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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부총리급 ‘AI혁신전략부’ 신설”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7일 부총리급 ‘인공지능(AI)혁신전략부’ 신설을 핵심 공약으로 발표하며,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과 기술 혁신을 이끌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한 후보 캠프의 윤기찬 정책 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캠프에서 “과학기술·환경·AI를 하나의 전략 축으로 통합하겠다”며 “기존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관련 기능을 통합해, AI 중심의 과학기술 및 산업혁신 역량을 단일 조직인 AI혁신전략부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대변인에 따르면 신설될 AI혁신전략부는 부총리급 부처로 격상돼, AI 정책 전반을 주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윤 대변인은 “현재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는 AI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에 제약이 많다. 게다가 정부 각 부처 간 AI 관련 이슈 선점을 둘러싼 경쟁이 과열되며, 비효율적인 규제 정책이 남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이와 함께 현재 기획재정부 중심의 연구·개발(R&D) 예산 심의 절차를 개선해 AI혁신전략부가 세부 예산 사업을 기획·추진하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AI 혁신에 필요한 데이터의 활용부터 보호까지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데이터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윤 대변인은 “AI 진흥 기능을 체계적으로 통합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고, G5(주요 5개국) 기술 강국으로 거듭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5-07

텃밭 누빈 이재명 “우리 힘 합쳐 새 나라 만들자”

‘골목골목 경청투어'에 나선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난 6일 충남 금산군 금산터미널 일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골목골목 경청투어’를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7일 텃밭인 호남 지역 곳곳을 누비며 민심을 청취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전북 진안·임실·전주·익산과 충남 청양·예산을 방문해 상인 및 시민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진안의 전통시장을 찾은 이 후보는 상인들과 만나 ‘지역화폐’에 대해 “농촌 기본소득이 어려운 게 아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지역화폐를 지원해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균형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역에 대해서는 특별히 예산을 추가지원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총을 든, 폭탄을 든 계엄군을 막은 것이 바로 국민 아닌가”라며 “우리 위대한 국민이 힘을 합쳐서 새로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담벼락에 대고 고함이라도 쳐라’라고 말씀했다. 행동을 합시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임실시장에서는 “우리 국민들은 전 세계에 없는 무혈혁명을 두번씩이나, 권력자를 권좌에서 끌어낸 걸 두 번이나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유리창 하나 깨지 않고 해냈다”며 “사람을 잘 뽑으면, 도구를 잘 선택하면 더 나은 세상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K콘텐츠 산업 간담회’를 열고 윤제균·정주리 감독과 김은숙·박해영 작가 등을 만났다. 이 후보는 “플랫폼을 외국에서 장악해 종속되지 않느냐”며 넷플릭스에 대응할 수 있는 공용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과거 경기도에서 독립영화 제작을 지원했던 경험을 들며 “그때 생각한 게 풀밭을 많이 키워야겠다. 생태계를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최근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며 엄청 많이 울었다. 주인공 ‘애순’을 보니 환경미화원 일을 하던 여동생 애자가 떠올랐다”고 회상하면서, 드라마 주인공처럼 국민의힘 정치인과 몸이 바뀐다면 누구와 바꾸고 싶냐는 질문에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거론하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다”고 답했다. 앞서 이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문화강국을 핵심으로 하는 ‘K-이니셔티브’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열린 K-콘텐츠 기업 간담회에서도 “문화 콘텐츠가 과거에는 흥밋거리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일자리, 관광자원 등 그 나라의 소프트 파워(문화적 영향력)를 결정하는 중요한 자원이 됐다”며 “진정한 힘은 문화”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후보는 대한노인회 익산지회를 들러서는 “어르신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시간에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게 한 산업 역군인데 지금은 노후가 매우 불안정해 걱정이 많으실 것”이라며 “우리 세대가 어르신들을 잘 모시고 다음 세대도 희망이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2차 경청투어’를 마무리한 이 후보는 8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경제5단체와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간담회에 참석하는 경제단체장은 대한상의 최태원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 한국경제인연합회 류진 회장, 한국무역협회 윤진식 회장,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최진식 회장 등이다. 이 자리에서는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5-07

군사 수비와 자연의 공존 ‘푸른 초병’의 대활약

인천 강화도는 지리적 특성상 고려부터 현대까지 외국의 침입에 대항하여 수많은 전투가 일어났던 전략적 요충지로 주목받는다. 특히 해안가에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기 드물게 군사 요충지로서 조성된 국방 수비를 위한 돈대가 설치되었다. 돈대(墩臺)는 해안가나 접경 지역에 돌이나 흙으로 쌓은 소규모 관측·방어 시설이다. 1627년 후금이 조선을 침략한 정묘호란 때는 강화 연미정에서 굴욕적인 ‘형제의 맹약’이 있었고, 1636년 청나라가 침략한 병자호란 때는 돈대를 거점으로 항거했다. 1866년 천주교도 처형 사건을 구실로 프랑스가 침입한 병인양요, 1871년 제너럴 셔먼호 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침략한 신미양요, 1875년 일본이 통상을 강요하며 운요호를 보내 위협한 강화도 조약 등, 강화도 해안은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었다. 지금은 이 돈대들을 복원하여 국난 극복의 역사 교육 현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강화전쟁박물관·화도면 사기리 소재 400살 수령 천연기념물 제78호·79호 몽골·후금 침입 때 왕의 피난처 방어 울타리로 둘러 군사적 열세 만회 도움 우리는 강화도 월곶돈대 연미정을 보고 갑곶돈대로 갔다. 강화도에서 일어났던 전쟁을 주제로 각종 전쟁 관련 유물을 전시한 강화전쟁박물관이 있었다. 그 건물 오른쪽 1016번지 경사면에, 1962년 12월 3일 천연기념물 제78호로 지정된 탱자나무 노거수가 살고 있었다. 나이 400살, 키 4.2m, 뿌리 부분 둘레는 2.12m이다. 또 다른 한 그루는 강화군 화도면 사기리 135-10번지에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79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나무도 나이 400살, 키 3.8m, 몸 둘레 2.2m이다. 몽골과 후금의 침입으로 왕이 난을 피해 머물렀던 곳으로,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을 쌓고 탱자나무를 심어 적의 접근을 어렵게 했다고 한다. 그 당시 심어진 나무 중 하나로 추정되며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나무이다. 그리고 생태학적으로 인공적이긴 하지만, 탱자나무가 살아갈 수 있는 북방 한계선에 위치해 천연기념물 반열에 오른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다. 조선시대에는 강화도 해안가에 가시가 날카로운 탱자나무를 심어 적의 침입을 막고자 했다. 나라에서도 탱자나무 종자를 강화도에 보내주고, 그 생육 상태를 보고받을 만큼 탱자나무 울타리 조성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탱자나무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시를 키웠다. 연약한 가지와 여린 잎을 먹으려는 동물들로부터 자기 몸을 지키려는 본능이 오랜 시간에 걸쳐 날카로운 가시로 진화한 것이다. 그 가시는 단단하고 냉정했지만, 그 속엔 생명을 지키려는 절박한 의지가 숨어 있다. 탱자나무는 국방의 초병이자 형벌의 교도관으로 쓰였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나무의 방어 전략을 사람은 지혜롭게 빌려와 사람 대신 써온 셈이다. 이를 우리 조상들은 나라의 안녕과 평화를 위하여 국방의 초병으로 활용한 지혜에서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보면 강화도 천연기념물 탱자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다. 그것은 과거 외세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이 아닌 자연의 벽으로 활용된 생명체, 말 그대로 ‘푸른 초병’이었다. 고려 고종이 몽골의 침략을 피해 강화도로 천도했고, 조선 인조도 정묘호란을 피해 이곳으로 물러났을 만큼 강화도는 수세적 방어의 마지막 보루였다. 이때 쌓은 성벽 바깥에는 침입자의 접근을 막기 위해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탱자나무를 심었다. 군사의 수적 열세를 탱자나무로 만회할 수 있게 했으니, 그 당시에는 얼마나 고마운 나무였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하다. 탱자나무는 튼튼한 줄기와 뾰족한 가시로 인해 방어용 울타리로 적합했으며, 사람의 손이 닿기 어려운 곳에서도 강인하게 뿌리내린다. 지금 강화전쟁박물관 경내에 서 있는 탱자나무는 그러한 과거의 생생한 흔적 중 하나로, 당시 심어진 나무의 후손이거나 그 자체일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단순한 식물 보존을 넘어, 자연과 역사, 생명과 국가 방어의 교차점에 서 있는 존재인 것이다. 오늘날, 이 오래된 탱자나무는 여전히 건재하게 살아가고 있다. 침략의 시대는 지나갔지만, 그 가시는 여전히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나무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과 교훈을 품은 산증인이다. 그 가시 하나하나엔 역사 앞에 선 민초의 두려움, 인내, 그리고 결의가 서려 있다. 인간은 탱자나무의 의지를 보았다. 그리고 그 가시의 성질을 자기 삶의 테두리로 옮겨왔다. 위리안치를 둘러싼 탱자나무만 보더라도, 죄인을 가두는 울타리이자, 권력과 질서의 상징으로 세웠다. 도망을 막기 위한 벽이 되었고, 통제와 경계의 선이 되었다. 이리하여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태어난 가시는 어느새 타인을 가두는 도구로 변했다. 그러나 인간은 탱자나무를 단지 도구로만 쓴 것은 아니다. 그 가시를 보며 자기 삶의 경계와 상처를 돌아보았고, 가시 넘어 피는 하얀 꽃을 통해 연민과 반성의 눈빛을 배웠다. 자연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택한 방법이 인간의 손에 쥐어질 때, 새로운 의미를 얻은 것이다. 탱자나무는 여전히 바람 속에 날을 세우고 있지만, 그 가시는 때로 방어의 울타리였고, 때로는 고요한 교훈이 되었다. 자연의 생존이 인간의 통제로 이어졌고, 그 통제 속에서 다시 인간은 자연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탱자나무와 인간은 서로 다른 이유로 가시를 세우되, 결국 서로를 비추는 경계가 되었다. 몸에 가시를 지닌 탱자나무처럼 우리 또한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무기 하나는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인천에서 1박 2일간 문경회 모임을 마친 뒤, 이왕 이곳까지 온 김에 강화도 천연기념물 탱자나무 노거수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서울에 사는 친구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그는 시중 은행에서 정년퇴직한 후 10여 년 동안 다시 금융업에 몸담다가, 작년에 완전히 현업에서 물러나 지금은 여유로운 황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절친이다. 강화도에 여러 번 다녀온 경험이 있음에도 이번 탐방을 위해 강화도의 역사와 문화를 다시 꼼꼼히 공부해, 마치 문화해설사처럼 세심하고 성의 있게 나를 안내해 주었다. 그가 “많은 곳을 안내해 주려고 공부하여 수첩에 기록까지 했는데, 시간이 없어 아쉽다”라고 말했을 때, 나는 마음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에서 강의할 때도 수많은 자료를 준비하지만, 정작 수업에 활용되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 많은 자료를 찾고 공부하였지만, 정작 시험 출제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을 때 느꼈던 허전함이 아니겠느냐며 응답했다. 무엇보다 초행길에 함께해준 친구의 따뜻한 동행에 깊이 감사하며, 탱자나무가 세운 침묵의 울타리처럼 그의 우정 또한 말없이 나를 지켜주는 소중한 벽이 되어주었음을 다시금 느끼면서, 아내와 함께 작별 인사를 하고 대구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강화도의 외교사, 그리고 조선이 남긴 교훈 조선 후기, 강화도는 병인양요(1866), 신미양요(1871), 운요호 사건(1875) 등 굵직한 외세의 침략이 이곳을 무대로 벌어졌다. 프랑스와 미국의 군사적 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일본은 운요호 사건을 통해 조선을 자극하고 결국 1876년 강화도조약이라는 불평등한 문을 열게 했다. 강화도는 한강 입구를 지키는 군사적 요충지였고, 조선의 쇄국정책이 외세의 포화 앞에서 시험받은 곳이었다. 그 대응은 고립의 끝자락에서 이루어진 외교적 굴복이었고, 이는 곧 조선이 반식민지로 향하는 첫걸음이 되었다. 이 작은 강화도 섬에서 벌어진 외교사는 지금 우리에게 묻는다. 변화를 거부한 대가, 그리고 닫힌 문이 결국 열리게 된 방식이 과연 최선이었는지를.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5-07

