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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북도 겨울철 미세먼지 농도 상승···주민 건강 비상

경북 지역의 겨울철 대기질이 악화되면서 주민 건강과 지역 경제가 동시에 위협받고 있다. 산업단지와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에 더해 계절적 요인으로 대기 정체 현상이 겹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자주 초과하고 있다. 13일 실시간 대기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포항·구미 등 주요 산업 도시의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20~25㎍/㎥ 수준으로 환경 기준치(15㎍/㎥)를 크게 웃도는 날이 많았다. 특히 포항 제철동과 3공단 지역은 25㎍/㎥까지 치솟았다. 미세먼지(PM10) 역시 평균 40㎍/㎥ 안팎을 기록해 ‘나쁨’ 수준을 자주 나타냈다. 발생 일수도 늘어난다. 지난해 통계를 살펴보면 겨울철 전국 평균 초미세먼지(PM2.5) ‘나쁨’ 이상 일수는 약 18일이었다. 경북은 산업·농업 요인으로 이보다 더 많은 15~20일 수준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PM10)는 이보다 더 잦아 20일 이상 ‘나쁨’ 단계가 발생했다. 경북도 내 주민들이 한 달 중 절반 가까운 기간을 나쁜 공기 속에서 생활한다는 의미다. 농촌 지역에서도 난방 연료 사용 증가와 논밭 태우기 같은 관행적 활동이 대기질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된다. 여기에 최근 더욱 빈번해진 산불로 인해 단기간에 미세먼지 농도가 급상승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해 주민들의 호흡기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 마다 천식·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 외래 환자가 약 5~10% 증가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겨울철 난방비 부담에 더해 의료비 지출까지 늘어나는 상황을 만들면서 주민들에게 경제적 압박을 주고 있다.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이 나타난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인한 관광객 감소, 야외 활동 제한, 농업 생산성 저하 등이 이어지면서 지역 사회 전반에 부정적 파급 효과가 확산되고 있다. 경북도는 최근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 관리 강화, 친환경 보일러 보급 확대 등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정책은 많지만 실제 생활에서 공기가 맑아졌다는 체감은 없다”고 말하며 정책 실효성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국립경국대 이영훈 교수는 “산업단지의 대기오염 저감 정책 확대와 농업 활동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며 “초미세먼지의 경우 공단 지역에서 발생하는 가스가 입자로 변하는 경우도 많아 후처리 기술을 더욱 고도화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 미세먼지 예보 시스템은 있지만 공단 지역의 경우 바람 방향에 따라 미세먼지를 수치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미세먼저 예보 시스템을 운영해 주민들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6-01-13

대구 119신고 줄었지만 화재 피해 급증⋯산업시설 대형화재 영향

대구 지역 119신고는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화재 발생과 재산 피해 규모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시설에서 발생한 대형화재가 전체 피해액 증가를 주도하며 ‘건수 감소·피해 확대’라는 상반된 흐름이 확인됐다. 대구소방안전본부가 13일 발표한 ‘2025년 119신고접수 및 출동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19신고 접수는 47만 8547건으로 전년 대비 2.9% 줄었다. 하루 평균 1311건으로, 약 66초마다 1건씩 신고를 처리한 셈이다. 출동과 직결된 신고도 19만 7654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화재 관련 지표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화재 출동 신고는 1만 4481건으로 6.6% 증가했고, 실제 화재 발생은 1257건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110명(사망 12명, 부상 98명)이었으며, 재산피해는 436억 5878만 원으로 전년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 소방당국은 2025년 1~3월 산업시설에서 잇따라 발생한 대형화재가 피해액을 키운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화재 원인은 부주의가 38.2%로 가장 많았고, 전기적 요인(26.8%)과 기계적 요인(13.4%)이 뒤를 이었다. 장소별로는 비주거시설이 41.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해 산업·상업시설 화재 위험 관리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구조·구급 활동은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구조 출동은 2만 515건으로 줄었지만, 위치추적과 승강기 사고 관련 구조는 오히려 증가했다. 구급 출동은 14만 2569건으로 이송 인원은 7만 8469명이었으며, 질병 환자가 70%에 육박해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집중 현상도 뚜렷했다. 대구소방 측은 “안내·오접속·무응답 등 비출동성 신고가 적지 않아 긴급 신고 연결 지연 우려가 있다”며 “119신고 시 정확한 위치 설명과 불필요한 통화 자제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1-13

대구·경북 사랑의 온도탑 ‘희비’…경북 103도 조기 달성, 대구는 84도

대구·경북 지역 사랑의 온도탑이 상반된 온도를 기록하고 있다. 경북은 목표를 조기에 넘어서며 100도를 돌파한 반면, 대구는 아직 목표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3일 ‘희망 2026 나눔 캠페인’을 시작한 지 43일 만에 성금 182억 원이 모여 사랑의 온도 103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목표액을 초과 달성한 수치다. 올해 캠페인은 경기 침체와 고환율·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북 지역 대규모 산불로 인한 긴급 모금까지 겹치며 기부 피로도가 높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출발했다. 이에 따라 목표액도 전년도 최종 모금액 213억 원 대비 약 83% 수준으로 낮춰 설정됐다. 캠페인 초반에는 모금 실적이 전년 대비 80% 수준에 머물러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개인 기부자와 지역 내 기관·기업들의 참여가 이어지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그 결과 경북은 15년 연속 나눔 캠페인 목표 달성이라는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경북모금회 관계자는 “전체 모금액의 절반가량을 개인 기부자가 차지했으며, 지역 기관과 기업들의 참여도 꾸준히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구의 사랑의 온도탑은 아직 100도에 도달하지 못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올해 목표 모금액은 전년도와 같은 106억 2000만 원으로, 현재까지 89억 2000만 원이 모금돼 사랑의 온도는 84도를 가리키고 있다. 대구사랑의열매 관계자는 “남은 기간 동안 다양한 기부 독려 캠페인을 통해 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희망 2026 나눔 캠페인’은 목표액 조기 달성 여부와 관계없이 이달 31일까지 계속 진행된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6-01-13

[르포]120㎏ 보트 머리 위로·5m에서 다이빙···‘후끈후끈’ 겨울 해병대 캠프

“악, 나는 할 수 있다”고 소리치며 5m 높이에서 몸을 날렸다. 곧바로 물기둥이 솟구치더니 깊이 5m의 물속으로 사라졌던 그가 양손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나타났다. 포항 해병대 제1사단 인천상륙관 전투수영장에서다. 전투복과 구명조끼를 입은 이들이 차례로 3m 또는 5m 높이의 다이빙대에 섰다. 잠시 망설이더니 “준비, 뛰어”라는 짧은 교관의 한마디에 이를 악 물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배에서 탈출하는 ‘이함훈련’이 한창인데, 열기가 후끈했다. 12일부터 16일까지 일정으로 진행하는 겨울 해병대 캠프에 참가한 이들은 중·고생과 대학생, 일반인 등 230여 명에 달했다. 겨울과 여름에 빼놓지 않고 해병대 캠프를 찾는 최고령 최이기씨(78)는 “이번이 11번째인데, 13회 참가가 목표”라고 말했다. 전투수영장 한쪽에서는 군용 침투 목적의 소형 고무보트인 IBS 해상 패들링 훈련이 이뤄졌다. 물 위에 띄운 IBS에 참가자들이 올라타자 “하나, 둘, 셋” 구호가 울렸고, 노가 동시에 물살을 갈랐다. 방향이 흐트러지면 보트는 즉시 틀어졌고 다시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반복됐다. 노를 젓는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동작의 일치였다. 전투연병장에서는 다른 조 참가자들이 훈련에 투입됐다. 간단한 PT 체조로 몸을 푼 참가자들은 무게가 120㎏에 달하는 IBS 육상 헤드캐링 훈련(머리 위로 올려 육상에서 운반하는 훈련)에 들어갔다. 각자 지정된 IBS 앞에 6명씩 두 줄로 정렬하자 “정렬 완료, 팀장 앞으로”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대열이 정비되자 곧바로 “들어”라는 구령이 울렸고, 구호와 함께 고무보트가 머리 위로 올려졌다. 12명이 한 조를 이뤄 보트를 들어 올린 채 자세를 유지했다. 팔과 어깨에 힘이 실리자 참가자들의 얼굴이 굳어졌고 보트가 기울자 “기울어지지 않게 다시 맞춰”라는 호통도 이어졌다. 잠시 뒤 다시 울린 “하나, 둘, 셋” 구호와 함께 함성이 터졌고, 보트는 다시 머리 위로 올라갔다. 전투연병장에는 힘찬 구호와 거친 숨소리만 가득했다. 한 참가자는 “고무보트가 생각보다 무거웠지만 12명이 함께한 덕분에 헤드캐링 훈련에 성공할 수 있었고, 보람을 느낀다”면서 “벌써 여름 캠프가 기다려진다”고 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6-01-13

