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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써 먹는 사람이 임자?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는 사장님이 한 분 계신다. 그 사장님은 지방 자치단체에서 저작권을 소유한 에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하여 다양한 어린이용 제품의 브랜드로 내세워 전국적으로 유통을 하고 계신분이다. 물론 지방 자치단체에 거액의 캐릭터 사용료를 지불하고 전용실시권을 받으셨다. 그런데 얼마전 그분을 뵈었을 때 한 통의 전화 통화 후 매우 한탄을 하셨다. 이유인 즉슨, 자신에게 전용 실시권이 있는 캐릭터를 유사 품목 경쟁업체에서 무단 사용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자초지종을 알기 위해 지자체 담당자에게 항의 전화를 했더니 담당자 왈, 그 지역 자치 단체장과 깊은 유대 관계를 가진 유력인사의 묵인하에 캐릭터 사용에 관해 `뒷거래`허가가 났다는 것이다. 사장님의 항의 전화를 받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실무 담당자도 자치 단체장과 관련된 일이다 보니 자신의 입장이 난처해 어쩔줄 몰라 했다.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이제 단순히 어린 아이들을 TV앞으로 유혹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당당한 문화 콘텐츠이자 무궁무진한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거대 수익원이다.전세계 어린이들에게 `뽀통령`으로 통하는 토종 애니메이션 캐릭터 `뽀로로`의 경우를 보면, 대한민국 아동 문화 산업에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서울산업통상진흥원은 뽀로로의 브랜드 가치를 3천893억원으로 책정했다. 뽀로로의 브랜드 가치가 향후 30년간 존속된다는 전제 아래 뽀로로가 30년 간 생성할 수 있는 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결과다. 또한 뽀로로의 1년 저작권료만 해도 120억원이 넘는다. 이는 연봉 2억원이 넘는 박근혜 대통령보다 60배 높은 수치다. 뽀로로는 문구, 완구, 의류, 식기류, 침구 등의 캐릭터로 판매되고 있으며, 이러한 캐릭터 상품 종류만 해도 1천600여 종에 이른다. 뽀로로 캐릭터 관련 매출이 5천5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하는 그야말로 `대박 아이템`인 것이다.최근 또 다른 토종 애니메이션 캐릭터 `꼬마 버스 타요` 광풍이 불고 있다. 꼬마 버스 타요는 서울시의 지선·간선·광역·마을버스 등을 의인화한 캐릭터인데, 2008년 오세훈 서울시장 재직 시절, 당시 서울시 교통정책과에서 시내버스에 대한 시민들의 친근감을 높이고 어린이들의 교통안전 교육을 위해 5억원을 투입해 제작했다. 당연히 서울시가 투자해 개발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2009년에 들어 서울시는 단순히 꼬마 버스 타요 캐릭터 제작에 그치지 않고 `뽀로로`를 제작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아이코닉스와 손잡고 `꼬마 버스 타요 문화 산업 전문회사`를 설립했다. 꼬마 버스 타요 캐릭터를 활용해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이를 EBS를 통해 방영하기 위해서다. 이는 지자체 최초의 혁신적인 시도였다. 그 이후 꼬마 버스 타요는 2010년 하반기부터 EBS에서 방영을 시작해 52편이 방송 전파를 탔다. TV 방영과 동시에 타요는 어린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뽀로로`의 뒤를 잇는 인기 캐릭터로 입지를 굳혔다. 최근엔 시즌3까지 만들어져 미국의 `미키마우스`, 영국의 `토마스 기차`처럼 장수 캐릭터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그런데 어린이용 캐릭터 꼬마 버스 타요를 두고, 엉뚱하게도 어른들이 시끄럽다.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꼬마버스 타요의 선풍적인 인기가 마치 자신의 공적인 것처럼 교묘하게 포장하며 이미지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행보에 새누리당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박원순 시장은 “먼저 응용하는 것이 장땡, 써 먹는 사람이 임자”라고 자신의 생각을 페이스북에서 밝혔다.박원순 시장은 작년에도 경남 진주시와 `등축제`개최 문제를 두고도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지난 65년 동안 가꾸어 온 진주시 고유의 전통 축제인 `진주유등축제`를 서울시가 모방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문제에서도 박원순 시장의 “써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논리가 작용했나보다.비록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지만 새로운 창조 없이 모방만 지속한다면 이는 한 국가를 대표하는 특별시의 시장으로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14-04-16

남자가 되지 못한 소년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며칠전, 초등학교 2학년 아들 녀석이 너무 귀여워서 품에 꼭 끌어안고 볼에 입을 맞추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얼굴 뽀뽀에 가만히 있던 아들이, 이번에는“아빠, 남자끼리 이러는 것 아니에요”란다. 이제는 자기가 어린 소년이 아닌, 남자라며 성숙한 티를 낸다. 필자의 눈에 9살짜리 아들은 여전히 연약하고 어린 소년일 뿐이다. 하지만 아들 스스로는 이미 다 자란 `남자`란다. 그런 아들의 말이 우습고 귀엽다. 또 한없이 사랑스럽다. 자신이 다 자랐다고 믿고 있는 아들에겐 다소 미안한 말이지만, 소년과 남자는 분명히 다르다. 소년은 학생이지만, 남자는 스승이다. 소년은 소비자이지만, 남자는 생산자이다. 소년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만, 남자는 도구로 일 한다. 소년은 질문 하지만, 남자는 해답을 제공한다. 소년은 산만하지만, 남자는 질서가 있다. 소년은 혼자 놀거나 끼리끼리 놀지만, 남자는 큰 조직을 구성한다. 소년은 충동적으로 이성과 불장난하지만, 남자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가정을 이룬다. 소년은 자신의 실패를 변명하지만, 남자는 성공을 이룰 전략을 가지고 있다. 소년은 돌봄 받기를 원하지만, 남자는 돌볼 사람을 찾는다. 소년은 현재에만 집중하지만, 남자는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충실하게 살고 미래를 묵묵히 준비한다. 소년은 인기를 추구하지만, 남자는 존경을 추구한다.그렇기 때문에 소년은 결코 리더가 될 수 없다. 리더가 되려면 성숙한 남자가 우선 돼야 가능하다. 리더가 되려는 남자의 필수 덕목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자신보다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무시하면서, 자기 스스로 잘 났다고 여기는 교만한 사람은 결코 남자가 아니다. 소년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성숙 단계에 여전히 머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돌봐야 할 구성원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면서, 자기 뜻대로 구성원을 조정하려는 사람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리더가 될 수 없다.소년에서 진정한 남자로 탈바꿈하는 성숙의 과정은 어린 시절에 어떠한 대인관계를 경험하며 성장하였는가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 또한 어린 시절 경험하게 되는 대부분의 대인관계는 부모와의 대인관계가 밑바탕이 된다. 부모는 자녀의 바른 대인관계 형성의 결정적 존재다. 부모로부터 올바른 대인관계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란다면 비록 육체적으로는 남자가 됐다 해도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소년 상태로 남아있다.현재 야당의 공동대표이며, 유력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한 유명 정치인이 수년 전,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자신의 어린 시절에 관해 언급한 대목이 기억난다. 그는 아주 어릴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부모로부터 늘 존댓말을 들으며 자랐다고 했다. 자신의 부모가 자신과 대화하고 교육 할 때, 하대(下待)하지 않고 높임말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들은 방송 진행자들은 그의 부모의 자녀 교육법이 독특하다며 극찬했다. 하지만, 당시 방송을 직접 시청했던 필자의 생각은 180° 달랐다. 그런 자녀 교육법이 정상적인 방법일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높이고 공경해야 할 부모로부터 오히려 존댓말을 듣고 자란 소년의 경우, 자신의 자존감 형성에는 다소 도움이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고 섬기며 낮은 자리에 위치할 수 있는 겸손을 정상적으로 배우기에는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접받고, 섬김 받는 것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자랐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소년 시절의 생각과 가치관을 벗어나지 못한, 겉모습만의 남자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필자의 우려와 예상은 적중했다. 최근 그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서 남자의 모습을 찾아보기란 매우 힘들다. “철부지 소년 정치인”이란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 그는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할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2014-04-09

