셀러가 참여해 루돌프 머그컵, 성탄 도어벨 만들기 등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감성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올해 꿈틀로 놀장을 향한 시민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됐다. ‘체험 3+1 혜택(3가지 체험 시, 1개 체험 프로그램 이용권 제공)’을 운영해 더 많은 시민이 여러 프로그램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추운 날씨에도 꿈틀로를 찾는 시민들을 위해 따뜻한 음료를 제공하여 관람객에게 작은 휴식과 환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체험 프로그램 행사를 희망하는 시민은 온라인 ‘꿈틀상회’를 통해 사전 참가 신청 시 체험료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포항문화재단 P-콘텐츠산업팀(054-289-7874)에서 가능하다. 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올 한 해 많은 시민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298 놀장은 내년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찾아올 예정” 이라며, “시민들게 더 풍성한 문화 향유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02

수필사랑문학회, ‘수필사랑 작가상·작품상 시상식 개최

대구 지역 수필문학 활성화에 앞장서 온 수필사랑문학회가 2일 오후 6시 매일신문사 빌딩 11층 매일가든에서 동인지 ‘수필사랑’ 제37호 출판기념회와 제11회 수필사랑 작가상·작품상 시상식을 열었다. 정근식 회장은 인사말에서 “문학을 통해 삶을 사유하고 세상을 비추는 작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라며 “대구 수필문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온 결실로 제37호를 발간하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신성애 수필가가 작가상을, 김영인 수필가가 작품상을 수상했다. 신성애 작가는 대구문학으로 등단한 뒤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서문학상, 시흥문학상 등을 잇따라 수상했으며 수필집 ‘배꼽마당 이야기’를 출간한 바 있다. 작품상 수상작인 김영인 작가의 ‘마지막 영역’은 “깊은 통찰력과 문학성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작가는 2020년 제20회 평사리 토지문학상과 경북문화체험공모전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다. 수필사랑문학회의 작가상과 작품상은 2015년 제정돼 올해로 11회째를 맞았다. 2001년 7월 창립한 이 단체는 신춘문예, 평사리 토지문학상, 신라문학상 등에서 다수의 수상자를 배출하며 대구·경북 지역 문학인들의 수필문학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매월 두 차례 토론 모임을 진행하며, 등단 작가 대상 심화연구반과 신입 회원 등단반도 운영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02

손 안에서 생생하게 즐기는 신라 천년의 보물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이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즐기며 배우는 디지털 감상 콘텐츠 ‘신라ON-신라의 보물을 깨워라!’(신라ON)를 출시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2일 국립경주박물관에 따르면, 해당 콘텐츠는 지난 10월 30일 첫선을 보인 후 11월 20일까지 시범 운영을 진행하고, 11월 25일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가 12월 1일까지 2200여 명의 방문객이 문화유산을 체험하고 학습하는 기회를 누리며 호평을 받고 있다. 신라ON은 박물관의 대표 유물인 성덕대왕신종, 토우 장식 항아리, 황금보검, 천마총 금관, 얼굴무늬 수막새 등을 게임과 인터랙티브한 영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과 연계된 천마총 금관 콘텐츠는 참여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며 교육적 효과와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콘텐츠는 PC와 모바일 환경에서 모두 이용 가능하다. 전용 웹사이트(https://silla-on.com/) 뿐만 아니라 국립경주박물관 공식 누리집과 안드로이드용 ‘국립박물관 전시안내 앱’ 내 ‘쉬운 감상’ 메뉴를 통해서도 접근할 수 있다. 박물관 현장에서부터 가정과 학교까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신라의 문화유산을 학습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미션 완료 후에는 자신의 기록을 사진과 글로 저장해 공유하는 기능도 제공된다. 이정원 교육문화교류과장은 “어린이와 가족들이 문화유산에 흥미를 가지고 이해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개발했다"며 “향후 월지관 초심지 가위, 신라미술관 약사불 등 나머지 대표 유물 5점을 추가로 제작해 ‘신라 명품 10선’ 전체를 디지털 콘텐츠로 구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2-02

정은경 “의대 정원, 내년 초 마무리⋯공공의대는 증원 필요성”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내년 초까지 의대 정원 증원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겠다고 밝히면서, 특히 공공의대는 별도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정 장관은 2일 보건복지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지역·필수·공공의료 분야에서 일할 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기존 정원에서 해결할지, 정원을 늘려 충원할지는 추계위원회 결과를 참고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추계 결과가 나오면 정부는 법적 절차에 따라 정원을 결정해야 하고, 이 과정엔 정책적 고려가 불가피하다”며 “공공의대는 기존 정원과 별도로 판단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작년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려 했으나 무리한 추진으로 의정 갈등이 심화되면서 계획을 철회했고, 2026학년도 모집 정원은 다시 3058명으로 조정됐다. 2027학년도 이후 정원은 추계위 산출치에 따라 결정된다. 정 장관은 2028학년도부터 적용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사제와 관련해 “올해 첫 도입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의 평가와 보완이 필요하다”며 “지역이 스스로 필요한 의사 수요를 분석하고, 기피·선호 전공을 어떻게 배치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아동수당 확대 논의에 대해서도 정 장관은 비수도권 우대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는 8세 미만 아동에게 지급하는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확대하고, 비수도권·인구감소지역에는 추가 1만∼2만 원 지급을 추진 중이다. 정 장관은 “비수도권은 보육 인프라 감소로 추가 비용이 드는 만큼 일정한 우대가 필요하다”며 “법안과 예산이 통과되면 1월 1일 기준으로 소급 지급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국민연금의 투자전략을 개편하는 ‘국민연금 뉴 프레임워크’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힌 데 대해 정 장관은 “국민연금도 새로운 체계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우려에 대해선 “단기적인 시장 개입 수단으로 동원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12-02

李 대통령 “곳곳에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내 국민통합 문 열어야”

