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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르비아주의의 탄생:암흑기 세르비아의 빛

세르비아 민족주의는 민족의 정체성과 세르비아 민족에 대한 단초가 될 만한 요소가 제1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스만트루크제국의 압제 42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자의든 타의든 세르비아가 독립을 맞이하면서 세르비아 공국-세르비아왕국을 거쳐 민족이라는 장대한 용어가 사건과 역사와 인물이 조화를 이루어 화려한 부활을 맞는다. 19세기 중엽 수도사인 부크 카라지치(1787~1864)는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출발하는가?’ 등 자문자답하며 세르비아인에 대한 미래에 해답을 찾았다. 그는 언어학에 몰두하면서 발칸반도에 한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원대한 꿈을 꾼 인물이다. 그 뒤를 이어 정치가 가라샤닌(1812년~1874년)의 노력으로 민족주의가 본격적으로 무대에 오른다. 그는 오랫동안 대세르비아주의 이념에 몰두했다. 그리고 가슴을 쿵쿵 두드리는 위대한 인물과 사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세계가 우리(We)와 그들(They)로 규정될 때 가라샤닌을 비롯해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은 역사에서 코소보 전투를 살려냈다. 정의를 내걸었지만, 편향된 애국심이 가슴에 요동쳤고, 권력자 구미를 당겼다. ‘이교도와의 최후의 성전’은 민족주의 발흥에 있어 완벽한 조건을 두루 갖춘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 때부터 유대인에게 예루살렘이 있다면 세르비아인에게 코소보가 성지로 거듭났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중세 발칸을 호령했던 듀산황제가 거느렸던 영토적 개념이 세르비아뿐이라면 별 문제가 없었다. 타 공화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세르비아인의 국가를 향한 군사적 저항을 정당화해버린다. 이제 더 필요한 것은 없었다. ‘검은 새의 들녘’ 코소보는 세르비아 민족 성지로 거듭났고, 20여 년 남짓 제국을 구축했던 듀산황제는 세르비아인 영원한 황제로, 코소보전투가 벌어졌던 1389년 6월 28일은 성 비투스의 날이자, 영원히 기록되어야 하는 성전의 날로 탄생했다. ‘강자 스테판 듀산!’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에 민족이라는 의기에 요동쳤고, 민족 이상에 상처를 내는 일에는 자동적 분기탱천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고구려 광개토대왕을 잊지 못하듯 세르비아인으로서는 민족주의라는 의기가 가슴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역사적 인물들을 세르비아민족주의의 영원히 빛나는 별로 새겨 넣었다. 그리고 이것이 훗날 살육의 싹이 자라났다. 스테판 듀산이 거느렸던 영역은 세뇌당한 국민 머리에도 반드시 차지해야 할 상징적인 국경선이 되어 버렸다. 20세기에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2차 세계대전에 이어 유고슬라비아 학살전쟁, 더 나아가 20세기 가장 더러운 보스니아전쟁과 코소보 살육전 신념으로 거듭나게 된다. 대세르비아주의라는 망령은 이렇게 해서 창조된 후 도미노처럼 연이은 사건으로 세상을 경악시켰다. 물론 세르비아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크로아티아 극우민족주의 우스타샤 정권이 나치 지원 아래 보스니아와 크로아티아에 살던 세르비아인 35만 명을 학살했던 상처는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이 자신들만 핍박해대니 억울하고 원통할 지경이다. 성지라고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던 코소보에 이방인들이 들어와 진을 치고 나라를 세웠다며 국제사회에 선언해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바가지로 물을 퍼내면 금세 다른 물이 채워지듯 네마냐 왕조가 이슬람제국에 멸망한 후 코소보에 살던 일부 세르비아인은 압제를 피해 지금이 수도 베오그라드를 비롯해 노비사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지로 몸을 피했다. 그러자 떠나고 난 빈집에 오스만제국이 평정한 알바니아계 이슬람이 몰려들어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코소보 땅에 알바니아인이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자신감이 붙는다. 나아가 자주적 독립 국가를 선언하며 국경을 긋고 세르비아를 자극했다. 일촉즉발의 순간, 국제사회 동의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냉혹하기만 한 국제사회는 먹을 것 없는 코소보에 독립국가가 세워지든 말든, 폭력이 자행되던 말든 관심 두지 않았다. 그러자 알바니아계 민족주의자들은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자민족 희생을 미끼로 걸었다. 코소보 내 세르비아인 경찰을 살해해 의도적인 폭력을 부추겼다. 울고 싶은 놈 뺨을 갈겨준 대가는 혹독했다. 알바니아계 민족주의자가 원하는 대로 세르비아는 코소보 내 알바니아계를 향한 제노사이드를 감행했다. 알바니아계가 의도한 대로 자민족을 희생양으로 삼아 국제사회 관심을 끄는 것에 성공한다. 나토의 개입이 본격화 되자, 세르비아로서는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다. 민족을 위해서라면 역사를 위조하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선동과 폭력이 확산되고, 결국 처참한 상처로만 남는다. 알바니아 내 세르비아인 학대가 일어나며, 몬테네그로 내 알바니아계에 대한 핍박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게다. 그리고 크로아티아에서 살아가는 세르비아인 역시 바늘방석이다. 만약 신이 있다면 인간이 얼마나 멍청한지를, 또한 악랄해질 수 있는지를 실험 중일 것이다. /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2025-08-12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꾸는 능력

‘레몬이 생기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라는 영어 속담이 있다. ‘인생이 당신에게 레몬(신맛, 불쾌한 것)을 주면, 그것을 달콤한 레모네이드로 만들어라’라는 의미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생으로부터 레몬을 건네 받으면 단념하고, “어쩔 수 없어, 운명이다. 기회가 없어”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주위 상황을 탓한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레몬을 건네 받고 ‘이 불행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 레몬을 어떻게 레모네이드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예상치 못한 불운, 역경, 실패와 마주했을 때 그 상황을 활용해 긍정적이고 유익한 결과로 바꾸라는 뜻이다. 기업에서 보면,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꾸는 능력’은 여러 분야에서 다르게 불리지만, 본질적으로는 ‘역경 전환 능력’ 또는 ‘전환력(轉換力)’, ‘회복 탄력성’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불리한 상황, 손실, 실패를 오히려 유리한 기회나 성과로 바꾸는 힘이다.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꾼 한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뉴욕시 모닝사이드 거리 100번지에 살고 있는 ‘델마 톰슨’이라는 여인은 “세계전쟁 당시 제 남편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모하비 사막 근처의 육군으로 배치되었고, 남편과 함께 지내기 위해 그곳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남편은 군사작전으로 출동하여 혼자 남았고, 모래 사막과 선인장만 보이고 50도가 넘는 모하비 사막은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삶이 너무도 힘들고 차라리 감옥에 있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부모님께 편지를 썼습니다. 아버지는 두 줄로 된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두 사람이 감옥 창살 밖을 내다보았다. 한 사람은 땅의 진흙탕을 보았고, 다른 한 사람은 하늘의 별을 보았다.” 이 단 두 줄의 글이 여인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하늘의 별을 보기로 마음 먹고, 현재 처한 상황에서 좋은 면을 찾기로 한 것이다. 모하비 사막에 사는 인디언과 멕시코계 사람들과 사귀게 되고,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돈을 주고 산다고 해도 팔지 않았던 모하비 사막의 매력적인 형태의 선인장과 북미 원산의 다년생 관목인 유카(Yucca)를 선물 받았다. 후에 관상용, 조경 식물산업으로 수익 창출이 되었고, 수 만 년 전에 해저였던 사막 모래에 감춰진 조개의 비밀을 연구하고, 그 연구 결과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여인은 유명인이 되었다. 무엇이 이토록 상황을 변화시켰을까? 모하비 사막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인디언도 그대로였다. 단지, 그 여인이 마음의 태도를 바꾼 것뿐이다. 우리는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꾸고자 하는 단순한 시도를 통해 뒤가 아닌 앞을 보게 된다. 주어진 상황을 탓하며 부정적이던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이것은 창조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고, 바빠지도록 자극하여 지나간 일, 끝난 일 때문에 슬퍼할 시간과 마음이 없도록 할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얻은 것을 활용하는 것보다 손해를 이익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레몬을 레모네이드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고, 그것이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다.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2025-08-12

