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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청와대 이전비용 놓고 신구권력 또 충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하자, 청와대에서 “예산집행이 어렵다”며 제동을 걸어 정국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신구정권 충돌의 뇌관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예비비 지출건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22일 예비비 안건의) 국무회의 상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라는 이유에서다. 청와대가 이처럼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반대 뜻을 밝히면서 관련 예산 작업도 당분간 추진이 어려워졌다.윤 당선인은 집무실 이전에 496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판단, 이 비용을 예비비로 충당하기로 하고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었다. 예비비는 정부가 재난 등 예측할 수 없는 지출요인이 발생했을 때 충당하기 위해 미리 책정해 놓은 일종의 비상금이다. 윤한홍 청와대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은 “이전하는 예산 산출자료는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했다.더불어민주당에서는 “추경을 하면 모를까 예비비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은 법률적으로도, 예산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5월 10일이 돼야 출범하는 차기정권이 인수위 단계에서 500여억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집행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청와대와 국방부 이전을 국민의 의사를 묻지 않고 강행하는 것은 당선인의 횡포”라는 논리를 펴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를 지방선거로까지 끌고 갈 태세다.청와대는 당초 “당선인의 국정운영 방향을 존중하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오늘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예비비 지출 안건을 승인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으로 짐작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지난 16일 첫 회동 무산에 이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신구권력의 충돌 2라운드를 바라보는 국민의 걱정이 크다.

2022-03-21

신공항 일대 경제특구 지정, 바람직하다

경북도가 군위·의성지역에 조성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주변을 경제특구(자유무역지역)로 지정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미 안동대학교를 통해 자유무역지역 지정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에 있으며 지난 18일에는 중간 보고회도 가졌다.경북도가 신공항 주변을 자유무역지역(FTZ)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것은 국제 경제물류중심공항으로 키우려는 신공항 조성 취지와도 부합하는 일이다.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되면 국가의 지원이 가능해져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산업단지의 경우 분양가를 낮출 수 있어 국내외 기업들의 유치에도 유리해진다. 또 무역진흥 등 국제물류가 원활해지고 지역개발도 촉진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경북도는 현재 신공항 건설에 따라 군위와 의성에 각 100만평 규모 신도시와 산업물류단지 조성을 계획 중이다. 대구경북 미래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키울 신공항 주변에 대한 야심찬 투자다.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대구경북은 국내뿐 아니라 환동해 물류의 거점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 자유무역지역 지정은 이런 측면에서 반드시 실현돼야 할 과제 중 하나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국내 기업들도 지역의 신공항이 제대로 된 경제물류공항으로 조성될 것인지를 지켜보고 있다. 중장거리 국제노선 확보와 1천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국제공항으로 성장할 것인지 또 장차는 연간 25만t의 화물처리가 가능한지도 따져 지역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국내 거점공항이 되기 위해서는 주변지역에 대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신공항을 대구경북 미래 100년 먹거리의 동력으로 삼는다면 인프라 투자는 더욱 획기적으로 이뤄져야 마땅하다.대구경북 신공항에 대해서는 윤석열 당선자가 조속한 건설을 약속한 사업이다. 신공항을 대한민국의 관문공항으로 성장시키고 지역의 신성장 동력으로 경쟁력을 확보시키는 것은 지역의 노력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 신공항 주변의 경제자유지역 지정을 국가정책으로 이끄는 것 또한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의 역량과 노력에 달렸다.

2022-03-21

상호작용의 이치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모처럼 흠뻑 내린 봄비가 대지의 생명을 일제히 깨우고 있다. 어느새 양지 바른 비탈엔 여린 풀들이 고개를 내밀고 앙상하던 가지엔 움이 트는가 하면, 서둘러 꽃을 피우는 봄의 전령(傳令)들은 새뜻하게 웃음짓고 있다. 언 땅과 세찬 바람 속에서도 뿌리와 가지를 건사했기에 땅의 기운과 봄볕의 입김으로 당당히 땅을 헤치고 일어서며 온몸으로 꽃을 피우는 것이다. 노래하듯 흐르는 개울물의 졸졸거림을 추임새 삼아 연둣빛 수양버들이 긴 머리칼을 풀어헤치며 봄맞이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봄은 색깔의 변화로부터 온다. 파릇한 새싹이며 연푸른 잎새, 울긋불긋 진달래와 복숭아꽃, 노란 산수유와 개나리, 새하얀 목련과 눈송이 같은 벚꽃 등이 돋거나 피어나면서 천연색 봄의 향연이 시작된다. 삭막하고 스산한 무채색의 겨울 화폭에 군데군데 채색의 삽화가 그려지고 더해지면서 화사한 봄의 캔버스가 알록달록 채워지는 것이다. 봄에 피는 노란 꽃은 어쩌면 봄을 대표하는 컬러가 아닐 듯싶다. 샛노란 개나리와 유채꽃은 희망이나 쾌활, 기대 등의 꽃말을 차치하고라도 노오란 꽃물결을 보기만 해도 그냥 기분이 좋아지고 설레지 않을까 싶다.노란 병아리 역시 봄날의 이미지를 더해준다. 노란 개나리꽃 울타리 옆으로 아장아장 걸어가는 병아리떼는 얼마나 귀엽고 앙증맞을까? 3~5월경에 자연부화하는 병아리의 탄생과정은 신기하기만 하다. 껍질을 경계로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고 쪼면서 껍질을 깨고 나와 새 생명이 탄생하게 된다. 어미 닭이 알을 품고 있다가 때가 되면 병아리가 안에서 껍질을 부리로 쪼게 되는데 이것을 ‘줄(5550)’이라 하고, 어미 닭이 그 소리에 반응해서 바깥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하여, 줄탁동시(5550啄同時)는 생명의 오묘한 탄생 순간이라 할 수 있다.두 존재가 하나의 계기로 모아졌을 때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이 비유는, 결국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타인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즉 아무리 좋은 의견을 가지고 있어도 한 쪽의 힘이나 논리만으로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할까? 이렇듯이 어떠한 사물이나 상태의 대부분은 작용과 반작용처럼 동작과 반응으로 나타나는 상호작용의 결과와 연속이라 할 수 있다. 가정이나 직장, 사회생활 등과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이처럼 긴요하고도 치밀한 상호작용의 원리와 동작구조를 갖게 되는 것이다.무엇이든 한 쪽의 주장이나 노력만으로 성사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의 흐름이고 이치다. 학업을 펼치거나 창작활동의 영역에서도 스승의 가르침이나 우연찮은 동기부여를 통해 문리(文理)가 트이고 번뜩이는 예술혼이 살아날 수도 있다. 행운도 어쩌면 준비되지 않은 곳엔 깃들지 않는 인간적 노력의 산물이듯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꾸준히 노력하며 쉼없이 추구하는 손길이 어떤 상황이나 시간과 합치되면 보다 긍정과 희망적인 시너지 효과로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2022-03-21

일과 열 그리고 에너지 절감

엄주선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기온이 올라가거나 몸을 움직여 운동이나 일을 하게 되면 인체에서 열이 발생해 땀으로 배출되듯이 기계나 물체도 작동을 하게 되면 열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지금은 우리가 열(熱)은 입자들의 평균운동에너지로 무수히 많은 작은 입자들의 운동이 우리에게 열로 감지되고 온도로 측정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고 있다.아인슈타인의 원자론을 1908년 장 바티스트 페랭이 증명하기 전까지 많은 과학자들은 열을 물질이라고 생각했다. 프랑스 자연철학자 라부아지에는 열은 “칼로릭(Caloric)이라는 원소가 흐르는 것”이라 했고, 사디 카르노는 칼로릭의 흐름이 모든 열기관의 동력이라고 생각했다.영국의 물리학자이자 군인이었던 벤저민 톰슨은 대포의 포신을 물에 담그고 포신의 내부에 세게 마찰을 가하면 물이 계속 뜨거워 진다는 사실로 열은 마찰이라는 운동 또는 일에 의해 상승한다는 것을 알았다.이로써 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되고 일은 물체에 힘을 가했을 때 힘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거리, 즉 힘과 거리의 곱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힘은 자연계의 중력, 전자기력, 양력, 강력을 이용하여 만들 수 있으며, 기업은 이 자연계의 힘을 이용하여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고 저장하여 자원으로 활용한다. 기업 입장에서 에너지는 도입과 운용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므로 낭비없이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의 에너지절감 여덟가지(8R) 착안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사용중인 에너지를 회수하여 타 설비 에너지원으로 재이용(Reuse), 에너지 사용조건을 최적화하여 적정필요량으로 감소(Reduce), 설비 개선을 통해 버려지는 에너지를 재활용(Recycle), 설계 제작시 원류관리를 통해 성에너지원으로 변경하거나 설비개량으로 사용 억제(Refrain), 고효율 설비로 재설계(Redesign), 적정 위치로 재배열 및 재배치(Relayout), 운전 조건이나 방법의 재변화(Rechange), 제품 부품 원료 설비의 재구성(Reformulation) 등이다.필자가 지도한 회사 중 전기로를 이용하여 용강을 생산하는 공장의 재설계, 재변화를 통한 에너지절감 사례를 소개하면 공장 전체 700여대의 Motor류에 대하여 공정과 용량 별 사용현황을 전수 조사하여 필요량을 재설정하거나 고효율 Motor로 교체하고, 상시와 일시로 가동 방법을 변경하여 연간 5억원의 비용을 절감한 예가 있다.설비 뿐만 아니라 우리 몸 또한 외부로부터 음식을 섭취하여 체내 기관에서 분해, 소화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은 포도당이라는 에너지를 생산하여 세포에 공급하고 소비하는 것을 반복하기 때문에 가능한 몸속에 비축된 에너지를 아끼려고 본능적으로 작용한다.기업의 개선활동을 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에너지생성과 사용 원리를 이해하고 사람은 생산에 필요한 도구나 물건을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 편하게 사용하고 되돌릴 수 있도록 재배치하고 설비는 에너지를 낭비없이 사용하도록 개선한다면 직원과 회사 모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2022-03-21

