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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테세우스에게 버림받은 아리아드네 - 왕관자리

별자리를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계절 여름밤은 화려한 별들의 축제다. 특히 거문고자리의 α별 베가(직녀별), 독수리자리의 α별 알타이르(견우별), 그리고 백조자리별들 중 가장 빛나는 α별 데네브를 이어서 여름날 별자리들을 찾는 데 길잡이로 이용하곤 한다. 이 별들을 이은 대삼각형 좌를 중심으로 은하수가 마치 강처럼 가로로 길게 흘러 화려하고 아름다운 밤하늘을 연출한다.이 삼각형을 이용해 여름철 별자리를 찾아보면 거문고자리와 독수리자리 그리고 헤르쿨레스자리, 왕관자리, 백조자리, 돌고래자리, 전갈자리, 궁수자리, 뱀자리, 뱀주인자리 등을 관찰할 수 있다.지금부터 여름 밤하늘의 대표적인 별자리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알아보도록 하자. 헤르쿨레스별자리 바로 옆에는 7개의 별이 반짝이고 있는데 이것이 왕관자리다. 이 왕관자리에는 크레타를 다스리던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 이야기가 담겨 있다.크레타섬은 에우로페의 미모에 반한 신들의 왕 제우스가 소로 변신해 그녀를 등에 태워서 데려간 곳이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 미노스가 크레타의 왕이 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크레타 왕궁 깊은 곳에 머리와 꼬리는 소, 몸은 사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Minotauros)가 살고 있었다. 이 괴물은 크레타 왕 미노스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한 약속을 어기자 격노한 포세이돈이 미노스의 왕비 파시에에게 저주를 걸어 소와 사랑을 나누게 한 후 낳은 괴물이었다. 미노타우로스는 성질 또한 포악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 자손이자 건축과 공예의 명장인 다이달로스(이카로스 아버지)가 만든 미로 궁궐 속에 갇혀 지내면서 일 년에 제물로 바쳐진 미소년과 미소녀를 7명씩을 받아먹으며 지냈다.아테네 왕자이자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가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자 7명의 제물 속에 자진해서 끼어들었다. 이때 크레타 공주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의 늠름한 모습에 반한다. 그녀는 테세우스에게 미로를 만든 다이달로스를 만나게 해 미노타우로스가 사는 곳을 알려준다.그리고 실 꾸러미를 주면서 돌아올 때 길잡이로 삼으라고 했다. 테세우스는 그녀 말대로 실을 풀면서 미궁을 찾아 들어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실을 따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후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를 데리고 크레타를 떠났다.그러나 테세우스는 가는 도중에 그만 마음이 변하여 아리아드네를 낙소스 섬에 홀로 버려둔 채 아테네로 돌아가 버렸다. 사랑하는 테세우스로부터 버림을 받은 아리아드네는 낙심하여 울기만 했다.-임신한 아리아드네가 뱃멀미가 심해서 섬에 남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때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나타나 아리아드네를 달래주었고, 이 둘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디오니소스는 행복에 겨운 나머지 아리아드네에게 7개의 보석이 달린 왕관을 선물로 주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아리아드네는 나이가 들어 숨을 거둔다. 디오니소스처럼 영원히 죽지 않는 신과는 엄연히 다른 인간이었던 탓이다. 디오니소스는 너무나 슬퍼한 나머지 그녀를 영원히 가슴에 묻기 위해 선물로 주었던 왕관을 하늘 높이 올려 별자리로 장식하게 했다. /박필우(스토리텔러)Tip / 소로 변신한 제우스에게 납치당했던 에우로페의 이름을 따 현재 유럽(Europe)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또 발칸반도와 이탈리아반도 사이에 길게 형성된 해안을 아드리아해로 부른 것은 크레타 공주 아리아드네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2022-08-28

포항과 경주, 울산시와 ‘연합시’ 결성할까

포항·경주시와 울산광역시가 어제(25일) 해오름 동맹 상생협의회 실무협의회를 열고 ‘해오름 연합시(市)’ 결성 문제를 본격 추진하기로 해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포항·경주·울산 3개 도시의 자치단체 간부들이 참석한 실무협의회는 다음달 예정된 상생협의회 정기회에 앞서 열리는 사전 회의 형식이다. 이날 회의에선 3명의 자치단체장이 참석하는 정기회 시기와 회의에 상정될 주요의제가 논의됐다. 신라문화권이라는 공통성을 갖고있는 포항·경주·울산 3개 도시는 지난 2016년부터 ‘해오름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행정협의체를 만들어 청소년 교류캠프와 관광프로그램 등을 공동으로 운영하며 교류를 해 오고 있다. 연합시 추진은 김두겸 울산시장을 비롯한 울산지역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울산이 부산·경남과 메가시티로 묶이면 상대적으로 실익이 없는 반면, 기초단체인 포항·경주와 연합할 경우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울산정치권에서는 장기적으론 경남 양산과 밀양까지도 연합시에 포함 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해오름 연합시가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처럼 특별지방자치단체 수준의 결합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3개도시가 연합시로 연대를 하면 현재 동맹수준의 행정협의체보다는 결합도가 훨씬 더 견고해진다. 포항과 경주에서는 지역 경제와 관광활성화 차원에서 연합시 출범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현재 부산과 경남에서는 울산시가 부·울·경 메가시티 탈퇴 움직임을 보이며 연합시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울산시의 정책 선회 배경이 지자체간 연대과정에서 주도권과 실익을 갖겠다는 이기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포항시와 경주시도 부산·경남의 입장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연합시 결성을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경북도내 주요도시인 포항과 경주가 울산광역시와 연합시를 구축해 딴살림을 살 경우, 경북도는 물론 도내 타 시·군의 상실감이 크지 않을 수 없다.

2022-08-25

지방시대위원회의 소명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지난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가균형발전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언론은 지역과 균형발전을 어떻게 다루는가’, ‘새 정부 균형발전정책의 비전과 지역발전 전략’등의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우리나라에서 지방분권·균형발전정책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균형발전이 화두가 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 이후부터다. 수도 이전을 공약했던 노 대통령은 총리실과 중앙행정부처를 세종시로 옮기고, 공공기관들을 전국 각 지방으로 옮겼다. 이를 계기로 부산, 대구, 광주·전남, 울산, 강원, 충북, 전북, 경북, 경남, 제주 등 10곳에 혁신도시가 만들어졌다. 그 당시 설치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몇 개의 정부를 거치면서도 균형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왔다.그러나 의외였던 것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이어 집권한 문재인 정부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지이자 친구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초기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개헌’을 약속했으나 끝내 실현하지 못했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이루지 못했다. 균형발전정책은 포기하다시피 방치하다가 면피용으로 전국 각 지역에 23개의 예타면제 사업을 배정해주는 걸로 체면치레하고 말았다. 결국 수도권의 인구가 총 인구의 50%를 넘었고, 수도권 GRDP가 나라 전체의 GDP 50%를 돌파했다.이날 세미나에서는 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를 통합해 새로 출범할 지방시대위원회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다. 사실 수도권이 기형적으로 발전하는 사회불균형이 이어지면, 지방만 소멸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빠르게 쇠퇴하고 만다. 그런데도 중앙언론은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애정도 보이지 않는다.지역언론의 태도 역시 문제다. 지역현안이 화두가 될 경우 지역이기주의에 휘둘리는 게 대표적이다. 예를 들면 이명박 정부때부터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지역이 갈등을 빚은 가덕도 공항 문제를 보라. 지역언론과 지방정부, 지방 정치권까지 합세해 패싸움을 하는 바람에 아직도 거점공항을 어디에 세워야 할 지 갈피를 못잡고 있는 형세다. 지역언론의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어떻든 윤석열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콘트롤 타워역할을 할 지방시대위원회가 필요하다. 즉, 여소야대 상황에서 우선 대통령령 시행령으로 출범하더라도 빠른 시일내 야당을 설득해서 특별법을 제·개정해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처럼 부총리급의 행정위원회로 출범시켜야 한다. 자문기구 성격의 위원회로는 예산 요구권이나 집행권한이 없어 성과를 내기 어렵다. 새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수도권 대학 정원 증원, 국내 유턴 기업에 대한 수도권 경제자유구역 내 세금 감면 등의 정책은 지방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란 점을 밝혀 철회토록 하고,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지방시대위원회의 소명이 무겁다.

2022-08-25

“집 안 팔려 입주 못해” 정상 거래도 막혔다

대구경북지역의 주택경기 침체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지난달 대구 수성구를 제외한 대구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는 등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에도 불구, 시장경기는 좀체 변동을 보일 기미가 없다. 국토부 등의 집계에 의하면 대구지역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6월말 현재 6천318가구, 경북은 4천823가구다. 이는 전국 전체 미분양 물량의 41%다. 대구가 미분양 물량 전국 1위며 경북은 2위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완공 후 미분양도 상당수다. 대구와 경북지역의 미분양 상황이 전국에서 가장 나쁘다는 뜻이다. 게다가 대구지역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만4천여 가구가 신규 공급된 데다 앞으로 2년간 6만3천여 가구가 더 입주할 것으로 전망돼 주택 과잉공급에 따른 시장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크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한국주택협회 회원사 500여 곳을 상대로 전국 아파트 분양자의 미입주 사유를 조사한 결과, ‘기존주택 매각 지연’이 응답자의 40%를 차지했다. 10명 중 4명이 집이 안 팔려 입주를 못한다는 것이다. 잔금대출 미확보도 28%였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정상적 부동산 거래를 막고 있다. 미분양, 미입주, 주택거래 부진 등 부동산 시장 전반이 꽁꽁 얼어붙었다. 대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2020년 월평균 4천280건에 달했으나 지금은 월평균 950건으로 뚝 떨어졌다. 이대로 두면 거래절벽 속에 급매물이 속출하고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 뻔하다. 산업 후방효과가 큰 주택경기가 지역 경제계 전반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을 최소한 정상화시키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대출을 더 완화하거나 민간 임대사업 활성화 등 경기진작을 위한 각종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당국이 규제를 풀면서 주택 가격이 폭등하는 일은 당연히 없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집이 안팔려 새로 구입한 아파트에 입주를 못할 만큼 시장의 기능이 침체되는 것도 비정상이다. 분양권 전매 제한을 해제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지역의 사정이 나쁘다. 지역 주택경기를 연착륙시킬 당국의 대책이 서둘러 나와야 한다.

