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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해양실크로드 심포지엄

해양실크로드와 신라기조연설 고대 `비단길` 오늘날 `바다길`에 적용▲ 김문경 숭실대학교 명예교수기원전 139년 중국 한나라 무제는 당시 중앙아시아에서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던 대월씨국에 장건을 사신으로 파견했다. 13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장건이 서역의 지리·민족·풍속 등에 관해 얻은 지식은 매우 많았다. 이후 중앙아시아의 오아시스를 이어주는 고대 교통로를 따라 많은 사람과 산물이 오갔고, 특히 중국의 특산품인 비단이 서역으로 수송되면서 `비단길(Silk Roed)`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서구학자들은 이 `초원의 길(Step Route)`만을 비단길이라고 한정지어 불러왔지만, 동서문물교류사연구가 깊어지면서 오늘날 이는 `바다의 길(Sea Route)`에도 함께 적용되고 있다.이슬람제국의 전성기에 태어난 세계적 지리학자 알 마스오디는 자신의 저서 `항금초원과 보석`에서 신라를 언급하며 `그곳으로 간 외국인은 공기가 맑고 물이 좋으며 자원이 풍부해 아무도 떠나려 하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신라시대 규모는 작지만 서양 문명과 교역이 이뤄졌음은 여러곳에서 발견된다. 경주 괘릉의 무인석상이나 흥덕왕릉 무인상에서의 심목고비 등은 서역인임을 의심할바 조차 없는 것들이다.특히 신라말이 되면 경주에서 가까운 영일만이나 울산만에서 출발하여 서북쪽으로 횡단하여 내주에 이르는 바닷길도 이용됐다. 이는 중국의 당국사보에도 기록돼 있다. 또한 거란족이 남하하는 신라하대에는 계림을 출발하여 남해안을 지나 흑산도 부근에서 바다를 건너 양자강이나 남중국으로 직항한 것으로도 나타난다.서역 문명과의 교역은 신라인들이 모여 살던 중국 광주에서 형성된 `신라방`을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진귀한 서·남방 상품들은 이러한 교역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당시 경주는 중국 장안에서 유행하던 서역풍의 정취를 닮아가고 있었으며 그런점에서 `삼십오금입택`으로 표현되던 특수부유층들은 인도의 공작미 등 사치성 소비재를 제공해 주는 무슬림의 왕래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혜초가 본 인도·중앙아시아 혜초 행로, 실크로드 핵심지역 관통▲ 정병삼 교수 숙명여자대학교길은 인간에게 희망을 꿈꾸게 하고 교류와 소통을 낳는다. 인류의 역사는 길에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신라인 혜초는 구법자의 길을 생애 내내걸었다. 인도까지 여정의 그 길엔 죽음의 사막도 험준한 산맥도 막지못했다.그가 걸은 외롭고 힘든 구법 행로를 살펴보면 우연히도 오늘날 실크로드에 해당하는 핵심지역을 관통하고 있다. 동양에서 혜초에 앞서 아시아 대륙의 중심부를 해로와 육로로 일주한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그는 대한민국의 선국적 세계인이자 동양이 낳은 걸출한 세계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아시아 대륙의 끝, 서단까지 다녀와서 쓴 왕오천축국전 같은 견문록을 남긴 전례는 더더욱 없다.그는 용기만 앞세운 수행자가 아니었다. 애틋한 연민을 간직한, 너무나 인간적인 한국인이었다.신라 계림에서 태어나 열 여섯살때 당나라로 간 혜초는 가는길이 현재 해로설과 육로설로 나눠지지만 그 길은 이후 업적에 비하면 큰 의미는 없다.그는 당나라에서 밀교의 전통을 이어받고 법을 구하기 위해 천축국 다섯나라와 중앙앙시아는 물론 멀리 아랍까지 여행했다. 그래서 흔히들 최초의 외국 사절이라고도 일컫는다. 어린 나이에 고향을 등지고 구법자의 길을 걸었던 그는 그리워 눈물짓던 고향땅을 밟아 보지 못하고 타향에서 77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너무나 크다.특히 아랍의 지배력이 확대되는 격변기의 중앙아시아를 순력한 혜초가 남긴 아랍과 페르시아와 비잔틴제국, 소그드 제국과 투르크 등 중앙아시아 일대의 광범위한 나라들에 대한 탐방과 인상적인 전문(傳聞) 기록은 동서문화 교류의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제시한다.해양실크로드 교역항 말라카역사·문화 고도 말라카, 혼합문화 완성▲ 홍석준 교수 목포대학교항구 도시는 육지와 섬을 해상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하나의 거점 역할을 한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예외가 아니다. 1403년에 건설된 말레이시아의 역사적인 항구도시 말라카는 그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말라카는 중국 명나라가 바다 지배를 확대할 땐 왜소했지만 명나라 장군 쳉허가 300척의 대함대를 이끌고 인도와 아라비아, 동아프리카에 걸쳐 7번의 항해를 시작하고, 북방의 위협에 직면한 조정이 내부로 관심을 돌린 사이 급속 성장한다. 말라카에 드나드는 중국선박의 숫자는 급격히 줄어든 틈을 타 투르크, 아르메닝, 아랍, 아프리카, 유럽의 상인들이 빈번히 왕래하면서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를 잇는 무역의 거점이 된 것이다. 특히 말라카는 그 과정에서 이슬람교가 유입돼 술탄제가 확립된 말라카 왕조가 들어섰는데, 외래문화를 수용·통합하는 과정에서 혼합문화를 일찍이 완성시켰다는 점이 특이하다.말라카가 해상도로의 중심에서 동서문명이 이곳을 통해 교차한 역사의 도시로 성장한 이면에는 북으로는 인도차이나 반도, 서로는 말라카 해협, 남으로는 수마트라와 자바, 동으로는 남중국해로 연결되는 자연환경이 큰 역할을 했지만 해상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도시와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다문화를 일찍이 받아들인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잠재력이었다 할 수 있다.서양의 식민지 지배를 거치면서 다양한 문화적 색채가 서로 혼합된 `말라카디움`(cara Melaka)이 만들어 진 것도 그런 맥락의 하나다.말레이시아 정부는 현재 말라카의 역사와 문화를 재구성해 관광산업화 하려 하고 있다. 다양한 민족집단이 넓은 공간에서 함께 식사하고 대화하는 모습이야 말로 그 어떤 유물과 유적에 비해서도 손색없다. 이질적인 외래문화의 토착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하나의 대표적 사례다.장보고와 동아시아 해상교역 장보고 개설 청해진, 공무역 넘어서 교역▲ 이유진 교수 숭실대학교9세기 초 신라인의 해외진출과 국제교역 활동에 있어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 `해상왕`으로 알려진 장보고(張保皐)다. 그는 당시 중국으로 간 것은 극심한 자연재해와 식량기근으로 말미암아 자활의 길을 찾아 바다를 건넸을 것으로 생각된다.그는 그러나 그 후 당나라 문물을 접하면서 눈을 떳고 또 신라인들이 당나라 해적들에게 잡혀와 노비로 팔리는 것을 근절하기 위해 신라로 귀국 후 흥덕왕의 재가를 받아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고 당나라 서주(徐州)를 상대로 해상무역을 주도했다.일반적으로 청해진이 설치되기 이전의 동아시아 교역은 사신의 왕래를 통한 공무역 체제가 전부였다. 공무역은 공물과 회사품의 교환을 통한 교역으로 관시(官市)나 호시(互市)를 개설해 사신들에게 교역을 맡긴 것으로 민간 교류와는 차이가 있다.그런 점에서 당나라에서 흑산도와 남해안을 거쳐 일본의 기타큐슈에 이르는 국제무역 항로의 중간지점에 장보고가 개설한 청해진은 공무역을 넘어선 교역을 이루어 내 사실상 해양실크로드 교류의 한 축을 이룬 것이라 할 수 있다.특히 당시 장보고는 황해의 무역로를 보호하면서 황해 일대의 해상권을 장악함으로써 당-신라-일본을 연결하는 국제무역을 주도하기까지 했다.장보고가 당시 신라인들이 많이 거주하던 산둥성에 법화원이라는 절을 짓고 이곳을 무역의 거점으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해상무역을 통해 막대한 부와 명성을 얻게 되자 왕권 다툼에까지 뛰어들어 신무왕이 왕위에 오르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부분 등을 미뤄 신라 해상교류 무역의 활발했고 그 영역이 지대했음을 보여준다.따라서 장보고가 이룩한 당-신라-일본의 해상교역 활동이야말로 오늘날 동아시아 해상교역 네트워크의 출발지가 됐다고도 볼 수 있다.선사시대의 한일교류실크로드 종착역 논쟁 추가연구 거쳐야▲ 이창희 박사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선사시대의 한일교류와 해양실크로드 속의 한일교류와는 시기적으로 거리가 있다. 일본에서는 나라를 해양실크로드의 종착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이에 따라 지난 1991년 일본의 옛 수도인 나라현의 나라공원에 실크로드교류관을 조성한데 이어 1998년에 대규모의 실크로드박람회를 개최한 바 있다.그러나 그후부터 다소 잠잠하다. 실크로드 루트를 연구하고 재현하면 역사적으로 신라라는 국가가 먼저 나올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이는 당시 신라 등의 문물이 일본으로 전해진 것과 맥을 같이한다.알다시피 신라와 가야지역에서 간사이 지방에 이르기까지의 해양루트는 갑작스럽게 개척된 것이 아니고 그 오래전부터 피할수 없는 관계를 맺어 왔다. 일각에서는 한일 양지역의 관련성이 뚜렷해지는 것은 약 2만년전에 출현한 세석인문화를 통해서라는 학설도 있다.한일 양지역에서 상호교류가 나타난 것은 신석기 시대에 들어서이고, 철기시대에서부터는 대륙에서 시작된 한반도→일본으로의 문화전파가 지속됐다 할 수 있다. 특히 금속기가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물자는 물론 상당수 인력이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다.이러다보니 서일본 각지에서는 영남지역에 철기와 원료를 입수하기 위해 한반도와 교류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이러한 배경속에 세토나이카이 교역루트가 발달하게 됐고, 이는 삼국시대로까지 이어지며 해양실크로드 종착역이 일본 노선이라는데 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경주 신라가 실크로드의 동쪽지역 종착역이라고 하면 이는 일본 주장과 다소 상반된다고 할 수 있다.이는 앞으로 역사적으로 이를 어떻게 고증, 입증시킬 것인가는 하는 과제를 남긴 것이라 할 수 있다. 각계 각층에서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2013-10-31

문화·예술융성의 새로운 길 연 글로벌교류 신모델

경북도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 성과경북도가 올해 추진한 `Korea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천년왕국 신라인의 기상을 이어가고, 한국문화의 모태인 신라문화를 재조명해 경북의 정체성과 혼(魂)을 세계에 알리는 한편, 실크로드 주요 국가와의 국제교류·통상 강화로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 등에 경제영토를 세계 속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경북도가 실크로드를 통해 문화융성의 새 길을 열고, 인문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교류라는 21세기 신모델로 제시한 이 사업의 실상과 추진 과정, 성과 등을 살펴본다.신라문화 학술조명·역사기록으로 한국실크로드학 정립실크로드 3대간선·5대지선 담은 기행문·도록 등 발간세계에 `동단기점 경주` 알리며 경북과 한국문화도 홍보□경북도 경제영역 확장 교두보 역할`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한국문화 모태인 신라문화의 학술적 재조명, 역사화(기록), 범국민 참여,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실크로드학을 정립하고 신라마케팅과 신(新) 한류문화 창조, 경제영토 확장으로 글로벌 대한민국과 경상북도의 브랜드 파워를 더 높이는 문화와 산업을 아우르는 융합 프로젝트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지난해 8월 신실크로드 시대에 맞춘 `실크로드 프로젝트`추진을 제안하면서 추진됐다. 역사, 문학, 콘텐츠 등 국내 최고 전문가가 나서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렴하며 세부계획을 수립한데 이어 경북도가 2013년 역점사업으로 설정, 거의 모든 부서가 힘을 보탰다.경북도는 이 사업의 사회적 수용성 확보와 정부와 도민 참여 차원에서 신라문화를 통해 이념과 갈등을 종식하고 새로운 시대에 동서양의 밝은 미래를 위한 창조, 화합 실현 등을 목적으로 제시했다. 도는 특히 학술적 뒷받침을 위해 국제학술회의 개최, 실크로드 논문 공모, 데이터베이스 구축, 실크로드 학술상 제정 등 학술적 재조명 사업 추진으로 프로젝트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지금까지 부족했던 학계 및 산업계의 관심 고조와 글로벌 기록·역사화 사업을 위해 실크로드 사전·도록 편찬, 탐방기 및 기행문 발간, 다큐멘터리 제작, 실크로드 포토북 제작을 추진해 신라인의 문화와 발자취를 새로운 시각에서 기록했다.또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중국과 중앙아시아 등 실크로드 주요 국가(도시)인 중국 섬서성,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주, 이란 이스파한 등 주요 거점 국가와의 우호협정 체결과 실크로드 우호협력 기념비 설치, 실크로드 국제기구 등과의 협력 등으로 신(新) 한류전파와 통상 강화로 경북도 경제영토 확장이라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국제사회 홍보와 정당성 확보를 위해 나선 `코리아 실크로드 탐험대`는 이 사업의 중심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성과 먼저 학술적 재조명이 돋보인다.지난 7월 초 `제2회 경주 실크로드 국제학술회의`를 통해 막이 오른 신라 재조명은 중앙아시아와 한반도 등에서 발견된 고대 실크로드 유물·유적의 연관성을 밝히고, 대한민국 실크로드학이 나아가야 할 길을 조명했다. 또 `하나의 실크로드, 북방 초원의 길`이라는 주제의 발표와 토론에서 신라의 실크로드 관련 유물·유적은 통념적으로 중국 중원을 거쳐 유입되었다고 보는 것이 통례지만, 경주에서 출토되는 다양한 유물들은 북방과의 관련을 보여주며 실크로드의 독자 개척의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후 국내외 석학들의 연구·발표를 통한 네트워크 강화로 실크로드 한반도 연장을 지속적으로 국제학계에 각인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냈다.7월 22~23일에는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실크로드의 관문이자, 고대 동서교역·문화교류의 거점 도시인 중국 둔황을 주제로 `둔황, 실크로드와 한국의 문화교류 및 둔황학의 국제화와 해외 둔황학`이라는 내용으로 `중국 둔황 실크로드 국제학술회의`를 중국 란저우에서 개최했다. 실크로드 교역의 오아시스, 동서무역의 중개지점이며, 종교·문화·지식의 융합으로 독특한 문화를 꽃피운 실크로드의 관문인 둔황과 한국과의 문화교류 흔적에 대한 새로운 자료를 발굴한 자리였다. 이 회의는 국내외 학자들에게 한국 소장 중앙아시아·둔황 자료 및 연구 성과를 소개함으로써 한국 실크로드학의 학술적 위상을 높여줬다. 특히, 전 세계 실크로드 연구기관과 활발한 교류를 하는 국제둔황프로젝트 영국본부(IDP London) 및 관계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으로 실크로드의 한반도 연장을 지속적으로 국제학계에 각인시키며 관심을 이끌어냈다.이 사업을 통해 발굴한 글로벌 기록·역사화도 큰 성과로 꼽힌다.경북도는 서구 및 중국 중심의 실크로드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실크로드학의 저변 확대와 연구활성화를 위한 `코리아 실크로드 사전·도록 편찬`에도 매달렸다. 문명교류사 및 실크로드학 분야의 한국적 정립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문명교류연구소(정수일 소장)와 함께 실시한 이 사업은 실크로드 3대 간선과 5대 지선을 모두 포함한 대한민국 최초의 실크로드 사전 발간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특히 실크로드 3대 간선 중 초원로와 오아시스로를 대상으로 한 실크로드 도록(육로편)도 발간, 의미를 더했다. 실크로드에 관한 국내 최초의 전문 사전 및 도록 발간은 `한국 속의 세계, 세계 속의 한국`으로서 우리 역사문화 속의 교류상을 발굴·복원해 우리의 교류사적 위상을 대내외에 홍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21세기 세계화와 교류,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실크로드학에 대한 종합적 지식체계가 구축돼 연구 저변을 넓혔음은 물론 지속적 연구를 선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실크로드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제작 또한 실크로드 동단인 경북도 경주의 기원에 관한 역사·문화를 영상으로 재조명해 한반도 중심의 실크로드학 정립과 국민적 공감대 확산 및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이 자료는 로마·인도·중국 등 실크로드 국가와 신라가 상호 교류를 한 사실을 국내외에 알려 줌으로써 경상북도 경주에 대한 실크로드 동단 기점으로서 역사성과 당위성을 홍보하는데 주효했다.실크로드 거점도시 간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는 실크로드 프로젝트 사업이 얻은 미래 자산이다.실크로드라는 문화를 함께 공유함에 따라 국제우호협력의 새로운 개척에다 실크로드 거점국가 간 미래 지향적인 우호교류 등 향후 나타날 동력이 적잖은 것이다. 실크로드 거점도시인 중국 섬서성과의 자매결연,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주와의 우호협력체결, 이란 이스파한과의 우호협력 선언 등의 거점 지역들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상호협력 네트워크 구축은 그 단적인 예다. 또 실크로드 거점국가 교류협력 상징사업의 목적으로 중국의 시안,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이란의 이스파한, 터키 이스탄불, 대한민국 경상북도 경주 등 5개국 5개소의 실크로드 우호협력 기념비를 설치하며 우호를 다졌다.우호협력 마지막 기념비는 오는 11월 4일 경북 경주시 엑스포 공원에 설치된다. 실크로드 거점국가와의 우호협력을 기념하고, 경상북도가 실크로드의 거점도시임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실크로드 국가와의 지속적인 교류강화를 추진하는 다섯 번째 실크로드 우호협력 비석이다. 국제사회 홍보와 정당성 확보를 위한 `코리아 실크로드 탐험대`도 이 사업의 성공에 초석이 됐다.문명교류 통로인 실크로드를 재조명한 `코리아 실크로드 탐험대`는 1차와 2차로 나누어 운영했는데, 총 2만947km의 긴 여정을 통해 과거 실크로드 상의 신라인들의 흔적을 찾아 답사하며 경주가 동단 기점임을 확인했다. 또 태권도, 전통국악, 전통탈춤 등을 공연,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에 맞춰 터키에 입성, 신라 경주와 경북을 홍보하는 대미를 장식했다.대한민국 미래 설계하는 국가사업이 돼야▲ 김관용 경북도지사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관련,“`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지자체에서 시작하지만, 지자체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고 역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국가 최대 중점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지사는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후대를 위한 우리의 역사적 사명이어서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 되는 역사적 소명”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앞으로 장기플랜을 수립해 국가와 긴밀하게 논의, 이 사업이 반드시 성공하도록 노력을 배가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현 정부가 추구하는 문화융성 시대를 경북이 선두에 서서 열어나가겠다”며 이는 300만 도민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도민들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세계 첫 해양실크로드 종합학술연구 큰 의미▲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해양실크로드 붐이 일고 있다”국내 최초로 30일 경주힐튼에서 열린 `해양실크로드` 심포지엄에 참석한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정 소장은 “인문, 역사, 과학기술적 접근이 밀접하게 이뤄지는 심포지엄은 아직 없었다”며 성공적인 심포지엄이라고 정리했다.그는 해양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는 미흡하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해양실크로드에 대해 학술적으로 정리된 게 없다는 것.정 소장은 “해양실크로드는 전 세계적으로 구체적으로 연구, 정리된 것이 없다”며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개척에 쓰였을 뿐이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 소장은 이번 심포지엄이 해양실크로드의 개념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정 소장은 “해양실크로드 탐험의 해양과학기술적 검토라는 세 번째 주제를 통해 해양 탐험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져 과거 찬란했던 신라 역사를 비롯한 우리 문화를 재조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밝혔다.그러면서 그는 경북도가 추진 중인 육상, 해상 실크로드를 합한 `실크로드 엑스포`의 중요성을 부각했다.그는 “최근 경북도가 성공리에 마친 경북도 실크로드 탐험대는 1단계이며, 내년에 실시하는 경북도 해양실크로드 탐험대는 2단계로 볼 수 있다”며 “이번 심포지엄은 2단계 사업의 첫 단추를 꿰는 작업이다. 1, 2단계 탐험이 모두 마무리되는 2015년, 우리나라의 찬란했던 역사 문화를 통해 새로운 비전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경주문화유적 통해 세계의 문화 재발견 가능▲ 펑위레이 中 실크로드잡지사 대표온전한 경주 문화유적을 통해 전 세계의 문화를 재발견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펑위레이 중국 실크로드잡지사 대표는 30일 경주 힐튼호텔에서 개최된 경북도, 경북매일신문 주최 `해양실크로드 심포지엄` 토론자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지난 1992년 창간된 실크로드잡지사는 중국의 육상 실크로드는 물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시아권 해양 실크로드 등을 통해 전 세계에 걸친 역사·문화 교류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그는 육상 실크로드의 중심인 중국 역시 해양 실크로드는 걸음마 단계로 이번 심포지엄이 주는 의미가 매우 뜻 깊다고 강조했다.펑위레이 대표는 “중국은 육로를 통한 실크로드 발견은 많은 진전이 있으나 해양 실크로드에 대해서는 초창기이다. 광저우성, 닝파 등 중국 일부 해안 지역에 실크로드 연구소가 있으나 광범위한 소통이 없는 실정”이라며 “경북도가 해양 실크로드를 통해 과거 역사를 고증하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특히 그는 해상 강국 신라의 문화 유산이 온전히 남아 있는데 주목했다.펑위레이 대표는 “해상 실크로드의 길목인 말레이시아 말리자 지역에는 고대유적이 바다로 인해 남아 있는 유물이 거의 없어 역사 고증에 어려움이 많이 뒤따랐다”면서 “반면 경주는 천년전의 유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당시 전 세계 문화 교류를 찾아 보는데 중요한 지역이다”고 진단했다.그는 “심포지엄 참가에 앞선 지난 29일 경주 문화 탐방을 통해 많은 유적을 봤다”면서 “흥덕왕릉 서역인상과 괘릉 입구의 문인석은 중동지역과의 대외교역을 보여주는 흔적으로 이는 육상 실크로드가 아닌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신라가 교역을 펼쳤음을 반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이로 인해 해상무역이 활발했던 신라시대의 다양한 대외 교역을 통해 전 세계의 문화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서인교기자 igseo@kbmaeil.com/김기태기자 kkt@kbmaeil.com/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2013-10-31