이재명 대통령은 2일 7박 10일간의 주요 20개국(G20) 및 중동 순방에서 귀국한 이후 처음 열린 국무회의에서 12·3 비상계엄 1년에 대한 메시지를 내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곳곳에 숨겨진 내란의 어둠을 온전히 밝혀내 진정으로 정의로운 국민 통합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숨겨진 내란 행위를 방치하면 언젠가 반드시 재발한다”고 언급한 데 이어, 잔재 청산이 국민통합의 전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월 3일 우리 국민이 피로써 쟁취해 왔던 민주주의와 헌법 질서가 중대한 위기를 맞이했다”며 “그렇지만 국민의 집단지성이 빚어낸 빛의 혁명이 내란의 밤, 어둠을 몰아내고 다시 환하게 빛나는 새벽을 열어젖혔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위대한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국민주권 정부는 지난 6개월간 국민의 삶 회복, 국가 정상화에 전력투구했다”고 자평했다. 구체적으로 이대통령은 관세협상, 핵(추진)잠수함 건조 확정 등을 거론하며 “민생경제 역시 빠른 속도로 안정세를 회복하고 나아가 성장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는 비상계엄 저지와 헌정질서 수호에 함께 한 국민에게 표창 등 의미 있는 증서를 수여하고, 국민적 노고와 국민주권 정신을 대대로 기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국가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의 재입법 추진 상황을 물으며 “속도를 내야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당부한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이 대통령은 “고문해서 누구를 죽인다든지, 사건을 조작해서 멀쩡한 사람을 감옥에 보낸다든지, 또는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뒤집어놓는 등 국가권력으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데 대해서는 나치 전범을 처리하듯 영원히 살아있는 한 형사 처벌하고 상속 재산의 범위 내에서 상속인들까지 책임지게 해야 한다”며 “이래야 근본적으로 대책이 되지 않겠느냐. 그래야 재발을 막는다”고 강조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12-02

경북 전역서 자동차세 체납 차량 일제 단속… 번호판 영치·강제 견인 투입

경북도가 3일 자동차세 고질 체납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도내 전 지역에서 대규모 체납 차량 단속에 나선다. 연말 정기분 자동차세 부과를 앞두고 단속 강도를 높여 체납 관행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올해 경북의 자동차세 체납액은 318억 원에 이르며 지방세 체납액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차량은 이동성 때문에 소재 파악이 어렵고 단속 자체가 쉽지 않아 대표적 고질 체납 세목으로 분류된다. 이번 단속에는 도와 22개 시군 공무원 170여 명, 번호판 인식 단속 장비 90여 대가 동시에 투입된다. 이동식 장비를 활용해 시군 경계를 넘나드는 차량까지 추적하며 단속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시군 간 체납 차량 상호 단속 협약도 이미 체결돼 있어, 어느 지역을 이동하더라도 번호판 영치를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자동차세를 두 차례 이상 체납한 차량은 번호판이 바로 영치되며, 장기간 체납 차량은 강제 견인 후 매각 절차로 이어진다. 다만 생계형 차량이나 분납 중인 차량 등은 일시 유예 조치를 적용한다. 경북도는 올해 상반기 단속에서 번호판 230여 대를 영치하고 고질 체납 차량 2대를 강제 견인한 바 있다. 정경희 경북도 세정담당관은 “지방세는 지역 운영의 기반인 만큼 체납세 납부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5-12-02

‘철의 도시’ 포항, ‘글로벌 AI 심장’으로 도약해야

“포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국제적 AI 기업과 삼성그룹, NeoAI Cloud(옛 텐서웨이브코리아)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가 얼마 후 포항에 들어선다는 소식을 50만 시민과 함께 뜨겁게 환영한다. 이는 포항이 ‘철강보국’의 영광을 넘어, ‘AI 혁신 허브’로 웅비할 역사적인 전환점이다. 조만간 구체적인 최종 부지가 발표되고 연내 착공이 예정된 이 사업은 1단계 투입 예산만 약 2조 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프로젝트다. 이는 단순한 기업 유치를 넘어, 포항 경제의 향후 50년, 100년의 방향을 결정짓는 역사적인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특히, 포항이 가진 잠재력과 지속 가능한 성장 가능성을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대한민국 동남권의 심장, 포항을 왜 선택했을까. 답은 명확하다. 포항은 AI 데이터센터 건립과 운영에 필요한 ‘최적의 3박자’를 모두 갖춘 유일한 도시다. 첫째,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와 인재다. 포스텍과 한동대를 비롯한 우수한 이공계 인재 풀, 방사광가속기와 로봇융합연구원 등 세계적 수준의 첨단 R&D 기반은 타 도시가 흉내 낼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며, AI 연구개발의 산실 역할을 할 것이다. 둘째,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막대한 전력을 24시간 끊임없이 필요로 한다. 울진 원전과 연계된 동해안의 풍부하고 안정적인 전력망은 데이터센터 운영의 필수 요건인 최고 수준의 안정성과 전력 이중화를 제공해 포항만의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셋째, 살아있는 산업 데이터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포항 제철 산업의 방대한 데이터는 AI와 결합해 기존 제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혁신을 이끌 것이다. 여기에다 배터리, 수소, 바이오 등 포항이 주도하는 미래 신산업 현장에서 쏟아지는 고급 데이터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연구개발에 핵심 연료가 돼 신소재와 신약 개발 등 고부가가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것이다. 우리는 이 기회를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센터 유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포항시는 정부 및 삼성, 글로벌 AI 기업 등 파트너사들과 긴밀히 협력해 인허가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패스트트랙 전담 T/F팀’을 즉각 가동해야 한다. 행정은 기업의 속도에 맞춰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포항은 이제 ‘철의 도시’라는 영광스러운 유산을 딛고, 데이터와 AI가 흐르는 ‘디지털 혁신 도시’로 도약해야 한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는 그 구심점이 돼 지역 기업들이 클라우드와 AI 연산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손쉽게 확보하고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는 기회의 창이 될 것이다. 산업·경제·사회를 아우르는 전주기 AI 혁신 생태계와 국가 혁신을 선도하는 ‘AI 고속도로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이제 우리 포항이 가야 할 길이 됐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포항의 위대한 도약을 위해 나 또한 힘을 보탤 것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단체장 출마 희망자의 기고문을 받습니다. 후보자의 현안 진단과 정책 비전 등을 주제로 200자 원고지 7.5∼8.5장 이내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싣도록 하겠습니다. 기고문은 사진과 함께 이메일(hjyun@kbmaeil.com)로 보내주세요. 외부 기고는 기고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5-12-02

