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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맞이공원의 포항시립미술관

▲ 구자문 한동대 교수아직 바람이 찬 토요일 오전, 포항시립미술관을 찾았다. 아름다운 해변을 품고 있어 더욱 아름다운 도심공원, 환호해맞이공원에 자리 잡고 있음에도, 더구나 자주 지나치는 길목임에도 자주 찾지 못해서 안타까움이 쌓이던 터였다.주말 오전이어선지 날씨가 쌀쌀해서인지 공원에는 별로 사람이 없었다. 아침운동을 하는 이웃 주민들은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고, 주말 소풍객들은 한 두시간은 더 있어야 나올만한 시간 탓이기도 할 것이다.정문 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광장으로 통하는 계단을 오르니 꽤 멀리 남서쪽으로 커다란 유리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저곳이 포항시립미술관이다. 키 큰 금발의 외국인과 좀 작은 키의 한국인이 무언가 대화를 하며 빠른 걸음으로 필자를 지나 산등성이로 향한다. 필자의 오늘 방문이 며칠 계획된 것임에도 혼자인 것은, 단출하게 여유로움 속에 이곳저곳을 돌아보고픈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세워진 지 3년이 된 포항시립미술관 건물은 주변에 색다름을 주는, 푸른 빛 도는 높고 긴 유리건물이다. 입구 쪽에 가니 노랑재킷에 선글래스의 멋쟁이 여자 분이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니 짙은 회색 벽돌 톤의 웅장한 내부가 은근한 아름다움과 침착함으로 나를 반긴다.`한국 모더니즘 미술의 사유`라는 타이틀이 붙은 개관 3주년 기념전이 아직 계속되고 있었고, 필자는 제1전시실부터 작품들을 돌아보기로 했다. 낯익은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 고교 대선배라서 잘 기억하고 있는 이우환 화백 등 여러 작가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었다. 한 화가는 자기의 작품들을 `심포니 듣는 것처럼 봐주었으면….`이라고 적고 있다. 여백의 미를 형상화한 작품, 오는 봄을 그린 작품, 그리고 꽃과 나비가 강렬한 빛깔로 그려진 작품도 있었다.필자는 미술가와 그들의 작품들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학창시절 `건축`을 공부했었다는 핑계로 `예술가연 허세`는 잠재의식 속에 남아 있어서, 동창생 화가들 앞에서 한두 마디 해보려 애썼던 적도 있고, 과천에 있는 국립미술관에도 여러 차례 가보았었다.하지만 오늘은 혼자이다. 봄이 오는 동산의 아지랑이를 바라보듯이, 멀리 아름다운 영일만의 해무를 감상하듯이 작품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감상하고, 짧게 적어놓은 작가의 한두 마디 언어들도 음미해 보았다. 이 소도시에 이러한 미술관이 있음이 다행이다. 또한 이러한 대작들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다.미술관과 박물관은 그 도시가 문화도시임을 상징해준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그 도시민의 문화수준을 가늠케 해준다고 할 수 있다. 철강산업도시로 알려진 포항이, 공장과 술집뿐이라던 포항에 이러한 미술관이 있음으로 인해 인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어린 학생들이 부모 손을 잡고 작품 감상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어른들에게도 감정순화의 기회가 제공된다는 것이다.선진의 많은 대도시들이 미술관, 자연사박물관, 과학박물관 등에 많은 정성을 들이는 것은 이러한 도시이미지 제고와 시민들의 여가활용 및 교육기회 제공을 위한 것일게다. 그곳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사색하고 음악도 듣고, 글도 쓰면서 바쁜 일상의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게 될 것이다.이제 봄이 가까웠다. 환호해맞이공원도 앞으로 1~2주 후엔 온통 연둣빛으로 변할 것이다. 많은 꽃들이 피어나고 새와 나비가 날 것이다. 이 봄에는 좀 더 많은 시민들이 미술관을 방문하고 작품 감상의 기회를 얻는다면 좋겠다. 이로 인해 포항이 차차 `예술의 도시`로 불리 울 수 있기를 바란다.

2013-03-13

3·1절, 유관순 열사의 키 논쟁을 보며

▲ 구자문 한동대 교수1919년 3·1운동이 일어난지 30여년 만에 우리는 나라를 되찾았고, 또 6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동안 우리나라는 어려움을 딛고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포항에서도 3·1절이면 민관에서 갖가지 행사가 열린다. 3·1만세운동은 서울이나 몇몇 도시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났고, `무슨 역사가 있느냐`는 자조 섞인 비평을 듣기도 하는 포항에서도 크게 일어났었다.요즈음 유관순 열사의 키 논쟁이 뜨겁다. 남아 있는 것은 그 당시 감옥에서의 사진과 기록인데, 5척 6촌이냐, 5척 0촌이냐가 그 논쟁의 중심에 있다.한 미술생리학자에 따르면, 그 당시 여고생의 키가 150㎝ 정도였으므로 유관순 열사의 키가 169.7㎝의 장신이기 보다는 151.5㎝가 맞고, 5척 6촌의 글자 중 0자를 6자 같이 쓴 것이 오해의 소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천안지역의 한 향토사학자는 6을 0으로 볼 이유가 없다는 반론도 제기하고 있다.필자는 인터넷을 통해서 그 당시의 기록을 사진으로 보았을 뿐이지만, 5척 6촌 글자가 분명한데 이를 왜 5척 0촌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당시 기록자의 습관이 0을 6같이 썼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그 당시가 지금부터 90여년전 일제시대의 기록이라 해도, 그 당시의 행정체계가 지금 일부 인사들이 생각하듯 그리 허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휘갈겨 썼다 해도 0자가 6자로 보여 오해를 일으킬 정도를 그냥 둘 만큼 엉터리 체계는 아니었을 것이다.일제, 생각해보자. 1800년대 중후반, 우리 조선이 당쟁에 휘말리고, 외세에 흔들리고, 국민들이 가난과 무지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할 때, 이들은 조선정벌을 체계적으로 논하고 있었다.만주 `광개토대왕 비문`을 젊은 일본군 소위가 해독하고 일본에 유리하도록 고쳤을 정도로 문과 무를 갖추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더 해서 무엇하랴마는, 그 당시 일본과 한국은 그 차이가 너무나 컸다. 그래서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던 것이 아니던가 싶다.일부 논객들은 유관순 열사의 키가 169.7㎝든 151.5㎝든 그게 업적에 무슨 상관이 있느냐 주장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그러나 반성해야 할 것은 우리들이 너무 과거를 쉽게 잊고 기록도 제대로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욱`하며 분기탱천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요한 일들도 곧바로 망각해 버리는 습관이 있다.이게 장점으로 작동해 신바람이 될 수도 있지만, 과거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현재나 미래를 과거를 바탕으로 실수 없이 계획하는 습관이 매우 모자란 것을 지적하고 싶다.필자는 전공상 과거 30~40년전의 산업단지 개발, 신도시 개발 등에 관한 자료들을 모아 본적이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활용 가능한 문서들이 거의 없었다. 일부 단편적인 신문기사와 `카더라` 전설들만이 전해져 올 뿐이었다.유관순 열사에 관한 신상기록만 해도, 얼마 전 형제자매며 친구들이 생존해 있었으니 어느 정도 고증해 놓을 수 있었다고 본다.이처럼 근현대의 역사적인 사실과 유물들이 치밀한 고증과 기록 없이 잊혀져가고 사라져 가는 게 안타깝다.이 기회에 포항시에도 산재한 3·1운동 및 의병활동 기념물들을 한데 모아 사료들을 갖춘 기념관 및 기념공원으로 조성하면 어떨까 싶다.지금부터라도 지역의 잊혀진 사료들을 좀 더 충실히 찾아내고,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연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3-03-06

경북도청 이전에 부쳐

▲ 구자문 한동대 교수몇 년전 경북도청 이전을 위한 입지선정을 위해 각 시군이 유치경쟁을 벌였고,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일원이 입지처로 결정됐다. 이제 이곳에 도청 골조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내년이면 도청이 이전을 한다고 한다. 도청이전은 행정구역일치, 낙후지역발전 등 다양한 이유에서 추진됐다고 보는데, 우리 경북도민들은 도청의 이전이 경상북도 역량강화의 큰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하지만 걱정되는 것은 신도시가 계획한 대로 조성돼 빠른 시일 내에 직원정주가 이루어지고, 도청의 주된 목적인 도민서비스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겠느냐는 것이다.이전될 기관의 직원들의 정주를 위한 주거, 교육, 문화시설 등이 신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선결요건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재 세종시에서 보여지듯 문제가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외로 크게 이슈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도민서비스는 무엇보다도 도청의 존재이유이다. 행정구역 일치화와 낙후된 지역경제발전도 중요하지만 도내 각 시군으로부터의 접근성과 도청기능 집행의 효율성이 무시되어서는 안된다.현재 진행상황을 보면 모든 정성이 신도시 자체만의 인프라 구축과 경제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보인다. 또한 신도시와 서울시, 세종시 등 다른 주요 도시 및 지역들과의 접근성 향상으로 인한 경북 북부지역의 경제발전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듯 보인다.물론 이러한 요소들도 중요하다고 보지만 도청신도시는 경북도 내의 다른 시·군들과의 경제산업 네트워킹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 신도시의 경제산업 자립역량도 안동 및 예천과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포항, 구미, 경주 등과의 관계 속에서의 함께 구축돼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많은 이들이 도청이전으로 말미암아 경북도의 이원화 가능성, 다시 말해서 경북 북부지역의 수도권화와 포항과 경주 등 남부도시벨트의 이원성을 위험요소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궁금하다.경북 동남부에 위치한 경북 최대의 도시이자 철강산업도시인 포항과 역사문화도시인 경주는 도청신도시에서 가장 멀고 접근성도 열악하다. 경북도의 관문항구여야 할 영일만항과의 네트워크도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한 논의가 철저히 진행되지 못한다면 동남부 도시들의 피해와 함께 도 전체의 발전에도 문제가 커질 것이다.경북도와 몇몇 시·도들이 도청이전 및 후적지 개발을 위한 특별법 통과를 염원하고 있다. 열악한 지방경제와 지방재정은 도청신도시를 제대로 지원할 능력이 없다.도청신도시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가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기반시설 일부만의 지원에 그친다면 더 많은 문제점만을 양산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도청신도시는 상징성 및 관광객 유인을 위해 `스마트 에코 명품도시`로 개발돼야 할 것이고, 각 시·군들과 접근성이 향상되어 행정서비스에 문제가 없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자립역량 구축을 위해서 도내 곳곳의 산업기반 및 기존자원들과 네트워크하에 발전계획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우리는 이번 도청이전을 통해서 경북의 각 시군들이 더욱 네트워크화 되면서도 각자의 특색 속에 잘 발전될 수 있음을,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국가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특별법을 통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되어야 할 것이다.

