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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미국과 한국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30여년전 미국에 처음 갔을 때는 모든 것이 서툴고 새롭기만 했었다. 이미 제트여객기가 운항중이라 지금과 같이 10여 시간 비행 끝에 미국에 도착했지만 언어, 음식, 주거 등 모든 면에서 한국과 다른 점들이 매우 컸었다. 시카고공항에 내렸는데 폭설로 인해 연결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방안이 좀 쌀쌀함에도 온도 올리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따뜻한 샤워 하며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난다. 아이오아주에서 미국생활이 시작되었는데 영어가 서투르니 바디랭귀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유난히 `읍스, 익스큐스미`하는 단어가 귀에 많이 들어 왔다. 좁은 통로에서 마주치면 미국인들이 `죄송합니다` 하고 손쉽게 하는 말이었다.미국식당에 가면 음식도 많지만 주문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서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나는데 고기를 어떻게 구울 것인가 물으면 `웰 던`, 샐러드에 드레싱을 어떤 것으로 할까요 물으면 `싸우전 아일랜드` 하고 외웠던 기억이 난다. 그 이외에도 수박이 어느 것을 사나 매우 달고 맛있었던 것, 한국에서는 비싸서 잘 먹지 못하던 바나나가 매우 싸서 한동안 매우 즐겨먹던 기억도 난다.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우리 한국이 크게 발전하여 미국과 한국 두 나라 사이에 생활수준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수 많은 건물과 자동차, 대형마트와 식당들, 극장, 커피숍…. 이들이 사는 집에 우리도 살고 이들이 먹는 음식을 우리도 먹고 있다.한국에서 갓 결혼한 조카부부가 멕시코 휴양지에 신혼여행 갔다가 필자가 몇 주 머무르는 로스앤젤레스에 들러 1박2일을 함께 지내었는데 우선 이들이 기성세대 한국인들과 달리 키들이 미국사람들 만하고 미국에 처음 왔음에도 서투르나마 당당하게 말하고 듣고 쇼핑하며 마치 이웃도시에 여행 온 것 같은 정도의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필자가 30여년 전 느끼던 그러한 미국이 아니라는 것이다.지난 30~40년간 우리 한국의 발전은 놀라운 것이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꿈꾸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사회가 정말 미국사회와 같아진 것인가? 우리의 소득, 도시시설, 사회복지, 지역정치, 그리고 국제적인 위상까지 같아진 것인가?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우선 미국은 큰 나라이다. 국토가 넓고 갖가지 자원이 풍부하고 국민총생산이 절대적인 세계1위이며 군사적으로도 최강국이다. 잘 알려졌듯이 중앙정부의 재정적자, 소득불균형, 슬럼지역, 인종차별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없는 것이 아니며 미국식의 자본주의를 본받을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은 아직도 다른 나라들이 경쟁하기 힘든 큰 강점을 지닌 나라이다.우리 한국은 아직 이러한 미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40%, 국민총생산은 5%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한국은 국토가 적고, 인구도 적고, 지난 30~40년간 큰 발전을 이루었지만 아직도 자본과 기술면에서 미국과 일본 등에 비해 크게 부족한 형편이다.우리 한국의 강점이 무엇이었는가? 이는 우리의 잘 교육된 인적자원이고 국민들의 남다른 부지런함이고 그리고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신념이라고 보아진다. 이러한 자산들을 바탕으로 산업화를 이루고 첨단의 제품들을 생산해내고, 세계적인 기업들을 키워내었다.하지만 작금의 우리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불황과 맞물려 있다 하더라도 너무나 긴 세월 동안 국민소득 2만불 전후에 머물러 있다. 과거 우리의 강점인 잘 훈련된 저렴한 비용의 노동인력이 지금도 존재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하이텍 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나타내며 크게 번성해야 할 우리 산업들이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추격을 받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크게 있는 것도 아님이 큰 안타까움이다.

2013-07-31

도시권 중심의 지역발전전략

▲ 구자문 한동대 교수·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이번 정부가 창의적인 생태계로서의 도시권체계 구축을 지역발전 주요 전략으로 정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지난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중심의 지역발전체계와는 좀 다르게 비교될 수 있다. 도시권은 광역경제권과 기초생활권 사이의 중간적인 규모이며 광역경제권 보다는 좀 더 지역성이 강조된 지역발전정책의 공간적 단위라고 보면 될 것이다. 도시권은 일반적으로 핵이 되는 도시와 그 영향을 받는 주변지역을 한 덩어리로 한 지역의 집합체로서 행정경계를 넘어 사회·경제적 연계를 가진 지역을 포함한 범위를 단위로 한다. 도시권은 도시지리학에서 이미 강조하고 있는 대로 한 개 도시의 정상적인 작동을 위해서 중심과 배후로서 필요하다.지난 정부의 5+2 광역권체계도 지방발전을 위해 수립된 전략이었고 이론상으로나 국제적인 적용사례 면에서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정부의 선도사업 중심의 광역경제권체계가 기초생활권과의 사업연계성 부족이라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었고 광역경제권이라는 큰 개념보다 도시권체계가 좀 더 구체적이고 지자체의 참여 내지 자율의지가 좀 더 많이 반영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도 틀린 말이 아니다.대구경북의 예를 든다면 지역거점인 대구를 중심으로 하고 각 시군들을 하위거점으로 연계하여 광역권의 총체적인 발전을 도모함이 과거 정부 지역정책의 근간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대구시와 경북도가 중심되어 기획하는 광역계획안이 합리적인 절차와 내용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기초지자체들로서는 서운한 점이 없지 않았고 `소통의 부재` 혹은 `힘의 부재`의 결과라고 한탄하는 경우도 있었다.이번 정부에서 또한 강조하는 것은 소통이다. 우리나라 사회자체가 소통의 부재사회라고 말 할 수 있을 만큼 도시 내에서도 각 도시 간에도 소통의 문제가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는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비효율을 몰고 올 수 밖에 없다고 본다.경북도의 경우 다른 도들에 비해서 면적도 넓고 산악지역이 많아 각 지역 간의 물리적인 네트워크 조차도 쉽지 않다. 국토연구원에 의하면 경북도내에서 `네트워크 도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곳은 포항과 경주뿐이라고 한다. 물리적인 접근성과 동질적인 문화역사 등을 감안하면 이 두 도시가 통합 내지 네트워크도시화 됨이 바람직해 보이지만 정치, 행정 등 다양한 면에서의 풀어내기 힘든 의견불일치가 대단히 크다고 한다. 이는 한 예이지만 지자체간의 네트워킹 부재는 우리 사회의 풀어나가야 할 큰 과제이다.도시권에 의거한 지역개발정책의 수립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도시권역의 설정이다. 일부 권역들은 겹치기도 할 것이며 다양한 요소들의 위계 또한 존재 할 것이다. 따라서 2개 도시권 중복설정, 지자체 자율 등이 지침으로 정해져 있더라도 다툼은 있을 수 있는 만큼`정부설정안+지자체 자율`이 맞지 않을까 생각된다.과거 광역권경제권체계나 이번 도시권체계나 지역개발을 위한 본질적인 정책의 목표는 바뀌지 않았다고 본다. 각 시군이 각자 경쟁우위를 살리며 네트워크된 상생발전을 통한 광역경제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이것이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니까.이때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각 시군의 지역개발관련 독자적인 기획 능력이다. 이때 정치적인 리더쉽과 행정능력만이 아니라 전임연구원을 보유한 지역개발 전담의 대학 부설연구소나 행정조직 산하의 연구단의 존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동해안 중심도시인 포항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인적자원이 있다고 보지만 지역개발 관련의 심도 있는 연구를 위한 체계도 자금도 확보되어 있지 못하다.

2013-07-24

경제회복을 기대하며

▲ 구자문 한동대 교수미국의 경제지표가 향상되고 있고 부동산경기가 상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에게 이러한 추세가 체감되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그 이유는 그 변화가 아직 미세하기도 하고 지속적인 국제적인 악재발생, 주요 국가들의 경제상황 및 거시정책 변화 예측이 힘들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번 독립기념일을 기해 미국의 경제지인 포천이 발표한 `미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100가지`를 보면 1위가 회복력, 2위가 1972년 제정된 교육의 남녀평등을 보장하는 타이틀 9(Title IX), 3위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대량생산방식의 포드시스템이었다. 회복력을 1위로 꼽은 것은 미국의 경제, 정치, 안보 등이 수렁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항상 회복되었고,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아진다. 이는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이기도 하고 거대한 미국의 프라이드이기도 한 것이다.1880년대에서 1910년대에 이르는 30여년 동안 미국은 크게 부흥했었다. 그 원인을 몇 가지로 지적한다면 사통팔달의 철도망과 풍부한 자원, 전기, 철강, 석유, 자동차 등에 걸친 기술혁신, 포디즘이라고 표현되는 대량생산의 일관 작업공정, 1870년에서 1910년 사이에 5천만에 이르는 싼 임금노동자의 유입, 테일러리즘으로 표현되는 작업인력 효율 극대화 등의 경영혁신을 꼽고 있다.하지만 1930년대의 총체적인 경제의 몰락, 1973년 시리아와 이집트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유발된 오일위기 등으로 인한 경제침체 등의 어려움들을 케인즈의 이론에 바탕을 둔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금융정책, 작은 정부와 통화주의 경제학 내지 레이거노믹스로 불리는 공급위주 경제 등 상반된 정책기조의 유연성 있는 채택을 통해 극복해 나갔다고 보아진다.미국정부는 2010년대의 지속되는 경제불황을 다양한 거시정책의 운용을 통해 풀어가려 노력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경우도 우리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우리 한국의 경우 새 정부가 들어서며 `창조경제`의 실현과 국제적인 네트워크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창조경제에 대한 해석은 다양할 수 있지만 우리 지방정부 내지 지역민의 입장에서 창조경제란 경제발전을 위해 무언가 새로운 경쟁우위적인 물품을 개발해내거나 기존의 생산 및 분배체계를 좀 더 효율화시킴으로 얻어진다고 생각된다.글로벌화된 경제체계하에서는 각 지역과 국가간의 무한적인 경쟁과 정치사회환경에 걸친 다양한 지엽적인 악재들에 크게 영향을 받기에 한 국가 내지 지역이 선언적인 목표들을 이루기가 과거와는 달리 매우 힘들어졌다. 이는 우리 한국의 국민소득이 2만불 전후에서 다음 단계로 전진하지 못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며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와 국제항만인 영일만항을 지닌 포항시가 계획된 대로의 발전을 꾀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러하다고 본다.포항시가 추진해야 할 것도 두 가지이다. 첫째가 있는 것을 잘 지켜내야 하는 것이며, 둘째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어야 하는 것이다.있는 것을 잘 지켜내자 함은 이미 많이 강조하고 있지만 자주 잊고 있기도 한 것이다. 이는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공단, 포스텍, 한동대 등의 교육연구시설, 영일만항의 기반시설 등을 창조경제의 표현에 맞게 새롭게 꾸며가고 효율화 해 가야한다는 것이다.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다는 것은 포항시의 경우 첫째 것들과 전혀 독립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새로운 연구물이나 신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 하는 것, 새로운 예술문화전통을 세우고 실천해나가는 것, 포항운하 및 동빈내항을 중심으로 도심재생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나가는 것 등 다양할 수 있다.현재 가장 고민하고 있는 `어떻게 포항운하 주변 유원지에 투자를 유치 할 것인가?`, `어떻게 새로운 첨단산업기반이나 기업들을 유치할 것인가?` 등도 창조경제의 맥락에서 현황에 대한 SWAT분석에서부터 구체적인 전략수립에 이르기까지 좀 더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방향에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2013-07-17

