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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총선 불출마로 시작된 ‘개혁 이미지’ 전쟁

더불어민주당 두 초선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촉발된 여야 정당들의 개혁 이미지 전쟁이 불꽃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공천 레이스에서 이탈한 두 의원의 참회록 내지는 당 운영에 대한 쓴소리들이 여론의 공명을 일으키면서 역설적으로 소속정당에 보탬이 되는 형국이다. 상대적으로 속도가 늦은 자유한국당이 문제다. 내년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개혁’ 경쟁력이 승패를 가를 조짐이다. 인적 쇄신이 정치의 질을 높이는 무조건적 지표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대 선거의 결과가 이를 시사한다. 지난 총선 당시 현역 의원 교체율이 33.3%였던 민주당은 32.8%였던 새누리당을 누르고 승리했다. 2012년 17대 총선 때는 현역 물갈이 비율이 41.7%였던 새누리당이 37.1%였던 민주당에 승리를 거뒀다.최근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 보수 지지층은 현역교체 찬성 의견이 68%, 반대 의견은 15%로서 인적 쇄신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이는 여당 지지층의 45%(찬성) vs 40%(반대)와 큰 차이다. 한국갤럽이 최근 조사한 ‘정당 호감도’에서도 한국당에 대한 비호감도는 62%로 압도적 1위였다. ‘호감이 간다’는 응답은 28%에 불과했다.‘제1야당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국민은 다 아는데 정작 한국당 의원들만 모르는 것 같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총선 불출마 뜻을 밝혔던 의원들마저 말을 뒤집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패스트트랙 참여 의원의 공천 가산점을 놓고 갈팡질팡하고, ‘조국 낙마 축하’ 표창장 파티로 빈축을 샀다. 황교안 당 대표의 미국방문 여부를 두고도 오락가락이다.물론, 살아 있는 정당이라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기는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중진들을 비롯한 대다수가 ‘친문(親文) 선명성’ 경쟁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한국당을 대안이라고 여기는 민심은 아직 미풍도 못 만들고 있다. 언제까지 “분노한 국민이 나서서 떠 먹여주는데 한국당은 제대로 삼킬 줄도 모른다”는 혹평을 들을 참인가. ‘개혁 이미지’ 전쟁에서 지는 정당은 내년 선거에서 무조건 진다.

2019-10-28

민간체육회장 선거, 정치판 변질 막아야

전국 지방단위로 치러질 민간체육회장 선출을 앞두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당연직으로 맡아오던 체육회장 자리가 체육의 독립성, 자율성 그리고 정치적 활용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내년부터 민간회장 체제로 바꾸었지만 법 취지가 제대로 살아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의 시선이 많다는 것이다.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은 내년 1월 16일부터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지방의회 의원의 체육회장 겸직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늦어도 12월 중에는 새로운 민간체육회장 선출이 이뤄져야 할 입장이다. 포항 등 경북도내 일부 도시에서는 회장 후보군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선거전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그러나 막상 새로운 민간인 출신 체육회장을 뽑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17개 광역시와 228개 시군구 체육회의 당연직 회장의 교체는 현실적으로 정치적 입김을 배제하기가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정치적 성향의 인물이 후보군으로 나설 경우 선거과열과 불·탈법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적어도 그 지역에서는 영향력이 높을 수밖에 없는 체육회장 자리를 정치적으로 활용한다 해도 이를 제재할 방법도 없다.특히 체육회가 재정적으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치명적 약점이다. 현재 전국의 체육회는 집행 예산의 절반 이상을 해당 지자체 예산에 의존하고 있다. 경북체육회도 전체 예산의 81%를 경북도로부터 지원받는다. 시군의 사정도 마찬가지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체장의 측근 등이 후보군에 거론되는 것은 당연하다. 전국적으로 이와 유사한 일들이 곳곳에서 벌써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애초에 생각했던 체육단체의 정치적 입김 배제가 여전히 숙제로 남는 이유다. 선거가 본격화되면 이에 따른 부작용은 더 크게 두드러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지금이라도 제도적 보완을 검토하면서 선거의 공정성에 관심을 갖고 선거관리에 나서야 한다. 관계 당국의 의지가 분명해야 한다. 특히 체육회장을 겸직한 현직 단체장의 관심과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민간체육회장 체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선거의 정치판 변질은 모두가 꼭 막아야 한다.

2019-10-28

北 ‘금강산 패악질’, 더 받아줘서는 안 된다

북한은 역시 문명 세계로 나올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야만 집단임이 드러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현대아산과의 계약 파기는 물론,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평양공동선언 합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패악질이다. 한미동맹의 틈바구니를 파고드는 북한의 못된 짓을 더 이상 받아줘서는 안 된다. 북한이 보내온 통지문에서 대면협상이 아닌 ‘문서교환 방식’으로 실무적 문제를 합의하자고 제의해온 점이 눈에 띈다. 한마디로 ‘만나기도 싫다’는 얘기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달라진 환경을 충분히 검토하며 금강산 관광의 창의적 해법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현대아산은 2002년 북한 조선아태평화위원회와 금강산관광지구 50년간 독점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권 비용도 4억8천만 달러(약 5천300억 원)가 투입됐다. 금강산호텔 등에 투자한 금액만도 2천200억여 원에 달한다고 한다. 북한은 금강산관광지구법도 제정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뒤집고 ‘철거’를 결정한 것은 그들이 눈곱만큼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을 완전히 ‘등신 취급’하는 행패에 다름 아니다.김정은과 북한의 의중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그들이 소위 ‘벼랑 끝 전술’을 동원해 우리를 자극하는 것은 한미동맹을 끊고 자기들처럼 국제사회의 질서를 무시한 채 ‘우리 민족끼리’를 선언하라는 압박이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에 들어간 투자를 ‘볼모’로 삼는 일은 문명사회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횡포다.‘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비난까지 감수하며 인내해온 문재인 정부의 입지는 더욱 초라해지고 있다. 통일부 대변인이 말하는 ‘창의적 해법’이라는 뜬구름 잡는 수사법으로 뚫어낼 해결책이란 없다. 이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북한의 야만적인 행태에 대해서 할 말을 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대북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절실한 시간이 왔다.

2019-10-27

예산 멋대로 쓴 경북도 산하기관 엄한 책임 물어야

경북도 산하 기관들이 규정을 어기고 예산을 멋대로 집행한 것이 감사에 적발됐다. 정부의 엄격한 예산집행 규제에도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여전히 나랏돈이 눈먼 돈처럼 사용된 것이 확인된 셈이다. 경북도 산하 경북도문화재연구원, 경북신용보증재단, 경북도경제진흥원, 새마을세계화재단 등은 기금과 인건비 등을 멋대로 사용했다가 경북도 감사에서 적발됐다. 경북도문화재연구원은 경영이 나빠지자 경영을 개선하겠다는 생각은 않고 자체 기금을 빼내 쓰다 감사에서 적발됐다. 2017년에는 기금변경 운용계획 절차 없이 이사회 서류 결재만으로 70억원의 기금 가운데 20억원을 인건비 등 운영비로 사용했다. 2018년에도 같은 방법으로 25억원의 기금을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또 2016년 이후 업무추진비 중 85%인 2천100만원을 축·부의금으로 전용한 것이 적발됐다. 학술 용역 국외여행 후 15일 이내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경비 전액을 반납해야 하지만 6명이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경북도신용보증재단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최근 3년간 인건비를 34%나 올렸다. 피복비를 지급하면서 개인이 불특정 평상복을 구입하고 영수증만 제출토록 하는 등 규정을 무시했다. 경북도경제진흥원은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개인별 근무실적이 아닌 직급별로 나눠먹기하다 적발됐다. 또 새마을세계화재단은 비상임이사가 출장을 갈 때도 대표이사 기준 1등석 운임을 적용, 2천여만원을 과다 지급한 것이 적발됐다.경북도 산하 공공기관의 적발 사례를 보면 지킬 수 있는 규정에도 이를 고의적으로 무시하거나 업무를 태만히 한 것이 역력해 보인다. 특히 대부분의 기관들이 자립 기반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으면서 경영 개선의 노력보다는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간다. 얼마 전 국감에서도 산자부 산하 3개 기관이 RD 자금을 부정하게 사용한 사례가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정부 부처 산하기관이나 지방정부 산하기관 할 것 없이 국민의 혈세를 멋대로 사용하는 타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적발에 그치지 말고 예산 유용시에는 형사고발 등의 조치로 근본적 근절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2019-10-27

