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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고요하고 아름다운… 한낮의 바다 향연

까마득한 옛날, 그러니까 100여 년 전 어느 봄날. 미국의 젊은 시인 T.S.엘리엇(1888~1965)은 유럽으로 건너가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쓴다.화사하게 피어나는 꽃들과 추위를 피해 멀리 떠났던 새들이 웃으며 돌아오는 빛나고 환한 4월을 왜 ‘잔인하다’고 했을까?몇몇 문학평론가는 그걸 세상과 인간을 비극과 한탄 속으로 빠뜨린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화된 유럽을 떠올리며 쓴 문장이라 했지만, 아직까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왜 엘리엇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혼잣말을 웅얼거렸는지.한 세기를 넘어서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상징 가득한 문장을 쓴 작가는 이미 죽었으므로 그에게 “4월이 잔인한 이유가 뭔가”라고 물을 수도 없다. 망자(亡者)에겐 입이 없으므로.엘리엇이 연분홍빛 봄이 완연한 4월을 잔인하다고 말한 시대를 지난 이후에도 적지 않은 작가들이 봄과 4월에 관한 문장을 썼다. 봄꽃, 봄날의 하늘, 봄 바다…. 소재는 저마다 다양했다.여름 휴가철의 바다는 사람들로 득실댄다. 거기엔 사유(思惟)의 시간이 개입하기 어렵다. 골똘한 생각이란 외로움 속에서 잉태되는 것이기에.겨울의 바다는 그 차가움과 막막한 단절감 탓에 사고(思考)의 뿌리가 뻗어가기 쉽지 않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칠포 바닷가에서 떠올린 백일몽 같은 졸시인간의 상상력과 시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으로는 ‘봄 바다’가 으뜸이라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백일몽(白日夢)’이란 환한 대낮에 꾸는 꿈이다. 또한, 이뤄질 수 없는 열망의 은유로 사용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세속도시의 4월이 너무 갑갑해 지난 월요일 오후 버스를 타고 백일몽을 불러다줄 봄 바다를 찾아 나섰다.시내에서 겨우 40분 남짓 달렸을 뿐인데, 포항 흥해읍 칠포해수욕장은 마치 세상과 아주 멀리 떨어진 피안(彼岸)인 듯 고요하고 아름다웠다.말을 섞을 사람이 없었으므로 홀로 오랫동안 해변을 거닐었다. 보채는 파도 소리가 요요했고, 소나무 사이로 따스한 바람이 술렁이고 있었다.젊은 시절 쓴 ‘백일몽’ 같은 졸시(拙詩) ‘출생의 비밀’이 떠오른 건 그 순간이었다. 이런 노래다.범선으로 요하네스버그를 떠나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한 아버지는 목덜미에 나비를 문신한 인도계 아프리카인. 파타고니아에서 태어나 해변으로 밀려온 혹등고래를 치료해준 엄마는 마드리드 뱃사람과 아르헨티나 원주민의 피가 섞인 붉은 얼굴의 메스티소였다.바나나를 따서 남태평양 폴리네시아 군도를 오가던 아버지는 초록빛 빙산을 타고 보라보라섬 사촌언니를 찾아온 엄마를 에메랄드빛 산호초가 꺼이꺼이 우는 타히티 북부 갈대숲에서 만났다. 1871년 봄이었다.엄마는 망고스틴 여섯 개를 건네는 아버지의 흙 묻은 손바닥을 얼굴로 가져가 달콤하게 핥았다. 둘이 몸을 섞은 얕은 바다에선 일만 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는 맹그로브 사이로 뜨거운 바람이 웅얼거렸다. 원주민들은 뜨지 않는 달을 기다렸다.여섯 달 후. 아버지는 조각된 여신상을 실은 목선을 타고 바그다드로 떠났다. 움직이는 섬에 오른 엄마 역시 북서쪽으로 흘러갔다. 외눈박이 숙부가 야자유 일곱 병을 들고 나와 배웅했다. 동아시아 낯선 항구에 도착한 엄마는 백년 후 사내아이를 낳았다. 나는 1971년 부산에서 첫울음을 터트렸다. □ 봄 바다의 일몰은 삶과 죽음 떠올리게 해기자가 동해 칠포해수욕장에서 한낮의 봄 바다가 선물해준 백일몽 닮은 열망에 들떴다면, 또 다른 어느 봄날 시인 문정희는 서쪽 바닷가에서 지는 해를 보며 ‘산다는 것과 사라진다는 것’에 관한 사색을 이어갔던 듯하다. ‘바다 앞에서’라는 시다.문득, 미열처럼 흐르는바람을 따라가서서해바다그 서럽고 아픈 일몰을 보았네한 생애잠시 타오르던불꽃은 스러지고주소도 모른 채떠날 채비를 하듯조용히 옷을 벗는 해안선을 보았네아, 자연당신께 드리는 나의 선물은소슬히 잊는 일뿐더운 호흡으로 밀려오던눈과 파도와비늘 같은 욕망을잊는 일뿐이었네잊는다는 일 하나만보석으로 닦고 있다떠나는 날몸과 함께 땅에 묻는 일이었네.돌아보면 사람의 삶과 죽음이란 ‘잠시 타오르던/불꽃은 스러지고/주소도 모른 채/떠날 채비를 하는’ 것에 불과한 게 아닐까?시인이 서해에서 떨어지는 붉은 해를 보며 간파해낸 인생의 진실을 여러 차례 곱씹어 행간의 의미를 고민해볼까?그러면, 허위허위 살다가 덧없이 사라지는 인간의 생애 자체가 ‘백일몽’과 다를 바 없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을 것 같다. □ 한낱 헛된 꿈같은 삶을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선이루어질 가능성이 낮은 들뜬 열망 같은 삶. 대낮에 꾸는 잡스런 꿈을 닮은 생애. 그러나, 그렇다고 인간이 살아가는 행위 자체를 ‘헛되고 헛될 뿐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가벼이 말할 수는 없는 법.오세영 시인이 쓴 ‘바닷가에서’는 이 부박한 세상 속에서 어떤 삶을 지향해야 인간에 가까워질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바닷가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평안이 거기 있다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바닷가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마침내 밝히는 여명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충족이 거기 있다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바닷가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의지가 거기 있다.노시인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과 만난 봄 바다에서 진지하고 의미 있게 삶을 살아갈 방법을 찾아냈다. 우리도 그럴 수 있을까?/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4-02

‘새롭게 아름답게’ 대한민국 대표 도자기축제 온다

2024년 대한민국 명예문화관광축제인 문경찻사발축제가 오는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문경찻사발, 새롭게 아름답게’라는 새로운 주제로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에서 개최된다.이번 문경찻사발축제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도자기축제로서 자리잡은 전통찻사발의 확립된 정체성에서 더 나아가 생활자기의 대중화를 목표로 새롭고 다양한 도자기 라인업과 전시·체험행사, 특별행사를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신현국 문경시장은 “전통의 가치관을 지키면서도 다변화된 도자기 수요에 맞게 생활자기 라인업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찻사발축제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도전을 적극 지원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신 시장은 이어 “신속한 축제장 이용을 위한 전용차선 셔틀버스 운영 시스템을 확립하고 축제 구성원 모두 친절하게 축제를 준비해 더욱 많은 관람객이 축제에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또 오고 싶은 축제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알찬 개막식과 실속있는 폐막식문경새재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축제 첫날의 개막식은 문경시 홍보대사인 박서진과 박군, 주미와 더불어 조명섭, 영기가 출연해 흥겨운 공연을 통해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축제 마지막 날 폐막식에는 통일메아리악단과 하랑(구 초코파이브), 윤윤서양이 출연해 축제를 마무리하는 무대를 꾸민다.특히, 올해부터는 야외공연장에 대형 비가림시설이 설치돼 우천에서도 안전하고 쾌적한 관람이 가능해 졌다. 관광들은 날씨 걱정 없이 축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됐다. □ 생활자기 라인업 확대지난해부터 시작된 생활자기의 대중화 시도에 따라 이번 축제에도 다양한 가격대의 찻사발과 도자기를 요장에서 판매한다.특히, 올해는 요장별 개성있는 커피사발을 도입해 축제 기간 중 한정 물량을 판매하고 행사 프로그램에서 경품으로도 제공된다.지역 청년들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과 함께하는 커피사발을 활용한 커피이벤트도 축제기간 중 새롭게 도입해 매년 계속 키워나갈 계획이다.□ 국제교류전과 특별 전시관축제 대표 전시 컨텐츠로 루마니아와 중국 이싱시의 도예작가와 우리시 무형문화재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는 부스테이너 특별전시관이 문경새재 1관문 앞에 설치된다.이번 국제교류전에는 김선식 축제추진위원장과 해외 도예 시연행사로 연을 맺은 루마니아의 최고 명망있는 다니엘 레스 작가가 참여해 본인의 작품을 전시하고 직접 관람객 앞에서 시연하는 시간도 갖는다.문경시와 해외 자매결연 지자체인 중국 이싱시에서는 촉망받는 젊은 작가가 전시회에 참석해 두 도시의 우애를 쌓고 특별한 경험을 공유한다.문경시를 대표하는 무형 문화재 특별전에는 백산 김정옥, 묵심 이학천, 문산 김영식, 미산 김선식 등 우리나라 도자기 장인들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 2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 대형LED와 일원화된 광화문 무대이번 축제의 눈길을 끄는 점으로 오픈세트장 내 광화문의 대형LED 설치와 광화문 무대의 일원화가 주목된다.800인치의 대형LED에는 모든 축제영상과 프로그램 소개가 진행되고 망댕이 가마 역시 화려한 영상으로 구현해 웅장한 매력을 표현할 계획이다.또한, 기존 광화문 무대와 저잣거리 무대의 이원화된 무대를 확장된 광화문 무대로 일원화하고 저잣거리쪽은 체험과 먹거리로 구성해 세트장을 구역별로 구분해 세트장 구석구석을 쉽게 찾아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더 커진 광화문 무대에서는 발물레경진대회, 다화경연대회, 읍·면·동 시민의 날 등 축제의 메인이벤트가 진행된다.공간이 비어있는 저잣거리쪽으로는 식당용 돔부스를 설치해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축제먹거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설 투자로 식당가를 구상한다.□ 진화된 특별체험행사특별체험행사로 기존의 ‘사기장의 하루’에서 진화된 ‘슬기로운 도예생활’이 메인 체험행사로 구성된다.정해진 시간 동안 직접 사기장의 제자가 돼 도예 체험을 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된다. 단순히 시연을 지켜보는 프로그램에서 직접 작가들과 함께하는 체험프로그램으로 진화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그 밖에 ‘찻사발 빚기’와 ‘찻사발그림그리기’, ‘다례체험’, ‘디저트 아트전시’, ‘풍선공연’ 등 가족·연인들이 함께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된다.지난해 처음 도입돼 찻잔 구입권과 축제 내 체험, 경품추첨권, 관내 관광지 할인까지 묶어 판매하는 방식으로 신선한 시도였다는 평을 받았던 원픽패스권은 올해 개장한 문경새재 어드벤처파크까지 추가돼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찻사발축제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 구입시 원래 가격(2만원)에서 할인된 가격(1만5천원)으로 구입할 수 있으며, 선물과 단체 구입도 가능해 사전판매로 축제를 홍보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게 된다. □ 찻사발축제 부대프로그램 ‘한복패션쇼’축제의 다양한 부대행사 차원에 지난해 처음 도입됐던 ‘한복패션쇼’는 축제기간 중 시내가 공동화된다는 의견에 따라 점촌 문화의거리로 위치를 옮겨 열린다.30여명의 한복 모델들의 패션쇼와 거리행진이 이어진다. 사전행사로 명인의 줄타기와 북소리 퍼포먼스, 도예작가들의 발물레 시연도 함께 진행된다. 향후 지속가능한 축제를 위해 이와 같은 축제 장소 확대 외에도 관내에서 다양한 부대행사를 기획해 변화를 모색할 계획이다./강남진기자 75kangnj@kbmaeil.com

2024-03-31

열기구, 짚라인, 카약킹… 육해공 액티비티 총출동

라오스 관광의 삼각벨트를 이루는 비엔티안, 방비엥, 루앙프라방은 각 도시마다 뚜렷한 특징을 자랑한다.비엔티안이 란싼 왕조 500년 수도로서 역사, 문화 전통을 자랑한다면, 방비엥엔 남쏭강과 아열대 밀림을 기반으로 야외 레저 활동이 잘 발달해 있다. 경주나 교토와 비교되는 루앙프라방은 탁발행렬 같은 사원의 제의(祭儀)를 통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길과 연결된다.오늘 일행이 찾은 곳은 ‘액티비티의 천국’으로 불리는 방비엥. 열기구, 동력 패러글라이딩부터 짚라인, 카약, 보트, 튜빙까지 갖춰져 육해공 레저를 모두 즐길 수 있다. 종류도 많고 대기 인원도 많아 제때 예약은 필수. 남쏭강의 계곡과 블루라군의 에메랄드 물빛 속으로 뛰어들어 보자. ◆ 인구 2만5천명의 한적한 시골마을 ‘배낭여행의 성지’여행객들은 방비엥을 흔히 경기도 가평군과 비교한다. 서울과 가깝고 전원 풍경이 잘 간직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천혜의 물놀이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비엔티안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진 방비엥은 수도와 루앙프라방을 연결하는 중간 기착지로서 의미를 갖는다. 베트남 전쟁 발발 때부터 1970년대까지 미군의 공군 기지가 있던 덕에 마을과 도로망이 잘 정비되어 있다. 인구는 약 2만5천명으로 마을을 한 바퀴 도는데도 한두 시간이면 충분하다.2000년대부터 외국인 배낭 여행객들에게 성지로 알려져 초기엔 호주, 유럽 등 지갑이 얇은 젊은 층들이 값싸게 놀고 가는 장소로 알려졌다. 특히 남쏭강을 사이에 두고 좌우로 펼쳐진 넓은 평야와 밀림, 석회암봉은 왜 이곳이 ‘여행객들의 블랙홀’으로 불리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제공한다.마을은 우리나라의 읍(邑) 정도로 작지만 카페나 식당, K마트 등이 잘 갖춰져 이들 카페를 배경으로 오버나이트 파티가 연일 벌어진다. ◆ 버기카로 오프로드를 달리는 길, 흙탕물 세례에 동심으로부왕~. 방비엥에서 아침을 깨운 건 거친 동력음(音) 이었다. 숙소 베란다로 나가 보니 카르스트 석회암봉 위로 동력 패러글라이딩들이 고공비행을 하고 있었다. 단독 비행도 있고 3~4팀씩 선단 라이딩도 있었는데 새벽 하늘을 수놓은 총천연색 기체(機體)가 무척 아름다웠다. 지금 글라이더들의 시야엔 방비엔의 그림 같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을 것이다.조식 후 예약했던 버기카(Buggy Car)가 숙소에 도착했다. 버기카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동작이 가능해 누구나 손쉽게 운전할 수 있다. 무게 중심이 하부에 집중돼 안정감이 좋은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오프로드를 맘껏 질주할 수 있다는 점. 시골길에 들어서자 비포장도로의 거친 승차감이 오히려 유쾌한 기분으로 다가온다. 전날 비가 와서 인지 군데군데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었는데, 이 덕에 수륙(水陸)양용 버기카의 효용도 실험할 수 있었다. 일행의 옷은 곧 흙탕물로 범벅이 되었지만, 다들 이런 해프닝과 일탈을 반길 뿐 불평을 하지 않았다. ◆ 블루 라군 에메랄드 호수에 다이빙, 세계 관광객들 환호온몸의 진흙이 마를 새도 없이 버기카는 우리를 블루라군에 데려다 놓았다. TV에서만 보았던 에메랄드빛 물빛이 우리 일행을 맞았다. 블루라군 호수 주변 카페엔 각국에서 온 수백명의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우선 더위에 지친 몸을 호수에 담갔다. 흙먼지를 씻어낸 후 다이빙 모험에 나선다.수심을 측정하기 위해 1차로 다이빙대로 올라갔다. 2층 난간에 서있는 기분이었는데 생각 보다 높아 보였다. 약간의 두려움이 느껴졌지만 그대로 뛰어내렸다. 짧은 시간에 와~ 하는 함성 소리가 들렸다. (모든 입수자가 점프를 할 때마다 각국 관광객들은 함성과 박수로 응원을 한다)1차 시도에서 자신감을 얻고 본격 다이빙(머리부터 입수) 시도에 나섰다. 다이빙대로 오르는데 내 앞에서 84세 어르신이 먼저 입수를 했다.(그날 최고령) 함성이 계곡에 울려 퍼졌다. 나도 나름 멋진 다이빙에 성공했지만 어르신의 노익장에 밀려 빛이 바래고 말았다.‘글로벌 시민’들의 환호를 다시 한 번 기대하며 다이빙대에 올랐는데 이번에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내 뒤에 뛴 분이 점프 중 부상을 당해 구급차가 출동했기 때문이다. (나의 그림 같은 다이빙 샷은 사고 해프닝에 또 묻히고 말았다.) ◆ 튜브타고 동굴 탐험, 계곡과 계곡을 이은 짚라인도 인기다이빙 흥행 실패로 ‘당신처럼 불운한 분은 처음’이라는 가이드의 조롱을 뒤로하고 튜빙 장소로 이동했다. 튜빙은 말 그대로 튜브를 타고 계곡이나 동굴을 탐험하는 것이다. 동굴 전체에 코스를 따라 밧줄이 설치돼 있어 줄을 잡고 진행하면 된다. 각국 어디든 동굴은 흔한데 이런 천연자원을 레저로 개발한 아이디어가 감탄스럽다. 헤드랜턴 빛을 따라 동굴 내부를 감상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구명조끼를 입었고, 수심도 그리 깊지 않아 큰 위험은 없었지만 20여분 탐험 끝에 나타난 출구가 무척 반갑게 느껴졌다.산과 강의 중간지대에서 타잔놀이를 즐길 수 있는 짚라인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필수 템이다. 국내에도 근래 많은 짚라인 코스들이 개발돼 인기를 끌고 있지만, 방비엥의 짚라인은 접근 방법 자체부터 다르다. 계곡과 계곡을 고공 라인으로 연결해 짜릿한 스릴을 느낄 수 있고, 코스가 강 위를 활공해 시원한 리버뷰를 만끽할 수 있다. 규모와 스케일에서도 여타 시설을 압도한다. 일행이 탔던 라인은 200~300m 코스를 7개 구간으로 연결한 코스로 총 연장 길이만 2~3㎞에 이른다.처음엔 극도의 긴장감 때문에 눈을 감지만 주행에 적응되면 바로 감상모드로 전환한다. 덕분에 관광객들은 공포가 감탄으로 대치되는 기막힌 반전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아열대 밀림과 기괴한 석회암 그리고 은비늘로 반짝이는 강물 위를 비행했던 즐거움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 석양 노을 바라보며 즐기는 롱테일보트 최고 비경“이젠 줄 위에서 감상하던 그 강물로 뛰어들 차례입니다.” 가이드가 일행을 카약킹 장소로 이끌었다. 이곳 카약은 3인승으로 현지인이 동승해 전 코스를 진행한다. 80㎝ 남짓한 좁은 배안, 자칫 균형을 잃으면 위험해지는 공간에서 관광객들은 배에 몸을 맡긴다. 배는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강물을 따라 내려간다. 가끔씩 여울지대를 만나면 현지인이 방향을 잡아주거나 동승자가 함께 협력해 물살을 빠져 나온다. 가이드가 일부러 옆의 배와 밀착시켜 물싸움을 유도한다. 경쟁심에 자극된 일부 관광객들은 즉석에서 수전(水戰)을 벌이고, 스피드 레이스를 벌이기도 한다.거친 물살을 헤쳐 가느라 피곤해진 어깨를 달래는 데는 롱테일 보트(Long tail boat)가 딱이다. 무동력 카약킹이 관광객을 혹사시켰다면 동력으로 달리는 롱테일 보트는 관광객들에게 노동이나 부역을 요구하지 않아서 좋다.보통 가이드는 보트 투어를 맨 마지막에 배치하는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노을에 물든 강을 즐기게 하려는 배려다. 가이드의 설계대로 우리가 배에 오를 무렵 노을은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때마침 주변에서 수십 기의 열기구들도 동시에 떠올랐다. 덕분에 남쏭강가엔 카약과 보트와 열기구의 퍼레이드가 동시에 펼쳐지며 일대 장관을 연출했다. 이번 라오스 여행을 한 컷으로 압축하라고 한다면 바로 이 장면이 아닐까 한다. 강 하류에 이르면 수십마리 물소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낯선 보트들의 공습에 익숙한지 옆으로 다가가도 겁내지 않고 목욕만 즐긴다.40여 분의 보트 투어가 모두 끝나고 현지인들은 배를 정박하느라 분주하다. 땅거미 밀려오는 강 건너로 물소를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농부들의 고단한 발길이 정겹게 느껴진다. 그들의 힘든 노동 앞에 지금 우리의 유희가 조금은 미안하지만 그냥 묻어 두기로 한다.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평온한 저녁을 맞을 것이고, 우리도 여행이 끝나면 모두 생업으로, 생산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내일은 ‘라오스의 정신수도’로 일컬어지는 루앙프라방에서 일정이 시작된다. 방비엥에서의 ‘유흥끼’는 쏙 빼고 승려들의 수행에 참여하면서 구도자로써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 짧은 시간에 불현듯 ‘참나’와 만나는 기적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반나절 잠시 ‘나’를 내려놓고 사원 뒷뜰을 거닐어봐야겠다./글·사진 =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4-03-28

