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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공적 공간의 경계와 사적 권리

국회의사당은 국민 주권의 상징이며, 입법부 활동의 핵심 공간이다. 그곳에서 국회의원들은 법률안을 심의하고, 행정부를 견제하며,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 소속 의원이 국회 회의 중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장면이 동의 없이 촬영되어 공개되면서, 국회의원의 공적 공간에서의 사적 권리와 촬영의 정당성에 대한 논쟁이 커졌다. 국회는 공적 성격은 분명하다. 국민은 국회의원의 공무 수행을 감시하고 평가할 권리가 있다. 의원의 발언내용, 찬반투표, 출결 상황 등은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 원칙이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기관인만큼, 그 활동 역시 투명하게 감시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여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아무리 공적인 공간이라 하더라도, 국회의원 역시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자유, 통신의 비밀, 인격권을 가진 국민이다.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순간이 업무인지, 가족과의 대화인지, 의료 상담인지 외부인은 판단할 수 없다. 촬영 동의조차 받지 않고, 특정 시점의 이미지를 확대해 유포하는 행위는 명백한 사적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공인이란 이유만으로 사적 영역이 완전히 박탈되고 감시 받아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도 여러 판례를 통해, 공인의 사생활 역시 보호의 대상이 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특히 동의 없이 촬영한 장면이 신체, 통신, 가족, 종교, 건강, 정치적 판단 등 민감한 정보로 연결될 수 있는 경우 법 위반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촬영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그 자유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순간, 법과 윤리가 그 자유의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 특히 정치적 목적이나 여론에 활용하기 위한 악의적 촬영과 왜곡 유포는 자유가 아닌 폭력에 가깝다. 국민은 감시할 권리가 있지만, 감시는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어느 시점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 어떤 화면을 열람했는지는 국회의원의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 함부로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법을 만들고 정책을 고민해야 할 공간이, 서로를 몰래 촬영하고 유포하는 싸움터가 된다면, 국민은 누구를 믿고 국가 운영을 맡길 수 있을까. 국회는 스스로 명확한 촬영과 유포에 대한 내부 규율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의사당 내에서의 촬영 가능 범위, 회의 중 의원의 프라이버시 보장 기준, 촬영 시 동의의 절차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아울러 언론이나 외부 관계자에게도 공적 공간에서의 촬영과 보도에는 기본적인 윤리 규범이 존재함을 환기시켜야 한다. 국회의원은 공직자이지만 동시에 인간이다. 국민의 눈에 띄는 존재인 만큼 높은 윤리의식과 책무감이 요구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모든 순간이 공개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민주주의란 다수의 이름으로 소수를 억압하는 체제가 아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공적 책임과 사적 권리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제도다. 감시는 가능하되, 존중 속에서 이뤄져야 하며,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오늘날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석종출 시민기자

2025-09-07

남원, 가야의 기억을 품다

전라도 남원은 대가야 전성기의 기운이 뻗어간 땅이다. 곳곳에 남은 고분군과 출토 유물은 긴 세월 속에서도 그 사실을 증언한다. 남원 고분군을 찾으면, 돌과 흙이 말없이 전하는 역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남원은 본래 백제의 고룡군(古龍郡)이었다. 그러나 신라 경덕왕 16년(757년)에 병합되어 남원소경이 설치되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사편수회의 이마\ 지명 고룡을 ‘큰 물’로, 기문(基汶) 또한 ‘큰 물’로 억지 해석하여 남원을 기문국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서기’ 어디에도 남원이란 지명은 없다. 이러한 왜곡은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역사적 해악이었다. 더구나 일부 한국 학자들까지 이 주장을 수용하면서 혼란이 커졌다. 이에 분노한 남원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남원은 기문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다행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민족사학자들의 노력으로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이라는 바른 이름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남원 운봉읍과 아영·인월 일대는 실제로 대가야 세력권에 포함되었던 곳이다.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에는 약 40기의 봉토분이 분포하며, 발굴된 고분에서는 구덩식 돌덧널무덤, 굴식 돌방무덤, 독널무덤이 있다. 대가야 특유의 형식이 확인되었다. 붉은 토기, 환두대도, 철모와 철촉, 농공구, 마구류, 갑주류가 출토되었고, 백제 왕릉에서나 볼 수 있는 청동거울과 금동신발까지 발견되었다. 이는 이 지역이 가야와 백제 문화가 혼재된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고분의 양식 또한 두 문화를 함께 반영하고 있어 5~6세기 운봉고원을 중심으로 한 교류의 생생한 증거가 된다. 남원 아영면 월산리 고분군도 주목된다. 발굴 당시 중국제 청자 계수호, 철제 자루솥, 금제·유리제 장신구, 철제 갑옷, 마구류, 토기류가 확인되었다. 그것은 고분의 주인이 지배층이었음을 알려준다. 또한 청계리의 청계고분군은 호남 지역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가야계 고분으로, 봉분 규모도 크다. 그곳에서는 수레바퀴 장식 토기 조각, 아라가야계 토기, 그리고 호남에서 처음 확인된 왜계 나무빗이 출토되었다. 남원 아영 분지에 정치 조직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증거다. 남원은 대가야 문화권의 한 축으로서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다. 그러나 대가야가 멸망하면서 정치 체제 또한 사라지고, 남원은 역사의 변두리로 밀려났다. 오랜 세월 그 진실은 묻혀 있었지만, 이제 우리는 다시 그 조각들을 모으고 있다. 고분 속에 잠들었던 유물들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거는 산 증인이다. 남원은 기문이 아니다. 남원은 대가야 가야 지역이다. 우리는 이 땅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굽은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걷는 땅이 왜곡된 기억 위가 아니라, 바른 역사 위에 서게 될 것이다. 우리가 밝혀야 할 것은 돌무더기 아래 숨은 물건이 아니라, 그 물건이 들려주는 목소리다. /김성문 시민기자

