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이번 대구시장도 ‘작대기’를 뽑을 건가

심충택 논설위원 최근 서울에 사는 지인을 만났더니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거론되는 예비후보들을 보면 ‘보수꼴통’이라는 도시 이미지를 오히려 더 짙게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기업과 인재가 몰려들려면 대구시장이 젊고 개방적인 이미지를 갖는 것이 중요한데 출마 예상자 대부분이 낡고 폐쇄적인 인상을 가졌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인물들의 정치·사회·행정 분야 업적을 보면 대구 이미지를 확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드는 인물이 없다. 여기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까지 이번 시장 선거에 출마한다고 하니, 대구에서는 철지난 친박 타령까지 재현될 판이다.지금 대구는 소득꼴찌의 지방도시로 쇠락했다. 청년들은 변변한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등지고 있다. 한강 이남 최대의 물적·인적 자산을 보유했다는 소리를 듣던 대구가 지금은 해방 이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외부인이 대구를 보는 시각은 꼰대의 도시, 변화를 거부하는 도시, 세상과 담쌓은 도시, 독불장군의 도시, 고담의 도시 등등이다. 취직자리를 찾아 서울로 간 대구 청년들이 직장 동료들에게 고향의 정치성향 때문에 왕따를 당한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린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 때는 대구가 조롱받는 도시로까지 추락했다. 이러한 현상은 누구 탓이 아니고 대구시민들이 자초한 것이다.도시의 단체장을 선출하는 것은 ‘도시미래’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 국내외를 보면 지방선거를 통해 단체장을 잘 뽑은 도시가 국제적인 위상을 자랑하면서 변모하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대구의 경우 시민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후보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번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대구시장 여론조사를 보면 작대기를 꽂아도 당선된다는 ‘뻔한 선거결과’가 예측된다.대구시민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의 이미지를 바꾸어 놓겠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지난해 정당으로서의 존재가치가 거의 없던 국민의힘이 6·11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를 선출함으로서 당의 역사를 바꾼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은 젊고 국제적인 이미지를 가진 이준석을 대표로 선택함으로서, 지금은 대통령을 배출한 수권정당으로 180° 변했다. 이준석 대표는 당시 수락 연설에서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동참해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 달라. 그러면 세상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설내용을 지금 대구시민들이 명심할 필요가 있다.역사적으로 대구경북 지역은 불가능할 것 같던 난관을 극복하고 우리 민족의 새길을 연 적이 몇 차례 있었다. 화랑정신으로 삼국을 통일했고, 국채보상운동으로 일제에 저항했다. 자유당 정권에서는 대구학생들이 가장 먼저 부패에 맞섰다. 이것이 바로 근대화의 산실인 이 지역의 정체성이다. 대구는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개방적인 국제도시로 변해야 먹고 살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려면 리더십과 실력을 겸비한 인물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일본 이즈모시 시민들은 미국 최고의 증권회사에 근무하던 이와구니 데쓴도를 시장 단일후보로 추대해 도시경영을 맡긴 사례가 있다.

2022-03-29

롱코비드

우정구 논설위원 코로나19에 따른 후유증을 롱코비드라 부른다. 코로나19를 앓고난 뒤 원인모를 여러 증상이 한동안 이어지는 것을 뜻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확진됐거나 확진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적어도 2∼3개월 동안 다른 진단명으로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을 겪는 것을 롱코비드로 정의하고 있다.최근 코미디언 박명수는 라디오에 출연해 격리해제 후에도 후유증을 겪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코로나 완치 후 3주가 지났으나 아직도 기침을 하고 답답하다”고 했다. “지금도 약을 먹고 있다”고도 했다.세계보건기구가 예시하는 롱코비드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심한 피로, 흉통, 심근염, 두통, 건망증, 우울증, 후각상실, 발열, 설사, 귀울림 등으로 사람에 따라 다양한 증세를 보인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포스트 코비드컨디션, 영국은 포스트 코비드증후군 등 나라마다 이름을 조금씩 다르게 부르나 코로나19 후유증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이론이 없다.우리나라 보건당국이 코로나를 감기처럼 가볍게 여기는 것을 두고 일부 전문의들은 지코위독이라 비판한다. 사슴을 가르켜 말이라 부르는 지록위마(指鹿爲馬)를 빗대서 하는 표현이다. 독감에는 롱인플루엔자나 만성독감 같은 게 없다며 코로나를 독감으로 볼 수 없는 이유라 말한다.국내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이제 1천만명을 넘어서면서 롱코비드를 호소할 사람이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20년 경북대 의대 감염내과팀이 코로나 확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감염자의 91%가 후유증을 겪는다는 응답을 했다.폭증하는 확진자를 감안하면 5∼7월쯤에는 롱코비드 환자는 확 쏟아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당국의 대책 마련이 급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3-29

무사고라구요?

군대에서 보았을 평범한 풍경 하나. 대대급 단위의 건물 입구에는 어김없이 붙어있는 ‘무사고 XX일 달성’이라는 현판. 자신들의 주 업무가 수십, 수백일 째 무사히 수행되고 있음을 알리는 그 현판은 해당 대대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업무 수행 능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그 현판은 매번 나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여기엔 아무런 문제도 없어. 그러니 너도 문제를 일으키지 마.”아니, 조금 더 솔직해지자. 복무가 익숙해짐에 따라 알게 모르게 옆 소대나 타 대대의 사정 따위를 전해 듣곤 하였다. 군대라는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는 무수히 많은 사건 사고들이 하루를 멀다하고 발생하고 있었다. 노후된 장비나 민간인과의 마찰 등 여러 종류의 문제들이 있곤 했지만, 대개의 경우는 병사나 장교들 사이에서 벌어졌다. 물리적 폭력에서부터 성폭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많은 사건들. 그 속에는 경미한 사례들도 있었지만 개중에는 한 사람의 인격이 말살되었다고 느낄 정도로 심각한 사례들도 들려오곤 하였다.하지만 그 수많은 사건들이 모두 공론화가 되고, 무사원만하게 해결되진 않았다. 대개의 경우는 공론화도 되지 못했으며, 간혹 피해자의 전출로, 그보다 더 간혹 가벼운 수준의 징계로 끝이 났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흘러가는 군대의 풍경 속에서, 나는 그제서야 ‘무사고’ 현판이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되었다. 그건, 문제를 일으키지 말라는 일차원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다.무사고 ‘XX일’이라는 말은 그 긴 기간 동안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부대의 능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말이 아니다. 그 긴 기간 동안 벌어진 수많은 사건들 가운데 제대로 문제화되거나 해결된 사건은 단 하나도 없었다는 잔인한 사실에 대한 과시다. 비단 군대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조직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문제를 감추기 위해 피해자를 향해 합의와 화해를 종용한다. 충분한 제도가 없기에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제도를 갖추고서도 그에 맞춰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이의 문제로 환원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그와 같은 사례들에서 우리는 자주 ‘가장’이라는 단어를 마주한다. ‘그래도 OO가 가장이잖아. 걔가 이 일로 직업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되겠어? 니가 한 가족 다 굶어 죽이는 거야. 그래놓고 감당할 수 있겠어?’ 단어나 표현에 다소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아마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 그 말들. 명백한 2차 가해임에도 그게 옳은 거라고 믿고 행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 그들을 향해 묻고 싶다. 그럴 거면 왜 그런 문제를 일으켰느냐고. 책임감과 책임에 대한 공감이 왜 사고가 터진 후에야 작동하는 것이냐고.인터넷에서 ‘무사고’를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 가운데 ‘무사고 6000일’ 달성을 기념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있다. 그 사진의 아래에는 빨간 글씨로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사고 나도 무사고’. 아마 많은 군필자들이 군대에서 하인리히의 법칙을 들어보았을 텐데, 나는 그렇게 사고가 아니게 된 사고들과 문제가 아니게 된 문제들이 하인리히의 법칙이 말하는 사소한 징후와 작은 사고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군복무를 하면서 무수히 들었던, ‘작은 사고나 경미한 징후들도 빠짐없이 보고하라’는 그 말이, 정작 자신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던 무수히 많은 ‘가장’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직장을 떠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던 수많은 사건사고의 피해자들은 그렇게 생겨나는 것이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리고 그 ‘가장’ 속에는 나 또한 포함되어 있었으리라. 성을 비롯한 무수히 많은 인지적 감수성이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와 같은 인지적 감수성이 없을 때, 우리는 그 ‘가장’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 ‘그건 그렇게 문제될 일이 아니다’라고 손쉽게 판단해버린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위치에서. 적어도 군대라는 조직 내에서, 나는 그 ‘가장’의 편이었지 피해자의 편에 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 군생활이 꼬이는 게 싫다는 이유로 말이다.군을 비롯한 많은 문제들과 부조리에 있어, 우리는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눈을 감거나 혹은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도 우리는 이미 문제들에 연루되어 있다. 그것이 문제라는 것을 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 또한 사태를 방조한 가해자의 위치에 서있는 것이다. 당신과 나 또한 하인리히의 329번의 무수한 징조로부터 눈을 돌린, 비겁한 가해자였을 따름이다. 우리가 무죄일 수 있는 방법은 옳은 일을 행하는 것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몰랐던 일이라며 무고함을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의 무지와 무능의 죄를 인정하는 일일 뿐이다. 공군 중사 이예람 님의 명복을 빈다.

