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 단국대·미국 하버드대 방문교수몇 주 전 신문기사에서 하버드 대학교와 스탠포드 대학교에 동시 입학한 천재소녀에 대한 신문기사가 났다. 이 기사를 접하고, 나를 포함한 주위의 한국인들은 모두 대단한 일이라고 같이 기뻐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경향각지 신문에 이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새로운 기사가 보도되었다. 그 직후, 이 소녀의 실명이 사진과 함께 공개된 채, 신문 보도가 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논란 기사가 나왔지만, 이 소녀의 아버지와 최초 기사를 낸 미주중앙일보 기자의 사과가 보도 되면서, 이 모든 내용이 거짓임이 밝혀졌다. 이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KJY 학생이 왜 이런 거짓말을 했는가 하는 의아함과 함께, 과연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이 아이가 원만하게 미국 대학에 입학할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이 소녀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미국에서 상위 24등 안에 드는 좋은 고등학교이고, 학생들의 대부분이 아이비리그에 입학한다고 한다. K양도 조금 인내심을 갖고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면 분명히 좋은 대학에 입학 허가를 받았을 것이고, 자신과 부모님을 만족시켰을 것이다. 학생이 입학증을 위조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경쟁이 치열한 고등학교 생활이 주는 성취에 대한 강박관념과 주위 사람들의 기대 등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 아닌가 한다. 혹자는 이를 학벌주의의 폐해라고 지적하기도 하였다.이처럼 어린 학생을 병적 성취욕에 시달리게 한 것은 환경적 요인들이나 가정적 요인 등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을 비난하기보다는 그가 정상적인 심리 상태로 돌아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그의 아버지 말대로 치료를 하는 것-이다.그런데, 이 사건을 다루는 한국 신문들의 보도 내용을 보면 정말 `목불인견`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소녀의 실명을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리플리 증후군`이니 하면서 학생의 병적 심리를 분석하거나, 천재소녀의`소름끼치는 또 다른 거짓말`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서 그녀를 계속해서 문제 인간으로 몰아간다.하지만, 미국 신문들의 보도 태도는 많이 다르다. 우선 많은 네티즌들이 온라인상에 퍼 날랐던 K양 고등학교 동창의 글만 보아도, 그는 K양의 실명 대신 닉네임으로만 그녀를 부를 뿐이다. 심지어는 그녀의 국적이나 인종도 밝히고 있지 않다. 다만 한국의 독자들은 이미 각종 신문을 통해서 이 천재소녀의 이야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닉네임만으로도 이게 누구의 이야기인지 짐작할 수 있다.또한 19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에서 보도된 이 소녀 관련 기사, `명문대 동시합격 해프닝, 성공압박이 낳은 비극`도 그녀의 신상을 적시하지 않았다. 즉, 이 신문은 단지 이 소녀를 `Sara`라고 부를 뿐 그녀의 성이나, 그녀의 국적 혹은 인종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 기사는 한 교사의 말을 빌려 “자신의 학업적인 성공 기준을 대학 합격증에서 찾는 학생들”이 있으며, “성공에 지나치게 집착한 학생들이 좌절을 맛봤을 때 생기는 혼란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일 수도 있다.”라는 원인분석에 치중하고 있을 뿐이다.이러한 보도 태도는 이 기사를 인용할 때조차도 소녀의 실명을 적어서 보도하는 한국 기사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 소녀는 거짓말로 많은 사람들을 속였다. 하지만, 이 거짓말로 누가 피해본 사람이 있나? 이 천재소녀 해프닝이 훌륭한 가십거리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존속살인자도 이니셜로 보도되는 이 나라에서, 그녀의 실명이 신문 기사에서 자꾸 오르내리는 것은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의 입장으로서 매우 불쾌하고 걱정스럽다. 이런 일이 내 학생에게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그 학생을 보호할 수 있을까? 그런 근심이 앞선다.
201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