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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해하기를 멈추지 마

유영희 작가 올해 들어 건강관리를 잘 해오고 있는데 며칠 전 대수롭지 않은 운동 한 가지를 하다가 허리 근육에 이상이 와서 3일 동안 허리를 펼 수 없었다. 한의원에 가서 사연을 말하니 원장이 침을 놓아주며 이런 말을 한다. 원장의 친척 중에 무용하다가 운동 치료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아령을 하나 들어도 근육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다 느낀다고 하더라. 이렇게 느끼다 보면 어떤 동작이 내 근육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게 되고 무리하지 않게 된다.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도 내 몸에 안 맞으면 독이 된다면서 남이 좋다는 운동 따라하지 말고 자기에게 맞는 운동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또, 운동량은 많은데 근육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반동을 이용해서 하거나 동작 하나하나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그 말을 듣다가 소설의 한 장면이 단박에 떠올랐다. 테드 창의 ‘이해’라는 단편인데, 주인공 리언이 호르몬 K 요법을 받은 후 지능이 너무 높아져서 기억력도 좋아지고 어떤 것을 보아도 ‘패턴’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이다. 소설에서는 패턴을 보는 능력 때문에 리언이 파국을 맞기는 하지만, 작가가 패턴을 보는 힘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에서 내게 특히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주인공이 자기 몸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지면서 근육의 전기장으로 근육 내부의 긴장까지 감지하기에 이르고 자기 몸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되는 대목이다. 이런 소설의 가정이 아주 허무맹랑해 보이지는 않더라는 이야기를 원장에게 하면서, 운동 중 허리에 통증이 왔는데도 멈추지 않은 나의 무지에 실소가 나왔다. 더불어 이런 무지는 관찰력 부족에서 온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관찰 대상 중에서도 특히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한 관찰은 성공한 삶, 행복한 삶을 위한 나침반이다. ‘그냥 하지 말라’의 저자, 기업인 송길영의 강연 영상을 보니, 자신을 잘 팔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유니크함,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그냥 하지 말고 숙고하면서 하라고 강조한다. 서두르지 말고 단계별 퀄리티를 충분히 수행하면 내 몸에 근육이 쌓이고, 이렇게 숙고를 통해 구축된 유니크함에는 반드시 공명하는 사람들이 다가온다고 청중을 설득한다.이제 거의 국민가수로 등극한 임영웅의 노래는 감성 장인으로 불릴 만큼 부드러우면서도 울림이 있다. 어느 블로그를 보니, 임영웅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수만 개의 조합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소리를 찾은 후에 그것이 몸에 익을 때까지 수없이 연습한다고 한다. 임영웅의 독창성 역시 자신에 대한 충분한 관찰과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니, 그냥 목소리와 창법을 따라한다고 해서 비슷한 울림을 줄 수는 없다.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는 대단한 성취를 위해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상의 모든 순간에 우리가 이해하기를 멈출 때 몸도 다치고 일도 망치고 마음도 불행해진다. 충분한 관찰을 통해 나에게 맞는 동작을 알고, 나의 유니크함을 발견하며, 나의 목소리를 찾는 것은 건강과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2022-09-04

내부 총질과 수박 논쟁도 필요하다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국민의힘 당 내부 총질문제가 당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윤 대통령의 격려 메시지와 체리 따봉이 당의 내홍으로 번지고 있다.윤리 심판원의 6개월 징계로 정치 생명이 끝날 것 같았던 이준석 당 대표의 정치적 생명은 일단 연장되고 있다. 사법부의 가처분 인용 이후 의원 총회는 5시간이나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당규를 개정하여 새 비대위를 구성한다는 방침으로 당 내분은 일단 봉합되었다. 안철수, 조경태, 하태경, 윤상현 등 당내 중진들은 새로운 비대위 구성에 반대하고, 권성동 원내대표의 우선 사퇴를 주장하고 있어 당내 반발은 심상치 않다. 긴급 의원 총회의 무기명 비밀 투표 없이 거수로 통과시킨 결정을 절차상의 문제라는 비판도 따랐다.당 대표의 징계가 형식은 성상납 무마의혹이지만 대선시의 내부 총질에 대한 응징임은 분명해지고 있다. 새 비대위 구성과 이준석 대표의 또 다른 가처분 신청이 여당의 내홍으로 이어질 전망이 높다.민주당도 지난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수박 논쟁’으로 내부 갈등은 심각하였다. 이재명 후보의 승리로 내홍은 표면적으로 진정되었으나 앞으로 재연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명 강성 지지층은 상대 후보측을 ‘수박’에 비유하여 힐난하였다. 겉이 푸른 수박을 깨보니 속은 붉어 표리부동(表裏不同)의 상대를 빗댄 용어로 사용한 것이다. 상대 후보인 친낙 측의 정체성을 비난하고, 이를 친명 측의 팬덤 정치 강화에 활용한 것이다. 이러한 상대의 선명성을 비난하는 전술은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과거 사꾸라 논쟁과 같이 야당사에 종종 등장했던 정치 술책이다. 과거 군부 권위주의 정권시절 민주당내에서는 상대측을 ‘낮엔 야당, 밤엔 여당’하는 사꾸라로 비난하였다. 또한 정치적 라이벌을 2중대라고 비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 정체성 논쟁에서 비롯된 것이다.여야의 내부 총질과 수박논쟁을 보는 시각에 따라 평가는 다를 수 있다. 내부 총질을 당하는 측에서는 그것은 당의 분란이며 선거의 패배 등 해당행위라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를 겨누어 총질하는 입장에서는 그러한 행위를 당 개혁을 위한 불가피한 애당행위로 강변한다. 수박 론 역시 당 구성원들의 상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되었지만 정당내 공개적 토론을 통해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 해당행위로만 볼 수 없다. 그러므로 내부 총질이나 수박 논쟁 등도 당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문제제기로 수용해야 할 사안이다.민주적 정당이라면 당내의 다양 다기한 주장과 문제제기는 폭넓게 포용하고 수용해야 한다. 현대의 정당은 대체로 당권파와 비당권파, 정책면에서는 강경파와 온건파, 매파와 비둘기파로 나뉘어 대립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당 내부의 총질도 수박 논쟁도 그것 자체를 죄악시하거나 단죄할 것이 아니다. 당의 민주적 용광로에서 제련되어 합리적 정책으로 승화되어야 할 문제이다.우리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정당간의 정권 교체를 두 번이나 성공한 민주화의 상징 국가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당정치는 아직도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대의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내부 총질에 따른 젊은 당대표에 대한 가혹한 징계도 한국 정당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우리정치가 그간 제도적 민주화에는 성공했으나 정당정치의 민주적 질서는 수립하지 못한 결과이다.과거 3김 시대의 보스 정치, 줄서기 정치, 카리스마 정치 시대도 종식된 지 오래지만 우리 정치인들은 아직도 상부의 눈치를 보는 줄서기 정치에 익숙해 있다. 우리의 비민주적 정당 정치는 당 발전을 위한 용기 있는 제안마저 ‘내부 총질’로 오해받고, 상대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수박 논쟁으로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정당의 활동까지 정치적으로 해결치 못하고 사법부의 심판 대상이 되는 현실이다. 이 모두 우리의 수직적인 경직된 권위주의적 정당 구조의 산물이며 우리 정치문화의 한계 때문이다.여야는 이번 사태를 당내 민주주의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집권 초반의 지지율 하락이나 집권 여당의 대혼란도 대통령에 기댄 당권 파, 윤핵관이 자초한 비극이다. 30대 당 대표에 대한 대통령과 당 관료의 누적된 냉소적 태도가 사태를 더욱 키웠다. 시대정신과 여론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우리의 정당정치는 아직도 과거의 보스 정당시대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는 당료의 오만과 국회의원들의 침묵의 카르텔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공천을 의식하여 당 지도부나 상부의 눈치만 보면서 복지부동하는 의원들의 태도는 결코 당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내분의 수습을 위한 의원 총회에서부터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는 허심탄회한 토론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민주주의 정당은 결코 위로부터 정해진 방침이 관철되는 관료기구가 아니다. 늦었지만 당의 논의 구조부터 민주화시켜야 바람직한 당의 진로가 결정될 것이다.

2022-09-04

흔들리는 철강도시 포항, 시민 응원 절실

이금옥 PHP(포스코 우수공급사) 협의회 대표 포항시는 명실상부한 철강도시이다. 1968년 포항제철 설립 이후, 많은 철강업체들이 포항제철을 따라 포항에 모여들었고, 그 결과 포항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굴지의 철강기업들을 보유하게 되었다.현재 포항의 철강 관련 기업은 350여 개에 달하며, 철강업 종사자는 약 3만 명에 육박한다. 철강산업이 포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그러나 반세기 포항 경제의 주축 역할을 해왔던 철강 산업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철강 제품 수요가 줄고,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다 고물가·고유가·고금리의 ‘3고(高)’ 현상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 경기가 둔화되자 철강산업도 타격을 피해 가지 못하는 상황이다.철강 시황이 좋지 않은 만큼 포항철강 공단에도 불황의 먹구름이 감돌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반 경기 악화 여파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른 고비가 온 것이다. 포스코를 비롯해 철강공단에 설비·자재를 납품하는 공급사들의 사정도 심각하다. 실제로 포항지역 내 철강 관련 기자재 공급사들은 매출 감소와 이로 인한 고용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포항철강공단 내 업체들의 가동률은 87% 수준이었다.수주가 줄어들자 휴업, 폐업한 공장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철강공단의 상시 고용인원도 전년 6월 대비 200여명 감소했다. 철강업체들에 납품하며 수익을 얻는 공급사들은 덩달아 허리띠를 졸라매며 불황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과 포스코가 한마음이었던 과거에 대한 향수가 그리워진다. 2006년 포스코가 해외로부터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될 위기에 처했을 때 포항 시민들은 몸소 주식갖기운동을 펼치는 등 ‘지역기업 지키기’에 매진했다. 당시 포항시민들의 마음에 포스코 직원들만 눈시울을 붉힌 것은 아니었다.포스코에 납품하는 공급사도 지역사회의 간절한 움직임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포스코가 지역 경제, 나아가 한국의 소·부·장(소재, 부품, 장치) 산업 발전과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그런데 최근 포항 지역사회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지역 곳곳은 붉은 현수막으로 물들어 있는 모습이다.번화가, 교차로 등 통행이 많은 곳은 어느 읍면동 할 것 없이 볼 수 있는데 현수막 색상만큼이나 내용도 원색적이고 자극적이다.급기야 포스코 직원들은 최근 회사에 대한 과도한 비방을 중단해달라며 결의대회와 인간띠 잇기에 나섰다고 한다. 회사를 지켜달라고 피켓을 든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한 회사를 이끄는 경영자로서 그 심정이 이해가 가고, 한편으로 처절하게까지 느껴졌다.포항상공회의소의 발표에 따르면 지역 기업 77개사 중 33.8%가 상반기보다 자금 상황이 어렵다고 답했다고 한다. 포스코 또한 일부 공장에서 감산에 돌입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으니 철강공단의 하루하루는 불안하고 어둡기만하다. 여기에 포스코 비방 현수막까지 줄을 잇는 모습은 실로 안타깝다.기업들이 불경기에 신음할 때마다 함께 위기를 극복했던 시민들의 응원과 격려는 사라지고, 특정 기업에 대한 불만만 가득한 공단 풍경을 볼 때면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지난 5월 美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시 첫 일정과 마지막 일정으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현대차 정의선 회장을 면담하는 등 최근 전세계 정치지도자나 지자체장들은 어려운 고용 및 경제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기업유치에 사활을 걸고 기업하기 좋은 국가, 지자체로 만들기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있다.우리 지역도 하루 빨리 대립을 멈추고 포항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투자하기 좋은 도시로 탈바꿈해야 한다.또한 이에 호응하여 포스코를 비롯한 기업들은 포항시에 투자를 확대해서 고용과 경제 활성화를 일으켜야 한다.탄소중립 시대에 철강산업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외부적으로는 저탄소 제품에 대한 고객의 요구가 매년 높아지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제철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기술개발과 대규모 설비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이는 포스코만의 숙제는 아니다. 포항의 철강기업들은 긴밀하게 협력하여 친환경 철강기술과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하고, 정부기관과 지자체는 낡은 규제를 타파해야 하며, 지역사회는 든든한 동반자로서 응원과 격려를 보내야할 것이다.포항이 대한민국 철강 산업을 대표하는 도시로 성장하기까지 드러나지 않은 지원군들이 많았다.포항의 근간인 철강 산업을 지키고, 포항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철강 기업들이 본업에 집중해 경제 불황이라는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주식 갖기 운동을 펼치며 지역 기업을 사수하던 시민들의 사랑이 부쩍 그리워진다.