2013-02-27

층간소음 문제

▲ 한동대 교수요즈음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인한 위 아래층 거주자들의 싸움이 방화와 살인에 이르는 극한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물론 전 도시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많은 아파트 거주자 중 극히 일부분에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보이지만 이러한 기사를 보고 읽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필자는 1970년대 초중반부터 아파트에 살았고, `우리나라의 여건상 고층 집합주택 건설이 필수적이며, 이로 말미암은 혼잡, 소음, 프라이버시 문제의 해결은 건축가와 도시계획가의 몫`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중 하나이기에 층간소음의 문제점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인터넷상으로도 많은 이들이 층간소음으로 인한 고민을 털어 놓고 있으며, 국가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는 모양이다.필자가 처음 살았던 아파트는 지금은 없어진 `마포아파트`였는데, 오래전이라 기억이 희미하기는 하지만, 층간소음 때문에 다투는 것을 본적이 없다. 6층짜리 중층아파트였기에 소음이 적었는지, 아직 우리나라가 잘살기 전이었기에 사소한 소음에 대범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별 신경 쓰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18년전 포항으로 이사 와서 중심가의 한 고층 아파트 단지에 꽤 오래 살았을 때도 가끔 위층 소음이 들리기는 했지만, 어린 애들을 키우면서도 위 아래층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그 후 교외의 한 아파트로 이사가서 한동안 혼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필자가 주로 저녁 이후에만 집에 머물렀다고는 하지만 윗층 소음이 그리 신경을 거슬리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어느 휴일 낮 시간에 위층에서 어린 아이들이 걷고 뛰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소음에 취약한 구조였음에도 불구하고 위층 사는 분들이 평소에 소음을 줄이고자 매우 조심했었음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만일 위층에서 밤낮으로 쿵쿵대고 발자국 소리를 냈다면 필자도 매우 불편한 일상을 보냈을 것이다.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기관에서도 주거생활소음 기준 신설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매우 적절하다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경제산업의 급성장 가운데, 미쳐 챙기지 못한 우리네 삶의 모습 내지 사회발전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한다.첫째, `물량 위주의 건설 관행`으로 인한 품질저하와 함께 층간소음 방지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서로 배려하고, 참고, 양보하는 미덕이 사라져버린 우리네 삶의 삭막함과 `동네의식` 부재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셋째, 이러한 다툼이 생겼을 때 이를 풀어나가는 방법이 서투르다. 관리사무실에 알리고, 경찰에 알리는 등 적법절차보다도 욱하는 성질 그대로, 쫓아가 다투는 우리네 행태도 문제다.필자가 장기간 거주하던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밤 9시나 10시 넘어 음악소리 등 소음을 참을 수 없게 되면,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고, 곧바로 경찰이 출동한다. 아파트나 콘도에 사는 경우, 내규가 엄격해서 밤 9시나 이후 소음은 커녕, 친구를 초대하는 것도 제한되는 경우가 흔하다. 일상 걸음걸이나 전자렌지 소음 정도가 아래층 사람들에게 큰 소음피해로 바뀐다는 것은 분명 시공상 문제가 크다. 이는 원룸이나 다세대주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멀쩡하게 지은 일부 고층아파트들까지 그러하니 더욱 문제다.주거생활 소음기준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이미 제안되고 있어 층간소음으로 인한 문제나 다툼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서로의 배려와 양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는 `동네의식`에 바탕을 둔 삶의 태도에서 도출 될 수 있다고 생각되며, 시민 스스로 소음방지를 포함한 공동체 내규제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2013-02-20

포항의 차별화

▲ 구자문 한동대 교수평소보다 늦은 출근시간, 해가 뜬지 꽤 오랜 아침 9시인데도 차 밖의 기온이 영하 9도에 이르고 있다. 새벽에는 분명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갔을 것이다. 서울의 기온은 영하 16, 17도에 이른다고 한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이런 강추위는 매우 드물기에 체감온도가 더욱 낮은 것이리라. 이런 때 호황을 맞는 것은 스키장일 것이다. 물론 눈이 있어야 하지만, 높은 산에는 겨울에 항상 눈이 쌓이기 마련이고, 요즈음은 인공눈 제조기까지 있어서, 평지에 눈이 없다고 스키장에 눈이 없는 것은 아니다.포항은 경상북도의 남단에 위치해 겨울기온이 비교적 높은 편이라서 스키장의 설치 및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다. 요즈음에는 내국인들만이 아니라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동남아에서도 스키 관광객들이 몰려드는데, 이런 때는 강원도의 산악도시들이 부럽기도 하다.강원도와 충청북도의 어느 저수지에서는 빙어낚시가 한창이다. 얼음에 구멍을 뚫고 낚시 줄을 드리우면 조그만 빙어가 걸려 나온다. 사람들은 이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며 즐거워한다.필자도 빙어를 좋아 하지만, 미국의 5대호에서 잡히는 `양미리` 만큼 큰 빙어를 튀겨 먹다가, 우리 한국의 빙어를 보면 너무 작아서 아쉽다. 물론 사람들에게 빙어의 크고 작음은 큰 문제가 아니며, 빙판에서 직접 물고기도 잡고, 매운탕도 해먹고, 캠핑하는 재미로 그곳에 몰려드는 것이다.필자는 여행을 자주하지는 못하는 편이지만, 한두 시간 거리는 다녀 본 곳이 많다. 경주는 자주 가 보는 천년고도인 역사관광지이고, 그 이외 가는 곳은 월포, 영덕 등의 바닷가나 그 근처 호수와 산이다. 단순히 `경치가 좋아서 찾아간다`라기 보다는 `대게`, `송이버섯` 등 국가적으로 잘 알려진 먹거리나 생산품들이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동해안이 아름답다고는 하나 그 경치 때문에 두어 시간 거리를 자주 운전해 갈 것이냐? 단순히 싱싱한 활어회를 먹으러 두어 시간 거리를 운전해 갈 것이냐? 그렇지 않다. 활어회는 지척에 있는 죽도시장에 가도 잘 먹을 수 있고, 인근 바닷가에도 숫하게 많은 횟집들이 있다.분명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지역을 알리기 위해서는 평범한 것이 아닌,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분명한 무엇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포항시가 좀 더 많은 관광객과 내방객을 유치하기 위해 기울이는 많은 노력들이 대단하다 느끼면서도 2% 아쉬움이 있다. 그 이유가 `지방중소도시로서의 한계이지, 전략부족 때문은 아니다` 라고 단언하기는 힘들다.수도권에서 먼 중소도시이고, 인근에 국내 최고의 관광지인 경주가 있고, 대도시인 울산이 있으니, 포항이 차별화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포항은 이러한 약점들만이 아닌 강점들이나 기회를 줄 잠재요소들을 분명 가지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을 살려낼 전략구사가 필요한 것이다.예를 들어, 포항시가 적극적으로 추진의사를 밝힌 `T9 오션프로젝트`는 포항을 차별화시킬 매우 좋은 사업들의 집합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사업들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포항에 이미 내재된 강점과 함께 차별화작업이 용이할, 좀 더 구체적인 선도적(Pilot)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이는 북부해변이나 포항운하에 세계인들이 주목할 만한 최첨단의 롤러코스터 및 번지점프시설 설치, 영일만 크루즈 유치와 차별화된 선상파티 및 페스티발 개최, 국내외적인 주목을 끌만한 `스마트 에코 빌딩`이나 원형재현의 `노아의 방주` 건설, 포스텍과 한동대의 `미식축구`, `조정` 등에 걸친 정기 스포츠 라이벌전 개최 등 구체적으로 생각해볼만한 것들이 많다고 생각된다.

