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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잇따른 경제 비관론… 정부·여당은 해법 내놔야

이른바 ‘조국 대란’으로 세상이 온통 정쟁의 도가니에 빠져 있는 동안 나라 경제에 관한 비관론이 봇물을 이루면서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나랏빚이 머잖아 1천조 원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비보(悲報)와, 우리 경제가 급기야 디플레이션으로 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잇따라 들려온다. 여기저기에서 ‘한국 경제가 껍데기만 남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판이다. 도대체 어쩔 참인가. 정부·여당은 마땅한 대안이 있기는 한 것인가.나랏빚의 증가속도가 심상치 않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과연 ‘과속 스캔들’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음을 알게 한다. 지난해 681조 원에서 5년 뒤인 2023년에는 1천61조 원이 된다. 불과 5년 만에 국가부채를 380조 원 늘려놓겠다는 소리다. 연평균 부채증가율은 9.3%로, 경제성장률을 압도한다.정부·여당은 거듭 “문제없다”고 일축한다. 국가부채가 1천조 원을 넘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46.4%로 일본(222.5%), 영국(116.4%), 미국(106%)보다 훨씬 낮다는 주장이다. 경제학자들이 “자기네 돈을 찍어 막을 수 있는 기축통화국과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그렇게 외쳐도 막무가내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우리처럼 40% 언저리인 호주·스위스·스웨덴·뉴질랜드·덴마크 등이 일제히 부채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국민경제의 총체적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를 보면 디플레이션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플레가 무서운 점은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 사례에서 보듯이 장기화할 경우 ‘좀비’ 국면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좀비 국면엔 ‘5대 함정(정책 함정·유동성 함정·불확실성 함정·구조조정 함정·부채 함정)’이 뒤따른다. 여차하면 온 국민이 피폐한 삶의 질곡으로 빠져들 위기에 직면했다.정부·여당은 이제 믿을만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괜찮다”는 말은 정말 괜찮게 만드는 효험있는 주술(呪術)이 아니다. 경제난 국면을 차단할 확실한 방책은 대체 뭔가.

2019-09-10

서대구 역세권 개발… 민간투자 촉진이 관건

대구시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인 서대구고속철도 역세권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총 14조4천억원을 투자하는 야심찬 계획이다. 현재 대구의 동·수성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구와 달서구, 달성군지역의 개발을 활성화해 도심 전체의 균형발전을 촉진하고자 하는 구상이다. 대구시 발표에 의하면 지난 4월 기공식을 가진 서대구고속철도역을 중심으로 역세권 일대는 투자가 완성되면 첨단경제와 문화, 스마트 교통, 환경이 어우러진 미래경제 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대구시가 KTX 서대구역사 건립을 추진한 배경도 상대적으로 낙후한 대구 서구지역의 개발을 활성화하는데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대구 서남부 일대는 획기적으로 발전하며, 더불어 이곳 주민의 삶의 질도 한층 높아질 것이 예상된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서대구역을 중심으로 한 6개 광역철도망 추진이다. 서대구고속철도역에서는 트램(노면 전차)을 통해 대구도시철도 1∼3호선과 연계가 가능해진다. 서구지역의 취약점을 보강하는 조치다. 또 이곳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통합신공항으로 바로 연결된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망도 이곳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서대구역사에 복합환승센터 기능을 부여, 전국 어느 곳이든 편리하게 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이 밖에 달서 및 북부하수처리장과 염색폐수처리장 시설을 현재 북부하수처리장 부지에 통합, 지하화하고 그 위에 친환경생태문화공원을 건설하는 계획도 밝혔다. 첨단 벤처밸리와 종합 스포츠타운도 들어선다고 한다. 누가 보더라도 환영할만한 프로젝트라 할 수가 있다.그러나 대구시의 계획이 장밋빛 구상에 머물지 않기 위해선 대구시의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민간투자의 유치는 사업 성공의 절대적 관건이다. 대구시는 서대구고속철도 역사의 민간투자 유치에 한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다. 민간투자를 촉진할 대구시의 과감한 인프라 투자와 치밀한 전략이 별도로 선행돼야 한다. 대구시가 다음달 중 서대구 역세권 민간투자 유치를 위한 기업 설명회를 연다고 하니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대구시의 분발에 힘을 보탠다.

2019-09-10

울릉군민 이동권 반드시 보장해야

울릉군민에겐 육지로 통하는 뱃길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가족 친지를 만나는 일부터 생업을 위한 경제활동에 이르기까지 육지를 왕래하는 교통편이 없으면 생활 자체가 무의미해진다.지난해부터 섬 주민들은 육지로 오갈 뱃길이 줄어들까 노심초사해왔다. 울릉도와 육지를 오가는 2천t급 이상 대형여객선인 썬플라워호가 내년 6월이면 선령이 만기되기 때문이다.썬플라워호를 운행하는 대저해운은 선령이 만기되면 대형 여객선 대신 소형 여객선을 취항할 뜻을 내비쳤다. 썬플라워호를 인수할 당시보다 여객선 등이 늘어 영업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 이유라 한다.울릉군민으로서는 펄쩍 뛸 일이 생긴 것이다. 민간 선사의 썬 플라워호가 비록 영업을 목적으로 운행 한다지만 울릉군민에게는 육지의 버스와 같은 교통수단이다. 육지를 통한 일상적인 생활은 물론 먹고살기 위한 경제활동에도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울릉과 육지를 오가는 선박 가운데 2천t을 넘는 여객선은 썬플라워호가 유일하다. 나머지 300∼500t급 선박으로서 기상변화에 따라 운항 여부가 오락가락한다. 풍랑주의보만 뜨면 아예 운항을 안한다.2천t급의 썬플라워호가 운항되고 있는데도 현재 울릉군과 육지 간에 오가는 뱃길이 1년에 100일 정도 끊기고 있다. 그나마 겨울에는 선박 정비를 이유로 썬플라워호마저 장기간 운항하지 않아 섬주민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오죽하면 섬주민이 직접 선사를 운영할 주민여객선추진본부까지 결성했을까 싶다. 주민들은 “안정적인 이동권 확보를 위해 굴욕적일 정도로 간절한 심정으로 인내해 왔다”고 말하고 여러차례 육지와의 원활한 뱃길 유지를 당국에 요구했다.경북도와 울릉군이 대형 여객선 유치를 위해 선사 유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나섰다고 한다. 당연한 조치지만 의향을 가진 업체가 얼마나 될지 걱정이다. 울릉군은 지난해 군 조례 제정을 통해 대형 여객선 취항 회사에 대해 10년간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선뜻 나서는 회사가 없었다.이번에는 울릉군 조례와 상관없이 경북도가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해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도까지 나섰으니 섬주민의 이동권을 이번만은 반드시 보장하는 결과를 내야 한다.

2019-09-09

조국 장관 임명 강행…‘야당의 시간’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조 장관을 포함한 6명의 장관을 임명하면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 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임명 강행 배경을 설명했다. 야당은 예고했던 대로 강력 반발하며 거센 투쟁을 선언했다. 바야흐로 ‘야당의 시간’이 시작됐다. 비정상적인 집권 권력의 오만을 어떻게 견제해낼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예상했던 대로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법무·사법 개혁에 대한 의지와 전문성을 갖춘 조 장관 임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장외투쟁을 선언한 자유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오늘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분열과 갈등의 화신인 문 대통령은 낯부끄러운 줄 알라”고 공격했다. 이승한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여러 가지 의혹에도 조 장관을 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오만”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제 문제는 조국이 아니라 문재인이다. 오늘부로 문 대통령의 정의·공정·평등은 사망했다”며 “대통령은 더 이상 그 입에서 정의·공정·평등을 말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문 대통령의 조국 장관임명 강행은 일단 갈등국면에서 지지세력이 강하게 결집하는 양상에 고무된 결과로 보인다. 또 정치 공학에 입각한 음모론적 시각에서 보면, 조국 한 사람을 물어뜯느라고 정권의 경제·국방·외교 등 심각한 실정에 대한 야당과 온 국민의 비판이 사라졌으므로, 좀 더 끌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어쨌든 문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與圈)은 윤석열의 조국 주변 수사를 검찰개혁에 대한 어깃장이나 문민통제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하는 듯하다. 문재인 정권의 국민과 야당을 무시하는 탱크 정치는 아무리 보아도 경계를 넘어섰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선택지와 관련없이 무리한 문 대통령의 강행 정치를 야당이 어떻게 제어해나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무능한 정권에 무능한 야당을 바라보며 먹구름 낀 미래에 한숨 짓는 국민은 도대체 무슨 죄인가.

