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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팥소 빠진 팥빵` 한불 정상회담

▲ 윤희정 문화부장`코팡(kopan)` `꼬뺑(copain)`….최근 서울에서 있었던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열린 한불 정상회담을 요약하는 대표적인 단어다. 코팡은 파리에서 잘 팔리고 있는 파리바게트의 `단팥크림빵`이름이고, 꼬뺑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한·불 발전방향을 언급하면서 화제가 됐던 `친구`라는 의미의 프랑스어다.굳이 `낯선`이 두 단어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번 한불 정상회담에서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 있어서다. 우선 우리 정부의 준비 부족을 비난하고 싶다. 세계적인 기록유산으로 평가받는 `외규장각 의궤` 반환 문제에 대한 논의가 빠졌다. 의궤는 왕실의 혼인, 책봉, 장례 등 국가적인 의례나 행사에 관련 `준거`를 글과 그림으로 정리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기록적 가치는 어디 비할데 없다. 병인양요(1866) 때 프랑스군이 강화도에서 약탈해간 외규장각 의궤는 1993년 경부고속전철 국제입찰을 전후로 프랑스가 반환의사를 내비쳤지만 정작 국내로 돌아온 것은 18년 뒤인 2011년이었다.문제는 완벽한 환수가 아니라 5년 단위의 임대계약이란 점이다. 엄밀히 말해 우리 문화재를 돌려받은 게 아니라 프랑스로부터 빌린 것이다. 5년 마다 임대연장을 하면 `영구보관`은 되겠지만, 그 얼마나 궁색한 꼴인가.약탈문화재를 돌려받는데 대여란 것 자체가 굴욕적임은 물론 다른 문화재를 환수하는 과정에서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영구반환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는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외규장각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창조 경제와 문화융성은 한불 협력 관계의 미래를 열어갈 핵심 요소”라고 강조하면서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우리 문화재를 되돌려 받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 서운할 따름이다.한불 양국간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 강화를 위해 △창의적 인재양성 △창업생태계 조성 △고부가가치 미래성장 동력 발굴 등을 채택하면서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를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를 묻고 싶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할 지 모르지만 올랑드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면 더 아쉬움이 남는다.그는 “오늘의 국빈 방문은 박 대통령이 말한 여러 가지 실천 방안들에 대해서 이것을 어떻게 구체화 할 지 협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했다.프랑스 빵인 `브리오슈`에 한국식으로 만든 단팥 앙금과 부드러운 크림을 넣어 만든 `코팡`은 파리지앵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으며, 프랑스 현지에서 연일 매진될 만큼 인기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했는데, “함께 빵을 나눠 먹는 가족같은 친구가 되자”는 것은 좋지만, 양 국 정상이 만나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의논하는 자리에서`소중한 문화유산`에 관한 이야기는 정작 하지 못한, 먹는 이야기로 끝나버린 정상회담이 아닌가.올랑드 대통령은 내년 한·불 수교 130주년에 앞서 올해 상호 교류의 해를 기념해 한국에 대한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 지난달 세계 관광객이 몰려드는 파리 에펠탑을 태극(太極) 문양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뒤덮고 탑 중앙에 `FRANCE COREE(프랑스 한국)`을 새겨 넣어 조명쇼를 펼치기도 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한국어를 `제2외국어` 과목으로 지정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등 한국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려 한다.`2015-2016 한 불 상호교류의 해` 행사가 프랑스 전역에서 내년 6월까지 펼쳐진다고 하니,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받기 위한 우리정부의 의지를 전할 여지는 많이 남아 있다. `약탈문화재에 관한 국제협약`이 엄연히 있는데, `임대`라는 편법으로 뭉개고 넘어가기에는 한국인의 국민적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 정부의 약탈 문화재에 대한 적극적인 환수 노력을 거듭 당부하고 싶다.

2015-11-16

동북아 정세 닮은 포항의 정치

▲ 임재현 편집부국장`지도자`란 말을 쓰려니 `리더`와 비교해 어느 쪽이 나은지부터 고민하게 됩니다. `우두머리`라는 뜻의 한자말을 선택하지만 그 역량을 뜻하는 단어는 `리더십`이 더 적당할 듯 합니다. 국가든, 지역이든 지도자는 종교, 문화, 사회 등 어느 분야에나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를 총망라한 지도자는 역시 정치 지도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와 삶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권력과 재화를 분배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 단위로 따지면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표적 정치 지도자입니다. 지방선거야 지난해 6월 치렀으니 멀찍이 2년반이 남았지만 총선은 내년 4월로 6개월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러니 요즘 지역마다 현역 국회의원과 도전자들의 각축이 소리 없는 전쟁과 같습니다. 언론사마다 출마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지지도 여론조사를 할 때마다 제외된 후보들로부터 고성 섞인 항의가 뒤따릅니다. 오늘 저는 포항의 정치지도자들에게 몇 말씀을 드리려는데 아직 선출되지 않은 분들은 이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유권자들에게 선택돼 지도자가 되려는 길에 나섰으니 이번 얘기에서는 `현직`들에게 양보를 해주시라는 겁니다. 언뜻 생각해봐도 북구에는 박승호, 허명환, 이창균씨가, 남구에는 김정재, 허대만씨의 이름이 떠오릅니다. 저는 이 가운데서 예외적으로 박승호 전 포항시장을 현직 정치인들과 함께 거론하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이강덕 포항시장, 이병석 국회의원과 말입니다. 요즘 이분들의 역학관계를 보면 마치 한중일의 동북아 정세를 방불케 합니다. 당연히 한국은 중심에 있어야 할 이 시장입니다. 서로 맞선 중일은 순서 없이, 그러니까 우리가 더 또는 덜 좋아하는 쪽이 누구인가와 상관 없이 이 의원과 박 전 시장입니다. 두분은 모두 고향이 흥해읍에다 개신교인이며 오랜 기간의 재경출향인사로서 많은 공통점을 가졌습니다. 선후배로서 두분은 돈독한 관계를 토대로 고향인 지역발전을 위해 국비 확보와 사업 시행에서 훌륭한 공조를 유지했습니다.하지만 박 전 시장의 민선5기 중후반기를 넘어서면서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양덕동 승마장 갈등이었습니다. 사태가 꼬인 책임과 시비를 가릴 필요 없이 마치 상하 관계의 아래에라도 있는 듯이 단체장은 막판까지 정성을 쏟은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도지사 출마의 뜻을 꺾었으나 이제 총선에서 경쟁의 장에 나란히 서게 됐으니 지역정치도 결과와 상관 없이 한편 드라마와 같습니다. 그런데 저가 얘기하려는 바는 이 두분 보다 주로 이강덕 시장에게 있습니다. 두분이 눈에 띄게 격돌해야 할 판에 이 시장과 전임 시장이 마치 갈등이 있는 듯 비춰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지방선거에서 승패를 겨눴던 사이도 아닙니다. 박 전 시장이 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3선을 선택하지 않은 결과가 다음 시장을 위해서는 `터를 잘 팔아 준` 인연이라고 생각하면 이는 이해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물론 다선의 지역구 국회의원과 신임 시장의 `현직 공조`와 유대감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도 생각됩니다.하지만 이강덕 시장은 포항이라는 동북아에서 한국의 위치에 서야 한다고 다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물론 경찰에서 지방자치로 행정 분야를 바꾼 신예 단체장으로서 강대국과 같은 두 정치인의 사이에서 한국의 입장처럼 압박감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리를 챙겨야 합니다. 당연히 포항과 시민들을 위해서 입니다. 가운데서 아무리 처신을 곧게 하고 중립을 지키더라도 선거판을 앞두고 온갖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6개월 간의 선거운동 기간 경험해 봤듯이. 지방선거가 2년반 남아 있는데 5개월 앞의 총선 때문에 지역에 쌓인 첩첩의 난관을 해쳐나갈 리더십의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되겠지요. 당락의 결과는 더더욱 시정의 추진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물론 포항의 발전을 위해 밤낮 없이 봉사해온 이병석 의원과 박승호 전 시장도 포항시장이 시정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하리라는 믿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2015-11-11

신동북아 질서에서 월성과 만월대의 의미는?