‘不滅’하는 아름다움을 찾아낸 ‘꽃’에 관한 이야기…

꽃샘추위가 며칠을 이어져 넣어뒀던 겨울옷을 다시 꺼내게 만들고, 어둡고 습한 하늘에서 쏟아지는 궂은비가 잠시잠깐 심사를 우울하게 만들어도 결국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간다.“봄꽃의 개화가 늦어지고 있어, 꽃이 없는 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 방송 뉴스와 신문 기사를 통해 들려오지만 머지않아 겨울이 온전히 사라지고, 봄이 올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는 수천 년간 변하지 않은 세상사 순리.추위는 몸과 더불어 의식까지 일정 부분 마비시키는 힘을 가졌다. 그래서다. 봄에 비해 겨울엔 이런저런 인간의 상상력이 뻗어나가기 어렵다.그것을 증명하듯 완연한 봄에 가까운 지금은 오만가지 ‘생각’이 많아진다. 3월 말 환한 햇살 아래를 걷다보면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철학자 흉내를 내게 된다. 이는 봄 산책이 주는 선물 같은 것.‘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당연한 이야기처럼, 세상엔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이를 ‘불멸(不滅)’이라 칭해왔다.‘바람’은 인간보다 먼저 존재했다. 돌도끼로 짐승을 사냥해 불에 익히지도 않고 날고기를 먹던 시절의 바람과 지금의 바람은 그 형태가 다르지 않다. 수백만 년을 동일한 방식으로 어디선가 불어와 어디론가 사라졌다.태양도 그렇다.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시기에 어떤 이유에선가 생겨나 현재도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뜨겁게 이글거린다. 수명이 다하면 빛을 빼앗기는 형광등과 백열등 수천만 개로도 대신할 수 없는 영원성을 지닌 채.인간은 제아무리 잘나봐야 100년을 살기 힘든 ‘유한한 존재’다. 그래서일까? 영원 혹은, 영원에 가깝게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외경심을 가져왔다. 바람, 태양과 더불어 ‘꽃’ 또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이미지를 가진 사물 중 하나다.‘봄은 꽃의 전성기’라는 걸 부정하긴 힘들다. 사념과 고민이 늘어나는 이 계절. 인간보다 오래전 생겨나, 인간보다 더 오래 존재할 것이 분명한 꽃을 보며 예술가와 학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그 생각은 어떻게 문학과 노래로 표현됐을까?‘16세기 조선 성리학의 거두’로 이야기되는 퇴계 이황(1501~1570)부터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시인과 가수가 꼼꼼히 살펴 그 불멸하는 아름다움을 찾아낸 ‘꽃’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돈은 유한하고 꽃은 무한하다… 시인 정호승촉촉한 연민과 감수성 가득한 문장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서정시인 정호승은 지금 이 시기쯤에 벚꽃을 본 듯하다.화사한 연분홍 개화와 무장무장 쏟아져 내리는 무더기 낙화 앞에서 시인은 무한함과 유한함을 동시에 떠올린다. 그리고는 아래와 같은 시를 쓴다. ‘꽃을 따르라’는 그의 명령이 선지자(先知者)의 예언처럼 들린다.돈을 따르지 말고꽃을 따르라봄날에 피는 꽃을 따르지 말고봄날에 지는 꽃을 따르라벚꽃을 보라눈보라처럼 휘날리는 꽃잎에봄의 슬픔마저 찬란하지 않으냐돈을 따르지 말고지는 꽃을 따르라사람은 지는 꽃을 따를 때가장 아름답다.‘피는 꽃’이 아닌 ‘지는 꽃’의 서러운 아름다움을 노래한 이 시의 핵심 문장은 ‘돈을 따르지 말고/지는 꽃을 따르라’가 아닐까?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삶에서 쉽사리 실천할 수 없는 예술가의 청빈한 명령.모두가 알고 있다. 돈은 유한하고 꽃은 무한하다는 걸. 그러면서도 유한한 욕망 앞에 한없이 무기력한 사람들. 정호승의 시는 독자들에게 아프게 묻는다. “돈과 꽃 중 어떤 게 불멸할 것인가?” 속인(俗人)들에겐 대답이 쉽지 않은 질문이다. □ 사랑했던 기억은 불멸하는 것… 가수 양희은1편의 노랫말이 조잡한 시 10편을 압도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한국에는 노래만 잘 부르게 아니라, 가사를 탁월하게 잘 쓰는 가수가 몇몇 존재한다. 양희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옛사랑의 기억을 가슴 안에 지니고 사는 중년들은 해마다 다음과 같은 노래에 매혹된다. 30대와 40대 시절이 그랬고, 더 나이를 먹어도 마찬가지일 게 분명하다. 양희은의 ‘하얀 목련’.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 따스한 기억들언제까지 내 사랑이어라 내 사랑이어라거리에 다정한 연인들 혼자서 걷는 외로운 나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잊을 수 있을까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아픈 가슴 빈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목련은 어떤 꽃보다 먼저 화들짝 피어나 봄이 왔음을 알린 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그 매력을 보여주다가 녹슨 쇠그릇처럼 떨어진다. 그 드라마틱한 개화와 낙화가 우리 모두가 겪었던 첫사랑과 몹시 닮았다.이미 다들 아는 이야기지만 어떤 사랑도 영원히 지속되지 못한다. 그러나, 사랑했던 기억만은 불멸하는 게 아닐까?그래서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아픈 가슴 빈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는 양희은의 노랫말이 시간을 뛰어넘어 사람들의 영혼을 울리는 게 아닐지. □ 사는 내내 매화를 닮으려 했다… 퇴계 이황지금으로부터 454년 전인 1570년 봄.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당대 최고의 성리학자 이황은 방문을 열고 마당의 매화나무를 바라본다. 그리곤 말했다. “매화에 물을 줘야겠구나.” 이 짤막한 문장은 그대로 퇴계의 유언(遺言)이 됐다.퇴계 이황의 ‘매화 사랑’은 유별났다고 한다. ‘어떤 추위에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절개를 이유로 매화를 선비처럼 대접한 그는 아래와 같은 칠언절구(七言絕句)로 그 꽃을 예찬했다. 一樹庭梅雪滿枝(일수정매설만지)뜰 앞에 매화나무에 눈꽃이 가득하구나風塵湖海夢差池(풍진호해몽차지)티끌 같은 세상살이니 꿈마저 어지럽고玉堂坐對春宵月(옥당좌대춘소월)옥당에 앉아 봄밤의 달을 마주하고鴻雁聲中有所思(홍안성중유소사)울며 나는 기러기 보니 생각이 많아지네.티끌 같은 세상살이에 포박된 인간의 삶은 언젠가는 사라지고 잊힐 유한함 안에 있다. 하지만, ‘달’과 ‘매화’는 퇴계 자신을 포함한 인간이 사라진 후에도 항상 존재할 무한한 불멸성을 지닌 것.평생을 인간 존재의 본질과 심성의 근본을 찾아 일로매진했던 노학자가 유독 봄꽃을 아꼈던 이유가 뭔지 궁금해진다. 혹, 거기서 불멸하는 어떤 정신을 발견했던 건 아닐까./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3-26

“하나 되는 청송·다 함께 잘 사는 청송을 향해 달린다”

청송군은 올해 초 재해 예방과 농촌 일손 부족 문제 해결, 인구유입을 통한 경제 활성화, 도시 공간 정비 사업 등을 핵심축으로 하는 2024년 군정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그 계획이 현실에서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궁금한 이들이 적지 않다.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혁신적인 농업 정책으로 지역 발전 견인현재 청송은 변화를 이끄는 농업 정책 추진에 힘을 쏟고 있다. 자주 발생하는 이상 기온은 먹거리 생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자연 재해다. 농업이 주를 이루는 청송군은 봄철 과수 냉해 여부가 그 해 농업 성과를 결정한다.이에 청송군은 냉해 피해 예방을 위해 미세 살수 장치를 지원하고, 지원 한도와 보조 비율을 늘려 농가 부담을 줄여나갈 예정이다. 또한 병해충에 강한 대목을 육성해 보급하고 과수 화상병약을 보급해 과수 전염병을 예방함과 더불어 재해 예방 과수 재배기술을 전파해 농가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여나갈 방침이다.시대에 발맞춰 생산과 유통 환경을 노동력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바꾸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청송군은 청송사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래형 과원 조성에 힘을 투여하는 중이다. 또한, 묘목비 지원을 현실화해 다축 및 고밀식 과원을 신규로 조성함으로써 농가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이와 함께 청송군은 군민의 전 생애주기를 책임지는 ‘복지 청송’ 구현을 위해서도 각종 정책을 마련해 시행한다. 노인 인구가 40%가 넘는 청송군이 활력이 넘치는 공동체가 되려면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환경 조성에 애쓰는 것이다.이를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어르신들의 능력과 요구에 맞는 다양한 일자리 발굴과 참여 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이 청송군의 계획. 또한 경로당 시설을 개선하고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해 어르신들의 활발한 사회활동을 유도할 예정이다.보건의료원 필수인력 확보를 통해서는 차별 없는 기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아이와 부모의 행복을 위해 임신부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청송의 변함없는 정책 방향이다. 이를 위해 부모 급여 지원금 확대 추진, 온종일 돌봄서비스와 방과 후 아카데미 운영 등이 준비되고 있다.더불어 놀이시설이 부족한 지역 청소년을 위해서는 청소년 수련관 앞에 온 가족이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야외 문화 체육시설도 조성하게 된다. □ 경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 마련해 추진넉넉한 지역경제 구축을 위한 정책도 마련된다. 정주인구와 생활인구가 늘어나는 주거환경 조성으로 지역에 맞는 산업을 육성해 청년이 지역에 거주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청송군의 미래 계획이다.청송읍 월막리에 공공임대주택을 건립해 청송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월막지구와 덕리지구에도 공동주택을 건립해 주택난을 해소한다. 이는 인구 유출을 막는 정책의 첫 단계가 될 것이다.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청송군과 지역 대학, 기업이 힘을 합쳐 청송군 K-U시티 항노화 사업도 추진한다. 지방 소멸 대응기금을 확보해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청년창업을 돕는 항노화 연구센터 건립과 연구원과 기업 직원이 거주하는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그 구체적인 복안이다.인구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문화관광 정책도 준비된다. 옛 주왕산 초등학교 부지에 가족호텔과 글램핑장을 갖춘 숙박시설을 조성해 젊은 세대와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지역에 더 오래 머물게 하고, 달기 약수탕 거리환경 개선과 메뉴 다양화로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게 청송군의 계획이다.산림 레포츠 휴양단지 조성과 한옥스테이 사업, 골목경제 회복지원 사업과 청송사과축제 등 청송군의 특징을 살린 문화관광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된다. 이는 생활인구를 늘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복안이다.이와 함께 관광객만이 아니라 지역민들의 여가 생활과 건강까지 책임질 수 있는 청송 아웃도어 골프장을 만들고, 진보면과 산남 지역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해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다양한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편안하고 안전한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될 청송군의 미래 청사진이다.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후화된 도시 공간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읍과 면소재지에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지도록 거점 공간을 조성한다는 것이 구체적 계획이다.청송읍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청송읍 금곡지구 도시재생 인정사업, 진보 진안지구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읍·면 중심지에 행정, 상업, 문화 거점 공간을 만들어 원도심을 활성화시키는 정책도 동시에 추진된다.덧붙여 “도시계획도로 정비, 청송읍 중앙로 회전교차로 설치, 노후 상수관로 정비, 급수구역 확장 등의 사업도 예정대로 착착 진행하게 될 것”이란 게 청송군의 설명이다. 이는 주민 삶의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 문화예술 활성화와 교정시설 추가 건립도 진행여타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청송 역시 문화예술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는 주민들의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유효한 수단이기 때문.주민맞춤형 문화교양강좌 개설, 문화예술단체 활동 지원, 취약계층 문화누리카드 지원, 문화예술단체의 대주민 문화예술활동 참여 프로그램 활성화 등은 모두 이와 연관된 사업이다.청송군이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인 청송백자를 주제로 진행되는 청송백자축제는 청송사과축제와 함께 지역 문화관광축제로 그 위치를 견고히 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청송문화제, 청송특화공연 등이 풍요로운 문화도시 청송 구현에 기여하게 된다.지역 소비 촉진을 위해 제작·유통되는 청송사랑화폐는 전년과 같이 700억 원 규모로 연중 10% 할인 발행할 방침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을 통해 군민 에너지 복지 실현에도 진력한다는 것이 군의 계획이다.청송군은 1981년 만들어진 보호감호소를 필두로 4개의 교도소가 위치하고 있는 전국 최대의 교정타운이다. 40년 넘게 수용자 교화의 역할을 수행해온 것이다.최근 청송군은 법무부와의 면담에서 경북 북부 교정시설 내 여성교도소를 신축하고, 교정공무원 숙소를 추가로 건립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전달했다.교정시설 인근에는 문화체육센터, 도서관, 키즈카페, 체육공원 등이 자리하고 있어 여성교도소와 교정공무원 숙소 건립에 적합한 위치로 평가받는다. 만약 수용 인원 1천 명 규모의 교정시설이 들어서면 교정공무원 400여 명 정도의 직접 고용효과와 더불어, 지역 물품 구매, 주거, 편의·교육시설 등 인프라 확충이 기대되고 있다.위에 언급된 여러 정책과 사업을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윤경희 청송군수는 “하나 되는 청송, 다 함께 잘 사는 청송은 변함없는 군정의 주요 방향”이라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극복할 과제도 산재했지만, 도전과 노력을 멈추지 않고 희망찬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김종철·홍성식 기자