백세시대, 맞춤형 노인체육정책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최근 고령화로 인한 노인건강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를 개정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인체육 진흥에 필요한 시책을 세우고 노인 건강 유지 및 증진을 위한 맞춤형 체육 및 스포츠 활동 프로그램과 관련 단체 운영에 필요한 비용과 시설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그럼에도 법령이 정비된 지 2년이 다되어가지만, 여전히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과학적 정보 제공, 밀착형 체육시설 확충,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노년기는 노화로 인해 건강과 체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노인들의 상당수가 자신의 건강 및 체력상태를 현재보다 젊은 나이에 비교한다. 이러한 요인들은 실제 자신의 객관적인 건강 및 체력상태 지표와 다를 수 있다.따라서 과학적 측정 자료를 기반으로 건강 및 체력상태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건강 및 체력상태 인지도가 체육 및 스포츠 활동 참여와 관련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노인의 건강과 체력상태에 대한 주관적 인지를 객관적 측정과 진단으로 좀더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노인건강증진센터의 건강검진과 국민체력100의 체력측정사업이 연계해 건강 및 체력상태 측정 및 진단에 의한 객관적 지표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노인 체력측정 항목은 고령 노인과 자신의 체력상태를 좋지 않다고 인식하는 노인의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에 간이형 체력측정 항목과 장비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건강 및 체력상태가 허약하고 고령인 노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노인 거점 시설인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등으로 찾아가는 서비스 형태로 운영해서 접근성이 용이하도록 해야 한다.체력관리 서비스는 단순히 체력상태뿐만 아니라 건강 관련 체력측정도 포함하고 있어 체력 및 건강상태를 정확히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이는 체력관리 방법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지식이 없어서 체력관리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 개선과 체육 및 스포츠 참여 유인 측면에서 필요하다. 건강 및 체력상태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전제되어야 건강 및 체력상태 맞춤형 운동 상담과 처방이 가능하고 참여를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최근 노인의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는 스마트기기를 체력관리 방법 관련 정보와 지식 제공 매체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정보나 지식 제공은 다수의 노인에게 동시에 반복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또한 경로당 등을 활용한 체력관리 방법 관련 정보와 지식 제공은 노인의 요구에도 부응한다. 경로당은 노인의 30% 내외가 이용하는 대표적인 노인 거점 시설이고, 경로당을 이용하는 이유로 건강증진 프로그램 이용이 친목도모와 식사서비스 이용 다음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체력관리 방법에 관한 정보와 지식 관련 자료 등을 경로당 등의 시설에 비치하도록 한다.노인의 선호도가 높은 공공체육시설과 기타부대체육시설이 확충되어야 한다. 공공체육시설 조성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생활 밀착형 체육시설 조성 사업을 통한 기타부대 체육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기타부대체육시설은 노인복지시설, 경로당, 공공주택단지 등의 체육시설을 의미하는데, 노인의 주요 생활권에 위치하기 때문에 체육시설 이용의 가장 큰 제약 요인인 접근성 제약을 최소화할 수 있다.기존 시설은 리모델링 형태로 추진하고, 노인복지시설과 경로당 등이 신규 조성되는 시설에는 체육활동 공간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설조성은 이용 노인의 특성에 부합하고 일상적으로 이용 가능한 기능을 우선으로 하도록 한다. 경로당 시설 등은 70세 이상 노인도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최근 감소 추세로 돌아선 70세 이상 노인의 생활체육 참여율 촉진에 기여할 수 있다.아울러 건강상의 문제로 체육활동 참여에 제약을 받는 70세 이상 노인의 건강과 체력상태를 진단해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건강문제는 체육활동 참여 진입 자체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노인의 건강수준에 적합한 운동처방은 체육 및 스포츠 활동 참여 진입 장벽을 낮추는 대안이 될 수 있다.현재 체력인증센터와 보건소 등 사업기관 단위에서 필요에 의해서 한시적으로 협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인적, 물적 한계로 소수만이 통합건강체력관리 사업의 혜택을 받고 있으며, 70세 이상 노인은 상대적으로 적다. 노인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통합건강체력관리 사업의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업 운영 주최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최근 정부부처들이 발표한 통계자료에서 70세 이상 노인들이 규칙적인 참여와 전혀 참여하지 않는 생활체육 참여율 양극화가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 백세시대를 목전에 둔 노인들의 자발적이고 규칙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맞춤형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2022-03-20

섬, 울릉도, 독도… 대통령 당선인에 바란다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대선의 열기가 끝나고 대한민국호의 5년을 책임질 정부가 준비되고 있다. 선거 기간 동안 다양한 공약들이 제시되었지만 도서지역과 관련한 내용이 빈약해 아쉽다.지금 울릉도와 울릉도의 부속섬, 독도 그리고 대한민국 섬은 가장 빠른 인구소멸과 기후위기를 겪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현안 해결을 시급히 요청받고 있다.이번 대선 기간 동안 한국섬재단, 한국도서섬학회 등 섬 관련 단체에서는 대통령에게 바라는 섬 정책을 위한 정책 공약을 제안한 바 있다. 섬주민 기본소득제, 섬주민 출산장려제, 한국연안여객선공사 설립, 권역별 전천후 종합병원선 건조, 섬·해양 기후위기 대응 국제기구 설립, 일·휴식·관광을 연계한 워케이션센터 조성 및 섬 주민 주택제도 개선이 그것이다.무엇보다 섬 주민에게 이동권 보장은 섬 주민복지의 최우선이다.섬 주민은 지리적 여건 상 내륙에 비해 교통은 물론이요. 의료, 교육, 문화, 복지 부분에서 매우 제한된 공공서비스를 받고 있다. 도서지역이라고 해서 택배비를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마냥 오히려 공공서비스는 섬 주민의 박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울릉도(독도)는 태풍이 내륙을 통과하고 4~5시간 뒤에 태풍의 중심권에 접어드는데 내륙을 통과하면 더 이상 재난대응이라는 공공서비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게 그간의 섬을 대하는 현실이었다.섬에서는 아플 때도 바다 날씨가 좋을 때 다쳐야 한다. 의료 인프라의 낙후로 수시로 내륙에 헬기를 요청해 응급환자를 후송하고 있는 실정이다.하지만 잦은 기상악화로 응급환자의 신속한 후송체계의 공백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울릉도 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 동해상 조업 어업인의 신속한 응급상황 대응을 위해 닥터헬기의 울릉도 상주가 반드시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는 공중보건의로만 이루어진 울릉의료 인프라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단순히 울릉지역의 의료원이 아니라 동해 해양영토 관리거점 의료기관으로서 기능 확대가 필요하다.울릉도의 부속섬으로서 독도가 아닌 ‘홀로 섬’으로서 독도를 바라보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린 독도 영토관리 정책 또한 수술이 필요하다.독도가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근간에는 독도가 울릉도의 부속 섬이라는 밑바탕이 깔려 있다. 하지만 현재의 영토관리 정책은 독도 자체에 매몰되어 있으며, 주민 혹은 어업인의 삶의 터전으로서 독도 보다는 영토안보 부분에 집중되어 있는 편이다.독도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해서도 울릉도-독도를 연계한 영토관리 및 단순히 지키는 독도에서 생산하는 독도로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교과서로만 독도 역사 왜곡을 배운 일본 청소년들에 대응하여 우리 청소년들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직접 독도를 체험하면서 독도의 진정한 가치를 배우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울릉도 및 독도행 여객선비의 대폭 할인이 필요하다. 독도 관람방식 또한 3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사진만 찍고 쫓기듯 떠나는 관람방식이 아니라 더 오랜 시간 체류하며 울릉 주민을 활용한 해설사 안내도 듣는 보다 여유로운 관람 방식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독도 학술 연구 또한 진일보가 필요하다. 지금 독도 해역은 울릉도와 함께 한반도 해역에서 가장 급격한 표층 수온 상승률과 함께 급격한 해양생태계 변화를 겪고 있다. 그동안 한반도 해역에서 보고되지 않았던 미기록 어종들이 독도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해양보호생물인 유착나무돌산호의 최대 군락지가 독도에 서식하고 있다. 현재처럼 몇 시간 또는 특정 계절에 한정된 연구가 아닌 독도에 연구자가 상주하며 정밀 관찰이 필요하다. 연구자와 어업인이 연계한 독도 수산자원 관리도 시급하다. 독도 서도의 주민(어업인)숙소와 연계하여 독도관람객, 행정관리 공무원, 독도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독도입도지원센터의 설립이 필요한 이유이다.더불어 울릉도 출신 인재 양성을 통한 울릉도와 독도 연구 활성화가 필요하다. 울릉도 출신의 인재들이 울릉도의 열악한 교육 여건으로 울릉도를 빠져나가 결국 육지에 정착함으로써 울릉도 미래발전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울릉도 출신 인재들이 성장하여 울릉도와 독도의 연구를 장기적으로 지속하게 할 필요가 있다.이를 위해 연구기관 및 대학에 울릉도와 독도 장기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이 프로젝트에 울릉도 출신 학생들이 참여하면 울릉도의 교육 여건 개선과 함께 지역 맞춤형 현장 연구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동해 해양영토 관리의 거점인 울릉도의 미래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울릉도의 열악한 정주여건은 울릉도(독도)의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사는 어민들에게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울릉도가 잘 살아야 부속섬인 독도를 잘 지킬 수 있다. 국회에 계류중인 울릉도(독도) 지원 특별법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고 싶은 섬, 살고 싶은 섬, 지속 가능한 섬을 위한 각별한 관심을 요청한다.