반복되는 수해 알면서 댐 건설 미룰 이유 있나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댐 건설부지 인근주민들로 구성된 주민대표단이 환경부를 방문, 항사댐의 조속한 건설을 촉구했다고 한다. 항사댐은 2016년 댐 희망지 신청제의 하나로 선정돼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해 오다 2018년 국가 물관리 일원화 정책으로 환경부로 업무가 이관되면서 현재까지 별 진전을 못보고 있는 사업이다. 올여름 태풍 타파와 미탁 때도 오천읍 소재지를 통과하는 냉천이 어김없이 범람하는 바람에 제방과 토사가 유출되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2016년 태풍 차바와 지난해 콩레이 내습 때도 마찬가지였다. 올해도 비켜갈 수 없었다. 냉천이 관통하는 오천읍 일대는 매년 큰비가 오면 수해로 주민들이 홍역을 치른다. 주민의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런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해 정부가 댐건설을 하겠다고 주민 의사를 수용해 놓고도 아직까지 캄캄 무소식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환경부로 댐건설을 촉구하기 위해 방문한 것은 지난해 12월에도 있었다. 주민 1만2천여명의 뜻을 담아 댐 건설을 조속히 해줄 것을 건의했다.항사댐은 정부가 신청을 받고 지자체가 댐 건설을 요청하는 희망지 신청제에 의해 선정된 곳이다. 2016년 전국 23개 시군에서 접수된 댐건설 희망지 중 선정된 6곳 중 하나다. 국토부의 댐건설 검토 과정도 거쳤다. 항사댐은 홍수시 재난 방지가 필요하며, 가뭄으로 상습적인 용수 부족난을 겪는 주민의 불편 해소를 위해 건설의 타당성이 인정된 사업이라는 것이다. 댐 건설이 늦어지면서 주민피해는 물론 예산낭비도 잦았다. 하천 둔치에 세운 체육공원과 같은 친수공간이 태풍이나 많은 비로 침수돼 망가지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태풍 콩레이 때는 물폭탄을 맞아 복구비만 20억원이 들었다 한다. 지난번 태풍 타파에는 체육공원 점토블럭 800㎡가 유실돼 또다시 복구해야 할 처지라고 한다.일부 환경단체의 반대도 있으나 항사댐이 건설되면 오천읍과 동해면 일대 7만여 주민의 용수난과 홍수 및 가뭄 대응력이 월등히 높아진다고 한다. 특히 지자체와 지역주민이 댐 건설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입장이다. 정부가 망설일 이유가 없다. 똑같은 피해가 내년에 또다시 반복되지 않게 관련부처의 조속한 댐 건설을 촉구한다.

2019-10-24

몰려다니며 재판 압박…몰상식 ‘팬덤’이 法治 위협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결국 구속됐다. 자정을 넘긴 24일 0시 20분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극과 극의 반응이 나타났다. 대검찰청 앞에 모여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했던 응원자들은 탄식과 울음을 터트리며 “검찰과 사법부 OUT”, “너희들은 미쳤어”라고 외쳤다. 정의와 불의를 엄정히 가려 반응하는 정직한 이성이 마비된 몰상식한 팬덤(fandom)이 법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나라가 돼가고 있으니 정말 큰일이다. 정경심 교수 구속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낼 일이 아니다”라면서 “사법절차를 지켜볼 것이고, 이와 무관하게 사법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설훈 민주당 의원은 “조국 전 장관까지 유죄 판정해 (구속 상황이 발생한다면) 국민적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협박성 발언을 내놓았다.반면, 한국당은 “구속 수사는 너무나 당연하다”면서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조국의 거짓말과 국민 기만의 민낯을 밝히기 위해 ‘조국 가족 범죄단’의 주요 공범인 조국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차례”라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도 논평에서 “정 교수 구속을 계기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해야 한다”고 밝혔다.처참하게 밑천을 드러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문제다. 그는 꾸준히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냈지만, ‘대한민국 최악의 궤변론자’라는 인식만 굳혔다. 아무런 설득력도 참신한 논리도 통찰도 담지 못했다. 아적(我敵)을 가리지 않고 연일 총질을 해대는 그의 언행은 나라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조국이 아무리 좋아도 그와 가족이 저지른 파렴치한 범죄혐의를 두둔해서는 안 되는 것이 상식이요 건강한 민심이다. 현대사회에서 이성을 벗어난 팬덤은 심각한 병폐다. 마치 사이비 종교에 심취해 오도된 신앙처럼, 천하에 없는 죄를 저질러도 자기편 사람들을 절대 선(善)이라고 인식하고 법치마저 위협하는 편집증은 너무나 위태로운 사회현상이다. 바른 정치, 바른 민심 형성을 위한 국민의 깨우침이 절실하다

2019-10-24

도시공원 일몰 문제 지방정부 몫만은 아니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 시설로 지정한 뒤 20년 넘도록 공원조성을 하지 않았다면 도시공원에서 배제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시행하는 조치다. 땅 주인의 사유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 시한이 2020년 6월30일까지다. 이후는 해당 토지는 공원시설에서 자동 해제된다. 전국적으로 일몰제에 해당하는 공원 시설은 1천766곳으로 부지면적만 396㎢다. 서울시 면적의 절반을 넘는다. 이 가운데 전국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매입하겠다는 시설은 현재 43.5%인 158㎢다. 이곳에 투입될 예산만 7조원이 넘는다. 대구시도 지방채 발행 등으로 조달한 4천800여억원으로 사유지 300만㎡를 매입하기로 했다. 일몰제 대상 시설의 절반 이상이 예산상 이유로 대책이 없다. 내년 7월부터는 공원부지에서 자동 해제돼 이곳은 난개발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지역주민이 건강한 삶을 위해 활동하던 공간들이 어떤 형태로든 파괴되고 없어진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에 대한 중앙정부의 대응은 매우 소극적이다. 지방정부에 대부분을 떠넘겨 놓고 있다. 대상 토지 매입을 위해 발행하는 지방채 이자를 50%에서 70%로 늘려 지원하는 것이 다다.전국시도지사협의회 등 전국의 자치단체가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모임을 갖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한다. 전국 자치단체는 일몰 대상 도시공원의 토지 매입비 50% 국비지원, 지방채 발행이자 전액 국비지원, 토지소유자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요구했다. 도시공원은 그 지역의 산소를 공급하는 허파와 같은 곳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도시공원 시설로 결정한 것은 주민의 건강한 삶을 위한 수단으로 반드시 있어야 할 시설로 인정한 때문이다. 특히 미래세대를 위한 소중한 자산으로 도시공원 시설은 우리 세대가 반드시 지키고 유지해야 할 중요한 자산이다. 도시공원이 지방에 있다는 사실로 지자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정부의 몰염치다. 지방의 재정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뒷짐을 지겠다는 것은 중앙정부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시한이 촉박한데도 전국적으로 도시공원 집행률은 50%대에 그치고 있다. 열악한 지방재정 탓이다. 난개발을 막고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은 중앙과 지방이 함께 분담해야 할 숙제인 것이다.

