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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연구인력·교통·인프라 대구는 모두 갖춘 최적의 도시

치과계의 오랜 숙원 사업인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는 국내 치의학 산업의 미래를 이끌 핵심 과제로 주목받으며, 고령화사회 진입과 디지털 기술 확산 속에서 치의학이 의료산업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원 입지 선정에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과학적 타당성, 산업 생태계 활성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세 가지 원칙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대구는비수도권 최대 규모의 치과산업 기반과 우수한 연구 인력, 교통·의료 인프라를 모두 갖춘 최적지로 꼽힌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은 단순히 연구 기능을 넘어, 디지털 치의학 기술 개발부터 임상 적용까지 산업 전반의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해당 기관의 설립 필요성과 함께, 국가 보건의료 체계 및 관련 산업에 미칠 파장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국립치의학연구원, 왜 지금 필요한가⋯‘공약’ 아닌 ‘공모’가 답 2. 대구, 인재와 산업이 모인 곳⋯치의학 연구의 실질적 최적지 3. 대구 vs 충남 vs 부산 vs 광주⋯지역별 유치 전략과 기반 비교 4. 연구원이 대구에 오면 바뀌는 것⋯지역을 넘는 국가 파급효과 5. 이원혁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유치위원장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 유치는 국가 경쟁력 높이는 전략적 선택”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을 둘러싼 지역 간 유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연구원 설립의 필요성과 입지 선정 절차의 공정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치의학계는 연구원의 조속한 설립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정치적 고려보다는 산업 기반과 연구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과학적·객관적 평가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27일 대구시치과의사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작년부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통해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타당성과 입지 분석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결과는 오는 9월쯤 발표될 예정이다. 국립치의학연구원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시대에 필수적인 구강 건강을 국가 차원에서 총괄하는 연구기관으로, 기초연구부터 기술 개발, 산업화까지 전주기를 아우르는 치의학 R&D 허브로 설계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치의학을 전담하는 국립 연구기관이 없어 대학, 병원, 민간 기업 등이 각자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분산형 구조다. 의학과 한의학 분야에는 각각 5개, 2개의 국가 연구기관이 설치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치과 의료서비스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8% 이상 성장했으며, 전체 의료비 중 치과 진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이른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지원 체계는 부재해 연구개발과 산업화, 인재 양성에 모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1948년 국립보건원(NIH) 산하에 국립치과·두개안면연구소(NIDCR)를 설립해 치의학 전 분야를 아우르는 R&D 생태계를 구축했다. 미국의 치과 진료 의료비 지출 비중은 전체 보건의료 지출의 약 15%이며, 이에 상응하는 7% 수준의 R&D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의료비 비중은 유사하나 R&D 비중은 2%에 불과한 실정이다. 치의학계는 국내 기업의 기술력이 임플란트, 핸드피스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에도, 기초와 응용을 연결하는 연구체계가 부족해 산업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구강건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나, 산·학·연·병 간 연계 체계가 미흡해 성과 확산이 제한된다는 것. 지역의 한 치과대학 교수는 “고령화 과정 중에 영양 섭취·노쇠와 관련된 문제의 상당 부분이 구강 건강, 치아 건강하고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고소득 고학력인 노인은 치과로 인한 문제가 적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불평등이 심해졌기 때문에 이 문제해결을 위해서 국립치의학연구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5월 19일 ‘동네공약’을 통해 국립치의학연구원을 충남 천안으로 유치한다고 밝히자, 대구시치과의사회를 비롯한 대구지역 8개 보건의료단체는 5월 22일 공동성명을 통해 “국립치의학연구원은 특정 지역의 선거 공약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며 “이는 연구원 설립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진행 중인 과학적 용역 결과도 나오기 전에 특정 지역을 공약으로 명시하는 것은 정책 결정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동성명에는 △정치 공약이 아닌 과학적 평가 기반의 설립 논의 △보건복지부 용역 결과에 대한 정책적 존중 △대구시 차원의 전략적 유치 준비 △대통령 후보의 정치적 이용 중단 등의 4가지 요구사항이 담겼다. 지역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하루 뒤인 5월 23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천안 유치는 확정이 아닌 지원 의지를 밝힌 것일 뿐”이라며 “향후 공정한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대구는 경북대 치과대학과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국내 최대 치과 재료 산업 클러스터 등 우수한 인프라를 보유한 도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입지 선정 시 산업 생태계, 연구 인프라, 인재 확보 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한 실증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세호 국립치의학연구원 대구 유치 공동 위원장(대구치과의사회 회장)은 “정책은 표를 얻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되며, 국민적 신뢰 속에서 공정하게 추진돼야 한다”며 “정부는 전문 평가단 구성과 공모 방식 절차화를 마련하고, 대구시는 실질적인 대응 전략 수립과 전담 조직을 재편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7-27

한국태권도, 亞청소년선수권 남녀 동반 우승

한국 태권도 유망주들이 10년 만에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남녀 동반 종합우승을 일궜다. 한국중고등학교태권도연맹(회장 이경배)은 25∼26일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열린 2025 아시아청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단이 냠녀부 모두 종합우승을 차지했다고 27일 밝혔다. 아시아 36개국에서 406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남자부에서 금메달 4·은메달 1·동메달 2개를 획득했고, 여자부에서는 금메달 4·은메달 1·동메달 1개를 수확해 모두 정상에 올랐다. 이란이 남자부(금 3·은 2· 동 1개)와 여자부(금 3·은 2·동 1개)에서 모두 우리나라에 이은 종합 2위에 자리했다. 우리나라가 아시아청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남녀 동반 종합우승을 달성한 것은 2015년 대만 대회 이후 10년 만이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체계적인 준비와 뛰어난 경기력으로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되찾은 것은 물론, 고른 메달 분포로 선수층의 두꺼움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중고등학교연맹은 그동안 국내 청소년 선수들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단계적인 시스템 개선과 환경 구축에 힘써왔다. 특히 국내대회를 국제대회 수준의 조명, 연출, 운영 시스템으로 정비해 실제 경기장 분위기와 유사한 환경에서 선수들이 국제무대 적응력과 경기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중고등학교연맹은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훈련 시스템과 대회 운영 방향성의 전환, 그리고 선수, 지도자, 연맹 관계자 간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이룬 값진 결실"이라고 이번 대회 종합우승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앞으로도 청소년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국제 무대 진출을 위한 체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

2025-07-27

대구 수성못 법이산 봉수대를 아세요

대구 수성못 남쪽에 있는 법이산에는 조선시대 사용했던 봉수대가 지금도 남아 있다. 수성못 남쪽에서 20분 정도 올라가면 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으나 평소 많은 사람이 찾지는 않는다. 봉수대란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을 이용해 적들의 동향을 파악해 상부에 알렸던 군사 목적의 통신수단이다. 조선시대 봉수대는 왜구의 주요 침탈지인 동래현에서 시작하여 한양까지 연결하는 주요 봉수인 ‘직봉’ 5개소가 있었고, 그 아래 직봉마다 하위 봉수인 ‘간봉’을 두어 운영했다. 법이산 봉수는 제2거 직봉의 하위 8간봉 중 하나다. 부산 천성보 봉수에서부터 이어져 당시 성주의 각산봉수, 대구의 성산 성황당에서 신호를 받아 경산의 시산 봉수로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이산 봉수대와 관련된 기록은 경상도지리지(1425년), 해동지도(1705년,) 대동여지도(1861년) 등의 고지도와 세종실록지리지(1454년), 신동국여지승람(1530년)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법이산 봉수 유적지에는 기우단(가물 때 비오기를 제사 지내는 단)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봉수대는 비가 오면 오히려 불편했을텐데 봉수대 인근에 기우단이 만들어진 것은 매우 특이한 점이다. 2019년 가온문화재연구원에서 이곳을 발굴 조사한 적이 있다. 발굴 조사에 의하면 봉수대 방호벽 둘레가 106.5m에 달했고, 배 모양의 봉수로, 남북에 인접하여 동서로 길게 만들어진 돌무지 시설, 계단형과 개방형의 출입 시설 2곳이 확인되었다. 또 유적지 내에서 백자류와 옹기 파편, 기와류 등도 출토됐다. 배 모양의 방호벽은 외적이나 산짐승으로부터 봉수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봉수대에서 출토된 적이 없는 백자류 파편이 출토된 것은 기우단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한다. 법이산 봉수대는 대구지역 첫 봉수 문화재로 대구시 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수성구청은 봉수대를 포함한 일대의 종합 정비 계획을 수립 중이다. 또 앞으로 법이산 봉수대의 국가지정문화재 승격을 위해 추가적인 준비도 하고 있다고 한다. /안영선 시민기자