애드리브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요즘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 시즌3`의 심사위원으로 활약중인 유희열이 대세다. 물론 유희열은 음악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유희열의 스케치북` 진행자로도 이미 충분한 명성과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유독 `K팝 스타 시즌3`에서 보여주는 유희열의 모습에 대중들이 더욱 열광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심사위원석 옆에 함께 앉아있는 양현석과 박진영이 결코 모방할 수 없는 유희열 만의 독특한 애드리브(ad-lib) 때문인 것이다. 애드리브란 라틴어 adlibtum의 약칭으로 본래는 `자유로`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아나운서나 토크쇼 출연자가 멘트를 즉흥적으로 말하는 것, 연극 무대에서 배우가 대본에 없는 대사 표현이나 연기를 소화하는 것, 그리고 음악에서는 클래식의 템포나 재즈의 멜로디 표현을 연주자의 즉흥적인 감각에 맡긴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유희열의 경우처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탁월한 애드리브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순발력과 대화를 흐름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천부적인 감각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기저(基底)에 깔려있어야 하는 점은 바로 풍부한 지혜이다.비폭력 저항운동으로 유명한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의 애드리브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다. 간디가 영국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 식민지 국가 출신인 간디의 꼿꼿하고 당당한 태도를 평소 아니꼽게 여기던 피터스라는 교수가 있었다. 하루는 간디가 대학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피터스 교수 옆으로 다가가 같은 식탁에 앉게 됐다. 피터스 교수는 못마땅한 표정과 함께 거드름을 피우며 간디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음, 간디군, 아직 자네가 이곳 영국의 문화를 잘 모르는 모양인데, 우리 영국에서는 새와 돼지가 함께 같은 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는 없다네”라며 간디를 인격적으로 모욕했다. 그 말을 들은 간디는 “아, 그런가요? 교수님. 그렇다면 걱정 마세요. 제가 얼른 다른 곳으로 날아가 드릴게요”라며 피터스 교수를 보기 좋게 망신을 줬다. 이날의 모욕 이후 간디를 향한 복수심에 불탄 피터스 교수는 다가오는 중간고사 시험을 굉장히 어렵게 출제해 인도 출신 간디를 곤란하게 하려 했으나, 오히려 간디는 영국 본토인들도 받지 못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간디의 훌륭한 성적에 더욱 약이 오른 피터스 교수는 수업시간에 공개적으로 간디를 일으켜 세우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간디군, 자네가 길을 걷고 있다가 두 개의 자루를 발견했네, 한쪽 자루에는 엄청난 금액의 돈이 가득 들어 있고, 다른 자루에는 지혜가 가득 들어 있다네. 두 개의 자루들 가운데 반드시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자네는 어떤 자루를 택하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간디는 머뭇거림 없이 “그야 당연히 돈 자루죠”라고 답했다. 간디의 대답을 들은 피터스 교수는 쓴 웃음과 함께 비아냥 거리는 말투로 “간디군, 내가 자네라면 나는 지혜가 가득 들어있는 자루를 택했을 것이네. 역시 자네는 물질에 집착하는 수준 낮은 친구로구만”이라며 간디를 공개적으로 조롱했다. 그러자 간디는 당당하고 힘찬 목소리로 “뭐… 각자 자신이 가지지 못한 부족한 것을 선택하는 것 아니겠어요?”라고 답했다. 피터스 교수의 두 번 째 완패였다. 요즘 시쳇말로 멘붕 상태에 빠진 피터스 교수는 얼마 후 간디에게 한번 더 복수 하기 위해 채점을 모두 마친 기말고사 시험지를 학생들에게 나눠 주면서, 유독 간디의 시험지에만 점수를 쓰는 대신 “idiot(멍청이)”라고 욕설을 적은 후 간디에게 주었다. 시험지를 받은 간디는 모든 학생들이 들을 수 있는 큰 소리로 피터스 교수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교수님, 제 시험지에는 점수는 적혀 있지 않고, 교수님 성함만 적어 주셨는데요?” 간디의 이 말을 들은 피터스 교수의 표정이 충분히 예상이 되고도 남는다. 결국 풍부한 지혜가 바탕이 된 애드리브의 승리였다. 언제 어디서든 간디처럼 탁월하고 멋진 애드리브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싶다.

2014-04-02

아, 천안함 폭침 4주기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오랜 시간동안 유가족들은 물론, 전세계인의 걱정과 안타까움속에도 승객들의 안녕을 바라며, 실낱같은 생존 소식을 기대했던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 여객기가, 결국 인도양 남부에 추락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 국제해사위성기구(Inmarsat)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MH370편의 추락 위치가 인도양 남부, 호주 퍼스 서쪽으로 최종 확인됐다”며 “유가족들에게 깊은 슬픔과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항공 측은 라작 총리의 기자회견 직전에 탑승객 가족들에게 항공기의 추락 소식을 문자메세지를 통해 발송했다. 오히려 무장 세력에게 납치돼 생존하고 있기를 희망할 정도로, 탑승객의 생환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유가족들은 형언할 수 없는 깊은 슬픔에 빠졌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일부 가족은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한다.이번 말레이시아 항공기 추락 사고처럼 사랑하는 가족의 갑작스런 죽음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이며 정신적 상처가 된다.특히 국가의 부름을 받아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으로 떠나보낸 귀한 아들이 어느날 갑자기 자신들 앞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올 때의 아들의 시신을 대하는 부모의 갈기갈기 찢어지는 처참한 심정을 무엇으로 위로할 수가 있겠는가?3월26일 오늘은 북한이 도발한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지 4주년이 되는 날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천안함 46명 용사들의 명단은 `이창기/최한권/박경수/박보람/장진선/박성균/강태민/정태준/남기훈/김태석/문규석/김경수/안경환/김종헌/최정환/민평기/정종율/강준/박석원/신선준/임재엽/손수민/심영빈/조정규/방일민/조진영/차균석/문영욱/이상준/서승원/서대호/김동진/이상희/이용상/이재민/이상민/이상민/강현구/정범구/김선명/박정훈/안동엽/김선호/나현민/조지훈/장철희`이다. 그리고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한주호 준위까지, 모두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우리의 영웅들이다.사건 발생 직후 구성된 정부 합동 조사단에서는 이 사건을 북한군의 어뢰 공격으로 발생된 `폭침`사건이라고 공식 발표했다.하지만,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외국에 나가 정부의 발표를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후, 여러 명확한 증거들이 나오자 이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천안함을 잊어야 한다”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인권변호사 출신이며 매우 유명한 한 광역단체장은 그동안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최근 개최된 관훈 클럽 토론에서 “천안함 사건은 북한 소행이라고 믿는다”며 슬그머니 한발자국 발뺌하면서도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을 자극해서, 무고한 장병들을 수장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며 여전히 비판의 화살을 북한 정권보다 대한민국 정부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안보관과 국가관을 가진 사람이 대한민국 대표 지역의 광역단체장을 맡고 있다니 정말 어처구니 없는,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이 사람이 만든 참여연대에서는 정부가 초청한 관련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증명해낸 북한의 천안함 폭침 만행 사실에 대해 `북한 소행이 아닐 수 있다`는 거짓 선동 주의적 서한을 만들어 유엔 안보리에 보내기도 했다. 이들의 이러한 어이없는 행동은 대한민국의 주권을 스스로 훼손하는 자해 행위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사람들을 아직까지 방치하고 있다. 이런 이적행위를 방치하는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이익을 수호하고 국가안보를 제대로 지켜 나갈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정치적인 이유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명백한 적국의 도발에 대하여 선동주의적 의혹을 부추기며 사회적, 이념적 혼란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세력들의 이적 행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결코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2014-03-26

막강 여성 시대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SBS 방송 출연 이후 `국민사위`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인기스타로 등극한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 원장이 최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주요국 중 병역의 의무가 있는 나라는 한국과 대만, 이스라엘 세 나라 뿐이지만 이 가운데 여성을 빼주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여성은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무 없이 권리만 누리려 한다면 그것은 도둑놈 심보”라며 병역 의무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피력했다. 함 원장의 이러한 다소 자극적인 인터뷰 내용 때문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에서의 함 원장의 하차설까지 거론되고 있다.함 원장의 말처럼 대한민국은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수년 전 이모(22)씨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로 되어있는 병역법 제3조 1항의 내용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지난 3월11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한민국 남성들의 병역의무`를 합헌 결정했다.우리나라의 사회 통념상 대한민국 남성에 대한 병역의무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위의 헌재 결정에 대하여 별다른 사회적 거부감이나 동요는 없다. 여성가족부는 늘 그러했듯, 헌재의 결정에 대해 예상대로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를 지키기 위해 남성들이 군복무로 희생한 시간에 대하여 `군가산점 제도 부활`과 같은 현실적인 보상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우리나라 사회 곳곳에서 꾸준히 제기 되고 있다여성의 군복무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언급되는 국가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의 모든 신체 건강한 남녀는 18세가 되면 징집된다.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 동안 복무한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군복무기간이 짧긴 하지만 징집제도 자체에 대해 불평하는 여성은 없다. 여성들은 전투병이 아닌 사무실이나 복지센터 같은 곳에서 근무한다. 텔아비브에 있는 국방부 본부에서 여군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경에서 검문을 맡는 여군도 있고, 식물원 가이드나 간호사로 일하는 여군도 있다. 그러나 여자라고 해서 기초 훈련을 덜 받는 일은 없다. 네게브 사막에서 성지순례를 하다 보면 머리를 길게 묶은 여성이 남자와 똑같이 훈련받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이젠 많이 변했다. 특히 여성이 강해졌다. 예전과는 달리 남녀 평등 지수에 큰 차이가 없고 여성의 권리가 제한되는 시절도 아니다. 여성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고 실제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 또한 굉장히 높아졌다.지난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도 우리나라 여자 대표 선수들만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미 사회적 리더의 자리에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임관한 법관 중에서 보면 32명 중에 28명이 여성이며, 검사는 총 43명 중에 23명이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대통령 또한 여성이다. 그러므로 이젠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기보다는 사회적 책임감과 국가를 위한 여성의 의무에 대해서 좀 더 새로운 인식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우리나라는 OCE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저출산 문제로 젊은 세대의 숫자가 전체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이다. 국방을 위한 일정 규모의 그 병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남성만으로는 어렵다. 군대는 전투병과만 있는 게 아니고 행정, 지원 등 여성이 충분히 가능한 업무가 있으므로 전투병과를 제외한 다양한 근무 분야에 여성 군인들이 그 자리를 담당해 주기 시작한다면 국방을 위한 최소한의 전투 병력을 확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막강한 대한의 여성들이여, 군대 가자!