2019-10-23

자유한국당, 지금이 ‘조국 戰勝’ 떡 돌릴 때인가

자유한국당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태스크포스(TF)팀에 대한 표창장 수여식은 황당하다. 조국 장관이 물러났지만, 정국은 오히려 더 살벌하고 첨예하게 굴러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책 기조를 바꿀 마음이 추호도 없음이 확인됐고, 패스트트랙 위에 오른 ‘공수처(공직자비리수사처)’는 괴물로 탄생할 위기에 처했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지금 이렇게 ‘조국 戰勝’을 자축하며 떡 돌리고 웃음판 만들 때가 결코 아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22일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이 끝난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조국 인사청문특별위원회 TF팀에 대한 표창장 수여식을 열었다. 일부에서 “주광덕 하나 더 줘라”, “조광덕(조국 저격수 주광덕을 의미)은 두 개 줘”, “곽상도 세 장 줘라”, “민경욱은 왜 안 주는가” 등의 농담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이날 표창을 받은 의원들은 인사청문위원장을 맡았던 여상규 의원과 청문위원인 김도읍·김진태·이은재·장제원·주광덕·정점식 의원이었다. 또 장외(場外)에서 ‘지원 사격’을 펼친 곽상도·김종석·박성중·송언석·윤한홍·최교일 의원과 김용남 전 의원도 상을 받았다.전무후무한 소용돌이였던 ‘조국 대전’을 치른 야당이 성과를 기리고 시상을 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할지 모른다.그러나 조국 전 장관의 사퇴는 문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난제의 시작이다. 패스트트랙에 올라있는 ‘공수처’는 여차하면 대통령의 친위 사정기관이라는 용가리 괴물로 탄생할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는 형국이다. 더욱이 국회선진화법에 얽힌 야당 의원들이 줄줄이 기소될 우려도 해소된 상황이 아니다.시정연설이 끝난 뒤 다가오는 문 대통령을 옹졸한 모습으로 피할 게 아니라 악수하며 한 마디씩이라도 ‘바른말’을 들려주는 게 오히려 전략적이지 않았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판국이다. 한국당은 대체 왜 민심을 좀 더 깊이 헤아리며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신실한 야당이 못 되는가. 조국 몰아냈다고 자화자찬하는 희화적인 모습 뒤에 감춰진 또 다른 ‘자만’의 그림자가 걱정이다. 자유한국당은 좀 더 겸허한 모습으로 진지하고 치열하게 가야 한다.

2019-10-23

‘자성’ 없는 문 대통령 시정연설… 난국해법 안 보여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혁신·포용·공정·평화 4가지 목표를 제시하며 내년 예산의 기조를 설명했다. 그러나 모처럼 가진 국회연설에서 극도의 분열상을 나타내는 민심을 추스를 혜안이 제시되기를 바랐던 기대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실망스러운 내용이었다. 대통령의 연설에는 무엇보다도 최근 국가적 혼란을 촉발한 당사자로서 진솔한 ‘자성’이 전혀 있지 않았다. 아무리 예산안 연설이라고 해도 유리한 지표들만 나열하며 마치 나라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식의 자화자찬을 펼치는 대목은 듣기 거북했다. 특히 ‘조국 블랙홀’을 만들어 온 나라를 소용돌이에 빠트린 당사자로서 진지한 성찰의 목소리를 기대했던 대다수 국민은 실망의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검찰개혁의 민심만 들먹거리며 ‘공수처’ 설치의 당위성을 압박하는 대목에서는 오직 ‘마이웨이’의 아집만 두드러졌다.지금까지의 정책 기조를 조금도 흐트러뜨리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이는 문 대통령의 연설은 도무지 달나라 외계인 같은 오판마저 엿보여 국민적 걱정을 보탤 따름이었다. 시정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말도 안 된다”고 야유를 보내거나 손가락으로 ‘X자’를 그려 보이며 항의 퍼포먼스를 했다. 시정연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곳곳에서 불편한 여야 관계가 여실히 노정됐다.불길한 기운은 이미 전날 종교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어렴풋이 감지됐다.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 면에서 협치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해 왔지만 크게 진척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해 자신이 곧 국민갈등의 진원지임을 완전히 망각한 모습이었다. 아무리 되짚어보아도 통합과 협치를 위해 대통령이 한 의미 있는 통치는 기억에 없다.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스스로를 성찰하겠다”는 시정연설 말미의 대목을 기억한다. 남의 말을 다 들어주는 척 퍼포먼스만 부지런히 하고 결국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계속 보아야 한다면 이는 정말 참담한 일일 것이다.

2019-10-22

국감장서도 성토된 ‘탈원전’ 지금이라도 바꿔라

지난 7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시작으로 18일 산자부 국정감사에서까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세계 최고의 한국원자력 기술력 상실을 포함, 각종 부작용을 동반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3년째 비판과 논란만 무성할 뿐 근원적 대책은 없다. 정부 일방의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원전 생산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원자력 산업계와 원전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에도 정부는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태양광 정책은 말썽만 일으키고 있다. 무분별한 태양광 장려로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의 2천445㏊의 산림이 파괴됐다. 축구장 3천개 규모라 한다. 친환경 정책이 되레 자연환경을 망치고 있는 꼴이다. 석탄연료 사용 증가로 탄소배출량도 늘어났다.탈원전 정책은 대략 3가지 점에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관련 산업의 위축과 대규모 일자리 상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 상실이다. 최근 한국원자력 기술의 자립을 선도해 왔던 한동대 장순흥 총장의 원전정책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새겨들을 만하다. 그는 “한국이 원자력을 무시하면 원자력뿐 아니라 한국이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중국, 프랑스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한국은 에너지 핵안보까지 위협받게 된다”고 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멀쩡하던 공기업들이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9천억원이 넘는 적자가 났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다른 에너지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공기업의 적자는 국민 부담으로 넘어온다. 총선 후 전기료 인상설이 나오는 이유다.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공론화 과정도 없었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았다. 지난해는 국민투표에 붙여야 한다는 여론도 나왔지만 실행은 되지 않았다. 정부 정책을 이념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탈원전에 나섰던 대만도 국민투표를 통해 다시 원전 가동에 들어갔다. 탈원전 정책이 국가 미래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지금이라도 면밀히 살펴 필요하다면 정책 수정에 나서야 한다. 국가정책은 이념보다 국민의 이익을 판단 기준의 우선으로 삼아야 후회가 없는 것이다.

2019-10-22

난맥상 구미시의회, 시민 보기 민망치 않나

기초의원의 추태나 경거망동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이 전국적으로 한둘이 아니다. 기초의원이 보인 불미스런 일의 양상도 다양하다. 폭행과 욕설, 불법청탁 의혹 등 그들에게 넘지 못할 선은 없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기초의원의 불미스런 행동에도 해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기초의원의 자질론이 불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구미시 의회가 의원 간 갈등으로 의정이 중단됐다고 한다. 구미시 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김태근 의장(자유한국당)의 사퇴를 요구하며 의정 중단을 선언하는 바람에 여야 의원 간 대립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싸움판이 돼 버린 여의도 정치를 닮아 가는 것 같아 보기가 민망하다. 구미는 지금 이런 문제로 한가한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대기업의 이탈로 구미공단의 가동률이 사상 최악으로 떨어져 경제회복에 모두가 힘을 모아도 될까 말까한 상황이다. 구미 경제가 사상 유례 없는 위기에 봉착했는데 의원들은 내편 네편으로 갈라져 싸움질 한다면 시민들 눈에는 어떻게 비쳐질까 걱정이다.이판에 구미시 공직사회의 기강 해이도 심각하다고 한다. 시 간부공무원이 긴급체포되는가하면 인허가 관련 직원들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았다. 시의회가 앞장서 감시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일이 아닌가. 현안이 산적하다. 밤낮으로 일해도 모자랄 판에 일은 뒷전으로 하고 정쟁을 삼는다면 기초의원 무용론이 나와도 할 말이 없다. 구미시의회는 올 들어 각종 의혹에 연루된 시의원 2명이 자진사퇴한 바 있다. 지난 8월에는 의원끼리 삿대질과 욕설을 주고받는 장면이 인터넷 방송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또한번 된통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심기일전해야 할 때이다.해외 가이드 폭행으로 망신당한 예천군 의회 사태로 기초의원의 자질 문제가 자주 거론되는 요즘이다. 비록 중앙 정치가 파행으로 치닫는다 해도 지방의회만큼은 제자리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구미시 의회가 보여준 지금의 난맥상은 구성원의 자질을 의심케하는 행동일 뿐이다. 이유야 어쨌든 대화와 소통으로 문제를 푸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당장 의회를 열고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2019-10-21

