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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구·경북 농협 18곳 ‘벼 육묘·신기술 협의회’ 출범

대구·경북 지역 농협들이 벼 재배 신기술 확산과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경북농협은 지난 17일 농협경북본부에서 ‘벼 육묘·신기술 대구경북협의회’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협의회는 벼 공동육묘장 설치·운영 확대와 드문모심기 등 신기술을 활용한 벼 재배 활성화를 목표로 회원 농협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협의회에는 18개 농협이 참여했으며, 초대 회장으로 의성군 다인농협 송강수 조합장이 선출됐다. 부회장은 경주시 외동농협 이채철 조합장, 감사는 상주시 외서농협 김광출 조합장이 맡는다. 이날 총회에서는 임원진 선출과 함께 올해 사업계획 및 예산안도 확정됐다. 송강수 회장은 “공동육묘장 활성화와 드문모심기 등 신기술 보급을 통해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적극적인 농정활동으로 관련 제도 개선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주원 경북농협 본부장은 “협의회에 참여한 18개 농협이 같은 마음으로 힘을 합쳐 농업인의 일손 부족 해소와 소득 증대 기반 마련에 앞장서길 기대한다”며 “경북농협도 육묘장 사업 활성화와 드문모심기 기술 보급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협의회 출범으로 대구·경북 지역 벼 재배 현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6-03-18

“회사보다 학군”⋯ 대구 수성구로 몰리는 교육 이주, 사교육비 부담은 ‘최고 수준’

대구 수성구가 ‘대구판 강남’으로 불리는 현상이 현실로 굳어지고 있다. 자녀 교육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이른바 ‘교육 이주’가 확산되면서 지역의 인구 흐름과 주거 시장, 사교육 구조까지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최근 수성구로 이사한 40대 학부모 A씨는 “직장과의 거리가 멀어졌지만 교육 환경을 고려해 이사를 결정했다”며 “아이를 위해서라면 생활 불편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군을 중심으로 거주지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면서 수성구 쏠림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5만 8000원으로 전년보다 감소했다. 그러나 사교육에 실제 참여한 학생 기준으로는 월평균 60만 4000원으로 증가하며 처음으로 60만 원을 넘어섰다.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 월 70만 원대 후반 수준까지 올라 입시 시기에 비용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가 확인됐다. 전체 평균이 감소한 것은 학생 수 감소와 일부 참여율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부담과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수성구에서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지역 학원가에 따르면 고3 수험생의 경우 주요 과목 수강과 입시 컨설팅을 포함한 사교육비가 월 150만~200만 원 수준까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국어·영어·수학만 해도 기본 100만 원이 넘는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갈 정도다. 일정 수준 이상의 사교육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 지출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수성구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단순한 비용 수준 이상의 구조적 특징이 자리하고 있다. 학원 밀집도, 외부 지역 학생 유입, 입시 중심 교육 시스템, 고액 프로그램 확대 등 교육 환경 전반이 서울 강남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성구 일대 학원 수는 약 3000개에 달해 비수도권 최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일부 학원은 수도권 유명 강의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사실상 ‘강남식 교육 시스템’을 지역에 이식한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교육 쏠림 현상은 주거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성구는 대구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특정 학교 인근 단지를 중심으로 ‘학군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자녀의 학령기에 맞춰 수성구로 이주하는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집값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구 흐름에서도 차이가 확인된다. 대구 전체적으로는 인구 감소가 지속되고 있지만 수성구는 상대적으로 유입이 유지되는 지역으로 꼽힌다. 교육을 중심으로 인구가 재편되는 모습은 서울 강남권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집중 현상이 지역 간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과 인구, 자본이 특정 지역에 몰리면서 다른 지역과의 교육 여건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교육비 상승이 단순한 가계 부담을 넘어 지역 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수성구는 대구에서 가장 높은 교육 경쟁력을 갖춘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동시에 학부모에게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을 요구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한 학부모는 “아이를 위해 선택한 곳이지만 사교육비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가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3-17

신한국 인성대학원 2026년 1학기 개강식 열려

신한국운동추진본부 부설 인성교육대학원(원장 심후섭)이 지난 3일 담수회관 3층 대강당에서 제15기 1학기 개강식을 열고 학업을 시작했다. 이날 개강식에는 서정학 이사장과 수강생 등 총 150여 명이 참석했으며, 김도현 학봉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우정’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 이사장은 서애 류성룡과 학봉 김성일의 우정인 ‘애학지교(厓學之交)’를 중심으로 두 사람의 위대한 우정과 두 사람의 교류 속에서 드러난 나라사랑 정신을 오늘날의 교훈으로 삼자고 강조했다. 인성교육대학원은 6월 16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총 15회에 걸쳐 강의를 진행한다. 주요 강사와 강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이관형(내일교회 담임목사) ‘갈등 극복을 위한 마음 다스리기’, 송의호(전 중앙일보 기자) ‘천원지폐 그림에 담긴 온고지신’, 김원길(안동대학교 교수 역임) ‘안동의 실화에 담긴 해학’, 최태연(전 계성고 국어 교사) ‘잘못 쓰고 있는 일상어’, 최윤대(미해군대학 및 캐롤라이나 주립대 박사) ‘자연에서 배우는 창의성’, 김구철(KBS 정치부 기자) ‘선비와 과거 제도-한국 근대화의 비밀’ 이재덕(전 연신초 교장) ‘리코더와 건강’, 김도상(행정학 박사) ‘선비 정신과 종류’, 권오춘(해동 경사연구소 이사장) ‘주역의 기초’, 이종원(대구문화지킴이 전 회장) ‘국보중의 국보 24점’, 이구동(전 경구중 교장) 아름다운 한시 여행, 이수만(전 언론인) ‘재미있는 정치 뒷 이야기l’, 박남철(도산선비문화수련원 지도위원) ‘인성교육과 공부 방법’, 김선완(전 경북외국어대 교수) ‘리더와 리더십’-누가 지역의 올바른 정치인인가. /권정태 시민기자