▲ 이창형 정치선임기자(국장)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2일 고려 왕궁터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북한 개성 만월대(滿月臺)를 방문했다.방북단은 궁궐터와 유물을 직접 관람한 후 공동 유물 발굴을 통해 남북한이 역사 인식에 대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특히 만월대 복원 현장은 통일 이후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 우리 정치권이 고구려 고분 발굴과 DMZ 내 궁예 도성 발굴 사업 등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약속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만월대는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이 개성 송악산 기슭에 건설한 궁궐의 터를 의미한다. 이 궁궐은 고려 공민왕 때 홍건족의 침입으로 소실됐고 지금은 궁궐이 있었던 터만 남아 있다.2007년 남북 역사학자들이 함께 유물 발굴을 시작했다. 2011년 발굴조사가 중단됐으나, 문화통로 개설을 통해 민족동질성을 회복한다는 정부 입장에 따라 작년에 발굴조사가 재개되고, 최근 서울과 개성에서 `개성 만월대 유물 특별전`이 개최됐다.만월대 공동발굴과 전시회 개최는 △남북간 `문화의 통로`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된 점 △남북관계에서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준 점 △남북간 실천 가능한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았다는 점 등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만월대를 매개로 한 남북간 교류가 본격화하면서 신라 천년 왕궁터 월성(月城·반월성)의 복원사업도 남북 역사학자들로서는 큰 주목거리다. 월성은 13세기 중반, 잇단 몽고 침입 때 불에 탔다. 아시아를 제패할 염원으로 지은 동양 최대의 가람 황룡사도 이 시기 잿더미가 됐다. 고려는 불탄 신라 국보들을 끝내 복원하지 못했다.월성과 만월대는 왕이 상시 거주하는 정궁(正宮)이고, 건축기법도 같다. `첨성대`가 잘 보존돼 있다는 점도 같다. 왕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천문을 잘 관측해서 농사를 지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박근혜 대통령도 월성 복원 프로젝트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라왕경 복원정비`사업이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확정되면서 2025년까지 총 사업비 9천450억원이 투입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월 경주를 전격 방문, 복원현장을 둘러봤다.남과 북의 찬란했던 문화유산들이 속속 옛모습을 드러내려는 시도를 보이는 것은 현재로선 분단상태지만 그 역사성에서는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국민적 염원이 녹아 있는 것이다. 신냉전 시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동북아 정세를 감안한다면 남북간 교류와 협력은 한반도 전체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일 정상회담을 했다.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국민적 실망감이 크다.두 정상은 단독회담에서 예상시간을 넘겨가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가능한 조기에 위안부 문제 해결 협의를 가속화 하기로 합의했다”고만 전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강조해 온 아베 총리의 `진정성 있는 사과·조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회담 이전, 여야 정치권은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미온적 입장에 대한 우리정부의 단호한 원칙, 일본 국회를 통과한 신안보법 등 일본의 군사적 팽창정책에 대한 우리의 분명한 입장 등을 요구했다.한일 정상회담이 한일관계의 성숙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공존과 평화를 위해 전진하는 회담이 되기를 바라는 국민적 염원이었다. 미일중 3국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의 외교전을 펼 수 밖에 없는 현 국제질서하에 있는 한국이지만 주변국의 잘못된 역사인식 등에 대해서까지 입을 다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국민적 정서다.그런 의미에서 경주 월성과 개성의 만월대가 긴 잠을 깨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단순한 남북간 교류의 문제를 뛰어넘는 역사의 문제다. 한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한반도가 어떤 위치를 점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하는 절체절명 역사인식의 선상에서 출발해야 할 민족적 과제인 것이다.

2015-11-04

포스코플랜텍의 홀로서기

▲ 김명득편집부국장 포스코 그룹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의 직원들은 요즘 마음이 뒤숭숭하다. 지난달 30일 채권단으로부터 워크아웃(기업회생 절차) 결정이 최종 확정되자 포스코는 돌연 “그룹 연결 재무제표 기업에서 포스코플랜텍을 제외시키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마음이 착찹한데, 그룹의 이 같은 발표는 참았던 설움을 한꺼번에 복받쳐 오르게 한다. 마치 한지붕 아래 살던 자식들 중에 어느날 아버지가 갑자기 “너는 이제 내 자식이 아니니 나가서 딴 살림 차려라”하는 식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포스코의 입장도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포스코플랜텍의 경영권에 대해 모두 채권단이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포스코가 실질적으로 행사 할 지배력은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는 여전히 포스코플랜텍 지분 70%를 갖고 있는 대주주다.일반적인 기업의 워크아웃이라면 포스코의 발표는 어쩌면 당연하다. 채권단 주도로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기업의 대주주는 보유 지분 감자(減資)에 동의하고,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을 지분으로 맞바꾸는 방식으로 회사의 자본을 보강하기 때문이다. 빚을 회사 지분으로 교체하는 대신 기존 대주주는 소액 주주로 내려앉고, 채권은행이 대주주 행사를 하게 된다.하지만 포스코플랜텍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워크아웃 첫 단계부터 이런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대주주 증자-채권단 출자전환`으로 이어지는 워크아웃 룰을 적용하고 싶었지만, 포스코가 이를 거부한 것이다. 결국 채권은행은 출자 전환을 하지 못했고 자본보강 기회를 잃어버린 포스코플랜텍은 자본 잠식 상태에서 뒤늦게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포스코는 일감을 몰아줘서 경영 정상화를 돕겠다고 했으나 이것만으로 차입금의 이자비용 등을 얼마나 지불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포스코플랜텍은 40년 넘게 모 룹의 울타리 안에서 자라왔으나 이제부터는 홀홀 단신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지난 1982년 4월 1일 그룹내 6개 협력사를 통합, 제철정비(주)로 탄생했고, 포항제철소 내 기계·전기 등 설비와 정비분야를 총괄해 온 주력 계열사였다. 1985년 상호를 제철정비철구공업(주)으로 변경하면서 토목, 철구분야도 맡았다. 이후 1991년 5월 건설, 토목분야를 분사시키면서 현재의 포스코건설을 탄생시켰고, 본래 상호인 제철정비로 환원됐다.1994년 포철산기로 사명을 다시한번 변경한데 이어 2010년 1월 광양의 포철기연과 통합해 지금의 포스코플랜텍으로 자리잡았다. 포스코플랜텍은 제철소 내 기계설비, 정비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총 부채 7천억원, 올 상반기 영업적자 600억원의 단순한 성적표만 놓고 보면 `미운자식`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해서 포스코가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한 표현은 너무 무책임한 태도로 보인다. 포스코플랜텍의 경영진에 대한 인사권은 엄연히 포스코가 쥐고 있고,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도 포스코이기 때문이다.포스코플랜텍은 현재 내부적으로도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 2월에 이어 이달부터 두번째 희망퇴직자를 받는 등 회생에 몸부림치고 있다. 때문에 현 조청명 사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그는 그룹내 컨트롤타워인 가치경영실장을 지낸 정통 `포스코맨`이다. 지금의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적임자란 평가다. 그래서 그에게 거는 기대감이 크다.한 회사의 가치평가는 과거의 명성과 현재의 위치, 미래에 대한 비전 등을 종합적으로 놓고 판단해야 한다. 당장 눈 앞의 실적만 놓고 따진다면 중요한 미래의 비전은 볼 수 없게 된다. 좀더 시간적 여유를 갖고 미래지향적인 사고로 포스코플랜텍을 지켜 봐 줄 수는 없을까.

2015-10-28

聖火의 의미

▲ 정철화 대구경북부 부장매년 이맘때면 국내 스포츠를 결산하는 전국체육대회가 열린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소속 엘리트 선수들이 참가해 스포츠 전종목에서 고장의 명예를 걸고 실력을 겨룬다. 올해 제96회 전국체전은 강원도 강릉시에서 지난 16일 개막해 7일간의 열전을 펼친 뒤 22일 폐막한다.전국체전을 여는 주된 이유는 엘리트 체육인 발굴과 육성을 통한 국내 스포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다. 언뜻 스포츠인들의 잔치로 보이지만 체전기간 주경기장을 밝히는 성화(聖火)에 더 큰 체전의 의미가 담겨 있다.성화는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의 신전에서 채화해 올림픽경기가 개최되는 주경기장의 성화대에 점화한 뒤 대회가 끝날 때까지 타오르게 하는 불이다.불은 고대 인류 문명이 급속한 발전을 가져온 시발점이었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성시되어 왔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조상 대대로 불씨를 전승했고 집안에서 분가해 이사를 할 때 본가의 불씨를 나눠 들고 맨 먼저 새집에 발을 디디도록 했다. 불씨는 혈통을 따라 전승돼 내려옴으로써 혈연공동체를 결속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조상 전래의 불씨는 조왕신이라 하여 그 집안사람의 선악을 감시하고 불화와 갈등, 반목을 다스리도록 했다고 전한다.불의 기능은 고대 희랍이나 로마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에 보면 고대 아테네의 중심부에는 제단을 쌓고 거기에 성화를 연중 태워두었으며 시민들이 그 불을 분화해 생활을 영위하도록 했다. 로마에서는 베스터 신전에서 정초에 불을 일으켜 로마 시의 복판에 있는 제단에 성화를 세워놓고 시민들이 분화해 사용하도록 했다. 불은 고대 도시국가라는 공동체를 영위하는 구심점역할을 한 것이다.우리나라에서 성화가 혈연공동체의 결속을 위해 소규모로 쓰였다면 희랍이나 로마에서는 국가공동체의 결속을 위한 대규모로 쓰였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 근원의 이치는 다를 게 없다.이러한 신성한 불의 의미를 올림픽에 옮겨 놓은 것이 성화이다. 희랍 도시국가들 간의 오랜 반목과 갈등을 없애고 화해를 모색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올림픽의 출발이다. 아테네 올림푸스 신전에서 채화한 성화를 경기장에 타오르게 해 올림픽의 정신을 상기하도록 했다. 공동체의 결속 범위를 국가단위에서 국제단위로 확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1936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에서 성화대가 처음으로 만들어졌고 우리나라는 1955년 제36회 전국체육대회 때부터 성화를 사용했다. 올림픽이 올림푸스 신전에서 채화를 한다면 우리나라는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마련했다는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에서 채화를 한다. 채화지가 모두 신성한 영역으로 성화의 고결성과 성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채화된 성화는 대회가 열리기 전 세계 또는 전국 방방곡곡으로 릴레이 봉송을 하며 성화가 지닌 참된 의미를 알리는 의식을 치른다. 성화는 상호 이해와 협력, 사회적 갈등 해소, 신성한 또한 공정한 경쟁, 평화와 공영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우리 사회는 정부와 국회, 여당과 야당, 지방정부와 의회, 노사, 조직 상하, 부부, 고부간, 세대간 등 다양한 갈등 구조가 존재한다.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최고 정점에 정치가 있다.그런데 정치권은 허구한 날 정파간, 계파간 싸움만 하고 있다. 사회의 이해조정자들이 아니라 자기네들끼리 편을 갈라 서로 치고받으며 오히려 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갈등과 대립은 더욱 심해질 것이고 그만큼 국민들은 불행해 질 것이다.7일동안 강릉종합운동장을 밝혔던 전국체전의 성화는 22일 폐막식과 함께 꺼진다. 체전의 성화를 끄지 말고 정치권에 계속 불타오르게 하면 어떨지. 성화를 보며 잠시만이라도 그 뜻을 헤아리고 대결이 아닌 화합과 번영의 각오를 되새겼으면 좋겠다.

