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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치밀한 고증으로 그려낸 연암 박지원의 마지막 생애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이자 ‘열하일기’와 ‘허생전’의 저자로 유명한 연암 박지원(1737∼1805)의 마지막 생애와 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역사소설 ‘안의, 별사’(파람북)가 출간됐다. 이 소설은 ‘안의에서 이별하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연암이 1792년부터 4년 2개월 동안 안의현(현재의 경남 함양군 안의면) 현감을 지냈던 시기를 배경으로, 가상의 여성 이은용과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다. 연암은 아내와 사별한 후였고, 이은용은 결혼한 지 2년 만에 남편과 사별해 수절하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작품은 두 주인공이 번갈아 화자가 돼 이야기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소설은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맞게 두 사람의 관계나 애정을 자극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만 간직한 채 이별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제목 ‘별사’(헤어지는 이야기)의 의미를 잘 살린다. 저자인 정길연 작가는 연암이 쓴 글과 연암에 대한 연구서들을 찾아 읽다가 소설을 구상했으며, 8년 만에 집필을 끝냈다고 밝혔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연암에 대한 일종의 연모의 정으로부터 시작되고 마무리된 작품”이라며 “위대한 문사에 대한 거대한 사심으로 올곧게 집요하지만, 플롯을 쌓아 올리면서는 치밀한 문헌 고증으로 객관성을 놓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소설은 연암의 혁신과 애민 정신, 절제와 수양의 자세를 치밀한 문헌 고증을 통해 객관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철학적인 고민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특히, 불의하고 무도한 시대에 맞서는 그의 도저하고 돌올한 정신이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땅덩어리가 참말 둥글다면 이 강물도 공처럼 굴러 굴러 한곳에 가 모이지 않을까요. 엉터리없는 말인 줄 알지만, 그렇게 믿으면 그런 것이지요. 음양의 인연만 인연이겠는지요. (중략) 저 글씨들처럼 이전의 저를 지우려 합니다. 비웠으니, 비었으니, 다시금 새로이 채우며 살아갈 수 있지 않겠는지요. 그리하려고요. 모쪼록 그리하려고요.”(559쪽) 연암이 말년에 안의현에 부임했다는 사실은 그의 대표작들에 비하면 덜 알려져 있다. 연암의 비분강개함과 우울증 역시 그의 골계와 정신에 비하면 덜 알려진 개성이다. 조선 후기 사회의 한계에 대한 연암의 절망감을 차분히 파헤치면서도, 그가 남긴 안의현에서의 선정을 빠짐없이 디테일하게 조명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13

광복 80주년 맞아 되새기는 ‘신채호 정신’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 언론인인 단재 신채호(1880∼1936)의 삶과 사상을 다룬 실록 소설 ‘네 칼이 센가 내 칼이 센가’(달빛서가)가 출간됐다. 이 책은 90%의 사실과 10%의 허구를 섞어 신채호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저자인 역사학자이자 전 독립기념관장 김삼웅 박사는 2005년 ‘단재 신채호 평전’, 1995년 아홉 권짜리 ‘단재 신채호 전집’을 펴냈지만, 여전히 담지 못한 사연을 다루고 싶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러시아, 만주, 중국, 대만을 거치는 긴 망명 기간과 8년여의 혹독한 감옥살이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특히, 을사늑약 체결 당시의 울분부터 조선 민중 계몽을 위한 언론 활동, 망명 이후 중국과 러시아, 만주 등지에서 전개한 독립운동까지 신채호의 중요한 사건들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신채호는 독립운동가이자 역사가이지만 투철한 언론인이기도 했다. 그의 글은 오늘날에도 사회적 부조리와 지식인의 역할을 돌아보게 하며, 역사의식을 북돋우고 현대 사회의 지식인과 언론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출간된 이 책은 신채호가 추구했던 ‘진리’와 ‘진실’의 가치를 일깨운다. 신채호의 선비정신이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깨닫게 하면서 단재 정신이 왜 필요한지, 왜 시대정신이 돼야 하는지를 각인 시킨다. 신채호가 쓴 소설 ‘꿈하늘’의 한 부분을 제목으로 가져온 이 책은 신채호의 삶을 대부분 사실에 근거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소설 속 그의 삶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극적이다. 신채호가 대한매일신보 주필로 있을 때 안중근을 구출하려 했다는 이야기는 저자의 바람을 담은 허구다. 저자는 “한 개인의 역량으로는 도저히 버티기조차 힘겨웠던 망국의 시대에,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청고한 기품과 만고의 기상을 지녔던 단재 선생의 선비정신의 근원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것이 “이 실록 소설이 찾고자 하는 방향이고 목적지”라고 말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13

‘신서정파’ 장석남 시인의 ‘벼락 같은 울림’

섬세한 감성과 감각적인 시어로 서정시의 지평을 넓혀온 장석남(60·한양여대 교수) 시인의 아홉 번째 신작 시집 ‘내가 사랑한 거짓말’(창비)이 출간됐다. 지난 2017년 편운문학상·지훈상·우현예술상 수상작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 이후 8년 만이다. 이번 시집에서는 오랜 정진을 통해 도달한 시경(詩境)을 활달하게 전개하는 원숙함과 깊고 투명한 철학적 사유가 빛나는 74편의 시를 선보인다.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장 시인은 그동안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 주요 시문학상을 받으며 주목받아왔다. 전통 서정에 바탕을 두면서도 참신한 감각을 빚어내는 ‘신서정파’의 대표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시집에서는 자연을 향한 진득한 응시가 자아와 본연의 인간에 대한 웅숭깊은 탐색으로 아득하게 이어진다. 작금의 현실을 예견한 듯한 풍자와 알레고리가 서정에 바탕을 둔 시인의 고유한 개성과 정교하게 맞물려 독자들에게 벼락같은 울림을 선사한다. 자연과 교감하는 아름다운 서정의 풍경을 그려내는 장석남의 시는 이제 무심지경에 이른 듯하다. “삼월 마지막 날이 사월 첫날을 맞아들이는 듯한 순전한”(‘느티’) 마음이 피어나고, 아침 해가 “굶주린 호랑이처럼 쏟아져 들”(‘대숲 아침 해’)어오는 고즈넉한 풍경 속에는 생명의 신운(神韻)이 생동한다. 시인의 시선에 담긴 풍경은 ‘물에 심은 노래’처럼 은은하고 아름답다. ‘언덕’과 ‘느티’, 그리고 ‘노을’을 비롯한 1부의 시에는 오랜 사유 속에서 찬란하게 영근 시인의 사유가 편편이 녹아 있다. 한편, 시인은 또 “살아온 내력의 울음 섞인 이야기”(‘느티’)를 담담하게 노래한다. 세대를 아우르는 기억과 해후하며 삶의 이력을 곰곰이 되짚는 이러한 시편들에서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순간을 감각적으로 포착해낸 시인의 미학적 성취가 눈부시다. 이번 시집에서 특히 주목할 것은 오늘날의 현실을 내다본 듯한 날선 현실 인식과 예리한 풍자가 돋보이는 ‘정치시’다. “유골함을 받아 안듯/오는, 봄/이 언짢은 온기로 시작하는 ‘서울, 2023, 봄’은 시참(詩讖)으로 전율이 일 만큼 오싹하다. 진실을 가려내는 법정을 거짓과 조작의 마술을 상연하는 극장에 비유한 ‘마술 극장’ 연작과 가전체를 새로운 시법으로 패러디한 ‘법의 자서전’은 풍자시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득과 기득을 좋아하고 양심 같은 건 우습게 여기는 법부의 허울 좋은 법을 작심하듯 신랄하게 비판한다. 산송장들을 만드느라 관청의 서류마다 죄가 난무하고, 거짓들이 끝도 없이 거짓들을 모으는 부조리한 현실을 직시하며 시인은 “파아란 입술을 달싹”이며 “김수영의 방 말고 혁명”을, “최제우의 개벽 자유 자유 자유”(‘대기실’)를 외친다. 탁월한 서정성을 바탕으로 자아와 인간에 대한 질문을 거듭해온 시인은 이제 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선다. 폐허가 되어버린 현실에 대한 “의문과 숙제를/평생 풀지 못할까”(‘숙제’) 두려워하면서도 “무섭도록 서러운 노래도 좀 부르면서”, “사람 사는 땅”(‘쾌청’)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사랑이 보이는 그 긴 언덕”(‘언덕’)을 느릿하고 “희끗한 걸음”(‘다시 언덕’)으로 넘어오는 한 사람, 시인의 모습이 숙연하다. 고유한 서정성과 더불어 ‘시’로써 더 나은 현실로 나아가겠다는 시인의 굳건한 믿음이 수 놓인 이번 시집은, 현실에 발 디딘 굳건한 시의 소리에 목마른 독자들의 갈증을 단숨에 해소해줄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13

5000원짜리 다이소 화장품, 유럽 스튜어디스를 유혹하다-투데이 핫 클릭!