이상야릇한 ‘통일부’, 무기력한 ‘국방부’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경기에 출전했던 한국축구대표팀이 험악한 경기를 치르고 돌아온 일에 대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북한이 슬금슬금 기지화한 서해 NLL 선상에 있는 함박도에 대해 국방부와 달리 ‘초토화 계획’을 밝힌 이승도 해병대 사령관의 발언이 후폭풍을 낳고 있다. 통일부는 이상야릇하고 국방부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이 낭패를 어째야 옳은가.이번 평양 남북 축구경기는 아무래도 역사에 길이 남을 괴상한 경기일 것이다. 북한의 자발적 무관중 경기에다가 TV 중계를 비롯한 원정팀 취재진도, 승부도 없는 ‘3무(無) 경기’로 일컬어진다.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스타 선수 손흥민의 솔직한 소감을 두고 일부 배알도 없는 좌파 네티즌들이 ‘개념 없음’을 비난했다는 소식은 더욱더 씁쓸한 일이다.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국감장에서 평양 축구에 대해 북한이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관중 없는 경기를 치렀을 것이란 논리를 폈다가 뭇매를 맞았다. 한국당 김무성 의원의 “실망했다. 이 정도는 이야기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추궁에 마지 못해 “죄송하다”고 답변한 김 장관의 비굴한 대북인식은 짜증이 날 정도다.북한이 스리슬쩍 기지화한 서해 NLL선상의 함박도에 대한 국방부 장관의 “원래부터 북한땅”이라는 설명과 달리 이승도 해병대 사령관은 “유사시 초토화할 수 있도록 해병 2사단의 화력을 계획했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아무리 ‘평화’를 말해도 국방부 장관이나 장군들은 굳건한 안보 의지를 일관되게 밝히는 것이 국민을 편안케 하는 태도요 마땅한 사명 아닌가.시간이 갈수록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비관이 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이 평양에 가서 싸간 음식조차 모조리 빼앗기고 격투기 같은 희한한 경기를 치르고 온 일로 민심이 들끓고 있는데, 북한 편들기 논리를 펼 작심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하면서 구걸로 얻어낸 평화가 어떻게 진정한 평화일 수 있나. 지금처럼 해서는 ‘통일’도 ‘평화 안보’도 오히려 점점 멀어질 따름이다.

2019-10-21

헌혈운동 범국민적 캠페인으로 이끌어야

헌혈인구 감소로 혈액수급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헌혈인구가 감소하는 이유가 우리사회의 저출산과 고령화 때문이라 하니 헌혈부족 현상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짐작이 된다.헌혈의 중요성을 전하고 헌혈자에게 감사하기 위해 정한 세계헌혈의 날은 6월 14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매달 13일을 헌혈의 날로 정하고 헌혈의 중요성과 헌혈을 통한 생명나눔운동을 펼치고 있다.그러나 매월 13일이 헌혈의 날인 줄 아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더 많은 홍보를 통해 헌혈에 대한 올바른 사회 인식을 확산시키고 국민의 동참을 이끌어내야겠다. 혈액은 아직 인공적으로 만들거나 대체할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수단으로는 헌혈만이 유일하다. 세계 각국은 생명을 사고 팔수 없다는 인류의 공통적 윤리에 기반하여 혈액의 상업적인 유통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피가 부족한 환자는 다른 사람의 피를 공급받지 못하면 곧 생명을 잃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헌혈이 바로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경우 수혈용 혈액적정 보유량이 5일치를 유지한 날은 97일에 불과했다. 5일 연속 혈액투여가 가능한 날이 100일 밑으로 떨어진 게 처음이라 한다. 올해는 5일치 이상 유지한 날이 8월 말까지 49일로 집계 돼 혈액보유 상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같은 이유는 젊은층의 헌혈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층의 출산율이 줄면서 인구 감소가 헌혈에까지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10∼20대 헌혈자가 30∼50세까지 헌혈을 지속하면서 중·장년층 헌혈자가 전체의 80%를 차지한다고 한다.우리도 이처럼 헌혈층의 연령대를 높이는 노력을 병행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헌혈에 대한 불안한 선입견을 해소시키고 헌혈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사랑나눔운동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직장 등 사회단체가 중심돼 헌혈운동에 앞장선다면 그 성과는 놀랄 만큼 높아질 것이다. 헌혈의 자급자족시대가 선진국이 되는 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9-10-20

‘기업 하기 힘든 나라’로 추락하는 한국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9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우리나라는 기업 활력 부문에서 지난해 22위에서 올해는 25위로 순위가 뚝 떨어졌다. 창업 비용과 창업 준비 기간, 파산회복률, 파산법률체계는 물론 ‘창조적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기업’ 항목도 경쟁국에 비해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국이 ‘기업 하기 힘든 나라’로 추락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기업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WEF 평가에서는 특히 노사 부문 등에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노동시장 순위는 전년 대비 3계단 하락해 51위로 집계됐고 노사관계 협력 순위는 조사대상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인 130위에 머물렀다. 노동시장 경직성과 관련이 있는 정리해고비용(116위), 고용·해고 관행(102위), 외국인 노동자 고용의 용이성(100위)도 모두 100위권 이하로 저조했다.지난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참석한 미국 뉴욕 한국 경제 설명회(IR)에서는 노조친화적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피터 마 포인트스테이트캐피털 매니징 디렉터는 “한국 정부가 노조친화적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앞으로도 이런 정책을 더 도입할 것인가”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홍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이 다소 빠르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정권이 바뀔 때마다 들쑥날쑥 바뀌는 법인세율은 가장 상징적인 문제점이다. 김대중 정부 27%, 노무현 정부 25%, 이명박 정부 22%, 박근혜 정부 22%, 문재인 정부 25%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출렁거렸다. 정권 교체 그 자체가 기업에 치명적인 ‘불확실성’인 것이다.최악의 ‘기업 하기 힘든 나라’로 추락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가경쟁력을 하루빨리 추슬러내야 한다. 노조친화적 정책을 기업친화적 정책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이념’의 영역을 벗어나 ‘생존’의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대통령이 잇따라 대기업을 찾아다니며 사진 찍고, 경제 장관들을 불러모으는 어색하고 낯선 장면 뒤에 아직 극적인 정책전환의 기운이 보이지 않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2019-10-20

공공기관 24곳, 동해를 ‘일본해’ 표기… ‘정신 줄’ 놓았나

최근 한일 경제갈등이 첨예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일부 공공기관들이 최근까지도 홈페이지에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한 지도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이다. 이같은 현상은 영토수호 문제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정신 줄’을 놓고 산 셈이어서 씁쓸하다 못해 허탈감마저 부른다. 차제에 유사한 문제점이 없는지 샅샅이 가려 경각심을 다잡아야 할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인 민주당 전혜숙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아 15일 공개한 공공 웹사이트 정보오류 긴급점검 결과를 보면 공공기관 24개 사이트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는 지난달 27일부터 5일 동안 공공기관의 대민(對民) 웹사이트 7천124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중앙부처 중에는 경찰청이, 공공기관 중에는 국토연구원과 원자력안전재단 3곳이 웹사이트에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Liancourt Rocks)로 표기해 왔다. 경찰청이 운영한 ‘2019 국제 사이버범죄대응 심포지엄’ 사이트의 행사장 안내 페이지에는 일본해와 리앙쿠르 암초라는 표기가 쓰인 구글 지도가 사용됐는데, 1년 반이 넘도록 그대로 방치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방자치단체 중에는 서울시와 경남 창원시 등 14개 기관의 16개 웹사이트가, 지방 공기업 중에는 천안의료원 등 3개 기관의 3개 사이트가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었다. 서울시의 경우도 디지털시민시장실 웹사이트의 국제협력 페이지에 구글지도를 사용해 일본해와 리앙쿠르 암초를 표기해왔다. 교육청 중에는 유일하게 서울시교육청이 적발됐다. 공공기관들은 간단히 바로잡을 수 있는 표기 오류를 수년 동안 손을 쓰지 않고 방치해오다가 행안부 조사 때 비로소 함께 바로 잡았다. ‘동해’와 ‘독도’ 표기 문제는 대한민국 자존심이 걸린 최대의 쟁점 이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철두철미하게 관리해오지 않는 공공기관들은 가차 없이 질타받아야 한다.더 많은 해괴한 현상이 있을 것이라는 국민의 불신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도록 정밀점검과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2019-10-17