넘치는 복을 주시는 박필근 할머니

“복 많이 받으세이~ 젊을 때 마이 노소~ 나도 젊을 때는 날아 댕겼니더.” 오랜만에 뵌 박필근 할머니는 여전히 우리에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복을 나눠주셨다. 짧은 만남 동안에도 계속해서 “복 받으라”라는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이미 박필근 할머니로부터 너무도 많은 복을 받아왔다는 것을. 할머니는 복을 주시는 분이시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늘 주위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복된 말씀을 건네시는 분. 내가 알고 있는 박필근 할머니는 그런 분이다. 8월 초, 숨 막히는 더위 속에 할머니를 다시 찾은 이유는,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 타임즈(The Straits Times) 에서 202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과 8월 14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을 맞아 일본군 전시 성노예 피해자분들을 기획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다른 생존자분을 인터뷰한 웬디 테오 특파원은 “오늘 할머니 컨디션은 어떠세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부분 생존자분이 백 세에 가까운 고령이시고, 더위도 심해 나 역시 오늘 할머니의 상태를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할머니는 긴 평상 끝에 놓인 의자에 앉아, 마치 세월을 낚듯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어디서 왔노?”라고 반가워하시며, “서울서 나 보러 왔단 말이가”라며 연신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동행한 기자님도 할머니의 환대에 감동해 몸 둘 바를 몰라 했고, 우리는 함께 칼국수도 먹고, 마트에 들러 장도 보며 소소하지만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기자님은 피해 사실을 직접적으로 묻지 않았다. 아픈 기억을 굳이 꺼내지 않으려는 그 배려에 나도 고마움을 느꼈다. 대신, 일본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사과를 받고 싶은 마음이 아직 있는지를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인자 소용없니더.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뉴스를 꼬박꼬박 챙겨보시며 “나는 일본에 사과도 받고 싶고, 배상도 받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씀하셨던 그 할머니셨다. 그런 할머니가 이젠 “다 소용없다”라고, “이제 곧 죽는다”라고 되풀이하시는 모습에 우리는 말 없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오는 8월 14일은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의 날’이다. 올해 포항여성회에서는 환호공원에 세운 평화의 소녀상 건립 10주기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10년 전, 포항에서는 많은 시민들께서 마음을 모아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며, 참으로 뜻깊은 순간을 함께했다. 하지만 지금, 서울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은 바리케이드에 갇혀 보호받고 있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 사이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하염없이 기다리시던 수많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고, 이제 박필근 할머니를 포함해 생존해 계신 피해자는 단 여섯 분만이 남아 계신다. 다가오는 8월 14일, 다시금 혐오와 조롱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우리 모두 따뜻한 관심과 존중으로 할머니들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그분들이 살아 계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연대와 기억을 다 할 수 있기를.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025-08-12

수천 년에 걸친 슈퍼리치의 탄생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부자들은 찬사와 분노, 관심의 대상이 돼왔다. 전염병과 기근, 전쟁과 금융 위기 속에서 어떤 이는 몰락했고, 또 다른 이는 부를 축적했다. 슈퍼리치는 단순히 재산이 많은 부자를 넘어, 시대를 주도하고 제도를 구축하며 때로는 국가보다 막대한 자본을 소유한 존재였다. 중세의 왕족과 귀족, 근대의 상인과 금융인, 현대의 테크 재벌까지, 수천 년에 걸친 슈퍼리치의 탄생과 진화, 그들이 사회와 맺어온 복잡한 관계를 탐구한 신간 ‘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미래의창)가 출간됐다. 이 책은 단순히 특정 시대의 억만장자를 나열하는 부자 열전이 아니다. 경제사학자인 저자 귀도 알파니는 “누가 부자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각 시대의 경제·사회 구조를 분석하며, 부의 원천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추적한다. 중세의 왕족과 귀족, 르네상스 시대의 상인과 금융인, 산업 자본가, 현대의 테크 억만장자에 이르기까지, 부자들은 단순한 자산 보유자가 아니라 제도와 권력을 움직이며 사회를 형성해온 주체였다. 로마 시대에는 여섯 명의 부자가 아프리카 땅의 절반을 소유했고,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팔라스는 당시 황제 네로보다 더 큰 부를 자랑했다. 11세기 잉글랜드의 귀족 앨런 더 레드의 토지 수익은 국민 총 순소득의 약 7.3%에 달했으며, 19세기 제이 굴드는 미국 철도의 15%를 장악했다. 현대의 대표적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경우, 2020년 3월부터 8월까지 급증한 재산만으로도 아마존 직원 8만7600명에게 각각 10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할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이처럼 부의 집중은 역사적으로 지속됐으나, 산업혁명 이후 그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됐고, 21세기 들어 다시 한번 정점에 도달했다. ‘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에 따르면, 19세기 중반까지 유럽의 슈퍼리치는 대부분 귀족 출신이었으나, 20세기에는 자수성가한 기업가와 금융인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상속을 통한 부의 세습이 다시 증가하며, 상위 0.1%의 부 집중도는 1929년 대공황 직전 수준을 넘어섰다. 흑사병과 세계대전 시기를 제외하면, 부의 불평등은 수 세기에 걸쳐 점차 심화됐다. 유럽은 14세기 흑사병 이후 일시적으로 계층 간 격차가 완화됐으나, 15세기부터 불평등이 재차 확대됐다. 특히 산업혁명과 금융업의 성장으로 귀족 대신 기업가와 금융인이 새로운 슈퍼리치로 부상하며, 이들은 단순한 부자가 아닌 제도적 권력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미국은 건국 초기 귀족과 세습 특권이 없었으나, 19세기 산업화와 철도 개발, 금융 시스템 발전으로 부의 편중이 가속화되었다. 오늘날 미국은 전 세계 슈퍼리치의 절반 이상을 배출하며, 극심한 불평등 국가로 꼽힌다. 역사적으로 부자는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검열의 대상이었다. 중세 수도사들은 부를 죄악시했고,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는 자는 추방당했다. 그러나 전염병, 전쟁, 기근과 같은 위기 시 부자들은 기부, 기반 시설 건설, 대출 제공 등을 통해 공동체의 구원자 역할을 자처하며 사회적 정당성을 얻었다. 그러나 현대의 부자들은 팬데믹과 금융 위기 속에서도 자산을 증식시켰으나, 공동체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알파니는 “부자들이 사회적 고통에 무감각하거나 이를 이용해 이익을 추구한다는 인식이 퍼질 때, 사회는 불안정해지고 폭동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심지어 일시적 증세조차 ‘부자 공격’으로 왜곡되며, 공공 세금으로 손실을 메우는 역설적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과거 부자들이 ‘책임 있는 계급’으로서 정당성을 확보했다면, 오늘날 그 기반은 흔들리고 있다. “세금보다 기부를 선택하겠다”는 말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부자들은 여전히 기부를 통해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 하지만, 정작 납세 의무는 회피한다. 저자는 선의와 의무 사이의 역사적 논쟁을 파헤치며, 권력과 사회계약의 변화를 드러낸다. 이 책은 과거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를 향한 경종을 울린다. ‘최고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는 시대별 슈퍼리치의 권력, 정당성, 책임을 분석하며 묻는다. “현대 부자들은 과연 존재할 자격이 있는가?” 사회가 더 이상 기여하지 않는 부자들에게 지배당할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2

