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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농업인 재활센터 효자 노릇 톡톡

고령인구 비율과 농업 인구 비율이 높은 청도군이 장기간 노동과 노화로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농업인을 위해 재활센터를 운영해 큰 효과를 얻고 있다. 청도는 2024년 기준 고령인구 비율 44.3%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농업 인구 비율이 30.2%로 높은 편이다. 이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과 만성질환, 정신건강 문제 등을 겪는 고령 농업인이 증가하고 있어 재활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21년 12월, 보건복지부 공모사업에 선정되고 민선 8기 공약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는 청도군의 농업인 재활센터는 재활 전문 치료사가 단순한 생활체조를 넘어선 맞춤형 보살핌을 산동·산서·화양권역으로 구분해 제공하고 있다. 재활센터는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등 기초 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해 이를 바탕으로 만성질환 예방 교육과 개인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주 2회 정기적 운영되는 ‘운동 교실’은 농업 활동으로 인한 근육통, 관절통 완화와 낙상 예방을 위한 근력 강화 운동을 간단한 도구(폼롤러, 탄력 밴드 등)를 활용해 참여율이 높다. 또 내과·한의과 진료를 함께 운영해 주민들에게 체계적인 건강관리와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청도보건소 관계자는 “농업인 재활센터 운영 프로그램은 단순한 치료시설이 아니라, 지역 농업인의 일상 복귀를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치료와 운동, 정서적 지지를 함께 제공해 농업인의 자가 건강관리 능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농촌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고 전했다. 청도의 농업인 재활센터는 단순한 치료 공간을 넘어, 지역 농업인을 위한 복합적인 건강 안전망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5-08-25

울릉도 행남해안산책로 매년 통제···"낙석 위험 언제 사라질까"

울릉도 관광명소인 도동항 행남 해안산책로가 잦은 낙석과 시설물 붕괴 위험때문에 일부 구간이 폐쇄되면서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 산책로는 울릉읍 도동리와 저동리 해안을 연결하는 것으로 미국 CNN이 “한국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곳”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낙석에 따른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일부 구간이 통제됐다. 현재 행남 해안산책로 전체 1.9㎞ 중 저동항 촛대암~행남 소라계단 약 900m 구간과 도동항에서 행남등대 방향 500m 구간만 개방돼 있다. 나머지 500m는 낙석과 노후 교량 교체 문제로 여전히 막혀 있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은 도동 방향에서 진입했다가 다시 되돌아가거나, 저동 촛대암에서 들어갔다가 제자리에 되돌아와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짧은 일정으로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들 입장에서는 큰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관광객 이상복씨(70·대구)는 “산책로 전 구간이 연결돼 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며 “짧은 일정 탓에 결국 일부 구간만 걷다가 다른 한쪽의 절경은 구경하기를 포기해야 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행남 해안산책로는 우리나라 지질공원 1호로 지정된 곳이다. 2007년 국비와 도비 등 총 52억6400만 원을 들여 조성됐다. 총 길이는 915m이며, 이 가운데 해안 산책로는 358m이다. 그러나 낙석과 태풍 피해가 반복되며 명성에 제동이 걸렸다. 산책로는 바다 위 7개의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는데, 2018년 이후 일부 구간이 폐쇄되고 보수공사가 이어졌다. 울릉군은 안전 확보를 위해 60억 원을 투입해 보완공사를 진행, 2023년 7월 재개통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도동항~행남등대 구간에서 다시 낙석이 발생해 일부 구간이 통제되는 등 ‘산책로 수난사’가 계속되고 있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

2025-08-25

구미시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 43대 보급

구미시가 친환경 교통 체계 구축과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86억여 원을 투입해 수소승용차 전기버스 저상버스를 추가 보급한다. 이번에 보급되는 친환경 교통차량은 △수소승용차 14대 △저상버스 24대 △고상버스 2대 △전기버스 3대 등 모두 43대로 탄소중립 실현과 미세먼지 저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수소버스는 1시간 운행 시 516명이 마실 수 있는 양의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보급 사업은 대기오염 저감 효과가 큰 상용차 중심으로 추진된다. 수소버스는 저상(일렉시티FCEV) 3억 원, 고상(유니버스) 3억5천만 원을 정액 지원한다. 전기버스는 차종별 지원금이 다르므로 무공해차 통합누리집(ev.or.kr)에서 확인하면 된다. 수소승용차 ‘디 올 뉴 넥쏘’는 3250만 원의 정액 지원을 받을 수 있다. 1회 충전으로 최대 720km 주행이 가능하며, 무공해 차량으로서 공영주차장 할인, 통행료 감면 등 각종 혜택도 주어진다. 지원 대상은 접수일 기준 구미시에 연속해 3개월 이상 주소를 두고, 수소 또는 전기차를 신규 구매·등록한 개인, 개인사업자, 법인, 단체, 공공기관이다. 신청은 8월 25일부터 12월 12일까지이며, 구매 희망자는 자동차 제조·수입사(지점, 대리점)와 계약 후 보조금 신청서류를 작성하고 차량 대금에서 보조금을 제외한 금액을 납부하면 된다. 이후 제조·수입사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을 통해 구미시에 보조금을 신청·수령한다. 구미시는 충전 인프라도 강화하고 있다. 현재 경북 12개 수소충전소 중 4곳(옥계, 선기동, 공단동, 오태동)이 구미에 위치하며, 특히 선기동 액화수소충전소는 버스 차고지 인근에서 하루 평균 40대 시내버스를 전용으로 충전해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친환경차 보급과 안정적인 충전 인프라 확충에 최선을 다해 탄소중립과 대기환경 개선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타 문의는 구미시청 환경정책과(054-480-5252).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

2025-08-25

제3회 문경트롯가요제 - ‘관상타령’ 열창한 장현욱씨 대상

문경시 영강체육공원에서 23일 열린 ‘제3회 문경트롯가요제’ 본선에는 6000여 명이 넘는 관객이 모여 트롯 열기로 물들였다. 올해 가요제에는 전국에서 731팀이 참가해 치열한 예선을 거쳐 최종 11팀이 본선 무대에 올랐다. 대상의 영예는 ‘관상타령’을 열창한 장현욱(경기) 씨에게 돌아갔으며, 상금 3천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이어 △금상 김현진(부산) △은상 신현지(서울) △동상 송권웅(서울) △인기상 장혜진(문경)이 수상했다. 특히 대상 수상자인 장현욱 씨는 ‘조약돌사랑’의 원곡 가수 고(故) 장민 씨의 아들로, 아버지를 잇는 음악적 재능을 보여 자신만의 색깔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인기상 수상자인 장혜진 양은 점촌초등학교 재학생으로 짧은 활동에도 탁월한 가창력을 뽐내며 차세대 트롯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축하공연은 지난해 대상 수상자 윤진우와 인기상 수상자이자 문경홍보대사 윤윤서, ‘현역가왕’ 우승자 전유진, 트롯 스타 박지현 등이 무대를 장식했다. 팬클럽의 열띤 응원으로 현장은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또한 참가자 합동 무대와 지역 특산품 판매 부스 운영, 현장에서 진행된 모바일 투표 이벤트(참여자 1100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함께 펼쳐져 관람객들에게 즐거움과 문경의 매력을 동시에 선사했다. 신현국 시장은 “문경트롯가요제는 이제 경연을 넘어 전국이 주목하는 문화축제로 자리 잡았다”며 “앞으로도 명품 가요제로 발전시켜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3회 문경트롯가요제 본선 무대는 오는 9월 6일 안동MBC 특별 방송으로 방영된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08-25

백두대간수목원서 ‘외씨버선길 봉화 함께걷기’