2014-03-19

천재일우(千載一遇)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김연아의 열애설로 메스컴이 뜨겁다. 김연아의 열애설을 보도한 매체는 이번에도 역시 `디스패치`다. 디스패치는 작년 1월1일 새해 벽두부터 김태희와 비(정지훈)의 열애설을 특종 보도하더니, 이승기와 소녀시대 윤아의 열애설은 물론, 이번에 피켜퀸 김연아의 열애설을 특종 보도하면서 명실상부한 팩트 위주의 연예 정보 언론사로 독자들과 네티즌으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이젠 `디스패치` 그러면 `특종`, `팩트`의 대명사로 여겨질 정도다. 디스패치의 강점은 무엇인가? 보도국 스스로 엠바고 기준과 원칙을 세우고 그 시기와 보도 방향을 지키는데 있다.엠바고(embargo)란 스페인어 `embargar`에서 나온 말로서 일정 시점까지 보도금지를 뜻하는 매스컴 용어다. 원래는 한 나라가 상대편 나라의 항구에 상업용 선박이 드나드는 것을 금지하도록 법으로 명령하는 것을 의미한다.엠바고의 목적은 대략 5가지다. 국가안전·공익용 엠바고(인명 보호 등), 보충취재용 엠바고(전문성 높은 뉴스), 조건부 엠바고(사건 발생 이후 보도), 관례적 엠바고(협정·회담 등), 발표자료 엠바고 등이다.엠바고가 취재대상이 기자들을 상대로 보도 자제를 요청하거나 기자실에서 기자들 간의 합의에 따라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자제하는 행위이다 보니, 취재 편의주의와 취재대상 봐주기라는 비난에 거세게 일어 언론계 내부에서도 엠바고의 지속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다. 독자들의 알 권리가 우선이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엠바고와는 다르게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는 보도에서 제외해야 할 사항. 제보자가 보도 관계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에 보도·공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이는 말이다.즉, 보도 금지를 묵시적으로 인정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취재대상이 인터뷰를 하기 전에 오프 더 레코드를 요구했다면, 이는 취재대상과 취재기자 사이에 보도금지를 암묵적으로 인정한다는 뜻이 된다.얼마전, 언론사 기자들을 만나 특종 취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기자들이 말하는 특종 발굴 비결은 다름 아닌 `기회 포착`이었다.특종에 성공한 기자들이 말하는 `기회 포착의 비결`은 항상 기회를 붙잡을 준비를 한다.모험심이 있어야만 적절한 순간에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기회를 붙잡으려는 열심이 있어야 한다. 기회를 발견하려는 노력 없이는 기회는 나타나지 않는다. 자신에게 내재된 잠재의식을 활용하고 늘 목표의식을 갖고 생활하면 자신의 잠재의식이 자신으로 하여금 기회가 있는 곳으로 인도한다.또한 기회 포착에 실패하더라도 실망해서는 안된다. 한 번 기회를 잃었어도 낙망하지 말고 다음 기회를 포착할 태세를 갖추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또 한 번 기회를 포착했다고 안심해서도 안되며 지금보다 향상하겠다는 의욕을 잃어서도 안 된다. 어려움과 환란 속에서도 기회를 발견해야한다.실패 속에서도 가능성을 발견하며 힘든 상황도 기회로 활용하는 노하우를 키워야 한다. 항상 마음의 준비와 여유가 있어야 한다. 늘 마음을 열어 놓고 느긋이 준비하고 있을 때 기회가 찾아온다고 한다.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에 초점을 둬야 한다. 기회 포착은 현실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안될 것이라 생각하기보다는 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적극주의자가 되어야지만 수많은 기회들과 그것을 붙잡는 법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메모를 잘 활용해야 한다. 우리의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 줄 놀라운 기회는 간혹 눈깜짝할 새 지나가 버리고 만다. 그런 놀라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메모의 습관이 기반이 돼야 한다.천 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기회라는 뜻의 `천재일우(千載一遇)`는 결국 충분히 준비된 자에게만 가능한 몫인 것이다.

2014-03-12

그래도 지구는 돈다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중국 본토에서까지 최고의 인기몰이에 성공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최근 막을 내렸다. 드라마의 줄거리는 이렇다.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쯤, 외계에서 도민준이란 남자 외계인이 지구로 내려온다. 그는 한 소녀를 만나고 그 소녀는 도민준을 대신해 죽게된다. 그로부터 400년 동안 외계인 도민준은 죽지 않고 한국에서 살아가다가 400년 전의 그 소녀와 똑같이 닮은 여자 톱스타 천송이를 바로 옆집에 이웃으로 만나게 된다. 여러 복잡한 사건 사고를 통해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얽히다가 서로를 좋아하게 되며 결국 여자 톱스타와 남자 외계인의 애틋한 사랑으로 이뤄지며 드라마는 해피엔딩된다. 드라마의 열풍에 힘입어 온 가족이 영천시에 위치한 보현산 천문대를 방문하였다. 천문대 연구원의 설명과 함께 망원경을 통해 우주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목성을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이었다. 과학시간에 교과서에서 보던 목성이 정말 또렷하게 보였다. 뿐만 아니라 목성 주변의 4개의 위성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도 관찰할 수 있었다. 목성 주변의 4개의 위성을 제일 처음 찾아낸 사람은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인데, 1610년 자신이 만든 굴절망원경을 통해 네 개의 천체들이 목성의 위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은 지구의 모양이 둥글며 자전(自轉)을 하고 태양의 주위를 공전(公轉)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갈릴레이가 살았던 시절엔 지구는 평평하며 태양을 비롯한 온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천동설(天動說)을 믿고 있었다. 그 이유는 지구가 온 우주 만물 창조의 중심이란 종교적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이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지구를 창조한 신에게 대적하는 것으로 간주됐고 심지어 사형에까지 처해졌다. 그러나 갈릴레이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하고 있었고 또한 자신이 직접 만든 망원경으로 목성의 위성을 발견한 것뿐만 아니라 지구 역시 태양의 둘레를 공전하고 있음을 확신했다. 갈릴레이의 지동설에 대한 증거들은 점점 일반에게 알려지게 됐고, 교황청은 대단히 분개했으며 결국 1633년 로마의 한 수도원에서 갈릴레이의 종교 재판이 개정됐다. 목숨의 위협을 받는 강압적인 분위기속에서 갈릴레이는 지동설을 주장하는 자신의 주장이 잘못된 주장이라며 공개적으로 고해성사를 했다.하지만, 갈릴레이의 고해성사과 상관없이 지금도 지구는 엄청난 속도로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다.당시 갈릴레이의 목숨을 위협한 교황청의 천동설 주장은 구약성경의 창세기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 이것은 교황청에서 성경 내용을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창세기에서 이야기 하는 창조의 중심은 지구가 아니라 인간이다. 창조주께서 지구가 아닌 인간을 위해 온 우주만물들을 만드셨다. 성경책 어느 곳에도 지구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기록돼 있지 않다. 쉬운 예를 들어 보자. 비싼 자유이용권을 구매해 대관람차와 청룡열차 그리고 회전목마와 바이킹을 타기 위해 놀이동산에 입장을 했는데, 놀이동산 직원이 우리에게 의자를 주면서 놀이동산 한 가운데 조용히 앉아서 놀이기구들이 움직이는 것을 구경만 하라고 한다면 재미가 있을까? 결코 아닐것이다. 당연히 놀이기구에 직접 몸을 싣고 놀이기구와 함께 움직이며 중력을 거스르며 원심력과 관성을 몸소 느낄 때, 비로소 놀이동산의 진정한 기쁨을 맛볼 수 있다.놀이동산이 이용객들의 즐거움을 위해 만들어 진 것처럼, 우주만물 또한 인간을 위해 창조된 것이다. 갈릴레이가 실험적으로 증명한 지동설에 따라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가 자전을 하고 공전을 한다고 해서 태초의 창조의 목적이 뒤바뀌지 않는다. 여전히 창조의 중심은 변함없이 인간이다. 움직이는 지구는 다만, 우리가 타고 있는 놀이기구 일 뿐이다.

2014-03-05

놀면서 성공하기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대한민국 피겨 스케이팅의 역사에 김연아가 있다면 골프 역사의 첫 페이지는 단연 박세리의 이름이 거론된다. 24시간 365일 골프에만 둘러싸여 살아온 골프여왕 박세리가 자신을 계속 몰아붙이는 아버지에게 던진 말 한마디가 있다. “골프에 지쳤다. 이제 골프에서 잠시 빠져 나오고 싶다. 나는 골프가 아닌 다른 일상을 즐기는 게 필요하다” 박세리의 이 말은 작금의 대한민국의 총체적 난국을 요약해주는 한마디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진짜 해결 해야 할 문제는 이념문제, 경제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된 여가 문화의 상실이 바로 대한민국이 지닌 불치병이다. 기껏해야 폭탄주, 룸살롱, 노래방과 같은 음침한 유흥 문화를 빼면 다른 대안을 상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한 경쟁과 지식 기반의 사회가 요구하는 창조력과 창의성은 재미가 겸비된 여가문화에서만 창출될 수 있다. 즉, 잘 노는 사람이 창의적이고 성공할 수 있다. 어두침침한 곳에 숨어 죄의식을 느끼며 즐기는 빗나간 놀음이 아닌, 밝고 개방된 환경에서 다양한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문화 인프라를 가진 사회가 진짜 풍성한 창조력과 경쟁력을 지닌 건강한 사회다.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낸 유대인의 노동 철학은 `열심히 일해라`가 아니다. 그들은 `우선 잘 쉬어라`를 강조한다. 일주일에 하루는 꼭 쉬어야 하는 안식일과 6년을 일하고 1년을 쉬는 안식년은 물론 7년씩 7번 일한 후 50년째는 법과 제도는 물론 자연까지 쉬어야 하는 `희년` 등의 휴식 철학은 세계 어느 곳에 흩어져 살든 유대인의 삶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이 있었다면 이젠 `나는 놈` 위에 `노는 놈`이 경쟁력을 지니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놀면서 성공한 사람들의 특성을 보면 매우 현실 중심적이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는다. 현재를 가장 즐겁게 보내는 방법에 집중한다. 현재를 의미있고 창조적으로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사람이 미래를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다는 진리를 알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문제 해결 능력 또한 강하다. 어려움이 생겼을 때 도망가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려움과 역경을 즐기며 놀이로 승화시킨다. 이러한 긍정적 마인드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회로 삼는다. 그들은 사생활을 즐긴다. 남들과 함께 하는 공적 시간 보다는 혼자 있는 사적인 시간에 종종 더 편안함을 느끼며 자신의 창조력을 자극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한다. 그들은, 사회적 압력에 굴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사회에 순응하며 살아가지 않는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사회가 바라보지 못하는, 사회가 주지 못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기존 사회의 통념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놀이 문화를 추구한다. 그들은 유머를 즐긴다. 심지어 자신을 희화화하며, 자기 자신을 조롱하는 듯한 유머를 즐겨 사용한다. 그러나 절대 남을 비웃거나 모욕하는 유머는 삼가 한다. 유머는 자신의 놀이와 즐거움을 위한 것이지 절대 다른 사람과의 경쟁과 스트레스 유발을 위함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놀이로 성공한 그들은 자연스러움과 간결함을 좋아한다. 그들에게 인위적으로 꾸미는 것은 놀이가 아니다.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들은 풍부한 감성의 소유자이다. 주위의 사물을, 지극히 평범한 것일지라도, 최상의 놀라움과 감탄으로 바라볼 수 있다. 사소한 것에 기뻐하고 작은 것에 놀라며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조건들에 감사할 수 있기에 그들에게 스트레스란 없다. 늘 고마워할 수 있기 때문에 늘 맘 편하게 놀 수 있고, 즐겁다. 그들은 초월적인 것을 경험하려 한다. 학문, 종교, 철학, 스포츠 등 자신이 호기심이 이끄는 대상의 정점에 다다르기를 좋아한다. 최고조에 달했을 때 초월적인 기쁨과 자유를 즐거움과 놀이로 승화시킨다. 성공하고 싶은가? 그러면 지금 당장 즐겁게 놀아보자!

