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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불로장생의 꿈

불로장생(不老長生) 즉 사람이 늙지않고 오래 사는 것은 인간의 가장 큰 욕망이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은 이의 실현을 위해 온갖 방법을 고안했으나 성공한 사례는 없다.역사상 가장 오래 산 사람은 프랑스 잔느 깔망으로 122년을 살았다. 수명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깔망이 장수 집안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해 보았다. 그의 아버지는 93세, 어머니는 86세 그리고 남자 형제는 97세에 사망해 비교적 장수를 했다. 하지만 그의 딸은 35세 때 폐렴으로 사망했고 아들은 73세에 죽은 것으로 확인했다.학자들은 유전인자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대략 유전자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15∼30% 정도 본다고 한다.2천200년 전 중국의 진시황은 점술가 서불을 보내 불로장생의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백방 노력했으나 진작 그는 49세에 생을 마감한다. 조선시대 27명 왕의 평균 수명은 46.1세다. 영조가 81세로 가장 장수한 왕이지만 전체 왕 중 60세를 넘긴 왕은 20%도 안 된다. 사람의 수명은 신분의 귀천과는 관계없이 하늘에 달렸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그러나 19세기 이후 의술의 발달로 인간 수명은 실제로 늘어났다. 1950년대 50세에 머물던 한국인 평균수명이 2010년대에 와서는 80세에 도달했다. 한국인은 OECD국가 중 기대수명이 두 번째로 높다. 국가 복리와 경제 수준이 그만큼 좋아진 탓이다.문제는 기대수명이 높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건강한 상태로 사는 우리 국민의 건강수명은 아직 66.3세다. 아프지 않고 오래 사는 건강수명을 늘리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극복할 과제가 아닐까./우정구(논설위원)

2022-07-28

제4의 물결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풀러가 ‘제3의 물결’이란 책을 발간한 지 40여 년이 지났다. 그는 수렵·채집의 시대를 지나 농업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문명의 시대로 들어선 것을 제1의 물결로, 증기기관이나 전기 등의 새로운 에너지의 발명으로 일어난 산업혁명을 제2의 물결로 보았다. 이어서 제3의 물결이 도래할 것인데, 그것은 곧 정보혁명 시대가 시작될 거라고 했다. 과연 그의 예측대로 21세기 들어 정보통신의 혁명적 발전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그것은 곧 지식기반의 서비스 중심 사회를 의미하기도 한다.한편 다보스포럼의 슈밥 회장은 18세기 말 증기기관을 중심으로 한 산업발전을 제1차 산업혁명으로, 19세기 말부터 전기와 동력기계를 중심으로 한 산업발전을 제2차 산업혁명, 20세기 중반부터 컴퓨터와 정보 통신을 중심으로 한 산업발전을 제3차 산업혁명으로 규정하고, 모든 기술과 콘텐츠가 상호 연결하고 융합돼 발전하는 단계를 제4차 산업혁명 시기로 정의했다. 그래서 그 4차 산업혁명이 곧 제4의 물결이 될 것이란 전망이었다.우리나라의 경우 뒤늦게 제2의 물결에 합류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저만치 앞서 가는 선진국들을 따라가기 위해 불철주야 허겁지겁 달려온 거였다.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것만 같던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가서 제3의 물결이 밀려왔을 때는 앞서 가던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금부터는 새로 시작하는 제4차 산업혁명, 제4의 물결을 맞이한 출발점에서 당당하게 선두 주자로 달려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그런 희망을 가지게 된 것에는 그럴 만한 인프라가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정보화 지수는 세계 1~2위를 다투고, UN이 평가한 국가별 전자정부체계도 연속 세계 1위로 평가되고 있다. 명실공히 세계적인 선도 국가로서의 고도화된 정보화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미래학적 상상력이 절실한 시대에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의 행태는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요 첨단산업의 선두주자인 나라에 정치는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80년대 운동권의 정체성을 고수하고 있는 좌파 정치인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무리들은 나라의 흥망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어떻게든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려 정권을 되찾을 궁리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것 같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국민들의 의식은 바뀌지를 않았고, 좌파노조가 장악한 방송언론을 비롯해서 지난 정권이 각 부처에 ‘알박기’해 놓은 잔재들이 국가 정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좌파정권이 망가뜨려 놓은 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민심을 혼란케 하고 나라의 기강을 무너뜨린 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는 경찰들까지 정부시책에 반대하고 나선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경찰조직은 군대처럼 무력을 가진 공권력이다. 지휘계통이나 국가의 통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하는 이유다. 정부의 시책을 자의로 판단하고 반기를 든다는 것은 국가에 대한 반역행위나 다를 게 없다. 끊임없이 혼란을 조장해서 정권을 흔드는 세력들에 굴복해서는 닥쳐오는 새로운 물결에 침몰하지 않고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2022-07-28

메이드 인 코리아

윤영대 수필가 지난 19일 5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가 푸른 하늘로 날개를 폈다. 우리나라가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이 된 것이다. 미국의 협조 없이 우리 기술과 국내업체 약 225개의 노력으로 쌍발형 엔진과 최신 레이더를 갖춘 국산 스텔스기가 탄생 되었고, 향후 ‘메이드 인 코리아’ 전투기의 해외 수출길이 열리게 되리라 본다.반도체에서는 이미 국산이 대만, 미국을 제치고 나노 반도체 생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중국이 중하위 기술을 장악하여 바짝 뒤를 쫓고 있다. 통신 및 가전제품도 우리 상표가 전 세계에 알려져 있다. 해외여행 때 호텔 방마다 삼성과 LG전자의 대형 TV를 보노라면 국내인가 착각할 정도였다. 5G 통신망, 자율주행, 사물 인터넷 분야에서도 선두주자로 뛰고 있는데 중국이 수조 위안을 투자하며 기술표준 선점을 노리고 바짝 따라붙고 있다.우리의 원전 기술 또한 세계로 도약하고 있었는데 탈원전이라는 정책적 덫에 걸려 아랍에미리트에 ‘한국형 원자로’ 4기를 수출한 후 주춤하고 있고, 그 ‘제3의 불’을 전 세계에 지필 수 있는 기술과 인력을 빼앗긴 듯 아쉽다.수년 전 대규모 태양광 건설 현장을 가보고 또 놀랐다. 시설을 둘러보며 만난 현장 책임자가 중국인이고 태양광 패널의 명판을 보니 모두 ‘made in China’ 중국제품이다. 우리의 반도체가 얼마나 훌륭한데 국가에서 건설하는 대규모 발전시설에 중국제품이 판을 치는가. 국산품이 모자라면 조금만 늦추어도 될 텐데 섣부른 태양광 건설 추진이 푸른 산과 들을 파괴하고 우리나라 굴지의 생산업체를 파멸의 길로 몰고 있다. 지난달 LG전자가 사업을 철수하였고 현대에너지솔류션도 난망이고 겨우 한화큐셀만 마지막 패널 사업자로 버티고 있는 사정이다. 중국이 저가 공세로 우리나라 태양광 건설의 주도권을 쥐고 이미 국내 30% 이상을 점하고 있는 현실이다.어디 이뿐이랴. 며칠 전 이케아(IKEA) 생활용품 몰에 가서 스스로 만드는 DIY 가구 재료를 둘러보면서 ‘참 헐하다!’ 하며 이것저것 다른 품목들도 뒤적여 보았는데 거의 ‘made in China’ 표시이다. 디자인은 스웨덴으로 되어있으나 주방용 물품은 베트남, 타일랜드가 조금 섞여 있고 전등 같은 전기제품도 중국제이고 국산은 거의 없다. 우리 주위에 많이 생긴 ‘다이소’ 매장도 마찬가지다. 1천 원대의 값싼 생활잡화들이지만 대부분 중국산이며 베트남 제품들이 끼어있기도 한다.30여 년 전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슈퍼마켓에 들러 손톱깎이를 보고 가격이 싸서 얼른 한 개를 집어 들고 버스에 올라보았더니 ‘made in Korea’였다. 미제 하나 사려고 했는데 아쉬웠지만, 우리나라 제품이라는 것에 마음이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고급 전자제품은 국산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으나 우리의 간단한 실생활 용품은 저가(低價)라는 달콤함에 빠져 외국산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다시 국산 생활용품들이 우리의 옆에 돌아오기를 기다려 본다.

2022-07-28

공정한 사회와 자존감

노승욱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번 달 13일에 사상 초유의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했다. 그런데 최근 금융감독원이 가계 대출 차주의 상환 능력에 대해 분석한 내용은 심각하다. 가계 대출 평균 금리가 7%로 오르면 190만명이 소득의 70%를, 120만명은 90%를 빚 갚는 데 써야 한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부채보고서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올해 1분기 주요 36개국 중에서 가계 부채가 국내 총생산보다 더 많은 유일한 나라이다.빅스텝을 밟은 지 하루 만인 14일에 금융위원회는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을 발표했다. 금리 인상과 금융 대책을 하루 차이로 발표한 것을 보면 정부의 다급한 마음이 엿보인다. 그런데 금융위원회의 대책이 나오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상환 여력이 없는 부채자에 대한 원금 감면과 주식·가상자산 투자에 실패한 청년에 대한 이자 감면 방안 등이 도덕적 해이 논란을 촉발시킨 것이다.논란이 커지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취약층 채무 조정은 빚투한 실패자를 위한 대책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해명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부채 상환이 어려운 분들을 좀더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해 주고 도와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채무자에 대한 공정성과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세금으로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도 있다.미국의 철학자인 존 롤스는 자신의 저서 ‘정의론’에서 정의의 원칙을 “공정한 최초의 상황에서 합의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최소 수혜자의 처지가 개선됨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될 때 사회 경제적 불평등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차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현재 부채의 늪에 빠진 채무자들이 롤스가 말했던 차등의 원칙에 부합하는 최소 수혜자인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정의론과 대화하기’라는 책을 펴낸 서울시립대학교의 목광수 교수는 존 롤스를 이해함에 있어서 ‘자존감’이라는 의미를 강조했다. 목 교수는 최근 학술 발표회에서 “사회적 협력이 이루어지려면 사회 주체들 간에 자존감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제나 혜택을 받는 소수의 사람과 그렇지 않은 다수의 사람 모두 자존감이 상처받지 않고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자존감은 수혜자에 적용되는 원칙이 공정한 제도로 운영될 때 고양될 수 있다.윤석열 대통령은 ‘공정 사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면서 집권했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모토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공정(公正·justice)’이 실현되는 과정으로서의 ‘공정(工程·process)’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갚기 힘든 빚을 진 사람을 구제해 주는 방안에 대해서는 국민의 공감과 합의라는 절차가 중요하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이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제도를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22-07-27

MZ세대의 정신으로

김규인수필가 딸과 같이 홈플러스에 들른다. 1+1 상품에 반색하며 카트에 담는다. 이를 지켜보던 딸이 나무란다. 필요 없는 것을 왜 이렇게 많이 사느냐는 것이다. 아내가 반박하지만, 어딘가 궁색하다. 딸은 불필요한 것은 사지 않는다. 딸의 집에 갈 때 이것저것 사가면 집에 갈 때는 다 가지고 가라고 난리를 친다.딸은 전형적인 MZ세대다.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적다. 현재 필요한 물건만을 산다. 물건을 살 때는 꼼꼼하게 따진다. 가전제품을 살 때는 가격, 성능, 제품의 크기와 모양을 살핀다. 홈플러스와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돈다. 최소한 두세 번을 보고 물건을 산다. 딸은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개성은 살리고 꼭 필요한 것은 가격이 비싸도 산다.딸은 환경도 고려한다. 불필요한 옷은 재활용할 수 있도록 일부러 차를 몰고 가져다준다. 돈을 받고 파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한다. 개인의 편의보다는 환경을 고려한다. 소비는 개인의 취향에 맞추지만, 그것을 버릴 때는 그 뒤를 생각한다. 의외로 공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것이다.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자주 말한다. 내용은 좋은 말인데, 들을 때마다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 그럴까. 모두가 지속 가능한 삶을 바라지 않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지속가능한’을 외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아마존의 밀림이 사라진다. 지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터뜨리는 화약으로 몸살을 앓고 물가는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치솟는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에 국민은 죽겠다고 아우성친다. 경제가 어려운 나라의 대통령은 쫓겨나 다른 나라를 떠돈다. 전쟁 탓인지 경제도 정치도 사회도 모두가 불안정하다.기름값이 올라 살림을 옥죈다. 하루가 다른 물가에 씀씀이를 줄이고 꼭 필요한 물건만을 산다. 소비는 줄고 회사는 팔리지 않는 물건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금리는 세 번 잇달아 큰 폭으로 올라 돈을 빌린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우리의 삶이 더욱 피폐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진다. 견딜 만하고, 실용적이고, 공정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한데 말이다.요즈음 들어 MZ세대의 소비 패턴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MZ세대의 행동양식이 이 시대에 적합한 삶의 방식인 것 같아서다. 스마트폰 사용에 능해 정보에 빠르다. 교통수단과 도로의 발달로 속도도 빠르다. 쓰던 물건이 싫증 나거나 필요 없으면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거래한다. 맛집을 찾고 명소를 찾아 여가를 즐긴다.환경을 생각하고 자기만족을 위해 투자하는 MZ세대로 인해 지금의 소비 패턴에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우리나라도 덩달아 금리를 올린다. 높은 물가와 금리에 허리띠를 졸라매지만 삶은 지속하여야 한다. 환경친화적이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가치 투자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지금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우리들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 견딜 만하고 공정하고 실용적인 발전 방향을 찾아야 한다. 이 시대에 맞는 ‘지속가능한’ 합리적 소비를 하는 실천적인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2-07-27