인천공항 가는 길, 이틀간의 서울 체류

▲ 구자문 한동대 교수포항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20여 시간의 빡빡한 여행코스가 이번에는 서울에서 있었던 조카 결혼식으로 인해 2박3일로 늘어났다. 일에 쫓기다 보면 포항을 떠나 그날 인천공항을 거쳐 미국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아서 강우나 강풍시 결항률이 100%에 가까운 포항공항 때문에 전날부터 마음을 조여야 하는데 이번엔 전전날 상경하게 되니 이 같은 조바심에서 해방되어 마음이 편하다.조카 결혼식은 좀 변두리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 근처인 신림동에서 있었는데 필자의 재학시절인 수십 년 전과는 물론, 몇 년 전과도 다를 정도로 번화해지고 큰 건물들도 많아졌다. 지하 7층에 차를 세우고 시간이 남아 1층 커피숍으로 갔는데 포항이나 서울이나 커피가격은 다를 바 없지만 커피 한잔하는데 1시간짜리 주차티켓을 주는 것이다. 얼마 전 포항 양덕동 한 커피숍에 갔다가 지정된 주차장이 없어 누구나처럼 길가에 세웠는데 4만원짜리 티켓을 받은 생각이 났다.국내외적 불황이라고 해도 서울에는 사람들이 모인다. 랜드마크적이라고 할만한 큰 건물들도 많다. 지방도시는 이러한 면에서 시민들도 시 정부도 사업이 쉽지 않고 살아가기도 쉽지가 않다. 몇 달전 개장한 항동의 푸른수목원에도 다시 들렀다.이틀 사이에 아침저녁으로 1시간여씩 3차례나 산책을 하며 저수지에 설치된 데크 길, 장미원, 갖가지 이름의 작은 정원들, 그리고 부속건물들을 돌아보았다.이날 수목원 방문객들은 멀리서 오는 분들보다 인근에 사는 산책객 내지 운동객이 더 많고 젊은층 보다 노년층이 더 많아 보인다. 어쩌면 이분들은 산책로로서의 전원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이지 각각의 식물군에는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별로 볼 것이 없지요?`라고 묻는 분들도 있었다.하지만 이번에 개장된 3만평의 수목원은 생태공원이다. 갖가지 식물들이 자연스럽게 가꾸어져 자라는 곳이며 어린이를 포함한 시민들의 관찰 및 교육의 장이다. 이곳은 테마공원 같이 놀이기구를 타고 맛난 음식을 먹는 곳이 아니고 등산로나 체육용도만으로 개방된 곳도 아니다. 도시 생태공원으로서의 그 가치가 시민들 사이에 잘 발견되고 이용되어야 할 것이며 담당 부서에서도 이에 대한 계도가 필요하다고 본다.다음날 오후 4시경 인천공항을 가기 위해 형님차를 얻어 타고 광명역 근처를 지나 고속도로를 탔는데 주변의 풍경들이 매우 아름답다. 서울 주변이면서도 녹음이 우거진 구릉들의 연속이다. 물론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면 곧바로 고층의 상가며 주거지일 것이나 과거의 그린벨트와 고속도로 근처 개발제한의 혜택이 이러한 아름다움을 남겨 놓았을 것이다.차가 인천 외곽을 거쳐 거대한 인천대교를 건넌다. 대단히 길고 거대해서 인상적이기도 하지만 왜 이러한 다리를 바다를 가로지르며 놓아야 했는지에 관한 궁금증은 남아 있다. 이 다리는 직선형이 아니고 거의 ㄱ자 형인데 그 아래 바다에는 모래 준설선들이 몇 척 작업하고 있고 항로를 따라 내해에 들어온 커다란 크루즈선도 보인다.중간에 큰 배들이 통과할 수 있는 높다란, 그러나 완만한 곡선으로 이어진 아치형 다리가 있고 다른 곳은 바다 가운데 촘촘하게 가설된 다리 기둥들이다. 어쩌면 방파제 보다 이러한 다리 건설이 높은 파도를 잠재우고 교통로로 활용될 수 있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어차피 모든 일들에는 긍적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한 사업의 수행을 위한 판단은 그 사회가 내려 줄 수 밖에 없는데 이는 민관학연의 의견들이 수렴되데 중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스펙트럼에서 판단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2013-07-10

제2의 새마을운동에 앞서

▲ 구자문 한동대 교수이번 정부에 들어서며 제2의 새마을운동에 대한 기사가 자주 눈에 띈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일으킨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따님이라서 `새마을운동이 부활되지 않겠는가`라는 추측성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1970년대 초반에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전국 각지에서 조직적으로 힘차게 추진되었다. 그리고 우리 한국의 경제발전에 그리고 각 마을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이바지 했다고 평가되고 있다.1980년대 이후 열기가 좀 식었다고 하나 새마을운동의 여파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고 관련 조직들이 남아있다. 그 활동들이 이웃돕기 바자회, 시가지 청소, 폐품 재활용 등에 그치고 있지만 `잘 살아보세`, `자조·자립·협동` 등의 그 당시 구호들이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다.한편 일본의 마을가꾸기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의 마을가꾸기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동경올림픽 전후인 1960년대 까지도 거슬러 올라 갈수 있다고 보며, 그 형태도 마을기반시설 가꾸기, 역사문화보전, 경관가꾸기, 관광산업 가꾸기, 생태도시 조성 등 갖가지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요즈음 우리나라의 지자체들도 일본의 마을들을 벤치마킹차 탐방하고 있는데 그곳에 가서 공무원들의 역할, 시민들의 자발적인 활동 등을 공부하며 깊은 감명을 받고 있다고 보아진다. 이들의 마을가꾸기에서는 역사가 느껴진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돋보인다. 정부가 바뀌고 이슈가 바뀌더라도 마을가꾸기의 틀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 같다.우리 새마을운동의 아쉬운 점이 여기에 있다. 새마을운동이 정부와 국민 공동노력에 의해 각자의 마을발전과 총체적인 국가발전에 큰 공헌했음에도 1990년대 이후에는 지방의제 21, 도심숲 가꾸기, 마을가꾸기 등 유사 사업들이 추진되는 동안 새마을운동은 시들해졌다는 것이다.새마을운동의 전통이 지켜지지 못하고 그 이후의 유사사업들도 크게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지 못한다. 이는 자발성 적고 공동체의식 부족한 우리 국민들의 책임이기도 하고 전통고수 내지 지속적인 노력 보다 새틀짜기를 좋아하는 정치가들의 책임이기도 하고, 과거 사업들의 철저한 연구와 새 방향 제시에 게으른 학자들의 책임이기도 하다.국내외적 어려움 속에 새로운 형태의 발전과 구심점이 요구되는 이때에 사회 요소요소에 남겨져 있는 새마을운동의 잔재들을 다시 추슬러 21세기에 맞는 제2의 새마을운동을 추진함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 내용과 추진전략이 보강되지 않으면 안된다. 한 두 지자체만의 독점적인 추진도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된다.제2의 새마을운동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각자가 주인이 되어 협력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마을청소, 벼룩시장 개최 등으로 부터 저탄소 녹색성장의 생태도시 운동, 소통과 협력의 지역혁신 운동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추진될 수 있다고 본다. 개발도상국 돕기도 일회성의 제스처가 아니라 그곳 사람들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도모하는 것이 옳다.우리 한국인의 개개인의 능력과 부지런함은 잘 알려졌듯이 대단하다고 본다. 하지만 내 것 아닌 우리 공동의 것들에는 너무 무관심해졌다. 한번 아파트단지 밖 길가로 나와 보라. 상가지역이든 마을공원이든 여기저기 버려진 담배꽁초, 과자봉지, 종이컵, 컵라면 용기, 악취 나는 비규격 쓰레기봉지와 건설폐기물. 누가 치워야 하는 것인가? 이는 분명 지역공동체의 몫이다. 이러한 자발적인 실천 없이 제2의 새마을운동을 이끌어 내겠는가? 우리의 생활 자세를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