2025-07-27

소가야, 바다에서 피어난 가야왕국

남해안과 낙동강 유역 일대는 예로부터 사람과 물산이 오가는 교통과 교역의 요충지다. 이 지역에 자리 잡은 소가야는 가락국 수로왕의 동생 말로왕이 세운 나라다. 오늘날 경상남도 고성 지역을 중심으로 진주와 산청까지 세력을 넓혔다. 소가야는 중국과 백제, 왜를 잇는 해상 교역의 중개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군사력이나 정치면에서는 아라가야나 가락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소했지만, 바다를 품은 지리적 이점 덕분에 활발한 외교와 문화 교류를 펼칠 수 있었다. 209년, 소가야는 포상 8국의 연합군에 속해 가락국을 공격했으나 패하고 말았다. 같은 뿌리를 지닌 나라들끼리 피를 흘려야 했던 이 사건은 소가야의 독자적 자립 의지와 복잡한 정치적 현실을 보여준다. 이후 광개토태왕의 남정으로 가야 전체가 크게 위축되자, 소가야는 아라가야와 함께 재기를 모색했으나 6세기 중반, 끝내 신라에 항복하고 역사 속으로 퇴장하게 된다. 소가야의 흔적은 오늘날 경남 고성군 일대의 고분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회화면 봉동리에는 소가야 왕실의 마지막 흔적이라 할 수 있는 고분군이 있다. 시조 말로왕에서부터 9대 이형왕에 이르는 아홉 무덤이 줄지어 있다. 고성김씨 종친회에 따르면, 이 고분군에서는 매년 음력 3월 1일 향사를 올린다고 한다. 인근 과수원 주민이 이곳에서 토기 조각과 철기 유물이 다수 출토되었음을 전했다. 그러나 왕릉으로 추정되는 이 고분들은 일제강점기 도굴과 훼손으로 인해 원형이 많이 훼손된 상태다. 고성읍 송학리에 있는 송학동 고분군은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초 사이에 조성된 무덤들로, 사적 제119호로 지정되어 있다. 소가야인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들은 고성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 박물관은 둥근 토기 형태로 설계되어 소가야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1층에는 전통 놀이 체험 공간과 북카페가 있고, 2층 전시실에는 송학동 고분군과 내산리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만나는 기마무사 모형이 인상 깊다. 투구와 갑옷을 갖춘 무사가 무장한 말을 타고 있는 모습에서 위풍당당한 기상이 전해진다. 실제로 발굴된 투구에서는 금동 장식이 확인되어 소가야의 정교한 공예 기술을 보여준다. 손잡이 달린 잔, 구멍 난 단지, ‘고(古)’자가 새겨진 굽다리 접시 등은 당시의 미감과 생활상을 생생히 전해준다. 박물관을 나서며 남쪽 바닷가의 남포항을 찾았다. 2008년 국가 어항으로 지정된 이곳은 조용한 어촌이지만, 오래전 바다를 통해 소가야가 외부 세계와 활발히 교류했을 것을 떠올리면 감회가 남다르다. 비록 지금은 역사서 속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지만, 바다의 힘을 품고 문화를 꽃피운 소가야는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었다. /김성문 시민기자

2025-07-27

풍류

풍류란 뭘까? 산 좋고 물 좋은 데서 바람 맞으며 “캬~” 한숨 내쉬는 것, 그것만으로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그저 풍경 구경하며 감탄사 날린다고 풍류객 대접받을 수는 없는 거다. 풍류에는 뭐가 있어야 하느냐, ‘격’이 있어야 한다. 자연과 어우러질 줄 아는 멋, 품격, 거기다 약간의 삐딱함과 짬에서 나오는 자유로움까지 곁들여야 제맛이다. 풍류 좀 안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옷을 곱게 입는 걸로는 어림도 없다. 조선시대 진짜 풍류객들은요, 살짝 삐딱했지만 품위는 있었고, 거리낌은 없었지만 궤도는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 인물 중에 김삿갓 김병연이 있다면, 그에 못지않게 정신 줄 놓은 풍류객이 있었으니, 바로 백호 임제 선생이시다. 이 양반, 풍류를 즐겼는지라 서른 나이에 겨우 급제했다. 벼슬길에 올랐지만, 글보다 술, 공맹보다 낭자에게 더 끌렸던 분이다. 그가 평안도 부사로 제수 받고 도임하러 가는 길에 개성에 들렀는데, 그곳엔 전설의 기생 황진이가 살고 있었다. 막 도착했는데 들리는 소식이, “어이구, 황진이 그 분, 석 달 전에 돌아가셨슈~ ”날벼락 맞은 임제, 고기 한 근에 술 한 병 싸들고 황진이 묘소에 곡차 올리고 시를 읊는다.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가 누었는가/홍안은 어디 가고, 백골만 남았는가/잔 들고 권할 이 없으니, 그대를 슬퍼하노라.” 절절하다 못해 촉촉한 시 한 수. 그런데 이게 문제였다. “뭐야, 사대부가 기생 무덤에 제를 지내고, 거기서 시를 읊었다고?” 유교 경전 끼고 다니며 트집 잡던 양반들이 이걸 빌미로 고변했고, 결국 임제는 파직 당했다. 하지만 임제, 이런 걸로 꺾일 인물 아니다. 벼슬길에서 쫓겨나면 또 어떠랴, 세상이라는 무대를 다시 유람 삼아 떠나면 그만. 관복 벗고 도포 자락 휘날리며 풍류의 길로 다시 나선다. 수원 어느 주막에 들른 임제, 술도 좋고 안주도 좋은데 주모 얼굴이 아주 절세미인이다. 아니나 다를까, 술 몇 잔 돌자 주모 마음도 돌고, 시 한 수 던지자 눈빛이 반짝인다. 결국 그날 밤, 주막 방 안은 달빛보다 더 아련했으리라. 그런데 다음 날 문제가 생긴다. 한양 가서 장사 나갔던 주모 남편이 무슨 초고속으로 돌아왔다. 닷새는 걸릴 길을 하루 만에 온 걸 보니, 오다가 감이 떨어졌든지 찜찜한 예감이 들었든지. 어쨌든 그 사내, 백호가 주모와 운우지정을 밝히고 있을 때 문 열고 들이닥치며 도끼부터 번쩍 들었다. 임제는 놀라지도 않고 담담히 말했다. “좋소, 내가 죄인입니다. 다만 죽기 전에 시 한 수만 읊게 해주시오.” 죽는 원은 들어주는 게 상례라, 남편이 지필묵을 내주었다. 그러자 임제는 붓을 들어 일필휘지로 시를 썼다. “어젯밤 장안에서 술 취해 왔더니/복사꽃 한 가지가 농염하게 피었더라/그대는 어찌 이 꽃을 번화한 땅에 심었는가/심은 이가 그른가, 꺾은 이가 그른가” 이걸 보고 남편은 도끼를 내려놓았다. ‘그럴 만했구먼’ 싶었던 거다. 꽃이 예쁘면 벌 나비 오는 건 자연의 이치 아니던가. 주모의 미모를 그런 주막에 내놓은 자신도 잘못이 있다며, 오히려 술상 내어 대접했다 하니, 이쯤 되면 시가 목숨도 구하는 법이다. 임제는 절세 미남이자 시인이었다. 세상의 틀을 벗어나, 마음 가는 대로 살았던 진짜 풍류객이었다. 그의 삶은 도포자락처럼 너울거렸고, 그의 시는 술잔처럼 가볍되, 울림은 깊었다. 풍류란, 틀에 갇히지 않고도 품위를 잃지 않는 삶의 기술이다. 백호 임제가 그랬듯, 오늘 하루쯤은 바람 부는 대로, 마음 흐르는 대로 살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방종현 시민기자

2025-07-27

한국족보,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추진

17세기 이전 간행된 20여 한국 족보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회의실에서는 한국 족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회(상임대표 이주영·이하 추진위) 출범식이 열렸다. 이날 20여 문중의 한국 족보를 소개하는 실물 전시회도 함께 개최됐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한국 족보는 우리나라 최초 족보 ‘안동권씨 족보 성화보(成化譜)’를 비롯해 17세기 이전에 간행된 ‘청송심씨 족보-을사보’, ‘대종보-영일정씨 감무공파 족보’, ‘고령신씨 세보’, ‘함양박씨 족보’, ‘진양하씨 세보’, ‘신편광주이씨 동성지보’, ‘파평윤씨 성보’, ‘천안전씨 세보’, ‘창녕성씨 족보’, ‘청주한씨 세보’, ‘야로송씨 족보’, ‘동래정씨 족보’, ‘순흥안씨 족보’ ‘청주이씨 족보’, 전주이씨의 ‘장의공자손보’, ‘청밀양박씨 ’, ‘신창맹씨 족보’, ‘평양박씨족보’, ‘계림김씨세보’ 등 20여 성씨 족보다. 우리나라 최초 안동권씨 족보인 성화보는 경북 안동시 도촌리에 있는 도계서원 만대헌(晩對軒)에 소장돼 있었던 조선 성종 7년(1476)판 초간본으로 1980년경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에 기증되었다. ‘성화보(成化譜)’는 서거정이 쓴 서문에 ‘족보의 초안은 권제(권근의 장남)가 만들었다고 기록돼 있다. 약 30년 동안 권근의 아들, 손자, 외손자 등 외손이 증보한 뒤 관찰사가 간행한 것이다. 시조 권행부터 8세 권리흥까지는 단선으로, 이후는 외손 포함하여 총 9000명 가까운 방대한 인물을 수록한 만성보(萬姓譜) 형식이다. 권근은 공민왕 1년(1352)에 안동부에서 태어나 18세 때 과거에 급제한 인물이다. 추진위는 성화보 등 20여 종의 한국 족보는 수백년이 넘는 진본으로 조선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유산이며 인류유산 보존에 손실이 없도록 유네스코 세계기유산에에 등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주영 추진위 상임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족보’의 역사적 가치는 일개 중흥을 넘어, 더 나아가 한민족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인류 모두의 자산이므로 적절히 보호되고 보존되어 미래세대에 전수되어야 하고 또한 모든 사람이 방해받지 않고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시 시민기자

2025-07-27

탁구 김나영-유한나, WTT 라고스 여복 제패…올해 3번째 우승

'찰떡 콤비' 김나영-유한나(이상 포스코인터내셔널) 조가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컨텐더 라고스 2025' 여자복식 정상에 올랐다. 김나영-유한나 조는 2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열린 대회 여자복식 결승에서 이집트의 하나 고다-디나 메쉬레프 조에 3-2(8-11 11-4 11-7 9-11 11-6) 역전승을 낚았다. 이로써 김나영-유한나 조는 지난 4월 타이위안 대회와 6월 스코피예 대회 제패에 이어 올해 WTT 시리즈에서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김나영-유한나 조는 6월 WTT 컨텐더 자그레브 대회에서도 동메달을 수확했다. 왼손 셰이크핸드는 유한나는 한국의 여자 간판 신유빈(대한항공)과 한 달여 손발을 맞추고 출전한 올해 5월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선 깜짝 은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김나영-유한나 조는 이집트 조를 맞아 첫 게임을 8-11로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4년 가까이 호흡을 맞춘 찰떡궁합을 앞세워 2게임을 11-4로 여유 있게 이겨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게임 승리에 이어 4게임을 잃어 최종 5게임에 들어갔지만, 유한나가 기회를 만들면 김나영이 날카로운 드라이브로 득점하며 11-6으로 승리해 역전승을 완성했다. 전혜경 포스코인터내셔널 감독은 "유한나-김나영 조는 김나영 선수 입단 때부터 4년 가까이 호흡을 맞춰 열세 상황에서도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있다"면서 "유한나의 강력한 포핸드 톱스핀 드라이브와 김나영의 포핸드 백핸드 드라이브가 시간이 갈수록 빛을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2025-07-27