경북소방, 경북형 소방산불진화대 현장 대응 성과 드러나

경북형 소방산불진화대가 의성 산불 현장에 신속 투입돼 초기 진화와 확산 차단에 나서며 선제적 산불 대응 정책의 실효성이 현장에서 드러났다. 경북소방본부는 지난 10일 의성군 의성읍 비봉리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에 경북형 소방산불진화대를 투입해 불길의 확산을 조기에 억제했다고 13일 밝혔다. 당시 현장은 겨울철 장기간 이어진 건조한 기상 여건과 돌풍성 강풍, 산악 지형이 겹치며 대형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소방본부는 산불 발생 직후 도내 소방서 119산불신속대응팀 13개 대와 의용소방대 산불진화대 300여 명을 현장에 투입해 지상 진화를 중심으로 대응했다. 고압 펌프차와 급수차, 장비 운반차 등 차량 3대가 동시에 출동해 주불과 잔불을 나눠 진화 작업을 벌였고, 의용소방대는 인력 보강과 현장 지원에 나섰다. 이번 대응은 지난해 의성에서 시작돼 경북 북부 전역으로 확산됐던 초대형 산불을 계기로 구축된 경북형 소방산불진화대 운영 체계가 실제 산불 현장에 처음 적용된 사례다. 기존 119안전센터 단위로는 산불 초기 대응에 필요한 인력을 한 번에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전담 대응팀을 편성해 왔다. 출동 지령이 내려지면 119산불신속대응팀은 구조대와 직할 안전센터 소속 대원 8명으로 구성돼 즉시 현장에 투입되며, 의용소방대 산불지원팀이 합류해 대응의 지속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현재 경북형 소방산불진화대는 도내 119산불신속대응팀 22개 대 542명과 의용소방대 산불지원팀 51개 대 2040명으로 편성돼 운영되고 있다. 박성열 경북소방본부장은 “도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초기 단계에서 산불 확산을 막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이번 대응 과정에서 확인된 사항을 토대로 산불 대응 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6-01-13

친구들과 약속 장소였던 맘모스 제과점

맘모스제과에서 보자. 안동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약속했을 것이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친구와 만나려면 집으로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가야 했다. 스무 살에 공중전화로 친구 집에 전화를 하니 친구는 없고 어머니가 받으셨다. ‘르네상스’에서 기다리겠다고 전해달라고 말씀드리니 잘 못 알아들으셔서 ‘르, 네, 상, 스’라고 한 글자씩 띄워 찬찬히 알려드렸다. 다행히 늦게라도 약속 장소로 친구가 왔고, 엄마가 뭐라는지 못 알아듣게 이름을 중얼거리셔서 짐작으로 되짚어 온 곳이 우리 아지트 르네상스였다. 우체국이나 은행 이름이었다면 연세 많은 어머니 귀에 쏙 박혔을 것이다. 그 시절 우린 약속 장소를 우체국 앞으로 정했다. 작은 도시에 하나뿐이라 누구나 아는 장소니까. 지금은 우체국이 동네마다 있어서 어느 지점이라고 하지 않으면 정시에 만나기 힘들지만, 80년대 포항에서 10대에서 20대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분명 거기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포항의 우체국 같은 곳이 안동 맘모스제과였다. 1974년부터 현재의 자리에서 영업 중인 지역 대표 제과점이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여행 및 레스토랑 전문 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 그린가이드와 론리플래닛 등에 소개되어 더 유명해졌다. 안동찜닭 골목과 갈비 거리 중간에 자리해서 점심을 고기로 배를 채운 뒤 후식을 먹을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이 집의 가장 인기 메뉴는 크림치즈가 가득한 크림치즈빵과 향긋한 유자파운드다. 주말과 휴가철은 가게 앞에 길게 줄을 서서 빵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크림치즈빵을 사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 한 사람당 가져갈 빵을 제한하기도 한다. 찾아간 날이 영하의 날씨라 거리가 한산했고 시간이 일요일 오후 4시가 넘어가니 웨이팅은 필요 없었다. 때마침 금방 구워진 빵을 진열 중이어서 운이 좋았다. 함께 간 친구들 몫으로 두 개씩 포장하고, 가게 안에서 커피를 곁들여 먹으니, 빵은 쫄깃하고 쏟아져나오는 치즈는 짭짤하니 고소했다. 역시 빵은 따끈할 때 먹어야 제일 맛있다. 안동에 갈 때마다 꼭 들러 여러 종류의 빵을 맛보았다. 수업이 있어서 갔다가 가게 안에 자리가 부족해 포장해 와서 근처 카페에서 사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먹었던 라즈베리가 들어간 도넛은 향기가 일품이었다. 동료들과 나눠 먹으니, 양이 아쉬워서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러 포장해 왔다. 아버지 산소가 안동에 있어서 명절이면 꼭 다니러 간다. 올 추석에도 갈비 골목에서 고기를 먹고 맘모스제과에 찾아가니 여전히 손님으로 가득했다. 빵은 다 팔려 진열장이 텅 비었고 파운드케이크도 조각 케이크도 없었다. 롤케이크만 남은 상태라 두 줄을 사서 자리에 앉아 친정엄마와 동생네 식구들까지 대가족이 나눠 먹었다. 어머나, 남은 게 롤케이크뿐이라 억지춘향으로 산 롤케이크가 부드럽게 입안에서 사라졌다. 두 줄이 금방 동이 났다. 진열장에 남은 한 줄을 얼른 달려가 결재하고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영덕에 들러 맘모스제과의 빵을 좋아하는 언니 댁에 내려주고 왔다. 이 외에도 고품질 재료를 사용한 케이크와 발효종을 이용한 유럽 빵, 선물용 과자 등 다양한 제품이 준비되어 있다. 50여 석의 카페테리아형 좌석에서 신선한 원두를 사용한 커피음료와 여름에는 4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땅콩 맛 밀크쉐이크 등도 즐기실 수 있다. 검색해서 찾으면 맘모스제과와 맘모스베이커리 이렇게 두 곳이 나온다. 베이커리는 본점이고 제과가 분점이다. 안동 문화의 거리에 맘모스베이커리가 있으니 헷갈리지 않길 바란다. 경북 안동시 문화광장길 34 맘모스베이커리, 0507-1438-6019. /김순희 시민기자