국가해양생태공원 호미반도는?···바다거북·해안단구 품은 해양생태계 거점

해양수산부가 올해 연말까지 국내 최초의 국가해양생태공원 지정을 완료해 해양생태자원의 보존과 이용이 공존하는 해양생태계를 구현하는 포항 호미반도는 해양보호생물의 서식지다. 2021년 12월 31일 0.25㎢ 구역의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지난해 8월에는 71.77㎢로 해양생태계보호구역이 확대됐다. 해안선 길이가 106.7㎞에 이르는 한반도 최동단의 호미반도는 해양보호생물인 게바다말을 비롯해 물수리, 천연기념물 제331호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보호종으로 지정된 점박이물범, 해양보호생물인 바다거북이 출현한다. 호미반도 주변 해양생태계 건강도(ISEP)는 평균 3~4등급으로 상위권에 속한다. 특히, 약 6700~1400만년 연령의 지질로 동해가 만들어진 후 현재까지 동해 해수면과 지각운동을 기록하고 있는 해안단구가 다양한 해양생물 자원의 보고의 역할을 하고 있고, 경관적 가치가 뛰어난 주상절리대도 품고 있다. 해수부는 핵심구역 71.77㎢, 완충구역 50.38㎢, 지속가능이용구역 17.20㎢ 등 3단계 공간관리체계를 도입해 호미반도를 보전과 이용이 균형을 갖춘 공간으로 관리한다. 완충구역에서는 해양환경 조사 및 연구, 해역관리를 하고, 지속가능이용구역에서는 관찰시설과 보전관, 학습원 등을 설치한다. 포항시는 ‘해양생태공원 조성사업’을 통해 호미반도의 우수한 해양생태계 보전·활용을 통한 해양생태 교육·체험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경제성(B/C)과 정책성을 사전에 평가하는 절차인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에 결과가 나온다. 국가해양생태공원의 핵심구역이자 해양보호구역인 71.77㎢와 육상 0.036㎢ 등 총 71.8㎢ 공간에 호미반도 보전센터, 심해체험 바다학교, 바다 연어 물길 정원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포항 남구 해역에서는 잘피·해조류 서식지 조성과 간접 관찰·체험을 지원하는 해중 생태 복원 사업과 바다거북 섭이장 조성과 서식지 복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바다거북 보호사업을 진행한다. 해양보호구역 관리와 해양생태계·환경 모니터링 등 총괄 운영·관리를 맡는 호미반도 보전센터와 해안단구 생태원을 호미곶면 대보리 일대에 설치해 해양생태가치 보전에 나선다. 이 밖에도 남구 장기면 신창리 일대에 바다 연어 물길을 만들고, 심해 해저 생태계와 환경 탐험이 가능한 심해 체험 바다 학교도 건립할 예정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호미반도를 동해안 해양생태계 거점으로 만들어 동해안 수중생태계를 연결·확대하는 선순환 기반을 구축하겠다”라면서 “지역 주민 정주 여건 개선 등 어촌 소멸 위험에 대응하는 역할에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2-02

15만4천 볼트 송전탑 아래 5000세대 아파트···초·중학교까지 인접한데, 공청회 정보는 감감

포항 글로벌 기업혁신파크 환경영향평가 초안 공청회가 오는 4일 개최될 예정이지만, 하루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도 필요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가장 핵심이 될 ‘송전탑과 대규모 아파트 건립, 그리고 초·중등학교 예정지 간의 근접 문제’도 지역사회에서 공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져 향후 내홍이 불가피하다. 실제, 예정지에는 15만4000 볼트의 초고압 송전선로가 단지를 스치듯 지나가고, 학교 예정지와도 불과 수백 미터 거리인 상황이어서 논란이 되는 부분들을 주민들에게 정확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이 사업지 내에는 현재 계획된 아파트가 약 5000세대 규모여서 이 부분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가뜩이나 아파트 과다 공급으로 집값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지역 내에서 보기 드문 초대형 주거단지가 조성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특히 단지 내에 개발 축을 가르는 형태로 기존 송전탑이 지나가고 있어, 향후 주민 안전·주거환경·전자파 영향·경관 문제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요구되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예정지도 송전탑과 직접적인 가시권에 놓인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울산·부산·경기권 등 여러 지역에서 학교 인근 송전선로 배치를 두고 민원이 극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업도 같은 갈등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인근 주민들은 “정확한 거리조차 공개되지 않았다”며 정보 비대칭을 문제 삼고 있다. 아파트 분양 직전까지 정보 공개가 부족하다면 향후 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환경영향평가 초안이 다루는 내용은 ‘환경성 검토’에 국한되지만, 송전탑 인접 문제는 단순 환경 차원을 넘어 ‘정주성·학습권·아동 안전권’ 등 광범위한 생활영향 요소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공청회에서는 전자파 강도, 학생 활동 공간에 미치는 영향, 장래 인구 유입 시 교통·생활 SOC 변화까지 주민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상세한 수치와 시나리오가 제시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강하다. 이 문제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송전탑–아파트–학교 간 거리 배치 지형도다. 현재 공개된 지적도와 사업계획도를 보면 송전탑이 단지 북측을 지나가지만, 일부 라인은 생활권 공간과 불과 수십 미터까지 접근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학교 예정지 또한 ‘송전선로 확장 가능 구역’과 중첩될 소지가 있어, 장기적으로 확장 공사가 발생할 경우 학생 안전 환경이 더 취약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역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환경영향평가 공청회에서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설명하고 주민 질의를 받아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초기에 충분한 설명이 없으면, 착공 이후 갈등은 더욱 증폭된다”면서 이는 전국 여러 도시에서 불거진 송전선로 인접 주거단지 갈등은 대부분 ‘초기 정보 부족’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했다. 공청회에서 관련 의제가 빠질 경우 사후 분쟁이 극심해질 우려가 상존한다는 것이다. 포항 글로벌혁신파크 인근 주민들도 이 문제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 “아파트 5000세대가 들어오고 아이들 학교까지 생긴다는데, 송전탑은 왜 빼고 설명하느냐”는 주민 항의가 여러 차례 제기된 것은 단적인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주민들이 체감할 만큼의 공식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청회가 열리면, 의견수렴 절차가 형식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주민들은 이번 공청회에서는 송전탑과 학교·주거지 사이 정확한 거리·높이·전자파 예측 값을 모든 주민에게 공개하고, 대체선로 이설 가능성과 비용·기간·환경 영향을 상세히 제시해야 하며, 주민 질의·반박·보완자료 요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청회가 단순 의례가 아니라 실제 영향 검토 과정이 되려면, 개발사업자가 아니라 주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시계획전문가 A씨는 “초대형 아파트와 교육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서 송전탑 문제는 결코 부차적 고려 사항이 아니다. 도시 미래, 교육환경, 주거 안전이라는 세 요소가 충돌하는 지점이어서 이번 공청회가 문제를 ‘비껴가는 자리’가 아니라 ‘정면으로 다루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창희기자 lch8601@kbmaeil.com