신라는 육지 이어 바닷길로 세계를 누빈 `해양강국`

미리보는 `한바다호` 1만5천500km 대장정2014 해양실크로드 탐험로는 7개국 9개항을 거치는 1만5천500km에 달하는 대장정이다. 대탐험의 코스는 한국(경주·울산·포항)~중국(닝보·광저우)~필리핀(다낭·호이안)~인도네시아(자카르타·족자카르타)~말레이시아(포트클랑·말라카)~인도(콜카타·탐룩)~스리랑카(콜롬보)~인도(캘리컷·고아)~이란(반다르아마스). 이번 해양실크로드는 한국해양대학교 `한바다호`를 타고 탐험길에 나선다. 7개국 9개 항(港)의 탐험길을 미리 가본다.고려 사행관 찾아 해상왕 장보고 흔적 되새겨중국해상의 무역거점, 닝보일명 영파라고 부르기도 하는 닝보는 송나라를 찾았던 고려 사신과 상인들이 묵었던 고려 사행관(고려사관 유적기념관)을 찾아 해상왕 장보고의 흔적을 되새겨 본다. 이곳 사행관 자리에는 장보고의 흉상이 있는 신라방 위치로 추정되고 있다. 매년 12월 해상실크로드 문화주간을 정해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곳은 중국정부가 지정한 국가해양경제 시범구다. 서양상인들 자주 드나든 15~19세기 중계무역항베트남의 보석, 다낭 호이안베트남어로 `큰 강의 입구`라는 의미의 다낭은 인구 80만명이 사는 베트남에서 3번째로 큰 도시로 베트남전 당시 한국의 청룡부대가 처음 주둔한 곳이다. 다낭에서 남쪽으로 30km 떨어진 호이안은 참파왕국 때부터 중국, 일본을 비롯해 포르투갈, 프랑스 등 서양국가의 상인들이 빈번히 드나들면서 15~19세기 중계무역항으로 해양실크로드의 중요 거점을 형성했던 고대항구도시. 지난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말레이시아 최초 왕국으로 해상무역 중심지 東亞 무역거점, 말레이시아 말라카말라카는 15세기 해상무역의 중심지였다. 말레이시아 최초의 왕국이었던 말라카 왕국은 1511년 포르투갈에 점령돼 아시아에서 가톨릭 세례를 받은 첫번째 도시로 알려졌다. 이슬람과 포르투갈 문화가 공존하고 있으며 중국과 말레이 현지 문화가 퓨전된 바바뇨냐인들의 음식 등 다양한 문화가 퍼져 있다. 중국인 거리 정화사원이 도시중심부에 있다. 1757~1840년 서구무역 허가된 中 유일 무역항해양실크로드 관문, 광저우중국 해양실크로드 관문인 광저우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다. 1757년부터 1840년까지 서구 무역이 허가된 중국 유일의 무역항. 명나라 때 남해제국(동남아시아) 조공선의 입항지로 청나라 중기 90년 동안 광저우 입항한 외국 선박은 무려 5천척에 달했다고 한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메달 주제도 해양실크로드였고, 해양실크로드 박물관도 지난 2009년 건립됐다.제주도에 표류한 네덜란드 하멜의 중간 기착지동양최고 식민도시, 印尼 자카르타옛 이름은 네덜란드인이 세운 식민도시인`바타비아`다. 인도의 고아와 함께 서양인들이 동양에 건설한 최고의 식민도시 가운데 한 곳. 1653년 네덜란드에서 출발한 하멜은 인도 고아를 거쳐 이곳에 머물렀고, 일본 나가사키로 항해하던 중 제주도에 표착하기도 했다. 이곳서 동쪽에 있는 족자카르타는 지난 2005년 경북도와 자매결연을 맺은 세계 최대 불교사원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보로부드르 사원이 있다.문명개척자 혜초가 중국 무역선 타고 도착한 곳혜초 도착지, 인도 콜카타(캘커타)지난 1772년부터 140년간 영국령 인도의 수도였던 콜카타(캘커타)는 2001년 도시이름이 캘커타에서 콜카타로 바뀌었다. 문명개척자 혜초가 723년 중국 광저우에서 무역선을 타고 출발해 인도에 처음 도착한 곳이다. 이곳을 `아시아의 등촉`이란 시로 일제 식민지 하의 한민족에게 감동과 큰 힘을 불러 일으키게 한 시인 타고르의 고향이기도 하다. 15세기 이후 대서양~인도양~태평양 잇는 요충지삼국유사의 스리랑카 콜롬보망고나무가 무성한 해변에서 유래한 콜롬보는 15세기 전까지 아랍-인도간의 향신료, 도자기, 보석 무역항으로 번창한 곳. 15세기 이후에는 대서양~인도양~태평양을 잇는 교역항의 요충지였다. 411년 중국 최초의 인도 순례승으로 알려진 법현이 불교공부를 위해 2년간 체류하기도 했으며 소승불교 유산이 잘 간직돼 있다. 삼국유사의 용성국이 스리랑카 북부에 위치한 아아가디이파를 의미한다는 견해도 있다. 13세기부터 스파이스향신료 무역거점지로 부상유럽 동방진출 창구, 인도 캘리컷인도 남서부에 있는 코지코드의 옛 이름은 캘리컷으로 중세에는 인도 서부 해안의 향료무역 중심지였다. 13세기경부터 많은 이슬람 상인들이 이 지역 특산물 스파이스, 즉 향신료를 얻기위해 몰려 들었다. 지난 1498년 포르투갈의 항해사 바스코다가마가 인도 캘리컷에 첫발을 디디면서 유럽의 동양진출이 시작됐다. 캘리컷 해안을 후추라고도 불렀다.해양대 실습생 등 200명 탐험대 구성 서역 교역루트 답사내년 개천절 대탐험 출발 2015년 1월1일 이란 이나 터키 입성2015년에 열리는 `경주 실크로드 문화축제`도 전세계에 홍보경북도가 2014년도에 계획한 `해양 실크로드 글로벌 대장정`은 올해 실시한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연결선상에 있다.신라가 당시 육로뿐만 아니라 바다를 거쳐 페르시아 등 서역문명과 교류한 루트를 재현시켜 신라문화의 폭넓은 활동을 재조명한다는 것이다.경북도는 2014년 해양실크로드 탐험이 마무리되면 육로와 바닷길이 도전을 향한 한국 청년들의 탐험로로 크게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그렇게 될 경우 경주로부터 출발하는 한류가 실크로드를 따라 지금보다 더 많이 퍼져 나갈 것이란 분석이다.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경북도청 김남일 본부장은 “신라시대 혜초는 가죽장화를 신고 중국을 거쳐 인도까지 갔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젊은이들은 우리나라가 만든 자동차를 타고 또 스마트폰을 들고 한류의 열풍을 몰고 다니며 해양과 육로 실크로드를 갈 수 있다. 우리가 이렇게 할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멋지고 감격스런 장면아닌가” 라고 반문했다.경북도의 2014년 해양실크로드 사업 목적은 우리국민들의 국제화·개방화·해양탐험 정신을 재조명하고 동·서양의 다양한 문화교류, 창조적 해양산업발전과 해양국민의 뿌리를 찾는다는 것이 골자다.또 2015년 개최예정인`경주 실크로드 문화축제`를 적극 홍보하는 것도 빠트릴 수 없는 대목.해양실크로드 사업은 2014년 상반기 중에 세미나개최와 관련 해외도시 교류 등 을 거쳐 해양 실크로드 탐험대가 2014년 10월3일 대장정에 오른다.경북도는 개천절을 탐험 시작일로 잡은 것은 바다 사정도 있지만 그만큼 이 사업이 주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탐험대는 한국해양대 실습생 150명과 기록 등 지원단 50명 등 모두 200여 명으로 구성되며 2015년 1월1일까지 3개월간의 일정이다.경상북도, 해양수산부, 경주시가 공동 주관하고 KIOST, 한국 해양재단, 한국 해양대학교, 대한민국 해군, 부산, 울산, 포항, 경주, 울릉, 화성, 삼척, 완도, 한국 해양소년단연맹, 독도 의용수비대 기념사업회 등이 후원한다.해양 실크로드의 문화 역사적 재조명은 물론 글로벌 네트워크, 혜초비 제막, 해양 실크로드 탐험 기록 등 갖가지 사업이 펼쳐지고, 국내에서도 경기도 화성(당은포), 전남 완도(장보고 유적지), 울산(신라무역항, 처용 유적지), 부산 (해양대학교), 울릉도 (독도해양과학기지) 등 국내 해양거점과 연계, 시너지 효과를 높일 방침이다.해외 구간은 실크로드 해양 탐험 루트 7개국 9개 연안항을 탐험하고 이란 입성 후 이란 이스파한시 또는 터키 이스탄불 입성하는 안이 유력하다.경북도는 해양실크로드 대장정 동안 터키구간의 바다 인접국가인 7개국과 국제교류를 추진하며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혜초 바닷길과 쿠쉬나메 서사시의 `이란왕자 귀국 루트(해로)`도 둘러본다.경북도는 2014년에 해양 실크로드 사업의 연구를 통해 논문 발표와 자료 DB화와 해양 실크로드 사전·도록 편찬, 국제학술회의 등 다양한 기록산업도 연중 내내 부대사업으로 함께 추진한다.이를 위한 해양관련 신시장 개척, 인도와 이란 니쇼부와 등 혜초 유적지 혜초비 제작, 혜초 뮤지컬 선상 공연 등 해양 역사문화와 연계한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도 현재 기초 작업이 한창이다.경북도는 이 사업을 위해 지난 2일 해양대학교 실습선 `한바다호` 사용 업무를 협의하고 30일에는 경북매일신문과 공동으로 힐튼 경주호텔에서 역사적 사실을 고증해 보는 해양 실크로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김남일 본부장은 “`해양 실크로드 글로벌 대장정`은 해상제국 신라 문물교류의 장이었던 해양실크로드 재조명을 통해 해양탐험정신과 해양문화를 계승·발전해 대한민국의 창조적 해양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또 김 본부장은 “경주는 이미 올해 육지를 통한 올해 실크로드 탐험 성공으로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면서 2014년에 해양실크로드 탐험을 성공리에 마무리 해 신라가 육지와 바다라는 길을 통해 세계속의 중심이었다는 것을 확실히 할 방침”이라며 경북도가 추구하는 이 사업의 목표는 경북지역이 세계속의 해양 거점, 문화거점이었음을 도민들이 함께 공유, 경북의 발전 초석을 다지는데 있다고 했다./서인교기자 igseo@kbmaeil.com

2013-10-31

대구 10경중 제1경, 레포츠 공간으로 환골탈태

동촌유원지는 135만8천95㎡(42만여평)의 면적에 바이킹, 회전목마, 비룡열차, 회전그네와 소형유선 보트장(노보트, 페달보트), 구름다리, 오락실 등 유희시설과 숙박시설, 60여곳의 음식점 등이 들어서 있다. 지난 2011년 9월에 개통된 해맞이다리는 야간의 화려한 12가지 조명으로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동촌의 명물이 되고 있다. 이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구시민들의 아련한 추억이 담긴 구름다리는 1960년대 말께 탄생했다. 동촌유원지에서 4m 높이의 콘크리트기둥에 길이 230m의`구름다리`를 빼고서는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상징적인 건축물에 속한다. 이곳의 또 다른 명칭은 `흔들다리`나 `출렁다리`.이 다리의 중간지점에 이르면 심한 흔들거림을 느끼기 때문에 붙여진 별칭들이고 성인 기준으로 편도 1천원과 왕복 1천700원의 요금을 받았다. 안전상의 이유로 현재는 철거되고 없다. 동촌유원지 앞 금호강변의 남안은 수직의 절벽이 높이 솟아 절경을 이루고 앞쪽의 넓은 모래사장은 놀이터를 제공하며 북안에는 멀리 팔공산까지 보이는 경치 좋은 명승지였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 초기 서거정 선생은 대구를 방문한 후 밝힌 `대구 10경`중 그 첫 번째인 1경으로 `금호범주(琴湖泛舟:금호강의 뱃놀이)라고 읊을 정도였다. 서거정 선생의 1경의 모태는 현재 아양교 입구에서 왼쪽으로 해맞이공원 쪽에 위치한 구룡산 통천사라는 사찰 법당에서 바라본 경치가 라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구한말 조계종 말사로 창건된 통천사는 일제강점기에 신사로 사용됐던 오욕의 역사를 안고 있는 곳이다. 서거정 선생이 극찬했던 경치를 요즘은 강 건너 들어선 크고 작은 아파트로 인해 감상하기 어려운 것이 아쉽다.피난 온 이중섭 화백이 유일하게 화폭에 남긴 대표적 휴식처4대강 사업일환으로 생태하천 조성, 과거 명성 서서히 되찾아글 싣는 순서① 신서혁신도시와 이시아폴리스②동구평생학습축제③동촌 유원지의 대변화④동대구역세권 개발⑤팔공산 권역의 상전벽해□ 일제시대 고관대작 부호들의 유흥장소동촌유원지가 개발된 것은 1918년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에 의해 처음으로 시도됐다는 것이 기록에 보인다.일부에는 1910년부터 일본인들이 이곳에 드나들었다는 기록도 보여 빼어난 경치가 일품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곳이 일본인들에 의해 개발된데는 서거정 선생이 대구 1경으로 꼽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 당시 일본인과 친일파 고관대작, 대구 부호들의 유흥장소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때는 너구리, 곰 등 30여종의 동물을 갖춘 동물원과 보트장 등이 있었다고 한다. 8·15 이후부터 50년대까지는 잊혀가던 고유의 민속놀이가 봄과 가을로 펼쳐지는 곳으로서 일대 장관을 이루기도 했다.한여름에는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무더위를 식혔고 겨울에는 얼음이 두껍게 얼어 천연스케이트장으로 하루 1만명 가량이 이용했다고 한다. 또 지금의 제2아양교 아래에는 일제강점기 때의 땅굴형식의 얼음창고가 있었고 겨울 강얼음을 보관했다가 이듬해 여름에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6·25전쟁을 피해 대구로 내려와서 어렵게 살고 있던 이중섭 화백이 대구와 관련한 그림으로 유일하게 남긴 것도 `동촌유원지`였을 정도로 대구의 대표적인 휴식처임을 알 수 있다.이중섭 화백이 스케치를 했을 만한 장소를 며칠 간 찾아다녔지만 금호강 건너편에 세워진 고층아파트로 인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동촌유원지 유람선 선착장 부근이 이 화백의 그림과 가장 비슷한 구도를 보인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만하다.동촌 유원지는 금호강이 흐르고 있고 도심에서 가깝기 때문에 예전에는 봄에는 벚꽃구경과 금계국 꽃이 만발하고 여름이면 수영과 보트놀이 등의 계절마다 특색이 있어 많은 인파가 찾아오는 등 극진한 사랑을 받았다. □ 잃어버린 20년의 악몽이런 동촌유원지가 1980년대 중반 금호강의 오염으로 이곳에서 잡힌 물고기는 먹지도 못한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심해졌고 대구에서도 꽤 유명했던 동촌유원지 내 매운탕집들도 하나둘씩 문을 닫아야 했으며 서서히 대구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잊혀지기 시작했다.이는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포항에서 발원한 금호강 줄기 중간에 들어섰던 공장들의 폐수로 인해 대구시의 식수를 공급할 정도로 맑았던 곳에서 물고기도 살기 어려울 정도로 오염됐기 때문이다.80년대 중순부터 이 같은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나서야 대구의 젖줄 금호강 주변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를 통해 맑은 물이 흐르고 수달과 철새가 찾는 생명의 강으로 변신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잊혀진 20여년이 지난 2000년에 들어서 금호강 환경이 달라지면서 대구 시민의 오랜 휴식처로 옛 정취와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변모됐고 소풍과 더위를 식히려고 과거 1970~1980년대 동촌유원지를 찾았던 50~60대 대구시민들의 방문횟수가 늘었다. 그 후 대구시와 동구는 해맞이다리 조성을 비롯한 금호강자연생태공원, 아야아트센터, 아양폭포, 해맞이 공원, 유선장, 체육시설, 유기장 및 상가 등을 현대화하고 각종 위락시설을 정비에 돌입한 2008~2009년에서야 과거의 명성을 조금씩 되찾아 갔다. □ 또다른 변신 기대여기에 최근 들어 MB정부의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생태하천 조성사업으로 금호강은 대구시민의 대표적인 레포츠 공간으로 변해 연인과 가족들이 즐겨 가는 곳으로 환골탈태했다.4대강 사업과 함께 진행된 자전거길이 조성되면서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휴식처와 팔공산을 조망하는 곳으로 변모했고 카누와 카약 선수들의 연습장소로도 사용될 정도다.동대구환승센터 건립과 K2공군기지 이전 등 호재로 인해 대구의 신성장 동력의 한 축에 속하게 되는 동촌유원지는 성장속에 휴식을 줄 수 있는 사막의 오아시스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그 이유는 KTX를 탈수 있는 동대구역과 고속버스 정류장, 공항 등 다양한 교통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데다 대구의 명산 팔공산이 병풍처럼 두르며 금호강이 흐르고 있는 등 천혜의 조건을 지녀 환승센터나 이시아폴리스, 신서혁신도시 등을 찾는 이들에게 또다른 의미의 휴식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의 변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지난 주말 동촌유원지를 찾은 신현수(48·경기도 수원)씨는 “가끔 대구로 출장오면 금호강이 흐르고 팔공산이 보이는 동촌유원지의 숙박시설을 자주 이용하게 된다”면서 “부산과 광주 등도 출장을 가지만 동촌유원지 내 숙박시설처럼 경관과 교통편이 좋고 비용도 저렴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박소영 동구의원 인터뷰행정·법률적 규제에 발목자금확보 통한 개발 시급박소영사진 동구의원은 동촌유원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박 의원의 지역구라서가 아니라 대구 제1의 유원지가 행정적 법률적 규제로 인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데 크나큰 안타까움을 지니고 있다.“그동안 정부나 대구시, 동구의 동촌유원지에 대한 투자는 관광화를 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함께 자연녹지법과 건축법 등에 묶여 제대로 개발되지 못했다”며 말문을 연 박 의원은 “행정과 법률만 뒷받침된다면 유치 가능한 놀이시설만도 700여개가 넘는다”고 말했다.특히 박 의원은 “번지점프와 동촌유원지를 일주하는 투명한 모노레일, 골프 존 등을 설치하면 동촌유원지는 단순한 위락시설에서 스포츠, 관광레저 모델이 될 수 있다”면서 “복잡한 행정절차와 법률조항을 간소화 한다면 민간 투자자들이 나서서 개발에 앞장서게 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촌유원지의 최대 개발 걸림돌은 현재 지구별로 지정돼 있는 각종 시설을 완화하고 용적율도 150%로 높여 다양한 개발로 진행돼야 한다”며 “KTX와 공항, 고속도로 등 다양한 인프라가 구성된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서거정 선생이 밝힌 대구10경의 옜모습을 되찾을 날도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심지어 그는 “대구시티투어에 수성못은 포함돼 있는 반면 대구의 유서깊은 동촌유원지는 빠져 있어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대구기상대와 아양아트센트를 연결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대구시티투어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동촌유원지 주차장 확보를 위해 5년전부터 노력한 결과 당시 58억원의 비용 중 22억원을 확보했지만 그동안 땅값이 98억원으로 상승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앞으로 지가상승을 감안해 빠른 시일내 자금확보를 통한 개발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박 의원은 “한강의 경우에는 관리공단이 나서 전역을 관리하고 투자하고 있다”며 “동촌유원지 미래의 청사진도 한강처럼 돼야 팔공산과 연계된 관광지로 거듭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2013-10-28

독도경비대 독수리 지역대 김용준 일경

대한민국에서 가장 태양이 먼저 떠오르는 곳, 대한민국 영토의 최동단인 이 곳 독도에서 쓰는 편지다. 독도에 온지 벌써 2주가 지났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새들의 고향`이라는 별명을 가진 독도에 그 많은 괭이갈매기들이 오늘따라 보이지 않는다. 독도에 오기위해 울릉도에서 약 200리 뱃길을 따라 배들이 접안지 근처로 다가오면 독도경비대원들은 도열을 해 거수경례를 하는 것으로 접안지 근무를 시작한다. 독도 땅을 밟고 환호하는 분들을 보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나온다. 때로는 멀미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도 계신다. 독도의 멋진 경관을 분주히 카메라에 담고 태극기나 `독도사랑`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많은 분들이 독도를 오가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분이 있다. 어느 날 양팔이 온전치 못한 아저씨가 다가와 “수고가 많네”라며 과자와 음료수가 담긴 비닐봉지를 건넸다. 양손이 없어서 짧은 양팔로 태극기를 들고는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태극기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겨우 사진을 찍었다. 떠나면서 아저씨는 “내가 몸이 성했더라면 자네처럼 독도를 지켰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뭉클한 진한 감동이 뇌리를 스쳤다. 독도를 지키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정말 감사하게 느껴진다.또 어느 날은 정신지체 장애 우들이 독도를 찾았다. 다들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손도 잡아주고 포옹도 했다. 그 중 한 꼬마가 멋있다고 하면서 나중에 커서 멋진 경찰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 꼬마와 기념사진을 찍고 나중에 꼭 멋진 경찰이 돼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렇게 새끼손가락을 걸며 기약 없는 약속을 했다. 그 꼬마에게 부끄럽지 않는 독도경비대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근무를 마치고 바라보는 독도는 너무나 아름답다. 석양으로 붉게 물든 노을이 가득 퍼진 수평선과 그 아래로 지는 태양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 멍해질 때도 있다.독도는 몇 백만 년 동안 거친 파도와 모진 바람을 견디어 왔다. 앞으로도 독도는 영겁의 세월을 묵묵히 살아갈 것이다. 수백만 년의 삶을 산 독도에 비하면 나는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하지만 독도는 나에게 큰 폭풍처럼 깨우침을 준다. 독도라는 곳에 첫 발을 내디딜 그 때의 그 기분과 다짐으로 독도수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겠다.