2013-07-03

포항운하 건설과 도심활성화 2

▲ 구자문 한동대 교수동빈내항복원사업은 심각하게 오염된 동빈내항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해도동, 송도동 및 죽도동 일원에 추진하는 수로복원 및 수변유원지 개발 사업이다. 포항시는 포항운하 개발을 통해 물길을 되살려서 오염된 수질을 개선하고 수변에 각종 테마시설과 호텔 등을 유치함을 통해 낙후된 도심을 활성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복원된, 자연적이며 테마적인`청계천`의 예찬론자이기도 하고 `요코하마`의 크루즈나 `베네치아`의 곤돌라를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한데, 이 포항운하와 수변유원지가 그러한 기능을 제공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많은 관광객들이 소형유람선에 몸을 싣고 동빈내항-포항운하-형산강을 순항할 것이며 좀 더 시간을 내어 대형유람선에 몸을 싣고 동빈내항에서부터 넓은 영일만을 돌아 볼 것이다. 필자는 1천900t급 해양경비정을 타고 영일만을 한 시간씩 두 차례 돌아보았는데 동해바다와 포항해변의 경관은 요코하마 크루즈 탑승시의 풍경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과 신선함을 준다.포항운하의 건설 및 동빈내항지역의 재개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 사람들의 주목을 끌만큼 특별함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며 둘째, 광역적인 교통접근성, 주차공간 해소 등 교통인프라가 향상되어야 할 것이며 셋째, 호텔, 음식점 등 편의 및 휴식시설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며 넷째, 폭넓은 홍보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여기서 특별함이라는 것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또 다시 찾을 수 있는 차별화된 경관, 시설, 프로그램 및 먹거리이다. 동빈내항의 홍보가 중요하다함은 무엇을 어떻게 홍보하느냐에 따라 경제파급효과가 매우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 파급효과는 단기적으로는 직접적인 투자로부터 얻어지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중장기인 브랜드화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포항운하는`예전의 물길을 잇는다`는 역사적인 의미와 함께 도심활성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포항이 철강도시`, `빛의 도시`임에 더하여 `물의 도시`가 되고, `소통의 도시`가 되고, `환경도시`가 됨을 상징함으로서, 포항이 국내외에 더욱 알려지게 할 것이다.경제침체시기에 이와 같은 SOC투자가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됨은 당연하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이 브랜드화 된 포항운하와 동빈내항은 환경도시 학습객과 국제크루즈 승객을 포함한 관광객 증가, 포항 브랜드를 이용한 상품들의 매출 증가와 함께 포항 전반에 경제사회문화적 파급효과를 지속적으로 크게 제공할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다.예를 들어 이곳을 다른 곳들과 차별화시킬 유람선 운항이 필요하고, 테마적인 수족관이 필요하고, 첨단산업도시를 상징할 수 있는 첨단의 롤러코스터·번지점프 등 위락시설이 필요하고, 싱가포르의 에딧타워나 일본의 아크로스 후쿠오카 같은 첨단의 생태건축물이 필요하다. 물론 운하주변에 녹지대를 포함한 생태계도 알맞게 구비되지 않으면 않된다. 재정만 충분하다면 유원지에 호텔이나 상업시설 유치에만 목매지 말고 과감하게 도심녹지대 내지 생태공원을 설치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일지도 모르겠다.포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상품의 개발도 제때 이루어지면 좋겠다. 포항과메기나 구룡포대게를 더욱 알림도 중요하고 영일만소주와 영일만와인의 개발도 중요하고 후쿠오카 스테이크와 같은 명성을 지닌 포항 비프 스테이크, 포항 떡갈비 등의 개발도 중요하고 포스텍과 한동대의 캠퍼스투어도 무언가 상징물만 개발해 놓는다면 연계 관광화의 가능성이 크다.지속적인 국내외 경제의 침체로 말미암아 투자유치가 쉽지 않음이 가장 큰 문제이다. 포항시는 민관학 협력을 통한 혁신적 구상과 사업성창조를 통해 포항운하와 수변유원지 개발의 성공, 도심재생과 지역경제의 활성화가 꼭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13-06-26

포항운하 건설과 도심활성화 1

▲ 구자문 한동대 교수동빈내항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포항운하의 개통을 눈앞에 두면서 요즈음 이에 관한 심포지엄도 열리고 보도기사들도 많아졌다. 필자가 몸담은 대학에서도 이 사업 및 관련 사안들이 학생들의 토론주제로 등장하고 있다. 동빈내항은 오래전부터 동해안의 중심적인 어항 및 물류집산지로서 큰 기능을 담당하고 있었으나 형산강의 물길이 바뀌고 깊숙한 만으로 변모되면서 지류라고 할 수 있는 칠성천 등과 함께 크게 오염되었다. 지금도 동빈내항과 인근의 죽도시장은 어항 및 재래어시장으로서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러한 수질오염은 큰 안타까움이다.포항시는 동빈내항의 수질오염을 정화시키고 낙후된 주변을 활성화시킴이 도시발전의 주요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적인 부담이 커서 약간의 준설작업 이외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가 몇 년 전부터 운하건설이라는 획기적인 계획을 수립 및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이 운하는 동빈내항 뿐만 아니라 영일만과 인근 해역의 수질을 정화시키고 포항의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와 함께 수변유원지에 호텔, 상업 및 테마시설들이 자리 잡게 되면 낙후된 도심이 활성화될 수 있는 큰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낙후된 도심의 수변개발을 통한 활성화, 오염된 산업도시의 환경도시 내지 관광도시로의 변모를 보여주는 도시가 여럿 있다. 런던의 도크랜드, 미국의 산 안토니오, 일본의 키타큐슈 등이 그 예이다. 런던의 도크랜드는 쇠퇴한 항구도시를 정부의 인프라 지원과 대규모의 용도지구 변환을 통해 개발자들의 사업성을 향상시키고 도심활성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경우이며, 산 안토니오는 운하주변의 수변개발을 통해서 도심의 활성화를 이룩한 경우이다. 또한 키타큐슈는 오염된 철강도시를 대기 및 수질오염의 경감과 수변개발을 통해서 환경도시로 변모시킨 경우이다.포항도 이러한 사례들처럼 포항운하와 동빈내항의 복원을 통해서 도심활성화를 이루고 환경도시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포항운하의 활용방안과 주변의 유원지 및 도심지역의 개발방안 모색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국내외적인 경제불황, 수도권에서 먼 중규모 산업도시인 포항의 여건 하에서 성공적인 투자유치전략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어차피 비용이 들고 `비용 대 혜택`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아래 기술한바와 같이 운하건설 및 운용상의 기술적 사안이나 주변 개발방안에 취약점 내지 아쉬움이 있을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첫째, 운하의 폭과 수심이 그리 넓거나 깊지 못하여 아쉬움이 크고 크루즈운항에 지장을 가져 올지 걱정이다. 둘째, 지정된 수변유원지가 그리 넓지 않고 민간기업을 유치해서 호텔, 상업시설, 테마시설을 건설해야 하기에 도심 숲이나 생태공원을 조성할 틈이 없음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셋째, 동빈내항과 칠성천의 퇴적된 침전물들로 인해 운하개통 이후에도 수질개선이 잘 이루어질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포항시는 동빈내항 주변지역도 도시재정비촉진계획의 수립을 통하여 택지개발사업을 펼치는 등 중장기적으로 도심활성화 내지 재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지역은 전면재개발이 필요하고, 어떤 지역은 현지개량이 필요하며 또한 어떤 지역은 경관거점을 이룰 랜드마크적인 시설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현 정부의 도심개발에 있어서의 핵심어는 `도심재생`이며, 이는 `낙후된 도심을 전면재개발하기 보다는 기존 도심이 지니고 있는 전통과 잠재력을 살려내어 다시금 활기찬 공간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일련의 개발 패러다임`이다. 이번 포항운하와 동빈내항 복원사업들도 이 지역 브랜드의 원천인 죽도시장 등과 연계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종합적인 도심재생 전략과 연계하여 조화롭게 기획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사업성`과 `공공성` 모두가 만족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13-06-19

