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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통령 발목잡기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지 석 달이 지났다. 집무실을 용산으로 정하고 청와대를 개방한 것을 시작으로,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정책을 철폐한 것과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기울어진 외교·안보·법치를 정상화 하겠다는 의지와 행보를 보여준 것이 그간의 대표적인 업적이었다. 일견 당연한 일을 한 것 같지만 지난 좌파정권의 정책노선에 대한 전면적 개혁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처럼 좌·우 이념대립이 극심한 나라에선 어느 쪽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걸 지난 정권이 잘 보여주었다. 야권 좌파세력들의 필사적인 윤 대통령 발목잡기는 충분히 예견한 일이었다. 발목을 잡는 정도가 아니라 할 수만 있으면 탄핵을 해서라도 끌어내리고 정권을 되찾고 싶은 것이 저들의 염원일 터이다. 상대를 꺼꾸러뜨리기 위해서는 사사건건 어떤 시비와 훼방과 중상모략도 서슴지 않는 것이 저들의 생리고 전략이라는 건 익히 보아온 바다. 소기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온갖 비리·범죄에 연루된 인물을 당대표로 뽑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걸 보아도 법치나 정치도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집단임을 알 수가 있다.정권이 바뀌었으나 지난 정권의 잔존세력들이 곳곳에 포진하여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나 좌파노조가 장악한 언론매체의 발목잡기는 여간 심각한 장애가 아니다. 전 정권에서는 어용 편파방송을 일삼던 공영방송까지 현 정권에 대해서는 작은 꼬투리라도 잡으려고 안달이다. 하나의 흠결이 열 가지 장점을 상쇄하는 것이 소문에 대한 민심이다. 매스컴이 기본적으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 파급효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지게 마련이다. 사실만을 보도한다고 할지라도 긍정젹인 사실은 무시하고 부정적인 사실만을 다룬다면 그게 바로 악의적인 편파보도라는 걸 대다수 민심은 눈치를 채지를 못 한다.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여권 내부에서도 온갖 분탕질로 발목잡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여당의 대표가 나서서 이토록 해당행위와 정권의 발목을 잡은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다. 제1야당이나 여당의 대표쯤 되는 인물이라면 마땅히 나라와 국민에 대한 일말의 소명의식이나 책임감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오로지 자신의 이해득실에 따라서만 행동하는 소인배로는 그 폐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준다. 나라와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 헌신하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이 오로지 당권 다툼에만 혈안이 되거나 자신의 정치생명을 위해 어디에 줄을 댈지 눈치 보기에 급급한 여당 국회의원들도 결국 대통령 발목잡기에 한 몫을 하는 것이다.윤 대통령은 아직 정치판이나 언론의 생리에 익숙하지 못하다. 통치자의 일거수일투족은 정치행위고 정치적 파급력을 갖는다는 걸 잘 모르는 것 같다. 대통령의 소신이나 감정은 반드시 정치적 여과를 거쳐서 표출되어야 한다. 올바른 소신과 철학을 갖는 것만으로는 정치의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그것을 어떻게 관철하느냐 까지가 정치적 역량이다.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발목에 기름칠이라도 해서 붙잡으려는 손들을 매끄럽게 빠져나갈 줄도 알아야 한다.

2022-08-11

폭염과 해양기후변화

연일 폭염이 기승이다. 뙤약볕에 잠시만 서 있어도 습하고 더운 열기가 아찔하다. 여름은 더워야 한다는 속설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이들도 줄었다. 한여름 최고기온 경신 소식이 이젠 낯설지 않다. 2018년 폭염이 대표적이다. 공식적으로 41도(강원도 홍천군)를 기록할 당시, 폭염과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등의 용어들이 어지럽게 통용됐다. 요즘도 푹푹 찌는 열기가 며칠째 이어지면 내일은 또 얼마나 더울지 걱정부터 앞선다.2018년 폭염이 진짜 두려웠던 이유는 매일 쏟아지던 비극적 뉴스 때문이었다. 오늘은 또 몇 명이 열사병과 사투를 벌이며 쓰러질지 가늠하기조차 힘든 시기였다. 밭일을 하다가, 공사장에서 일을 하다가, 택배 배달을 하다가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생업에 종사하며 열기에 쓰러져갔다. 자연재해는 사회구조상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낸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리어카를 끌고 폐지 줍던 노파와 공사장 인부의 사망 소식은 한없는 무기력감을 안겨줬다.요즘도 폭염과 가뭄으로 낙동강 녹조발생이 잦아진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된다. 당장은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이들의 피해로 국한되겠지만, 결국은 낙동강 변에서 농사짓고 낚시하는 이들과 낙동강 주변 생태계 전체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시선을 바다로 돌리면 산적한 문제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장의 피해가 대표적이다. 여름바다의 고온현상은 일상이다. 가두리양식 대표 어종인 넙치의 경우, 25도 안팎의 수온에서도 거뜬히 살아있다고 한다. 한때 수온 25도씨는 마(魔)의 경계였지만 환경적응을 통해 생존력을 높인 것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넙치의 생존력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바다수온이 높아지고 있다.집단폐사 소식도 낯설지 않다. 고수온의 변동 폭은 생존과 폐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인 셈이다. 갯녹음 현상도 눈에 띈다. 드론으로 촬영한 연안해역의 암반지역은 흰색 투성이다.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조류가 붙은, 일종의 바다 사막화 현상이다. 바다 생태계는 석회조류를 통해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어떤 형태로든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절실한 움직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블루카본(blue carbon)이다. 블루카본은 간단하게 말해 해양과 연안 생태계에 의해 포집되는 유기탄소로, 맹그로브와 해초류 등이 여기에 속한다.맹그로브 등은 해양탄소 흡수원으로 육상 식물에 비해 탄소 격리율이 높아 열대 우림의 동일 면적당 2~4배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IPCC(유엔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이 같은 블루카본의 온실가스 저감기능을 확인, 2013년부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공식적인 탄소 감축원으로 인정했다.블루카본 생태계가 탄소저감을 일으키는 효율 역시 엄청난 것으로 알려졌다. 맹그로브 등 블루카본 생태계는 해저면적의 1% 가량이지만 블루카본의 50%이상, 많게는 70%까지 차지한다고 한다. 특히 2050탄소중립을 선언한 우리나라는 해양탄소흡수원인 블루카본 생태계가 절실한 상황이다.다만 한국은 IPCC에서 인정한 맹그로브와 해초류 등의 서식지 분포는 적은 편이다. 대신 해조류와 산호초, 미세조류, 갯벌 등이 많아 이들의 IPCC 국제인증 작업이 필수적이다. 해조류와 산호초 등이 블루카본 흡수원으로 인정받게 되면 우리나라의 탄소배출 감축량을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기후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정현미작가 이에 현재 해양수산부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제1차 갯벌 등의 관리 및 복원에 관한 기본계획’을 통해 갯벌생태계복원에 나서고 있다. 실제 2020년에 진행된 블루카본 평가체계 구축 및 관리기술개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갯벌은 매년 2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으며 이는 자동차 11만 대가 배출하는 양과 비슷하다고 한다.한편, 동해안에 많이 서식하는 해조류와 산호초 역시 블루카본 흡수원이지만 공식 인정은 받지 못하고 있다.특히 해조류의 탄소흡수원 연구가 미약한 상황이라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얼마 전에는 ‘제주형 블루카본’이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제주연구원은 ‘제주형 블루카본’ 대상으로 해초류와 염습지, 해안사구, 해조류와 패류를 선정하고, 연간 8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앞으로도 블루카본 생태계에 관한 다양한 연구와 활용 방안들이 소개될 것이다. 이로 인해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자체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발생 빈도를 낮출 수는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는 이제 생사의 문제와 직결된다. 이에 대한 장기적인 혜안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2-08-10

다리, 잇다

양태순수필가 여름을 이고 가는 여행이다. 집을 떠나면서 잡다한 생각을 구겨 넣고 문을 잠갔다. 따라오지 못하게 빗장까지 질렀다. 태양이 조각조각 쏟아져 대지를 굽는 열기에 코끝이 후끈해도 짜증이 나지 않는 것은 기분 탓일 거다. 잠시 일상으로부터 비켜서는 홀가분함에 마음이 부푼다.목적지는 신안 퍼플섬이다. 가고 오는 길이 멀지만 더 늦기 전에 다녀오자는 말에 친구들이 기껍게 찬성했다.차가 출발하자마자 수다가 폭발했다. 학교 때의 친구라 서로의 친구가 겹치기도 해 이야기의 소재는 풍성했다. 때로는 서로의 수다가 허공에서 얽혀 잠시 멈추기도 했지만 샘이 마르지 않는 것처럼 과거에서 현재를 넘나드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흥미진진했다. 간간이 튀어나오는 고향 사투리가 이야기를 더 찰지게 녹여냈다. 이야기의 대상이 들으면 언짢을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는 사는 것이 이 맛이라는 듯 웃으며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겼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훌쩍 지나 천사대교에 이르렀다.천사대교는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다리로 신안군이 천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특성을 반영한 이름이다.입구에서 본 다리는 장관이었다. 다리의 주탑에 연결된 케이블은 은실로 짠 주렴처럼 아른거리고 바다와 하늘 사이로 천천히 달리는 차가 천사 날개를 지날 때는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듯했다. 파란 물을 잔뜩 머금은 하늘을 콕 찔러보고 싶은 아찔한 설렘이었다.몇 개의 짧은 다리를 더 지나 퍼플섬에 도착했다. 안좌도, 만월도, 박지도로 연결된 다리는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었다. 게다가 보라색 일색인 집과 건물들이 빚어내는 풍경은 신비스러웠다.보이는 곳마다 포토존이어서 그곳에서 만난 여행팀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추억을 쌓았다. 전동차를 타고 반월도를 둘러보는 내내 길가에는 버들 마편초가 한들거리며 반겨주었다. 원래는 자생하는 도라지꽃이 많아서 퍼플이었지만 지금은 오래 볼 수 있는 버들 마편초로 바꾸었다고 한다.비탈진 밭에는 고구마와 참깨가 많았다. 참깨를 보며 꺼낸 친구 이야기가 대박 사건이었다.들어보니 참깨를 받은 사돈이 전화를 해서 ‘사돈, 방앗간에서 중국산이 섞였다는데 아니지요?’ 했더니 ‘사돈이라서 중국산을 쪼매만 섞었니더’ 했단다. 솔직한 사돈 때문에 우리는 기막혀하면서도 숨이 넘어가도록 웃었다. 퍼플교를 걷는 내내 포즈 잡으며 시시한 이야기로 깔깔거렸다. 그러는 동안 서로를 향한 다리는 더 단단해졌다.다리는 사이를 이어준다. 뭍과 섬, 섬과 섬, 길과 길, 사람과 사람이 서로에게 닿을 수 있게 한다. 이미 열린 길을 거리는 더 가깝게 마음은 더 두텁게 해주는 역할이다. 다리가 오래도록 튼튼하려면 오가는 이의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이번 여행은 새 다리를 놓기도 했다. 내 마음에서 신안으로 퍼플섬으로 다리를 놓았다. 많은 다리를 지나며 쌓은 이야기들이 기억 저장고에서 반짝이고 있을 게다. 언제든 꺼내면 2022년 여름과 함께 아련한 시간으로 피어날 것이다. 방송에서 또는 다른 사람의 여행 경험담에서 희미해진 다리가 다시 진해지기도 할 테지만 말이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리는 자칫 끊어지기 쉽다. 사소한 실수가 쌓이거나 친하다고 번번이 예의를 무시하면 그 틈으로 의심의 물이 스며든다. 추억으로 이어진 줄에 어느덧 구린내가 날 때면 위험한 순간이다. 재빨리 귀를 세우고 마음을 열어야 한다. 자만에 빠져 눈치코치 모른다면 자기도 모르는 새 다리는 없어지고 만다.아름다운 다리를 건넌 친구들과의 다리는 더욱 견고해졌다.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서로의 마음을 잇는 다리를 덧대고 삐걱대지 않도록 속마음 헤아리기와 배려란 기름칠을 꼼꼼하게 했다. 같이한 세월만큼 우정도 추억도 돈독해지는 너와 나, 우리의 다리가 오래 이어질 것을 믿는다.친구들, 참깨에 중국산 참깨는 섞으면 안 된다. 그것만 명심하자.

