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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천년의 뿌리를 잇는 품격의 결집, 종친회

최근 대구 시내 한 식당에서는 경주 손씨 대구종친회 제61차 정기총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70여 명의 종친이 참석해 선조의 유훈을 되새기고, 문중의 정체성과 문중의 사회적 기여와 미래를 함께 모색했다. 대구종친회 손수여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종헌(宗憲)의 깊은 의미를 환기시키며 숭조정신의 실천”을 강조했다. 그는 서기 32년, 육부촌 6성의 득성조이자 문의왕으로 추봉된 시조 구례마 할아버님의 후손으로서, 단순한 혈연적 연대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사명에도 충실해야 함을 역설했다. 아울러 경주·밀양·평해를 본관으로 하는 손씨가 동일한 시조와 중시조 효자공 손순의 정신을 계승하는 한 뿌리임을 상기시키며, 종친 모두가 자긍심과 책임의식을 함께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천년고도 경주와 양동마을이 지닌 역사적 가치 또한 깊이 조명됐다. 2010년 7월 3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들 지역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경주 손씨를 비롯한 명문가 집성촌의 정신과 전통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상징적 유산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대종손 손성훈은 격려사를 통해 경주 육부전 상량문에 기록된 구례마 시조의 위업을 인용하며, 그 역사적 위상을 다시금 일깨웠다. 무산대수촌장으로서 손씨 성을 하사받고, 구미산신인으로서 충렬공의 시호를 받았으며, 개기좌명공신으로서 문의왕에 봉해진 사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후손들이 지켜야 할 정신적 유산임을 강조했다. 그는 “2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경주 손씨 후손으로서 긍지와 책임을 함께 지니고, 전통을 계승하는 구심점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동음회를 비롯해 경주·부산·울산·포항 종친회 회장단이 참석해 덕담이 이어졌으며, 지역을 넘어선 종친 간의 연대와 화합을 공고히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총회는 단순한 모임을 넘어, 선조의 얼을 계승하고 미래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정신적 결집의 장이었다. 경주 손씨 대구종친회는 앞으로도 전통의 계승과 시대적 책임을 조화롭게 실천하며, 문중의 품격과 위상을 더욱 높여갈 것을 약속했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6-04-26

포항 장성동 축산업체 ‘악취’ 논란⋯주민 의혹에 시 “장비 고장”해명

지난 21일 오전 포항시 북구 장성동의 한 주택가. ‘축산물 직판장’ 간판이 걸린 건물 주변에서 코를 찌르는 악취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3년 전부터 시작된 이 악취 때문에 창문조차 열지 못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제보자 A씨는 “해당 업체는 주로 밤마다 불을 켜놓고 작업을 이어왔다”며 “냉동고에서 폐기해야 할 정도로 부패한 고등어를 가져와 세척하고 조림용 등으로 장만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가공된 식재료가 어린이집이나 주요 공공기관 등 급식 시설로 납품되는 것 같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와 북구청은 해당 업체가 정상적인 인허가를 받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이곳은 ‘식육포장처리업’ 및 ‘집단급식소 식품판매업’으로 등록된 업체다. 지육을 떼어와 포장해 납품하는 행위 자체는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주민들의 민원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한 시 관계자는 “최근 악취는 업주가 개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냉동고 모터가 고장 나면서 보관 중이던 육류가 부패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불법 납품 의혹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시 식품산업과 관계자는 “최근 부가가치세 및 세금계산서 발행 내역을 조회한 결과 관공서나 어린이집으로 공급된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3년 지속설’에 대해서도 “민원 접수 기록은 있으나 실제 행정 처분으로 이어진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된 업체는 최근 사업을 정리하고 폐업하겠다는 의사를 지자체에 전달한 상태다. 업체 측은 “최근의 야간 작업은 부패한 식재료를 정리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며 관련 CCTV 자료를 시에 소명 자료로 제출했다. 포항시는 사업장 내부의 부패 식재료 폐기와 청소를 완료하도록 행정 지도했으며 이번 주 중 현장을 재방문해 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4-26