2015-10-21

수상한 대구·경북 집값

▲ 김영태 대구본부 부장대구·경북지역 아파트 가격이 수상하다. 전세와 월세도 미친 듯이 치솟았고 부분 전세도 등장한 지 오래다. 전세의 경우 대구·경북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 가격의 80%에 육박할 정도로 올랐고, 덩달아 월세도 상승하면서 서민의 살림살이를 더욱 팍팍하게 하고 있다.대구지역의 경우 분양할 토지가 소진되자 재개발을 목적으로 한 지역주택조합 마저 기승을 부리고, 대구 수성구에는 지역 주택조합의 절반 이상이 몰리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정부의 임대주택 증가와 월세 전환율 경감 등의 대책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대구·경북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처럼 오르고 있다. 대구 동구 이시아폴리스에 있는 아파트를 비롯, 최근 지은 아파트의 거래가도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로 거래되고 있어 `미친 집값`이라고 부를 정도다. 하지만, 실제 거래는 뜸해 호가 상승세만 보이고 있다. 이는 이른바 `작전세력`들이 자기들끼리 사고 팔면서 프리미엄만 잔뜩 올려놓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최근 3~4년 동안 대구지역에만 무려 6만여가구에 가까운 아파트가 분양됐고, 대부분 1순위에서 완판되면서 건설사들의 완판 신화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 가구당 3명씩 잡더라도 최소한 18만명의 인구가 증가해야 하는데, 대구지역은 오히려 인구가 감소했다. 이런 사실에서 대구지역 아파트 분양자 대부분 실입주자가 아닌 이른바 `꾼`으로 통하는 수상한 이들이 상당히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이런 이유로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분양 아파트를 중심으로 또다시 미분양 사태가 몰려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아파트 대출금 상환시 원금을 포함시키면서 분양을 받거나 프리미엄을 주고 구입한 이들의 이자 부담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내년에는 심각한 원리금 상환에 못 이겨 최악의 상황을 선택할 이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까지 나온다.조만간 닥칠 부동산 시장의 위기를 막을 대책이 없다면 내년에 전국적으로 불거질 부동산 문제는 향후 정부 정책에 발목을 잡을 것이 뻔하다. 물론 내년 4월 총선이 있으니 집권당은 득표를 고려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겠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면 과거처럼 시기만 늦출 뿐 곪아 터질 수밖에 없다.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정부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우선 미친 집값을 잡고 전·월세에 대한 서민들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현재 2천만원 이하의 임대수입에 대한 비과세를 과감하게 철폐하는데 있다. 이는 세입자의 대부분이 20~30대 갓 결혼한 젊은층이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청년층 일자리 창출보다도 더 시급한 문제다. 갓 결혼한 이들이 2세를 가지는 시기를 늦추는 이유가 바로 집값에 대한 부담과 양육비, 교육비 등이 차지한다.우선 집값만이라도 정부가 안정화를 하지 않으면 인구감소를 막기위한 정책은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게 돼있다.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집값은 결국 대부분의 집주인인 50~60대와 세입자인 20~30대간의 갈등을 야기 시키고 이를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최근 지역 언론사들의 내년 총선관련 여론 조사에서도 이들 계층간의 지지율 차이를 보여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세대간 갈등을 최대한 빨리 없애는 방법과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무기는 이미 정부가 쥐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이후 국세청이 국토부에 전·월세 가격 정보가 담긴 임차주택 확정일자 신고 자료를 받아 세수 확보를 위해 활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통해 전·월세를 올린 만큼 모두 세금으로 전환되는 누진과세를 도입한다면 집값을 대폭으로 올릴 50~60대 집주인은 없을 것이다.사후약방문이 되지 않기위해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5-10-14

인위적인 TK 물갈이는 유권자가 심판

▲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최근 수도권 정치권에서 대구지역 공천을 두고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대구지역 유권자들은 온데간데 없고 권력투쟁만 일삼고 있다.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중앙 정치권과 지역 정가에서는 친박계 2~3명을 제외하고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현역 의원들을 전부 물갈이할 것이라는 `TK 대학살론`이 퍼지며 대구지역 민심을 들끓게 하고 있다. 대구 지역 현역 국회의원 물갈이설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파동`이 한창일 무렵인 지난 6월25일 국무회의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를 `배신의 정치`라고 낙인을 찍은 뒤 대구를 방문하면서 청와대 참모 4인방을 대동한 반면, 대구 지역 현역의원은 한 명도 부르지 않으면서 촉발됐다.지역에서는 대구가 정치적 고향인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4월 총선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시절 직접 공천장을 줬던 12명의 대구지역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그렇게까지 하겠느냐며 반신반의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청년 일자리 창출 토론회`에 안종범 경제수석비서관과 신동철 정무비서관,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대구 출신의 측근들을 대동하는 대신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불참령을 내렸다. 이에 반해 며칠 후 열린 인천지역 방문에서는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을 모두 참석시켜 `대구 현역의원 물갈이론`을 촉발시켰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 측근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윤상현 의원이 `대구지역 국회의원은 대거 물갈이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 대구지역 국회의원 물갈이론에 힘을 실었다.최근에는 전광삼 청와대 춘추관장 사임을 계기로 새누리당 내에선 대구 물갈이론과 박 대통령 측근 총동원설이 본격적으로 구체화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언론에서는 소위 청와대 `대구 4인방`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출마설에 불을 지폈다.지역민은 20여년간 소외됐던 대구 발전을 기대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무한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를 보면 대구 발전보다는 대구를 기반으로 임기 후반과 대통령 퇴임 후까지 정치적 영향력 행사를 위해 박 대통령의 친위부대로 몽땅 물갈이 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박근혜 대통령을 아프게 했지만 그렇다고 친박계 의원 몇몇만 남겨두고 전부 바꿔 그 자리를 청와대 측근들로 물갈이하겠다며 대구 정치권을 흔드는 것을 보고 참으로 대구를 우습게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아울러 대구가 한심스럽다는 자괴감마저 든다.그나마 최근 청와대가 그동안 논란이 됐던 대구 물갈이설에 대해 입장을 내놓아 다행이다. `청와대발 대구 물갈이설`이 대구지역 민심을 들끓게 하자 5일 청와대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총선이나 어떤 선거도 중립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더이상 청와대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거취에 대해 추측보도를 자제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청와대 인사들에 의한 대구 물갈이는 사실상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하지만 일련의 사태를 보면 대구시민들도 특정 정당에 대한 묻지마식의 짝사랑 보다는 지역의 실리를 찾을 때가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수차례 정권이 바뀌는 동안 광주지역과 충청권은 자기 몫을 찾아가고 있는데 반해 대구는 정권 창출에 실패하면 소외받고, 성공했을 경우에도 역차별을 받아왔다. 그렇게 속고도 지역민은 여전히 중앙 정치권의 처분만 바라보고만 있다. 참으로 분통 터질 노릇이다.대구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지 못한 채 중앙 정치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대구의 정치정서는 이젠 버려야 한다. 언제까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중앙 정치권의 거수기 역할만 할 수는 없다. 유권자가 똑똑해야 지역이 무시당하지 않는다. `TK지역은 쇠막대기를 꽂아도 새 잎이 난다`는 비아냥을 듣지 않으려면 유권자가 똑바로 서야 한다. 내년 4월 총선에서는 수도권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대구 발전을 위해 일한 일꾼을 제대로 뽑아야 할 것이다.

2015-10-07

`리어카면허증` 개선해야 한다

▲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1박2일. 이 말은 모 TV의 프로제목도 아니고, 우리가 가까운 곳으로 여행하는 날짜가 아니다. 우리나라 운전면허를 따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시간이 절약돼 운전면허 응시생들은 좋아할 수 있겠지만, 사회적으로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어 시급히 제도개선이 요구되고 있다.단기간에 마구잡이로 양산하는 운전면허 자격증은, `살인 국가 공인 면허증`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 운전면허 교육은 학과 5시간, 기능 2시간, 도로주행 6시간 등 13시간이 전부다. 즉, 1박2일만 집중하면 운전면허를 딸 수 있고, 합격률도 90%가 넘어 가히 `리어카면허`라고도 불린다. 이렇게 운전면허 시험이 쉬워진 것은 지난 2010년과 2011년 두차례에 걸쳐 간소화 된 결과다. 종전에는 각각 25시간, 20시간, 15시간으로 총 60시간이 소요됐다.하지만 이렇듯 운전면허가 간소화 되다보니 각종 부작용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합격생들이 운전면허를 우습게 본다는 것이다. 간단히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하게 된 만큼, 운전은 다른사람의 생명을 담보한다는 부담감을 떠나 너무나 조심성없이 운전대에 앉는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젊은 운전자들이 각종 사고를 야기하는 등 사회문제가 심각하다.또 운전면허때문에 국제적으로 망신살마저 뻗쳤다. 중국 상하이시는 지난해 말 우리나라에 중국인 운전면허 취득규제를 요청했지만 우리나라 경찰청은 다른 외국인과의 형평성을 들어 거부했다. 그러자 상하이시는 이번달 20일부터 우리나라에 입국해 운전면허를 딴 중국인에게 자국 면허로 교환해주지 않기로 했다. 즉 한국의 운전면허 취득은 너무나 쉬워 안전이 걱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뿐 아니라 다른나라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사실 중국에서는 운전면허 획득을 위해서는 2~6개월이 소요돼, 많은 중국인들이 국내로 들어와 면허를 따고있다. 중국인 면허 관광객은 올해만 1천명이 넘어선 걸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우리나라 운전면허를 국제 운전면허증으로 인정하고 자국에서 운전할 수 있게 하는 다른 선진국에서 우리의 면허를 배제하는 사례가 나올 지경이다.사실 운전면허의 경우 호주는 4년, 프랑스는 3년, 독일은 2년정도가 소요된다. 당장 정식 운전면허를 주기 보다는 임시면허나 관찰면허를 주고 상태를 보면서 나중에 정식 면허를 주는 제도가 정착화되어 있다. 이 제도를 그대로 답습할 필요성은 없지만, 운전면허를 보는 시각이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필자는 약 30년 전에 운전면허를 땄다. 이론과 실기 등 수십시간을 투자했고, 몇 번의 불합격도 맛봤다. 이후 합격해 들뜬 마음에 차를 몰고 시내로 나갔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시내가 복잡하지도 않았고, 교통사정이 좋았으나 어리버리하게 운전하다 교통순경에 딱 걸렸다.그때 경찰관이 한 말이 생각난다. 필자의 운전면허증 획득 날짜를 보더니 크게 웃었다. “이것은 운전면허증이 아니라, 살인면허증이다” 즉, 운전면허증만 따 갖고 차를 몬다는 것은, 살인을 하기 위해 나온 것이라는 말이었다. 당시 필자는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았고, 이후 운전대를 잡는 태도에 큰 교훈이 되었다. 우리나라 운전면허제도 개선은 정말 필요하다. 운전면허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자격증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중요한 건 운전면허를 관장하는 경찰청의 태도다. 국내 운전면허시험 간소화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지난해 말 경찰청은 정책연구를 통해 개선점을 찾겠다고 했으나 올해 들어 결과 발표도 하고 있지 않는 등 마이동풍이다. 간소화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개선의 필요성이 언급된지 2년이 넘어가고 있다.누구누구가 잘못했고를 떠나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관계자들은 이 순간에도 잘못된 제도로 인해 아까운 생명이 죽어나가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2015-09-23