세련되고 유행에 민감하다고 알려진 항공기 승무원들은 어떤 화장품을 선호할까? 가격이 비싼 세칭 ‘명품 화장품’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고 실용과 실속을 따지는 승무원도 있는 모양이다. 최근 한 경제신문은 한국에 온 유럽 항공사 승무원을 인터뷰해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그 승무원은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며 한국 뷰티 제품을 접했고, 유럽에서 한국 메이크업이 아름답다고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저가의 상품을 판매하는 다이소에서 화장품을 구매한 그 스튜어디스는 친구들과 딸에게 다이소에서 구매한 화장품을 선물할 것이라 답했단다. 외국인과 한국인 가릴 것 없는 다이소 색조화장품의 인기를 증명하듯 관련 제품 매출은 지난 1년 사이 80%나 훌쩍 뛰었다. 해외 카드 결제금액도 50%가 증가했다고 한다. 실제로 기자의 직장 주변에 있는 다이소 매장에 가보면 아이라이너, 아이브로우, 틴트, 블러셔 등의 화장품들이 진열된 코너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다이소의 매력은 누가 뭐래도 저렴하다는 것. 화장품 역시 마찬가지여서 5000원이 넘는 제품은 거의 없다고 한다.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고가의 브랜드 뷰티 제품 하나 가격이면 10개 이상의 다이소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 서울에 산재한 다이소 매장에선 젊은 엄마와 딸이 함께 화장품을 고르는 모습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볼 수 있다고. ‘K팝’과 ‘K푸드’에 이어 ‘K뷰티’의 물결까지 유럽인들을 매혹하고 있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다. 다이소에겐 한 걸음 더 나아가 ‘저렴하면서 품질까지 좋은 화장품’을 판매햐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5-02-12

대구문예진흥원 ‘예술인파견지원-예술로’ 공모 선정

(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하 문예진흥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주관하는 ‘2025년 예술인 파견지원 - 예술로’ 지역사업 공모에 6년 연속 선정됐다. 이번 공모에서는 11개 광역문화재단 중 최대 규모인 3억4800만원의 사업비를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10개 지역 기업·기관과 예술인 50명에게 지원할 예정이다. ‘예술인 파견지원 - 예술로’ 사업은 예술인과 기업·기관을 매칭해 예술적 역량과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고, 예술인의 직업 안정화와 예술적·사회적 가치 확산을 목적으로 한다. 문예진흥원은 2020년부터 5년간 총 57팀, 285명의 예술인을 지역 기업·기관에 파견했으며, 2023년부터는 전국 단위 ‘예술로’ 지역사업 주관처 평가에서 2년 연속 수상하는 등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예술인들은 참여 공모를 통해 선발되며, 기업·기관과 함께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이를 통해 기업·기관의 이슈를 해결하고, 예술인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활동 종료 후에도 지속적인 성과 관리를 통해 예술인들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예술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11

캔버스 안과 밖 ‘경계에서’ 청년작가 홍아현 개인전

홍아현作 (재)달서문화재단 달서아트센터(DSAC)는 오는 3월 18일까지 달서아트센터 본관 입구 갤러리 라온에서 ‘홍아현 개인전: 경계에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미술대학 졸업 5년 이내의 지역 청년 작가 7인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2025년 DSAC 갤러리 라온 시리즈’ 프로그램의 첫 번째 순서로 마련됐다. 홍아현(대구대) 개인전은 이 시리즈의 포문을 여는 전시다. 갤러리 라온 시리즈는 12월까지 계속되며, 미술대학 5년 이내 졸업자를 대상으로 지역 대학의 추천과 심의를 거쳐 7명의 작가를 선발했다. 2025년 갤러리 라온 시리즈에 선정된 7명의 작가는 홍아현(대구대), 박현지(계명대), 김준성(계명대), 김동훈(영남대), 최창민(경북대), 박지원(동국대), 현채은(영남대)이다. 이들은 회화, 조각, 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시각예술로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선보일 예정이다. ‘경계에서’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준비한 홍아현 작가는 “개인이 느끼는 내면의 불안과 두려움이 동시대 사회의 관계와 괴리에서 비롯되었다”며 “캔버스 안과 밖의 경계에서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탐색하는 교감을 통해 서로의 두려움을 이해하고, 개인의 내면적 경험과 사회적 현실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하며 서로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자 한다”고 창작 의도를 밝혔다. 이를 통해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내면과 외부 세계의 경계를 탐구하고 새로운 해석과 소통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성욱 달서아트센터 관장은 “지역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DSAC 갤러리 라온 시리즈가 앞으로 기성 작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되길 기대한다”며 “예술가로 성장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지역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11

화폭 수놓은 나비의 날갯짓… 문형철 서양화가 초대전

문형철作 문형철 서양화가의 초대전 ‘반짝이는 생명’이 지난 1일부터 3월 30일까지 경주 라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서는 나비를 주요 모티프로 한 ‘꿈(DREAM)’ 연작과 생명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담은 작품 등 총 20여 점을 선보인다. 중견 작가로서 대구에서 작업을 해온 문형철(64) 작가는 ‘생명’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자연물과 인간을 섬세하고 독창적인 색채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은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질감으로 시각과 촉각을 자극하며, ‘현실의 창으로 본 생명의 재현’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문형철은 영남대학교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묘사의 대상은 변해왔지만 ‘현실의 창으로 본 생명의 재현’이라는 주제는 일관된다. 생명의 재현에서 촉각과 시각이 하나의 조형 공간으로 수렴돼 색의 다성악을 이루면서 사회적 색채를 구현한다는 점 또한 문형철 작품만의 특징이다. 전시회의 ‘꿈(DREAM)’ 연작은 애벌레에서 나비로, 나비에서 꿈으로, 나에서 장자로, 장자에서 모든 너에게로 움직이는 관계를 형상을 통해 색채로 묘사한 작품들이다. 나비를 주요 모티프로 연약한 나비의 날갯짓에 차가운 금속의 무게를 더해 우리의 상식적인 정서를 ‘아포리아(수수께끼)’로 만들어 버린다. 이러한 작품은 인공적이고 산업적인 도시의 삶, 자본에 따라 형성되는 관계, 그 관계 속의 인간의 모습을 모두 포함한 ‘관계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 작가는 초기 작업부터 ‘형상’과 작품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지속해왔으며, 이를 통해 생명의 감각을 섬세하게 표현하고자 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나비가 꽃송이로 사라지거나 꽃송이에서 나비의 무리가 출현하는 등 경계가 나뉘지 않는 극적인 전환이 일어나며, 이를 통해 색채의 변주를 통해 생명의 감각을 실현한다. 또한, 작가는 색채를 통해 대상의 구조를 드러내며, 이를 통해 움직임과 흐름을 만들어내는 독창성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인간의 모습을 다루거나, 망 위에서 떠도는 배아, 과다 노출된 듯한 색감 처리 등을 통해 산업적이고 자본의 상징 숲을 배회하는 형상들을 표현하며, 풀, 잎사귀, 배아, 나비 등의 형상을 자연스럽지 않은 색감으로 묘사해 기술 사회적인 색채를 드러낸다. 문형철 작가의 일명 ‘나비꽃’ 그림은 감각적으로 신기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간단한 듯하면서도 끝나지 않는 감각의 바이브와 물리적인 진동이 작품에 상존하며, 이는 주관의 내면에서 유래한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주관의 내면과 추상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현실감이나 허구적인 이야기를 생산하는 ‘그 현실’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철저하게 손으로 그린, 성실과 반복의 노동집약적인 작업 속에 쌓여가는 실천지로 작가는 사실과 허구의 혼합적인 ‘기술이미지의 기미’로 동시대 현실을 재현한다. 문형철 작가는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다. 제1회 매일미술대전 대상 수상, 제1회 공산미술제 특선, 제17회 대구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하며 청년 작가로서 주목받아 그 입지를 굳혔다. 현재는 경북 청도의 작업실에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11

해양도시이자 철강공업도시, 포항을 채운 색깔은

유병재作 포항지역 사진연구모임 공간너머와 갤러리포항이 공동 주최하는 사진 기획전 ‘2025 신진작가전 - 유병재’가 갤러리포항(포항시 북구 죽도로19 2층)에서 오는 14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포항 유일의 사진 전문 갤러리인 갤러리포항이 올해 선정한 신진사진작가인 유병재 작가의 전시 ‘Pohang in Color’로 구성됐다. 중진 사진작가 최흥태가 전시 기획을 맡아 지역 사진 인재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공모전의 취지를 살렸다. 40대 후반의 유병재 작가는 ‘Pohang in Color’라는 주제로 포항의 일상적인 풍경을 형태와 색상으로 단순화해 미니멀리즘 표현 방식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이탈리아의 순수 예술 사진의 거장인 프랑코 폰타나의 영향을 받은 유 작가는 포항의 공간을 색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포항은 해양 도시이자 철강 공업 도시로, 다양한 지역과 외국에서 온 사람들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을 색채와 접목시켜 컬러 속에 숨어 있는 포항의 모습을 선택과 생략, 그리고 색채로 포착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총 24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 중 자연을 담은 송도, 칠포, 구룡포 등 포항 인근 해변의 풍경을 강렬한 색감과 과감한 보색으로 보여주는 풍경 작품들은 마치 그림처럼 매혹적이고 평면적이다. 강렬한 색감 대비와 간결한 구도는 신비감을 더하며, 우리가 알고 있던 자연의 모습이 맞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또 다른 작품으로는 한동대 인근 동네 등 도심을 담은 작품이 있다. 이 작품들은 도심과 사물을 특별한 시점으로 하나의 풍경처럼 표현한다. 작가는 건물이나 물체의 전체 형태를 담기보다는, 그것들이 겹쳐지는 특정 부분을 확대해 내부 공간, 부피, 조형적 관계와 상호작용에 집중한다. 작가에게 사진은 단순히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해석의 차원이다. 유병재 작가는 작업노트에서 “사진가는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이야기를 제공하지만, 그 이야기는 관객에 의해 다채롭게 해석되고 완성된다”며 “촬영된 사진은 과거의 순간을 담고 있지만, 보는 이의 개인적 감정에 의해 다시 현재로 소환되어 시공간을 초월하는 감정의 연결고리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진국 갤러리포항 관장은 “신진작가뿐만 아니라 사진작업을 하는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덕목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이며, 단순히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와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창작의 길은 쉽지 않지만, 그만큼 보람 있고 아름다운 여정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컬러 속에 녹아 있는 포항의 다양성을 개인적 시선으로 해석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윤희정기자