2026-03-17

안동의 전통국수 안동국시를 아세요

안동에는 두 종류의 국수가 있다. 건진국수와 누름국수다. 건진국수는 양반가를 방문하면 귀한 손님에게 내놓는 고급 음식이다. 안동지방에서는 국수를 ‘국시’라고 부른다. 따뜻한 국물로 내놓으면 누름국시고, 차가운 국물로 내놓으면 건진국시다. 안동국수가 타 지역국수와 다른 것은 밀가루에 콩가루를 3대 1의 비율로 섞어서 만든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일반국수는 밀가루로 만들었고, 안동의 국시는 밀가리로 만들었으며, 밀가루는 봉지에 담겨있고 밀가리는 봉다리에 담겼다”는 말이 있다. 안동국시에는 서글픈 사연이 있다. 맛을 즐기기 위해 먹는 음식이 아니다. 일종의 구휼음식으로 시작한 것이다. 안동은 농사지을 땅이 많지 않아 양식이 넉넉하지 않았다. 특히 논이 적어 쌀은 항상 부족했다. 보리가 다 여물기 전 4월쯤에는 굶는 농가가 많았다. 덜 익은 보리 이삭을 디딜방아로 찧어서 죽을 끓여 먹기도 했다. 한 여름이면 보리쌀도 부족해 때를 늘리기 위해 국수를 많이해 먹었다. 콩가루를 섞는 것은 영양가와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함도 있지만, 국수의 양을 늘리려는 것이다. 국수 반죽을 얇게 밀어 종잇장 같이 만들면 밀가루만으로는 구멍이 난다. 이때 콩가루 반죽을 떼어서 구멍을 메웠다고 한다. 안동국수의 면은 밀가루에 콩가루를 넣어 반죽하여 아주 얇게 밀어서 가늘게 칼로 썬다. 썰어 낸 면을 다시 콩가루를 뿌려서 끓는 물에 삶는다. 삶아 낸 면을 건진 다음 찬물에 행궈 한 사리씩 소쿠리에 담아 놓는다. 이 한번 삶아 건지는 과정 때문에 ‘건진국수’라는 이름이 붙었다. 콩가루가 더해져서 면이 뚝뚝 잘 끊긴다. 면을 입에 넣고 씹어보면 콩가루 특유의 고소함이 느껴진다. 특히 뜨거운 국물로 먹으면 콩 맛이 강해진다. 안동국수의 국물은 종가마다 차이가 있다. 알려진 방식으로는 은어, 양지머리, 닭, 꿩 등으로 국물을 낸다. 낙동강과 그 지류를 끼고 있는 종가는 대체적으로 은어를 많이 사용하고, 지류에서 멀리 떨어진 종가는 양지머리와 닭, 꿩 등으로 대신한다. 국물에 참깨와 콩 등을 섞어 내는 국물도 있고, 건진국시는 맑은 국물이 대부분이다. 식당에서는 멸치로 육수를 낸다. 안동에서조차 은어 육수를 맛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란다. 안동국수의 고명은 은어로 국물을 냈다면 말린 은어 살을 찢어 올려내고, 양지머리로 국물을 냈다면 양지머리를 찢어 고명으로 올리거나 수육으로 낸다. 닭, 꿩도 마찬가지. 또 달걀을 황, 백으로 나눠서 지단을 만들어 올리고, 애호박을 살짝 볶아서 올린다. 간장은 조선간장으로 간을 한다. 조선간장은 각 종가마다 맛이 미묘하게 차이가 있어 전통 안동국시에 방점을 찍는 역할을 한다. 안동국수와 나오는 음식도 귀한 음식들이다. 문어숙회, 돔배기, 수육, 흰살 생선찌짐, 배추전 등이 있다. 재료와 만드는 방법만 보더라도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그래서 안동지방에서 양반 이외의 일반 평민들이 먹는 국시는 맹물이나 멸치육수를 곁들인 국시가 대부분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즐겨 먹던 국수가 바로 안동식 국수인 안동국시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자주 먹었다는 곳도 전형적인 안동국시집이다. 종가 제사나 불천위 제사에 밥 대신 국수가 올라오는 곳이 안동이다. 그러나 그것은 종가의 이야기이고, 실제로 안동에서 안동국시 또는 건진국시를 먹으러 가면 쌈 채소와 밥을 같이 준다. 안동은 국수와 밥을 쌈 싸 먹기도 한다. /안영선 시민기자

2026-03-17

청도, 오누이 시인의 마을 찾아

최근 근대 문화마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경상북도 땅 끝 청도 유천마을을 찾았다. 화악산의 정기와 청도천을 끌어안은 그림 같은 마을이다. 다리를 건너서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근대로 여행 온 기분이다. 6~70년대나 볼 수 있었던 고풍스러운 모습에 내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긴다. 마을 안이 괴괴하기 짝이 없다. 이층집 일본식 건물이 먼저 행인을 맞는다. 나무판자로 켜켜이 엮어 올린 벽면이 고색창연하다. 일제의 잔영이 남아있는 듯 나라 잃은 슬픔이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근대 골목을 거닐다 보니 빛바랜 옛날 나무간판이 즐비하다. 구생당 약방, 중앙소리사, 사료상회, 정미소, 극장이 차례로 나타난다. 무엇보다 소리사와 극장이 눈에 띈다. 소리사 안의 널브러진 유성기 속에서 거리를 온통 메웠던 노랫가락이 흘러나오는 것만 같다. 청춘 남녀가 줄지어 매표소에서 극장표를 사는 모습들이 필름처럼 지나간다. 고샅길에 들어서니 청동으로 만든 현대식 간판이 나타난다. 담장 너머로 말끔하게 정비된 아담한 집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이호우·영도 오누이 시인의 생가다. 입구에 커다란 감나무가 손님을 맞는다. 고즈넉한 시골집 툇마루에 앉아 시인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본다. 시인은 감꽃을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고 물에 삭힌 감또개를 간식으로 즐겼을 것이다. 강변에 오누이 공원이 있다고 하여 한달음에 달려가 보았다. 은어가 노니는 명경 같은 청도천과 동창천이 만나는 둔치에 두 시인의 시비가 서 있다. 이영도 시인은 1916년 이곳에서 태어나 주로 부산 경남에서 활동하였다. 그는 통영여중 교사로 재직했으며, 폐결핵으로 남편을 잃었다. 당시 청마 유치환 시인이 같은 학교에 근무했다고 한다. 유부남인 그는 이영도의 단아한 여성미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청마는 줄기차게 정운에게 연모의 편지를 보냈다. 청마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세상을 하직할 때까지 장장 20년 동안 5000여 통을 썼다고 한다. 청마의 장례식장에는 하얀 소복을 입은 여성이 있었다. 5000통의 편지에 대한 답장이었다. 근대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 여기 유천 마을이다. 이영도 시인을 만나고 오누이 공원을 나오니 애틋한 감정을 삭일 수가 없다.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노라.’ 유치환의 고백이 가슴을 후벼 파는 심정을 억누를 수 없다. 백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가 없다고 했던가. 오천 번 찍어도 넘어가지 않았던 이영도 시인의 인내는 어디서 나왔을까. 규범과 규범의 이중 굴레 속에서 이영도 시인의 인생 승리가 공원에 잔잔히 메아리친다. 시인의 고향, 근대마을을 돌아보고 나오는 발걸음이 왠지 가볍지만은 않다. /최종식 시민기자