2014-02-26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일(work)이란 자신의 욕구충족을 위한 수단일 뿐 아니라 자아실현의 통로가 되므로 극심한 스트레스 없이 즐거운 환경에서 건강하게 일 할 수 있다는 것은 복(福)이다. 스트레스(stress)라는 용어는 신문지면이나 언론매체에서 매우 빈번하게 볼 수 있다. 스트레스는 30~40대 직장인 과로사의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다. 스트레스란 원래 물리학에서 사용되던 용어로서 `물체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힘`을 의미한다. 이것이 의학에 적용되었을 때는 개체에 부담을 주는 `육체적 정신적 자극`이라 할 수 있겠다. 좀 더 세밀히 나누자면 신체에 주어지는 자극을 `스트레서(스트레스 인자)`라고 하며, 자극에 대한 신체의 반응을 `스트레스`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서와 스트레스 모두를 합쳐 `스트레스`라고 부른다. 심리학자들이 스트레스 정도를 비교 분석한 자료에 보면, 배우자의 죽음으로 인해 유발되는 스트레스를 100으로 두었을 때 별거는 65, 결혼 50, 임신 40, 친구의 죽음 37, 자녀의 독립 29, 입학과 졸업 26, 전학 20, 수면 습관변화 16, 방학 18 으로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이와같이 다양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개인은 신체병리적 또는 정신병리적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스트레스에 대하여 적절한 대처나 관리를 하지 못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특정한 형태의 질병에 걸리기 쉽다.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되는 신체적 증상으로는 혈압증가, 호흡곤란, 근육긴장, 위장장애 등이 있으며, 만성적 스트레스가 암(Cancer) 유발과도 관련될 수도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심리적 증상으로는 분노, 혈압, 우울, 집중력의 저하, 의사결정의 곤란, 신경증 등이 있다.특히 스포츠 선수들의 경우 이러한 스트레스에 의한 심리적-생리학적 관계에 큰 영향을 받는다. 높은 수준의 흥분과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감은 근육 긴장을 높이는데, 스포츠에 있어서의 성공 여부는 근육의 상호작용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과도한 심리적 불안감은 선수의 경기 기량을 저해하고 신경과 근육 세포 상호작용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일 수밖에 없다. 선수들에게 홈 경기가 유리한 이유는 바로 홈 관중들의 응원과 격려가 선수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이로 인해 근육 활성이 더 높아져 신바람 나는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1000·1500·5000m 계주)을 차지한 `쇼트트랙 천재` 안현수 선수는 한국빙상 연맹의 파벌 싸움과 소속팀 해체 등 각종 악재에 휘말려 심리적, 육체적 스트레스로 힘든 시기를 겪다가 결국 지난 2011년 11월 러시아로 귀화했다. 그의 러시아 이름은 `빅토르 안`. 빅토르 안 선수는 태극기가 아닌 러시아 국기를 가슴에 달고 러시아 소치에서 개최된 2014 동계올림픽에 당당히 참가했다. 심지어 쇼트트랙 남자 500m에서는 동메달을 수확해 자신의 새로운 조국 러시아에 올림픽 첫 쇼트트랙 메달을 안겼고, 1천m 결승에서는 1위를 차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빅토르 안은 자신이 러시아로 귀화한 이유를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더 좋은 환경을 찾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빅토르 안은 자신을 왕따 시키는 한국빙상 환경에 좌절하여 술과 마약에 빠지거나 자살을 택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 기자들을 통한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자신을 힘들게 하는 그 환경을 저주하거나 분쟁을 일으키지도 않았다. 자신이 받아야 할 포상 연금을 한꺼번에 일시불로 조용히 챙긴 후 한국빙상 환경을 미련없이 피했고, 새로운 환경 러시아에 잘 적응 후 결국 8년 만에 또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이 즐기고 싶어도 즐길 수 없을 때, 자신을 환영해 주고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환경으로 피한 빅토르 안. 그런 의미에서 빅토르 안은 매우 지혜로운 친구이며 천재다.

2014-02-19

교육부의 개인별 평가 제도 바뀌어야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여성 IQ, 100년만에 남성 앞질렀다(2012.07.27)`, `IQ 높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행복해(2012.09.27)`, `세계 최고 IQ 198 천재는 그리스인 의사… 한국인 이한경씨 7위(2012.10.25)`, `KBS 정지원 아나운서, IQ 156 멘사 회원…. 상위1%(2013.02.05)`위의 내용들은 모두 IQ와 관련된 언론 보도 헤드라인이다.IQ는 Intelligence Quotient의 약자이다. 1905년 프랑스의 심리학자 알프레드 비네(Alfred Binet)가 정상아와 지진아를 판별할 목적으로 고안한 것이 그 시초이며, 이후 `스탠퍼드-비네` 검사로 발전돼 일반인의 지능을 평가하는 IQ검사의 원형이 되었다. 예를들어 8세 아이가 6세 아이들과 비슷한 문제 해결을 보인다면, 8세를 신체연령, 6세를 정신연령이라고 부르고 여기에 100을 곱해 하나의 숫자로 지능을 표현하게 되는데 이것이 비율 IQ(6/8 x 100 = 75)이다. 그래서 지능지수가 100이면 보통에 해당한다는 이해가 여기서 출발한 것이다. 이후 정보가 축적되고 통계학이 발전하면서 각 개인(예, 6세 여성 아이)의 지능 검사 점수를 그 개인이 속하는 집단(예, 모든 6세 아이들)의 평균 점수로 나누고 100을 곱하는 `편차 IQ`가 현재 여러 종류의 지능 검사들에서 사용된다.의생명과학에는 IQ라는 개념이 없다. IQ를 결정하는 특별한 유전자도 물론 없다. IQ는 과학적 개념이 아니다. 교육학, 심리학 분야에서 사용되는 사회학적 개념이다. 하지만, 수학적 개념과 통계를 그 분석의 주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IQ는 마치 과학의 탈을 쓴 이데올로기가 된다. 그래서 인간의 능력을 평가하는 지수로 IQ를 언급할 때는 매우 주의해야한다.최근에는 IQ 이외에 EQ(Emotional Quotient=감성지수), SQ (Social Quotient=사회지수), MQ(Moral Quotient=도덕지수), CQ(Creative Quotient=창조력 지수), GQ(Global Quotient=세계화 지수)와 같은 다양한 6Q들이 개발되었다. 하지만, 다양하고 무한한 인간의 능력을 어찌 6Q에 한정지을 수 있겠는가? 언뜻 떠올려 보아도, 토론지수, 운동지수, 유머지수, 외국어지수, 요리지수, 분석지수, 순발력지수, 통찰력지수, 정리력지수, 속독지수, 자기PR지수, 컴퓨터 게임능력지수, 메모능력지수 등등 최소한 한 인간을 평가하는 데 20~30개 이상의 지수가 필요하지 않을까? 아니, 20~30개도 부족하다.우리나라 교육부는 지식 습득 능력만을 평가하는 천편일률(千篇一律)적 평가 제도를 전면 대폭 수정해 학생들을 다중적, 통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혁신적인 분석 지수들을 하루속히 개발해야 한다. 그리하여 현재 수능과 내신 성적만으로 지원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는 일괄식 시스템에서 벗어나 다양한 개인별 지수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여기서 나온 분석값을 바탕으로 학생에게 가장 적합한 최적의 대학교과 학과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학교 성적 이외의 다양한 개인별 지수를 입학생 선발 기준으로 대폭 개편한 대학들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장학금 지원과 재정 지원을 추진해 이러한 시스템이 확대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프랑스의 대입시험격인 바칼로레아 시험 경우, 의료인으로서 요구되는 사회 희생정신과 이타주의적 철학 지수가 부족한 학생은 아무리 수학, 과학, 외국어를 잘 해도 의과대학에 진학할 수가 없다고 한다. 시험 회수도 한정되어 있기에 몇 차례 시험에 떨어지면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의과대학 응시조차 할 수 없다. 적성과 철학은 고액 과외를 한다고 해서 쉽게 바꿀 수 없는 개인의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지수를 기준으로 진학한 대학에서 그 전공분야에 필요한 지식과 전문성을 더욱 함양하고, 졸업 후의 진로 선택 또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적합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신개념 `진학-취업 프로세스`로 바뀔 때, 우리 대한민국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건강한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2014-02-12