학교는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나

장규열한동대 교수 대학 캠퍼스에서 저질러진 성폭행에 이은 안타까운 죽음이 언론지면을 뒤흔든다. 우발적인 범행이었는지 아니면 계획된 살인이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등교육의 현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어느 고등학교에서는 여교사가 남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성적조작 등 정상적인 학교업무 방해까지 의심된다고 한다. 교육의 현장이 어디까지 무너져야 하는지 도무지 헤아릴 길이 없다. 사람을 가르치고 길러야 하는 교정에서 도무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들이 발생한 것이다. 대학도 고등학교도 교육기관으로서 일정 부분 책임감을 느껴야 할 터이며 유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와 경계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나라의 앞날을 생각할 때, ‘교육’은 어느 정도의 우선순위를 차지해야 할까.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주창한 하버드대 조지프나이(Joseph Nye) 교수는 ‘21세기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근간으로 하는 하드파워(hard power)가 아니라, 매력을 통한 자발적 동의에 의해 얻어지는 능력이 중요해 질 것’으로 예견하였다. 즉, 부국강병을 앞세우던 경성(硬性)국가의 시대로부터 문화를 토대로 한 연성(軟性)국가의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문화는 교육, 학문, 예술, 과학과 기술 등 인간의 이성 및 감성을 토대로 한 창의적 노력과 관련된 모든 분야라고 하였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가 되어 소프트파워가 주도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나라의 앞날을 준비하고 미래비전을 세워가는 일에도 힘의 논리보다는 문화와 교육의 역할이 크게 주목되는 바이다.교육의 현장을 어찌할 것인가. 지난 정부도 교육에 그리 높은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더니, 새 정부에는 교육을 떠올릴 겨를조차 없어 보인다. 발등에 떨어진 경제적 난관과 정치력 조율에 매달린 나머지, 긴 미래를 두고 나라의 앞날을 조망할 호연지기(浩然之氣)는 찾을 길이 없다.교육의 현장에서 목격되는 부적절한 사고와 사건들은 우리 교육이 나라의 리더십에게 얼마나 심각하게 도외시되고 있는지 우회적으로 그러나 날카롭게 드러낸다. 이런 경고음을 치명적으로 인식하고 치밀하게 대응하여 교육이 지켜야 할 자리를 지켜내야 한다. 교육을 사람을 기르는 일이다. 변화하는 세상이 뒤틀린 가치를 끊임없이 제시해도, 교육이 제자리를 지키며 바른 기준을 꾸준히 가르친다면 나라와 사회는 균형을 잡고 나아갈 바를 찾아낼 터이다.교육현장의 무너진 모습에 교육을 맡은 이들이 특별한 각성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소프트파워의 맨 앞자리에 선 교육은 학교만 하는 게 아니다. ‘한 아이를 기르는 일에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whole village to raise a child)’는 아프리카 속담은, 교육의 책임이 어느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한정되지 않았음을 웅변한다.무너진 성도덕과 비뚤어진 성인지감수성은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발현의 장소가 ‘학교’였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교육이 스러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2022-07-27

건강수명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100세 시대’에는 건강수명이 중요하다.건강수명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활동하지 못한 기간을 제외한 기대수명을 가리킨다.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2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5년이다. OECD 1위 장수국인 일본(84.7년) 다음이고, OECD 국가 평균(80.5년)보다 3년 길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지난 2010년 80.2년으로 OECD 38국 중 21위였다. 10년 새 3.3년 길어 지면서 순위가 급상승했다. 경제 발전에 따라 생활 수준이 높아진 데다 가까운 거리에 병-의원이 있고, 공공 보건 기반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이제 우리도‘장수 국가’에 진입했다. 하지만 오래 살면 뭐하나. 건강수명은 그리 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예전보다 길어졌지만 건강수명은 2020년 66.3년으로 2012년 65.7년과 비교해서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무려 17.2년을 각종 질병으로 고생한다.남녀별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앓는 기간을 보면 남자는 14.9년, 여자는 19.3년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6년을 더 살지만 앓는 기간이 길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기간의 비율은 남자 81.4%, 여자 77.7%였다.우리나라 여성의 10대 사망 원인은 암, 심장 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 알츠하이머병(치매), 자살, 당뇨병, 고혈압성 질환, 패혈증, 만성하기도(기관지-폐) 질환 순이다. 특히 오래 살아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관절염, 척추 질환, 뇌졸중, 우울증 등을 예방해야 한다.건강할 때 무릎, 허리 관절 건강에 신경 쓰고, 음식 절제, 운동 등 생활습관을 바꿔 혈관질환을 막아 건강수명을 누리도록 하자./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7-27

매미

정미영 수필가 어제는 아침부터 온종일 여름비가 내렸다. 거실 창문에 빗물이 고여 있는 것을 기회로 삼아 모처럼 창틀에 쌓인 먼지를 닦으려고 했다. 창문을 열다가 매미 한 마리가 방충망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아파트 16층은 웬만한 나무 우듬지보다 훨씬 높다. 이곳에서 만난 매미는 반가움을 넘어 뜻밖이었다. 줄기차게 내리는 비에 매미 날개가 젖을까봐 신경이 쓰였다. 제비가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듯 다행히 빗물이 들이치는 곳이 아닌 장소에 본능적으로 몸을 의지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무척 대견스러웠다.방문객의 흔적을 사진으로 남기려고 손전화를 찾았다. 나 혼자 호들갑을 떨다 결국 방충망을 건드렸다. 놀란 매미는 뒤도 안 돌아보고 건너편으로 날아갔다. 매미가 조용히 쉴 수 있게 혼자 둘 것을. 매미 사진을 들여다보며 아쉬움을 달랬다.하루가 지난 오늘은 햇볕이 쨍쨍한 날이다. 전형적인 한여름 날씨를 보여 주려는 듯 후텁지근한 오후다. 갑자기 매미 울음소리가 수직으로 치솟는가 싶더니, 수평으로 눕기를 반복한다. 밀도 높은 울림소리의 방출이 계절을 알리는 전령사답다. 유달리 내 귀를 자극하는 커다란 소리에 혹시나 하고 작은 방 창문을 올려다본다.매미가 방충망에 붙어 자신의 존재를 우렁차게 알린다. 어제 우리 집에 방문했던 그 매미인가 싶어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으면서 자세히 살펴본다.몸매가 좀 더 통통한 것 같기도 하고, 다리가 좀 더 가느다랗게 긴 것 같기도 하다. 아무려면 어떤가, 연일 찾아와 생의 편린 중에 하나를 나에게 펼쳐 보인다고 여기니 매미가 정겹다.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 매미는 대략 7년간의 땅 속 생활을 마치고 일주일 정도를 땅 위에서 살다가 일생을 마친다고 들었다. 수컷 매미는 살아있는 동안 구애를 하기 위해 배 안쪽에 있는 울림주머니를 맹렬하게 빨리 움직이는 것일 텐데, 암컷 매미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지 않고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아 안쓰럽다.몸피를 뚫고 큰 소리로 우는 매미일수록 암컷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집 안을 뒤흔드는 소리로 짐작을 하건데 필히 울음통이 커서 매미들에게는 매력적일 것 같다. 얼른 자기 짝을 만나면 좋으련만. 사랑을 찾지 못하고 애타게 울고 있는 매미를 응시하다 보니, 사랑에 버림받아 매미가 된 트로이 왕자 티토노스가 불현듯 떠오른다.새벽의 여신 에오스는 미남 왕자 티토노스를 보자 한눈에 반했다. 그를 에티오피아에 있는 자신의 궁전으로 데려가 남편으로 삼고 두 아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에오스는 인간인 남편이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걱정했다. 제우스에게 티토노스를 불사(不死)의 몸으로 만들어 달라고 간청했다. 제우스는 에오스의 부탁을 들어주어 영원히 죽지 않게 만들었지만, 안타깝게도 늙지 않는 불로(不老)의 몸은 주지 않았다고 한다.에오스의 사랑은 점점 식어갔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고 피부가 주름투성이인 노인으로 티토노스가 변하자, 그를 궁전의 구석방에 가두고 청동 문을 잠가 버렸다. 슬프게도 티토노스의 몸은 점점 쪼그라들더니 작아져서 결국에는 요람에 눕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우스는 티토노스를 불쌍히 여겨 매미로 바꾸어 버렸다고 한다. 매미는 벽에 붙어 에오스를 애타게 부르며 울고 있었다는 비극적인 그리스 신화다.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의 유명한 대사로 인해 한 동안 내 가슴이 먹먹했던 것처럼, 변해버린 에오스의 사랑 때문에 매미로 변한 티토노스의 이야기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영원성을 믿고 싶은 나를 절망스럽게 만든다.요즘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이 칭찬 받는 세상이다.그러나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의 사랑만은 변덕을 부리지 않고 영속성을 유지하면 좋으련만. 우리 집을 찾아온 매미도 서둘러 사랑을 찾아 결실을 맺고 난 뒤,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고 자신의 일대기에 한 줄 적히기를 바란다. 매미를 관조하며 사랑의 가치를 가늠해본 시간이다.

2022-07-27

‘지속가능한 바다, 가치의 충돌을 넘어서야…’