2026-03-17

(시민기자 단상) 서로를 지켜 주는 새해

달력의 마지막 날을 짚어보며 자연스레 지난 시간을 돌아봅니다. 기쁨과 감사가 있었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걱정도 많았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누군가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사회를 떠받쳤다는 사실입니다. 이 글은 그분들에게 드리는 작은 감사와 새해를 향한 조용한 다짐입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경쟁의 현장에 익숙해 있습니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크게가 성공의 기준처럼 여겨졌습니다. 우리를 버티게 한 것은 화려한 성과가 아니라 서로를 향한 배려와 책임감이었습니다. 골목 상점을 지켜 낸 상인, 묵묵히 현장을 지킨 노동자, 위험 속에서 안전을 책임진 제복 입은 공무원 그리고 가족과 이웃을 돌본 수많은 시민들. 그분들의 삶 자체가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위기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이 진짜 소중한가.” 성장과 편리함만을 좇다 보면 공동체의 끈이 느슨해지고 서로의 상처를 보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송년의 덕담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방향을 고쳐 세우는 약속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6년에는 조금 느려지더라도 옆 사람의 걸음을 한 번 더 돌아보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공정함과 신뢰 역시 새해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정교해도 서로를 의심하는 마음이 가득하면 사회는 거칠어집니다. 오히려 규칙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함께 지켜야 한다는 공감이 생기면 갈등은 줄어듭니다. 공정은 누군가를 심판하기 위한 칼이 아니라 모두가 안심하고 살아가기 위한 약속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다름을 품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세대 간의 생각이 다르고, 지역과 직업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닙니다. 의견이 충돌할 때 목소리만 높이면 결국 더 멀어질 뿐입니다. 새해에는 “내 말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겸손이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기를 기대합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최고의 덕담은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수고 많았다”, “고맙다”, “같이 가자.” 이 짧은 말 속에는 지난 과거를 인정하고, 내일을 함께 열겠다는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이 말을 더 자주 건넬수록 사회는 조금씩 단단해질 것입니다. 새해는 누구에게나 빈 공책처럼 주어집니다. 그 위에 무엇을 적어 넣을지는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시민기자는 작은 소망을 적어 봅니다. 일터에서의 안전이 일상이 되고, 가족의 웃음이 더 오래 머물며, 이웃과의 인사가 자연스러워지는 사회. 갈등보다 신뢰가, 냉소보다 희망이 더 자주 선택되는 사회가 되기를. 한 해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족했던 시간은 성찰로, 아팠던 기억은 나눔으로, 새해의 첫걸음은 서로에 대한 존중으로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석종출 시민기자

2026-03-17

해상풍력 개발, 국가 주도 ‘계획입지’로 전면 개편···26일 해상풍력법 시행

앞으로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정부가 적합한 입지를 사전에 발굴하는 계획입지 제도가 도입되고, 범정부 차원의 통합 기구를 통해 인허가 절차를 한꺼번에 처리하게 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해상풍력법)’ 시행령이 1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26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은 지난해 제정된 ‘해상풍력법’의 구체적인 실행 지침을 담았다.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개별 민간 사업자가 입지를 발굴하고 인허가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앞으로는 정부가 주도하는 ‘계획입지’ 체계로 전면 개편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력계통, 군 작전성, 주민 수용성 및 복잡한 인허가 절차로 인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질서 있는 해상풍력 개발과 보급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 시행령은 △해상풍력발전위원회의 구성·운영 △해상풍력발전 예비지구 지정 절차 △민관협의회 구성 및 운영 △해상풍력발전사업자 선정 절차 △환경성 검토 절차 등 해상풍력 계획입지 제도의 구체적인 운영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해상풍력법의 핵심은 해상풍력 사업 전 과정에 대한 정부의 공적 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먼저 국무총리 소속의 ‘해상풍력발전위원회’를 신설해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고 예비지구·발전지구 지정 등 계획입지 전반의 주요 정책을 심의하고 의결한다. 또, 정부가 선제적으로 해상풍력 적합 입지를 발굴하고 검토한다. 풍황, 어업활동·환경에 미치는 영향, 해상교통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비지구’를 지정하고, 이후, 경제성, 수용성, 계통 등을 검토해 ‘발전지구’로 확정한다. 이 밖에도 발전지구 내 사업자로 선정되면 관련 법령에 따른 인허가 절차를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사업 추진 절차의 효율성을 높인다. 지방정부는 민관협의회 운영을 통해 주민 수용성 확보 및 이익공유 방안 등을 논의하며, 위원으로 어업인·주민 대표가 전체의 2분의 1 이상 참여하도록 의무화한다. 정부는 법 시행일인 26일부터 제도 운영을 위한 후속 조치에 착수한다. 해상풍력발전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 범정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관계부처 및 지방정부와 협력해 해상풍력 발전 입지 여건과 지자체의 추진 의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내에 1차 예비지구 후보지를 발굴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법령에서 위임한 환경성 평가 세부 기준과 기존 사업자 및 집적화단지의 편입 기준 등을 담은 하위 고시를 연내에 단계적으로 마련한다. 한편,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입지를 발굴하고, 지역주민·어업인·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통해 주민 수용성을 확보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구역인 ·재생에너지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지정에 실패한 포항시는 해상풍력법 시행에 따른 국가 주도 해상풍력 사업 예비지구 지정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6-03-17