해를 품은 달과 6펜스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찰스 스트릭랜드. 마흔의 나이에 화가의 꿈을 이루겠다며 멀쩡한 직업과 처자식을 버리고 사라진다. 화가가 되기 위해 찾아간 파리에서 스트릭랜드는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채 삼류 호텔에서 굶다시피하며 처참하게 살게 된다. 이때 스트릭랜드의 남다른 재능을 발견하고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은 화가 더크 스트뢰브. 그러나 어처구니 없게도 스트릭랜드는 그의 은인 스트뢰브의 아내 블랑쉬와 불륜의 정을 통한 다음, 매정하게 그녀를 내쳐버린다. 그 충격으로 블랑쉬는 음독 자살을 하게 되고 스트릭랜드는 타히티섬으로 떠나버린다.타히티섬에서 아타란 여자를 만나 결혼하지만 스트릭랜드는 결국 나병에 걸려 고통 가운데 그림에 몰두하다 죽음을 맞는다.위 이야기는 윌리엄 서머셋 모옴의 소설`달과 6펜스(The Moon and Six Pence)`의 줄거리이다.이 소설이 말하는 `달`은 신비, 욕망, 영혼, 상상과 같은 이상주의를 의미하여 `6펜스`는 현실과 물질적인 것들을 상징한다. `달과 6펜스`를 비정상적인 예술 충동에 사로잡힌 인물에 관한 특이한 이야기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이 소설의 적지 않은 부분이 세속의 삶과 인간들에 관해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작가 서머셋 모옴은 스트릭랜드라는 비정상적인 주인공을 중심에 두고 그 주변에 있는 속물들 즉, 예술 철학은 없이 잘 팔리는 그림만을 그리는 화가 스트뢰브, 육체적 관능만을 추구하는 블랑쉬, 남편 스트릭랜드가 가정을 버리고 떠났을 때 저주를 퍼부었으나, 남편의 사후(死後) 천재 화가로 알려지자 그제서야 자신이 스트릭랜드의 부인임을 자랑하는 스트릭랜드의 첫 번째 아내와 같은 이중적 캐릭터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작가는 `달과 6펜스`를 통해 영국인들의 위선과 속물 근성을 비정하고 냉철하게 파헤쳤다.예술과 문학 그리고 대중문화까지 포함시켜서, 이들은 기성 질서에 대한 해학과 풍자를 창조 활동의 자양분으로 삼는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예술계는 좌익과 코드가 잘 맞을 수밖에 없다.SNS(Social Network Service)로 통칭되는 사이버 세상의 의사소통은 말초적이고 발랄하고 신나는, 매우 가볍고 즉흥적인 좌익의 놀이 공간이다. 팔로어를 수십만명씩 거느린 파워 트위터리안 대부분이 좌익 진영인 것도 그러한 이유다. 이들이 남기는 트위터 글들은 자극적이며 간단 명료하고 명확한 표현법을 쓰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심리는 피해 의식이 강하며 기득권 세력에 대한 조롱과 비판, 패배주의가 농후하다. 또한 흑백논리와 이분법적 혁명을 선동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이러한 면을 `성모 마리아-창녀 콤플렉스(Madonna-whore complex)`라고 불렀다. 세상과 사람을 성모 마리아가 아니면 창녀로 가르는 심리 상태이다. 유태인들의 얼굴만 힐끗 보고 `너는 왼쪽에, 너는 오른쪽에 서라`며 구분했던 나치 정권이 그랬고, `손이 희면 반동분자, 그렇지 않으면 인민`으로 나눴던 캄보디아의 폴 포트 정권이 그랬다. 그런데, 현대 첨단 사회에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과 좌익 스펙트럼에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노출되고 있다.하루의 절반은 햇빛이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달빛이 비친다. 해는 해의 역할이 있고 달은 달의 역할을 한다. 해와 달은 싸우지 않는다. 오히려 달이 해를 품었기에 달빛의 근원은 햇빛이 된다. 해가 관장하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은 낮에 일하면 되고, 달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은 밤을 이용하면 된다.그러나 최근 우리 한국 사회 좌·우익의 심각한 대립과 갈등을 보면서 깊은 우려와 함께 언제쯤이면 우리나라에도 해와 달이 사이좋게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해를 품은 달과 6펜스`의 시대가 올 수 있을지 고민 해 본다.

2014-02-05

추천장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1899년 서울 당주동에서 태어나 보성전문학교를 거쳐 일본 도요대학 철학과에서 아동문학과 아동심리학을 공부하였고 우리 말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고 아동문학 운동 단체인 색동회를 만들었으나 아쉽게도 33살 꽃다운 나이에 작고하신 소파 방정환 선생님의 작품들 가운데 `없는 이의 행복`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괜찮은 회사에서 믿을 만한 직원 한 명이 필요하여 모집 공고를 냈다. 이 소식을 듣고 여러 각지에서 10여명의 사람들이 각각 유명한 유력 인사들의 추천장을 한 장씩 가지고 왔다. 추천장마다 `이 사람은 공부도 잘해서 우등으로 졸업했고 품행이 얌전해서 문제 없이 일을 잘 볼 사람인 것을 제가 보증하오니 꼭 뽑아주기를 바랍니다`는 강력한 추천의 글들이 씌어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 회사의 인사 담당자는 유명 인사의 추천장을 가지고 온 사람들은 모조리 돌려보내고 추천장 한 장 없이 빈 손으로 온 사람을 직원으로 뽑았다. 옆에 있던 이가 그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아니, 어찌하여 훌륭한 명사가 보증하는 사람을 안 뽑고 보증도 추천장 한 장도 없는 근본 모를 사람을 직원으로 뽑았소?”하고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인사 담당자가 대답하길, “이 청년이 근본이 없고 추천장도 없다는 생각은 잘못 판단하신 겁니다. 이 청년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제일 훌륭한 추천장을 지니고 왔습니다. 첫째, 이 청년은 문에 들어서기 전에 구두의 흙을 털고 들어왔고, 들어와서는 돌아서서 문을 조용히 꼭 닫았으니 그것은 그가 주의성이 많고 차근차근한 성품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대기실에 들어와서 면접 순서를 기다릴 때에 마침 몸이 불편한 장애인 지원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즉시 자신이 앉았던 자리를 내주었으니, 그의 마음씨가 착하고 친절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또한 자신에게 질문이 주어졌을 때 모자를 벗고 대답을 했으니 그것은 예절이 바르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제가 미리 방바닥에 책을 한 권 떨어뜨려 뒀는데 이 청년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책을 보자마자 얼른 집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으며 이 청년의 옷을 보니 먼지가 묻지 아니하고 손톱이 길지 아니하니 그가 매우 정결한 사람이란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그리고 면접을 마치고 모두 나갈 때 복잡한 데 섞여 앞사람을 밀거나 하지 않고 뒤에 물러섰다가 천천히 나갔으니 그것은 그가 항상 덜렁대지 않고 침착하고 여유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추천장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 청년은 다른 유명인사의 몇 백장의 추천장 보다 더 나은 추천장을 자기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그를 뽑지 않고 누구를 뽑겠습니까?”라고 했다. 지난 27일 삼성그룹이 발표한 신입사원 채용에 적용할 대학총장 추천제 인원 배정을 두고 전국이 시끄럽다. 대학 총장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사람은 서류전형 없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한다. 이번에 삼성그룹으로부터 많은 추천권을 받은 대학들은 좋은 내색을 겉으로 하고 있지 않은 반면, 상대적으로 작은 수의 추천권을 받았거나 전혀 거론되지 못한 대학들의 반발은 매우 거세다. 이에 대한 삼성그룹의 해명은 이렇다. 이런 반발은 `대학총장의 추천제=곧 삼성 입사`라는 공식으로 잘못 인식하면서 일어난 오해란 것이다. 총장 추천제를 도입한 것은 서류전형만으로는 뽑을 수 없는 지역의 숨은 인재를 찾기 위한 삼성그룹의 노력의 일환이란 것이다. 이른바 스펙보다는 희생정신, 리더십 등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것이 이번 채용제도의 목적이라고 한다.자본주의 자유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공기업이 아닌, 한 사기업의 채용방식을 두고 온 나라가 시끄러운 것은 매우 잘못된 현상이다. 이는 삼성그룹의 전적인 자유이다. 삼성그룹 밖에 있는 사람들이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이러한 비판적 국민정서를 앞으로 잘 살필 필요도 있다. 우리 국민들에겐 사돈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하는 묘한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2014-01-29

리더인가? 보스인가?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유명 중견기업의 H회장이 한 특별 초청 강연회에서 “우리나라 산업의 노동 생산성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도 못 미친다”며 “이는 근로자 문제가 아닌 리더십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산업을 이끈 사람은 대부분 보스형 CEO 였지만, 혁신과 창조 경제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문제 해결 방식을 정확하게 이끌어내는 리더형 CEO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누가 리더이고, 누가 보스일까? 구창환 인맥경영연구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리더와 보스를 이렇게 구분했다. 리더는 아랫사람들과 직원들에게 신념을 주고, 보스는 공포심을 준다. 리더는 주변에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하고, 보스는 대부분을 감춘다. 리더는 잘못을 고쳐주고, 보스는 잘못을 강조한다. 리더는 사람들 눈에 보이는 공개적인 곳에서 일하고, 보스는 보이지 않는 데서 일한다. 리더는 사람들 앞에 앞장서고, 보스는 자신이 아는 다른 사람들을 앞세운다. 리더는 부하들을 칭찬하고 추켜세우고, 보스는 부하들을 비난한다. 리더는 아는 길도 물어 가고, 보스는 모르는 길도 묻지 않는다. 리더는 `모두`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 하고, 보스는 자기 눈으로 만 세상을 본다. 리더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권위를 가지나, 보스는 자기 약점을 숨긴다. 리더는 의견이 다른 이의 다름은 인정하고 그 사람과 가까이 하나, 보스는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틀렸다고 비방하고 그를 미워하고 멀리 한다. 리더는 `노`라는 말을 듣는 두 개의 귀를 가지나, 보스는 `예스`라는 말만 듣는 귀 하나뿐이다. 리더는 권위를 쌓고, 보스는 권력을 쌓는다. 리더는 무엇이 잘못돼 있는 지를 지적하나, 보스는 누가 잘못인지를 지적한다. 리더는 자기 말에 책임을 지나, 보스는 때로 자기가 내뱉은 말까지 부정한다. 리더는 융통성과 타협이라는 것을 알고, 보스는 타협을 모른다. 리더는 늘 `우리`라고 말하고, 보스는 늘 `나`라고 말한다. 리더는 `가자`라고 말하고, 보스는 `가라`라고 말한다. 리더는 신바람을 나게 하고, 보스는 원망을 낳게 한다. 리더는 사람을 바른길로 인도하고, 보스는 사람을 부려 먹으려 한다. 리더는 추종자와 지지자를 만들고, 보스는 아첨하는 부하를 만든다. 리더는 짐을 덜어주려 애쓰고, 보스는 짐을 억지로 지우려 한다. 구창환 소장의 탁월한 비교 분석이 아닐 수 없다.앞서 H회장이 지적한 보스형 CEO는 목표를 강조하지만, 목표 성취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하며, 혁신적인 연구개발(RD) 아이디어를 창조하지 못해 성장의 효율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다. 이러한 고전적 산업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GDP 4만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리더형 CEO가 국가 산업을 이끄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보스형 CEO가 아닌 리더형 CEO로 바뀔 수 있을까? 리더형 CEO가 되려면 반드시 트렌드를 읽는(Reader) 능력을 가져야 한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워린 버핏, 손정의처럼 세계를 움직였던, 그리고 지금도 세계 트렌드를 좌지우지(左之右之)하고 있는 이들의 공통점은 다독(多讀)가라는 점이다. `독서경영`이란 말에서 보듯,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여가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지침서가 된다. 세계 최고의 투자자 워린 버핏에게 투자 성공의 비결을 물어보라, 그는 늘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으라”고 대답을 한다. 실제로 어느 기업의 CEO가 책을 읽고 그 책의 내용에 대하여 임원회의 때 마다 언급하고 경영 회의에 적용을 한다고 가정해보라. 어느 임원이 독서를 게을리 할 수 있겠는가? 임원이 책을 읽으면, 직원들은 당연히 책을 사보게 된다. 리더의 리딩(reading)은 그 자체로 기업과 조직에 엄청난 변화를 주는 것이다. 지금 당장,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달려가자!