2024-03-24

“철강·이차전지 쌍두마차로… 노사 ‘원팀’ 초일류 나갈 것”

장인화 신임 포스코그룹 회장은 21일 “친환경 미래로 나아가는 포스코그룹의 새로운 도약과 성장은 소재의 혁신으로 이뤄낼 수 있다”며 “포스코그룹의 새로운 비전은 ‘미래를 여는 소재, 초일류를 향한 혁신’”이라고 말했다.장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인류의 가치를 높이는 미래소재와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 정신으로 더 큰 성과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장 회장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철강보다는 미래 소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 전략 방향으로 함께 발표한 철강사업 초격차 경쟁우위는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포스코는 철강사업이 기본이고, 이차전지소재사업이 쌍두마차로써 똑같이 초일류로 가야 한다. 단순 철강기업 포스코가 아니고 미래를 여는 소재로 함께해 우리 미래의 국가 경제도 소재부문에서 포스코가 책임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철강부문은 역사적으로 보면 포스코가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여러 어려움에도 포스코는 임직원들이 똘똘 뭉쳐서 역량을 다해 극복해 왔다. 극복한 것 뿐만 아니라 그것을 기회삼아 포스코가 더 발전해 왔다. 직원들의 경험과 능력을 믿는다. 직원들과 함께하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100일 동안 현장에서 직원들과 같이 있으려고 한다. 포항과 광양 뿐만 아니라 여러 사업회사를 돌아다니며 현장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고, 그분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그 와중에 우리가 철강사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상세한 의견을 들어서 잘 실행토록 하겠다.- 후추위 면접 때 당면한 위기돌파 방법에 대해 어떻게 답을 했는지. 철강 업황 부진과 이차전지 해법에 대해 알려달라.△철강업은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별로 좋지 않다. 이차전지소재사업의 경우 신사업이 흔히 겪는 캐즘 현상의 초기에 있다고 본다. 철강은 부진이 길거나 깊지 않을 것 같은데 이차전지는 조금 더 길게 갈 수도 있다. 철강도 이차전지도 마찬가지로 둘 다 위기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위기의 순간에 원가를 낮추는 등 경쟁력을 키워 놓으면 경기가 되살아났을 때 우리에게 훨씬 더 리워드가 크다. 이차전지는 최근에 완공된 공장도 많고, 앞으로 준공될 공장들도 많다. 이러한 공장들을 초기에 다잡아서 정상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차전지소재에서도 운이 따르는 게 아닌가 싶다.- 최정우 전 회장이 기업시민이라는 포괄적 경영이념을 선포해 운영해왔는데, 신임 회장이 새로운 경영이념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에 대해 중요시 생각하고 있다. 국가의 발전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 그것이 사회적 책임이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포스코가 해야할 일을 열심히 찾아 성실히 수행하려고 한다. ‘국민기업 포스코’는 얻기 힘든 큰 영예이고, 마찬가지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포스코가 외부에서 볼 때도 반듯이 서있는 회사가 되려고 열심히 노력하겠다.-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는데, 조직이나 인사, 기업문화 등 구체적인 혁신 방안이 궁금하다. 신임 회장으로서 가장 먼저 바꾸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우선 100일 동안 저희 직원 전체 의견을 듣겠다. 전체 의견을 듣고 난 후 거기서부터 시작하겠다. 기본적인 방향은 조직은 슬림하고 플랫해지고, 빠르게 결정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할 것이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러한 큰 틀 안에서 더 상세한 내용은 나중에 자세히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호주 필바라 광석 리튬, 아르헨티나 염호 리튬으로 공급망 불안에 선제 대응해왔다는 평가가 있는데. 추가로 염두에 두고 있는 해외 공급망 투자처가 있는지.△이차전지, 전기자동차는 지구의 운명이다. 그 속도가 늦어졌다, 빨라졌다 하며 부침이 있겠지만 큰 틀에서 이것이 흐트러지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공급망을 더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열심히 잘 살펴보겠다.- 그린 워싱 이슈에 있어서 문제제기를 받아왔고, 최근에도 정부기관에서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아직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진 못했으나, 포스코가 성실히 노력을 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정직하게, 사회가 바라보는 눈높이에 맞게 열심히 노력해 나가겠다. - 스톡그랜트 이슈가 전임 회장때 논란이 많았다. 이와는 다른 임원 장기 인센티브 체제를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스톡그랜트가 시작된 이유는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의미이며, 스톡그랜트 제도가 꼭 나쁜 제도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회에서 다른 생각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스톡그랜트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의 눈높이에 맞춰 다시 검토하도록 하겠다.- 여전히 이차전지 미래사업을 그룹의 투톱으로 가져가는 것인지. 투자 속도 등에 변함은 없는지.△투자라는 것은 항상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차전지소재사업은 회사가 10여 년간 꾸준히 해왔고, 그동안 포스코가 많은 신사업에 도전해왔는데 가장 잘 한 사업이라 생각한다. 제 생각에 무조건 이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굳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투자에 있어 시장이 나쁘다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다. 적기에 적절하게 투자하겠다.- 포스코 미래 경쟁력은 자체 노력 외에도 외부 조건 변화도 필요하다. 친환경 전력이나 그린 수소 확보 등의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회사가 당면한 큰 문제 중 그린트랜스포메이션이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숙제이다. 이는 회사 혼자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또한 글로벌 협력이 그린트랜스포메이션에서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국가가 글로벌 그린트랜스포메이션에 선두주자가 되려면, 국가도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당한 노력을 해야하고, 노력하는 기업들도 도와줘야 한다. 여러 관계 기관과 최대한 협력하며 같이 풀어나가야할 문제이다. 하지만 우리가 풀어가야 할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수소가 그린트랜스포메이션에서 중요한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되기를 바라기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도 이를 새로운 사업기회로 삼아서 그린트랜스포메이션에 선두에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아 미래 사업과 연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RD부터 시작하고 필요하다면 투자까지 할 것이다.- 원팀 포스코를 만드는게 중요하다. 노조나 내부 문제들로 부터 원팀을 만들기 위한 회장의 생각이나, 기업 문화는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지.△직원들의 능력과 경험이다. 굉장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 회사를 두 배씩 키워왔다. 지금의 어려움도 직원들과 함께하고 직원들을 믿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노사도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회사를 위해 하는 일에 있어서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를 위해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먼저 다가가서 신뢰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같이 노력하겠다./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2024-03-21

메콩강 따라 펼쳐지는 란쌍왕조 화려한 유적들

‘라오스엔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물었다.그는 즉답 대신 ‘바로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한 과정으로서 여행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그렇다. 여행은 무언가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 무엇을 찾아 나서는 과정인 것이다. 이 테마에 잘 부합하는 여행지가 라오스다.이 일본 소설가는 루앙프라방에 50일을 머무르며 이곳의 자연, 경관뿐만 아니라 라오스의 내면으로 빠져들었다.일본 작가 예찬이 아니더라도 어느덧 라오스는 지구상의 최고 힐링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연간 300만 명 이상이 라오스를 방문하고, 매년 두자릿 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라오스의 관광산업은 국가경제의 10% 이상 비중을 차지하며 주력산업으로 성장했다.‘지구촌의 마지막 힐링지’라고 불리는 라오스의 도시(비엔티안, 방비엥, 루앙프라방)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 라오스와 한국은 고대 알타이어계로 한뿌리우선 라오스와 한국은 연결 고리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연간 교역량도 135억 달러로 주변 태국이나 베트남에 비해 훨씬 적고, 그 흔한 축구 라이벌 관계도 아니다.그러나 역사 시계를 고대(古代)로 돌려보면 뜻밖의 사실과 만난다. 바로 라오족의 조상인 고대 타이족(Thái)이 바로 시베리아 알타이산맥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이다. 당연히 언어상으로 알타이어계인 우리와 깊은 지리적 배경과 혈연관계를 공유한다.현지에서 만난 가이드는 “라오족, 묘족, 몽족은 모두 한 계통으로 시베리아 알타이산맥에서 갈라져 나왔다”며 “기원전 무렵에 우리 고대 선조들과 혈연, 지연으로 뚜렷하게 연결된다”고 설명했다.별 인연이 없어 보이던 라오스가 우리 생활 속으로 갑자기 들어오게 된 것은 한 TV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2014년 tvN ‘꽃보다 청춘’에 나왔던 블루 라군의 원초적 풍경과 물빛, 거기서 벌어진 출연자들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프로그램 히트는 바로 라오스 열풍으로 이어졌다. 2014년 방영이후 라오스행 게이트엔 여행객이 줄을 이었고, 관광지의 식당, 노점엔 한글이 걸리기 시작했다.이런 한국인의 ‘공습’은 부작용도 불러왔다. 현지 물가를 순식간에 3~4배나 올려 하루 3~4만원 대의 값싼 관광을 즐기던 외국인들을 대거 축출(?)시키기도 했다. ◆ 라오스의 500년 수도 비엔티안, 사찰-박물관 밀집비엔티안의 현지 이름은 ‘위양 짠’으로 ‘달의 도시’라는 뜻이다. 동남아시아 최대 물줄기 메콩강을 품은 덕에 물고기, 농업용수는 물론 수력발전까지 가능해 라오스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인구는 100만명이 채 안되지만 명실공히 라오스의 정치, 경제, 행정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특히 이 메콩강을 따라 펼쳐지는 란싼왕조, 비엔티안왕조의 화려한 유적은 마치 시간이 멈춰 선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보통 비엔티안 투어의 출발은 왓 씨싸켓에서 시작한다. 비엔티안의 사원 중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1818년 건립되었다가 1829년 전란으로 소실되었는데 1935년 재건되었다. 왓 씨싸켓을 라오스를 대표하는 사찰로 끌어올린 건 사원 내부 담장에 진열된 6천890개 이르는 불상들이다. 불상들은 은(銀) 또는 토기로 제작된 것으로 상당 부분 훼손되어 있지만 그 원형만큼은 퇴색되지 않고 200년 가까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인물들은 같은 모양이 없고 수인(手印)이나 입상(立像) 모습이 모두 다르다. 형상을 이렇게 많이 만든 것은 부처께서 낮은 곳으로 내려와 모든 중생과 불자 하나하나의 삶과 고통까지 살핀다는 뜻일 것이다.라오스 엽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탓 루앙’도 인기 코스다. 라오스 관광 표지 메인을 장식하는 금빛 사원으로, 국가의 상징이자 라오스에서 가장 신성시 되는 곳이다. 부처의 가슴뼈, 사리와 유물을 묻고 그 위에 기둥을 올렸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적멸보궁 쯤 되는 셈이다.사원 앞을 지키고 있는 셋타티랏왕 동상도 눈여겨봐야 할 대상이다. 이 왕은 14세기 라오스를 전성기로 이끈 창 왕조의 군주로, 라오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다.재위 중에 불철주야 통치를 위해 몸을 돌보지 않았는데, 사후에라도 편히 쉬라는 의미로 앉은 자세로 동상을 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왕,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과 이미지가 겹친다.(세종대왕 동상도 좌상이다) ◆ 라오스인들의 독립정신이 서려 있는 빠뚜싸이비엔티안의 한복판에서 도시의 중심을 잡고 있는 빠뚜싸이는 라오스인들이 독립정신이 서려 있는 곳이다. 1969년 프랑스와의 독립 전쟁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승리의 문’이다. 모습은 프랑스 개선문과 비슷하지만 내부엔 라오스의 전통 문양이 새겨져 민족의식을 강조했다. 빠뚜싸이가 라오스인들에게 얼마나 상징적인 건물인가 하는 것은 국가 정책에서도 잘 나타난다. 라오스 정부는 최근까지 탑 높이보다 높은 건축물을 짓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했을 정도다.단, 자주 독립을 기념하는 건축물을 적국인 프랑스 개선문을 모델로 삼았다는 점과 그 비용을 범국민적인 성금이나 국가자본으로 조달하지 않고 미국 원조자금으로 충당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여행자의 단상일 뿐이다.비엔티안 시티투어를 끝내고 방비엥 남쏭강 옆 호텔에 짐을 풀었다. 500년 고도 비엔티안 시내에서의 흥분은 이제 물소리, 새소리에 잦아들었다.석양에 물든 남쏭강이 맑게 흐르고, 강 건너엔 사진에서 보았던 중국 계림, 베트남 하롱베이의 석회암 카르스트산맥들이 옅은 음영으로 펼쳐진다.내일 방비엔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날까. 기분 좋은 상상 속에서 고단한 몸을 누인다. 라오스의 문화 코드 ‘뽀뺀양’라오스의 1인당 GDP는 1천800달러 선으로 이웃한 내전(內戰) 국가 미얀마를 제외하고 동남아에서 소득 수준이 가장 낮다.그럼에도 현지에서 만난 라오스인들의 표정은 무척 밝고 평안하다. 이런 평온은 거리, 시장 같은 일상을 물론 개개인의 삶에도 연결된다.라오스에서는 3가지를 볼 수 없다고 한다. 경적소리, 싸우는 소리, 장례식장에서 우는 소리다. 실제로 여행 중 일행을 태운 차가 고장으로 도로 한복판에서 10여 분을 서 있었는데도 단 한 번 빵빵 소리를 듣지 못했다.또 불교 윤회사상 때문인지 ‘죽음을 이생의 업(業)을 마감하고 다음 생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탓에 우리와 같은 애도(哀悼) 문화도 없다.또 라오스에서 ‘싸바이 디’(안녕하세요) 다음으로 많이 듣는 소리가 ‘뽀뺀양’이다. 우리말로 ‘괜찮아’ ‘그럴 수 있지’ 쯤으로 해석된다.사소한 일과 실수에 대해 서로 따지지 않는 문화 덕에 사회적 완충장치를 하는 어법(語法)이다. 이 마법 덕에 라오스에서는 큰 싸움이나 분쟁이 생기지 않는다.혹시 여행 중에 곤란한 일이 생기면 ‘뽀뺀양’이라고 말해 보라. 열에 아홉은 상황이 종결된다.글·사진/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4-03-21

“소통과 협력으로 주민밀착형 의정활동 펼칠 터”

