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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국 정치, ‘창조적 파괴’ 허리케인 몰려오나

17일 여야 정치권에 의미 있는 두 개의 자살폭탄이 터졌다. 자유한국당 내 최연소 3선인 김세연 의원이 총선 불출마와 ‘한국당 해체’를 주창했고,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총선에 나설 것으로 점쳐지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전격적으로 불출마 및 정계 은퇴 선언을 내놓았다. 이들의 용단이 좀처럼 감동적인 혁신 기운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에 ‘창조적 파괴’의 허리케인을 불러올 것인지에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한국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원장인 김세연 의원은 선언문에서 한국당을 ‘역사의 민폐’, ‘좀비’라고 지칭하며 당의 완전한 해체를 주장했다. 이어 “완전히 새로운 기반에서, 새로운 기풍으로, 새로운 정신으로, 새로운 열정으로, 새로운 사람들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먹은 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고 썼다. 해석은 분분하다. 김 의원에 대해서는 2년 뒤 부산시장선거 출마를 위한 베팅으로 보는 풀이가 있다. 임 전 실장의 후퇴에 대해서도 현역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끝내 ‘지역구 교통정리’를 하지 못한 결과라고 해석하면서 어떻게든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어쨌든 지금 정치권은 ‘창조적 파괴’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의 전면적인 정책실패와 신뢰상실로 위기에 몰려 있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 정권의 치명적인 실정에도 불구하고 대안 정당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지 못한 채 지리멸렬을 지속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을 일신하기 위해서는 한바탕 뒤집어놓을 계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그저 어항 속의 썩은 물은 그냥 두고 애꿎은 ‘붕어 갈이’만 하자는 미봉책으로는 어림도 없다. ‘창조적 파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 낸 베르너 좀바르트(Werner Sombart)는 1913년 저서인 ‘전쟁과 자본주의’에서 ‘반복적인 파괴와 재편’을 주장했다. 시대는 바야흐로 세상을 뒤집을 광폭의 ‘정계개편’을 부르고 있다.

2019-11-18

사용후 핵연료 정책 주먹구구식 벗어나야

지지부진하던 월성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보관시설(맥스터) 추가건립이 주민 의견을 수렴할 경주지역실행기구의 출범을 앞두는 등 청신호가 켜졌다니 지역민들과 함께 환영의 뜻을 표한다.월성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설과 관련,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월성본부는 월성원전 2∼4호기를 계속 운영하려면 사용 후 핵연료가 포화상태가 되기 전에 저장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히고 해당 사업을 추진해왔다. 월성본부는 2016년 4월에 원안위에 맥스터 증설과 관련한 운영변경 인허가를 신청하고, 안전성평가 질문에 대한 답변과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원안위가 운영변경인허가 신청에 대한 안전성평가·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등의 심사를 3년 8개월째 마무리하지 않아 현재까지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보다못한 정부는 올해 5월 말 정부 추천 전문가들로 ‘사용 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했고, 재검토위원회는 원전이 있는 지역에 ‘지역실행기구’를 구성해 주민 의견을 물어서 임시저장시설 건설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문제는 올해 안으로 맥스터 추가 건설을 확정짓더라도 착공하려면 정부정책 확정,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운영변경허가, 경주시의 공작물 축조신고 통과가 필요한 만큼 포화 전까지 준공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자칫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할 곳이 없어 원전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마저 우려된다. 핵발전 후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는 연료로서 수명이 다하더라도 여전히 강한 독성 방사능과 붕괴열을 뿜는다. 그래서 현재 핵발전소에서는 다 쓴 사용후 핵연료를 수조에서 6년(중수로) 내지 10년(경수로)을 임시저장한 뒤 중간저장시설을 거쳐 최종처분장으로 보내게 된다. 습·건식 저장시설 보관 없이 처리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니 어쩔 것인가. 핵발전소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 정책이 이처럼 임박해서 주먹구구식으로 세워져선 곤란하다. 다행히 오는 21일 지역실행기구가 가까스로 출범한다니 경주지역 시설건립과 관련한 절차가 빠르게 마무리지어지기를 기대한다. 더구나 현재 가동중인 국내 원전도 대부분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부족하다니 관련 대책도 시급히 세워야 할 것이다.

2019-11-18

금강산… ‘도끼’ 들이대는데 ‘선문답’만 내놓는 정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측시설을 싹 쓸어내라’고 지시한 이후 수차례에 걸쳐 남측에 시설 철거를 요구한 북한이 마침내 ‘일방철거에 돌입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보내왔다. 이에 대해서 청와대는 또다시 “남북 간 대화를 통해 지혜를 함께 짜내기를 희망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멀쩡한 남의 재산을 도끼 들고 나서서 부수겠다는데, 웬 ‘선문답’인가 싶다. 국제법에 안 맞고 상식에도 맞지 않는 북한의 망발에 언제까지 굴종의 모습만 보일 참인가. 정부는 그동안 북한이 끝내 ‘판’을 깨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남북 간 실무회담’이나 ‘남측 공동점검단’ 방북 등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일단 대면접촉부터 성사시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보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북한은 정부의 대화 요구에 코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이번 최후통첩을 보내온 것이다.금강산관광은 지난 1989년 1월 현대그룹의 정주영 명예회장이 방북하여 금강산 남북공동개발 의정서를 체결하면서 논의가 시작됐고, 1998년 6월 23일 본계약 체결이 발표됐다. 한때 금강산 관광객 1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으나 2008년 7월11일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피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면 중단됐다.민간인 피살 사건 이래 우리 정부는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으나 북한 측은 이를 완강히 거부해왔다. 북한의 금강산 시설 철거요구가 나온 이후 모색하겠다던 청와대의‘창의적 해법’이란‘개별 관광을 허용해서 북한 경제에 도움을 주겠다’는 조잡한 아이디어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아무리 남북대화 모멘텀을 살려보려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고 해도 정부의 저자세는 국민 자존심을 너무나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동해안으로 넘어온 어부들을 제대로 조사도 하지도 않고 극비리에 도살장에 개 끌어다 주듯 허둥지둥 북한에 넘겼다.50년 사용권을 보장한 기업시설을 일방적으로 부수겠다는데도, 제발 대화 좀 해달라고 애걸하는 꼴이 되고 있다.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이 정상적인 협상의 규칙 아닌가. 정부의 대북 관리는 지금 한참 잘못 가고 있음이 틀림없다.

2019-11-17

신라왕경 특별법, 역사도시 경주 위상 찾는 계기로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 통과의 마지막 절차인 본회의 의결이 남아있지만 상임위 중심의 국회 운영 방식에 미뤄볼 때 연내 법 제정 가능성은 크다. 2017년 5월 발의한 이 법은 법사위 통과까지 순탄치가 않았다. 지유한국당 김석기 경주 의원 등 181명의 국회의원이 공동 발의했음에도 정권교체, 일부 여당의원과 정부부처의 반대로 소관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2년여나 계류됐다.신라왕경 특별법은 현재 경주지역에서 추진 중인 신라왕궁 핵심유적 복원과 정비사업을 연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되는 법률이다.경북도, 경주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단독으로 사업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법이다. 동시에 세계적으로도 드문 천년고도 경주의 문화유적과 보전을 뒷받침할 중요한 기준이 되는 법이기도 하다. 2년여 만에 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만시지탄의 감은 있다.세계적 역시문화도시인 경주에 대한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유감도 있다.그러나 비록 늦었지만 특별법의 법사위 통과를 환영한다. 이재부터는 신라왕궁 특별법의 통과를 계기로 천년고도 경주의 위상을 찾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이 법을 근거로 순차적으로 또 안정적으로 신라왕경 등의 사업이 추진된다면 경주는 역사도시로서, 관광문화도시로서 면모를 과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경주의 미래를 밝히는데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시작된 신라왕궁 복원사업은 2025년까지 총 9천450억원의 예산이 쓰인다. 지역경제 파급효과와 직간접적인 고용 효과에도 긍정적 효력을 보일 것으로 짐작된다.특별히 이번 법안의 제정은 신라왕경 복원사업과 같은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돼야 할 사업이 정권교체 등 외부적 요소에 의해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반월성 위에 신라천년의 왕궁을 복원하자는 경주시민의 오랜 숙원을 담은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이제 눈앞에 있다. 이번 법 제정이 세계적인 문화도시인 경주의 위상을 끌어 올리고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데 반드시 도움이 되는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19-11-17