경북대 도서관, 대학도서관 특성화 지원사업 선정

경북대 도서관이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추진하는 ‘2025년 대학도서관 특성화 지원사업’의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제3차 대학도서관진흥종합계획에 따라 대학 자체 우수 특화 프로그램을 발굴·지원하고 대학도서관의 자율적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올해 처음 시범사업으로 시작됐다. 이번 사업 선정에 따라 경북대 도서관은 ‘잇:지(知) 프로젝트 - 대학도서관과 지역사회의 동행’을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는 도서관이 보유한 학술정보 자원을 활용해 대학 구성원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 IB(국제 바칼로레아) 고등학생의 정보 활용 능력과 학습 역량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북대 도서관이 전체 운영을 총괄하고, 대구시립동부도서관, 대구 지역 IB 고등학교, 지역 독립서점 등 다양한 기관이 협력하는 지역 밀착형 융합 모델로 추진한다. 올해 진행 예정인 프로그램은 △‘밖으로 나온 도서관’ 전시·체험 행사 △독립서점과 연계한 상시 독서문화 프로그램 △AI 분야 작가 초청 강연회 △고등학생 및 지역주민 대상 정보 리터러시 교육 등이다. 또 경북대 도서관은 운영 중인 Web of Science RA, Summon RA, DBpia AI 등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 학술정보 서비스를 이번 사업에서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최재황 도서관장은 “정보 접근의 장벽을 낮추고, 대학이 가진 지식자산이 자연스럽게 지역사회로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라며 “앞으로도 경북대 도서관은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열린 도서관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5-07

영남대, ‘배터리 미래혁신 기술센터(BITC)’ 개소

영남대학교는 최근 영남대 CRC(지역협력센터동, Center for Research Complex) 1층에서 ‘배터리 미래혁신 기술센터(Battery Future Innovation Technology Center, 이하 BITC)’ 개소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대학 관계자와 지역 주요 인사 등 50여 명이 참석해 이차전지 특성화를 위한 새로운 도약을 함께 기념했다. 이차전지는 반도체, 바이오와 함께 국가 첨단 전략산업으로 지정돼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다. 특히 경상북도는 2019년 국내 최초로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데 이어, 2020년에는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포항이 지정되며 관련 산업 생태계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24년 6월에는 포항, 상주, 구미 산업단지가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되며 이차전지 소재 산업의 거점으로서 경북의 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영남대는 이러한 정책적 흐름에 발맞춰, 2023년 6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지방대학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이차전지 특성화 대학으로의 도약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대학은 2년간 총 1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교육·연구·실험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있으며, 올해는 정부의 ‘이차전지 특성화 대학’ 선정을 목표로 관련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에 개소한 BITC는 CRC동 2층에 연면적 272m² 규모로 조성됐으며, 이차전지 제조를 위한 드라이룸과 배터리 소재·부품 분석 장비, 성능 평가 장비, 첨단 강의실 등을 갖추고 있다. 센터는 이차전지 소재·부품의 특성 및 성능 평가, 셀·모듈·팩 단위의 화재 안전 신뢰성 평가, 기업 맞춤형 기술 컨설팅, 분석 피드백을 통한 제품 개발 고도화 지원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차전지 특성화대학 추진단 김재홍 단장(화학공학부 교수)은 “이번 기술센터 구축을 통해 상용 및 차세대 배터리의 소재·부품부터 셀, 모듈, 팩에 이르는 전 주기 연구 인프라를 집적화했다”며 “배터리 전 주기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맞춤형으로 지원함으로써 영남대가 이차전지 첨단기술의 거점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5-07

대구한의대, 교육부 AID 선도대학 AID30+집중캠프 사업 선정

대구한의대학교가 교육부의 ‘인공지능·디지털(AID) 30+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인 ‘AID30+집중캠프’ 운영 대학으로 선정됐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AID선도대학 100사업’은 전국 100개 대학을 통해 30세 이상 성인의 AI·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국가 정책이다. 대구한의대는 이 중 핵심 사업인 ‘AID30+집중캠프’ 운영 대학으로 선정돼 경북지역 한의·한방, 식품, 화장품 산업 재직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며, 연간 1억 3000만 원, 최대 3년간 총 3억 900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게 된다. 대구한의대의 AID30+집중캠프는 ‘파이썬을 이용한 마케팅 데이터 활용 실무’를 주제로 3개 산업 분야별 총 240명의 교육생을 배출할 계획이다. 변창훈 총장은 “이번 AID30+집중캠프 사업 선정은 대구한의대가 디지털 전환 시대에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의 결실”이라며 “우리 대학은 한의학과 최신 디지털 기술의 융합을 선도해왔으며, 이번 사업을 통해 지역 산업과 재직자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에 기여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장정현 노마드교육혁신처장(AID30+집중캠프사업단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지역 산업과 대학, 연구기관 간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며 “특히 한의·한방, 식품, 화장품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혁신을 주도하는 교육 허브로 자리 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한의대는 2024년 글로컬대학30사업에 선정돼 K-MEDI 연계 디지털 기술융합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5-07