[르포] “성게·전복 씨가 말랐어요”···포항 호미곶 해녀들, ‘호미곶항 정비공사’ 피해 호소

지난 15일 포항시 남구 구만1리 마을회관에 모인 구만1리와 대보2·3리 나잠어업인 30여 명은 일제히 가슴을 내리쳤다. 40년 이상 물밑에서 생계를 이어온 70~80대 해녀들은 ‘호미곶항 정비공사’ 이후 성게와 전복 등 채취물이 급감해 생계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오래된 방파제 등을 제거하거나 새로 만드는 정비공사 과정에서 백화현상 등 바다 환경이 달라졌고, 성게·전복이 모이던 핵심 작업장 일부까지 매립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대보항 일대에서는 313억4200만원 규모의 호미곶항 정비공사가 2021년 4월 시작됐고, 올해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공사 현장은 해녀들의 터전과 불과 150~400m 거리에 있다. 구만1리 최고령 해녀 이해자씨(85)는 “보라성게와 말똥성게, 전복을 잡아 평생 먹고살았다”라며 “평소 1주일 하던 성게 작업을 작년에는 사흘밖에 못 했다”고 털어놨다. 김춘희씨(80)는 “5kg, 10kg씩 잡던 성게를 1kg도 못 잡는 날이 많다”며 “성게 작업 수입도 예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해녀들은 공사 이후 바닷속 환경이 확연하게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서정순씨(77)는 “공사하면서 시멘트 물이 돌고 바닥에 백화현상이 나타났다”며 “예전에는 성게와 전복이 많이 나던 바닥이었는데 지금은 환경 자체가 달라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큰 성게 하나를 잡으면 주변에 손톱만 한 새끼 성게들이 깔려 있었는데 요즘은 작은 것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며 “잡아봐도 알이 시커멓게 변해 있고 예전처럼 노랗게 차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끼가 있어야 다음 해에도 잡을 수 있는데 지금은 번식 자체가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미자씨(76)는 “구만1리 쪽 바다는 물살이 센 곳이라 성게와 전복이 물 흐름을 타고 내려오다 마지막으로 붙는 자리가 있는데 그 핵심 작업장이 공사 구간과 겹치면서 일부 매립됐다”고 밝혔다. 또 “공사를 하면서 모래나 자갈, 시멘트 같은 것들이 바닥에 쌓이면서 오염이 생겼다”며 “바다 바닥에 풀이 자라야 성게나 전복이 먹이를 먹고 살 수 있는데 지금은 마치 바닥에 시멘트를 발라 놓은 것처럼 돼 물건들이 서식을 못 한다”고 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 어항건설과 조준우 계장은 “해녀들이 주장하는 바다 자원 감소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다”며 “공사 때문인지, 자원 고갈 등 다른 원인 때문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는 “호미곶항은 어항구역으로 설정된 곳이라 법적으로 양식 행위를 할 수 없고, 채취 행위도 제한되는 구역”이라며 “지자체 요청으로 어민들이 어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을 만들어 주는 어항 정비사업은 어업 피해 보상을 전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보규기자 kbogyu84@kbmaeil.com

2026-03-16

비린 맛 없이 싱싱함 가득한 가자미 미역국

필라테스하러 가서 강사님이 오늘은 스쿼트를 시켰다. 30분 만에 어지러워 주저앉고 말았다. 체력이 훅 떨어진 상태라 한 시간을 못 채우고 돌아왔다. 해외여행을 열흘 다녀온 뒤라 더 힘들었다. 비위가 약하고 입이 짧아 강행군인 패키지여행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거의 못 하고 돌아다녔다. 낮엔 과자로 저녁에 숙소에서 컵라면으로 버텼다. 점심 약속으로 샐러드를 먹기로 했는데, 급히 장소를 바꾸자고 톡을 남겼다. 몸보신으로 소화가 잘되는 미역국을 먹자고. 마침, 우리 집 가까이 맛집이 있었다. 약속한 12시 30분이 되자 고을국수방은 빈자리가 없었다. 우리 두 사람이 마지막 남은 한 테이블을 차지했다. 사장님, 미역국 두 개요! 국수방이라는 이름에 맞게 국수 종류는 참가자미 회국수, 백합조개칼국수, 계절 별미로 콩국수와 전복죽도 있다. 다 맛있지만, 이 집은 가자미찜과 가자미 미역국이 단연 압권이다. 새벽 시장에서 싱싱한 가자미를 사 와서 손질한 가자미를 사용하니 비린 맛 하나 없이 시원함만 가득하다. 큰 대접에 푸른 바다를 가득 담아 손님상에 내온다. 호록호록 떠먹다 보니 몸속 가득 뜨끈한 기운이 퍼졌다. 필라테스하다 핑 돌던 어지럼증이 싹 달아났다. 안동이 고향인 나는 미역국을 끓일 때 넣는 생선은 한 가지뿐이다. 북어. 명태는 생선 중에 그나마 덜 비리지만 그 비린 맛조차 말리며 다 날려버리고 햇살과 협업한 감칠맛만 푸석한 몸속에 간직한 북어와 불린 미역을 달달 볶으면 뽀얀 국이 된다. 이런 초딩 입맛은 결혼 후 어머님이 끓여주신 가자미 미역국을 맛보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 신혼 초, 그때는 토요일에 오전 근무를 했다. 남편이 퇴근할 무렵 1박 2일의 짐을 미리 싸놓고 기다렸다가 시댁으로 향했다. 일요일 새벽 어머님은 아들을 깨워 양포항으로 나갔다. 멸치가 싱싱한 날은 그걸로 젓갈을 담고, 홀띠기를 만나면 밥식해를 만드셨다. 그러다 가자미가 눈에 들어온 날에는 미역국을 끓이셨다. 어느 날엔 삶은 가자미를 소쿠리로 살살 흔들어가며 뼈와 살을 분리하는 방법을 내게 알려주셨다. 어머니는 잔가시 없이 잘 걸렀는데 내가 하면 꼭 가시가 목에 걸렸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다. 정육점에서 끊어 온 쇠고기는 이미 손질이 다 된 상태라 참기름에 볶기만 하면 되지만, 가자미는 살아서 펄떡거리니 까다로운 재료다. 일단 어떤 놈이 싱싱한 것인지조차 모르니 20년 넘게 옆에서 보기만 하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금도 가자미 미역국 만들기는 여전히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그래서 몸이 허할 때나 어머님의 손맛이 그리울 때면 고을국수방을 찾는다. 이곳은 밑반찬이 엄마가 해주는 집밥처럼 제철 재료로 만든 것들이 나온다. 손이 많이 가는 나물 위주의 찬이라 더 좋다. 들에서 나는 시금치, 마늘쫑, 콩나물무침과 바다에서 건진 미역, 다시마무침, 멸치볶음이 함께다. 특히 멸치볶음은 눅눅하지 않고 바삭해 한 번 더 달라고 해서 먹는다. 김치와 물김치, 그리고 봄동물김치가 이 집 시그니처 반찬이다. 봄동 한 장을 밥에 올려서 강된장이나 젓갈을 올려 먹으면 공기밥은 무조건 추가다. 물론 미역국만으로도 충분한 곳이니 반찬은 덤이다. 실내에 6개의 테이블뿐이라 조금만 늦으면 웨이팅은 필수다. 테이블이 비자마자 다른 손님이 와서 앉는다. 미역국은 통에 담아 팔기도 하는데 전날 미리 전화하거나, 일찍 가야지 가능하다. 곧 날씨가 따뜻해지니 가자미회국수와 가자미찜을 먹으러 가자고 친구랑 약속했다. 주차장은 따로 없어서 가게 앞 골목길에 눈치껏 해야 한다. /김순희 시민기자