2014-01-22

뱀은 왜 여자에게 선악과를 주었나?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연인(戀人)간 주고받은 대화에 관한 이른바 `연애능력고사`가 요즘 인터넷에서 인기다. 한 사례를 들어보면 `문제` 다음 중 여자가 돌려서 말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① 자기야, 오늘은 집에 안 데려다 줘도 돼 ② 그래? 피곤하면 그럼, 집에서 쉬어…. ③ 와, 오빠, 이집 피자 정말 맛있다. ④ 오빠, 이 목걸이 정말 이쁘다, 그치? ⑤ 아니야…. 나 화 안났어….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남성 독자들은 위 문제의 정답을 찾았는가? 남녀 화법에 있어서 큰 차이점은 직접성과 간접성에 있다. 여자는 대화할 때 직설적으로 하는 경우가 드물다. 여자는 은유법을 사용한다. 여자는 어릴 때 부터 대화할 때 빙빙 돌려 말하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항상 대화 가운데 상대방 속내를 파악하려고 한다. 그러나 남자들은 대부분 직설적으로 대화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결코 내포된 뜻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게 때문에 남자가 여자의 진심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성경 창세기에 에덴(Eden)동산 `선악과(善惡果)`이야기에 보면 신(神)이 남자를 창조한 후 에덴동산에 있는 모든 과일을 자유롭게 따 먹도록 허락했으나 유독 `선악과` 열매만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 열매를 먹으면 `반드시 죽는다` 라고 분명하게 경고했다. 신께서 남자에게 그런식으로 명령한 이유는 사장과 직원, 스승과 제자,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처럼 창조주인 신과 피조물인 인간을 명확히 구별 설정하기 위함이었다. 신의 명령에 대하여 남자는 한치의 궁금증과 의심도 품지 않고 아주 단순하게 신의 명령을 지켰다. 신의 명령에 함축된 속내를 파악한다? 남자에게 그러한 첨단 능력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결코.남자는 자신보다 나중에 창조된 아주 예쁘고 사랑스러운 자기 아내에게 신의 명령을 직설적으로 전했다. 하지만 신으로부터 직접 듣지 않고 자기 남편으로부터 신의 명령을 전해들은 여자는 여성 특유의 능력(?)을 총동원하여 남편의 속내를 파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생각이 많아진다.“우리에게 모든 자유를 허락하신 신께서 유독 왜 저 `선악과`의 열매만 먹지 못하게 한 것일까? 내가 보니, 저 열매, 참 이쁘다. 저렇게 이쁘고 탐스런 열매를 정말 우리에게 먹지 못하게 하신 것이 사실일까? 에이... 아닐거야, 이 남자가 무슨 꿍꿍이 속이 있는 것이다? 만일 저 열매를 먹으면 진정 우리가 죽는 것일까? 나 몰래, 자기만 먹는 것 아니야? 만일 나 몰래 혼자 먹는다면, 뭐야…. 죽지 않고 살아 있잖아? 그런데 저 예쁜 열매를 만지는 것도 안될까? 아, 만져보고 싶다” 여자의 이런 주관적이고 기가 막힌 상상력과 의심은, 뇌 구조가 단순한 남자로선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능력이다.악마 사탄(Satan)은 여자를 어떻게 공략하면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간교한 뱀의 모양으로 여자에게 접근한 사탄이 여자에게 교묘한 질문을 던졌다. “신께서 에덴동산에 있는 모든 열매를 `몽땅 다` 먹지 말라고 명령했나?” 당시, 자기 남편을 향한 깊은 의심속에 헤매고 있던 여자는 자신의 속내를 간파한 갑작스런 뱀의 일격에 당황하여 “아니다, 모든 열매가 아니라 `선악과` 열매 하나만 먹지 말라 하셨다고 들었고 음…. 또…. 만지지도 말고 혹시 먹으면 죽을지도 모른다 라고 들었다”라며 극히 주관적이며 엉뚱한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 사건의 결론은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뱀의 속임수에 속아 넘어간 여자가 금단(禁斷)의 열매를 따먹고, 자기 남편에게도 열매를 줘서 먹게 한다. 아내로부터 선악과를 받은 남자는 아내가 건네는 열매에 대하여 아무런 의심 없이 그냥 단순하게 받아먹었다. 이때, 남자가 단 몇 초라도 고민과 의심을 했었더라면 좋았으련만 남자는 그것이 안되니 어찌하겠나? 혹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성 독자들, 제발 필자가 이 글을 쓴 속내를 알려고 하지 마시길. 한 남자의 단순한 생각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뿐.

2014-01-15

행복 비법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2014년이 밝은 뒤 벌써 1주일이 지났다. 새해를 맞아 지인들끼리 서로 주고받는 덕담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사말이 복(福)을 많이 받으라는 말이다. 복 받으라는 말처럼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 말이 없는 듯 하다.서양에서 이야기 하는 복은 대부분 성경 말씀에 근간을 하고 있다. 성경에 보면 예수그리스도께서 여러 가지 복에 관하여 말씀하셨다. 마음이 겸손하고 낮은 사람은 천국시민이 될 수 있는 복을 받고, 진심으로 불의와 아픔에 애통하는 사람은 하늘로부터 임하는 위로의 복을 받을 것이며, 마음이 온유한 사람은 땅을 선물로 받을 것이며, 정의를 간구하는 사람은 풍요롭게 되는 복을 받으며, 형편이 불쌍한 사람을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은 똑같이 하나님으로부터 긍휼의 복을 받으며, 마음가짐이 깨끗한 사람은 하나님을 볼 수 있으며, 자신이 속한 곳을 평화롭게 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아들이란 호칭을 받을 것이며, 옳은 일 때문에 핍박을 받은 사람은 천국을 선물로 받을 것이라고 하셨다.동양에서 이야기하는 복이라 하면 고전적으로 5가지의 복을 든다. 가장 먼저, 수(壽)의 복으로 장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부(富)의 복으로 물질적으로 넉넉하게 사는 것이다. 셋째, 강령(康寧)의 복으로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것이며 다음은, 유호덕(攸好德)의 복으로 도덕 지키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종명(考終命)의 복으로 하늘이 정한 명대로 살다가 병으로 크게 오랫동안 고생하지 않고, 편히 건강하게 죽는 것이다.복을 받는 삶이란 행복한 삶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얼마전 자신의 행복 추구를 위해 안정된 대학 교수직을 박차고 나온 스타 강사 김정운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첫째, 스스로에게 꾸준히 “나는 젊고 건강하다”라는 자기 최면을 통해서 늙어 보이지 않도록 해야한다. 몸과 마음이 무너지면 인상조차 나이 들어 보이게 된다. 심리학적으로 본인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하는 만큼 일찍 죽는다고 한다. 왜 나이보다 늙어 보이는 것일까? 자신의 삶이 재미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필자도 매일 매일 어떻게든 새롭고 재미있고 즐거운 생각만 하려고 애쓴다. 둘째, 자신의 삶을 매일 매일 설레이게 하라. 행복한 삶을 거창하게 생각해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게 분명해야 설레는 삶을 살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지난 한 주간 내 일상에서 가장 기분 좋았던 순간을 다시금 되짚어 보면 된다. 나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일들을 기억해내면 된다. 또한 그런 설레는 일들을 끊임없이 계획하며 살면 된다. 셋째, 열등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열등감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열등감에 빠지면 웬만해선 헤어나기 힘들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고 괴로워하고 또다시 비교하고 또다시 괴로워하는 악순환의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약점을 고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찾아 더욱 키워 나가는 포지티브 싱킹(Positive Thinking)이 훨씬 효과적이다. 누구에게나 약점이 있는 것처럼 반드시 장점이 있다. 이 장점을 극대화 시키면 열등감은 저절로 개선된다는 것이다. 넷째, `나 자신`과 싸우지 말라!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자기 자신과의 투쟁이 하나의 자기 계발 트렌드가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자신의 불행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아 정당화하려 했지만, 바깥의 적은 그리 만만치 않다. 그렇다 보니, 스스로를 비난하며 자신을 적으로 만드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나 자신은 싸워 이겨야 할 적이 아니라 조곤조곤 이야기하며 설득해야 할 아주 여린 착한 친구다. 내가 나를 먼저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이 어찌 나를 챙기겠는가? 아무쪼록 2014년에는 모두가 행복하고 기쁨이 충만한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정말, 꼭, 그랬으면 좋겠다.