계명문화대, 고등직업교육 플랫폼 구축

계명문화대학교,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제주관광대학교는 최근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30’ 사업 추진을 계기로 각 대학의 특화 역량을 융합하는데 협력키로 하고, 고등직업교육 플랫폼인 ‘Glocal K-VET(Vocational Education Training)’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이번 연합은 단순한 대학 간 협력을 넘어, K-Culture(문화), K-Tech(기술), K-Tourism Services(관광 서비스) 등 각 대학이 보유한 전문성과 산업 인프라, 국제화 역량을 결합해 국내 지역 산업과 해외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융합형 고등직업교육 완전체 모델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3개 대학은 전국을 대경권(계명문화대학교·대구), 동남권(동원과학기술대학교·경남), 제주권(제주관광대학교)으로 나누고, 각 지역의 특화 역량을 바탕으로 K-VET Hub & Spoke 모델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각 대학은 해당 권역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며, 이를 중심으로 국내외 확장이 가능한 고등직업교육 공유 플랫폼을 설계해 나가고 있다. 또 △외국인 전용 마이크로·나노디그리 공동 운영 △유학생 대상 산학연계 현장실습 및 취·창업 지원 △지역 기업 대상 글로벌 시장 개척 및 시제품 제작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정주–고용–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해외 파견 교육 거점 구축 △국가별 맞춤형 마이크로디그리 공동 개발 △산업체 연계 국제 직업훈련과정 운영 등 다각적인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협약식에서 박승호 총장(계명문화대), 장인성 총장(동원과학기술대), 김성규 총장(제주관광대)은 “글로컬대학 사업은 단순히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그치지 않고, 유학생과 지역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며 “대학이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3개 대학은 Glocal K-VET 연합대학 조직인 ‘글로컬연합대학사업단’과 연합대학위원회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으며, 향후 공동 캠퍼스와 해외 교육 거점 설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5-07

“선명한 컬러 이미지 구현 성공” AR 핵심 기기 안경 한계 극복

노준석 포항공과대학교 교수팀이 모든 색상의 빛을 단 한 장의 안경알로 처리할 수 있는 ‘무색수차 메타격자(Achromatic Metagrating)’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노 교수팀은 교육, 의료,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각 분야에서 VR·AR(가상·증강현실) 기술력이 발달하고 있지만, AR 핵심 기기인 안경은 여전히 무겁고 두꺼워 오래 착용하기 불편하다는 문제에 주목했다. 교수팀은 확률적 위상 최적화 알고리즘을 사용해 질화실리콘(Si3N4)으로 만든 나노미터(nm) 규모의 직사각형 기둥이 빛을 가장 효율적으로 조절하도록 정밀하게 설계, 두께가 500μm(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단일 층 ‘웨이브가이드’로 선명한 컬러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웨이브가이드’는 빛을 정해진 경로로 유도해 가상 이미지를 눈에 전달하는 핵심 부품이다. 또 사용자의 눈 위치가 조금 달라도 또렷한 영상을 볼 수 있는 ‘아이박스'도 9mm로 확보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AR 안경의 고질적 문제였던 색 번짐 현상을 완전히 해소했다. 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차세대 AR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향후 대면적 제조 기술과 결합한다면 상용화 가능성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5-05-07

신라 왕조 영산 ‘남산’, 발끝마다 오랜 사유가 몸을 적신다

■영산, 응축된 세계 경주 남산은 단순한 산이 아니다. 신라인들이 품었던 한 시대의 삶이 응축된 무대다. 신라의 궁궐 월성 남녘에 우뚝 솟은 금오봉(468m)과 고위봉(494m)은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축과도 같다. 두 봉우리 사이에는 깊게 패인 마흔 개의 골짜기가 흐른다. 신라인들은 산 곳곳에 자연과 인간의 질서를 함께 새겨 넣었다. 그래서인지 남산을 걷다 보면 발끝마다 스미는 오래된 사유가 몸을 적시고, 산 위를 흐르는 바람조차 천 년 전 숨결처럼 스며든다. 남산은 곧 신라 왕조의 영산이자, 불교적 우주의 상징이었다. 곳곳에 신라인의 손길로 빚어진 석불과 석탑들이 무심한 듯 고요히 서 있다. 불상과 탑의 얼굴과 몸짓에서 당대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과 종교적 열망이 읽힌다. 신라인들은 돌 위에 신의 세계를 새겨 넣었고, 그 돌들은 다시금 영원을 갈망한 신라인의 마음을 오늘의 우리에게 전한다. 남산은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았다. 전 인류가 공통으로 보존하고 후손에게 전수해야 할 세계적 가치를 지닌 까닭이다. 자연과 인간의 정신이 서로 겹치고 어우러진, 보편적 가치를 담은 위대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남산은 어느 골짜기로 오르든 신라의 흔적과 마주하게 된다. 그중 가장 큰 골짜기는 용장골이다. 길이만도 3㎞에 이른다. 신라시대 용장사(茸長寺)가 있었기 때문에 ‘용장골’이라 불리고, 아직도 탑이 있어 ‘탑상골’로도 불린다. 발길 닿고 눈길 머무는 곳마다 석불이요, 석탑이요, 절터다. 이 골짜기만 해도 용장사 외에 스무 곳이 넘는 절터가 산재해 있다. 불교가 융성하던 시절, 하루도 빠짐없이 목탁 소리와 염불 소리가 울려 퍼졌을 것이다. 일연은 ‘삼국유사’에서 서라벌을 “사사성장(寺寺星張) 탑탑안행(塔塔雁行)”이라 표현했다. 절과 절은 하늘의 별처럼 펼쳐져 있고, 탑들은 기러기처럼 일렬로 늘어서 있다는 말이다. 그만큼 불교가 국가의 정신을 이루던 시대였다. ■삼릉, 진달래 아래 깨어나는 왕들의 능 사월 초순, 그간 다른 골짜기로 금오봉에 올랐으나 오늘은 삼릉솔숲 길로 들어선다. 이른 아침, 솔향과 꽃 향이 객을 맞는다. 굽이진 산자락마다 무리 지어 핀 진달래가 소박한 인사를 건넨다. 하늘 높이 곧게 뻗은 소나무는 연분홍 진달래와 조화를 이루며,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어우러진 균형을 보여준다. 솔숲 사이로 봄볕이 쏟아져 내린다. 빛은 소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솔잎과 진달래 꽃잎 위에 내려앉아 더욱 눈부신 환영을 그려낸다. 빛의 무늬에는 천 년 전 신라인들의 이상과 꿈이 얼비친다. 솔숲 길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풍경은 세 왕의 무덤이 자아내는 능선의 유연한 곡선이다. 신라 제8대 아달라왕과 제53대 신덕왕, 제54대 경명왕의 능이다. 봉우리처럼 완만하게 흘러내린 곡선은 신라인들이 꿈꾸었던 완전함의 상징처럼 다가온다. 삼릉은 신라의 오래된 흔적이면서도 아름다움과 평온함을 잃지 않는다. 능의 곡선은 살아 있는 자의 눈길을 머물게 하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모호하게 흐린다. 바람이 불면 마치 왕들의 혼백이 잠시 깨어나 솔숲을 거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삼릉은 죽음의 장소이기보다는 삶을 노래하는 찬가처럼 천 년을 이어왔을 것이다. 마음 같아서야 한참 머물다 왕들의 혼백을 만나 한바탕 떠들썩하게 놀고 싶지만 갈 길이 높고 멀다. 왕들의 능을 뒤로하고, 남산 더 깊숙이 몸을 들인다. ■중생을 기다리는 부처 불두 없는 석조여래좌상을 지나 조금 더 걸으면 커다란 바위에 마애관음보살상이 있다. 바위의 윗부분을 쪼아내어 조각한 보살상은 남산 유적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정적을 품고 있다. 가슴에 손을 모으고 정병을 든 관음은 높은 자리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헉헉대며 오르는 중생들을 향해 머금은 미소는 위로도 계시도 아닌, 존재 자체로 전하는 평온이다. 그 앞에 서면 문득 깨닫는다. 이곳은 신라의 산이지만,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산이라는 것을. 세상은 누구에게나 위태롭다. 그러나 그 위태로움을 견디며 한 발 한 발 오르는 일이 곧 삶이라는걸, 바위 위의 부처는 아무 말 없이 가르치고 있다. 침묵 속에서 전하는 가르침은 요란하지 않아 오히려 더 깊고 단단하다. 나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길을 오른다. 길은 가파르고 숨은 거칠다. 땅만 보며 걷는다. 위를 올려다볼 겨를조차 없다. 등에는 땀이 배고, 다리는 뻐근하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남산의 길은, 그 자체로 수행이다. ■침묵의 기도, 선각육존불 앞에서 얼마쯤 더 올랐을까. 바위가 겹겹이 둘린 산기슭 아래, 기도하는 두 여승이 보인다. 바위 면에 새겨진 불상 앞에 합장한 여승은 미동조차 없다. 햇살마저 숨을 죽인 듯한 이 장면은, 봄날 남산에서 마주한 가장 신성한 풍경이다. 나도 흉내 내듯 손을 모은다. 순간, 시간은 멈추고 공간은 열린다. 거룩함 속에서 나 또한 작아지고 맑아진다. 두 바위 면에 새겨진 선각육존불과 마주한다. 불상들은 통일신라 시대의 숨결이 남은 선각 마애불로, 음각의 얇은 선으로만 조각되었다. 조각이라기보다 그림에 가깝다. 거친 바위 위에 그어낸 선들이 부처의 얼굴과 손, 그리고 자비를 품은 보살의 형상을 이룬다. 칼끝으로 긋듯 새긴 선 하나하나가 천 년의 사유처럼 느껴진다. 육존불은 좌우의 바위 면에 나뉘어 있다. 한쪽에는 불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보살상이 앉아 있고, 다른 한쪽에도 마찬가지로 삼존상이 자리한다. 모두 부드러운 음영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정갈한 자세와 흐트러짐 없는 배치는 절도의 미학을 보여준다. 수천 번 비바람을 맞았을 암벽 위에 아직도 선들이 살아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바람에 깎이고 빛에 씻겨도 사라지지 않은 선 하나가 이토록 오랜 시간을 견디고 있다는 것. 그것은 단지 조형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기도와 사유가 돌 속에 새겨진 증거다. ■석조여래좌상, 시간을 견딘 자태 여승들이 앞서 걷는다. 단정하고 고요한 발길이다. 진달래가 흐드러진 산길을 따라 조용히 돌계단을 밟고 오르는 모습이 마치 오래된 의식처럼 느껴진다. 급함이 없다. 조용하고 단단한 걸음이 시간의 결을 따라 흐르는 것이다. 나도 말없이 뒤를 따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드니 누군가 내려다본다. 남산삼릉계석조여래좌상이다. 삼릉길에서 마주했던 부처들과는 다르다. 몸의 윤곽이 온전하고, 둥근 광배와 단단한 대좌까지 완전한 형상을 갖추고 있다. 긴 세월을 버텨낸 돌의 표면에는 조금의 균열도 없이 고요한 품격이 스며 있다. 견딘 시간만큼 더욱 단단해진 부처의 자태 앞에, 나도 모르게 손을 모은다.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이 자리에 부처가 왜 놓였는지 알 것 같다. 탑도 절도 사라졌지만, 석불은 홀로 남아 바람과 계절과 사람을 품는다. 상처 없이 남은 것이 아니라, 상처를 견뎌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일까. 부처의 미소는 더욱 단단하고 따뜻하다. ““어디서 오셨어요? 보살님” 대구에서 왔다고 하자, 이른 시간인데 부지런도 하다며 웃는다. 말씨는 단정하고 온화하고, 목소리는 바람처럼 부드럽다. 인사는 바람처럼 시작되어 바람처럼 스친다. 불가에서 말하는 인연설처럼, 우리는 억겁의 전생을 돌아 이렇게 스치고 흩어질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여승들은 여기서 내려간다고 했고, 나는 용장사터까지 간다고 하니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누고 길을 달리했다. 짧은 인사에 모든 작별의 정중함이 담겨 있었다. ■금오봉, 신화의 경계에 서다 상선암을 지나며, 돌마다 스며든 부처의 흔적을 하나씩 지나쳐 왔다. 바위에 기대어 선 불상은 바람을 맞고, 앉은 보살은 진달래 꽃잎을 품은 채 산허리를 내려다본다. 부처들을 만나며 오르다 보니 어느덧 금오봉이다. 바람이 분다. 맑고 높다. 서라벌 들판이 한눈에 펼쳐진다. 오래전 왕들이 다스렸던 땅. 그 역사의 기운이 바람에 묻어온다. 햇살은 찬란하고, 꽃잎은 빛난다. 진달래는 금오봉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언 땅을 뚫고 피어난 꽃은 연약한 듯하지만 불굴의 생을 품고 있다. 나는 그 길을 따라 걷는다. 바람에 날리는 꽃잎은 삶의 순간들이고, 그 길을 걷는 나 또한 어느 이야기의 일부가 된다. 길은 단순한 산행이 아니다. 한 시대의 정신을 따라 걷는 일이며, 꽃잎처럼 흩어진 기억과 만나는 여정이다. 여기서부터는 능선을 걸어 조금씩 하행에 이른다. 곧 용장사터에 이를 것이다. 발밑에 깔린 진달래 꽃길을 밟으며 문득 김시습이 떠오른다. 시습은 금오산실에서 ‘금오신화’를 지었다. 세속과 이상,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 이야기들을 떠올리고 썼다. 지금 이 길 또한 현실과 전설이 겹쳐 흐른다. 나는 어느 봄의 산길 위에서, 신라의 혼백들과 눈을 맞추며 오래된 신화 속을 걷는 듯한 기분에 휩싸인다. 산과 꽃과 이야기가 뒤섞인 이 길 위에서, 나는 걷는 이가 아닌 ‘살아 있는 한편의 서사’가 된다. /박시윤 답사기행에세이 작가 *'금오신화'를 쓴 김시습과 용장사 이야기는 <하> 편에 이어집니다.