2025-02-11

혼란 속 질서 찾으려 한 몸부림 선인들은 어떻게 亂을 극복했나

한국국학진흥원은 최근 ‘난(亂)’을 주제로 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2025년 2월호를 발행했다. 이번 호에서는 연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과거의 난을 극복한 선인들처럼 지금의 어려움도 함께 이겨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 조선시대 뉴스 미디어, 조보로 전해진 홍경래의 난 ‘조선 최대의 내란, 홍경래난은 어떻게 전국에 알려졌나’에서는 연세대학교 성아사 박사가 1811년 평안도에서 발생한 홍경래의 난이 체계적인 조직력을 바탕으로 정부군에 맞서 일어난 대규모 반란이었으며, 조선시대의 뉴스 미디어였던 조보(朝報)를 통해 전국적으로 소식이 퍼져나갔다고 설명했다. 또, 안동권씨 수곡문중에서 기탁해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보관 중인 ‘역서(曆書)’에는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고 전한다. △ 난(亂)의 역사를 담고 있는 작품들 정용연 작가는 ‘난(亂)을 소재로 그린 만화들 정가네 소사에서 백정 동록개까지’에서 역사에 기반을 둔 창작 활동의 여정을 담담하게 펼쳐놓았다. 정용연 작가의 첫 장편작 ‘정가네 소사’는 작가 본인 및 가족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전쟁 와중에 일상이 사라진 가족과 마을의 이야기를 다룬다. 제주 원주민과 목호의 아픈 역사와 비극을 그린 ‘목호의 난 1374 제주’, 조선시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친정 가는 길’, 그리고 갑오농민전쟁 당시 ‘동네 개’로 불린 백정 동록개를 다룬 ‘백정 동록개’까지, 작가는 역사적 사건의 저변에 흐르는 인간의 고뇌와 아픔,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 난(亂)을 풀어내는 다양한 시선 이외에도 ‘웹진 담(談)’에서는 ‘난(亂)’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스토리웹툰 독(獨)선생전’ 13화 ‘꽃의 세상’에서는 정감록을 퍼뜨려 역모를 꾀했다는 죄로 거열형을 받는 무녀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각색했다. ‘선인의 이야기, 오늘과 만나다’의 ‘존재가 역적이 된 왕, 연산’에서는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다양한 층위를 느껴볼 수 있다. ‘백이와 목금’의 ‘난리통에 죽은 귀신을 달래다’에서는 역병을 달래기 위해 여제(53B2祭)를 준비하는 한 사또와 세책방 낭자 목금의 이야기를 다룬다. ‘스토리테마파크를 쓰다’의 ‘난민, 난민(亂民)과 난민(難民)’에서는 영조 대의 서원 훼철(毁撤) 사건, 을미사변, 3·1 운동, 그리고 오늘날의 사건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난민(亂民)과 난민(難民)을 조명한다. 웹진 ‘담’은 한국국학진흥원 스토리테마파크 홈페이지(https://story.ugyo.net/front/webzine/index.do)에서 볼 수 있다. /윤희정기자

2025-02-10

경북문인협회 “문학으로 세상을 이롭게”

(사)한국문인협회 경상북도지회(이하 경북문인협회)는 지난 8일 오후 2시 경북여성정책개발원에서 2025년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단독 후보로 출마한 김신중 전 ‘경북문단’ 편찬위원장이 제29대 회장으로 뽑혔다. 감사로는 고재동 시인(안동)과 김인수 시인(영덕)이 선출됐고, 부회장에는 김동수(시, 상주), 김용진(시, 포항), 김정화(시, 안동), 박윤희(시, 구미), 조광식(시, 경주) 등 총 5명이 선임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호운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김민정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박찬선 낙동강문학관장, 김원길 지례예술촌장, 권오수 경북예총회장 등의 내빈과 도내 20개 지부 회원 200여 명이 참석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1부 정기총회와 2부 제28·29대 회장단 이·취임식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김신중 신임 회장은 ‘소통하고 공감하며 문학으로 세상을 이롭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취임사를 통해 “문학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인간의 정신과 감성을 풍요롭게 하는 힘이 있다”며 “급변하고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 속에서도 문학이 지닌 가치와 역할을 지켜나가며, 경북 지역에서 회원들의 뜻과 힘을 모아 경북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경북문학의 정체성 확립 및 계승, 타 단체와의 다양한 MOU 체결을 통한 회원들의 문학적 역량 향상, 화합과 소통을 통한 경북문학의 성숙과 순수성 회복, 한국문인협회 등과의 교류 활성화를 통한 경북문인협회의 위상 제고 등을 약속했다. 김신중 회장은 영주시 출신으로 1995년 ‘월간문학’을 통해 시 부문으로 등단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시집 ‘집에 돌아와 불을 켜다’, ‘둥근 밥상’과 사화집 ‘잠들지 못하는 것들이여, 안녕’등이 있다. 그는 영주문협지부장, 경북중등문예교육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문학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며, 현재는 한국문인협회 문인권익옹호위원, 영주문화연구회 회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러한 업적을 인정받아 교육부장관상, 경상북도문학상, 홍조근정훈장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10

올해 수성신진작가에 ‘권세진’ 선정

대구 수성아트피아는 2025년 수성신진작가로 권세진(38) 작가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수성아트피아의 신진작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작가선정 이벤트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총 10명의 신진작가를 발굴했다. 지난해 선정작가는 ‘NEW-WAVE’라는 주제로 설치작가 곽이랑 작가였다. 2023년에는 역대 선정작가들의 작품을 재조명하는 전시 ‘디아스포라’를 개최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선정은 기존의 공모 방식을 개선해 전국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작가추천위원회가 후보 작가를 추천하고, 수성아트피아 운영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선정하는 형식으로 선정방식이 전환된 첫해의 결과물로서 의의가 깊다. 권세진 작가는 전통적인 한국화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일상의 풍경을 수묵화로 재구성하는 독특한 작업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권세진 작가는 포항 출신으로 경북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같은 대학 일반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이후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 대구, 제주, 포항 등 다양한 지역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해 왔으며, 그의 작품은 대구미술관과 서울시 등 공공기관에 소장돼 있다. 특히, 권 작가의 대표적인 ‘조각 그림’ 기법은 해체와 재조합을 통해 다층적인 시간성과 공간감을 표현하며,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수묵화를 선보인다. 수성아트피아는 선정된 작가에게 800만원의 창작지원금을 비롯해 개인전 개최를 위한 2500만원 상당의 지원을 제공한다. 이 지원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서, 평론가와의 매칭을 통해 창작 과정의 전반적인 역량을 강화하고, 전시와 관련된 다양한 홍보 및 아카이빙 작업을 지원하는 등 작가의 전시 준비를 종합적으로 돕는다. 또한, 전시 도록 및 사인물 제작, 작품 사진 촬영 및 영상 제작, 전시 오픈식 등 다양한 행사와 관련된 준비를 포함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창작 과정과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준비된다. 권세진 작가의 개인전은 오는 7월 15일부터 8월 10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되며, 이 기간 관람객들에게는 프라이빗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과 작가의 이야기를 더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10

이상과 현실 사이의 예술가, 파울 힌데미트

박정은 객원기자 헤르만 헤세는 말했다. “내 속에서 솟아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 보려고 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우리는 살아가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내면의 소리대로 살아가고 싶은 이상과 지금 여기를 살아야 하는 현실 사이의 격차는 종종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 갈래에서 의지로 장벽을 넘어 한계를 제약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기력함을 느껴 현실과 타협하기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파울 힌데미트(1895~1963)는 이러한 격차를 극복하고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현실적인 고찰을 한 대표적인 인물로, 1895년 독일 하나우에서 태어났다. 그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비올리스트, 작곡가로 활동하며 20세기 독일 음악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음악은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은 곡들, 현대음악 초기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곡들, 그리고 바로크 양식과 현대음악의 결합을 지칭하는 신고전음악 스타일의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초기에는 의도적인 불협화음과 과감한 화음 진행이 많았지만, 점차 낭만적인 선율과 익숙한 조성의 흐름 아래 작곡했다. 힌데미트는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했으며, 1914년에는 프랑크푸르트 음악원에 입학하여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그의 스승인 아돌프 레브너는 자신의 4중주단에 그를 합류시킬 정도로 그의 실력을 높이 평가했다. 같은 해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관현악단 부악장으로 입단했고, 1917년에는 악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그는 비올리스트로 활동하며 비올라를 위한 곡을 쓰는 데에도 많은 애착을 보였다. 특히 그의 관현악곡에서는 비올라가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부분이 자주 등장한다. 그의 음악적 삶은 지속적으로 변화했다. 바이올리니스트에서 비올리스트로, 연주자에서 작곡가로, 불협화음에서 협화음으로, 나치 정권의 협조자에서 망명자로. 순수 독일 혈통인 힌데미트는 그의 대표작 ‘화가 마티스(1933~34)’를 통해 나치 정권과의 갈등을 겪었다. 이 작품은 힌데미트가 직접 대본까지 작성한 오페라 교향곡으로, 귀족에 대항해 농민의 편에 선 화가 마티스의 행적을 찬양하고, 억압의 시대에 살고 있는 예술가의 역할에 대해 언급하는 등 나치 정권을 자극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로 인해 그의 음악은 ‘타락한 음악’으로 분류됐고, 결국 그는 미국으로 이주하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작곡가로서 힌데미트의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업적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아마추어 음악을 작곡했다는 점이다. 불협화음이 난무하는 현대음악은 일반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 이러한 현실에서 힌데미트는 실용음악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이는 단순히 재즈나 팝과 같은 특정 장르의 음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음악(실제 사용을 위한)’이라는 개념으로 작곡한 것이었다. 그는 쉬운 곡들을 작곡함과 동시에 청중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무대를 없애고 청중과 연주자의 경계를 없앴으며, 서로 가까이서 교감할 수 있도록 해 청중이 더 쉽게 음악을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음악적 성향은 힌데미트가 결국 현실적으로 따르게 된 19세기 낭만주의 음악 사상을 거부하는 ‘신고전주의’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힌데미트는 초보자도 연주할 수 있는 ‘기악합주를 위한 학교용 작품’을 작곡했으며, 어린이들도 쉽게 연주하며 노래할 수 있는 ‘우리 함께 마을을 만들어요’라는 노래극도 만들었다. 이처럼 그는 사회 각계각층에서 요구하는 바를 잘 수용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 과거와 현재,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 파울 힌데미트. 우리는 현실을 선택한 사람을 보고 진실되지 않다고 비난할 수 없다. 오히려 한층 더 성장한 자아를 확립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고 설레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이 타인의 인정과 편의일 수도 있고, 오로지 나의 열정일 수도 있다. 힌데미트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지치지 않는 노력과 열정을 기울이면서도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갔다. 인간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을 피할 수 없지만, 이를 넘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2025-02-09