2022-03-29

엄마를 이해하는 방법

김혜진의 소설 ‘딸에 대하여’는 딸을 가진 엄마의 입장에서 쓰인 소설이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주인공은 그 무엇보다 자신의 딸이 어렵다.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을 골라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딸을 이렇게 표현한다. “딸은 내 삶 속에서 생겨났다. 내 삶 속에서 태어나서 한동안은 조건 없는 호의와 보살핌 속에서 자라난 존재. 그러나 이제는 나와 아무 상관없다는 듯 굴고 있다. 저 혼자 태어나서 저 스스로 자라고 어른이 된 것처럼 행동한다.”주인공의 딸은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한다. 레즈비언이고 사회적 불의에 맞서 싸우는 인물이다. 그녀는 경제적인 이유로 자신의 애인과 함께 주인공의 집으로 들어온다. 주인공은 딸과 애인을 보며 생각한다. “이 애들은 세상을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정말 책에나 나올 법한 근사하고 멋진 어떤 거라고 믿는 걸까. 몇 사람이 힘을 합치면 번쩍 들어 뒤집을 수 있는 어떤 거라고 여기는 걸까.” 자신의 배로 낳았지만 완전히 낯선 사람인 것처럼만 느껴지는 딸을 들여다보는 일은 결국 “끊임없이 싸우고 견뎌야 하는 일상”을 지나보내야만 하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으로 나아가게 된다.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이 저릿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감정의 어느 지점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통상적으로 묘사되는 부모와 자식 간의 모습이 아님에도 우리는 이들의 상황과 태도에 공감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무조건적인 사랑과 희생의 방식으로 그려졌던 어머니가 아니며 딸은 부모에게 연민을 내보이지 않는다. 소설에서는 전혀 다른 영역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충돌하는 영역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를 통하여 자신의 시선으로서는 가닿기 힘든 영역을 마주치게 되는 것을 그린다.돌아보면 나와 엄마의 사이도 그랬다. 우리에게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기가 있었다. 특히 내가 사춘기를 지나오면서 우리의 불화는 절정에 달했다. 엄마는 항상 내 행동에 제약을 거는 존재였으며 마치 일부러 나를 괴롭히려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우리는 자주 언성을 높이고 싸우곤 했었는데 그 내용은 다시 생각해도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엄마는 내게 ‘왜 하교를 했는데도 교복을 있느냐’는 잔소리를 했고 그러면 나는 ‘내가 무슨 옷을 입고 다니든 엄마가 무슨 상관이냐’고 응수하곤 했다. 혹은 엄마는 내게 ‘양말을 뒤집어서 벗어놓지 말라’고 했고 나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꼬투리를 잡는다’고 반박했다. 엄마는 내게 기본적인 생활 태도를 가르치려 했던 것이고 나는 엄마가 나를 통제하려 든다고 생각했었다. 우리의 대화는 본질로 향하지 못하고 언저리만을 뱅뱅 돌았다. 서로의 생각을 정확하게 바라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로 불만을 토로했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했다.특히 내 쪽이 그랬다.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엄마는 계속해서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엄마에게도 자신만의 신념이 있고 기분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는 엄마이기 때문에 당연히 나를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것이었는지 깨닫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엄마와 딸의 관계를 넘어서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엄마는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한 명의 인간이자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였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소설을 쓰다보면 타인에 대한 이해는 필연적으로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소설을 쓰는 입장으로서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헤아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시선은 도저히 가 닿을 수 없는 타인으로까지 향하게 되는데 그건 무척이나 고단하면서도 유의미한 일이다. 나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이상한 선택을 하게 되는 인물을 내 손으로 그리면서도 몇 번이나 고개를 갸웃했었다. 그러나 끝끝내 그러한 인물마저도 끌어안게 되고 어쩔 수 없음의 영역을 경험하게 된다.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들이며 무차별적으로 다가오는 삶의 폭풍 속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헤쳐 나가는 중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이러한 이해의 방식에는 나와 엄마도 대입할 수 있다. 엄마와 나는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 존재다. 우리는 한 집에서 살았지만 각자 다른 생각을 했다. 매일매일 다른 체험을 하고 상반된 감정을 겪었다. 이토록 이상하고 특별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몇 번이나 실패할 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엄마와 나의 세계는 조금씩 확장될 것이다. 어렵지만 기대되는 일이다. 관계를 맺는다는 건 그런 것이니까.

2022-03-29

어린이라는 신앙-소파 방정환을 읽다

1929년 5월 어린이날 특집 기념호로 발간된 잡지 ‘어린이’의 표지. 방정환이 1923년 창간하고 개벽사에서 펴냈던 잡지 ‘어린이’는 1935년까지 이어졌다. 이 잡지는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어린이 전문잡지였다. 무언가를 이름지어 부를 수 있는 언어의 힘이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내는 힘을 갖는다. 시에서 메타포, 즉 은유가 갖는 힘이 그토록 대단한 것은 그것이 단지 시라는 문학 장르의 수사적 방법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전까지 연결되어 있지 않았던 언어를 현실적 대상으로 연결하는 시인의 통찰력과 언어적 창조력은 그 언어를 둘러싼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이제는 낡은 것이 되어 버린 “내 마음은 호수”라는 은유조차, 호수를 지날 때 문득 떠오르지 않는가. 그 언어가 존재의 집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기계와 상호작용하는 이 새로운 미디어의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오히려 언어적 담론의 힘에 더욱 둔감해진 지금 시대에 어떤 것을 이름지어 부를 수 있는 은유의 힘은 더욱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그런 의미에서, 비록 어린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그 언어에 담긴 함의를 새롭게 더욱 귀하게 규정했던 소파 방정환의 자리는 여러 번 긍정되어도 모자랄 만하다. 그는 어른의 부속품처럼 다뤄졌던 어린이의 자리를 새롭게 규정하면서, 어른이 어린이를 내리누르지 말고, 낡고 묵은 것으로 새것을 누르지 말라고 주장했다. 어린이가 미숙하고 모자란 것이 아니라 귀하고 중요한, 국가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투자로 그 의미가 바뀌게 된 것은 1920년대 초부터 방정환이 행했던 강연이나 언론, 출판 활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던 것이다.방정환은 천도교 3대 교주인 손병희의 세 번째 사위로, 일본에 유학하면서 1923년 색동회를 창립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어린이날을 만들면서 잡지 ‘어린이’를 창간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그는 천도교의 언론출판 활동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던 개벽사에서 시사종합잡지인 ‘개벽’, 어린이 전문잡지 ‘어린이’, 여성 전문잡지 ‘부인’, ‘신여성’ 등을 편집하면서 바로 전 시대 최남선이 신문관을 중심으로 열었던 잡지출판의 시대를 이어 1920년대부터 30년대까지 조선의 잡지왕국으로 군림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언론인이기도 했다. 1931년 잡지 ‘동광’ 8월호에 ‘김만(金萬)’이라는 필자는 방정환을 평하며, “조선서는 잡지왕국이라 할 개벽사 2층에는 편집실에 북극의 북극곰(白熊)모양으로 혼자 들어앉아서 연이어 연방 담배를 피워 물고 ‘혜성’, ‘신여성’, ‘어린이’의 매호 편집 목차에 하루 같이 땀을 흘리는 방정환씨는 개벽의 잡지왕국의 총리라는 관(觀)도 없지 아니하거니와 그보다는 몸뚱이가 뚱뚱하고 부지런한 것이 ‘노력하는 곰’이라는 감을 금할 수 없는 것은 필자만의 특수감은 아닐 것”이라고 쓰고 있기도 했다.물론 앞 시대의 최남선 역시 아이들을 위한 잡지에 관심이 많아 ‘소년’, ‘붉은저고리’, ‘새별’, ‘아이들보이’ 등의 소년 잡지를 발간했지만, 그에 비해 방정환이 만든 잡지 ‘어린이’가 특별했던 것은 그가 ‘어린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당시의 조선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애썼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개벽사에서 잡지를 만들었던 것은 바로 이 ‘어린이’를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에게 있어서 ‘어린이’는 신앙 그 자체였고, 당시 식민지였던 조선 사회를 광복으로 이끌 가장 중요한 힘이었다.매년 5월이 다가올 무렵이면, 어린이라는 단어는 더욱 애틋해진다. 미래를 쉽게 말할 수 없었던 시대에 어린이라는 씨앗을 뿌리고, 자라난 나무에서 사회의 변화를 기대했던 방정환의 삶을 생각한다. 그가 썼던 글은 대부분 어린이를 위한 사소한 읽을거리였지만, 결코 사소하게 읽히지 않는 것은 그 글이 어린이라는 신앙에 바탕을 둔 것이었기 때문이다. /홍익대 교수