2025-09-07

명사들에 배우는 인문학 새 시대정신을 일깨우다

(사)신한국운동추진본부(이사장 심후섭)는 지난 2일 대구 담수회관에서 후학기 개강식을 개최했다. 이번 개강식에는 서정학 담수회 회장을 비롯해 송승달 경북대 명예교수, 도명기 영남대 명예교수, 오상태 대구대 명예교수, 배수진 계명대 명예교수, 이종석 부이사장을 비롯해 김영근·박남철·이구동·조경규 이사 등 지역 학계 원로와 시민 2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신한국운동추진본부는 설립 이래 ‘온고창신(溫故創新)’을 운동의 기본 지표로 삼아왔다. 이는 단순히 옛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과거의 가치와 지혜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와 문화를 창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모색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날 행사에서 서정학 담수회 회장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과거의 뿌리에서 나왔듯, 새로운 한국 또한 우리의 전통을 바탕으로 창조적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며 “신한국운동은 국가를 새롭게 하고 국민 모두가 주인이 되는 일류 선진국으로 발전시키는 데 뜻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교육과 대화의 장을 통해 지역사회와 나라가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개강식의 첫 번째 강의는 심후섭 이사장이 맡았다. 심 이사장은 ‘이야기가 세상 모든 문을 연다’라는 주제로, 손자·손녀에게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주어 아이들의 감성을 깨우고 바른 인성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쥐를 삼킨 묘연 스님’의 일화, 무염선사와 구염선사의 대화, 김안국과 그의 부인의 가르침 등을 흥미롭게 풀어내며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청중들은 강연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고, 강연이 끝난 뒤에는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신한국운동추진본부는 매년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명사 초청 시민의식선양대회’를 열고 있다. 이 자리에는 800여 명의 시민이 함께해 시대정신을 공유하고 한국 사회의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지금까지 조갑제 논객, 김주영 소설가, 우동기 전 대구교육감, 이정우 실장 등 각계 명사들이 초청돼 깊이 있는 강연을 펼쳐왔다. 이러한 대회는 지역민들에게 큰 울림을 주며, 한국 사회 발전을 위한 공론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편, 신한국운동추진본부는 부설 인성대학원을 운영하며 매회 권위 있는 전문가를 초청해 시민 대상 인문학 강좌를 이어가고 있다. 담수회관 3층 대강의실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열리는 특강은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어 지역민의 교양 증진과 인문학적 소양 함양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강좌에 참여한 시민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생각이 깊어지고 삶을 돌아보게 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개강식을 계기로 신한국운동추진본부는 ‘새로운 한국’을 향한 실천적 활동을 한층 더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교육, 그리고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운동을 통해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미래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9-07

대구를 ‘아시아 오페라 메카’로 우뚝 서게 한 축제

2003년 시작한 대구국제오페라축제(DIOF)가 올해로서 22번째를 맞는다. 22회 대구국제오페라 축제는 이달 26일부터 11월 8일까지 총 44일간 열릴 예정이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22년의 세월 속에 다양한 레퍼토리의 작품을 선보이며 누적 관람객 50만 명을 돌파했다. 대구가 아시아 오페라의 메카로 자리잡는 성과도 일궈냈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인 대구에서 열리는 ‘제22회 대구국제오페라 축제’는 오랜 세월 쌓아온 대구오페라하우스만의 노하우와 역사를 토대로 대구를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오페라 축제의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특히 이번 축제는 거장들의 최고 대표작으로 구성된 오페라로 작품 자체가 지닌 예술성과 대중성이 결합된 무대로 ‘영원히 사랑받는 오페라’라는 축제의 메시지가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축제에 앞서 주요 작품을 소개해 본다. △'일 트로바토레'(9월26~27일: 대구오페라하우스 제작의 개막작)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일 트로바토레’는 대구 초연으로 국내 유일 오페라 제작극장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4인 4색의 소리로 보여 주는 열정과 복수의 드라마, 가족의 비밀이 얽힌 비극은 무대 위에서 강렬하게 폭발하며 세대를 넘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중세 유럽의 음유시인의 삶을 시대를 초월한 예술로의 승화된 열정의 오페라 작품이다. △'카르멘'(10월 16·18, 11월 2일:영남오페라단 제작 대구오페라하우스 초청작) 조르주 비제(1838~1875)의 ‘카르멘’은 에스파냐만의 음악이 아닌 집시 문화, 프랑스의 강렬한 열정의 집합체로 완성된 작품이다. 피할 수 없는 사랑과 운명, 그리고 자유를 향한 인간의 욕망과 사랑에 대한 치명적 대가를 그린 비제의 천재성이 두드러지며, 사랑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간 삶의 본질에 대한 주제를 담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피가로의 결혼'(10월 24~25일: 대구오페라하우스 제작 글로벌 영아티스트오페라)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 최고작 ‘피가로의 결혼’은 서곡의 경쾌한 연주와 피가로와 수잔나의 재치 있는 희극의 전개, 계급사회를 아주 흥미있게 풍자하여 담아낸 작품으로 아름다운 아리아, 이중창 등은 더 없는 모차르트만의 선율을 자랑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자유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명작이다.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케'(11월 7~8일: 대구오페라하우스 제작 폐막작) 크리스토프 글루크(1714~1787)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케’는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우리 곁에 있는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으로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케라는 두 연인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는 시간을 초월하여 오늘날까지도 그 애틋함이 보는 이에게 순수함의 감동을 전한다. /김성두 시민기자

2025-09-07

올해 대구·경북 건설 현장서 28명 사망… 작년보다 21%↑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하 대구노동청)이 오는 11월 말까지 지역의 건설공사 현장 사망사고 감축을 위해 현장불시 점검에 나선다. 7일 대구노동청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대구·경북지역의 건설공사 현장에서는 28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5명(21.7%)이 늘어난 수치다. 이 중 경북지역에서는 18명의 사고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전년 보다 1명(5.3%)이 줄어들며 소폭 감소했지만 대구지역은 사망자가 6명에서 10명으로 15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구노동청은 건설업 사망사고 감축을 위해 ‘안전한 일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부터 건설공사 현장을 불시에 방문해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현장 점검 사항은 △안전모 착용 △안전난간 설치 등 12대 핵심 안전 수칙과 온열질환 예방조치 준수 여부 등이다. 노동 당국은 점검 사항을 반복 위반한 건설 현장에 대해 과태료 부과 및 사법처리 등으로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다. 앞서 권병희 대구 노동청장은 지난 5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주거복합 신축공사 현장을 불시에 점검했다. 권 청장은 이날 작업 발판 및 안전난간 적정 설치, 개인보호구 착용, 휴게시설 설치 및 관리 등을 확인하고 법령 위반 사항에 대해 현장에서 즉시 시정을 요구했다. 대구 노동청 관계자는 “대형 건설 현장에서부터 소규모·영세 현장까지 차례대로 불시 점검을 벌여 사망재해가 근절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9-07