봉화군수 선거 앞두고 ‘여론조사 조작 의혹’⋯30대 여성 검찰 고발

봉화군수 선거를 앞두고 특정 입후보예정자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금품과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30대 여성이 검찰에 고발됐다. 경북 봉화군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A씨(30대·여)를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에 고발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월 지역의 한 식당에서 선거구민 3명에게 총 3만 5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하면서 봉화군수 선거 여론조사에서 입후보예정자 B씨를 지지해 달라고 요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인당 식사 금액은 약 1만 1600원 수준이었다. 또한 A씨는 2월 중 B씨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선거구민의 전화번호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전화번호를 제공한 주민 2명에게 각각 4만 원씩, 총 8만 원을 계좌이체로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B씨는 A씨가 수집한 전화번호를 이용해 해당 유권자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여론조사 시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 같은 행위는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위법 행위”라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15조는 누구든지 선거와 관련해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을 위해 기부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25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선관위는 향후 유사 사례에 대해 지속적인 감시와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박종화·장은희기자

2026-04-24

몸무게·연봉 등 개인정보 다 털린 결혼 정보회사 ‘듀오’...서울경찰청 수사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4일 결혼정보회사인 듀오정보(듀오)에서 회원 약 43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듀오 측이 지난해 2월 4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접수한 피해 신고를 이송받아 24일 현재까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관련 자료를 확보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중심으로 유출 경로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유출된 개인정보에 아이디, 비밀번호뿐만 아니라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성별, 이메일주소, 휴대 전화번호, 주소, 신장, 체중, 혈액형, 종교, 취미, 혼인경력, 형제 관계, 장남·장녀 여부, 학교명, 전공, 입학 연도, 졸업 연도, 학교 소재지, 입사 연월, 직장명, 연봉 등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가 들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 듀오는 정회원 가입 과정에서 별도의 법적 근거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저장했으며, 개인정보처리방침에 명시된 보유기간(5년)이 지난 회원 정보 29만8566건을 파기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또 유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72시간을 넘겨 신고를 지연했다. 정보주체에게 유출 사실을 통지하지 않는 등 2차 피해 방지 조치에도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 사건과 관련해 듀오에 과징금 11억9700만원, 과태료 1320만원을 부과하고, 개인정보가 유출된 회원에게 즉각 유출 사실을 통지하라고 명령했다. /최정암기자 am4890@kbmaeil.com

2026-04-24

고유가·보조금에 전기차 수요 폭증···포항 중고 전기차 시장은 ‘찬바람’

중동 전쟁으로 휘발유와 경윳값이 오르면서 포항시가 하반기 보급 물량을 상반기에 조기 공급할 정도로 전기차 신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중고 전기차 수요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경북매일신문 취재진이 포항 북구 흥해중고자동차매매단지, 포항중고차일번지 중고차매매단지, 포항경북자동차상사, 포항오토파크를 비롯해 남구 Kcar포항직영점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중고 전기차를 찾는 시민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없다 보니 중고 전기차를 확보한 업체가 드물었다. 반면에 수요가 부족한데다 수출길마저 막힌 내연기관 중고차 물량만 쌓여있었다. 중고차 업체 운영자 A씨는 “예전에는 1주일에 10명 정도 방문했는데, 최근에는 1~2명 오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딜러들에 따르면, 최근 중고차 가격 흐름은 차종별로 엇갈린다. 내연기관 차량은 30만~100만 원가량 가격이 하락했지만, 전기차는 전국적으로 지난해보다 150만~200만 원 정도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포항에서는 전기차 매물 자체가 거의 유입되지 않고 있으며, 수요 부족으로 매물을 들여놓지 않는 상황이다. 구하려면 구할 수는 있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고,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구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 아이오닉5의 경우 보조금과 제조사 프로모션을 적용하면 신차 실구매가는 3300만~3500만 원 수준으로 형성된다. 중고차 시세는 3200만~3400만 원 선에 형성돼 있어 체감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소비자 인식도 전기차 수요 위축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현주씨(36·북구 흥해읍)는 “아파트에 충전시설이 없어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고, 장현민씨(45·북구 양덕동)는 “하이브리드차와 연비나 연료비를 비교했을 때 전기차가 크게 매력적이라고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포항에서는 2011년 2대를 시작으로 2015년 58대, 2018년 352대로 증가한 후 2019년 900대, 2020년 1214대, 2021년 1949대, 2025년 5636대의 전기차가 등록돼 있다. 올해 3월에는 6469대로 늘어 3개월 동안 833대(약 14.8%) 증가했다. 글·사진 /김보규기자·김국진수습기자 kbogyu84@kbmaeil.com

2026-04-23

통계라는 이름의 족쇄⋯대게 어민 잡는 ‘계산기 행정’