2022-08-10

침수차량 피해 줄이는 법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110년만의 사상 최대 폭우로 물폭탄을 맞은 서울에서 침수차량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차량 침수피해를 줄이기 위해 행동요령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먼저 침수가 예상되는 지역은 우회하는 것이 가장 좋다. 물이 불어난 구간을 불가피하게 지나야 한다면 변속을 피하고 저속으로 주행하는 것이 좋다. 시속 5~10km 미만의 속도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천천히 이동하는 것이다. 변속 과정에서 머플러 배기로 물이 유입될 수 있다. 도로 위에 불어난 물이 바퀴의 반 이상 높이라면 해당 구간은 피하는 게 좋다. 통상 자동차는 50cm 내외의 물웅덩이를 지날 수 있도록 방수처리 한다. 전기차도 가장 중요한 배터리를 포함해 주요 전원부를 방수처리 한다. 감전 등의 우려는 없지만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는 게 좋다. 특히 불어난 물로 주행 중인 차량의 엔진이 꺼질 경우 절대 시동을 걸면 안 된다. 침수차에 시동을 걸면 엔진 내부로 공기가 아닌 물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유입된 물은 주변의 전자부품까지 손상시켜 엔진을 교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 1천만원 이상의 수리비가 발생할 수 있다. 만일 차량이 침수됐다면 수해차량 특별정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를 활용하면 수리비의 최대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는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고객을 대상으로 10월 말까지 ‘수해차량 특별정비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은 연말까지 수해차량 수리비를 최대 50% 할인하기로 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9월 말까지 호우 피해 고객 관련 특별 서비스를 제공한다. 피해 고객은 보험수리 시 자기부담금(면책금)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천재지변을 피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8-10

완벽한 평소에 위기를 상상해야

장규열 한동대 교수 물난리가 났다. 여름 가뭄을 탓하며 기다리던 비였는데, 하루저녁 쏟아부은 물 폭탄은 문명이 쌓아 올린 도시를 어려움에 빠뜨렸다. 인간의 똑똑함이 자연의 손아귀에 다시 한번 장난감이 되어버렸다.신참 교수로 부임했던 미국대학에서 열정과 기량을 펼치며 열심히 일하리라던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다른 나라 출신 교수가 끼어들어 무엇 하나 할 일이 없어 보였다. 한 선배 교수와 마주 앉아 낙담한 내용을 고백했더니 돌아온 충고는 나름 충격이었다. ‘그래도 더 좋게 바꿀 일이 분명히 있을 게야(You can always make it better)’ 할 일은 있다고 생각하면 있고 없다면 생각하면 없다.위기를 지나며 생각을 한다. 인간은 보기보다 게을러서 어려움을 꼭 겪어야만 무엇이라도 집중해서 궁리하고 의미있게 바꾸곤 한다. 치수관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했고, 더욱 많은 예산을 들여 대비했어야 하는 등 허점들이 이제는 보인다. 전문가들의 지적질에 이제 귀가 열리고 보통 사람들의 질곡이 드디어 조금씩 보인다. 자연이 안겨주는 어려움이긴 해도 사람이 준비하는 데에 따라 얼마든지 고난의 강도와 밀도를 조절할 수 있다. 어려움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려워도, 경험과 과학의 지혜를 모아 준비하고 훈련하여 다가올 고통을 최소한으로 제어해야 한다. 정작 위기에 봉착하여 피해와 복구에 임하려면 일의 순서와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아 실패와 패착을 거듭하기 마련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여 평화로울 때 오히려 위기를 걱정하며 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2017년 가을, 평온했던 포항에서 지진을 만났다. 순식간에 벌어진 지진의 충격 앞에 교수와 학생들은 미리 알고나 있었던 듯 모두 건물을 신속히 벗어나 중앙운동장으로 모여들었고 흥분과 불안 가운데 다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자칫 공포와 전율로 아수라장이었을 지진의 충격을 무사히 겪어내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였을 평소에 위기를 생각하며 준비한 덕이 아니면 무엇이었을까.휴가와 여행의 즐거움으로 들뜬 승객들에게 비행기 탑승 후 첫 경험은 객실승무원의 ‘위기대피요령안내’가 아닌가. 완벽해야 할 그 순간에 왠지 어색한 상상마저 하게 하지만, 아무도 승무원을 탓하지 않는다. 위기는 평소에 지켜야 한다. 위기를 닥치면, 언제나 늦다.위기가 가져올 위험을 잘 견뎌야 하지만, 위기를 지나면서 건져 올릴 기회는 혹 없을까. 그렇게 많은 물 때문에 모두 힘들었지만, 그 물을 붙들어 활용할 방법은 혹 없었을까. 별일 없어 보이는 완벽한 평소에 위기를 상상하고 해결책을 구상하며 남다른 실력도 길러야 한다.위기를 상상하는 준비태세는 모두에게 필요하다. 군인과 공무원 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완벽한 평소에 극심한 위기를 상상하며 준비하는 태도를 지닐 때, 사회와 공동체는 상생과 협력, 공감과 배려의 문화에 자연스럽게 젖어들지 않을까. 다가올 어려움의 언덕을 함께 넘을 용기와 기백으로 나라는 든든해지지 않을까. 완벽한 평소에 위기를 만나야 한다.

2022-08-10

삶에 질문을 던진다

김규인 수필가 김제시의 고위 공무원이 아들 카페 개업식에 직원들을 대거 동원하여 징계 처분받을 예정이란다. 그가 불러낸 시의 직원들은 카페서 과일을 깎고 청소하며 답례품 포장하였다.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을 사사로이 부리는 불공정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고 해석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사사로운 생각이 맨몸으로 사람들 앞에 서면 덕지덕지 묻은 욕심이 드러난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한 번만 더 돌아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물건을 살 때 유럽연합은 만드는 과정이 오염을 배출하지 않는 해가 적은 방식으로 만든 것만 산다. 만드는 과정이 문제가 있는 제품은 사지 않는다. 더 나아가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따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물건은 만든 사람의 격이 다른 삶의 철학을 품는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배경에는 그들의 성장 과정은 SNS를 통해 사람들과 공유한 데에도 있다. 땀 흘리며 연습하는 일과를 보여주며 팬들과 함께 성장한 것이다. 성공한 모습이 아니라 정상에 우뚝 서기까지의 모습을 나눈 사람들은 그들의 든든한 응원군이 된다. 솔직하고 성실하며 색다르게 접근한 그들의 진심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사람들은 늘 살기가 힘이 든다고 말한다. 살기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것은 삶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삶이란 것이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 나타난다. 좋은 일은 기분 좋게 그냥 지나가지만 나쁜 일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힘든 기억으로 늘 삶이 힘이 든다고 말한다. 이렇게 물가도 오르고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는 세상의 끔찍한 일들은 사람을 메마르게 한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불안정한 상황도 나 혼자만이 겪는 어려움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렇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사람마다 다르다. 유모차에 폐지를 실은 할머니가 차가 달리는 도로 위에 섬이 되어 선다. 할머니를 본 오토바이 운전자가 급히 길가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도로를 달리는 차량을 세워가며 안전하게 할머니를 건너편으로 건네준다. 오토바이 운전자의 선행이 우리를 흐뭇하게 한다. 현장을 지켜본 사람이나 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엄지를 치켜세운다.잘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뒤돌아본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지만,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말아야 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도 오토바이 운전자처럼 따뜻한 눈으로 주위를 돌아보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장관 임명 과정에서 과정의 문제로 낙마하는 사람들을 보면 더 그러하다. 과정이 어떤가에 따라 평가받는 요즈음이다. 어떻게 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느냐가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두 건의 일을 마주하면서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가. 삶이 바쁘고 사회가 어려울수록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삶의 결이 다른 철학을 담고 싶다. 보다 밝은 내일을 위해.

2022-08-10

우영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묻다

노승욱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극복해 나가는 자폐인 변호사의 성장과 사랑 스토리에는 특별함이 있다. 1%가 갖는 천재성이라고 하지만, ‘우영우’로 인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그런데 ‘우영우’를 자폐 장애의 관점에서만 보면 또 다른 핵심 주제를 놓칠 수 있다. 이는 주인공이 선배 변호사에게 냈던 고래 퀴즈와 유사하다. “22톤의 암컷 향고래가 500킬로그램의 대왕오징어를 먹고 1.3톤짜리 알을 낳았다면 이 향고래의 몸무게는 얼마일까요?” 이 질문의 정답은 “포유류인 고래는 알을 낳을 수 없다”이다. 무게에만 초점을 맞추면 문제의 핵심을 놓친다는 것이 퀴즈의 의도이다. 해법을 찾기 위한 프레임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우영우’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프레임으로 볼 때 주제가 더욱 명확해진다. 이 드라마에서는 ‘서울대’라는 실제 명칭이 유독 강조되고 있다. 또한 서울대 출신 등장인물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주인공과 그녀의 부모, 소속 로펌의 대표와 주요 변호사들이 모두 서울대 동문이다. 어린이해방군 총사령관을 자처했던 인물도 서울대를 나왔다. 이 드라마에서 서울대는 사회의 상층을 형성하고 있는 엘리트 집단을 상징하고 있다.송복 연세대 명예교수가 ‘특혜와 책임’이란 책에서 분석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상층은 1만5천여 명 정도이다. 전체 인구 대비 약 0.03%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송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상층은 있는데 상류사회가 없고, 고위직층은 있는데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없다고 일갈한다. 그 전형적 예로 높은 지위를 갖고 있는 정치인, 관료, 법조인 등을 들고 있다.‘우영우’에서 서울대는 왜 에둘러 지칭되지 않았을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덕목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였을 수 있다. 그 중심에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자이자, 자폐인 변호사인 우영우가 있다. 장애인의 핸디캡을 극복해 나가면서 그녀는 변호사의 도덕적 책무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갖는다. 이 드라마가 강조하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양쯔강돌고래’편에서 주인공은 대형 로펌 변호사로서 사회적 강자를 주로 변호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고민한다. 우 변호사는 상대편 인권 변호사를 바다가 아닌 강에서 살다가 멸종된 양쯔강돌고래처럼 느낀다. 그렇지만 멸종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함께한 자리에서 그 변호사는 안도현 시인의 ‘연탄 한 장’을 낭송한다. 이 시에는 변호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질문의 답이 암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우영우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해 묻는 질문은 현실의 사회 지도층에게도 부여되는 것이다.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이라는 시구에서부터 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우영우의 질문은 천재성이 아닌 진정성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우영우 현상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상류층의 자각과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2022-08-10

‘측근정치인’이 윤대통령에겐 毒이다

심충택 논설위원 비대위 상황까지 갈 정도로 심각해진 국민의힘 내분의 본질은 ‘권력투쟁’이다. 제22대 총선(2024년)을 2년여 앞두고, 공천권 헤게모니를 차지하기 위한 당·정 지도부간의 파워게임이 여당의 중병(重病) 원인인 것이다. 어제(9일) 당 대표직에서 ‘자동해임’된 이준석의 경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총선공천 개입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혁신위를 가동시키려다 당에서 밀려나는 신세가 됐다. 지난 6월 3일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최재형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어떤 개인의 힘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예측 가능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언급한 것이, 헤게모니전의 대략적인 분위기를 말해준다.이준석의 대표직 해임으로 여당 혁신위원회는 이제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물론 이준석이 시도하려던 차기총선 ‘시스템 공천’도 좌초된 것과 다름없다. 이준석의 축출은 당 개혁주체의 실종, 그리고 윤핵관의 세상이 됐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당내 상당수 인사들이 윤핵관을 향해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국민의힘 김근식 전 선거대책위 정세분석실장은 “윤핵관들이 스스로 2선 후퇴하는 결단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진정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일 것”이라고 최근 말했다. 구체적으로 윤핵관의 핵심인물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비대위가 출범한 만큼 최소한 원내대표 재신임 절차는 밟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엊그제 고용노동부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권 원내대표 선임보좌관 출신을 임명한 것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맡아 인사 업무에 관여한 장제원 의원도 대통령실 인사실패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만약 윤핵관들이 당 내분에 대한 반성없이 비대위체제 구성이나 차기 공천권 주도권을 행사할 움직임을 보인다면, 국민의힘은 파산될 가능성이 크다.지금은 윤 대통령이 직접 여당이 처한 총체적 난맥상을 극복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윤 대통령의 최대 리스크가 여당이기 때문이다. 이 리스크 소멸이 바로 대통령 국정지지율 반등의 해법이다. 윤 대통령은 당과의 관계를 설정할 때 항상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이 또다시 다수당이 될 경우를 상상해 봐야 한다. 아찔한 생각이 들면서 민심을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서둘러 할 일은 대통령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며 민심을 갉아먹는 인사들을 과감하게 내치는 것이다. 대신 외연확장을 위해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당내 인사들에게 지도부를 맡겨야 한다. 이미 구성돼 있는 당 혁신위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윤 대통령은 이제 야당에게도 협조를 구할 때가 됐다. 야당의 합리적인 요구는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야권인사를 내각에 과감하게 중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만약 전면적인 쇄신 조치 없이 이 상황을 적당히 넘기겠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윤 대통령은 집권 초반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을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 만들어야 한다. 수습하고 보완할 시간은 충분히 있다.