2022-08-25

영일만 횡단대교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교량은 중국의 강주아오 대교다. 중국 본토 광동 주하이와 마카오를 연결하는 길이 55km의 다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2.8km)의 20배가 넘는 길이다. 22.9km의 교량구간과 해저터널구간, 인공섬으로 구성돼 있다.이 다리 본체 구조물 공사에 소요된 철강만 40만t이다. 파리 에펠탑의 40배가 넘는 물량이다. 이 다리 건설로 자동차로 3시간 30분 정도 걸리던 두 지역 간의 거리가 30분으로 단축됐다.국내서는 2009년 완공된 인천대교가 가장 긴 해상교다.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잇는 21.3km 교량이다. 순수 교량구간만 11.8km에 달한다.육지가 아닌 바다위로 달리는 교량을 해상교라 부른다. 국내는 해상교가 136군데 있다. 섬과 섬을 연결하거나 섬과 육지 혹은 육지와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다.해상교가 건설되면 통행시간 단축은 물론 물류비 감소 등 경제 효과와 더불어 해상교의 아름다운 경관 등으로 인한 관광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국내에 100군데가 넘는 해상교가 있지만 경북에는 해상교가 단 한 군데도 없다.포항의 영일만 횡단대교가 10여 년 전 지역균형발전 선도사업에 포함되면서 지역민의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도 미실현 단계다.영일만 횡단대교는 포항시 남구 동해면과 북구 흥해읍 일대 바다를 가로지르는 길이 18km의 해상교다. 산업도로의 동맥으로, 또 동해안 고속도로의 완결 부분이자 지역의 오랜 숙원과제로 남아 있는 사업이다.최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통령의 지시로 영일만 대교 건설이 내년에는 드디어 해결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했다. 경북의 첫 해상교 건설에 서광이 보이는 순간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8-25

윤석열 대통령의 역사적 사명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윤석열 대통령은 역사적인 인물이다. 대통령이어서가 아니라 좌파정권의 연장을 막았다는 사실이 역사적 의의를 갖기 때문에 그렇다. 윤 대통령은 등장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역대 여느 검찰총장들처럼 자신을 발탁한 정권에 고분고분 충성을 했으면 무사히 임기를 마치고 지금쯤 변호사 개업이나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문재인 정권에 반기를 들었다. 무슨 대단한 정의감이나 사명감이라기보다는 부당한 일에는 적당히 타협하거나 굴종하지 못하는 성품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추미애와 박범계 두 법무장관들의 지나치게 상식을 벗어난 처사가 그를 일약 역사적 인물로 부각시켰다. 그로 인해 야당의 대권주자가 되고 대통령까지 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결국은 국민들이 불러내고 선택을 한 것이지만, ‘하느님이 보우하사’란 애국가 가사처럼 어떤 보이지 않은 손이 우리나라의 명운에 관여하는 게 아닐까하는 느낌마저 드는 건 왜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등장하지 않고 좌파세력이 재집권 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 회복할 수 없는 와해의 길을 가고 있을 것이다. 반공은커녕 군기무사를 해체하고 국정원의 대공기능을 폐지해서 북조선 노동당 연락소 역할이나 하게 만들어버린 좌파정권이 아닌가. 그런데 그들이 후안무치한 선전선동과 퍼주기 표퓰리즘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교란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됐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대한민국 70년사는 반공(反共)의 역사였다. 해방공간에서 좌우 양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은 공산당(남로당)과 한국민주당이었고, 여운형이 이끄는 중도좌파의 조선인민당과 김구 등 상해 임시정부 계열의 한독당 같은 중도우파 정당도 있었다. 그러나 소련을 등에 업은 김일성 일당이 38선 이북을 장악하고 신속하게 공산주의체제를 정비하자, 남쪽에서도 치열한 대립 끝에 이승만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였다. 서울시민 77%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자유대한민국의 탄생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었다. 취임 100여 일이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 안팎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왜곡하거나 부정하는 좌파 세력들로부터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수호하는 일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민심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일 터이다. 심지어는 보수우파정당을 표방하는 지금의 여당 국회의원들조차 제대로 된 반공의식을 가진 사람이 드물 정도니 나라 전체가 좌경화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반미친북을 외치는 주사파들보다도 친미반공을 부르짖는 애국우파들을 더 백안시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다른 위대한 업적이 아니다. 좌경화로 기울어진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 지난 정권이 파괴하고 훼손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와 정체성을 정상화 하는 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당면과제요 역사적 사명임을 부디 잊지 마시기 바란다. 지지율에 연연하고 인기 있는 대통령이 되어보겠다는 계산이 앞서면 오히려 실패한 대통령이 되고 말 것이다. 대한민국 70년 역사를 살아온 초야의 범부가 드리는 충언이다.

2022-08-25

처서(處暑)를 맞으며

윤영대 수필가 우리나라 중서부지방을 오르락내리락 지척거리며 폭우를 쏟아붓던 강우 전선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창 너머로 불어온다.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찾아와 선선한 계절을 준비하라는 처서(處暑)다. 교외로 들판을 달려보면 벼 이삭이 익어가고 사과밭에도 탐스러운 과일이 태양을 닮아가고 있다.처서 전에 김장배추를 심어야 한다기에 작은 텃밭도 가꿀 겸 며칠간 시골집에서 조용하게 뜰이나 가꾸면서 마음을 씻어본다. 잔디 마당에도 화단에도 풀들이 제멋대로 자라나서 어지러웠는데 ‘처서가 지나면 풀이 더 자라지 않는다’는 계절의 약속을 믿고 잡초를 뽑고 잔디를 깎았다. 숨어있던 풀 모기들이 떼로 덤벼들어 팔뚝에 붉은 점들을 남긴다. 그래,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니 곧 힘을 못 쓰겠지…. 뒤뜰의 숲은 다음에 정리하기로 한다. 찌르르한 매미 소리 들으며 얼마 일하지 않았는데 아직도 폭염이 남아있어서인지 등에 땀이 줄줄 흐른다. 찬물에 몸을 씻고 낮잠을 즐긴다. 해가 진 후 풀벌레 소리 가득한 마당에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오랜만에 별들의 인사가 반긴다. 도심에서 살면서 잊혀버린 가을의 느낌이다.다음날 이른 아침, 잔디마당에 나서니 찬 이슬이 발등을 씻어주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분홍 배롱나무꽃은 슬슬 지고 낮달맞이꽃 몇 송이가 무더웠던 여름을 기억하는 듯하다. 그런데 일기예보를 들으면 또 비구름 떼가 남하하면서 약간의 빗방울을 뿌리겠다고 하니 그것은 여름을 씻으려는 계절의 미련이겠지. 옛사람들은 처서의 날씨를 보고 농사의 풍흉(8C50凶)을 점쳤다는데, 비가 오면 흉작이라니 오늘의 쾌청한 날씨가 더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런데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쌀이 준다’는 속담도 있으니 괜히 걱정이 된다.요즘 길거리 곳곳에 ‘쌀값 폭락’에 항의하는 현수막이 너울거린다. 출범한 지 100여 일 밖에 안 된 현 정부의 무능 탓이라고 농정을 규탄하고 있다. 45년 만에 최대 폭락이라는데 현재 쌀 재고량이 수십만 톤이나 되는 쌀 풍년에 수요량을 초과한 탓이라니 쌀생산을 줄여야 하나. 이번 처서에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으니 속담처럼 흉작이 되면 쌀값이 오르려나.폭염이 물러나고 늦장마도 사라지면 들판의 곡식과 채소 과일 들도 모두 계절의 축복을 입고 가을 잔치를 벌여 줄 거야. 우리도 이제 가을맞이 준비를 해야지. 가을 고기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칼국수 말아먹으며 힘내고 꿀복숭아 한입 베어 물고 맑은 바람과 왕성한 가을 햇살을 듬뿍 받자. 그리고 여름옷 빨아 넣고 가을옷 꺼내어 나만의 멋진 패션도 꾸며보자. 이제 한여름의 폭염과 습기를 날려 보내준 에어컨과 선풍기도 먼지 털고 날개 씻어 넣으며 집안 곳곳 대청소도 해야겠다. 또 장마에 젖은 옷과 책들을 그늘에 널어 말리는 음건(陰乾)도 하며 주위를 정리하고 ‘어정 칠월, 건들 팔월’ 그 가을의 시작을 즐기자.

2022-08-25

휴가철 선크림의 중요성

여름 휴가철 동안 선크림을 제대로 바르지 않았다가 심각한 상처를 입은 여성의 얘기가 해외언론에 보도되면서 자외선 차단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흔히 비 오는 날, 흐린 날, 겨울철 등에는 자외선차단제를 바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구름 낀 날에도 자외선의 80%가량은 피부에 도달하기 때문에 자외선차단제는 필수다. 심지어 안개 낀 날 피부에 닿는 자외선량이 맑은 날과 같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물속에 있어도 자외선에 노출되는 만큼 외출할 때는 무조건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 SPF 수치는 자외선차단제를 바른 피부가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피부에 견줘 얼마나 오랫동안 화상을 입지 않고 견디는지를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SPF 수치가 50 이상이면 최상의 자외선 차단을 의미한다. SPF 수치가 30을 넘으면 피부 자극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는 SPF 30이면 충분하다. 생후 6개월 미만의 영아라면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기보다 햇빛 노출을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6개월 이상이라면 외출 시 옷이나 모자로 자외선을 최대한 가려주고, 얼굴과 같은 노출 부위에만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게 좋다. 자외선차단제는 가급적 외출 15∼30분 전에 바르고, 일상생활에서는 4시간마다, 야외활동 때는 2시간마다 덧발라야 한다. 스틱이나 스프레이 형태의 제품은 크림이나 로션 형태의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난 후 덧바를 때 이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마스크를 써도 자외선차단제는 발라야 한다. 다만, 마스크로 가리는 부위는 피부 트러블 발생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유분이 많은 자외선차단제는 피하는 것이 좋다. 여름 휴가철은 물론 가을 행락철을 건강히 보내기 위해서는 자외선 차단제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8-24

복합위기 겪는 기업들, 정부자금지원 절실

포항상공회의소가 그저께(23일) “올 추석 포항지역 기업자금 사정을 조사한 결과 자금상황이 상반기와 비슷하거나 더 힘들어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조사는 포항지역 77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9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됐다. 조사결과, 현재 지역업체의 자금상황이 상반기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55.8%로 가장 많았고, 상반기보다 힘들다는 기업이 33.8%였다. 상반기에 비해 나아졌다는 기업은 10.4%에 불과했다. 상반기 자금사정에 대한 조사결과도 그렇게 밝지 않았었다. 6개월 후쯤에는 자금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대부분(57.1%) ‘지금과 비슷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하반기보다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는 기업도 33.8%나 됐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이유는 매출감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금융부문에서 기업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금리인상(63.3%)이었으며, 그다음이 환율불안(13.9%)이었다. 전반적인 금융 정책에 대한 평가는 절반이상의 기업(52%)이 보통이라고 답했으며, 불만족(37.3%) 또는 매우불만족(4%)하다는 응답도 41.3%에 달했다. 불만족이유는 대다수가 ‘대출금리’를 꼽았다. 포항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대부분 중소기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 번째 추석을 맞으면서 자금난 때문에 표정이 어둡다. 전염병 확산세로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데다, 원자잿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고 물류난까지 겹쳐 상당수 기업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빚으로 빚을 내 버티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이 매일 역대최고치를 경신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포항지역 상당수 중소기업의 경우, 코로나 사태를 3년째 겪으면서 담보력이나 신용도 등의 재무지표가 바닥권일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와 금융권은 사업 전망이나 거래 신뢰도 등을 평가하는 방법을 통해 정책자금과 신용보증 지원 확대, 대출금리·대출담보 완화, 운전자금 대출 확대 등의 특단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2022-08-24