요즘 외부인의 해루질에 어촌계의 시름이 깊어진다는 뉴스가 잦다. 해양경찰이 직접 단속에 나서 벌금을 매기는 등 현장에서 충돌도 계속 이어진다. 대부분이 스킨스쿠버 등 잠수장비를 이용해 전문적으로 해산물을 채취하거나, 금어기와 금지체장(전체 길이)을 지키지 않는 경우라고 한다. 스킨해루질(스킨스쿠버와 해루질의 합성어)이 하나의 레저로 각광받을 정도이니 ‘어업인과 비어업인 사이’, ‘어족자원 보호와 맛있는 음식’이라는 가치가 매번 충돌하는 셈이다.관광객과 비어업인의 생각은 간단한 듯 보인다. 바다의 어족자원이 어업인만의 소유는 아니니 자유롭게 해루질 재미를 즐기겠다는 것. 아예 수긍이 가지 않는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바다에서 생계를 잇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노고를 잊은 판단은 아닐까 싶다. 치어를 방류하고 인공어초를 심고, 금어기를 지키는 이들의 바람은 한결같다. 지속가능한 바다를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물론 처음부터 이들이 바다 생태계의 복원과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명태와 쥐치 등 특정 어족자원의 멸종위기를 겪고, 뱃일을 나가 텅 빈 어창으로 돌아오는 횟수가 늘면서 느낀 변화가 더 클 것이다. 산호초 등이 석회화되면서 바다 숲이 망가지고, 이로 인해 바다생물들의 산란장이 점차 줄었다. 급격한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도 있지만 1차적으로는 마구잡이 어획의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바다 밑바닥을 긁어 물고기를 잡는 대형 트롤 어선들의 경우, 바다 숲을 급격히 황폐화시킨다. 결국 아무리 써도 계속 쏟아질 것만 같던 물고기들은 대형 선망들의 쌍끌이 어업에 자취를 감췄고 치어들마저 희생양이 됐다. 지금도 어시장엔 총알오징어와 풀치, 깡치 등 어린 물고기들이 팔리고 있다. 치어마저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팔고 있으니 3~4년 후에 상품성을 갖춘 물고기는 당연히 찾아보기 어렵다.바다를 둘러싼 어업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있는 비어업인의 경우, 바다를 망친 주범은 ‘어민들’이라는 말을 쉽게 꺼낸다. 폐어구와 어망, 그물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며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매년 해양사고 원인 중 폐그물로 인한 ‘기관 고장’ 등이 전체 사고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선착장 등에 쌓아놓은 폐그물이 물에 떠내려 오거나, 버려진 것들로 인해 발생한 사고다. 어민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난립하는 양식장에 의한 바다 오염도 자주 회자된다. 한정된 공간에 물고기를 가둬 사료를 먹이는 지금의 양식법이 적조 등 바다 이상기후 발생을 촉진시킨다는 논리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바다는 어업인과 비어업인 사이 책임 회피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수산자원의 30%이상이 마구잡이로 잡히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2048년에는 수산물이 모두 고갈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여기에 마구잡이어업에는 비어업인의 낚시도 한몫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낚시 면허 제도를 도입하지 않아 낚시로 인해 한 해 잡히는 어획량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낚싯배 영업의 활성화와 낚시 문화 등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어획량임이 가늠된다.해양수산부가 1999년부터 도입한 총허용어획량(Total Allowable Catch, 이하 TAC)제도는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어업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연근해어업의 TAC를 45만 톤으로 확정하고 대상어종과 어업을 발표했다. 이는 올 한해 연근해에서 오징어와 대게 등 15개 특정 어종에서 쌍끌이대형저인망 등 17개 업종의 방식으로 잡을 수 있는 총허용어획량이 45만 톤이라는 뜻이다. 마구잡이 방식의 어업을 막기 위해 마련한 고육지책으로, 이는 우리나라 전체 어획량의 40%가 TAC 관리 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올해는 어획량 감소로 몸값이 오른 ‘멸치’가 TAC 시범사업 대상이 됐다. 뚜렷한 자원감소 징후를 보이자 정부가 멸치 기선권현망 업종을 대상으로 TAC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만선의 은빛 멸치를 그물에서 털어내던 바닷가 풍경도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정현미 작가 금어기에 대한 엄격한 적용도 계속된다. 산란기 등에 일정기간 어획을 금지해 어족자원을 보호하자는 의미로 어업인 사이에서 정착된 제도다. 다만 바다낚시나 해루질에서는 이를 명확히 아는 이들은 없다. 이는 낚시면허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캐나다와 미국 등 북미 뿐만 아니라 유럽의 많은 나라는 낚시면허제를 실시, 금어기와 금지체장(길이)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 낚시면허제가 정착되지 않는 이유는 세금 저항과 공유지를 대하는 태도로 보여진다. 어족자원은 잡는 이가 먼저라는 생각, 그래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약하다. 공유지는 결국 모두에게 최악의 비극으로 남는다. 지속가능한 어업은 TAC기반의 자원관리형 어업구조와 바다를 이용하는 모든 이들의 책임 있는 인식이 동반될 때 실현 가능하다. 어업인과 낚시꾼, 해양레저인 등이 지속가능한 바다 생태계 지킴이로서 제 역할을 할 때 바다 생태계는 살아나고 기후변화의 영향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곧 그 날이 오길 고대하며 오늘은 금어기에서 해제된 고등어와 오징어로 저녁식사를 차려보는 것은 어떨까. 결국 우리 모두는 바다 생태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22-07-27

‘대형마트 휴업 폐지’ 누굴위해 하나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가 ‘국민제안’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한 달에 두 번 휴업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의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대통령실은 현재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 온라인 제안 TOP10에 대해 국민투표를 하고 있다. 투표결과 상위 3개 제안을 확정해 국정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 정부가 그동안 기업 규제를 풀겠다고 강조해온 만큼,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10여년에 걸쳐 꾸준히 의무휴업제 폐지를 주장해왔던 유통 대기업들은 당연히 반색하고 있다. 아마트와 롯데쇼핑 주가도 상승세다. 대부분 메이저언론들도 대형마트가 일요일 휴업을 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영업규제에 대한 반대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반면 골목가게와 전통시장 상인들은 의무휴업제 폐지가 곧 골목상권 붕괴를 초래한다며 반발하고 있다.‘대형마트 규제법’은 지난 2013년 초 국회에서 통과된 법이다. 중소도시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키자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하고, 점포를 개설할 때 주변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도록 등록요건을 강화한 내용이다. 당시 언론보도 내용을 보니, 대형마트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규제 수위를 완화시키는데 총력을 쏟은 것을 알 수 있다.대형마트 규제완화에 앞서 정부가 꼭 짚어야 할 부분은, 서울에서 발행되는 메이저 언론들이 국민여론을 올바르게 대변한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메이저 언론들은 10년 후인 지금도 똑같은 논리로 비수도권 곳곳에서 문제가 되는 대형마트 입점을 옹호하고 의무휴업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유통대기업들은 꾸준히 이들 언론사 지면을 마치 전단지처럼 활용하며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 회사경영상태가 우선인 언론의 생리상 광고주 입장을 대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다행히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하려면 대형마트 규제법이 국회에서 개정돼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대형마트 영업규제와 관련해 ‘찬반 개정법안’이 나란히 발의돼 있다. 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지난해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이나 영업시간 제한에 상관없이 온라인 상품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반면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범위를 지금보다 확대하고 추석과 설날 당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비수도권 주민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똑같은 돈을 골목가게에서 쓰는 것과 대형마트에서 쓰는 것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천양지차(天壤之差)라는 점이다. 대형마트에서 쓰는 돈은 그날 바로 은행을 통해 서울로 가 지역 자산을 그만큼 축내게 된다. 그러나 전통시장에서 쓰는 돈은 즉시 골목상권으로 되돌아 나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 영세 상인을 비롯한 서민들이 번 돈은 은행에 들어갈 여유도 없이 곧바로 생계비로 쓰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형마트 규제가 골목상권 최후의 보호막이라는 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2022-07-26

은어 축제

은어(銀魚)는 동아시아에 서식하는 민물고기다. 산란과 무관하게 민물과 바다를 오가는 물고기다. 강에서 부화하여 바다로 내려가 자라고 산란기 이전에 일찍 강으로 다시 올라와 몇 개월 살다가 알을 낳는다. 물이 맑고 찬 곳을 산란 장소로 찾고 있어 은어는 청정 1급수에 서식하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임진왜란 당시 선조가 피난처에서 맛있게 먹었다던 은어는 본래 묵어다. 선조는 전쟁 중 묵어를 맛있게 먹고 이를 은어라 부르게 했으나 뒷날 궁에서 다시 먹어보니 그 맛이 나지 않아 도루묵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도루묵과 은어는 다른 고기며 서식지와 모양, 생태, 맛, 조리법 등도 다르다.은어는 민물고기 중에서도 고급식재로 이름이 나 있고 살과 내장에 배어든 특유의 향이 일품이어서 영어로는 sweet fish라 불린다. 은어로 만든 요리는 은어구이, 은어찜, 은어 튀김 등이 있으며 회로도 먹을 수 있으나 민물고기의 특성상 기생충이 많아 반드시 익혀 먹는 것이 좋다. 옛부터 임금님의 수라상에 진상되던 최고급 요리다.봉화 내성천은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선달산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흘러 영주와 예천, 문경을 거쳐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하천이다. 이곳에 은어가 많이 서식한다. 군은 이에 착상해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 봉화 은어축제를 연다. 청정 1급수의 물고기인 은어의 이미지를 활용해 청정도시도 알리고 관광객도 불러들인다. 여름방학과 휴가철이라 직장인과 학생 등 가족단위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물속에서 은어도 잡고 잡은고기로 요리도 하는 체험놀이를 즐기며 한여름 더위를 식힌다.23년 전 처음 시작한 은어축제가 올해도 30일부터 열린다. 한번쯤 가볼 만하지 않겠나./우정구(논설위원)

2022-07-26

단순함의 미학

‘탑건: 매버릭’엔 1980~90년대 낭만적 허세가 있다. /영화 홈페이지 ‘탑건: 매버릭’을 봤다. ‘남산의 부장들’ 이후 2년 6개월 만에 극장에 가서 본 영화다. 코로나로 인해 극장에 가길 꺼려했고, 같이 영화 볼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볼 만한 영화가 없어 통 극장에 가질 않았다. 그런데 1986년 개봉한 ‘탑건’의 후속편이라니, 또 주변에서 재밌다고 난리 치니 극장에 가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고등학생 때로 기억한다. 청소년 관람불가였음에도 비디오 가게에서 ‘탑건’을 빌려 봤다.오프닝 화면과 함께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좀 뭉클해졌다. 1986년작과 똑같은 음악, 똑같은 구도의 시퀀스, 본편의 오리지널리티를 고스란히 되살려낸 연출이 1980~90년대 향수를 자극했다. 80년대에 나는 미취학 아동이었으므로 별로 할 말이 없지만, 90년대라면 다르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를 90년대에 보냈다. 그 시절에 보고 듣고 읽은 영화, 음악, 책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톰 크루즈가 철 지난 항공점퍼를 입고, 레이밴 선글라스를 끼고, 가와사키 오토바이를 타고 이륙하는 전투기와 나란히 달리는 장면에서 쾌감을 느꼈다.한 줄 감상평을 남기자면, “다시 군대에 가고 싶을 지경”이다. 오랜만에 가슴 뜨거워지는 영화를 봤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스펙터클한 영상미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투박하고 간단하지만 명료해서 좋았다. 선이 굵고 호방해서 통쾌했다. 석양, 해변 럭비, 술집 골든벨, 오토바이, 레이벤 선글라스, 록 밴드 음악, 제복 등 구닥다리 형식으로 폼 잡는 게 좋았다. 그게 흥행의 이유라는데, 사실 ‘주말의 명화’ 시절 영화들은 다 그랬다.‘다이하드’, ‘리셀웨폰’ 같은 액션 영화들은 물론이고, 팔씨름 하는 영화(‘오버 더 톱’), 양치기 돼지가 주인공인 영화(‘꼬마돼지 베이브’), 누가 오래 잠수하나 시합하는 영화(‘그랑블루’)도 있었다. ‘가을의 전설’이나 ‘브레이브 하트’, ‘늑대와 춤을’ 같은 영화는 서사의 아름다움과 함께 영상미가 압권이었다. 우리나라 드라마 ‘모래시계’만 봐도 마지막 장면은 지리산 노고단의 겨울 석양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역광 속 뒷모습을 담았다. 단순하지만 멋이 있었다. 아니, 단순해서 멋있었다.요즘 영화도, 음악도, 문학도 다 복잡하기만 하다. 내밀한 세계로, 미시적인 세계로만 파고들다보니 작고, 어렵고, 난해하다. 천재적이지만 멋이 없다. 근래 한국소설을 읽다보면, 장편도 아니고 단편임에도 자기가 설정한 이야기의 복잡성에 갇혀서, 작가 스스로 미로를 헤매는 그런 작품들을 종종 보게 된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계산적이고, 복잡다단하고, 속을 알 수 없다. ‘탑건: 매버릭’을 보며 제일 반가웠던 건 1980~90년대의 낭만적 허세,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 단순함이었다.얼마 전 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중년 남성이 커피숍 키오스크 사용법을 몰라 주문에 애를 먹자 애꿎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욕설을 했다. 아르바이트생은 자주 겪는 일이라는 듯 유쾌하고 유연하게 대처했다. 나이 어린 사람에게 대뜸 큰소리부터 지른 소위 ‘개저씨’를 비난하는 여론 가운데 키오스크 시스템이 디지털 문명에 익숙지 않은 고령 세대를 소외시킨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숍 키오스크뿐인가? 스포츠 경기, 공연, 항공권 예매도 이제는 온라인 서비스나 무인 시스템으로 거의 전환됐다. 각종 보안 인증 시스템도 문제다. 공인인증서는 폐지됐다지만 더 복잡한 것들이 생겨났다. 지난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위해 국세청 홈택스에 접속했다가 짜증나 죽는 줄 알았다. 세금 신고와 납부를 장려하려면 관련 용어와 절차부터 좀 쉽게 바꾸면 안 될까? 세무 전문가가 아닌 이상 알아볼 수 없는 어려운 한자어와 수식들을 보면서 ‘일부러 이러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오만해진다. 오래된 것은 모두 낡고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여긴다. 사회 시스템도, 영화도, 음악도, 문학도 모두 첨단을 지향하는데, 첨단으로 가는 방법이 많아질수록 절차는 복잡해진다. 그 복잡함은 결국 우리 스스로를 폐쇄된 세계 안에 가두게 한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자꾸 틀려 집에 못 들어가거나 웹 사이트 패스워드를 분실해 영영 ‘온라인 미아’가 되기도 한다.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 곁에는 친구가 없다. ‘탑건: 매버릭’에서 매버릭은 중요한 순간에 늘 망설이는 루스터에게 이렇게 말한다. “생각하지 마.”

