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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장관감염증 환자 급증… 개인 위생 ‘주의’

최근 기온과 습도가 크게 오르면서 포항에서 장관감염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음식과 개인위생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0일 포항시는 질병관리청 표본감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장관감염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여름철 기온과 습도 상승에 따라 세균성 감염증 발생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당국은 최근 4주 동안 살모넬라균·캄필로박터균 감염 환자가 계속 늘고 있어 현재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살모넬라균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달걀을 반드시 냉장보관하고, 껍질을 깬 후에는 곧바로 가열해 조리해야 하며, 조리 전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캄필로박터균 감염증은 덜 익힌 육류나 비살균 유제품, 오염된 음식이 원인으로, 생닭을 손질할 때는 반드시 요리 마지막에 세척해야 하며, 가금류는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 하단에 보관해 다른 식품이 오염되는 것을 막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여름철 자주 발생하는 전수감시 감염병으로는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과 비브리오패혈증이 있다.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은 오염된 소고기, 생채소, 유제품, 물 등으로 감염되며, 예방을 위해서는 손 씻기 등 위생수칙을 준수하고 식재료를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비브리오패혈증은 주로 해산물과 바닷물에서 감염되며 의심 증상이 있으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만성질환자는 어패류를 반드시 익혀 먹고, 상처가 있을 땐 바닷물 접촉을 피해야 한다. 시 관계자는 “장관감염증 예방을 위해 음식물 위생과 손 씻기 등 기본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며, “같은 음식 섭취 후 2명 이상이 설사나 구토 증상을 보일 경우 즉시 보건소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7-20

산사태 대비 민·관 합동 재난대응 훈련 실시

포항시는 지난 18일 산사태 피해에 대비한 대규모 민·관 합동 재난대응 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대송면 홍계리 산사태 취약지역에서 진행된 훈련에는 남부소방서, 남부경찰서, 마을주민, 자율방재단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29개 읍·면·동장이 직접 참여해 현장 대응 능력 강화에 나섰다. 이번 훈련은 최근 집중호우와 잦은 태풍으로 대형화되는 산사태 피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전 예방과 주민대피 체계 확립, 민관 협업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실시됐다. 훈련은 실제 상황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산사태 예보 발령에 따른 상황판단회의 개최부터 시작해 주민 대피 결정, 거동 불편자·대피거부자·부상자 등 돌발상황 발생 시 대처 방안, 피해 복구 절차까지 전 과정을 점검했다. 참가자들은 주민 대피, 구조 활동, 응급 복구 절차 등을 직접 체험하며 현장 대응 능력을 점검했다. 또 각 기관 간 역할 분담과 협력 체계도 재정비했다. 포항시는 우기를 앞두고 산사태 취약지역에 대한 전면적인 사전 점검도 완료했다. 총 346개소의 취약지역을 조사했으며, 산림 내 농지개간지, 벌채지, 산지 태양광 등 인위적 개발지역도 별도로 점검했다. 또한 산사태취약지역 내에 안내표지판을 설치하고, 토석류 피해에 대비한 대피소도 재정비하는 등 주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시는 앞으로 호우·태풍 예보 시마다 상황판단회의와 현장 예찰을 실시해 선제적인 주민 대피와 인명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장상길 부시장은 “산사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속한 주민 대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자율방재단, 의용소방대 등 민간조력자와 협력해 자력 대피가 어려운 고령자, 1인 가구 등 취약계층을 위한 촘촘한 대응 체계 구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2025-07-20

보건복지부 ‘포괄 2차 종합병원’ 포항성모병원 최종 선정

포항성모병원(병원장 손경옥)이 최근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20일 병원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전국 175개 종합병원을 지정해 지역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보건복지부의 핵심 의료 정책이다. 보건복지부의 이번 사업은 지역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 지역주민이 응급의료를 포함한 필수의료를 제때, 가까운 곳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핵심 의료 정책이다. 따라서 이번에 선정된 전국 175개 ‘포괄 2차 종합병원’은 이러한 정책방향에 발맞추어 지역 의료의 허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포항성모병원은 △보건복지부 인증을 받은 급성기병원 △지역응급의료기관 이상 지정 △350개 이상 진료 가능한 수술·시술 항목 확보 등 사업 지정 요건을 모두 충족하며, 이번 지원사업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진료 가능한 수술·시술 항목이 700여개에 이르고,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는 등 동해안 지역의 중증응급환자 치료와 이송체계의 핵심 역할을 해왔던 것이 주요했다. 병원 관계자는 “이번 지원사업을 계기로 중증응급환자 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자, 고령환자 등 다양한 의료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종합병원의 기능을 더욱 고도화해 지역민의 건강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내에서 입원·수술·재활·회복까지 이어지는 포괄적 진료체계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손경옥 병원장은 “보건복지부의 이번 선정은 포항성모병원이 지역 의료의 중추로서 갖는 역할과 책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지역 환자들이 먼 거리 이동 없이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질 향상과 지속 가능한 진료체계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7-20

포항시 ‘‘No-Code 제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착수

포항시가 지역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대규모 국책사업에 본격 나선다. 코딩 지식 없이도 제조 공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노코드(No-Code)’ 기술을 활용해 지역 제조업 전반의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시는 지난 18일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포항소재산업진흥원(POMIA), 경북ICT융합산업진흥협회와 협력해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인 ‘노코드 제조기술 혁신 생태계 구축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총 245억 원(국비 150억 원, 지방비 95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노코드 기술은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몰라도 시각적 인터페이스를 통해 제조 공정의 자동화와 데이터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솔루션이다. 전문 IT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제조기업들에게 맞춤형 디지털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포항시는 노코드 통합지원센터(NC Hub)를 중심축으로 개방형 실험실과 장비 실증 공간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별 맞춤형 노코드 솔루션을 제공하고 현장 중심의 실증·검증·확산 체계를 완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업의 핵심은 노코드 기반의 8대 제조 공정 시스템 실증이다. 생산실행시스템(MES), 물류관리시스템(WMS), 디지털트윈(DT)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작업을 자동화하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실현해 제조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시스템은 수요기업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적용되며, NC Hub에서 검증된 성공 모델을 지역 전반으로 확산할 예정이다. 시는 전기전자, 자동차부품, 소재, 2차전지 등 주요 제조 분야에서 총 40개 수요기업에 노코드 소프트웨어 도입을 직접 지원한다. 지원 대상 기업들은 생산 실행, 물류관리, 예지보전, 설비 제어, AI 연계 등 현장 핵심 과제에 최적화된 디지털 솔루션을 적용받게 된다. 또한 기업 맞춤형 단계별 기술 컨설팅과 공급기업 연계를 통해 최적의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생산성 향상, 품질 개선, 비용 절감 등 실질적 성과 창출을 목표로 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번 사업은 단기적인 기술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지역 디지털 생태계 조성을 위한 중장기 비전을 담고 있다”며 “NC Hub를 중심으로 개발자 커뮤니티 육성, 제조데이터 표준화, AI 연계, 글로벌 플랫폼 구축까지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포항공과대학교와 포항소재산업진흥원은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컨소시엄 참여 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은 포항소재산업진흥원 홈페이지에서 신청 방법과 요건을 확인할 수 있으며, 자세한 문의는 포항소재산업진흥원 산업지능화연구실(☎279-9458)로 하면 된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2025-07-20