성과 나오는 경북도 ‘저출생 전쟁’…속도낸다

경북도가 그저께(11일) “올해 시행 중인 ‘저출생과 전쟁 시즌2’ 150개 핵심과제의 상반기 평균 추진율이 54% 수준”이라고 밝혔다. 올해 편성된 국·도비 예산 4485억원 중 58%인 2576억원을 집행한 결과다. 일선 시군에서는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2023년 1월,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북도는 매년 100~150여 개의 구체적인 과제를 선정해 이행과정을 타이트하게 점검해 나가고 있다. 이 과제들은 청춘남녀 만남에서부터 출산, 돌봄, 주거, 일‧생활 균형, 양성평등까지 전 생애를 아우르는 정책이다. 대표적인 사업은 ‘K 보듬 6000’이다. 아파트 1층 공간을 비롯해 기존 공동육아 나눔터, 어린이집 등을 유연하게 활용해 자정까지 운영하는 온종일 돌봄 시설을 만드는 사업이다. 현재 도내 12개 시·군에서 58곳을 운영하는 등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올해 처음 138쌍을 지원한 20대 신혼부부 100만원 혼수비용 지원사업도 인기다. 경북도가 주선하는 청춘남녀 만남 프로그램은 남성 경쟁률이 19대 1을 넘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어르신 일자리와 돌봄을 결합한 조부모 손자녀 돌봄 사업(480명 지원), 아픈 아이 긴급 돌봄센터(13곳), 일자리 편의점(161명 취업) 사업 등도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출생아수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3/4분기 경북도 합계출산율은 0.91명으로 2023년 0.86명보다 크게 상승했다. 경북도의 2024년 출생아 수는 1만467명으로 2023년 1만432명(군위 제외)보다 35명 증가했다. 2015년 이후 9년 연속 감소한 출생아 수가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된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경북도내 출생아 수는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전년 대비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여전히 수도권에 모든 국가자원이 몰리면서 비수도권 소멸 위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경북도의 저출생 극복 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2025-08-12

중대재해 극약처방, 후폭풍 감당할 수 있나

“모든 산재 사망 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직보하라.” 지난 9일 휴가에서 복귀한 이재명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처음으로 내린 지시 사항이다. 전날 경기 의정부 DL건설 아파트 공사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을 보고 받고 나온 주문이다. 건설현장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대통령이 직접 실시간 챙기겠다는 의미다. 중대 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고 공감이 간다. 소년공 생활을 겪어본 이 대통령에겐 산재 사고가 남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중대재해 사고 발생 건수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는 매일 2명 이상 산재 사고로 사망했다는 통계도 있다. 특히 건설업의 산재 사망률은 다른 업종은 물론 선진국에 비해서도 몇 배 높다. 대통령이 직접 나설 정도로 긴급대책이 필요한 상황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의 잇따른 공사현장 사망사고를 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책했다. 그 뒤 이 회사의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심정지 사고가 또 발생하자 “면허취소 등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 이후 건설업계는 산재 불안감으로 인해 공포 분위기에 휩싸여있다. 대구시내에서도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중인 아파트 건설현장 4곳이 중단된 상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부터 최고 경영자에게도 산재의 형사 책임을 묻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강경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 중이다. 그렇지만 이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중대재해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현장의 안전 불감증이 주요 산재 원인이겠지만 건설업계의 하도급 시스템, 외국인 근로자의 소통 문제, 고령 인력 등의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 특히 위험도가 높은 공사장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가 주로 배치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건설업계뿐 아니라 지난 2024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이상 모든 사업장에 확대 적용됨에 따라 대구·경북지역 영세기업들도 매일 초비상 상태다. 금형·주물업 등 대구시내 공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뿌리산업 사장들은 매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으로 근무한다고 한다. 뜨거운 쇳물이나 무거운 금속을 다루는 공정이 있는 업종이 많아 직원들이 잠시만 방심해도 산재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재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조선·철강·화학업종의 대기업 CEO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중대재해법상 형사처벌 근거가 되는 경영진 과실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의도를 가진 ‘고의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이 아니더라도 재해만 발생하면 대부분 경영진 과실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 중에는 만약 사고가 나서 사장이 구속되면 그날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자연적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계도 막연해진다. 극약처방만으로 산재사고를 막는 방법은 뿔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 /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2025-08-12