2022-07-26

고물가 시대 생존법

장을 보러 갈때면 한숨이 푹푹 나온다. 금겹살이라 불리는 돼지고기는 쳐다보지 않은지 오래 되었고 자두나 복숭아, 수박 같은 여름 과일도 가격 보고 놀라 금세 내려놓고 만다.높은 가격에 섣불리 카트에 담지 못하다 결국 향하는 건 세일코너. 그런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카트에 물건을 담을 떄마다 더해지는 가격 계산을 하다보니, 언제부턴가 장보기가 숙제마냥 피로하게 느껴진다.일이 있어 외출했다가 점심을 밖에서 해결해야 할 때도 난감하다. 냉면은 1만원 중반대를 훌쩍 뛰어 넘는데다가, 비빔밥이나 국밥도 9천원이나 달한다. 만 원 아래로 사 먹을 수 있는 메뉴가 굉장히 제한적이니, 이제 외식은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야 잘 하지 않게 되었다.물가 폭등 현상은 비교적 소득이 적은 20대에게 더 무겁게 다가온다. 최근 여러 신조어도 생겨났는데,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난 상황을 뜻하는 ‘런치 플레이션’, 앱을 통해 돈을 아끼는 ‘앱테크족’. 외식을 지양하고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로 끼니를 해결하는 ‘냉털족’ 등이 생겨났다.사회에 발을 내디딘 지 1년 차인 초년생 친구는 점심을 저렴하게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 서비스에 구독했다고 한다.편의점 구독 서비스란 단어가 생소해서 알아보았더니. 2000원에서 4000원 사이의 월 이용료를 내면 약 20~30%정도 상품을 할인가에 살 수 있는 멤버십 제도였다. 물론 상품 가격마다 다르지만 도시락은 약 1000원에서 1500원에서 정도 할인 받아 살 수 있었고, 커피 또한 할인받아 1000원 아래로 즐길 수 있었다.먹거리 외에도 와인이나 맥주 같은 주류, 또는 생리대와 마스크 같은 생활용품도 다양하게 보였다. 결제시 통신사 할인이나 기타 할인까지 더할 수 있으니, 월급 빼고 다 오른 웃픈 현실에서 편의점 구독화하기는 필수처럼 여겨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인터넷에서 물건을 살 때도 이젠 최저가 검색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정 쇼핑 사이트에서 물건 구매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쇼핑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G마켓이나 11번가, CJ온스타일 등 250여개 브랜드와 제휴를 맺어 할인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고, 일일이 쇼핑몰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이 아닌, 해당 플랫폼 페이지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면 결제 금액의 일부를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방식이다.본가에서 나와 1인가구를 꿋꿋이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날 때면 ‘이토록 아껴서 뭘 하나’ 싶을 정도로 시시하지만 유쾌한 정보와 감정을 공유하는 순간이 있다.대중교통 비용을 할인해주는 알뜰교통카드 발급이나 일정 금액 이상 꾸준히 저축시 2배 이상의 금액을 더해주는 저축 제도, 또는 소셜커머스 플랫폼에서 이벤트로 저렴하게 나온 핫딜 구매가 등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안부를 묻는다.최근 친구들에게 반응이 좋았고 나 또한 만족스레 이용하고 있는 건, 버려질 위기에 처한 농산물 구입이다. 생각보다 농산물은 맛이나 영양소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작은 흠집이 있다거나 모양이 이상하거나, 또는 판로가 부족하여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여러 이유로 버려질 위기에 처한 농산물들을 저렴한 가격에 배달해주는 여러 플랫폼들이 생겨나고 있다. 검색만 해도 쉽게 찾을 수 있어서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업체를 선택하면 된다. 대부분 배달 주기도 원하는 기간으로 설정할 수 있고 선호하지 않는 채소가 있다면 뺄 수 있어서 편리하다.가지나 감자, 방울토마토, 브로콜리, 초당 옥수수 등 다양한 종류를 소량으로 박스에 담아 보내주고, 시세 대비 30% 저렴한 가격인 약 2만원 안쪽으로 살 수 있으니 1인 가구에 적합하다.물가 오름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원인 또한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이어져 있어 해결책이 쉽지 않다.아직도 지구 한 편에서는 참혹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니 전 세계 공통적으로 쉬이 풀 수 없는 지난한 일임을 인지하고 나는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대응책을 찾아보려 한다. 또한 정부에서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이 지속적으로 강구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바라본다.

2022-07-26

라파엘로 걸작 ‘의자에 앉은 성모 마리아’

라파엘로作 ‘의자에 앉은 성모 마리아’. 1513년경, 피렌체 팔라초 피티 소장 피렌체 팔라초 피티(Palazzo Pitti)는 1458년 피렌체의 유명한 은행가 루카 피티를 위해 지어졌고 1549년 메디치 가문이 매입해 토스카나 대공의 저택으로 사용되었다. 피티 궁전은 대공 페르디난도 2세의 지시에 따라 1637년부터 1647년 사이 전시공간으로 새롭게 단장되었다. 이때 메디치 가문이 소장하고 있던 르네상스와 바로크 작품을 모아 전시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되는데 이곳이 피티 궁전을 대표하는 회화 전시관 ‘팔라티나 미술관’으로 라파엘로, 티치아노, 루벤스 등 서양미술사 최고 거장들의 작품 500여점이 소장되어 있다.피티 궁전의 개축을 책임진 사람은 화가이면서 건축가였던 피에로 다 코르토나였다. 화려한 대리석 계단, 백색의 스투코로 장식된 천장, 장식적인 건축에 조화를 이루며 벽면에는 몇 점의 회화 작품들이 아래 위로 걸려있다. 전시된 작품들 중 그 어느 것도 미술사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전시장 벽면에 걸려있는 작품들은 결코 자신의 목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지 않는다. 어쩌면 낼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건축 공간을 수놓는 화려한 장식 속에서 그림들조차도 장식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걸려 있기 때문이다.감상자의 눈높이 보다 훨씬 높은 곳에 걸려 있는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작품 표면에 남아 있는 붓 자국이나 색감을 면밀하게 살피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그저 위를 쳐다보며 그림의 이미지만 겨우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모든 작품들이 불친절하게 걸려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작품들은 아주 적당한 눈높이에 설치가 되어 있어 비교적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가능한데 그 중에 라파엘로의 걸작‘의자에 앉아 있는 성모 마리아(Madonna della Seggiola)’가 특히나 시선을 사로잡는다.1513년에서 14년경에 그려진 라파엘로의 작품은 원형의 틀 안에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묘사하고 있다. 라파엘로는 원형의 틀이 가지는 형태를 인물들의 움직임 속에 투영시킴으로써 틀과 인물 간의 관계를 조화롭게 해결한다. 원형과 조화로운 회화적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서 팔과 다리, 머리와 휘감긴 옷 주름 등이 서로 얽히고설킨 복잡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둥근 화면과 그림 속 인물들 간의 조화는 거의 완벽에 가깝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하지만 감상자를 응시하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시선이 어딘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경계하는 듯한, 겁을 먹은 듯한 표정 때문이다. 마치 둥근 천장을 통해서 침입자인 우리를 경계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아기 예수는 몸을 뒤로 움츠리며 어머니 마리아의 품을 파고든다. 그림 속 두 인물들은 왜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언제나 그렇듯 라파엘로는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성모 마리아를 표현했다. 하지만 그녀가 발산하는 아름다움은 여성의 세속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종교적 숭고미이다. 라파엘로는 인물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던 르네상스 거장이다. 그의 작품들은 후대 미술가들에게 중요한 모범이 되어 지속적으로 모사되었다.18세기 독일 출신의 미술사학자 요한 요아힘 빙켈만은 라파엘로가 미켈란젤로를 넘어서고 티치아노나 카라바조 보다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수백 년 동안 숱한 미술가들이 라파엘로의 작품을 모방했다. 어쩌면 그러한 이유로 후대 어느 시점에 와서는 그의 작품들이 조금도 신선하지 않은 그래서 오히려 식상한 것으로 여겨졌는지 모르겠다.실제로 1848년 영국에서는 ‘라파엘로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를 외친 미술가 그룹이 결성되었다. 라파엘전파(Pre-Raphaelite)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젊은 미술가들은 라파엘로 이후로 미술이 틀에 박혀 기계적으로 답습되는 퇴보를 걸어왔다 믿었고 시간의 흐름을 그 이전으로 돌려놓으려고 했다. /미술사학자  김석모

2022-07-25

그 길밖엔 없어 <Ⅲ>

지금 무엇을 어떻게 조사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를 통해 뭔가를 알아보려 하지 마십시오. 인공 장기까지 달았던 사람들이 그저 쉽게 죽겠습니까? 사모님이 받은 인공 콩팥은 하늘에서 뚝 떨어졌겠습니까? 사모님 장기는 어디서 왔는지 아십니까?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다른 것은 다 까먹어도 사모님 콩팥이 어떻게 왔는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형사님을 이용해 먹지는 않았습니다. 형사님께 빚진 것이 없었다면 형사님을 제법 괴롭혔지 싶습니다. 그러니 이런 일로 제게 전화하지 마십시오. 형사님은 그저 물어보는 것이겠지만 저는 취조당하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저는 형사님의 정보원이 아닙니다. 허 형사님께 부탁드리는 말씀입니다. 제가.허 형사의 아내에게 이식했던 인공 콩팥은 교통사고를 당한 노인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허 형사의 아내와 마찬가지로 당뇨로 인한 신부전으로 투석을 하고 있던 노인이 이식받아 육 개월 정도 사용했던 콩팥이었다. 콩팥을 바꿔 단다고 당뇨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질은 훨씬 나아졌을 것이다. 이틀에 한 번씩 혈액 투석을 하기 위해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 그런데 육 개월밖에 더 살지 못했다.아들이랑 백화점에 가는 길이었데. 갑자기 끼어드는 차를 피하려다 방호벽을 들이박은 거지. 설상가상으로 조수석 에어백이 작동을 안 한 거야. 아들은 찰과상, 아버지는 사망. 그렇게 된 사연이야.물건을 넘겨주던 병원의 직원이 우현에게 해 준 이야기였다.하여튼 우현 씨는 물건 냄새를 잘 맡는단 말이야. 중고 물건이 나올 줄 어찌 알았을까? 얼마 전에 우현 씨가 전화로 혹시 물건 나오면 꼭 먼저 연락 달라 했었잖아. 응급실에서 인공 장기 환자 사망이 있다고 콜이 오는데 우현 씨 생각이 바로 나더라고.병원 직원이 덧붙여 말했었다. 직원의 안주머니에 하얀 봉투를 넣어주며 우현이 대답했다.무슨 그런 큰일 날 말씀을 하십니까. 이식 기다리던 환자가 운이 좋은 거지요. 이건 감사의 표시구요. 이번에는 조금 더 넣었습니다. 유가족에게는 제가 직접 이체하겠습니다. 계좌번호만 보내주십시오.돈이 된다는 소문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여러 신생 업체가 덤벼들던 시기였다.박 팀장이 허 형사의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허 형사가 고개를 들었다. 박 팀장의 손에 종이컵이 두 개 들려 있었다. 박 팀장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까딱하고는 종이컵을 내밀었다.-한 대 피우자고.-바쁩니다.허 형사가 다시 모니터로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야, 허 형사. 아직 삐져 있는 거야? 왜 그래, 사나이가. 풀어.박 팀장이 종이컵을 든 팔로 모니터를 가리며 말했다.-삐지다니요. 왜 이러십니까.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담배가 웬 말입니까? 여기 폴더 안에 들어 있는 파일들 안 보이십니까? 일일이 다 확인해야 합니다. 둘이서. 내가 형사로 온 건지 모니터 요원으로 온 건지. 방해하지 마시고 혼자 가서 피우십시오. 열심히. 조심하십시오. 커피 쏟아지면 오늘 작업한 것 다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허 형사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박 팀장의 팔을 모니터 밖으로 빼냈다.-미안해. 그래서 이렇게 커피 뽑아 왔잖아. 그리고 천천히 해도 된다 했잖아. 자, 한 대 피우러 가자니까.허 형사가 고개를 들었다. 박 팀장이 웃고 있었다.-이번에는 안 풀려고 했는데. 아이 씨.허 형사는 한 마디 내뱉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 팀장은 허 형사의 손에 종이컵을 쥐어주고는 허 형사의 어깨를 툭 쳤다. 밖으로 나온 박 팀장과 허 형사는 주차장 뒤쪽 벤치에 앉았다.-그래. 뭐 나온 것 좀 있어?박 팀장이 허 형사가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여 주며 물었다.-뭐가 나왔다고 말하기는 좀 그런데요. 올더앤베러의 공장이 진주에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사건 당일 진영휴게소에 서 있던 컨테이너 수송차량이랑 다른 트럭들 중에 올더앤베러 소유의 차들이 많았습니다. 올더앤베러에 전화해서 물어보니까 거의 주차장처럼 사용한답니다. 진주랑 가까워서 거기서 빈차로 대기하고 있다가 필요하면 진주로 와서 실어나가고, 일 없으면 휴게소에 세워놓고. 운전기사는 개인차량으로 진영 휴게소에 출퇴근하듯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답니다.허 형사는 담배 연기를 한 모금 들이마신 뒤 내뱉었다. 박 팀장이 허 형사의 무릎에 손을 얹었다.-수고하네. 지겨운 일 맡겨서 미안하다. 들어보니 아직 뭐 특별한 진척이 있는 것은 아니네. 그지?-진척이 있을 리가 있습니까? 이제 겨우 CCTV 파일 중 육십 퍼센트 정도 보았는데요. 일단 모두 살피고 나서 특별한 내용이 있든 없든 진영 휴게소와 올더앤베러 진주 공장에 한 번 다녀올 예정입니다. 사건 당일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휴게소의 같은 자리에 있는 컨테이너나 트럭들도 살펴보고, 휴게소에 없는 차량들은 진주 공장에 가서 살펴봐야겠습니다. 아직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일반 승용차에서 범행을 저지르기에는 좁을 것이고.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승합차가 오랫동안 서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저는 왠지 컨테이너 트럭이나 냉동 탑차 같은 것이 범행 장소로 유력할 것 같습니다. /김강 소설가