2019-09-09

오리무중인 경상여고 유독가스 누출 사고

지난 2일 대구시 북구 침산동 경상여고에서 발생한 유독가스 누출사고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번 주면 사고 발생 일주일째를 맞는다. 70여명의 학생과 교직원이 병원으로 이송, 치료를 받는 일까지 벌어진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 여태 밝혀지지 않고 있으니 그 누구보다 학부모들의 걱정이 태산 같다. 지금도 일부 학생은 속 메스꺼움을 호소하는가 하면 결석과 조퇴도 이어져 사실상 학습 분위기에도 문제가 있다. 대구시와 환경청 등 관계당국의 빠른 조치로 학교의 학사 일정이 조속히 정상화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 학교는 2017년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한다. 학교측은 악취에 대한 근절 대책을 요구했으나 해결책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담당 북구청이 공단 일대에 대한 수차례 조사에도 원인을 찾지 못한 것이다. 교육 당국은 이중창 설치, 공기청정기 보급 등으로 대책을 세워 봤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고 한다. 관계 당국이 이번에도 그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면 비난 여론이 쏟아져도 할 말이 없다. 또 똑같은 사고가 반복해 일어난다면 그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지금 우리 사회는 크고 작은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경상여고 가스누출 사고도 허술한 우리 사회의 안전 의식의 한 단면을 보여준 사례다. 여러 차례 경고성 사고가 있었음에도 사실상 방치했던 것이 터진 것이다. 때마침 안동과 예천의 중고교에서 포르말린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 학생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큰 사고가 없었으나 교내 유독성 물질의 안전관리에 문제점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유해 가스누출 사고와 함께 교육당국의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이 동네 주민은 “평소에도 새벽이나 비오는 날이면 항상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했다. 3공단뿐 아니라 염색공단, 서대구공단 등에서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것 같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대구시와 환경청 등이 합동조사단을 꾸려 학교주변 사업장 등 외부요인에 대한 현장점검과 모니터링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한다. 철저한 조사로 반드시 사고 원인을 찾아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업에 열중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9-09-08

대형병원 쏠림, 동네병원 진료수준 향상으로 풀어야

환자들이 무조건 큰 병원만 찾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우선 전국 42개 대학병원의 위상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종합병원’으로 바뀐다. 아울러 환자가 진료의뢰서를 갖고 대학병원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동네 병·의원에서 진찰한 의사가 직접 안내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동네 병·의원을 업그레이드해 진료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감기만 걸려도 대형병원부터 찾고 보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나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 도입 후 최근 2년간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돼 왔다. 지난해 전국 대학병원의 진료비 수익은 13조 5천억 원으로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의 27.7%를 차지했다. 2008년의 24.6%에서 10년 새 3.1%포인트 높아졌다. 반면에 동네 병·의원과 지방 중·소 병원은 만성적인 운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대형병원 쏠림현상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가 수술까지 2∼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게 예사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기까지 한 달 넘게 기다리는 경우도 보통이다. 대학병원 평균 진료시간이 4분 남짓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응급 처방’ 수준에 불과하다. 환자들이 대형병원, 수도권 병원을 찾는 이유를 그렇게 단면적으로 헤아리고 토끼몰이식 정책으로 개선을 시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학병원을 쉽게 가지 못하게 하거나, 경증 환자의 대학병원 치료비를 인상하는 등의 미봉책으론 한계가 있다. 지방환자의 수도권 병원 치료를 나라가 인위적으로 억제해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게 말이 되나.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것은 미더운 동네병원이 없기 때문이다. 동네병원의 진료수준을 높이는 획기적인 대책을 찾아내야 한다.동네병원에서 다 해결할 수 있다면, 누가 왜 큰 병원을 찾아 멀고 먼 길을 찾아 다니겠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해소하는 게 맞다. ‘원인처방’이 필요하다.

2019-09-08

포항시장 북방 세일즈, 포항경제 활력 動因 돼야

이강덕 포항시장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 포럼’과 ‘제2차 한-러 지방협력포럼’ 참석차 출국, 현지에서 활발한 외교활동을 벌인다고 한다. 작년 11월 포항의 제1차 한-러 지방협력포럼을 개최한 도시의 대표로서 이 시장의 이번 방문은 외교적 의미가 많다.포항시는 작년 개최한 제1차 한-러 지방협력포럼을 통해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북방교류 사업의 선점적 위치 구축을 노리고 있다. 한-러 26개 도시가 참여한 1차 포럼을 발판으로 삼아 러시아 극동지역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하고자 하는 것이다.포항시의 이러한 구상은 정부의 신북방 정책, 러시아 정부가 추진하는 신동방 정책과도 맞아떨어져 시의적으로도 적절하다.환동해 중심도시를 꿈꾸는 포항으로서는 러시아 북방외교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시장 일행은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이번 방문을 통해 러시아 극동지역 도시들과의 네트워크를 좀 더 구체화시키고자 한다. 캄차카 주지사, 아무르 주지사, 블라디보스토크 시장, 사할린 주경제장 등과의 접촉이 그러하다. 또 포항테크노파크와 러스키 테크노파크와의 협약 등을 통해 포항시와의 실질적 경제교류도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당장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바람직한 시도라 보여진다. 글로벌 시대에 국제 도시간 교류는 필연적이고 당연하다.기초자치단체로서 포항시의 이러한 시도는 향후 긍정적 성과로 되돌아 올 가능성이 높다. 이 시장이 북방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해도 무방하다. 특히 기초 지방자치단체로서는 드물게 추진하는 외교전이라는데 높은 평가를 줄만 하다.지금 포항은 국내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포항지진으로 인해 후유증의 문제만 아니다.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미분양 등 기업의 투자 소식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영일만 신항에 올 연말에 띄울 크루즈선의 성공적 운항도 숙제다. 기업투자 촉진과 관광산업 촉진 등 산적한 과제를 풀어가는 데 북방외교는 중요 전기가 될 수 있다.이 시장의 러시아 극동지역에 대한 교류 추진은 단순한 외교적 방문 이상의 의미가 부여된다. 이 시장의 외교적 성과에 대한 포항 시민의 기대도 그만큼 크다.

2019-09-05

고속도로 할증제, ‘인하’ 아닌 ‘폐지’ 마땅

기형적 형태의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할증 제도를 통해 매년 수천억 원의 추가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는 한국도로공사의 통행료 할증제가 폐지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주말 통행량을 분산시킨다며 지난 2011년 12월부터 5% 더 비싸게 받고 있는데, 효과는 별로 없어서 결국 도로공사만 돈을 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통행량 2%를 줄이는 게 목표였는데, 시행에 들어간 이듬해엔 오히려 1% 늘어났고 작년 기준으로는 18% 넘게 늘어났다. 정부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주말 고속도로 이용 할증제를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오는 12일부터 한 달 동안 1종 차량(승용차, 16인승 이하 승합차, 2.5t 미만 화물차)에 적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할증제 폐지 여론이 일고 있는 현 상황을 피해 가면서 한시적으로 생색을 내겠다는 얄팍한 눈속임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도로공사의 계산으로는 지난 7년간 1.8% 분산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1.8%의 미미한 성과도 의문이지만, 주말과 평일의 이용 목적도 다르고 이용하는 사람의 형편도 다른데 요금으로 분산한다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정부는 4일 열린 ‘제22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내수활성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할증료 인하를 결정했지만 설득력은 높지 않다.통행분산 효과도 제대로 거두지 못하면서 그동안 도로공사가 주말 할증제로 거두어들인 수익은 무려 2천5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주말 할증제는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여론조사에서도 폐지에 찬성한다는 답변이 86.5%에 이르렀을 정도로 이용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불황극복에 정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면 외국의 경우처럼 좀 더 섬세해지는 것이 맞다. 일본은 평일보다 주말은 싸게, 거기에 시간대별 할인율에도 차이를 뒀고, 프랑스는 일요일 오후 파리로 들어오는 방향에 한해 4시간만 할증제를 시행한다. 지금처럼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정책으로 국민에겐 도움도 안 되고 도로공사만 계속 덕을 보는 이상한 정책을 개선할 방안이 도무지 없다면 차라리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일 것이다.