새로운 시대감성의 민속춤 ‘상선약수’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민속춤을 재해석한 창작 공연 ‘상선약수’(上善若水)가 포항 무대에 오른다. 포항문화재단은 오는 3월 7일 오후 7시 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개최할 올해 첫 기획공연으로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상선약수’를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연은 김충한 예술감독이 지난해 6월 부임 후 상반기 정기공연으로 처음 선보여 호평받은 작품이다. ‘상선약수’는 노자의 도덕경 8장에 나오는 말로,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공연은 일무, 태평무, 승무, 탈춤 등 민속춤을 변용한 총 여덟 편의 춤으로 구성됐다. 민속춤의 대표 종목들을 해체·재구성해 새로운 시대 감성을 불어넣었다. 특히 그동안 민속춤의 원형을 그대로 선보였던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민속춤에 변화를 모색해 정기 공연으로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평무, 훈령무, 승무, 살풀이 등 주로 독무로 공연되는 민속춤들을 이번 공연에서는 모두 군무로 구성했다. ‘상선약수’는 ‘프롤로그’, ‘태평연월, 그 오래된 염원’, ‘일만 년의 기상’, ‘법고(法鼓)는 그리움을 부르고’, ‘마음이 들고 나니 인연의 바다라!’, ‘술잔을 피해가는 학(鶴)’, ‘흩어진 가락의 자유’, ‘또 다른 나를 찾아서’, ‘조화로운 기억’, ‘에필로그’에 이르는 10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에서는 궁중 춤을 숭상하는 민속춤이 일상을 품고 어울림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무’는 문무와 무무의 인위적 구별 없이 ‘일무’의 기본 틀에 정제된 근대 한국 춤의 화려한 위상을 부각한다. ‘태평연월, 그 오래된 염원’에서는 섬세한 버선발 디딤과 화려한 사위를 실은 시선이 우리 음악을 주조하는 악단과 조명의 도움으로 춤의 목적에 이른다. ‘일만 년의 기상’에서는 군을 지휘하는 훈련대장의 모습을 그린 훈령무, 남성 군무가 대취타의 웅장함을 운용하며, ‘법고는 그리움을 부르고’에서는 승무를 위한 타악 도구들이 진설된다. ‘마음이 들고 나니 인연의 바다라!’에서는 살풀이춤이 응축된 내부의 기를 모아 꾸밈없이 수수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한 춤을 보여준다. ‘술잔을 피해 가는 학’에서는 마당 춤 한량무가 동작이 활발하고 오락성이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흩어진 가락의 자유’에서는 산조춤이 거문고 산조를 앞세우고 상큼한 춤을 보여준다. ‘또 다른 나를 찾아서’에서는 해서 지방의 탈놀이인 탈춤이 신명을 내고, ‘조화로운 기억’에서는 장구춤이 신명의 시원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에서는 전통춤이 하나가 돼 노래하며, 장구한 역사 속에 민족정신을 흡수, 반영하면서 특유의 몸짓이 돼 공동체적 화합 정신이 담긴 민속춤이 된다. 김충한 예술감독은 “우리 춤의 뿌리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교각의 견고함이 아니라 그 사이를 넘나들며 도도하게 흐르는 물줄기의 변화무쌍함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공연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우리 춤의 전통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담아낸 수작으로 평가받는 ‘상선약수’는 전통춤의 범주와 확장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09

불러만 봐도 뭉클한… ‘친정엄마와 2박3일’ 대구 공연

불러만 봐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엄마라는 이름. 중병에 걸려 친정에 돌아온 딸과 친정엄마의 마지막 시간을 담은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이 대구를 찾아온다. 오는 22일 오후 2시·6시, 23일 오후 2시 대구 계명아트센터. ‘친정엄마와 2박3일’은 혼자 잘나서 잘 사는 줄 알던 깍쟁이 딸 미영과 딸을 낳은 것이 살면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다는 친정엄마 최 여사가 시한부 미영의 죽음을 앞두고 2박3일을 함께 보내는 이야기다. 2009년 1월 초연 이후 15년간 한 해도 쉬지 않고 중·대형 극장에서 전국투어를 이어온 작품이다. 미국 LA, 뉴욕을 포함 국내외 800회 이상 공연, 누적 관객 90만 여명을 기록한 연극계 스테디셀러다. 공연은 ‘국민엄마’로 알려진 강부자와 친숙하고 선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윤유선이 주연을 맡아 큰 화제를 모았다. 강부자는 모성애 넘치는 엄마 ‘최여사’ 역을, 윤유선은 깍쟁이 딸 ‘미영’ 역을 맡아 명품 연기를 펼친다. 두 배우는 알콩달콩하고 때로는 티격태격하는 모녀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잘나가는 서울 깍쟁이 딸 미영은 어느 날 연락 없이 시골 친정집을 방문한다. 모두들 타지로 떠나고 아버지도 없는 친정 집에는 엄마 혼자 쓸쓸히 전기 장판에 따뜻함을 의지하며 지내고 있다. 혼자서는 밥도 잘 차려먹지 않는 엄마의 모습에 궁상맞고 속상해 화를 내고, 엄마는 연락도 없이 내려온 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속상하기만 하다. 오랜만에 본 딸의 모습은 어딘가 많이 아프고 피곤해 보임을 눈치챈 친정엄마는 점차 다가올 이별의 시간을 직감하게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09

“시민 모두가 행복한 여성친화도시 만들 것”

제15대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 회장에 김신영(58·사진)씨가 선출됐다.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이하 포항여협)는 6일 포항여협 사무실에서 개최한 ‘2025년 정기총회’에서 김 회장이 추대됐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달 24일 하루 동안 진행된 후보 등록에서 단독으로 출마 신청해, 포항여협 신임 회장으로 선임됐으며 임기는 오는 3월 1일부터 내년 2월까지다. 김 회장은 지난 2023년 1월부터 (사)한국여성농업인포항시연합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포항시농업인단체협의회 사무국장, 제14대 포항시여성단체협의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부회장에는 포항시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여성회장 박금숙씨와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포항시여성회장 조정원씨, 감사에는 포항여성인권지원센터 봉사회장 최옥숙씨, (사)한국여성유권자연맹포항지부 회장 심필순씨가 선출됐다. 김신영 회장은 “앞으로 여성단체협의회가 한 단계 도약해서 지역 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제15대 임원진과 회원들이 힘과 마음을 모아 시민 모두가 행복한 여성친화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기총회는 지난해 사업·회계 결산보고를 통해 사업 결과를 공유했으며, 올해 사업계획 및 예산안 승인 등 추진할 주요 사업을 심의했다. 포항여협은 28개 여성단체 회장들로 구성돼 있는 지역의 대표적인 여성단체로, 여성 권익 향상 및 여성 사회참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06

세상을 설명하는 흥미로운 수학 이야기

신간 ‘수학의 발견 수학의 발명’(베누스)은 수학의 역사와 철학을 아우르며, 일상에서 접하는 수학적 개념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책이다. 수학이 발견인지 발명인지, 수학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수학이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가 되는 이유를 다양한 예시로 설명한다. 저자 앤 루니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뉴넘 칼리지에서 왕립 문학 기금 특별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며, 영국 왕립 문학 기금 수혜 작가이자 영국 학교 도서관 협회 정보 도서상 수상자다. 그는 이 책에서 부제 ‘세상을 설명하는 26가지 수학 이야기’로 고대 수 체계부터 팬데믹 모델링, 외계 생명체와의 교신 가능성, 생일 역설 등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다. 책은 수학이 어렵고 먼 학문이 아닌, 일상 속 필수 도구임을 일깨우며 수학에 대한 편견을 바꾼다. 독자는 이를 통해 수학적 사고의 힘을 얻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작가는 수학의 원리를 쉽고 생동감 있게 풀어내면서 수학이 우리 일상과 우주를 이해하는 데 어떻게 기여하는지 철학적이고 실질적으로 탐구한다. 바빌로니아인의 60진법 체계부터 팬데믹 확산 분석, 외계 생명체와의 교신 가능성, 생일 역설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수학이 단순한 계산을 넘어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얼마나 유용한지를 보여준다. 1장 ‘수학은 발견되었나, 발명되었나’에서는 수학의 기원에 대한 논쟁을 다룬다. 피타고라스와 플라톤 같은 철학자들은 수학이 인간의 이성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진리라고 본 반면, 수학이 발명됐다고 보는 입장은 수학을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든 언어로 본다. 이 두 관점은 수학의 현실 세계 적용성을 탐구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6장 ‘바빌로니아인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에서는 바빌로니아의 수 체계인 60진법을 소개한다. 이 수 체계는 오늘날 시간과 각도 단위 체계에 남아 있으며, 우주의 거리를 측정하는 데도 쓰인다. 이를 통해 수학적 상상력이 시간을 초월해 현대 과학 기술에 미친 영향을 탐구한다. 9장 ‘통계는 순 엉터리에 사기일까’에서는 숫자 뒤에 숨은 진실을 파악하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인지 오류는 통계가 판단을 왜곡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인, 광고주, 언론인이 통계를 조작하는 방법도 다룬다. 17장 ‘팬데믹, 우리는 이대로 죽는 걸까’에서는 팬데믹의 확산과 종식을 R0(기초감염재생산수) 값의 변화로 분석한다. R0 값은 질병의 전염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개념으로서 전염병의 전파와 대응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준다. 18장 ‘외계 생명체는 과연 존재할까’에서는 드레이크 방정식을 통해 은하계 내 지적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수학적으로 추정한다. 수학이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21장 ‘두 사람이 같은 생일일 확률은 얼마일까’에서는 생일 역설을 통해 직관을 넘어선 확률의 세계를 다룬다. 30명이 있는 공간에서 두 명 이상의 생일이 같을 확률이 50퍼센트를 넘는다는 사실을 통해 확률의 세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한다. 이 책은 수학의 본질을 탐구하는 동시에 수학적 사고의 세계를 열어준다. 복잡한 원리를 쉽게 이해하도록 풀어내는 저자의 스토리텔링은 수학을 어렵게 느끼는 독자에게도 수학의 매력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2025-02-06