2022-09-04

노자의 법(法)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법원에서 기각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비대위원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국민의힘이 혼돈에 빠졌다.새 비대위 구성에 나섰지만 어떤 돌발변수가 작동할지 알 수 없다. 정당의 정치적 행위를 사법부의 판단에 맡겼으니 정치권의 예단도 의미가 없어졌다.이 대목에서 무위자연의 도를 주창한 ‘노자의 법’을 떠올리게 된다. 노자는 “가장 선한 사람은 마치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할 뿐 공을 다투지 않고 머무나니, 물은 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물은 만물에게 이로움을 주지만 그것을 내세우거나 뽐내지 않으며, 낮은 곳을 향해 흘러 남들이 기피하고 싫어하는 가장 낮은 곳을 찾아든다.노자는 이를 두고 “공을 다투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또, 물은 네모난 그릇에 담기면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글게 된다. 즉, 물은 결코 ‘나를 주장하지 않는다’. 물의 이런 모습에서 노자는 “물은 도에 가깝다”고 했다. 여기서 물 수(水)에 갈 거(去)가 합쳐져서 이루어진 법(法)은 말 그대로 ‘물이 흐르듯 순리대로 풀어나가는 것’을 말한다. 바로 ‘노자의 법’이다.하지만 요즘 ‘법대로’란 말은 순리대로 풀어나가려고 했던 일이 더 이상 해결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을 때 나온다. 그렇다 하더라도 법을 만드는 입법부 영역에서 활동하는 정당의 정치적 행위를 사법부의 판결대에 올린 것은 무모했다.그래서일까. 국민의힘이나 이준석 전 대표 모두 순리를 거스른 대가를 치르게 됐다. 국민의힘은 추석 전인 8일까지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우기로 했다. 2일과 5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할 경우 ‘비상상황’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의결하고, 8일 신임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전국위에서 의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비대위 전환 요건인 ‘비상상황’을 명시적으로 규정해 새 비대위의 사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이번 사태로 윤핵관들도 된서리를 맞게됐다. ‘원조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백의종군(白衣從軍)을 선언하고 2선으로 후퇴했고,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비대위 출범 이후 자신사퇴의 뜻을 내비쳤다. 대통령실 윤핵관 라인의 ‘어공(어쩌다 공무원)을 솎아내는 인적쇄신도 한창이다.집권 1년차 민심을 가를 추석명절 밥상에 정부·여당이 ‘내홍 수습’과 ‘인적 쇄신’을 올리려 안간힘을 쏟는 모양새다. 문제는 ‘돌발변수’다. 비대위가 추석 전에 닻을 올리려면 일주일 내에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각각 두 차례씩 치러야 하는데, 당내 반발 등 돌발 상황이 우려된다.새 비대위가 꾸려져도 걱정이다.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비대위 반대파’로 돌아섰고, 이준석 전 당대표도 ‘새 비대위 출범’을‘위장 거세쇼’라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와 윤핵관들을 직설적으로 공격하면서 적지않은 반발을 샀던 이 전 대표다. 그는 과연 국민의힘을 어디로 몰고 가고 싶은 것일까. 그에게 공을 다투지않는 ‘노자의 법’이 아쉽다.

2022-09-01

인류의 달 탐사

우정구 논설위원 달이란 단어의 본래 의미는 “높다” “높은 곳”을 의미한다고 한다. 매달다, 키다리, 다락 등의 단어에서 보듯이 모두가 높다는 의미에서 달이란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달동네도 달이 보이는 동네가 아니고 높은 곳에 있는 동네라는 뜻이다.달은 태양만큼이나 인류에겐 큰 영향을 미치는 우주 행성이다. 동화 속에 등장하는 달나라는 인류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동경의 장소이자 친근한 신비의 나라다.달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다. 지구로부터 38만4천km가 떨어져 있다.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의 400분의 1 거리다. 지구 주위를 도는 유일한 자연 위성이기도 하다.그래서인지 달은 인류가 최초로 탐험한 유일한 행성이다. 미국과 소련이 우주 경쟁을 시작하면서 1959년 9월 무인 우주선인 소련의 루나 2호가 처음으로 달에 착륙하게 된다. 그 이후 1969년 7월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최초로 유인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킴으로써 인류 역사상 사람이 달에 첫발을 디디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1972년 이후 중단됐던 유인 달 탐사가 50년 만에 재개된다는 소식이다. 미국 나사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2025년에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단계적 달 탐사 작업에 돌입했다. 과거 달 탐사가 달에 발을 내딛는 게 목표였다면 이번에는 달에 장기체류용 기지를 구축하고 달의 희귀자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당초 29일 예정됐던 아르테미스 1호 발사가 엔진 결함으로 연기됐으나 이달 2일 재발사가 시도될 것이라는 외신이다.이제 인류의 달 탐사가 한 차원 높은 수준에서 본격화된다. 신비에 싸인 달의 모습이 얼마나 벗겨질지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9-01

더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윤영대 수필가 9월 달력을 넘겨보니 15개가 넘는 기념일이 보인다. 어떤 날은 하루에 2개씩이나 중첩되어 있고, 처음 알게 된 기념일도 수두룩하다. 자연순환의 날, 세계 오존층 보호의 날, 세계 차 없는 날 등 환경에 관한 날들과 사회복지의 날, 세계 자살 예방의 날, 치매 극복의 날, 세계 심장의 날 등 인류의 보건에 관한 기념일도 많다. 우리에게 세상을 맑고 깨끗하게 보전하여 인간의 삶의 가치를 드높이자는 각오를 다지려는 것이다. 7일은 ‘푸른 하늘의 날’이다. 우리나라가 대기오염의 경각심을 높이고 청정대기를 유지하기 위한 국제협력을 제안하여 채택된 첫 유엔 공식 기념일인데 올해가 3회째이다.올 추석은 초순에 들어 좀 이른 편이다. 이번 태풍 11호 ‘힌남노’는 오키나와 남쪽 바다에서 서쪽으로 가다가 잠깐 멈칫하여 초강력 힘을 얻고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대한해협을 지날지도 모른다는 염려도 있다. 어릴 적 추석날 덮친 태풍 사라호에 담장이 날아갔던 기억이 머리를 스친다. 주말에는 가족나들이 겸 산소에 가서 벌초도 하면 좋겠다. 산길을 가다 보면 ‘살아서 몸 백 년 보존하기 힘들고 죽어서 무덤 백 년 보존하기 어렵다’는 명심보감의 말처럼, 허물어지고 잡초 무성한 묘소가 많이 보이는 것도 안타깝다. 역대급 인플레이션과 날씨 탓에 추석 상 차리기가 부담될 거라고 하지만 조상에 대한 경건한 마음과 예의만 있으면 간소하게 차린들 어떠하랴.초·중·고 각급 학교의 2학기가 시작되었다. 모든 학교가 정상 등교로 교문을 열고 대면 수업으로 그동안 막혔던 마음의 문도 열겠지만, 급식시설과 기숙사 등의 소독과 환기도 철저히 하여 방역관리의 강화도 필요하며, 학교 상황에 따라 원격수업도 유동적이다. 코로나 확진자는 8월 중순 최고점을 찍고 9월 들어 10만 이하로 감소할 것이라지만 경북 5천, 포항 1천 명을 오르내리며 우리에게 푸른 가을 하늘을 그리게 한다. 재감염률도 7%를 넘고 17세 미만이 약 40% 정도라니 아직은 방심할 단계가 아니다.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어 곡물과 에너지 공급의 길을 막아 세계는 환율과 금리인상 등의 불안에 떨고, 국내 정계는 여야 당파 간의 불협화와 대통령실의 갈팡질팡 인재 채용으로 국가위기 해결과 국제적 위상 정립은 내팽개치고 당규 싸움과 내부 분탕질이나 하고 있으니 이 고질병을 고치는 백신은 없을까…. 아! 구월이여.9월이 왔다. 가을을 재촉하는 가랑비가 내리는 시골집 마루에 앉아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을 보며 ‘멍 때리기’를 하노라면 6, 7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 영화 ‘9월이 오면’의 경쾌한 음률이 흐릿한 기억을 살린다.“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어/ 온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이해인 수녀의 ‘9월의 기도’를 마음속으로 읊조리며 9월의 꿈, 그 맑고 푸른 하늘에 들꽃의 향기를 날리고 싶다.

2022-09-01

나의 이웃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폭염과 가뭄을 지나온 풀들이 가을의 초입에 서 있다. 날마다 이 들판에 나와 거닐면서 나도 그들과 함께 여름을 지나왔다. 망초와 고들빼기는 벌써 제철을 마감하고 달맞이꽃도 줄기 끝에 남은 꽃을 마저 피우고 있다. 그들에게 이 가을은 한 생의 마지막 계절이겠다. 다른 풀들에 비해 대가 무른 코스모스가 가뭄을 많이 탔다. 이번 가을에는 제대로 꽃을 볼 수 있을까 조바심을 했는데, 며칠 전부터 비가 내려 지금은 제법 생기를 회복한 상태다. 노랗게 벼 익은 들판을 배경으로 코스모스와 억새가 피어있는 풍경이 좋아서 다른 풀들보다 마음이 더 간다. 도깨비바늘은 아직 본색을 드러내지 않았고, 미국쑥부쟁이는 외래종인데도 토종 쑥부쟁이보다 이 땅에 더 잘 적응을 했다. 타국에서 한국 농촌으로 시집 와 억척스럽게 사는 여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쑥대와 명아주, 강아지풀도 쇠어가면서 가을 문턱을 넘고 있다.벼들이 고개를 숙인다. 이삭이 영글수록 더 깊숙이 고개를 숙인다. 속이 차고도 겸손한 사람을 일러 고개 숙인 벼이삭에 비유한다. 딱 맞는 말이다. 빈 쭉정이들이 오히려 빳빳이 고개를 쳐들고 설쳐대는 세상이 아닌가. 조와 수수, 기장도 알이 차면 고개를 숙인다. 밀레의 그림 ‘만종’의 부부처럼 고개 숙인 자세에는 경건함이 감돈다. 겸허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자연에 경전 아닌 것이 없다. 흔하디흔한 들풀일수록 더 강인한 생명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이대로 가면 이 들판 벼농사는 풍년이겠지만 아직은 모른다. 작년 가을에는 태풍이 없었지만 비가 너무 자주 와서 쓰러진 벼가 많았다. 같은 품종이라면 이삭이 실한 벼일수록 태풍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기 쉽다. 소출이 적어도 키가 낮고 이삭이 작은 품종을 선택할 것인가는 농부의 판단에 달렸다. 누운 벼가 물에 잠겨 추수를 포기한 논도 더러 있었다. 거센 비바람 앞에서는 오히려 못난 벼가 잘 견딘다.메뚜기들이 날거나 뛰는 게 더러 눈에 띈다. 옛날 같으면 이맘때쯤 들길을 가면 가마솥에 콩 볶듯 메뚜기들이 튀었는데 지금은 드물게 눈에 띌 정도다. 농약과 제초제 때문에 살아남은 메뚜기들이 많지 않은 것이다. 개체수가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크기도 작아졌다. 메뚜기만큼이나 흔하던 개구리도 어쩌다가 보이고, 물방개 소금쟁이 물장군 같은 물벌레들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미꾸라지도 없어졌다. 벼들만 풍년인 들판은 사람들에게만 풍요롭게 보일 뿐이다. 부지런한 농부일수록 생태계엔 더 적이다. 논둑의 풀이라도 그냥 두면 좋으련만 수시로 제초제를 쳐대는 바람에 풀벌레들이 깃들 곳이 없어졌다.날마다 들길을 걷는 것이 일과의 하나인 나에게는 들녘의 풀들이 이웃이고 그들의 안부가 주요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바람과 구름과 비와 햇볕을 한 이불처럼 같이 덮고 사는 사이다. 가뭄에 풀들이 시들어 가면 나도 목이 타서 비를 기다리게 된다. 현대를 살면서 인간사회의 사정에도 무관심 할 수가 없지만, 내 삶의 본령은 자연과 함께 사는 것이다. 자연은 생명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삶의 모든 문제에 대한 해법도 가지고 있다. 여름 가고 가을이 온다.