빈손으로 끝난 대구 집창촌 경찰유착 의혹 수사

지난 5월 대구 집창촌 자갈마당 업주 등 관계자들이 향응과 접대를 받은 경찰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 진정 사건은 지역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던졌다. 그동안 자갈마당 종사자와 경찰 간 유착 의혹 소문은 오래 전부터 나돌았으나 실제로 이와 관련 진정서가 경찰에 접수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자갈마당 이주대책위원회가 보낸 진정서에는 전현직 경찰 10명에 대한 개별 비리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져 있다. 경찰도 전담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수사가 늑장을 부리고 장기화되면서 관련 경찰의 증거인멸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이 사건과 관련 13일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는 적이 실망스럽다. 약 6개월간 수사를 벌였으나 결과는 집창촌 업주와 유착된 경찰은 없었다는 것이 결론이다. 경찰은 이 사건 관련 11명의 전현직 경찰관 중 현직 경찰관 3명을 입건했으나 2명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했고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진정서 내용과는 다른 별건으로 기소했다.비리를 제보한 자갈마당 종사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금품을 줬다는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이 없다고 하니 경찰의 수사가 의심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특히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비리를 알린 업소 관계자는 난감해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사건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국정감사 일정이 현장시찰로 바뀌면서 일부 의원들이 자갈마당 경찰유착 사건 등 현안을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는 유감을 표시한 것이다. 여성단체도 이번 결과에 대해 부실했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6개월의 수사가 결과적으로 봐주기 수사, 제식구 감사기 수사였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했다.경찰이 집창촌 경찰유착 사건을 증거 불충분으로 종결하는 것에 대해 시민들도 의구심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검경 수사권 분리를 논의하는 예민한 시점에서 경찰이 치부를 숨긴 것 아니냐는 의문도 보인다. 아직 많은 사람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신뢰를 보내지 못한다. 특히 업소와의 경찰 유착에 대해선 불신의 벽이 높다. 경찰 수사의 한계란 지적도 한다. 이번 집창촌 수사 결과가 경찰의 수사력을 평가받는데 득인지 손해인지는 경찰 스스로가 판단해야 할 것이다.

2019-11-14

트럼프에게 ‘자체 핵무장’ 의지 분명히 밝힐 때다

단지 정치적 이유로 나타난 한미 동맹의 균열 여파가 아니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놓고 무려 5배가 넘는 돈을 우리에게 내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은 바로 미국이 변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트럼프에게 정직하게 두 가지를 물어야 한다. 먼저 주한미군이 돈 받고 다른 나라 지켜주는 용병(傭兵)인지 아닌지를 물어야 하고, 나아가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추진하는 것을 막을 명분이 있느냐고 물어야 한다. 만약에 그가 터무니없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요구하면서도 우리의 자체 핵무장을 반대한다면 그는 스스로 균형감이라곤 전혀 없는 형편없는 골목대장이자 천박한 장사꾼에 지나지 않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미국의 국제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Peter Zeihan)은 저서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에서 “셰일가스 개발로 에너지 자급의 꿈을 이룬 미국은 이제 세계질서 유지에 관심이 없다. 미국의 동맹은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썼다. 그는 며칠 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속내는 “ICBM만 아니면 상관없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주한미군은 10∼20년 안에 철수한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그는 “한국 기술로 핵무기 하나 뚝딱 만든다. 못 할 건 없다”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종합하면 이렇다. 미국은 이제 자기 나라의 재정으로 남의 나라를 지켜줄 의사가 없다. 북핵에 대해 미국은 ‘ICBM’만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북핵 위협은 오로지 대한민국만의 존망(存亡) 문제가 됐다. 이 시점에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말하지 못한다면 북한에 무릎을 꿇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핵무장론에 대해 많은 사람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가 불러올 국제제재로 북한처럼 피폐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한식에 죽을지 청명에 죽을지 모르는’ 기구한 삶은 괜찮다는 말인가. 우리의 핵보유국 추진에 대한 중국이나 일본의 반응이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대한민국을 천년만년 대신 지켜줄 다른 나라는 이제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핵무장’ 말고 다른 길은 없다.

2019-11-14

한국당 정책 비전, 民意 한복판에서 유연하게

자유한국당의 ‘정책 정당’ 전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기조가 단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일시적인 보여주기 행보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간다면 이미지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단지 집권 여당의 정책에 대한 ‘반대를 위한 반대’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민심의 한복판에서 새로운 정책을 꾸준히 고안해내되 여당의 특정 정책이 옳다면 과감히 인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보여야 비로소 성공이 담보될 것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그동안 민부론(民富論), 민평론(民平論)을 발표한 데 이어 12일에는 교육정책을 담은 민교론(民敎論)을 제시했다. 민교론에는 ‘기초학력 보장체계 강화’, ‘고졸 희망시대 실현’, ‘기업현장에 필요한 인력 적극 양성’, ‘교육현장의 공정과 정의 확립’, ‘대학입시제도 정시 확대·수시 전형 단순화’, ‘사교육비 경감제 실행’ 등이 담겨 있다.스치듯 지나가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여야 5당 대표가 만찬 회동을 한 자리에서 황 대표에게 “책 두 권(민부론·민평론)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 것은 극적인 장면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 말 한마디로 그간의 ‘일방적 통치’‘불통’이라는 이미지를 상당히 희석하는 효과를 거뒀다. 대통령의 제스처에는 대단한 정략이 숨어 있다.발표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비판이 합당하고, 여론의 지지가 미약하다면 과감하게 수정·보완 내지는 폐기처분을 결단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정책도 지고지순할 수는 없다는 진실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180도로 달라지는 마구잡이식 정책 급회전으로 인해 심각한 어지럼증을 앓고 있다.당리당략에 매달려 하고한 날 힘자랑에 멱살잡이만 거듭하는 우리 정치풍토를 개혁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상대 당의 옳은 정책에 대해서 흔쾌히 수용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일이야말로 선진 민주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다. 나라 안팎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어렵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민심을 골고루 아우르는 훌륭한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2019-11-13

경북의 인구 감소, 정부 차원의 대책이 먼저다

경북지역의 인구가 전반적으로 크게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군의 인구는 꾸준히 늘어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경북 예천군과 경산시, 영천시 등이 인구가 늘어난 지역이다. 예천군은 경북에서 유일하게 인구 5천명, 1%대 이상 인구 증가율을 보인 곳으로 나타났다. 지난 4년 동안 약 1만명의 인구가 새롭게 유입됐다. 경북도청 이전 등 신도시 건설에 따른 인구유입 효과가 가장 큰 이유다. 교육도시 경산시도 2009년 23만명이던 인구가 지난 10월 25만명으로 집계됐다. 대도시 인접의 효과도 있으나 산업단지 조성 등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가 성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11만명 달성을 목표로 나선 영천시는 맞춤형 정책으로 인구가 늘어났다. 지난해 범시민 기업투자유치위원회를 만들어 10개사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고 한다.하지만 경북지역은 23개 시군 중 경산, 영천, 예천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군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의하면 경북지역은 80%가 인구감소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소멸지구로 분류됐다. 의성군은 전국 소멸위험 1위 지역이다. 지금 경북도에는 인구 대책보다 더 급한 정책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북도가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5천800여억원을 책정한 것도 이런 이유다.그러나 농촌지역은 출산 장려금을 지급한다고 인구가 는다는 보장은 없다. 출산할 수 있는 직장이나 정주여건의 개선도 반드시 뒤따라야 할 조건들이다. 과거에도 그랬으나 약발은 없었다. 근본적 처방이 있어야 한다. SK하이닉스 반도체 등의 지역유치 실패도 이러한 지역의 부족한 인프라가 근본적 이유다.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은 이달 중 인구가 우리나라 인구의 50%를 넘어선다고 한다. 지방에서 지속적으로 유입된 젊은 인구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내놓는 인구 정책으로는 근본적 문제를 풀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 차원의 수도권 규제 등 지방소멸을 막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지역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인구정책에만 기대지 말고 인구 문제와 관련해서는 자치단체가 중앙정부와 치열한 투쟁도 불사해야 한다. 그것이 지방을 살리고 국가 경제도 살리는 것이다.