문화가 살면 사람이 모인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우리나라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인구위기에 직면해 있다.’어느 국회의원이 최근 한 정책토론회에서 털어놓은 고백이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사회적인 문제들이 속속 나타난다. 신생아출산은 반세기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20년쯤 후에 나타날 경제, 사회, 문화적 충격을 생각하면 가히 종합적이지 않을까 싶다. 인구문제는 나라의 문제이면서 지역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구는 얼핏 머릿수자 문제처럼 보이지만, 보다 넓은 영역의 생활여건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내가 살기힘든 곳에 아이들까지 낳아 고생시킬 부모는 없다. 살기좋은 환경이 살아나려면 우리는 무엇부터 고민해야 할까.지역 소재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수도권으로 달려갈 꿈을 꾼다. 수년을 머물며 공부하고 생활했던 지역에는 왜 관심이 없을까.청년들이 말하는 두 가지 중요한 까닭은 일자리와 문화다. 경제력을 이어갈 일터가 부족하고 재미있고 신나게 즐길 문화공간이 없다는 것. 돈도 필요하지만 놀거리가 필수라는 것. 살기좋은 도시를 발표하는 해외자료들을 보아도 경제적 여건 못지않게 문화적 배경이 우선순위 앞자리를 차지한다. 지역과 마을에 풋풋하게 살아있는 이야기와 자랑거리. 다른 동네 사람들을 마력처럼 끌어들이는 흥미와 매력. 어느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지역만의 독특한 그 무엇. 평범해 보이는 소재라도 스토리텔링의 힘이 번득이는 홍보와 마케팅. 지역이 가진 문화적 역량 덕에 살아나는 지역민의 자긍심. 솟아오른 긍지는 지역을 자랑스럽게 만들어내지 않을까.문화는 ‘옛날이야기’만이 아니다. 발굴하여 나누지만, 오늘의 감각에 맞추어 새롭게 다듬어야 한다. 문화콘텐츠를 효과적으로 ‘현재화’할 때, 어른들뿐 아니라 자라나는 다음세대도 함께 누리게 될 터이다. 담긴 의미를 그대로 두고도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재미있고 알기 쉽게 새롭게 만드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이즈음에 세계가 우리와 함께 호흡하도록 ‘글로벌화’하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 지역에 이미 있을 풍성하고 소중한 스토리 소재들을 다시 돌아보며 오늘의 문화로 새롭게 창조하는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 ‘옛것’으로서 문화를 넘어 오늘의 ‘일상’을 풍성하고 즐거우며 재미있게 만드는 문화의 텃밭이 되었으면 한다.문화가 살아나 모두의 일상이 되면 높아가는 지역의 자긍심과 함께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까. 지역의 매력에 끌려 찾아올 관광객의 발걸음과 함께 일어날 경제적 융성은 지역의 안정적인 인구정책과 관리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지역소멸을 두려워하기 전에 문화와 스토리의 힘에 승부를 걸었으면 한다. 우리만의 이야기를 살펴 발굴하고 오늘의 느낌에 맞추어 새롭게 창조하여 문화와 예술이 넘실대는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세상에서 지역의 문화적 강점은 지리적 장벽을 뛰어넘어 글로벌하게 번져갈 터이다. 문화로 강한 지역을 만들어보자. 재미있는 곳에 구경꾼이 모이듯, 문화가 일면 사람이 온다.

2022-08-24

늙어가는 대구 경북…활력 찾을 방법 없나

행안부가 정책 수립과 집행, 학술연구 등에 활용하기 위해 만든 2022년도 행정안전통계연보에 의하면 경북의 평균 연령은 46.9세다. 이는 전국 평균 43.7세보다 3.2세가 더 높으며 전남(47.4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 높은 수치다.대구의 평균 연령은 44.1세로 전국 평균보다 0.4세가 높다. 광역시 중 부산(45.6세)과 함께 유일하게 전국 평균보다 높은 지역으로 밝혀졌다.저출산과 고령화는 전국적 현상이지만 경북과 대구가 유독 그중 앞서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할 일은 아니다. 정부 차원의 대책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면밀한 조치도 있어야 한다. 예산의 문제가 뒤따르지만 정부보다 더 열심히 대책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대구경북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젊은 인구의 수도권 이동이다. 해마다 수 만명의 젊은이가 수도권으로 올라간다.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다. 좋은 일자리를 지역에 많이 유치해야 하나 정주 여건이 나쁜 지방으로서는 쉽지 않다.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정책이 효과적일 수 있으나 균형발전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어느 정권에서든 매우 미온적이다. 윤석열 정부도 지방균형발전을 정부 국정과제로 선언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수도권에 공장 증설을 허용하고 반도체 인재를 양성한다는 이유로 수도권 대학에 학생 증원을 늘리고 있다.지방정부는 이런 문제에 대해 정부와 투쟁하듯이 해법을 요구해야 한다. 성명 발표 정도로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봐 중앙정부한테는 우이독경이다. 수도권 소재 공기업의 지방이전을 촉구하고 지방으로 이전한 공기업은 지역인재 채용을 대폭 늘리도록 지속적인 지방의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해야 한다.경북은 고령화와 함께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소멸위험지역을 가지고 있다. 고령사회로의 진전은 자치단체한테는 재정적으로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인구가 줄면서 세수는 줄고 복지예산은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든 지방자치단체든 고령화에 대응하는 정책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반복된 정책으로서는 고령화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도시의 활력은 갈수록 쇠퇴할 뿐이다.

2022-08-24

이육사의 옛 편지

노승욱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형제가 서로 의지하며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아침에는 끼닛거리가 없고 저녁이면 잠잘 곳이 마땅치 않으니 한탄스러울 따름입니다.”한문으로 쓰여진 원문 편지의 작성자는 이육사(李陸史) 시인이다. 그는 대구에서 신문기자로 일하던 1930년 6월 6일에 친척인 이상하에게 편지를 썼다. 생활고를 토로하는 내용에서는 삶의 고충이 느껴진다. 문화재청은 이 편지를 비롯한 육사의 친필 편지 및 엽서 4점을 이달 11일에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1936년 7월 30일 자 엽서는 육사가 포항에서 쓴 것이다. 수신인은 문우인 신석초 시인이다. 엽서에는 “경주에서 일박하고 불국사를 다녀서 이곳에 왔습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다보탑 컬러 사진이 선명한 엽서에는, 동해 바다를 함께 보기를 희망하는 우정 어린 안부 인사가 적혀져 있다.육사는 일제 강점기에 시인과 독립운동가의 길을 함께 걸었던 인물이다. 의열단에 가입했던 그는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를 1기생으로 마쳤다. 육사는 40년의 짧은 생애 중에서 17번이나 일제에 의해 투옥되었다. 병약해진 몸을 치유하기 위해 방문했던 곳이 바로 포항이었다. 그리고 포항의 영일만에서 국민시로 애송되는 ‘청포도’의 시상을 얻었다.올해는 광복 77주년과 육사의 순국 78주년을 맞은 해이다. 지난달 경북교통방송에서는 뜻깊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서 방송했다. 육사의 삶과 문학을 포항이라는 지역을 통해서 새롭게 조명한 것이다. 포항과 경주, 안동, 대구 등 경북 지역에서 육사의 애국정신을 고양하는 학술 및 문화 사업을 함께 도모하면 좋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사료 발굴과 공동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협력의 시너지 효과가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최근 한 지역민이 육사 연구에 기여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소개됐다. 육사의 장서인 ‘예지와 인생’ 속표지 사인이 그동안 해독되지 못했었다. 그런데 한 강연회에 참석했던 지역민이 한자를 뒤집어 사인했던 자신의 경험을 말하며 판독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다. ‘미러 라이팅(mirror writing)’, 즉 반전 기법을 통해 보니, 사인은 육사의 또 다른 필명인 ‘이활(李活)’이었다. 현존하는 유일한 육사의 서명이 확인된 것이다.필자는 육사가 휴양차 방문했던 포항시 기계면에 ‘청포도산책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시민들과 공저한 에세이집 ‘포항의 길’에서였다. 육사가 보여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삶을 기리는 ‘청포도문학관’도 포항에 건립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적 자산을 연구하는 주체로서의 지역민의 관심과 역할이 중요하다.며칠 전 포항 소재 ‘청포도 시비’의 관리 소홀 문제가 지역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두 곳에 위치한 육사의 시비 관리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행정 당국의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문화재는 조성하는 것만큼이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육사의 옛 편지가 소환한 포항의 ‘청포도’ 문화유산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2-08-24

계단을 만들자

김규인 수필가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물난리를 겪는다. 옷가지며 가재도구가 물에 잠겨 쓸 수 없게 되었고 반지하에 세 들어 살던 일가족 3명이 계단으로 흘러든 물에 탈출하지 못하고 숨졌다. 백 년이 넘어서 한 번 오는 피해라고 하지만 결과가 너무 비참하다. 햇빛조차 사치가 되는 반지하에 살던 이들의 고통이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빈다.소방관들이 소방차로 반지하 방 가득 찬 물을 퍼낸다. 물이 빠진 집에서 군인들이 젖어 쓰지 못하는 가재도구를 밖으로 끌어낸다. 공무원도 일손을 거든다. 모두가 온몸 가득 땀을 흘리며 집을 치우느라 바쁘다. 살아내야만 하는 주인도 비지땀을 흘린다.반지하는 냉전과 근대화가 낳은 이 시대의 아픔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대피시설로 쓰기 위해 만든 지하실이 근대화를 맞아 수도권으로 몰려든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 되었다. 그 후 큰물이 날 때마다 수해를 입어야 하는 서민들의 아픔은 이어진다.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와 고급 주택지는 극명한 빈부 격차를 보여준다. 장마가 오면 어김없이 물에 잠기는 반지하는 큰비가 내리면 일상이 된다. 반지하에서 계단을 오르는 장면은 가난한 자가 일반 사회에 진입할 유일한 기회로 묘사된다. 실제 일거리를 찾아 부잣집에 모여든 일가족이 주인의 휴가를 맞아 펼치는 부자 행각은 주인의 갑작스러운 귀가로 비극을 맞는다. 옛날 유럽에서는 창문의 개수로 세금을 매겼다. 서민들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창문을 벽으로 만들어 세금을 줄였다. 어둡게 살더라도 삶을 옥죄는 세금을 적게 내고 싶었다. 반지하는 현대판 창문 개수 줄이기다. 스스로 햇빛을 줄이더라도 주거 비용을 줄여야만 살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대명사다.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은 이제는 불가능한 일이 된 지 오래다. 맞벌이해도 감당하기 힘든 사교육비는 가난한 사람이 사회로 나아가는 계단이 사라지는 일이다. 착실히 고등학교 교육을 받고 사회로 나아가면 살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부의 격차는 더 벌어지기만 한다.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높으면 자녀가 사회로 진출하는 기회도 더 쉽고 많이 주어지는 사회는 불평등한 사회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누구나 당당한 역군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돈을 사회로 나가기 위한 요건을 갖추는 데 쏟아붓는다. 가난의 대물림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높아진 물가에 수십억 원이 넘는 집값은 일반 서민이 집을 사는 것을 포기하게 한다. 시간이 갈수록 수도권 집중은 심해지고 집 없는 서민은 늘어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서울로 몰려가고 반지하의 삶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이어진다. 서민들이 양지의 야생화처럼 마음껏 햇빛을 받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일이 언제쯤 가능할까. 귀농, 귀촌, 귀어는 은퇴자나 삶에 지친 사람들만의 선택지는 아니다. 농촌이나 어촌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일자리를 나누는 반지하 사람들을 위한 계단 만들기가 필요하다. 누구나 햇빛을 볼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손길이 필요하다.