2022-03-28

노송(老松) 아래 아무것도 없었다 (Ⅵ)

가벼웠다. 우리 아버지가 왜 이리 가벼워, 왜 이리 가벼운 거야? 눈물을 흘리며 관을 붙잡아야 했지만 필립은 그러지 않았다. 그 무거운 것들을 속에 넣고 계셨어. 내 가슴과 등을 묵직하게 누르던 아버지의 무게는 그것들의 무게였어. 그것들이 사라지니 이렇게 가볍지 않아? 만식의 시신은 속을 파낸 통나무 같았다. 속을 다 파낸 통나무로 배를 만든다 했지. 그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겠어. 필립을 태운 만식의 영구차는 넓은 강 위로 놓인 다리를 건넜다.사옥 정문 앞 노송 아래에 절반을 묻었다. 직원들이 나와 그 광경을 보았다. 일부는 울기도 했고 일부는 소름끼친다며 겉옷을 고쳐 입었다.임원 중 한 명이 물었다.-회사는 어떻게 할지?-회장님 안 계신다고 회사가 망하는 건 아닙니다. 회장님이 회사를 그렇게 만드시지도 않았고. 회장님이 돌아가셨어도 회사는 그대로입니다. 하던 대로 하면 됩니다.필립이 덧붙여 말했다.-그리고 당분간은 후계 따위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주세요. 부회장님이 있으시니 부회장님 중심으로 운영하시면 됩니다. 제가 어찌할지는 조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겠습니다.누구도 후계에 대해 묻지 않았지만 필립은 확실히 해두고 싶었다.집 정원의 회화나무 아래에 나머지 반을 묻은 후 필립은 작은아버지 부부와 친지들을 배웅했다. 형도, 어머니도, 이제 아버지까지.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는 쓸쓸함, 서러움. 하루 정도는 그런 기분을 느껴야 할 것 같았다. 회화나무 아래를 보며 ‘아버지’ 하고 나지막하게 불렀다. 눈물이 따라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입꼬리가 양쪽으로 당겨졌다. 콧구멍 안 깊은 곳 목 안으로부터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필립의 머리는 양쪽으로 흔들거렸고 오른발은 박자를 맞췄다. 필립은 만식과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애를 썼지만 떠오른 것은 회사의 조직체계와 운영에 대한 것이었다. 오래된 고민이었다.-저.안나였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반대쪽에는 아내가 안나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안나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호칭을 어떻게 할지. 사모님이라 부를게요. 사모님께 정식으로 인사드린 적 없지요. 장례식장에서는 인사를 드릴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제 이름은 안나예요, 안나. 사흘 동안 많이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물을 가져다주신 것, 다리를 주물러주신 것 모두 감사해요. 여자로서, 아이를 가져본 여자로서 저를 살펴봐 주셨어요. 그리고 회장님, 저와 저의 아이는 어찌할지 말씀을 기다릴게요. 욕심 부리지 않겠습니다.필립은 안나의 두 눈에 고인 눈물을 보았다. 닦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곧 자기가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손수건을 건넨 것은 필립의 아내였다.-그러니까 허 형사, 현장에 남겨진 것 중에는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없단 말이지?박 팀장이 허 형사의 책상으로 다가왔다.-피해자의 것을 제외하고 남겨진 지문도 없습니다. 혈흔이 있기는 합니다만 모두 피해자의 것입니다. 많지도 않고요. 사실 그것도 이상합니다.허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박 팀장이 허 형사에게 커피를 건넸다. 김강 작가 2017년 제21회 심훈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 ‘소비노동조합’ ‘여행시절’(공저) ‘당신의 가장 중심’(공저) 등을 썼다. -앉아, 앉아서 이야기하자고. 커피 한 잔 하면서.박 팀장은 옆자리의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피해자가 병원에서 타고 나간 본인의 차량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이 됐는데 혈흔이 얼마 없다는 겁니다. 다른 곳에서 살해된 후 시신이 발견된 장소, 차로 옮겨졌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장기를 꺼내는 작업을 차 안에서 하기는 힘드니까 어딘가 다른 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볼 수 있지요. 문제는 어디서 했느냐 인데요. 차량이 고속도로 진입 톨게이트를 통과한 것과 차량 발견지의 도착 톨게이트를 통과한 것까지 확인을 했는데 그 시간이 빠듯합니다. 다른 뭔가를, 이를테면 장기를 꺼내거나 할 그런 시간이 안 되거든요. 장기가 한두 개도 아니고. 하이고, 완전 인조인간이더군요. 간, 폐, 콩팥, 관절, 심장까지. 다 인공 장기예요.-조금만 더 살았으면 머리만 빼고 다 바꿨겠네. 역시 돈이 좋기는 좋네. 결과는 좋지 않지만 말이야. 하여튼, 그러면 이쪽 톨게이트를 지나기 전에 다른 차량이나 장소로 옮겨졌거나 저쪽 톨게이트를 지나서 옮겨졌거나. 그럴 수 있는 거네.박 팀장이 허 형사를 보며 말했다.-가능하죠. 그런데 그게 잡히는 게 없습니다. 병원에서부터 톨게이트까지의 차량 동선에 있는 CCTV를 다 살펴봤는데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쪽도 마찬가지고. 게다가 무슨 비밀이 그리 많았는지 썬팅을 심하게 해놓아서 차량 안을 볼 수가 없습니다.

2022-03-28

샤이 오미크론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샤이 오미크론은 코로나19 증상이 있거나 자가진단키트를 통해 양성 진단을 받았음에도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나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지 않으려는 환자군을 일컫는다.정치권에서 자신이 보수성향이지만 보수임을 인정하지 않는 유권자를 가리켜 ‘샤이 보수’라고 부르던 데서 비롯된 신조어다.우리나라에서 최근 25일간 잇따라 20만명 이상 코로나 확진환자가 발생한 것도 샤이 오미크론 때문이란 분석이다. 샤이 오미크론 현상이 만연하게 된 데는 코로나 방역수칙에 따르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의 속사정이 얽혀 있다. 예를 들어 자영업자가 자가진단키트에서 양성판정이 나올 경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몸살, 기침,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어서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아야하지만 PCR 검사를 외면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하게된다. 대체근무자를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7일간의 짧은 기간 동안 교육 과정 없이 능숙하게 매장을 운영할 사람을 구하는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또한 인력을 구한다 해도 인건비 등 소요비용이 자영업자에게 적잖은 부담이다. 일 평균 1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자영업자가 대체 인력을 사용해 7일간 매장을 운영하면 최저임금·8시간 기준 51만여원의 인건비를 줘야 한다. 한 주 동안 벌어들인 매출의 대부분을 인건비로 지출해야 한다. 이러니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어도 PCR 검사를 꺼리게 된다.샤이 오미크론은 정부가 코로나에 걸린 국민의 삶을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정부가 국민 개개인에게 ‘내가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되어도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구나’라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샤이 오미크론이 사라져야 코로나 확산도 막을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3-28