2026-01-13

졸업 이야기

1월, 해가 바뀌고 새로운 달이 시작되자 학교의 졸업식이 새 소식처럼 전해진다. 졸업은 마지막의 아쉬움과 다시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시간이기도 하다. 지난 8일, 목요일은 둘째 아이의 중학교 졸업식이 있는 날이었다. 코로나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시기에 시작한 아이의 중학교 생활이 순간순간 떠올랐다.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안고 학교로 향했다. 늦지 않은 시간임에도 운동장에선 밀려오는 차량 맞이로 바쁜 모습이었다. 강당에 들어서니 1층에선 학교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식전 행사로 막 끝났고 2층에선 먼저 자리를 잡은 부모님들로 앉을 자리가 없었다. 학생 수가 많은 학년이라서 축하하러 온 사람들도 더 많아 보였다. 오전 10시 반이 되자 사회자 선생님의 개식사를 시작으로 졸업식은 순서대로 흘러갔다. 교장선생님과 내빈들의 축하한다는 말이 가득한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으로 3학년 담임선생님들의 졸업 인사 동영상이 이어졌다. 스크린에는 선생님들의 조금은 귀여운 모습과 특별히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공룡 캐릭터 옷을 입은 모습에 많은 웃음을 주었다. 그리고 졸업가를 부르는 시간이었다. 졸업가는 가수 주니엘의 ‘내일이 아름답도록’이라는 곡이었다. 헤어짐의 아쉬움보다 미래를 향해 희망을 주는 느낌의 청아한 곡이었다. 명랑한 졸업식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아이의 졸업식을 보며 예전 나의 졸업식을 떠올렸다. 기억에 남는 졸업식은 처음 졸업이라는 걸 맛본 국민학교 졸업식이었다. 졸업식이 가장 큰 행사이기도 해서 겨울 방학이 끝나고 개학해서는 내내 졸업식을 연습했었다. 2주 동안 연습하며 이제 중학생이 된다는 마음에 조금 우쭐하기도 했다. 졸업식 당일이 되자 창가의 테이블은 지역 유명 인사로 채워졌다. 늘 그렇듯 마지막엔 다 일어서서 졸업가를 불렀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되었던 졸업식 노래였다. 그땐 그 노래가 얼마나 마음을 울렸는지.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훌쩍 우는 아이들도 많았다. 유치원을 다니지 않아서 첫 졸업을 맞는 아이들에겐 헤어진다는 게 얼마나 마음을 울게 만들었는지 연신 눈물을 흘렸다. 6학년 담임선생님의 눈가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촉촉했다. 정말 빛나는 졸업식이었다. 지금이야 언제라도 볼 수 있으니 헤어짐의 아쉬움이 예전만 못하겠지만. 졸업식 후엔 부모님들이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친구들과 함께 짜장면을 먹었던 희미한 기억이 있다. 아이에게 졸업식에서 기억에 남는 게 뭐냐고 물었다. 아이는 상을 받는 것도 좋지만 꽃다발을 받는 게 더 기분 좋다고 대답한다. 그 꽃다발을 들고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이 예뻤다. 생각해 보니 평소에는 꽃다발을 주고받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왁자한 사람들 소리를 빠져나와 우리는 짜장면집으로 향했다. 짜장면을 처음부터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근처의 붐비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피하고 싶었다. 짜장면집도 마찬가지로 함께 졸업한 학교 아이들의 가족들 몇몇이 눈에 띄었다. 역시 졸업식엔 짜장면이지 한다.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은 마스크 낀 코로나 때여서 여럿이 모여 식사가 어려웠었다. 돌아오는 차에서 아이는 중학교 3년을 어떤 추억으로 남겼을까 생각한다. 서로의 아침을 깨우고 함께 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아이의 중학교 시절은 이제 추억으로 남았다. 앞으로 맞이할 고등학교 생활도 많은 이야기와 추억이 오래오래 쌓이길 바란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6-01-13

‘교토 1일 투어’에서 떠올린 생각들

급히 결정된 가족 첫 해외여행. 국외 여행은 처음이다 보니 아이의 체력 및 컨디션을 걱정해 가까운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 예상대로 꽤 많은 사람들이 공항을 채우고 있었다. 새벽부터 움직여 피곤할만도 한데 아이는 첫 해외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구름 밖에 보이지 않는 비행기 밖을 내내 신나게 구경했다. 1시간이 조금 지나자 이내 도착 알림이 들려왔다. 첫날은 호텔 주변을 비롯 도보로 이동가능한 곳을 다녀보기로 했다. 급히 정한 여행이다 보니 여행 기간이 일본의 연휴 기간과 맞물린다는 사실을 놓쳐버렸다. 그 덕에 여행 시작부터 어마어마한 인파와 함께였다. 도톤보리에 이르자 밀려다닐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현지인부터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까지 지금껏 본 인파 중 최고였다. 둘째 날은 아이의 바람으로 유명 테마파크를 방문했다. 최대 190분까지 대기시간을 보여줄 정도로 이곳도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그리고 여행 3일 차 내심 기대하던 교토 1일 투어가 시작되었다. 예전에 한번 다녀온 교토지만 한적하고 조용했던 기억에 다시금 찾게 되었다. 물론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설 전날이라 유명 관광지 특히 절은 설 연휴 특수를 제대로 맞고 있었다. 청수사의 경우 오래된 역사와 규모 그리고 오가는 길에 위치한 상가가 유명하다. 경주 사람이어서인지 아무래도 불국사가 생각났다. 불국사는 절 아래 주차장이 있고 상가들과 도로를 두고 구분되어있다. 청수사의 경우 절과 주차장 사이에 상가들이 몰려있다. 골목골목 무수한 상가들을 지나야 오갈 수 있는 구조다. 오직 도보로만 이동이 가능하다. 각각의 장단점은 있겠으나 관광객 소비 증진 쪽에서 본다면 청수사 쪽이 유리하다. 절과 상가는 단어만으로는 어울리지 않지만 간판 색상 제한이나 고도제한 등으로 문화재를 해치지 않고 자연스레 녹아있었다. 체류 제한 시간이 두 시간이었는데 그날 교토 투어 중 가장 많은 여비를 지출했다. 연이은 상가들에서는 대부분 먹거리들을 판매 중이었는데 겨울이라 쌀쌀해진 날씨에 저절로 따뜻한 음식을 찾게 되었다. 추운 날씨지만 많은 사람들이 말차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어느 순간 손에 아이스크림이 쥐어져 있었다. 대부분의 찻집과 식당은 자리가 빈 곳이 없었다. 적어도 이곳에 불황은 없어 보였다. 한편 주차장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동안 황리단길 내에 차로가 없어지면 상가가 더 활성화될 거라 말이 있었다. 청수사 상가들이 그 대답이 될 것 같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갈수록 더 인기를 끌고 있는 황리단길과 도심 재생의 요청이 간절한 원도심 상가 사이엔 공영 주차장이 위치해 있다. 그곳에 주차한 뒤 황리단길로 갈 경우 주차장을 다시 지나 원도심으로 들어간 기억이 거의 없다. 황리단길붐 이전에 조성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당시엔 원도심 진입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관광지마다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유명 캐릭터 한정 상품들도 눈에 들어왔다. 다음 코스였던 금각사에서는 과거 방문 때 구입했던 고양이 캐릭터 부적을 다시금 샀다. 한정판은 사소한 것조차 설레게 하는 힘이 있다. 금 20kg으로 칠해졌다는 금각사를 보고 있으니 순금으로 만들어진 6개의 금관이 떠올랐다. 관광도시로 알려져 있으나 주변에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드문 현실 또한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금박이 아닌 순금을 갖고 있으나 그들처럼 수익을 얻지 못하는 것일까? 여러 의문과 발바닥 통증으로 마무리된 교토 방문기는 2만3000보를 채우고 끝이 났다. /박선유 시민기자

2026-01-13

설 앞두고 동해안 국가어항 합동점검⋯포항해수청, 2월 6일까지 안전 점검

설 명절을 앞두고 동해안 국가어항을 대상으로 한 안전 점검이 실시된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설 연휴 기간 어항 이용객 증가에 대비해 13일부터 2월 6일까지 지역 내 국가어항 시설물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점검 대상은 죽변항(울진군), 읍천항(경주시), 저동항(울릉군) 등 주요 국가어항이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은 어항 시설물의 균열·파손 여부 등 외관 상태를 비롯해 어민과 방문객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인명구조함 등 안전시설물 설치 여부를 중점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합동점검 과정에서 발견되는 경미한 안전시설물 파손이나 위해 요소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즉시 임시 안전조치를 실시한다. 정밀 보수가 필요한 시설물은 한국어촌어항공단이 별도의 예산을 확보해 조속히 보수·보강할 예정이다. 이재영 포항지방해양수산청장은 “설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는 방문객들이 안심하고 어항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사전에 안전 상태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며 “지자체와 한국어촌어항공단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사고 없는 안전한 국가어항을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1-13