장해급여

<문> 병원에서 산재 치료가 끝났다고 연락 받았습니다. 아직 다친 부위가 예전같지 않은데 이때, 청구할 수 있는 보험급여가 있나요? <답> 산재보험급여 중 ‘장해급여’가 있는데,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 치유되었으나 신체에 정신적 또는 육체적 장해가 남아 장해급여 지급대상에 해당될 경우 장해등급에 해당되는 지급일수에 평균임금을 곱하여 지급하는 보험급여를 말합니다. 다만, 장해는 영구적인 장해에 대한 것으로 한시적인 장해(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없어지는 일시적 장해)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문> 장해급여 청구는 언제 할 수 있나요? <답> 산재 요양이 종결되고 ‘치유’된 상태라야 청구가 가능합니다. 이때, 치유란 부상 또는 질병에 대한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어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를 말하며, 치유일로 부터 5년(2018년 12월 13일 이전 치유된 경우는 3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합니다. <문> 장해급여 청구 방법이 궁금합니다. <답> 장해급여청구서 작성 후 요양을 종결할 당시의 산재보험 의료기관에서 장해진단서를 발급받아 관할 근로복지공단 지사로 제출하시면 됩니다. 이때 방사선 검사 자료 등 장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함께 첨부하여야 합니다. 청구서가 접수되면 공단에서 장해 심사일을 지정하여 통보하는데, 지정일자에 출석하여 장해심사를 받으시면 됩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콜센터(1588-0075) 또는 관할 근로복지공단 재활보상부(054-288-5290)로 문의하시면 자세히 안내 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

2025-07-20

다시 오고, 머물고 싶은 ‘희망찬 영양’을 위하여

‘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시대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마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민선 8기를 시작하며 스스로 다짐했다. 영양을 지키자. 그리고 누군가 다시 돌아오고, 오래 머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고. 지방소멸은 더는 막연한 걱정이 아니다. 이미 현실이고,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다. 그래서 사람이 떠나는 곳이 아니라, 살아갈 이유가 있는 곳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풍력발전 기금을 통해 복지 재원을 확보하고, 공공임대주택과 LPG 배관망, 전원마을 조성 등을 통해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조건부터 하나씩 마련해가고 있다. 행정의 기초는 예산이다. 민선 8기 초반, 영양의 연간 예산은 2800억 원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도비 공모사업에 매달리고, 조직을 다시 정비하고, 낭비를 줄이며 버틸 수 있는 구조부터 만들었다. 올해 예산은 5167억 원이다. 두 배 가까운 확충이다. 예산이 늘었다는 건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 복지, 산업, 도로, 환경 등 군민의 삶과 연결된 모든 곳에 숨을 불어넣을 수 있는 동력이 생겼다는 뜻이다. 재정의 체력을 갖췄고, 이제는 더 먼 곳까지 달릴 수 있게 됐다. 영양은 오랫동안 교통 3무 지역이라 불려왔다. 고속도로도 없고, 철도도 없고, 4차선 도로도 없는 땅. 때로는 스스로도 낙담했을 정도로, 단절과 고립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총 5309억 원 규모, 37개에 이르는 도로·방재·하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도 31호선 선형 개량, 지방도 정비, 자라목재 터널과 답곡 터널 개통 등 끊겼던 길을 잇고, 위험했던 구간을 안전하게 바꾸고 있다. 길이 연결돼야 사람도, 물자도, 기회도 들어온다. 교통은 단지 이동수단이 아니라 지역의 생명줄이다. 이제는 누구나 더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영양을 만들고 있다. 영양은 농촌이다. 그리고 나는 늘 말해왔다. 농업 없이 영양을 말할 수는 없다고. 그래서 농민이 편하게 농사짓는 환경부터 만들고자 했다. 농작업 대행반 운영, 계절근로자 도입 확대, 농업인 보험료 지원, 과수산업 육성, 유통망 정비. 겉으로 드러나진 않아도, 뿌리처럼 현장을 지탱해주는 정책들이다. 특히 홍고추 전국 최고가 수매, 농산물품질관리원 영양분소 승격 건의 같은 일들은 한 해 농사를 마친 농민들의 손끝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다. 농업은 여전히 이 지역의 생명줄이고, 그 가치는 지켜야 한다. ‘숲, 물, 공기’. 영양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다. 이 자연은 그대로 두어도 훌륭하지만, 지역 발전과 연결된다면 더 의미가 있다. 자작나무 숲 에코촌 조성, 자작누리 산촌명품화, 삼지수변공원 정비, 바들양지 경관림 조성… 생태 기반을 활용한 관광 인프라가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다.자연을 지키며 관광을 키우고, 관광을 통해 사람이 들어오고, 그 사람들이 다시 머무를 수 있는 곳. 그게 바로 영양이 가야 할 길이다. 정책이 아무리 정교해도, 행정의 마지막 목적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작고 구체적인 일들에 집중해왔다. 기초연금 확대, 65세 이상 대상포진 무료 예방접종, 건강검진비 지원, 바로민원처리반 운영, 소방서 신설, 정주여건 개선, 온단채 조성,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 이 모든 일들은 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데 목표가 있다. 사는 데 불편하지 않고, 위험하지 않고, 필요한 걸 제때 받을 수 있는 고장. 그게 내가 만들고 싶은 영양의 모습이다. 민선 8기 4년 차. 이제 남은 1년은 마무리가 아니라 도약의 시간이다. 그동안 다져온 기반 위에서 더 높이, 더 멀리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산불 피해 복구부터 시작해 농업 혁신, 관광 개발, 정주환경 개선, 복지 확대, 교통망 확충까지 우리가 만들어낸 변화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군민 모두의 인내와 참여, 함께 버틴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영양에 살고 있는 사람들,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영양에 오고 싶은 사람들, 이곳은 희망의 땅이다. 떠나는 곳이 아니라 돌아오는 곳, 잠시 스쳐가는 곳이 아니라 오래 머무는 곳. 그런 영양을 만들기 위해 남은 시간, 흔들림 없이 달릴 것이다. 나는 행정가 이전에 이 땅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다. 그래서 더 잘 알고, 더 책임감을 느낀다. 이 고장을 지키는 일, 끝까지 책임지겠다. /오도창 영양군수