대통령과 당선인이 국민 통합 중심돼야

김진국 고문 정부 이양이 소란하다. 어떤 자리도 전·후임자 사이가 좋기는 쉽지 않다. 비교당하고, 궂은일의 책임과 좋은 일의 공덕이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제왕적’이라는 말을 듣는 대통령 자리는 오죽할까. 같은 정당 내에서 정권을 넘겨도 전·후임자 사이에 앙금이 남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니 정권 교체에서는 어느 정도 잡음을 각오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이번에는 좀 지나치다.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일도 대통령과 당선인이 대립할 문제는 아니다. 집무실은 쓸 사람이 결정할 몫이다. 여론을 물어보고, 정치권이 논란을 벌일 수는 있지만 방을 비워줄 전임 대통령이 왈가왈부하는 건 남의 집 제사상 간섭하는 꼴이다.물론 그 일이 현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참견한다면 거기까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자마자 청와대를 시민에게 공개하려면 후임 대통령이 입주할 때와는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일하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 그렇게까지 서두를 이유는 없다.최근 여론조사마다 과반수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반대한다. 이런 탓인지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 운영을 잘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55%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같은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87%, 박근혜 전 대통령은 78%, 이명박 전 대통령은 84%였다.선거가 끝나면 새 대통령에게 기대가 모이는 게 정상이다. 저조한 기대치는 선거전이 격렬했던 탓도 있지만, 그 후유증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윤 당선인이 ‘국민 통합’을 강조했지만, 실행이 더디다는 말이다. 당선인과 그 측근들이 던지는 말들이 너무 날카롭다. 반대 진영에서 승복하지 않는 언행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 통합의 책임은 결국 국정을 이끌어갈 윤 당선인에게 있다. 전임자, 경쟁 정당을 끌어안아야 한다. 국민을 설득하는 데도 실패했다. 밀어붙이기만 해서는 오래 못 간다.임기 초 지지율은 국정의 틀을 잡아나가는 동력이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특히 악재다. ‘밀월 기간’도 날려버렸다. 선거가 끝났는데도 정치권이 전투 모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리서치 조사를 보면 대구·경북(찬성 61.4%, 반대 34.3%)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반대 의견이 많다. 서울은 반대 55.8%, 찬성 39.3%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는 호남과 세종·인천·경기·제주에서 이겼다. 그런데 민주당에 호재가 생긴 것이다. 대통령 선거의 여파가 남아 있어 판세를 뒤집기 어려웠는데, 대선 득표 차가 크지 않은 서울·충청에서 의욕이 생겼다.문 대통령은 18일 참모진들에게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개별적인 의사 표현은 하지 말라”고 입 단속했다. 그런데 21일 “촉박한 시일에 국방부·합참·대통령비서실 등 이전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며 반대했다. 급반전의 배경이 민주당의 지방선거 전략이라고 의심받을 만하다.대통령 선거 때도 문 대통령은 투표 하루 전인 8일 윤석열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의도했건 아니건, 여성 표가 이재명 후보로 모이게 도왔다. 대통령의 선거 개입에는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 문제를 차치해도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다. 대통령과 당선인이 선거 때문에 협력하지 못한다면 비극이다.윤석열 당선인은 당선되는 순간 국민의힘이나 지지자들의 당선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당선인이다. 집무실을 하루 일찍 옮기는 것보다 국민 통합이 중요하다. 현 대통령과 경쟁 정당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상대가 그 손을 잡지 않더라도, 포용하는 노력을 보이고, 국민이 거기서 진심을 느껴야 통합할 수 있다. 문 대통령도 취임하면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당선인이 분열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역대 대통령은 불행했다. 이제라도 통합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 하루빨리 전·후임자가 손을 잡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김진국 본사 고문

2022-03-27

영양군수의 최고 덕목은 청렴성

임시권 영양문화원장 영양군민은 군민들의 생활 속에서 함께하는 지도자를 원한다.6.1 지방선거가 2개월 앞으로 다가 왔다.지방선거는 앞으로의 4년 동안 지역의 대소사를 이끌어나갈 지역 일꾼을 선출하는 선거이다.그렇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은 언제나 멋진 지도자 지역을 위해 희생하는 참된 일꾼을 원한다.인구 1만 7천명의 작은 지방자치단체인 영양군도 예외는 아니다.언제나 군민들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잘 사는 지방자치단체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지도자를 군민들은 간절히 원하고 있다.사사로운 이득에 눈이 어두워 편 가르기로 영양군의 화합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 영양의 미래를 위해 깊고 넓게 보면서 영양군이 발전해 나갈 방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군민들과 소통하고 군민들의 삶속에 녹아 들 수 있는 그런 지도자를 말이다.차기 영양군을 이끌어 갈 지도자는 영양군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으면 한다.군민들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활함에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할지 항상 고민하고 실천해 옮기며 현재 삶의 질이 중요한 가치가 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이제는 군민생활과 가까운 정책으로 행정의 체질개선을 통해 군민 모두가 행복한 영양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영양군은 지난 시간 동안 다양한 공모사업 신청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며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사례가 많다.이에 안주하지 말고 차기 어떤 지도자가 영양군을 이끌어 갈지 간에 군민들의 편의와 발전을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직접 발품을 팔아 예산을 확보하는 군정 활동이 필요 할 것이다.한 두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중앙부처와 상급기관의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며 정책을 호소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요즘 군수들은 군수가 될 인물의 자질중 청렴함을 최고의 덕목이라 여기기 때문에 행정 업무처리 절차와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어떠한 상황에서도 개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으로 일부 집단과 단체에 흔들리지 않고 중립을 지키며 군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좋은 안건들을 정책에 반영시켜 군민들이 원허는 정책을 펼 수 있는 그런 훌륭한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지도자는 막중한 책임과 의무는 물론 권한까지 가지는 자리다.영양군수라는 자리는 1만 7천여명 영양군민의 눈높이를 맞추고 군민 모두가 염원하는 사업추진을 추진해 풍요로운 삶을 영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리다.항상 군민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군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라 생각한다.‘모든 국민은 투표하는 순간에만 주인이다. 투표가 끝나자마자 다시 노예가 된다’는 프랑스 계몽 사상가인 루소의 말이 있다.이번에도 그리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후보들이 선거 때는 무슨 말인들 못하겠는가.군수후보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돈과 권력을 좇아 기회주의적으로 산 인물인지 주민을 섬기고 정의와 유능함을 갖춘 참사람인지 당사자들의‘역사’를 봐야 한다.다른 후보를 비방하면서 자신을 드높이려는 후보보다, 다른후보의 장단점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얼마나 ‘실적’과 ‘실력’을 갖고 있는지를 다정하게 논증하는 후보를 주목해야 한다.한고을의 지도자는 일편단심 군민을 편하고 잘 살게 하려는 생각으로 불철주야 노력할 정직한 사람, 당장의 인기를 위해 초상집이나 행사장만 부지런히 쫓아다니는 사람이 아닌, 사사로운 이익에 마음을 사로잡혀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아닌, 영양군의 미래를 길게 보고 넓게 보고 깊이 보면서 묵묵히 한길로 매진할 품성과 자질을 가진 사람, 영양이 발전해 나갈 방향에 대해 군민과 시민단체와 토론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실천해 나갈 방도를 의회와 숙의할 줄 아는 사람, 공무원으로서 참된 봉직관을 가진 공무원을 볼 줄 아는 그런 사람이 군수가 되었으면 좋겠다.나는 그런 참 좋은 후보를 만나서 동행하고 싶다.