영일만대교 건설 10년도 더 기다렸다

포항 오천읍 문총리에서 흥해읍 곡강리까지 동해바다를 횡단하는 영일만대교 사업은 2008년 이명박 정부시절 광역권 선도프로젝트 사업으로 선정된 사업이다.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시작된 사업이지만 2011년 경제성 부족으로 평가되면서 사업이 8년째 지지부진하다. 올 1월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을 확정하면서 경북도가 1순위로 제출한 동해안고속도로(영일만대교 포함) 건설사업은 또다시 제외되는 불운을 겪었다. 경북도민의 오랜 숙원이자 포항시민의 염원인 영일만대교 건설사업은 거슬러 올라가면 27년 전부터 논의를 벌여왔던 사업이다. 92년 포스코에서 발표한 영일만 광역권개발 기본구상에 포함된 사업이었다.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서남해지역은 서해대교를 비롯 웬만한 섬이면 교량이 대부분 가설됐다. 경북도에 따르면 전국에는 35개의 해상교가 있으나 경북에는 단 한군데도 없다. 인천이 7개, 부산·경기·경남 각 5개, 전남 4개나 된다고 한다.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보아도 영일만대교 사업은 반드시 건설돼야 할 사업이다. 그동안 지역의 경제적 여건도 많이 달라졌다. 영일만항의 완공으로 포항은 북방교역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영일만대교는 영일만항의 남쪽으로 통한다. 포항철강산업공단과 울산공업단지, 부산항을 연결하는 물류수송 기능이 가능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북방교역의 유일한 통로가 되기도 한다. 특히 경북민이 느끼는 SOC 사업에 대한 상대적 소외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속히 서둘러야 할 사업이다.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영일만대교 건설에 따른 예산 확보를 위해 지역 정치권의 협조를 구했다는 소식이다. 청와대도 찾아가 영일만대교 건설의 당위성을 설명했다고 한다. 시의적절한 발걸음으로 보인다.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영일만대교 사업은 또다시 물 건너갈지 알 수 없다. 대교 건설의 당위성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라도 예산 확보의 근거를 남겨야 한다. 지역 정치권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경북의 대표적 랜드마크가 되고 관광산업 진흥 효과도 기대되는 사업이다. 동해안고속도로의 허리에 해당하는 영일만 횡단구간이 제대로 완성된다면 경북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영일만대교 건설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2019-10-17

통합신공항 이전지 선정 소탐대실하면 안 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후보지 선정이 몇 차례 엎치락뒤치락 하다 대구시와 경북도 등 4개 단체장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연내 이전지 선정이라는 촉박한 일정을 고려한다면 4개 단체장 합의에 의한 후보지 선정은 이제 물 건너 간 셈이다.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15일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 이해당사자(대구시, 경북도, 군위군, 의성군) 간 합의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이 사실상 난관에 봉착했음을 시인한 발언이다. 그러나 대구시와 경북도는 후보지별 찬반투표와 투표참여율에 시도민의 선호도 조사결과를 새롭게 반영하는 수정안을 국방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내 후보지 선정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도 밝혔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후보지 선정은 끝내 소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원점으로 돌아갔다. 통합신공항이 대구경북에게 안겨줄 미래적 가치보다 자치단체의 이기적 생각에 매몰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후보지역인 군위군과 의성군이 자기 쪽에 유리한 계산만 내놓은 탓이다. 게다가 연내 이전이라는 조급함에 쫓겨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가지지 못한 것도 원만한 합의를 이끌지 못한 이유다.통합신공항 후보지 최종 선정이 연내 마무리되려면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 주민투표까지 최소 한달 이상 소요되고 국방부가 대구시와 경북도의 수정안 요구를 부담스러워 한다면 시일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연내 이전지 선정은 일단 빨간 불이 켜진 꼴이다.내년 총선을 감안하면 이전지 선정 주민투표의 데드라인은 2월 15일이다. 연내 선정을 목표로 움직이던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이 해를 넘기면 총선 이슈에 묻혀 추진 동력이 약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사업은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50조원이 넘는다는 연구 발표가 있었다. 취업유발 인원만 40만5천명으로 추산한다. 대구경북의 미래를 담보할 관문공항 건설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탈락한 지역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도 주어진다고 한다. 지금부터라도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첩첩산중이다. 소탐대실하는 일이 없도록 지역 지도자의 지혜가 절실한 때이다.

2019-10-16

공교육 정상화 없는 자사고·외고 일괄폐지는 위험

교육부가 청와대와 여당에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고를 일괄폐지하는 안을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계의 찬반 논쟁은 물론 또 한차례 진영대결 조짐마저 얼비친다. 자사고·외고 폐지는 우수 학생이 서울 강남구, 목동 같은 ‘교육 특구’로 몰리면서 지방의 고등학교가 황폐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수월성과 다양성 교육이 필요한 글로벌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조령모개(朝令暮改)식 정책추진 행태가 매우 위태롭다.당·정·청이 검토 중인 ‘시행령 개정을 통한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 계획은 진보교육감들의 ‘일괄 폐지’ 목소리를 받아들인 것으로 읽힌다. 올해의 경우 전국 42개 자사고 중 24곳이 평가를 받았고, 10곳은 지정 취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반발하는 해당 학교·재학생·동문·학부모·지역사회의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확정판결 때까지 최대 3년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일괄 폐지’를 요구하는 교육단체나 교육감들의 견해에도 일리는 있다. 실제로 자사고는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 기회균등의 가치를 일부 훼손하고 외고·국제고도 설립 목적과 달리 명문대 진학, 특권 대물림의 통로가 된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자사고·외고 일괄 폐지가 공교육 개선 효과로 곧 이어질 것이라는 단편적인 기대는 신실하지 못하다. 고교학점제와 내신성취평가제 따위의 보완책이 ‘고교 서열화’를 비롯한 파생 문제들을 당장 해소할 것이라는 주장 또한 믿을 만한 근거가 희박하다. 자사고·외고의 폐지가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기는커녕 ‘하향 평준화’ 부작용으로 귀결될 것이란 걱정도 만만찮다. 자원이라고는 ‘인적자원’밖에 없는 나라에서 ‘평준화’가 합당한 발상인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5년짜리 정부가 이 같은 중차대한 일을 왜 성급하게 밀어붙이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경쟁이 없는 곳에는 결코 경쟁력이 생기지 않는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31조1)고 천명한 헌법의 ‘균등 교육’만 보고 전제된 ‘능력에 따라’를 의도적으로 빠트려 놓는 건 옳지 않다.

2019-10-16

첨단의료단지 5돌, ‘메디시티 대구’ 위상 정립할 때

대구시와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운영 5주년을 맞아 16일부터 이틀간 발전방안 및 성과 발표회를 갖는다고 한다. 대구경북 첨복단지는 2009년 국가산업으로 선정돼 2014년 첨복단지 내 핵심연구 지원시설이 준공되면서 국가의료산업 클러스터로서 선도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대구시에서는 우리 지역에 들어선 첨복단지의 조성을 통해 대구산업 구조를 혁신할 신성장 동력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그동안 힘써왔다. 알다시피 대구는 26년째 GRDP(지역총생산) 전국 꼴찌다. 대구의 산업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대구경제는 장래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취임 후 대구를 바꿀 전략산업으로 5가지를 손꼽았다. △물산업 △미래형자동차 △의료 △에너지 △로봇이 그것이다. 이른바 미래신산업으로 분류해 이의 진작을 통해 대구시의 산업구조를 혁신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생각이다.대구경북첨복단지 조성은 의료산업 인프라 구축을 통해 산학연 간의 연구를 확대하고 국가의 의료산업 경쟁력을 더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동시에 의료산업 활성화를 통한 유망한 기업의 지역내 유치도 이끌어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해 나가자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 동구 신서동 혁신단지내 조성된 첨복단지는 현재 112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32개 기업이 입주 대기 중이다. 본사를 이곳으로 이전한 기업의 지난해 기준 매출액이 3천272억원으로 연평균 16.2%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첨복단지 유치 후 대구시는 의료산업 육성을 통해 ‘메디시티’라는 브랜드를 내세웠다. 그동안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으나 이젠 비수도권 최초로 의료관광객 2만명을 연속 돌파하는 성과도 내고 있다. 아직은 만족할 단계는 아니지만 대구의 의료산업 생태계 구축이 크게 향상된 것만은 틀림이 없다. 이번 토론회는 이런 측면에서 그동안의 성과 및 역할을 분석하고 새로운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제 지역의 미래산업으로서 의료분야가 제대로 뿌리내리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메디시티 대구의 브랜드가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9-10-15