2022-03-20

다음 세대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유영희 작가 문학을 어떻게 읽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입장 차이일 수도 있지만 세대 차이이기도 하다. 사회적 이슈를 다룬 문제일수록 세대 차이가 더 느껴진다. 현직 국어교사들이 편집한 청소년 참고서에 실린,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를 읽는 관점에도 세대 차이가 나타난다.월가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필경사 바틀비는 변호사가 하라는 일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른 번역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답하면서 거부한다. 선생님들의 작품 해석은, 바틀비를 채용한 변호사를 근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고용주로 보고, 바틀비의 거부를 체제에 대한 ‘수동적 저항’으로 해석하고 체제를 비판하는 인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 대해서 청소년들은 변호사는 충분히 바틀비에 공감하려고 충분히 노력했고 바틀비의 거부가 무리하다는 점을 들며 선생님들의 해석에 이의를 저항한다.‘필경사 바틀비’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검색해보니, 번역도 많지만 논문도 엄청나다. 그중에는 끝까지 바틀비를 책임지지 않았다고 변호사를 비난하는 관점, 바틀비를 통해 변호사가 변해가는 모습에 주목하는 입장, 바틀비의 행동이 이해 불가라는 논문도 있다. 세계적으로 이 작품에 대한 논문이 몇백 편이고 해석하는 관점도 수십 가지이며, 심지어 현대의 내로라 하는 사상가들이 이 작품을 통해 자기 철학의 관점을 정립했다고 한다. 이런 작품을 도식적으로 해석해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나 전광용의 ‘꺼삐딴 리’의 작품 해석도 예외는 아니다. 학교에서는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에 대해 세입자 권 씨는 순수한 사람이고 비정한 산업사회의 피해자인데 비해, 집주인 오 씨는 이해타산적이라고 해석한다. ‘꺼삐딴 리’의 주인공 이인국은 일제 강점기 때도, 소련 점령 때도, 월남 후 남한에서도 사회 공동체는 신경 쓰지 않고 혼자 잘먹고 잘살았다는 이유로 비판하고 있다.그러나 교과서를 읽는 청소년들의 독법은 다르다. ‘아홉 켤레’의 집주인 오 씨가 세입자를 어디까지 도와야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꺼삐딴 리’ 이인국에 대해서도 이인국의 능력을 부러워하며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독법을 틀렸다고만 할 수 있을까?구두 아홉 켤레를 가지고 있는 세입자 권 씨는 정말 순수한지, 집주인 오 씨는 어떤 사람인지, 이인국의 잘못은 뭔지,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바틀비의 거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바틀비를 고용한 변호사는 바틀비를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청소년의 생각에 귀 기울이고 같이 토론해야 할 때가 왔다.이런 질문으로 토론하다 보면, 삶과 공부가 일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대 간 소통도 가능해질 것이다. 정답을 낼 수 없는 작품을 도식적으로 해석해주고 문제 내고 채점하는 방식을 고집한다면, 세대 갈등은 피하기 어렵다.

2022-03-20

표본 경고등

강길수 수필가 표본(標本)이 반란을 일으켰다. 모집단(母集團)을 두 표본으로 나눠 이달 치른 3·9 제20대 대선 개표 결과 이야기다. 표본에서 통계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결과가 나왔으니 말이다.개표 날, 나도 밤을 꼬박 지새웠다. 초저녁 사전투표 함을 먼저 개표하여 여당 후보가 앞서갔다.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게 나오는 점이 이상했다. 선거 공정성 회복을 위해 부정선거 척결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거가 생각나 ‘그럼, 그렇지’하는 마음도 들었다. 당일 투표함이 열린 후부터 제1야당 후보가 표 차를 따라잡아 역전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였다. 안도의 한숨도 나왔다.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젊은 날, 경영학을 배우며 공부했던 통계학책이 아른거리기도 했다. 모집단은 이번 대선의 투표자 총수를 뜻하고, 두 표본이란 사전투표자 수와 당일 투표자 수를 말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대선의 최종투표자 수는 340만6만7천853명, 투표율은 77.1%, 사전투표율은 36.9%다. 이것은 총투표자 중 사전투표자 비율이 47.9%다. 거의 절반의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했다는 뜻이다. 두 표본의 크기는 모두 1천600만명 이상이다. 내 통계학적 상식으로는, 모집단에 대한 표본의 크기가 이 정도면 통계적 분석도 필요 없이 그 데이터가 서로 차이 나면 안 된다.사전투표와 당일 투표의 최종득표율은 여당 후보가 사전 52.57%/당일 39.08%이고, 제1야당 후보는 사전 43.82%/당일 56.24%다. 두 후보의 사전투표득표율에서 당일 투표득표율을 뺀 값은 여당 후보 +13.49%, 제1야당 후보 ·12.42%이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번 대선의 모집단과 두 표본의 데이터 차이는 없어야 한다. 통계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따라서 이 개표 결과는, 어떤 의도적 작업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사전투표 개표 초기(3.65% 개표 시)의 여당 후보와 제1야당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51.66%와 45.25%로 6.41%를 여당 후보가 앞서갔다. 개표율 50.89% 때의 양 후보의 득표율은 동률 곧, 48.29%를 보였다. 그 후 제1야당 후보 득표가 역전하여 꾸준히 그 차이를 이어갔다. 결국 새벽에 최종득표율 여당 후보 47.83%, 제1야당 후보 48.56%로 0.73%의 적은 차로 제1야당 후보가 승리하였다. 시계열에 따른 득표율 변화는 사전 투표함을 먼저 개표해 일어난 통계적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우리 사회 일군의 사람들은 재작년 총선 이후, 나라에 선거 정의를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번 대선 사전투표에서는 총 9%가 넘는 득표 조작이 있었다는 통계적 주장도 있다. 선거표본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만일, 어떤 세력의 선거 조작으로 그 결과가 뒤바뀐다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국헌문란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요, 생명이다. 부정선거는 민주주의를 죽이는 행위다. 부정선거 주장을 단순히 선거 음모론으로 치부만 할 일은 아니다. 그 근거를 파헤쳐 사실로 확인되면 결단코 고쳐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나라의 자유민주주의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2022-03-20