‘최다 이닝·QS 1위’ 후라도 향해 모자 벗고 칭찬한 박진만 감독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은 26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wiz와 방문 경기를 마친 뒤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 하기 위해 서 있던 박 감독은 이날 완봉승을 거둔 외국인 선발 투수 아리엘 후라도가 다가오자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였다. 감독이 선수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사령탑의 권위를 중시하는 KBO리그에서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다. 박진만 감독은 팀을 위해 헌신하는 후라도를 향해 진심 어린 고마움을 표현했다. 올 시즌 후라도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표면적인 성적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20경기에 등판해 9승 7패, 평균자책점 2.62를 기록했다. 다승 공동 6위, 평균자책점 4위를 달린다. 개막 이후 12연승을 기록 중인 한화 이글스의 코디 폰세(12승, 평균자책점 1.76), 5월에 합류한 뒤 9경기에서 7승 2패, 평균자책점 1.94의 특급 성적을 낸 롯데 자이언츠 알렉 감보아 등 타팀 에이스들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삼성 내부에선 후라도를 폰세, 감보아 못지않은 투수로 평가한다. 후라도는 국내 제1의 이닝이터다. 올해 20경기에서 130⅓이닝을 책임졌다. 그는 20경기 중 18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던졌고, 7이닝 이상 버틴 것도 9차례나 된다. 선발 등판 경기 중 절반 정도를 7회까지 책임진 셈이다. 선발 투수가 7회까지 던지면 불펜 하중은 매우 줄어든다. 그 경기에서 불펜 2명 정도만 쓰면 되기 때문에, 그 효과를 다음 경기까지 누릴 수 있다. 후라도가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불펜 투수를 아예 내보내지 않은 경우도 세 차례나 된다. 후라도는 지난 달 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9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1-0 완봉승을 거뒀고, 26일 kt전에서 9이닝 무실점 역투로 11-0 승리를 이끌며 시즌 두 번째 완봉승을 기록했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완봉승을 두 차례 이상 거둔 선수는 후라도가 유일하다. 지난 3월 28일 두산 베어스전에선 8이닝 동안 2실점 하며 완투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후라도는 올 시즌 16차례로 최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 1위,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3자책점 이하) 공동 1위(9차례)를 기록하는 등 이닝 관련 기록에서 압도적인 면모를 뽐낸다. 후라도는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도 효율적인 투구로 철저히 몸 관리를 한다. 그는 키움 히어로즈에서 뛴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183⅔이닝(3위), 190⅓이닝(2위)을 소화했지만, 부상 문제로 길게 자리를 비운 적은 없다. 후라도는 올 시즌 탈삼진 96개를 기록해 이 부문 15위에 불과하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후라도는 삼진보다 타자들을 맞혀 잡는 데 집중한다. 적은 투구 수로 긴 이닝을 책임지기 위한 효과적인 방책이다. 그는 올 시즌 투구 수 1천959구를 기록 중으로, 본인보다 16이닝을 덜 던진 NC 다이노스 로건 앨런(1천983개)보다 적다. 후라도의 활약상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일군 터라 더욱 의미가 깊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KBO리그의 대표적인 '타자친화구장'이다. 그러나 후라도는 대구에서 12경기에 등판해 76이닝을 책임졌고, 완봉승 한 차례, 완투패 한 차례를 포함해 5승 3패 평균자책점 3.08을 기록했다. 그는 올 시즌 등판 경기 중 절반 이상을 대구에서 치르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최근 불펜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박진만 감독으로선 후라도가 예뻐 보일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2025-07-27

사회적 기준에 밀려난 목소리 예술로 소환

영천 시안미술관(관장 변숙희)은 오는 8월 24일까지 본관 1, 2, 3전시실에서 2025년 하반기 특별기획전 ‘전해지지 않은 문장들: 여기에 그림자가 있다’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 1월 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오는 12월까지 1년간 이곳에 머무르며 작품활동을 펼치는 제17기 입주작가 9명의 작품을 선보이며, 사회적 소외와 타자화, 비가시성 등 동시대적 문제를 ‘그림자’라는 상징으로 풀어낸다. 김동훈, 김정애, 노연이, 손주왕, 양은영, 이체린, 이향희, 전영경, 최은희 등 9명의 작가는 회화·사진·설치 작품 총 70여 점을 통해 각자의 창작적 시선으로 구조적 소외와 타자화의 문제를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사회적 기준에서 밀려난 이들의 목소리를 예술로 소환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인식의 전환을 제안한다. 참여 작가들은 보이지 않던 것들, 낙인찍힌 것들, 경계에 선 것들을 드러내며 중심과 주변의 위계를 흐리고 새로운 감각의 장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김동훈 작가는 자신의 감정 상태와 태도를 중심으로 작업하며, 완벽함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결함’을 탐구함으로써 자신을 이해하고 긍정적 변화를 추구한다. 김정애 작가의 ‘낯선 환희’ 시리즈는 일상 속 평범하거나 소외된 공간(자연 속 비닐하우스, 도시의 낡은 옥상)에서 발견한 독특한 아름다움과 감정을 예술적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조형언어로 탐구한다. 노연이 작가의 작품은 자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상징계와 실재계라는 철학적 개념을 통해,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환상 회화로 형상화하며, 불완전한 현실을 마주하고 적응해가는 과정을 탐구한다. 손주왕 작가의 ‘분출하는 몸’은 개인의 정신적, 신체적 변화를 통해 몸의 경계가 흐려지며, 이는 몸이 외부 세계로 확장되고 자유로워지는 과정을 상징한다. 양은영 작가는 사회적 이분법(인간/비인간, 정상/비정상)으로 타자화된 존재들(황소개구리, 성노동자 등)을 파편화된 이미지로 재구성하고, 고정되지 않은 다층적 시점을 통해 위계적 시선을 해체하며, 혐오와 배제의 구조 속에서 소외된 존재들의 일상적 가치와 생명력을 예술적으로 재조명한다. 이체린 작가의 작품은 일상적 자극과 공간의 관계성을 탐구하며, 인간의 정서와 기억을 회화로 표현하고, 이를 통해 공간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내러티브를 창출한다. 이향희 작가는 포항 바다 풍경을 시간의 역순으로 재구성한 20폭의 흑연 작품에서 유동적 기억과 장소적 상징(포스코 포항제철소)을 통해 개인적 서사를 보편적 정서로 확장하며, 관람자의 기억과의 만남을 유도한다. 전영경 작가의 ‘파노라마 판타지’는 환경 오염과 생태계 파괴로 이상 기후가 만연한 현실 속에서, 매혹적이지만 불편한 산업적 풍경을 파노라마적 시선으로 포착해 인간 존재의 모순을 드러낸다. 최은희 작가는 자본주의적 구조 속에서 소외된 개인들의 사적 삶과 사회적 모순을 포착하고, 노숙인의 언어 ‘Hello, Please’를 통해 삶의 아포리아를 은유하며, 반전된 텍스트와 파편적 이미지로 인간 물화에 대한 자본주의적 도구화의 문제를 비판적 시선으로 시각화한다. 이번 전시는 “사회가 세운 ‘중심’의 허구성을 질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MBTI 같은 분류 체계가 개인의 다층적 경험을 단순화하듯, 편견이 낯섦을 고착화한다는 비판적 시각을 담았다. 관람객은 익숙함에 가려진 그림자 속 숨겨진 서사를 발견하며, 공존을 위한 새로운 경계를 상상하게 될 것이다. 박천 시안미술관 큐레이터는 “영천시의 ‘향토작가 전시지원사업’에 따라 추진됨으로써 지역 미술 생태계의 흐름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성과를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동시대적 문제를 예술 언어로 풀어내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7-27