사단법인 경북북부연구원이 주관하고 봉화군·영양군·청송군·영월군이 공동 후원하는 ‘2025 외씨버선길 봉화 함께걷기 행사’가 오는 10월 12일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일원에서 열린다. 외씨버선길은 청송·영양·봉화·영월 등 우리나라 대표 청정지역을 연결하는 총 연장 246km의 도보길이다. 인접한 4개 군의 상생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조성됐다. 지난해부터는 각 지역 축제와 연계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걷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행사 역시 백두대간수목원에서 열리는 ‘백두대간 봉자페스티벌(봉화 자생꽃 축제)’과 동시에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숲길을 걸으며 평소 접하기 힘든 자생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로컬푸드존, 다양한 버스킹 무대, 호랑이 생태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걷기 코스는 외씨버선길 춘양목솔향기길 11구간을 활용하며 △롱코스(14km) △숏코스(7.2km) 두 종목으로 운영된다. 모집 인원은 선착순 300명이며, 참가비는 1인당 1만 원이다. 완주자에게는 기념 뱃지와 봉화사랑상품권 5천 원권이 제공된다. 참가 신청은 외씨버선길 공식 누리집(www.beosun.com)에서 가능하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봉화의 숲길을 걸으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바란다”며, “이번 행사가 지역 관광 활성화와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5-08-25

韓·美간 원자력협정 공식 개정 논의할까

일본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일본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이동했다. 양국 간 현안이 쌓여 있는 만큼 미국행 비행기에서 이 대통령의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에 도착해 동포 만찬 간담회로 방미 일정을 시작했다. 25일 오전에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정상회담에 이어 오찬으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본격 회담에 앞서 양국 언론을 상대로 한 약식 질의응답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서는 지난달 말 타결된 관세협상의 세부 협의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논의 개시를 공식화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파악돼 주목받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범위와 권리·의무 등을 규정한 것이다. 지난 2015년 41년 만에 개정된 현행 협정은 2035년까지 유효하기에 시한 만료 임박에 따른 개정 협상의 시기는 아니지만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개정에 의지를 보여왔다. 한국 측이 원하는 협정 개정 방향은 결국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역량 확보를 통해 ‘핵연료 주기’를 완성하는 것이다. 현재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한국은 미국 동의를 얻어야만 20% 미만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으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하지 않게끔 돼 있다. 25일 오후에는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과 미국 재계 인사들이 함께하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가 열린다. 이후 이 대통령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정책연설 및 만찬 간담회에도 참석한다. 순방 마지막 날인 26일 오전에는 알링턴 국립묘지 헌화를 시작으로 필라델피아로 이동, 서재필 기념관을 찾는다. 이어 미측 고위 관계자와 함께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를 둘러보며 3박 6일간의 한·미 순방 일정을 마무리한다. 한편,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24일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했다. 통상 대통령이 출국 중일 때 비서실장은 국내에 남아 국정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비서실장의 별도 출국은 매우 이례적이다. 강 실장의 순방단 합류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 대통령실 ‘3실장’이 모두 대통령실을 비우게 됐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8-24

한·일 정상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 협력”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일한의원연맹 소속 일본 측 정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끝으로 일본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오전 도쿄에서 재일교포들과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오후에는 총리 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양국이 협력을 늘려가자는 데에 뜻을 모았다. 이날 2시간여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열린 만찬에서는 이통령의 고향인 안동을 대표하는 안동소주와 안동 찜닭이 나와 일본이 이 대통령을 각별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미국발 통상질서 개편, 북러 밀착 움직임 등 경제·안보 분야를 막론하고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한일 관계 발전이 한미일 협력을 견인하는 선순환을 통해 공동 대응하자는 데도 뜻을 함께 했다. 양 정상은 또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일본이 의장국을 맡은 한일중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양자 외교 첫 방문국으로 일본을 택한 데 대해 “매우 마음이 든든하다. 안정적인 한일관계 발전은 양국의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의 이익이 된다”면서 “일본, 한국, 미국의 협력 강화는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 대해 이 대통령과 인식을 공유하고 있어 대단히 기쁘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면 경험을 이재명 대통령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회담의 상당 시간을 대미 관계, 관세 협상 등에 할애했다”며 “이시바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 경험이나 그동안 느낀 점을 도움말 형태로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을 계기로 양국 정상의 셔틀외교가 재개된 것으로, 이는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 후 한일 관계가 정상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셔틀 외교가 한일 외교의 새로운 모델로 정착되기를 바란다. 이시바 총리가 다음번 셔틀 외교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서울이 아닌 대한민국의 지방에서 뵀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시바 총리도 “앞으로 아주 좋은 형태로 셔틀 외교가 실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회담 후에는 양 정상이 분야별 협력의 구체적 방향을 담은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공동 언론 발표문에서 “양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 정책에 있어 양국 간 협력을 지속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가 충실히 이행되도록 국제 사회와 협력을 지속해야 함을 확인했다”며 “러·북 간 군사협력 심화에 함께 대처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고 전했다. 경제 분야에선 수소·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집중, 농업, 재난안전 등 양국이 직면한 공통 과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당국 간 협의체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발표문을 낸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4월 이후 17년 만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회담에서 이례적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 정상 발표문에는 “이시바 총리는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회담에서 언급했다”는 문구가 담겼다. 다만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 일본 수산물 수입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일본·미국 순방에 동행 중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3일 일본 도쿄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셔틀외교를 조기에 복원했다”며 “우리가 일본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에 대해 미국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8-24

‘노란봉투법’ 민주당 주도 국회 본회의 통과

노조법 개정안인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2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의원 186명 중 찬성 183명, 반대 3명으로 가결된 이번 법안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전날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표결이 미뤄졌고, 필리버스터 종료 후 진행된 표결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했다. 민주당과 진보 성향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졌고 개혁신당 소속 의원들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법안의 핵심은 사용자의 정의를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해 하청 노동자도 원청과의 교섭권을 확보할 수 있게 한 점과,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점이다. 이날 본회의 방청석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법안 처리 과정을 지켜봤다. 여야는 이날 노란봉투법 통과에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민주당 박지혜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에 생존을 위협받아온 노동자들이 일상을 되찾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라며 “이번 개정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의 노동기본권 보장 수준을 개선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 원청과 협력회사가 함께 구축해온 건강한 협력 생태계를 혼란과 분쟁의 장으로 만든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노사 갈등과 진영 대결로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표결 직후 2차 상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 개정안은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기업에 집중투표제 시행을 의무화하고 분리 선출 감사위원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하며 필리버스터에 돌입했으며, 민주당은 24시간이 지난 25일 오전 필리버스터를 종료한 뒤 2차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8-24

‘찬탄’ 전멸… 국힘 黨心 ‘반탄’으로 결집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장동혁 두 후보가 결선에 진출하면서 사실상 ‘반탄(탄핵 반대)’ 지도부 출범이 확정됐다. 이번 전대에서는 대구·경북(TK) 당원들의 결집력이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며, 남은 결선에서도 TK 핵심 당원들의 표심이 누구에게도 향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김 후보는 본선에서 강성 보수층을 결집하는 데 주력했으나 결선에서는 전략을 유연하게 전환했다. 찬탄 진영이었던 안철수·조경태 후보와의 연쇄 접촉을 통해 친한(친한동훈)계와의 연대에도 나서는 모습이다.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최악을 피하게 해달라”며 당원들의 결선 투표 참여를 독려했는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를 우회적으로 지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전날 TV 토론에서 한 전 대표와 전한길 씨 중 한 전 대표를 내년 총선에 공천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연대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반면 장동혁 후보는 전략 변경 없이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찬탄파에 대해 “당의 에너지를 떨어뜨리는 분들과 함께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강경한 보수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당내 무조건 통합’에 반대하며 윤 전 대통령의 지지층과 당내 강성 당원을 중심으로 세를 넓혀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결선에서 ‘친한계’의 표심이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찬탄계가 탈락하면서 중도 보수층의 표심이 한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커졌고, 이들이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됐다. 김 후보가 이를 흡수하는 데 성공한다면 여론조사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대로 투표율이 낮아질 경우 조직력에 기반한 장 후보에게 유리한 흐름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TK 지역 당원들의 표심 역시 핵심 변수로 꼽힌다. 국민의힘 전체 당원의 20% 이상인 TK 당원은 높은 투표율과 결집력으로 전당대회 판세를 주도했다. 최고위원과 청년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TK 출신 신동욱·김재원 후보, 그리고 대구 북갑이 지역구인 우재준 의원이 당선되면서 이 지역 정치권의 영향력이 재확인됐다. 영천 출신인 김 후보는 TK 표심을 잡기 위해 지역 내 인지도를 바탕으로 ‘통합 행보’에 주력하는 모습이고, 장 후보는 ‘강경 투쟁’ 기조를 유지하며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TK 당원층의 정서에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24~25일 이틀간 책임당원 모바일·ARS 투표 80%, 일반 국민 여론조사 20%를 합산해 당 대표를 선출하며, 내일(26일) 국회도서관에서 최종 당선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8-24