“일찍 조업 접는 배 하나면 우리 몫이 다 날아갑니다” 23일 오전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대게잡이 어업인 A씨(50)는 총허용어획량(TAC) 제도<본지 4월 21일 1면·23일 3면 보도>를 두고 짧지만 무거운 한마디를 던졌다. 그가 말한 ‘우리 몫’은 국가가 어종별로 설정한 어획 한도인 TAC다. 해양 자원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현장에서는 생계를 위협하는 규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TAC 배분량 배정 산정방법’에 따르면, 지역별 할당량 산정 시 최근 3년 평균 어획 실적이 80% 반영된다. 반면 어선 척수나 총톤수 등 실제 조업 능력은 20%에 그친다. 이 같은 구조는 어민들을 ‘연쇄 감산’의 굴레로 몰아넣는다. 자원 감소로 어획량이 줄어들면 당장 소득이 감소할 뿐 아니라 이 실적이 다음 해 할당량 산정에 반영돼 또다시 감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포항 지역 대게 근해자망 어선 12척의 할당량은 2024년 396t에서 올해 330t으로 1년 만에 66t(17%)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줄어든 물량조차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는 데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대게 TAC 780t 중 경북 배정량은 655t으로 약 84%에 달한다. 경북이 가장 많은 TAC량을 배분 받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물량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원인은 지자체 간 할당량 조정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도상으로는 시·군 또는 어선 간 할당량 이전(전배)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절차와 행정 장벽으로 활용이 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조업을 하지 않는 배가 할당량을 보유하면 전체 평균이 낮아지고 정작 바다에 나가는 어민은 물량이 부족하다”며 “행정이 자원 활용보다 통계 관리에만 치중돼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자원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TAC 총량은 과학적 자원 평가에 따라 산정되며 할당량 감소는 특정 어선의 조업 여부보다 전체 자원량 감소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할당량 이전은 제도적으로 허용돼 있으나 운영 과정의 절차적 문제는 지자체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지자체도 대응에 나섰다. 포항시는 실조업 어선에 유리하도록 실적 가중치를 90%까지 상향하고 1월 말 기준 할당량의 50%를 채우지 못한 경우 잔여 물량의 절반을 회수해 재배분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한계는 뚜렷하다. 포항시 관계자는 “타 시·군의 남는 물량을 확보하려 해도 절차가 까다로워 지자체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경북도 역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도 관계자는 “포항시의 요청을 수용해 앞으로는 시·군 간 경계를 넘어 도내 전 지역에서 할당량이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4-23

낮에는 메스, 밤에는 펜⋯두 명의 삶을 사는 사내

내과 의사의 손은 차가워야 한다. 청진기 너머 들려오는 숨소리 뒤에 숨은 질병의 징후를 포착하고 냉정한 진단명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근 후 그 손이 펜을 잡으면 풍경은 달라진다. 타인의 고통을 진단하던 손은 어느덧 삶의 행간을 어루만지는 문장을 써 내려간다. 지난 20일 오후 포항시 북구 양덕동의 한 골목에서 진료실과 서재라는 두 세계를 오가는 사내를 만났다. 내과 개원의이자 2017년 등단한 소설가, 출판사 ‘득수’ 대표이며 문학 전문 독립서점 ‘책방수북’의 주인장인 김강(54) 작가다. 김강에게 진료실은 철저한 전문가의 공간이다. 그는 “진료를 잘하는 의사와 친절한 의사 중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전자를 택한다”고 말한다. 생명을 다루는 현장에서 타협 없는 정확함이 최우선이라는 신념이다. 이러한 전문가적 엄격함은 그의 문학관에서도 이어진다. 그는 최근 문단에 범람하는 재난과 사고의 즉각적인 소설화를 경계한다. “사건이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은 타인의 고통을 문학적 장치로 소비하지 않겠다는 작가적 태도다. 그가 2021년 책방과 출판사를 동시에 연 배경에는 지역 작가로서 체감한 현실적 장벽이 자리한다. 첫 소설집 발간 과정에서 겪은 고충을 통해 “나도 이렇게 힘든데 남들은 오죽할까”라는 마음으로 직접 문학의 정거장을 세우기로 했다. ‘책방수북’은 소설가·의사·출판인이 한데 모인 다중역할이 빚어낸 공간이다. 온라인 서점과는 다른 대면의 대화와 만남을 중심에 둔 결과, 3년 만에 참여 작가 100여 명, 회원 1000명을 넘어서며 포항의 문학 아지트로 자리 잡았다. 최근 그는 취재 여행 중 돌연사한 청년 작가(故 홍기훈)의 유고집 발간을 위해 텀블벅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고인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싶지 않다는 그는 담담하게 그와 약속했던 원고들을 정리해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마쳤다. 슬픔을 팔지 않고 문장을 지키려는 그의 태도에서 문학을 대하는 자세가 읽힌다. 그의 문장은 차가운 지성과 감성이 조화된 관찰자를 닮았다. 조급해하는 후배들에게 “삶이 익어가는 연한을 기다리라”고 건네는 조언은 본인이 견뎌온 시간의 증명이다. “책방에 앉아 있으면 힐링이 된다”며 웃는 그에게서 의무감이 아닌 즐거움으로 일궈낸 공간의 힘을 본다. 몸의 병은 진료실에서 마음의 허기는 양덕동 골목 끝 책방에서 채우는 그의 이중생활이 포항의 문학을 일궈내고 있다. 글·사진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4-23