용흥동 중앙하이츠 임대주택 피해자들, 허위·과장 홍보 피해 5년 만에 집단 고소

포항시 북구 용흥동 중앙하이츠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조합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본 주민들이 사업 추진 5년 만에 사업관계자들을 집단 고소했다. 진보당 박희진 포항시위원장과 용흥동 중앙하이츠 피해자대책위원회는 13일 오전 포항북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 12월부터 발생한 임대주택 피해와 관련해 사건에 연루된 모든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중앙하이츠 용흥은 포항시 북구 용흥동 일원에 약 570세대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었던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이다. 시행사인 더아일린협동조합과 아일린씨티㈜는 조합원 모집 과정에서 ‘10년간 임대로 거주한 뒤 분양받을 수 있는 아파트’라고 홍보했으나 토지 확보와 사업 진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년째 사업이 정체됐고 현재까지 착공도 하지 못했다. 이번 집단 고소에는 피해자 73명이 참여했으며 전체 피해액은 27억8500만원이다. 피해자 1인당 피해 금액은 3500만~4000만원 수준이다. 피해자대책위원회는 “개별 고소와 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증거 자료와 진술서를 모아 집단 고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소 대상에는 사업 주체인 더아일린협동조합 임원진과 시행사인 아일리시티㈜ 대표, 허위·과장 홍보로 계약을 체결한 영업 관계자들이 포함됐다. 자금 관리를 맡은 교보자산신탁㈜와 아파트 브랜드 ‘중앙하이츠’를 보유한 도무개발㈜도 고소 대상에 포함됐다. 피해자대책위원회는 “피해자들이 가장 신뢰한 요소는 ‘중앙하이츠’라는 아파트 브랜드였다”며 “시공사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브랜드를 내세운 광고가 계약 체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상춘 피해자대책위 공동대표는 “허위·과장 홍보와 반복된 약속으로 계약이 이뤄졌지만, 사업은 진행되지 않았다”며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자금 흐름과 사건의 실체가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1-13

코레일, “설 승차권 예매 미리 체험해보세요”⋯‘전용 웹페이지’서 열차 조회· 여행정보 사전 등록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2026년 설 연휴 승차권 예매’를 대비해 예매 방법 등을 미리 확인하는 ‘사전 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전 체험은 12일부터 14일, 17일부터 18일까지 모바일 앱 ‘코레일톡’과 코레일 홈페이지 ‘명절 전용 웹페이지’에서 노선별 예매일과 운행시간표를 확인하고, 원하는 여정정보도 미리 등록할 수 있다. ‘열차시각 조회’에서 이용구간, 출발일, 열차 등을 선택해 해당 열차의 사전 예매일과 모든 국민 예매일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일자별 예매하는 노선을 지도로 볼 수 있도록 해 노선별 예매일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여정정보 등록’에서는 구간, 출발일, 인원 등의 정보를 사전에 등록하면 예매 당일에 바로 저장된 정보를 불러와 편리하게 예매할 수 있다. 코레일은 오는 15일부터 5일간 설 명절 승차권 예매를 시작한다. 15일과 16일 이틀간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5세 이상의 고령자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등록 장애인 △국가유공자(교통지원 대상)를 대상으로 우선 진행한다. 15일은 경부·경전·동해·중부내륙·경북·대구·충북·교외선을, 16일은 호남·전라·중앙·강릉·장항·영동·태백·서해·경춘·목포보성선 승차권을 예매할 수 있다. 이어 19일부터 21일까지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일반 예매를 진행한다. 19일은 호남·전라·장항·서해·목포보성선을, 20일은 경전·중앙·강릉·동해·중부내륙·경북·대구·충북·영동·태백·경춘·교외선을, 21일은 경부선 승차권을 예매할 수 있다. 예매 대상 날짜는 2월 13일부터 18일까지 6일간 설명절에 운행하는 열차다. 잔여석은 오는 21일 오후 3시부터 코레일톡과 홈페이지, 역 창구에서 상시 판매한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6-01-13

대구·경북 13일 맑지만 건조한 추위 지속⋯빙판길·화재 주의

대구·경북은 13일 대체로 맑은 가운데 건조하고 추운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경북 중·북부 지역에는 아침까지 0.1㎜ 미만의 비나 0.1㎝ 미만의 눈이 내리는 곳이 있다고 예보했다. 울릉도·독도는 가끔 구름이 많겠고, 아침까지 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예상 강수량은 5㎜ 미만이다. 낮 최고기온은 영하 3~6도로 전날(영하 0.9~6.2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겠다. 다만 낮 기온이 영하권에 머무는 곳이 많아 체감상 종일 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눈이 내려 쌓였던 지역에서는 낮 동안 녹은 눈이 밤사이 다시 얼면서 빙판길이나 도로 살얼음이 생기는 곳이 있겠으니 교통과 보행자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조특보가 발효된 경상권을 중심으로 대기가 매우 건조하겠고, 그 밖의 지역도 건조한 곳이 많아 산불을 비롯한 각종 화재 예방에 유의해야 한다. 해상에서는 동해 앞바다의 물결이 1.0~3.5m로 일겠으며, 해안선에서 약 200㎞ 이내의 동해 먼바다에서는 파고가 1.5~5.5m로 높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낮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러 낮에도 아침만큼 춥게 느껴지겠다”며 “추위는 14일 한층 더 심해질 것으로 보여 건강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6-01-13

포항시 3년 새 17곳 문 닫았다⋯줄줄이 사라지는 동네 목욕탕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가던 동네 목욕탕이 쥐도 새도 모르게 문을 닫았어요. 이제 목욕 한 번 하려면 30분은 더 걸어가야 합니다” 12일 오전 포항시 북구 한 목욕탕 앞에서 만난 주민 안모 씨(67)의 하소연이다. 안 씨가 다니던 이 목욕탕은 2000년 문을 열었지만 지난해 5월 폐업했다. 목욕탕 옆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고 닫힌 유리문 너머로는 먼지를 뒤집어쓴 집기들이 그대로 남아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돼 보였다.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1월 기준 경상북도에서 영업 중인 목욕탕은 457곳, 폐업한 곳은 571곳으로 집계됐다. 대구시도 영업 중인 목욕탕은 236곳에 그친 반면 폐업한 곳은 606곳에 달했다. 포항시의 경우 현재 영업 중인 목욕탕은 88곳으로 최근 3년 동안에만 17곳이 문을 닫았다. 연도별로는 2023년 3곳, 2024년 8곳, 2025년 6곳이다.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급감한 수요를 가장 큰 배경으로 꼽는다. 난방 기술 발달로 집에서도 탕 목욕이 가능해진 데다 아파트 커뮤니티 사우나 확산과 헬스장 샤워 시설 이용 증가로 전통적인 동네 목욕탕 이용객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동네 목욕탕 대신 온천이나 스파 시설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가스·수도·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치며 경영 여건은 더욱 악화됐다. 난방과 급수가 필수인 업종 특성상 비용 상승의 부담이 그대로 업주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포항시 남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김모 씨(71)는 최근 이용료를 8000원에서 9000원으로 인상했다. 김 씨는 “공공요금과 인건비, 시설 유지비가 한꺼번에 오르면서 더는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국소비자원 서비스 요금 가격 동향을 보면 경북 지역 목욕탕 이용료는 2025년 1월 평균 7885원에서 같은 해 11월 8077원으로 올랐다. 문제는 목욕탕이 단순한 상업시설을 넘어 서민과 취약계층에게는 여전히 필요한 생활 기반 시설이라는 점이다. 수도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거나 겨울철 동파 피해 등으로 집에서 씻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목욕탕을 대신할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 포항시 식품산업과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이용 감소에 공공요금 상승까지 겹치며 업계 부담이 커졌다”며 “65세 이상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목욕 이용 지원이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재정 여건상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목욕탕 폐업을 일시적 불황이 아닌 구조적 변화의 결과로 해석한다. 김정규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아파트 중심 주거 확산과 코로나19 이후 위생 인식 변화로 동네 목욕탕의 기능이 사실상 소멸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과거처럼 민간 영업만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고령층과 취약계층을 고려해 공공이 최소한의 역할을 하거나 폐업한 목욕탕을 복지·문화 공간 등으로 전환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1-12