2022-07-25

민주적 통제인가, 중립성 훼손인가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권력의 비대화는 부패 가능성을 증대시킨다. 공권력의 두 축인 검찰과 경찰도 마찬가지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주체가 바뀌어도 민주적 통제는 여전히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역설했고, 윤석열 정부는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주장한다. 하지만 두 정부는 모두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할 사정기관의 정치적 중립에는 관심이 없다.정권교체로 여야의 공수(攻守)가 바뀌었다. 정부여당은 민주적 통제를 명분으로 경찰을 장악하려는 반면, 야당은 수사기관의 중립성을 보장함으로써 정부여당의 영향력을 배제하려 한다. 집행 권력을 가진 정부여당은 입법이 필요 없는 시행령으로 경찰을 통제하려고 하는 반면, 입법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야당은 법적 제도화를 통해서라도 경찰의 중립성을 제고시키려 한다.‘민주적 통제’와 ‘중립성 훼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권력기관은 통제받지 않으면 부패되지만, 정치권력에 의한 통제가 강화될수록 중립성은 더욱 훼손된다. 권력의 속성상 모든 권력은 통제받아야 한다는 ‘당위론’과 권력에 의한 통제는 사정기관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킬 뿐이라는 ‘경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권력정치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 엄존하는 딜레마이다.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권력이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문제는 통제의 구체적 방법론이다. 현재 추진 중에 있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은 경찰의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조직법과도 충돌한다는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행안부장관이 인사와 감찰을 무기로 통제할 경우 경찰은 무력화(無力化) 될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의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민주적 통제는 권력의 예속화에 불과하다.윤 대통령은 대선 때 “검찰의 중립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를 공약했다. 하지만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이 없는 상태에서 ‘윤석열 라인’을 중용하여 대통령-장관-검찰청으로 이어지는 직할체제를 구축했다. 이러한 코드인사가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말인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수사기관의 생명은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이다. 권력의 시녀가 된 검찰에게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민주적 통제의 이름으로 공권력을 예속화하는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정치는 ‘민주를 빙자한 독재’이며 ‘권력을 위임한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모든 권력기관은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지만, 공정성이 생명인 사정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정권이 검찰과 경찰을 허수아비로 만들면 당장은 통치하기 쉬울지는 몰라도 결국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온다.민주적 통제와 정치적 중립이 충돌할 때는 시비를 가려줄 심판관이 필요하며, 그 심판은 바로 대통령과 국회에 권력을 위임한 국민이다. 심판은 공정해야하기 때문에 이념과 진영에 갇혀서는 안 된다. 정치인들의 권모술수와 감언이설에 현혹되지 않는 국민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

2022-07-25

온열질환 주의보

전세계적으로 폭염이 이어지면서 일사병이나 열사병 등 온열질환에 걸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사병과 열사병은 이름이 비슷해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증상도, 위험성도 크게 다른 질환이다. 우선 일사병은 ‘열탈진’으로도 불리는데, 더운 환경에서 땀을 많이 흘려 수분과 전해질 부족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된 증상은 어지럼증, 두통, 구토 등이며,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그늘에서 충분히 쉬거나 전해질이 들어간 스포츠음료·주스 섭취, 샤워 등을 통해 증상을 쉽게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열사병은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될 때 체온 조절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치사율이 30%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열사병의 가장 큰 특징은 체온은 높은데 땀이 나지 않는 것이다. 체온조절 장애로 인해 체온이 40℃ 전후로 올라가면서 피부가 붉고 뜨거워지지만 땀은 나지 않아 피부는 건조하다. 메스꺼움, 구토, 두통,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동반되며, 판단장애, 섬망(일시적 의식 혼동) 등 이상행동을 보인다. 증상이 심해지면 의식을 잃고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다발성 장기손상 및 기능장애 등으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기온이 섭씨 40℃를 웃돌았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각각 500명과 1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무더위에 숨졌다. 국내에서도 최근 5년간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100명에 육박했다. 온열질환 예방법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득이하게 더운 환경에서 작업을 하거나 운동을 해야 할 경우는 자주 그늘에서 휴식을 취해주고, 충분한 수분섭취를 하도록 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7-25

물소리 물장구소리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여름은 더워야 제맛이라지만, 너무 덥다 보니 각종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유례없는 폭염 경보에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수온상승으로 인해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가 하면 영국에서는 과다한 지열 탓에 자연발화 화재가 발생하는 등 지구촌은 보통 난리가 아니다. 지구 온난화의 습격인지, 산업 문명화의 경고인지, 기상이변에 따른 걷잡을 수 없는 재해재난이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듯하다. 꺾이는가 싶던 코로나19 변이종이 교묘하게 재확산되고 날씨마저 극성이니, 정말 한여름의 고역이 아닐 수 없다.타는 듯한 삼복(三伏)더위 중 가장 덥다는 중복이다. 가마솥이나 찜통 더위로 비유되는 복더위는 작렬하는 태양이 내뿜는 후끈한 열기로 대지를 인정사정없이 달구고 있다. 간혹 소나기나 장마가 열기를 식혀주기도 하지만, 숨이 막힐 듯한 무더위를 피해 바다나 계곡으로 떠나는 발길이 중복을 전후해 많아지는 하계휴가가 집중되기도 한다. 경제활동을 위한 일도 중요하지만, 특히 혹서기에는 쉼과 힐링이 있는 삶이 중차대하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시 일손을 놓고 일상을 벗어나는 피서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봄날 아침에 들길 거니는 것/여름 한낮에 계곡에서 멱 감는 것/가을 저녁에 오동에 걸린 달을 보는 것/겨울밤에 소나무에 이는 바람소리 듣는 것(春朝行郊外/夏日泳溪中/秋日望桐月/冬夜廳松風)” - 강성위 한시 ‘四時四快’ 오언절구 전문. 여름날의 묘미는 무엇보다도 개울에서 물장구를 치며 물놀이를 하는 것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오래 전 당시 초·중학교를 다니거나 들일로 개울가를 지나치다가 좀 덥다 싶으면 그대로 물 속으로 뛰어들어 자맥질을 일삼기도 하고, 또래들과 어울려 채반이나 반도로 천렵을 할 때면 거의 한나절 이상을 물 속에서 살다시피 하곤 했다. 또한 달 없는 밤엔 비누와 수건을 챙겨 동네의 빨래터나 물목 좋은데로 가서 몸의 때를 제대로 벗기고 씻으며 가슴 속까지 서늘해지는 여름밤의 낭만을 즐기기도 했었다.‘석양이 함께 와/물장구치던 시냇가//그 물결 부드러워/바위들도 옷을 벗고//물소리/물장구소리/먼 옛날 그 시냇가//가슴 결에 묻어 놓은/수줍은 생각 하나//물결이 칠 때마다/애잔한 모습 되어//소년은 냇가에 앉아/지난 세월 줍고 있다’ -拙시조 ‘시냇가에서’ 전문. 밤낮없이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고향의 시냇가를 거닐다 보면 아련한 추억들이 물보라로 일어서거나 물빛 웅성거림으로 소용돌이치는 듯하다. 나뭇잎배를 띄우며 바다에 이르는 마음을 그려 보기도 했었고, 풀섶의 반딧불이를 쫓으며 작은 꿈이나마 오래도록 초롱하게 빛나기를 보듬기도 했었다. 잔잔한 여울의 속삭임이 유년의 재잘거림처럼 다가오고, 세차게 굽이치는 물살이 소년의 다부진 포부 마냥 거침없이 달려가던 시절이기도 했었다.하천정비사업으로 물길이 달라지고 아늑한 예전의 자취는 사라졌지만, 하염없이 흘러가는 물은 여전히 부드러운 율(律)과 한결 같은 격(格)으로 여울지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끝없는 경전의 올을 풀어내고 있다. 물소리에 스민 사연과 물장구에 어우러진 무구함이 때때로 삶의 장단을 부추기는 듯하다.

2022-07-25

안전의 핵심, 불안전한 행동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영화 ‘버티컬 리미트’는 K2 등정에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주 생생하게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한계에 도전하는 인간들의 좌절과 승리를 보여주는 이런 소재의 영화들은 생각보다 꽤 많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인간승리를 그린 실화 바탕의 영화 ‘히말라야’도 그중의 하나이다.K2는 히말라야의 8천 미터 급 봉우리 중에 하나이며, 에베레스트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영화에서 카메라는 자주 인광을 형형하게 발하는 설원과 깍아지른듯한 겨울 빙벽을 비춘다. 그 겨울 빙벽에 자일로 이어져 매달려 있는 사람들. 산소 부족과 호흡곤란,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뇌에 물이 차는 현상으로 두뇌가 활동이 느려지면서 인지하고 판단하는 데 지장을 받는다.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맞부딪히게 되는 자연과 일대 일로 붙는 처절한 극한의 싸움, 눈보라처럼 호되게 내려치는 그 도저한 정신을 보며 함께 고난을 극복하며 산의 정상을 공격하는 스토리의 주인공인 양 감동을 느끼지만 안전이란 관점에서 영화를 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상이 악화됨에도 불구하고 등반을 강행하는 이들에게 눈 폭풍이 덮치고 속수무책이 된 채로 희생되는 결과는 절차와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불안전한 행동의 대가이기 때문이다.최근 5년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2017년 964명에서 2021년 828명으로 줄어들고 있다지만 하루 2.3명이나 되는 소중한 생명이 안타깝게 희생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는 위험을 무릅쓰고 일궈낸 기적 같은 감동이 아닌 철저히 기본을 지키고 위험을 보는 눈으로 불안전한 상태를 없애고 안전한 행동을 체질화하여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법’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언론에서도 사고나 안전상의 문제를 연일 크게 보도하고 있고 배달 오토바이 사고로 희생된 가장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헬멧을 쓰지 않은 문제점을 제기해도 여전히 거리에는 헬멧을 쓰지 않거나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왜 그럴까? 안전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나한테는 사고가 비켜 간다는 생각? 아니다. 시각적으로 또는 청각으로 받아들이는 위험이 손끝이나 발끝으로 즉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자동차도 안전벨트와 에어백 등으로 사람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전략에서 사전에 설정한 차간 거리를 유지하고 도로의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완전히 제로화 시키는 데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사람이 ‘불안전한 행동’을 하며 얻는 이익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표준을 생략하여 작업이 단축되었다던가 돌아가지 않고 무단 횡단하여 약속시간에 늦지 않았다던가 헬멧을 쓰지 않아 땀을 덜 흘렸던 보상이라 여겨졌던 기억들로 인해 ‘불안전한 행동’이 완전히 근절되지 않고 산업재해 통계가 여지없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2022-07-25