꽃길을 걸으며

▲ 구자문 한동대 교수6월을 맞아 우거져가는 신록과 더불어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것은 만발한 꽃들이다. 요즈음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면서 자주 마주치는 것은 담장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장미꽃이다. 정확히는 덩굴장미인데 야생의 찔레꽃도 아니요 화원에서 집중 관리된 대형 장미꽃도 아니다. 하지만 은은한 꽃내음과 함께 찔레꽃의 옛정취와 장미꽃의 화려함을 일깨워 주니 산책길이 즐거울 수 밖에 없다.하지만 이보다도 더 오뉴월을 수놓는 것이 있으니 이는 하얀 꽃 피는 이팝나무이다. 이 도시로 이주해서 처음으로 이팝나무를 보았을 때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었다. 오뉴월에 온 나무가지와 이파리에 새하얗게 소복히 내려앉은 눈꽃을 보는 감동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었다.한동안 일에 쫓겨 주변을 잘 돌아보지 않던 어느 날 아파트 출입구에 놓여진 포항시 홍보책자 `열린포항` 한 부를 빼어들다가 겉표지의 하얀 색깔 사진을 보고 순간적으로 착각했었다. 설경이 멋지구나. 하지만 이는 5월에 활짝 꽃 핀 이팝나무의 장관이었다.이팝나무라는 이름의 연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추론이 있다. 첫째, 입하(立夏) 무렵에 꽃이 피므로 입하가 이팝으로 변음했다. 둘째, 이 꽃이 만발하면 벼농사가 잘 되어 쌀밥을 먹게 되는 데서 이팝(이밥, 즉 쌀밥)이라 불리게 되었다. 셋째, 꽃이 필 때는 나무가 흰 꽃으로 덮여서 쌀밥을 연상시키므로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것이다.이팝나무는 높이가 20m에 달하며 수피는 회갈색이다. 가지가 사방으로 퍼지며 꽃은 백색이고 5~6월에 핀다. 이 나무는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에서 자라지만 해안을 따라 인천 앞바다에서 자라기도 한다.필자가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것은 해당화이다. 어릴 때부터 불러온 노래 가사에 나오기도 해서 익숙한 꽃이었지만 실제로 보게 된 것은 포항에 이사 온 이후이다. 포항 북쪽 끝 바닷가인 화진해수욕장 모래언덕에 해당화군락지가 있다고 했고 필자가 일하는 캠퍼스 한켠에도 누군가 심어놓은 해당화가 있었다.장미 비슷하기도 하지만 꽃잎이 장미의 화려한 순백 내지 붉음과 달리 수수한 연홍색이라서 사람들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것이 해당화이다. 하지만 화진의 해당화군락지가 알려지면서 이사람 저사람 뽑아가는 통에 군락지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십여년전인데 지금은 어떠한지 모르겠다.하지만 이 캠퍼스의 해당화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도 학생들 통학로 한가운데 줄지어 심어져 있다가 1~2년전 내 사무실 인근 화단에 집단으로 이식되어 있다. 하지만 예전보다 더욱 풍성히 자라나고 꽃을 피우고 있으니 기쁘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해당화군락을 들장미 내지 찔레꽃군락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해당화는 `바다바라기꽃`이라는 별명답게 바닷가 모래언덕에서 자라며 5~8월에 꽃이 핀다. 또한 `온화함`, `원망스러움`, `미인의 잠결` 등 다양한 꽃말을 가지고 예로부터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선비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꽃이라고 한다.이와 같이 우리주변에는 다양한 꽃들이 있고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현재 여러 지자체에서 계절별로 다양한 꽃 행사를 개최하고 꽃길도 조성하고 있다. 우리 마을도 계절별로 다양한 토착 꽃나무들을 잘 키워 군락지와 꽃길을 조성하면 좋을 것 같다.2~3월에는 매화꽃, 4월에는 왕벚꽃, 5~6월에는 하얀 이팝나무, 5~8월에는 연분홍의 해당화 등 이러한 꽃들을 심고 가꾸어 우리 마을을`꽃의 도시`로 만들고 관련 행사들을 개최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 지역에는 이밖에도 토착적인 꽃이며 나무들이 많이 있다. 7~8월 노란 꽃 피는 모감주나무, 여름 내내 피어나는 황금빛 해바라기, 흰색과 자주색의 도라지꽃, 가을에는 야국, 해국, 그리고 겨울을 지나며 동백꽃, 수선화 등 꽃 천지다.

2013-06-12

포항 우창동 산책길에서

▲ 구자문 한동대 교수얼마 전 동네분들이 `강남 스타일`로 꾸며진 한 사무실을 구경하자고 해서 같이 가 봤더니 한 실내디자이너가 자기소유 상가건물 2층에 사무실을 멋지게 꾸미고 있었다. 이 지역은 도심과 가깝기는 하지만 주변에 나즈막한 산들이 있고, 이제 막 아파트 개발이 이뤄지는 곳이다. 사무실 크기는 50~60평 돼 보이는데, 바닥은 투명하게 반짝이는 에폭시가 칠해져 있었고, 벽은 나무, 유리, 벽돌들로 다양하게 꾸며져 있었다. 사무공간이나 응접공간은 각기 다른 높이의 바닥을 지닌 유리칸막이 큐브로 구성돼 있었다.가장 멋지게 보이는 것은 천정에 유리통로를 만들고 물이 흐르게 하는 것이다. 이 물은 천정을 통해 한쪽 벽으로 흘러내려 통에 모여 다시 순환하게 돼 있었다. 이는 멋지기도 하지만 사무실을 시원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건물주가 젊은 나이의 실내디자이너이고, 자기가 직접 시공할 수 있었기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와 같은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필자가 사는 포항은 인구 50여만의 지방도시로서 수도권이나 대도시들에 비해서 멋진 건물이나 인테리어를 찾아보기 힘든 곳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즈음 신도시 형태의 주거단지들이 들어서면서 간편한 듯 하면서도 멋진 형태의 상가와 오피스들이 건설되고 있는 것 같다.글로벌 불황 속에서 경제회복이 지역민들의 중요한 과제임을 피할 수 없기에 이러한 멋진 건물들, 예를 들어 공공건물, 교회, 커피숍, 레스토랑 등이 아름다운 빌딩 화사드(건물외측 전경)와 스카이라인을 꾸며내고 있으니 반갑다 아니할 수 없다. 앞으로는 경제가 더욱 좋아져서 포항이 꿈꾸는 대로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 싱가포르의 생태건물인 에딧타워, 혹은 서울의 6·3빌딩 같은 랜드마크적인 건물들도 멋지게 지어지면 좋을 것 같다.이러한 건물들에 대한 투자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만 지어진 후의 브랜드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클 수도 있다. 물론 큰 투자가 필요하고, 대가들의 디자인이 필요하고, 지역민들의 지역상징물 개발을 위한 협력이 필요함은 당연하다.그 사무실에서 나와 발길을 옮긴 곳은 골짜기 끝에 있는 작은 호수이다. 필자로서는 20년 가까이 포항에 살면서도 처음 가본 곳으로, 창포사거리에서 산쪽으로 7~8분 정도 느리게 운전해가야 하는 곳이다. 이 호수는 학교 운동장 정도 크기의 저수지인데, 그 앞에 커다랗게 지어진 교회건물과 잘 어울려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교회건물 2층의 전망 좋은 휴게실에서 커피 한잔 하다가 호숫가로 나갔다. 물이 아주 맑은데, 한쪽으로 호수를 가로지르는 목재다리가 놓여 있다. 맑은 물 꽤 깊은 곳에 헤엄치는 자라 한 마리가 보인다. 물고기들은 잘 보이지 않지만 수초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다. 오리 몇 쌍이 물위를 떠다니며 잠박질을 하고 있다.도심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이곳 골짜기에 이러한 보물 같은 장소가 숨어 있었다. 내가 사는 그리 크지도 않은 도시에, 그것도 도심 지척에 지금까지 가 보지 못한 장소들이 여기저기 숨어있음이 새삼 놀라워 진다. 호숫가에 `오리 잡아 가신 분 자수하세요`라는 플래카드도 재미있다.평일이라 찾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만 화려하게 장식해놓은 테마공원이나 생태공원도 아니지만 소박하면서도 전원같은 경치를 보여주는, 잠시 시간을 잊어 볼 수도 있는`시실리(時失里)`라는 이름을 붙여보고 싶은 곳이다.가끔은 이곳에 와서 호수를 걸어봐야겠다. 물론 이곳 뿐만이 아니라 구룡포, 보경사, 경북수목원, 그리고 천마지 인근도 좀 더 자주 찾아가 봐야겠다. 제자나 친구들도 함께 초빙해서 스케줄을 짜서 이곳저곳을 다녀보면 좋을 것 같다.

2013-06-05

도심재개발과 도심재생

▲ 구자문 한동대 교수요즈음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도시들이 도심공동화 방지 및 도심재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시의 확산 내지 교외화가 도심공동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도시의 확산이나 교외화는 도심혼잡으로부터의 탈출이나 도시성장의 한 단면으로서 긍정적인 측면 또한 크게 지니고 있다. 따라서 좀더 정확히 기술하자면 비교적 단기간에 걸친, 무계획적인 확산이 의도치 않게 도심공동화를 초래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포항의 경우를 보더라도 포항시청의 이동 이전, 법원의 장성동 이전, 포항역사 및 영일만항 배후단지의 개발 등이 지역발전비전의 실현이기도 하지만 의도치 않게 도심공동화 가속화의 원인이 돼버린 것이다. 도심재개발이 필요한 이유는 첫째, 도심공동화를 치유 내지 방지하고, 기존에 투여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둘째, 도시의 역사성 및 장소성 보전을 위해서이다. 도심은 그 도시의 가장 오래된 부분으로서 그 도시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이를 잘 보전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모든 도시의 과제라고 본다. 셋째, 지나친 도시확산을 방지하고, 압축도시화를 추진하기 위해서이다. 도시권역이 지나치게 확산되면 인프라 구축에 큰 비용이 들고, 생태계를 파괴하며, 대기오염을 증가시킨다.요즈음 정부에서 `도심재생`이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낙후된 도심을 전면재개발하기 보다는 기존 도심이 지니고 있는 전통과 잠재력을 살려내어 다시금 활기찬 공간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일련의 개발 패러다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지금까지 도시재개발 및 정비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기존의 많은 재개발 및 정비사업들은 물리적 환경개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불량주택재개발사업과 아파트재건축사업에만 관심을 가져왔다.이러한 사업들의 결과로 기성 시가지에 축적돼 온 많은 문화적 자산과 가치들이, 그리고 원주민들이 모두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까지 도심재개발이 자본에 의한 사업성 논리에 주안점을 두어왔다면 도심재생은 사업성과 공공성이 균형을 이루어 이와 같은 안타까움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민관산학이 협력해 `도심의 특징적인 기능, 시설, 그리고 주민공동체를 보전하면서 경제문화활동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도심재생전략`을 구상해 내는 것이다. 그 예는 소규모 제조 및 판매업소가 들어찬 서울의 `을지로지역`을 재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 낙후된 철공소지역이 예술인들과 공존하는 이색적인 문화거리 `문래동`, 낙후된 전통주거지역을 성공적으로 재생시킨 `전주 한옥마을`등이다.몇몇 선진국들의 예에서 보듯이, 도심재생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접근성 강화를 위한 교통인프라 정비, 문화콘텐츠 개발 및 문화시설 도입, 랜드마크적인 공공건축물의 배치 등이 그 예이다.포항도 도심재생을 위해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선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도심생태분석이 필요하고, 무엇을 어떻게 향상시켜야 효율적인 도심재생이 일어날 수 있는지 좀 더 치밀하게 연구하고 처방해야한다. 민간사업자들로서는 사업성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성공적인 도심재생을 위해서는 모두가 협력하여 사업성과 공공성을 함께 갖춘 혁신적인 사업들을 구상해내지 않으면 않된다.도심재개발 내지 도심재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항시도 최근 정부가 발표한 `도시재생 활성화 지원 특별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규준이나 재원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이 특별법이 허물고 새로 짓는 전면재개발 방식보다는 소규모 구역별로 주택개량, 기반시설 정비, 그리고 주민공동체 보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생각되며, 이에 대한 이해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2013-05-29