미래 100년, 김천 발전 이끌 지도자가 돼야

안용우 김천상공회의소 회장 김천은 과거 조선말까지 평양, 개성, 강경, 대구와 함께 전국 5대 시장 중 하나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 상업과 유통이 부흥했으며, 대구보다 더 큰 장이 열렸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대구 다음으로 경북에서 두 번째로 시(市)로 승격될 만큼 위상과 자격을 갖춘 도시였다. 또한 지리적으로 대한민국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속도로와 일반철도, KTX가 교차하는 사통팔달로 인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교통과 물류의 도시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비록 우리시만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이러한 김천시가 시대적 흐름에 뒤처지면서 인근도시인 구미처럼 일찍 공업화에 편승하지 못한 탓에 도시의 발전은 침체되고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하지만, 현재 우리시는 율곡동 일원에 조성된 경북 김천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기술,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12개 주요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으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공공기관과 지역기업이 연계한 첨단전기자동차, 드론, 튜닝카 등과 같은 미래 먹거리산업 육성과 신성장산업 발굴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원천이 되고 있다.이러한 시기에 김천이 더욱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올바른 시장을 뽑기 위한 시민들의 선택 또한 중요하다.새롭게 선출되어 미래 김천을 이끌어갈 김천시장에게 바라는 점들을 몇가지 적어 본다.첫째, 시민들이 행복한 김천을 만드는 것이다.코로나19라는 유례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행복도 감내하면서 거리두기와 방역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빠른 일상회복으로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증)를 이겨내고 다시금 코로나 이전의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둘째, 청렴이 최고의 경쟁력이다.시장의 위치는 누구보도다 공정하고 엄격한 잣대로 시정을 펼쳐야 한다. 낮은 자세로 시민과 소통하고 쓴 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알아야 공무원들의 행정도 신뢰할 수 있고 김천시의 위상 또한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타지역에서 김천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에게 친절하고, 신속한 행정으로 신뢰를 쌓는다면 더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셋째, 미래 김천을 위한 안목이 필요하다.KTX고속철과 2027년 개통 예정인 김천-거제간 남부내륙선, 김천-전주간 철도망과 대구권 광역철도 연장 등 우리시는 사통팔달의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로 재도약할 좋은 기회이다. 교통이 편리한 김천시가 그저 흘러지나가는 곳이 아닌 사람들과 기업들이 찾아오도록 교통과 물류의 활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또한, 일반산업단지의 추가 조성으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와 청년층의 외부유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천혁신도시와 구도심의 균형 있는 발전과 일할 수 있는 청년층 인구유입을 위한 인프라 조성, 인센티브 제공을 확대하여 도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넷째, 스포츠 인프라의 적극적 활용이다.우리시는 종합스포츠타운 조성이 잘 되어 있고, 김천상무의 1부 승격으로 스포츠마케팅 또한 원활한 상황이다. 이러한 강점들을 100% 활용하고, 제2의 스포츠타운 조성으로 국내외 대규모 대회를 더 많이 유치하여 스포츠도시로의 위상을 높여 나가야 한다.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유치하는 만큼 지역 상경기 또한 활성화 될 것이다.마지막으로 공약의 성실한 이행이다.시장으로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나름의 선거 공약들을 보면 후보자들의 신념과 소신을 엿볼 수 있다. 미래 김천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시민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줄 수 있는 공약인지, 김천시의 실정에 적합하고 실현가능한 공약인지 신중히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김천 시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시민들과의 약속인 공약을 성실히 이행해야할 의무가 있다.아무쪼록 김천을 이끌어 갈 지도자는 소통과 화합으로 지역발전과 경제활성화의 실현뿐만 아니라 미래 100년을 내다보고 성장할 수 있는 김천시가 될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굳건한 주춧돌과 같은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2022-03-20

봄의 반영

비가 이틀째 내린다. 기우제를 지내며 오래 기다린 만큼 반가워 봄비님이라 치켜세운다. 창가에 밤새 속살거린 빗소리 덕분에 바스락거리던 세상이 촉촉해졌다. 물빛 머금은 봄을 맞으러 우산을 받쳐 들고 나들이를 나섰다.신경주역에 다다르니 비는 안개로 모습을 바꾸며 산 위로 기어오른다. 기찻길을 이고 선 다리 밑을 지나 들어가니 동네가 나타났다. 화천 3리다. 화천이라는 동네 이름은 김유신 장군이 이곳을 지나다가 냇가에 꽃이 활짝 핀 것을 보고, ‘꽃내’라고 불렀다 한다. 후에는 꽃내가 화천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꽃내가 더 정겨운데 누가 한자 이름으로 고쳐 불렀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다.김유신 장군이 보았던 꽃이 무슨 꽃일까, 마을 안으로 접어드니 논두렁 가에는 하얗게 매화가 피었고, 빈 밭에는 주인 몰래 광대나물이 가득 피어 보라색 이불을 펼쳐놓은 듯하다. 신라 화랑들은 이 길로 산에 올라 몸과 마음을 수련하였을 것이다. 젊은이들의 훈련하는 모습 또한 꽃처럼 아름다웠을 것이다. 꽃내를 서성이며 이 동네를 오르내리는 화랑의 행렬을 상상해 본다. 산 정상에는 김유신이 검으로 내리쳤더니 반으로 갈라졌다는 바위가 있다. 그래서 산 이름이 단석산이 된 것이라 한다.마을 입구에 낮게 모여 앉은 집부터 산수유 한 그루씩 담장 안에 들여놨다. 산수유 마을이라고 불릴만하다. 몸에 띠를 두른 당산나무 옆으로 계곡을 따라가지를 늘어뜨린 노란 물결이 차를 세우게 했다. 길옆에 주차하고 집에서 내려온 커피를 나눠 마시며 비에 젖어서 바람에 흔들리는 산수유를 감상했다.속이 따뜻하게 데워졌으니 백석암을 향해 걷기로 했다. 금방 백석암의 아랫절이 보였다. 조금 더 올라가니 저수지가 나타나면서 민가는 사라진다. 산길이지만 차를 타고 오르는 것도 가능하다. 길을 따라 오를수록 산수유나무가 식구를 불려갔다. 단석산을 오르는 길이 가팔라질 때까지 포장이 된 길이다. 백석암까지 1킬로미터 정도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올 즈음 산수유 군락지가 펼쳐진다.골짜기 가득 산수유가 들어차 물안개마저 노란빛이다. 물소리도 계곡을 훑어 내려오다 노랗게 취한 듯 부서진다. 우리 일행도 몸피 굵은 산수유가 오래 묵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알아차리고 잠시 제자리에 머물러 사진 찍기 삼매경에 빠졌다. 비가 내리는 날씨라 잔뜩 흐린 하늘이었지만 숲은 노랗게 조명을 밝혀놓았다.함께 이야기를 들으려 계곡과 계곡을 잇는 다리 위에 물이 고였다. 그 속에 산수유가 빨갛게 지난 열매를 떨궈 놓자, 참나무가 빈 가지를 드리운다. 가만히 보니 까만 가지에 빨간 꽃이 핀 한 폭의 수묵화였다. 반영이다. 반영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한 것을 다시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봄이 지난가을이 전해준 빨간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비를 통해 표현한 시였다.무엇에 반영하느냐에 따라 같은 대상이라 하더라도 비치는 상의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 거울과 같이 매끄러운 곳에 반영이 되면 선명하게 비칠 것이고, 잠시 고인 물에 어린 모습은 부드러운 선으로 상이 맺힐 것이다. 하지만 시냇물과 같이 움직임이 있는 물에 반영이 된다면 흔들리는 형태로 일렁일 것이다.산수유는 약재로 쓰려고 중국에서 들여온 나무다. 그래서 집 가까이 심어서 열매를 약으로 썼다. 누구는 신장에 좋으라고 길렀고, 누구는 겨울에 약해진 몸을 보하려고 열매를 땄다. 안에 든 코르닌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해서 꾸준하게 챙기면 갱년기 증상에도 좋다고 하니 친구들과 함께 챙겨 먹어야 할 약재다.김종길 시인은 아버지가 따온 붉은 열매가 자신의 몸속에 붉게 흐르게 했고, 문태준 시인은 농부처럼 산수유나무도 그늘을 넓히며 한 해 농사를 짓는다고 썼다. 그렇게 산수유는 농사꾼이라는 물체에 닿아서 약재로, 시인에게 닿아서 수십 년을 사람들에게 읊조려지는 시로 반영되었다. 봄의 반영에 나를 드리운다./김순희(수필가)