APEC 대비···포항경주공항, 항공기 비상착륙·생물테러 실전훈련

공항 활주로에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 국제선 부정기편 항공기가 우측 엔진 이상으로 기체가 흔들리며 착륙했고 직후 엔진에서 불꽃이 치솟았다. 화재로 이어질 경우 대규모 피해가 우려됐다. 공항은 즉시 비상 상황을 알리고 지원을 요청했다. 소화구조반이 초동 대응에 나섰고 현장사고수습대책본부가 설치됐다. 해군과 소방이 합동으로 화재를 진압했고 일부 승객은 연기 흡입으로 긴급 이송됐다. 기동 불능 항공기가 처리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공항 대합실에서 미상의 가방 2개가 발견됐다. 경찰과 군은 곧바로 현장을 봉쇄하고 민간인을 대피시켰으며, 방역 당국은 다중탐지키트를 이용해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병원체 ‘두창’ 양성 판정이 내려졌고 폭발물도 확인돼 안전 조치가 이어졌다. 초동조치요원이 현장에 투입돼 기관별 대응이 본격화됐다. 환경검체가 채취돼 정밀 분석을 위해 이송됐으며, 위기경보 단계는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됐다. 통제선이 확대되고 제독소와 응급의료소가 설치돼 노출자 이송·격리와 제독 조치가 실시된 끝에 상황은 최종 종료됐다. 한국공항공사 포항경주공항과 포항남구보건소는 5일, 26개 유관기관 160명이 참여한 대규모 합동훈련을 공동 주관했다. 항공기 사고와 생물테러 상황을 동시에 가정해 실제 절차를 그대로 적용하며 실전감을 높였고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 행사 수준의 위기 대응 능력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용진 포항경주공항장은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대비해 유관기관과 협력 속에 성공적으로 훈련을 마쳤다”고 말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9-05

대구 퀴어축제 갈등 심화⋯반대 단체 퀴어축제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

대구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갈등에 불이 붙었다. 대구 퀴어 축제 반대 단체가 앞서 예고한 바와 같이 법적 조치를 신청해서다. 5일 대구퀴어반대대책본부와 동성로 상인회 상인 등(이하 반대 단체) 30여 명은 대구지방법원에 퀴어 축제 개최에 반대한다며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시민 불편, 상가 매출 하락 등을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이들은 3년 전부터 매년 퀴어축제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 단체는 성명을 내고 “퀴어 축제가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리다 보니 시민들이 통행 불편을 겪고, 배달 오토바이 통행이 금지돼 상인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서 이준호 동성로 상점가 상인회장은 “퀴어 축제는 시민과 상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퀴어 축제 측은 동성로 상인들이 법적 수단까지 동원해서 반대하는 이유를 묵살하지 말라”고 외쳤다. 이들은 집회신고 인원보다 실제 축제 참가 인원이 적다는 점도 꼬집었다. 반대 단체 측은 “퀴어축제는 매년 축제 참가인원을 3000명으로 신고하지만, 지난해 실제 참석자는 400여 명에 불과하다. 400명 집회를 위해 버스와 지하철을 우회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갈등의 불씨는 커지고 있다. 앞서 전날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참여자들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30대 김모 씨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존중되는 삶인 만큼 다양하게 생각해봐야 할 상황인 것 같다"며 “다만, 행사로 인해 관심이 없는 시민들이나 피해를 보는 일반인이 없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지법은 반대 단체가 지난 2년 간 퀴어축제 집회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제17회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오는 20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중구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9-05

<기고>전기 안전, 가족을 지키는 약속

전기는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필수 에너지다. 우리의 일상은 전기 없이는 단 한 순간도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그러나 익숙하다는 이유로 방심하는 순간, 작은 부주의가 화재나 감전사고로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주변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안전사고 가운데 상당수가 전기로 인한 사고이며, 한순간의 실수로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특히 전력설비가 밀집해 있는 건설현장이나 도로 작업장은 사고 위험이 훨씬 높다. 재작년 파주시에서는 낚싯줄이 전깃줄에 걸려 감전으로 이어진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진 단 한 번의 방심이 가족과 사회 전체를 슬픔에 빠뜨린 것이다. 정부는 최근 ‘죽지 않는 사회, 안전한 사회’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산업재해와 안전사고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히 보고하는 체계를 강화하고,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현장에 대해서는 엄정히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전력공사 역시 이러한 국가적 기조에 발맞추어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는 반드시 안전 속에서만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수칙이 있다. 전력선 근처에서 건설 작업이나 이삿짐 운반을 할 경우, 작업 반경 3m 이내에 전력선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만약 작업에 지장이 예상된다면 반드시 한국전력에 사전 연락을 하여 안전 확보 조치를 취해야 한다. 태풍이나 집중호우와 같은 기상재해가 예보될 경우에도 전기시설을 미리 점검하고, 취약한 부분은 즉시 보수해야 한다. 차단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집안이 침수되었을 때는 배전반 전원을 내린 뒤 물을 퍼내야 한다. 도로변 가로등이나 신호등이 침수된 경우에는 절대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전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순식간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 요소이기 때문이다. 레저 활동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낚시나 캠핑, 휴가철 피서지에서 낚싯대, 안테나, 금속 막대 등이 전선에 닿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해변이나 계곡 주변의 임시 영업장, 전기배선 시설 역시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 만약 끊어진 전력선을 발견했다면 절대로 접근하거나 손대지 말고, 국번 없이 123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작은 호기심이나 무모한 행동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하겠다. 전기 안전은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생활 속 작은 주의와 실천이 모여 큰 사고를 막는다. ‘위험’, ‘고전압’, ‘접근금지’와 같은 표식이 붙어 있는 전력설비는 절대 가까이하지 말아야 하고, 천둥과 번개가 치는 날에는 가전제품의 플러그를 뽑아두는 것만으로도 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멀리 있는 일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작은 습관이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선의 안전망이 되는 것이다. 전기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지만 동시에 언제든 위험으로 돌변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의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 생활 속 작은 주의가 모여 우리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의 행복을 지켜낸다. 전기 안전은 거창한 기술이나 특별한 지식이 아니라, 늘 곁에서 지켜주는 약속이며 책임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작은 실천을 생활화하는 것이 진정한 안전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9-05

‘2022 부커상 최종 후보’ 정보라 소설가 경북매일신문 ‘찾아가는 저널리즘 특강’