안동시의회는 총 18명의 의원들이 의장과 부의장을 중심으로 △의회운영원원회 △문화복지원원회 △경제도시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 소속돼 있다. 이 중 문화복지원원회와 경제도시위원회가 의회 구성의 핵심이며, 이 두 개의 위원회에서 안동시의회 모든 의안과 정책들이 결정된다.□ 안동시의회 경제도시위원회안동시의회 경제도시위원회는 정복순 의원을 위원장으로 이재갑, 권기탁, 우창하, 김상진, 김새롬, 김창현, 박치선, 김순중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이들은 안동시 18개과(일자리경제과, 투자유치과, 농정과, 유통특작과, 축산진흥과, 농촌활력과, 환경관리과, 자원순환과, 산림과, 공원녹지과, 도시디자인과, 건설과, 건축과, 교통행정과, 상하수도과, 도시재생과, 안전재난과, 토지정보과)와 1개 직속기관(농업기술센터-농촌지원과, 기술보급과, 미래농업과), 3개 사업소(상수도관리사무소, 안동시농수산물도매시장관리 사무소, 안동임하호수운관리사무소), 1개 지방공기업(안동시시설관리공단)을 담당한다. □ 위원회 조례안 발의제9대 안동시의회 경제도시위원회는 개원 후 20개의 의원발의 조례안을 통해 시민들의 민의를 대변했다.대표 조례안으로 △여성농업인 육성 및 지원 조례안 △에너지 기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수정가결 △4차산업혁명 기반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단독주택 등에 대한 도시가스 공급사업 보조금 지원 조례 전부개정조례안 등이 있다.또한 △재활용품 수집인 지원에 관한 조례안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사회적경제활동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조례안-수정가결 △반려동물 보호 및 반려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안 등도 발의했다.이와함께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기기 설치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병역명문가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양봉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안 △청년 기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청년 주거 기본 조례안-수정가결 △치유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제개정했다.특히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반대 촉구결의안(정복순 의원) △안동·예천 국회의원 선거구 존속 촉구건의안(우창하 의원) △국립의대 설립 촉구결의안(여주희 의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 철회 촉구결의안(김새롬 의원) △노동·연금·교육 3대 분야의 조속하고 확실한 개혁을 위한 촉구결의안(안유안 의원) △안동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본부장 사퇴 촉구결의안(정복순 의원) △안동문화관광단지 미개발 부지 활성화 촉구건의안(김경도 의원) △안동호·임하호 수리권 안동시민으로 이전 촉구건의안(김경도 의원) 등 촉구건의안을 통해 사회문제를 지적하고, 시민을 위한 정책을 제시했다.아울러 집행부에서 올라온 안건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는 부분은 직접 수정 의결하거나 의회 의견을 붙여 조건부로 의결하는 등 의원 개개인이 집행부 조례 제·개정안의 심사 역할에 그치지 않고, 자치 입법기관 구성원으로서 심도있는 고민·탐구를 바탕으로 민의를 담은 조례를 연구해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데 노력했다.특히, 2023년도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시정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집행부와의 소통을 통해 더 나은 정책 방향과 행정 운용 방안을 권고했으며, 집행부를 대상으로 하는 시정 질의에서는 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시민 행복 만족도 증진에 기여하는 지방행정 구현을 주문했다.이 밖에도 수시로 주요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현장 방문을 실시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지적하는 동시에 의회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집행부와 협의해 시민이 만족하는 의정활동을 펼치도록 노력했다. □ 5분 발언 의원 활동안동시의회 경제도시위원회에 소속된 의원들은 제9대 의회에서 다양한 5분 발언을 통해 안건과 대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제시된 대안과 안건은 실제로 조례안으로 만들어져 시민 불편을 줄이거나 혜택으로 돌아갔다.정복순 의원은 총 2번의 5분 발언을 통해 △친일사관 논란 한희원 교수의 경북독립운동기념관장 임명 철회 촉구 △안동시 상수도요금 반값 공약 제고 촉구 등 경북도와 안동시의 인사와 공약 정책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했다.이어 이재갑 부위원장은 총 2번의 5분 발언을 통해 △원도심 공동화 해결 촉구 및 공무원 공로연수 제도부터 폐기, 안동국제컨벤션센터 활용방안 도출 △일본 후쿠시아 원전 사고 후 일본 수입식품 3천200여t에서 방사능 검출 등 문제와 인구감소 문제 대응 미비, 안동댐 자연환경보전지역 해제 문제, 3대 문화권 사업의 운영실태 지적, 안동시 복지사업실태 지적, 경북산업용헴프규제자유특구 기업 유치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우창하 의원은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노후 공동주택의 안전과 지원을 얘기하면서 소규모 노후 공동주택에 주로 어르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만큼 공동주택지원 조례의 개정을 통해 공동주택지원에 대한 예산확보 노력과 지원 대상에 대한 적극 검토를 주장했다.김새롬 의원은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운 공공형 실내놀이터 조성 제안을 통해 안동시의 행정복지센터, 폐역사 등 공공시설 유휴공간을 활용한 공공형 실내놀이터 조성 촉구와 층간 소음분쟁이 잦은 공공주택 내 실내 놀이공간 조성을 위한 정책 개발과 제도 개선 제안 등 어린이들이 행복하고 부모들이 안심하는 보육환경이 조성을 촉구했다.김창현 의원은 총 3번의 5분 발언을 통해 △중앙선 폐선구간 교통불편 시설물의 조속한 철거와 폐철도 구간 35km의 활용방안 제안 △바이오생명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선정 및 안동댐 주변 자연환경보전지역의 용도지역 변경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통과에 따른 안동시의 역할과 주민의 생존권 회복에 대한 촉구 △전기자전거 보급 촉진 및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전기자전거 구입 보조금 지원 방안 수립과 관련 인프라 구축 등을 제안했다.박치선 의원은 △사회적 약자도 함께 누릴 수 있는 호반나들이길 조성과 용상 야외 어린이놀이터 조성에 대해 제안하면서 호반나들이길의 모든 계단을 경사가 완만한 비탈길로 정비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장치 및 편의시설을 마련 및 우리 지역에 특색있고 안전한 야외 놀이터 조성으로 안동시가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순중 의원은 △한국남부발전에서 추진 중인 ‘안동복합화력발전소 2호기’ 증설 반대를 언급하면서 안동시의 탄소제로 정책과 RE100을 추진하는 데 불리하며, 지역민의 환경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전반기 활동 목표이처럼 제9대 안동시의회 경제도시위원들은 전반기 20개의 의원발의 조례안과 집행부 조례 제·개정안의 심사, 5분 발언 등을 통해 시민들을 위한 정치 활동을 펼쳐왔다. 이제 제9대 의회 전반기는 약 4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다. 이 기간 경제도시위원회 의원들은 비회기 중에도 지역 현안이나 숙원사업 해결을 위한 주민 간담회, 상담 등의 활동을 통해 주민밀착형 의정활동을 펼친다는 각오다.정복순 위원장은 “안동시의회 경제도시위원회는 안동시 주요 현안 사업들이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정책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피현진 기자 phj@kbmaeil.com

2024-03-20

새봄, 매혹적 향기 따라 사색의 길에 서다

산에는 울긋불긋 갖가지 꽃이 피고, 바다는 겨울을 이겨낸 온화함으로 사람들을 손짓해 부르는 시절이다. 떠났던 봄이 돌아왔다.경북의 여러 지자체들은 저마다 성큼 다가선 봄을 맞이할 다양한 축제를 준비하고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곧 펼쳐질 화려한 페스티벌이 가족과 친구, 연인을 설레게 할 것이다.겨울은 아무래도 방 밖으로 나오기가 망설여진다. 매운 추위와 활동하기 좋은 낮 시간이 짧은 탓이다.하지만, 이제 바람에도 따스함이 스며들고 해도 부쩍 길어졌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만약 동행할 사람이 없다면 혼자라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특정한 여름 며칠에 몰리던 한국의 휴가 패턴이 달라진 건 이미 오래 전이다. 이제 봄에도 일정 기간의 휴가를 얻어 국내는 물론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세상이 변한 것이다.고래로부터 ‘봄’은 좋은 계절로 불려왔다. 환한 3월 햇살 아래서 낯선 공간을 떠돌며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특히 그랬다. 재론의 여지없다. 봄은 여행 세포가 꽃피는 시기다.목련을 필두로 진달래와 개나리가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산도 좋고, 온갖 해산물이 잃었던 입맛을 돌려줄 바다도 좋다. 일상에서 훌쩍 벗어나 봄날의 맑고 자유로운 공기를 호흡할 수 있다면 그게 어디건 무슨 상관일까.초등학교 시절의 봄 소풍처럼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2024년 봄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의 기대감을 보다 높여줄 시 몇 편을 아래에서 소개한다. 시인들도 사색의 여행을 떠나는 계절이 시작됐다. 이성복 시집. ▲ 푸른 산과 바다를 동시에 보며 이성복의 ‘남해 금산’을경상남도 남해의 금산은 봄을 맞이한 산과 바다를 지척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여행지다.“원래는 신라의 원효(元曉)가 보광사(普光寺)라는 절을 세웠기에 보광산이라 했는데, 고려 후기 이성계(李成桂)가 이 산에서 100일 기도 끝에 조선왕조를 개국한 영험에 보답하는 뜻으로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었다 해서 금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 ‘두산백과’의 설명.한국문학사에 기록될 빼어난 모더니스트 이성복 시인은 남해 금산을 돌아보고는 이런 노래를 남겼다.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산에 얽힌 역사와는 무관하게 시인이 남해 금산에서 본 것은 ‘돌 속에 묻힌 한 여자’였다. 물론, 사람이 돌 안에 묻힐 수는 없는 일. 여기서 ‘여자’는 인간이 일생을 안고 살아갈 운명 또는, 그리움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힌다.운명과 그리움에서 벗어나 해와 달의 이끌림 속에서 어디론가 사라진 그 ‘여자’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성복은 푸른 남쪽 바닷가를 거닐며 그것을 고민했던 듯하다.물론, 누구도 풀지 못한 운명과 그리움에 관한 삶의 수수께끼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그걸 남해 금산을 찾은 여행자가 된 당신이 풀어보면 어떨까. 곽재구 시집. ▲ 진달래가 불 밝힌 곳에선 곽재구의 ‘분홍산’을목련, 개나리와 함께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이 진달래다. 그 화사한 진분홍의 유혹은 천년 세월을 넘어 우리를 때마다 흔들어왔다. ‘봄의 전령사’라 불러도 좋을 진달래.중년을 넘긴 이들에겐 ‘먹어도 좋은 꽃’으로 기억되는 진달래는 번철 위에서 구워지던 부침개를 화려하게 장식하기도 했다.질박한 토속 언어로 한국 시의 한 산맥을 형성했다고 평가받는 곽재구는 저 멀리 분홍빛으로 가물거리는 진달래를 보며 다음과 같은 시를 썼다. 이 시가 만들어진 건 분명 3월이었을 터.봄 구산리길 걸었다아지랑이 한 마리나비처럼 팔랑팔랑 날았다봄콩 놓던 할머니 먼 산 보다가새참으로 들고 나온 막걸리 한 사발 부르르 마셨다진달래꽃이 피었는디진달래꽃이 피었는디아가 무신 잠이 이리도 깊으냐십 년 넘은 바위잠이 어디 있느냐아이고 다리 패던 허망한 숲 그늘 길끈적하게 타오르던 저 먼분홍산.먼지 날리는 시골길을 달리다가 자동차의 핸들을 놓고 무작정 낯설고 조그만 시골마을에 내려 주변을 살펴보자. 곽재구가 노래한 공간이 바로 거기에 있으니까.그렇게 한다면 누구라도 생물인 듯 흔들리며 꿈틀대는 ‘아지랑이’와 만날 수 있고, 주름 가득한 얼굴로 착하게 웃는 그 동네 ‘할머니’에게 막걸리 한잔 얻어 마실 수 있을 것이다.시인이 시의 제목으로 삼은 ‘분홍산’은 비단 진달래의 색깔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분홍산’은 봄이 선물한 유토피아의 다른 이름이기도 할 것이기에. 봄에 떠나는 여행은 이상향(理想鄕)을 찾는 행위에 가깝다. 김명인 시집. ▲ 봄의 주인공을 만난다면 김명인의 ‘꽃들’을누가 뭐래도 봄의 주인공은 ‘꽃들’이다. 꽃은 미움과 증오가 가득한 땅에도 화사하게 피어 사랑과 화해가 아름다운 단어임을 가르친다. 그렇기에 어떤 면에선 인간보다 낫다.이상과 괴리하는 현실의 아픔을 독자들에게 들려주며 자신의 문학적 영역을 탄탄하게 구축해온 시인 김명인은 바로 이 봄의 주인공인 ‘꽃’을 사랑의 이름으로 노래하고 있다.낮잠에서 깨니 머리맡에 꽃소식이 당도해 있다만선에 실려 오는 꽃나무 한 시절들그대가 약속을 지키려 근근하듯이꽃은 제철의 두근거림으로 한 해를 갱신한다상청 이불 덮고 누웠으니어디 산비둘기 구구거리는 한낮꽃 타래들, 다비에 든 듯 화염 사르는구나!공손한 꽃아, 피고 지는 건네 일이지만 나는 너를 빌려 쓰고 내일로 간다연년세세로 물든 분홍 새 날개 펴니거처 없이도 견디는 깃발처럼혼곤한 신생의 새봄 안간힘으로 울뚝하다오늘은 오늘 꽃, 수만 송이로 허무는 탑버림받을 사랑이니 돌보라고이 환, 나에게 흘려보내는 건 아니겠지?누구라도 새로움과 희망을 꿈꾸는 ‘신생의 새봄’이 바로 오늘이다. 때로는 ‘다비에 든 화염’처럼 매혹적으로 일렁이고, 어느 때는 ‘버림받을 사랑’을 아프게 돌아보라고 우리를 가르치는 봄.봄의 주인공 꽃들 속으로 떠난 여행에서 꿈과 사랑, 새로움과 희망의 은유를 찾아낼 수 있다면 독자들 또한 시 한 편 쓰지 못할 이유가 없을 듯하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3-19

“지역경제 활력화 촉진 등 시민 삶의 질 향상 온힘”

지방자치는 일정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지역단체를 구성해 지역 공동사회의 정치와 행정을 그들의 의사와 책임 아래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제1공화국 시대인 1952년부터 제2공화국이 끝나는 1961년 5·16까지 시행되었다가 중단됐다. 이후 30여년만인 1990년 지방자치 관계 법률의 제정과 개정으로 부활했다.그리하여 1991년에는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의 의회가 구성되고 1995년 6월에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장의 선거를 헌정사상 처음으로 시행해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를 열었다. 광역과 기초단체장,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 선거가 동시에 시행되었고 광역 및 기초단체장 직선은 1961년 5·16 이후 34년 만에 치러진 것이다.이러한 연유로 우리는 지방자치를 의회와 깊게 연관시킨다.특히 기초의회는 각 기초단체(시·군·구)의 중요 사항을 주민을 대표한 의원들이 최종적으로 심의·결정하는 최고 의결기관으로 예산·결산 승인을 비롯한 의결 기능과 행정 사무 조례를 제정하는 입법 기능, 자치행정의 집행을 감시·감독하는 통제 기능, 지역의 주요 현안에 대한 청원을 처리하거나 자치단체와 의견을 교환하는 조정 기능이 있다.시군이 통합돼 현재 9대를 맞은 경산시의회도 1991년 4월 15일 초대 경산시·군의회가 개원한데 이어 1995년 1월에 통합 경산시의회를 개원했다.현재 비례대표 2명 등 15명의 시의원으로 구성된 경산시의회도 지역민의 관심 속에서 여러 변화를 겪었다.1991년 제1대 선거에서 군의원 7명과 시의원 9명 등 16명의 기초의원을 선출했지만 제3대 선거에서는 14명으로 줄고 제4대 선거에서 다시 16명으로 늘었지만 제5대 선거부터 현행 15명의 체제로 굳어졌다.박순득 의장을 필두로 한 의장단으로 조례 제·개정, 집행부의 견제 세력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노력하고 있는 경산시의회 제9대 전반기를 살펴본다. □ 경산시의회 구성경산시의회는 15명의 의원이 의장과 부의장의 책임과 운영위원회와 행정·사회위원회, 산업·건설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 등 4개의 상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운영위원회는 의회 운영의 전반을, 행정·사회위원회와 산업·건설위원회는 집행부의 사무와 예산 등에 대한 심사와 의결, 윤리특별위원회는 지방의회 의원의 윤리강령과 윤리실천 규범 위반 여부와 징계에 관한 심사를 담당한다.27명이 근무하는 의회사무국은 국장과 3명의 전문위원, 의정과 의사·홍보, 정책지원팀으로 구성되었다.2023년 1월 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지원하고자 처음 도입된 정책지원팀은 5명의 직원이 의원들의 의정 활동 자료·정보수집을 지원하고 있다.□ 제9대 전반기 의정활동경산시의회는 현재까지 2022년 7월 5~6일 제237회 임시회 개회를 시작으로 지난 2월 26일부터 4일까지 제252회 임시회 개회 등 16차례의 의회를 개회해 조례 등 285건의 안건과 시정질문 5건, 5분 자유발언 33건 등 323건의 안건을 처리했다.특히 의원 제안으로 14건의 조례를 제정하는 성과도 보여 일하는 의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제240회 정례회와 247회 정례회에서는 행정 사무감사를 진행해 91건의 사례를 지적했다.지적된 행정 사무감사 결과는 2022년 9월 5일부터 28일까지 열린 제240회 정례회에서 시정 22건과 22건의 권고 등 44건이, 2023년 6월 7일부터 29일까지 개회된 제247회 정례회에서도 22건의 시정과 25건의 권고 등 47건이 지적됐다.2번의 행정 사무감사에서 공통으로 각종 보조사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설정과 심의위원회 기능 강화, 실효성 있는 인구정책을 지적해 보조사업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했다. □ 의원 연구단체 활동시의원들은 주요사업장을 방문해 지역 현안을 살피는 한편으로 ‘밝은 미래’ 등의 연구단체를 만들어 지역민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전봉근·안문길·이동욱·양재경 의원이 활동하는 밝은 미래는 ‘경산시 영유아보육정책의 동향과 과제 연구’로 지역의 영유아보육정책 특성 분석과 비전과 정책과제를 제시했다.김상호·김계태·김인수·손말남·윤기현 의원이 활동하는 행복도시 연구회는 ‘경산지역 도시경관 향상을 위한 발전방안 모색’을 주제로 경산시 도시경관 개선을 위한 기본현황과 환경분석, 법률정비, 정책 발굴 등 도시경관 관리모형을 제시했다.박미옥·강수명·김화선·권중석·이경원 의원이 소속된 관광도시 만들기 연구팀도 ‘경산시 관광 활성화 방안 정책 연구’를 통해 경산 지역경제 활력화 촉진과 살기 좋은 경산을 조성하기 위한 관광 활성화 방안을 도출했다. 박순득 경산시의회 의장 인터뷰“경산 시민 위한 늘 열린 의회 구현”-기초의회의 의미와 제9대 경산시의회 전반기를 평가해 달라.△기초의회, 경산시의회는 잘 아시다시피 경산시민들을 위해 열려 있으며 시민들을 위해 여러 가지 기능을 담당하면서 의원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제9대 의회의 전반기를 마감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제 나름대로는 어느 해보다 우리 의원들 서로 단합과 소통이 잘 되었다고 본다.조례 발의, 시정질문과 5분 자유발언 등 어느 회기보다 더 열정적으로 많이 했다고 자부하고 의원들의 지역 활동도 어느 해보다 더 활발하게 전개됐다고 생각한다.-의장으로서 수행 평점은.△평가보다는 나름대로 의장으로서 의회의 위상을 높이고자 노력했고 대외적으로는 우리 경북의 의장단 협의회에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했고 특히 지역에 꼭 필요하다고 요구되는 대형 아울렛의 유치를 위해 지난해 의장단 협의회에서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최대한 노력했지만, 옆에서 지켜본 시민들이 좋은 평점을 줄지는 모르겠다.아직도 부족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남은 임기에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앞으로 경산시의회가 나아갈 방향성이 있다면.△의회가 나아갈 방향성은 의회가 바뀌는 것이다.의원의 직위를 내려놓으며 시민들에게 항상 말로만 다가가는 의원, 열린 의회라고 얘기를 하지만 정말로 문턱을 낮추고 의원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집행부를 무조건 견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부가 요청하는 사업들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협조해야 하지만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정확한 셈으로 아닌 것은 앞으로 재발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의원들의 본분이라 생각한다.예산안에 대해 왜 이렇게 예산을 많이 집행하는가와 예산을 줄 것인가와 말 것일까를 따지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집행부가 사업을 위해 예산을 요구하면 예산의 과다를 따지기보다는 예산만큼의 결과물이 나오도록 꼼꼼히 살펴 시민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원들의 몸가짐일 것이다.-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제9대 의회의 전반기 마감을 눈앞에 두고 시민들이 다 만족하지는 못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시민을 위한 늘 열린 의회를 구현하고 시민들의 복리 증진을 위해서 열심히 뛰겠으니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달라./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4-03-17