2022-08-24

동반자

정미영 수필가 시간의 곡선을 따라 흐르던 푸른 바람 줄기가 소나무에 부딪쳐 태고적 소리를 내는 오후다. 토함산 숲, 햇살로 잘 엮은 빗살문을 열어젖힌다. 수천 년 쌓여진 바람층의 느낌표를 음미하며, 불국사 주차장을 지나 동리목월문학관을 찾아간다. 바람결에 문인들의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 가만히 느낌표로 멈춰 서서 귀를 기울인다.문학관은 김동리 소설가와 박목월 시인의 문학과 삶을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곳이다. 동리문학관에는 작가의 대표작인 ‘황토기’가 애니메이션으로 상영되고, ‘무녀도’의 내용이 담긴 모형들이 있다. 목월문학관에는 테마 공간을 목실과 월실로 구분하여,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구성해 놓았다.저마다 공간에는 작가들의 서사가 넘쳐흐른다. 두 분의 문학적 성취를 천천히 음미하며 박목월 시인의 문학 동반자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향한다. 시인이 문학의 길로 나아가는 데 김동리 선생님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글귀를 읽고 또 읽는다. 그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고독감을 달래고 문학적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단다. 또한 조지훈 시인과 박두진 시인을 만나면서 문학적 정체성을 확립하게 되었다는 전시 글을 읽으니 내 가슴에 짙은 여운으로 남는다.나에게도 문학의 동반자가 있다. 포항수필사랑 동인들이다. 십칠 년을 만났으니, 정분이 나도 보통 난 것이 아니다. 시간으로 따지면 남편보다 오래 붙어 있고, 취미가 같으니 사춘기 딸보다 소통이 더 잘 된다. 수필을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음을 열었기에, 때로는 이유 불문하고 무조건 나의 편이다.우리는 격주로 만나 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모임에 성실하게 참석하기 위해서 모두가 잠든 새벽에 수필을 쓰려고 깨어 있을 때가 많다. 고요함 속에서 촉촉한 안개 속살 더듬거리듯 나 자신 안에 고인 언어들을 탐닉한다. 내 안의 수많은 느낌표들은 기록하지 않으면 소멸해 버린다. 꽃잎이 떨어져 날리면 어느 순간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처럼.그런 탓에 꾸준히 수필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희미해져 가는 기억의 편린들을 부여잡아 초고를 쓰고 퇴고를 거치면, 한 편의 잘 다듬어진 글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설렘 가득 안고 글을 챙겨 길을 나선다. 문학의 동반자인 나의 정인들을 만나기 위해서다.조지훈 선생님도 박목월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났다. 1942년 봄비가 꽃잎처럼 흩날리는 날, 경주로 찾아왔던 일화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박목월 작가는 한지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건천역에서 조지훈 작가를 기다렸고, 그런 그를 조지훈 시인이 알아보고 플랫폼에서 내리자마자 얼싸 안았다는 장면은 유명하다. 그 후로 두 작가는 열흘 동안 매일 문학과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분이 문학적 동반자로 거듭난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고향인 영양으로 돌아간 조지훈 시인은 목월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썼다. 거기에는 ‘목월(木月)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완화삼(玩化衫)’ 시가 적혀 있었다.“구름 흘러가는/물길은 칠백 리/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조지훈 선생님의 편지를 받고 감격한 목월 시인도 밤새 화답시 ‘나그네’를 준비했다.“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놀/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고 했던가. 시를 써서 마음을 주고받았던 두 작가는 대단히 낭만적이다.나도 수필로써 동인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다. 내 문학적 동반자들의 글을 가슴으로 읽고, 정독하며, 경청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달콤한 수필 향기가 오랫동안 널리 퍼지기를 기원해 본다. 문학관의 존재가 새삼 고맙다. 이곳을 방문한 덕분에 오랫동안 수필 주위를 맴돌고 싶은 나에게, 글 쓰는 실력만큼 인생에서 무엇이 소중한지 깨닫게 해준 날이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공감해야 한다는 관계의 중요성을 동리목월문학관에서 깨닫는다.

2022-08-24

요트, 여름 바다를 누비다

해양레저스포츠의 계절이다. 뜨거운 햇볕 아래, 물살을 가르며 바다를 즐기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을 안겨준다. 제트스키와 윈드서핑, 세일링 요트 등 다양한 해양레저기구가 바다 위를 누빈다. 최근에는 동호회를 중심으로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 그야말로 해양스포츠 전성시대다.각종 축제와 제전 등 행사도 풍성하다. 부산 광안리에는 국내 최대 해양레저축제인 대한민국 국제해양레저위크(키마위크, KIMA WEEK:Korea International Marine Leisure Week)가 열리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전국해양스포츠제전도 개막했다. 참가자만 수천 명에 달했다. 코로나로 인해 취소됐던 행사들이 연달아 열리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관광·레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셈이다.모든 현상에는 양면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스포츠가 비슷한 환경이지만, 해양레저의 경우 바다라는 특수성 때문에 더 큰 주의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몰릴수록, 바다에 떠있는 수상기구들이 많을수록 안전에 관한 확고한 인식이 요구된다. 이는 해양스포츠의 성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해양스포츠인 ‘세일링 요트’의 경우를 살펴보자.세일링 요트는 골프와 함께 대표적인 신사의 스포츠로 여겨진다. 요트 종목의 올림픽 규정 역시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 자체가 선수 스스로 지켜야 하는 규정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맨십이 탄탄하지 않으면 경기 자체가 어렵다. 먼저 세일링 요트는 시작점(스타트 라인)이 명확하지 않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부표를 스타트 라인 삼아 그 인근에서 출발한다. 경기 시작 후 정해진 마크를 돌아 마지막 라인으로 들어올 때까지 그 어디에도 정해진 항로는 없다. 스스로 최적의 길을 찾아서 가장 빨리 돌아와야 한다.경기의 특성만으로 요트의 ‘신사도 정신’이 설명되지 않는다. 자연의 변화 앞에서 요트 경기의 스포츠맨십은 목숨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요트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 조류의 흐름, 파도의 높이 등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헤치고 나아가는 경기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조건에서 최상을 바람을 찾아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해야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즉, 요트는 시간 경기가 아니다. 상대 선수보다 앞서야 이길 수 있다.이 지점이 바로 스포츠맨십의 정수다. 당장의 욕심에 상대 선수의 진로를 방해하는 행위는 자칫 충돌과 침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선수들은 반환점(마크돌기)을 돌 때 줄을 맞춰 상대선수 뒤로 이동한다. 무리한 추월이 상대선수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기에 가능한 모습이다.실제 1988년 서울올림픽 요트 경기에서 스포츠맨십의 숭고한 정신이 발휘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2위로 항해하던 캐나다 선수 로렌스 르미유(Lawrence Lemieux)는 전복사고로 부상당한 싱가포르 선수를 확인,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이들을 구조했다. 결국 22위로 결승점에 들어와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많은 이들에게 스포츠맨십과 신사도 정신의 귀감이 됐다. 경기 규정을 지키고 자연의 위협을 감내하는 것을 넘어, 해양사고 발생 가능성까지 염두해둬야 하는 것이 바로 요트, 즉 해양스포츠다.바다는 예부터 미지의 대상이자 도전의 표상이었다. 그만큼 변화무쌍하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요트 대회가 날씨의 변덕에 경기 연기와 취소를 반복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조류의 흐름을 읽고 파도의 높이를 가늠하고 바람의 방향에 맞춰 돛을 펼치는 과정에는 자연과 일체돼 나아가고자 하는 질주본능이 서려있다.그 때문에 동호회 등 취미로 해양레저스포츠를 즐기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트를 타려는 해양레저스포츠인들이 많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요트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먼저 취미로 세일링을 하려는 이들이 많아져야 한다. 정현미 작가 우리나라에서 요트는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이다. 하계올림픽에서 메달이 10개에서 많게는 12개씩 배정돼 있는데도 엘리트 선수 양성에는 소극적이다. 올림픽 요트 종목은 거의 대부분 1~2인승 작은 배인 딩기요트로 시합을 겨룬다. 돛(세일)을 당기고 펼치며 바람을 이용해 나아가는 경기로 선수의 순발력, 판단력, 유연성 등이 크게 작용한다. 우리나라 하지민 선수가 ‘2020 도쿄올림픽’ 때 남자 요트 레이저 종목에서 세계7위를 하면서 세일링 요트가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요트를 비롯한 해양레저스포츠의 성장과 저변확대는 새로운 문화의 유입과 다양성 등을 촉발시킨다. 이에 해양레저스포츠를 둘러싼 문화·관광의 영역 뿐만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도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안전에 관한 인식은 비용의 문제를 수반한다. 레저와 안전이 함께 움직이는 선순환이 이뤄지려면 관련 분야 산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해양레저스포츠의 저변확대와 안전에 관한 인식, 산업적 성장까지 이 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해양레저스포츠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해양레저스포츠는 앞으로 더욱더 성장할 것이다. 그 성장의 저변에 안전의식이 함께 하길 바라며, 세일링 요트 역시 국가적 위상을 높이기를 희망해본다.