2022-09-01

나는 나를 모른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아주 짧은 시간을 제외하면 나는 나를 거의 보지 않는다. 내게 이름이 있지만, 그건 내가 쓰기 위해서라기보다 남이 나를 부를 때 사용할 뿐이다.다 아는 것 같아도 나는 나를 잘 알지 못한다. 남들이 보기엔 뻔해 보이는 약점도 글쎄 나는 잘 모르기 일쑤다. 언론 지면을 장식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어쩌면 저렇게 부끄러운 짓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을까 싶지만 글쎄 그는 그런 줄 모르고 있기 십상이다. 진짜로 모른다.나는 나를 그만큼 모른다. 나라가 어지러운 것도 그럴만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이 그런 사정을 까맣게 모르는 탓이 아닐까. 잘하는 줄 알고 하는 일이 아 글쎄 온 국민들에게는 걱정을 끼치는 줄 아마도 모르는 게다.물건을 만드는 사람 다르고 파는 사람이 달라야 그 물건이 잘 팔린다고 한다. 왜냐하면, 물건을 만든 사람은 공을 들인만큼 애착이 있어, 그냥 좋은 줄만 알아서 그냥 내 물건 자랑만 한다는 게다. 소비자가 어떨 때 그런 물건이 필요한지 사실은 도무지 모른다는 게다.애플(Apple) 컴퓨터를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어 낸 사람은 물론 스티브잡스(Steve Jobs)다. 하지만, 애플이 처음부터 잘 팔렸을까? 아니, 처음엔 시장점유율이 바닥을 기었다. 잡스가 죽기 전에 남긴 회고에 따르면, ‘물건은 내가 만들었지만 팔기는 저 사람이 팔았다’는 사람이 있다.광고전문인 리클로우(Lee Clow).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잡스를 도와 애플이 만든 매킨토시(McIntosh) 컴퓨터가 공전의 성공에 이르도록 만들어낸 사람. 그는 당시 컴맹에 가까운 문외한이었다고 한다.물건을 만들었지만 ‘물건의 까닭’을 당신은 아직 모른다. 사람들이 당신의 물건을 사야 하는 그 느낌을 글쎄 모른다. 리클로우가 컴퓨터의 그림자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다르게 생각합시다’라고 말을 걸었을 때,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남들과는 다르게 살고 싶은 사람들의 안테나를 잠에서 깨웠다. 애플 컴퓨터가 빌게이츠(Bill Gates)에게 의미있는 도전장을 던진 건 그래서 스티브잡스가 아니라 리클로우인 셈이다.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그래서 물건을 팔지 않아야 하는 게 공식처럼 되어버렸다. 내가 나를 모르듯이, 내 물건도 내가 모른다는 ‘홍보의 겸손법칙’을 배운 게 아닐까. 우리 동네, 잘 아는 것 같아도 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 사람이 서울을 가장 잘 모른다’는 통계가 있었다고 한다.그랬던 잡스가 남긴 한 마디가 있다. ‘인생은 짧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고 짧은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내가 가장 잘할 일을 찾기도 만만치 않지만, 남이 나보다 잘할 일을 붙들고 있는 미련함은 떨쳐야 한다. 잡스가 컴퓨터 만들기를 넘어 팔기에도 매달렸다면, 어쩌면 우리는 아이폰을 구경도 못했을지 모를 일이다.나는 나를 모른다. 포항은 포항을 모르고, 경북은 경북을 모른다. 누구라도 밖에서 우리를 찾아올 까닭을 발견할 사람은 우리 안에 없다.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한다. 그게 누굴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올까?

2022-08-31

스피어피싱(Spear Phising) 주의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스피어 피싱은 작살(Spear)처럼 특정 개인·회사를 대상으로 사전 정보를 충분히 수집한 상태에서 정밀하게 공격하는 방식의 해킹으로, 주로 사칭 메일을 통해 이뤄진다.최근 종영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마지막 에피소드에는 대형 온라인 쇼핑몰 ‘라온’에서 일하는 최진표 팀장이 자기소개서를 봐달라는 남동생의 메일을 받았다.최 팀장은 ‘형 말대로 자소서 다시 썼어 함 봐줘’라는 제목의 메일을 클릭하고, 첨부된 워드 문서 파일(docx)을 열었다. 하지만 문서 프로그램 속 ‘콘텐츠 사용’버튼을 눌러도 파일은 텅 비어있다. 동생과 통화하고서야 위장 메일을 받았음을 깨닫게된다.드라마는 대형 쇼핑몰이 메일 한 통으로 고객 4천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사건을 다뤘는데, 이런 방식의 해킹이 바로 ‘스피어 피싱’해킹이다. 악성코드가 기기에 깔리면, 키로거(사용자가 키보드로 PC에 입력하는 내용을 몰래 가로채 기록하는 것)가 작동해 개인정보를 빼낸다.드라마는 지난 2016년 고객 2천54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터파크 해킹 사건을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인다.최근에는 첫 이메일에는 정상적 업무내용만 보내고, 이후 회신한 사람들에게 악성파일을 보내는 ‘투트랙 스피어 피싱’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해커가 기존 메일을 수신자가 확인하기 전 취소하고, 바꿔치는 경우도 있어 메일을 확인하기 전 발신자에게 전화로 확인해보는 게 중요하다.무엇보다 해킹을 막기 위해서는 ‘절대로 믿지 말고 늘 확인하라’는 ‘제로 트러스트 원칙’을 기억하고, 해킹예방을 위한 메일 및 컴퓨터 관리법을 익혀두는 게 좋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8-31

낭산(狼山)의 말(言)

배문경수필가 말이 씨가 된다. 바닥에 떨어진 말 한마디가 뿌리를 내리고 잎을 무성히 달아 꽃을 피우기도 한다. 말의 힘을 느끼며 나는 낭산(狼山)을 오른다. 도리천(忉利天)으로 가는 길에 여름 웃자란 소나무와 나무 백일홍이 길을 연다. 어디서 후드득 날아오르는 새들이 낯선 이의 방문에 저들끼리의 언어로 숙덕인다.413년 8월에 낭산에서 구름이 일어났다. 형상이 누각 같았고 향기가 가득 퍼졌다. 실성왕이 ‘지금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놀고 있다. 복 받은 땅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낭산에서 나무를 베는 것을 금지했다. 훗날 고승 명랑법사는 ‘신들이 노니는 숲’이라 해서 낭산의 남쪽을 ‘신유림(神遊林)’이라고 말했다.낭산은 높지도 깊지도 않다. 사람이 오르며 하늘을 보기 좋은 곳이다. 더위에 숨을 헐떡이며 닿은 곳에는 푸른 잔디로 곱게 단장된 큰 봉분이 있다. 아귀가 맞는 돌을 능을 쌓기 위해서 주위에 일 이단으로 둘렀다. 단지 비석에 선덕여왕릉이라고 하니 이곳이 내가 찾던 그 곳이다. 항공사진으로 찍힌 선덕여왕의 능은 신비하고 신성했다. 이곳에 신라의 여왕이 자리 잡고 환생을 꿈꾸며 누워계실지도 모르겠다. 숱하게 본 영화, 드라마에 선덕여왕의 이야기는 들어도 질리지 않는 묘한 내용들이다. 왕(王)과 왕(王)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그야말로 자신의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했고 만들고야 만 대단한 여왕이 아닌가.“아무날 내가 죽을 것이니 도리천(忉利天)에 장사지내라”삼국유사에 따르면 그곳은 낭산의 남쪽이라 했다. 그날에 이르러 세상을 떠나니 낭산 양지에 장사를 지냈다. 30여년 후 문무왕이 여왕의 무덤 아래에 사천왕사( 四天王寺)를 지었다. 사천왕 위에 도리천이 있다고 하니 선덕여왕의 신령함을 알게 되었다. 지혜롭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여왕이 죽음을 예견하고 사천왕이 떠받칠 곳에 무덤을 만들었다. 오늘날 우리들의 심금(心琴)을 아련히 울려줄 것까지 계산에 넣은 것은 아닐까.말은 말하는 사람에서 시작되지만 듣는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 더 큰 의미나 가치가 된다.후배가 소원을 말했다. 그녀는 스페인에 가보고 싶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정확히 3년 뒤에 스페인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순할 순順에 여자 희姬자를 쓴다. 본인은 까칠한 성격이지만 남들이 그렇게 불러주니 순하게 살아진다고 말했다.나는 글월 문(文) 서울 경(京)의 이름을 쓴다. 신라의 서울인 서라벌에서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의 힘이란 상상 이상일 수도 있겠다. 자꾸 불러주고 들려주면 알게 모르게 그리 된다. 누가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나는 글밭으로 한 걸음씩 가고 있었던 셈이다.선덕(先德)은 대방등무상경의 선덕바라문에서 유래하였고, 도리천의 왕이 되길 바라서 선덕이란 이름을 썼다.진평왕릉과 선덕왕릉이 낭산 일원에 들어서면서 낭산은 왕들의 안식처가 되었다. 신들이 머무는 공간에 왕이 다른 주인공으로 자리 잡았다. 신라인들이 평안을 빌던 낭산이 이제 염원을 이루게 해줄 기도처로 자리매김한다.‘이리 낭(狼)’자를 쓴 ‘낭산(狼山)’이다. 이리가 엎드린 형상이라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사마천의 ‘사기’는 “동쪽의 큰 별을 ‘랑(狼)’이라 한다”. 그래서 왕궁(월성)의 동쪽에 있는 산이라 ‘낭산’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란 다른 설도 있다. ‘남산’의 오자가 아닌 ‘낭산’은 분명 경주 시내에 있는 해발 100m의 구릉이다. 짐승의 형상이든 큰 별을 의미하든 낭산은 그곳에서 선덕여왕의 능이 세상의 중심에 있게 한 산이다.선덕여왕도 기도 하는 사람이었다. 신라의 튼튼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 분황사며 영묘사, 황룡사 9층 목탑 등의 사찰을 지었다. 첨성대를 올리고 반월성을 거닐며 신라의 백성을 위해, 국가의 안전을 부처님께 빌었을 일이다. 영험한 여왕의 기도가 곳곳에 남아있을 법하다.낭산에서 내려가는 길에 산새가 길을 열고 솔솔 바람 한 점 시원하게 아미(蛾眉)를 훑고 지나간다.

2022-08-31

기묘(己卯)

육십갑자 중 열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기묘(己卯)다. 천간(天干)은 기토(己土)요, 지지(地支)는 묘목(卯木)이다. 천간 기토(己土)는 만물을 포용하고 생산하는 전원의 흙으로 표현하며, 묘목(卯木)은 늦은 봄의 기운을 의미한다. 물상으로 보면 봄의 논과 밭을 나타낸다. 기본적으로 만물을 생육(生育)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기묘(己卯) 일주는 마치 푸른 대지를 뛰어다니는 토끼처럼 평화로운 모습이며,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다. 자기 방어능력이 부족하여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주위 사람들과 융화되기 쉬운 성격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활발하며, 온순하다. 개성이 뚜렷하고, 창의적이며, 주변 사람과 나누고 싶어 하는 인정이 많은 성향이다.기묘(己卯) 일주는 물상으로 나무 위에 흙이다. 위치가 반대라 기묘한 사람들이 많다. 그야말로 기기묘묘(奇奇妙妙)하다. 겉모습과 속모습이 완전히 다르다. 속은 의리의 사나이 김두환도 저리 가라할 협객이며, 겉은 항상 고개를 숙이고 겸손한 기(己)를 나타낸다.우리는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장승인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을 안다. 천하대장군은 하늘시계 기(己)을 상징하며 지하여장군은 땅의 담당자 토끼 묘(卯)다. 그래서 별주부전의 토끼처럼 엄청 똑똑하고 계산이 팍팍 돌아간다. 반면에 천하대장군 기(己)는 갑, 을, 병, 정, 무로 쭉 양기 발산이 쭉 이어지는 시기였으나 기(己)부터는 그 양기를 음기가 수렴하기 시작하는 전환점을 말한다. 이어 음기는 경, 신, 임, 계로 이어진다.기묘(己卯)는 기기묘묘하다. 기묘 일주, 년주, 월주를 가지신 사람은 한 마디로 ‘동백 아가씨’다. 동백(冬柏)의 동은 겨울 동(冬)이고, 백(柏)은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나무라는 뜻이다. 즉 천하대장군의 기운은 아직도 차디찬 겨울 같아 보이지만, 고개 숙인 겨울이고 꽃은 아름답게 피어 모든 것을 함유하고 있다.그래서 기묘 일주, 년주, 월주는 몹시 아름다운 성품과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 본인도 아주 겸손하지만 겉으로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모습이다. 그래서 기기묘묘하다. 아마 기묘일주를 가진 아내와 살면 집안 걱정은 없지만 남편은 집에다 에어컨을 끼고 사는 것과 같을 것이다. 아무리 춥고 더워도 진짜 동백처럼 지내야 한다.그래서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의 도움을 받으려면 마음을 맑게 가지고, 서둘지 말고, 입 다물고, 잘난 체 말아야 한다. 동백은 추운 얼음장 같은 매화와 진달래, 개나리 사이에 피는 꽃이기 때문이다. 마치 옛날 장가가는 새신랑이 말 위에 올라 속으로는 색시가 엄청 보고 싶어도 마부가 모는 말을 타고 천천히 그냥 가기만 하면 저절로 색시를 만나듯이 그렇게 기다리면 된다.여자의 경우, 기묘일주는 일지가 ‘편관’이므로 자존심이 강하고, 자립심도 강하다. 여린 마음씨를 가지고 있어 꾸미기를 좋아한다. 박학다식하고, 현침살의 영향으로 상대에게 정곡을 찌르는 말들을 잘한다. 말은 적은 편이며, 체격이 작고, 귀여운 미녀가 많은 편이다.기묘일주는 ‘일지도화’로 이성에 관심이 많고 성적이다. 이성관계가 복잡할 수 있으나 자기관리를 잘하면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가 있다. 여성의 경우 ‘관살혼잡’(정관과 편관이 혼재. 여성에게 관성은 남자고 배우자다)이라 남편 복이 없다, 이성관계가 복잡하다,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불안정하고 흉한 기운으로 보았다. 과거에는 여자의 이성 관계가 복잡하면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겼다. 일부종사를 금과옥조로 여기던 조선시대의 일이다.하지만 현재는 여성이 다방면으로 재능을 발현하는 세상이다.리더십과 포용력이 뛰어나고 매력적이라 주변의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능력이 우수하다. 마음이 안정되지는 못하는 단점은 있으나 직업적인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플라톤의 ‘향연’에 아리스토파네스는 에로스(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은 원래 지금 모습의 몸 두 개가 결합된 형태다. 한 몸에 머리가 두 개, 팔이 두 개, 다리가 네 개, 그리고 성기가 두 개 달려있다. 그리고 결합의 방식은 세 가지, 곧 남남, 남녀, 여녀 쌍이 있었다. 그림으로 그려보면, 두 개의 머리에 네 개의 눈이 사방을 입체적으로 살필 수 있고, 그 힘은 지금의 두 배보다 훨씬 더 세다. 산은 여러 겹으로 쌓아 올릴 정도다.특히 속도는 장난이 아니다. 여덟 개의 사지를 펴서 수레바퀴 구르듯 엄청난 쾌속으로 달릴 수 있다. 이들이 점점 번성하고 강성해지자 제우스는 위협을 느끼고 급기야 없애버릴 궁리를 하였다. 류대창명리연구자 배꼽은 이런 고민에서 만들어진다. 제우스는 인간을 반으로 쪼개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동강이 난 인간의 절단면을 추슬러 고기만두 빚어내듯이 한 군데로 모아 묶었다. 그것이 바로 ‘배꼽’이다. 배꼽은 인간이 원래 형태에서 둘로 쪼개져 동강났던 아픈 추억의 증표다. 그때부터 인간들은 동강난 채 떠도는 나머지 자기 반쪽을 찾는 일에 매달렸다. 떨어져 나간 자기 반쪽에 대한 열망, 그것은 인간에게 가장 강렬한 갈망이 되었다. 마침내 떨어져 나간 반쪽을 찾으면 하나가 되기 위해 떨어질 줄 몰랐다.에로스(성)는 인간의 조각난 두 쪽이 서로를 갈망하게 하며, 원래의 형태와 본성을 회복하게 해준다. 그렇게 조각난 두 쪽이 만났을 때 인간은 진정 인간성을 회복하며 행복을 누릴 수가 있었다.오늘날 동성애에 대한 문제가 우리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다. 쾌락에 대해 무관심하고, 당연히 맛볼 기쁨을 맛보려 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무감각한 것은 인간적인 것이 못되기 때문이다.동물들조차 음식물을 가려서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한다. 성(性)의 다양성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는 요즘이다. 정말로 세상은 기기묘묘하다.