2013-10-28

만산홍엽 설악산

바야흐로 단풍의 계절이 찾아왔다. 산에 들에 단풍이 붉게 물들면서 행락객의 마음을 유혹하고 있는데, 북쪽 산에서 시작하여 남쪽의 산까지 시차를 두고 국토를 아름답게 물들인다. 기상청에 의하면 이달 중하순 절정에 달한 설악산 단풍이 차차 남하하면서 10월의 넷째 주말(26~27일)에는 속리산까지 내려가고, 11월 첫째 주말(2~3일)에는 전북 내륙과 경남·북으로 번져 가야산, 팔공산에 이르며, 11월 둘째 주말(9~10일)에는 전국에서 제일 단풍이 잘 들기로 이름난 내장산까지 절정기를 이룬다고 한다. 가을 등산은 이왕이면 단풍이 잘 드는 산을 찾는 것이 당연하지만 등산 애호가들에게는 그저 산이면 족하다. 계절마다 변하는 산의 형상들은 어느 산이든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산에 오를 때나 내려올 때의 마음가짐이 항상 같지만 때로 하산 길에서는 오늘도 즐거운 산행을 잘 마쳤다는 안도감에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대청봉 정상 오르면 울산바위·동해바다 `한눈에`불교 대표 순례지 봉정암 5대적멸보궁 중 하나필자가 생각해도 산은 마음에 위안을 주는 나의 든든한 백그라운드이다. 그래서 이번에 찾은 곳이 설악산인데, 지난 6월에 이어 올해의 단풍이 절정기를 이룬 시기에 또 찾아왔으니 못 잊어서 그리운 산 찾아서 또 왔다는 것이 나에게 해당되는 셈이다.특히 이번 등산은 대청봉과 소청봉, 그리고 봉정암에서 1박할 계획으로 특별손님과 함께 왔으니 등산을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신이 나는 행차였다.지금까지 숱한 산행에서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만 해주던 집사람이 이번에는 봉정암에서 철야기도도 할 겸해서 함께 가자고 했으니 설악산 코스가 산을 처음 타는 사람에게는 걱정도 되지만 단풍이 가장 곱게 물드는 절정기를 맞아 부부가 함께 가는 등산이니 여간 기쁘지 않다.새벽 4시 40분에 출발한 차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강원도의 험준한 산과 협곡을 이리저리 돌아 오전 10시경에 설악산국립공원 오색분소에 도착했다. 당초에는 한계령에서 산에 오를 계획이었지만 산의 깊은 곳에서 정수리를 타고 싶다는 집사람의 청을 받아들여 출발지를 변경했다.등산하는 사람들이나 일반인들도 설악산엔 자주 와봤을 것이다. 불교도들은 봉정암에 들려 기도를 했을 터이고 상춘객들은 봄이나 가을에 설악의 절경을 음미해봤을 테고, 또한 등산인들은 사시사철 아름다움을 가져다주는 설악의 자연과 함께한 기쁨이 있으리라.특히 설악산 등산은 산불조심기간에는 일시적으로 등산로가 폐쇄된다. 허용 시기는 매년 5월16일부터 11월 14일까지와 12월16일부터 이듬해 2월 28일까지다. 그리고 설악산은 시간적으로도 통제가 되는데 입산시간은 오후 1시까지다. 오후 1시까지는 등산을 시작해야 한다. 때로는 등산객들이 등산도 하면서 일출장면도 볼 겸 야간 등산을 즐기기도 하는데 대청봉에 올라 동해바다에서 뜨는 일출장면은 명품이라 한다.설악산 등산코스는 여러 군데다. 당초 한계령에서 시작하려던 계획을 바꾸어서 오색에서 출발했는데 이 코스는 돌계단과 나무계단으로 되어 있어 산행코스 가운데 험로로 유명하다.설악산 오색분소에 도착한 일행들은 간단히 준비운동을 하고서는 조심스럽게 등산을 시작한다. 필자는 집 사람과는 처음으로 등산하는 관계로 신경이 많이 쓰인다. 평소에 발목과 무릎 쪽이 좋지 않아 신경을 쓰는 상태인데 무사히 이번 등산을 마칠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초입부터 돌계단이 시작된다. 설악산 중에서 오색 코스는 정상인 대청봉까지 가장 짧은 구간이지만 정상까지는 거의가 계단으로 되어 있어 전문가들도 힘들어하는 곳이다. 경사도가 있는 계단코스를 만난 집사람은 처음부터 힘들어 한다. 오늘 봉정암에서 기도를 하는 게 집사람에게는 더욱 중요한 일이지만 산에 오르는 초입부터 수행하는 자세로 올라야 한다.주변 산에 단풍이 울긋불긋 들어 아름다운데, 붉고 노랗고 물든 단풍 천지다. 집사람은 힘이 들어 조금 오르다가 쉬기를 반복한다. 봉정암에 기도하러 간다는 마음과 부근에 있는 아름다운 단풍과 자연 풍광이 없었다면 아마 도중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고전분투한다.등산에서 초행자가 몇 명 있는 관계로 일행들은 힘을 북돋우며 천천히 진행한다. 자주 쉬면서도 힘들게 제1쉼터까지 왔다. 쉬엄쉬엄 제1쉼터를 지나 한 시간 남짓 걸으니 물소리가 나는 것 같아 올라가보니 설악폭포다.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쉼 없이 물이 흘러내린다.설악폭포에서 잠시 쉬다가 제2쉼터를 향해 다시 걸음을 시작했다. 힘들게 2쉼터를 지났고, 이제 대청봉에 오르는 최대 난코스을 맞았다. 어려움이 있는데도 여기까지 아픔을 참아가면서 여기까지 온 집사람이 고맙다. 나는 계속 집 사람과 처음 등산 온 사람들의 상태를 살피면서 발걸음을 천천히 옮긴다.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이 계속되는 험난한 길이다.집사람의 걷다가 쉬다가를 반복하는 모습을 때로는 부축해주면서 힘들게 오르다 보니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럿사람들에게 힘을 내라고 이야기하면서 주변에 있는 단풍나무와 자작나무를 보면서 다시 힘을 얻는다.드디어 대청봉에 올랐다. 올라올 때는 몰랐는데 정상에 오르고 나니 갑자기 겨울 날씨다. 몸을 따뜻하게 한 뒤에 주변을 살펴본다. 멀리 울산바위도 보이고 동해안의 바다위에 떠 있는 배들도 보인다.우리 일행들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단풍놀이 온 행락객들이 `대청봉 1천707m`이라 쓰인 정상 표지석 앞에서 줄서서 기다리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필자는 숱한 등산을 하며 사진을 찍었지만, 지금까지는 아내와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높이 오른 산이어서 기념을 남겼다. 설악을 배경삼아 함께 한 이 순간은 상대를 존경하고 위해주는 경건함이 신비감으로 다가온다.이제는 중청봉으로 가는 길은 하산길이다. 조심조심해서 내리막길을 걷는다. 매주 등산으로 단련된 등산 마니아들이야 문제될 것이 없지만 초보등산가들에게는 하산할 때가 조심스럽다. 이미 오르느라 지친 몸에 기운이 없으면 하체가 후들거리거나 내려오면서 꼬일 경우가 있다. 그래서 산에 갈 때에 등산 스틱이 필수인 것이다.같은 산세의 중청봉 정상에 올라 전망을 구경하고서 다시 내려 소청봉 대피소를 지난다. 처음 온 사람들에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힘은 들지만 자연경관이 너무 좋아 견디고 있다는 말들이 고맙기까지 하다. 봉정암으로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다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드디어 오늘의 종착지인 봉정암에 도달했다. 등산을 시작한지 8시간만인데, 일반 등산인들보다 1시간 반이나 지체된 상태다. 전문등산인들도 힘들어하는 코스인데, 초행길에 나선 몇 사람들은 오죽하랴! 집사람은 딸아이와 가족을 위한 마음으로 봉정암에 올라야 한다는 일념이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에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었을 것이다.봉정암은 강원도 설악산의 소청봉에 있는 절이다.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에 자장대사가 당나라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가지고 귀국하여, 이곳에서 사리를 봉안하고 창건하였다고 전해진다. 백담사의 부속암자인 이 사찰은 우리나라 대표적 불교 성지인 5대적멸보궁 중의 하나로 불교신도들의 순례지로도 유명한 곳이다.기도에 들어가기에 앞서 집 사람과 저녁 공양을 하며 오늘 오른 산에 관한 이야기 등을 하면서 집 사람이 보람있어 하는 것 같아 나는 기분이 좋고 행복한 마음이었다. 여태껏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니면서 혼자서 즐긴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이제 아침이 서서히 밝아온다. 새벽안개 속으로 아침햇살이 서서히 퍼져가는 산사에서 느끼는 감정은 수행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인간 오욕칠정이 멎은 듯한 순간이다. 인생의 지나온 길과 현재의 존재 가치나 앞으로 살아갈 이생의 길목을 조용히 반추하는 진실의 시간인 것이다.점점 밝아오는 신선한 아침을 맞으며 한줄기 생각이 마음속으로 스쳐지나간다. 이번 설악을 찾아와 여럿 사람들과 힘든 돌계단을 오르고 고생한 파노라마 같은 순간들이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또는 등산의 길에서 항상 고맙게 대해준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가슴속에 깊이 새겨야할 인생 좌우명 같은 생각들이다.“이토록 아름다운 단풍이 /사람 마음을 혹하게 하는가. //신비의 설악을 감고 돌아 /명당이 된 봉정암에서 /오랫동안 참선하는 사이에 /내심에 가득 찬 기도는 /자연을 닮고 싶다는 욕심 뿐. //별빛마저 고운 밤에 /한밤을 지세우고서 /경건히 맞는 이 아침이 /가슴 아리게 다가섬은 /수행길이 멀다는 아쉬움인데 //힘들어도 서럽지 않게 사는 법을 /설악은 묵언으로 말해주고 있다.”지금까지 많은 등산을 했지만 이번 등산은 의미가 깊다. 가을이 익는 설악산의 멋진 풍광 속에서 가족을 위해 기도차 아내와의 동행이 마냥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쓰게 된 의의 `설악의 묵언` 시처럼 인생길을 동행하면서 참된 가치와 사랑을 자연에서 배우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봉정암에서 1박을 하고서 2일차 등산은 오세암과 영시암을 지나 백담사로 가서 이번 등산을 마감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코스의 등산기는 필자가 지난 6월에 등산을 다녀와서 백담사~영시암~오세암 코스에 대해 자세한 등산기 경북매일 6월 14일자를 쓴 적이 있어 참고할 것을 당부하면서, 그 구간에 대한 별도의 등산기는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어쨌든 가을이 깊어가는 시기에 단풍이 가장 아름답게 물든다는 설악산을 1박 2일간 다녀온 이번 등산은 내겐 의미가 깊다. 특히 그 일행 가운데 등산에는 초보인 집사람과 친구분이 따라 나서서 동행한 소중한 시간들은 등산이 인생같다는 훌륭한 가르침이어서 고마움을 느낀다.▲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2013-10-25

독도경비대 현무지역대 이성빈 일경

차가운 새벽바람 사이를 가르며 우리 현무지역대의 우렁찬 구호가 독도 사방에 울려 퍼지고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헬기장에서의 체조와 구보로 힘찬 아침을 맞고, 이제 막 날기 시작한 어린 괭이갈매기들도 어색한 비행 연습을 하면서 하루를 맞는다.아침 인원점검이 끝나면 근무표를 보며 오늘의 일정을 숙지하고 울릉도에서 독도를 방문하는 여객선들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하루에도 여러 번 돌변하는 독도 인근 파도 때문에 혹시나 여객선이 접안을 하지 못할까 걱정되기도 한다. 독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간절한 마음 덕분인지 오늘은 파도가 잠잠해 접안이 가능할 것 같다. 우리 독도경비대의 동료 괭이갈매기 들도 분주히 날아다니는 걸 보니 손님 반길 준비를 하는가 보다.오전 10시, 높은 파도를 뚫고 씨라워호가 접안에 성공해 240여 명의 관광객들이 독도를 밟을 때 일이다. 할머니 한 분이 배에서 내리자마자 독도를 보며 흐느끼기에 달려가 무슨 일인지 여쭈었다. 독도를 밟고자 작년부터 5번 배를 탔지만, 날씨 탓에 모두 실패하고 마침내 오늘 독도 땅을 밟게 됐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생전에 독도를 못 밟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이제야 사라진다고 했다. 관광객들은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아쉬웠는지 연신 손을 흔들어 주신다. “독도경비대! 파이팅! 수고하세요!” 일본이 터무니없이 역사를 왜곡하면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 주장하지만, 독도는 우리 대한민국의 땅이라는 명백한 사실은 바로, 독도는 `대한민국 경찰`이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또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나라 국민 수백 명이 독도를 방문하고, 함께 사진도 찍으며 이곳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며 “독도는 우리 땅!”을 외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사소한 행동부터가 진정 우리 국민이 우리 땅에서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라고 믿는다.저녁 8시, 노을지는 건너편 서도를 바라보며 후임 한 명과 관측근무를 서고 있다. 찬바람이 뺨을 쳐대고 있지만 우리는 오른쪽 어깨에 멘 총 끈을 꽉 쥔 채, 서로 솔직담백한 이야기 주머니를 풀어본다. 독도경비대로 지원하게 된 동기와 근무하면서 느낀 점, 그리고 달콤했던 첫사랑이야기 등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덧 근무시간 종료가 코앞이다. 독도경비대로 지원해 처음 독도에 발을 딛던 순간과 그때의 전율을 잊지 않고,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과거 독도 의용수비대 선배님들과 국민의 염원을 이어받아 우리 땅 독도를 굳건히 사수할 것을 맹세한다. 충성!

2013-10-21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 트레킹

10월 이때쯤이면 누구든지 단풍이 곱게 물드는 산을 찾게 마련이다. 정기적으로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도 가을산을 많이 가봤을 테지만 멀지 않아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아무래도 등산이 불편하기에 가을등산을 자주 간다. 여름 무더위 속의 등산은 얕은 산이나 계곡 또는 바다와 붙어있는 곳을 즐겨 찾게 마련이지만 등산하기 좋은 시기라 해도, 높은 산이나 장거리 시간을 요하는 먼 길을 다녀오고서는 때로는 가벼운 등산이나 트레킹코스를 생각해본다.지난번 연속하여 서울 북한산과 강원도 춘천의 오봉산을 다녀오는 등 장거리 등산을 했고, 다음번에는 강원도 설악산을 계획하고 있어 이번에는 비교적 가까운 코스를 택했다.충북 괴산에 있는 얕은 산과 호수를 끼고 잘 만들어진 트레킹코스, 산막이옛길로 가을여행을 다녀왔다.450m 두개 산봉우리 거쳐 괴산댐 호수길 따라 걷는 코스한반도 전망대 올라 산 아래 내려다 보면 호수·마을풍경 한눈에산행을 하면서 여행이라 하니 어색할 것 같지만 산행도 일종의 멋진 여행인 것이다. 산을 타고 오르면서 자연을 이해하고 삶의 지치거나 혼돈된 자세를 다시 정리한다는 입장에서 본다면 등산은 사람들에게 영혼과 육체의 건강을 가져다주는 자연의 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번 산행은 450m 남짓한 두 개의 산봉우리를 거쳐 괴산댐 호수가에 잘 조성된 길을 따라 아름다운 가을풍경을 느끼는 여유 있는 코스다. 아침에 떠나온 버스는 2시간 채 못되어 괴산댐 호수가의 주차장에 도착했다. 간단히 준비하고서 10시경 본격적인 등산 행로에 올랐다.참고로 괴산은 등산하기 좋은 산들이 35개소나 있는데 그 중에서 1천m를 넘는 산은 연풍면의 백화산(1천63m)와 조령산(1천25m)이며, 나머지 산들은 해발 500m에서 900m에 이르는 산들이다. 이번에 오르는 등잔봉과 천장봉은 400m 높이의 산이라서 명산 등산코스에는 없지만 산막이옛길과 연계하여 등산하기에는 안성맞춤 코스다.이번에 오르는 산 등산로 가운데 일부가 산막이 옛길과 일부 겹치는데, 요즘 등산하는 사람들에게나 관광객들에게 괴산 산막이옛길 트레킹 코스는 소문이 나 있다. 등산 초보들도 인근에 있는 400m대의 산봉에 올랐다가 내려와서는 옛길을 걷는 코스가 환상적이기 때문이다.산막이 옛길은 2009년 괴산군이 13억원을 들어 괴산댐 호수 수변을 따라 칠성면 외사리 사오랑 마을에서 산골마을인 산막이 마을까지 연결됐던 4km 길을 옛 흔적을 그대로 살려 복원한 산책길이다. 지금은 입소문이 퍼져서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데 사시사철이 좋지만 특히 10월말의 이곳이 더욱 아름답다고 한다.주변의 괴산댐은 지난 1957년 초 순수한 우리 기술로 최초로 준공한 댐이기에 괴산군민들은 상징적인 자랑거리로 여기고 있다. 지금은 산막이옛길은 괴산댐 호수와 어우러지며 한국의 자연미를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산막이 옛길을 찾는 사람은 누구나 이곳에 반하게 된다.등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소나무동산과 정사목, 노루샘까지는 옛길코스와 같다. 초입 길부터가 산과 호수, 그리고 소나무숲길이 어우러진 길인데 소나무동산이란 말처럼 이 길가에는 자태가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소나무 숲길가에는 들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 등산을 시작하는 마음부터 편안해져 온다.들어서는 길 초입에는 출렁다리가 만들어져 등산인이나 관광객들이 그 출렁다리에 올라 소나무밭 상공을 걷기마련인데, 높이 4m로 길이가 60m정도 이어지니 붕 뜨는 기분이 들고 출렁거리는 반동 때문에 아찔한 생각도 들지만 기분이 좋다.산짐승들이 내려와 물을 마셨다는 노루샘을 지나 등잔봉을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어느 산과는 달리 경사도가 비교적 완만하고 그 높이가 해발 400m대라 힘이 들지 않는다. 일행들은 노루샘에서 900m 거리에 있는 등잔봉 정봉을 힘들지 않게 오른다.등잔봉에 오른 길 가운데 힘들고 위험한 등산로도 있지만 편안하고 완만한 길도 있으니 그 길로 올라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어느 산보다 쉽게 산 정봉(450m)에 올랐다. 등잔봉이란 명칭에서 직감적으로 등잔불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짐작했는데 맞았다. 등잔봉은 옛날 한양으로 과거 보러간 아들의 장원 급제를 위해 등잔불을 켜놓고 100일 기도를 올렸다고 하여 등잔봉이라 불리어진다. 지금도 효험이 있어 자식들을 위해 정성을 드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봉우리라고 하니 온 김에 필자도 딸아이의 정진을 빌어보았다.잠시 생각하다가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시야에 들어오는 호수나 마을 모습들이 가을 풍경처럼 넉넉해 보인다. 등잔봉에서 내려다보니 호수를 사이에 두고 서편은 산막이 마을이고, 동편은 갈론 마을이다.이 두마을은 옛길 트레킹 코스가 명소로 자리잡기 전까지는 오지 중에서도 오지인데 지금은 형편없는 촌의 분위기를 떨쳤다. 일행들은 잠시 쉬면서 사진도 찍고 10월의 나들이를 즐기다가 다시 행장을 메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하산을 하다가 조금 더 올라가면서 걷다보니 한반도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서는 우리가 가끔씩 사진이나 TV에서 보아왔던 우리나라 국토지형을 닮은 산을 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물굽이 흘러가는 저편으로 산세가 이어지면서 흡사 한반도 모양과 비슷하다.조금 오른쪽에서 봤다면 한반도 모양이 더 잘 나왔을 것인데 생각하면서 완만한 산길을 걸어서 천잔봉으로 향한다. 산길이라 평길을 걷는 것보다는 힘이 들 테지만 그런대로 등산로가 정비되어 있다. 300m 정도 산을 타고 오르니 천장봉 정상이다.천장봉(天藏峰)은 “하늘 아래 펼쳐진 자연경관이 울창한 노송과 더불어 장관을 이뤄 그 풍광의 수려함에 하늘도 감탄하여 숨겨놓은 봉우리”라는 뜻이 담겨져 있는 곳이다. 그만큼 이곳에서 바라보는 괴산호수나 산야들의 모습들이 아름답다는 것이다.일찍이 하늘도 감춰놓은 비경의 산 정상 위에서 일행들은 자리를 깔고 점심식사를 하고서는 휴식을 취하면서 산 아래의 풍경 이쪽저쪽을 둘러본다. 가을 날씨 속의 아름다운 풍광이 가히 천장봉이라 부를만하다.하산을 시작하여 부지런히 걷는다. 한참 내려오다가 삼거리 길을 만나는데 계속 직진을 하면 삼성봉으로 가는 길이고, 좌회전을 하면 진달래 동산이 있는 진달래능선을 거쳐 바로 산막이 마을로 내려가는 길인데 심한 내리막길이다.산 아래 있는 산막이 마을은 이름 그대로 산에 막혔다는 오지마을이다. 그 마을 윗쪽엔 조선중기 문신이자 학자인 노수신(1515~1590)이 을사사화때 이곳으로 유배와서 살은 수월정이 있다. 노수신은 명종2년에 진도로 귀양가 19년 살다가 이곳 산막이 마을로 옮겨온 지 2년 만에 선조가 즉위하면서 복원됐고 영의정에 올랐던 인물이다.산막이 마을이 유명해진 것은 노수신의 10대손인 조선후기 선비 노성도(1819~1893) 덕분이다. 그는 조상의 자취를 따라 산막이 마을을 찾았다가 마을을 둘러싼 달천의 비경에 반해 `연하구곡`이라 이름지었다. 괴산댐이 생기면서 연하구곡은 모두 물에 잠겼지만 노수신이 유배생활하던 적소 주변은 빼어난 절경으로 오늘날 관광명소로 변했다.일행들은 산막이마을길을 택해 내려와 잘 정리된 옛길을 따라 걷는다. 이 길은 이제 괴산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명소로 자리 잡았고,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타고 번져 지난해만해도 130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이 옛길 트레킹 코스가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트레킹코스로 불리고 있는데, 혹자는 이 길 대신에 부산 이기대 길을 꼽기도 한다.옛길로 접어들어 나무로 된 테크에서 풍경을 구경하고는 올레길을 계속 내려서면서 일행들은 주변의 풍경들을 조망하면서 잠시 쉰다. 이제 편한 길 몇 군데만 거치면 아침에 출발했던 주차장이 나온다.산막이 마을에서 주차장까지는 24개의 명소가 있다. 앉은뱅이가 샘물을 먹고 말끔히 나았다는 앉은뱅이약수가 있고, 참나무가 마치 옷벗은 미녀처럼 생겼다 하여 이름붙인 `옷벗은 미녀참나무`가 있으며, 1960년대까지 호랑이가 출몰했다는 호랑이굴이 산책로 옆에 재현되어 있다.호수전망대에서 그림같은 호수를 보면서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사진을 찍거나 여행의 여유를 즐긴다. 필자도 호숫가를 배경으로 산길 옆에서 아름답게 피어난 가을의 대표적인 꽃 코스모스를 보면서 감회에 젖는다.이번 등산은 400m 남짓되는 비교적 낮은 산봉우리에 올라갔다가 내려왔지만, 등잔봉에 오르는 두 개의 길, `힘들고 위험한 길`과 `편안하고 완만한 길`은 마치 인생 길처럼 생각된다. 누구든 힘든 여정보다는 편안한 길을 선택할 것이지만 힘든 길을 완주했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은 그만큼 클 것이다.청정자연 속의 `신 산책로 1번지`로 이름난 이번 괴산 산막이옛길 등산이 필자에게 마치 가을동화처럼 잔잔히 파고드는 것은 가을이라는 아름다운 계절에 행차했다는 것이고, 옛길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들이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는 흡족함에서 이리라.▲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2013-10-18

`불균형 심각` 포항지역 중학교 신입생 배정 해법은 해결방안 및 과제

□ 여러가지 원인 복합적 작용포항 창포·우현지구 중학생 수급문제의 원인은 여러 원인들이 복합된 결과다.전국적인 현상인 학생수 감소에다 포항지역에 특화된 도심공동화 현상 이외에 남·여학교 비율이 3.5대 1.5로 심각한 불균형 방상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한가지 원인이면 찾아서 해결하면 되지만 포항지역 중학교 학생 배정 사안은 이같이 여러 이유가 함께 작용하다 보니 문제를 풀어야 하는 방안 또한 복잡하기 그지없다. 논란이 되고 있는 창포 우현 지구 문제는 우선 급한대로 남녀공학인 포항 창포중을 여학교로 전환하고 해당 학교 남학생들을 인근 남학교에 분산 배치하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포항교육지원청에 따르면 2013학년도 포항 창포중에 재학중인 학생은 30개학급 987명이다. 그런데 이 학교는 남여 구성이 특이하다. 남학생(263명)보다 여학생(724명)이 훨씬 많은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사정이 이렇다보니 한 학급당 남학생 수가 7~8명에 그쳐 체육시간에 축구팀을 꾸리기도 버거운 실정이다.이 학교 남학생들을 한 학급당 기준인원인 35명으로 계산하면 모두 7.5학급 가량이 된다. 따라서 창포중을 여학교로 전환하고 7.5학급을 학생수가 감소하고 있는 인근 학교에 배정하면 학급이 모자라 교사를 떠나보내야 하는 문제의 수습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것이다.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안이다. 당장 해당 학교 측이 부정적인 입장이다. 학교측은 1994년 개교 이후 남녀공학의 전통을 이어왔고, 실제로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 서로의 역할을 보완하고 상대적으로 거친 남학생들을 순화시킬 수 있는 등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욱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포항 창포중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이와 관련해 교육청에서 따로 전달된 내용이 없지만 학교 내부에서는 굳이 여학교로 전환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앞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경우 학부모들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 문제도 학부모들이 키를 가지고 있는 형국이다.□기득권 유지만 외쳐선 안돼일각에선 남녀공학을 여학교로 바꾸는 것은 일시적인 처방일뿐 학생 수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더 큰 틀의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학생수 감소현상이 포항 도심지역 학군 중 신도시인 장량·두호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학군 모두에 해당되기 때문이어서다. 현재 개발이 한창 진행중인 남구 상도도시개발지구, 북구 초곡·이인개발지구 등이 준공돼 인구 이동이 시작되면 도심지역 중학교 학생수 감소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어차피 인구 증가는 한계에 직면해 있고, 또 학생들이 어느 날 갑자가 불어나지 않는 한 한쪽의 학생들이 개발지로 옮겨가면 불균형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개발지에 학생들이 어떻게 이동할지에 대한 수요 예측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현재로선 어디서 누가 어떻게 옮겨갈지 아무도 알수 없어서다.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담당기관인 포항교육지원청과 소속 학교, 학부모 등이 현실을 인식하고 긴밀한 협조를 통해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해가며 이견을 줄이는 것은 필수적이다.한 교육계에 정통한 인사는 “학교와 학부모가 서로의 주장만 내세운다면 이번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교육청은 중간자 입장에서 양측의 의견을 최대한 조율하고 학교와 학부모는 서로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포항교육청의 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포항교육청이 각 학교의 사정을 보다 면밀히 파악해 학부모와 취학하는 학생들에게 객관적으로 전달하며 조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와 학부모 측에 맡겨 놓으면 기득권 유지만 외쳐, 하세월이 될수 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각 학교 또한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들이 다니고 싶은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인근 학교의 교육환경이 현재 재학 중인 학교보다 더 나으면 굳이 학부모나 학생들이 나서서`우리학교`만 고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학부모들도 `변화는 무조건 반대한다`라는 인식의 틀속에서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포항 교육계 전체를 보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얻을 것은 얻어야지, 무조건 `나와 내 자녀`만 고집한다면 경북 최고라는 포항의 일선 교육 현장이 내홍에 휩싸여 심각하게 헝클어 질 수도 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3-10-18