정권만 잡으면 면죄부를 쥐게 되나

우상호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치인 사면으로 가장 피해를 본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사면 이후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데 대한 해명이다. 기세 좋던 지지율이 눈에 띄게 꺾이니 ‘피해자’라고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사면의 피해자라니 어불성설이다. 정치는 권한과 책임이다. 권한이 있는 만큼 책임을 진다. 이 대통령이 누군가의 협박을 받아 통치행위를 했어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이 오롯이 이 대통령 몫일 수밖에 없다. 권력을 누구나 원하고, 부러워하지만, 그 책임을 나눌 수는 없다. 권력이 크면 클수록 책임이 커진다. 대통령의 책임이란 무한대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피해자라니…. 우 실장은 “대통령 임기 중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사면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정무적 판단을 먼저 했다”라면서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취임 초에 하는 것이, 한다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해서 사면을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조 전 대표는 형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가석방 요건도 안 된다.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의 근거를 알 수 없다. 굳이 곧바로 꺼내주려고 결심한 이유도 알 수 없다. 그러니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나온다. 우 실장은 사면하면 국정 지지율이 4~5% 하락할 것이란 대통령실 내부 보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면했다는 것이다. “무슨 이익을 보기 위해 (조 전 대표를) 사면한 게 아니고, 피할 수 없다면 사면할 수밖에 없다고 해서 (이 대통령이) 고뇌 어린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더 떨어졌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2주만에 12.2%P가 추락했다.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건 무슨 뜻인가. 국민 여론은 사면을 반대한다는 말이다. NBS조사에서 조 전 대표 사면에 대해 부정 의견이 54%로 긍정 평가(38%)보다 16%정도 높았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부정평가의 첫 번째 이유로 특별사면(21%)를 꼽았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 뜻을 거스 른 ‘결단’이 무슨 영웅적 ‘고뇌’이고, ‘희생’인지 공감할 수가 없다. 사면은 사실 지극히 예외적인 조치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삼권은 서로 존중하며 분립한다. 사법부의 결정을 뒤집기 위해서는 충분히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실은 국민통합과 민생 회복을 내세웠다. 그러나 사면 명단을 보고도 이런 명분에 공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사면 제도는 정치보복을 해소하고, 억압과 차별을 해소한다는 왕의 자비다. 왕은 관대함으로 존경받고, 정치적 반대자까지 왕의 통치에 복종하게 만들었다. 이번 사면에도 야당 정치인을 포함했다. 그렇지만 누가 봐도 들러리다. 더군다나 청탁 사실이 노출되면서 야당의 반대 목소리마저 군색하게 됐다. 이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은 배제했다지만 누가 믿겠는가. 같은 진영에 대한 대폭 사면은 정치적 관용과는 거리가 멀다. 조국 전 대표, 윤미향·최강욱 전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등을 풀어주는 게 국민 화합에 도움이 될까. 이들은 본인들의 행동을 반성하지 않는다. 일반 시민이면 잡범 취급당하며 형기를 채워야 했을 범죄를 정치 탄압이라고 포장한다. 오히려 개선장군인 양한다. 죄를 지어도 권력만 쥐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전통을 만드는 꼴이다. 이 대통령도 야당 시절 “국민 통합에 저해되는 특혜 사면은 전면 철회돼야 한다”라고 주장했었다. 이 정부는 검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정치적으로 편향된 표적 수사로 몰았다. 검찰도 정치권에 줄을 서는 잘못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검찰도, 경찰도, 심지어 법원까지 신뢰가 무너졌다. 재판을 받아도 사법 정의를 믿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정의는 법이 아니라, 권력을 쥐고, 목소리가 큰 사람이 차지한다. 재판이 아니라 권력만 잡으면 무죄가 되는 전통을 만들면 정의가 설 땅이 없다. 결국 가진 것 없는 사람만 감옥에 남고, 권력 있고, 돈 있는 사람은 죄를 지어도 큰소리치게 된다. 대통령만 되면 수백 명, 수천 명의 재판을 무효로 만들고, 같은 패거리 정치인을 모두 풀어주는 이런 사면을 언제까지 계속 해야하나.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08-24

가슴 울리는 ‘골 때리는 그녀들’

챙겨 보는 TV프로그램이 딱 하나 있다. SBS에서 방영중인 ‘골 때리는 그녀들’이다. ‘골때녀’라고도 부르는 이 프로그램은 2021년 6월부터 현재까지 방영중인 축구 예능이다. 여성 출연진들이 팀을 이루어 축구(엄밀히 말하면 풋살에 가까운)경기를 펼치는데 보통 한 주에 한 경기씩 방영 해 주곤 한다. 한 팀에 6명씩 등장 예정인 팀을 포함하여 11팀이 등장하며 각각의 팀은 국가대표팀 출신 전직 축구선수들이 감독을 맡아 이끈다. 나는 요즘 방영하는 그 어떤 TV쇼보다 이 프로그램에 더 열광하고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각각의 출연자들을 ‘선수’라고 일컫는다. 합당하지 않은 표현일 수 있다. 출연자들 중에는 ‘구척장신’팀의 허경희, ‘국대패밀리’팀의 박하얀, ‘액셔니스타’팀의 정혜인과 박지안, ‘원더우먼’팀의 마시마 유 같은 에이스들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동호인인 그들을 엘리트 선수들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선수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그다지 민망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들이 축구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 이 ‘선수’들은 본인들이 정말로 선수인 것처럼 축구에 미쳐있는 것 같다. 훈련이 많은 팀은 거의 한 달 내내 모여서 훈련을 한다고 하고, 경기시간 동안 이들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어깨를 부딪치고 몸을 날린다. 무릎이 깨지고 얼굴에 멍이 들고 코피가 나도 이들은 이내 털고 일어나 그라운드를 누빈다. 아깝게 골을 놓치면 월드컵 16강이 걸린 경기에서 골 포스트를 맞추는 슛을 때린 양 분개하고, 골을 넣으면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골을 넣은 듯 진심으로 환호를 한다. 모두가 이렇게 축구에 진심인데, 선수라는 호칭 좀 붙여주는 일에 굳이 인색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전원 모델로 구성된 구척장신 팀의 주장이자 스트라이커인 이현이. 어느덧 불혹을 넘은 그는 프로그램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함께 하고 있는, 골때녀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는 출연자다. 지금이야 출연자들의 전체적인 실력이 매우 향상되어 있지만, 프로그램 초창기에는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초보 수준의 축구 실력을 지니고 있었고 이현이 역시 그들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무섭게 성장하더니 지금은 다른 모든 팀들이 두려워하는 공격수가 되어 있다. 그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누구보다 뜨거운 선수이기 때문이다. 큰 눈을 희번덕거리며 긴 다리로 경기장을 겅중겅중 누비는 그의 모습은 가끔 감탄을 넘어서 애처로움마저 자아내곤 한다. 다리에 쥐가 나면 주먹으로 내리치며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고 모두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 보이면 크게 소리치며 팀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곤 한다. 이기면 누구보다 뜨겁게 기뻐하고 지면 누구보다 서럽게 눈물을 흘린다. 그런 모습을 보며 그가 샤넬, 구찌, 에르메스 등의 패션쇼에 등장하던 탑모델이라는 사실이나, 두 아이를 기르고 있는 엄마라는 사실을 기억해내기는 쉽지 않다. 그보다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각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가장 뜨거운 가슴으로 뛰어들었던 어느 순간을 떠올리게 만든다. 나 역시 그의 땀과 눈물을 보면 시인을 꿈꾸며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다 머리를 쥐어뜯던 어느 밤과 밤새 합주를 하다가 손끝과 기타 줄에 맺힌 피를 닦아내던 어느 새벽의 감각이 떠오르곤 한다. 개개인의 열정 외에도 내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것은 그들의 동료애다. 지난 주에는 ‘월드클라쓰’ 팀과 ‘개벤져스’ 팀의 경기가 방영되었다. 이 경기에서 진 팀은 당분간 리그에서 퇴출되어 경기를 뛸 수 없게 되는 것이었는데 분전 끝에 ‘개벤져스’가 김혜선의 승부차기 실축으로 패배했다. 팀에서 가장 열심히 뛰었던 김혜선은 경기가 끝나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지 져서 분했기 때문이 아니라 팀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임이 분명했다. 동료들은 패배로 쓰린 자신의 마음을 챙기기보다는 먼저 김혜선을 끌어안고 어떻게든 위로하기 위해 애썼다. 그 모습을 보며, 주로 개인 작업에 골몰하곤 하는 내가 한때 밴드 동료들과 웃고 울던 시절이 떠올랐다. 함께 웃고 울어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이 조금 부럽기도 했다. 누군가의 뜨거웠던 어떤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가슴에 잠들어있던 어떤 마음을 다시 깨워내는 것은 모든 문학과 음악의 꿈인지도 모른다. 그것을 그들은 공 차는 행위를 통해 매주 해내고 있다. 그들은 매주 내게 한 주 동안 필요한 만큼의 도파민과 어떤 문학과 음악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의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몸과 마음을 다치지 않고 오랫동안 뜨거운 경기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강백수(시인)