2019-09-05

만신창이가 돼가는 ‘국회 인사청문제도’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평가되는 ‘국회 장관 인사청문제도’가 만신창이 꼴이 돼 가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조국 인사청문회가 가까스로 열린다. 여야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재송부해 달라고 요청한 마지막 날인 6일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청문회가 무산될 위기 속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무려 9시간이 넘도록 국회에서 해명 기자간담회를 연 것은 입법부에 대한 행정부의 능멸이요,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수치였다.조국 후보자에 대해서는 처음에 제기된 문제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장관으로 직행하는 문제가 상식적이냐 하는 논란이었다. 지난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시 청와대에 근무하던 권재진 민정수석을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하자 야당으로서 거세게 반발했던 더불어민주당에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김진표 원내대표는 “선거 중립을 내팽개치고 여당에 유리하게 판을 짜겠다는 불순한 의도”라고 비판했었다.조국 후보자에 대한 혹독한 언론검증이 시작되면서 문제점들이 폭증했다. 딸의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 문제, 대학입학 특혜 논란, 이상한 스펙 쌓기, 납득하기 힘든 장학금 수령, 사모펀드 문제 등 의혹들이 난무했다. 그러자 조국 후보가 국회에서 민주당의 주선으로 의원총회 장소로 쓰이는 국회 본청 246호에서 장시간 해명간담회를 열면서 수석대변인이 사회까지 본 것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입법부 일원으로서 배알도 없는 행태였다.다음날 자유한국당이 반박 회견을 열긴 했지만, 의혹 투성이인 장관 후보자에게 여당이 국회에서 장시간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의혹에 대해서 일방적 해명을 늘어놓을 수 있게 해준 일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국회 인사청문제도를 희화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무력화시키는 최악의 선례를 넘겼다는 점에서 심각한 변칙이다. 야당의 존재는 우스갯감이 됐고 나아가 국회의 권능은 땅에 떨어졌다. 국회 청문 대상 공직 후보자가 누구든 “인사청문회 대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있나. ‘국회 청문제도’의 유명무실화를 초래하는 이 같은 행태는 마땅히 근절돼야 한다.

2019-09-04

기업들 “추석경기 힘들어” 당국 세심한 관심 필요

대구경북의 추석경기가 신통찮다. 특히 지역기업들은 전년보다 추석경기가 나빠 상여금이나 추석 선물을 줄이는 사례가 늘었다고 들린다. 고향과 부모님을 찾아 선물을 전달하고 모처럼만에 만난 친지들과 기쁨을 나눠야 할 추석명절이 넉넉지 못한 주머니 사정으로 서민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이제 일주일 정도 남았다. 지금쯤 활발해야 할 시중의 경기가 아직 냉랭하다고 한다. 정부가 추석민생 대책으로 영세가구 등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했다지만 전반적인 경기침체 분위기가 이어져 온 탓인지 시중의 경기가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기업인과 직장인 모두가 추석명절을 맞이하는 마음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 포항상의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36.5%가 지난해 하반기보다 자금사정이 힘들고 답했다. 매출감소와 제조원가 상승 등이 주요 원인이라 했다. 6개월 후 자금사정에 대해서도 지금과 비슷할 것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절반 가까웠다. 올 추석경기 부진이 일시적 경기침체가 아님을 시사하는 대답이어서 당국의 지속적인 관찰과 지원책이 필요한 대목이다. 최근 대구상의 추석경기 동향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302개 지역기업의 76.6%가 추석 체감경기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또 67.6%는 자금사정도 나빠졌다고 했다. 이를 반영하듯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업체는 46%로 지난해 56.7%보다 줄었다. 선물을 지급하겠다는 업체도 45%에 그쳤다. 지난해는 74.6%가 선물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기업의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음을 뜻한다.한국은행 조사에서 지난 7월 대구경북지역의 어음 부도율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는 금융 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부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 7월 한 달에 국한된 현상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지역경제 사정이 나쁘다는 것을 반증한다.이번 지역의 추석경기도 이런 기업사정이 반영된 결과다. 이럴수록 지방정부는 할 일을 찾아 나서는 적극 행정을 펼쳐야 한다.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에게는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임금 체불 등도 적극 중재해야 한다. 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지역의 추석민심을 따뜻할 수 있다는 것 잊지 말아야 한다.

2019-09-04

대구, 글로벌 물산업 중심도시로 우뚝 서 길

2016년부터 시작한 대구시의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완공을 보았다. 지난 5월 국가물산업 클러스터의 핵심시설인 한국물기술인증원의 대구 유치가 확정되면서 대구는 명실공히 국제적 물산업 중심도시로 거듭나게 됐다. 4일 대구 달성국가산업단지에서는 관계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물산업 클러스터 개소식이 열린다. 2016년 11월 국비 등 2천89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시작한 물산업 클러스터에는 65만㎡ 규모에 진흥시설, 실증화 시설, 기업 집적단지 등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는 입주기업이 연구와 개발된 기술을 실증시험하고 시제품 생산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시설이 들어선다. 또 기업 집적단지에는 우리나라 대표 물관련 기업인 롯데케미칼 등 24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현재도 입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물산업이란 가정과 공장에 안전한 식수와 산업용수를 공급하는 산업이다. 오폐수 정화, 상수도관 관리 및 공급, 담수화 사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산업의 현재 세계시장 규모는 대략 800조원이다. 2025년에는 1천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전문가의 예상대로라면 지금의 반도체 시장보다 더 큰 시장이 펼쳐지게 된다.물산업의 평균 성장률이 약 4%이나 실제는 이보다 더 빠를 것으로 본다. 지금 세계는 물부족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인구증가와 산업화 등으로 물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증가와 기후변화에 따른 수질오염으로 물산업은 21세기를 선도할 블루골드산업으로 손꼽힌다. 대구 국가산업단지에 개소한 국가물산업 클러스터는 물산업의 대한민국 심장일 뿐더러 대구경제를 획기적으로 끌어 올릴 미래산업으로 주목할 만하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국가물산업 클러스터와 곧 설립될 한국물기술인증원이 한국의 신성장 동력이 되고 대구가 물산업의 허브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대구의 산업을 선도할 미래산업으로써 물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이처럼 표현했다. 국가물산업 클러스터의 개소는 대구의 신산업 분야의 출발점이라는 관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물산업 클러스터 운영을 맡을 한국환경공단은 2025년까지 일자리 1만5천개, 수출 7천억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했다. 물산업 클러스터와 함께 성장할 대구의 미래를 기대해 봄직하다.

2019-09-03

‘脫원전·文케어 나라 살림 거덜’ 비판 새겨들어야

정부의 섣부른 ‘脫원전’과 ‘문재인 케어’ 정책이 전체 공기업 순이익 적자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기획재정부가 2일 발표한 ‘2019∼2023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정부가 중점 관리하는 39개 주요 공공기관의 올해 실적을 1조6천억 원의 당기순손실로 추정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공공기관 부채규모는 작년 479조 원에서 498조9천억 원으로 약 20조 원 늘어난다. 정부는 “무리한 정책이 나라 살림을 거덜내고 있다”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 초유의 공공기관 당기순손실을 견인한 것은 건보공단과 한국전력이다. 건보공단은 2017년 4천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으나 작년에는 3조9천억 원 손실로 돌아섰고, 올해 적자 규모는 5조 원으로 전망됐다. 2017년 1조5천억 원(연결 기준) 이익을 냈던 한국전력은 지난해 1조1천억 원 적자에 이어 올해도 1조2천억 원 순손실이 예상됐다.부채비율도 문제다. 정부는 작년에 올해 부채비율이 164%를 기록한 뒤 2022년엔 156%로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부채비율은 지난해 167%에서 올해 전망치가 170%로 3%포인트 상승했다. 숫자가 말해주듯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 여파로 건보재정이 악화되고 탈원전 정책으로 에너지 공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진 탓이다.건보재정은 빠른 속도로 무너지는 추세다. 건보 지출은 2017년 54조9천억 원에서 지난해 63조2천억 원으로 8조3천억 원 늘었다. 2017년 증가액(4조5천억 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건 탈원전이었다. 한전 부채비율도 2017년 149.1%에서 올해 181.5%로 폭증할 전망이다.다른 공공기관도 골병이 들고 있다. 공공일자리 81만 개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에 동원되면서 치솟는 인건비를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공공기관이 한둘이 아니다. 혈세로 선심 쓰면서 권력을 연장하고, 미래세대는 나랏빚 갚느라고 허리가 휘게 생긴 이 못된 정치풍토를 막을 방법은 정녕 없는가. 미래를 탕진하는 어리석은 정책은 하루속히 개선돼야 한다.