5원에 팔던 죽값이 3천원, 서민들 애환 스민 삶의 현장

“오늘은 죽도시장을 탐방합니다. 영남지역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재래시장입니다.”`두바퀴로`호의 새로운 선장 포항예술문화연구소장인 사진작가 안성용씨가 지휘봉을 잡았다.죽도시장은 평소 출발지점인 중앙아트홀에서 도보로 10분 거리다. 많은 차량과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포항의 도심, 인체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포항경제의 심장 죽도시장죽도시장은 포스코가 있기 전 포항경제의 근간이 된 곳이다. 포항시 북구 죽도동 한복판에 장이 섰다. 부지면적 14만8천760㎡, 점포수는 약 1천200개에 달한다. 매일 5만명 가량의 사람들이 찾는 영남권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이다.1950년대에는 갈대로 무성한 늪지대였다. 포항 내항이 연결되어 있는 곳에 노점상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자연적으로 시장이 형성되었다. 과거부터 죽도시장은 경북 동해안 및 강원도 일대의 농수산물 집결지인 동시에 유통의 요충지였다. 1969년 10월 죽도시장번영회가 정식으로 설립되었고 1971년 11월 포항죽도시장의 개설허가가 이루어졌다.죽도시장의 배치동쪽 포항내항을 바라보며 가장 가까운 곳에 수협 위판장이 형성되었다. 그 가까이에 200여개의 횟집이 밀집되어 있는 회센터, 어시장, 건어물거리가 위치한다. 또 의류거리, 식품거리, 이불거리, 한복골목, 그릇집, 가구거리 등이 구역별로 조성되어 있어서 편리하게 시장을 이용할 수 있다.최근의 일이지만 재래시장 현대화사업으로 700여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12개의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죽도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역시 수산물시장이다. 새벽5시가 되면 벌써 수협 위판장은 시끌벅적하다. 연근해에서 방금 잡은 생선으로 가득 채워진 만선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새벽에 시작된 경매는 일반적으로 오전 8시면 거의 끝나게 된다. 살아있는 수협 위판장갑자기 위판장이 시끌벅적해 졌다. 문어가 경매물건으로 나오자 수산물 중매인들의 손놀림이 바쁘게 움직인다. 엄청난 크기의 살아있는 문어가 33번 중매인의 15만원에 낙찰 되었다. 또 다시 방어와 미주구리가 나왔다. 손놀림이 빠른 45번 중매인에 의해 방어는 한 마리 5만원에 낙찰되었고 미주구리는 상자당 12만원에 팔렸다.죽도시장 위판장 지정중매인은 47명이며 중매대리인까지 포함하면 약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수 백t의 고깃배를 통해 포항 내항으로 들어오는 연간 600억원에 달하는 물량들은 바로 이들에 의해 전량 소화된다.이때 기자단의 눈에 고래만한 크기의 물고기가 들어왔다. 엄청난 크기의 초대형 병어나 복어 모양을 하고 있었다. 괴물 물고기인가. 해맞이 포럼 노경훈 부대표가 “이 고기 이름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더니 해체작업을 지휘하던 태영수산 박정자 대표가 “개복치!”라고 소리친다.몸통에 비해 주둥이가 너무 작아 기이하게 생긴 물고기였다. 해체한 물고기의 뱃속 살은 하얀 연두부같이 허물허물하게 생겼다. 그러나 이것이 포항지역 상가 집에 제공되는 필수음식이다. 하얀 묵같이 생긴 개복치 고기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일미란다.군침이 도는 이야기를 들었더니 `먹자골목`이 떠올랐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죽도시장에선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떡과 분식은 물론이거니와 단돈 2천원이면 맛볼 수 있는 따끈따끈한 수제비는 역시 일품이다. 옛날식으로 푸짐하게 차린 1인분에 4천500원 하는 영양식당의 고등어 정식도 유명하다.죽도시장 상인협동조합 이창혁 대표가 “맛있는 죽을 먹으러 갑시다” 제안하더니 할매죽집을 향해 성큼성큼 앞서 걸었다. 먹자골목 할매죽집골목을 따라 두 번 정도 방향을 꺾으니 할매죽집이 나타났다. 할머니는 보이지 않고 며느리인지 딸인지 세 여인이 나란히 죽을 끓이면서 손님들을 맞이했다. 죽의 종류도 호박죽, 녹두죽, 팥죽이 전부였다. 죽 값도 너무 저렴하다. 한 그릇에 단돈 3천원이다. 시골할머니의 인심처럼 그것도 대접에 넘치도록 담아 준다. 죽이 얼마나 맛있는지 순식간에 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죽 그릇을 비우고 나서야 인심 좋은 할머니의 미소 띤 모습이 보였다. “할머니! 이 맛있는 죽을 3천원에 팔아 이문이 어디 남겠습니까?” 그런데 할머니는 웃기만 하시고 대답은 없다. “…. ” “할머니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셨어요? “얼마나 오랫동안 이 장사를 하셨나요?”묵묵히 대답 없는 할머니 옆에 바짝 다가앉았다. 할머니는 손사레를 치다가 한 참후에 이야기 보자기를 풀어 놓으셨다.할머니는 27세에 청상과부가 되었다. 막내딸을 낳은 지 90일 만이었다. 강원도 태백 소재의 대한중석에 다니던 남편이 산업재해로 1969년 사망했기 때문이다. 보상금도 받지 못하고 살길이 막막해 4남매를 데리고 친척이 있는 포항으로 이사를 왔다. 그것이 1970년도였다.남의 집 창고살이도 했고, 4평짜리 달셋방을 얻어 다섯 식구가 살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죽도시장 난전에서 메밀묵을 팔았다. 그러다가 노점 1평반 공간에서 수제비와 죽을 쑤어 팔기 시작한 이후로 벌써 43년이나 되었다. 그동안 한 그릇에 5원, 50원, 500원 받던 것이 이제 3천원까지 올려 받게 되었다며 미안해하는 할머니의 표정이 마치 보살이다.막내딸에 의하면 죽을 쑬 때 연탄가스 중독으로 할머니는 수 십 차례 실신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폐가 나빠 기침을 많이 하신단다. 큰아들은 삼성그룹의 부장출신이고, 둘째아들도 경북대학에 보냈다. 그리고 딸 둘은 오빠들 때문에 대학을 보내지 못했지만, 지금은 시집가서 잘 살고 있다고 한다.함께 포즈를 취해 달라는 부탁에, 굽어진 허리를 잡고 일어서는 할머니의 모습이 어머니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 졌다.지역문화와 삶의 터전 거듭나야죽도시장은 이렇듯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다. 그리고 포항의 근대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60년이나 된 장기곰탕집도 있고, 87세 할머니가 운영하는 포목점 형제주단도 있다. 6·25전쟁 때 불타 없어진 가게를 다시 개축한 3대째 내려오는 건어물 도매상 동일상회도 있다.최일만 죽도시장 번영회장이 말을 이었다. “포스코가 세워지기 전 당시 포항경제는 죽도시장에 달려 있었습니다.” 주민들 대부분이 죽도시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죽도시장은 포항경제를 움직이는 근원지였다.시장은 경제적 기능 외에도 사회·문화적 기능, 특히 지역주민들의 의식구조와 생활양식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이제 두바퀴로 기자단의 눈에 죽도시장은 다르게 비춰진다. 죽도시장의 경제적 기능과 사회·문화적 기능이 보인다. 포항경제를 위해서라도 죽도시장의 경기는 활성화 되어야 한다. 그리고 문화창조도시의 구현을 위해서라도 시장의 사회·문화적 기능을 제고해야 한다.모성은 교수가 한마디 곁들인다.“포항의 재래시장은 수원의 못골시장을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은 아케이트나 주차장을 설치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다. 경영방식이나 서비스 기법을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문화를 창달하는 터전으로 상인들의 삶의 터전으로 죽도시장이 거듭나야 한다.◇ 대표집필:모성은 교수◇ 문화가이드:최일만(죽도시장 번영회장), 백남도(죽도시장 농산물협동조합 회장), 이창혁(죽도시장 상인협동조합대표) 김외준(죽도수산시장상인회 사무국장)◇자전거 협찬:서일주(포항녹색희망자전거사업단 단장)◇ 사진촬영:안성용, 황종희◇ 집필지도:이나나, 신일권◇ 취재동행:박계현, 권기봉, 이영숙, 노경훈◇ 제작책임:사단법인 문화와 시민

2013-10-17

지금은 갑론을박보다 시설 정상화가 먼저다

#오물을 토하고 열이 나는 어린아이의 부모가 자식을 등에 업고 급히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런데 아픈 아이를 두고 치료는 하지 않고, 여러 명의 의사들이 병의 원인에 대해 설전만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그 부모의 심정이 어떠라. 아픔을 호소하는 아이와 부모는 가슴이 타들어 가며 의사시만 바라 보고 있다. 하루 300t 미처리 폐수 형산강 흘러들어책임소재는 정상가동 후 따져도 안늦어부실설계 논란으로 정쟁의 도마에 오른 포항음폐수처리장 시설이 마치 이 어린아이와 같은 처지가 됐다.포항시는 해양투기가 금지되는 폐기물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 2008년부터 관련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했다.포항시는 시의회와 공법문제로 힘겨루기를 하다 현재 논란이 된 시설의 공법을 선정, 환경관리공단과 위·수탁협약을 맺고 사업에 착수했다.하지만 시운전과정에서 각종 문제가 불거지자 공법 선정 논란에다 부실 설계에 대한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자칫 법적 공방으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포항시의회는 심한 악취와 수질오염 민원이 제기된 이후, 지난 9월 행감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최근 수사 의뢰와 감사 청구 결정을 내리는 등 책임 소재 따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시의회 입장에서는 포항시가 한국환경관리공단과 위·수탁협약을 맺은 후 관리·감독이 전혀 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지만 시가 책임 회피만 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물론 포항시의 일방적인 행정추진과 예산낭비 요인에 대한 책임 추궁과 견제는 반드시 이뤄져야한다.다만 현재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시설 정상화로 포항음폐수처리장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제기능을 못하고있는 포항음폐수처리장으로 인해 처리장에 유입됐던 음폐수와 쓰레기매립수는 올 초부터 9월까지 구무천에 그대로 방류되고 있다.하루 300t의 미처리수가 형산강에 유입, 포항 앞바다로 흘러들어 천혜의 환경인 영일만항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 시는 미처리수에 대해 외부 위탁, 하수처리장으로 유입시켜 임시로 처리하고 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환경공단은 포항음폐수처리장 시설 정상화를 위해 생물반응조 6조에 과거 설치됐던 산기관 교체와 냉각시설비 등 12억여원의 추가 예산을 요청했다. 공단은 추가예산이 투입된 이후에도 문제가 발생될 경우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한다.이에 대해 시의회는 시-환경관리공단 협약에 따라 단 한 푼의 예산도 줄 수 없다며 예비비 사용 금지 공문을 포항시에 보냈다. 설계 부실에 따라 포항시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적절한 견제일 수 있다.그렇다고 해서 80억원을 들인 시설을 폐기하고 다른 공법을 적용해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차선책으로 현재 완공된 시설을 하루빨리 정상화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정상화가 늦어지면 제철동 주민들의 악취 고통은 길어지고, 환경기준치를 넘기는 폐수의 형산강 유입, 음식물쓰레기 대란 등의 후유증이 우려된다.책임 소재는 음폐수처리시설을 정상적으로 가동시킨 이후에 따져도 충분하다.추가 예산 12억원은 적지 않은 돈이다. 그러나 53만 포항시민이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처리하는 데 꼭 필요한 예산이라면 결코 크지 않다. 시간을 끌면 후유증은 커질수 밖에 없다.포항시는 책임지는 행정을 펴고, 포항시의회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나서야 할 때다./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2013-10-17

`불균형 심각` 포항지역 중학교 신입생 배정 해법은 배정 불균형 원인과 문제점

□ 도심 중학교는 영어교사가 미술 가르치는 상황 올수도포항교육지원청은 지난 9월 12일 포항 용흥·창포·우현지구 등 포항시 북구지역 9개 중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2014학년도 중학교 신입생 배정관련 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저출산현상으로 전체학생 수가 감소하고, 도심공동화현상으로 인해 도심지에 위치한 해당 학군 중학교 입학대상자가 급격히 줄어듬에 따라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키 위해 마련됐다.포항교육청에 따르면 창포·우현지구 학군인 포항중·여중, 포항 창포중, 포항 대동중, 포항영신중 등 5개 학교에 오는 2014학년도 입학할 예정인 학생은 총 943명이다. 이는 이번 2013학년도 입학생인 1천201명보다 무려 258명(21.5%)이 줄어든 수치로, 포항지역 전체 감소인원 770명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육청은 해당 학군의 학급수를 37학급에서 31학급으로 줄일 수 밖에 없다고 학교측에 공포했다.이에 따라 포항교육청은 포항여중을 제외한 모든 학교에 대해 1~2학급을 축소 배정할 계획이다.포항교육청은 이같은 결정이 해당 학군 전체 학생수가 급감했고, 남·여학교 비율이 3.5 대 1.5(창포중은 남녀공학이므로 0.5씩 분배)로 남학교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포항 대동중, 포항영신중 등 사립학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학교는 지난 수년간 학급수가 공립학교에 비해 적게 배치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또 한 번 감축이 진행될 경우 학교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학급수가 감소하게 되면 교원수 감축도 뒤따를 수밖에 없는데 공립학교의 경우 타학교 인사발령 등으로 근무를 지속할 수 있으나 사립학교의 경우 기존직원에 대한 해고조치 이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다. 한 사립학교 관계자는 “1개 학급이 감소되면 1.63명의 교원이 보따리를 싸야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이들은 당장 먹고 살 길을 찾아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며 “우리학교의 경우 학급수 감소로 교내에 단 한 명 뿐인 미술교사가 해고조치될 수밖에 없어 영어교사가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쳐야 하는 촌극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학부모 인식이 학군조정 최대 걸림돌학생수가 날이 갈수록 급감하면서`사립학교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포항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학부모 선호도도 양쪽으로 갈린다. 공립학교를 선호하는 학부모들은 보수적인 경향이 강한 지역정서상 사립학교에 비해 전통과 역사성이 있는 공립학교 진학을 희망하고 있다. 이에 비해 사립학교를 선호하는 학부모들은 5~10년 가량 근무하면 다른 학교로 자리를 옮기는 공립학교 교사들과는 달리 오랜기간 동안 한 학교에 머무르면서 학교 내부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교사들이 많은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취향이다.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학부모들의 자녀취학에 대해 갈구하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는 거주지와의 거리다. 공·사립학교 여부를 떠나 현재 살고 있는 집으로부터 가까운 학교를 우선적으로 원한다는 것이다. 내년에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학부모 한현심(42·여·북구 두호동)씨는 “학교마다 교육방침이 다르고 분위기가 다른 것은 맞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요즘 세상이 워낙 흉흉하다보니 아이들을 마음 놓고 학교에 보낼 수가 없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는 대부분 학모들들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학부모들이 집과의 거리를 우선시하면서 학생수가 부족한 학군에 대한 충원이 힘들어지는 이유다. 용흥중을 양덕으로 옮기는 방안이 학부모들의 강력한 반대로 좌초된 것이나 상대적으로 학생수가 많은 장량·환호지구 학군에 소속된 포항 동부초등학교를 교육청이 최근 창포·우현지구로의 학군 조정을 시도했으나 해당 학부모들이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서 무산된 것은 그 대표적 사례다.포항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동의 없이 함부로 학군을 조정할 수는 없기에 이 문제가 어려운 것”이라며 “향후 더 많은 논의가 오고 가야 할 문제이지만 이같은 분위기가 쉽사리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3-10-16

긴급점검 포항 음폐수처리장

심한 악취와 수질오염 등 환경오염 민원을 양산하며 설계부실 논란을 빚고 있는 포항시음폐수처리장 문제가 법정공방으로 번질 조짐이다. 포항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지난 14일 음폐수 관련 제3차 조사위원회를 개최해 이 사업 관련 기관간 책임 소재 및 위법성을 가리기 위해 검찰 수사의뢰 및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기로 의결했다. 이 사업은 남구 호동 산32번지 일원에 사업비 80여억원을 들여 음폐수와 쓰레기 침출수 하루 320t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음폐수병합처리시설을 설치하는 것. 지난해 6월 착공, 그해 12월 완공한 뒤 올 1월부터 시운전에 들어갔으나 수온상승에 따른 미생물사멸, 생물반응조 용존산소부족 등으로 방류수질초과 및 악취 등의 문제점이 발생해 현재까지 정상 가동을 못하고 있다.사업시행처인 포항시는 부실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문제해결을 위한 세부적인 사항은 위수탁 협약을 맺은 환경관리공단만 바라만 보고 있다. 환경관리공단은 추가 예산 투입으로 시설을 보완하면 문제점이 개선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포항음폐수처리장이 논란을 일으키게 된 과정과 문제점, 해결책을 찾아 본다.△사업마다 제동 걸려 백지화포항시는 2012년부터 폐기물 해양투기를 금지하는 런던협약에 따라 지난 2008년부터 해양배출물의 육상처리를 위해 하수찌꺼기 자원화시설을 비롯한 하수슬러지 자원화 시설,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사업, 유기성폐기물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그러나 대부분의 사업이 시의회의 제동으로 무산되면서 표류했다. 2009년 포항시는 음식물폐수와 하수, 가축분뇨 등 유기성폐기물 처리 시설 사업을 추진했지만 2010년 4월 백지화됐다. 당시 이 사업은 1천억원이 넘는 대형 사업이었으나 포항시의회는 2010년 5월 지방 선거에 집중하면서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임영숙, 최상원 의원은 음식물쓰레기, 음식물폐수, 축산 폐수, 하수 등을 통합 처리할 수 있다며 포항시를 압박, 유기성폐기물 처리 사업에 혼선만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처리방법 싸고 다툼 지속지난 2008년부터 추진된 음식물폐수 처리 사업은 2010년 기존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와 계약기간 문제에 맞물려 또 다시 지연됐다. 2010년 11월 포항시의회는 포항시와 음식물쓰레기 대행업체와의 계약이 특혜라고 주장, 공개경쟁입찰방식을 주문했다. 대행업체는 포항시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 1월 포항시는 음식물폐수처리 계획을 내놨지만, 소송과 맞물리면서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고, 이런 와중에 처리 방식을 놓고 시의회와 다툼이 지속됐다. 결국 2011년 8월 법원이 음식쓰레기수거 업체의 영업권보장 판결을 내렸다.이때부터 본격시작된 포항시음폐수 처리 시설 사업은 당시 국비까지 지원되는 에너지자원화 방식이 가장 효율성이 큰 사업으로 평가됐으나 음식물쓰레기업체의 영업권 보장판결에 따라 음식물쓰레기수거업체와 연계한 현재의 정화처리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됐다. 결국 포항음폐수처리장 설계부실 논란은 포항시의회가 공법을 둘러싸고 논의를 지연한 데다 쓰레기대행업체에 대한 법적공방 등으로 시일을 끄는 바람에 이 공법이 선택돼 논란의 불씨가 만들어지게 됐다. 포항시는 물론이고 포항시의회 역시 포항음폐수 처리장 설계부실에 상당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2013-10-16

`불균형 심각` 포항지역 중학교 신입생 배정 해법은 중학교 및 학생 현황

교육계가 저출산 현상으로 10년이 넘도록 감소추세인 출산율로 인해 학생 수급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전국의 초등학생 수는 278만4천여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6만 7천900여명(5.7%)이 줄었다. 중학생 수는 180만4천100여명으로 4만4천900여명(2.4%)이 감소했고, 또 고등학생 수는 189만3천300여명으로 2만6천700여명(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는 현 출산율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며, 포항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도심은 공동화로 인해 학급수를 줄여야 하는 반면 개발외곽지는 불어난 학생수를 감당키 어려울 지경이다. 본지에서는 학생 수 감소와 인구의 이동에 따른 심각한 불균형 현상을 겪고 있는 포항지역 중학교 배정문제에 대해 살펴보고, 교육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토대로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찾고자 한다.공동화 현상 가속에 도심학교 폐교 위기신도시 개발로 외곽지는 1천명 이상 과밀□ 구미와 학생 수는 비슷포항지역 출산율 저하는 초·중학교 입학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경북지역에서 포항과 유사한 공업도시인 구미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포항시의 출생자 수는 지난 2000년 6천355명이 출생한 이후 2001년 5천428명, 2002년 4천602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이같은 수치는 포항시의 대대적인 출산운동 여파로 지난 2011년 4천645명, 지난해 4천817명으로 회복세에 놓여있으나 여전히 인구규모(지난달 기준 51만9천158명)에 비해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특히 10만명이나 적은 숫자의 시민이 살고 있는 구미(지난달 기준 41만8천777명)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은 포항지역의 교육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3학년도 포항지역 초등학생 수는 2만8천55명. 구미지역 초등학생 수인 2만8천413명에 미치지 못한다. 중학생 수는 포항 1만9천281명, 구미 1만8천371명으로 약간 많은 편이지만 이마저도 수년 내에 추월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2014학년도 신입생인 2001년 출생자가 포항지역의 경우 5천428명으로 5천653명인 구미에 비해 오히려 적고 이같은 현상은 2002년 이후에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도심학교는 썰렁, 외곽신도시 학교는 북적이처럼 출산율 감소와 함께 신도시 개발로 인한 도심공동화 현상 또한 각급 학교 학생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항지역은 지난 1990년대 후반 남구 유강지구 개발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중반 이동지구와 양덕지구 신도시 개발이 이어졌다.실제로 포항의 가장 중심이라 일컫던 북구 덕산동의 포항중앙초등학교는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학생수가 2천400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신도시 개발로 인해 구도심이 쇠퇴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해 올해 7학급 88명에 그치고 있다.이같은 현상은 중학교 신입생 배정문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중학교 학군 배정은 기본적으로 근거리 우선원칙에 준하고 있기 때문에 신도시 인근 학교는 학급 과밀화 현상을, 구도시 인근 학교는 학생 부족 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포항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인구 6만명에 육박하며 포항지역 동단위 행정구역 중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장량동 인근에 위치한 포항 대도중과 포항 환호여중의 2013년 학생 수는 각각 1천113명, 1천18명으로 과밀학급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포항교육청은 2016년 포항 양덕중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중학교는 근시안적, 탁상행정의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학생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일부 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중학교를 새로 건립한다는 사실이 타당한가 하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양덕중 신설계획 수립 당시 도심권 학교 중 가장 규모가 작은 포항 용흥중을 이전·건립하는 방안이 논의됐었으나 학부모 및 동창회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용흥중은 현재 전체 학급수가 5학급이지만 2014년에는 4학급이 된다. 사실상 폐교위기 직전에 놓인 것. 따라서 양덕으로 옮겨가면 재학생들은 자연스레 인근 중학교로 배정돼 학생수가 줄어드는 학교에 큰 도움이 되지만 용흥중 학부모들의 반발 등으로 이전 논의는 없던 일이 돼버렸다. 그 영향으로 양덕중 신설계획이 대안으로 제시된 속에 도심의 기존 학교들은 학생 수가 모자라 학급수 조정이 불가피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2013-10-15

위기의 소나무숲 재선충병 대책은?