서울 항동 푸른수목원

▲ 구자문 한동대 교수어둑어둑해지는 시간이었지만 부모님 사시는 빌라단지 앞쪽에 건설 중인 푸른수목원을 찾았다. 이곳은 서울시로서는 변두리라고 할 수 있는 구로구 항동으로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린벨트지역이었다. 이제 그린벨트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가물치를 비롯해 물고기들이 많기로 꽤 유명한, 수초 무성한 항동저수지가 그대로 보전되어 있고, 지금은 쓰지 않는 철길이 남아 있으며, 그 너머엔 울창한 천왕산이 있다.신문지상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동네`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곳은 서울시 행정구역 안쪽이고, 지척까지 주거지·상가·공장들이 들어차 있다. 10여년전 이곳으로 부모님이 이사 오셔서 필자도 가끔씩 저수지 주변을 둘러보곤 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이곳을 생태공원으로 만든다 하여 지난 3년간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돼 있었는데, 지금 90% 정도의 공정을 보이면서 다시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물가에 데크(Deck)를 설치해 사람들이 호수를 좀 더 쉽게 관망할 수 있게 만들었고, 장미정원(Rose Garden)과 그 중앙에 가제보(Gazebo)도 만들어 놓았다.많은 꽃과 나무들 사이로 원두막이 지어져 있고, 생태하천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내게 충격을 준 것은 철길 바로 바깥 쪽에 고속화도로가 개설돼 과거에 없던 큰 소음이 개구리 울음소리를 삼켜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고속화도로가 수목원과 천왕산을 분절시켜 놓았다.이튿날 아침, 수목원에 다시 나가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갖가지 꽃과 나무, 수초 들어찬 연못과 호수, 이리저리 이어지는 산책로가 자연적인 듯 하면서도 테마적이다. 어떤 남자분이 초등생 셋을 데리고 이것저것 설명하고 있다. 인사를 나누다가 도로로 분절된 수목원과 천왕산, 그리고 소음문제를 지적했더니 이 분도 동감하며 안타까워 했다.`도로개설부서`와 `수목원조성부서`가 달랐기 때문이 아니겠냐며 방음벽 설치를 제안한다. 필자는 생태통로라 부르고 싶은 구름다리를 두어 곳 정도 좀 넓은 폭으로 설치해야 할 것이며, 방음벽보다는 큰 키 나무라도 심으면 소음이 경감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담장 너머로 밭일을 하고 계시는 동네 분에게 소리쳐 물어 보았다. 저곳 천왕산으로 넘어가는 길이 없느냐고. 이분 말을 따라 수목원 끝자락으로 가보니, 등산로가 고속화도로 위로 개설되어 있다. 산 자락 일부를 없애지 않고 터널 위로 수목원에서 천왕산 가는 길을 좁게나마 연결해 놓았으니, 이것이나마 다행이라고 느껴진다.이 터널 위 등산로는 계단이 조성되고 나무들도 잘 심어져 있는데, 이곳을 통해 예전에 가 보았던 약수터며 밤나무골까지 가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동차 소음이다. 아침이라 교통량이 많지 않은데도 너무하다 할 정도로 큰 소음이 수목원과 주변 마을들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도로가 마을이든 숲이든 관통하게 되면, 그곳에서의 인간 삶이나 생태계에게는 큰 문제들이 생긴다는 것을 역사에서도 봐왔고, 또 이곳에서 보고 있다.오후 비행기를 타고 포항에 내렸다. 주차된 차를 몰고 공항을 나선다. 창문을 여니 신선한 공기가 얼굴을 감싼다. 이곳저곳이, 그리고 저 멀리까지 아름다운 신록이다. 내 사는 포항은 아직도 많은 지역들이 푸른수목원 못지 않은 생태계이다. 길이 크게 뚫려 있어도 그곳 같은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하지만 우리 포항도 중장기적인 계획 하에 도로망과 주거지를 건설하고 생태계 보전에 좀 더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이 도시의 아름다운 신록이며 평화로운 삶이 그리 오래 보전되지 못할 것이다.

2013-05-22

포항 북부해수욕장의 전통누각을 보면서

▲ 구자문 한동대 교수요즈음 포항 북부해수욕장 해변을 지나다 보면 눈에 뜨이는 것은 새로 지어지고 있는 피어(Pier)이고, 그 끝에 있는 이층짜리 전통누각이다. 이러한 건물은 전국 각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이 북부해수욕장 해변의 누각이 더욱 눈에 뜨이는 것은 바다위에 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인근의 현대식 건물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그 규모가 서울에 있는 숭례문이나 광화문보다 분명 작을 것이지만 바다를 배경으로 매우 크게 돋보이고 있다. 얼마전 화마로부터 복원된 숭례문이 주변의 높은 건물들에 둘러싸여 위축돼 보이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포항은 역사가 길지 않은, 새로 형성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기원이야 수 백년 추적될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크기와 성격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70년 이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도시의 이미지도, 건물의 모습들도 현대적인 것 일색이라고 할 수 있다.우선 포항시청 건물이 그렇다. 포스코 본사, 해양항만청 신청사, 육거리의 문화예술관, 포스텍의 건물들, 새로 지어질 신포항역사, 양덕동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이 모두 현대식이다. 전통양식의 건물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좀 멀리 읍면 소재지나 깊은 산중에 가야 옛 관청건물이나 사찰들이 드물게나마 눈에 뜨인다.전통적인 건물들을 예찬하면서 포항 시가지의 현대적인 모습을 비난하려고 하는 게 필자의 의도가 아니다. 다만 공공건물이나 공공적인 요소를 지닌 건물들이 가끔씩이나마 전통적인 스타일로 지어져서 도시를 좀 더 다양성 있게 꾸며 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이미 언급했지만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의 거리에는 숭례문, 광화문, 보신각을 비롯해서 꽤 많은 전통건물들이 현대적인 건축물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 전통건물들이 제대로 나타날 수 있을 만큼 주변을 정리하지는 않았을 터이지만 서울에는 전통과 현대가 잘 조화된 경관을 보여주는 곳들이 많다.이제 포항도 현대적이거나 기능적인 건축물들만 지어낼 것이 아니라 전통양식의 건물들도 지어내서 도시의 이미지와 경관을 다양성 있게 꾸며 보면 좋을 것 같다. 포항이 현대적인 건축물, 북부 해변 피어의 2층 누각과 같은 전통양식의 건축물, 구겐하임미술관 같은 초현대적인 건물들이 공존하며, 다양한 도시미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물론 비용상의 문제가 클 것이지만 무언가 인센티브를 주어서라도 전통양식들을 살려 내야 할 것이다.포항의 형제도시라고 할 수 있는 경주가`천년의 고도`로서 불국사, 석굴암, 안압지, 에밀레종 등 오랜 역사물들을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면 포항은 이러한 전통양식이거나 이를 현대화 시킨 양식의 건물들이 세워져서 원래 포항을 상징하는 현대적인 건축물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지역적인 이미지를 이루면 좋을 것 같다.우리 한국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많은 유적들이 불타 사라지고, 그 역사 마저도 주변 강대국들에 의해서 왜곡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남아 있는 문화재들도, 그리고 가끔 지하에서 발견되는 문화재들도 잘 보전해야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좀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더욱 연구하며 잊혀지거나 감추어진 부분들을 밝혀내는 것이다. 건축물의 경우에도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들은 물론이고 전통적인 스타일을 각색한 현대식 건물들도 많이 지어서 우리의 문화를 풍부하게 하고, 도시의 이미지도 다른 나라의 도시들과 차별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 시민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간접적으로나마 교육시키는 동시에 우리의 도시를`관광도시`이자 `글로벌도시`로 바꾸는 효과를 가지게 할 것이다.