2019-09-03

‘포항지열발전’ 감사원 감사에 거는 기대

11·15 포항지진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가 본격 진행된다. 지난해 11월 포항시민 등이 청구한 국민감사와 이와 별개로 산자부 장관이 청구한 지진관련 공익감사 요구에 대한 본 감사 착수다.포항지진 특별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고 있고, 또 포항지진 관련 소송이 막 시작되고 있는 시점에 벌어지는 감사원 감사여서 시민의 관심은 대단히 높다. 더불어 감사원 감사가 특별법 제정이나 주민들의 손해배상 문제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향후 결과에 따른 파장도 클 것으로 짐작된다.지난해 포항 주민이 청구한 국민감사의 요지는 두 가지다. △포항지진을 촉발한 지역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산자부 등 관계 기관의 부당·위법 여부 △유발지진 발생과 관련한 관리방안 적절성 등이다. 산자부가 청구한 공익감사는 다섯 가지가 요지다. △사업 수행기관 선정, 지진 위험성 및 안전성 확보여부 △미소지진 관리 방안 적정성 △지열발전 부지 선정 적정성 △시추작업 기업의 위법 여부 △유발지진 이후 안전조치 적정성 등이다.대체로 그동안 지역에서 의혹이 제기된 것이 중요 감사 대상이어서 감사 결과를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의 책임을 따질 감사기관의 판단이 주목된다. 지난달 26일 포항지원에서 열린 포항지진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포항시민 대표측은 정부 책임론을 거론했다. 그러나 정부측은 이를 부인했다. 포항지열발전과 정부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주장이다. 국책연구 사업에서 파생한 막대한 피해가 과연 정부 책임과는 무관한지 감사기관의 판단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또 그동안 수많은 의혹이 제기된 본지진 발생 이전부터 일어난 미소지진에 대한 진실 규명도 절대 필요하다. 지진 발생을 예방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중대한 판단 착오이기 때문이다. 미소지진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주민에 대한 공개 여부와 감독기관과의 협의 등이 궁금한 사항이다. 당연히 책임여부도 따져야 한다.포항지진은 국책 연구사업의 유발지진으로 밝혀진 데다 국내서는 전례 없이 큰 피해를 낸 인재다. 정부가 어떤 이유든 책임을 도외시할 수 없다. 이번 감사는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한 점 의혹없이 진실을 규명하는데 진력해야 한다. 감사 결과가 틀어 막힌 포항지진의 현안을 풀 전기가 된다면 더없이 다행이다.

2019-09-02

장관 인사청문회도 못 여는 부끄러운 나라

행정수반이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고 입법부가 그 됨됨이를 살피는 일은 민주국가의 3권분립을 증명하는 자랑거리 중 하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문제를 놓고 나라 안이 온통 들끓은 지가 3주일이나 흘렀건만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논란만 키워왔다. 여야가 이달 2∼3일에 열기로 했던 청문회는 일단 무산됐다. 극한 정쟁으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는 이 부끄러운 노릇을 어찌하면 좋을 것인가.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에서 조 후보자의 부인·딸·모친 등 가족을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극구 반대해 온 가족 증인 채택을 포기하되, 나머지 증인들 출석이 가능하도록 당초 합의한 2∼3일 청문회를 미루자고 제안한 것이다.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 나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반응은 나 원내대표가 가족 증인 양보 카드를 앞세워 여야가 당초 합의한 2∼3일 인사청문회 일정을 7일 이후로 늦춰 청문 정국을 장기화하려는 포석이라는 민주당 내부의 인식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폭포처럼 쏟아지는 의혹에 “청문회에서 답하겠다”며 입을 닫아온 조국 후보자는 당장 해명 회견을 열겠다고 밝혀 민주당이 긴급 ‘해명 기자간담회’을 마련해주었다. 청와대 역시 여야 청문회 일정 합의 여부와 관련 없이 곧바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의 재송부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석 연휴 전인 9일께 임명을 강행하리라는 예측이다.국회 인사청문회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한다는 호된 비판이 있긴 하다. 그렇더라도 의혹투성이인 장관 후보를 보호하기 위해 상식을 벗어난 궤변마저 일삼는 집권당의 행태나 국민적 의혹을 속시원히 풀어줄 청문회를 견인해내지 못하는 야당 모두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 대표들은 여의도에 따로 모여 앉아 TV를 통해 의혹을 일일이 부인하는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지켜보았다. ‘국민 청문회’라니,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일이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다.

2019-09-02

선거제 개혁안, 그래도 ‘여야합의’ 처리해야

온 세상이 조국 논란으로 어수선한 사이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안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정치적으로는 조국에 대한 정의당 데스노트를 막아내기 위해서 강행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어쨌든 패스트트랙에 실린 선거제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은 자명해졌다. 선거법은 ‘게임 룰’이다. ‘여야합의’를 위한 진지한 노력이 끝까지 수반돼야 할 것이다. 29일 의결된 선거제 개정안의 핵심 골자는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다. 의원정수는 현행대로 300명을 유지하되 지역구 의원을 28명 줄여 225(현행 253명)명을 선출하고, 비례대표 의원은 현행 47명에서 75명으로 증원하는 것이다. 또한, 비례대표 의석은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전국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률 50%를 적용해 배분한 뒤, 남은 의석은 지금 제도처럼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분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20여 명이 정개특위 회의장으로 몰려와 ‘선거법 날치기’라 쓰인 피켓을 들고 거세게 항의했다. 하지만 민주당 홍영표 위원장은 곧바로 ‘기립 투표’ 방식의 표결을 강행했고, 선거법 개정안은 회의 시작 1시간 만에 의결됐다.의결 직후 자유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 불사까지 거론하면서 무효화 투쟁을 선언했다. 한국당 소속 여상규 의원이 위원장인 1차 관문 법사위에서부터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설령 본회의에 회부되더라도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사라질 수도 있는 지역구 의원들의 격렬한 반발로 어쩌면 국회에서 또다시 초유의 ‘동물 국회’가 재연될 수도 있다.정치꾼들이 눈앞의 이익만을 탐닉하는 듯한 선거법 협상을 바라보는 민심이 착잡하다. 더 이상 사나운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 국민이 잠시 빌려준 권력을 놓고 조금이라도 더 먹자고 다투는 모습은 참 딱하다. 게임 규칙은 어떻게든 합의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제발 유치한 힘자랑 좀 그만들 하시고,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정치’ 좀 보게 해주시라.

2019-09-01

이월드 알바생 사고… 역시나 무더기 법 위반

아르바이트생 다리 절단사고가 발생한 대구 이월드가 안전관련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서부고용노동지청이 한국산업안전공단과 합동으로 진행한 이월드 안전보건 감독 결과에 따르면 이월드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사례가 총 38건이나 적발됐다. 이 가운데 28건은 사법처리,10건은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한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 회전부 방호덮개 미설치, 고소작업장 안전난간 미설치 등 협착·추락·감전을 유발하는 ‘재래형 재해’와 관련한 위반 사항도 다수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바생 다리 절단 사고가 바로 전형적인 재래형 재해다. 이월드 사고가 발생하자 사업장의 안전관리 업무 소홀을 비판한 여론이 비등했다. 전문성이 없는 직원이 일하면서 안전관리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며 안전교육이나 대책에도 소홀했다는 내용이다. 이번 조사결과, 사고와 유관한 분야뿐 아니라 안전을 위협하는 많은 요소가 적발되면서 이를 입증했다.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여전함을 보여준 사례다. 이월드 사고의 원인과 자세한 위법 내용은 경찰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허술한 사업장의 안전관리에 대해 우리 사회가 다시한번 경각심을 가질 계기됐다.이월드는 2017년 이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여러 번 있었다. 지난해만 해도 놀이기구와 케이블카의 오작동으로 세 차례나 운행이 중단돼 구조대가 출동했다.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예측한 사고임에도 안전을 소홀히 해온 것이라 짐작해 볼 수 있다. 전국에 신고 된 유원시설은 2천 곳을 넘는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신체 끼임, 기구 멈춤 등 유원시설 사고는 모두 74건이며 7명이 숨지고 83명이 다쳤다. 그러나 이를 감독 감시할 공인검사기관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한 군데 뿐이다. 한꺼번에 몰려드는 민간사업장의 공인검사 의뢰가 얼마나 충실하게 진행될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우리 사회의 안전망 보강은 필수다. 또 사고위험이 상존한 사업장의 안전의식도 새로워져야 한다.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지킨다는 차원에서 각자가 안전 파수꾼 노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감독기관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관내 사업장에 대한 긴급 점검으로 사고 예방에 나서야 한다.