1972년 소나무재선충병의 첫 피해를 본 일본은 북부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소나무림에 대해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유럽 등지에서도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국내 소나무재선충병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소나무재선충병과 관련, 화학·항공방제는 물론 천적개발 등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병충해 박멸에 대책은 현재까지는 전무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재선충을 없애는 해법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가 없다.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것도 완전퇴치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을 제정, 소나무재선충병으로 피해를 받고 있는 산림 보고와 피해방지 대책 강구를 제도화 했다. 재선충 확산 통로를 볼 때, 정부나 자치단체가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소나무를 체계적으로 사후관리하는 것이 피해 확산을 막는 유일한 대안으로 분석된다.△방제매뉴얼 정비해야최근 3년 사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늘어난 데 대해 산주 및 관련 전문가들은 전국 자치단체가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소나무에 대한 관리체계와 박멸 의지 부족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올 해 전국적으로 고사된 소나무 52만 그루는 전국 자치단체의 예찰 부족과 감염 소나무 관리 체계 허점과 무관치 않다는 것.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재선충병 방제 메뉴얼도 논란이다. 산림청 메뉴얼에 따르면 재선충 피해감염목은 소각, 파쇄, 훈증 처리토록하고 있다. 감염목 완전처리를 위해서는 소각이 최선의 방법이긴 하나 깊은 산속 등에선 여건상 이 방법을 동원할 수 없다. 차선책인 파쇄방법 역시, 중장비를 깊은 산속까지 옮겨야 해 예산상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자치단체들은 훈증처리를 채택하지만 깊은 산속에서 나무를 자르고, 덮기가 어렵다며 호소하고 있다. 효율적인 방제 방법이 절실하다는 얘기다.△방제 전문인력 양성 급해전문인력 유지와 확보도 시급하다. 경북도내 시군은 대부분의 경우 산불 감시 업무와 함께 재선충병을 담당,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너무 늦게 손을 쓰는 바람에 소나무가 완전 사라지다시피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유지하는 인력 보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감염목을 제거하는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현재 각 자치단체들은 예찰, 방제 인력으로 일용직 근로자들을 투입하고 있다. 이들 기간제 근로자들은 관련규정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할 수도 없다. 재선충 피해가 크게 확산되는 추세임을 감안, 더 늦기전에 전담부서와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예산, 적기 집행 우선 돼야재선충병 방제 작업은 통상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적기다. 매개충 이동이 어렵고, 자른 감염목을 옮기는 과정에서 매개충 유충이 탈출해도 기온이 낮아 자동으로 죽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제 작업 적기에 예산을 집중시켜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자치단체가 이를 지키기 못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국가가 관리하는 병충해로,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재선충병 관련 예산도 70%가 국비다. 국비가 지자체에까지 하달되는 시간이 너무 길다. 그래서 병이 발생해도 자치단체들이 손을 놓고 정부만 바라보는 경우도 생긴다. 결국 올 해처럼 죽은 소나무가 속출하는 한 원인이다.△광역 전담기구 필요재선충이 확산되고 있는 지역은 경북 동해안~울산~부산~통영~광양~순천으로 이어지는 벨트권을 형성하고 있다. 특정 자치단체가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그래서 재선충병의 효율적인 처리를 위해선 광역권을 묶는 소나무재선충병 대책 전담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전담 기구 설치로 장기적인 계획 수립과 철저한 예찰활동 등을 통해 사전 예방을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2013-10-14

배우고 나누고 소통하며 인생 100세 시대 이끈다

인생 100세를 바라보는 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한국에서 대학입시 등 학교 교육보다는 전 연령층에 대한 교육인 `평생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고 있다. 각 기업체도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토익과 학점 등 성적과 봉사활동, 해외 경험 등 이른바 스펙보다는 점차 인성과 품성을 비롯한 사회적응력과 조화, 융화 등을 중요시하는 경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입사 후에도 회사에 필요한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세미나와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이렇듯이 대학과 기업 등 사회 전 분야에서 평생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새로운 화두가 된지 오래다.대구는 이미 입시교육은 수성구가 그 명성을 이어가고 가장 중요한 평생교육은 대구 동구가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학교교육에서 부족하기 쉬운 심성과 인성교육 등의 중점이 되는 평생교육을 일개 기초단체가 맡기에는 예산문제 등 힘겨운 상황이지만 대구 동구는 이에 굴하지 않고 대구교육의 신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단단한 각오 아래 벌써 7회째 이 행사를 진행했다.지난 10~13일까지 4일간 금호강 지저동 둔치 일대에서 펼쳐진 `제7회 동구평생학습축제`는 평생교육의 중요성과 함께 연령별로 어떠한 교육이 실시돼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특히 이번 축제는 팔공산 승시축제와 대구세계에너지 총회 일정과 함께 외국인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어나 동구평생학습축제가 국제화와 세계화에도 크게 기여하면서 연인원 100만여명이 방문하는 기록을 세우며 평생교육에 대한 지역민들의 열의와 관심을 대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글 싣는 순서 ① 신서혁신도시와 이시아폴리스②동구평생학습축제③동촌 유원지의 대변화④동대구역세권 개발⑤팔공산 권역의 상전벽해팔공산 승시축제·세계에너지 총회로 방문객 급증, 나흘간 연인원 100만 기록아양기찻길 개통식·능금꽃 피는 고향 노래비 제막식 등 이색행사도 열기 더해 □ 평생학습축제의 새로운 모델 제시동구평생학습축제는 지난 2010년 대구·경북 지역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제9회 전국평생학습축제`를 대구 동구에서 주최함으로써 전국을 깜짝 놀라게 하며 평생학습축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전국에서 평생학습으로 가장 우수한 도시로 우뚝 서는 계기를 만들었다.그 이후 주민들의 뜨거운 열정과 평생학습에 대한 높은 관심도로 인해 횟수를 거치면서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고 기초단체 축제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고유의 행사로 만들면서 대구교육의 신성장 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마저 받고 있다.이번 축제는 `인생100세! 3GO(배우GO, 나누GO, 소통하GO)`를 주제로 인생 100세 시대에 나아갈 바를 제시했고 `행복한 일류 동구`의 진취적인 모습을 `새로은 삶, 행복한 대구(New Life Happy Donggu)`를 부재로, 키워드는 `창조`로 정해 창조경제의 선두에 서 있음도 보였다.이제 동구평생학습축제는 이와 관련한 자치단체 축제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고유의 독보적인 행사가 되면서 대구 동구에 한정된 축제가 아니라 대구·경북지역은 유일한 평생학습축제라는 것은 물론이고 전국 행사로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특히 올해는 구 대구선의 한 구간으로 유일하게 철교로 남겨져 있던 아양철교를 철거 위기에서 지켜내 철교가 가지는 산업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보전하고 전 세계에 유례없는 관광명소로 재창조한 `아양 기찻길 개통식`도 함께 열려 교육과 경제성장이 함께해야 함을 보였다.여기에다 대구의 희망을 노래하며 대구의 자랑인 동구 팔공산과 금호강을 배경으로 한 대구의 찬가인 패티김의 `능금꽃 피는 고향 노래비 제막식`이 함께 어우러져 더욱 뜻깊은 축제가 됐다.평생학습으로 소통해 하나 되는 축제의 장을 마련하고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축제기간에는 금호강 물놀이장에서 축제장까지 유람선을 운행했고 공항교 주차장에서는 가족 4인용 자전거와 2인용 자전거, 동촌구름다리 주차장에서는 10인용 꽃마차를 운행해 가족과 연인, 친구에게 새로운 추억거리를 제공했다. □ 초·중·고까지 아우른 화합의 장 올 동구평생학습축제는 크게 배우고, 나누고, 소통하는 3가지 테마로 마련됐다.우선 배우고를 위해 대구 동구는 이번 축제에 150개의 체험·홍보부스 마련해 대구국제학교(DIS)를 비롯한 경북대, 영남대, 대구경북 영어마을, 대구예술대 등이 참여했다.이들 부스에는 대학과 초·중·고교가 참여해 `과학영재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심장만들기`, `CAN DO 리더십 프로그램`, `과학원리를 이용한 로봇체험`, `폐품으로 앵그리버드만들기`, `닥종이 인형이 들려주는 이야기`, `영어 클리닉(Clinic)` 등으로 어린이와 학생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미래창조의 터전을 만들었다.또 한국감정원 등 혁신도시 입주 기관 및 첨복의료복합단지, 한국폴리텍 섬유패션대학, 팔공문화원, 농업기술센터, 동구선거관리위원회 등 지역 기관도 참여했다. 이들은 `2013 패션프로젝트`, `가을야생화 심기`, `천년의 빛깔 천연염색`, `행운의 부엉이 열쇠고리 만들기`, `소원 팔찌 장명루 만들기`,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머그컵 만들기` 등으로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어울림의 장도 조성했다.영남대는 지난 13일 오전 10시 축제장 특설무대에서 학생, 일반인,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제11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새마을운동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한 `새마을정신 말하기 대회`도 인기를 얻었다.이어 나누고 행사로는 `기관단체장 소장품 나눔행복장터`를 열어 지역의 기관장, 단체장이 평소 아끼는 소장품을 기증받아 판매함으로써 단순한 축제로 끝나지 않고 나눔으로써 행복한 축제의 장이 되도록 했고 판매 수익금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기부하는 등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동구 만들기 장을 펼쳤다.심지어 이번 축제에는 처음으로 초·중·고교생들에게 참여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 `3GO 행복 릴레이`를 운영해 장사진을 이뤘다.이어 우리동네 자랑에는 20개 동에서 지리적, 생활적 특성을 살린 동별 홍보 체험관을 만들어 신나는 목공예 장난감 만들기, 창조경제의 허브! ICT 벤처타운, 낭만과 여유가 있는 동촌유원지, 토기에 담는 천년의 향기, 청정의 고향 매여마을, 전통의 맛 메주, 두부 만들기 등을 운영했다.`도서관, 평생을 채우다`는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로 운영되면서 방문객들이 시끌벅적한 축제장에서도 여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조성했다. □ 한·일 포럼 등 국제자매도시 교류도한·일 양국 간 학술교류로 작년 일본에 이어 2회째를 맞아 평생학습을 통한 마을공동체 재생과 마을주민의 평생학습 역량강화를 위해 지난 11일 오후 2시30분 퀸벨호텔에는 국제행사인 `한·일 평생학습 마을 만들기 포럼`을 개최했다.한국에서는 최운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 김남선 전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장 등 평생학습 각계 인사가 참여했고 일본은 세이토쿠 대학 마을평생교육연구소장 후쿠도메 쯔요시 교수를 비롯한 모두 22명이 이곳을 찾아 `제7회 동구평생학습축제` 개막행사와 한·일 평생학습 마을 만들기 포럼에 참가했다.이어 이날 저녁에는 자매도시의 날로 정해 부여군 충남국악단, 보령 시립합창단, 전남 영암 민속예술단과 중국 황산, 몽골 볼강아이막에서도 참여해 국내 자매도시 간은 물론 국제자매도시 간의 문화와 평생학습 소통을 위한 문화교류의 장이 됐다.이번 축제기간 중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특설무대와 소공연장에는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뮤직난타, 우리 집이 최고야! 동극이 펼쳐졌고 해서초교의 차시연과 행복국악동아리 공연, 덕성초교 두드림과 관악협주, 효동초교 해마루 댄스 솜씨 자랑이 이어졌다. 특히 할아버지와 손녀가 함께 하는 `1·3세대 우리가 남이가`팀의 한문낭송을 비롯한 그동안 평생학습으로 다져진 평생학습 프로그램 경연대회, 어르신들의 팔공노인복지관 학습발표회, 기명화 알림전, 대구경북관광테마열차 공연, 통기타 공연 등 4일간 모두 55회의 다채로운 공연이 가득한 평생학습 콘서트의 장이 펼쳐졌다.마지막 날인 13일 오후 6시에는 평생학습축제 폐막을 알리는 행사를 통해 4일간 100만명 방문객을 기록한 축제을 화려하게 장식했다.이날 폐막식에는 축제 기간 중 펼쳐진 각종 경연대회와 우수 부스, 동아리에 대한 시상과 앙코르 공연이 펼쳐졌고 문희갑 전 대구시장이 출연한 20명으로 구성된 마니존 윈드콰이어 공연과 평양예술단의 현란한 검무, 무용 등의 공연으로 유종의 미를 장식했다.이재만 대구 동구청장은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평생학습에 대한 열정과 관심으로 제7회 동구평생학습축제는 다 함께 배우고, 나누고, 소통하는 장이 됐다”며 “세계적인 명소가 될 `아양기찻길`이 있어 더 행복하고 살고 싶은 도시, 미래로 나아가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2013-10-14

독도경비대 김관훈 일경

어머니, 아버지 안녕하십니까? 아들 김관훈입니다.오랫동안 편지를 쓰지 못하다가 독도에 들어와서야 편지를 올립니다. 독도 입도 전 약 50일간의 훈련을 잘 마치고 이달 1일 독도로 왔습니다. 원래 50일 훈련을 마치면 이사준비로 한 주 정도의 시간을 주는데 이번 경우에는 해상날씨 및 여러 변수로 이사준비를 3일 만에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훈련으로 지친 체력을 회복할 틈도 없이 이사준비를 해야 했기에 힘들었을 텐데 저희 대원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습니다.이런 대규모 이사는 처음이었기에 생소한 부분이 많았는데 지휘요원들과 선임들의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가 저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아버지 말씀대로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울릉도에서 2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독도에서 저희를 맞아준 청룡소대와 인수인계를 마치고 약 7시간에 걸친 이사를 시작했고 선임·후임 할 것 없이 모두 열심히 참여해 재미있고 즐겁게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 중간에 점심으로 먹은 주먹밥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취사 대원들이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해준 주먹밥이라 그런지 더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사가 끝날 무렵 관측 근무를 서게 됐는데 자연경관이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신비한 광경에 압도돼 있는데 더불어 해가 지면서 연출된 석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군 복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고 감사했습니다. 이사를 마치고 처음으로 맞이한 레이더 근무는 저를 당황케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장비에, 용어에, 근무방식은 저에게 새로운 일에 대한 설렘을 가져주었습니다. 이렇게 지금 저는 새로우면서 다양한 일들을 맞이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성장해 매 휴가마다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늘 어머니, 아버지가 강조하신 것처럼 받은 도움보다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고, 타인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군 생활을 하며 어머니, 아버지의 바람에 응답할 수 있는 아들로 성장하겠습니다. 많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충성!

2013-10-14

서울 북한산 `숨은벽·백운대`

이번 등산은 서울의 진산인 북한산으로 정해졌다. 필자가 서울에 거주할 때에도 일찍부터 알게 된 북한산에 오르지도 못했는데, 등산을 하다 보니 뒤늦게 북한산을 오르게 되었다. 북한산이라! 등산가가 아닐지라도 국민 가운데 유아들을 제외하고서는 아마 북한산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서울에 있는 산이고, 어렸을 적에 불렀던 동요에서 이미 `북한산`이란 단어에 익숙하기 때문이다.필자가 북한산을 안 시기도 동요를 불렀을 때로 생각된다. `기러기 떼 기럭기럭 어디서 왔니. 북쪽에서 날아오다 북한산에 들렸니. 북한산 단풍 한창이겠지. 이 담엘랑 단풍잎을 입에 물고 오너라.`어린 시절, 가을이면 그 노래를 부르면서 어디에도 있는 줄도 모르는 북한산 단풍과 기러기떼를 생각했던 것인데,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고 보니 전국의 어느 산에도 가을이면 단풍이 곱게 물든다는 것을 자연히 알게 됐다.암반길 등산 코스 안전수칙·사전준비 철저히백운대 정상 오르면 눈 아래 펼쳐지는 풍광에 황홀지난주에 서울 북한산을 다녀오고서 평소에도 느낀 바지만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라` 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실감했다.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로서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면에서 잘 발전돼있다는 단순한 생각에서만은 아니다.등산 하나만 따져 봐도 그렇다. 북한산은 서울 외곽에 있으면서 그 면적이 넓어서 볼거리, 쉴 거리가 많다. 그보다는 서울의 종로구, 은평구, 강북구 등 여러 구와 고양시가 관리를 하면서도 북한산 등산코스가 잘 다듬어져 있어 어느 때든지 일반 시민들과 등산객들의 왕래가 많다.게다가 기존의 샛길을 연결하고 다듬어 북한산 자락을 완만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한 저지대 수평 산책로인 북한산 둘레길 71.3km 길이의 총 스물 한 군데를 정비하여 어느 곳에서도 서울 시민들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으니 시민들이 얼마나 편리할까.서울시민들의 휴식처이기도 한 북한산 등산을 위해 등산 당일 새벽부터 분주했다. 1일 등산이라 아무래도 오가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또 산 정상까지 오르내리려면 새벽부터 행차가 불가피하다. 대구에서 오전 5시 반경에 출발한 버스는 산행 들머리인 서울의 밤골공원 지킴터에 도착하는데 까지는 4시간 반이 걸렸다.차안에서 새벽잠을 즐긴 일행들은 오전 10시 10분경 산행을 시작했다. 이번 산행은 북한산 산행의 여러 코스 가운데 상징성을 갖는 숨은벽과 백운대 정상에 올랐다가 도선사 쪽으로 내려와 일정을 마치도록 돼 있다.북한산은 정봉인 백운대(836.5m)와 인수봉(810.5m), 만경대(799.5m), 노적봉(716m)이 주 봉우리를 형성하고 있고, 이 봉우리 일대에 암봉 군들의 자태가 수려하여 북한산의 경관으로 꼽히는 곳인데, 이번 등산에서 직접 오르거나 다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어 다행이다.이번 등산은 암벽 전문 등산이 아니지만 코스로 볼 때에 암반길을 많이 걷는다는 안내를 받고서 일행들은 마음을 다지면서 등산화를 꼭 조여매기도 한다. 빼어난 북한산의 경관을 맛보려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등 안전수칙도 지켜야한다.밤골 매표소를 지나 계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초입이 평길이기에 일행들의 발걸음이 가뿐해보인다. 직진하다가 왼쪽으로 사기막골 가는 방향으로 200m 가다보니 사기막골과 백운대로 갈라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거기서 백운대 길을 향해 숨은벽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은 30분 정도의 거리가 편한 숲길이어서 쉽게 갈 수가 있다.서서히 암반이 보이고 본격적으로 암반길이 계속된다. 암반길을 따라서 조심조심 걷고 숨은벽 바로 아래에 있는 해골바위를 우회하여 전망좋은 곳에서 잠시 쉬면서 숨은벽의 또 하나의 명물로 꼽히는 해골바위를 본다. 바위의 형상이 영낙 없는 해골의 모습인데, 눈 부분의 움푹 파인 곳에 빗물이 고여 있다. 직접 올라가본 사람들은 그 물이 오랫동안 고여져 있어 썩었다는 말을 한다.잠시 쉬면서 사방을 둘러보니 서울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저 멀리 도봉산의 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고 또한 경기도 양주의 송추, 장흥 일대의 시가지까지 눈 아래에 펼쳐진다.다시 암반등산을 계속하여 나아가니 구멍바위가 나타난다. 이 바위가 맞물려 세워진 빈 틈새로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도록 공간이 나 있다. 일행들은 등산백을 벗어 조심조심하면서 맨몸으로 빠져나와서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조금 더 오르면 숨은벽 위 고개다. 누가 붙인 이름인지 숨은벽이라 하니 벽이 숨어있다는 뜻으로 필자도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위용을 자랑하는 숨은벽은 북한산의 뒤태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최근에는 등산객들이 많이 찾아 널리 알려진 탓에 이제는 `숨은벽`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일행들은 조심스럽게 암반길을 걸으며, 숨은벽 능선을 타고 고개에 오른다. 여기서 빤히 바라다 보이는 백운대까지는 500m 거리다. 서로 손을 잡아주면서 아찔한 절벽을 타고, 테크로 만들어진 계단을 오르면서 암반등산의 경계심을 가진다.드디어 백운대 정상에 올랐다. 그 위에 만들어진 게양대에서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인다. 사방을 둘러보니 서울 시가지와 함께 인근의 경기도 땅이 눈 아래로 펼쳐진다. 어느 산이든 정봉에서 갖는 느낌은 마찬가지지만 이곳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진산, 북한산의 정상이다 보니 느껴지는 맛이 새롭다.북한산의 가장 높은 백운대 정상에 서서 펼쳐지는 풍광들을 살펴보면서 기념사진을 찍고서 휴식도 취한다. 사방을 둘러보는데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통일서원비다. 1975년 8월 15일에 한국산악회가 세운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조국강산 / 겨레도 나라도 하나이기에 / 피와 사랑으로 한 덩이 되어 / 우리 손으로 통일을 이루오이다.` 라는 내용인데,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고 통일을 이루자는 애국심은 잔뜩 묻어난다.그 옆에 보니 3·1운동 암각문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통일서원비나 3·1운동 암각문을 만든 단체들의 열정은 탓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좋은 자리에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비석을 세우고 암반에 글씨를 새겨야 하는지, 그것이 과연 옳은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꼬리를 문다. 자연은 자연상태에서 가장 가치를 빛내는 것이 아닐까.북한산을 부르는 이름이 많았다. 본래 한산(漢山)이라 불렸는데, `삼국사기`, `고려사`, `세종실록지리지` 등에서 나타난다. 서울 지방의 옛 이름을 한산·북한산·한양 등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북한산은 처음에는 산 이름이 아니라 서울의 옛 이름인 한산의 북쪽 지역을 가리키는 지명이라는 기록이다.또한 북한산은 백운대·인수봉·만경봉 세 봉우리가 삼각을 이루어 나란히 있는 모습 때문에 삼각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고려사`의 삼각산 승가굴의 기록이나,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서 삼각산으로 표기되어 있고, 그래서 고려와 조선 시대에 일반화된 이름으로 근래에까지 삼각산이란 이름이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조선 후기 북한산성이 축성된 내용을 기록한 `북한지`가 출간된 이후 북한산이란 이름이 자연스럽게 사용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백운대의 넓은 암반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일행들은 다음 코스인 도선사 쪽으로 향한다. 도중에 있는 노적봉과 용암봉을 보면서 일행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노적봉은 목포 유달산 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에도 노적봉이 있다.노적봉을 보면서 용암문 사이에 있는 용암봉을 잠시 바라다본다. 용암봉은 그 높이가 616m이다. 그 모양이 마치 용처럼 생겨서 그렇게 부르는데, 정식 등산로가 아닌 암봉이어서 자일 등 등반장비를 갖춘 전문 등산인들이 오르는 코스로 용암문에서 용암봉 봉우리와 만경대를 거쳐 위문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리지산행(암릉등반)으로 알려져 있으니 일행들은 구경만 할 뿐이다.하산 길을 재촉하여 산행 길에 있는 북한산의 유명한 사찰 도선사에 도착했다. 도선사는 조계종의 직할교구 본사인 조계사의 말사로 신라 경문왕 2년(862년)에 도선이 창건한 절이다. 도선은 북한산 아래 위치한 이곳의 산세가 천년 뒤에 불법을 다시 일으킬 곳이라고 예견하고 절을 창건한 뒤에 큰 암석을 손으로 갈라서 마애관음보살상을 조각하였다고 한다.1903년 혜명 스님이 고종의 명을 받아 대웅전을 중건하였으며, 1904년 국가기원도량으로 지정받았으며, 그 후에 청담 스님이 주지로 취임하여 당시 박정희 대통령 및 육영수 여사 등의 시주로 도량을 중수하였다고 알려지는데, 현재와 같은 큰 사찰로 면모를 일신하게 됐다. 사찰 경내를 한 바퀴 돌면서 살펴본 뒤에 식수대에서 한 바가지 물을 떠서 목을 축이고서는 다음 코스인 우이계곡으로 향했다. 일요일이라 수많은 행락객들과 산악회 회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우이계곡을 지나간다. 길가의 음식점에서 등산을 마치고서 뒤풀이하는 광경도 보인다. 북한산 정상을 거쳐 하산을 했지만 우리 일행들에게는 돌아갈 길이 멀다.▲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암릉으로 형성된 된 산을 힘들게 오르고 내려왔지만 이번 산행에서는 색다른 느낌을 가졌다. `왜 우리가 여유 없이 바쁘게 살아가야 할까` 하는 의구심과 자연의 섭리대로 조금만 더 천천히 라는 `슬로우의 미학`을 가지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북한산을 휘감는 긴 산 그림자 속에서 보낸 이번산행은 필자에게는 더욱 소중한 의미로 다가선다.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2013-10-11