경북매일신문(대표이사 최윤채)은 4일 오후 1시 본사 3층 강당에서 ‘2022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소설가)를 초청해 ‘재난과 지역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실시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원하는 ‘2025년도 찾아가는 저널리즘 특강’의 전문 연수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이날 강연에서 정보라 작가는 2021년 포스텍 SF 어워드의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경북대 물리학과 출신의 이하진(필명) 하드 SF 전문 작가의 ‘어떤 사람의 연속성’을 소개하면서 촉발지진이 발생한 포항,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집단감염이 발생한 대구 등 재난이 발생한 비수도권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했다. 재난 이후 재난이 발생한 원인이나 복구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데 따른 낙인 찍기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정 작가는 “재난을 주제로 내세운 SF 소설과 언론사에서 다루는 재난 보도는 전개 양상이 다를 수 있지만, 차별과 낙인 찍기라는 공통 분모를 엿볼 수 있다”라면서 “특히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영웅이 누군가를 위해 꼭 희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받은 천문학자 박해울의 ‘기파’를 놓고서도 정 작가는 “바이러스가 번지는 재난 상황의 초호화 우주선 오르카호에서도 심각한 빈부 격차, 영웅 모두 등장한다”라면서 “자본주의, 기술 문명과 기계 문명의 한계에 대한 비판, 재난이 완전하게 복구되지 않는 상황 등 매우 잘 짜여진 서사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보라 작가는 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인디애나대에서 러시아문학과 폴란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 ‘씨앗’으로 제1회 SF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받았고,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23년에는 국내 최초로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9-04

고려인들이 함께 한 의미 있는 수업

오전 9시부터 시작인 수업이지만 이르게 도착한 학생들이 과반을 넘었다. 그리고 수업이 시작되자 성은 우리와 같지만 이름은 조금 다른 고려인들이 금세 강의실을 가득 채웠다. 아직은 한국말이 조금 서투른 탓에 수업 진행을 제외하고 학생 서로 간의 이야기는 러시아어로 이뤄지고 있다. 수업 시간이 평일 오전이다 보니 참가자의 대다수는 나이대가 있는 여성분들이었다. 경주는 관광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해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 외국인 비율이 전국 2위라고 하면 다들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중 고려인들은 2004년 기준 6000여 명으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많다. 대부분 성건동과 외동읍에서 거주 중인데 성건동에는 벌써 맛집으로 소문난 빵집이 있을 정도다. 가격 대비 크기가 크고 재료로 실하게 들어있어 만족도가 높다. 이날 수업은 경북문화재단 ‘이웃사촌 지원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운영을 맡은 한국짚풀공예협회 경북지회에서 준비한 강좌로 시낭송과 짚풀공예 두 가지로 나눠 진행되었다. 수업은 성건동에 위치한 외국인 도움센터 교육장에서 이뤄졌다. 배점숙 시낭송 강사를 시작으로 수업이 시작되자 강의실을 가득 채운 열의 어린 눈빛들이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본격적인 수업 시작 전 간단한 스트레칭, 복식호흡, 손뼉치기로 긴장을 풀어냈다. 그리고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낭송하는 동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빛으로 시작 인사를 나눴다. 곧이어 시에 관련된 배경 설명이 이뤄지고 따라 읽기에 들어갔다. 다들 조금은 서툰 발음이지만 또박또박 정성스레 읽어나갔다. 한 가지 시가 끝날 때마다 지명된 학생이 혼자 읽는 시간도 있었는데 학창시절 영어 수업 시간마다 찾아들던 긴장감이 떠올랐다. 선생님과 절대 눈을 마주치지 말 것은 암묵적 불문율이었다. 오늘은 만들기 수업이 빗자루다 보니 관련된 시도 포함되었다. 그러다 빗자루 하면 떠오르는 도깨비 이야기가 등장했다. 도깨비 전설이 나오자 표정들이 밝아졌다. 도깨비는 나이 불문 인기 소재임이 분명하다. 시 낭송 수업이 끝나자 손경희 강사가 준비한 짚풀공예수업이 시작되었다. 하나하나 직접 따서 손질한 귀한 짚풀재료들과 알록달록한 실들이 준비되었다. 여러 개의 매듭이 겹쳐져 하나의 빗자루가 완성된다. 손에 익지 않은 매듭기술로 몇 번이고 반복되는 과정을 거쳤지만 다들 즐거운 모습이다. 투박해 보이던 짚풀에 고운색 실이 여러 차례 감겨 지고 정성이 들어가니 탐나게 예쁜 빗자루가 완성되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에 알록달록한 색이 어우러져 장식용으로도 실생활용으로도 다 가능할듯하다. 학생들 모두 굉장히 만족스런 표정이다. 돌아온 나라, 돌아온 고향에서 그들이 정착을 하려면 무엇보다 언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문화를 배우면서 언어를 습득하는 수업이 필요하다. 고려인들이 운영하는 상점들을 방문하면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 상품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음에도 언어장벽으로 그들 상품의 장점이 드러나지 못하는 게 무척 아쉬웠다. “세상 가장 아름다운 길은 너와 함께 걷는 길”. 수업에 포함되었던 심혜옥 시인의 ‘아름다운 길’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픈 역사를 딛고 오랜 시간 멀리 돌아온 그들과 함께 아름다운 길을 걸어가길 바라본다. /박선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04