2025-08-24

낭만 끝에 마감

소설 쓰신다고요? 낭만 있네요. 최근 어떤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업무를 하면서 늘 문장을 다루고 글을 읽고 쓰는 사람들 사이에만 있다 보니 작가라는 직업이 대단할 것 없이 느껴졌는데, 전혀 다른 업에 종사하는 그에게는 글 쓰는 직업이 신비로운 일처럼 다가온 모양이었다. 어느덧 일상의 지루한 노동이 된 글쓰기가 누군가에게는 낭만의 영역으로 다가갔다는 것이 흥미로우면서도 묘한 슬픔이 함께 밀려왔다. 상념은 나를 교실 속으로 데려간다. 일주일에 두 번 강의를 나가는 예술고등학교에서 나는 지금 고3 수험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언젠가 보았던 푸릇푸릇한 아이들의 두 눈. 작가가 되겠다던 열망으로 반짝이던 눈빛이 원고지와 씨름하는 나날 속에서 묘하게 흐릿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가끔 수족관에 갇힌 물고기의 눈빛처럼 공허하게 번져 보이기도 하는데, 그 속에서 나는 이 아이들이 낭만 대신 지루함과 지난함을 먼저 배워가고 있음을 확인한다. 그 마음, 왜 모르겠는가. 부딪치고 또 부딪쳐도 영영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벽 앞에 서 있는 기분. 소설 쓰기는 쉽게 열리지 않는 문과 같고 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채 좌절하게 순간은 새삼스럽지 않다. 아무리 두드려도 열릴 기미가 없는 문 앞에 놓인 무력감. 어쩌면 글쓰기의 본질은 영영 끝나지 않는다는 감각에 있을지도 모른다. 학생들은 창작 이론 대신 백지와의 눈싸움을 더 빨리 습득해 버렸다. 온종일 문장과 씨름하다가 책상 위로 풀썩 쓰러지는 것은 기본. 연필을 빙글빙글 돌리며 손톱을 잘근잘근 씹기도 하고 가끔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를 뿜어 내기도 한다. 내게 획기적인 방법을 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참 난감하다. 마치 일부러 비기를 숨기고 일부러 제자를 괴롭히는 스승이 된 것 같다. 그러나 더 좋은 소설을 쓰는 방법은 계속해서 읽고 책상 앞에 앉아 고민하는 것뿐인 걸. 지루함을 견디고 한 줄을 써내는 힘. 그것이 내가 아는 유일한 창작 기술이다. 만일 그날 그에게 소설을 쓰는 과정에 관하여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삶과 예술에 관한 심도 있는 토론을 이어갔을지도 모른다. 아쉬움을 달래보자면 이렇다.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는 것으로 글쓰기는 시작된다. 멀리서 봤을 때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처럼 보여도 수많은 단어가 머릿속에서 서로 치고받는 중이다. 마침내 그중 하나를 골라 쓰면 곧바로 후회가 따라붙는다. 필연적으로 다시 지우고 고치기를 반복. 한 문장을 고르기 위해 열 문장을 버려야 하고 가끔은 쓴 걸 모조리 날려버리고 처음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끝없이 반복되는 선택과 후회의 굴레 속에서 결국 남는 건 단 한 줄의 문장이다. 어린 시절 내가 상상한 소설가는 경쾌한 손가락의 움직임을 가졌더랬다. 건반을 두드리듯 빠른 속도로 소설 한 편이 완성되는 줄 알았다. 그러니까 내가 상상했던 삼십 대의 모습이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듯, 작가가 된 내 모습 역시 맞춤법조차 헷갈리는 허술함으로 가득하다. 그런 나 자신을 미덥지 않아 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그 허술함이 내 글의 출발점이 된다.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을 이어가며 허공에 대고 말을 걸듯 문장을 적어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른 새벽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는, 불 꺼진 방에서 키보드를 타닥타닥 치는 모습은 분명 누추한 이미지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그 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어떤 희열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언제나 글쓰기는 손익 계산의 바깥에서 작동한다. 수익과 손해로 따져 보자면 낭비의 극치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현대 사회에서 시간은 곧 돈이고 돈은 곧 생존이니까. 굳이 한 문장에 몇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이라니. 주식이라면 진즉 손절하고도 남았어야 옳다. 그러나 글쓰기는 그런 계산법이 통하지 않는다. 더딘 성과를 받아 들여야 하는 노동. 쓸모없는 것들의 총체. 그리고 그 무용함 속에 인생의 쓸모를 발견하는 시선. 이런 점에서 쓰는 행위는 정말 낭만과 맞닿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함을 기꺼이 껴안고 책상 앞에 앉는 마음. 그러한 집념 자체가 곧 낭만일 수도 있겠다. 낭만 혹은 지루한 노동. 둘 중 무엇으로 명명하든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분명한 건 낭만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마감조차 반짝여 보인다는 점이다. 사실 그가 그러한 대사를 내뱉는 순간 어찌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날 나는 웃음으로 답하며 속으로 생각했었지. 아, 이번 주 칼럼은 이걸로 쓰면 되겠다! /문은강(소설가)

2025-08-24

포항수영장도 인분 테러?··· 여자탈의실서 인분 발견

포항시 남구 대도동 포항수영장 여자탈의실에서 인분이 발견돼 회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달 영주실내수영장 물 속에서 10일 간격으로 인분 덩어리가 발견된 적이 있어서 불안감은 더 커진다. 24일 포항수영장 회원과 포항시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22일 오전 6시 12분쯤 회원 3명이 여자탈의실에서 인분을 발견해 신고했다. 현장에 있던 공단 환경미화원과 수영장 직원이 출동해 곧바로 제거했다.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탈의실 외부로 인분이 흘러나온 흔적은 없었다. 샤워실과 수영장 내부에 대한 정밀 확인작업과 수질 검사에서도 인분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선제적인 수질관리를 위해 전체 수영장 물의 30%를 교체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회원들 사이에서 “물속에서 인분이 나왔다”라는 소문이 계속 돌았고, 공단은 단체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렸다. 공단 측은 “24시간 가동되는 여과기 8대와 천연소금 소독기 2대 등을 통해 위생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공단 관계자는 “소문이 부풀려지기 전에 시간대 별로 내용이 정리된 단체 문자 등을 통해 회원들을 안심시키기고 있다"라면서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더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8-24