2022-08-09

쇄신론

우정구 논설위원 쇄신(刷新)의 사전적 의미는 “나쁜 폐단이나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혁신(革新)과 비슷하나 혁신이 기존의 제도나 습관 등을 새롭게 하는 것으로 본다면 쇄신은 주로 조직의 사람이나 기구의 구성을 새롭게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정치 체제나 사회 제도 같은 것을 뜯어고친다는 뜻의 개혁(改革)도 비슷한 용도로 함께 쓰이고 있으나 개혁은 합법적으로 바꾸어갈 때 쓰는 말이다.쇄신이든 혁신이든 개혁이든 모두가 잘못된 관습이나 조직과 사람 등을 바꾸는 데 목적이 있다. 그 결과는 조치 이전보다 훨씬 좋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어록 가운데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치열한 국제 경쟁사회에서 세계 일류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한 조직의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그의 혁신 의지를 드러낸 대목이라 하겠다.이처럼 독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기업이든 개인이든 새로운 도약을 꿈꾸기 어렵다. 기술의 고도발달로 세상이 급변하는 지금은 눈 깜짝할 사이 일류와 이류가 자리를 서로 맞바꿀 수 있다.정치도 마찬가지다. 사회 전반의 변화에 맞춰 끊임없는 변화와 쇄신을 거듭해야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휴가 후 복귀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지지율 급락에 대처하는 대통령의 처방이 궁금해서다.윤 대통령이 어떤 쇄신책을 내놓을지 알 수 없다. 역사적으로 나라의 안정은 민심을 떠나 존립할 수 없었다. 쇄신도 국민의 마음에서 출발해야 성공하는 법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8-09

슬픈 우승과 나가사키 팻맨, 그리고 진정한 광복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그대들의 첩보를 전하는 호외뒷장에 / 붓을 달리는 이 손은 형용못할 감격에 떨린다! / 이역의 하늘아래서, 그대들의 심장속에 용소슴 치던 피가 / 이천삼백만의 한사람인 내혈관속을 달리기 때문이다. // ‘이겼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우리의 고막은 / 깊은 밤 전승의 방울소리에 터질듯 찢어질듯. / 침울한 어둠속에 짓눌렸던 고토의 하늘도 / 올림픽의 거화를 켜든것처럼 화다닥 밝으려 하는구나!”(한자만 한글로 바꾸고 원문 그대로 옮김)1936년 8월 11일자 조선중앙일보에 실린 심훈의 시 ‘오오, 조선의 남아여!-마라톤에 우승한 손, 남 양군에게-’ 1연과 2연이다. 시가 실리기 이틀 전인 8월 9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손기정 선수가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남승룡 선수가 동메달을 땄다. 이 소식은 신문 호외로 식민지 조선 전역에 바로 퍼져나갔다. 내선일체를 내세운 일제의 민족 말살 정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절망으로 내리닫던 조선 백성들에겐 가뭄의 단비 같은 기쁜 소식이었을 터. 소설 ‘상록수’와 시 ‘그날이 오면’을 쓴 심훈 역시 이날의 감격을 호외종이 뒷면에 시로 쏟아냈다.그러나 기쁨을 만끽해야 할 우승자 손기정은 정작 그러지 못했다.“나는 이기었습니다, 2시간 29분 19초 2의 올림픽 신기록이었습니다.…. 언덕에 다다르니 우리나라 일장기가 나를 응원하여 주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 승리는 결코 내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전 우리 일본 국민의 승리라고 할 것이외다.” 우승 당시 그의 인터뷰 내용이다. ‘일장기의 응원, 일본 국민의 승리’를 말하는 목소리에서 마지못해 억지로 하는 듯한 슬픔이 역력히 느껴진다. 실제로 인터뷰 중간에 “크게 읽어.”라고 강요하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끼어들어 있다.우승 직후 손기정은 친구에게 엽서 한 장을 보낸다. 올림픽 마크가 그려진 엽서에는 “슬푸다!!?”라는 단 한마디 말이 느낌표 두 개, 물음표 하나와 함께 적혀 있을 뿐이다. 올림픽에서 우승했지만 한국(대한제국)인이 아닌 일본인 ‘기테이 손’으로, 가슴에는 일장기를 달고 시상대 위에 서야 했던 심경이 이 엽서에 처연히 담겨 있다. “내 소원은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 손기정으로 기억되는 것이다.”라고 한 손기정은 해방 후 올림픽 공식 기록의 국적과 이름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손기정의 ‘슬푼 우승’ 9년이 흐른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에 ‘팻맨(Fat Man)’이라는 이름의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히로시마에 첫 번째 원자폭탄 ‘리틀보이’가 투하된 지 사흘 뒤의 일이다. 나가사키 원폭 투하 다음 날인 8월 10일 일왕은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 의사를 표했다. 그리고 8월 15일. 우리는 광복을 맞았다.며칠 전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가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그의 방한에 따른 대통령과 국회의 의전에 대해 말들이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놓인 우리의 미묘한 처지가 노정된다. 이제 일장기를 달 일은 없다. 태극기 아닌 그 어떤 것도 우리 가슴에 달려서는 안 된다.오늘 다시 진정한 광복을 생각한다.

2022-08-09

억지관객

조현태수필가 얼마전 양동민속마을에 국악공연이 있었다. 오후 7시에 공연을 시작하는데 4시 경에 도착하여 장비와 소품들, 음향에서 조명까지 부산하게 움직였다. 체험관 마당이 제법 넓은데 마당에 의자를 가득 늘어놓았다. 오후 7시면 관광객은 거의 없고 양동 마을사람들뿐인데 관객이 얼마나 될까 걱정스러웠다.필자는 관람료를 지불해가며 공연을 찾아다니기도 하는데 여기까지 와서 무료공연을 한다니 놓칠 수가 없었다. 각종 장비와 시설을 배치한 후 최종 리허설을 하면서부터 필자는 휴대폰으로 동영상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대단히 기대를 하며 앞자리에 앉아 본 공연을 기다렸다. 예상보다 많은 관객이 모여서 빈 의자가 없었다. 알고 보니 마을 이장이 미리 공연한다는 방송을 했는가 보았다. 이런 공연이 자주 있는 마을이라 웬만하면 주민들이 거의 다 참여하는 모양이다. 드디어 진행을 맡은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인사를 했다. 그런데 필자는 이때부터 실망하기 시작하여 마칠 때까지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우선 공연 시각부터 관광객이 아무도 없는 저녁시간이다. 이왕이면 관광객도 함께 공연을 보면 얼마나 더 좋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전 양동마을 심수정에서 잠깐 국악공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공연과 별 차이가 없었다. 똑같은 내용으로 한 마을에서 다섯 차례나 공연한다면 그 공연의 가치가 기립박수를 받을만한 공연인가 하는 생각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마을에서 행해지는 행사라서 마을 주민들이 마지못해 참여하는 인상을 강하게 느꼈다. 더구나 사회자는 틀에 박힌 듯한 강요를 연거푸 했다. 제청을 해야 한다는 둥, 추임새를 큰 소리로 넣어달라는 둥, 주민들이 외치는 추임새나 박수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둥, 그러면서 연습 삼아 ‘얼쑤’, ‘좋다’ 등을 따라하게 한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 공연을 잘 하면 저절로 환호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나오지 않던가. 추임새나 박수를 강요하고 연습한다고 공연의 질이 좋아지는가 하는 질문을 하고 싶다.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공연자들은 국악 분야 예술인이다. 그런데 6월 18일부터 10월 22일까지 기간에 14차례나 공연한다는 프로그램 일정이다. 이 예술인들이 공연비 한 푼도 받지 않고 그 많은 일정을 즐겁게 소화할 수 있을까? 이러고도 공공기관은 문화도시, 예술의 고장으로 경주를 자랑할 것인가. 짐작컨대 관에서 적당한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 가능하다고 본다. ‘사랑이로구나’하는 타이틀의 경주국악여행 프로그램은 허울뿐이고 유명무실한 이벤트에 불과하지는 않는지 고민해볼 일이다. 어쩌면 마을 주민뿐인 관객이기 다행이지 예술에 관심 많은 관광객이 이러한 공연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다.어차피 공공재원을 들여 이벤트를 하려면 차라리 관광객이 붐비는 낮 시간대에 관객과 함께 어우러져 즐길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하회마을의 탈춤처럼 사물놀이나 농악 같은 프로그램으로 관객도 참여하여 어우러지면 더 문화적이지 않을까. 관객의 자세를 강요하고 가르치지 않아도 재미있고 신이 나면 칭찬하고픈 마음이 자동적으로 생기지 않을까 한다.

2022-08-09

트렌드, 욕망의 획일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가 엄청나다. 예정된 수순으로 촬영지도 덩달아 인기다. 이럴 줄 알았다. ‘우영우 팽나무’가 있는 경남 창원 동부마을이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드라마 속 팽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도로 개발 계획에 의해 사라질 뻔한 마을을 구해낸다. 소박한 시골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 위, 크고 울창하게 서 있는 500년 수령의 나무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 이해한다. 그렇더라도 이렇게 우르르 몰려갈 일인가 싶다. 하루에 수백 명씩 찾아오는데, 농기계가 다니는 좁은 이면도로에 함부로 주차를 해놔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중이다. 주차뿐이겠나. 안 봐도 뻔하다. 쓰레기에 소음에 담배에…… 온갖 꼴불견일 거다.벤야민이 말한 ‘아우라’는 “어떤 사람이나 장소에 서려 있는 독특한 기운. 예술작품이 있는 장소에서 그것이 갖는 일회적인 현존재성”인데, 미디어가 발달한 기술복제시대에는 실제 현장보다 영상이나 사진이 오히려 아우라를 갖는 반대 국면이 펼쳐진다. 영상기술로 표현해낸 드라마 속 팽나무의 아름다움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때 팽나무는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상상계의 기표가 된다. 드라마 속 ‘소덕동 팽나무’와 현실의 ‘동부마을 팽나무’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있는 것이다.대중에겐 받아들이는 문화만 있고, 창조하는 문화는 없다. 대중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때, 문화는 획일화된다. 채널만 돌리면 나오는 트로트 방송들이 대표적인 예다. 트로트가 싫은 게 아니라 여기도 저기도 온통 트로트판인 획일화가 짜증나서 티브이를 꺼 버린다. 남의 노래를 트로트 가수들이 뽕짝풍으로 부르는 것도 그만 듣고 싶다. 원곡은 영 들리지 않고, 조악하고 저급한 편곡만 판친다. 대중이 수동적이면 결국 개인의 독창성, 다양성, 개성 위에 집단적 유행이 군림하는 세상이 된다. 트렌드라는 것은 미디어의 생산자가 조작하기 쉽고, 그렇게 만들어진 유행은 사람들의 생각마저 조작한다.대중은 정보를 원하면서 정보를 얻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문화예술을 누리고 싶어 하면서 문화예술을 향해 스스로 나아가지 않는다. 똑똑하고 싶지만 지식을 탐구하진 않는다. 누가 만들어 놓은 것, 설명해둔 것, 기성품을 그저 받아들일 뿐이다. 방송에 나온 제주도 돈까스집 앞에 텐트를 치고 밤새 기다리는 건 그래도 귀엽다. 규격화된 아파트, 무채색 세단, 연예인이 입은 옷, 성형수술, 남들 다 하는 거, 남들 보기 좋은 거, 남들이 부러워하는 거… SNS에는 비슷한 트렌드들이 전시되고, 사람들은 그것을 욕망한다. SNS를 도배하는 명품 가방, 브랜드 아파트, 비싼 골프채, 풀빌라에서 즐기는 호화로운 휴가, 주식 수익, 인맥 따위는 사회로부터 학습된, 타자화된 욕망들이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의학 유튜브 채널이 권하는 식단으로 아침을 먹고, 국민 헬스 트레이너를 따라 운동하고, 점심엔 백종원 식당에서 밥 먹고, 오후엔 오은영 상담 방송을 보며 고개 끄덕이고, 저녁엔 인스타 맛집을 찾아다닌다. 인기 드라마를 보고, 채널을 돌리다 마감 임박 홈쇼핑 상품을 주문한다. 잠들기 전엔 인문학적 소양을 쌓기 위해 김창옥이나 최진기의 강연 방송을 보거나 정치 팟캐스트를 듣는다. 그럴 수 있다. 다만 이게 요즘 우리 사회의 표준 인간이라는 게 문제다.하루 동안 ‘생각’이라는 걸 스스로 하는 순간이 있긴 할까? 대중은 타인의 생각을 생각하고,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건 파스칼 시절 얘기다. 인간은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오직 갈대가 되어야만 생각한다. 하지만 대중은 갈대가 되길 원치 않는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건 여간 괴롭고 불편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스노비즘은 결국 주체에게서 개성과 취향, 주체성을 앗아간다. 욕망이 비슷해지면 생각도 서로 닮는다. 물신주의가 강한 지배력을 가진 사회일수록 대중들은 스스로 사유하는 대신 자본화된 욕망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미디어나 정치 선전에 쉽게 현혹된다. 획일화는 정신의 마비 상태다. ‘트렌드’라는 달콤한 이름 안에는 마약 성분이 있다. 인생을 흔히 여행에 비유한다. 스스로 지도를 펼쳐 걸어 나가는 여행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인생 전체를 단체 패키지 관광으로 만들 것인가?