2013-02-13

발코니 정원에서

▲ 구자문 한동대교수아파트 발코니에 화초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새 아파트로 이사 온 3년전부터이다. 그전에도 화분 몇 개씩은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같이 40여개에 이르는 경우는 없었다. 거실에 앉아 있어도 발코니의 식물들에 자주 눈이 가고, 아침저녁으로 물도 주고, 마른 잎도 정리하며 느끼는 즐거움이 크다.아파트가 중간층이고 더구나 단지의 중앙에 위치해서 창밖전망은 거의 없다. 최상층이라면 산과 바다가 보일 것이고, 2~3층에 산다면 창밖의 큰 키 소나무를 비롯한 조경수들이 보일 것인데, 여기서는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풍경뿐이다. 다행히 발코니는 넓고, 햇빛이 잘 들어와 식물들의 생육에는 지장이 없다.우리 집의 화분들은 산세베리아, 동양난, 고무나무, 아이비, 호야 등 대부분 조그만 화초며 나무들이다. 그중 많은 것들이 내가 직접 싹 틔운 것들이다.우선 길고 널찍하게 잎을 피우는 두 그루 야자나무는 아직 키가 40㎝에 불과하지만, 직접 채취한 씨를 싹 틔운 것이다. 벵갈고무나무는 어린 제자들이 가져온 아주 작은 화분에 있던 것을 몇 년 키워 60㎝로 자라났다.우리 집에서 가장 키가 큰 것은 150㎝가 넘어 보이는 검정 대나무이다. 몇 년전 사무실 인근에 멋대로 자라던 것을 한 뿌리 옮겨 놓은 것인데, 잘 자라진 않아도 사철 푸른 잎에 검정 줄기가 우리 집의 운치를 제법 살려 주고 있다.요즈음에는 얼마 전 물 담가 놓은 커다란 `아보카도씨`가 언제쯤 싹이 틀지 기다리고 있다. 아열대 대형식물이지만 온실에서나마 아보카도가 주렁주렁 열리기를 기대해 보면서...몇 년내 여유가 생긴다면 정원 넓은 시골집 하나 구해서, 뒷마당엔 대나무, 앞마당엔 감나무, 석류나무, 동백나무, 오동나무 등을 심고 싶다. 거실과 연결된 조그만 온실에서 갖가지 열대식물들도 키워보고 싶다.필자의 선친께서도 바쁜 직장생활 틈틈이 화초를 키우셨는데, 그중 기억나는 것은 흰꽃 붉은 꽃 피는 커다란 선인장, 조그만 화분에서 주먹 크기의 열매를 맺던 레몬나무, 30㎝ 높이로 나지막하지만 두꺼운 껍질을 지닌 분재 소나무 등이다. 지금은 친척분이 지켜주는 그 시골집에는 만발한 백일홍, 거대한 무화과나무, 온 집안을 두르듯 자라나는 키위나무만이 그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학생들과 자주 찾는 몽골의 울란바타르에서도 가장 아쉬운 풍경 중 하나가 나무 없는 삭막함이었다. 왜 도심이며 정원에 나무를 심지 않을까? 사막기후에 추위까지 겹치니 쉽지는 않겠지만, 전나무, 자작나무 등 그 기후에 맞는 나무들을 식재하면 도심의 모습도 공기의 질도 훨씬 좋아질 것인데….우리나라는 겨울추위가 매섭다 해도 나무들 생육에 큰 지장은 없다. 산에는 소나무들이 가득 자라고, 도심에도, 아파트 단지에도 갖가지 나무들이 숲을 이룬다.매일 잔디나 정원수에 물을 뿌려야 하는 `캘리포니아`나, 유프라테스 강물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여 `공중정원(Hanging Garden)`을 조성했던 고대국가 `바빌로니아`의 사막기후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좋은 곳에 살고 있는 것이다.이제 소한과 대한이 지나고 입춘도 지났으니 봄이 멀지 않았다. 특별히 추웠던 이 겨울이 어서 지나고, 따뜻한 새봄이 왔으면 좋겠다. 새봄 따라 움츠러든 우리 집 화초들도 활짝 피어나고, 어려운 지역경제도 활짝 피어났으면 좋겠다.

2013-02-06

청년창업이 성공하려면

▲ 한동대 교수제자들이 베트남에서 건설사업을 일으켜 잘 운영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처음에는 한 두 명이더니 이제는 10명이 모여 사업을 진행하는데 설계에서부터 시공에 걸쳐 제법 틀이 잡힌 모양이다. 소규모로 시작한 사업이 이제는 제법 큰 규모의 정부주관 아파트와 호텔까지 건설하고 있다. 자금도 동문들이 싱가포르에 세운 투자회사를 통해 얻는 모양이다.이러한 사업이야 남들도 다 하는데 대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들은 30대 중반을 넘기고 있는 젊은이들이고 역사도 일천한 지방의 한 소규모 대학 출신들이기 때문이다.필자가 재학생들과 함께 몽골 등에서 지속적인 봉사활동 등을 하는 것을 알고 베트남에도 와 달라고 요청하고 있어 이번 봄에는 어떻게든 시간을 내 보려 한다. 그곳에서 제자들이 하는 것도 보고 그곳 대학이나 정부기관과 주택 및 커뮤니티 개발, 도심 재개발, 환경보전 등에 관한 워크숍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요즈음 국내외 불황으로 인해 청년실업문제가 큰 화두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젊은이들이 직장을 구하기 힘들고 구하더라도 저소득의 임시직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정부에서는 대기업만이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눈을 돌려라,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도 눈을 돌려라, 국내외 창업이 매우 중요하다 등 많은 지침들을 내어 놓고 있다. 오죽하면 창업이라는 말을 하랴마는 창업이 그 무슨 직종이든 쉽지 않음을 누구나 알고 있을 터이다.요즈음 필자가 사는 뉴타운 스타일의 동네에도 불황이 심하다. 3~4년 전부터 많은 가게들이 세워지고 있는데, 얼마 전부터 힘들다는 소리들이 들리더니, 이제는 가게를 팔려고 내어 놓은 곳이 대부분이라고 한다.사실 호황기에도 신생업종들이 살아남기가 그리 쉽지 않은데 국내외 불황까지 겹치고, 소비가 위축되어 있으니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소규모 창업에 목을 매는 이유는 별다른 생계 수단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이론적으로는 창업이 대단히 매력적이기도 하다. 과거 미국에 이민 갔던 분들이`스왑밋` 혹은 `벼룩시장`에서 물건 펴놓고 장사를 시작해서 성공한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어렵던 미국의 경제산업을 경쟁력있게 되돌렸던 1980년대의 저력이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벤처창업에 의해서 일어났다고 하지 않는가?아직도 많은 학자들이 사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십만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맞는 말이다. 아직도 우리는 사업가정신과 창업정신을 통해 우리의 도시를 새롭게 발전시킬 꿈을 꾸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현재로서는 불황극복이 우선인 것 같다. 정부에서도 다양한 전략들을 동원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꺼진 부동산 경기를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청년창업, 이 또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무작정 뛰어 들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법적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주고 어른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길을 개척해 줘야 가능한 일이다.제자들의 해외사업도 경험 많은, 이제는 은퇴한 교수 한분이 동남아에 학생들을 이끌고 다니며 많은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개척해 준 덕택이라고 본다. 필자가 학생 및 소상공인들과 함께 다른 나라를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라고 말하고 싶다.

2013-01-30

겨울가뭄과 용수부족

▲ 구자문 한동대 교수동해안에 폭설이 온다더니 강원도와 경북 북부지역에 20여cm 적설량을 보였을 뿐, 남부 동해안지역인 포항이나 경주에는 2~3cm에 그쳤다. 그래도 며칠 전 아침에는 도로가 하얗게 눈에 덮여 출근을 걱정했었다. 필자가 자라던 서해안지역에서는 겨울에 눈이 많이 왔었다. 수 십cm 쌓인 눈길을 수km씩 걸어 어린 여동생 둘과 함께 초등학교를 등·하교 하곤 했다. 이 하얀 눈은 겨울 내내 쌓여 있다가 봄이 돼야 녹아내렸다.여름철의 강우가 강과 바다로 그대로 흘러간다면, 겨울에 내린 눈은 천천히 녹아 지하수로 흡수되는 양이 많을 것이다. 사막인 몽골에서도 의외로 100여m 지하에 용수가 풍부한데, 이는 겨울에 높은 산에 내린 눈이 녹아 땅에 흡수된 것으로 보인다.포항이나 경주에는 눈이 드물다. 겨울 강수량이 지극히 적은, 한반도에서도 좀 색다른 기후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연평균 강수량이 1천200mm 정도 되니 사막지대라고 할 수는 없는데, 대부분 여름에 폭우로 내려버리고 다른 계절은 산야도 메마르고 저수지도 바닥인 경우가 많다.포항시는 용수확보에 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체수원으로는 24% 정도를 확보할 뿐이어서, 나머지 76%는 수자원공사로부터 임하·영천·안계댐 계통 원수를 공급받고 있다. 지금도 포스코와 철강공단의 공업용수의 수요가 크지만, 포항의 인구가 늘어나고 산업이 더 발달하게 되면 용수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다.필자가 거주하던 미국의 로스엔젤레스는 지중해성 기후라고는 하지만 사막기후에 가깝다. 여름은 건기이고, 비는 겨울인 우기에 좀 내릴 뿐이다. 로스엔젤레스가 있는 남부 캘리포니아에만 150여개의 도시들이 몰려있고, 인구는 2천만명을 육박하는데, 용수공급에 문제가 없을 리 없다. 대부분의 용수를`콜로라도강`에서 수송해온다.하지만 미국의 경기가 좋고, 또한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개념을 모르던 과거에는 모든 이들이 `물을 물 쓰듯 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20여년전 부터 물 아껴쓰기가 시작됐다. 사회적인 캠페인을 통해 물절약 운동이 일고 있고, 가뭄과 산불에 잘 견디는 수종을 식재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이러한 운동의 배경에는 로스엔젤레스 지역의 물 부족현상과는 별도로,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사막화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현재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비롯한 많은 대륙에서 사막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몽골은 물론이고 북중국을 거쳐 산둥반도 지역까지 사막화가 시작되고 있다. 우리 한국도 그 영향권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2008년 앨빈 토플러 등 저명한 학자로 구성된 세계미래회의는 2025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3분의2는 물 부족을 겪게 되고, `물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공업용수가 크게 요구되고 1인당 물소비량이 큰 우리 나라도 물 부족 국가의 범주를 벗어나기 힘들다.용수확보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물 절약, 하수재활용 등의 노력이 크게 필요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산에 나무를 심고, 댐을 만들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등 전 세계적인 노력이 경주돼야 할 것이다.또한 필요한 것이 담수화 연구라고 본다. 생산비용이 커서 현재는 경제성이 낮다고 보지만, 지역적으로는 공장의 폐열 등을 이용해서 경제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이텍 산업도시이자, RD도시이며, 환경도시를 표방하는 포항의 경우에는 지속적인 담수화연구와 아울러 시범적인 담수화시설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2013-01-23