‘정호승 시인과의 만남’에 참여하다

최근 정호승문학관에서 열린 ‘제27회 정호승 시인과의 만남’에 참여했다. ‘시가 흐르는 범어천’이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에는 50여 명의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다목적홀을 가득 메웠다. 모두 문학에 대한 강한 열의가 느껴졌다. 정호승 시인은 힘 있는 목소리로 자신이 자란 범어천과 시를 소개했다. 범어천을 따라 시인의 시화가 전시되어 있음도 알려주었다. 아직 가보지 않아 꼭 가서 시와 함께 걸어보아야겠다 생각했다. 시인은 시 ‘산산조각’의 마지막 4행을 독자들이 좋아한다 했다. ‘산산조각이 나면 /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 산산조각이 나면 /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이 부분을 설명하며 시인은 말했다. 시의 역할 중 하나가 위안과 위로를 주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사람들이 무척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시 ‘산산조각’의 창작 배경은 이렇다. 시인은 부처님과 예수님을 자신의 스승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성지 순례의 기회가 있어 부처님의 탄생지인 룸비니를 가게 되었다. 떨리는 가슴으로 찾아갔더니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작은 곳으로 인류의 위대한 스승인 부처님의 탄생지인데 크게 볼 게 없어 안타까웠다고 한다. 마야부인이 부처님을 목욕시킨 연못이 있고 큰 돌기둥에 이곳에서 석가모니가 태어났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한다. 그곳에서 산 흙으로 만든 부처상을 집으로 모셔온 뒤 흙으로 만든 것이라 산산조각이 날까 조바심을 치다가 이 시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시인은 사실 산산조각이 날까 두려운 것은 부처상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라 한다. 누구든지 인생에서 한번은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 너무 놀라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그 산산조각을 깨어진 것이 아니라 더 많아진 것으로 받아들이라고 했다.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짐을 깨달아보라고 했다. 노래가 된 시를 감상하는 시간도 가졌다. 시 ‘수선화에게’를 양희은 가수의 노래로 들었다. 시 ‘이별노래’는 가수 이동원의 목소리로 감상했다. 이동원의 노래 음반은 발매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시와 노래의 만남이 주는 감동이 촉촉하게 가슴으로 스몄다. 다 함께 따라부르는 노랫소리 속에 시가 주는 큰 위로를 느껴졌다. 시인은 인간의 원천적인 외로움에 대해서도 깊은 통찰이 담긴 말을 들려주었다. 그 외로움은 인간은 본질적인 가치이기에 누구나가 견디면서 살아야 한다고 한다. 강연 다음에는 울주군 ‘심류정시낭송회’의 시낭송 공연이 이어졌다. 활자로 된 문장을 목소리에 담아내는 시낭송은 참으로 아름다운 예술이다. 시가 사람에게 들어가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올 때의 감동이 강연장에 퍼졌다.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목소리와 또렷한 발성으로 시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정호승 시인도 시는 음악과 만나기도 하고 그림과 만나기도 하고 조각과도 만나 의미가 더해진다고 했다. 가을이면 시는 우리에게 좀 더 가깝게 느껴진다. 다양한 방법으로 시와 만나 위로와 위안을 받자. 시가 있어 더 풍요롭고 아름다운 가을이 될 것이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04

여름 끝자락, 진심이 담긴 한 그릇

더위 따라 왔다가 더위 따라 떠나는 음식이 있다. 여름을 책임지는 시원한 밀면. 윤 유월이 끼어 있어 음력은 아직 7월. 낮 기온은 여전히 덥고 습하다. 그래도 나무 그늘에 서면 가을이 묻어난 바람이 슬쩍슬쩍 스치고 기세등등하게 울어대던 매미가 날개를 퍼덕이며 힘없이 툭! 떨어져 놀라기도 한다, 여름이 서서히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여름 끝자락. 덥고 습하니 여전히 시원한 밀면이 생각난다. 굳이 부산까지 가지 않더라도 포항에도 밀면 맛집이 많다. 그 가운데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한 듯 정감 가는 외관에 ‘밀면 맛집 3·8밀면’이라는 커다란 간판에 끌려 무심히 들어섰다가 단골이 된다. 올여름 내내 시원한 밀면이 생각날 때면 발길이 절로 닿는 나만의 맛집이다. 밀면은 메밀이 아닌 밀가루에 전분을 섞어 만든 면이다. 6·25 전쟁 당시 피난민이 몰려있던 부산에서 시작된다. 냉면은 먹고 싶고 메밀은 귀하니 궁여지책으로 미군의 원조로 받은 밀가루에 감자나 고구마 전분을 추가해 면을 만든 것이 시초다. 밀가루에 전분을 섞어 뽑은 면은 식어도 딱딱해지지 않고 외려 더 쫄깃한 식감을 준다. 무엇보다 냉면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빠르게 대중음식이 된다. 같은 피난 시절 부산에서는 돼지국밥도 유명했지만 더운 여름날에는 시원한 밀면으로 국밥을 대신했다.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름이 오면 많은 사람이 시원한 밀면을 즐기며 더위를 식힌다. 밀면의 핵심은 돼지고기 육수다. 육수가 식어도 누린내가 나지 않게 각종 약초를 넣어 끓여낸다. 그래서 많은 식당 벽에는 그 식당만의 육수 비법을 자랑하는 홍보 글이 붙는다. ‘3·8밀면’ 역시 55가지의 신선한 재료로 정성껏 육수를 끓인다고 알린다. 한우사골, 소갈비, 싱싱한 생고기 돼지와 닭 그리고 여러 가지 채소, 오가피 및 감초 등 한약재까지 들어간단다. 밀가루와 감자를 섞어 직접 만든 생면은 속이 쓰리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드러낸다. 면과 양념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담긴 사진을 눈으로 즐기다 육전과 새우전이 고명으로 올려진 밀면을 직접 만나면 시각적으로 이미 입맛을 돋우니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화투놀이에 ‘섰다‘라는 게임이 있다. 그 게임의 최강 족보는 38광땡이다. 3광과 8광의 조합은 섰다의 그 어떤 족보로도 이길 수 없다. 섰다에서 따왔다는 상호는 그 간판에서 이미 맛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드러낸다. 식당 주인은 맛있는 한 그릇을 위해 새벽잠을 줄이며 준비한단다. 그래서일까, 먹다보면 면과 육수에 담긴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누구에게 권해도 부끄럽지 않는 맛이다. 삶이 여유로워지면서 많은 사람이 미식가로 변한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팔도를 누비기도 한다. 그러나 때론 동네 골목에서 만나는 한 그릇이 더 큰 행복을 주듯 단골식당 주인의 진심이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라본다. 더위와 함께 찾아왔다가 더위와 함께 사라지는 밀면.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그 맛은 내년 더위를 기약하며 떠난다. 여름 끝자락 막바지 더위까지 식혀주는 진심 담긴 한 그릇이 소소한 행복을 안겨준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5-09-04