지방교육재정 안정을 위한 근본대책 나와야

지방교육재정은 일선 시도교육청이 교육환경 개선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일선학교를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교육청의 핵심예산이다. 재원은 내국세의 20.79%에 해당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지방자치단체 전입금, 기타 수입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지방교육재정이 내국세와 연동돼 있어 나라 살림이 어려우면 교육예산도 같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11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주최한 ‘지방교육재정의 현재와 미래’란 제목의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최근 3년간 세수 감소와 정책 변경 등으로 지방교육재정은 최소 20조원 이상 결손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국 교육현장은 필수적인 교육사업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는 예산 부족으로 하루에 두 번씩 교실 냉방을 중단하는 일도 있다는 사례도 언급이 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 정부 들어 고교 무상교육에 필요한 비용에 대해 국가지원을 연장하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의 계속된 감소 속에 교부금법이 연장된 것은 교육청의 재정난 해소에 다소 숨통을 틔워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래도 걱정인 것은 고교 무상교육의 정부 지원을 담은 교부금법의 개정이 2027년 말까지 3년으로 한정됐다는 것이다. 3년 후면 또다시 존폐여부를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는 것. 또 일각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해 교부금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지방교육재정을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강은희 전국 교육감협의회회장(대구시 교육감)은 “학령 인구가 줄었다고 해서 교육재정까지 줄이는 단순 논리는 위험하다”며 교육 재정의 안정적 확보와 공교육 본질을 지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하자고 제의했다. 지방교육재정은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투자가 된다. 공교육에 대한 투자는 사교육 수요를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또 저출산 문제와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공교육 재정을 갑자기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 교육재정의 안정을 위해 정부와 교육계 등이 공동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2025-08-12

“무더운 여름, 기력 회복엔 ‘염소탕’이 최고”

12일 농촌진흥청은 무더운 여름철 대표 복달임 음식으로 ‘염소탕’을 적극 추천하며, 염소 고기의 뛰어난 영양 가치와 집에서 손쉽게 만드는 조리법을 공개했다. 전통 의학서인 『동의보감』에도 염소 고기가 체력 보강과 피로 해소, 소화 기능 향상에 탁월하다고 기록돼 있다. 실제로 염소 고기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은 적어 건강한 고단백·저지방 식단을 선호하는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이다. 특히 칼슘과 철분이 풍부해 뼈 건강과 혈액 생성에 도움을 주며, 비타민 E와 B가 포함돼 있어 무더위에 지친 몸에 활력을 더한다. 농촌진흥청이 소개한 염소탕 조리법은 집에서도 간단히 따라 할 수 있어 여름철 건강식으로 손색이 없다. △재료: 염소고기 500g, 물 4L, 된장 20g, 맛술 15g, 월계수 잎 0.1∼0.2g, 소금 5g, 들깨가루 7g, 삶은 고사리 100g, 데친 배추 100g, 삶은 토란대 50g, 대파 35g, 고추 양념 △조리순서: 조리 순서 ① 염소고기를 차가운 물에 30분간 담가 핏물을 뺀 후 씻어준다. ② 냄비에 염소고기와 물을 넣는다. ③ 된장이 덩어리지지 않도록 체에 걸러 푼다. ④ 맛술과 월계수 잎을 넣고 삶는다. ⑤ 염소고기를 건져서 찢는다. ⑥ 육수가 맑아지도록 거즈나 거름망으로 걸러 준다. ⑦ 삶은 고사리, 데친 배추와, 삶은 토란대를 7∼8cm 길이로 썬다. ⑧ 대파를 0.3cm 길이로 어슷 썰기한다. ⑨ 육수에 썰은 고사리, 배추, 토란대, 대파와 고추 양념을 넣고 끓인다. ⑩ 소금과 들깨가루를 넣고 조금 더 끓인다. 요약하면 먼저 염소고기를 찬물에 담가 핏물을 제거한 후, 된장과 월계수 잎 등을 넣어 끓이면 깔끔한 육수가 완성된다. 여기에 삶은 고사리, 배추, 토란대, 대파, 고추 양념 등을 넣고 소금과 들깨가루로 간을 맞추면 깊고 고소한 맛의 염소탕이 완성된다. 염소 고기는 쇠고기처럼 등심, 목심 등 10개 부위로 나뉘며, 부드러운 고기 조직 덕분에 탕, 수육, 불고기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 가능하다. 강근호 국립축산과학원 축산푸드테크과장은 “염소 고기는 영양이 풍부하고 건강에 이로운 보양식으로, 앞으로도 안전하고 품질 좋은 염소 고기를 다양한 조리법으로 즐길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철 입맛 없고 기력이 떨어질 때, 영양 가득한 염소탕 한 그릇으로 건강을 챙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8-12

모병제 시대 올까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보다 병력 수를 늘리는 것이다. 전투원의 손실은 고려치 않고, 많은 전투원을 한곳으로 빠른 시간 안에 집결시켜 적의 방어벽을 무너뜨리는 것을 두고 인해전술(人海戰術)이라 부른다. 인구가 많은 중국이 한국전쟁 때 썼던 수법이다. 그러나 이젠 많은 군사를 동원하던 시대는 끝났다. 대량 살상무기의 개발로 인해전술은 오히려 병력 손실을 키울 위험한 전술로 꼽힌다. 현대전에 맞지 않다. 소총이나 칼을 무기로 싸우던 예전에나 통하던 전략이다. 군사 수를 앞세웠던 중국도 지금은 병력보다는 기술전략 중심으로 전술을 바꾸었다. 우리나라 국군 병력이 급격히 줄고 있다고 한다. 최근 6년 사이 11만 명이 줄었다. 최근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군의 병력 수는 45만명 수준이다. 이는 국방부가 실제 전투 수행 시 필요한 최소 병력 수 50만명보다 5만명이나 모자란다. 군 병력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저출산과 고령화가 직접적 원인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보면 군병력은 당분간 늘어나기가 어렵다. 군병력의 급격한 감소는 북한과 대치한 우리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특히 군 병력 감소로 사단급 이상 부대도 59곳(2006년)에서 42곳으로 크게 줄었다. 사단급 부대 한 군데가 줄면 인근 부대가 전력을 분담한다. 현실적으로 병력 배치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속도도 늦어진다. 전문가들은 군병력 감소에 대응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고 한다. 모병제 도입이 생각보다 빨리 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8-12

대구 수련병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시작

대구 지역 수련병원들이 12일부터 하반기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모집에 들어갔다. 경북대·영남대·계명대·대가대병원 등은 다음 달 1일 시작하는 하반기 수련에 맞춰 전공의 채용 공고를 게시하고 본격적인 모집 절차를 진행 중이다. 경북대병원은 레지던트 1년차 82명, 2~4년차 138명을 모집하며, 영남대병원은 인턴 47명과 레지던트 161명을 선발한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오는 21일까지 인턴 52명, 레지던트 184명을 모집하며, 합격자 발표는 27일 오후 6시 예정이다. 대가대병원은 인턴 36명, 1년차 레지던트 41명을 뽑고 있으며, 상급년차 채용도 시작했으나 인원은 비공개다. 전국 수련병원은 이달 29일까지 하반기 인턴과 레지던트를 선발하면 되며, 구체적인 일정은 병원별 자율에 따른다.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병원별 신청을 받아 공고한 모집인원은 인턴 3006명, 레지던트 1년차 3207명, 2∼4년차 레지던트 7285명 등 총 1만 3498명이다. 사직 전공의가 원래 근무하던 병원과 과목으로 복귀하는 경우 정원이 초과되더라도 절차에 따라 사후정원을 인정해 채용할 수 있다. 정부는 입영 대기 상태 전공의가 복귀할 경우 수련을 마친 뒤 입영할 수 있도록 최대한 조치할 방침이다. 대구의 한 전공의는 “정부가 ‘수련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조치를 마련했고, 더 이상의 투쟁은 무의미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상당수 전공의가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8-12