2013-05-15

숭례문 복원에 부쳐

▲ 구자문 한동대 교수몇 년전 불탔던 숭례문이 어려운 공사과정을 거쳐 지난 4일 복원식을 가졌다고 한다. 국보 제1호인 숭례문이 `묻지마 방화`로 불타고 있어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워 하던 것이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이번 복원에 관한 스페셜프로그램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복원을 위해서 많은 전문가와 인간문화재들이 참여했고, 일제시대 잘못 복원된 것들도 고쳐내고, 기둥이며 지붕틀은 말할 것도 없고 기와며 단청들도 옛것을 복원하고자 무수한 회의와 시험을 거쳤다고 했다.다행스러운 것은`1961년도 복원사업`직전의 실측도면이 발견된 것이다. 그리 길지도 않은 세월인데, 이런 것 남겨진 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 원형을 되살리려고 해도 1961년 이전의 실측도면 마저 부재여서 남겨진 사진들을 통해 과거의 형태며 부재의 크기를 유추할 수 밖에 없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그 당시 한 복원팀원의 아드님이 복원담당 설계사무소에 고건축을 배우러 갔다가 숭례문 실측도면 청사진 한부를 얻어 놓은 것이 다행히 발견돼 이를 바탕으로 좀 더 원형에 가까운 복원이 이뤄 질 수 있었다고 한다.이번 공사를 지휘 했던 신응수 대목장은 일부 타버린 기둥의 복원 등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었는데, 기둥이 일부 타버렸더라도 새것으로 바꾸지 않고 타버린 부분만을 새 목재로 접착해서 이용했다고 했다. 그에 의하면 중수할 때마다 새것으로 바꾸게 되면 몇 차례 복원 뒤에는 원래의 목재들이 다 사라지게 되기에 강도는 약간 떨어질지 몰라도 새 부재를 옛것과 결합해서 역사가 살아남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중학교 재학시절 중고교 선배이던 미술선생님이 조각습작시절을 이야기하면서 남대문 복원시 버려지는 목재들이 매우 잘 건조되어 많이들 구입했다고 했었다. 그 당시에는 정말 숭례문의 부재들을 손쉽게 교체하고 없애버렸다는 소리인가?유학시절`역사물 보전`이라는 관련과목 수강을 통해서 얻은 지식에 의하면 유럽의 역사적인 건물들을 보면 끊임없는 복원을 거쳐 현재에 이르는 경우가 많음이 사실이나 그 원형이 잘 보전돼 있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그 복원의 역사가 자재들 속에 그대로 표현돼 있으며, 이것 자체가 그대로 역사가 돼 버린다고 했다.역사물의 보전을 위해 유럽이나 북아메리카의 나라들은 매우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돈도 많이 투여하지만 그 복원 기술 자체가 대단히 발달되고 이론도 잘 정립돼 있다. 이들은 우리가 무시해 버릴 만한 것들에도 큰 가치를 찾아내고 있으며, 역사지구 내지 역사물 지정 그리고 그 보전방법들이 매우 심각하게 집행이 된다.신응수 대목장은 한탄하고 있었다. 일제 강점기만 거치지 않았더라도 우리의 옛 기술들이 많이 보전됐을 것인데, 이제 거의 사라져 그 복원이 너무 어렵기만하다고 말이다. 경주 토함산의 석굴암 만하더라도 일제시대에 있었던 복원시 벽체 내지 천정을 구성하던 몇 개 석재들이 옛자리를 찾지 못해 입구 앞쪽에 방치돼 있다.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이지만 남겨진 역사물은 너무나 적다. 석조가 아닌 목재로 지어져서 끊임없는 왜란과 호란으로 불타 버린 것이 너무나 많다고는 하지만, 우리 민족이 너무나 가난하고 힘이 없었다고 하지만, 우리의 옛것에 대한 자부심 부족과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않던 무지함이 현재의 안타까운 현실을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이러한 공식을 적용한다면 불과 100여 년 전 잃어버린 우리의 북방영토도 안타까움을 크게 하는 것이다. 잃어버린 우리의 역사물을 제대로 보전하고 잃어버린 역사를 복원해 내려고 노력함이 우리 한국의 지속발전을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2013-05-08

도심해변과 피어 이야기

▲ 구자문 한동대 교수이제는 다 자란 우리 아이들이 가끔씩 옛 추억을 더듬으며 언급하는 곳이 산타모니카 해변이다. 그 당시 우리 식구들은 로스앤젤레스 북부 동네에 살고 있어서, 주말이면 아이들과 10분 거리의 그리피스파크 동물원에 자주 갔었고, 가끔은 1시간 정도 차를 몰아 산타모니카 해변에도 갔었다. 그곳에는 바다로 길게 뻗은 통나무로 지은 거대한 피어(Pier)가 있었고 사시사철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워낙 피어가 크고 사람들도 많다보니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방금 입국한 듯한 일본인들도 보이고, 신혼여행 온 근사한 복장의 유럽인들도 보이곤 했었다.사람들은 그곳에서 바다를 구경하며, 롤러코스터나 미니자동차도 타고 낚시질도 한다. 가끔 묘기쇼를 보여주는 이도 있고, 멋지게 기타를 연주하는 이도 있다.우리 아이들은 지금도 망치로 `개구리 머리 뿅뿅 때리는 게임` 등 재미있던 기억을 떠올리곤 하는데, 그곳에는 어린이들이 부모와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들이 많았다. 때에 따라서는 피어 밖으로 나가 해변을 걷기도 했다. 아이들은 모래에 자국도 남기고, 파도도 피하고, 커다란 물새들을 쫓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그 외에도 아이들과 가본 피어들이 몇 개 더 있다. 고등어 낚시가 잘되며, 망치로 껍질을 깨가며 왕게찜을 먹을 수 있는 레돈도비치 피어. 샌프란시스코의 아름다움과 함께 수 많은 바다사자들이 햇빛을 쏘이는 피어39. 서핑의 천국이라는 헌팅턴비치 피어, 낚시꾼들의 사랑을 받는 뉴포트비치 피어 등.이러한 피어가 포항에도 지어지고 있다. 산타모니카 피어 등에 비해서 규모는 작지만 그 누각이 한국건축의 멋을 살려 매우 아름답게 지어지고 있다. 한동안 운전을 해가며 공사 중인 구조물을 잠깐씩 쳐다보기는 했지만, 직접 차에서 내려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이 피어가 있는 북부해수욕장은 포항의 도심해변이다. 지난 20년 사이 이 해변은 매우 아름답고 다양하게 변모돼 포항의 큰 자랑거리가 되었다. 커피숍, 각종 음식점과 주점, 그리고 호텔들이 큰 건물군을 형성하며 들어서 있다. 백사장도 매우 넓은데, 도로가에는 각종 조각물과 스트릿퍼니처가 있고 해송이 줄지어 심어져 있다.포항사람들은 물론이고 대구 등 다른 지역사람들도 아름답고 색다른 바다의 정취를 맛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바닷바람도 쐬고, 조개구이도 먹고, 싱싱한 물회를 먹기 위해서이다. 이제는 이 멋진 피어를 보기 위해 친구들과 혹은 식구들과 이곳을 찾을 것이다.이곳에서 한여름에는 큰 규모의 불빛축제를 비롯해서 다양한 행사들이 열린다. 피어 주변이 차 없는 공간으로 바뀌게 되므로, 이곳에서 해변음악회, 조각전시회 등 색다른 행사들이 좀 더 자주 열리면 좋겠다. 수상스키, 요트대회 등 해양스포츠도 활성화되고, 예전에 계획하다 말았던 세계열기구대회도 열렸으면 좋겠다.이곳에서는 넓은 영일만과 아름다운 포스코의 야경이 내다보인다. 한쪽은 울릉도행 썬 플라워호의 선착장이고, 건설 중인 포항운하로 연결되는 길목이다. 인근에 수목 우거진 넓은 해맞이공원과 시립미술관이 있고, 요트정박장을 포함한 마리나시설들이 건설될 것이므로, 이곳은 앞으로 더욱 많은 이들이 찾는 해변으로 변모될 것이다.이제 이곳의 명칭이`영일대해수욕장`으로 바뀐다고 한다. 이 바뀐 이름과 피어의 건설을 계기로 이곳이 국내외적인 명성을 얻는 해수욕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2013-05-01

한몽 한러 공생국가론

▲ 구자문 한동대 교수여러 차례 몽골에 다녀오면서 인종적으로도 유사하지만 넓은 땅덩어리를 가진 몽골과 한국이 연합국가를 형성하면 참 좋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은 땅은 좁지만 잘 교육된 인구, 높은 기술력, 그리고 어느 정도의 자본력을 갖추고 있는 반면, 몽골은 적은 인구에 가난하지만 넓은 국토와 풍부한 지하자원을 품고 있다. 연합국가는 서로의 자치권이 인정되면서 하나의 연방국가(Federal States)를 형성함을 뜻한다고 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이에 가까울 정도의 동맹관계 형성을 뜻할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풀어나가야 할 쉽지 않은 국내외적 과제들이 많을 것이다.한국과 몽골의 연합국가 형성은 양국의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큰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변 강대국들의 위협 속에 나라를 발전시키고자 애쓰는 몽골로서도 국토분단 등 비슷한 처지에 혈연적으로도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고, 신산업국가인 한국과의 연합을 통한 국토개발 및 유지가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러시아의 `블라디미르 수린`이라는 학자는 놀랍게도 `한러공생국가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러시아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베리아의 개발이 필요하고, 시베리아의 개발은 한국인의 협력에 의해 개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오랫동안 미국과 함께 세계의 양대세력으로 존재했지만 지금은 군사대국으로서의 저력만 남아있을 뿐,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 나라다. 국토는 넓지만 국토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베리아 및 극동지방은 제대로 개발되지 않았다. 이제 러시아는 이 지역의 개발을 통해서 국가경제의 획기적인 발전을 꿈꾸고 있다. 이곳에는 석유를 비롯한 풍부한 천연자원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자본과 인력이다.지금도 중러 국경에는 보따리장수 규모의 국제무역이 성행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중국인들을 두려워한다. 러시아인들은 장래에 시베리아에 러시아인 대신에 중국인들이나 일본인들이 주된 그룹이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이들의 시베리아 진출을 크게 꺼리고 있다.블라디미르 수린은 시베리아 개발을 위해 한국인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한국인은 부지런하고, 추위에 잘 견디며, 중앙아시아의 황무지를 농지로 개척한 경력이 있고, 자원은 없지만 수출경제 체제로 효율적인 하이테크 경제를 이루었으며, 영토적인 욕심이 없는 민족이기 때문이라고 한다.그는 러시아와 한국이 공생국가(Symbiotic States)를 이뤄서 많은 한국인들이 러시아로 들어와서 시베리아 개척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한국인 2천500만~3천만명이 시베리아에 정착하게 되면 시베리아의 자원과 인프라 개발이 잘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우리 한국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이야기일수도 있다고 보지만, 많은 이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동북아의 복잡한 역학관계가 이를 쉽게 허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한러공생국가론 등의 가능성을 심각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수천년 역사 속에 명맥유지에도 큰 어려움이 많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이러한 대안들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한러공생국가론은 예속됨이 아닌 대등한 협력네트워크이다.필자는 우리나라의 해외동포정책이나 이에 대한 국민의 시각도 바뀌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반도에서만 치고받고 살 것이 아니라 `한국인`과 `세계에 흩어져 사는 한민족들(Korean Diaspora)`이 강하게 연계되어 `큰 한국`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좀 더 나아가 주변 국가나 민족들과의 연합국가, 공생국가 등의 가능성도 유연성있게 검토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야 할 것이라고 본다.