2022-08-24

윤석열 정부 최대현안이 된 ‘이너서클’

심충택 논설위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20일 한 방송사 대담프로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이너서클(Inner circle)에 갇히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너서클은 조직 내에서 소수집단을 형성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룹을 일컫는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어떤 조직의 수장도 이너서클에 포위되면 외부 비판여론을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된다.정치부 기자 시절 각종 선거를 취재하면서 다양한 여야 후보들의 캠프를 경험했다. 외부인에 대해 개방적인 캠프가 있는가 하면, 이너서클 중심의 꽉 닫힌 캠프도 있었다. 주로 거물급 후보들의 선거캠프가 닫혀 있는 경향이 강했다. 이너서클 멤버들이 외부인사들을 경계하면서 충성심 경쟁을 펼치는 배타성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선거캠프의 이너서클은 생리상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문고리 권력을 나누기 싫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도 ‘문고리 3인방’ 논란이 제기됐었다.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안철수 의원의 ‘혁신위 해체론’을 단호하게 거절한 것은 이너서클 견제와 당 외연확장을 위해 잘한 일이다. 주 위원장은 지난 19일 최재형 당 혁신위원장을 만나 “혁신위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후, 그제(22일)는 혁신위 전체회의에도 참석했다. 혁신위는 전체회의에서 그동안 당 공천관리위원회 권한이었던 ‘후보자의 부적격 심사권한’을 당 윤리위에 넘기는 방안을 ‘1호 혁신안’으로 발표했다. 폭발성이 강한 ‘공천시스템 개혁안’ 대신 ‘윤리위 기능 강화’를 최초 혁신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친윤그룹과 마찰을 피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지는 부분이다.친윤그룹이 혁신위에 거부감을 가지는 이유는 ‘이준석 혁신위’가 공천개혁을 주도해 2년 뒤 총선 공천에서 자신들을 배제하려 한다는 의심 때문이다. 안 의원의 혁신위 해체 주장도 이 전 대표와 혁신위에 대한 당내 일각의 반감과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주 위원장도 이 점을 우려해 지난주 최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논쟁적인 것은 다듬어서 2단계 정도에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공천개혁안을 미리 꺼낼 경우 혁신안 수용여부를 두고 당내갈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사실 공천시스템 개혁안을 당의 주요의제로 삼을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은 지금 여당처럼 비대위 상황에 처해 있을 때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선출될 당 대표는 누구든지 본인이 공천권을 행사하고 싶어지기 때문에 기득권을 내려놓는 개혁을 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총선이 임박할수록 의원들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려서 공천개혁의 합의안을 만들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지난해 6·11전당대회 당시와 같은 국민의힘의 변화다. 내년 총선은 보수와 진보 지지층 결집이 확고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부동층이 많은 젊은 유권자들의 의중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는 지역이 다수일 것으로 예측된다. 여당의 개방성도 전제돼야겠지만, ‘이너서클 울타리를 벗어난’ 윤 대통령의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민심을 얻는 열쇠가 될 것이다.

2022-08-23

고향사랑 기부제

우정구 논설위원 농촌의 인구소멸과 고령화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2016년 일본에서는 ‘관계인구’의 개념이 도입된다. 관계인구란 관광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도시 등 다른 지역에 살더라도 교육, 직업, 살아보기 등 다양한 목적을 갖고 주기적으로 한 곳을 방문하는 인구다. 일본에서는 이를 제3의 인구라 불렀다.일본의 인구소멸 구조와 비슷한 형태를 따라가는 우리나라 농촌지역에서도 지역소멸 대응의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인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북도가 1시군 1관계 인구 특화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이 한 예다. 체험주택 임대사업이나 한달간 지역살이 등 지역별로 차별화된 살아보기 모델을 발굴하는 기획이다.고향사랑 기부제는 개인이 고향 등에 일정금액을 기부하면 국가는 세액을 공제해주고 지자체는 받은 기부금을 통해 지역 주민복리 증진 등의 용도로 사용해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는 제도다. 일본에서는 2008년부터 고향납세제란 이름으로 시행해 왔다.이 제도가 시행되면 농어촌지역 지자체의 세수확충에 기여하고. 대도시와 농어촌간의 세수격차 개선, 농어촌 경제 활성화 등 인구소멸을 걱정하는 지자체의 재정이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아질 공산이 큰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지난해 9월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부터 우리도 고향기부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인구소멸 등 위기에 봉착한 농어촌지역의 경제를 살리고 인구유입 효과까지 바라보는 이 제도가 성공할지가 벌써 관심이다.일본에서는 제도 시행 13년만에 기부액이 82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고향사랑 기부제 시행에 대비한 지자체 준비와 적극적 홍보가 필요한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8-23

대구 이제 ‘온라인세상’에서 약자가 아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 한달(7월 21일~8월 20일)간 전국 광역·기초지자체 85개 시(市)를 대상으로 온라인 속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브랜드 평판조사를 한 결과, 대구시는 전달보다 12단계 상승한 3위를 차지했다. 1위는 제주시, 2위는 부산시가 차지했으며 서울시는 7위에 랭크됐다. 경북도내에서는 포항시가 22위, 경주시 26위, 구미시 30위를 기록했다. 대구시는 전달조사에 비해 빅데이터 상승폭이 200%가 넘는 폭발적인 증가경향을 보였다. 도시 브랜드평판은 각 도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참여와 소통량, 대화량, 긍정·부정 평가, 미디어 들의 관심도 등을 지수로 해서 측정된다. 각 지수별 빅데이터 수치를 보면, 대구시는 참여지수 26만7천650건, 미디어지수 35만5천4건, 소통지수 51만8천233건, 커뮤니티 지수 129만7천980 건으로, 브랜드평판지수 총합계 243만8천867건을 기록했다. 특히 SNS 상 활동 실적을 평가하는 커뮤니티 지수는 지난조사보다 무려 424%나 증가했다.그동안 대구는 사이버 세계에서 약자로 평가받아왔다. 온라인속의 대구 이미지는 고담도시, 꼰대의 도시, 올드보이 등의 부정적인 단어로 형성됐었다. 그러나 대구시내 어느 기관도 이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대구시가 빅데이터분석에서 상위권에 랭크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 취임 이후 SNS를 통한 전방위 소통에 나선데다, 민선8기 시정개혁이 구체화하면서 시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이 가는 진단이다.청년들이 SNS 댓글을 보고 음식점이나 카페를 고르듯, 온라인 속의 소비자는 가치지향적이기 때문에 도시브랜드 평판은 사회 각 분야의 마케팅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구의 현안인 통합신공항 국비지원, 취수원 이전을 비롯해 자동차, 의료, 에너지, 로봇 같은 미래성장산업도 온라인 공간에서 대구가 고립되면 성공하기 힘들다. 앞으로 대구시가 온라인 속 ‘최강의 도시’로 등극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2022-08-23

대구·구미 취수원 갈등, 상생 지혜 찾아야

대구시와 구미시 간의 취수원 갈등이 양 단체장의 공방에 이어 지방의회와 시민단체 간의 공방으로 확대되면서 자칫 파국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정책적 문제가 감정싸움으로 흘러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다툼만 남아 상생의 관계를 유지해야 할 자치단체에 상처가 남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다.대구 취수원 문제는 구미 해평취수장을 대구시가 공동으로 사용키로 한 정부 주관의 ‘맑은물 나눔과 상생 발전에 관한 협정’이 지난 4월 맺어지면서 일단락된 듯했으나 민선8기 시장으로 취임한 김장수 구미시장이 이에 부정적 의견을 보이면서 다시 갈등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구미시장의 생각이 알려지면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김 시장의 발언은 충격적 망언”이라며 급기야 안동·임하댐 물을 상수원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6개 기관이 맺은 협약을 파기하기에 이르렀다.이러자 구미시의회와 시민단체가 구미시에 모든 원인을 떠넘기는 홍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으며, 지난 22일에는 대구시의회가 구미시장 규탄과 맑은물 하이웨이 정책 지지 성명을 발표해 양도시간 갈등의 골은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이 문제에 대해 환경부는 대구시가 협정파기를 공식화함에 따라 후속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선 정부의 입장을 지켜봐야겠지만 안동·임하댐 물을 원수로 사용하는 홍 시장의 정책 쪽으로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이 문제를 두고 “대구시가 몽니를 부린다”든가 “피해자에게 갑질하는 구미시의 적반하장 행태” 등의 과격한 표현을 써가며 서로 감정적 대립을 하는 모양새는 옳지가 않다. 대구시와 구미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다. 구미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하면 대구에서 인재를 데려와야 한다. 현재도 대구에서 구미로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수만명에 이를 정도다.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부족한 점은 채워가는 상생관계 유지가 서로에게 좋다.물 문제를 두고 성명 등의 논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양 단체장이 만나 오해가 있다면 풀고 양 지역의 상생 발전을 위한 지혜를 모으는 것이 바로 지역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2022-08-23

따사론 땅,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위해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거리로 마을로 산으로 골짜구니로 / 이어가는 전선은 새 나라의 신경 / 이름 없는 나루 외따른 동리일망정 / 빠진 곳 하나 없이 기름과 피 / 골고루 돌아 다사론 땅이 되라 //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 나라의 심장에 / 철선을 뽑고 철근을 늘이고 철판을 피리자 / 세멘과 철과 희망 위에 /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 세워 가자”1946년 7월 15일에 조선문학가동맹이 펴낸 ‘문학’지 창간호에 실린 김기림의 시 ‘새나라송(頌)’의 1연과 3연이다. 이 시는 1948년 4월 아문각 출판사에서 간행된 시집 ‘새노래’에 다시 실렸다. 김기림은 광복으로 이 땅 구석구석까지 신경이 이어지고 피가 골고루 도는 따뜻한 나라가 되기를 소망하였다. 그리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의 건설을 주문하고 다짐하고 있다. 시 일부가 2019년 8월 15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인용되면서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8월 24일. 현재 전쟁의 참화 속에 있는 우크라이나의 독립기념일이다.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의 일원이었던 우크라이나는 1991년 오늘, 독립을 선언하였다. 이 독립선언으로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땅덩어리가 가장 큰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 큰 나라가 되었다. 두 번째라고는 하지만 러시아 국토 총면적의 3.5%에 불과하다.한때는 같은 나라였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지난 2월 24일 개전 이후 6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어른과 아이의 싸움에 비견될 수 있을까 한데,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들의 항전 의지에 더하여 미국과 나토의 직간접적인 지원으로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는 듯하다. 독립의 과정도 지난하지만, 독립 후 나라가 바로 서고 유지되고 발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우크라이나 사태는 가르쳐 주고 있다.같은 8월 24일이지만 시간을 거슬러 1945년에는 한반도의 북쪽에 소련군 사령부가 설치되었다. 물론 남쪽에도 같은 해 9월 9일에 재조선미국육군사령부군정청이 세워진다. 독립의 기쁨을 만끽할 충분한 시간을 누리지도 못한 채 우리나라는 다시 외세의 통치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다행히 미군정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약 3년 만에 마감되었지만, 그 이후 새 나라를 만들어가는 과정 또한 매우 어려웠음을 우리는 잘 안다.독립은 감격스럽고 기쁜 일임과 동시에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는 것이다. 새롭게 홀로 서는 나라의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미래 개척을 수행하려는 의지와 실행력을 갖추어야 한다.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고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기도 하고 ‘밤마다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는 수고와 먼동 트기 전에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는 수고도 해야 한다. 때로는 ‘서릿발 칼날 진 위’에 서는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 독립을 위해서도 새 나라 건설과 발전을 위해서도 그렇다.더 나아가 국민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살아갈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위한 이러한 노력들은 앞으로도 쭉 계속되어야 한다.정부는, 그리고 우리 각자는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2022-08-23