열광하는 팬이 시장을 흔들고 판을 바꾼다

최근 출간된 신간 ‘슈퍼팬의 시대’(페가수스)는 디지털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결합으로 탄생한 ‘슈퍼팬’이 콘텐츠와 브랜드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재편하는지 심층 분석한 책이다. 슈퍼팬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티스트나 콘텐츠와 최소 5개 이상의 접점(앨범 구매, 굿즈 수집, 콘서트 관람, SNS 소통, 뉴스레터 구독 등)을 유지하며 재정적·정서적 자원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집단이다. 엔터테크 분야 전문 뉴스미디어 & 스튜디오 ‘K-엔터테크허브’의 대표인 한정훈 저자는 BTS의 위버스부터 디즈니, 나이키, ‘오징어 게임’까지 실제 사례를 통해 슈퍼팬이 단순한 팬덤을 넘어 경제적·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음을 강조한다. 이들은 단순히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아티스트의 세계관에 몰입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위기 시에도 충성도 높은 지지를 보낸다. ‘슈퍼팬의 시대’는 “과거에는 최대한 많은 대중을 타깃으로 삼았다면, 이제는 소수의 열렬한 팬이 끝까지 밀어주는 콘텐츠가 더 오래 간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전 국민이 잠깐 즐기는 콘텐츠보다 특정 팬층이 반복 소비하는 콘텐츠가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슈퍼팬의 등장은 VR·AR·MR, 빅데이터, AI 등 첨단 기술이 엔터테인먼트와 융합된 ‘엔터테크’ 환경과 맞물려 있다. 유튜브나 틱톡 같은 플랫폼은 콘텐츠 완성도보다 사용자 반응을 실시간 분석해 노출 순위를 결정한다. 이 구조에서 승자는 한 번 보는 다수가 아닌 반복 시청하는 소수, 즉 슈퍼팬이다. 디즈니의 마블 유니버스가 팬들의 열광적 참여로 확장된 것처럼, 기술적 몰입도가 높은 콘텐츠는 슈퍼팬을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된다. 책은 디즈니, 메타, 하이브, SM 등 글로벌 기업이 슈퍼팬을 전략의 중심에 두는 방식을 조명한다. BTS와 위버스는 팬과의 직접 소통 플랫폼으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나이키 앱과 러닝 커뮤니티는 팬 경험을 브랜드 충성도로 연결한다. ‘오징어 게임’은 출연진의 패션 아이템부터 OST까지 팬들이 자발적으로 2차 창작물을 생성하며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한다. 특히 ‘슈퍼팬 이코노미’ 개념이 주목받는다. 불황에도 슈퍼팬은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이는 브랜드의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오징어 게임 시즌1 공개 후 반스 슬립온 운동화 판매량은 8000% 급증했고, 시즌2 삽입곡은 10억 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문화적 파급력을 입증했다. 저자는 “슈퍼팬은 단순한 팬덤이 아닌, 기술과 문화가 교차하는 시대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열정은 콘텐츠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기업은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얻는다. ‘슈퍼팬의 시대’는 이제 모든 산업이 팬 중심의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임을 경고하며, ‘누가 반복해서 보는가’가 미래의 핵심 질문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2

외교는 이념과 이해관계 넘어선 ‘문화·언어·정서충돌’ 고차방정식

신문사 정치부 기자로서 외교·안보 분야를 오래 취재하고 워싱턴·도쿄 특파원을 지낸 이하원 기자가 신간 ‘성공한 외교, 실패한 외교-이하원의 외교안보 막전막후’(박영사)를 출간했다. 30년 가까이 외교·안보 현장을 누비며 목격한 국제 관계의 이면을 담은 이 책은 화려한 공식 발표 뒤에 숨은 갈등과 오판, 인간적 드라마를 생생하게 전한다. 책은 한미·한중·한러 외교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과 대립, 남북 관계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사건 등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이정표로 꼽히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초안을 만든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전 외무성 사무차관이 들려준 뒷얘기를 통해 양국 관계의 미묘함을 느낄 수 있다. 외교 현장의 숨겨진 갈등과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을 경험하며 ‘외교안보 막전막후’ 연재와 저서를 통해 외교의 복잡성과 정치권의 문제를 고발했다. 책은 윤석열·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부터 문재인 정부의 대미·대일 외교, 한미 간 사드 갈등, 남북 관계까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외교 사건을 재조명한다. 특히 정치권이 외교를 사유화하고 전문가 의견을 배제하는 행태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외교는 이념과 이해관계를 넘어 문화·언어·정서가 충돌하는 고차 방정식”이라고 강조한다. 눈에 띄는 대목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1998년 방한 당시 일화다. 정상회담 직후 ‘섹스 스캔들’로 탄핵 위기의 클린턴이 동생과 호텔에서 밤새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뒷이야기는 세계 최고 권력자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한일 관계 개선의 상징적 사건인 김대중-오부치 선언 초안 작성 과정에서는 ‘사죄’를 뜻하는 일본어 ‘오와비’ 번역 방식을 둘러싼 양국 실무진의 신경전이 흥미롭게 묘사된다. 저자는 “외교부 공무원과 정치인, 해외 인사들의 복잡한 역학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결정들이 국가 운명을 좌우한다”며 “이 책이 독자들에게 외교의 복잡성을 체감하고 정책 결정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1대 대통령 취임 시점에 맞춰 출간된 이번 책은 새 정부에 ‘과거 외교 실패에서 교훈을 얻으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저자는 외교에는 늘 상대국이 있기 때문에 정책을 펼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며 그만큼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어떠한 경우에도 권력이 외교를 사유화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전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8-12

‘코로나’ 재유행 조짐 꿈틀… 입원환자 4주간 2배 ‘껑충’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타면서 8월 재유행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병원급 입원환자가 5주 연속 늘고 바이러스 검출률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고위험군과 취약시설 중심으로 즉각적인 방역 강화가 요구된다.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일까지 병원급 의료기관(221개소) 입원환자는 220명으로 최근 4주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상급종합병원(42개소)도 같은 기간 입원환자가 23명으로 4주 연속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이 전체 입원환자(3526명)의 60.0%(2114명)으로 가장 많고, 50~64세가 18.3%(647명), 19~49세가 9.6%(340명)의 순이었다. 상급종합병원급 의료기관(42개소)의 입원환자 수도 같은 기간 4주 연속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이 전체 입원환자(326명)의 52.5%(171명)으로 가장 많았다. 바이러스 활동 지표도 오름세다. 최근 1주간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률은 22.5%로 전주 대비 2.4%포인트 상승하며 4주 연속 증가했다. 하수 감시 결과에서도 바이러스 농도가 늘어나며 올해 26주차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이번 여름이 향후 유행 패턴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아 계명대 동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매년 특정 계절에 주기적으로 확산하는 패턴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향후 방역 전략에도 중요한 변수“라며 “올해 여름 유행 규모와 지속 기간을 보면 앞으로 계절성 감염병 처럼 여름·겨울에 정기적으로 재유행할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여름이 사실상 코로나19의 장기 유행 패턴을 판가름할 시험대”라고 전했다. 대구시의사회는 여름철 무더위와 휴가철로 인한 실내 활동 증가가 전파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은 “코로나19가 유행하던 가을·겨울에는 바이러스 감염들이 종류가 여러 개가 발생하는데 여름에는 다른 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하는 비율이 적어 되려 코로나19가 더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5·6월 동남아시아에서 심하게 발생해 한국도 7월에 심해질 것으로 우려했는데, 한국은 휴가철에 맞춰 늦게 유행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침·재채기 시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발열·인후통 증상이 있으면 즉시 진료를 받고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8-12