2025-05-07

美·中 협상 개시에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7일 코스피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 관련 기대로 전일대비 0.55% 상승한 2573.80으로, 코스닥은 0.13% 오른 722.81로 마감됐다. 이날 강보합권에서 출발했던 코스피와 코스닥은 최종적으로 상승 마감했다. 극한적으로 대립자세를 보여왔던 미국과 중국간의 협상의 개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적어도 대화가 시작됐다는 점을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 모습이다. 또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미중 무역 협상 가능성에 대미달러 원화 환율이 전장 대비 25.3원이 내린 1380원에서 급락 출발했다. 환율이 1380원대에서 출발한 것은 지난해 11월 8일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무엇보다도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 관련 기대로 대미달러 원화 환율은 일시 장중 1370원대까지 하락하며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직후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중국 위안화와 대만 달러 등이 강세를 보이며 아시아 통화 판 플라자합의에 관한 경계감이 커진 점도 원화 강세로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미국과 중국간의 분위기 변화에 따른 기대감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날 최종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보다 13.20원이 오른 1395.20원으로 최종 마감됐다. 이에 대해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미국과 중국 양국간 관세전쟁을 둘러싼 수많은 이벤트가 언제 누가 먼저 돌발적인 발언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므로,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라고 경고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5-07

격동의 트럼프 100일, 국내·외 금값 20% ‘껑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1월 20일부터 지난 4월 29일까지 100일간 금값이 20% 이상 올랐다. KRX정보데이터시스템을 통해 본지에서 분석해본 결과에 따르면 국내 g당 금값은 1월 20일 12만6450원에서 4월 29일 15만3490원을 기록해 100일간 21.38%가 상승했다. 또 같은 기간에 국제 금값(온스당 달러)도 2709.18달러에서 3321.47달러로 22.60%가 올랐다. 4월 29일의 금값을 알기 쉽게 한돈 가격으로 환산하면 1월 20일 47만4188원에서 3개월 조금 넘는 100일 차인 4월 29일에는 57만5588원으로 올라 국내의 어떠한 투자상품보다도 높은 수익률을 보인 셈이다. 하지만 그래프로도 알 수 있듯이 지난 1월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일일 금값의 변동 폭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달러 기준의 국제 금 시세의 변동률도 거의 일치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시시각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중국의 대응, 그사이 국제통화기금의 세계 경제전망 등이 시장에서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이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에 대한 투자에 관한 판단이 수시로 엇갈리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따라서 결과를 놓고 투자상품을 선택한다면 그동안의 어지간한 금융상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전문투자가는 “개인 투자자의 관점에서 하루하루의 변동 폭에 신경을 쓰지 않고 최소 분기 단위 정도로 긴 호흡으로 투자하면 모를까 하루하루의 변동률로 주식처럼 투자한다면 낭패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5-07