2022-03-20

국민의 눈으로 판단하라

김진국 고문 정치에 왜 명분이 필요한가. 무조건 싸워 이기면 되는 것 아닌가. 이기면 진 쪽을 다시는 덤벼들지 못하게 짓밟고, 지면 불복하고, 발목을 잡으며 호시탐탐 복수 기회를 노리고…. 국민이 먹잇감이고, 그걸 차지하려는 맹수의 싸움이라면 그래도 된다. 제왕들의 전쟁도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이다. 대통령 후보들도 스스로 ‘머슴’이라고 부르지 않았나.주인인 국민의 눈으로 보면 달라진다. 부정하지 않고, 일 잘할 머슴을 선택할 권리가 주인에게 있다. 좋은 머슴을 고르려면 경쟁시켜야 한다. 어느 한 쪽도 없앨 수 없다. 선택권이 사라지면 머슴이 횡포를 부린다. 지고도 불복해 일을 못 하게 발목을 잡으면 피해가 국민에게 간다.새 대통령 취임식이 50일도 안 남았다. 정권 이양을 둘러싼 신·구 권력의 알력이 심하다. ‘레임덕’의 유래가 된 시기다. 이름과 실제 힘 사이의 거리가 고통을 준다. 넘기는 쪽은 아쉽고, 불만이다. 넘겨받는 쪽은 의욕이 과잉이다. 과격한 일부 지지자들의 아우성은 논외로 치자. 그렇더라도 정권의 핵심 정치인들까지 불복(不服)하는 것은 걱정스럽다. 국민의 눈으로 보면 시시비비가 분명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 냉정하게 볼 수 있다. 그래야 다음이 있다.건국 이후 정권 교체가 많았다. 하지만, 정상적인 교대는 드물다. 불행한 퇴임이 많은 탓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해외로 쫓겨갔고, 박정희 대통령은 비극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감옥에 갔다.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금융위기로 확실한 레임덕을 맞아, 김대중 당선인이 취임 전부터 수습에 나섰다.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가족의 뇌물 수수 의혹으로 수사받았다. 문서 반출 논란도 있었다.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봉인한 것으로 알려진 전임 대통령 문서들을 어디선가 찾아내 임기 내내 ‘적폐 청산’ 칼날로 삼았다.정권 재창출에 성공한다고 순탄한 건 아니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친구를 믿고 권력을 넘겼지만, 백담사로 유배됐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함께 감옥에 갔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북 송금 수사로 집권당이 쪼개지는 곡절을 겪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 사람보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 사람을 썼다.이번 정권 이양도 덜컥거린다. 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16일 회동이 무산됐다. 문 대통령이 18일 윤 당선인을 빨리 만나고 싶다며 실마리를 풀었지만, 언제 돌부리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임기 말 공공기관장 인사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여전히 팽팽하다. 한쪽에선 “대통령의 인사권에 왈가왈부하지 말아라”라고 하고, 다른 쪽에선 “오만한 내 사람 챙기기”라고 으르렁댄다.간발의 득표 차이가 갈등을 증폭시킨다. 24만7077표. 역대 최소인 0.73%포인트 차이다. 올인한 도박판에서 한 끗 차이로 모두 빼앗긴 꼴이다.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총선에서는 50%에 못 미치는 득표로 3분의 2 의석을 차지했다. 우리 제도의 문제지만 선거 결과는 승복해야 한다.자기를 부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문빠’는 자기 진영의 잘못을 인정해본 적이 없다. 패배 원인의 하나인 ‘내로남불’이 승복을 가로막는다. 신념의 붕괴이기 때문이다. 선거 직전까지 정권 교체 여론이 50%를 넘었다. 상대 정당이 잘한 게 아니라 스스로 무너졌다. 반성하지 못하면 달라질 수 없다.왕권 이양이 아니다. 국민의 눈으로 판단해야 한다. 공기업 사장의 89%가 임기 절반을 다음 대통령과 같이 일한다. 임기 마지막까지 낙하산 인사를 계속하고 있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정책 방향도 다르다. 청와대 근무자나 민주당 당직자들이다. 이런 보은 인사는 국정 방해다. 그렇다고 선거가 끝났는데 패배 정당을 모욕하는 건 피해야 한다. 정치는 전리품을 얻는 전투가 아니다. 국민을 위한 봉사다. 정권 교체는 반복해 일어난다. ‘블랙리스트’도 안 되지만 넘겨주는 측의 금도도 필요하다.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한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정치하는 자는 그 정도의 명분은 세워야 한다./본사 고문

2022-03-20

‘타이타닉’을 보지 않은 남자

김규종경북대 교수 코로나19의 선물 가운데 하나는 세계의 다채로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관객들로 만원이 되곤 했던 2020년 이전의 대형 영화관들은 장삿속에 혈안이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윤이 남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주로 수입하여 배급했다. 복합 상영관이라는 것은 말뿐이고, 실제로는 잘 팔리는 서너 개 영화 일색이었다. 그런 상황이 코로나19 이후 일변하였다.장삿속에 정신이 나가 있던 복합 상영관들이 정말로 다양한 영화를 세계 전역에서 수입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 내가 본 영화는 대개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제작된 것이다. 프랑스, 에스파냐, 핀란드, 도이칠란트, 일본, 영국, 홍콩, 중국 등등을 들 수 있다. 영화에서 다루어지는 소재 또한 폭력-속도-사랑-공상과학 일변도를 넘어서 우리의 현실과 상상력을 극대화한 경우가 많았다.205명이 들어갈 수 있는 복합 상영관에서 핀란드 영화를 보았다.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라는 긴 제목을 가진 영화. 영화 제목에서 의도적으로 빠트린 어휘가 있다. 영어로 표기된 원제에는 있지만, 수입 과정에서 일부러 뺀 것 같다. ‘눈먼’이라는 어휘가 남자 앞에 있었건만, 수입사는 한사코 그것을 거부한 것이다. 장애인 영화라는 걸 숨기고 싶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다발성 경화증으로 가슴 아래 육신이 마비되어 휠체어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남자 야코가 주인공이다. 더욱이 그는 경화증의 결과로 앞을 보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중증 장애인이다. 아침마다 그를 깨워주는 다정한 문자 메시지가 멀리서 날아온다. 그가 사는 곳에서 천 km 떨어진 곳 사는 또 다른 여성 장애인 시르파다.시르파는 혈관염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그녀의 소망은 바이오 생약 치료다. 그러나 의사의 진단은 항암치료가 필수적이며, 생약 치료는 불가하다는 것이다.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시르파. 야코는 혼자 움직일 수 없는 몸이지만, 그녀를 찾아가서 만나겠다고 마음먹는다. 다섯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야코는 충분히 시르파를 만날 수 있다.장애인 택시를 타고 정거장으로 가다가 그가 운전기사에게 라디오 소리를 높여달라고 부탁한 다음 “자유다!” 하고 외치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장애가 없는 사람이면 당연한 것으로 느끼는 이동의 자유와 권리가 야코 같은 중증 장애인에게는 사후의 낙원이자, 그림 속의 성찬일 따름이다. 자신의 차폐된 공간을 벗어나 모험을 강행하는 야코가 공중에 대고 소리치는 ‘자유’는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이던가?!오늘 우리가 누리는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자유의 이면에는 그것을 위해 스러져간 수많은 선배 투사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배어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공기처럼 물처럼 차고 넘치는 값싼 물건인 양 당연시한다. 영화를 보면서 장애인들이 매일 겪는 장벽과 차별과 슬픔이 느껴진다. 그러니 생각해보자. 세상에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2022-03-20

국민의힘 ‘현역의원 공천 최소화’에 공감

국민의힘이 이번 주 6·1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대구·경북 지역에 적용할 공천 잣대가 관심을 끌고 있다.국민의힘은 일단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현역 국회의원 공천을 최소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방선거공천은) 과거로 회귀한 인물이 아니라 미래로 전진할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정치인 위주가 아니라, 미래 정치를 리드해 나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천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후 여소야대 정국에서 의석수를 최대한 늘려야 하는 국민의힘으로서는 당연히 우선순위에 둬야 할 공천기준이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72석이며, 국민의힘은 국민의당(3석)과 합당이 이뤄지더라도 113석에 그친다.국민의힘 현역의원 중 광역단체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홍준표 의원(대구시장)을 비롯해 서범수 의원(울산시장), 윤한홍 의원(경남도지사), 김성원·김은혜 의원(경기도지사), 윤상현 의원(인천시장) 등이다. 이들 의원들이 대거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할 경우, 해당 지역구는 보궐선거가 치러져야 해 민심이 악화할 수 있다. 많은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보궐선거 귀책사유가 국민의힘에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면 국민의힘은 3·9 대구 중·남구 보궐선거 때처럼 후보도 내지 못한 채 의석을 잃을 수 있다. 새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국회 상임위별 의석수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현역의원들이 뚜렷한 명분없이 단체장 선거 출마를 고집할 경우 당은 당연히 제동을 걸어야 한다.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 그야말로 박빙의 승리를 거뒀다. 뭔가 한 부분만 더 삐걱거렸다면 선거에서 졌다. 현 정권의 산실인 이 지역 지방선거에서 과거처럼 ‘밀실공천’이나 ‘인지도중심 공천’을 하면 민심이 동요하고, 따라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해당 지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실력과 리더십을 가진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주길 바란다.