경북동해안 ‘제조·서비스업’ 혼조세 지속

경북동해안지역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혼조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수산업은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12일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발표한 ‘2025년 6월 경북동해안지역 실물경제동향’에 따르면 포항, 경주, 영덕, 울진, 울릉군 등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부문별로 조금씩 희비가 엇갈리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제조업은 일부 분야 엇갈린 흐름 포항 철강산업단지 생산액은 전년 동월 대비 4.5% 감소했으나,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조강 생산량은 기저효과 영향으로 26.7% 증가한 116만4000t을 기록했다. 전체 포스코 조강 생산량은 광양 제철소를 포함해 10.9% 늘어난 295만5000t에 달했다. 다만, 1차 금속과 석유화학 제품 생산은 각각 5.5%, 1.0% 줄어들어 일부 업종의 부진이 지속됐다. 경주 지역 자동차부품 생산은 SUV 차량 생산 증가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4.7% 증가했다. △서비스업은 지역별 차별화···관광객 유입은 증가 경주 보문단지의 숙박객 수는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 모두 감소하며 24.5% 줄었으나, 경북 동해안 전체 방문객 수는 4.4% 늘어나 대체 관광지의 방문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울릉도 관광객은 14.3% 감소했고, 포항 운하크루즈 탑승객 수 역시 소폭 줄었으나 운하 방문객은 전년 동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수산업은 생산량 큰 폭 감소, 생산액은 증가 수산물 생산량은 어류와 갑각류 생산이 각각 36.3%, 27.9% 줄어들며 생산량 전체로는 전년 동월 대비 28.1% 감소했다. 반면 연체동물 생산은 60.9% 증가하고 전체 수산물 생산액은 단가 상승 등으로 17.0% 늘었다. △수출·수입·소비는 하락, 투자 지표는 상승 경북 동해안 지역 수출은 7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9.8% 감소했다. 화학공업 제품과 철강금속 제품 수출이 각각 50.6%, 5.9% 줄었으나, 기계류 수출은 9.6% 증가해 일부 품목은 선전했다. 지역별로는 포항 수출이 23.6% 감소한 반면 경주는 자동차부품 등이 트럼프관세 발동 이전 조기 선적 등의 영향도 있어 0.6% 소폭 증가했다. 수입은 6억5000만 달러로 17.4% 줄었으며 광산물, 화학공업제품, 철강금속제품 등 대부분 품목에서 감소세가 뚜렷했다. 소비 측면에서는 포항과 경주 지역 주요 중대형 유통업체 판매액이 2.8% 줄었으며, 의복·신발 및 가전제품 판매 부진이 컸다. 다만 식료품 판매는 5.4% 증가했다. 자동차 등록 대수는 74.8% 급감해 내구재 소비 위축이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반면, 설비투자 지표인 자본재 수입액은 22.0% 증가했으며, 건축 착공 면적과 허가 면적도 각각 434.3%, 117.1% 늘어 건설투자 부문에서는 회복 조짐이 감지된다. 다만 제조업 설비투자 기대지수(BSI)는 전월 대비 하락했다. △부동산시장 동향 포항과 경주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각각 0.5%, 0.3% 하락했으며 전세가격도 0.4%씩 떨어졌다. 주택 매매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3.6% 감소해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 약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8-12

대구시·경북도 ‘5극 3특’ 공조 시동

이재명 정부가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과 균형 성장을 위해 ‘5극 3특’(5개의 초광역권, 3개의 특별자치도) 정책을 제시한 가운데 대구시와 경북도가 공동 전략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기획조정실장, 지방시대정책국, 경북연구원, 행정통합추진단, 대구정책연구원 등 관계자는 13일 오전 경북도청 사림실에서 ‘대구·경북 공동 협력 TF’를 구성하고, 공동 전략 과제를 논의한다. 기존 행정협력 기반과 공동 정책 수요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공동 전략을 준비하고, 새 정부 정책 기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공동 전략 과제는 4대 분야 21개이다. 초광역 SOC 분야는 대구경북신공항, 대구·경북 순환철도망, 동서횡단철도, 동서횡단고속도로, 달빛철도, 대구권광역철도(동남권 연결) 등 7개다. 미래전략산업 분야는 미래 모빌리티, AI(인공지능)반도체, 항공·방위, 이차전지, 바이오, AI로봇, 고부가가치 섬유산업 등 8개다. 문화관광권 개발 분야는 낙동강·금호강·백두대간, 포스트 APEC, K 콘텐츠 개발 및 초광역 관광그리드 구축 등 3개이고, 사회환경 분야는 인재양성, 저출생 극복, 탄소중립 등 3개이다. ‘대구·경북 공동 협력 TF’는 이날 협의를 통해 21개 공동 전략 과제를 15개 정도 수준으로 더 좁힐 예정이다. 한편 국정기획위는 13일 청와대에서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어 123대 국정과제와 12대 중점 전략과제 등을 발표한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12

AIDT·의대정원·특목고 이슈… 교육 현장 ‘요동’