아리랑TV의 경북 홍보물에 대한 제언

▲ 구자문 한동대 교수국내에 머물 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국의 영어방송인 아리랑TV를 시청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해외에 머물게 되면 그래도 자주 이 방송을 시청하게 된다. 중국, 베트남, 몽골 등 방문국의 말을 모르는 경우에는 TV채널을 돌리다보면 한국의 영어방송이 나오니 당연히 보게 된다. 미국에 체류하는 경우에는 영어는 좀 들리니 이 채널 저 채널 시청을 할 수 있지만, 한국 소식이 그리워져 아리랑TV를 보게 된다. 세계적으로 볼 때 아리랑TV 시청자가 많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국내 체류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소식 제공자로, 해외에서는 한국에 관심 많은 외국인, 특히 한국인 2~3세들에게 뉴스, 날씨, 지역문화, 드라마 등을 제공하는 좋은 정보처라고 생각한다.이번 미국 체류 중에도 아리랑TV를 자주 시청했는데, 그중 재미있던 프로그램은 한국계 미국인 수잔 맥도날드가 진행하는 `InnerView`란 프로그램으로서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자기분야를 개척한 한국인들을 초빙해서 그들의 경험, 생활철학 등을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한다.또 하나 인상 깊게 보았던 것은 오늘의 주제인 `경상북도 홍보 프로그램`이다. 아리랑TV나 비행기내 홍보 비디오 등을 통해서 `서울`, `제주도`, `광양`등에 관한 홍보물을 접한 적은 있어도 `경상북도`에 관한 것은 처음이어서 꽤 긴 시간 열심히 시청했다. 경북도에서 관련 업체 전문가들과 함께 매우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것으로 보였다.이 프로그램은 경상북도를 15분 정도씩 3개의 이야기로 구성, 각자 다른 젊은 외국인들로 하여금 체험형태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첫 이야기는 북부의 영주 부석사를 시작으로 남부의 경주 불국사에 이르기까지 경상북도의 불교유산들을 소개하고, 이곳에서 수련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담아 놓았다. 둘째 이야기는 경상북도의 산업에 대한 것으로, 한국 경제산업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설명과 함께 웅장한 포스코의 전경이 소개된다. 그리고 구미로 이동해 그곳의 IT산업기지를 설명하고, 새마을운동과 그 기념관에 대해서 설명한다. 다시 카메라는 포항으로 이동, 죽도시장과 과메기, 물회, 활어회 등 특산물에 대해서 설명한다. 또한 영덕 등 동해안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화면에 담으며, 갖가지 해산물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셋째 이야기는 안동의 하회마을의 전경과 함께 탈춤, 영국여왕의 방문 등 이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리고 경주로 이동해 불국사, 석가탑, 첨성대 등 천년고도의 유산들에 대해서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양반마을의 형태를 보전한 양동마을을 소개하고 있다.그 내용이 신선해서 늦은 밤인데도 재미있고 인상 깊게 프로그램을 감상했다. 한 두가지 제언을 한다면, 이 3가지 이야기에 더해 포항 및 경주이야기를 따로 제작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5가지 이야기가 너무 많다면, 첫째와 셋째 이야기를 합하여 경상북도의 자연, 역사, 불교문화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둘째 이야기의 내용에 포스텍 등 지역대학의 수준 높은 교육, 연구, 정주여건 등을 포함해도 좋을 것 같다.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것처럼, 외국인들에게 신비의 나라로서의 한국을 아름다운 영상에 담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경상북도의 경쟁우위적인 산업, 국제화된 대학 및 연구소, 그리고 편리하고 안전한 정주공간 등을 잘 소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가치사슬(Value Chain)에 기반을 둔 국제적인 네트워크 및 협력, 한국에 유학 오려는 외국학생수 증진, 하이텍 연구자들과 해외 기업 및 연구소의 유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2013-01-16

경제한파 극복이 과제

▲ 구자문 한동대 교수한반도가 예년에 없는 혹독한 추위에 얼어 있다. 우리 한국인들이 아무리 추위에 익숙해 있다 하더라도 섭씨 영하 15도는 견디기 힘든 매우 추운 날씨다. 얼마 전 우리 한국 보다 더 추운 몽골에 가 있던 필자는 지난 연말부터는 지중해성 기후의 로스앤젤레스에 머무르고 있다. 이곳 로스앤젤레스도 겨울이라서 한밤이나 새벽에는 기온이 빙점 가까이 내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해가 뜨고 낮이 되면 20도 이상으로 올라간다. 따라서 몇몇 종류의 활엽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나무들은 푸르름 그대로이고, 오렌지며 레몬이 열매를 맺고 있고, 동백나무는 푸른 잎에 붉은 꽃송이를 머금고 있다.며칠 후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느긋하게 우리 한반도의 날씨를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있으나 그곳에 있으나 큰 걱정을 주는 것은 위축된 경제상황이다.크리스마스,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대목기간은 미국인들에게 가장 즐거운 쇼핑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백화점과 쇼핑몰 마다 사람들로 빽빽하고, 스키리조트를 찾는 사람들로 후리웨이가 혼잡하다.하지만 요즈음은 그렇지 못한게 크게 눈에 뜨인다. 쇼핑몰이 매우 한가하다. 음식점도 장사가 안되고, 자동차도 제대로 팔리지 않아서 아우성이다. 젊은이들은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도 가고 싶은 직장을 가지 못하고, 백수인 경우가 흔하다. 대학원도 장학금이 적어져 제대로 진학하기 힘들다.경제지표가 미국이나 유럽보다 낫다는 우리 한국은 어떠한가? 소비심리 위축은 매한가지이다. 부동산 경기는 죽어 있고, 자동차, 생필품 등의 소비가 매우 위축되어 있다. 이러한 불황이 일이년도 아니고 지난 20년 동안 주기적으로 우리를 괴롭혀 왔다.올해 미국의 경기상황은 고용개선과 함께 느리게나마 진전되고 있다고 한다. 고용이 개선되고 있고, 주택시장도 일부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현 세대는 과거 세대와 같은 안정된 직장에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파트타임이나 저소득의 임시고용이 많다.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재정절벽(fiscal cliff), 복지예산 축소 등 다양한 사안들이 미국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이로 인한 소득의 하락도 문제지만 위축된 소비심리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은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한 합의안이 의회를 성공적으로 통과했지만 미국경제가 더 나아지긴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갑작스럽게 줄거나 중단돼 경제에 충격을 주는 재정절벽 사태는 피했지만, 이를 보완할 세금증가에 대한 부담이 소비심리위축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는 지적이다.`맥도날드`에 갔더니, 이른 아침인데도 꽤 많은 이들이 매장을 채우고 있다. 여기서는 2~3달러에 팬케익, 핫도그 샌드위치, 커피 등을 패키지로 먹을 수 있다. 점심때 갔던 `커피빈스`는 커피 한잔이 1.70~3달러 정도인데, 중간 사이즈의 잔이 한국의 두배는 되는 듯하다. 의류 아울렛인 `로스`등도 붐비기는 마찬가지이며, 명품재킷 등을 50~60달러 정도에 구입하고 있다. 하지만 비싼 레스토랑이나 백화점은 한가할 수밖에 없음이 현실이다.미국정부도 한국정부도 경제한파의 와중에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올해 2013년에는 미국경제도 좋아지고 우리 한국경제도 무언가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이는 분명히 혁신적인 기술력, 주택시장의 회복, 효과적인 거시경제전략의 운용 등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보며, 새로운 정부에 큰 기대를 걸어봐야 할 것이다.