위기의 소나무숲 재선충병 방제 문제 많다

다소 주춤했던 소나무재선충병이 지난 2011년 전국 소나무 46만 그루가 말라 죽으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올해들어서는 소나무 56만 그루가 말라 죽었지만 당국의 방제대책은 불안하기만 하다. △재선충 어떻게 확산되나재선충은 소나무와 잣나무, 해송 등 소나무류의 곰팡이와 점액을 먹고 산다. 1mm 미만의 크기로 실처럼 생긴 재선충은 육안으로 발견하기 어려울 만큼 미세하다. 재선충 1쌍이 소나무류에 침투, 20일 지나면 20만 마리 이상으로 급속히 번식해 나무의 양분통로를 막아 버림에 따라 나무를 고사시킨다. 이로 인해 미세한 재선충만을 박멸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 이동할 수 없는 재선충이 매개충을 통해 다른 나무로 옮겨가는 것을 막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올해만 피해 급증?정부가 올해 유난히 무더워 매개충 개체수 증가로 재선충병이 확산됐다고 하나, 산림 전문가들은 최근 3년 사이 재선충병 감염 소나무 수치를 본다면 기후만 탓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산림청 자료 역시 2010년 소나무 13만 그루 고사, 2011년 46만 그루, 2012년 50만 그루, 2013년 10월 6일 현재 56만 그루가 고사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가 소나무재선충병 감염 소나무의 관리체계 미흡과 박멸 의지 부족이 피해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국 자치단체의 예찰 부족과 감염 소나무 관리 체계에 허점이 노출 된 셈이다.△자지자체 방제 어떻게 이뤄지나재선충 감염목은 소각, 파쇄, 훈증처리 된다. 소각, 파쇄가 효과가 가장 크다. 그러나 재선충병이 발생하는 야산에서 이런 방법을 실행한다는 것은 무리다. 자치단체는 나무를 일정크기로 자른 뒤 한 곳에 모아 약품을 뿌린 뒤 전용천막을 덮은 뒤 밀폐하는 훈증방식을 채택해 감염목을 처리한다. 훈증처리가 90%를 차지할 정도다. 포항시의 경우 가까운 산에서 발생하는 재선충 감염목에 대해서는 파쇄, 깊은 산속의 경우 훈증처리한다. 역시 대부분 훈증처리가 절대적이다.하지만 훈증처리로 인해 야산에 소나무 무덤이 생기면서 미관을 저해시킨다. 또 훈증작업 뒤 관리체계가 허술해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이 땔감용으로 나무를 가져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감염목에 있던 유충이 떨어져 나와 재선충병을 확산 시키게 된다.△지자체 인력 부족…자료화 미흡경북에는 포항, 경주, 영덕을 비롯한 10개 시군 산림에서 재선충병이 발생했다. 각 시군 마다 재선충병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각 시군마다 예찰 방제를 하고 있는 재선충병 방제단이 전부. 포항 북구에는 현재 9명이 북구 전 지역을 맡고 있다. 경주의 경우 40여명이 방제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간제 근로자이지만 이들은 사실상 전문가나 마찬가지다. 재선충 중점발생 지역은 물론 피해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기간제 근로자인 이들이 법규상 2년만 일할 수 있다.또한 피해상황을 점검해 통계수치로 정리해두는 작업도 시급하다. 재선충병이 지난 1988년 이후 발생했지만 각 자치단체 마다 피해상황 통계가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것. 그나마 정부 지침으로 지난 해 처음으로 전수 IT조사가 진행됐지만 아직 통계자료가 부족하다.△자치단체장 의지 부족소나무 고사목은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제거돼야 한다. 이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재선충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에 옮겨 붙어 이동하는 바람에 매개충들이 이동하지 않는 시기에만 방제작업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시기에 자치단체마다 예산을 적기에 투입시키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정부 주도로 재선충병이 관리됨에 따라 자치단체 마다 정부 지원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 집행의 지연으로 인해 소나무 재선충병을 키우는 꼴이다. 예비비를 긴급 투입해서라도 재선충병 방제에 나서는 자치단체는 보기 힘들 정도다. 자치단체장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때 재선충병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경북도는 올해 소나무재선충병 관련 모두 88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재선충병이 크게 증가했다. 다른 시도에 비해 재선충병 예방 및 재발 방지 노력이 허술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2013-10-11

위기의 소나무숲 `소나무 에이즈` 재선충병 다시 기승

`소나무 에이즈`로 통하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올해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2010년 전국 소나무 13만 그루가 말라 죽은 데 이어 2011년 돌연 전국의 소나무 46만 그루가 말라 죽으면서 재선충이 기승을 부렸고, 지난 해 50만 그루, 올해 현재까지 56만 그루가 말라 죽는 등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다. 한동안 기세가 꺾였던 소나무재선충병이 최근 몇 년 사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애써 가꿔온 산림이 황폐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포항과 경주지역 등 동해안지역의 재선충 확산속도가 빨라지면서 재선충 피해현황이 제대로 파악되고 있는 지, 이에 따른 재선충 방제대책은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등을 포함해 현황, 문제점, 대책 등을 전문가들의 의견과 함께 3편으로 나눠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포항 올들어만 감염의심 나무 9만그루 육박경주 강동·양남 지역 등서도 빠르게 확산中경북 10만그루·전국선 56만 그루 말라죽어◇기승부리는 재선충=지난달 추석을 전후해 포항시 북구 전역에 걸쳐 소나무들이 빠른 속도로 붉게 변했다. 사철 푸른 잎으로 강인한 의지를 상징하는 소나무가 붉게 물든 광경은 7번 국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지난 5일 찾아간 북구 흥해읍 학천리는 마을 입구부터 붉은 소나무가 눈에 띄더니 마을로 진입할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포항 톨게이트 인근과 흥해 이인리와 성곡리의 솔숲에는 수백그루의 소나무가 붉게 물든 광경이 목격됐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가 말라 죽으면서 잎이 빨갛게 변한 것이다.더욱이 올해 포항의 경우 소나무재선충병이 도심권에서 주로 발생되고 있다.북구 양덕동 D아파트 거주 유모(57)씨는 “아파트를 에워싸고 있는 솔숲이 붉게 변하면서 과거 아름답던 풍경이 모두 사라졌다”며 “포항시청에 문의해 보니 소나무재선충병으로 모두 고사한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경북지역 재선충 피해현황=한동안 주춤했던 소나무재선충병이 포항 북구 지역과 경주에서 집중 발생하며 경북을 강타하고 있다.포항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현황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6월 30일까지 재선충병 감염목은 757(북구 465, 남구 276,지방청 16) 그루로 집계됐다.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재선충병 감염목으로 확인된 소나무 626그루 보다 131그루 더 늘었다.산림청에 따르면 피해목 1그루를 방치하면 200그루에 피해가 발생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수치는 엄청나다. 더구나 포항시 상반기 재선충병 의심목은 8만8천519그루에 달한다. 의심목은 재선충병 감염 여부를 위한 시료채취를 모두 할 수 없는 탓에 죽은 소나무류 전체를 말하며, 모두 방제 대상이 된다.포항 뿐 아니라 인근 경주시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포항 경계 부근인 경주 강동면과 울산 경계 부근의 양남면 일대 솔숲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경주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8월말까지 말라죽은 소나무는 1만 7천여그루로 집계됐다.경북은 도내에서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 포항과 경주를 비롯한 구미 등 도내 10개 시군에서 10만여 그루가 고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산림청에 따르면 올 초부터 9월 20일까지 전국적으로 말라죽은 소나무는 56만 그루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2만 그루에 비해 43%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피해가 심각한 제주도는 대책본부를 꾸려 전 행정력을 동원하는 등 전국 지자체들이 재선충 피해 대책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김기태기자 kkt@kbmaeil.com

2013-10-10

찬란한 고대문화의 고장 고령

고령군은 신비로운 가야산과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을 두르고 찬란한 고대문화를 꽃피웠던 대가야의 도읍지로 많은 문화유적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그야말로 지역전체가 박물관과 같은 곳이다.고령군에는 대가야의 다양한 유물을 전시해 놓은 대가야박물관과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대규모 순장무덤인 지산동 44호분의 내부를 원래의 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은 대가야왕릉전시관이 있다. 또한 악성 우륵의 업적을 기리고 우리 국악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개관한 우륵박물관과 고대문화를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가 조성되어 있다.영남학파 종조인 문충공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들이 350여년간 동성마을을 이루고 있는 개실마을은 전통한옥에서의 민박체험과 더불어 다양한 문화체험도 할 수 있는 장소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또 지난 5월 준공해 올 연말까지 무료 시범운영을 하고 있는 농촌문화체험특구는 지역 농ㆍ특산물에 대한 견학·실습·구매·현지체험 등을 할 수 있는 이색관광지로 농촌관광 인프라 구축과 농가소득 창출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특히 가야토기와 가야금형상으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세계적인 명품보인 강정고령보가 다산면에 있다.지산동 44호 고분 재현한 대가야왕릉전시관악성 우륵의 숭고한 얼 기린 우륵박물관사계절 즐기는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까지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복합학습공간으로 인기350년 전통 개실마을서 다양한 한옥체험도낙동강 자전거길 고령구간은 강정고령보에서 출발해 개경포공원, 청룡산MTB도로, 우곡교까지 연결되는 코스로 강과 숲을 넘나들며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4대강 중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 길로 알려진 곳이다. 현재 추진 중인 3대 문화권사업 중 하나인 가야국역사루트 재현과 연계자원 개발사업은 총 사업비 500억원을 들여 고령읍 고아리 회천변 일대에 가야촌, 대가야 건국설화공원, 주산성, 저잣거리 등 가야의 역사문화 자원을 재현해 관광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2016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이밖에 테마관광지내 인빈관 개관, 회천수변 자전거길 및 산책로 조성, 미숭산 자연휴양림 등 휴양공간과 농촌체험특구 내 기마문화 체험장 조성을 통해 고령지역 전체를 `종합 체험관광 도시`로 만들어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낙동강 고령 프로젝트 사업`을 통해 개진면 개경포공원 리모델링사업 우곡면 부례지구 레저스포츠 체험밸리 조성사업, 수변탐방로 조성을 위한 낙동강 역사 너울길 조성사업, 팔만대장경 이운순례길 조성, 풍경소리 숲길이 조성되면 낙동강 연안 관광벨트화로 낙동강 르네상스 시대가 펼쳐지며 생활체육공원 및 수변 골프장 조성 등 친수 문화·레저시설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이러한 우수한 관광자원을 기반으로 우리 고령군은 2014년까지 관광객 500만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대표축제 대가야체험축제고령군은 520년간 대가야의 도읍지로서 장기리 암각화 등 선사시대 문화유적과 지산동 고분군을 비롯한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가 곳곳에 산재한 지역으로 가야금의 창시자인 악성 우륵선생의 숭고한 얼이 숨 쉬고 있는 유서 깊은 고장이다.대가야체험축제는 이러한 역사·문화·관광자원과 지리적 여건 등을 바탕으로 대가야의 독특한 문화를 접목시킨 차별화된 교육·체험형 축제로 신비의 고대왕국 대가야의 실체를 널리 알리고 지역에 산재한 관광자원 및 고품질 농·특산물과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생산적인 축제로서 2005년부터 매년 4월초에 개최해 오고 있다. 대가야체험축제는 올해 9회째 개최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경상북도 최우수축제 3년 연속 지정 및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축제에 6년 연속 지정되고 2013년도에는 대한민국 문화관광축제 우수축제로 지정돼 성공한 축제로 평가받고 있다.앞으로도 독특한 소재의 지속적인 프로그램 발굴로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축제, 지역 이미지를 제고하는 문화축제, 경제 활성화 기반을 구축하는 마케팅 축제로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축제, 더 나아가 대한민국 대표축제로의 승격을 도모하고 있다. □ 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대가야 역사테마관광지는 고대 대가야문화의 주축인 철기, 토기, 가야금을 주제로 한 체험시설과 4D영상관과 같은 첨단시설, 힐링에 적합한 숙박시설, 그밖에 물놀이장 등 다양하게 조성된 위락시설을 통해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하면서 머물 수 있는 복합 학습공간이다.약 300억원의 사업비로 2001년부터 2008년 까지 조성된 테마관광지는 주변의 대가야박물관과 왕릉전시관, 대가야고분군을 통해 역사탐방을 한 뒤 과거와 현재를 테마로 한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재미와 휴식을 주는 고령의 대표 관광 명소라 할 수 있다.테마관광지를 찾는 관광객이 해를 거듭 할수록 증가하는 이유는 봄·가을에는 대가야축제와 펜션, 여름 물놀이장, 겨울 눈썰매장 등 사계절의 콘텐츠가 뚜렷하기 때문이며 특히 물놀이장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둔 가족에게는 최고의 인기상품으로 금년에도 매주 7천명 이상이 방문했다. □ 시범사업 선정 가얏고마을고령의 정체성은 대가야고, 대가야하면 가야금을 창제하신 악성 우륵을 빼놓을 수 없다.가얏고 마을은 악성 우륵 선생이 탄생한 고령읍 정정골에 위치하고 있는데 대가야국 가실왕의 명을 받은 우륵 선생이 가야금을 이 곳에서 제작해 연주하니 소리가 정정하게 울린다고 해 `정정골`이라 불리는 마을로서 악성 우륵선생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7년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 사업에 공모해 가야금의 또 다른 말인 `가얏고`를 붙여 가얏고 마을이라 불리고 있다.가얏고 마을은 주산과 미숭산에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인근에 조성된 미숭산 자연휴양림과 더불어 풍광이 아름다워 삶에 지친 도시인들의 재충전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마을 옆 우륵박물관은 가야금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보고 제작체험을 할 수 있으며, 가얏고 마을에서는 100여명이 함께 가야금 연주체험도 할 수 있다.요즘 각급 학교에서 대가야를 배우고 가야금을 연주 해보기 위해 청소년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는데 작년 한해 1만2천여명이 다녀갔다. 가족단위로 가야금 연주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경북 고령 가얏골마을에 찾아오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곽용환 군수는 “고령은 악성 우륵선생 등 대가야의 역사가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다”며 “가족단위나 단체관광객들에게는 체험활동과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좋은 관광지”라고 강조했다.고령/전병휴기자 kr5853@kbmaeil.com

2013-10-08

독도경비대 청룡지역대 곽동훈 상경

유난히도 길게 느껴지던 이번 여름도 지나갔다. 하루하루 제대일을 손꼽아 세는 대한민국 군인들, 그리고 예비역이면 지금 이 하루의 더딤을 누구보다 공감하지 않을까. 글을 쓰기전에 앞서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각지에서 고생하는 대한민국 군인 모두에게 파이팅을 외친다.이곳 독도경비대의 취사는 힘들다. 보통의 식당대원들이 다 그러하듯이 주된 업무는 `취사` 즉 밥 짓는 일이다. 이곳은 오전 6시만 되도 언제 새벽이 왔었느냐는 듯 날이 훤하다.지난달 23일 월요일의 아침 메뉴는 비엔나볶음, 쇠고기 미역국이었다. 아침은 비교적 간단한 메뉴여서 밥 짓기가 한결 수월하다. 아침점호가 끝남과 동시에 독도경비대의 아침 식사가 시작된다.점심메뉴는 찜닭, 고구마맛탕, 육개장이다. 독도에서의 메뉴는 육류는 많지만, 채소류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독도 입도 시에 50일치의 음식재료를 한꺼번에 사들여 와야 하고 냉동 보관이 어렵기 때문이다.그래서 사전에 식단표를 미리 짠다. 물론 20대의 혈기왕성한 대원들은 언제나 고기요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채소의 빈자리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지역 대의 식당대원으로서 균형잡힌 식단을 챙겨주지 못해 늘 미안하다.일반인들이 보기에 군인들의 한 끼가 화려해 봐야 얼마나 되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독도경비대 청룡지역 대 식당대원들의 역량은 꽤 높은 수준이다. 자랑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외람된 말이지만 경찰청 측에서 요리 경연대회를 주최해서 독도경비대의 명예를 드높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려 본다. 이렇게 한 끼 한 끼를 만들다 보면 어느새 또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섬이라는 특성상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할 수 없고, 물·전기 등의 자원을 직접 만들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늘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만들어 내야 한다.독도경비대 생활이 힘든 만큼 얻는 것도 많기에 오늘 하루도 씩씩하게 살아간다. 독도경비대의 식당대원으로서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요리를 만들어 내자. 남은 군생활의 그날까지 쉬지 않고 노력할 것이다. 충성!

2013-10-07

`세계 문화의 창구` 안동국제탈춤축제

`꿈꾸는 세상, 영웅의 탄생`을 주제로 10일간 안동을 달궜던 `안동국제탈춤축제2013`. 올해도 100만여명의 인파를 불러 모으면서 6일 성황리 폐막됐다.지난달 27일 개막한 안동국제탈춤축제는 인구 17만 중소도시 지역 문화역량으로 외국공연단이 먼저 러브콜을 보내는 등 세계적 축제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안동시에 따르면 올해 축제에는 외국인 4만2천여명을 포함해 총 98만4천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선유줄불놀이가 있었던 지난 5일 하회마을에만 5천여 명의 외국인이 찾는 등 외국인 관광객 수는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다.안동시는 이러한 외국인들의 관심에 대해 최근 CNN-go의 탈춤축제 추천과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G20정상회담 참석 당시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하회마을을 대표관광지로 추천한 것을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각 공연장마다 관람객들이 성황을 이루면서 2억원 이상의 입장권이 판매되는 등 이번 축제로 인한 지역 경제유발효과도 6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안동대학교 지역사회발전연구소는 지난해 110만여명이 다녀간 축제에서 생산유발 343억4천361만원, 부가가치유발 159억1천964만원, 소득유발 130억6천558만원 등 633억원이 넘는 이익창출이 있었다고 분석했다.지난해 대비 예매율 32% ↑·공식홈피 접속률도 38% 늘어탈 관련 콘텐츠 대폭 진화… 중소도시 문화역량으로 세계 감동□ 해외서 먼저 러브콜 보내는 세계적 축제안동국제탈춤축제는 안동을 국제문화도시로 만들어가는 통로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탈춤축제를 통해 협력한 국제교류는 중국 소수민족협의회, 서안시, 인민우호협회, 인도네시아 솔로시, 필리핀 바코로드, 태국 단사이, 인도네시아 싱가라자,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이스라엘 카미엘댄스페스티벌 등으로 각국 단체 및 도시와 우호협약을 맺은바 있다.▲ 인도네시아 가면공연단탈춤축제를 통해 확보된 국제적 문화외교는 문화도시 안동의 이미지를 높일 뿐만 아니라 관광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글로벌 시대에 안동문화를 창의적으로 확산하는 교두보가 되고 있다. 안동국제탈춤축제는 매년 10월 다음해 축제에 참여할 외국공연단 모집을 위해 150여개국 300여개 문화 단체에 초청장을 발송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세계 문화단체에 축제가 홍보되고, 일체 항공료, 공연비 없이 진행하고 있다.올해는 30여개 나라에서 참여의사를 밝혀 왔고, 이 가운데 16개국 23개 공연단이 초청됐다.국가연합지역 국제기구인 한·아세안센터 요청으로 `아세안축제(ASEAN Culture Tourism Fair)`를 안동국제탈춤축제장에서 개최하면서 이제는 해외 공연단이 먼저 참여하고 싶어 하는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났다.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매년 9월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열흘 동안 축제가 진행되는 축제의 주기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축제의 주기성과 적극적인 홍보, 다양한 볼거리를 통해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그 명성이 높아지고 있다.이를 통해 축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전년대비 예매율 32%증가,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접속률도 38% 증가했다. □ 세계탈놀이경연대회 등 질적 성장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인 세계탈놀이경연대회와 탈놀이대동난장이 계속적인 성장을 이뤄오고 있다.세계탈놀이경연대회의 경우 기존에는 단순히 댄스나 태권무 등에 소품으로 얼굴을 가릴 정도의 탈만 사용했으나 이제는 탈의 조형미는 물론, 캐릭터가 결합된 시나리오와 연출력을 가진 팀들이 많아지고 있다.이는 세계탈놀이경연대회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의 가동이 주효했고 관련된 팀들이 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계탈놀이경연대회 활성화는 탈이 가진 캐릭터와 상징성을 놀이로 연결되는 방식만 공유된다면 안동국제탈춤축제만의 특별한 콘텐츠로 정착되리라 전망된다.안동국제탈춤축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탈과 탈춤이 가진 보편성, 그리고 창작이 가능한 미래성과 가능성에 주목했던 축제다.축제 시작부터 지금까지 수집된 세계의 탈은 30개국 2천여점이며, 이를 토대로 다양한 창작물과 창작공연이 제작돼 탈 관련 콘텐츠가 확대되고 있다.수집된 세계의 탈은 국내·외 전시(중국 바오샨 축제, 트루쿠메니스탄 민속공예축제, 인도네시아, 태국 IMACO 총회, 경기문화예술의 전당, 강동아트센터 등 20회)능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탈춤축제는 일체 외부인력 없이 순수 지역문화인들의 힘으로 꾸며가는 축제로 지역문화 인력양성은 물론 안동문화를 타 지역으로 진출시키는 교두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또 “지역 내 젊은 인력들의 축제 참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전체적으로 활기 넘치면서도 젊어지는 분위기가 연출됐다”면서 “탈춤축제는 이제 명실상부한 안동의 문화외교 창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안동/권기웅기자 presskw@kbmaeil.com