2022-08-31

폭력의 구조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뒤늦게 넷플릭스에서 ‘소년심판’을 보았다. 자식을 잃었지만 가해자가 촉법소년이란 이유로 제대로 처벌되지 못한 아픔을 간직한 심은석 판사와 소년원 출신 차태주 판사를 중심으로 몇 개의 에피소드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어서 총 10회를 정주행하고 말았다. 드라마는 소년들의 불행한 환경에 초점을 맞춰 옹호하거나 그들의 범죄를 파고들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지도 않는다.‘소년심판’은 우리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라는 사실을 전달한다. 차태주를 교화하여 판사가 되는 것에 결정적 역할을 한 강원중 부장판사는 ‘문광고 시험지 유출사건’에 아들이 관련되어 본인의 정계 진출에 걸림돌이 되자 사건을 편파적으로 진행한다. ‘무면허 뺑소니’ 사건에서 백미주는 몰카 사건의 피해자이지만 무면허 뺑소니 방조 혐의에 자유롭지 못하다. 곽도석은 백미주를 위해 몰카 사건을 해결하려다 죽음에 이른 피해자이지만, 무면허 운전으로 누군가를 죽게 만든 가해자이기도 하다.한병철은 ‘폭력의 위상학’에서 오늘날 폭력은 가시성에서 비가시성으로, 실재성에서 잠재성으로, 육체성에서 심리성으로 이동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현재의 폭력은 자본주의 시스템을 따라서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전이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소년심판’의 강원중과 그의 아들이 교육 시스템의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된 배경에는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나와 내 주변을 지키려는 욕망이 놓여있다. 그 절박한 목적 앞에 누군가의 고통은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지난 21일 경기도 수원에 사는 세 모녀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살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2014년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과 판박이로 우리 사회의 복지 시스템이 갖는 허점을 보여준다고 한다. 왜 이런 비극은 되풀이될까? 복지 시스템 미비를 거론하는 것은 문제의 절반만 바라보는 것이다. 가령 완벽한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면 이런 비극은 발생하지 않을까?안타깝게도 비극은 되풀이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폭력은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시스템은 인간의 내면을 장악하여 자신을 폭력의 가해자로 만들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의 주춧돌인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고정된다. 이런 구조에서 좀 더 나은 환경에 올라타고 싶다는 욕망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것이 공동의 목표가 될 때, 자본의 궤도에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은 혐오의 시선을 견디다 자신을 파괴할 수 있다.‘소년심판’의 소년들은 가난한 집안 혹은 부유한 부모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 성장했다. 후자의 부모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과 주체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자식을 외면한 부류이다. 그래서 소년들은 외친다. 부모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고. 환경이 범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사회적 폭력의 가해자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죽음 앞에 월세를 내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드는, 바로 그 내면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022-08-31

어느 성적표

오낙률시인·국악인 처서가 지난 들판에 갓 피어난 벼 이삭이 가지런하다. 자세히 보면, 벼알마다 하나씩 한들거리는 아주 작은 족두리 모양의 하얀 벼꽃은, 청순하고 예쁜 아가씨들의 두 볼 너머에서 한들한들 빛나는 보석 귀걸이 같다. 머지않아 추석 명절이 지나고 먼 산 단풍 소식이 체 들리기도 전에, 저토록 청순하고 푸르기만 하던 들판은 온통 황금빛으로 바뀌며 인류의 풍요와 번영을 선언할 것이다.태초에 농경 생활이 시작되면서 인류는 번창하기 시작했고 오늘의 찬란한 인류 문명이 있기까지 농경문화가 그 뿌리 역할을 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치 못할 사실에 해당한다. 그러나 어찌하면 좋을까? 온 국민이 농경에 매달려서 살던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농경이 하나의 작은 직업군으로 분류된 오늘에 이르러 국가 경제의 뿌리를 가꾸던 농민이 다른 직업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가난한 빈곤의 대명사가 될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도시민의 눈에 비치는 농업의 이미지는 거의 3D업종으로 비치고, 이러한 현상은 시간이 흘러 세대가 젊은 층으로 내려갈수록 더 굳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이렇게 주저앉아 울고 싶은 사람들이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온 나라 국민을 먹여 살리던 농민들인데, 이제는 경제부흥을 이룰 만큼 이루었는데, 국가는 어찌하여 아직도 농정을 국정의 최하위에 두는 건지, 다 같이 잘 먹고 잘사는 사회의 울타리 안에 과연 농민도 포함하는지 궁금하다.필자의 유년 시절인 60년대만 해도 한 가정에서 성장한 형제가 사회생활을 할 때가 되면 맏아들은 부모님의 가업을 받들고 차남들은 객지로 돈벌이를 떠나는 게 보편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절은 삼시 세끼만 해결되어도 요즘 사회의 중산층 개념에 드는 사회적 지위를 가졌다. 그때는 자갈논 몇 마지기만 있어도 부자라는 소리를 듣던 세상이었고 부잣집 가난한 집 할 것 없이 맏아들은 부모님이 계시는 농촌을 지키며 농업을 이어 가고 장남을 제외한 형제들은 하나같이 고향을 떠나 객지살이를 시작했었다. 그들의 객지살이는 대부분 크고 작은 도시의 상가나 공장 생활이었다. 그리고 그 시절엔 부잣집 맏아들을 부러워하던 시절이었다. 그것은 맏아들에게 유산 상속을 많이 물려주던 당시의 상속에 관한 풍습 같은 게 사회에 만연해 있었기 때문이었다.맏이는 농촌에 남고 차남은 객지로 제 살길 찾아서 떠나던 시절에 대한 삶의 성적표 같은 것을 작금의 우리 사회는 받아들고 있다. 가끔 언론에서 억대 농부 운운하며 소개되는 농민도 있긴 하지만 그건 우리나라 전체 농민 중에서 극히 일부 농민이고 그 범주에 드는 농가라 할지라도 대부분 부부가 협업하는 농장이다. 그 억대 농부라는 말은 실제로 도시직장인처럼 한 사람의 농업인을 두고 하는 호칭은 아닐 것이며 또 그들의 수입을 도시 직업인과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 중산층의 범주에 겨우 들까 말까 한 수준이다. 그러고 보면, ‘오! 통제라!’ 60년 대 70년대 우리나라 어머니 아버지께선, 당신이 그리도 아끼시던 맏아들에게 멍에 같은 가난을 물려준 셈이 되고 말았다.

2022-08-31

경북의 헴프산업

우정구 논설위원 안동포로 유명한 안동지역이 산업용 대마(헴프) 생산의 중심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2년 전 정부로부터 산업용 헴프규제자유특구로 지정받고, 대마를 활용한 바이오산업 육성에 기업과 행정이 온 힘을 쏟고 있다.경북도의 산업용 헴프규제자유특구는 마약류인 대마의 합리적 산업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일반특구와는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다. 70여 년 동안 마약류 관리법에 의해 규제되던 대마를 국내 최초로 산업화한다는 것과 바이오 산업과의 연결을 통해 지역산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면이 새롭다.대마의 잎과 꽃에서 얻어지는 마약류 물질을 대마초 혹은 마리화나라 한다. 이를 의료용이나 산업용으로 사용하면 이름을 헴프로 달리 부른다. 그동안 대마 사용의 유용성을 놓고 오랫동안 찬반의 논란이 이어져 온 게 사실이다.대마 사용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대마 사용 자체를 범죄시 말라는 것과 대마에 대한 지속적 법률적 규제가 맞서 온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세계 상당수의 나라가 대마 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최근 미국에서는 마리화나를 피우는 성인이 담배를 흡연하는 이들보다 더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었다. 미국 내에는 주마다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곳이 늘고 있고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곳의 주택가격이 올랐다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다. 20·30 젊은이도 마리화나 관련기업 주식에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한다는 분석도 나온다.경북의 헴프산업은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이라지만 아직은 규제영역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마약류관리법 규제를 풀어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 건의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8-30

‘공멸의 길’ 걷는 국민의힘

심충택 논설위원 요즘 국민의힘을 보면 정상이 아니다. 정당의 존재근거인 민심(民心)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사생결단식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과 가깝다는 사람들이 서로 편을 갈라 당을 장악하려 들고, 3권분립의 주요축인 법원까지 안중에 없는 태도를 보인다. 세상에 이런 여당이 있었던가 싶다.국민의힘은 그들의 권력원천인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 지지율이 요즘처럼 바닥권이면, 국정동력을 회복하는데 모두가 총력을 쏟아야 할 텐데 오히려 끼리끼리 모여 당 내분을 촉발하고 있다.민주 정당이라면 법원이 지적한 문제들을 다시 살펴보고 치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법원결정을 한낱 종잇조각처럼 무력화하고 있다. 일부는 이준석 전 대표를 제명하기 위해 안달이 났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모두가 친윤그룹에 소속된 사람들이다. 친윤그룹 의원들 사이에선 ‘기왕 피를 본 것 확실히 봐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는 아찔한 소리도 들린다.경찰 출신의 이철규 의원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이준석 전 대표의 성 상납 의혹과 증거조작 문제”라며, 여권 혼란의 원인을 이준석 개인에게로 돌리고 있다. 이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지구를 떠난다면 호남에라도 출마하겠다”고 말한 사람이다. ‘원조 윤핵관’으로 꼽히는 윤한홍 의원도 의총에서 “다시 윤리위를 열어 이 전 대표를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신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이 이 전 대표와 전면전을 벌이긴 부담스러워 그들이 전면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최근 윤핵관들의 행보를 두고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경우 당초 비대위 전환이 당헌·당규상 무리라고 보고 직무대행 체제를 추진했지만 신윤핵관으로 불리는 강경파에서 밀어붙이면서 비대위로 넘어갔다가 비대위원장 직무정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대통령실은 윤핵관들과 함께 계속 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윤핵관들이 대통령의 성공을 돕는 것이 아니라 호가호위하면서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성공적인 임기를 마치기 위해서는 지금 즉시 윤핵관 강경파들을 단호하게 분리해서 정리를 하는 게 맞다. 윤 대통령이 국민 통합은커녕 당내 통합조차 이루지 못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윤상현·유의동·최재형 의원 등이 그제(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밝혔듯이, 지금 국민의힘 위기는 윤핵관들이 촉발한 측면이 매우 강하다. 그들은 당헌·당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법 절차를 편의적으로 남용했다. 현재 여권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명확하다. 민생과 경제를 최우선으로 살려 내 민심을 얻는 일이다. 여권의 분열과 내홍은 결국 당정이 공멸로 가는 길이다. 공멸을 피하기 위해서는 윤핵관들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순리다. 이준석도 이제 윤핵관들에 대한 분노와 저주, 복수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권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상식적이고 진정성 있는 정치를 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2022-08-30