특수부 폐지를 ‘검찰개혁’ 본질로 착각 말아야

조국 전 장관이 사퇴 직전 강행한 ‘특별수사부(특수부) 폐지’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부에서는 ’검찰력 무력화’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문무일 전 총장의 특수부 폐지안을 묵살했던 조국이 왜 막판에 이를 검찰개혁의 본령으로 호도하는지에 대한 의심도 있다. 진정한 검찰개혁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장치를 확고히 마련하는 일이 정도(正道)라는 것은 상식이다. 1976년 7월 27일 아침 일본 도쿄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는 역사에 남을 큰 사건을 일으켰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세 차례나 총리를 지낸, 시퍼렇게 살아 있는 권력 다나카 가쿠에이 일본 중의원 의원을 자택에서 긴급 체포했다. 그들은 예고 없이 다나카 전 총리대신 자택을 방문해 구속영장을 제시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지금도 ‘일본 검찰의 꽃’으로 불린다.서울중앙지검과 대구지검·광주지검 3곳을 제외하고 대표적 직접수사 부서인 특수부가 모두 폐지된다. 명칭도 ‘반부패수사부’로 바뀐다. 특수부가 4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물론 특수부는 그동안 과도한 먼지털기식 수사·별건수사·강압수사 등으로 원성을 사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특수부 폐지가 잘못된 수사 관행과 인권 침해 풍토를 개혁한다고 보는 것은 ‘숲’을 못 보는 단견(短見)이다.검찰개혁의 본질은 첫째 ‘권력으로부터 독립’, 둘째 ‘비대한 권한의 분산’ 등으로 요약된다. 조국이 그려놓고 떠난 검찰개혁의 얼개는 ‘분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독립’은 쏙 빠져 있다. 검찰의 자체 감찰권을 법무부가 빼앗는다는 그림 따위가 그렇다. 검찰을 권력에 더욱 순종하는 개로 변질시킬 우려를 남긴다.특수부를 모두 없앤다니 누가 가장 좋아할까. 재력과 권력을 바탕으로 은밀한 비리를 저지르는 재벌과 권력층일 것이다. 이들에 대한 수사력 저하가 과연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검찰개혁일까. 과도한 소금이 몸에 해롭다고 밥상에서 완전히 치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전 정권·전전 정권 다 때려잡고 나니 이제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사냥개들을 삶아버리려는 발상 아니냐는 야권 일각의 억측이 부디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2019-10-15

대구시 신청사 유치전 더 이상 과당경쟁 없어야

대구시 신청사건립 추진공론화위원회가 신청사 유치 과열홍보와 관련해 중구와 달성군, 북구 등 3곳의 행위를 감점 대상으로 확정했다. 공론화 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신청사 건립과 관련한 건립 기본구상, 후보지 선정기준, 예정지 평가 기준, 시민참여단 구성 방안 등을 확정하면서 신청사 유치 후보지 3곳 행위에 대해서는 감점을 하기로 결정했다.공론화 위원회는 과열유치와 관련한 제보 43건 중 중구 34건, 달성군 2건, 북구 1건 등 모두 37건을 감점 대상으로 정했다. 나머지 제보는 감점을 할 만큼 사안이 중대하지 않아 제외했다. 감점 대상의 유치 행위는 현수막 게재와 전광판을 활용한 홍보 등이 대부분이었다. 현수막 등은 24시간 내 자진 철거할 경우 감점대상에서 제외했다.그러나 감정대상 결과가 후보지 선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이것이 변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 감점 결과가 후보지 선정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면 심각한 후유증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경북도청 이전 사례에서 볼 때, 적용할 3개 후보지의 감점 평가가 적지 않은 점수로 할 수 있다. 경북도청 이전의 경우 1천점 만점 기준으로 1위와 2위의 점수 차가 11.7점이었다. 30점 격차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점수 차다.대구시 신청사 후보지 신청 공고가 이번 주 곧 있을 예정이라 한다. 대구시 신청사 유치를 둘러싼 경쟁이 어쩌면 지금부터 더 치열해질 수 있다. 지난 8일에는 달서구 신청사유치추진위가 개최한 대규모 군중집회가 있었고, 지난달은 중구청의 대규모 다짐대회가 열렸다. 최종 결정까지 어떤 움직임이 더 있을지 모른다.대구시 신청사 건립은 이미 두 차례 무산된 경험이 있다. 신청사 건립의 당위성은 커나 주민의 합리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당 경쟁은 신청사 건립을 희망하는 시민에게 자칫 실망을 안겨줄 수 있다. 정당한 페어플레이로 신청사 유치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시민참여단의 평가에 협조하는 냉정함이 있어야겠다. 공론화위의 공정한 관리는 시민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유치전에 뛰어든 이들의 과당경쟁이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19-10-14

청소년까지 오염시키는 국론분열 책동엄단을

한 진보단체가 검찰과 자유한국당을 조롱하는 동요를 부르는 아이들 동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려 분노를 산 데 이어 이번엔 고등학교 시험문제에 검찰을 비하하는 내용의 문제가 제출되는 등 몰상식한 어른들의 국민분열 책동이 도를 넘고 있다. 제아무리 정치적 갈등이 첨예하다고 해도 동심을 이용하고, 청소년의 가치관을 오염시키는 망발은 엄단해야 마땅하다. 편견에 찌든 어른들이 자신들의 외눈박이 가치관을 대물림하려는 짓이야말로 흉악한 만행 아닌가. 지난 8일 부산의 한 고등학교 중간고사 한국사 시험에는 ‘해당 글과 가장 관계가 깊은 인물을 고르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예시문에는 수원지검 서지현 검사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던 험악한 선동 문구가 제시됐다. 보기에는 조국·이인영·윤석열·나경원 등 정치인 4인의 이름이 제시됐고 중복 정답은 ‘조국·윤석열’로 채점됐다. 문제를 출제한 역사교사 B씨는 “3학년 2학기 중간고사는 대입 내신 반영이 되지 않는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해명을 늘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주권방송’에는 어린이 11명이 한국당과, 윤석열 검찰총장, 특정 언론사를 원색적 표현으로 개사해 부르는 동요영상이 올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아이들은 “정치검찰 오냐오냐”, “압수수색 꿀꿀꿀”, “석열아, 석열아 어디를 가느냐”, “정치검찰 뚜루두뚜두, 물러나 뚜루두뚜두”, “적폐들이 한집에 있어, 윤석열·조중동·자한당”,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음음 자한당은 토착 왜구“, “우리나라에 암처럼 기어든 왜구들”, “자한당 해체해 황교안 구속”등의 가사로 노래를 불렀다.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적대감 확산 전쟁이 무구한 어린이들까지 희생물로 삼는 악행으로까지 확산하는 현실은 우울하기 짝이 없다. 편견에 빠진 일부 교사들이 아이들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는 시험문제를 마구 출제하는 것도 심각한 횡포다. 북한처럼 세뇌 선동의 수단으로 아이들을 악용하는 아동학대 또는 월권행위에 대해 우리 사회는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근절시켜야 한다. 세상이 마구 미쳐 돌아가고 있다.