생각하기 나름

조현태수필가 길과 하천이 나란히 양동마을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다. 대부분의 마을사람들과 관광객들은 이 길을 걸으며 하천에 눈길을 보낸다. 하천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생식물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물옥잠을 비롯하여 개구리밥, 수련, 창포와 부들, 물달개비, 부레옥잠 등이 뒤섞여 살아가는 모습이 매우 정겹고 평화로워 보인다.그런데 며칠 전, 이 하천 준설작업을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안전경비원들은 준설작업에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을 쓰고 혹시 쓰레기라도 나오면 수거하라는 지침이 있었다. 필자는 속으로 ‘범람할 하천도 아닌데 바닥을 중장비로 긁어 버리면 저 수생식물들과 하천 경관은 어쩌지’하고 걱정을 했다. 사실 이 하천은 마을에 내린 빗물이나 폐수만 흐르는 작은 도랑이지만 보기에 좋고 안전한 하천으로 과대하게 정비한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이러한 염려는 관광객들도 같았던 모양이다.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하나같이 물었다. 퇴적물도 없는데 잘 살고 있는 물풀은 왜 걷어내느냐고 말이다. 나를 시행기관이나 공사업자 측과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 잘못 알고 내게 질문하는 것 같았다. 대답이 궁색했다. 글쎄요, 나도 같은 생각인데 관계기관에서 시행하는 공사라 어쩔 도리가 없다고 했다.여기서 생각해보면 입장이 모두 다르다. 준설업자는 보유하고 있는 중장비로 기관이 원하는 만큼만 작업하고 그 대금을 받는 사업가다. 그러므로 왜 준설을 해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탈 없이 작업을 마치면 된다. 그래서 제방 둑으로 쌓은 돌 축대가 상하지 않게 조심하고, 지나는 차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굴삭기가 비켜주는 상황이 수시로 이어졌다.시행기관은 오직 경관이 좋아야 한다. 범람에 대한 대책은 애초에 과대정비로 해결했으니까. 그리고 관광객에 대한 안전은 준설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물이 더 깊어지거나, 추락할 위험요인을 더 추가하지도 않으면서 살짝 긁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관광객은 멀겋게 바닥을 헤집어놓은 것보다 풀들이 파랗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 더 평화롭게 보이고, 갖가지 꽃들이 싱싱하게 피고 있으니 더 아름다워 보였을 게다. 그런데 왜 비싼 용역비를 지불해가며 볼거리를 없애는지 알 수가 없을 터이다.한편, 필자의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으로 채용된 6개월짜리 임시직으로 윗선에서 시키는 일을 충실하게 할 따름이다. 경관이 어떻고 비용이나 결과가 어떻다고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다. 준설한다는 결정은 이미 했고 안전하고 깨끗하게 작업하도록 살펴보라는 지시만 받았을 뿐이다.어느 입장에서 보더라도 각각 나무랄 사항이 아니다. 나름대로 생각하는 기준이 따로 있고 진행하는 과정도 다를 수 있다. 대부분의 수생식물들은 걷어낼 때 무자비하게 보이지만 드문드문 빠트린 뿌리만으로도 다시 활착하여 살아난다는 것을 나도 관광객도 몰랐다. 준설을 마치고 사흘이 지난 지금 왜 준설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양동마을은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축소판이다.

2022-08-23

건강하게 마주보기

최근 SNS애서 ‘프루아나족’이 심상찮게 보인다. 10~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프루아나는 프로(Pro)라는 뜻을 지닌 ‘찬성’과 거식증을 뜻하는 애너렉시아(Anorexia)의 합성어이다. 지나치게 마른 몸을 추구하고 집착하며 거식증에 걸리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하루에 500칼로리 섭취하지 않기, 먹고 토하기, 나프탈렌 같은 위험 물질을 혀 위에 올리며 식욕을 억제할 정도로 극단적인 행위를 택하기도 한다.SNS에서 프로아나를 검색하면 키 160cm에 몸무게 35kg 유지하는 팁, 물 단식 하는 법 등의 게시글이 주로 보인다. 이들은 날씬한 몸을 넘어서서 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한 사진을 올리며 마른 몸매가 되기 위한 팁을 공유한다.사실 나도 청소년기부터 20대 초반까지 약 5년 간 식이장애를 앓았다. 밥 한 숟가락, 반찬 몇 젓가락, 방울토마토의 개수를 세며 칼로리 계산에 집착하거나 또는 무언가를 먹는다는 게 불안해서 무작정 굶는 방법을 택하는 때도 있었다. 절식을 택하며 엇나간 성취감과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쯤 불현듯 통제할 수 없는 식욕에 휩싸이면 순식간에 과자 5봉지를 해치우곤 했고, 남은 봉지 앞에선 세상이 무너질 듯한 죄책감을 겪기도 했다. 24살 이후론 먹고 싶은 것을 적절히 먹고 즐기는 방법도 알게 되었지만 사실 지금도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에선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음식 앞에선 왜 자꾸만 작고 초라해지는 걸까. 책 ‘또, 먹어버렸습니다’의 김윤아 저자는 식이장애 전문 상담사로, 과거 6년 동안 식이장애를 겪었다. 폭식과 절식의 반복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 저자는 식이장애란 ‘다이어트 병’이 아닌 ‘마음의 병’이라 칭하며, 우선 마음이 자신을 봐달라고 외치는 신호를 인지해야 한다고 말한다.먹는 행위는 가장 빠르고 쉽게 결핍과 불안을 채워준다. 그러나 음식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쾌락을 쫓다보면 문제가 된다. 먹는 즐거움에도 내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폭식증의 경우 음식은 상황을 해결해주지 않음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낮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으니까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을 먹다보면 내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아질거야” 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도피성 회피는 잘못 발현되어 거식이나 폭식, 식이 장애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먹는 행위는 큰 기쁨을 빠르고 쉽게 가져다주지만, 이는 가장 단순하게 불안을 옆으로 잠시 치워두는 행위임을 기억해야 한다.저자는 우선 불안을 마주하여 ‘불안의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시금 불안을 느끼고 음식으로 도피하더라도, 불안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고 받아들인 뒤에 조금 도피하는 것과 자신이 불안한지도 모른 상태에서 잘못된 굴레에 빠져드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음을 콕 집어 말한다. 정확한 불안을 알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상황을 정면 돌파할 수 있다.다이어트는 장기적인 숙제다. 단순히 뚱뚱한 몸매에서 불편을 느껴 무작정 시작하면 얼마 못가 금세 무너지고 만다. 내가 왜 체중감량을 하려고 하는지, 나에 대해 잘 살펴보면 마음 깊은 곳에 허기나 불안, 우울이나 스트레스 또는 인정 욕구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식이 장애는 몸의 건강도 망치지만 인관관계에 있어서도 무력하게 만든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몸의 기력이 없는데다, 사람을 만나면 무언가를 먹고 마셔야 하니 자연스레 약속 자리가 불편하고 어려워진다. 식이 장애는 자신이 잘못되어가고 있단 걸 아주 잘 알고 있음에도 스스로 그 굴레에서 빠져 나와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과 용기가 필요하다.많은 전문가는 음식은 상황을 해결해주지 않는 것을 인지하고,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 이외에 보상이 될 만한 활동을 다양하게 만들어 놓는 것을 해결책으로 권한다. 성취를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동만으로도 음식만큼의 만족감이 채워진다는 것을 알면 점점 쉬워진다는 것이다.나 혼자만 겪고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 씁쓸해지지만, 식이장애를 앓고 있는 모든 이들이 올바른 방식으로 체중 감량을 하고 그보다 더 큰 기쁨과 건강을 얻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다이어트에 조금 더 가볍게 생각하되, 체중 감량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정확히 짚어보며 더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겠다.

2022-08-23

민어의 노래

“고사리 장마가 지나고 난 바닷길/ 깊게 패인 여울물 소리에 새우떼의 선잠을 깨우는/ 밴댕이와 알 품은 병어들의 놀이터가 돼버린 전장포 앞바다에서는/ 서남쪽 흑산해에서 진달래꽃 피기를 기다렸다가/ 뻘물 드리우는 사리물 때를 기다려/ 뿌우욱 뿌우욱 부레로 내는 속울음으로/ 내 고달픈,/ 고향에 다다른 칠월의 갯내음을 아가미로 훑는다”김옥종 시인의 ‘민어의 노래’ 1연이다. 목포 출신인 시인은 한때 조폭에 몸담았으나 격투기로 진로를 바꿔 세계적인 격투 대회 ‘K-1’에 진출했다. 데뷔전서 패한 후 은퇴, 주방장으로 변신해 민어 횟집을 운영하다 전남 광주에 ‘지도로’라는 식당을 새로 열었다. 학창 시절부터 주먹 세계에 있을 때도 시를 써온 그는 2015년 문학지 ‘시와 경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후 5년 만에 첫 시집 ‘민어의 노래’(휴먼앤북스)를 출간했다.“뿌우욱 뿌우욱 부레로 내는 속울음으로 내 고달픈, 고향에 다다른 칠월의 갯내음을 아가미로 훑는다”는 문장을 읽으면 당장이라도 장비를 챙겨 민어낚시에 나서고 싶다. 민어배 선장들은 민어가 부레로 뿌우욱 뿌우욱 내는 소리를 추적해 배를 댄다.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으로 각광 받으며 값이 치솟기에, 큰놈 한 마리만 잡아도 뱃삯 본전 뽑고도 남는 게 민어 낚시다.그런데 이 민어 낚시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우선 멀다. 제철 민어를 낚으려면 고흥이나 해남, 신안으로 가야 하는데 민어 찾아 이천 리 대장정이다. 둘째, 힘들다. 그늘도 없는 바다 위, 뙤약볕을 맞으며 낚시하기란 정말 고역이다. 장거리 운전과 쪽잠으로 지친 몸은 새벽 출항에 이미 파김치가 돼 해가 뜰 무렵이면 푹푹 삭는다. 셋째, 안 잡힌다. 초릿대가 훅 꺾여 챔질해 보면 얄궂게도 장대, 백조기, 메퉁이가 올라온다. 민어는 경계심이 높아 입질이 굉장히 약다.왕복 유류비에 선비, 기타 부대비용까지 감안하면 민어는 잡아서 먹는 게 아니라 사 먹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서너 사람이서 인당 6~7만원씩 걷어 사 먹는 게 훨씬 편하다. 그걸 알면서도 낚시꾼 마음이 또 그렇지 못하다. 낚시꾼만큼 유혹에 약한 사람들도 없다. 물고기를 유혹하기 위해 스스로 유혹당하는 족속들이 아닌가. 마침 고흥 나로도와 거금도에서 민어가 제대로 터졌다는 소식에 귀가 팔랑였다. 한 사람이 열댓 마리 우습게 잡는다고 하니 안 가고 배길쏘냐.나로도 가는 길, 민어에 얽힌 웃기는 추억 하나 떠올랐다. 임자도 출신 김두안 시인 초청으로 시인들이 놀러 갔다. 널찍한 한옥집에 도착하니 8킬로그램짜리 민어가 기다리고 있었다. 민어회에 소주 마시는 동안 김두안 시인이 썰을 풀기 시작했다. 신안 앞바다는 고려시대 보물선들이 많이 침몰했는데, 자기는 어릴 적에 상평통보로 짤짤이를 했다는 것이다. 한술 더 떠서 바닷가에 굴러다니는 술잔 하나를 주워 왔는데, 거기 술을 따르니까 술잔 속에서 웬 소복 입은 여자가 장구를 치더란다. 김두안 시인의 ‘혼이 담긴 구라’가 민어회 맛을 돋웠다. 그 술잔은 결국 못 봤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다음날 새벽 일찍 배에 올라 열심히 낚시했다. 조과는 거의 꽝에 다름없는 몰황이었다. 퉁치라 불리는 민어 새끼 두 마리, 퉁치만 한 백조기 한 마리가 조과의 전부였다. 그나마 일행 중에서 내가 나은 편이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잘 나온다더니, 역시 소식 듣고 가면 지각이다. 결국 민어 유혹에 실패해서는 어시장에 가 갯장어나 좀 샀다. 올라오는 길에는 보성에 들러 짱뚱어탕을 먹었다. 어시장 좌판과 미식의 유혹에 넘어간 어리석은 낚시꾼이 바로 나다.“ 세월은 소리 내어 울지 않는 것/ 민어 몇 마리 돌아왔다고 기다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새우 놀던 모래밭을 파헤쳐/ 집 지을 때부터 플랑크톤이 없던 모래밭에/ 새끼를 품어내지 못한 오젓, 육젓이 밴댕이를 울리고/ 깡다리를 울리고/ 병어를 울리고/ 내 입맛 다실 갯지렁이도 없는 바다에 올라 칼끝에 노래하던/ 민어의 복숭아 빛 속살은 다시 볼 수 없으리라”(김옥종, ‘민어의 노래’ 3연)아아, 낚시꾼은 소리 내어 울지 않는 것이다. 민어 몇 마리 못 잡았다고 기다림이 끝난 것은 아니다. 내년 여름, 바다에 올라 초릿대 끝에 노래하는 민어의 복숭아 빛 속살을 반드시 다시 보고 말리라!