2022-03-20

대구·경북 혼인 건수 전국 최저, 일자리가 답

지난해 우리나라 혼인 건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대구와 경북은 혼인 건수에서도 전국 최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통계청이 최근 밝힌 2021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혼인 건수는 19만3천건으로 전년보다 9.8%가 줄었다. 1970년 통계작성을 시작한 후 최저치다. 2016년 28만2천건으로 30만건을 밑돈지 불과 5년 만에 20만건 밑으로 떨어졌다. 대구지역 혼인 건수는 지난해보다 12.6%(1천53건), 경북은 9.8%(880건)가 각각 감소했다. 특히 대구는 7천287건으로 2019년 1만대건이 무너진 후 해마다 1천여건씩 떨어지고 있다. 인구 1천명 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조혼인율도 대구와 경북이 각각 3.1건으로 조사돼 전국 평균 3.8건을 밑돌았다. 대구와 경북의 조혼인율은 전국 꼴찌다. 전국적으로 결혼 건수가 떨어지는 것은 인구감소와 미혼 남녀 결혼관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나 지난해 경우 극심했던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통계당국은 분석했다.문제는 대구와 경북의 혼인율이 전국 꼴찌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독 대구와 경북 미혼 남녀들이 다른 지역보다 결혼을 기피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젊은이가 일자리를 찾아 이곳을 떠나는 것과 연관해 분석해 본다면 우리 지역의 혼인율이 낮은 것도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것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한 조사에 의하면 결혼적령기 남성의 절반이 “집 마련 등 결혼조건을 갖추기가 어려워 결혼을 기피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혼인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개인의 경제적 여건 충족이 주요 원인이다. 결혼이 출산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혼인율을 높이는 다양한 대책이 서둘러 나와야 한다.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좀 더 실효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좋은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민의 삶 만족도를 높이는 정책에 전력해 가야 한다. 도시가 살 수 있는 길이다.GRDP 전국 꼴찌 등 지역이 가지고 있는 꼴찌라는 불명예를 하나둘 벗어던질 수 있게 지자체의 분발이 필요하다.

2022-03-20

되풀이되는 ‘알박기 인사’ 논란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문재인 정부가 임기말에 ‘알박기 인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6일 첫 오찬회동을 하기로 했다가 불발된 것도 인사에 대한 이견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측은 윤 당선인측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요구 등 무리한 압박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했고, 국민의힘은 청와대의 알박기인사에 대한 이견때문이라고 했다.한마디로 신·구권력이 인사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부딪친 셈이다. 정권 인수·인계작업이 험난해질 모양새다.국민의힘은 17일에도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인사권 행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곧 임기가 만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 지명 등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를 윤 당선인과 협의해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임기가 불과 1개월밖에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보은성 인사를 고집하는 것은 대통령직에 주어진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이라며 “내 사람 챙기기, 알박기 인사에 전념하는 것을 보니 최소한의 염치도 없다”고 비판했다.실제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시절 3년간 정무특보로 일한 명희진 전 특보는 지난달 25일 한국남동발전 상임감사로 임명됐고, 가스안전공사는 지난 10일 임찬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임기 2년의 상임감사로 임명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한국은행을 포함한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들의 인사에 대해 “5월9일까지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며, 대통령의 인사권에 해당하는 문제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사실 ‘알박기인사’ 논란은 역대 정부에서도 매번 반복돼왔다. 새로 권력을 잡은 정부가 과거 정부에서의 인사권 행사를 ‘알박기’라고 규정, 물갈이를 시도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참여정부 때에는 2004년 5월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이 “어지간히 하신 분들은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임기가 남은 정부 산하기관장의 퇴진을 촉구했다.이명박(MB) 정부 초기엔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퇴진을 압박한 바 있다.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사건으로 시끄러웠다. 이 사건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서 사표를 받아내거나 사퇴를 종용한 사건이다.대법원은 올해 초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 대해 각각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런 사례들을 문재인 정부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정권교체 후 통합과 포용의 정치로 나아가려면 원만한 정권이양작업이 필수적이다. 정권교체기의 갈등과 반목은 진영간 갈등과 마찰을 극대화하고, 마침내 국론분열의 위기에 이르게 한다. 현 정부의 자성을 촉구한다.

2022-03-17

SK 1조대 투자, 구미경제 활력 기폭제 되길

대기업의 잇단 철수로 침체 분위기에 빠져 있던 구미경제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인 SK실트론이 구미 3산단에 1조500억원을 투자해 300mm 반도체 웨이퍼 공장을 증설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반도체 웨이퍼는 반도체 기판의 핵심소재로, 최근 전기자동차 및 5G 시장을 기반으로 수요가 날로 증가하는 분야다. 특히 글로벌 시장의 반도체 생산이 대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한 투자라는 면에서 구미산단 활성화에 기여할 부분도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우리나라 전자산업 메카로 명성을 떨치던 구미산단은 최근 삼성, 한화, LG 등의 계열사 사업장이 잇따라 폐쇄되거나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일자리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LG전자 TV 라인의 해외이전에 이어 태양광 사업장 폐쇄, 한화 구미사업장의 충북 보은 이전, 또 삼성물산의 패션부문 사업 중단으로 구미사업장이 폐쇄되는 불운이 이어졌다.이번 SK실트론의 1조원대 투자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구미가 소재, 부품, 장비 중심도시로 거듭나도록 행정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고 구미 상의도 적극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누구보다 반기는 사람은 구미시민이다. 작년 12월 구미형 일자리사업으로 시작한 LG BCM 양극재 공장의 설립과 함께 SK 실트론의 통 큰 투자가 구미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구미산단은 경제물류 중심공항으로 조성될 군위소재 통합신공항과 위치적으로 가까워 공장의 입지여건도 대폭 개선될 예정이다. SK 실트론의 투자를 계기로 더 많은 기업이 구미산단을 찾을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정치권 노력이 필요하다. 웨이퍼 공장이 구미에 오기까지 구미시의 노력이 컸다. 지자체의 노력이 도시의 경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 더욱 분발해야 한다. 새 정권의 탄생으로 높아진 지역민의 기대감을 채워주길 바란다.

2022-03-17

‘특화산업 육성’이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대구상공회의소가 최근 대구지역 기업 362곳을 대상으로 ‘최근 지역 경제 상황에 대한 대구 기업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84.6%가 ‘지방 소멸에 대한 위협을 느낀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42.6%는 지방 소멸 위협이 심각한 정도라고 했다. ‘대구와 수도권 간 격차’에 대해서도 ‘더욱 확대됐다’는 응답이 77.9%를 차지했다. 응답기업들은 지방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로는 절반이상(52.4%)이 지역 특성에 맞춘 특화산업 육성을 꼽았다. 대구상공회의소 측은 “새 정부가 지역 특화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 주길 바란다”고 했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지난해 연말 대구·경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역특화산업 육성과 관련, “지역균형발전의 한 축이 지역특성화산업의 경쟁력 확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지역특화산업육성은 새롭게 등장한 지역개발정책은 아니지만, 최근들어 지역경제 활성화나 지역개발의 촉진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지역특화산업은 지역의 자원과 인력, 기술력과 전통을 바탕으로 성장하므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관련효과가 매우 크다.대구시와 경북도도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에서 이 지역 특화산업 육성을 국책사업으로 반영해 줄 것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대구시가 대표적인 특화산업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의료산업을 비롯해서 로봇산업, 물산업, 미래차산업, 에너지산업, 스마트시티 분야다. 경북지역은 소형모듈원전(SMR)을 중심으로, 첨단 바이오 신약개발, 친환경·자율주행 모빌리티 산업, 차세대 소부장(부품·소재·화학업종)산업, ‘경북 푸드밸리’ 산업 등이 있다.지금까지 정부주도로 추진되어 온 특화산업육성정책은 여러 부처별로 다양한 사업이 추진돼 효율적이지 못했고, 지원자금도 너무 적어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 새정부 인수위에서는 국정과제 리스트를 만들면서 지방소멸위기와 직결된 지역별 특화산업 육성을 국정운영의 핵심정책으로 삼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하기를 바란다.

2022-03-17

노마스크 염원

우정구 논설위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다닌지도 벌써 1년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의 불편함이란 이루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95%가 불편함을 느낀다고 응답했고, 불편한 이유도 가지가지다. “숨쉬기가 힘들다”가 가장 많았고 피부 트러블 발생, 귀부분의 아픔, 안면에 열 느낌, 안경에 습기가 찬다, 마스크 비용 부담 등등이다.이런 불편함보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피로감과 스트레스 심지어 우울증까지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 사회 문제도 됐다. 또 마스크 착용이 어린이들의 언어 발달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와 부모들에게 걱정도 안겨주었다. 만약 마스크를 벗는 날이 온다면 아마 그날은 국민 축제의 날로 삼아도 반대할 사람이 없을 듯하다.그러나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뛰어난 방역 조치란 점에서 마스크 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방역 당국도 마스크를 벗는 시기를 현재로선 예단키 어렵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혔다.미국과 영국 등 유럽국가들은 오미크론 확산세가 정점을 지났다고 평가하고 지난달부터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 확진자였다가 치료 후 완치된 사람들 사이에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요구가 쏟아진다고 한다. 코로나 완치로 항체가 생겨 마스크 쓰기는 의미가 없다는 게 그들의 의견이다.이에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 말한다. 새로운 변이 출현과 면역효과 감소로 재감염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오미크론이 정점을 향해 다가가지만 노마스크는 아직도 우리에겐 희망에 불과하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3-17