2019-10-14

변명의 여지가 없는 조국 장관의 ‘이해충돌’

온 가족이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조국 장관이 법무부 장관의 직책을 수행하는 것이 온당한지에 대한 새로운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직무 관련성’ 여부를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공무원 행동강령 집행을 총괄하는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이해충돌로 볼 수 있으며 직무 배제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박 위원장은 조 장관과 함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다. 상피제(相避制)는 일정한 범위 내의 친족간에 동일 관사(官司)나 또는 통속관계에 있는 관사에 취임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인정(人情)에 따른 권력의 집중을 막기 위해 시행된 이 제도는 우리 역사에서 신라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의 상피제는 1092년(선종 9) 때 오복친제(五服親制)에 바탕을 두고 실시되었고, 조선 시대에는 세종대왕 대에 완비돼 시행됐다.국감장에서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이해충돌 내지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는 신고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무배제 내지 일시중지 처분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법무부가 검찰청과 기관이 달라서 신고 의무가 없다고 하지만, 권익위는 기관을 달리한다고 직무 관련자에서 배제되지는 않는다고 판단을 내렸다”고도 했다. 기관이 달라서 이해충돌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법무부의 유권해석은 해괴한 궤변임을 질타한 것으로 해석된다.법무부 장관에게 엄연히 검찰 지휘권이 있는 데다 조 장관은 취임 이후 이해충돌로 의심받을 만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자신이 발표한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검사에 대한 감찰권 강화, 검사의 내·외부 파견 최소화 등이 모두 ‘이해충돌’에서 자유롭지 못한 문제들이다.실제로 조 장관 취임 직후 법무부 간부들은 아예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수사팀을 제안한 적도 있지 않은가. 21세기 대한민국 정부가 상피제의 지혜를 채택했던 까마득한 옛날 신라조정보다 못한 정부가 돼서야 말이 되나. 우리 선조들이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더라도 애써 피해갔던 불의(不義)한 길 위에 서서 지휘봉을 휘두르는 조국 장관의 언행이야말로 뻔뻔함의 극치다.

2019-10-13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이젠 내실 있게 운영해야

2019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11일 개막행사를 시작으로 45일 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1988년 시작해 해외 3번, 국내 6번 등 모두 9번의 행사를 개최한 경주엑스포는 올해로 10번째 행사를 치르게 된다.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경주엑스포가 당초 의도했던 신라문화를 배경으로 한 세계인의 문화축제로서 성과를 올렸는지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많지 않다.제1회 엑스포에는 전 세계 48개국이 참가, 12만명이 넘는 외국인 관람객이 다녀갔으나 갈수록 경주엑스포의 성과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지나치게 외형에 치중하면서 예산 낭비적 요소가 적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경주엑스포가 비효율적 전시성 행사라는 비판을 수용하고 지난해 전면 재검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특히 9차례 동안 투입된 4천억원의 예산이 적절했는지를 되짚어볼 때가 됐다고 했다.올해 경주엑스포는 이런 점을 고려, 내실 있고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쪽으로 행사의 방향을 수정했다. 가능하면 국내행사 위주로 하며 수준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 이를 축적하고 문화관광 자원화하는데 집중할 것이라 했다. 경주문화엑스포는 찬란한 신라문화를 해외에 널리 알리고 동시에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키우는 목적으로 시작했다. 신라문화와 세계 각국의 문화를 접목하여 세계의 문화 흐름을 이해하고, 새로운 문화의 꽃을 피워보자는 본래의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특히 경주는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문화유적이 많은 도시다. 도시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 할 만큼 지천에 문화재가 깔려 있다. 신라 화랑정신을 필두로 영남권 정신문화의 본류가 흐르는 곳이다.경주엑스포는 천년 고도 경주가 간직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세계와 교류하고 국내는 물론 세계인이 경주를 찾는 행사로서 기본을 갖추는데 집중해야 한다. 외형적 모습보다는 내실 있고 수준 높은 내용으로 세계문화유산 도시 경주의 참모습을 알려야 한다. 경주는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유산도시지만 문화의 관광자원화가 매우 부족하다. 정부의 관심도 적다. 10번째 맞는 경주엑스포를 계기로 수준 높고 내실 있는 행사로 바꾸어 경주의 문화와 관광을 진흥시키는 동력이 돼야 할 것이다.

2019-10-13

포스코 ‘8 to 5’ 근무제, 지역경제 활력소 되길

워라벨(Work Life) 문화를 선도해 온 포스코가 출퇴근 시간을 1시간 앞당기기로 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제를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제로 바꾼다는 것이다.포스코 노사가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상’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시킴으로써 이 제도는 11월 중순부터 시행될 것이라 한다.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근무시간 조정은 교대근무자보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은 상주근무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합의한 것”이라 밝히고 이를 계기로 퇴근 후 여가시간을 즐기거나 자기계발에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는 일이 생길 것으로 긍정 평가했다.경제적으로 포스코는 지역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직원의 일상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회사내 정책 결정은 더 그렇다. 퇴근시간이 1시간 빨라진 이번 ‘에잇투파이브’제의 영향으로 포항지역내 음식점은 물론 영화관, 쇼핑몰, 커피전문점, 취미생활교실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포항시 등 자치단체도 이에 부응해 직장인을 상대로 한 평생학습원 등의 특강시간을 늘리는 등 다양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맞춰 직원의 워라벨 문화 향상에 힘써온 포스코의 이번 결정은 직원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직원 입장에서는 퇴근 후 여유시간이 늘면서 워라벨 문화를 더 많이 즐길 수 있다는 기회의 제공이지만 한편으로 지역사회 입장에서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역경제의 한 주체로서 포스코 직원의 경제적 영향이 더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지역사회가 이번 변화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의 근무시간 변경이라는 아이디어가 직원에게는 행복감을 주고 지역사회에 긍정적 경제 효과까지 안겨준다면 일석이조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포스코의 이번 결정이 포항시 경제 전반에 훈풍을 불어 넣는 계기가 만들어 지길 기대한다. 지진 후유증으로 지쳐 있는 포항시의 침체된 분위기 반전에도 힘이 되었으면 한다. 포스코의 ‘에잇투파이브’제 시행이 포항의 새로운 활력 에너지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2019-10-10

뒷돈 받은 주범 ‘불구속’…‘法治’ 근간 훼손

웅동학원 교사채용을 미끼로 수억 원의 금품을 받은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 조모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일로 법조계 안팎이 시끌벅적하다. 뒷돈을 받아 건넨 사람들은 둘이나 구속돼 있는데 정작 억대 검은돈을 챙긴 사람은 불구속이라니, 상식을 뛰어넘는 교졸한 법 논리에 대중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조국 동생 구속영장 기각은 법원의 오점”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지적이 날카롭다.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 씨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그 사유로 “주요 범죄(배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을 들었다. 수사 경과 및 피의자 건강 상태와 범죄 전력 등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아무리 판사의 결정이 ‘엿장수 맘대로’라지만 이렇게까지 상식을 뛰어넘는다면 재량권 남용 수준을 넘는 명백한 사법 횡포다.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낸 이충상(사법연수원 14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지 못하고 공개비판에 나섰다. 이 교수는 지인들에게 보낸 A4 2장 분량 서신을 통해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오늘은 법원 스스로 오점을 찍은 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 교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조 장관의 부인)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영장과 관련한 발언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대한민국 사법부에 독립이 없다고 보아 법관들을 능멸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정상적인 국가에서라면 정 교수의 영장 발부 확률은 유 이사장의 글처럼 0%가 아니라 100%”라고도 강조했다. 서신 말미에 “필자는 전라도 사람이고 처가도 전라도”라고 굳이 밝힌 대목이 의미심장하다.법원은 ‘법치국가’의 근본을 지키는 대들보다. 불변의 진실과 형평의 원칙으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함부로 가타부타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다. 그러나 이렇게 상식을 뒤집고, 앞뒤가 안 맞는 결정을 남발한다면 ‘법치’는 끝내 무너진다. 불법적으로 교사채용과 연계된 억대 뒷돈을 수수한 주범인 조국 장관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이 나라 법치의 근간을 훼손한 부끄러운 역사다. 판사들이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굳게 지켜주기를 바란다.