2025-12-02

신촌 약수로 끓인 누룽지 백숙

포항·영덕 고속도로가 뚫렸다. 영양까지 한 시간 하고도 20분을 더 가야 하던 곳이 30분이면 도착한다. 우리나라에서 1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주왕산은 기암괴석과 수려한 계곡이 어우러진 비경을 간직한 명소다. 우리나라 3대 암산에 꼽히기도 하지만 탐방로는 유모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평탄하다. 가을철 단풍 명소로도 유명해 여유롭게 자연을 즐길 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산에 오르기 전 들러서 배를 채우는 곳이 신촌 약수터다. 청송군 진보면의 신촌약수탕은 안동과 영덕을 잇는 국도 34호선 중간에 있다. 영덕에서 상주로 향해 달리다 동청송영양ic에서 내리면 금방이다. 신촌 약수는 신경통과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 말기 전국의 약수를 채수하여 검사했을 때 진보면 신촌리의 약수가 가장 맛이 무겁고 독특하며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고 평가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촌약수탕 주변에는 약수로 끓인 백숙을 판매하는 음식점이 밀집했다. 그중에 우리가 자주 가는 곳은 40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명궁약수가든이다. 철분과 탄산 성분이 살아있는 특별한 약수로 끓여낸 누룽지 닭백숙이라 듣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이 집의 닭백숙은 만드는 과정부터 정성이 가득하다. 압력솥에 닭 다리만을 따로 푹 끓여내 진한 육수를 먼저 만들고, 그 육수에 찹쌀과 녹두, 대추, 마늘 등 몸에 좋은 재료들을 아낌없이 넣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압력솥의 추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정확히 18분 동안 뜸을 들여 구수한 누룽지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 이 집만의 비법이다. 이렇게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그런지 고소한 누룽지가 쫀득해서 입에 촥 감기는 백숙이 완성된다. 누룽지백숙을 시키면 닭 불고기가 함께 나온다. 닭 한 마리에서 쫄깃한 다리는 백숙, 퍽퍽한 가슴살만 따로 모아 잘게 다져서 무려 15가지나 되는 양념에 2~3일 숙성한 뒤, 석쇠에 올려 직화로 구워낸다. 메뉴를 주문하면 먼저 밑반찬이 깔린다. 예전엔 사과샐러드나 사과무침이 있어 역시 사과가 맛있는 고장이구나 했는데 이번에 가니 사과는 보이지 않았다. 비싼 몸값 탓일까 생각했다. 대신 오늘은 냉이된장무침이 맛났다. 백숙의 슴슴함을 달래주는데 장아찌도 한몫한다. 밑반찬으로 침샘을 자극하다 보면 닭불고기가 불냄새를 풍기며 나타난다. 모양이 어릴 적 제사상에 오르던 닭찌짐과 닮았다. 안동에서는 닭의 여러 부위를 칼로 뼈째 다져서 전을 부쳤다. 할아버지가 커다란 나무 도마에 닭고기를 올려놓고 다지는 소리가 더해질 때마다 더 맛있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손맛이 가득한 닭불고기를 채소에 싸서 한 입하다 보면 한 접시가 뚝딱이다. 닭가슴살로 불고기, 다리로 죽을, 남은 날개는 구웠다. 이번에 맛 보았다. 겉은 바삭하고 살은 쫄깃했다. 달지도 짜지도 않아 담백한 닭 본연의 맛이라 좋았다. 이미 배가 부르다 싶은데 누룽지 백숙이 등장했다. 둘이 3인분이라 남으면 싸가도록 해서 부담이 없었다. 담긴 그릇이 단지 뚜껑이라 매력적이다. 음식을 더 돋보이게 한다. 누룽지 배 위에 인삼 두 뿌리가 일광욕하듯 누웠다. 약수로 끓인 백숙에 인삼까지 보태니 으뜸 건강식이다. 단풍이 한창일 때는 줄 서서 먹어야 하는 곳이다. 겨울이 다가오니 뜨거운 국물이 땡긴다. 명궁약수가든 앞에 신촌 약수가 퐁퐁 솟는다. 한 컵 떠서 마시고 떠와서 밥할 때 넣으면 좋다. 누룽지 백숙을 먹고 난 후에는 주왕산 산행을 가거나, 영양 산해리 오층모전탑을 보러 가도 좋다. 서석지는 우리나라 3대 정원으로 꼽힌다. 문화재 가득한 영양으로 달려보자. 주소: 경북 청송군 진보면 경동로 5156 1층. 050-71430-0035. /김순희 시민기자

2025-12-02

시니어의 일상에 스며드는 AI

지금은 누가 뭐래도 AI(인공지능)가 대세다. 오늘도 뉴스에서 AI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그 놀라움의 시작은 2022년 등장한 챗 GPT였다. 3년이 흐른 지금은 업무에서뿐 아니라 은행, 병원 등의 일상생활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새로운 기술이 시니어들에겐 어떻게 느껴질까. 얼마 전 무료 AI 교육에 참여한 시니어분들의 배움의 열정은 차가운 강의실 공기마저 단숨에 데울 지경이었다. 여든이 훌쩍 넘은 시니어들도 나이와 무색하게 손에 폰을 들고 강사가 하는 대로 앱을 설치하고 AI에게 음성명령을 내리느라 분주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시니어들의 AI 앱 설치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그들의 70%가 AI를 활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들은 특히 건강관리와 경험 중심의 활동에 관심이 높았다. AI를 통해 당뇨병에 좋은 식단을 찾기도 하고 차에 이상이 생기면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도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또 내 몸이 이상하다고 느껴지면 몸 상태를 AI에게 설명하고 가능한 병명을 추정한 후 의사를 찾아가기도 한다. 이처럼 일상의 크고 작은 문제를 AI로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챗 GPT를 사용하고 있는 시니어 강선희 (65·포항시 북구 죽도동) 씨는 “ 요즘 AI에게 오늘의 날씨를 물어보고 레시피도 찾는다. 며칠 전에는 친구와 함께할 여행지와 맛집 추천을 받았다. 함께 찍은 사진을 지브리 풍으로 그려보니 정말 재밌다”라고 기분 좋게 말했다. 시니어들은 타자를 쳐서 묻기보다 말로 질문하고 바로 대답을 들을 수 있는 AI가 더 좋다고 말한다. 처음엔 호기심이 일지만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듣고 대답하는 모습에 사람과 직접 대화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나만의 든든한 AI 비서가 생긴 거라고나 할까. AI는 스마트폰으로 바로 묻고 답할 수 있어 시니어들이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수년 전, 처음 키오스크를 만났을 때의 당황스러움과는 다르다. 2023년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85세 이상 노인의 키오스크 활용 가능 비율은 3%에 불과하다고 한다. 디지털은 시니어들과 잘 어울리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AI는 어렵고 복잡한 과정 없이 말로 가능하다. 이 때문에, AI가 지금까지 전체 국민과 시니어의 정보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시니어들이 처음부터 AI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굳이 이걸 배워야 하냐고. 두려움이나 보이스피싱이라고 먼저 생각한다. 그걸 넘어서면 누구보다 적극적인 활용을 하는 시니어들이다. AI는 말로 명령을 할 수 있어 타자가 힘들고 시력이 좋지 않은 시니어들에게 더 잘 맞는 기술이다. 귀찮고 바쁘다는 자녀들에게 물어보기 어려운데 AI는 질문을 귀찮아하지 않고 몇 번을 물어봐도 대답을 해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시니어에게 꼭 맞는 기술일지도 모른다. AI로 정보 접근성이 높아져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시니어들에게 새로운 운전면허증과 같다. 운전면허증으로 운전을 잘해야겠지만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은퇴한 시니어들이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는 도구다. 나이는 기술 습득의 장벽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5-12-02