익숙한 방향을 의심하기

오키나와로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지난하고 숨 가쁜 일상에 너무도 지쳐있던 터라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휴가를 구상하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아주 빤한 이미지였다. 맑은 바다, 따뜻한 햇살, 해안가에 나 있는 도로를 타고 창문을 연 채 선선히 들어오는 바닷바람을 마시며 드라이브하는 내 모습. 머릿속에서는 정말 완벽한 그림이 그려졌다. 문제는 그 낭만을 만끽하려면 내가 직접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모든 방향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렌터카 업체 직원의 겁 주기 기술은 실로 대단했다. “사고가 얼마나 자주 나는지 몰라요.” 말끝마다 ‘진짜예요’를 붙이며, 친히 사고 현장의 사진까지 보여주었다. 부서진 범퍼와 찌그러진 번호판을 보기만 해도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일본 운전 실전판!’ 제목을 단 유튜브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본 성과가 빛을 발하길 바라며, 야심 차게 시동을 걸었다. 운전대는 오른쪽에 있고 차는 왼쪽 차선으로 달려야 하는 상황. 좌회전을 하기 위해 숨을 길게 내쉰 순간, 내가 켠 건 방향 지시등이 아니라 와이퍼였다. 비는 오지 않았다. 오키나와의 맑은 하늘 아래, 내 차 앞 유리엔 와이퍼가 분노에 찬 듯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얼렁뚱땅 좌회전을 마치고 와이퍼를 끄려는데 이번에는 방향 지시등이 켜졌다. 닦을 것도 없는 유리를 열심히 닦아대고 회전할 일 없는 도로 위에서 차는 홀로 신호를 남발하는 중이었다. 문득 직원이 사고 현장을 보여주며 덧붙인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출발하는 순간 각이 다 나와요. 아, 저 사람 큰일 나겠구나.” 그의 눈에 나는 어떤 각을 그리는 사람이었을까. 나는 허둥지둥 도시를 헤쳐 나갔다. 목적지에는 도착했다. 물론 와이퍼는 그날 하루 종일 내 방향지시등 노릇을 했지만. 도착한 뒤 본 차는 출발했을 때보다 어쩐지 더 반짝반짝해 보였다. 처음엔 우습기만 했던 그 실수가 시간이 지나자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한국에서 아무 생각도 없이 관성적으로 운전을 하던 나는 낯선 도로에서 맨 처음 운전대를 잡고 연수를 받던 그 시절로 돌아갔다. 끊임없이 “오른쪽 어깨를 중앙선에, 오른쪽 어깨를 중앙선에...” 하며 중얼대고, 신호등도 제대로 보지 못해 급정거하기 일쑤. 아마 이날의 운전대로 면허 시험을 봤다면 나는 초고속으로 탈락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늘 익숙한 방식으로 무언가를 하길 원한다. 몸이 기억한 방향과 머릿속에 그려진 그림은 분명한 안정감을 준다. 그러나 가끔은 그런 모든 익숙함이 도무지 통하지 않는 날이 있다. 그럴 때 두려움에 움츠러드는 것도 사실이다. 살면서 그런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어쩌면 그건 낭패라기보단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얼마나 익숙함에 의존하며 살아왔는지, 감각에만 기대어 방향을 정해왔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기회. 익숙한 것들이 흔들릴 때 비로소 나 자신의 본모습이 드러난다. 당황하고 머뭇거리고 엉뚱한 버튼을 누르며 실수하는 나. 더 잘하고 싶어서 안달 내고 그러다가 우스꽝스러운 실수를 남발하는 평소의 내 모습을 사랑하는 일은 아무래도 쉽지 않다. 그러나 운전에서만은 나 자신을 기특하게 여기기로 했다. 수없이 머뭇거렸지만 결국 전진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와이퍼와 방향 지시등을 헷갈리는 모습이 멀리서 봤을 때는 조금 우스꽝스러울 수 있지만, 어쨌든 가고 있으니까. 핸들을 쥐고 힘차게 엑셀레이터를 밟는 마음은 스스로 분명하게 아는 것이니까. 말은 이렇게 번지르르하게 하지만, 여행 내내 긴장과 조마조마함의 연속이었다. 역주행을 간발의 차로 피한 순간이 몇 번 있었고 위험천만한 길로 들어 굉장한 사고를 낼 뻔도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점차 새로운 운전법에 익숙해지게 됐다. 결국 어떤 사고도 내지 않고 제시간에 무사히 렌터카 업체에 차를 반납할 수 있었다. 자동차 키를 직원에게 건네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은 것은 덤. 손을 번쩍 치켜들고 속으로 외쳤다. 해냈다!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은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라 이 아슬아슬 위험천만했던 순간이리라. 그렇게 나는 익숙한 방향을 의심하며 그 속에 숨어 있던 무심함과 안일함을 깨트릴 수 있었다. 그래,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용기를 얻은 것을 이번 휴가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해 두자. 그렇게 뿌듯함을 가슴속에 소중히 간직한 채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공항 주차장에 주차된 그리운 나의 차에 올라타며, 나는 또다시 깜빡이 대신 와이퍼를 켰다. /문은강(소설가)

2025-07-27

어둠의 왕자, 오지 오스본을 떠나보내며

영국의 헤비메탈 밴드 ‘Black Sabbath’의 보컬리스트이자 솔로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헤비메탈이라는 장르 자체를 완성시킨 장본인 중 한 명이었던 위대한 뮤지션, 오지 오스본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위대한 아티스트의 죽음 앞에 적당한 말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의 죽음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그가 불과 세상을 떠나기 17일 전에 올랐던 무대 때문이다. 그는 그것이 그의 마지막 무대라고 미리 알렸다. 마치 마계의 왕좌를 연상시키는 의자에 앉아 노래 몇 곡을 부르기도 했던 그는 세상을 향해 작별 인사를 하며 이보다 더 멋진 마지막은 없을 것이라 선언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그는 그가 다스리는 어둠의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다.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하고 세상을 향해 소리치며 끝인사를 남기는 일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우리 주변의 죽음을 보면 그것은 그야말로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늙고 병들어 요양원으로 떠난다. 고통스런 육신 속에서 정신이 희미해지는 것을 오랫동안 느끼며 크게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촛불 하나가 꺼지듯 조용히 세상을 떠난다. 아니면 뜻밖의 순간에 갑작스레 차에 치이거나 높은 곳에서 실족을 해서, 아니면 어떤 재난에 휘말려 인사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세상에서 지워지고 만다. 아니면 절망 속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떠나는 마당에 몇 마디라도 가까운 이에게 남길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러한 일은 대부분 비밀스럽고 은밀하게 행해지고 묻힌다. 마약과 기행으로 얼룩진 부분들이 있지만 어쨌거나 뜨겁게 살아낸 그의 76년 인생을 보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정말 부러운 것은 희미하게 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저 하늘에 거대한 폭죽 하나를 쏘아 올리고 떠날 수 있었던 그의 마지막이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은 유일무이한 것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을 그들의 인생을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아낸다. 그런데 이렇게 멋진 마지막은 어째서 단지 그에게만 허락된 것일까.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고령이 되어 질병과의 싸움을 지속해 나가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을 무렵, 누구나 보편적으로 자신의 곁을 지켜주던 이들과 자신이 살았던 세상을 향해 인사를 건네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누군가는 오지 오스본처럼 화려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을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조촐하고 소박한 마무리를 꿈꿀지도 모른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나는 이제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것과 세상에 기여하는 것을 멈추고 천천히 조용히 죽음의 곁으로 걸어가겠다고 선언하는 자리를 갖는 일이 흔해진다면 어떨까. 어차피 죽은 다음이라 누가 왔는지도 모르고 나만 빼고 자기들끼리 모여 육개장과 편육을 집어먹곤 하는 장례식 보다야 훨씬 의미 있고 멋진 일일 것 같은데. 영화 ‘타짜’에 등장하는 인물인 ‘아귀’는 자신의 숙적인 ‘평경장’의 죽음을 전해 듣고 말한다. “허허, 그 양반 갈 때도 예술로 가는구먼.”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는 때때로 방만한 삶을 살았지만 어쨌거나 헤비메탈이라는 에너지 넘치는 음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공이 있는 예술가이다. 그런 업적에 걸맞게 정말로 예술로 떠났다. 그의 죽음에 앞선 두 번의 죽음이 떠오른다. 한 명은 그의 벗이자 음악적 동반자, 개인적으로는 그가 가장 능숙하게 다룬 ‘악기’라고 할 수 있는 천재 기타리스트 ‘랜디 로즈’의 죽음이다. 랜디 로즈는 오지 오스본의 곁에서 수많은 전설적인 연주들을 선보이다 1982년 경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다른 한 명은 오지 오스본은 모르겠지만, 그의 열렬한 추종자였으며 아시아의 한 국가에서는 그 못지않은 카리스마와 천재적인 음악적 역량으로 전설로 남게 된 인물이다. 바로 2014년 우리의 곁을 떠난 ‘마왕’, 신해철이다. 2002년에 오지 오스본의 내한 공연이 확정되었을 때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그의 업적과 위대함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것이 아직도 나는 생생하다. 신해철의 사심 가득한 방송 덕분에 음반가게로 달려가 오지 오스본의 음반을 사가지고 와서 듣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쯤 오지 오스본은 다음 세상으로 잘 도착했을까. 부디 그곳의 무대에서 랜디 로즈를 다시 만나 뜨거운 공연을 펼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그 날의 오프닝 뮤지션으로는 신해철을 추천한다. 백스테이지에서 만나 신나게 한 잔 하며 음악 이야기를 나눌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어둠의 왕자 오지 오스본의 명복을 빈다. /강백수(시인)

2025-07-27

재활스포츠 지원

<문> 공단에서 산재근로자를 대상으로 재활스포츠를 지원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것인가요? <답> 재활스포츠 활동을 통해 재해로 인해 손상된 부위의 회복과 기능강화를 돕기 위한 재활스포츠 지원 사업이 있습니다. <문> 지원대상은 어떻게 되나요? <답> 재해일로부터 요양승인 만료일까지 기간이 6개월 이상 2년 이내인 통원요양 중인 산재근로자가 대상입니다. <문> 지원대상 사례를 알고 싶습니다. <답> 재해일 2025년 1월 1일인 경우 통원 요양승인 만료일이 2025년 6월 1일 이상이고, 신청서 접수 현재 요양중으로 접수일이 2025년 6월 1일 ~ 2026년 12월 31일(6개월 이상 2년 이내)이면 승인 ◎ (신청서 접수일자가 6개월 미만 또는 2년 이상) - 재해일 2025년 1월 1일, 통원 요양승인 만료일 2025년 6월 1일, 신청서 접수일 2025년 5월 20일(신청서 접수일 6개월 미만으로 지원 안됨) <문> 지원종목과 지원기간은 무엇인가요? <답> 일반재활스포츠 지원종목은 수영, 헬스, 에어로빅, 아쿠아로빅, 탁구, 요가, 필라테스, 댄스스포츠, 게이트볼, 그라운드골프, 배드민턴, 스크린야구·골프, 실내양궁으로 지원시작일부터 6개월까지 30만 원 지원하며, 특수재활스포츠 지원종목은 수중재활, 척추재활, 재활운동으로 지원시작일부터 6개월까지 60만 원 범위 내에서 지원합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콜센터(1588-0075) 또는 관할 근로복지공단 재활보상부(054-288-5176)로 문의하시면 자세히 안내 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