“이제 좀 쉽시다!”

▲ 윤희정 문화부장가을이 깊어가고 추석이 가까워지는 탓인지 이런 저런 상념이 찾아든다. 우리는 왜 항상 행복하다고 말하지 못하는가? 심지어 `대한민국 자살공화국`이라는 말까지 유행어로 나돌 정도로 말이다. 또 우리는 왜 항상 먹고 살기 바쁜 걸까? 필자는 늘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많이 일한다고 생각한다. 술을 마셔도 1차로 끝나지 않고, 2차, 3차까지 가야 직성이 풀리고, 맥주나 소주를 마실때는 기어이 `폭탄주`로 폭음한다. `샐러드 무한 리필`이나 `뷔페` 식당처럼 무한대로 먹을 수 있는 식당이 그토록 많은 것도 `배가 터지도록 먹어야 제대로 먹는 것`이라는 관념 때문인 건지 모르겠다. 타국에 나가 밤낮 없이 일하며 `석세스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는 `의지의 한국인` 시리즈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뭐든 불도저처럼 끝까지 밀어붙여 극한까지 올라가 기어이 이뤄내는 것이 과거 이 나라 성장의 원동력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급박한 도시의 삶에서 사람들이 조금씩 지쳐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제는 근면함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집중시키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창의성이나 상상력이 바탕이 되는 `소프트웨어 시대`다. 다시 말하면, 뼈빠지게 일하는 것에서 제대로 쉬는 것으로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기인 것이다.그야말로 삶의 태도를 바꾸는 새로운 행복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가 왔다. 독일의 의사이자 코미디언인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은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를 통해 행복을 좇지 말고 행복이 스스로 찾아오게끔 하라고 충고한다. 행복을 공동, 우연, 순간, 자기극복, 충만의 키워드로 분류하고 스스로가 행복해 질 수 있게 되는 다양하고 기발한 방법을 개발하라는 것이다.`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국제학술상 `필즈상` 수상자인 일본의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는 `학문의 즐거움`에서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자신은 미리 남보다 두세 곱절 투자할 각오로 한다. 그것이야 말로 평범한 두뇌를 가진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어느 다큐멘터리에서 사업에 실패해 수차례 자살을 시도하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한 사업가의 말이 떠오른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행복의 기준조차 없었다. 그저 돈이 있으면, 행복은 따라올 것이라고 막연하게 추측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행복하기 위한 모든 방법들을 찾는 한편 이를 실천에 옮기려고 노력 중이다.”인생의 목적이 뭘까? 모르긴 해도 `행복`이란 단어를 말하는 사람이 가장 많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저마다의 가치기준에 따라 행복의 조건은 달라진다. 누군가는 `꿈`을 말할 것이고, 누군가는 `가족`을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보편타당한 행복의 기준은 `돈`이다. “돈만 있으면 행복해 질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이 명제는 절대불변의 진리같다. 부모 자식간, 형제간, 돈 때문에 죽이고 등까지 지고 원수가 된다.에이브러햄 링컨은 “우리는 우리가 행복해지려고 마음먹은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제 행복의 기준을 바꿔보자. 그저 돈이 있으면, 행복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망상은 이제 버리자. 행복하기 위한 다른 많은 방법들을 찾고, 이를 실천에 옮겨보자. `행복해지기 위한 생각`에 몰두하자.프랑스의 지성 사르트르가 “우리는 당장의 안락을 위해서 미래의 비전에 눈을 감는다”고 비판한 것처럼 전문가는 많지만 사회 전반의 문제와 모순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인간의 가치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세상의 다양한 문화들에 깊은 관심을 가져보자. 더 나은 삶을 위한 우리 모두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일체유심조라 했다. 1천수백년전 원효대사가 갈파한 이 말은 영원한 진리다. 행복은`마음 먹기`달린 일이 아니던가. 우리나라 경제수준은 세계 상위권인데, 국민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하위권이다. `마음을 잘못 먹은 탓`이다. 잘 살기 위해 죽기 살기로 달려오느라 너무 지쳤다. “이제 좀 쉽시다!”

2015-09-16

시마네는 없는가?

▲ 임재현 편집국 부국장2010년 8월 첫 방문 이후 지난달 28일 또 한번 일본을 다녀왔다. 5년전 마이즈루시 방문은 크루즈선 시범운항 차 포항시 방문단의 일원이었고 이번은 이즈모 시의회와 상의의 포항 방문을 주선한데 대한 감사 초청의 결과였다. 방문과 답방의 인연은 드라마틱하다. 발단은 다케시타 와타루 일본 중의원에서 비롯됐다. 그는 고 박태준 국무총리와 각별한 인연으로 IMF 위기 당시 한국에 도움을 준 고 다케시타 노보루 전 총리의 동생이다. 고향은 우호교류 중단을 선언한 경상북도와 아직도 화해의 실마리를 못 찾고 있는 시마네현이다. 형의 후광도 있겠지만 그는 거물 정치인이다. 아베신조 총리의 한일 관계에 불만이 많은데 국가 간 관계정상화만 기다릴게 아니라 지자체 간 교류가 국가 간 화해를 견인한 모범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착안한 곳은 이즈모시였다. 시마네현과 경상북도의 요즘 관계야 다 아는 처지여서 별 소용도 없을 테지만 그 현에 속한 이즈모는 포항에서 연오랑 세오녀가 넘어간 땅이니 그야말로 일의대수(一衣帶水)의 인연이 있다. 그는 보좌관을 통해 이즈모시의원들에게 뜻을 알렸으며 포스코 일본지사의 임원을 통해 사단법인 포항지역사회연구소와 본지에 연락이 닿게 됐다.이즈모는 가까웠다. 인천공항을 이륙한지 40분만에 돗토리현의 요나고공항에 도착했는데 돌아올 때 보니 이륙 후 20분만에 포항 상공을 통해 한반도에 접어들고 있었다. 시마네현청 소재지인 마츠에시는 마츠에성과 속초의 청초호와 같은 석호가 훨씬 더 넓은, 경치가 뛰어난 곳이었다. 자동차로 한시간만에 도착한 이즈모시는 깨끗하고 정감이 가는 곳이었다. 저번 마이즈루 곳곳에서 눈에 띤 낡은 집들을 한곳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소득수준도 높아보였다. 알아보니 산업도 골고루 발달해 있고 관광객도 연 1천만명에 이른다. 이 일대를 통칭하는 산인(山蔭)지역 전체에서 손꼽히는 종합병원도 다수이며 쇼핑몰도 많아 타 지역 주민들도 많이 찾는 소비도시라고도 한다. 쌀의 명산지이며 일본술의 발상지라고도 했다. 메밀을 껍질째 간 이즈모 소바와 제첩도 전국 명성이다.첫날 시청에서 공식접견한 이즈모시장은 60대 중반의 행정공무원 출신으로 유머러스하며 한때 동굴탐험이 취미였다는 말이 실감날 만큼 개성이 강했다. 일본인 특유의 굴신(屈身)의 자세도 별로 없어 부담이 없었다. 통역을 맡은 시마네현청의 한국인 국제교류원은 이즈모사람들은 말수가 적은 편이며 `신화의 고향`이라는 믿음에 따라 자부심이 남다르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시마네(島根)가 일본 섬의 뿌리요 근원이라는 뜻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이날 저녁, 시장과 시의회의장단 및 의원, 상공회의소 임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이런 인사말을 했다. `돗토리현은 한국의 강원도와 맺은 결연관계를 실질적 이익으로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동해를 사이에 둔 지리적 관계 상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경북과 시마네현은 같은 조건에다 연오랑 세오녀라는 신화로도 연결돼 있지만 교류 재개는 기약조차 없습니다. 한일 교류사는 멀리 떨어진 내륙의 백제가 대명사인양 인식되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갈등이라는 십자가를 경북과 시마네가 다 짊어져서야 되겠습니까? 우리 두 지역만이라도 한일관계 정상화를 기다리며 교류를 이어갑시다.` 이즈모사람들의 박수 소리 만큼이나 술잔도 높아져간 밤이었다.최근 세계를 슬픔과 분노에 빠트린 시리아 난민 사태는 역사와 삶의 현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실재가 유럽에 이민으로 현실이 됐듯이 북한의 참상은 중국과 남한에 마찬가지 결과를 줄 것이다. 냉전의 바다, 동해는 동북아 정세가 안정되는 언젠가 평화의 바다가 될 것이다. 연오랑 세오녀가 상징하는 두 나라, 두 지역의 역사적 연대감은 잠시 접어두고 세상사 그렇듯이 이해득실을 먼저 따지더라도 한일 화해 시대의 준비는 경북과 시마네에서 먼저 결자해지 해야 한다. 시마네는 우리가 눈을 감고 싶은 대상이지만 분명히 역사와 현실에 있다.