직접 보고 듣고 소통… 시민과 함께하는 의회 구현

“시민과 함께하는 의회, 참여하고 소통하는 민주의회를 만들기 위해 한분 한분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신뢰받는 의회를 만들고, 항상 연구하는 자세로 창의적인 자치의회를 구현해 나가겠습니다. 다양한 가치와 의견이 모이는 정책연대의 장으로 만들고, 의원 각자가 시민의 심부름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한 걸음 더 시민 곁으로’ 다가가는 안동시의회를 만들겠습니다.”안동시의회가 추구하는 의정 목표다. 안동시의회는 진정한 민의의 대변자로서 시민의 행복을 책임지는 동시에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안동시의회의 구성을 살펴보면 총 18명의 의원들이 의장과 부의장을 중심으로 △의회운영원원회 △문화복지원원회 △경제도시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 소속돼 있다.이 중 문화복지원원회와 경제도시위원회가 의회 구성의 핵심이며, 이 두 개의 위원회에서 안동시의회 모든 의안과 정책들이 결정된다.이들 위원회는 제9대 안동시의회 시작과 동시에 안동시를 견제·감시하고, 시민들에게는 다양한 정책과 조례안, 5분발언, 건의안 등으로 건전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 안동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안동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임태섭 의원을 위원장으로 손광영, 김경도, 권기윤, 김정림, 김호석, 안유안, 여주희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이들은 안동시 4개실(기획예산실, 종합민원실, 공보감사실, 행정지원실)과 11개과(전통문화예술과, 관광진흥과, 문화유산과, 체육새마을과, 유교문화권사업과, 세정과, 회계과, 정보통신과, 사회복지과, 노인장애인복지과, 여성가족과), 1개 직속기관(보건소, 보건위생과, 감염병대응과, 건강증진과, 치매안심센터), 4개 사업소(평생학습원, 평생교육과, 안동문화예술의전당) 시립도서관, 시립박물관(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포함) 도산서원관리사무소, 하회마을관리사무소를 담당한다.□ 문화복지원원회 조례안 발의제9대 안동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개원 후 17개의 의원발의 조례안을 통해 시민들의 민의를 대변했다.또한, 안동시 집행부에서 올라온 안건에 대해서도 그냥 통과시키지 않고, 논란이 되는 부분은 직접 수정 의결하거나 의회 의견을 붙여 조건부로 의결하는 등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인 심의를 진행했다. 이는 의원 개개인이 집행부 조례 제·개정안의 심사 역할에 그치지 않고, 자치 입법기관 구성원으로서 심도있는 고민·탐구를 바탕으로 민의를 담은 조례를 연구·성안(成案)한 결과다. 이를 통해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밀착형 조례가 다수 만들어졌다.특히, 2023년도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시정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행정 오류에 대한 질타 대신, 집행부와의 소통을 통해 더 나은 정책 방향과 행정 운용 방안을 권고하며, 발전적인 조화를 이뤄냈다.집행부를 대상으로 하는 시정 질의에서는 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시민 행복 만족도 증진에 기여하는 지방행정 구현을 주문했다. 여기에 임시회와 정례회에서 개별 의원들은 연이어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안동시민들의 목소리를 집행부에 전하며 수준 높은 정책대안 마련과 실시를 집행부에 요구했다.이 밖에도 다양한 위원회 활동도 눈길을 끈다. 제9대 의회 개원 후 수시로 주요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현장 방문을 실시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지적하는 동시에 의회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하고, 집행부와 협의해 시민이 만족하는 의정활동을 펼치도록 노력했다. 아울러 지역 내 환경정화, 복지시설 방문,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 등을 추진해 단 한 사람의 시민도 소외되지 않도록 했다. □ 5분 발언을 통한 의정 활동안동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에 소속된 이원 개개인의 활동도 눈여겨 볼 만하다.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제9대 의회에서 다양한 5분 발언을 통해 안건과 대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제시된 대안과 안건은 실제로 조례안으로 만들어져 시민 불편을 줄이거나 혜택으로 돌아갔다. 의원 개인별 5분 발언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임태섭 위원장이 총 3번의 5분 발언을 통해 △비반려인과 반려인이 함께 휴식하고 즐길 수 있는 반려동물 운동장 조성 △낙동강변 어린이 물놀이 시설 확충 △안동 강남초등학교 학교 복합시설 사업을 제안했다.이어 김정림 부위원장은 총 2번의 5분 발언을 통해 △옥수교에서 수하보 일대 수변 자원을 활용한 안동시 관광산업 발전 방안 △전기차 주차장 충전구역 화재 관련 제도적 보완과 선제적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손광영 의원은 △안동시 사회지표조사 개선방안 △지역 현실을 반영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효율적인 시책 방향 △한국정신문화재단의 기능과 운영 방향성에 대한 지역 문화단체들과의 간담회 제안 △미래 농업을 선도하기 위한 농업연동센터 구축방안 △안동시 공공계약의 투명성과 공정성 운영방안 △지방재정 정상화를 위한 체질 개선 촉구 △안동시와 안동시의회 간 갈등 해소 방안 등 7번의 5분 발언으로 여러 가지 정책을 제안했다.김경도 의원은 △전선 지중화 사업과 관련 문제점 제기 및 대안 제시 요구 △안동시의 전략적이고 건전한 재정 운영을 촉구 △기후 위기 속 지속가능한 문화유산 보호 방안의 필요성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 수립으로 지방소멸 출구전략 마련 등 4번의 5분 발언으로 안동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권기윤 의원은 △장애인 돌봄의 사각지대를 해소, 상시 돌봄 안전망을 형성하고, 부모들과 그 가족들이 ‘돌봄’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줄 것을 주장했다.김호석 의원은 △안동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시박 퇴치 촉구 △위대한 문자 훈민정음 해례본의 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한글 도시 프로젝트 제안 등 2번의 5분 발언으로 안동의 환경과 농민, 훈민정음해례본의 도시라는 정신문화도시 브랜딩을 주장했다.여주희 의원은 △‘모든 사람은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국제안전도시 공인 사업 △영호루에서 영가대교 남단까지의 경관 재정비 △기후 위기 속 물 관리를 위한 우리의 역할 재고 등 3번의 5분 발언을 통해 안동의 안전한 관광 환경과 문화유산, 수자원을 지키기 위한 시 집행부의 대책을 주문했다.안유안 의원은 △안동시 산하기관 기관장에 대한 인사검증제도의 필요성을 언급, 제240회 임시회에서 경북도 내 지자체 중에서 최초로 조례안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지난 6일 안동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처음으로 안동시 산하기관 기관장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하는 효력을 발휘했다.□ 전반기 활동 목표제9대 의회 전반기는 이제 4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다. 이 기간 문화복지위원회 의원들은 비회기 중에도 지역 현안이나 숙원사업 해결을 위한 주민 간담회, 상담 등의 활동을 통해 주민밀착형 의정활동을 펼친다는 각오다.특히,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관제도 도입 등 지방의회의 권한이 강화된 만큼 시민들께 더 신뢰받는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정비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동료의원들이 한 층 더 전문화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목표다.임태섭 위원장은 “안동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안동시민들을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시민의 곁에서 항상 시민과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활동하겠다”며 “올해도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통해 의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서도 지역 현안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소모적인 갈등은 지양하고 안동시 집행부와 협력하는 의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4-03-13

‘파묘’하자 벌어진 기이함… 천만 관객 부른다

장재현 감독이 연출한 영화 ‘파묘’의 관객 동원력이 무서운 기세로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른바 파죽지세(破竹之勢). 마른 대나무가 쪼개지는 형국이다. 개봉 20일을 넘긴 이 영화를 관람한 사람이 벌써 820만 명에 육박했다.인구가 5천만 명 남짓한 나라에서 특정 영화 한 편을 1천만 명 이상이 관람하는 ‘기이한(?) 현상’은 이제 한국에선 드문 일이 아니다.“일부 상업영화를 과도하게 많은 스크린에서 독점 상영함으로써 예술·독립영화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비판이 없지 않지만, 그런 목소리는 ‘최대치의 이익 획득’이 지상 목표인 자본의 논리 속에서 힘을 얻지 못한다.영화는 이제 예술이 아닌 산업의 범주에 속한다는 걸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니, 세칭 ‘천만 영화’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생겨날 게 명약관화해 보인다.그게 무엇이건 대중이 환호를 보내는 것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곧 ‘천만 영화’라는 타이틀을 달 것이 분명한 ‘파묘’에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적지 않은 영화팬들이 극장을 찾는 것일까?이런 궁금증 속에서 기자도 지난 주말 영화관을 찾았다.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등 연기라면 여타 한국 배우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 출연진들의 호연(好演)은 보기 전부터 예상이 가능했고, 실상도 그러했다.하지만, 그것뿐일까. 그렇지 않을 듯했다. 영화는 배우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력, 거기에 더해 핍진성과 드라마틱한 구성,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설득력까지를 갖춰야 비로소 ‘좋은’이라는 명패를 얻어낼 수 있다.아래에서 영화 ‘파묘’를 형성하고 있는 주요한 몇 개의 골자, 즉 키워드를 세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이를 통해 이미 영화를 본 이들에게는 다시 한 번 작품을 되새김질하는 시간을 제공하고, 아직 ‘파묘’를 보지 않은 관객들에겐 관람에 유용한 사전 정보를 알릴 수 있을 듯하다.한 개인이 관람 후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허니, 타자의 해석이나 제공되는 정보와는 별개로 영화를 보고, 보지 않는 건 개인의 선택이다. ◇묘를 뒤집다… 파묘(破墓)파묘의 사전적 의미는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해 무덤을 파내는 행위’. 봉건적 유교 질서가 여전히 강위력한 힘을 발휘하는 한국 사회에서 조상의 유택(幽宅)을 건드린다는 건 일종의 터부다.고대 중국 왕의 무덤과 신라와 조선의 왕릉은 그 규모와 부장품에서 인간들을 압도한다. 진시황이 묻힌 병마용갱과 경주의 거대한 봉분을 떠올려보라.비단 왕릉이 아니라도 선대 어른이 ‘영원한 잠에 들어 있다’고 믿는 무덤을 파헤치는 건 어지간해선 하지 않아야 할 짓이란 게 동양적 정서다. 여러 명의 왕 아래서 왕 이상의 권력을 행사하며 승승장구했던 조선 전기의 실권자 한명회는 연산군에 의해 부관참시(剖棺斬屍) 된다.‘부관참시’란 살아있을 때 단죄하지 못한 죄를 물어 사후에 무덤을 뒤집고 시체를 꺼낸 뒤 백골의 목을 자르는 형벌.후손들은 이 벌을 살아있는 사람의 목을 치는 것보다 더 치욕스럽고 고통스럽게 여겼다. 조상의 삶이 온전히 부정당했다고 느꼈기 때문.그래서다. 아직도 이 나라에선 파묘와 이장(移葬·무덤의 위치를 옮기는 것)은 대단히 조심스럽고 가능하면 하지 않아야 될 금기에 가깝게 인식되고 있다.헌데, 장재현 감독은 이런 터부 혹은, 금기를 용감하고 흥미롭게도 제목으로 사용한다. 과학과 미신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에 촉수를 가져다댄 것이다.할아버지가 지은 죄가 아들에 이어 손자와 증손자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파묘’의 영화적 설정. 그 업보를 끊기 위해선 ‘파묘’의 방법밖에는 없다는 위기감을 조성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하늘과 땅을 잇는 여자… 무당(巫堂)이전 작품들에서 그랬듯 배우 김고은은 ‘파묘’에서도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인다. ‘파묘’에선 어둡고 눅눅한 숲 속 당집이 아닌 환하게 불 밝힌 헬스장에서 다이어트에 몰두하는 신세대 무당 역할을 맡았다.‘무당(巫堂)’의 한자는 대나무를 매개로 하늘과 땅과 인간을 연결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옛날 무당이 거주하는 집에 마른 대나무가 꽂혀 있는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근데, 영화 ‘파묘’에선 그런 고전적인 무당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김고은은 우리가 미신이라 부르는 힘을 사용해 과거를 찾아내고 현재를 진단하며 미래를 예측한다. 오갈 데 없는 천생 무당이다.그럼에도 ‘무당’ 김고은이 벌이는 굿과 퇴마의식은 휘황한 사이키 조명이 어지럽게 돌아가는 서울 강남의 클럽에서나 볼 수 있는 춤과 유사하다. 영화적 재미는 배가되지만, 리얼리티는 훼손된다.영화 ‘파묘’는 한 세기 전 벌어진 한국 역사의 비극. 그 비극이 21세기에 이르러 한 집안을 파국 직전까지 몰고 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조상의 죄로 인해 대신 벌을 받는 후손들. 그 죄와 벌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역할을 맡아 거액의 돈을 받아 챙긴 ‘젊은 무당’은 ‘하늘과 땅, 인간을 이어주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에게 그만한 힘이 있기는 한 걸까? 이런 의문을 부르며 ‘파묘’는 절정으로 접어든다. ◇왕도 두려워했다?… 지관(地官)배우 조승우가 빼어난 지관으로 등장하는 ‘명당’이란 영화가 있다. 조선의 마지막 100년을 지배했던 안동 김씨 가문의 위세가 조상의 묫자리를 잘 썼기 때문이라는 설정. 국립민속박물관은 지관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풍수론에 기반해 집터와 묘터를 정하거나 길흉을 평가하는 사람. 중국과 한국에서 풍수지리가 오랫동안 성행하면서 고려시대부터 다수의 지관이 활동했다. 나말여초의 도선(道詵), 조선 초기의 무학(無學), 조선 중기의 남사고(南師古) 등은 한국의 유명한 지관으로 민간설화에도 곧잘 등장한다.”실제로 과학의 발전이 오늘만 못했던 시절엔 조상의 묘를 잘 쓰면 권력과 돈을 불러올 수 있다고 믿었다. 놀랍게도 ‘합리성의 시대’라 불리는 지금도 그걸 믿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고대 왕국의 도읍을 정할 때와 왕과 귀족이 매장될 무덤을 찾을 땐 지관이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왕도 자신의 아버지 묫자리를 찾을 땐 지관을 두려워했을 정도.‘파묘’에선 최민식이 지관으로 분한다. 때론 코미디언처럼 능청스럽고, 때론 엄정한 스승처럼 진지한 모습을 연기한 최민식은 영화의 흥미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손색없이 해낸다. 베테랑답다.그러나, 이것 하나는 옥에 티. 돈맛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현실주의자 지관에서 갑작스레 우국지사(憂國之士)형 지관으로 변신하는 이유가 불확실하고 모호하다. 그럼에도 영화 ‘파묘’는 결말을 향해 쉼 없이 달린다.◇획죄어천 무소도야(獲罪於天 無所禱也)‘논어(論語)’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 사이에서 오간 이야기를 담고 있다. 50대 이상의 중년들 중 몇몇은 이 책에서 인간 행위의 근본과 세상을 지탱하는 질서를 찾기도 한다. 기자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다.바로 그 ‘논어’에 이런 문장이 쓰여 있다. ‘획죄어천 무소도야(獲罪於天 無所禱也)’. 무슨 말이냐고? “하늘에 죄를 지으면 숨을 곳이 없다”는 뜻이다. 영화 ‘파묘’가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 내내 이 문장을 떠올린 이가 기자 하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인간이 가진 재주와 능력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될 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법이다. 다른 사람을 위태롭게 하고, 나아가 국가를 망친다면 그따위 재주와 능력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장재현이 연출하고, 최민식과 김고은이 출연한 영화 ‘파묘’는 엔딩 크래딧이 올라오기 전 조용히 관객들에게 속삭인다.“하늘에 죄를 지으면 숨을 곳이 없다”고. ‘하늘’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과 그 이웃들이 발 딛고 선 땅의 다른 이름이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3-12