울진·영덕·봉화,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주의→경계’ 상향

산림청은 22일 오후 6시부로 경북 울진, 영덕, 봉화 지역과 강원도 전체 지역에 대해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했다고 밝혔다. 현재 강원 영동 및 경북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건조 특보가 발효 중이며, 평년보다 높은 기온으로 산불 위험이 커짐에 따라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단계를 상향하게 됐다. 산림청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단계 상향에 따라 전남 담양 및 경북 김천·영천 지역의 산림 헬기를 강원 강릉·정선 및 경북 울진 지역으로 전진 배치해 산불에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또, ‘경계’ 단계가 발령된 지역의 산림재난방지기관에서는 소속 공무원 6분의 1 이상을 비상대기시키고, 산불 발생 취약 지역에 감시 인력을 증원하는 등 산불 대비 태세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지방정부에서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여, 산불 발생 시 산불 진화, 주민 대피 등 철저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금시훈 산림청 산불방지과장은 “고온 건조한 날씨로 산불 위험이 매우 큰 상황이다.”라며, “조그마한 불씨가 대형 산불로 확산할 수 있으니 국민 여러분께서는 산불 예방을 위해 산림 및 인접 지역에서 화기 사용, 불법소각 등 위법 행위를 삼가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6-04-22

작은 마당, 사계절을 품은 소우주

열 평 남짓 작은 마당이 사계절을 품는다. 매일 같은 자리 같은 풍경인 듯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제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요란하지 않지만 작은 생명들이 꼬물꼬물 쉼 없이 움직인다. 4월이 깊어 봄 한복판에 이르면 작은 이별들이 보인다. 연보랏빛의 고운 자태로 봄을 알리던 깽깽이풀은 금세 꽃잎을 떨어뜨리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던 할미꽃도 미련 없이 머리를 풀어 헤친다. 화려함은 잠시뿐, 그제야 잎을 내며 생명은 또 다른 시간을 이어간다. 꽃들뿐만이 아니다. 이슬 맺힌 거미줄, 깽깽이 씨앗을 나르는 개미, 배양토를 빚는 지렁이 그리고 바삐 날아다니는 벌 나비까지 작은 마당에서 꼬물거리는 모든 생명체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다. 서두름도 머뭇거림도 없다. 도심 속 작은 공간에서도 자연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겨울 끝자락을 뚫고 올라오는 모습은 언제 봐도 경이롭다. 20여 년 전 양지바른 곳에 할미꽃이, 반그늘 자리에는 깽깽이풀이 각 한 포기로 터를 잡았는데 지금은 제법 군락을 이룬다. 스스로 번식하며 자리를 넓혀가는 모습이 때로는 대견하다. 마당 한편을 차지한 수사해당이 벚꽃 못지않은 화려함으로 마당을 환히 밝히는 이 봄, 번식력 강한 국화는 이미 부지런히 잎을 키우며 가을을 준비한다. 긴 여정이 봄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오월이 오면 찔레꽃이 피어난다. 그 은은한 향은 언제나 유년시절을 주저 없이 소환하고, 작약의 단단한 꽃봉오리가 갑자기 툭! 터지듯 피어나는 그 순간은 마주할 때마다 놀랍다. 유월이 되면 마당의 중심은 수국이 차지한다. 토질과 햇빛의 노출 정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수국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풍경이 된다. 이렇게 계절은 꽃을 바꾸어 가며 마당을 채운다. 제한된 공간에서도 사계절은 분명하게 흐른다. 춘하추동, 나고 자라고 거두고 감추는 순서를 어기지 않는다. 게으르지도 조급하지도 욕심을 내지도 않는다. 그러나 햇살이 닿는 자리와 그늘진 자리를 두고 보이지 않는 경쟁이 벌어지고, 어디선가 날아온 씨앗이 터를 잡으면 원래 있던 꽃들이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하얀민들레, 초롱꽃, 사랑초, 꿀꽃, 백리향, 기린초까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은 생명들이 비좁은 마당에서 영역 다툼을 한다. 식물의 삶에서도 약육강식은 존재하고, 그 또한 자연의 질서 속에 스며 있다. 봄꽃과 가을꽃은 삶의 방식이 서로 다르다. 봄꽃은 겨우내 포근한 대지의 품속에서 준비한 꽃봉오리를 아직 찬 기운이 남은 세상 밖으로 밀어 올린다. 그렇게 올라온 꽃이 이내 씨앗을 품기 시작하면 그제야 잎을 낸다. 그래서 봄꽃의 개화는 짧고 강렬하다. 반면 가을꽃은 봄부터 잎을 내고 여름 내내 뜨거운 햇빛을 즐기며 천천히 준비한다. 긴 시간을 들여 꽃봉오리를 키운 뒤 가을이 되어서야 비로소 꽃잎을 낸다. 그래서인지 개화 기간이 봄꽃보다 길다. 충분히 준비한 만큼 오래 머문다. 작은 마당에 터 잡은 생명들은 조용하지만 결코 단조롭지 않다. 꽃이 피고 지는 때를 알아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삶. 어쩌면 그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단단한 삶일지도 모른다. 작고 소박한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세상의 이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작은 마당을 ‘소우주’라 부른다. 그리고 오늘도 그 안에서 세상의 시간을 배운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6-04-22