“관찰하고 그리다” 새로운 시각으로 본 자연

생물학자 마거릿 코훈과 환경 예술가 악셀 이월드가 함께 쓴 ‘식물을 보는 새로운 눈’(안그라픽스)은 자연을 관찰하고 그리는 연습을 통해 사계절을 여행하면서, 자연을 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예술과 과학과 철학이 한데 어우러져 있지만, 쉬운 말로 쓰인 글과 일러스트레이션을 함께 엮어 책 속의 여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법’을 익힐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예술에서 과학으로 전환함으로써 또는 과학을 할 때 예술을 사용함으로써’ 식물을 관찰하는 방법을 발전시킨 작가이자 자연과학자였던 괴테의 총체적인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 하며, 이를 통해 예술로서의 과학을 실천하는 새로운 방법의 문을 열어주고자 한다. 우리는 서로를 보완하는 두 활동, 즉 자연을 관찰하는 활동과 그리기라는 예술 활동을 통해 사물을 깊이 있게 인식할 수 있다. 책 속에는 식물에 관한 상세한 과학적 사실과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통찰을 비롯해 씨앗부터 새싹, 꽃과 열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물을 아름답게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이 어우러져 있다. 저자 마거릿 커훈은 이 책의 효용이 ‘적극적인 참여’에 있으며 이 책은 워크북(실습서)임을 밝힌다. 책 곳곳에 식물을 관찰하고 그리는 방법뿐 아니라 흐름꼴이나 빛과 어둠 등을 그리는 방법에 관한 유용한 제안이 있어 독자들은 직접 그리기 연습을 해볼 수 있다. 책의 계절은 감자를 캘 무렵인 늦가을 혹은 초겨울에서 시작하며, 한겨울과 봄과 여름을 지나 탐스럽게 열린 열매를 수확하는 가을로 돌아와 끝난다. 계절의 순서를 따르지만 읽는 순서는 고정돼 있지 않다. 지금 계절에 맞춰서 읽어도 되고, 처음부터 읽은 뒤 지금 계절에 맞는 장으로 돌아와도 된다. 마지막에는 식물표본집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흥미로운 부록과 옮긴이 이정국 번역가의 글이 수록돼 있다. 이 책과 비슷한 과정을 수행한 적 있는 옮긴이는 막연하고 지루한 느낌과 씨름하다가 봉오리가 터진 순간의 충격과 큰 울림을 글로 공유한다. 저자들이 여는 글에서 말한다. “만일 이 책으로 인해 독자들 마음 안에 살아 있는 식물의 세계를 향한 경이로움과 적극적인 관심, 그리고 그 성장과 발전에 창조적으로 참여하는 마음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새로운 인식 기관을 위한 씨앗, 즉 ‘식물을 보는 새로운 눈’으로 성장할 씨앗 하나를 독자들에게 심었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06

AI가 탄생하기까지의 다섯 번의 혁신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AI 기업가인 맥스 베넷은 인간의 지능 너머 AI가 탄생할 수 있었던 비밀은 인간 계통의 뇌에서 일어난 다섯 번의 혁신에 있다고 말한다. 그의 저서 ‘지능의 기원’(더퀘스트)은 뇌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 인간의 본질을 알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AI 산업을 이끌어가는 사람과 미래의 변화를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베넷은 인간의 지능이 출현하기까지 그리고 인간이 새로운 지능을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전체를 요약하면 다섯 번의 혁신이 누적된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진화적 관점과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통합해 새로운 통찰을 전하며, 뇌과학의 현주소를 만나는 최적의 안내서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최초의 지능이 탄생한 순간부터 인간의 지능이 출현하기까지, 그리고 인간이 새로운 지능을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전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조종(Steering): 5억5000만 년 전 우리 조상들은 뇌를 갖춘 좌우대칭동물로 바뀌면서 조종을 통한 탐색이라는 혁신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신경학적 변화를 이뤘다. △강화(Reinforcing): 약 5억 년 전 등장한 물고기처럼 생긴 척추동물은 강화학습이 가능해지면서 미래의 보상을 예측하고 호기심이 생겼으며 패턴을 인식할 수 있게 됐다. △시뮬레이션(Simulating): 초기 포유류에서 새롭게 등장한 뇌 구조인 새겉질 중 감각새겉질이 바깥세상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이마엽새겉질이 자기 모델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만든 결과 초기 포유류는 대리 시행착오, 반사실적 학습, 일화기억 등을 통해 포식자를 따돌리며 시뮬레이션을 무기화해갔다. △정신화(Mentalizing): 초기 영장류에게는 마음이론, 모방학습, 미래의 필요예측이라는 큰 세 가지 축이 등장하면서 성공적으로 과일을 채집하면서도 정치공작을 벌이는 능력을 동시에 촉발시켰다. △언어(Language): 초기 인류는 아프리카 사바나 숲이 사라지면서 도구를 만들고, 육식으로 생존하는 생태적 지위로 내몰렸다. 이런 생태적 지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세대를 거쳐 도구 사용법을 정확하게 전파할 수 있어야 했고, 그 결과 원시언어가 등장했다. 이 가능성을 위해 뇌의 오래된 구조물들이 재조정되면서 뒷담화, 이타주의, 처벌의 되먹임고리를 바탕으로 한 퍼펙트 스톰이 야기됐다. 이 다섯 번의 혁신이 이 책을 구성하는 지도이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험의 이정표 역할을 한다. 각각의 혁신은 뇌가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거나 강력한 되먹임고리에 갇혔던 시기에 등장해 동물들을 새로운 지적 능력의 포트폴리오로 무장시켰다. ‘지능의 기원’은 인간 지능의 진화를 설명할 뿐만 아니라, 미래 인공지능의 발전 방향에 대한 비전도 제시한다. 저자인 베넷은 언어모델들이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받으며 크기를 키워나가더라도, 외부 세계나 마음에 대한 내부 모델을 통합하지 않으면 거대한 언어모델(LLM)이 인간의 지능에 대한 본질적인 무언가를 담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한, 저자는 AI와 인간의 상호작용이 완전해지면 뇌의 여섯 번째 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인공 초지능’이라고 불리며,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는 디지털 매체에서 새로운 형태의 지능을 창조하는 단계로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공 초지능의 발전 속도와 방향은 기존의 진화 과정과는 다를 것이며, 심지어 기존의 진화체계 자체도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 즉, 인공 초지능은 기존의 패턴을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진화를 이뤄낼 것이라는 의미다. /윤희정기자

2025-02-06

독창적 지역 콘텐츠 활용 ‘대구 문화예술 트렌드’ 주도한다

대구 달서아트센터는 올해 ‘대구의 새로운 문화예술 중심도시 달서’를 비전으로, 국내외 최정상급 아티스트 초청과 장르별 페스티벌, 콘서트, 자체 제작 콘텐츠 등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고급문화 향유, 문화예술 트렌드 주도, 달서구 문화 브랜드 정립, 장르별 전문 예술 축제, 지역 예술계 활성화,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 프로그램 등 6가지 기본 운영 방향을 설정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외 최고 수준의 공연 개최로 고급문화 향유 ‘DSAC 시그니처 시리즈’는 국내외 최정상급 아티스트를 초청해 최고 수준의 정제되고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인다. 먼저, 3월에는 국제적 권위의 경연대회인 2015년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와 2022년 장 시벨리우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의 리사이틀이 준비돼 있다. 5월에는 세계적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의 첼로 리사이틀이, 6월에는 피아노의 황제 미하일 플레트네프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대구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또한, 7월에는 ‘맨발 연주’로 유명한 스타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의 첫 내한 공연이 예정돼 있고, 8월에는 2021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세미파이널에 오른 스미노 하야토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계획돼 있다. 마지막으로, 9월에는 세계적 권위의 경연대회인 ‘2025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리사이틀’이 단독으로 펼쳐진다. □독창적인 콘텐츠 제작을 통한 문화예술 트렌드 주도 ‘플레이리스트 언타이틀’은 50명의 관객만 함께할 수 있는 프라이빗하고 몽환적인 무대 분위기의 공감각적 클래식 음악회다. 8월에는 ‘베르디’, ‘푸치니’, ‘모차르트’ 등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의 작품을 선보여온 달서아트센터의 전문 오페라 콘서트인 ‘베스트 컬렉션 시리즈’를 개최한다. 19세기 전반 화려한 기교와 극적인 고음의 벨칸토 오페라를 주도한 작곡가들의 주요 명작을 담은 ‘벨칸토 오페라 베스트 컬렉션’을 펼칠 계획이다. 10월에는 우주와 광활한 자연을 주제로 프로젝션 매핑, 홀로그램 등 뉴테크와 오케스트라 음악이 결합된 기술 융복합 콘서트 ‘인피니티’로 공연 장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예정이다. 11월에는 전문 한국 가곡 음악회 ‘2025 가곡열전’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DSAC 시즌 콘서트’에서는 4월에 ‘ADOY’, ‘SURL’ 등 국내 최고의 인디 밴드들이 참여하는 ‘인디 스테이션’이 준비돼 있다. 신춘음악회 ‘A NEW SATISFACTION’으로 봄을 맞이한 다음 어린이날 특별공연으로 길고양이 인식 개선을 위한 아동극 ‘동네 친구 냐옹이!’ 제작해 아이들에게 동물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의 방법을 제시한다. 12월에는 송년음악회 ‘아모르 콘서트’로 연말을 빛낼 예정이다. □지역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독창적인 달서구 문화 브랜드 정립 11월에는 공립극장의 작품 제작 능력을 극대화한 ‘DSAC 프로덕션’의 일환으로 자체 제작 뮤지컬 ‘월곡’이 공연된다. 2021년 초연 이후 지속적인 공연 개최를 해온 이 작품은 올해는 극의 디테일을 더하고 스타 캐스팅에 주력할 예정이다. 2023년 김천시와 2024년 안동시 초청 투어공연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타 시·도 공연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지역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또한, 7월에는 달서아트센터의 두 번째 신작으로 초연돼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한 넌버벌 퍼포먼스 ‘뚜들뚜들 선사시대’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달서구 대표 문화관광 콘텐츠인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업사이클링 악기를 활용한 체험형 공연 형태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 □장르별 전문 예술 축제 진행 ‘DSAC 아트 페스티벌’로는 총 3건의 예술 축제가 진행된다. 5월에는 영남대 교수 피아니스트 이미연이 예술감독을 맡은 관내 유일의 전문 피아노 음악 축제 ‘제8회 피아노 위크’가 진행되며 같은 달 말에는 대구 MZ 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는 지역 대표 인디 음악 축제 ‘제4회 레몬 뮤직 페스티벌’이 로컬 크리에이터 협업과 다채로운 페스티벌 기획을 통해 더욱 확장된 규모로 개최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청년 연극인들을 위한 무대 ‘제6회 달서청년연극제’도 9월에 개최된다. □지역 예술계 활성화 프로그램 문화가 있는 날 정기공연은 ‘DSAC 온 스테이지’로 진행되는데 달서아트센터는 2014년부터 매년 지역예술단체 공연 공모를 통해 다채롭고 우수한 공연 콘텐츠를 지역민들에게 제공했다. 지난해 12월에 진행된 공모에서는 50팀이 넘는 지역 단체가 지원해 4개 팀을 선정했다. 장르별 안배를 통해 척 프로젝트(무용), 탱고브릿지(음악), 판소리제작소 소리 담기(국악), 송클레어(성악), 회신 윤동주 귀하(음악), 밤트리오(재즈) 등 공연예술 전 장르의 우수한 콘텐츠를 4월부터 11월까지 만날 수 있다. 지역예술인 및 예술단체와 협업 제작프로그램으로 분기별 1건 정도(총 4회) 제작할 계획이며 후원 프로그램으로는 한국연극협회 대구광역시지회와 ‘제41회 대구연극제’와 지역예술인의 독주회를 지원하는 ‘와룡홀 대관 지원 프로그램’이 총 20건 이상 진행될 예정이다.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 프로그램 시행 관내 소외계층을 위해 직접 찾아가서 공연을 선보이는 ‘DSAC 문화나눔프로젝트’는 달서문화재단 후원회 ‘아모르 소사이어티’의 후원금과 자체 예산을 투입해 지역 주요 시설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공연’ 형태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 콘텐츠를 지역민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이성욱 달서아트센터 관장은 “2025년에도 최정상급 공연·전시 개최 및 유익한 콘텐츠 제작, 지역 예술계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대구 최고의 문화예술기관으로 자리매김하며, 시민들에게 문화예술의 진정한 가치와 소중함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05