고용·산재보험 과납 보험료 청구

<문> 고용·산재보험 과납 보험료 반환 신청이 가능하다는데, 과납 보험료는 왜 발생하나요? <답> 과납 보험료는 근로자 자격·보수 변동에 따른 보험료 정산, 보험요율 정정 등에 따른 보험료 재산정, 사업주 착오 납부 등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문> 신청을 하면 과납 보험료를 전액 반환받을 수 있나요? <답> 과납 보험료가 발생한 경우 근로복지공단은 법률에서 정하는 순위에 따라 보험료 등에 우선 충당 후 나머지 금액이 있으면 사업주에게 반환결정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그 금액을 사업주에게 지급합니다. <문> 과납 보험료 반환 청구 방법이 궁금합니다. <답> ‘사업장 거래은행 계좌번호 개설신고서’를 작성한 후 통장사본과 함께 제출(방문, 우편, 팩스)하면 되는데, 과납 보험료가 100만원 미만인 경우는 전화로도 신청이 가능(폐업 법인 등은 불가능)하며, 또한,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나 ‘정부24’를 통한 온라인 신청도 가능합니다. <문> 온라인 신청 방법을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답>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total.comwel.or.kr)에서 ‘보험료 정보조회 → 보험료 과납내역조회’ 메뉴를 통해 확인·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때 공인인증서로 회원가입 후 로그인해야 합니다. 또한 정부24(www.gov.kr) 홈페이지에서도 ‘민원서비스 → 미환급금 찾기’ 메뉴에서 공인인증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조회 및 신청이 가능합니다. 기타 문의사항이 있을 경우 콜센터(1588-0075) 또는 관할 근로복지공단 가입지원부(054-288-5190)로 문의하시면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

2025-08-24

“악마가 아무리 검다 해도”

학창 시절 나와의 주먹질에서 패배했던 친구가 차에 치여 죽었을 때 난 알았다 내가 진 것이었다 상갓집에서 육개장을 앞에 놓고 맥없이 젓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눌러도 고개를 드는 오래된 죄책감에 대해 누구에게 말 한마디 못 하고 혼자 미안해하다 다시 영정 사진을 올려다봤다 속엣말로 미안하다고 사실은 내가 졌다고 독한 척했던 내가 사실은 더 겁쟁이였다고 아직 앳된 상주의 어깨를 다독이며 상갓집을 걸어 나오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절대적으로 흘러가버린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때 그 친구의 얼굴 표정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득의양양한 나를 올려다보던 그 영양의 눈빛 그날 나는 사악했다 상갓집을 나와 걷는 길 등 뒤에서 찬바람이 오고 기억들이 폐지처럼 몰려날아다니고 있었다 ―허연, ‘패배’ 전문 (‘우리는 언제 노래가 되지’, 2020, 문학과지성사) “눌러도 고개를 드는 것”이 있다. “악마가 아무리 검다 해도” 결코 이기지 못하는 게 있다. 지고도 “득의양양한” 그것은 어디에나 있다.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그 영양의 눈빛”이란 기표만으로도 말이다. 이기고 지는 것이란 무엇인가. 시인은 “그날 나는 사악했다”라는 기표로 오래된 패배를 독백하며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돌아보게 한다. 인간은 어리석다. 위기 앞에 자신의 약함을 들키지 않으려 “독한 척” 위악을 하거나 달아나는 것으로 비겁을 일삼는다.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와 그 작품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을 떠올려 보면 분명하게 보인다. 이 세계는 평범한 사람, 패배에 가까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대체로 인간은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벗어나 아름다운 한순간에 박제되기를 원하는 욕망에 굴복되기 쉽다. 한편으로, 시인의 인용되지 않은 시에는 “악마보다 힘이 센” ‘그것’이 있다. 시인은 그것을 ‘눈물’이라고 했다. 눈물은 “한적한 골목/ 자전거에 실려 가는 파 한 단 앞에서도/허물어진 폐가 귀퉁이/버려진 앨범 앞에서도 충분히” 흐른다고 했다. 자신이 노래하는 줄도 모르고 노래하는 새처럼 “눈물이란 그런 것이다. 누구나 흘리는 대책 없는 생의 밀도”로 시인의 인간 이해는 인간과 악마 사이의 전통적 거래 방식을 비틀어버린다. 이때 시인은 “오래된 죄책감”에 대해 “원했든 원치 않았든 / 절대적으로 흘러가버린 시간들”을 반추하는데, 장례식장에서 영정 사진을 올려다보며 오래된 친구의 얼굴 표정을 떠올리며 자신의 사악함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이 시는 인간에 대한 조야한 비관주의로만 끝을 맺는 것인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조차 인간성의 한 측면에 불과하다. 인간은 여전히 스스로를 발견할 기회를 가진다. 그것이 시인의 고백 ‘패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우리의 몫이기도 하다. 하여 허연 시인의 시는 육성에 가깝다. 박형준 시인의 말처럼 시인의 시에는 “김종삼의 후신이라 느껴질 정도로 담백하고 슬픈 기운”이 서려 있다. 시인의 정신과 가슴이 맞닿은 시 앞에 서면 글과 삶에 대한 간절함과 어떤 부끄러움 같은 게 깔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렇다. 인간은 인간을 속이거나 빠트리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의지를 과대평가하고, 자신은 남과 다르다고 믿는 것으로 자신을 속인다. 이때 사람은 기억을 가졌다는 것으로, 혹은 고백만으로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 ‘부끄러움’이라는 인간성을 지졌기에 점점 더 밝은 쪽으로 나은 쪽으로 나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등 뒤에서 찬바람이 오고 / 기억들이 폐지처럼 몰려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희정 시인