2025-07-27

정책과 감동

30년 전 이야기다. 점촌에서 가은 집에 가려고 타던 버스는 늘 만원이었다. 어르신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나면 언제나 서서 가야 했다. 사람도 많았고, 교통수단도 적어 버스는 늘 그랬다. 당시 버스는 이동생활의 구세주였고,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동반자였다. 그 시절 버스는 모두의 발이자 삶의 일부였다. 시간이 흘러 버스는 점차 잊혔지만, 그 시절이 주는 따뜻한 기억은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 그때는 버스사업이 호황기였다. 우리가 내는 차비로 회사를 운영하고, 기사들을 고용하고, 유류비나 제반 소요경비를 제하고도 이윤이 있었다. 30년 전 점촌에서 가은으로 가던 시내버스는 늘 만원이었다. 어르신께 자리를 양보하고 나면 언제나 서서 가야 했다. 마이카 시대가 오기 전, 버스는 가장 소중한 이동수단이었다. 그 시절 버스는 모두의 발이자 삶의 일부였다. 시간이 흘러 버스는 점차 잊혔지만, 그 시절이 주는 따뜻한 기억은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 그런 젊은 날을 보내고 마이카시대를 맞이했다. 그리고 자동차를 가지게 되면서 버스는, 특히 시내버스는 잊어진 존재였다. 고향 길에 비포장도로를 타고 덜컹덜컹 먼지를 뒤집어쓰고 달리던 일들은 새까만 먼 옛날의 추억이 되었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내게 잊힌 시내버스가 자동차 없는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는 것을. 하지만 시내버스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점점 더 멀어지는 세상이 되었다. 하루 여러 번 드나들던 시내버스의 운행 횟수가 줄었고, 그만큼 더 불편을 초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부와 지자체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오지 노선을 시작으로 시내버스에 보조금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그 규모와 범위는 점점 크고 넓어졌다. 문제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었다. 지원하는 보조금 대비 효율이 낮아지고 있었다. 황금노선이라고 하는 점촌-문경 간 시내버스는 물론, 오지를 오가는 시내버스는 언제나 빈자리만 왔다 갔다 하는 형편이었다. 문경시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 정책은 이런 현실 속에서 나왔다. 시의회에서 한 의원이 ‘시내버스무료화’를 제안했고, 곧 이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에게 카드를 제공하는 방법, 쿠폰을 제공하는 방법 등등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최적의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카드나 쿠폰 지급 등의 방법은 또 다른 비용과 인력이 필요했다. 보조금 15억만 더 들이고 부대비용이 없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문경 시내를 오가는 모든 시내버스를 누구나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타는 사람이 시민이든 아니든 구분하지 않았다. 이 정책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좋았고, 오지서 오는 사람들도 반겼다. 그러자 시내버스가 대도시에서 보는 것처럼 복잡하기 시작했다. 시내 노선에 아침저녁으로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자 생기도 돌았다. 텅 빈 채 운전기사 혼자 무료하게 달리던 시내버스에 사람들이 점점 많이 타기 시작했다. 점촌장날에는 혼잡하기까지 하다. 국가나 지자체의 정책이 모두 이렇게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것은 아니다. 심혈을 기울여 시민과 국가에 좋은 것이라고 시도하는 일들이 곧잘 질타받기 일쑤다. 그런 중에 시내버스 무료화의 시민 감동은 너무 이례적이다. 많은 정책들은 ‘소금장수와 우산장수’에 비교되곤 한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다’는 말도 늘 따라다닌다. 이처럼 시내버스 무료화도 양비론을 피해갈 수 없다. 소금장수와 우산장수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비오는 날에는 소금장수 아들을 걱정하고, 갠 날에는 우산장수 아들을 걱정해, 언제나 근심걱정 속에 살아야 했다. 이 어머니는 늘 부정적이고 비관적인데 초점을 두고 있었다. 똑같은 날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데 초점을 두면 어떨까? 비오는 날은 우산장수 아들이 잘 돼 기쁘고, 갠 날은 소금장수 아들이 잘 돼 기쁘면 그 어머니는 언제나 기쁜 날이 될 것이다. ‘yes문경’은 매일 걱정하는 어머니가 아니라, 매일 기뻐하는 어머니가 되어 긍정의 힘을 갖자는 슬로건이다. 특히 행정은 안 되는 방법보다 되는 방법을 찾는, no보다 yes를 지향한다. 안 되는 방법을 먼저 찾기보다 되는 방법을 먼저 찾아보는 자세가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시내버스 무료화로부터 빚어진 그늘이 있다면 지금부터 그 그늘을 걷어내면 된다. 그 그늘을 침소봉대해 긍정적인 면이 묻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현국 문경시장

2025-07-27

“여기, 내 얼굴을 가져가라.”

그들이 내 얼굴을 원하다면 여기 있는 얼굴을 가져가도 좋다. 시간의 일부였던 얼굴, 더는 시간의 일부가 아닌 얼굴, 시간에서 벗어난 얼굴. 거의 모든 얼굴이 그러하듯 한 얼굴이 스쳐간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얼굴 없는 존재들. 어부, 농부, 석공, 주부, 교사, 미화원, 조산사, 기계공. 마을과 도시를 창조했던 그들, 그곳에 살다가 이제는 풍경을 잃어버린 그들 오늘도 우리에게 오늘의 얼굴을 주소서. 어떤 얼굴은 자신의 진짜 얼굴을 숨기고 드러내지 않는다. 이제 내 얼굴을 가져가라. 여기 내 얼굴이 있다. 더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얼굴, 풍경처럼 닳아버린 얼굴, 수면처럼 주름진 얼굴. 나는 닐스 비크, 내게는 배가 있다. 나는 이 배를 얼굴들로 가득 채우고 피오르를 건넜다. ―프로데 그뤼텐 장편소설, 150쪽 부분.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2025. 다산책방) 지난해 한강 작가가 노르웨이에서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그녀의 소설을 ‘시적 산문’이라고 평한 바 있다. 여기 노르웨이의 작가, 프로데 그뤼텐(Frode Grytten)의 소설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에서 그러한 시적인 순간을 만난다면 어떤가. 인구 1만 명 정도의 작은 마을인 이곳에서 사용하는 일상어는 노르웨이 공식 언어 중 하나인 뉘노르스크어다. 작가는 욘 포세와 더불어 이 언어로 작품을 집필하는 몇 안 되는 노르웨이 작가 중 한 명이다. 흔히 시를 쓸 때 더 적합한 언어로 알려져 있다.(손화수, 역자의 말 참조) “새벽 5시 15분, 닐스 비크는 눈을 떴고 그의 삶에 있어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다.“ 인용 구절과 도입부에서 짐작하다시피 이 작품은 노르웨이의 피오르 양옆에 자리한 도시와 섬마을을 이어주는 한 페리 운전수의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다. 작품이 소개하는 인물 닐스를 통해 우리는 평범함 속에는 항상 저마다의 특별함이 숨어 있다는 삶의 비의를 발견할 수 있다. 닐스의 시간과 공간을 스쳐간 “거의 모든 얼굴이 그러하듯” “이제는 보이지 않는, 얼굴 없는 존재들 / 마을과 도시를 창조했던/ 이제는 풍경을 잃어버린” 얼굴들이 기록되어 있다. 초상화(portrait)의 라틴어 어원에는 ‘끌어당기다’라는 뜻이 있다. 소설 속 화자는 자신의 배를 탔던 수많은 ‘얼굴’을 자신의 삶 속으로 기꺼이 끌어당김으로써 기록한다. 이때 어떤 기록은 한 사람의 삶 전체가 되고, 그가 살아간 공간과 시대를 보여줌으로써 그 사람이 된다. 여기서 기록이란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일상으로, 실은 주인공 닐스 비크의 ‘항해일지’이다. 그는 무엇을 기록했는가. “날씨와 바람, 정치와 지리” 외에 그가 한 낙서와 신문에서 베껴 적은 ‘글귀’들의 가치는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의 일지에 우리의 삶이 기록된다면 어떤 얼굴일까. 울진과 영덕 방향 국도변에는 포항의 신도시 초곡리로 꺾이는 구간이 있다. 그 ‘틈새’에 스타벅스 카페가 개점했다. 그곳은 말 그대로 확 트인 시골을 에두른 논(NON View)의 공간이다. 현대의 도시인들은 이 생경하고 이질적인 풍경이 바깥의 이미지로써 흥미로울 것이다. 말하자면 프레임이 없는 빈 공간일 텐데, 그곳을 기억으로 채워 나가며 쓰는 일은 비롯된다. 도시와 시골 사이의 얼굴은 점점 더 낯설어져 가는 현실 속의 공간과 소멸해 가는 기억의 공간 사이에 떠 있는 어떤 의식(意識)에 대한 혹은 존재에 대한 기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숲도, 바다도 아닌 부재하는 풍경, 즉 없음의 풍경이다. 미시적인 뷰의 압도하는 풍광과 대비되는 소외의 풍경에 가깝다. 매번 사람으로 붐비는 이 기이한 공간의 통창 밖은 기실은 어떤 집의 가장, 농부의 경작지로서의 일터일 것이다. 이때 “농부”라는 존재와 그 일터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마치 영화의 롱테이크 씬처럼 내가 방문하지 않은 시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를테면 지난겨울, 황량한 논에 덩그렇게 놓여 있던 건초더미는 사라지고 어느새 초록의 모가 키를 키우며 흔들리고 있는 눈앞의 풍경이 그렇다. 하지만 그 어떤 일도 똑같은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으며 같은 날은 두 번 오지 않는다. 매일 하늘색이 변하고 구름의 모양이 바뀌는 가운데 반복된 일상을 지나는 것이다. “오늘도 우리에게 오늘의 얼굴을 주소서” /이희정 시인