2013-01-09

2013년을 맞이하며

▲ 구자문 한동대 교수인천공항을 가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탔는데, 누군가 큰 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아 예 제가 일본 출장을 갑니다. 과메기를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포항에 출장 가셨던 모양이지요? 이번 연말 술을 끊으려 했더니 과메기 때문에 한잔 해야겠군요” 돌아보니 한 50여세 되어 보이는 멋진 신사 분으로 승객이 적으니 안심하고 큰소리로 전화를 받는 모양이다. 과메기하면 필자가 사는 포항의 명물이 아니던가. 좀 과하다 싶게 목소리가 컸지만 별 불만 없이 통화 내용을 엿듣고(?) 있었다. 필자도 10여년 전에 고교 동기들에게 과메기 두어 두름 부쳤던 생각이 난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잘 손질되어 나온 것이 적어서 해풍에 말린 것을 엮어진 채로 박스에 넣어 부쳤었다. 그 핑계로 친구들 여럿이 모였었는데, 들은 풍월대로 손질을 해서 미역, 파, 초고추장과 함께 안주삼아 잘 먹었다는 전갈을 받았다. 손질이 좀 복잡했었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요즈음은 과메기가 잘 손질돼 비닐포장, 심지어는 진공포장까지 돼나오니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국내외 어디든지 배달할 수 있게 됐다.필자가 20년전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에 살 때 만 해도 포항에 대해서 들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국내외에서 포항에 대해서 알고 있거나 묻는 사람이 많아졌다. 필자가 포항에 사는 것을 알기에 그러겠지만 포항이 그동안 크게 발전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영어방송인 아리랑TV 등에서 포항을 포함한 경상북도 소개 프로그램을 자주 내보내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본다.“아 제가 그 옛날 구룡포에서 고래잡이였지요” “아 포항은 제가 1970년대 해병훈련을 받은 곳이지요.” “저는 해병장교생활을 했는데 포항의 술집에서 밤새 술도 마시고 싸움도 많이 했지요” 그 이외에도 `박태준의 우향우 정신`, `포스텍의 김호길 총장` 등 자세한 이야기들을 이곳에 다 담을 수 없으나 1970~80년대의 이야기만 해도 매우 흥미진진한 것들이 많다.요근래 주제들은 `포스코`, 포스텍, 그리고 한동대 등의 현황에 관한 이야기나 질문들이 많다. 또 과메기, 물회, 그리고 대게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구체적으로 죽도시장의 모 횟집, 동빈로 모 물횟집, 구룡포 모 전복물횟집 등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다. 이외에도 여름의 불빛축제, 겨울의 해맞이축제 등이 포항을 기억나게 해준다. 이러한 요소들이 없다면 우리나라만이 아닌 세계에 사는 국내외인들로서 포항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필자는 포항이 좀 더 적극적으로 포항을 국내외에 알릴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고, 좀 더 전략적으로 소개했으면 한다. 우선 포스코, 포스텍, 포항테크노파크, 한동대 및 국제법률대학원 등이 각자의 분야에서 좀 더 활발히 발전하고 업적을 높이게 되면 포항도 동반상승할 것은 당연하다. 포항은 여전히 한국 제일의 `산업도시`이고, `싸이언스파크`이어야 하고, `글로벌도시`로 알려지는 게 중요하다. 포항의 과메기, 물회, 대게도 그 요리 및 시식방법이 더욱 개발되고 알려져야겠지만, 좀 더 많은 향토음식들이나 상품들이 개발되고 히트될 수 있으면 좋겠다. 신포항역과 그 주변도 다른 역들과 차별화된 기능과 모습으로 알려질 수 있으면 좋겠고, 영일만항 및 배후단지도 무언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으면 좋겠다.2012년을 보내고 2013년을 맞이하면서 우리나라와 포항의 경제산업이 좀 더 활성화되기를 기원하면서, 포항을 기억나게 할, 그리고 브랜드화할 주제들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이 주제들을 개발하고 실현해 내기 위해서는 재정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혁신적인 전략의 수립과 시민들의 지역사랑과 정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2013-01-02

이공계가 좀 더 우대받는 사회가 되어야

▲ 구자문 한동대 교수현재 많은 나라들이 경제산업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또한 좌절을 맛보고 있다. 비교적 잘 알려진 유럽의 역사를 보더라도 많은 나라들의 부침이 있었다. 영국이나 미국이 처음부터 강한 나라는 아니었다. 첨단산업이 발달했던 나라는 이탈리아, 네덜란드, 프랑스, 스웨덴 등이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질 좋은 총포를 생산했던 나라는 이탈리아였다. 독일은 나라가 통일되지 못해 발전이 더뎠고, 러시아도 13~4세기 몽골세력의 지배이후 과학발전이 늦었다.이탈리아는 청동제 대형 대포를 만들었는데, 이는 매우 비싸서 해양국가로 부상하려는 영국의 선박들은 이를 제대로 살수가 없어 철을 이용한 대포제작을 국가적인 지원 아래 수없이 시도해 완성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영국함대가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르는 상황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프랑스에는 많은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하이테크 그룹들이 있었는데, 신교도인 이들에 대한 탄압이 심해지자 이들은 다른 나라로 탈출을 시작했다. 이때 영국은 이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게 돼 결국 이들을 중심으로 산업혁명과 번영의 기초를 이루었다고 한다.독일은 뒤늦게 통일을 이루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해상세력도, 국제적인 힘도 허약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 및 제조업을 발전시키고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과욕으로 망하게 됐다. 이때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고, 미국의 번영을 이루게 됐던 것이다.필자가 오늘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우리나라의 과학정책, 이공계보다는 문과계열 졸업생들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 그리고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서 한마디 하고 싶어서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신문지상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지만, 필자의 경우는 한 대학의 교수로서 입시면접을 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리고 전공선택 상담을 통해 좀 더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문과를 선택하고, 이과생들마저 대학입학 후에는 좀 덜 어려워 보이는 문과계통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물론 `학문에 어려움이 다 있는 것이지 그 경중을 따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거나 `이공계열이 어려운 것은 알겠는데, 졸업 후 비전이 없는데, 왜 그것을 전공해야 하는가?`하는 등의 비판적인 의견도 있을 것으로 안다. 필자도 학문의 경중이나 어렵고 쉬움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이공계기피현상이 바로 잡혀야 될 것이고, 또한 이공계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강조되지 않는 한 한국사회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이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유럽의 역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산업기술은 국가번영의 중요한 요소다. 다양한 직업이 판치는 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GDP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또한 경쟁력이 높다. 이공계는 일부 우수한 학생들이 가기도 하지만, 문과계열에 비해서 졸업생 평균연봉이 매우 높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사회가 필요로 하고, 대접을 해준다는 소리이다.또 하나의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의 제조업은 현재 미국 다음의 수준으로 자라있고, 가격 경쟁력까지 커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고 있다. 등소평 이후 많은 우수한 이공계 젊은이들이 미국에 가서 교육을 받았고, 이들이 기술관료로 등용되어 주요 요직을 담당하면서 기술친화적인 사회, 기술경쟁력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있는 우리 한국사회도 좀 더 과학기술인을 우대하는 국가가 되고, 세계경쟁우위의 기술력을 갖춘 산업국가로서 발전해 갔으면 좋겠다.

2012-12-26

전력난과 관성적인 삶

▲ 구자문 한동대 교수지난 주 일주일째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12월 초의 예년 날씨에 비해 4~5도 낮은 것이라고 했다. 국가적으로 전력수급에 문제가 있어서 지난 여름에도 가장 더운 몇 주 동안 `전력비상경보`발령 등 비상사태이더니 이번 겨울에도 같은 문제의 반복이다. 정부는 `블랙아웃`사태를 막기 위해 여름에는 관공서며 상가의 실내기온을 28도 이상으로, 겨울에는 실내온도를 20도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는 등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롱불과 시간제 전기공급 등을 겪어본 세대, 그 춥던 겨울을 제대로 된 잠바 하나 없이 지내본 세대라 하더라도, 지금은 전기를 아낀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더운데 어찌 에어컨을 틀지 않을 것이며, 추워 으스스한데 어찌 히터를 틀지 않을 것인가. 사람의 습관이라는 것이 참 간사하기는 한 모양이다. 이제는 사무실이 따뜻하지 않으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가볍게 입어야 능률도 오르고 맵시도 난다.국가에서는 전력수급의 원활화를 위해 발전소 건설과 기존시설 사용기간 연장에 목을 매고 있다. 포항과 같은 지자체에서도 한때 화력발전소 유치를 위해 노력한 적도 있었다.전력, 현대생활에 그리고 현대 산업의 가동을 위해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수력, 화력, 원자력발전소를 정부 마음대로 지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이는 발전과 환경보전, 원전건설과 주민들의 안전보장 등의 딜레마적인 상황을 몰고 오게 되고, 건설예정지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특히 원전건설 같은 사안의 경우에는 얼마 전 일본의 쓰나미와 겹친 원전사고의 여파로 인해서, 우리 국민들이 더욱 예민해졌다. 일부 학자들은 원전이 가장 깨끗하고, 안전하고, 대량의 전기공급이 가능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지만 국민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사고가 대형사고일수 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전력수급 부족으로 인한 국가위기 상황을 어떻게 이겨나가야 할 것인가. 또한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야 할 산업용 전기며, 더욱 다양해지는 가전제품들의 전기수요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현재 많은 이들이 대체에너지에 주목을 하고 있으며, 거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필자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문제는 태양열, 풍력, 조력 등을 통한 대체에너지의 생산이 시설비가 높아 아직은 경제성을 논하기 힘들고, 원자력 등과 같은 대용량의 발전이 힘들기도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많은 나라들이 이러한 대체에너지의 개발을 위해서, 그리고 그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도 지속가능하게, 즉 지속적으로 이용할만한 경제사회적인 여건을 갖춘 대체에너지원의 개발과 효율적인 시설개발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존의 에너지원들을 활용한 에너지수급정책을 함께 추진하지 않으면 않된다.이는 원자력, 화력, 수력 및 대체에너지발전소를 상황에 맞게 운용해 가는 것이다. 또한 수자원, 석탄, 천연가스 등의 원료를 조합적으로 잘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개발참여 뿐만 아니라 좀 더 값싼 미국의 셰일가스전 개발 등을 모두 포함해야 할 것이다.또한 지자체나 국민들 차원에서는 전력수급의 문제가 풀릴 때까지 절약을 체계화하는 수 밖에 없다. 어차피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관성적인 생활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정립해야 할 때임을 경고하는 이들이 많은 때이기도 하다.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하고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