2022-03-27

목련이 목련했다

목련 투어를 나섰다. 지난해는 보문단지와 동리목월문학관 지나 서출지까지 발도장을 찍었었다. 올해는 다른 곳으로 골랐다.첫 코스로 화천리 산수유 보러 갔다가 발견한 목련 한 그루다. 어느 문중의 선산인지 햇살 가득한 언덕에 봉분이 나란히 몇 기 엎드린 곳에 꽃나무가 병풍처럼 들러져 있었다. 그 나무 중 우뚝 키가 큰 목련이 봉오리를 가득 달고 있었다. 며칠이면 꽃문을 열 것으로 보여 오늘 찾았다.산비탈에 주춤주춤 차를 세우는데, 아직 만개하지 않은 목련이 노란 산수유 군락지 위로 삐죽이 고개를 내밀고 우리를 반긴다. 가지에 산새들이 다닥다닥 앉은 모양새다. 가까이 가려니 꽃그늘에 평상이 하나 놓였고 그 아래 잔디밭에 손님 셋이 소풍 온 듯 무언가 나누며 소담스럽게 웃는 소리가 번졌다. 산소에 다니러 온 주인장인가 싶어 목련 사진만 찍고 갈게요 하니, 자신들도 객이니 걱정하지 말고 찍으라 했다. 하늘을 배경으로 한 컷, 산수유와 더불어 한 컷, 활짝 핀 가지를 줌으로 당겨 한 컷 찍었다. 마지막으로 목련을 보러 온 그들을 넣어서 원경으로 한 컷 더 찍었다.찍으며 보니 찻상이 참 곱다. 다도를 즐기는 사람들은 꽃이 피는 곳을 찾아다니며 꽃자리를 깔고 즐긴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만났다. 아기자기한 상꾸밈을 보고 감탄하자 차 한 잔 맛보라며 자리를 내준다. 민폐 같아 사양하니, 세 사람 중에 큰 카메라를 옆에 둔 분이 자신도 목련 찍으러 와서 처음 만난 사이니 그냥 껴 앉으라고 부추겼다. 못 이기는 척 꼽사리를 꼈다. 앉자마자 우리가 올 것을 알고 기다렸단 듯 붉은색의 천으로 된 찻상을 깔아주며 찻잔에 받침까지 받쳐서 삼색 과일까지 담아 꾸미는 것이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벌이 내는 날갯짓 선율을 들으며 오래된 보이차와 눈 속에서 딴 국화차와 초록빛 고운 말차까지 대접받았다.차를 마시는 사이에 꽃 사진을 찍으러 사람들이 주위를 서성댔다. 나만 아는 곳인가 했더니 좋은 사진을 찍으려고 잘도 좋은 곳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꽃 향에 차향에 사람 향에 취해 생각보다 오래 머무른 듯해서 서둘러 감사 인사를 나누고 다음 장소로 발길을 재촉했다.두 번째 찾아간 곳은 오릉이다. 넓은 주차장으로 들어가는데 기와 담장 위로 솟아오른 목련이 햇살에 하얗게 빛나는 모습이 눈부셨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참을 넋 놓고 꽃 감상을 했다. 안으로 들어가 소나무 숲을 따라 돌다 보면 능이 넷이다가 셋으로 줄었다 다시 다섯으로 돌아온다. 오릉은 4명의 신라초기 박씨 왕들과 박혁거세왕의 왕비인 알영부인의 능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신라의 초기 묘들은 돌무지덧널무덤이 아닌 널무덤 또는 덧널무덤으로 조사돼 이 오릉이 신라초기의 왕릉일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넓은 능을 다 돌아보려면 하루해도 모자란다. 오늘의 우리 목표는 숭덕전 앞의 목련이다. 멀리서 보니 벌써 웨딩 사진 찍는 일행들과 바주카포 같은 렌즈를 달고 온 동호회 사람들이 자리를 옮겨가며 목련의 자태에 홀려있었다. 많은 이들 중에 빨간 외투를 입고 찍기도 하고 찍히기도 하는 여인이 눈에 뜨인다. 산수유 그늘에서도 열심히 서성대던 일행이었다. 내가 들고 간 빨간 하트 우산을 빌려 사진을 찍더니 어디서 산 것이냐 묻는다. 가격까지 알려드리니 주변의 다른 분까지 받아적는다. 히힛, 역시 사진에 진심인 분이다. 담장에 붙어서 나란히 심은 탓에 기와지붕이 꽃그늘에 가려진다. 목련의 키가 거기에 서 있던 시간을 말해주려고 건물의 높이를 뛰어넘었다. 파란 하늘, 까만 기와 하얀 목련의 삼박자가 카메라 셔터의 속도를 빠르게 했다.친구가 새로 집을 지었다. 목련 투어를 다니는 내 생각이 나서 한 그루 심어야겠다고 집 어느 즈음에 심으면 좋은지 나에게 물었다. 아파트에만 살아온 내가 어찌 알겠나 했더니 이곳에서 답을 얻었다. 담장 따라 심어놓으니 어느새 담을 훌쩍 뛰어넘어 밖을 지나는 사람도 즐기고 담 안의 주인도 창문으로 들어오는 풍경을 담을 수 있으니 좋다. 목련이 하루를 가득 채웠다. /김순희(수필가)

2022-03-27

기후위기, 누가 대신 막아주지 않는다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인류는 20세기에 전 지구적인 산업화를 통해 기념비적인 발전을 이뤄냈지만, 21세기를 맞이하면서 대재앙 수준의 위협에 처해있다.재앙은 2020년대가 시작되면서 현실화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지구 온도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호주와 미국, 브라질에 발생한 엄청난 산불로 주변 도시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대규모 메뚜기 떼가 덮친 아프리카에서는 작물과 초원이 초토화됐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전염병도 전 세계로 확산됐다.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근본적으로 감축하지 않으면, 파멸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기후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정부는 지난해 10월 8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대해 2018년 배출량 대비 40%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주요국가 NDC 수준을 보면 미국 45.8%, 영국 45.2%, EU 39.8%, 일본 38.6%로 우리나라가 특별히 높은 감축목표를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가 사회적 합의 없이 불쑥 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에 반발과 우려를 자초한 것이다.정부가 발표한 2018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계획을 보면, 전체적으로 7억2천760만t에서 4억3천660만t으로 40% 절감하는 것이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2억6천960만t에서 1억4천990만t으로 44.4%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2020년 6.6%에서 2030년 30.2%까지 늘려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미다. 산업 분야에서는 2억6천50만t을 2억2천260만t으로 14.5% 줄이고, 건물에서 32.8%, 수송에서 37.8%, 농축수산에서 25.9%, 폐기물에서 46.8%를 줄인다는 계획이다.지금 우리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우리의 행동과 선택이 다가올 미래 세대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지구가 파국으로 치달을 확률이 낮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주장이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손놓고 있어서는 안된다.문재인 정부 에너지정책의 치명적 과오는 국민을 구경꾼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국민이 보기에 탈원전 정책은 ‘정권이 바뀌면 어차피 폐기될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이끌었다. 중요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자기편 사람들이 태양광을 통해 한탕 해 먹는 판’으로 비추어지도록 했다.기후대응에 대한 해결책은 이제 국민 모두의 숙제가 되었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도 문제해결의 당사자다. ‘정부가 알아서 해결하겠지’하는 생각으로 떠넘길 일이 아니다. 당장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걸려 있는 심각한 문제다.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해결책을 잠시 유예할 따름이다. 국민 모두 지구재앙을 막는 것을 나의 일로 여기고 나서야 한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느긋한 자세를 가져선 안 된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내 집 지붕이나 베란다, 공장 지붕, 회사 공터에 당장 작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일에서부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일, 사용안하는 가전제품의 전원을 끄는 일, 휴대폰과 차량을 1년 더 쓰는 일 등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일은 수없이 많다. 이런 실천이 단순한 윤리·도덕적인 행동이라는 사치스러운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 모두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정부나 대기업, 국제기구가 지구의 대재앙을 막아줄 것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우리는 임진왜란을 당하여 왕과 조정이 의주까지 도망치고 난 후에도 결국은 백성이 의병을 조직해서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켜낸 민족의 후손이다. 정부의 무능과 금융기관의 일탈로 IMF사태까지 맞았지만, 전 국민이 한마음으로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하고, 소맷자락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도 있지 않은가.글로벌 빅4 회계법인 중 하나인 딜로이트 경제연구소(Deloitte Economics Institute)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거나 부적절하게 대처할 경우 앞으로 반세기 동안 경제적 누적 손실은 현재가치 기준으로 약 93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보고서는 한국이 205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폭을 1.5℃로 제한한다는 목표에 발맞춰 과감한 ‘기후행동’에 나선다면 2070년까지 약 2천300조 원의 추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온실가스를 제대로 줄이면 2천300조 원의 이익을 얻고, 안 줄이면 935조원의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앞으로 9년이 기후변화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최악의 상황을 맞기 전에 개인은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정부는 재앙에 대비한 구체적인 정책들을 도입해야 한다.

2022-03-27

허니문

우정구 논설위원 허니문(honeymoon)은 결혼 후 신혼부부가 가지는 즐겁고 달콤한 시기를 비유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결혼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지역 국가의 신혼부부는 결혼 후 신부의 어머니가 만들어준 미드(mead)라는 꿀이 첨가된 맥주를 매일 마셨는데, 건강한 아이를 낳으라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우리는 이를 밀월(蜜月)이라 번역해 부른다.정치적으로 사용되는 허니문은 새로 당선된 대통령에 대해 의회나 언론이 그의 장도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취임 초기 짧은 기간 비판을 자제하는 관행이다. 이 기간은 잘못을 해도 크게 비판하지 않는다. 정권을 이양받은 초기라 일이 서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미국 경제가 대공황을 맞았던 1933년, 막 취임한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 의회와 손을 맞잡고 경제위기를 잘 극복하게 되는데 이때 열린 의회 100일을 허니문 기간이라 불렀다.일반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의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에 대해서는 허니문 기간을 주는 것이 상례다. 주식시장에서도 허니문 랠리라는 것이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정치와 경제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사회가 안정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두고 여야가 극한 충돌을 빚고 있다. 권력 이양조차 순조로울지 위태한 분위기다. 새 정부의 안정적 국정 수행을 위해 신구권력의 의견 조율은 반드시 있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의 회동이 무산되면서 두 권력의 충돌은 점입가경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임기 시작도 전 충돌하는 권력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도 착잡하다. 허니문을 관행으로 받아들이는 여유의 정치가 아쉽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3-24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 무슨 소용일까. 제 눈에는 하늘이 안 보이겠지만 하늘은 여전히 거기에 있다. 문제의 본질은 해결하지 못한 채 임시방편으로 일을 해결하려 하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특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하늘이 완전히 가려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진실은 은폐하려 해도 숨길 수 없다’는 뜻으로 주로 쓰인다.‘눈 가리고 아웅’이란 말과 흡사하다.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최근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 김재원 최고위원을 향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고 비판했다.사건의 발단은 이렇다.지난 21일 당 최고위원들은 회의를 열고 지선 공천에서 최근 5년 내 무소속 출마 경력이 있는 경우 15%, 현역 의원의 경우 10% 감점을 적용키로 결정했다. 두 감점규정에 모두 해당하는 홍준표 의원은 총 25%의 감점을 받게됐고, 홍 의원은 크게 반발했다. 특히 홍 의원은 페널티 방식을 결정한 최고위원회에 소속된 김재원 최고위원이 대구시장 출마 선언을 한 데 대해 맹비난했다.이해당사자가 주도해서 표결에 참여한 것은 법률상 당연무효사유이며, 그 표결에 참석한 사람(김재원 최고위원)은 지선 출마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홍 의원의 비판요지였다. 홍 의원이 크게 반발하자 김 최고위원이 해명에 나섰는 데, 이번에는 해명과정에서 이준석 당 대표와 부딪치며 진실공방이 벌어졌다.김 최고위원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렇게 해명했다. 당대표가 갖고 온 초안이 탈당 경력자 25% 감산, 징계 경력자 25% 감산, 당원 자격 정지 처분 이상을 받은 징계 경력자 15% 감산하자는 내용이었고, 자신은 15%로 통일하자고 했다는 것.이에 대해 이 대표는 즉각 반박에 나서 “김재원 최고위원이 본인이 대구시장 출마하는 상황에서 여러 오해를 사니까 당대표에게 뒤집어 씌우느냐”라고 펄쩍 뛰었다. 이 대표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당시 회의에서 당 기조국장이 안건으로 오른 공천규정안은 기획조정국 안이라는 것을 명확히 설명했고, 김재원 최고위원이 “‘아직 (나는) 출마할 가능성이 많지 않다. 이해당사자로 보지 말아달라’라고 하면서 논의에 참여했다”고 폭로했다.즉, 광역단체장 감점규정 적용에 반대를 표해온 당 대표가 해당 공천규정안을 낸 듯이 말한 것이나, 자신이 이해당사자가 아니라고 해서 공천규정 논의에 참여시켰는 데, 회의가 끝난 다음날 보란듯이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것은 묵과하기 어렵다는 게 이 대표의 비판요지였다.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홍 의원에 대한 감점규정 중복적용은 다소 과도하다는 공감대가 있어 철회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지역정치권에서는 경기에 뛸 선수가 심판노릇까지 한것은 모양새가 나쁘다는 여론이다. 무릇 공당의 공천기준은 공정해야 한다. 그게 0.73%포인트 차로 어렵사리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정부를 밑받침할 수 있는 지방정부와 의회를 구성할 수 있는 모범답안일 수 있다.