2022-08-09

나를 더 잘 아는 방법

퇴사를 한 뒤의 나의 하루 일과는 단순해졌다. 여섯시 반쯤 일어나 물을 한컵 마시고 몸무게를 잰 다음, 냉장고 앞에 서서 아침은 무얼 먹을까 생각한다. 밤새 틀어놓은 선풍기 때문에 배가 차게 느껴진다면 따뜻한 국물 요리를, 요리하기 어려울 만큼 집이 너무 덥다면 가성비 좋은 식당에 가서 끼니를 해결한다.오전 여덟시쯤 되면 노트북과 안경 간단한 필기구를 챙겨 카페로 나간다. 그리곤 재취업을 위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를 손본다. 초중고 학교 이력, 각종 자격, 전에 어떠한 일들을 했는지 몇 줄의 문장들과 사진으로 나를 설명하다 보면 나는 과연 쓸모 있게 증명될 수 있는 사람인지 의구심이 든다. 그렇게 빈약한 이력서를 횡설수설 고치다보면 어느덧 오후 세네시가 된다.집으로 돌아가 간단한 식사를 하고 나면 문제의 ‘그 시간’이 찾아온다. 운동을 해도, 밀린 집 청소를 해도, 또는 새로운 게임을 하거나 좋아하는 지인을 만나도 무기력함과 지루함을 쉽게 감출 수 없다. 이렇게 일상이 희미하게 지워지는 것 같거나, 삶의 주도권이 어딘가에게 뺏긴 것 같은 느낌이 들 때에는 나 자신을 철저히 객관화 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번아웃을 앓는 내게 작은 도움이 되고 있는 건 규칙적인 생활습관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리추얼 라이프란 생활 습관을 알게 되었는데 리추얼이란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으로, 일상 안에서의 반복적인 행동 패턴을 뜻한다. 물 2리터 마시기, 일어나서 이불 정리하기 등 자신이 정한 생활 습관을 반복하며 나를 의미 있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전에 언급했던 ‘갓생 살기’의 목표 설정은 단순히 행할 수 있는 것과 그에 따른 성취감과 행복 추구였다면, ‘리추얼’은 반복적인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의식화하는 습관’에 가깝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 물 한잔 마시기를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공복 물 한잔에 의미를 부여하여 의식하고 정서적 활동을 더하여 나의 긍정적인 일상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다.리추얼 라이프의 실천을 돕는 플랫폼인 ‘밑미’는 구경만으로도 재밌다. 육아 일기 쓰기, 피아노 연주 기록, 주말 제철 식재료 요리,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등 최소 6인에서 20명까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통된 리추얼을 행하고 기록을 남긴다. 리추얼을 통해 나의 취향과 생각의 틀을 확고히 굳히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수행을 공유한다.성공이나 행복에 대한 강박은 내려놓고 내가 지루하다 생각하는 시간에 이름을 붙여주고, 키워드를 정해주다 보면 어느덧 긍정의 기운이 찾아온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시너지는 배가 된다.두 번째로 도움이 되었던 건 ‘갤럽 강점 검사’다. MBTI가 성격유형 검사라면 갤럽 강점 검사는 개인의 타고난 소질이나 재능을 알려주는 유료 검사다. 총 177개의 질문을 20초 안으로 대답해야 하고 총 검사시간은 35분이 걸린다.강점과 약점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강점이 될 수도 있고,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쩔쩔 맬 때엔 약점이 되기도 한다. 나는 가장 첫 번째 특성으로 ‘공감’이 나왔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마치 나의 감정처럼 느끼고, 상대방의 감정을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특성이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좋게 말하면 이해와 배려심이 넘치는 타입이라 볼 수 있겠지만 나는 공감이란 감정을 약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특히 사람이나 외부에 잘 동화되는 특성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가진 부정적인 기운을 그대로 흡수하여 나의 기분까지 흐트리는 경향이 있었다.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미안해서 곤란한 일을 맡을 때엔 혼자 도맡아 처리하기도 했다. 이러한 나의 강점을 잘 알아두면 해결책을 찾기도 쉬워진다. 긍정적인 시너지를 주고받는 사람들을 주위에 채워 영향을 주고받는 것과 일이 많은데 부탁해서 미안하지만, 이라는 대화로 선 공감 후 부탁을 요청하여 건강한 방법으로 해결해보잔 솔루션을 찾기도 했다.내가 가진 특성 중 어떤 것을 잘 활용해 볼지,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어떻게 적용시켜 볼지 생각하게 된 좋은 계기였다. 일과 관련된 방향과 삶의 전반적인 방향 또한 조금 더 뚜렷해 진 것 같아 마음의 짐이 조금 덜어졌다.

2022-08-09

아홉살 시선으로 도시·골목·가족 추억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벨파스트’는 북아일랜드의 수도이다. 영국의 서쪽에 위치한 아일랜드 섬. 그 섬의 북쪽 영국령에 속하는 지역이 북아일랜드다. 그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아일랜드 공화국이다. 16세기 잉글랜드 왕국의 핸리 8세에 의해 아일랜드가 점령당하게 되면서 원주민과 이주민, 가톨릭과 개신교의 갈등이 시작된다.가톨릭을 믿던 아이리쉬(아일랜드인)와 잉글랜드인에 의해 전파된 개신교 간의 갈등은 지배와 피지배의 권력다툼과 맞물려 오랫동안 아일랜드에 갈등을 일으키고 피바람을 불게 했다. 중세부터 시작된 잉글랜드의 지배는 수백년간 이어졌고, 근대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아픈 상처를 남기게 된다.1차 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4월 24일 부활절 봉기라 일컫는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이 시도되지만 봉기 주모자들은 영국군에 의해 진압된다. 이후 1차 대전이 끝난 직후 1918년 12월에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 아일랜드인들은 중도 좌파연합인 신페인당에 압도적 승리를 몰아주었다. 부활절 봉기에서 살아남은 지도부들은 대거 신페인당에 입당해 당선되었다. 아일랜드의 다수당이 된 신페인당은 아일랜드 의회를 구성하고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독립을 선언한다.아일랜드 공화국은 영국 정부에 대항해 군대를 조직하고 영국에 맞선다. 1919년 1월 21일부터 시작된 전쟁은 1921년 7월 11일 휴전할 때까지 이어진다. 이후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 6개주를 제외한 남부 26개주를 자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앵글로-아이리쉬 조약을 체결하게 된다.그 이전까지 지속되었던 아일랜드 공화국 북아일랜드 통합은 사실상 폐기되었고 아일랜드의 분단은 고착회된 상태로 남게된다.영연방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 평화롭고 화려한 도시를 비추던 카메라는 담장을 넘으며 1969년의 벨파스트를 비춘다. 그곳에서 버디는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다니며 골목길을 누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행인들의 발자욱 소리, 아버지를 기다리던 공간이며, 엄마가 아이들을 부르던 일상의 공간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1969년 8월 15일 벨파스트에 사는 천주교도들이 참정권과 사회적 차별대우 등의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다.이 시위는 개신교도와 천주교도가 충돌하면서 유혈폭동으로 번져가게 된다. 영화 ‘벨파스트’는 그 시작점이 된 공간이며, 9살 주인공 버즈와 가족들, 친구들이 있던 일상의 공간이 변해가는 모습 속에서 펼쳐진다. 흑백의 영화는 소년과 그 소년을 둘러싼 공간들 속에서 펼쳐지는 불안한 상황을 철저하게 아홉살의 시선으로 담는다. 파괴된 일상과 시시각각 다가오는 폭력의 기운들이 소년을 둘러싼 집과 골목, 도시로 번져간다. 하지만 그 불안의 무게는 어른들의 몫일뿐 버디의 일상은 달리진 풍경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아홉살 소년에게 벨파스트의 골목은 그가 인식할 수 있었던 세계의 전부였고, 찬란하고 아름다운 일상의 공유 공간이었다. 달라진 풍경의 무게를 알 수 없었던 버즈는 그의 세계가 흔들리며 균열이 가고 가족들과 함께 영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익숙했던 모든 것들을 뒤로 해야한다는 것에 저항한다. 그것은 딱 아홉살 소년이 이해할 수 있었고, 견뎌야했으며 기억하는 만큼의 몸부림이었다.아홉살 때 벨파스트를 떠났던 케네스 브래너 감독. 그의 기억이 남았던 그때의 감각이 그 시절의 소년이 되어 펼쳐진다. 감독의 감각 속에서 1969년의 벨파스트는‘무채색의 도시’였으며‘색깔로 기억되어지는 건 영화’였다고 한다.그래서 ‘벨파스트’는 흑백영화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몇몇 장면들은 컬러로 표현되는 순간들이 있다.영화 ‘벨파스트’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이 어떻게 보편적인 추억으로 남는가를 보여준다. 한 공간의 추억이 한 도시의 추억이 되는, 역사 속에서 뜨거웠고 아팠던 도시의 추억을 회상하는 방식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는 영화라고 하겠다./(주)Engine42 대표 김규형

2022-08-08

그 길밖엔 없어 <Ⅴ>

허 형사에게 문자를 보내고 난 후 우현은 핸드폰을 차의 대쉬보드 위로 던졌다. 핸드폰은 앞 유리까지 미끄러졌다. 운전을 하고 있던 직원이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려 우현의 얼굴을 보았다.-운전이나 해.우현은 앞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앉아있었다. 비가 내렸다. 좌우로 움직이는 와이퍼 사이로 이정표가 보였다.-여기서 제일 조심해야 해. 올 때마다 헷갈린단 말이야. 한두 번 와 본 길이 아닌데 말이지. 오른쪽 왼쪽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180도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고. 알지? 우리는 직진이야, 직진. 그 길밖엔 없어. 언제더라? 지난번에 길을 잘못 들어서 고생했어. 바이어는 다시 돌아가 버렸고. 안 좋은 일이 생긴 줄 알고 말이야. 그때 손해가 좀 컸어.우현의 말을 들으며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도착하면 뒷좌석에 있는 캐리어만 전해주고 와. 누군지 알지? 전에 봤잖아. 나는 오늘 내리지 않을 테니까. 혼자서 해보라고.-직접 주시지 않고요?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사람 손에 맡기신 적 없으셨는데요.힐끗 우현을 돌아본 직원이 말했다.-그냥. 오늘은 왠지 걔들 얼굴 보면 짜증이 날 것 같아서 그래. 말만 들어도 토할 것 같아. 가져다주기만 하면 돼. 돈은 이미 받았으니까. 깨끗이 씻었으니까 달기만 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우리말로 해도 알아들을 거야. 노래나 한번 틀어봐. 좀 신나는 걸로.직원이 틀어준 빠른 박자의 노래들이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첫 곡으로 돌아왔을 때 차가 멈췄다. 직원은 차에서 내려 캐리어를 가지고 갔다. 우현은 의자를 뒤로 젖혔다. 시발. 쓸데없이 전화질이야. 혼잣말을 내뱉었다. 하필 허 형사야. 알아들었겠지? 문자를 괜히 보냈나? 보내지 말걸. 취소할 수도 없고. 우현은 혼잣말을 주고받으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낮은 잿빛 구름 아래로 검고 넓은 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한동안 내릴 비였다.그 녀석 때문이야. 녀석이 보자고 했을 때 무슨 일인지 먼저 물어봤어야 하는 건데. 그날 가지 말았어야 했어. 젠장.그날 바람이 많이 불었다. 낮은 기온은 아니었지만 바람 때문에 제법 쌀쌀했다. 우현은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 어묵 한 그릇을 시켰다. 어묵이랑 건더기는 그대로 둔 채 국물만 홀짝거렸다.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다.-다 와 간다. 십 분 정도 후에 도착할 거야. 화장실 앞쪽으로 나와 있어. 머뭇거릴 시간 없으니까 검정색 SUV가 서거든 바로 타. 알아볼 수 있게 왼쪽 창에 노란색 스티커를 붙여 놓았어.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녀석이 전화를 끊었다. 이런 녀석이 아닌데. 무슨 일이지? 우현은 괜히 나왔나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왼쪽 창에 노란색 스티커를 붙인 SUV가 우현의 앞에 섰다. 우현이 앞 좌석의 문을 열었다. 담배 냄새가 확 하고 몰려나왔다. 차에 올라타려 하자 녀석이 ‘뒷자리’하고 말했다. 우현은 녀석을 쳐다보았다. 녀석은 다시 짧게 말했다. 빨리.-너 다시 담배 피우냐?뒷자리에 올라타며 우현이 물었다.-오늘만 피우기로 했다.녀석이 뒤를 돌아보았다. 녀석의 목소리가 떨렸다. 뒷자리에는 노인 한 명이 타고 있었고 자는 듯 보였다.-뭔데?우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선물이지. 부탁이기도 하고.녀석이 가속 페달을 밟으며 대답했다.-무슨 말이야?우현은 노인과 녀석을 번갈아 보았고 녀석은 앞자리에서 작은 가방을 들어 우현에게 건냈다.-일단, 가방에서 5cc짜리 주사기 꺼내서 한 대만 놓아줘. 다 재 놓았어. 거기 보면 주사액이 채워진 주사기가 있을 거야. 중간중간 봐가면서 계속 줘. 도착하려면 제법 더 가야 하니까. 너 주사 놓을 줄 알잖아.-무슨 일인지 말해줘야 놓지.우현이 다시 녀석에게 물었다.-일단 한 번만 먼저 놓아줘. 아, 그놈. 참, 말 많네. 너 언제부터 이렇게 말이 많았냐?녀석이 우현을 다그쳤다. 우현은 가방에서 주사기를 꺼내어 노인의 어깨에 주사를 놓았다.-뭐냐 하면.녀석이 이야기를 시작했다.-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다 생각해. 죽여야 하는데 그냥 죽이기에는 아깝더라고. 인공 장기가 몸 안에 몇 개 들어 있거든. 그래서 널 불렀지.-무슨 말이냐?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장기를 떼어내란 말이야. 나더러?우현이 목소리를 높였다. 녀석이 대답했다.-네가 장기를 떼어내기 전에 죽은 사람이 될 거야. 그것까지는 너에게 시키지 않을게. 걱정하지 말고. 그런데 내가 한 번도 사람을 죽여본 적 없거든. 네가 옆에서 방법을 가르쳐줘. 내가 할 테니까. 장기를 떼어내기 가장 좋은 방법으로 죽이면 되잖아. 그치?우현은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너 왜 이러냐? 나야 만나는 인간들이 원래 그런 놈들이니 놀랍지 않지만, 네가 이러는 건 좀 의왼데? 무슨 일이야? 원한이야? 아니면 뭔데?백미러로 우현의 얼굴을 보며 녀석이 대답했다.-너. 살 좀 찐 것 같다. 사업이 잘된다고 하더니만 진짜구나. 네 사업에 보탬이 되라고 내가 노력 좀 하는 거다. 거기 있는 것 안에 인공 장기 네 개가 들어 있다. 네 개나. 그러니 저게 인간이냐? 죽어야 할 때 죽지 않고 계속 사는 것. 인조인간이지, 인조인간. 그래서 내가 죽여주려고 하는 거다. 아마 죽고 나면 고마워할지도 모른다./김강 소설가