2015-09-09

추석은 다가오는데…

▲ 김명득 편집부국장“추석이 다가오지만 고향가기가 겁이 납니다. 갈 생각도 별로 없고요….”포항철강공단 내 모 업체 팀장인 B모(46)씨는 요즘 깊은 고민에 빠졌다. 회사 경영이 너무 나빠 출근하는 것조차도 눈치가 보이고, 사장 대하기가 바늘방석이라는 것. 그는 이런 분위기라면 올 추석에 고향 가겠다고 상여금 달라는 소리를 차마 못하겠다고 털어놨다.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다.불과 6~7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잔업에 야간수당, 그리고 명절 때마다 두둑하게 상여금도 챙겨 줬는데, 요즘엔 기껏해야 고향 갈 차비 정도(30만원)만 줘도 감지덕지라는 것.포항철강공단이 예전같지 않다.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온통 우울한 소식뿐이다. IMF외환위기를 끄떡없이 극복했던 포항철강공단이 이번엔 무척 힘겨워하고 있다. 포항철강공단 내 270여개 업체 가운데 영업이익을 내는 업체는 불과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대부분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끝없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서 그런지, 하룻밤 사이에 무섭게 변하고 있다. 얼마 전 모 업체 L모 이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깜짝 놀랐다. 갑자기 회사를 그만 뒀다는 것. 불과 두달전에 그와 통화까지 했는데 말이다. “아니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왜 갑자기….” 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는 “회사에서 나가라하면 별 수 있습니까. 회사 내 외주 하청업체 사장자리 하나준다고 하니 이거라도 잡아야 하기에….”라면서 허탈하게 웃었다.또 다른 업체의 L모 상무는 6개월 전에 회사를 그만 뒀다. 그는 회사가 경영압박을 받으면 정리해고 1순위가 임원이라는 것. 계속 적자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회사 사정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자진해서 사표를 썼다. 호탕한 성격의 그는 술도 좋아하고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보니 아는 사람도 많았고, 고향이 포항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주위에는 늘 사람들로 들끓었다. 그가 회사를 그만두자 그를 중심으로 만나던 사람들조차 하나 둘 연락이 끊기고 이제는 아예 감감 무소식이다.3단지 내 모 업체에 근무하던 C모 과장도 몇 개월전에 스스로 옷을 벗고 나온 인물. 회사가 비전도 없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발전 가능성도 없고 해서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 역시 윗분(?)의 눈치 때문에 그만뒀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다른 업체의 J모 상무는 지난주 회사내 관리파트에서 현장직으로 발령을 받았다. 현장 책임자인 상무가 퇴직했기 때문에 두가지 일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철강공단업체에 근무하는 임원들은 그야말로 `파리목숨`이나 다름없다. 현재 철강공단 업체에 남아 근무하고 있는 모든 임원, 상사 대부분이 이 같은 바늘방석에 앉아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이들 업체는 자기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을 짜놓고 매일 아침마다 비상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수출이 줄다보니 재고가 쌓이고 매출은 급격히 줄었다. 그렇다고 근로자들을 마냥 놀릴 수도 없고, 이래저래 묘안을 짜내지만 뾰족한 대책은 나오질 않는다.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 하는 생존문제에 직면한 것이다.자금사정이 조금 나은 대기업들이야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 위기를 버텨내겠지만 자금력이 약한 영세업체는 사실상 존폐기로에 서 있다. 견디다 못한 일부 업체들은 아예 공장 문을 닫았다.추석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경영자나 임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매년 주던 추석 상여금과 선물을 안줄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고향 갈 때 부모님께 드릴 선물 값은 줘야지요…”라며 긴 한숨을 내쉬던 모 업체 K부사장은 모습이 문득 생각난다.

2015-09-02

불편한 진실들

▲ 이창형 정치선임기자(국장)지난 주말 아침 포항 여객선터미널 인근의 한 목욕탕에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유니폼을 갖춰 입은 대학생 100여명이 목욕탕 휴게실을 점령(?)한 것이다. 문제는 휴게실 공중을 가로지르며 일회용 노끈으로 길게 만들어진 빨래줄에 형형색색의 속옷 등이 널려 있었던 것. 일반손님들이 아연실색했다. `독도사랑`이라 적힌 유니폼을 입은 그들은 서울 소재 대학생들로 광복절은 지났지만 독도탐방행사 차 찜질방을 겸하고 있는 목욕탕에서 하룻밤을 묵고 당일 오전 9시 50분 발 울릉도행 여객선을 타려 했던 것이었다. 휴게실 공중을 가로질러 걸려 있는 빨래감을 보면서 펄럭이는 태극기를 연상했다. 청년들의 독도사랑 애국정신이 그 깃발 속 진한 땀냄새로 와 닿았다.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3개가 있는 화장실 변기는 막힌 채로 오물이 넘쳐났다. 담배꽁초는 널부러져 있고. 일반 손님들은 혀를 찼지만 난 이해했다. 100여명의 인원이 한꺼번에 몰렸지만 그들이 이용할 최소한의 편의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학생들의 문제도 아니고 업소 주인의 문제도 아니다. 어쩔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었다.`지식인의 두 얼굴`의 저자 폴 존슨은 영국의 보수 언론인이다. 그는 책에서 위인전에 나오지 않는 지식인들의 이면의 삶을 추적, 그들의 이중성을 파헤치고 있다.루소는 그 자식들을 부양하기를 거부하고 고아원으로 보냈다. 상당한 유산을 상속받은 마르크스는 낭비벽과 노동의지 부족으로 늘 어렵게 살았으며 45년간이나 그의 가정부를 착취했다.대 문호인 톨스토이는 여성과 교제하는 것이 `악`이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은 사창가를 드나들었다.하지만 난 이들 지식인의 이중성에 돌팔매질을 않기로 했다.지식인의 위선만을 기준으로 그의 사상까지 쓰레기통에 쑤셔넣을 수는 없다. 다만 지식인의 위선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 만약 우리가 그들과 같은 위치라면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를. 그래서 이 책은 지식인의 책임이 어떤 것인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교훈을 던진다. 이것도 불편한 진실이다.내년 4월 20대 총선이 다가오자 여야가 `선거룰`을 놓고 치열한 대치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완전국민공천제를 당론으로 채택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권역별비례대표제를 앞세워 여당과 빅딜을 시도하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는 완전국민공천제를 놓고 친박과 비박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명분이 무엇이건 내부적으론 공천지분을 놓고 싸움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새정연은 현역의원 20% 물갈이를 앞세운 혁신안을 당무위에서 우여곡절 끝에 통과시켰지만 주류와 비주류간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다 총선 전 당명까지 바꾸려고 한다.어떤 경기든 룰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다. 선수의 기량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총선을 앞둔 여야는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둘려주느니, 국민요구에 부응하느니 하며 국민들로서는 듣도보도 못한 기상천외하고 복잡한 방정식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내는 모두 제 밥그릇을 얼마나 더 챙기느냐로 귀착되고 있다. 이것도 우리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1977년 발간된 한완상의 `지식인과 허위의식`은 스스로를 지식인이라 자처하거나 사회적으로 지식인 대접을 받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거짓 지식인이라고 규정한다.지식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으나 지식이 가진 역사적·사회적 맥락에는 철저히 무관심한 부류, 부조리한 사회 체제에 편승해 학문을 팔아 돈과 권세를 좇는 부류,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면서도 불이익이 무서워 침묵하고 수수방관하는 유형 등이다. 사회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할 때 기승을 부리는 이것도 불편한 진실이다.광복 70년, 뜨거웠던 8월을 보내면서 나는 목욕탕을 수놓은 청년들의 빨랫감, 막힌 변기에서 넘쳐나는 오물을 보면서 희망과 실망을 느낀다. 정치혁신의 노력에 대한 진정성과 함께 밥그릇 싸움의 분노를 공유한다. 하지만 진실과 거짓이 공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불편한 진실`에 대한 판단에서 국민들은 이제 엄중해야 한다.