2012-12-19

러시아 배추가 영일만항으로 오지 못하는 이유

▲ 구자문 한동대 교수이번 주는 포항의 기온도 영하로 내려가 아침 8시경 도시외곽을 운전해 가자니 바깥온도가 영하 4도를 가리키고 있다. 얼마 전 몽골에서 영하 25도의 추위를 견디고 있었는데, 귀국하니 다시 한국의 온화한 추위와 싸우고 있다. 이미 수차례 언급했듯이 몽골은 땅이 넓고 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나 인구가 적고 바다와 인접하지 않은 내륙이라서 해운이 발달될 수 없고, 더구나 겨울이 매우 춥고 길다.따라서 광물자원을 캐낸다 하여도 운송방안과 비용이 문제가 된다. 그 넓은 땅에 야채나 곡물을 대량으로 재배한다하여도 육로를 통한 높은 수송비 때문에 한국에 가져올 이유가 없어진다.몽골 입장에서도 매우 안타까움이 클 것으로 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구상에 고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중국이 동해안쪽 항구가 없기 때문에 러시아로부터 항만을 조차하려 노력하다 실패하고, 북한의 나진항을 이용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은 현대 운송업에 있어서 항만의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지난주 필자가 잘 아는 한 사업가이자 농업전문가가 두만강지역인 러시아의 핫산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1천800만평의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하기로 한 모양이다. 물론 몇 년 동안 공을 들인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이분은 그곳에서 `고려인`들과 함께 대형트랙터를 이용하여 배추와 무 농사를 지을 예정이라고 한다.이들 고려인들은 1930년대 후반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추방당했다가`소련` 해체 이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고 있는 우리 동포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매우 어려운 삶을 유지하고 있다.두만강지역의 러시아령은 인구는 적고, 토지는 방대한데다가 부동항이 있는 동해에 인접해 있기에 기후가 몽골같이 춥지는 않은 모양이다. 따라서 꽤 긴 여름을 통해 대규모 농업이 가능하며, 그 수확물을 해상운송을 통해 한국으로 들여올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이 농산품들을 직접 한국시장에 출하하기도 하고, 가공하여 일본 등에 수출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영일만항에 냉장시설이 없는 탓으로 부산항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농산품만이 아니라 과메기 제조를 위한 꽁치의 수입도 영일만항이 아닌 부산항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얼마전 영일만항의 수심이 낮아 4~5만t급의 벌크선이 기항 할 수 없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 했는데, 냉동·냉장창고가 없는 것도 크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일만항의 활성화를 위해서 어서 빨리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본다.두만강지역은 필자도 이미 지면을 통해서 수차례 강조한 적이 있지만, 우리 한국이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교통 및 운송의 요지이다. 이 지역의 개발은 이미 중국과 러시아가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우리 한국으로서도 TSR과의 연계를 위한 교통의 요지로서, 시베리아 자원개발을 위한 접촉점으로서 남북통일 내지 협력을 위한 전초기지로서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판단된다.이 지역에 한국의 기업들이 좀 더 진출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현지 지방정부들도 이를 환영하고 있는데, 문제는 우리 한국과 러시아 양측의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구체적인 협약을 통해 서로의 기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틀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않된다는 것이다. 일개 중소기업들로서는 현지 상황을 알지 못하니 사업진행이 매우 어려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2-12-13

몽골과 한국의 겨울

▲ 구자문 한동대 교수몽골 울란바타르를 떠나던 날 아침 기온은 섭씨 영하 25도였다. 3시간 후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영상 10도였고, 두어 시간 후 포항에 도착하니 영상 14도였다. 요즈음 포항지역의 날씨도 아침에는 영하로 내려가기도 하지만 낮 기온은 영상 10도 이상인 경우가 많다. 울란바타르의 요즈음 낮기온은 영하 18~20도이고, 밤기온은 영하 25~30도인데, 아직 본격적인 추위는 아니고 12월 중순 이후가 되면 영하 30~40도가 보통이라고 한다. 이러한 추위가 대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의, 두꺼운 바지와 잠바, 방한화, 장갑 및 방한모자를 갖추면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물론 걸어 다니는 것이 아니고 차를 타고 다녀야 하기에 견딜 만 하다고 할 수 있다. 차를 내려 잠시 걷다보면 얼굴이 따가울 정도로 시리다.필자의 기억으로는 우리 한국에서도 1960년대와 70년대의 겨울이 무척이나 추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초중고, 그리고 대학시절, 서울이 얼마나 추웠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방한복이며 방한화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도 않았고, 난방도 제대로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물론 학자들의 주장처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반도가 대체로 따뜻해졌을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논산훈련소에 입소하던 1970년 중후반의 겨울, 필자는 추운지도 몰랐지만, 유래 없이 영하 15도의 날씨가 15일간 계속되어 부모님이 무척이나 걱정하셨다는 말을 후에 들었다. 그때는 중부지방에도 이러한 추위가 있었다.몽골에서 연구 및 자료수집차 학생들과 1주일을 보내면서 나눈 이야기들이 많다. 그중 첫 대화가 사람들이 왜 이리 추운지방에 살게 되었을까라는 것이었다. 몽골은 강우량이 적어 척박하기도 하지만, 여름은 덥고 겨울은 매우 춥다. 사람들은 주로 양, 염소, 소 등 가축을 키우며 살고 있고, 교통수단으로는 말과 낙타를 이용한다.물론 시베리아의 `오미야콘`이라는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추운도시로 알려져 있고, 1월 평균기온이 영하 50도에 이르고, 가장 추울 때는 영하 70도를 넘어선다. 하지만 이곳에도 시베리아인들이 순록을 키우며 살고 있다.왜 순록들은 따뜻한 지역을 다 놓아두고 극지방에 살게 되었을까? 또한 낙타는 그러한 춥고 메마른 고비사막에 살게 되었을까? 학자들에 의하면 낙타는 원래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데, 이곳에서 `버팔로`와 `마운튼 라이언`에 쫓겨 베링해를 건너 천적이 없는 고비사막에 적응하게 되었다고 한다.그렇다면 극지에 사는 사람들도 경쟁에 쫓겨 그렇게 되었다는 것인가? 물론 반박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과감히 그렇다고 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비해 세계문명은 덥지도 춥지도 않거나 4계절이 적당히 균형을 이룬 온대지방에 집중됐다. 이곳에 사는 민족들은 이방민족의 공격도 많았지만 나름대로의 높은 문화를 이루고 살아 왔다고 여겨진다.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혹독한 기후로 인해 버려져 있던 극지들이 풍부한 자원과 함께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몽골이다. 몽골의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2000년 이후 경쟁성장율이 매년 15%에 이를 정도로 높다. 문제는 인구도 적고 제대로 된 정책이 시행되지 못하기에 경제산업 발전도 더디고, 도시환경문제가 심각한 것이다.몽골의 발전을 위해 다른 어느 나라 보다도 우리 한국의 기술과 자본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몽골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농지들도 우리가 크게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서로의 체제와 문화를 존중하는 가운데, 국가와 기업들 차원에서 상생의 동반자적 협력추진이 꾸준히 필요한 때라고 본다.