빚내서 집 사라던 시절

그런 시절이 있었다. 부총리가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대놓고 말하던 시절이. 그것도 다음 해의 경제부양정책에 대한 발표에서 말이다.그 무렵 많은 이들이 은행 대출을 끼고 집을 샀다. 매매가와 전세가가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르자 본격적인 갭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미국이 점진적으로 완화 기조로부터 긴축 기조로 전환되던 시절이었지만, 그는 우리에게 미국의 금리 인상도 견뎌낼 힘이 있다며, “빚을 줄일 수 없다면 가계소득을 더 늘리면 된다”는 독특한 성장론을 설파하기까지 했다. 그게 고작 7년 전이다.그 무렵 그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한겨울이나 다름없는데 각종 규제로 인해 여름옷을 입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규제 완화의 시급성을 설파했었다. 그 이후 정부는 LTV, DTI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고, 같은 해 9월에는 부동산 종합 대책을 통해 건설사가 보다 쉽게 아파트를 짓고 팔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부동산 시장에는 무수히 많은 돈이 흘러갔고, 거래가 활성화되었으며, 아파트에서부터 주상복합, 빌라, 오피스텔, 대지 등 온갖 종류의 부동산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했다. 사기만 하면 가격이 오르는 마법 같은 부동산 덕분에, 시드도 없는 3~40대 직장인들조차 어떻게든 돈을 빌려보려 은행을 찾아가던 시절이었다.그렇게 부동산은 미친 듯이 가격이 올랐다. 집값은 거품에 불과하다고, 집값은 언제고 곧 제자리를 찾아갈 거라 믿었던 이들에게 집은 이제 영원히 가질 수 없는 대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떻게든 집을 샀어야 했다고,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라도 집을 샀어야만 했다고 한탄하는 소리가 많다. 하지만 소위 영끌을 했던 사람들이라고 해서 지금 상황이 마냥 순조롭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점차 얼어붙어가는 세계 금융 시장의 여파로, 한국의 금리도 점점 더 오를 것이 전망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마저 점차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일각의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지금의 부동산 가격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해 물건을 던지는 사람의 가격으로 평준화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20억대의 프리미엄 아파트라 할지라도, 대출이자를 견디지 못한 누군가 급매를 내놓는 순간 일대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말 것이라는 소리다.그 무렵 증가한 가계 빚은 2015년과 2016년만을 합쳐도 무려 250조원이 넘는다. 그렇게 부양된 부동산 정책 속에서, 실제로 수혜를 입은 사람들은 사실상 강남 3구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빨리 부동산을 구매한 사람들은 사정이 낫지만, 2020년대 들어 집을 구매한 사람의 입장에선 부동산 폭락이 곧 파산을 의미한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빚을 더 늘려서라도 부동산을 부양해 달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사람이 아니라, 무작정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상품의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에 대해 뭐라 할 생각은 없다. 더불어 내가 부동산과 관련된 전공자도, 경제학 전공자도 아니니 자세한 사정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 이와 같은 시장의 분위기가 정상이냐는 의문이다. 주택 구매로 인한 혜택은 다주택 보유가 가능한, 그러면서도 금리 인상을 견딜 수 있는 사람들의 몫이 될 확률이 높다. 우리는 이미 IMF 직후 어떻게 부동산과 금융 흐름이 경제적 부유층에게 향해 가는지를 경험한 바 있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흡사 코인 시장이나 주식 시장의 수축과 유사해 보인다. 예컨대, 부동산 불패라는 한국의 신화는 이미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우상향 만을 반복해오던 부동산 시장 역시 상품의 논리를 따르는 시장이었다는 것이고, 신화라는 말이 그렇듯 ‘부동산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명제 역시 믿음의 영역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부동산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도, 소유하지 않은 사람도 그렇다. 이상한 믿음과 신념의 시장에서 정상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트렌드를 쫒지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받는다.그러나 확실한 건, 그렇게 얻어낸 금융소득이 무로부터 창조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주식 시장이 그러하고 코인 시장이 그러하듯이, 부동산 시장에서의 경제적 이득 역시 무로부터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해, 내지는 다른 시장에서의 자본의 이동을 전제한다. 부동산 시장에 더 많은 돈이 몰린다는 건, 곧 누군가 손해를 보거나 다른 시장에서 활용되어야 할 자본의 규모가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다소의 비약을 행한다면, 지금의 한국 경제는 부동산 시장이 말려죽이고 있는 중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2022-08-30

척하지 않는 척

있는 그대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언스플래쉬 솔직한 사람을 동경한다. 떠오르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을 수 있는 자신감이 부럽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 타인에게 좌지우지되지 않으면서 스스로 발 딛고 서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점철된 사람을 만나면 어떤 면에서는 놀랍기도 하다. 내면에 침잠해있는 생각을 바깥으로 드러내 보여도 거리낄 것 없다는 태도, 거기에서 솔직함이 시작되는 것이니까.나는 나 자신을 꾸며내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과거형으로 쓰자니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스스로가 무언가를 연기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꽤나 괴로워했었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으려는 노력보단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들에 집착했고, 그런 것들이 내 인생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준다고 믿었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으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그것은 취향에 관한 고민이기도 했다. 좋아하는 색이라던가 흥미롭게 읽은 책, 물건을 선택할 때는 무엇을 중점으로 보는지, 즐겨 듣는 음악이나 최근에 관심을 두는 사회적 이슈는 무엇인지… 나라는 사람을 드러낼 수 있는 수많은 요소는 한없이 난잡했으며 주류도 비주류도 아닌 애매한 방향에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 것은 얼마나 싫어하는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손을 뻗어 직접 선택하는 무언가가 과연 유의미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너는 왜 이런 것을 좋아해?’, ‘너는 왜 이런 사람이랑 어울려?’라는 말을 들으면 상대의 무례함에 화가 나는 것보다 오히려 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그렇기 때문에 소설을 쓰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허구의 인물과 상황을 내어놓으면서 나는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다.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진실한 이야기를 쓰지만 동시에 나 자신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는 지점에 매료된 것이다. 등장인물의 발화는 내 것이면서 동시에 타인의 것이었다. 소설을 쓰면서 나는 나의 문장을 완벽하게 장악한다는 것이야말로 완전한 착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 역할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일 뿐이고 나머지의 영역은 어떤 미지의 흐름 속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우연적 사건이라는 것 또한 깨달았다.물론 작품을 내어놓는 일은 또 다른 지점에서의 부끄러움을 야기했다. 특히 ‘작가로서의 나’는 정말이지 못 봐줄 정도로 한심했다. 어린 시절 내가 상상했던 작가는 좀 더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었고 그에 비해 나는 부족함이 차고도 넘쳤으므로 몸집을 부풀려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그것이야말로 나의 미진함을 전면으로 드러내는 행동이었다.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 없는 이들을 마주하노라면 나 자신이 너무나도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그러한 발화를 하기 위해 노력했던 때도 있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 아니야, 내 안에는 이렇게나 께름칙한 구석이 많아. 꺼내고 나면 개운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이 더욱 엉클어졌다. 내가 가진 최소한의 존엄이 스르르 빠져나가 버리는 기분이었다. 그건 솔직한 게 아니었다. 솔직한 척하는 것이었다. 나는 나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막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나의 이십대는 이러한 고민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인생을 신랄하게 살아가고 싶었지만 있는 그대로의 상태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태의 연속. 그 안에서 나는 나 자신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궁리해왔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바쁘게 움직이는 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본다.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 속에 위치한 나 자신을 본다. 낮은 조도 속에서 잔잔한 음악을 듣는 시간이 좋다. 단맛이 나는 음료보다는 쌉쌀한 커피가 더 취향이고 왁자지껄한 공간보다 방 안에 고요하게 앉아 사색에 잠길 때 온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은 내 모습이 어렴풋하게 그려진다.솔직한 척, 대단한 척, 뭔가 대단한 것이 있는 척했던 나는 이제 지난 일이 되었다. 그때의 모습이 우습게 느껴지지만 어쩌면 나는 지금 ‘척하지 않는 척’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자각이 찾아올 때도 있다. 이전도 지금도 나는 늘 서툴다. 나를 가장 모르고 있는 사람이 나인 것만 같다. 이 어쩔 수 없음 안에서 매일같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가다듬는다. 그러다 보면 훗날에는 지금의 내가 상상하지 못하는 형태의 내 모습을 갖게 될 것이고 그 어떤 것보다 꼭 맞는 옷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고 위안하기로 한다.

2022-08-30

그 길밖엔 없어 <Ⅷ>

세 번째 만남의 기간은 앞선 두 번 보다 짧았다. 안나가 만식의 상주 트레이너가 되어 만식의 집에 들어가면서 그들의 만남은 끝났다. 우현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누군가의 집에 들어가는 것은 허락할 수 없어.우현이 말했다.-아니, 살림을 살러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돈 많은 부자의 개인 트레이너가 되는 것일 뿐이야. 방 내주고 밥 먹여주고, 돈도 준다는 데 왜 안 된다는 거야? 남는 시간은 내가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확인도 받았다니까.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구십이 다 돼가는 노인네야. 무슨 걱정이야?조금만 더 세게 나가면 안나가 포기할 것 같았다.-아니.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지금 결정해. 상주 트레이너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든지 나를 포기하든지.우현의 말에 안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대답했다.-오빠는 여전하구나. 바뀐 게 아니었네. 내 인생이라고. 분명히 말했지. 오빠가 허락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어디에 뭘 가져다 붙이는 거야. 결정할게. 지금으로선 오빠를 포기할 수밖에 없네.이번에는 정말로 마지막인 것 같았다. 처음에는 감옥 생활에 적응하느라 견딜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사업에 몰두하느라 잊고 지낼 수 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매일 안나의 얼굴이 떠올랐고, 자신이 했던 말을 후회했다. 그때 왜 그렇게 말했던 것인지.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건지. 안나는 우현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문자에 답을 하지도 않았다.그렇게 몇 달이 지난 후, 결국 우현은 노마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노마에게 그동안의 일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안나와 다시 만날 수 있게 주선해 달라 부탁할 생각이었다.-웬일이냐? 사업은 잘되고?오랜만에 만난 노마였다.-사업은 뭐. 그냥 그렇지.우현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무슨 소리. 나도 다 듣는 소리가 있거든. 아이고, 부러워라. 나는 월급쟁이에, 집안 꼴도 말이 아니고. 오늘 네가 쏘는 거지? 나 비싼 거 먹어도 되지?메뉴판을 살피며 안주를 고르는 노마에게 우현이 물었다.-집안이 뭐? 무슨 일 있어?안주를 고르던 노마가 한숨을 쉬었다.-그게, 이거 부끄러워서 어디에 말도 못하겠고. 그래도 네 녀석은 우리 집을 좀 아니까. 글쎄 안나가, 안나라는 녀석이 말이야.-안나가 뭐? 말해봐.-그 녀석이 마이걸이 되었다, 마이걸이. 안 되겠다, 오늘 소주 먹자. 소주노마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고 우현은 숨을 멈췄다. 마이걸이라니. 상주 트레이너라고 했는데.-상주 트레이너 아니었어? 그러면 그 팔십 넘은 노인의 마이걸이 되었단 말이야?-글쎄 그렇다니까. 어, 그런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노마가 우현에게 물었고 이번에는 우현이 한숨을 쉬었다. 노마는 우현의 움켜쥔 주먹을 보았다.-니들 둘, 혹시?그날 우현은 노마에게 안나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최근까지 있었던 일을 말했다. 우현, 네가 어떻게 나를 속일 수 있냐. 내 동생에게 어찌 그럴 수 있냐. 노마가 화를 내며 우현에게 따졌지만 분노와 섭섭함, 배신감의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그때 도움을 청하지 그랬어. 그랬으면 바로 결혼이라도 시켜버렸을 것 아니냐.노마가 우현에게 말했다.-안나가 조금 더 있다 말하자 그랬어. 그리고 그때는 나도 자신이 없었고. 네가 항상 말했었잖아. 다른 건 몰라도 네가 아는 수컷에게는 안나를 시집보내지 않을 거라고. 너하고 절교를 해야 안나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친구들한테 말하고 다닌 것 기억 안 나냐?우현이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고 노마는 우현의 잔에 소주를 부었다.-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이 녀석을 어째?-아버지는 뭐래? 가만히 있으셨어? 어머니는?우현이 물었다.-삶에 정답은 없단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인생이란다. 잘 모셔라, 그러더라. 듣다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고.-그게 무슨 말이냐.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인생이라니. 네가 오빠냐?노마의 대답에 우현이 화를 냈다.-이 녀석이 왜 나한테 이래. 내가 그랬어? 듣고 보니 네 녀석이 안나 간수를 잘 못한 거네. 어쩔 거야? 응? 내 동생 어쩔 거냐고?안주로 시킨 두부김치가 나왔지만 둘 중 누구도 손을 대지 않았고 술잔만 비워댔다. 번갈아 가며 마시고 따랐다. 세 병째 소주를 주문했을 때 우현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죽여 버릴 거야. 이 노인네.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다 늙어가지고 뭐하는 짓이야.급하게 마신 탓에 술기운이 오른 노마가 우현을 쳐다봤다. 우현의 얼굴은 타는 듯 붉었다.-말로만. 안나 하나 붙잡지 못하면서 사람을 죽인다고? 인마, 네가 아무리 인공 장기 팔아먹고 다니지만 사람 죽인다는 이야기는 함부로 하면 안 돼. 인마.노마가 물 잔에 소주를 따라서 우현에게 건넸다. 우현은 물 잔을 들어 단번에 비웠다. 그리고 말했다.-내가 못 할 것 같지? 나 잘해. 장기 떼고 붙이는 것, 웬만한 의사보다는 나을 걸. 내가 다 가르치잖아, 의사들.-그러면, 너 진짜로 죽일 수 있어?쉰 소리와 허풍, 비아냥거림, 울음으로 그날 술자리는 끝났다. /김강 소설가