2019-11-13

9조 원 자치 예산, 경제 활력화·효율성 집중해야

대구시와 경북도의 내년도 예산 규모가 처음으로 9조원 시대를 열었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국가보조금 등이 늘면서 대구시와 경북도는 사상 처음으로 9조원대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대구시는 9조2천345억원으로 2019년에 비해 9천29억원(10.8%)이 늘었다. 경북도는 9조6천355억원으로 2018년보다 9천899억원(11.4%)이 증가했다. 두 자치단체가 모두가 1조원 가까운 예산이 늘어난 셈이다. 두 자치단체의 예산 증가율은 정부 재정 증가율 9.3%보다 높다.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내년도 예산 증가는 정부의 복지예산 확대가 주 원인이다. 경북도의 내년도 사회복지분야 예산은 3조2천억원에 달한다. 전체 예산의 39%다. 예산은 늘었다고 하나 정부의 복지분야 예산에 따른 지자체 부담도 상대적으로 늘어 자치단체마다 예산 운용의 여지는 그리 많지 않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역경기 등 경제여건 악화로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데 반해 정부의 복지예산 확대로 예산 편성에 애로가 어느 때 보다 컸다고 했다. 특히 대구시는 2021 세계가스 총회의 성공 개최를 위한 엑스코 제2전시장 건립과 서대구고속철도역 건설 등 긴급한 현안사업에 대한 투자가 예산 편성의 부담이 됐다. 경북도 마찬가지다. 전체 예산의 복지분야 예산비중이 높아 성과부진 사업에 대한 불가피한 구조조정이 있어야 했다 한다.대구시와 경북도의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9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나 예산의 효율적 운용이라는 면에서 보면 살림살이가 쉽지 않다.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경제가 어렵다는 데 착안해야 한다. 경제 활력에 집중하고 완급을 따져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경북도는 저출생 극복과 일자리 창출, 관광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예산을 중점 배정했다.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5천821억원이 투입되는 저출생 극복분야에서 과연 얼마나 성과를 낼까 하는 의구심이 있다. 출산문제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제 지방의회로 넘어간 예산은 지방의회가 책임감을 갖고 꼼꼼히 살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이 건전하고 실효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감시를 철저히 하여야 할 것이다.

2019-11-12

北 주민 ‘깜깜이 북송’, 진실 밝혀 의혹 해소해야

아무래도 참담한 일이 또 벌어진 것 같다. 동료 선원들을 살해했다는 탈북 흉악범 2명을 판문점에서 강제 추방 형식으로 북송(北送)했다는 당초 정부 설명부터 수상했다. 본인들이 북송을 원했었다더니, 실은 그들이 북송 직전까지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의혹은 일파만파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관계자 모두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고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도대체 진실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를 종합하면 이렇다. 15미터짜리 작은 북한 오징어잡이 배에서 동료 선원을 16명이나 살해했다고 전해진 북한 주민 2명을 정부는 7일 판문점을 통해 강제북송했다. 이 결정은 소관 부처인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이 자체 의견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직권으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강제북송된 어민들의 범죄 사실을 해군의 감청을 통해서 미리 알았고, 저들이 심문 중 자백했다고 밝혔지만 북한 측이 탈북 어민들을 잔혹한 살인범이라고 주장하면서 청와대에 돌려보내라고 요구했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통일부와 국정원은 물론 북한 주민들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던 중앙합동조사본부마저 북송 전날 저녁에야 이들의 추방 결정을 통보받았다고 하니 참으로 해괴한 노릇이다. 타고 온 배마저 곧바로 씻어서 돌려보낸 이런 허둥지둥 초특급 북송은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야릇한 행태다. 적어도 자유민주국가이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인권·법치국가라면 긴급피난자를 이런 식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청와대의 처사는 굶주림을 피해 탈북하여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새터민들에게는 물론, 탈북을 감행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이다. 국제사회의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강제 북송 만행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의 야만적 행태와 도대체 뭐가 다른가. 따가운 국제여론이 대한민국을 지켜보고 있다.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잘잘못을 분명하게 따져야 한다. 판문점에 도착하여 북한군을 보자마자 저승사자를 만난 듯 절망하여 털썩 주저앉은 20대 북한 어민의 참혹한 실루엣이 민심을 강타하고 있다.

2019-11-12

文정권 후반기, 진정한 ‘소통·협치’ 실천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여야 5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회동을 가졌다. 이에 앞서 청와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에 앞서 춘추관에서 브리핑 형식의 기자간담회를 했다. 정상적인 민주국가라면 일상적으로 펼쳐져야 할 행보가 무슨 특별행사 치르듯 전개된다는 사실은 씁쓸한 일이다. 임기 반환점을 돌아선 문재인 정권은 지금부터라도 ‘소통과 협치’의 정신을 살려내어 신실하게 실천해야 할 것이다.문 대통령의 모친상 조문 답례 형식으로 성사된 청와대 회동에서는 패스트트랙 안건, 북·미 비핵화 협상, 한·일 갈등, 탄력근로제 확대 등 다양한 국정 현안들이 폭넓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미래당 대표가 고성을 주고받을 정도로 솔직한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야당 대표들은 문 대통령에게 탕평과 포용, 회동 정례화 등을 주문했다.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이 현 정부 들어 처음 춘추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노 실장 등이 문재인 정부 전반기에 대해 “대전환의 시기”라며 자찬한 것은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대목이다. 그러나 성과를 강조하며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더 많은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오는 19일 생방송 ‘타운홀(town hall) 방식’의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소통 행보를 이어간다고 한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를 계기로 불통의 고질병을 확실히 개선하게 되길 기대한다.문재인 정권의 임기 전반기 행태를 보면 잘못 놓인 포석이 한둘이 아니다. 당장 경제정책 실패로 국민의 체감경기는 더할 나위 없도록 피폐해졌다. 시종일관 거듭하고 있는 ‘포퓰리즘’ 행태부터 싹 걷어내야 한다. 대통령이나 정책 책임자들의 ‘하는 척’하기만 하는 쇼부터 모두 중지하고, 진정한 소통과 협치의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분열의 암운부터 남김없이 제거해야 한다. 오만과 독선의 굳은살을 서둘러 녹여내지 않는 한 새로운 대한민국, 성공한 정권은 공염불일 따름이다.