2015-08-26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 정철화 대구·경북부장지난 15일은 광복절이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본이라는 나라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일본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지만, 역사 이래 우리 민족에게 가장 많은 아픔을 안겨준 나라이기도 하다. 우리 생활속 곳곳에 일본이 남긴 상처의 흔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장기읍성이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만들어졌고 신라 문무대왕은 죽어서라도 왜구의 침입을 막는 해룡이 되겠다며 동해 가운데에 수중릉에 수장되기까지 했다. 왜구의 침입과 약탈로 인한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일본이 한국에 끼친 해악은 고대로부터 임진왜란과 한일합방을 거쳐 현재 독도영유권 분쟁으로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근대사의 한일합방이 남긴 상처는 아직도 생생한 현장으로 남아 있다. 동해안의 최대 어업항인 구룡포에 가면 `근대문화역사거리`를 만날 수 있다. 구룡포항을 끼고 나 있는 도로 안쪽 좁은 골목에 일본식 전통 가옥이 줄지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이주해 집단 거주지를 형성한 곳이다. 기록에 따르면 1932년에는 300가구에 달했다고 하니 정말 엄청난 규모다. 해방이 되자 일본인들은 쫓겨나듯 구룡포를 떠났고, 500m 남짓 되는 골목에 80여채의 일본식 가옥을 남겼다.이곳에 이주한 일본인들은 어업과 선박업, 통조림 가공공장 등의 경제활동을 하면서 동해안의 풍부한 수산자원을 약탈해간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어획물은 물론이고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각종 어구어법을 실험, 개발했다. 한국어민사에 보면 일본인들이 구룡포앞바다에서 동양 최초로 건착망 시험조업에 성공했다고 기록돼 있다. 건착망은 2척의 배가 긴 그물로 고기떼를 둘러싸서 잡는 어법으로 주로 회유성 어종인 정어리, 전갱이, 고등어 등을 잡는데 사용한다. 당시 이 어법으로 동해안의 정어리떼를 마구잡이로 남획, 정어리 기름을 짜 일본으로 가져갔다고 구룡포 어민들은 전하고 있다.일제강점기 때 전국 각지에 지어졌던 일본 가옥들은 해방 이후 반일감정이 극도에 달하며 대부분 철거돼 없어졌지만,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의 일본가옥들은 비교적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 있었다. 포항시는 2010년 3월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조성사업`을 시작해 100여년전의 일본인들이 살았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아마 전국에서 일본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역사 체험공간이 아닐까 싶다.국민들의 반일감정을 생각하면 대한민국내`왜색거리`는 전혀 이치에 맞지 않아보인다. 보는 이에 따라 일제의 치욕을 떠올리게 하는 부끄럽고 청산해야 할 역사의 현장일 수도 있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일제의 잔재를 철거해 민족의 정기를 회복하겠다”며 일제 식민통치의 본거지였던 조선총독부건물을 철거했다. 이 결정은 한국 현대사의 영욕을 증언해 줄 수 있는 역사의 현장과 기록이 일제의 기억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일본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 공격을 받고 패망했다. 원폭의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끔찍했다.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영원히 기억에 지워버리고 싶은 치욕의 역사이지만, 그들은 그 끔직한 현장을 보존하고 기념관과 평화공원까지 만들어 기억하고 있다.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역사의 현장이다. 포항시는 과거의 아픈 역사도 보존해 미래 세대를 위한 교훈의 장소로 남겨야 한다는 취지로 일본인 거리 복원을 성사시켰다. 일제 침탈의 현장을 몸소 느끼며 다시는 치욕의 역사를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으로서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구룡포 근대문화역사 거리에 들러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과거 침략의 역사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도 없이 오히려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상냥함속에 숨겨진 일본의 본래 모습을 느껴보기 바란다.

2015-08-19

피보다 진한 것은 돈이다

▲ 김영태 대구본부 부장요즘 세간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롯데가(家) 신동주·동빈 간의 `형제의 난`을 보노라면 이런저런 상념에 빠지게 된다. 한국 재벌가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형제의 난은 현대 왕자의 난, 삼성 형제의 난 등을 비롯, 셀 수 없을 정도로 빈번하게 등장한다. 형제는 피를 나눈 관계지만, 서로 내면이 다르고 애증 관계는 더 강렬해 각본 없는 드라마가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인류 최초의 살인도 형제 사이에 벌어졌다. 아담과 하와(이브)의 맏아들 카인은 여호와가 동생인 아벨만을 총애하자 시기심에서 아벨을 죽였고, 훗날 스위스의 한 정신분석학자가 이를 바탕으로 `카인 콤플렉스(Cain Complex)`라는 심리학 용어까지 만들어냈다. 형제간에 나타나는 갈등과 대립을 뜻하는 카인 콤플렉스는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숱하게 전개됐고, 재산과 권력을 찬탈하기 위한 진흙탕 싸움으로 이어진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또 형제의 난은 있지만, 자매의 난은 없다는 데서 색다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태초부터 남자의 DNA에 숨겨져 있던 사냥본능이 현대에 와서는 자신의 확고한 지위와 회사를 차지하려는 욕구로 나타난다는 것이다.이 같은 분석에도 불구하고 우애 좋은 형제 이야기 역시 무수히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조선시대 양녕대군과 세종을 들 수가 있다. 조선 초 양녕대군은 아버지 태종의 장자로서 태종으로부터 일찍 세자에 책봉됐다. 하지만, 태종이 셋째인 충녕대군에게 왕위를 물려 주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는 일부러 미친 체 하고 술로 세월을 보내는 파락호 생활까지 감행, 셋째 동생이 세자로 책봉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효녕대군이 세자가 되기 위해 아버지 태종에게 잘 보이려고 행동하자 효녕대군을 발길로 걷어차며 “충녕을 모르냐”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결국 효녕대군도 양녕대군의 고심을 깨닫고 절에 들어가 북만 치며 살았고, 자신은 해괴한 행동을 거듭한 끝에 폐립된 후 자유로운 몸으로 전국을 유랑하며 시를 짓고 살았다.한국과 일본에 있는 롯데그룹 지배권을 둘러싸고 한 살 터울의 형제가 벌이는 주도권 다툼은 좀처럼 보기힘든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역대 재벌가의 형제의 난 중에서도 시청률 최고라 할 만하다. 가질 만큼 가진 이들이 서로 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 대다수 국민은 롯데그룹이 누구에게 넘어가는 지에 대해서는 그리 궁금해하지 않는다. 폭염속 재미있는 가십거리라 여길 뿐이다.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은 94세 아버지를 등에 업고 동생 신동빈 회장 체제를 무너뜨리려 했지만 신 회장의 차분하면서도 조직적인 반격으로 실패했다. 이번 형제의 다툼으로 일본에서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기업인으로서 국내 재계 서열 5위까지 오른 신격호 총괄회장의 창업정신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게 됐다. 신동주·동빈 형제도 어렸을때는 순수한 동심이 있었을 것이지만 오늘과 같이 피를 나눈 형제가 비난에 비난을 더하고, 서로 자신이 롯데가의 적자임을 내세우는 상황으로 변질되는 극단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형제의 싸움으로 인해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주식도 곤두박질 치고 있다. 롯데쇼핑은 10일 현재 20만4천500원으로 52주 신저가, 롯데케미칼도 3일 연속 하락하고 롯데제과와 롯데손해보험 등 롯데그룹주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주식 약세에는 신동주·동빈 형제가 폭로전 기자회견을 하면서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약점을 그대로 드러내 국민의 미움을 사 롯데그룹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진 여파가 포함돼 있다.광복 70주년을 앞두고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롯데가 형제와 일족들이 총수자리를 다투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피보다 진한 것은 돈`이라는 재벌가의 속설이 새삼 실감난다.

2015-08-12

광복절특사, 명분과 국민감정에 반해서는 안돼

▲ 이곤영 대구본부 부장지난달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8·15 광복절특사를 실시하겠다고 언급하면서 경제인 사면 문제를 두고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특사 대상자로 특정 재벌 총수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박 대통령은 경기 침체로 국민들의 생활이 어렵고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위한 사면이 필요하다면서 광복절특사 사면 범위와 대상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이에 언론에서는 앞다퉈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경제계 인사를 비롯해 정치권 인사들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다.이번 특사는 메르스 여파로 인해 침체된 경제의 활성화와 국민대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의 갈등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 등 이반된 민심을 돌리기 위한 민심얻기 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이번 특사는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고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주장했던 대기업 지배주주,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 제한과 지난 4월 성완종 게이트 당시 역대 정부의 특사 관행을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경제인에 대한 특별사면은 납득할 만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던 것과 정면으로 배치돼 그동안 쌓아온 명분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게다가 이번에 특별사면에 거론되는 기업인들 보면 대부분 경제사범이다. 죄질이 무거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으로 처벌받은 사람을 내수진작이나 수출활성화, 낙수효과라는 그럴듯한 이유로 특사에 포함시키는 것은 국민 감정에 반한다.과거 김영삼정부에서 9차례, 김대중정부는 8차례, 노무현정부는 8차례, 이명박정부는 7차례의 특사를 실시하면서 사실상 부패 정치인과 비리 경제인에게 면죄부를 줬다. 당시 면죄부를 받았던 경제인들 대부분은 지금 국가나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최근 3년간 우리나라의 경제사범의 경우 100명 중 구속기소는 단 2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구속기소율은 1.9%에 불과할 정도로 관대하다.2012년부터 2014년까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관세법 위반,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등 경제사범에 대해 처분한 28만8천여 건 중 5천400여 건에 대해서만 구속처분이 이뤄졌으며, 구속기소율은 2012년 1.8%, 2013년 2.0%, 2014년 1.9%로 나타나는 등 경제사범에 대한 구속에는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이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재벌과 기업인에 대해 존경심보다는 특혜를 받았거나 탈세 등 정권의 비호 속에 성장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부자에 대해서도 겉으로는 존경하지 진정으로 존경받을 만큼 훌륭한 사람은 찾기 힘들다고 말을 한다. 그만큼 국민들의 재벌 등 경제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지금 거론되고 있는 경제인들은 수백억의 회사자금을 횡령해 회사에 이미지 훼손과 막대한 손실을 끼친 오너들이다. 이들에게 사실상 특혜인 특사를 하면 경제계에서 주장하는 경제활성화보다는 개인적인 잇속 챙기기에 더 열을 올릴 것이다.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오너에게 사실상 특혜인 특사를 줘 또다시 의사결정의 권리를 주는 우리나라 사면권의 관례는 이제 깨져야 한다.미국 법정은 회계부정을 저지른 엔론사의 CEO 제프 스킬링에게 가석방 없는 24년4개월의 징역형을, 월드컴 CEO 버나드 에버스에게는 25년간 징역을 살게 하는 등 경제사범을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다. 이처럼 오너에게 중형을 내려도 그 기업이 어렵고 미국경제가 흔들렸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30대 그룹 사장단이 공동성명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적 역량을 총집결하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다시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을 호소했지만, 국민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8·15 광복절 특사를 하려면 국민들을 설득할만한 합당한 원칙을 가지고 단행해야 할 것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는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