[르포] 비행기 뜨면 멈추는 삶···포항 군 소음 피해 현장의 절규

포항은 포항비행장(K3), 해상 사격장, 육상 사격장 등 군 소음 밀집 지역이다. 동해면 도구1·2리, 흥해읍 칠포1리, 장기면 수성·산서 일대가 대표적인 곳이다. 이들 마을들은 수십 여 년 동안 군사훈련과 항공기 운항에 따른 소음과 진동을 견뎌왔다. 소음은 주거 환경 붕괴와 재산권 침해, 생계 위협, 인구 소멸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군 소음 현장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주민들의 일상을 들여다 봤다. 동해면 도구1리는 포항비행장(K3)과 예비군 훈련장에 둘러싸였다. 항공기와 헬기가 저공비행을 반복하고, 사격과 훈련도 계속된다. 포항비행장이 확장되면서 마을과는 거리가 더 가까워졌고, 소음 피해도 심해졌다. 조영래(57) 이장은 “지금 집을 지을 수 있는 땅도 평당 50만 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소음과 군사시설 인접 지역이라는 이유로 일대 부동산 값이 급락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급매물이라는 형식으로도 땅이 팔리기만 하면 처분하고 이곳을 떠나기가 일쑤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도구1리 토지는 외지인이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가 됐다. 더욱이 이 마을은 지금 불꺼진 창처럼 을씨년스럽다. 주민의 절대 다수가 70~90대이고, 젊은 세대는 찾기조차 없다. 마을에는 슈퍼마켓이 없고 병원은 멀다. 빈집만 늘어난다. 조 이장은 “집을 보러 왔다가 항공기 소리 들으면 바로 돌아간다”라면서 “군부대 때문에 생활·교육·교통 여건이 와르르 무너졌다”며 혀를 찼다. 도구2리에서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 마다 건물 위를 스치듯 지나고, 4~5층 높이의 주택에서는 비행기 동체가 눈앞을 가로지른다. 컴퓨터 작업 중 비행기가 지나가면 전원이 꺼질 정도이고, TV를 보는 중에도 화면이 끊길 때가 많다. 서정순씨(72)는 “여름에는 문을 열어놓고 자야 하는데 바로 옆에서 비행기가 날아간다. 사람이 미쳐버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형숙씨(77)는 “포항지진 이후 트라우마가 생겨 ‘드르륵’ 소리만 나도 벌써 놀란다”며 “작은 진동에도 매우 놀라게 된다”고 호소했다. 소음은 주거 환경 자체도 흔든다. 비행기 이착륙 때마다 발생하는 진동으로 집 전체가 흔들리고, 창틀과 벽에는 자주 금이 간다. 도구2리 일대 주택은 대부분 70~80년 된 노후 주택으로 지진 이후 생긴 균열이 비행기 진동으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칠포해상사격장과 가까운 칠포1리. 이 곳은 사격이 시작되면 해경과 군 보트가 어항 출입을 통제한다. 어민 정정수씨(74)는 “사격하는 날은 해경이 와서 나가는 길을 막아버려 꼼짝없이 조업을 못 한다”며 “오도리나 청진리 쪽은 멀리 돌아서 작업 할 수 있는데, 칠포리는 유일하게 완전히 막힌다”고 울분을 토했다. 마을 어민들은 사격 예고가 떨어지면 하루 벌이를 포기해야 하는구나라며 체념하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됐다. 사격일을 전후 해 태풍 주의보 등 기상 악화가 겹치면 며칠씩 조업을 못 하는 때도 있다. 이럴 경우면 바다에 깔아 둔 그물을 관리하지 못해 통째 어구 등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김덕출씨(72)는 “사격하는 날은 밖에 나가기도 무섭다”며 “유탄이 떨어진 적도 있었고, 갑자기 총소리가 나면 애들도 어른들도 놀란다”고 했다. 글·사진/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6-01-12

177억 들인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낮잠’···GMP 허가 ‘불발’

2022년 4월부터 2년간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내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이하 센터)에 입주했던 (주)바이오앱은 포항테크노파크(포항TP)로 옮겨 식물세포 재배 기반의 동물의약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식물에서 나오는 항원단백질을 재조합해 돼지열병 백신 ‘허바백’ 생산에 성공했다. 177억 원을 들여 식물을 이용한 동물백신 생산을 위해 동물용 백신생산시설(KvGMP), 식물공장, 동무효능평가시설 등을 갖춘 센터에서 허바백 대량 생산을 계획한 바이오앱은 2023년 12월 허바백 TM 돼지열병 마커 백신에 관한 기술을 이전하기로 포항TP와 계약을 맺었다. 식물 플랫폼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동물백신 뿐만 아니라 면역진단용 항원과 차세대 동물용 치료제까지 사업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초기 공정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연계할 수 있는 인프라인 센터 자체가 매우 중요한 기회였다. 센터를 위탁운영 하는 포항TP는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GMP) 허가를 받기 위해 컨설팅 용역과 주요 시설·장비 검·교정, 밸리데이션(특정한 공정, 방법, 기계 설비 또는 시스템이 미리 설정된 기준에 맞는 결과를 일관되게 도출한다는 것을 검증하고 문서로 만드는 일)을 진행한 뒤 지난해 1월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동물의약품 KvGMP 제조업 허가 및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농립축산검역본부는 지난해 3월 제출서류 검토 반려 의견을 회신했다. 새로운 품목(신약) 임상시험성적에 관한 자료, 독성과 약리작용에 관한 자료 등을 제출하라는 이유에서다. 포항TP는 보완 조치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GMP 허가를 꼭 받아내겠다는 계획이지만, 2022년 3월 문을 연 177억 원짜리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의 애초 목적 실현과 제 역할 수행이 더뎌지는 셈이다. 특히 입주 기업과 다른 지역 그린백신 활용 동물의약품 개발 업체들이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를 활용할 수 있는 폭도 좁아졌다. 손은주 바이오앱 대표는 “GMP 인증이 지연되면서 돼지열병 백신 후속 파이프라인과 신규 식물 기반 동물의약품의 실증·시제품 생산 일정이 일부 조정될 수밖에 없다”며 “포항TP가 명확한 전략과 단계별 활용 로드맵을 제시하고, 기업과 더 긴밀히 협력해 센터가 실제 산업 성과로 이어지는 공공 플랫폼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GMP 허가 절차는 ‘전 임상시험’에 6개월, ‘임상시험’에는 1년 6개월이 걸리고, 제조업 허가와 품목 허가에는 각각 10일과 6개월이 걸린다.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이 ‘동물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는 시설’로 공식 인정하는 행정처분인 시설 허가도 필요하다. 배기범 포항TP 그린백신품질관리팀장은 “GMP 허가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정현정 포항시 바이오미래산업과장은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GMP 허가를 꼭 받아내서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설립·운영 목적을 달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6-01-12

대구지검, 수사중지 ‘리딩방 사기’ 재수사 지휘⋯7억 원 세탁 피의자 구속기소

대구지검 인권보호부(부장검사 최미화)가 수사중지됐던 주식 투자 리딩방 사기 사건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지휘해 피의자를 특정하고 구속기소했다. 12일 대구지검에 따르면 인권보호부는 지난해 8월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중지된 주식 투자 리딩방 사기 사건을 검토한 결과 계좌·수표 추적 등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찰에 시정조치요구를 했다. 이에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약 7억 원의 범죄수익을 수표로 세탁한 피의자 1명을 특정했고, 해당 사건과 여죄를 함께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이 피의자를 같은 해 10월 1일 구속 기소했다. 대구지검은 이 사건처럼 재개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중단된 성명불상 사기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과 협력해 수사중지 사건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 시 시정조치를 요구해 왔다. 그 결과 2025년 하반기 시정 대상 사건 79건 가운데 20건(25%)을 송치받는 등 실질적인 사법 통제를 실현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앞으로도 수사중지 사건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통해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수사기관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1-12