2019-11-11

지진이 나도 특별법 하나 못 만드는 나라인가

이달 15일이면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만 2년이 된다. 2년이란 긴세월이 흘렀으나 포항시민은 여전히 지진의 피해자다. 피해보상은 고사하고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 설치된 임시대피소에는 아직도 수많은 주민이 텐트 속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본지 취재에 의하면 이재민들은 화재 위험성 때문에 날씨가 차가워졌음에도 전기사용을 못해 손난로 2개에 의지한 채 오들오들 떨며 새우잠을 청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이제 악에 받쳐 “정부는 우리를 버렸다”고 생각하며 그래도 끝까지 싸워서 이겨낼 거라고 했다. 2년의 세월을 보낸 이재민의 마음에는 분노와 원망만 쌓여갈 뿐이라 한다.포항지진이 국책사업을 벌이던 연구기관에 의한 인재였음이 확인됐음에도 정부는 아직도 공식적인 사과 한번 없었다. 특별법 제정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서 눈치만 본다. 국내 지진 사상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포항시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지극히 실망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뒤늦게 검찰이 나서 한국자원지질연구원 등 관련 단체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으나 책임이 돌아 올까봐 돌아서 있는 정부의 태도가 더 밉다. 여야 정치권은 특별법을 국회 상정했으나 특별법 내용을 두고 서로가 조금의 양보도 없다. 서로 남 탓만 하고 하세월이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산자위 및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특별법은 자연스럽게 폐기된다. 포항시민의 고통도 그만큼 연장될 것이다.포항은 2년 전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인명피해 118명, 이재민 2천여명, 시설피해 5만6천여건, 피해 추정액 3천323억원(한국은행 포항본부 집계)에 달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포항에 살던 주민들의 타도시 이탈이다. 집값이 떨어지고 관광객이 감소하며 포항 경제는 날로 피폐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별법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여야 정치권이 풀지 않는다면 피해주민은 세 번째 겨울을 또다시 임시대피소에서 맞아야 한다. 특별법 제정에 대한 공감을 한다면 끝장 토론이라도 벌여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도 지진이란 큰 재난에 처한 주민대책에 적극 나서 국가가 국민의 아픔을 아우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국가를 신뢰할 것이다. 특별법도 하나 만들지 못한다면 누가 나라를 믿고 의지할 것인가.

2019-11-11

또다시 공론화 과정 없는 외고, 자사고 등의 폐지

백년지대계란 당장에 필요한 방법보다 백년을 내다보고 오랫동안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을 일컫는다. 대표적으로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부른다. 교육정책은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희망찬 미래를 열어주어야 하며, 국가의 장래도 그들의 손에 있기에 신중에 신중을 거쳐야 할 결정이라는 뜻이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으로 2025년부터 자율형 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등을 일반고로 일괄 전화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대구와 경북을 포함, 전국적으로 75개의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이 2025년부터는 없어진다.교육당국의 급작스런 발표에 해당학교는 물론 학부모와 학생들이 당혹스러워 한다. 당장 폐교 준비를 해야 하는 학교들의 반발은 만만찮다. 고교평준화 폐해를 보완해오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다소나마 보호했던 기존의 정책을 공론화라는 과정 없이 교육당국의 발표로 시행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을 천명한 지 16일 만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폐지를 발표한 것은 교육정책이 정치적 이익에 휘둘린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교육은 평등성만큼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고교평준화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으나 다양한 교육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다. 자사고 등을 폐지한다고 공교육이 살아나고 교육 평준화가 향상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사고 등의 폐지로 학업의 하양 평준화, 사교육 시장 확대, 지역 간 학력격차 확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무엇보다 인재 양성이 중요한 4차 산업시대를 앞두고 수월성 교육을 포기한 것은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정권에 따라 매년 교육정책이 달라진다면 다음 정권에서 또다시 바뀌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정부의 교육철학이 중심을 잡고 결정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의 이념과 다르면 국민의 여론을 듣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국민의 60%가 넘는 반대에도 탈원전을 고집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실패하고 후유증은 국민의 몫이었다. 백년지계란 교육정책이 또다시 정치적 이익이 휘둘리면 포퓰리즘이 된다. 다양한 교육을 받고자 하는 국민의 욕구를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된다.

2019-11-10

‘혁신 비전’ 없는 보수대통합은 必敗 카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보수 빅텐트’ 구상을 읊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 우파의 모든 뜻있는 분과 함께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통합협의회 구성을 제안한다”며 보수통합 공론화를 선언했다. 황 대표의 통합 구상이 대체 어떤 모습인지 그 설계도의 얼개를 정확하게 가늠키는 어렵다. 그러나 그 실체가 ‘혁신 비전’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닥치고 통합’이라면 어느 모로 판단해보아도 ‘꼬마 한국당’으로나 귀결되는 필패(必敗) 카드일 수밖에 없다는 예견이 앞선다.황 대표가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시민단체 등 범보수권을 향해 내놓은 통합 제안의 조건 중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은 ‘간판 교체’ 부분이다. 그는 ‘제3지대 대통합’과 관련해 ‘한국당 간판을 내리고 새로운 간판을 달 수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런 부분도 포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황 대표의 발언 이후, 여러 논란이 있지만 가장 큰 변곡점은 ‘박근혜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다. 이 문제는 누가 뭐래도 보수통합 과정에서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첫 번째 라인의 가장 까다로운 허들이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던진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화두는 그래서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 매듭은 피해 갈 수 있는 관문이 아니다. 떨어져 나갈 정치세력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예 ‘보수통합’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 것이 옳다.모든 환경을 무시하고 오직 ‘반문연대(反文連帶)’나 ’수구꼴통’의 논리만으로 깃발을 드는 것은 호박에 줄 그어서 ‘수박’이라고 우기는 저질 코미디에 지나지 않는다. 야권분열과 ‘꼬마 한국당’의 등장이라는 초라한 결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아무리 급해도 실을 바늘 허리에 매서는 바느질을 할 수 없는 법이다. ‘개혁’의 싹수가 증명되지 않는 보수에 지지를 모아줄 국민은 없다.‘총선은 회고적 투표’라는 속설에 취해 ‘정권심판’이라는 단순 프레임으로 선거에 임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헛발질이다. 이미 ‘탄핵의 강’을 앞장서 건넌 민심은 강 저편에서 미래를 정밀 평가하는 투표를 채비하고 있다. 과거 연장을 위한 현재의 통합은 결코 매력적인 선택을 견인하지 못한다.

2019-11-10

빈곤 가족 집단자살 빈발…‘비상벨’은 작동하나

지난 2일 서울 성북구에서 70대 어머니와 40대 딸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6일에는 경기도 양주시에서 또다시 일거리가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던 50대 조경사가 어린 아들 2명과 함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시대에 대한민국에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권이 그토록 외쳐대던 사회안전망 ‘비상벨’은 도대체 어디에 있나. 작동이 제대로 되고 있긴 한 건가. 지난 7월 말 탈북민 여성 한모 씨와 여섯 살배기 아들 김모 군이 서울 관악구 소재 임대아파트에서 아사한 채 발견된 사건의 안타까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사한 비보가 잇따르고 있다. 탈북민 모자의 희생은 그들이 북녘의 굶주림을 피해 사선을 넘어온 목숨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많았다. 3만 3천여 탈북민에 대한 소홀해진 관심을 대변하는 사건이기도 했다.지난해 4분기 가구당 명목 소득에 관한 통계에서 소득 상위 20%는 전년대비 소득이 10.4%가 늘어난 반면 하위층 20%는 무려 17.7%가 줄었다. 없는 사람들이 점점 낭떠러지에 이르는 각박한 현실을 반영한다.억지스럽긴 해도, 복지예산 150조를 전 국민이 똑같이 나누더라도 전 가구에 돌아가야 하는 몫은 월 50만 원이라는 추계는 허술한 사회안전망에 대한 경고로는 충분하다. 문제는 생활고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국민을 국가사회가 조기 발견해 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촘촘하게 구축돼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아니, 그들이 누를 수 있는 비상벨이라도 제대로 마련돼 있느냐 하는 의문이다.밀린 집세와 공과금으로 현금 70만 원과 함께 ‘정말 죄송합니다’는 짤막한 유서를 남긴 2014년 송파 3모녀 자살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 지났건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복지 사각지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앵무새 발언을 내쏟고는 법안 개정 등 민생에는 시늉이나 보이는 위정자들의 행태는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지금이 어느 시절인데, 양식이 없어서 독약을 먹거나 연탄가스를 피우는 가족이 잇따른다는 말인가. 정치권·정부 당국과 공무원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2019-11-07