2013-04-24

아파트 리모델링

▲ 구자문 한동대 교수새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안전이 확보되는 범위 내에서 수직 및 수평증축을 포함한 리모델링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일부 지역에서 수직증축 요구가 있어왔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허가되지 않았었다. 지금까지 우리 한국에서는 아파트의 리모델링이 크게 유행되지 않았다. 대부분 재건축, 즉 모두 헐어버리고 다시 새건물을 건축하는 방식이 주종을 이루어왔으며, 이러한 방식은 국제적으로도 `Demolition and High-Rise Approach`로 알려져 있다.이제 한국 대도시의 주요 지역들은 이미 고층아파트로 채워져 있기에 큰 규모의 아파트단지를 건축할 기회는 더 이상 흔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물리적으로 별문제가 없는 건물들을 허물고 다시 짓는 자원낭비에 대한 반성이 예전과 다르게 크게 일고 있다.철근 콘크리트 건물은 내부의 철근이 부식되는 것을 기준으로 보통 100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며, 유지보수에 따라 더욱 길게 사용할 수 있는데, 15년이나 20년만에 헐고 다시 짓는다는 것은 심각한 자원낭비가 맞다. 또한 고층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을 위한 경제성 확보도 쉽지 않기에 앞으로는 아파트의 리모델링이 중요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아파트의 경우 어떻게 유지보수하느냐에 따라 주거의 질이 크게 차이가 난다. 아파트를 리모델링 할 경우 부엌, 화장실, 냉난방 시설이 새로운 설비로 바꾸어져야 할 것이며, 소득의 증가, 가족의 증가 내지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의 변화에 따라 방의 수나 면적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네덜란드 출신의 건축가이자 1960~70년대 MIT교수였던 하브라켄은 `융통형공동주택`내지 `Open Housing`의 기반이 되는 `SAR Theory`를 창안했다. 그는 집합건물을 각 유닛별로 고정(Support)과 변동(Infill)으로 나누고, 고정부분은 고칠 수 없거나 자주 고치지 않는 부분, 변동부분은 자주 고칠 수 있는 부분으로 만들어서, 필요에 따라 손쉽게 평면을 고치고, 설비를 바꾸고, 두 유닛을 하나로 합하고, 바닥면적도 늘릴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말은 건축시부터 십여년 또는 몇 십년후의 변형 내지 리모델링의 용이성을 위해 미리 건축구조와 평면구조를 일정한 룰(Rule)에 따라 디자인하고 건축한다는 말이다. 이를 우리 한국에서는 적용했다는 말을 들은 적 없지만, 홍콩 등에서는 1970년대부터 적용한 사례가 많다고 들었다.현재 우리 정부의 리모델링안에 대해서 수직증축과 관련해 많은 이들이 구조 안정성 확보 문제를 염려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작업의 용이성 및 사업성의 확보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법에서는 기존 가구수의 10% 범위내 가구수 증가, 85㎡ 미만 주택 가구당 전용면적 40% 범위내 면적증가를 허용하고 있다”면서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가구수와 면적을 더 늘릴지에 대한 검토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우리의 아파트들은 장래의 리모델링을 감안하지 않고 건설되었기에 리모델링 비용이 높아 대부분 사업성 확보에 문제가 클 것이며, 변화된 높이와 용적으로 인해 인동간격, 주변과의 마찰 등도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리모델링이 자원 활용 면에서 바람직하기도하고 이미 요구가 구체화되고도 있기에, 이번 정부의 정책은 구조적 안전성 및 주변과의 조화성 확보를 위한 지침이 잘 보강만 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아진다. 또한 중요한 것은 앞으로 지어지는 집합주거들이 장차 경제성 있는 리모델링이 가능하도록 지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방안으로서 하브라켄의 SAR Theory의 적용이 필요하고, 건축구조 자체가 벽식구조 보다는 골조방식을 택하게 하는 등 검토되어야 할 사항들이 꽤 있다고 생각된다.

2013-04-17

신재생에너지 연구의 중요성

▲ 구자문 한동대 교수포항 영일만대로를 운전해가다 보면 남송교차로를 지나 오른편에 아주 높고 거대한 굴착기 형태의 철구조물과 부속시설들을 볼 수 있다. 이게 무엇이며, 왜 그곳에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미국인 친구들도 필자에게 두어차례 이에 대해 물은 적이 있는데, 필자는 `지열발전소`내지 `지열연구소`라고 아는 만큼이나마 설명해준 적이 있다. `지열`하면 많은 이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그 지열의 이용가능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미국의 경우 지구표면에서 약 3㎞ 아래 저장되어 있는 지열에너지가 약 300만 쿼드(quad)나 되며, 이는 미국 에너지 수요를 3만년 동안 충족시킬 수 있는 용량이라고 한다. 제러미 리프킨의 저서 `3차 산업혁명`에 의하면 미국이 공공 및 민간투자로 8억~10억 달러 정도를 투여하면 2050년경에는 상업적 경쟁력을 갖춘 10만 메가와트 이상의 에너지를 생산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물론 각 나라의 물리적 여건과 생산기술 및 설비의 한계점이 있겠지만, 이러한 지열의 이용은 다른 나라들이라고 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한국의 경우도 지열의 이용가능성을 점검해보고, 관련 연구 및 시설투자에 대한 로드맵을 그려야 할 것은 당연하다.전기를 생산하는 데 있어 유용한 지열자원은 80~180℃ 사이의 온도 범위의 뜨거운 물과 증기라고 한다. 이 뜨거운 물과 증기가 지열발전소에서 터빈을 돌리는데 이용되고, 터빈이 돌아가면서 발생하는 기계적 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바뀌게 된다.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포항과 제주도가 지열발전소를 세울 수 있는 적지이며, 2015년 완공을 목표로 2개소가 건설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지열발전소 이외에도 인천 송도에 있는 지역냉난방시스템 아파트와 같이 지열이 냉난방에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땅속에 열교환파이프를 설치해 연중 15도 정도의 지중열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농업분야에도 설치하여 온실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포항이 또 하나 중점을 두어야 할 분야가 폐기물 에너지화라고 본다. 이는`바이오매스`의 여러 종류 중 가장 장래성이 높다고 한다. 2010년 세계적으로 17억t의 고형 도시쓰레기가 배출됐는데, 이중 2억톤만이 에너지원으로 바뀌었다. 제러미 리프킨에 의하면 폐기물에너지화 작업 중 오직 2%만이 유해가스를 덜 배출하는 `온도처리 및 생물학 처리기술`이 이용되는데, 이에 대한 국제적 시장규모가 2016년이면 136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포항의 경우 기존 쓰레기매립지가 포화상태이며, 거의 10년 동안 소각장 설치를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었다. 분명 폐기물에너지화가 필요하며, 좀 더 나아가 `온도처리 및 생물학적 처리기술`을 활용한 에너지플랜트가 건설되고, 이와 같은 기술들이 수출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그 이외에도 태양열, 풍력, 조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은 다양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의 생산단가, 에너지 효율성, 환경영향, 기술력 등 점검해야 할 부분이 많고, 대규모 사업화가 아직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석연료인 석유의 활용한도가 수 십년밖에 남지 않았기에, `발전차액지원제도` 등 정부의 지원이 요구되는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원이 연구 및 건설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포항은 첨단산업도시, 교육연구도시, 국제항만도시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지만 이에 더해 지열발전, 폐기물에너지화와 같은 신재생에너지원에 대한 연구와 상용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지역의 고용창출은 물론, 국내외에 관련 설치산업 수출로 국가발전에 공헌하는 `신재생에너지 허브도시`로 발전됐으면 좋겠다.

2013-04-10

랜드마크의 중요성

▲ 구자문 한동대 교수우리 한국의 주요 역사물이자 서울시의 랜드마크(Landmark)였던 숭례문이 안타깝게 불타고, 이제 그 복원노력이 완성되는 시점에 와 있다. 새로이 모습을 나타내게 되면 주변의 현대적인 건물들과 파격적이면서도 잘 조화를 이뤄 도시의 이미지를 한층 높여 줄 것이다. 숭례문을 중심으로 한 주변도심의 조화로움을 위해서 서울시는 앞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강변을 지나다 보면 몇 십년 전부터 금빛 찬란하게 주변을 밝혀주는 것은 다름 아닌 63빌딩이다. 1985년에 지어져 수 십년 동안 국내 최고높이의 건물이었음도 그러하지만 그 자태가 주변을 빛나게 한다. 서울시에는 그 이외에도 수 많은 랜드마크들이 있다. 광화문, 동대문, N서울타워, 서울시청, 서울역 등 오랜 역사와 차별화된 모습으로 주변을 빛내고 있다.외국으로 눈을 돌리면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랜드마크들이 많다.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영국의 타워 브리지,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 로스앤젤레스의 시청건물과 할리우드 간판, 일본의 동경타워, 중국의 천안문 등. 장소성, 역사성, 그리고 상징성을 보이는 랜드마크가 이러한 거대한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의 골목골목에서 발견되는 지역과 장소를 특징지어 주는 것들이 있다. 이는 빌딩일수도 있고, 조형물일 수도 있고, 광고용 구조물일 수도 있다.필자가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할 때, 찾아가는 주소를 묻고 설명 할 때면 맥도날드의 노란색 M자 조형물이나 윈첼 도너스의 커다란 타이어 모양의 도너스 조형물을 예로 들곤 했었다. “그 교차로에서 왼쪽을 보면 맥도날드 싸인이 보이지?” “그 바로 옆 옆이야.” 점심시간에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리틀도쿄에서 친구들을 만날 때는 “거기 높다란 목조탑이 있지?” “그 옆이 이찌방 레스토랑인데, 거기서 만나자.” USC대학 교내에서 누군가를 만나려면“중앙광장에 그리스병사 동상이`트로잔`인데, 그 앞에서 만나자” 이러한 것들도 이정표 역할을 하면서도 장소를 특징지어주는 랜드마크들이라고 보면 된다.포항에 오래 살면서 이제는 곳곳을 상세히 알지만 처음 몇 년간은 장소 찾기에 애를 먹었다. 포항에는 오거리, 육거리, 죽도시장 등 지명으로 존재하는 장소 이외에 눈에 띄는 랜드마크가 없는 편이다. 북부해수욕장을 거쳐 해맞이공원 쪽으로 차를 몰아가거나 걷더라도 아름다운 바다풍경과 건너편 포스코의 공장 구조물 이외에는 크게 눈에 뜨이는 것이 없다. 포스코의 야경이 또 하나의 도시미가 되고는 있지만 이 해변가 어딘가에 서울 한강변의 63빌딩이나 후쿠오카 모모찌 해변의 후쿠오카타워 같은 랜드마크적인 건물이 세워지면 좋을 것 같다.바닷가를 드라이브하거나 걸으면서도 장차 크루즈를 타고 포항에 입항하면서도 이러한 랜드마크가 보여진다면 포항의 이미지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를 보러 많은 이들이 찾을 것이며, 이를 브랜드화한 상품들이 인기를 얻을 것이다.작은 크기의 조각품들로 장소와 지역을 빛내는 경우도 있다. 덴마크의 인어공주상, 벨기에의 오줌싸게 동상 등이다. 포항의 경우에도 이러한 스토리 있는 조각품들을 동빈내항, 북부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 육거리, 오거리, 환호해맞이공원 등에 설치한다면 좋을 것이다. 이러한 랜드마크적인 구조물이나 조형물들은 오랜 역사와 발전 비전 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도 하지만 소소한 아름다움이나 스토리를 입혀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의 얽혀진 전설이나 새로운 스토리들이 입혀질 때 이러한 상징물들은 생명력을 가질 것이다. 또한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그러한 것처럼 저명한 건축가나 조각가의 작품 초빙만으로도 지역에 새로운 생명력이 입혀질 수도 있겠다.