2022-08-23

경북도내 원산지 표시 위반, 강력히 대응해야

경북지방에서 지난 1년동안 원산지를 속이거나 표시하지 않아 적발된 업소가 100군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추김치와 돼지고기, 닭고기, 두부, 꿀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식재료 상당수가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해 소비자의 먹거리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산물 원산지표시 및 축산물 이력위반 정보 공표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 8월까지 경북도내 23개 시군에서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적발된 업소는 모두 136곳이다. 위반 내용을 보면 저렴한 미국산, 칠레산, 네덜란드산 등 수입산 돼지고기를 국내산으로 둔갑해 판매한 행위가 2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헐값의 브라질산 닭고기를 국내산 닭고기와 섞어서 판매한 행위도 적발됐다. 또 외국산 콩을 국내산으로 표기하거나 중국산 고춧가루를 국내산으로 속여 판매한 행위도 적발됐다. 문경에서 자란 송이를 봉화송이로, 안동농협공판장에서 구입한 사과를 ‘청송사과’로 둔갑해 되판 사례도 적발됐다.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제는 농산물이나 수산물 등 그 가공품에 대해 적정하고 합리적인 원산지를 표시토록 하여 공정한 거래를 유도하고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993년 수입농산물을 시작으로 모든 농수산물과 가공품에 대해 원산지 표시의무제가 시행된 지 벌써 30년 가까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전국적으로 매년 4천건의 위빈행위가 적발되고 있어 원산지 표시의무제 시행의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국민의힘 이만희 국회의원이 농림부로 제출받은 자료(2019년)에 의하면 경북은 경기, 서울에 이어 가장 많은 위반행위가 적발됐다. 원잔지 표시제는 소비자의 알 권리뿐 아니라 생산자의 권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알몸 중국산 김치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많이 커져 있는 상태다. 값싼 수입산으로 이익을 내겠다는 얄팍한 인식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원산지 표시제에 대한 홍보와 단속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경북도 등 당국은 엄격한 시장 관리로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거리를 구매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2022-08-22

한국의 슈퍼컴퓨터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슈퍼 컴퓨터는 현존하는 컴퓨터 중에서 가장 크고 빠른 컴퓨터로, 특별히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데이터 처리가 요구되는 제약, 기상 예측, 신소재 연구, 인공지능(AI) 개발 등 분야에 활용된다. 세계 최고성능의 슈퍼컴퓨터는 지난 5월 말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2022 국제슈퍼컴퓨팅 콘퍼런스’에서 공개된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슈퍼컴 프런티어로, 실측 성능 기준 초당 연산 횟수가 1.102엑사플롭스(1엑사=100경)에 이른다. ‘엑사’는 100경(京)을 나타내는 단위로, 1EF는 1초에 100경 번의 연산을 처리한다는 의미다.한국에서도 세계 톱10 안에 들 슈퍼컴퓨터가 구축된다. 정부는 최근 2천9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600페타플롭스(PF)급 이상의 이론성능을 갖춘 슈퍼컴 6호기 구축 작업을 오는 2024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페타플롭스는 1초당 1천조번의 연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슈퍼컴 6호기는 1초당 60경번의 연산 처리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현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운영하고 있는 슈퍼컴 5호기 누리온의 이론성능 25.7페타플롭보다 약 23배 빠른 속도다. 또 세계 슈퍼컴 성능 2위인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후가쿠(이론성능 537페타플롭스)보다도 빠르다. 현재 세계 톱500 슈퍼컴 순위에 든 한국 슈퍼컴은 모두 6대다. 2021년 삼성전자가 반도체, 인공지능 연구 등을 위해 삼성종합기술원에 설치한 SSC-21가 15위로 가장 높은 순위다. 기상청의 구루와 마루가 31~32위, 키스티의 누리온이 42위, 올해 에스케이텔레콤이 대화형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설치한 타이탄이 85위, 삼성전자의 SSC-21 스캘러블 모듈이 315위였다.과학기술의 발달이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8-22

검사 윤석열 vs 대통령 윤석열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검사와 대통령은 그 역할과 책임이 다르다. 검사에게는 법적 시비(是非)가 중요하지만, 대통령의 관심사는 국익과 민생이다. 검사는 법치를, 대통령은 정치를 해야 하는 사람이다. 검사가 범인을 수사하듯 대통령이 이분법적 흑백론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윤 대통령의 검사경력은 27년이지만 정치경력은 9개월에 불과한 ‘초보’다. 여권 주변에서는 “대통령이 여전히 검찰총장 스타일에서 못 벗어난 것 같다”고 한다. 지지율 급락을 묻는 기자에게 “그 원인을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라고 했다. 아무리 정치초보라도 이렇게 민심에 둔감할 수 있는가. 게다가 초보가 겁도 없이 과속까지 하니 국민이 지지를 철회하는 것이다.대통령이 원인을 모른다고 하니 분명히 알려드린다. 국민이 화난 가장 큰 이유는 독선적이고 오만한 인사다. 대통령이 “전 정권에서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옹호했던 교육부장관은 여론의 뭇매로 취임 35일 만에 물러났다. 이미 장관 및 장관(급)후보 6명이 낙마했고, ‘윤핵관’과 김건희 여사가 관여했다는 인사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통합의 상징인 대통령이 갈등의 중심에 있으니 문제가 심각하다. 선거 3연승을 이끈 당대표를 토사구팽(兎死狗烹)한 것은 ‘뒤끝 작렬’이었다. 대통령이 당대표를 “이×× 저××”, “내부 총질하던 대표”라고 했으니 당의 화합이 되겠는가? 또한 당대표가 대통령을 향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고 직격하는 모습은 막장드라마였다. 이들의 권력싸움은 국정을 맡긴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최근 여론조사(KBS/한국리서치, 8월 15일)는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책임이 대통령(46.2%)에게 있으며, 윤핵관(19.7%), 야당(10.2%), 참모진(9.1%), 이준석(7.9%)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했고, 국민이 듣고 싶은 인사쇄신, 당의 내분에 대한 답변은 모두 회피했다. 이것이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한 대통령의 태도인가. 공감능력이 없는 대통령의 말은 공허할 뿐이다. 국민은 벌써 대통령이 말한 ‘공정과 상식’의 자기모순을 지적하고 있다.따라서 대통령부터 바뀌어야 한다. 오랫동안 습관화된 검찰문화에서 벗어나야 소통할 수 있다. 강골검사의 ‘외골수 기질’은 대화와 타협의 민주정치에 장애요인이다. 정치초보의 독선과 오만을 버리고 겸손해야 하며, 언론과 야당의 고언(苦言)을 경청해야 한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윤핵관을 멀리하고, 정무감각 없는 참모들의 전면개편도 시급하다.정치지도자의 미덕은 ‘배제’가 아니라 ‘포용’이다. ‘권력을 등에 업은 검사’라는 세평은 ‘정치를 모르는 대통령’이라는 말과 같다. 대통령은 비판을 포용할 수 있는 도량이 있어야 한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는 독재다. ‘다름’을 ‘조정’이 아니라 ‘제거’의 대상으로 인식하면 민주정치를 할 수 없다. 대통령 윤석열은 검사가 아니라 대통령다워야 한다.

2022-08-22

“재선충 못막으면 소나무 멸종될 수 있다”

요즘 우리나라 산 어디를 가봐도 누렇게 말라가는 소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들이다. 특히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는 요즘 소나무 재선충이 급속도로 확산돼 피해가 크다. 올해 경북도 내 재선충 감염 소나무류는 11만3천여 본으로 집계됐으며, 이를 면적으로 환산하면 1천136ha에 달한다. 피해가 특히 심한 곳은 포항, 경주, 영덕 등 주로 동해안 지역이다. 포항은 한때 적극적인 방제로 재선충 박멸에 성공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올들어 일출관광지인 호미곶과 송이 생산지인 기계면 일대를 중심으로 다시 빠른 속도로 감염이 진행되고 있다. 경주는 감포를 시작으로 불국사와 보문단지까지 재선충이 번지고 있다. 산주(山主)들은 “현재 감염속도로 보면 조금만 더 지나면 소나무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최초로 발견된 이래 현재는 전국적으로 번지는 상태다. 감염이 되면 잎이 갈색으로 변색돼 그해 80%, 이듬해 3월까지 100% 고사하는 무서운 병이다. 현재로선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아 소나무 에이즈라고도 불린다.소나무는 우리민족을 상징하는 나무다.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에 소나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이미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소나무재선충을 막지 못하면 어느날 갑자기 우리나라 전역에서 소나무가 멸종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정부가 매년 예산을 투입해 방제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런 식의 대응체계로는 소나무들이 견뎌내질 못한다. 경북도내 일선 시·군의 경우 방제 예산이 줄어들어 소나무재선충이 발생하더라도 손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소나무재선충을 잡으려면, 우선 일선 시·군에 방제예산을 충분히 배분해야 한다. 그래야 드론이나 항공촬영 등을 통해 재선충 피해지역을 진단한 후 체계적 방제를 진행할 수 있다. 중국은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가 발견되면 그 주변 지역 100m 범위의 나무를 모두 베어버린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우리나라도 늦기전에 이런 특단의 조치를 벤치마킹하길 바란다.