경북 동해안을 혁신원자력 거점으로 육성하자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산업 전반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렇다고 원전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원전시설이 많은 경북지역은 더욱 그렇다. 원자력 안전 분야의 권위자인 서울대 황일순 명예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원전은 안정성이 증명된 설비로 미래 원자력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작고 더 안전하고 더 경제적인 원자력 시대가 반드시 온다”고 예측도 했다.경주에서 열린 ‘2019 경북 원자력 포럼’은 국내 원자력 산업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행사였다. 참석한 많은 전문가들은 이날 포럼에서 “합리적인 원자력 산업의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북은 우리나라 원전의 절반이 모여 있는 집적지로서 원전산업의 새로운 방향 모색과 함께 할 준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경북 도내는 울진 경주 등에 소재한 원전과 한수원, 원전 관련 기업과 산업이 밀집해 있다. 탈원전과 관련, 전환기적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북에 원전해체연구소의 일부가 경주에 들어오기로 한 것이다. 원전산업의 지역별 분포와 효용성으로 보아 경북 동해안이 해체연구소의 적합지인데도 일부가 온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원전산업의 본거지라는 생각을 갖고 원전해체연구소 등 지역의 원전산업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원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탈원전 정책과 상관없이 세계는 원전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꾸준히 이어간다고 한다. 특히 원자력 선진국은 원전의 소형화, 모듈화, 내진동성 등 다양한 목적에 적합한 혁신적 개념의 원자력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세계적 흐름에 따라 경북은 원전의 혁신적 개념 도입에 더욱 적극 나서 국내 원전의 거점지 역할을 맡아야 한다.이날 발표에서 전강원 경북도 동해안전략산업국장은 “혁신원자력 기술연구원 유치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혁신원자력연구원은 소형원자로를 주로 연구 개발하는 기관이다. 경북 동해안이 우리나라 원전산업의 거점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경북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의 신발상이 필요한 당연한 생각이다. 원전은 경북 동해안의 미래 에너지산업이라는 인식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9-11-07

靑, 이런 수준의 참모진으론 ‘국정쇄신’ 못한다

최근 국회에서 드러난 청와대 참모진의 오만하거나 무능하기 짝이 없는 태도가 정국의 새로운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문재인 정권이 엉망으로 꼬인 난국의 실타래를 풀어내기 위해서 국정쇄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불통·무능에다가 방자하기까지 한 이런 수준의 참모진으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실정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서는 당장 인적 쇄신부터 단행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며칠 전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희귀한 장면이 연출됐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인 나경원 의원이 정의용 안보실장을 상대로 안보 불안문제를 제기하며 질책하자, 뒷자리에 앉아있던 강기정 정무수석이 벌떡 일어나 고함을 지르며 나 의원과 설전을 주고받았다.또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묻는 한국당 송언석 의원의 질의에 이호승 경제수석은 천장을 바라보면서 한동안 답변을 하지 못하다가 참모들의 조력을 구했다. 송 의원이 “기초적인 답변도 못 하는데 어떻게 경제를 맡길 수 있냐”며 호통을 이어갔으나 이 장면을 보는 국민이 더 답답했을 것이다.국정감사장에서 펼쳐진 야당의 정치공세와 질문이 과한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피감기관인 청와대의 답변방식이나 대응 태도는 더 적절하지 않았다. 강기정의 언행은 정무수석의 본분을 완전히 망각한 횡포 수준의 망발이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즉답하지 못하는 이호승 경제수석의 모습은 또 다른 차원에서 실망거리다. 피폐한 경제 현실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지고도 남을 허망한 장면이었다. 저런 수준의 참모들을 데리고 나랏일을 하니 문재인 정권이 뭐가 제대로 될까 보냐는 조롱 섞인 민심이 뒤숭숭하다.진짜 문제는 그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연출하고도 청와대가 제대로 된 반성이 없다는 사실이다. 민주국가에서 국회를 무시하는 것은 곧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기 언행을 앞세워 자기점수만 따려는 참모들이나 무능한 비서들부터 모조리 갈아치워야 한다. “문 대통령이 야당 복은 있어도, 참모 복은 없다”는 박지원 의원의 촌평이 새삼 떠오른다. 불통과 오만과 무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청와대의 행태에 국민의 근심이 깊다.

2019-11-06

경북 의사 수 전국 꼴찌, 언제 면하나

헬기 승무원을 포함 7명의 목숨을 앗아간 헬기 추락 사고의 이면에는 울릉도의 부실한 응급 공공의료 체제의 문제점이 숨겨져 있다. 동해안 연안 어업전진기지인 울릉도 일원에서는 겨울철 성어기로 접어들면 선원들의 안전사고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지만 인근인 울릉도에는 제대로 된 병원이 없어 그들에 대한 의료구호 활동은 사실상 어렵다. 병력 대체인력인 공중보건의가 있다고 하나 주민과 응급환자 등을 일일이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응급환자 발생 시 중앙 119구조본부나 경북소방본부의 헬기 요청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럴 경우 이번 헬기 추락사고와 같은 불행한 일이 안 일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도농 복합지역이다. 산간 오지지역도 많다. 그러나 경북지역의 의료수준은 언제나 전국 최하위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경북의 의사 수는 10만명 당 135.2명이다. 전국에서 세종시(86명) 다음으로 가장 적은 숫자다. 수도권에 인접한 세종시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전국에서 꼴찌다. 서울(300.8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비단 울릉도뿐 아니라 경북 도내는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지역이 많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농촌지역의 미충족 의료율은 대도시보다 3∼4% 정도가 높다. 미충족 의료율이란 최근 1년 동안 본인이 병의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농촌의 취약한 의료 환경을 대변해 주는 수치다.인구 대비 의사 수가 많은 서울은 상대적으로 환자들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의사 수가 적은 농촌지역은 갈 병원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등 도농 간 의료격차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공공보건의료 시설의 확충이 시급하다. 공공의료 영역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따진다면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의료 취약지역에 대한 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국립보건대학 설립에 관한 법률의 국회 통과도 서두를 일이다. 우리나라는 경제 선진국을 자처하지만 OECD국가 중에서 활동 의사 수는 아직은 하위 수준이다. 헬기 추락 사고를 계기로 의사 수 확대 등 오지의료 체제에 대한 개선점을 빨리 찾아야 한다.

2019-11-06

여야, 총선채비… 법안·예산안 부실심의 우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내년 4월 열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기획단 인선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박맹우 사무총장이 단장을 맡은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는 등 총선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극한 정쟁 속에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과제는 물론, 밀린 법안과 새해 예산안 심의를 얼렁뚱땅 벼락치기로 졸속 처리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내달 9일 정기국회 종료 이후에는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한 민주당 총선기획단 명단에 들어간 금태섭 의원 이름이 눈에 띈다. 지난 ‘조국 대란’ 과정에서 곧은 소리를 펼쳐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는 금 의원이 포함된 일을 놓고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민주당의 결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한다”며 극찬하고 나섰다.최고위원을 지낸 충청권 재선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영남권과 강남 3구의 3선 이상 의원들의 용퇴’를 들고나온 것도 주목거리다. 여의도 정치권은 바야흐로 내년 총선 말고 다른 일에는 관심이 떠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판국에 ‘포항지진 특별법’ 같은 절박한 법안들이 제대로 처리될 것인지,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새해 예산안 심의가 성실하게 될 것인지 걱정이다.더불어민주당은 513조5천억 원이라는 초유의 ‘슈퍼 예산’을 지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중이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예산에 지나지 않는다며 대폭적인 삭감을 공언하고 있다. 정쟁 요소들이 뒤범벅된 상황에서 부실 졸속심의가 심히 우려된다.모름지기 국회가 감당해야 할 책무 중에서 법안과 예산안의 빈틈없는 심의 의결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실정(失政)은 조금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혈세를 쏟아부어 권력을 지탱하려는 정부·여당의 의도는 철저히 견제돼야 한다. 야당 정치인들 역시 총선을 의식한 각자도생의 심사로 본분을 망각한 채 허투루 처신해서는 안 된다. 정파적 시각에서 벗어나 나라의 미래를 진정으로 고뇌하는 정치인과 정치세력이 누구인지, 과연 있기는 한 건지 궁금한 나날이다.