2025-07-27

대구시, 고정밀 전자지도 구축사업 선정

대구시가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이 주관하는 ‘2026년도 고정밀 전자지도 구축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돼 국비 19억 원을 확보했다. 전국 36개 지자체가 참여한 이번 공모에서 대구시는 최고 수준의 국비 지원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고정밀 전자지도(수치지형도)는 지형, 도로, 건물 등 각종 공간정보를 1:1000 대축척으로 정밀하게 표현한 디지털 지도로, 도시계획, 재난예방, 시설물 관리 등 도시행정 전반에 활용된다. 특히 지하시설물 관리와 건설·재개발 설계, 건축 인허가, 공원조성 등 시민생활과 밀접한 도시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이다. 또 정확한 고정밀 전자지도는 현실 도시를 가상공간에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의 핵심 기반이 되며,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신산업 지원과 과학적 재난 예측에도 활용된다. 현재 대구 도심 전체 지도(2833도엽, 708.25㎢)는 방대한 양으로 인해 기존 방식으로는 갱신에 10년 이상이 소요됐다. 이로 인해 급변하는 도시의 모습을 적기에 반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대구시는 이번 국비 확보를 계기로 지도 갱신 체계를 전면 혁신한다. 2026년 714도엽(178.5㎢) 지도 제작을 시작으로, 갱신 주기를 대폭 단축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다. 동일 지역을 매년 갱신할 경우 제작 단가가 1/10분 수준으로 줄어드는 점에 착안해, 2025년 갱신 지역(159도엽, 39.75㎢)을 저비용으로 재갱신하고, 절감된 예산으로 신규 지역을 더하는 ‘누적 갱신’ 방식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4년 내 대구 전역의 지도를 최신화하고, 이후에는 연간 약 10억 원의 예산으로 전 지역을 갱신할 수 있는 효율적인 유지관리 체계를 마련한다. 대구시는 연말까지 국토교통부와 실무협의를 거쳐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2026년부터 본격적인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홍성주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이번 국비 확보는 단순한 지도 제작 사업이 아닌, 도시 안전과 미래 기술을 준비하는 공간정보 기반 행정혁신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정확하고 세밀한 전자지도를 바탕으로 시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안전도시 대구’를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7-27

대구 동구 어린이 복합문화공간 ‘와글와글아이세상’, 29일 정식 개관

대구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건립한 어린이 복합문화시설 ‘대구와글와글아이세상’이 오는 29일 정식 개관한다. 동구 숙천동에 위치한 ‘와글와글아이세상’은 2020년 행정안전부 주관 ‘지역사회 활성화 기반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돼, 연면적 2330㎡,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된 복합문화시설로, 혁신도시 내 아동 친화적 생활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와글와글아이세상’은 영·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활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층에는 △놀이공간 △와글와글 도서관 △두근두근 소극장 △유아 체험실, 2층에는 △튼튼 체육관 △아동 체험실 등이 마련됐다. ‘놀이공간’은 △실감형 VR체험실인 ‘씨앗방’ △1~2세 영아를 위한 ‘새싹방’ △3~5세 유아를 위한 ‘나무방’ 등 3개 공간으로 구성됐으며, 1회당 1시간 30분씩 이용 가능하다. 평일 3회, 주말 4회로 운영되며, 와글와글아이세상 홈페이지(www.dww.kr) 또는 전화(070-5178-9165)를 통해 회차당 선착순 25명까지 사전 예약할 수 있다. ‘와글와글 도서관’에는 3000여 권의 장서가 구비돼 있으며, 하반기 중 2000 권 정도를 추가 비치할 예정이다. 도서 대출은 운영하지 않는다. ‘두근두근 소극장’에서는 어린이 연극, 인형극, 음악회 등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이, ‘체험실’에서는 만들기, 그림 그리기, 촉감놀이 등 창의적인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외에도 ‘편백나무존’, ‘장난감놀이방’, 카페, 기념 포토존 등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두루 갖춰, 가족 단위의 방문객을 위한 종합 휴게시설로서의 역할도 기대된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이번 ‘와글와글아이세상’ 개관은 혁신도시 지역 주민들의 정주여건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시민들께서 직접 지어주신 ‘와글와글아이세상’이란 이름처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시설 내 주차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이용객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인근 숙천초등학교 북편에 160면 규모의 임시주차장을 조성했다. 또 단체 예약 인원은 25명 내외로 운영하고 대형버스의 출입은 제한할 예정이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7-27

대구 수성구, 국제교류협력을 통한 해외취업 및 해외연수 성과 지속

대구 수성구가 해외 교류 도시와의 협력을 통해 지역 청년들의 해외취업 지원과 해외연수 파견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수성구 청년 해외취업과 해외연수 지원사업은 지역 청년들의 도전 의식 함양과 글로벌 인재 양성을 통해 청년 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국제교류 프로젝트다. 수성구는 해외 우호 도시인 독일 카를스루에시와의 지속적인 교류 협력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역 대학생들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한다.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 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된 2명의 학생은 오는 8월 4일부터 29일까지 4주간 카를스루에시청에서 근무하며, 국제적인 감각과 실무 경험을 쌓게 된다. 연수 기간 숙박비와 식비 등의 체재비는 카를스루에시로부터 지원받는다. 일본과의 교류 성과도 눈에 띈다. 수성구는 일본 우호 도시인 오사카부 이즈미사노시에 위치한 간사이 국제공항과의 협력을 통해 올해에도 지역 청년들의 해외 취업 길을 활짝 열었다. 수성구는 지난 23일 2025년도 간사이국제공항 합격자 5명과 독일 카를스루에시 해외연수자 2명을 초청해 수성구 외국인 연수 공무원(일본 이즈미사노시, 독일 카를스루에시)들과 함께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간사이국제공항 합격자들은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에 막막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수성구의 지원으로 간사이공항서비스주식회사(CKTS) 사장님과 만남의 장이 만들어졌고, 이후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아 합격할 수 있었다”며 “입사 후에는 성실한 자세로 국제적 시야를 넓히고, 전문적 경력을 쌓아서 도움을 주신 분들의 은혜에 꼭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독일 카를스루에 여름 연수에 선발된 학생들은 “수성구 대학생 대표로 수성구 해외 우호도시인 독일 카를스루에시청에서 연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매우 감사하다”면서 “자부심을 갖고 수성구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수성구는 앞으로도 해외 교류 도시들과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고, 우리 지역 청년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아낌없이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7-27

대구시의회, 제318회 임시회 마무리… 27건 안건 심사

대구시의회는 28일 제318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어 지난 17일부터 12일간 이어진 회기를 마무리한다. 이번 임시회에서 대구시의회 각 상임위원회는 제·개정 조례안 17건, 동의안 6건, 의견제시 3건, 추가경정예산안 등 총 27건의 안건을 면밀히 심사해 본회의에 상정했다. 안건 중 ‘대구시 농업인공익수당 지급 조례안’은 부결했고 추가경정예산안은 수정안 가결했다. 그 밖에 안건은 원안대로 가결(채택)했다. 회기 중 상임위원회 심사를 마친 안건들은 28일 제3차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하고 확정된다. 제3차 본회의에서 의원들은 △서구의 미래를 위한 도시철도 5호선 노선 재검토 촉구(이재화 의원, 서구2) △돌봄은 단지 복지가 아닙니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지탱하는, 공공투자의 최전선입니다(육정미 의원, 비례대표) △에너지 부담에 무너지는 현장, 더는 외면하지 마십시오(이영애 의원, 달서구1) △장애인 고용은 의무를 넘어, 사회적 책임입니다(김정옥 의원, 비례대표) △새론중학교 학생들의 하교시간 교통불편 해소 및 안전 확보 대책 촉구(이재숙 의원, 동구4) 등의 5분자유발언을 준비 중이다. 다음 회기는 제319회 임시회로 9월 2일부터 12일까지 11일간 개최될 예정이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7-27

대구산업선 1공구 주민설명회… 주민들, 편의성에 관심↑

대구산업선 철도건설사업(제1공구)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지난 25일 오전과 오후 두차례에 걸쳐 대구비즈니스센터와 대구그린에너지센터에서 각각 진행됐다. 이날 설명회의 목적은 환경영향평가를 알리는 것이지만, 주민의 관심사는 환경보다는 편의성, 주변 시설, 진입로 등에 집중됐다. 특히 서재리 뒷동산 끝자락(다사읍 서재리 710번지)에 조성될 DS02(가칭 서재세천역) 일대 활성화 방안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주민 정원태(대구 다사읍)씨가 “공구별 공사 진행 속도가 다른데, 1~3공구 공사 실시 일정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고 질의하자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대구산업선 36㎞ 구간은 1, 2, 3공구로 나뉘어 공사를 시행한다. 2공구는 이미 지난 4월 30일 사업 승인을 받아 6월 25일 계약 체결 후 시공사가 용지 매수 및 공사 준비 중이므로 사실상 공사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1공구(서대구~달서구 대천동)는 서대구역에서 경부선 철도와 연결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2공구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지만, 올해 12월 말까지 사업 승인 및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각 공구는 시공사가 다르다. 특정 공구가 공사를 시작하기까지 다른 공구를 기다리는 일은 없으며, 각 계약에 따라 공사를 시행한다”고 덧붙였다. 1·2호선과 환승 개념처럼 이동되는 역에대한 질문에 공단 측은 “(가칭)계명대역(DS03) 정거장의 경우 도시철도 2호선과 십자형으로 놓일 예정”이라며 “이렇게 될 때 2호선과 수직으로 타고 내릴 수 있게 설계됐으며, 2호선 대합실과 다 연결이 돼 있다. 단, 운영 주체가 달라 게이트 통과 시 한번 더 교통카드를 찍은 후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 (가칭)서재·세천역 진입로 및 주변 시설, 운영 횟수에 대한 질의에 대해선 “서재·세천역은 다사 외관 도로가 생기는 도로 연변에 위치하며, 공원 야산과 현재 공사 중인 다사 외관 도로가 맞닿는 쪽에 생긴다”면서 “진입로의 경우 달성군청에서 사전 조사 타당성 설계를 진행 중이고, 왕복 도로로 계획 중이다. 군청에서 사업비 및 타당성 검토를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재·세천역 정거장은 개통 시기에 맞춰 국토교통부에서 역명 심의위원회를 열고 주민들의 의견 등을 수렴해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진입로 부근에는 주차 공간과 화단으로 조성될 계획이지만, 교통 영향 평가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산업선 전동차는 하루 54회 20분 간격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달성군 측은 국가철도공단에 주민 피해 최소화 등을 요청했다. 이종순 달성군청 환경과장은 “공사가 지하에서 이뤄지고 도로가 하나뿐으로 평소 환경기초시설의 폐기물 운반 차량도 다닌다”면서 “주민들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소음 및 먼지 저감, 발파 작업 시 사전에 알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다사읍 금산의 보호종에 대해 피해가 없도록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공사 이동 경로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평가서에 소음 및 먼지 등 저감 방안하고 주민 사전 고지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면서 “주민과 동식물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수립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단 측은 공청회가 끝난 뒤 의견 진술서나 서류를 제출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교통영향평가는 8~9월쯤 있을 예정이다. /김재욱·황인무기자