2026-03-16

봉화 천년고찰의 천년을 다져온 숲길에서 만나는 봄 내음

겨울이 꼬리를 사리지 못하고 미루적거려도 어느새 바람결의 매운맛은 풀이 죽어 한결 부드러워졌고, 양지쪽의 따사로움에 정겨운 봉화 천년고찰의 숲길의 솔 내음은 완연한 봄이다. 겨울에 묻혀 시간이 멈춘 고즈넉함 속에서 천년 세월의 역사와 함께한 산사의 숲길을 향긋한 봄 내음과 또랑또랑 계곡의 물소리와 함께 걸어보자. 며칠 전 태백산은 눈이 내려 설산처럼, 봉우리에는 마지막 겨울 풍경을 선사하듯 시선을 끌고 있다. 한때 국내 3대 사찰이었던 각화사, 백두대간 능선으로 석양이 아름다운 문수산 축서사, 수려한 청량산이 품은 풍광이 아름다운 청량사, 계곡 물소리 은은한 불교계의 성지 비룡산의 홍제사 등 천년의 고요가 흐르는 고찰에는 고찰과 함께한 천년의 숲, 천년을 다져온 길이 있다. 축서사는 천년 역사의 심산 고찰로, 영주 부석사의 ‘모절’ 또는 ‘큰집’으로 불린다. 신라 문무왕 13년(673년), 의상대사가 봉화 물야면 북지리의 지림사에서 빛을 보고 이곳에 절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소백산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축서사는 봉화 8경 중 제7경으로 꼽힐 만큼 황홀한 석양을 자랑한다. 소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부드러운 공기,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절집의 정취는 자연이 빚은 예술 작품 같다. 탁 트인 전망과 고요한 숲길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천년의 시간을 간직한 탑과 절집이 경관의 깊이를 더한다. 각화사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태백산 사고의 수호 사찰로, 국내 3대 사찰 중 하나로 800여 명의 스님이 수도한 한국 불교의 대표 수행 도량이다. 신라 원효대사가 686년 창건했으며, 태백산 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울창한 산림 속에 위치한 각화사는 정교하게 쌓인 석축과 30계단 위에 세워진 월영루가 특징이다. 월영루를 지나면 삼층석탑이 있는 요사채 마당이 나타나며, 산새 소리와 함께 고요한 분위기가 감돈다. 향긋한 봄 내음과 유구한 역사가 어우러진 숲길은 방문객에게 평온함을 선사한다. 청량사 가는 길은 입석에서 청량사 선학정으로 이어지는 2.3km의 최단 코스로,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가벼운 산책길이다. 숲속의 외진 길은 낭만을 더하고, 굽이도는 고갯마루에서는 먼 산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오랜 세월을 견뎌낸 굴참나무와 노송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 소나무에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송진 채취 흔적이 남아 있어 역사적 아픔을 상기시킨다. 청량사 가는 길의 우측 오르막길에는 금탑봉 아래 응진전과 그 위쪽에 신라 명필 김생이 10년간 서예를 연마한 김생굴·폭포가 있다. 순탄한 산길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 좋으며, 산수의 아름다움을 즐기다 보면 청량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청량사는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본래 이름은 연대사였으며 27개 암자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홍제사와 도솔암은 한국 불교계를 빛낸 선승들이 수도한 심산유곡의 고요함 속에 자리한다. 홍제사는 신라 진평왕 시기 자장율사 또는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임진왜란 공신 사명대사에게 선조가 내린 ‘홍제존자’ 호에서 이름을 따왔다. 소박한 법당과 금강송 송림이 에워싼 고즈넉한 풍경은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부속 암자 도솔암은 만공스님, 성철스님 등 대종사들이 수행한 장소로 유명하다. 낡은 모습이지만 깊은 역사를 간직한 채 고요한 정적을 품고 있다. 천년 고찰의 고요함부터 탁 트인 산봉우리의 웅장함, 그리고 단순해서 여유까지 생기는 선승들의 수도처 홍제사의 경내를 거닐면 절집을 감싸는 솔 내음과 바람의 소리가 어우러져 명상의 순간을 만들어준다. 사계절마다 다른 풍경이 사찰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며 고요한 산사의 풍경을 수놓는다. 느긋한 여유로움이 가득한 호젓한 봉화 천년고찰 산사길에서 봄을 시작하면 어떨까? /류중천 시민기자