2012-12-05

고용창출이 문제다

▲ 구자문 한동대 교수몇 년째 국내외적인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도 힘들고, 미국도 힘들고, 일본도 힘들다. 수출을 해서 먹고사는 우리 한국으로서는 큰 어려움에 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아직 건재하기 때문에 우리 한국은 그래도 낫다고들 이야기 하지만 이도 언제까지나 지탱될 수 있을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들려오고 있다.대학에서도 비상이다. 학부모들은 등록금 마련에 힘이 들지만 학교나 학생들은 취업걱정이 매우 크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학교는 지방에 위치한 대학이지만 그런대로 대기업 취직률이 높고, 명문대학원 진학률이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IT 등 몇몇 분야를 빼 놓고는 어려움이 크다.필자가 속한 건설 및 도시환경분야를 보면, 지금까지 2/3 정도의 학생들이 건설회사, 엔지니어링회사, 건축설계사무소, 도시계획 및 부동산개발회사가 주요 취직처였고, 나머지 1/3 정도의 학생들이 대학원을 거쳐서 국토연구원 등 각종 관련 연구원, 토지공사 등 관련 공기업에 취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규모 건설회사나 주요 공기업들이 신입사원 모집을 대폭 줄였거나 아예 뽑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최근 들어 포항지역에서 자리잡고자 하는 학생들이 있어 일부 취직을 시키기도 했는데, 이 지방의 건축사와 토건업자들도 지난 몇 년간의 불황에 거의 망하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불황의 끝은 보이지 않고, 지역의 많은 중소기업과 상인들은 아우성이다. 그뿐인가, 지역에 위치한 국가의 간판기업인 모 글로벌기업 조차도 판매부진으로 비상상황이다. 언제나 경제가 좋아 질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묻는 말이다. 누구도 흔쾌한 대답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어제 지역의 한 오랜 친구를 만났다. 그는 해외경력 후 토목설계회사를 차려 도내에서는 제법 알려졌던 사람이고, 자체건물에 직원도 꽤 있었다. 하지만 불황이 몇 년 계속된 후 직원은 다 내 보내고 혼자됐는데, 지금도 필자를 만나면 누구 좋은 학생 없나 물어보고 있다.학생들은 대기업 취업을 원하지만 문이 매우 좁다. 다행히 취업이 된다해도 1년을 못 버티는 경우도 생기고, 2~3년에 한번씩 취업과 퇴직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학교와 판이하게 다른 기업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기도 하고, 기업으로서 크게 아쉬울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기업에서는 재교육이 필요 없는 학생들을 원한다. 아무리 우수한 학생들이라도 직접 써먹을 수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신입사원들의 능력이 마음에 차지 않는, 대기업의 눈높이도 너무 과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는 우리 학교 졸업생들만 아니라 졸업을 연기하며 스펙 쌓기에 열중하던 다른 학교의 졸업생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보인다. 많은 대학들이 기업이 요구하는 학생들을 키우겠다며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진짜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다가 오히려 대학의 기본적인 교육기능의 부실마저 불러오지 않을지 걱정이다.대기업에서 젊은이들을 좀 더 고용했으면 좋겠다. 비용절감 및 효율성이 강조되고는 있지만 몇 천억짜리의 대형 프로젝트에 고참 몇 명만으로 사업을 운영하지 말고 좀 더 많은 젊은 직원들이 참여하고 배워나갈 수 있게 하면 좋겠다.학생들도 대기업만이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눈을 돌렸으면 좋겠다. 물론 중소기업들도 전문화, 활성화돼야겠지만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경제의 활성화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정부와 대기업의 협력과 중소기업 자체의 혁신적인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2012-11-28

고용창출이 문제이다 (1)

▲ 구자문 한동대 교수11월과 12월은 고교생들에게 대학입시로 바쁜 때이지만 대학교 4학년들은 취직으로 바쁜 때이다. 수도권에 있건 지방에 있건 모든 대학들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부쳤다고 생각되는데, 결과는 그리 신통치 못하다. 물론 그 결과가 예상보다 좀 높거나 낮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면 그 질에 있어서 크게 차이가 날수도 있다. 이 말은 소위 좋은 직장들로 채워진 취업률도 있을 것이고, 간신히 취업했다는 소리나 들을 수 있는 직장으로 채워진 취업률도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근래에는 정부에서 그리고 매스컴에서 각 대학교의 취직률을 공표하고, 이를 대학교 등급이며 보조금 수여기준으로 이용한다. 따라서 각 학교가 사력을 다하는 것이고, 학생들로서도 마음에 들지 않거나, 심지어 무늬만 취직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요즈음 정부에서 청년실업을 줄이고자 무진 애를 쓰고 있다. 불황이라서 더욱 어려운 이때 매우 힘든 게임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신규채용이 늘어나고, 학생들도 대기업만이 아닌 중소기업에도 관심을 가지기를 바랄뿐이다.하지만 대기업의 채용은 매우 제한적이고, 중소기업에는 지원자가 적다. 학생들에게 눈높이를 낮춰라, 중소기업에도 희망이 있다 등등 설득을 해보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생존에 급급하고, 보수도 낮으니 학생들이 망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중소기업들은 각기 분야에 따라 고교출신, 2년제 대학출신, 4년제대학 출신 등을 다양하게 고용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많은 인원을 고용하지도 못하고, 보수도 대기업에 비해 매우 낮으며, 또한 손쉽게 감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정부에서는 청년창업을 강조하고 있다. 각 대학에서도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창업이 어디 쉬운 일인가? 얼마 전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서도 공학계 학부들이 중소기업 대표들과 함께 산학공동회의를 개최한 적이 있다. 주제는 창업이었다. 이들이 어떻게 창업하고, 회사를 이끌어 온지에 대한 발표 및 토론이었다.포항 뿐만 아니라 수도권 등에서도 몇몇의 중소기업 대표 및 대기업 중진들이 참여했었는데, 이들은 한결같이 창업의 어려움, 그리고 지속적으로 살아남기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학 졸업후의 창업이 아닌 오랜 조직생활후의 창업이 대부분임을 말하고 있었다.`꼭 대기업에만 가려고 하지말자, 중소기업에도 눈을 돌리자. 꼭 취직하려하지 말고 창업을 위해 힘쓰자.` 이렇게들 교육하라고 사회 및 교육계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이게 젊은이들에게 먹혀들어 갈 것인지. 현실성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대기업에서 젊은이들을 좀 더 고용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치열한 글로벌 경쟁하에서 비용절감 및 효율성이 생존전략일 수밖에 없는 기업들에게 이를 강요하기는 힘든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청년들이 창업에 매진할 수 있겠는가? 기술을 배우고, 경력을 쌓고, 인맥도 개척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치킨집이나 피자집을 운영할 수 있는가? 이것도 큰 자본이 필요하고, 경영노하우가 필요하다. 또한 열 개 중 한 두개나 살아 남는게 현실이다.우리는, 특히 젊은이들은 참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정부에서도, 기업에서도, 그리고 대학에서도 이들 젊은이들의 고용창출을 위해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음 정부에서는 무언가 참신하고 효과있는 전략이 도출되고 실현되기를 바랄뿐이다.

2012-11-21

동네의식과 범죄예방

▲ 구자문 한동대 교수몇몇 학생들이 수업 중 진행되는 프로젝트라면서 포항시 북구 장성동 일대의 범죄예방에 관한 제안서를 가져왔다. 이 일대는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교 재학생들이 많이 사는 원룸이 밀집한 지역이다. 이 지역에 건물이 처음 들어설 때인 2000년 즈음을 기억하는 필자로서는 현재의 빽빽하게 들어찬 현대식 3~4층의 원룸건물들을 볼 때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너도나도 너무 무분별하게 지어내는 것은 아닌지 불안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범죄예방이다.이 지역은 신생지역이고, 유흥업소가 많지 않은 곳이라서 일견 범죄와는 관련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밤에는 사정이 다르다. 아직 어두운 곳이 많고, CCTV도 그리 흔치않은 것 같아 불안함이 있다. 예전에 몇 차례 스쿨버스에서 내려 집에 가는 여학생들에 대한 취객들의 희롱사례를 들은 적도 있지만 이곳에서 원룸을 얻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지역 사정에 밝지 않는 타지출신 학생들이고, 여학생의 비율이 높다보니 불안감이 큰 것으로 보아진다.학생들은 시 관계기관과 동네대표들을 만나거나 주변상가의 후원을 얻어서 어두운 곳 방범등 설치, 후미진 곳 CCTV 설치 등을 제안하고 있었다. 좋은 제안이다. 동네가 밝으면 그리고 여러 곳에 CCTV가 설치될 수 있다면 분명 범죄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CCTV의 품질과 뒤따라야할 예산이 문제이기는 하다.미국의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인 오스카 뉴만은 건물과 동네의 물리적인 디자인을 통해서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음을 역설했다. 미국의 마을이나 공공건물들은 범죄예방을 위해서 그의 이론을 다양하게 적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가장 흔한 예가 거리나 건물내부에서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다. 이는 누군가가 자기를 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우범가능성을 줄여준다는 가설에서 나온 것이다. 오스카 뉴만은 건물들의 디자인도 너무 특출해 사각지대를 생산하기 보다는 좀 더 평범한 디자인으로 돌아갈 것을 제안했다.우리는 사소한 물리적인 표식이라도 사람들의 행동을 크게 제한, 내지 조정 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조그만 돌맹이의 영역표시가 사람들을 돌아가게 만들고, 레스토랑의 사소한 내부장식이 고객들의 마음을 크게 흡족하게 해줌을 알고 있다.오스카 뉴만의 또 다른 제안은 커뮤니티의 형성에 관한 것이다. 그는 흩어지고 독립된 주거군 형성 보다는 서로 밀도 높게 형성된 마을 형태를 선호했다. 이는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제인 제이콥스의 주장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서로 알고 지내고, 서로 협력하며, 자기 마을을 크게 인식함이 커뮤니티 정신이다. 이로 인해 범죄가 크게 줄어들 것은 당연하다.최근 들어 스마트폰이나 CCTV 등이 발달함으로써 과거보다는 범죄발생이 많이 방지될 것이라고 여겨지는데, 오히려 범죄건수가 증가하고, 좀 더 지능적이고 잔인해져 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분명 조명이나 CCTV도 필요하지만 오스카 뉴만의 주장대로 사각지대를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며, 더욱 중요한 요소인 커뮤니티의 형성과 커뮤니티 차원의 범죄예방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이러한 면에서 이번 학생들의 제안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며, 이 기회에 주민들도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어두운 곳에 방범등을 설치하고, 주요 지역 및 원룸지역에 좀 더 좋은 성능의 CCTV들을 설치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마을사람이 주체가 되고, 시정부와 의회도 도와서 각 읍면동의`커뮤니티 활성화`내지 `마을가꾸기운동`이 제대로 일어났으면 좋겠다.