봄날, 재즈로 물든 무대···'카리나 네뷸라 공연'

지난 11일 대구 서구문화예술회관에서 따스한 봄의 기운과 함께 카리나 네뷸라의 공연 ‘JAZZ CIVAS’이 서구 구민들을 찾아왔다. 이번 공연은 각기 다른 음색을 지닌 네 명의 여성 아티스트가 한 무대에 올라 피아노, 기타, 베이스, 드럼과 어우러지며 다채로운 재즈의 매력을 선보였다. 재즈를 접해본 적 없던 시민기자에게 이번 공연은 새로운 음악적 관심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첫 무대를 장식한 카리나 네뷸라의 신입 멤버 임채희를 시작으로 김민희, 박라온, 그리고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말로까지, 각자의 개성과 색깔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무대가 이어졌다. 임채희의 무대는 재즈의 첫 경험을 신선하게 열어주기에 충분했다. 맑고 깊은 음색으로 곡의 감정을 섬세하게 끌어올리며, 자신만의 색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단순히 멜로디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곡이 담고 있는 이야기와 정서를 입체적으로 표현해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이어진 김민희의 무대는 한층 더 성숙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A Weaver of Dreams’와 ‘Spring Can Really Hang You Up the Most’ 두 곡을 통해 잔잔하고 편안한 음색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감쌌다. 특히 두 번째 곡에 앞서 봄에 싹을 틔우는 새싹을 응원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계절의 따뜻한 기운을 무대 위에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또한 그는 “함께 술자리를 즐기던 친구지만 같은 무대는 처음”이라며 임채희를 다시 소개해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어 두 사람은 ‘Just in Time’을 함께 부르며 비슷한 음색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듀엣 무대를 선보였다. 악기와 목소리가 하나처럼 어우러지는 순간, 두 사람의 목소리 또한 하나의 악기처럼 느껴졌다. 김민희의 소개로 이어진 박라온의 무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천사의 목소리’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맑고 청아한 음색은 가볍고 투명하게 공간을 채우며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마지막 무대는 ‘스캣의 여왕’이라 불리는 말로가 장식했다. 김민희는 그녀를 소개하며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 보컬 음반 부문 수상 이력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식어보다도, 실제 무대 위에서 마주한 그녀의 존재감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었다. 힘 있는 목소리와 리듬감 있는 몸짓, 그리고 넘치는 자신감으로 채워진 무대는 단숨에 공연장의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말로와 박라온의 듀엣 무대 이후, 네 명의 아티스트는 다시 한 무대에 올라 ‘Danny Boy’, ‘Happy’, ‘Spain’을 함께 그리고 번갈아 부르며 서로의 색을 드러내는 동시에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무대는 이번 공연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였다. 관객들 역시 단순히 공연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박수와 몸짓, 그리고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재즈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시간을 만들어갔다. 이번 카리나 네뷸라의 공연은 봄날의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재즈가 가진 매력을 한껏 전해준 무대였다. 서로 다른 색을 지닌 목소리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만들어낸 이 밤의 기억은,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잔잔한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6-04-22