‘인포스틸러’가 내 예금·증권계좌 노린다

최근 디지털화의 진전에 따라 피싱, 사기 등이 금융, 보험사기에 이어 증권계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확산하고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이메일 등의 링크로 접속하는 단순 행위만으로 수초만에 PC에 저장된 브라우저의 각종 금융거래의 로그인 ID와 패스워드까지 통째로 탈취해 예금인출은 물론 증권계좌를 탈취해 피해자의 거래인양 사고팔거나 예탁금을 인출하는 등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달 초에 걸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언론들은 이와 같은 증권계좌 탈취에 따른 피해에 대한 대비책과 피해자에 대한 손실보상 등을 상세하게 전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유사 피해사례가 급증하자 일본 증권업협회가 10개 증권사와 함께 소비자 피해보상 방안과 함께 앞으로의 보안 강화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지금까지 일본 증권사들은 인터넷 거래 계정으로 로그인하는 비밀번호 등의 누설로 피해가 발생해도 그것이 해당 증권사 측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니면 보상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으로 약관에 명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라쿠텐 증권과 SBI 증권, 노무라 증권 등 최소 9개 이상의 대형 증권사에서 개인정보 누출로 인한 증권계좌의 탈취 피해가 발생하자 대책에 나선 것이다. 일본 증권업협회에서는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문이나 전화번호 등 다양한 수단으로 본인을 확인할 수 있도록 ‘다요소 인증’을 필수화하도록 요구했다. 나중에 피해 고객에 대한 보상할 때 피해 고객이 부정 접근 방지를 위한 ‘다요소 인증’을 사용했는지, 증권사가 부정 접근 방지에 유의하라는 주의 환기를 했음에도 피해가 발생했는지 등 상황에 따라 증권사마다 보상 수준을 정하도록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일본의 유력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의 경우에는 지난해 9월 6일 닛케이 전자뉴스의 구독을 할인요금으로 볼 수 있다는 식의 가짜 사이트를 개설하고 고객의 개인정보나 대금 선납 등을 유도해 이를 강탈하는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며 주의하라는 공고를 낸 적도 있었다. 이번에 유사한 수법으로 일본의 많은 증권사가 당한 개인 증권계좌 탈취로 인한 피해에 일본 보안 전문가들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범죄 수법으로 인포스틸러(Infostealer)라는 정보 탈취형 바이러스(악성코드)가 활용되었을 것으로 분석한다. 인포스틸러는 사용자의 시스템에 몰래 침투해 개인정보, 로그인 정보, 암호화폐 지갑 등을 자동으로 수집해 외부 범죄조직의 해커가 운영하는 서버로 전송시키는 악성코드(Malware) 즉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하지만 이 인포스틸러가 가장 무서운 점은 일반 개인들이 사용하는 PC 성능 자체에 표시가 날 정도로 큰 영향을 주지 않아 감염되더라도 평소와 다른 점을 느끼기 어려워 계속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주된 감염 경로는 △ 피싱 메일의 첨부파일을 열거나 메일 내용 속의 링크 주소를 클릭하는 행위 △ 무료라면서 비싼 소프트웨어의 크랙이나 게임의 핵 등을 무료 사이트를 통해 설치할 때 △ 가짜 공식 웹사이트로 연결 접속 △ 감염된 USB, 외장하드 등 이동식 저장장치를 연결하는 경우 등이다. 일단 이것에 감염되면 주로 다음과 같은 정보들은 어김없이 빠져나간다고 보면 된다. △ 크롬 등과 같은 웹 브라우저에 저장시킨 ID·비밀번호, 자동 로그인 쿠키, 인터넷 방문 기록 등 △ 암호화폐 지갑 정보와 복구 코드 △ 메일 서버 로그인 정보(Outlook 등) △ VPN, FTP 등 원격 네트워크로 접속하는 계정 정보 △ PC 등에 깔린 메신저 인증 정보 △ 클립보드의 임시파일에 남아있는 계좌번호나 인증번호 등과 같은 복사 정보 등이다. 거의 개인들이 PC를 사용하는 습관에 따라 귀찮아서 자동으로 저장된 ID와 비번 등 정보가 가장 유출되기 쉽다고 보면 된다. 특히 인포스틸러는 비밀리의 단시간에 움직이는 것이 특징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보를 훔친 다음, 증거인멸을 위해 스스로 흔적을 지우기도 한다. 그래서 언제 어떤 정보가 탈취되었는지 나중에 조사해도 모르는 특징을 가진 바이러스다. 특히 구글의 크롬 등 웹 브라우저의 정보를 주로 표적으로 삼는다. 열람 이력을 훔치는 순간 해당 PC의 온라인쇼핑 사이트에서 브라우저에 저장한 ID나 패스워드, 신용카드 정보 등도 간단하게 뽑아낸다. 인터넷 거래 증권회사 정보도 브라우저에 보존하면 도둑맞을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인터넷사이트에서 가끔 악의적인 프로그램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당신은 인간입니까?’(로봇이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 화면을 악용하는 수법도 늘고 있다고 한다. ‘I’m not a Robbot'(나는 로봇이 아닙니다)을 누르면 그것으로 악성코드의 실행 명령이 작동해 그 다음의 지시대로 PC의 키보드를 누르다 보면 인포스틸러도 함께 설치된다고 한다. 특히 일본의 보안 전문가들은 이외에도 다양한 화면표시 패턴이 있지만 자신이 연결해 보고 있는 사이트에서 Windows 키와 R 키를 동시에 눌러서 다음 단계를 진행하라는 지시가 나온다면 절대 따르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경고한다. 이렇게 인포스틸러를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들은 범죄조직들이 암시장에서 판매하거나 최근 일본에서 벌어진 사례처럼 탈취한 피해자 정보를 이용해 증권계좌 등 보유자산을 마음대로 팔아치우고 예탁금을 찾아갈 수도 있다. 이러한 인포스틸러 악성코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으로 개인인 경우라면 △ 의심스러운 이메일, 첨부파일, 링크를 절대 누르지 않는다 △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무료(특히 크랙) 소프트웨어의 다운로드는 하지 않는다 △ 로그인 정보를 자동 저장하는 것이 귀찮더라도 피한다 △ 중요한 계정이라면 금융기관에서 권장하는 2단계 인증 적용 절차 등을 채택한다 △ 컴퓨터의 기본 소프트웨어(OS)나 브라우저를 항상 최신버전으로 업데이트한다.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5-05-07

울릉도공항건설 핵심공사 케이슨 거치 완료…시공사 DL이엔씨 기념행사 개최

울릉도에 건설되는 공항의 활주로 핵심공정인 바닷물을 막는 케이슨 거치 완료 기념 행사가 7일 울릉(사동)항 여객선 터미널 광장에서 개최됐다. 울릉공항 건설공사 시공사인 DL이앤씨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남한권 울릉군수와 이상식 군의장, 남진복 경북도의회 의원 등 지역 기관단체장과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케이슨 거치 완료를 축하했다. 케이슨 거치 작업은 활주로 부지 내 바닷물의 유입을 막기 위한 물막이 공사로 최대 수심 32m에 사석을 투하해 지반 해저(높이 12m)로 다진 뒤 사석 위해 케이슨을 거치하는 울릉공항 건설공사의 핵심 공정이다. 케이슨은 최대 아파트 12층 (1함 8598t~1만6411t) 크기의 거대한 시멘트구조물로 포항영일신항만에서 제작한 뒤 울릉도 사동 항으로 운반해 거치한다. 해상에 1.5m 이하의 파고가 5일 내내 유지돼야 운반 작업이 가능한 고난이도의 공정이다. 지난 2022년 5월 케이슨 첫 함을 거치한 이후 3년에 걸쳐 케이슨 거치 작업이 진행됐고, 올해 5월 마지막 함인 30번 함 거치가 완료됨에 따라, 건설 중인 울릉공항의 기초 윤곽이 드러나게 됐다. 이날 기념행사는 울릉군 기자단 사업 설명회를 시작으로 개회 선언, 기념 커팅식, 축사 낭독, 오찬 등 순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울릉공항 케이슨 거치 공사 완료를 한목소리로 축하했다. 박재길 DL이엔씨 현장소장은 “울릉도 주민들의 오랜 염원인 울릉공항 건설을 위해 최고의 내구성과 최고의 기술로 안전한 공항, 수호형 공항을 만드는데 회사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울릉공항 케이슨 제작 및 거치를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남 군수는 이어 “남은 공정을 계획대로 원활하게 추진, 2028년 울릉공항이 안전하게 개항할 수 있도록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간곡하게 당부 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울릉공항 활주로 부지 확보를 위한 물막이 공사 케이슨 거치가 완료됨에 따라 사석투입 유실이 사라진 만큼 활주로 공사를 위한 바다 매립 공사가 활발하게 진행 될 것으로 보인다.   /김두한 기자 kimdh@kbmaeil.com

2025-05-07

경북 산불 피해복구 생업 복귀에 방점 둬야

경북도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심의를 거쳐 지난달 발생한 도내 5개 시군 산불 피해지역에 대한 지원책을 최종 확정했다. 피해지원 복구비는 총 1조8000억원 규모로 잡았다. 국비 1조810억원과 지방비 6500억원 등이 투입된다. 경북도는 이번에 확정된 피해 복구비는 피해주민 주거 안정과 생업 복귀에 중점을 두고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전소된 주택에 대해서는 종전 3000여 만원 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상향했고, 농기계 보상도 11개 품종에서 38개 품종으로 확대해 농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밖에도 농작물과 농업시설물 지원도 실거래가 기준으로 하고, 공장과 사업장 철거비와 폐기물 처리 비용은 전액 국비로 충당키로 했다. 또 고령 인구가 많고 산불로 생계 수단이 없어져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에 대해서는 도시재생사업 등도 벌인다고 밝혔다. 경북 의성 등 5개 시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피해 면적만 9만9000여 ha에 이른다. 주택 3819동이 소실되고 358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농기계. 농작물, 공공시설물, 문화유산에 이르기까지 피해 규모가 역대급으로 광범위하다. 정부가 경북도의 건의를 받아들여 예산에 반영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경북지역 산불피해 상황이 매우 나쁘기 때문에 주민들이 만족해 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전소 주택지원비를 1억원으로 올렸지만 재건축 비용으로 감당하기 턱없이 부족하다는 말도 나온다. 일부 노인들은 지원금이 부족해 집을 짓지 않고 지원금만 받고 고향을 떠나 자식과 함께 살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자치단체는 지원 예산을 효과적으로 집행해 피해 주민들이 그나마 고향에 머물며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갖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촘촘하고 세밀하게 예산을 집행해 국가와 지자체가 피해주민과 함께 한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산불 발생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피해주민은 실의에 빠져 있다. 예산이 지원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부터는 피해 주민이 삶의 의욕을 갖도록 하는 행정의 따뜻한 보살핌이 더 필요하다.