2014-01-08

달란트(Talent)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지난달 28일 밤 10시쯤 부평 철도 경찰센터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노숙자가 들어와서 “저…. 19억 원이 든 지갑을 잃어버렸어요.”라며 지갑분실 신고를 했다. 행색이 허름한 노숙자가 19억원을 지갑에 넣고 다녔다는 주장, 그리고 그렇게 많은 금액이 지갑 안에 들어간다는 사실 모두를 믿을 수 없었던 경찰은 노숙자를 계속 추궁했다. 하지만 조사결과 노숙자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었다. 이에 경찰은 은행의 협조를 받아 당장 1억원짜리 수표 19장을 모두 지급정지시켰다.이어진 노숙자의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19억원을 분실했다는 노숙자는 바로, 과거 신문에 보도된 바 있는 `50억원 재벌 노숙자`였던 것이다. 충남 논산 출신의 이 노숙자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토지 보상금 50억 원 정도를 은행에 넣어둔 채 이자로만 매월 1천만원이 넘는 돈을 받으며 노숙을 해온 속칭 `재벌 노숙자`였던 것이다. 그는 결혼도 하지 않고, 집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시절 부모로부터 이보다 많은 거액의 재산을 물려받고 한때 사업을 하기도 했지만 매번 실패했다고 한다. 그래서 변변한 직업 없이 지내다 2010년 초부터 노숙하기 시작해 인천, 서울, 천안 등을 전전하고 있다. 그가 노숙을 하는 이유는 호텔이나 모텔 등에서 잠을 자면 감옥 생활 같고 답답하지만 노숙을 한 번 해보니 심신이 모두 자유롭고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노숙자 생활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성경에 보면 달란트(Talent)의 비유가 나온다. 먼 길을 떠나는 주인이 자신의 종들에게 각각 5달란트, 2달란트, 1달란트를 맡기고 떠났다. 1달란트는 6천데나리온 정도이다. 당시 1데나리온은 일꾼의 하루 품삯이었는데, 오늘날의 하루 일당을 5만원이라고 친다면 주인으로부터 1달란트를 받은 종은 약 3억원, 5달란트를 받은 종은 15억원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을 맡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앞에 언급한 노숙자는 부모로부터 20달란트가 넘는 엄청난 재물을 물려받은 것과 같다.신(神)께서는 우리들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합당한 달란트를 맡기셨다. 각자의 능력과 역량에 따라 다른 내용의 달란트를 맡기셨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달란트를 부러워하지 말고, 또한 자신이 받은 달란트에 대한 우월감도 그리고 열등감도 가지지 말아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묵묵히 성실히 감당하는 삶이 책임있는 삶이다. 책임은 영어로 Responsibility이다. Responsibility란 단어는 Response란 단어와 Ability란 단어의 합성어이다. Response는 어떤 자극에 `반응한다`는 뜻이고, Ability는 `능력`이란 뜻이다. 그래서 두 단어를 합하면 `반응하는 능력`이란 뜻이 된다.대학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다보면, 가장 힘이 나고 행복할 때가 바로 제자들이 수업시간에 나의 강의와 질문에 대하여 생동감 넘치게 반응할 때이다. 앞자리에 앉아서 지난 시간에 강의한 내용을 잊지 않고, 질문 하나하나에 열심히 반응하고 대답하는 학생들의 responsibility를 접하게 되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하나라도 더 가르쳐 줘야 겠다는 뜨거운 열정이 끓어오른다. 전공 과목 수강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를 견지하는 학생들이야말로, 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지식(Knowledge)의 달란트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존재들이다.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유권자들에게 서로 자신에게 표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투표란 민주주의 정치제도가 지닌 최고의 달란트이다. 상식에 어긋난 장외투쟁, 촛불선동, 삭발, 거짓 언론플레이를 앞세우는 후보와 정당은 결코 국민들로부터 달란트를 받지 못할 것이다. 정치적 품격과 책임있는 신뢰를 보이는 후보와 정당이야말로 국민들로부터 5달란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013-12-18

답답한 카카오톡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강의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학생들의 스마트폰을 통해 들리는 소리가 있다. “카톡~카톡~”, “카톡와숑~”. 이른바 카카오톡이란 스마트폰 SNS(Social Network Service) 모바일 메신저가 만들어 내는 메시지 도착 알림 소리이다. 카카오톡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SNS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은 판매자 그룹과 소비자 그룹을 매개하여 IT 상거래를 촉진하고 그러한 상거래를 통해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올릴 뿐만 아니라 광고와 어플리케이션 이용료 등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물론, 전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소셜 플랫폼은 페이스북(www.facebook.com)이다. 페이스북은 2007년부터 거의 독보적인 소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그것을 기반으로 전세계 1위 SNS가 됐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놓쳤던 부분이 있다. 바로 모바일 시장 선점 전략의 부재였다. 치밀한 모바일 시장 진입의 실수로 말미암아 페이스북은 모바일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고 그로 인해 여러 경쟁업체들이 도전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대한민국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은 거의 카카오톡이 독점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고 뉴스를 생산하며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모바일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뚫고 문화와 트렌드를 창조해 가고 있다. 카카오톡은 서비스를 시작(2010년 3월19일)한 지 3년9개월된 신생 기업이지만 성장 속도는 눈부시게 빠르다.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1천만명, 2년 만에 4천2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 7월 기준으로 국내 가입자수가 3천500만여명에 이르고, 전세계 가입자도 1억명을 돌파했다. 카카오톡의 성장은 가히 혁명적이다.이러한 폭발성 때문에 카카오톡은 늘 트래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한 태풍이 수증기를 빨아올려 세력을 키우 듯 카카오톡은 가입자 수를 늘리면서 모바일 시장에서의 권력 또한 막강해 지고 있다. 인터넷과 통신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어버렸다. 카카오톡은 무료문자, 무료통화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KT와 SK, LG와 같은 통신사들이 독점해 온 통신시장의 철옹성에 구멍을 내 버렸다. 카카오톡의 바이러스와 같은 침투력 때문에 결국 통신사들은 앞으로 데이터 사용료 중심으로 수익구조를 짜야만 생존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톡은 진정 모바일 생태계의 구심점이다. 때문에 게임업체, 소셜커머스업체, 전자결제업체 등이 카카오톡이라는 자석에 착 달라붙어 눈치를 봐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대한민국이 IT 모바일 강국이라면, 카카오톡은 그러한 모바일 세계의 막강 권력을 소유한 대통령이다. 견제세력도 없다.이틀전인 9일 오전 8시 30분쯤부터 약 두 시간 동안 카카오톡 수·발신이 안 되는 상태가 지속돼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접속 장애는 모바일과 PC 버전에서 모두 나타났다. 카카오톡 뿐만 아니라 카카오게임·카카오스토리 등 관련 서비스도 접속 장애를 겪었다. 카카오톡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갑자기 메시지 전송이 안 되는 등의 장애가 발생했다. 이를두고 최근 카카오톡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데 비해 서버 등 설비 확충이 뒷받침되지 못해 장애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톡 측으로부터 고객들을 향한 명확한 해명과 해결책 제시는 없었다.이젠 언론과 정치권에서 카카오톡의 어두운 그림자를 세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카카오톡의 폐쇄성과 과도한 독점의 심화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이 너무 많다. 현재도 카카오톡은 외부에 간단한 링크 API 정도만 공개하고 있을 뿐이며, 공지된 고객센터에 아무리 전화를 해 보아도 전화 응대란 없다. 형식적으로 구색만 갖춰두었기 때문이다. 현재 사업 규모에 걸맞는 설비 확충과 A/S 센터도 하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카카오톡을 정부는 언제까지 방치해 둘 것인가?

2013-12-11

지하경제? 글쎄…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꽤 유명한 유머다. 술 좋아하고 도박 좋아하고 여자까지 좋아하는 한 사람이 갑자기 죽었다. 막상 죽고 나니 허랑방탕했던 자신의 지난날의 삶 때문에 한편 걱정이 됐다.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자신은 지옥에 갈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 도착하니 정말 베드로 사도가 문 앞에 딱 버티고 서서는 “당신, 천국에 가겠습니까? 지옥에 가겠습니까?”라고 묻는 것이었다. “아이구나, 이렇게 고마울 데가? 어떻게 이런 걸 나에게 물어본다는 말이요? 그러면 베드로 사도 양반, 인심 쓰시는 김에 한 번 더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먼저 천국과 지옥을 구경 좀 하게 해주세요. 그런 뒤에 내가 천국에 갈 지, 지옥에 갈 지 결정하겠습니다” 그러자 베드로 사도는 흔쾌히 “그럽시다!”라며 그를 천국으로 안내했다. 천국에 가보니, 눈부시게 빛나는 흰 옷을 입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수천 수만의 천사들과 함께 모여 하나님을 소리 높여 찬양하고 영광을 돌리고 있었다. 그가 뒤에서 한참 동안 앉아서 천국 상황을 구경을 하고 있으니 그의 입장에는 천국이 정말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졌다. 그는 천국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천국 구경을 마친 그는 이번에 지옥으로 가 보았다. 지옥에는 엄청난 크기의 카지노와 술집에 섹시한 옷을 입은 여자들이 음란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지옥이 그의 맘에 쏙 들었다. 이런 곳이 지옥이라면 그는 두 번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베드로 사도 앞에 헐레벌떡 뛰어 가서 자신이 결정한 바를 말했다. “저는 아무래도 지옥 체질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지옥으로 가겠습니다”라고 이야기 했다. 그랬더니 베드로 사도는 “정말입니까? 후회 안 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큰 소리로 “절대 후회 안 합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지옥으로 갔다. 그런데 이번에 그가 도착한 지옥은 좀 전에 와 보았던 지옥의 모습과 달리 술집도 카지노도 섹시한 여자도 없었다. 오히려 흑암의 탄광 깊숙이 있는 뜨거운 용광로 속에서 들어가라고 하는 것이다. 그는 베드로 사도에게 원망의 소리로 따졌다. “이거, 뭔가 잘못된 것 아닙니까? 좀 전에 왔던 지옥은 여기가 아니던데요. 술집에, 카지노에, 예쁜 아가씨들까지…” 그러자 베드로 사도가 대답을 했다. “아, 그때에는 관광비자로 온 것이고, 이번에는 영주권으로 온 것입니다!”갑자기 웬 천국과 지옥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최근 박근혜 정부가 천국과 같은 복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옥의 어둠의 세계와 같은 지하경제를 반드시 양성화해 복지 재원 마련을 하겠다며 야심찬 발표를 했다. 지하경제란 국세청에 정확하게 보고되지 않는 숨은 경제를 말한다. 정부의 발표처럼 지하경제 양성화에 순조롭게 성공 한다면 세금을 더 거둘 수 있고 복지 재원 마련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그런데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는 이렇게 좋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왜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던 것일까? 경제문제가 생각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며, 복잡다단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지하경제는 비과세, 탈세와 절세를 모두 포함한다. 매춘, 마약 거래 등은 불법적인 활동으로 세금과는 무관하다. 또한 합법적인 경제활동임에도 세무서에 포착되지 않는 탈세 행위가 있고, 합법적인 경제활동이면서 세무서와는 무관한 경제 활동도 있다. 이들 지하경제를 모두 양성화할 수도 없고, 모두가 세금을 거둘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 조세부담이 높아진다고 느끼게 되면 국민들도 절세나 탈세에 나선다. 오히려 지하경제가 더 성장한다. 뒷통수만 맞는 대북정책이 아닌, 조세정책이야말로 반드시 햇볕정책이 필요한 분야이다.즉, 국민들이 체감하기에 부담이 적은 저율의 넓고 다양한 세원을 찾아 개발해야 한다. 시장 경제가 발달하고, 계약이 자유로우며 법치가 안정된 투명한 사회에서는 지하경제가 스스로 줄어든다. 규제할 것이 아니라 양지 바른 햇볕의 따스함을 국민들에게 자꾸 느끼게 할 때 천국과 같은 복지 사회는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2013-12-04