2019-10-10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성급하고 부당하다

월성 원전 1호기가 곧 폐쇄된다고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1일 월성 원전 1호기 영구정지안을 심의키로 해 이 안건이 의결되면 고리 1호기에 이어 월성원전은 두 번째 영구정지 원전이 된다.올 국정감사에서 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인 탈원전 정책은 야당 의원에 의해 집중 성토를 받았다.정부 일방의 졸속 추진으로 많은 국민의 반발은 물론 사회적 비용 유발 등 정책적 실패와 부실을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은 “정부의 탈원전으로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상황이 2017∼18년 사이 일제히 악화됐다”고 꼬집고 구체적으로 8개 에너지 공기업 중 6개 기업이 적자를 기록했고, 한국전력 등 6개 발전사의 신재생에너지사업 자회사 10곳 중 4곳은 자본 잠식 상태라 했다.그밖에도 원전 전공자의 취업률 하락,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와 정부가 장려하는 태양광과 풍력사업의 설비 효율이 떨어지는 현상을 초래했다고 했다.특히 자유한국당 장석춘 의원은 월성 원전 1호기와 관련,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의도적으로 낮춰 조기 폐쇄 결정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월성 원전 1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국내 최초 원전이다. 당초 설계수명(30년)이 다하여 2012년 운행이 중지될 예정이었으나 노후 설비 교체를 통해 2022년까지 가동을 연장한 것. 노후설비 교체 비용도 7천억원이나 들였다. 4년 전 원안위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장 의원은 “멀쩡한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 시킨 한수원 이사회는 회사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리고 정권의 눈치를 보며 국가와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했다. 국회는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이사진의 배임행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요구안을 의결했다.월성 원전 1호기 폐쇄를 바라보는 국민은 불안하다. 원전 폐쇄의 이유가 미심쩍고 원전 폐쇄로 인한 피해가 훗날 국민과 후손의 부담으로 돌아올까 봐 두렵다. 60년 축적의 독보적 우리의 기술을 왜 버려야 하는지 납득도 안 된다. 국회가 의결한 감사원 감사요구안이 나올 때까지라도 결정을 미루는 것이 마땅하다. 화급을 다툴 문제가 아니다. 부실과 실패가 드러난 탈원전 정책 이제라도 속도를 줄이는 발상을 보여야 한다.

2019-10-09

‘정의’와 ‘불의’의 변별력을 잃어버린 나라

아무래도 이 고통스러운 난리 북새통이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남는 장사’인가보다. ‘조국 사퇴’와 ‘조국 수호’를 부르짖는 군중이 연일 대규모 군중을 동원하는 소모전이 지속되고 있다. 온 국민 가슴에 느닷없이 불 질러놓고도 굳이 ‘국론 분열’이 아니라는 대통령의 야릇한 화법에 소화불량이 도진 국민이 한둘이 아닐 성싶다. 지도층은 물론이거니와, 이렇게 많은 국민이 ‘정의’와 ‘불의’의 변별력을 잃었으니 나라의 온존마저 위태하다. 문 대통령의 수석보좌관회의 발언은 깊은 뜻을 함유한 ‘선문답’ 흉내를 냈으되 결코 고상하게 해석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며 “의견 표현과 경청하는 시간을 가진 만큼 이제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문제를 풀어야 할 당사자는 대통령이다. 그런데 도대체 누구에게 지혜를 구하는가. ‘절차에 따라서’라는 말은 대법원판결 전까지는 조국 장관을 지키겠다는 어깃장으로 해석된다.대통령의 다음 화법은 더 기가 막힌다. 그는 최근의 길거리 집회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국민의 뜻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 못지않게 검찰 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기절초풍할 지경의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마저 느껴진다. 몰려드는 서초동 진영의식의 노예들을 부추기는 선동언어로도 해석된다.취임할 적에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의 민심 난독증(難讀症)은 참으로 어이없다. 이쯤 되면 우리는 또 한 번 대통령의 계산기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조국’에 쏠려 있으니, 디플레이션 문턱마저 넘고 있는 최악의 경제위기나, 날로 복잡해지는 북핵 상황, 국제 왕따 신세인 형편없는 외교에 대해 말하는 이가 싹 사라졌다. 그래서 끝내 ‘남는 장사’라고 어림셈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것이다. ‘정의’와 ‘불의’를 가리는 상식마저 내팽개친 국가에 무슨 미래가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올랐다.

2019-10-09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의 수출 침체는 ‘재앙’

수출이 10개월째 뒷걸음질을 지속하면서 수출 불황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수출까지 무너져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결정적인 힘이 약화하는 추세를 나타내면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 9월 수출은 447억1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1.7%나 감소했다. 수출은 우리 경제의 대동맥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출 침체는 곧 ‘재앙’이다.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9월 수출액은 8월(-13.8%)에 비해선 다소 개선됐지만 6월부터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시작된 수출 마이너스 행진이 10개월째 이어졌다.무역수지는 59억7천3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수입이 5.6% 감소한 데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분석이다. 올 들어 4월을 제외하면 모두 전년 대비 수입액이 감소했다. 특히 중간재(-4.1%)와 자본재(-8.0%) 수입이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수출동력에도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한국경제의 엔진인 수출의 성장행진이 꺼져가는 등 경제 전반에서 대형 악재가 터질 공산이 높은데도 정부는 여전히 경제낙관론을 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우리 경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재정 투입에 따른 임시 일자리 증가를 놓고 “고용 상황은 굉장히 양호하다”고 자화자찬했다.문재인 정부는 경기 수축기에 법인 최고세율 인상, 고소득자 증세,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였다. 오죽하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경제는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이라고 한탄했을까. 문 대통령 임기의 반환점이 임박한 만큼 정책 성과를 점검하고 오류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시정해야 할 때다. 개인과 기업이 주도하는 자유시장 경제체제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야당의 ‘민부론(民富論)’ 목소리도 새겨듣고 수용할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

2019-10-07

안동탈춤페스티벌, 글로벌 축제로 거듭나야

2019년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열흘간의 축제를 마치고 지난 주말 막을 내렸다. ‘여성의 탈, 탈속의 여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올해 공연축제에도 외국인을 포함 1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와 명실 공히 우리나라 대표축제로서 모습을 당당히 보여주었다.1997년 첫 출발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22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하회탈춤을 비롯한 안동지역 문화재에 대한 국제적 인지를 높이는데 크게 공헌했다. 특히 관광객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만명을 넘어섰고 외국인 관광객 수는 작년보다 30%정도 늘어난 6만1천명이 찾아왔던 것은 큰 성과다.또 2008년부터 10년 연속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와 글로벌 축제로서 자리를 착실히 매김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축제를 관람형 축제에 머물지 않고 참여형 축제로 바꾸면서 축제와 연관된 다양한 행사를 동시에 준비함으로써 국제 축제로서 면모를 갖추는 성과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올해도 우리나라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12개 단체의 전통탈춤공연을 비롯 1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공연들이 안동 일원에서 펼쳐지면서 축제로서 붐은 물론 관람객의 인기를 모았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그동안 문체부의 전국 최우수축제, 대한민국 대표 축제 등에 연속 선정되고 지금도 대한민국 글로벌 육성축제로 지정돼 있다. 일반의 축제와는 다르게 한국적 문화를 축제를 통해 잘 표현하고 동양적 느낌이 관광객에게 강하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축제의 의미를 더욱 깊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안동은 한국에서 가장 한국적 문화를 많이 간직한 지역이다. 특히 유형적 문화자산뿐 아니라 무형문화재의 전승도 많은 곳이다. 하회탈춤을 비롯 차전놀이, 놋다리 밟기, 화전싸움 등 매우 다양한 서민층의 문화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이처럼 매번 많은 관람객이 찾게 된 것은 축제 관계자의 정성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안동시민의 응원과 참여로 더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 할 것이다. 축제와 관광 그리고 문화 전승이라는 목표의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이제 세계인의 축제로서 다시한번 거듭나야 한다. 전국 최고 축제는 물론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축제로 뻗어나가야 할 것이다.

2019-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