2025-07-27

대구 달성군, 군도 3호선 위험도로 개선사업 착수

대구 달성군은 지난 25일 송해공원 기세축구장에서 최재훈 군수, 추경호 국회의원, 김은영 군의회 의장, 지역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군도 3호선 위험도로 개선사업’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번 사업은 굽은 도로 구조, 시야 확보의 어려움, 낙석 위험 등으로 사고 우려가 컸던 옥포읍 기세리 산17-1번지에서 산12-1번지 구간을 대상으로 하며, 총 222억 원의 군비가 투입된다. 기존 왕복 2차로 도로는 왕복 4차로로 확장되며, 이를 위해 화원옥포IC 방향(하향선)에는 터널 370m를 포함한 총 930m의 신설도로가 개설된다. 군은 2027년 8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추진 중이며, 이번 개선을 통해 화원옥포IC와 대구테크노폴리스 진입도로 간 차량 정체 현상을 해소하고, 송해공원을 찾는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도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공식에 참석한 추경호 국회의원은 “군도 3호선 개선사업은 주민들의 오랜 요구였던 만큼, 교통안전과 접근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비 확보와 제도적 지원을 통해 달성군의 정주 여건 개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이번 사업을 통해 사고 위험이 컸던 구간의 교통안전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공사 기간 중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조속한 완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상진기자 csj9662@kbmaeil.com

2025-07-27

영남대, 일본 NSG 그룹과 손잡고 글로벌 교육 협력 본격화

영남대학교 인문사회디지털융합인재양성사업단이 일본 NSG 그룹과 MOU를 체결해, 인문사회 분야의 국제적 교육협력 기반을 한층 강화했다. 지난 19일 일본 니가타시 호텔 이탈리아켄 연회장에서 진행된 이번 MOU 체결을 통해 영남대 인문사회디지털융합인재양성사업단과 NSG 그룹 국제추진실은 향후 정기적인 교류와 지역재생을 위한 공동 프로그램 운영 등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교육분야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NSG 그룹은 일본 니가타현에 본사를 두고 101개의 법인을 소유한 유수 기업이다. ‘사업 창조를 통한 지역활성화’를 기업 방침으로, 철수한 상업 시설의 건물과 대지를 활용해 전문학교를 설립하는 지역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니가타현 및 후쿠시마현에 총 4개 대학과 34개 전문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인문사회디지털융합인재양성사업단은 매년 지역재생 및 지역문화콘텐츠 우수 사례지를 선정하고 현지 기관 및 기업과 협력해 ‘지역재생 글로벌 캠프’를 실시하고 있다. 2023년에는 일본 후쿠이현 사바에시 및 사바에 SDGs추진센터를 방문해 지역재생 관련 협의를 진행하였으며, 2차 년도인 2024년에는 중국 시안시 산시사범대학과 글로벌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올해는 영남대 교원과 학생뿐만 아니라 ‘인문사회 융합인재 양성사업’ 디지털 컨소시엄에 속해 있는 4개 대학교(고려대, 국립순천대, 숙명여자대, 충남대) 학생들도 프로그램에 참여해 NSG 그룹이 추진하는 다양한 교육사업과 직접 보고 듣는 현장 중심의 지역활성화 모델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NSG 그룹 국제추진실 사토 유키히로(佐藤幸寛) 차장은 “지역소멸 위기라는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과 한국이 협력의 장을 마련한 데 의미가 크다”며 “영남대학교와 향후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문사회디지털융합인재양성사업단 노상래 단장(국어국문학과 교수)은 “주니가타 대한민국 총영사관과 NSG 그룹의 적극적인 협조로 성공적인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했다”며 “한국의 지역활성화 정책에도 접목 가능한 사례들을 많이 발견한 만큼, 지속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학생들의 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남대 인문사회디지털융합인재양성사업단은 2023년 교육부 ‘인문사회 융합인재 양성사업’에 선정돼 2026년 2월까지 국비 약 15억 원을 지원받아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과 국내외 탐방, 심포지엄 등을 운영하며 디지털 기반의 융합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7-27

대구보건대, 인도네시아 구강보건 봉사 실시

글로컬대학 대구보건대학교는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하계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국제협력선도대학 육성지원사업(ODA)과 글로컬대학3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도상국 보건의료 교육 지원을 위해 마련됐다. 봉사단은 한달빛글로컬보건연합대학 소속 대구보건대학교(치위생학과·치기공학과), 광주보건대학교(치위생학과), 대전보건대학교(치기공학과) 학생과 교수진, 경북대학교 치과대학 관계자 30여 명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협력대학인 자카르타 보건산업기술대학II 치기공학과 교수진도 함께하며 양국의 치과 분야 전문가들이 뜻을 모았다. 이번 활동의 중심은 치의학·치위생·치기공 세 분야가 협력한 구강보건 봉사였다. 24일 구눙01 국립초등학교, 25일 끄바요란 라마 우타라 행정사무소에서 진행됐으며, 아동과 주민을 대상으로 구강검진, 불소도포, 의치세척, 구강위생 교육, 놀이 활동 등의 활동이 펼쳐졌다. 봉사단이 도착하자 아이들은 두 손을 모아 인도네시아식 인사로 반갑게 맞이했고, 양일간 550여 명의 주민이 참여해 구강 건강의 중요성을 배우고 실천법을 익혔다. 치과의사, 치위생사, 치기공사가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한 이번 협업 프로그램은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봉사에 참여한 대구보건대 치위생학과 김현아(2년) 학생은 “전공에서 배운 구강관리 지식을 직접 설명하고 실천하니, 단순한 이론이 아닌 누군가의 삶에 닿는 기술이라는 걸 느꼈다”며 “이번 경험을 계기로 현장에서 진심을 전할 줄 아는 따뜻한 치과위생사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7-27

개혁신당 새 대표에 이준석 의원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27일 개혁신당 대표로 선출됐다. 개혁신당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차 전당대회를 개최하고 대표 선거에 단독 출마한 이 의원이 98.22%(2만5254표)의 찬성률로 당 대표에 뽑혔다고 했다. 이 의원은 수락 연설에서 “여러분의 선택으로 다시 한 번 이런 중책을 맡게 됐다”며 “당과 대한민국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하고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당은 당원들의 정치 활동을 지원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며 “모든 것을 온라인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당원 체제로의 전환을 거론했다. 이 대표는 “다른 정당이 겪는 것처럼 허수 당원과 조직적 가입으로 인한 왜곡을 막기 위해 오프라인 당원 모집을 중단한다”며 “무조건 본인 인증 기반 온라인 가입만으로 당원을 모집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올해 안에 기초·광역 선거를 300만원 이내 예산으로 치를 수 있도록 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선거 자동화 시스템 구축도 약속했다. 이 대표는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 공천 신청은 100% 온라인으로 접수해 여의도나 시도당까지 오지 않아도 되게 하겠다”며 “필요한 경우 면접 역시 화상으로 진행해 생업에 종사하기 바쁜 사람들도 공천과 선거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시간과 비용 장벽을 덜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 최고위원에는 김성열·주이삭·김정철 후보가 최고위원으로 지명됐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7-27

내우외환 국힘…‘TK당’으로 쪼그라드나

국민의힘 내분이 심각한 상태로 가고 있다. 지난 주말(25일)에는 당무감사위원회가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이양수 전 대선 관리위원장을 중징계(당원권 정지 3년)해달라고 윤리위에 청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대선에서 논란이 일었던 ‘후보 교체 시도’가 당헌·당규상 근거가 없는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두 의원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었다. 권영세 의원과 이양수 의원은 각각 “수용할 수 없는 결정”, “윤리위에서 바로 잡아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은 “나도 함께 징계를 하라”며 가세했다. 국민의힘은 현재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내놓은 인적 쇄신안과 ‘윤석열 어게인’을 주장하는 전한길씨의 입당 등을 둘러싸고도 ‘구주류’와 ‘쇄신파’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홍이 격심해지자, 민주당은 이때다 싶어 메가톤급 공세에 나섰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의원은 지난 25일 국민의힘 의원 45명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1월 공수처가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을 시도했을 때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하자는 것이다. 지난 15일에는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의원이 국회가 본회의 의결을 통해 ‘위헌정당(국민의힘) 해산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제출했었다. 야당을 아예 말살하겠다는 태도다. 지난 24일에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43%로 국민의힘(17%)을 압도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2020년 NBS가 시작된 이래 사상 최저치이다. 국민의힘이 민주당 지지율을 이긴 지역은 TK(민주당 19%·국민의힘 35%)가 유일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전국지표조사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듯이, 여야에 대한 민심이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이어지면 국민의힘은 ‘TK당’으로 쪼그라들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는 TK지역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2025-07-27