2022-08-08

제주 돌담이 대통령에게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철학자 루소(J. J. Rousseau)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했고, 노자(老子)는 자연에 존재하는 소통의 통로인 도(道)를 인식하고, 그 도를 좇아 “자연에 순응하는 삶이 최선”이라고 했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철학자들은 하나같이 자연의 가르침에서 지혜를 얻으라고 했다. 자연보다 더 위대한 스승은 없기 때문이다.제주 돌담은 우리가 ‘자연의 철학’을 배울 수 있는 훌륭한 유산이다. 제주 돌담은 밭담·산담·집담·원담·올레담 등 그 장소와 기능에 따라 다양하다. 미학적인 측면에서 제주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도 자연친화적인 돌담이다. 게다가 제주 돌담은 권력에 혈안이 된 정치인들에게도 커다란 가르침을 주고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제주 돌담의 가르침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소통’이다. 제주 돌담은 바람을 막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드나들 수 있도록 구멍이 숭숭 뚫려져 있다. 잘 쌓은 돌담은 바람에 흔들리기는 하지만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자연과 과학의 절묘한 만남이다.우리의 정치 현실은 어떤가? 국민의 기대 속에 출범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월 5일 현재 24%(한국갤럽)로 추락했다. 대통령의 메시지와 국민의 인식이 너무나 동떨어진 ‘소통의 위기’이다. ‘수직적 검찰문화’에 익숙한 대통령의 경직된 사고는 ‘수평적 소통이 생명인 정치’를 어렵게 만든다. 검사에게는 ‘법치’가 중요하지만 대통령은 ‘정치’를 해야 한다. 장관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들에게 “전 정권에서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고 받아친 대통령의 오만은 불통의 증표다. 정치에 초보일수록 비판과 고언을 겸허히 수용해야 소통할 수 있다. 제주의 거센 바람이 돌담 구멍을 지나가지 못하면 돌담이 무너지듯이,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는 정권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나아가 제주 돌담은 정치인에게 ‘공존과 상생’의 중요성도 가르쳐준다. 돌담을 무너지지 않게 쌓으려면 크기나 모양이 각기 다른 돌의 면과 면을 고려하여 잘 꿰맞추어야 한다. 서로 어깨를 맞댄 돌들은 ‘공존의 돌담’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상생’을 가르쳐주고 있다.그럼에도 여당과 야당은 걸핏하면 상대를 공존이 아니라 타도의 대상처럼 ‘악마화(demonize)’한다. 집행 권력과 입법 권력을 나누어 가지고 서로 힘자랑하는 ‘야만의 정치’는 공멸의 길이다. 더욱 기막히는 것은 국정과 민생에 전념해야 할 대통령이 이준석을 향해 “내부 총질하던 당대표”라고 직격하자 소속의원들은 친윤과 비윤으로 갈라져 당권싸움으로 날을 새고 있다. 당내의 이견과 갈등을 통합하여 공존과 상생의 길로 이끌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김으로써 정권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군주민수(君舟民水)’라고 했던가. 물(국민)은 배(대통령)를 띄울 수 있지만,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이제라도 제주 돌담이 가르쳐주는 ‘소통과 상생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2022-08-08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

베블렌 효과는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가리킨다. 과시욕이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고가의 물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경우, 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수요가 증가하고, 값이 떨어지면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구매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소비편승효과’라고도 한다. 이 용어는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베블런이 1899년 출간한 저서‘유한계급론’에서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자각 없이 행해진다”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등 이른바 ‘에루샤’3사로 불리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이 베블렌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명품 소비가 흔해진다면 명품의 권위도 ‘갑’에서 소비자가 우위인 ‘을’로 바뀌는 게 정상인데, 한국의 명품 브랜드들이 오히려 ‘슈퍼갑’이 되고있는 이유도 베블렌 효과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다. 이들 명품 한국 법인들은 고용 확대에는 인색해 국내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면서도 한국시장에서는 고용이라는 재투자 없이 돈만 벌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소비자들은 수백만~수천만원의 비싼 제품을 구매하고도 질 낮은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 명품업체들은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이 줄 서서 사니 굳이 사회 공헌 활동에 큰 돈을 쓸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러니 명품업체들의 횡포는 갈수록 심해진다. 제품가격을 한 해에도 몇 번씩 올리고, 사회공헌에도 무관심하다는 언론의 지적에도 무관심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무관심한 명품업체들에게 철퇴를 내릴 방도는 없는 걸까 궁금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8-08

창의력의 진수 한산대첩

장광일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주말을 맞이해 가족과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최고의 흥행작인 ‘한산 : 용의 출현’ 영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옛 영화 ‘명량’을 보고 감동을 받아 후속작인 ‘한산’ 작품을 기다리고 있어서 인지 더욱 흥미있게 보았다.이 영화의 특징은 일본군 장수인 와키자카 야스하루의 관점에서 전개하면서도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야스하루는 용인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일본의 명장이며 신중하고 치밀한 성격으로 전투에 몰입하지만 학익진 앞에서 좌절해 절망하는 입체적인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한산도 대첩은 도요토미의 수륙병진 전략을 무력화시켰던 동시에 조선 수군이 남해의 제해권(制海權)을 장악하는 전기가 되었다. 또 일본 수군을 잇따라 궤멸시킴으로써 도요토미는 조선 수군과의 해전을 금지시키고, 해안에 축성(築城)을 할 것을 지시했다. 이처럼 한산대첩의 역사적 중요성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적 사고에서는 창의력의 진수를 보여주는 전투라 하겠다. 기업에서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과제를 추진할 때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필자는 이순신 장군에게 그 해법 세가지를 배워 적용해 보고자 한다.첫째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변화를 정확하게 예견하고 대응하는 장군의 준비된 모습이다. 거북선과 판옥선의 튼튼함을 이용한 당파전술로 충돌하여 격파하는 방법, 개인화기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하여 조총의 유효사거리인 50m 정도를 거리를 두고 싸우는 방법, 백병전에 능숙한 일본군에 대응하기 위하여 배에 오르지 못하도록 판옥선을 설계하는 것이 바로 장군의 전략이다. 과제를 추진할 때 중요한 것이 SWOT분석이다. 강점(S)과 기회(W)를 잘 살리고, 약점(O)과 위기(T)에 잘 대응하여 반드시 성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둘째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휴먼 네트워크이다. 이순신 장군을 살린 전라우수사 이억기 장군, 조선 과학의 꽃을 피운 나대용 장군, 판옥선을 개발한 정걸 장군 같은 인재를 잘 중용하고, 그들의 재능을 활용하여 최강 해군을 만들었고, 의(義)와 불의(不義)의 싸움이라는 소통을 통해 전군을 하나의 휴먼 네트워크로 형성하였다. 훌륭한 기업은 재능 있는 리더를 잘 중용하고, 명확한 비전 제시로 전원 참여를 유도하여 한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한다.셋째 우리의 민족문화 유산이 된 이순신 장군의 기록정신이다. 기록정신에 관한 한 세계 어떠한 장군들과 비교할 수 없다. 난중일기는 현재 해군에게 전략과 전술의 최고 지도서가 되어 있다. 기업에서도 암묵지를 형식지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기록하고 행동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탁월한 생각이 탁월한 현실을 창출하는 것이다. 23전 23승 전승의 원동력은 바로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생각과 탁월한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는 업(業)의 본질을 꿰뚫고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생각이 필요한 때다. 이제는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창의력이 필요한 때다. 이순신 장군이 백전백승의 승리를 위해서 고민한 창의력처럼 이제는 기업 발전을 위한 창의력 개발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본다.

2022-08-08

이열치열 여름나기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염천에 폭서의 기세가 등등하다. 일찌감치 벌써 가을의 시작임을 입추가 알렸어도, 바짝 달궈진 대지는 보란듯이 후끈한 열기로 초목을 시들게 하고 사람들을 피서지로 내몰고 있다. 일단 더위는 피하고 볼 일이라 사람들은 시원한 물을 찾거나 그늘로 모여들어 조금이나마 된더위를 멀리하려는 움직임이다. 폭염에도 멈출 수 없는 작업현장이나 일상에서도 온열질환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될 정도로 더위를 먹지 않도록 경계와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오히려 더위에 맞서며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도록 움직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푸르름이 하늘까지 차고 넘치는 산을 오른다거나 매미소리 경쾌한 강둑길로 자전거 페달을 신나게 밟다 보면, 어느새 구슬 같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흘러내리고 등줄기에도 땀이 배여 옷이 소금기로 절여지게 된다. 움직이고 오를수록 땀이 비오 듯하는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적으로 이어가다 보면 힘겨움 보다는 묘한 희열감에 빠져들어 더 가열차게(?) 나아가지 않을까 싶다.그렇게 온몸이 흥건할 정도로 땀을 흘리고 나면, 그 개운함은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과는 비교조차 안될 정도로 상쾌하기만 하다. 필자가 수년째 즐기듯 터득하고 있는 ‘이열치열 극서(極暑) 대처법’이랄까, 열(熱)은 열로써 다스리는 이열치열은 덥거나 열이 날 때에 오히려 땀을 낸다든지 뜨거운 차를 마셔서 이긴다는 논리이다. 한여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 오는 날을 빼고는 거의 매일 자전거 라이딩(20km)과 도보(4.4km)로 출퇴근을 하고 있으니, 생활 속의 운동으로 건강까지 챙기는 나름의 흡족한 비법(?)이 아닐 수 없다.이열치열은 그러나, 이처럼 가벼운 운동이나 산행 등으로 굳이 땀을 쏟아내면서 더위를 이기는 것만이 아니다. 무더위가 무색할 정도로 어떤 일에 몰입하거나 삼매(三昧)에 빠짐으로써 얼마든지 충분하게 삼복더위를 밀치고 이겨낼 수가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독서나 시낭송으로 삼매경에 든다거나, 이웃을 위한 배려의 마음으로 봉사와 나눔의 손길을 펼치는 몰입과 집중을 통해 한더위를 얼마든지 밀어낼 수가 있을 것이다.실제 그러한 일들은 도처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포항시 포은도서관 상주작가와 지역 주민의 문학 향유를 돕는 체험 프로그램 ‘낭송이 나리는 금요일’이나 포스코 붓글씨봉사단이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펼치는 서예체험학습 테마의 ‘찾아가는 서예교실’ 등의 활동은 정말 더위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참여하고 끼와 재능을 나누는 가치로운 활동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의미있는 시도로 한여름의 열기가 더 달궈지는지도 모를 일이다.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夏爐冬扇)라는 말을 나름 긍정적으로 해의하여, 여름날에 화로를 대하듯 부지런히 움직임으로서 땀을 흘리고 몰두와 전념으로 더위를 다스린다는 것은, 그만큼 무슨 일이든 주관과 비전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 아닐까? 열중하며 진취하는 사람에게 더위란 강인함을 끊임없이 다듬질해주고 받쳐주는 모루일 것이다.