2026-03-16

영화와 만난 문화유산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가 관람객 천이백만 명을 훌쩍 넘기고 거침없이 흥행 중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관람객들은 단종과 관련된 역사와 문화유산을 직접 찾기 시작했다. 특히 영화의 배경이 된 영월이 그렇다. 청령포로 가는 배를 기다리는 줄이 도로까지 길게 늘어져 있고 오픈런까지 해야 하는 지금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문화유산이 평소와 달리 이렇게까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나 싶어 놀랍고 반갑다. 시민기자도 지난 월요일, 천만을 넘겼다는 소식에 조금 늦은 관람을 했다. 관람평에 ‘관람객으로 들어갔다가 백성이 되어서 나온다’, ‘역사의 빈틈을 온기로 채웠다’ 의 글들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다. 영화의 뜨거운 분위기 탓인지 상영관 앞에서는 이미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 영화의 내용은 영월로 유배 온 단종과 마지막 그의 시신을 수습한 엄홍도의 인간적인 이야기였다. 처음엔 영화가 조금 가볍게 느껴졌다. 역사적인 사실에다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에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다. 그 가운데 단종 역의 20대 배우와 엄홍도 역할의 배우가 연기한 마지막 장면이 울컥했다. 방 밖에서의 긴장감과 그 슬픔이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해졌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곧장 영월로 발걸음을 옮기고 싶었다. 영월과 청령포, 장릉, 선돌. 이곳은 오롯이 단종의 슬픔을 기억하게 하는 장소들이다. 그 장소가 주는 힘이 강하게 느껴졌다. 영화가 만들어 준 힘이기도 했다. 영화의 인기에 영월군은 바빠졌다. 현장관리와 편의 시설을 정비하고 관람 동선을 안내해 방문객들의 편의를 높이고 있다. 단종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는 다른 지자체들도 마찬가지였다. 금성대군의 신단과 은행나무가 있는 영주, 조선 충신 엄홍도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는 울산의 원강서원과 원강서원비가 그것이다. 그리고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단종의 비인 정순왕후, 문종, 세조와 한명회, 계유정난, 사육신과 생육신의 관련된 이야기가 줄줄이 흘러나온다. 그야말로 국사책을 찢고 나온 살아있는 역사 공부의 계기가 되고 있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높은 관심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일 뿐일까. 지난해 개봉한 영화 ‘케이팝데몬헌터스(케데헌)’도 마찬가지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국립중앙박물관의 방문객 수는 갈수록 증가해 부동의 1위인 루브르 박물관의 관람객 수를 넘보고 있다. 호랑이와 갓 등의 굿즈는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영화로 인해서 우리의 문화가 K-문화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관심을 두고 찾아보면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알게 된 역사와 문화유산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근대문화역사관이 있는 포항 구룡포에서도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동백이와 용식이를 떠올리며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았다. 또 ‘갯마을 차차차’가 청하를 배경으로 방영되고 나서 평일에도 시골 마을은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지금도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야간자습을 마친 아이를 데려오면서 오늘 본 ‘왕과 사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단종과 엄홍도, 지금 우리가 단종을 노산군이 아닌 단종으로 부를 수 있는 건 숙종의 힘이었다고 같이 이야기했다. 시험과 교과서 속에서만 존재하던 역사를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모든 세대가 알고 싶어하는 살아있는 역사로 다시 돌아왔다. 영화 한 편이 우리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데 마중물이 되고 있다. /허명화 시민기자

2026-03-16

대구 시민단체, 지방선거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정치개혁 촉구

대구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며 더불어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14곳의 단체는 16일 오전 대구 중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제도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정치개혁을 외면하고 있다’며 민주당을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지방선거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도 개혁이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특히 헌법재판소가 선거제도와 관련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음에도 국회와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정치개혁 논의를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집권여당이자 원내 압도적 1당으로서 다른 개혁 과제는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서도, 지방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지난 대선 공약에도 불구하고 당론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도 구체적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더욱이 현재 제출된 법안은 과거 개혁 과정에서 폐지된 지구당 부활 안건뿐이라, 지방선거와 관련된 핵심 개혁 과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정당들은 정치개혁 과제로 △지방의회 중대선거구 확대 △비례대표 의원 비율 강화 △지방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 △여성 정치참여 확대 제도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들 단체들은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정치개혁 공약을 이행하고, 지방선거제도 개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6-03-16

부산은 영화·축제 도시로 도약하는데 대구는?⋯ ‘수성못 수상공연장’이 필요한 이유

지방 도시 경쟁력은 이제 ‘문화’와 ‘관광’이라는 콘텐츠에서 결정되는 시대가 됐다. 영화와 축제를 앞세워 문화도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는 부산과 달리 대구는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찾는 상징적 문화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구 수성구가 추진 중인 ‘수성못 수상공연장’은 단순 공연시설을 넘어 대구 문화도시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부산은 대표적인 문화도시 전략 사례로 꼽힌다.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를 중심으로 도시 브랜드를 구축해 왔다. 영화제 기간 해운대와 영화의전당 일대는 세계 영화인과 관람객이 모이는 문화 중심지로 변하고, 영화의전당은 상영시설을 넘어 공연과 축제, 각종 문화행사가 이어지는 복합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최근 대형 문화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 북항 재개발지에 약 1800석 규모의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2027년 개관을 목표로 건립되고 있다.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와 부산콘서트홀 등 문화시설을 연계해 북항 일대를 해양·문화 복합지구로 조성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국제 행사와 대형 공연시설, 해양 관광 자원을 결합해 도시 브랜드를 강화하는 1구상이다. 반면 대구는 공연시설 자체는 적지 않지만 시민과 관광객이 일상적으로 찾는 대형 야외 문화 공간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대구콘서트하우스 등의 공연장이 있지만 관광과 문화가 결합된 대표 공간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 이 때문에 시민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공연과 축제가 이어지는 상징적 문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논의 속에 수성못 수상공연장은 대구 문화 인프라 전략의 중요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수성구는 대구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수성못에 약 2500석 규모의 수상공연장을 조성해 오페라와 클래식, 대중 공연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공연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수변 공간과 공연이 결합된 문화시설은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관광 자산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자연 경관과 공연이 어우러진 공연장은 야간 관광과 축제 활성화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관광지로 자리 잡은 수성못에 공연 인프라가 결합될 경우 문화와 관광이 함께 작동하는 도시 명소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공연장 규모에 따른 교통 문제와 예산 타당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문화 인프라 투자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역 문화정책 전문가들은 “지방 도시 경쟁력은 산업뿐 아니라 문화 공간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다”며 “수성못처럼 이미 시민과 관광객이 찾는 공간에 공연 인프라가 결합되면 도시 이미지와 관광 경쟁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가 문화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찾고 문화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상징적 공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화도시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대, 대구 역시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찾는 문화 거점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3-16