2019-09-01

범보수 정치세력, ‘닥치고 통합’은 무조건 실패한다

내년 선거를 7개월여 앞두고 정치권에 ‘보수 대통합론’이 화제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에 대한 회오리 바람으로 정국이 한껏 어수선해지면서 범보수 정치세력이 고무돼 활발하게 움직이는 흐름이다. 그러나 작금 행태를 보면 ‘반문 연대’라는 이름으로 문 대통령을 반대하여 꺾어내기 위한 정략적 발상이 판을 치고 있다. ‘가치 동맹’을 거치지 않고 ‘정치 공학’으로 뭉치는 대통합 발상은 무조건 실패한다.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27일 최근 떠오르는 보수 대통합과 관련해 “내려놓는 것에서 통합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자유 우파 정당들이 나뉘어 있는데 그 정당의 리더나 구성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해 통합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그릇부터 다 비운 다음, 백지를 펼쳐놓고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황 대표의 말은 그르지 않다. 하지만 생각이 제각각인 ‘국민 밉상’ 인사들까지 다 모여서 두 주먹 불끈 쥐고 외치는 ‘닥치고 통합’이 성공할 확률은 대단히 낮다. 이제 명망가를 중심으로 무조건 뭉치고 힘을 보태주던 시절은 흘러갔다. 아니 뭉치는 척할 수는 있어도 진짜 뭉쳐지지는 않는다.그렇게 보수가 오로지 권력 쟁취 목적으로 뭉치면 중도 민심은 억하심정에 다시 진보를 선택하거나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대안’이 없다고 판단할 때 선거를 포기하는 것도 분명한 자유민주주의 시민의 권리다. 진보 민심 결집의 촉매제 빌미가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어렵더라도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이념을 중심으로 헤쳐모이는 ‘가치 통합’을 추구하지 않으면 결코 민심을 못 얻는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의 비판처럼 ‘반성 없는 반대, 실력 없는 구호, 품격 없는 막말, 연대 없는 분열’로 지리멸렬한 한국당이 중심이 돼서 무슨 감동적인 통합을 일궈낼 것인가. ‘좌파는 10단, 기성 보수는 1단’이라는 개탄이 나오고 있는 판이다. ‘뭉치면 이긴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반문 연대’를 앞세워 무턱대고 뭉치자고 외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2019-08-29

지역기업도 日 경제보복 장기화에 총력 대응을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한 수출무역관리령을 발효한 지 이틀이 지났다. 이미 예상한 일이라지만 기업한테 다가오는 경제적 압박감은 그 강도가 날로 커지는 느낌이다. 일본의 소재 수입절차가 까다로워지면 정상적 생산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 지역의 기업도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고 물량이 소진되는 날이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이어지고 있다고는 하나 당장 해결될 일이 아니고 대부분이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정부의 관계 장관회의에서 논의된 핵심품목 소재에 대한 RD 투자 지원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장차 지속적 투자와 노력으로 현재의 문제를 극복하자는 것이다.경북도와 대구시 등 지역에서도 대응책 마련을 위한 대책회의가 연일 열리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당장의 해결책이라기보다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고 지역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는 역할적 측면이 크다. 그러나 단기적 효과가 없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기업의 경영안정 자금 등은 유효할 수 있는 조치 중 하나다. 기업의 갈증을 해소할 섬세한 대응책으로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야겠다. 특히 지금의 사태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 그에 상응하는 조치도 체계적으로 이어가야 한다.일본의 2차 수출규제는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대다수 품목을 포괄허가제에서 개별허가제로 바꾼 것이다. 일본산 소재·부품을 사용하는 기업의 불편은 물어 보나마나다.경북에도 지난해 기준으로 대일 수입액은 22억 달러나 된다. 전체 수입액의 15%다. 기계철강, 화학분야 품목이 대부분이며 도내업체 중 1천601개사가 일본에서 물품을 수입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대구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대구 기업 16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일본의 조치가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한 이가 전체의 45.2%다. 지역기업이 받을 시련이 예상 외로 클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당국의 대책이 좀 더 치밀하고 장기적으로 펼쳐져야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도 2022년까지 5조원을 투입, 소재·장비산업을 육성한다고 했다. 위기는 기회를 병행한다. 이번의 일본의 경제 보복을 계기로 소재·부품 중심의 대구경북이 분발하여 전화위복의 기회를 삼았으면 한다.

2019-08-29

조국 청문회,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내주 초 조국 청문회가 열린다. 검찰은 조국 의혹에 연루된 전국 30여 곳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 상식을 벗어난 두둔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해선 안 된다. 조국 논란은 이제 정쟁 차원을 넘어섰다. 계층 간 위화감까지 더해져 심각한 계급싸움으로 번졌다.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샅샅이 밝혀 나라를 개혁할 지혜를 얻어야 한다. 국민이 바라보는 지점이 크게 달라졌음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 청문회 샅바 싸움 끝에 내달 2일부터 이틀간 열기로 극적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검찰은 곧바로 조국 후보에게 제기된 10여 건의 고소·고발과 관련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하고 그의 가족에 대해서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민주당은 물론 청와대도 모를 정도로 검찰이 단독적으로 결행한 것으로 전해진다.조국 논란은 여러 가지 진기록을 만들고 있다.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바로 가려는 것도 무리한 일이지만, 야당과 언론의 유례없는 융단폭격에도 악착같이 버티는 모습도 이색적이다. 법무부 장관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청문회 직전에 검찰이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결행한 것은 사상초유의 사태다. 청와대까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8일 “전례 없는 행위가 벌어졌고, 오히려 더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길”이라며 검찰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사태를 키운 데는 여권(與圈)이 대중, 특히 청년층 분노의 근원을 들여다보기는커녕 궤변을 늘어놓은 게 컸다. 고교생의 논문 제1저자 등재를 “보편적 기회”(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현장실습하고 ‘에세이’를 쓴 게 뭐가 문제냐”(이재정 경기도교육감)등 여론에 불을 질렀다. 자제돼야 한다.국민은 조국 청문회에서 민심을 어지럽혀온 모든 의혹의 진실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바란다. 지나친 정치공방을 배제하고, 제기된 의문들의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계급적 박탈감’이 사안의 본질임을 인정하고 청문회를 통해 새로운 도덕적 기준을 설계해 주기를 당부한다. 조국의 옛 발언이 떠오른다. ‘파리가 싹싹 빌 때’ 때려잡아야 하나, 아니면 봐줘야 하나.