역대급 ‘짧은 장마’에 기록적 ‘폭염’ 안동•임하댐 가뭄 ‘주의’ 단계 진입

낙동강 상류권역의 핵심 다목적댐인 안동댐과 임하댐이 가뭄 ‘주의’ 단계에 진입하면서 환경부가 본격적인 용수비축 대책을 시행키로 했다. 4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안동댐과 임하댐의 합산 저수량은 8억5490만t으로 예년 대비 85% 수준에 그친다. 특히 올해 1월부터 9월 초까지 두 댐 유역의 강우량은 610mm로 예년 평균(861mm)의 71%에 불과하다. 특히 올해 장마철 등 홍수기(6월 21일~9월 3일) 동안의 강우량은 293mm로 예년 대비 절반 수준인 53%에 머물렀다. 기후 전문가들은 “올해는 장마가 짧고 폭염이 길게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강수량이 급감했다”며 “홍수기 중 가뭄 단계 진입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환경부는 가뭄 단계 진입 전부터 합천댐·남강댐 등과 연계한 대체 공급을 선제적으로 시행해왔다. 이번 ‘주의’ 단계 격상에 따라 안동댐에서는 하천유지용수를 최대 1일 48만4000t, 임하댐에서는 최대 1일 65만t까지 감량한다. 앞으로 남은 홍수기 강우량이 적더라도 2026년 홍수기 전까지 안정적인 용수공급이 가능하도록 댐 용수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농업용수의 경우 안동댐에서 월별 실사용량을 고려해 최대 1일 76만t까지 줄일 계획이다. 임하댐에서 영천댐을 통해 공급 중인 금호강 수질개선용수도 최대 1일 21만9000t까지 단계적으로 감량한다. 환경부는 이같은 조치가 하류 지역의 수질 및 용수 이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지자체 및 유역환경청과 협력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손옥주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은 “일부 지역은 올해 강우량이 적어 가뭄이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관계기관과 함께 댐 용수 비축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안정적인 용수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동댐과 임하댐은 대구·경북 486만 명의 식수와 농업·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주요 수원이다. 대구시는 전체 인구의 약 34%가 안동댐 용수에 의존하고 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9-04

텔레그램 마약 유통 조직, 대구경찰에 일망타진⋯전국 30억 원 상당 압수

대구경찰청 형사기동대가 텔레그램을 이용해 전국에 마약을 유통해 온 국내 최대 규모 조직을 검거하며 온라인 마약 유통망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4일 대구경찰청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수사를 통해 총 57명이 검거됐고, 이 중 17명이 구속됐으며, 약 30억 원 상당의 마약류와 현금이 압수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마치 기업처럼 운영하며 철저한 비대면 원칙과 분업화된 구조를 갖춘 신종 범죄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연령대는 20~40대로 다양했고, 텔레그램의 일부 협조를 통해 이번 작전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이승수 대구경찰청 마약수사계장은 “이번 사건은 최근 마약류 범죄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온라인 마약 시장의 유통 수단들인 운반책, 미등록 가상자산 거래업자, 밀수입 유통책을 비롯해 그 모든 유통 구조의 정점에 있는 총책 일당을 검거한 점”이라며 ”이들이 전국에 미리 은닉해둔 마약류를 모두 수거함으로써 대규모 온라인 마약류 유통망을 실질적으로 와해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던지기’ 수법으로 전국 2000곳에 마약 은닉 이번에 검거된 조직은 베트남 등 해외에서 마약류를 밀수한 뒤, 텔레그램에 3개의 채널을 개설해 구매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던지기’ 수법을 통해 마약을 유통했다. 운반책을 통해 전국 2000여 곳에 마약을 미리 숨겨두고, 구매자가 가상화폐로 대금을 입금하면 은닉 장소의 좌표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검거된 피의자들은 판매총책(채널 운영자) 6명을 비롯해 국내 유통책, 운반책, 구매자, 결제대행까지 역할을 철저히 분담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23.1㎏의 마약류와 20억 원의 현금, 10억 원 상당의 명품시계 11점을 확보했다. 또한, 조직이 미리 숨겨둔 2000여 곳의 좌표를 추적해 3.5㎏의 마약류를 전량 수거하는 데 성공하며 마약 확산을 사전에 차단했다. △키보드만 두드린 ‘온라인 사업체’ 경찰 조사 결과, 이 조직은 마치 합법적인 사업체처럼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판매총책들은 2교대 연중무휴로 근무하며 사무실 운영, 판매, 운반책 관리 등 세부적인 역할을 분담했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면 접촉이나 전화 통화는 일절 하지 않고, 오로지 텔레그램과 가상자산을 통해서만 거래하는 ‘철저한 비대면 원칙’을 고수했다. 총책들은 직접 마약을 투약하거나 취급하지 않고, 온라인 유통망의 최정점에서 이익을 취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 피의자는 “우리는 키보드만 두드리며 영업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들은 약 1년간 60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며, 이 돈을 유흥비, 고급 외제차, 명품시계 구입 등에 탕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 ‘고객 관리’부터 ‘결제 대행’까지 체계적 범죄 이들은 마약 유통을 넘어 기업형 고객 관리를 선보였다. ‘구매자 리스트’를 만들어 구매 기록과 특이사항을 관리하고, 단골에게는 신상품 샘플을 제공하거나 배송이 안 될 경우 ‘AS 처리’까지 해주는 치밀함을 보였다. 아울러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매월 수십만 원의 홍보비를 지급하며 텔레그램 홍보업자를 고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마약 대금 결제 과정에는 ‘미등록 가상자산 거래업자’가 동원됐다. 이들은 구매자로부터 현금을 받아 가상자산으로 환전해주는 방식으로 자금세탁을 도왔다. 경찰은 이들 중 4명을 검거하고, 마약 판매를 방조한 혐의를 적용해 구속 송치했다. △국제 공조로 뿌리 뽑은 온라인 마약 유통망 이번 수사는 지난 1월 텔레그램 운반책 검거에서 시작돼, 베트남 현지 밀수책을 특정하고 미국 마약단속국(DEA) 및 인터폴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최상선 조직까지 추적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텔레그램 본사와의 협력을 통해 총책들의 사무실을 급습, 6명을 동시에 검거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승수 대구경찰청 마약수사계장은 ”앞으로도 경찰은 이번에 수집한 방대한 수사 자료를 바탕으로 온라인 마약수사 전담팀을 중심으로 관련 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9-04