2025-08-24

김천, 혁신도시 시즌2 - 균형발전과 경제도약 거점으로

경북 김천혁신도시가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거점으로 출범한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김천시는 인프라 확충과 지역 특화 전략을 통해 정주여건을 크게 개선했으며, 이제 ‘선택과 집중’ 전략 아래 단순한 공공기관 이전지를 넘어 지속 가능한 신성장 거점으로 도약하고 있다. 김천혁신도시는 2007년 착공, 2016년 ‘경북드림밸리’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범했다. 총 381만㎡ 부지에 12개 공공기관 이전을 완료했고, 현재 9,605세대, 23,407명이 거주한다. 초기에는 공기업 3곳, 확장성이 제한된 정부기관 7곳, 공익 기능 중심 기타 공공기관 2곳으로 구성돼 산업 유치와 경제 파급효과에 제약이 있었으나, 김천시는 이를 기회로 삼아 정주환경 개선과 미래 산업 육성을 병행하며 교육 중심형 특화도시로 발전시켜 왔다. 정주여건 개선, 문화 인프라 확충 김천시는 ‘소통하는 김천, 함께 여는 미래’를 비전으로 김천혁신도시에 생활밀착형 사업과 성장동력 연계형 정주 기반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연간 3만 명 이상이 이용하며 양육 가정의 필수 거점이 됐고, 율곡시립도서관은 독서·학습 공간을 넘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녹색미래과학관은 상반기 교육프로그램 참여자가 16만 명을 돌파하며 전국 과학문화 허브로 부상했고, 청소년테마파크는 놀이·문화·체험 공간을 통해 지역 청소년과 관광객 모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127억 원을 투입한 율곡동 국민체육센터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 중이며, 반려동물 가구 비중이 높은 지역 특성을 살린 반려동물 놀이터도 조성해 반려동물 친화도시 기반을 마련한다. 미래 모빌리티 튜닝산업 육성 김천시는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협력해 자율주행, 전기차 전환, 드론·UAM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튜닝안전기술원는 2023년 12월, 드론자격센터는 2024년 9월에 준공했으며, 전기차 튜닝·안전기술 실증, 미래차 애프터마켓 부품산업 기반 구축, K-드론지원센터 조성 등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조성 중인 모빌리티 튜닝산업 지원센터, 자동차 주행시험장, 미래차 부품 친환경 소재 전환지원센터는 연구개발·실증·상용화를 한 곳에서 수행할 수 있는 산업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김천시는 이를 기반으로 첨단 튜닝산업 클러스터의 중심지로 도약할 계획이다. 스마트도시 ‘MObility DO Everything!’ 올해 6월 김천시는 국토교통부 주관 ‘2025년 강소형 스마트도시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총 160억 원을 투입해 ▲모빌리티 서비스 ▲도시케어 ▲산업지역 ▲데이터 등 4대 핵심 분야를 추진한다. 특히 혁신도시와 원도심을 연결하는 DRT(수요응답형 교통) 서비스와 친환경 자율주행차 도입으로 교통 편의성을 높이고, 교통·물류·안전·복지 서비스가 통합된 스마트도시 모델을 구현한다. 교육·연구·산업 연계 복합지식도시 김천혁신도시는 교육·연구·산업이 결합된 복합지식도시를 목표로 한다. 조달교육원(연 1만 명), 국제종자생명교육원(연 2,400명), 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연 1만 명 이상 교육) 등 전문 교육기관이 집적돼 있으며, 경북ICT이노베이션스퀘어는 2024년 이용자가 4,000명에 달했다. 2025년 7월 개소한 K-하이테크 플랫폼 공동훈련센터는 제조업 중심의 디지털트윈 교육을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완공될 국토안전교육원은 연 6,000명의 교육생을 유치할 전망이다. 동물보건 교육·실습센터도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전문인력 양성에 나선다. 지속 가능한 발전 ‘혁신도시 시즌2’ 김천시는 공공기관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리도록 정주여건 개선과 상생 기반 구축에 힘써왔다. 공공기관은 이제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상생 파트너이며 공공기관 2차 이전의 조속한 추진과 전략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 2016년 준공 이후 ‘선택과 집중’ 전략 속에서 성장한 김천혁신도시는, 이전 공공기관과 함께 ‘혁신도시 시즌2’라는 새로운 도약기에 들어섰다. 김천시는 앞으로도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도약을 동시에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배낙호 김천시장

2025-08-24

관종인가 연결인가

이름 대면 알 만한 상담전문가가 SNS에 올린 글을 읽게 되었다. 알고리즘으로 뜬 모양이다. 그의 남편이 암으로 병원에서 투병하다가 재택 임종을 원해서 집에 왔는데 맥주를 너무 먹고 싶어 해서 무알코올 맥주를 건넸다는 이야기다. 남편이 침대에 누워 맥주를 들고 있는 사진까지 올렸다. 몸통만 보였는데 너무나 앙상해서 불치병 환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사진까지 올린 그 상담전문가의 용기가 놀라웠다. 그러자 여러 사람이 맥주 건넨 것을 잘했다는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아플 때 먹고 싶은 것을 금지했던 일을 후회한다는 댓글도 많았다. 나 역시 그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우리 부모님도 모두 재택 임종하셨다는 댓글을 달아 위로했다. SNS는 현대인의 생존 방식이자 중요한 소통 창구이다. 실종된 딸을 오직 딸의 SNS 흔적만으로 발견하는 영화가 나올 정도이다. 그래서 SNS에 올라온 글은 정보 창고이기도 하고 사람을 연결해주는 끈이 되기도 한다. 상담전문가의 SNS의 글도 그런 사례에 속할 것이다. 글쓴이는 재택 임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고 싶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그 자신도 많이 두려울 것이다. 말로는 맥주를 주는 것이 남편을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했지만 무알코올 맥주를 마신 후 상태가 악화될까 걱정하면서 후회와 자책이 밀려올 수도 있다. 그런 힘든 마음을 SNS에 고백하면서 위로와 격려를 받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는 무너지고 있는 자신을 부여잡기 위해서, 글이 아니면 아무런 생의 목표도 없이 흩어져 버릴 것 같아서 글을 쓴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는 그런 행동이 몹시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그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어떤 분이 돌아가신 후 지인이 그분의 생전 모습을 SNS에 올렸는데 약간 취한 모습이라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그분이 살아있었으면 틀림없이 그런 영상은 내리라고 했을 것이라면서 혹시 그분과의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 올렸나 의심하기도 했다. 심지어 부모님 시신 앞에서 슬퍼하는 자신의 모습을 셀카로 찍어서 올리는 사람도 봤다면서 SNS에는 밝은 모습만 올리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그동안 경험으로 보면, 아무래도 자기 개방을 많이 한 글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연결고리를 만드는 경향이 많다. 봄 학기에 50대 후반의 여성 수강생이 대학 시절에 자기의 입술이 키스를 부른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키스할 때 안 지워지는 립스틱을 바르면 안 된다는 글을 발표했다. 그때 모든 수강생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며 강의실 분위기가 화사해진 느낌이 들었던 것 역시 비슷한 경우다. SNS 글쓰기는 현대인의 필수 소통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관종인가 연결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수용자가 주관적으로 판단할 뿐이다. 글을 쓰는 이가 글쓰기를 통해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내면을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어가고 있는가만 중요하다. 덧붙여 그 글들이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주고 서로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그 글은 온전히 잘 쓰인 것이다. /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2025-08-24

나라는 염치도 없나

소년병, 6・25전쟁 시 징집 의무가 없던 청소년들이 전쟁터로 끌려간 수가 3만 명에 이른다. 6・25전쟁 74주년을 맞은 지금 앳된 얼굴은 백발노인이 되었다. 법에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예우와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소년병들은 하나둘 죽어간다. 국가가 이들에 대하여 고마운 마음은 가지고 있는 건지, 그렇게 시간만 흘러간다. 소년병뿐만 아니라 소녀병도 있었다. 국방부 군적에 남은 소녀병 수는 467명이다. 군번이 없다는 이유로 어린 소년과 소녀를 전쟁터로 내몰던 국가는 염치도 없이 두 손을 놓고 있다. 나라가 다급할 때는 길 가던 아이들을 붙잡아 전쟁터로 내몰고서는 이제 와서 모르쇠로 일관한다. 국가보훈부가 2016년부터 지자체나 학교에 건립한 명비 중에 소년병을 위한 건 하나도 없다. 명비가 없음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그 누구로부터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소년・소녀병들의 슬픈 현실을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법으로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들이 겪은 아픔을 이제 국가가 위로해야 한다. 6・25 참전 소년병 이수행 씨는 위기에 처한 국가와 부모님에 대한 효도 사이에서 인간적인 갈등이 많았다. 그런데도 나라의 어려움에 총을 선택한 소년병이다. 3만 명에 이르는 소년병의 참전으로 전쟁은 휴전하고 대한민국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제는 국가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헌법재판소는 소의 제기가 늦었다며 소년병들이 힘을 모아 신청한 헌법소원을 각하했고, 소년병 지원에 관한 법률은 16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법률로 제정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만을 되풀이한다. 22대 국회에서도 소년병 지원에 관한 3법을 발의했지만, 이것 또한 자동 폐기 될지도 모른다. 소년병 강제 징집의 위법 여부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검토 중이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집단 이익이나 의원 개인의 필요가 있을 때만 움직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수십 년간 법률안 발의만 하고는 폐기를 반복할 리가 없다. 그나마 대구시의회는 6·25 소년소녀병 예우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의 중요내용은 소년소녀병 관련 기념행사 초청 및 의전 예우, 저소득 소년소녀병 및 유가족 위문·격려, 명예 회복과 사회적 지원을 위한 시책 마련 등이다. 국가에서 법으로 제정한 건 아니지만 관심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대한민국이 소년소녀병들의 피와 땀을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노고에 대해 국가 차원의 인식이 필요하다. 전쟁 중에는 급해서 어린 소년소녀들까지 전쟁에 동원했지만, 끝까지 모른 척할 수 없지 않은가. 이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당한 대우를 해 주자. 국가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 줄 때 국가를 위해 국민이 나선다. 모든 건 때가 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모두 돌아가시고 나면 우리는 죄인으로 남는다. 국가 스스로 역사적 오점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이제 더는 시간이 없으니 서두르자. /김규인 수필가