2019-11-05

올해도 포항 과메기 명성 이어져야

포항시가 주최하고 본사가 주관한 ‘2019 구룡포 과메기 서울 홍보 및 체험행사’가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 서울 현지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과메기, 스타 간식되다’는 주제로 열린 포항 과메기의 서울 나들이 행사는 연일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등 겨울철 대표식품으로서 과메기의 위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포항 과메기는 이제 빠질 수 없는 포항시의 브랜드가 됐다. 포항하면 과메기 할 만큼 브랜드 가치를 가지면서 지역경제에 주는 이익도 대단하다.전국적 명성을 자랑하는 포항 과메기의 원료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매년 11월부터 본격적인 과메기 철이 시작되나 올해는 원료인 꽁치의 어획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과메기 시즌 초반부터 원료난에 허덕이는 상인들은 원료 부족으로 장사를 망칠까 벌써부터 불안해하고 있다. 게다가 예년에 비해 과메기의 크기도 작아 양질의 과메기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가격도 작년보다 올라 과메기 원료 확보를 두고 이래저래 걱정이 태산이라는 것이다. 구룡포 과메기사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꽁치의 어획량은 1만여t이었지만 올해는 30% 수준밖에 안 된다고 한다. 어민들은 중국 어선들이 북태평양 연안에서 조업을 하면서 작은 고기까지 모조리 싹쓸이해 잡아가면서 꽁치의 개체 수가 줄어든 탓으로 보고 있다. 꽁치의 먹이인 플랑크톤의 수도 줄면서 꽁치의 성장환경이 나빠져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어민들은 종합적인 문제를 검토해 포항시의 안정적인 원료 확보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과메기는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유익한 식품이다. 등푸른 생선으로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의 예방에도 좋다. 특히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며 바닷가 바람에 건조시킨 동해안 지방의 겨울철 별미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식품이다. 지금은 포항을 대표하는 식품으로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겨울철 경북 동해안의 경제를 받쳐주는 효과도 크다. 당국은 당장이라도 수급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포항 과메기의 명성을 지키는데 행정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9-11-05

권 시장의 항공사 비판, 공항 활성화 계기로

권영진 대구시장이 직원 조례에서 한일관계 악화를 이유로 대구국제공항 노선을 철수한 항공사를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공항이 잘 될 때는 대구시청을 방문해 취항에 협조해 달라고 하더니 한일 무역 갈등으로 승객이 줄자 말 한마디 없이 철수하는 의리 없는 기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런 기업을 똑똑히 기억하자”며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도 했다. 반면에 대한항공이 손해가 난다고 끊어버린 제주행 항공화물 수송을 맡아준 티웨이 항공에 대해선 대구시도 의리를 지킬 것이라 약속했다. 빠른 속도로 성장세를 보이던 대구공항이 한일 무역 분쟁으로 급제동이 걸리면서 다퉈가며 대구국제공항에 진출했던 항공사들이 슬그머니 꽁지를 빼고 있는 데 대한 권 시장의 비판이다. 대구와 일본 간 노선은 대구공항 활성화의 주역이다. 대구와의 비행시간이 짧아 대구시민에게는 인기노선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한일 무역 분쟁에 따른 ‘노 재팬’ 운동으로 항공수요가 급격히 감소하자 항공사들도 노선을 줄여 한일 간 12개 노선이 지금은 4개 노선으로 줄었다. 특히 에어부산은 한때 10개에 달하던 노선을 2개로 줄였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구공항의 동절기 항공기 운항편수는 모두 490편으로 올 하절기 편수 684편보다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특히 국제노선의 감축 폭이 매우 컸다.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항공사의 상술은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갑작스런 노선 철수로 대구시민이 받아야 할 불편에 대한 배려가 없는 항공사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선택으로 응징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대구시도 대구공항에 닥친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 대구공항은 노선의 적절한 수요만 잘 파악해 운용한다면 공항 활성화가 쉽게 회복될 잠재력 있는 공항이다. 대구국제공항이 급속히 성장하는 과정에 저비용 항공사의 과당경쟁이 노선 철수라는 극단적 결과를 초래했을 수 있다. 지나치게 단거리 국제노선에 치중한 것도 멀리보지 못한 단견이었다. 앞으로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다. 권 시장의 지적대로 지역이 어려울 때 함께 해준 기업을 기억하고 도와주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대구공항의 노선 감소가 대구공항의 재도약의 전기가 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2019-11-04

헬기추락… 울릉도 의료수준 업그레이드 시급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한 소방헬기가 해군 청해진함에 의해 인양됐으나 기대됐던 실종자 시신 추가 수습에는 진전이 없었다. 추락사고의 원인조차 오리무중이어서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드러난 또 한 가지 큰 문제점은 동해어업 전진기지 울릉도의 열악한 의료수준이다. 추락사고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혀 사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 못지않게 울릉도의 취약한 의료체계와 의료수준의 업그레이드가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한 소방헬기가 사고 나흘만인 3일 오후 인양됐다. 그러나 헬기 내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됐던 실종자 1명의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해경은 3일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EC225 헬기 동체를 인양한 뒤 내부를 수색했지만,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이 소방헬기는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25분께 조업 중 손가락이 절단된 응급환자를 육상으로 긴급이송하고자 독도에서 이륙한 지 2∼3분 만에 바다로 추락했다. 사고 헬기에는 기장과 부기장, 정비사 1명, 항공구급사 1명, 항공구조사 1명 등 소방공무원 5명과 손가락 절단 환자, 환자의 동료 선원 등 7명이 탑승했었다.귀한 목숨을 앗아간 안타까운 헬기추락 사고의 이면에 자리한 형편없이 열악한 동해안 어업여건이 민낯을 드러냈다는 것이 어민들의 한탄이다. 연안어업 전진기지인 울릉도 일원을 중심으로 한 어선들의 안전사고는 겨울철 어로가 본격화되면 매일같이 반복되지만 대부분 드러나지 않고 넘어간다고 한다.동해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이 사고를 당하면 피난항인 울릉도를 찾는데, 울릉도의 의료시설은 고작 공중보건의로 채워진 울릉군 보건의료원이 전부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중앙119구조본부, 경북소방본부, 해경 헬기가 출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 분석해 동일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울릉도의 척박한 의료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손가락 잘린 어부를 치료하기 위해 달려간 헬기가 추락한 비극 그 이면의 부끄러운 모순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2019-11-04

전국꼴찌 합류한 대구 고교무상급식, 그래도 잘한 일

전국 유일하게 무상급식 제외지로 남을 뻔했던 대구시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고등학교에 대한 무상급식을 실시키로 전격 결정했다. 열악한 재정 사정으로 무상급식에 난색을 보였던 대구시가 지역사회의 여론악화 등을 감안, 시행으로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대구시가 보류에서 실시로 입장을 바꾸는 데는 대구시교육청, 대구시의회, 시·구·군 등의 협조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31일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부터 우리나라는 초중등 모든 교육이 무상으로 실시된다. 이처럼 무상교육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 여론을 뚫고 이제 대세가 됐다. 경북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꼴찌에서 두 번째, 대구가 꼴찌로 고교무상급식에 합류한 것은 유감이지만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무상급식을 제때에 시행하지 못한 대구시의 재정 사정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무상급식의 취지를 생각하면 이번 결정은 잘한 일이다.무상급식은 학생들의 건강권과 행복추구권, 지역별·계층별 교육격차 해소 등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우리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보편적 복지다. 특히 전국의 모든 광역단체가 무상급식을 실시하는데 대구만 빠진다는 것은 시민을 납득시키기 곤란하다. 대구의 재정자립도가 51.6%인데 대구보다 낮은 대전(46.8%)과 전북(26.6%)은 물론 대구와 비슷한 부산(56.7%) 등과 비교할 때 대구시의 무상급식 제외지라는 사실은 설득력이 없는 일이다. 전국의 모든 고교생들이 무상급식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대구시의 이번 결정은 대구시민이 받을 불평등의 문제를 해소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교생에 대한 무상급식으로 교수학습 활동이나 교육환경 개선 등이 소홀히 다뤄져서는 안 된다. 또 학생 급식에 대한 위생관리와 친환경 급식 등 급식 전반에 대한 수준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 비록 늦었지만 고교무상급식 시작을 계기로 학부모의 신뢰를 찾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 대구는 전국 최고의 교육도시임을 자부하고 있다. 학생과 학업에 대한 투자에 인색할 이유가 없다. 노심초사 끝에 내린 이번 결정이 긍정적 효력을 내도록 해야 한다. 학교교육 및 환경에 대한 투자는 우리 자녀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19-11-03