2019-08-28

공공건축가 제도 활성화로 도시 디자인 혁신해야

영주시의 공공건축 정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영주 삼각지마을을 방문해 영주시 공공건축 정책의 성공을 격려했다. 삼각지마을은 영주 도심에 있으면서도 시내를 가로지르는 철도에 둘러싸여 내륙의 섬으로 고립된 곳이다. 영주시의 노력으로 이곳은 공공건축 중심의 도시재생에 성공했다. 특히 이곳에 신축한 노인복지회관은 제11회 대한민국 공공건축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노인복지관이 복지시설 이상의 의미와 도시재생 거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탁월한 사례로 평가받았다.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은 쉽지 않다. 특히 공공부문일수록 더 어렵다. 관행적 관습과 공공건축이라는 선입견으로 획기적 아이디어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 공공건축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진다. 이런 점에서 영주의 공공건축 정책 성공은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일반적으로 이 제도는 2012년 서울시가 가장 먼저 도입한 것으로 안다. 사실 영주시는 이 보다 3년 먼저 도입했다. 삼각지마을이 공공건축으로 성공한 배경에는 공공건축가 제도의 지속적 추진에 있다. 공공건축가 제도는 공공 건축물과 도시정비사업을 하면서 계획 및 설계 단계에서부터 건축전문가를 투입, 건축물의 공공성을 높이고 도시경관에 맞는 건축문화를 이끄는 데 목적이 있다. 선진국에선 이미 보편화된 제도다.영주에 이어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자치단체들이 공공건축가 제도 도입을 서둘고 있다고 한다. 제도 도입으로 도시재생과 도시 디자인에 긍정적 변화가 기대되는 일이다. 특히 경북도가 전국 최정상급 건축 전문가를 영입, 공공건축과 신도시 건축 코디네이터로 활용한다는 점, 기대해 볼만하다. 대구에서도 수성구가 제도를 도입했다고 하니 늦은 감은 있으나 도시 디자인 혁신에 대한 기대를 준다. 공공건축 사업은 도시 디자인 혁신은 물론 주민의 삶을 풍족케하는 복지성격을 담았다는 점에서 성공 달성이 중요하다. 총리의 영주 방문도 도시재생의 성공을 전국적으로 확산하려는 의도다. 서울 등 일부에선 공공건축가 제도가 건축 심의용이란 비판도 있다. 하지만 공공건축 정책은 도시민과 도시 미래를 위한 획기적 조치란 사실을 우리 모두 공감해야 한다.

2019-08-28

트럼프 “한미훈련 돈 낭비”… 위험한 갑질 멈춰야

도널드 트럼프의 갑질 발언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그는 25일(현지시간) 한미연합 군사 훈련에 대해 이번엔 “완전한 돈낭비”라고 표현하며 부정적 시각을 또다시 드러냈다. 일단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대폭 올려 받으려는 협상용으로 해석되지만, 그의 잇따른 돌출발언이 우리 안보에 또 다른 불안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사태의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적극적 대안을 추구해야 할 시점이 닥쳐온 느낌이다.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 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한미연합군사훈련에 ‘화가 나 있었다’고 말한 뒤 “나 또한 그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을 ‘완전한 돈낭비’라고 평가하는가 하면, 축소된 형태로 진행한 최근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솔직히 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트럼프는 최근 북한의 잇단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약속 위반은 아니라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둔하는 과정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각차를 보이며 엇박자를 내는 것도 불사했다.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든다”, “(연합훈련이) 마음에 든 적이 없다. 왜냐면 돈을 내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등등 안보 문제를 비용의 잣대로만 들이대는 그의 언행은 미국 내에서도 비판대상이다.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관련 발언에 대해 “미국안보라는 관점에서 동맹이 엄청난 이득을 가져준다고 생각하는 많은 전문가를 경악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포기를 설득하기 위해 김 위원장과의 외교에 막대한 정치적 자본을 투자했다”고 지적했다.한미동맹에 국가안보를 담보하는 처지인 우리를 철저히 무시하는 듯한 트럼프의 갑질 발언은 양국관계를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악화시킬 수 있다. 장사꾼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그의 언변에 신경이 거슬리지 않을 수 없다. 돈이 정말 덜 들게 하는 방법은 우리가 핵무장을 하고 미군을 대폭 감축시키는 방법이 있지 않으냐는 반발마저 나올 판이다. 협박에 가까운 트럼프의 갑질 발언은 제어돼야 한다.

2019-08-27

기약 없는 지진특별법… 포항시민은 분노한다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이 올 11월이면 벌써 2년을 맞는다. 지진으로 인한 포항시민이 입은 인적·물적 피해가 가히 천문학적이라 할 정도인데도 아직 정부와 정치권은 특별법 제정에 무심하다.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은 국내에서는 지진 관측사상 피해가 역대급이다. 인명피해 135명, 이재민 1천800명, 시설물 피해 2만7천여건, 건물손괴 등을 계산한 한국은행의 물적 피해 집계는 3천억원이다. 그러나 포항시민이 받은 정신적 피해와 도시가 입은 유무형의 손실 등을 감안하면 피해 액수는 천문학적이다. 아직도 수백명의 주민은 임시수용 시설에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정부의 구체적 대책이 없으면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피해보상 근거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한 이유다. 일부 시민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지만 특별법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보상 논란은 얼마나 끌지 모른다. 특히 포항지진은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했듯이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포항지열발전소의 실증연구에 의한 촉발지진이다. 정부와 여당이 서둘러 피해 보상에 나서야 할 판인데도 특별법 제정에 대한 의지가 안 보인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야당과 이견을 보인 특별법이 여당의 법안 제의로 한때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였으나 법안 발의 후 지금껏 오리무중이다.포항시민을 대표한 포항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가 특별법 조기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인내심을 갖고 국회의 법 제정을 기다렸으나 특별법은 여야 정쟁의 희생물로만 전락했을 뿐 어떤 진전도 없는데 유감을 표했다. 범대위는 이제 “어떤 희생도 감수할 생각”이라며 집단행동에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포항 지진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민청원도 20만명을 벌써 넘겼다. 2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고도 특별법 제정에 소극적인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는 누가봐도 이해가 안 된다. 포항시민이 화가 나지 않는 것이 되레 이상하다.포항지진으로 포항시는 지진도시라는 불명예를 덮어 쓰고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고 지역경제가 휘청하는 아픔을 겪었다. 아직 그 아픔은 끝나지 않았다. 포항시민이 특별법 제정을 마냥 앉아서 기다릴 수 없다는 심정을 정부와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2019-08-27

운영 미숙이 빚은 칠곡인형극의 국제 망신

‘제8회 칠곡세계인형음악극 축제’가 일시 공연중단 소동을 빚는 해프닝을 연출하고 막을 내렸다. 지방 중소도시로서는 드물게 해외팀이 참가하는 칠곡군의 세계인형 축제는 올해 벌써 8회째다. 제법 국제행사에 익숙해질 법도 한 행사가 어설픈 해프닝을 빚어 관람객조차 보기 민망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사연인 즉 공연에 참가한 외국인 공연단이 무대에 올라 왔으나 출연료를 문제 삼아 공연을 거부한 것이다. 이들은 인형극 준비를 위해 가지고 들어온 도구가 많아 추가 항공수하물 비용이 발생했으나 주최측이 이를 정산해주지 않아 공연을 보이콧 한다는 것. 공연은 1시간 가량 중단됐고 주최측이 비용 지불을 약속한 후 시작됐다고 한다. 이 바람에 아이와 함께 간 일부 관중은 되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을 본 관중은 분통을 터뜨렸다. 해외 공연팀까지 불러온 국제행사가 관중에겐 실망을 주고 국제적 망신까지 당했으니 비난받아 마땅하다.지방자치제 시행 후 우리나라는 지역마다 축제가 풍성하다. 그 숫자가 수백 건을 넘어 축제 난립이라는 비판이 자주 제기된다. 축제가 질적인 면은 고려치 않고 양적으로만 늘어나 예산낭비란 지적도 많다. 특히 양적 행사에 치중하다 보니 축제의 전문성이 도외시 돼 축제의 목적이 실종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관주도 행사일 경우 이런 지적이 더 많다. 수요자의 욕구보다 자치단체의 얼굴내기형 축제로 일관해 과시형 축제가 됐다는 비판이다.칠곡 세계인형극 축제가 보인 해프닝도 운영 미숙이 빚은 일이다. 해외공연팀이 입국과 동시에 비용 문제를 제기했으나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 화를 키웠다. 그동안 칠곡인형극 축제는 작품 선정과 대회 운영 등에서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자주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전문성을 보완않고 있었던 것이 이런 문제를 자초하게 된 셈이다. 전문성이란 축제의 의미를 살리고 콘텐츠의 향상을 통해 축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지방도시 축제의 공통 문제라 할 수 있으나 축제 주최측의 각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칠곡 인형극 축제가 무사히 마친 것은 다행이다. 더 나은 축제를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축제의 미숙은 그 지역의 명예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2019-08-26