한국신문협회 디지털협의회 ‘뉴스 제공 계약 가이드라인’ 세미나 개최

한국신문협회 산하 디지털협의회(회장 신한수·서울경제 부국장)는 오는 19일 오후 3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AI 시대 저널리즘 가치 보호를 위한 뉴스 제공 계약 가이드라인’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는 AI 시대에 부합하는 공정한 뉴스 이용 기준을 확립하고, 언론과 AI 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했다. 세미나는 신한수 회장의 ‘언론사-AI기업 상호 발전을 위한 뉴스콘텐츠 이용 방안’ 기조 설명으로 시작된다. 이어 퍼블리시 김위근 최고연구책임자가 ‘언론사-AI 기업 간 뉴스 제공 계약 가이드라인’을 주제로, 표준계약서의 주요 내용과 제정 배경, 계약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실무적 사항들을 발표한다. 지정토론에서는 뉴스 저작권 관련 심층 논의가 이뤄진다. 법무법인 민후 양진영 대표변호사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뉴스 저작권 분쟁 현황과 해외의 입법·규제 동향을 분석하며 향후 전망을 분석한다. 연합뉴스 이광빈 AI콘텐츠부장은 변화하는 뉴스 활용 환경 속에서 언론사 차원의 기술적 대응 전략을 공유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최영진 저작권정책과장은 AI 시대 뉴스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방향을 제안할 계획이다. 사회는 경기대 홍성철 미디어영상학과 교수가 맡는다. 참가 문의는 한국신문협회 디지털협의회 사무국으로 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3-16

119 신고 후 숨진 수성구 공무원 사인 ‘대동맥박리’⋯국과수 1차 소견

119에 긴급 구조 요청을 한 뒤 약 7시간 동안 발견되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된 대구 수성구청 소속 30대 공무원의 사인이 ‘대동맥박리’라는 1차 부검 결과가 나왔다. 1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따르면 숨진 공무원 A씨(30대)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사인이 대동맥박리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이 나왔다. 대동맥박리는 대동맥 내막이 찢어지면서 발생하는 중증 응급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최종 부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 주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지난 13일 오전 6시45분쯤 대구 수성구청 별관 4층 사무실에서 환경미화원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A씨가 먹다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햄버거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발견 전날인 12일 오후 11시35분쯤 사무실에서 초과 근무를 하던 중 건강 이상을 느껴 휴대전화로 119에 구조를 요청했다. 당시 그는 대구소방안전본부 119상황실과 통화 과정에서 정상적인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구토 소리만 낸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당국은 휴대전화 GPS 위치 추적을 통해 A씨 위치를 수성구청 주변으로 특정하고 오후 11시45분께 경찰과 함께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소방·경찰은 수성구청 별관 건물 출입문이 잠겨 있다는 이유로 내부 진입을 시도하지 않은 채 자정께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소방안전본부와 경찰은 출동 대원들을 상대로 별관 출입문 잠금 여부를 실제로 확인했는지 등 당시 상황을 조사하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2026-03-16

(방종현 시민기자의 유머산책) '수작부리기’

수작(酬酌). 이 단어를 듣고 “어머, 저 사람 수작 거네?”라며 눈을 흘긴다면 당신은 현대인입니다. 하지만 원래 수작은 참으로 정겨운 말입니다. 술잔을 따라주는 ‘수(酬)’와 그 잔을 받는 '작(酌)‘이 만난, 즉 ’주거니 받거니‘의 미학이죠. 요즘 회식의 꽃은 단연 건배사입니다. 옛날 선비들에게도 이게 있었으니, 바로 '권주가(勸酒歌)‘입니다. 송강 정철 선생은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산 놓고 무진무진 먹세 그려”라며 낭만을 떨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마셔라 마셔라 술이 들어간다”의 최고급 버전쯤 되겠네요. 그 시절엔 황진이 같은 명기들이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하며 노래를 불러줬으니, 어떤 선비가 공자 왈 맹자 왈 하며 버텼겠습니까? 술잔을 비우기도 전에 목소리에 먼저 취해 ‘헤벌쭉’해졌을 게 뻔합니다. 요즘은 기생 대신 좌중의 ‘높으신 분’이 건배사를 주도합니다. 시대별 유행도 참 버라이어티하죠. 5·16직후: “잘 살아보세!”, “재건합시다!” (거의 노동요 수준) 사회 초년생 시절: “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 발음 주의) 로맨티스트 시절: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중한 인연을 위하여! - 당나귀 귀와는 상관없음) 최근 문학 동네에서 유행하는 화답형 건배사는 거의 예술의 경지입니다. 주창자:“맥.취.오!” (맥주에 취하면 오늘 밤이 즐겁고!) 좌중들:“당.취.평!” (당신에게 취하면 평생이 즐겁다!) 소주를 마실 땐 ‘소취오’, 막걸리 땐 ‘막취오’로 변주도 가능합니다. 제가 활동하는 하모니카 동호회에서는 한술 더 떠서 ‘하.취.평’을 외칩니다. “하모니카에 취하면 평생이 즐겁다!”는 뜻이죠. 아전인수격 해석이지만, 하모니카 불다 숨이 가빠질 때 술 한잔 들어가면 그게 바로 무릉도원 아니겠습니까? 술 주(酒)자를 파자해보면 ‘삼수변(水)’에 ‘닭 유(酉)’ 자가 붙어 있습니다. 닭이 물 한 모금 머금고 하늘 한번 보듯 천천히 즐기라는 뜻이죠. 하지만 우리네 현실은 어떻습니까? “원샷!”을 외치며 닭이 아니라 고래처럼 마십니다. 못 마시는 사람에게 벌칙을 주는 ‘벌주(罰酒)’는 거의 고문 수준입니다. “낮술에 취하면 애비애미도 몰라본다”는 옛말은, 아마 낮부터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사고 치지 말고 제발 밤까지 기다리라는 조상님들의 간절한 ‘경고’였을 겁니다. 사실 ‘수작’이 나쁜 의미로 변질된 건, 술자리에서 몰래 밀약을 하거나 음모를 꾸미는 ‘검은 수작’들 때문입니다. 남을 등쳐먹으려는 꼼수를 수작이라 부르다니, 술잔 입장에선 억울할 노릇이죠. 술도 적당히 마시면 인생의 활력소가 됩니다. 오늘 저녁, 좋은 사람과 마주 앉아 닭처럼 천천히, 하지만 하모니카 소리처럼 흥겹게 진짜 ‘수작’ 한번 부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물론, “당취평”을 외쳐줄 파트너가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방종현 시민기자