해오름대교 해맞이는 2027년에···빨라도 내년 1월 중순 임시 개통

포항시 남구 송도동과 북구 항구동을 잇는 해오름대교(동빈대교)에서의 새해 해맞이가 불가능하게 됐다. 연말로 계획한 임시 개통이 빨라도 내년 1월 중순쯤 가능해서다. 2일 경북도에 따르면, 해오름대교의 현재 공정률은 90%로 높이 46m 주탑 전망대 설치 작업과 우방비치타운아파트 앞 도로와 연결하는 공사를 남겨두고 있다. 해오름대교와 기존 도로를 접속하는 작업이 남았는데, 교통 신호등 시범 운영과 가로등, 보도 등의 설치도 필요하다. 고대길 경북도 철도계획팀장은 “시공사의 잇따른 사망 사고 따른 전국 103개 사업장에 대한 안전 점검 때문에 8월 7일부터 20일 가까이 공사가 지연되기도 했다”라면서 “애초 계획한 연말 임시 개통은 어렵고, 내년 1월 중순이나 하순쯤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신에 내년 6월 준공 목표를 3월로 앞당겼다”라고 덧붙였다. 395m 길이의 해오름대교는 738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2021년 6월 착공했다. 주탑에서 금속 케이블 또는 고강도 콘크리트 케이블이 상판을 지지하는 형식인 콘크리트 사장교는 295m, 도로에서 사장교로 연결하는 접속교량은 100m다. 해오름대교가 개통하면 10분 이상 걸리던 영일대해수욕장~송도해수욕장 구간 이동 시간이 3~4분으로 단축돼 철강공단 출퇴근길이 한결 편해질 전망이다. 특히, 해오름대교 관리권이 추후 포항시로 이관되는 덕분에 주탑 전망대 해돋이 등 관광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12-02

메주 띄우는 계절 초겨울, 옛 기억 속으로 ‘시간여행’

시골집 아랫목에 띄어놓은 메주를 보니 옛 기억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수능이 끝났다. 보통의 수능 날은 허연 입김이 서리는 영하의 추운 날씨였다. 언 발을 동동 구르며 교문 밖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수험생 부모들의 모습이 예사롭던 풍경이었다. 그러나 올해 수능은 여느 때와 달리 퍽 포근한 가을 날씨였다. 그리고 그 수능보다 한 주 앞서 ‘입동’이 지났다. 예부터 입동쯤이면 초겨울의 가장 큰 행사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김장과 메주 만드는 일이다. 메주는 한국 가정의 대표 양념인 된장과 간장, 고추장을 만드는 재료이다. 입동은 가을을 끝내고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다. 긴 겨울의 시작에 앞서 어머니들이 부지런히 월동 준비를 했던 시기였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쉴 법도 하건만 정작 아랫목을 차지한 것은 ‘못생김’의 대명사 메줏덩어리였다. 조선 후기 농사 기술과 생활 풍속을 기록한 ‘농가월령가’ 11월령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있다. “부녀야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 메주 만들기는 우선 가을 햇살 아래 잘 익은 콩을 준비해 깨끗한 물에 헹구는 것으로 시작한다. 날씨 맑은 날, 커다란 무쇠 가마솥에 콩을 뭉근하게 삶는다. 약한 불에서 오래도록 삶아 익힌 콩을 절구에 넣고 으깬다. 때론 자루에 담아 발로 꾹꾹 밟기도 했다. 그 몰랑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좋아 어린 시절 우리는 온 가족이 번갈아 가며 밟았다. 네모난 형태의 메주는 볏짚에 묶어 햇빛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는 처마에 매달아 겨우내 발효시키므로, 적당한 크기와 모양으로 만들었다. 가운데 부분을 더 얇게 만들어야 미생물이 전체에 골고루 퍼져 숙성하게 되기에 못생기고 단단한 메주가 될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어머니들의 노동 강도와 들인 품을 생각하면 메주 만들기는 고된 집안일이다. 더구나 시판하는 제품이 다양하니 메주 만들기는 요즘 보기 힘든 풍습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런 고된 일을 시골에 있는 어머니들은 아직도 계속 이어 나가고 있으니 굽은 허리 펼 날이 없다. 내 자식 먹일 장은 내 손으로 만들고픈 고집을 꺾을 자식이 없다. /백소애 시민기자

2025-12-02

폭풍 속으로 들어간 ‘국민의힘 내분’