뮤지컬 ‘시카고’ 대구 앙코르 공연

지난해 대구 공연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브로드웨이 대표 뮤지컬 ‘시카고’가 대구 관객과 감사 기념으로 다시 만난다. 2000년 국내 초연 이후 누적 관객 154만명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은 오는 7일부터 9일까지 한국 프로덕션으로 계명아트센터에서 앙코르 공연을 펼친다. 1975년 미국 뮤지컬의 신화적 존재인 안무가 겸 연출가 밥 파시가 처음 선보인 ‘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불륜을 저지른 남편을 살해한 여가수 벨마 켈리와 불륜남을 살해한 코러스걸 록시 하트의 몰락과 재기를 그린 작품이다. 1996년 연출가 월터 바비와 안무가 앤 레인킹이 재연한 뒤 세계 525개 이상 도시에서 27년 동안 4만여 차례 공연돼 브로드웨이 공연 역사상 가장 오래 공연되고 있는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은 범죄를 저지르고 수감된 여자 죄수들과 그녀들을 전문으로 변호하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대공황 이후의 시카고를 배경으로 격동기의 미국 사회를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작품은 1924년 시카고 트리뷴 지에 실려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살인사건 기사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시카고 트리뷴지의 기자이자 희곡작가였던 모린 달라스 왓킨스가 쓴 1926년 연극 작품 ‘작고 용감한 여인’이 원작이다. 작곡가 존 칸더와 작사가 프레드 엡이 만들어 낸 위트 있는 가사와 재즈 특유의 농익은 멜로디, 그리고 안무가 밥 파시와 앤 레인킹의 관능적이고 역동적인 춤 선은 ‘시카고’의 빼놓을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 이번 공연에는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한국 프로덕션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주역 및 조연 배우 최정원, 윤공주, 아이비, 박건형, 김영주, 김경선, 차정현, S.J.Kim 등 총 29명과 15인조 라이브 빅밴드 앙상블이 함께한다. 이번 대구 앙코르 공연은 7일 오후 7시 30분, 8일 오후 2시와 6시 30분, 그리고 9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04

달구벌 뜨겁게 달굴 ‘을사년 명작’들 만나보세요

대구 수성아트피아가 2025년을 맞아 세계적 수준의 공연 프로그램과 다채로운 전시 프로그램, 차세대 예술교육을 통한 새로운 도약을 마련 중이다. 예술의 대중화와 지역 문화 발전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한 단계 진화된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모습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2025년 수성아트피아의 주요 공연 라인업이다. △‘일생에 한 번은 봐야 할 공연’, 명품 시리즈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들의 무대로 채워지는 ‘명품 시리즈’는 6월 한국 고전의 미학을 발레로 재해석한 유니버설 발레단 ‘춘향’으로 시작된다. 이후 8월에는 세종솔로이스츠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특별 컬래버레이션 무대가 펼쳐진다. ‘개미’, ‘나무’ 등으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소설가 베르베르가 직접 대본을 쓰고 내레이션을 맡아 문학과 클래식의 독특한 만남을 선사할 예정이다. 11월에는 ‘현의 여제’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이 섬세하면서도 열정적인 연주를 선보이며, 12월에는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와 세계 최정상 실내악단 이 무지치(I Musici)의 협연으로 2025년 명품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다. △수성아트피아가 엄선한 무대의 정수, 스테이지S 수성아트피아는 무용, 국악, 뮤지컬, 이머시브 등 장르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무대예술의 정수를 담아내는 ‘스테이지S’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본고장의 예술혼이 담긴 탱고, 아르헨티나(무용)를 시작으로, 코믹과 SF, 현대무용이 어우러진 관객 참여형 공연, 차차차 차원이 다른 차원(이머시브),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극장이 선보이는 ‘라 트라비아타’(오페라)가 관객들을 찾아간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묘제례악(국악)과 한국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 ‘빨래’(뮤지컬)와 ‘난타’(뮤지컬), 그리고 피아니스트 김정원 리사이틀(클래식)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국제 콩쿠르 수상자 시리즈, 마티네 콘서트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차세대 클래식 스타들이 평일 낮 시간 ‘마티네 콘서트’를 통해 깊이 있는 음악을 선보인다. 3월 피아니스트 원재연(독일 칼 로버트 크라이텐 프라이즈 우승자)을 시작으로, 5월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베오그라드 쥬네스 국제콩쿠르 우승자)과 첼리스트 박유신(안톤 루빈슈타인 국제콩쿠르 수상자)의 듀오 무대가 펼쳐진다. 6월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하노버 요아힘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와 피아니스트 김규연(더블린 국제 피아노 콩쿠르 준우승자)의 듀오 리사이틀이 이어진다. 하반기에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 첼리스트 이영은(9월), 알함브라 국제 기타 콩쿠르 우승자 기타리스트 박규희(10월),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 우승팀이자 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아레테 콰르텟(11월)이 무대에 오른다. △문화예술 축제의 장, 시즌 페스티벌 수성아트피아는 계절별 특색 있는 페스티벌로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한다. 4월 클래식 음악제를 시작으로, 5월 키즈 페스티벌, 8월 한여름 밤의 꿈 페스티벌, 12월 크리스마스 페스티벌로 이어가며 다채로운 공연과 부대 행사를 펼친다. 특히 시즌 개막을 알리는 4월 클래식 음악제에는 대구가 자랑하는 피아니스트 박재홍을 중심으로 다양한 피아노 공연을 선보인다. 박재홍박종해 듀오 피아노 리사이틀, 박재홍, 문태국, 이지혜 트리오와 퀸텟 앙상블을 이어간다. 18명의 지역 피아니스트들이 4일간 릴레이로 선보이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한 윤한결의 지휘와 피아니스트 김태형의 협연으로 함께하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가 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04

대구문화예술회관, ‘2025 찾아가는 미술교실’특별전 개최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오는 11일부터 22일까지 ‘2025 찾아가는 미술교실’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역 초등학생들의 교육 결과물을 예술의 장으로 이끌어, 아이들에게 빛나는 성취감을 선사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별전에서는 ‘2024(하반기) 찾아가는 미술교실’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의 작품 중 우수작으로 선정된 126점이 전시된다. ‘찾아가는 미술교실’은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주관하는 지역사회 교육 기부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제공하고 예술적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전시는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4, 5전시실에서 진행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김희철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이번 특별전은 지역 초등학생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예술적 재능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로 예술을 사랑하는 많은 시민들의 관람을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미술을 통해 창의력을 키우고, 이를 직접 발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예술 교육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아 교육부로부터 ‘교육기부 우수기관’으로 지정된 바 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5-02-04