포항 화장장 한계치 도달… 죽어서도 묻힐 곳 걱정이네

#1 포항시는 우현화장장(화장로 3기)과 구룡포 화장장(1기), 2곳의 시립화장장을 운영 중이다. 1941년과 1978년에 처음 지어져 올해 각각 83년, 46년째를 맞는다. 총 4기의 화장로는 하루에 4회 씩, 최대 총16회까지 가동이 가능한데 현재 하루 평균 14.6회의 화장이 이뤄져 사실상 포화상태다.#2 특히 우현화장장은 몰려드는 화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예비 화장로 없이 3기의 화장로가 설과 추석 당일만 제외하고 363일 풀가동하고 있다. 리모델링을 거쳤다지만 협소하고 노후화된 시설은 포항의 도시 규모와 위상에 비해 심각하게 낙후됐다. 이를 안타까워하는 시민들과 화장장 이용객들은 ‘새 화장시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3 포항의 화장률은 해마다 급증해 지난 2017년 79.1%에서 2022년 92.9%로 전국 평균 91.5%보다 높다. 또한 포항은 올해 1월 기준 65세 인구가 전체의 21%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에 이미 진입했다. 특히 포항의 면 지역은 65세 이상 43%로 사실상 ‘절반이 노인’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3~4월경 4~5일 장을 겪는 사례가 이미 있었는데, 오는 2028년이면 한계치 도달로 상시 4일장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화장(火葬)절벽’이 다가오고 있다.수도권을 중심으로 가족이 세상을 떠나도 화장할 곳을 찾지 못해 인근 지역으로 ‘원정화장’을 가는 실정이며, 대구·부산 등 광역시 역시 예외는 아니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국내 화장인구가 8만2,781명(25만9347명→34만2128명) 증가할 동안 전국의 화장장은 2곳(60→62개), 화장로는 35개(347→382개)증가하는데 그쳤다. 향후 증가될 화장 수요를 분석하면 화장장의 능력을 초과하는 화장 수요가 2028년부터 발생하며 그 격차는 갈수록 더 커질 전망이다.현대화된 화장시설 건립이 시급한 포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앞서 열거한 사실에서 확인되듯 열악한 사정으로 인해 포항 시민을 최대한 우선적으로 화장하고, 인근 시군의 화장 의뢰를 접수받고 있는 실정이다. 봉안시설이나 자연장 등 공설시설이 없는 포항에서 유가족들은 고인을 모시는 장소의 선택지가 없어 사설 종교 봉안시설을 찾아야 하는 현실이다.고인을 위해 보다 좋은 장소를 찾기 위해서는 타 시군의 장사시설을 알아봐야 하는데, 해당 시군의 화장 및 안치료보다 최소 3~8배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이에 따라 포항시는 장묘문화의 시대적인 변화를 반영하고 새로운 장사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추모공원 건립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중에 있다.시가 지난해 9월 부지를 공개 모집한 결과 7개 마을(구룡포, 장기2, 동해, 연일, 청하, 송라)이 신청해 화장장에 대한 시민들의 변화된 인식이 반영된 가운데 올해 상반기 내 최종 부지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포항시는 추모공원을 문화와 휴식, 첨단 기술이 융합된 ‘명품장례 문화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피시설이라는 주민들의 오랜 고정관념과 막연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친환경적(무연·무취·무색)’이고, ‘원스톱 장례서비스(장례~화장~봉안~추모)’를 제공하는 문화예술 연계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복안이다.부지면적 33만㎡ (10만평)의 80%를 시민을 위한 공원화 공간으로, 나머지 20%를 유족을 위한 장례식장, 화장·봉안시설, 자연장지, 유택동산 등으로 구성한다.세부적으로는 장사시설과 함께 사색의 숲, 트레킹 코스 등 테마별 공원과 인문학적 전시관의 문화공간, 메타버스, 홀로그램, AI기반 자동시스템의 4차 산업과 융합하는 첨단 공간으로 조성한다. 특히 포항시는 총 210억 원의 대규모 인센티브로 유치 지역 주민 지원 및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있다. 추모공원 부지로 선정된 마을(리)에는 기금 40억 원, 화장시설 사용료 징수액 20%를 30년간 지원하고 주민 일자리도 제공한다. 또한 유치된 읍면에는 기금 80억원, 주민편익 및 숙원사업 45억원 규모를 지원한다.공모에 탈락한 지역에도 주민 위로와 화합 차원에서 3억~5억 원 상당의 숙원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선정된 주변지역에는 땅값하락 등을 염려하는 주민들을 위해 파크골프장 건립 및 운영권 등 다양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시는 장사시설이 더 이상 혐오시설이 아닌 주민 필수시설이자 복지시설이라는 점을 인식시키기 위한 노력 역시 꾸준히 해왔다.세종시의 추모공원인 은하수공원 등 선진지 견학, 후보 지역 주민 대표와 상생 협약 체결, 세계 추모공원 사진전시회 등을 통해 새로운 장례 문화 의식을 공유했다. 또한 과거 읍면지역에서만 했던 주민설명회를 올해 초부터는 동 지역까지 확대 실시하는 등 전 시민적인 공감대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추모공원은 시민 삶에 반드시 필요한 생활필수시설로 더 이상 건립을 미룰 수 없다”면서 “추모공원의 정확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명품장례 문화시설로 건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2024-03-10

산사와 마을에 핀 ‘봄의 전령’ 매화 찾아 떠나는 망중한

매화는 봄을 알리는 꽃이다. 매서운 추위를 뚫고 피어 강인함과 지조를 상징하기도 하고, 기품 있는 자태로 고고함을 대표하기도 한다.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여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절개를 상징하기도 한다. 봄의 상징과도 같은 매화가 전남 순천의 산사와 마을에 수줍게 피었다. 어느덧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다.매화에 관한 우리 민족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 고구려 대무신왕 24년 항목이다. 삼국유사 제3권 아도기라(阿道基羅) 맨 끝부분엔 “모랑댁(毛郞宅) 매화꽃 먼저 피게 하였네”라는 글이 나온다. 매화가 당시 귀족들 사이에 정원수로 심어지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여러 세기에 걸쳐 매화는 귀한 꽃으로 대접받았다.날이 아무리 변덕스러워도 이제 봄이다. 봄의 전령 매화를 찾아 봄나들이를 떠나보면 어떨까? ◇선암사의 선암매와 금둔사의 납월매이른 봄, 글 읽는 선비들이 도포 자락을 날리며 매화를 찾아나서는 여행을 ‘탐매(探梅)’라 했다. 매화 핀 경치를 찾아가 구경하는 탐매는 그저 보고 즐기는 것을 넘어 애틋하고도 간절한 마음이 담긴 여행이다. 사군자 중에서도 매화를 맨 앞에 두었으니, 혹독한 겨울을 지나 도도하고 단아한 자태를 드러낸 매화 한 송이는 고매한 군자를 대하는 것과 같았으리라.순천 매화 여행의 시작지는 선암사다. 선암사의 매화는 ‘선암매’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린다. 수백 년 동안 꽃을 피워낸 고목이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돼 있다. 매서운 겨울 추위를 견디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매화나무들이 종정원 담장을 따라 고운 꽃그늘을 드리우며 만개했다.매화가 핀 또 다른 산사는 금전산(金錢山) 금둔사(金芚寺)다. 금둔사는 순천의 대표적 사찰인 선암사나 송광사에 가려진 한적한 사찰이지만 ‘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금둔사 곳곳에 피는 소담한 매화나무들 때문이다. 금둔사의 매화는 ‘납월매’라고 불린다. ‘납월’은 음력 섣달(12월)을 뜻하는 말로, 그만큼 일찍부터 꽃망울을 틔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남도에서도 가장 일찍 피어나는 매화나무 중 하나라고 한다.‘납월홍매’라고 불리는 분홍빛 홍매화들은 이르면 1월부터 꽃을 피우기도 한다. 홍매화가 지기 시작하면서 하얀 팝콘 같은 청매화들이 톡톡 올라온다.선암사와 금둔사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추천할 만한 곳이 순천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낙안읍성이다. 성안에 300여 동이 넘는 초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낙안읍성에는 곳곳에 매화가 있다. 낙안읍성의 매화는 자연 속에서 저 홀로 피는 게 아니라 마을과 사람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피고 진다. 낙안읍성의 매화는 초록 기운 가득한 밭 두둑에서, 초가지붕의 민가 마당에서, 봄비에 젖은 장독대 곁에서 핀다. 매화와 함께 노란 산수유도 함께 핀다. 여기서 보는 매화는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만 따로 보는 게 아니다. 매화가 피어서 비로소 완성하는 봄의 풍경을 총체적으로 감상하는 게 요령이다. ◇탐매마을에 화사하게 핀 홍매화깊은 산사에만 매화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전남 순천 원도심 골목의 오래된 주택에 홍매화 두 그루가 의연하게 서 있다. 산사의 매화도 아직 절반밖에 피지 않았는데 이곳 홍매화는 이미 만개해 마을을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홍매화가 핀 집은 ‘홍매가헌(紅梅佳軒)’이란 현판이 달려 있다. ‘붉은 매화가 아름다운 집’이란 뜻이다. 순천대에서 정년퇴직한 김준선 교수가 3대를 이어 살고 있는 집이라고 한다.해마다 일찍 피어 그윽한 향기를 뿜는 김 전 교수 집 정원의 두 그루 홍매나무가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마을의 값진 자원이 됐다. 두 그루의 홍매나무를 중심으로 순천의 원도심 매곡동에 ‘탐매(探梅) 마을’이 조성됐다. 이름처럼 ‘매화 핀 경치를 구경하는’ 마을이다. 남도 땅에 매화 한두 그루 없는 동네가 있을까. 하지만 매곡동 매화는 존재감이 남다르다. 두 그루 홍매화에서 시작한 꽃불이 동네에 심은 매화나무로 옮겨붙게 된 것이었다. 마을 곳곳에는 홍매화가 피고, 골목마다 미술 마을 프로젝트로 그리거나 설치한 매화 그림, 조형물이 들어섰다.똑같은 꽃이라도 봄에 저 홀로 이르게 피는 것은 얼마나 귀한가. 여린 꽃이 알리는 봄의 도래는 또 얼마나 감동적인가. 매곡동 주택가의 홍매화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진작 붉게 피어나서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순천복음교회의 매혹적인 매화정원순천시의 외곽 왕지동에 있는 순천복음교회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매화 명소가 있다. 교회에 웬 매화인가 싶겠지만 교회 마당에 연못과 개울을 놓고 매화정원을 조성했는데 그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매화정원은 2년 전 순천복음교회를 은퇴한 양민정 목사가 30년에 걸쳐 조성한 곳이라고 한다. 교회 정원에는 동백과 소나무, 산다화 등 300여 그루의 나무가 있다. 그중 절반이 매화나무다.대형 수목원이나 매실 농장에다 대면 규모가 크지 않아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매화정원에 들어서서 은은한 매화향을 맡으며 꽃을 감상하다 보면 이른 봄을 누리기에 이만한 호사가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매화는 고즈넉한 절집에 어울린다 싶었는데,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와도 썩 잘 어울린다.매화에 대해 지식이 부족한 이들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홍매, 백매, 청매, 오색매 등 명패를 붙여 놓았다. 매화가 15종이나 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것이 꽃받침이 초록색을 띤 청매다. 흑매는 홑겹의 붉은 꽃이 너무 붉어서 검게 보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수령 100년이 넘는 고매(古梅)도 있다. 정원에 있는 고매만 38그루나 된다. 강원 영월에서 가져왔다는 복음매와 전남 영암에서 데려왔다는 백매, 장흥에서 가져온 홍매는 모두 수령이 200~300년은 족히 넘는 늙은 매화다.매화의 종류가 많다 보니 이제 겨우 움이 튼 것도 있고 벌써 만개해 화사해진 것도 있다. 매화정원의 매화들이 만개할 때는 3월 초라고 하니 공들여 찾아가도 결코 실망하지 않을 듯하다.순천 월등면에는 매실 농장으로 가득한 산골 마을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계월리 향매실 마을이다. 봄이 무르익으면 마을 전체에 ‘꽃 사태’가 난다. 월등면의 매실 밭은 주로 평지에 펼쳐져 있어 비탈에 자리잡은 섬진강변의 매실농원 풍경과 닮은 듯 다르다. 산자락을 따라 자리한 마을이 하얀 매화로 구름바다를 이루는 듯하다. 월등면의 매화는 섬진강 매화가 시들 무렵부터 피기 시작하니 늦은 봄나들이에 딱 좋은 곳이다./순천=글·사진 최병일 여행전문기자

2024-03-07

고령 고분군의 아름다운 풍광… 봄밤에 만나는 세계유산

“2024 고령 대가야축제가 곧 열립니다. 새로운 봄을 맞이해 다양한 체험과 즐길거리가 있는 세계유산도시 고령으로 여러분 모두를 초대합니다.”고령군이 ‘2024 고령 대가야축제’ 개최를 알렸다. 벚꽃이 만개할 즈음인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지산동 고분군을 중심으로 대가야박물관 일원에서 화려하게 펼쳐질 고령 대가야축제의 올해 주제는 ‘세계유산, 고령 지산동 고분군’이다.“전 세계적으로도 주요한 문화유산으로 주목받는 지산동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에 발맞춰 고분군의 매력을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구현해 고령군민과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신선함과 즐거움을 선물할 계획”이라는 게 고령군청의 설명이다. □축제 참여자들에게 즐거움과 만족을 줄 프로그램 운영올해 고령 대가야축제는 지산동 고분군을 직접적인 축제의 현장으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지산동고분군 트레킹 구간의 양 끝에 별도의 출입문을 연출해 또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공간을 형성하고, 다양한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숲속 놀이터도 운영한다는 것이 고령군의 복안이다.또한 포토존을 만들고, 넉넉한 쉼터와 공연을 진행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도 다양하게 구성하게 된다.사흘간 이어질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축제 주제와 부합된 ‘세계 속의 대가야’가 준비됐다. 이는 세계유산이란 무엇이며, 고령 지산동 고분군이 세계유산에 등재되기까지의 추진 과정, 대가야 고분군의 세계유산적 가치까지를 알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지산동 고분군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 것인지 쉽게 알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 고령군청 관계자의 설명이다.특별공연으로 준비된 ‘100대 가야금 공연’도 주목을 끌고 있다. 이는 축제의 특성과 문화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대가야축제의 또 다른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로 평가된다. 토요일과 일요일 각 1회씩 총 2회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며,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 업그레이드를 통해 공연을 지켜볼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간다는 것이 축제 주최측의 각오다.이러한 대표 프로그램 외에도 축제 아이템을 더욱 강화하고, 다양한 협력사업의 진행으로 지역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동시에 방문객들의 만족도 역시 높인다는 것이 고령군의 향후 계획이다.축제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고, 그 시간 동안 불꽃놀이와 다채로운 공연, 참여자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야간 체험프로그램 등이 구성된다. 이는 ‘이색적인 휴게 공간 연출’로도 눈길을 끌게 될 듯하다. □몸과 마음 모두 봄기운에 빠져들 고령 대가야축제이번에 준비된 대가야축제의 1일차 행사로는 고령군민의 끼를 한껏 발산할 군민화합 한마당이 예정돼 있고, 이 프로그램은 ‘TBC 생방송 굿데이’의 중계로 축제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게 된다.2일차에는 가야문화권 합창페스티벌과 창작뮤지컬 ‘도둑맞은 새’, ‘100대 가야금 공연’이 축제 참가자들과 지역 주민을 만나게 된다. 이와 더불어 가야풍류(加耶風流) 공연 또한 운영되며, 밤에는 고령의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을 ‘대가야 별빛 쇼’가 펼쳐져 봄의 정취와 낭만을 만끽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축제의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대가야의 길거리 퍼레이드’가 성대하게 펼쳐져 이목을 모으게 된다. 그밖에도 도립국악단의 특별공연과 다종다양한 소규모 문화공연이 상시로 이루어지기에 관광객들은 심심할 틈이 없을 것 같다.봄밤에 더욱 매력적인 풍광을 드러낼 지산동 고분군과 테마관광지, 우륵지의 화려한 야간 경관을 배경으로는 고분군 야간 투어와 야간 특별 프로그램이 축제 기간 내내 펼쳐지게 된다.이와 관련 이남철 고령군수는 “2024 고령 대가야축제는 안전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축제로 만들어갈 예정”이라며 “지난해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대가야축제에 가족·지인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몸과 마음 모두 흥겨운 봄기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초대의 말을 전했다. □축제의 현장 역할 할 지산동고분군은.올해는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 등재 1년차에 들어서는 해이기도 하다. 고령군은 이를 널리 알리고 다 같이 향유할 수 있는 프로젝트 준비에 고심해왔다.그 고심과 노력 끝에 고령군 ‘2024 세계유산축전’과 ‘2024 문화유산야행’ 등 고분군을 주제로 한 문화재청 공모사업에 선정됐고 사업의 구체화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특히 세계유산축전은 국내에서 세계유산을 활용한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는 것이기에 가야고분군 단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이 축전 외에도 어린이 해설사, 순회 전시, 사진전, 토크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유산도시 고령군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는 것이 고령군의 계획이다.고령은 세계유산을 무조건적으로 상품화하는 것을 지양하고, 고령 지산동 고분군이 가진 의미와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동시에 지산동 고분군이 가야 문명을 증명하는 독보적 증거라는 세계유산적 지위를 방문객들에게 올바르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는 문화를 향유하는 보다 세련된 태도일 것이다.또한 세계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을 염두에 둔 정비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유산의 성격 규명을 위한 발굴조사 기초자료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이는 향후 다양한 문화콘텐츠와 접목할 계획.고령군청 관계자는 “지산동 고분군 주변에 이미 조성돼 있는 대가야박물관, 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 대가야생활촌 등과 연계해 지산동 고분군의 벨트화를 추진함으로써 한국의 대표적 역사문화도시로 성장하고자 한다”는 말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고령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달빛철도’의 건설지산동 고분군의 세계적 주목과 함께 또 한 가지 호재가 고령군에 더 있다. 영호남을 잇는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 통과가 바로 그것. 군은 이를 통해 고령을 영호남 내륙권 산업물류의 거점으로 도약시킬 발판이 마련됐다고 자평한다.향후 달빛철도 고령역사가 건립되면 고령역에서 서대구역을 거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물론, 포항 영일만항까지 교통망이 연계된다. 그렇기에 고령군이 도로, 항공, 항만, 철도 4대 SOC의 연결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령은 대구와 연접한 산업경제도시이자 도농복합형 도시다. “늘어나는 산업물류 이동은 달빛철도가 건설됨으로써 더욱 원활해질 것”이라고 전망한 고령군청은 “달빛철도를 중심으로 광역 교통체계의 변화를 일으켜 접근성 향상은 물론, 산업물류 수용량 확대 등의 효과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달빛철도 개통과 고령역 건립을 통한 역세권 개발로 낙동강을 중심으로 하는 대구·경북 혁신경제벨트 구축과 지방시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고령군. 눈앞으로 다가온 대가야축제와 더불어 지산동 고분군과 달빛철도가 함께 주목받고 있다./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