동해 수호훈련에 대한 日의 독도 망언… 어이없다

군 당국이 25일 전격 돌입한 ‘동해 영토수호훈련’이라는 이름의 독도 방어훈련에 대해 일본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본은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며 망언 수준의 항의를 내놓는 등 어이가 없는 일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번 러시아 군용기 침범에서 보듯이 우리 강토를 지키는 일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제 막 시작한 ‘동해 영토수호훈련’은 필요에 따라 정기 또는 부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주권국가로서 마땅한 권리행사일 것이다. 해군이 기존 ‘독도방어훈련’에서 ‘동해 영토수호훈련’으로 명칭을 바꾸고, 사상 처음으로 이지스구축함과 육군 특수전 병력 등 대규모 전력을 투입해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훈련 확대는 일본 해상초계기 위협 비행,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독도영공침범 등 전방위 안보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아울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이어 대일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강화된 훈련을 시행하는 것으로 관측된다.일본이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오전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아시아대양주국장이 김경한 주일 한국대사관 정무공사에게 “다케시마(일본 주장 독도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 명백히 일본 고유의 영토다. 이번 훈련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다고 발표했다. 외무성은 “훈련 중지를 요구한다는 취지로 강하게 항의했다”고 덧붙였다.청와대는 25일 일본의 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 “이번 동해 영토수호훈련은 올해만이 아니고 매년 정례적으로 했던 훈련”이라고 일축하고 “우리 영토와 주권 수호를 위한, 모든 세력에 대한 훈련”이라고 강조했다.독도와 동해를 수호하기 위한 훈련은 그야말로 주권국가의 국가안보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그동안 독도 문제를 정략의 고무줄 잣대로 이랬다저랬다 해온 역대 정권의 용렬한 자세는 무조건 잘못된 것이다.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 지금부터라도 일본이 독도 침략 야욕을 드러낼 때마다 훈련을 강화하는 게 맞다. 나아가 독도를 해양 연구기지로 만드는 등 상응 조치를 취하는 게 옳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백 마디 말보다도 행동 하나가 훨씬 낫다.

2019-08-26

‘지소미아 파기’ 후폭풍 시끌… 국가안보 괜찮은가

정부의‘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일고 있는 후폭풍이 걱정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파기 결정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했다고 거듭 강조하고, 미국은 한국의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히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의 결정이 ‘조국 구하기’ 꼼수에 해당한다고 힐난한다. 지금 돌아봐야 할 지점은 우리 안보의 대들보 역할을 해온 한미동맹이다. 어떤 경우에도 균열이 생겨선 안 된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파기를 발표할 때부터 미국과의 소통을 강조해왔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23일에도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미측과 수시로 소통했고 매우 긴밀하게 협의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일제히 내놓은 “문재인 정부에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는 입장발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캐나다를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우리는 한국이 (일본과) 정보 공유 합의에 대해 내린 결정에 실망했다”고 말했다.특히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의 ‘미국이 이해했다’는 설명에 대해 한국언론에 “거짓말(lie)”이라고 반응했다는 소식은 예사롭지 않다.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지소미아 파기는) 문재인 정부가 (한·미·일) 집단 안보에 헌신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이 아닌 ‘문재인 정부’라는 표현부터 수상하다.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의 답변에 사태의 진실이 내재해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안보 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면 이는 동맹국의 안보 기여 증대에도 부합할 것이고 종국적으로는 한미동맹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당하고 주도적인’이라는 표현 속에 청와대의 기류가 살짝 읽힌다.아직은 청와대가 지소미아 파기를 ‘조국 지키기’의 정략 차원에서 악용했다는 항간의 비난이 억측이리라 믿고 싶다. 하지만 어찌 됐든 한미 당국자 간 엇박자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가안보가 정말 괜찮은지 살피고 또 살펴야 할 때다.

2019-08-25

경북관광 새 시대 열어야

경북도가 경북관광 활성화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사용할 경북도 관광진흥기금 지원 사업이 본격화됐다. 특히 올해는 중앙기금과는 별개로 경북도와 23개 시군이 공동 출연해 조성한 100억원을 처음 투입한다는 점에서 경북도 관광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다.내년은 경북과 대구가 손을 맞잡고 글로벌 관광도시를 지향한다는 목표 아래 ‘대구경북관광의 해’를 선포했다. 두 지역의 합심 노력으로 이제 경북대구는 새로운 관광시대를 개척할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경북도의 관광진흥자금 지원 사업도 이의 일환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지역 관광산업 경쟁력 지원을 통해 경북대구의 관광산업을 글로벌화한다는 전략은 매우 시의 적절하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일찍부터 경북의 관광산업을 집중 육성할 것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예산 지원과 조직 정비 등에도 이미 나섰다. 올해 처음 지원되는 시군 합작의 경북도 관광진흥기금도 관광산업 육성에 따른 이 지사의 의지로 출발한 사업이다. 도와 시군과의 공동기금은 향후 10년 동안 매년 100억원씩 지속적으로 조성된다고 하니 경북관광의 새로운 비전이 기대된다하겠다.경북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관광 인프라가 훌륭한 곳이다. 신라, 가야, 유교 등 3대 문화가 번창한 중심지다. 경북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 5군데나 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문화재가 2천점이 넘는다. 고택만 300군데에 가깝다. 최근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더욱 잘 알려진 서원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분포한 곳이다. 그럼에도 경북을 찾는 관광객의 수는 매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홍보 부족과 우수한 관광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탓이다.관광산업은 미래산업으로 불린다. 굴뚝없는 공장으로 고용창출 효과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좋다. 많은 나라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 인류의 삶이 윤택해질수록 관광수요는 늘어난다. 문제는 많은 재정적 지원이 투입되면서 효과가 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관광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곳을 세밀히 살피는 꼼꼼한 행정이 필요하다. 아직 도내 영세한 관광산업을 진작하기 위한 기금의 효율적 집행이 매우 중요하다.

2019-08-25

김해신공항 재검증, 총리실 “가덕도 배제 원칙” 지켜야

국무총리실이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위한 실무 작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국무총리실은 지난 21일 차영환 국무조정실 2차장 주재로 대구 경북 및 부산 울산 경남,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위한 설명회를 비공개로 가지고 향후 추진 방향과 방법에 대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특히 영남권 지자체간 첨예한 대립으로 초점을 모았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문제는 재검증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으로 전해져 대구경북의 입장에서는 당분간 진행과정을 경계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대구시 관계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총리실은 김해신공항 재검증과 관련, 논의의 쟁점을 김해신공항으로 국한한다고 전했다. 총리실은 문제 제기가 된 소음 피해와 공항의 안전성, 확장성 등에 대해 기술적, 객관적, 과학적으로 판단하는데 집중하는 한편 “정무적 판단은 배제한다”고 했다.이는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과 연계한다거나 영남권 신공항 입지 변경 등의 문제로 확대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김해신공항이 이미 5개 영남권 광역단체간의 합의에 의해 결정된 국책사업이란 점에서 총리실의 추진 방향은 바람직하다. 대구경북의 입장과도 일치한다. 또 이와 관련한 국토부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다만 이 문제를 제기한 부·울·경의 반대가 우려된다. 이미 부산 등의 여론은 총리실 재검증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해신공항 재검증의 문제를 제기한 부·울·경의 입장은 처음부터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총리실이 가덕도 배체란 원칙을 세웠지만 부·울·경의 반대에 부닥치면 이 원칙이 지켜질지 의문이 없지 않다.대구경북 정치권이 이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자유한국당 대구경북발전협의회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해신공항 재검증은 내년 총선용이며 재검증을 하더라도 총선 후 5개 광역단체장의 합의 방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대구경북민도 김해신공항 재검증 논의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깔린 행위로 의심한다. 총리실이 재검증 절차를 밟는다는 것은 부·울·경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나 같다고 보고있다. 재검증 논의 자체가 자칫하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 논의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김해신공항 재검증에 앞서 총리실이 밝힌 두 가지 대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김해신공항 재검증에 “정무적 판단은 없다”는 것과 “5개 지자체의 합의를 통한 재검증”이라는 확약을 통해 국책사업에 대한 정부의 흔들림 없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김해신공항 재검증 작업이 부·울·경의 힘에 밀려 시작했다 치더라도 영남권 주민 모두를 위한 관문공항 건설이라는 당초 목표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 정책이 요즘 들어 신뢰를 잃는 구석이 많아졌다. 제2 관문공항 정책만큼은 흔들림 없이 추진되길 바란다.