2015-08-05

포항 `경제`부시장에 거는 기대

▲ 김명득 편집부국장철강도시 포항에 모처럼 입에 딱 맞는 부시장이 왔다. 지난 3일 포항시 부시장으로 발령받은 이재춘(58) 부시장. 그는 경제통이다. 행정직이 아닌 기술직(건축)인데다 35년간의 공직생활 대부분을 건축, 도시개발 등 경제 분야에서 줄곧 일해 와 경제부시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다. 포항시에 행정직이 아닌 기술직 부시장이 부임해 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쩌면 현재 포항시가 처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행정직 보다는 기술직 경제부시장이 부임 해 온 것이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6일 이 부시장에게 2급 이사관 사령장을 준 뒤 그를 건축분야 전문가라고 소개하면서 포항시의 경제 분야 전반에 걸쳐 부시장의 역할과 권한, 책임론을 강조했다. 필요하다면 해당분야 적임자의 인사권과 시간, 절차를 줄일 수 있도록 전결권도 부여할 생각이라며 그에게 힘을 실어 줬다. 시장이 미처 들여다보지 못하는 경제 분야의 세세한 부분까지도 맡아 달라는 부탁이었다.경제부시장이 포항으로 오게 된 배경도 관심사다. 이 시장이 김관용 도지사에게 경제통(부시장)을 보내 줄 것을 누차 요청했고, 김 지사가 이를 흔쾌히 수락하면서 성사됐다는 후문이다.이 부시장이 그동안 걸어온 길을 보면, 1981년 7급으로 첫 공직에 입문해 울진군청 새마을과 건축담당으로 일하다 1985년 경북도 주택과, 1995년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면서 포항시 북구청 건축과장으로 재직했다. 이후 1997년 구미시청 주택·건축과장, 2002년 경북도청 안전정책과, 2008년 4급 서기관으로 승진하면서 경주엑스포 관리부장을 2년 맡았다. 2010년 경북도 건축지적과장, 2012년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면서 건설도시방재국장 역임 등 주로 경제 분야만 맡아왔다.그는 첫 근무지 울진군청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당시 업무 총괄과 백암온천 조성개발계획을 맡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경북도 SOC사업 동해안 프로젝트의 총괄을 맡아 기본 틀을 세웠고, 동서5축 고속도로 조기건설, 포항~삼척~나진을 거쳐 러시아~런던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등과 동해선철도를 연결하는 프로젝트 안을 짜낸 실력자로 평가받고 있다.그래서 그에게 거는 기대감이 더욱 큰 것이다. 지금 포항시는 두호동 롯데마트 문제, 구 포항역 주변 도심권 개발을 위한 도시재생 사업, 포스코 석탄화력발전설비 건설, 포항운하 주변 부지매각, 국가산단 블루밸리 조성, 호미곶·구룡포 일대 종합관광단지 개발, 두호동 마리나항 개발 등 굵직굵직한 현안과 난제들이 많다. 대부분 경제 관련분야여서 그의 역할론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이 같은 현안을 이 시장이 혼자서 감당해 내기는 벅차다. 특히, 건설·도시개발 등 경제 분야는 더욱 그렇다. 이 분야 전문가인 경제부시장이 그 역할을 어느정도 맡아 줘야 한다.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두호동 롯데마트 건이 어쩌면 그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일지도 모른다. 박승호 전 시장이 미결(未決)로 남겨놓은 골치 아픈 이 문제를 경제부시장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최종 결정이야 물론 이 시장이 내리겠지만 그 과정의 역할은 경제부시장이 챙겨야 할 몫이다.그는 부임한 이후 포항의 여러 곳을 둘러봤으나 모두가 “죽을 지경”이라며 아우성치고 있다고 했다. 포항시민들과 기업인들에게 새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주고, 아직도 굳게 닫혀 있는 공직자들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하는 것도 그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경제부시장의 `솔로몬 해법`이 절실한 시점이다.

2015-07-29

흉악범죄 공소시효 없애야

▲ 이창훈 대구본부 부장16년 전 대구의 한 골목길에서 발생한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의 공소시효가 최종 만료되면서 흉악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논의가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황산테러 외에도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화성 연쇄살인사건`등이 공소시효가 끝나 영구 미제로 남은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영구미제 대표 사건 중 지역사건이 2개나 포함되어 있는 등 지역과 특히 관련이 깊다.개구리 소년 실종사건과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사건 발생시점을 기준으로 15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돼 2006년 3월과 4월 각각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이로인해 국민여론이 공소시효 폐지쪽으로 기울자 2007년 공소시효가 폐지는 되지않고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가 기존 15년에서 25년으로 늘어났다. 이후 2011년 도가니 사건이 주목받으면서 아동·장애인에 대한 성범죄 공소시효는 없어졌다. 그러나 2007년 이전에 발생한 대구 황산테러,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화성 연쇄살인사건 등은 소급 적용되지 않아 대상이 아니다. 공소시효는 어떤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이 지나도 범인이 잡히지 않으면 형벌권이 없어지는 제도다.공소시효가 완성되면 실체적인 심판 없이 면소 판결을 해야 한다. 뒤늦게 범인이 밝혀지더라도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이와관련 황산테러 변호를 맡은 박경로 변호사는 “이제는 진범이 잡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며 “대구 황산테러와 같은 흉악범죄에는 공소시효를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런 범죄에 대해서는 세월이 얼마가 흐르더라도 반드시 범죄자를 밝혀내고 사회적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소시효를 배제할 범죄로는 흉악 범죄와 함께 반인륜범죄, 사회적으로 용납해서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범죄 등을 적시했다.하지만 공소시효를 없애는 것은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사건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뒤늦게 용의자가 잡히더라도 사건 관련자들의 기억이 떨어져 진술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공소폐지 찬성론자들은 이 말에 수긍하지 않는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달로 시간이 지날수록 범인 검거가 힘들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검거 가능성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흉악범죄 공소시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새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개정안은 `공소시효의 적용 배제`조항을 신설해 살인이나 상해·폭행치사 등 모든 살인죄에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대구 황산테러 피해자인 김태완(사망 당시 6세)의 이름을 따 일명`태완이법`이라고도 한다. `태완이법`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를 통과했다. 단 형법상 살인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되 강간치사나 폭행치사, 상해치사, 존속살인 등 살인죄의 경우 해당되는 개별법별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번 개정안에서는 제외했다.태완이 부모는 “우리나라 법은 다 가해자를 위한 법이다. 가해자를 위한 인권만 있지 우리같은 피해자를 위한 법은 어디있느냐”면서“사법부가 사건을 해결해줄 수 없다면 피해자들의 아픈 가슴은 누가 어루 만져주느냐”고 하소연했다. 피해자의 피맺힌 절규다. 다른 사람들이야 세월이 가면 사건이 잊혀지지만 당사자들은 평생을, 심지어 죽을 때 조차도 잊지 못하는 것이다.현재 세계의 흐름은 공소시효 폐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본은 물론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이미 살인 등 중대범죄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없앴다. 법의 안정성 문제도 생각해야 되겠지만 흉악한 범인을 법으로 보호할 명분은 약하다고 보여진다. 하루빨리 흉악범에 대해 공소시효를 없애, 잠 못 이루고 있는 많은 억울한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는게 맞다고 본다.