정의용 靑 국가안보실장의 위험한 ‘하얀 거짓말’

3차 북미정상회담의 조율과정에서 ‘벼랑 끝 전술’을 동원한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쏴대고 있다. 대다수 국민은 엄청난 위협을 느끼고 있는데, 이 나라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천하태평이다. 북한의 도발을 ‘축포’처럼 여기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마저 듣는다. 북핵을 도외시한 그의 ‘하얀 거짓말’은 정말 위험하다. 북한은 지난달 말 또다시 초대형 방사포 발사 도발을 감행했다. 지난 9월 10일과 8월 24일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 9월 10일에도 초대형 방사포 2발을 발사했으나, 한 발은 내륙에 낙하해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 두 발을 시험발사한 다음 날 지난해에 이어 북한을 또 다시 테러지원국에 다시 지정했다. 미 국무부는 ‘2018년 국가별 테러보고서’에서 북한과 이란·수단·시리아 등 4개국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렸다.그러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 경호처 등의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미사일 능력은 우리 안보에 아주 위중한 위협이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양적·질적으로 우리 미사일 능력이 북한보다 훨씬 우세하다”며 “북한보다 적지 않게 (우리도)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정의용 실장의 발언을 좋게 해석하자면 국민의 안보불안 조장을 막기 위한 ‘하얀 거짓말’로 이해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국가안보는 넘치는 것이 모자라는 것만 못 하다’는 금언에 비춰보면 이는 아주 위험한 인식표출이다. 더욱이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 시험발사를 공개하면서 “기습적인 타격으로 적의 집단목표나 지정된 목표구역을 초강력으로 초토화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핵미사일을 보유한 그들이 말하는 ‘적’이 바로 우리 남한을 뜻하는 것임이 명약관화한데 안보실장이 “위협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비대칭 전력의 불균형으로 위태롭기 짝이 없는 대한민국 국가안보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이건 아니다.

2019-11-03

전작권 환수, ‘정치 논리’ 아닌 ‘안보’ 차원 재검토 필요

주한미군사령관이 보유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전직 한국 국방부 장관과 한미연합사령관들이 한목소리로 신중한 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작권은 독립 국가의 자존심에 투영하면 당연히 ‘조기환수’가 답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핵(北核) 위험성이 한껏 고조된 상황에서 핵무기를 전혀 컨트롤할 수 없는 한국군이 작전권을 넘겨받는 것이 현명한 결정인지에 대한 실용적인 정밀검토가 필요하다. 김동신·윤광웅·김태영·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은 30일 주미특파원 출신 언론인 모임인 ‘한미클럽’이 발행한 ‘한미저널 3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조건 충족에 따라 전작권 전환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작권 전환에 대해 한민구 전 장관은 “정치적 합목적성이 정책적 합리성과 군사적 판단을 왜곡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신 전 장관은 “한미가 합의한 세부조건들이 충실히 이행됐을 때 전작권을 전환하면 된다”고 말했다.버웰 벨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미클럽에 보낸 서한에서 “북핵 대응은 오직 미군 지휘부만 가능한데 전작권 전환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면서 공개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제임스 서먼·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도 전작권 전환 시기를 특정하기보다는 “한국군이 전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2007년 전작권 환수가 논의될 시점의 한반도 군사 상황과 현재의 위협상황은 천양지차다. 핵무기 말고는 북한을 제어할 마땅한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운용할 자격이 있지 않은 한국군이 전작권을 갖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졌다. 2014년 10월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양국 간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합의한 ’한국군의 북핵대응 능력’ 등 3대 전제조건에 비춰보아도 환경은 턱없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다. 어리석은 결정이 북한과 미국으로 하여금 오판을 하게 할 수는 없다. 전작권 조기환수를 주장하는 반미 운동가들의 이념 편향적 주장에 문재인 정부와 정치권이 함부로 휘둘려서는 안 될 것이다.

2019-10-31

포항지진 특별법, 올 정기국회까지 제정 약속하라

성난 포항 민심이 또다시 상경했다. 30일 포항지진 피해 주민과 시민 3천여 명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포항지진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특별법 제정과 관련한 포항시민의 이 같은 외침은 벌써 2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달 15일이면 포항지진은 발생 만 2년을 맞는다. 정부사업을 추진하다 빚어진 촉발지진으로 확인된 데도 정부는 단한마디의 공식적 사과가 없었다. 피해주민은 2년동안 고통과 울분으로 생활해 왔으나 정부와 정치권은 특별법 제정조차 늑장이다. 특히 ‘남의 일’보듯 하는 정부의 태도가 더 얄밉다. 국회서 특별법을 마련하면 법대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지진이 처음 발생했던 때 정부 고위층의 포항방문이 있었을 뿐이지 포항시민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하겠다는 정부의 따뜻한 손길은 지금까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촉발지진에 대한 책임 회피성 자세만 보였다.그동안 지진피해 주민에 대한 보상이 포항시 주도로 일부 진행되고 있기는 하나 특별법이란 기준이 없어 중구난방식이 되고 있다. 곳곳에서 마찰음이 일고 있다. 특별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보상을 하면 마찰도 줄이고 주민들의 울분도 조금씩 가라앉힐 수 있을 텐데 법 제정은 오리무중이다. 특별법을 다루는 여야는 포항지진 대책위 대표를 만날 때마다 노력하겠다는 똑같은 답변만 되풀이한다. 이번에도 같은 말만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각각 만든 법안의 내용이 너무 달라 단일안 도출이 힘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동안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에서 한차례 심의도 했고 지난달 27일에는 입법공청회도 개최한 바 있다.그러나 공수처법 등 여야 정치권의 힘겨루기 속에 포항시민의 민생문제인 지진 특별법이 제대로 다뤄질지 걱정이다. 여야의 전향적 입장 정리가 먼저 필요하다. 불필요하게 밀당하는 정치적 게임에서 벗어나 포항시민을 위한 법안 내용으로 머리를 맞대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특별법은 포항지진의 진상조사와 피해구제에 초점이 있다. 포항시민이 희망하는 내용을 잘 담아 여야가 전향적 자세로 풀면 해법은 반드시 보인다. 올 정기국회 안에서 특별법을 꼭 만들어 포항시민의 고통과 억울함을 풀어주어야 한다.