2025-07-20

흔한 듯 흔하지 않는 내 이름

패키지 여행은 바쁘고 흥미롭다. 각기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이 같은 버스에 올라 함께 여행을 한다. 외도 가는 배에 승선하기 위해서는 신상을 적어야했다. 버스 뒷자리에 앉았던 나는 승선명단을 눈으로 훑었다. 30여명의 일행 중 같은 이름이 세 명이었다. 다행이라면 성이 다른 것이랄까. 다음 날은 해상 케이블카를 탔다. 8명이 한 케이블카에 올랐다. 바다 위를 거쳐 산 정상에 오르는 코스이다. 앞에 앉은 여자의 이름을 친구가 불렀다. 같은 이름 중 한 명이다. 반가움에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케이블카 타는 내내 그 흔한 이름으로 인해 생겼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초등학교 2학년 학기 초였다. 시험을 보고 선생님이 이름을 불러가며 시험지를 나눠주셨다. 내 이름이 불렸다. 네하고 일어서는데 다른 아이도 같이 일어섰다. 선생님이 우리 반에 같은 이름이 있구나 하시며 나와 보라고 하셨다. 시험지를 본 다른 아이가 자기 것이라고 했다. 시험지를 다 나눠주신 후 선생님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나보고 일 년 동안 시험 볼 때마다 작은 전영숙이라고 쓰라고 하셨다. 같은 이름의 다른 친구는 큰 전영숙으로 쓰라고 하시며. 그 한해 시험 볼 때마다 이름 앞에 ‘작은’이라는 글자를 쓰면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작은 키가 더 부각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적당히 흔한 이 이름은 한때 ‘영숙이, 숙제했어’라는 유행어로 코미디 프로에 나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글로는 흔한 이름인데 한자로 쓰면 거의 없는 내 이름이 자주 못마땅했다. 대학시험 때였다. 입학원서를 학교에서 단체로 작성해서 냈고 수험표만 받았다. 아뿔싸. 이름의 한자가 달랐다. 선생님께 이야기하니 괜찮을 거라고 하시며 시험에 그냥 응시하라고 했다. 마음으론 걱정이 되었다. 면접날이었다. 잔뜩 긴장하고 면접장에 들어갔다. 서너 분의 교수님이 앞에 앉아 계셨다. 그 중 키가 크고 체격이 좀 있는 교수님이 갑자기 화를 벌컥 내셨다. 도대체 어떻게 자기 이름을 한자로 제대로 쓰지 못하느냐고 하면서 이런 학생은 합격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목소리가 큰 교수님이 화를 내시니 더 마음이 졸아들었다. 담임 선생님이 작성한 것이라 하니 핑계대지 말라고 하시며 더 크게 화를 내신다. 머리가 하얗게 비어갔다. 불합격하면 큰일인데 싶어 진땀이 흘러내렸다. 벌벌 떨고 있으니 옆에 계신 교수님이 안 됐다 생각했는지 얼른 나가라고 하셨다. 혼난 것으로 끝난 면접은 내내 기억에 남았다. 이름은 그 사람의 정체성을 최초로 드러내는 것으로 한 사람을 특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또한 집안이나 집단의 소속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이름은 특정 시대의 가치관이나 사회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에게 어울리며 앞으로 그 삶을 살아가기에 적합한 뜻을 가진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다. 부모의 바람이 들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작명소를 통해 태어난 아이의 사주와 맞는 이름을 지어오기도 했다. 늘 흔한 이름이 불만이었던 나는 가끔은 개명을 생각하기도 했고, 글을 쓰면서 필명을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다. 쉽게 그것을 결정하지 못한 것은 여러 가지의 상황을 상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망설이게 했던 것은 몇 년 전 주고 받았던 아버지와의 대화 때문이었다. 지나치게 평범한 이름 지어준 것과 흔하지 않은 한자 이름에 대해 투덜거렸을 때 아버지는 그 이름을 짓기 위해 큰아버지와 몇 날 며칠 옥편을 뒤졌노라고 말씀하셨다. 전영숙(全瑛琡), 이것이 내 이름이다. 이름 석자에 임금 왕(실제로는 구슬 옥)을 넣으려고 애를 썼다고 하셨다. 그만큼 고결하고 귀하게 왕비처럼 살기를 바랬다고 하시며. 농담처럼 난 아버지에게 이야기했다. 왕비의 삶이 아버지 생각처럼 편하고 귀하기만 하냐고. 얼마나 힘들고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자리인 줄 아시냐고. 한 사람의 인생이 어찌 늘 잔잔한 물결이기만 했을까. 그걸 아시면서도 자식이 조금 덜 고생하길 원했던 아버지의 사랑이 내 이름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평범하기만 한 내 이름 한자에 숨어 있는 아버지의 바람을 마음 깊이 이해한 것은 나 역시 많은 풍파를 겪은 후여서일 것이다. 오랜 고민 끝에 나는 개명도 필명도 쓰지 않기로 했다. 흔한 듯 흔하지 않은 내 이름. 이런 이야기를 싣고 케이블카는 산 정점을 돌아 내려가고 있었다. 같은 이름의 여행객과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보지 못하더라도 행복하자는 덕담을 서로 주고 받았다. /전영숙 시조시인