국민의힘 내분 양상이 파국으로 가는 분위기다. 조만간 당 지도부가 중심이 된 주류세력과 비주류 세력(소장파의원, 친한동훈계) 간에 전면전이 벌어질 태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초·재선 의원 30여 명은 지난주 ‘장동혁 지도부’가 응답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김재섭 의원은 “지도부에서 사과와 성찰의 메시지가 있으면 좋겠고, 그게 안 된다면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고, 김용태 의원도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것이 정치 도리다. 당 지도부는 보수 재건의 중차대한 순간에 억지 논리로 도망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직격했다. 두 의원은 당 지도부가 ‘계엄 사과’에 미온적일 경우, 초재선 의원들이 별도의 사과 성명을 발표하거나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등 광역단체장들도 계엄 사과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제기했다. 당 지도부는 여전히 냉랭한 반응이다. 섣불리 사과했다가는 오히려 민주당의 ‘내란 정당’ 역공세에 말려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장동혁 대표는 최근에도 “우리가 고개를 숙이면 고개를 부러뜨리고 허리를 숙이면 허리를 부러뜨릴 것”이라고 했다. 당 내분은 계파 갈등의 뇌관으로 꼽히는 ‘당원 게시판’ 조사로 심화되고 있다. 이 논란은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서 작성자 검색 기능을 통해 한동훈 전 대표와 그의 가족 이름을 넣고 검색했더니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들이 다수 있었다는 의혹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8일, 이 논란에 대해 조사절차에 들어간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감사위 이호선 위원장은 장 대표가 지난 9월 임명한 인물이다. ‘계엄 사과’를 요구하는 정치인 중에는 친한(한동훈)계가 다수 포함돼 있어, 당 주류 측이 이에 대한 대응으로 게시판 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말도 나온다. 당무감사위가 김종혁 전 최고위원을 조사해야겠다고 통보한 게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감사위는 김 전 최고위원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신천지 등 특정 종교를 사이비로 규정해 차별적 표현을 했다는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내분은 지방선거 경선 룰(규칙)을 ‘당원 50%, 국민 50%’에서 ‘당원 70%, 국민 30%’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증폭되고 있다. 당 주류측은 지방선거 후보 경선 때 당원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고, 비주류측은 ‘당심’을 우선한 경선 규칙으로 후보를 뽑으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입장이다. 현재 국민의힘 비주류 측에서는 당 지도부의 현 기조가 변하지 않는 이상 외연확장은 어렵다는 비판적 기류가 강하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대에 머물자 한 보수원로는 “국민의힘은 이대로는 계속 갈 수 없다. ‘제정신파’와 ‘제정신 아닌 파’로 나뉘어야 살길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데 엉켜 있으면 공멸뿐이라는 주장이다. 독주하는 여권을 견제해야 할 야당이 이처럼 자중지란을 거듭하고 있으니 국가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12-02

‘정치이벤트’ 겹치는 3일, 정국 분기점 되나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아 야당을 향한 민주당의 내란프레임이 강화되고 있다. 6·3 지방선거 때까지 계엄사태를 주 이슈로 끌고 가면서 국민의힘 지지세 확산을 막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1일 한 목소리로 ‘완전한 내란 청산’ 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곳곳에 숨겨진 내란 행위를 방치하면 언젠가 반드시 재발한다”고 밝혔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의 시대정신은 완전한 내란 청산”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이날 “3대 특검의 미진한 부분을 한군데서 몰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실을 밝히기 위한 ‘2차 종합특검’을 검토해야 한다”면서 추가특검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 왜곡죄 신설을 담은 형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 개정안을 국민의힘 불참 속에 의결했다. 여권은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내란 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살얼음판 정국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이슈가 이 대통령과 당 지지율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반면, 야당 지지율을 박스권에 가둘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국민의힘으로선 현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 외연확장은 어렵다. 다양한 여론조사기관의 정당 지지율 조사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국면전환을 위한 ‘계엄 사과’ 문제를 놓고 심각한 내분을 겪고 있는 상태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여전히 계엄사과에 대해 부정적이고, 소장파 의원들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초·재선 의원 30여 명은 집단 연판장을 돌릴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3일은 중요한 정치 일정이 겹치는 날이다. 비상계엄 1년이 되는 날이고, 이 대통령이 당선된 지 6개월이 되는 날이다. 장동혁 대표 취임 100일이기도 하다. 이날 나올 이 대통령과 정치권 리더들의 메시지가 정국 향방을 가를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5-12-02

어려운 이웃 돕는 희망나눔 캠페인에 동참을

대구시 및 경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일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과 경북도청 앞마당에서 각각 희망 2026 나눔 캠페인 출범식을 갖고 이웃돕기 모금활동에 들어갔다. 앞으로 두달 간 모금 활동을 벌여 대구시는 106억원, 경북도는 176억7000만원의 모금을 달성할 예정이다. 공동모금회의 올해 슬로건은 ‘행복을 더하는 기부, 기부로 바꾸는 내일’이다. 모금 목표액의 1%가 적립되면 사랑의 온도탑은 1도C 올라간다. 사랑의 열매로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부 캠페인은 1998년부터 시작한 우리나라 연말의 대표적인 기부문화 운동이다.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공동체 의식을 선양하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바람직한 사회 운동이다. 기부는 금전적 지원을 넘어 소외된 이웃에 대한 우리 사회의 사랑을 표현하고 동시에 상생의 가치를 일깨운다. 작은 우리의 정성이 모아져 그들에게 전달될 때 그들의 삶은 큰 힘을 얻는다. 작은 나눔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부문화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미국이다. 국가가 일찍부터 기부문화를 국가적 선(善)으로 장려하고 강력한 세제 혜택을 줌으로써 국민적 공감대가 잘 형성된 탓이다. 우리나라도 경기변동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기부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운 때일수록 국민 스스로가 지갑을 열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앞장서는 모습은 우리 국민의 자랑이라 하겠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불황 경기가 지속되고 있다. 기업의 생산이 줄고 자영업자는 여전히 폐업의 위기에 놓여있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사랑의 온도탑이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지 걱정이다. 그렇지만 어려울수록 함께 온정을 나누는 기부 정신이 더 필요하다. 연말이 되면 익명의 기부자가 나타나 어려운 이웃의 작은 촛불이 되어 준 적이 여러번 있지 않나. 대구경북민의 이웃사랑 정신이 올해도 사랑의 온도탑을 가득 채우는 에너지가 되었으면 한다 이것이 우리 지역을 더 나은 사회로 이끄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2025-12-02

물가와 대통령 지지율

11월 27일은 미국의 가장 큰 명절인 추수감사절이다. 미국인 사이에서는 추수감사절을 크리스마스보다 더 큰 명절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오랜만에 부모님 계시는 곳을 찾아 전통의 요리인 칠면조 구이를 먹으며 가족 간 유대를 강화하는 날이다. 미국의 경제 싱크탱크인 한 단체는 올해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 비용을 조사 발표하면서 작년보다 약 10% 올랐다고 했다. 세부 품목별로 양파 56%, 스파이럴 햄은 49% 폭등했고, 크랜베리 소스와 크림 콘은 22%와 21% 각각 올랐다.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7%가 추수감사절 물가에 대해 “스트레스 받는다”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가족모임 규모를 줄이겠다는 대답도 25%나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의 관세정책을 펴면서 “관세는 외국기업이 낸다. 미국인은 한 푼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미국인은 고율의 관세가 미국 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를 경제전문가들은 관세의 부메랑이라 부른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집권 2기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 여론조사기관은 미국 성인 13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긍정 평가를 내린 사람이 36%로 나타났다고 했다. 10월보다 5%포인트가 떨어졌고 트럼프 2기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부정 평가는 60%로 6% 포인트가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설문 응답자들은 경제와 높은 물가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물가는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지표다. 과거부터 어느 나라든 물가와 대통령 지지율은 역비례했다. 새겨둘 내용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12-02