2024-03-06

희망과 꿈의 은유로 가슴을 따스하게 만드는 ‘봄’

우수와 경칩이 지났으니 머지않아 새로운 계절이 올 것이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잦은 요즘. 아직은 바람이 차갑지만 언제나 봄은 새로운 희망과 꿈의 은유로 사람들의 가슴을 따스하게 만든다. 그 먼 옛날에서부터 오늘날까지 변함없이.지구 반대편에선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의 죽고 죽이는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가파르게 오르는 장바구니 물가로 인해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가지만, 그럼에도 그것들과는 무관하게 봄은 빠른 속도로 우리 곁에 오고 있다.매서운 추위와 폭설이 어깨를 웅크리게 만드는 혹한의 겨울이 가면, 벚꽃과 개나리 피고 환한 햇살이 청춘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봄이 오는 것은 세상사 정한 이치.비극적인 사건과 우울한 시간을 떨쳐낸 뒤 가벼운 옷을 걸치고 흩날리는 꽃잎 아래를 산책하는 빛나는 봄을 기다리며 읽을 만한 시 3편을 소개한다.시인들은 예민한 감각의 촉수를 가진 사람들이라 누구보다 먼저 봄을 감지해냈다. 한국문학사에 이름을 새긴 빼어난 시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봄을 노래했을까? 박재삼 시집. ▲우울을 떨치며...박재삼 ‘봄바다에서’미당 서정주가 “앉아서도 서서도, 심지어 잘 때도 시인임을 잊지 않았다”고 상찬한 제자가 박재삼(1933~1997)이다.질박한 방언으로 우리 언어가 가진 매력을 누구보다 아름답게 사용할 줄 알았던 박재삼은 짙푸른 ‘바다’에서 연분홍 ‘꽃밭’을 상상하며 봄을 맞았던 듯하다. 이런 노래다.화안한 꽃밭 같네 참.눈이 부시어, 저것은 꽃핀 것가 꽃진 것가 여겼더니, 피는 것 지는 것을 같이한 그러한 꽃밭의 저것은 저승살이가 아닌것가 참. 실로 언짢달것가. 기쁘달것가.거기 정신없이 앉았는 섬을 보고 있으면,우리가 살았닥해도 그 많은 때는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숨소리를 나누고 있는 반짝이는 봄바다와도 같은 저승 어디쯤에 호젓이 밀린 섬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것가.우리가 소시적에, 우리까지를 사랑한 남평 문씨 부인은, 그러나 사랑하는 아무도 없어 한낮의 꽃밭 속에 치마를 쓰고 찬란한 목숨을 풀어헤쳤더란다.확실히 그때로부터였던가. 그 둘러썼던 비단 치마를 새로 풀며 우리에게까지도 설레는 물결이라면 우리는 치마 안자락으로 코 훔쳐 주던 때의 머언 향내 속으로 살달아 마음달아 젖는단것가.돛단배 두엇, 해동갑하여 그 참 흰나비 같네.인간의 삶과 죽음이 결국은 멀리 있지 않음을 간파한 시인은 봄을 ‘한낮의 꽃밭 속에 치마를 쓰고 찬란한 목숨을 풀어헤치는’ 절절함으로 봤다.그 절절함 속으로 날아드는 ‘흰나비’는 절망과 우울 속에서도 끝끝내 환히 빛나는 봄의 전령사가 아니었을까. 김광섭 시집. ▲그래도 기어코 찾아올 계절...김광섭 ‘봄’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식민지의 지식인인 동시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 받은 독립유공자인 김광섭(1904~1977) 시인. 그가 살아낸 청년시절은 군국주의 일본이 한국을 지배했던 냉혹한 겨울이었다.그런 경험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광섭에게 봄은 멀어 보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누가 감히 봄을 막을 수 있을까? ‘가장 먼 데서부터’ 오고 있는 새로운 계절을 시인은 아래와 같이 예감한다.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봄은 멀다먼저 든 햇빛에개나리 보실보실 피어서처음 노란빛에 정이 들었다차츰 지붕이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고집 사이에 쌓은 울타리를 헐 때도 된다사람들이 그 이야기를가장 먼 데서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모든 거리가 풀리면서멀리 간 것이 다 돌아온다서운하게 갈라진 것까지도 돌아온다모든 처음이 그 근원에서 돌아선다나무는 나무로꽃은 꽃으로버들강아지는 버들가지로사람은 사람에게로산은 산으로죽은 것과 산 것이 서로 돌아서서그 근원에서 상견례를 이룬다(…후략)‘멀리 간 것이 돌아오는’ 또는, ‘모든 것이 근원으로 돌아서는’ 놀라운 시간이 결국 우리 곁에 올 것임을 노래한 김광섭. 그는 새로운 계절 봄 안에서 사람은 물론, 나무와 꽃까지 서로를 반기며 뜨겁게 포옹하는 희망을 잃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동엽 시집. ▲쇠붙이도 녹이는 거대한 힘... 신동엽 ‘봄은’자신의 문학을 통해 통일과 자유를 소리 높여 외치던 ‘민족시인’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신동엽(1930~1969). 신 시인에게 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크나큰 힘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직접 겪었던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평화와 공존의 중요성을 체득한 신동엽은 다가오는 ‘봄’이 남과 북이 화합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원했다.봄은남해에서도 북녘에서도오지 않는다너그럽고빛나는봄의 그 눈짓은,제주에서 두만까지우리가 디딘아름다운 논밭에서 움튼다겨울은바다와 대륙 밖에서그 매운 눈보라 몰고 왔지만이제 올너그러운 봄은삼천리 마을마다우리들 가슴속에서움트리라움터서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들눈 녹이듯 흐물흐물녹여 버리겠지.‘바다와 대륙 밖에서 매운 눈보라를 몰고 온’ 겨울이 끝나면, 이 나라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를 온통 뒤덮고 있던 ‘미움의 쇠붙이’가 눈 녹듯 사라질 봄이 올 것을 의심하지 않았던 신동엽.남북관계가 대립과 갈등만으로 치닫는 위태로운 2024년 오늘. 다시 펼쳐 읽어보는 시인의 ‘봄 노래’는 여전히 찬란하지만, 그 찬란함의 크기만큼 서글프다. 그래도 봄은 오겠지?/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4-03-05

초고령 사회 진입… 웰에이징·웰다잉 ‘건강복지’ 퍼팅

우리 사회는 초고령사회로 이행하고 있고, 그 속도가 엄청 빠르다. 초고령사회는 전체인구 가운데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음을 의미한다.고령인구는 스스로 건강을 제1로 삼는다. 웰빙은 웰에이징과 웰다잉을 목표로 삼는다. 고령인구가 희망하는 웰에이징은 건강하게 사는 것이고, 웰다잉은 아프지 않고 요양병원에서 수명연장하지 않으며 정든 세상을 편하고 아름답게 떠나가는 것이다. 고령인구의 증가는 그만큼 고령인구의 정책수요가 커짐을 의미한다.그러면 어떻게 고령인구가 희망하는 웰에이징과 웰다잉을 실현할 수 있는가? 필자는 고령인구의 건강수요에 부응하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글은 필자가 제주 서귀포 혁신도시 거주 이 년 차에 파크 골프에 입문한지 한 달여를 지나면서 강창학 파크 골프장과 칠십리 파크 골프장의 경험에 기반하여 파크 골프의 의미와 특징, 그리고 파크 골프장의 확대에 대한 정책제언이다. 먼저 파크 골프에 대해 보자.파크 골프는 나무로 된 채를 이용해 공을 잔디 위 홀에 넣는 운동이다. 파크(park)와 골프(골프)의 합성어로 공원처럼 쾌적한 자연환경에서 치는 골프이다.파크 골프의 역사는 1984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되었다. 현재 일본뿐만 아니라 하와이, 호주, 중국, 미주 등에서도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골프를 조금 더 가볍게 느낄 수 있는 파크 골프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파크 골프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파크 골프의 기본적인 룰은 골프와 비슷하다. 티오프(출발)에서 홀을 향해 볼을 치고 차례대로 코스를 돌게 된다.다음은 파크 골프의 의미와 특징에 대해 보자.필자가 강창학 파크 골프장과 칠십리 파크 골프장의 짧은 경험에 기반하여 정의한 파크 골프는 3친 3평 3자 운동이다. 즉 친화3, 평등3, 자유3 운동이다.첫째, 파크 골프는 3친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고령인구, 자연환경, 그리고 소소익선의 세 가지 친화적인 운동이다. 파크 골프의 1친은 고령층 친화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온몸을 사용하는 전신활동이고 전신운동이다. 고령인구는 타 세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온몸을 사용하는 전신운동이 부족하다. 전신은 사지 또는 사대 육신으로 두 팔, 두 다리, 몸통, 머리통을 일컫는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고령층의 전신운동에 적합하다. 파크 골프장에서 고령자가 삼삼오오 모여서 함께 놀이하는 모습을 보면 천국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다. 미래의 우리 모습으로 연상된다.파크 골프의 2친은 자연환경 친화 운동이다.파크 골프장은 공원부지와 고수·하천부지 등 한계토지에 조성되어 자연환경의 훼손이 적고 관리비용이 적게 든다. 파크 골프장은 골프장에 비해 작은 규모로 조성되고 파크 골퍼의 이용도가 높아 토지이용의 효율성이 높다. 또한 파크 골프장은 골프장과 달리 이용시설과 부대시설이 작아 저탄소 에너지 절약형이다. 따라서 파크 골프장은 자연의 보존과 이용의 적정한 환경보전시설이고, 파크 골프는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자연환경 친화적인 운동이 된다.파크 골프의 3친은 작은 것이 아름다운(small is beautiful) 소소익선 친화운동이다.파크 골프는 크면 클수록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이 아니라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는 소소익선 운동이다. 소소익선은 3S로 부드럽고(soft) 짧고(short) 느린(slow) 것이 좋다는 의미이다.파크 골프는 골프와 반대로 강한(strong) 것보다는 부드럽게, 긴(long) 것보다는 짧게, 빠른(fast) 것보다는 느린 것이 좋다. 물론 골프도 부드러워야 하나 파크 골프보다는 덜하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소소익선의 3S 친화 운동이다.둘째, 파크 골프는 3평 운동이다. 평등은 차별이 없이 고르고 한결같은 것을 말한다. 평등은 인간의 존엄, 권리, 인격, 가치, 행복의 추구 등에 있어 차별이 없이 같은 상태를 말한다. 파크 골프의 3 평등은 양성평등, 부부평등, 그리고 사회평등이다. 파크 골프의 1평은 양성평등 운동이다. 기본적으로 남녀는 정신적 신체적 차이가 있다. 그래서 남녀는 유별하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남녀는 다르게 차별성이 주어진다. 골프는 남녀의 티샷 위치가 다르다. 그러나 파크 골프는 남녀가 티샷을 같은 위치에서 한다. 이는 파크 골프가 소소익선 운동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불리하기보다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따라서 파크 골프는 양성평등 운동이고 남녀동행 운동이 된다. 파크 골프의 2평은 부부평등 운동이다. 전통적으로 부부는 역할이 달랐다. 남편은 바깥 양반이고, 아내는 안사람이었다. 일상 활동은 부부가 함께 하기보다는 따로 하였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부부의 지위와 역할의 경계가 없어졌다. 따라서 부부가 함께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옛날의 남편이 앞장서는 부창부수가 지금은 아내가 앞장서는 부창부수가 되었다. 이와같은 시대변화를 잘 반영한 것이 파크 골프이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부부평등 운동이고 부부동행 운동이다. 특히 건강한 고령층 부부는 더욱 그러하다.파크 골프의 3평은 사회평등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골프와 마찬가지로 4인이 한 팀이다. 골프는 4인의 팀원이 사전에 구성되고 현장에서 조인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파크 골프는 사전에 팀원이 구성되기는 하나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조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조인하는 사람은 남녀· 연령과 파크 골프 경력·직업과 사회적 지위는 무관하고 그대로 하나의 팀원이 된다.파크 골프는 처음 만나 운동하면서 자연스레 좋은 이웃이 되고 이웃사촌이 된다. 우리는 이를 유연적 소셜 믹스(social mix) 즉 사회적 융합이라 부른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좋은 이웃을 만들고 이웃사촌과 동행하는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사회평등 운동이고 궁극적으로 사회통합 운동이 된다.셋째, 파크 골프는 기술과 비용, 그리고 기회로부터 자유로운 3자 운동이다. 자유는 무엇으로부터 구속이나 구애를 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파크 골프는 기술과 비용과 기회 면에서 타 운동, 특히 골프와 비교하여 자유로운 운동이다.파크 골프의 1자는 기술로부터 자유로운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운칠삼기 또는 운구일기 운동으로 불린다. 운칠삼기는 운이 칠이고 기술이 삼이며, 운구일기는 운이 구이고 기술이 일이라는 의미이다. 파크 골프는 실력보다 운이 많이 좌우한다는 말이 된다. 필자는 파크 골프에 입문한지 이주만에 서귀포 강창학 파크 골프장 4번 홀과 7번 홀에서 홀인원을 두 번 하였다. 이에 반해 자주하지는 못했지만 이십여 년 이력을 가진 골프에서는 한 번도 홀인원을 못하였다. 무엇보다 골프는 틈날 때마다 연습을 해야 하고 현장에서 잘 안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그렇다고 파크 골프가 기술을 깡그리 무시하는 운동은 아니다. 파크 골프는 골프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연습없이 실전에 바로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기술로부터 자유로운 운동이다. 언제 어디로 갈지 모르는 인생과 같은 운칠삼기 또는 운구일기의 운동이다.파크 골프의 2자는 비용으로부터 자유로운 운동이다. 파크 골프와 골프의 비용비교는 골프채와 골프공 등 골프도구, 그린피라 불리는 골프장 사용료, 이동에 필요한 카트비, 골프운동을 도우는 캐디피, 이들 비용에 부과되는 세금, 식사비 등이다.파크 골프 도구는 골프채 1개와 골프공 1개가 기본이다. 이에 반해 골프도구는 채가 열 개를 넘고 채값도 고가이다. 나머지 항목에서 파크 골프는 비용이 거의 없는 편이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비용으로부터 자유로운 운동이라 할 수 있다.파크 골프의 3자는 참여기회로부터 자유로운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예약과 시간과 이용 횟수가 자유롭다. 일부 파크 골프장은 이용객이 많아 격일제로 제한하기도 하나 대부분의 파크 골프장은 자유롭고 제주는 더욱 자유롭다. 이에 반해 골프는 예약이 필수이다. 따라서 파크 골프는 누구나 언제든지 예약없이 도착한 순서대로 이용하는 기회균등한 운동이다.마지막으로 이 글을 요약하고 정책제언으로 마치고자 한다.먼저 이 글의 요약이다. 필자가 정의한 파크 골프는 3친 3평 3자 운동이다. 즉 친화3 평등3 자유3 운동이다. 첫째, 파크 골프는 3친 운동이다. 파크 골프는 고령층, 자연환경, 그리고 소소익선의 세 가지가 친화적인 운동이다. 둘째, 파크 골프는 3평 운동이다. 파크 골프의 3 평등은 양성평등, 부부 평등, 그리고 사회평등이다. 셋째, 파크 골프는 기술과 비용과 기회로부터 자유로운 3자 운동이다.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다음은 정책제언이다.최근 고령인구의 대세는 파크 골프이다. 급속한 초고령사회의 진행과 파크 골프 인구는 정비례 하고 있다. 최근 지자체에서 파크 골프 수요 증가에 따라 파크 골프장 조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제주는 관광객 유치와 파크 골프를 연계시키려고 하고 있다.중앙정부도 초고령사회의 정책 대응 차원에서 고령인구를 위한 파크 골프장 조성에 정책적 관심과 재정지원을 바란다. 이는 고령인구의 건강복지로 여러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사회적 편익을 확대하는 좋은 정책이 될 것이다. 특히 고령인구의 입장에서는 파크 골프가 웰빙의 목표인 웰에이징과 웰다잉으로 가는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재정지원에 대한 기대가 한층 크다.□용어해설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는 만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고령사회는 14% 이상이고, 고령화사회는 7% 이상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집계한 이래 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가능인구와 초등학교 입학 예정 인구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노인 1인 세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등 한국 사회의 초고령화와 인구구조의 기형적 현상이 통계숫자로 나타났다.