창립 60돌 포항JC ‘자랑스러운 선배인상’ 초대 수상자에 강석호 자유총연맹 총재

1965년 경북 최초로 창립한 포항청년회의소(포항JC)가 올해 60돌을 맞았다. 지역사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과거, 현재와의 연결에 집중한 포항JC는 오는 5일 60주년 기념식에서 새로운 60년을 준비하는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올해 처음으로 ‘자랑스러운 선배인상’도 제정했으며, 초대 수상자는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로 선정했다. ‘연결'(Connetc)을 키워드로 내세운 ‘포항JC 60주년 창립기념식’은 5일 오후 5시 라한호텔 그랜드볼룸홈에서 홍정민 포항JC 회장, 강기순 포항JC특우회 회장, 이강덕 포항시장, 김정재 국회의원, 이상휘 국회의원, 한국JC 중앙회장, 자매JC인 베트남 하노이JC와 일본 후쿠야마JC 회장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현역 105명, 특우회 168명, 원로회 60명 등 330여 명이 활동 중인 포항 JC는 2007년부터 매년 2000여 명의 지역 어르신을 모시고 어버이날 기념행사를 열어 공연과 함께 카네이션을 직접 달아드리고, 효행자 표창 수여 등의 활동을 해왔다. 또, 그린웨이 철길숲 걷기대회라는 지역 최대의 문화 사업도 펼치고 있다. 60주년 창립기념식에서는 ‘제1회 자랑스러운 선배인상’ 시상식도 한다. 홍정민 회장은 “선배님들 덕분에 포항 JC가 60년이라는 세월 동안 지역사회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었고, 다가올 새로운 60년도 꿈꿀 수 있기에 ‘자랑스러운 선배인상’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석호 선배님은 포항 JC가 포항에서 많은 활동을 하도록 기초를 다진 주인공이고, 선후배 간에 연결고리 역할을 잘하시면서 많은 도움을 줬기에 초대 수상자로 뽑았다”라고 덧붙였다. 포항JC는 창립 60주년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취약계층과 다문화가정 지원을 위한 1000만 원의 기부금을 포항시 가족센터에 전달할 예정이다. 홍정민 회장은 "수많은 연결의 역사와 연대가 빚은 산물인 포항 JC 60년을 바탕으로 세대와 지역, 국경을 넘어 더 강한 연결을 만드는 60주년을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9-04

대구시, 지역주택조합 위법사례 적발⋯강경 대응 예고

과도한 공사비 증액 등으로 지역주택조합 분쟁이 늘어나는 가운데 대구 지역주택조합 상당수가 운영에 위법 사항이 확인됐다. 3일 대구시는 지역주택조합의 투명한 운영과 조합원 권익 보호를 위해 지난 8월말까지 관내 23개 조합을 대상으로 실태점검을 실시한 결과, 다수의 부적절한 운영 사례를 적발해 행정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점검은 최근 지역주택조합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과도한 공사비 증액, 조합 정보 비공개, 부당 계약 체결 등 관련 분쟁을 막기 위해 실시됐다. 시는 자료 공개 여부, 실적 보고, 자금집행실적 제출 등 조합의 관리·운영 실태와 조합원 모집 광고, 조합 가입계약서 등 조합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사항을 중점 점검했다. 점검 결과 지적된 위법사항에 대해 관할 구청에서는 이달 중으로 고발 13건, 과태료 부과 2건, 시정명령 9건 등 총 26건의 행정처분을 실시할 예정이다. 주요 위법 사항은 △주택조합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 및 관련 자료 인터넷 등에 미공개 △분기별 조합 실적보고서 미작성 △자금운용계획 및 자금집행실적 등 미제출 △조합원 모집신고 및 가입계약 시 주택건설대지 사용권원 또는 소유권 확보 면적·비율 미기재 등이었다. 시는 이번 점검에서 드러난 지역주택조합 운영·관리상의 미비점을 관할 구청이 철저히 관리·감독하도록 하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국토교통부와 협조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지난 6월 국토부에 건의한 ‘공사비 검증 신설 방안’은 현재 주택법 개정안에 반영돼 국회 소관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허주영 대구시 도시주택국장은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당초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거 안정화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됐으나, 현재는 토지 확보 지연과 공사비 문제, 전문성 미비 등으로 사업이 지연·무산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조합원 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국토부와 더욱 긴밀히 협조하고, 점검 결과는 감독기관인 구청에 전파해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9-04

‘염분·해풍 고사 반복’ 포항운하 가로수···과학적 관리 대책 시급

해풍과 염분을 머금은 토양 때문에 고사를 반복하는 포항운하 주변 가로수를 살리려면 독립적 생육 기반과 과학적 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태열 경북대 조경학과 교수는 3일 경북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포항운하 주변 토층 조사와 조수 간만에 따른 염수 영향 등 과학적 데이터 확보가 선행돼야 하고, 식물이 자랄 수 있는 독립적 생육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는 추측성 대응에 머물렀다”라면서 “세금만 낭비할 게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4년 포항운하 준공 당시 포항운하 주변에는 메타세쿼이아, 이팝나무, 남천, 느티나부, 곰솔, 대왕참나무 등을 심었다. 그러나 메타쉐쿼이아는 염분에 취약했고, 다른 나무들도 뿌리를 안정적으로 내리지 못했다. 5년 뒤 ‘포항운하 워트프론트 도시숲 조성 사업’을 통해서는 1억1994만 원의 예산을 들여 왕벚나무 40주, 이팝나무 29주, 대왕참나무 37주 등 106주를 새로 심었다. 그런데도 고사목이 발생했다. 2023년 포항시는 1억3650만 원을 투입해 이팝나무 4주, 가지나무 36주, 아왜나무 9주, 느티나무 7주 등 56주를 다시 심었지만, 포항운하 주변 가로수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달수 포항운하관리팀장은 “염분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23년부터는 염분에 강한 수종으로 교체해 심어왔다”라면서도 "포항운하가 바다와 인접한 데다 수면과 가로수 뿌리 깊이 차이가 1m 남짓에 불과해 생육 조건이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고충호 산림청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자원 활용센터 연구사는 염분 스트레스와 건조 스트레스의 유사성을 포항운하 주변 가로수 고사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물은 충분해도 염분에 노출되면 뿌리가 물을 흡수하지 못해 마치 가뭄처럼 느끼게 되고, 포항운하 주변 토양은 바닷물과 연결돼 나무가 염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고 연구사는 “해풍까지 겹쳐 나무 성장이 억제된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자 포항시는 일부 구간의 지반을 50cm 높여 화단처럼 조성하는 시범사업을 했다. 토양 문제가 근본 원인이라는 진단에 따라 수목에 대형 워터백을 설치해 정기적으로 물을 공급하고 있다. 염분에 강한 수종 선택, 흙을 쌓아 올려 심기, 충분한 담수 공급 등의 해법을 제시한 고충호 연구사는 “물주머니 방식은 부족하다. 지표면에서 흘러내릴 만큼 충분한 담수를 꾸준히 공급해야 한다”며 근본적이고 과학적인 관리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태열 교수는 “수종 교체나 화단을 50cm 올리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라면서 ”생육 기반이 단절되는 화분식 구조 대신 보습, 비료 순환, 폭염과 가뭄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주변 토양과 수분, 뿌리망이 서로 이어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5-09-03