건강지능과 일

사람의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전성은 삶의 행복을 결정짓는 기본 베이스다. 건강을 잃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건강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사람은 많은 연구와 다양한 것을 개발하며 인류의 생활문화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건강관리의 속성을 알고, 예방관리와 일과 생활 수준을 높이는 생각을 못한 것 같다. 건강은 지키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능력을 토대로 과학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내 건강과 조직 건강은 운영 능력에 달려있다. 자신의 신체, 정신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삶과 일에서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 조절, 관리하는 능력을 건강지능이라 한다. 단순히 건강을 아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건강을 판단하고 행동으로 실천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지능적 역량이다. 핵심 4가지 구성요소는 첫째, 자기 인식이다.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정확히 분석하여 알고, 느끼고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다. 둘째, 판단이다. 올바른 인식이 되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셋째, 실행이다. 휴식, 식습관, 운동, 감정조절 등을 실제 실행하는 것이다. 넷째, 지속관리다. 단기 아닌 습관으로 이어지게 하고, 유지 개선하는 것이다. 건강지능은 건강을 아는 것, 판단하는 것, 실행하고 유지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건강 지능은 먼저 신체적 조건을 갖춰야한다. 수면, 영양, 운동의 균형 유지, 피로, 통증, 이상 징후를 빠르게 감지하는 것, 과로를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 등이 있어야 한다. 스트레스 자각 및 해소 방법 보유, 감정 폭발이 아닌 감정조절, 속도 조절 가능한 정신 감정적 조건을 갖춰야 한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일상화 하고, 과음, 과식, 야근 등 유해 패턴을 경계하고, 필요 시 진단을 요청할 줄 아는 태도 등 행동적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건강지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는 능력이다. 건강지능과 일을 연계해서 보면, 건강지능이 낮을 때는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고, 과로로 결근이 증가한다. 감정 폭발로 갈등 발생이 생기며, 집중력이 저하되고 품질이 내려간다. 건강지능이 높을 때는 스트레스 조정이 가능하여 실수가 줄고, 체력관리가 가능하여 지속적 근무가 가능하다. 또한, 감정관리가 잘 되고, 인내력이 커지고 관계성이 높아져 협업이 잘 된다. 건강지능은 일의 지속성과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 역량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에서 건강지능이 높으면, 사고, 결근률이 감소하여 비용이 줄어든다. 팀 갈등이 줄고 의사 소통이 개선되며, 업무 지속력과 집중력이 향상된다. 개인 측면에서 보면, 삶과 일의 균형을 유지하게 되고, 컨디션과 체력을 갖춤으로써 성과 지속을 이룰 수 있다. 건강지능을 높이려면, 출근 후 골든타임을 파악하여 집중되는 시간을 정하고 핵심 업무를 배치한다. 몸의 리듬을 이용해 30분 집중, 5분 스트레칭하고, 90분 집중 3분 심호흡 하는 등 하루 시간 집중력을 유지시키는 것이 건강지능을 활용하여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다.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2025-12-02

독도평화재단-독도재단 ‘제13회 독도평화대상 시상식’ 개최

독도 수호와 홍보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를 격려하고, 국민들에게 독도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제13회 독도평화대상 시상식’이 3일 경북 동부청사에서 개최된다. 독도평화재단과 (재)독도재단이 공동 주최하며, 경북도, 경북도의회, 울릉군 등이 후원한 이번 시상식은 독도 수호와 홍보 활동에 헌신한 개인과 단체를 시상하는 자리다. 수상자들은 독도 관련 학술 연구, 교육, 문화 홍보, 국제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지속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기여해왔다. 특히, 올해 시상식의 가장 큰 주목을 받는 부분은 일본인 특별상 수상자인 구보이 노리오(久保井規夫) 선생의 특별강연이다. 구보이 선생은 오랜 기간 독도와 울릉도 관련 일본 사료를 연구해온 학자로, 이번 강연에서 ‘하마다번 다케시마(울릉도) 일건(濱田藩竹嶋一件)’을 주제로 발표한다. 이 사건은 덴포기(1830년대) 일본 정부가 독도를 조선 영토로 인정하고 일본인의 도해를 금지했던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다. 당시 일본 막부가 공식적으로 독도를 한국 땅으로 판단한 기록은 독도의 영토적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로 평가된다. 구보이 선생은 이를 통해 독도가 단순한 영토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명백히 한국의 고유 영토임을 강조할 예정이다. 독도평화재단 관계자는 “일본 학자가 직접 독도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강연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국내외 시민들에게 독도의 정당성을 알리고, 국제사회에서도 독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12-02

정년퇴직에 즈음하여

벌써 한 해의 끝자락으로 접어드는 12월이다. 뒤늦은 가을이 오는가 싶었는데 금세 스산함이 일고 기온이 떨어져 곧장 겨울로 치닫는 듯했다. 잎새들은 화들짝 놀라 단풍조차 들지 못한 채 푸르댕댕하게 나무에서 그대로 시들거나 청엽(靑葉)으로 떨어져 거리 곳곳에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다. 조락(凋落)의 푸르스름한 빛깔로 대지에 내려앉는 낙엽이, 어쩌면 아직은 일할 기력이 남아돌고 일터에서 좀 더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벌써 정년(停年)을 맞이해야만 하는 여느 퇴직자의 뒷모습으로 비침은 왜일까? 하지만 어쩌랴, 만사분이정(萬事分已定)이거늘-. 모든 일에는 시와 때가 있듯이 분수와 시기가 정해져 있다. 때맞춰 오는 비가 만물을 생장시키듯이, 제 시간에 오는 기차를 타야만 인생항로의 여행을 즐길 수가 있을 것이다. 기차가 연착되거나 놓치게 되면 왠지 조바심이 타고 불안해지며 뒤에 이어질 여정(旅程)에 차질을 빚을 수가 있다. 이처럼 직장이나 사회 전반에는 촘촘한 ‘약속의 시간망’으로 세상이 굴러가며 계절의 변화와 순환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리라.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 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분분한 낙화/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 할 때//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 맺는/가을을 향하여/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이형기 시 ‘낙화’ 중에서- 길고 오랜 시간 직장에 몸담았다가 역할과 임무를 다하고 정년의 문턱에 서게 되면 실로 만감이 교차하게 될 것이다. 설레던 신입사원의 패기에 찬 발걸음과 각오, 의욕에 찬 도전과 고난의 시행착오, 경험의 그루터기와 인내의 손길로 빚은 노력의 성취, 그리고 미련 없는 비우기와 내려놓음의 안도로 말년의 여유를 누리며 떠날 채비를 하는 파란만장한 여정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게 될 것이다. 더욱이 평생직장으로 여기며 밤낮없이 드나들며 숱한 애환과 희비가 어린 일터를 떠난다는 것은 고향이나 둥지를 뒤로하는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것이다. 세월은 오고 가며 사람은 만났다가 헤어지며 떠나고 보내기 마련이다. 뒤돌아보면 모두가 꿈결같고 한순간 같은데, 어느새 머리칼엔 서리가 내려앉고 주름진 이마엔 시간의 더께 같은 흔적이 역력하니 새삼 세월의 갈퀴질을 실감할 수 있다. 아스라한 삶에 여울에 직장도 어찌보면 잠시 머물렀다가 지나가는 기항지(寄港地)에 지나지 않을텐데, 오랜 시간 집보다 더한 애착으로 기여하고 헌신하며 열과 성을 다한 곳이라면 쉽사리 잊혀지거나 그냥 스치듯이 발걸음이 좀체 떼지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숨결이 배고 자취가 올올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연말이 가까워지니 정년퇴임을 기리고 축하하며 위로하는 크고 작은 행사나 환송연이 도처에서 열리고 있다. 이왕 떠나고 떠나보내야 하는 자리라면 좀더 인정스럽게 떠나고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직장에서 얼기설기 좌충우돌로 부대끼고 얽매이다 보면 본의 아니게 감정이 상하거나 회한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 모든 것 잊고 추스르며 인정을 남겨두면 훗날에 다시 웃으면서 만날 수 있으리라.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2025-12-02