바다를 건넌 진리의 돌

김해 가락국 수로왕비릉은 따뜻한 햇살 아래 세월의 깊이를 머금은 채 고요한 기운을 품고 있다. 경내로 이어지는 길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능선을 따라 천천히 오른다. 그 길 끝자락 오른편에는 아담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오는데, 바로 파사각이다. 파사각 안에는 세월의 풍화를 고스란히 견딘 작은 돌탑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파사석탑이라 불리는 이 탑은 단순한 석조물이 아니라, 바다를 건너온 허왕후의 여정과 신앙, 그리고 진리가 응축된 상징물이다. 이 탑은 허왕후가 먼 인도 아유타국에서 가야로 올 때 배에 싣고 왔다고 전해진다. 음력 5월, 어린 허왕후는 부모의 명을 받들어 머나먼 항해 길에 올랐다. 그러나 노여운 파도는 쉽사리 배의 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때 허왕후의 아버지는 딸의 평안과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파사석탑을 배에 실어 보냈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탑을 싣자, 배는 균형을 되찾고 거친 파도를 가르며 순조롭게 항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탑은 ‘진풍탑’, 곧 바람과 파도를 잠재우는 탑으로도 불렸다. 인도 타밀 사회에는 자녀가 먼 길을 떠날 때 파사돌을 몸에 지니게 하는 풍습이 있다. 파사돌은 악을 물리치고 신의 가호를 불러온다고 믿어졌다. 때로는 가루로 빻아 의식이나 축제 때 두 눈썹 사이에 바르기도 했다. 이러한 신성과 염원의 돌이 허왕후와 함께 바다를 건너온 것이다. ‘파사’라는 이름은 범어에서 유래한 말로, 진리를 드러낸다는 뜻을 지닌다. 한자로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파사석탑은 단순히 이국에서 온 돌이 아니라, 왕비의 여정과 신앙, 그리고 진리를 상징하는 탑이라 할 수 있다. ‘삼국유사’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이 탑이 허왕후가 서역에서 가져왔음을 분명히 기록하고 있다. 가야에 도착한 뒤 파사석탑은 한동안 보관되다가, 5세기 질지왕 대에 호계사로 옮겨졌다. 그러나 조선 고종 때 호계사가 폐사되면서 탑은 다시 방치될 위기에 놓였다. 이때 김해 부사 정현석이 나서 허왕후릉 곁으로 옮기게 했고, 오늘날 파사각에 안치되어 보호를 받게 되었다. 파사석탑은 원래 5층이었으나 현재는 6층으로 남아 있다. 이는 허왕후가 여분의 파사석을 가져왔고, 훗날 추가로 쌓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파손과 마멸이 심하지만, 측면에는 연화문 같은 문양이 아직도 희미하게 남아 있다. 학술 조사 결과, 이 돌은 인도 아유타국 지방에서만 나는 돌이며, 구조 또한 인도 석굴사원의 양식과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약 이천 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거의 원형을 유지해 온 파사석탑은 단순한 전설의 유물이 아니라, 가야와 인도, 그리고 불교 문화 교류의 생생한 증거이다. 국가 지정 문화재로 승격되어 마땅한 가치를 지닌 유산이기도 하다. /김성문 시민기자

2026-01-12

“묵향과 칼끝으로 여는 제2의 인생드라마”

수십 년간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은행에서 딱딱한 숫자만 다루며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던 한 지점장이, 이제는 은은한 묵향과 나무의 결을 어루만지는 예술가로 변신해 지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봉사를 실천하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사단법인 한국서각협회 하광원(73) 청도지부장이다. 하 지부장은 청도 각남면 출신으로 은행 지점장으로 퇴직하기까지 수도권에서만 40여 년간 잔뼈가 굵은 정통 ‘금융 맨’이다. 그의 고향 사랑은 어느 누구보다 눈물겹다. 현직에 있을 때도 매주 주말이면 서울에서 청도까지 고향을 찾아 선산을 관리하며 부모님이 남긴 집과 토지를 관리하곤 했다. 정년퇴직 후에 서울에서 함께한 모든 일들을 뒤로 하고 귀향하여 붓과 칼을 잡았다. 평소 손재주가 좋은 그는 현직에 있을 때도 고향 집을 본인이 직접 설계, 건축하였으며 서각 및 서예 분야 각종 국내 대회 및 세계 대회에 참여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귀향한 지 십여 년이 되다 보니 서예의 유려한 선과 서각의 깊은 입체감을 터득하고 인생의 참된 즐거움을 찾게 됐다고 웃음 짓는다. 평소 사람을 좋아하고 봉사를 즐겨하는 그의 품성은 제2의 인생을 개인의 취미에만 몰두하지 않았다. 타고난 재주와 스스로 익힌 능력을 함께 나누길 결심하고 고향 집을 헐어 작품을 진열하는 갤러리로 리모델링하였다. 그의 고향 ‘청도 함박리’ 이름을 따 ‘청함갤러리’라 지었다. 그는 현재 ‘청함갤러리’와 청도향교 등에서 향서회, 복각회, 남서회, 청각회, 청서회 등 5개 단체 40여 명의 회원을 지도하며 서각의 불모지 청도 지역에서 서예·서각의 저변을 넓히는 데 앞장서고 있다. 평소 정이 많은 그는 갤러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사자성어 서예작품을 즉석에서 무료로 써서 증정하며 전 군민 가훈 써주기 운동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23일부터 1주일간 전시한 ‘청호락 전시회’는 지역 인사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대히 개최되었다. ‘청호락’은 청도를 좋아하고 즐기자는 뜻으로 지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그가 십수 년간 지도한 문하생들이 작품을 내놓았다. 박성곤 청도군의회 부의장은 “사회적 성공을 마다하고 귀향하여 시간과 사재를 털어가며 지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키워 주는 하 지부장이 감사하다”고 전했다. 하 지부장은 “퇴직 후 삶을 고민하는 많은 분에게 서예와 서각이 제2의 인생을 꽃피우는 훌륭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종식 시민기자