2022-08-08

이준석 대표도 멈춰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계를 넘었다. 지난 5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지지율은 24%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순실 국정 개입 논란이 증폭됐던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4주간 평균 지지율과 같은 수준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광우병 파동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 쳤던 때에 비견된다.빨리 수습하지 못하면 국정이 마비될 상황이다. 광우병 파동 때도 야당이 함께 불을 질렀다. 지금이 그때보다 못하지 않다. 그때는 가짜뉴스라는 외부 요인이었다. 지금은 집권 세력 스스로 분란을 자초하고 있다. 대통령 부부는 물론이고, 대통령실과 내각, 집권당 지도부가 모두 화근이다.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은 초보 정치인이다. 본인도 “제가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라고 했다. 측근 관리와 인사, 정책 등 불거진 문제들부터 해결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학습 능력은 뛰어나지만, 중심을 잡으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 모자란 부분을 보완해줘야 할 집권 세력이 권력 투쟁으로 문제를 더 키운다. 내부 갈등을 끝내지 않으면 어떤 노력을 해도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국민의 눈으로 봐야 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징계를 놓고 법을 따진다. 정치적 유불리를 평가하고, 억울하고, 섭섭한 점을 거론한다. 그렇지만 국민의 눈으로 보면 오십보백보다. 누가 더 잘했고, 못했는지를 떠나 꼴사나운 갈등을 빨리 끝내주기를 기다린다. 힘센 사람들의 권력 놀음에 국정이 마비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이 대표 문제는 이미 강을 건넜다. 이 대표 징계는 정당 내부 문제다. 정당원 다수가 교체를 원하면 그것이 정당의 뜻이다. 경쟁 정당 지지자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소송해도 소용없다. 이제 와 이 대표 징계를 철회할 수 있나. 윤 대통령의 뜻이 실려 있어 징계 의견으로 쏠린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의힘 출신 대통령의 실패는 피하고 싶은 것 역시 당원들의 마음이다.지금 징계를 뒤집으면 당은 어떻게 될까. 6개월 뒤 이 대표가 대표직에 복귀하면 당이 정상적으로 굴러갈까. 일단 현실을 인정하고, 갈등을 조기 수습하기를 바라는 당원이 다수일 것이다. 일반 국민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이 대표가 국정과 당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 당원들에게 빚을 남겨 정치적 미래를 도모하는 길이다.이 대표는 두 번 도박했다. 대통령 선거가 한창일 때 유세를 포기해 지지율이 뒤집히게 했다. 결국 윤석열 후보가 무릎 꿇었다. 결과가 윤석열 당선이었지만, 이 대표는 대선 패배를 감수하는 벼랑 끝 승부를 걸었다. 겨우 0.73% 이겼다. 보수진영의 대선 패배로 도박해 이 대표가 얻은 것이 무엇인가.이 대표는 5일 페이스북에 “내부 총질이라는 인식도 한심”하다고 썼다. ‘내부 총질’이라는 문자를 보낸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장재원 의원에게는 ‘삼성가노(三姓家奴)’라고 비난했다. ‘아비가 셋’이라는 욕설이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전 의지다. 이번에는 국정 마비를 걸고 벼랑 끝에 섰다.이 도박에서 이 대표가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 윤 대통령이 무릎 꿇기를 원하는 걸까. 이 대표의 문제 제기로 국민의 마음에 ‘윤핵관’에 대한 경계심은 이미 충분히 뿌리박혔다. 윤 대통령도 ‘윤핵관’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일단 뒤로 물려야 한다. 그들의 책임이 크고, 사태 수습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순서다. 이 대표도 그 정도로 명분을 얻고, 마무리했으면 좋겠다.정치의 명분은 국민에게 있다. 윤 대통령을 공격한다고 그 지지가 이 대표에게 바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다. 보수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에게 불만이 있어도 이 정부가 중도 하차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좋으나 싫으나 5년 동안은 윤 대통령에게 기회를 줄 수밖에 없다. 질책을 넘어 몽둥이를 들면 반발하게 된다. 소수 ‘팬덤’을 넘어 전체 보수의 지도자가 되려면 보수 지지자들의 희망을 담보로 도박해선 안 된다. 자기를 버리고, 당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일 때 미래가 있다. 재승박덕(才勝薄德)한 정치인치고 오래간 사람이 없다. /본사 고문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2-08-07

성공의 열쇠를 찾으려면 인내와 동행하라

박문하 전 포항시의회 의장 우리는 가끔씩 그렇게 길지도 않는 인생이 참 모질게 느껴질 때가 있다.살아가다 보면 절망적인 상황이 다가와도 별다르게 취할 방법이 없을 때, 난관에 부딪쳐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여질 때, 하고 있는 일이 꽉 막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때, 가정, 건강, 직장문제 등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인내의 지혜야 말로 어둠 속의 한줄기 빛 같은 존재이자 그 무엇보다 먼저 처방 받아야 할 상비약이 아닐까 생각된다.지난해 자동차 630대를 팔아 K자동차의 판매왕에 선정된 A영업이사는 29년 동안 누적 자동차 판매 대수가 1만 3천500대가 넘어 누적 판매로는 미국의 전설적인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의 기록을 능가하고 있다.그는 첫계약 때 오후 6시에 만나기로 한 고객이 오지 않아서 새벽 4시까지 집 앞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나중에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알았지만 다음날 새벽까지 무작정 기다려준 것을 고맙고 또 미안해 하며 선뜻 차를 계약해 준 것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했다.기약 없는 기다림에 포기할 생각도 해 보았지만 인내 하나로 결국 목표를 달성한것이다.뇌성마비 장애인으로 전설의 판매왕이 된 미국 왓킨스사의 빌 포터 이야기는 인내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남들에게 호감을 주기까지 엄청난 시간 걸리겠지만 인내의 결과가 얼마나 값지고 위대한 것인지를 배웠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제일 힘든 지역을 선택하고 남들 보다 느린 걸음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자신만의 노하우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들고 이웃의 끈 같은 존재가 되고자 인내와 끈기로 혼신의 노력을 다한 끝에 마침내 대망의 판매왕에 선정되고 있다.절대 멈추지 않았던 그의 삶은 인내와 끈기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인내는 성공한 판매왕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야곱의 아들 요셉은 성경에서 가장 정직하고 겸손한 인물중의 하나로 묘사되고 있다.17세에 형들에 의해 은 20냥에 애굽(이집트)의 상인들에게 팔려가 노예 생활을 시작하고 억울한 누명으로 감옥 생활을 하는 등 밀려오는 그 어떤 시련과 고난에도 좌절하지 않고 참고 기다린 끝에 야굽의 총리가 되는 가히 인내로 점철된 생애를 보냈다.일본의 센고쿠(전국)시대 울지 않는 새를 다루는 세 영웅의 방법론은 결국 일본의 운명을 결정하고 있다.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새를 죽였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도록 만들었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렸다.이같이 극명하게 달랐던 세 영웅의 최종 승리자는 인내의 달인 이에야스였다. 그가 당대 영웅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최고의 에너지는 기다림과 인내였다.요즘은 보기가 그리 쉽지 않지만 나비도 바늘 구멍같이 작은 구멍을 뚫고 고치 안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고통과 인내를 감수하면서 고치를 박차고 나온 나비만 힘찬 날개짓을 하면서 세상을 향해 날개짓을 할 수 있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세상을 나온 나비는 제대로 된 날개짓을 하지 못하고 죽고 만다는 것을 관찰한 영국의 식물학자 알프레드 윌리스는 혼자 힘으로 오랜 인내가 뒤따라야만 진정한 나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누구나 인생의 목표는 있지만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유익한 일임을 알면서 왜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것일까. 세상에는 한번에 성공한 사람보다 기다려서 성공한 사람이훨씬 많다.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내심을 기르는 방도는 무엇인가고민해 봐야 한다. 성공을 하려면 인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코로나19가 일상을 점령한 요즘은 참 살기가 어렵고 녹록지 않다. 그러나 참고 또 참으면 마지막에 역전의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날이 추워진 후에야 송백이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 논어에 있는 말이다. 우리 삶에도 모진 추위를 웃는 얼굴로 견디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역경인 채로 끝날 만큼 인생은 짧지도, 가혹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마냥 순풍인 채로 끝날 만큼 단순하지도 않다. 성공의 기회가 올 것이니 견디는 것이 아니라 견디고 있으면 반드시 성공의 기회가 오는 것이다.실패가 두려워 미리 포기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포기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도전은 용기 있는 사람만 할 수 있지만 성공은 인내하는 사람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닌가 한다.각 분야의 판매왕들의 생애가 그것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08-07

카톡방의 이념 갈등이 심각하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카톡은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회원들의 모임 소식부터 건강 정보, 인생 교훈에 이르기까지 유익한 정보를 수없이 교환하고 있다. 청년들은 대부분 아침 눈을 뜨자마자 카톡부터 확인한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연신 카톡을 들여다보고 있다. 2010년에 등장한 카톡은 이제 필수 불가결한 모바일 메신저가 되어버렸다. 개인 간에는 문자 메시지도 종종 이용하지만 카톡은 이제 소통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카톡도 순기능에 못지않게 역기능이 여러 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좌우로 편향되거나 왜곡된 정치 관련 메시지가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보수나 진보에 편향된 메시지는 정치적 사실을 조작하고 왜곡하여 정치적 판단까지 흐리게 한다. 더욱이 가짜 뉴스까지 제공되어 사회 공동체 분란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소통의 편의를 위한 전달 매체가 오히려 불화의 무기가 되어 불안하기도 하다.편향된 정치 정보뿐 아니라 가짜 뉴스까지 전달하는 톡의 부정적 영향은 심각하다. 스스로 진보와 보수를 자처하는 열성분자들의 편향된 이념전파가 상호 갈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톡방에는 자신의 정치적 취향에 맞는 글이나 개인 유튜버들의 시사적인 자극적 주장이 등장한다.과거 엄혹했던 시절 옆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전파하던 ‘카더라 방송’이 이제 톡을 통해 합법적으로 전파되고 있다.지난 대선과정에서도 톡방은 서로 상대 후보를 부정하거나 폄하하는 메시지를 경쟁적으로 전파하였다. 보수 쪽에서는 상대를 ‘친북 좌익 세력’으로 몰고 진보 쪽에서는 상대를 ‘수구 꼴통’으로 매도했다. 대선이 끝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톡 방에는 사실을 왜곡한 글이나 그 때의 앙금이 그대로 잔존하고 있다. 결국 톡방은 정치적 편 가르기, 진영정치의 온상이 되고 있다. 결국 톡방은 이 나라 정치를 부정적으로 활성화시키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매우 불행한 일이지만 그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이러한 왜곡 편향된 메시지는 친목단체의 톡 방도 종종 등장한다. 어느 종친회 톡방의 불행한 이야기다. 종친들이 모여 조상을 기리고 덕담을 나누며 길흉사 안내를 주로 하던 어느 톡에 느닷없이 어느 종친의 보수 편향적인 게시물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다. 그 게시 글의 내용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일종의 가짜 뉴스 수준이었다. 이글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젊은 진보적인 종친의 감정을 격하게 항의하였다. 그러나 강경 보수 입장의 종인은 자신의 퍼온 글이 지극히 ‘애국적인 글’이라 변명하면서 거부하였다. 그 글에 불만이 많았던 종친은 톡방을 탈퇴하고 종친회 탈퇴까지 선언하게 이른다. 결국 종친회장은 그들의 톡에 정치적인 글은 올리지 않도록 중재하는 선에서 사태가 겨우 수습되었다. 이처럼 톡방의 게시 글은 종종 종친, 친족, 형제 사이도 갈라놓는 이상한 매체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이러한 톡방의 비극은 동창회 등 친목 단체에도 빈번하다. 어느 대학 명예 교수회 톡방의 이야기다. 은퇴한 명예교수 카톡 방에도 보수와 진보라는 회원 상호간의 이념 갈등이 심각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도 진짜 보수와 진보 논쟁과 거리가 먼 사이비 보혁의 대결만 있었다. 톡에서는 자신의 입장에 대한 개인적 비판을 넘어 비난과 인신공격으로 이어졌다. 상처 입은 회원은 톡방의 탈퇴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은퇴한 교수 공동체까지도 사이비 이념 갈등이 파고든 셈이다. 왜곡된 사이비 보혁 이념 대결이 양식 있는 교수의 인품과 학술적 업적까지 압도해 버린 결과이다.다행히 시간이 흐른 후 당사자 간의 형식적 사과로 사태는 봉합되었다. 종교 단체의 톡방까지 이러한 현상은 예외가 아니다.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종교적 계율도 톡상에서는 용서와 관용은 없었던 사례이다. 여기에서도 정치적 메시지를 자제하자는 성직자의 조언에 따라 편향된 글은 게재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단다.우리 공동체는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이념의 갈등과 분열이 심각하다. 지정학적으로 남북이 분단되고 좌우 이념이 대립하고 치열한 민주화 과정을 체험하였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는 지역, 계층, 세대갈등까지 겹쳐 그 분열상은 심각하다. 그 바탕에는 사이비 이념 대립이 첨가되어 그 갈등을 증폭시킨다. 여기에는 톡방의 정치 편향적 메시지, 가짜뉴스가 한몫하고 있다.우리는 공동체의 화합을 위해 톡방의 정치 편향적 메시지부터 추방하여야 한다. 친목 단체에서는 정관에 합치된 메시지만 올리도록 자율적 규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가짜 뉴스에 대한 새 법제가 필요하지만 그도 언론의 자유 때문 그리 쉽지는 않다.우리 언론부터 보수 진보의 편 가르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론의 좌우 편향보도의 지양은 정론직필만이 답이다. 더 근본적 처방은 우리의 정치부터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 이념갈등의 원천인 진영 정치, 네거티브 정치, 팬덤 정치부터 타파해야 한다는 뜻이다.