2022-03-24

서해 수호의 날에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매년 삼월의 넷째 금요일은 ‘서해 수호의 날’이다. 2016년 1월 28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방안을 낸 것을 입법예고와 법제심사, 국무회의심의 등을 거쳐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2002년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2010년 연평도 포격 등 서해에서 발생한 북한의 도발에 따른 대한민국 국군의 서해 수호를 위한 희생을 기리고, 국토수호 결의를 다지며, 국민의 안보의식을 결집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하였다. 국군이 46명이나 사망한 천안함 피격사건이 일어난 3월 26일이 금요일이어서 그 날을 기념일로 정한 거라 한다.종북 좌파들의 지지를 받는 문재인 대통령은 서해수호의 날이 별로 달갑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임기 중 처음 두 해는 기념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일각에서 원성이 일자 삼년 째부터 기념식에 참석은 했지만 북한의 도발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재발방지를 위한 경고나 대책을 말하지는 않았다. 오죽하면 천안함 전사자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가 분향하는 문 대통령에게 다가가서 “이게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묻는 해프닝까지 벌어졌겠는가. 그때 김정숙 여사가 그 유족을 ‘무섭게 째려봤다’는 논란이 있었다. 5·18 기념식에서 눈물을 흘리던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라는 거였다.어찌 서해를 수호하는 것뿐이랴.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일이야 말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우선의 과제요 사명이 아니겠는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한민국이 오늘의 모습으로 존속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있었는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소련과 중공에 인접한 지정학적 위치의 대한민국이 공산화 되지 않은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미 공산화된 반쪽까지 호시탐탐 적화통일의 야욕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체제의 안정과 성공신화를 이룩한 것은 이승만의 혜안과 의지, 미국의 도움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그 과정에 무리와 과실이 없지 않았고 그에 따른 저항과 갈등도 적지가 않았지만 말이다.지금은 국제무대에서도 제법 행세께나 하는 나라가 되었지만, 오십여 년 전까지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처량하기 짝이 없는 약소국이었다, 그 약소국을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었던 것은 미국이란 세계 최강의 동맹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6·25전쟁 당시 수많은 사상자들의 희생을 무릅쓰고 적극적인 지원을 한 것도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에게는 생명의 은인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안보를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이라는 튼튼한 방어벽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문재인 정권의 반미친중 외교는 한미동맹을 와해 직전까지 몰아갔다. 미국보다는 북한과 중국의 손을 잡고 사회주의체제로 가려는 것이 저들의 속셈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다행히도 이제 정권이 바뀌게 되어 그들의 꿈은 좌절되고 대한민국은 다시 자유민주주의로 선회할 수 있게 되었다. 한미동맹은 물론 한·일관계도 정상화하는 것이 나라를 수호하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2022-03-24

꽃샘바람이 분다

윤영대수필가 춘분이 지났다. 낮과 밤, 추위와 더위가 반반이니 진정 봄날이다. 긴 겨울을 견디며 하늘과 땅의 좋은 기운을 빌어온 농부들은 봄보리 갈고 채소 씨앗 뿌려 춘경(春耕)을 시작하며 허물어진 담장을 고치고 파릇한 봄나물 뜯어 먹으며 한해의 풍년을 비는 철이다.‘춘분에 비 오면 병자가 드물다’고 했는데, 겨울 가뭄을 씻어버리듯 비가 내렸으니 역병인 코로나도 사라지겠지, 견뎌 보자. 이맘때면 남에서 봄바람이 꽃내음 싣고 오는 데 꽃샘추위가 봄이 오는 길목에서 심술부리니 멈칫멈칫 꽃망울을 펴지 못하고 있다.이 나라도 하늘의 기운을 닮아가는지 대선이 끝나고 좀 밝고 맑은 나라를 기대해 보려니 새 정치를 위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두고 시끄럽다.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고 청와대를 개방하여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윤 당선인의 꿈을, 안보 공백이 우려되고 천문학적 이전 비용이 든다며 예산편성을 거부하는 문 정권의 트집으로 갈등을 빚으며 평화롭게 이어 나가야 할 대통령직 인수인계가 난맥상이다. 향기로운 꽃바람 불어오려는 봄날에 이를 시샘하는 꽃샘바람이 밀려와 가벼운 가슴으로 꽃길을 걷고 싶은 상춘객들에게 다시 옷깃을 여미게 하는 아쉬움이다. 겨울에 입었던 두껍고 무거운 옷들을 빨아 넣고 가볍고 밝은 옷을 꺼내 입으려던 마음도 멈칫하고 창밖 하늘을 올려다본다.코로나 역병이 창궐한 지 2년 2개월 넘어 16일 확진자 62만 명의 최고점을 찍고 22일에는 누적확진자 1천만 명을 넘었다. 국민 5명당 1명이 코로나바이러스 바람을 맞은 셈이니 한 가족 한 명꼴이다. 봄이 왔건만 꽃잔치와 꽃놀이도 못하는 억울한 마음인데 날씨마저 아직 겨울의 차가움을 밀고 있으니 더욱 봄날이 그리워진다.마음을 달래려 창포마을 뒷산에 올랐더니 드문드문 하얀 매화꽃과 노란 산수유꽃은 만개했고 숲속 진달래는 발그레 눈만 뜨고 있었는데 봄꽃 바람이 좀 서둘렀나? 꽃샘바람이 늦게까지 질투를 하는 것인가? 그래도 남쪽에서 많은 꽃소식이 들려온다. 오히려 개화 시기가 평년보다 앞당겨 이번 주말쯤이면 봄의 전령사 벚꽃도 경주 엑스포공원에는 화려한 벚꽃 터널을 만들 것이란다. 산길 내려와 철길숲을 걸으니 노란 개나리가 환하게 웃고 붉은 홍매화가 얼굴을 붉히며 서서 답답한 마음에 산책 나온 시민들의 눈길을 끈다. 코로나로 많은 봄축제가 취소된 이 봄날, 자연의 심술이 못마땅하다.전국적으로 꽃 소식은 평년보다 좀 빠를 것이라는데 예쁜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면 뭘 하나! 꿀벌이 갑자기 없어졌다는 ‘집단 실종’의 슬픈 소식이 들려오는데…. 전국에서 최소 77억 마리가 사라졌고, 이상 기후와 해충 응애 벌레 탓이란다. 지난 겨울 고온화로 꽃이 일찍 피어 서둘러 꿀을 모으러 나섰던 힘 빠진 벌떼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폐사됐다는 얘기. 왜 이리 자연도 왔다 갔다 갈피를 못 잡는 걸까.‘정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는 속담처럼 요즈음 새 정부 출범 앞에 날아오는 현 정부의 어깃장이 소중하게 익혀온 김칫독을 깨는 것은 아닌지….탐스럽게 피어나는 흰 목련꽃 보며 사랑을 노래하고 싶은 계절이다.