2022-08-29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는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것은 한 도시에 관한 영화다. 수 천년의 찬란한 유산과 숱한 이야기들을 쌓아 올린 거대하고 아름다운 도시 로마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로마의 역사와 유적, 그 속에 담긴 어떠한 이야기도 끄집어 내지 않는다. 지금 현재 로마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지중해를 중심으로 거대한 제국을 형성했던 로마는 통치를 위한 각종 제도를 만들고, 제국의 이름에 걸맞는 부를 형성하고 그 기반 위에 유적과 유물, 풍습을 만들어 나갔다. 어느 것은 거대했으며, 어느 것은 치밀했으며, 어느 것은 독창적이었으며, 어느 것은 복합적인 정서가 함유되었으며, 도덕적이며 문란했으며, 현학적이기도하고 심오하기도 한 것들이 혼재되어 있었다.영화 ‘그레이트 뷰티’는 기원 전부터 형성된 문명, 수 세기를 쌓아 온 모든 것들이 유산과 유적으로 남아 있는 로마를 무대로 당대와 고전, 성과 속, 예술과 속임수, 삶과 죽음 같은 이질적인 것들의 대비를 통해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기원 전 로마에서부터 제국을 건설한 시대를 거쳐 흥망성쇠의 과정을 통해 무너지고 남은 것들, 다시 복원된 것들의 도시 로마를 살았었고 살아가는 이들 모두에게 던져졌던 질문일지도 모른다.26살의 나이로 로마로와 65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젭의 생일 파티에는 로마 상위 1%의 셀러브리티로 가득하다. 40년 전 한 권의 소설로 화려하게 데뷔해 “소위 상류사회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르게 휩쓸려 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왕이 되고 싶었던 젭은 그 꿈을 이루게 된다. 40년 전 마지막 책을 쓴 소설가에게 더 이상 소설을 써야할 이유보다 소유하고 누려야할 1%의 삶이 그곳에 있었다.아름답고 웅장하며 우아한 유적지의 로마. 그 속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던져진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지 못해 40년 간 글을 쓸 수 없었다는 젭의 인생은 욕망의 끝에서 만나는 권태와 허무에 가 닿는다. 그 지점에서 젭은 첫사랑의 부고 소식을 들은 후 스스로의 인생을 반추한다. 모든 것이 아름다운 가운데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인가.저 너머, 기억의 저 너머에 있었던 이의 부고로 인해 젭은 자신 앞에 바짝 다가와버린 죽음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죽음을 통해 삶을, 화려하고 극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일상 속에서 놓쳐버린 아름다움을 찾아간다.영화 초반 “삶은 모두 소설과 같은 허구이며 죽음으로 향하는 여행이다. 단지 눈을 감기만 하면 된다. 죽음은 삶의 이면이다”라는 루이 페르디낭 셀린의 소설 ‘밤 끝으로의 여행’을 인용한다. 권태로 찌들어가던 삶, 아니 죽음을 향해가던 인생에서 이면을 보게되는 과정, 죽음을 직시함으로써 발견하게 되는 깨달음. 이 깨달음은 젭의 삶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재해석하는 도구가 된다.수 천년을 쌓아 온 유적지와 그곳에서 살다 간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화려했거나 초라했으며, 권태로웠거나 치열했을 것이며, 허무했거나 환희에 찬 삶을 살다 갔을 것이다. 그중에 누군가는 질문을 던졌을 것이며, 그 질문에 따라 답을 찾는 여정에 나섰을 것이다.그리고 기록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글로써 누군가는 그림으로써, 누군가는 음악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했을 것이다.그것이 그때는 ‘진정한 아름다움’이며 ‘진실’이었으며, 어떤 것은 거짓이고 속임수였을 것이다. 그렇게 쌓아 올렸을 거대한 유산, 거대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도시 로마에서 젭은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산책에 나선다.“저 너머엔 저 너머의 것이 있다. 나는 저 너머에 있는 것은 다루지 않겠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시작된다. 결국 다 속임수다. 모든 게 속임수다”라는 젭의 대사처럼 삶과 죽음의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는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주)Engine42 대표 김규형

2022-08-29

‘가축분뇨 연료화’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6월 16일 낙동강 본류 일대에 녹조가 1천세포/㎖이상의 밀도로 과다 발생해 최초로 조류경보 ‘관심’단계가 발령되었다. 이후 일주일만인 6월 23일에는 조류세포밀도가 1만세포/㎖이상으로 ‘경계’ 단계로 상향 발령되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강정고령보를 기준으로 ‘경계’ 단계로 격상 발령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이에 대한 주된 원인으로는 유례없는 폭염으로 인한 수온 상승과 지속된 가뭄이 꼽히고 있다. 다행히 지난주 8월 18일 오후 3시를 기해 낙동강 강정고령보에 발령된 조류경보가 ‘경계’단계에서 ‘관심’단계로 하향 발령됐다.조류경보가 하향된 원인은 예년보다 강수량이 많지는 않으나 8월에 비가 자주 내린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제 가을로 접어들면서 조류경보가 상향될 우려는 낮아졌지만 지난 여름 내내 조류경보 ‘경계’ 단계 기간 동안 수돗물 내에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의 검출 여부에 대하여 관계 당국과 환경단체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시도민들의 수돗물 걱정이 더욱 깊어졌다. 녹조 문제에 더해서 주로 제조업체에서 배출되는 중금속 등 유해오염물질의 배출로 인한 식수원 오염 문제도 수돗물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어서 취수원 다변화가 대구·경북지역의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한 핵심과제가 됐다.현 단계에서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해야 할 시급한 사항은 녹조와 유해오염물질로부터 안전한 취수원을 확보하고 공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취수된 물에 유해물질이 포함되어도 수돗물 생산과 공급과정에서 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고도정수시설과 관망시설이 갖추어져야 한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낙동강 지류와 본류에 유입되는 비점오염물질을 줄이고 유해오염물질의 배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여야 한다.이처럼 녹조 발생의 근본 원인인 비점오염물질과 유해오염물질에 대한 완벽한 관리가 시급하지만, 지역의 경제발전과 조화롭게 해결되어야 하므로 중장기대책으로 추진이 불가피하다.낙동강의 비점오염물질 배출원은 생활계, 축산계, 산업계, 토지계, 양식계, 매립계 등 매우 다양한데, 이 중에서 축산계와 토지계에서의 가축분뇨로 인해 배출되는 비점오염물질의 비중이 가장 높다. 실제로 경상북도에서 가축 사육두수는 한우기준 환산사육두수가 168만6천두로 전국 1천18만9천두의 15.2%에 육박한다. 그리고 경북의 가축분뇨 발생량은 2019년 800만9천t으로 전국발생량 5천183만8천t의 15.5%에 이르는데, 이 량의 무려 91%가 퇴비나 액비 형태로 농지에 살포된다.자원화라는 명목으로 가축분뇨가 농지에 살포되었으나 엄청난 악취를 유발하였고, 지하수를 크게 오염시켰으며, 농지의 양분과잉을 초래하여 많은 양의 질소와 인이 작물에 흡수되지 못하고 하천으로 유입되어 녹조 대발생의 핵심 원인이 되었다.결국 가축분뇨 관리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게 되었으며, ‘가축분뇨 연료화’로 농지주입 최소화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축산계 탄소중립을 위한 수단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2022-08-29

아르테미스가 달에 가는 이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인류가 달을 향한 여정을 다시 시작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한국시간 기준 29일 오후 9시33분 달 주변 궤도를 비행할 우주발사체(SLS)‘아르테미스Ⅰ(1호)’를 발사했다. 지난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딛고, 그 3년 뒤 아폴로 17호가 마지막으로 달을 다녀온 지 50여년 만이다.프로젝트명인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으로, 지난 세기 미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명이었던 태양신‘아폴로’의 누이 이름이다.이번 아르테미스 계획은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아르테미스 1호는 총 42일 간의 비행을 거치게 되며, 2주 가량 달 궤도에서 임무를 수행한 뒤 10월10일 지구로 복귀하게 된다. 1단계 프로젝트에서는 진짜 우주비행사 대신 마네킹을 실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한다. 이후 2024년 2단계부터 실제 사람을 태우고 달 궤도를 다녀오게 되며, 2025년 3단계는 여성과 유색인종 등으로 구성된 우주비행사들을 달에 착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무려 반 세기만에 미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가 재가동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달의‘가치’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의 유인 달 탐사는‘달에 가는 것’그 자체가 최종 목표였지만, 이번 아르테미스 계획부터는 달에 장기 체류용 기지를 구축하고 자원 확보·환경 조사·심우주 탐사 준비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실제로 달이 인류가 도달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광산’이 될 수 있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달에는 헬륨-3, 희토류를 비롯해 수십종의 희귀자원이 산재해 있다. 아르테미스 1호가 21세기 우주 경쟁의 신호탄이 될 지 주목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8-29

자율과 규율에 기반한 개선활동

엄주선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어떤 사람이 죽어서 염라대왕께 살아서 너무 고생을 많이하여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이야기 하자 염라대왕이 업경대를 통해 그에게 다른 사람의 삶을 보여주고 바꾸어 살겠느냐고 물으니 본인의 삶을 그대로 살겠다고 한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누구나 경험은 다르지만 굴곡진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일 것이다.우리는 살면서 많은 일들이 생기며 좋은 결과도 있고 나쁜 결과도 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나쁜 결과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좋은 결과는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좋은 결과가 나오는지 원리를 규명하여 항상 좋은 결과가 도출 될 수 있도록 원칙을 만들고 지켜야 한다.생산 현장에서는 제품으로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를 구분하며 양품과 불량으로 칭한다. 그리고 이 생산하는 과정의 원리(Mechanism)를 규명하여 양품이 생산되도록 원칙(Rule)을 만들어 문서화 한 것이 작업표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일을 많은 사람들이 반복하는 생산 현장에서 제품이 항상 양품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표준에 따라 작업을 하는 것이 현장의 규율이며 자율적으로 지켜야 한다.자율은 합리적 개인이 관련된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강요되지 않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규율은 질서나 제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정하여 놓은, 행동의 준칙이 되는 본보기로 정의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 낸 권오현 전 회장은 포지티브시스템은 규율에 기반을 둔 것으로 허가 받은 것만 할 수 있는 것이며 네거티브시스템은 자율에 기반은 둔 것으로 금지된 것만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것을 말하며 회사는 자율과 규율의 장 단점을 잘 활용 이 두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하였다.포스코의 현장 개선 활동인 QSS(Quick Six Sigma)도 업무 지침에 규율로 정하여 활동은 자율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자기사랑, 동료사랑, 회사사랑을 철학으로 하고 있다. 활동 과정에서 학습을 통해 자기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자기사랑이며 동료와 함께 목표를 수립하고 배려하며 활동하는 동료사랑이며 나와 동료를 사랑하는 마음이 모여 궁극적으로 회사사랑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원이 스스로 참여하여 제대로 꾸준히 하여야 한다는 기본 사상을 바탕으로 17년째 지속하고 있다.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보면 규율은 엄격히 하되 자율적인 토론문화를 갖추도록 한 것을 알 수 있다. 구성원을 한 없이 아끼면서도 조직 전체에 피해를 주는 탈영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목을 베어 효시 했다는 대목이 나오며 한산도 제승당이라는 곳에서 누구도 상관없이 군사에 관한 사항을 건의하고 논의하였다고 쓰여 있다.어떤 조직이든 이 두가지 중 한가지가 깨지면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항상 자율을 기본으로 적절한 규율을 갖추는 조직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그래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2022-08-29

마실가듯 즐기는 ‘포항철길숲 夜行’ 축제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처서매직이 신기할 정도로 조석의 선선한 기운이 청량감을 더해준다. 서늘한 바람의 구름밭 쟁기질로 하늘은 점차 높푸르러 가고, 요란하던 매미울음 대신 저마다의 풀피리 음조같은 풀벌레들의 합창이 맑고 또렷하기만 하다. 폭우와 가뭄의 상반된 피해를 남기고 심드렁하던 여름날이 뒷전으로 물러나자, 약속이라도 한 듯 계절은 살랑살랑 건들바람으로 초가을을 부르고 있다. 아직은 한낮의 노염(老炎)이 꼬리를 무는 듯해도, 물빛과 하늘빛이 서로를 닮아가며 동동거리던 8월을 어련히 재우고 있다.이른바 천랑기청(天朗氣淸)한 계절의 바퀴에 맞춰 자연만물의 빛깔과 움직임이 달라지듯이, 사람사는 세상에도 계절의 시계에 어울리는 다채로운 마당이 펼쳐져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각종 활동이나 행사를 비롯 지역별 특색과 테마를 살린 축제가 다양하게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라서 다행스럽고 흥미롭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출렁이며 구름이 흘러가듯이, 사람들도 서로 소통하고 왕래하면서 활동과 교류의 폭을 넓히고 공감과 향유의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깨어 있고 살맛나는 문화의 맛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더욱이 가증스러운 코로나19로 3년째 멍울진 가슴이었으니 오죽하랴.그런 차제에 지난 주 금~토요일 포항에서 처음 열린 ‘2022 힐링필링 포항철길숲 야행’은 늦여름 밤의 선물처럼 다가온 즐김과 누림의 축제로서 손색이 없었다. 효자동과 양학동에 이르는 2~3km 구간을 청사초롱과 백열등으로 밝히고 곳곳에 테마존과 체험코너, 버스킹, 전시코너, 라이팅쇼, 플리마켓 등을 마련해 마치 마실가듯이 참여한 시민들이나 타지의 관광객들에게 부담없는 볼거리와 느낄 거리를 안겨준 포항의 대표적인 야간축제였다.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에게 치유와 위로가 되고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함께 즐기는 코로나의 팬데믹과 엔데믹의 힐링(Healing)과 필링(Feeling)을 위한 축제로, 철길숲을 자전거 타고 수시로 드나드는 필자에게는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천천히 걸으면서 이색적인 체험과 스탬프 랠리로 곳곳을 눈요기하는 등 짧게나마 설레고 흥겨운 문화축제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 들었다.아마도 포항철길숲이 조성된 이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몰려들기는 처음인 것 같다. 특히 개막식과 달빛음악회가 열린 주무대와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인 분수 주변의 돗자리 휴식존이나 세대공감 놀이존 등지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100년 역사의 철길이 상생과 어울림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다양한 테마와 즐길거리로 도시의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고 있으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비록 문화재청에서 지원하는 공식적인 ‘문화재 야행’ 축제는 아니지만, 이와 같이 지자체의 안목과 기획에서 비롯되는 테마형 문화축제는 시민들에게 큰 공감과 호응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더욱 알차고 흥미로울 내년의 야행축제가 사뭇 기대된다.