2024-02-26

더 나은 환경·더 좋은 물… 군민이 행복한 ‘산소카페 청송’

청송군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사회 전반의 녹색전환을 뒷받침하고 더 맑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한다.청송군은 지구를 위협하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24년 환경 분야의 군정 추진방향을 ‘더 나은 환경, 더 좋은 물로 군민이 행복해지는 미래환경 구현’으로 정했다.군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산소카페 청송군’조성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녔다.윤경희 청송군수는 “다각적인 환경관련 사업과 폐기물 적정처리를 통해 군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며 “맑은 물 공급과 적극적인 하수처리로 최상의 물 복지를 실현하고 삶의 질을 높여 머물고 싶은 ‘산소카페 청송군’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탄소중립 생태환경청송군은 지역의 청정한 자연생태계를 유지 보존하기 위해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예방 및 질병확산방지 사업 등에 58억원을 투입한다.지방도로 단절된 생태축을 연결하는 질고개 생태통로 조성사업을 3년간 연차적으로 시행해 생물 다양성을 증진하고 로드킬 감소 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다.또한 탄소중립 본격이행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기본계획 수립한다. 군정 소관 부서별로 긴밀히 협력해 탄소감축사업 발굴을 추진하고 기후변화 대응의 일환인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사업비 27억원을 투입한다.이를 통해 전기자동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보상금 지원, 매연저감장치 부착, 건설기계 엔진교체 보조사업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보기기(인터넷,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노인, 어린이 등이 미세먼지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대기환경정보를 상시로 나타내는 미세먼지 신호등 1개소를 구축한다.또 초미세먼지와 바이러스 차단효과를 거둘 수 있는 스마트 에어 샤워기를 미세먼지 취약계층 이용시설에 설치한다.노후슬레이트 처리에도 사업비 9억원을 투입해 건축물에 사용된 슬레이트 및 방치 슬레이트를 안전하게 처리해 군민들이 생활 속 환경 안전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군민들이 배출하는 생활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22억원의 예산을 들여 공공시설 및 민간시설 위탁 적기처리로 폐기물 적체를 최소화해 환경오염 예방에 앞장선다.농가에서 발생한 영농폐기물 및 재활용품의 수거 촉진과 배출 장소 개선을 위해 4억5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공동집하장 및 재활용동네마당을 설치할 예정이다.재활용품(종이팩, 폐건전지) 교환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고 자원의 낭비를 방지해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계획이다. □ 맑고 깨끗한 수돗물군민들에게 맑고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한 지방상수도 시설확충사업을 연차적으로 추진한다.현재 계획된 비장상수도 사업은 진보상수도 시설확장공사(총사업비 420억예정), 안덕(현서)·부남상수도 시설확장공사(총사업비 253억) 및 정비사업, 청송군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 1차(청송읍·진보면 사업비 280억), 청송군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 2차(주왕산·부남·안덕·현동·현서면 200억), 청송군 지방상수도 비상공급망구축사업(사업비 143억) 등이 있다. 특히 2023년에 준공된 청송상수도 시설확장사업(사업비 398억)은 지방상수도 미급수 880세대 1천792명에게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연이어 추진하는 안덕(현서)·부남상수도 시설확장공사 또한 2023년에 순조롭게 착공해 2026년 12월까지 완공해 670세대 1천208명에게 지방상수도를 공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진보상수도 시설확장공사(420억)는 진보정수장 내구연한 증가로 인한 시설개량 및 선진화를 통해 용수용량 증가에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경북북부교정시설의 청송군 지방상수도 공급구역 편입은 향후 여자교도소 유치 등 관련사업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사업들이 완료되면 지방상수도 급수보급율(77.3%→86.1%) 향상 및 지역 주민들의 정주여건 개선, 공중위생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효과가 입증된 사업을 연이어 청송군 전역으로 확대·추진할 수 있게 돼 더 높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와 함께 군은 하수처리시설 확충 및 하수관로 정비사업을 통한 주민 생활환경 개선에 적극 나선다. 군은 미처리 소규모하수처리구역인 파천면 신기리, 안덕면 신성리, 주왕산면 상평리·지리에 총사업비 275억원을 들여 환경부 재원협의를 거쳐 현재 공사 착공에 들어갔다.하수처리장 3개소, 하수관로 17.5km, 배수설비 444가구의 농어촌마을하수도 설치공사를 추진, 2025년 말까지 준공할 계획이다.또한 안덕면 감은리, 성재리 일원에 총사업비 89억원을 들여 하수관로정비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하수처리시설 확충 및 하수관로 정비사업을 통해 공공수역 수질을 개선하는 등 쾌적하고 깨끗한 지역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는 전략이다.나아가 ‘산소카페 청송군’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공중화장실 개선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청정 이미지에 걸맞은 깨끗한 화장실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김종철기자 kjc2476@kbmaeil.com

2024-02-19

디지털 혁신의 요람 ‘에이블스쿨’… 대구서만 119명 인재 배출

KT가 AI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KT대구경북광역본부(본부장 최시환)는 현재 디지털 혁신 파트너를 지향하며 지역 청년들을 AI(인공지능)·DX(디지털 전환)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고 취업기회까지 부여하는 에이블스쿨(AVILE School)을 운영 중이다. 이 사업은 KT의 인재양성 경험과 노하우를 외부로 확대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에이블스쿨의 지원 자격은 4년제 대학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로 만 34세 이하이며, 미취업자이다. 비전공자도 도전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에이블스쿨은 코딩 교육을 비롯해 AI·DX 분야 프로젝트 실습 등 6개월 840시간으로 구성된다. 2021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대구지역에 4기, 총 119명이 에이블스쿨을 수료했다.이들은 AI개발자라는 이름으로 취업에 도전할 수 있다.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름이지만, 최근 어디서든 AI를 활발하게 활용하기에 매우 전망 높은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특히 에이블스쿨을 통해 역량이 검증된 우수 수료생들의 채용에 대해서는 KT와 그룹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에이블스쿨로 KT에 입사해서 AI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사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강준모 씨 강준모 씨프로젝트 관리부터 웹 개발데이터 분석·AI 모델링까지다양한 분야 수련 기회 얻어 여호준 씨 여호준 씨실무 활용 데이터 제공받아프로젝트 진행 노하우 습득프로그래밍 역량도 급성장 손현우 씨 손현우 씨경영·인문계 전공자들에겐기초 개발 역량 제고에 도움이공계열 학문 장벽 없애줘- 취업 준비는 어떻게 했나.△ 여호준 씨 : 학부시절부터 프로그래머를 염두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중 AI 서비스 개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프로그래밍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중요한데 KT 에이블스쿨에서 실제 실무에 활용되는 데이터를 제공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 덕에 프로그래밍 역량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같은 진로를 선택한 동기들과 교류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KT에서는 어떤 업무를 하나.△ 손현우 씨 :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는 AI와 웹, RPA(Robotic Process Automatic, 업무 자동화) 등이 포함된다. 단순반복 업무나 대량의 자료 처리를 위한 RPA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업무 담당자를 자동 매칭해주는 웹 플랫폼 개발에 참여했다.현재는 플랫폼 기반의 공정관리를 통해서 공기(工期)를 줄이고 업무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분산돼 있는 통신 시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공사의 경우 여러 부서와 직원이 복잡하게 연관된다. 부서 간, 직원 간 소통 창구를 일원화하고 관리자에게 공사 진척 현황과 부가 기능을 실시간 제공함으로써 편의성과 생산성을 높이고자 한다.- 전공과 무관한 직무다. 어렵지 않나.△ 손현우 씨 : 경영학을 전공했고 어렵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과생이라 유리하고 문과생이라 특별히 어려웠다는 말은 아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AI가 이공계열의 학문이고 도구라는 생각이 가장 높은 진입장벽이 아니었나 싶다. AI 개발 도구가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점이 그런 편견을 갖게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에이블스쿨은 AI개발자 트랙과 DX컨설턴트 트랙의 2개로 나누어져 있어서 이공계 전공자들에게는 제안·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역량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경영·인문계 전공자들에게는 기초 개발 역량을 갖추고 레버리징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도와준다.요즘은 ‘노코드’라고 코딩없이 AI나 앱을 개발하는 도구가 많다. 코딩도 중요하지만 개발자의 통찰력과 소통능력 또한 중요하다.개인적으로는 경영학이 인과 관계에 대한 분석을 요구하고 동시에 미래의 기대효과를 의식해야 하는 학문이라 오히려 AI를 공부하고 활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이다.- 에이블스쿨에서 익힌 지식이 실무에 어떻게 도움이 됐나.△ 강준모 씨 : 에이블스쿨을 통해 기초적인 컴퓨팅 지식부터 프로젝트 관리, 개발 방법론, 웹 개발, 데이터 분석, AI 모델링까지 다양한 분야를 수련했다. 에이블스쿨에서 배운 다양한 툴들이 실무와 관련이 있고 거의 95% 정도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 관리와 개발 방법론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분야라 먼저 기초 지식을 습득하고 실무를 할 수 있어 좋았다. 교과목이 끝나면 미니프로젝트를 통해 팀으로 협업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이런 활동들은 현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도 팀원들과의 효율적인 소통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꿈이나 포부를 말해달라.△ 여호준 씨 : AI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서는 AI 학습에 사용할 큰 규모의 데이터 셋을 수집해야 하고 그 과정에 굉장히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한데 대구경북네트운용본부 여러 선배님들의 도움이 컸다. 부서와 업무는 다르지만 본부 프로젝트 성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보며 ‘원 팀’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고 든든했다.아직은 부족함이 많은 초보 개발자지만 열심히 배워 소프트웨어 개발뿐 아니라 네트워크 분야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고수가 되고 싶다.- 취업준비생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준모 씨 : 개인사정으로 남들보다 취업 준비가 늦었다. 예상은 했지만 주변에서 하나 둘 씩 취업하고 떠나니 어쩔 수 없이 조급했다. 하루가 지날수록 부족한 부분만 두드러져 보이고 채워야 할 스펙들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대기업의 본사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수도권 위주의 취업 시장이다 보니 지역 인재들도 수도권 쪽으로 가려고 하는 경향이 많다. 에이블스쿨이 지역 학생들을 위한 기업 실무형 교육과정을 운용하고 또 취업기회까지 주어진다는 게 매력적이었다.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우수 인재들이 수도권으로만 집중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취업을 고민하는 취준생들은 에이블스쿨과 같은 프로그램을 눈여겨 보면 좋을 것 같다.에이블스쿨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AI는 결국 확률이란 점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목표로 방향성을 갖고 올곧게 노력하면 성공확률은 점점 높아지고 언젠가는 쌓아놓은 확률로 보상을 받을 날이 온다고 믿는다.KT대구경북광역본부장 최시환 전무는 “KT는 실무형 디지털 혁신 인재를 지속 배출해 청년고용을 늘리고 지역사회 AI경쟁력과 저변 확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욱기자

2024-02-18

낯선 간이역에도 애틋한 사연이 숨어 있을것 같은…

어떤 여행지를 한 단어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르지만 전북 남원을 여행할 때면 이곳은 ‘사랑의 고장’ 같다는 생각을 한다. 비단 신분을 뛰어넘은 영원한 사랑의 고전 ‘춘향전’의 고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는 기차도 다니지 않는 간이역에도 애틋한 사연이 숨어 있는 것 같고 뜨끈한 추어탕 한 그릇에도 살가운 남원 사람들의 사랑의 마음이 느껴진다. 남원은 그런 곳이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어도 마음을 건드리는 풍경이 남아 있는 남원으로 주말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춘향이의 사랑이 느껴지는 광한루원남원 여행의 시작점은 광한루원이다. 광한루원의 광한루는 ‘춘향전’에서 남원 부사의 아들 이몽룡과 성춘향의 인연이 시작된 곳이다. 두 사람의 신분을 뛰어넘는 로맨스는 거침이 없다. 농밀한 애정 신부터 애달픈 이별과 박진감 넘치는 만남까지 성공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의 법칙을 제대로 보여준다. 춘향전은 판소리는 물론 수많은 창극과 신소설, 현대소설, 연극,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래서인지 광한루원은 남원의 젊은 남녀들이 데이트 장소로 즐겨 찾는 곳이 되었다. 광한루원은 누각인 광한루와 연못, 그리고 연못 한가운데 조성된 세 개의 섬과 오작교 등으로 이뤄져 있다.광한루 옆 오작교는 ‘견우와 직녀’ 이야기에 나오는 다리라 ‘춘향전’의 배경인 광한루 앞에 놓였다는 점이 약간 생뚱맞지만, 이 다리를 건너면 부부간의 정이 깊어진다는 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광한루 앞 ‘은하수 연못’ 중앙에는 ‘삼신산’이 있다. 이 ‘삼신산’은 전설 속에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을 섬으로 만들어 조성한 것이라 한다. 작은 섬들을 잇는 다리 위에서 보는 풍경이 아름답다.광한루원은 국내 조경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크다. 우리나라 문인(文人)들은 평양 부벽루,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와 더불어 국내 4대 누각의 하나이자 한국의 정원을 대표할 만큼 독특한 조경지로 평가받고 있다.광한루원은 관아가 주도해 지은 관아 원림이다. 관아 원림이란 고을의 관원이나 시인 묵객들이 연회와 풍류를 즐긴 야외 정원이다. 광한루원은 중심 누각인 광한루(보물 제281호)와 그 일원에 조영된 원림을 통틀어 지칭하는 이름이다.광한루는 정면 5칸, 측면 3칸으로 된 팔작지붕 형태의 누각이다. 남쪽에서는 간결한 구조로 보이지만, 북쪽에서는 매우 복잡하고 장식적인 외관에 눈길이 쏠린다.역사적으로 광한루는 조선시대 명재상이었던 황희 정승과 관련이 깊다. 황희 정승은 1418년 양녕대군의 세자 폐출을 반대하다 태종의 진노를 사서 경기 파주 교하리로 귀양 보내졌다가 남원으로 유배됐다. 이때 황희 정승이 지금의 광한루에 누각을 짓고 광통루라 불렀다. 1444년 전라도 관찰사 정인지가 이곳을 찾아 “달나라 궁궐의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와 비슷하구나”라고 감탄했다 하여 광한루라 불리게 됐다.광한루는 조선의 성리학적 세계관이 오롯이 담겨 있다. 세조 때인 1461년 남원 부사 장의국은 은하수를 상징하는 인공 연못을 조성하고 돌다리인 오작교를 놓았다. 훗날 전라도 관찰사로 부임해온 송강 정철은 연못에다 신선이 사는 봉래산(금강산), 방장산(지리산), 영주산(한라산)을 의미하는 세 개의 인공 섬을 조성하고, 섬마다 영주각과 방장정을 세웠다. 남원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광한루는 안타깝게도 정유재란 당시 완전히 불에 타고 말았다. 현재의 광한루는 인조 때인 1639년 새로 지은 것이다.광한루엔 당대 문호들이 쓴 시문 편액이 즐비하게 걸려 있다. 멋들어진 정자가 있으니 드나든 시인도 허다했다. 호남을 지나는 선비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렀다고 한다.광한루는 낮에도 풍광이 빼어나지만 특히 교교한 불빛이 건물을 비추는 밤이 더 아름답다. 땅거미가 지고 주변이 어두워지면 삼신산의 방장정과 그 너머 대숲까지 조명이 들어온다. 불빛은 물과 나무 누각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만든다. 아침부터 찌푸렸던 하늘에 눈이 내리자 불빛과 눈이 어우러져 황홀한 색의 잔치를 벌인다.광한루원 근처에 있는 만복사지도 꼭 둘러볼만 하다. 고려 문종 때 창건한 만복사는 조선전기 최초 한문소설인 ‘금오신화’의 저자 김시습과 관련이 깊은 사찰터다.만복사는 불상을 모시는 법당이 있었고, 그 안에는 높이 35척(약 10m)의 불상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에는 대웅전을 비롯한 많은 건물들과 수백 명의 승려들이 머무는 큰 절이었으나 정유재란(1597)당시 남원성이 함락되면서 불타 버렸다고 한다.발굴조사 당시 청자와 백자, 많은 기와가 출토되어 고려시대 미술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한다. 5층 석탑(보물 제30호)· 당간지주(보물 제32호)·석불여래입상(보물 제43호) 등이 현재 절터 내에 남아있다. ◇대하소설 ‘혼불’의 배경지 노봉마을남원은 춘향의 고향이자 ‘혼불’의 고장이기도 하다. 최명희의 대하 장편소설 ‘혼불’이 남원 매안 이씨 집안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혼불’은 조선시대의 봉건문화 속에서 대를 이어가는 종가의 모습과 신분 해방을 꿈꾸는 하층민 간 갈등 및 애환을 다룬 작품이다. 작품의 무대인 노봉마을에는 소설 속의 종가, 노봉서원, 청호저수지, 새암바위, 달맞이동산 등 마을 주변이 그대로 살아 있다. 혼불문학관에는 고인이 된 최명희 작가의 원고를 형상화한 디오라마가 전시돼 소설 속의 느낌과 정서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혼불문학관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옛 서도역 또한 ‘혼불’의 무대가 된 곳이다. 옛 서도역은 1930년대 서도역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남원의 숨은 보석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서도역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문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건축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서도역은 원래 논바닥이었는데 전라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철도역이 됐다. 전라선의 이설로 새로운 서도역이 생기자 구 서도역 역사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마을 주민들과 남원시가 힘을 합쳐 역사와 부지를 매입하여 지금의 구 서도역 영상 촬영장소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한성으로 가기 위해 역에 나타난 애기씨 고애신(김태리)을 고동매(유연석)가 기다리는 모습이 촬영된 곳이다. 서도역은 나무로 만들어져 다른 폐역보다 더욱 더 애틋한 느낌을 준다. 오래된 철길의 양옆으로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옛 철길을 배경으로 인생 샷을 남기려는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함께 가면 좋은 곳…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은 2018년 3월 2일 문을 열었다. 남원 출신이자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유명한 동양화가인 김병종 작가가 기증한 작품을 바탕으로 건립됐다. 미술관은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기하학적 디자인과 계단식으로 내려오는 물의 정원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미술관 뒤편이 숲이어서 작품을 감상한 뒤 자연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미술관에는 모두 3개의 전시실이 운영되고 있다. 제1갤러리에서는 김병종 작가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순서대로 관람할 수 있다. 2, 3갤러리는 초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남원=글·사진 최병일 여행전문기자

2024-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