통제되지 않은 세상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은행은 사람이 만들었지만 사람의 통제를 벗어난 체제로 그 체제는 이자와 이익을 먹고 커간다. 정상참작을 고려하지 않고 대출을 갚지 못한 자의 땅을 뺏어가는데 사람들은 그런 체제를 통제하지 못한다. 이미 이 회사는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지배체제가 되어 버린다.”존 스타인백이 ‘분노의 포도’를 통해서 한 말이다. 히틀러의 나치즘도 독일 시민들의 통제권을 벗어난 악의 지배체제가 되었고, 푸틴 정권 역시 러시아 국민과 유엔도 통제할 수 없는 전쟁 지배체제가 되었다.현대사회학자 피터 블라우는 “조직이 만들어 지면 그 조직은 만든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 사람의 통제권을 벗어나게 된다”고 했다.어떤 사람은 그 원인을 인간의 타락으로 본다. 그래서 개인이 변화되면 체제도 변화된다고 한다. 하지만 라인홀드 니이버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라는 책에서 도둑연합주식회사에서 아무리 개인이 정직하게 일해도 결과적으로 도둑질을 도운 것임으로 개인의 변화가 체제를 변화시킬 수 없다고 했다. 역으로 체제가 변화되면 개인이 변화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노예제도를 폐지한 미국에서 여전히 인종차별이 있고, 재산을 공동분배하는 공산주의 체제에도 개인의 탐욕을 채우는 이들이 있어 체제변화가 개인을 변화시키지 못한다고 한다. 개인과 체제가 동시에 변화되어도 여전히 악의 힘은 남는다. 이를 경험한 밀란 쿤데라는 “낙원에도 감옥이 필요하다”고 했다.세상에는 존재론적으로 악한 영적 힘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배체제를 월터 윙크는 악한 영이 지배하는 사탄의 지배체제라고 했다. 지배체제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탓만이 아니고, 구조의 탓만도 아니며, 악한 영의 힘이 연합되어 있다는 것이다.베르자예프는 “개인이 도덕적으로 완전해지기를 기다릴 수 없으며 사회구조를 함께 변화시켜야 하고 동시에 선한 영이 영향력을 끼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예수는 개인구원과 동시에 사회구원을 위해 일 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영의 힘을 통해 잘못된 지배체제를 몰아내려 했다. [마]12:28에 “내가 하나님의 영을 힘입어서 사탄을 몰아내고 하나님의 나라를 너희에게 주었다”고 했다.성경 에베소서에도 우리가 대항하여 싸워야 할 것은 개인과 사회체제만이 아니라 인간의 통제권을 벗어나 있는 악한 영들이라 했다. 칼 융은 오랜 세월 쌓인 전통과 문화는 영적인 힘을 보유한다고 했다.예수는 바리새인들의 율법과 전통에서 흘러나오는 악한 영을 하나님의 영을 힘입어 몰아내었다. 오늘 인류가 직면한 통제권을 벗어난 폭력과 전쟁의 억압체제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개인과 사회의 통전적 변화와 동시에 악한 전통과 문화에서 흘러나오는 악한 영을 제거하고 하나님의 선한 영이 영향력을 끼치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22-03-16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정미영수필가 기억의 정원에서 그리운 추억들을 불러내 이름표를 붙여 주고 싶었다. 희미해져 가던 실루엣이 뚜렷한 흔적으로 남았다. 때로는 바람결에 실려 다니는 말들을 내 마음에 빼곡하게 걸어 놓고 날마다 행간을 놓칠세라 열심히 읽었다. 아담한 수필이란 집을 짓기 위해서다.몇 년 전,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공연장에서 신명나는 사물놀이를 구경했다. 김덕수 명인이 태평소를 불며 등장하자 관객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복을 몰고 가는 길놀이로 시작된 공연은, 사물놀이패의 꽹과리, 징, 장고, 북의 화려한 연주와 조화로움으로 어깨춤을 유발하더니 농악을 기본으로 사물굿판이 펼쳐졌다. 상모꾼의 상모돌리기에서 절정을 이룰 때에는 흥겨운 장단에 내 어깨도 다른 관객들과 어우렁더우렁 들썩이고, 덩달아 손도 박자를 맞추기에 바빴다.공연이 끝난 뒤였다. 전율이 찌르르 온 몸을 에둘러 나가도 가슴에는 한 줄기 짙은 감동이 여운으로 자리 잡았다. 공연 시간은 짧았지만 구경꾼들의 영혼을 맑게 해 주었다. 그 순간, 바람이 불어왔다. 내 마음에도 수필바람이 시원스레 불어와 누군가의 가슴을 두드릴 수 있다면. 누군가의 가슴에 스며들어 희망을 주고 기쁨을 준다면 좋으련만.나는 수필을 사랑한다. 울림을 주는 글을 쓰기 위해 매일 언어의 바다를 헤엄치며 살고 있다. 좋은 작품을 남기기 위해서는 소재가 중요하다. 글감이라는 보물을 찾으려고 나는 항상 두리번거린다. 학창 시절에 소풍의 재미는 보물찾기에 있었다. 나무 밑이나 화단 근처, 돌무더기를 뒤지며 찾던 종잇조각. 학생이었을 때 내 눈빛이 그 순간만큼 반짝거릴 때가 있었던가. 글감 찾기는 내 생활 속에서의 보물찾기다. 빛나는 글감이 떠오르면 며칠을 머릿속에서 반죽하고 숙성시킨다.자아 성찰의 시기를 거친 내 글쓰기는 주로 밤늦은 시각에 이루어진다. 모두가 잠든 뒤에 수필을 쓰려고 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겨울은 유난히 마음이 추웠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우듬지를 비추는 달빛 한 점이 있어 차가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었다. 고요히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한 마리 새처럼 조용히 의자에 파묻혀 한 줄씩 적어 내려갔다. 깊은 밤을 지새울 만했다.가끔 언어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싶을 때도 있다. 주옥 같이 펼쳐지는 언어의 황홀경에 흠뻑 취해 있다가도, 쓰는 작업이 힘에 겨워지면 수필에서 달아나고자 버둥거린다. 하지만 새벽바람의 기척으로 해가 강물 속에 풀어지는 모습을 보면 또 다시 삶의 아포리즘을 받아쓰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햇귀와 타전을 시작하고는, 윤슬을 머금은 수필을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다. 수필을 사랑한 후에 오는 것들을 기대하며.내 사랑의 결실은 책이 출판되는 것이다. 드디어 며칠 전 2022 Prose Quartet ‘작은 것들’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작가가 StoryLab 숨비에서 기획하고 주최하는 산문 축제에 초대를 받아, 앤솔로지를 출판하고 3월 한 달간 전시회 및 낭독회를 진행한다. 작가들이 보내는 울림과 공감의 파장을 독자들이 폭넓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꽃샘바람이 불어와도 아파트 화단의 홍매화 꽃눈은 얼지 않았다. 봄꽃이 피어나기를 오매불망 지켜보는 나의 시선 때문인지 앙증맞게 피어났다. 이른 봄, 산책을 나가면 붉게 물들기 시작한 매화 나뭇가지가 나를 향해 봄 내음을 물씬 풍기며 반갑게 손짓한다. 마음 가득 봄빛으로 물들이면 무채색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세상이 훨씬 곱게 보일 거라며, 나보다 인생을 오래 살아온 나무가 나를 위해 덕담 한 마디 따스하게 건네주는 오후다.헤아릴 수 없는 깊은 음률로 내 방 창문을 환한 햇살이 두드리고 있다. 그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으며 오늘도 내 가슴 안에 담겨 있던, 기록되지 않은 단어와 추억을 소환하여 수필이란 이름의 옷을 입혀 준다. 수필을 사랑한 후에 오는, 또 다른 것들을 기대하며. 나는 오늘도 분주할 것이다.