2025-07-20

김호령과 함평 타이거즈의 감동

2016년 10월 11일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0대 0으로 팽팽한 9회말 트윈스가 원아웃 주자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상황. 김용의가 좌중간으로 날린 타구는 의심할 여지없이 끝내기 안타로 보였다. 혹 외야수가 잡는다 하더라도 3루 주자의 태그업 득점을 막을 가능성은 없다. 보통 이런 경우 외야수들은 공을 포기한다. 잡아봤자 경기는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이거즈 중견수 김호령은 수십 미터를 전력질주한 끝에 공을 잡았다. 그러고는 혼신을 다해 송구했다. 타이거즈는 탈락했지만 김호령의 눈물겨운 투혼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꼴찌로 지명된 김호령의 선수 경력은 보잘 것 없다. 규정타석을 채운 게 단 한 시즌에 불과하며 통산 타율도 2할4푼밖에 되지 않는다. 뛰어난 외야 수비와 주루 능력을 가졌음에도 공격력이 약해 만년 후보다. 나이가 들며 경쟁력을 점차 잃어 2군에서 보내는 날이 많아졌다. 불성실하고 거들먹거리기라도 하면 차라리 미워할 텐데 누구보다 성실하고 묵묵하며 바른 인품을 가진 선수라 팬들에겐 아픈 손가락이다. 죽어라 공부하는데 고시에서 매번 낙방하는 막내아들 보는 마음이랄까. 150억원의 사나이 나성범, 경기 출장이 언제나 보장된 최원준, 2024년 우승에 역할을 한 이우성, 백업 선수로 나름의 팬덤을 거느린 박정우 등이 외야를 점거하는 사이 김호령은 자리를 잃었다. 점차 팬들의 기억에서도 지워지던 중 기회가 왔다. 나성범이 올해도 부상으로 ‘유리몸’이라는 오명을 쓴 채 이탈했고, 이우성과 최원준은 ‘철밥통’이라 할 만큼 감독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았음에도 처참한 부진을 거듭하다 2군으로 내려갔다. 이들 외에도 김도영, 김선빈, 윤도현, 이의리, 곽도규, 황동하 등 주전들의 부상이 겹치면서 2군 선수들이 1군에 대거 콜업될 때 오선우, 김석환, 고종욱, 박민 등과 함께 김호령도 올라왔다. 타이거즈의 2군 경기장이 전남 함평에 있는 관계로 팬들은 이들을 ‘함평 타이거즈’라고 부른다. 주전들이 뛸 때 10개 팀 중 9위로 추락해 있던 팀은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의 믿을 수 없는 선전에 힘입어 6월 승률 1위를 기록하며 단독 2위로 올라 왔다. 이 기간 동안 ‘함평 타이거즈’는 팬들의 심금을 울리는 장면을 연일 보여줬다.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뗀 오선우의 꾸준한 활약은 물론 중요한 경기 막판 승부처에 대타 역전 홈런을 친 김석환, 타석마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어떻게든 출루해내는 이창진 등이 그랬다. 고종욱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매 경기 매 타석마다 간절함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6월 29일 경기에서 634일만에 3안타를 친 그는 수훈선수 인터뷰 도중 임신한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다 눈물을 펑펑 쏟았다. 가장 뭉클한 건 역시 김호령이다. 7월 5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 첫 타석에서 올 시즌 첫 홈런을 치더니 다음 타석에서는 프로 데뷔 첫 만루홈런을 치며 생애 처음 한 경기 두 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두 번의 홈런 장면에서 다른 선수들이 다 하는 그 흔한 ‘빠던(타격 후 배트를 요란하게 던지는 쇼맨십 행위)’이나 화려한 세리머니도 없었다. 늘 그렇듯 열심히 베이스를 돌다가 타구가 담장을 넘는 걸 확인한 순간 자신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얼떨떨한 표정으로 수줍게 기쁨을 표현했다. MVP로 선정돼 인터뷰를 하면서도 달변은 아니지만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과 겸손함을 눌러 담아 소감을 말했다. 그날 많은 타이거즈 팬들은 눈물을 흘렸다. 가족이나 친구도 아닌 남이 잘 되기를 이처럼 바란 적이 없다고들 했다. 착하고 성실하고 겸손하고 묵묵하고 헌신적인 사람이 오랜 시간을 견뎌 마침내 빛을 보는 서사를 김호령은 우리에게 보여줬다. 주전 선수들이 돌아오면 김호령을 비롯한 ‘함평 타이거즈’는 다시 2군으로 내려갈지 모른다. 하지만 2025년 여름, 이들이 보여준 절실함과 감동의 야구는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별 감흥 없이 함부로 흘려보낸 한 경기가 그들에겐 인생을 건 도전이었다. 소중히 생각지 않고 마땅한 권리인양 여겼던 한 타석이 그들에겐 평생 꿈꿔 온 순간이었다. 김호령의 수줍은 미소를 계속 보고 싶다. 야구 앞에 진실하고 노력 앞에 정직하며 기회 앞에 간절한 사람이 잘 되는 걸 계속 보고 싶다. /이병철(시인)