2025-05-07

아버지의 기일

부처님오신날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이기도 했다. 벚꽃이 눈부신 화창한 봄날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는 다급한 오빠의 연락을 받고 10개월 큰아들을 들어업고 버스를 탔다. 그 전해부터 간경변 진단을 받고 일 년을 못 버티실 것이며, 입원도 필요 없다는 의사의 진단에 우리 형제들은 모두 짐작하고 있었다. 다만 아직 끈을 놓지 못한 엄마는 집에서 온갖 좋다는 것은 모두 만들어 아버지를 극진히 간호하시는 터였다. 어디서 굼벵이를 잡아오고, 기와솔을 뜯어 달여 잡수시게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기겁하며 말렸지만 엄마의 고집을 어쩔 수 없다는 오빠의 푸념을 전화로 듣곤 했다. 대학 다니던 동생이 벌써 와 앙상한 아버지 곁에서 손을 잡고 망연해하고 있었다.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내일이 사월 초파일이라 절에 기도 가셨다는 얘기를 듣고 그 또한 이해했다. 평소에도 초하루 보름이면 그 바쁜 와중에도 목욕재계하고 절에 다니던 엄마였다. 엄마 따라 절엘 가보곤 했던 나는 부처님 앞에서 무아지경 땀조차 흘리며 108배를 올리던 엄마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엄마 대신 우리 삼남매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 아버지와 밤을 새다시피했다. 엄마가 만들어 둔 조약도 드시게 하고, 정신은 말짱하신 아버지와 얘기도 나눴던 것 같다. 이튿날 아침 사월초파일이었다. 간밤 비교적 말짱한 정신의 아버지를 보자 우리들은 안심했다. 동생은 내일 등교를 위해 나갔고, 나는 잠시 옆방으로 가서 아이와 함께 잠이 들었다. 오빠도 아버지 곁에서 쪽잠에 들었다고 했다. 절에서 돌아온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혼몽했던 나는 다시 깊은 잠을 잤던 것 같다. 오빠와 엄마의 다급한 소리에 깨서 안방으로 달려갔더니 아버지는 마지막 숨을 쉬고 계셨다. 그렇게 아버지는 56살의 젊은 나이에 부처님오신날 부처님 곁으로 가셨다. 43년 전이었다. 어제 오빠가 절에 아버지와 엄마의 등을 보내왔다. 몇 년 전부터 절에서 재를 지내고 등을 다는 것으로 매년 지내던 제사를 대신한 오빠였다. 40년 넘게 아버지의 제사를 지극히 모시던 오빠였다. 몇 번의 중한 수술로 건강이 좋지 않게 되자 삼 남매가 수의해 내린 결정이었다. 그조차도 오빠는 미안해했다. 사람이 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 고통을 피할 수는 없다. 그 중 가장 힘든 고통은 병고(病苦)라는 생각이다. 병고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본 날, 또 그 아버지를 지극한 효심으로 제사 받들던 오빠가 늙고 병든 몸으로 절에 가서 울음을 참는 심정으로 흰 등을 다는 날, 부처님오신날은 우리 삼 남매에겐 애달픈 날이기도 하다. 매년 정초, 온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공양을 올리는 거조암엘 간다. 초파일 전날, 거조암에 손주 넷을 데리고 가서 오백나한에게 백 원 공양을 올리게 했다. 한 바구니 묵직한 동전을 조금씩 나눠주면서 각자 소원을 빌라고 했다. 소원은 모르겠고, 각양각색의 나한상 앞 쟁반에 동전을 하나씩 떨구는 게 그저 신나는 모양새다. 그럼 어떠랴. 조용하고 정숙해야 할 법당이지만 아이들의 모습이 흐뭇한 보살님도 용서해 주신다. 바구니를 들고 따라다니면서 나는 아버지와 엄마의 극락왕생을 축수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 병고에 들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2025-05-07

AI와 SNS가 보내는 경고

21세기에 태어난 청소년은 더 이상 궁금한 걸 부모에게 질문하지 않는다. 어려운 수학공식과 영어단어 공부법은 물론, 볼만한 영화와 근사한 여행지에 관한 정보도 AI에게 문의하는 게 훨씬 빠르고 정확한 답을 얻어낼 수 있으니. 2025년을 사는 젊은 연인들은 펜으로 눌러쓴 연애편지를 주고받지 않는다. 친구들끼리 안부를 묻는 전화 통화도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왜냐? SNS를 통해 보다 쉽고 편하게 분과 초 단위로 언제건 연결이 가능하니까. 가속도가 붙은 첨단 기술의 발달은 생활의 많은 부분을 편하게 만들었다. 아버지와 엄마는 자식이 던지는 물음에 일일이 답해줘야 하는 어려움이 사라졌고, 오래 만나지 못한 친구를 그리워할 필요도 없어졌다. 친구 얼굴이 보고 싶다면 영상통화 버튼만 누르면 된다. 그런데, AI와 SNS가 만들어준 ‘신세계’가 마냥 좋기만 한 걸까? 빛만 있고 그늘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은 듯하다. 최근 외신 보도에 의하면 2023년 10월 이후 유럽에서 적발된 테러혐의자 60명 가운데 60% 이상이 18세 미만 청소년이었다고 한다. 겨우 16~17세 소년들이 수백 명을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그들의 소통 경로는 SNS였다. 특정 인종과 종교 혐오라는 극단주의가 SNS 속에서 싹트고 있었다는 것. AI에게 지나치게 자신의 감정을 쏟아 붓는 세태도 문제다. 사람과 대화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생성형 AI챗봇에 과다 노출된 어린아이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AI는 인간이 될 수 없고, SNS는 커뮤니케이션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이 사실을 망각한다면 더 큰 비극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2025-05-07

인구소멸위기…다양한 해법 찾는 지자체들

봉화군이 ‘봉트남’이라고 불리는 베트남 테마 마을을 만들어 관광객 유치에 나선다. 봉성면 창평마을에 있는 베트남 유적지인 충효당을 테마로 주변에 관광지를 조성해서 베트남 이민가족과 유학생을 중심으로 한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5년간 소요되는 사업비 120억원은 정부가 지원해 준다. 인구정책 패러다임을 외국인 이민자·관광객 유치 쪽으로 전환한 봉화군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창평마을 충효당은 베트남 역사상 최초로 장기 집권한 리 왕조 후손이 정착한 곳으로, 국내 베트남 이민자와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성지’로 통한다. 봉트남에는 베트남 테마 마을인 ‘THE 봉트남’과 관광객 커뮤니티 공간인 ‘작은 대사관’, 그리고 ‘K-호안끼엠 호수’가 들어서며, 해마다 베트남 축제도 열린다. 봉화군뿐만 아니라 변변한 기업을 찾아보기 힘든 경북도내 대부분 농어촌 지자체는 최근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영양군은 지난 3월부터 미얀마 난민가족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영양군은 섬 지자체(울릉군)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이다. 지난달 기준 영양군 인구는 1만5281명이다. 현재 4개의 교정시설이 있는 청송군은 여성교도소 유치에 행정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여성 전용 교정시설의 확충 필요성이 대두되자, 윤경희 청송군수가 발벗고 나서 법무부 장관과 교정본부장에게 군민들의 교도소 유치의사를 전달했었다. 봉화·영양·청송 모두 인구소멸이 가시권 내로 들어온 지역이다. 4월말 현재 봉화군 인구는 2만8588명, 청송군 인구는 2만3615명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으로 농어촌 인구 감소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유입인구가 거의 없다보니 자고 일어나면 사람이 줄어든다. 청년인구를 유입시킬 수 있는 일자리가 없는데다 문화·의료 등 기반 시설이 열악한 것도 한몫한다. 지방소멸 어젠다는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국정과제 1순위로 삼아야 한다. 국토균형발전과 지방소멸 문제를 간과한 채 어디서 국가경쟁력을 찾겠다는 것인가.