2015-07-22

골목 경제와 두호동 마트의 고민

▲ 임재현 편집부국장잘 아는 형님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저게 문을 열면 내 신발가게는 문 닫아야 해. 구미의 후배 녀석도 재고가 쌓여가더니 결국 폐업하고 충청도 고향으로 내려갔어.” 그 자리에서 시행사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마트에 신발 코너도 입점하는지를 물어봤다. 마트 측에서 아마 그렇게 할 거라는 대답과 함께 (그 신발가게의)인근에 최근 들어선 복합쇼핑몰도 신발을 판매하는데 왜 유독 마트만 반대하느냐는 것이다. 또 (그 형님과 조건이 맞으면)마트와 계약하고 입점할 수도 있다는 제안과 함께. 형님의 대답은 단호했다. “쇼핑몰은 상가의 초입에 위치해 있지만 그동안 오랫동안 빈 건물로 방치돼 상가의 침체를 더해온 터라 반대하기가 어렵다. 마트 입점은 수수료를 떼는 구조이므로 별로 남을 것이 없다.”요즘 매일 육거리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포항 중앙상가의 신발가게 주인인 지인과 최근 나눈 대화이다.특유의 거침 뒤에 정나미가 느껴지는 춘천 출신 이 분이 요즘 두호동 마트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관련 기사를 쓸 때면 자판 속도를 떨어뜨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따지고 보면 나는 이번 일과 관련해 여러 가지 입장에 얽혀있다. 장모님은 오천의 한 시장 상인회장으로 대책회의에도 참가하고 있다. 장모와 사위가 만날 때마다 논쟁까지 벌이고 두호동 인근 우현동의 주부로서 마트에 찬성하는 아내는 `친정 엄마`와 한동안 냉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던 장모님은 최근 들어 입장을 정리했다. “남구에 있는 작은 시장이 북구에 있는 마트 때문에 무슨 피해를 입겠나. 다만 중앙상가가 도와달라고 호소하니 안쓰러워 또 택시를 타고 가는 거지” 라고.또 하나의 입장은 중앙상가에 회사가 있고 상당수 상인들의 지인으로서다. 마트가 개점하면 신발과 화장품 등 몇몇 업종은 실제로 피해가 우려된다.2년전 도심재생사업에 참여하면서 마산에 갔을 때도 확인된 바이다. 이미 시행사는 중앙상가의 요구를 받아들여 아울렛 매장 설치 계획을 철회했지만 몇몇 품목은 피해를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이들에 비하면 죽도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미약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시장 모퉁이 곳곳 잡화점들은 매상이 떨어질 것이다.가장 난처한 입장은 소비자로서인데 동네의 소매상, 이른바 `점방`들이 입을 영향 때문이다. 이미 상당수는 하우스푸어와 다름 없는 변변찮은 매상이 일상사가 돼 왔다. 휴일에 슬리퍼를 끌고 아파트 근처의 무슨 무슨 마트에 가보면 품목이 너무 단출해 불만스러울 때가 많지만 내색할 수가 없다. 젊은 주인 아주머니도 계산하면서 내 표정을 읽었는지 미안함과 쑥스러움이 섞인 얼굴이다.이분들이 우리 골목경제의 주역들인데, 죽도시장과 중앙상가는 그나마 단체라도 만들어 협상이라도 할 수 있는데 어디에 하소연할 텐가 마음이 무겁다. 독일의 대학자 훔볼트는 남미에 머물며 비참한 인디오들의 실상 뒤에 도사린 불평등의 구조를 밝혀내려고 매달려 보고서를 냈다. 멕시코의 경우 농업과 수공업 등 고유한 자생적 경제기반이 파괴돼 인구의 5%도 안 되는 스페인계 `크리요`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임노동자로 전락했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이를 당장 포항의 사례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바가지 가격이 많은 나들가게를 능가하는 정책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마트 소비자로서의 입장은 간단하다. 남구와 북구 사이 어중간한 위치의 홈플러스를 빼면 북구에는 유일한 농협 하나로마트가 `주특기`인 농산물 마저 경쟁력이 없는 현실에서 두호동 마트는 환영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두호동에만 GS수퍼마켓만 전체 세 곳 중 두 곳이나 개점해 단물을 핧고 있다.하지만 소비자는 아직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침묵한다. 피해를 호소하는 이웃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이점을 상인들도 충분히 이해하기를 시민들은 바란다. 가게 옆에 주차를 한 이들에게 욕 하지 않고 환불이나 반품 요구에 흔쾌히 응하는 모습도 함께.

2015-07-08

포스코 청정화력발전설비 증설의 의미

▲ 이창형 정치경제팀장(국장)포스코가 최근 포항제철소 화력발전설비의 신증설 계획을 밝혔다. 포스코로서는 원가경쟁력 저하 문제의 해결의 키가 이 사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 등 일각에서는 환경문제를 들어 우려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각종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발전설비 중 석탄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화력발전은 한때 한물 갔다는 평을 받았지만 최근 기술발전으로 친환경설비를 갖추면서 오명을 깨끗이 벗고 있다는 것이 에너지 전문가들의 입장이다.포항은 청정연료 사용 대상 지역인데 화력발전이 가능할까에 대한 이슈가 제기된 적이 있다. 물론 가능하다는 답이 나왔다. 대기환경보전법시행령에 `이미 허용된 대기 배출량을 증가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예외적용 기준이 있고, 또 에너지 및 전력수급 문제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환경부장관과 협의한 발전설비의 경우 석탄과 같은 고체연료 사용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포스코는 현재의 노후한 발전설비를 대체하고자하는 청정화력 발전설비는 석탄을 연소하는 프로세스가 기존 고로 제철공정과 동일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즉, 500MW 청정화력발전이 사용하게 될 연간 100만t의 석탄은 150만t급 고로에서 사용하고 있는 석탄량과 같다는 것이다.문제는 청정화력 발전설비와 동일한 프로세스를 가진 고로를 신증설하는 데는 제약이 없는데, 제철공정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 부속 발전설비 투자에는 규제가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 상공인들은 신규 화력발전설비에 대한 규제완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포항시도 규제완화를 촉구하는 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나아가 `창조경제`의 한 열쇠가 아닌가.특히 포항제철소는 기존 제철공정의 설비 개선과 효율성 증대를 통해 청정화력 발전설비가 세워진 후 오히려 배출총량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청정화력 발전설비 교체에 따른 경제적 이익도 크다. 노후한 저효율의 발전설비를 고효율 신설비로 바꿔 자가발전 비율을 높이는 것만이 포항제철소의 원가경쟁력도 개선하고, 국가전력공급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다.청정화력 발전방식은 전력생산 단가가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청정화력발전으로 전력 1㎾h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65원 정도로, 한국전력으로부터 공급받는 전력요금(1㎾h당 97.7원)보다 30% 이상 저렴하다. 석탄은 한번 불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아 가동률도 안정적이어서 에너지 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다.남북한과 러시아의 3각 물류 협력사업인`나진-하산 프로젝트`를 통한 러시아산 유연탄의 포항항 도입도 포스코로서는 획기적인 원가 경쟁력 확보의 기회로 작용될 것이다. 지난해 11월 1차 시범운송으로 러시아산 유연탄 4만500톤을 나진항에서 포항으로 운송해 포항제철소 코크스 원료로 사용했다. 포스코는 이 루트가 정기화되면 운송비를 10~15%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포항제철소의 적자 전환이 훤히 보이는 상황에서 경쟁력 약화로 인한 절대 위기를`재도약`의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청정화력발전`이라는 게 포스코의 입장이다. 해외 철강도시의 몰락 사례에서 기업 경쟁력 약화는 결국 지역경제의 파탄을 초래한다. 아울러 현대의 첨단 친환경기술을 바탕으로 자연환경 또한 보존하고자 하는 포항제철소의 진정성과 기업경쟁력 강화 노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메르스 사태로 포항지역 또한 설상가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국가위기 상황에서 지역 대표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중차대한 현안이자 과제다. 그런 의미에서 포항제철소가 닥친 청정화력발전 설비증설이란 현안은 포항시와 시의회, 나아가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2015-06-17

`메르스`와 영화 `감기`

▲ 이창형 정치경제팀장(국장)2012년 개봉된 김성수 감독의 영화 `감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격리자가 2천500여명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의 내용이 지금의 상황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영화 `감기`는 밀입국 노동자로부터 시작된 치명적인 감기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퍼지면서 발생하는 국가 위기를 다룬 재난 영화다.영화에서는 호흡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번지면서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로 시민들이 바이러스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이런 영화 속 설정은 메르스 사태에 대한 우리정부의 초기대응 태세와 다르지 않다.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일부 권력층이 독점하고 대중은 언론의 발표만 믿다가 혼란에 빠지는 모습 등 영화 초반 전개되는 과정이 현재의 상황과 유사하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사태를 해결하는 영화 속 설정은 지금 박근혜 정부의 대책과는 거리가 있다. 3차감염자가 속출하고 격리대상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정부 방역체계의 총체적 부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는 이유다. 국내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감염병이 나타났지만 다른 나라의 사례만 맹신한 채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탓이다.실제 보건당국은 메르스 확산을 막을 기회를 여러 차례 놓쳤다.초기 격리대상자에 대한 허술한 관리로 인해 2·3차 감염자가 발생했고, 환자 신고를 묵살 외면했으며, 첫 환자와의 접촉자 파악에도 소극적이었다. 최초 환자가 발생한 이후 내놓은 대책과 예방도 모두 오판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조차 스스로 메르스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고, 이것이 총체적 부실대응으로 이어졌다.정부 또한 메르스 대책에 우왕좌왕했다.학교 휴업을 놓고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상반된 주장을 폄으로써 학생, 학부모들의 극심한 불안을 초래했다. 환자 발생 및 방문 병원 공개를 놓고 정부는 각종 부작용을 내세워 지난 7일까지 공개를 거부했고 이에 인터넷공간에는 민간인들이 만든 `메르스 맵`까지 등장했다. 한 의사 감염자와의 직간접적인 접촉자가 수천명에 달한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심야 기자회견을 놓고 청와대와 정부가 즉각 비판하면서 메르스를 놓고서도 여야는 정쟁을 벌였다. 대통령은 한차례 대책회의를 공개 주재한 것 외 침묵하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뒤늦게 국립중앙의료원과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를 방문했다.정부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기 전까지 이번 사태를 엄중한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하고, 우리 경제와 국가 이미지가 걸린 사안인데도 그 파장을 예측치못했다.전염병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했던 2003년 초 중화권 경제는 큰 타격을 받았다. 2003년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9%로 전분기(10.8%)보다 급락했다. 홍콩도 그해 1분기에 4.1%였던 성장률이 2분기엔 -0.9%였다.현재 국내 경기는 수출이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째 0%대다. 내수 회복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줬던 중화권 관광객들이 한국 방문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고 시민들이 다중집합장소를 꺼리면서 관광, 음식, 숙박업 등 수요산업 전 부문이 휘청대고 있다.국민들은 우리정부의 안전의식이 세월호 참사 이전과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위기대응 능력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국민이 국가를 믿고 살아갈 것인가라며.세계 각국에서도 한국의 감염병 대처능력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질병 후진국 소리를 들으며 국격이 바닥까지 추락하고 있다. 외신들은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관련보도를 쏟아내고 있다.세계 유수를 자랑한다던 의료강국에서 감염병 하나를 다스리지 못해 우와좌왕하는 나라라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훗날 영화 `감기`처럼, 우리나라의 감염병 대처능력을 비판하는 `한국판 메르스` 영화가 세계 어디에선가 만들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2015-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