2025-07-20

미지의 행성에서

요즘 나는 ‘플래닛 크래프트’라는 컴퓨터 게임에 푹 빠져 있다. 게임은 단순하다. 지구에서 무거운 죄를 저지른 게임 속 주인공은 자신의 형량을 없애기 위해 이름도 없는 외계 행성으로 떠나야만 한다. 형량을 없애는 대신 주어진 주인공의 임무는 외계 행성을 사람이 살 수 있는 지구의 환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머지않아 외딴 행성에 홀로 떨어진다. 주인공은 미지의 행성을 떠돌며 맵을 넓히는 동시에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물과 음식, 공기 등의 자원을 끊임없이 모아야만 한다. 홀로 외롭게 떨어진 행성은 때론 아름답기도, 또 때로는 빛 한줌 없는 어둠속에 잠겨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을 갖게도 한다. 그럴 때마다 통신 기기에 ‘라일리’라는 사람이 말을 걸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약간의 팁을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어둠을 더듬어 나가며, 결국 이 행성을 지구처럼 테라포밍 후 탈출해야 하는 게임이다. 게임 속 아이템은 꽤나 디테일하다. 철, 마그네슘, 규소, 티타늄, 코발트를 모아 약한 인간의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우주복을 만들고 일정 시간 버틸 수 있는 산소통도 만든다. 희귀 광물인 알루미늄으로 각종 추가 장비나 실험 공간 등을 건설하고, 우라늄을 캐서 로켓이나 제트백을 만들기도 한다. 각 광물은 특정 구간에서만 만날 수 있고, 또는 시간에 따라 캘 수 있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꽤나 오랜 기간 맵을 직접 돌아다니며 지리를 익혀야만 한다. 이 게임의 묘미는 어둠 속에 잠긴 지형이라던가 붉은 색으로 뒤덮인 기괴한 지형, 나무가 거꾸로 자라는 지형 등 실제 외계 행성을 탐험하는 듯한 설레임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모래 먼지로 뒤덮인 장소는 한치 앞도 안 보이기 때문에 지나치기 쉽고 때론 무섭기 때문에 피하곤 하지만 호기심으로 그 지형을 점차 파고들다 보면 결국 가장 한가운데에 가장 값어치 있는 광물이 있는 이벤트가 숨어 있는 등, 실제 모험을 하는 듯한 생생한 경험을 안겨 준다. 게임은 위협을 가하는 악당이나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스러운 요소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기 위해 무언가에게 쫓기듯 바삐 움직여야 한다. 광물이나 씨앗을 캐서 꽃과 나무를 자라게 하고, 미생물을 연구해서 물 속 식물과 물고기를 만들어 내고, 유전자를 연구해서 동물을 탄생시키는 등등, 말 그대로 황무지였던 외계 행성 속의 창조주가 되어 꽤나 집중해서 플레이하게 된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겨우 집 근처만 맴돌던 나는 점차 행성 곳곳을 누비며 다니게 된다. 두려움으로 내딛던 유난히 공포스럽던 땅도 게임의 막바지에 이르면 텔레포트를 타고 앞마당을 거닐 듯 가볍게 날아다닌다. 결국 모든 것은 처음과 시작이 어려울 뿐, 거듭 반복된다면 결국 익숙해질 것이고 또 다른 나만의 노하우가 생길 것이며 그러다보면 결국 모든 행동은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것이라는 안도감이 들기 시작한다. 내 이야기를 하기 조금 부끄럽지만, 근래의 나는 조금 불안했다. 이직한 회사 내 조직에서 빠르게 적응해야 할 것만 같았고 내가 잘하는 것을 충분히 어필하면서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면 참 좋으련만, 이상하게도 나는 시선과 관심이 압박감처럼 느껴졌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경직되어 있었던 것 같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렇게 까지 움츠러들 필요는 없을 텐데,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상황 때문에 거듭 속상해졌다. 고민만 늘어가는 나날들 속에서 결국 단순하고도 명쾌하게 답을 내려준 것은 게임 속 미지의 우주였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건, 멈춰 있는 대신 계속해서 행동하며 나아가는 일이 아닐까. 게임은 중반부부터 아주 놀랍게도 지루해진다. 같은 자원을 캐고 같은 일을 하며, 배가 고프다는 알림이 울리면 밥을 먹고, 산소가 떨어졌다는 경보음이 울리면 산소를 흡입한다. 점차 필요한 자원은 많아지지만 해야 하는 일은 대부분 매우 비슷하기에 지루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을 잃게 된다. 매일 같은 시간 출퇴근 하는 일상의 루틴처럼, 게임 속에서도 일정한 일을 견디고 행동하지만 결국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다음 챕터로 넘어가게 되는 지점을 마주하게 된다. 새로운 행성에서도 나의 역할을 잘 해내는 사람, 그러기 위해선 그저 더듬거리며 나아가는 일을 반복하는 수밖엔 없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결국 해내고 있다 보면 결국 이 모든 고민에 더욱 능숙히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윤여진(소설가)

2025-07-20

아세안 축구 한국인 감독 대결 베트남 김상식, 하혁준에 완승

2025 아세안축구연맹(AFF)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조별리그에서 펼쳐진 '한국인 사령탑' 맞대결에서 김상식(48)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이 하혁준(54) 감독의 라오스를 완파했다. 베트남 U-23 대표팀은 1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오스 U-23 대표팀과 2025 AFF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3-0 대승을 거뒀다. 3개 팀이 싸우는 B조에서 첫 경기를 치른 베트남은 1승(승점 3·골 득실 3)을 거두고 선두로 올라선 가운데 지난 16일 캄보디아(1무·승점 1·골 득실 0)와 첫 경기에서 1-1로 비겼던 라오스는 1무 1패(승점 1·골 득실-3)는 최하위로 떨어졌다. 더불어 두 경기에서 무승에 그친 라오스는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고,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22일 4강 직행권이 조 1위를 놓고 최종전을 펼친다. 이번 대회에는 동남아시아 국가 10개 팀이 출전해 3개 조(A조 4팀·B조 3팀·C조 3팀)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위가 4강에 진출하고, 각 조 2위 가운데 성적이 좋은 1개 팀이 4강에 합류한다. 이번 베트남과 라오스의 대결은 한국인 사령탑의 지략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3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베트남 U-23 대표팀은 김상식 감독이 지휘하고, 2022년 대회 3위가 최고 성적인 라오스는 하혁준 감독이 이끌고 있다. 김 감독과 하 감독은 각각 베트남과 라오스의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함께 맡고 있다. 베트남은 전반 19분 만에 선제골을 넣은 뒤 후반에 2골을 더 몰아치며 압도적인 승리를 완성했다. 김상식 감독은 매니지먼트사인 디제이매니지먼트를 통해 "라오스의 탄탄한 수비를 뚫어내기 어려웠지만 선수들이 기회를 잘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하 감독은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웠지만 경기 운영 측면에서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연합뉴스

2025-07-20

이도현,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 ‘시즌 첫 우승’