건축 행정가의 인허가 실무 ‘쪽집게 과외’

건축 행정 업무에 잔뼈가 굵은 공무원이 실무 경험을 녹여낸 건축 인허가 매뉴얼북을 펴내 화제다. 경북도내 공무원 중에서는 처음이다. 김세락(54) 포항시 건축디자인과 건축허가팀장이 최근 ‘2025 건축인허가 업무매뉴얼’을 발간했는데, 건축 인허가 업무를 맡은 5년 차 이하 공무원들 사이에서 ‘나만 알고픈 시크릿 북‘, ‘필독서’로 불리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1996년 공직에 입문한 김 팀장은 30여년의 근무 기간 중 21년 동안 건축 인허가 업무를 맡으며 쌓은 노하우 중에서도 ‘핵심 중의 핵심’만 담았기 때문이다. 어렵고 복잡한 건축 인허가 관련 내용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했고, 개정 법령과 인·허가 때 검토해야 할 주요 사항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서 곧바로 실무에 활용할 수 있다. 김 팀장은 “인허가 업무가 신규 임용 직원들 사이에서 ‘기피 부서’로 통하고 있다. 업무도 어려운 데다 온갖 민원에 시달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 나 또한 백지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해 힘들었다”면서 “선배들이 겪었던 수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후배들이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바람으로 펜을 잡았다”고 매뉴얼북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김 팀장의 매뉴얼북은 모두에게 열려있다. 포항시 홈페이지에 매뉴얼북 원본파일을 등록한 덕분에 전국 어디서나 누구든지 받아 볼 수 있다. 김 팀장은 “건물을 잘못 지으면 타인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서 건축법을 만들었다"라면서 “건축을 잘하면 사고 예방과 사고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공무원이 제공하는 행정서비스 중 특히 건축 인허가 분야는 시민의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절차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매뉴얼북 제작 과정에서 ‘고생해서 책을 왜 만드냐', ‘책이 도움이 되냐’는 등의 우려를 보낸 동료들은 이제 김 팀장에게 박수를 보낸다. 포항지역 건축업계에서도 호평이다. 김 팀장은 “선후배 공무원들이 매뉴얼을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발전시킬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글·사진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9-03

대구장애인단체, 시에 “장애인 권리보장 예산 확보” 촉구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3일 오전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6 장애인 권리보장 예산 확보 및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면담’을 요구했다. 연대는 “지난 4월부터 ‘2025년 대구지역 장애인 권리보장 정책요구안’을 시에 전달하고, 김 권한대행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현재까지도 구체적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최중증장애인에게는 24시간 활동 지원이 생존과 직결되는 필수적인 제도”라면서 “대구시가 2011년 활동 지원 시비 추가지원제도를 도입한 이후 예산 확보가 이뤄지지 않아 지난 5년간 급여 대상자 수는 증가한 반면, 시비 추가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자 수는 2020년 1030명에서 2024년 983명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대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등 시행 이후 특별교통수단 법정 대수(218대)를 확보하고 있다”며 “하지만 탑승까지 소요되는 평균 대기시간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만큼 특별교통수단 증차와 운전원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이날부터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대구시 장애인 자립생활 권리보장 쟁취를 위해 1인 시위에 돌입했다. 글·사진/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5-09-03

<속보> 육군 대위, 유원지서 총상 사망⋯유서 통해 괴롭힘 ‘호소’

대구 한 유원지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육군 대위가 유서를 통해 괴롭힘과 가혹행위를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3일 경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유원지에서 발생한 육군 대위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군사 경찰이 일차적으로 기본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경찰에 이첩되면 형사기동대가 사건을 맡아 정식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군사경찰은 군인 사망 시 가혹행위나 성범죄 등 정황이 확인될 경우 경찰에 신속히 사건을 이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군 내부 조사가 선행되고 있지만, 사망 원인과 관련해 범죄 혐의점이 드러나면 경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며 “총기 반출 부분은 경찰의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2일 발견된 A대위는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시민에게 발견됐다. 현장에는 군사 훈련용 총기와 유서가 있었다. 경북경찰청은 A대위가 유서를 각각 군당국, 부모, 언론인들에게 세 부분으로 나눠 작성한 것으로 파악했다.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부분은 직장 내 괴롭힘과 가혹행위 정황을 호소하는 내용이 주류였다. 하지만 기존에 알려진 지난 7월 ‘1차 진급 탈락’은 유서상 직접 사망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수사기관 설명이다. 경찰은 사건이 이첩되면 유서 내용을 바탕으로 가혹행위와 괴롭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에 사건이 넘어오기까지 수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통보가 오면 바로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9-03

대출 브로커·금고 직원, 허위서류로 새마을금고서 487억 불법 대출

대구경찰청이 허위 사업자 등록증 등을 이용해 대구지역 새마을금고 3곳에서 기업 운전자금 487억 원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로 A씨 등 대출 브로커 2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A씨 등과 공모한 새마을금고 직원 3명과 감정평가사, 부동산 감정평가 브로커, 명의대여자 등 45명도 함께 송치됐다. A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새마을금고 3곳에 허위로 작성한 사업자 등록증과 부동산 매매계약서, 감정평가서 등을 제출하고 42회에 걸쳐 기업 운전자금 명목으로 487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들은 대출 알선 광고를 통해 30여 명을 모집한 후 이들의 명의로 허위 서류를 준비해 범행에 사용했다. 명의를 빌려준 이들 중 일부는 직접 대출받아 A씨 등에게 수수료를 지급했고, 다른 일부는 대출받은 금액에서 명의 대여비를 제한 나머지 돈을 A씨 등에게 송금했다. 범행 기간 새마을금고 3곳에 제출된 허위 서류로 대출받은 금액은 1인당 4억~44억 원이었다. 감정평가법인과 감정평가사들은 A씨 등이 대출 담보물로 활용할 부동산에 대해 감정평가서를 부풀려 작성해줬다. 이렇게 발급된 감정평가서에서는 대출 담보물의 가치가 실제보다 180~300% 더 높게 표시돼 있었다. 불법 대출 담당 직원 3명 중 1명은 1억 8000만 원을 받고 불법 대출 신청을 묵인했다. 나머지 2명의 금품수수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 사건으로 대규모 부실채권을 떠안게 된 새마을금고들이 존립 위기에 처했고, 그 피해는 중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