자두밭 소나무 아래

비 내리는 새벽, 자두밭을 둘러보았다. 과수원 안쪽, 지난해 산불을 이겨내고 늠름하게 서 있는 소나무 두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그 곁에 어머니의 유해를 모셨다. 셋째 아들이 일하는 모습을 언제든 지켜보실 수 있는 자리, 어머님이 기꺼이 마음 두셨을 법한 그곳이 이제 어머님의 영원한 안식처가 되었다. 요양원에서 조심스럽게 며칠을 보내신 뒤, 4월 8일. 어머님은 체온이 38.5도를 넘어서며 119구급차를 타고 안동병원으로 옮겨지셨다. 응급실에서 어머님은 눈도 뜨지 못한 채 입을 벌리고 호흡기에 의지해 가쁜 숨을 이어가고 계셨다. “어머님.”하고 불러보니, 알아보신 듯 얼굴에 엷은 미소가 스치며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이셨다. 검사 결과가 나오자 병실 안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뇌혈관은 혈전에 막혀 온몸으로 온기를 보내지 못했고, 신장과 폐마저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었다. 의사는 우리를 불러 위급 상황에 대비한 마음의 준비와 연명치료에 관해 설명했다. 어머님은 영양공급을 위해 목 아래에 튜브를 삽입한 채 그날 저녁 중환자실로 옮겨지셨다. 그때부터 면회는 하루 두 사람, 각 5분으로 제한되었다. 그날 밤늦게, 아주버님에게 혈액투석이 시작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4월 10일, 짧은 5분의 면회 시간. 투석 덕분인지 어머님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손을 잡으니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다른 한 손으로 얼굴을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어머님은 힘겹게 눈을 뜨고 나를 찬찬히 바라보며 무언가 말씀하셨다. 그러나 입 밖으로 새어 나오는 작은 소리는 끝내 알아들을 수 없었다. “어머님, 제가 누군지 아시겠어요?” 어머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무언가를 전하려 애쓰셨다. 그것이 어머님과 나의 마지막 대화였다. 이어 남편이 5분간 어머님을 만났다.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머님께서 웃는 얼굴로 따뜻하다고 하시는 것 같았다고 했다. 눈을 조금 더 떠보시라 하며 사진도 몇 장 남겼다. 11일에는 큰아가씨가, 12일에는 남편이, 월요일 낮에는 남편과 아주버님이 차례로 면회했다. 비닐 방역복을 입고 손을 잡으며 눈을 마주쳤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어머님은 끝까지 무언가를 전하려 애쓰셨다.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남편은 며칠 사이 달라진 어머님의 모습을 다시 사진으로 남겼다. 낮에 면회를 다녀온 그 날 저녁, 위급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병원으로 향하는 사이 어머님은 이미 숨을 거두셨다. 우리는 마지막 모습을 함께하지 못했다. 4월 8일 입원하여 4월 13일 저녁 8시, 어머님은 끝내 말을 멈추셨다. 마지막은 길지 않았으나, 그 안에는 한 생의 시간이 고스란히 압축되어 있었다. 열한 살에 가족을 잃고도 살아낸 시간, 타인의 집에서 견뎌낸 세월,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가정을 이루고 자식들을 키워낸 날들. 요양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셨던 마음까지, 어머님은 마지막까지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계셨다. 어디에 머물 것인지, 누구 곁에 있을 것인지, 병원이 아닌 집, 낯선 침대가 아닌 익숙한 방, 그리고 따뜻한 가족의 손. 그 모든 선택의 끝에서 비로소 깨닫는다. 삶이란 어디에서 끝나느냐가 아니라, 누구의 손을 잡고 있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봄은 아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사과밭은 여전히 손길을 기다리고, 마당의 진달래는 조금씩 꽃잎을 떨군다. 그러나 나의 봄은 이전과 같지 않다. 어머님은 유언대로 화장되어 자두밭이 내려다보이는 산, 큰 소나무 곁에 모셔졌다. 남편이 과수원에서 일할 때면 언제든 아들을 내려다보실 수 있는 자리다. 이제 밤마다 이어지던 모자의 이야기는, 자두밭을 스치는 바람 소리에 섞여 흐를 것이다. /손정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6-04-22