2025-08-24

‘시절 인연’에 대하여

살면서 문득 돌이키는 한 가지가 시절 인연이다. 시절 인연은 불교의 업설(業說)과 인과응보설에 따른 것으로, 사물과 관계는 특정한 시공간 환경이 만들어져야 일어남을 뜻한다. 하필 그런 때와 장소에서 그 사람과 만나게 되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해답이 시절 인연이다. 정해진 장소와 시기에 누군가와 운명처럼 인연을 맺게 되는 근본 동인이 시절 인연인 셈이다. 시절 인연의 근간으로 작동하는 것이 선업(善業)과 악업(惡業)이라는 업설이다. 전생과 현생에서 내가 지은 업이 선과 악으로 나뉘면서 그것의 결과로 작용하는 것이 인연이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적-사회적 환경에 긍정적이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에게는 좋은 인연이 찾아오고, 그 반대의 경우엔 나쁜 인연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업설을 달리 말하면, 인과응보설 혹은 인과응보(因果應報)라 할 수 있다. 인과응보는 우리의 행위에 담긴 선과 악이 그 결과를 받게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자연물을 포함한 타자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언젠가 명백한 결과를 잉태하는 것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이나,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사자성어도 인과응보와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맺는 인연의 배후에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필연의 불문율(不文律)이 작동한다. 오늘의 행복과 고뇌의 근저에는 그에 합당한 원인이 있다는 것이 불가(佛家)의 해석이다. 나이 들수록 얼굴이 환하고 걸음걸이가 반듯하며 언어에 품격이 넘치는 사람이 있고, 그 반대되는 사람도 적잖다. 그가 지은 현업(現業)이나 지난날의 업장(業障) 때문이다. 루소는 1762년 출간한 ‘에밀’에서 인간이 당면하는 괴로움의 두 가지 근원을 밝힌다. 그 하나는 육체적 고통이고, 그 둘은 양심의 가책이다. 우리에게 닥치는 숱한 질환이 불러오는 육신의 고통과 정신적 통증을 유발하는 후회의 상념이 인간을 촘촘하게 옭아맨다는 얘기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1869)에서 이것을 질병과 양심의 가책으로 변용하여 표현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육체적 고통의 일차적인 원인 제공자는 우리 자신일 경우가 많다. 우리의 생활 습관이 장시간 축적된 결과가 만성적인 고질병이나 급성질환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번민과 고뇌의 낮과 밤을 불러오는 양심의 가책도 알게 모르게 우리가 저지르는 파괴적인 악행과 폭언에 근거한다. 모든 것의 원인은 결국 ‘나 자신’이다.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나 역시 수많은 인간적인 결함과 실수를 저질렀다. 누군가는 나의 폭력적인 언사와 행위로 인해 분명 괴로웠을 것이다. 그때그때 사과하면서 살아왔지만, 성에 차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윤동주 시인처럼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삶을 살지 못한 인간이다. 그것이 오늘날 내가 경험하는 쓰라린 양심의 가책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도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나는 경이로움으로 전율한다. 정말 대단한 인생 행로를 걸어왔구나, 하는 찬탄의 마음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부끄러움과 양심의 가책을 줄이고자 애쓰며 살아가고 있다. 창밖에 매미가 맹렬하게 운다.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2025-08-24

대구 AX 대표 도시 도약 길 열렸다

대구시가 수성구 알파시티에 구축할 지역거점 AX(인공지능 대전환) 혁신기술개발 사업이 정부 예타면제 사업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는 정부가 디지털 혁신지구로 변신을 시도하는 대구시 수성구 알파시티의 잠재력과 가능성 그리고 대구시의 산업육성 의지 등을 인정한 결과로 분석이 된다. 따라서 대구시가 산업 구조 개편을 위해 추진하는 미래 신산업에 대한 투자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알파시티에 들어설 지역거점 AX 혁신기술 개발사업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5510억원이 투자된다. 로봇.바이오 등 AI 전략분야 핵심기술 개발과 산업현장 기술 난제 해결, AX혁신 R&D 센터 구축 등이 주요 사업이다. 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 대구시 등이 공동 참여한다. 대구시는 예타면제를 통해 관련산업이 신속하게 추진될 경우 2030년까지 AX 관련 입주기업 1000개, 매출액 9조1200억원, 종사자 2만여명에 이르는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에상한다. 수성구 알파시티는 2014년부터 본격 조성된 대구소프트웨어 융합산업의 거점이다. 수성구 대흥동 등에 걸쳐 100만㎡ 규모 면적에 최근 10년간 소프트웨어 업체만 300개 가까이 들어섰고 관련 종사자도 4000여명에 이른다. 2023년 기준 200여 벤처기업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제2판교 벨리를 넘어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곳이다. 전국의 유망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지금도 계속 입주하고 있어 정부의 AX 혁신기술개발사업이 본격 시행될 경우 전국 최고 수준의 AX연구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 대구는 30년간 GRDP(지역총생산) 전국 꼴찌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알파시티는 섬유 등 대구 전통산업만으로 도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아래 신산업 육성을 위한 단지로 조성해 온 것이다. 대구시가 손꼽고 있는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ABB 등 5대 신산업도 알파시티에서 집중 육성된다. 세계가 AI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는 이번 예타면제를 기회로 삼고 대구가 AX 혁신기술 허브로 성장할 수 있게 총력을 쏟길 바란다.

2025-08-24

“포스코의 체계적 지원을 바탕… 환경 전문가로 성장할 것”