2013-10-07

강원도 춘천 오봉산

가을등산이라 하여 쉬운 것은 아니지만 계절의 맛이 다르다 보니 여유를 갖고 자연을 둘러볼 수 있어 기분이 상쾌해진다. 무엇보다 열정의 한고비를 지나 이제는 결실로 치닫는 계절의 순리를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늘 해왔던 대로 여정을 이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한 기분인데, 이번 일요등산은 호반 도시인 강원도 춘천의 소양호 부근에 자리한 오봉산이라고 하니 전날부터 마음이 들뜬다. 일요일 아침에 일행을 태운 버스는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춘천시내를 곧장 빠져나와 등산의 들머리인 배후령 고갯길로 달렸다.배후령에서 정상 → 청평사 → 소양댐 선착장 코스, 3시간 소요산에서 호수 내려다 보며 걷는 기분 최고… 천년 고찰 `청평사` 볼거리추석을 지나고 나니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날씨다. 필자가 거주하는 영남의 남쪽지방이야 아직도 한낮에는 햇볕의 따가움이 남아 있지만, 강원도지방에는 벌써 섭씨 10도로 뚝 떨어지고 첫 서리도 내렸다고 하니 가을 맛없이 겨울이 성큼 다가서려는가 보다.이젠 추분도 지났고 보면 시기적으로 가을에 접어들었다. 인간에게 계절의 변화는 많은 영향을 주게 마련인데, 한 계절이 가고 오는 변화 속에서 그 묘미를 우리가 생활 전반에서 느낄 수 있지만 등산을 하면서 필자가 감지하는 자연의 변화는 더욱 확연하다. 언제나 제 자리에 있는 듯 보이지만 자연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변해가는 것이다.그동안 등산을 하면서 전신으로 체험한 자연의 모습에서 전해오는 계절의 기운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있었으니 이 또한 즐거움이었다. 봄에 오르는 산은 삼라만상이 깨어나는 천지의 기운을 받으니 좋은 것이요,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산은 산에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힘듦은 이루 말할 수가 없지만 그 것을 이겨내고 목표지점에 도달했을 때의 성취감을 준다. 그래서 한 여름의 등산을 꾸준히 하면서 자연의 섭리를 배운 게 많다.강원도 춘천 오봉산 등산은 몇 개의 코스가 있다. 산악회에서는 배후령에서 시작하여 오봉산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하는 길에 청평사를 들러본 후에 선착장까지 가는 코스를 선택한다. 등산 거리는 7km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또 다른 코스는 배후령에서 시작하여 안부를 거쳐 바로 청평사로 내려가기도 한다.일반관광객들은 배후령을 이용하지 않고 바로 소양댐 선착장에서 청평사 선착장까지 배를 이용하고 거기서 청평사를 둘러보고 나오기도 하는데 소양댐이 생기고부터는 춘천을 찾아오는 타지역 사람들은 거리도 가깝고 해서 청평사를 둘러보고 나오는 1일 관광을 즐기기도 한다.일행을 태운 버스는 10시반경에 배후령에 도착했다. 길가에 세워진 표지판을 보니 `여기는 배후령 정상입니다. 해발 600m`라 적혀 있다. 다른 등산에서 해발 600m이면 산의 정상과 맞먹는데 여기서는 등산 출발지인 들머리다. 오봉산 정상이 해발 779m이니 정상까지는 네 개의 봉오리를 거친 다음 5봉에 올라야 하지만 해발거리로 따지면 179m 정도다.간단히 몸을 풀고 나서 등산로를 따라 나선다. 조금 가파르기는 하나 등산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순로 코스나 길이 나 있다. 조금 가다 보니 길가에 오색찬란한 리본 잔치가 열리고 있다. 이곳을 다녀간 전국 산악회에서 걸어놓은 형형색색의 산악회 표지다. 이 장면을 보면서 질서정연하게 걸려있는 내용물들이 등산객들에게 볼거리를 주는구나 하고 생각했다.오르는 길은 암반도 더러 있지만 평길로 이어져 편안한 흙길이 계속된다. 제1봉으로 향하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강원도 산을 산행한다는 생각에서인지 나무와 산세에서 순박함이 느껴진다. 능선을 따라 걸으면서 가을로 접어드는 산과 풍경을 마음에 담아본다.오봉산의 옛 이름은 경운산이다. 등산객에게 알려지면서 다섯 봉우리, 즉 제1봉(715m, 나한봉), 2봉(685m, 관음봉), 3봉(725m, 문수봉), 4봉(740m, 보현봉)과 5봉((779m, 비로봉)으로 편히 불려지면서 오봉산이 되었다. 그 후 소양댐이 들어서고 난 뒤에 잘 알려진 산이다. 지금은 기차와 배를 타고 가는 철도 산행지, 산과 호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호반산행지로 유명한 곳이 되었다.제1봉과 2봉을 지나 청솔바위에 올랐다가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3봉, 4봉도 오봉 정상에 오르면 잘 보이고 또한 풍경이 비슷하여 그냥 능선으로 지나치기 마련이지만 오봉산의 1봉에서 5봉 사이 능선 길을 수놓고 있는 기암들은 갖가지 모양으로 인해 보면 볼수록 황홀경에 빠질만큼 매혹적이고 멋진 풍경들이다.이것들은 다 자연의 오묘한 조화인 것을 산행을 통해 체득하는 것도 필자에게는 유익한 산 지식이 되고 공부가 되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제4봉을 지나면서 보니 암반에 마치 정원사가 잘 가꾸어놓은 것처럼 소나무 한그루가 운치있게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멋지다.이제 오봉 정상을 향하는 등산로가 암반이어서 밧줄을 타고 올라야 하는 등 주의를 요한다. 일행들은 서로 경각심을 주면서 조심조심 정상을 향해 오른다. 드디어 오봉산 정상(779m)에 올랐다. 여기서 일행들은 쉬면서 주변을 살펴보고 기념사진 촬영도 한다. 멀리 보이는 소양댐의 수면이 그리움처럼 떠 있으면서 손짓하는듯하다.산상에서 식사시간과 휴식을 가진 후에 일행은 다시 다름 목적지인 청평사 쪽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암반을 타고 내려 오다보니 바위 사위로 틈이 난 암반이 있는데 별도 등산길이 없으나 그 사이를 지나야하는데, 이름하여 구멍바위다.청평사로 내려가는 하산 길은 두 갈래 길이다. 완경사 길은 1.6km이고, 급경사지는 100m 정도 짧은데, 등산인들은 급경사지를 따라 내려간다. 암반을 따라 하산하면서 군데군데 위험한 구간에는 밧줄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되면서 스릴이 만점이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추락위험도 도사리는데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녀야하는 길이다.하산 길에 있는 칼바위를 보고 기슭까지 내려와 평길을 걷노라면 길가에 높이가 3m조금 넘는 3층 석탑이 있다. 현재의 포장길이 생기기 전 청평사를 오가던 옛길에 만들어진 이 탑에는 당나라 공주의 사연을 새겨들었다. 중국 당나라 때 태종은 그의 딸 평양공주를 사랑한 청년을 죽이자 청년은 상사뱀으로 환생하여 공주의 몸에 붙어서 살았다 한다.공주가 고려 땅에 와서 공주굴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공주탕에서 몸을 깨끗이 씻고 스님의 옷인 가사를 만들어 올렸다. 그 공덕으로 상사뱀이 떨어져 나갔는데, 그 소식을 들은 황제가 청평사에 3층 석탑을 지었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일명 `공주탑`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일설에서는 중국 원나라 때 순제의 딸인 공주라고도 한다. 어째든 청평사에는 공주의 이야기가 얽힌 것이 많은데, 상사뱀이 윤회를 벗어난 곳이 청평사의 대문격인 회전문이고, 공주탕 등이다.또한 청평사 인근에는 고려 때 자연의 입지를 살려 잘 만들어놓은 직사각형의 고려정원이 있다. 고려조 문벌 귀족인 이자현이 이곳에서 은거하면서 자연경관을 최대한으로 이용하여 물길을 끌어들여서 정원 안에 영지를 만들었다. 영지는 연못에 오봉산 부용봉에 있던 견성암이 연못에 비친다고 하여 영지로도 불리어지고 있다. 고려정원을 보고서 옛사람들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가 뛰어남을 새삼스럽게 느끼면서 평길을 걸어 내려와서 이윽고 청평사에 닿았다.천년이 넘은 고찰인 청평사는 고려 광종 24년(973년)에 창건한 당시에는 백암선원으로 불리어졌으나, 조선 명종때 보우선사가 중건하여 청평사로 개칭하였다. 그 후 6 ·25전쟁으로 일부 사찰이 소실됐으나 1970년대에 보수하여 오늘에 이르렀고, 소양댐이 만들어지면서 유명해진 사찰이다. 소위 `섬 속의 절`로 지금도 전국 관광객들과 등산인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청평사를 둘러보고 나서 오봉산의 산행 일정은 끝이 났다. 새벽부터 바쁘게 준비했던 걸음도 강원도 첩첩산중에 들어와 좋은 경관을 보면서 자연에 동화되는 시간을 가졌다. 힘은 들지만 매양 끝내놓고 보면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을 가진다. 옆에 있는 일행에게 “오늘 산행이 어떻느냐”고 물으니 “강원도 소양강 인근 산은 처음 와보는데, 산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며 걷는 기분이 좋다”며 흡족해한다.일행들과 함께 어울려 청평사 선착장으로 향했다. 등산복으로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는 장면도 낭만적이다. 소양댐 선착장에 도착하여 소양댐의 넓은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등산을 시작하여 하산을 마무리하였으니 일정대로 일과는 모두 끝이 났다. 아쉬운 마음을 누르고 귀가 길에 올랐다.버스를 타고 의자에 편히 기대어 소양댐 내리막길을 굽이굽이 지나, 춘천 시가지를 가로질러 흐르는 소양강을 보면서 귀가 길에서 잠시 상념에 잠긴다. 여름을 가까스로 보내고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떠나온 첫 산행지로서 춘천의 오봉산 코스는 좋은 선택이었고 정말 멋졌다.▲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하루 동안 느낀 바로는 마치 황혼이 지는 소양강가의 외로운 갈대밭을 서성이는 두견새처럼 호젓함이 있고, 열아홉 딸기 같은 어린 순정의 유년기를 회억하는 듯 황홀경의 신비스런 오봉산의 기암절경과 함께 어머니 가슴같이 포근한 소양호는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서 여울지리라. 글·사진=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2013-10-04

상전벽해 대변혁 中… 지역경제 구원투수 된다

대구 동구는 명산인 팔공산을 배경으로 최근 들어 하루가 다르게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동구는 신서혁신도시를 비롯한 이시아폴리스, 동촌유원지, 팔공산권역, 동대구역세권 등은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모습으로 대구시의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오는 2016년 말 완공될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는 명실상부 대구의 관문으로 랜드마크로서 동구의 변화는 과히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한 가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대구선 이설에 따른 다양한 개발계획과 함께 K2 공군기지의 이전 방침도 확정되면서 동구지역 주민들은 앞으로 소음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점과 함께 잠재적인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평가로 인해 일대 변혁을 예고하고 있을 정도다. 대구의 신성장 동력으로 지목받으며 나날이 변모되는 동구지역의 상전벽해 현장을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앞으로 변화될 모습들을 집중적으로 점검해 본다.글 싣는 순서① 신서혁신도시와 이시아폴리스②동구평생학습축제③동촌 유원지의 대변화④동대구역세권 개발⑤팔공산 권역의 상전벽해신서혁신도시, 한국감정원 등 3곳 입주… 2015년까지 11개 기관 들어서부가가치 10조·고용창출 10만 이시아폴리스, 자족형복합신도시 현실화□ 신성장 동력의 구심 신서혁신도시 대구의 명산 팔공산을 병풍처럼 두고 있는 대구 동구는 그동안 K2 공군기지로 인해 소음이라는 상당한 고통과 함께 개발에도 큰 어려움을 안고 있었다. 여기에 경부고속도로가 동구지역을 남북으로 갈라놓고 팔공산이라는 명산 때문에 개발제한 역시 많아 주민들의 재산권행사 등에 수많은 난관으로 봉착해 온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최근 5~6년 전부터 동구지역에 개발 붐이 일기 시작했다.가장 큰 물꼬를 튼 것이 바로 대구 신서혁신도시 건설이고 이시아폴리스, 동대구역세권 개발인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건립, K2 공군기지 이전 계획까지 숨 쉴 틈 없이 발표되면서 동구는 이제 과거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동구 상전벽해의 가장 큰 출발점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 대구 신서혁신도시는 지난 2005년 3월25일 발표되고 그 해 9월 혁신도시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12월 대구 신서 혁신도시 입지선정 완료 등으로 급물살을 탔다. 이후 2007년 4월 혁신도시개발 예정지구지정, 5월 혁신도시 개발계획 승인, 9월 혁신도시 부지조성공사 1공구 착공 등에 이어 2008년 경제자유구역 지정, 2009년 12월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고시, 2011년 대구연구개발특구(의료 RD 지구) 지정고시 등이 잇따랐다. 지난 2012년 12월 중앙신체검사소가 입주한 이래 2013년 9월 한국감정원, 대구경북지방병무청 등 3개기관이 입주 완료했고 나머지 기관들은 부지 건립공사와 입주 준비에 한창이다. 오는 2014년 한국산업단지공단을 필두로 한국사학진흥재단(6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7월), 한국가스공사(8월), 신용보증기금(9월), 중앙교육연수원(12월), 한국정보화진흥원(12월) 등이 7개기관이 입주한다. 맨 마지막으로 한국장학재단이 오는 2015년 입주가 끝나면 11개기관의 입주가 완료된다.□ 교육여건 우수한 혁신도시로 도약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사업은 올해 말까지 보상비 7천642억원을 비롯한 공사비 6천859억원 등 모두 1조4천501억원을 들여 2만2천320명이 자급자족하는 혁신도시로의 도약할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대구시와 동구청은 이들 이전기관의 조기 정착을 위해 갖가지 지원책을 마련했다. 대구시는 지방세 감면과 전 가족 동반 이주 시 정착비용 100만원지원, 고교생 자녀 대상 학업성취 비용 최대 100만원 지원, 대구 출생 자녀 출산축하금 지원 등을 마련했다. 특히 동구청은 이전기관 가족들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던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구일과학고를 지난 2011년 3월 개교하는가 하면 이에 앞서 지난 2010년 8월 대구국제학교를 개교했다.또 혁신도시 인근 자율형 공립고 지정, 동구교육발전 장학회 운영, 영어마을 대구시 지원프로그램 운영, 교육환경개선 소요경비 보조, 지역 이해도 증진을 위한 문화탐방 등과 이전에 대한 행정적 지원과 이주상담 및 이주불편 사항 수렴을 위한 TF팀을 운영하고 있다. □ 3천여명 이주민 실향의 아픔도신서혁신도시가 들어선 신서동 일대는 다랑논 몇마지기와 과수원 등이 분포돼 있던 대구에서도 시골 풍경을 그대로 유지해 오던 곳으로 대구의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는 대변모의 이면에는 이주민의 슬픔이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대구 신서혁신도시 지정되기 전 이곳은 동구 신서동을 비롯해 상매동, 율암, 각산동, 동내동, 괴전동, 대림동, 사복동, 숙천동 등 9개동이 위치하며 자연부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또 달성 서씨를 비롯한 경주 최씨, 장수 황씨, 김해 김씨, 진주 강씨, 성주 여씨 등 8개 성씨의 집성촌에 3천여명이 이 곳을 고향으로 두고 상부상조하는 미풍양속을 유지하며 끈끈한 삶을 유지했었다.이들 집성촌은 적게는 200년에서 많게는 500년 이상 이 곳에 터전을 잡아 살아온 집안으로 서로 당시 우리네 조상의 삶의 모습인 토닥거리며 정겹게 살아온 지역이다.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현재 이주 보상금을 받아 대부분 반야월 부근과 신기동과 율하동, 각산동 등 먼발치에서라도 고향을 바라볼 수 있는 인근 지역이나 아예 다른 지역으로 대토하거나 이사를 한 상태다.□ 이시아폴리스는 새로운 랜드마크대구시와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출자해 제3섹터 방식으로 개발되는 이시아폴리스는 대구시 동구 봉무동 일원으로 대지면적 117만6천749㎡의 규모로 계획되는 신도시로 직접 투자비만 1조4천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이며 간접투자비까지 포함하면 총액은 무려 3조4천억여원에 달한다.이시아폴리스는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 기대액의 직접 요인만 4조9천억원, 간접요인 5조원 등 약 10조원에 이르고 고용창출 효과의 경우 직접요인 5만7천여명, 간접요인 4만2천여명 등 모두 10만여명으로 장기 침체에 빠진 대구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예상한다.이 곳은 대구를 대표하는 새로운 중심지로서 공동주택을 비롯해 대규모 복합쇼핑몰, 섬유패션대학과 국제학교 등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문화·교육·레저시설들이 대구광역시의 철저한 계획에 의해 차근차근 준비되면서 조성된다. 여기에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수도권 소재 공기업의 이전 등 각종 호재 또한 이시아폴리스의 성공에 한층 힘을 보탰다.이에 따라 포스코건설이 이시아폴리스에서 분양한 더샾 아파트는 3차단지까지 완전분양되는 신화를 낳았다.이런 이유에서 이시아폴리스는 단순한 택지조성이 아닌 산업과 상업은 물론 교육 기능과 레저·휴양까지 갖춘 `자족형 복합신도시`라는 새로운 형태의 타운을 조성해 미래를 향한 대구의 랜드마크로의 현실화를 앞두고 있다.강대식 동구의회의장 인터뷰9개동 떠난 이주민들 실향의 아픔조금씩 놓아주며 승화시켜야 할때대구 신서혁신도시가 대구의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면에는 이곳에 살던 이주민들의 슬픔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강대식 동구의회 의장도 신서혁신도시로 인해 삶의 터전과 고향을 뒤로 한 채 집을 옮긴 이주민이다.“이주 보상금이라는 유형의 물질은 받았지만 무형의 자산인 고향과 관련된 추억 등은 고스란히 마음속에 슬픔으로 자리 잡아 생채기가 되고 있다”고 말한 강 의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고향 땅의 모습에서 아련한 고향함만 자리잡아 늘상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함을 느낀다”고 신성장 동력으로의 부상한 이면에 대해 언급했다.특히 강대식 의장은 “9개동을 떠난 이주민들 사이에도 보상금으로 인해 명암이 교차되는 이들이 많아 신서혁신도시를 고향으로 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쓸쓸하게 한다”며 “형제자매와 부모자식, 가족 , 문중 간의 보상금 다툼으로 연락두절은 물론이고 가족들이 찾지 않는 명절을 맞는 집안도 있다”고 밝혔다.일부는 대토한 땅이 다시 택지지구로 개발되면서 부동산 붐이 일어 그 자리에 고층빌딩을 지었지만 은행에서 대출한 이자를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지고 있다.하지만, 강대식 의장은 “언제나 추억과 슬픔에만 잠길 수는 없고 대구의 신성장 동력되고 있는 고향을 이제는 조금씩 마음속에서 놓아주며 승화시켜야 할 때”이라며 말한 강대식 의장은 “아련함을 뒤로한채 신서혁신도시를 새로운 고향으로 맞게되는 11개 이전기관의 가족들도 생각해야 하는 시기”이라고 말했다.이어 강 의장은 “고향에 대한 추억은 9개동 마다 세워질 정자를 통해 이어가고 대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신서혁신도시의 무궁한 발전을 함께 기원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후손들에게 신서혁신도시가 바로 우리조상들이 선견지명으로 자리잡은 터전이었다고 떳떳하게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2013-10-01

독도경비대 김환 일경

모든 만남에는 이유가 있다. 그저 우연히 이뤄지는 만남은 없으며, 어떤 만남이든 그 이유는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여러 종류의 만남이 있으며, 이러한 만남은 모두 소중하다. 내가 지금 발을 디딘 이곳 독도의 독도경비대 또한 내 인생에서의 어떤 소중한 만남을 위한 필연풍이라고 할 수 있겠다.독도는 동도와 서도로 나뉘는데 동도에는 우리 독도경비대가 있고, 서도에는 독도관리사무소 직원들과 김성도, 김신열 독도 이장님 부부가 거주하고 있다.독도에 입도하고 며칠 뒤, 동향근무를 끝마치고 접안지에 있는데 서도 김신열 할머니께서 기동복에 적힌 나의 이름을 유심히 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신경을 안 쓰고 지나갔다. 근무 때문에 며칠간 접안지에 내려가지 못했는데 다른 대원들에게 전해 듣기로 할머니께서 나를 찾았다는 것이었다.며칠 뒤 할머니는 손자와 나의 이름이 똑같아서 나를 찾았다는 것이다. 김씨 부부의 외손자 이름이 김 환이었다.내가 경험한 21년, 나와 이름이 같은 사람을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입대 중에 독도라는 장소에서 이렇게 알게 되니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외로운 섬 독도. 그곳에서 당신도 외로우셨을 텐데 접안지에 내려가 있는 짧은 순간만이라도 나를 손자처럼 대해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늠름한 손자가 되고자 노력해야겠다.며칠 뒤 태풍으로 잠시 울릉도에 계시다가 들어온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근무 중인 나에게 다가왔다. 예전부터 홍합밥 한 번 만들어 먹이고 싶다고 자주 말했는데…. 나는 그냥 하는 말이겠지 싶어 그리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뜻이 확고한 것 같아, 진짜로 가도 되겠느냐고 여쭤보니 할아버지께서 오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지휘요원 분들과 동행 하에 이장님 댁에 방문했다.나는 할머니를 도와 식사 준비를 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거 해녀 출신이었던 할머니께서는 직접 잡은 가지각색의 자연산 독도해산물로 진수성찬을 차렸다. 명불허전. 독도는 황금어장이라는 말이 손색 없을 정도였다.음식의 맛에서 할머니의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면서 추석을 맞아 고향에 내려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동도로 돌아오는 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육지가 있는 서쪽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향수에 젖었다.하지만, 막사로 돌아가는 순간 그러한 기분은 독도경비대원으로서의 마음가짐을 흔들 수도 있기에 잠시 접어두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누군가의 아들, 손자, 친구이기 이전에 나는 국가의 부름을 받은 대한민국 최동단을 지키는 경찰이기에…. 충성!

2013-09-30

신비의 섬, 울릉도

포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썬플라워호를 타고 울릉으로 가는 배에서 바다를 보았다. 필자가 어린 시절을 보낸 영해해수욕장 너머 동해바다와 같은 모습이어서 자꾸 어린 시절과 청년시절에 고향의 바다에서, 백사장에서 혈기왕성하게 보낸 추억들이 뱃머리에 부서지는 바닷물처럼 순식간에 달려와서는 뒤로 사라진다. 그 푸른 파도너머에서 울릉도 도동항의 모습이 펼쳐진다.북면 나리분지, 사방이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싸여 별천지성인봉 원시림 등산길엔 섬말나리·고사리류 등 군락 이뤄 장관일상생활을 하다보면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의 직업상 또는 개인적인 취향의 여러 대화가 도움을 주지만 때로는 혼자서 조용히 생각해보고 싶은 때가 있다. 필자가 지난해부터 주말을 이용해 등산과 여행을 하고 있지만 이는 등산 단체가 아니면 문화예술단체 등 지인들과 함께 하는 행동이다.수없이 등산을 하면서도 초기에는 등산모임에서 주로 가는 코스를 택했는데 그러다보니 간곳을 또 가게 되고, 개인적으로 가보고 싶은 곳은 생각만 하지 실제로 가볼 수 없는 입장이어서 올봄부터 방법을 바꿨다. 필자가 알고 있는 등산모임이 주말에 가는 곳을 미리 알아본 다음 나의 사정과 여건을 맞춰 선택하는 등산이다.그렇게 하다 보니 종전에 정해진 장소를 따라가는 피동적인 입장에서 이제는 능동적으로 가보고 싶은 곳을 선택하고 등산인지, 하이킹 또는 트레이킹인지 분간을 하여 좋은 코스를 택하게 되는 맞춤형 등산이니 나름대로는 장점도 있다.말을 타면 종을 앞세우고 싶은 게 인간의 욕망이라 했던가. 그래서인지 가고 싶은 곳을 골라서가는 맞춤형 등산을 하다 보니 어떤 때에는 한 수 더 떠서 단독산행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이는 분주한 일상을 잠시 잊고서 좋은 명산대천을 골라 혼자서 사색할 여유가 필요한 때이다.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울릉도에 볼일이 생겼을 때 날짜를 잡아 성인봉을 단독 산행하는 계획이었다. 여러 가지 일이 겹쳐 일본으로, 국내로 출장 다니다가 몸과 마음이 다소 지쳤다. 생활의 재충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그 때에 마음먹은 것이 울릉도 행이었고, 많은 정보자료를 얻어 실행에 옮겼다.도동항에서 숙박을 하고서 이튿날 아침 일찍 필자는 산행차림을 갖춰 성인봉 등산에 나섰다. 을릉도 성인봉 등산코스에서 출발점은 대략 세 코스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대원사인데 팔각정, 성인봉, 나래분지, 천부로 내려오는 코스로 6시간이 소요된다.두 번째는 KBS중계소 코스로 출발지만 다를 뿐 팔각정을 거쳐 성인봉에 올랐다가 나래분지, 천부로 내려오는 코스는 같은데 소요시간은 5시간 40분정도다. 그리고 세 번째는 안평전에서 출발하여 팔각정, 성인봉, 나래분지, 천부 코스인데 5시간 20분 정도 걸리니 도동항 쪽에서 출발해 중앙지점인 성인봉을 넘어 반대편인 천부로 가서 교통편으로 도동쪽으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다.필자는 사전에 코스에 대해 살펴보고서 오르기 쉬운 원 등산코스의 반대방향을 택했다. 먼저 버스를 이용하여 천부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나래분지를 보고서, 신령수를 거쳐 성인봉에 오른 다음, 팔각정을 경유하여 도동항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먼저 나리분지에 도착했다.북면에 위치한 나리분지는 화산섬인 울릉도가 내세우는 자랑 중 하나다. 화산 분화구에 화산재가 쌓여 생긴 화구원인 나리분지는 그 길이가 동서 1.5㎞, 남북 2㎞로 면적이 198만㎡에 이르는 울릉도의 유일한 평야지대다. `나리`라는 지명은 과거 개척민들이 이 지역에 자라고 있는 섬말나리의 뿌리를 캐먹으면서 생활한데서 비롯됐다고 한다.사방이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별천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어 울릉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곳인데, 17가구 40여 명의 마을주민들이 식당, 숙박업을 병행하면서 요즘은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성인봉 등산과 관련된 주변의 관광지 정보를 입수해 등산코스에 따라 살필 유적지나 주요 관람지는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 혼자 등산하는데 있어 가장 유익한 것은 교통정보와 주변의 등산관광지를 살펴보는 일이다.정보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필자는 너와집과 투막집을 보기로 하였다. 먼저 너와집에 가니 등산객들이 많이 몰려 있었고, 그들과 함께 너와집을 둘러보았다. 너와집은 이 마을에 사람들이 정착하던 130여 년 전(1882년) 재래의 집 형태를 1940년에 건물이 있던 자리에 원래 모습으로 복원한 목조 건물이다. 지붕이 너와(나무판자)로 돼있어 `너와집`으로 불리어진다.집 구조는 4칸 측면 일자집으로 지붕이 바람에 날리지 않게 무거운 돌을 얹어 놓은 것이 특색이고, 가옥과 마당을 지나 조금 떨어진 곳에 `정낭`이라 부르는 화장실이 있는데, 필자는 오랜만에 그 단어를 들어봤다.나래분지 마을에 2동이 있는 투막집을 봤다. 투막집도 너와집과 마찬가지로 이주해온 개척민에 의해 건축된 울릉도 고유의 전통 주거형식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섬마을이고 겨울에 눈이 많다보니 기후 특성에 순응하며 전래된 형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가옥으로 주요 문화재인 것이다.투막집을 빠져나와 성인봉으로 향한다. 가는 코스에 울릉국화 섬백리향 군락지가 있다. 천연기념물(제52호)로 지정된 이곳 군락지에는 6월경 초여름부터 한여름까지 피는 섬백리향의 모습이 주변 풍광과 어울려 경관을 자랑하고 있어 좋은 볼거리다. 다만 울릉국화가 한창 피어나는 시기가 아니라서 아쉬운 맘이 든다.본격적인 성인봉 원시림 등산길을 걷는다. 정상으로 가는 등산길 주변에는 너도밤나무, 섬단풍, 섬피나무 등을 주종으로 하는 원시림이 잘 발달되어 있고, 섬말나리, 각종고사리류 및 고비류가 여기저기 군락을 이룬다.여름이긴 하지만 원시림이 햇볕을 막아주고 있어 나무숲 길을 걷는 동안은 힘이 덜 든다. 신령수 약수터에 도착하여 약수를 한 바가지 마시니 가슴이 시원한데, 신령수라 하니 힘까지 솟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이제부터 정상까지는 나무계단이다. 필자는 1천600계단이라 알고 왔지만, 어떤 등산객들은 1천980개 계단이니 심지어 2천개가 넘는다니 정확하지가 않다. 하기야 성인봉에 오르면서 그 계단수를 전부 헤아릴까마는 처음에는 수를 세던 필자도 조금 후면 힘듦과 주변의 경관을 살피느라 잊어버린다.마침내 정상에 도착했다. 성인봉이라 새겨진 표지석이 예사로이 보이지 않는다. 그 오랜 세월동안 성인봉으로 우뚝 서서 사방 바다를 보면서 육지를 그리워한 것이 아니었더냐? 그러한 생각에 필자는 표지석에 다가가 어루만져본다.한자로 `성스러운 사람`을 뜻하는 성인봉(聖人峰)이다. 지명 유래를 살펴보면 이 산이 워낙 명산이다 보니 이곳사람들이 정봉 꼭대기에 조상의 묘를 쓰면 자손 중 성인(聖人)이 나올 만큼 이 잘된다는 풍수설에 의해서 나온 말로 알려지고 있다.이곳에 오르다가 조금 전에 마신 신령수에다가, 이제는 성인이 있는 봉우리에 올라서 하늘과 저 아래 펼쳐진 바다를 보고 있으니 그야말로 기운이 치솟는 야릇한 분위기다. 일순간 지금까지 계단을 오르느라 힘든 순간도 잊어버리고 필자는 천지가 아늑하다는 생각 속을 헤맨다.멀리 산들을 보니 이 지역에서 해발 900m가 넘는 말잔등(967m), 형제봉(915m)과 미륵산(901m)이 보인다. 그리고 아침에 떠나온 도동항쪽을 바라보면서 울릉도의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이것저것을 생각해본다. 그 중에서 우뚝 섬은 독도에 관한 필자의 생각인데, 오늘은 생략하기로 한다.이제 하산길이다. 어느 산이나 정봉에 오른 뒤에 하산하는 길은 다소 쉽다. 그러나 힘들게 산행을 한 다음 충분히 휴식하지 않고 내려오는 길은 기운이 빠져 위험할 때가 있어 조심스러운데 울릉도 등산은 그렇지가 않다. 바람등대를 지나 팔각정에 도착했다.팔각정에서 잠시 쉬고서, 구름다리를 거쳐 KBS중계소에 도착하니 나리분지에서 출반한지 4시간 반이나 흘렀다. 혼자서 하는 산행이지만 충분한 시간을 갖고도 한 시간 정도가 단축됐는데, 따지고 보면 이 시간은 등산 일행들과 이런 저런 나누거나 행보에 있어 함께 보행속도를 맞추는 시간인 것이다.등산은 끝이 났지만, 그곳에서 택시를 이용해 도동항에 볼거리를 구경하기로 했다. 이왕 울릉도 등산길에서 성인봉에 올랐으니 여가시간으로 관광지를 더 돌아다 볼 요량이었다. 먼저 해안산책길로 향했다. 해안산책길을 걸어 저동항 촛대바위까지 갔다가 다시 도동항으로 되돌아 왔다. 해안산책길은 관광객들에게 인기라 한다. 암벽 등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철교나 보도를 만들었으니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도 명물이 되고 있다.울릉도는 육지 사람들에게 호박엿과 오징어로 유명한 곳이다. 이 지역사람들은 울릉도를 신비의 섬이라고 한다. 필자는 궁금하여 울릉도 주민들이나 심지어 공무원과 지방의원에게 어찌해 울릉도를 신비의 섬이라 하느냐 물어봐도 신통한 대답이 없다.필자는 울릉도 성인봉을 단독 등산하면서 그 답을 얻었다. 나리분지는 울릉도가 자랑하는 평원이다. 첫째는 화산의 화구원인 나리분지에 마을이 형성돼있고 사람들이 거주한다. 신비한 일이다. 둘째, 산에 고산식물과 저산식물이 함께 자라는 섬이다. 셋째는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섬인데 식수가 풍부하다. 하루에 약 3만4천톤의 자연수가 바다로 흘러간다. 그 용천수로 화력발전소를 돌려 주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 울릉도 주민들의 생활오폐수가 바다로 흘러들어도 바다는 오염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도동항 인근의 산에 바위틈에서 자라난 2천년 이상이나 되는 향나무는 물이 없어도 끈끈한 생명을 이어가고 있으니 실로 신비한 점이다.▲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어느 날 갑자기 생활의 재충전을 위해 휴식이 필요했고, 나름대로 혼자만의 시간을 내어 호젓하게 사색하며 머리를 식힐 겸하여 떠나온 울릉도 성인봉 단독 산행 길은 그 정상에 올라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시원해졌고, 울릉도에서 느낀 신비의 섬에 대한 생각들은 더한층 마음의 여유를 갖게 했다. 앞으로 힘들 때면 혼자서 꿈꾸고 노래하며 걷던 원시림 산행 길을 생각하리라. 글·사진= 손경찬/수필가·예술소비운동 본부장