선거 불복은 곤란하다

김진국 고문 정치에서 품격이 사라졌다. 노골적이고, 천박한 공격만 난무한다. 인터넷 단문의 영향이 크다. 정치 팬덤과 진영정치의 당연한 결과다.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표현을 잘하는 정치인이 설치는 세상이다. 민주당에서 ‘탄핵’, ‘촛불’, ‘레임덕’이라는 자극적인 말이 계속 나온다. 지난주에는 박홍근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 대표연설에서 ‘레임덕’과 ‘탄핵’을 공개 거론했다. 직접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말한 건 아니다. 그렇지만 의도는 분명하다. ‘탄핵할 수도 있다’라는 위협이다. 민주당은 현재 국회 299석 가운데 169석을 차지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 등 무소속 의원 7명도 민주당 출신들이다. 국민의힘 115석을 제외한 나머지는 사실상 민주당에 가깝다. 마음만 먹으면 탄핵도 할 수 있다.선거 때는 지지 후보에 따라 유권자도 갈라진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결과에 승복하는 게 민주주의다. 그렇게 국민은 다시 하나가 된다. 공약이 서로 충돌하고 대결을 벌이지만 선거 때와 달라진 조건이 아무것도 없는데, 이긴 후보를 계속 공격하는 건 그러한 선택을 한 유권자를 비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취임 직후에는 대개 지지도가 오른다. 선거 때 찍지 않은 사람도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 새 정부가 일을 잘 해줬으면 하는 희망을 품는 시기다. 역대 대통령을 봐도 집권 중반기가 돼서야 부정적 여론과 긍정적 여론의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각종 여론조사마다 지지율이 30%를 겨우 넘는다. 부정 평가는 60%를 넘는다. 뭘 해보지도 못한 상태에 지지율이 위기에 빠졌다.물론 가장 큰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 윤 대통령은 ‘공정’ 가치의 상징으로 당선됐다. 조국 사태 등으로 불공정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을 때 윤석열 검찰총장이 그 대척점에 서 있었다. 그런데 취임 초 인사 문제와 관련해 잡음이 계속되면서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윤 대통령이 겸손한 자세로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또 불만의 원인이 된 가족과 측근들을 자제시키고, 대통령이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신뢰를 얻어야 한다.그렇더라도 야당의 흔들기는 지나친 점이 있다. 선거를 통해 국민은 윤 대통령의 정책을 선택했다. 그러면 최소한 체계를 갖추고 정책을 추진할 시간은 주는 게 민주주의의 금도(襟度)다. 서투른 국정에 조언하고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탄핵과 촛불을 이야기하는 건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기 충분하다.윤 대통령은 허니문 기간이 없었다. 당선되자마자 지방선거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나 그 지지자들도 대통령 당선인에게 박수를 보낼 여유가 없었다. 이어진 선거를 위해 전투 자세를 유지해야 했다. 그때까지야 어쩔 수 없는 시간표 탓이라 해도 그 이후에도 ‘탄핵’과 ‘촛불’이란 말까지 꺼내며 몰아붙이는 건 지나치다. 아무리 많이 싸우는 정치라 해도 절제가 필요하다.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2개월 만에 광우병 파동으로 위기를 겪었다. 광우병을 왜곡·과장한 TV 보도 이후 민주당과 연예인들이 앞장선 촛불집회가 온 나라를 흔들었다. 대통령 지지율은 20% 아래로 떨어지고,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국정 동력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광우병은 근거 없는 선동이었다. 민주당 극렬 지지자들은 SNS로 당시의 경험을 반복하자고 선동하고 있다. 정당이 여기에 휘둘리면 안 된다. 선거 이외의 방법으로 선거를 뒤집는 세력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윤 대통령도 야당과 야당 지지자들을 끌어안는 노력을 좀 더 해야 한다. 선거는 끝났다. 여고, 야고, 대통령은 모두 손을 잡아야 할 상대다. 원인이 무엇이든 국정 실패의 모든 책임은 결국 대통령에게 돌아온다.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경쟁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하나로 뭉치고, 힘을 모아야 한다. 선거가 나라를 쪼개고, 선거가 끝나도 승복하지 않고, 바로 다음 선거전을 시작한다면 나라가 위험하다. 아무리 불만스러워도 선거 불복은 용납할 수 없다. /본사 고문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2-07-24

내가 물로 보이냐

이원만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어느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해양조난사고 상황에서 휴대폰, 식량, 모자, 물 중에서 한 가지만 가질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 건가를 물었다. 당연히 물을 선택할 거라고 생각한 선생님은 깜짝 놀랐다.휴대폰이 가장 많아서다. 당황함을 감추고 선생님이 왜 휴대폰이냐고 물으니 아이들은 “휴대폰으로 검색하면 언제 비가 오는지 알 수 있어서 빗물을 모으면 되요.” “조난상황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검색할 수 있잖아요.” “휴대폰이 있어야 위치추적이 되요.” 다양한 대답을 내놓았다.선생님은 와이파이의 범위를 따지기보다는 아이들의 생각이 짧은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어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한다.내친 김에 호기심이 동한 선생님은 사막같이 건조한 곳에서 길을 잃었다면 물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 휴대폰으로 검색해보라고 했단다.1분도 안 돼 아이들은 “적정기술이 있어요.” “와카워트요.”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스테노카라라는 딱정벌레 물구나무서는 걸 보고 만들었데요.”선생님도 아이들에게 검색어를 물어 찾아보니 에티오피아와 예멘지역에 사는 와카라는 무화과나무에서 따온 이름인데 딱정벌레가 이른 아침 안개가 끼면 물구나무를 서서 몸에 맺히는 이슬을 입으로 흘려보내 마시는 것에서 착안한 방법이고 이미 상용화되고 있는 적정기술이었다.선생님은 질문만 제대로 하면 휴대폰으로 수업을 할 수 있겠구나 싶어 이번에는 너희들이 먹는 수돗물이 어디에서 오는 건지 알아보라고 했다.시청홈페이지냐 무슨 정부기관이냐 왈가왈부가 있었지만 형산강, 안계댐, 진전지, 오어지, 눌태지, 임하댐, 영천댐, 곡강천까지 줄줄이 튀어나왔다. 심지어 아이들은 설거지 할 때 물을 샤워기처럼 틀면 물을 절약할 수 있다느니 물을 받아놓고 쓰는 습관과 토트넘선수들이 유럽의 물에 비해 우리수돗물이 더 깨끗하고 안전하다고 했다는 이야기까지 온갖 물이야기가 줄줄이 쏟아졌다.미소를 띠며 선생님은 질문을 이어갔다.“여러분이 학교에서 축구하고 땀과 먼지가 범벅이 되면 집으로 달려가 샤워부터 하죠? 그 땀과 먼지는 누가 가져가요?” “물이요” 뭔 질문이 그러냐고 시큰둥한 아이들에게 “그럼, 더러운 걸 가져가 주는 고마운 물에게 여러분은 뭘 줄 수 있어요?”갑자기 조용해진 아이들은 휴대폰 검색도 하지 않고 선생님을 쳐다본다. “글죠? 고마운 마음밖에 줄게 없죠? 그리고 아끼겠다고 약속하고. 빨래도 덜 자주하고 세제도 미세플라스틱 안생기거나 적게 생기는 걸로 찾아서 쓰자고 엄마한테 이야기 해야겠죠?”그러면서 물이 온갖 동식물을 키워주고 우리 생명도 유지할 수 있으니 ‘물을 물로 보지 말라’는 말로 수업을 정리했다고 한다.하지만 수업이 끝난 뒤에도 아이들의 물에 대한 검색은 끝나지 않고 계속 돼서 투발루며 빙하며, 가뭄이며 홍수며 기상이변으로 번져갔다.심지어 서로 다투다가 “ 날 무시하는 거야? 날 물로 보는 거야?” “그래, 널 물로 본다. 대단한 물!”하고는 깔깔거리는 모습에 함께 웃었다고 한다.앞으로 100년 동안 지구상의 물의 성질이 달라질 거라고 한다. 빙하가 사라지고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다. 기온이 높아지면 구름이 더 많은 물을 품을 수 있고 불안정해진 대기흐름으로 어떤 곳은 가물고 어떤 곳은 홍수가 질 것이다. 바닷물이 산성화되면 산호초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 동식물들이 죽을 것이다.벌써부터 껍질이 얇아지는 조개들이 발견되고 조금씩 변형이 이루어지는 플랑크톤이 발견되고 있다. 그 물들이 더 이상 생명이 살 수 없게 되는 티핑포인트가 어디인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우리는 해수산성화라는 지구역사 5천년 동안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큰 사건을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거북의 3천500년 지구역사가 마감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흔한 물, 지구의 표면적 70%가 넘는 엄청난 바다를 채운 물, 그 물을 물로 보면 안 되는 이유다.여름 가뭄이 심하다. 포항시민에게 물을 대주는 저수지와 댐들의 수위가 궁금하다. 영천과 임하댐은 다른 행정구역인데 생명수를 보내준다니 고맙다.옛날 어른들은 자식들이 타지에 나가 건강하기를 물 한 그릇을 떠놓고 빌었다. 정화수는 12시와 새벽 1시 사이 동네 우물에 고이는 새물이다.등불과 대나무가지를 들고 가며 길 위에서 잠든 벌레들을 치우며 물 한 그릇을 담아왔다고 한다. 자기 자식의 건강을 위해 벌레들의 생명을 죽일 수 없다는 마음이 담긴 물이다.오어지의 연못에 떨어지는 빗방울. 그 빗방울이 그리는 동그라미. 그 동그란 방석에 마음을 앉혀놓고 바라보며 ‘물은 저렇게 우리에게 오시는 구나’ 생각에 잠긴다.

2022-07-24

필즈상 허준이 교수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한국도 드디어 과학의 노벨상과 같은 최고의 상의 수상자를 갖게 되었다. 이달초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Fields)상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인 한국계 허준이 교수가 수상했다.노벨상은 매년 분야별로 1∼2명씩 선정하는데 반해 필즈상은 4년에 한 번 2∼4명을 선정하고 반드시 40세 이하여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노벨 과학상보다 타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미국에서 유학 시 교내에 필즈상 수상 교수가 걸어가면 “저 교수가 필즈상 수상자”라고 손짓을 하면서 존경과 부러움을 보이던 기억이 있다.필자가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공부하던 40여 년 전 같은 캠퍼스에서 공부하던 허명회 고려대 명예교수의 자제가 허준이 교수이다. 허준이 교수는 당시 스탠퍼드 캠퍼스에서 태어났다.미국서 태어나긴 했으나 2살 때 부모를 따라 귀국해 중고등학교와 대학, 대학원을 한국서 다니고 박사과정을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갔기 때문에 성격 형성에 가장 중요한 청소년기를 한국에서 보냈다. 그는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특별히 잘한 것도 아니고 고교는 중퇴하고 홈스쿨링으로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대에 입학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서도 저학년 때 학점이 좋은 것은 아닐 정도로 최소한 학점상으로는 특출한 학생이 아니었다.허준이 학생은 문학을 즐기고 상상력이 풍부하여 창의적인 학생이었다. 미국 유학을 가려고 했을 때도 여러 개 대학 중 일리노이대학(UIUC)만이 받아 주었는데 그 대학에서 유명한 리즈추측(Read’s Conjecture)을 증명하면서 일약 수학계의 스타로 올라섰다. 이후 수학계의 신데렐라로 등장한 허준이 교수는 스탠퍼드, 프린스턴의 정교수를 거쳐 드디어 필즈상을 수상했다.중고교 시절, 대학 시절 학점상으로 최정상이 아니었던 허준이 교수가 11개의 추측을 증명할 정도로 탁월한 창의력을 발휘한 원동력은 무엇일까?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본다. 창의력은 타고나는 건가? 길러지는 건가? 후자라면 분명히 교육 환경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한국서 청소년을 보낸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이 ‘한국교육의 개가’라고 하기도 하지만 사실상 ‘암기식 한국교육의 이단아’로 성공한 케이스로 판단된다.창의력은 타고난 재능과 교육의 융합체라고 할 수 있다. 타고난 재능만 가지고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면 창의가 발휘될 수 없고, 타고난 재능이 없다면 지식만 가지고도 창의력은 발휘되기 쉽지 않다.비행기를 발명한 미국의 라이트 형제는 타고난 호기심과 창의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베르누이 정리에 의한 유선형의 원리를 교육받지 못했다면 비행기를 만들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라이트 형제의 업적은 그러한 원리 위에 디자인과 속도를 낼 수 있는 설계에서 창의력을 발휘하였다.‘창의력은 지능과 비례하는가’하는 것도 재미있는 질문이다. 지적능력의 지표인 IQ는 일정 이상만 넘으면 창의력과 관계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너무 높은 IQ는 암기력이나 이해도가 빨라 오히려 창의력에 방해가 된다는 이론도 있다. 따라서 한국적 교육환경에서의 수석합격, 수석졸업생들은 오히려 덜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고, 어느 정도 공부는 잘하지만, 호기심이 많고 돌연변이적 사고를 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더 큰 창의적인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중요한 것은 이러한 창의성 뒤에는 이들이 한 곳에 열중하고 미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허 교수도 마찬가지이다. 하루 4시간씩 수학만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그의 부친의 성격을 잘 아는 필자로서는 허 교수가 그러한 집중력과 한 곳에 미치는 성격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즐기는 사람을 못 당한다는 말이 있는데 한 곳에 열중하고 미친다는 것은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사실 미국의 중고교생들은 보통 오후 3~4시에 집에 돌아와서 논다. 논다는 의미는 다양한데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친구들과 떠들기도 하고 음악도 듣고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그러한 시간을 한국의 학부모들은 논다고 생각하여 밤늦게까지 공부시키는 한국의 중고교 교육을 오히려 그리워하기도 한다. 수학·과학 경시대회 같은 곳에서 한국이나 아시아국가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건 그런 과도한 학습 덕분일 것이다.그러나 대학, 대학원을 가서는 중고등학교때 ‘놀던’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은 어쩐일일까? 결국 창의력은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기본적인 원리를 가르쳐주고 충분히 사고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핵심적인 요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창의력은 결국 교육적인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결론 지을 수 있다.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축하하며 이번 수상이 한국교육 방식과 환경의 근간을 바꾸는데 기여 하길 기대해 본다.