143개소 굴뚝원격감시체계(TMS) 운영 오염물질 배출 농도·배출량 실시간 관리 인근 지역민 영향 등 주의 깊게 모니터링 ‘러닝플랫폼’으로 제철소 전체 공정 학습 환경 리스크 선제적 파악 위해 역량 강화 폐기물 등 다양한 환경분야 자격증 도전 적재적소 인재 배치 이후 교육 병행 지원 가족친화적 복지 제도로 일과 가정 균형 저탄소 프로세스 전환 성공적 추진 확신 △ 자기소개를 해달라. 포스코 환경자원그룹 환경관리섹션에서 근무 중인 최광식 사원이다. 2020년 6월에 포스코에 입사 한 현재 5년차 사원으로 제철소 환경 관리 중 대기 분야 업무를 맡고 있다. 우리 그룹은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영향 문제를 최소화하고, 관련 환경법 규제에 대해 조업부서와 관청, 지역민들과 소통 및 대응하며, 환경을 생각하는 제철소 구현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부서이다. 그중 나는 대기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데, 우리 제철소에서는 관련 법에 따라 굴뚝에 측정기기를 설치하여 오염물질 배출 농도, 배출량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게 되어 있다. 이를 TMS(Tele-Monitoring System : 굴뚝원격감시체계)라 부르고, 포항제철소는 현재 143개소의 TMS 측정기기를 운영 중이며, 환경법으로 정한 기준 농도 이내로 배출되는지가 확인된다. 이때 나는 이 TMS가 신뢰할 수 있는 측정값인지 분석하고, 현장 및 환경청과 소통하여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도록 운영·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포항제철소는 주거지와 인접해 있기에 환경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 이에 대응하고, 사내에 설치된 미세먼지, 악취, 소음 측정기기의 데이터 확인을 통해 인근 지역민들에게 영향은 없는지 등을 늘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는 지금까지 대규모 환경투자를 진행하는 등 오염물질 배출 저감을 위해 노력 중인 만큼, 환경 관련 부서에 있는 나도 관리에 적극 힘을 쓰고 있다. △ 현재 소속된 팀을 소개해달라. 환경관리섹션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배려하는 마음을 나누며 함께 일하고 있다. 입사 전에는 제철소의 크고 위험한 설비들로 인해 근무 분위기가 다소 경직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팀 분위기를 직접 경험하며 놀라움을 느꼈다. 또 얼마 전 3분기 팀파워 활동으로 테마파크에 가서 다 함께 놀이기구를 타고 간단히 저녁식사를 하자고 의견을 나눴었다. 평소에는 늘 따뜻하고 재밌는 우리 팀원들이지만, 업무를 할 때는 냉철한 시각으로 서로의 일을 내 일처럼 고민해주고,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라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 △ 포스코에 입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렸을 때부터 자연에 관심이 많았다. 집 근처 공원과 하천에서 시간을 보내며 환경의 소중함을 느꼈고, 이러한 경험이 환경공학과 진학으로 이어졌다. 학부 때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기업들이 환경을 고려하는 과정과, 환경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그중 포스코가 대기오염 저감 설비, 수질 개선, 부산물 자원화 등 다양한 환경 분야에 투자하는 사례를 접하며, 환경 보호를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실천한다고 느꼈다. 이를 통해 포스코에서의 환경 분야 실무 경험을 쌓아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책임 실현에 함께 기여하고 싶다고 생각해 입사하였다. △ 입사 이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다면? 내가 입사하기 2개월 전인 2020년 4월 3일부터 ‘대기관리권역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은 대기오염원을 체계적이고 광역적으로 관리해 지역주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생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오염물질 농도만 규제했지만, 대기관리권역법 시행 이후에는 농도뿐만 아니라 사업장의 배출량까지 함께 규제하게 되었다. 해당 법에 따라 나의 업무에도 변화가 생겼다. 입사 당시 포항제철소는 기존 32개소 외에 2배가 넘는 78개소 굴뚝에 굴뚝자동측정기기를 새로 설치 신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신규 투자 시설의 위치와 공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경청에 신규 측정기 설치 신고를 진행하기 위해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현장을 직접 뛰어다녔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2020년 이후부터 측정기기 설치 의무로 인해 배출량이 실시간으로 산정되고 있는데, 할당량 준수를 위해 회사 사람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도 간접적으로 볼 수 있어 함께 뿌듯해지곤 한다. 당시에는 신고 시 필요한 방대한 양의 서류와 측정기기 정합성 검증 작업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장 담당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시공사, 환경공단 및 경험 많은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기한 내에 업무를 완료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이 협업 능력을 기르고 환경 업무를 진행하는 데 큰 초석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큰 프로젝트가 생긴다면 주저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평소 어떤 노력들을 하는지? 업무 경험이 쌓일수록 환경 관련 지식뿐만 아니라 제철소의 전체 공정을 잘 알아야만 환경 리스크를 발생 전에 찾아낼 수 있다고 느꼈다. 포스코에는 담당 직무 외에도 어학, 제철소 상세 공정 등 다양한 분야를 온라인으로 학습할 수 있는 ‘러닝플랫폼’이라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나는 이를 통해 직무 역량을 키우고자 제철 공정에 대한 온라인 교육을 수강하며, 해당 공정이 환경 업무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강한 강의를 바탕으로, 관할 환경청이나 관계 기관에서 공정과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 환경과 접목하여 답변할 수 있었다. 현재는 환경과 관련된 자격증으로 대기, 수질, 위험물을 취득한 상황인데, 앞으로는 통합적인 환경관리 업무를 위해 폐기물 처리, 소음·진동, 온실가스 등 다양한 환경 분야의 자격증에도 도전해보고자 한다. △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면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순간은? 우리 회사에서 환경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낄 때마다 큰 자부심을 느낀다. 특히 우리 회사는 안전·환경·보건 부서에 각각 적합한 인재를 배치하고, 배치 이후에도 현장 경험과 다양한 교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실제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럽다. 흔히 대기업 내 환경 담당자는 안전이나 보건 등 여러 업무를 동시에 맡아야 해 환경 분야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포스코에서는 환경을 중심으로 대기, 수질, 자원재활용 등 세부 분야로 전문성을 확장할 수 있어 매우 좋다. 각 분야의 뛰어난 전문가 선후배님들 덕분에, 업무 중 궁금하거나 어려운 점이 생기면 실질적인 조언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처럼 체계적인 지원과 풍부한 학습 환경 속에서, 환경 전문가로서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고,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해 더욱 큰 자부심을 느낀다. △ 회사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평소에는 축구 경기를 보는 것도 좋아해서, 아내와 함께 스틸야드에서 열리는 홈 경기를 무료로 관람하며 소중한 추억을 쌓고 있다. 축구 직관을 해야 응원할 맛이 나는데, 항상 열띤 경기장 분위기를 즐기며 경기를 구경할 수 있어 행복하다. 최근에는 결혼을 하면서 회사에서 결혼축하금과 신혼여행 지원금을 받아 더욱 뜻깊고 행복한 신혼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앞으로 출산 장려금이나 육아기 단축근무 등 가족친화제도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일과 가정 모두에서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싶다. 이처럼 회사의 다양한 복지제도 덕분에 일과 가정 모두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회사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 국내 철강업계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로서, 앞으로 어떤 변화나 발전을 기대하고 있는지? 최근 글로벌 수요 둔화, 중국산 저가 공세, 탄소중립, 관세 이슈 등으로 철강업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환경 업무를 하면서 만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포스코의 시황에 대한 우려 섞인 질문을 받을 때마다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잘 극복할 것이라 믿고 있다. 국가기간산업으로 성장해 온 포스코가 정부, 지역사회, 철강업계와 협력해 저탄소 프로세스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이라 확신한다. 나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패러다임에 맞춰 성장하고 싶다. 포항제철소가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제철소로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변화하는 새로운 공정과 발생할 수 있는 환경 이슈를 사전에 파악하며, 현장, 지자체, 지역 주민들과 소통해 가교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인재가 되고 싶다. 그리고 선후배님들과 협력해 이 전문성을 현장의 환경 진단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환경 전문가로 성장할 것이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8-24

“연말 임시개통 박차” 포항 해오름대교 공사 재개

포항시 남구 송도동과 북구 항구동을 잇는 해오름대교(동빈대교) 공사가 25일 재개된다. <관련기사 3면>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가 잇따른 사망 사고 때문에 전국 103개 사업장에 대한 안전 점검에 돌입하면서 지난 7일부터 공사를 멈췄었다. 경북도는 현장공사가 18일 정도 지연된 점을 고려해 애초 계획한 11월 대신 연말 해오름대교를 임시 개통할 목표로 공사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지난 21일 현장 점검을 벌인 최병환 경북도 도로철도과장은 “해오름대교는 전반적인 주요 공정은 모두 끝냈고, 다음 달 높이 46m 짜리 주탑 전망대를 거치하는 작업과 포장, 난간과 조명 설치 등 부대 작업만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초 계획한 준공기한인 내년 6월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해맞이 관광객 수요 등을 고려해 연말 임시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북도는 해오름대교 공사 현장소장 등 관계자들에게 해상에서 진행되는 공사인 점을 고려해 자재 낙하 사고 방지와 노동자 안전 사고 예방을 당부했다. 고대길 경북도 철도계획팀장은 “현재 공정률은 80% 정도이고, 연말까지 주민들이 해오름대교를 임시로 사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오름대교 현장 안전 점검을 마친 포스코이앤씨 본사도 25일부터 작업을 시작하라고 협력업체들에까지 모두 알린 상태”라면서 “25일 공사 재개로 보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2일 부산지방국토관리청도 현장 점검을 벌인 결과 큰 문제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박인호 포스코이앤씨 경영지원본부 차장은 “지난 21일과 22일 경북도와 부산지방국도관리청이 현장 점검을 벌였다”라면서 “공사 재개 시점과 관련해 시공업체 입장에서는 언급하는 게 어렵지만 발주처인 경북도의 설명이 있다면 그게 맞는 이야기”라고 했다. 해오름대교는 738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2021년 6월 착공해 내년 6월 준공하는 것이 목표이다. 해오름대교가 완공되면 10분 이상 걸리던 영일대해수욕장~송도해수욕장 구간 이동 시간이 3~4분으로 단축돼 철강공단 출퇴근길이 한결 편해질 전망이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