2026-01-12

12월에 떠난 백두산 등정

작년 12월 대구에서 백두산 천지 구경을 위해 2박3일 일정으로 김해공항에서 연길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2시간여 비행 끝에 중국 땅에 도착하니 함께 할 일행은 모두 29명이었다. 대구에서는 시민기자와 90세 장진필 사진작가 두 사람뿐이었다. 장 작가는 계명문화대학 사진학과 명예교수로 계시면서 연세에 비해 건강한 체력을 가지신 분이다. 두만강 강변공원을 거치면서 중국과 북한이 두만강을 경계로 삼는 중조(中朝) 국경지대에 도착했다. 가이드가 강변 아래에 지어진 건물 쪽으로는 절대로 내려가면 안 된다고 하여 돌아보니 두만강을 경계로 파란색은 북한 쪽, 노란색은 중국 쪽으로 표시돼 있었다. 이곳 도문광장에는 시민들이 나와 궁중무예 같은 율동으로 운동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주변에는 조형물에는 많은 글들이 새겨져 있었다, “각 민족이 석류씨 처럼 서로 꼭 끌어안고 단결하자”는 등의 내용이다. 중국이 민족 통합을 강조하는 정치적 메시지다. 석류씨처럼 단결한다는 표현이 이색적이었으나 중국에서 자주 쓰는 비유법이라 한다. 여러 민족이 하나의 공동체로 긴밀히 결속하자는 뜻이다.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에 속하는 이곳에는 한족, 조선족, 만주족 등 다민족이 거주하고 있다. 여행 첫날 한국에서 널리 알려진 가곡 선구자에 등장하는 연변의 일송정 소나무 관광은 날이 어두워 구경하지 못했다. 가이드의 안내로 금수학 호텔에서 1박을 했다. 호텔 주변에 행여 촬영할 것이 있는지 살펴보던 중 눈사람을 금형으로 찍어내는 특별한 장면을 만났다. 금형으로 찍은 눈사람은 모두 관광 홍보용으로 관광지로 옮겨진다고 했다. 연길은 백두산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다. 여행사는 6인승 봉고차로 천문봉까지 등정해서 도보로 5분 가면 천지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현지 기상 변화에 따라 천지구경을 못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다음날 아침 가이드는 “백두산 천지의 기후변화로 갈 수가 없다”는 통보를 해왔다. 오늘은 장백폭포만 보고 내려온다는 것이다. 울창한 자작나무와 은사시나무 숲 사이로 곧게 뻗은 도로를 따라 장백폭포로 갔다. 가는 곳마다 제설차들이 분주하게 다니고 있었다. 장백폭포 주차장에서부터 폭포까지는 약 1km 거리다. 일부 여행객들은 눈 위를 달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 팀들은 예약이 되지 않아 도보로 이동했다. 한참 오르다 보니 장 교수가 보이지 않았다. 오르막 빙판 길이라 뒤쪽에 처졌있었다. 가이드는 장백폭포 전망대까지 도착한 상태라 오토바이 관리인에게 부탁하였더니 우리 가이드를 통해 눈 오토바이를 타게 해주어 간신히 전망대까지 같이 이동하게 되었다. 폭포 주변은 이미 꽁꽁 얼었고, 중앙 부분 폭포는 물줄기가 세차게 흘러내렸다. 일 년 내내 물줄기는 쉬지 않고 내린다고 했다. 두 갈래로 흘러내린 물줄기는 송화(松花)강으로 흘러가며 북한에서는 이를 “비룡(飛龍)폭포” 라고 부른다. 장 교수와 폭포의 여러 장면을 촬영하고 두 사람만의 기념 촬영도 했다. 내려오는 중간 부분에 노천 온천지대가 있었다. 온천수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하여 나는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용암수는 최고 온도가 82도나 된다. 바깥 찬 공기와 용암수가 마주치니 물안개가 하늘로 뻗어나가는 풍경이 정말 장관이다. 주변 나무들은 상고대를 입고 있어 더욱 멋진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일행들은 환호를 지르며 감탄을 연발했다. 연길의 해란강 호텔에서 숙박하고 간단한 쇼핑 후 귀국길에 올랐다. /권정태 시민기자

2026-01-12

(시민기자 단상) 송구영신, 서로에게 건네는 희망의 인사

한 해의 문을 닫고 새로운 해의 문턱에 서면 우리는 저마다의 발자국을 돌아봅니다. 때로는 부족했던 순간이 떠오르고 예상치 못한 시련에 흔들렸던 기억이 스칩니다. 돌이켜 보면 그 모든 시간을 견디고 서로를 버티게 한 힘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킨 평범한 시민들의 책임감이었습니다. 정치적 혼란은 민생의 숨통을 죄고, 갈등은 타협을 밀어냅니다. 목소리가 커질수록 지혜가 커지지 않는 현실이 서글플 때가 많습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누가 이겼냐”보다 “무엇이 옳으냐”를 묻는 성숙함이 필요합니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승패의 기록이 아니라, 공공선을 향한 인내의 기록으로 만들어집니다. 지난해 우리는 자연의 경고 앞에서도 겸손해야 했습니다. 산불과 같은 대형재난은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앗아갔습니다. 세계 경제의 파고도 거칠었습니다.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를 흔들었고,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무거운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위기 앞에서 서로를 향해 손을 내미는 시민의식이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골목 상점에서 밤늦도록 불을 켜고 내일을 준비하는 소시민들,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노동자들, 돌봄과 봉사로 이웃을 살피는 손길이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기둥이 되어 왔습니다. 새해에는 비난보다 경청이, 경쟁보다 협력이 조금 더 앞서기를 소망합니다. 다른 생각을 틀린 생각으로 몰아붙이기보다, 다름 속에서 더 넓은 해답을 찾는 성숙함이 우리 모두의 태도가 되었으면 합니다. 공동체는 누군가가 대신 지어주는 건축물이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조금씩 보태는 벽돌 위에 세워집니다. 골목과 직장, 학교와 가정에서 시작되는 작은 변화가 사회 전체의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웃을 먼저 살피는 배려, 규칙을 존중하는 문화, 공정한 기회를 만들려는 노력이 모이면 내일은 점점 희망으로 바뀔 것입니다. 지난해 우리는 적지 않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 경험은 상처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교훈이 되었습니다. 위기 때마다 서로를 잊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 힘을 바탕으로, 새해에는 “가능성의 대한민국”을 한 걸음 더 앞으로 옮겨 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송구영신의 시간에 새해에는 각자의 삶이 조금 더 안전하고, 수고가 정직하게 보답받으며, 노력하는 이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작지만 꾸준한 변화가 모여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내일을 만들어 가길 소망합니다. 우리 모두의 용기와 지혜에 따뜻한 응원의 박수를 보냅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희망을 향해, 천천히 그리고 굳건하게 함께 걸어갑시다. /석종출 시민기자

2026-01-12

대구·경북 12일 흐리고 밤부터 눈⋯한파 속 빙판길 주의

대구·경북은 12일 기온이 크게 떨어져 추운 날씨를 보이는 가운데, 이날 밤부터 13일 새벽까지 경북 북부 내륙을 중심으로 눈이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지방기상청은 이날 대구·경북은 가끔 구름이 많겠으며, 밤부터 경북 북부 내륙(영주·봉화·영양·상주·문경·예천)과 경북 북동 산지에는 비 또는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울릉도·독도는 대체로 흐리다가 오전부터 가끔 구름이 많겠고, 이날 오전 9시까지 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상 적설량은 13일까지 경북 북동 산지와 울릉도·독도 1~3㎝, 경북 북부 내륙은 1㎝ 안팎이다. 예상 강수량은 13일까지 울릉도·독도 5㎜ 미만, 경북 북부 내륙과 북동 산지는 1㎜ 안팎으로 관측됐다. 눈이 내린 지역에서는 낮 동안 녹은 눈이 밤사이 다시 얼어 도로가 빙판으로 변하거나 살얼음이 끼는 곳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교통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경북 북동 내륙과 산지에는 한파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전국 대부분 지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0~영하 5도로 매우 낮겠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낮 최고기온은 0~7도로 예보됐다. 미세먼지 농도는 대기 확산이 원활해 ‘좋음’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해상에서는 동해 앞바다의 물결이 1.0~2.5m로 일겠으며, 동해 안쪽 먼바다의 파고는 1.5~4.0m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오늘과 모레 아침 기온이 낮아 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며 “이번 주에는 비와 눈 소식이 잦은 만큼 건강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6-01-12

㈜경동, 새해 첫 나눔명문 기업 가입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최근 달성군 다사읍 세천리에 있는 ㈜경동에서 ‘나눔명문기업 가입식’을 개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가입식에서 ㈜경동은 이웃사랑 성금 1억 원을 기부하며, 대구 나눔명문기업 30호이자 병오년 새해 첫 번째 가입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행사에는 이찬우 ㈜경동 회장, 이상호 대표이사, 이상원 대표이사, 신홍식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등이 참석했다. ㈜경동은 1973년 창업한 플랜트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으로, 톱기계와 파이프 끝단 가공 기계를 제작하며 기술력과 품질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창업주 이찬우 회장은 2015년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50호로 가입하며 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선 바 있다. 이번 나눔명문기업 가입으로 2세 경영인 이상호 대표이사가 그 뜻을 이어가게 됐다. 이번 성금 중 일부는 ‘사회복지기관 차량지원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상호 ㈜경동 대표이사는 “1973년 창업 이후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온 기업으로, 기업의 성과를 지역에 환원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며 “이번 가입을 계기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실질적인 힘이 될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하며, 지속적인 나눔을 통해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신홍식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기부금이 지역 복지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나눔명문기업은 지속적인 고액 기부를 통해 지역사회 나눔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기업에게 사랑의열매가 부여하는 명예의 전당으로, 대구지역 기업들의 참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6-01-11