2022-08-29

임시변통으로 집권당 문제 해결될까

김진국 고문 참 가지가지 한다. 앞이 안 보인다. 새 정권이 출범한 지 석 달 만에 집권당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26일 국민의힘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를 정지시켰다. 당 대표는 당 윤리위에서 6개월간 직무를 정지하고, 그래서 만들어진 비대위원장은 무효가 됐다.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판사 탓을 했다. ‘우리법연구회’를 들먹였으나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져 다시 망신만 했다. 헛발질이 한두 번이 아니니 한 번 더 했다고 부끄럽지도 않다. 판사를 원망하는 논리가 겨우 ‘정당 자율성 침해’란다. 어물쩍 마음대로 일을 처리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사실 법으로 따지는 정치는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 부재를 의미한다. 법으로만 재단한다면 정치가 왜 필요하나. 법조인이 정치권에서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요즘은 정도가 지나쳐 모든 정치 이슈를 법원에 넘겨놓았다. 직접 넘겼건 정치를 포기해 넘어갈 명분을 줬건 마찬가지다. 이제 와 법원의 간섭을 나무라는 게 기가 막힌다.국민의힘은 가처분 결정에 대해 바로 이의신청했다. 27일 의원총회에서는 당헌·당규를 바꾸어 다시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말이 재구성이지 기존 비대위의 법적 근거를 만들려는 것이다. 법적으로 보완하되 정치적으로는 이제까지 해온 방향으로 직진하겠다는 말이다. 특정 목적을 위해 당헌·당규까지 사후에 꿰맞추는 꼼수다. 대한민국의 집권당이 이 정도인지 정말 개탄스럽다.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한다. 남자를 여자로 만드는 것 이외에는 다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꽉 막힌 집권 세력이 정권을 잡자마자 섣부르게 정적부터 제거하려다 진퇴양난에 빠졌다. 정치력은 하나도 없다. 자신들의 장기인 법으로 덤볐다 되치기당했다. 그런데도 직진이다.이의 제기하고, 항고하고… 당헌·당규를 고치고, 비대위를 또 구성하고, 가처분 신청하고, 소송을 끌고… 언제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갈 건가. 이준석 대표가 복귀할 때까지 끝낼 수는 있는 건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허둥대는지 알 길이 없다.윤석열 대통령은 연임할 수 없다. 5년이 긴 시간도 아니다. 정적을 만들 필요가 뭔가. 하루하루가 황금 같은 시간이다. 더군다나 지금 한국이 처해 있는 상황이 너무나 긴박하다. 경제와 안보는 하루 앞을 모르게 격변하고 있다. 엄혹한 국제 환경과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며 민생은 바닥을 보인다. 여야 없이 모두 끌어모아 달려들어도 힘든 국면에 집권당 내부 쪼개기 정치로 시간을 보낼 건가.이준석 대표가 잘했다는 게 아니다. 이 대표의 책임도 크다. 집권당을 이 지경으로 몰아간 것은 ‘내부 총질’이라고 비난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이 대표의 책임을 물으려면 ‘윤핵관’도 피해갈 수 없다. 지금 당을 이끄는 게 ‘윤핵관’이고, 여론조사에서 가장 큰 불만 요인으로 드러난 집권 초기 인사를 주무른 게 그들이다.국민의힘 현 지도부는 중요 계기마다 딴 이슈를 만들어 망쳐왔다. 휴대폰 문자를 노출해 논란을 일으켰다. 수해복구 노력은 사라지고, “비가 더 왔으면 좋겠다”라는 말만 주목받았다. 집권당이 단합해 분발하자고 모인 연찬회는 ‘4 미인론’으로 조롱거리가 되고, ‘숟가락 노래’로 사서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가처분 기각을 공언하고, 우리법 출신 판사라는 가짜 뉴스에 낚여 망신만 당했다.하는 일마다 도움은커녕 사고만 치고 다닌다. 이 지도부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건 무슨 쇠고집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임시지도부라 해도 완전히 다시 구성하는 게 옳다. 당장 원내대표부터 다시 선출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 큰 책임이 있는 ‘윤핵관’은 뒤로 빠져야 한다. 이 대표만이 아니라 그들부터 선당후사(先黨後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부담이 윤 대통령에게 간다. 윤 대통령이 사태를 정리할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윤 대통령도 좀 더 크게 보아야 한다. 선거 당시의 소소한 감정은 빨리 털어야 한다. 표를 주었건 아니건, 좋건 싫건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다. 국가가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갈 책임은 모두 대통령의 어깨에 있다. /본사 고문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2-08-28

“포항공대? 포스텍?”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포항공대로 불러야 하나? 포스텍으로 불러야 하나?1986년 설립되어 설립 36년째를 맞이한 포항공대의 명칭을 ‘포항공대’라고 불러야 하나 ‘포스텍’이라고 불러야 하나 헷갈린다고들 한다.교육부에 등록된 공식 명칭은 포항공과대학교이지만 교내에서나 대외적으로는 영문명인 포스텍(POSTECH, POha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을 주로 사용한다. 영문명을 쓰는 주된 이유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고, 미국의 칼텍(Cal Tech·캘리포니아 공대)과 발음의 리듬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개교 초에는 PIT라고 MIT처럼 부르던 시절도 있었지만 학교사이즈나 성격으로 보아 칼텍이 더 모델이 맞았기에 포스텍이라는 명칭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하여튼, 포항을 사랑하는 포항인들은 ‘포항공대’라고 해야 한다고 하고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게 영어이름의 축약인 ‘포스텍’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맞선다.미국 메세츠주에 있는 세계적인 공대 메세추세츠 공과대학은 MIT로 불리우지만 ‘M’ 이 메세추세츠 지역을 상징한다는 지역민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칼텍도 캘리포니아 공대의 약자로 역시 캘리포니아라는 지역명을 함축하고 있다. 포스텍에 포항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면 포스텍으로 불리워도 상관없겠지만 ‘칼’과 ‘포’는 큰 차이를 갖는다 ‘칼’은 캘리포니아를 의미하지만 ‘포’는 꼭 포항만을 의미한다고 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지역명 함축에는 다소 부족한 명칭이다.포스텍은 THE, QS 같은 세계적인 랭킹기관들의 조사에서 포스텍이란 낯선 이름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카이스트는 Korea를 품고 있고 서울대는 잘 알려진 한국의 수도 Seoul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이 외우기 쉽고 따라서 랭킹기관들의 대학의 명성 조사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금년 일부 회복을 했지만 지난 몇 년간 포스텍의 랭킹이 고전을 하고 있는 원인중의 하나가 대학의 명성 조사에서 불리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짧다는 문제도 있지만이름이 부르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어 보인다.대학의 이름은 때로는 대학의 위상을 올리고 내리는데 기여를 하기도 한다.최근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경주’라는 지역 명을 딴 이름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하고 미래 발전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캠퍼스 명칭 변경을 ‘와이즈(wise) 캠퍼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최근 캠퍼스에서 지역 명을 빼거나 교명을 바꾸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희대는 수원캠퍼스를 ‘국제 캠퍼스’로, 건국대는 충주캠퍼스의 이름을 ‘GLOCAL(글로컬) 캠퍼스’로, 연세대도 원주 캠퍼스를 ‘미래 캠퍼스’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부산권의 영산대도 캠퍼스를 와이즈유(Y’sU)라는 닉네임으로 부르고 있다.이러한 교명 변경은 학교 위상을 올리는 효과가 있고, 신입생의 질이 상승되는 효과도 있다.교명 변경으로 경쟁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대학은 서울과기대와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이다.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는 더 절묘한 명칭 전략으로 성공한 케이스이다. 에리카(ERICA)는 진달랫과의 상록 소관목을 가르키는 이름이다. 잎은 좁고, 꽃은 겨울에서 봄에 걸쳐 피는데 연분홍색이거나 흰색으로 피어난다.한양대는 2009년 안산캠퍼스를 과감하게 ERICA(에리카) 캠퍼스로 바꿔 부르고 있다. ERICA는 ‘Education Research Industry Cluster Ansan’의 줄임말로 산학협력을 바탕으로 한 이 캠퍼스의 성장 전략을 나타낸 것이다.꽃 이름 에리카와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영문 두음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에리카 캠퍼스는 이런 효과로 국내 랭킹에서만 10위 이상 상승했다.다시 포항공대, 포스텍 이슈로 돌아가 보면, 포스텍이 이름으로 국제무대의 명성 평가에서 손해를 보고 있지만 그이유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주변에 몇 대학들이 국제적으로 이름의 핸디캡을 극복한 사례가 있다. 연세대는 Yonsei라는 어려운 이름에도 역사가 깊으니까 나름 국제무대 명성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있다.역사가 짧고 이름이 이상한데도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대학도 있다. 싱가폴에는 두 개의 유명한 대학이 있는데 NUS라는 싱가폴 국립대학과 NTU라는 대학이 있다.NTU는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의 약자 인데 싱가폴이란 이름이 들어가지 않고 역사가 포스텍 보다 짧은데도 단기간에 세계 20위권에 들어가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그 비결은 무엇이었나? 물론 부국 싱가폴의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기도 했지만 각종 국제회의 등을 공격적으로 열고 총장은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이러한 회의에 참여하고 강연하였다. 중요한 대학평가 회의를 많이 호스트 하였다. 동시에 연구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제도를 보완하였다.더 중요한건 국제화이다. 교수, 학생들의 외국인 비중이 50%를 육박할 정도로 국제화된 대학이 NTU이다.이름이 포항공대이든 포스텍이든 좋다. 포스텍이 살길은 ‘절대적 국제화’이다.

2022-08-28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공황장애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유명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겪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생소하던 공황장애가 사회적 이슈가 되던 때의 일이다.필자에게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치료하던 중년 여성 환자가 딸에게 “엄마가 공황장애로 치료받고 있어”라고 했더니 딸이 “엄마가 무슨 연예인이야”라고 말했다고 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공황장애를 앓는 연예인들이 많이 알려지면서 일종의 직업병처럼 연예인 병으로 알려진 경우가 있으나, 공황장애는 연예인만 걸리는 연예인 병이 아닌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흔한 병이다. 공황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3% 내외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이라고 한다면, 150만명이 일생에 한번은 공황장애를 앓는다는 의미이다.이렇듯 공황장애는 흔한 병이나, 공황장애를 포함한 정신과 병에 대한 편견으로 과소진단 되고 과소치료돼 공황장애 환자들은 치료와 회복의 기회를 놓치고 고통 속에서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진 채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지난 2012년 이후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공황장애로 치료받고 있다는 것을 용기 있게 공개하면서 공황장애를 포함한 정신과 병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편견과 낙인이 감소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생겨났다.일반인들에게 공황장애를 포함한 정신과 병을 정신적 및 사회적 능력의 결격 사유가 아니라 치료받아야 하는 의학적 병으로 받아들이는 효과를 낳았다.용기 있는 그들의 고백에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한사람으로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공황장애에 대한 인지도와 정신과 치료의 수용도가 과거보다 높아지면서 치료받는 공황장애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공황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지난 2010년 약 5만명에서 지난 2020년에는 약 20만명으로 10년 동안 4배 가까이 늘었다.그럼에도, 아직도 여전히 많은 환자는 적절한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일반인들이 공황장애를 정신과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정신과 병에 대한 편견뿐만 아니라 발현되는 공황장애 증상에도 있다.공황장애는 예상치 못하는 공황발작 증상이 반복적으로 있어야 하는데, 의학적으로 공황발작은 아래 13가지 증상 중, 4가지 이상이 갑자기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이다.공황발작 증상은 다음과 같다.①맥박이 빨라지거나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심장이 빨리 뛴다. ②가슴 부위에 통증이나 불편감이 느껴진다. ③숨이 가쁘거나 답답한 느낌. ④질식할 것 같은 느낌. ⑤땀이 많이 난다. ⑥화끈거리거나 추운 느낌. ⑦손발이나 몸이 떨린다. ⑧감각이상(감각이 따끔거리거나 둔해지거나 하는 느낌). ⑨ 어지럽거나 불안정하거나 멍한 느낌이 들거나 쓰러질 것 같은 느낌. ⑩메스껍거나 복부 불편감. ⑪비현실감(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 또는 이인증(내가 아닌 느낌, 자신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느낌). ⑫스스로 통제할 수 없거나 미칠 것 같은 두려움. ⑬죽을 것 같은 공포감 등이다.공황발작 증상을 구분해서 살펴보자. 공황발작 증상은 심폐계 증상군(①~④), 신경계 증상군(⑤~⑨), 소화기계 증상군(⑩), 인지정신증상군(⑪~⑬)으로 나눌 수 있다.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공황발작의 증상은 인지정신증상보다 심폐계 증상, 신경계 증상, 소화기계 증상 등 신체적 증상이 더 많다. 때문에 공황장애 환자들은 심장내과 혹은 호흡기 내과를 많이 방문하다. 또 신경과를 방문하거나, 드물게 소화기 내과에 방문하기도 한다.증상이 심한 경우 응급실을 방문하지만, 공황장애는 심장, 호흡기계, 신경계, 소화기계 자체의 병이 아니기 때문에 각종 내과 및 신경과적 검사에서는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다.일반인들은 신체적 증상이 있으면, 신체적 병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공황장애의 경우 신체적 증상들이 많이 나타나지만, 신체적 병이 아니다. 공황장애는 뇌의 불안 중추인 뇌간의 청반(locus ceruleus)의 기능 이상에 기인한 불안장애의 일종으로 정신과 병이다. 당뇨나 고혈압이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병이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듯, 공황장애도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병이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소를 잃고 소와 관계없는 곳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듯이 건강을 잃어 병을 얻었다면 그 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공황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3% 정도로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흔한 병이며 신체적 증상이 많이 나타나기는 하나, 신체적 병이 아니라 정신과 병으로 전문적인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빠른 회복을 하자는 것이다.공황장애를 편견(偏見)으로 보지 말고 정견(正見)으로 보자.공황장애 환자들이 더 이상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죽을 것 같은 공포, 고통 속에서 벗어나 평안의 날을 맞기를 바란다.