한국 남자 스포츠클라이밍 간판 이도현(블랙야크·서울시청)이 2025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 12차 대회에서 시즌 마수걸이 '금빛 등반'에 성공했다. 이도현은 20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치러진 2025 IFSC 월드컵 12차 대회 남자부 리드 결승에서 40+ 홀드까지 오르면서 40 홀드를 기록한 스페인의 알베르토 히네스 로페스와 39+ 홀드에 그친 일본의 사토네 요시다를 제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준결승(45+)을 6위로 어렵게 통과한 이도현은 결승에서 7명의 경쟁자를 모두 따돌리고 이번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자신의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이도현은 월드컵 1차 대회 볼더링 은메달과 5차 대회 볼더링 동메달에 이어 12차 대회 리드 금메달로 이번 시즌 세 번째 시상대에 올랐다. 특히 월드컵 시리즈에서 통산 4번째 금메달(볼더링 3개·리드 1개)을 수확한 이도현은 2016년 국제 대회 데뷔 이후 리드 종목에서 첫 금메달을 따내는 기쁨도 맛봤다. 이도현은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를 통해 "볼더링과 리드를 병행하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치고 힘든 순간들이 있었다"며 "그런 과정을 겪었기에 더 단단해졌고,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남은 월드컵 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여자부에선 서채현(노스페이스·서울시청)이 결승에서 7위를 차지한 가운데 '베테랑' 김자인은 준결승에서 9위에 머물러 아쉽게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연합뉴스

2025-07-20

기성용과 함께… 포항 홍성민 데뷔전

19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전북 현대의 프로축구 K리그1 2025 22라운드 경기는 베테랑 미드필더 기성용(36)의 포항 이적 후 첫 출전 경기라서 팬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K리그에서는 FC서울에서만 뛰었던 기성용은 경기에 뛸 수 있는 팀을 찾아 나서 지난 3일 포항에 입단했다. 기성용은 서울 소속이던 4월 12일 대전하나시티즌과의 K리그1 8라운드 경기에서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을 다친 뒤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그러나 박태하 포항 감독은 기성용을 이날 전북전에 선발로 내세웠다. 사실 박 감독이 기성용의 출전보다 더 많이 고민한 것은 골키퍼였다. 박 감독이 고심 끝에 내린 선택은 2006년생의 만 18세 골키퍼 홍성민이었다. 포항 구단 산하 유스 팀인 포항제철고의 주전 골키퍼였던 홍성민은 지난해 5월 포항과 준프로 계약을 한 유망주다. 포항 구단 역사상 골키퍼와 준프로 계약을 맺은 것은 홍성민이 처음이다 홍성민은 17세 이하(U-17)에 이어 이미 20세 이하(U-20) 대표팀에서도 뛴다. 올해 2월 열린 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U-20 아시안컵에도 나섰다. 하지만 아직 K리그 경기는 뛴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박 감독은 홍성민을, 그것도 리그 선두를 질주 중인 전북을 상대로 선발로 내세웠다. 경기 전 박 감독은 홍성민을 선발로 내보낸 배경에 대해 "기성용의 출전보다 더 많이 고민했다"면서 "홍성민을 지켜보니 굉장히 좋은 자질을 갖췄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고는 "홍성민은 대범하고 공을 잡았을 때 첫 패스도 효율적이다. 굉장한 모험이긴 하지만, 언젠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전북이라는 강팀, 기성용의 합류로 관심이 높아진 경기에서 선수 능력을 확인할 기회로 생각했다. 큰 경기에서 보여준다면 팀에 도움이 되고, 선수 본인도 한 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또 “홍성민에게 첫 경기이니 안전하게 플레이하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마음대로 해보라고 했다”고도 전했다. 포항은 이날 리그 17경기 무패행진을 벌이던 전북을 상대로 전반을 압도하며 홍윤상과 이호재의 연속골로 2-0으로 앞섰다. 전반 14분 전북 콤파뇨와 일대일로 맞선 위기에서 선방을 펼치는 등 홍성민도 제 몫을 했다. 하지만 포항은 후반 들어 전북의 교체 멤버 이승우, 티아고에게 연속 실점한 뒤 추가시간에 이호재의 자책골이 나와 2-3으로 역전패했다. 경기 후 만난 홍성민은 "이기진 못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데뷔전을 치른 소감을 밝혔다. 홍성민은 이날 다섯 차례 선방을 기록했다. 박 감독의 말처럼 실점도 판단 미스가 아닌, 홍성민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다. 박 감독은 뼈아픈 역전패에도 홍성민에 대해서는 "첫 경기, 큰 경기인데 경험이 전무한 선수가 이 정도까지 한 건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홍성민은 "감독님이 2주 전부터 선발 출전을 미리 알려주셔서 긴장은 크게 되지 않았는데 경기장에 도착하니 긴장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가 1위 팀이고 공격력도 강한 팀이다. 편하게, 국제 무대도 몇 번 뛰어봤기에 그 경험을 살려서 잘하려고 하지 말고 재밌게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지막 골을 실점할 때 반응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순간 집중력을 잃었다. 그냥 허탈했다"고 아쉬움도 드러냈다. 홍성민은 이날 포항 데뷔전을 치른 기성용과는 이미 인연이 있다. 홍성민은 기성용이 벌이는 장학사업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 포항이 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기성용의 첫 훈련 합류 당시 영상에는 홍성민이 자신을 "기성용 장학사업 1기 장학생"이라고 수줍어하며 소개하는 모습도 나온다. 그런데 포항 유니폼을 입고 같은 날 기성용은 이적 첫 경기를, '기성용 장학생'은 홍성민은 K리그 데뷔전을 치른 것이다. 홍성민은 "저도 (프로) 데뷔전이고, 성용이 형도 (포항) 데뷔전이었다. 어제 저녁 같이 식사할 때 성용이 형이 '신기하고 좋다'면서 '그냥 즐겁게 하라'고 얘기해줬다. 오늘 경기 끝나고는 '데뷔 축하한다. 수고했다'라고도 얘기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2025-07-20

2025 인공지능 혁신융합대학 여름방학 AI캠프 ‘성료’