7년 키운 ‘9cm’ 지키려 손발 묶였는데⋯규제 없는 수입산에 안방 내준 어민들

“9㎝ 대게 한 마리를 잡으려면 바다에서 7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는 그 긴 세월을 참고 법을 지키는데 수입산은 치수 미달도 합법이라니. 조업 나갈수록 빚만 쌓입니다” 지난 21일 오후,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서 만난 60년 경력의 어부 최주호 씨(78)는 텅 빈 갑판 위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16세에 배를 탄 이래 지금이 가장 힘들다는 최 씨의 호소는 법을 준수하는 어민만 손해를 보는 구조적 ‘역차별’<본지 4월 21일자 1면 보도> 때문이다. 국내 수산자원관리법상 대게는 코끝부터 등딱지 뒤까지 잰 갑장(甲長)이 9㎝ 이상인 수컷만 포획할 수 있다. 대게가 이 크기에 도달하려면 심해에서 7년을 성장해야 한다. 알을 품은 암컷 대게 일명 ‘빵게’ 포획 금지와 더불어 9㎝ 치수 제한은 어민들이 자원 보호를 위해 인내하며 지켜온 마지노선이다. 단 한 마리라도 이 기준에 못 미치면 어민은 즉각 범법자로 몰린다. 하지만, 이 기준은 수입산 대게 앞에서 무력해진다. 일본이나 러시아 등에서 들어오는 수입 대게는 국내 유통 시 ‘수산자원’이 아닌 ‘식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산이라면 포획 자체가 불법인 7~8㎝급 어린 대게와 암컷 대게가 ‘수입 식품’으로 둔갑해 합법적으로 식탁에 오른다. 7년을 기다려 법을 지킨 국산 대게가 규제 없는 수입산의 저가 공세에 밀려 제값을 받지 못하는 배경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울진·영덕·구룡포 연안 어민들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해안 수심이 얕은 연안에서 잡아 올리는 ‘연안대게’는 최상급 박달대게보다 크기는 작아도 단맛이 진하고 부드러워 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대표적 실속형 수산물이다. 박달대게를 찾기 부담스러운 대중 소비층을 지탱하며 연안 어업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치수 제한 없이 쏟아지는 저가 수입 대게가 이 시장을 직격했다. 정성윤 구룡포근해자망통발선주협회장은 “연안대게의 주 소비층이 규제 없는 수입산으로 대거 이동했다”며 “가격 경쟁 자체가 안 되니 어민들은 죽을 맛”이라고 성토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연간 국내로 쏟아지는 수입 대게는 약 8000t 규모다. 반면 2025년 7월~2026년 6월 경북 전체에 배정된 TAC 물량은 고작 655t(포항 330t, 영덕 175t 등)에 불과하다. 현장에서는 수입산의 무분별한 허용이 국내 불법 포획까지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당 수족관에 수입산 어린 대게들이 합법적으로 깔리다 보니 일부 업자들이 국내산 치수 미달 포획물을 수입산으로 둔갑시켜 파는 ‘세탁 유통’의 통로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씨는 “9㎝ 이하 어린 대게가 수입산과 섞여 있는데 정부가 이걸 방치하는 건 불법을 가르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기형적 규제를 방치해온 정부도 뒤늦게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경북도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해양수산부로부터 지난 21일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 공문을 받았다”며 “그간 보호 자원이 수입되는 순간 ‘식품’으로 분류돼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입법 절차의 시작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원 발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도록 도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4-22

포항해경, 수중레저 안전관리 ‘키’ 잡았다⋯23일부터 업무 공식 개시

포항해양경찰서가 23일부터 수중레저 안전관리 업무를 공식 개시하며 본격적인 현장 안전 행보에 나선다. 이번 업무 개시는 지난해 4월 22일 공포된 ‘수중레저활동의 안전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수중레저법)’ 개정안에 따른 조치다. 1년간의 준비 기간을 마친 해경은 해양수산부로부터 관련 업무를 공식 이관받아 즉각적인 관리 체계에 돌입하게 된다. 앞으로 해경은 △수중레저사업 등록 및 변경 △사업장 안전점검 △수중레저 안전관리 등 핵심 업무를 수행한다. 실효성 있는 관리를 위해 수중레저활동 금지구역 지정 등 일부 사무는 시장·군수·구청장과 공동으로 수행하며 빈틈없는 안전망을 구축할 방침이다. 현장 행정도 속도를 낸다. 업무 개시 첫날부터 전국 수중레저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점검 체계를 가동하고 사업 등록 및 변경 신고 접수를 시작한다. 특히 사고 예방과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현장 교육 및 홍보 활동을 병행하여 단순 행정을 넘어선 실질적인 안전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근안 포항해양경찰서장은 “해양경찰이 가진 독보적인 현장 대응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중레저를 즐기는 국민 한 분 한 분의 안전을 철저히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4-22