인간 生死의 흔적인 ‘유산’을 은유하다

대구 봉산문화회관의 대표적 기획전시인 ‘유리상자-아트스타’의 올해 첫 번째 전시인 윤영화(61·고신대 교수) 작가의 ‘유산-항해’전이 오는 3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과 삶의 항해를 탐구하는 주제로, 윤영화 작가는 회화와 설치를 바탕으로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적 언어를 결합해 독특한 예술 세계를 펼쳐 보인다. 2008년부터 이어져 온 ‘유리상자-아트스타’ 전시 공모 선정작가전은 동시대 예술의 새로운 시각과 담론을 보여주고 있다. 이 전시는 봉산문화회관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공간인 유리상자(아트스페이스)에서 펼쳐진다. 사면이 유리로 이뤄진 유리상자는 미술관의 화이트 큐브와 같이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외부에서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구조로서, 관람객에게 열려있는 생활 속 예술공간이다. ‘유리상자-아트스타’는 이러한 공간적 특성을 활용해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담고자 기획된 전시공모 프로그램으로서, 작품 형태와 형식에 있어 제한과 한계를 넘을 수 있도록 작가의 도전 정신을 북돋아 실험적인 미술작품을 창작하는 공간의 창조적 역할을 담당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 윤영화 작가는 인간과 사물의 생과 사멸의 흔적을 의미하는 ‘유산(遺産)’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아내는 빛-영상 설치 작업과 이를 신체적 행위로 완성하는 퍼포먼스를 구상했다. 작가는 유리상자 공간을 캔버스로 생각하며 설치 기간 동안 붓으로 그림을 하나하나 그려가듯 요소들을 가감하고 조율해 나가는 한편, 장시간에 걸친 공간과의 소통을 통해 그 안에서 변화하는 예술적 형상을 쌓아가며 마침내 현재의 작품을 완성했다. 전시 공간 중앙에는 빛을 아래로 품고 있는 태운 나무배 구조물이 자리하고 있다. 뒷면의 높은 벽에는 파도가 치는 바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등 작가가 일상에서 채집한 풍경들이 편집된 영상이 펼쳐진다. 바닥에는 소금이 가득한데, 파도의 포말이 모여있는 것 같기도 하고 눈이 쌓인 모습 같기도 하다. 목발에 붕대를 감아 만든 노(櫓)와 인류가 쌓은 지식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책들은 소금에 덮여 드러나 있기도, 숨어 있기도 하다. 성소(聖所)를 의미하는 ‘SANCTUM’이라는 단어는 하얀 소금 위에서 붉게 빛나고 있다. ‘유산-항해’는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와 너, 우리가 삶에서 짊어져야 할 과거, 살아가고 있는 현재, 그리고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확신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과연 영원한 것은 존재할까?’라는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답, 그리고 그것을 모색하는 과정에서의 삶의 좌표들을 설치와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20여 년간 바다를 가까이 두고 살아온 작가는 배와 소금처럼 자신의 삶에서 파생된 소재들을 예술적 매체로 변환시키며 삶을 은유하는 방법으로 지향점들을 표현하고 있다. 배는 바다의 무수한 파도를 몸으로 부딪쳐 싸워가며 긴 항해의 시간을 버텨내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다. 우리의 인생도 이 세상의 무수한 파도 같은 역경들을 이겨내는 항해와 유사하다. 작가의 작업은 그 자신을 내던져 실존적 의미를 찾는 여정이며,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역경을 넘어 희망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표현한다.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인생을 항해하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 질문을 던지며 이를 생각해 보게 한다. 윤영화 작가는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8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BFA~MFA)를 취득했으며, 파리 팡테옹-소르본느 제1대학교에서 조형예술학과 심화 연구 학위 과정(DEA)을 마쳤다. 1990년대 후반 파리에서 유학하던 시절, 그는 포스트모던 미학자 장 보드리야르와 신학자 마틴 부버의 저서를 통해 예술과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했다. 2002년 귀국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자기 성찰과 수련을 통해 예술적 진정성을 추구해 왔으며, 이번 유리상자전에 전시된 작품 ‘유산(遺産)-항해2025’ 역시 그의 철학적 명제들을 반영하고 있다. 작품을 구성하는 배(Boat)와 빛(LED), 영상(숲·바다·파도·석양), 고서(古書), 소금은 삶이 배태한 것으로 종교와 철학을 아우르며 인류사를 관통한다. 삶의 시·공간적 좌표가 돼줄 이 오브제들은 작가의 내적 표상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 ‘유산(遺産)-항해2025’에서도 인간이 남긴 생사(生死)의 흔적인 ‘유산(遺産)’을 은유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2-03

공연·전시계 소식

포항 연극 극단 고-온 정기공연 ‘나의 장례식에 와줘’ (2월 15일 오후 4시, 7시) 한글로는 ‘뜨거운 열정’, 영어로는 ‘시작하다‘라는 뜻을 가진 극단 고-온(Go-On)은 항상 뜨거운 마음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충남 서산 최씨집안의 ‘최선’과 그의 형제 ‘최정준’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시끌벅적한 파티같은 장례식이 펼쳐진다고 하는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다면 직접 연극 감상을 하러 가시기를 추천한다. 포항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입장료: 5천원│문의: 010 - 4100 · 9692 (전화, 문자) 경주 클래식 조희창의 토요 클래식 살롱 - I (2월 15일 오후 5시) 경주예술의전당 대표 간판 프로그램으로 각인돼 있는 ‘토요 클래식 살롱’은 대한민국 대표 음악평론가 조희창과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이 함께하는 렉처공연이다.‘슈베르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주제로 첼리스트 이호찬과 피아니스트 박상욱이 만났다. 겨울바람 사이로 따뜻한 바람이 손을 내미는 2월에 슈베르트를 만나고 오시기를 추천한다. 추운 겨울이 낭만적인 선율로 변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경주예술의전당 원화홀│입장료: 2만원 │문의: 예매전화 1588-7890 , 공연 문의 1588-4925 대구 클래식 공연 대구시립교향악단 ‘제512회 정기연주회: 어둠에서 빛으로’ (2월 7일 오후 7시30분) 대구시립예술단과 대구시립교향악단이 주최하는 ‘어둠에서 빛으로’공연이 박혜산 대구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와 펼쳐진다. 이번 공연에서는 기타리스트 김윤호가 특별출연하며 입체적 색채감과 다양한 기교, 합리적인 연주법과 정밀한 음악 해석을 보여줄 예정이다. 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입장료: 1만원~3만원│문의: 053-430-7765, 전화예매 1661-2431 전시 김동범 개인전(展) - 그 곳에서 별을 줍다 (2월 5 ~ 9일) 김동범 작가는 ‘그 곳에서 별을 줍다’라는 이름으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한다. 평면적인 여행에서 벗어나 각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스케치하여 삶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찾는다. 봉산문화회관 3전시실│입장료: 무료│문의: 053-422-6280 전시 다섯 번째 장순규 개인전(展) - 역사 속 빛을 되찾던 순간 (2월 5~9일) 장순규 그래픽 디자이너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그의 시그니처 초상화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독립 유공자들을 돌아보기 위한 프로젝트로 총 15인의 유공자 초상화를 점, 면, 선의 미니멀리즘한 표현으로 구현하였다. 봉산문화회관 2전시실│입장료: 무료│문의: 053-422-6280 전시 계명사진예술연구회 KMPAC 46기 정기전시회(2월 11~16일) 계명사진예술연구회 KMPAC에서 주최하는 전시이다. 1년간의 성과를 회원들과 다 함께 돌아보는 시간을 가짐과 동시에 작품들을 지역 주민 및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오픈한다. 문화적 소양을 기르러 가시길 추천한다. 문화예술회관 2층12전시실│입장료: 무료│문의: 053-430-7667, 7668 /박정은 객원기자

2025-02-03

짐 로저스가 전하는‘글로벌 투자법’

“지금껏 보지 못했던 최악의 경기 침체에 대비해야 한다.”(짐 로저스)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손꼽히는 짐 로저스사진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신간 ‘2030년 돈의 세계지도’(알파미디어)를 출간했다. 짐 로저스는 이 책에서 향후 10년간 쇠락할 나라로 한국을 꼽았으며, 성장할 나라로는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을 지목했다. 세계 경제는 지금 대전환기에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미중 무역 갈등, 그리고 오는 20일 트럼프 2기 출범은 이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이다. 짐 로저스는 이러한 상황에서 10년 넘게 지속된 글로벌 호황이 끝나가며, 최악의 경기 침체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역사적 패턴과 현재의 경제 데이터를 근거로 미국, 일본, EU 같은 전통적 경제 강국의 쇠퇴를 예견하며,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 새로운 경제 성장 지역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책은 단순한 공포나 경고에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는 각국의 경제적 조건과 지도력, 인구 구성 등을 분석하며 미래를 대비할 구체적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가 강조하는 생존 방법은 역사를 통해 배우고, 흐름을 읽으며,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짐 로저스에 대한 시각은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그가 지나치게 비관적이며, 또 한물간 인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과거 닷컴 버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트럼프 당선 등 그의 예측은 큰 흐름을 읽는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책에서 그는 단순한 투자 전략 제시를 넘어, 세계정세를 통찰하며 돈의 흐름을 읽는 법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그는 역사적 패턴과 현재의 경제 데이터를 근거로 미국, 일본, EU 같은 전통적 경제 강국의 쇠퇴를 예견하며,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 새로운 경제 성장 지역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10년간 4200%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하며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려온 짐 로저스. 그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세계를 뒤흔들었던 경제 위기를 정확히 예견해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세계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분쟁 등 혼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럼에도 짐 로저스는 이 책에서 당황할 필요가 없으며, 역사를 통해 배우고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키우면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짐 로저스는 성장하는 국가들의 공통점으로 일본의 경우처럼 낮은 가격과 극적인 변화를 꼽는다. 차세대 패권국으로는 중국을 꼽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기간 산업인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개방적인 정책으로 관광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또한 우즈베키스탄, 르완다, 베트남, 콜롬비아 등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향후 10년 이내에 저무는 나라로 분류됐다. 하지만 짐 로저스는 남북 사이의 국경이 열리고 통일이 실현되면 한국이 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1-30