인공지능(AI) 분야에 관심 있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역량을 키우는 ‘2025 인공지능 혁신융합대학 여름방학 AI캠프’가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영진전문대학교 글로벌캠퍼스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이번 캠프는 교육부와 AI혁신융합대학 컨소시엄(AI COSS)이 주관한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 사업’의 일환으로, 전국 8개 대학에서 모인 70여 명의 학생들이 5일간 집중적으로 인공지능 이론과 실습, 협업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전문성을 키웠다. 특히 팀별 창의 프로젝트 발표와 경진대회가 캠프의 하이라이트로 진행됐다: 팀별 프로젝트 발표결과 △금상은 영진전문대 ‘5조 어쩌다5조팀’ △은상 서울시립대 ‘13조 ㅁ ㄷ ㅁ ㄷ팀’ △동상 경북대 ‘10조 황금쭈꾸미팀’과 서울시립대 ‘12조 Badi팀’이 차지했다. 우수상은 경북대 ‘11조 11번가팀’과 영진전문대 ‘2조 IL팀’, 장려상은 성균관대 ‘14조 샌애기팀’과 전남대 ‘9조 구자철팀’, 영진전문대 ‘1조 E조’에게 돌아갔다. 총 10개 수상 팀에게는 460만 원 상당의 장학금이 수여된다. 김종규 영진전문대 AI COSS사업단장은 “방학임에도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해 인공지능 분야 역량을 높이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앞으로도 대학 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AI 인재 육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7-20

“국방로봇기술 선도, 산학연 한마음 한뜻”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원장직무대행 정구봉)은 지난 17일 포항에 위치한 KIRO 안전로봇실증센터에서 국방로봇학회(회장 김인호)와 국방로봇 기술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정부의‘AI기반 스마트 강군 육성’기조에 발맞춰 국방 분야의 무인화 및 지능화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산학연 협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됐다. 이날 협약식에는 김인호 국방로봇학회장(KAIST 교수), 차도완 총무부회장(국방대학교), 조정산 기획부회장(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학회 주요 임원진과, KIRO 정구봉 원장직무대행, 최영호 스마트모빌리티연구본부장, 정현준 인공지능로봇연구본부장 등이 참석하여 국방로봇 분야의 협력 방향과 실질적 연계 방안을 논의했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국방로봇 기술개발을 위한 공동협력 △세미나·포럼 등 학술행사 공동 개최 △전문인력 및 기술정보의 상호 교류 △정책 자문 및 협력 네트워크 구축 △연구시설 및 장비의 공동 활용 등과 같은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정구봉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원장직무대행은 “국방로봇 분야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으면서도 국가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한 영역”이라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국방로봇학회와의 학술적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국방 현장에 실제로 적용 가능한 기술 개발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인호 국방로봇학회장은 “이번 협약은 ‘AI 기반 스마트 강군 육성’이라는 정부 기조에 발맞춘 민군협력의 일환으로 국방로봇 기술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며 “앞으로 우리 학회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긴밀히 협력하여 국방로봇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연구 성과를 창출하고 대한민국의 국방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7-20

벼랑끝 국힘, ‘새 리더십’ 찾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이 사면초가 상태다. 대선 참패 이후 한 달 반 넘게 이어지는 당 지지도 하락이 멈출 기미가 없다. 리더십도 사실상 실종상태여서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국정운영은 거칠 게 없다. 윤희숙 혁신위는 현재 좌초 위기에 빠졌다. 윤 위원장이 ‘실명 인적쇄신안’에 이어 ‘차기 총선 불출마’까지 언급하자 당내 반발이 격화하고 있다. 이미 혁신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어게인’을 주장하는 전한길씨의 입당을 둘러싼 파문도 커지고 있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후보가 없으면 본인이 당 대표에 출마할 수 있다고 했다. 당이 친윤과의 단절을 통한 혁신은커녕 더욱더 깊숙이 ‘윤석열의 늪’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퇴행적 모습을 보이면서 지지율은 10%대로 추락하고 있다. 이제 유일한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 지역의 민심 이반 현상도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니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정 운영에서 거칠 게 없다. 정청래 당 대표 후보가 언급한 것처럼 ‘전광석화 같은 폭풍개혁’(인사·정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제1야당과의 소통은 안중에도 없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계속 고공비행 중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사분오열되자 ‘3대 특검’은 야당 의원들을 줄줄이 수사선상에 올리고 있다. 일부 의원은 피의자 신분이다. 핵심 친윤이었던 권성동 의원은 ‘건진법사 청탁 의혹’, 이철규 의원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수사받고 있다. 권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피의자 신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8일에는 윤상현 의원이, 11일에는 임종득 의원이 자택·사무실 압수 수색을 당했다. 국민의힘이 벼랑 끝에서 다시 동력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다음달 22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다. 전당대회에서 당의 이미지를 바꾸고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가 나와야 한다. 만약 내년 지방선거를 지휘할 새 대표마저 구(舊)주류 중에서 나올 경우, 국민의힘의 미래는 암울해진다.

2025-07-20

폭우 등 기상이변 대비 방재체계 재설계해야

지난 16일부터 내린 폭우로 전국이 비상경계에 들어간 가운데 경남 산청군에서는 전 군민에 대한 대피령이 내려지는 이변이 일어났다.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산청군에사는 이번 폭우로 6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지난 16일부터 내린 비로 산청군 시천면의 경우 누적 강수량이 798mm에 달했고, 군내 일대에 632mm의 극한 호우가 쏟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인구 3만여 명의 산청군은 이번 폭우로 마을 곳곳이 폭격을 맞은듯 아수라장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와 경북도 곳곳에서 비 피해가 발생했다. 16일부터 누적 강수량 기준으로 청도 365mm, 달성 338mm, 경주 외동 287mm, 경산 245mm의 비가 내려 산사태, 토사유출, 시설물 붕괴 등이 이어졌다. 경북 의성군 점곡면에서는 고립된 주민 2명이 소방관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지난 봄 초대형 산불이 난 안동 등 도내 5개 지역에서는 그나마 큰 피해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돼 다행스럽다. 시간당 100mm의 강수량을 기록하면 웬만한 지역은 폭우를 견디기가 어렵다. 도로에 물이 차면서 교통이 두절되고 집이 침수되며 인명피해도 잇따른다. 언제부턴가 수백 년 내 혹은 역대급이란 표현이 요즘은 흔할 정도로 자주 쓰인다. 게다가 비가 한번 왔다 하면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쏟아붓는 게릴라 형태로 쏟아져 인명피해는 물론이거니와 가축이나 과수 등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기상청은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강수 패턴이 바뀌고 있다”고 밝히고 “한국도 그 변화를 겪고 있으며 특히 여름철에는 국지성 호우가 자주 발생한다"고 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시스템도 기상변화에 맞게 좀 더 정교해질 필요가 생겼다. 과거에 준비해놓은 방재체제를 다시 점검하고 장기적으로 집중 호우에 대비하는 인프라 투자를 늘려야 한다. 특히 안전사고 우려가 높은 지역에는 사람부터 대피시키는 등 긴급재난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여름철 극한 호우와 폭염이 일상화되는 시대다. 재해당국의 치밀하고 장기적 안목의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