박정훈 준장 어머니 “축하보다 별의 책임 느껴야”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의 수사외압을 주장해온 박정훈 대령이 준장으로 진급했다. 해병대 군사경찰 출신으로는 첫 준장 진급자이다. 박 준장의 어머니 김봉순씨(77)는 “별은 자랑이 아니라 책임이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포항의 한 카페에서 본지 기자와 만난 김씨는 “아들의 진급은 축하보다 무게감이 먼저 느껴지는 일이다”고 운을 뗐다. 부모로서 기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별 하나가 더해진 만큼 짊어질 몫도 커졌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들에게 “별을 단 것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책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을 먼저 건넸다고 했다. 김씨가 아들을 키운 방식에 대해 “(어떤 일을 하지 않도록) 금지하는 것보다 기준을 세우는 쪽이었다”고 회고했다. 아이를 키우며 “하지 마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스스로 옳다고 판단한 길이라면 끝까지 가보라는 말을 반복했다. 가장 강조한 기준은 “남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더라도 피해는 주지 말자”, “내 몫만큼만 살자”였다. 이 기준은 김씨 자신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오랜 기간 지역 새마을운동에 참여했고 현재는 포항시 북구 우창동 소재 신경북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천 명 조합원의 자산과 신뢰를 책임지는 자리에서 김씨가 가장 경계해 온 것은 ‘사적인 판단’이었다. 대표자는 감정보다 원칙이 앞서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자식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씨는 자식을 주관적으로 평가하면 사회에서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칭찬에도, 걱정에도 일정 선을 두려고 했다. “부모가 앞에서 길을 닦아주면 아이는 넘어질 기회를 잃는다”는 생각으로 아들에게 선택의 책임을 물었다. 아들이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하던 2023년 여름에도 김씨의 태도는 같았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말리지 않았고, 그때 건넨 첫 반응은 “잘했다”였다. 군인이 해야 할 일은 결국 진실 앞에 서는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 선택 이후 가족의 시간은 길고 무거웠다. 보직 해임과 기소를 거치며 가족은 거의 2년 동안 웃음을 잃고 지냈다. 전화가 울릴 때마다 긴장이 먼저 앞섰고, 신문방송의 기사 한 줄에도 마음을 놓기 어려웠다. 2025년 1월 9일 중앙지역군사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던 날, 김씨는 재판정에서 아들을 끌어안았다. 김씨는 “재판관이 ‘피고인은 무죄’라고 말하는 순간, 그제야 숨이 쉬어졌다”고 회상했다. 진급 소식이 전해진 뒤 김씨가 아들에게 건넨 말은 길지 않았다. 여기까지 온 것은 국민이 지켜봤기 때문인 만큼, 그 자리에서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들의 답은 “원칙대로 하겠다”는 한마디였다. 김씨의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채 상병과 유가족이 남아 있다. 그는 이번 진급이 개인의 영광으로만 소비되지 않기를 바랐다. 김씨는 “아들을 키운 게 아니라, 그렇게 살라고 가르쳤을 뿐”이라며 “사람이 높아질수록 더 낮아져야 한다”고 했다. 박정훈(55) 해병대 준장은 포항시 북구 우현동에서 태어나 포항 대동고와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해군사관후보생(OCS) 90기로 해병대 장교로 임관했다. 해병대 헌병단 작전과장, 해병대 제1사단 헌병대장, 해병대사령부 인사근무차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으며, 2022년 신설된 해병대 수사단의 초대 단장으로 임명됐다. 2023년 7월 발생한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를 지휘했으며, 국방부의 이첩 보류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같은 해 8월 보직 해임됐다. 이후 군사법원 재판에 회부됐으나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지난해 1월 9일 상관명예훼손, 항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군 검찰이 항소를 취하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복귀한 그는 국방부 조사본부 차장 직무대리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9일 국방부의 소장 이하 장성급 장교 인사에서 준장으로 진급해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로 임명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박정훈 당시 대령에게 헌법 가치 수호를 이유로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여했다. 글·사진 /단정민·김보규기자

2026-01-11

尹 ‘운명의 한 주’⋯13일 내란 구형·16일 체포방해 1심 선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주요 형사재판이 이번주 줄줄이 열린다. 12일에는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과 관련한 일반이적 혐의 사건 첫 공판이 열린다. 이 사건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명분을 만들기 위해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다는 의혹과 관련된 것으로, 특검은 군사 기밀 유출 위험 등이 있다고 보고 있다. 13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군·경 수뇌부 7명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결심공판을 연다. 윤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세 가지 뿐이라 특검팀의 구형량에 관심이 모인다. 14일에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 사건과 관련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잡혀 있다. 윤 전 대통령은 해당 사건에서 핵심 피의자를 호주로 도피시키기 위한 지시를 내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16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에서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 사건 1심 선고기일을 연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관련 재판 4건 가운데 가장 빠른 선고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1-11

의성읍 비봉리 산불 긴박했던 24시간

지난해 도내 5개 시·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대형산불의 발화 지점인 의성군에서 지난 10일 오후 3시 15분 산불이 발생해 새해 벽두부터 도민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의성읍 비봉리 해발 150m 야산 정상에서 시작된 이날 불길은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번졌다. 소방당국은 119 신고 접수 직후 출동해 오후 3시 30분쯤 현장에 도착해 초기 대응에 나섰으나 당시 현장에는 순간 최고 70km/h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어 불씨가 사방으로 튀는 상황이었다. 바람이 워낙 강해 지난해 3월 발생한 초대형 화마가 다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것도 산불 발생 장소가 지난해 의성과 안동, 영양과 청송, 영덕을 초토화 시킨 초대형 산불 최초 발화지점인 의성에서 또다시 산불이 점화돼 걱정을 키웠다. 이번 산불 발화지점은 지난해 발생한 지역의 반대편이었다. 당시 이 일대는 다행히 산불 화마를 피했었다. 당일 오후 3시 36분 산불 대응 1단계에 이어 41분 산불 대응 2단계가 발령되면서 진화 작업은 본격화됐다. 당시 현장에는 헬기 14대와 차량 52대, 인력 873명이 투입돼 공중 살수와 지상 방화선 구축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풍으로 일부 헬기는 이륙하지 못했고, 진화대의 접근을 어렵게 했다. 현장 소방관들은 “바람이 너무 강해 불씨가 사방으로 튀었다”며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인명피해를 우려한 의성군은 오후 4시 10분, 오로리·팔성리·비봉리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팔성1리 14명, 오로리1리 15명, 오로리2리 6명, 의성읍 믿음의집 입소자 37명을 포함해 총 274명이 집을 떠나 마을회관과 의성체육관으로 이동했다. 이날 오후 5시 50분,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피소를 찾아 주민들에게 “곧 불길이 잡힐 것”이라며 안심을 전한 뒤 현장으로 이동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라. 인명 피해만은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확산되던 불길은 저녁 무렵 하늘의 도움으로 숙지기 시작했다. 오후 6시쯤 산불 발생 지역에 갑작스러운 눈보라가 불어 닥쳤기 때문이다. 불길은 급속도로 약화됐다. 상황은 전환점을 맞았고 오후 6시 30분, 의성군과 산림청이 주불 진화 완료를 공식 발표했다. 피해 면적은 약 93ha로 집계됐으며,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후 열 감지 드론으로 확인한 결과 일부 구역에서 230m 규모의 화선이 발견돼 잔불 정리가 이어졌다. 눈이 내린 후 현장에 다시 강한 바람이 불었고 잔불 감시는 밤새 계속됐다. 날이 밝자 산림당국 등은 헬기 19대와 인력 420여 명을 추가 투입, 완전 진화를 목표로 대응했다. 이번 산불은 지난해 봄 대형 산불 이후 불과 1년 만에 같은 지역에서 발생해 충격을 줬다. 주민들은 “작년 산불의 기억 때문에 산불 소식을 듣자마자 미리 보따리를 챙겨 두었다”거나 “마침 주민총회가 있어 어르신들이 모여 있어 신속히 대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피현진·이병길기자

2026-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