2025-05-07

대통령의 자격

대한민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는 정권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사회적 갈등의 골은 깊고 세계질서는 급변하며 기후 위기와 인구구조의 변화는 복합적인 과제를 던지고 있다. 전환기적 시대에 국민이 요구하는 대통령은 행정가나 정치인을 넘어, 진정한 리더의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탄핵했던 불행한 역사를 쓰라린 배경으로 하면서 적어도 이번에는 선택의 결과에 후회하지 않는 투표의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내일의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첫째 덕목은 ‘청렴성과 도덕성이어야 한다. 권력의 중심에 설수록 유혹은 커지고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할 욕심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지도자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대통령은 법적 기준을 넘어 윤리적으로 모범이 되어야 한다.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국정을 원만하게 이끌 수 없으며 권위는 명령에서가 아니라 도덕적 정당성에서 나온다. 둘째는 공감 능력과 소통하는 태도다. 한국 사회는 지역과 세대, 성별과 사회계층 간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국민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다양한 목소리와 입장을 조율하여 대변하는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소통하고 언론과 시민사회의 비판에 열린 자세로 응답하는 지도자만이 국민통합을 이끌어 낼 터이다. 셋째, 미래지향적 비전과 정책역량은 대통령이 현상을 유지하는 관리자나 조정자 역할을 넘어 국가의 방향을 제시하는 지도자로서 반드시 긴요한 자질이다. 기후변화와 기술 발전, 안보 위협과 국익 확보 등 복합적인 글로벌과제에 대응하려면 단기적 안목보다 긴 호흡의 관점에서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표를 얻기 위한 공약 나열이 아니라 실행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자세가 요구된다. 대통령은 국제감각과 외교적 역량도 갖추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날로 복잡해져 가며, 미중 갈등, 북핵 문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등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된다. 국제사회에서 국익을 지키고 주도적 역할을 하려면 세상의 흐름을 읽는 통찰과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펼칠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나아가려는 겸손한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며 국정운영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다. 실패를 인정하고 교훈을 얻는 리더, 자신이 아닌 나라의 발전을 우위에 놓는 리더야말로 진정한 대통령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 꽃을 제대로 피우기 위해 유권자의 안목과 결기가 중요하다. 대통령 후보의 말솜씨나 이미지에 휘둘리기 보다 어떤 가치와 철학을 가졌는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지도자인지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국 우리 손에 달려 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선거 일정 동안 불꽃 같은 눈초리로 가늠해야 한다. 이번 대통령선거가 역사와 민족 앞에 드러낼 중차대한 의미를 깨우쳐야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다리를 성공적으로 건너온 대한국민의 앞길이 평탄하기 위하여 자질과 역량을 갖춘 리더를 선택해야 한다. /장규열 고문

2025-05-07

출산 후 몸과 마음의 회복

출산이 끝났다고 해서 몸과 마음이 곧바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서구 정신의학계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사춘기에 견줄 ‘마트레센스(matrescence)’라 부르며 산후 변화를 단순한 회복이 아닌 성장 단계로 재정의한다. 분만 직후 여성의 몸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급격히 떨어지며 냉증, 관절통, 과한 발한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 한의학은 이를 혈허와 어혈이 겹친 상태로 설명하면서 어혈을 풀고 양기를 돋우는 생화탕, 오로탕류를 산후 첫 두 주에 집중 투여해 왔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산후풍의 증상이 심하면 계지가황기탕이나 황기계지오물탕의 가미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심리적 변화는 더 미묘하다. 산모의 절반가량이 ‘베이비 블루스’를 경험하고 15% 정도는 산후우울로 이어진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최근 뇌 영상 연구들은 이 시기의 회로 재편이 장기적으로는 회복탄력성을 높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때 관리를 잘하면 다시 건강상태를 회복하고 좀 더 나은 정신적 성숙을 경험할 수 있다. 한의학은 혈허·담음을 배경으로 불면과 정신영역을 설명하며 귀비탕·가미온담탕으로 심장과 비장을 보하고 담울을 풀어 왔다. 백회·신문·삼음교에 침을 놓아 자율신경을 조절하면 심박변이도가 의미 있게 개선된다는 국내 데이터도 있다. 회복 과정은 시기별로 겹쳐 흘러간다. 분만 직후 나흘간은 체온 유지와 어혈 배출이 핵심이기에 따뜻한 미음과 계지탕의 어혈방을 사용하고 유즙 분비를 돕는 가벼운 흉부 마사지가 권장된다. 이어지는 한 달은 인대와 근막이 늘어나 관절통이 잦으므로 황기계통으로 몸의 기력을 보해주는 처방을 사용한다. 출산 후 여섯 달쯤 되면 수유, 수면 리듬이 가장 불안정한 정점에 이르는데 귀비탕 계열 한약으로 기억력과 수면 깊이를 보강할 수 있다. 식생활은 기혈을 보하면서 소화가 편한 오리고기와 붉은 살 생선 장-뇌 축을 안정시키는 발효 곡물·콩이 핵심이다. 2023년 국내 조사에서 산후 여성의 70% 가까이가 비타민D 부족 상태였는데 하루 30분 햇빛 노출이 세로토닌과 골밀도를 동시에 높여 주므로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배우자 역시 옥시토신과 테스토스테론이 변하며 양육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는데 부부가 함께 호흡 명상이나 가벼운 산책 루틴을 만들면 관계 만족도와 공감 지수가 유의하게 높아진다. 이는 궁극적으로 산모의 회복 속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현재 국내 산후조리원은 편의 서비스에 머물러 치료 연속성이 약한 편이다. 특히 환자가 아프거나 산후풍과 같은 병이 있는 경우엔 그 병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라 근처 병원이나 한의원에 찾는 것이 우선이다. 산모는 모유수유도 해야 하기 때문에 효과가 좋고 안정성이 입증된 한방 치료를 받은 것이 나은 선택이다. 본인 몸에 맞는 치료로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과 정신이 같이 건강해진다. 결국 출산은 원래 모습으로 복귀하는 관문이 아니라 새로운 자아를 빚어 가는 길의 시작이다. 어혈, 혈허, 담음 이론과 뜸, 한약 같은 생활 요법이 호르몬, 뇌 신경 과학과 손을 맞잡을 때 한방 산후 케어는 모성과 삶 전반을 새롭게 조직하는 통합적 성장 기술이 될 것이다.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2025-05-07

山門이 열리다

희양산 이마가 잔설처럼 하얗다. 바위가 거대한 성(城)처럼 보여 그 풍경이 시원하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참나무들이 자리를 잡았고 구부러진 소나무가 휘영청 밝은 달빛 받아 수묵화에서 걸어 나온 듯 담담하다. 그 곁에 봉암사가 봄빛을 받아 햇살에 노곤하다.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산문폐쇄를 하여 수도정진만을 하는 처소이기에 검문초소의 통과의례를 거치고서야 봉인을 푼 산사와 눈을 맞출 수 있었다. 길 따라 흐르는 계곡에는 겨울이 녹아내려 시냇물 소리며 맑은 기운이 청아하기까지 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곱게 단장된 기와지붕이 열두 폭 치마를 펼쳐 둔 듯이 이어진다. 일 년에 아흐레만 산문을 연다는 봉암사. 해방 이후 불교계에서는 일대 선풍(仙風)이 불기 시작했다. 봉암사에서는 결사(結社)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결사는 불가의 스님들이 뜻을 모아 불교 내부의 잘못과 타락을 개혁하려는 종교개혁운동을 말한다. 천태종의 백련결사, 보조국사 지눌의 정혜결사, 당대의 고승들이 모여 한 봉암결사가 그것이다. 백련과 정혜는 고려 때의 일이지만 봉암결사는 해방 후 두 해가 지난 후의 일이다. 그해 시월, 봉암사에서 성철 스님과 지운, 보문, 우봉 스님이 ‘부처님의 법대로 살아보자는 뜻을 세웠다. 그로부터 3년간 결사에 참여한 오십여 명의 스님들은 가부좌를 틀고 뼈를 깎는 수행에 들어갔다. 밭을 매고 나무를 하고 동냥하며 수행하기를 반복했다. 어느 하나라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고 소홀하면 몽둥이가 날아들었다. 조선시대의 억불정책과 일본의 탄압을 넘어서는 불교 근간을 세우리라는 한국불교의 혁신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봉암 결사가 불교계에 끼친 영향은 절대적이다. 발우공양이며 금강경, 반야심경의 독송 의식도 결사에서 비롯되었다. 어느 절에서나 이루어지는 절차들이 결국 이곳에서 시발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희양산의 희끗한 봉황의 머리를 둔다면 구왕봉과 곰틀봉이 좌우의 날개가 된, 이 자리가 당대 고승들의 수행 발자취가 그대로 남아있다. 산사의 지붕은 결 따라 곱다. 처마 끝 풍탁은 높이 매달려 지나가는 바람을 기다린다. 기다린다는 것은 홀로 그 속을 채워나가는 일이다. 숱한 밤을 지새우며 경전을 읽고 염불을 외며 하나의 길을 뚫고자 했을 승려들이 그려진다. 하나가 된 승려들도 창호지로 배어들 봄꽃의 향기에 취하고 벌과 나비가 희롱하는 여름 꽃에 시선을 빼앗길 만도 할 터인데, 저벅저벅 고무신 코만 보며 걷지 않았을까. 가슴속에 이는 숱한 불꽃과 바람을 잠재우며 단단히 쪼고 매었을 마음 자락이 오늘은 바람에 덩그렁 덩그렁 울리는 풍탁의 흔들림조차 산사를 향한 노래가 된다. 철없는 아낙의 불심이야 경전 한 장만 못 하겠지만, 불전에 두 손 모아 가족을 향한 끝없는 염원을 내려다보신 부처님께선 그래도 안쓰러운 마음에 머리라도 한 번 쓰다듬어주시지 않았을까. 한발 한 발 내딛는 발자국마다 살아온 나날이 물집을 남긴다. 좋은 일이건 슬픈 일이건 노엽고 괴로운 일이든 쌓이고 쌓여 인생이다. 그 인생길에 한 겹씩 쌓아 올린 업보라는 것이 저 얼음장처럼 차고 단단해 봄비에도 녹지 않겠다. 그래도 아침이면 조금씩 조금씩 깎아보려고 업장 녹이는 일에 정진한다. 때론 새들의 노랫소리가 천당인 듯하고 맑은 정화수 한 사발이 무거운 욕심을 씻어내니 네 귀퉁이 사자조차 정겹다. 나무 사이로 일어나는 햇살에 전신이 나긋해지며 여기까지 온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감사한 마음이 차오른다. 희양산 자락의 품은 신묘하다. 저곳에서 내려오는 정기야말로 희고 고와 세상을 깨끗하게 덮을 만하다. 그 앞에 서 있자니 세상을 지나며 잡힌 물집이, 겹겹이 쌓인 업보가 조금씩 허물어진다. 허물어지고 부서진 자리로 청아한 바람 한 점으로 풍탁이 안부를 묻는다. 오늘의 염려를 여기 내려놓고 가라고. 나는 소복이 내렸을 법한 그 기를 홀로 느끼며 대웅전의 부처님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그윽하다. 제 몸을 태워 피워 올리는 향(香)내여. /배문경 수필가