고슴도치 딜레마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거리(distance, 距離)란 일반적으로 두 점을 연결한 선분의 길이를 말한다. 거리를 표시할 때 사용하는 단위로는 밀리미터(mm), 센티미터(cm), 미터(m), 킬로미터(km), 인치(in), 피트(ft), 야드(yd), 마일(mile) 등이 있다.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원자의 세계로 들여다 보면 10-10m 인 옹스트롬(Å), 10-9m인 나노(nano)미터 또한 거리의 단위로 사용된다. 거리는 단순히 특정 두 물체간의 물리적 간격을 이야기 하는데 그치는 단어가 아니다. 예술과 심리학에서도 일정한 거리 유지는 큰 의미를 지니는데 이를 두고 미술에서는 `미적 거리`, 그리고 인문학에서는 `심리적 거리`라고 한다. 어떠한 예술 작품을 인식함에 있어서 자기가 바라보는 예술 작품에 대하여 격정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에 사로잡히면 합리적이고 종합적이며 개별적인 특징에 대한 집중된 인식에 도달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예술가가 대상을 인식하고 창작하는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예술 작품을 바라보며 향유하는 사람 또한 미적 거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예술 작품과의 적당한 거리 유지는 풍요로운 미적 경험을 위한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인문학에서도 마찬가지로 더 나은 문학에서의 미적 쾌감을 경험하기 위해 문학 작품과의 적절히 조정된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가 필요하다. 대상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지나치게 사적으로 흐르기 쉽고 대상과의 거리가 너무 멀게 되면 작품 이해의 정도가 관념적으로 치우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미적, 심리적 거리 조정에 실패하게 된다면 작품에 내재된 미의식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기화 하는데 실패하게 된다. 따라서 서술자 혹은 화자와 작가 사이, 서술자와 작중 인물 사이, 서술자와 독자 사이, 작가와 독자 사이 등에서 작품의 미적 완성도에 기여하는 거리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쇼펜하우어가 63세에 쓴 인생론집 `여록과 보유`에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들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달라붙어 한 덩어리가 되려고 했지만, 그들은 곧 그들의 가시가 서로 찌르는 것 때문에 아파서 결국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흩어지면 매서운 추위에 견딜 수 없어 다시 모여든다. 그러자 또 가시가 서로를 찔러 그들은 다시 흩어졌다. 그러다 또 모이고 흩어지고….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하지만 마침내 그들은 상대방의 가시의 통증을 견딜 수 있으면서 또한 서로의 체온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가장 `적당한 거리`를 발견하게 된다. 이 이야기가 바로 인간관계를 말할 때 사용되는 심리학 용어인 `고슴도치 딜레마(Hedgehog dilemma)`의 유래이다.어느 모임이나 단체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각자가 지닌 삶의 가치관과 상대방의 새로운 사고 방식이 흥미롭고 신선하기에 쉽게 가까워진다. 하지만 과도하게 친밀해져서 적절한 거리 유지에 실패하면, 원든 원치 않든 반드시 서로 간에 상처를 입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무서워 관계를 단절하고 떨어져 홀로 지내자니,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인으로서 춥고 외로워 질 수밖에 없는 고슴도치 딜레마에 빠진다. 이러한 고슴도치 딜레마를 극복하려면 쇼펜하우어의 이야기처럼 가시에 찔리지도 않으면서 따스한 체온도 나눌 수도 있는 `묘안(妙案)의 거리`를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지금 당신의 가족 또는 대인 관계에서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오히려 당신에게 고슴도치 가시와 같은 따가운 아픔을 주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가? 그렇다면, 더 이상 상처받지 말고, 잠시 그와의 거리를 좀 더 멀리하자. 그러면 오히려 상대방이 당신의 사랑의 체온이 그리워서 당신에게로 적극 다가올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복잡다단한 대인관계에 있어서 이렇듯 묘안의 거리 유지가 가장 현명한 답이 아닐까 생각된다.

2013-11-27

허둥지둥 코레일

▲ 김동찬 김천대 교수·임상병리학과연세대학교에서 개최된 추계 의생명과학회를 마치고 서울역에서 부산행 KTX를 탔다. 좌석에 앉자마자 급격하게 밀려오는 졸음 때문에 나도 모르게 깜박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시끄러운 아기의 울음 소리에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출발한 지 50여 분 정도 지났다. 열차가 운행하지 않고 멈춰서 있길래 대전역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열차의 시동과 객차 내부조명등이 꺼진 상태였고, 객차 내부 공기는 순환이 되지 않아 호흡하기에 매우 답답했다. 곳곳에 어린 아이들은 빽빽 울고 있고, 어른들의 짜증과 한숨, 그리고 어느 여성분은 코레일 고객센터에 욕설이 섞인 고성(高聲)으로 항의 전화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차창 밖을 보니 웬걸, 아직도 영등포역이었다. 대전역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제 겨우 영등포역 까지 밖에 못 왔다니…. 도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하여 옆자리에 앉아계신 어르신께 자초지종을 여쭤보았다. 그분은 매우 짜증스런 목소리로, 40여 분 전에 안내방송이 나왔는데 약 40~50대로 추정되는 신원 미상의 한 중년 여성이 KTX 열차 선로 철골 구조물 위에 올라가 자살소동을 벌이고 있어서 그 중년 여성의 감전사를 막기 위해 영등포역 일대의 모든 철도 선로 상의 전원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 속보를 검색하니 이 중년 여성의 자살소동 때문에 KTX 열차는 물론 영등포역을 지나는 지하철 1호선 운행까지 모두 마비됐다고 한다. 매우 어렵게 약속을 잡은 귀한 분과의 동대구역에서의 약속은 이 상태론 지킬 수 없게 됐다. 개인적으로 귀한 분과의 소중한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 것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나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이러한 위급 상황에 아무런 체계 없이 허둥지둥 대처하는 KTX 승무원들의 허술한 위기관리 대응 태도였다. 같은 열차 칸에 타고 있었던 어느 연세가 많아 보이는 여성분이 폐쇄 공포증 때문인지 호흡하기가 매우 어렵고 답답하다며 비상벨을 눌렀다. 비상벨을 누르고도 한 참을 지나서야 달려온 승무원의 손을 붙잡고, 그 여성 승객은 지금 너무 호흡하기 답답하니 숨 좀 쉴 수 있도록 제발 출입문이라도 열어 달라며 요청해 보았지만, 난처한 표정을 한 여성 승무원이 대답하길 “고객님, 죄송하지만 KTX 열차 시스템상 안전을 위해 전원을 차단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는 출입문 개폐가 안됩니다. 불편하시겠지만 고객님. 참아주세요”라며 총총걸음으로 옆 칸으로 건너가려 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뜨는 승무원에게 어떤 중년의 아저씨가 노여움이 섞인 목소리로 “도대체, 지금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냐? 왜 1시간이 지나도록 승객들을 위해 아무런 안내 방송을 하지 않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랬더니, 그 말을 들은 승무원은 좀 전 보다 더욱 난처한 표정으로 “고객님, 좀 있으면 안내 방송을 통해 사고 현장 상황을 말씀드릴 겁니다.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참고 기다려 주세요”라며 결국 그 자리를 떠나 버렸다. 승객들의 불평 불만은 극에 달하게 됐다. 다행히 당시 상황이 육지에 있는 KTX 열차에서 발생 됐기에 망정이지, 만일 이러한 유사한 상황이 항공기나 바다 위 여객선에서 발생 됐었다면 이러한 코레일 승무원들의 위기관리 대응 수준으론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허술함 그 자체였다.영등포역의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과 며칠 전인 지난 13일에도 자살 사고가 있었으며, 지난 9월20일에도 투신 사고가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갑작스런 사고 발생 시 승객들의 불편 해소를 위한 어떠한 대책 마련과 신속한 대응 훈련도 되어있지 않은 코레일 승무원들의 무책임한 행동 속에서 체계적인 위기 대응 매뉴얼을 찾아보기란 매우 힘들었다. 이는 코레일의 총체적인 부실경영이며 무사안일주의이다. 그냥 간과해선 안 될 심각한 문제이다.

2013-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