2022-08-28

소통 말고 대화합시다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며칠 전, 생협 활동가에게서 소통 말고 대화를 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사전을 찾아보니,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또는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었다. 문자 그대로 보면, 오해 없이 의견이 잘 전달되었다는 뜻이니, 일방적으로 전달만 해도 오해만 없으면 소통했다고 할 수 있게 된다. 최악의 경우,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자기의 뜻을 아랫사람에게 전달해도 소통은 소통인 셈이다. 그에 비해 대화의 사전적 의미는 ‘마주 보고 이야기를 주고받음’이니, 당연히 평등하고 양방향이다. 그 활동가가 소통 말고 대화를 하고 싶다는 것은 일방적으로 전달만 받고 싶지 않고 서로 동등하게 논의하고 싶다는 소망이었을 것이다.이렇게 소통과 대화의 차이를 생각하다 보니,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니던 때 일이 생각난다. 어느 날, 아이들에게 가족회의를 하자고 하니 질색을 했다. 엄마 하고 싶은 말만 할 건데 무슨 회의를 하느냐는 것이다. 어른과 아이가 회의를 한다면 십중팔구 어른만 이야기하게 된다는 것을 아이들은 일찌감치 간파한 것이다.그러고 보면, 우리 사회는 나이 많고 지위 높은 사람은 일방적으로 말하고,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은 열심히 듣는 문화가 팽배해있다. 그래서 질문을 하거나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말하면 말이 많다거나 건방지다는 평판을 듣기 일쑤다. 이런 분위기는 비단 정치권이나 법조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 곳곳에 뿌리박혀 있다.이렇게 된 데에는 권위주의와 엘리트주의가 크게 작용한다. 그래도 요즘 스타트업에서는 수평적 문화가 많다고 하니, ‘너희는 나보다 아래니까 내가 하는 말 들어’라는 식의 권위주의는 조금씩 극복해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내 판단이 너희보다 옳아’, ‘너희는 모르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엘리트주의는 개선하기가 요원하다. 엘리트주의의 기저에는 효율성이라는 사고가 깔려 있고, 대화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요즘 협동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보는 중이다. 내가 28년간 몸담고 있는 생협에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협이야말로 상부상조의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결사체여서 영리 조직보다 민주적 대화 문화가 발달했을 것 같지만 예상외로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생협에서 임원을 몇 번 했는데도 그동안 잘못 알고 관행적으로 해온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이번 공부를 통해 깨닫고 낯이 뜨거웠다.생협에서 대화 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조합원에게 임원 입후보 기회를 공개적으로 주어야 하고, 임원들은 조합원에게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이사회에는 지역 대표와 부문별 대표뿐 아니라 연령, 경제 수준, 1인 가구, 나아가 환경 문제까지 고민하는 조합원이 골고루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대화의 폭이 넓어지고 자주 자립 자치라는 생협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이렇게 생협부터 대화로 협동을 실천해간다면 우리 사회는 조금 더 살 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2022-08-28

숨은 사회 카르텔

강길수 수필가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숨은 무엇이 그 저변에 꿈틀거리는 것만 같다. 온갖 일에 참견하고 비난하며, 편 가르고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는 존재인 듯하다.도대체 어떤 것이 내게 이러한 느낌을 들게 하는 걸까. 취임한 지 1분기밖에 안 된 대통령에게,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고 언론마다 난리굿이다. 신났는지 야당 의원이 ‘대통령 탄핵’이란 망발까지 말한 바 있다. 반면, 어떤 유튜브가 생방송으로 거리에서 조사한 대통령 지지율은 80~90%는 되어 보였다. 왜 이럴까. 여론조사기관의 발표 수치는 내가 피부로 느끼는 그것과는 왜 천양지차인가.지난달 말, 대법원은 2건의 총선 무효소송을 늑장 기각판결을 했다. 사람들과 단체들이 재작년 4·15총선 이후, 줄기차게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수많은 증거를 제시하고, 선거 데이터 조작을 외치며, 120건이 넘는 부정선거 소송을 제기했다. 그래도 우리 사회는 무덤덤했다. 아니, 애써 외면했다. 왜 주류언론과 법조계, 정치계, 학계,‘민주주의’를 주절대던 시민단체들은 침묵해 왔을까. 대법관과 지방 법관이 중앙 및 지방의 선거관리 위원장이기에, 팔이 안으로 굽을 수도 있는 선거조직의 구조적 결함을 정치권은 왜 수수방관만 할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3·9 대선 직후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대선과 총선의 선거 결과 데이터를 조회해 보았다. 사전투표 결과를 보는 순간, ‘이럴 수가!’하고 저절로 속말이 튀어나왔다. 멍해졌다. 수치가 진실을 웅변하였기 때문이다. 전 지역이 한쪽으로 치우친 선거 데이터는, 통계적 검토도 필요 없이 비정상 수치임이 한눈에 드러났다. 어떤 개입이 없는 한, 나올 수 없는 수치였다. 사람은 진실을 감출 수 있어도, 수치는 진실을 숨길 수 없는 법이다.우리 사회는, 해결하지 않으면 체제가 바뀔지도 모를 근본적 문제를 안고 산다는 마음이 짙어진다. 자유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공정성이 의심받고, 객관적으로 조사 발표해야 할 대통령 지지율을 국민이 못 믿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사회 카르텔이라고 해야만 할 음습한 힘이, 사회 전 분야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다. 그 카르텔이 정부와 국민을 이간시키고, 나라에 큰 해악을 주고 있지는 않을까.어떤 공동체가 체제 유지와 관련된 근본적 문제가 생겼는데, 그 해결을 외면한다면 공동체가 유지 발전할 수 있을까. 단연코 없다. 가정, 단체, 나라도 마찬가지다. 만일, 우리 사회 온 분야에 숨은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다면, 우선 그 카르텔을 백일하에 밝혀내야 한다. 존재 목적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반사회적 반국가적 카르텔이라면 필연코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결국 자멸할 것이다.‘민주’ 또는 ‘민주주의’란 이름이나 슬로건을 내걸고, 극히 반민주적 활동 행태를 보이는 정치권이나 기관, 언론, 노조, 시민단체를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현상들이 숨은 사회 카르텔과 이어지고, 수년 전 언론에 보도되었던 어느 정당인의 20년, 50년 집권론과도 연계되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부디, 내 느낌이 착각이면 좋겠다.

2022-08-28

어떤 대화

김규종 경북대 교수 누구에게나 타인과 말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내가 전하고 싶은 지식과 정보 혹은 정서의 교감을 바라기 때문이다. 대화가 잘 되는 사람에게 우리는 친밀감과 신뢰감을 가진다. 그럴 때 우리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야 하고 중얼거린다. 주변에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 인간관계의 질적인 차이가 확연해진다. 인간은 식주의(食住衣) 세 가지만으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얼마 전에 전화를 받았다. 정치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젊은이의 전화였다. 나는 몇 번이고 거절했다. 정치와 정치가에 대한 믿음을 접은 지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하지만 젊은이는 막무가내였다. 일단 만나서 자신의 말을 들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전화로 나눈다는 것은 어려운 노릇이다. 상대의 눈과 표정을 보면서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그의 답답한 심경은 진보와 보수, 개인과 집단을 넘어서 우리 시대가 당면하고 있는 현안에 관한 집단적 무의식 혹은 일방적인 편 가르기였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화나 토론이 아니라, 일방의 주장이나 욕망을 여과 없이 분출하는 한국인 특유의 집단적 무의식이었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적이고, 생각이 같거나 비슷하면 친구가 되는 케케묵은 구시대의 이분법이 그를 괴롭히는 것이었다.비교적 젊은 그였지만 그동안 만나본 사람들의 면면은 상당히 다채로웠다.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밝히고 내 의중을 묻는 정중함도 갖추고 있었다.다만, 내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불쑥 끼어드는 말버릇은 조금 거슬렸다. 아마도 그런 습관은 지금까지 그가 대면한 개인이나 집단이 그의 말을 끝까지 경청해주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존중받지 못한 사람은 조급해지기 쉬우며, 상대방의 말허리를 자르고 단도직입적으로 치고 들어오기 때문이다.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고요하고도 바닥 모를 심연으로 침잠하는 나의 내면세계를 본다. 젊었을 때 나 역시 정치와 정치가가 세상을 구원하고 민중을 구제하리라는 삿된 희망을 품었기에 청년을 향한 안타까운 맘이 적지 않았다. 그러하되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 수는 없었고, 때마침 대구로 귀환한 젊고 패기만만한 정치인을 소개했다. 나처럼 늦가을 물든 단풍잎처럼 고요해진 사람에게는 바랄 것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했다.뭔가 새롭고 활기찬 대화와 출구를 기대하고 찾아온 젊은이를 보내고 나서 잠시 회억(回憶)에 잠긴다. 40년 세월 거리에서 광장에서 지하철에서 소리쳤던 인간이 이토록 고요하게 자신의 지나간 시간과 공간과 관계와 시대를 돌아본다는 게 낯설게 다가왔다.하지만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가 아니고,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또한 없다. 그 시절의 내가 갈구했던 변혁과 새로운 시대정신은 이미 오늘날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그와 나눈 대화가 그에게 어떤 감상을 불러왔는지 나는 모른다. 그것은 그만이 알 수 있고, 오직 그의 몫이므로. 하지만 우리의 미래(未來)는 희망적이라는 소회는 생생하게 남았다.

2022-08-28

벌초(伐草)

우정구 논설위원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제법 선선하다. 한더위가 물러가고 가을이 어느덧 우리 앞에 다가왔다.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處暑)가 지난 지도 일주일이 됐다. 다음 달 8일은 농작물에 흰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다.가을의 기온이 완연해지고 오곡이 여물어가는 시절이다. 옛 속담에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늘린다”고 했다. 이때 비는 풍년이 들 징조로 여겼다는 것이다. 백로 이틀 뒤가 추석이다. 민족의 대명절인 이번 추석은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가족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명절이라서 유난히 기대감이 크다. 모처럼 만에 온 가족이 만나 명절의 기쁨을 나누게 된다.지금부터 벌초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조상의 묘에 자란 풀이나 나무를 베어내고 묘를 깨끗이 하는 벌초는 보통 백중(음력 7월 15일) 이후부터 추석 전에 한다. 설과 한식에는 성묘는 하지만 벌초는 않는다. 설에는 벨 풀이 없고 한식에는 풀이 막 자라기 때문이다.유교 사상에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 사람은 죽은 조상도 살아있는 사람처럼 잘 모시기 때문에 조상의 묘를 살피고 돌보는 일을 효행으로 생각한다. 벌초를 미리 해두지 않으면 불효로 여기기도 했다. 요즘은 바쁜 사정으로 대행업체를 이용해 벌초를 하는 가정도 많이 늘었다. 벌초가 끝나면 간단한 술과 과일을 차려놓고 재배도 한다. 이것 또한 묘제를 중시한 유교의 영향이다.벌초와 관련한 속담 중에 “추석 전에 벌초를 하지 않으면 조상이 덤불을 쓰고 명절 먹으러 온다”는 말이 있다. 조상의 음덕을 잘 기리자는 뜻이다. 코로나에 지친 우리 마음을 위로해 줄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왕이면 벌초도 잘해 기분 좋은 명절을 맞아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