2022-08-07

헤어진다는 것

김규종 경북대 교수 젊어서는 사람 하나 만나고 헤어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의미를 알지 못했다. 나이를 제법 먹은 후에 그런 의미를 곧바로 깨우친 것도 아니다. 그것은 별리(別離)의 각별한 고통을 경험한 뒤에 불현듯 찾아왔다. 누군가를 만나서 서로 이해하며 부대끼고 살아간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우리가 그 뜻을 온전히 헤아리지 않고 일상을 영위한다는 데 있다.내가 이상엽을 알게 된 것은 1991년 5월 일이다. 여느 때처럼 저녁 8시 뉴스를 보려고 도이칠란트 국영방송 ARD 앞에 앉은 나는 그대로 굳어버린다. 천연색 화면이 흑백으로 바뀌고, 소리가 사라지더니 한국 여학생 하나가 화염에 휩싸인 채 무슨 말을 절규하는 것이다. 7∼8초 정도 지났을까?! 사위(四圍)가 깜깜해지고 내 몸과 마음은 먹통이었다. ‘저게 뭐지, 어떻게 저런 일이 생긴 거야?!’다음날 베를린 자유대학 건물에서 이상엽과 마주쳤다. “이상엽씨, 데모 안 해?!” 내가 물었다. “선배님이 성명서 써주시면 조직하겠습니다” 그의 대답이 돌아왔다. 당시 베를린 자유대학 한인 학생회는 150명 정도 유학생을 바탕으로 5인 집단 지도체제였다. 야경꾼으로 생계와 학비를 벌던 나는 초안을 잡고, 일터에서 집으로 전화했다. 그렇게 성명서는 마련되었다.1996년 12월 31일 나는 이상엽과 마주 앉았다. 교환교수로 베를린에 머물던 나는 니체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던 그와 선술집에서 해가 바뀌는 시간을 함께한 것이다. 보기 드문 한파(寒波)가 도이칠란트 전역을 휘감았던 시절 눈보라를 뚫고 둘이 거리를 질주한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이런 삼복염천의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점에 그런 시공간과 인연은 각별한 것이 아닐 수 없다.시간은 화살처럼 직진한다. 시간은 영원한 원운동의 본령이다. 시간은 인간의 기억에 따라 진자운동을 거듭한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시공간 기억 속에 살아간다. 어느 때부턴지 이상엽은 나의 아끼는 동료이자 후배 교수이며 연구자가 되어 있었다. 나보다 아홉 살 아래인 그를 보노라면 언제나 경이로웠다. 밝은 얼굴과 맑고 투명한 웃음소리를 간직한 그가 ‘어린 왕자’처럼 내게 다가왔던 때문이다.그가 담도암 수술을 받은 것은 2019년 9월 30일이었다. 암의 급습을 받은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거칠게 날뛰는 암과 대적(對敵)하면서 그는 당당하고 경이롭게 싸웠다. 마치 그의 선배이자 우상이며 경외의 대상 니체가 그랬던 것처럼. 2020년 5월 25일 만난 그날도 그는 환하게 웃었더랬다. 작년 2월에 마주한 그의 모습 역시 그러했다. 그랬던 이상엽이 내 곁을 떠나갔다. 그를 조문한 밤에 하늘은 청명했고 대기는 음습했다.몇 번이고 가능했을 이상엽과 나의 대면은 영정사진으로 이뤄졌다. 그를 만날 용기도, 떠나보낼 마음도 준비하지 못한 용렬함이 후회스럽다. 누군가와 영영 작별하려면 용기 내서 손을 내밀고 만나야 한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기에. 먼 길 떠난 그의 명복을 빈다.

2022-08-07

여름나기

우정구 논설위원 어느 시인은 여름철의 무더위를 이렇게 표현했다. “등에 불이 붙는가 하면 머리 위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 아스팔트는 펄펄 끓는가 했더니 어느새 엿가락 늘어지듯 허물거린다….”여름은 1년 4계절 중 두 번째 계절이다. 태양의 남중 고도가 높아 기온이 가장 높은 시기다. 절기로는 입하(立夏·5월5∼6일)에서 입추(立秋·8월7∼8일)까지다. 우리나라 여름은 대구와 서귀포가 가장 빠른 5월 7일에서 13일경 시작하고 포항과 제주시가 5월 14∼20일, 그 밖은 5월 21∼말일경으로 본다.습기를 동반한 비가 많아 불쾌지수가 높다. 장마와 태풍, 가뭄 같은 자연재해가 많은 계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4계절 중 여름을 가장 싫어한다.소서, 대서를 지나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추가 어제(7일)다. 대서(大暑·7월 23일)는 예로부터 농부도 모든 일손을 놓고 더위를 피해 나무그늘 아래서 쉬는 때다. 초중고 방학도 무더위가 한창인 이 시기에 시작한다.절기상 입추가 지났는데도 더위가 물러날 기미는커녕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릴 것 같다. 물가가 치솟고 경기침체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승으로 모두가 지쳐있는 이 시기에 더위마저 우리를 힘들게 한다.조선시대 유학자인 정약용은 소서팔사(消暑八事)를 통해 더위를 피하는 8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타기, 동쪽 숲에서 매미소리 듣기, 달밝은 밤에 계곡 물에 발담그기 등등이다.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던 그 시절 선비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여름나기를 했다. 에어컨 바람에만 매달려 있는 현대인도 선조처럼 자연을 벗삼아 한더위를 피해보면 어떨까. 자연의 정취도 느끼고 전기절약도 하고 말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8-07

용기와 평온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미국 텍사스주의 7월 10일 낮 최고 기온은 45℃로, 1950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었다 하고, 스페인에서는 45℃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일주일 만에 36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인도 역시 한낮 기온이 섭씨 50℃까지 올라가 하늘을 날던 새가 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 위기로 인류가 집단 자살에 직면해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고 한다.이상 고온으로 세계 곳곳이 위험에 빠져있다는 며칠 전 뉴스다. 그러나 채널만 돌리면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넘쳐나니, 기자의 이런 보도는 흔적도 없이 흘러간다. 과학자와 시민 단체들이 기후 위기를 경고해도, 정치인들은 기후 변화 완화 정책에 관심이 없고, 일부에서는 추울 만큼 에어컨을 틀며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영화 ‘돈 룩 업’은 이런 상황을 풍자한다.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는 에베레스트 산 만한 혜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담당 교수 랜들과 함께 대통령에게 지구 멸망을 예고하지만, 대통령은 지지율이 떨어졌을 때 연임을 위해 이들을 잠시 이용할 뿐이다. 케이트와 랜들은 방송에도 출연하여 호소하는데, 언론은 이들을 빌미로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하고, 시민들은 케이트의 분노에 찬 표정을 우스운 밈으로 소비할 뿐이다. 그래도 이들은 혜성 충돌을 알리느라 동분서주한다.그런데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케이트와 랜들 일행이 혜성이 지구에 떨어져 집이 흔들리는 순간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어떤 불안이나 동요도 없이 침착하게 웃고 이야기하는 순간이다. 이들이 이렇게 평온할 수 있었던 것은 위기를 정확하게 인식했고 이를 피하기 위해 노력할 만큼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공포에 떨며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기후 문제의 심각성은 혜성 충돌보다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더 어렵다. 혜성 충돌은 6개월이라는 짧은 시한이었고 혜성의 움직임은 시시각각 추적되지만, 기후 위기는 몇십 년에 걸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 현상은 지구 기온 변화의 주기라는 주장에도 맞서야 한다. 이렇게 문제를 인식한 사람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의 간격은 넘어서기 어렵다.며칠 전, SNS 친구의 담벼락에서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키는 용기와 그 둘 사이의 차이를 아는 지혜를 주소서’라는 글귀를 보았다. 그 분은 정신질환이나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인권을 주장하는 소아과 전문의이다. 최근 드라마의 열풍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 그 간격은 많이 좁혀진 것 같지만, 이런 변화가 오기까지 식견 있는 여러 사람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기후 위기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모든 분야에는 변화를 위한 용기가 필요하다. 해봐야 변화시킬 수 있는지 알 수 있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평온만 추구해서는 불안만 커지고 지혜도 생기지 않는다. 용기 있는 행동만이 평온과 지혜를 가져온다.

2022-08-07

단테의 ‘신곡(神曲)’ 열풍

이정희위덕대 교수·일본언어문화학과 최근 더운 여름을 더 뜨겁게 달군 것은 피아니스트 임윤찬 신드롬에 이어 그가 애독했다는 단테의 ‘신곡(神曲)’열풍이다. 올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인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스승들의 가르침으로 ‘신곡’등 인문 고전을 읽고 리포트를 쓰고, 신문 등을 읽고 스크랩 하는 것을 의무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즉, 훌륭한 피아니스트는 곡을 완벽하게 안 틀리고 치는 기교보다는 인문학적 소양을 더 중요시 한 것이다.내가 20대에 처음 단테의 ‘신곡’을 읽고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것은 ‘지옥편’에 나오는 괴조 하르피아 이야기와 단테가 사랑한 베아트리체이다. 하르피아는 죽은 자를 다스리는데, 자살한 사람들이 받는 형벌로 죽은 사람을 식물로 변신시킨다. 이때 하르피아는 자살자가 변신한 식물에 둥지를 틀고 밤마다 잎을 갉아먹고 열매를 따 먹고, 배설물로 식물을 더럽히는 괴물이다. 그 식물이 낮 동안 새순이 싹트고 열매를 맺으면 밤바다 그것을 갉아먹는다. 식물로서 이 보다 더 괴로운 형벌은 없을 것이다. 그 당시, 절대로 자살을 하면 안 되겠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이러한 생각을 떠올리면서 다시 한 번‘신곡’을 읽어보았다. 재미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신곡’을 제대로 감상하게 된 느낌이다. 어쩌면 그동안 그리스 로마신화를 비롯하여, 그리스 철학, 로마제국, 기독교 역사 등에 대한 기본 지식이 쌓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단테의 ‘신곡’의 원제를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하면 ‘단테의 코미디(희극)’이다. ‘단테의 코미디’가 ‘신곡’이 된 것은 일본의 영향이 크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신곡’이라고 번역한 사람은 근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모리 오가이(森鷗外)이다. 1892년 안데르센의 소설 ‘즉흥시인’을 번역할 때 작품 속에 나오는 단테의 ‘단테의 코미디’를 ‘신곡(神曲)’으로 번역한 데에서 비롯되어 지금까지 정착되었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1957년에 처음 번역한 ‘신곡’도 일본어판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바이다.‘신곡’은 단테가 스승으로 여기는 고대 로마 최고의 시인 베르길리우스와 함께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면서 실존했던 인물들이나 신화 속 인물들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지옥에 떨어진 많은 사람들은 비록 세상에서 훌륭하게 살았다 하더라도 전지전능한 하나님을 믿지 않았거나 우러러보려고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신곡’에 대한 평가는 기독교권에서는 매우 높다. 특히, 거의 동시대에 활약한 작가 보카치오는 단테의 영향을 받아 최초의 단테 숭배자가 되어, ‘신곡’을 강연하면서 널리 알렸다.반면, 이슬람권에서 ‘신곡’은 악마의 시로 취급되어 금서가 되었다. 또한, 단테에 의해 지옥으로 추락한 사람들의 자손이나 관계자들은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단테를 비판하기도 하였다.연옥에 떨어진 사람들은 생전에 좋은 일인 줄 알면서도 처음부터 자진해서 행하지 않은 게으른 사람들이다. 이 구분 역시 어딘가 묘한 설득력이 있다.적어도 단테의 ‘신곡’은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하는 길라잡이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2022-08-07