급속한 기술 발전에 대처할 교육의 역할은

많은 이들이 현대 경제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불평등을 꼽는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이후 그 이전에 비해 불평등이 심화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난 30~40년간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 원인은 무엇인가?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라우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와 로렌스 카츠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자의 숙련을 중시하는(숙련 수요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숙련 기술 보유자(고학력자)들의 소득 비중이 늘어나고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통념을 반박한다. 이들에 따르면 오히려 숙련 기술 보유자의 공급, 즉 교육 측면이 약화됐던 것이 미국의 불평등 확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들은 ‘교육과 기술의 경주’(생각의힘)에서 불평등의 장기적인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간단하면서도 유용한 ‘교육과 기술의 경주(Race between Education and Technology·RBET)’라는 개념 체계를 제시한다. 이 책의 세 가지 키워드인 기술 변화, 교육, 불평등은 일종의 ‘경주’에서 서로 복잡하게 관련을 맺어왔다. 20세기의 첫 세 분기 동안에는 교육의 진전으로 인한 숙련 노동자의 공급 증가가 기술 변화로 인한 숙련 노동자의 수요 증가를 능가했다. 그리고 실질소득이 증가하는 동시에 불평등은 감소했다. 하지만 20세기의 마지막 20여 년 동안에는 반대의 일이 벌어졌고 불평등이 빠르게 증가했다. 불평등의 급격한 증가는 테크놀로지 요인의 결과라기보다 대체로 교육 성장의 둔화 때문이었다. 이 책 1부 ‘경제성장과 분배’에서는 20세기 미국의 경제성장 배경에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 향상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 축소되던 경제 격차는 1980년대부터 확대되기 시작했는데, 이 중 하나의 요인으로 기술혁신 자체의 질이 ‘숙련 편향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2부 ‘교육 대중화를 향한 세 번의 대전환’에서는 미국의 교육 확대가 빠르게 시작된 까닭을 미국 교육 제도를 지탱하는 여섯 가지 미덕으로 설명한다. 이 여섯 가지 미덕은 공적으로 제공되는 교육, 재정적으로 독립적인 수많은 학교 지구, 무상교육, 비종파적인 공교육, 성별에 상관없는 공교육,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시스템으로, 모두 미국 특유의 평등주의적 요소를 담고 있다. 이러한 교육 제도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생애에 걸쳐 직업을 바꿀 수 있게 해주고, 기술 변화에도 빠르게 반응할 수 있게 해줬다. 3부 ‘경주’에서는 교육 확대로 인한 노동력 공급과 기술혁신으로 인한 수요의 속도 경쟁으로 격차의 확대·축소가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1915년부터 2005년 사이 대졸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했으며, 1915년부터 1980년 사이 대졸 노동력 공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대학의 임금 프리미엄을 낮췄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대졸 노동력의 공급 증가가 크게 둔화되면서 대졸 임금 프리미엄이 증가했고, 이는 교육 확대 둔화로 인한 고학력 노동력의 공급 부족이 격차 확대의 원인임을 시사한다. 저자들은 20세기 초중반까지는 교육 발전이 기술진보에 앞서 있었지만, 20세기 마지막 30년 동안에는 교육의 진전이 기술진보에 뒤처졌다고 지적한다. 이는 자녀의 학력이 부모의 학력을 뛰어넘는 세대 간 학력 상승의 추세가 멈추고, ‘아메리칸드림’의 핵심인 ‘자녀가 부모보다 잘살게 된다’는 전제가 흔들리게 된 원인 중 하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들은 양질의 취학 전 교육 확대, K-12(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 단계 교육의 질 향상, 장학금 확충 등을 정책 제언으로 제시한다. 또한, 급속한 기술 발전이 노동의 성격과 일자리 수요를 어떻게 바꿀지, 이에 대처할 수 있는 교육의 역할은 무엇인지 모색하는 데에도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생각의힘 출판사 측은 “한국 역시 불평등과 계층 간 격차 확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교육과 기술의 경주’의 시점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벌어진 경제 불평등의 양상을 설명하는 데에도 유의미하며, 미국을 성장 모델로 삼았던 한국 사회에서의 격차나 교육 문제에도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1-30

대구시향, 日히로시마교향악단과 정례교류 재개

대구시립교향악단의 곽유정(바이올린 차석), 김나영(바이올린), 최민정(비올라 수석), 배규희(첼로)가 지난 25일 오후 3시 일본 히로시마 국제회의장 피닉스홀에서 열린 히로시마 교향악단 기획연주회 '음악의 꽃다발 - 겨울'에서 오케스트라 연주자로 참여해 성공적인 공연을 마쳤다. 2014년부터 이어온 대구시향과 히로시마 교향악단의 정례 교류 활동은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발생과 양측 일정 조율 난항 등으로 인해 일시 중단됐으나, 이번 히로시마 교향악단 공연에 대구시향 단원이 출연한 것을 계기로 재개됐다.  대구시향과 히로시마 교향악단의 교류는 22일부터 26일까지 4박 5일간 진행됐다. 대구시향의 히로시마 방문단은 22일 합주 연습을 마친 후 오후 6시경 대구를 출발발해 오후 10시에 히로시마에 도착했다. 다음 날인 23일에는 본격적인 오케스트라 연습에 앞서 히로시마 평화 기념공원을 방문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와 원폭 사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참배했다. 이후 아스텔 플라자에서 히로시마교향악단과 합주를 시작했으며, 이틀간의 연습을 순조롭게 마친 단원들은 공연 당일 피닉스홀에서 진행한 무대 리허설로 연주 준비를 마무리했다. 1500석 규모의 피닉스홀이 현지 관객으로 북적인 가운데 히로시마교향악단 ‘음악의 꽃다발-겨울’이 시작됐다. 존 악셀로드의 지휘 아래 사토 하루마(첼로), 고바야시 미키(바이올린) 협연, 대구시향·히로시마교향악단의 연주로 1부는 두 협연자의 독주가 돋보인 브루흐의 ‘콜 니드라이’, 브람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 협주곡’을 연주했다. 휴식 후에는 브람스 ‘교향곡 제4번’을 장중하게 연주하며 열정적으로 막을 내렸다. 공연을 모두 마치자, 관객의 힘찬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고, 지휘자와 연주자들은 화답하듯 번스타인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디베르티멘토-왈츠’를 앙코르로 연주해 대미를 장식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대구시향 현악 단원 4명은 약 3개월 전부터 히로시마교향악단에서 보내준 연주곡의 현악기 보잉(bowing·운궁법) 테크닉이 표시된 악보로 꾸준히 연습해 왔고, 무대에서 히로시마교향악단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듯 숙련된 오케스트라 팀워크 및 연주력으로 탄탄한 실력을 보여줬다. 공연 관람을 마친 우스이 레이코(92) 씨는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오늘 팸플릿을 통해 대구시립교향악단 연주자 4명이 히로시마 교향악단과 함께 연주하고 있음을 알게 된 후 공연 내내 이들을 지켜보았다. 진심으로 연주를 즐기는 그들의 행복한 표정이 공연에 흠뻑 빠지게 했다. 앞으로도 대구시와 히로시마시가 이와 같은 문화 교류로 서로의 음악을 현지 관객과 함께 나눌 기회가 계속 있으면 좋겠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공연 종료 후에는 피닉스홀 로비에서 이벤트를 통해 선정된 100명의 관람객에게 대구시향이 준비한 ‘창단 60주년 기념 제510회 정기연주회 공연 실황 USB’와 히로시마교향악단의 화분을 함께 증정하며 공연의 의미를 한층 더했다. 대구시향·히로시마교향악단 교류 행사를 함께 추진해 온 히로시마시청 문화진흥과 문화도시만들기담당과장 모리사와 도시유키(60)는 “‘음악의 꽃다발’ 콘서트는 히로시마교향악단과 히로시마시가 연계하여 친숙한 클래식 명곡을 계절의 특색에 맞게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봄, 가을, 겨울 연 3회 개최하고 있다. 대구시향 단원들과 이 콘서트를 함께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언어나 국적의 차이를 넘어 감동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앞으로도 자매도시인 대구시와의 교류를 한층 더 활발히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구시향 관계자는 “해외 오케스트라 운영의 다양한 사례를 직접 참관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어 교향악단 간 문화교류는 행정 실무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빠른 시대적 변화 속에 오케스트라 운영 전반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연습 체계 개선, 단원 기량 향상을 위한 방안, 향후 교류 계획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뜻깊었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시향의 히로시마 방문단은 이번 문화교류 일정 중 24일 오후 4시 30분 주히로시마대한민국총영사관에서 강호증 총영사를 예방해 한일 양국은 물론 대구시와 히로시마시의 우호 증진 및 새로운 문화교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대구시와 히로시마시는 1997년 자매결연을 체결했고, 그 후 28년 가까이 문화, 경제, 청소년, 민간단체 등의 분야에서 교류를 지속해 왔다. 2013년 5월, 대구시가 히로시마플라워페스티벌을 방문했을 당시 히로시마시의 제안으로 교향악단 교류를 통한 문화 교류 강화를 약속했고, 그 결과 2014년 8월, 히로시마교향악단 현악 4중주단이 대구를 찾아 대구시향 기획연주회에 함께했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은 2015년 5월에는 히로시마플라워페스티벌 기간에 대구시향 전 단원이 히로시마를 방문해 평화기념공원 야외무대 및 국제회의장 피닉스홀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펼쳐 호평받았다. 2016년 5월에는 올해와 비슷한 형태로 대구시향 현악 4중주단이 히로시마교향악단 ‘음악의 꽃다발-봄’ 연주 참여와 함께 히로시마시청 로비에서 실내악 공연을 개최한 바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1-26

손경찬 수필가, 제6대 수성구 문인협회 회장에 당선

손경찬(67) 수필가가 제6대 수성구 문인협회 회장에 당선됐다.    22일 수성문화원 2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선거에는 손 당선자를 비롯 이태석∙ 설준원 시인이 출마했었다. 손 회장은 이번 선거에서 회원을 일일이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기존 방식보다는 문인답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심을 간절한 글로 전달하는 식으로 운동, 회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손 회장은 “말은 흘러가버릴 수 있으나 글은 마음 그릇에 오래 담겨있기 때문에 다소 오해를 살 우려도 있었으나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선거  패턴을 나름대로 바꿔봤다”며 뜻을 같이 해 주고 성원해 준 회원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손  회장은 선거에서 △기존 사업 계승 및 확장 △고문단 운영 체계화 △수성 따뚯한 문학상 제정 △문학봉사 △창작 교육 강화 등 9가지 공약을 내놨다.  그는 당선 후 인사말을 통해 "수성구문인협회는 그간 문차숙, 정재숙, 심후섭, 이병욱, 김종근 역대 회장님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견고한 기반이 쌓여졌다"면서 "소중한 유산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수성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어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기는 2027년 1월까지이다. 영덕 출신인 손 회장은 영덕군의회 초대 군의원, 경북도의원을 역임했으며 머리맡 책 두기 운동 공연장 찾아가기 운동 전시장 찾아가기 운동 등 예술문화 소비운동을 하며 문학에 입문했다. 수필과 시로 등단한 그는 작가로 활동하며 대구일보대일산필, 매일신문매일춘추, 브레이크뉴스 칼럼, 경북매일신문의 시인 손경찬의 대구 경북인 손경찬의 산행기 등 그동안 왕성한 집필활동을 해왔다. /황인무 기자

2025-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