2019-08-22

‘조국 결사옹호’ 나선 靑·여당…국민 정서 헤아리길

연일 갖가지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문제로 정국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다. 후보자 본인이 과거에 했던 말빚들이 사생활과 모순을 빚으면서 코너에 몰리기 시작하더니, 딸의 특혜진학 논란이라는 결정타로 번지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밀리면 죽는다’는 식으로 조 후보 결사옹호에 나선 듯한데 오히려 위험하다는 것이 세평이다. 불붙고 있는 국민 정서를 헤아려 서둘러 용단을 내리는 게 나라를 위해서 바람직할 듯하다. 조 후보 인사청문회는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그러구러 ‘통과의례’를 거치고 문재인 대통령이 그예 임명하리라던 게 초반의 예상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야당과 언론의 악착같은 검증 공세에 속절없이 밀리는 양상으로 변했다. 특히 자녀의 입시문제까지 터져 나오면서 과거 최순실의 딸 정유라 사건 때처럼 민심이 크게 출렁거리기 시작한 느낌이다. 절대다수 서민의 박탈감이 폭발하고 있는 형국이다.민주당은 연일 ‘청문회를 빨리 열자’는 쪽으로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야당 청문위원들이 청문회에서 뭐라고 하든 말든 절차를 거치는 것이니 임명하면 그만일 것이고, 그 이후에 막강 권력으로 누르면 비난여론이 사그라들 것이라는 계산으로 읽힌다. 자유한국당은 ‘조국 논란’을 더 끌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역력하다. 추석이 9월 초순으로 다가오는 만큼 명절 여론형성에 유리할 것이라는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쏟아지는 조국 후보자 관련 의혹과 논란들은 가히 책으로 써도 몇 권은 나올 정도로 방대하다. 잡다한 시빗거리는 차치하고라도 청와대 민정수석이 곧바로 법무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초유의 본질문제에서부터, 골수 ‘편 가르기’ 의식의 소유자로 판별되고 있는 한 이상주의 학자가 ‘법치’를 총괄하는 중직에 기용된다는 것 자체도 문제가 없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보여준 ‘인사 검증’ 무능은 또 어찌할 셈인가.‘강남좌파’ 딱지가 붙긴 했어도 그 자신과 주변의 삶 내막이 이렇게 복마전인 줄은 대개의 국민이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합법’이니 괜찮다는 식으로 버티면서 돌파하겠다는 당사자나, 조국이 무너지면 집권당이 위태로워진다는 위기의식을 표출하며 ‘조국 역성들기’에 여념이 없는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의 태도는 온당치 못한 행태다. 문 대통령 눈에 법무부 장관감이 오직 ‘조국’하나밖에 없는 듯한 외고집 행태는 나라의 큰 불행이다. 시중에는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신조어까지 나돈다. 여당과 청와대가 지금 민의를 올바로 읽어내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국민 분노가 폭발할 수도 있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2019-08-22

김문수, 안팎 무차별 막말 총질… ‘걱정스럽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보수통합 토론회에서 안팎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막말을 난사했다. 자유한국당 김무성·정진석 의원 주최로 20일 보수통합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열린 토론, 미래’ 토론회에서 김 전 지사는 김무성 의원 면전에다 대고 “앞으로 천 년 이상 박근혜의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쏘아붙였고,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는 ‘총살감’이라고 공격했다. 도무지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듯한 그의 폭언은 듣는 이들에게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 연사로 나선 김 전 지사의 험구는 보수통합의 출발점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면서 비롯됐다. 그는 “한국당이 정신이 빠졌다. 나라를 탄핵해서 빨갱이에게 다 넘겨줬다”면서 “적어도 박근혜가 저보다 더 깨끗한 사람이라고 확신한다. 그 사람은 돈을 받을 이유도 없고 돈을 받아서 쓸 데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특히 탄핵에 찬성했던 김무성 의원을 겨냥해 “박근혜가 뇌물죄로 구속된 것에 분노하지 않은 사람이 국회의원 자격이 있나”라며 “김무성 당신은 앞으로 천 년 이상 박근혜의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박근혜가 감옥에 가 있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문재인·조국부터 쳐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또 “방송과 지하조직, 청와대, 문화·예술·법조·행정·정당 모두 좌익들이 잡았는데 하는 짓을 보면 계속 빨갱이라고 커밍아웃을 한다”며 “빨갱이인 신영복을 문 대통령이 가장 존경한다고 한 것은 ‘나 빨갱이요’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김 전 지사는 나아가 “다스 가지고 무슨 이명박 대통령을 구속하나. 그러면 문재인 이분은 당장 총살감”이라며 흥분했다.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지사의 발언과 관련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지적하면서 “한국당도 똑같은 생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김 전 지사의 발언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얘기”라며 “망언, 실언을 넘어 극언”이라고 비난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국당이 갖고 있는, 내재돼 있는 한계”라고 비판했다.정치권 안팎은 김 전 지사의 발언에 대해 대체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도 그 같은 극단적인 언행이 자신이 소속돼 있는 당에 대해서 얼마나 해악을 끼치는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정권을 잡은 더불어민주당이 ‘무능’과 ‘오만’으로 국민의 비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기회를 살리는커녕 ‘무능’에다가 ‘막말’‘내분’의 이미지까지 굳혀가고 있다. 한없이 무너지고 있는 제1야당의 자폭(自爆) 행태가 안타깝기 짝이 없다.

2019-08-21

동해안 해수욕객 급감, 발상전환으로 활로 찾아야

올여름 동해안 해수욕장의 이용객이 전년 대비 20% 수준으로 크게 내려앉아 충격을 주고 있다. 자연 자원에만 의존해 영업을 해왔던 동해안 해수욕장의 영업력이 드디어 한계점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경북도에 따르면 올해 도내 동해안 4개 시군의 해수욕장 이용객은 모두 102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99만여 명의 20% 수준으로 역대 최악이다. 특히 동해안 최대 해수욕장으로 소문난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은 전년 대비 2% 수준인 5만여 명의 이용객만 다녀간 것으로 나타나 관광지로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동해안을 낀 우리나라 92개 해수욕장들이 해마다 이용객이 줄어 피서객 감소가 경북 동해안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러나 강원도 동해안의 해수욕장보다 경북 동해안 해수욕장 이용객이 훨씬 많이 줄고 있다는 것은 크게 우려되는 일이다. 근본적 대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올해 우리나라 전체 동해안 해수욕장의 피서객 이용자는 전년보다 1.3%가 줄었다. 감소폭으로 본다면 경북 동해안 쪽이 월등히 높다.해수욕장의 피서객 감소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진단이 나와 있다. 올해는 태풍 등 기상 이변도 포함된다. 또 글로벌 경기악화와 워터파크, 호캉스(호텔에서 지내는 바캉스)와 같은 다양화된 피서지의 새로운 문화의 등장도 주요한 이유로 손꼽힌다.그러나 재래식 영업이 보편화된 동해안 해수욕장의 경우 해마다 되풀이되는 바가지요금이 피서객의 발길을 돌리게 중요 이유라는데 의견을 일치한다. 행정당국의 지도와 계몽에도 숙박업소와 상인들의 바가지요금 횡포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고 한다. 한 철 장사로 몽땅 벌어 보겠다는 구태한 영업방식이 상존한 탓이다. 영업 환경은 유행처럼 날로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유형의 피서문화가 생겨나고 피서객 유치를 위한 아이디어도 쏟아진다. 호캉스라는 것이 등장해 젊은 피서객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다. 워터파크도 경쟁이 심화되면서 해수욕장 고객을 빼앗아가고 있다. 피서객 유치를 위해 전력 투구해도 시원찮을 판에 바가지요금이 극성을 부린다면 고객이 올 리가 없는 것이다. 피서객의 발길을 돌릴 수 있는 환골탈태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상인들 스스로가 자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길이다.최근 영일대 일대는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관광객 유치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올 피서객 감소를 계기로 새로운 대응책을 강구하는 전향적 자세가 있어야겠다. 올해 처음으로 야간 해수욕장을 개장한 속초해수욕장의 아이디어도 참고할 만하다. 속초 해수욕장은 올해 야간 해수욕장을 개장해 지난해보다 41%나 늘어난 피서객을 유치했다. 작은 아이디어가 시장 환경을 바꾸는 세상이다. 해수욕장의 활로를 위해 더 많은 시설투자와 관광자원 개발, 선진화된 영업 환경 조성 등에 신경 써야 한다. 동해안 해수욕장은 이제 활로 모색을 위한 발상의 전환부터 시작해야 한다.

2019-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