2013-04-03

벼룩시장이 필요하다

▲ 구자문 한동대 교수얼마 전 필자가 일하는 대학의 학생회가 교직원들로부터 상태는 양호하나 본인들에게는 별 필요없는 물건들을 기증받아 벼룩시장을 개설한 적이 있다. 한시적이었지만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매년 두 차례의 축제기간 중에는 학생들이 그룹지어 갖가지 음식과 물품들을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인기를 끌고 있다.지역사회에서도 사회단체 등의 주최로 가끔씩 `아나바다시장`이 열리지만 자주도 아니고 규모도 크지 않다. 이러한 형태의 벼룩시장은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매우 흔하게 발견되며, 값싸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지역의 상징적 축제의 형태를 띠기도 해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이 벼룩시장도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첫째, 각자 집에서 여는 `거라지 세일(Garage Sale)`이 있다. 이사갈 때 가지고 가기 곤란한 물건이 있거나 못 쓰는 물건들을 정리하고자 할 때 이를 통해 값싸게 처분하는 것이다. 필자도 주말이면 이러한 곳들을 찾아다니며 세간살이나 진기한 물건들을 값싸게 구입했던 적도 있고, 직접 세일을 해 그동안 모아왔던 잡지며 물품들을 처분한 적도 있다.둘째, 주말을 통해서 주민들이 마을공터에 자기 집의 않쓰는 물건이나 직접 만든 물품들, 직접 재배한 채소와 과일들을 소규모로 파는 `파머스마켓(Farmer`s Market)`이 있다. 주말에만 열리고 그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필자도 미국 아이오아주의 한 소도시에 거주할 때는 이곳에 가서 중국배추로 불리는 김치용 배추를 사고는 했다.셋째, 대도시 인근에 큰 규모로 열리는 `벼룩시장(Flea Market)` 혹은 `스왑밋(Swapmeet)`이 있다. 주말에 열리기도 하고 매일 열리기도 하는데, 소규모 상인들이 대부분이지만 제법 큰 규모의 상인들도 있다. 그중에는 한국인 유학생들도 있어 주말장사를 통해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장은 그 도시의 특징으로 불릴 만큼 유명해진 경우도 있다. 그곳에서 골동품, 생활용품, 옷, 운동화, 오래된 음반, 지역음식 등을 팔기도하고 구입도 한다.그 이외에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시장들이 많을 것이며, 품질이 좋으냐 나쁘냐, 세금을 내느냐 내지 않느냐 등의 논쟁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우리 한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벼룩시장의 성장이 지역상인들의 반발을 불러 올수도 있고, 비공식 시장경제(Informal Market)의 일종으로서 행정당국의 눈초리를 받을 수도 있다고 본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벼룩시장이 가난한 이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주고, 다음 단계로의 발전을 위한 발판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든 유럽이든, 아니면 가난한 제3세계의 국가이든 틀린 말이 아니다.미국에 거주하는 많은 수의 교포들이 이러한 스왑밋에서 시작해 대형 사업자로 성장했다. 필자의 몇몇 친구들도 유학시절, 주말에 스왑밋에서 썬글래스 등을 팔아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하며 학업을 마치기도 했다.위축된 경제 탓으로 필자가 거주하는 신도시에도 폐업하는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젊은이들이 직업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어려운 때, 지자체가 스폰서해 아예 대규모의 벼룩시장을 교통이 편리한 넓은 공터, 예를 들어 신항만 배후단지 빈터 등에 정기적으로 열어 지역축제로 만들면 어떨까 싶다. 입장료도 500원씩 받고, 밴드도 동원하고, 갖가지 지역 특산물, 골동품, 수공예, 생활용품 등을 흥정하며 값싸게 사고 팔수 있는 곳…. 도심이나 각 마을의 빈 건물 등에 중소 규모의 벼룩시장들을 주말이나 상설로 여는 것도 좋을 것이다. 소규모로 자기 물건을 가지고가 교환 내지 사고 팔수 있는 곳이거나, 사회단체나 소상인들이 주체가 되어 좀 더 체계를 갖추어 운영해도 좋을 것이다.

2013-03-27

산불 대비책

▲ 구자문 한동대 교수요즈음 전국적으로 산불이 크게 발생하고 있다. 포항에서도 지난 9일 오후 도심 가까운 주택가 산등성이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 숲으로 빠르게 번져 많은 산림과 인근 주택들을 태우고 도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도 불씨가 날아들었다. 이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대피하고, 수 천명의 소방관, 공무원, 그리고 군인들이 진화작업에 진땀을 흘렸다. 다음날 정오쯤 잘 아는 기자에게 다른 일로 연락하는 차에 물어봤더니 산불은 밤새 계속되다 아침 8-9시경 잡혔는데, 다친 분들이 많아 병원에 취재차 가 있다고 했다. 포항시에서도 산불원인 규명과 함께 복구작업에 매진하고 있고, 시민 및 각급단체들의 온정의 손길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산불은 갈수기인 봄철에 자주 발생한다. 필자가 거주하던 캘리포니아에서도 갈수기에 큰 산불이 자주 발생해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는데, 그 규모가 커서 많은 소방관과 온갖 장비가 동원돼도 몇 주가 지나도록 진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산불은 바람을 따라 잠깐 사이에 수㎞까지 옮겨 붙곤 한다. 때로는 강이나 고속도로 등 수백m를 뛰어넘어 불씨를 옮기기도 한다. 그리하여 수백만평의 산림이 타버리고, 그곳을 무대 삼던 곤충과 동물들이 사라지고 주변의 주택들도 타버리게 된다.18년전 포항에 이사 왔을 때 주변에 민둥산들이 많아서 이상하게 느꼈었는데, 그게 산불의 흔적이었다. 이곳은 강수량이 적지는 않지만 계절편차가 심하고 토질도 척박한 이암층이라서 불에 잘 타는 소나무들만 자라고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필자가 살던 동네는 앤젤리노산맥 아래의 꽤 높은 지대였는데, 오래된 신문을 보니 1950년대에 큰 홍수가 나서 많은 집들이 파괴되고, 많은 이들이 죽었다고 했다. 그 이유를 보니 가을에 큰 산불이 나서 그 타다만 나무조각이며 재들이 산과 골짜기에 그냥 쌓여 있었는데, 그해 겨울에 큰 비가 내렸고, 골짜기는 곧바로 그 조각들로 메워져 버려 우수와 함께 큰 범람을 일으킨 것이었다.이러한 위험은 우리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큰 산불이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그 회복에 수십년이 걸리니 문제이기도 하지만, 곧 이어진 장마기에 산사태며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도 대비해야 할 문제이다.로스앤젤레스 시청에서도 이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한다. 산불발생 감시요원 및 감시장비를 크게 보강하고, 불이 나면 산불진화요원들이 즉각 출동해 초기진화에 애를 쓴다. 헬기나 항공기를 동원해 물과 화학약품을 대량 살포하지만 진화가 쉽지 않다. 산불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미국에서는 건축허가시 집 주변을 불에 잘 타지 않는 수목들로 조경하도록 하고, 소방도로 및 소방수정 배치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화재나 지진 등 재난시 대피요령을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주지시키고 있다.우리나라에도 은행나무, 아왜나무, 사철나무, 동백나무, 참죽나무, 떡갈나무, 단풍나무 등 방화수목으로 알려진 나무들이 많이 있고, 사찰 등에서 오래전부터 주변에 심어 왔다. 반면에 소나무, 잣나무, 아카시아, 그리고 요즈음 정원수로 많이 심는 자작나무 등은 산불에 매우 취약하다.산불은 부주의하게 화기를 다루거나 쓰레기를 태우거나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려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요즈음 많은 시민들이 등산을 즐기며 정부에서도 등산로 확보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이로 인해 자연생태계 파괴와 함께 산불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산불예방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좀 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며, 정부차원에서도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들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2013-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