2013-09-27

두 장인 솜씨가 빚은 안동간고등어의 `화려한 변신`

안동의 향토음식연구가 조선행(54)씨와 전통과 퓨전 음식연구가 권영숙(64)씨는 닮은점이 있다. 바로 안동간고등어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을 개발하는 등 향토음식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공통점이다.안동권씨 부호장공파 종가 셋째 며느리인 조씨는 어린 시절부터 일찍이 할머니 그늘에서 음식 만들기에 눈을 떴다. 여기엔 맏이의 역할도 한 몫을 했지만 그만큼 음식 만들기를 무척 좋아했다.조선말 권병선 의성군수가 친정 증조부인 권씨는 고삼주에 대한 맥을 이어오고 있는 유일한 후손으로 그 자부심이 대단하다. 옛 방식 그대로의 요리에다 그녀의 탐구적 호기심이 가미돼 새로운 음식을 만들기 좋아했다.지난 23~24일 열린 서부시장안동간고등어축제 기간 조씨와 권씨는 요리전시관을 마련해 안동간고등어를 이용한 다양한 시연회를 열어 행인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 모두 고등어 축제장을 `하이라이트`로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조선행 안동향토음식연구가 조선행씨는 옛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집에서 술을 직접 담그던 시절의 추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지금도 가슴 깊이 느낀다고 했다. 집 앞 텃밭을 가꾸며 채소를 부지런히 키워 가족의 밥상을 자연으로 만드는 방법을 어린 시절부터 몸소 체험하는 등 봄에는 가장 좋은 채소를 뽑아먹고 가을에는 좋은 것을 저장해야 한다는 기본을 자연스레 익힌 조씨는 모든 농사를 친환경으로 하고 개똥쑥 등 우리 몸에 이로운 것들을 직접 키우고 있다. 그만큼 음식을 만드는데는 환경적인 영향이 매우 컸다는 것이다.자연으로 돌아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것을 소원하는 조씨는 어린 시절부터 길들여진 입맛이 나이를 먹을수록 간절함으로 전해져 할머니의 손맛을 흉내 내며 시작한 요리가 이제 사람들에게 또 먹고 싶은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지난 2월 안동종가음식산업화사업단 예미정(禮味亭)이 출범하면서 조씨가 종가음식 발굴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바로 안동간고등어를 이용한 음식개발 때문이다.국민생선으로 사랑받고 안동 대표 특산품인 안동간고등어요리가 굽고 찌는 조리 이외 별다른 요리방법을 찾기 힘든 것에 착안해 만든 요리가 최근 안동간고등어축제 때 선보인 단호박 고등어 찜과 고등어 부추 찜, 고구마나 마를 이용한 고등어 찜이다.당시 고등어 특유의 비린내가 전혀 없이 만들어진 요리라서 관광객들과 시민들은 시식을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흔한 야채를 활용해 다른 사람들이 시도하지 않은 고등어 요리로 대단한 관심을 보인 사람들을 보면서 좀 더 다양한 맛과 영양의 차별화를 주는 향토음식 대중화에 더욱 노력하겠습니다”언제나 환한 미소로 음식을 대하는 조씨는 전통의 향토음식을 고집하면서도 전통과 현대를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전문가임이 분명했다. △조선행 안동향토음식연구가 약력활동 : 요리연구가, 안동향토음식연구가, 예미정 안동향토음식연구가경력 : 사찰음식전시회(개인전3회)유교문화축전(종가음식전시)-2012년전국은어요리 경진대회 `조선행氏` 대상-2008년2013 서부시장안동간고등어축제 요리전시관에 안동간고등어를 이용한 요리 시연회 □ 권영숙 전통·퓨전 음식연구가1972년 갓 시집 와서 시댁어른의 제사때 고삼주를 처음 빚어봤다는 권영숙씨는 결혼 전 친정어머니로부터 고삼주 담그는 법을 배웠다. 친정어머니는 안동소주 조옥화 할머니와 지역에서 전통음식 조리에서 쌍벽을 이룰 정도로 소문나 있다. 요즘 신부들에게 전통 음식 조리법과 전통주 빚기를 전수하기도 하는 권씨는 전통주 칵테일을 개발할 정도로 신세대 애주가들의 입맛을 우리 술에 맞춰주기 위한 전통주의 퓨전화에 열의가 높다.권씨가 개발한 안동 마 요리는 무려 100가지나 된다. 이같은 공로로 2007년 김관용 경북도지사로부터 자랑스런 도민상도 수상했다.최근 안동간고등어 축제에서 새로운 요리를 선보인 권씨의 전통요리와 안동의 특산품인 마를 이용하거나 마늘 혹은 무 등을 이용해 창의적인 요리 외에도 생물인 고등어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로 주목을 받았다.“예로부터 안동은 찜 요리가 더 유명했지요. 어릴 적 저의 기억은 갖가지 식재료로 만든 찜 요리인데 그 중 고등어의 맛이 기억에 생생해 추억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시도를 하게 됐습니다” 권씨의 고등어 요리는 안동간고등어축제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단호박 고등어찜과 부추 고등어찜, 고구마 마 고등어찜에다 고등어말이 김밥, 고등어 강정, 고등어 찜과 수제비, 고등어 인삼말이 찜 등을 소개했다.고등어를 얇게 포를 뜬 상태에 양념된 밥을 넣고 말아놓은 고등어말이 김밥은 매콤한 마늘향으로 고등어 특유의 비린 냄새를 잡아 젊은 층에도 인기를 끌었고, 간이 밴 고등어를 살짝 두른 기름에 튀겨낸 강정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기도 했다. 평범한 고등어 찜은 고추와 파프리카, 마, 마늘 등, 오색고명으로 단정하게 꾸며 냈고, 고등어를 갈아 반죽해 밀어낸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의 부드러움에 어르신들부터 사랑을 독차지했다.권씨는 다양한 전시경력과 요리 경험을 바탕으로 안동을 비롯해 영주와 봉화, 예천에 이르기까지 `다우회`를 만들어 술 제조와 전통과 퓨전을 가미한 음식요리 전파에 애를 쓰고 있다. △권영숙 전통·퓨전음식연구가 약력경력 : 서울 중앙일보 문화센터 요리경연대회 대상수상, 자랑스런 도민상 수상, 마 축제 마요리 5회 개인전 전시(2008-2012년)2011년 대통령상 수상, 여성한마당 문화원 전통주 최우수상 수상안동 음식대전 음식 디미방 요리 전시안동 서부시장 고등어 축제 고등어 요리전시3회(2011-2013년)안동/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2013-09-27

대한민국 가을 대표 농특산품 `상주곶감` 납시오

좀처럼 식지 않을 것 같던 무더위가 물러가고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다.수확의 계절 가을이면 고을의 지명은 몰라도 지역 특산품은 연상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농특산품이 있다. 상주곶감이 바로 그중 하나다. 다가오는 10월, 본격적인 감 수확철이 도래하면 상주는 온통 주황빛 향연이 펼쳐진다. 집집마다 동네마다 감깎는 손길이 분주하고 공판장을 향하는 차량 행열은 수 Km씩 줄을 서는 등 진풍경이 연출된다. 전국곶감 시장의 60%를 점유하는 상주곶감의 연 매출액은 2천억원 정도로 상주시 1년 예산의 1/3에 달해 지역경제의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이런 상주곶감이 왜 유명한지 속속들이 짚어 본다.□ 상주 곶감의 유래 상주곶감은 예종실록 권2 즉위년(1468년) 11월 13일에 곶감을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고 신동국여지승람(1530년)에도 언급될 정도로 그 명성이 높았다.이 무렵 감 품종은 대홍시로서 전국에서도 기이한 품종으로 여겨졌으며 1757년~1832년경 전국적인 명품으로 인정받아 이름이 조홍감으로 변경됐다 19세기 이후부터 `상주둥시`로 불리었다.이러한 전통성과 감재배에 적합한 여건을 기반으로 상주곶감을 명품화시켜 왔으며 2006년에는 국립종자관리소에 상주둥시 품종을 등록(제09-0006-3호)해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상주곶감의 특성과 현황상주는 전형적인 중부지방의 대륙성기후를 나타내 연평균 기온 11.9도, 강유량 1천200mm를 기록하며 서고동저의 형상에 큰 일교차까지 더해 당분 축적에 유리한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상주지역에서는 6천320여호가 2만104t의 감을 생산하고 있으며 곶감은 연간 9천284t을 조제해 2천억원의 소득을 발생시켜 지역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시에서도 상주곶감의 명품화와 농가보호를 목적으로 지난 2007년 6월 지리적표시제(산림청 제12호)를 등록했다.곶감은 100g당 열량 216㎉, 수분 42.9%, 당질 45.2g, 섬유 3.0g, 비타민A 7.483IU, 비타민C 45mg, 아스코르분산 45mg의 웰빙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상주감의 경우 당도는 4배, 비타민 A는 7배, 비타민 C는 1.5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그 우수성을 입증해 주고 있다.상주곶감이 맛있는 이유는 또 있다.가공할 감을 고를 때 깨끗한 외관, 씹는 질감, 속이 꽉찬 감, 적당한 수분이 있는 좋은 감을 골라서 가공하기 때문이다. 가공된 곶감은 천년고수라는 공동브랜드를 사용하면서 홍보는 물론 이미지까지 관리해 소비자의 미각을 끌어들이고 있다.이러한 노력으로 2008년 1월에는 14만2천개(반건시2만2천개 건시12만개)의 곶감을 청와대 선물 품목으로 납품했다.이어 2008년도 대한민국 브랜드대상(지식경제부장관상 수상)과 2010년도 국가브랜드 대상까지 수상하는 등 전국 최고의 명품곶감으로 인증 받고 있다. □ 상주 곶감축제상주에서는 3년 전부터 매년 곶감축제가 열리고 있다.올해 제3회 상주곶감축제를 계획하고 있는 상주시는 지난 5월, 곶감공원입구에 있는 750년 된 하늘아래 첫 감나무(국립산림과학원 인증 QR코드부착)아래서 감 풍년기원제와 함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감꽃 팔찌, 목걸이 만들기 등 체험행사를 개최했다.상주곶감축제는 외남면 소은리 송골에서 유래된 전래동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곶감`이란 주제로 열리고 있다.경상북도 우수축제로 선정된 곶감축제는 올해도 감직판행사, 전통무용 및 민요경창, 호랑이퍼포먼스, 각종 체험, 즉석경매, 곶감윷놀이, 색소폰연주, 곶감가요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 상주시 곶감시책 무엇이 다른가?상주는 곶감의 고장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감, 곶감과 관련된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먼저 상주감시험장이 있다.1995년 만든 감시험장은 상주시 공성면 장동리 11만6천301㎡의 면적에 있으며 12명의 연구원이 일하고 있다. 시험장은 고품질 감·곶감생산, 씨 없는 우량품종 육성, 내병성, 내한성 등의 우량대목 생산, 고품질 저비용 안전생산 기술개발, 수입곶감에 대응한 명품화 기술 개발 등에 주력하며 상주곶감 명품화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또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 곶감공원과 상주 곶감 유통센터도 빼놓을 수 없다.곶감공원내에는 영상관, 감락원, 농산물판매장, 연지내 집 등이 있으며 상주곶감 홍보의 장으로 활용 되고 있다.상주 IC와 인접한 곶감유통센터는 곶감의 집하, 선별, 가공, 저장, 포장, 물류의 복합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상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상주곶감을 알리고 판매하는 중심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상주시는 2004년부터 상주곶감산업 육성을 위해 시청 산림공원과 내에 곶감전담팀을 신설했다. 곶감전담팀은 곶감 가공기술 전파, 경영 컨설팅 등과 더불어 경영비 저감사업, 홍보·판촉활동, 판로개척, 상품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 세계화를 위한 상주곶감상주시는 상주곶감의 명품화를 통한 국내시장 석권과 세계화를 위한 시도를 꾸준히 해 오고 있다.첫 번째, 감 및 곶감 생산농가에 대한 재배·가공 기술교육을 체계화하고 철저한 품질관리와 전처리위생시설(HACCP) 등을 통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위생적인 곶감 생산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두 번째는 곶감의 저장, 보관, 유통 방법에 대한 개선과 연구다. 시는 장기간 보관해도 품질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원료에서 생산 가공품까지 적절한 저장 방법을 연구 개선하고 곶감가공시설 현대화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세 번째는 종합적인 곶감산업 기반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감과 곶감생산 판매는 물론 곶감박스, 기자재, 가공기계 등 연관 산업을 조성·유치해 생산.가공.유통 전반에 이르는 종합적인 기반을 갖춰 가는 등 체계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마지막으로 세계시장 석권을 위한 홍보 및 판로 확보다. 이미 국내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상주곶감은 이제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를 위해 상주시는 곶감 유통센터를 활용, On, Off 라인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판매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5월, 성백영 상주시장이 중국 상해 갤러리아 마트에서 직접 상주시 농특산품 판촉전을 개최했는가 하면 현지 식품유한공사와 MOU를 체결해 수출계약을 완성한 바 있다.▲ 성백영 상주시장이 깎은 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성백영 상주시장은 “상주 곶감이 중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다”며 “특히 감말랭이와 아이스홍시의 인기가 좋았는데 이 품목 외에도 다양한 곶감 가공품을 개발하면 성공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상주/곽인규기자 ikkwack@kbmaeil.com

2013-09-26

원전 확대 세계적 추세, 자원빈국 한국에도 최적 대안

올 여름 전국민이 무더위로 고통을 겪었다. 사상 최고의 더위, 최장 열대야, `전력난`등 더위와 관련한 온갖 수식어가 쏟아져 나왔다. 궁극적인 원인은 전력부족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전력소비자들은 그 화풀이를 정부 또는 전력사업자에게 돌렸다. 더군다나 이번 겨울에도 전력난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정부나 전력사업자는 아직까지 속시원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본지는 매년 여름과 겨울철마다 재연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정책을 살펴본다. 원전 3기 정지한 한국올여름 전력난에 가슴 졸여일본, 50기 멈추고도 여유美, 지난해 34년만에신규원전 건설 허가中·유럽·중동 산유국도원전 비중 확대에 초점한국, 1차에너지 96% 수입20일이내 분량만 비축 가능에너지안보 상황 고려해야□ 원전 50기 정지하고도 버틴 일본지난 5월말 시험성적서 위조 때문에 신월성1호기를 비롯한 원전 3기가 정지했다. 전력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는 여름을 앞둔 시점에서 전력 비상사태는 불보듯 뻔했다. 무더위가 닥치자 국가 전체가 허리띠 졸라매듯 전기 다이어트를 해야했다. 원전 3기 정지로 대한민국 전력사정이 비상사태를 방불케 했다면 일본은 어떻게 된 건가.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일본은 무려 50기의 원전을 정지했다. 의무절전 및 자율절전 노력이 뒤따랐지만 50기 발전소를 세울 수 있었던 일본의 전력상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일본은 원전 정지후 원자력 발전량을 가스와 석유 발전으로 대체하였다. 2012년석유소비량이 2010년 대비 218.9% 증가하고 가스소비량은 39.4% 늘어났다. 화석연료 수입증가로 일본은 31년만에 무역적자국이 되었다.석유와 가스 소비가 많이 늘었지만 일본 전력사정이 크게 나빠지지 않은 것은 일본의 전력설비예비율 때문이었다. 일본의 원전 발전 비율은 30%선. 전력설비예비율이 28.3%여서 원자력발전소를 다 정지해도 전기소비를 조금만 줄이면 전력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 英·美·中·러시아 등 원자력 비중 확대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원자력 유지 또는 비중 확대에 중심을 두고 있다.미국은 지난 2012년 2월 34년만에 처음으로 신규 원전 건설을 허가했다. 1979년 스리마일섬(TMI) 원전사고(노심용융 사고였지만 외부 방사능 유출은 없었음) 이후 원전 추가건설을 하지 않고 원전 유지만 해왔던 미국이 원전 확대정책으로 선회한 것.미 조지아주 보글(Vogtle) 원전 3,4호기는 오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내 신규원전 인허가 신청은 사우스캐롤라이나 리(Lee)원전 2기 등 모두 14기에 달해 원전 건설분위기가 활발하다.영국은 `저탄소 경제 정책`과 `안정적 에너지 공급`에 중점을 두고 원자력 역할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래된 화력발전소 폐쇄를 대비해 2030년까지 16GW 규모의 신규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 현재 19%인 영국의 원자력비중은 오는 2030년 40%로 늘어날 전망이다.러시아는 현재 원전 11기를(9.3GW) 추가 건설하는 등 오는 2025년까지 원전비중을 현재 10%에서 25%로 확대할 계획이며, 중국은 28기(용량 27.8GW)의 원전을 건설하는 등 원전 확대에 에너지 정책의 중심을 두고 있다.□ 사우디 등 중동 산유국도 새 원전 건설석유가 풍부한 중동지역 국가들도 원전 국가로 새로 진입하거나 원전 비중을 늘리고 있다.아랍에미리트(UAE)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가장 먼저 원전 건설을 승인한 국가이다. 우리나라가 원전 건설을 수주해 오는 2020년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인 바라카 원전 1~4기를 준공할 예정이다.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까지 16기의 원자로와 관련 전력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며, 이란은 지난 2월 신규원전 후보지 16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터키는 아쿠유 지역에 1호 원전을 건설중이며 시놉 지역에 2호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이외에 최근 박근혜대통령이 베트남 방문에서 양국의 원전 건설 협력을 논의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베트남은 원전 추진 정책에 적극적이다. 앞으로 10.7GW 규모의 원전 10기 건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1차 러시아, 2차 일본에 이어 3차 원전건설에 한국원전 수출이 유력하다는 평이다.또 방글라데시, 요르단, 이집트 등에서 새로 원전 건설이 추진중이거나 사업자 선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세계원자력협회(World Nuclear Association)에 따르면 2012년 말 현재 전세계에서 건설중인 원전은 13개국 68기이며, 건설계획은 26개국 162기에 달한다.□ 자원 없고 전력수입 못하는 한국은한국 에너지 정책의 큰 줄기는 세계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비중 상승과 화석에너지 비중 감소에 있었다.신재생에너지는 꾸준히 기술력과 경제성을 높이고 있지만 원자력 발전단가(39.6원)에 비해 풍력 160.8원, 태양광 400원 내외로 4배~10배 정도 비싸다. 더구나 하루 24시간 전기를 생산하는 기저전력원(석탄, 원자력)에 비해 이용률(20%내외)이 매우 낮다는 문제도 있다. 바람이 불거나 햇빛이 있어야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한계 때문에 국가 전력수급계획으로 적극 반영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전기생산의 연료가 되는 1차 에너지를 96.5%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안보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유연탄이나 LNG는 15~20일치 밖에 비축할 수 없기 때문에 수입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전기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진다. 원자력의 경우 18개월분의 농축우라늄을 저장할 수 있고 장전된 연료까지 감안하면 3년정도 발전이 가능하다.전력수급 비상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발전소 추가 건설을 통한 전력공급력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지적이 있다.경희대 정범진 교수(원자력공학과)는 “원자력 발전이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확실히 장점이 가장 많은 발전원”이라며 “국민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한다면 원자력에 인적 투자와 기술적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에너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경주/윤종현기자 yjh0931@kbmaeil.com

2013-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