2022-03-16

섬, 해양영토와 관광산업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배경은 안개 자욱한 섬, ‘무진항(霧津港)이다. 음습한 기운이 가득한 무진항에서 주인공들은 각자도생을 선택하며 죽어간다. 동시에 ‘무진항’은 1964년 발표된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霧津紀行)’을 연상케 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무진’이라는 장소에서 몽환적인 경험을 하며 현실을 잊는다.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과 두려움을 표상하는 안개. 그래서일까. 주인공의 행동은 안개 뒤에 가려져 더욱 과감해진다.현실에서 만나는 바다 안개, 해무(海霧)는 이 같은 이미지의 극대화 버전이다. 해무는 어스름 위 어둠을 헤치며 떠다니다 아득한 순간,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그리고 곧 충돌과 침몰이 이어진다. 봄철 해무로 인한 해양사고가 빈번한 이유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3월부터 6월까지 발생하는 해양사고가 전체사고의 35%를 차지한다고 한다. ‘저시정’과 ‘황천’ 등 봄철 날씨로 인한 원인이 대다수다. 항구도시들은 뱃길과 하늘길이 동시에 막히기도 한다. 해무는 미세먼지와 함께, ‘꽃피는 봄’의 또 다른 불청객인 셈이다.벚꽃이 개화하는, 완연한 봄이다. 코로나 확진자 폭증과는 별개로 따스한 봄볕이 꽃망울을 재촉한다. 일상 회복도 진행 중이다. 그동안 묶여 있었던 여행 수요와 보복 소비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립된 일상은 곧 관계로 회복되고 다시 연결될 것이다. 단절과 고립의 경험은 사실 해무가 일상인 섬마을의 모습과도 닮아있다.뱃길로만 들어갈 수 있는 섬마을은 ‘단절’의 상징이다. 그 곳에서의 삶이 일정한 폐쇄성과 배척을 보이는 이유도 이런 원인을 꼽는다. 오랫동안 낙후되고 협소하다는 선입견도 덧입혀졌다. 섬에 관한 고착화된 이런 인식은 섬 관광이 활성화되고, 자원개발과 해양영토 개념이 부각되면서 바뀌고 있다. 단절의 역사가 길었던 만큼 달라진 현실의 파급력도 막강하다.해양패권 경쟁시대가 도래하면서 섬은 유인(有人)과 무인(無人)의 의미를 뛰어넘어, 존재 자체로 인정받고 있다. 섬을 경계로 해양관할권과 해양자원을 차지하려는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부터다. 일본의 경우 조그마한 암석인 ‘오키노도리’를 섬으로 해석하며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을 주장한다. 섬이 한 국가의 최전방 해양영토가 되는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가진 해양자원으로 변모하는 순간이다. 섬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높아지자 우리 정부도 격렬비열도에 국가관리연안항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격렬비열도는 서해 최외각에 위치한 무인 섬이다. 최근에는 해양수산부 소속 등대관리원이 홀로 거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격렬비열도 인근은 한·중 공동관리 수역으로 중국 불법 어업이 빈번한 곳이다. 정부는 어족자원 보호와 해양영토 보전 등을 위해 격렬비열도를 국가관리연안항으로 지정하고 부두 등 선박 접안 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해경 경비정과 어업지도선 등 선박의 입출항이 자유로워 해양영토 관리가 훨씬 수월해질 예정이다.섬은 해양영토의 최전방을 수호하는 의미와 동시에 해양관광산업의 중심에 있기도 하다. 코로나로 멈춤이 시작되기 전, 우리나라 연안여객선 이용객은 1천700만 명을 육박했다. 섬주민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해양레저가 활성화되고 낚시와 섬여행 등이 늘면서 선진국형 관광형태가 도래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다만 섬여행의 이유는 해외의 경우와 사뭇 달랐다. 정현미작가 경남연구원의 ‘경상남도 섬 발전 종합계획 수립’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관광객들이 섬을 찾는 주된 이유는 ‘의미 있는 장소’ 때문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경치를 보기 위해서’나 ‘섬 여행’이 주목적이 아니었다. 연구보고서에서 말한 ‘의미 있는 장소’의 정확한 뜻은 조사에 참여한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섬을 단순히 휴양이나 레저로만 여기지 않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섬은 냉정한 국제정세를 반영하는 국방안보의 상징이자, 해양자원개발의 독점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거기에 존재의 가치까지 더해져 관광객까지 불러 모으며 변신 중이다.일반적으로 한 국가가 소득 3만 불 시대에 진입하면 해양레저관광산업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를 반영하듯 2010년 중·후반부터 섬관광 등 다양한 산업들이 성황을 이루었다. 위드코로나로 본격적인 관광시대가 열리면 산과 들, 바다는 다시 북적일 것이다. 단절과 고립의 경험이 강했기에 유대와 공유, 연결의 가치도 더욱 빛날 것이다. 최외각의 섬들이 항·포구로 연결돼 관광객을 맞고 해영영토 거점이 되듯, 우리네 삶도 ‘안락한 관계’ 속으로 들어서지 않을까. 존재만으로 ‘의미’를 갖게 된 섬처럼, 평범한 일상이 ‘관계’로 이어지길 고대해본다.

2022-03-16

당선인의 울진방문, 국가 존재이유 보여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5일 울진 산불 피해 현장을 찾아 “지금 정부와 잘 협조하고 5월에 새 정부가 출범하면 주민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세밀하게 잘 챙기겠다. 힘내시고 용기를 내달라”고 했다. 윤 당선인의 이번 울진방문은 첫 지역일정이며, 대선후보였던 지난 4일에도 울진읍 국민체육센터에 차려진 산불피해 이재민보호소를 찾아 주민들을 위로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이재민들의 생계를 걱정하며, “원전조기 착공을 통해 특별지원금이라도 조기에 들어오면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재개를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울진지역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가급적 빨리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를 재개해 많이 일할 수 있게 해보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시절인 지난해 말에도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현장을 찾았으며,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시 재개’를 주요공약으로 내걸었다.신한울 3·4호기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내놓으며 지난 2017년 다른 원전 4기와 함께 건설이 백지화됐다. 예정대로라면 이미 가동이 됐어야 했다. 주요기기 사전 제작과 부지 매입 등에 약 7천800억원이 투입됐지만, 건설이 중단되면서 울진 지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한수원은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재개하려면 산업부의 전력수급계획이 변경돼야 한다”고 밝혀, 새정부가 출범하더라도 공사 조기재개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공사가 중단된 지난 2017년 당시 부지매입이 거의 완료된 상태고, 대부분 주민이 원전건설에 찬성하는 입장이라서 산업부의 전력수급계획변경이 이루어지면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윤 당선인의 이날 산불피해 현장 방문은 주민들에게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시간이었다. 당선인도 “현장에 직접 와봐야 피해상황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듯이, 대통령의 민생현장 방문은 피해주민들에게 정신적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당선인이 산불당시 진화대원들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 울진읍 중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은 것도 박수를 받을 만 하다.

2022-03-16

소형모듈원전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소형모듈원전(SMR)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나온 차세대원자력모델로, 대형 원전보다 크기가 작고 안전성이 높은 전기 출력 300메가와트(㎿)급 이하 차세대 원자로를 뜻한다.SMR은 기존 대형 원전인 1천~1천400㎿급보다 출력이 작지만, 원자로와 냉각재를 하나의 용기에 설치하기 때문에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도 적게 든다. 발전 효율과 안전성도 높다. 최근 미국과 영국, 러시아, 중국 등이 SMR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한국은 지난 2012년 SMR인 스마트(SMART)를 독자 개발해 세계 최초로 인허가 획득에 성공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시작되면서 기술이 사장돼왔다. 그러던 것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탈원전 정책 폐기와 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 등을 공약함에 따라 차세대 원전모델로 떠올랐다. 윤 당선인은 원전 선진국들이 SMR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인 만큼, 한국 고유의 SMR을 하루빨리 실증하고 상용화까지 마치기 위해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SMR이 차세대 원전 기술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대기업들도 앞다퉈 SMR 인재채용에 나섰다. 삼성그룹의 싱크탱크인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가 소형모듈원전(SMR) 인재 채용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미국의 SMR 전문기업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에 지난해 2천만달러를 투자하고, 올해 추가로 3천만달러를 투입했다.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아이다호주(州)에 발전용량 60㎿급 SMR 12기로 이뤄진 총 720㎿ 규모의 원전발전단지 건설을 진행 중이다. SMR이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길 기원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3-16

확진자 40만 돌파… 코로나 노이로제 시달린다

16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처음으로 하루 40만명을 돌파했다. 역대 최고치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하루 4만3천여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시도민 사이에는 코로나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확진자 수가 급증한 것은 15일부터 확진자 인정기준이 달라진 데 일부 원인이 있다. 동네 병·의원에서 받은 전문가용 신속항원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확진으로 인정한다는 기준이다. 그러나 그보다 지난 한달동안 자가격리 지침과 거리두기를 계속 완화해 온 것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게 옳다.전세계 인구의 1%도 안 되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확진자 비중이 26%다. 세계 확진자 10명 중 4명이 한국에서 발생했다는 것인데, 믿기 어려운 통계다. 왜 이렇게 한국에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정부의 설명이 궁금하다.정부는 다음주 하루 평균 31만∼37만명 정도 수준에서 정점을 이루고 23일 전후 감소세로 돌아설 거라 예측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 예측이 맞은 적이 거의 없어 국민 신뢰도 없다. 미국 등 다른 나라는 오미크론 발생 정점 후에 방역규제를 완화했으나 우리는 정점이 오기도 전에 규제부터 풀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방역이다.서울대 보건대학원팀이 실시한 코로나19 국민 의식조사에서 응답자의 63.4%가 코로나19 유행을 더는 통제하기 어려울 거로 내다봤다. 특히 정부정책 신뢰는 떨어지고 국민 불안은 더 높아진 것으로 조사돼 시중의 분위기를 반영했다.이런 와중에 정부는 계절 독감처럼 관리하겠다며 추가 방역완화까지 검토 중이라고 하니 황당하다는 생각도 든다. 위중증 환자가 1천200명대까지 늘었고 하루 300명 가까운 목숨이 희생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등하면 의료체계가 한꺼번에 감당할 수 없어 희생자는 더 늘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일상서 만나는 다수가 코로나 감염자라 생각하면 개개인이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정부의 어긋난 방역으로 많은 국민이 코로나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2022-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