2022-03-24

학교폭력 예방, 꽃으로라도 친구를 때리지 마라‘

2022년도 새학기가 시작되어 아이들의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코로나19를 물리치는 백신의 희망소리 같다. 따뜻한 3월 새로운 선생님, 친구들과 적응하면서 학교폭력도 평소에 비해 높게 발생되므로 일 년 중 가장 주의를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학교폭력은 학교내·외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력,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 모욕, 공갈, 강요, 강제적 심부름, 성폭력,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 폭력 등 신체 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요즘은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sns를 통한 폭력으로 범위가 더욱 확산 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카카오톡등을 이용한 욕설, 인신공격, 협박등의 방법으로 신체적 상처는 없지만 정신적 트라우마를 입힐 수 있는 폭력행위를 각별히 조심해야한다. 학교내·외에서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은 절대 용납되지 않으며, 목격한다면 학교 혹은 117 학교폭력 신고로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여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다.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평생 씻을수 없는 상처로 남으며 가해자 또한 당장의 처벌은 물론 세월이 흐른후에도 인생의 오점으로 영원히 남는다, 꽃으로라도 친구를 때리지 않도록 하자. / 영덕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장 정지인

2022-03-23

제사보다 잿밥에 정신 팔려서야

심한식 경북부 한동안 전국을 달구며 민심을 양분했던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정치권과 지역의 관심이 오는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옮겨지며 예비후보들의 선거전이 한창이다.예비후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기존 정치 무대에서 놀던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정치 신인들도 눈에 들어온다.정치는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고 서로 이해를 조정해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는 사전적인 의미를 생각해보면 정치의 가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정치는 지역과 지역민을 늘 생각하다 떠오르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행정에 접목시켜 미래를 준비하는 국민과 지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지만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도구로, 이쯤이면 자치단체장에 도전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허망한 생각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하는 수준 이하의 정치꾼들도 있다.현행 선거법은 지방자치단체장 피선거권을 지역 거주 60일 이상에 법적인 하자가 없다면 200만원의 공탁금만 걸면 누구나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이와 같은 이유로 최영조 시장이 3선 연한으로 출마하지 못하는 경산시장직에 현재 12명의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등록했고 유력후보로 꼽히는 A 도의원도 예비후보 등록을 준비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예비후보가 등록하면 14명의 인물이 경산시장에 도전한다.이들 중에는 선거철만 되면 이름을 올리거나 이쪽저쪽 선거에 참여하는 인물들이 눈에 보인다.지역 정서상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얕은 생각에 지역민이 아닌 정치권에 줄을 대고 유력인사와 친분을 과시하는 행태도 꼴불견이다.기자는 정치는 신념과 지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한순간의 분위기로 출마를 결심하는 불상사, 나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모든 선거에 출마하는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고 본다.예비후보 대부분은 스스로 사퇴하거나 경선을 통해 정리되겠지만,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정치가 자리 잡으려면 뜨내기 정치인, 선거를 도구로 생각하는 정치인이 사라져야 한다.‘나’보다는 ‘너’를 먼저 생각하고 다음으로 ‘우리’까지 생각하는 정치인들로 가득한 선거를 기대해 본다./shs1127@kbmaeil.com

2022-03-23

생강나무와 수필가

배문경수필가 봄은 노란빛을 뿌리며 온다. 겨우내 메말랐던 땅속을 뚫고 산수유가 노란 폭죽을 터뜨리기 시작하자 담장 울타리에도 노란 개나리가 ‘나도 여기 있어요’라며 손을 흔든다. 또 한 개의 노랑은 생강나무 꽃이다. 산수유가 익숙하다 보니 숲에서 만난 생강나무를 보고도 산수유일 것이라 짐작하는 사람이 많다. 아마도 생강나무는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지 않는 이들에게 섭섭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누군가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자신의 존재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산수유는 열매를 약으로 쓰기 위해서 중국에서 들여온 나무다. 그래서 대부분 집 근처에 심었다. 하지만 생강나무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로 주로 산에서 자란다. 그러니 두 나무를 구분하는 기준점은 어디에 사느냐이다.또 생강나무와 산수유나무는 꽃 생김새로 구분을 하는데 산수유나무는 꽃 한 송이에 암·수술이 함께 있는데 반해 생강나무 꽃은 암·수꽃이 각각 따로 있다. 생김새와 향기가 각각 다른 두 나무를 이제 숲에서 보면 노란 꽃이라고 성급히 산수유라 부르지 말고 생강나무라 불러주자.나무에서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해서 생강나무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들의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여름부터 겨울눈을 만들기 시작해 잎눈과 함께 좀 더 큰 꽃눈을 만든다. 많은 꽃이 피기 전에 먼저 벌과 나비들을 불러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생강나무, 벚나무, 목련, 진달래, 매화나무, 산수유가 모두 이런 선택을 했다. 이 꽃들은 성질이 급하다.김유정 소설 ‘동백꽃’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와 생강나무처럼 성질 급한 점순이가 “산 중턱에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라고 나온다.알싸하고 노란 동백꽃이라고 분명 작가가 써 놓았지만, 독자들은 남쪽 지방의 빨간 동백꽃으로 흘려 읽었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라고 부른다.장기읍성에 갔을 때도 노란 꽃이 피어 있기에 산수유인지 생강나무 꽃인지 잠시 헷갈리다 통합검색을 통해 겨우 알아냈다. 노란빛은 비슷할지 몰라도 모양은 확실히 다르다. 생강나무 꽃은 가지에 바짝 붙은 채로 둥글게 뭉쳐있고, 산수유는 꽃자루가 길어 활짝 펼쳐서 핀다. 또, 줄기 끝이 녹색이고 갈라지지 않았다면 생강나무고 줄기가 갈색이면 산수유다.경주에도 산수유가 무더기로 피어나 봄 소풍 가기에 좋은 곳이 있어 한달음에 달려갔더니 온통 노란 세상이다. 햇빛조차 무더기로 피어났다. 건천 백석암으로 가는 길에 오래된 산수유나무가 온몸을 다해 피어 올린 노란 꽃들이 환호성을 불러일으킨다. 무채색의 겨울이 끝났다고 누군가 세상을 향해 노란 물감을 흩뿌린 듯하다.꽃은 필 때마다 각 각의 이름으로 봄을 빛낸다. 우리는 그때마다 잠시 고개를 끄덕일 뿐 더 기억에 담아두지 않는다. 꽃이 피어야 겨우 저 자리에 그 나무와 꽃이 있었음을 다시 상기하게 될 뿐이다. 대충 보아 넘기고 어설피 보아왔다는 뜻이다. 그때는 기억해도 시간이란 저장창고는 자꾸만 망각의 공간을 넓힌다.수필집을 출판하며 지인들에게 보냈더니 잘 받았다는 인사가 되돌아 왔다. 몇 해가 지나 우연히 만나자 어르신들은 “아이쿠, 배시인!”이라고 인사를 건넨다. 나는 멋쩍게 ‘수필가입니다’ 라고 한두 번 정정해 드리지만, 다음에 만나면 또 시인이라 불렀다. 일 년에 한 번 뵐까 말까 싶으니 그것 또한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싶어 웃고 만다.내심 나는 수필가로 불리기를 원하지만 나를 자세히 모르는 이들은 나를 시인으로 불러준다. 그런데 수필가면 어떠하고 시인이면 어떠랴. 산수유도 생강나무도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피어 있는 것은 아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많은 이들에게 자연의 혜택을 선사하듯 나 또한 그리하면 될 것이다.수필가(隨筆家)가 생강나무 꽃 같다. 시인이나 산수유로 대치되어 버리는 상황이 조금은 아쉽다. ‘아쉬워 마라. 나는 평생 산수유로 불렸다’며 생강나무를 못 알아보는 나를 나무라는 듯해서 봄의 말을 노랗게 새겨듣는다.