올해 한 학기 만에 교육자료로 격하된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를 비롯해 의과대학 모집 정원 문제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존폐 위기에 놓인 특목고 등의 이슈로 교육 현장이 요동치고 있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AIDT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분류했다. AIDT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정책이다. 첨단 AI 기능을 활용해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다. 2023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AIDT는 촘촘한 정책 설계 없이 무리하게 진행되면서 교육현장의 반감을 사고 있다. 교육당국은 올해 1학기 AIDT를 도입할 목표였지만, 지난해 6월에야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1학기 개학을 앞둔 지난 3월 모든 학교 의무 도입이 아닌 1년간 자율 도입 방침이라는 다소 애매한 정책 추진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AIDT 검정 심사가 3개월 지연되면서 교사들이 수업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개학을 약 2주 앞둔 시점에서 AIDT가 교과서 지위를 박탈당해 교육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해졌다. 또 다른 문제는 ‘의대 모집 정원 증원’ 문제를 두고 교육당국이 대응 방침을 반복적으로 번복한 점이다. 지난해 초 정부가 의대 모집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졌다. 애초 정부는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을 때 2026학년도 의대 모집에 증원안을 유지하고, 학사 유연화는 없다는 엄격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정부는 의대생들이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할 정도’로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을 원점(3058명)으로 돌렸다. 또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지난달 12일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대위원장이 의대생 전원 복귀를 선언하며 의정 갈등이 급격한 ‘해빙 모드’를 맞자 교육부는 의대생의 2학기 복귀를 허용하는 방침을 내놨다. 외국어고등학교·국제고등학교·자율형사립고등학교에 대한 정부 방침도 교육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외고·국제고·자사고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했으나, 이후 윤석열 정부는 이를 ‘획일적인 평준화 정책’으로 규정하고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운영 근거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재개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발간한 공약집에 자사고와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 관련 정책을 담지는 않았다. 다만 이 대통령의 교육 정책을 설계하는 미래교육자치위원회가 자사고·외고 일괄 폐지를 제안한 바 있어 새 정부에서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가 재추진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정치 진영에 따라 지향하는 가치가 달라 대통령제 아래에서 교육 정책이 왔다 갔다 하는 부분은 있었다”면서도 “국교위가 정상화되면 교육계나 국민이 염려하는 정책들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손바닥 뒤집 듯 바뀔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8-12

동해안, 아열대성 해파리 대량 출현··· 휴가철 피서객 주의 당부

최근 동해안에 아열대성 소형 해파리인 푸른우산관해파리가 대량 출현해 여름 휴가철 피서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푸른우산관해파리는 지름 2~3㎝ 크기로 동전처럼 둥근 모양을 띤다. 지난 7월 중순 제주 해역에서 처음 관측된 뒤 전남·경남·부산·경북 등 남해안과 동해안 전역으로 확산해 대량 출현하고 있다. 이 해파리는 독성이 강한 편은 아니지만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 반응이나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 소방본부는 “바다에 입수할 때는 전신 수영복을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호기심으로 해파리를 직접 만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해파리에 쏘였을 때는 바닷물이나 식염수로 상처 부위를 씻어낸 뒤 남아 있는 촉수는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긁어 제거해야 한다. 이후 냉찜질로 통증을 완화하는 것이 좋다. 특히 수돗물이나 알코올로 세척하거나 상처 부위를 문지르거나 압박하는 행동은 금물이다. 최근 3년간 경북 지역에서는 해파리 쏘임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총 40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22년 15건, 2023년 4건, 2024년 21건이 보고됐다. 올해는 아직 공식 통계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푸른우산관해파리의 대량 유입으로 피해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소방본부는 전망했다. 박성열 경북도소방본부장은 “동해안에 해파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피서객들은 해파리 쏘임 사고에 경각심을 갖고 안전하게 여름 휴가를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12

‘열대어 재테크’ 뜬다… 쏠쏠한 ‘제2의 월급’

“취미로 키우던 물고기가 월급 봉투를 하나 더 만들어줬습니다” 포항시 남구에 거주하는 김정훈씨(32)는 2년 전 작은 어항 하나로 열대어 구피 사육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였다가 번식한 새끼를 판매하면서 월 50만~100만 원의 수익도 올린다. 김씨는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체계적으로 배우니 이제는 취미이자 부업이 됐다”며 “번식이 잘 되면 월급을 한 번 더 받는 기분”이라고 웃었다. 그는 어항을 늘리면서 사육 품종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열대어 재테크는 희귀하거나 인기 있는 품종을 정식 수입 절차를 거쳐 들여온 뒤 집에서 사육·번식해 분양하는 방식이다. 구피, 디스커스, 엔젤피시 등이 대표 품종이며, 일부 희귀 구피는 한 쌍 가격이 100만 원을 넘는다. 건강하게 관리하면 한 달에 1~2차례씩, 수십 마리의 새끼를 얻을 수 있어 수익성이 높다. 시장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네이버 카페 ‘홈다리 장터’는 약 15만 명이 활동하는 국내 최대 열대어·관상용 새우 거래 커뮤니티다. 회원 간 직거래 뿐 아니라 품종 정보, 사육 노하우, 질병 치료법 등이 활발히 공유된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네이버 밴드, 유튜브 채널에서도 매일 수백 건의 거래와 상담이 오간다. 강아지·고양이와 함께 3대 반려동물로 꼽히는 관상어 산업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인다. 해양수산부 ‘제2차 관상어산업 육성 종합계획’에 따르면 2014년 약 4100억 원 규모였던 관상어 산업 시장은 2020년 4873억 원가량으로 확대됐다. 저렴한 초기 비용과 유지비도 장점이다. 포항시 북구에서 수족관을 운영하는 A씨는 “가정에서 소규모로 열대어를 양식할 경우 수도·전기세와 사료값을 포함해도 월 5만 원 이상 지출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초기 투자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50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사육 환경이 불안정하면 질병으로 개체가 전멸할 수 있고, 거래 과정에서의 사기나 배송 중 폐사 같은 위험도 존재한다. 조규봉 한동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직장 외 시간과 에너지를 부수입 창출에 쓰는 경향이 강해졌고, SNS의 발달로 소비자 선호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 소규모라도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고 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초보자가 무리하게 고가 개체를 들였다가 질병으로 모두 잃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 충분한 사전 학습과 검증된 거래 상대 확보가 필수”라고 조언했다. 글·사진/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8-12

이번엔 밀실 행정?… ‘세계유산축전’ 또 잡음

2025 세계유산축전-경주역사유적지구’가 예산 투명성 논란<본지 11일·12일자 5면 보도>에 이어 최근 홍보지원단 위촉식을 하면서 경주시민과 시·도의원을 배제한 밀실 행정으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세계유산축전은 국가 유산 청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와 시비 등 총사업비만 30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행사다. 그러나 준비 과정에서 드러난 행정의 절차적 부실은 ‘시민의 축제’라는 명분을 무색케 하고 있다. 경주시는 지난 11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홍보지원단 위촉식’을 열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홍보지원단은 23개 읍·면·동 이·통장 협의회장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축전 기간인 10월 3일까지 온·오프라인 홍보와 현장 활동을 맡는다. 하지만 시·도의원들은 “위원 추천 절차도, 사전 협의도 없이 명단이 확정됐고 정작 행사 진행을 감시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시·도의원들은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축제의 존재를 알았다”고 주장했다. 또 “시민을 대표하는 지방의회가 행사 일정이나 구체적인 계획 조차 전달받지 못한 것은 단순한 소통 부재를 넘어 ‘밀실 행정’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국비가 포함된 대형 사업이라도 지방비 부담이 상당한 만큼 사업 방향과 집행 계획은 지역 사회와 공유하는 것이 기본이다”면서 “경주시는 지방의원은 물론 주민들과의 공개 논의 없이 주요 의사결정을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시·도의원들은 특히 “홍보지원단의 구성 방식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까지 낳고 있다”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사 기간이 10월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특정 인맥인 이·통장 중심의 조직이 대규모 홍보 활동을 벌이는 것은 선거에 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시민들은 “지금이라도 경주시는 지금이라도 행사 추진 과정을 전면 재점검하고, 구성과 의사결정의 절차를 공개해야 한다”면서“지금의 모습은 세계유산축전이 문화도시 경주의 명예를 높이기는 커녕 불통과 특혜의 그림자만 남길 우려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주시 관계자는“각계각층 대규모로 구성하는 것 보다 이·통장협의회장 요청으로 23개 읍·면·동 이·통장 협의회장 중심으로 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5-08-12