부산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구경북 현안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5일 부산을 찾아 광주, 대전에 이어 세 번째 타운홀미팅을 했다. 이 자리서 이 대통령은 “균형발전은 대한민국이 지속적인 성장발전을 위해선 피할 수 없는 국가생존 전략”이라며 “지방정책들을 부산과 경남, 울산을 중심으로 시행해 보자는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국가균형발전은 정권에 관계없이 국가의 주요 시책으로 추진돼 왔다. 이번 이 대통령의 균형발전에 대한 언급도 대승적 차원에서 보면 국가가 갈 길을 확인해 준 명쾌한 발언이다. 이 대통령의 부산 방문에 앞서 해양수산부 장관이 된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사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해양수산부의 신속 이전과 함께 HMM, 해사법원, 동남투자은행의 부산 설립 등 지역을 위한 굵직한 정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것임을 미리 설명했다고 한다. 대통령 방문에 앞서 현 정부가 부산의 해양수도 완성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음을 알리는 자리라고 하지만 부산으로서는 반길만한 낭보들이다. 이 대통령도 타운홀 미팅에서 이와 관련, 해수부를 포함한 관련 공공기관 이전, 해사법원, 동남권투자은행 설립, 북극항로 개척 등 후보 시절 공약들을 신속하게 집행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현대건설의 수의계약 포기로 중단된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서도 “정부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해 본격 나섰다는 분석도 있지만 대통령이 약속한 만큼 부산으로서는 기대가 되는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0여 년 만에 겨우 국가예산에 반영됐던 영일만대교 공사비(1821억원)가 전액 삭감되고, 재정문제로 답보상태에 빠져 갈 길을 잃고 있는 대구경북 신공항 사업 등 TK 현실과 비교하면 지역 간의 온도 차가 너무 크다. 지역 홀대인지 지역의 정치력 부족인지 알 수 없으나 시민들이 받을 충격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대구시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하던 날 대구시와 예산정책협의회를 가졌다고 한다. 이 자리서 지역의원들은 지역 숙원 해결에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하자고 밝혔으나 지역민에게 그들의 각오가 설득력 있게 보일지 의문이다.

2025-07-27

이런 제안 어떻습니까?!

퇴임 이후 한 달에 한 번꼴로 대구에 나간다. 경북대 인문대학 퇴임 교수들을 주축으로 ‘인문 세상’이란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문 세상’은 ‘법인으로 보는 단체’로 설립되어 인문학의 확산과 보급을 목표로 1년 정도 연륜을 지닌다. 월 1회 이사회에 나가서 ‘인문 세상’의 현황과 우리가 견디는 일상과 세상사를 화제로 두어 시간 환담한다. 지난번 이사회에서 감사를 맡은 분이 솔깃한 제안을 했기로 독자 제현의 고견을 청하고자 한다. 그분은 한국 사회에 넘쳐나는 퇴직 고급 인력의 활용방안을 고민해보자고 운을 뗐다. 해마다 교직을 떠나는 초중등 교사들과 대학교수들 숫자가 상당할 것인데, 그들을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하는 문제 제기였다. 그 말을 듣고 나를 잠시 돌이켜보았다. 나는 퇴임 이후 시간강사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단에 서고 있다. 4학기 가운데 3학기 동안 교양 교과목을 담당하고 있다. 강사료는 둘째치고 삶의 규칙성과 활력이 이어지고 있기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여유 시간이 늘어난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수업을 준비한다. 열렬하되 여유롭게, 단단하되 유연하게 학생들을 대하는 기쁨이 자못 크다. 작년 2월 18일부터 청도와 대구 시민들을 대상으로 3학기째 주 1회 무료 인문학 강연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지식을 시민들에게 돌려드리는 작업으로 시작했다. 첫 번째 주제는 ‘문명과 인간’으로 고대문명의 발생에서 시작하여 21세기와 4차 산업혁명에 이르는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살펴보는 것이었다. 이 강의는 작년 10월 하순에 종료되었다. ‘문명과 인간’ 강의에 이어 공자의 ‘논어’를 원문으로 읽고 있는데, 지금까지 네 번째 장(章)인 ‘이인편(里仁篇)’을 마무리했다. 강연 시작할 당시에는 적당한 공간이 없어서 청도에 자리한 카페에서 강의를 진행했는데, 작년 말부터 ‘청도 도서관’의 도움으로 동아리방을 강의실로 활용하고 있다. 세상에는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는 분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여기 더해 경북대 인문 학술원에서 행하는 시민 인문학 프로그램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돌이켜보면 나는 운이 좋은 경우다. 그러나 다수 퇴임 교수들은 등산이나 도서관 혹은 취미생활로 차고 넘치는 시간을 축내고 있다. 아울러 그들이 가진 고도의 전문지식도 시나브로 사장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까닭에 감사의 제안이 솔깃하게 다가온 게다.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가 발전된 나라의 복된 시민으로 살면서 자신이 가진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회가 없음은 애석한 노릇이다. 최소한의 경제적 보상이나 혹은 무상으로 각자의 지식과 경험을 사회 구성원들과 공유한다면 매우 유익하지 않겠는가?! 한 사람의 지식인 양성을 위해 가족과 사회, 국가가 기울인 노력을 공염불로 만드는 것은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때마침 새로 출범한 ‘국민 주권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기획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참에 녹슬지 않은 지식과 혜안, 미래기획과 통찰을 지닌 퇴임 교수들의 활용도 적극적으로 모색해보는 것도 우리 사회를 위한 긍정적인 방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2025-07-27

바가지 요금

바가지 요금의 바가지라는 말이 어디서 유래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설은 분분하나 명확한 게 없다. 그 중 한가지 “바가지로 물을 뒤집어 쓰다”는 말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한글학자들은 남의 책임을 죄다 뒤집어 썼을 때 ‘똥바가지’라는 표현도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피서철이 닥치자 바가지 요금을 둘러싼 시비가 잦아지고 있다. 당국이 물가질서를 외치며 바가지 요금 근절에 나서나 때만 되면 다시 등장하는 게 바가지 요금 시비다. 특히 제주도 등 유명 관광지일수록 바가지 요금이 더 기승을 부린다. “비행기표보다 비싼 제주도 렌터카 요금” 등의 말들이 이런 사례다. 내국인이 국내관광을 기피하는 이유의 1순위가 바가지 요금 때문이다. 바가지 요금 피해 해외로 나간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이런 바가지 요금은 외국 관광지에서도 볼 수 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는 파리를 찾는 외국인에게 업소들이 고의로 비싼 요금을 받으며 바가지를 씌운다는 언론의 폭로가 나와 논란을 빚고 있다. 상술에 빠져 바가지 요금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는 건 국내나 외국이나 비슷한 모양이다. 울릉도에서 비계가 반이 넘는 삼겹살을 판 업소가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면서 울릉관광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드셌다. 울릉군수가 직접 나서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엎어진 물”처럼 울릉관광 이미지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부산에서도 11월 열리는 불꽃축제를 앞두고 하루 숙박료를 200만원까지 올려 받는 업소가 있어 논란이다. 바가지 요금으로 돈 번 사람 없다. “손님이 횡재했다는 느낌이 들게 해야 성공한다” 는 장사의 신이 말한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7-27

문해력, 책 읽는 사회가 되어야

국어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2022년 8.0%에서 2023년 8.6%, 2024년 9.3%로 늘어났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읽기 영역 순위도 2006년 세계 1위에서 2018년 세계 6위로 떨어졌다. 기초학력을 측정하는 다른 여러 지표도 학생들의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지역 간 학력 격차도 여전하다. 읍면지역 중3 학생들의 경우 모든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대도시보다 높았다. ‘금일’을 금요일로 알고 있거나 ‘이부자리’를 별자리의 하나로 생각하거나 ‘추후 공고’라는 표현을 학교 이름으로 잘못 이해하는 학생들이 늘어난다. ‘고지식’을 높은(高) 지식으로 이해하는 학생들도 많다. 학교 수업 시간에 기본 용어를 모르는 학생이 많아 교사가 단어의 뜻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기도 한다. 이는 시험 시간도 마찬가지다. 시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문제가 무엇인지를 묻는 학생들도 있다. 시험 시간마저 이러하니 전반적으로 수업 이해도가 낮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러한 것이 학생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학부모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에 “수학여행에서 중식 제공”에서 중식을 중국식 식사로 이해하여 자신의 아이에게는 한식을 요청하거나 “우천 시 장소 변경”을 “우천시”라는 지역으로 오해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이제 문해력 저하는 시급한 사회 문제이다. 국내의 반도체 회사에서 10억이라는 불량을 내었다. 원인 조사를 해보니 1분을 100초로 생각하여 수치를 잘못 입력하여 발생한 일이었다. 회사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생산직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STOP, RUN 등의 간단한 영어와 국어 단어의 뜻을 묻거나 분수 등 산수 문제 시험을 치렀다. 시험 결과 전문대졸 출신의 평균이 70점대 중반, 고등학교 출신의 평균이 60점대 중반을 기록했다. 문해력만의 문제도 아니다. 고등학생이 1/2 + 1/3 = 2/5로 계산할 때도 있었다.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교사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미래가 걱정되었다. 그런데 그들이 지금 사회로 나가 중년 세대가 되었고, 학부모가 되었다. 수업은 학교에서 교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가정을 포함한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교육에 함께해야 한다. 지금 교육을 심각하게 돌아볼 시점이다. 책 읽지 않는 사회가 된 지 오래고, 학생들은 길거리에서조차 휴대전화에서 눈을 못 뗀다. 마음대로 줄여 쓰는 비정상적인 문자가 난무하고 짧은 영상이 넘쳐나는 휴대전화를 보는 아이들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 든다. 어릴 때부터 길든 디지털 인간화는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생각하는 방법조차 못 하게 가로막는다. 문해력도 상식도 수리 능력도 부족한 아이들이 이제라도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고, 책을 들 수 없을까? 책을 읽으며 생각을 키우는 정상적인 교육은 언제나 가능할지. 디지털 선진국이라는 말이 아이들을 망치는 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책을 기본으로 생각을 키우고, 휴대전화는 모르는 것을 채워주는 보조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언제나 올 것인지. /김규인 수필가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