2022-03-23

무진(戊辰)

육십갑자 다섯 번째 무진(戊辰)에서 천간(天干)은 무성할 무(戊)요, 지지(地支) 진(辰)은 동물로 용(龍)이다.용(龍)은 실존하는 동물이 아니다. 하늘의 무궁무진한 변화를 나타낸다. 그리고 ‘하늘 기운의 농축액’인 ‘물’이 지상에 생명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땅에 무궁무진한 변화를 만든다. 바람을 부르고 비가 내리게 하는 하늘과의 영감이 가장 뛰어난 그 무엇을 상징하여 ‘용(龍)’이라고 한다. 임금은 곤룡포(袞龍袍)를 입고 용상(龍床)에 앉아 일체 만물 중생을 다스린다.옛 사람들은 사주에 ‘용(龍)’이 있으면 누구를 다스린다고 했다. 할 일이 없으면 벌통이라도 키우고, 아니면 동장, 반장이라도, 그것도 아니면 계모임에 ‘계주’라도 해야 그 빛이 난다고 했을 정도로 어찌되었건 앞에 나서려고 한다.무진일주(戊辰日柱)를 가지고 계신 분은 그야말로 무진장(無盡藏·불성은 넓고 크고 무궁하며 신묘한 작용이 끝이 없다)한 에너지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다.통상적으로 ‘산의 정상’이라고 하고 웅지를 숨기고 때를 기다리다가 홀연히 ‘천시’를 만나 크게 성공한다고 한다. 그러나 찌질하게 꿈이 작으면 하는 일마다 시작은 있으나 마무리가 없는 격이다.주역 건괘(乾卦)에 초구(初九)에 잠룡물용(潛龍勿用)이라 했다. 이것은 물에 잠겨 있는 용이니 쓰지 말라는 뜻이다. 즉 용이 물에 잠겨있으며 아직 자신을 밖으로 드러낼 때가 되지 않음을 말한다. 험난한 세상에 아직 자신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때이다.‘설원’정간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흰 용이 맑고 깨끗한 연못에 내려와서 물고기로 모습을 바꾸어 헤엄치고 있었다. ‘예차’라는 고기잡이가 작살로 그의 눈을 쏘아 맞추었다. 흰 용은 하늘로 올라가서 천신에게 그 사실을 고해 바쳤다.천신이 그 용에게 “그때에 너는 어디에 있었으며, 너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느냐?”라고 물었다. 흰 용은 “맑은 연못이 있기에 내려가서 물고기로 변해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천신이 “물고기라는 것은 원래 고기잡이가 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 일이 그렇게 되었다면, ‘예차’에게 무슨 죄가 있겠냐?”라고 말했다. 사람은 자기가 있어야할 곳에서 말과 행동이 올바르지 못하면 화를 자초한 경우가 많은데 경거망동을 경계한 것이다.용은 한 번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기 위해 물속에서 오랜 세월동안 때를 기다린다. 즉 출세하기 위해서다. 출세는 원래 ‘세상에 나간다’라는 뜻이다.‘등용문’이라는 말이 있다. ‘용문에 오르다’는 뜻으로, 입신출세의 관문에 들어서 출세를 위한 기회를 잡게 됨을 말한다.‘등용문’이 출세를 의미하게 된 것은 중국 황하의 거친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는 잉어의 모습에서 유래했다. 원래 용문(龍門)은 황하 상류의 협곡 이름으로 이 근처는 물살이 매우 빨라 아무리 큰 고기일지라도 웬만해서는 여기에 오르지 못한다. 그러나 한 번 오르기만 하면 그 물고기는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이처럼 각고의 난관을 뚫고 입신출세를 하게 되는 것을 ‘용문에 오르다’라고 하였다.논형 ‘봉우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낙양지방인 주나라에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는 나라의 벼슬을 하고 싶었지만 한 번도 기회를 만나지 못한 채 나이만 먹어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어느 날 그가 큰 길가에서 목을 놓아 울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왜 우시오?”라고 물었다. “벼슬을 하고 싶었소만, 한 번도 그런 기회를 만나지 못한 채로 이렇게 나이만 먹어, 이제는 완전히 때가 지난 것 같소. 그래서 마음이 아파 우는 것이요”라고 대답하였다.또 어떤 사람이 “벼슬을 하고 싶었다면서 어째서 한 번도 기회를 만나지 못했단 말이요”라고 물었다.“내가 젊었을 적에 글과 사무를 배워 상당한 수준이 되었다고 생각하여 벼슬을 찾아 나서려고 했으나 그때의 임금님은 나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셨소. 나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시던 임금님이 돌아가시고, 그 다음으로 자리에 오르신 임금님은 무예를 익힌 사람을 좋아하셨소. 나는 생각을 바꾸어서 글공부를 그만두고 무예를 배웠소. 무예를 상당하게 익히게 되자 무예를 좋아하시는 임금님도 돌아가셨소. 지금 자리에 계시는 임금님은 젊은 사람을 좋아하시는데, 나는 이미 늙어 버렸소. 결국 나는 한 번도 기회를 만나지 못하고 만 것이오”라고 대답하였다. 벼슬을 한다는 것은 때가 있는 것이고, 억지로 구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 류대창명리연구자 한나라 유방 시절 한신은 불량배의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며 치욕을 참으면서 때를 기다렸고, 제갈량이 와룡선생으로 은둔해 있을 당시 유비가 삼고초려(三顧草廬)해서 등용시켰다. 결국 때가 무르익었음이요, 나라를 경영하는데 참모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진토(辰土)’는 습토(濕土)다. 봄의 촉촉한 땅이며 많은 생명을 키워낼 수 있는 대지라고 한다. 진(辰)을 형상화 한 용(龍)은 물을 주관하는 신이다. 가뭄이 들면 비를 내려달라며 용신제를 지낸다. 역시 용(龍)은 물과 관련이 깊다.중국 당나라 유우석(劉禹錫·772∼842)의 누실명(陋室銘) 첫 구절에 “山不在高(산불재고) 有仙則名(유선즉명), 산은 높지 않으나, 신선이 있으면 이름이 나고. 水不在深(수불재심) 有龍則靈(유용즉령), 물은 깊지 않으나, 용이 살고 있으면 신령스럽다”고 했다. 누가 그곳에 거처하느냐에 따라 귀하고 천한 것이 결정이 된다.

2022-03-23

교육, 백척간두에 서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대통령이 새로 뽑혔지만, 여전히 시끄럽다. 건강한 내일을 향한 토론과 담론으로 북적거렸으면 하는데,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정치과몰입 현상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난데없이 청와대 이전이 논란거리가 아닌가. 상상과 창의로 비전이 나누어지고 미래를 겨냥하는 지향성이 선명했으면 하는데, 날마다 들리는 소리는 전혀 비생산적인 아귀다툼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6월이면 동네마다 새로운 일꾼들을 선출해야 하는데, 나라는 온통 하릴없는 말싸움과 신경전에 빠져있으니 국민에게 희망은 언제 안겨주려는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전국에서 열일곱 교육감들도 새롭게 선출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중등과 대학교육은 나라의 미래가치를 오늘 기른다는 의미만으로도 중차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교육감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판에 우리 교육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구도 진정성을 실어 고뇌하지 않는 우리의 교육은 어쩌다 이런 모양이 되었을까. 대통령인수위원회 조차 인사에서 교육계를 패싱하였다 하여, 교육부를 다른 부처와 통합하거나 심지어 폐지할 것이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현 정부의 실책 가운데 백년대계 교육에 대하여 분명한 철학과 미래지향을 바르게 세우지 못한 점은 뼈아픈 부분이다.다음 정부에도 희망적인 기대가 걸리지 않는 것은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면 심대하게 우려되는 바이다. 심지어, 국정쇄신의 증거로 교육부폐지카드를 건다는 예측은 ‘다음세대’를 위하여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교육은 어디로 가는가.미국의 흑인민권운동가 말콤엑스(Malcolm X)는 급진적인 사회운동을 하였지만, ‘교육은 미래로 가는 여권과 같다. 왜냐하면, 내일은 교육으로만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산적한 교육 관련 현안들 앞에 교육철학도 분명히 수립하지 못한 채, 업무를 이리저리 분산하거나 해체하는 모습은 자라나는 새싹들을 가벼이 생각하고 홀대하는 게 아니면 무엇인가.새 정부의 교육홀대가 교육 전면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지면 국가의 미래는 수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초중등 교육도 문제지만, 켜켜이 쌓여온 대학입시제도와 대학교육실태의 문제들은 어찌 되는가. 미래지평을 향한 전반적인 담론이 태부족인 오늘, 교육마저 뒷전으로 물려진다면 ‘내일을 위한 준비’는 누가 하는가. 공교육의 효능을 높이고 시급한 교육이슈들을 중심을 잡으며 다루기 위하여 교육부는 반드시 존치해야 한다.교육이 백척간두에 섰지만, 누구도 신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는 가운데 혹여라도 부정과 비리가 교육계에 스며들면 나라의 뿌리마저 흔들릴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이제라도 생각을 돌이켜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헤아려야 한다. 나라의 백년대계를 무겁게 여긴다는 상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교육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미국작가 부스캘리아(Leo Buscaglia)는 ‘변화야말로, 모든 배움의 결과물’이라고 하였다. 평생 배워도 다하지 못할 교육에 나라의 마음이 실려야 한다.

202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