2019-10-31

취임 후 처음 새마을지도자대회 참석한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했다. 이례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 정부가 들어서고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의 성과를 적폐로 몰면서 새마을운동도 홀대받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장관이 참석했다. 특히 새마을운동의 발상지임을 자부하는 경북은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대통령의 생각이 매우 중요하다. 새마을운동과 관련 사업이 가장 많고 이를 승계 발전시키자는 사람도 많아 대통령의 생각에 따라 사업의 탄력성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2019 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문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에 대한 칭찬을 많이 했다. “새마을운동의 현대적 의미를 계승 발전시키자”며 “우리나라가 경제 강국이 된 데는 새마을 지도자의 역할이 컸다”고도 했다. 또 새마을운동의 세계화에 대한 지원도 언급했다. 새마을운동과 관련 대통령의 발언은 권위주의 시대 관 주도로 시작한 새마을운동이 오늘에 이룬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향후 새마을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대통령은 새마을운동 세계화와 관련해 내년에 남태평양 피지와 2021년 아프리카 잠비아 등에도 새마을운동을 전파,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새마을운동의 창설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비록 없었으나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높이 평가한 점은 의미가 높다.새마을운동은 1970년 시작한 범국민적 지역사회개발 사업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농촌재건운동에 착수하면서 근면, 자조, 자립정신을 바탕으로 농촌근대화를 이끈 운동이다. 이후 농촌개발 사업에서 도시의 공장, 직장 등 한국 사회 전체의 근대화 운동으로 확산된 운동이다. 1970년대 한국사회를 특징짓는 중요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일부에서는 새마을 운동을 정치적 이유로 부정적 해석도 하고 있으나 한국의 근대화를 위한 의식개혁 운동이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은 대한민국의 밑바탕”이라는 말로 근대화 유산으로서 새마을 정신을 칭찬했다. 현 정부아래 뒤늦게나마 새마을운동이 그 공로를 긍정 평가받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 밝혀진 만큼 새마을 정신을 계승해 국가발전에 기여하는데 힘써야 한다. 발상지인 경북이 역할의 중심에 서야 한다.

2019-10-30

국회, ‘지방분권’ 강화법률안 통과 더 미루지 말아야

역대 정부들이 빠짐없이 ‘지방분권’을 강조하고,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의 날’을 제정한 지 7년이나 지났건만, 지방자치 수준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30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3월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하 전부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당파싸움에 찌든 정치권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방제에 버금가는 자치’를 이루겠다며 추진한 자치분권 개헌은 무산됐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전부개정안이다. 핵심내용은 ‘주민참여권 보장과 주민참여제도 실질화’, ‘자치단체의 실질적인 자치권 확대’, ‘자치단체의 자율성 강화에 상응하는 투명성·책임성 확보’, ‘중앙과 지방 간 협력관계 정립’ 등이다.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권영진 대구시장)를 비롯한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등 지방 4대 협의체 대표들은 29일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를 만나 지방분권 관련 법률안들을 연내에 반드시 통과시켜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그동안의 민주화 과정을 통해서 나름대로 민주성과 효율성을 증진시켰지만, 지방자치 분야만큼은 전근대적인 시스템과 풍토에 머물러 있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이 지방에 대한 지배력을 놓지 않으려는 관성을 도무지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점적 권한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중앙 관료들의 중앙집권적 심리도 작용한다.‘행안부 과장 한 사람의 권한이 전국의 자치단체장 합친 것보다 더 세다’는 통념은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하다. 역대 정권들은 선거 때마다 지방자치 발전을 찔끔찔끔 공약에 넣어서 써먹고는 나중에는 뭉개버리곤 해온 것이 사실이다. 내년 총선에서는 더 이상 속지 말아야 한다. 지방자치 발전 문제는 여야의 문제도 보수-진보의 문제도 아니다. 국회는 ‘지방분권’ 강화법률안 처리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지방분권’은 마지막 남은 미완의 민주화 과제다.

2019-10-30

‘외눈박이’ 교육자들, 미래세대에 가장 큰 위험

이념 편향에 찌든 일부 교육자들의 엇나간 교육 행태가 잇따라 불거져 우리의 교육현장이 위태롭다. 이들이 펼쳐놓은 천박한 이념의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지성의 장애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조롱하고 증오하며 적개심만을 키우는 교육현장에서 하루빨리 우리 아이들을 구해내야 할 텐데, 정말 걱정거리다.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인 장휘국 광주교육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이른바 ‘탕탕절’이라고 표현하는 경악할 일이 일어났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은 탕탕절. 110년 전 안중근 의사께서 일제 침략의 원흉 이토오 히로부미를 격살한 날. 또 40년 전 김재규가 유신독재의 심장 다카끼 마사오를 쏜 날. 기억합시다’라고 썼다. 어린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가 이런 생각을 하고, 더구나 그 생각을 외부에 공개까지 하는 것은 스스로가 ‘인성 파탄자’임을 입증한다.특히 주목할 부분은 그의 위치가 꾸준히 치유해가야 할 적대적 지역감정의 일방인 호남의 핵심지역 광주라는 사실이다.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호남의 아이들에게 통합과 화합과 상생의 슬기를 가르쳐야 할 교육 수장이 이런 편벽된 인식을 지녔다는 사실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얼마 전 서울 인헌고등학교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기자회견 사태는 교단의 치명적인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학생들이 밝힌 내용은 끔찍하다. 현 정권에 비판적인 학생을 교무실로 데려가 혼내고, 조국 관련 뉴스는 가짜라며 믿는 사람을 다 ‘개돼지’라고 하는 등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렵다. 전교조 교사들이 장악한 여러 학교에서 이런 일이 수없이 벌어지고 있으리라는 것은 합리적인 의심이다.생각이 채 여물지 못한 아이들을 상대로 ‘의식화 교육’을 획책하는 것은 교육자로서 절대 저지르지 말아야 할 중대범죄다. ‘교육의 탈정치’와 ‘교육의 정치적 중립 책무’는 언급하기조차도 민망하다. 교단은 교사가 자신의 오류투성이 외눈박이 가치관을 확대재생산하는 음모의 아지트가 아니다. 강퍅한 교사들의 이념 놀이터에 갇힌 우리의 미래세대들이 지금 위험하다.

2019-10-29

포항 수돗물 불신 말끔히 씻는 계기 삼아야

수돗물 필터 변색으로 홍역을 치른 포항시가 수돗물 검사체계를 확 바꿨다. 수돗물 검사 기준을 기존의 법정기준인 59개 항목에서 UN과 세계보건기구의 권고기준을 합친 281개 항목으로 대폭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대도시 수준의 검사 체계로 바꾼 포항시는 최근 강화된 검사 기준에 의한 수질검사를 대구수질연구소에 의뢰했다. 그 결과 모든 검사 항목에서 권고기준 적합, 오염물질 불검출 등의 안전성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포항시는 수돗물 검사항목 강화와 함께 포항시민으로 구성된 ‘수돗물 시민소비자 감시단’을 구성해 수돗물 검사와 감시가 투명하게 이뤄지는 안전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수질정밀검사를 연2회 실시해 대도시보다 더 강화된 방법으로 수돗물의 안전성을 지켜가기로 했다.지난 7월 포항시 남구 오천읍 일부 아파트에서 시작된 필터 변색의 수돗물 파동은 수돗물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운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일부 지역에서 시작된 수돗물 필터 변색 사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이 확산되면서 수돗물에 대한 시민의 불신감을 한층 높여 줬다. 급기야 수돗물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몇 달후가 지나서야 그 원인이 망간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완전히 지을 수 없었다. 시민이 먹는 수돗물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한번 생긴 불신감을 씻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가 대표적이다. 수돗물을 먹는 대구시민은 누구나 당시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다.포항의 수돗물 필터 변질사태가 다행히 잘 수습됐으나 지금도 안전한 수돗물 공급에 행정의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 포항시가 수질검사 항목과 검사횟수를 대폭 늘리고 시민감시단을 꾸리는 것 등은 시민에 대한 수돗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들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지만 가능하면 까다로울수록 좋다. 서울 등 대도시가 국제적 수준의 수질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까다로운 검사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의 수질검사 항목 강화를 계기로 포항은 전국에서 가장 양질의 수돗물을 먹는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검사 항목 확대와 더불어 노후관 교체 등 상수관 현대화 사업을 병행하면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영원히 불식하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2019-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