2022-07-24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하여

김규종 경북대 교수 얼마 전 인터넷에 의미심장한 통계자료가 올라왔다. 한국갤럽이 제시한 ‘우리 사회 차별 정도 인식’의 8개 항목 수치가 그것이다. 구체적인 항목을 열거하면 이렇다. 빈부 차별, 비정규직 차별, 학력-학벌 차별, 장애인 차별, 성 소수자 차별, 국적-인종 차별, 성(性)차별, 나이 차별이다. 여덟 가지 차별 가운데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사회문제라 할 것이다. 그중에서 몇 가지만 생각해보고자 한다.차별 정도가 매우 심각하거나 약간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을 보자. 빈부 차별 81%, 비정규직 차별 79%, 학력-학벌 차별 75%, 장애인 차별 72%, 국적-인종 차별 62%, 성 소수자 차별 58%, 나이 차별 54%, 성차별 41%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위 네 가지 차별의 뿌리는 하나다. 돈에서 발원하는 차별이다. 가장 극심한 차별로 나타난 빈부 차별에서 그 아래의 차별들이 순차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부유한 부모 아래 성장한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사교육을 받고, 이름난 특목고에 진학하여 ‘스카이’에 들어가거나 외국 유학하고 와서 세상에 나서면 남 부러울 게 없다. 그들은 빈부 격차나 비정규직이 겪어야 할 설움과 고난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물며 학력과 학벌에서 오는 차별이나 아침저녁으로 우리 사회의 장애인이 경험해야 하는 온갖 수모와 차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특수한 신분을 가진 자들의 자식들이니 말이다.2차 대전 후에 독립한 신생국 가운데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라는 평가를 듣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얼마나 자랑스럽고 뿌듯한 수식어인가?! 하지만 저변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사뭇 다르다. 세계 전체에서 빈부 격차가 가장 크다는 미국에 뒤질세라 바로 뒤에서 쫓아가는 나라가 한국이다.돈과 권력과 명예를 모두 움켜잡으려는 인간들의 탐욕 때문에 나라 전체가 시끌벅적하다. 이런 배경에 굳건하게 자리하는 것이 각종 차별이며, 그 선두에 빈부 차별이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역할은 이미 답이 나와 있는 셈이다. 그러나 보라. 엊그제 뉴스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현 정부는 부자와 대기업을 위한 대대적인 세금 손보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직장인을 위한 감세 규모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극소수 부자들을 위한 종합부동산세 감면으로 줄어드는 세수가 1조7천억 원인데, 노동하는 직장인들의 감세 규모는 1조6천억 원에 머물고 있다. 대기업들을 위한 법인세율은 현행 25%에서 22%로 낮춰서 이 부문의 세수 역시 6조8천억 원이 줄어들 것이라 한다.2019년 12월 기준으로 종부세를 내는 한국인은 전체 인구 가운데 2.5%다. 국민 가운데 압도적인 절대다수인 97.5%는 종부세를 내고 싶어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2.5%의 부자들을 위한 감세 규모가 국민의 절대다수를 점하는 직장인들의 감세 규모보다 크다는 것은 빈부 격차에서 유래하는 빈부 차별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장하겠다는 의지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기막힐 만큼 막막하고 답답한 세상 아닐 수 없다.

2022-07-24

나홀로 추락하는 쌀값

지난 12일 전국쌀생산자협회 소속 농민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쌀값 안정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가을 추수를 한달 반 정도 앞둔 가운데 현지 쌀값이 45년 이래 가장 낮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 데다 햅쌀이 나오면 쌀값은 더 떨어질 것이 뻔하니 정부가 대책을 세워달라는 것이다.안오른 물가가 없다는 고물가시대에 유일하게 쌀값만 나홀로 폭락세다. 현재 산지 쌀값은 4만4천여원 수준. 작년 10월보다 20% 가까이 떨어졌다. 농민들은 쌀값을 한공기밥(100g)으로 환산하면 224원꼴이니 “개사료 값만 못하지 않느냐”며 자조한다. 막대사탕이 500원, 껌이 800원 하는데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값이 이 정도니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쌀값이 떨어진 것은 작년 경우 풍작인데도 코로나19 여파로 쌀소비가 줄었고 정부의 수급안정을 위한 시장격리 조치가 실패한 데 있다. 그러나 잘 따져보면 식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쌀소비가 지속해 주는 데 근본 문제가 있다. 작년 1인당 쌀소비량은 56.9kg으로 1963년 통계 작성이래 가장 적었다. 1991년 116.3kg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민족이지만 식생활이 점차 서구화돼 밥 대신 빵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라면이나 즉석밥 등 대체식품 수요가 증가한 데 원인이 있는 것이다. 요즘 젊은층의 식생활 패턴으로 본다면 앞으로도 쌀 수요는 더 늘 가능성이 낮다.쌀만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90%가 넘는다. 그러나 쌀만으로 국민의 다양한 식품기호를 맞출 수 없다. 국제 밀가격이 폭등을 해도 밀 수입을 멈출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세계적인 초인플레이션 시대에 나홀로 추락하는 쌀값을 정부가 어떻게 방어할지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7-24

오십견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 십수 년 전에 경험한 일이다. 지하주차장에서 주차 공간을 확인하려고 뒤를 돌아보려는데 목이 돌아가지 않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후진을 위해 오른팔을 들어 올리려니 심한 통증으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평소 워낙 부실하던 몸이라 곳곳이 삐걱대는 건 예사였으나 통증과 함께 팔과 목을 움직일 수 없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몹시 당황했었다. 이튿날 병원에 가보니 오십견이라 했다. 인체가 기계라면 오십년이나 사용했으니 여기저기 고장이 나게 마련이다. 여러 질병명 중에서 세월의 의미가 담겨있는 대표적인 것이 오십견이 아닌가 싶다. 이는 단순히 오십대의 어깨에 생긴 염증이 아니라 반 백년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세월의 무게를 더한 용어일 것이다.공자는 오십이 되어 천명을 알았다고 한다. 천명은 하늘이 인간에게 맡긴 사명이다. 하늘의 명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을 것이므로 ‘지천명’은 불가항력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십견은 치료가 어려워 그야말로 세월이 약이다. 병원 처방이 있고 여러 가지 치료 방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단번에 상처를 도려내듯 깨끗하게 치료하기는 불가능하고 세월이 가야 비로소 조금씩 낫는다. 나도 오십견 진단을 받고는 부지런히 병원 치료를 했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어깨 부근에 고인 물을 뽑아내기도 했고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도 열심히 했다. 별 차도가 없어 한방치료를 겸하기도 했으나 마찬가지였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온갖 민간요법 정보와 먼저 겪은 자들의 경험담에 의하면 가장 좋은 운동이 수영이란다. 병원 치료를 열심히 받고 수영을 부지런히 하면 일년 만에 완치가 되고,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두면 완치에 열두 달이 걸린다니 그게 그거다. 그러나 오십견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는 속설을 믿고 방치하면 후유증으로 평생 고생할 수 있으니,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할 경우는 근육이 경직되지 않도록 적절한 스트레칭이 필요함을 명심해야 한다.육십을 훌쩍 넘은 사람이 뜬금없이 무슨 오십견 얘긴가 할 수도 있겠다. 남의 얘기이거나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몇 주 전에 비슷한 증세를 겪었고, 일년도 열두 달도 아닌 몇 주 만에 회복이 되었으니 이건 뭐지? 다행이면서도 어리둥절하다. 뭐 좋은 일이라고 양쪽 어깨를 골고루 다녀갔던 오십견이 육십 중반에 다시 찾아왔으니 황당함과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구나 바쁜 일로 열심히 자판을 두드려대던 중이었으니 큰 낭패였다. 즉시 한의원을 찾았고, 치료에 공을 들였고, 휴식을 일처럼 중요하게 실천했더니 불과 몇 주 만에 호전되었다. 그렇다고 인생 육십의 무게가 오십보다 가벼워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육십을 ‘이순’이라 하여 남의 말이 귀에 거슬리지 않아 이해하고 관용하는 경지를 이르는 말이다. 나잇값을 하자면 자아를 덮고 있는 가면을 벗어야 한다. 이순이 되면 그동안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남기 위해 썼던 가면을 벗어 던지고 진짜 자기를 만나야 한다. 스스로 존재 이유를 의심하게 하던 내면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 인생은 완성이 아니라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2022-07-24

더 많이 등장하기를

유영희 작가 요즘 핫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감탄과 열광이 주를 이룬다. 나 역시 3회부터 본방사수 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 12월 이 드라마를 홍보할 때 제작사가 우영우를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자폐증’을 앓는 변호사라고 홍보했다고 한다.이에 대해 자폐 당사자 모임 ‘에스타스’는 이런 표현은 자폐 차별적 표현이라고 반발하면서 자폐는 질병이 아니라 신경생물학적 원인으로 인한 영구 손상이기 때문에 장애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요구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현재 방영되는 드라마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표현하고 있다. 나 역시 자폐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그러나 자폐 당사자 모임의 염려가 아직 다 해소된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우려는 우영우 같은 고기능 자폐인이 자폐 스펙트럼을 대표하는 것으로 일반인에게 잘못 인식되어 저기능 자폐인이 소외될까 하는 것이다. 이 역시 드라마에서 저기능 자폐인을 등장시켜서 어느 정도 해결은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자폐 당사자나 그 가족은 이 드라마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우영우의 아이큐가 164로 설정되어 있으니 일반인 입장에서도 너무 비현실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 그 염려에 공감이 간다.이 드라마를 처음 보고 자폐인이 정말 변호사가 되기도 할까 조사해보니 미국에 자폐인 변호사가 두 명 있었다. 에릭 웨버는 2015년에 변호사가 되었는데, 어려서부터 육상 선수로도 활동했다. 2018년 24살의 헤일리 모스도 변호사가 되어 로펌에 근무하다가 현재 장애인 인권운동을 하고 있다. 오늘 기사를 보니 모스도 우영우 드라마를 응원하고 있다고 한다. 변호사는 아니지만, 동물학 교수 템플 그랜딘 역시 자폐인인데, 동물의 세계를 잘 이해하여 동물복지를 배려한 소 도축장 시설을 설계했다,이들 모두 보통 사람보다 더 능력이 좋다고 해서 그 능력이 저절로 이만큼 발휘된 것은 아니다. 그들을 이해해주는 부모나 선생님이 없었다면 그들은 정신병원에 가거나 시설에 방치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들의 존재를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현재 우리나라에는 2021년 현재 자폐 등록자는 3만3천 명, 미등록자는 2만 명으로 5만여 명의 자폐인이 있다고 한다. 이들을 다양성의 관점으로 존중하는 문화가 좀 더 자리 잡는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자폐인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다. 실제로 다문화주의 국가에서는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하는 자폐인들이 꽤 있다고 한다. 우영우 같은 비현실적인 허구 인물이라도 정확한 정보와 함께 대중매체에 등장한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오히려 이런 인물이 더 많이 나오면 일반인들에게 다양성의 외연을 넓혀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은 배우가 고기능 자폐인 역을 하더라도 더 자주 노출된다면 그들에 대한 시선도 바뀔 것이다. 얼마 전 다운 증후군 정은혜 씨가 직접 드라마에 출연했는데 자폐 당사자가 드라마에 직접 출연할 날도 곧 오리라 믿는다.