활력 넘치는 ‘희망 의성’으로 보답

김주수 의성군수 의성군민들이 저를 3선 군수로 뽑아 주신 것은 의성군의 중단없는 도약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라 생각합니다.저는 민선 8기 임기 중 의성의 새로운 100년, 공항도시 기반 구축, 바이오밸리 클러스터 조성, 취약 분야 주거 의료돌봄 복지 서비스 강화, 지역특화 문화관광 인프라 확충, 삶의 토대가 되는 생활 SOC의 지속적인 확충 등 각종 공약을 꼼꼼히 챙겨 활력 넘치는 희망 의성을 만들어 군민들께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저의 재임기간 의성군의 많은 변화는 바로 군민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특히 변화와 희망을 갈망해 온 군민들이 지난 통합 신공항 유치 과정에서 보여준 단합된 모습은 새로운 역사를 이끌어냈습니다.앞으로, 민선8기도 변함없이 여러분들과 함께 희망의성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민선8기 의성군은 ‘주민주도의 변화와 혁신’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6대 추진전략과 30개 핵심과제를 중점 추진하겠습니다.첫째, 주민중심 자치도시를 실현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먼저 주민중심의 지역재생과 주민자치를 위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고있는 주민자치회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주민자치회를 주도로 읍·면 행정을 추진해 주민들이 계획하고 바꾸는 풀뿌리 주민자치를 반드시 이뤄나갈 것입니다.둘째, 청년희망 젊은의성을 만들겠습니다.민선7기 이웃사촌시범마을 성과를 토대로 의성 살아보기 사업을 의성군 전역으로 확대하고 청년 스타트업 밸리 거점, 청년복합문화센터 ‘원스톱 스마트타운’, 의성愛 워라벨 복합문화센터를 조성하겠습니다. 또한 청년유치 통합플랫폼을 구축하여 미래가 있는 의성을 건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셋째, 평생 든든 복지의성을 구현하겠습니다.평생 든든한 복지의성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인복지분야로 홀몸 어르신, 장애인 스마트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노인 친화형 ‘고령자 복지주택’을 건립하며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를 고도화하여 편안한 노후환경을 조성할 계획입니다.여성복지분야는 응급의료·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아동복지분야로는 군립 영어유치원, 육아종합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온종일 돌봄 인프라 확충해나가겠습니다. 또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여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것을 다짐합니다.넷째, 미래 전략산업을 육성하겠습니다.미래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항공물류, 항공준비 산업단지와 바이오밸리 클러스터를 조성하며 도심형 항공교통 특화도시를 육성과 아울러 반려동물 친화도시 조성, 드론 전용 비행시험장 운영과 함께 의성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와 탄소중립 시범마을 조성으로 4차 산업혁명과 탄소중립 시대도 선제적으로 대비해 의성의 미래를 준비하겠습니다.다섯째, 스마트 농업도시를 조성하겠습니다.미래 농업환경 변화에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준비하여 지속 가능한 농업, 경쟁력 있는 스마트 농업을 만들고 변화된 소비 트렌드에 따른 발 빠르게 유통구조를 개편할 것입니다.스마트 농식품 푸드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미래 신품종 소득 작목을 개발 및 보급하며 디지털 농업 기반을 구축하고, 또한, 농기계임대사업소를 확대하고 로컬푸드의 지역 선순환체계를 구축하여 미래농업 경쟁력을 강화해 잘사는 농촌을 이룩할 것입니다.여섯째, 군민 안전도시를 구축하겠습니다.군민 누구나 안전하게 걷고, 살고, 자녀를 안심하고 학교에 보내는 안전한 의성을 실현시키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재해위험지역 재난대응 조기경보시스템 구축과 통합관제센터를 통해 각종 범죄와 재난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사고발생 시 신속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상수도 관망 최적 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 의성군 전역에 깨끗한 수돗물이 흐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저는 주민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하여 함께 의성군의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 나가는데 군수인 저가 앞장서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끝으로 의성의 밝은 미래를 위해 지혜롭게 군정 방향을 이끌고 군민들과 변함없이 소통하며 약속한 공약을 차질 없이 실천해 미래의 희망찬 의성을 잘 설계하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립니다.

2022-08-07

견우직녀의 애틋한 사랑

지난 8월 4일이 음력으로 7월 7일, 즉 견우와 직녀가 일 년 중 딱 하루 오작교에서 만나는 칠월칠석이었다. 하늘에 얽힌 전설 중에서 우리에게 견우직녀만큼 친숙한 이야기는 없다. 일 년에 고작 단 하루밖에는 만날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이기 때문이 아닐까.동양에서 견우별은 ‘우리 별자리 28수’ 중 북방7수 7개의 성수 가운데 우수(牛宿)에 속하는 별인데, 서양에서는 염소자리에서 다비흐(Dabih)라고 부르는 β별이다. 그리고 직녀별은 여름밤부터 가을밤 사이, 길게 늘어선 은하수 서쪽에서 청백색의 1등성으로, 서양에서는 거문고자리 α인 베가를 가리킨다. 이 두 별은 해마다 음력 7월 7일이 되면 은하수를 가운데 두고 아주 가까워진다. 이것을 본 사람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애틋한 전설을 만들어냈다.옥황상제의 외동딸 직녀는 이름처럼 베를 아주 잘 짰을 뿐 아니라 미모 또한 하늘나라에서 으뜸이었다. 구름 옷감을 정성스레 짜고 있는 그녀 모습은 그야말로 선녀가 따로 없었다. 옥황상제는 그런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배필을 구해 혼인시켜주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러던 어느 날, 옥황상제가 은하수 강가를 거닐고 있을 때였다.은하수 위쪽에서 황소를 탄 한 젊은이가 늠름한 모습으로 피리를 불며 다가왔다. 목동 견우였다. 평소 견우가 예사롭지 않은 젊은이라는 소문을 들어 알고 있던 옥황상제는 그것이 정말인지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소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들고 있던 지팡이로 살짝 찔렀다. 놀란 황소가 날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견우는 침착하게 소를 진정시키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피리를 불면서 멀어져갔다. 그런 견우의 모습에 감동한 옥황상제는 그를 직녀의 배필로 정했다.그리하여 견우와 직녀는 축복 속에 혼인을 올리게 되었다. 둘은 서로의 사랑이 어찌나 깊은지 신혼 재미에도 푹 빠져들었다. 날이 갈수록 일은 모두 잊어버린 채 그저 놀며 즐길 뿐, 더 이상 소를 치고 베를 짜던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다. 이를 지켜보다 화를 참지 못한 옥황상제는 직녀를 궁으로 데려와 견우와 떨어지게 했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직녀는 식음을 전폐한 채 매일 울기만 했다. 하루하루 야위어가는 딸을 안타깝게 생각한 옥황상제는 일 년에 단 한 번, 견우와 만날 수 있도록 허락했다. 대신 예전처럼 견우는 성실하게 소를 키우고, 직녀는 베를 짜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그 단 하루를 위해 열심히 일했다.드디어 둘의 만남이 허락된 칠월칠석이 되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 강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둘은 만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안타깝게 바라보기만 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까마귀 떼가 날아와 서로 몸을 연결해 다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둘은 까마귀 다리를 밟고 해후할 수 있었다.그때 다리를 까마귀 떼가 놓았다고 해서 까마귀 ‘오(烏)’자를 써서 오작교라 한다. 그리고 칠월칠석에 내리는 비를 일러 둘이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라는 의미의 칠석비라고 하며, 그 다음 날 동틀 무렵 내리는 비를 두고는 두 사람이 헤어짐을 슬퍼하여 흘리는 눈물이라고 여겼다.고구려 무덤인 평안남도 남포시 강서구역 덕흥동 고구려 고분벽화(408년)에 은하수 사이에서 소를 모는 견우와 개를 데리고 있는 직녀 그림이 발견되었다. 이렇듯 ‘견우직녀’ 설화는 칠월칠석의 민속과 함께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정서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그리고 사람에게 놀고 즐기는 것이 삶의 중요한 요소라면 그러기 위해선 성실하게 일해야 한다는 교훈을 일깨워주고 있다. /박필우(스토리텔러)

2022-08-07

이준석 ‘명예퇴진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여당인 국민의힘이 위기상황에 빠졌다. 위기의 본질은 뭘까. 권성동 원내대표의 윤 대통령 문자메시지 유출사태에서 비롯됐다. 젊은 당 대표의 윤리위 징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했을 것으로 여겼던 국민들에게 윤 대통령이“내부총질이나 일삼던 당 대표….”란 표현으로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으니 30% 콘크리트 지지율이 무너질 만한 충격이었다.사실 민주주의 정치는 효율적이기보다는 매우 불편한 정치체제다. 정치철학이 다른 상대와도 웃으며 만나 협상하고, 서로의 견해차를 좁혀가며 타협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 정치다. 하물며 같은 당의 대표가 다소 불편하거나 거슬리는 말을 한다고 해서 명백한 불법행위의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윤리위를 통해 당원권정지 6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리게 하고, 또 다시 비대위 체제를 출범시켜 토사구팽하는 모양새는 국민들 보기에 모양 사납다.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 젊은 보수지지층들은 “젊은 당 대표를 헌신짝처럼 내치는 국민의힘을 더이상 지지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이런 여론이 콘크리트 지지층을 흔들어놓았을 것이다.흔히 진보성향의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맞지않을 경우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나 친인이라도 거리낌없이 내친다. 그러나 보수성향의 사람들은 자신의 보스를 배신하는 건 물론이고, 자신을 도운 부하를 작은 실수나 흠집을 이유로 내치는 행태 역시 혐오한다.예를 들어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세정책을 쓰면서 복지를 늘리겠다는 자신의 정책에 대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증세없는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정면비판하자 ‘배신의 정치’프레임을 씌워 축출해버렸다.역사의 아이러니일까.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집권한 진보진영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다시 찾아온 보수진영 윤 대통령은 유승민 전 의원실에 인턴으로 근무하며 정치에 입문했고, 박 전 대통령이 최고위원으로 발탁했던 이준석 당 대표를 ‘배신의 아이콘’으로 덧씌워 내치려 한다.그러나 이런 식으로 젊은 정치인의 명줄을 영영 끊어놓겠다면 결코 좋은 꼴 보기 어렵다. 5선 중진의원이자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을 맡은 서병수 의원이 이 대표의 명예퇴진론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이 비대위체제 전환을 위해 최고위에서 전국위와 상임전국위 회의 소집을 의결하면서 법적 절차상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그러니 퇴로 없는 당 대표가 법정공방에 나서면 어떻게 될까. 정치가 법원의 판단으로 재단되면 삼권분립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정치적 혼란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이준석 대표의 명예퇴진을 보장해주는 대타협이 필요하다.그럴 경우 국민의힘이 겪고있는 위기의 상당 부분을 봉합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력도 다시한번 조명될 수 있다. 밀어붙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정면대치는 치킨게임으로 이어지고, 파국을 맞게 될 위험이 크다. 행인의 옷을 벗기기 위해서는 강풍으로 몰아치기보다 따뜻한 햇볕이 유용하다.

2022-08-04

낸시 펠로시

낸시 펠로시(82)는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이다. 미국 최고의 여성 권력자라고도 한다. 보통 미국의 유명 고위 여성 정치인을 꼽으라면 힐러리 클린턴을 떠올리나 힐러리는 영부인과 국무장관을 지낸 것이 다다. 의전서열이나 대통령 승계서열, 권한과 책임 범위를 따지자면 하원의장과는 비교도 안 된다. 하원의장은 대통령 승계서열 2위이자 권력서열은 3위다.펠로시는 미국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하원의장이다. 1987년 처음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31년 동안 16회에 걸쳐 무난히 재선에 성공한 의원이다.그는 민주당원으로서 정치적 색깔은 진보주의 성향에 가깝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책에 강하게 맞섰으며, 미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문을 찢은 일화로도 유명하다.펠로시 의장은 1991년 하원의원 시절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정부 몰래 천안문 사태 희생자 추모를 위한 시위를 벌이다 중국 정부에 구금된 일도 있다.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를 지지하고 대만을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정치인이다. 중국이 그를 싫어할 이유는 충분하다.세계적인 국제 전문가인 미국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은 그의 대만 방문에 대해 “무모하고 위험하며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했다. 신냉전 시대를 맞아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으며 대만 입장에서도 더 안전하고 더 득이 될 것도 없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국제 정치외교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펠로시를 윤석열 대통령이 만나지 않은 것도 미·중 사이에 끼인 한국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준 좋은 사례다. 세계정세가 불안해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