아파트 단지 물놀이터, 안전·위생 ‘사각’

대구 지역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단지 내 물놀이터가 큰 호응을 얻으면서 활성화 되고 있지만, 위생이나 안전 문제는 지금의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물놀이터는 고물가 시대에 집 앞에서 간편하게 물놀이를 즐길수 있다는 장점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요원이 배치하기는 하지만, 수십명의 아동을 동시에 지켜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또 비용 문제로 인해 아이들의 안전을 보호자에게 모두 떠넘기는 단지도 있어 안전사고 위험이 비교적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박세정씨(36· 대구 달서구)는 “최근 아파트 단지 물놀이장에서 아이들이 미끄럼틀에서 뛰어내리다가 서로 부딪혀 울고 불고 난리였다. 안전요원 한 명 없었다”면서 “규모가 크지 않은 물놀이장이다보니 아이들을 위해 부모들은 근처에서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데, 잠깐 눈 돌리면 금방 사고가 날 것 같아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강혜민씨(40·대구 북구)는 “하루 종일 애들이 뛰어노는 시설에 물 교체를 며칠에 한 번 하는지도 모르겠다. 오후 늦게 가면 물이 뿌옇게 변해 있다“며 ”한 번은 아이가 물놀이장을 다녀온 뒤 피부에 두드러기가 올라와서 바로 병원에 데려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단지 내 물놀이장에서 다쳐도 보상을 받기도 쉽지 않다. 익명 요구한 A씨(40·수성구 황금동)는 “예전에 아이가 물놀이장에서 발목을 다쳤는데, 관리사무소는 ‘본인 부주의’라고 하고, 대표회는 ‘우리 소관 아니다’라는 말만 했다”면서 “책임질 사람이 없으면 부모 입장에선 마음 놓고 보낼 수가 없다. 시설은 잘 만들었지만, 안전사고 처리 기준부터 먼저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물 놀이터 주변 주민들은 소음 문제도 제기했다. 권순국씨(55· 대구 남구)는 “아침 10시쯤부터 음악 틀고 물 쏟아지고 애들 소리가 계속 울린다. 주말엔 고함과 웃음소리가 저녁 6시까지 들린다“며 ”교대근무로 낮에 쉬는 날에는 창문을 닫고 쉬어야 한다. 창문을 닫아도 소리가 들려 힘들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아파트 단지 내 물놀이장은 환경부 ‘물놀이형 수경시설 운영·관리 가이드라인’에 따라 한 달에 두 차례 수질 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운영 및 관리는 각 구·군이 맡는다. 이에 대해 한 구청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 내 물놀이장은 여름철인 7~8월에만 한시적으로 운영된다”며 “쾌적하고 안전한 운영을 위해 안전수칙 준수 여부와 수질 관리 상태 등을 수시로 점검할 계획이다”고 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8-12

채신공단 폭발·화재 기업 지원책 총동원

영천시는 최근 발생한 영천첨단부품소재산업지구 대형 폭발 화재 사고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을 위해 긴급 지원책을 가동한다. 이번 사고로 산업지구 반경 400여m 내 공장들은 폭발 충격과 화재로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업체는 34곳이며, 일부 기업은 생산 중단과 납품 지연 등으로 존폐 위기에 처해있다. 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 운전자금 이차보전 우대지원, 공공폐수처리시설 원인자부담금 감면, 소규모 복구비 지원, 지방세 징수 및 세무조사 유예 등 ‘4대 긴급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운전자금 이차보전 지원 사업에서는 피해기업을 시 우대업체로 지정해 우대 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융자 한도는 최대 6억원, 이차보전은 연 5%까지 지원한다. 또한 중소벤처진흥공단, 경상북도 긴급경영안정자금 중복 지원도 허용해 자금난 해소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공공폐수처리시설 원인자부담금은 2개월간 월 부과금의 50%를 감면하며, 소규모 피해기업에는 최대 100만원의 복구비를 긴급 지원한다. 지방세 부담 완화를 위해 지방세 징수와 세무조사 유예도 신청받는다. 시는 본관 3층 기업유치과에 전담 창구를 설치해 피해 현황을 상시 파악하고 있으며, 상황총괄반을 구성해 휴일에도 비상근무를 통해 기업지원에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및 경상북도와 협력해 ‘재해 중소기업확인증’ 발급을 신속히 지원하고 있으며, 정부 지원 확대를 위해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중소기업특별지원지역’ 지정을 건의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단순한 화재를 넘어 영천 산업경제 전반을 뒤흔든 재난이다”며 “피해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행정·재정 자원을 총동원해 지역경제를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조규남기자 nam8319@kbmaeil.com

2025-08-12

군위군, 60세 이상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원

대구 군위군이 지역 지자체 중 최초로 6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며, 심한 통증과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예방접종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으로 꼽힌다. 군위군은 지난 3월 조례를 제정해 기초생활수급자뿐 아니라 60세 이상 전 주민을 지원 대상으로 결정했다. 5년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올해 1억 5000만 원의 예산으로 1400여 명에게 접종을 시행한다. 오는 18일부터 시행되는 이번 지원사업의 대상은 군위군에 1년 이상 거주한 60세 이상 주민으로, 생백신 접종 시 접종비 1만 9610원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특히 접종 효과가 높고 고가인 사백신 접종자에게도 생백신 비용에 해당하는 금액을 1회 현금으로 지원한다. 대구권 일반 병원의 대상포진 생백신 접종 비용이 평균 10만~15만 원에 달해, 이번 지원이 어려운 고령층의 경제적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접종은 위탁 의료기관에서 가능하며, 70세 이상은 8월 18일부터 31일까지, 70세 미만은 9월 1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다. 60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는 연령별 접종 기간과 관계없이 보건소·보건지소에서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 김진열 군위군수는 “어르신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대상포진 발병과 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취약계층 노인을 대상으로 한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원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경북 22개 시·군은 모두 조례를 제정해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접종비를 지원하고, 일부 지자체는 60세 이상 일반인까지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다. 반면 대구에서는 시와 달성군, 수성구, 중구가 조례를 마련했지만, 군위군을 제외하고는 아직 시행 중인 곳이 없다. 군위군의 이번 결정이 대구 내 다른 지자체들의 향후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상진기자 csj9662@kbmaeil.com

2025-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