2012-11-14

가을낙엽과 동네의식

▲ 구자문 한동대 교수여름이 가는 듯 마는 듯 무더위더니 어느새 가을이 깊어졌다. 아침 출근길은 꽤 추워서 이젠 양복위에 바바리를 걸쳐도 괜찮을 것 같다. 내 사무실이 있는 넓은 캠퍼스에는 여기저기 단풍든 낙엽들이 쌓이고, 청소전담 직원인 아주머니들이 아침 일찍부터 쓸어 모으기에 바쁘다. 일요일 아침 잠바를 걸쳐 입고 동네를 산보하자니 아파트 단지 내에도 느티나무, 단풍나무 등 활엽수 낙엽들이 여기저기 쌓여있다. 경비원아저씨들이 자주 치워내기에 수북히 쌓일 겨를은 없겠지만, 가을풍취가 물씬 풍겨난다.단지 내의 아파트 층수가 매우 높더라도 용적률과 건폐율에 제한이 있으니 건물 사이사이에 녹지대가 마련될 수 있다. 학생들에게 근대건축가인 `르 꼬르브지에`를 설명하는 경우가 흔한데, 그는 `300만이 거주하는 빛나는 도시`를 제안하면서 고층주거의 삶을 찬양했었다.이에 반해 미국의 여류 저널리스트인 `제인 제이콥스`는 주거단지의 인간적인 스케일을 주장했다. 교외의 대규모 스케일에 고층주거 보다는 도심 가까이의 작은 규모의 빈땅에 중층 정도의 복합주거가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제인 제이콥스가 저밀도의 주거를 주장한 것은 아니고,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어느 정도의 고밀도를 주장했었다.커뮤니티라는 것. 이것은 우리나라 말로 동네의식이라는 것이다. 서로 알고 지내고, 서로 협력하는 것. 이것이 커뮤니티 정신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도시들에서는 이 동네의식이 사라져 가고 있다. 그 이유는 도시화와 개인화의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우리의 고층아파트문화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고층의 빛나는 도시를 주창하던 르꼬르브지에의 꿈이 실현됐던 대표적인 예로 사람들은 브라질의 `브라질리아`와 인디아의 `샨디갈`을 꼽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르꼬르브지에의 컨셉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예가 한국 도시의 주거단지들이라고 생각된다. 인구가 집중되고 건설회사의 사업성이 걸려있기에 대도시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생각되지만, 이로 인한 커뮤니티의 사라짐은 가슴 아픈 일이다. 르꼬르브지에는 모더니스트로서`인간의 서로 다름`이라든지 `커뮤니티의식`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현재 개인주의의 본산으로 여겨지던 미국의 대도시에서도 커뮤니티 재건 운동이 일고 있다. 가장 큰 이유가 범죄예방이기도 하고, 서로 힘을 합쳐 낙후된 동네를 재건하자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우리 한국의 도시에서 이러한 자조적인 움직임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아파트 같은 동 주민들도 서로 교류하는 법이 없다. 아파트가 아닌 개인 주택지나 상가에서도 누구하나 주변을 치우는 사람이 없다. 아파트단지나 캠퍼스 안에서는 고용된 이들이 낙엽도 치우고, 쓰레기도 치워 깨끗하나, 거리는 여기저기 버려진 담배꽁초, 쓰레기, 공사폐기물 등으로 지저분한 곳이 매우 많다.그뿐이랴. 우리의 도시에서는 요즈음 `묻지마 범죄`며 `미성년자 성폭행`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사회가 삭막해지고 있음은 누구나 공감하고 걱정하고 있지만, 누구하나 본격적인 대안을 제안하고 실천하자는 이는 드물다. 이를 대처할 방안은 분명 경찰력의 증강만이 아니라, 서로 보살피고 협력하는 커뮤니티 의식의 재건이다.거리며 공원의 낙엽을 너무 자주 치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낙엽은 우리에게 가을의 정취를 일깨워주고, 사람들을 거리로 이끌고 대화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밖 상가와 소공원의 쓰레기는 우리 주민들, 그리고 상가주인들 모두가 커뮤니티 의식 속에 힘을 합쳐 치워내야 한다. 그리고 서로 도와 범죄도 예방하고, 자조적인 동네재건을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2012-11-07

죽도시장과 도심걷기

▲ 구자문 한동대 교수3년전 도심에서 좀 떨어진 신주거단지로 이사 온 이후 대부분의 식사모임을 동네에서 갖고 있었다. 이곳에는 대형 커피숍이 여러 개 들어서 있고, 식당들도 여러 종류 구비된 편이라서 식도락가가 못되는 나로서는 구태여 멀리 갈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올 한해 동안은 이곳에서 꽤 먼 죽도시장에 좀 더 자주 가게 됐다. 그 이유는 비슷한 연배의 동향인들과 한달에 한번씩 만나기로 했고, 그중 한 멤버가 죽도시장에 횟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년 동안 포항에 살면서 도심 인근인 용흥동 등에도 살았고, 죽도시장이나 동빈내항 인근을 운전해 지나간 적은 많았지만, 음식을 먹거나 물건을 구입하려고 들른 적은 1년에 몇 번 정도였지 않나 싶다.다른 사람들에게는 `죽도시장 죽도시장`하며 홍보차 외쳐대는 사람이 막상 들르는 경우가 그 정도였다는 것이 의외이기도 할 것이다. 필자에게 죽도시장은 서울이나 다른 도시에서 오랜 친구가 방문해 시장구경이나 하자고 할 때 어쩌다 돌문어나 한 마리 삶아먹고 싶을 때 방문할 뿐이었다.하지만 올해 일년가까이 동향모임 때문에 좀 더 자주 들르게 됐고, 연관된 다른 이유로도 더 찾게 돼 한달이면 두세번은 들르는 곳이 됐다. 친구인 횟집주인도 내가 가는 날을 기다리게 되고, 가끔은 놀러오라 전화도 하게 되니 이젠 말로만 찬양자가 아닌 진짜 이용자가 되어가는 편이다.죽도시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진기한 것들이 매우 많다. 수조나 대야 속에는 펄펄 뛰는 활어들이 있는가 하면 대게, 문어, 고래같이 커 보이는 개복치. 그뿐이랴, 명태, 새우 등 마른반찬, 밤, 사과, 감 등 과일, 그리고 옷과 이불 등을 파는 가게들이 이곳저곳을 채우고 있다.또한 한쪽으로는 소머리국밥집, 가구점, 약국 등이 군집되어 있는 곳들도 있다. 처음 포항으로 이사와 침대, 책상 등 가구를 구입한 곳도 이곳이고, 따뜻한 캘리포니아에서 살다가 왔기에 겨울 잠바 등과 같은 옷가지들을 구입했던 곳도 이곳이다. 일년 몇 번씩 학생들과 소머리국밥 먹으러 들르던 곳도 이곳이었다.동향친구들을 만나는 날은 좀 일찍 퇴근해 편한 옷으로 바꾸어 입고, 택시를 타게 되는데 한 20분 걸려 도착해 많은 횟집을 헤치고 나가 친구네 집에 도착하게 되면, 우선 그날 가장 싱싱한 종류를 골라 썰어준 회 큰 접시를 여럿이 먹게 되고, 대게도 맛보고, 튀김도 맛보게 된다. 하지만 이집에서의 대미는 커다란 생선 머리구이다. 방어과의 커다란 생선 머리구이는 아무 때나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이 친구가 특별히 마련해 놓는 것이라고 한다.두어시간 후 헤어질때면 각자 대리운전이나 택시로 떠나게 되는데, 필자는 주변 죽도시장을 좀 더 구경하기도 하고, 동빈내항가를 따라 구경도 하며 걷는 경우가 많다. 요즈음 동빈내항은 한쪽은 복원공사로 바쁘지만, 다른 한쪽은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차 있다. 수상무대도 있고, 물가 산책로가 조성되고, 갖가지 조형물과 이색적인 아열대 식물들도 심어져 있다. 아직은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독특함을 풍겨주고 있다.때로는 해변도로가 아닌 안쪽 길을 걷기도 한다. 좁은 도로를 걷다보면, 낡은 건물들, 영세한 음식점 등이 늘어서 있고, 70년대를 걷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국내외적인 불황이고, 더구나 도심은 교외 주거단지들에 밀려 쇠퇴하고 있다.이렇게 10분, 15분 걸어 포항에 하나뿐인 백화점 건물이 보일때 쯤 택시를 잡아타게 된다. 이렇게 걷는 것은 친구들을 만나고, 좋은 음식 먹는 기쁨에 평소 다짐하던 다이어트계획을 잊게 된 것을 반성하며 걸어보자는 뜻이 가장 강했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죽도시장과 동빈내항과 도심지역의 모습을 좀 더 관찰할 수 있게 되었으니, 도시분야 전공자인 필자로서는 다행스런 일이기도 하다.

2012-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