2025-07-20

고(故) 안철택 교수 영전에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인연생(因緣生) 인연멸(因緣滅)이란 말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인연 따라 생겨나고, 인연 따라 사라진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인연이 있으면 생겨나고, 인연이 다하면 흩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에 오는 일도, 세상과 작별하는 일도 모두 인연의 생겨남과 사라짐에 달려있다는 말이니 새삼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다. 7월 6일 한낮의 땡볕이 내리비치는 순천만 국가정원을 허위허위 걷다가 숨이 턱에 차는 느낌과 만난다. ‘인문 여행’이란 이름을 가진 전남대-경북대 교수들이 오랜만에 순천에서 만난 것이다. 하늘의 뜻을 거역하지 아니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장 순천(順天)의 대표적인 명소 국가정원을 걷는 것은 고역이었으되,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었다. 그리고 여수로 옮긴 저녁 자리에서 가슴 서늘한 전화가 불쑥 나를 찾는다. 아끼던 대학 후배 교수가 세상을 등졌다는 비보(悲報)였다.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경북대 교수들에게 안타까운 상황을 말한다. 일순 아연실색하는 동료들의 표정이 어둡다. 지난 4월 초부터 몸과 마음의 고통을 호소했던 후배 교수의 부음에 망연자실한 얼굴이 역력하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22년 봄 연구실에서다. 전화 통화로 미리 통성명은 했던 터였고, 따라서 낯설지 않은 대면이었다. 더욱이 그는 마주 대하는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남다른 능력의 소유자였다. 오랜 유학 생활을 경험한 그였기로, 나는 자연스레 이런저런 분야의 서책에 관한 이야기를 그와 함께했다. 넓고도 깊은 그의 독서 편력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 후로 여러 차례 만남으로 그와 자연스레 교분을 키울 수 있었다. 특히 전태일 열사 기념관 신축 기금 모집에 열렬하게 헌신하는 그의 모습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자기에게 맡겨진 과업을 뚝심 있게 추진하는 열정과 헌신적인 활동성은 아름답게 보였다. 그는 아는 것은 아는 대로 실천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하는 용기 있는 지식인의 자세를 견지(堅持)했다. 그의 열망은 한국 사회의 공적 인식과 실천적 지평을 도이칠란트 수준까지 고양하는 것이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 주권자들의 앎과 실천의 영역을 더 넓고 깊게 확장-심화하는 것을 자신에게 부여된 과제로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분단과 전쟁, 빈곤과 독재, 장기간에 걸친 군사 쿠데타로 얼룩진 우리나라를 멋진 나라로 만들고자 하는 열망에 불탔던 인물이 그였다. 그 문제에 관해 그와 심도(深度) 있는 논의를 진척하지 못한 아쉬움이 내겐 남는다. 언제부턴가 나는 각각의 개인이나 사회 혹은 국가는 나름의 역사적-문화적 차이를 가지고 있기에 그에 따른 발전과 변화 양상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통일 도이칠란트는 우리의 참고서는 될지언정 교과서는 될 수 없다는 확신을 가졌던 터다. 이런 이야기를 뒤로 미뤄야 하는 작별의 시각이 너무도 불시에 찾아왔다. 여수의 저녁놀이 아름다웠지만, 쓸쓸해진 마음에 좋아하는 술도 마다하고 눈길이 자꾸만 헛헛해진다. 이튿날 아침 소주로 그의 명복을 빌면서 작별 고한다. ‘안 선생, 부디 평안하게 영면(永眠)하시게!’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2025-07-20

대구 두류공원의 꿈

미국 뉴욕시 맨해튼구에 위치한 센트럴파크 공원은 해마다 25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미국 최고의 명품공원이다. 공원의 규모가 작은 나라지만 모나코보다 크다. 공원 안에 동물원과 야생보호구역이 있다. 중앙에 큰 호수도 있다. 본래는 뉴욕시의 땅이었으나 무허가 채석장과 가축농장, 판자집 등이 무질서하게 들어섰던 것을 한 저널리스트의 제안으로 개발이 시작됐다. 당시 사람들은 사람 살 땅도 부족한데 빈땅을 공원으로 개발한다고 불평을 해댔다. 하지만 과감한 개발로 지금은 뉴욕시민의 자랑이자 세계적 명소가 됐다. 당시 공원 설계사는 “지금 이곳에 공원을 조성하지 않으면 100년 후에 이만한 크기의 정신병원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도심의 공원은 시민의 휴식처이자 여가 공간이다. 시민에게 단순히 휴식만 제공할 뿐 아니라 도시의 공기를 맑게 한다. 더운 여름의 기온을 3~5도 가량 낮춰주기도 한다. 특히 자연경관을 보호하고 시민들의 건강과 정서 안정에 기여한다. 나라마다 도시공원을 권장하고 지원하는 것이 대세다. 대구 두류공원의 국가도시공원 지정 여부가 관심으로 떠올랐다. 국가공원으로 지정되면 공원 관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류공원을 관할하고 있는 달서구는 오래전부터 두류공원의 센트럴파크화를 꿈꾸어 왔고 연구용역까지 벌였다. 센트럴파크 말고도 영국의 하이드파크나 밴쿠버의 스탠리파크 등은 도심공원으로서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규모도 크고 멋진 경관의 도심 속 자연공원으로서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었다. 센트럴파크를 꿈꾸는 두류공원의 꿈을 응원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5-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