제1차 세계대전과 세르비아-유고슬라비즘의 태동

한 발의 총성으로 시작된 1차 세계대전은 세르비아는 사면초가에 몰렸고, 국왕 알렉산다르는 외국에 망명정부를 세워야 했다. 오스트리아 지배에 들어 있던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와 세르비아 간, 본격적인 대결구도가 형성된 것도 1차 세계대전부터다. 한편 대세르비아주의가 한창 열 올리고 있을 때 발칸반도 북부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에서 남슬라브, 즉 유고슬라비즘이 대세였다. 이 두 지지세력 간에 결정적인 차이가 종교다. 발칸 북부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의 로마 가톨릭과 세르비아 동방정교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었고, 더구나 보스니아에는 이슬람으로 개종이 늘어 어떻게 봉합해야 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다. 한편 오스트리아로부터 독립이 우선인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인들은 세르비아가 제1차 발칸전쟁에서 터키제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자, 슬라브민족의 대통합 기운이 절정에 달했다. 반대로 세르비아 젊은이들은 세르비아만이 유고슬라비즘 통일국가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굳힌다. 1913년, 1차 발칸전쟁에서 승리한 세르비아는 터키 손아귀에서 완전하게 벗어남을 뜻했지만,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로선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왕가로부터 해방이 지상 과제였다. 오스트리아 황태자 저격 후 1차 세계대전의 서막이 열렸다. 발칸반도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독일로서도 결코 수수방관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후발주자였던 도이칠란트로서는 발칸에 깃발을 꽂아야 제국이 완성된다는 생각이었다. 오스트리아는 세르비아를 침략하면 러시아가 그냥 있지 않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이때 오스트리아는 독일의 의중을 물었고, 독일은 흔쾌히 오스트리아 편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한다. 이에 대항해 가장 먼저 러시아가 움직였다. 슬라브민족주의를 내세우며 발칸을 노리던 러시아는 세르비아를 도와 맞섰다. 오스트리아는 물론 독일의 발칸 지배는 영국과 프랑스로서도 묵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세계 대전으로 확전된 것이다. 오스트리아 식민지였던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는 자의든 타의든 러시아의 적이 되어 싸워야 했다. 러시아 역시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 독립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세계 대전이 끝나갈 무렵이 되자, 오스트리아는 패전국의 멍에를 뒤집어썼다. 어차피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쓸 거라면 크로아티아에게 아드리아 함대를 통째로 주며 자치권을 넘긴다. 권력의 맛에 길들어진 크로아티아 민족정치인들은 “황송하옵니다!” 하며 자치권에 만족하면서 감복한다. 거시적 안목보다 권력과 대를 이은 부를 위해 미시적 선택을 한 사람들은 서로가 결속해야 한다는 진리를 잊지 않았다. 이들은 결속을 과시했다. 1917년 5월 말, 유고슬라비아 대표 33인(우연히도 우리나라 3‧1독립운동 대표 33인과 같은 수이다)이 모여 신속하고도 거창하게 변죽까지 울려가면서 ‘유고슬라브 코커스’라는 정치단체를 결성한다. 오스트리아제국에 충성하는 인간들이 모여 충성맹세 식을 시끌벅적하게 벌였다. 가장 이완용다운 인물을 앞세워 선언문을 낭독했다. “합스부르크 왕가 지도하에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 그리고 세르비아인이 살아가는 터전에 자치적인 체제가 이루어질 때까지 노력한다.” 그러자 유고위원회는 물론 세르비아 정부조차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둘은 유고슬라브 코커스에게 대항하기 만나 ‘코르푸선언’에 합의했다. 핵심 내용인 즉, “유고슬라비아인의 왕국은 하나의 영토와 하나의 시민권만이 인정되며, 자유롭고도 이상이 넘치는 왕국이 될 것이로다.” 비장미 넘치는 선언이었지만, 언감생심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내용이란 사실은 누구나 알았다. 더 나아가 이들 세 단체가 모여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세르비아 카라조르지예 왕조를 정점으로 뭉치고, 모든 민족이 동등하게 취급당하며, 종교 역시 이슬람 포함 자유롭게 믿어도 된다. 국경은 북으로는 슬로베니아로부터 남쪽과 서쪽으로는 몬테네그로와 아드리아해를 포함한다.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인의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한다. (중략) 몬테네그로는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일부로 간주된다.” 가만있던 몬테네그로만 얻어터지고 만다. 그런데도 세르비아 국민은 만족하지 못했다.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에 합법적 정부가 들어서면 대세르비아주는 물 건너 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일로 파시치 총리가 일선에서 물러난다. 사실 국민 뒤에는 그를 견제하려는 왕 알렉산다르가 있었다. 알렉산다르는 막강 블랙핸드를 자신의 손으로 숙청했던 주도면밀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에서 군총사령관을 맡아 전쟁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그런 만큼 군부 역시 그의 손아귀에 있었다. 대세르비아주의가 본격적인 폭력성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절대군주의 야심이 발톱을 드러내고 있었다. 발칸반도에 본격적인 폭력의 서막이 열리고 있었다. (세르비아편 끝) /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2025-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