2025-05-07

어느 봄날 - 기계면 도원정사

배롱나무 꽃 피는 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운지 낮잠을 못 자겠다 배롱나무 꽃 돋는 소리가 얼마나 켜켜이 쌓이는지 술을 못 미루겠다 봄날은, 마음의 멍울이 망울로 돋고 비와 바람에 꽃이 피고 져서 아지랑이도 서로 비비고 꼬이면서 온도를 재촉하며 순서도 명분도 없이 무분별하나 조용한 소요를 양분 삼아 투명하게 바쁘게 서두르고 있다 그 욕심의 작은 서막(序幕) 혹은 사람의 길은 아닐지 다행인 것은 외롭고 가난해도 왠지 더 윤택해지는 봄날의 느낌 햇살 한 조각 허투루 낭비 않는, 가만히 있어도 촘촘하게 흐르는, 그 봄날의 역학(力學)을 도원정사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 .. 한 사람이 있었다.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이고 싶었다. 등대처럼 끊임없이 수신호를 보내는 사람이고 싶었다. 배경이 되고 노을이 되고 싶었다. 혼자면서도 더불어 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데, 어머니는 시집을 간다고 한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5-07

포항 오베르단 ‘4월의 선수’ 후보

모따(안양), 오베르단(포항), 전진우(전북), 주민규(대전)가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4월의 선수' 후보에 올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5시즌 4월 'EA SPORTS K리그 이달의 선수상' 후보로 이들 4명을 선정, 8∼11일 K리그 공식 애플리케이션 '킥'(Kick)을 통해 팬 투표를 진행한다고 7일 밝혔다. '이달의 선수상'은 프로연맹 기술위원회의 1차 투표(60%)를 거쳐 선정된 4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2차 K리그 팬 투표(25%)와 EA FC 온라인 유저 투표(15%)를 진행한 뒤 1, 2차 투표 결과를 합산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지난달 열린 K리그1 7∼10라운드 경기 활약을 기준으로 모따, 오베르단, 전진우, 주민규가 후보로 선정됐다. FC안양의 스트라이커 모따는 8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1골), 9라운드 수원FC전(1골 1도움), 10라운드 제주 SK전(1골)을 통틀어 3골 1도움을 터뜨리며 활약했다. 포항의 미드필더 오베르단은 7라운드 수원FC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데 이어 10라운드 FC서울전에서도 결승 골을 터뜨려 팀에 1-0 승리를 안겼다. 오베르단은 득점뿐 아니라 역습 전개, 압박 등 공수에서 살림꾼 역할을 했다. 전북 현대 공격수 전진우는 7라운드 대전하나시티즌전에서 선제골을 기록해 2-0 승리를 견인했고, 9라운드 대구FC전에서는 멀티 골을 폭발했다. 10라운드 수원FC전에서도 결승 골을 터뜨려 2-1 승리에 일조했다. 대전 최전방을 책임지는 주민규도 18라운드 일정을 앞당겨 지난달 1일 치른 울산 HD와 원정 경기에서 결승 골을 터뜨려 팀에 3-2 승리를 안겼다. 이어 9라운드 김천상무전과 10라운드 강원FC전에서도 1골씩 기록하며 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이달의 선수' 수상자에게는 트로피를 주고, 선수는 해당 시즌 유니폼에 '이달의 선수' 패치를 부착한다. /연합뉴스

2025-05-07

우상혁, 파리올림픽 메달리스트 3명과 ‘재격돌’

우상혁(29·용인시청)이 2024 파리 올림픽 메달리스트 3명과의 재대결을 위해 카타르 도하에 도착했다. 우상혁은 역대 최고 높이뛰기 선수로 꼽히는 무타즈 에사 바르심(33·카타르)이 주최하는 육상 높이뛰기 대회 '왓 그래비티 챌린지'(What Gravity Challenge)에 출전한다. 올해 2회 대회는 한국시간으로 9일 오후 11시 카타르 도하 카타라 원형극장에서 시작한다. 바르심은 올해 초 우상혁에게 직접 "올해도 왓 그래비티 챌린지 대회에 출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우상혁은 바르심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하고 6일 도하로 떠났다. 이 대회는 실내 시즌을 마친 우상혁이 올해 처음으로 치르는 실외 국제대회다. 바르심은 지난해 5월 초대 대회를 개최하며 "남자 높이뛰기 세계 상위 12명이 출전하는 대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우상혁도 바르심의 초청에 응했다. 1회 대회에서 우상혁은 바르심과 접전을 펼치며 2m31의 같은 높이를 넘었다. 성공 시기에서 앞선 바르심이 우승했고, 우상혁은 2위를 차지했다. 2회 대회에도 세계 최상위권 남자 점퍼 12명이 출전한다. 파리 올림픽 챔피언 해미시 커(뉴질랜드)와 2위 셸비 매큐언(미국)이 바르심의 초청에 응했다. 파리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는 바르심이다. 우상혁은 파리 올림픽에서는 7위(2m27)에 그쳤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최정상급 점퍼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위(2m35)에 오르며 세계적인 점퍼로 부상한 우상혁은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 우승(2m34), 실외 세계선수권 2위(2m35), 2023년 다이아몬드 파이널 우승(2m35)의 쾌거를 이어갔다. 올해에는 파리 올림픽의 아픔을 딛고 연승 행진을 벌이고 있다. 올해 우상혁은 2월 9일 시즌 첫 출전 대회인 체코 후스토페체 실내대회에서 2m31로 우승했고, 같은 달 19일 슬로바키아 반스카비스트리차 대회에서도 2m28로 정상에 올랐다. 3월 21일 중국 난징에서 벌어진 2025 세계실내선수권 역시 2m31로 우승하며 올해 치른 3개 실내 국제대회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세계실내선수권에서는 파리 챔피언 커(2m28로)를 2위로 밀어냈다. 기분 좋게 실내 시즌을 마친 우상혁은 지난 달 22일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25 구미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최종 선발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0을 넘어 1위에 올랐다. 바르심, 커, 매큐언 외에도 2023년 세계선수권 2위 주본 해리슨(미국), 파리 올림픽 5위 아카마쓰 료이치(일본) 등이 도하에서 우상혁과 경쟁한다. 올해 왓 그래비티 챌린지 대회에는 여자부 경기도 열려 세계 기록(2m10) 보유자이자 파리 올림픽 챔피언인 야로슬라바 마후치크(우크라이나) 등 최정상급 점퍼 12명이 출전한다. /연합뉴스

2025-05-07

포항시청 조정선수단, 화천평화배 2연패 ‘쾌거’

포항시청 조정선수단이 제19회 화천평화배 전국조정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강원도 화천호 조정경기장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여러 종목의 메달을 획득하며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포항시청은 경량급 싱글스컬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한 후 더블스컬과 여자 더블스컬에서도 연이어 금메달을 추가하며 순항했다. 쿼드러플 종목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해 메달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주목할 만한 성과는 여자 더블스컬 종목이었다. 팀의 막내 조인 이수연·성주영 선수 듀오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상대팀을 제치고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우승으로 포항시청 조정팀은 준우승팀과 큰 점수 차이를 기록하며 여대 및 일반부 종합우승을 차지해 전국 최강팀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김구현 감독은 “이번 성과는 포항시의 전지훈련 지원과 국가대표 소집훈련 후에도 팀에 성실히 복귀해준 선수들의 헌신 덕분”이라며 “특히 한 달 가까이 함께 생활하며 훈련을 묵묵히 소화해준 막내 삼인방 이수연, 성주영, 김성은 선수를 이번 대회의 MVP로 꼽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숙 시 체육산업과장은 “포항시청 조정팀이 전국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선수들과 지도진의 열정, 그리고 체계적인 행정지원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한 “포항시가 스포츠 명품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2025-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