2026-03-15

따뜻한 봄날에 찾아가는 팔공산 갓바위

지난 일요일, 봄기운을 느끼면서 팔공산 갓바위에 올랐다. 갓바위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100여m를 오르니 안내 표지판이 나왔다. 주차장에서부터 계속 오르막길로 내리막은 한 번도 없다. 1365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갓바위까지는 2km다. 중간 지점에 관암사가 있고 중간중간에 쉼터와 벤치가 있다. 앉는 것 보다 선 채로 조금씩 쉬어 가는 것이 좋다. 기자는 부산에서 왔다는 대학생 동아리 팀들과 함께 올랐는데, 갓바위 부처님께 정성껏 기도하면 한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면서 취업을, 여자 친구를, 동생의 합격 등을 바란다고 했다.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경사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돌계단이 등장했다. 아! 이제 목적지가 가까워 오는구나 하면서 중간 중간에 손잡이를 잡고 호흡을 조정하며 오르니 드디어 갓바위다. 주차장에서 48분 걸렸다. 갓을 쓴 듯한 갓바위 부처님. 아래를 내려다보니 조그만 절집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오르고 있다. 저런 집에서 며칠 쉬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기도를 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니, 눈을 감고 양반질 하고 앉은 사람, 계속 절을 하는 사람, 서서 기도하는 사람 등이 보였다. 갓바위 부처님은 머리가 좋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많은 사람을 다 기억하여 바라는 것을 다 이루어 주려면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양초에 불을 붙이는 사람, 쌀 포대를 올리는 사람, 모두의 기도가 통했으면 좋겠다. 갓바위를 돌다가 바위에 동전을 붙이는 어머니를 보았다. 동전이 바위에 붙으면 반드시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한 바퀴 돌아 우연히 쓰레기 자루를 들여다 봤다. 다 타기도 전에 빼어버린 촛농들이다. 갓바위 부처님께 간절히 바라며 바친 초가 꺼지기도 전에 자리가 없다며 관리인이 다음 사람을 위해 정리한 촛농들이다. 기자는 초도 쌀도 가져오지 못했지만 지금, 나에게는 오늘 같은 날이 계속되기를 빌며 손을 모아 머리를 숙이고 내려오면서 갓바위에 대해 공부를 했다. 팔공산 갓바위 ‘관봉석조여래좌상’은 불상과 받침대가 하나의 바위로 만들어졌고, 머리 위의 보개(탑이나 불상의 덮개 부분)는 다른 돌을 올렸다. 받침대와 불상의 전체 높이는 5939cm이고 무릎 너비는 319.6cm로 부처님 몸에서 나는 빛을 표현하는 광배는 뒤에 둘러쳐진 바위로 대신했다. 이 불상은 9세기경 양식으로 ‘전통 사찰 총서’에는 신라 선덕여왕 7년(638)에 의현 스님이 조성했다고만 적혀 있는데, 조각을 한 사람을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보개가 학사모와 비슷하여 수험생을 위하여 기도하면 특별히 효험이 있고, 갓바위 부처님이 부산을 향하고 있어 부산 쪽 소원을 잘 들어준다고 소문이 나 있다. 주차장 식당가로 내려왔다. 시계를 보니 출발에서 돌아오는데 2시간 30분이 걸렸다. 배가 고파 식당을 찾아 도토리 묵과 비빔밥에 막걸리 한 통을 시켰다. 묵채 비빔밥에 무, 물김치, 부추 찜, 된장이 나왔다. 된장을 놓고 쓱쓱 비벼서 몇 숟가락 떴는데 그릇이 다 비어 간다. 막걸리를 큰 대접에 반 정도 부어 마시고, 무, 물김치를 안주로 먹으니 제맛이다. 막걸리 1통에 도토리묵 한 그릇,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안영선 시민기자

2026-03-15

1만그루 편백나무로 조성된 건천 편백나무숲

경주 건천에 가면 아토피 피부병에 효능이 있다는 편백나무숲으로 조성된 공원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동료 사진작가들과 함께 나들이에 나섰다. 경주 건천 편백나무숲은 건천읍 송선리 단석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었다. 정식 이름은 건천 편백나무숲 내음길이고 보통 피톤치드 공원이라 부른다. 숲 해설가의 이종백(전 경주시 강동면장)씨의 해설을 들으며 전체 숲을 둘러보면서 모처럼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공원은 1975년 이곳 출신 재일 교포가 약 1만여 그루의 편백나무를 심어 조성한 숲이다. 지금은 편백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 피톤치드 천국으로 소개되고 있다.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왕복 1km 테크 길이 조성돼 어르신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잘 꾸며져 있다. 산책코스 중간중간에는 쉼터 의자가 준비돼 있고, 정자도 2곳에 만들어져 있다. 여름철에는 윗도리를 벗고 피톤치드의 내음과 자연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입구까지 차량이 진입할 수 있어 5~6대 정도는 주차도 가능하다. 2024년 경주시가 이를 매입해 지금은 시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 국도 20호선과 경부고속도로 건천 IC에서 멀지 않아 교통도 편리하다. 피톤치드란 식물이 병원균, 해충, 곰팡이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휘발성 물질을 총칭해서 하는 용어다. 식물을 뜻하는 피톤(phyton)과 죽이다는 뜻의 치드(cide)가 합쳐진 말로 살균 및 항균 작용을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기정화, 탈취, 스트레스 해소, 면역력 증진, 아토피 개선, 불면증 개선, NK세포 활성화 등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요 성분은 테르펜이며 페놀 화합물 알카로이드 당분 등의 다양한 물질도 포함돼 있다. 피톤치드 향기는 식품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특수 물질로도 알려져 있다. 1928년 러시아의 생물학자 보리스 토킨이 처음 발견, 1937년에 명명했다고 한다. 이곳 편백나무숲의 식물 분포를 조사해보니 목본류 56종(갈참, 물푸레, 광대싸리, 고욤, 작살 등)과 초본류 10종(꿀풀, 조뱅이, 벌노랑이, 노랑장대나물, 백선 등)이 분포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토피 피부병이 아니더라도 맑은 공기와 피톤치드 향에 흠뻑 젖는 기분만으로도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쯤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권정태 시민기자

202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