2022-08-22

기계의 발전과 휴먼에러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인류는 산업혁명을 통해 육체노동을 돕는 기계를 생산활동에 투입해 산업혁명을 고도화해 왔다. 증기기관 발명은 가축과 노예라는 에너지원이 기계의 동력으로 대체되어 사람에서 기계가 중심이 되었고, 2차 산업혁명은 그 기계에 전기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공급해 ‘생산효율’ 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면서 대량생산과 규모의 경제를 가능케 하였다.1, 2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육체적 노동을 기계가 대신해 왔다면 1980년대부터 본격화된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계가 고도화하는 동시에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에 기계가 결합되는 변화를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두뇌와 육체노동을 동시에 도와주는 새로운 기계의 시대에 대비하는 혁신을 준비해야 한다. 기계가 자동화되고 고도화된 시대에는 기계가 에러를 범하지 않도록 관리하여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며, 에러가 발생했다면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여 동일한 현상이 재발되지 않도록 근본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차선이 된다. 에러가 발생하는 순간 고도화·지능화된 최첨단 기계는 오히려 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키고 사람의 실수를 유발해 그동안 누려왔던 기계가 주는 혜택이 사라지는 순간을 맞는다. 산업현장에서 발생되는 불량이나 기계의 에러들을 분석해 보면 전혀 새로운 문제가 아니라 몇 개의 유형들이 번갈아 나타나면서 동일한 현상이 재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근본원인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이유이다. 에러 발생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근절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인간은 실수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며, 교육이나 훈련만으론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그 효과의 지속성은 담보할 수 없어 문제의 근본원인을 끝까지 추적하여 없애 나가야 한다.기계와 사람의 접점에서 일어나는 에러의 근본원인 파악을 위해서는 ‘휴먼에러’ 발생의 원리에 대한 지식과 사고를 필요로 하며 이에 ‘휴먼에러’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인지 실패형’으로 모니터링 수단이 없어서 일어나는 유형이다. 자동주행하는 대차 행동반경에 근접 센서를 설치하여 장애물을 인지하고 스스로 멈출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대표적이다. 둘째, ‘인지 모호형’으로 인지 상태가 모호하여 경고를 무시하거나 조치를 하지 않아 일어나는 유형이다. 기계의 컨디션을 모니터링하여 알람이나 경고음 등의 형태로 제공되는 정보의 신뢰성을 갖추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셋째, ‘조치 생략형’으로 충분히 인지하였으나 깜빡하여 조치를 하지 않아 일어나는 유형이다. 넷째, ‘착각착오형’으로 충분히 인지하였으나 착각·착오에 의한 오조작으로 일어나는 유형이다. 스위치를 좌측으로 조작했는데 기계가 우측으로 움직인다든지 위치 또는 배열이 인간의 기대와 모순되는 것을 제거해야 된다. 다섯째, ‘의식 과잉형’으로 순간포착된 이상 현상을 요구 시간 내 조치가 불가하여 일어나는 유형이다. 인간은 너무 빠르거나 아주 작은 것은 볼 수 없으므로 초고속 카메라 운용 등의 대책이 필요한 경우이다. 인간의 주의력이나 상사의 지시, 숙련도에 의지하는 작업이 있다면 머지않아 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2-08-22

無信不立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언제나 그렇듯이 자전거를 타고 탁 트인 강변을 달리는 기분은 가뿐하기만 하다. 간간이 불어오는 강바람 결에 철마다 피고지는 꽃들이 특유의 웃음으로 반기고, 강물을 활주로 삼아 날아오르는 오리들의 날갯짓은 라이딩 마냥 가볍고 활기차 보인다. 그렇게 자전거에 몸을 맡기고 강둑에 줄지어 선 백일홍과 무궁화꽃의 환호(?)를 받으며 자출을 하거나 한가로이 주말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여유롭고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주위를 완상하는 자전거 타는 풍경은, 어쩌면 낭만적이다 못해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해보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할 것이다.모처럼만의 여유로운 휴일을 맞아 나홀로 라이딩을 나선 것은 그냥 바람이나 쐬기 위함이었다. 거의 매일같이 두 바퀴를 굴리며 오가는 강둑길이지만, 무엇인가에 쫓기거나 서둘지 않고 느긋하게 페달을 밟으며 두리번거리다 보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은 것들이 이색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길섶에서 간간이 자전거 바퀴에 채일 듯 튀어오르는 방아깨비나, 멈춘 듯 흐르는 수면 위를 뛰어오르는 물고기의 비약을 달리는 중에도 얼마든지 눈으로 스캔할 수가 있는 것이다.자세히 보거나 오래 보지 않아도 익숙한 길에서는 이처럼 다채롭게 보이거나 들리는 것들이 많아서 한편으론 따스한 시선이 오래 머무는지도 모른다.그러나 핸들을 틀어 형산대교를 건너고 구룡포 방면의 대로변으로 지나가다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P사나 H사의 부지경계 측면의 가로수나 가로등 등의 기둥에는 요즘 때아닌 대자보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초긴장의 형국이다. 입추가 지났어도 초록에 지쳐 단풍 들기는 아직 한참 이른데, 이곳뿐만이 아니라 포항시내 전역에는 붉고 누런 현수막의 물결이 마치 단풍처럼 울긋불긋 외치듯이 펄럭이고 있으니 이 무슨 기현상일까? 더욱이 핫플레이스 명소 등으로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여름 관광철에 난데없이 엇비슷한 색깔과 다소 자극적인 문구의 현수막이 길거리를 온통 도배한 듯하니, 사뭇 의문과 역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 지난 2월의 요원의 불길 같은 현수막의 난립과 악몽이 재연되는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하다.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無信不立)는 말은, 개인의 관계나 직장, 사회생활은 물론 정치에서조차 믿음과 의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서로 굳게 믿고 의지하는 신뢰(信賴)가 아닐까 싶다. 지난 2월에 공식적인 약조가 있었고 또 과거 수십년간 지역상생과 동반성장의 기치로 사회적인 역할과 책임을 다해 왔음에도, 이런 식의 일방적·배타적 논리와 주장은 결코 시민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 것이다.여름의 문서를 벽장 속에 넣어 마감한다는 처서인 오늘, 칡과 등나무 줄기를 잘 추스르고 악담대신 악수로 마무리하여 자전거 두 바퀴처럼 잘 굴러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2-08-22

자기를 그리는, 미술가들의 자화상

자기가 자기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자화상’이라고 한다. 자화상은 회화의 여러 장르들 중 초상화에 속한다. 초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려진 인물의 ‘재확인 가능성’으로 화가는 모델의 모습을 상상해서 그리지 않는다. 초상화는 주로 의뢰를 받아 그려졌기 때문에 주문자의 바람이 강하게 투영되어 이상화나 미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 통치자들의 모습을 그린 흉상이나 기마상을 감안한다면 서양미술사에서 자화상의 기원은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미술가가 자신의 얼굴을 독립된 주제로 그린 것은 빨라야 중세 후기이고 본격적으로는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서였다.미술가가 자신의 모습을 작품에 묘사한 것으로 서양미술사가 알고 있는 가장 오래된 작품은 프라하의 성 비투스 대성당에 설치되어 있다. 보헤미안 지역에서 건축과 조각으로 큰 명성을 날렸던 파를러(Parler) 가문 출신의 페터 파를러는 1380년쯤 자신의 모습을 조각에 담았다. 왕족이나 귀족, 고위 성직자들의 흉상들과 나란히 미술가의 자소상이 교회 벽면에 설치된 것으로 보아 그의 영향력이 대단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파를러 집안에 속한 미술가들은 자신들이 제작한 조각 작품에 가문의 문장을 새겨 넣음으로써 미술품 브랜딩에서도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독일 뉘른베르크의 성 로렌츠 교회에는 또 다른 조각가의 오래된 자소상이 하나 있다. 파를러의 작품처럼 독립된 자소상은 아니지만 아담 크라프트(Adam Kraft)라는 이름의 조각가가 성함 타버나클(tabernakel)을 제작하면서 자기의 모습을 집어넣었다. 1493년과 1496년 사이 화려한 장식의 고딕양식으로 만들어진 성함의 높이는 무려 20m에 달한다. 가장 아래에는 성함을 지탱하는 다리들이 있고 그 사이 사이 작은 크기의 인물상들이 몸을 숙여 등으로 무게를 견디고 있다. 조각가는 이 인물들 중 하나에 자기 모습을 새겨 넣었다. 이 조각은 미술사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가의 모습을 담은 전신조각상으로 여겨진다.미술가의 자화상은 미술가의 사회적 지위와 깊은 관계를 가진다. 르네상스에 앞선 중세시대 동안 미술가들은 수공업자에 불과했다. 육체노동으로 여겨졌던 미술가들의 창작활동이 르네상스에 이르러서야 고도의 지적 정신적 능력을 요구한다는 인식이 생겼다.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들이 르네상스의 문을 열었지만 정작 이들은 자신들의 얼굴을 그림의 주제로 담지 못했다. 베노초 고촐리나 마사초, 라파엘로와 같은 화가들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거대한 그림에 등장하는 다수의 인물들 속에 자신의 얼굴을 숨기듯 슬쩍 집어넣기도 했다.서양미술사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얼굴을 기념비적으로 그린 화가는 독일의 르네상스 거장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이다. 뮌헨 알테 피나코테크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뒤러의 자화상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미술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무엇보다 화가의 자화상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면 빠질 수 없이 언급될 수밖에 없는 걸작이다. 금빛 곱슬머리가 길게 흘러내린다. 영민하고 날카로운 눈빛은 세계를 꿰뚫고 유난히 밝게 빛나는 손은 무엇이든 창작해 낼 수 있는 최고의 도구처럼 보인다. 뒤러의 자화상은 화가의 모습 너머에 있는 존귀함과 고귀함까지 뿜어내고 있다.뒤러보다 한 세기 뒤에 활동한 화가로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렘브란트(1606∼1669) 또한 자화상 계보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렘브란트는 서양미술사 전체를 통틀어 자화상을 가장 많이 남긴 화가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유화, 드로잉, 판화를 포함해 80여점 가까이나 된다. 빈센트 반 고흐가 남긴 자화상이 36점 정도로 알려져 있으니 수적으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제작연도에 따라 나열하면 화가가 살아온 생의 여정을 읽을 수 있다. 비단 렘브란트만이 아니라 모든 미술가의 자화상에는 미술가 개인의 삶과 고뇌 등 그의 인간적 면모가 투영되어 있음으로 감동의 깊이가 다르게 다가온다. /김석모 미술사학자

2022-08-22