2022-07-24

민선 8기, ‘시민이 행복한, 위대한 영천’ 건설

최기문 영천시장 먼저 지난 4년 동안 시정에 많은 관심과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신 시민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더 살기 좋은 영천을 만들어 달라는 시민들의 염원에 힘입어 지역 곳곳을 누비며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이었다. 시민과 공직자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힘을 모아주신 덕분에 시민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교통행정을 펼칠 수 있었고, 40년 만에 자양면에 상수도를 넣을 수 있었다.아울러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경마공원(금호) 연장과 같은 미래 영천발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이 모두는 시민들과 공직자들의 협조와 성원 덕분이라 생각한다.민선 7기에 이어, 민선 8기에도 고향 영천을 위해 한 번 더 일할 기회를 주신 시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이번 선거에서 영천 시민들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공정하고 진실된 정책 중심의 선거를 만들어 주셨고, 수준 높은 영천 시민의 ‘의로운 정신’을 보여주셨다. 영천을 더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달라는 시민들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오직 시민만 바라보며 열심히 달려가겠다.이번 선거에서 저를 지지했든 지지하지 않았든 모두가 같은 영천시민이다.시민 모두를 위한 정책을 개발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시민 한분 한분의 목소리를 항상 잊지 않고 기억하며, 더욱 낮은 자세로 소통하고 화합하여 대통합의 영천을 만들어 가겠다.아울러 시민행복과 지역발전이라는 궁극적인 마음은 서로 통한다고 생각한다. 소속 정당을 떠나 필요한 경우에는 누구라도 찾아가 협조를 구하겠다.또한 지역구 국회의원, 도ㆍ시의원 다수가 여당 소속인 만큼 여당의 이점을 살려 현안해결 및 국가예산 확보 등에 한층 더 힘을 실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새롭게 시작되는 민선 8기에도 ‘시민을 행복하게, 영천을 위대하게’라는 시정 목표 아래 ‘새롭게 도약하는, 더 큰 영천’을 만들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우선 생동하는 경제도시 만들기에 매진하겠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경마공원(금호) 연장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영천에 도시철도가 다니는 기적을 앞당기겠다.사통팔달 교통 인프라 구축과 110만평의 산업단지와 지식산업혁신센터 건립, 미래차 부품기업으로의 전환으로 특화된 기업유치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힘쓰고, 탄약창 군사보호구역 해제를 추진해 주민 재산권 보호와 시가지 균형발전에 힘쓰겠다.다음으로, 전국에서 찾아오는 부자농촌을 만들어 나가겠다.기후변화에 대응한 스마트팜 단지 조성과 마늘 특구 지정에 따른 규제 특례를 활용해 마늘융복합센터, 마늘공판장 등 특화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농산품 해외수출 유통망 구축, 청년 농업인 육성으로 농업 소득증대에 박차를 가하겠다.셋째, 평등한 복지ㆍ교육 구현에 힘쓰겠다. 어르신 공공일자리 확대, 노인복지회관 건립,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온종일 아이 돌봄 체계 구축, 중·고교생 무상 교복비 및 안전귀가 택시비 지원으로 맞춤형 복지ㆍ교육을 실현해 나가겠다.마지막으로, 품격 높은 문화·관광 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올 하반기 착공되는 영천경마공원의 성공적인 건설과 시립박물관, 문화예술회관 건립으로 문화·예술 공간을 확충하고, 신성일기념관 건립, 보현산권역 관광벨트사업을 잘 마무리해 매력적인 문화·관광 도시 조성에 힘쓰겠다.앞으로의 4년, 민선 8기도 오로지 시민만 바라보며 ‘시민이 행복한, 위대한 도시 영천’을 만들어 가는데 혼신을 다하겠다.시민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지, 하나된 마음이 모여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뀌고, 살기 좋은 우리 영천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천의 더 큰 도약과 살기 좋은 영천을 향한 발걸음에 항상 함께 해주시길 당부 드린다.

2022-07-24

우리 별자리 28수

시간은 공간과 달리 형체가 없다. 따라서 옛날에는 하루 24시간의 흐름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의 시간이란 왕이 알려주는 것이었다. ‘관상수시(觀象授時)’라 하여 옛날 제왕들에게는 하늘의 모양을 살펴 백성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임무 중의 하나였다.세종대왕은 장영실에게 명해 시간을 알려주는 물시계 자격루를 만들어 이를 통해 시간을 재서 종을 쳐 백성에게 알렸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 종루(현재 종각)를 짓고 하루 두 번 종을 쳤다. 그것을 인정(人定)과 파루(罷漏)라고 한다. 인정이란 저녁에 성문을 닫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28번의 종을 치는 것이고, 파루는 새벽에 성문을 연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33번의 종을 치는 것이다. 28번의 종소리는 밤하늘에 자리한 28개의 별자리에 알려 백성이 편안한 밤을 맞이하라는 뜻이었으며, 33번은 불교의 33천天에 하루를 알리는 시작이라는 의미였다. 또한 새해가 되면 달력을 만들어 신하들에게 달과 날짜를 알려주었다. 1년 주기의 농사일에 참고하기 위해 양력을 부분적으로 도입하여 절기를 정하고 달력에 표시했다. 옛사람들은 시간이란 흐르는 것과 동시에 끝없이 순환하는 것으로 여겼다. 천체의 운동 주기를 일 년으로 하고,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주기를 한 달로 하였으며, 낮과 밤이 바뀌는 지구의 자전주기를 하루로 삼았다.그렇다면 인정의 의미인 밤하늘 28개 별자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달은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약 27일 7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앞서 우리는 지구에서 관찰했을 때 태양이 ‘황도12궁(黃道十二宮)’을 따라 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달도 별자리 위를 움직인다. 이 길을 ‘백도白道’라고 한다.달의 길인 백도와 태양의 길인 황도와의 차이는 약 5°정도 경사각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달이 하늘의 백도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약 28일 동안에 달은 초승달, 반달, 보름달, 반달, 그믐달로 변해간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달이 가는 길을 28등분하여 이 시간을 한 달로 정했다. 이것이 음력(陰曆)이다. 더불어 달이 지나는 길의 28개 별자리를 28수라고 불렀다. 나아가 28수를 각각 7자리씩 묶어 동방칠수, 서방칠수, 남방칠수, 북방칠수로 나눴다. 그리고 상징적으로 동서남북을 지키는 수호신을 정했다. 동쪽에는 뿔 달린 청룡, 서쪽에는 백호, 남쪽에는 상상의 새 주작, 북쪽에는 거북이와 뱀이 결합한 현무가 그것이다.동방7수는 28수 중 춘분날 초저녁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첫째 별자리 각수(角宿·용의 뿔·서양에서 쳐녀자리)를 시작으로 차례차례 등장하는 7개 별자리 별들을 일컫는다. 북방7수는 하짓날 초저녁에 여덟째 떠오르는 별자리(남두육성, 궁수자리)부터 7개의 별자리 별들을, 서방7수는 추분날 초저녁에 열다섯째 떠오르는 별자리(안드로메다)부터 7개 별자리 별들을, 남방7수는 동짓날 초저녁에 스물둘째 떠오르는 별자리(쌍둥이자리)부터 7개 별자리 성수(星宿·모든 별자리의 별)를 의미한다. 28수를 동양에서만 구분했던 것은 아니다. 기원전 1900년경 바빌론에서도 28수로 나눴는데 점차 주변으로 퍼졌다고 한다.참고로 해가 지면 곧바로 깜깜해지면서 별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 햇빛의 반사로 하늘이 어둑어둑한 때가 있다. 이를 혼각(昏刻)이라 하며, 해가 뜨기 전에 하늘이 희끄무레해지면서 별이 보이지 않게 되는 때를 신각(晨刻)이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이 둘을 합쳐 ‘트와일라잇(twilight)’라 부르며, 동양에서는 박명(薄明)이라고 한다. /박필우(스토리텔러)

2022-07-24

KF-21 국산 전투기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초음속 전투기 KF-21이 첫 시험비행에 성공하면서 대한민국의 우주항공기술이 또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 6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성공에 이은 쾌거여서 더 감동적이다.KF-21은 우리 공군의 노후 전투기인 F-4와 F-5를 대체하기 위해 시작한 8조8천억원이 투입된 초대형 국책사업.우리의 힘으로 초음속 전투기가 개발됨으로써 우리는 이제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이 됐다. 세계 7번째로 독자 위성을 쏘아올린 누리호와 더불어 한국의 우주항공기술이 세계적 수준임을 확인한 셈이다.KF-21은 최고속도 2천200km로 음속의 1.8배다. 7.7t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앞으로 고도, 속도, 기동능력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시험비행을 거치면 2026년부터는 양산체제도 갖춘다.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우리 전투기를 만들자”고 선언한 지 21년 만에 이룬 쾌거다. 윤석열 대통령은 KF-21의 성공 비행을 “자주 국방으로 가는 쾌거”라고 말했다. 초음속 전투기의 공식 명칭은 ‘KF-21 보라매’다. 숫자 21은 시제 1호기가 첫 출고된 2021년과 21세기는 우리의 하늘을 우리 손으로 지킨다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KF-21의 국산화는 두 가지 큰 의미가 있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자주국방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국가 경제면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 첨단기술이 탑재된 KF-21 사업에 700군데 이상의 국내 중소업체가 참여했다.앞으로 개발이 완료되면 생산유발효과 24조원 등 엄청난 경제파급 효과가 있다.KF-21의 개발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 못지않은 국가적 성과라는데 국민 모두가 자부심을 가져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7-21

윤석열의 비책, ‘초심자의 행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초심자의 행운’이란 말이 있다. 어떤 분야에 막 입문한 초보자가 일반적인 확률 이상의 성공을 거두거나, 심지어 그 분야의 전문가를 상대로 승리하는 기묘한 행운을 일컫는다.심리학적으로는 일종의 확증편향에 의한 현상이란 해석이 있다. 즉, 초보자가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을 때는 크게 기억에 남는 반면, 초보자가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때에는 금방 잊혀지기 때문이다. 실제 전문가와 실력으로 맞붙었을 때 초보자가 승리하는 경우에 대한 해석도 있다. 누구도 초보자가 잘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스스로도 별 기대가 없기에‘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지 않고서 임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정치초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자 대통령실 주변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 취임 두달 남짓한 새 정부가 잘한 것도 꽤 있었다. 청와대를 국민들한테 돌려준다든지, 국민통합을 위해서 광주 5.18기념식에 전부 다 내려가 참석한다든지, 또 대통령의 권위적인 문화를 상당히 벗어던지고 도어스테핑을 통해 국민과 가까이 가려고 한 것… 등등이다.그러나 국민들 피부에 와닿는 것은 달랐나보다. 문재인 정부와 뭔가 달리 국정을 운영할 거라고 생각하고 교체를 했는데, 지난 정부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지지율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현재의 대통령실 구성에 문제가 많으니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인사는 검찰 출신의 내부자 집단이, 정책은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가, 나머지 자잘한 정무는 국민의힘 출신이 맡고있는 현재의 권력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주어진 일을 매끄럽게 처리할 수는 있어도 창의적으로 전략을 짜고, 정부와 정치권을 아우르는 캠페인을 전개할 수 없는 조직 구성이다.따라서 대통령실의 정무·홍보라인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개편하거나 힘을 실어줘야한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고, 그때그때 잘못을 바로잡아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홍보라인도 정부나 대통령의 활동상황을 소상히 알리는 데 진력해야 한다. 내각의 장관들은 현장을 뛰도록 해야 한다. 장관들이 책상머리 앉아서 보고서만 뒤적거려선 안된다. 배후지원을 해야 할 당 지도부도 정신차리도록 군기를 잡아야 한다.마지막으로 그런 노력들이 국민들 눈앞에 보이도록 연출해야 한다. 파울로 코엘료는 소설 연금술사에서“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도전은 언제나‘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다”고 했다.뭐든지간에 시작할 때는 초심자의 행운을 만나게 되겠지만, 그 뒤에 가혹한 시험을 어떻게 통과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어쨌든 윤석열 정부 임기 초반 지지율 회복의 비책으로‘초심자의 행운’을 노려보면 어떨까. 획기적인 윤석열표 정책을 제시하고, 좌고우면않고 직진으로 윤석열다움을 보여주면 좋겠다.

2022-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