23명 사망 아리셀 대표 항소심, 징역 15년→4년으로 감형

지난해 6월24일 경기도 화성 일차전지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회사 대표 박순관씨가 항소심에 대폭 감형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신현일 고법판사)는 22일 박씨 등의 중대재해처벌등에 관한 법률(산업재해치사)·파견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박 대표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기소된 사건에서 내려진 최고 형량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박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한 바 있다. 항소심은 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박씨 아들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에게 징역 15년 및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7년에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화재로 23명이 사망하고 9명이 상해를 입어 그 결과가 매우 중하다“면서도 “다만 박순관이 아들에게 아리셀 업무 중 상당 부분을 맡긴 이유에는 경영상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중처법이나 파견법상 책임을 면탈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최정암기자 am4890@kbmaeil.com

2026-04-22

대구 참여연대, ‘대구시장 후보들, 5대 정책 즉각 중단 약속해야’

대구참여연대는 22일 성명을 통해 ‘대구시장님, 이것만은 하지 마오!’ 핵심 정책 5가지를 제시하며 대구시 차원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먼저 낙동강 보 운영과 관련해, 유속 저하로 인한 녹조 발생과 독성물질 검출 등 수질 악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주민 건강 보호를 위해 보 가동을 중단하고 전면 개방할 것을 요구했다. 공공의료 확충과 관련해서는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의 재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의료 대응의 한계와 최근 응급실 이송 지연 사례 등을 언급하며 공공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업이 한때 추진됐다가 중단된 만큼, 차기 시장이 이를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역사 관련 정책으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기념사업과 동상 설치 등 이른바 ‘우상화 사업’의 중단을 요구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사업이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과 함께 관련 조례 및 동상 철거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생태 보전 이슈로는 금호강 팔현습지에 추진된 보도교 및 산책로 설치 사업이 거론됐다. 해당 사업은 법정보호종 서식지 훼손 우려로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이며, 전면 백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마지막으로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에 대해서는 주민 공론화 및 투표 절차의 부족, 견제 장치 미흡, 정치 구조의 편중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졸속 추진이 아닌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다. 대구참여연대는 “대구시장 후보들은 최소한 이 5개 사안에 대해 중단을 약속해야 하며, 차기 시장은 이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6-04-22

민노총 포항지부, 포항 철강산단 ‘그린 메탈·수소 클러스터’ 전환 촉구

포항의 노동단체가 철강산업단지를 ‘그린 메탈·수소 클러스터’로 재편하고, 산업·일자리 전환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탈탄소 전환 압박,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과 고율 관세, 중국의 자급률 확대와 저가 공세라는 삼중고가 결합된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민노총 포항지부는 22일 오전 10시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산업위기 극복과 그린철강·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 모색’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입장을 밝혔다. 송무근 민노총 포항지부장은 “포항의 상황은 일시적 경기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 산업 전환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존 생산 방식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조기 실증과 상용화, 그린수소 인프라 구축을 통한 산업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단체는 주력 산업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구조적 산업 전환기임을 강조하고, ‘그린 메탈&수소 클러스터’로 재편할 것을 제안했다. 수소환원제철의 핵심 원료인 그린 수소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대규모 수전해 시설, 수소 저장 및 운송 터미널 등 그린 수소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철강 생산과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합 클러스터는 포항을 글로벌 그린 철강 시장의 메카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의 대전환이 어느 한 주체의 힘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노동단체는 산업·일자리 전환 거버넌스를 즉각 출범시켜 포항을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역’으로 지정해 범국가적 차원의 재정 지원과 고용 대책을 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혜택이 공정하게 분배될 때 비로소 포항의 재도약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보탰다. 신명균 금속노조 포항지부장은“산업 전환 과정에서 비용이 하청과 비정규직에 전가되는 ‘조용한 해고’를 막고, 대기업이 고용 안정과 산업 안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포항지부는 ‘K-스틸법’ 개정을 상반기 중 국민청원 방식으로 추진하고, 4~5월에는 노정교섭 단위를 활용해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 기간 연장 탄원에 나설 계획이다. 또, 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법·제도 정비를 통해 부처 간 정책을 연계하는 ‘통합지원 특례’를 마련하고, 산업 전환과 고용 유지가 동시에 작동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보규기자·김국진 수습기자 kbogyu84@kbmaeil.com

2026-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